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도사」 5인의 핵심 충고]


-민병철-

『우리 것에 자신감을 가져야 영어에도 자신감을 갖는다』 ;
관심 분야의 1000개 영어 표현을 발췌해 집중 반복 훈련하라

미국 노던 일리노이大 교육학 석박사, MBC 생활영어- KBS 올림픽 영어- EBS 토익 프로그램 진행. (주) BCM 미디어 회장, 민병철어학교육 연구소 이사장, 저서 「민병철 생활영어」 「어글리 코리안, 어글리 아메리칸」 등 다수.


새 표현은 200번 이상 반복 연습


우리는 지금 영어로 말하기, 그 자체만을 배우기 위해 굳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는 最適의 언어 습득 환경에 살고 있다. 어학교재, 어학방송, 인터넷 영어학습 프로그램, 영어 교육 기관 등 그야말로 본인이 하려고 마음만 먹는다면 한국에서 최소의 경비로 영어를 얼마든지 유창하게 배울 수 있는 것이다.

즉흥적인 실용영어 대화 능력을 평가하는 전국 생활영어 경시대회의 大賞 수상자인 장영윤씨는 영어권 국가라고는 한 번도 가본 적도 없는 평범한 직장 여성으로 외국에 다녀온 경험이 있는 출전자들을 물리치고 당당히 大賞을 받았는데, 바로 이러한 언어 습득 환경을 십분 활용한 케이스라고 하겠다. 그녀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주로 어학교재, 영화, 영어 방송 등을 활용했는데, 새로운 표현은 200~300번씩 반복하여 실제로 소리내어 집중 연습함으로써 실용영어를 습득했다고 한다.

자연접근법(Natural Approach)을 주창하는 크라센(Krashen)과 같은 언어학자들은 외국어를 유창하게 하기 위해서는 학습(Learning)이 아닌 일상 생활 속에서 저절로 습득(Acquisition)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은 늘상 영어를 접하는 영어권 국가에 살면서 영어를 배우는 ESL(English as a Second Language)적인 환경에서나 가능한 것이지, 한국처럼 영어가 외국어인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이론이다. 한국어만이 통용되는 「한국언어 환경」에서 어떻게 영어로만 듣고 말하며, 영어로 사고하고, 영어 원어민처럼 과장된 제스처를 쓸 수 있겠는가?

더구나 촘스키(Chomsky)의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태어난다는 언어습득장치 (Language Acquisition Device) 기능이 점차 소멸되는, 언어습득의 환갑 나이인 12, 13세를 넘긴 한국인들에게 있어서, 그것도 우리말과 언어구조가 전혀 다른 영어를 익히는 데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터득하라고 주장하는 것은 너무나도 英美人(영미인) 중심적 발상으로 한국인의 언어 환경을 전혀 도외시한 무리한 요구라 아니할 수 없다.

또한 이들은 반복 훈련(Repetition drill)을 강조하는 기존의 Audio Lingual 학습법이 효과적이지 못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영어가 외국어인 사람들에게 있어서의 언어습득은 역시 모방 (Mimicry)과 반복으로부터 시작된다. 일본인으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도쿄의 Kogakuin 대학의 외국어 학과장인 히데오 다케무라 교수는 『The best way to learn a foreign language is to imitate』 (영어습득의 비결은 모방이다)라고 영어 습득의 첩경을 말하고 있다.

이는 비단 다케무라 교수뿐 아니라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세계의 영어 학습자들(ESL·EFL learners), 그리고 영어를 잘하는 대부분 한국인들의 경험을 통한 영어 습득법이라는 것을 참고로 하면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우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데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학습 動機가 있으면 빨리 배운다


필자가 오랫동안 현장 교육 경험을 통해 터득한, 실용영어를 효과적으로 습득하는 방법에 대한 결론은 첫째, 자신과 직결된 관심분야를 먼저 공략하고, 그 다음부터는 그 대화의 영역을 점차 넓혀 가는 것이다. 필자가 주창하는 「動機유발 학습이론」은 「외국어 습득의 속도는 학습자의 학습동기와 정비례한다(A direct correlation exists between the motivation of the learner and the rate at which he learns a foreign language)」는 것으로서 다시 말해 본인과 연결된 관심분야일수록 훨씬 빠르게 어학을 습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영어회화 면접 시험을 며칠 앞둔 구직자, 다음날 외국인 바이어(Buyer)와의 제품 판매 상담을 하기 위해 전날밤 하고 싶은 말을 반복해서 외우고 있는 무역회사의 판매원, 그리고 모든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기로 결정한 회사에서 회의를 준비하는 직원들 등이 저마다 이러한 동기(Motivation)를 통해 급격한 영어회화의 실력 향상을 보게 된다.

둘째,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기본영양(칼로리)이 필요하듯이 목표 외국어(Target Foreign Language)를 배울 때에도 그 언어를 구사하기 위해서는 해당 언어습득에 필요한 언어 기본량(Minimum quantity for acquiring language)을 익혀야 한다.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에 영어를 많이 배웠다고 생각하지만 따져보면 중학교 때 45분씩 週 4회, 고등학교 때 50분씩 평균 週 6회로 연간 34주 수업일을 계산해보면 6년 동안 영어를 배운 시간은 모두 약 816시간으로 고작 34일 정도에 해당된다. 그러니까 중고등학교 시절에 영어공부를 많이 한 것 같지만 막상 영어를 배운 시간은 고작 한달 남짓인 셈이다. 그나마 이는 入試위주의 문법중심 학습이었기에 외국인과 통하는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실용회화 학습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즉, 우리가 그 동안 영어학습을 해왔지만 외국인과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이 언어의 기본량을 충족시키지 못한 결과인데 이는 박진길 박사(중앙대 교수)의 언어 최소량 (Minimum Amount of Language)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언어학습의 연구에 따르면 이 「언어최소량」은 약 1000개의 표현·문장에 해당되는데, 본인과 가장 밀접한 관심분야의 약 1000개의 표본 표현들을 발췌하여 집중 반복 훈련을 한다면 영어학습의 효과는 극대화될 것이다.


들으면서 동시에 말하는 연습


셋째, 영어회화 연습을 할 때에는 듣지만 말고 반드시 말하는 연습을 하라는 것이다. 듣기와 말하기의 반복학습은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데도, 다수를 동시에 평가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에 실시되고 있는 지금까지의 듣기 시험중심 교육에만 길들여진 대부분의 영어 학습자들은 듣기학습에만 열을 올리지 막상 커뮤니케이션의 핵(A core component of communication)인 말하기 능력을 기르는 학습에는 소홀하면서도 외국인과 대화가 되지 않는다고 한탄한다.

실제로 토익 토플의 듣기(Listening)의 고득점자가 막상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상과, 미국에서 거주한 지 10년이 넘는 교포가 미국인의 말은 거의 알아듣는데도 실제로 말이 잘 안되는 현실은 바로 이를 반증해주고 있다.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 「듣는 만큼 말할 수는 없지만, 말하는 것 이상 들을 수 있다」는 원칙을 기억하고 소리내어 말하는 훈련을 쌓는 것이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필자의 경험으로 터득한 오디오 테이프(Audio Tape)를 활용한 영어회화 학습법을 소개한다. 1단계는 듣기 (Listening)로, 먼저 5회 반복하여 오디오 테이프의 내용을 면밀히 듣는다. 2단계는 따라 하기(Repeating), 原語民의 발음을 듣고 10회 정도 따라 한다. 3단계는 동시에 말하기(Simultaneous Speaking), 즉 듣기와 동시에 말하기로 원어민의 녹음소리와 동시에 말하기를 10회 가량 반복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녹음기에서 나오는 원어민 소리의 볼륨이 반드시 학습자의 따라 하는 소리보다 커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본인의 잘못을 수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 4단계는 대화하기 (Conversing)로, 원어민과의 체험 대화를 하거나 이것이 여의치 않는 경우는 영어회화 동아리를 만들어 배운 내용의 대화 연습을 통해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든다. 1~3단계의 사이클을 10회만 반복해보라. 특히 테이프 상의 원어민과 동시에 말하는 SS학습법(Simultaneous Speaking)으로 집중 훈련해보면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특히 이 SS 학습법은 필자가 영어를 배울 때 사용했던 방법으로 영어를 배우는데 획기적인 방법이다. 영어회화가 어느 정도 유창해지면 외국방송을 청취하면서 동시에 말하는 연습에 들어가는데, 그 이전 단계로 우리말 뉴스나 드라마를 들으면서 실제로 소리내어 동시에 따라 말해 본다.

뉴스나 드라마인 경우는 전혀 처음 듣는 내용이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보다는 따라 하는 속도가 약간 뒤처지게 되지만 이런 훈련을 쌓다 보면 발음뿐 아니라 억양까지 흡수할 수 있게 되어 특히, 심한 사투리를 교정하고자 하는 학습자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언어 습득 훈련법이다. 이 우리말 동시 말하기 훈련이 끝난 다음단계로 영어방송을 듣고 영어 동시 말하기를 똑같은 방법으로 훈련한다. 이 원어민 동시 말하기 훈련은 비단 영어학습뿐 아니라 어떤 언어학습에도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영어 도사」 5인의 핵심 충고-신정원; 발음을 들은 그대로 모방하며 반복연습하라;

辛 貞 媛 명지전문대 교수

미국 네브래스카大 수학 석사, 미국 리하이大 기계공학 박사, 前 EBS 영어회화 진행. 前 이화여대 언어교육원 강사, 저서 「액션 잉글리쉬」 등.

直譯 습관은 금물


A:우리나라에 온 지 그다지 오래 되지않은 외국인이 우리말을 곧잘 하는 것을 보고 위와 같은 생각이 든 적이 있을 것이다. 어떻게 하여 외국인들은 짧은 시간 내에 우리말을 잘할 수 있는가를 생각해본다면 「나는 어떻게 하면 영어를 잘할 수 있을까」의 답에 도달하는 길이 있다>

미국인이 우리말을 하는 것을 보자. 예를 들어 『비빔밥으로 주세요』라는 말을 하려고 할 때, 그는 먼저 『I’d like the bibimbab』을 생각한 후 『What’s I’d like in Korean?』 (「I’d like」가 한국말로 뭐지?)이라는 질문을 하지 않는다. 그는 『How do Koreans say I’d like the bibimbab?』 (I’d like the bibimbab을 한국사람들은 뭐라고 하더라?)라는 질문을 한다.

그런데 우리는 어떠한가. 『스테이크로 주세요』를 말하고자 할 때 「주세요」가 영어로 뭐지? 그건 「Give me」이니까 『Give me steak』이겠다는 식으로 생각하고 말한다(『Give me 무엇』은 『무엇을 이리 줘』라는 반말 어투이다. 위에서처럼 『I’d like 무엇』이라 해야 한다). 다시 말하자면, 하고자 하는 말을 한 단어씩 直譯(직역)하려 할 때 문제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말을 번역하려 들지 말고 우리말에 상응하는 표현을 찾아야 한다. 그들이 생각하는 대로 영어를 생각해야 한다. 영어로 생각하라는 거다. 우리가 「(약을) 먹는다」라고 한다 하여 「eat」를 써선 안되며, 원어민의 어휘인 「take」를 써야 한다. 누가 문을 두드릴 때 우리가 「나가요」한다 하여 『I’m going』이라 하면 틀리다는 것이며, 그들은 『나와요』인 『I’m coming』을 쓴다는 것이다.

나의 意思(의사) 또는 나의 말의 의미를 묘사하는 영어표현을 찾아야지 말 그대로를 옮기는 표현을 써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흔히 하는 농담에, 『좀 봐주세요』를 『Please look at me』라고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말을 글자 그대로 옮길 때 소위 이런 「콩글리시」라는 것이 생기게 된다.『걔 정말 안됐다』라는 말을 할 때 「안됐다」가 영어로 뭐지라고 할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 그들은 어떤 식의 말로서 동정을 표현하는가를 생각해야 한다(『I feel so sorry for her』이다).

異性(이성)에게 접근할 때 하는 말인 『커피나 한 잔 하실까요?』를 글자 그대로 말하지 않고, 그런 경우 원어민들은 어떤 말로 異性에게 접근하나를 알아야 한다(「pickup line」이라고 불리는 이런 표현들은 상당히 많은데 『Haven’t we met before?』 『Haven’t I seen you somewhere before?』 등이 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게 하는 말들이 있다. 『어느 나라 사람인가』 또는 『어느 나라에서 왔는가』를 물을 때 두말 없이 『Where are you from?』이라 하지 않는가. 이때는 우리가 「어느 나라」를 英譯(영역)하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을 눈여겨본다면 알 수 있을 것이다.


