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국어를 배울 때도 1.5세 때까지는 사용 어휘 수가 15개 정도랍니다. 그러다가 2세가 되면 사용어휘가 300개로 급증하고, 3세가 되면 가속적으로 늘어 1,000개 이상의 어휘를 구사하게 됩니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경우에도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가속이 붙는 때가 있을까요?

저의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봐도 외국어를 배울 때도 분명 가속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최소 어휘를 a critical mass of vocabulary 혹은 a threshold vocabulary 등으로 부르지요. 둘 다 '임계 어휘량'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읽기 자료에 나오는 단어의 80%를 cover한다는 기본 어휘 2-3천이 바로 어휘 임계량(critical mass)이란 뜻입니다. 이것만 봐도 가속기가 존재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어휘력이 1,500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Reading을 하려고 하든 문법을 학습하려고 하든 막히는 곳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어(core vocabulary) 2-3천 개를 독해와 단어장을 통해 습득하고 나면 많은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학습자용 영영 사전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사전에서는 단어 정의에 사용하는 어휘를 2-3천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휘 습득량이 임계량을 돌파하고 나면 학습자는 자신의 reading 학습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Reading의 경우는 topic/topic sentence를 찾을 수 있고, 단락의 전개 방식을 짐작할 수 있을 때 또 한 번 가속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Listening과 speaking의 경우를 봅시다. 기본어 2-3천을 알고, 독해에 가속이 붙어도 듣기와 말하기는 여전히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구어체 대화의 듣기/말하기라면 대화에 나오는 기본 표현들의 뜻과 용법 그리고 발음까지 추가적으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듣기 시험에 나오는 정도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표현을 알아야할까요? 자기 소개하기, 길 묻기, 전화 걸기, 쇼핑하기, 예약하기, 초청하기, 거절하기 등 기본적인 주제는 20개 정도이고, 각 주제별 알아야 할 필수 표현은 300-400개 정도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의 대화까지 cover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능(function)의 종류는 100개 정도로 늘어납니다. 각 기능별 필수 표현을 informal, neutral, formal 한 것 별로 각각 2개씩만 익힌다면 600 표현이 됩니다. 이에 응답에 필요한 표현 2-3가지까지 고려하면 2,000 표현 정도가 되겠지요. 바로 이 2,000 표현 정도의 용법과 발음까지 익히면 대화를 '시작하고,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확실히 신장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부터 듣기/말하기의 가속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요. 이런 가속성은 아마도 초급에서 중급에 이를 때 한번 나타날 수 있고 중급에서 고급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법의 경우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초급에서 습득 속도가 매우 느리고, 중급에서 빨라지고 고급에서 약간 다시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Writing의 경우는 어떨까요? 어학 연수를 가는 대학생들이 가령 3개월 연수를 한다면 평균 주 1편의 essay를 쓰게 될 것입니다. 3개월 동안 약 15편의 essay를 쓰고 editing하는 셈이지요. 이 정도 essay를 쓰고 나면 3 단락짜리 essay의 기본틀에 익숙해집니다. Essay의 서론, 본론, 결론을 어렵지 않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Essay의 형식에 익숙해진 셈이지요. 이 때부터는 essay의 형식에 생소하여 essay를 못쓰는 일은 없게 됩니다. 아마 학습자는 이때부터 자신감과 가속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이후에는 어휘량이 증가하면서, 또는 text의 논리적 구성 능력이 갖추어지면서 또 다른 가속성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가속성을 습득의 정도와 관련시켜 생각해 보고 싶군요. 즉 어떤 단어나 표현의 임계량 ( 어휘의 경우는 2-3천어)도 중요하지만 이 임계량에 해당되는 어휘/표현에 친숙해져 있는 정도(familiarity)와 연결시켜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어떤 한 단어/표현을 완전히 익히는 데는 시간차를 두고 서로 다른 상황에서 평균 7회 정도의 노출(exposure)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4-5회 노출된 학습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자신은 상당량 영어 공부를 했는데도 잘 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4-5회 노출된 사람이 2-3회 노출된 사람보다 공부한 량은 더 많지만 아직 노출된 영어 단어/표현이 완전히 습득되지(acquired, internalized, automatized)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4-5회 노출이 된 사람의 경우 2-3회만 더 노출되면 회화나 영작을 할 때 필요한 기본 어휘/표현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겠지요. 바로 이렇게 기본적인 어휘/표현에 평균 7회 이상 노출이 되었을 때 학습자는 실력 향상의 가속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씨를 뿌린다고 바로 그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기간 인고(忍苦)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영어의 Listening, Speaking, Reading, Writing 각 기능의 습득에서도 각각의 Critical Mass에 이르기까지 별개의 축적 단계와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학습의 가속성을 고려하면 더더욱 학습자들이나 교육자들에게 기다림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EnglishCare 수석 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60&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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