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과]
 
 
 
 배근철
 
 
 
1. 시작하며
 
 
 
저는 해외 체류 경험은 대학교 때 어학연수 9개월이 전부인 순수 국내파입니다. 다만 제가 2-3살 때부터 꾸준히 영어를 접해온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해외 체류 경험을 물어보시곤 했습니다. 통대 입시 준비를 하면서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이 바로 합격자 수기였습니다. 그래서 제 수기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기를 시작해볼게요.^^
 
 
 
2. 통대 준비 디딤돌
 
 
 
저는 예전부터 통역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보다는 준비를 일찍 한 편이였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통대 입시 학원을 틈틈이 다니면서 학원 분위기도 익히고, 기초 실력도 쌓았습니다.
 
 
 
그래서 통대 시험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학원은 오래 다녔습니다. 여러 선생님 수업을 골고루 들어봤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미리미리 다니면서 실력을 쌓았던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통역대학원 입시 학원에 처음 오시면 그 엄청난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다른 분들의 발표실력에 기가 죽기도 하고, 스스로 발표를 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꼭 당해 년도에 통대 시험을 치지 않으시는 분이라도 학원 분위기도 익힐 겸해서 방학 때마다 틈틈이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통대 준비를 시작 할 때의 영어 점수, 통대 합격자들의 영어 점수를 물어보시곤 합니다.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토익을 예로 들어 말씀드릴게요. 제 경우는 통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에는 945점이었고, 통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봤던 토익은 만점입니다.
 
 
 
3. 2007년-본격적 준비
 
 
 
[목소리 다듬기&키우기]
 
올해 초에 가장 먼저 한 것은 목소리 다듬기였습니다. 제 목소리 자체가 워낙 작아서 매번 "목소리 좀 크게 해서 말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죠. 제 딴에는 목소리를 크게 한다고 해도 소리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 톤만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목소리 다듬기였고, 이곳 저곳을 알아보던 중에 한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개설된 "발성/발음반"이 가장 알맞을 것 같아 수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아나운서 선생님께서 1:1로 지도를 해주기 때문에 소리가 작은 것도 많이 교정되었고, 복식호흡을 통해서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평상시는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죠.
 
 
 
또 카메라 테스트를 통해서 제 굳은 표정과 불필요한 습관도 고칠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충격을 받아서 그 후에 손거울을 들고 다니면서 웃는 연습, 표정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2차 구술 면접에서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태도가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영어 실력 키우기에만 집중할 뿐 정작 목소리 다듬기나 표정 관리 등에는 소홀하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목소리가 작다거나, 한국어 발음이 불분명한 분들, 사투리가 있으신 분들은 미리미리 성우학원이나 아나운서학원을 다니면서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치현 선생님]
 
올해 3월에는 안치현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안치현 선생님은 현재 왕성하게 통번역일을 하시기 때문에, 이 수업을 통해서 통번역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고,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생생한 표현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표현 하나 하나가 주옥같아서 많이 외웠던 것이 크게 도움되었습니다.
 
 
 
번역도 현장에서 즉시 고쳐주시기 때문에 이해나 표현 습득에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특히 수업 시간 듣기자료는 2차 시험 준비하기에 내용이나 분량이 적절합니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내용들이 재미있고 아주 어렵지도 않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히 하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천성 선생님]
 
은천성 선생님 수업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다녔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기 때문에 2차 준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선생님께서 개인 발표 후에 critique을 철저하게 해 주시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은 선생님 수업의 백미는 발표이기 때문에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웬만하면 무조건 발표를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처음 제 한-영 실력을 말하자면 거의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한국어 기억을 거의 못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처음 한-영 발표를 했을 때 선생님께서 "내용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하실 정도로 한국어 내용 기억에 애를 먹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환상적인 메모리 스팬으로 거침없이 발표를 할 때는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많이 좌절했죠.
 
 
 
한 번은 앞에 나갔는데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나서 한 단어밖에 말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제 이름이 호명되면 웬만해서는 발표를 다 했습니다.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봐야 실전에 강해질 것이고, 발표를 안 해보면 절대로 실전에서 잘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표를 계속 하다 보니 실력도 점점 늘어갔고 스터디도 계속 하면서 메모리 스팬도 점차 향상됐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한-영 발표 후에 선생님께서 "실제 시험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만 보인다면 작년도 합격생 기준으로 봤을 때 합격은 무난하다"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게 해 주신 critique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한-영, 영-한 시간에 제게 해 주신 말을 일기장에 적으면서 매번 반복해서 봤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 한가지 조언을 한다면 발표 기회가 왔을 때 못하더라도 꼭 앞에 나가셔서 발표를 하시라는 겁니다. 그 당시에는 두렵고, 떨리고, 창피하고 기가 죽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2차 시험에서는 정말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되거든요.
 
 
 
[영-한 공부]
 
i) 내용 기억하기
 
 
 
영-한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내용 기억하기였습니다. 내용을 들을 때는 알 것 같아도 막상 발표를 하면 디테일이 너무 많이 빠진다든가, 혹은 내용을 통째로 빼먹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합격 수기를 읽어보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데 제 경우에는 다음 2가지 방법이 가장 잘 맞았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첫 문장은 무조건 기억을 하고, 나머지는 주요 키워드만 기억하는 겁니다. 영어를 들을 때 머리 속으로 칠판을 그려놓고, 중요 키워드를 위에서 아래로 하나씩 써 그려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발표할 때는 기억한 키워드를 가지고 내용을 기억하는 식으로 하면 그나마 좀 나아지더라고요.
 
 
 
두 번째 방법도 이와 비슷하긴 합니다. 일단 첫 문장은 어떻게든 기억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첫 문장이 기억이 안 나면 내용이 통째로 생각이 나지 않는 단점이 있거든요.ㅜㅜ) 그리고 나머지 내용은 그냥 쭉~듣는 겁니다. 키워드 중심으로 기억할 경우 해당 키워드가 생각나지 않으면 키워드에 해당하는 문단 전체는 빼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방법은 오히려 기억이 더 잘 나더라구요.^^; 저는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연습했습니다.
 
 
 
ii) 한국어 표현
 
 
 
저는 국내파이면서도 상황에 맞는 적확한 한국어 표현을 잘 구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쉬운 단어도 외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change라는 단어는 보통 "변화"라고 알고 있지만 법률 문제 관련 내용일 경우에는 "개정"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거든요. condition이란 단어도 보통 "상황, 조건"이라고 알고 있지만 의학 쪽 내용에서는 "병세"라고 하는 것이 낫죠. 저는 순발력있게 "개정", "병세"라고 말하는 재주가 없어서 그냥 그때 그때마다 "change=개정", "condition=병세" 이런 식으로 외웠습니다. 자꾸 외우다보면 한국어도 점차 나아지더라구요.^^;
 
 
 
[한-영 공부]
 
i) 한국어 기억하기
 
 
 
한-영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것이 한글 원문 내용을 기억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국어 내용을 기억 못하면 제대로 된 통역이 나올 리 만무하거든요. 올 초의 제 한-영 실력을 말씀드리자면 스터디 파트너가 한국어 내용을 읽어주면 거의 1-2문장 기억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다른 분들은 수업 시간에 엄청나게 긴 지문을 듣고 술술 발표하는데 저는 많아야 세 문장 정도 기억하니 정말 괴로웠어요.
 
 
 
그래서 한번은 스터디를 할 때 파트너가 읽어준 지문을 제가 한국어로 다시 요약하고(한-한) 그 다음에 영어로 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어 내용을 기억 못하는 원인은 한국어를 영어로 옮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들을 때는 거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들으면서 "이 표현은 영어로 어떻게 옮기지?"라는 걱정 때문에 내용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거죠. 그리고 메모리 스팬 자체도 짧았구요.
 
 
 
일단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데 주력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메모리 스팬을 늘리려면 한-한과 영-영을 계속 해야 한다고 하셔서 한-한(주로 신문 사설이나 좋은 기사를 이용. 긴 지문 1개, 짧은 지문 1개[5문장 안쪽]. 단 짧은 지문은 디테일까지 다 잡는 연습)과 영-영(주로 코리아 헤럴드의 Annie's Mailbox로 연습)을 했습니다. 계속 이 두 가지를 하다 보니 메모리 스팬이 많이 늘었고 그러면서 한국어 기억이 놀랄 정도로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들을 때 영어 표현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듣는 내용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니 오히려 한-영이 더 편해졌습니다.
 
 
 
저는 해외파는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영어를 접했기 때문에 국내파 치고는 발음이나 fluency는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반면에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적재적소의 표현은 너무도 부족했죠. 주로 돌아가는 표현을 많이 쓰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영어 표현을 익히는데 주력을 했습니다. 일단 한국어 기억이 잘 되고, 영어 표현을 많이 익혀나가다 보니 한-영은 오히려 쉽게 풀리더라구요.
 
 
 
4. 통대 시험
 
 
 
i) 1차 시험-한국어
 
 
 
흔히들 한국어시험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번 한국어 시험이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제 한자 실력은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실력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실제 시험에서 나온 한자 문제는 거의 다 틀렸습니다.ㅜㅜ 1차 시험 준비기간 막판에 사자성어를 한자로 보고 독음과 뜻 파악을 하는 정도까지는 준비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자성어가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억나는 문제들은 "찬양고무하다"에서 "고무"를 한자로 정확히 표기한 것 고르기, "다음날"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 고르기, "내리 사랑은 있어도 O 사랑은 없다"에서 O에 들어갈 말,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는 속담의 뜻을 맞히는 것들입니다. 한자 독음 문제도 꽤 있었구요. 나중에 다른 분들과 답을 맞혀보니 거의 다 틀렸더라구요. 평소에 한자 공부나, 속담 공부, 어문 규정도 틈틈이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ii) 1차 시험-영어
 
올해는 처음으로 100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듣기 60문제, 독해 40문제로 말이죠. 시험 시간은 100분이었습니다. 시험 당시 느낌을 그대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영어 시험보다도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풀었던 문제가 몇 개 되지도 않았습니다. 듣기의 경우, 들려주는 내용만을 본다면 아주 어렵다고는 할 수 없으나 문제를 막상 풀려고 하면 답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들려주는 내용을 듣고 맞는 것(True)을 고르는 질문이 꽤 나왔는데 처음에는 다 듣고 풀려니 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보기 4개가 다 답이 되는 것 같은 것도 많았고요. 그래서 재빨리 푸는 방법을 바꾸어 그런 문제의 경우는 들으면서 보기와 바로 바로 대조해가며 풀었습니다. 그랬더니 답이 그나마 좀 보이더라고요.
 
 
 
독해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고, 지문 내용도 너무 어려워서 나중에는 거의 한 번호로 다 찍었습니다. 10분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읽은 지문은 몇 개 되질 않아서 일단 푼 문제 마킹부터 해놓고 나머지 문제는 지문도 못 읽은 채 질문과 보기만 보고 풀었습니다. 그래도 못 푼 것은 한 번호로 다 찍었고요.
 
 
 
누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푸는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 내에 반드시 마킹을 하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마킹이라도 제대로 한 것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iii)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 보고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어려웠다고 하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곤 했지만 거의 100% 떨어졌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마음을 다잡고 스터디를 계속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1차 시험 합격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떨어졌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2차 시험 준비는 꼭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1차 시험을 붙으면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일주일 동안 기존 스터디 파트너와 영-한, 한-영 스터디를 계속 했고, 그 전에 1차 시험 보기 한 달 전부터는 저를 포함한 4명이 하는 스터디를 추가로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영-한 스터디의 경우, 테이프를 듣고 했다면, 시험 막바지에는 직접 육성으로 읽어주고 통역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실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4명이 한 스터디에서는 특히 발음/태도/목소리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눈을 마주치면서 발표를 하는가, 목소리가 크고 또렷한가, 긴장할 경우 습관적으로 나오는 행동이 있는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critique을 해 주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이런 연습을 계속 하니까 시선처리나 목소리 내기, 불필요한 습관도 많이 고쳐졌습니다. 또 감사하게도 2차 시험 경험이 있는 분이 계셔서 2차 시험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통대 시험을 처음 보는 저로서는 시험장 분위기, 교수님과의 거리 등의 내용을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 미리 시험장을 그려볼 수 있었고, 실제 시험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iv) 2차 시험-번역/에세이
 
토요일에 본 번역/에세이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한 번역은 시드니 회담에서의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의사소통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는데 한 신문 사설에서 본 내용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어로 번역할 때 어색하지 않게 신경만 조금 썼습니다. 예를 들어 "the ROK President" 같은 것을 "한국 대통령"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노 대통령" 이런 식으로 번역을 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과 언론 보도에 관한 내용인데 수업 시간에도 많이 다루었고, 길이도 4-5문장으로 짧아서 역시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영-한/한-영 에세이도 주제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무리는 없었습니다. 글자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고요. 30분 시간 내에 잘 마무리만 하시면 될 듯 싶네요. 저는 은 선생님 수업 시간에 30분을 정해놓고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해서 당황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연습이 없으신 분들은 시간 배분에 신경 쓰셔야 합니다. 30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거든요. 평소에 한 두 번 정도 시간에 맞춰서 연습하시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v) 2차 시험-구술면접
 
저는 일부러 늦게 접수를 해서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았습니다. 체력이 약해서 토요일에 면접까지 보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옷은 정장을 입었고요. (남학생, 여학생 모두 대부분 정장을 입고 오시더라고요.) 저는 외대 서류 제출용 증명사진 찍을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습니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외대 통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한-영과 교수님들 얼굴을 보고 익혀갔고요.
 
 
 
그 전날에는 너무도 긴장을 해서 저녁 먹은 것을 다 토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있었는데, 시험 당일 날 막상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떨리지도 않고 오히려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후기에서 이런 글을 보고 이해가 안 갔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제 기억으로는 일요일 오후 25명 면접자 중 제가 19번째인가 그랬습니다. 2시간이상 기다렸고요. 따뜻한 커피, 물, 배고플 때 먹을 약간의 간식 등을 가지고 갔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되면 면접도 하기 전에 미리 지치는 수가 있거든요.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가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원래는 기다리면서 볼 자료를 잔뜩 가지고 갔는데 머리에 잘 안 들어와서 그냥 혼자서 시험장 안의 상황을 그려보면서 나름대로 미리 시험장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수시로 화장실에 가서 거울보고 웃는 연습도 하고, 속으로 "목소리라도 크게 내자"라는 암시를 계속 했습니다. 긴장하거나 떨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할 듯 합니다.
 
 
 
제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한국인 교수님 네 분, 외국인 교수님 두 분 총 여섯 분의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생각보다 방은 협소하고 교수님과의 거리는 상당히 가깝습니다. 들어가서 미리 연습한대로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제 수험 번호를 말했더니 곽중철 교수님께서 "목소리가 좋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감사합니다."라고 답변을 했고요.
 
 
 
통역 면접 시작 전에 곽중철 교수님께서 제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년 2월에 졸업 예정이면 통대 시험은 이번이 처음인가?"라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현재 고려대학교 영문과에 재학 중인데 이번 1차 시험에서 고대생들이 유난히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질문하셔서 "그냥 모두들 열심히 해서 그런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영-한은 한국인 여자 교수님이 읽어주셨습니다. 내용은 "선박에서 배출하는 독성 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2002년에 이미 6만여명이 독성 연기로 인해 사망을 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2012년경에는 사망자 수가 8만 2천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하이, 홍콩 등 해안 도시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라는 간단한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읽어주시는 속도가 빨라서 당황했습니다. 합격 수기를 읽으면서 "또박또박 천천히 읽어주신다"라는 내용이 많아서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의외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발음은 미국식 본토 발음이셨고요. 내용은 상당히 짧았습니다. 듣고도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당황했지만 교수님이 읽어주신 후 바로 큰 목소리로 통역했습니다. 한 3-4문장 정도 말한 것 같습니다. (위에 제가 요약한 내용만 말했습니다.) 나중에 원문을 찾아보니 숫자나 연도는 8만 2천명 빼고는 다 틀리게 통역했더라구요.(--;) 제가 기억한 내용이 얼마 없고 막상 말해보니 몇 문장 되지도 않아서 당황스러웠지만 더 기억도 안 날 것 같아 바로 "이상입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을 읽어주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대학생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데, 많은 대기업들은 입사하자마자 바로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구직자들을 원한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대학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기를 원하지만 대학은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학생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경제학과/경영학과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삼성학과/현대학과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내용이 길지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제가 내용을 많이 놓쳤다는 것입니다. 처음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시작하시면서 질문조로 말씀하셨는데 그게 알고 보니 이미 시작한 것이더라고요. 저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그때서야 듣기 시작했는데 당황해서 머리에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강 들은 내용으로만 말하고 결론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혼자 지어내듯이 말했습니다.(--;)
 
 
 
다만 다소 빠른 속도의 영어로 말을 했고, 문장을 번복해서 말하거나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영어의 흐름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전혀 쓰질 못했고 정말 쉬운 단어들만 말했습니다.
 
 
 
첫 문장은 "These days, in Korea, a lot of college students are actually having a hard time landing a job." 이렇게 말했고, [입사하자마자 능숙하게 일하는 구직자]도 돌아가는 표현으로 "students who can work effectively and efficiently right away when they get a job" 이렇게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전혀 긴장 안 한 듯이 큰 소리로 말을 했고요. 시선은 주로 정면에 앉아 계신 교수님을 보면서 말했고 이따금씩 시선을 돌려서 6명의 교수님들을 한번씩은 보면서 말했습니다. 결론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할 것 같은 결론을 대충 지어서 말하고는(--;) 바로 "Thank you."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셨고, 저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나왔습니다. 통역 전 질문을 하면서는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는데, 영-한/한-영 통역을 하면서 정연일 교수님만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셨을 뿐, 다른 교수님들은 거의 무반응이어서 좌절했습니다. 나중에 영-한 원문을 찾아봤는데 제가 말한 숫자도 거의 다 틀렸을 뿐 아니라, 한-영에서는 한국어 내용 자체를 제대로 못 옮긴 것 같아 거의 합격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떨지 않고 자신감 있는 큰 목소리로 (평소에는 목소리가 작은데 그 때는 최대한 목소리를 키워서 발표했어요) 교수님들 눈을 쳐다보면서 한 것이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네요.^^
 
 
 
5. 마치며
 
 
 
저의 부족한 실력을 가장 잘 알기에 합격의 기쁨도 잠시뿐, 걱정이 앞서네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으니 앞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신 부모님, 좌절하고 힘들 때 용기를 준 동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가르침과 용기를 주신 선생님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최고의 스터디 파트너 소희, 수업 파트너였던 현경씨 모두 감사드립니다.
 

 
 
 안현모
 
 
 
준비 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전략을 세워 체계적으로 공부한 편도 아니었기에 합격수기를 쓰자니 참 어색합니다. 공부방법 보다는 시험문제와 시험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드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한자 문제는 몇 개 없는 데다가 문맥상에서 주어져서 괜찮았습니다. 속담 문제, 맞춤법 문제가 출제됐고, 독해도 대체로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몇 가지 헷갈렸던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확인해봤더니 오답이 마구 속출했는데, 그런데도 붙은 걸 보면 한국어는 과락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41696.html (지문 예)
 
 
 
(영어)
 
 
 
올해는 100분에 100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시험시간이 늘어나 집중력이 풀어질까 우려했지만, 시험장에서의 100분은 평소의 10분만큼이나 빨리 지나갔습니다. 앞으로도 시험 직전에 유형이 변경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바뀌든 실력이 있으면 유리하고, 실력이 부족하면 불리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듣기*
 
 
 
다행히 문제와 문제 사이에 보기를 고를 시간이 적당히 주어졌습니다. 초반에 옆줄에서 핸드폰 소리가 나고, 감독관들이 가방을 검사하며 우왕좌왕한 것이 위기였으나, 버려도 한 두 문제만 버리자는 심정으로 곧바로 다시 집중했습니다. 다 들렸어도 생각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 (화자가 누구일까, 어떤 글의 일부일까 등)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슈퍼마켓 이름 같은 고유명사도 꽤 많이 나왔으니, 사전에 없는 브랜드명도 많이 들어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어찌됐든 전반적으로 주제와 보기들이 다양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독해*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여러 번, 어려우면 뒤에 있는 것부터 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대체 왜 그랬는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붙잡고 푸느라 시간이 모자라 뒤는 급하게 보고 찍어야 했습니다. 역시나 앞의 것보다 뒤의 글들이 더 쉬워서, 시간안배를 잘못한 것을 정말 후회했습니다. 당연히 듣기 문제 중 헷갈렸던 것을 다시 보거나 고칠 시간은 없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답을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서 지문 몇 개를 찾았습니다.
 
 
 
http://www.paradigme.com/sources/sources-pdf/pages%20de%20sources07-3-1.pdf
'labeled', 'suggesting'이 빈칸 채우기로 나왔고, 제목 맞추기, 정보화시대에 나타난 결과가 아닌 것 고르기 등이 나왔습니다.
 
 
 
http://www.ourcivilisation.com/smartboard/shop/swift/examiner/chap14.htm
True/Not True 고르기, "he seems, like other great inventors, to have lost much of his reputation, by the continual improvements that have been made upon him"을 paraphrase하기, 제목 맞추기, "beyond contradiction"과 같은 말 고르기, 'not so clear'과 'although'빈칸 채우기가 나왔습니다.
 
