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짱 손녀’ 만든 할머니 김 신숙 씨의 영어 교육법

 

 

"Grandma, I'm hungry"

최은송 양(10·경북 포항시 동부초)이 27개월이 되었을 무렵, 할머니 김신숙 씨(57·경북 경주시)에게 영어로 말을 걸어왔다. 은송이는 국어와 영어를 거의 동시에 말하기 시작했으며 현재 외국인과의 대화에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유창한 회화 실력을 자랑한다.

 

외국에서 나고 자란 것도 아니고 영어 유치원 한 번 다니지 않은 은송이의 영어 실력은 오로지 할머니 김 씨의 '영어 교육법' 덕분이다.

김 씨는 21살에 결혼한 딸 덕분에 마흔 일곱 나이에 할머니가 되었고 딸과 사위가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은송이의 육아를 자청했다.

 

손녀 육아를 인생의 새로운 도전으로 받아들인 김 씨는 은송이가 생후 4개월이 되었을 때부터 영어 테이프를 들려주었다. 'Bird'나 'Horse'의 발음조차 가물가물 했지만 35년 만에 먼지가 뽀얗게 쌓인 영어사전을 펼치고 한 단어씩 찾아가며 영어책도 읽어 주었다. 덕분에 은송이는 옹알이도 영어로 시작했다. 이야기를 듣다보면 김 씨 자신이 원래 영어에 능통했을 거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그 역시 영어와 거리가 멀었다.

"저도 처음에는 영어를 가르치려면 저부터 영어에 능통해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그런데 가르치다 보니 아이가 배우는 속도를 따라 잡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걸 깨닫고부터는 아이가 항상 영어를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데 주력 했습니다."

 


       

보통 영어를 배우는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학원에 가면 영어를 쓰지만 집에 돌아오면 국어를 쓴다. 김 씨는 반대로 은송이가 어린이집에 가면 국어를, 집에 오면 영어를 쓰도록 격려했다. 규칙적으로 영어 테이프를 들려주었으며 다양한 놀이법을 개발했다.

먹고 난 우유팩을 깨끗이 씻어 만든 'Rice''Fish''Water' 등 글자카드로 밥상을 차리는가 하면, 식탁 아래 'Table' 침대 아래 'Bed'를 숨겨 놓고 찾기 놀이를 한다. 'Ant'-'Butterfly'-'cat' 등 ABC 순서대로 글자 잇기 놀이도 은송이가 좋아했다.

 

"은송이의 1학년 교실로 6학년 학생이 영자신문을 들고 찾아 왔더래요. 여기 영어 잘 하는 아이가 있다던데 신문 읽을 수 있냐고 물어 보려고요. 은송이가 줄줄 읽고 뜻을 설명해주는 모습을 본 선생님이 은송이 교육법을 공유해 주실 수 없냐고 물어보시더군요. 벌써 3년이 넘게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네요."

김 씨는 은송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이후에는 방과후 수업 '영화 동화 읽기' 교사로도 활약 중이다. '송이 할머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그는 영어 교육에 관심 있는 엄마들 사이에서는 이미 스타 강사이기도 하다. 2002년부터 인터넷에 연재한 은송이의 영어 육아일기는 폭발적인 조회수를 기록했고 현재는 전국 문화센터를 돌며 엄마들을 상대로 '영어교육법을 강의한다. 지난해 11월에는 연재 칼럼을 모아 '시골할머니의 영어짱 손녀 만들기(해피니언)' 라는 책도 냈다.

 

"손녀 육아를 맡게 되면 노후까지 힘들게 지내야 한다는 한탄의 소리를 많이 듣습니다. 하지만 그저 아이를 밥만 먹이고 재우고 할 것이 아니라 자식 키우던 노하우를 활용해 미래의 인재들을 길러낸다면 그만큼 보람이 있는 일이 어디 있겠어요? 아이와 함께 배우면서 자기계발을 할 수도 있고 사랑으로 자식들이 편하게 직장생활 하도록 돕기도 하고요."

 

마지막으로 김 씨는 육아를 조부모에게 맡긴 부모들에게 부탁의 말을 했다.

"아이를 맡길 때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컴퓨터를 사 드리세요. 조부모들은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잠시 휴식을 취할 수도 있지요. 영어 동화나 영어 노래를 들을 수 있으니 아이 교육에도 좋은 일이지요."

 

아래는 '송이 할머니' 김 씨가 알려주는 영어 교육 노하우 5가지.

1) 영어 테이프는 책을 보여주며 들려주어라. 책의 그림을 보고 단어의 뜻을 연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매체 활용을 70%, 엄마가 직접 읽어 주는 것을 30% 비율로 활용해라. 아이는 스스로 발음을 교정해 나가니 엄마의 발음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3) 절대 국어로 해석해 주지 마라. 영어의 의미를 영어로 유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해석 대신에 체험을 하도록 하라. 예를 들어 "The sugar is melting"이라는 문장이 나오면 프라이팬에 설탕을 녹이는 모습을 직접 시연해 보이는 식이다.

 

4) 아이의 학습은 나선형으로 이루어진다. 아이의 학습 속도는 계단형이나 대각선형으로 늘지 않는다. 조금씩 좋아지다가 나빠지기를 반복하면서 실력이 향상된다.

 

5) 공부가 아닌 놀이로 느끼게 하라. 밥상 차리기, 김밥말기 등 글자카드 놀이, 낱말 잇기 놀이, 숨바꼭질 놀이 등 아이가 끊임없이 영어에 흥미를 갖도록 유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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