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김현지
 
 
 
[들어가며]
 
먼저 통역 대학원에 입학하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저는 아주 먼 길을 돌아 힘들게 통역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석사도 마치고 유학도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갑자기 통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복잡한 과정 속에 하나님께서 너무나도 세밀하게 인도해주셨고, 짧은 시간을 공부하고도(본격적으로 7월부터)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어릴 때 초등학교 5학년까지 외국에 6년간 살았었습니다. 때문에 외국에 살다 와서 짧은 시간에 통대를 준비하려는 분들에게 제 수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통대 입학을 결심한 것은 엄청난 결정이었습니다. 2006년 7월 영문학 석사 졸업 후, 이미 미국 로스쿨 진학이 결정된 상태였고, 가족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통대를 졸업한 친구마저^^)이 왜 좋은 국제 변호사 놔두고 한국에서 통역사 되겠냐고 많이 말렸죠. 저 역시 이미 보장된 학교와 미래를 포기하고 붙을지 떨어질지 모르는 통역대학원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 결정을 내리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요….! 그렇지만 지금 와서 후회는 없고 마음이 평안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통역이라는 기술이 "예술이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통역사가 되기로 결심했죠. 통역사는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지 않아서 하찮게 여겨질 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부분 때문에 오랫동안 통역사의 길에 대해 고민했었습니다(처음 통역사라는 직업을 고려한 것은 약 6년 전 대학교 3학년 때 김수연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입니다). 실력 있는 통역사가 될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어 하나하나를 어떻게 옮길지 고민하지 않고도 남부럽지 않은 멋진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통역을 하는 그 순간 오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보람과 성취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역하는 사람이 정말로 빛나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한 교회의 큰 집회에서 통역하신 목사님을 통해서 느꼈습니다. '내가 가진 달란트를 통해서 저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아름답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조금 늦은 6월부터 통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나의 기본적인 영어 실력과 취약점]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한 것은 늦었지만, 그 전에 영어에 노출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영문학 석사를 7월초에 마친 상태였고(특히, 영강을 많이 듣고, 영어 텍스트 정말 많이 읽고, 리포트와 논문을 영어로 썼던 게 독해와 작문의 기본기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시장조사 회사에서 통역사로 아르바이트를 간간이 해왔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영어로 글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취약점은 통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시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이라는 것을 반년에 한번 정도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이었죠. 한 예로 신동표 선생님이 시험이 거의 다가온 시점에서 한-영 통역 발표를 시켰는데, 한나라당을 그냥 "Hannara Party"라고 통역해놓고 반 전체가 완전히 웃음의 도가니로 빠졌을 때, 왜 웃는지 몰랐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입시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사저널>과 Economist를 구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Economist는 후회가 없지만, 시사저널보다는 그냥 매일 보는 조선일보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통역학원을 끊다!]
 
영문학 석사 논문을 마무리지으면서 6월에 김수연 선생님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못 뵈었던 선생님이었지만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너무 기쁘고 놀랐죠. 6월에 수업을 많이 못 갔지만, 갈 때마다 신선한 기분이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으신 분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꼼꼼히 원하시는 분은 김 선생님께 얻을 게 많을 줄 생각됩니다. 그런데 김수연 선생님 반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7월에는 신동표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신동표 어학원의 가장 큰 장점은 공부하는 환경(특히 스터디 면에서)이 너무나 잘 조성돼있다는 것입니다. 월, 화, 목, 금에 수업이 있어서 진지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신동표 선생님의 오전 입시반과 수업 파트너 구하기]
 
처음 등록하면서부터 오전 입시반을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7월에는 저녁반을 들었는데, 7월은 공부 면에서 많이 어수선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7월에는 스터디도 안 했고, 수업 파트너도 그냥 학원에 가면 옆자리 비는 곳에 앉았습니다. 8월이 돼서야 오전반을 등록했는데,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수업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는 항상 새롭게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좋은 "수업" 파트너를 7, 8월에 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운이 좋게도 신동표 어학원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저랑 마음이 맞는 수업 파트너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우연히도 종교가 맞았는데, 힘들 때마다 서로 위로해주었던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피곤하고, 힘들고, 우울해질 때 "제가 오늘 현지씨 위해서 기도했잖아요…"라는 한 마디를 들으면 진짜 힘이 났습니다. 서로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마음이 깊은 수업 파트너의 위력은 1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주에 가장 크게 발휘되었습니다. 마음이 더 이상은 절박하고 절망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수업 파트너 언니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수업 파트너는 실력도 맞고 마음도 맞으면 금상첨화지만, 하루에 4시간 이상씩 함께 앉아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실력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력이 서로 맞았을 때 생기는 이점도 많지만, 저는 마음이 맞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스파를 만나서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급박하게 입시를 준비한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실력이 맞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나가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에 수업 파트너를 못 구할 때 신 선생님 소개로 구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냥 인터넷으로 만나면 괜히 불안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나 헌신도가 부족할 수 있으니까요.
 
신 선생님의 입시반 수업은 모든 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말 좋습니다. 이 수업을 들을 때 딱 한가지 유의하실 점은 배운 것을 반드시 혼자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저는 수업 복습을 제대로 한 날이 일주일에 2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것만 제대로 했어도 스터디 하느라 에너지 소모 안 해도 되고, 장기적으로 통역사로서 실력이 차곡차곡 쌓였을 텐데…'라는 후회를 합니다. 하루에 2시간은 혼자서 복습에 투자했어야 했습니다.
 

[스터디 짜기]
 
8월에 오전 입시반을 듣게 되면서부터 미친 듯이 스터디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스터디라는 것을 해야 하는 지도 몰랐었는데, 친구가 스터디부터 빨리 구하라고 권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스터디를 짰습니다. 일주일에 10번 정도 했으니까요. 스터디를 많이 할수록 좋을 줄 알고 했는데, 정말 그건 아니었습니다. 한-한과 영-한 sight translation은 괜찮았는데, 불필요하게도 한-영 스터디를 3개나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해외파라서 한영이 강하니까 다들 한영을 하기 원했고, 저 역시 가뜩이나 스터디가 없는 상황에서 뭐든지 좋다는 심정으로 하자는 대로 다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영의 경우 서로 실력이 맞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괴롭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결국 한 달 정도를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스터디를 무리하게 하다가 결국 냉정하고 지혜롭게 정리해나갔습니다. 저와 실력과 마음이 맞는 사람과 스터디의 횟수나 종류를 늘려가고, 안 맞는 사람과는 과감히 안 하는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실력과 마음이 맞는 한 분이 계셨는데(객관적으로 저보다 실력이 좋다고 평가되고 정말 존경했던 스파였는데, 안타깝게도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이 분과 되도록 많은 스터디를 했습니다. 실력이 비슷하니까 필요가 비슷해서 나중에는 영어 논술, 한국어 논술, 한-영/영-한 번역까지 같이 준비했습니다.
 

[스터디 종류]
 
1) 영-한 sight translation: 오전 수업 시작하기 전에 Economist로 약 50분. 평균 주 3-4회.
2) 한-한: 메모리 스팬, 주요 시사, 한국 어휘를 늘리기 위해 아침에 15-20분. 주 4회. 메모리 스팬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됨.
3) 한-영 통역: 2명의 스파와 함. 다 합쳐서 일주일에 3번 정도.
4) Power Dic: 단어 스터디를 미리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후회로 남음. 참고로 정영한의 시사 영어 단어를 한번도 못 보고 시험을 봄. Power Dic을 혼자 보기 힘들어서 막판 시험 1달 반을 앞두고 수업 파트너와 하루에 30분씩 투자해서 단어를 외웠는지 체크하고, 그 책의 짧은 한글 지문을 한-영 sight translation 해보았음. 한-영 sight translation은 아무도 안 하는 거였는데 의외로 도움이 되었음. sight translation은 메모리 스팬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단어의 1:1 대응을 늘릴 수 있음.
5) 영어 논술: 시험 한 달 반 정도부터 일주일에 1-2번 정도. 찬반을 논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서 30분내에 쓰고, 서로 돌려보며 고쳐주는 형식으로. 실제 영어 논술은 준비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지만, 미리 준비한 것이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음. 시간 내에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글씨체와 margin 남기기 등도 중요함. 길게 쓰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배움.
6) 면접 실전 대비: 시험 1달 전부터 일주일에 1번 3명이 모여서 실제로 구술 면접을 보는 것 같이 영-한, 한-영을 했음. 이 때는 실전 시험 환경을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꼼꼼하거나 지나친 critique보다는 행동이나 습관을 고쳐주는 것이 좋음. 내 경우 생각나지 않을 때 눈을 위로 굴리는 버릇을 고침. 한 사람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시험관과 눈을 맞추는 것도 연습.
 

[은천성 선생님 한-영 수업]
 
신 선생님 수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발표 기회가 적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9월부터 신 선생님 수업과 은 선생님의 한-영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마지막 달에는 영-한 통역도 발표 연습을 하고 싶어서 영-한도 다녔고, 2차 번역 시험 대비반도 3일정도(?) 다녔습니다. 학원을 두 군데 다니면서 학원비가 많이 들었지만, 별로 후회는 안 합니다. 발표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은 선생님의 한-영 수업을 적극 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항상 하는 말씀대로, 실제 구술 면접에서는 극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쉽게" 가야 합니다. 저도 실제로 너무 떨려서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은 선생님 수업은 말로만 듣던 것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좋았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마지막 결론을 까먹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는 법도 체험적으로 배웠고, 기억한 내용을 가지고 조리 있게 풀어나가는 법도 배웠고,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법도 배웠습니다. 게다가 은 선생님 자료를 가지고 스터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파를 위해 자료를 따로 구해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언제 걸릴 지 모르니까 읽어주시는 지문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듣게 되고, 이렇게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내용을 저는 실제로 2차 국어/영어 논술에서도 예시로 인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공부했던 것 중에, 은 선생님 한영 자료를 직접 번역해보고 원문과 비교해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객관식 시험]
 
다들 쉬웠다고 하지만, 풀면서 "아리까리해서 하다가 많이들 틀리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듣기 지문 자체는 들으면서 받아쓸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천천히 읽어줬고 쉬웠는데, 문제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What would most logically rebut/refute A's argument?"같은 문제에서 답을 고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다행히도 LSAT을 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듣기 문제에서 답이 거의 정확하게 보였습니다. LSAT 공부할 때 가르쳐 주는 문제풀이 방식이 있거든요.^^ 통대 입시 공부하면서 LSAT을 따로 공부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 1차 듣기 시험 유형은 정말 LSAT의 analytical reasoning section과 비슷했습니다.
 
저는 독해 지문도 다행히 풀기는 다 풀었습니다. 저는 원래 시험지 나누어주면 시험 시작하기 전에 독해부터 봅니다. 시험지 나누어주고 듣기 문제 방송되기 전, 약 5-7분 동안에 마지막 독해 지문(이슬람권에 대한 교황의 발언에 대한 지문)을 이미 다 읽고 4문제 정도 풀었는데,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때, '지문만 숙지하고 문제는 나중에 다시 풀자'라고 생각하고 답을 대충이라도 표시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막판에 시험 종료 7분 남겨놓고는 떨려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있는데도 문제를 정확하게 다시 못 풀었고, 확신은 전혀 없지만 대충 표시한 그 답을 그냥 옮겨 적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에서도 다들 듣기 지문을 미리 훑어볼 때, 저는 독해 지문을 먼저 봤습니다. 이번 시험의 경우, 듣기 부분의 시험지를 미리 숙지한다 하더라도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듣기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저로선 잘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답안지를 옮겨 쓰면서 그만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41번부터 45번까지 밀려 쓴 것이었습니다!!!! 으악!!!! 40번인가 41번이 왼쪽 면 하단 지문 밑에 딱 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빼먹고 답안을 옮겼습니다. 학원시험에서도 한번도 밀려 쓴 적이 없었고, 시간도 충분한 상태에서 그랬다는 것이 지금도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근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면 4분밖에 안 남았고, 바로 직전에 다른 사람이 답안지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감독이 이미 거절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 어떤 정신으로 그 다섯 문제를 포기하고 시험을 마쳤는지 모릅니다. 시험 끝나고 책상에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기도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몇 분 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에는 펑펑 울었습니다. 전 정말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은 시험장마다 천차만별이래요. 어떤 교실에서는 시간이 1분밖에 안 남았는데도 바꿔주고, 어떤 교실은 저처럼 5분 남았는데도 안 바꿔주고, 어떤 교실은 사정사정하면 봐주지만, 어떤 교실은 답지 쓰고 있는데도 뺏어간대요. 마지막이 최악의 경우인데, 정말 끔찍하죠? 울며불며 붙들고 있었는데 표시도 안 한 답지를 그냥 뺏어가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나중에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니까, OMR관련 부분은 정말 본인의 상황과 선택에 달려있는 거 같아요.)
 
1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한 주가 통대 입시를 준비하면서(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였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가난하고 절망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시험을 다시 보는 건 둘째 치고, 이 나이에 유학도 포기하면서까지 통대를 결심했는데 1년이 더 걸린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금요일 발표까지 매일 학원에 가고,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버거운 싸움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찍 학원에 도착하면 자습실에서 일단 말씀보고 기도하며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하루를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주에는 자습실에서 혼자서 울었던 적도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떨어졌다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격했을 거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경험했습니다. 교실에 앉아있다 보면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면서 1차 시험 이야기를 하는데, 그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과 눈물을 참아야 했습니다. 마음이 그렇게도 힘들고 괴로울 때 학원에서도 저를 진정으로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1차 시험 끝나고 1차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혀" 무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를 못 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잘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 떨어질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2차를 준비하세요. 꼬-옥 희망을 가지고. 1차를 본 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mind control"입니다!
 
1차를 붙었을 때는, 울었습니다. 저에겐 아마 최종합격보다 1차 붙었을 때의 감격이 더 컸을 겁니다. 5개를 밀려 쓰고도 붙는 감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습니다.
 

[2차 번역/논술 시험]
 
번역과 논술 시험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이 시험은 누구나 잘 봤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시간 맞춰서 끝까지만 했다면 서로 큰 차이가 없었을 겁니다. 저는 특별히 글씨, margin 검토에 신경을 썼습니다.
 
(영한 번역)
 
영한 번역은 1차 세계대전 발발의 배경과 전개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학부 때 외교학 수업에서 1차 세계 대전을 상세히 배운 기억이 나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면 무난히 넘겼을 것입니다. 아마 교과서에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였다"라는 내용이 어디선가 나올걸요? 어쨌든 이런 내용이 번역 지문에 나왔었습니다. 영어 문장 하나 하나가 좀 길고 꼬여있어서 한글로 풀어내기가 난해했고(쉼표나 하이픈 사이의 삽입구가 몇 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함), 대명사의 번역(가령, Crimean War는 크림 전쟁이죠)이 조금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찬찬히 번역했다면 대체적으로 무난했을 겁니다. 시사적이기보다 인문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의역할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가령, 전쟁의 발발을 표현하는 영어 단어 중에 "explode"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이것을 폭발이라고 직역하지 않고 의역했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 문맥이 기억나지 않아 뭐라고 의역했어야 하는 지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한영 번역)
 
내용은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근무하는 한국인 판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기구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 곳인지, 그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한국인의 위상을 어떻게 높이는지, 국제 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으로서 후배들이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지 등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쉬워서 시간만 충분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내용은 영한 번역이 한영 번역보다 어려웠던 반면, 한영 번역은 시간 안배가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거의 똑같이 30분씩 할애했고, 남은 시간에는 영한 번역을 다시 훑었습니다. 번역에서 중요한 건, 마지막에 5분 이상 남겨놓고, 검토하는 겁니다. 저는 화이트를 사용한 부분이 있었는데, 검토하지 않았으면 실수할 뻔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국어 논술)
 
"어떤 사람들은 세계 경제 대국 10위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물질적인 측면 외에도 더 중요한 게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후자에 대해서 썼습니다. 읽었던 기사내용, 신동표 선생님 수업 시간에 통역했던 내용, 은천성 선생님 수업의 한영 자료를 꼼꼼히 번역하면서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 내용을 인용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령, "올해 고아원과 양로원에 기부금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란다" 혹은 "고대에 인문학부 교수들이 인문학의 위기 선언을 했다"라는 내용을 잘 엮어서 썼습니다. 한국어 논술이든 영어 논술이든 "예시"를 잘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예가 있으면, 칸수도 빨리 차고 글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 논술)
 
논술이 아니라 편지였습니다. 한국에 오는 친척에게 한국의 문화에 대해, 특히 문화 충격이 있을 법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문제였습니다. 조금 의외였지만, 여기서 관건은 문제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글을 자연스럽게 쓰되, 유치하지 않게 쓰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편지라도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취해서 썼습니다. 서론에는 인사말과 앞으로 내가 쓸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 본론에는 약 2-3가지 포인트, 결론에는 맺는 인사말과 내가 쓴 내용에 대한 요약을 담았습니다. 친척의 이름과 한국에 도착하는 날짜도 상상해서 창의적으로 썼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culture shock으로는 사람들이 바빠서 공공장소에서 무례할 수 있다는 사실과 여자들끼리 손잡는 것이 사실은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썼습니다.
 

[3차 면접/구술]
 
1차를 기적적으로 붙었기 때문에 2, 3차를 볼 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과 침착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면접은 5시에 봤지만 1시부터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마음과 정신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너무 미리 지나치게 긴장해서도 안되고, 시험 전에 지쳐버려서 긴장이 풀어져서도 안됩니다. 저는 너무 오래 기다려서 막판에 긴장이 풀어져서 그게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보단 풀어졌던 게 나았다는 생각은 합니다. 대기실이 매우 춥기 때문에 옷을 정말 따뜻하게 입기를 권합니다. 대기실에 가니까, 학원에서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분들과(약 2명) 돌아가며 통역 연습을 했습니다. 각자 가지고 간 자료가 다르니까 서로 연습한 거죠. 그 때는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지 크리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머리를 환기시키고, 긴장한 상태에서 메모리와 어휘와 문장구역을 연습하는 겁니다. 시험보기 직전까지 연습하는 것은 무리고, 자기 앞에 3-5명 정도 남은 상태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을 뵈면 어떻게 인사할 건지, 실제 면접실 상황을 상상하면서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1시부터 5시까지 면접을 하다 보면 교수님들이 지쳐서 점수를 짜게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제가 면접보기 10분전에 커피 브레이크를 가져서 교수님들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면 임향옥 교수님과 외국인 교수님들은 친절하시고, 한국 남자 교수님들은 정말 딱딱하고 무섭습니다. 근데 대체적으로 정말 무섭습니다. 저는 의자에 잘못 앉아서 자빠질 뻔했습니다. 이 때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긴장을 푸는 게 좋습니다. 저한테는 "I know it must have been hard for you to wait so long."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Yes, but I'm sure you all must be even more tired with all these applicants."라고 대답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구술 시험은 극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fluency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너무 긴장되어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고, 어려운 단어도 못 썼고, 숫자도 하나도 기억 못했습니다. 내용도 완전히 파악한 것도 아니고 대략만 "이해"하고 그냥 영어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극한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한 통역)
 
임 교수님이 "Now I'm going to talk to you about something called helicopter parents."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듣는 "helicopter parents"에 저는 순간 정말 긴장했습니다. 그래서 은 선생님이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용기 내서 물어보고 시작하라고 말씀하신 대로 진짜로 물어봤습니다. "Excuse me, helicopter parents???" 그랬더니 임 교수님이 "Don't worry. I'm going to read to you what helicopter parents are. It's all going to be explained in the passage."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임 교수님 발음은 또박또박하고 속도는 느린 편이었으며 목소리도 컸습니다. 지문을 읽어주실 때 아이컨텍트를 했는데, 읽어줄 때는 아이컨택트를 아예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긴장되어서 전혀 머리 속에 기억되지 않거든요.
 
지문 내용: There are such parents in Korea who are excessively concerned about their children. They are called "helicopter parents" because constantly hover over their children, always trying to do everything for them. Of course, it is not bad for them to be looking out for their children's best interests, but the problem is that they go too far. They even take their children's resumes and hand them in to companies. The true role of a parent is to nurture their children as independent beings, rather than do everything for them.
 
잘한 통역은 아니었지만, 이해한대로 통역했고,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애써 마무리를 지으려고 군더더기를 붙였던 겁니다.
 
(한영 통역)
 
한국인 남자 교수님이 고압적으로 읽어주셨습니다.
 
지문 내용: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를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주부들이 참 수고스럽게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음식물 쓰레기의 70%(??기억나지 않음) 정도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거면 수고스럽게 분리수거 하면 뭐합니까?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바다에 버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쓰레기를 물고기들이 먹고, 그 오염된 물고기가 다시 우리 밥상으로 돌아오는 결과만 낳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통역을 스터디 파트너랑 한 적이 있어서 사실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었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무난하게 했습니다. 물론 숫자가 2-3 가지 나왔지만, 통역을 하나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잘한 통역은 아니었지만 그냥 쉬운 영어로 풀어나갔습니다.
 

