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monthly.chosun.com/client/news/viw.asp?ctcd=&nNewsNumb=200003100119 
 

 

이보영의 '체험적 영어공부 10대 원칙'

 


단 3개월에 끝장내는 영어공부 비법?
그런 눈가림에 속지 말고 조금씩, 꾸준히 해야
 


『영어를 公用語化 하자구요?』
『선생님, 정말 뜻밖이네요. 다른 분도 아니고 선생님이…』

 

어느 날 아침 라디오 생방송이 끝나고 바쁘게 여기저기 오가는 사람들에게 마이크를 들이밀며 인터뷰를 하던 우리 직원의 의아해 하는 눈길은 그 자체가 나에겐 의아한 것이었다.

『뜻밖이라니요? 그거야…, 당연한 거 아닌가요?』

 

서로가 서로에게 「정말 의외의 반응」이라는 표정을 주고 받고 있을 때 옆에 서 있던 20대 초·중반의 내외국인들은 결국 그 직원의 손을 들어주었다. 틀린 건 나라고 하면서.

 

『일본이 영어를 공용어로 한다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와 비슷한 움직임이 있어왔지 않습니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 이런 현실이 정말 슬프다고 생각합니다. 얼마나 영어에 恨(한)이 맺혔으면 멀쩡한 우리말 놔두고 영어를 공용어로 만들자는 말까지 나올까요? 전 말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까지 될 필요도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정 영어가 문제가 된다면 방법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지 영어를 公用語化(공용어화) 한다는 것은 최후의 보루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그러나 이런 주장 자체의 근거가 흔들리고 있다. 필자는 영어로 인해 벌어지고 있는 여러 가지 현 상황을 보면서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는데 그것은 약 한 달 전에 있었던 모 TV 뉴스 프로그램에 출연한 이후 더욱 두드러지는 느낌이다. 외국에 가지 않고도 영어를 별 불편함 없이 구사한다는 이유로 어떤 뉴스 프로그램에서 필자가 소개되었는데 여기서 필자는 역시 영어 공용어화와 관련해 이런 생각을 말했다.

 

『영어는 그 자체가 수단일 뿐입니다. 목적이 되는 경우도 없지 않겠지만 본질적으로는 수단이니 만큼 편하게 대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가지 않을 수 없는 「영어의 길」


이런 나의 말을 들은 어떤 시청자가 내가 진행하는 라디오 방송(교육방송 영어 프로그램 「모닝 스페셜」)의 홈 페이지 게시판에 불만 섞인 글을 올렸다.

 

『그녀는 영어가 수단이라고 한다. 그러나 그녀에게조차 영어는 生業(생업)이 되고 있지 않은가. 영어는 이제 목적이라고 봐야 한다』

 

영어가 필자의 생업 수단이라는 (혹은 그의 말에 따르면 목적이라는) 표현 자체도 사실 당사자인 내가 평가하기엔 사실이 아니라고 봐야 할 테지만, 그보다 더 가슴 답답했던 것은 「영어가 수단」이라는 가장 근본적이고 기본적인 명제 그마저도 이제 의심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영어에 대해 우리가 갖는 느낌이 얼마나 위압적이고 부풀려져 있는 건지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찌 됐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이제 우리나라도 全국민이 고유한 언어와 함께 영어를 사용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는 그런 나라로 가는 발걸음을 시작해야 한다는 데 찬성론이 지배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유명한 헤드 헌터가 『영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무기』라고 말한 것도 요즘 들어 수긍이 간다. 우선 정부기관에서 각종 서류를 영문으로 작성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것에서부터 출발, 이제 필리핀이나 홍콩처럼 일반인들도 어릴 적부터 학교에서 영어로 각종 과목을 공부하는 등 영어가 우리말만큼이나 생활화되는 날이 그리 머지 않았다는 것일까.

 

요즘은 국내 기업 중에서도 회의를 영어로 하고 서류 작성 등 웬만한 일은 영어로만 처리하는 회사들이 날로 늘어가고 있다고 한다. 언뜻 생각해봐도 정말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다. 필자는 약 12년 前 국내에 성공적으로 진출해 있던 미국의 한 다국적 기업에서 동시 통역을 잠깐 맡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미 그 당시 그 회사에서는 非공식적으로 모여 회의를 하는 데에도 직원들간에 영어로만 의견이 오갔었다. 물론 그들은 알고 보니 대부분이 외국 국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인이었거나 어릴 적부터 해외 생활을 오래했던 사람들이어서인지 그들이 사용하던 영어는 거의 네이티브(영어를 母國語로 하여 태어난 사람) 수준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이제 그런 모습을 어딜 가나 보게 된다고 하니 실로 온 국민의 영어 생활화는 코앞에 닥쳤다고 봐야 할 것이다.

