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blog.naver.com/eeeee5813/18710363

 


[중국의 영어] ‘영어 술술’ 중외교부 세계언론 휘어잡아

 


98년 3월 19일 베이징(북경) 인민대회당. 신임 주룽지(주용기) 총리가 첫 내외신 기자회견에서 거침없는 언변과 해박한 지식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는 자리였다. 이날 그가 쏟아놓은 수많은 경제수치와 전문용어들, 한자 고사성어, 적절한 유머 등은 한 미모의 여성통역의 입을 통해 서방 기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자회견장을 감탄과 웃음의 바다로 만들어버린 주 총리의 통역은 중국 외교부 번역실 소속의 주통(32)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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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설명 : 97년 황장엽 망명사건과 관련한 뉴스 브리핑을 하는 탕궈창 당시 중국 외교부 대변인, 중국외교부 관리들은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세계특파원들을 요리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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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회견장에서 주 총리가 강력한 개혁의지를 표현하기 위해 「나라를 위하여 죽는 날까지 몸과 마음을 다 바치겠다(국궁진 사이후기)」는 어려운 고사성어를 말했을 때, 주통이 그것을 쉽게 설명해준 것은 물론, 「죽음」이란 단어 대신 「생명이 다하는 날까지」로 풀어 번역함으로써 지도자에 대한 예의까지 갖추는 치밀함을 보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외교부 내에서 최고의 영어 통역사로 꼽히는 그가 그 당시까지 해외 유학을 한 번도 간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주통은 지난해 처음으로 영국 유학을 떠났다).


그뿐만이 아니다. 중국 정부는 국가 최고 지도자의 통역사로 「순수 국내산」 통역을 즐겨 활용한다. 연초 중국을 방문한 요르단 국왕과 장쩌민(강택민) 주석의 정상회담을 통역한 사람도 다이칭리(대경리·여)라는 「순수 국내산」 통역사였다. 중국 외교부 영어 통역실 관계자는 『20여 명의 통역 요원 가운데 대부분이 국내의 외교학원이나 북경외국어대, 북경대 등에서 배출된 「토종」 들』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미국이나 영국 등 외국에서 한 번도 유학한 적이 없지만 원어민에 가까운 발음을 자랑한다.

 

중국 외교부의 영어실력은 전문 통역들뿐 아니라 일반 외교관들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입」이라고 할 수 있는 외교부 대변인들은 매주 2회씩 열리는 뉴스 브리핑에서 서방 기자들의 질문 포인트를 재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노련하게 받아넘기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선궈팡(심국방)-탕궈창(당국강) 등 전직 대변인들은 이 뉴스 브리핑에서 유창한 영어실력으로 세계 특파원들을 「요리」함으로써 외교부 내에서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의 대학생들도 유창한 영어회화로 한국 유학생들의 기를 죽인다. 중국은 개혁개방이 시작된 78년 이전에는 러시아어를 제1외국어로 삼던 나라였다. 덩샤오핑(등소평)의 실용주의 노선에 따라 영어교육으로 전환한 뒤 요즘 중국의 웬만한 대학생들은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98년 가을 중국을 방문한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베이징대학을 찾았을 때 대강당을 가득 메운 학생들은 「유창한 토박이 영어」로 질문공세를 펼쳤다. 한 한국 유학생은 『중국 대학생들의 초라한 외모에서 우월감 같은 것을 느끼다가도 그들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보면 오히려 나 자신이 부끄러워진다』고 말했다. 북경대의 경우 토플 점수 620점 이상의 고득점자가 절반 이상에 달한다.

 

중국인들이 영어를 잘하는 비결과 관련, 「영어와 중국어의 문장구조 및 어순이 비슷하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중국의 튼튼한 영어 기초교육이 그 비결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베이징시 서북쪽 우다오커우(오도구)에 있는 북경대 부속중학의 영어교육이 대표적인 예이다. 이 학교 영어 수업시간의 「교육언어」는 중국어가 아니라 영어이다. 톈진(천진)에서 대학을 나와 이 학교 3학년 영어를 맡고 있는 마옌(마연·여ㆍ 38)씨는 『4명의 외국인 영어선생은 물론 중국인 영어 교사들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며, 중국어를 쓰는 경우는 꼭 필요한 경우에 한한다』고 말했다. 교과서의 내용은 회화와 독해 작문 등이 뒤섞인 것이지만, 영어로 강의를 받음으로써 학생들이 「듣기」와 「말하기」를 자연스럽게 체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학교는 또 방학을 이용해 자매결연을 맺은 미국 일본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 등의 학생들과 정기적인 교류를 갖고 있다. 매년 20여 명의 학생들은 상대국 친구들의 집에 묵으며, 생활 속에 생생히 살아있는 영어를 배우게 된다.

 

중국의 모든 대학들이 일정 수준의 영어를 익혀야 졸업을 시키는 것도 중국의 「영어 경쟁력」을 높이는 비결 중의 하나다. 중국 4년제 대학생들은 모두 8등급으로 되어있는 영어 등급시험에서 5급 이상을 따야 졸업할 수 있다. 또 영어 전공자들은 8급을 따야 한다. 이 등급시험의 학습 구조도 1∼4급까지는 「듣고 말하기」 위주로 되어있으며, 6∼8급이 「읽고 쓰기」 중심으로 되어 있어, 회화 능력을 중시하는 중국 외국어 교육의 원칙을 읽을 수 있다. 게다가 중국 교육부는 지난해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교육을 실시하도록 함으로써 머지않아 중국인들의 「영어 경쟁력」은 한국과 일본을 능가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 영어 교육이 강조되는 배경 중 하나는 「영어 구사능력」이 본인의 사회적 지위를 사실상 결정하기 때문이다. 유창한 영어 실력을 갖춘 대학생은 외국인 회사에 취직하여 월 1만위안(원) 이상의 월급을 받는 반면, 여기에 포함되지 못해 중국 회사에 들어가는 사람은 10분의 1인 1000위안 정도에 만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영어는 또한 「외국으로의 탈출(?)」의 중요한 수단이 된다. 높은 토플 점수를 받아 미국대학 등에 유학을 가게 되면 신분상승의 둘도 없는 기회가 된다.

 

중국인들은 21세기 세계 인터넷시장은 영어와 중국어가 장악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중국인들이 영어를 배우기는 쉽지만, 미국인이 중국어를 배우기는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중국 영어교육의 밑바탕에는 21세기 인터넷시장 정복을 위한 원대한 전략도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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