 
 
http://links.jstor.org/sici?sici=0361-0160(199023)21%3A3%3C359%3ACFAMIL%3E2.0.CO%3B2-Q
여기서는 'leaves us in the lurch'와 같은 뜻 고르기, True/Not True 고르기, 어휘 문제로는 impish, ludicrous 등이 나왔습니다.
 
 
 
그밖에 철학 관련 지문 두 개와 여성에 관한 지문 등이 있었고, apogee, felicitous등의 어휘를 묻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2차 시험]
 
 
 
1차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묵묵히 2차 대비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한 주 동안 학원에서 하는 2차 대비반을 수강했습니다.
 
 
 
(필기)
 
*번역*
 
일부러 한영번역을 먼저하고 영한번역을 나중에 했습니다.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한 사람으로서, 심리적으로 더욱 다급해지는 후반 시간대에 한국어를 쓰고 있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한영을 영한보다 더 잘한 것 같습니다. 외운 표현들이 시험지 위로 뭉실뭉실 떠올랐고, 어떤 부분은 강조를 위해 조금 과감하게 문장 형태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양이 적어서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답안지는 반드시 연필이 아닌 펜으로 작성해야 하고, 화이트 사용 가능합니다.
 
 
 
*에세이*
 
 
 
답안지를 받자마자 20번째 줄이 어디까지인지 세어 표시했습니다. 금요일 수업(매주 한번씩 에세이 연습)마다 200자에 맞춰 쓰던 것에 얼마나 습관이 되었는지, 시험장에서도 서론-본론-결론 다 쓰고 나니 딱 표시한 부분까지만 쓰게 됐습니다. 걷을 때 보니 다른 응시생들은 앞면을 꽉꽉 채우고 뒷면까지 넘어가서 썼던데, 제가 쓴 글은 한 눈에 봐도 제일 짧았습니다. 평소 은 선생님께서 많이 쓰지 말고, 짧게 틀리지 않게 쓰라고 하신 말씀을 절대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겁먹지 않고 쓴 것을 꼼꼼히 검토한 후 제출했습니다.
 
 
 
(구술)
 
 
 
누구나 그렇듯, 저도 구술시험의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날 오전에 치렀는데, "귀인을 만난다"는 오늘의 운세를 믿고, 그들을 만나러 학교로 향했습니다. 옷은 평상시 학원 다니던 대로 청바지에 스웨터 입었습니다. 심사위원은 총 6명이고, 1미터 정도 앞에 학생이 앉을 큰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앉았습니다. 본격적 시험에 앞서 의외로 다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처음 응시하는 건지, 학부 전공시간에 뭘 배웠는지, 미국 어느 대학에 있었는지, 한 해 동안 무얼 하며 지냈는지, 그리고... 어느 학원을 다녔는지를 물어왔습니다. 그 부분에서 망설이며 대답을 하지 않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 학원 다녔나?"라고 하셨고, 저는 놀라서 "아뇨, 은천성 선생님께 배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예상외의 질문에 당황하고 있는데, 이제 긴장이 풀렸다고 보았는지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외국인 여자교수님께서 영한지문을 먼저 읽어주셨습니다.
 

http://living.oneindia.in/insync/afghanistan-women-modelling-011007.html
이 중 일부를 간추린 것이었습니다. 시작 전에 burqa 라는 단어는 알려주었습니다. 정말 기쁘게도 저의 관심 분야였고,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디테일을 100% 하진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읊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http://news.media.daum.net/editorial/column/200710/11/chosun/v18438267.html
역시 일부를 간추린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짧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게도, 시작부분에서 두 군데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 리스닝에서 막힐 줄이야 상상도 못했는데, 중간에 "잠깐만요" 할 수도 없는 터라 그냥 넘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군데 모두 내용을 다르게 갔고, IMF를 극복했다는 부분도 빠뜨렸습니다. 통역이 그래서 너무 금방 끝났습니다. 정연일 교수님께서 "한국의 고령화의 특징이 뭐라고요?"라고 한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그런 내용도 있었나요..?" 라며 되물었고, 큰일났다 싶어서 "한번 더 말씀해 주세요.."하는데 곽중철 교수님이 됐다며 대화를 중단시키셨습니다. 쫓겨나듯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잠들면서, 일어나면서, 심지어 꿈꾸면서 마저 면접 때 오간 대화가 머릿속에서 진동을 했습니다. 고령화 통역 한번 잘못 한 죄로 내가 고령화되는 걸 느꼈습니다. 스파는 형식적으로나마 잘했다는 말도 들었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을 했으니 그 이유는 저도 도저히 모르겠고,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합격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한 번에 갔다는 공통점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한영 통역이 여전히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후기]
 
 
이 글이 공부를 시작하는 분께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시험을 이미 치르고 발표를 기다리는 분께는 초조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도 홈페이지의 그 많은 합격수기를 1차 시험이 끝나고서야 처음으로 몇 개 읽어봤는데,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들으니 동지가 있는 것 같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공부 요령이 궁금하신 분들은 은 선생님께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학원 두 개씩 다닐 필요도, 이것저것 여러 개 구독할 필요도, 매주 모의고사를 풀어볼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막판에 기출문제만 풀어봤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 선생님의 조언을 평생 마음에 새기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소영
 
 
 
합격수기에 무엇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수기를 읽는 사람은 무얼 원할까?' '예전에 나는 무엇을 알고 싶었었나?'라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쓰면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1년을 반추해 보니 시험, 특히 2차 시험이 어땠나가 가장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험에 관해 중점적으로 쓰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절반은 시험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공부를 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나름대로 이겨냈던 방법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 시험
 
1. 1차 시험 듣기
 
올해 처음으로 60문제가 출제됐는데, LC는 집중력 유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함정이 많기 때문에 한 두 단어에 답이 바뀌는 경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정답이 결정되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충 듣게 되면, 본인 판단으로는 시험이 쉬웠고 정답을 썼다고 느껴지지만 실제 맞춰 보면 답이 아닌 경우가 많았을 한국외대의 전형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시험 보기 전 일주일 동안 최근 5년 간 기출문제를 풀고 꼼꼼히 분석했는데, 제 경우에는 참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원어민의 발음도 미리 귀에 익힐 수 있었고,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문제가 오히려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앞부분은 지문 하나에 문제 하나, 중간은 지문 하나에 문제 둘, 뒷부분은 한 지문 당 세 문제씩 할당되었던 것 같은데, TRUE를 찾는 문제가 무척 많았습니다.
 
2. 1차 시험 독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순수 독해문제로 여덟 지문이 주어졌고 한 지문 당 다섯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유형 자체는 속독을 요하는 전형적인 한국외대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평상시 본인의 시간과 정답 가능성의 상관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제한 시간 내에 모두 푸는 속도라면 얼마나 맞는지, 푼 문제가 거의 정답일 정도로 정독을 하면 몇 문제나 시간 안에 풀 수 있는지, 부분을 포기하고 부분을 정독할 경우는 어떤지 즉 속도와 정확성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수치화 시켜서 알아야 합니다. 이 정도 속도로 읽으면 이 정도 맞추겠구나 라는 것을 알면 거꾸로 얻고 싶은 점수에 맞추어 속도를 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로, 난이도와 정답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쉽게 읽히는 글인데도 답을 못 찾거나 틀리는 경험, 어려워도 답은 맞춘 경험이 다 있으실 겁니다. 평상시 공부 할 때는 빠트리는 것 없이 꼼꼼하게 읽어야 하지만 시험에서는 최대 점수 획득이 목적이므로, '모든 글을 독해하겠다' 보다는 '정답을 많이 맞추겠다'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두 단락은 정독을 했지만 나머지는 읽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 때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해보자'라고 마음을 다지고 빠른 속도로 끝까지 읽었더니, 보기만 봐도 답이 있는 것이 있었고, 문제를 보다 보니 지문이 이해되기도 하고, 본문 중 한 두 문장만 읽어도 답이 나오기도 해서 오히려 답 찾기는 쉬웠습니다. 사실 여섯 단락은 내용도 모르고 풀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풀었던 덕에 결과적으로 점수를 많이 딴 것 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올해 독해가 어려웠고 지문 중 두 개는 현대 영어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의 득점을 올릴 수 있게 시간 배분을 잘 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독해 시험에서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2차 시험 : 에세이/번역
 
한글 에세이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라는 주장의 허점에 대해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하버드 총장이 했던 언급의 의미에 대해 논하라는 것인데, 문장이 좀 어렵고 비유를 사용해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의는 대학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인격 향상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둘 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다뤘던 내용이라 쉬웠습니다.
 
영한 번역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시드니 회담에 대한 사설이었고, 한영 번역은 양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쓰인 것말고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별다른 준비 없이 기본 실력만으로도 충분하니 구술에 비중을 두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4. 합격자 발표
 
떨어졌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고 너무 놀랐습니다. 정말 의외였고 믿기 질 않았습니다. 떨어진 그 심정을 직접 겪고 나니, 시험에 실패한 분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아깝게 실패하신 분들 내년에 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 2차 영한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영한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니 교수님들이 이것저것 물어 보시고, 제 대답에 웃기도 하셔서 우호적인 분위기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어 실력이 뛰어날 거라고(?) 속단을 하셨는지, 남자 외국인 교수님이 너무나 빠르게 읽어 주셔서 따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고사장 밖에서 하이힐 신은 여자 분이 지나갈 때는 구두 소리에 파묻혀 아예 소리 자체가 들리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슬프거나 외로울 때 먹는 사람들은 살이 잘 찐다. 순간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 살이 빠지나 다시 살이 찐다. 비만 치료를 해도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 이 정도만 겨우 들을 수 있었으니 대략 난감 모드인지라, 뻔뻔하게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교수님들 눈치를 살폈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셔서 대의는 맞는다는 걸 알았고, 갑자기 교수님들 눈치가 약간 이상해지기에 더 나아가지 않고 앞의 말을 바꾸어 반복하면서 바로 '이상입니다' 하고 끝냈습니다. 들은 분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끝내고 나니 교수님들이 '어? 벌써 끝이야?' 라는 듯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습니다. 한 분은 노골적으로 몸을 돌리더니 눈을 감고 주무시는 척 하시기까지 했습니다.
 
6. 2차 한영
 
"원산지 표시 즉 'origin of product' 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시작 하셨는데, 내용은 '김치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 음식이며 또한 특산품인데 설 곳을 읽고 있다. 중국산 김치가 미국 시장에서도 1위, 한국 김치는 2위이고, 우리나라에서조차 중국산이 60%를 차지하며 작년 보다 60% 증가했다. 이유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원산지 표시를 하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평이했습니다. 교수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을 했는데, 수업시간에 다뤘던 내용이라 traditional, specialty, lose ground 등의 단어가 바로 튀어나왔고, 순위도 rank와 come at등으로 다양하게 상용했으며, 원산지 표시 동사도 두 개를 교대로 사용했습니다. 60% 증가했다는 문장은 못했고 한 문장은 다른 내용으로 바꾸었지만 나머지는 제 기억에 다 말했던 것 같고, 처음부터 끝까지 막히지 않게 fluency를 살려서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대략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 전 한글을 들으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키워드라서 시작부터 영어로 알려주신 'origin of product' 단어를 까먹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나오는 데 말이죠. 큰일났다 싶었지만 일단 말을 시작하고 나니, 교수님들이 '의외로 한영은 하네'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시기에 그냥 아는 척, origin만 해도 뜻이 통한다는 식으로 문장 속에 묻어서 처리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넘어가려니 교수님들 반응 보느라 열심히 eye contact을 하면서요. 외국인 교수님들의 외모가 낯설어서 주로 한국 남자 교수님들을 쳐다봤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주무시는 교수님은 깨워야 한다"고 하신 것이 생각나서 주무시는 척 하는 분을 더 쳐다보며 했더니, 나중에는 일어나서 저를 보셨던 것 같습니다.
 
7. 평가
 
어떻게 합격한 걸까? 이게 하루 동안 화두였습니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학생이 필요했나, 나이가 많아서, 아니면 설마 미모를 보고? - 다들 미모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결론은 교수님들이 퍼포먼스를 평가 할 때 단순히 그 내용만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드러나는 자질과 그릇 크기를 본다는 것입니다. 턱없이 부족한 영한 발표 분량을 보면 불합격인 상황인데 이때에 더 당당하게 한영을 해서 그 부분에 점수를 좋게 주신 것 같습니다. 핵심 단어 'origin of product'를 쓰지 못하는 것을 교수님들도 아셨지만 그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감 있게 했던 것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하신 것 같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아무리 어려운 것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차게 하곤 했는데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 통역사의 자질이 있다고 판단 한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영한 고작 서너 문장밖에 못하고, 한영 키워드도 까먹은 주제에 뭘 믿고 당차게 굴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부분이 교수님에게는 오히려 좋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영한이 어려워서 다른 분들은 아예 못했거나 혹은 틀리게 말했기 때문에 적더라도 대의를 확실히 말한 제가 점수를 더 얻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은 시험 전 질문 응답 과정에서 "일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말이 호감을 샀을 수도, 1차 성적이 뛰어나 교수님들이 우호적으로 대해 주셨을 수도 있습니다. 명확한 것은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좋게 평가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 공부할 때 겪는 어려움
 
1.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핸드폰 판매원 출신 폴 포츠가 투란도트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허름한 옷차림, 비호감형 외모의 폴포츠가 아리아를 부르는 것을 보면 형언키 어려운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연히 그 곡은 얼마 전 타계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마지막 공연 곡이기도 합니다. 파바로티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테너답게 성량과 기교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히 노래를 소화했지만, 이상하게도 심금을 울리고 눈물을 자아내는 그 무언가는 폴포츠의 노래입니다. 까칠계의 황제라는 사이먼 코웰조차 격찬하게 한 것은 노래에서 묻어나는 열정과 진실성, 진지한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저런 사람이 왜 실패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 나와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같이 입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심히 걱정스럽지요. 그러나 내가 뒤 처진다면 그 부분은 노력으로 메우면 됩니다. '완벽하지 못하고 무언가 모자라도 노력과 의지가 담긴 통역이라면 그것도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예쁘게 셋팅 되어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흙이 묻어 있고 투박한 'uncut diamond'가 때로는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2. 통대에 꼭 합격할 수 있을까?
 
정해진 환경은 바꿀 수 없겠지만 나의 마음가짐이나 사고 방식은 충분히 조절 할 수 있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집니다. 저는 붙는다고 스스로에게 자꾸 확신시키며 생활했습니다. 확신이 안 들면 '나도 확신을 못하는데 교수님이 왜 날 뽑겠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떨어질까 무서워서라도 '그래, 나, 붙어'로 바뀝니다. 붙을까 떨어질까 고민하며 불안해하는 것 보다 그냥 붙었다고 믿고 공부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통대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실력 없이 통대 다니면 고생하는데 학원에서 모자라는 실력 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들고 되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학점 경쟁 없이 공부만 하니 참 좋다고 느끼게 되어, 학원 생활이 즐거웠습니다. 불안감이 없어 9,10월에도 여유 있게 평상시처럼 공부 할 수 있었고, 자신감 있고 안정된 자세로 1년을 보냈습니다. 붙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생활 한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입니다. 또, 입학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영어가 평생의 동반자인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라고 조금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생각하는 것도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3. 공부해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다.
 
공부하면 실력은 향상됩니다. 다만 본인이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제자리에서 진전이 없다고 느껴지면 의욕을 잃고 맥이 빠지게 되는데, 이럴 때는 예전 내가 했던 것을 보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모아둔 수업 파일 중 3달쯤 전의 것을 다시 들어 봅니다. 최근 수업 발표와 비교해 보면 늘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끔 제일 못했을 때 것을 들으면 기분 좋아집니다.
 
4. 은 선생님, 크리틱이 견디기 힘들다.
 
뻔히 알지만 생각하기조차 싫을 만큼 취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고, 그래서 왠지 패배감이 들게 하기 때문에 은 선생님의 크리틱을 날카롭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현실을 그대로 인정 하면 됩니다. 이런 저런 핑계 대보아야 본인만 더 비참해질 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할 수 있는데 안 한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깨끗이 승복하고 다시 시작해서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사실 위의 글은 모범 답안이고, 제 경우는 수업 중 칭찬 들었던 날 파일을 바탕 화면에 두고 자주 들었습니다. 3월과 6월에 칭찬을 크게 해 주신 적이 있어서 의기소침할 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었는데,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작년에 공부를 시작 할 때만 해도 실력이 좋지 못한 터라 발표 신청조차 못했던 저는,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고 선생님께서 크리틱을 하시면 솔직히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에 처음 발표하고 크리틱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여기 저기 자랑하고 다녔던 사람인지라, 공부 과정 내내 은 선생님의 지적이 고마웠고 실제로 실력 향상에 제일 좋은 밑거름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들으면 상처받지 않고 영어를 향상시키는데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크리틱 내용에는 신경 쓰되, 크리틱 받는 자체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고요. '내가 하루 이틀 못 하나 뭐' 이렇게 생각 하면 무척 마음 편합니다. 다만 지적 당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되, 내용은 적어도 두 세 번씩 듣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5.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저는 운동을 제일 못하고 싫어합니다. 조깅을 하면 처음 십여 분간은 별별 유치한 생각이 다 들고 하기 싫고, 온갖 핑계가 떠오릅니다. 십 오분 뛰는 동안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을 하게 되지요.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못 하는 것을 한 번 해보십시오. 특히 운동이라면 좋을 것 같은데, 극기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공부 절대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뛰는 게 훨씬 힘들거든요.
 
6일은 공부하고 하루는 철저히 쉬었는데, 이렇게 아예 노는 날을 정하면 평상시 놀고 싶은 욕구가 별로 안 생겨서 상대적으로 공부가 수월합니다. 단, LC 감은 확실히 떨어집니다.
 
* 당부의 말
 
1. saving grace
 
각자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바로 그 점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비 전공자, 외국 경험 전무인 국내파라서 작년에 공부를 시작 할 때 실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객관적으로는 큰 단점이지만 바로 그 점이 남들 보다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고 교만에 빠지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워낙 바닥에서 출발해서 떨어 질 곳이 없으니 실력은 계속 늘고, 느는 걸 보니 재미있고 덕분에 즐겁게 공부했으니 큰 자산인 것이죠. 단점이란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다시 한 번 생각 하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취약한 부분에 낙담하지 말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바꾼다면 큰 축복이 됩니다.
 
2. 수업을 충실히
 
스터디를 안 한다고 하면 다들 약간 놀라시더군요. 한 달인가 두 달 뒤집기 점검을 잠깐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냥 혼자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혼자가 아니라 은 선생님과 같이 한 것입니다. 매일 수업을 시작할 때, 바로 전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서 항상 복습 점검을 하시니까 그 때 열심히 참여하고, 시키면 가능한 통과하지 않고, 크리틱을 점검하면 충분했습니다. 저는 별다르게 수업 이외의 것을 하지도 않았고,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공부한 편입니다. 필사하라고 하셔서 계속 했고, LC 제일 중요하다고 하셔서 많이 했고, 연설문 계속 외우라고 하셔서 미국대통령주례연설을 외우고, 복습 꼭 하라고 하셔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실력이 많이 쌓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같은 수업이라 해도 대충 듣지 않고 열심히 들으면 훨씬 좋습니다.
 