 


튼튼한 기초와 말하기·고침의 반복이 내 영어실력의 열쇠


사실 따지고 보면 필자야말로 영어를 생활화한다는 데 그리 반대할 이유가 없는 사람일 수도 있다. 두 살 때쯤 우리말을 본격적으로 알게 되고 말하게 되면서 거의 동시에 영어라는 말을 알게 된, 그래서 어쩌면 언어 습득에 있어서 가장 이상적으로 영어에 노출되기 시작한 사람 중 하나인지도 모른다. 처음엔 놀이의 대상으로 알게 된 영어를 초등학교 다니는 동안 정식 영어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AFKN을 스승삼아(?) 친구삼아(?) 꾸준히 실용영어에 노출이 되었다. 중학교에 들어서부터 시작된 교과서를 가지고 하는 영어 공부를 통해서는 이제까지 그저 「말」로만 알았던 영어에 숨어 있던 「말」을 「말」이 되게 하는 원칙을 알게 되었다.

 

솔직히 그 당시에는 영어라는 말이 지니는 원칙(그것을 소위 문법이라 하지만)을 익히면서 골치 아프고 딱딱하다고 느낀 것이 아니라, 「아 이제까지 내가 알고 있던 이런 말들이 이런 원칙에 의해서 만들어진 거구나」 하는 신기함이 더 앞섰던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그렇게 알게 된 더 많은 원칙을 나름대로 여러 가지 말을 만들어보는 데 응용했다. 닥치는 대로 혼잣 말도 하고 번역, 영역도 해보고, 일기도 써보고, 노래 가사도 만들고, 심지어는 만화도 영어로 만들어 봤다. 이쯤 되면 흔히들 말하기를 「영어에 미쳤다」는 말은, 영어와 함께 한 지난 삼십년을 돌이켜 볼 때 바로 나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러는 동안 나는 영어의 기초를 탄탄히 할 수 있었다. 아직도 공부해야 할 부분이 한참 남았지만 난 영어를 처음 생활 속에서 접했던 것과(필자의 부모님께서는 집에서도 간단한 몇 마디는 영어로 말을 시키곤 하셨다) 이후 미디어를 통한 「진짜 살아 있는 영어」에의 노출, 그리고 이를 적극적으로 열심히 듣고 생각하고 말해본 것, 나아가 학교에서의 문법 공부, 대학원에서 우리말과 연계하여 통번역 과정에서 깨닫게 된 영어의 성질을 이해하기 등, 이 모든 과정은 그 무엇 하나도 버릴 것이 없었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학교의 영어 교육을 절대 불신하지 않는다. 다만 여건상 배운 이런저런 영어의 지식으로 학생 자신의 생각을 창조적으로 표현하는 데 백분 활용할 만한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는 것, 또 올바로 활용이 되었는지 검증하고 교정해 주는 지도가 충분히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이 아니었다는 점이 아쉬울 따름이다.

 

그렇게 다져진 기초를 근거로 해서 정말 나 자신이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영어가 장족의 발전을 한 것은 또 그 이후 10여 년 동안의 일이다. 이런저런 영어 교육 쪽의 일을 하고 외국인들과 강도 높은 일을 계속 진행하면서, 특히 한 프로젝트를 이끌어 나가는 입장에서는 영어가 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었다.

 

역시 열쇠는 탄탄한 기초와 그를 토대로 했던 숱한 말하기와 고침의 반복이었던 듯하다. 아울러 한결같이 일관되었던 것은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체험하며」 한다는 것. 이제 그러한 나의 경험과 연구, 방송이나 개인홈 페이지(www.eboyoung.com)를 통한 끊임없는 일반 대중과의 의견 교환을 토대로 어차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영어 공부를 어떻게 해볼 것인가를 고민해 보고자 한다.

 

미리 밝혀 둘 것은 필자는 단 3개월 만에 끝장을 내버리는 영어 공부의 비법…, 뭐 이런 식으로는 한 마디도 할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그럴 듯하게 얘기를 만들 수 있을는지는 몰라도 그것은 어차피 자신의 진정한 실력으로 이어질 수 없는 얄팍한 눈가림에 불과하기 일쑤라는 믿음을 저버릴 수 없기 때문이다.

