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영어교육의 효율성을 평가한다면 몇 점이나 될까?
영어가 외국어인 환경에서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의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옳은 방법과 그른 방법에 대해 세계의 권위자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그 범위 내에서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비효율성을 살펴보자.


1.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문법학자 양성이 목적?

한국식 문법 교육은 학습자에게 유창성보다는 정확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그 결과 학습자들은 정확히 알지 못하면 아예 입도 떼려 하지 않는 것이다. 모국어도 틀려가면서 배우는 법인데 심지어 외국어를 시행착오 없이 배우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문법은 독해나 청해(聽解)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맥 속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꾸준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처럼 마치 문법학자를 양성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꼬치꼬치 따지고 분석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영문법을 직접 가르치는 것은 중급 수준이 될 때까지 늦추는 것이 좋다‘

라는 영어습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로드 엘리스(Rod Ellis) 교수의 주장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지. 아직도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들을 문법을 위한 문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 일찍부터 영어를 싫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2. 단어를 떼어내지 말자

대부분의 한국 영어학습자들은 영어 단어를 낱개로 익힌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방식이다. 낱개의 어휘를 머리에 입력하게 되면 구(phrase)의 상태로 입력하는 경우에 비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한국인의 듣기, 읽기 속도가 매우 느린 것도 이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에는 코퍼스 언어학(corpus linguistics)이 발달하여 영어의 특정 어휘들이 어떤 단어와 함께 어울려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소상히 밝혀지고 있다. 어휘는 이해를 위해서나 회화, 작문을 위해서도 구의 형태로 입력을 해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암기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자

인간이 사용하는 무수한 표현을 어떻게 다 암기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암기했던 표현은 어디에 숨었는지 튀어나오지를 않는다. 또 암기 역시 문법처럼 정확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확성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가장 나중 단계에 갖추어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암기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동시에 큰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암기보다는 먼저 폭넓은 읽기, 듣기를 통해 영어의 구조에 간접적으로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암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 들지 말고 의사소통을 통해 암기가 되도록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실제 의사소통을 할 때 이렇게 익힌 것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4. 가르친다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다이엔 라슨 프리먼(Dian Larson Freeman) 교수는 Teaching does not cause learning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겨 세계적으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가르치면 잘 배울 것이라고 믿었던 선생님들이 들으면 무슨 망언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라면 다 공감하는 바다.
학습은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습자의 동기를 유발하고 도와주는 코치 역할로 돌아가야 하며, 그렇게 될 때 한국의 영어교육이 산다. 동기유발을 잘 이끌어내는 교사, 일방적으로 설명해 주기보다는 학습자 스스로 해보고 체득하게 해주는 교사가 많아야 한국의 비효율적인 영어교육이 개선될 수 있다.



5. 절대 학습시간이 부족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려면 최소한 10,000-15,000 시간 이상 투자를 해야 한다. 이것이 영어로 말하기 위한 임계치(臨界値)인 셈이다. 이는 하루에 두 시간씩 학습할 경우 16년이 넘는 긴 세월이다. 초중고 영어 공교육과 대학 과정의 십 수년을 다 합쳐도 약 4천 시간 내외가 될 뿐이다. 그래서 영어의 생활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초중고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자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인의 영어학습이 비효율적인 이유는 이 이외에도 많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정확성 위주의 학습을 유창성 위주로 바꾸는 일이다. 말을 잘 하려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실제 의사소통을 많이 해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상대는 꼭 원어민이 아니라도 좋다. 처음부터 틀리지 않고 정확히 말하거나 쓰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가 유창해지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되듯, 영어도 틀리면서 실제 의사소통을 많이 해보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237&pag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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