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강정화
 
 
 
제 수기가 조금이나마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학부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해외 경험이라면 1달간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또 한 학기(원래는 1년이나 동점자인 선배와 절반으로 나눠서)동안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몇 개월 있은 게 전부인 소위 국내파입니다. 흔히들 통대준비를 얼마나 했냐고 물으면 본격적으로 이 특정 시험을 위해 준비한 기간만을 말하는데, 그것부터가 잘못된 방향 설정일 수 있습니다. 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똑 같은 선상에서 출발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기본바탕이 너무나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제가 공부했던 방법이 모든 분들께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에피소드 두 개를 통해 저의 영어공부방법에 관해 알려드리고 그 다음에 구체적인 통대시험에 관한 내용을 적는 게 순서일 듯 싶네요.
 

 
 

[episode #1]
 
 
 
전 처음 배울 때부터 영어를 매우 좋아했고, 그래서 학부를 결정할 때도 서슴지 않고 영어를 선택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영어 스터디에 들어 TIME지나 NEWSWEEK지와 같은 영자지로 독해공부를 했습니다. 당연히 모르는 단어도 너무 많고, 배경지식도 없었기에 한 페이지를 읽으려면 단어장이 몇 페이지나 될 정도로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한 번 읽기 시작하니 시사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했고, 결정적으로 2000년 미 대선 전후로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을 이해하기 위해 일일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CNN을 봤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동안에는 미국의 선거제도는 물론이고, 미국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관해서 알게 되었고, 연설문도 실컷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선거라는 기간이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수능칠 때 나오는 요약정리 노트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다루고, 몇 년 동안의 일을 압축해서 설명해주고, 그 배경까지 알게 되니 이보다 좋은 단기숙성코스는 없다 하겠습니다. 한 번 그렇게 따라간 선거는 2004년 더 쉬워지더군요. 2000년에 봤던 미 정치인들이 저절로 복습 되고, 이름도 얼굴도 매치되고,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치밀한 논리 전개력을 배우게 되고, 짧게 말하고 넘어가도 배경을, 아니 무슨 말인지 알겠고, 특히 막판의 양 후보 토론에서는 각 후보의 설왕설래를 보는 재미가 극에 달합니다. 이 얘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한 이유는 이 경험을 통해서 깊이 깨닫게 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1. 영어는 그 언어가 담겨있는 사회의 모든 내용물(정치, 경제, 사회, 문화..)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이 둘을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즉,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영어권의 내용물을 알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대로 많이 아는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와중에도 시사는 계속 따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에 대한 심층기사나 주장이 분명한 에세이, 토론은 꼭 챙겨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은 선생님이 수업시간동안 다루었던 PBS NewsHour 대담프로그램과 CNN PRESENTS와 같은 심층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한 주가 지나가 버린 뉴스는 읽기도 싫고 듣기도 싫어해서, 중요한 사건도 지나가버리면 또 나올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한 달 정도 늦지만, 간추린 중요한 시사를 다루는 그 수업이 아주 요긴했습니다. 그리고, 국내파의 무기이자 생명인 간결하고 정확한 한국어 연습도 같이 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거의 80:20으로 영어에, 특히 L/C에 더 치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어단어로는 익숙하지만, 막상 그것을 한국어로 옮기는 연습을 소홀히 해서 파트너와 스터디 할 때, 그리고 수업시간에도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새로운 영어표현이 나올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정확한 한국어 표현을 확실히 찾아서 숙지해나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현명합니다.
 

 
 

[episode #2]
 
 
 
저는 3월에 처음으로 영어사랑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첫 달에 청취와 실전통역을 수강했는데, 아직도 첫 통역시간의 발표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짧은 영어단락을 듣고 그것을 영어로 요약하고, 나머지는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수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속도가 결코 빠르지 않은 '영어'였는데도, 막상 내 영어로 요약을 하려니 잘 안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note-taking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재생 시 아이디어보다는 제가 휘갈겨 놓은 그 단어 몇 개로 말을 짜깁기하는 식 밖에 안되더군요. 결국 적는 것은 그만두고 최대한 영어에서 영어로 옮기는 것은 그대로 옮기려고 하되, 안 되는 것은 아이디어만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문제는 제 영어로 하다 보니, 그 때까지 speaking은 게을리하고 냅다 읽기만 하고 넘어갔던 제 영어의 치부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문장은 관계대명사로 길어지고, 그러다 보니 늘어지고, 아이디어는 흐려지는 겁니다. 한국어를 영어로 할 때 정말 희한한 영어가 튀어나오고, 한국어 표현에 얽매이거나, 아예 한국어 내용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따라서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시험 직전까지 계속해서 이 실전통역수업을 들었는데, 제가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2. 영어 공부에서 반복과 암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흔히들 이 공부하는 분들은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영어 잘한다 소리를 주위에서 많이 들어오셨을 겁니다. 저도 이 공부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영어를 이해하면 그걸로 됐다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시사잡지를 사전하나 안 찾고 술술 읽고, NPR COMMENTARY를 무리 없이 듣고 이해하면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말을 하려고 하면 절대 그 수준이 안 나옵니다. R/C와 L/C같은 input과정은 어느 수준에 오르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방법론을 적어주시고, 또 그렇게 하면 올릴 수 있지만, speaking과 writing과 같은 output은 좋은 글을 수 없이 반복하고, 통째로 외우고, 필사를 하는 과정이 없이는 향상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통역사 혹은 번역사로서의 판가름은 결국 이 output에서 나는데 말입니다. 제가 작년 시험에서 실패한 요인은 input은 정말 많은데(부산에서 TIME, ECONOMIST를 항상 읽고, NPR, VOA, PBS, CNN를 거의 듣고 살았습니다.) 양은 많은데 질이 문제였습니다. 즉, 치명적으로 output에 대해 너무나 무방비였다는 겁니다. 1차시험에서 떨어졌기에 솔직히 입도 뻥긋할 기회가 없었지만, 설사 운이 좋아 1차, 2차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학교수업을 소화할 수 없었을 것 입니다. 기계적으로 읽고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들을 때에 집중을 해서 듣고(전 자기전에 틀어놓고 자면 어떻게 도움이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틀어만' 놓고 잔적도 많습니다), 듣고 나면 파트너에게든 혼자서든 재생을 해보고(혼자서는 정말 한번도 안 했습니다), 안 들리면 또 듣고(안 들리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서 그 다음에 또 안 들렸습니다.), 방송대본과 확인하고(NPR은 돈 주고 사야 해서. 그냥 말았죠) 넘어가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괄호 속에서 보시듯이 청개구리처럼 안하고 넘어가기만 했으니, 저는 완전 실패의 正道를 가고 있던 것입니다. 읽기도 능동적으로 해야 합니다. 기사 하나를 소화했다라고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주제, 핵심표현, 영어로의 요약 재생은 가능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올해에는 정독을 하고, 들은 내용을 바로 output이 되게 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양에는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실전통역 수업시간에 했던 한영 자료들(치킨 숩, 인터뷰, 연설문)은 수업 전 달달 암기를 하고 수업시간에 제가 발표를 하게 되면 최대한 그 표현들을 쓰려 했고, 다른 분이 하시면 좋은 표현은 노트를 하면서, 제 것과 비교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좋은 표현을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그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숙달훈련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수업 및 스터디 활용]
 
 
 
3월부터 실전통역은 10월까지 계속 들었고, 실전청취는 그 중 2개월인가를 빼고는 계속 들은 것 같고, 번역은 1달, 실전 모의고사는 2달 수강했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의 최고 장점은 발표 기회가 비교적 많고(시험 직전에는 아니지만), 그에 따른 critique이 철저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발표 한 번 하지 않으시고 합격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 평상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매 수업시간이 정말 소중했습니다. Performance가 지금도 시원찮지만, 3월에 비하면 제가 봐도 발표력이 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흐르는 긴장감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이 실전에서 크나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영어 대 한국어 표현에서 항상 깔끔하게 답을 내려주시는 덕분에 정말 저에겐 편했습니다. ^^: 열심히 받아 적고 외우기만 하면 됐으니깐요. 실전 청취교재는 처음에는 다 외우다시피 했지만, 시험직전에 가서는 주요 표현, 어구만 암기했습니다. 실전 통역 시간자료의 경우, 막상 수업시간 때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다가왔지만, 시험직전에 가서는, 반복되는 표현도 있고, 자꾸 외우다 보니 속도도 어느 정도 붙어서 연설문을 통째로 외우는 것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업시간마다 느끼고 또 지적 받았던 것은 속도였습니다. 순서도 별로 안 바뀌고 나오기는 나오는데, 그 속도가 거의 영작을 하는 수준이거나, 글짓기를 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영어도 심각했지만, 한국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글뉴스 shadowing도 하고, 한글 신문 사설은 거의 소리 내서 읽어 봤습니다. 자연히 학원의 "정독실"이나 "찍찍이실"보다는 "스터디실" 소파에 앉아서 중얼거린 시간이 월등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갖기 위해 항상 stopwatch를 가지고 읽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속도 및 그에 따른 flow는 제게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스터디는 4월부터 일대일로 한-한, 영-한, 영-영요약, Annie's Mailbox를 거의 매일 했습니다. 한-영은 둘 다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파트너 언니를 올해 처음 소개로 만나서 한 것이었는데, 제가 몇 번 짼(^^:) 것을 제외하면 정말 성실한 스터디였습니다.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4월에 처음 만남) 스터디 때 긴장을 하고 할 수 있었고, 과도한 수다나 학원 외 사교시간을 가지지 않은 상태여서, 흐트러지는 것이 훨씬 덜했던 것 같습니다. 주중에는 거의 매일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자료를 찾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그 자료를 선별하고, 또 1:30-2:00분 정도로 기사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많은 기사를 통독하고, 읽기 연습을 하기위해 정독과 음독을 했던 시간이 다 약이 되었습니다. 스터디를 하다 보면 자기 실력에 실망하고, 짜증이 날 때가 많아서 감정 컨트롤을 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은 데, 우리 둘은 그 고비를 잘 넘겨서 시험 볼 때까지 서로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저는 외대, 언니는 이대를 준비했기 때문에, 서로 터놓고(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critique도 할 수 있었고, 의견 교환도 할 수 있었던 점도 있습니다. 또 언니가 에세이를 준비했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는 좋은 표현의 구사나 필사연습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저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던 점이 제게는 플러스로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시험 직전, 다른 2명의 외대-이대 팀과 합류해 4명으로 하루에 2번씩 스터디를 돌리고, 토요일마다 실전처럼 연습하며, 은 선생님 말씀대로 각 분야별 어휘 brainstorming으로 마무리를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과 스터디에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 그 시간에 100%집중을 하고, 그 이후 복습을 통해 다뤘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올해는 정말 수업과 스터디로 점철된 한 해 였지만, 그것을 소화할 수 있었던 힘은 작년에 R/C, L/C에 시간투자를 하면서 최대한 영어에 노출된 것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봅니다. 순서는 뒤바뀌어도 상관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양과 질이 함께 채워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1차 시험]
 
 
 
(한국어)
 

점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평소 신문을 보면서 한자 독음 읽는 연습을 했고, 사자성어나 속담 같은 것을 봐두었습니다. 쓰지는 못해도 대충 부수 같은 특징들을 기억해 두면 문맥에 따라서 어느 정도 추리가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한자 독음은 3문제였고,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말 읽기 지문과 문제풀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말의 조사의 뉘앙스나, 문맥파악을 하는 능력을 섬세하게 보는 시험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국내파라면 어쨌든 영어에 비중을 두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
 

1차 시험에 대해 특별히 준비를 한 것은 없습니다. 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매달 2번씩 봤었고, 은 선생님의 모의고사 수업을 여름에 한달, 그리고 9월(온라인으로)에 수강했습니다. 작년에 떨어진 경험으로 봤을 때 엄청 긴장은 됐지만, 모의고사 점수가 기대보다 잘 나왔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으며, 매 시험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실제처럼 집중하는 연습의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note-taking을 많이 해보고, 한번은 아예 기억력에만 의존을 해보고, 또 어떤 때에는 커피를 한잔, 어떨 때는 3잔을 마신 후 모의고사를 쳐보는 등 어떨 때 가장 감이 좋은 가를 테스트해보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결국 결론은 어떤 문제 유형이 나와도 집중을 해서 듣고, 빠르게 정확하게 읽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문제풀이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시중에 나와있는 각종 영어 시험들을 시험 삼아 풀어 보시는 것도 좋지만, 절대 그 시험과는 같지 않으며, 매년 유형이 바뀌는 것 같아서, 이런 방법보다는 시간을 재면서 독해를 하고, pause를 줄여서 몇 개의 장문, 단문의 영어기사를 집중한 상태로 쭉 듣는 연습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결국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읽기나 듣기, 정확성을 배제한 듣기나 읽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그리고 문제 지문들은 시사 성격(듣기는 평이하나, 문제 푸는 게 까다로웠죠. 특히, 논리적으로 다음에 올 문장 찾는 문제라든가... Reading Part는 6개의 지문, 예를 들면 인터넷 도메인 문제, WTO의 농업보조금문제, hybrid vehicles, 멕시코 기업의 미 시장 진출, 신문매체의 위기...)이 강하므로 특정 주제를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공부를 하면서 시사를 따라가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라 봅니다. 특히, L/C 때 다 듣고 돌아와서 다시 보고 찍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는 R/C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문제마다 답을 정해 놓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C의 경우 저도 끝의 2개 지문은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어 문제만을 읽고 상식으로 풀었습니다. 언제나 모든 시험이 그렇듯 1차 시험에서는 운도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비중은 확실히 L/C에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이번 시험 같은 경우에, R/C를 다 읽고 푼 사람은 극소수 일 것이고, 결국 제대로 푸는 것은 똑 같은 시간을 주는 L/C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차 번역 및 구술 시험)
 

저는 토요일에 필답고사를 치고 일요일 오전에 22명 중 19번째로 구술시험을 봤습니다. 필답고사의 한영, 영한 번역 지문이 너무나 평이했기에, 오히려 한국어에 자신이 없는 저는 당황했습니다. 한 번 쓱 봤더니 한영은 긴 독자투고 정도가 되는 글이었는데, 어려운 표현을 생각하려 하지 말고, 튀지 않게 써나가면 되겠다 싶어서, 전체 60분 시간에서 영한번역의 한글표현에 40분을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 만연체의 문장을 잘 쓰는지라 간결하게 가려고 했습니다. 한영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점은, 평소 쉬운 회화체의 글도 많이 읽어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난해한 글만 보다가 쉬운 영어로 쓰려고 하면 오히려 잘 써지지 않습니다. 에세이는 한글, 영어 모두 제가 평소에 생각을 했었던 주제라서 신이 나서 썼습니다. 한글 에세이는 "세계화시대의 민족주의의 유용성"을 논하라, 영어에세이는 "한미동맹이 예속적인 관계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평소 관련된 책이나 토론에서 들었던 말들을 서두에 쓰니 한 결 시작이 쉬워졌습니다. 항상 시작이 문제니깐요.. 어떤 주제가 나오든 글의 수려함을 보는 게 아니라, 논리 전개력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평소 각종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막상 필답고사를 치고 나니 팔도 아프고, 머리도 피곤해서, 오히려 구술을 다음 날 보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집기를 하러 학원에 돌아왔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배도 고파서 그냥 그 동안 했던 스터디 자료들만 건성으로 훑어보고 신문만 읽다가 일찌감치 집으로 왔습니다. 입을 좀 떼봐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당일 아침에 스터디를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그날 저녁은 최상의 컨디션이나 만들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못 봤던 합격 수기들을 모두 읽어보면서 다음날의 면접실 상황을 그려봤습니다. 시험 직전에 영한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영이 언제나 두려웠기에 스터디 때 모은 브레인스토밍 자료를 보면서 마음을 안정시켰습니다. eye contact도 그날 듣기가 우선 돼야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은 듣기에 집중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올해의 제 목표가 자신의 단점을 고치는 것 외에도, 남의 말에 휩쓸리지 말자였기 때문에, 1차시험과 2차 필답을 치고도, 시험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으려 했고, 제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한 것이, 지나고 보니 결정적인 성공요인 이었다고 봅니다. 구술시험전날 약 11시 30분쯤에 잠이 들어서 일요일엔 6시30분에 일어나 뉴스를 보고, 7시30분에 집을 나왔더니, 학교엔 8시쯤 도착을 했습니다. 던킨 커피와 도너츠를 간단히 먹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바로 앞 번호 대기자와 뒤집기를 몇 번 하고, 또 잠시 혼자서 보다가 또 뒤집기를 해서 입을 풀고 그렇게 몇 번 하니 제 차례가 왔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서는 우선 교수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착석 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이 앉아계셨지만, 이상하게도 별로 떨리지 않았습니다. 수업시간에도 그리 떠는 편이 아니라 예상은 했었지만요. 앉자마자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ice breaker를 하나 하겠다 하셔서 전 그게 문제인 줄 알고(^^; 어찌 당황을 했던지 순간..) 놀라서 쳐다보니, 친절하게 또 설명을 해주시는 거에요.. 시험 끝나면 뭘 하고 싶냐고 물으셨는데, 제가 '지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가서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다 잊어버릴 때까지 걷고 싶다는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교수님들께서 다 웃으셨습니다. 이 분위기를 타서 잘 해야지 하고 약간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임향옥 교수님이 'smell'에 대해서 읽어 줄 테니 이것은 기억해야 한다라고 영어로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I'll do my best."하고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었고, 목소리도 또랑또랑하셔서 듣는데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숫자가 나오긴 했는데, 지나고 나니 5인지 500인지 기억이 안 나서 빼버렸습니다. 내용은 "한 프랑스 회사가 딸기 향에 대한 상표권을 신청해서 상품 홍보에 쓰려고 했지만, 법원은 딸기 향이 모두 같지 않고 여러 가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을 했다. 그리고 이전에도 바닐라, 로즈베리, 레몬향기를 상표권으로 취득하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되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한 회사가 테니스 공을 홍보하기 위해 갓 자른 잔디 향기를 상표권으로 신청한 것은 인정된 바 있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내용이 아니었고, 평소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듣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또박또박 아이컨택트를 해가며 정말 '아이디어'만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도 제가 말한 문장이 몇 개 안되었을 정도로 읽어주신 것보다 짧게 끝났고, 덧붙일 내용이 생각났지만, 입을 꾹 다물어 버렸습니다. 발표날 때까지 말 못한 게 생각나 괴로웠는데, 오히려 안 한 것이 나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는 도중에 교수님들을 보자 몇 분이 고개를 끄덕이셔서 힘을 얻고 계속 했습니다. 곧 바로 한영은 남자 교수님이 읽어 주셨는데, 이것도 시작하기 전에 "자동 통역기계라고 들어보셨죠?" 하시며 "그것에 관한 겁니다." 하고 읽어주셨어요. 길이는 정말 짧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용은 "기계가 조만간 상용화될 예정인데, 실시간으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통역이 가능하다. 이전 기계는 인식력이 떨어지고 분야도 한정되어 있던 것과는 달리 이번 것은 다르다. 그래서 언어장벽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주제는 생소했지만, 최대한 틀리지 않고 가자라고 맘먹고 입을 뗐습니다. "An automatic interpreting machine.."하고 시작은 했는데, 교수님이 읽어주시다가, 상용화됐다고 읽었다가, 될 예정인데... 라고 정정해서 읽어 주신 것을 그대로^^; 똑같이 상용화되었다라고 말하고 "Oh! Wait a minute."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정정하자 임향옥 교수님이 고개를 들어 절 쳐다보시는 겁니다. 헉.. 내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뻔뻔하게 그대로 갔습니다. 'hit the market', 'commercialized'라는 표현을 번갈아 썼고, 순서도 나오는 대로 마음대로 재구성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좀 느리다 싶으면서도 보면서 이야기를 해서인지 몇 분이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끝나고 나니 긴장이 확 풀렸고,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뭐라고 얘기하신 것 같은데, 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습니다.^^: 집에 와서 영한 기사를 찾아봤더니 10월30일자 BBC 기사였습니다. 실수가 새록새록 생각나서 괴로웠지만, 할만큼 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마치며..)
 