文法은 회화의 材木이다



A:집을 지을 때 뼈대 없이는 불가능하다. 영어문장을 짓는 데도 뼈대가 있어야 한다. 영어의 뼈대는 구성형식을 말하며, 그의 기본뼈대는 主語(주어)와 動詞(동사)다. 주어, 동사 없이는 문장이 될 수 없다. 그런데 우리는 그것쯤은 벌써 알고 있었다. 중학교 때 배운 문법의 「1형식」이 아닌가. 언어의 구조를 말해주는 文法은 會話의 材木(재목)이다. 그 材木이 무엇인지는 알았지만 적절히 사용할 줄 몰랐으니 회화의 집을 짓지 못하는 것이 문제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우리의 영어교육은 材木이 이런 것이 있다는 것을 보여만 주고 그것을 가지고 집을 짓는 방법을 가르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문법을 문법만으로 가르치고는 회화에 활용시켜 주지를 못했다>

그러면 어떻게 문장을 만들 수 있는지 예를 들어 살피자. 『내일 3시에 ABC 커피숍에서 만났으면 해요』를 영어로 해보자. 첫번째 할 것이 바로 主語, 動詞가 무엇인가 생각해내야 하는 것인데, 그 전에 먼저 염두에 두어야 하는 「주요사항 1번」이 있다. 우리말은 主語 없이도 한다는 거다. 그러니 主語를 찾아내야 한다. 앞의 문장의 主語가 「나」라는 것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지만, 항상 그렇지만은 않다. 예를 들어 우리가 『이사 가신다면서요』라는 말을 할 때는 主語가 무엇일까. 여기서 主語는 이사 가는 상대인 「you」가 아니다. 앞의 문장은 실제로 『내가 당신이 이사 간다는 말을 들었다』이니 「I」가 主語인 것이다.

그러면 앞의 문장에서 動詞는 무엇인가. 「~(했으면) 한다」가 動詞이다. 이 말은 영어로 무엇인가. 「~(했으면) 한다」는 「~(하기를) 바란다」 「원한다」를 말하고 있다. 여기에 「주요사항 2번」이 있다. 즉, 자연스런 우리말 動詞를 그 말의 기본되는 동사 표현으로 바꾸어야 하는 것이다. 『이사 가신다면서요』에서는 동사가 「이사 가다」가 아니다. 위에서 말했듯이 이 문장은 『이사 간다는 말을 내가 들었다』이니, 동사는 「~를 듣다」인 「hear」이다. 이 경우에서처럼 문장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표현된 우리말 문장이 실제로는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기본되는 문장을 살펴야 정확한 동사를 찾을 수 있다.

「바라다」 「원하다」는 「want」이니, 「I want~」라는 기초 틀이 잡혔다. 이제 나머지는 다음과 같이 생각을 해야 한다.


존대말과 時制에 주의


I want~(나는 원한다)/무엇을? 만나기를. I want to meet~(나는 만나기를 원한다)/누구를? 당신을. I want to meet you~(나는 당신을 만나기를 원한다)/언제? 내일 3시에. I want to meet you at 3 tomorrow~(나는 당신을 내일 3시에 만나기를 원한다)/어디에서? ABC 커피숍에서. I want to meet you at 3 tomorrow at the ABC coffee shop.

『이사 가신다면서요』는 『나는 들었다-무엇을?-당신이 이사 간다는 것을』로 생각하여 『I heard that you’re moving』으로 말한다.

우리말을 영어로 옮길 때 기억해두어야 하는 「주요사항 3번」을 보자. 영어에도 존대말과 반말 어투가 있으니 가려 써야 한다는 것인데, 위의 문장을 손윗사람에게 쓸 때는 반말 투인 「I want~」 대신 좀더 공손한 「I’d like~」로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말이다. 몇 가지 다른 예들을 보면, 상대의 이름을 묻는다고 하여 『What’s your name?』이라고 하면 『이름이 뭐예요?』가 된다. 고객이나 윗사람에게 하는 우리말 존대말인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는 『May I have your name, please?』이다. 전화상에서 잠깐 기다리라는 말을 할 때 『Wait a minute』이라 하면 그야말로 『잠깐 기다려』가 돼 『One moment, please』라고 해야 정중하게 기다려 달라는 표현이 된다. 「~하는 것이 좋을 거예요」의 뜻인 「You’d better~」도 윗사람에게는 삼가야 하는 표현이다.

「주요사항 4번」은 시제의 쓰임새이다. 시제는 학습자들에게 숙어, 관용어구만큼 인기(?)가 없는데, 아무리 멋진 단어나 표현들을 골라 썼다 해도 시제가 정확하지 않다면, 죄송한 말씀이지만 「무식」해 보일 뿐 아니라 올바른 의사전달이 어렵다. 『ABC 회사에서 일하신 지가 얼마나 되셨습니까?』를 묻는데, 『How long have you been working for ABC company?』가 아니라 『How long are you working for ABC company?』 (얼마나 오래 ABC 회사에서 일하세요?)라고 한다면 무슨 말을 하는지 상대는 의아해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알아야 하는 것은 대단히 복잡한 이름인 「현재완료진행형」이 「have been~ing」의 형태임을 아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시제가 어떠한 상황에 쓰이며, 또 그 상황이 자연스런 우리말로는 어떻게 표현되는가를 알아야 한다. 즉, 이전 어느 시점부터 무엇을 시작해 지금까지 해온 그 일에 대해 말하는, 「~한 지가 (얼마) 된다」 또는 「~하고 있었다」라는 우리말의 영어표현이 「have been~ing」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랬을 때 『오래 기다리셨어요? (미안해요)』를 『Have you been waiting long?』, 『(괜찮아요.) 이 책 읽고 있었어요』를 『I have been reading this book』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당신 오늘 뭐했어?』인 『What have you been doing today?』, 좀더 긴 문장인 『그분한테 지금 이틀이나 연락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는 『I have been trying to reach him for two days now』까지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live」와 「leave」



A:좋은 발음이란 미국사람같이, 또는 영국사람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정확한 발음을 하는 것이다. 『I am going to write a letter to the International Company』를 말한다 하자. 이 문장을 『아임 고나 롸이러 래러 투 디이너내쇼널 캄파니』라고 미국사람 비슷하게 발음을 했다고 해서 꼭 잘한 발음이 아니라는 거다>

그렇다면 정확한 발음을 한다는 것은 무얼 말하는가.

실험을 하나만 해보자. 「live」 와 「leave」 를 발음해 보라. 한 번만 더 읽어 보라. 소리가 같은가, 다른가. 우리에게는 이 둘은 비슷하게 보인다. 그래서 비슷하게 발음한다. 그러나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는 이 둘은 완전히 다른 단어들이다. 하나는 「살다」이고, 또 하나는 「떠나다」인데 어찌 같을 수가 있는가. 뜻이 전혀 다른 이 단어들의 발음은 당연히 달라야 한다. 그렇지 않고는 『I don’t want to leave(나 떠나고 싶지 않아)』를 말하려고 하는데 『I don’t want to live(나 살고 싶지 않아)』라고 말이 돼 나오는 것이다. 정확한 발음(accuracy)을 하려고 노력한다면 유창한 발음(fluency)은 따라올 것이며, 『I’m gonna write a letter to the International Company』도 정말 원어민 같은 발음으로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언어는 모방이다.

모든 동물들은 부모를 보고 따라 한다. 인간의 자식이 그 부모의 소리를 모방하는 데서 인간이 언어를 배우게 되는 것이다. 경상도의 어린아이들은 부모가 하는 억양 그대로 『우얄끼고마』라고 한다. 전라도의 아이들이 『싸게 싸게 오더라고 잉』이라고 말할 때 보면 부모의 말투 그대로다.

미션어리(Missionary)로 이 땅에 와 한국에서 3세대째 살고 있는 미국인을 알고 있다. 그는 고향(?)이 전라도인지라 한국말을 할 때 보면 완전 전라도 사람이다. 경상도 사투리로 한국말을 하는 어느 미국인은 이미 알려져 있다. 이들은 우리말을 배울 때 귀에 들어오는 대로 따라 반복했던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영어를 배울 때 자신이 들은 그대로 반복하는 사람은 드물다. 완벽한 모방으로 강세, 리듬 등 억양을 「복사」해내야 하는데, 단어들을 나열해 읽는 정도다. 발음을 잘 하려면 교실에서 또는 카세트테이프에서 들은 그대로 완벽하게 복사하여 반복해주라. 그렇게 계속할 때 그들의 억양이 입에 배게 될 것이다. 외국어를 단시일 내에 잘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좋은 학습방법을 통해 꾸준히 자신을 그 언어에 노출시킬 때 분명히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영어 도사」 5인의 핵심 충고-오성식; 우리 것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영어를 내려다보면 쉬워진다 ;


吳 成 植

방송인·오성식영어연구원장



한국외국어大 포르투갈어, 미국 미시간주립大 석사, KBS 라디오 굿모닝 팝스 진행, EBS TV 중학영어 진행, 저서 「오성식 팝스잉글리시」 「영어로 세계일주」 등 다수.




말하는 英語는 결코 어려운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언어의 기능을 크게 네 가지로 구분한다.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가 바로 그것인데, 이 중에서도 말하기, 즉 보통 영어회화라고 하는 부분을 가장 어려운 언어의 기능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사실 모든 언어의 정상적인 습득 과정을 살펴보면 듣기가 가장 우선하는 과정이고 이어서 말하기, 읽기, 쓰기 과정을 거치는 것이다. 우리가 母國語(모국어)를 익힌 과정을 더듬어 본다면 쉽게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우리의 뇌에는 흔히 LAD(Language Acquisition Device·언어습득장치)라는 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은 태어날 때부터 작동하기 시작하여 사춘기가 되면 그 기능이 거의 정지한다는 게 언어학계의 정설이다. 이 LAD기능이 왕성한 시절 아기들은 끊임없이 자신만의 말을 만들어 봄으로써 점점 정확한 언어표현을 완성해 가는 것이다. 이렇듯 母國語의 경우 아이들은 글을 이해하기 전에 이미 대부분의 말을 이해하고 또 표현할 줄도 알게 된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영어회화를 하는 데 그토록 어려움을 겪는 것일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가 그동안 영어를 배워왔던 과정이 모국어를 익혔던 과정과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가 영어를 배워왔던 과정을 되돌아 보자. 우리는 처음 영어를 접하면서 영어의 글자인 알파벳부터 배웠고, 이어서 문장의 5형식이라는 다소 어리둥절한 영문법부터 시작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에는 우리는 영문법의 大家(대가)들이었고, 영어 단어의 도사들이었으며, 해석의 천재들이었다. 따라서 글로 익힌 영어였기에 글은 편안했고 쉬웠지만 말하는 영어는 한없이 어려웠던 것이다.

반대의 경우를 살펴보자. 필자가 다녔던 미국의 미시간주립대학교 어학원에서 실제 목격한 일이다. 이 학교 어학원에는 세계 각국에서 영어를 배우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몰려든다. 문법과정, 영작문 과정, 듣기과정, 회화과정으로 이루어진 이 어학원에는 출신 국가에 따라 학생들의 분포가 눈에 띄게 다르다. 회화과정에는 한국과 일본 학생들이 절대다수를 차지하고 있고, 반면 문법 과정에는 中東(중동)이나 南美(남미) 지역 학생들이 많다. 어렸을 때부터 학교 영어 수업이 말하기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는 中東 국가의 학생들은 문법은 다소 서툴러도 말만큼은 기가 막히게 한다. 우리는 그 반대의 경우이다. 그러나 여기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 말하는 영어에 투자했던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지 능력이 모자라 그런 게 아니라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文化에 대한 자부심을 가져라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영어회화를 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자.

먼저 언어는 문화의 한 단면임을 이해해야 한다. 문화의 속성은 다분히 심리적인 것이어서 우리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크면 클수록 외국문화를 받아들이기가 쉬워진다. 일전에 소말리아에 우리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국군을 派兵(파병)한 일이 있다. 당시 저녁 9시 뉴스에서 한 사병이 파병되기 전 약 한 달간 현지 언어를 공부했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의 각오를 소말리아어(?)로 또렷하게 얘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한 달간 공부한 외국어로 그렇게 자신 있게 자신의 소신을 말하는 배짱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먼저 이 군인은 소말리아어를 좀 못해도 크게 부끄러울 것이 없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나아가 대한민국에 내가 뭐라고 한 들 알아들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느냐는 식의 당당함도 있었을 것이다. 외국어 학습에 있어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은 이래서 중요하다. 우리가 영어 배우기가 어려운 것처럼 미국인도 우리말 배우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그런데 실제 미국인이 우리말을 익히는 속도가 빠르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또 외국어대 학생들의 경우 아랍어나 아프리카, 베트남어 등 특수외국어를 전공하는 학생일수록 그 습득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어떤 문화권의 말을 배우든지 우리가 기죽어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영어를 못하는 것이 부끄러움의 대상이 아니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영어를 포함한 모든 외국어는 그 외국어를 사용하여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하나의 도구 내지는 수단에 불과하다. 어떤 경우에도 우리는 이 수단에 정신적 노예가 되어서는 안 된다. 서양사람들은 그들에게 익숙한 포크로 라면을 똘똘 말아 절묘하게 잘도 먹는다. 그런데 우리는 왜 숟가락과 젓가락을 사용하여 스테이크를 먹을 용기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 숟가락이나 포크는 음식을 먹기 위한 수단에 불과한 것인데 우리는 수단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먹은 음식의 맛을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적 포로가 되고 마는 것이다. 서양의 스파게티도 우리에게 익숙한 젓가락으로 먹는 것이 훨씬 수월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서툰 포크 질로 음식 맛까지 망친다면 한번쯤 再考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필자는 지금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다. 미국 땅이라고는 석사학위를 받는 과정에서 1년 3개월 동안 학교와 도서관, 기숙사를 오가며 밟아 본 것이 고작이기에 필자의 영어 구사능력은 우리나라 땅에서 완성됐다 해야 할 것이고, 그러기에 필자의 영어도 한계가 있음을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영어를 배우는 과정에서 영어 이상의 것을 배운 것이 있다면 그것은 「나는 내 멋에 살겠다」는 적당한 배짱이 아닐까 싶다. 이젠 더 이상 「완벽한 영어」에 대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영어 잘하는 사람을 보면 부럽다느니, 존경스럽다느니 하는 과찬들은 피아노를 잘 치는 사람에게 보내는 찬사나 태권도를 잘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찬사와 다를 바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남의 말 좀 잘한다고 해서 그게 사회적인 대접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자기보다 못한 클라스에 들어가라


우리 문화에 대한 자부심으로 무장하고 외국어가 의사소통의 도구에 불과하다는 자신감으로 정신무장이 끝났다면, 남은 것은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는 일이다. 확실한 목표 없이 단지 지금은 국제화시대니까 하는 식의 막연한 생각으로는 절대 영어를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없다. 예컨대, 어느 미국인과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긴박한 상황에 접해 있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얼마 지나지 않아 유창한 영어를 구사할 수 있을 것이다.

