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최병길의 아침편지] 고수들은 과연 어떻게 영문을 읽는가?
진정한 독해는 여러 상황을 반복적으로 접하며 수많은 시행착오를 함으로써 유사한 상황들에 대한 추측의 정확성을 높이는 것입니다. 그러려면 일단 최대한 많은 상황에 노출되어야 합니다. 많은 상황에 노출되려면 일단 많이 읽어야 합니다. 읽은 내용을 100% 다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마십시오. 알 수 있는 것만 이해하시고 모르는 것은 그냥 넘어가셔도 됩니다. 다음에 또 그런 상황이 나옵니다. 그렇게 여러 번 유사한 상황을 만나면 저절로 이해가 됩니다.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사전 찾지 마시고 추측하시기 바랍니다. 그저 지금 읽는 글에서 한 두 가지만 얻어 가겠다는 결심을 해보십시오. 아주 현명한 생각입니다. 욕심을 줄이면 마음의 여유가 생겨 시야가 훨씬 넓어지고 유연한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독해할 때 욕심을 내면 시야가 좁아져 제대로 추측할 수가 없으며 또한 공부를 오래 할 수도 없습니다. 금방 지쳐버립니다. 욕심 없는 여유로운 마음! 넓은 시야! 유연한 추측(=상상력)! 고수들이 반드시 가지고 있는 덕목들입니다.
독해력의 핵심은 상상력입니다. 영어소설을 읽을 때는 문장을 보시지 말고 이야기를 보시기 바랍니다. 각 문장에 대한 해석(=나무 보기)과 전체적인 독해(=숲 보기)는 다릅니다. 문장은 몰라도 좋습니다. 그 속에 들어있는 이야기만 느낄 수 있다면 훌륭한 독해를 한 것입니다. 주요 단어들이 주는 이미지만 따라가도 충분한 독해가 됩니다. 소설을 읽으면서 문장구조를 다 파악할 필요는 전혀 없습니다. 그것은 굉장한 시간 낭비입니다. 모국인들도 문장구조를 다 파악하면서 읽지는 않습니다. 이야기의 흐름을 잡고 그것을 느끼며 앞에서 저자가 설명이 부족했던 부분 혹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했거나 놓쳤던 부분은 뒤에서 이리저리 계속 보충하며 이야기를 엮어나가는 것입니다.
모든 언어는 본질적으로 불완전합니다. 영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단 문장을 쓰는 사람이 제대로 문장을 쓰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고(사람의 불완전성), 그리고 설사 완벽하게 썼다고 할지라도 한 문장이 여러가지 의미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는 것이죠(언어의 불완전성). 한 마디로 오해의 소지가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죠. 이런 불완전한 문장을 보완해주고 부드럽게 연결시켜 주는 것은 읽는이의 상상력(=추측, 추론)입니다. 상상하십시오! 적극적으로 읽으십시오! 글쓴이의 미완성 작품을 완성해 나가십시오. 이것이 최상의 독해입니다.
Br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