누가 수기를 몇 장씩 쓴다고 할 땐 무슨 말이 그리 많을까 했는데,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의 준비기간을 글로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시험이 그렇겠지만, 얼마동안 어느 정도만 하면 확실히 된다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이 공부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아프지만, 실패를 할 때마다 왜 실패를 했는 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계속 고쳐지지 않을 것이고, 절름발이 영어를 할 수 밖엔 없습니다. 아직 너무나도 모자라기에 합격수기를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서 너무나 기쁘고, 또 이 시간이 있기까지 영어공부와 또 인생에 대해 너무나 큰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4월부터 시작해서 게으른 저를 자극해주고, 끝까지 스터디를 같이 해 준 우리 스터디 파트너 효섭이 언니, 늦게 만났지만 막바지 스터디의 활력을 더 불어 넣어준 민정이, 현정이 언니께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낯선 서울이란 곳에서 따듯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신 영어사랑학원 직원여러분, 그리고 일일이 열거는 못하지만 같이 수업하며 공부했던 영어사랑 친구들 덕분에 힘이 덜 든 한 해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가영
 
 
 
- 시작하면서 -
 
 
 
벌써 2005년 한해도 저물고, 제가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수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기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꿈이 세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통역사가 되는 게 하나의 꿈 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 꿈을 막연히 동경하기만 했지 구체적으로 실천한 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부 졸업을 하기 전에는 상당히 오랫동안 학원을 알아보고 이게 어떤 공부인지를 탐색하고 다녔고 졸업을 하고 나서 소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한 햇수는 한 2년 반정도 됩니다. 하지만 그 2년 남짓한 시간도 공부를 계속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리석게도 부모님께 딱 1년만 주면 합격을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작년에 2차에서 떨어지고 나서 아예 공부를 접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영한은 괜찮게 한다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 2차 영한 인터뷰에서 교수님께서 평이한 글을 읽어주셨을 때 머리가 하얘져서 정말 심하게 더듬거리며 말을 했고 결국 그게 패인이 됐습니다. 불합격 사실을 안 당장은, 제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속상하고 슬픈 마음에 공부에 대한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저처럼 잘 자는 애가 거의 한 달을 밤잠 못 이루는 믿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 길이 내 적성이나 성격에 전혀 맞지 않고 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더 이상 공부해선 안 된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12월, 1월, 2월, 3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고 싶었던 회사는 공채가 벌써 끝난 상태였고, 또 입사를 하려면 다시 여러 가지 시험을 봐야하는 불안한 마음에 1월에 학원 수강을 해놓고도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4개월 남짓 계속 방황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력서를 쓰는데 왜 이렇게 이력이 없는지... 그 동안 공부한 것이 아깝기도 하고, 공부는 하기 싫고 복잡한 마음에 계속 허송 세월만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게 마냥 시간낭비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쉬면서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말 깊이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정말 이 공부를 계속 하고 싶고, 내 길은 이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같이 떨어진 사람은 왜 떨어졌는지, 붙은 친구들은 왜 붙었는지를, 그리고 나와의 차이점은 뭘까하고 매일매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공책에 저의 강점과 약점을 다 적어봤는데 거의 다 부족한 점 일색이었고, 강점은 호기심이 많고 잡식이 많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연금술사'같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달랬고 또 친구들이 옆에서 같이 공부하자고 많이 이끌어주고 북돋아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봄부터 공부를 쉬엄쉬엄 시작했습니다.
 
 
 
- 작년에는 -
 
 
 
솔직히 뭔가 체계적으로 공부를 했다면 공부방법에 대해 말하기가 쉬울 텐데 저는 사실 재미를 찾아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별로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타산지석으로 삼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_-:) 우선, 저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할리우드 고전과 BBC 드라마를 좋아했는데, 중고등학교 때는 흥미로 보기 시작해서, 모르는 영어 단어가 하나씩 들리면 아무 메모지에나 대충 적어놓고 사전을 찾아보는 게 저의 취미 생활이었습니다. 대학 때는 공부를 위해 이것조차도 하지 않았지만, 옛날부터 버릇을 들여놓은 것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됐습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같은 영화를 보면 mendacity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거든요. 그러면 그런 단어를 하나씩 기억해뒀습니다. 영화 하나 당 한 단어를 외운 꼴이라 상당히 비효율적인데, 그래도 그게 재미있어서 계속 그 습관을 키웠습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잡식이 좀 늘어서 청취할 때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수업 시간에 shock jock 하워드 스턴에 대한 내용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저는 하워드 스턴의 전기 영화를 이미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 쉬웠습니다. 또 SAT 문제집을 한 권 풀고 나서 <오만과 편견>같은 드라마를 보면, 정말 안 쓰일 것 같은 SAT단어들이 막 나와서 정말 신기해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NPR 의 quiz show인 Wait Wait... Don't Tell Me!, 아리랑 TV Contenders도 보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흥미거리는 공부를 하는데 재미를 더해줄 뿐 거기에서 그치는 것 같습니다. 잘 하시는 분들을 보면 다들 학원수업을 잘 듣고 복습을 잘하는 분들이셨습니다.
 

저도 작년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열의만 앞서고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집은 시중에 나온 것은 거의 다 풀었던 것 같은데 독해나 번역 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청취를 오히려 많이 했는데 게으른 성격 탓인 것 같습니다. 60 Minutes, 20/20, Meet the Press, NBC Nightly News는 거의 다 보았고 transcript를 찾아볼 생각도 안 했습니다. 거의 다 들린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고 보는 데 의의를 두었는데 그 영어가 제 영어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냥 그렇게 계속 하는 게 좋았기 때문에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한영, 영한 스터디도 많이 했습니다. 또 관사, 전치사는 괄호를 뚫어서 푸는 공부(일명 뻥뻥이)를 했는데 그렇게 정리한 공책만 두 권이 됐습니다. 그 외에 단어나 중요한 표현을 정리한 공책은 거의 10권도 넘는데 다시 들춰 보는 게 참 어렵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수학 공식처럼 그 때 그 때 외워야지 정리에 신경을 쓰면 허투루 배우는 게 됩니다.
 

시험 때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독감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거의 한 달간 앓고 면접시험 보러 들어갈 때는 입술까지 터져서 인상이 안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제가 해외파도 아닌데, 영어가 들리는데 우리말이 안 나와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 올해는 -
 
 
 
스터디를 대폭 줄여서 초반에는 거의 안 했고 특히 한영 스터디는 거의 신경을 안 썼는데 제게는 그게 약이 된 것 같습니다. 이미 수업시간에 한영을 충분히 하고 있고, 스터디를 한다고 느는 게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독해와 복습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작년엔 문장 구역을 안 했는데 올해는 문장 구역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RRS로 New York Times 기사도 매일 훑어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 안 해도 한국어 신문을 매일 한시간 이상 읽었습니다. 큰소리로 읽고 녹음도 해보고 좋은 표현도 눈여겨봤습니다. 그리고 생활 패턴을 단순화시켰습니다. 작년에는 모든 환경에 영어가 들리도록 가능한 한 많이 영어에 제 자신을 노출시키려고 했는데 올해는 이미 작년처럼 열심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또 지치지 않으려고 일부로 저녁 8시, 9시 이후에 수업이 없으면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잠도 정말 많이 잤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많이 초조해 했다고 말합니다. 마음 다스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한영에서는 꼭 좋은 표현, 멋있는 표현을 고집하는 파트너들이 있는데, 저는 통역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저도 좋은 표현, 멋있는 표현을 많이 쓰려고 했는데, 이제 중요한 건 그 내용을 바로 전해서 쉽게 이해시키는게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쉬운 영어를 많이 접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면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립니다. 남이 부족한 점 보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통대 교수님 중에서도 이번 1차 시험은 너무 어려워서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하시는 분이 계실 만큼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1차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푸는 겁니다. 평소에 잘하는 사람들도 당황해서 중간에 포기했다고 하는데 찍을 때 찍더라도 절대로 포기하면 안됩니다. 포기한 순간 지는 겁니다. 그리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듣기에서 레스토랑에 관한 문제가 나왔을 때 마지막 문장이 한 사람만 와인을 시키고 나머지는 물을 시켰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뭔지를 맞춰야 했습니다. 의도가 뭐였을까 고민을 하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답은 웨이터가 우리를 인색(cheap)한 사람들로 봤을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fill in the blank 문제는 자신이 있었는데 문장 순서나 끼워 넣기는 한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략을 짜서 fill in the blank 는 풀고, 끼워 넣기 문제는 찍는 식으로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독해를 빨리 읽는 연습을 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일 초시계로 이코노미스트 파란박스 한 지문 당 3분 정도 잡고 읽고 요약해서 말하는 식으로 연습했는데, 빨리 읽고 한 문장으로 주제를 말하는 연습도 좋습니다. 나중에 속도가 붙으면 2분대로, 또 할 수 있으면 1분대로 줄여나가는 연습을 하세요.
 

또 중요한 건 합격발표가 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않는 겁니다. 저는 작년에 1차에서 되고 나서 2차도 될 줄 알고 너무 흥분해서 막판에 집중을 못하고 무너졌던 기억이 사무쳐서 이번엔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심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우황청심환도 미리 챙겨먹고 독감주사도 맞고 작년에는 옷도 그냥 대충 입었는데 이번엔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평소보다 약간 튀는 옷을 입고 갔습니다. 또 좋은 인상을 주려고 계속 웃었는데 이게 참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웃는 게 긴장이 돼서 생각보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들 대기실에서 공부를 하는데 저는 4시간 넘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스스로 민망했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면접 때 다들 서두에 앞으로의 계획이나 간단한 소개 등을 물어보신다고 해서 내내 대답을 생각하고 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하러 들어간 순간 바로 영한을 시작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하고 있던 찰나에 외국인 교수님이 Your number is...? 하고 서류를 넘기셨습니다. 제 번호가 444였거든요. 그래서 이때다 싶어 '444를 받고 거의 충격이었다. 서양의 666 아닌가, 하지만 드문 숫자이기에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농담을 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들이 웃으셨고 저도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임향옥 교수님이 작년에 영한을 불러주셔서 이번엔 다른 분이 불러주시길 바랬는데 임 교수님께서 불러주셔서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영한은 이라크 포로수용소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께 고하는 글이었고, 한영은 카풀제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쉬웠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당당한 모습을 좋게 보실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줘서 저도 빠르게 이야기하면서도 당당하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끝날 때 곽중철 교수님께서 '잘했어요'라고 해주셔서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 맺으면서 -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서 공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9월에는 어머니께서 다리 수술을 받으셔서 제가 병원에 계속 있어야 했습니다. 공부할 시간이 많을 때는 공부를 안 하다가 공부를 할 시간이 없으니까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학원 수업을 받으러 잠깐 간 사이에 엄마가 절 필요하다고 하셔서 전화하셨을 때는 마음이 아파서 울기도 했습니다. 또 음주운전 차량이 추돌 사고를 내고 도주를 해서 그 운전자를 잡으려고 비 오는 날 뛰어다닌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내게 운이 안 따라주는 걸까"하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데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는지, 운 좋게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부족한데 만약 작년에 되었더라면 제 자신에게 실망도 컸을 것이고 또 공부하면서 회의를 품었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담담하게 기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합격을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이제부터 고생 길이 열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올해 안 되신 분들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져서 꼭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내년엔 정말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은천성 선생님, 가르쳐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크리틱과 알찬 강의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건강 꼭 유의하시면서 지금처럼 강의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년 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하나, 올해 정말 큰 힘이 되어준 지연이, 문정 언니 고마워요. 언니한테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파트너로서 많이 도와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준 원희^^ 진주, 두연이 모두 모두 고맙다. Godspeed to all of you!
 
 
 
 
 
 
 
 신혜정
 
 
 
[배경]
 

공부하는 내내 합격수기를 쓰는 제 모습을 그려보긴 했었지만, 막상 도움이 될 수 있는 수기를 쓰자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쉽지가 않네요. 먼저 저의 간단한 배경을 알려 드리자면, 전 올해가 세 번째 도전인 이른바 국내파 삼수생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입학해, 영문도 모르고 졸업한 영문과 출신이기에 처음 시작 당시 실력은 일반적인 영문과 졸업생 평균에 못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소 애니매이션과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서 꾸준히 영화 속 대사를 공부했고, 영어소설을 꾸준히 읽었습니다.
 

첫 해인 2003년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올인을 했습니다. 물론 미끄러졌구요. 작년과 올해는 은행에서 번역사로 일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작년 시험에서 낙방하고 난 뒤에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라고 포기했습니다. 적잖은 나이인데다, 또 힘들게 고생했던 만큼 실망감과 괴로움도 컸던 것 같습니다. 올 해 7월까지는 그냥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가끔 학원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8월이 되어 시험이 가까워오니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는 욕심이 들어 올 해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직장과 시험준비 병행]
 

힘들 때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합격하신 분들의 수기를 읽으며 많은 위안을 얻었기에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단 어느 정도의 기본이 있는 상태에서는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루 종일 공부하시는 분들과 자꾸 비교하면서 불안해 지기도 합니다만, 그럴 때마다 실전에서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제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욕심을 버리는 훈련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나름대로 편해지더군요.
 

직장인 수험생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출퇴근 시간에 주로 독해를 했습니다. 작년에는 차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예전 수업자료를 반복해서 들으며 쉐도잉을 했고, 올 해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했기에 영어원서나 이코노미스트를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시는 분들은 특히 건강에 유의하시라고 당부 드립니다. 전 경기도민 입니다. 회사는 서울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 출퇴근만으로도 4-5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회사가 끝나면 다시 강남의 학원으로 와서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게는 6시간까지 들었습니다. 출퇴근의 고통을 아시는 분들은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실 겁니다. 또,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아주 안 좋은 습관이 있어서 장 기능이 많이 상했구요. 설상가상으로 운동 혐오증이 있기에 올 해 몸 상태가 나빠진 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힘드셔도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임계질량]
 

수업시간마다 자주 은천성 선생님이 "서두르지 마라. 임계질량에 이르면 들어가기 싫어도 자연스레 합격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가 감히 훌륭한 통역사의 임계질량에 이르렀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 숙제는 앞으로 제가 평생동안 열심히 노력해도 이룰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통역대학원 입학자 수준의 임계질량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스터디를 많이 한다고 임계질량에 빨리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설사 운이 좋아 임계질량이 부족한데도 합격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본인도 학교도 오히려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正道는 임계질량이 쌓일 때까지 혼자 부단히 듣고 읽고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해서 임계질량이 찼을 때 입학하는 것입니다. 학교 입학이 끝이 아니라 대학원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시장에서 끝없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터디는 한한과 영영을 중심으로 하시고, 자기만의 흔들리지 않는 한국어와 영어가 쌓인 뒤에 뒤집기 스터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전의 뒤집기는 서로의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제 경우도 올 해 뒤집기 스터디는 9월부터 시작했습니다.
 