[마치며]
 
모든 게 감사할 뿐입니다. 짧은 시간 준비했지만 최종 합격해서 통역사의 길을 가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에 감사 드립니다. 좋은 친구들(려진, 수정, 현주언니, 은미언니, 현희씨, 대현씨, 선화언니 고마워요~^^!)과 존경하는 선생님들을 만나서 너무 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리버리한 저에게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합격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에게 처음 통역의 세계로 안내해주신 따뜻한 김수연 선생님께 감사 드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과 알찬 수업과 최고의 공부 환경을 주신 신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객관적인 크리틱으로 제 통역 실력을 한층 발전시켜주신 은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긴 수기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모두 힘내셔서 꿈꾸시는 통역사의 길을 꼭 가시기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박서경
 
 
 
 
 
[1차 시험]
 

1. 한국어
 
듣기 문제와 괄호 넣기 (적절한 문장 넣어 완성하기) 간단한 한자와 표준어문제 등이 출제되었습니다. 듣기 문제는 정답을 찾는 것이 조금 까다로웠고 한자, 맞춤법 등의 문제는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속담 문제였는데 의미가 틀리게 연결된 것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나와서 당황했으나 유추해서 풀었고 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맞게 풀었습니다. "오뉴월 소나기는 쇠등을 두고 다툰다-->여름 소나기는 국지적으로 내린다(0) 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한겨울을 춥게 보내야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X)
(소한에 무척 춥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2. 영어
 
듣기 지문 자체는 크게 까다롭지 않았으나 정답을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보기 중 두 개를 놓고 고민한 것이 많았습니다. 듣기 문제를 다 풀고 나니 시간이 20-25분 가량 남았습니다. 모든 지문을 한번 훑어보고라도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문 한 개 당 5분 정도로 시간을 배분하여 아주 급하게 풀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다 보고 나니 무언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계속 들었고 1차 발표 날까지 전혀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2차 시험]
 

1. 번역/에세이 시험
 
영한 번역은 고유 명사가 주석 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사람 이름이나 전쟁명등을 상식 수준에서 한글로 표기 한 후 괄호를 하고 본래 영어 단어를 썼습니다. e.g. 크림 전쟁(Crimean war)
 
한영 번역은 한 문단을 남기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무슨 일이 있어도 누락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번역을 마무리했습니다. 따라서 꼼꼼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네 문단(서론(1)-본론(2)-결론(1))으로 간단하게 썼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서신 형식이라서 최대한 진짜 편지를 쓰는 것처럼 편지 형식을 그대로 적용했고 글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2. 구술시험
 
저는 토요일에 구술 시험까지 볼 힘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접수를 늦게 했고, 다행히 원하던 대로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애경홀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한 후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외국인 여 교수님께서 영한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내용은 대략 "요즈음 기업 사기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MBA학생들의 부정행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원생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BA과정 대학원생의 부정행위가 가장 심했다. 여기서 부정행위는 컨닝이나 시험장에 금지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포함한다. 학교 당국은 이에 대하여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정행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로 기억됩니다. 다섯 명 교수님께 돌아가면서 아이 컨택트를 했고 끝나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오케이!" 라고 해주셔서 약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영은 이창수 교수님이 읽어주셨고 내용은 "인류 역사상 도박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도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물질 만능주의이다. 사람들이 노력하여 돈을 벌기보다는 대박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둘째, 도박의 중독성 때문이다. 도박은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도박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셋째,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도박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다."였습니다. 익숙한 주제라서 편한 마음으로 풀어나가다가 마지막에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로 문장을 끝냈습니다. 뒤에 약간 더 내용이 남은 듯한 느낌이 있었으나 머뭇거리는 느낌을 주는 것이 싫어서 "이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곽 교수님과 이 교수님이 "헤드라인 장식하면 그게 끝인가?" "결론이 있어야지"라고 하시면서 한 문장을 더 뱉기를 주문하셨습니다. 사실 한국어 문장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논리상으로 마지막에 나올 말이 뻔한 것 같아서 뻔뻔하게 마치 기억이 난 것처럼 결론을 뱉었습니다. 그러자 곽 교수님이 "잘했어!"라고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셔서 재빨리 시험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당황하지 않고 위기상황(?)에 대처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년간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종류대로(영한통역/한영통역/통역종합/시사청취 등등) 꾸준히 듣고 복습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겸손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어라는 거대한 바다에 뗏목 하나 부여잡고 둥둥 떠가는 외롭고 참담한 심정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지혜
 
 
 
제 수기가 많은 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시험을 준비한 기간도 그리 길지 않고, 해외 연수 경험도 없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통역번역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을 얻게 된 것이 아직도 기적 같기만 합니다. 스스로 합격할 수 있었던 원인을 꼽자면, 하나님 은혜와 영어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영문과에 지원을 했구요. 통역 대학원을 가고자 처음 마음을 먹은 것은 대학 3학년 때였습니다. 진로문제로 고민하다가,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조금 한 후에 대학원을 가고자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리고 3-4학년 때 영어 뉴스도 듣기 시작하고 타임지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단어도 별도로 시간을 할애하여 외웠습니다. 그 때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된 듯 합니다.
 
 
 
그리고 졸업 후, 토플 교재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영어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한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취업 후 영어를 많이 접하기도 했고, 원어민들과 대화할 기회도 많아서 해외 연수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정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한 약 3년 3개월의 기간 동안 별도의 영어 공부는 거의 손을 놓은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2005년에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 수업을 3개월간 수강한 것 외에는 학원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정말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올해 초였습니다. 시작할 때의 그 막막한 마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실 겁니다. 우선 학원부터 등록하라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4월부터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 은 선생님 영한 통역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것은 5월부터였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또 한 가지가 '능동적인 준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이나 스터디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실력과 시기에 맞게 수업/스터디 그리고 자습 시간 및 내용을 계속해서 조율하고 조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준비 기간을 시기 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06. 5월-8월 기본기 다지기]
 
 
 
5월에서 8월까지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전념했습니다. 수업은 은 선생님 통역 종합반을 수강했습니다.
 
 
 
영한: 은 선생님 수업내용을 두 세 번 반복해 들으면서, 처음에는 들은 내용을 한국어로 요약하고, 두 번째는 영어로 요약하고, 세 번째는 문장 단위로 끊어서 외우는 방식으로 복습했습니다. 그 외 영한 듣기는 일주일에 세 번 스터디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는 결코 많은 양을 공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한 가지 내용을 충분히 반복하고 숙지하는 식으로 공부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청취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영: 수업시간에 하는 연설문과 Radio Korea International의 사설, Newsweek 인터뷰 등 한글과 영어 자료가 같이 있는 자료를 외웠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에 외워서 발표하는 부분이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많이 말할 기회가 없어서 한영 실력에 자신 없는 분들은 무조건 외우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에세이와 번역도 타 학원의 번역/에세이반 수업을 들으면서 이 시기부터 준비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스터디 시간에는 영한, 영영, 한한을 했습니다.
 
 
 
[06. 9월-10월 실전 대비]
 
 
 
I. 1차 준비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1차 시험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장홍석 선생님의 1차 모의고사 준비반을 수강하면서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은 실제 시험 환경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외대 기출 문제지를 구입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시간을 정해놓고 풀어보았습니다. 문제를 풀어본 후에는 틀린 문제를 확인하면서 왜 틀렸나를 진단해보고, 모르는 단어나 표현 등은 꼭 다시 외우고 넘어갔습니다.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는 것 외에 별도의 준비는 거의 스터디 시간을 통해 해나갔습니다.
 
 
 
Listening: 매일 약 2시간 가량 스터디를 하면서, 이때부터는 학습량을 늘렸습니다. 그날그날 업데이트 되는 주요 뉴스들은 거의 빠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방식은 약 1분 30초-2분 정도 길이로 전체 내용을 끊어서 스터디 파트너와 번갈아 통역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1차 리스닝 시험이 다양한 내용을 듣고 기억해서 문제를 푸는 유형이었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자료를 커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자료를 찾는데 매일 최소 1-2시간을 할애해야 했지만, 그렇게 연습한 것이 시험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Reading: The Economist에서 몇 개의 짧은 기사를 미리 정한 후, 각자 맡은 기사를 읽어왔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시간에는 약 4분 30초-6분 가량을 주고 한 기사를 나머지 사람들에게 읽게 한 후, 미리 읽어온 사람이 그 자리에서 True/False 문제를 내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물어보는 내용은 한글로 하고, 답은 O/X로 했습니다. 이 스터디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지문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자: 초반에 은 선생님께서 내준 연설문에 있던 한자를 외웠고, 후반 들어 한자 및 고사성어 자료들을 구해서 훑어보았습니다.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지만, 한자 역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보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 저도 6월부턴가 보기 시작한 듯 하니 수기 읽으시는 분들은 지금 시작하셔도 빠른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한국어: 특별히 문제를 풀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신문, 시사저널 등을 꾸준히 읽으면서 사설은 한한 스터디를 한 것이 다였습니다. 한국어 시험은 큰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II. 2차 준비
 
 
 
사실 2차 준비는 5월 은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 쭉~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뒤집기를 한 것은 9월 들어서부터였습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 뒤집기 스터디는 일찍 시작할 필요가 없는 듯 합니다. 충분히 기본기를 다질 때까지는 오히려 영영과 한한 스터디를 하는 것이 낫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10월부터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 2차 시험 모의고사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06. 11월 4일 1차 시험]
 
 
 
1교시: 한국어
 

한국어 시험은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듣고 푸는 문제의 경우 대체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한 말을 그대로 옮겨 놓고 논지를 묻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는 듯해서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읽고 푸는 문제의 경우도 지문 내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워서 약간 놀랐습니다. 네러티브 기법에 대한 지문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두 번 정도 읽고 보니 무슨 내용인지 흐름이 잡혔습니다. 내용을 이해하고 나니 문제 푸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듯 합니다.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거의 마칠 시간에 맞추어서 문제를 다 풀었습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긴 했지만 미리 부담을 갖거나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간에 집중해서 신중히 푼다면 국내파들은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으니까요.
 
 
 
2교시: 전공 영어
 

전체 50문항 중 청취능력 시험이 30문항, 독해능력 시험이 20문항이었습니다. 예년보다 듣기 문항이 5문제 늘었지요.
 
 
 
청취능력 시험의 경우 들려주는 내용은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속도가 빠르거나,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의 답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번부터 5번까지는 짧은 글을 듣고 True/False문제를 푸는 유형이었습니다. 6번부터 30번까지는 남자와 여자가 주고받는 대화(exchange)를 듣고 이어지는 2-3문제를 푸는 유형이었습니다. 질문은 남/여가 주고받는 말이 어떤 논리적 관계를 갖는 지와 그 내용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영어 청취능력 시험도 한국어 시험과 똑같이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취능력 시험이 끝난 후, 답은 미리 OMR 답안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나중에 마킹하면 마음이 급해서 실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독해능력 시험의 경우 총 5개의 passage가 출제되고 각 지문 당 4문제가 출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문이나 문제가 특별히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듣기 평가를 한 후, 남은 시간이 약 20분 정도였는데 그 안에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마지막 한 문단은 아예 못 읽어서 답을 찍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서 다소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
 
 
 
[06. 11월 11-12일 2차 시험]
 
 
 
1차 시험을 치르고 2차 시험 발표가 나기까지 한 주간은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시험에 합격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컸으니까요. 하지만 은 선생님 말대로 공부할 때만은 1차 시험 결과에 대해 잊고 지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내년에 시험 보시는 분들도 1차 끝난 후에 괜히 방황 마시고 2차 준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맘 편한 일이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1교시: 번역
 

영한 번역은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세계 정세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내용이 아니라, 발칸 반도 및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 했던 열강들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의 상황을 역사적 사실(fact) 중심으로 나열해 놓았었는데, '크림 전쟁(Crimean War)', '흑해(the Black Sea)' 등의 고유명사가 많이 등장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는 고유명사를 모두 한글로 통일해서 번역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국제 사법 재판소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이 쓴 글이었습니다. 그분의 경력과 더불어, 사법 재판소에 대한 설명과, 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 기구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한 번역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쓴 바람에, 한영은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문단을 다 번역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점검도 못해본 상황이어서 번역 시험이 끝난 후 매우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에세이에서라도 만회하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교시: 에세이
 

한국어 에세이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이 되어야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입장과, 무조건적인 경제 개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는 주제였습니다. 되도록 간결하게 쓰고, 제 입장을 최대한 명확히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외국에 있는 친척이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설정 하에,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문화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몇 가지 한국 문화를 미리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가 주제였습니다. 유형이 매우 신선해서 약간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말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고 Dear~로 시작해서 Sincerely로 마쳤습니다. 한국 문화로는 '국이나 찌개를 한 냄비에 놓고 같이 떠먹는 것'과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술 먹고 노는 문화가 발달한 것'을 썼습니다. 영어 에세이 역시 최대한 간결하게 쓰고 한 번 더 확인한 후 제출하였습니다.
 
 
 
구술
 

구술 시험은 일요일 오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영어 듣기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영어 뉴스를 들었습니다. 대기실에서는 계속 영어로 말을 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도하면서 마음을 침착하게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두 분의 외국인 교수님과 세 분의 한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먼저 외국인 교수님께서 시작하는 질문으로 행운을 가져다줄 소지품을 혹시 가지고 왔느냐고 물으셔서 그냥 '기도했다'고만 했습니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곧 다른 남자 외국인 교수님께서 영어를 읽어주셨습니다.
 
 
 
영한은 당뇨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당뇨병의 요인에는 유전적인 것도 있다. 그 경우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병이 유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요인들도 많다. 첫째, 비만인 경우 당뇨병을 앓을 확률이 높다. 미국인의 약 30% 가량이 비만이다. 아동의 당뇨병도 늘고 있는 추세다. 둘째, 잘못된 식습관도 당뇨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식습관을 개선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couch potato)도 당뇨병 발병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인 여성이 일시적인 당뇨병을 겪을 수 있는데, 그들 중 일부의 경우, 출산 이후에도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고, 태아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내용이 길지도 않았고, 단어나 표현 등도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집중해서 듣고, 빠짐없이 기억하는가가 관건인 듯 합니다. 통역을 할 때 정확한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고, 포즈 없이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한영은 독자투고 형식이었습니다.
'한국이 점차 고령화 되어가면서, 불행히도 노인 운전자들이 자동차 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한국은 예로부터 웃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깊은 나라이다. 하지만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노인 운전자가 천천히 운전하기라도 하면, 뒤차의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심지어 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시 정부에서는 'Silver Mark'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노인이 운전한다는 것을 알리는 마크를 자동차 뒤에 붙이는 것이 캠페인의 주된 내용이다.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에게 이 캠페인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이 캠페인으로 노인 운전자들의 사고가 줄어들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돌아간 곳이 많았지만, 포즈 없이 내용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서 긴장이 풀려, 그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문을 나설 때 편안한 마음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틀린 표현이나 더 나은 표현이 생각나서 발표가 나기 전까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
 
 
 
[맺으면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학원 수업시간에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아 발표도 엉망으로 하고, 스터디를 하던 중에 파트너보다 내 실력이 못한 것 같아 속상해하며, 집에 돌아 올 때쯤에는 '과연 내가 올해 붙을 수 있을까, 이것이 내 적성일까'등의 괴로운 생각들로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서 집에 온 날이요. 그런데 그 날 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새로운 영어기사를 읽으면서 또 다시 흥미를 느끼고 설레는 나 자신을 보면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은 선생님 말대로 영어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꿈을 꼭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먼저, 제 기도에 응답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영어 공부의 정도(正道)를 알려주시고, 저의 부족한 실력을 인내하시면서 지금까지 지도해주신 은 선생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주었던 어른스런 동생 경선이를 비롯해서 함께 스터디 했던 경희씨, 정인씨에게도 감사. 그리고 가능성이 무한한 동생들 잔디, 세미~ 힘내!! '마지막으로 딸의 꿈을 이해해주시고 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 부모님, 너무 사랑하고 감사해요.'
 
 
 
[참고 자료]
 
 
 
영한:
 

PBS (http://www.pbs.org/newshour/home.html)
NPR (http://www.npr.org/)
CNN (http://transcripts.cnn.com/TRANSCRIPTS/bn.html)
VOA (http://www.voanews.com/english/index.cfm)
BBC (http://news.bbc.co.uk/)
Slate Explainer Podcasts
 
 
 
한영:
 

RKI (http://rki.kbs.co.kr/)
Korea Times (http://times.hankooki.com/times.htm)
Newsweek (http://www.msnbc.msn.com/id/3032542/site/newsweek/)
연설문(노무현 대통령, Bush 대통령, Tony Blair 총리)
 
 
 
영영:
 

Chicken Soup for the Soul
Dear Abby
 
 
 
 
 
 
 
 
 
 
 
 장지영
 
 
 
먼저 합격의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정말 열심히 기도해주셨던 부모님(특히 제 어린 딸을 돌봐주신 어머니), 동생들(특히 유경이), 저희 집에 와주시는 집사님, 특히 바쁜 와중에도 주말에 아기와 시간을 보낸 신랑, 목사님 내외분과 교우들, 통대 선배이자 이제 목사의 길을 가는 친구 동철이, 할머니, 시부모님, 친구들, 학원 동료 수강생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영어만 가르쳐주시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통역사의 자세 그리고 평생 학생의 자세를 몸소 보여주신 은천성 선생님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 주 가까이 밥도 같이 먹고 상담도 해주고 스트레스도 같이 풀었던 한인경씨, 김정씨, 장인환씨, 전제형씨, 위준성씨, 장민호씨. 복습 스터디를 같이 한 인경이, 한한 스터디를 같이 하고, 또 같이 합격의 기쁨을 공유하게 된 경선씨,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험장에서 스터디를 해주신 장봉희씨, 만약 이분들 중 한 분이라도 없었더라면 제가 오늘 합격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합격한 것만큼 기쁜 것은 시험 치기 마지막 한달 동안 스트레스를 여러분 특히 신랑, 목사님 내외분, 집사님, 먼저 통역사의 길을 간 친구들, 그리고 통역의 길을 걸어가고자 같이 수업을 듣는 학원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버텨나간 것입니다. 막판에 이 시험이 입시 공부인 것을 재인식하고, 기타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까지 겹쳐서 정말 힘들었을 때 같이 버텨주고 기도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합격 수기를 쓰기에 앞서 저보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고배를 마신 분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공부방법은 이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므로 저는 제 공부방법이 합격 공부 방법이라고 수기에 올리기가 부끄럽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만 참고하시라고 제가 공부한 방법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올해에는 영어사랑학원을 7월부터 4개월 반을 다녔습니다. 몇 년 전 통역공부를 한 적이 있지만 출산 및 제 아이 건강을 원인으로 안타깝게 중도에 접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영어는 커녕, 우리말 뉴스와도 거리를 두고 몇 년을 살다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불현듯 올해 7월부터 학원에 나와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은 선생님 통역종합반과 실전독해/영작반을 끊었는데, 처음엔 독해는 둘째치고 LC도 들리지 않더군요. 문장은 커녕, 단어도 아리송하고요.
 

이번 시험을 치면서 느낀 점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주님께 의지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1차 시험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자고 가도, 오히려 "현재 내 실력이 부족하니 주님이 대신 찍어 주시려나보다"라고 믿고 마음을 편히 가졌습니다. 2차 시험 전날, 기쁨과 흥분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갔을 때는, 통역사는 원래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역시 편한 마음으로 갔습니다.
 

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4개월 반 동안 시험 준비중 수업 복습, 한한 스터디 한 개를 빼고는, 그 흔한 뒤집기 스터디도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으니까요. 학원 수업 중에 하는 뒤집기와 시험장에서 장봉희씨가 해 주신 한영 뒤집기가 뒤집기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 공부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전에 비교적 편히 공부했을 때보다도 더욱 컸습니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으며, 비록 공부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시간 내 복습만이라도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영어 공부의 기초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양이 적고 많고를 떠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생긴 것을 감사했습니다. 지난 4개월 반 동안 통역종합반 4개월, 실전독해/영작반 3개월, 번역/에세이반 1개월, 1차 시험 모의고사반 2개월, 2차 시험 최종 점검반 1주일을 들은 것이 다 입니다. 솔직히 내년 정도에 합격을 생각하고 공부했습니다. 주님과 주위사람들 덕분 그리고 혹시 과거에 공부했던 게 어딘가 남아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통대에 합격한 만큼 이제부터는 노력을 더하고 시간을 더 내어서라도 신문도 방송도 좀 들어야겠죠.
 
 
 
[1차 시험 및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은 해마다 그 입시 유형이 바뀐다고 합니다. 객관식 시험이니만큼 시간 안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형이 바뀐다고 하여 별도로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형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시험 준비기간이 적은 저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초 닦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장홍석 선생님 토요일 모의고사반을 수강했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 실전독해/영작반 수업시간에 1차 시험 대비용 문제를 푼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작년 기출문제도 풀었습니다. 더 많이 준비하면 좋았겠지만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모의고사를 더 구해서 풀어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현재 하고 있는 것을 복습하기도 바쁜데 일만 벌이는 것 같아 더 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9월과 10월에는 타학원 수업 LC자료도 입수해서 혼자 추석 연휴 때 들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를 구독하며 읽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수업내용을 복습할 시간도 빠듯해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대신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LC, RC, 그리고 번역순서로 우선 순위를 두면서 최대한 많이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장 선생님 모의고사 문제지 transcript도 LC부분은 대부분 외웠습니다. 은 선생님이 다루시지 않았던 주제가 짧게 여러 개 실려 있어, 은 선생님 수업 자료 외에 딴 자료에 별로 눈을 돌릴 수 없는 저에게는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차 시험은 비교적 유형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유형에 맞추어 공부를 해볼까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실력도 부족해서 1차 시험 합격도 확신이 서지 않는 마당에 2차 시험 유형에 맞추어 공부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아서, 그냥 기본 영어 실력을 쌓고, 추후 시험이 임박했을 때 유형에 맞추어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어 기본 실력 자체가 튼튼해지면 1차든 2차든 해결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유형별 연습은 9월, 10월 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다루어 주셨습니다. 2차 시험 모의고사 형태로 구술시험을 보는데, 이때는 이전과는 달리 "통과!"를 외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표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집에서 혼자 복습을 하며 기본 영어 실력을 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수업시간에 한번 들어본 걸 가지고 집에서 다시 하는 것이니까 스터디를 하면서 완전히 새것을 하는 것과는 달라서 스터디를 해볼 생각도 했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대신 9월, 10월은 타학원의 9월, 10월 LC 자료를 복사해서 테이프 들으며 저 혼자 영한통역, 영영연습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tape을 들으며 하니까 약간 걱정이 되어 육성에 익숙해지고자 이 LC부분 중 몇 꼭지를 추려 한한 스터디 파트너인 한경선씨에게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차피 시간이 부족한터라 욕심은 버리고 대신 하나를 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듣기, 읽기, 심지어 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우려먹겠다는 각오로 복습하고 외웠습니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반드시 올해 붙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더욱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기 시험]
 

영한번역, 한영번역, 논술은 되도록 정확하게 그리고 시간 내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멋있는 표현으로 튀어 보겠다는 생각은 접고, 눈에 띌 만한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쉽게 그리고 최대한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 내용은 동일하니 다른 합격자분 수기를 참고하세요.
 
 
 
[구술 시험]
 

저는 첫째 날인 토요일 오후에 구술 시험을 봤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최대한 편한 마음을 갖고자 일부러 옷도 보통 때 입는 옷에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시험을 치렀습니다. 회의장에서 무려 3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었는데 회의장 건물 내에서는 식사를 하기가 어렵더군요. 때문에 아침 필기 시험 중간 휴식 시간 때 혹시 저녁을 먹지 못할까봐 외대 학생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어둔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대기하고, 전날 흥분해서 잠도 자지 못한터라 점차 지치긴 하더군요. 그러나, 그때 나중에 통역을 하게 되면 이보다 더한 악조건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옆자리에 앉아 계신 장봉희씨가 자진해서 한영 스터디를 해주시며 시험장 분위기를 알려주셨습니다. 시험보기 직전엔 제가 시험장에 들어가면 꼭 기도해달라는 부탁까지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교수님이 여섯 분 정도 계셨는데, 밖에서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달리 매우 친절하셨습니다.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제게 하신 질문에 대한 일문일답입니다. "긴장했나요?" "네, 약간이요." "긴장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나요? " "기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질문 다음으로 바로 영한 임향옥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주셨습니다. 느린 속도는 아니었으나, 큰 목소리로 고저장단이 분명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이해하기 쉽게 잘 읽어주셨습니다. "보통 장난감하면 어린이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노인들 특히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robotic toy가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해주고, 말을 건네주고(예: 오늘 멋져 보이십니다), 약을 챙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기존 어린이 대상 장난감 판매 수입 부진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자구책입니다."
 

