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news.jejunu.ac.kr/news/articleView.html?idxno=4912


◈ 영어교육과 영문법의 중요성
[797호] 2008년 04월 03일 (목) 관리자 기자

   균형잡힌 영어교육은 올바른 영문법이 토대

새 정부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영어 공교육 강화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시발점으로 현재 그 구체적인 방안과 대책들이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그렇지만 그러한 처방이 영어 교육의 정상화에 이상적인 방안이 될지 다소 회의적이다. 필자는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곧 문법을 익히는 것”이기 때문에 듣기·말하기·읽기·쓰기 등 네 가지 언어능력을 배양할 수 있는 “균형잡힌 영어 교육은 올바른 문법관을 토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는 전제하에 이 글을 시작하고자 한다. 

고경환 (영어영문학과 교수)

                       진단과 처방

환자는 의사의 진찰을 받고,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을 복용한다. 그 약을 먹으면 병이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영어 교육과 관련지어 말하자면, 과거 6년 동안 중·고등학교에서 영어를 공부했지만 말 한 마디 못하는 병에 걸려 있다(환자)는 비난을 하면서, 그 원인이 ‘문법―번역식’ 교육 때문이라 하여(진단), 영어교육의 방향을 회화 위주로 전환하여(처방), ‘회화 중심’ 영어 교육이 시행되어 오고 있다(약의 복용).

필자는 ‘문법―번역식’ 교육이 이 나라의 영어 교육을 망친 주범이 아니라, 오히려 우리나라의 영어 교육과 관련된 큰 병폐는 문법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문법을 소홀히 하고 멀리 하려는 경향이라고 생각된다.

                           문법

문법이란 음성과 음성 패턴에 관한 지식, 단어의 구조와 형성에 관한 지식, 그리고 구와 구가 연결되어 문장을 만드는 ‘규칙들의 집합’이다. 이러한 규칙은 모국어 화자들의 뇌리에 무의식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지식이며, 그 지식은 곧 언어능력이다. 그러므로 언어능력이 있다, 언어지식을 갖고 있다고 하는 말은 대상 언어의 ‘문법’을 안다는 말이다. 결국 언어능력, 언어지식, 그리고 문법은 표현만 다를 뿐 같은 말이다.

문법은 음성, 형태, 의미, 그리고 구조 등 네 가지 부문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우리가 어떤 대상 언어를 안다는 것은 문법의 네 가지 부문을 모두 안다는 뜻이다.

음성적인 지식은 영어의 자음과 모음이라는 소리들이 갖는 물리적 특성과 관련된다. 그리고 이들 하나하나의 소리들이 결합하여 발음될 때 그것은 대개 일정한 규칙의 적용을 받아 변하게 된다. 즉, 어떤 소리가 탈락되기도 하고 다른 소리로 변하기도 한다. 이 이외에도 연음, 억양, 강세, 리듬 등을 습득하여야 한다.

타인의 말을 듣고 그에 따른 적절한 반응을 하려면 무엇보다도 먼저 그들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회화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려면 음성학적인 훈련이 그 어느 부분보다 더 절실히 필요하다.

문장은 단어들의 결합체이며, 문장을 이루는 요소인 단어들은 문맥 내용에 따라 적절한 형태를 취하게 된다. 예컨대 ‘He ___ in the garden now.’에서 밑줄 친 부분에 ‘work’의 적당한 형태를 넣는다면 당연히 ‘is working’이 된다. 또한 ‘The ___ girl is my elder sister.’에서 밑줄 친 부분에 ‘beauty’의 적절한 형태를 넣는다면 다음에 놓인 명사를 수식하는 형용사형 ‘beautiful’이 필요하다. 이처럼 특정한 문맥에 특정한 단어의 어떤 형태가 적절한 것인가에 익숙해야 한다.

의사전달 행위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의미이다.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곧 단어, 구, 또는 문장을 통해서 화자의 머릿속에 들어있는 생각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 전달하고자 하는 뜻은 대체로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이 갖는 구체적인 뜻이 모여 이루어지지만, 때로는 단어들의 결합체인 관용어구가 갖는 뜻으로도 나타난다.

문장이란 먼저 단어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의미있는 어구를 이루는가, 중립적인 상황에서 이러한 어구들이 어떻게 결합되어 의미있는 문장이 만들어지는가,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떤 문장 형태가 선택되는가를 알아야 한다. 이를 각각 단어문법, 문장문법, 담화문법이라고 하겠다.

우리가 단어를 안다고 하는 말은 그 단어의 철자와 발음, 뜻을 안다고 하는 데 그치지 않고, 보다 중요한 점은 그 단어가 문장 속에서 다른 단어들과 관련해서 어떻게 쓰이는가 하는 것이다. 이 점을 모르면 우리가 안다고 하는 그 단어를 문장 속에서 사용하여 전달하고자 하는 뜻을 올바르게 전달할 수 없다. 단어의 뜻과 발음 등은 알지만 그 용법을 모르면 그 단어를 사용할 수 없고, 따라서 머릿속에 오래 기억하는 것이 불가능하며, 그 단어를 능동적으로 사용할 수도 없다. 이러한 점은 생물학자 Lamarck가 주창한 ‘用不用說’에 비견된다.

문장문법 ― 이것이 바로 우리가 흔히 말하는 문법이라는 것이다. 지금 시중의 책들도 대체로 이러한 범주의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문법은 예컨대 문장을 만들 때 5형식은 어떻고, 두 개의 목적어가 있을 때 간접목적어와 직접목적어의 어순, 간접목적어의 이동과 전치사의 선택, 직접화법은 어떤 것이고 이를 간접화법으로 바꾸면 어떻게 된다, 수동태와 능동태는 어떻게 쓰이는가, 정관사의 용법 등 주로 문장 구성과 관련된 내용을 서술하고 있다. 그것은 우리가 전달하려는 생각과 다소 무관한 외형적인 표현에 불과하다. 즉, 상황의 차이에 따른 생각의 차이에 따라 표현 형식이 달라져야 한다는 점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담화(談話: discourse)란 하나의 주제에 대하여 둘 이상의 문장의 연속체를 사용하여 이루어지는 것이라고 하며, 이 경우에는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담은 어떤 표현 형식에 서로 대응하는 두 개의 문장이 있으면 그 중에 어느 하나만 그 상황에 적절한 문장이 된다. 단지 문장문법에 의한 문법 규칙에 맞는다고 하여 특정한 전후 문맥에 관계없이 자연스러운 문장이라고 할 수 없다. 특히 보고서, 논문 등을 쓸 때는 문장문법에 맞아야 할 뿐만 아니라, 담화문법에 일치해야 한다.

                        끝맺으면서

지금까지 필자는 “언어를 배우는 것은 곧 그 언어의 문법을 배우는 것”이라는 전제하에 문법의 내용을 대충 피력했다. 과연 이상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문법의 갖가지 부문에 초점을 맞춰 중 · 고등학교에서 6년 동안 영어 교육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 한마디도 제대로 못하는 결과를 초래했는가 하고 반문하면서 이 글을 맺고자 한다.

최근 학원수강이나 해외연수 등을 통해 회화를 잘하는 학생들이 많아졌으나, 학생들이 사용하는 표현과 문장을 보면 문법이 제대로 돼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영어를 더욱 잘 하려면 영문법을 체계적으로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사진은 외국어교육관 어학자습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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