 
 
[L/C]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 부분이 L/C 입니다. 은 선생님께서 듣지 못하면 말하지 못한다고 항상 강조하시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학 선배가 졸업과 동시에 통대에 입학했는데, 해외 한 번 나갔다 오지 않았는데도 발음과 속도, 표현이 모두 훌륭해서 외국인 교수가 미국 어디서 공부했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그 선배에게 비법을 물으니 방학 때마다 AFKN을 하루에 5시간 이상씩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Sesame Street, General Hospital 등을 열심히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첫 해에는 박영훈 선생님 자료와 은 선생님 자료를 모두 외웠습니다. 박 선생님이 알려 주신 방법인데 그냥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길이까지만 들어보고 한국말로 서투르나마 통역을 하는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주어, 동사가 뭐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러나 계속 하다 보면 조금씩 메모리 스팬이 늘어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통역이 안되거나 기억이 안 날 때, 그냥 transcript를 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꾸 transcript에 의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듣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3-4번 이상 반복해서 들어보고, 안 들리는 단어나 구문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안 들리는 이유가 단어를 몰라서 일 수도 있고, 구문이 낯설어 일 수도 있으며, 또는 아는 표현인데 발음을 잘못 알고 있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파악해서 고쳐나가는 과정이 L/C 향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는 전체 문장을 다시 쉐도잉 한 뒤,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 복습하는 데에만 7-8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점점 시간이 단축됩니다. 첫 해에는 모든 수업의 복습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했습니다. 그랬기에 전체 공부시간의 70% 이상을 L/C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역으로 말하면, 다른 부분의 공부양은 많이 부족했다는 거지요. 작년과 올해는 상대적으로 L/C의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 시간에 입으로 중요 표현을 따라 외우는 것이 복습의 전부였습니다. 감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잠잘 때는 항상 CNN이나 AFN을 틀어두고 잤습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또 눈을 뜨자마자 뉴스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가끔은 잠을 자면서 그 시각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꿈으로 꾼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귀가 항상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청력이 점점 나빠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뉴스가 듣기 지겨울 때는 오프라 윈프리쇼, 닥터 필, 저지 주디 등을 녹화해서 보기도 했습니다.
 
 
 
[R/C]
 

시작 당시 기본적으로 약했고, 첫 해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따라서, 작년과 올해에 중점을 둔 부분입니다. 회사 때문에 주말과 출퇴근 시간을 이용했는데, 작년에는 정독만 했습니다. 첫 해 떨어지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 자신의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분석을 한 결과, 독해가 많이 떨어지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괜히 남들이 초시계로 시간 재면서 빨리 읽기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저도 덩달아 빨리 읽기 연습만 한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눈으로만 휙 읽고 말기를 반복한 꼴이었습니다. 해서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하나를 읽더라도 정확히 깊이 읽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cover to cover는 상상할 수도 없었고 욕심도 부리지 않았습니다. 주중에는 출퇴근 시간에 이코노미스트나 뉴욕타임즈의 사설 등을 정독했습니다.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독해만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블루박스 기사나 뒤쪽의 과학, 서평 부분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분석해가며 읽었습니다. 가끔 도서관에 비치된 Time지나 Newsweek지중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을 복사해서 정독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정독을 하니, 독해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느껴져 뿌듯했습니다만, 시험을 떨어지고 나니 허무하기 그지없더군요. 좌절감과 허무함에 괴로운 시기를 지나, "그냥 재미로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영어공부는 계속하자"라는 마음으로 공부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올 해 상반기에는 시험 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에 보고 싶었던 원서를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틈틈이 읽었습니다. 시험을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는 이코노미스트를 대의 중심으로 속독했습니다.
 
 
 
[Speaking]
 

말하기는 억지로 하려고 해서 느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상회화 수준이 아닌 통역 수준의 말하기를 위해서는 듣기와 읽기를 꾸준히 해서 자기만의 표현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해와 작년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올 해는 자신감 있게 말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문법이 크게 깨지지 않는 선에서 어떤 내용이든 전달할 수는 있는 수준은 된 것 같습니다. 올 해 상반기, 시험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장홍석 선생님의 토요 시사 토론반을 들었습니다. 시사 토론반은 그 날 다룬 표현으로 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또한, 주제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미리 제출하면 선생님께서 첨삭해 주시며 수업 마지막 부분에는 주제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입니다. 이 수업을 함께 듣던 어린 외고생들의 쉬운 영어표현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괜히 어려운 표현을 외우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빨리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쉽고 명확한 표현을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Writing]
 

쓰기는 회사에서 번역업무를 했기 때문에 별도로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것 역시 평상시에 L/C와 R/C를 할 때 좋은 표현들을 꾸준히 외워서 많이 써보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쓰기도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문체 중심으로 외우고 쓰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원어민들은 대체적으로 어려운 표현을 싫어합니다. 적재적소의 표현이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번역을 할 때도 "이것이 다 공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 비서팀 소속이다 보니 행장님의 연설문이나 경제보고서를 번역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때마다 그 동안의 외웠던 표현들을 써보며 작은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번역 업무 외에 외국계 기업의 보도자료와 방송국 해외 다큐멘터리 영상번역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했습니다. 주로 주중에 일이 들어왔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밤을 세우고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무슨 돈벼락을 맞겠다고 그 고생을 하냐고 하셨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스스로 자초한 고생이었습니다. 해외 다큐멘타리의 경우에는 그 동안 공부했던 선진국의 정치, 환경, 사회 부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어 다시 복습하는 기회여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게 일했습니다. 에세이는 장 선생님의 토요 시사토론 시간에 선생님께서 꼼꼼히 첨삭을 해주시기 때문에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어]
 

한국어는 10월에 KBS 한국어 능력시험 대비 참고서를 하나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한자는 사자성어와 국어 문법 위주로 틈틈이 공부했지만, 다른 공부에 밀려 열심히 하지 못했습니다. 국내파는 깔끔한 한국어를 구사해야 한다는데, 이 부분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서 걱정입니다. 올 해 한국어 시험은 해외파를 의식해서인지 예상보다는 쉽게 출제되었습니다. 한국어도 역시 평상시에 다양한 글을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1차 시험]
 

본격적인 1차 시험 준비는 9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은 선생님 문제 풀이반을 9/10월에 듣고, 11월에는 타 학원의 문제 풀이반도 듣고, 또 혼자 여러 문제집을 사서 시간 내에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전 올 해 은 선생님의 문제와 타학원의 문제에서 항상 비슷한 점수가 나왔습니다. 시험 점수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어떤 유형의 문제를 풀어도 L/C가 항상 안정적인 점수대를 유지했기에 거기서 위안을 삼았습니다. 10월에는 배수진을 친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둔 뒤, 주로 혼자서 근처 도서관이나 집에서 준비했습니다. 오전에는 매일 똑 같은 생활패턴을 유지하려 노력했는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9시부터 12시까지의 시간대에는 혼자서 다양한 문제를 풀었습니다. SAT, GMAT, TOEFL 등 문제집 5권을 풀었습니다.
 

1차 시험 전날에는 타 학원의 오전 문제 풀이반을 듣고, 바로 집 근처 도서관으로 가서 독해를 좀 했습니다. 집중이 잘 되지 않고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냥 도서관 근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산보를 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이 시험인데..."라며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오늘 몇 자 더 본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어서, 숙면을 취해 내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고, 10시경에 잠자리에 들었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당일 시험장 교실로 들어가니 스피커 테스트를 위해 어느 시험의 L/C 지문을 계속해서 들려주었는데, 다른 것이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집중해서 그것만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30분 남겨두고 제가 손목시계를 차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올 해 2달 수업을 들은 타 학원의 모 선생님을 아침에 만난 것이 생각나, 선생님께 손목시계를 빌려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하시는 분은 없으시리라 믿습니다. 1교시 국어문제는 청취 문제지를 나눠주지 않고 시험을 시작해서 시험이 끝나고 난 뒤, 다시 청취문제를 푸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차분하게 풀자"라고 계속 제 자신을 달랬습니다.
 

전공시험은 시험지를 받자마자 L/C 문제와 R/C 문제를 확인했습니다. 생각보다 R/C 지문이 많지 않아 왠지 불길했습니다만, "1차는 L/C 에서 결정된다"라는 말을 들었기에 일단 L/C 지문을 읽어 두었습니다. 올해 L/C 문제는 속도도 적당했고, 내용면에서도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습니다. 모든 문제는 '바로 다음에 이어질 문장으로 적합한 것은', 과 'True/False'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다음에 이어질 적합한 문장을 묻는 문제는 문맥의 흐름을 얼마나 잘 이해하며 들었는가를 묻는 것이었고, True/False를 묻는 문제는 얼마나 정확하게 들었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특히, True/False를 찾는 문제는 은 선생님이 내신 듣기 문제와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은 선생님의 듣기 문제를 풀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은 선생님의 문제는 정말~ 꼼꼼하게 들어야 풀 수 있습니다. 올 해 전공 청취 문제도 띄엄띄엄 들어서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청취를 풀고, R/C 세 번째 지문을 읽고 있는데, 감독관이 "10분 남았습니다" 라고 해서, 그 때부터 마킹을 하는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경황이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남은 지문들을 쭉 보니, 마지막 지문이 가장 만만해 보여서 뒤에서부터 문제를 먼저 읽고 발췌해서 풀기 시작했습니다. 녹록치 않아 보이는 지문 한 개는 시간이 없어서 모두 C로 찍어야 했습니다.
 
 
 
[2차 시험]
 

불안한 마음에 사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학원에 나가 스터디 파트너와 뒤집기를 하면서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CNN과 AFN shadowing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나긴 일주일이 지나 1차 합격을 확인했을 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기뻤지만, 한편으론 2차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습니다.
 

번역시험은 마지막에 은 선생님의 번역시간에 실전처럼 문제를 풀어본 것이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proofreading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했던 실수를 똑같이 한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더군요. 수정하는데 은 선생님의 '거 봐라'하는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영한번역은 다들 지문이 너무 쉬워서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는데, 저는 틀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저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어/영어 에세이 모두 시간에 쫓겨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으로 제출하고 나오니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해서 다음 날 구술시험에서 이를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토요일 스터디 파트너와 1시간 반 정도 뒤집기 스터디를 하는 내내 한영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인 것 같아서 그 날 집에 와서는 아무 생각 없이 AFN을 보며 shadowing만 했습니다. Saturday Night Live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어차피 오늘 기를 쓰고 해봐야 내 실력은 지금 이 상태에서 변하지 않는다"고 제 자신을 타일렀습니다. "욕심부리지 말자, 어차피 지금 내 실력에서 크게 변할 순 없다"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반 첫 번째 순서였기에 오전 11시 30분 정도부터 스터디 파트너와 뒤집기를 세 번 정도 했습니다. 다만, 저는 스터디 파트너에게 양해를 구해 한영 대신 영영을 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있는 실력으로 할 것이면 flow 라도 살리자"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첫 번째로 불려가 시험장 앞에서 대기하는데, 진행요원이 "교수님들께서 방금 식사를 마치고 오셔서 다들 기분이 좋으세요. 잘하세요"라고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시험장 앞에서 대기하면서 계속 '큰 소리로 당당하게 하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안쪽으로 곽중철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한국인교수 4분과 외국인 교수 2분이 계셨습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큰 소리로 인사했습니다. 바로 정면에 임향옥 교수님이 계셔서 순간 긴장됐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ice-breaking question으로, "What would be your positive thought right at this moment?" 라고 뜬 금 없는 질문을 해서 당황했습니다.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that would be passing the exam"이라고 짧게 말하고 겸연쩍게 웃었습니다. 교수님들도 모두 웃어주셔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시험 보는 내내 곽중철 교수님이 팔짱을 끼고 "어디 한 번 해봐라"하는 표정으로 앉아 계신데다, 임향옥 교수님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지만 무시하고 당당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영한은 외국인 여자 교수님이 "Now, I'm going to talk about dead people enjoying music" 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놀란 눈으로 "Excuse me, you mean dead people?" 이라고 물었더니, 교수님이 너무나 정확한 "f" 발음으로 "deaf people"이라고 (^^;;) 천천히 말해 주셔서 민망했습니다. 그 뒤 아마 제가 잘 못 듣는다고 판단하셔서인지 교수님이 늘어난 테이프 마냥 느리게 읽어 주셨습니다. "청각 장애인은 지금까지는 음악을 즐길 수 없었지만,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스피커가 개발됨에 따라 이제 가능해 졌다. 이 기술은 청각 장애아의 음악시간에도 쓰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의 경우에도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귀머거리'만 생각나고 '청각 장애인'이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로 계속 돌아갔습니다. 마지막 문장의 연결 구조가 기억이 나지 않아 대충 얼버무려 몹시 괴로웠습니다.
 

한영은 젊은 남자 교수님이 "얼마 전 근처 공공기관을 방문했는데, 장애인전용 주차 구역에 일반인들이 주차를 해두어 정작 장애인은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야 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도 한 가정주부가 어차피 비어있는 자리인데 좀 주차하면 어떠냐고 우기다가 벌금 부과 얘기를 듣고서야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 서양에서는 장애인 전용 구역에 주차하는 사람은 몰상식한 사람으로 여기며, 엄격하게 벌금과 차량견인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표현에서 욕심을 부릴 수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기에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은 "parking lot designated for the disabled"로, 우기는 가정주부 이야기는 "She argued that the place is always empty anyway, so why bother?"로 그냥 돌아갔습니다. 영한/한영 모두 내용 전달은 90% 정도 했습니다만, 마지막 문장을 얼버무린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보통 구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올 때 드는 느낌이 정확하다고 하는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가 봅니다. 전 나오면서 너무나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합격을 한 것을 보면, 떨지 않고 큰 목소리로 pause 없이 말해나간 것에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첫해와 작년, 그리고 올해를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는 욕심을 버렸다는 점입니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지고, 평상시에도 부담감 없이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또 시험장에서도 편안하게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L/C와 꾸준한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신 은천성 선생님, 장홍석 선생님, 그리고 박영훈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항상 가족처럼 도와주신 영어사랑학원의 사무장님, 실장님, 옥 주임님, 수정씨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뒤늦게 만나 같이 고생한 소희, 지연, 은진 언니, 그리고 매 시험 때마다 힘이 돼주고, 흔들릴 때 끝까지 시험 보라며 용기도 주고, 마음 편히 볼 수 있도록 도와준 ex-스터디 파트너 혜선이, 정화, 혜진이,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같이 2차 준비를 한 광섭씨에게도 정말 감사 드려요. 합격하고 난 뒤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두 명의 현정이, 선미, 예원, 은지, 영관, 혜성, 진희, 정희 모두 고마워. 무엇보다 끝까지 믿어주시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최지아 
 
 
 
1. 한국외대 1차, 2차 시험 분석
 

1교시인 한국어 시험은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문이 처음으로 나왔고, 대담 형식의 지문도 있었는데, 기계고장 때문에 우선 독해문제를 먼저 풀고 청해 문제는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들려줬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번 듣게 돼서 더 좋았습니다. 두 번 들려주지 않기 때문에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이나 숫자, 내용을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자, 사자성어, 맞춤법, 높임말 등 문제 유형은 고루 분포해 있는 편이고, 한자 문제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평소에 한자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시험 전에 한자관련 교재를 사서 외우면 고생하지 않고 풀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높임말 문제는 손윗사람에게 자신보다 윗배의 사람에 대해서 언급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시험보기 한달 전쯤에 KBS에서 보는 한국어시험 문제집을 하나 사서 공부했는데,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문제집 자체에 답을 틀리게 표기한 부분이 많아서 고생했습니다. 한국어 맞춤법은 한국인이라고 해도 아리송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공부해 두기를 권합니다.
 

2교시인 전공영어 시험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릅니다. 듣기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발음도 빠르지 않고 듣기 편했습니다. 전년도 시험문제와 다른 부분으로 '이 다음에 올 문장으로 적합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여러 번 나왔는데, 이해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 같았습니다. 관건은 독해였습니다. 지문의 난이도가 높았고, 내용도 매우 길었으며, 지문을 보지 않고 풀 수 있는 문법 문제나 괄호 채우기 문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문을 몇 번이나 보면서 풀어야 하는 주제; 제목 찾기, 순서 맞추기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문제 자체의 난이도도 높았습니다. 나중에 같이 시험 본 사람들 가운데서 "첫째 지문(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지문)을 건드리지 않고 넘어간 것이 현명했다,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저는 풀고 넘어갔습니다. 시험 감독관이 '10분 남았습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10분 남았는데 10문제 가량 남아 있었습니다. 5분 가량은 마킹하는 시간으로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30초씩 시간을 배분하면서 가능한 문제를 끝까지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를 빨리 풀려고 서두르니까 지문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아무리 봐도 2분 이상 걸릴 것 같은 2문제를 버려야 했습니다.
 

토, 일요일은 집에서 쉬고, 월요일부터는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학원에 계속 나가고, 스터디 파트너와 매일 뒤집기를 했습니다. 붙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학원에서 만나는 다른 분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위안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전에 읽지 못했던 시사잡지를 읽고, 신문 사설은 스크랩해서 혼자 뒤집기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 전날까지 뉴욕타임즈 사설을 A4 한 장 분량으로 매일 한 장씩 필사했습니다. 금요일, 12시가 다 되어서야 합격자 명단이 떴습니다.
 

2차 시험은 번역 시험, 에세이 시험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번역 시험은 작년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영한 번역은: "프랑스는 미국과 다른 정치적 성향의 선두주자처럼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 문화는 세계 각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예술과 식문화의 우수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편 프랑스에는 문제점도 많은데 외국인이 프랑스 실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상징만으로 미루어 프랑스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 번역은 수필 형식으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힘든 것은 파티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뉴스보다도 드라마나 토크쇼를 이해하기가 더 힘들다. 미국에 산 지 오래 되었지만 지금도 신문에서 모르는 단어를 자주 발견한다.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알고있던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겠지?'라고 물었더니, 'Oh, my God'이나 'Oops'같은 말은 유창하게 하지만 막상 실제 컨텐츠는 부족하다'라는 대답이었다. 영어를 오래 공부한 나도, 결국은 형식보다는 컨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한국의 나아갈 방향과 민족주의에 대한 것이었고, 영어 에세이는 미국과 한국의 외교관계에서 대등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덤벙대는 경향이 있어 잔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영어 에세이는 길이를 짧게 하고 몇 번씩 검토를 했습니다.
 

