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문정인 교수



일단 부딪쳐라, 그러면 열리니

통칭 ‘미국박사’는 영어를 잘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미국에서 짧게는 3∼4년, 길게는 10년 넘게 공부하며 석사·박사과정을 마치고, 개중에는 미국 대학에서 교편을 잡다가 귀국한 이도 많으니 일반인들이 ‘영어는 기본’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과연 그럴까? 유감스럽게도 현실은 ‘아니올시다’ 쪽에 더 가깝다. 물론 많은 미국박사들이 기초회화를 하거나 전문서적을 읽는 데에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우리말 하듯 자유자재로 미국학자들과 토론하고, 때로는 치열하게 논쟁까지 벌이며, 우리말로 쓰듯 ‘고뇌 없이’ 영어논문을 쓸 수 있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남부끄러워 내놓고 말은 못 하지만, 우리나라 학자들 중에는 국제회의에 참석해서 ‘그놈의 영어 때문에’ 꿀먹은 벙어리처럼 앉아만 있다가, 혹은 아주 ‘불만족스러운’ 코멘트 한 마디로 만족하고 돌아온 경험이 있는 이가 적지 않고, 개중에는 “영어 한번 속시원히 잘해보는 게 소원”이라고 토로하는 이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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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발총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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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문정인(文正仁·48·정치학) 교수는 그런 점에서 특이한 존재다. 우선, 그가 구사하는 영어는 엄청 빠르다. 종종 미국인보다 더 빠른, 이른바 ‘따발총 영어’ 스타일. 그는 영어로 진행되는 국제 학술회의에서 손쉽게 좌중을 휘어잡고 회의를 자유자재로 이끌어간다. 그가 참석하거나 사회를 본 학술회의에 참석했던 사람들은 대체로 이런 평가에 동의한다.

그는 또 국내 학자로는 보기 드물게 활동적이다. 매년 10여차례씩 외국에서 열리는 국제 학술세미나에 주제 발표자나 토론자로 나서다보니 발표하는 영어 논문도 상당수. 덕분에 한국 학자로는 국제 학술무대에 가장 널리 알려진 인물 중 한 사람이 됐다. 그런 점에서 문교수를 평가하는 가장 적절한 표현은 (영어로 하면) ‘에너제틱(energetic)’ 그 자체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영어를 잘하십니까?

“사실 내 영어가 문법으로 보나 발음으로 보나 완벽한 영어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우리 학계에도 예를 들어 고려대 한승주(韓昇洲) 교수나 대우학술재단 김경원(金瓊元) 이사장처럼 품위있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분들이 계신데, 하필이면 왜 나를 인터뷰 대상으로 지목했는지…. 하긴, 그 분들이 한 마디 한 마디 심사숙고해서 말하는 스타일이라면, 나는 확실히 다른 분들보다 말하는 속도가 빠르긴 한 것 같네요”

―어떻게 그렇게 영어로 빠르게 말할 수 있지요?

“내 경우엔 영어를 천천히 말하면, 논리를 전개하기가 어려워요. 말이 빨라야 논리에 일관성이 유지됩니다. 왜 그런지는 나도 잘 모르겠는데, 아무튼 천천히 하면 말이 잘 안 돼요. 굳이 설명하자면 생각하면서 말하는 게 아니라 머릿속에 들어 있던 것이 말하면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고 할까….”

―흔히 영어를 잘하려면 생각 자체를 미국식으로 하라고 하지 않습니까? 우리말을 머릿속에서 영어로 옮겨서 말하지 말라는 뜻이지요. 영어가 빠르다는 걸 그런 맥락에서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래요. 나도 영어로 말하고 쓸 때에는 영어식으로 생각합니다.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식이 아니에요. 영어는 영어식으로, 한국말은 한국식으로 해야지”

―그게 저절로 되는 건 아닐 텐데요….

“요는 영어로 글을 많이 쓰고, 많이 말하는 거지요. 또, 학자라면 자기 논문에 대해서 주위에서 논평을 많이 받는 것이 필요해요. 중요한 것은 언어 이전에 분석적 사고, 훈련이라고 봅니다. 언어란 게 결국은 자기 표현 수단입니다. 그러니까 영어가 아니라 영어로 말하는 내용이 중요한 거고, 따라서 내 전공분야에서 어떤 분석적 훈련을 받았는가 하는 점이 중요해요.”