 


1. 영어를 공부한다는 생각은 버리자!

 

항간에 「영어 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라는 책이 화제다. 공교롭게 그 저자를 한 달여 전에 직접 만나 얘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그럼 정작 본인은 영어 공부를 해 본 일이 없습니까?』라는 질문에 그는 『아니오, 굉장히 많이 했습니다. 그래서 하지 말라는 겁니다』라는 다소 역설적인 답변으로 응했다. 꽤 한참을 생각하게 하는 얘기이다. 물론 사람마다 그 책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한결같지는 않으리라. 그러나 일단은 「그럼 공부 다 때려 치워야지!」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면 그것은 誤算(오산)이고 다만 접근 방법에 있어서 이제까지 가져왔던 부담감과 거부감을 우선 없애버리라는 쪽으로 생각을 하게 된다면 그건 맞는 얘기인 것 같다.

 

그러고 보니 필자는 이제까지 영어를 공부로 여겨본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이것은 처음에 영어와의 만남 자체가 아무런 부담이 없는 상황에서(두 살 때였으니) 이루어진 것이었고, 꾸준히 내가 좋아하는 TV 프로그램과 내가 좋아하는 노래, 가수들 얘기를 궁금해 하면서 귀를 바짝 기울이고 마치 나에게 얘기하듯이 그에 대해 나름대로 답변도 해가면서 어떻게든 가깝게 영어로 다가가고자 한 노력이 계속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누구든 무엇이든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뒤통수를 짓누르는 압박감에 책장을 넘기기조차 힘들어진다. 영어 공부의 가장 큰 敵은 바로 그런 부담감이다. 부담감은 「공부」라는 단어에서부터 시작된다고 본다. 그러므로 뭔가 내가 영어를 「공부」한다는 피동적이고 소극적인 마음 자세를 버리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난 「영어로 한다」라는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마음으로 바꾸어야 한다.

 

좋아하는 노래를(옛 노래도 좋다. 오히려 옛날 노래, 컨트리 노래 같은 것이 가사는 더 주옥 같다) 영어로 흥얼거려 본다든지 가슴 깊이 남는 영화의 名장면을 인터넷에서 대사를 다운받아 비디오로 봐 가면서 그 말의 의미를 가슴으로 느껴보려고 한다든지, 연애 편지를 영어로 적어본다든지(온갖 닭살 돋는 미사여구를 다 동원해도 좋다), 뭔가 내가 지루함을 가장 덜 느낄 수 있는 것을 선택해 그 안으로 빠져들어 보되 수단을 영어로 해보자는 거다. 여기에서는 그다지 어려운 문법이나 어휘가 많이 요구되지 않는다.

 


2. 장기전이 될 것을 각오하자!

 

한 2년 전쯤 어떤 회사원 한 분이 보내온 편지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영어 공부의 방법을 알려주십시오. 정말 답답해서 미치겠습니다.(중략) 추신: 제발 꾸준히 열심히 하라는 말은 말아 주세요. 세상에 나만큼 꾸준히 열심히 한 사람이 있으면 나와보라고 하세요』

 

필자는 지금껏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마냥 무지개를 쫓듯이 한국인들이 영어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의 王道(왕도)를 찾아 헤맬 것이다. 반드시 길이 있으리라고 믿고 있다. 다만 그 王道가 편치는 않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다소 힘들더라도 한국인에게 이렇게 하면 영어가 먹힌다는 그런 비결이 어딘가에 있을 거라고 난 믿고 있다. 다만 내가 아직 못 찾았을 뿐.

 

하지만 난 이 회사원에게 「꾸준히 열심히 하는 것이 바로 길이다」라고 적어서 답을 띄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진리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오래 꾸준히 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마음가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장 덜 지루함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을 두루 두루 써보는 것이 좋다. 한 가지 하다가 싫증이 나거든 다른 방법으로 전환해 보면서 일단은 장기전이 될 것을 각오해야 한다.

 


3. 눈에는 영어보다 돈이 들어오게 하자!


