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독자님들.

요즘은 제가 글을 거의 쓰지 않는데도, 꾸준하게 찾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오늘 최병길의 아침 편지에는 어느 독자분이 보낸 메일에 대한 답글을 올립니다. 

여러분들의 영작공부에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 원본 메일 ---------

보낸사람: (*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삭제)
받는사람 : choibg@gmail.com
날짜: 2015년 1월 31일 토요일, 12시 42분 29초 +0900
제목: 티스토리를 보고 궁금한점이 있어서요

안녕하세요, 님의 티스토리 잘 보았습니다. 

저의 불균형한 영어실력에 의문이 들어 구글을 검색하다 발견하게 되었구요.

 

요즘 영어 공부를 다시 시작하면서 궁금한게 생겨서 물어보려고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소위 영어 고수라는 강사들의 조언들 중 빠지지 않는 것이

'영어 듣기가 잘 되면 다른 영역의 영어도 잘 할 수 있다'인데

 

전 정말 공감이 안 됩니다.

 

저는 영어모국어권(*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구체적인 국가명은 삭제)에서 7년 넘게 

살다 왔구요

IELTS라는 시험에서 듣기평가 한 두 개 만 틀리고 거의 만점에 가까운 8.0이라는 

점수를 받았었고 원어민들 말하는 거 사투리까지 거의 다 알아듣고

BBC, CNN뉴스 거의 다 알아들을 정도로

듣기라면 정말 자신있습니다.

 

리딩으로 말씀 드리자면

영어모국어권((*개인정보 보호차원에서 구체적인 국가명은 삭제) 가기 전 4년 넘게 거의 매일 

뉴욕타임즈 등의 영자신문 인터넷으로 정말 많이 읽었고

IELTS리딩 영역 역시 고득점을 받았었는데

 

그런데!!

 

도데체 왜? 쓰기가 안 되는 걸까요?

쓰기 영역에서 번번히 형편없는 점수가 나와서 정말 좌절했었습니다.

제가 써 놓고도 정말 초등학생 수준도 안 되는 문장들을 보고 어이상실했었습니다.

 

듣기와 읽기를 그렇게 열심히 했었고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렸음에도

쓰기가 형편없이 매치가 안됐던 이유 과연 무엇일까요?




안녕하세요, 독자님.

티스토리를 방문해 주셔서 감사드리고 메일도 감사드립니다.


우선 님의 영어 실력이 상당한 수준임을 짐작하겠습니다.

그냥 대충 유학을 다녀온 수준이 아니고 이미 유학을 가기 전에 영어에 대해 상당한 투자와 자신감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유학을 7년이나 다녀온 후에도 쓰기 실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말씀이죠?


위에 언급하신 영어고수 강사들이 한다는 말 "영어 듣기가 잘 되면 다른 영역의 영어도 잘할 수 있다."

저는 "글쎄요."입니다. 

물론 듣기를 "엄청나게" 많이 해버리면 다른 영역에 간접적인 도움이 되겠죠.

그렇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듣기와 쓰기와의 상관관계는 미미할 것 같습니다.

(*읽기와 쓰기는 밀접한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음미하면서 읽어가는 시각정보는 후딱 혹은 희미하게 지나가버리는 청각정보보다 훨씬 뚜렷하게(약 5배 정도 차이로) 우리 두뇌에 새겨집니다. 이것은 다음에 말씀드리기로 하고 여기서는 생략함)



1. 

흔히 미국 등 영어 모국어 권으로 유학을 가면 상대적으로 제일 먼저 느는 것이 듣기입니다.

(물론 글로 읽어서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귀로 들어서 이해할 수는 절대 없겠죠.)

그러나 말하기와 쓰기도 그렇게 저절로 늘까요?


경험이 많고 제대로 된 영어고수라면 '글쎄요'일 겁니다.

초등학교 졸업 전에 미국으로 이민을 간 경우가 아니라면, 말하기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만 늡니다.

이것은 미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교포들의 한결같은 소리입니다.

(저 밑에 가보시면 "영어공부에 대한 편견 5가지 : 고수민 박사"라는 글이 있습니다. 참고하세요.)

그리고 쓰기는 원어민들조차도 아주 어려워합니다.


미국 원어민들 중에서 영어를 유창하게 못 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미국의 거지들도 말은 잘합니다.)

그러나 글을 쓰라면 상당히 초보적인 원어민들이 대다수입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미국 원어민들 중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독해가 잘 안되는 사람들이 상당히 있다고 미국 AP 뉴스에서 들었습니다.

이것이 미국의 국가 전체 생산성에 상당한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당시의 클린턴이나 부시 대통령이 자신은 교육 대통령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할 정도로 미국 교육의 부진을 강조한 적이 있습니다. 

오바마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이 한국의 "빡센" 교육을 본받아야 한다고 역설할 정도입니다.