내용도 상당히 짧고 다행히 말이 꼬일 내용도 아니어서 정말 감사해하며 별로 요약할 고민도 없이 바로 통역했습니다. 수면 부족 및 심신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집중력 저하가 우려되어서 교수님이 읽어 주실 때부터 제가 통역을 마칠 때까지 저는 읽어주시는 분을 정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통역했습니다.
 

교수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으셨습니다. 곽중철 교수님, 이창수 교수님, 임향옥 교수님이 통역 내내 고개를 끄덕여 주셨고, 통역이 끝나자 곽 교수님은 "음!" 하시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여주셔서 기분도 좋았지만, 그 바람에 긴장이 다 풀렸습니다.^^; 영한 통역이 끝나자 한영 통역을 이창수 교수님이 읽어주셨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감정을 이입하여 읽어주셨습니다.
 

"말아톤이 많은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는 자폐아를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편견 및 차별은 뿌리가 깊습니다. 인근 지역에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도권 역사 장애인 지하철 승강기 설치와 같은 좋은 정책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전환입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지문이어서 심신이 지친 수험생의 입장에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영한 통역 후 긴장이 풀어져서 아무리 교수님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뚫어져라 노려봐도 한영 통역은 늘어진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의 영한 통역 시 보여주신 열의가 점점 식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ㅜㅜ; 그리고 시험장을 나서서는 마지막 문장에 나왔던 의식의 전환을 attitude를 썼으면 더 좋았을 걸하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시험장에서는 mentality 와 mindset을 쓴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내용은 전달됐으니까 하고 자위하며 시험장을 나섰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주님께, 그리고 주위 분들께 감사하였습니다. 올해 공부를 하면서 무엇보다 주님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는 면역이 다른 아이들보다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감염될까봐 항상 조심하고 면역성을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모유 수유도 20개월 가까이하고 음식 및 청결에 항상 초긴장이 되어 준비하는 등 저를 비롯해 주위 분들이 항상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는 아기 입원 때마다 항상 기도와 간호를 비롯해 항상 같이 계셔주셨습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하는데 많은 걱정과 갈등도 하셨지만 이때 역시 많은 기도를 통해 도와 주셨습니다. 아기가 아플 때마다 입원할 때마다 그리고 피검사를 할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마음을 졸이고 살면서 주님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통역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난 올 7월 이후부터 아이의 면역 수치가 점차 눈에 띄게 호전되더니 이제는 다니던 서울대학교 병원 의사 선생님들이 아이 면역 수준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며 이제 병원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올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일을 겪고 나니 훨씬 편한 마음으로 통역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던 아이의 면역이 정상으로 되고 나니, 노력하고 정말 간절히 바라면 통역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역은 어떻게 보면 매우 외롭습니다. booth속에서 통역하고 있는 자신을 그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편해지고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장현수
 

 
 
저는 대학교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1년여 일하다가 9월경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시작한 건 타 학원에서 2월경부터 (회사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어서 대부분 결석..), 그리고 영어사랑학원에서는 6월부터였습니다. 6월부터 영한통역반 수업을 들었으나 역시 회사원 티를 내느라 결석이 잦았습니다.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니었는데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어렵더군요..) 8월 말에 회사를 그만두고 9월부터 통역종합반을 듣고 스터디를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격일로 한한, 매일마다 뒤집기와 단어숙지(토요일은 제외)를 했습니다.
 

[Listening]
 
작년 합격 수기를 읽던 중 어느 합격자 분께서 audible.com을 언급하셨습니다. 뉴욕타임즈를 정리해서 읽어주는 파일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글이었는데, 신문을 매일 읽을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하던 저에게 뉴욕타임즈를 읽어주는 듣기 파일은 리스닝과 리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물론 리딩을 따로 하셔야합니다..) 기회로 보였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보니 ipod를 구매하면 podcasting을 통해 무!료!로 다양한 파일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podcasting을 아는 분이 많으시지만 제가 할 때만 해도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itunes라는 프로그램(ipod전용 프로그램이나 ipod를 구매하지 않고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에서 itunes store(혹은 music store)에서 podcasting섹션을 방문하시면 각종 뉴스(abc, cnn, nyt, npr 등등)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Subscribe"하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자동적으로 동기화가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 ABC Nightline: 다양한 주제를 재미있게 다룹니다. 전체 내용은 20분 정도입니다.
- NYT Front Page: 빠르게 읽어주는데다가 각종주제를 짤막하게 다루기 때문에 리스닝 훈련에 좋습니다. 5분 정도입니다.
- Grammar Girl: 문법에 관련된 주제를 재밌게 다룹니다. 예를 들면 apostrophe는 언제 쓰는가 등인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질문한 것을 대답하는 형식이라 어려운 내용만 다룰 것 같지만 의외로 쉬운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문법(특히 punctuation)에 도움이 됩니다. 진행하는 분 목소리도 부드럽고 발음이 명확해서 듣기 좋습니다. 5-7분 내외입니다.
- NPR Wait Wait Don't Tell Me: 퀴즈형식의 프로그램인데 시사문제를 주로 물어봅니다. 말장난도 많이 하고 진행도 재미있고 좋습니다. 40분이 넘는 프로그램이라서 저는 방을 청소하거나 뭘 만들 때 라디오 대신 듣습니다.
아이튠스 스토어를 가보시면 더 다양한 포드캐스팅이 많으니 itunes를 설치하셨거나 ipod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한번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오가면서 들을만한 리스닝 자료는 무궁무진합니다.
 

[Reading]
 
Newsweek 영어판을 매주 읽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도 다양한 영어 책을 자주 접하는 편이었습니다. 주로 읽기에 재미있는 책 위주로 읽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읽기 연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단어실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하이라이트 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아서 단어집에 정리했습니다. 시사저널과 Newsweek 한국어판도 매주 읽었는데 뉴스위크 한국어판과 영어판은 번역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자료였습니다.
 

[1차 시험 준비]
 
외대 출제 문제를 95년도부터 공통/전공 모두 풀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인지라 하루에 한 개씩만 풀다 보니 어느새 시험 날짜가 다가오더군요! 출제 문제 뿐 아니라 구할 수 있는 모의고사는 모두 다 풀어보았습니다. 역시 모르는 단어는 하이라이트 해 두고 모의고사/출제문제에서 나온 단어만 따로 정리를 해서 시험 보기 전에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서 속상했는데 여러 번 풀어보면서 문제 푸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실전에서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 재면서 푸는 게 스트레스가 되어서 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편안하게 풀다가 딴 짓 하다 풀다가 하면서 풀었습니다. 그렇게 안 했다면 그 많은 모의고사를 다 못 풀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시험 볼 때 문제를 빨리 푸는 편이라 시간 내에 푸는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신 분이라면 평소에는 마음 편하게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합니다.
 

[1차 시험]
 
예년과 다른 형식의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리스닝 부분이 30문제가 나왔는데 (지금까지는 25문제가 대부분이었죠..) 읽는 분이 어찌나 천천히 읽는지 자칫하다간 딴 생각하기 딱 좋은 속도였습니다. 리스닝 내용이나 본문 자체는 쉬웠으나 문제가 영 애매해서 정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여러 번 다시 본문을 읽어보고 싶은 그런 문제였습니다. 리스닝은 듣는 대로 답을 마크하는 것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고민해봐야 들은 내용도 헷갈리고 리딩 시간이 줄어드는 격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바로 정답을 마킹했고, 고민이 되는 내용은 정답으로 보이는 2개 정도를 정해놓고 리딩이 끝난 후에 찍었습니다. (고민할 겨를이 없었어요..) 본문은 각 텍스트당 약 5분으로 배정해놓고 풀었더니 나중에 마킹할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촉박하게 하는 것보다 여유 있게 끝내고 싶어서 정확하게 5분씩만 배정했고 끝까지 문제를 풀었습니다.
 

[2차 시험]
 
-번역/에세이-
 
저는 번역과 에세이를 할 때에 무엇보다 proofreading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배분하는 데에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영->한 번역이었는데 지명 등 평소 접하지 못한 단어 표현이 생소했고 또한 문장의 구조도 좀 복잡해서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되짚어서 처음부터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통역-
 
통역시험을 볼 때에는 본인의 수험 번호에 따라서 시험 날짜와 시간이 좌우됩니다. 제 경우는 일요일 오후에 배정을 받았는데 오후 2시에 들어가서 나왔을 때엔 다섯시 무렵이었습니다. 제가 21번째 수험생이었습니다. 10명의 수험생을 보신 후에 교수님들이 잠깐 (약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십니다. 저는 쉬는 시간 직후에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들어가니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영한을 먼저 하게되었는데 대강의 내용은 '헬리콥터 부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사회현상용어'였지만, 바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식들 옆에서 맴돌면서 자식들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는 부모를 일컫는데, 요즈음엔 자녀들의 취업에까지도 관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취업관련 인물이었는지 학교 관련 인물이었는지 딴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해서 전문가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에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자녀에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짧고 쉬웠습니다.
 
한영 통역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음식물 쓰레기가 바로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애당초 바다에 버릴 것이었으면 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수거하였는가? 게다가 바다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오염물질이 되어 생선의 살에 축적되고, 우리가 그 생선을 먹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식탁 위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역시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영인지라 영어 단어 선택에 약간 고심했습니다. 한영 영한 통역 둘 다 교수님이 불러주시는 내용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했고, 내용이 약간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에도 자신감 있게 통역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진행을 도와주었던 분들이 여러 번 강조했던 내용은 교수님들께서 학생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니 부디 큰 목소리로 통역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원래 목소리가 작지 않아서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지만^^; 교수님과 학생의 거리는 목소리가 작은 분들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의사전달에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될 만큼 먼 거리였습니다. (사이에 대학교 책상 1.5 개정도 들어가겠더군요..)
 

[Misc.]
 
저도 시험 보러 가기 전에 궁금했던 문제인데 대부분 옷은 정장 스타일로 입고 오셨습니다. 세미 정장이나 깔끔한 스타일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그리고 대기 장소가 꽤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안에 예쁜 옷을 입고 두꺼운 겉옷을 입으셔도 어차피 면접 보기 전에 코트를 벗어둘 장소가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
 
항상 많은 도움이 됐던 은천성 선생님의 critique, 수업시간의 팽팽한 긴장감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많이 도와준 제 스터디 파트너에도 감사를 전합니다.
 
 
 
 
 
 
 
 
 
 
 
 조인훈
 
 
 
내년도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2차 시험 구술면접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한번에 다 해치우고 잊어버리자'는 생각에 일찍 시험접수를 했습니다. 딱 열 번째로 면접을 들어가게 되어, 애경홀에서 한 시간 좀 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합격수기를 보면 스터디를 계속 하다가 시험장에 들어가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저는 너무 떨려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어서 그냥 표현을 적어놓은 수첩을 간간이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처음에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는지 예전 발라드를 잠깐 틀어주셨는데, 울렁거림이 더 심해졌습니다; 많이 떠시는 성격이라면 청심환 등을 마시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습니다. 멀미약 마시는 분도 봤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자 생각보다 훨씬 안 떨렸고, 완전 뻔뻔하게 살포시 미소까지 머금고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서 자신이 없어도 있는 척, 반응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 교수님께도 끝까지 평화로운 모습으로 두루 eye contact를 했습니다. 교수님은 전체 다섯 분(외국인 교수님 두 분, 임향옥, 곽중철, 이창수 교수님)이었습니다. 외국인 교수님 한 분이 오늘 행운을 빌기 위해 뭘 했냐고 물으셨는데, 대답할 말이 없어서 그냥 "I prayed."라고만 말하고 싱긋 웃었습니다. 또 다른 외국인 교수님이 이제부터 영어를 읽을 테니 한국어로 옮겨보라고 친절하게 또박또박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때 임 교수님과 곽 교수님이 거의 동시에 "summarize"라고 말씀하셔서, 편하게 큰 줄기 위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한은 구직자들이 인터넷 활동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직을 해본 경험이 있느냐, 인사담당자중 무려(whopping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강조해 줬습니다) 66(?)퍼센트가 구직자들의 인터넷 활동을 눈여겨본다고 한다. 심지어는 싸이월드와 같은 사교목적의 싸이트에서 구직자의 작문 능력을 보고, 어떤 아이디를 쓰는지, 부적절한 사진을 올리지 않는지 등을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미일관으로 주제문을 시작할 때 한번 끝날 때 조금 바꿔서 다시 한번 말하고 "이상입니다" 하고 끝냈습니다. 중간에 4개 정도의 나열이 있었는데, 생각난 3개만 말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주시고 표정이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용기를 내어 한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영은 항상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평소에 열심히 외운 것이 저도 모르게 하나씩 튀어나와 줘서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내용은 한 운전자의 독자투고로, "출근할 때 중학교 근처를 지나게 되는데 항상 마음을 졸인다.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학부모들이 갑자기 유턴을 해서 놀란 적도 많았고, 지각한 듯 보이는 아이들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서 사고가 날 뻔했다. 해결책으로는 학교 관계자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여 학생들을 보호하고, 운전자들 스스로도 학교 근처에서는 속도를 줄이며, 경찰도 학교근처 제한속도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끝까지 다 했다고 생각하고 "끝났다!"라는 기쁜 마음에 상기된 표정으로 "이상입니다"라고 했더니 임향옥 교수님께서 "마지막 한 문장은 왜 안 해요?"하고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생각이 나서 얼른 마지막 문장을 뱉고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나왔습니다.
 

노력한 만큼, 그리고 그 이상을 발휘하고 나오기 위해서는 담력과 퍼포먼스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긴장도 해보고, 그 와중에 eye contact 연습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터디를 꾸준히 하고, 표현을 많이 암기하는 것이, 공부할 때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같이 느껴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차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자면, 듣기가 정말 가장 중요하고, 저의 경우 Graduate English 단어를 맘먹고 외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문제풀이를 하면서 문제에 휘둘리지 말고 문제를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control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008년 수험생 여러분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최경은
 
 
 
[영어와의 첫만남-원서접수]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굿모닝 팝스 및 EBS TV/라디오 방송으로 공부하고, 좋아하는 영화는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봤습니다. 영어를 통해 외국어에 관심이 생겨 외고에 진학했는데, 영어는 기본이니 다른 언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어 전공을 택했고, 배우다 보니 흥미가 있어 중문과에 진학했습니다. 고교 시절 최정화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한때 통역대학원을 꿈꾸기도 했지만, 외국에서 살다온 것도 아닌데 어떤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에 미리부터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영어권 체류 경험은 영국을 일주일간 여행한 게 다입니다. 대학 때 중국에서 8개월 가량 지낸 적이 있습니다.)
 

대학 시절 타 학원의 AFKN 청취 수업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들었습니다. 주로 듣고 transcript 빈칸 채우기, 들은 것을 그대로 따라하기, 매일 좋은 표현 하나씩 외우기, 강세와 억양에 주의해서 transcript 외워 말하기 등을 연습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을 처음 찾은 것은 '04년 여름이었는데, 졸업 전에 영어 실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6-8월간 실전통역반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번역/에세이반도 함께 들었는데, 계절학기도 듣고 있었고 도저히 다 따라갈 수가 없어 포기했습니다. 실전통역 수업은 내내 숨막힐 듯한 긴장의 연속이었고, 소심했던 저는 발표 신청을 차마 못하고 드문드문 critique만 했습니다. 한번 들려주면 앞으로 나와서 통역을 해야 하는데 다들 어쩌면 그렇게 잘하시는지.. 영어 실력 뿐 아니라 그분들의 용기와 프로정신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들은 내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100% 전달하는 것이 통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80%라 하더라도 전체 내용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우리말로 전달하여 이해시키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시는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노력하면 나도 통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졸업 후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진학(통대를 포함)은 생각하지 않았고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04년 10월부터 국제교류 관련 공공기관에서 해외 대학의 한국 관련 강좌/연구/회의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영문 서신에 대해서는 원어민의 proofreading을 받아야했는데, 글의 flow 및 표현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 3월 잠시 영한통역반을 듣고, 우연한 기회에 10월부터 친구와 함께 아침 시사청취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일과 삶에 있어 무기력해져있던 저에게 매일 아침의 시사청취 수업은 큰 활력과 기쁨이 되었고, 오늘의 금언은 정신적인 자극을 줬습니다. 영어공부FAQ와 통대 합격수기를 하나씩 꼼꼼히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영어에 대한 사랑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습니다. 1년에 한번뿐인 시험이므로 기회가 되면 모두 응시하라는 은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용기를 내어 외대에 지원했습니다. 3개 언어 과정의 경우 둘 중 하나는 모국어 수준이어야 한다지만,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언어 모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 한영중 전공으로 접수했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06년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는 듣기 문제에서 몇 개를 틀렸었는데, 이번에는 집중해서 들으니 무난하게 풀렸던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듣기 지문에는 번역계의 그릇된 관행과 번역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얼마 전 정지영 아나운서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 번역이 문제가 되었던 일을 시사하는 듯 했습니다. 이후 독해, 문법, 한자 등 문제를 풀면서 시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없었고 지문도 평이했습니다. 문단의 순서 바로잡기(b-c-a 등), 글의 종류(논문 등), 빈칸에 적합한 낱말 고르기, 한자 독음, 맞춤법, 띄어쓰기 문제 등이 나왔습니다. 한자 독음은 쉬웠고, 문맥상 추측할 수 있기 때문에 한자를 잘 모르시는 분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맞춤법 문제는 아무리 봐도 틀린 것이 없는 것 같아서 긴가민가하다 결국 '웬 일이니'를 골랐는데, 나중에 시험 끝나고 나서 읽던 잡지에 '아연실색'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보기 중 하나가 '아연질색'이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ㅠㅜ 틀린 것이 너무 어이가 없어 그 후로 한 이틀 동안 계속 '아연실색'해 있었습니다.. >.<
 
 
 
(영어)
 

2교시는 영어였습니다. 약 30분간 L/C가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안내가 나오는 동안 첫 페이지의 보기들을 미리 읽어본 후 지문을 들었습니다. 문제간 간격은 약간 짧았지만 아주 몰아치는 느낌은 아니었고, 보기 두 개 중에서 고민하던 것은 표시를 해두고 되도록 그 간격을 다음 문제 답안을 먼저 읽어두는 데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문은 남녀간에 한두번 주고받는 대화 형식이 많았고, 담화문 같은 독백 형식도 있었습니다. L/C가 끝나자 20분 가량 남았는데, 비교적 긴 독해 지문을 약 4-5개정도 풀어야 했습니다. 약 1분-1분 30초에 한 문제를 풀어야 했고, (개인적으로 어휘가 많이 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보기의 단어들이 꽤 어려웠습니다. 역시 독해 속도가 느린 편이라 시간이 많이 모자랐는데, 우선 문제를 먼저 보고 풀 수 있을만한 것을 골라 먼저 답을 지문에서 찾아보는 식으로 풀었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었더니 교황에 관한 마지막 지문말고는 거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납니다 ㅠ 독해에서 시간 뺏기다가는 답안지 작성할 시간도 없어 낭패를 볼 것 같아, 풀다 말고 먼저 L/C 부분의 답을 답안지에 옮겨놓고 다음 문제를 풀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모자라도 L/C 파트가 끝나면 바로 답을 표기하고, 독해도 한 지문이 끝나면 바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어)
 

저는 한영중으로 응시해서 오후에 다른 한중 응시자들과 함께 중국어 필기시험을 봤습니다. 문제 유형은, 중국어 지문을 듣고 중국어/한국어로 답하기, 한국어 지문을 듣고 중국어로 답하기로 총 10문항 가량이었습니다. 문제당 답안 작성 시간으로 3-4분을 주는데, 이 시간 내에 다 쓰지 못하면 나중에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오래 생각하기보다는 들은 후 바로 답을 적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문의 길이는 꽤 길었고, note-taking 용지가 주어집니다. 지문의 내용으로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백가쟁명 모델, 소프트웨어 산업과 지적재산권 문제, 핵폐기물의 특성, 세계 재난 방지의 날 등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중작을 하려니 가끔 기억이 안 나는 글자도 있고, 내용도 난이도가 높아 잡은 부분은 대강 필기를 했음에도 답을 적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역시 note-taking은 이해한 것을 기억하는 보조 수단일 뿐, L/C는 듣는 순간의 기억력과 이해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시간이 모자라 두 문제 가량은 거의 쓰지 못했습니다. 답안지 걷을 때 다른 분들을 보니 한 문제 당 약 3-4줄 정도로 써냈던 것 같습니다. 군데군데 빈 엉성한 답안지를 내면서 민망했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2차 시험]
 
 
 
기대하지 않았는데 2지망인 한영과로 1차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1차 시험을 보고 나서는 푹 쉬고, 일요일엔 다음 1주일 공부를 계획하고, 무조건 2차에 붙었다고 생각하고 시험준비를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1차에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1차 발표 때까지 2차 준비는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금요일에 발표가 났는데,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에 2차 필기, 월요일에 구술 고사라는 것이 매우 부담되었지만, 그래도 원서 접수를 늦게 해서인지 일요일 하루 쉬고 구술을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습니다.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시사저널과 영자신문을 사갔고 캔디도 준비했습니다. (가끔 TEPS 등 시험에서 이용한 방법인데, 시험 보다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머리가 아플 때 미리 책상에 올려둔 캔디나 초콜릿을 먹으면 잠시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전환도 됩니다.)
 