필자는 돈과는 영 인연이 없는 사람처럼 알려져 있는 면이 없지 않은데 그런 내가 「돈」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경우는 대체로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증권 투자하시면 일간지의 증권 관계 기사를 영어로 읽으시라』고 할 때와, 학생들에게 『어차피 여러분의 돈이고 여러분의 시간이고 여러분이 내린 결정에 의해 여기 와있는 거다. 그런데 왜 수업에서 최대한의 것을 뽑아가려 하지 않는가. 왜 그런 귀중한 자산이 낭비되어지는 것을 보고만 있으려 하는가』(It’s YOUR money, it’s YOUR time, it’s YOUR decision. So why not make the most out of the class? Why would you want to see them wasted?)라고 하는 경우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던, 영어에 대해 미리부터 스트레스를 받지는 말자, 아니 스트레스를 느낄 수밖에 없는 마음가짐은 아예 하지도 말자는 것과 유관한데, 거의 매일같이 쏟아지는 정보들과 뉴스의 홍수 속에서 그래도 영어로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길을 찾고자 한다면 어떤 갈피를 잡아야 하지 않겠는가. 이때 그 갈피를 고르는 기준으로 갖가지 종류의 정보 속에서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분야, 혹은 자기가 가장 섬뜩하게 현실적으로 느끼는 것에서부터 출발점을 찾는 게 도움이 된다.

 

정말 영어의 그 지긋지긋한 꼬부랑 글자들이 과연 요게…요게…이거 무슨 뜻일까 사전 어디 있나 사전… 하며 단어의 의미를 연결하여 문장을 이해하려는, 즉 숲이 아닌 나무만을 보려는 것보다는 뭔가 궁극적인 목적을 가지고 대하라는 것이다. 이때 절실함이 개입되면 그 효과는 더 크다. 즉 증권시세를 설명들을 때 우리말 뉴스, 신문에 의존하기보다는 웬만한 어휘만 파악이 되었으면 그 다음부터는 영자 일간지 증권면의 좌측 상단에 있는 주요 기사를 중심으로 술술 읽어나가자는 것이다.

 

이것도 한 이삼 일 정도만 집중적으로 시간을 투자하여 시세의 변화를 표현하기 위해 주로 쓰이는 어휘가 어떤 것이 있는지를 파악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주가가 「올라간다」라고 할 때는 go up, up, skyrocket, increase, jump, bounce, on the rise, rise, soar, shoot up 등의 표현이 주로 많이 눈에 띄고, 반대로 「내려간다」라고 할 때는 go down, down, plummet, nosedive, decrease, on the way down, dip, fall, drop, decline, on the decline 등의 표현이 주로 쓰인다).

 

이렇게 뭘 듣더라도 초급일수록 미리 준비를 확실하게 해두고 만반의 채비를 갖추고 귀를 기울이기 시작하는 것이 순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필자가 주장하는 「전략」이다. 무턱대고 맨땅에 헤딩하는 식 - 알아듣든 못 알아듣든 일단 무조건 마냥 읽거나 듣고 보자는 식이 아니라- 그 분야에서 주로 많이 나오는 어휘, 주로 많이 사용되는 문장 표현 방식 등을 골라 모아서 익혀둔 다음 비슷한 어휘와 문형이 반복되는 그 다음부터는 이미 알게 된 것들을 「다져나가고」 「확인하는 절차」를 거치면서 진짜 실력을 쌓아 가는 식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4. 매일 조금씩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자

 

위와 같은 식으로 하면 『그게 공부지 뭐야?』라는 반응이 반드시 나오겠지만 이 정도는 감수를 하여야 한다. 어느 정도는 외우고(외우는 방식에 있어서 차이는 있을 수 있다.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하거나 비슷한 종류의 기사를 다른 잡지나 신문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대하는 것, 한번 익혀서 내 것으로 만들었다고 여겨지면 일부러 그 어휘를 써서 문장을 만들어 외국인과 대화에서 써보는 것 등) 어느 정도는 시행 착오를 거칠 각오쯤은 되어 있어야 한다.

 

그렇게 평탄하게 놀고 쉬며 할 수만은 없는 것이기에 이왕 하는 것, 좀 짐을 가볍게 해보자고 자신의 이해에 직접적인 관련이 있거나 절실한 것, 또는 관심이 많이 가는 분야의 것부터 소재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가끔 받는 질문 중에서 『뭣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보통 어느 한 가지를 딱 시간을 정해서 하루 밥 먹고 딱 한 시간을 투자한다, 뭐 이런 식의 생활 습관을 이상적으로 여기는 것 같은데, 영어를 일단 해보겠다고 마음먹었으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늘 영어로 이르는 사고의 길을 열어놓아야 한다.