목표를 설정할 때 막연한 목표보다는 작은 목표라도 현실적이고 실천 가능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주변의 친구나 동료들과 일정시간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을 마련한다든지, 인터넷을 통해 외국 친구와 규칙적으로 대화를 나누는 계획을 세워본다든지, 외국인 선교사와의 규칙적인 만남을 가져본다든지, 이것도 저것도 쉽지 않을 때는 영어 학원에 등록하여 규칙적으로 영어로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이 작은 목표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영어 학원에 등록할 경우 가급적 본인보다 못한 클라스에 들어가라고 권하고 싶다. 왜냐하면 자신보다 나은 반에 들어가서 기죽어 가며 공부할 경우 심리적으로 위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클라스에서 대부분의 경우 영어로 말할 때 알면서도 틀리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그간 연습이 충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결과이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영어를 연습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따라서 어떤 경우라도 기죽을 상황에 자신을 몰아넣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일이다.

세상사 모두가 그렇듯이 재미있어야 오래 할 수 있고, 오래 하다 보면 어느새 원하든 원치 않든 그 결과는 나오게 마련이다. 뚱뚱한 사람들은 본인의 체질이 물만 먹어도 살이 찐다고 말하고, 마른 사람은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투덜댄다. 살이 찐 사람들은 대체로 먹는 것의 즐거움을 알고 배가 고파지면 새로운 먹는 것의 즐거움을 찾는 것에 반해, 마른 사람들은 먹는 것의 즐거움 대신 알약 하나로 한 달을 버틸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뭐든지 즐기지 아니하고 살찌우는 방법은 없다. 이제 영어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공부라는 딱딱한 굴레를 벗어 던지고 영어를 놀이로 삼아 즐기는 기회를 가져보자. 나이지리아의 민속음악을 즐기는 자세로 팝송도 따라 불러보고, 콩고 미남과 데이트하는 기분으로 미국인과의 사귐을 가져보기도 하자. 좋아하는 액세서리를 주워 모으는 기분으로 영어단어를 챙겨보고, 프로야구의 승률을 계산하는 여유로운 자세로 영문법을 탐색해 보자. 어떤 경우에도 이런 모든 과정이 피동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능동적이어야 하고 주체적이어야 한다. 영어가 생활화되었을 때 비로소 유창한 영어를 하게 된다는 느긋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다.


「영어 도사」 5인의 핵심 충고-이익훈; 녹음하여 들려주고 읽히는 것이 최상;


李 益 薰 이익훈어학원 원장



연세대 지질학과, 미국 웨스트코스트大 환경공학 석사, 조선일보 TEPS 교재 집필위원, 월간 「AP 5분뉴스」 발행-편집인, 저서「KBS 이익훈 토익」(전 3권), 「이익훈의 테마 영어」 등 다수.




英語와 함께 하려는 마음


토플(TOEFL)은 쉬운 말로 「미국 유학 시험」, 토익(TOEIC)은 「취직 또는 승진 시험」, 텝스(TEPS)는 「토플과 토익의 단점들을 보완한 시험」이라고 필자는 표현한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토플, 토익, 텝스를 直講(직강)해오면서 귀가 따갑도록 많이 들어온 질문은, 『어떻게 하면 영어 공부를 잘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남녀 노소를 불문하고 말이다. 이같은 질문은 들려야 입이 떨어지고, 들으려 한 量만큼만 들리게 되는 자연의 법칙을 잊고 하는 질문이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17년간에 걸친 토플, 토익 테스트 강의를 해오면서 느꼈던 에피소드 10가지를 간추려 본다. 이들 10가지는 바로 영어 시험의 요령이자 학습 방법이 될 것이다.

① 영어 천재의 이야기이다. 한 영어 천재 앞에 두꺼운 英英 백과 사전을 갖다놓고 이색적인 퀴즈쇼가 열렸다. 그가 못 맞추면 벌금으로 문제당 만원을 내고, 맞추게 되면 출제자가 100원짜리 동전을 지불하게 되었다. 결국, 출제된 10문제를 통해, 출제자가 10만원을 번 것이 아니라 100원짜리 동전 10개만 날리게 되었다.

그리고 1964년 음력 설날, 고교 친구들이 몰려다니며 세배를 다닐 때 벌어진 일. 당시 친구 아버님께 내가 던진 질문은, 가장 힘들다고 생각되었던 「zither」란 단어였다. 친구 아버님께서는 즉석에서 「zither」란 「zitter」로도 쓸 수 있다며 백지에 거문고 비슷한 현악기를 그리시고는, 100원짜리 동전을 달라고 손을 내미시며 나를 조롱하셨다.

② 「왕따」 카투사가 특권을 누린다는 것. 필자가 카투사로 군복무할 당시, 외출이라고는 거의 하지 않았다. 남아도는 시간을 외출로 만끽하는 동료들과는 달리, 나는 부대 막사에 파묻혔다. 온갖 구설수와 오해도 따랐지만, 군부대 시설을 이용하기에 열중했고, 남는 시간을 가급적 GI(미군)들과 보내기를 자청했다. 끝내 나는 왕따를 당해 GI 막사의 「나홀로 카투사」가 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 덕분에, 부대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빠짐없이 즐겼고, 공작실에서 가능한 모든 기술을 배우게 되었다.

③ 영어의 생활화이다. 미국 유학 시절 교회에는 한번도 나가지 않았지만, 일요일이면 아파트에서 TV로 영어 설교를 하루종일 시청했다. 고교 동창회, 대학 동창회는 관심도 없었다. 가급적 한국 사람은 멀리 하고, 미국 AM, 미국 FM, 미국 TV 방송만은 놓치지 않으려 했다. 나는 영어와 항상 함께 살려고 했다.

④ 신문은 곧 독해라는 것. 필자는 미국 생활 8년 동안 하루 일과를 LA 타임스 신문 읽기로 시작했다. 시사 주간지 타임과 뉴스위크도 정기 구독했음은 물론이다. 바쁘면 제목들만이라도 읽어야 안심이 될 정도였다. 스포츠 섹션은 필수였고, 연예란은 심심풀이였지만, 경제란만은 제목조차 싫어서 마지못해 읽었다. 내게 있어서 이들 매체들은 나의 速讀 훈련에 지대한 효과를 주었다.

⑤ 자투리 시간을 활용하라는 것이다. 사전에 「janitor」는 「수위」 또는 「문지기」로 나와 있다. 그러나 미국에서는 「밤에 일하는 건물 청소부」로 통하고 있다. 학창 시절, 나는 2년씩이나 janitor 일을 했다. 24시간 라디오 뉴스 채널이 있었는데, 매 30분마다 국내외 뉴스가 다양한 표현으로 전달되는 멋진 영어에 매료된 것이다. 힘 안 들이고 청소하며 용돈도 벌고 영어 청취도 하는 一擧兩得(일거양득). 특히 야구나 미식축구 중계는 피로 회복제가 되기도 했다. 영어 청취 비결의 하나는, 듣고 싶은 내용을 지속적으로 듣는 것과 자투리 시간을 100% 활용하라는 것이다.

⑥ 소수 민족은 별로라는 것이다. 아랍 계통, 동양 계통, 남미 계통을 미국에서는 소수 민족이라고 한다. 이들과 영어 대화를 할 때 끈끈한 우정을 느끼게 된다. 거의 100% 알아듣고, 100% 제대로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토록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갑자기 미국인이 등장하면 혀 꼬부라진 발음 때문에 눈앞이 캄캄해진다. 필자의 영어 능력이 그 소수 민족 사람들과 같은 수준의 영어이다 보니 그들과는 통하는데 미국인과는 통하지 않았던 것이다. 서로가 모르는 단어는 쓰지 않으니 100% 이해와 돈독한 우정이 싹틀 수밖에 없다. 그 이후로는 소수 민족 친구들도 되도록 멀리하게 되었다.


토플엔 받아쓰기가 효과적


⑦ 녹음기가 부서지도록 들어보라는 것이다. 1983년 당시만 해도 녹음기가 무척 귀했다. 형으로부터 녹음기를 빌려 학원 강의용으로 사용했다. 6개월 만에 고물상에 팔게 되었지만, 생활 영어 회화건, Vocabulary 2만2000이건, 토플이건, 항상 그 녹음기를 사용했었다. 매 강의마다 10분 정도를 할애해서 AFKN 뉴스, 60 Minutes, ABC 나이트라인 등을 단골 메뉴로 강의해왔다. 녹음기 하나가 3개월을 버텨내지 못할 정도였고, 심지어 문법 문제조차 녹음으로 들려주었다. 나는 지금도 모든 영어는 녹음하여 들려주고 읽히는 것이 최상이라고 믿고 있다.

⑧ 「AP 5분뉴스」는 청취 공포 해소제가 될 수 있다. 토플을 잘하기 위해서는 역시 받아쓰기가 효과적이다. 받아쓰기의 목적은 취약점 발견과 극복이다. 학원 강사 첫날부터 받아쓰기를 시켰고, 서울 올림픽 당시인 1988년에 극치를 이뤘다. 1991년엔 한국일보사 대강당에서 열린 제1회 받아쓰기 백일장에 500명이 참가했고, 1992년 한강 고수부지에서 열린 제2회 받아쓰기 백일장에도 500명이 참가했다. AFKN 「AP 5분뉴스」 받아쓰기가 생겨난 것은 바로 이보다 몇 해 전인 1988년이다. 900단어를 5분 동안 떠들어대는 쾌속의 다양한 뉴스는 영어 청취에 대한 공포심을 제거해준다. 5∼6시간 걸리는 「AP 5분뉴스」 받아쓰기를 한번만이라도 해본 경험자들은 스스로 영어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⑨ 사람은 부지런한 만큼 더 많이 배우게 된다는 것이다. 하루 4시간 이상 잠을 잔다? 더구나 공휴일이나 일요일에? 안될 말이다. 하루 4시간의 수면이 가장 건강에 좋다는 의학 보고서를 읽은 적이 있다. 「휴일 4시간 이상 잠자는 것은 눈뜨고 못 본다」라는 생활 철학 덕에 연중무휴 일요무료영화, 즉 SLC(Sunday Laser Club)라는 것이 1988년 탄생했다. 매주 일요일 「아침 7시 땡」이면 최신 레이저 디스크 영화들의 감상 기회를 주자는 것이다. 학생들은 오전 10시를 줄기차게 요구하지만, 단호히 거부하고 있다. 나는 시간이 남아돌아 모이는 100명의 학생보다는 진정 영화가 좋아 새벽 7시에 참석하는 50명의 뜻이 더 소중하기 때문이다.

⑩ 상대를 아는 것이 무기라는 것이다. 어느 토요 무료특강 때였다. 미국 國歌(국가) 가사의 배경을 설명하고 나서 힘차게 미국 국가를 합창했었다. 강의가 끝나고 30분쯤 후에 한 학생이 소주병을 들고 와서는, 『왜 미국X 국가를 가르치느냐』고 항의를 하는 것이다. 대꾸 없이 20분 동안 듣고 난 다음 대답했다. 『넌 미국 유학을 꿈꾸며 내 토플 강의를 듣고 있어. 나는 너처럼 무조건 미국을 증오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들처럼 무조건 좋아하지도 않아. 영어라는 것 때문에 미국을 생각하고 있을 뿐이야. 미국을 알려면, 또 그들을 앞지르려면 그들에 대해 많이 알아야 될 것 아닌가?』라고. 이튿날부터 3년 동안 그는 조교로서 SLC 회장을 역임했다.