(우리 대통령들은 당선만 되면 우리나라의 교육을 바꿔야 한다고 난리인데, 오히려 미국 대통령이 우리의 "빡센" 교육을 칭찬하다니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려요. 남의 떡이 더 커 보여서 그런가요?^^)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미국 대학생 중에서 4학년 때 치르는 영작문 시험에서 (모든 4학년이 다 치는 것은 아님) 탈락하는 비율이 50% 정도라고 역시 미국 AP 뉴스에서 들었습니다.

미국 원어민 대학생들 수준이라면 듣기, 말하기, 읽기는 상당한 수준이겠죠? ㅎㅎ 

그런데 왜 이렇게 작문은 그렇지 못할까요?


미국 원어민 대학생이라면 의식적인 노력 없이도 누구나 듣기, 읽기, 말하기에는 도사들일 것입니다. (읽기는 약간 다른 차원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쓰기는 상당히 다른 "특별한 기술"입니다.

이것은 그에 맞는 연습이 없이는 누구도 습득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마치 전반적인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기계체조를 바로 잘하기는 어렵다는 것과 같습니다.

기계체조의 기술을 연마하기 위해서는 그에 맞는 연습을 별도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즉, 영어 실력이 전반적으로 아무리 좋더라도 영작문이라는 특별한 기술을 습득하려면 그에 맞는 훈련이나 연습을 별도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님께서 영작을 위한 훈련을 별도로, 의식적으로 꾸준히 하지 않으셨다면 님의 영작 실력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당연할 것 같습니다.



2.

그래서 아래에, 영작의 훈련 방법에 대해서 제가 블로그에 이미 적었던 글들을 종합해서 다시 올려 드립니다. 영작 기술 연마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시, 일기, 낙서, 기사, 소설...

뭐든지 많이 써보는 것이 영작의 기본입니다.

이것 없이 영작의 향상은 절대 없습니다.

개발새발 마구마구 휘갈겨 보세요.

아무 말이라도 끄적끄적 해보시기 바랍니다.

틀린 말도 좋습니다.

이상한 글도 좋습니다.

문법적이 아닌 글도 좋습니다.

부담 없이 무조건 많이 써보시라는 말입니다.


글은 결국은 가장 많이 써보는 사람이 최고가 됩니다.

많이 써보지도 않고 영작을 잘 하게 되는 것은 절대 불가능합니다.

즉 영작 실력은 질이 아니라 양이 결정합니다.

이것은 모국인이건 외국인이건 프로이건 아마추어이건 다 통하는 원리입니다.


단, 원어민이 아닌 경우에는 최소한의 기본적인 문법지식이 필요합니다.

마치, 운전을 하려면 기본적인 교통법규 정도는 알아야 하는 것과 같습니다.

정말로 개념 없이 아무런 문법지식도 없이 무작정 알파벳만 휘갈긴다면

그것은 글쓰기 훈련이 아니라 손 근육 훈련에 불과할 수도 있습니다.

즉 최소한의 문법지식이 갖춰진 상황에서

많이 써보는 사람이 많이 는다는 뜻입니다.


그럼 문법지식만 있으면 영작을 잘하게 되는가?

이것도 아닙니다!

문법지식이 아주 폭넓고 깊이가 있다면 그만큼 영작을 더 잘할 토대가 갖추어진 셈이죠.

그러나 그것 자체가 바로 영작 실력과 연결되지는 않습니다.

그런 토대가 있는 사람이 실제로 열심히 글을 쓴다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실력이 더 빨리 늘 것은 분명합니다.

 

다시 한 번, 

아무리 형편없는 문장이라도 많이 써보는 사람은 실력이 향상됩니다.

골프나 글씨쓰기 같은 경우에는 마구잡이로 많이 하게되면 오히려 망가지기가 십상이지만

영작은 절대 그런 일이 없습니다.

아무리 이상한 형태로 써도 실제로 써보는 만큼 반드시 효과가 있습니다.

물론 정성들여 많이 쓴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그리고 또 효과가 눈에 바로 나타난다는 뜻도 아닙니다.

자신도 못 느낄 정도로 서서히 나타나죠.


자 이제부터 부담 갖지 마시고 마구마구 휘갈겨 보세용.^^



3.

말을 할 때도 실수를 많이 해보는 사람이 잘 는다고 합니다.

입을 꾹 다물고 있으면 말도 늘기 힘듭니다.

원어민 아이들도 사실은 수많은 실수를 통해 말을 배웁니다.

저는 조카 둘과 제 아이 둘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바로 옆에서 직접 지켜보며 세밀하게 관찰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실수는 가히 천문학적이지만 어른들이 아주 귀엽게 다 받아주죠.

만약 외국인들이 이런 말실수를 자꾸 하며 옆에서 얼쩡거리면 아예 상대를 안 해줄 겁니다.)