제주도에서 고교를 졸업한 그는 그 시절에 이미 영어를 잘할 수 있는 제1의 요소, 즉 두둑한 배포를 갖고 있었다. 평화봉사단원으로 와 있는 미국인들을 집에 데려와 ‘밥도 주고, 라면도 끓여주고, 안내도 자청해가면서’ 사귀었다. 한마디로 ‘외국인에 대해 겁이 없었고’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컸다’는 것. 그랬기에 서울에 올라와 대학에 다닐 때에는 이미 ‘영어를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은 못 느낄’ 정도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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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get out of 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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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실력이 결정적으로 좋아진 특별한 계기가 있었습니까?

“대학(연세대) 졸업 후 한동안 기업에 들어가 중동지역 등 이곳저곳 출장을 많이 다녔습니다. 3년 정도 그렇게 돌아다니니까 솔직히 그 뒤로는 겁나는 게 없어지더라구요. 그런 점에서 내 영어는 실전영어라고 할 수 있어요. 영어를 잘하려면 외국인을 겁내거나 그들에게 위축되면 안 돼요. 영어는 그저 수단일 뿐이에요. 외국인과 자꾸 부딪치다 보면 경험도 쌓이고, 자연히 표현력도 늘어나게 돼요.”

―한국인들이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세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는 완벽주의자가 많은 것 같아요. 영어를 할 때 머릿속에서 완벽한 영어문장을 써본 다음에 말하는 습성이 있다는 겁니다. 정관사·부정관사 다 맞춰야 하고, 문법도 맞아야 하고… 이러니까 영어가 안 되는 겁니다. 중요한 건 자기 의사를 확실하게 전달하는 것 아닙니까? 그런 점에서 발음이나 문법은 부차적인 문제예요. 정 필요하면 보디 랭귀지(body language)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즉 자기 영어가 불완전하다는 것을 전제로 해놓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겁니다.”

―일상 회화는 그렇다고 해도, 학술세미나 같은 곳에서 쓰는 영어는 조금 다를 듯한데요….

“그것도 결국 훈련과 경험이라고 봐요. 국제 세미나에서도 완벽주의자가 되려고 하면 실패하기 쉽습니다. 비판받을 것이라는 전제하에 그걸 받아낼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해요. 비판을 받아야 논문의 질도 높아지고, 국제 세미나에서 좌중을 주도해나가는 기술도 쌓입니다.

국제 세미나에 나갈 때는 발표할 주제에 대한 철저한 사전준비와 지식이 필수적입니다. 또, 자기가 준비한 것을 제한된 시간에 집약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철저하게 준비해야 할 뿐 아니라 일단 나가면 절대 기죽지 말아야 해요.

나는 일본 학자들에게서 배울 점이 있다고 봅니다. 일본 학자들 중에는 몇 년 전부터 해외 학술무대에 진출하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일본 정치학자들의 80% 이상이 일본 내에서 석사·박사학위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밖에 나가 영어로 논문을 발표하고, 활발하게 토론에 참여합니다. 일본인도 체면 중시하고 완벽주의자라는 점에선 우리와 마찬가집니다. 요즘 젊은 학자들은 좀 달라졌다지만, 우리는 아직도 국제 학술회의에 나가는 데 부담을 느끼는 분들이 꽤 있는 것 같아요.”

―영어와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소개해주시지요.

“글쎄, 그런 건 별로 없는데…. 미국에서 학위 받고 몇 년간 교수생활 할 때 한번은 내 강의를 듣는 학생 중 한 명이 ‘교수님 발음이 이상해서 잘 알아듣지 못하겠다’고 불평하는 겁니다. 그래서 그 자리에서 내가 그랬어요. ‘You, get out of here(이 방에서 나가!)’ ‘중요한 건 발음이 아니라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아이디어와 지식이다. 네가 발음 때문에 수업을 못 듣겠다면 듣지 마라’고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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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마음’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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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계에는 문교수의 왕성한 활동에 대해서 불가사의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꽤 있는데요….(웃음)

“간단해요. 나는 골프 안 치고, 잠자는 시간 줄이고, 이렇다 할 취미생활도 하지 않아요. 만나는 사람들도 주로 내 연구와 관계되는 사람들이고…. 기적이란 건 없어요. 사회과학은 자기가 한 만큼, 시간을 투자한 만큼 결과가 나타납니다.