* 감사의 말
 
차려진 밥상에서 밥을 먹었을 뿐이라는 수상 소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너무나 많은 분들이 마음을 써 주고 도와 주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공부 기간 동안 삶의 스파였던 수진 언니, 20년 지기 친구, 후배 지원이 그리고 아이팟 사용법 가르쳐준 민주와 후배 현진이, 일방적으로 한한 봉사해 준 착한 문희가 생각나네요. 이 지면을 통해 부족한 저를 질책과 칭찬과 격려로 이끌어 주신 은 선생님의 사랑에 감사 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유한내
 
 
 
[시작하며]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중국어를 전공한 국내파입니다. 영어 연수 경험은 없고, 대학교 4학년 때 휴학하고 미국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어로 통대 진학을 할까 하다가 취업을 하게 되었고, 화장품 회사에서 국제마케팅 일을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아는 선배가 회사에 다니다가 통대에 입학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합격수기를 읽으며 한영과 진학을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한중과로 하지 않았느냐' 하시는데, 그때마다 '영어를 좋아해요'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평생 하게 될 공부라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터디]
 
 
 
학원 홈페이지에서 파트너를 구해3 월부터 6월까지 일주일에 한번 1시간 정도 스터디를 했습니다. 파트너와 한한, 한영, 영한, 영영을 준비해와서 서로 해보는 연습이었는데, 통대 시험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부족한 실력이나마 실전이라 생각하고 대의 위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하실 때 파트너랑 편해지면 중간에 웃거나, '다시 할게요' 하거나, 컨디션 따라 대강 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생각으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시험 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L/C]
 
 
 
연초에 합격수기를 읽고 Podcast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에 iPod을 구입했습니다. ABC: Nightline과 NPR: Wait Wait Don't Tell Me 두 가지를 subscribe하여 출퇴근길이나 운동할 때 틈틈이 들으며 L/C감을 잃지 않는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1차 준비-한국어]
 
 
 
10월부터 타 학원 1차 모의고사 반을 수강했습니다. 전공이 중문과라서 한자는 별로 어렵지 않았고, 국어 점수는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시간 날 때 한자성어 기출문제를 한번씩 훑어보았고, 모의고사 본 것 중에서 틀린 것만 확실히 잡자는 생각으로 주로 많이 틀리던 국어 맞춤법 문제만 학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암기했습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 틀린 것은 다시는 틀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종종 시험준비 하실 때 공부할 것을 쌓아놓고 몰아서 하자는 생각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중에는 시간도 없고 초조해서 손에 잡히지 않으므로 그때그때 확실히 머리 속에 넣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1차 준비-영어]
 
 
 
시험 경향이 새로워지면서 LC 60문제와 RC 40문제로 바뀌었는데, 첫 모의고사는 충격적이었습니다. LC는 정신 없이 지나가고, RC는 모르는 단어 투성이고, 점수는 거의 반타작. 마지막에는 거의 매일 모의고사를 보는데, 끝나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잠시 보는 것 외에는 복습할 시간이 없어서, 점수도 제자리고 실력도 늘지 않는 것 같아 속이 상했습니다. 시험을 하나 더 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복습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최대한 시간 배분 등 실전 경험을 높이기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모의고사는 참석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LC는 처음에 문제 보기를 최대한 많이 보아두려고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보기를 읽지 않고 여백에 노트 테이킹을 해가며 지문 자체를 이해하고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보기 신경 쓰랴, 나오는 숫자들 신경 쓰랴 신경이 분산되면 이도 저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듣기는 '이해'가 우선이 된다는 것이 1차 LC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RC의 경우, 지문이 길고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지만, 보기에 나오는 단어를 몰라 지문의 내용을 이해했는데도 풀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수기를 읽고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Word Smart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단어집을 골라 꾸준히 암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모의고사에 나왔던 보기단어들만 정리해서 외웠습니다. 문법문제 역시 의외로 어려웠는데, 이 문제는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보고 오답을 잡아가는 부분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1차 시험]
 
 
 
저는 시험을 앞두고 내가 어느 정도 할지 대강 감을 잡는 편인데, 1차 시험에서는 당락이 간당간당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신 바짝 차리고 한 문제라도 더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LC까지는 침착하게 해나갔는데, LC 60문제를 끝내고 나니 RC 40문제의 한 지문당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첫 지문부터 어려워서 차근차근 읽었는데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야 하는 상황. 시간은 자꾸 가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옆에 앉은 남자 분은 일찌감치 풀고 엎드려 주무시기까지!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자꾸 붙잡아야 했습니다. 순서 상관없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면서 조금이라도 쉬워 보이는 지문부터 달려들었고, 한 문제라도 더 그럴듯하게 찍느라고(?)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문제가 워낙 많고 어려워서 그렇게 최선을 다한 한 두 문제 정도가 당락을 결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 끝나고 나서 주말에 쉬고 나니, 여름에 학원을 조금 다닌 것 외에 10월에 모의고사 준비한 것이 전부라, 번역과 에세이 시험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회사 다니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기출문제 위주로 한영, 영한 번역을 몇 개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한영 번역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까 봐 한영 자료 중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신용 불량' 등의 단어를 추려보았습니다.
 
 
 
[2차 시험- 번역/에세이]
 
 
 
한영과 영한 번역은 각각 신정아 학력위조 파문과 북핵 관련 회담이 나왔습니다. 영한은 무난히 처리하고, 한영의 경우 issue들을 정리할 때 신정아 사건을 빼먹은 것이 아쉬웠지만, 최대한 영어 표현이 반복되지 않고 '영어다운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어렵지 않은 주제여서 개요 짜는 데 시간을 충분히 투자한 후, 팔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써내려 갔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시험장에서 처음 써보는 것이었는데, 역시 한국어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개요를 짜고 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어휘가 부족해 풍성한 내용을 담지 못하겠더군요. 간결하게, 요지만 드러나도록 마무리했습니다.
 
 
 
[2차 시험- 통역]
 
토요일에 번역/에세이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시험용 정장을 준비하고, 수험표 패용용 명찰도 샀습니다. 스터디 한 지도 오래되었고, 학원에서도 모의고사 위주로 준비를 했던 터라, 영어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이 낯설게 느껴져서 합격 수기에 나온 기출문제 위주로 녹음기에 하나씩 녹음해서 실전이다 생각하고 거울을 보면서 바르게 앉아 한영/영한 연습을 몇 개씩 해보았습니다. 처음에 해보니 당황되어 내용이 기억도 안 나고 단어가 안 떠올라 pause가 많이 생기더군요. 시험 때는 최대한 간결하게, pause없이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애경 홀에 도착했습니다. 학원을 같이 다니신 분들끼리 서로 뒤집기도 하고 하시던데, 저는 아는 분이 없어서 혼자 단어 정리한 것을 읽었습니다. 오전 조 중 마지막 순서라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해서 먹을 것도 많이 싸갔는데 별로 먹히지가 않더군요. 2시간 반정도 기다리다가 드디어 호명이 되어 복도에서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교수님들이 많이 앉아 있어서 당황했습니다. 원래는 두루 eye contact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바로 앞에 계신 분만 쳐다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앞에 앉은 교수님께서 통대 시험은 처음인지 물어보셨고, 그렇다고 하니 긴장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여자 교수님께서 영한을 읽어 주셨습니다. 영한 내용은 황금 돼지해 중국 출산 붐이었습니다. '황금돼지'란 단어를 듣고 내용이 짐작이 가서 비교적 침착하게 들을 수 있었고, 영한이 자신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숫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용은 '황금돼지해라 중국에서 출산 붐이 일고 있다. 점술가 등에 의하면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신생아들은 복을 받고 태어난다고 한다. 중국은 1가정 1자녀 원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출산 붐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7년 상해 출산율은 00%로 이는 2006년에 비해 00% 높아진 수치이다' 정도였습니다.
 
 
 
한영은 남자교수님께서 읽어주셨는데, 남북한의 문화차이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남북한의 문화차이가 통일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어느 세대, 나라간에나 문화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관건은 서로의 문화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문화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통역하면서 몇몇 단어들은 아주 수준 낮은 단어가 튀어나왔지만, 개의치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들으면서 대의를 파악하고 기억하려고 했기 때문에, 통역을 마칠 때쯤 빠뜨린 문장이 하나 생각났는데, 오히려 사족이 되겠다 싶어 과감히 포기하고 서둘러 '이상입니다' 하고 마무리 했습니다.
 
 
 
영한과 한영 모두 학원 수업시간에 했던 것보다 내용이 짧고 어렵지 않았습니다. 언어를 전환하는 감이나 센스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큰소리로 시험에 임하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회사에 다니며 학원을 다니다 보니 나간 날보다 못나간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합격자 모임에 갔더니,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얼굴은 처음 본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러나 은천성 선생님 말씀처럼 공부는 '의지보다는 꾸준히 조금씩 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도 많이 하고, 자료도 많이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은 선생님 수업 꾸준히 듣고 수업 내용 복습만 열심히 하셔도 내공이 많이 쌓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합격이 아니라도, 공부한 만큼 실력이 쌓인다는 긍정적인 태도가 통대 준비라는 긴 여정에 필요할 것 같아요.
 
 
 
학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열어준 부모님, 삼재에 시달릴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오빠, 공부가 어렵다는 걸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 송이에게 감사하며 합격수기를 마칩니다.
 
 
 
 
 
 이정희
 
  
우선 한국외대통대에 입학하기까지 저를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신 부모님,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렵니다. 그리고 저를 가르쳐주신, 삶의 희망을 주는 격언들과 함께, 재미있고 알찬 강의를 제공하시는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 전합니다. 이번 합격소식에 환호해줬던, 그 동안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봐온 친구들과 지인들, 소중한 T,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저와 함께 스터디를 했던 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저는 학원 수강 기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수업공부에 관해서 간단히, 그리고 1, 2차의 시험 내용과 후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수업]
 
 
 
(듣기)
 
 
 
저는 예전에 통역대학원 준비과정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기회가 닿아서 한국외대통대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6월에 영어사랑(현재 청문어학원)에 나왔고, 외대통대준비반(주3회)을 처음 들었습니다. 영어뉴스에 대한 感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 7월에 실전통역(주2회)으로 수업을 바꾸고, 더불어 '입문청취'(주2회)를 등록해 듣기를 집중적으로 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듣고 받아 적은 내용은 이미 아는 것이라 하더라도 모든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했고, 될 수 있는 한, 달달 암기했습니다. 그렇게 3주정도 집중적으로 듣기를 공부하니 모든 수업시간의 듣기가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은 선생님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고 철저하게 공부하는 철학으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강의를 진행하시는 것을 다들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다른 듣기를 별도로 하지 않았고, 복습을 신청하고, 교재인 LC transcript 지문을 최대한 열심히 복습했습니다. 발표수업이 부담되면 입문청취반이나 시사청취반처럼 찬찬히 공부할 수 있는 수업들을 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듣기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네!'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7월에 입문청취반 내용이 익숙해지면서 인터넷으로 AP 뉴스도 잠깐이긴 하지만 조금씩 접했습니다.
 
 
 
(독해)
 
올해에는 따로 신문, 주간지를 본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6월, 외대통대반 수강을 할 때는 독해문제를 주어진 시간동안 풀 때, 최대한 빨리 답을 찾으려고 했었고, 수업 후에는 스스로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골라 따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또 듣기를 우선으로 복습하되, 시간여유가 더 있을 때는 단락전체를 외우기도 했습니다. 9, 10월에는 번역/에세이반에서 은 선생님이 직접 출제하신 영어 독해력 평가 약식 모의고사를 매시간 10문제씩 풀었습니다. 그 때도 주어진 시간 내(10문제에 10분)에 빨리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1분 남았을 땐 더 이상 문제를 풀면 안되고 빨리 마킹을 마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셔서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실제 시험에서는 아쉽게도 그렇게 못했습니다.
 
 
 
(한한과 뒤집기)
 
6월 수업 복습 스터디에서 한한을 이틀에 한 번 정도 했으나 다시 시작하는 공부다 보니 그것으로 부족한 것 같아 한한 스터디를 하나 더 해서 7월 한 달은 한한을 매일 30분 안팎으로 했습니다. 6월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 갑갑한 기분에다가, 7월부터 실전통역반을 들을 때 발표신청을 해놓고도 미대통령주례연설문 통역을 한 번 하고는, 메모리 스팬이 부족해서 더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한과 부시연설문 암기 확인을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 내용에 대한 이해력과 더불어 기억력도 좋아지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7월 중순부터인가 수업시간에 제자리에서 혼자 속으로 통역을 해보았는데, 그때 비로소 내용을 제대로 기억해서 막히지 않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7월 중순을 제외한 6월과 8월에는 일도 같이 해야했기 때문에 스터디를 많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7월말쯤인가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험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영한과 한영 영영 한한을 한꺼번에 하나씩 하는 스터디를 고나연씨와 했습니다. 특히 영영과 영한을 할 때, 해외파인 나연씨의 유창한 영어발음 덕택에 집중이 잘 됐습니다. 그러다가 8월에 공부와 일을 병행하느라 무리해서인지 9월 중순부터는 몸살을 앓게 되는 등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공부를 좀 쉬었습니다. 그러다 10월 중순부터 다시 공부하자니 외대 1차가 신경이 쓰여서 아쉽게도 2차를 위한 이 스터디는 그 이후로 못하게 됐습니다. 쉬다가 다시 공부하려니 메모리 스팬이 또 떨어져서 한한 스터디만 계속하고 덧붙여 한영, 영한은 조금씩만 했습니다.
 
 
 
(번역과 에세이)
 
 
 
9-10월에는 은 선생님의 토요일 번역/에세이 반을 들었습니다. 우선 수업이 주 1회 토요일 수업이고, 수업을 마친 뒤에 표현정리와 복습을 하면 토요일 오후를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 선생님은 한국어, 영어에세이를 꼼꼼히 첨삭해 주시고 알찬 조언도 곁들어 적어주시기에, 그 다음에는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받은 시험지들은 2차 번역 시험 전날에도 조금 보면서 시간배분은 어떻게 할지, 길이는 얼마나 길게 써야 하는지 그런 기본들을 다시 되새겼습니다. 결국 서론, 본론, 결론의 논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그리고 논리적으로 간단명료하게, 시간 안에 마치는 연습을 수업시간에 꾸준히 하면 시험장에서도 몸이 알아서 반응하게 됨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한국어 공부에 관해서는 아래 [1차 시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건강관리)
 
6월과, 7월 말에서 8월말까지 오전에는 일을 하면서, 오후부터 밤이 될 때까지 공부했는데, 제대로 몸을 쉬지 않아서인지, 9월 셋째 주부터 감기와 함께 몸살을 앓게됐습니다. 그리고 머리도 아프기 시작해서 10월 초가 지날 때까지 거의 한 달간 지친 몸과 마음에 충분한 휴식을 줬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집중해서 공부를 못하는 대신, 영작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도록 했습니다. 즉, 말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쓸 때 실수하는 부분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즐거운 일만 생각하고 부담스러운 시험 생각은 안 하면서 보냈습니다. 이 때는 쉬기로 작정한 만큼 정말 푹 쉬어 줬습니다. 너무 바쁘지 않으면 학원 근처나 집 근처에 헬스를 끊어서 간간이 몸을 움직여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프고 나서 10월초에 주위 분들 권유로 한약을 먹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이른바 '총명탕' 이었다는데요, 뇌 활동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체질에 맞춰 지어서 심신에 안정감도 주고 편안함을 많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아픈 이유는 체력이 딸려서 오는 문제라고 한의사께서 진단을 하시네요. 혈류가 머리까지 원활히 못 올라가서 오는 문제라고요.^^;
 
 
 
[1차 시험]
 
 
 
(한국어)
 
 
 
올해부터 영어시험 문항이 100개로 예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으나, 배점은 여전히 150점으로, 예년의 한 문항 당 3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어서, 영어 한 문제 당 점수가 1.5점입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30문제이긴 하나 총 50점 배점이고 이번 시험의 각 문항 옆에는 1점 혹은 2점으로 정확한 점수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한 문제에 2점이면 영어 하나 틀리는 것보다 감점이 더 큰 셈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차 시험에서 무엇보다 영어 실력이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한국어 시험도 얕잡아 생각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한영통역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모국어인 한국어이므로 당연히 열심히 준비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문장에서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한자 찾기, 한글 음에 맞는 한자 찾기로 산파(散播), 고무(鼓舞)등이 나왔었고, 속담에서 괄호 넣기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가게 기둥에 입춘' 속담의 의미를 물었던 질문 등은 1점이었던 것 같고, 총 5문항의 한국어 듣기(추가예산관련 연설문) 중 적어도 3문제는 '내용 중 가장 강조된 내용, 언급되지 않은 내용' 등으로 각 2점씩이었습니다. 한국어 듣기 중에는 필기를 못하게 되어 있는데, 그런 경우 지문이 나오는 동안 눈으로 선택 안을 보면서 어느 게 지금 나오는 내용이고, 또 어느 것이 어떤 내용인지 눈 도장 찍어가며 풀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듣기 시험은 예전에 쳐본 적이 거의 없지만, 별 실수 없이 풀 수 있었습니다. 읽기 지문 중에서 접속사를 찾는 문제는 2점이었는데, 전체 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면 답이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저는 한한 스터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한한 스터디를 꾸준히 함에 덧붙여 9월 추석 이후부터 서서히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0월에 포켓 사이즈의 한자성어와 한자단어 책을 사서 중요하다는 별표가 많이 그려진 것을 위주로 선별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계획했던 양만큼 충분히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주로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은 반복 학습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맞춤법 개정안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맞춤법, 두음법칙, 이번 시험에 나온 '던데 또는 던대' 또는 '오' 와 '요'의 구분처럼 우리가 많이 헷갈려 하고 틀리는 내용들이 다 수록되어 있으므로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험 한 주를 남겨두고는 그 동안 정리가 안 되거나 또 잊어버린 부분들 위주로 꼼꼼히 보고자 애썼습니다. 특히 관심 가는 부분, 정확한 한국어 구사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 등을 열심히 파고든다면 공부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본 시험에서 더 나은 점수를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1차 듣기)
 
원래 한국외대 시험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듣기에서는 시사 이슈가 그렇게 많이 다뤄지지는 않은 듯합니다. 속도는 원어민이 편하게 이야기하듯 읽어주는 정도였습니다. 영어는 보통속도로 읽더라도 언어 특성상 자체속도가 빠른 언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별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기독교 관련 문제(다빈치 코드가 포함된 내용)가 나오면서 글에서 언급된 소재 순으로 배열하는 문제가 있었고, 그다지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해리 포터'를 소재로 한 문제도 나왔습니다. 문제 자체를 어렵게 내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이야기했지만 답안 선택이 헷갈리게 문제를 내셨더군요. 뒤로 갈수록 조금 더 그랬던 것 같긴 한데, 그럴수록 더욱 듣기에만 집중하고 노트 테이킹은 거의 하지 않고, 들으면서 글 전체의 주제 및 화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를 생각했습니다. 답이 고민되는 부분 또는 집중력이 약해져서 성급하게 들었던 부분은 듣기 지문이 끝난 뒤 조금 시간을 내어서 되도록 주의에 주의를 더해서 마킹했습니다. 듣기에 비교적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꼬인 답안을 성급하게 선택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습니다. 올해 시험에서도 60문제에 대한 지문 거의 매 꼭지마다 True 찾기 문제가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고 대의를 잘 파악하시면 전체 글에 대해 맞는 선택 안을 고르기가 쉬울 것입니다. 영어 듣기문제에서는 주제 찾기 능력, 영어 사운드에 대한 친숙도, 글에 대한 분석력, 배경지식(예를 들어 환경에 관한 문제들) 등이 도움을 줬던 것 같습니다.
 
 
 
(1차 독해)
 
 
 
시험장에서 적응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많이 급해지므로 평소에 시간을 내서 문제를 많이 푸시고 자신만의 전략을 개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너무 조심하는 나머지 듣기 마킹을 못한 게 많아서 독해시험이 시작되었을 때도 한 5-6분간은 듣기로 돌아가서 마킹을 신중을 더해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해 시험 두 passage 정도를 풀었는데 시간이 한 15-20분 정도 밖에 안 남은 것 같았습니다. 그 때부터는 정말 자신 있게 풀 수 있는 정도의 문제들을 먼저 풀었습니다. Paraphrasing은 선택 안들이 뚜렷이 다를 정도로 쉬었습니다. 밑줄 메우기도 있었는데, 저는 지문을 다 안 읽어봐도 풀 수 있는 이런 종류의 문제를 먼저 풀고, 나머지 문제들도 그런 식으로 골라가면서 풀었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풀다가 한 문항 마킹을 잘못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모자라서 종 치기 30초 전까지도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남은 지문 2개 정도는 다 같은 번호로 통일해서 종을 친 후에도 마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다 한 걸로 알고 손을 놓은 뒤 시험지를 거둬 가시길 기다렸는데, 눈으로 쭉 보다 보니 빈칸으로 남은 게 무려 '몇 개'씩 이나 보여서 선택 안도 못 보고 느낌이 가는 대로 찍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조금 있다가 감독관들이 오셔서 문제지와 답지를 거둬 가셨습니다. 어느 여자 분은 마킹을 거의 안 하고 있다가 답지 걷기 전에서야 마킹을 시작하신 것 같은데, 걷어가려는 감독관께 배짱 두둑하게 '마킹은 해야될 거 아니에요!'라고 하셨는데요, 단호해 보이시던 그 나이든 여자 감독관님, 굉장히 기분 나빠하고 싫어하셨습니다. 그 분이 결국 답안지를 내셨는지 못 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킹은 시간 내에 꼭 하시고요, 혹시라도 몇 개 못하셨다면, 배짱으로만 밀어 부치기보다는 감독관의 인상이나 분위기에 맞춰야겠습니다. 저도 하마터면 최후의 몇 문제를 찍기 마킹 조차 못하고 낼 뻔했습니다. --; 꼼꼼히 문제를 푼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문제를 조금 적게 푼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1차를 붙게 된 것은 답안 선택의 정확도가 높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많이 풀어서 확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몇 문제 적게 풀어도 제대로 푼다는 생각으로 하시든지, 이에 관해서는 본인의 실력과 판단에 맞춰서 결정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번역과 에세이)
 
대부분 2차 필기 시험은 변별력이 별로 없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래도 시험이니까, 무엇보다도 검토할 시간 5분씩은 꼭 남겨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번역이나 영어 에세이를 쓸 때는 안 그랬는데, 한국어 에세이를 쓸 때는 하다 보니 길이가 길어져서 검토를 반 만하고 내야 했습니다. 번역 1시간, 에세이는 언어별 30분씩입니다. 에세이는 언어별로 따로 시간을 정확히 재면서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한번역은 한국계 미국인이자 국무부 관리로 북핵 문제를 다룬 적이 있는 Victor Cha의 글로서, 중앙일보에서는 이 글의 앞부분 한역 번역물을 8월인가에 실었고, 저는 인터넷 서핑하다가 우연히 눈으로 슬쩍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이 분이 그런 글을 썼다고 했었지…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길이가 길어도 편안히 시험 봤습니다. 수업시간에 번역을 제 시간에 마쳐본 적이 없는 듯해서, 되도록 손으로 한 문장을 번역하고, 눈으로는 그 다음 문장을 보는 식으로 시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한이 한영에 비해 길이가 긴 대신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고 할 수 있고, 한영번역은 한국식 표현 및 그 표현의 모호함을 잘 살리는지를 보려는 시험 같았고, 길이는 짧았습니다만, 문맥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어이없는 실수를 안 할 수 있게 나왔습니다. '신정아 사건'을 통해 본 언론, 학계 등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 에세이였고, 예를 들어, 한자 없이 '양식'이 원문에 등장하면 이게 형태를 말하는 양식인지, 양심과 교양을 의미하는 양식인지 등을 문맥을 통해 이해하셔야 합니다. 검토할 시간은 꼭! 남겨두셔야 되고요, 시간 땡 하면 두 분의 감독관이 냉큼!! 걷어 가십니다. 한국어 에세이 주제는 "과학에는 국적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는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논하라'였고, 영어 에세이는 "최근 방한한 미 하버드 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 '대학은 목수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인간으로 키우는 곳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한국적 교육상황에 비춰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은 아니었으나, 한국어 에세이에서 '논하라'라는 말이 심히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들리긴 했습니다.
 