번역 시험이 끝난 후 인문관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에세이 시험이 끝난 후 시험번호 1-131번인 수험생은 애경홀로 가서 구술시험을 쳤습니다. 2시 20분쯤 들어갔는데, 들어간 순간부터 애경홀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서 가도 되고, 애경홀 앞의 카페테리아에서 팔기도 합니다. 저는 시험번호가 54번으로 중간 정도였는데, 2시간 이상 기다렸습니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이 기다리는 시간이 피를 말리는 시간입니다. 계속해서 방송으로 다음학생의 이름을 호명하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듭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면 진이 빠져서 지치기 때문에, 체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작년 2차 시험을 볼 때 하필이면 일요일 오전시간의 마지막 차례여서, 4시간 이상 기다리고 나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교수님들도 4시간동안 면접을 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하셨고 분위기도 싸늘했습니다. 어물거리자 한 분이 매서운 눈길로 쳐다보시는 바람에 말이 막혀서 버벅거리고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비교적 전반부에 들어간 때문인지 분위기도 우호적이었습니다. 작년과 다르게 들어가자마자 외국인 교수님께서 ice-breaking용으로 쉬는 때는 뭘 하는지 간단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영한은 여자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가나의 초콜릿 산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코코아 열매 산지인 가나는 오랫동안 선진국들이 가공 과정을 독점해 중간 이익을 가져갔지만, 이제 생산 설비를 강화해서 초콜릿 산업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교적 부드럽게 잘 했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코코아를 계속 카카오로 바꿔서 말했나 봅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종류입니다…ㅜ_ㅜ)한 교수님이 '계속 카카오라고 했는데, 알고 있었어요?'라고 말씀하셨을 때 놀라서 몰랐다고 대답했습니다.
 

한영은 "프랑스의 소요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이민자 출신 젊은이들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중소기업이 고사상태이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해도 직업을 구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빠진 내용 없이 잘 말했고, 영한, 한영 모두 어렵거나 길이가 길지는 않았습니다. 끝나자 교수님 한 분께서 '잘 했어요. 혹시 영국에서 살다 왔어요?'라고 물으셔서 '어학 연수를 다녀왔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장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시험이 전반적으로는 디테일보다는 이해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1차 시험은 문법 문제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찍기보다는 본인의 이해도가 중요하고, 문제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지문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풀기 힘든 문제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더라도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풀 수 있는 배짱, 시간 배분이 당락을 가르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은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침착하게 체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한 구술에서 외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실 때와 여자 교수님이 읽어주실 때가 있는데 보통 외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시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에 여자 교수님의 발음이 듣기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디테일은 과감히 버리고 가능하면 아이 컨텍트를 하면서 똑똑해 보이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올해 한영과는 41명이라고 합니다. 어제 한영과 오리엔테이션에서 임향옥 교수님께서, 계속 인원을 줄여 나갈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2. 공부방법
 

저는 작년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부족한 부분을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었고, 양에 치중한 공부를 했습니다. 1차에 덜컥 붙고 나서야 제가 2차 준비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양보다는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04년 1월이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영어를 공부하게 된 것도 좋아하는 작가의 번역이 안 된 책을 읽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대학교 때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주로 출판사에서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편집자들이 신간 소설책을 여러 권 가져다 주면 제가 1-2주안에 읽고 줄거리 요약과 장단점 등을 보고서로 만들어서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읽은 영문소설이 수십 권은 되었기 때문에 독해속도와 단어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처음 학원에 등록하고서는 좌절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우선 뉴스와 시사잡지에 나오는 단어들이 소설책에 나오는 단어들과는 전혀 틀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선, 단어를 쌓기 위해서 서점에서 파워딕 뉴스 잉글리쉬라는 책을 찾아서 통째로 외웠습니다. 영자신문기자가 공저한 책인데, 국내실정에 맞는 단어들,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신문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단어들과 연습 문제 등은 도움이 많이 되었고, 정리도 깔끔하게 되어 있습니다. 흠이라면 예문이 영자신문 특유의 딱딱하고 어색한 문체인 것이 많아서, 선별해가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스터디 자료로도 좋은 책입니다.
 

문제풀이를 위해서는 서점에서 토플 문법문제집을 5권 정도 사다가 전부 풀고, 그 중에서 틀린 문제를 골라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2004년에는 공통영어가 있었고, 제가 문법이 약했기 때문에, 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강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이제는 공통영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연습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2월에 갑자기 어머니께서 쓰러지셨고, 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2월과 3월은 병원과 학원을 오가는 생활을 했습니다. 공부는 공부대로 힘들고, 실력향상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업시간에도 리스닝이 엉망이라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어머니께서 회복하셔서 다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영어사랑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에 다니던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영어사랑학원이 좋다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통역 기초반과 시사청취를 들었습니다. 시사청취는 제게 청취의 즐거움을 알려준 수업입니다. 아침마다 소량의 텍스트를 외우고, 한두 문장씩 끊어서 공부하는 사이에, 청취가 조금씩 완만하게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취는 근육 운동과 같아서, 3개월 정도 지나기 전까지는 실력향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을리 하면 금새 풀어진다는 점도 근력훈련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파워딕 뉴스 잉글리쉬를 매일 한 단원씩 외우고, 시사청취와 기초반 교재를 외우고, 문법문제를 풀고, 시사잡지를 읽다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갔습니다. 시사잡지는 작년에는 그때그때, 그 주의 일정이 조금 여유가 있으면 이코노미스트를 사고, 시간이 없는 주에는 뉴스위크를 사서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면은 처음에 중국말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읽어도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특히 경제에는 까막눈이었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쌓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배경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신문, 잡지를 꾸준히 읽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기초반을 들으면서 가끔 독해반도 들어갔습니다. 독해반에서 얻은 것은 필사의 중요성입니다. 수업시간보다도 필사를 하면서 문법이 조금씩 교정되어간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작년 여름에 학원에서 하는 스터디에 참가했는데, 크게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인위적으로 묶여진 멤버라 동기부여가 확실하지 않아서 언제나 늦는 사람, 준비를 불성실하게 해오는 사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영한과 한영 뒤집기를 하기에는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메모리 스팬과 한한, 영영은 몰라도, 한영, 영한 스터디는 확실한 실력이 갖춰진 후에 하지 않으면 시간낭비라는 은천성 선생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첫 1년은 정신 없이 지나갔습니다. 계속해서 어휘실력을 쌓고, 리스닝 연습을 하는 데만 주력한 1년이었습니다. 단어는 단어장을 만들어서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마다 적고, 단어장이 다 차면(한 장에 20개가 들어가는 단어카드 20장 ) 하루동안 죽 훑어보며 모르는 단어를 체크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단어장 두개를 채웠는데, 요즘에는 두 달에 단어장 한 개 정도를 채우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굳이 달달 외우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년 1차 시험에서는 급히 마킹을 하다가 실수를 해서, 3문제 정도를 죽 밀려 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체념하고 있었는데, 합격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2차 시험을 보면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고, 그래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는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11월, 12월을 한가하게 보내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완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 만족할 만큼 책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독서를 하며 조용히 보냈습니다.
 

우선, 발음과 writing, speaking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혼자 나름대로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독해에만 익숙해져 있었고,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발음이 틀려도 교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수시로 원어민에게 어법을 물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전화 영어나 회화 학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연세대학교 global lounge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같은 곳에 (국제대학원이 있는 대학이면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쪽지를 붙이거나 인터넷으로 영어를 지도해줄 원어민을 찾는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나타날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사상식도 풍부하고 지적인 사람을 찾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영국이나 미국, 호주사람이라고 해도 정확한 표준발음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원어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민하다가 제가 선택한 것은 학원 근처에 있는 잉글리쉬 채널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으로 한 달에 30만원 좀 넘게 들어갑니다. 겨우 8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비싸지만, 강사의 수준은 만족할만합니다. 모두 표준 발음에 대졸 이상이고, 대학생이 아니라 full-time job인 만큼 성실하게 가르쳐주려고 노력합니다. 강사가 정기적으로 바뀌는데, 6개월간 영국인, 미국인, 호주인, 캐나다인 강사를 거쳤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발음을 경험하고, 각 발음의 틀린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시간을 반으로 나누어서, 전반 30분은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한국인 강사가, 후반 30분은 원어민과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잉글리쉬 채널에 대한 세평은, 스스로 확실하게 원하는 것을 알고 집중한다면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준비를 하지 않고 목표 없이 다니기만 한다면 돈 낭비라는 것입니다.
 

처음 잉글리쉬 채널에 갔을 때 영국인 강사와 이야기를 했는데, 통역 공부를 한다고 하니까 전에도 그런 학생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를 가져와서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물론 이코노미스트는 좋은 잡지이고, 나도 가끔 읽는다. 그렇지만 speaking 주제로 삼기에는 좀..."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동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발음교정이었기 때문에, 처음 30분에는 한국인 강사와 학원 교재를 가지고 연습하면서 발음의 틀린 부분을 집어내고, 숙제로 해온 짧은 작문에서 문법적, 어법적 실수를 교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30분에는 원어민 강사에게 궁금했던 것, 어법에 대한 질문을 하는 한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로 된 동화책을 제가 3-4페이지 정도를 암기해 오고, 강사 앞에서 암송하면 원어민 강사가 발음이나 틀린 부분을 교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고른 것은 "Lion, witch and wardrobe"이었습니다. 해리 포터를 가지고 연습하는 사람들을 자습실에서 가끔 보는데, 해리 포터는 (특히 최근 권들은) 영국 10대들의 말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가끔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습니다. "I reckon…"이나 "mum, I dunno…"같은 문장이 자주 나오는데, 알아듣기는 해야겠지만 전염되어서 직접 쓰기라도 하면 외국인에게 지적 수준을 의심 받을 수 있습니다.
 

동화책 외우기는 수업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데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일 한 페이지씩 직접 크게 소리내서 수십번씩 읽으면서 외우고, 지적 당한 부분은 다시 소리내서 읽으면서 발음을 조금씩 교정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외우는 과정은 고통스럽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진 9월에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잉글리쉬 채널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내용의 맞춤식 수업을 해주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수업료가 비싼 만큼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시간에는 발음교정 대신에 한국인 강사와 뒤집기를 했습니다. 아침에 그 날 중앙일보를 들고 가서, 오피니언 페이지에서 하나를 골라서 강사가 한국말로 소리내서 읽어주고, 제가 영어로 통역하면 강사가 듣고 critique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후반 30분은 제가 영어로 200단어 내외의 에세이를 하나 써 가지고 가서 원어민 강사에게 첨삭을 받고, 그 내용에 대한 의견을 토론식으로 교환했습니다. 에세이 주제는 debatabase.com에서 제가 고르고, (이 사이트도 은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내용을 읽어본 다음에 시간을 재면서 30분 안에 완성했습니다. 저와 제일 오래 수업을 같이 했던 스코트라는 캐나다인 대학원생은 정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둘이 시간을 초과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은 계속 꾸준히 다녔습니다. 실전 청취, 실전 독해반을 주로 듣고 8, 9월에는 에세이 반도 수강했습니다. 잡지는 이코노미스트를 1년 구독신청해서 읽었는데, 주요기사와 과학면을 우선 읽고, 정치, 사회, 경제면에서 중요하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기사를 골라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기분전환을 위해 시사저널도 매주 읽었습니다.
 

제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사이트가 있습니다. AUDIBLE.COM 이라는 사이트인데 오디오북을 파는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2004년 하반기부터 뉴욕타임즈의 오디오판을 판매하고 있는데, 구독하면 매일 오후 그 날의 뉴욕타임즈가 update됩니다. 하루 분량은 40-50분인데 각 기사는 2-3분 길이입니다. 순서대로 헤드라인 기사 3개, 국내기사 3개, 국제기사 3개, 경제기사 3개, 스포츠 기사3개, 저널 하나와 사설3개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각 섹션의 뒤에는 그 외의 뉴스를 브리핑식으로 한줄 요약으로 읽어줍니다. 말이 40분이지 CNN의 40분과는 차원이 틀립니다. 신문 1개를 40분 내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나레이터가 혀가 꼬이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읽어 내려갑니다. TV뉴스와는 다르게 군더더기나 반복은 전혀 없고, 독자층이 미국인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에 미국인이라면 당연히 알 것이다라고 생각되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2-3분 동안에 2-30줄 정도의 텍스트를 읽기 때문에 뒤집기나 따라하기 연습은 전혀 불가능하고, 간신히 내용을 이해하며 따라갈 수 있는 정도만 바라면 됩니다. 발음은 완벽한 표준 발음에 다소 낮은 남자 목소리인데, 낮은 톤의 남자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처음 뉴욕 타임즈를 구독했을 때는 작년 10월이었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분명히 완벽한 표준 발음인데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뉴스보다 하루 빠르기 때문에 내용은 처음 듣는 것이 많습니다. "원어민이라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텐데,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면 통역사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한 달, 두 달 듣자 약간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듣는 분께는 과욕을 버리고 FRONT PAGE와 OPINION섹션만 들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영어는 자연스럽고 겉멋이 없는 좋은 영어입니다.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신다면 뉴욕 타임즈 구독을 적극 추천합니다.
 

audible basic subscriber는 한 달에 16달러 가량 내는데 이것으로 한 권의 단행본과 한 개의 신문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하나만으로도 1개월에 16달러쯤 하기 때문에,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훨씬 이득입니다. 뉴욕 타임즈 외에 월 스트리트 저널이나 비즈니스 위크 등도 있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고를 수 있습니다. 단행본은 10달러 짜리 든 70달러 짜리 든 아무거나 골라도 됩니다. 환율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보통 18000-19000원씩 매달 청구됩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영미권의 오디오북은 청각장애인만이 아니라 일반 계층에게까지 폭넓게 보급되어 있습니다. 신간 소설에서부터 고전, 희곡,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책을 구할 수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 추리소설, 환타지 소설도 이름이 있는 책이라면 대개 다 구입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 때는 무료로 후보자 연설이나 TV공청회 등의 오디오 파일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국무장관 취임연설 등도 올라옵니다. 무료파일도 많기 때문에 사지 않아도 가끔 들러서 뒤져보시면 좋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제게 이곳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습니다. 소설책은 대개 5시간-10시간 정도의 길이인데, MP3 플레이어에 저장해 두고 머리가 아플 때나 지하철 안에서, 점심 먹을 때 소설책을 틀어두고 조금씩 들었습니다. 학원교재 테이프는 반복해서 오래 들으면 귀가 아픈 경우가 많았는데, audible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들은 MP3 이상의 음질을 자랑하기 때문에 몇 시간씩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audible에서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MP3가 아니라 자사 고유 포맷으로 전송해주는데, 영미권의 MP3플레이어는 대부분 이 audible포맷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삼성, 거원이나 레인콤의 MP3플레이어들은 이 포맷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해결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ipod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돈이 아까운 경우 레인콤에서 audible측과 계약체결협상중이라는 뉴스를 들었는데, 머지 않아 iriver에서도 audible 파일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혼자 간직했던 공부방법은 다 털어놓은 것 같습니다. 통대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노파심으로 두 가지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가능하면 상황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공자님 말씀에,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겁게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즐겁게 하는 사람은 놀이로 하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습실에서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시까지 앉아서 내리 이코노미스트만 읽는다면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지겨워지고, 건강도 해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처음 이 공부를 시작했을 때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생각하고, 지금 하루종일 공부만 하는 상황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한편으로 보면 나이를 먹어 직장도 없이 공부하는 현실이 우울하게 느껴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친구들이 다 직장에서 상사와의 관계니 회식이니 세속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하루종일 좋아하는 영어공부만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영어가 싫은 분이시라면 그만둬야겠지만... 통역사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쓰러지신 다음부터 "최소한 저녁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내야겠다"라고 마음먹고 6시만 되면 책을 놓고 집에 가서 어머니와 산책도 가고 TV도 보고 게임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공부를 게을리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입시 전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입니다. 11월 초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환절기라서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지면서 정신적으로 불안해지고, 수면부족에 운동부족이 겹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됩니다. 11월이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감기로 쓰러져서 몇 주씩 고생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10월에 우선 독감예방 주사를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초체력을 만들어 놓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짧은 치마나 깊게 파인 네크라인은 한기가 들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입니다. 그리고 조금씩 운동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계단을 이용하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면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묵묵히 지원해주신 부모님과 짧은 기간이었지만 같이 스터디하면서 제게 야단도 많이 맞았던^^; 의숙이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임창희 
 
 
 
부족한 것이 많은 상태에서 통대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제 수기가 이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글을 씁니다. 우선 입시준비를 하면서 통역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들이 정말 어학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통대의 많은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통대 입시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틀에 따라서 공부를 하다 보면 그것이 매우 위험한 방향설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년 출제 방향이 크고 작게나마 다르기 때문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이 제가 가장 고민했던 것들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대준비를 하면서 저는 통, 번역이라는 특성상 공부 방향과 범위가 굵직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여러 번의 공부 방법 수정을 통해서 저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발견하고 그것을, 저만의 페이스를 밀고 나갔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시 준비 전 실력과 경험]
 

저는 학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했습니다. 대학에 와서 스페인어 a, b, c를 처음 공부하게 되었고 2학년을 마치고 10개월간 멕시코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멕시코에 있는 동안에도 통, 번역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졸업시험을 대체하기 위해서 연수 후에 DELE Basico를 보았는데 간신히(^^;) 통과했습니다. 그 때 마침 아는 분이 벤처기업을 운영하신다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릴 전자제품의 매뉴얼 번역을 저에게 맡겨주셔서 번역의 경험을 딱 한 번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 1년 반 정도를 스페인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생활을 했습니다.
 
 
 
[입시를 위한 공부]
 

2005년 4월부터 10월까지 영어사랑학원의 통대 한서과 준비반을 수강하였습니다. 저는 듣기에 특히 약해서 듣기평가로만 이루어져 있는 1차를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가끔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4~5월에는 다른 일로 학원수업을 거의 빠지다시피 하였고 틈나는 대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고 모르는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기간에는 집중해서 공부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면서 저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6월이 되니 공부하는데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습니다.
 

