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차 통역을 하는 통역사들은 대게 화자가 하는 말을 자기 나름의 방법으로 메모를 한다.
이를 노트 테이킹(note taking)이라고 한다. 물론 노트 테이킹을 하기는 하지만 이를 거의 활용
하지 않고 전적으로 자신의 탁월한 기억력에 의존해서 통역을 하는 통역사도 있다. 이런 통역사들은
집중력과 기억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말해서 순차통역을 할 때 노트 테이킹을
참고하는 정도나 빈도는 통역사의 그날그날의 컨디션이나 통역해야 할 주제에 따라 다르다.

통역을 하고 나면 많은 사람들이 "어쩌면 그렇게 속기를 잘 하냐?"고 묻고는 한다. 그러나 통역사들의 노트 테이킹은 속기사들의 '속기'와는 전혀 다르다. 속기란 소리를 받아 적는 것이다. 하지만 순간적
으로 분석종합능력을 요하는 통역과정에서 한 언어를 듣고 그것을 다른 언어로 바꿔 그 뜻을 표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통역을 하는 동안에는 그 정도의 물리적 시간조차도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통역사들의 노트 테이킹이란 화자 말을 분석하여 통역사 자신이 나중에 알아볼 수 있도록 간편한
기호나 축약된 약어를 사용하여 메모를 하는 것일 뿐이다. 통역과정은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 단계는 듣는 단계, 즉 내용을 이해하는 단계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는 뜻을 파악해서 기억
하는 단계, 즉 내용 전체를 분석하고 종합하는 단계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단계에서는 이렇게
자신의 머릿속에 분석, 종합된 내용을 청중들이 알아듣기 쉽도록 표현하는 단계이다. 즉, 커뮤니케이션 행위가 일어나는 단계인 것이다. 이렇게 통역과정을 세 단계로 나누어볼 때, 노트 테이킹은 통역
과정의 한 단계는 아니고, 그저 분석한 내용을 쉽게 기억하게 해주는 보조작업 정도라 할 수 있다.

통역사들의 노트 테이킹은 강연이나 강의를 자주 듣는 사람들, 또는 그 반대로 강연이나 회의 발표,
보고를 자주 해야 하는 사름들에게도 적잖은 도움이 된다. 그러므로 누구나 노트 테이킹에 대해 조금 맛을 보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발표 내용을 듣고 리포트 해야하는 사람들을 위해 효율적인 노트 테이킹률을 몇가지 살펴보도록 하자.

1. 발표 내용을 계속적으로 주의깊게 들어야 한다.
2. 연사가 말하는 단어를 일일이 받아 적지 말고 그 의미를 메모해야 한다.
3. 연사의 말을 집중해서 듣는 데 방해가 되지 않도록, 들었을 때 맨 처음 떠오르는 단어나
....기호를 적는다. 어느 언어로 기록하는 것이 좋다는 정해진 규칙은 없으므로 내용을 쉽게
....상기시킬 수 있는 것이면 어느 것이든 상관없다.
4. 노트 테이킹을 할 때에는 수평으로 하지 말고 되도록 수직으로 하여 내용의 흐름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기록한다. 한 아이디어에서 다른 아이디어로 내용이 바뀌면 횡선을
....그어 내용의 전환을 분명히 표시한다.
5. 내용의 뉘앙스를 잘 살려서 적도록 한다. 미묘한 뉘앙스를 모두 기억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므로 어떤 형태로든 표시를 해놓을 필요가 있다.
6. 자주 사용되는 단어는 기호나 약어로 표시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막상 통역할 때
....도움이 되기는.커녕 혼란만을 초래하는 '불가사의한 언어'를 만들어내지는 말아야 한다.
7. 열거되는 내용이나 고유명사, 숫자는 반드시 정확하게 받아 적어야 한다.

..* 노트 테이킹의 예로, 내가 자주 활용하는 기호들은 다음과 같다.

: 웃는 입 모양을 그린 것으로 만족을 표시한다.
  happy, satisfaction
: 화난 입 모양을 그린 것으로 불만이나 유감의 뜻을 나타낸다.
  unhappy, regret
: 빠르다
  rapid, fast
: 늦다
  slow
: 아이스크림을 그린 것으로 관심있는 상태를 표시한다.
  interesting
: ~부터
  from
: ~까지
  until, to
: 증가
  increase
: 감소
  decrease
: 교환, 교류
  exchange
: 기본, 바탕
  base, fundamental
: 일어나다. 발생하다
  happen
: 피하다
  avoid
: 이것은 '國' 자를 표시한 것으로 거의 전세계 공통으로 여러 모로
  유용하게 쓰인다. 유학시절에 이 기호를 알게 되었는데 유럽 통역사
  들은 이것이 한자에서 나온 표시인지도 모르면서 참 자주 사용했다.
: 화살표가 위로 올라가므로 선진국을 의미한다.
  industrialized / developed country
.............
: 화살표가 사선 방향으로 올라가 개도국을 의미한다.
  developing country
: 화살표가 밑으로 나려가므로 후진국을 의미한다.
  underdeveloped country
.............
: 나라에서 화살표가 밖으로 나가는 모양이므로 수출을 의미한다.
  exportation
...........
: 나라 안으로 화살표가 들어오므로 수입을 의미한다.
  importation
: 과거
  past
: 미래
  future
: 밑줄을 그은 것으로 강조할 때 사용한다.
  very, especially
: 협상 테이블을 표시하므로 협상을 표시한다.
  negotiation
: 차바퀴를 표시하므로 교통을 표시한다.
  transportation
: 우산을 표시하므로 보호를 표시한다.
  protection

..* 자주 언급되는 지역이나 나라 이름도 다음과 같이 간단히 표시할 수 있다.
: 유럽(Europe)의 E자를 옆으로 눕힌 모습.
: 동쪽에 - 표시를 했으므로 동부 유럽을 가리킴.
: 가운데에 - 표시를 했으므로 중부 유럽을 가리킴.
: 서쪽에 - 표시를 했으므로 서부 유럽을 가리킴.
: 미주 대륙의 모습이므로 미주를 가리킴.
: 미주 대륙 북쪽에 - 표시를 했으므로 북미를 가리킴.
: 미주 대륙 가운데에 - 표시를 했으므로 중미를 가리킴.
: 미주 대륙 남쪽에 - 표시를 했으므로 남미를 가리킴.
: 미국 the United States 를 가리킴.
: 일본 Japan
: 독일 Deutschland
: 프랑스 France
: 영국 Great Britain
: 스위스
: 알파, 즉 '시작'을 뜻한다.
: 오메가, 즉 '끝'을 뜻한다.


출처: http://www.choijungwha.com/index_main.h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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