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ening for understanding vs Listening for language


영어 회화를 잘하려면 많이 들어야 한다는데 왜 그렇죠?

어린이가 모국어를 배울 때를 생각해 보세요. 만 세 살이 되기까지 엄마나 가족이 들려주는 수많은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하루 2-3시간 정도씩 들었다면 3년 동안 총 들은 시간은 2,000-3,000시간 정도에 달합니다. 때로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엄마, 엄마" 하면서 speaking연습도 했지요. 가끔씩 엄마가 가르쳐주는 말을 틀리게 말하면 엄마는 고쳐주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만 세 살이 되면서 상당히 논리적이고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게 된 것입니다. 많이 들었기 때문에 표현을 알게 되었고, 발음, 억양도 익힐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럼 한국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상황에서 듣기는 어느 정도 중요할까요?
듣기의 중요성은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외국어를 배울 때도 똑 같이 중요합니다. 영어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화를 들으면 영어 대화의 구조를 알게 됩니다. 또, 영어의 어휘, 구문, 표현, 그리고 영어 특유의 발음, 강세, 억양, 리듬, 휴지(pause) 등에 익숙해지게 되지요. 이런 것이 사람의 대뇌 언어 저장고(mental lexicon)에 쌓이게 되면 말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마련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이해 기능(listening/reading)은 표현 기능(speaking/writing)의 밑거름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아래 도표에서 보듯, 표현력은 표현에 직접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이해력의 바탕 위에서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100이란 정도의 표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500 - 1,000 혹은 그 이상의 이해력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국어의 경우를 생각해 봐도 이는 자명합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있는 것 중의 일부를 이용하여 말하거나 쓰고 있지요.

Speaking/writing을 잘 할 수 있기 위해서 listening/reading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듣기 훈련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입니다. Speaking의 경우, 상대방의 말을 이해(comprehension)할 수 없으면 대화는 지속되지 못하지요.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speaker가 말을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 speaker가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인 경우도 많습니다.

듣기의 목적은 학습자의 동기/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크게 나누면 듣기의 목적은 listening for understanding(내용 이해를 위한 듣기)과 listening for language(어휘, 표현, 발음, 강세, 억양, 휴지 등의 언어 자체를 이해하고 익히기 위한 듣기)가 있습니다. 이 외에 listening for problem-solving도 자주 하게 되는데 이는 listening for understanding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디오 테이프의 녹음이나 라디오를 듣고, TV프로를 볼 때 항상 내가 이것을 "왜 듣지?"에 대해 반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듣기를 할 때는 반드시 이 두 가지 듣기 목적 중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특정 순간에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고 해서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러면 어느 한 가지 목적도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초급자는 주로 영어의 발음, 강세, 억양, 리듬 구조에 익숙해지기 위해 듣습니다. 즉 듣기의 목적이 listening for language인 셈이지요. 하지만 중급 이상이 되면 이젠 내용을 알기 위해 듣게 됩니다. 즉, listening for understanding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이것이 듣기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필자 역시 필요에 따라 listening for language를 하기도 하고, listening for understanding을 하기도 합니다. 가령 출퇴근 시간에 AFKN뉴스를 들을 경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관심이 없는 내용일 때는 listening for language를 합니다. 즉, 그 뉴스에 나오는 단어, 구, 표현, 발음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내가 꼭 알고 싶은 내용일 경우는 오직 listening for understanding 즉, 메시지 이해에만 초점을 맞추어 듣습니다.

말을 잘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구어체 언어 자료에 노출(exposure)이 되어야 합니다. 즉,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언어(=어휘, 문법, 표현, 발음 등)에 대한 지식이 늘게 되고, 이 늘게 된 지식으로 실제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해봄으로써 영어를 잘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말을 잘하려면 일차적으로 음성언어에 많이 노출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들어야 하는지는 다음 칼럼에서 한 가지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27&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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