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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상의 고등 공부 이야기] 외국어 영역 스타 강사 김찬휘의 영어 공부법(1)
조선일보 | 맛있는교육

2011.10.17 16:09

 

 
최근 외국어 영역 교재 중에서 EBS 교재를 제외하면 가장 많이 팔리는 책은 바로 변형독해 책입니다. 티치미 대표이며 사교육 1번지 대치동에서 제일 유명한 영어 강사인 김찬휘 강사가 집필한 책입니다. 정식 제목은 ‘적중 김찬휘의 EBS 변형 독해’ 시리즈로 현재까지 3탄이 나와 있습니다.

외국어 영역 스타 강사 중에서 드물게 서울대 출신인 그는 서울대 1년 선배인 수리영역 한석원 강사와 함께 90년대 후반 ‘깊은 생각’이라는 보습학원을 대치동에 설립, 수리 영역과 외국어 영역에서 대치동 최상위권 학생들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던 인물입니다.

2004년 초 메가스터디에 대한 대항마로 티치미(www.teachme.co.kr)를 설립한 후에 그의 독특한 강의법과 내실 있는 콘텐츠는 전국의 학생들에게 퍼졌습니다. 김 강사는 메가스터디 김기훈 강사와 함께 대중적 인지도와 실력 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가 지금까지 지도한 최상위권 학생 수만 5만여 명. 2004년 온라인 교육 사이트 티치미를 설립했고 5년 동안 누적 수강생은 75만여 명에 이릅니다.

이중에서 오소독스 문법 강의는 연 인원 10만 명 이상이 듣는 국내 최고 인기 온라인 강좌 중의 하나입니다. 그로부터 영어 공부에 왕도가 있는지 들어 보았습니다. 분량이 무척 많아 4회 정도 연재를 할 예정입니다. 

 Q :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영어 공부에 왕도가 있다고 생각하시는지요,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 하하! 급하시군요. 분명 있습니다. 영어 공부뿐만 아니고 모든 학습의 왕도는 ‘즐거움’이라고 봅니다. 재밌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엄마가 시키니까 억지로 하는 것이거나, 영어를 잘 해야 나중에 출세할 수 있다니까 그저 공부하고 있다면 절대 영어가 늘 수 없습니다. 영어가 부담이 되거나 수단으로 여겨진다면 절대 영어를 잘 할 수 없습니다.

자녀에게 영어 학습을 시킬 때, 자녀가 그것에 흥미를 가지고 임하는지 반드시 체크하세요. 자녀가 영어 학습을 지겨워하거나 따분해 한다면, 지나친 조기교육 탓일 수도 있고 잘못된 교육 프로그램 탓일 수도 있습니다. 이유가 무엇이든지간에 지금 하고 있는 학습은 당장 중단되어야 합니다. 그것은 안 하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것입니다.  
 
Q : 그래도 영어도 공부인데 안 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지요. 제가 볼 때 즐거움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기본을 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로 영어는 언어라는 것이지요. 영어와 국어는 언어인데 그런 면에서 영어 공부는 국어 공부와도 상관이 있지 않을까요?
A : 맞습니다.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 절대 잊지 말아야 할 한 가지 명제가 있습니다. 진부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은 “영어는 언어”, 즉 우리말과 똑같은 언어라는 사실입니다. 아이가 우리말을 배우는 과정을 떠올려 보세요. 먼저 엄마와 아빠의 말을 열심히 듣습니다. Listening 과정이 수없이 반복되고 나서, 서투르게 한 글자씩 말하기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외마디 소리에 불과했으나 엄청난 시행착오를 거쳐서 한 음절, 한 단어, 결국 한 문장까지 말할 수 있게 됩니다. 듣기와 말하기가 계속 발전하는 것과 동시에 책을 읽게 됩니다. 더 나아가 생각한 바를 글로 옮기게 되죠. 이 시점 이후에는 점점 읽기와 쓰기의 수준과 양을 늘려 나가야 합니다.

읽기와 쓰기 수준이 높아져야 이제는 말하는 수준도 높아지는 단계에 돌입하게 되는 거죠.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서는, 이와 같은 언어의 일반적 발전과정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국어 공부와 영어 공부는 똑같은 발전 단계를 밟으며 진행되어야 합니다.
 
Q : 말이 쉽지, 영어 잘 하는 게 어렵지 않습니까? 가장 많은 돈과 시간을 투자하고도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를 못 하는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A : 아까 말씀드렸던 언어의 일반적 본질을 도외시하기 때문입니다. 이상하게도 영어에 관한한 이런 상식이 붕괴하게 됩니다. 영어 학습의 부진에 초조해 하는 대중을 현혹시키는 학습 “비법”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 한 가지 비법만 잘 연마하면 영어를 단 시일 내에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고 또 믿습니다.

