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광호 ('영어의 바다에 빠뜨려라' 저자/미국 뉴욕주립대 영어교육학과 교수)

우리가 언어를 배운다는 것은 바로 반 무의식적이 되기 위한 의식적인 노력을 말한다. 이 말은 언어를 거의 무의식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도록, 의식적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뜻이다.
영어는 무수한 실수와 되풀이 속에서 자기 것을 쌓아갈 수 밖에 없다. 입을 다물고서야 어떻게 영어를 잘 할 수 있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외국어를 배우는데 모국어의 존재는 방해가 될까? 중학생이 되어 모국어를 완전히 익힌 뒤에 외국어를 배우면 모국어가 이미 굳어져 있는 상태라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더 어려울까? 따라서 외국어를 배우기에는 나이를 너무 많이 먹었다고 슬퍼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그 언어적인 자산을 이용하면 더 큰 발전을 이룰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단 언어의 논리가 서 있는 성인의 경우에는 어린아이보다 외국어를 배우는데 유리한 점도 많다.

액센트를 무시하면 거의 못 알아듣기 일쑤다. 듣는 사람도 내 말을 못 알아듣고 나 또한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듣는다. 발음이 정확해야 의사소통이 이루어진다. 발음은 원어민의 지도가 꼭 필요하다.

말이라는 것은 여러 학자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언어습득장치가 있어서 모국어를 익히는 환경과 비슷한 상태를 만들어 주면 애써 사전을 한장 한장 씹어먹듯이 하지 않아도 터득할 수가 있다. 사람마다 실제 상황 속에서 자주 쓰고 닦고 하며 익히는 과정에서 터득해 가는 신비로운 배움 장치가 있다. 미국의 어린애들은 1년이면 수천 번 같은 말을 듣기 때문에 그 낱말들이 머리에 가서 박힌다.

읽기는 따지고 보면 회화보다 더 중요하다. 읽기가 약하면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다른 사람을 따라가기가 힘들어진다. 어디 읽기 만인가 읽기는 바로 쓰기와 연결이 된다.

미국 유학생이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쓰기다. 회화는 한국 학생이 틀린 표현, 우스운 표현을 해도 미국 사람들은 탓하지 않고 넘어가 준다. 그러나 글은 관사 하나만 잘못 써도 큰 일이 난다. 한국의 영어교육은 지금까지 문법에 관한 교육은 있었지만 문법을 활용하는 교육은 거의 없었다. 상황 속에서 나오는 대로 문법을 지도해야 한다.

유학을 오는 학생이 맨 먼저 부딪치는 곤란은 듣기 장애다. 말은 하도 겁을 먹고 한국에서 연습을 많이 해온 탓에 자신에게 필요한 말은 꽤 할 줄 안다. 발음은 다소 어색해도 미국 사람들이 틀린 말을 탓하지 않고 잘 들어준다. 그러나 유학생은 미국 사람들이 하는 말을 알아 듣는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는다. 무척 고통스러운 시기를 한동안 보낸다. 내가 유학생들의 듣기, 말하기를 유심히 관찰해 본 바에 의하면 처음엔 말하기 보다 듣기에 곤란을 겪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양상이 달라진다.

미국 사람들 사이에서 1년이 지나고 2년이 지나는 동안에 듣기는 숙달이 되어가지만 오히려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다. 말하기는 습득을 위한 끊임없는 자기 훈련이 필요한데 여러 가지 이유로 그렇게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좋은 예가 많은 재미 교포들의 경우이다. 10년, 20년이 지났어도 말을 제대로 못한다. 장사에 필요한 생존영어 외에는 말이 막히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간단하다. 말하기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고급 회화는 엄두도 못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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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영어는 거저 친하게 지내면 됩니다.

친구사귀듯이 꾸준히 같이 있다보면 어느새 갑자기 실력이 쑥쑥 늘어나 있죠.

친구처럼 사귈 수만 있다면 영어는 벌써 끝난 거예여.

영어 잘 할려고 하지 마세요. 너무 힘들게 하지 마세요. 너무 욕심내면 오래 못가여.

느긋하게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이 결국은 이기죠. 그저 슬슬 사귀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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