토플, 토익, 텝스에 편법은 없다


거품경제가 사라지듯이 이제는 거품이 아닌 실력 있는 영어로 승부를 해야 한다. 우리 주위에서는 『토플, 토익, 텝스 시험에서 듣지 않고 정답을 찍는다』, 『해석하고 찍으면 바보다』 등 순진한 학생들을 현혹하는 이야기들이 많이 들린다. 이들 사탕발림 말들이 일부 몇 문제에서는 통할지 모르나, 高得點(고득점)과는 절대 무관하다. 중간 수준 이하 학생들은 대단하다고 입을 벌릴지도 모른다. 하지만, 제대로 된 학생들은 그 한계를 금방 느끼고 현실을 깨닫게 된다. 즉, 토플 600점, 토익 900점, 텝스 850점 이상의 고득점은 편법이 아니라 실력으로만 승부가 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문제만 많이 풀면 점수가 쑥쑥 올라가는 줄로 착각하고 있다. 뜻도 모르는 상태에서 무턱대고 문제만 많이 풀어본다고 점수가 오를 리 없다. 정확한 진단과 분석으로 취약점을 빨리 알아내고, 그것을 극복해야만 제2, 제3의 실수를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우리가 기억할 또 한가지 방법은 速讀(속독)에 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스피커에서 내용이 흘러나오기 전에 선택지 4개를 미리 읽을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대다수 학생들에게는 그 같은 速讀이 불가능하다. 또한 금년 10월부터 실시되는 토플 CBT 시험에서는 선택지 4개를 미리 읽을 수 있는 기회마저 원천 봉쇄된다. 결국, 제대로 듣고 제대로 고르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동물적인 감각론이다. 예를 들어, 토플 파트 A에서 첫번째 話者(화자)와 두 번째 話者의 말을 모두 듣는다면, 그 누군들 정답을 고르지 못할까? 문제는, 남녀의 대화가 매끄럽게 들리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어렴풋이 들리는 몇 개의 단어들이 도대체 연결도 안되고 뒤죽박죽이니까 정신이 몽롱해진다는 말이다. 그 해결책은? 「척하면 3천리」 감각을 갖추란 말이다. 남녀 대화를 다 듣지 않고서도, 핵심 단어 하나만으로도 전체 대화의 파악은 물론, 어떤 질문이 나올 것이며 어떤 정답을 물을 것인지를 금방 알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최소의 단어로 최대의 내용을 추측하는 마력적인 감각을 익혀야 한다.


「영어 도사」 5인의 핵심 충고-조화유; 문법은 회화의 필요조건, 문법을 정확히 하라;


曺 和 裕 在美저술가



서울大 사회학. 미국 웨스턴미시간大 응용언어학박사, 조선일보, 동양통신 기자, 「이것이 새천년 미국영어다」(全10권)등 다수.

토플 성적 1등의 시련

1973년 나는 한국에서의 신문기자 생활을 청산하고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바로 전해에 실시된 TOEFL시험에서 나는 우수한 성적을 얻었는데, 특히 어휘(Vocabulary)와 작문능력(Writing Ability) 평가에서는 나 자신도 놀란 점수를 얻었다. TOEFL 출제기관인 미국의 ETS는 그 당시 응시자의 성적을 개별통지하면서 최근 5년간 全세계 응시자의 성적과 비교해주었다. ETS에 의하면 1960년대 후반 5년간 全세계 응시자는 11만4000명이었는데, 어휘부문 최고 점수는 69점, 작문부문 최고점수는 67점이었다. 그런데 1972년 내가 받은 어휘 점수는 74점, 작문점수는 67점이었다. 다시 말하면 나는 어휘부문에선 신기록을 수립했고, 작문부문선 과거기록과 타이를 이룬 것이다.

따라서 청운의 뜻을 품고 미국에 첫발을 내디뎠을 때 나는 영어에 상당히 자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나의 이러한 자부심은 미국 도착 첫날부터 무참히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LA공항에서 시카고 가는 비행기를 갈아타려고 줄을 서 있는데, 바로 앞에 서 있던 미국인이 호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내면서 나에게 『마인 딥 아이 스모크?』라고 한다. 뒤의 『아이 스모크』는 알겠는데, 앞의 『마인 딥』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담배 좀 피워도 되겠느냐?』는 뜻인 것 같아서 『Yes』라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그 미국인은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담배를 도로 주머니에 집어넣는 게 아닌가! 아차, 내가 뭔가 실수를 했구나 싶었으나 때는 이미 늦었다.

그 미국인이 한 말은 『Mind if I smoked?』였고 이것은 Would you mind if I smoked? 즉 『내가 담배를 피운다면 당신은 싫어하시겠습니까?』란 뜻이었다. 그런데 내가 『Yes』라고 대답했으니 『나는 당신이 내 앞에서 담배 피우는 것이 싫다』는 뜻이 되어버렸던 것이다. mind가 「싫어한다」는 뜻이므로 Would (또는 Do) you mind…?식으로 물을 때는 「No」라고 대답해야 상대방의 부탁을 들어주는 것이 되고 「Yes」라고 하면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된다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10년 이상 영어교육을 받았지만 나는 한번도 Would you mind…?나 Do you mind…?에 대해서 배운 적이 없었던 것이다.


英語 신문·잡지 조금씩 매일 읽어라


대학 기숙사에 들어간 다음날 나는 다시 한번 내가 얼마나 미국 생활영어에 어두운가를 깨닫게 되었다. 이날 나는 실수로 기숙사 방 안에 열쇠를 놔두고 나왔기 때문에 방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 그래서 기숙사 매니저한테 가서 『I can’t get in my room because I have no keys』(열쇠가 없어서 방에 들어갈 수가 없다)라고 말했더니 그는 『Didn’t I give you the keys yesterday?』(어제 내가 열쇠를 주지 않았느냐?)라고 한다. 『I have no keys』라 하면 재깍 알아들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나오니 당황할 수밖에. 그래서 나는 다시 『Yes, I received the keys, but I left them in my room』(열쇠를 받긴 받았으나 방 안에 놔두었다)라고 하니까 그제서야 매니저는 『Oh, you mean you’re locked out!』(아, 방 안에 열쇠를 놓고 나와서 문을 잠갔다는 말이군요)라고 하면서 내방으로 같이 가서 문을 열어주었다. 처음부터 『I’m locked out of my room』이라고 했으면 간단히 해결된 문제를 be locked out(열쇠를 안에 놓고 나와 문을 잠그다)라는 생활영어를 몰랐기 때문에 일이 좀 복잡하게 된 것이다.

대학교수의 강의는 잘 알아듣고, 또 고급영어 문장으로 리포트(report)는 척척 잘 써냈는데도--교수 한 분은 내가 써낸 리포트에 「Mr. Joh, you write English better than most Americans」(미스터 조, 자네는 대부분의 미국인보다 영어를 더 잘 쓰네)라고 격찬을 해주었었다--방에 열쇠를 놔두고 나와 문을 잠갔다는 간단한 말 하나 제대로 못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지금까지 배운 영어교육은 실생활 영어와는 거리가 멀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닫고 영어는 지금부터 배운다는 각오로 그때부터 미국인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고 「옳구나, 이런 경우에는 이렇게 말하는구나!」라고 생각되는 말을 모조리 적어두고 외우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록은 미국 생활 30년이 가까운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으며, 이 기록의 상당한 부분은 이미 책으로 출판했다.

세상이 인터넷 시대로 바뀜에 따라 영어의 중요성은 더 커지고, 특히 미국 영어는 이제 명실상부한 세계어가 되었다. 영어를 못하는 민족은 이제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낙오자가 될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래서 일본은 영어를 제2공용어로 만들겠다고 야단이고, 한국서도 이런 움직임이 있다. 심지어 한국의 어떤 작가는 한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국어로 삼자는 극단적인 주장을 하기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면, 영어, 특히 미국 영어를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일제시대에 소학교 때부터 무조건 일본어를 가르쳤듯이 영어도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가르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물론 교사는 미국인이나 在美(재미)교포 자녀들을 초빙해 와야 한다. 곳곳에서 낭비되고 있는 국가예산을 좀 줄이면 그 정도 財源은 충분히 마련되리라고 생각한다.

조기 영어교육을 받지 못하고 이미 성인이 된 사람들이 영어를 잘 하려면 첫째, Native English-speaker(영어 원어민)와 대화를 자주 한다. 둘째, 이런 기회가 없는 사람은 미국 TV드라마나 영화, 그리고 건전한 영어만화를 많이 보고 중요한 생활영어 표현은 무조건 외운다. 셋째, 영어 원어민이나 미국 현지에서 오래 살아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쓴 생활영어 교재(책, 오디오, 비디오)를 가지고 공부한다. 넷째, 매일 영어로 된 신문이나 잡지를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읽는다. 다섯째, 모르는 단어나 숙어가 나오면 반드시 사전을 찾아본다. 여섯째, 기본 영문법 책 한 권 정도는 꼭 마스터하도록 한다.


헨리 키신저의 英語


과거의 한국 영어교육이 영문법 중심이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법교육과 회화교육을 같이하지 못한 것이 문제였지 영문법을 많이 가르친 것이 잘못된 것은 아니다. 회화중심으로 영어교육을 한다고 해서 문법교육을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사실 나는 한국의 高校(고교)에서 英文法(영문법)을 거의 마스터하고 미국에 왔기 때문에 회화를 하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되었는지 모른다.

얼마 전에 한국의 어떤 영어 강사가 한국인의 발성구조를 영어식으로 고치겠다고 이상한 소리를 버럭버럭 지르게 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솔직히 좀 우스운 얘기다. 타고난 우리의 발성구조는 영어를 하는 데 전혀 지장이 없다. 사실 발음보다 더 중요한 것은 문법이다. 우리 같은 외국인이 미국에서 영어를 할 때 발음은 좀 서툴러도 문법만 정확하면 미국인들이 잘 알아듣는다. 그러나 발음이 아무리 좋아도 문법이 엉망이면 브로큰 잉글리쉬 취급을 받는다.

국무장관을 지낸 전 하버드대학 교수 헨리 키신저 박사의 영어 발음은 별로다. 독일 태생인 그의 영어 단어 발음과 문장의 억양은 독일식이다. 게다가 그의 목소리가 너무 굵어서 명료하게 들리지도 않는다. 그러나 그의 영문법이 정확하기 때문에 미국인들이 그의 말을 다 잘 알아듣는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좋은 영문법 책 하나는 꼭 읽어두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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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어디까지나 이런 방법으로 하시는 분도 있다는 소개글이지 제 개인적인 생각과 같다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분에게 혹 어떤 면에서 영감을 줄수도 있을 것 같아 올려봅니다. 결국은 각자 자신의 방법을 찾아야 됩니다.
(최병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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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발강좌]괴짜강사 정인석의‘영어통달 비법’

발성훈련 6개월이면 영어恨 풀수있다

기자가 정인석씨(鄭寅碩·42·정인석영어문화원 원장)를 처음 만난 것은 지난 2월 경이었다. 우연한 기회에 학원에 들렀다가 엿보게 된 그의 영어 강의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었다. 50여명에 이르는 수강생들은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에서 환갑을 훨씬 넘긴 분에 이르기까지, 학생·직장인에서 가정주부에 이르기까지,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고루 섞여 있었다. 처음엔 영어실력이 제각각인 저들을 한 교실에 모아 놓고 영어수업이 가능하기나 한 것인지 도무지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그들은 ‘발성훈련’을 하고 있었다. 정원장이 선창하면 수강생이 따라서 소리를 지르는 식이었다. 처음 구경했던 수업에선 ‘아(a)∼’ 발음과 ‘이(i)∼’ 발음만 2시간 동안 ‘쉬지 않고’ 했다. 이렇게 얘기하면 쉬운 것 같지만, 정원장의 ‘복잡한’ 요구사항을 모두 충족시키면서 ‘아’ ‘이’를 외치다보면 10분도 되기 전에 이마에 땀방울이 맺힐 정도로 힘들었다. 아무튼 첫 수업을 구경한 느낌을 솔직히 표현한다면, 무슨 광신도 집단을 보는 것 같았다.

정원장의 설명에 따르면, 그 발성훈련은 “몸의 대뇌 신경조직과 구강구조를 정확한 영어를 말할 수 있는 구조로 바꿔주기 위한 훈련”이라고 했다. 그런 훈련을 통해 발성음이 ‘체화(體化)’되면 ▲ ‘네이티브 스피커(native speaker)’와 똑같이 발음할 수 있게 되고 ▲ 영어 청취력이 대폭 향상돼 그 전에는 그냥 흘려 보냈던 미세한 부분까지 들을 수 있게 되며 ▲ 종국에는 굳이 암기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어휘가 기억되고 상황에 가장 적합한 영어문장이 입에서 술술 나오게 된다는 것이었다.

설마…, 기자는 믿기 어려웠다. 기자는 종래 “외국인으로서 영어 ‘본토발음’은 애시당초 불가능하며, 따라서 최선의 방법은 발음은 어설퍼도 문법에 맞는 영어를 구사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쪽이었다. 기자는 시험삼아 시간날 때마다 정원장의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기자가 만난 한국인 중에서 정원장의 영어 발음이 미국인의 본토 발음에 가장 가깝다(아니, 똑같다)는 ‘주관적 판단’도 학원에 계속 나가게 된 주요 요인이었다.

발성 훈련은 제법 혹독했다. 정원장은 심지어 토·일요일까지 송두리째 훈련에 투자할 것을 요구했다.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해야 한다”는 게 신조라며, 서울 근교로 나가 밤을 꼬박 새워가며 하는 합숙훈련에 참여할 것을 ‘강요’한 것이다. 놀라운 것은, 그런 무리한 요구에도 수강생 중 낙오자가 거의 없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석달째. 수강생들은 지금도 발성훈련을 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 발성훈련이 처음의 ‘아’ ‘이’ 수준에서 제법 복잡한 소리까지 진전됐다는 점 ▲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수업시간 말미에 잠깐 보여주는 미국영화를 그 전보다 훨씬 잘 들을 수 있다고 말한다는 점 ▲ 3시간 수업 중 1시간 정도는 ‘필링(feeling) 해설’에 할애한다는 점 등이다.

