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심심풀이 삼아 영어사전을 뒤적 뒤적 훑어보는 버릇은 참 좋은 공부방법 중 하나이다.

사실 영어사전에 없는 것은 별로 없다. 사전에는 온갖 알짜 정보가 넘쳐 난다.

우리가 평소에 궁금하던 것을, 혹은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는 것 조차도

가끔씩 찾아보다 보면 "아하 이거였구나!" "아 내가 잘못 알고 있었구나!"

이런 것들이 숱하다.

 

사전은 우리의 영어를 정확하게 해주고 보충해주고 바로 잡아준다.

사전보다 더 좋은 공부재료나 스승은 사실 별로 없다.

아무리 바쁘더라도 가끔씩은 영어사전을 뒤적이는 버릇을 들이자.

아마도 여러분의 영어는 고수의 반열에 곧 들게 될 것이다.

 

대구 계성고등학교 3학년 때의 일이다.

그 당시(1978년)에 우리 학교에는 철야독서실이라는 것이 있었다.

침실까지 별도로 갖춘 그야말로 1년 내내 거의 상주할 수 있는 곳이었다.

일단 3학년들 중에서 전교석차를 기준으로 입실을 허락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 당시에 내가 선출직 심부름꾼(=실장)을 맡고 있었다.

그런데 일요일 오전에 평소에 안면이 있던 2학년 한 명이 독서실에 나와 있었다.

그 학생은 2학년 문과에서 전교 1,2등을 하던 학생이었고 나중에 서울대 법대에 진학했다.

가만히 보니 오전 내내 별 할일도 없는 듯이 그 당시 엣센스 영한사전을 뒤적뒤적 하고 있었다.

내가 뭐 하느냐고 물어보았더니 그냥 재미삼아 사전을 보고있다고 했다.

나도 그 당시에 2만 단어 정도의 소사전을 하나 외우고 있던 터라 그 일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요즘도 나는 집에서 소파에 느긋하게 앉아 영어방송을 들을 때 가끔씩 영어사전을 슬슬 훓어본다.

이럴 때는 영영사전 보다는 오히려 영한사전이 내용도 더 다양하고 재미있다.

이것이 내게 얼마나 큰 도움을 주는지 모른다.

이제껏 내가 희미하게 알고 있던 것들이 명확해지고

상당히 오해하고 있던 것들이 바로 잡아지고

완전히 새로운 기초가 추가되기도 한다.

 

사전을 많이 접할수록 영어실력은 확실히 기초가 단단해 진다.

프로야구 초기시절에 MBC청룡 구단의 김동엽 감독이 TV에서 한 말은 감동적이었다.

"프로와 아마추어의 핵심적인 차이는 기본기입니다."

나도 영어를 오랫동안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그 말에 늘 공감한다.

사전을 가까이 두고 자주 접하면 확실히 기본기가 달라진다.

아주 튼튼해지고 새로워지고 정확해진다.

 

말이라고 다 같은 말이 아니다.

대충 대충 그냥 의사소통만 되는 말이 있고

정확하고 부드럽고 감동을 주는 말이 있다.

 

다 같이 영어로 말하고 그런대로 소통이 되더라도

그들 가운데는 많은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오늘 부터라도 영어사전, 그것도 가급적 종이사전을, 늘 가까이 두고

틈만 나면 찾아보고, 더 나아가서는, 찾아 볼 것이 없더라도 평소에

심심풀이 삼아 슬슬 훓어보는 버릇을 들이도록 하자.

 

여러분은 분명 이미 영어고수이거나 적어도 영어고수가 되는 길에 올라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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