 

화장실 가서 신문 볼 때, 영자 신문 기사 딱 한 문단만 확실하게 읽고 이해하고, 자동차로 출근할 때 영어로 된 카세트 테이프를 들으면서(꼭 AFKN을 듣지 않아도 된다) 반복해 따라 말해보는 연습을 하면서 가고, 점심 시간에는 영어 사이트를 찾아가 보고하면서 영어와 끊임없이 친해지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단어 한 개, 문장 표현 한 개는 어떤 책을 봐도 다 나와 있고 한 시간 더 공부해서 단어 한 개 더 많이 아는 사람이 반드시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지만, 똑같은 영어 공부를 하고서도 그것을 과연 내 것으로 얼만큼 만드느냐하는 것은 책이나 강의가 해결하는 문제가 아니다. 자신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문제인데 그 한 가지 방법이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것마다 한 번에 짧게 짧게(지치면 안되니까) 영어를 「생각하고」 「말해본다」는 것이다.

 


5. 영어의 바다를 스스로 만들자!

 

미국인을 통 만날 기회가 없어서 영어를 책으로 공부하고도 연습이 안된다고들 한다. 충분히 일리가 있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것은 마치 「난 가만히 있는데 어떤 외국인이 나에게 다가와 교과서에서 배운 그대로 말을 붙여 주기를 기다린다」는 말과 별반 틀릴 것이 없다. 정말 마음을 먹었다면 내가 뛰어야 한다. 요즘은 편리하게도 전화로 미국인과 얘기할 수 있는 시스템도 있고 인터넷으로 채팅도 할 수 있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중요한 것은 그 외국인을 만나 눈을 빤히 쳐다보고 말할 수 있느냐이다.

 

기본적으로 외국인을 별로 반겨하지 않는 우리네는 또 금발의 푸른 눈이 내 눈을 빤히 들여다보고 뭐라고 뭐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을 때 왠지 압도당하는 느낌과 갑자기 내가 작아지는 느낌을 거의 공통적으로 순간적으로나마 느끼는 경향이 아직까지 있지 않은가.

 

길을 가다가 갑자기 어떤 외국인이 길을 막고 시청 가는 길을 물으면(어쩌면 우리나라를 찾는 외국인은 다들 그렇게 서울 시청을 가기를 원하는 것으로 그려져 있는지, 웬만한 회화책을 보면 다 그렇다. Excuse me, could you tell me how to get to the city hall? 하면서) 언뜻 말이 안 떨어진다고 하는데 이것은 정작 「Take the bus no. 52 at that bus stop right there」 라는 말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외국인이 빤히 쳐다보는 그 눈길에 그만 기가 빠져 버리기 때문인 경우도 적지 않다.

 

학원을 찾아가거나 주한 외국 문화원을 찾아가 보거나 동아리 모임에라도 가보자. 나보다 더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있다. 뭔가 다 함께 공통적인 목표를 가지고 추구하는 사람들에 섞이다 보면 자칫 나태해지고 느슨해지기 쉬운 스스로를 잘 추스리는 자극을 그런 곳에서 받을 수 있다. 눈앞에 펼쳐지는 광경, 지금 있는 여기, 이곳의 광경, 상태 같은 것을 끊임없이 머리 속으로 상상하고 영어 문장을 만들어 말해보는 연습을 한다. 말하자면 유난히 사람이 덜 붐비는 전철을 탔다고 가정해 보았을 때 이런 상황을 영어로 스스로에게 말해보는 것이다.

 

「Today the train is not so crowded. I wonder why. Usually it’s packed with people by this time of the day. Well look at that ad! kind of like the design. But the copy… I don’t know. Too corny…」 (오늘은 열차 안이 덜 붐비는군. 이상한데 웬일이지? 보통 하루의 이맘 때쯤이면 꽉 차는데. 흠, 저 광고 좀 봐라. 디자인은 그런대로 마음에 드는데 하지만 문구가… 글쎄 너무 유치한 걸…)

 


영어의 바다는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스스로 만들어 볼 일이다.

 


1. 영어공부의 가장 큰 敵은 「공부」라는 중압감. 그저 친하게 노래도 부르고, 비디오도 보고 하다 보면 영어가 늘게 마련.

 

2. 꾸준히 열심히 하는 수밖에 王道는 없다. 다만 싫증이 나면 공부 방법을 바꿔라.

 

3. 자기에게 절실한 내용을 갖고 반복하라. 돈 문제라면 머리에 쏙쏙 들어올 것.

 

4. 가는 곳마다, 눈에 띄는 것마다 짧게 짧게 영어로 생각하고 말해보는 습관을 들인다.

 

5. 가만히 있으면 영어를 쓸 기회는 찾아오지 않는다. 스스로 상황을 만들어야 한다.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