‘필링 해설’이란 정원장이 발성훈련이 끝난 뒤에 가르치겠다고 한 것인데, 영어 단어나 문장의 용법상 미묘한 차이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정원장은 발성훈련이 완벽하게 됐을 때 필링 해설을 해야만 평생 기억할 수 있다고 강조했지만, 몇 개월간의 발성훈련에 ‘지친’ 수강생들의 요구를 완전히 뿌리치지는 못했다. 수강생들은 요즘 그 시간을 손꼽아 기다린다.

정인석 원장의 영어공부 이론은 기존 영어학계에서 검증되지 않은 이론이다. 영어를 배우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따라 하기에 쉬운 방법론도 아니다. 그러나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인해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있고, 국가 전체로 보면 영어공부에 어마어마한 경제적·시간적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에, 그의 방법론이 하나의 참고가 될 수는 있지 않을까? ‘신동아’가 그의 영어공부 이론을 소개하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대담/정리 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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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는 한국땅에서 지난 20여년간 영어강사를 해온 정인석입니다. 감히 말하건대 저는 대한민국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대단히 건방지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저는 지금껏 살아오면서 한국인 중에서 저보다 영어를 잘하는 사람을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20여년간 학원과 대학가를 맴돌았으니 영어를 가르치는 일에도 웬만큼 이력이 나 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지금부터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에 대해서 한 말씀 드리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제 얘기가 영어에 관한 일반적인 통념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다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부디 끝까지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영어교육 문제는 지금 거국적으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 어마어마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고, 반면에 그로부터 얻는 소득은 참으로 보잘 것 없는 형편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영어를 잘해보고 싶다는 일념 하나로 전국의 학원가와 서점의 어학 코너를 헤매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 중 성공하는 사람은 극히 드뭅니다.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왜 한국인들이 영어 정복에 실패할 수밖에 없는지, 그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정말로 없는지에 관한 내용입니다.

저는 제 자신이 영어를 배우면서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지금 서울에서 작은 학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제 학생들 중에는 칠순이 가까운 어른도 계시고, 이제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꼬마도 있습니다. 미국에서 몇 년간 살다온 분도 있고, 미국으로 살러 갈 분도 있습니다. 그분들 모두가 참으로 열심히 제 수업에 따라와주고 있습니다.

제가 영어를 가르치는 방법은 따라오기가 쉽지 않습니다. 수강생들은 우선 육체적으로 힘들어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강의를 듣는 식이 아니라 밤 11시까지 3시간 동안 수강생들이 끊임없이 저를 따라 소리를 지르면서 발성음·분철음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래서 제 학원에 처음 와보는 분 중에는 간혹 여느 영어학원과는 너무나 다른 풍경에 충격을 받는 이도 있습니다.

제 학원에 나오는 분들은 제게 너무나 귀한 존재들입니다. 이분들은 제가 체득하고 창안한 영어 학습방법을 확신하고, 그것을 배우고자 하는 열의에 가득 차 있는 분들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말해 지난 20여년간 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어를 가르쳤지만 다른 학원강사들과 흡사한 방법으로 가르쳐왔습니다. 인기있는 강사가 된다는 게 사람들 생각만큼 어려운 것은 아닙니다. 물론 선천적으로 호감이 가는 외모나 목소리도 중요하겠지요. 그러나 영어 강사의 인기는 학생들이 좋아하는 얘기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저도 과거에는 그런 시류에 적당히 타협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쳐왔습니다. 제가 창안한 영어 교수방법이 옳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것을 제 강의에 100% 적용하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그렇게 가르치면 수강생들이 따라오기 힘들어 하고, 대부분 사람들은 당장 눈 앞에 그럴듯하게 차려진 지식만을 원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어학에 관한 한 그런 지식이 며칠 안 가서 잊혀질 수밖에 없는 지식이라는 건 그분들도 알고 있었을 겁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평생토록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을 영어지식을 주고 싶었지만, 약간의 불편함과 고통을 감수하고라도 그것을 배우기를 원한 사람은 지금까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 제 학원에 나오는 수강생들은 그것을 원하고 있습니다. 얼마 안가 잊혀질 지식이 아니라 영어가 자연스럽게 자기 몸 속에 체득되는 방법을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고기가 아니라 고기를 낚는 어부가 되고 싶은 욕심을 갖고 있는 저로서는 너무나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제1부: 나는 이렇게 영어에 통달했다

먼저 제가 어떻게 영어를 배웠는지, 제 이력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창안한 영어 학습방법을 설명하려면 제 경험을 먼저 말씀드리는 게 순서일 듯 합니다.

제 고향은 경남 함안, 초등학교는 마산에서 다녔습니다.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영어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마산 수출자유지역에 일본인들이 많았는데, 어린 마음에 저들을 이기려면 아무래도 일본어로는 안 되겠고, 영어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네 중학생 형들을 좇아다니면서 영어 철자법을 익혔습니다. 당시 마산고등학교에 다니던 외삼촌에게선 영어사전 찾는 법이며 발음기호를 배웠구요. 영어 문장을 놓고 사전을 찾아서 단어 뜻을 죽 배열해보니까 우리말과 앞뒤가 뒤바뀌어 있어 혼란스러웠던 기억이 지금도 납니다. 초등학교 졸업할 때까지 그런 식으로 영어를 혼자서 익혔습니다.

중학교에 입학해보니까 동급생들보다는 제 영어가 조금 나은 축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영어 단어를 외워도 금방 잊어먹고, 잘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또, 길거리에서 선교사나 미군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영어를 들어보면, 그때까지 세상에서 영어를 제일 잘 한다고 믿었던 외삼촌이나 학교 선생님이 가르쳐주는 것과는 발음이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한번은 미국 사람들이 거리를 지나갈 때 옆에 따라가면서 그 사람들 얘기를 엿들었습니다. 당연히 중학교 1학년짜리가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리 없었지요. 그래도 저에게 용기가 있었던지 그들에게 제 발음이 어떤지 봐달라고 더듬더듬 영어로 말을 붙여 봤습니다. 그랬더니 제 발음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자신은 제 발음에 대단히 불만스러웠는데도 말입니다. 그 미국인들 보기에 어린 학생이 외국인에게 말을 붙이는 게 신통했던 것 같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엔 영어 하는 사람이 참 드물었으니까요.

그런 식으로 길거리에서 미국인들을 붙잡고 몇 차례 발음 교정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How are you doing?(안녕하세요?)’를 해보라고 하면 ‘하우 아 유 드우잉’ 하고 또박또박 얘기해줬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자기네끼리는 그렇게 말하지 않는다는 걸 알았습니다. 자기들끼리는 ‘하우 아 유 드우잉’이 아니라 ‘하∼류 드우잉’ 이렇게 빨리 말했습니다.

그때 참으로 열심히 영어를 공부했습니다. 친구네 집에서 트랜지스터 라디오를 빌려다가 AFKN을 듣곤 했는데, 어쩌다가 내가 아는 단어가 나오면 그것을 따라 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자기 집이 마산시내에서 극장을 경영하는 친구에게 부탁해서 일요일이면 아침부터 밤 11시 마지막 회가 끝날 때까지 극장 영사실에 처박혀서 똑같은 외화를 보면서 지냈습니다. 제가 겨우 알아들을 수 있는 영어문장 두세 개를 다시 들어보려고 그 장면만 나오기를 기다렸던 거지요. 처음에는 이렇다 할 방법도 없이 무작정 그 사람들 발음대로 따라하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나름대로는 비슷하게 된다고 생각했다가도 다음 번 상영 때 다시 들어보면 또 달랐습니다. 몇 달 간 일요일마다 이런 짓을 계속했습니다. 밤늦게 집에 돌아가면 야단을 엄청나게 맞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짜리가 아침에 나갔다가 밤 12시에 들어오니 야단맞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지요.

이렇게 몇 달간 발음연습을 하다가 한 가지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예를 들어 ‘How are you doing?’에서 미국인들은 음을 하나하나 끊어서 발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하, 류, 드우잉’ 이렇게 끊어서 빨리 읽어보니까 미국인 발음과 비슷해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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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에 피가 배도록 발음연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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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사이 학교에선 제 별명이 ‘영어 또라이’가 돼 있었습니다. 영어시간에 책을 읽으면 친구들이 “네 발음이 이상하다” “왜 너만 그렇게 이상하게 읽느냐”고 해서 그런 별명이 붙었습니다. 제가 영어책을 읽으면 동급생들은 물론이고 선생님도 제가 어디를 읽고 있는지 모를 정도였습니다. 동급생들은 그렇다고 치고, 저 또한 마음 속으로부터 영어 선생님을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아무리 들어봐도 선생님 발음은 미국인 발음과는 천양지차였으니까요.

이렇게 제가 영어시간에 계속 문제가 되자 결국 교장선생님 앞에까지 가게 됐습니다. 당시 우리 교장선생님은 육사 영어과 교수를 하다가 오신 분이었습니다. 그분이 저에게 영어책을 한번 읽어 보라고 하시더니 “너 잘한다”고 말씀해주신 거예요. 이렇게 되자 선생님도 저를 아주 무시해버리기는 어렵게 됐습니다.

우리 중학교가 그때 기독교계통 학교였습니다. 그래서 선교사들이 1년에 한번씩 개교기념일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그런데 그날만 되면 선생님들이 다 도망가고 없는 겁니다. 통역을 하라고 할까봐 그런 거지요. 그 해 통역을 교장선생님이 저에게 시켰습니다. 더듬거리는 영어였지만 저는 최선을 다해 임무를 수행했고,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지금도 여전하지만, 그때도 학교 영어공부는 문법, 단어 위주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그때 유일하게 발음 위주로 영어를 공부한 셈입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왜냐하면 발음은 그 시기가 지나면 나중에 바로잡을 수 있다는 보장이 없었으니까 말입니다.

아무튼 이렇게 미국인 발음을 흉내내 따라하면서 하나씩 끊어서 읽어보고, 그것을 조금 빨리 읽어보니까 제 생각에도 미국인 발음과 비슷해져간다고 느꼈습니다. 당시 발성 훈련을 얼마나 혹독하게 했던지 입술이 부르터서 피가 배어 나오고 혓바늘이 돋을 정도였습니다. 중학교 2학년 초까지 그렇게 했습니다.

친구들과 놀지도 않고 오로지 그 연습만 했습니다. 그때 학교와 집까지의 거리가 광화문에서 청량리 사이 정도였는데, 그 거리를 아침 저녁으로 혼자 걸어 다니면서 발성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던 시절만 해도 다들 먹고 사는 게 어려웠습니다. 저도 방과후 집에 가면 일을 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걸어다니면서 발성연습을 했습니다. 오며가며 2시간 이상씩 하루에 5∼6시간을 그렇게 연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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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 뚜껑이 확 열리는 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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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미친 듯 발음연습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겁이 났습니다. 다른 아이들은 고등학교 입학시험 준비를 하는데 저는 미친 놈처럼 발성연습만 하고 살았으니 그들에게 뒤처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마음을 고쳐먹고 용기를 냈습니다. “설령 내 영어공부 방법이 틀렸다고 해도 불과 1년이다. 남들보다 1년 처진다고 해서 큰일 나는 건 아니다” 이렇게 마음 먹고 저 자신을 계속 다그쳤습니다. 만약 제 공부방법이 성공해서 영어를 잘하게 된다면 남들보다 10년, 20년은 앞서갈 수도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제겐 엄청난 모험이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습니다. 꼬박 한달을 매달린 끝에 해결이 됐으니까요. 물론 그 전에 일요일마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 것까지 합하면 더 길지만, 집중적으로 발성연습에만 매달린 건 딱 한달이었습니다. 그 한달간 연습을 얼마나 했던지 반쯤 미친 상태까지 갔습니다. 심지어 제가 방금 누구를 때린 사실도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사람이 미치기 시작하면 눈빛부터 이상해진다고 합니다. 하루는 저를 귀여워하던 여선생님이 저를 보더니 ‘너, 눈이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산 부근에 그분이 아는 단감 농장이 있으니까 거기로 가서 농장도 지키면서 한 달간 요양하고 오라고 저를 보냈습니다.

농장에 머물 때 저는 평생토록 잊지 못할 경험을 했습니다. 농장에 간 지 한 20일쯤 지났을까, 갑자기 머리 속이 펑 터져버리는 것 같고, 머리 뚜껑이 확 열어 젖혀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마치 옛날 화차에서 연기가 통통 올라오는 것처럼 내 머리에서도 뭔가 올라가는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때 저는 “내 머리, 내 머리” 외치면서 쓰러졌습니다.

그 사건 이후로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그 전까지 단 한 번이라도 말해봤거나 책으로 읽었던 영어 문장들이 모조리 기억이 나는 것이었습니다. 발음도 어떤 단어, 어떤 문장이든 아주 매끄럽게 술술 나왔습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비유하자면, 그 전까지 죽어라 연습하면서 머릿속에 담아놨던 온갖 잡다한 영어 부스러기들이, 어느날 갑자기 질서정연하게 정리돼서 실타래가 풀리듯 술술 흘러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 때가 제가 중학교 2학년이던 여름이었습니다. 아무튼 이 일을 계기로 저는 완전히 미국식 영어 발음을 갖게 됐습니다.