영어도 투자한 만큼 얻는다는 점에선 마찬가집니다. 물론 어학의 경우 선천적으로 머릿속에 프로그래밍돼 있는 언어감각이랄까, 그런 게 있다고 봅니다. 왜, 아무리 노력해도 영어가 잘 안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물론 미국에서 40, 50년씩 살고 있는 한국계 학자들 중에도 의사소통에 완벽하고 글도 잘 쓰지만, 뭐랄까 좀 답답하게 말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또, 중동 사람들을 보면 영어로 말은 참 잘하는데, 글로 쓰는 것은 초등학교 수준밖에 안 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게 다 선천적인 부분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내 경우엔 그런 게 한 4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나머지 60%는 노력이지요.

―영어 논문 한 편 쓰는 데 며칠 정도 걸립니까?

“빨리 쓰는 편입니다. 자료가 다 준비된 상태에서 20∼30쪽짜리 한 편 쓰는 데 이틀 정도면 초고가 나와요. 한국사람들은 말하는 것뿐 아니라 글을 쓰는 데에도 애를 참 많이 먹는 것 같은데, 그건 내용을 한국어로 생각해놓고서 그걸 영어로 옮기려는 습성 때문인 것 같아요. 그런 방법으론 잘 안될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문교수께서는 어떤 방법으로 논문을 쓰십니까?

“일단 논문 개요만 정해놓고, 필요한 데이터들을 넣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쓰기 시작하지요. 초고가 만들어지면 이걸 갖고 하루, 이틀에 걸쳐 고치는 작업을 합니다. 이렇게 하면 사나흘이면 웬만한 논문 한 편은 쓸 수 있어요. 다음으로 그 논문을 내 분야의 여러 사람들에게 보내서 검토를 부탁하고, 그걸 토대로 다시 손질을 하지요. 요즘은 컴퓨터를 쓰니까 논문 쓰기가 훨씬 수월해졌어요.”

―마지막으로, 한국인이 영어를 배우는 데 가장 필요한 것 한 가지를 지적하신다면….

“어학은 ‘오픈 마인드(open mind)’가 없으면 배우기가 참 어려워요. 글쓰는 것은 혼자 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말하는 데에는 열린 마음가짐이 필수입니다. 보편적 세계주의, 타인에 대한 상냥함, 자기 실수를 용납할 수 있는 포용력, 이런 것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우리 사회 자체가 열린 사회가 돼야 합니다. 외국인과 일상적으로 접촉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때 우리 사회의 영어 콤플렉스가 해소될 수 있어요. 어학은 결국 실전을 통해서 습득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영어는 ‘무엇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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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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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래여고 1년 김수인



“조기교육이 별 거 있나요?”

우리 사회에 영어 조기교육 바람이 불기 시작한 지도 벌써 오래다. 우리말도 온전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어린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것을 놓고 찬반 양론이 분분하지만, 아무튼 영어 조기교육은 이제 이 땅의 대다수 학부모들에게 일종의 ‘의무’처럼 됐다. 학원가에서 시작된 영어 조기교육 바람은 급기야 공교육 현장에도 들이닥쳐 이제는 영어가 초등학교 3학년 교실에 정규 교과목으로 버젓이 자리잡았다.

부산 동래여고 1학년 김수인양(金修仁·16)을 영어 조기교육의 대표적 성공사례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김양은 지난 2월28일 치러진 토익(TOEIC) 시험에서 990점 만점을 받아 화제를 모았다. 성인들도 700∼800점 이상 받기가 쉽지 않다는 토익시험에서 어린 여고생이 만점을 받은 비결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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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4학년부터 영어발음 익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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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와 얘기하기 전에 우선 김양 어머니와 통화를 했다. 재미있는 것은, 김양의 부친인 동아대 김성언교수(金性彦·48)가 한문학자라는 사실. 한문학자 아버지와 영어 도사인 딸? 집안 내에서 이뤄진 동서양의 절묘한 화합인가?

알고보니 김양의 모친인 김상희씨(金祥姬·부산대 강사)가 불어학을 전공한 학자였다. ‘그러면 그렇지. 어머니로부터 체계적인 어학 교육을 받았겠거니’ 짐작하고 모친과 대화를 시작했다.

―불어학을 하셨다니 딸교육에 남다른 노하우가 있을 듯합니다만….