글도 마찬가집니다.

많이 틀려보는 사람이 잘하게 됩니다.

그런데 글을 전혀 안 써보면 틀려볼 기회도 전혀 없습니다.

그럼 당연히 실력이 안 늘겠죠.


(*그리고 글을 쓰는 것은, 말과는 달리, 상대가 없이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니 오히려 우리 외국인들에게는 말하기보다는 습득하기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죠^^)


어학은 실수를 통해 발전합니다.

특히 적극적으로 뭔가를 만들어 내야 하는 말하기와 쓰기는 절대적으로 그러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한글 글씨체가 너무 민망해서 대학 때부터 웬만한 것은 영어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대학교 입학 이후에는 일기도 거의 영어로 썼습니다.

현재의 제 아내를 '꼬시기 위해' 거의 2년 동안 매주 1통씩 98통의 연애편지를 썼는데 그중에서 후반 50통 정도는 영어로 썼습니다. 아내가 영어를 잘 하는 편이 아니라서 과연 이걸 이해할 수 있을지 고민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프리랜서로서가 아니라 정규 직장생활을 다시 시작한 2002년 이후부터는 업무 수첩도 거의 영어로 작성했습니다. 지금까지 약 13년 동안 일 년에 한 권 정도는 쓰지 않았을까 합니다.


또 교회에서 매주 한 번 정도는 예배(주일 대예배)에 참석하는데 그때 목사님의 한국어 설교를 3~5페이지 정도의 영어로 요약했습니다. 이렇게 요약된 오프라인 노트가 현재 보관된 것만 15권 정도 되고, 작년 11월부터는 삼성 노트4를 사서 S노트에다 1회당 평균 7페이지 정도의 요약본을 적고 있습니다. 새벽기도회나 주일 저녁 예배에도 가끔씩 출석하면 역시 설교 부분은 꼭 영어로 요약해서 적습니다.


이것 외에도 저는 한때 Daum에서 영작카페를 주인으로 운영한 적이 있는데 약 5~6천 개 정도의 영작 답글을 달아준 적이 있습니다. 주말에 많이 할 때는 하루에 50개 정도씩 써주기도 했습니다. 주로 학생들(중,고,대)이 우리말로 과제나 숙제 같은 것을 올리면 그걸 영작해주는 카페였는데, 회원이 많을 때는 만 명이 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영작 실력은 쓴 글의 질이 아니라 양이 결정합니다.

낙서도 좋고, 일기도 좋고, 비문법적이어도 좋고, 짧아도 좋고, 길어도 좋고, 미완성이어도 좋고...

하여튼 아무렇게나 형식에 구애받지 말고 장난삼아서라도...계속 쓱쓱 써보세요.

언젠가 분명 영작의 고수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4.

직접적인 관계는 없지만, 영작문이라는 기술을 습득하는 데 약간의 힌트가 될 수도 있기에 다음 글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미국 학교에서 영문법 시험을 보면 일등은 거의 한국 유학생이랍니다.

그리고 전에 회사에서 같이 근무한 적이 있는 동료 한 분이 과거에 하와이로 2년간 유학을 갔을 때, 에세이 과제를 제출한 적이 있답니다.
그런데 담당 교수가 많은 원어민 학생들을 제쳐 두고 자신의 작문을 공개적으로 칭찬하더랍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가 상대적으로 영문법에 강하고, 그리고 소량이지만 정통영어만(교과서만) 배웠다는 것이 영작에는 오히려 유리할 수도 있습니다.
원어민들은 엉뚱한 구어체 표현을 너무 많이 알아서 주로 문어체로 써야 하는 작문시험에서는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을 겁니다.


5.
일전에 제가 근무하던 회사의 재무 상황이 급속히 악화되어, 6~7년간 운영해오던 미국연구소를 갑자기 폐쇄해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데, 불과 한 달 전에 대표가 미국에 가서 연구원들을 만나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으니 다른 생각하지말고 열심히 일해달라고 격려하고 온터라, 미국 연구원들의 무시무시한 이메일(파렴치, 사기꾼, 소송 등의 단어들이 난무했음)이 대표에게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 당시 제가 논리정연하고 감동적인 이메일을 보내서 그쪽 연구원들의 격분을 무마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뭐라도 도와줄 게 있으면 무료로 도와주겠다고 나서게 한 적이 있습니다.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강동 6주를 돌려받았던 고려 시대 외교관 서희의 "외교문서"나, 신라의 유학생으로 당나라에서 과거에 급제했던 최치원의 "토황소격문"과는 비교가 안 되겠지만 나름대로 상당한 보람과 자부심을 느꼈습니다.


이상으로 부족하지만 제 답글을 마칩니다.

블로그를 애용해주시고 메일까지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이번 겨울은 좀 덜 추운 것 같지만 그래도 감기 조심하세요.

Brian Choi


설정

트랙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