그 후로는 영어공부를 할 때 남들처럼 외우지 않고 그냥 한번만 죽 읽으면 그걸로 끝이었습니다. 남들은 한두시간 걸리는 분량을 저는 10분, 20분이면 충분했습니다. 영어를 읽을 때 정확하게 분철해서 발성을 할 수 있게 되면 그냥 저절로 머릿 속에 기억이 되는 겁니다. 반면에 영어 단어나 문장을 부정확한 발음으로 무작정 암기하려고 들면, 평생 가도 영어는 안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자세한 내용은 다음 장에서 설명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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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중국어 떼고 화교 학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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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뒤로 제가 살아온 얘기는 가급적 간단하게 하고 넘어가겠습니다. 그것말고도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으니까요.

머리 뚜껑이 열리는 경험을 한 뒤, 저는 ‘영어 또라이’에서 ‘영어박사’로 확실하게 신분이 바뀌었습니다. 그러나 중학교 영어수업은 여전히 저에게 지옥 같았습니다. 영어 교과서만 읽으면 이상하게 읽는다고 선생님으로부터 매를 맞았기 때문입니다.

영어시간이 하도 지긋지긋해서 교장선생님을 면담한 끝에 저는 영어시간에는 수업을 받지 않아도 좋다는 허락을 얻어내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저를 그렇게 많이 때렸던 영어 선생님을 세월이 한참 흐른 뒤에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마산의 한 영어학원에 초빙받아 강의하던 자리에서였습니다. 강의실 뒤편에 그 선생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물론 제가 당신 제자인지 모르고 수업을 들으러 오신 거지요. 강의가 끝난 후 그분에게 다가가 인사를 드렸습니다. 잠시 대화를 나누다가 선생님에게 여쭤봤습니다.

“그때는 왜 그렇게 저를 심하게 때리셨어요?”

“그때 자네가 옳다는 걸 알고 있었네. 그렇지만 자네를 그냥 놔두면 도저히 수업을 통제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매를 들 수밖에 없었네”

“저는 그때 선생님이 얼마나 원망스러웠는지 아십니까? 선생님께서 저처럼 영어를 읽으면 안된다며 매를 드니까 저는 ‘모든 게 다 틀렸구나’ 하고 좌절했어요. 그런데 미국 사람에게 물어보니까 제 말이 옳다고 해줬어요. 저는 그 때 그 실낱같은 희망으로 살았습니다”

세월이 한참 흐른 뒤였지만, 저로서는 그 얘기를 다시 꺼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중학교를 졸업한 뒤 저는 일반 고등학교가 아니라 화교(華僑)들이 운영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했습니다. 중학교 영어시간에 겪었던 일을 또 다시 반복하고 싶지 않았다는 게 화교학교를 택한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당시 제가 영어과외를 했던 학생이 화교 초등학생이었는데, 그 집 아버지의 추천을 받아서 부산의 화교학교로 갔습니다. 한국인이 화교학교에 진학하려면 중국인의 추천을 받아야만 합니다.

화교학교에 입학하기 전에 중국어를 공부했습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그 때 화교학교는 9월에 입학했습니다. 그러니까 3월부터 9월까지, 6개월 정도 시간이 있었던 거지요. 그 사이에 화교 가정에 입주 가정교사로 들어가 초등학생 영어를 봐주고, 대신 저는 중국어를 공부했습니다. 당시에 저로서는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데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집에서는 방과후면 집안일을 거들어야 했으므로 예습, 복습을 제대로 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중국어를 한달만에 뗐습니다. 제가 영어를 가르쳤던 아이에게 부탁해서 중국어 발음, 50음도(音圖)를 일주일간 공부하고 난 뒤 발음기호가 달려 있는 화교 소학교 1학년 국어교과서를 갖고 공부했습니다. 중국어 발음이 영어 발음과 비슷한 점이 많습니다. 그 집 아버지가 당시 화교 소학교 교장선생님이었는데, 제가 책 한 권을 뗀 후 테스트해보시더니 저를 부산 화교학교에 추천해주셨습니다.

그렇게 해서 학교에 들어갔더니 중국 아이들이 저를 대만에서 온 것으로 오해하더군요. 제 발음이 완전히 교과서적인 중국 발음이었기 때문입니다. 언어란 게 그렇습니다. 일단 언어의 원리를 깨치고 나면 그 다음에 다른 언어를 배울 때는 아주 쉬워집니다. 저를 지금 당장 아프리카 오지에 떨어뜨려 놓는다고 해도 저는 한달 안에 그 사람들이 쓰는 말을 할 자신이 있습니다. 일단 소리를 똑같이 따라할 수 있게 되면, 뜻을 깨치는 것은 부차적인 문제입니다.

저는 화교학교를 6개월만에 졸업했습니다. 두 달에 한번씩 월반을 한 셈이지요. 당시 화교학교는 언제라도 다음 학년치 시험을 봐서 통과되면 월반이 가능한 구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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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행, 6개월 만에 귀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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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나라 학제로 치면 저는 중졸 학력입니다. 화교학교를 졸업할 때 알게 됐는데, 화교학교는 우리나라에서 정규 고등학교 과정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한국내의 화교학교 졸업생 중 대학에 진학할 사람들은 대만에 있는 대학으로 많이 갔습니다.

건방진 얘기지만, 저는 한국 내에 있는 대학은 애초부터 갈 생각을 하지 않았습니다. 한국의 대학에서는 배울 게 별로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대신 군대생활 중 용산 8군사령부 내에 있는 텍사스대학에 등록해서 몇 학점 이수하고, 제대 후에는 미국 텍사스주립대 오스틴 캠퍼스에 6개월간 다녀온 게 제 학력의 전부입니다.

군생활은 영어실력 덕분에 참 편하게 지냈습니다. 처음 배치받은 곳이 수도군단 항공대였는데, 수도권 방공망을 통제하면서 이 지역을 드나드는 미군 헬기 조종사와 통신상으로 대화해서 비행경로를 확인하고 사고를 방지하는 게 제 임무였습니다.

팀스피리트 훈련 때에는 우리나라로 오는 미군 장성들의 통역으로 나가기도 했습니다. 사병 신분으로 나갈 수가 없어서 중위 계급장을 달고 나가 통역을 했습니다. 이 시절에 용산캠프 내의 미국 대학에 나간 것입니다.

제대 후 본격적으로 언어학을 공부해보겠다는 마음을 먹고 미국 텍사스 주립대학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사실 그때 이미 저는 언어학의 실전 경험에 관한 한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텍사스 주립대학에 가서 언어학과 교수를 만나보니 한 마디로 실망이었습니다. 제가 경험을 통해서 알고 있는 언어습득체계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는데, 그분이 언어를 습득하는 과정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미국인들은 외국인, 특히 언어구조가 판이하게 다른 아시아인이 서양 언어를 배울 때에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에 대해서 이해가 얕을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은 태어나면서부터 자기 나라 말을 자연스럽게 배워갑니다. 누가 특별히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사람이 모국어를 말한다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지요. 그러니 외국인이 자기네 나라 말을 배우겠다고 할 때에는 적절한 조언을 해주기가 어렵습니다. 자기 입장에선 너무 당연한 부분이니까 거기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아무튼 미국에 간 지 6개월만에 저는 짐 싸들고 한국으로 돌아와버렸습니다. 미국 대학의 언어학과 과정이 한국 대학의 그것과 별차이가 없더라는 사실도 유학을 중도에서 그만두게 된 계기였습니다.

그 이후 제가 살아온 내력에 대해서는 이만 생략하겠습니다. 그동안 제 삶을 한 마디로 요약한다면, “전국 각지의 대학과 학원가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숱한 좌절을 겪었다”는 한 마디가 될 것 같습니다. 때로는 학원을 직접 운영하다가 뼈저린 실패를 맛보기도 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인기있는 영어선생이 되려고 노력했다면 그런 실패를 조금은 줄일 수 있었을 지도 모릅니다. 그렇게 해보라는 내면의 유혹도 종종 느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제 양심이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근본적인 치유책을 외면한 채 허구한날 그저 그런 관용어구에나 매달려봤자 영어실력은 별로 나아지지 않으리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항상 제 이론과 현실의 중간 어디 쯤에서 갈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저는 요즘 행복합니다. 제가 창안한 영어학습 이론에 따라 영어를 배우기 위해 수십명이 몇 달째 땀을 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업을 시작하기 전에 제 교수법에 대해 설명하면서 저는 이분들에게 말했습니다. 저를 믿고 따라와주기만 한다면 앞으로 영어로 인한 마음고생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대신 저에게서 배우는 동안에는 고생할 각오를 해야 한다고, 일반 영어학원에서 가르치는 식의 교육방법을 기대한다면 처음부터 포기하라고 말했습니다.

지금도 이 땅의 수많은 사람들이 영어로 인해 가슴에 멍이 들고 있습니다. 그 분들에게 제 얘기가 조그만 참고가 되기를 바랍니다.


제2부:내 이론으로 공부하면 Native Speaker된다

제 영어학습 이론을 설명하기 전에 먼저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차이점을 확실하게 이해한 바탕에서 영어를 공략하는 방법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말과 영어의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은 발성음의 성격이 판이하게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 한국어를 말할 때 입술 모양을 한번 유심히 살펴 보십시오. 입술이 주로 위아래 방향으로 움직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우리말은 구강을 위아래 방향으로 많이 사용해서 나오는 소리이고, 따라서 입술의 움직임이 큰 편입니다.

반면에 영어를 비롯한 서양언어는 말할 때 입술이 주로 좌우로 벌어집니다. 즉 서양언어는 구강을 주로 옆 방향으로 사용합니다. 이건 CNN 뉴스진행자나 미국영화를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비율로 본다면, 우리말의 80% 정도가 구강의 상하운동을 통해 나오는 소리라면, 서양언어는 반대로 80% 정도가 좌우운동으로 나오는 소리입니다.

소리의 특성 자체도 우리말과 영어가 판이합니다. 우리말은 공명하지 않는 단음(單音)으로서 밖으로 퍼지는 성격의 소리입니다. 소리가 입 안에서 밖으로 퍼져 나갑니다. 반면에 영어는 소리가 구강 안에서 빙빙 도는 굴절음입니다. 공명이 되는 소리지요.

또, 영어 발성음은 우리말처럼 입에서부터 곧바로 밖으로 튀어나가는 소리가 아니라 가슴에서부터 끌어올려서 입안에서 돌린 후 다시 뱃 속으로 집어 넣는 성격의 소리입니다. 지면으로만 설명하려니까 표현에 한계가 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아무튼 영어의 발성음은 뱃속 깊숙한 데서 나오는, 울림이 많은 소리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마디로 한국어와 영어는 소리의 주파수부터 다릅니다. 한국어의 ‘아’와 영어의 ‘아’는 본질적으로 다른 소리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는 한국어의 ‘아’ 소리로 영어를 말하고 공부해왔습니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미국인과 대화도 잘 안되고, 들리지도 않고, 오래도록 기억되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영어와 한국어의 이런 소리상의 차이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일례로 연설을 할 때 한국인은 보통 배를 앞으로 쑥 내밀고 말을 합니다. 그러나 미국인이 연설하는 모습을 유심히 보면 배를 안으로 들이 밀고 말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배에 힘을 주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이런 발성음의 차이를 종종 동·서양의 차이로 비유하곤 해서 설명합니다. 동양은 해가 뜨고, 서양은 해가 지는 쪽입니다. 동양철학으로 보면, 동양은 양(陽)이고 서양은 음(陰)입니다. 따라서 아시아권의 언어는 밖으로 내지르는 양(陽)의 단음이지만, 서양 언어는 몸 속에서 빙빙 돌리는 음(陰)의 굴절음입니다.

이런 바탕에서 지금까지 우리나라의 영어교육을 한 마디로 평가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이뤄져왔습니다. 우선 학교에 들어가면 A에서 Z까지 알파벳을 순전히 한국식 발음으로 가르칩니다. 제대로 된 영어발음이라곤 들어볼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단어와 문장을 외우게 합니다. 선생님도 외워서 가르치고 학생도 외우면서 공부합니다. 외워서 시험을 치르고, 그 다음엔 잊어버리고, 이런 일을 우리는 지금까지 수십, 수백 차례 반복해왔습니다. 그렇게 대학까지 영어를 공부했지만, 그런 사람 중 지금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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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기식 공부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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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는 사회에 나와서도 계속됩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서 시중에는 수많은 종류의 영어회화 테이프가 나와 있습니다. 그것들도 다 암기를 전제로 한 것들입니다. 학교에서 “영어는 외워야 된다”는 말만 들어온 사람들로서는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한국말을 외워서 공부했습니까? 만약에 우리가 우리말을 외워서 익혔다면 이렇게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을까요? 마찬가지로 미국인들은 영어를 외워서 익혔을까요? 한국인이 외우지 않고도 한국어를 잘하는 것과 같은 이유로 영어를 외워서 익힌 미국인은 없을 겁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영어는 외국어니까 외워야 한다”고 말합니다. 바로 이게 잘못된 생각입니다. 미국인들은 영어를 외우지 않았는데 우리는 외국인이니까 영어를 외워야 한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문법이나 문장을 외우는 방식은 잊어버릴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요? 대답은 간단합니다. 갓난아이가 말을 배워가는 방식으로 배우면 되는 겁니다. 인간은 말하는 법을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글을 배웁니다. 글자를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말하는 법을 배우지 않습니다. 글자를 읽거나 쓰지 못하는 문맹자도 자기 나라 말은 잘합니다. 이건 세계 어느 나라의 언어나 다 똑같습니다.

