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회화 해도 해도 끝이 없다는 생각 안 드세요? 영어 사용국가에 살면서 회화를 배우는 경우는 제쳐두고, 한국에 살면서 영어회화를 익히는 경우 어떤 단계를 밟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지요.

성인이 되어 영어 회화를 배우는 경우를 봅시다.
처음에는 누구나 암기하여 흉내를 내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이때는 아직 감정이 실리지 않는 단계입니다. 원어민을 만나 “How have you been lately?” 라고 말하더라도 우리말로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라고 친구에게 말할 때의 기분과는 거리가 멀지요. 의문문으로 만들어야 하고 또 현재완료형에다 뒤에 lately나 these days와 같은 부사구도 갖다 붙여야 하는 부담, 게다가 낱개의 발음을 정확히 해야 하고 억양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온갖 것에 신경을 쓰자니 우리말로 인사를 할 때만큼 자연스런 감정을 실을 여유를 갖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과정은 누구나 겪게 되지요. 암기하여 흉내내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을 할 때처럼 감정까지 실을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최소한 7-8회 이상의 실제 사용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암기한 것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흉내내는 단계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영작문의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가령 “이번 추석 때 집에 있었니 아니면 어디 갔었니?”라고 말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영작문 단계에 이른 사람들은 우선 머리 속에서 한 마디씩 영작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추석 때 집에 있었니?”는 “Did you stay home during this Chusok holiday?”로, “아니면 어디 갔었니?”는 “or did you go somewhere?” 정도로 영작을 하게 됩니다. 모국어처럼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영작을 한 단계이기 때문에 표현도 어색하고 신경도 많이 쓰이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이 말에 대해 상대방이 "I stayed in Seoul. You know, I don't have any hometown to visit in Korea like you. Did you enjoy visiting your home town?" (나는 당신처럼 갈 고향도 없잖아요, 한국에. 고향 잘 다녀왔어요?)라고 물어 오는 날엔 잘 해야 "Yes, I did." 정도로 짧게 대답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머리 속에서는 “차가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가 안 막혀서 고생을 안 했지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를 영작할 엄두는 나지 않고, 혹시 틀릴까봐 그냥 Yes, I did.로 짧게 말하고 말아버립니다. 이것은 초보자들이면 누구나 공통으로 겪는 과정이지요. 소위 토막말 단계라고 말할 수 있지요.

토막말 단계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좀 서툰 영어지만 아래와 같이 말해보려고 합니다.

“I thought I would get caught in a bad traffic jam, but against all my expectation, the traffic was light and smooth, so there was no trouble at all getting back to Seoul. ”

이는 마치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새끼 새가 조금씩 더 멀리 날아보는 것과 흡사한 단계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말을 영어로 직역하는 수준을 못 벗어난 수준입니다. 자연스러운 영어 자료에 좀더 많이 노출이 되면 위와 같은 교과서적인 영작 단계를 넘어, 차츰 “I expected a bad traffic jam, but it wasn't too bad.”처럼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영작에 좀 더 자신이 붙으면 보다 더 길게 말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테면, “야, 참 시골 가보니까 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더라구요. 황금빛 들녘, 시골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너무 멋있었어요.” 정도의 말까지 해보려고 애쓰게 되지요.

이런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고 나면 영어다운 표현을 쓰는 데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내가 거기 가야해?”를 “Should I come over there?”나 “Should I attend there?”라고 말하는 대신 “Do your plans require me there?”처럼 소위 물주 구문을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또, 이 때쯤 되면 2어 동사(phrasal verb)를 사용하여 멋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치과에 가는 것 미루지 말아.”란 말을 “You shouldn't delay going to the dentist.”처럼 delay를 써서 말하지 않고 “You shouldn't put off going to the dentist.”처럼 put off를 쓰는 것을 시도합니다. 2어 동사는 모국어적 발상과 멀어서 비교적 나중에 터득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학습자의 발상이 원어민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지요. 학습자의 대뇌에 영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단계라고나 할까요.

지금 여러분은 어떤 단계에 와 있나요?

서두르지 마십시오.
각 단계를 갑자기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매사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37&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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