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려면 우선 많이 들어야 한다는 말도 있는데
이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도 이 말에는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그러나 이를 확대 해석해서 많이 들으면 저절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우선 말을 한다는 것은 출력(output)인데 입력(input)이 없는 출력은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지요. 말하기를 시도하기 전에 듣기를 많이 해야 한다는 것은 어린 아이가 모국어를 습득하는 경우만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일입니다.

어린 아이는 주로 주위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기만 하다가 10개월쯤 되면 말소리를 흉내내기 시작하고 1년쯤 되면 낱말을 발음하기 시작하죠. 1년 6개월이 되면 50-60개의 어휘를 알고 점차 단어와 단어의 연결을 시도합니다. 그러다가 생후 3년이 되면 영미인의 아이들은 10여개의 단어로 구성된 문장을 사용할 수 있게 되고 반년마다 약 300개씩 어휘가 늘어나 6세쯤이 되면 2,000개 이상의 어휘를 사용하게 되지요.

이런 주장을 한 대표적인 학자로 James Asher란 분이 있습니다. 이분은 학생의 수가 많고 제한적인 시간 내에 효과적인 외국어 교육을 하려면 언어의 4가지 기능 중 다른 3기능으로 전이(transfer)가 가장 잘 되는 Listening을 집중 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 분입니다. 그는 또 청취력을 강조하는 방법으로 외국어로 하는 명령문을 듣고 학습자로 하여금 행동으로 반응을 보이도록 하는 소위 전신반응법(Total Physical Response; TPR)을 개발한 분이기도 합니다. 그는 중고등학교에서는 6개월이나 1년 동안은 청취력 훈련에 치중할 것을 주장하지요.

'만약 듣기 전에 말하기를 시도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것에 대해 생각해 보면 듣기를 먼저 해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지요. 말을 할 때 필요한 어휘나 구문이 내재화되기도 전에 그것을 말하려면 얼마나 부담이 되겠어요? 움추려들고 주눅부터 들겠지요. 발음 자체도 많이 들어서 강세나 억양까지도 그대로 흉내낼 수 있을 만큼 익숙해진 다음에야 실제 발음해 보는 것이 지극히 당연하겠지요. 언어의 종합적인 구조가 내재화될 때까지 말하기를 미루어야 한다는 것에는 대부분의 학자들이 동의하는 부분이랍니다.

그러나 말하기 전에 많이 들으면 나중에 말을 할 때 정확하고 자연스러워진다는 것이지 많이 들으면 어린 아이처럼 저절로 말을 할 수 있다는 뜻은 아닙니다. 들은 것을 실제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실제 그 표현들을 이용하여 의사소통을 해보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어린 아이도 듣기만 해서 말을 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말을 할 수 있기 위해서 끊임없이 입을 놀려 반복 연습을 한 결과이지요. 그리고 의사소통을 하기 위한 절실한 동기도 있었구요. 이것은 그냥 수동적으로 오디오 테이프를 듣는 것과는 질적으로 매우 차이가 납니다.

출처: http://www.englishcare.com/engdb/engdb_view.asp?id_num=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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