저는 저명한 영어학자들을 만나 제 이론을 말씀드릴 기회를 몇 차례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분들 개인적으로는 하나같이 제 말에 동의해주셨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사회 전체로 공론화돼서 우리나라 영어교육 체계를 바꿀 생각은 아무도 하지 못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거기엔 숱한 난제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선, 그렇게 하기에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너무 힘이 들고(그러나 배우는 입장에서 힘들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넉넉잡고 6개월을 투자해서 평생토록 영어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 6개월은 충분히 가치있는 투자가 아닐까요?), 새 방법으로 바꾼다면 기존 영어관련 사업체들은 다 망해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또, 그렇게 되면 영어학계의 원로 교수나 선생님들이 곤란해집니다. 상당수 영어 선생님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도 있을 겁니다.

요즘엔 유학갔다온 사람이나 미국인이 직접 가르치는 학원이 많아졌지만, 그런 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미국인이 강의하는 강좌도 결국은 교재를 통해 영어를 암기시키는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갓난 아기가 어떻게 언어를 배우는지, 그것이 어떻게 영어를 배우는 데에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 말씀드리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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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보다 말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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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난아기는 태어나서 한동안은 주변의 소리를 받아들이기만 합니다. 갓 태어난 아이의 신경체계는, 비유하자면 백지 같은 상태입니다. 이 백지 위에다 소리를 입력하고, 각각의 소리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곧 언어의 학습과정인 것이지요. 아기는 주변 소리를 들으면서 하나씩 인지를 해나갑니다.

만약 갓난 아기에게 “가자”고 했다면 갓난아이는 그 소리를 어떻게 들을까요? 아기는 어른들처럼 그냥 ‘가자’로 듣지 않습니다. ‘그’ ‘아’ ‘즈’ ‘아’ 이런 식으로 아기의 귀에는 음소가 하나씩 분리돼 입력될 겁니다.

그렇게 신경조직에 소리를 기억시키면, 아기는 말을 하기 시작합니다. 신경조직이 완전히 자리를 잡고나면 그걸 풀어주는(활용하는) 과정으로 나아갑니다. 처음에는 신경조직에 소리를 입력시키고, 다음에는 입력된 소리를 직접 발성하면서 말을 배워간다는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아이들이 공공장소에서 큰 소리로 떠들면 그걸 못하게 하는 부모가 있는데, 이건 언어 측면에서 보면 아이에게 나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아이들 신경조직이 제대로 풀리지 못해서 말이 늦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알파벳이 왜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지요. 알파벳은 말하자면 특정한 발성음을 가리키는 약속된 기호입니다. 발성음은 글자가 아니라 소리입니다. 따라서 발성음을 익힌다는 것은 자기 신경체계에 그 소리를 기억시키는 겁니다. 이런 훈련이 돼 있으면 글자를 몰라도 듣고 말할 수는 있게 된다는 겁니다. 이것이 바로 갓난 아이들이 말을 배워가는 원리인 것입니다. 글자는 우리가 글을 읽고 쓰기 위해서 익히는 겁니다. 즉 발성이 먼저 되고 그 다음에 글자를 익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한국말에 대한 발성훈련이 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학교 들어가서 받아쓰기 연습을 하면서 한글 쓰는 법을 익힙니다. 이렇게 발성음이 신경체계에 자리가 잡힌 다음에 글자를 배우면 논리나 문법 이전에 어순이라든가 언어 감각을 저절로 체득하게 됩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곧 마음대로 자기가 쓰고 싶은 것을 쓸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사실 지금까지 우리는 영어 알파벳조차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교육을 받지 못했습니다. 지금 당장 대학생들에게 알파벳을 읽어보라고 하면 제대로 발음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을 겁니다. 올바른 발성도 익히지 않은 상태에서 글자부터 가르치고, 무작정 외우게 하는 식이었기 때문이지요. 그만큼 우리 영어교육은 말과 글이 ‘거꾸로’였습니다.

따라서 영어를 배우기 위한 첫 순서는 영어 알파벳이 우리 몸의 자율신경에 기억되도록 훈련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갓난아기가 어머니 품에서 말을 배워나가는 과정과 똑같습니다. 다만 갓난아기가 아니기 때문에 제가 구성해놓은 순서대로 발성훈련 진도를 나가는 것이지요. A부터 Z까지 발성음을 익히고 나면 영어 단어나 문장이 저절로 기억되고 응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건 제가 요즘 가르치고 있는 수강생들을 통해서도 입증되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분들이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이, 발성훈련을 하니까 영어 청취력이 월등히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나이에 따라 발성훈련에 걸리는 시간은 차이가 있습니다. 최고로 빠른 것은 나이가 10살 아래인 아이들입니다. 이 아이들은 발성연습을 조금 시킨 뒤에 외화 한 대목을 들려주면 영화속 주인공과 똑같이 발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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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아’와 영어 ‘아’는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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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한국인과 일본인이 영어를 가장 못한다고 합니다. 중국인들은 좀 다릅니다. 중국어는 영어처럼 반굴절음인데다 어순도 영어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중국어를 말하는 구강 형태도 영어를 말하기에 유리합니다. 중국인이 우리보다 영어를 빨리 배운다는 데에는 이런 인체적인 특성이 있다는 겁니다. 동남아 사람들도 일반적으로 우리보다는 영어를 잘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우리보다 머리가 좋아서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결론적으로 언어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는 답이 나옵니다. 외워서는 언어를 결코 정복할 수 없다는 것이죠.

그러나 저는 세계의 모든 언어가 결국은 하나의 원리로 구성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언어에는 ‘아-에-이-오-우’라는 기본 모음이 있지요? 즉 언어마다 소리를 표현하는 글자만 다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세계의 언어가 하나라는 말을 달리 표현하면 ‘소리는 하나’라는 얘기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언어마다 그 소리가 조금씩 변형돼 있다는 점입니다. ‘아’라고 해도 언어별로 다 다른 소리라는 것이지요.

이 사실을 깨치고 나면 언어를 배우기는 간단해집니다. 언어별로 다른 소리를 익히면, 그 뜻은 저절로 통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언론에 러시아의 세르게이 박사라는 언어학자가 지구상에서 사라진 언어를 포함해서 전세계의 400개 언어를 구사한다고 보도된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그 사람이 이 원리를 깨우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요즘 수강생을 가르치는 교재 중에 영어의 자음과 모음을 모두 조합해서 2410가지 소리를 내도록 정리한 표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ba-be-bi-bo-bu-b?-b -b?-b -b ’ 이런 식으로 모든 자음과 단모음 또는 이중모음을 연결시킨 도표입니다. 이 표를 그냥 순서대로 읽어가면 그냥 영어 발음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세로로 읽거나 대각선으로 따라서 읽어 보면 전혀 영어처럼 들리지 않습니다. 때로는 중국어처럼 들리기도 하고, 때로는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처럼 들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이 도표로 발성연습을 하는 수강생들이 매우 신기해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영어에는 지구상의 모든 소리가 다 포함돼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영어 발성음을 제대로 훈련하면 다른 외국어를 배우는 것은 무척 쉬워진다는 얘기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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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발성훈련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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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 이제부터 구체적으로 발성훈련을 어떻게 하는지 설명하겠습니다. 우선 기초적인 게 모음입니다. 영어에서 모음은 ‘a-e-i-o-u’ 다섯 개가 기본, 발음기호 ‘?- -?- - ’ 까지 합하면 10개입니다. 이중에서도 ‘a-e-i-o-u’가 기본이고, 그 중 (구강의 상하 움직임을 대표하는) a와 (구강의 좌우 움직임을 대표하는) i는 기본 중에 기본입니다. 따라서 처음에는 이 두 모음에 대한 발성연습을 집중적으로 해야 합니다.

소리는 복부 깊숙한 데에서 끌어올려서 내야 합니다. 복부를 하단, 가슴을 중단, 목을 상단이라고 구분하면, 복부에서부터 소리를 끌어올려서 구강 안에서 소리를 돌린다는 느낌으로 내야 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말로 그냥 내지르는 식의 ‘아’가 아니라 ‘아∼’가 되지요. 이런 식의 발성법에다 모음에 따른 입의 모양을 맞춰줌으로써 체내의 신경체계를 자극해주는 겁니다.

우리는 태어나서 지금까지 우리말만 쓰면서 살아왔습니다. 생각도 우리말로 하고 심지어 꿈도 우리말로 꿉니다. 자연히 우리말을 하기에 가장 적합하도록 신체구조가 고정돼 있습니다. 이걸 영어를 말할 수 있는 신체구조로 바꿔주는 게 발성훈련의 핵심입니다.

제 학원에 나오는 수강생들은 요즘 이 훈련만 몇 개월째 해오고 있습니다. 흔히 영어학원이라면 으레 짐작하듯 영어문장 구조나 해설은 거의 하지 않습니다. 그런 공부는 일단 발성훈련이 제대로 된 뒤에 해야지 그 전에는 아무리 멋진 강의를 해도 그때 뿐입니다. 몸의 구조가 영어를 말하고 듣기에 적합한 상태로 바뀌어야만 굳이 외우지 않고도 영어단어나 문장구조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도 그분들은 이구동성으로 발성훈련을 한 이래로 영어실력이 확실하게 좋아졌다고 말합니다. 그건 당연한 이치입니다. 그동안 사용하지 않아서 굳어졌던 신경조직이 지속적으로 자극받은 상태에서 영어를 들으니까 예전에는 듣지 못했던 세밀한 부분까지 알아듣게 되는 거지요.

발성훈련의 성과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서 다를 수 있습니다. 열심히 하는 사람은 확실히 빠릅니다. 반면에 어린이들은 어른들만큼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도 아주 잘 따라옵니다. 그만큼 아이들의 신경조직이 덜 굳어 있다, 유연하다는 말이지요.

다음 단계는 분철음 훈련입니다. 자음을 그 뒤에 따라오는 모음에 붙여서 읽되 각각 발음하도록 하는 것이죠. 예를 들면 ‘have’란 단어를 읽을 때 ‘ㅎ-애(브)’라고 하나하나 끊어서 읽습니다.

분철을 하면서 자음을 발음해보면 입술 양 끝이 뺨 위로 올라가는 소리가 있고, 아래 쪽으로 내려가는 소리가 있습니다. 이것을 저는 전위행위라고 합니다. 먼저 인위적으로 입모양을 만들고나서 소리를 내야 한다는 겁니다. 전위행위는 구강 모양을 정확하게 만들기 위해서 필요합니다. 이렇게 하면서 분철음 훈련을 하면 그동안 죽어 있던 신경조직이 자극을 받아 살아나게 됩니다.

이런 부분들이 마치 우리말하듯 체득되지 않으면 외국어는 평생 공부해도 안된다는 것이 제 지론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10년 넘게 영어를 외우면서 공부했는 데도 성공하지 못했지 않습니까? 외국에서 살다 와도 영어가 제대로 안 되는 사람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것이 다 영어의 음질이 체득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외국어를 배울 때에는 그만큼 힘겨운 산고(産苦)를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발성음 훈련이나 분철음 훈련이 무척 힘들다는 겁니다. 그러나 일단 여기서 성공하면 그 다음에는 일사천리가 됩니다. 일단 소리가 완벽하게 소화된 다음에 뜻을 알면 결코 잊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껏 영어를 글자 위주로 배워왔기 때문에 글자를 모르면 아는 게 없는 것처럼 잘못 알고 있습니다.

우리도 우리말을 다 알고 있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처음 듣는 말이 나오면 그게 무슨 뜻이냐고 주위에 묻지요. 아무리 어려운 말이라도 한글 철자법으로 구성된 단어이기 때문에 그게 가능합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결론적으로 발성훈련은 굴절음을 만들어주는 발성법, 소리의 틀을 만들어주는 분철음, 그리고 전위행위, 이렇게 세 가지로 구성됩니다. 이런 발성훈련이 충분히 이뤄지면 그때부턴 영어가 소리 그 자체로 세밀하게 들리기 시작합니다. 예를 들어 ‘What are you doing?’이라면, 우리가 학교에서 배웠듯이 문법적으로 하나하나 따져서 ‘너 뭐하니?’로 해석이 되는 게 아니라 소리 자체로서 의미가 전달될 준비가 갖춰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를 웬만큼 할 줄 안다는 사람들도 대부분의 경우 우리말을 먼저 생각하고 그것을 영어로 바꾸는 것이 습관이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평생 그 수준에서 벗어날 수 없습니다. 영어를 100% 소리로 들을 수 있게 되면 그것을 머릿 속에서 굴려 해석할 필요없이 바로 입력이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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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단계는 필링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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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성훈련이 끝난 뒤 마지막 단계로 제가 가르치는 게 ‘필링(feeling) 해설’이라는 겁니다. 이건 상황과 감정상태에 따라서 가장 적절한 단어를 찾아서 쓰는 방법을 가르치는 겁니다. 문화권마다 나름의 문화와 관습이 있습니다. 대화를 할 때에도 사용하는 단어에 따라서 뉘앙스가 천양지차로 달라집니다. 또, 그때그때의 감정상태에 따라서도 말이 다릅니다. 우리말에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우리 영한사전에 나온 해석과 실제로 사용하는 용어와는 상당한 차이가 있습니다. 영어교재도 천편일률적으로 교과서적인 해석만 나열해놓은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언어의 감각을 가르치는 게 필링 해설입니다.

