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세 대학생’ 나기업군의 영어 공부법

 "수백만원짜리 영어캠프를 안 가도 '영어박사' 될 수 있어요." 영어동화·영어소설로 독해 실력을 키웠다는 나기업군.
올해 15세인 나기업(충남 부여군 외산면)군은 지난해 한남대 린튼글로벌칼리지에 입학하면서 유명세를 치렀다. 중학 1학년을 중퇴하고 홈스쿨링을 한 지 1년 만에 외국어 공인시험 우수자 특별전형을 통과한 나군은 산골마을에서 태어나 영어학원이나 과외를 받을 기회가 없었다. 그런데도 지역신문에 영어 칼럼을 연재할 만큼 실력을 쌓아 언론의 주목을 받은 것이다. 나군이 최근 자신의 영어공부법을 담은 『산골소년 영화만 보고 영어박사 되다』를 냈다. 8일 오후 광화문에서 만난 나군은 "영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며 "그냥 영어가 좋아서 영어와 함께 살았더니 실력이 저절로 따라붙더라"고 했다. 그가 10년간 영어공부를 하면서 쓴 돈은 30~40만원에 불과했다. 나군은 "수백만원짜리 영어캠프에 가지 않고도, 유학 때문에 '기러기 가족'이 되지 않고도 원어민 같은 영어를 구사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어 책을 냈다"고 말했다.

디즈니표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영어교사' 나군이 영어 공부를 시작한 것은 4살 때다. 첫 영어선생님은 '토이스토리'. 하루 두 번씩 2년간 1000번쯤 필름이 끊어질 정도로 비디오를 봤다. 나군은 "월트 디즈니사의 뮤지컬 애니메이션이 어린이 영어교재로는 최고"라고 말했다. '라이온킹'부터 '알라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노틀담의 꼽추'까지 적게는 100, 많게는 300번을 반복해서 보니 "영화 한 편이 통째로 머릿속에 들어앉았다"고 한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는 뮤지컬 애니메이션으로 영어의 기초를 다졌다. 처음에는 한글 자막을 본 뒤 원어 비디오를 반복해서 시청했다. 내용을 모르면 아예 흥미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원어로 들을 땐 예전에 본 한글 자막과 주인공들의 대사를 연결시켜 봤다. 그는 "실력이 어느 수준에 이르면 무()자막-영어자막-한글자막 순으로 영화를 보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이어 넉 달 간 명작영화 녹음본을 구해 '듣기 훈련'에 집중했다. 대본을 손에 놓고 영화 속 장면을 상상하는 훈련을 했다.

영화·뉴스·시트콤 '섞어 보기' 다음은 다큐멘터리 학습. '디스커버리채널' '애니멀 플래닛' 방송을 통해 1년간 사실적이고 과장 없는 영어를 익혔다. 중학교 입학 후에는 영화·CNN 뉴스·시트콤 순으로 공부했다.

"뉴스를 들으면 사전에 나오는 정통영어를 배울 수 있어요. 영화에는 실생활용 어휘가 많이 등장해요. 디즈니표 영화는 줄거리가 권선징악이기 때문에 엄밀한 의미의 생활영어는 아니거든요." 나군은 "'트로이'를 통해 서사적이고 시적인 어휘를, '투모로우'에선 날씨 관련 어휘를 익혔다"고 말했다. 가장 난도 높은 영어교재로는 시트콤을 꼽았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톡톡 튀는 대사와 다양한 영어 발음을 섭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윌 앤 그레이스' '보스턴 퍼블릭' '프렌즈' 시리즈로 공부할 때 한 에피소드를 하루 세 번씩 봤다.

그는 "대학에서 다양한 국적을 가진 교수들의 강의를 잘 좇아간 것도 시트콤 덕분"이라며 웃었다. '15세 대학생'은 인터뷰를 하던 중 '불광불급(不狂不及)'이란 단어를 꺼냈다. "'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못한다'는 말 아시죠? 영어도 마찬가지예요. 전 세 가지 원칙을 정해놓고 영어를 배웠어요. '재미있게' '많이' '낮은 난도부터 높은 순으로' 익히자는 거죠. 너무 평범한가요?"

토익 950점 받은 토종학습법 나군은 "원서는 영어 자체가 별로 어렵지 않은 책을 골라야 한다"고 말했다. 셰익스피어의 고전보다 '위험한 대결' '로빈슨 크루소' '이솝 우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 '셜록 홈즈' 전집이 낫다는 얘기다.

지난 8월 치른 토익 점수는 950. 시험 유형만 파악했을 뿐 문제집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는 "토익 시험에서 중요한 게 시간 안배라고 하는데, 원서를 많이 읽으면 속독 능력이 생겨 고득점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나군은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순으로 공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많이 듣고, 많이 말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문법에 얽매여선 독해도, 말하기 실력도 늘지 않는다"고 했다. 원서를 꾸준히 읽으면 문법 공식은 자연스럽게 자기 것이 된다는 게 그의 얘기다.

사진=오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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