영어가 구미 당기는 현란한 상품이 되어 소비자를 유혹하는 것입니다. 영어 학습의 한 영역 혹은 방법론을 기형적으로 과장하는 이런 주장들이야말로 영어의 균형적 발전을 파괴하는 주범이라 아니할 수 없습니다.

공부하는 사람들의 분절적인 사고방식 또한 문제입니다. 듣기가 안 되면 “귀가 뚫려야 된다”고 하면서 줄곧 이어폰을 끼고 있습니다. 독해가 안 되면 “단어가 약해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해 버립니다. 하지만 단어가 약해서 듣기가 안 되고, 문법이 약해서 독해가 안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TOEIC을 공부한다고 토익 책만 보고 있거나 TEPS를 공부한다고 텝스 책만 보고 있는 현상도, 그러한 분절적인 사고방식의 전형적인 사례입니다. 중요한 것은 언어 학습의 “균형”을 잃지 않는 것입니다.

 
Q : 균형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분명 외국어 교육의 목표는 듣기, 말하기, 쓰기, 읽기 능력을 골고루 향상시키는 것으로 말은 합니다. 기존 국내 영어 교육은 듣기와 읽기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는 것 아닐까요? 이상적인 영어 교육은 어떤 형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A : 이미 말씀드린 대로, 네 가지 요소의 균형을 중시하면서, 나이와 언어 발전 단계에 따라 네 가지 요소의 상대적 비중을 조절한 영어 교육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영어 교육의 초기에는 놀이를 한다거나, chant와 song을 듣고 따라하는 방식으로 흥미를 유발하는 과정이 일반적으로 선행합니다.

하지만 놀이 교육에 머물러 있는 기간이 길다면, 학습 발전이 정체되어 있는 것이거나 지나치게 일찍 영어 교육을 시작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놀이 학습은, 원어민 등의 영어 교습자와 아동간의 conversation 전개의 계기로서 의미가 있는 것이겠습니다.

영어를 듣고 말할 기회를 꾸준히 증가해 주면서 적절한 시기에 phonics 학습이 병행되어야 하며, 또한 reading의 수준도 꾸준히 높여주면서 테이프나 비디오 매체를 병행해야 합니다. 초기 단계를 벗어나면 어법 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어법은 writing 학습에 절대적인 의미를 가지기 때문이죠.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생으로서 접어드는 시점에서는, 원어민과의 대화 기회를 꾸준히 보장해 주면서 reading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모국어와 마찬가지로, 독서를 많이 한 사람의 대화 수준과 토론 수준이 높아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아야 할 것입니다.

즉 청소년기에는 읽기의 발전이 듣기, 말하기, 쓰기 요소 모두를 이끌고 가는 견인차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야 고등학교와 대학교 과정에 이르러 진정한 의미의 ‘몰입교육’이 가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단순한 의사소통 표현을 가지고 소위 ‘회화’를 잘 하는 것은 절대 영어를 잘 하는 것이 아닙니다. 발음이 좋다고 한들, 그 발음으로 토해내는 언어 속에 들을만한 “내용”이 없다면, 그것은 쓰레기(trash)에 불과한 것입니다. 반기문 UN 사무총장의 영어 발음은 원어민의 발음과는 전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내용입니다.  

Q : 내용이 중요하다는 말씀 동감합니다. 내용 못지않게 중요한 게 있다면 정서 아닐까요? 영어를 잘 하기 위해 필요한 동기 부여, 정서와 관련된 조언을 해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A : 영어에 너무 특권적인 지위를 부여하면 안 됩니다. 영어는 제법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에 불과하다는 정신 자세가 중요합니다. 모국어를 할 때 동족과의 즐거운 의사소통이 되는 것처럼, 영어를 잘 하면 세계의 더 많은 사람과 즐거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지 않겠는가....뭐 이런 정서가 필요합니다.

과거에 영어 펜팔을 하면서 영어에 대한 흥미를 높이고 영어 실력도 높였듯이, 다양한 사이트와 게시판에 영어로 포스트(post)를 남기고 영어로 이메일을 주고 받으면서 그러한 의사소통의 즐거움을 만끽해야 합니다. 

영어를 못하면 마치 인생을 망칠 수도 있는 것처럼 자녀를 윽박질러서도 안 됩니다. 일단 그것은 사실이 아니며, 그런 정신 상태로 학습한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올 리도 없습니다. 자녀를 불안한 처지로 몰아넣고 협박하면 안 됩니다. 그런 불안한 심리는 실제로는 부모 자신에게서 유래한 것인데요, 학습을 강요함으로써 부모는 자신의 그런 불안함을 자녀에게 이입(移入)하게 되는 셈입니다.

설사 강요를 통해서 영어를 잘하게 되었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서 중요한 다른 인격적 요소를 희생시켰을 것임이 분명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성공에는, 그렇게 희생된 다른 많은 요소들이 더 결정적인 것임을 잊지 마세요.

※다음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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