6월부터 제가 거의(^^;) 매일 꾸준히 해왔던 것입니다.
1. 다음미디어에서 나오는 TV뉴스를 본다. 다음미디어에서 제공되는 뉴스는 국제, 사회, 정치, 경제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또한 각각 1분~2분 사이의 동영상기사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제목만 보고 중요하다 싶은 뉴스들만 골라서 볼 수 있어서 시간도 절약되고, 동영상이 스크립트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기사만 있는 신문보다는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2. 각종 신문 사설을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 주요 사설을 프린트, 배경 지식을 정리해둔다. 뉴스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면접 시 의견개진 준비용, 작문용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3. RKI Noticias del Dia를 듣는다. RKI에서는 대략 7분 동안 날마다 일정량의 주요뉴스를 오디오로 제공해 주고 또 스크립트도 100% 제공되는 장점이 있어서 이것을 들으면서 1차대비 듣기, 순차연습 등을 했습니다. 참고로 시험에서 나오는 속도는 RKI보다 느립니다.
4. BBC, Vanguardia, la Nacion, Clarin 등을 통해서 주요 국제 뉴스를 확인하고 주요 표현을 외운다. 저는 특히 Vanguardia나 la Nacion의 문체와 표현이 맘에 들어서 많이 읽었습니다. 여기서 읽고 외워둔 사설면의 표현들은 작문 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 6~8월까지는 주로 input(읽기, 듣기)에 주력하였습니다. 스페인어와 한국어가 어느 정도 쌓인 다음에야 그것을 바탕으로 output(쓰기, 말하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처음부터 네 가지를 다 하려는 분들이 계신데 input을 쌓아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output은 나오게 됩니다. input을 쌓기 위해서 기사 외우기를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경우 지금까지 전체 기사를 외운 것은 다섯 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무조건 텍스트를 암기하는 것보다 주요 표현을 외우고 나중에 내가 이 표현들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output을 위한 준비는 제 경우는 9~10월에 주력하였습니다. 9월 한 달 동안 주요 시사에 대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주제별로 통역, 번역, 의견개진, 작문을 해서 서로 크리틱 해 준 것이 실질적인 실력 향상에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은 1교시 한국어 시험과 2교시 스페인어 듣기 평가로 이어집니다. 시험이 작년과 많이 바뀌어서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1차 한국어는 수월했습니다. 지문을 듣고 푸는 문제와 읽고 푸는 문제, 어법, 맞춤법, 한자 음독, 사자성어 등이 골고루 나왔습니다. 지문을 듣고 푸는 문제의 지문은 총 세 개가 나왔는데 첫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신화에 대한 대담, 북핵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신화에 대한 내용은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시험문제를 나눠주지 않은 상태에서 연속으로 지문 세 개를 방송하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지문을 들려주어서 신화에 대해서 못 들은 내용을 다시 정확하게 듣고 풀 수 있었습니다.
 

서어 듣기평가의 경우 교수님들이 10월 달에 시험문제를 내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의 기출문제들을 보니 9월 달에 있었던 일들이 출제 빈도수가 높았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9월 달에 있었던 노무현대통령이 멕시코 순방했을 때 멕시코 Vicente Fox 대통령의 연설문, SICA에 관한 내용, 코스타리카 UN 연설문, 한국의 무역증진에 관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1차 시험은 대체로 네 개의 지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의 세 개 지문은 서어로, 마지막 지문은 한글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서어로 답을 쓰라고 했는지 한글로 쓰라고 했는지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것에 대해서 시험 전에 연습도 많이 하고 갔는데 실수로 두 문제나 서어로 쓰는 것을 한국어로 적어서 가뜩이나 시간도 촉박한데 떨리는 손으로 답안지에 화이트를 엄청 발라대며 시간에 쫓기며 답안지를 마무리했습니다. 학원에서 모의시험을 보고 채점을 하면 틀린 문제도 너무 많고 해서 이렇게 해서 과연 1차를 통과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시험을 보니 그 당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 배경지식이 있으면 어느 정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나와서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는 바로 전날 공부했던 내용이 한국어 시험에 하나, 서어 지문에 두 개가 나왔습니다.
 
 
 
[2차 시험 - 번역, 작문]
 

(서-한) 번역 주제는 IMF의 역할에 관한 내용으로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지문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지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보고 번역을 시작하는 바람에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짧은 지문일 경우에는 긴 지문일 때보다 정확도와 완성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여러 번 읽는 것이 도움이 되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지만 긴 지문인 경우에는 전체적인 흐름과 오역이 없는 한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앞뒤 문맥 관계를 잘 살려서 번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한 번역에 시간을 35분 할애하여서 한서번역을 25분 만에 마쳐야 했습니다. 한서 번역은 최근 유명 배우의 자살과 같은 공인의 자살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안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은 평이했습니다. 한서 번역은 대체로 쉬운 표현으로 간결하고 깔끔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어려운 표현은 생각도 나지 않았고 시간이 허락하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어 작문 주제는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에 민족주의가 유용한가?'에 대한 자기 견해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분량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너무 짧게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답안지 앞장의 2/3 정도를 썼습니다. 서어 작문은 영어가 국제 언어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다른 제2외국어 교육을 위한 대안에 대해서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작문을 대비해서 일정한 개요의 틀을 만들어 두었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논리적 틀을 만들기 위해서 주로 Vanguardia, la Nacion의 사설을 보면서 원어민들이 서론, 본론, 결론을 어떤 말로 시작하는지, 내용의 흐름을 어떻게 잡아 나아가는지를 유념해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형식에 맞추어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그 형식으로 쓰는 습관을 들였는데 그렇게 쓰고부터 학원 선생님께서도 꽤 잘 썼다, 작문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험시간에 서어 작문을 하는 데에도 개요를 짜는데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2차 시험 - 면접]
 

면접은 매년 형식이 바뀝니다. 학원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통역 수업시간에 모의시험을 봤습니다. 주로 보는 형식은 순차, sight-translation, 의견개진 등입니다. 면접을 보러 갔더니 교수님 세 분이 계셨고 제가 다섯 번째였는데 교수님들이 약간은 지쳐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윤리적인 논란이 많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난자를 제공해 준 여성들에 대해서 외국에서는 보상을 해 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였습니다. 텍스트는 한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셨습니다. 스터디파트너가 마침 시험보기 전 마지막 스터디 시간에 저에게 의견 개진용으로 황우석교수의 연구에 대해서 질문했던 터라 논지가 어느 정도 잡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이야기를 바로 하려니까 정리가 안 되어서  교수님께 생각하기 위해서 1분만 써도 되겠냐고 여쭤보고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줄기세포는 원하는 어떤 조직이나 기관으로 분화가 가능한 특성이 있고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등 효율성 면에서 뛰어나며 알츠하이머 병이나 당뇨병 등과 같은 불치병의 치료에 획기적이기 때문에 이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난자 제공이 보상을 받기 시작하면 그것이 상업화 될 위험이 있고 난자 제공은 순전히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보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요지로 말했습니다. 목소리는 크고 또박또박, 약간 빨리 말했습니다. 그리고 세 분의 교수님을 골고루 쳐다보면서 eye-contact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말하는데 주임 교수님께서 1분 정도는 주의 깊게 들으시는 것 같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체크만 하셨습니다. 1분만 들어봐도 실력을 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시간에는 사실 하나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시험 전날 교회 전도사님께서 기도해 주신 이후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중간에 앉아 계신 교수님께서 이것 저것 용어에 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치매, 혈액형, 그 여자는 어제 차에 치일 뻔했다. 등등 이런 것들을 서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하셨습니다. 제가 정확하다고 생각하고 답하는데 제 대답이 틀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그것이 답이냐고 하셨는데 옆에서 주임 교수님이 맞다고 곁눈질로 말씀하셨습니다. 돌발 상황에 대처할 줄 아는지에 대해서 보기 위해서 그러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통대에 들어와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물으셨습니다. 서어로 말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교수님들도 좀 피곤해 보이시고 이 질문은 의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은 대학원 커리큘럼에 따라서 공부하면서 통, 번역 관련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고 짧게 말했습니다. 사실 학원에서 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보았고 제 수준에서 다시 시험을 본다고 해도 면접을 지금보다 더 잘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주간을 맘 편하게 보냈습니다.
 
 
 
[마치며]
 

공부하면서 길고도 짧은 6개월이었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이자 선배님이신 조일아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한 좋은 공부환경을 마련해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한 부분을 늘 보충해 주시고 약점을 커버하며 한 고비 한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나의 주님, 살아계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지면상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많은 내용을 다 적지는 못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www.cyworld.com/paulina0201로 연락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곽정은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무엇보다도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6년 정도 영어를 매일같이 써야 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인한 한계를 너무나 절감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기간 중 통대준비반을 두 달 수강한 적이 있는데 이때 국내에서 영어실력 향상을 하려면 이 공부가 가장 도움이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직장을 그만 둔 후 잠깐씩 통대입시학원도 다녀 보고 합격자 수기도 읽어 봤는데 고시생처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 아이를 낳고 작년 봄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처음 듣게 되었는데 그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내 영어에 문제가 많은데 누군가 잘 듣고서 조목조목 지적해주면 훨씬 나아질 것 같으나 과연 누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제가 이렇게 마음 속에 생각하던 바가 바로 은 선생님 강의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CNN등의 영어방송을 길게 틀어 주고 학생들이 앞에 나와 한국어로 혹은 영어로 발표하면 날카롭게 critique하는 수업을 보면서 너무도 긴장됐지만 꼭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고, 이 공부가 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이대 지원 동기]
 

평소 가장 부러웠던 것이 어떤 학위나 특정 직업보다는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었고, 또 듣기와 말하기 뿐만 아니라 영어로 글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이 항상 있었기에 이에 입각해서 지원 학교를 선택하려 했습니다. 이대의 경우 일차가 500자 에세이 시험이어서 영어로 글 쓰는 훈련을 하기에 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이차의 경우도 특정한 시사 내용이나 기억력보다는 보편적 영어 구사력(한영)과 논지 파악이 쉽지 않은 긴 글에서 이해력과 논리력을 테스트(영한)하는 이대의 시험 유형이 훨씬 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매력적으로 보여 이대 통대로 결정했습니다.
 
 
 
[공부 전략과 올해 이대 입시]
 

제 경우 나이(91학번)도 많을 뿐 아니라 두 아이 엄마로서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학습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전략적으로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론은 시험유형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시험을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내지는 중간 목표로 삼고 공부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대의 경우 에세이와 한영은 일반 주제에 대해 자연스런 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영한은 잘 짜여진 텍스트에서 내용 파악 능력을 보는 듯 했는데 이것은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매우 이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최신 뉴스를 꼭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보편적 영어 구사력과 이해력 향상을 위해 공부했습니다. 올해 이대 일차는 주민등록時 열 손가락 지문채취에 대한 찬반을 논하는 주제였고, 이차는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워킹 스쿨 시스템 (walking school system)의 도입 및 확대 실시(한영), 멀티컬츄럴리즘 (multiculturalism)에 대한 설명과 이와 상이한 주장(영한)으로 역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형이었습니다. 시험 포커스 전략은 영어의 망망대해에서 길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 준비]
 

작년 여름 제 영작에 대한 은 선생님의 혹평을 들으며 엄청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을 그대로 영어로 옮겼을 때 거의 다 어법에 맞지 않는 틀린 표현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평이한 글을 필사하며 원어민이 즐겨 쓰는 검증된 표현만 쓰려고 했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검증된 영어로 표현할 자신이 없을 경우에는 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원어민이 종종 사용하는 비슷한 쉬운 표현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또, 너무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표현은 지양하면서 쉽고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어휘 중심으로 대신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더불어 선생님이 평소 강조하시는 전치사가 적고 짧은 문장, what 등을 이용해 절(clause)로 가기, 문두 부정 등의 표현을 가급적 많이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읽어서 어려운 글은 필사에 적합하지 않고, 나중에는 예전 수업 자료 중 쉽고 논지가 분명한 글을 골라 다시 한번 필사한 후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형식에 있어서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가고, 본론에서 처음 두 문단은 제 논지를 전개하되, 마지막 문단은 제 주장과 반대되는 논지를 짧게 소개한 후 이를 반박하는 근거를 강력하게 제시해서 정반합의 구도로 설득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또 가급적 각 문단의 첫 문장은 그 문단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는 주제문으로 시작해 논지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올해는 3개월 동안 장홍석 선생님 한영순차통역반도 수강했는데 이때 배운 표현들을 통째로 외운 것이 에세이 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습時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 (긴 영어기사를 논지 위주로 요약한 글)을 거의 다 외우려 했고 꼭 원본 기사와 같이 보며 기타 좋은 표현을 첨가하거나 각종 디테일(스펠링, 관사, 전치사, 단/복수 등)까지 꼼꼼히 살피며 외우려 했고, 디테일에서 오는 뉘앙스의 차이를 조금씩 알아갈 때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때 외운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올해 일차 시험에서 십분 활용할 수 있었고, 따라서 작년보다 한층 다양하고 자연스런 표현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준비]
 

영한: 영어 듣기는 오로지 은 선생님 청취 수업으로만 준비했습니다. 복습은 작년 처음 몇 달은 거의 외워보려 했으나 나중엔 시간이 부족해 한번 정도 더 들어보는 정도밖에 못했는데 이상하게도 올해 초부터는 갑자기 훨씬 더 잘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영어 듣기는 은 선생님 수업과 복습이 제 듣기 공부의 전부였습니다. 물론 수업은 올 9월까지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지금 듣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영한은 빠른 원어민의 발음을 알아듣는 것 이상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고, 이에 따라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사설보다 길고 심도 있는 평론 위주의 글로 한한 스터디를 했고, 명작에세이집도 구해 어휘력 향상과 논지 파악 연습을 했습니다. 또, 대학시절부터 성경구절을 붙들고 끈질기게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공부하면서 비유와 상징이 많이 등장하는 성경말씀과 씨름한 것이 생각을 깊고 끈기 있게 하는 힘을 길러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올해 영한 시험에서는 못 알아들은 중간 부분을 제외하고 제대로 이해했다 싶은 처음과 마지막 부분을 대략 다음과 같이 통역했습니다. "멀티컬츄럴리즘, 즉 문화다양성이란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선진사회의 문화나 미개한 원시 부족의 문화에 우열이 있지 않고 다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문화에는 이렇게 주관적인 기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자유, 이성, 생명, 과학 같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가 억압, 폭력 등을 조장하는 문화보다 더 나은 것이다." 중간에 긴 내용이 빠진 매우 짧은 요약이었고 '보편적 가치'는 지문에 없는 말이었지만 듣고 이해한 바를 설명한다는 기분으로 덧붙였는데 교수님도 호응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시험을 치르면서 이번 영한 지문은 부시대통령의 민주주의 증진론, 생명존중문화 등과도 일맥상통하는 논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로 들을 때 분명히 못 알아듣는 부분이 나온다고 예상하고 미리 마음을 준비하고 실제 그런 부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내가 이해한 바를 자신감을 가지고 한국말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영: 은 선생님 청취 수업 복습時 어렵고 멋진 표현보다는 쉽고 원어민이 많이 쓰는 표현을 눈여겨보며 입에 붙이려 했고, 장 선생님 수업 복습時 논지까지 통째로 외워 보려고 했습니다. 스터디에서는 초반에는 EBS '귀가 트이는 영어'위주로 외운 것을 매일 확인해주는 식으로 공부했고, 8월경부터는 국내 신문 사설과 칼럼, 뉴스위크 한영판 등으로 한영스터디를 했습니다. 외우는 것은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데 대충 외울 때가 많았고, 이러니 역시 나중에 적절한 영어 표현이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아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9월 말부터 정신차리고 시험보기 직전까지 열심히 외웠고 다행히 시험 볼 때 이 마지막에 외운 좋은 표현들을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 한영은 앞서 말한 주제로 평이한 기사체였고 어린 학생들 교통안전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제 아이에게도 해당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감정이입을 하며 들었습니다. 또 스터디 파트너의 조언대로 외우려 하거나 영어 표현을 생각하지 않고 내용 이해에만 집중하며 들었는데 이 때문인지 결코 짧지 않았던 내용을 거의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슬럼프와 마지막 스퍼트]
 

9월이 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에세이도 논리전개가 잘되지 않고 한영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의 중심을 잃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간 꾸준히 했으나 더 열심히 못한 것이 후회 막급이었습니다. 합격에 필요한 임계치의 실력에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이때 스터디 파트너 선희씨와 기도제목을 나누며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았고,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제 문제점과 바라는 바를 놓고 기도했습니다. 이즈음 제가 생각하는 주관적 임계질량과 실제 통대합격에 필요한 객관적 임계질량은 다를 수 있으며, 지금 제 실력은 2.5리터 juice통 바닥에 달라붙은 juice처럼 미미해 보이지만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쏟아 부으면 실제 합격에 필요한 유리컵 한 컵 정도의 분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깨우쳐 주신 것이라고 믿고 다시 분발하기 시작했는데 이 마지막 한달 정도는 정말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복습 위주로, 제 말과 글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표현 위주로 열심히 외우며 "쉽게, 짧은 문장으로, 정확하게"를 수없이 되뇌며 기도하고 공부했는데 실제 시험에서 정말 쉽고 짧게 그리고 비교적 덜 틀렸던 것 같습니다. 시험에서 이 마지막 스퍼트는 굉장히 중요한데 이때가 공부 효율이 극대화되는 시기이고 또 그간 쌓였던 실력이 임계치에 도달하여 드러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내파에게 용기를]
 

매우 어려웠지만 또 대체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공부가 적성에 맞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 청취 수업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는데, 직장을 그만 두고 정체되어 있는 듯한 제 자신에게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들 때마다 이만큼의 젊음과 기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감사하며 혹 통대에 못 가도 훗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습니다.
 

올해 시험을 보면서 작년보다 진일보한 제 자신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어렸을 때 해외체류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이 글을 읽는 국내파 여러분에게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부하시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과거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직장 생활하면서도 난 국내파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한계 지어 버렸던 것을 떠올리며 여러분은 같은 전철을 밟지 마시기 바랍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파도 천차만별의 실력을 가질 수 있고 "You can make a big difference!"
 