언어에는 저마다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어가 몇백개씩 있습니다. 영어에서는 200 단어 정도가 평생 쓰는 단어들입니다. 우리도 그런 단어는 중학교 때 이미 다 배웠지만, 사실상 그 단어를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배우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과 감정을 나타내는 표현들을 모조리 외우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발성훈련이나 분철훈련이 된 다음에 필링 해설을 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자연스럽게 기억이 됩니다. 필링해설은 언어의 감각적인 부분이고, 언어 습관에 대한 해석이기 때문에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는 들어봐야 결코 기억되지 않습니다.

여기서 몇가지 예를 들어보지요. 우리는 흔히 ‘잠깐 기다려’라고 할 때 ‘Just a minute’와 ‘Wait a minute’을 구별없이 씁니다. 그러나 이 두 가지 표현은 사용할 수 있는 상황이 전혀 다릅니다. ‘Just’란 단어는 부정적인 상황이나 감정, 시각이 포함돼 있을 때 씁니다. 예를 들어 바쁘게 무슨 일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와서 놀아달라고 자꾸 보챌 때, 짜증섞인 목소리로 ‘잠깐 기다려’ 할 때 ‘Just a minute’를 씁니다.

반면 ‘wait’는 긍정적인 상황, 감정을 내포하고 있는 용어입니다. 예를 들어 반가운 친구가 찾아왔을 때 ‘하던 일을 마저 끝낼 때까지 잠깐 기다리라’는 의미로 ‘Just a munute’이라고 했다면 그 친구는 대번에 ‘내가 반갑지 않은가보다’ 하고 오해할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Wait a Minute’이라고 해야 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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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have no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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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예는 수없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서 ‘need’를 사전에서 찾아보면 ‘…가 필요하다’라고 나옵니다. 그러면 ‘We need coffee’ ‘We need rice’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그냥 ‘우리는 커피가 필요하다’ ‘우리는 쌀이 필요하다’로 합니까? 커피는 기호품이고 쌀은 주식입니다. 그러면 당연히 있어야 할 게 없다는 겁니다. 따라서 여기서는 ‘…가 떨어졌다’는 식으로 해석해야 합니다. ‘We need rice, honey’ 하면 ‘여보, 우리 쌀 떨어졌어’하고 나와야 한다는 겁니다.

이럴 때 만약 ‘We have no rice’라고 하면 큰 일 납니다. ‘have’는 원래 과거형이었던 ‘had’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따라서 해석도 ‘이미 뭐가 돼 있는 것’ ‘뭐가 진행중인 것’이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no’는 강한 부정, ‘not’은 약한 부정입니다. 따라서 여기서 ‘have’는 쌀을 만드는 사람, 즉 농부나 할 수 있는 말입니다. 즉, ‘have’와 ‘no’를 결합해서 ‘We have no rice’라고 하면 ‘올해는 쌀이 아예 없으니 농사를 해서 쌀을 만들어야겠다’는 뉘앙스입니다.

만약 ‘나 지금 돈 떨어졌어’라는 의미로 미국인에게 ‘I have no money’라고 했다면 그 얘기를 들은 사람이 ‘Are you a begger?(너 거지냐?)’ 하고 되물을지도 모릅니다. 여기서 ‘have’에는 ‘나는 돈을 벌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I need money’ 혹은 ‘I don’t have any money’라고 해야 합니다. 돈이란 게 있다가 없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요. 한국인이 미국에 가서 ‘I have no money’라고 했다면 그 말을 들은 미국인은 웃어 넘기겠지만 속으로는 그 한국인을 우습게 생각할 게 뻔합니다.

이런 게 필링 해설입니다. 이런 내용이 책에 나옵니까? 사전 보고 알 수 있을까요? 미국인이 이런 내용을 설명해줄 수 있을까요? 미국인들에겐 이건 너무나 당연한 말입니다.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외국인에게 잘 설명하지 못하는 겁니다.

‘around’와 ‘near’도 상황 및 뉘앙스의 차이가 분명한 단어들입니다. 이를테면 우리가 흔히 뒤섞어서 사용하는 “I live around here”와 “I live near here”의 차이입니다. 앞의 문장은 화자(話者)가 ‘이 지역(here)’ 안에 살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말이고, 뒷 문장은 화자가 이 말을 할 당시에 그 지역에 살지 않는다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습니다. 집을 찾거나 물어볼 때 ‘around’와 ‘near’를 혼동할 경우에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한국인들이 외국에 나가서 애로사항이 많은 게 다 이런 이유입니다.

같은 단어에 대해서 달리 발음할 경우에도 뉘앙스는 천양지차로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I’m going to go to America’라는 문장을 보지요. 여기서 ‘going to’를 ‘고잉 투’로 발음할 때와, 축약해서 ‘거너’로 발음할 때는 문장에서 강조하는 초점이 달라집니다. ‘고잉 투’라고 발음할 경우에는 동사 이하에 강조점을 두는 데 반해 ‘거너‘는 주어에 강조를 두는 발음이라는 겁니다.

따라서 친구끼리 대화중에 자연스럽게 ‘나 이번에 미국 가’라고 할 때는 ‘거너’라고 발음합니다. 그런데 이 말도 두 번 세 번 반복하면 상대방이 ‘그 녀석, 미국 간다고 되게 자랑하네’ 하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반면에 처음으로 미국에 가거나, 미국에 가는 행위 자체를 강조할 때에는 ‘고잉 투’라고 발음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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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과 ‘Where…?’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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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미국인을 처음 만났을 때 나누는 인사법에 대해서 설명해보지요. 인사말은 영어화화 교재들마다 맨 첫머리에 실리는 중요한 표현입니다. 흔히 첫인사가 그 사람의 인상을 좌우한다고 하니까요.

가장 흔한 말로 첫 사람이 ‘Hi’ 라고 말을 걸면 상대방도 ‘Hi’ 하고 말을 받습니다. 그런데 실제 상황을 보면 먼저 말을 거는 사람은 ‘하이’하고 뒷 음절에 악센트를 주고, 그 말을 받는 사람은 ‘하이’ 하면서 앞 음절을 강조합니다. 만약 뒷사람이 앞사람과 똑같은 어조로 인사를 받았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도 먼저 인사를 건넨 사람은 ‘저 녀석이 나를 놀리나?’ 하고 오해할지도 모릅니다. 자기 말과 똑같이 흉내를 내고 있으니까요.

영어 인사말은 굉장히 많습니다. 그냥 간단하게 ‘Hello!’ ‘Hello there!’ ‘Hey!’에서부터 ‘How are you?’ ‘How’s it going?’ ‘How have you been?’ ‘How’s tricks?’ ‘What’s up?’ ‘What’s happening?’ 등등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려울 정도입니다. 그런데 이런 말들의 미묘한 용법상의 차이를 알고 구별해 쓸 수 있는 한국인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How…’로 시작되는 인사말과 ‘What…’으로 시작되는 인사말의 차이에 대해서는 들어보셨습니까? 이런 언어의 세밀한 부분은 외운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닙니다. 감각이 살아 있어야 순간순간 가장 적절한 표현이 저절로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예도 있습니다. 어떤 사람을 초조하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기다리던 당사자가 나타났다고 하지요. ‘도대체 어디 갔었어?’라는 의미로 ‘What have you been up to?’라고 하거나 ‘Where have you been up to?’라고 묻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 표현은 전혀 다른 뉘앙스를 갖습니다. 그 사람이 나타나준 게 반갑고 어디에 가 있었는지 궁금하거나, 찾는 사람을 만났으니 다행이거나 기쁜 감정상태에서 쓰는 말이 ‘What…’입니다. 반면에 기다리다 지쳐서 ‘도대체 어딜 싸다니다가 이제야 나타났느냐’는 식으로 짜증이 섞인 감정상태에서 ‘싸돌아다녔다’는 사실에만 무게가 실려 있는 경우에 쓰는 말이 ‘Where…’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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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정말 바꿔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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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언론에 중국의 한 영어교사가 소개된 적이 있습니다. 펑쾅잉위(風狂英語·Crazy English)라는 학습법을 개발한 리양(李陽)이라는 사람의 얘기입니다. 그의 영어강의를 들은 중국인이 지금까지 줄잡아 1300만명에 이를 정도로 지금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가 제시하는 영어학습법이란 게 아주 간단합니다. 영어문장을 가장 큰 목소리로, 가장 빠르게, 가장 분명하게 읽으며 발음훈련을 시키는 것입니다. 공개 강의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서 영어를 외치면, 청중들은 마치 최면에라도 걸린 듯 무아지경 속에서 그를 따라 영어를 외치는 광경이 볼 만하다고 합니다. 그는 원래 소심한 성격이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아무도 찾지 않는 무덤가에서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가면서 영어 원서 10권을 읽고난 뒤에 중국 최고의 영어강사로 운명이 바뀌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제시한 방법론이 원론적으로는 제 이론과 같습니다. 제 학습이론은 한국인의 특성에 맞춰 훨씬 정교하게 다듬어져 있지요. 중국어는 기본적으로 영어와 같은 반굴절음이고, 문장 어순도 비슷하기 때문에 ‘큰 소리로 영어를 읽는 것’ 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암기하고 문장구조를 수학공식 풀 듯이 따지는 기존 영어학습법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는 인식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미친 영어강사’는 그 작은 예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과학기술이 엄청나게 발전했다지만, 언어교육만큼 미지의 영역이 많은 분야도 많지 않습니다. 인간의 언어학습 영역에 대해서는 아직도 세계적으로 연구가 상당히 부족한 상태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어떻게 영어를 공부해왔습니까? 무조건 외우는 수밖에 없다는 쪽이 대세 아니었습니까? 미국인이나 영국인에게서 영어를 배우는 게 최선이라는 식 아니었나요?

영어에 나름대로 일가견이 있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한국인은 미국인과 똑같은 영어발음을 내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틀린 얘기입니다. 그 증거가 바로 저입니다. 제 영어는 미국인의 그것과 똑같습니다. 그래서 제 발음과 관련된 에피소드도 많습니다. 그러나 저는 미국에서 6개월밖에 살아보지 않은 사람입니다. 저는 완전히 토종 한국인입니다.

그렇게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요인이 바로 발성음과 분철음 훈련 덕분입니다. 미국인과 똑같이 말하고, 그들 말을 100% 파악할 수 있게 되면 표현력이 증가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이제 우리 나름의 영어학습 이론이 나와야 합니다. 그래야만 온 나라가 영어의 포로가 돼 있는 이 질곡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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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광호 ('영어의 바다에 빠뜨려라' 저자/미국 뉴욕주립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우리가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바로 반 무의식적이 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말한다. 이 말은 언어를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는 무수한 실수와 되풀이 속에서 자기 것을 쌓아갈 수 밖에 없다. 입을 다물고서야 어떻게 영어를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외국어를 배우는데 모국어의 존재는 방해가 될까? 중학생이 되어 모국어를 완전히 익힌 뒤에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가 이미 굳어져 있는 상태라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어려울까? 따라서 외국어를 배우기에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 언어적인 자산을 이용하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언어의 논리가 서 있는 성인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보다 외국어를 배우는데 유리한 점도 많다.

액센트를 무시하면 거의 못 알아듣기 일쑤다. 듣는 사람도 내 말을 못 알아듣고 나 또한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 발음이 정확해야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발음은 원어민의 지도가 꼭 필요하다.

말이라는 것은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언어습득장치가 있어서 모국어를 익히는 환경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 주면 애써 사전을 한장 한장 씹어먹듯이 하지 않아도 터득할 수가 있다. 사람마다 실제 상황 속에서 자주 쓰고 닦고 하며 익히는 과정에서 터득해 가는 신비로운 배움 장치가 있다. 미국의 어린애들은 1년이면 수천 번 같은 말을 듣기 때문에 그 낱말들이 머리에 가서 박힌다.

읽기는 따지고 보면 회화보다 더 중요하다. 읽기가 약하면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진다. 어디 읽기 만인가 읽기는 바로 쓰기와 연결이 된다.

미국 유학생이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쓰기다. 회화는 한국 학생이 틀린 표현, 우스운 표현을 해도 미국 사람들은 탓하지 않고 넘어가 준다. 그러나 글은 관사 하나만 잘못 써도 큰 일이 난다. 한국의 영어교육은 지금까지 문법에 관한 교육은 있었지만 문법을 활용하는 교육은 거의 없었다. 상황 속에서 나오는 대로 문법을 지도해야 한다.

유학을 오는 학생이 맨 먼저 부딪치는 곤란은 듣기 장애다. 말은 하도 겁을 먹고 한국에서 연습을 많이 해온 탓에 자신에게 필요한 말은 꽤 할 줄 안다. 발음은 다소 어색해도 미국 사람들이 틀린 말을 탓하지 않고 잘 들어준다. 그러나 유학생은 미국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 듣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다. 무척 고통스러운 시기를 한동안 보낸다. 내가 유학생들의 듣기, 말하기를 유심히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처음엔 말하기 보다 듣기에 곤란을 겪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양상이 달라진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는 동안에 듣기는 숙달이 되어가지만 오히려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말하기는 습득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 훈련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많은 재미 교포들의 경우이다. 10년, 20년이 지났어도 말을 제대로 못한다. 장사에 필요한 생존영어 외에는 말이 막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하기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급 회화는 엄두도 못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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