 
 
(인터뷰)
 
 
 
* 영한
 
 
 
번역과 에세이 시험이 총 50점 만점이라면 통역은 총 100점 만점입니다. 점수 배점이 두 배인 것이죠. 마음은 정말 편안히 가졌지만 애경홀에 있다보니 어딘가 긴장의 날이 선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무리해서 잘하려고 하지 말자'라고 되뇌었습니다. 제 실력은 이미 정해진 것이니 괜히 불필요하게 떨 이유가 없다고 담담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현재실력 점검한다는 기분으로 시험을 봤습니다.
 
 
 
이미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인지 문을 열자 말자 마음이 아주 편해졌고, 들어가서는 '안녕하세요'라고 편하게 그리고 부담 없이 인사 드렸습니다. 교수님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습니다. 곽중철 교수님께서 제 번호를 확인하시기에 그렇다고 말씀 드렸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하시고는 제가 나온 학교에 제가 졸업한 과가 언제 처음 생겼었는지, 그리고 이전에 시험을 친 적이 있는지도 물으셨고, 처음이라고 하자, 시험치는 순서(영어->한국어, 한국어->영어)까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외국인 여자 교수님께서 신사임당이 5만원 권 지폐인물로 결정됐는데, 그 소식을 들었냐고 하시기에, '그런 것 같다고'만 대답 드렸습니다. '신사임당'과 '새 지폐'정도만이 제가 알고 있던 내용이었습니다. 다시 '그런 것 같다니??'라고 질문하셨는데, 저는 그에 대한 대답은 드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었습니다. 제가 급한 성격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고, 평정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몇 초 후 영한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은행에서 새로운 5만원 권 지폐 도안의 인물로 신사임당을 선정했습니다. 이 새 지폐는 2009년 상반기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여성이 화폐의 인물로 결정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입니다만, 여성계에서는 이 결정이 한국사회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인해준다는 반응입니다. 신사임당은 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서화와 서예에 능한 여성이었습니다. 한국은행 측은 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사회활동참여를 권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만, 여성계는 여성에 대해 집에서 아기나 보고 가사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킨다면서 이번 결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험문제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 여자 교수님의 목소리가 결코 크진 않았던 것 같고, 으레 그렇듯이, 시험장이라서 그런지 체감속도는 '조금 빠르다'하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한국 뉴스를 영문으로 바꾼 후, 그걸 다시 한국어로 바꿀 때, 문구대로 그대로 직역하듯 해석하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들을 때는 머릿속으로 전체 글의 구조를 분석해 봤고, 또 핵심을 파악한다는 기분으로 들었습니다. 지문이 끝나자마자 pause없이 한국어로 좀 빠르게 옮겼고 거의 빠뜨리지 않고 했습니다. 그런데 좀 빠르게 하다보니 기억에는 'confirm'이 남아있는데도, '강화'로 조금 잘못 나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나머지도 그냥 편한 마음으로 했습니다. 통역이 끝날 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는데, 불현듯 빠뜨린 짧은 아이디어 하나가 생각이 나서 pause없이 곧 바로 덧붙이고 마쳤습니다. 그렇게 마치고 나니 왼쪽 두 번 째에 앉아 계시던 정연일 교수님께서 '마지막 문장은 나중에 생각이 났나 보죠?'라고 저를 찬찬히 바라보시면서 물으시는데 저는 그냥 '잔잔히' 웃고만 있었습니다. pause가 길다가 마지막 문장을 말했더라면 좀 민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나마 이음새 없이 문장을 이어 말해서 점수를 조금 더 주시려나… 그런 희망을 가져보면서…^^;
 
 
 
* 한영
 
 
 
시험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얼마 동안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 시사IN을 샀는데, 그 안에 그 날 오후에 친 제 시험문제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실은 부담스러워 제대로 읽지도 못하다가 합격자 발표가 나고 다시 찬찬히 봤습니다.^^
 
 
 
"나는 우리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세계사 교과서가 참 염려스럽다. 그 교과서들이 서구중심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은 '확장, 진출, 팽창'으로 기록되고, 이슬람 또는 쿠르드의 전쟁은 '침략, 침입, 약탈'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의 역사기록에서도 중국 중심의 역사 기술이 눈에 띈다. 우리 교과서는 농경민은 문명인으로, 유목민을 미개한 종족으로 구분한다. 이런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이 염려되는 이유는 그들이 자라서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과서의 기술이 좀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11월 첫째 주 시사IN 속의 출판전문가 칼럼을 바탕으로 앞뒤로 아이디어를 덧 붙였음.)
 
 
 
영한에 이어 정연일 교수님께서 '고등학교 때 세계사 공부 해봤죠?'라고 질문 하셨습니다. '네'라고 대답 드렸더니 바로 그 내용이라면서 한국어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만 천천히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때론 '이슬람'부분엔 더욱 강조해서 정성스럽게 읽어주셨으나, 저는 갑자기 평상시 거의 써 본 적도 없는 '약탈'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해서 조금 당황했는데, 그 다음부터 '시험이 왜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 영한을 무리 없게 하고 나서라 그런지 집중이 잘 안 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이해하고 뭐라고 그랬는지 기억할 수 없으리만큼(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였겠죠!!^^) 그냥 이해하고 들었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주제 위주로 이야기했습니다. 목소리는 전혀 떨지 않았고 크고 안정된 것 같았고, eye contact도 두루 자연스럽게 한 것 같습니다. '자, 제가 여기 중요하게 설명 드릴게 있습니다, 저를 보아주세요!' 이런 자세였던 것 같네요. 정확하게 못한 것 같다고 판단하지만, 마치고 나니 정연일 교수님께서는 빈말일지도 모르는데 '수고했어요. 잘했어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시험을 치고 나서]
 
(1) 1, 2차 시험을 모두 치고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최대한 시험장과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경험하거나 혹은 시험장 시험 내용보다는 조금 더 까다로운 내용으로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실제 시험에서는 훨씬 편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시험준비는 안하고 공부 자체에만 열중한 편이었는데, 대비만 좀 더 철저히 했다면 충분히 더 잘 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기출문제를 꼭 꼼꼼히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답을 어떻게 꼬아서 안 보이게 문제를 내시는지도 확인이 되고 정답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보일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시험대비의 요령도 생길 것 같고, 입시 문제에 익숙하게 되실 겁니다. 무엇보다도 영어든 한국어든 다른 그 어떤 문제보다 기출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제 파트너 나연씨가 작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으로 반드시! 꼭! 풀어봐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도 정작 저는 기출문제를 조금 풀어 본 정도였습니다. 기출문제를 되도록 많이 풀어보고 분석하셔서 좋은 결과를 내시길 바랍니다.
 
 
 
(2) 외대 2차 시험안내문을 보면 '인터뷰(interview)' 일정이라고 나옵니다. 사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2차 시험은 정말 면대면의 '인터뷰'입니다. 물론 이 인터뷰에서 '뒤집기'를 잘하면 잘할수록 좋긴 하나, 정말 잘하는 통역 그 자체를 찾으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통역사의 비판적인 사고, 논리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크게 강조하시던데, 1차, 2차 시험이라는 긴장된 상황에서 이해력과 더불어 분석력, 논리력도 시험하시는 듯 합니다.
 
 
 
(3) 이번 시험을 치르고 나니 주변에 합격하신 분들과 안타깝게 실패하신 분들 간에 공통된 차이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선 1차 및 2차까지 되신 분들은 1차 시험 당일까지도 별다른 동요 없이 묵묵히 공부하신 분들인 것 같습니다. 엇비슷한 실력이라면 이런 분들이 합격 확률이 높으신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이번에 운이 안 따라주신 분 들 중에 평소 충분히 잘 하시는데도 너무 걱정을 하고, 자신감을 잃은 모습, 불안한 마음을 끝까지 시험장에까지 갖고 가신 분들을 주위에서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꼭 되어야 해(긍정적으로만 작용하면 좋겠지만,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작년에 2차에서 떨어지고, 난 정말 뭔가... 난 인터뷰 통역이 안 되나봐(2차까지 갔다니, 난 정말 대단해... 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훨씬 나으실 것 같습니다. 이 경우, 문제파악을 하고, 개선 노력만 하면 됩니다.)
 
 
 
정말 적지 않은 기간동안 정직하게 공부해서 얻고 쌓은 실력이라면, 시험이 다가올 때는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고, 한층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유를 스스로 가져야겠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대로, 질적인 공부를 차근차근 잘 따라 하시고, 늘 자기 페이스대로 가고, 마지막 순간까지 어디 약한 부분은 없나 두루두루 살피면서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면 이 시험은 반드시 될 시험입니다. 저는 새롭게 공부를 하기 위해 은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6월에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던 'Complacency is the enemy of success.'라는 오늘의 금언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외대에 들어가서도 긍정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학습, 이곳에서 얻은 소중한 배움 등을 잊지 않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효선
 
  
 
이 글을 읽기 전에 여전히 실력 부족으로 고생중인 '운 좋은' 합격자의 글임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년 전 봄입니다. 두 번의 휴학으로 2년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통역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영어 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 영어, 한국어를 비롯한 언어 전반에 관심이 있던 터라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6년]
 
통대 준비를 하기 위해 맨 처음 등록한 수업은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반이었습니다. 그 전부터 방학 때면 꾸준히 듣던 수업이었고, 그동안 다른 언어에 잠시 미쳐 서 1년 넘게 손을 놓았던 영어의 감을 되찾기 위해 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4월부터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 종합반을 들으며 본격적인 통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7월부터는 타 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전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와 한한, 문장구역 스터디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06년 한해는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1) 처음 시험을 보니까 1차라도 붙으면 다행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에서도 떨어졌습니다.
2) 수업 시간에 받은 자료를 복습할 때 유용한 단어/표현별로 정리하는데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들였습니다. 문단을 한꺼번에 외워서 입으로 술술 나오도록 하는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3) 남들이 다 보는 이코노미스트를 읽고, 남들이 다 하는 스터디를 하면 "언젠가는 붙겠지"라는 생각만 했지 내 수준을 파악하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2007년]
 
2007년 초 겨울방학에만 개설된 왕초보반(지금의 길라잡이반)을 들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졌습니다. 무엇보다 기초를 강조하시는 은 선생님의 조언을 실천하겠다고 마음먹고 다음 세 가지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1) 필사
2) 메모리 스팬과 한국어 구사력 향상을 위한 한한연습
3) 공부자료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일 것
 
스터디를 시작한 것은 5월쯤입니다. 두 분의 스터디 파트너를 구했습니다. 한한연습과 수업자료 외우기만 했습니다. 두 분과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한한을 하루에 두 번 하는 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메모리 스팬이 빨리 늘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자료를 2-3일의 간격을 두고 두 번 외워서 두 분에게 확인 받았습니다. 공부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기 위해 택한 조금은 미련한 방법이었지만 그 때 두 번씩 외운 표현들이 지금도 급할 때면 무심코 튀어나오곤 해서 이 방법이 주효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시험을 10주정도 남겨놓고 다른 친구와 한영, 영한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뒤집기 할 때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실수를 다시 들으며 잡을 수 있고, 본인은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발생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난생 처음 하는 뒤집기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초기에는 그 동안 늘렸던 메모리 스팬이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막히기 일쑤였지만 몇 주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뒤집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뒤집기는 익숙해지는 연습일 뿐이지 결코 실력이 느는 연습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번역과 에세이였습니다. 워낙 덤벙대는 성격이라 단/복수, 관사는 물론 철자까지 틀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말할 때는 얼렁뚱땅 감춰지던 허점들이 글로 쓰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월부터 서정아 선생님의 입문 영작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수업을 듣던 날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이제까지 뭘 배웠나 할 정도로 많이 헤맸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몇 주 동안은 수업을 마치고 나면 말 그대로 녹초가 되곤 했지만,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한영번역 영어원문을 필사하면서 또 입으로 외우면서 익혀나갔습니다. 문어 표현과 구어 표현을 분별하는 법도 배워나갔습니다. 3개월쯤 수업을 들으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그 시간동안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7월부터는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 번역반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꼼꼼한 첨삭이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문제였습니다.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았고 한참동안 에세이 때문에 막막했습니다. 사실 시험 직전인 10월까지도 그 상태였습니다. 필사에 차츰 소홀해지다 보니 그게 에세이실력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습니다. 필사로 실력이 느는 것은 더디지만 그 결과는 정말 정직합니다.
 
그 동안 서 선생님 수업과 은 선생님의 실전통역반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앞에 나가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눅이 들었고, 워낙 자신감이 없는 탓에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발표는 안 해도 수업자료 복습은 반드시 했습니다.
 
(1차 시험)
 
단 한번도 토익, 토플 등 공인영어능력시험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1차 시험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험 1주일을 남겨 놓고 TEPS 모의고사 읽기 문제 40개를 40분 동안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제 시간 안에 항상 35-36개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실전 때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어설프게 40문제를 다 풀기보다는 제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35개 문제의 정답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5일 동안 해 보니 정답률이 조금씩 높아졌습니다.
 
시험을 보고 나와서 분명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어 독해부분을 워낙 엉망으로 풀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서 지문은 보지도 못하고 4지 선다 답안만 읽고 찍은 문제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1차에 붙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듣기문제에서 점수를 만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확인할 길이 없으니 영원한 미스터리입니다.
 
(2차 시험)
 
번역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답을 쓸 수 있었습니다. 영어 에세이 문제는 평소 연습하던 찬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목적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문제였습니다.
 
통역시험은 일요일 오후 끝에서 두 번째로 치렀습니다. No filler, No pause, No backtrack을 되뇌며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대기 중에는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영한지문을 먼저 읽어주셨습니다.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한국형 입시 학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지문을 읽으신 교수님 쪽을 바라보고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문장을 일일이 통역하진 못하고 통째로 요약하듯 통역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 제가 한한연습을 할 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대의를 완성하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해 준 적이 있는데 영한 통역 때도 그 습관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의외로 떨리지 않았고 목소리도 컸습니다. 한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끄덕 해 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문제는 한영통역이었습니다. 한국의 짝퉁 상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지문을 읽어주신 교수님께서 지적 재산권과 짝퉁이 영어로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짝퉁은 'fake'와 'knock-off'라고 대답했고, 이 두 가지 단어를 병행해가면서 통역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knock-off'를 'knockout'이라고 말해버렸나 봅니다. 기억나는 문장 몇 개만 통역하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려는데 문 쪽에 앉아 계시던 외국인 여 교수님이 웃으시면서 "knockout은 보면 쓰러질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를 이를 때 쓰는 말이에요. 그냥 참고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갑작스레 당황하면 엉뚱해지는 저는 썰렁한 유머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Like me?"라고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나는 그 망언 때문에라도 떨어졌을 거다.'라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눈물의 1주일을 보냈습니다.
 
어쨌든 합격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더 큽니다. 작년 한 해는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댔지만 올해는 기본에 충실한 결과 그나마 이런 실력 향상을 보인 것 같습니다. 통대 준비를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영어사랑(현 청문어학원)에서 진짜 영어, 꼼꼼함, 겸손 그리고 인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코 이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 영어가 자라는 걸 인내하고 지켜봐 준 스터디 파트너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통역과]
 
 
 
 권현진
 
 
 
[이대 통역과 선택 계기]
 
외대와 이대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은 몇 달을 두고 고민할 만큼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은 시험유형을 중점에 두고 어느 곳이 더 유리할지를 보라고 하셨지만, 그 판단도 잘 서지 않았습니다. 수 만가지 장단점을 생각했지만, 결국 어느 시험이 더 의미 있는 실력향상과 연결될 것 인지와 집과 학교간 거리를 염두에 두고 이대를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쉽고 명확하면서도 정확한 영어로, 논리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훈련이 외대의 듣기, 독해 객관식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 더 의미 있고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통역과 번역 사이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통역과 번역 모두에 매력을 느꼈고, 제 적성과 희망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봐도 딱히 한 가지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통역을 전공해도 번역을 함께 해야할 일이 많겠지만, 번역이 제 길이라면 학교에서 제대로 번역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몇 달간 통역수업을 들으면서 공부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자 번역을 도피처로 삼고자 하는 불순한 마음에 일부 기인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통역을 전공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 문제로 은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을 때 선생님께선 조급할 것 없이 좀 더 공부를 하면서 나중에 결정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시 보다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은 앞으로도 원하면 얼마든지 노력해 번역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공부방법]
 
저는 외고 영어과 및 대학 영문과 졸업, 1년 어학연수, 2년 직장생활 시 기본적 영어 사용 정도의 경험이 있지만, 이런 이력이 공부에 결정적이랄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영어의 기초가 쌓였을 정도의 교육과 경험이긴 했지만, 별다른 배경 없이 처음부터 시작해서 순수하게 본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실력 있는 통/번역사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공부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마음, 기초실력부터 다시 쌓아 가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1. 수업 복습 : 제 공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수업복습이었습니다. 이는 은 선생님이 크게 강조하시는 바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내용 중 듣기 부분은 각자 반복적으로 들으며 따라하고 외우는 방법으로 복습하고, 한영통역 부분은 암기하여 각자의 스터디 파트너와 점검하는 식으로 공부합니다. 반복하고 암기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복습의 목표이자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꼼꼼히 시간을 들여 사전을 찾아보고 중요 표현을 정리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2월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하여, 초기 몇 달간은 지나치게 꼼꼼하게 복습을 해서 하루 수업 분량 복습에 10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아무 때나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의 단어가 아니다 싶으면 영영/한영사전에서 하나하나 찾아 따로 노트에 정리하고, 관련 숙어나 표현, 예문, 반대어 등을 같이 정리하는 식이었습니다. 이 방법이 이상적일 지는 몰라도 공부가 단어 중심적이며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들고, 들어간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좀 더 많이 듣고 따라하고 외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처음 3-4달 가량은 수업내용 복습이 영어 공부의 전부였습니다. 복습만 해도 내용이나 분량이 벅차서 다른 공부를 추가로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수업복습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혼자 또는 스터디 파트너와 수업 외에 별도의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2. 스터디 : 스터디 자체가 실력 향상이나 합격을 보장하거나 또는 그를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기에, 스터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수업복습과 한한/영영요약 스터디는 꼭 권하고 싶습니다. 수업복습은 아무래도 스터디를 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이 모르는 채 틀리고 지나치는 부분이나 은연중에 나오는 나쁜 습관 등을 스파가 짚어낼 수 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미 대통령 연설문을 예습해오게 하시는데, 이 또한 스파가 있으면 거르지 않고 보다 열심히 외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한/영영 스터디는, 저 같은 경우 5-6월경 시작하여 시험 직전인 10월 말까지 계속하였습니다. 여러 한글신문의 사설과 Dear Abby가 교재였습니다. 한한은 기본적인 메모리 스팬 확장 및 글의 논지를 파악하여 논리적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한국어를 매끄럽게 다듬는 데 효과적이고, 영영은 쉽고 명확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께서도 계속 강조하신 바이지만, 특히 말로 하는 요약의 경우 Dear Abby와 같은 쉽고 일상적인 글들로 연습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영문기사나 다른 종류의 어려운 글들은 실력과 여유가 된다면 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고, 실력이 부족할 경우엔 아무리 해봐야 표현 등이 부정확하고 문법이 깨지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 8-9월경엔 영한 스터디와 주제별 표현 정리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4명 정도의 인원이 각자 주제/분야별로 쉽고 일반적인, 꼭 알고 있어야 할 단어나 표현을 정리하여 자료를 공유하고 암기하였습니다. 전 한영 뒤집기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발표에 대한 부담이 워낙 커서 수업시간에도 앞에 나가길 꺼렸고,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뒤집기는 실력 향상과는 큰 관계가 없고 다만 다른 사람 앞에서 통역해 보는 연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10월 들어 혼자 몇 번 연습해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덕분에 시험 때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뒤집기 스터디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9-10월 두 달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듣기/필사 : 듣기는 일차적으로 이대 통역반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이 외에 처음 몇 달간 은 선생님의 시사청취반을 수강했습니다. 이 수업의 가장 좋은 점은, 선생님께서 복습을 철저하게 시키신다는 것과 주제별로 관련 지식을 쌓음과 동시에 주요 단어 및 표현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각종 리스닝 자료를 다운받아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무료로 i-Tune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미국에서 TV/라디오 등으로 방송되는 각종 듣기 자료를 원하는 대로 골라 다운받아 들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주로 CNN 자료를 다루시기 때문에 전 뉴스 자료는 NBC, ABC 등을, 이 외에 Grammar Girl이나 과학, 역사 등의 주제를 다루는 내용을 다운받아 MP3에 저장해 놓고 수시로 반복해 들으며 띄엄띄엄 따라하기도 하고 표현도 정리하였습니다. 각종 파일공유사이트에 올라오는 오디오 북 등으로도 재밌고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필사는 사소한 혹은 중대한 단어/문법적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에 대한 감을 익히는 데 매우 유용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필사한 글은 그 표현이나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서로 다른 주제의 다양한 글을 필사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것 외에 여러 주제 및 내용 별 표현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전 주로 New York Times, Guardian, Newsweek의 짤막하고 쉬운 기사를 필사하였습니다. 필사는 이대 1차 시험인 에세이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위의 여러 장점 외에도, 베끼는 가운데 글을 쓰는 연습을 계속 하면서 에세이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은 대비는,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필사를 계속하고, 시험 전 몇 달간 수업 시간에 매주 한 번씩 200자, 400자를 쓰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시험]
 
1차 시험 주제는, TV 시청자들이 강제적으로 일률적인 시청료를 내야 하는데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강제적 징수를 정당화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지도 않는,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 채널들에 대해서도 돈을 낸다는 게 부당하지 않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평소 에세이를 쓰는 데 있어 강조하신 바가 서론-결론-본론 순으로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글에 보다 통일성을 부여하고, 논지의 방향이 중간에 엉뚱한 곳으로 새거나 논리가 약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 그래도 시청료를 내야한다는 의견이었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 발전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며, 시청료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의 액수가 결코 아니고 반대급부로 얻는 것이 그보다 크며, 다양한 프로그램은 다양한 욕구를 지닌 시청자들을 위해 각기 기여하기에 의미가 있다는 내용을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쉬운 영어로 전개했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 60분간 400자를 쓰고 검토하는 훈련을 했으나, 막상 시험 땐 70분의 시간에도 불구, 긴장되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5분 가량은 꼼꼼히 한 번 점검하는 데 투자 할 수 있었습니다.
 