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 공부를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soul mate가 돼버린 선희씨와 함께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이만큼 열심히 못했을 것입니다. 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줬고, 8년 전 처음 만난 날부터 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밀어주는 신랑 종호씨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큰 그림 위에 제 노력이라는 작은 부분이 합쳐져 오늘의 좋은 결과가 나온 것임을 고백하며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문선희
 
 
 
우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지난 한 해, 하나님 임재를 하루하루 느끼면서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6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막연히 꿈만 꾸었던 통역공부를 올해 1월 3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순수 국내파로서 약 10개월의 캐나다 어학연수 경험은 있지만(96-97년) 당시에는 거의 공부다운 공부를 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영어의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어쨌든 문화적인 면과 근거 없는 자신감 정도는 챙겨 온 것 같습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업무가 거의 영어로 이루어 졌지만, 쓰는 용어들은 한정되어 있었고, '''바른' 영어'' 구사보다는 '일을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영어'에 불과했기에 영어실력이 형편없다는 인식조차도 못한 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그렇게 영어에 노출된 것만도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6년 간의 다양한 직장 경험과 외국인과의 잦은 접촉에서 오는 통밥(?)이 폭 넓은 이해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국내 모 은행과 외국계 IT회사에서 근무하면서 Networking 관련 자격증(CCNA, CCNP, 2001년)을 취득하며 영어로 된 두터운 원서를 다섯 권 정독/암기해야 했고, 일상근무에서 이메일을 수시로 주고받고, 마지막 회사에서는 호주출신 Executive와 6개월 여를 밀착 근무한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는, 생각보다 실력이 더디게 는다는 생각에 5월과 9월쯤 약간 우울한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인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열심히 했는데도 늘지 않는 실력에 때로 좌절하면서""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건가", "꽤 있다고 생각했던 영어에 대한 감각이 사실은 없었던 것일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늙은(?) 나이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하고 싶은 공부를 택했기 때문에 ''통대합격'이 아닌, '영어실력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조금 늦어진다 한들 어떤가 생각하며 가능한 한 공부를 즐기려고 애썼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초조한 마음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7월에는 남편이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집 처분과 유학준비를 돕느라 한 달간 공부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통대에 합격하긴 했지만, 나머지 9개월을 "뼈마디가 아프도록"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는 체력이 너무 약해서 마음은 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업과 스터디를 제외하고 나면 하루에 3~5시간 정도밖에는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집중해서 하기로 독하게 마음먹고, 저만의 공부시간에는 절대로 엎드려 잠을 자거나 잡담이나 딴 짓은 전혀 하지 않고 약간은 고독(?)하게 공부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도 잠이 많아 늘 7-8시간은 잠을 잤었고, 대신에 깨어 있는 시간을 완전히 공부에 쏟아 부었던 전략을 이번에도 택해서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공부는 주로 학원에서 했는데, 가끔씩 기분전환 겸 집에서 하거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했고, 마지막 11월의 2주는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조용히 집에서 공부했습니다.
 

제가 통대합격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신앙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성실함"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에도 노력파였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것만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믿고 경험했기 때문에,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11월 2차 준비반에서 tutor와의 시간충돌로 딱 한 번 수업을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1월부터 11월 마무리 수업까지 단 한 번의 수업도 빠지지 않았고(심지어 남편이 한국을 떠나는 날도 공항에 갔다가 수업하러 왔습니다), 이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공부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통대준비 공부를 한다고 해도 사람살이는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친구도 만나고 싶고, 날씨가 궂은 날은 수업 빠지고 싶기도 하고, 집에 일이 생기기도 하고... 이렇게 자신에게 조금씩 여유를 주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1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도 않지만 길지도 않습니다. 이 공부가 쉬운 것이 아닌 줄 안다면 쉬운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한 번씩 수업 빠지고 스터디 미루고 하다 보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곧 해이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저는 혹시라도 합격했을 때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하루 최소한의 공부분량은 충족시키고 나서야 하루 공부를 접었습니다.
 
 
 
[스터디]
 

지난 한 해 마음과 공부철학(?)이 너무나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월~금부터 하루 1~1.5시간 정도 했는데, 주말에 얼굴을 못 보면 서로 보고 싶어서 월요일에는 수다 시간이 좀 길어지기도 했지만, 스트레스를 푼다는 생각으로 서로 어려운 점, 공부하다가 느낀 점등을 나누면서 행복하게 공부했습니다. 제 합격의 반은 훌륭한 스터디 파트너이자 제 정신적 기둥이 되어 주신 곽정은 언니에게서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3월부터 8월까지는 한한과 영어암기를 했습니다. 실력도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Sight Translation이나 뒤집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한한을 통해 메모리스팬의 확장과 한국어 다듬기, 상식 쌓기를 꾀했고, 영어암기는 Dear Annie나 자신이 외우고 싶은 한 페이지 정도의 아무 text나 외워 와서 확인을 받는 식으로 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다 보면 옆에서 Sight하고 뒤집기를 초반부터 하는 분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조금은 불안한데, 저는 그때마다 저와 그 분들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생각하고, 기초공사를 튼튼히 한다는 생각으로 흔들림 없이 많은 시간을 한한과 영어암기에 할애했습니다(뒤집기는 8월 중순부터 시작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실전청취 교재를 외워보려 한 달 정도 시도했고, 실제로 1, 2월에는 시사청취 교재를 암기했지만, 선생님 교재를 통째로 외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어서 나중에는 좋은 문장만을 선별해서 외우고, 쉬우면서 좋은 문장을 포함한 기타 여러 가지 교재들을 제 나름대로 선별해서 외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외우기로 작정한 text는 detail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외웠고(심지어 감탄사까지 외워서 언니가 웃기까지 했습니다 ^^;), 그러면서 영어의 기초공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외울 당시에는""이것이 어떻게 시험과 이어질까"몰랐지만, Steve Jobs가 한 졸업사의 일부처럼, 나중에 보니 그것이 점으로 이어(connecting the dots)지더군요. 외우는 것은 영어의 체질을 바꾸고, 기초공사를 하는데 가장 유용한 방법임을 확신합니다. 그런데 많은 양을 외우는 것과 하나를 여러 번 외워 입에 붙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10개월을 두고 준비한다면 초반 8개월은 다양하게 많이, 나머지 2개월은 좋은 텍스트를 여러 번 입에 붙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한은 1차, 2차 시험 전날까지 빠짐없이 했고, 3월~8월 중순까지는 영어암기 스터디를, 8월 중순부터는 영한과 한영 뒤집기 스터디를 하루씩 번갈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영이 더 어렵게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10월 중반 이후부터는 한영이 쉽게 느껴지고 영한은 끝까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합격수기에서 누차 읽었지만 10월 중반까지도 한영이 쉽게 되지 않아서 이런 수준으로 어떻게 시험을 치르나 걱정했는데,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어떤 text를 불러주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한영이 쉽게 느껴졌고, 이것은 공부의 자연스런 수순을 밟은 분이라면 누구나 느끼실 것입니다. 또한 스터디를 하면서 매우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실속있는 스터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 이렇게 고심하여 고른 스터디 자료를 자기 것으로 충분히 소화해야 남 공부, 내 공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 스터디 자료를 최대한 시험스타일에 맞추어 편집하는 등 심혈을 기울일 때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한을 불러주면서 거의 원어민과 비슷한 속도나 오히려 약간 빠른 속도로 읽어 주어야만 상대방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차를 두고 최소한 3-5번 정도를 읽고 발음기호와 stress위치까지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스터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혼자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한한 역시 두 번 정도 미리 읽는 연습을 하고 스터디에 임했습니다. 저희는 한한을 준비할 때도 교수의 입장에서, 교수의 눈으로 칼럼을 읽고 선정했으며, 비록 주제와 상관없더라도 어떤 전문 용어가 나오면 인터넷에서 찾아 함께 용어의 뜻이나 역사적 배경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제 스터디 파트너도 그렇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복습하기를 권합니다. 의외로 쉽지 않은데, 그것은 다른 여러 가지 할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눈으로 쭉 읽으면서 유용한 표현이라도 메모해 두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한 배를 탄 스터디 파트너의 실력이 함께 상승하는 것을 볼 때 보람도 느끼고 자극도 되어 엄청난 힘이 되어 줍니다. 이런 스터디라면 저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대충 시간만 때우는 식의 스터디는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방법]
 

합격수기에서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청취력이 가장 늦게 향상된다는 것 100% 공감합니다. 청취할 때, technical하게 듣기가 안 되는 것은 3-5개월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안 들리는 것을 나름대로 tracking 해 보면, 연결음 같은 것들은 당연히 약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잘 안 들리지만, 심각한 것은 표현을 몰라서 안 들리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청취만 죽어라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엄청난 양의 독해와 어휘 및 배경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저는 찍찍이를 두 개 고장내고^^; (던지거나 떨어뜨린 것은 아니구요.) 세 개째 사용하였고, 또 은 선생님 교재 테이프가 늘 월말이면 늘어져서 들을 수가 없게 되도록 듣기를 많이 하고 공을 들였는데, 아직도 청취(영한)가 가장 약해서 보완을 많이 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은 선생님께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국내파 통역사에게서 가장 부족한 영역이 바로 청취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도록 지독하게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입니다. 독해량도 턱없이 부족하여 사실 학기 시작 전에 어떻게 보충해야 할까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며, 올해 시험에 떨어진다면 독해량을 많이 늘려 정독과 다독을 병행할 작정이었습니다.
 

에세이는 필사와 더불어 평소 글을 읽을 때 꼼꼼하게 읽는 것, 암기를 많이 하는 것, 이 세 가지 방법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대 에세이는 기본적인 영어실력과 논리력을 검증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화려한 표현을 쓸 필요도 없고, 어쩌면 써서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이라도 매일 필사하시고, 글을 읽을 때 관사, 전치사, 동사 등을 꼼꼼하게 보시고, 아는 단어도 다시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하세요. 저는 워낙 단어를 많이 찾아대는(?) 바람에 10월에는 전자사전마저도 고장나는 등 기계를 부숴 가며 공부했는데, 영한으로 뜻과 대략의 용법을 확인하고 반드시 영영으로 예문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영사전의 예문에는 그 단어가 대표적으로 쓰이는 상황에 맞는 문장들이 있어서 꼼꼼하게 공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습관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 단어의 용법과 어법에 대한 감이 잡히고 원어민의 영어에 가깝게 구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부하다 보면, 동사+부사, 형용사+명사를 사용할 때 짝을 이루어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이 있는데, 이를 잘 구사한다면 원어민이 듣기에 거부감이 없는 자연스러운 영어구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암기를 많이 하면 ""총알(표현)"을 많이 축적할 수 있는데, 이것을 적절하게 에세이에 활용하는 것이 또한 관건입니다. 은 선생님 에세이 수업을 8월, 10월 두 달 수강하면서 8월과 10월 중반까지는 총알을 있는 대로 다 써먹으면서 내가 쓴 표현들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선생님의 지적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문법이 맞더라도 어법이 안 맞는 경우나, 의외로 spelling에서 많은 error가 났습니다. 필사할 때에도 기계적으로 많은 양을 '해 치우는'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며, 한 문장을 필사하더라도 꼼꼼히 의미와 용법을 유념해 가면서 했을 때에 효과적이었습니다.
 
 
 
[시험]
 

1차 에세이는 제가 그나마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험장에서 너무 짧고 진부한(?) 주제가 나오는 바람에 개요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은 선생님 에세이 시간에는 늘 개요가 딱딱 떠올라서 순식간에 쓰고 나와 시간이 모자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상황에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개요가 잘 잡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고, 서론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서론과 본론의 first 부분을 쓰고 나니 벌써 시간이 반이 흘렀습니다. second, third, 결론까지 세 덩어리를 30분만에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고 그 다음부터는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되고 그러면서 spelling이 틀린 것이 두 단어나 됐습니다. 1차도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일단은 무조건 됐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고 2차 준비에 몰두했습니다. 2차에서는 한영보다 영한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실제로 영한내용은 작년보다 쉬웠는데도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영한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잘 한 짓(?)은 제가 이해한 것만 말했고, 아무리 중요하게 느껴져도 이해하지 못한 것은 과감히 빼 버렸습니다. 그러나 한영을 그럭저럭 한 덕인지 2차까지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험과 관련해서 드리고 싶은 조언은, 시험장에서는 정말 자기가 가진 실력의 50% 정도밖에는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평소 실력 쌓기에 열심히 힘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하는 마음은 절대 금물입니다. 또 시험장에서는 너무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performance가 떨어지기 때문에 1차와 2차에서도 편한 마음을 갖는 것, 마음을 비우는 것이 최대의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실력을 쌓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대 시험에서는 시사적인 내용보다는 약간은 academic한 내용(영한)이나 아주 일반적인 내용(한영)이 나오기 때문에 출제경향에 맞추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저는 조금 깊이 있는 한한을 하면서 게임이론이나 지적설계론 같이 무거우면서 이슈가 되는 주제들을 찾아 공부하기도 했는데, 한영은 허탈하게도 기사체의 내용이 나왔고, 기본적인 영어실력이 있다면 특정한 어휘를 구사하지 않고도 무난히 통역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참고로, 에세이 주제는''주민등록증 등을 위한 지문채취가 사생활 침해나 국가의 과다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찬반을 밝히고 그 이유를 500자 내외로 기술하시오'라는 내용이었고, 영한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대한 text, 한영은 최근 교육부와 경찰청에서 실시하게 된 Walking School System에 대한 기사체의 글이 나왔습니다.
 
 
 
[감사드릴 분들]
 

우선 참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긴장의 원천(!)이 되어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에서는 왠지 모르게 너무 많이 떨어서 민망한 순간도 많았고, 실력을 다 펼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것도 제 실력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개선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순간메모리 확장과 이대 시험장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발표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도와주신 장홍석 선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장 선생님의 한영순차 수업에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게임을 하듯이 재미있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부터 영어사랑에서 인연을 맺고 영어공부 스타일이 저와 잘 맞았던 이성연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성연 선생님은 제가 정말 엉망인 수준일 때부터 저를 늘 과대평가해 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사표를 던지도록 도와주셨고 나중에 선생님의 후배(외대)가 되길 원하셨지만 여러 가지 좋은 조언으로 공부의 활력이 되어 주셨습니다. 딱 한 달이었지만 6월에 청취수업을 통해 내가 청취력은 괜찮은데 발표력이 없어서 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알게 해 주신 박영훈 선생님께도 감사인사 드립니다. 약 6개월 간 함께 기초 다지기 스터디를 했던 혜민 양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반쪽이자 사랑하는 상훈씨, 미국에서 혼자 고생하며 공부하게 해서 미안하고, 끝없는 지원과 사랑에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쓸쓸함을 느낄 때나 남편이 이국 땅에서 겪는 어려움을 얘기할 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 귀한 시간을 떨어져 지낼까 눈물짓기도 했지만, 아내의 잠재력을 믿어주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던 천 점(백 점이 모자라서...)짜리 남편에게 기쁜 소식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을 앞서 해주시며 감싸주시고 지원해주신 시댁 어른들과 주말마다 아픈 몸으로 반찬 만들어 주느라 고생하신 친정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떠나 떠돌이 생활을 잘 견뎌주고 있는 사랑하는 아들 Qoo(쿠우)에게도 그리운 마음 전합니다. 더 큰산을 넘기 위한 또 한 번의 도전을 위해 이 겨울을 알차게 보내길 제 자신에게 다짐해 봅니다.
 
 
 
 
 
 
 
 백주연
 
 
 
저는 작년에 이대 시험을 봐서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막상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이것이 내 길이 맞나"하는 회의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내가 진정 마음속으로부터 통역을 하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일을 먼저 했습니다. 작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막연히 통대에 가면 좋다고 하더라'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시험이 끝난 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이 길이 내 적성에 맞는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정말 이 길로 가고 싶다"는 확신이 든 후에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작년과는 다른 자세로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역시 저는 1차 에세이 시험에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게 부족한 점을 집중 공략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단계 더 발전해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즉, 그렇게 하면 다른 부분에서도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스터디 파트너와 주제별로 나눠서 공부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환경, 교육, 줄기세포 등의 굵직한 주제를 선정한 후, 1-2주 동안 그 중 한 가지 주제만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이런 공부방식이 배경지식을 쌓는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양을 늘리기보다는 적게 하더라도 했던 것만큼은 확실하게 복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더 역점을 뒀습니다. 사실 전적으로 통대준비 공부만 한다는 것이 심적으로 매우 부담되는 일이지만, 저는 너무나 고맙게도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서 함께 기쁘고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지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준비하시는 여러분께서도 공부하면서 지치지 않도록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기쁘게 공부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차 에세이]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대충 꼼꼼히'가 에세이 쓰는 데 있어서 딱 들어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예상하지 않았던 주제가 나오면 머리가 멍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주제가 주어져도 대강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라도 쓸 수 있도록, 되도록 다양한 주제들로 에세이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가능한 평이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쉬운 표현으로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공부하면서 어려운 단어들을 접하면 꼭 유의어 사전을 찾아보고 대체할 쉬운 단어들이 무엇이 있나 확인하고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에세이를 쓸 때 개요를 확실히 짜고 시작했습니다. 거의 10분에서 15분, 많게는 20분까지 개요를 짜는 데 할당했습니다. 개요를 1, 2, 3으로 확실하게 나눠서 세운 후에, 그 문단 내에서도 어떻게 논리를 전개할 것인지, 자세하게 짰습니다. 그렇게 골격을 세우고 글을 쓰니 에세이가 오히려 훨씬 빨리 써졌습니다. 또 이렇게 개요를 확실히 짜면 문단 내에서 혹은 문단끼리의 내용의 중복이나, 중간에 논리적인 오류가 생길 확률이 훨씬 적어지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2차 한영]
 

영한, 한영 공부를 할 때는 우선적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글의 흐름을 잡는 연습, 논리의 흐름을 잡는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도 시험관께서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순차통역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한영 스터디를 할 때 가장 고질적으로 드러난 저의 문제는 바로 한글 텍스트를 영어로 번역하듯이 통역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듣는 도중에 자꾸 한글에 맞는 영어표현을 생각하다 보니 내용도 잊어버리고 통역도 이상해졌습니다. 그래서 한영 텍스트를 들을 때는 의식적으로 한한요약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한글 텍스트의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이해한 내용은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검증된 영어로 갈 수 있었기에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영 스터디를 하고 난 후 복습을 할 때는 반드시 한글 텍스트를 영어로 다시 요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한 것을 녹음해서 나중에 꼭 다시 들어봤습니다. 이 방법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와 문제점을 고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2차 영한]
 

영한도 한영과 마찬가지로 논리 흐름 잡기, 요약을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주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대의를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장에서도 디테일은 생략하고 큰 줄기만 얘기했습니다. '이러이러하다고 한다. 근데 뭐뭐뭐해서 이것이 아니다.'하는 식으로 큰 내용만 잡았습니다. 영한 스터디 후에는 꼭 다시 영어, 한국어로 한번씩 요약해서 복습했습니다.
 