 
 
(번역)
 

영한 지문은 Penguin Books 세계사 서적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는데, 지문의 길이는 약 10-12줄(약 1/2 페이지) 정도로 예상외로 상당히 짧았습니다. 첫 문장이 At root로 시작하였는데, 이 표현이 어떤 뜻일까 퍼뜩 떠오르지 않아 약간 당황했지만, 그 후의 내용은 평이하게 이어졌습니다. '오토만 제국(Ottoman Empire)이 발칸 반도에서 물러난 뒤, 누가 발칸 반도의 패권을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됐는데, 이는 이 지역의 민족적, 지리적 배경과 관련된 문제였다. 발칸 반도를 두고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다투었는데, 프랑스 등 주변국이 러시아보다는 오스트리아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이후의 내용은 좀 헷갈렸는데, '흑해 주변의 지리적 여건이 군대 주둔에 불리하다는 교훈을 얻은 러시아가 콘스탄티노플로 진격하다가 멈춤으로써 제 2차 크림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 번역하기 전에 우선 전체 지문을 두 번 정도 읽고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다음, 문장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거나 비문(非文)이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번역했습니다. 예전 합격 수기에서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번역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30분 안에 영한 번역을 끝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영 지문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인 송상현 서울대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기사 형식의 글이었습니다. 내용은 역시 평이했는데, 분량은 영한 지문의 두 배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라고 지문에 친절히 영문 명칭이 병기되어 있었습니다. 'ICC 및 기타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이 드문데, 많은 사람들이 언어 장벽(language barrier)을 탓하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출에 실패한다'는 내용으로,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이 국제기구에 진출해 활동할 것을 독려하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인터뷰라 인용이 많았기 때문에, '~라고 말했다', '~라며 안타까워했다' 등으로 쓰면서, 되도록 중복을 피하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영한 번역에 비해 분량이 많아 시간이 훨씬 모자라고 표현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아 그냥 쉬운 단어를 반복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한영 번역의 경우에도 비문(非文)을 주의했고, 대의를 전달하면서 번역문을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사 내용이 흥미로웠고 저 자신에게도 격려가 되는 글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답안지 제출 전에 제대로 검토해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시간 중 최소한 마지막 5분은 남겨 답안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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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찾은 한영 지문 원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409867)
 

'외국어보다 전문 지식이 중요 한국인 국제기구 진출 늘어야' [중앙일보/2006.8.5]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인 서울대 법대 송상현(64) 교수. 요즘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ICC에서 일하는 670여 명의 일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고작 3명이란다. ICC 탄생에 한국이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설명이다.
 

최근 일시 귀국한 그는 "국제기구에 지원했다 떨어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 장벽'을 이야기하더라" 면서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 재판관은 "ICC에서는 70여 개 나라 출신들이 일한다"며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영어, 불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지원자들의 낙방 사유는 대부분 전문 분야 실력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능력, 경력에 비해 다소 높은 지위에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준비 부족도 문제란다. 그는 "해당 국제기구 홈페이지만 잘 살펴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조차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도 많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송 재판관은 2003년 ICC 초대 재판관(임기 3년)에 뽑힌 데 이어 올해 초 재선(임기 9년)에 성공했다. ICC의 재판관 18명은 회원국들의 투표로 뽑는다. 그는 행정고시(1962년)와 사법고시(63년)에 모두 합격한 뒤 학문의 길을 택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런 이력이 그가 ICC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재판관 자격에 '해당 국가 최고법원의 법관이 될 자격, 경력을 갖춘 자'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의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ICC는 1998년 채택된 '로마 협약'에 따라 2002년 만들어졌다. 국가 간 분쟁을 처리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전쟁, 집단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심리, 처벌한다. ICC 재판관의 연봉은 18만 유로(약 2억2000만 원)이며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도 상당한 편이다. 송 재판관은 "내 임기가 끝난 뒤에 한국인 재판관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며 "관심 있는 후배들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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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국어 에세이 주제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이 돼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진다는 주장과, 국민의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 중 택일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30분 중 10분은 여백에 개요를 작성하고 글 전체의 틀을 잡는 데 할애하였습니다. 서론은 '한 국가의 경제적 성장과 분배를 설명할 때 경제학에서는 흔히 '파이'의 비유를 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즉, 파이를 키운 후에 더 큰 몫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파이가 작을 때부터 공평하게 나누어 먹겠냐는 것인데, 당분간은 참고 열심히 파이를 반죽하고 구워내면 모두가 나중에 더 큰 파이 조각을 받게된다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키워진 파이가 과연 애쓴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지는가에 있다. 6-70년대 한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열풍에서도 볼 수 있듯, 있는 사람들은 오른 집값 덕분에 더욱 부를 축적하고, 대다수 서민들은 이제 평생 일해도 내집마련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달성하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은 좀 더 높아질 것이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만불 달성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며, 양극화 해소 및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더욱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라는 요지로 글을 전개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해오던 문제여서 큰 어려움 없이 평소 생각대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고, 개요를 짠 후 쓰기 시작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사람은 누구나 부유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쓰고 좀 더 덧붙이려고 했는데 시험시간이 끝나버려서 그냥 그대로 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히려 사족 때문에 글의 통일성을 해치는 것 같아서, 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결론 부분에 주관적인 감정이 약간 과하게 실린 것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영어 에세이 주제는,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는 외국인 친구가 당신의 초청으로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가 받을 문화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미리 보낼 편지를 작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한국 소개가 아니라, 문화적 충격을 완화시켜줄 의도로 2-3가지 사항을 골라 설명해주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역시 한국어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간단히 글의 내용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자주 영문 서신을 작성해서 익숙한 느낌이었고, 실제로 언젠가는 한국에 초청하고 싶은 이탈리아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정말로 편지를 한다고 생각하고 써내려갔습니다. 제가 예로 든 것은, 한국 사람들이, 나이는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있는지 등 사적인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해올 수도 있는데, 이는 단지 관심의 표현이니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 서양에서는 친한 사이가 아니면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데 한국에는 그런 개념이 별로 없으니 지하철 등에서 누가 invade your space (시사청취에서 배웠던 표현^^) 하는 것 같아도 너무 개의치 말라는 것, 또 한국 음식이 대부분 맵고 한국인들이 김치와 마늘을 많이 먹어 그 냄새가 고역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음식도 시도해보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Dear부터 Truly까지 편지 형식을 갖추어 썼고, 도입 부분에는 '네 상사가 일주일간의 휴가를 허락해주었다니 참 너그러우시구나', 끝맺음에는 '네가 한국에 오는 게 무척 기다려진다. 같이 유쾌한 시간을 보내자'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앞장을 다 채우고 끝맺음 부분은 뒷장으로 넘겨서 작성했는데, 역시 번역 때와 마찬가지로 제출 전에 글을 제대로 읽어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글씨는 채점관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쓰면 될 것 같고, 틀린 부분은 수정테이프로 지우거나, 저처럼 그냥 두 줄로 긋고 역시 알아볼 수 있게만 고치면 되는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 후)
 

토요일에 2차 필기를 보고 나서 몸살 기운이 있어 일요일은 거의 내내 누워 있다가 저녁부터 학원 교재를 훑어보며 복습을 좀 했습니다. 다른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Steve Jobs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 동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Your work is going to fill a large part of your life, and the only way to be truly satisfied is to do what you believe is great work. And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남들에 비해 준비도 너무 부족했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구술고사가 너무도 두려웠기에, 아예 시험을 포기할 가능성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았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경험 삼아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구술)
 

까만색 바지 정장을 입고 9시 반까지 통대 건물 2층 애경홀로 갔습니다. 원서 접수 순서에 따라 면접 순서도 정해지는데, 저는 22명 중 거의 끝에서 세 번째였습니다. 넓은 애경홀 안은 꽤 추웠는데, 나중에는 라운지에 나와서 대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지만 저는 계속 애경홀에 남아있었습니다. 전날 교재를 보면서 정리했던 표현들을 소리내서 읽어보고, 라디오 한국어 뉴스를 shadowing 하고, 시사청취수업 복습도 하면서 2시간 넘게 대기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사갔던 우황청심원도 두 번에 나누어 마시고, 오래 대기할 것을 대비하여 준비해간 간식도 먹었습니다. 1. 큰소리로 말하기 2. 이해한 내용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편하게 생각하기 3. pause 없이 말하기 4. eye contact 하기 등 시험 시 제게 필요한 사항들도 적어보았습니다.
 

드디어 12시쯤 제 이름이 불리었고, 애경홀 밖으로 나가 고사장 밖 의자에 앉아 전 응시자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이때가 가장 떨렸던 것 같습니다. 진행요원이 말을 건네며, '교수님들이 씩씩하고 자신감 있게 시험에 응하는 모습을 좋아하신다'며, 혹 어떤 교수님 반응이 차가워도 개의치 말고 큰 소리로 대답하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이창수 교수님의 반응이 대체로 시큰둥하셨습니다.. ㅠ)
 

문이 열리고 전 응시자가 나왔습니다. 노크 없이 바로 들어가도 된다는 진행요원의 말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교수님들께서 전 응시자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계셔서, 영한보다 한영이 나은 것 같다 등.., 약간 당황했습니다. 한국어로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오늘 아침은 어땠냐고 물으셔서 괜찮았다고 짧게 답하자, 바로 임향옥 교수님께서 영한 통역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 흑백 쌍둥이가 탄생했는데,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이들의 사진을 얻기 위해 높은 값을 불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소식에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흑백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해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35,000개의 유전자 중에서 인종(피부색, 머리색 등)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즉 머리카락이 까만 사람과 붉은 사람간에도 유전자는 99.99% 이상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세계화, 다원화되고 다문화적인 현대 사회에서 인종의 차이는 거의 의미가 없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적당한 속도로 또박또박 읽어주셨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임 교수님과 눈을 맞추며 열심히 들었습니다. 길이는 생각보다 상당히 짧아서, 길어야 1분 가량이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에 pause 없이 바로 시작해서 무리 없이 진행했는데, 마지막이 문제였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이해했지만 flimsy라는 단어를 몰랐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확실치 않으니 아예 그 문장을 빼버리고, '따라서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를 반복하고 끝맺어버렸습니다. 마지막 한 문장이기는 하나 글의 전체 구조상 꼭 필요한 부분이었고, 그 부분을 특별히 강조해서 읽어주시기까지 했는데 제가 아예 빼버리고 끝내자, 세 분 교수님 모두 흠칫 놀라시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실수했구나'싶어 저도 좀 위축되었지만 그런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두 가지 안건은 북핵 문제와 에너지 문제였는데, 에너지 문제와 관련하여 푸틴 대통령이 매우 으스대며, 현재 추진중인 자국의 대규모 에너지 개발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에너지 자원 관련 러시아의 영향력이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까지 미치게 되며,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다'라는 요지의 기사였습니다. 영한 지문보다는 다소 길었으나, 1분 30초 가량으로 역시 생각보단 짧았습니다. 사실 한영 통역이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이라, 지문을 들으면서도 '이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생각에 제대로 집중이 안됐고 세부 디테일은 흘려보냈습니다. 'Russian President Putin attended the APEC conference held in Hanoi, Vietnam...'으로 시작을 하긴 했는데, Vietnam, Hanoi 했다가 다시 Hanoi, Vietnam으로 고치고.. 또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관련 디테일은 잡지 못해서 '대규모 석유, 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로만 넘어갔습니다. 심지어 끝 부분엔 'It's a bad news for Korea....' 라고 할 정도로, 거의 중학생 수준의 단어로 기본적인 내용만 전달했습니다. 통역을 끝내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영어는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셔서, '외국에 살다온 적은 없고,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혼자서 공부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고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10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 수준의 통역(특히 한영..)을 하고 나왔다는 게 민망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시험은 다 치렀으니 괜찮다고, 모자란 점은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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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찾은 한영 지문 원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05439)
 

(전문을 읽으신 것은 아니었고, 첫째 문단과 마지막 문단 위주로 편집해서 나온 것 같아요. 아시아 수출 비중 등 구체적인 사항은 들은 기억이 없는데.. 제가 못 잡은 건지.. ㅠ)
 

푸틴 '에너지 제국' 야망 4700km 송유관에 꿈틀 [중앙일보/2006.11.13]
 

18-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의 어깨에는 한층 힘이 들어가게 됐다. 이 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함께 에너지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베리아와 극동의 막대한 원유와 가스를 개발해 아시아로 공급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에게 APEC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힘을 확인하는 선전장이나 다름없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러시아의 에너지 영향권이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과거 소련 시절 못지 않은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너지 차르' 푸틴의 야망이 꿈틀거리는 동시베리아.극동 에너지 개발 현장을 APEC 회의를 앞두고 본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공동기획으로 둘러봤다.
 

지난달 동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인근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서북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소도시 타이세트. 광활하게 펼쳐진 타이가(냉대 침엽수림) 한가운데로 뚫린 황톳길을 따라 지름 1m, 길이 10m짜리 강관이 줄이어 연결되고 있다. 동시베리아.극동 지역 유전에서 생산될 석유를 모아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나홋카항 인근 코즈미노 수출터미널로 운송해 갈 길이 4700km의 대송유관을 건설하는 현장이다. 강관을 파묻고 땅을 다지는 불도저 소리가 시베리아의 차가운 냉기 사이로 퍼져간다.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으로 불리는 이 '석유 고속도로'는 중국.일본.한국 등 동북아 국가와 미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겨냥한 것이다. 1960-70년대 서시베리아와 우랄지역 유전을 집중 개발해 원유를 유럽으로 수출해온 러시아가 이번엔 아시아.미국으로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푸틴은 올 9월 "러시아 전체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중 현재 3%에 불과한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을 10-15년 뒤에는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 이어 동북아까지 에너지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야심찬 계산이다.
 

동시베리아와 극동의 '검은 황금'을 선점하기 위한 자원 소비국들의 경쟁은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지난해 GDP 순위 14위에서 올해 한국(지난해 11위)을 제치고 10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 러시아는 "외국의 투자가 아쉬운 시대는 지났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국가의 직접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 자원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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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면서]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제가 이전 합격수기에서 큰 도움과 힘을 얻었기에, 앞으로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적어봅니다. 영어와 우리말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다른 것은 걱정하지 말고 우선 용기를 내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Nobody knows what the future holds for us.
 

단순히 영어뿐만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자세에 있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신 은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스승이 계셔서 참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길이 더욱 고되고 험난하겠지만, 언젠가는 참실력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날 것을 굳게 믿으며,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물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A character is a completely fashioned will." 무엇보다도 '의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준 친구들(영주, 지영, 승진), 이해해준 동료들(혜원언니, 용수오빠),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준 MFEO 지헌, 어렵게 딸의 결정에 찬성해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경선
 
 
 
저는 이 공부를 하는 분 중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영문과+해외 경험 1년'의 국내파입니다. 대학 때 통역 공부의 배경 지식으로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국제학을 복수 전공했고, 호주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국제 정치학, 세계사 관련 수업을 영어로 공부했던 것이 간접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직장 생활과 공부]
 

졸업 후 토플교재 컨텐츠 연구직에 취업했고 2년 좀 못 되게 일했는데, 늘 영어를 접하는 일이고 외국인과 접촉이 많았기에 영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틈틈이 영어 공부를 조금씩 계속했습니다. 퇴근 후에 은천성 선생님의 新시사청취 수업을 몇 달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무식하게 달달 외웠기 때문에 가만있다가도 일부 표현이 툭 튀어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수업을 하나 듣고 복습하는 것만으로 매우 뿌듯해 하면서 다닌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업무량이 많아 야근이 잦아지면서 수업마저 듣지 못하게 됐고, 10개월 이상 회사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황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역으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짬짬이 BBC를 인터넷으로 보고 AP, PBS, CNN, Radio Korea International 등을 다청(多聽)했습니다. 하지만 리딩은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고, 출퇴근 시간에 The Economist를 훑어보는 정도였습니다.
 
 
 
2005년 12월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실전 청취(영한 통역 수업)를 들었는데, 첫 날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전체 대의도 안 잡힐 정도로 드문드문 들릴 뿐이었는데, 다른 수강생들은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공식적인 한국어를 사용해서 통역하는 것이었습니다. 리스닝은 좀 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자기 실력의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날이었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또 몇 달간은 심한 야근 때문에 수업을 듣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석 달 정도 인터넷 수강을 했고, 야근 후 새벽 2시에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까지 mp3로 수업은 꼭 듣고 혼자서 통역해보고, 제대로 복습했습니다.
 
 
 
[학원 생활 시작]
 

올해 5월부터 파트 타임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오전에는 근무하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통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이라고 해 봤자 2시쯤 학원에 와서 3시-6시의 통역 종합반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을 주로 수업 복습과 예습에 활용하면, 따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준비와 복습만이라도 제대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마음이 느슨해지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일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취미생활 하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만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과 복습]
 

은선생님 수업은 항상 긴장감이 흘러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런 긴장감 자체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어차피 시험 보는 상황은 엄청난 긴장감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하는 방식이 무대 공포증을 줄여주고 자신의 작지만 나쁜 버릇(filler가 많거나, 손을 움직이거나, 목소리가 작거나 등등)까지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영한 수업은 은선생님 수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긴장되지만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고 나중에는 중독될 정도입니다. (CNN Insight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만 들으면 강의실로 달려가고 싶어지지요. ^^;) 그런데 처음에는 다른 분들이 너무 잘하시니까 주눅이 들고, 특히 저는 메모리 스팬이 너무 짧아서 발표하는데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꽤 자신이 있지 않으면 통과를 했는데, 나중에 많이 후회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수강생 수가 많아지고 따라서 발표 기회가 줄어들거든요. 어차피 잘하나 못하나 크리틱은 당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은선생님은 "잘했어요."라고만 말씀하시는 법은 없습니다.) 그냥 먼저 발표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영한 수업 복습은 제가 발표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듣고 통역해본 뒤, 수업 분량을 출퇴근 시간에 여러 번 들어서 귀에 완전히 익숙해지게 한 다음, 한 문장씩 끊어서 입으로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나중에는 한 번 발표 분량만큼 듣고 나서 거기에 있는 표현을 최대한 사용해 다시 영영으로 요약하는 방식으로 복습했습니다.
 
 
 
한영 수업은 연설문과 Radio Korea International 의 시사해설을 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외운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나면 허무하게 느껴져서 힘들었지만, 계속 외우다 보니 외우는 것 자체도 점점 쉬워지고 주요 표현 중심으로 외우는 요령도 생겼습니다. 중간에 외우는 것이 회의가 느껴져서 한 달 정도 암기를 게을리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암기의 힘을 깨닫고 후회가 많이 됐습니다. 연설문은 은선생님 말씀대로 그냥 통째로 외워버리는 것이 좋은 것 같고, RKI같은 한영 사설은 먼저 한국어 내용을 훑어봐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한 다음, 영어를 보면서 '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하고 깨달은 다음, 그런 표현 중심으로 익히고 외우고 나서, 다시 한국어 내용을 보면서 뒤집어 보고, 마지막에는 한국어도 안보고 쭉 스토리대로 이야기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못하고 무조건 원문대로 똑같이 외우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중에는 제 나름대로 이렇게 응용해서 외웠는데 그것이 좀 더 효율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본문과 똑같은 문장이 아니고 주요한 표현들이며, 결국 나중에 한영을 할 때는 이러한 표현들만 사용하는 것이고, 문장 구성은 자신을 믿고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반 스터디]
 

이 기간 동안 한한과 영영 스터디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했습니다. 영한 수업에서 기억력이 너무나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한한 스터디가 필요했습니다. 6월부터 신문 사설, Radio Korea International 시사해설 한국어 등으로 한한을 했고, 나중에는 RKI의 한국어로 한한을 하고, 같은 내용의 영어를 외워와서 다음 시간에 재생하는 식으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영영은 Dear Abby, Chicken Soup 등을 읽어주면 듣고 영어로 다시 풀어서 설명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는 fluency도 문제지만 기억력 때문에 막히는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연습하면서 메모리 스팬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영영은 자료가 재미있기 때문에 영어로 얘기하고 놀듯이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스위크 인터뷰 암기 스터디를 했는데, 인터뷰의 한영본을 둘 다 구해서 영어를 외우고, 한국어를 보면서 영어로 뒤집는 식으로 했습니다. 나중에는 한국어를 보지 않고 실제로 인터뷰를 하듯이 질문을 하면 영어로 재생하는 식으로 했는데 역시 이야기하듯이 했기 때문에 재미있었습니다.
 
 
 
번역 에세이는 타 학원의 번역 에세이반을 두 달 수강하면서 기본적인 감각을 익히는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스터디 파트너와 주제를 정해서 시간 내에 영어 에세이를 써보는 정도만 했습니다. 주제를 정하면 관련 기사를 뽑아서 주요 표현을 외워 두었다가 최대한 그 표현을 활용해서 쓰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늘 욕심 때문에 시간 내에 못 쓰고 검토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그 버릇을 고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마지막 두 달]
 

9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full-time student가 되었습니다. 그 때쯤 되자 다른 학생들은 정리와 실전 대비를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저에게는 이제야 입시 대비가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매일 하는 영한, 한영 스터디도 이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긴 했지만 매일 정해진 수업과 스터디 분량만 소화해도 하루가 흘러갔기 때문에 그저 주어진 것을 해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영한 스터디는 PBS, VOA 처럼 스크립트와 mp3를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선별해 와서 같이 듣고 번갈아 통역하고, 상대방이 크리틱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와 스터디를 한 지혜 언니가 리스닝이 강하고 photographic memory(!)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말은 안 했지만 주눅 들고 자책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에게 크리틱을 해주는데 나는 실력이 부족해서 크리틱을 못해주면 미안하기 때문에 어쨌든 집중해서 듣고 최대한 크리틱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좀 더 리스닝과 메모리 스팬이 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영은 지난 몇 달 동안 외운 연설문과 RKI를 복습했습니다. 분명히 외운 내용인데 새롭게 느껴질 때 또 회의를 느꼈지만 마지막에 한 번 전체 복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내 것으로 만든 표현은 제대로 머리에 남는 것 같았고 실제 시험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차 모의고사 스터디]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2차 모의고사 스터디를 했습니다. 9월부터 통역 종합반 2교시에 하는 것처럼 1분 30초-2분 길이로 영한/한영 자료를 준비해 와서 실제 시험처럼 육성으로 읽어주고 통역하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료는 영한(CNN, BBC, New York Times, Washington Post, VOA), 한영(YTN 위성 통역실, RKI, 중앙 데일리, CNN 한글, VOA 한국어, 동아일보 영어판, 주한 미대사관)등을 활용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가운데 스터디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들어서 스터디 파트너 둘 다 괴로워했지만, 그 과정 중에도 다양한 배경지식과 표현을 익히면서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한영은 처음 시작한 것이라서 초반에는 엄청 버벅댔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인데도 듣고 나면 기억이 뒤죽박죽이 돼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은선생님께서 영한통역을 할 때는 영영요약을 한다고 생각하고 듣고, 한영통역을 할 때도 한한요약을 한다고 생각하고, 듣는 언어에만 집중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연습하기 시작하니까 차차 좋아졌습니다. 특히 한국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억지로 기억하려고 애쓸 때보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대의는 기억이 나게 됩니다. 일단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자신을 믿고 입을 떼면 어떻게든 문장을 구성해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전에 영영으로 fluency를 높이고 암기를 통해 여러 가지 표현을 많이 익힌 것이 합쳐진 결과였고, 이런 준비 과정이 없이 바로 한영을 하려고 시작하면 좌절만 늘 것 같습니다.
 