“그렇지 않아요. 초등학교 5학년 올라가기 직전에 수인이에게 초등학생용 영어발음 교재를 구해준 것이 전부입니다. 그 때 이미 주변에선 아이들에게 영어공부를 시키고 있었어요. 2학년 때부터 시킨 집도 있고. 우리집은 늦은 편이었어요.”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었습니까?

“영어 선생님이 매일 전화를 걸어 영어로 대화하고, 집에서는 발음 위주로 만들어진 테이프를 듣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수인이는 매일 30분에서 1시간 정도 꾸준히 테이프를 들었는데, 이때 귀가 트이지 않았나 싶어요. 6학년까지 2년간 참 열심히 했거든요. 그 사이에 제가 따로 가르친 것은 없고, 오히려 수인이가 제 영어 발음을 따라할까봐 많이 걱정했어요.(웃음)”(수인양 부모는 유학 경험이 없고, 국내에서 학위를 받았다.)

―수인양이 어학에 재능이 있지요?

“그때는 재능이 많다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다만 영어교재 테이프를 열심히 듣는구나 하는 정도였지…. 6학년 때에는 미국인이 강사로 나오는 영어학원에 보냈는데, 다른 아이들보다 레벨이 빨리 올라가기는 하더라고요.”

―그리고 나서 가족이 하와이에서 1년간 살다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남편이 하와이대학 한국학센터에서 연구하게 되면서 96년 2월부터 97년 2월까지 1년간 하와이에서 지냈습니다. 당시 수인이가 중학교 1학년 때였는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미국사람들 말을 다 알아듣는 것 같더라고요.”

―부모님께선 영어를 잘하세요?

“아이구, 잘하지 못해요(웃음). 애들 아빠는 하와이에 있을 때에도 한국학센터로 나갔기 때문에 우리말만 했어요. 그래서 발음을 알아듣기 어려운 사람을 만날 때에는 통역삼아 수인이를 데리고 다녔어요.”(웃음)

―하와이에서는 영어교육을 어떻게 시켰습니까?

“거기서도 특별히 뭘 시키거나 그런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미국 아이들과 어울려 놀면서 수인이가 산 영어를 배운 것 같아요. 그런데 미국 학교에선 수업시간에 애들에게 책을 읽어오라는 과제를 내주더라고요. 책 한 권 읽어오면 점수를 주는 식이죠. 그래서 수인이가 점수를 따려고 책을 열심히 읽었는데, 그 과정에 자연스럽게 문법도 습득한 것 같아요.

그런데 얘는 책을 보면서 영한사전을 찾지 않았어요. 본인 말로는 그냥 ‘게스(guess, 추측)’한대요. 책 읽다가 정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저에게 물어봐요. 그때는 게으르다고 막 야단을 쳤는데, 지금은 그것이 오히려 영어를 모국어처럼 받아들이는 데에 도움이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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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영어로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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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수인양과 얘기해볼 차례. 전화선을 통해 앳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토익시험에서 만점 받았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처음엔 저도 믿기지 않았어요. 본시험을 치르기 전에 집에서 몇 차례 모의시험을 해봤는데, 실제 시험이 훨씬 어려웠거든요.”

―시험에서 모르는 단어는 없었나요?

“물론 있었지요. 그래도 문맥을 보면 단어 뜻을 대충 짐작할 수는 있었어요.”

―요즘 어떻게 영어공부를 합니까?

“요즘엔 인터넷을 많이 봅니다. 인권운동가나 대통령 연설문같이 좋은 영문을 매일 찾아서 읽고, 독해집도 사서 보고, 유익한 미국 책을 골라서 읽기도 하고요. 최근엔 이집트의 피라미드를 설명한 책을 읽었어요. 그리고 시간이 나면 CNN 방송도 봅니다.”

―아이구, 다른 공부할 것도 많을 텐데 하루에 그 많은 일들을 해요?

“영어 공부시간이 매일매일 달라요. 보통 하루에 30분 정도, 바쁠 때에는 10분밖에 못할 때도 있고, 어떤 때에는 하루종일 영어만 하기도 하고…. 방송도 시간 정해놓고서 보는 건 아니에요.”

―CNN은 고1 학생이 보기엔 좀 어렵지 않던가요?

“하와이에 있을 때 보니까 미국 아이들도 CNN은 보기가 어렵대요. 시사용어가 많이 나오니까 그런가봐요. 그런데 한국에 와서는 논술준비 때문에 신문을 매일 읽으니까 CNN 방송이 훨씬 잘 들리는 것 같아요. 요즘엔 국제뉴스나 다큐멘터리 보는 걸 좋아해요.”