 
 
[후기]
 

마지막으로 1년 동안 열심히 가르쳐 주신 은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지 못하는 저를 잡아주고 항상 웃게 만들어준 영주에게도 너무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승민
 
 
 
먼저 부족한 제게 합격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한 이만큼 실력을 다지도록 가르쳐 주시고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with surgical accuracy!) 지적해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시험이 가장 궁금하실 것 같아서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시험의 유형과 함께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그 동안 공부한 방법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2005년도 실패원인]
 

1. 청취력/이해력 기준 미달
 
2. 연습 부족
 
3. 자신감 결여
 

저는 작년에 처음으로 통대 시험을 쳤습니다. 1차 에세이 시험은 운 좋게 통과를 했었는데, 역시 1) 실력미달 2) 연습 무 3) 자신감결여로 인해 2차 시험은 너무나 당연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냥 학원수업도 조용히 뒷줄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들었고, 발표도 안 했고, 스터디 파트너도 없었습니다.
 

실력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응시한 것은 작년에 감명 깊게 들은 바락 오바마(흑인 초선 민주당 상원의원)의 연설 내용 중 "dare to defy the odds"라는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이 어찌나 제 마음을 설레게 했던지 맨 마지막 날 응시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에세이는 작년에 은 선생님 수업을 꾸준히 들으면서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노력한 결과가 나타났는지 운 좋게 합격을 했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 보러 오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갔던 저는 2차 시험에서 교수님이 영문 지문을 그렇게 길게 읽어주시는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끝난 줄 알고 말을 하려고 하면 또 읽으시고, 또 읽으시고... 이런 느낌을 영한 시험 도중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워서 못 알아들었는데, 당연히 다 잊어버리고 거의 말을 못했습니다. 한영도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쉬운 내용이었는데도, 당시 기억력이 너무나 부족했던 저는 가장 중요한 핵심인 한국말 자체가 기억이 안 나서 영어로 결론을 맺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2006년도 1차 시험: 에세이]
 
 
 

1. 문제
 

"한국에서는 주민등록을 만들 때 지문 날인을 한다. 일부에서는 지문 날인을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 찬/반을 논하라"
 

작년과 비슷한 유형을 예상하며 paraphrase를 생각하고 갔던 저는 문제를 받아보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멍해져서 처음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머리 속에서는 온통 '이를 어쩐다!' 와 'Your negligence now comes back with a vengeance.' '시험지에 여백의 미가 있군.'과 같은 엉뚱한 말만 맴돌았습니다.
 
 
 

2. 제가 쓴 답안
 

시험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고민 끝에 저는 찬성한다고 썼습니다.
 

서론에서 1) "합법적이고" 2) "현재로서는 대체할만한 실행 가능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를 쓰고,
 

본론에서는 (1-1) "헌법이 규정한 하에서 국가는 국민을 통제할 권리를 부여 받는다. 만약 지문날인이 법에 어긋나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면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를 위헌으로 결정했을 것이다." (1-2) "지문날인의 기본적인 목적은 국민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마땅히 누려야 할 기회와 권리를 국가가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생활 침해로 지문 날인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의 기능을 국가자경주의(state vigilantism)로만 국한하는 왜곡된 시각을 반영한다." (2-1) "대안으로 제시되는 다른 시스템 역시 같은 이유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지문만큼이나 사람마다 다른 심장박동이나 홍채인식과 같은 의학정보를 이용한 신원확인에서도 보듯이 개인의 신상정보에 관리에 대한 문제는 항상 문제를 야기 시킨다." (2-2) "게다가 현재의 시스템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요구된다. 이는 세금 낭비이며 당연히 책정 되어야할 다른 긴급하고 중요한 분야의 지출을 밀어낼 것이다."
 

결론은 "위와 같이 언급된 이유로 합법적이며, 현재의 현실적 재정적 여건이 지문 날인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찬성한다."라고 썼습니다.
 

전체 주어진 시간에서 막판 30여분을 남기고 써서 300자도 안 되는 것 같고, 검토도 못하고 내서, 전혀 합격의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합격한 것을 보니 길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3. 에세이 공부 방법: 필사와 암기
 

저는 이 공부를 하기 전, 영어 책을 꾸준히 읽었고 그로 인해서 문법과 구문파악은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단어는 분야 별로 많이 알지 못했지만(특히 경제만 나오면 "無腦兒"로 돌변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단어들은 다 책을 통해서 익혔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용례를 알고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은 선생님 에세이 반을 꾸준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 절감한 것은 "그냥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데 그치는 영어는 절대로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표현이 나오면 암기하는데 치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한국식 논리와 표현으로 가다보니 정말 어줍지 않은 창피한 내용을 많이 썼습니다. 선생님께서 필사를 숙제로 계속 시키셨고, 철저한 검사와 함께 다음 시간에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시켜 주셔서 그냥 수업을 따라갔습니다.
 

수업 교재 이외에 제가 필사한 책이 하나 있었는데, The Purpose Driven Life(목적이 이끄는 삶)라는 책이었습니다. 제 수준에서 필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내용이 너무 좋아서 필사를 해도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필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필사를 하면서 좋은 표현은 꼭 외웠습니다. 나중에 쓸 요량도 있었지만 외워두면 힘들 때 항상 새로운 힘을 주는 마음의 링거주사와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약식 에세이 시험을 실시하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항상 무슨 주제든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거기다 찬/반을 정해서 논하라고 하니 정말 저에게는 고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입장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초반에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항상 500자용 에세이에서 300자 내외로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을 통해서 제한된 시간 내에 어떻게든 입장을 정해서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체득한 것 같습니다. 워낙 느긋한 성격에다 뜬 구름 잡는 책들만 읽었던지라, 느리고 논리력이 상당히 부족했던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올해에는 에세이반이 낮 시간에만 개설이 돼서 등록만 하고, 인터넷으로 강의파일을 들으며, 실제로 수업시간에는 8월에 두 번, 10월에 2번 간신히 짬을 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쓰려고 하니 일하고 들어와 피곤해서 잠은 쏟아지고, 자꾸 사전을 찾아보고 싶은 충동을 이길 수가 없고, 또 제한된 시간 안에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 한번이라도 시험과 비슷한 상황에서의 연습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주제가 "democracy"였던 날과 맨 10월 마지막 수업에 들어가서 실전연습을 했습니다.
 
 
 

[2006년도 2차 시험: 한영]
 
 
 

1. 이대 한영 시험의 특징
 

이대 한영 시험은 특정 분야의 지식과 어휘를 심사하기보다는 1) fluency 2) 영어의 기본 바탕 3) 논리적 요약 능력을 보는 것 같습니다.
 
 
 

2. 시험장 분위기
 

시험장에 들어가니 교수님 세분이 앉아 계셨는데, 한 쪽에는 제 performance를 녹음하는 조교가 앉아 있었습니다. 좌석 배치는 교수님을 마주보고 앉는 구도였는데, 자리에 앉으면 바로 앞에 책상용 마이크가 있습니다.
 
 
 

3. 한영시험
 

한영시험이 먼저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듣고 영어로 요약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길게 느껴졌는데, 제가 영어로 요약했던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달부터 한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걸어서 등교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훈련받은 자원봉사자들과 교사의 인솔 하에 초등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사망자 수의 70%는 바로 등하교길 횡단보도나 도로를 건너다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주요 원인이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실천과 연습이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더 효율적기에 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북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이 Walking School System을 이미 오래 전에 도입해서 실시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와 같은 경우 이 제도를 실시한 이후 교통사고로 인한 아동사망률이 1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제도가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판명될 경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것이다."
 

교수님 세분이 제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왼손에 거머쥐신 동그란 초시계를 누르시고 시간을 재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 항상 말하기 전에 뜸을 너무 많이 들인다고 지적을 받아왔던 터라 초시계를 보자 많이 당황했는데, 이해한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듯이 약간 빠르게 했습니다. 제가 첫 마디를 터뜨리자마자 한글을 읽어주신 교수님께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셨습니다. 시선을 어떻게 피할 수가 없어서 한영이 끝날 때까지 그 분께만 시선을 고정시켰던 것 같습니다. 요약을 끝내고 나서는 할 말을 다 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감사합니다"를 말했습니다.
 
 
 

4. 한영 공부 방법: 실전통역 수업 / 이해 / 표현 암기
 

한영은 탄탄한 문법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입력된 영어 표현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6월까지는 시도도 안 했습니다. 그러다가 6월에 은 선생님 실전통역반을 들으면서 준비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실전 청취 시간에 배운 단어나 마음에 와 닿는 쉬운 표현 위주로 짬짬이 암기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수업시간 교재 내용 따라가기도 바빴기에 분야별로 어휘를 공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전통역반은 주로 CNN 시사매거진을 영영 요약하는 것과 미리 나눠주신 한영자료를 열심히 외워 와서 그 다음 시간에 선생님께서 자료에 없던 관련주제 내용도 가미해 한국어로 불러주시면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영 요약도 잘 안 됐고, 열심히 외운 연설문과 Chicken Soup, 인터뷰 자료는 선생님께서 한국말로 불러주시는 동시에 제 머리 속에 저장된 영문 내용이 서서히 지워지기 시작해서 선생님께서 한국말을 마치시는 순간 완전히 삭제 완료된 느낌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신 점은 무조건 외우려고만 하지말고, 먼저 이해부터 하라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7월 어느 순간 그 말씀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영 자료를 보고 한국어 부분을 충분히 읽어서 이해를 한 다음 영문을 보기 전에 조야하나마 제 영어로 한 문장씩 말해보고, 나중에 원문영문을 외웠습니다. 특별히 외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이동하는 차안이나 걸어다니면서 외웠습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오히려 제게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 시간을 통해서 꾸준히 좋은 표현을 통째로 암기한 것이 정확한 표현을 구사하고 끊기지 않고 물 흐르듯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소위 말하는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5월에는 처음으로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는데, Chicken Soup을 영영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Chicken Soup은 어렵고 복잡한 문어체에 익숙해져 있는 저와 같은 국내파에게 쉬운 구어체 표현을 익히게 해주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7월 중순부터 9월에는 서로 사정이 생겨서 잠시 쉬었다가, 10월에 다시 만나서 일주일에 두 번 Chicken Soup영영 요약과 한영 바꿔 말하기와 영한 바꿔 말하기를 시작했습니다.
 
 
 

[2006년도 2차 시험: 영한]
 
 
 

1. 이대 영한 시험의 특징
 

우선 지문이 깁니다. 게다가 논조가 중간에서 바뀌는 전환의 "묘미(?)"가 있는 내용을 약간 빠른 속도로 읽어 주십니다. 따라서 저자의 핵심을 간파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 영한 시험
 

영한 시험은 문화다원주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들으면서 이해했다고 생각해서 좀 흥분했습니다.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로 옮길 때 중간에 egalitarian이란 단어를 표현할 적절한 한국어가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아서 pause를 두게 되었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블랭크 현상이 왔습니다. 그러나 "일단 말을 내뱉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반드시 결론을 내야한다."는 은 선생님의 말이 각인돼서인지 저자가 왜 문화다원주의에 대해서 반대하는지에 관한 논조를 이해한 내용 안에서 설명하고 미련을 두지 않고 짧게 끝을 맺었습니다. 역시 끝났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험을 보고 나서 영한을 너무 못했기 때문에 이틀 동안 매우 괴로웠습니다.
 
 
 

3. 영한 공부 방법: 청취 수업 / 이해 / 표현 암기
 

모든 부분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청취는 아는 만큼만 들리고, 들은 내용 중 이해한 내용만 말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혹시 더 붙여서 얘기한다면 그것은 대부분 "창작"한 내용이 되겠지요.
 

제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바로 영어 청취력입니다. 2003년도 3월 중순에 영어로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학원을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등록한 영어사랑학원에서 청취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회화 학원을 다니기도 했는데, 항상 그 말이 그 말인 표현을 하고,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오래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청취는 외국에서 연수를 받아본 적도 없었던 토종 국내파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제일 많이 해야 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가장 중점적으로 고군분투 해야할 분야이기에 공부 방법을 쓰기가 무척 부끄럽습니다.
 

2003년도와 2004년도 중반까지도 통대 입시에는 뜻이 없었기 때문인지, 그저 수업을 듣는 것 뿐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밀물처럼 학원에 왔다가, 썰물처럼 스르르 집에 가곤 했습니다. 다만 꾸준히 은 선생님 수업은 빠지지 않고 등록했습니다. 내용이 너무 재미있고 그 동안 제가 모르던 세상을 보게 돼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도 11월에 처음으로 이대 1차 시험을 보고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청취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게 됐습니다.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4년 12월과 2005년 1, 2월에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처음으로 발표를 시작해서 잘해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사전에 강의 요약본을 홈페이지에 올리시면 주제와 관련된 한국어기사와 영어기사를 적어도 각각 3편씩은 읽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복습도 철저히 했었고, 이때 실력도 느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월 중순부터 갑자기 많은 일들이 몰려와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여유가 없어서 간신히 수업에만 들어와서 조용히 수업만 들었습니다. 3월부터 8월까지는 일요일도 못 쉬고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 발표를 중단했더니, 발표능력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서 나중에는 통과를 외치고, 앞에 나가서 헛소리를 하더라도 발표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청취 수업 자료 이외에는 다른 것은 들을 시간도 없었고 여력도 안 돼서 어떻게든 청취 수업 듣는 시간만큼은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수업 시간에 모르는 단어는 그때마다 외웠습니다. 복습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나중으로 미루면 절대로 안 외우고 넘어갈 것이 뻔해서 되도록 그 시간 내에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수업 시간에 배워서 그때 외운 단어 중 state vigilantism이나 medical credential 과 같은 단어를 실제로 1차 에세이를 쓸 때 적절히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맺음말]
 

"즐겁게" 그리고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실력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였습니다. 저녁에 청취 수업을 들은 것이 제게는 일을 하면서 또 대인 관계에서 받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나 답답한 부분을 해소해 주는 맑은 샘물과도 같았습니다. 간혹 수업시간에 발표가 부족하고 엉망이거나 잘 안 들리고 이해가 안 돼서 낙담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꾸준히 연습해서 익숙해지면 바로 그것이 잘 하는 길"이라는 것과 "포기하고 주저앉는 그 시점이 바로 제 실력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는지 곧 회복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매일 새벽이나 늦은 밤에 적어도 30분은 꼭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통해서 항상 공부할 수 있는 여건에 감사 드리게 되니, 주님께서 새 힘을 주시고 지치지 않게 돌봐주신 것 같습니다. 시편 1편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라는 말씀처럼 때가 되면 결실을 맺을 것이란 믿음을 주셨습니다. 문제는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른다는 것이지만...
 