 
 
[한영 Fluency]
 

Fluency는 호주에 일년 다녀온 것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단순히 다녀온 것뿐 아니라 가기 전에 (가서 못할 까봐 너무 무서워서) 계속 회화 학원에 다니고, 회화, 토론 스터디를 하고 회화 표현과 기본 문형을 외워 둔 것이 나중에 다 쓰인 것 같습니다. 호주에서는 night life는 별로 없고 밤은 길기(!) 때문에 외국 친구들(원어민, 비원어민 모두)과 주로 수다떨며 지냈는데, 그 때가 바로 제 fluency가 가장 늘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자 그럴 기회가 현저히 줄어서 fluency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는데 나중에 다시 사용하려고 하자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교환학생 체류가 국내파인 저에게 약점이 될 수 있는 fluency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따금씩 영어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하루 일과를 영어로 정리하거나 주변 사물을 묘사하거나 하면서 기본적인 fluency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리딩,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
 

리딩 스터디는 세 명이 The Economist 지문 세 개를 정하고, 각자 하나씩 읽어 온 다음, OX 문제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읽은 후 담당자가 내는 OX 문제에 답해서 이해도를 측정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해진 시간에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좀 더 길러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기본 리딩과 어휘 실력이 있고 나서 이런 스터디를 통해 요령과 속도감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시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리딩을 싫어해서 편식을 했고, 이러한 잘못된 공부습관으로 절대적인 리딩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리딩에 별로 자신은 없었습니다.
 
 
 
9월부터 주말에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은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시작한 것인데 네 명이 각자 정치, 경제, 사회&환경, 과학&보건으로 주제영역을 나누고, 지금까지 공부한 자료에서 주요 표현을 한-영으로 정리해서 문제로 내고 즉각 표현을 꺼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자료를 준비할 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현을 외우게 되고, 막판에 다른 분들이 정리한 자료까지 한꺼번에 단 시간에 정리해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는 강력히 추천합니다.
 
 
 
[1차 준비]
 

9월에 장홍석 선생님 1차 모의고사강의를 들었는데 점수가 거의 반타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문제를 보면서 풀려고 하니까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들은 후에 시간이 부족하면 나중에 돌아와서라도 풀었더니 리스닝 점수가 훨씬 올라갔습니다. 리딩은 어휘가 부족해서 평소에 정리만 하고 외우지 않았던 단어 정리장을 바짝 외웠더니 일단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10월이 되어서야 1차가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해서 타학원 모의고사와 지난 10년간의 기출문제를 구해서 풀었습니다. 그런데 점수가 27점에서 45점까지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계속 1차가 불안했습니다. 지금까지 2차 중심으로만 공부했던 것이 후회될 정도였습니다.
 
 
 
한국어는 별로 준비 한 것이 없고, 10월에 KBS 한국어 능력시험 모의고사집을 사서 3회 정도 풀었습니다. 그런데 맞춤법은 틀리는 것은 계속 틀렸기 때문에 학원가에 돌아다니는 맞춤법 자료를 틈틈이 외웠더니 어느 정도 틀 안에서 나오는 문제는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한자는 예전부터 싫어했고 약했기 때문에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기본이 너무 없으니까 무작정 외우려고 해도 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1차 시험]
 

시험 1주일 전부터 2차 준비는 접고 1차 모의고사만 계속 풀었고, 시험 전 날까지도 점수가 별로 좋지 않아서 기분이 다운된 상태였지만,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려고 애썼습니다. 1차 시험 전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불안하고 떨려서 한참을 깨어있었습니다. 2차 시험도 아닌데 우황청심원까지 먹고 시험에 임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그리 떨리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장 분위기는 수능 시험장 비슷합니다. 1교시 한국어는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듣는 것은 물론 어렵지 않았는데 '특히 강조하지 않았던 것을 고르시오'라는 질문에 답을 고르려다 보면, 다 지문에서 한번씩 언급은 되었던 내용인 식이어서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 학술 논문 같은 약간 난해한 내용의 글을 놓고 글의 적절한 순서를 끼워 맞추는 식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맞춤법은 평이했는데 외운 내용이 헷갈려서 고민을 했고, 한자는 다행히도 쉽게 나와서 한자에 까막눈인 저도 자신 있게 풀 수 있었습니다.
 
 
 
2교시 전공영어는 리스닝이 쉬웠습니다. 전체 50개 문항 중 30개가 리스닝, 20개가 리딩이었습니다. 리스닝은 2000년대 전반의 기출문제처럼 짧은 지문을 들려주고, True/False를 찾는 문제가 5개였고, 나머지는 남녀가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Exchange'문제였습니다. 토플 Part B처럼 남녀가 등장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데, 대화하듯이 여러 번 주고받는 게 아니라, 한 번 한 사람이 길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또 한 번 길게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들을 때는 쉬웠는데 문제를 고를 때 애매한 게 많았습니다. 한 Exchange 당 문제가 2-3개 있었는데 True/False를 고르는 문제와 남녀 입장의 관계를 고르는 문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관계를 고르는 것은 예를 들어 '여자는 남자의 의견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식인데 보기 4개 중에 대부분 2개가 둘 다 답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애매했기 때문에 수험생들 대부분 여기에서 애를 먹은 것 같습니다. 리스닝이 너무 쉬웠기 때문에 청해력보다는 논리력을 묻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리스닝 중 애매했던 것을 표시해 놓고 다시 돌아가서 고민한 다음 답을 정했더니 리딩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리딩 지문이나 문제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지문 4개 중 2개를 읽고 나니 10분 남았다고 해서 그 때부터 마음이 불안해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냥 문제부터 읽고 해당 부분을 거꾸로 찾아가면서 풀었고, 시간이 1분쯤 남았을 때 남은 문제 몇 개는 그냥 다 C로 찍었습니다.
 
 
 
[1차 결과를 기다리면서]
 

시험을 치고 나왔는데 처음에는 리스닝이 쉬웠던 것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이 대부분 리딩 지문을 3개 이상 풀었다는 말을 들으니까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차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너무 괴로웠고 공부에도 집중을 별로 못했습니다. 은선생님이 수업시간에, 1차 시험이 끝난 뒤에는 1차에 합격했다고 생각하고 계속 2차 시험 준비하라고 하셨고, 저도 이성적으로는 그래야 하는 걸 알았지만 점점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면서 1차 발표 전날에는 스파 지혜 언니와 한강 뚝섬에 가서 찬바람 맞고 쏘다니며 방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언니가 저 때문에 loser mentality에 빠졌어요.) 나중에 1차 결과를 보고 합격한 걸 알게 됐을 때, 학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2차 준비 공부를 조금 했는데 이미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일주일을 담담하게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1차 발표가 났던 2차 전날 금요일 오후에는 에세이 주제에 나올 만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그것에 대한 저의 찬반 입장과 이유를 간단히 정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 뒤집기 연습을 하고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도 1차 때보다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1차에 붙은 것 자체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서, 덤으로 주어진 기회에 대한 초탈한 마음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필답은 토요일, 구술은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2차 필답]
 

영한/한영 번역-->한국어 에세이-->영어 에세이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영한 번역이 세계사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는데, 내용 자체가 약간 난해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멋있게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원문의 뜻을 틀리지 않게 시간 안에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은 국제 형사 재판소에 있는 한국인 판사에 대한 기사문이었고 평이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한 문단을 번역하지 못했는데, 나머지 문단을 번역하느니 지금까지 쓴 것의 전체 검토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검토를 통해 틀리거나 빠진 부분을 잡아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일각에서는 한국이 GDP 3만불 시대에 들어가야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다수를 소외시키는 물질 만능주의의 경제 성장은 국민의 삶의 질에 좋지 않다고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 1. 그래야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2. 경제가 성장해야 복지 사회가 가능하다'는 요지로 썼고, 전체 필답 고사 중에 스스로 만족스럽게 쓴 것은 한국어 에세이 밖에 없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예상과 너무 달라서 잠깐 당황했습니다. 작년 문제는 시사적인 것이었는데 올해는 '외국인 친지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문화 충격을 줄여 줄 수 있는 편지를 몇 가지 항목을 정해 쓰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인데 캐주얼하게 써도 되나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친구에게 쓴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제가 호주에 갔을 때 받았던 문화 충격을 반대로 뒤집어서, '한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 사람들이 다 Asian-looking이고 너를 외국인이라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몸이 좀 부딪치더라도 미안하다고 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먼저 웃고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무례해서가 아니라 그게 우리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등의 내용을 썼습니다.
 
 
 
[2차 구술]
 

오후 시험 중 11번째로 시험을 봤습니다. 애경홀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대기했는데 그 때까지 안 떨리던 마음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안면만 있었던 장현수씨가 저에게 뒤집기 스터디를 해주셔서(감사합니다!!) 몇 번 뒤집기를 하고 나자 자신감이 생기면서 약간 안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장 안에 들어가자 저도 모르게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다섯 분이 앉아 계셨고 외국인 여자 교수님이 icebreaker로 '점심 먹었냐'고 하셔서 솔직히 떨려서 못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나가서 '뭘 먹고 싶으냐'고 하셔서 먹을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먹을 거라고 했더니 다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줄 거라고 하시고 bird flu에 관한 내용을 바로 읽으셨는데 급히 진행하자 긴장과 흥분에 휩싸여서 정확하게 듣지를 못했고 내용도 일부밖에 기억을 못했습니다. 이미 머리 속이 복잡해졌지만 워낙 수업 때 단련이 돼서 그런지 당황한 모습을 보이진 않고 일단 아는 내용까지만 이야기하고 '이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셨는데 답을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는 option 자체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제 생각에 들었다고 생각한 내용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영을 읽어주셨는데 도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영한을 못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한영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더니 한국어라서 전체 대의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한국 사회에 도박이 만연해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돈이면 뭐든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가 퍼져 있어서 사람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쉽게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둘째, 도박이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시작하면 끊기도 힘들고 끊어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셋째, 사회가 도박에 빠지기 쉬운 분위기로, 복권 당첨된 사람 등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론 등에서 널리 다룬다'정도로 포인트가 분명해서 기억하기 쉬웠고 어려운 표현도 별로 없었습니다. 한참 바다 이야기로 떠들썩할 때 도박에 대한 텍스트를 외웠기 때문에 그 때 외운 'hit the jackpot' 'getting rich quick'같은 표현들을 활용해서 통역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들을 때 중간에 잠깐 멍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그대로 통역할 수 없었고 그냥 제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재구성해서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말했습니다. 영한 때는 시큰둥하시던 교수님들이 한영 때는 다시 고개를 들어 저를 유심히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준비 기간 마지막에는 영한보다 한영에 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한영은 괜찮았다는 느낌으로 나왔습니다.
 
 
 
[2차 시험 후]
 

그러나 국내파에게 더 중요한 영한을 잘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일주일동안 너무나 괴롭게 지냈습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계획까지 다 세웠습니다. 나름대로 제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시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어서 다시 공부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1차 통과한 걸로도 선전(善戰)했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요. 그러던 중에 전혀 예상치 않게 합격 소식을 듣게 돼서 얼떨떨하기도 하고 전산 오류가 아닌가 한참 불안에 떨기도 했습니다.
 
 
 
제가 너무 부족한데도 합격한 것이 부족한 실력을 노력으로 채우라고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실력 있는 다른 분들도 많이 있는데 제가 합격한 것 자체가 황송하기까지 하고, 시험이란 것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가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나 합격 소식을 들은 후나 제 진짜 실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합격과 불합격에 관계없이 자신의 실력만이 자신을 제대로 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디서 공부하든 스스로 갈고 닦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분들]
 

영어 공부뿐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와 인생의 자세에 대해서까지 진정한 스승이 되어주셨던 은천성 선생님께 가장 감사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통틀어서 가장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이 은선생님이십니다. 가끔 마음이 약해질 때 예전 '오늘의 금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던 생각이 납니다. 대학 선배, 직장 선배에서 스터디 파트너, 이제는 통대 동기생까지 인연이 이어지게 된 지혜 언니에게도 고맙습니다. 함께 합격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언니의 청해력, 기억력, 집중력, 지구력, 성실성은 항상 저에게 자극이 되었고, 힘든 공부를 하는 와중에 서로 감정적으로도 의지하고 북돋아줄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파 만나는 것도 큰복인데 저는 정말 복 받았어요. 같이 한한 스터디 하고 늘 저에게 영어 텍스트 같이 외우자고 매달려서 억지로(?) 저도 외우게 하셨던 장지영씨에게도 감사하고 같이 합격해서 기쁩니다.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 같이 했던 정인씨, 경희씨, 잔디랑 세미, 종합반 함께 들었던, 실력으로 무장하신 많은 분들,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작정 호주 갈 때부터 회사 그만둘 때까지 늘 믿고 지지해 주셨던 부모님과 늘 말 없이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던 친구 설이에게도 감사합니다.
 
 
 
아직도 합격해서 기쁘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처음 영어의 소리에 매료돼서 바닥부터 공부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서도 건승(健勝)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구도현
 
 
 
[시험]
 

(1차 시험-에세이)
 
-시험-
 
이대는 작년 문제 형식도 재작년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올해도 문제가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지를 받아보니 이번에는 한글 지문이었습니다. '...봉건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바뀌면서... 인권이 중시되고...' 처음엔 잠시 당황했습니다. 내용 자체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가다듬고 문제의 요점을 파악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 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개인 소유지의 개발(개인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저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에세이 연습 때 다루어보지 않은 주제였기 때문에, 개요 짜기까지 넉넉히 15분을 잡았습니다. 문제가 요구하는 명확한 견해 와 근거 제시 및 글의 유기적 연결성을 중시했습니다. 또 같은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는 되도록 다양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론에서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므로 균형 유지가 중요한데, 이 특정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지지한다. 민주주의, 환경문제가 근거이다.'로 시작하여 본론 1에서 민주주의, 본론 2에서 환경문제를 각각 들어 근거를 제시하며 개발을 반대했습니다. 결론에서 역시 사익, 공익의 균형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환경보전은 인류의 의무이자 인권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준비-
 
1월부터 6월까지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반을 꾸준히 수강했습니다. 처음 두 달 정도는 마음에 드는 에세이가 안 써져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영어실력, 배경지식, 논리력에 근거한 명확한 의견 전개 등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제로 주어지는 필사와 200자 에세이를 계속 병행했습니다. 필사는 계속 하다보면 자연스러운 영어를 습득하게 되고, 관사나 단복수 표현 등 습관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영어를 교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같습니다. 200자 에세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해당 주제에 대한 글을 찾아 읽어보고, 유용한 표현은 에세이에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가 힘든 주제의 경우에는 전문가가 쓴 글의 논리를 흉내 내보기도 했습니다.
 
7월부터 시험 직전까지는 일주일에 두 번씩 4인 스터디를 했습니다. 서로 돌아가며 제시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과 시간조절을 평소에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스터디 후에는 유용한 표현을 정리했고, 확실치 않은 표현은 구글 검색으로 확인해보았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에는 그 동안 써보았던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고 정리했던 표현들을 훑어봤습니다.
 
 
 
(2차 시험-통역)
 
통역과만 지원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시험을 보게 될 줄은 알았지만 막상 시간표를 보니 9시 맨 첫 순서였습니다. 시험장에 40분 정도 먼저 도착해 대기실에서 시험 직전까지 정리 노트를 훑어봤지만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혼자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조교 분이 호명을 한 후 수험생을 해당 교실로 안내했습니다. 세 교실로 나누어 시험을 보았는데 제가 들어갔던 교실에는 네 분이 계셨습니다. 교수님, 녹음을 하시는 조교 분, 한영, 영한을 각각 읽어주신 분이었습니다. 긴장을 했는지 시험관들의 얼굴을 쳐다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처음에 교수님께서 가벼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학부 때 통역수업을 들었는데 어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한국어로 질문을 하셨는데, 영어로 질문을 받은 수험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통역 시험 중에는 고정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말을 해야했는데 eye contact는 거의 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앞쪽 벽만 똑바로 바라보고 했습니다.
 

-한영-
 
'동물도 인간처럼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이 원숭이 실험을 했다. 우리에 원숭이를 넣고 레버를 당기면 먹이가 나오도록 했다. 옆 우리에는 다른 원숭이를 넣었다. 그리고 레버를 당기는 원숭이가 자신이 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옆 우리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는 것을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원숭이는 놀랍게도 5일-12(?)일 동안 레버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감정이입이 오직 인간에게만 가능하다는 인류의 오랜 믿음을 뒤집고 영장류도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다.'
 
이 정도로 기억이 됩니다. 학원 수업에서 연습하던 길이와 비슷했고, 또 논리가 명확하고 실험이 첨가되어 전체적 흐름을 기억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인지 막상 입을 떼자 첫 부분이 많이 느리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었고, 실수를 했다가 다시 말하게 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려다 보니 평소보다 전체적으로 조금 더 느리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영한-
 
'미국의 어느 지역 일간지에 따르면 어린이의 40%정도가 비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학교 당국에서는 교내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학생들에게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생일 때 먹는 cupcake도 제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단 음식을 제한하면 이를 더 먹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연1회 있는 행사 때 먹는 cupcake을 제한하는 것보다 햄버거를 비롯해 학생들이 학교 식당에서 평소에 먹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라 충고한다'
 
이런 요지였습니다. 영한은 학원수업에서의 공개 발표보다는 파트너와의 스터디나 셀프 스터디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사실 걱정이 됐지만, 비교적 평이한 주제가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
 
우선 논리적인 텍스트를 듣고 정리해서 요점을 말하는 능력, 즉 논리력과 메모리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5월부터 한한스터디를 거의 매일 하나씩 했습니다. 처음에는 쉬운 글을 읽어줘도 제대로 논리적인 요점정리를 하기가 힘들었고 속도도 무척 느렸습니다. 다행히 좋은 파트너 언니를 만나 꼼꼼한 critique 을 받으면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논리력을 기르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하게 됐습니다. 9월쯤에는 한한 자료로 간단하게나마 한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영 스터디도 8월 정도부터 주 3회 꾸준히 했습니다.
 
7월부터 들었던 은 선생님의 한영수업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8월까지는 암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를 했는데 외운 내용이 중간에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자괴심에 빠져 7월 중반에 잠시 수업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8월부턴 다시 발표하고 절망하고를 반복하며 꾸역꾸역 끝까지 수업을 들었습니다.
 
영한은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가지고 스터디를 하거나 혼자서 연습했습니다. 1-3분 정도로 끊어서 통역을 했고 혼자서 공부할 때는 요점만 파악하고 넘어가기보다는 독해수준으로 이해가 될 때까지 같은 자료를 여러 번 반복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역 공부는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겸손의 미덕을 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어사랑학원에 오기 전인 1년 전과 지금의 저를 비교해볼 때, 크게 바뀐 것은 실력보다 마음가짐입니다. 또한 자신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끊임없이 보완하면서 자신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부족해 힘에 부칠 때, 잠시나마 쉬어가자 생각했던 때를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석은 욕심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현재 실력을 인정하고 그저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비법 아닌 비법인 것을...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나면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 의구심이 들고 좌절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정진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일을 하시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신 분들도 계신데, 제가 올 한 해 다른 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었던 복을 누린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영어사랑학원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며 솔선수범 하시는 은 선생님을 비롯해 학원생들의 편의를 위해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다른 모든 직원분들 덕분에 항상 안정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만 쫓아다니는 딸을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 같이 공부하는 내내 서로 의지했고 또 많은 조언을 해준 지원언니,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권혜미
 
 
 
이 공부가 힘들 때마다 스터디 파트너와 합격하면 수기에 이 말을 적어야겠다 저 말을 적어야겠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기도 했었는데 막상 정말 합격 수기를 적으려고 하니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먼저 통역사의 마음가짐과 공부의 길을 보여주신 은천성 선생님, 짝꿍처럼 매일 함께 공부하고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아준 스파 민정언니, 의기소침 해있을 때 청량하고 긍정적인 말들로 피폐한 마음에 바카스 + 비타500을 합쳐 마신 것 같은 에너지를 준 스파 동희가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먼저 은 선생님과 스터디 파트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차 시험]
 
'인간에게는 신성 불가침의 권리가 있는데 환경보존을 위해 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야 될 때도 있다. 개인과 국가의 이익이 상충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내용의 한글로 주어진 논제였습니다. 그 동안 에세이 시험을 준비하게 위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GRE, TOEFL 그리고 시사 주제를 놓고 8월부터 1주일에 두 번씩 시간을 정해서 쓰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이대는 시사적인 문제보다는 인권, 민주주의 등 철학적 문제를 중요시하는 듯해서 이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서인지 시험 당일 논제를 받고는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에세이 스터디를 할 때 시간 문제나 내용을 생각해 내는 어려움 같은 문제는 적었지만 철자와 문법 실수가 특히 잦았습니다. 은 선생님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 에세이를 제출한 후 항상 밑단에 '철자 유의!!!', '검토 요망,' '검토! 또 검토!' 평가와 함께 오자마다 파란 줄이 가득 그어진 첨삭 시험지를 받아봤는데 그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부담이 됐습니다. 스파인 민정언니로부터 지금까지 은 선생님의 에세이 첨삭에서 A를 받은 사람은 이대 1차를 대부분 통과했단 말을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첨삭 결과를 받아 볼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첨삭 결과를 확인했었습니다. 처음 에세이반을 수강한 9월에는 계속 '노력요망'이란 평가만 받아서 '난 1차에서 떨어지는 게 아닐까'하고 계속 불안에 떨었습니다. 의식은 하고 있었지만 털털한 성격 탓인지 오자와 문법 실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8일 동안의 긴 추석 연휴 바로 직전, 굵은 빨간색 글씨로 된 충격적인 은 선생님의 경고, '이렇게 스펠링이 틀리다간 1차 시험이 위태로움.' 두둥 -.-;; 그래서 10월 초 추석 연휴 내내 그 동안 써 본 에세이를 다 끄집어내서 다시 써보면서 문법 오류를 다 잡고, 주의 요망 스펠링 리스트를 정리해 계속 외웠습니다. 다행이 그 이후로는 첨삭 시 지적 받는 횟수가 줄면서 A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합격 후 선생님께 그때 정말 두려웠다고 말씀 드렸더니, 일부러 추석 전에 긴장 좀 하라고 충격요법을 썼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험 당일에는 5분간 개요를 잡고 시간 안배에 신경 쓰면서 4 문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서론에는 주장인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제한 될 수 있다'를 부각시키고, 본론1은 '개인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무한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누릴 수 있다.' 본론 2는 '신성불가침의 인권을 제외한 권리, 예를 들어 재산권과 같은 경우에는 공리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다'라는 주장을 '그린벨트'를 예를 들어 전개했습니다. 평소에는 연습할 때 470자 정도 썼었는데, 은 선생님이 항상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하셨던 생각이 나서 밑으로 5줄 정도 남긴 상태에서 마무리하고, 20분 동안 두 번 검토했습니다. 양은 410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1차를 보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기간이 정말로 피 말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제가 썼던 문장들이 텔레프롬트처럼 머리 속에 계속 지나가며 오타와, 잘못 쓴 것 같은 표현들이 계속 생각이 나는데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ㅜ.ㅜ
 

[2차 시험]
 
이대는 2차 통역 시험이, 그 중 특히 영한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오후에 보는 사람 중 가장 처음으로 시험을 보게 돼서 더욱 긴장됐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름과 수험번호를 말하고 바로 시작했는데 한영을 먼저 읽어 주셨습니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란 주제로 원숭이 실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 낭독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했는데, 문장 하나 하나를 통역하기보다는 요지 전달에 목표를 두고 큰 줄거리만 통역했습니다. 가운데 앉아 계시던 교수님이 따뜻한 눈빛으로 고개를 계속 끄떡여 주셔서 응원이 됐기 때문에 그 분만 바라보면서 flow에 신경 쓰면서 통역을 끝냈습니다. 내용 중 원숭이가 전기 쇼크를 받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be electrified"라고 해야 될 것을 "electrocuted"와 짬뽕 된 "be electrofied"라고 튀어 나왔습니다. 왼쪽에 계시던 교수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게 목격 됐지만 모른 척하고 쓱 넘어갔는데 계속 찝찝했습니다.
 
