하버드대 글쓰기 프로그램을 20년 동안 지휘해온 낸시 소머스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글을 써봐야 스스로‘질문’을 찾을 수 있고, 정해진 답이 아닌‘새로운 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매일 10분이라도 글 써야 생각을 하게 돼"

 

입력 : 2017.06.05 03:03

[하버드大 글쓰기 프로그램 20년간 이끈 낸시 소머스 교수]

 

하버드 입학생은 글쓰기 의무수강

수강생 73% "생각 잘 표현하게 돼"

 

- 서울대 신입생 40% 글쓰기 부족

"서로 글 읽고 첨삭하는 '동료평가'… 글쓰기 실력 향상에 중요한데 한국 학생들 안해봤다고 해 충격"

 

 

#장면1

 

서울대가 지난 2~3월 자연과학대학 신입생 253명을 대상으로 글쓰기 능력 평가를 실시한 결과 98(38.7%) 100점 만점에 70점 미만을 받았다. 전체 응시자의 평균 점수는 C학점 수준인 73.7점이었다. 시험을 주관한 서울대 기초교육원은 "응시자 65(25%)은 서울대의 글쓰기 정규 과목을 수강하기 어려울 정도로 글쓰기 능력이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논제와 상관없는 내용을 쓰거나, 근거 없이 주장하고, 비문(非文)이 많았다는 것이다.

 

#장면2

 

미국 하버드대는 1872년부터 신입생 전원에게 '하버드 글쓰기 프로그램' 강좌를 146년간 하고 있다. 적어도 한 학기는 수강을 의무화했다. 매해 입학생 1700여명이 문·이과 전공에 관계없이 '학술적 글쓰기' 능력을 체득하는 것이다. 하버드대에 따르면, 이 수업을 들은 학생의 73% "글쓰기 능력 향상은 물론 대학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됐다"고 했다.

 

하버드대 글쓰기 프로그램을 20년 동안 지휘해온 낸시 소머스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글을 써봐야 스스로질문을 찾을 수 있고, 정해진 답이 아닌새로운 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글쓰기 프로그램을 20년 동안 지휘해온 낸시 소머스 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글을 써봐야 스스로질문을 찾을 수 있고, 정해진 답이 아닌새로운 답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낸시 소머스 제공

지난 20년간 하버드 글쓰기 프로그램을 이끌어온 낸시 소머스(66) 하버드대 교육대학원 교수는 지난 3일 본지와 전화 인터뷰에서 "대학 지식인은 글쓰기로 완성된다"며 한국 대학에서 글쓰기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 듣고 시험 잘 쳐서 대학 졸업할 수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평생 '학생' '관찰자' 위치를 벗어날 수 없다"면서 "졸업 후 자기 분야에서 진정한 프로가 되려면 글쓰기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말했다.

 

소머스 교수는 하버드 학생 422명을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이 대학교 공부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 조사한 연구로 유명하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글쓰기 교육을 받은 신입생 73% "수업에서 내 생각을 잘 표현할 수 있게 됐다"고 했고, 66% "전공과목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답했다. 실제 하버드에서는 1977년 이후 사회에 진출한 40대 졸업생 1600명을 대상으로 '현재 직장에서 가장 중요한 능력은 무엇인가'라고 물었는데, 90% 이상이 '글쓰기'라고 답변했다. 소머스 교수는 "시험만 잘 보는 학생은 '정해진 답'을 찾는 데 급급하지만 글을 잘 써야 '새로운 문제'를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공대생이든, 사회대생이든 글로 논리적인 주장을 펼 줄 알아야 논문도 쓰고 연구 결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면서 "하버드뿐 아니라 대학 교육의 근간은 글쓰기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대학 교육은 기본적으로 글을 통해 아이디어를 주고받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이를 장려하기 위해 하버드는 전공과 관계없이 글쓰기 교육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엔 고교생 수준이었던 1학년의 글쓰기 실력이 리포트를 평균 12~16편 내면서 학기 말쯤엔 '학술인' 수준으로 향상된다"고 했다.

 

글쓰기 프로그램은 미국 대부분 대학에 도입돼 있다. 매사추세츠공대(MIT)는 과학자,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 인물들이 진행하는 글쓰기 수업을 운영한다. 예일, 컬럼비아대 역시 학부생에게 11 글쓰기 교습을 해준다. 반면 국내 대학가에선 이제서야 겨우 글쓰기 중요성을 감지하는 분위기다. 서울대는 올해 처음 치른 글쓰기 평가 결과가 좋지 않자 하버드대처럼 글쓰기를 집중적으로 가르치는 '글쓰기 지원센터' 설립을 추진하기로 했다.

 

소머스 교수는 학생들끼리 서로 글을 읽고 첨삭해주는 '동료 평가(peer edit)'가 글쓰기 실력 향상에 중요하다고 했다. "10여년 전 한국 방문 당시 고등학생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어요. 학생끼리 서로의 글을 읽고 고쳐주라고 했는데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고 해서 놀랐지요. 동료의 글을 최대한 많이 읽어보고 자기 글에 대한 평가를 받아봐야 비로소 내 글의 단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개선할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가 제시한 글쓰기 비법 가운데 한 가지는 "짧은 글이라도 매일 써보라"는 것이다. "하루 10분이라도 매일 글을 써야 비로소 '생각'을 하게 되지요. 어릴 때부터 짧게라도 꾸준한 읽기와 쓰기를 해온 학생이 대학에서도 글을 잘 쓰더군요."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7/06/05/20170605000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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