2차 시험은 녹음하는 분 외에 3명의 교수님들 앞에서 진행되었는데,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았고, 긴장을 풀게 하려고 간단한 일상적인 질문들을 해주셨습니다. 한영통역은,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주제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 한 아이당 노트북 한 대를 지급하고자 하는 구상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책을 주고 읽게 하는 것보다 많은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이란 내용이었습니다. 비교적 평이한 내용과 표현들이었으나, 긴장한 탓에 세세히 기억할 수가 없어 아이디어 흐름을 잡아 전개하면서 몇 가지 세부사항을 추가하는 식으로 통역하였습니다. 영한통역은, 미국 교외지역을 지나치게 개발함에 따르는 주민들의 불만(교통, 오염, 범죄 등)과 그러한 개발의 배경(정부 보조금 등 정부시책, 빠른 인구성장 등) 등이 나왔습니다. 지문이 예상보다 길어 뒷부분은 멍하게 많이 흘려보냈습니다. 속으론 무척 걱정되고 떨렸으나, 겉으로는 기억나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짧게나마 차분하게 또박또박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선배들이 했던 것들을 참고한 것이 일부, 대부분은 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방법들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구심을 갖지 말고 가능한 그대로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은 공부습관을 들이고 방법을 익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혼자 많이 막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공부방법을 알아가고 사람들도 사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파들을 만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지고 효과적인 스터디도 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엔, 매 수업 전에 익히는 오늘의 금언들을 되새기며 힘을 얻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 선생님 말씀에 대한 신뢰, 무리하여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의 마음과 생활, 공부습관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방법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좋은 방법을 습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평생 지속될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과, 곁에서 함께 노력하며 힘을 주고 도움을 준 스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아영
 
 
 
[1] 1차 에세이 시험 및 준비
 
1차 에세이 시험의 핵심은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풀어내는 데 있다기보다 어떤 주제가 주어지든 간에 이를 "검증된 영어, 즉 틀리지 않는 영어"로 풀어내는데 있습니다. 이는 은천성 선생님께서 에세이 수업 내내 "강조, 또 강조"하시는 바이지만,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하여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대로 새겨듣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작년 1차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버려야할 자기 식의 영어'와 '검증된 원어민의 영어'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제 생각을 풀어내는 데만 급급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7월부터 은 선생님 이대통역반 수업의 매주 에세이 모의고사 시간을 통해서 어떤 주제가 나오든지 '무난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연습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 주제는 항상 어떤 이슈에 대하여 자신의 찬/반 입장 및 논거를 제시하라는 식으로 주어지므로, 항상 서론에서는 찬성의 경우에는 'I agree that...' 반대의 경우에는 'I am against the argument that...' 등으로 쓰겠다고 정해두는 식입니다.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두 부분에서 만이라도 이런 '틀'을 미리 정해두면, 시험 당일 다소 생소한 주제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비록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영어로 '제대로' 써낼 자신이 없으면 과감히 버렸습니다.
 
금년 1차 에세이 주제는 '공영방송의 시청료 징수에 대한 찬반'이었습니다. 썩 잘 썼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평소 학원 모의고사 때와 비슷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다만 평소 학원 모의고사 시에는 은 선생님으로부터 늘 '철자, 문법 오류 검토 요망!'이라는 코멘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론까지 쓰고 나면 도저히 검토할 시간이 남지 않아 그냥 답안지를 내곤 했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서 비교적 여유 있게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 때는 은 선생님께서 일부러 시험시간을 실제 시험시간 보다 10분 정도 덜 주시는데, 그런 조건 하에서 연습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2] 2차 구술시험 및 준비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2차 구술시험과 관련해서는 기억나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예년 합격수기를 보면 대부분의 합격자들이 시험 후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 날의 시험문제를 생생하게 기억해내는 걸 보면서 감탄하곤 했었는데, 저는 그 날 교수님의 표정이 어땠었는지, 제가 아이컨택트를 하긴 했었는지, 심지어 교수님께서 읽어주신 텍스트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도 거의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더더욱 기억이 안 납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막 뱉고 시험장에서 도망치듯 나와버린 기억 밖에 나질 않아 사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내내 무척이나 괴로웠습니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당황한 상황에서는, 영어가 머리를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본능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입에 익은 표현'이 아닌, '눈으로만 봐둔 표현, 머리로만 익혀둔 표현'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2차 구술시험을 보면서 절감했습니다. 2차 시험 역시 시험장에서 된통 당해보고 나서야 은 선생님께서 평소 '쉬운 영어' '군더더기 없는 영어'를 "강조, 또 강조"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합격을 하긴 했지만, 저 역시 앞으로 공부를 할 때 항상 명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 그 밖의 공부방법
 
은 선생님의 이대통역반 수강 외에 별도의 스터디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원에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분들을 보면서 가끔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스터디를 하지 않은 덕분에 수업에 보다 충실할 수 있었던 이점도 있었습니다.
 
1) 저는 누군가의 크리틱을 받으며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수업 시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호명하실 때마다 거의 '통과'를 외치지 않고 나가서 발표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통과'를 하고 나면 다시는 앞에 나가서 발표할 용기가 생길 것 같지 않아서 저 스스로와 한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발표했던 부분은 강의파일로 반드시 다시 확인했습니다. '통과'를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앞에 나가서 정말 형편없는 발표를 하고 들어온 날은 강의파일로 그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정말 고문이기도 했지만, 공부하는 동안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2) 필사노트 자체가 시험에 임박해서는 유용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필사를 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그날그날 눈에 띄는 기사를 아무 것이나 골라서 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언젠가 수업시간에 필사자료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만 고르지 말고, 다양하게 고르라고 말씀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정치/경제/환경/과학,기술/문화 등으로 대략적이나마 분야를 나누어 매일매일 다른 분야에서 필사자료를 골랐습니다. 시험에 임박해서 은 선생님께서 추천하시는 공부 방법 중의 하나가 분야별 관련 어휘 브레인스토밍인데, 저는 스터디 파트너가 따로 없어서 아무래도 혼자 하기에는 힘에 벅차서 며칠 하다가 그만 두었는데, 그 때 필사노트가 좋은 대안이 되었습니다. 저는 1차, 2차 시험장에 갈 때도 다른 자료는 다 집에 두고 필사 노트만 들고 가서 시험 전 대기하는 동안 봤습니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도 수시로 점검할 수 있고, 시험 준비 기간동안에 매일 매일 노력한 흔적이 묻어 있는 노트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많은 위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박선화
 
 
 
(저의 경우, 올 해 운이 좋아 이대와 서울외대를 동시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제 수기가 두서 없지만, 통대 준비를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작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통대 지원동기와 준비기간
 
 
 
학부 때 영문학을 전공하고 호주에 1년 정도 어학연수 다녀온 순수 국내파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운이 좋게 졸업 후 외국계 대기업에서 in-house 통역사로 취직해, 6년 정도 근무한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통역의 '통'자도 모르고 시작해서, 문화적인 차이나 표현의 뉘앙스, 엄청난 terminology로 고생을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요령도 생기고 통역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실무에서 통역도 배우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하고 '통대 안가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일하면서 통대출신 통역사분들과도 함께 오래 일도 해보고, 나름 통역 노하우가 생기면서 더 큰 욕심도 생기고, 사실 '비통대출신'이라는 'glass ceiling'도 현업에서 경험한 저로서는, 장기적으로 전문성과 qualification을 지니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기계발 차원에서 최근 2년 정도는 거의 매달 퇴근 후 통역학원을 다녔구요,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는 작년(2007년) 5월에 퇴직 후 5개월간 본격적으로 입시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장인이라면 퇴사 후 본격적으로 준비하시는 것이 준비기간도 단축하고 effect도 더 크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저는 외대준비를 하다가 10월에 이대로 급전향한 케이스입니다. 에세이를 전에 써본 적은 없지만,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모의고사는 거의 풀어본 적이 없어서, 저에게 이대가 더 맞다는 결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외대와 이대사이에서 학교선택을 두고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본인에게 어느 시험이 더 맞는지 신중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스터디 방법
 
 
 
1. 단어 스터디 (1-3월)
 
 
 
이 바닥(?)의 word의 Bible이라 할 수 있는 "Time & CNN 필수 영단어"로 공부했습니다. 단어는 시험이 가까워올수록 따로 외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연초에 끝내놓는 것이 든든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전 이 기간 동안 두 번 외웠는데, Sight할 때 유용했습니다.
 
 
 
2. 한영 (연내 계속)
 
 
 
연초부터 6월까지는 수업 한영 자료를 스파와 그대로 암기해오고 확인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내 방식도 좋지만, 처음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주옥같은 자료를 그대로 외워서 내 입에서 나오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7월 이후에는 입시반으로 옮기고, 복습이 아닌 실전처럼 주 2회 정도 꾸준히 한영을 했습니다.
 
 
 
3. 관사 스터디 (8-10월)
 
 
 
Sight 자료에서 관사부분만 blank처리해서 문제풀이방식으로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틀리는 수도 줄어들고, 나중에 에세이 쓸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좀 익숙해지자, 한 아티클에서 관사 스터디+숙어 빈칸풀이까지 같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은 스터디입니다.
 
 
 
4. 에세이 스터디 (9-10월)
 
 
 
말씀드린 것처럼 10월에 외대에서 이대로 급전향해서 가장 힘든 것이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 사설 필사를 하루에 두 개 정도 하고, 10월부터는 매일 에세이 한 개씩을 썼습니다. 쓴 후, 파트너와 리뷰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친한 교포언니에게 에세이 첨삭을 부탁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월에 타학원 이대반을 딱 한달 수강했는데, 처음 제출한 에세이를 선생님이 우수에세이로 뽑아주셔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총 4번 제출한 글 중 3번 우수에세이로 뽑힌 걸 보면, NY필사와 외국인 첨삭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께 에세이 첨삭은 실전반과 에세이반 포함 총 3개월을 제출했는데, 거의 B만 받았습니다. A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B를 받아도 충분히 가능성 있으니 실망하지 마시고, 필사를 꾸준히 하세요.
 
 
 
[시험]
 
 
 
▶1차 에세이
 
 
 
KBS 시청료 징수에 대한 찬반 질문이었는데, 솔직히 전 KBS가 시청료를 징수하고 있는 줄도 몰라서 서론을 아주 엉뚱하게 시작했습니다. 평상시 연습할 때는, 항상 시간 내에 많은 양을 써서 방심한 탓인지, 실전에서는 시간 안배와 logic을 잘못 세워서 70분 시험 중, 45분이 지나서야 다시 새로 logic을 바꿔서 바로 답지에 부랴부랴, 최대한 쉬운 영어로 읽기 편하게 썼습니다. 500자 내외로 쓰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300자가 겨우 넘어 보였습니다. 결론의 두 번 째 문장을 쓰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매듭짓고 펜을 놓아야했습니다. 그래서 1차 시험 끝난 후 한참 동안 우울해서 강의실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2지망까지 붙은 것을 보면, 교수님들께서 분량이나 fact자체 여부보다, 글 내부의 logic과 fluency를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2차 번역 (2지망)
 
 
 
전 통역과를 지원했지만 번역과 준비하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알려드립니다. 분량은 A4용지로 두 장이고, 한영, 영한 각 한 장입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평이하지만, 분량이 제법 많아서, 전 한영의 마지막 단락은 다 못하고, 요약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영한에서 모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괜히 엉뚱한 소리해서 감점 맞느니, 과감하게 그 부분을 빼고 문맥상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습니다. 2지망이라서 부담이 없어서였는지, 전반적으로 무난한 시험이었습니다.
 
 
 
▶2차 통역
 
 
 
오전에 번역시험을 보고, 오후에 뒷번호여서 거의 세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시험을 봐서 완전히 지친 상태였습니다. 한 선생님이 통역시험 볼 때 최대한 냉철하고 professional하게 보이라고 말씀하셔서, 깔끔한 정장에 화장도 나름 신경 쓰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읽어주시는 속도는 한영, 영한 둘 다 아주 빠릅니다. 교수님께서 읽어주실 때 저도 모르게 바보같이, '읽어주는 목소리 정말 좋다, 발음도 좋고.. 그런데 속도는 왜 이렇게 빠르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서 내용을 많이 놓쳤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평소에 시험장에서 교수님이 읽어주신 후 바로 통역을 해야한다는 점을 워낙 강조하셔서, 내용이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첫 문장을 다소 천천히 말하면서 전체 내용을 기억하려고 애썼습니다. 한영은 전체 내용을 주제위주로 50%로 정리해서 요약해서 통역했고, 영한은 다 듣고 나서 blackout이 되어서, 30%정도만 cover한 것 같습니다. 대신 기억나는 내용 위주로 logic에 맞춰하려고 노력했고, 안타깝게도 결론은 생각나지 않아서, 3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과감하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바로 앞에서 면접을 본 사람이 10분 넘게 시험을 본데다, 전 5분도 안 되어 다 끝나버려서 불안했습니다. 추가질문 없이 바로 '수고했습니다.'하고 나가라고 하셔서, 자신 있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는데, 겉으로 당당한 척 하고 나왔지만, '내 일년 공부, 지난 몇 년의 공부가 이 5분으로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영한 coverage가 너무 적어서, 집에 와서 밤에 누웠는데, 선생님들 읽어준 내용이 하나 둘 계속 생각나면서, 며칠 간 마음고생을 했는데, 다행히 합격한 걸 보면 제 당당한 (척하는) 모습에 점수를 주신 것이 아닌지…^^
 
 
 
▶마치며..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면서, 퇴근하고 틈틈이 학원 다니던 저에게 full time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5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토록 바라던 full time 학생이 되어서, 학원도 무리해가면서 두 군데씩 다니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험 볼 때까지 자습실에서 학원 문닫을 때까지 공부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공부하실 때 정말 길고 지겹게 느껴지시겠지만, 본인이 하고싶은 공부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positive mind'인 것 같습니다.
 
 
 
항상 강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많은 도움 주신 은 선생님 (크리틱을 들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나고 나니 선생님 크리틱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힘든 기간 함께 준비한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감사드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고3 수험생 학부모 이상으로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남편, my better half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인경
 
 
 
저는 지난 2년 간 영어사랑학원(현재 청문어학원)에서만 수학했습니다. 저만의 공부 방법이란 것도 없었을 뿐더러 은천성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수업 방식이 좋아서 그냥 선생님께서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올해 이대로 전향한 후 필사가 덧붙여 진 것 외에는, 기본적으로 암기와 청취에 주력했습니다.
 
[암기: 닥치는 대로 외우자]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수업자료. 선생님께서 주시는 한영, 영한은 물론, 에세이 배경자료, 영영 자료, 연설문 모두 외웠습니다. 연설문도 처음에는 한 번 외우는 데만 8시간 정도 걸렸으나 지금은 2시간 반 정도면 다음날까지도 웬만큼 기억 다 납니다. 연설문은 제 경험상 귀찮다고 반으로 나누어 외우는 것보단 통째로 다 외우는 것이 좋더군요. 글의 내용의 논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연설문은 군더더기가 없고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처음에만 고생하면 나중엔 오히려 외우기 쉽고 재밌어집니다.
 
영영 자료로는 Dear Abby나 오늘의 이야기를 사용했는데 적어도 4개월은 꾸준히 해야 어느 정도 fluency도 살아나고 메모리 스팬도 늘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필사는 주로 NY Times를 애용했습니다. 어느 정도 문법 실수가 적어졌을 때 요약과 필사를 반정도 섞고 일주일에 한 번은 Dear Abby를 요약했습니다. 어쩌다 필사가 밀린 경우엔 몰아서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럴 경우엔 암기가 힘들어 지므로 짧더라도 매일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뉴스위크 암기를 위해 자료를 고를 때는 우선 인터뷰를 중심으로 찾아보시면 됩니다. 한글판이 번역되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인터뷰 외에도 좋은 기사들이 많이 있으니 한 페이지 정도에 달하는 기사를 외우는 것도 좋습니다. 뉴스위크 스터디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했으며 인터뷰 같은 경우는 2개정도, 일반 기사를 외울 경우는 1개정도 외웠습니다. 스터디를 할 때는 대화 단락으로 끊어 한글을 불러 주면 영어로 하면 됩니다.
 
*암기의 요령*
 
필사, 수업자료, 뉴스위크 암기, 연설문, 뒤집기 스터디 자료까지 외운다면 종종 입에서 단내가 아닌 쇳내가 나는 경우도 있으며 더 외우다간 토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외우는 것의 목적은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지 암기력 테스트가 아니므로 단어의 나열을 외워선 안 될 것입니다. 우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서 머릿속에 완전히 입력합니다. 그리고 외우면서도 아, 이런 표현은 나중에 써먹어야겠다 하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 기회가 왔을 때 좀 더 잘 기억납니다. 외울 때는 제 경우에는 숙어처럼 표현만 골라서 외우진 않았습니다. 반드시 글 전체를 외웠습니다. 글을 통째로 외우면 1. 비록 입으로 나올 표현은 아닐 지라도 관련 단어를 배우게 되어 독해나 청취에 도움이 되고 2. fluency 가 살아나고 3. 표현의 빈도를 알게 됩니다.
 
연설문이 막상 발표할 때 생각이 안 난다면 좀 더 많이 외우시면 됩니다. 오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그리고 수업 시간 전에 또 보시면 생각이 많이 나실 겁니다.
 
[청취]
 
수업시간에 하는 청취교재(파란 책)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들어 여기저기서 꼭 최신 자료가 아니더라도 구해서 들었습니다. CNN이나 YTN, NPR 등 스크립트가 있으면 정말 좋습니다. 들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많이 손대는 것보다는 적은 자료를 꼼꼼히 하는 게 실력향상에는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파란 책을 복습할 때 이미 수업시간에 한 번 들어 내용을 아니 청취 자료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겨질지 모르나 집에 가서 들어보면 내용을 이미 들었다고 해서 그대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분명 여전히 못 알아듣는 부분도 있고 말하다가 빠진 것도 있습니다. 거의 다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하다 보면 적어도 3번은 듣게 되고 표현도 더 오래 기억납니다. 마지막엔 영영을 해서 복습을 마칩니다.
 
하루에 청취 복습 및 그 외 본인이 더 하고 싶어 기본 3시간을 청취에 쏟고 나머지를 암기에 쏟아 붓는다고 해도 여간 할 게 많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그 날 할 공부를 항목별로 적었습니다. 바쁜 날엔 시간대도 적어 스케쥴을 짰습니다. 매일같이 스케쥴을 짜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공부분량과 그에 필요한 시간도 알 수 있습니다. 하루를 버리지 않고 충실히 살 수 있지요. 적어 놓은 것은 많은데 한 것은 별로 없다면 반성도 많이 되고요.
 