한영은 작년 보다 쉬운 것 같아서 실수를 피하는데 초점을 뒀습니다. 은 선생님이 실전 종합반 수업에서 '영한 통역 시 디테일을 틀리게 말하는 것보다는 대의 파악과 flow에 신경을 쓰라'고 강조하신 게 생각나서 큰 줄거리를 막힘 없이 말하는데 유의했습니다. 내용 중 'cafeteria food'를 남들처럼 무난하게 '학생 식당'이라고 안하고 '급식'이라고 한 게 '오바'였지 않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나 봅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교수님이 영어로 'What is your position on this matter?'라고 물어 보셔서 당황했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넘 짧게 요지만 통역했나?' 혹은 '내가 합격시키기에는 간당간당해서 추가적인 테스트가 더 필요했나?' 오만 생각이 스쳤지만 빠르게 '아이들 식생활은 부모 책임이니, 따라서 학교의 cupcake ban은 필요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숨 돌렸는데 또 'then, what is your suggestion?'이란 추가 질문이 들어와 완전 당황. '먹는 것은 습관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가 좋은 식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요지로 답했습니다. 나중에 스파들에게 물어 보니 추가 질문을 받은 사람을 나밖에 없어서 '정말 내가 부족해서 추가 테스트를 했나 보다'라고 혼자 비약, 단정짓고 합격 때까지 떨었습니다.
 

예전에 들은 말인데 시험 준비하면서 항상 마음에 둔 구절이 있습니다. "진주의 가치는 흠집이 결정한다." 흠이 없는 진주일수록 좋은 진주란 말이지요. 시험은 모두가 긴장하고 평소 실력을 다 보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말 유려하고 뛰어나게 잘하려고 마음먹기보다는 실수를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강조하셨습니다. 제 합격 수기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빌며 준비하시는 분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민정
 
 
 
[1차 시험]
 
1차 시험 문제는 꽤 큰 글씨로 A4용지 한 장 분량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개인 소유의 토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곳일 경우, 국가가 개입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냐 아니면 개인의 권리가 우선이냐"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서론, 결론을 합해 4단락을 썼습니다. 시험지가 2장인데 다 쓰고 나니 세 줄 정도 남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글씨가 큰 편입니다. 한 줄에 열 단어 남짓 썼습니다.) 번역에세이 반에서 1시간 안에 쓰는 연습을 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시험 치기 전에 나름대로 시간을 분배해 놓고 썼습니다. 예를 들어 개요 짜는데 몇 분 이상을 넘기지 않거나 마지막에 검토 시간을 남겨 두는 식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한영-영한 순서였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시험관께서 수험번호와 이름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영 시험으로 이어졌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감정이입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한 원숭이 실험에 따르면 동물도 남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두 원숭이를 다른 우리에 가두고, 한 쪽 원숭이가 레버를 당기면 먹이가 나오는데, 이 때 다른 쪽 원숭이가 자동으로 전기 충격을 느끼게 했다.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 받는 것을 본 원숭이는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레버를 당기지 않았다. 이것은 동물도 측은지심을 느낀다는 증거이다." 문제가 끝나자마자 시작하고, 끊기지 않고 또박또박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께서 고개를 끄덕여주셨습니다. 바로 영한 시험이 이어졌습니다. "비만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소아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 학생의 생일에 컵 케이크를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생일 케이크는 아이들의 감정적인 부분에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비만 퇴치를 위해서 학교 식당에서 건강식을 제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추가적인 질문은 없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 시간에 실전모의고사 형식으로 다른 학생들 앞에서 은 선생님이 시험관이 되고 학생이 수험생이 되어 진행된 일대일 한영-영한 2차 시험 예행연습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교수님이 세 분 계셨는데, 계속 눈을 마주치며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방법]
 
1) "많은 사람들이 80%를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20%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하신 은 선생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못 들은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놓친 부분은 일일이 표시했습니다. 한 페이지가 다 빨갛게 된 적도 많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안다고 생각하고 모르고 지나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2) 수업 시간에 발표하면 틀린 것을 지적 받습니다. '아 틀렸구나'하면서 부끄러워만 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는데, 어느 날부터 지적해 주신 것을 교재에 따로 적었습니다. 첨삭 받은 에세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에 받은 에세이를 정리하다가 같은 실수를 여러 번 한 것을 발견한 이후로 "현재 하고 있는 실수만 줄여보자"하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스스로 발표한 부분은 시간이 날 때 강의파일로 확인해서 들었습니다. 자신이 말할 때 느끼는 것보다 실제로 들어보면 훨씬 느리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영 발표는 받아써서 실수를 체크했습니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저도 망설이다 하게 되었는데, 사실 제가 몇 문장밖에 못하더라고요…;; 스터디를 할 때 한영도 거의 녹음을 해서 이런 식으로 했습니다. 단, 시험이 임박했을 때는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하지 않았습니다.^^
 
4) 은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공부 방법 중에서 시험을 앞두고 하기에 좋은 것은, '표현 모으기'(제가 나름대로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입니다. 한영을 할 때 쉬운 표현인데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10월에는 그 때까지 중구난방으로 정리했던 단어장을 모아서 아직도 생소한 표현들은 과감히 버리고 이미 입에 익은 표현 위주로 다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에세이는 한 주제로 쓸 때마다 필사했던 것을 모아두었다가 1차 시험 전에 역시 가장 손에 익고 무난한 것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확실히 내 것이 되었는가를 확인할 때 저는 입으로 외웠던 것은 써보고, 필사로 외웠던 것은 입으로 외우는 식으로 바꿔서 해 보았는데, 지겹지도 않고 혼자 확인할 때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5) 수업 3시간 중 가장 떨리면서도 부담이 되었던 것이 연설문 외우기였습니다. 외웠는데도 앞에 나가서 잘 하지 못한 날이면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결국 '완벽히' 외우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연설문 외우기 덕에 어느 정도까지 해야 정말 '외웠다'라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또, 외울 때에는 반복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이해하고 해야 합니다. 저는 내용으로 문단을 나누어서 한 문단씩, 연설문을 보지 않고 한국어로 떠올려보거나, 간단하게 적어 보고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핵심이 되는 표현을 먼저 떠올린 후에, 그 표현을 틀로 하고 다른 내용을 덧입히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도 처음 할 때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오예빈
 
 
 
저는 약 8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통역번역대학원공부를 시작하게 되어 공부초기에 사전 지식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이 때 많은 분들이 쓰신 수기를 읽고 도움을 받았기에 제 수기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학교 결정]
 
이대와 외대의 장단점과 제게 적합한 학교를 단시간 내에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두 학교 모두 실력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원학교 선택은 상당부분 입학시험방식을 고려하여 결정했습니다. 한국외대 1차 시험의 경우 국어/한문시험을 포함하여 모든 문제가 객관식으로 구성되어있으므로, 영어실력 외에도 시험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영어 자체만을 공부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판단하였기에 이화여대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이대 1차 시험은 500자 이내의 영문 에세이 작성으로 영어실력향상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주요 공부 방법]
 
어쨌든 입학시험 합격을 위해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해야 했으나, 기본방침은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고, 주된 공부 방법은 많은 자료를 공부하기보다는 수업시간에 받은 자료 위주로 정리/암기/반복하고, 뉴욕타임즈를 필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이코노미스트 등 시사잡지는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업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여 선생님의 크리틱을 최대한 흡수하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여러 차례 발표해봄으로써 2차 시험의 긴장을 사전에 대비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저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 그리고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종합반과 시사청취반을 주로 수강했습니다. 그 중 시사청취수업이 제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매일 일정량을 공부하고, 입문반 수준의 수업이었으므로 선생님께서 문법/해석을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수업의 복습이 제일 부담스러워 가장 열심히 암기/공부했기에 에세이 및 청취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LC 공부는 시사청취수업으로 대체했습니다.
 
 
 
1) 스터디
 
초반에 주위에서 스터디를 하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는 하고 있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초조했으나, 한/영(일정분량의 우리말을 듣고 영어로 통역), 영/한(일정분량의 영어를 듣고 우리말로 통역), 영/영, 에세이 스터디는 하지 못했습니다.
 
스터디는 개인차가 큰 것 같으며, 제 경우는 제 자신이 스터디 파트너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상대방에게 정확한 크리틱을 해줄 자신이 없었음), 나도 파트너의 크리틱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점, 크리틱에 자신이 없다면 아무리 간결하게 스터디를 하더라도 본인과 상대방의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을 앞두고서는 입에서 영어가 너무 안 나와 영/영 스터디나 간단한 영어토론 스터디를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한/영, 영/한 스터디를 하지 못한 대신, 수업에 최대한 참여함으로써 관련부문을 보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신 주 3-4회 30분씩 한/한 스터디를 했는데, 주로 과학/경제분야의 내용을 다뤄 일반상식을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원 동생과 함께 한 스터디가 매우 유익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취약점 중 하나가 서로 짝을 이루는 형용사/동사, 형용사/명사, 상황에 맞는 동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내용이 정리된 책의 일정량을 주 3-4회 20분씩 서로 묻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반복/암기하는 것입니다.
 
 
 
2) 필사
 
초반에는 별 생각 없이 수업자료, 뉴스기사 등을 무작위로 필사했는데, 필사는 공을 들일수록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뉴욕타임즈를 필사했는데 특히 시험을 얼마 앞두고는 예상 에세이 주제 (예 : 성형, 미인선발대회 등)를 뽑아 뉴욕타임즈에서 검색하여 주제별로 2-3개의 기사를 선정한 후 이를 필사하였는데, 필사방법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가지 주제로 2-3개의 기사를 읽다보면 반드시 반복 사용하는 표현이 나오고 이를 암기했던 것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pro/con 관련 자료를 읽는 것보다 필사를 통해 관련분야 지식을 쌓는 것이 에세이 작성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1차 시험]
 
올해 에세이 주제는 개인의 권리와 공익의 이해관계를 묻는 것으로 멸종위기 및 희귀종 식물에 대한 사례가 함께 나왔습니다. 또한 예년과 달리 지문이 반 페이지 이상의 길이로, 그리고 한글로 작성되어있었습니다.
 
문제를 본 순간, 적당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고 2-3가지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만 떠올라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 내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지도 않고, 작성시간도 부족할 것이 자명하여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를 다듬어 3가지 소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면 긴장감으로 인해 다들 머리회전이 빠르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 한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나면 쉽게 수정되지도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 범주에서 주제와 논리를 최대한 맞추어 작성한다면 시간 내에 에세이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시험 종료 10분전까지 글을 마무리하고 점검을 했는데 인칭, 시제 등의 실수가 몇 개씩이나 발견된 것을 보니 마무리 점검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는 은 선생님의 번역/에세이반 과 장 선생님의 토요실전반을 통해 준비했는데 매시간 하나의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선생님들께서 많은 부문을 체크해주셨기 때문에 별도의 에세이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오전에 2차 지망한 번역과 시험도 봤는데, 영/한은 중간 한두 군데 해석하기에 모호한 표현이 나와 있어 한/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반복되는 내용이 많이 나와 이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번역과 시험은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께서 실제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1차 시험의 시간안배계획은 많이들 세우시는데, 번역과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2차 시험의 시간안배도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후에 통역과 시험을 쳤는데 학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전년도 문제와 비교해 봤을 때 난이도가 다소 낮았습니다. 3명의 교수님이 자리에 앉아 계셨고, 저는 마이크가 있는 책상에 앉아 시험을 봤습니다. 가볍게 대학전공을 물으신 후, 바로 한/영, 영/한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영어가 잘 나오지 않고 꼬임 현상이 많이 나타나, 한/영은 되도록 짧게 주제 중심으로만 통역했습니다. 영/한의 경우 내용은 어렵지 않았으나, 말하다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과감히 생략했어야 하는데 통역을 밀고 나간 점이 시험 후 상당히 후회됐습니다.
 
참고로 저는 목소리가 크다는 장점이 있으나 말하다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험 전날 은 선생님께서 이를 지적해주셔서 시험 당일엔 평상시보다 상당히 차분하게 통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개인에게 해주시는 지적사항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의 배려를 해주신 가족, 좋은 수업을 해주신 은 선생님, 장 선생님, 그리고 서로의 고민을 함께 나눴던 금선씨와 희진씨께 감사드립니다.
 
 
 
 
 
이기청
 
 
 
아직도 너무나 많이 부족한 제가 감히 '합격수기'난에 글을 올려도 될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영어사랑'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고, 시험장에서의 제 경험이 시험 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영어사랑 학원 사이트에 이미 훌륭한 수기들이 많이 있고, 저는 아직도 수기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기에, 그저 이번 시험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차 시험]
 
 
 
이대의 1차 시험은 토플이나 GRE 수준의 주제가 출제되는 것이 주요 경향인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서식지이자 환경보호가 시급한 지역을 개인 소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관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이 상충될 경우의 해결방안에 대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시험 전에는 시험과 똑같은 환경 아래서 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한달 전부터 10시부터 11시10분까지 실제 시험이 실시되는 시간 동안 거의 매일 에세이를 하나씩 쓰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양도 A4용지 한 페이지 이상을 넘지 못하고 아예 논리에서 완전히 어긋난 에세이를 쓴 적도 많았지만, 무조건 "끝까지 쓴다"는 원칙 아래 20여 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던 것이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저는 옮겨 쓰는 연습은 하지 않고, 그저 10분 정도를 남기는 연습만 했는데, 결국 시험장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시간에 쫓기면서 가까스로 에세이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는 긴장한데다 욕심이 생겨 초안을 쓰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런 연습까지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2차 시험]
 
 
 
첫 번째는 한영을 시키셨는데 하버드에서 진행된 실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처럼 동물도 감정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한 원숭이가 먹이를 얻기 위해 레버를 당기면 옆 우리에 있던 원숭이가 전기충격을 당하게 하자, 그것을 보고 놀란 원숭이가 배고픔을 무릅쓰고 5-10일 정도나 레버를 당기지 않았다는 실험결과를 통해 동물도 남을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 영한은 어린이 비만에 의한 것이었는데 시카고에 있는 아이들의 40% 정도가 비만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 음식을 제한하는 방법을 썼는데 이것이 오히려 먹고 싶은 마음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매일매일 식단을 조절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내용 같았습니다.
 
 
 
평소 한영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한이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을 보면 역시 LC와 한국어, 그리고 연습의 양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한영통역 수업 중에 에세이 발표순서 때 비슷한 난이도와 조건 아래서 발표하는 것을 적어도 보고 듣고 그리고 비슷하게 해보려고 노력해 봤다는 점이 정말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께서 마이크 앞에서는 뜸을 들이지 말고 일단 어떤 말이든 시작하고, 절대 불완전한 문장으로 끝내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가르쳐 주신 것이 실전에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후기]
 
 
 
도무지 늘지 않는 것 같은 실력에 좌절하고 있을 때 "The unendurable is the beginning of the curve of joy."라는 금언을 듣고 힘을 얻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의 자질과 실력에 회의가 들고 막막할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고, 그것마저 하지 않는 것을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왔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임계질량에 도달하기 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생각은 제가 지칠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AFN을 틈만 나면 틀어놓고 들으려고 했던 점과 코리아 헤럴드를 꼼꼼히 다 읽으려고 노력한 점,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제가 좋아하는 시트콤 프렌즈의 mp3파일을 들으면서 잠을 청하던 것 등이 알게 모르게 제게 많은 도움과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학원을 찾았을 때 매일매일 소개해주시는 마음을 울리는 격언과 은 선생님의 명쾌한 강의도 참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이웃돕기 소식과 학원 곳곳에 보이는 절약 정신이었습니다. 이번 11월의 新시사청취수업에서 다루는 에이즈 고아들을 보며 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영어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모든 영어사랑 식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선희
 
 
 
[통대 공부 시작 계기]
 
 
 
작년 6월 직장동료를 통해 영어사랑을 알게 되어 장홍석 선생님의 토요통역&시사토론반을 듣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통대준비 보다는 일주일에 하루라도 공부하는 분위기에 노출되는 것이 좋았는데 점점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9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이대 시험을 봤는데 1차에서 떨어졌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학 3학년 때 처음 비행기를 타본 순수 국내파로 시작할 때의 제 영어실력은 대충 알아듣는 정도였습니다. 외국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했고, CNN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 지 몰랐고, 영자신문 기사 하나를 정독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1차 시험 준비] * 수강과목: 번역/에세이종합반 (1월-4월, 8월, 10월)
 
 
 
(필사)
 

1차 시험 준비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매일매일 필사하기입니다. 작년 10월 은천성 선생님 실전번역/에세이반을 들으면서 알게 된 방법으로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틀리는 것도 많고, 한번 틀린 것이 계속 틀려서 '이게 소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월해지고 틀리는 것도 적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1월에 숙제로 에세이를 냈는데 처음으로 A를 받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필사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초반엔 하루에 2-3장씩 했지만 다른 공부분량이 늘면서 거르는 날이 많아져서 조금을 하더라도 매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공책 한바닥을 분량으로 정하고 그 날 분량을 못하게 되면 다음날이나 주말을 이용해 그 분량을 채우는 방법으로 1차 시험 전까지 했습니다. 7, 8월경에는 필사만 하는 것이 지루해서 요약과 병행했습니다. 필사자료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주로 했습니다. 공부가 안될 때는 'YOUR BEST LIFE NOW(긍정의 힘)'중 제 상황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아 필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즈 사설도 논리전개에 도움이 되긴 했는데, 실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표현보다는 멋을 부린 표현이 많아서 기사체가 더 편했습니다.
 
 
 
(논리전개)
 

필사를 꾸준히 한 덕에 8월쯤에는 한국식 발상이나 틀린 어법은 거의 쓰지 않게 되었는데, 문제는 논리전개였습니다. 그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책이었습니다. 시중에 쉽고 재미있게 짜여진 논술책이나 논술잡지가 많이 나와 있었는데, 찬/반을 다루는 주제들을 찾아서 20분 정도 시간을 정해 놓고 개요를 짜고 영어로 서론만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개요가 잘 짜여있지 않으면 본론에서 쓸 얘기가 없어 중구난방 아무 얘기나 끌어다 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글의 설득력도 없어지고 얘기를 만들어서 쓰느라 문법이나 어법이 깨진 영어를 쓸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내 생각을 중심으로 개요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틀리지 않는 영어에 맞춰서 개요를 짜는 연습을 했습니다.
 
 
 
(에세이 스터디)
 

시험보기 전달인 10월에는 실전번역/에세이반에서 60분 시간을 맞춰놓고 쓰는 연습을 했고, 토요일에 따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에세이 스터디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스스로 관심이 가는 주제를 고르기 때문에 관련표현을 좀더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표현에 대해서 파트너와 의견교환을 하고 Google에서 그 용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차 시험 준비] * 수강과목: 입문청취반(3월), 한영통역반(5월), 통역종합반(6월-8월, 10월) 영한통역반(9월), 2차 시험 최종 점검반(11월)
 
 
 
8월까지 영한 스터디는 따로 하지 않았고, 수업시간에 다룬 영영요약, 영한통역내용을 복습하기만 했습니다. 한영도 수업자료인 연설문, 한영문장구역 부분을 외우고, 스터디를 하더라도 영한, 한영 뒤집기는 시도하지 않고, 외운 것을 수업 전에 확인하는 정도만 했습니다.
 
 
 
(연설문 외우기)
 

5월에 처음 한영통역반을 들었는데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외워도 막상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외운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통과를 외치기 일쑤였고, 발표를 해도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은 선생님이 '속도가 느린 것은 번역하듯이 외우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4월까지 들었던 번역/에세이종합반에서 뉴스위크 지문을 외우고, 문장구역을 하듯이 연설문을 외운 것이 문제였습니다. 번역하듯이 의미파악 위주로 외웠기 때문에 외울 당시에는 '다 안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입에 붙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외우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며 괴로워하던 중 '외워도 잊어버리는 것은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외우듯이 달달 외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동안 연설문 외우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처음엔 약 3분 정도 분량의 부시 대통령 주례라디오연설문을 외우는 데 8시간정도 걸렸습니다. 백악관 사이트에서 연설문 음성을 틀어놓고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한 것을 들으면서 외웠습니다.(보이스 레코더는 찍찍이보다 작고 녹음음질도 훨씬 좋아서 사용하기가 편리합니다.) 해석을 하지 않고 절단위로 끊으면서, 소리와 리듬을 외운다 생각하고, 어려운 부분은 나름대로 멜로디를 붙여 노래가사를 외우듯이 했습니다. 토니 블레어 총리 연설문은 음성소스를 받아도, 그런 식으로 외우기가 잘 되지 않아서, 의미를 파악한다고 생각하면서 대강 외웠습니다. 그렇게 소리로 외우는 연습을 한달 정도 하니 발표력도 좋아지고 내용도 빨리 들어오면서 외우는 시간도 3-4시간 정도로 단축됐습니다. 이때 외운 연설문 표현들이 에세이 쓸 때나 한영의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영영요약/영한)
 

통역종합반 두 번째 시간인 영영요약은 제가 제일 좋아하던 시간이었습니다. 교재가 미리 주어지는 영한과 달리 당일 뉴스를 바로 접할 수 있었고, 선생님이 짧게 틀어준 후 질문하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왜 못 잡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테잎 대신 mp3 강의파일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해서 끊고 혼자 요약해보면서 복습했습니다. 영한도 수업 당시 발표 길이만큼 듣고 한국어로 말해보면서 놓친 부분을 확인했습니다.
 