―수인양이 영어를 잘하게 된 요인으로 가장 중요한 것을 꼽는다면?

“일상생활에서 모든 일을 항상 영어로 생각하려고 한 게 가장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아요. 저는 처음 영어를 배울 때부터 그렇게 했던 것 같아요. 저처럼 영어공부를 하다보면 문법이 좀 달리는 걸 느끼게 되는데, 길게 보면 제 방식이 낫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영어를 잘하니 학교 영어수업이 따분하겠네?

“사실 하와이에서 막 돌아왔을 때에는 그럴 거라고 생각했어요(웃음). 그런데 막상 와보니까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좋은 자료를 교재로 많이 쓰고, 수업을 딱딱하게 이끌지 않아서 재미있어요.”

―수인양은 장래에 어떤 직업을 갖고 싶어요?

“외교관이요. 그런데 엄마는 자꾸 법대에 가래요.”(웃음)

1년간 외국생활을 했다고 해서 ‘당연히’ 영어를 잘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10년 이상 미국서 산 동포들 중에도 영어를 넘지 못할 장벽으로 느끼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그런 점에서 영어를 잘하고 싶은 사람은 김수인양의 사례를 ‘돌연변이’로만 치부하지 말고 철저하게 ‘벤치마킹(benchmarking)’해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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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문홍 동아일보 신동아기자
http://shindong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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킴글리쉬에서 다시 퍼온 글임돠.

다음 글은 김창준님이 영작에 대하여 쓰신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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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사설류의 글을 어떻게 쓸 수 있을까하는 질문에...)

정식으로 답변을 올리기 전에 몇마디만 커멘트를 하자면,
모국어로 신문사설이나 에세이류의 글을 쓰지 못하는
사람은 외국어에서도 거의 마찬가지 신세일 것입니다.

올바른 글쓰기 공부는 생각하는 공부와 분리할 수 없습니다.
깨끗한 글을 쓴다는 것은 그 사람의 생각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다는 것이고, 생각이 난잡하여서는 글도 난잡해 집니다.

영어로 글을 잘 쓰고 싶어하시는 분들은(자기 표현이 가능하냐 안하
냐 하는 가불가의 수준을 넘어서 표현의 효과와 질을 따진다면)
자기 스스로 생각하는 공부와 훈련이 되었는지, 모국어로 글을
써서 소위 신문사설에 올릴 만한 지를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고, 신문사설이나 에세이류의 글은 그 "수사학적인 표현"
의 유려함이나 다루는 주제, 어휘의 난이도 등에 의해서 규정
되어지는 것보다는, 글의 목적과 유효성 및 논리 등에 의해 판가름
나는 것입니다.

종종 책을 많이 읽었다고 하는 자인하는 사람들이나 아니면 각종
작문 대회 등에 출전한 사람의 글들에서 소위 속빈강정
꼴의 "말잔치"를 종종 보게 되는데, 글을 쓴다는 것이 결국
궁극적으로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면, 본말전도된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문학 작품 예외
-- 즉, 입는 옷이 아니라 감상용 옷을 만드는 디자이너 경우)
그이들은 마치 특정 표현을 써먹기 위해 글과 주제를 도구
적으로 사용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과연 글의
목적이 무엇인지, 그것이 달성가능한지 의문스럽습니다.

예컨데, 세입자와 건물주간의 분쟁에 관해서도 과연 그런 글을 쓸지
궁금합니다. 그 글을 읽은 상대는 "이야 참 멋지긴 하군.
근데 난 당신 의견이 뭔지도 잘 모르겠구, 받아들일 생각도 없어"
라고 반응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글의 최소한도의 목표가 달성
된 이후에야 스타일이나 미적인 수사구 등을 생각해 볼 여지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일단은 자신의 생각을 명확하고 명료하게
표현하는 훈련이 기본이 되어야 합니다.

모든 공부는 가장 진솔하고 기본적인 훈련에서 시작하여야 합니다.
이런 규율적이고 규칙적인 훈련 위에서야 비로소 이들의 초극이
가능하고 온갖 수사적 표현을 찜쪄 먹을 수도 있습니다. 그 단계
를 건너 뛴 멋내기와 '자유로움'은 자칫 사상누각일 수 있습니다.
누군가가 피아노를 때려 부순다고 해서 백남준의 예술공연과 같은
수준에서 생각될 수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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