[1차 시험]
 
1차 시험의 문제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영방송이 시청료를 징수하는 것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하는 입장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침 KBS에서 공영방송에 관한 토론을 봐서 내용전개나 시간 분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찬성하는 이유로, 민간 방송처럼 시청률 제고를 위해서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만 만든다면 정작 사회에서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이슈들 (소수민족의 문제 등)은 아무도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에게 자원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시청률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충분한 재원이 마련된다면 더욱 큰 전 세계 다른 방송국들과 연계해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이민의 추세라던가, 철새의 이동을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민영 방송이 만들어 내는 시청률 1위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드라마 등 오락 프로그램으로, 차별화 된 좋은 프로그램,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공영 방송이 할 일이다 라고 썼습니다. 표현은 정말 이렇게 써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하게 쓰되, 대신 검토를 해서 문법적 실수가 없도록 했으며 튀는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강의실에 들어가니 오른쪽 구석에 교수님 한 분이 앉아 계셨고 마이크 뒤로 한영과 영한을 두 분이 번갈아 가면서 읽어 주셨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이나 인사는 없었고 시험이 바로 진행되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엔 '모양새는 어떻든 아는 대로 열심히 말하고 나오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 앉으니 긴장이 돼서 퍼포먼스는 집어치우고 일단 편안한 자세를 잡자 싶어 평소에 스터디하는 자세로 턱에 손가락을 대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듣다 보니 제 고질병인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거의 타버리기 직전까지 가더군요.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괜찮다고 하셨기 때문에 내용전달에만 충실했습니다. 다행히 내용은 학원 수업시간에 청취로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내용이 나와 기억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제가 발표한 한영 내용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책은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교육의 도구로서 책의 중요성이 점점 잊혀지고 있다. 최근 MIT 공대 한 연구팀은 Laptop per child 라는 프로그램을 발족시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한 대 씩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기회를 늘리고자 하였다. 이들은 이 노트북이 문맹률을 낮추고 좀더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 질거라 믿고 있다. 이 노트북은 한 대 당 100 달라 미만이다. 하지만 100달러라면 한 달에 한 학교가 30권의 책을 살 수 있다. 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수단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책은 문맹률을 낮출 뿐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자원봉사 등의 사회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더욱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그러므로 독서가 중요하다.
 
바로 영한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이 너무나 빨리 읽어 주시는 바람에 통째로 몇 문장씩 그냥 날아갔습니다. 평소, 모의고사의 속도에 맞춰 공부했었는데 웬걸, 마치 뉴스 속보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너무나 절망해서 이해했다고 생각한 내용만 말했습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여기저기서 도심 외곽에서 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이런 도심 외곽지역의 난 개발을 정부가 보조금까지 들여가며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구과잉 때문이다. 엄청난 인구증가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발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난 개발을 막기 위해선 우선 인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말을 끝내고 나니 '앗, 벌써 끝?' 이라는 의문의 표정을 하셔서 잡은 내용이 정확한 건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망쳤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할 만큼 했다'라고 마음을 달래며 조용히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마치는 글]
 
작년 초만 하더라도 '발표'는 고사하고, '통과'도 용기를 내어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암기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구요. 그러다가 작년 7월부터 열심히 암기를 했고 암기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조금씩 뱉는 양이 많아지자 공부가 정말 재밌어졌습니다. 노력과 완성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이니 종종 황량한 사막을 홀로 걷는 기분이 들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장의 기쁨이 더 큰 것 아닐까요. 수험생이라면 각자 마음에 품는 어구가 있겠지만 지치고 수렁에 빠진 기분일 때 (공부를 안 할 순 없으므로)나 결과가 보이지 않아서 악에 받쳤을 때 '지성이면 감천이다', 나태해 졌을 때 '자만은 무사의 적이다' (옛날 검도장 관장님 말씀), 발표를 망쳤을 때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수업 끝나고 저녁 먹을 동안까진 우울하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짐). 내년 이맘 때쯤이면 훨씬 더 성장해 있을 우리의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한영번역과]
 
 
 
강선정
 
 
 
영문과 졸업 후 영어 쓸 일 전혀 없는 직장생활 2년에 종지부를 찍고 서정아 선생님 이대번역반 수업을 3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10월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주말 번역/에세이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시험]
 
 
 
1차 - 에세이
 
 
 
KBS 수신료 인상 찬반을 묻는 문제로 한글지문이 한 페이지 가득 나왔는데 주로 비판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당황했기에 시간을 좀 잡아먹었습니다. 결국 지문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서 2가지로 논거를 잡아 짧게 적었습니다. 250자도 못 적은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늘 하던 대로 서론-본론1,2-결론 형식으로, 애매한 표현은 쓰지 않고 확실히 아는 쉬운 표현만 썼으며, 검토하면서 실수한 부분을 고쳤습니다. 본론까지 검토하자 시간이 다 됐습니다. 자기 생각이 없고 분량이 모자라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2차
 
 
 
평소 수업시간에 한영을 더 어려워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기에 한영부터 하고 마지막 한 문단은 남긴 채 영한을 시작했습니다. 영한을 끝낸 후 한영 나머지 문단을 하기보다는 검토를 하기로 하고 답안들을 꼼꼼히 읽으며 실수한 부분을 고쳤습니다. 매 시간 제한된 시간 내에 답안을 제출하는 실전형 수업을 꾸준히 들으면서 저 자신을 파악했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제게 맞는 시간분배를 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실수(철자, 시제, 인칭 등)는 치명적이니 검토를 꼭 하라는 서정아 선생님 말씀을 따랐습니다.
 
 
 
- 영한
 
 
 
탈산업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내용으로, 책 저자의 주장을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많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쉼표로 구가 계속 이어지는 긴 문장이 나왔습니다. 글의 유형도, 길게 이어지는 문장도 수업시간에 몇 번 다뤘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다 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한영
 
 
 
'social investment'에 대한 설명문이었습니다. 동 개념의 형성, 발전, 각 국 전파 과정을 서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회복지 일반적인 내용이라 전문용어 같은 것은 없었지만 단문은 거의 없고 조금 긴 문장이 주였습니다.
 
 
 
[공부방법]
 
 
 
- 영어/국어 읽기
 
IHT를 일주일에 한 부를 사서 매일 원하는 만큼 읽고, 타 학원 모 선생님께서 개인 홈페이지에 격일로 올려주시던 공개자료를 출력해 주요 시사를 따라잡았습니다. 주간지 <시사인>을 매주 사서 읽고 한겨레신문, 매일경제, 매경이코노미도 가끔 봤습니다.
 
 
 
- 필사
 
3월부터 매일 (밀리면 며칠 치를 한꺼번에) 노트 한 페이지 이상 필사를 했습니다. 주로 IHT, NYT, 가끔 Boston Globe, Economist 등 그 날 읽은 기사 중에서 맘에 드는 걸로 하고 수업자료 중에 선생님께서 글이 좋다 하신 것도 이용했습니다. 오늘 것 하기 전에 어제 것을 다시 한 번 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복습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한 번에 한 문장씩 외워 쓰다 두 문장, 한 문단으로 그 양을 늘려갔습니다.
 
 
 
- 에세이
 
매 수업시간 실전연습 외에 개인적으로 따로 써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배경자료 복습하고, 첨삭 받은 답안의 교정된 부분은 빨간색으로 고쳐서 노트에 깨끗하게 다시 써서 정리, 수시로 봤습니다. 꾸준히 필사하면서 한국식 표현이나 실수를 줄여나가야 함은 물론입니다.
 
 
 
- 영한
 
영어/국어 읽기를 꾸준히 하고 수업자료 복습과 함께 첨삭답안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를 사서 틈틈이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는 요령을 내 것으로 만들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모국어로 글을 쓸 때 발생하는 오류는 습관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한은 혼자서 공부하기보다는 학원수업을 듣고 첨삭을 받으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영
 
 
 
수업자료 원문을 정독하면서 외운 다음 한글지문을 보면서 외운 대로 옮깁니다. 틀린 부분이 없을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원문 암기와 동시에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한글지문도 여러 번 읽게 되니 영한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필사, 에세이, 한영 첨삭노트 반복해서 보기
 
 
 
따로 애써서 만든 것은 아니고 어차피 공부하면서 한 번 이상 써보게 되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늘 몇 권씩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봤습니다. 집에서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힘들 때 침대에 누워 노트 보면서 쉬기도 하고 잠 안 올 때 수면제 대용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시험 몇 주전부터는 새로운 내용을 찾아 읽기보다는 노트를 복습하니 마음도 안정되고 잊어버렸던 부분도 환기되어 좋았습니다.
 
 
 
- 기타
 
 
 
Daily English 사이트를 이용, 8월 초까지 뉴스 받아쓰기를 종종 한 페이지씩 했는데 끝까지 하지 못한 것,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학원수업]
 
 
 
서정아 선생님 수업은 3월 첫 수업부터 끝까지 (분량과 난이도는 점차 조정되었지만) 매시간 실전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일정 시간 안에 학생들이 영한, 한영, 에세이를 직접 써서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생님께서 총평, 크리틱을 하십니다. 제 경우, 수강 초기 서너 달 동안 영한은 엉망이나마 반 정도라도 써냈지만 한영은 대개 반도 쓰지 못했고 제출조차 못한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에세이는 작성 형식을 알려주시고 설명이 풍부한 지문과 찬반자료까지 주시면서 거기 있는 표현을 이용해서 쓰라고 하셨지만 그때는 그것도 어찌나 어려운지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늘 울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선생님께서도 초반이라 그러셨는지^^ 항상 격려해주시고 조그만 장점이라도 칭찬해주시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반복해서 강조하시며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쉬는 시간도 따로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수업 마치면 매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전형 수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실제 입시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별도의 스터디 없이도 매주 두 번씩 실전연습을 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답안지를 첨삭 받을 수 있었으며, 매 시간 새로운 문제를 접하니 자습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겨를 없이 항상 긴장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엄선하신 수업자료(=실전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대, 특히 번역과 특성상 시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인문, 사회, 과학 등 여러 텍스트를 접할 필요가 있는데 혼자서는 그런 자료를 찾기도 선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정아 선생님 수업에서는 신문기사는 물론이고 그 외 다양한 분야/종류의 지문도 종종 다뤄서 좋았고 다른 자료를 개인적으로 추가로 찾기보다는(특히 한영) 수업자료를 한번 더 봤습니다. 실제로 2차 시험 영한지문(책 저자의 주장 소개 글)과 한영지문(사회과학분야 설명문)이 수업시간에 종종 다룬 유형이어서 난이도를 떠나, 낯설거나 당황스러운 느낌은 없었습니다.
 
 
 
10월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 주말반도 함께 들었습니다. 1회 수업시간이 길어서 더욱 실전과 유사하게 시험연습을 할 수 있었고 일년간의 주요 이슈 중 엄선하신 문제와 자료가 참으로 든든했습니다. 시험 직전이라 학생 수가 무척 많았음에도 꼼꼼하게 에세이 첨삭해주신 은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蛇足]
 
 
 
실력이 부족해 부끄러운 운 좋은 합격자이지만 그동안 이대 번역과 합격수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아쉬웠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적어 보았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서정아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기까지 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마로와 상경 후 자리잡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아정, 고맙고 사랑한다^^
 
 
 
김경진
 
 
 
저에게 합격자 수기를 쓰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공부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고, 또 당시 수험장 시험 문제 유형(특히 2차)이 거의 생각이 안 났기 때문에 무엇을 써야하나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합격 수기를 읽고 많은 힘을 얻었기 때문에, 합격자로써 당연히 써야할 도리라 생각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저는 국내 대학 영문과 졸업, 직장생활 4년차입니다. 통역번역대학원준비는 대학 4학년 때 1년간 했지만,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뒤, 공부에는 적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접었습니다. 그 뒤 국제협력계통의 일을 하며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에 만족할 수가 없었고. 좀 더 공부를 해서 전문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도 있고, 합격의 확신도 없어서 계속 직장생활을 했고, 2006년, 2007년 2년간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했습니다.
 
 
 
[2007년-영어사랑(현 청문어학원)에서]
 
 
 
2006년에는 타학원 번역반을 수강했습니다. 그러나, 직장 행사가 너무 많아서 결석도 잦았고, 공부도 띄엄띄엄 해서 별 도움이 될 것이 없어 생략하겠습니다. 2006년 이대 번역과 1차 시험부터 고배를 마시고, "아! 나이도 있고 내년엔 꼭 붙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06년 12월부터 영어사랑학원(현 청문어학원) 번역/에세이반(당시에는 평일반)을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강남학원까지 1시간 정도 걸려서 늘 학원 시작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지만, 결석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려고 했습니다.
 
 
 
[평소공부방법]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기-
 
 
 
봄에는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 번역반이 신설돼 은천성 선생님의 주말 번역/에세이반과 병행해서 들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 수업은 수업시간에 본인이 글을 써보고 번역하는 시간이 주라서 저는 이 수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번역과 에세이 쓰기 모두 수업시간에 하는 게 전부일 정도였고,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중요한 표현이나 따라가지 못했던 것은 주말에 몰아서 복습했습니다.
 
 
 
-필사-
 
 
 
선생님들 말씀대로 매일 꾸준히 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주로 가디언, 뉴욕 타임즈 헤드라인기사를 그날그날 하나씩 회사에서 출력해 가방에 챙겨 넣었습니다. 화목은 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고 직장 끝나고 학원 오가고, 수업 듣다보면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사는 주로 수업이 없는 월, 수,  금, 토, 일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꾸준히 하는 식을 취했습니다. 학원 수업이 없는 날은 퇴근하고 공공 도서관에 가서 1-2시간씩 출력해 놓은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고, 단어 뜻 찾고, 그 기사 중 1-3 문단 필사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꼼꼼히 읽어보기-
 
 
 
은 선생님이 강조하시던 양보다 질이라는 공부방법은 저 같은 직장인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양보다 질은 자신 있었습니다. 제가 꼼꼼히 읽어보기 공부방법을 쓴 자료는 학원 수업자료, 그리고 필사용으로 매일 출력해 놓은 기사가 전부입니다. 따로 영자잡지를 구독해서 본적은 없었지만, 학원 수업자료 및 필사용 기사는 꼼꼼히 읽어보며 공부했습니다.
 
 
 
-단어 정리-
 
 
 
꼼꼼히 공부하기, 양보다 질 위주의 공부방법으로 단어정리를 추천합니다. 수업자료 및 필사용 기사에서 나오는 단어 및 풀리지 않는 의문점등은 매일 단어장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단어장에 적어 놓고 다음 번에는 쳐다보지도 않기가 일쑤여서, 노트를 반으로 접어 왼쪽에는 한글로 뜻을 적고, 오른쪽에는 빈칸으로 남겨두는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다음날, 전날 단어 정리한 것을 퀴즈형식으로 풀다보니, 이전보다 단어암기를 재미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차, 2차 시험]
 
 
 
-1차-
 
2007년 목표는 이대번역과 1차 시험 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2차 시험준비에 대해서는 그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1차 에세이 준비를 위해, 제가 쓴 방법은 매일 필사하기, 하나를 읽어도 꼼꼼히 읽기, 그러기 위해 단어를 정확히 외우기(단어정리)였습니다. 에세이는 학원에서 써 본 게 전부였고, 또 그다지 A를 많이 받아본 적도 없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2-3달 전 서 선생님 말씀대로 서론, 본론, 결론을 간결하게 나누는 식으로 틀 만들기에 신경을 쓰다보니, A도 가끔씩 받았고 자신이 생겼습니다. 저는 공식대로 글을 썼습니다. 시작은 I agree, disagree등으로 간단하게 시작해 주장을 전개했고, 본론도 first, second, third로 무조건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to sum up으로 시작해 간략히 본론을 요약하고, therefore로 시작해 다시 한번 주장을 마지막으로 전개했습니다. 제가 서 선생님에게 배운 이 공식대로 모든 글을 쓰다보니, 글 쓰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2차-
 
 
 
2차 시험은 한영번역의 경우 많이 쓰질 못해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행히 붙었습니다. 1차 시험위주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은 없지만, 그래도, 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한영번역, 영한번역을 공부했기 때문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맺는 말]
 
 
 
합격을 위해서는 공부분량과 노력도 필요합니다만, 끊임없는 자기암시와 정신력 관리로 자칫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자신을 잘 달래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이점에서는 계속 노력해나가야겠지만,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나를 긍정적인 모드로 세팅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애리
 
 
 
부족한 저를 항상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는 하나님께 먼저 영광을 돌립니다. 작년 이맘때, 영자신문 읽으면서 단어 찾다가 학생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학교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서 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수기를 쓰게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ㅎㅎ 두려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할 때 선배들의 합격 수기가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나서 쑥스럽지만 제가 했던 방법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단, 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분들 보다 걱정에 싸여 처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수기가 될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며]
 
 
 
대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귀국 후 졸업반이 되자 친구들은 모두 취업 준비로 바쁜데 나는 연고도 없는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하는 두려움에 마음을 못 잡고 방황했습니다. 학원도 여러 군데 전전하고, 무턱대고 실전반 수강을 하다가 도중하차하고, 그 바람에 지레 겁을 먹고 또 여러 달을 허송세월하기도 했지요. 마지막으로 영어사랑 학원에 왔는데 학원 분위기가 무척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3개월 가량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을 수강했는데, 차분하면서도 격려하는 듯한 선생님의 수업 방식 덕분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극복했고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비로소 들더군요. 그 와중에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수 천 번도 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이 길을 걷게 될 거라는 예감 같은 것이 있었고, 그렇다면 돌아가지 말고 곧장 가자는 생각이 들자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 때가 올해 1월경이었는데 그로부터 약 2개월 동안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영자신문만 정독했습니다. 사전을 수없이 찾아가면서요. 합격 수기에서 읽은 필사 흉내도 내 보긴 했지만 주로 정독에 집중했습니다. 관련 전공자도 아닌데다 접해본 영어 텍스트라고는 교환학생 준비 때문에 봤던 토플 문제집이 전부인 상황이어서, 충분한 input이 있어야 output도 가능할 거라는 나름의 생각 때문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3월부터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번역반이 개설되어 시험 칠 때까지 쭉 수강했습니다. 5월까지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수업만 따라가는 식으로 하다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만 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은 신기할 만큼 그때그때 제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공부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냉철하고 명확한 크리틱은 기본이구요. 다른 분들도 서 선생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아쉽네요.
 
 
 
[공부방법]
 
 
 
내게 맞는 공부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할 시간도 실력도 없었기에 저는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제가 겪을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선배님의 축적된 노하우일 거라는 믿음도 있었죠. 필사하라면 필사하고, 어떤 사람 글 읽으라고 하면 읽고, 고치라는 건 무조건 안 하려고 노력하고요. 방법은 대략적으로 필사+요약, 뒤집기, 독해 그리고 수업시간 복습 이렇게 나눌 수 있겠습니다.
 
 
 
▶ 필사+요약- 필사의 방법 및 효력(?)에 대한 얘기는 이미 여러 분들이 강조해 주셨기에 생략하지요. 솔직히 처음 필사를 시작할 때 제 노트는 까만 글씨가 반, 틀린 부분 고친 빨간 펜 자국이 반이었죠. 도대체 이래 갖고 어느 세월에 ‘영어식 표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익혀지나’ 싶었죠. 하지만 하루 공부의 시작은 워밍업 하는 셈치고 항상 필사로 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정기 구독하던 헤럴드 트리뷴에서 골라서 했는데, 헤럴드는 사설과 칼럼이 좀 약한 것 같아 The New York Times도 자주 봤습니다. News Week와 Guardian의 기획기사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하기도 하고, 어쩌다 ‘필사하고 싶은’ 에세이나 글을 보면 따로 갖고 있다가 하기도 하구요. 정말 공부하기 싫은 날은 필사만 하고 ‘이거 했으니까 됐다’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놀았죠ㅋ 분량은 항상 노트 한 바닥이었는데, 처음엔 다 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7월쯤 되어 빨간 펜 자국이 거의 없어질 때쯤 선생님께서 요약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요약이라고 해도 한 문장씩 외우던 것에서 3,4문장 또는 아이디어 단위로 외우는 분량을 늘이되 방법은 똑같아요. 시험 보기 직전에는 길어도 40분이면 틀린 데 없이 한 바닥을 채울 수 있게 되더군요. 필사는 가급적 매일,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 뒤집기- 서정아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으로 8월부터 했습니다. 뒤집기는 신문 기사 하나를 발췌해, 한 단락을 한국어로 번역한 뒤 곧바로 영어로 다시 번역해 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기사 하나를 본문과 내가 번역한 영어가 똑같아 질 때까지 반복하는데, 보통 3,4번 반복하면 됩니다. 기사는 일주일에 한, 두개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저는 뒤집기를 하면서 머릿속에 통째로 기억되는 문장의 양이 몇 배로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한국어로 번역해야 되니까 꼼꼼히 읽게 되고, 영어문장 자체도 기억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뒤집기 하면서 에세이도 향상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독해가 약하기도 하고 덤벙거려서 오역을 종종 했는데, 뒤집기 하면서 그것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번역한 게 맞는지 확신이 안 가서 특히 취약했던 경제와 과학 분야는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글을 구해서 어휘와 흐름을 참고했습니다. 과학 잡지 ‘사이언스 올제’와 YBM에서 나오는 월간지에 실린 경제학자 Paul A. Samuelson의 칼럼을 주로 했습니다. 공부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싶으면 뒤집기도 하실 것을 권합니다. 저도 필사와 뒤집기는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 독해- 필사와 뒤집기가 끝나면 2~3시간은 나머지 신문 기사를 정독했습니다. 선생님께서 The Economist는 문장이 지나치게 복잡해 필사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셔서 정독만 했는데, 대신 재미있는 idiom이 많이 나와서 에세이 쓸 때 종종 써먹기도 했죠. 신문이나 시사 잡지 같은 딱딱한 글 이외에 소설도 읽었습니다. 저는 하루 공부가 끝나면 30분~1시간 정도 머리도 식힐 겸 영어 소설을 읽었는데, Memoirs of a Geisha 같은 책은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공부에 도움되는 걸 읽자는 생각에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책 목록 중 알랭 드 보통의 The Art of Travel 원서와 이대 정영목 교수님의 번역본 '여행의 기술‘을 함께 읽었습니다. 원서의 한 단락을 읽고 머릿속으로 한국어로 옮겨본 후, 한국어 책 내용과 제가 번역한 걸 비교해 보는 식으로요. 극명한 실력 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긴 영어 문장을 적절히 끊어서 풀어내는 법과 매끄러운 한국어 표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실전]
 