 
 
(한한스터디)
 

한한 스터디는 꾸준히 했는데 초반에는 스터디의 목적을 모르고 그냥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터디 자료도 신문 사설이나, 시사저널의 국제란 같이 어려운 내용 위주였고, 스터디를 할 때도 그럴싸한 한자표현을 쓰거나, 읽어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디테일이나, 숫자를 기억하는 것보다는 논지가 있는 쉬운 글로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4인 스터디: brainstorming/한영/영한)
 

8월이 끝나갈 즈음에 시험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해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정리를 해야할 것 같기는 한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댈지 난감했습니다. 스터디 보다는 거의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막상 스터디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는데, 9월 영사편지에 자세한 방법이 나와 있어서, 4인을 구성해 9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정치외교/경제IT/과학의학/사회기타로 나누어서 토요일마다 표현정리, 한영, 영한 스터디를 했습니다. 예상시간은 3시간이었지만,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5시간 반정도 걸렸습니다. 스터디 하는 시간도 그렇지만, 자료준비 하는 것, 스터디 후 복습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스터디를 하면서 표현도 카테고리별로 정리할 수 있었고, 한영, 영한 연습도 이 때 한 것이 거의 다 입니다. 2달째는 다시 처음 차례로 돌아와 같은 카테고리를 다루었는데, 이건 좀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실제, 한영에서도 정치나 경제에서 쓰이는 어려운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표현정리를 할 때도 너무 지엽적인 것까지 넣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그런 표현은 절대 내 입에서 안 나올 것 같아서 과감히 버렸습니다. 1차 시험 후 그동안 했던 브레인스토밍 자료가 실제 한영, 영한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했던 한영, 영한 스터디 자료를 상세 주제별로 분류해서 다시 표현 정리를 했습니다. 약 30개 정도의 주제를 정했고 그 중 비슷한 주제들을 묶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로 나누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의학'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보다는 구체적으로 에이즈, 흡연, 비만, 식품위생, 식생활 등으로 나눈 것입니다. 같은 주제를 다같이 정리를 해오는 것이었는데, 자료를 정리하면서 내가 놓친 부분을 가져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2차 시험 전까지 30개의 주제를 소화했고, 실제 2차 시험 주제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최종 점검반)
 

2차 시험 전에 수업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다 들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일단, 공부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덜했고, 리스닝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는 것도 심적 위안이 되었습니다. 또, 영문자료가 없는 것으로 한영을 하니 크리틱 때 나오는 표현들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고, 그 자료를 2차 준비 4인 스터디에 다시 사용하면서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
 
 
 
시험장에 일찍 도착해서 그 날 트리뷴 기사를 필사하고 스펠링, 오답노트를 훑어보면서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시험문제가 한국어로 나왔는데, 중, 고교 논술책을 보고 영어로 서론 쓰는 연습을 해서인지 문제를 빨리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유지에 관한 개인과 국가의 권리를 묻는 문제였는데 '개인의 권리가 우선한다'라고 정하고 1. 개인권리, 민주주의 토대. 2. 국가가 권리남용, 서민 피해. 라고 적고 개요를 짰습니다. 특히 영한수업 때 토지 수용권에 관한 주제를 다뤘고, 표현정리를 해 뒀기 때문에, 두 번째 아이디어로 연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시험 전에도 에세이 길이가 너무 짧아 걱정이 됐는데, 아이디어를 3개 잡으면 너무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두개로 밀고 나갔습니다. 전체 글자 수는 약 350자 정도로 썼는데, 답안지가 24줄 짜리 두 장이어서 길이가 짧은 티가 덜 났습니다. 24줄 짜리 한 장을 채우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면, 길이 자체가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은 당연히 모자랐지만, 그나마 평소에 60분으로 연습을 해서 시험 때 검토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차 시험 후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정도 가는데 실수한 것이 퍼뜩 생각나고 그에 이어 '그 표현이 맞았나? 스펠링이 맞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심란한 주말을 보냈지만, 월요일부터 마음을 잡고 2차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차 시험]
 
 
 
(번역)
 

1차 시험 결과가 나온 이후부터 걱정이 앞서고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전날에는 시험 시간표에 오전번역시험 이후 따로 점심시간이 없어서 '점심은 어떻게 해야하나, 옷은 뭘 입고가나'등등의 생각에 마무리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옷장을 뒤적이다 예쁘게 입는다고 평소에 잘 안 입는 옷을 입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평소 공부할 때 편하게 입는 옷을 입었고, 보온도시락에 도시락을 싸갔습니다. 번역시험 후 통역시험을 보면 힘들다고 1지망만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제 경우엔 번역시험을 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번역은 영한에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었고, 한영번역 때 이 표현 저 표현 생각하다가는 시간이 모자를 것 같아서 끝까지 번역을 하는 것을 목표로 빨리 써내려 갔습니다. 어쨌든 번역시험이 끝나고 나니 머리가 한바퀴 회전을 한 것 같았고, 마음도 편해져서 통역시험을 볼 때는 떨리거나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통역)
 

대기하는 동안에 연설문 녹음했던 것을 듣고, 표현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며 기다렸습니다. 번역을 안보고 통역만 보는 사람들이 오전에 시험이 끝나기 때문에 오전 팀이 시험장에서 나간 이후에는 당분간 화장실에 못 갑니다. 순서에 따라 두 명씩 조교를 따라가서 시험장 앞에서 대기하는데 옷 핀이 달린 수험표 비닐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수험표만 들고 온 사람들은 시험 볼 때 책상 위에 놔두고 해도 된다지만 가슴에 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시험장(작은 강의실)에 들어가니 4인 스터디 할 때처럼 3명의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일렬로 앉은 게 아니라, 첫줄에 두분, 그 뒷줄에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책상에는 마이크가 있었고 오른쪽에 녹음하는 조교가 있었는데 시야 밖이라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시험관과 수험생 사이에는 책상 하나 정도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이름과 수험표를 마이크에 대로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학부 때 전공은 무엇인지 물으셨고 바로 '한국어를 읽어 줄 테니 영어로 말해보세요'하고 한영문제를 읽어주셨습니다. '원숭이 두 마리로 실험을 했는데 각각 다른 우리 안에 넣고 한 원숭이가 레버를 당기면 음식을 얻을 수 있는데 동시에 다른 우리에 있는 원숭이가 전기충격을 받는다. 자기의 행동이 다른 원숭이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고 그 원숭이는 한동안 레버를 당기지 않다가 정말 배가 고플 때 레버를 당겼다. 이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감정, 언어 등을 유인원들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내용으로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분에 약간 주춤했는데 왼쪽의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그 뒤 다른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주셨는데, 청소년 비만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간부분을 놓쳐서 약간 망설이는데, 또 그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끄덕해서 용기를 내어, 이해한 것만을 얘기한다는 심정으로 그 부분을 빼고 결론을 얘기했습니다. 한영, 영한 모두 길이가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짧았고 난이도도 낮았습니다. 영한이 끝나고 '졸업 후 뭐했냐, 이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냐, 학원에 다녔냐, 혼자 공부했냐'등의 질문을 영어로 하셨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했다'고 대답했는데 시험장을 나오고 나서는 괜히 감점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도 들었지만, 학원을 다닌 게 나쁜 것도 아니고, 거짓말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대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맺음말]
 

4년 전 타학원의 통대 입문반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영어학원 파트타임을 하고 있었는데, 남는 시간에 공부도 할 겸 통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갔었습니다.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하려고 갔는데 다른 사람들 공부하는 걸 보니 엄두도 안 나고 스터디도 뭐 하는 건지 모르겠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확신했었습니다. 그 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시 이 길로 오게 됐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이 영어의 기본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력을 쌓는 곳이 아닌 입시위주 학원이었다면 아마 또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년 남짓한 제 경험이 다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썼지만, 사실 다른 사람의 경험보다는 어떤 방법이든 본인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용기를 준 정은이, 성실하게 스터디에 임해준 파트너들, 힘들 때마다 격려해준 정미언니,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준 부모님, 그리고 영어의 바른길을 제시해 주시고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소영
 
 
 
합격수기를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은 시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통역대학원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5월, 본격적으로 수험생 모드로 돌입한 것이 6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보도 없었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요. 나름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 8월 말 즈음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4년 정도 직장을 다니면서 이메일로 영어를 계속 사용하기는 했었습니다. 작년에 토플 시험 준비를 한 적도 있기는 하구요.
 
 
 
[에세이공부]
 

5월에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을 들었고, 6월부터 시험 때까지는 은천성 선생님의 실전번역/에세이반을 들었습니다. 통역 수업은 꿈도 못 꾸고 일단 올해는 1차만 통과를 하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도 공부한 표현이 에세이를 쓸 때 나오질 않아서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가, 머리가 돌인가, 내가 영어를 이렇게 못했나"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책상 앞에 아무리 앉아서 쓰고 외우고 해도 에세이를 쓸 때는 외운 것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계속 제 영어만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공부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8월 말에야 알았습니다.
 
 
 
숙제로 에세이를 쓸 때, 에세이 배경자료를 외운 후, 보지말고 쓰라는 은 선생님 말씀이 이해가 안됐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외워…' '난 원래 외우는 거 못해서 그렇게는 못해' 그러고는 대충 내용만 파악해서 제 영어로 써서 내고, 계속 그랬는데, 그게 잘 못 된 것이었습니다. 텍스트를 완전히 통째로 다 외우니까 외운 표현이 나오더라구요. 대신 공부하는 텍스트는 영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와 한글이 같이 있는 텍스트를 찾아서 영어와 한국말을 같이 외웠습니다. 영어와 한국말이 매치가 되니까 외우기도 더 쉽고, 에세이를 쓸 때도 내가 생각하는 것을 외운 한국말 중에 뽑아서 내 영어가 아닌 원어민의 영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텍스트 전체를 통째로, 아주 달달 외우니까, 외운 것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보기 전까지 스터디 파트너와 계속 달달 외워서 체크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반복이 아주 중요한데, 하루 이틀 지나면 거의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두 세 번이 아니라 한 번 외운 건 시험 때까지 계속 반복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떠올리면 쭉 기억이 나는 텍스트만 반복목록에서 제외시키고, 계속 새로운 것을 외우면서 동시에 이미 외웠던 것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두 달 전부터는 매일매일 에세이를 썼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서로의 에세이를 바꿔서 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구글을 통한 첨삭을 했는데, 에세이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됐지만, 상대방의 에세이를 구글을 통해 첨삭하면서 실력이 더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한한공부]
 

5월 중순쯤이었을 겁니다. 일단 학원게시판에서 한한 파트너를 찾는 공고를 보고 연락을 해서 한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제가 정말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 사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세 문장을 불러줘도 두 문장밖에 안나왔으니까요. 얼마동안을 그렇게 좌절하다가 방법을 바꿔보자 싶어서 양을 사설 한 단락 정도로 늘였습니다. 그랬더니 대충 흐름은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디테일은 잡지 못하더라도 줄기를 잡는 방향으로 계속 연습을 했습니다. 9월말 즈음엔 파트너에게 사정이 생겨서 한한은 더 하지 못했습니다.
 
 
 
[영한/한영공부]
 

영한, 한영은 정확하게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충 학원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8월 중순경이었던 것 같네요. 첫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파트너가 다 읽어 주었는데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등에서 식은땀은 나고.. 그래서 두 번 듣고 간신히 띄엄띄엄, 떠듬떠듬 뱉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한, 한영은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하니까 매일매일 좌절하면서도 조금씩 실력이 늘더라구요. 사실 2차는 '혹시'를 대비한 준비였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꾸준히 했습니다.
 
 
 
영한은 주3일은 mp3파일로, 2일은 파트너가 읽어주는 텍스트로 했습니다. 서로 크리틱하는 것이 어려워서 (크리틱도 기억력이 좋아야…-_-;;) 문법적으로 틀린 것만 지적하고는 각자 한 것을 녹음해서 자기가 한 것을 들어보고 스스로 크리틱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말할 때는 다 맞게 말하는 것 같은데 녹음한 테잎을 듣다보면 자질구레한 실수들이 들립니다. 어색한 표현들도 들리구요. 꼭 녹음해서 자신이 한 것을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영한은 듣기는 되지만 메모리 스팬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메모리도 문제지만(--;)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어공부 양 자체, 특히 읽기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군요. 그냥 계속 꾸준히 듣고 꾸준히 뱉는 연습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모르는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는 요령, 대충 단어하나만 짚고 넘어가는 요령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뭉뚱그려서 대충 줄기만을 말하는 요령도 생기는데,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도 들은 얘기입니다) 처음에 연습할 때는 정확하게 들은 부분을 정확한 한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파트너의 영한을 준비할 때 저는 한글 텍스트가 없는 것을 찾아서 먼저 조금 공부를 한 뒤에 파트너에게 크리틱 할 때는 직독직해를 하듯 했었는데, 그것이 읽기가 부족했던 저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영의 경우, 처음에는 소프트한 내용이 나오면 회화하듯 잘 할 수 있었는데, 점점 딱딱한 내용을 '달달 외우는' 공부를 하다보니 나중에는 딱딱한 내용을 하는 것도 조금 더 편해졌던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훈련하기 나름입니다.) 달달 외웠던 것은 에세이뿐 아니라 한영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올해 이대는 에세이 문제가 한글로 나왔습니다. 아마도 영어로 문제를 길게 낼 경우 문제에 나온 표현들을 가져다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합격한 것이 얼떨떨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것이 중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재학생을 만나서 들은 바에 따르면, 문제가 길게 나오는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과, 논리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 경우에는 그냥 수업시간에 쓰던 대로 썼는데, 본론부분에 쓸 말이 너무 생각이 안 나서 시험 시작하고 10분도 넘게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평이했던 만큼 구체적인 예를 들어야 교수님들이 다 읽고 나서도 기억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긴장해서 그런지 틀을 다 짜놓고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보통 수업시간에는 60분 동안 에세이를 쓸 때도 시간이 좀 남는 편이었는데, 시험 때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군요. 그래도 무조건 10분전까지는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10분 동안 검토하면서 교수님이 걷어가기 직전까지 문법이 틀린 부분을 두 군데 발견하고 고쳤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검토할 때도 보통 때보다 틀린 부분이 눈에 잘 안보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주어 하나에 동사가 여러 개 들어갈 때 인칭이나 시제를 잘못 쓰는 경향이 있어서 문장마다 주어와 동사를 매치 시켜서 보는데 꽤 조바심이 났습니다. ㅡㅡ; 반드시 10분은 검토를 해야 합니다.
 
 
 
[2차 시험]
 

1차 시험 끝난 다음날부터 2차 전날까지, 감사하게도 스터디 파트너와 1차에 같이 합격해서 함께 스터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하는데 정말 머리에서 단백질이 쑥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시험 날은 시험 한시간 반전에 파트너와 만나서 같이 커피 마시면서 영한, 한영을 한 번 씩 해보고 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 대기실에서는.. 스터디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대부분 mp3 듣고 계신 것 같던데, 저는 어차피 지금 듣는다고 될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긴장도 풀 겸 계속 파트너와 수다를 떨었습니다. 가만히,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전화로 하든 혹은 옆 사람과 하든 수다를 떠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떨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오는 것도 막고 '아 떨려'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분위기 녹이는 질문 같은 걸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없이 바로 시작했습니다. 수험번호 얘기하니, 한영 읽어주시는 교수님이 바로 한글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눈을 뜨고 들으면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눈을 감고 들었습니다. 내용은 대충 "동물도 인간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원숭이를 가지고 실험을 해보니까 그렇더라." 그런 내용이었고 길이도 별로 길지 않았습니다. 듣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다섯 문장 정도 뱉었던 것 같습니다. 서론 결론 한 문장씩, 본론 세 문장 정도…다행히 첫 문장이 잘 생각이 나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는데, 본론의 한 문장에서는 기본적인 단어도 생각이 안 나고, 주어를 잘못 잡아서 수동태로 돌리고 잠시 떠듬떠듬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으로 한 문장을 하고는, 1초 정도 망설인 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고 마무리했습니다. 그 1초 동안, "뒤에 조금 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무리를 제대로 못 지을 것 같아서 서둘러 끝냈습니다.
 
 
 
영한은 소아비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예년보다 훨씬 평이한 지문 때문에, 들으면서 잠시 '흐름+디테일로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 듣고 나니 디테일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줄거리를 비교적 빠른 한국말로 이어나갔습니다. 중간에 잠시 생각하거나 '어..' 이런 건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영한을 할 때는 가운데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거려주시고 계속 빤히 쳐다보셔서 어쩔 수 없이 한 번 눈을 맞추고 미소 지어드렸는데 그러다 까먹을 뻔했습니다. --; 일단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붙은 이유를 제 나름대로 추측해본 결과, 한영은 틀려도 당황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 포커 페이스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던 것, 줄거리 위주로 간략하게 얘기했던 것이, 그리고 영한 할 때는.. 워낙 한국말을 할 때도 형용사나 부사 없이 말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디테일에는 약한 편입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 디테일은 버리되, 대신 줄거리에서는 더하거나 뺀 것이 없었던 것. 그리고 조금 빠른 속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던 것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합격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후기]
 

공부할 때, 그리고 시험이 가까워 질 때는 마인트 컨트롤이 많이 중요합니다. 온갖 생각이 다 들어도 일단 지금은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성실하고 좋은, 자기에게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마음을 잘 맞춰서 서로 다독이면서 끝까지, 1차 발표가 날 때까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부족한 저를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시작할 때 '이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에 매번 일침을 가해준 지연이 정말 고맙고, 나보다 조금 일찍 공부 시작해서 공부하는 방법을 넉 달만에 알게 해주고, 에세이 점수 안 나올 때마다 같이 닭 먹어준 은성언니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희망 없어 보이는 에세이를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첨삭해주신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박경선
 
 
 
지금까지도 다소 얼떨떨한 느낌이 있고, 뛰어난 실력으로 합격한 것도 아니기에^^; 합격수기를 써도 되나 많이 망설였지만, 제 자신이 처음 공부 시작할 때 이대 번역과 합격수기가 거의 없어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나서 제 공부경험에 대해 좀 적어보려 합니다.
 
 
 
1. 목표 설정
 
은천성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분인데, 자신의 적성과 성향을 잘 생각해 보고 시험 유형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순발력보다는 꼼꼼하고 정확한 표현을 찾아내는 쪽이 나은 스타일이라 통역보다는 번역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듣기가 다소 약하고 글 쓰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꼈기에 외대보다 이대의 1차 유형이 저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족한 시간 내에 정신 없이 객관식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자신 없지만, 에세이를 쓰는 쪽이 비교적 자신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대 시험을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해에 합격을 못하더라도 1, 2차를 일단 모두 경험해 본 뒤 다음 해에 다시 도전을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2. 나는 이 공부를 해도 되는 사람인가? 혹은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잘한 결정인가?
 
아마 통역번역대학원 준비를 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여러 번 하실 겁니다. 공부가 안될 때, 발표를 엉망으로 했을 때, 번역이나 에세이 첨삭을 받아보니 사정없이 쫙쫙 틀린 표시가 되어 있을 때, 뭐 대략 이럴 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고,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서로 물어봐 주고^^;; 그렇게 되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리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겁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이 공부하시는 분 없을 겁니다. 본인이 좋아서, 원하는 일이어서 시작한 거죠. 처음부터 '옳은' 선택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공부니까 그 선택을 스스로 믿어 주고 그 선택이 '옳았던' 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3. 공부는 짧고 굵게.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저는 회사 다니면서 7개월 정도 준비했고, 그 후 6개월 가량은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약간 포함) 거의 모든 시간을 시험준비에 할애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다 내 맘대로 쓸 수 있을 때보다도, 회사 다니면서 하루에 간신히 2시간, 3시간 공부할 수 있던 그 당시에 훨씬 더 무섭게 집중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10배로 주어진다고 10배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혹시 일을 하시면서 공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공부하는 시간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짜임새 있게 활용하고, 자투리 시간 10분에도 뉴스 한 단락 읽고 듣고 하는 식으로 공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체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긴데 풀타임으로 공부를 하게 되니 이 사실을 자꾸 망각하고 욕심을 부리게 되더군요. 회사를 그만둔 직후에는 의욕만 앞서서 무리한 양을 계획하고 새벽 2시, 3시까지 공부하고 다음날은 9시쯤 일어나 또 피곤해 하고… 그렇게 한 달쯤 보내고 나니 심각한 두통에 시달렸어요. 결국 큰 병원까지 가보고 했는데 결과는 신경성;; 그렇게 한 동안 최악의 컨디션으로 고생하다가 고민 끝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하루 계획을 바꿔 보았습니다. 매일매일 8시쯤 학원에 도착해서 파트너와 한한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저녁 8시 이전에 무조건 가방 싸고 집에 가는 것으로요. 반드시 12시전에 취침하고요. 매일의 공부 목표량도 확 줄였습니다. 정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만 5가지 정도(예. 0월 0일 : 오늘 ST스터디 어휘 정리, 번역에세이 수업시간 독해자료 중 이코노미스트 기사 리뷰, 에세이 과제 제출, 수업 시간에 나왔던 carbon neutral 개념 검색해서 읽어보기, 시사청취 오늘 수업 복습) 엄선(?)하여 이것만 끝나면 과감히 집에 갔습니다. 집에 가서는 신문 읽는 것 정도하고 TV보고 쉬는 것 외엔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두통도 없어지더군요. 각 개인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대는 다 다를 것입니다. 그걸 잘 파악해서 거기에 맞춰서 공부해야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4. 필사
 
은 선생님께서 시험 직전까지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던 게 바로 필사입니다. 중요하다는 얘기는 공부 시작할 때 즈음부터 들었는데 제대로 안 했었습니다. 귀찮아서요. ㅡ_ㅡ; 필사를 하면서 새삼 느꼈던 것인데, 무언가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하루에 20-30분만 내면 한 단락이라도 할 수 있는데, 희한하게도 매일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저는 사실 공부 시작하면서부터 타학원에서 다른 선생님 수업도 6개월 이상 듣고 있었습니다. 진짜 '명강의'였고 그 선생님 수업 스타일이나 자료가 참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근데 여름이 되면서 학원 들락거린 것에 비하면 제 실력이 별로 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더군요. 초조했습니다. 그 즈음 수업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합격생 가운데 매일 필사하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된 케이스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귀가 솔깃했습니다. 7월경이었는데, 이대로 가면 불합격이 뻔하니, 지푸라기라도 일단 잡아보자, 선례가 있다니까 일단 믿어보자, 뭐 그런 생각으로 처음엔 시작했어요. (중간에 매우 아팠던 며칠을 빼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험 전날까지 필사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필사가 좀 익숙해지면(글 전체에서 1-2개 정도만 틀린 부분이 나오는 정도가 되면) 영영요약식으로 바꾸라고 하시는데, 저는 막판까지도 그 수준이 못 되는 것 같아 요약은 하지 않고 필사만 계속 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필사란 원어민이 쓴 영어로 된 짤막한 글을 문장 단위로 외워 가며 옮겨 적어보는 것입니다. 해 보기 전엔 '에이~ 한 문장 정도씩 외우는 거야 쉽지!' 이렇게 생각하기 십상인데, 막상 해 보면 꽤 어렵습니다^^; 저는 스스로 fluency가 부족해서 그렇지, accuracy나 grammar는 괜찮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 착각이 필사를 하며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필사는, 쉬운 표현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동시에, 본인의 약점과 정확한 실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공부 방법입니다. 번역과 지원하시는 분에게는 특히 더 필수적이라 생각됩니다. 필사 자료는 한 눈에 봤을 때 평이하다싶은 것을 고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뉴욕타임즈, 보스턴닷컴(에디토리얼), 가디언 에서 마음에 드는 내용 골라서 했고요, 가끔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을 땐^^; VOA도 종종 사용했습니다. VOA는 거의 globish(=global+English) 수준이거든요.
 
