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김경윤 선생의 논술칼럼-2


 



 



 

Now, Here, I


 



 



 

[역사란 무엇인가]를 쓴 E.H.카는 “역사는 과거와 현재와의 대화”라고 말하였다. 이 말은 논술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논술은 현재와의 대화이다. 논술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와 마주친 사건에 대한 해석과 주장이다. 이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시문의 출처가 천 년이 지난 고전에서 나오더라도 마찬가지다. 제시문의 내용은 천 년을 거슬러 올라가 그것을 음미하라는 말이 아니라, 천 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가 오늘날에도 의미가 있는 것인지를 묻는 것이다. 그것이 한국의 반대편에서 쓰여진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은 한국의 반대편 상황을 알기위한 교양차원의 제시문이 아니라, 여기 한국에서 그러한 내용이 소용이 있는지를 묻는 것이다. 그것이 위대한 성인의 이야기라 하더라도, 그것은 성인을 숭배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나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써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논술문제를 접하는 학생은 이렇게 항상 물어야 한다. 이 문제는 오늘날 이곳에서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오늘날 이곳에 살고 있는 나는 이 문제에 어떻게 답해야 하는가?


 



 

지금의 시선으로 과거를 보아라. 여기의 상황으로 거기를 탐문하라. 나의 시선으로 남을 대하라. 과거에 머무르지 마라. 다른 곳에 한 눈 팔지 마라. 남의 이야기에 솔깃하지 마라. 과거의 찬연히 빛나던 것도 지금은 빛바랜 것일 수 있다. 그곳의 진리가 이곳에선 거짓일 수있다. 남의 달콤한 시선이 나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 오직 지금, 여기,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자.


 



 

비행기가 공중을 날기 위해서는 우선 활주로에 단단히 자신의 바퀴를 붙이고 있어야 한다. 공중에 날던 비행기가 착륙하기 위해서는 바퀴를 내리고 활주로와 강한 마찰력을 가져야 한다. 비행기가 나의 생각이라면 활주로는 나의 근거이다. 거처이다. 활주로는 지금, 여기, 바로 우리의 현실이다. 마음껏 상상의 날개를 펴라. 하지만 우리가 결국 도달할 곳은 공중이 아니라 굳건한 대지임을 잊지마라. 모든 논술문제는 바로 지금, 여기, 나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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