 
 
▶ 1차 에세이- 평소 에세이는 수업 시간마다 써 보는 것 이외에 따로 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첨삭해 줄 사람도 없이 짧은 실력으로 반복해서 써 봐야 별 소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수업 시간에만 써도 일주일에 두 개씩 꼬박꼬박 쓰게 되니까 그것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대신 시간마다 받는 에세이 참고 자료는 꼼꼼히 복습했습니다. 이번 이대 1차 전형의 에세이 주제는 “공영방송 KBS의 시청률 징수 찬반”이었습니다. 지문도 한국어인 데다 주제도 생각보다 너무 평이해서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에세이 같은 경우 참신한 논거를 내세우는 것 보다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학원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쓸 때는 그날 필사하면서 봤던 표현도 응용하고 논거 면에서도 모험을 해 보곤 했는데(그러면 꼭 크리틱이 날아들었죠ㅋ) 실제 시험에서는 최대한 명확하고 간결하게 쓰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거의 제가 제일 빨리 제출하고는 했는데 틀리지 않으려고 천천히 썼더니 실제 시험에서는 결론까지 쓰고 나자 3분 정도밖에 안 남더군요. 분량은 400자 정도로 비교적 짧게 썼고 문장 자체도 짧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원어민 수준의 화려한 영어 구사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 한 깔끔하고 명료한 글 전개가 에세이의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 2차 번역-영한은 Thomas Kuhn이 도입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이 Handerson이라는 경제학자에 의해 사회 저변, 특히 전통 경제학에 도전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 응용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한 개 밖에 없었고 꼬여있는 문장도 없어 지문 자체는 비교적 쉽다는 느낌을 받았죠. 대신 paradigm, concept 등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국어로 풀어내는 능력을 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한영은 유럽이 복지국가 정책에서 탈피해 새로 도입한 사회 투자 정책에 관한 것이었는데, 처음 보는 내용인 데다 분량도 상당히 길고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정리한 ‘표현 노트’를 들고 가서 시험 시작까지 달달 외웠습니다. 멋진 표현을 하나라도 더 쓰려고요. 하지만 시험이 시작되자 체화되지 않은 그 표현들은 정말 하나도 생각 안 나더군요. 한 줄 한 줄 의미 전달하기에 바빴습니다. 다만 한국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놓으면 무슨 뜻인지 잘 이해 안 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한국어 지문과 내용이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영어 번역본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써 내려갔습니다. 예를 들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지문 내용 중 “(복지국가에서는 국민이 한 군데 평생직장에서 퇴직한 후의 복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를 did not have to worry 등으로 그대로 번역하기보다 “the government guaranteed their well-being for the rest of their lives"와 같은 식으로 번역했습니다.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못 남겼는데 그러고도 마지막 한 단락은 끝내 못 했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신자유주의’가 영어로 도저히 생각 안 나서 이상한 말을 썼는데, 결과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지엽적인 단어 실수보다는 한국어 지문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한 후 전체적인 의미 전달을 얼마나 잘 했느냐에 심사의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맺으며]
 
 
 
이상하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다 스스로의 취약점을 더 분명히 알겠더군요. 그래서 공부하는 내내 제 허점을 메워 나간다는 기분으로 마인드 맵을 그리면서 공부했습니다. 아직도 메워야 할 땜통 투성이 실력이지만, 앞으로도 차근차근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퀼트 작품처럼 제 실력도 멋지게 완성되겠지요 ^-^
 
 
 
끝으로, 저를 위해 밤낮 없이 눈물로 기도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 항상 제 편에 서서 힘을 주는 남자친구, 자주 못 만나도 이해해 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8개월 내내 누구보다 큰 도움을 주신 서정아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모르던 걸 오늘 알아 간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면서, 나름의 체계를 세워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모두의 행운을 빕니다 ^-^/
 
 
 
 
 
 이미선
 
 
 
저도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이 사이트의 합격 수기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을 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인 공부 방법]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저에게 가장 큰 관건은 시간이었습니다. 꾸준히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늘 맥이 끊기고 마치 자동차 시동만 걸다가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취한 방법은 "적은 양이라도 되도록 질 높은 공부를 하는 것"과 "수업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사를 하나 하더라도 가급적 좋은 자료를 골라 하도록 노력했고 그 양이 적더라도 철저히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의 기사뿐만 아니라 수업에서 다룬 내용과 관련된 기사를 필사했습니다. 이 방법은 비슷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표현 방법을 익힐 수 있고 하나의 주제라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수업은 시험 칠 때까지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번역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인데도 복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자료를 모아 두는 데만 만족하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 그 주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단 두 가지에만 중점을 두었습니다. 한국 신문 읽기와 필사였습니다. 한국 신문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머리 속으로 영어로 바꿔 가면서 읽으려고 노력했고 특히 사설을 위주로 연습했습니다. 한국어식 표현을 어떻게 영어로 바꿔야 할지 막힐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는 수첩에 모르는 표현을 써 두었다가 나중에 적절한 표현을 찾을 경우 영어로 써 두곤 했습니다. 영어 신문은 따로 읽지 않고 필사할 기사를 고르면서 인터넷상에서 New York Times 나 Guardian 을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1차 시험 준비-에세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부담이 되었던 것이 에세이 쓰기였습니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힐 만큼 아는 것도 없었고 생각나는 대로 영어로 쓸 만큼의 실력도 안 되었기에 처음에는 에세이를 쓰는 것이 고역이었고 제가 쓴 글을 다시 보기도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태가 거의 8월까지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에세이 쓰기는 어떤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논증이 아니라 적절한 틀 안에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계속 실전처럼 연습을 하다 보니 에세이를 쓰는 형식에 점점 익숙해졌고 수학 방정식을 풀어 가듯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면 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에세이 쓰는 것이 좀 수월해졌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 쓰기는 수업 시간 외에 따로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찬반 논쟁이 가능한 주제를 모아 놓고 논거 세 가지 정도를 써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을 볼 때 논거를 떠올리는 데 시간을 너무 할애하지 않도록 습관화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서정아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Guardian 지의 Simon Tisdall이 쓴 칼럼을 빼놓지 않고 읽었습니다. 그 칼럼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표현뿐 아니라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가야 하는지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차 시험의 에세이 주제는 "KBS의 시청료 강제 징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예상외로 일상적인 주제가 나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 수업 시간에 TV에 대해 다룬 내용을 떠올리며 자주 쓰는 표현을 쓰도록 애썼습니다. 그리고 논리의 흐름에 빈틈이 없도록 짜임새 있게 쓰자는 생각으로 써 나갔습니다.
 
 
 
[2차 시험-영한, 한영 번역]
 
 
 
◆ 영한
 
 
 
저는 오랫동안 혼자 공부를 해 오다 보니 영어로 된 텍스트를 대충 읽고 이해한 줄 알고 넘어가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에서 직접 종이에 글로 써 보니 한국말 실력은 둘째치고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오역도 자주 했었고요. 이런 면에서 문맥의 정확한 이해와 글의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 주신 서정아 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번역한 것을 일일이 첨삭해 주셔서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오역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어떤 텍스트가 주어지면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혼자 공부할 때는 시사 잡지는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잡지는 New Yorker를 가끔 읽었는데 양이 많아 다 읽을 수는 없었고 그 중에 기사 서너 개만 골라 꼼꼼히 읽었습니다. 잘 읽히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은 단 몇 줄이라도 번역을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어로 된 책을 같은 방식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소설보다는 주로 어떤 분야에 대해 얕으나마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읽으려고 했습니다. 완독을 하지는 못했지만 일반 경제나 미국 역사에 대한 책을 읽거나O liver Sacks나 Richard Dawkins가 쓴 책 등을 읽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글은 일반인이 읽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문장이 훌륭해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책은 번역본과 비교해 가면서도 읽었습니다. 이때 역시 일일이 대조하지는 않고 잘 안 읽히는 부분만 번역을 써 보고 비교해 보는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평소에 주로 읽은 글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문장이 긴 데다 복잡해 앞뒤 문맥을 일관되게 연결시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두 세 번 정도 읽으면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모르는 용어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제가 이해한 바를 최대한 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한영
 
 
 
한영 연습을 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은 내가 지어 낸 영어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는 영어 표현을 쓰려고 한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번역을 할 때 영어로 써 나가면서 이 표현 어디서 본 것 맞지?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하곤 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늘 강조하신 대로 단어 대 단어를 대입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의미를 먼저 이해한 다음에 영어로 옮기는 연습을 했습니다. 한영 연습은 따로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한 내용을 복습하고 거의 외우다시피 반복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시험 보는 날 아침까지 수업 자료를 외우고 또 외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과 비슷한 기사를 필사하면서 같은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익히도록 연습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영한을 먼저 하고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잠깐 넋을 잃고(?) 연습지에 한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중요 표현만 잠깐 메모할 생각이었는데 한참 동안 문장을 다 쓰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감독 선생님의 말씀에 놀라 옮겨 쓰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너무 떨려 좋은 표현을 골라 쓰는 건 엄두도 못 내고 끝까지 다 쓰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물론 퇴고도 한 단락 정도밖에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한영을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실망이 되고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실전에서 너무 긴장하지 않고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맺는 말]
 
 
 
저는 6,7년 전쯤 이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라서 그런지 1년 동안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신이 나고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곤 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공부 시간과 양이 적었던 것 같은데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적은 양을 공부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해서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내 실력을 남과 비교하려고 하지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물론 당락에 초연할 수야 없지만 내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자신을 독려하면서 공부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끝으로 제가 공부하는 데 늘 마음의 등대 같은 분이셨던 은천성 선생님,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쾌하고 깊이 있는 수업으로 흥미를 잃지 않게 하셨던 서정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영어사랑 학원에서 시험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장성은
 
 
 
우선, 8개월 간의 힘든 기간 끝에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기쁩니다.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남아서, 학교 공부와 통번역대 입시 공부를 병행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에세이/ 한-영/ 영-한’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서 오늘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할 지 대충 구상을 한 후에 공부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 : 주제 5가지 관련 내용 암기/ 한영: 수업시간 자료 암기/ 영한: 칼럼 일정 분량 해석’ 과 같이 나눴습니다. 에세이와 한영에서는 다양한 방면의 좋은 기사와 사설을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필사와 영한->한영 번역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에, 제가 에세이나 한영에 쓸 만한 문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부분을 필사했습니다. 또 좋은 기사가 있으면, 영한으로 모두 번역을 해 놓고, 한영으로 다시 해 보는 것도 기사를 암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문은 IHT를 정기 구독해서 봤고, economist지와 newsweek지는 필요한 기사만 프린트해서 봤습니다. 국내 신문은 한겨레나 중앙일보의 사설을 온라인으로 봤습니다.
 
 
 
[1차 시험]
 
 
 
KBS의 수신료 강제 징수에 관한 긴 한글 지문이 나왔고,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습니다. 70분 내에 한글 지문을 다 읽고 에세이를 쓰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지문을 꼼꼼하게 다 읽지는 않았고, 대략 내용을 파악한 뒤 강제 징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펼쳤습니다. ‘시청자들은 왜곡되고 공정치 못한 방송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첫 번째 이유를 들었고, 두 번째 이유는 ‘수신료를 납부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빈곤층에게까지 강제적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썼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현이 틀리지 않도록 쓰는데 주의했습니다. 특히, 평소에 좋은 문장이 있으면 통째로 암기하곤 했는데, 에세이에서 제가 암기했던 문장들도 잘 활용해서 썼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영한과 한영 모두 경제와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영한에서 자주 등장한 용어인 Paradigm은 쉽게 그냥 ‘패러다임’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시기를 나타내는 말들, post-Cartesian 과 post-industrialization 등은 문맥에 맞추어 번역했습니다. 영한 지문의 특성은 주어와 서술어가 대체적으로 길어서 자연스럽게 끊어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명사 나열형으로 돼 있으면, 동사로 풀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이어진다.’ 라고 해도 되지만, 지문에서 나열된 단어가 7~8개 정도여서 쉽지 않아,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높아진다.’ 라고 주어에 맞는 서술어를 찾아 풀어주었습니다. 한영에서는 앞 문단에서 특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내용이 약간 생소해서 어떤 단어로 번역을 해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2차 시험은 대체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100분이지만 느긋하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영한 45분 한영 45분, 퇴고 10분을 정해서 시간 내에 정확하게 마무리 짓도록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은천성 선생님과 서정아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영어를 버리고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라는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를 나름대로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제 영어에 생각보다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필사를 하면서 고쳐나갔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정확히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 주신 서정아 선생님과, 항상 냉철한 지적을 아끼지 않으신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했던 스파 서영 언니와 한나 언니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해요. 입시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 합격수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셨으면 합니다.
 
 
 
 
 
 조현재
 
 
 
[전반적인 공부방법]
 
 
 
제 공부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수강하는 수업을 빠짐없이(인터넷 포함) 듣고 복습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를 꾸준히 듣다가, 5월부터는 주말 번역/에세이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시사청취수업을 계기로 해서 거의 날마다 좋은 표현들을 꾸준히 암기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이런 암기활동을 통해 체화된 표현들이 후에 한영번역이나 에세이 등을 작성할 때 떠오르곤 했습니다.
 
 
 
[에세이준비]
 
 
 
에세이를 처음 쓸 때만해도 제가 쓰는 표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나눠주신 배경자료의 표현들을 요약해서 그대로 옮겨 적고 에세이의 형식만 갖추어 제출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여러 가지 시의성 있는 주제들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제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논거 두 세 개 정도를 끌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울러 주제와 관련된 적절한 표현들을 정리해 두고자 노력했습니다. 비록 실제 시험에서 공부한 주제가 나올 가능성은 적겠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표현들은 간접적으로 시험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인터넷으로 듣고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에세이 첨삭을 받지 못해 제 실력을 가늠할 수 없어 불안했지만 나름대로 시험시간과 똑 같은 시간 제한을 두고 에세이를 써보곤 했습니다.
 
 
 
[번역준비]
 
 
 
영한의 경우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할수록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시는 부분과 번역답안을 검토했고, 스스로 번역을 해본 후에는 한국말처럼 자연스럽게 들리는지 검토해 보고, 평소에는 TV뉴스를 들을 때 내용뿐만 아니라 한국어 표현도 새겨듣곤 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공부초기부터 일정 분량을 일정 시간 내에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 번역 연습을 할 때 하나의 짧은 사설을 번역하는 데만도 몇 시간씩을 소모했었는데, 어느 분의 조언대로 짧은 사설 정도는 30분내에 마무리하는 연습을 하는 게 한영번역연습을 하는데 있어 스스로를 지치지 않게 하는 방법 같습니다. 이런 연습 덕에 은 선생님의 수업도 따라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더, 제 경우는 쓰는 것 보다 입으로 외우는 경우가 많아, 여러 분들이 권장하신 필사는 많이 하진 않았지만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저도 필사를 꾸준히 해 보려고 합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인 에세이 시험을 앞두고 모아두었던 에세이 준비자료를 보고 표현을 암기하며 시험을 맞이했습니다. 시험에 예상외의 주제가 나와서 약간 당황하고 논거를 세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던 것 같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추워서인지 글씨가 잘 써지지 않고 자꾸 틀리게 써져서 펜으로 북북 그은 글씨가 많아 답안지가 깔끔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써내려 갔습니다. 감독관으로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답안지가 다소 깔끔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 그 말씀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2차 시험]
 
 
 
우선 영한, 한영 모두 전체를 읽어보고 전체 맥락에 맞게 번역을 하고자 했고, 영한의 경우는 한국어가 자연스러운지를 중심으로, 한영의 경우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에 중점을 두고 번역했습니다. 영한번역을 하면서 너무 시간을 많이 들인 때문인지 아니면 한영번역 분량이 많았는지 한영번역시간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 표현 저 표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 없이 번역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는 완벽하게 자신의 것이 된 표현만이 떠오른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맺는 말]
 
 
 
제가 합격수기를 쓸 만큼의 모범적인 공부방법이 없기에 이 글을 쓰자니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이미 좋은 이야기를 많이 써주신 것 같아 저는 추가적으로 제가 느꼈던 바를 보충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적게 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늘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의 삶을 일깨워주시는 존경하는 은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통역번역학과]
 
 
 
 고나연
 
 
 
서울외대는 딴 학교에 비해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혹시나 내년에 시험을 보실 분들을 위해 수기를 씁니다. 사실 남들이 웃을까봐 수기를 쓰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허둥지둥 서울외대시험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보가 별로 없어서 당황했기 때문에, 제 수기가 추후 저와 같은 처지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은천성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였지만...^^;
 
제 경우엔 1차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달리 드릴 말씀이 없기에, 2차 시험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서울외대는 2차가 일반적인 내용 or 연설문 형식이기 때문에 외대나 이대를 준비하시던 분들은 필히 연설문으로 통역연습을 하셔야 2차 때 당황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올해 함께 시험을 본 수험생들의 말에 의하면 작년과는 크게 달라져서 굉장히 다양한 내용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크게 어려운 내용이 출제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할 수 있는 주제의 범위 내에서 비교적 간략하게(1분 내외) 읽어주시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면 본인의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심을 해도 된다거나, '여기는 합격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할 수 있는 시험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예년처럼 경쟁률이 절대로 낮지 않았고, 주변에 불합격한 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놀랍게도 한영의 경우,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다뤄주신 내용이 거의 그대로 나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었는데, 지금도 또렷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단체인 탈레반에 의해 20여명의 한국인들이 피랍됐다. 이들 중 단체의 인솔자인 배 목사를 포함해서 두 명이 살해되었는데, 탈레반측에서 '한국인 인질과 수감 동료의 맞교환'이라는 석방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속 새롭게 협상시한을 내놓는 바람에 협상이 오랫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한국 정부가 무장단체와의 직접교섭을 시도하여 마침내 인질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무장단체와의 직접교섭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들으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내용을 파트너 언니와 같이 달달 외웠고, 집에 와서 mp3로 들으며 연습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래 전에 한 것이라 느낌은 새로웠지만, 들으면서 영어표현을 다 생각해 놓을 만큼 여유 있게 들을 수 있었고, 'direct negotiation'이 생각이 안 나 'the negotiation between the two parties was done in a direct manner'라고 쓸데없이 길게 돌아간 것 빼고는 전체를 pause없이 부드럽게 말하고 끝마쳤습니다. 인터뷰 때 호의적이었던 교수님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습니다.
 
영한은 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셨는데 가상공간인 세컨라이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에서 이들을 위해 신체를 직접 움직여 온라인상의 alter ego인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내용이긴 했지만 세컨라이프를 수업에 은 선생님이 다뤄주신 적이 있기 때문에(Thank you!) 이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USA TODAY의 기사였습니다. 한영과 영한 둘 다 짧았고(체감속도는 더욱 짧습니다),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었습니다. 정신 놓고 있다가 내용을 놓쳐버리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짧으면 디테일을 잘 살려야 한다고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셨거든요.
 