 
 
5.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제가 시험을 앞두고 막판에 정말 크게 후회했던 부분이 건강 관리를 잘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엔 10킬로씩 달리기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했었는데, 공부 시작하면서 1년여간 운동을 아예 안 했거든요. 초반엔 문제가 될 거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면서 시험 석 달 정도 앞두고 자꾸 몸이 아파서 굉장히 고생을 했습니다. 늘 소화불량에 근육통, 어깨 결림-_-에 찬바람이라도 좀 불면 감기는 떠나질 않고… 결정적으로 추석 연휴에는 여러 날을 독감으로 고생하며 링거까지 맞고 수업이며 스터디도 다 빠지고 공부를 한 글자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속상해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시험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몸이 아파서 제대로 공부를 못하니, 너무 괴롭더군요. 저 말고 제 스파들도 막판에 몸이 아파서 고생한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험 한 두 달 남은 시점에서는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거든요. 이 공부가 최소 1년은 해야 하는 장기전이라는 것 잊지 마시고, 운동을 꾸준히 하시든지 해서 꼭 체력을 비축해 두었다가 막판에 전력질주를 할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특히 저처럼 나이 먹고(서른 전후^^;) 공부하시는 분은 체력 관리가 정말 필수입니다.
 
 
 
6. 번역과를 준비하면 청취는 안 해도 되나?
 
저도 공부하면서 꽤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이대 번역과는 1차-영어 에세이, 2차-한영/영한 번역, 이렇게 시험을 보기 때문에 시험 자체로만 보면 청취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죠. 일단, 상식 선에서 생각해 봐도 듣기, 말하기를 전혀 안하고 독해, 번역만 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고, 또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고생한다고 하니 병행을 해야 할 듯 합니다. 번역과 커리큘럼에도 통역 수업이 있고요. 근데 이런 원론적인 이유 외에도, 청취를 함께 하면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번역과 준비를 하시는 분이라도 끝까지 골고루 공부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귀로 반복해서 들은 단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암기가 되어 에세이를 쓰거나 번역할 때 써먹게 되는 일이 종종 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막판 6개월은 번역과 시험에 많이 초점을 맞추어 공부했습니다. 영어사랑학원과 타학원에서 번역에세이 수업을 각각 한 개씩 들으며 이 두 수업의 복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때문에 청취는 사실 많이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도 은 선생님의 시사청취 수업을 듣고 하루 20-30분씩은 그 날 수업 부분을 다시 듣고 하는 정도는 했습니다. 학원과 집을 오가는 시간에나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는 늘 테이프를 들었고요. (이렇게 자투리 시간에 반복해서 듣다 보면, 번역에도 써먹게 되는, 건져지는 표현들이 쏠쏠합니다^^)번역과 준비하시는 분은 시험 막판 몇 개월은 번역과 시험에 초점을 맞추시되, 청취도 반드시 병행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7. 반복 또 반복
 
9월부터인가 은 선생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는 실전 모의고사가 시작됐습니다. 첫 에세이 모의고사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것도 그랬지만, 백지 위에 에세이를 써내려 가다 보니 정말 생각나는 표현이 거의 없다는 게 충격적이더군요. 평소에 눈에 발라 놨던;;; 그 수많은 표현들 가운데 단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깨달은 것이,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내에 에세이를 쓰거나 번역을 할 때 긴장한 상태에서 실제로 시험지에 쓸 수 있는 표현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충' 많이 봤던 표현, 단 한 번 읽어 본 표현, 단어장에 한 번 적어본 표현, 그런 건 사실상 시험장에서 절대 튀어나올 수 없다는 거죠. 지겨울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이 글 저 글 다양한 문맥에서 자꾸 접하고 스터디 할 때도 쓰고 과제 낼 때도 쓰고 그리고 첨삭 결과를 보고 맞게 쓴 것이었나 확인해 보고 뭐 이런 식으로 지겹도록 반복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되고, 시험 볼 때 실제로 쓸 수 있는 표현이 되는 겁니다.
 
 
 
8. 모의고사
 
모든 시험이 그렇겠지만, 모의고사를 보면 시험에 대한 감각을 미리 익힐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은 선생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는 막판 두 달 여간 에세이와 번역시험을 실전처럼(시간은 실제보다 좀 더 줄여서)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긴장 속에서, 짧은 시간 내에, 즉석에서 받은 주제 혹은 글을 쓰고 또 번역하는 것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시험 막판에는 수업이 없는 월수금에도 꾸준히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1차 에세이 같은 경우 스파들과 함께 매일 아침 9시에 모여 60분 내에 에세이 쓰고 간단히 크리틱하는 식으로 했고, 2차 번역은 Korea Times의 Learning Times 코너의 영한대역 자료 가운데 괜찮은 것을 골라 혼자 시간 재서 번역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저처럼 속도가 좀 느리신 분이라면, 이런 식으로 자꾸 연습을 해 두면 조금씩 시간을 단축하실 수 있을 겁니다.
 
 
 
9. 1차 시험
 
무엇보다도,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대의 1차 에세이 시험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특출한 실력을 지니신, 소수의 상위권(소위 안정권)에서 공부를 시작하신 분이라면 모르겠으나, 그 외 웬만한 분들이라면 '무난하게' 쓰시는 게 안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은 선생님께서는 1차는 "묻어 가라"고 표현하십니다^^;) 물론, 에세이형식으로 고정된 틀은 없지만, "한정된" 실력으로 70분 내에 낯선 주제에 대해 서론-본론-결론으로 완성된 글을 써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대단한 욕심을 가지고 뭔가 개성이 철철 넘치는 톡톡 튀는 글을 '창작'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란 것을 눈치채실 겁니다. 저는 2005년 9월경에 공부를 시작해서 작년에 맨 땅에 헤딩(?)하여 1차는 붙었던 사람으로, 이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작년 시험 때 워낙 공부한 것이 없고 에세이도 안 써봤던 상황이라 정말 쉬운 단어만 사용했고(그 이상은 아는 단어도 없었으므로) 서론은 I think~로 시작하고 본론은 First, Second 대충 이렇게 시작하고, 결론은 In conclusion, ~ 이렇게 했거든요. (공부를 몇 달 하고 에세이도 써 본 분들이라면 제 수준의 표현은 굉장히 낯뜨거워 하며 기피할 만한 표현들이죠^^) 제게 좋은 방식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기본 틀에 충실하면서 결론까지 완전히 맺는 것이, 괜히 요란하게 개요를 잡고 (능력 밖으로) 화려하게 써내려 가다가 막판에 시간이 모자라서 결론도 제대로 못 맺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요. 실제로, 작년 시험 볼 때 시험지를 걷어 가는 순간까지 정신 없이 막 적는 사람들이 꽤 보이더라고요. 이런 경우 결론이 미완성이거나, 검토를 아예 못하고 제출했다는 얘기인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범적인 시간 안배는 '10분 개요작성+50분 에세이 작성+10분 검토 및 수정'입니다. 올해는 갑자기 에세이 문제가 긴 지문 유형의 한국어로 나오는 바람에 좀 당황해서 10분 안에 개요 짜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능하면 글의 방향 구성 및 개요 작성은 10분 내로 끝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올해 문제는 그 자체가 꽤 길었는데 반드시 꼼꼼하게 읽으셔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긴장해서 머릿속에 잘 안 들어와 읽고 또 읽고 하다가 급한 마음에 마지막 부분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이익이 상충할 때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만 다시 확인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에세이를 썼습니다만, 시험 종료 직전에 보니 이 문장 앞에 "이런 경우"라는 언급이 있더군요. 즉, 앞의 예시 사례와 연관시켜가며 설명할 것을 출제자가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합격이 되긴 했지만 출제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에 발표순간까지 불안에 떠느라 2차 준비에도 다소 지장이 있었어요. 문제는 반드시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읽으시길! ^^
 
 
 
10. 2차 시험
 
저는 평소에 영한은 비교적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 2차 시험은 영한도 어렵게 느껴져서 평소 모의고사를 볼 때보다 영한번역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영한 번역은 '저널리즘'에 관한 글로, 사용된 단어의 수준은 평이했으나(어휘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저도 모르는 단어와 표현이 2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정확히 핵심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말로 옮기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문장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저널리즘은 'display'와 'demonstration'의 매개라는데 이 두 단어의 우리말 대응어로는 '뭐가 좋을까'와 같은 고민으로 시간이 많이 경과했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나 혼자 모의고사를 볼 때 100분 중 영한 35-40분, 한영 50-55분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5-10분 검토하는 식으로 시간 배분을 하였는데 실제 시험 볼 때는 검토 시간이 2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를 실전처럼 보고, 본인에게 맞는 시간 안배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최대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W나 환경 스페셜, 대담 프로그램 같은 것들은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시사 상식을 얻기에 좋아서 자주 봤고요. 가끔 머리 식히고 싶을 땐 혼자 조조 영화도 보고 그랬습니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같은 영화는 환경 관련 어휘도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 평소에 많이 읽고 많이 봐 두면 에세이 쓰거나 할 때 컨텐츠의 빈곤 문제는 조금 해결이 됩니다.
 
그리고, 학원 게시판의 영사 편지 매달 열심히 보세요^^ 수험생의 지친 마음에 한 가닥 위안이 되는 동시에, 그 시기에 맞는 공부 방법도 선생님께서 조언해 주시니 도움이 많이 되실 겁니다. 시험 한두 달 전쯤엔 분야별로 어휘 정리해서 스파들과 확인하는 방법 등을 알려 주셔서 그대로 활용했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거든요.
 
저는 회사 생활을 6년 넘게 했었는데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 원하는 것도 목표도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된 부분이었고, 그래서 공부하면서 (매순간 힘들고 괴로웠어도) 많이 행복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고 노력하면 꼭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리고 고민할 시간에(나는 이 공부가 적성에 맞을까 안 맞을까, 이걸 볼까 저걸 볼까, 얼마나 더 해야 될까, 될까 안될까 등등) 그냥 공부하세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지 6년이 넘은 시점에서야 이 공부를 시작했고,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공부 시작할 땐 부시가 공화당인지 민주당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한심한 수준을 자랑했고요-.-v (용기가 좀 생기시죠?)
 
공부 시작하시는 분들,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시길 바라고, 최상의 컨디션 유지할 수 있도록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좌절에 빠져 허우적댈 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함을 일깨워 주셨던, 정신적 지주이셨던 은천성 선생님, 명강의로 늘 새로운 도전이 되셨던 이동훈 선생님, 작년 한 해 내 최고의 행운 마이 베스트 스파 혜영언니, 그리고 동고동락하며 힘이 되었던 스파들, 장영희님, 민정, 혜선, 혜진, 훈희씨, 민희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이정인
 
 
 
저는 순수한 국내파입니다. 학부에서 영문과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저는 복수전공인 경영학과 부전공인 일문학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에, 전공은 필수과목 밖에 듣지 않아서, 학부과정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 발표의 중요성
 
공부는 작년 7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타학원 입시반부터 들었는데, 작년 7월부터 시험까지 4개월 동안은 거의 주눅들어서 학원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너무 잘하니까, 괜히 내가 발표했다가 민폐를 끼칠 것 같아, 발표도 못했습니다. "더 공부해서 잘하게 되면 발표해야지, 그냥 스터디 파트너와 열심히 하면 시험장에 가서도 할 수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서울외대 2차 시험을 보러갔는데. 제 생각이 전혀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보고 계시는 게 너무 떨려서. 정말 손을 부들부들 떨었으니까요.
 
당연히 떨어진 후. 정말 발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영어사랑학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1월에는 자주 "통과!"를 외쳤습니다. 소심함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더군요. 은천성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과 사람들의 크리틱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정작 다 들었는데도 막상 나가면 반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작년과 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싶지 않아서. 정말 이를 악물고 발표를 했습니다. 하다보니 점점 크리틱과 사람들의 눈초리에도 무뎌지게 됐고, 무대공포증 때문에 떨리던 제 목소리도 점점 안정되어 갔습니다. 올해 말쯤 되어서는 "발표할 때 차분하게 한다"는 말도 들었으니, 이것 하나만은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2. 시험준비
 
2차 준비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수업시간에 절대 "통과!"를 하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습니다. 저는 영영이 정말 약했기 때문에 영영 요약발표시간에는 가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발표를 했습니다. 정확히 못 들었을 경우에는 대강 줄거리만 말하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2차 시험 때도 완벽히 듣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듣지 못했다고 해도 발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1차는 타학원 모의고사를 보고 복습했습니다. 따로 GMAT책을 풀기도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통역종합반 LC자료를 외우고 반복해 들은 게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통역종합반 수업에서는 영영 질의응답시간과 연설문을 외웠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영영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LC에도 도움이 되고 한영에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씩 끊어서 하니까 내가 어디를 못 듣고 어떤 부분을 이해를 못하는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크리틱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발표를 했어도 크리틱을 하기 위해 수업 내내 집중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올해 시험
 
[1차 시험]
 
한국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관식이 절반정도 있었는데 빈칸에 들어갈 두 글자로 된 한자어를 쓰라는 문제가 약간 까다로웠습니다. 기억나는 답은 백서, 사면...입니다. 한국어 듣기는 기사를 듣고 5줄 이내로 요약해 쓰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는 한국외대 시험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LC는 한국외대 시험처럼, 지문은 쉬웠지만 막상 답을 고르려면 너무 고민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RC는 쉽고 중간길이의 지문들이 나왔는데, 한 지문 당 달린 문제가 1-2개 밖에 없어서, 리딩 속도가 빠른 사람이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번역시험은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영한 4개, 한영4개, 에세이 한 개를 쓰는 것이었는데. 영한은 PSI관련 기사와 당뇨병과 관련된 기사가 나왔고, 한영은 반기문 장관 관련 기사와 FTA, 전시 작전권 환수기사가 나왔습니다. 에세이는 한미동맹을 강화에 대한 찬반의견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통역시험은 오전반 제일 끝 번호였는데, 8시 반에 입실해서 1시 반까지 대기했습니다. 너무 기다리다보니 떨리지도 않고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들어가니 교수님 3분이 계셨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봐서 너무 오래 기다려서 좀 지쳤다고 대답했습니다. 저에 대해 얘기해 보라고 해서 왜 통역사가 되고 싶은 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이 일반 상식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ADB, NAFTA, FTA가 무엇의 약자인지와 PSI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외국인 교수님이 글을 읽어주셨는데. 좀 빨리 읽어주시기도 했고, 생각보다 너무 짧아서 당황했습니다. 본문에 없는 말을 해서 틀리는 것이 제일 나쁘다고 하신 은 선생님 말씀이 기억나서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아예 말하지 않고, 최대한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은 FTA 체결이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나라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FTA 체결이 중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 연설문이었습니다. 말하다가 중간쯤에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떨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얘기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안하며 나왔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공부이고, 안 들리는 날, 들어도 기억이 안 나는 날에는 정말 내가 왜 이 공부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공부였기 때문에,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언니들과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만하지 않게 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시고 방법을 알려주신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완 언니, 희영 언니, 영빈언니, 사라 언니, 지혜씨, 경선씨, 내 파트너 경희.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통역종합반 사람들, 고마워요.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배효범
 
 
 
안녕하세요? 2007년도 선문대 한영과에 합격한 배효범입니다. 영어사랑학원에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내년 선문대에 지원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수기를 남깁니다. 제 공부방식보다는 시험유형과 내용위주로 썼습니다.
 
 
 
A. 시험 유형 및 내용
 
선문대 시험은 하루 안에 다 보는데, 오전에는 한영번역, 영한번역, 청취(객관식 문제)시험, 오후에는 한영통역, 영한통역시험을 치릅니다.
 
 
 
[번역시험 (50분)]
 
 
 
1. 한영번역
 
한영번역은 "제주도에서 있었던 한미 FTA 2차 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시위대와 경찰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으며, 이는 정부의 정보 부재 탓이다"라는 내용으로 신문사설전문이었습니다.
 
 
 
2. 영한번역
 
영한번역은 뉴욕타임즈 사설로, "소득격차가 점점 벌어지지만, 그것은 불평등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과거의 격차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고, 부자들 또한 자산에 따른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에 그들이 항상 이익만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나 타임, 신문사설에 얼마나 익숙해져있는가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트너와 연습 시 번역을 할 때 시간에 쫓겨서 예상은 했었지만, 시험이라 더 떨려 쓰는 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영이건 영한이건 조금 틀리더라도 과감하게 다 쓰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청취시험 (50분)]
 
 
 
총 40문항(지문 하나 당 한 문제)의 객관식 4지선다형 듣기시험입니다. 지문길이는 1분에서 2분 사이로, 뉴스, 수필, 신문 기사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 내용은 TRUE, NOT TRUE를 고르기, 제목 고르기, 어조 고르기, 바로 다음에 이어질 내용 등이었습니다. 30번 문제로 넘어갔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취시험에서는 지문이 많은 만큼 끝까지 다 풀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통역시험 및 인터뷰]
 
 
 
1. 한영통역
 
한영통역은 연설문으로, 노무현대통령이 ILO 아태 지역총회에서 했던 축사였습니다. 아래는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연설문의 일부이며, 교수님은 연설문 그대로가 아니라 요약한 지문을 불러주셨습니다.
 
"'제14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개회를 축하드립니다. 국제기구와 42개국에서 오신 참석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ILO 아·태 총회는 지난 56년 간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권익신장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공헌에 감사드리며, 이처럼 뜻깊은 회의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ILO 관계자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진전은 개인과 국가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개방을 통한 경쟁 촉진과 무역자유화의 가속화는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2. 영한통역
 
영한통역의 지문은 설명문이었습니다. "전 세계 여성 중 50만 명이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사망하였고,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에 아침에 눈을 떠서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할 것이며, 인류는 건강과 행복이라는 도전과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3. 인터뷰
 
인터뷰는 모두 영어로 진행됩니다. 한영과 허준 교수님과 외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으며, 질문내용으로는 자기소개, 왜 통역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는지, 선문대에 지원한 동기는 무엇인지,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진로를 바꾸게 되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통역시험과 인터뷰는 총 15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B. 시험을 마치고
 
우선 간략하게나마 다른 분들을 위해 선문대 시험에 대해 소개하는 수기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영어사랑학원에 감사드립니다. 어렵사리 습득한 영어 능력을 앞으로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도구로 삼았으면 합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공부를 하는 동안 주변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저는 절반도 못 갚은 것 같네요.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같이 공부했던 학생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한동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박연수
 
 
 
기계공학 전공한 남학생으로서, 1년간의 직장생활 후 언어 연수 다녀와서 2년 준비했습니다. 한동대 통번역 대학원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험은 작문, 번역, 구술시험 이렇게 봤습니다.
 
 
 
작문 (60분)- 예상외의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주제는 대략 정리해보면,
 

- 한국어 작문 주제 -
 
 1. 본인의 삶에 가장 영향력을 준 사람.
 2. 기억이 안나네여. 죄송해요.. ^^;
 3. 이라크 전쟁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 (선택2)
 

- 영어 작문 주제 -
 
 1. 본인이 살면서 성취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2. 최근의 본인에게 영향을 끼친 책이나 영화.
 3.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축하 편지. (선택2)
 

각 작문마다 자세한 이유를 들어서 작성할 것 그리고, 최소 10문장 이상으로 작성하라는 지시사항이 있었습니다. 60분 안에 4개의 작문을 해야 하기에 시간 배분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한국어, 영어 모두 1, 3번으로 선정하고, 작문 한 개당 15분씩 잡고 2-3분은 전체 구성을 생각하고 바로 썼습니다. 다행히 다 작성하고 2-3분 남아서 전체 검토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급하게 썼던 만큼 국내파임에도 한국어 작문에서 주어, 동사 불일치(? ^^;) 같은 실수 들이 보였습니다. 작문이나 에세이에서 검토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번역(90분) - 한영 지문 5개, 영한 지문 5개 총 10개. 한 지문 당 10문장 내외였습니다. 주제는 기독교 교육에서부터 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무난했고, 영한 번역은 몇몇 지문이 어려웠습니다. 한 두 지문은 밑줄 친 부분만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점심 - 재학생들이 피자 사주셨습니다. ^^ 속이 안 좋아서 먹지도 못하고... 암튼 궁금한 것 질문도 하고 그럽니다. 혹, 내년에 한동대 시험 보시게 되면 제가 두 손에 피자들고 기다리겠습니다. ^^
 

구술시험 및 인터뷰- 시험 전날 찜질방에서 숙박을 했는데, 부산 고유의 억양과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신 아주머니들이 잠도 안주무시고 밤새 정답게(ㅜㅡ) 담소를 나누셔서 잠 한숨 못 잤습니다. 오전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점심 지나서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찌나 졸리고 ‘멍‘하던지, 구술시험 걱정은 되고, 잠은 오고 난감했습니다. ^^; 참고로, 학교 기숙사 1박 신청 가능합니다.
 

교수님 세분이서 계셨고 구술시험 전 간단히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작문한 내용에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영한은 ‘교육’ 영한은 ‘휴대폰’과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에 관한 것으로 각각 30초도 안 되는 길이로 정말 짧았습니다. 내용은 보통 학원 수업내용보다도 평이했는데,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한 귀로 들어와서는 한귀로 나가더라구여. 한 숨 나올 뻔했습니다. 다행히, 각각의 첫 문장은 확실히 기억이 나서 읽어주시는 것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시작을 했고, 최대한 기억나는 내용을 살려서 마무리했습니다. 길이가 짧은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길이가 긴 것, 짧은 것 함께 연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찜질방은 시험 전날 숙박 고려 장소 중에서 제외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 아차, 그리고 녹음기로 자신이 통역 내용 녹음합니다.
 

^^ 부족한 시험 수기이지만, 조금이나마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삶에서 신앙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지난 몇 년간 신앙이 너무 나태해져서(이름하여 날라리 신자 ^^) 한동대에서 공부하면서 신앙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습니다. 한동대 통번역 대학원의 역사는 짧지만, 함께 그 역사를 장식해 나가실 분들이 앞으로 많이 계셨으면 좋겠네여. ㅋㅋ 벌써부터 학교 광고.. ^^
 

끝으로 귀한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을 비롯해 다른 선생님들과 최상의 학업 분위기를 위해 항상 최고의 배려를 해주시는 옥 주임님을 비롯, 영어사랑 관계자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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