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4가지 언어적 기능, 말하기(speaking), 듣기(listening), 쓰기(writing) 그리고 읽기(reading)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토플, 토익, 텝스를 직강해 오고 있는 입장에서, 나는 쓰기라고 주저 없이 말하겠다. 그 이유는? 1988년의 88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영어 회화 붐이 절정에 달한 이후로, 영어 회화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숨통을 트게 되었고 그 여파로 듣기 능력도 향상되어 왔다고 본다. 물론, 읽기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는 것이라 새삼스럽게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이들 4가지 기능 중 유독 쓰기만큼은 그 중요성이 단 한번도 심각하게 고려된 바가 없었다. 90년대 후반 들어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겨우 쓰기의 중요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 쓰기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00년을 맞아 영어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간단하다. 현재 총 130여만개에 달하는 국내 홈페이지 중에서 영문으로 작성된 곳은? 심지어 주요 신문 방송의 언론사들조차 영어 홈페이지를 마련한 곳은? 또 그들 중에서 제대로 된 '것'과 '곳'은? 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분명 비극적인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어 실력 부족으로 인한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외국에서 비싼 발전 설비를 들여 오면서, 계약서의 단어 하나를 오역하여 수백 억의 국고를 날리고 국가를 망신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간단한 오역과 오작이 주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집의 대문 격인 홈페이지 초기 화면은 화려하지만, 대문 안에 가득 쌓여있는 내용물인 컨텐츠는 온갖 오역과 졸역으로 낯뜨거울 정도라서, 외국에 대한 홍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을 망치는 역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영어 번역 자격 검정 시험 ETAT(02-778-1577)를 시행하고 있는 코리아 헤럴드 산하 코리아헤럴드 번역센터의 박희선 사장은, 국내의 홈페이지들중 80∼90%가 전면적인 수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국내 유명 쇼핑센터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영문 번역을 예로 들어보자.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는 해외 명품이 인접한 수입 잡화 층, 명품만이 가진 품격과 세련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매장과 대형 패스트푸드점인 A, B, C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 문장을 영어로 다음과 같이 옮겼다.

"The present of stores vending imported goods is expected to allow shoppers to experience the excitement of being in the vanguard of shopping for international goods at the forefront of fashion. Shoppers will be experience the 'Royal Treatment.' Additionally, Fast Food Stores will be available, such as A, B, C, etc."

이 영문은 전체적으로 한글 문장을 그대로 직역하였기에 native가 읽고 이해하기가 너무도 난해하다. 이 영문을 코리아헤럴드 번역센터(778-2028)에서 수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The floor for the world's top brands leading the world's fashion industry is well-mated with other brand name products of world's best names, causing excitement among shoppers. And fast food restaurants, A, B and C, are conveniently located along with our store where you can find all kinds of household commodities."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북극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판매할 수 있는 세련되고 설득력 있는 영문 표현이라는 것이다. 시간 없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엉터리 영어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다는, 차라리 한글 표기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영어 쓰기가 실용 영어 쓰기라면, TWE는 학습 영어 쓰기라고 볼 수 있다. TWE란 Test of Written English의 약자로, 토플 시험을 볼 때 같이 주어지는 영어 작문 시험이다. 2000년 10월부터는 기존의 paper test가 사라지고 CBT, 즉 Computer Based Test로 완전히 전환된다. 과거에는 영작문-essay라고도 부름-이 선택적이었으나, CBT제도 이후에는 essay가 필수적이 되고, 기존의 문법 파트에 배정된 점수의 절반을 essay가 차지하므로 지금 초긴장 상태에 있다. 긴장하기로는 수험생들 또는 그들을 가르치는 외국어 학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토플 시험의 경우, essay는 합격과 불합격의 갈림길로 인식되고 있다. 모두들 부들부들 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영작, 즉 영어 쓰기 때문이다.

쓰기를 잘하는 간단한 요령은?

첫째, 되도록 고상한 단어보다는 자기가 알고있는 쉬운 단어로 써라. 둘째, 자신의 논리를 확실히 밝혀라. 셋째 평소에 암기한 문장을 자신의 것으로 paraphrasing 하라.

쓰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당연히 듣기이다. 들어야 yes건 no건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볼 때, 듣기와 말하기 공부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듣기 방법 중에 가장 어리석은 것은 무조건 듣는 것이다.

어떤 직장인은 집의 TV 채널을 무조건 AFKN에 맞춰놓고 그것만 듣고 있다. 어떤 학생은 무조건 영어 테입만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문제는 '무조건'이라는 방법에 있다. 내용도 모르고 무조건 듣는 것은 한계성있는 찍기 시험과 같이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다. 물론 전혀 안 듣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효과 면에서는 5%에 불과하다. 반면에 내용을 먼저 이해한 다음 다시 반복적으로 그 내용을 들었을 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95% 이상이다.

들어보기 전에 그 내용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받아쓰기를 따를 것이 없다. 발견된 자신의 취약점을 집중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훈련이란 큰소리로 읽기(loud reading)를 반복하는 것이다. 단, 읽을 때 네이티브 목소리로 녹음된 테입이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 아무리 우렁차게 암기해보았자 자신의 엉터리 발음에 회복불능 상태로 보다 더 확실하게 자리잡을 뿐이다. 그렇다면 몇 번? 암기할 때까지이니까, 필요하면 개인에 따라 50번, 100번까지도 해야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영어 내용을 딸딸딸 암기하여 유사시에 자기 것으로 표현하는 것을 '입에서 영어가 술술 나온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대다수 영어 학도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으려는 도둑 심보를 갖고 있기에 못 듣고, 못 쓰고, 못 읽는 벙어리가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섭리 하나. "영어는 자신이 노력한 양만큼만 듣고, 쓰고, 읽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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