이 외에 fluency를 보기 위해서 몇 가지 가벼운 질문을 하시는데, 당황하지만 않고 자연스럽게 답하시면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국내파들은 여기에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서울외대에 다니는 친한 언니가 시험 후에 저에게 말해준 것이, 시험관 중 해외파 교수님 한 분께서 수업시간에 '통역을 하러왔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영어가 저렇게 안되고 깨지다니 뭘 하겠다는 것인지 참 이해가 안되고 한심하다'고 말하셨다고 하더군요. 몇 가지 주요 기구 이름도 묻는데, 미리 대부분 외웠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시사상식을 물으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ubiquitous의 개념을 한국어로 길게 설명해 주신 후 이게 무엇이냐고 물으셨을 때는 옳게 대답했지만, 그 다음에는 guilty plea가 무엇인지를 물으셨습니다. 사실 이것을 전에 찾아본 적이 있었지만 흐지부지한 탓에 잊어버려서 아차 싶더군요. '기소된 사람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라고 하니 왼쪽에 앉아 계시던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사실 그 반대라고 하셨습니다. ㅜㅜ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추가로 한국인 교수님들 중 한 분께서 한국어로 '왜 통역사가 되고 싶으며 예비통역사로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설명해보고, 번역과 통역 중 어느 것에 강하고 왜 그런지 설명해 보라'고 하셨고, '한자 읽는 것은 무리가 없느냐'고 물으셨습니다. 해외체류경험이 길어서 한국어 질문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2차 수험생 중 제일 끝 순서였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끈질기게 질문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가끔 모르는 게 나오긴 하지만 신문을 읽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요. 그랬더니 처음부터 차갑게 노려보시던 한국인 교수님 중 한 분이 'It doesn't happen overnight.'이라고 하시더군요 ㅠㅠ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세 분 다 아이컨택트를 했으나 나중에는 그 중 정말 호의적이고 친절하셨던 맨 왼쪽 교수님만 계속 쳐다보며 통역했습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기가 겁이 나서...ㅠㅠㅠㅠ
 
번역과 에세이의 경우 난이도가 높다기보다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50분 안에 번역 8지문을 끝내고 에세이를 쓰느라 손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 끝내지 못할까봐 겁이 나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손이 떨렸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지문을 주욱 훑듯이 읽고, 너무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통역하듯이 번역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어진 시간 내에 빈칸을 다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번역하면서 에세이에서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해 놓은 다음 바로 옮겨 적어서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검토할 시간은 없더군요. '시간이 부족할 테니 미친 듯이 쓰라'는 말을 미리 들었기에 망정이지 제 반에 있던 사람들 중 1/3 정도는 몇 지문을 그냥 남겨두었다고 하더군요. 다듬지 않은 언어 실력을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울외대는 '기본 언어 실력'을 많이 봅니다. 통역만 시켜서는 사실 잘 알 수 없죠. 그래서 fluency test와 빠른 번역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1지망이었던 이대 1차에서 떨어진 다음, 같이 공부했던 한국외대 파트너들과 연설문 통역을 매일 아침 했습니다. 다들 학원에 가고 싶지는 않아 했기 때문에, 강남역의 스터디룸을 빌렸습니다. 좀 비싸긴 했지만 조용하고 좋더군요. 연설문은 주로 청와대 웹사이트에서 발췌해 사용했고, 유니세프와 기타 국제기구 연설문들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 보기 사흘 전부터 하루에 하나씩 나올 법한 연설문 (FTA, 한국 경제, 동북아 정세와 북한)을 표현 위주로 외웠습니다. 연설문은 나오는 표현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요 표현을 외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대를 준비하면서 '큰 줄기 잡는 통역' 에 익숙해져서 세부 요소를 버리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연설문에 익숙해지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는데, 결국 2차에서 외운 것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천후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서울외대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나' 라고 코웃음을 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작년엔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으니까요. 저는 작년부터 통대를 준비했고 부족한 점이 매우 많은 해외파입니다. 중학교 1학년까지 마치고 영어권 국가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 수준의 영어에만 능통했지 통역을 자유롭게 하기에는 깊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때까지 이코노미스트는커녕 시사에 자체에 도통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어, 배경지식, 그 어느 하나도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LC(라고 믿기도 했으나.. 어렵고 배경지식 요하는 것은..그저 웃지요 ㅎ)와 에세이, 구어체 영어 정도.. 통역은 인지영어의 세계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작년엔 중후반까지 일을 병행하면서 의무적으로 학원만 다녔고, 공부를 안 해서 실력이 쌓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뒤집기'스터디만 막바지 두 달 동안 들입다 했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까지도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남들 하는 것을 따라 하고, 객관식 문제 한번 풀어보지 않은 채 털레털레 외대 1차 시험을 보고 독해는 시간분배도 제대로 못해 다 찍은 후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예상했었기에 '이제 감 잡았으니 내년에 올인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집에 가서 신나게 놀다 돌아왔습니다.
 
저는 영어를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1차가 에세이인 이대 시험을 보기로 하고 올해 계속 이대통역반을 수강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늘 에세이 형식의 과제물에 익숙했고, 영어로 의견 개진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안전한 길을 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 두 달간은 실전통역반을 듣다가 이대통역반으로 옮겼는데, 시험 보기 직전인 11월까지 한번도 A를 받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은 선생님께서 '이렇게 쓰면 합격할 것'이라는 평을 내려 주셨을 뿐더러, 느린 속도 때문에 쪽지 상담을 했을 때 '실수만 안 하면 꼭 붙을 테니 불안해하지 말고 속도와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해주시자 더욱 용기 백배해서 그때부터는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전 아직도 솔직히 왜 1차에서 떨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고, '뭔가 눈밖에 날 실수를 했겠거니'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입니다. 문법이나 논리에서 튈 만한 짓은 하지 않았고, 10분 전에 끝내고 검토하고 또 검토했습니다. 이대는 튀거나 어렵게 쓰는 것을 혐오하리 만치 싫어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작년에 이대 통대에 붙은 아는 언니가 '중학생 수준으로 에세이를 쓰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중학생 수준'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1차 끝나고 느낌도 너무 좋아서 의욕적으로 2차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1차 합격자 발표 날 아무리 봐도 제 이름이 없더라구요. 제 파트너들은 다 붙었고, 이대통역반의 낯익은 이름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말입니다. 한 5분간 얼어 있다가 '잘못 본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쳐다봐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차를 또 떨어지다니.. 올해도 교수님 앞에 가보질 못하는구나.. 너무 명백한 사실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참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마 그 날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네요. 살면서 마음이 그렇게 아파 본 적은 아직까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쉽기만 한 인생을 살아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통대 입시를 위해 보냈던 1년이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사라지는 느낌이 참 고통스럽더라구요. 그것이 외대의 '찍기'가 아니라 자신 있었던 '에세이'였기 때문에 더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습니다. 2차에 가면 flying colour는 아니더라도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무난히 해낼 자신도 있었고, 그래서 더 비참했습니다. 기회 자체가 날아가 버린 것이니까요. 2차 시험 날 아침 10시쯤에 일어나 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간 시험을 볼 같은 반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2차에서 만약 떨어진다고 해도, 보고 떨어지는 것과 기회도 갖지 못하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마치 사랑하면서 아팠던 것이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처럼...
 
제가 별로 유쾌하지도 않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내년에 이대 시험을 보실 분들에게 1차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지말고 최대한 읽기 쉽고 간단 명료하게 글을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틀리지 않는 쉽고 간단한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그렇게 쉬우면 유치해서 어떻게 해' '그래도 영어를 꽤 한다는 사람들이 보는 대학원 에세이인데 말도 안되지'라는 생각을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부 때 머리 터지게 쓰던 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무거움은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수업 시간에 편한 마음으로 '갈겨 내려가던' 글보다는 시험 날 더 신경을 쓴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더 긴장된 상태로 글을 쓰기도 했구요. 불합격을 확인하고 은 선생님께 쪽지를 보냈는데, 선생님께서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론-본론-결론에서 의견이 하나 이상으로 복잡해졌거나 간단명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잘하려다가 무리했을 수도 있다'라는 답장을 주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늘 A를 받다가 시험 날에 무리해서 망한 학생' 의 얘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어서, 그 때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했지만 실제로 시험 날에 어떤 실수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받아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평소 때의 자신을 믿되, 자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시험에서는 끝까지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늘 '안될 리 없다' 라는 근거 없고 꼴사나운 자만으로 밀어붙이다가 그 대가를 치른 것 같습니다.
 
초심을 잃지 마시고 시험 당일에는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되, 늘 하던 대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합격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긴장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죠.. 올해는 한국외대 1차도 많이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워낙 그 시험이 예측할 수 없는 시험이지만.. 이 자리를 빌어 2차에서 충분히 붙을 실력인데도 1차에 아쉽게 떨어져서 맘 아프면서도 정말 열심히 저를 위로해 준 착하고 실력 있는 외대 파트너 언니들(You know who you are.), 서울외대 시험 보도록 격려해주고 이끌어준 작년 파트너 언니(Can't thank you enough), 늘 좋은 스터디 파트너와 '밥'터디 파트너가 되어 준 실력파, 노력파 이대 언니들(합격 추카추카, You deserve it^^), 위로해 주시고 용기를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떨어졌지만 가장 기쁜 것은 제 이대 파트너 언니들 세 명(윤소진, 권현진, 한인경)과 제 한국외대 파트너 이정희 언니가 전부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네 명 다 하나같이 실력 있는 사람들이어서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의미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이대 가서도 사이좋게 잘들 지내고 일취월장하시길.. 이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인연들일 것입니다. 앞으로 다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공부 방법에 있어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저는 한영보다는 영한이 많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한한요약과 한한섀도잉을 했고, 신문을 읽으면서 '유치하지 않고 정확한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작할 때의 제 한국어 수준은 너무나도 형편없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금도 잘 못하지만요. 어쨌든 은 선생님의 방법을 따르고 나서 한영을 할 때 이해도 좋아지고 한국어로 풀어낼 때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 물론 제 파트너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지만...^^; 사실은 그게 많이 나아진 거랍니다. --; 전 언제나 그래 왔고 지금도 세련된 한국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처음 은 선생님 실전통역반을 수강했을 때 그 당시 제 눈에 너무 위대해 보이던 국내파 분들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는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가는 별로 듣지 않고 한국어 delivery 자체에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저렇게 절대 못할텐데 하고 말이죠. 저는 늘 영한이 한영보다 훨씬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통대에 먼저 간 언니들이나 통역사분들도 결국 영한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영어LC와 한국어는 통역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실 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시려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집중공략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입니다. 깨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만.. 일찍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름길입니다. 통역사의 눈으로 우리들을 보시고, 채찍질하시고, 이끌어 주시니까요. 영어에 있어서는 제가 약하던 어려운 영어, 즉 시사 표현을 외우고 어려운 한국어를 영어로 푸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은 선생님의 한영은 한국어 자체가 어렵고 길기 때문에 영어만큼이나 LC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수업 복습을 하고 표현들을 외우면서 시사적인 것도 기억만 난다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수업 때 마음대로 나와 주지는 않았고 바보 같은 실수도 많이 했지만... 2차가 약하신 분들은 꼭 수업내용 연습과 수업시간 발표를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좋아집니다. 그리고 다양성을 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통대 시험에서는 어려운 영어와 쉬운 영어를 둘 다 균형 있게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자신이 한 쪽에 강하다면 다른 한 쪽을 공략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영을 할 때는 영어다운 시각으로 풀어 나가야 합니다. 한국어에 너무 얽매이면 안 됩니다. 한국어가 어렵다고 영어까지 어려워 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영이 영한보다 그래도 만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한은 모국어인 한국어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하면 용서가 되질 않는 것 같거든요. 갈 길이 머네요.
 
통역사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영어와 지식을 넘어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쳐 주시고, 저희를 한 번도 그저 수강생으로만 대하지 않으시고 '예비통역사'로 대해 주신 은 선생님의 수업은 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눈으로 평가받는다는 의미에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늘 정확하고 날카롭게 잘못을 크리틱해 주시지만 절대 더하거나 빼지 않은 선생님의 평가는 다른 누가 해줄 수 없는 것이었고, 또 'blunt honesty'와 더불어 간간이 해주시는 '은 선생님표 칭찬' 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말 기분 좋은 것이라는 것을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절대로 이유 없이 칭찬을 해주시질 않아서 더 귀한 것 같습니다. 늘 많은 강의와 수업준비로 피곤하시면서도 수업 끝나면 강의실문 앞에서 일일이 금언 체크해 주시고, 수업시간에 특유의 썰렁한 농담(딴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들에겐 정말 와 닿는 농담이었죠. 지금도 가끔 자기 전에 생각나서 웃곤 합니다.)도 수업을 빠질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통대 입시라는 압박 속에서 LC와 발표와 크리틱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3시간 동안 단 1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에 가끔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이기는 했지만(우리 4명이 이 때문에 쓴 식비가 어마어마하다죠), 그만큼 보람 있고 얻는 게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시험준비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 수업을 편하게 듣는다면 얼마나 즐거울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아마 시사청취에 푹 빠진 골수 팬들도 그 중독성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늘 통역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매번 자신에게 끝없이 실망을 하지만, 그래도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한 번도 지루한 적은 없었고, 수업을 들을 때마다 늘 새로이 흥분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이 길을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알 리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왜 그걸 하고 있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지만, 이 공부에서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결국 어느 길로 가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즐기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지난 26년 동안 딸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밀어 주시고, 멀리서 처음부터 끝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고, 믿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 격려해 준 친구들, 같이 웃고 울고 함께 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시험보기 한달 전부터 이대 떨어지고 서울외대 시험보고 결과 나올 때까지 부서진 레코드처럼 끝없이 같은 레퍼토리로 푸념을 늘어놓고 emotional roller coaster를 달리던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준 은동오빠, 따랑하는 명하언니, 영혜언니, 그리고 눈동자와 같이 보호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선택한 길이 결국 내 길이었다는 말을 몇 년 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김지영
 
 
 
학원을 다니면서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작년 9월에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 종합반을 들으면서부터입니다. 이름은 '입문'이지만 수업진행 방식이 초보자를 위한 것이고, 수업 내용 자체는 '입문'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장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통대 준비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고, 특히 에세이를 쓰고 토론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때는 학부생이었기 때문에 full-time student로 한 것은 올해 초부터입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 첫 시간에는 '통과'를 하면서도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발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강생 수가 많아져서 기회가 줄어들고 사람이 많은 만큼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이 더욱 더 긴장되는데 시험 치기 전에 몇 번 나가서 해보고 선생님의 크리틱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그에 대해서 보완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시기 때문입니다.
 
 
 
스터디는 신문 사설이나 칼럼으로 한한, Annie's Mailbox로 영영을 했고, 뒤집기는 시험을 두 달 앞두고 한영만 일주일에 한번씩 했습니다. 공부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 뒤집기를 해봤는데, 좌절감만 느끼게 돼서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주제를 정해서 에세이를 써보고 다양한 주제를 접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수업 복습으로 듣기는 다시 한번 더 들어보고 표현을 외우고, 문장이나 의미 단위로 끊어서 들으면서 따라 하기를 했으며, 한영 자료는 외우고 스파랑 같이 점검하기 식으로 했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는 듣기 위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철저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듣기는 BBC에서 MP3파일을 다운받아서 1분 정도 단위로 들은 다음 생각나는 내용을 써보고, 표현을 외우고, 그 다음 문장 단위로 들으면서 따라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필사자료로는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를 이용했으며 되도록 다양한 섹션에서 기사를 골라 매일 30분-1시간 정도 했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는 Annie's Mailbox를 매일 30분-1시간 정도 외웠습니다.
 
 
 
시험 치기 일주일 전에는 날마다 브레인스토밍을 했고, 연설문으로 한영스터디를 했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객관식 문제와 주관식 문제, 그리고 듣고 5문장 이내로 요약하는 서술형 문제로 나뉩니다. 문제 유형은 띄어쓰기, 틀린 문제 고르기, 빈칸에 들어갈 한자어를 한글로 쓰기, 설명에 해당하는 고사성어 고르기 등입니다. (한자는 대부분 무난하게 풀 정도의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서술형 문제는 3문제인데 양극화 해소, 미국산 소고기 등이 나왔습니다.
 
 
 
영어: 듣기 25문제, 독해 25문제입니다. 듣기는 긴 지문 하나를 듣고 다섯 문제씩 푸는 형태입니다. 시험이 전반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독해의 경우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빨리 읽어서 문제 풀고 나중에 잘 찍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첫째 날 번역, 둘째 날 통역으로 나눠서 쳤습니다.
 
 
 
번역의 경우, 한영 4문제, 영한 4문제, 10문장 이내의 에세이 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빠듯하기 때문에 문제를 읽고 바로 써내려 가야 합니다. 한번 더 보고 틀린 것 고친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다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번역 문제로는 NLL, 대기업 총수의 보복폭행 사건, FTA가 나왔고, 에세이로는 '패리스 힐튼이 21C형 유명인사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제로 출제됐습니다.
 
 
 
통역의 경우, 시험장에 들어가면 먼저 외국인 교수님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제 경우는 이메일 주소가 특이해서 그것에 대해 물어보셨고, 학부 전공 언어가 아닌 영어 통역을 선택한 이유 등을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께서 ISO, ILO, IPTV, WIPO가 무엇의 약자인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시사 문제도 두 문제 나왔지만, 이건 다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약자로는 시험 전날 시사 용어집 뒤에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한영, 영한 통역 시험은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인력 관리의 중요성, 저 체중으로 태어나는 아기와 산모에 대해서 나왔습니다. 둘 다 그렇게 길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물적, 심적 도움을 주신 부모님, 이상한(검증되지 않은) 영어와 한국어를 인내하면서 끝까지 들어 주시고 크리틱 해주신 은천성 선생님, 공부 초기에 주옥같은 표현을 가르쳐 주신 장홍석 선생님, 도시락 같이 먹었던 메인 스파 미라, 정말 중요한 자료를 준 이진 언니, 많이 격려해 준 혜성 언니, 모두 감사합니다^^
 
 
 
 
 
 박선화
 
 
 
(운이 좋아서 서울외대도 합격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9월까지 외대를 준비했던 것이 은연중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는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1. 1차 시험 1주일 전 모의고사 문제풀기 - 이대시험 준비로 모의고사 대비를 전혀 못해서, 서울외대 1차보기 일 주일 전에 외대 기출문제를 구해서 스파와 하루에 stopwatch를 맞춰놓고, 2일분씩 풀었습니다. 문제 유형이 워낙 다양해서, 시험 직전 모의고사 대비 워밍업도 하고 긴장감을 푸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2. 2차 시험 1주일 전 영자신문 국내기사 필독 - 서울외대 번역문제에 국내기사가 나온다는 말에 전 딱 하루만 사서 봤는데, 사실 이 하루 분만 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번역시험에서 국내 최근 시사문제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은 한글 기사와, 국내기사를 영자신문으로 다룬 것을 꼭 같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거예요.
 
 
 
▶1차 (필답고사)
 
 
 
1. 한국어
 
 
 
맞춤법이 약간 아리송합니다. 표준 맞춤법 미리 공부해 가시구요, 고사성어 다섯 문제는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고사성어도 한번 리뷰하고 가세요. 전 고사성어 평소에 좋아하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헷갈려서 틀렸습니다..ㅡ.ㅡ. 뒷부분 한글 요약문제 3문제를 교수님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신다고 하는데, 들은 표현 그대로 쓰시는 것보다, 제 생각에는 평이한 요약보다 약간 눈에 띄고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전 다른 표현이나 고사성어를 활용해서 요약을 했습니다.)
 
 
 
2. 영어
 
 
 
참고로 LC는 지문 당 5문제로, 지문은 길지만 문제 자체가 크게 어렵진 않기 때문에 만점을 맞는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간혹 읽어주는 지문 순서와 문제순서가 뒤섞여있어서, 그 순서만 놓치지 않으면 LC는 거의 다 잡으실 것 같구요, 미리 5문제씩 먼저 문제보기를 읽어두고 지문을 들어서 문제 푸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RC는 정말 양도 많고 다 풀 수 없습니다. 지문은 길고 문제는 한 두개 밖에 없으니까요. 5-6문제는 제대로 풀고, 10문제정도는 문제와 보기만 보고, 나머지 5문제는 그냥 찍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속독 훈련이 안되신 분들은, LC만점을 목표로 앞부분에서 절대 실수하지 마시고, RC는 시간안배 잘하시고, 나중에 시간 부족하면 보기를 보고 logic이라도 따져서 찍으세요.
 
 
 
▶2차 번역시험 (토요일)
 
 
 
한영 4개, 영한 4개, 에세이 1개, 이렇게 총 9개인데요. 크게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아주 부족합니다. 저도 시간이 부족해서 나름 전략을 이렇게 세웠습니다.
 
 
 
1. 첫 번째 장은 무조건 깔끔하고 글씨는 크고 완벽하게! (교수님들께 보이는 첫인상인지라 표현도 적절한 단어와 뉘앙스를 고려해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서 풀었습니다.)
 
 
 
2. 시간이 부족하면 요약이라도 해서 모든 지문 번역하기! (나중에 문제 2개와 에세이 1개가 남았는데 딱 10분밖에 안 남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에세이 먼저 딱 10줄 쓰고 남은 5분 동안 나머지 지문 두개를 시간을 반반씩 할애해서 요약 번역했습니다. 빈칸으로 남기는 것보다 시각적인 효과도 있고, 모든 지문을 다루면서 요약하는 것이 앞 한두 문장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길 것 같습니다.)
 
 
 
▶2차 통역시험 (일요일)
 
 
 
1. 시험 전
 
 
 
워밍업 차원에서 한시간 정도 다른 수험생과 뒤집기 스터디를 했는데, 긴장도 풀리고 편안한 상태로 시험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들 꼭 입 풀고 들어가세요!!
 
 
 
2. Fluency test & 시사상식 문제
 
 
 
교수님들께서 워낙 편안하게 웃으면서 잘 대해주셔서 얘기하다가 긴장이 완전 풀렸고, 특히 제 통역경력과 前직장에 대해서 호감을 보여주셔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시사문제는 국제 환경단체 이름대기, 와이브로, 자본통합법 등이 나왔는데,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질문하신 것에는 모두 맞게 대답했습니다. 다 맞추니 교수님 표정이 밝아지셔서 살짝 기분도 좋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3. 한영 & 영한 통역시험
 
 
 
일단 분량은 둘 다 아주 짧았습니다. 6문장정도..? 긴 지문으로만 준비해왔던 저는 너무 짧아서 약간 당황했지만, 짧은 만큼 디테일까지 살려서 다 말했고, 실수하지 않도록 약간 천천히, 표현도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한영이 교육에 관한 것이었는데, 전에 공부하면서 암기했던 문장과 첫 문장이 거의 흡사해서, 외운 대로 시작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읽으실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통역할 때는 교수님 세분과 계속 eye contact을 하면서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이대 통역시험 볼 때는, 끝나고 오면서 길거리에 있는 돌부리를 다 걷어차고 왔는데, 서울외대 통역시험을 봤을 때는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고,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다 발휘하고 나온 것 같아서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가슴이 벅차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면서, 퇴근하고 틈틈이 학원 다니던 저에게 full time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5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토록 바라던 full time 학생이 되어서, 학원도 무리해가면서 두 군데씩 다니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험 볼 때까지 자습실에서 학원 문닫을 때까지 공부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공부하실 때 정말 길고 지겹게 느껴지시겠지만, 본인이 하고싶은 공부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positive mind'인 것 같습니다.
 
 
 
항상 강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많은 도움 주신 은 선생님 (크리틱을 들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나고 나니 선생님 크리틱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힘든 기간 함께 준비한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감사드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고3 수험생 학부모 이상으로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남편, my better half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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