저를 위해서 항상 기도해준 가족과 스터디 파트너 현정이, 그리고 많은 시간을 희생하시면서 저희들을 가르쳐 주신 은 선생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수미
 
 
 
 
 
아직 미흡한 제가 합격수기를 써도 될까 하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는 것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저처럼 지방(저는 부산 출신입니다)에서 계획하시는 분들, 아르바이트나 직장을 다니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영어공부]
 

저는 영어권 나라에는 가본 적도 없는 순수 국내파 입니다. 대신 지난 약 5년간 회화학원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는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보다는 단지 영어를 잘 하고 싶었습니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성실한 학생으로 뽑혀서 몇 달간 공짜로 수업을 듣기도 하고 월반도 해보고^^;; 대회에서 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연수 기회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회화학원을 다닌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통역 자원봉사를 하다가 그것이 인연이 돼 간단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적은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이지요. 하지만 거기서 배우는 것은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비교적 시간여유가 있는 분들에게,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회화학원이나 EBS의 회화프로그램을 적절히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20분 분량의 Easy English, Power English는 내용이 상당히 좋습니다.) 단, 회화학원을 다닐 경우에는 미리 주제에 대해 말할 표현을 찾아 꼭 외워 가시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는 복습을 하세요! 꾸준히 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통대준비]
 

본격적으로 통대준비 공부를 한 기간은 정확히 1년 4개월입니다. 그 전에, 지방에서 처음 공부를 한다고 한 것이 이코노미스트 독해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후회되는 방법입니다.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을 잡고 있었으니까요. 통역학원을 다닐 수 없는 경우, 한국신문 열심히 읽으시고, 수준에 맞는(적당한 난이도의) 영어잡지나 신문을 골라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직독직해도 매일 일정량 하시구요.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서울로 오시거나 시간을 내어 학원에 다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다니세요^^ 처음에는 다른 학원에 몇 개월을 다녔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 기가 눌려서 방법도 모른 채 단순히 공부만 했습니다. 그리고 12월부터 영어사랑학원으로 옮겼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이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제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실전청취와 실전통역 수업을 들으면서 그 날 배운 부분은 열심히 외웠습니다. 3페이지 반을 암기하는데 처음에는 꼬박 16시간이 걸렸습니다. 갈수록 암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줄긴 했지만, 그만큼 제 자신도 나태해졌고, 이 점은 지금도 굉장히 후회가 됩니다. 여기서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닌 '인지적'수준을 말하는 것입니다. 복습이나 암기를 꼼꼼히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방법]
 

지난 1년간 이코노미스트를 스스로 찾아 읽은 적은 없습니다. 대신 좋아하는 글이나 원서책을 머리 식힐 때 읽었습니다. (애용했던 자료는 헤럴드 트리뷴입니다. www.iht.com) 듣기와 독해 모두 복습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따로 독해를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독해는 듣고 말하기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하신 말씀에 100% 동감했습니다. 따라서 양적 공부보다는 한 자료를 5번이고 10번이고 읽는 질적 공부를 했습니다. 그것이 비교적 단기간에 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正道라고 믿습니다. 모르는 표현은 영영사전도 함께 보시고, 수업 복습은 무조건 한다는 생각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떨리고 자신이 없어도 발표도 하시구요. 선생님의 critique은 한 모퉁이에 적어놓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critique에 상처받지 마시고 고맙게 듣고 유용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한영은 비교적 자신감을 얻게 되었는데, 그 바탕은 철저한 수업복습과 실전통역시간에 다룬 연설문 1년 치를 총 3번 외웠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연설문에는 경제, 역사, 문화, 최근 이슈...모든 내용이 총 망라 되어있습니다. 단 연설문을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단어별로, 표현별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내용을 순서대로 달달- 외우는 것입니다. 따로 한영준비를 한 적은 없습니다. 스터디는 한한과 직독직해를 제외하고는 8-9월경에야 암기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 영한, 한영 스터디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 충실히 했다면 9월, 10월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절약]
 

저는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습니다. 후반기 들어서는 시간상으로 비교적 안정된 과외를 하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시간관리가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힘들더군요. 번역(비전문가수준)을 하다 3일 밤을 샌 후 아침에 잠이 들어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수업에 늦게 뛰어 들어가던 그 날의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직장에 다닌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 힘들다고 변명을 대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는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학원에 종일 있어도 밥 먹는데 1시간, 쉬는데 30분, 스터디 중 잡담으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보다 적당히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30분간 집중을 해서 하는 공부가 훨씬 낫습니다. 자신을 믿으시고! 자투리 시간 잘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이대선택동기]
 

우선 이화여대를 선택하게 된 것은 1차가 에세이라는 점과 수업 커리큘럼이 제게는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에세이는 펜팔을 오랫동안 해서인지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꼼꼼한 성격 때문에, 펜팔 할 때는 항상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1차 시험]
 

정말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본론부터 쓰느라 서론, 결론을 전혀 쓰지 못했는데 5분이 남았더군요. '이렇게 떨어지는구나..'하면서도 내용을 못써서 불합격을 하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4분 여만에 서론, 결론을 써내려 갔습니다. 물론 검토는 전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합격이 가능했던 것은 수업시간에 "똑 같은!"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은 선생님이 '이제 시험지 제출하라'고 하실 때 부랴부랴 '서론, 결론'을 썼던 경험 때문이죠. 여러분은 내년에 꼭 시간안배 잘하세요! 문법의 기초는 대학 때 교과서보다 자주 봤던 Grammar In Use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이후의 모든 것은 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 (특히 필사) 밖엔 없습니다. 에세이가 고민이시라면 우선 기초공사(문법, 철자, 독해)를 튼튼히 하시고 8월경부터 개설되는 선생님 에세이강의를 꼼꼼히 들으시면 충분하실 겁니다. (필사는 꼭 하세요!!)
 
 
 
[2차 시험]
 

시험을 볼 때 교수님께서 한영을 먼저 읽어 주셨습니다.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었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괜히 고치느라 버벅대는 것보단, 자연스레 넘어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근데 그때 교수님께서 크게 감점체크를 하시는 걸 보고선 '내가 왜 그랬을까...' 정말 후회를 했지만 얼굴에 당황하는 표는 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어이없는 당당함으로 밀어 부쳤습니다^^;; 영한은 아직도 자신이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시험장에서 신기하게도 은 선생님이 평소에 해주신 말씀("쓸데없는 것 빼라/순서대로 할 필요 없다/볼륨있는 통역, 즉 핵심을 강조하는 통역을 해라..")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핵심을 우선 얘기하고, 그 후에 생각나는 대로 detail을 붙였습니다. 교수님과의 eye contact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서 교수님이 제게 한영, 영한 둘 다 '요약하시오'라고 하셨는데, 어떤 분들에게는 '통역하시오'라고 하셨답니다. 무슨 뜻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요약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주는 내용의 절반 정도 길이로 했습니다.
 
 
 
[후기]
 

먼저, 항상 저를 지켜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 지면을 빌어, 같이 열심히 해준 소영이, 변함 없는 노력으로 귀감이 됐던 배정화 언니, 그리고 함께 스터디했던 모든 분들, 바다 건너편에서 기도 열심히 해준 연주, 저를 믿어준 사랑하는 계팀. 친구들^^, 그리고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힘이 되어준 우리 언니와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공부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신 은 선생님,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부족한 제가 이렇게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선생님과 그에 따르려 했던 미약한 저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지금은 부족할지라도 노력만은 멈추지 마시길..!!
 
 
 
 
 
 
 
 조효섭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합격수기를 쓰려니 쑥스럽고 망설여지지만, 저보다 먼저 합격하신 분들의 합격수기를 읽으면서 공부방향을 잡고, 힘들 때 마음을 다잡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부족하지만 제 공부방법과 시험에 대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작년에 제가 그랬듯이, 불합격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부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제대로 닦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실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스터디를 많이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입 밖으로 뱉어낼 수 있는 "총알"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양질의 내용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한스터디]
 

이대 시험이 2분 넘는 길이로 의견이 들어있는 글이 예년의 추세였기 때문에 스터디파트너와 계속 2분30초 이상의 글을 서로 읽어주면서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내용이 길다보니 중간부분이 빠지거나 결론을 잊곤 했는데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거의 전체를 다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디테일을 기억하려고 하기보다는 듣고 이해한 내용을 좋은 한글로 내뱉는 연습을 주로 했습니다. 스터디 자료는 단순 기사, 사설, 칼럼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려 했고, 후반기에는 시험대비로 의견이 들어있는 글들 위주로 했습니다. 스터디 때는 항상 시간을 재면서 속도체크를 했고 녹음을 해서 어떤 실수를 하는지 항상 검토했습니다. 혼자 공부할 때는 NPR을 듣고 혼자 통역을 해보거나, 집에 있을 때 CNN을 많이 틀어놓고 봤습니다.
 
 
 

[한영스터디]
 

제 경우에는 영한에 비해 한영이 쳐지는 상태여서 영어로 쉽게 내뱉을 수 있도록 초기에는 한영스터디를 하지 않고 영영스터디를 했습니다. 그리고 쉬운 영어를 위해서 Dear Abby를 매일 했습니다. Dear Abby와 같은 경우, 쉽지만 유익한 표현이 한 두개쯤은 늘 담겨 있어서 재미있으면서 쉽게 외워졌고 활용도 잘할 수 있었습니다. 5월부터 한영스터디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속도도 매우 느리고 영한이나 한한과는 달리 내용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고 제대로 뱉을 수 없어서 많이 속이 상했습니다. 다행히 스터디파트너와 제가 한영이 영한에 비해 서로 다 약하다고 판단해서 둘이 함께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고 의논해서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 초시계로 시간 확인을 해줬고 항상 속도를 의식해서 했더니 조금씩 느린 감이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한글을 들을 때 영어표현을 생각하면 그 부분은 꼭 빠뜨리게 되고 전체 줄거리를 잡기가 힘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용을 들을 때는 한글로 이해만 하고 영어로 옮길 땐 나를 믿고 해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니 빠지는 내용 없이 전체 대의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글에서 영어로 갈 때는 자신이 확실히 외워서 내 것으로 만든 영어표현이 많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험준비로는 2분-2분30초 정도의 의견이 있는 글을 위주로 연습을 했습니다. 항상 녹음을 해서 다시 혼자 들어보고 실수한 것을 점검하고 속도와 backtracking등, 귀에 거슬리는 것은 없는 지 확인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녹음내용을 듣고 너무나 느린 속도에 충격도 받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에세이 시험 준비]
 

저는 에세이 준비를 하면서 영어실력이 많이 향상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자료를 접하더라도 에세이에 활용하려는 마음을 갖고 글을 읽었는데, 그래서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확실히 아는 영어, 검증된 영어로 만 쓰려고 노력을 하긴 했지만 처음엔 그 확실히 아는 영어의 양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L/C수업의 방송대본이든,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타임지 등 제가 독해자료로 읽는 내용이든 유용한 표현이 나오면 무조건 외우고 정리노트에 적었습니다. 작년 중반부터 시작해서 정리노트를 세 권까지 만들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계속 새로운 내용을 외우다 보니 잊어버리는 것이 많아서 가끔씩 공부가 잘 안되거나 피곤할 때는 정리노트를 훑어보면서 소리를 내서 읽어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좋은 표현들을 많이 알 수 있었고, 에세이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세이 준비를 통해 내 실력이 쌓이는구나 하며 즐겁게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글을 읽을 때 유용한 표현이 많이 있는 글을 보게 되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완벽하게 외우고, 나중에 꼭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The New York Times 사설을 필사(copying)해서 자주 범하기 쉬운 실수들을 줄여나갔습니다. 사설은 의견을 담고 있는 글이기 때문에 필자가 어떤 식으로 의견개진을 해나가는지를 눈여겨봤습니다. 이코노미스트 opinion부분과 뉴스위크 칼럼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1년 넘게 에세이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것은 꾸준히 하면 분명히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1차 에세이 시험]
 

올해 1차는 예년과는 달리 긴 본문 지문이 없이 세줄 정도의 간단한 주제를 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때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이자, 정부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다는 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내용에 대한 것은 에세이 준비과정에서 많이 써본 경험이 있었고, 주제 또한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두 가지 아이디어를 잡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할 지에 대해 간단하게 개요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염두에 두었던 것은 작년에는 시험장에서 갑자기 긴장해서 20분간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개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잡아 한번에 틀리지 않고 쓰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또 활용하고자 하는 표현을 함께 써두었습니다. 가끔씩 글을 쓰다보니 처음에 생각한 좋은 표현들을 잊고 그냥 글을 끝내게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다 쓰니 20분 조금 넘게 남아 사소한 실수라도 없게 여러 번 검토했습니다. 학원에서 에세이 진단 및 처방을 받을 때마다 사소한 실수를 못보고 넘긴 일이 여러 번 있었던지라 꼼꼼히 검토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이번 일차시험이 끝난 뒤에 느낀 것은 작년에 얼어서 글을 못쓴 것이 실력이 부족해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더 탄탄한 실력이 있었더라면 잠시 막혔어도 어떻게든 그 상황을 잘 풀어나갈 수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처음 보는 것이라 매우 떨렸습니다. 11월의 2차 시험 준비반 수업시간에서도, 긴장하면 잘 들리지도 않고 들은 내용도 잊어버렸던 것을 생각해서 안 떨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장 앞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릴 때도, 영어로 된 글을 작은 소리를 내며 읽으면서 떨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교수님 세분과 녹음을 하는 조교 한 명이 있었습니다. 시작 전에 교수님이 제 학교와 전공에 대해 물으셨고, 한영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평이했고, 초등학교 학생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등교시 인솔자가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로 가는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내용을 말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내용낭독을 마치시는 순간 바로 통역을 시작했고, 끝까지 한결같은 스피드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끝은 처지는 느낌 없이 확실하게 끝냈습니다.
 
영한의 처음 두 문장은 분명히 들었지만, 중간부분에서 제 심장소리가 교수님 목소리보다 더 커지며, 그 내용도 머리에 남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리가 띵해지며 울고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됐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며 최선을 다해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장 속이 상한 것은 "어려운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나만 제대로 못했고 다른 사람들은 잘했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하게 들은 내용만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해서 말했습니다. 다행히 놓쳤다고 생각한 본론 부분은 머리 속의 잔상이 남은 것을 바탕으로 말을 했는데, 그것이 정확하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내용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반대입장의 의견을 담은 글이었고, 길이는 예상외로 너무 짧았습니다. 2차 시험 유형이 매년 똑같지 않기 때문에, 길이는 1분-2분30초 정도로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불합격과 합격]
 

나름대로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준비를 한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탄탄하게 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비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작년 1차 시험에 떨어졌을 때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에세이 준비를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이 불합격보다 더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4개월 동안 지방에 있는 집에 내려가서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했습니다. 4월에 다시 상경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는데, 나름대로 재충전도 된 상태였고, "그 동안 쉬는 기간이 너무 길었구나"하는 불안감으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에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작년에 불합격했던 것이 제게는 오히려 큰 행운이었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운 좋게 붙었다고 하더라도 실력이 임계질량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학교수업을 힘들게 간신히 따라갔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일년 전에 읽었던 것과 같은 영문잡지를 보고 작년에 들었던 것과 같은 영어방송을 들으며 공부를 했지만 그 이해 정도가 작년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끼면서 일년 더 공부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두서 없이 적은 제 글이 저보다 내년도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합격 소식에 저보다도 더 기뻐하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2년 넘게 귀한 가르침을 주시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올해 거의 매일 함께 스터디를 하며 힘이 되어준 스터디 파트너 정화에게 너무 고맙고, 또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함께 공부했던 민정 언니, 현정 언니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서정아
 
 
 
제 공부방법이 체계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또 합격수기를 당당히 쓸 만큼 실력이 된다고 생각도 하지 않으므로 다소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제 합격수기가 조금이나마 여러분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번역학과를 지원하게 된 계기
 

대학 졸업하고 10년간 英美계 투자은행과 카드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영국 런던에 잠시 거주하게 됐습니다. 그때까지 매일 업무 관계로 영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런던 생활이 그리 힘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갖가지 일들을 겪다 보니 영어 실력이 너무나 부족하고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부에 전혀 취미가 없었는데 그 때 난생 처음 무엇인가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또한 어디서나 쉽게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었던 탓에 이런 책이 우리말로 번역이 되고, 또 많은 우리나라 책들도 영어로 번역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번역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회사생활하면서 사람 많이 만나고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 힘들게 느껴졌었는데, 번역이라면 조용한 곳에 앉아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제 적성에도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5월부터 친구가 추천해준 영어사랑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수강한 강좌는 은천성 선생님의 실전번역 수업이었는데, 5월 한 달 동안은 수업 따라가기도 힘들어서 갈팡질팡했던 생각이 납니다. 한영이건 영한이건 척척 문장구역을 해내는 분들을 보고 부러우면서 동시에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하더군요. 제 수준에 힘이 부치는 것 같아서 후회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수준에 비해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숨을 돌릴 수 있게 되면서 6월부터 박영훈 선생님의 실전 에세이, 7월부터는 이동희 선생님의 실전 영작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2. 공부방법
 

[전반적인 공부]
 

저 같은 경우, 하루도 수업에 빠지지 않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하여 열심히 들었던 것이 무엇보다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듣고 기억한 것은 따로 외우지 않아도 기억이 잘 나더군요. 복습도 수업 끝나고 바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The Economist' 같은 것은, 처음 2개월 동안엔 거의 모든 article을 읽다가, 그 이후로는 재미있고 중요해 보이는 article 몇 개 (이를테면, 과학 기술, 한국과 아시아, 또 역시 영국 잡지이니 영국에 관련된 기사들)만 뽑아서 정독을 했습니다. 사실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의 견해에 거부감도 느꼈고, 문체도 지나치게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읽으면서 독해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았습니다. 또 공부가 안 되고 지겨울 때마다 좋아하는 Colin Dexter나 Patricia Cornwell 같은 작가가 쓴 추리소설 및 역사적 인물의 전기와 자서전 등을 원서로 읽기도 했습니다. 특히 과거 The New York Times 기자였던 Harrison Salisbury의 자서전과 소련 여행기 같은 것은 영어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현대사적 배경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이대 번역학과를 지망하는 분이시라면, 흥미가 가는 원서를 몇 권 읽는 것도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증된 좋은 영어를 쓰는 작가들의 저서를 읽어야겠지요.
 
'Newsweek'는 9월부터 은 선생님께서 매주 article 두 개를 선정해주시면서 외우라고 하셨는데, 암기력이 약한 저로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통째로 외우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몇 주간 포기하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한 번 시도를 해봤습니다. article 암기를 위해 제가 쓴 방법은, 영어 기사를 한국어로 옮기고, 그것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면서 원문과 맞춰 나가면서 틀린 것은 수정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번역을 하면서 영어 문장이 각인되는 탓인지 그냥 외울 때 보다 시간도 덜 걸리고, 문장도 잘 외워졌죠.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기사 외우기는 한영번역에 매우 효과가 큰 방법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영어는 너무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어민의 표현을 무조건 외우는 방법으로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니까요. 시험 때까지 일주일에 적어도 두 개씩은 꼭 외우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어버리는 것도 많았지만, 반복하다 보니 머리 속에 남아있는 문장이 조금씩 축적되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번역학과 지망이지만 L/C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은 선생님의 입문 청취도 3개월 정도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말씀대로 듣는 것을 통한 이해가 더 빠른 것 같아요. 요즘 세계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청취 수업을 통해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독해를 하면서 지나쳤던 표현을 복습하는 의미도 있었으며, 英美인들이 요즘 많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익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해도 그렇지만) 많은 양을 건성으로 듣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반복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익히는 것이 효과적인 L/C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L/C는 다소 소홀히 했습니다만, 하루에 많지 않은 양이라도 정해 놓고 반복해서 듣는다면 에세이와 영작에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꼭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어 공부를 절대 소홀히 하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국내파이니까 한국어는 문제없어"라는 나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막판 2차시험준비 수업 때 제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영도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므로 평소에 시사저널을 읽고 일간지 사설들을 요약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감각이 탁월한 한국 소설가의 단편이나 중편소설을 골라 머리도 식힐 겸 틈틈이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필사와 요약]
 

필사는 5월부터 시험 때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했습니다. 대학교 이후로 문법이나 어법을 따로 복습할 기회가 없어서 처음에 많이 헤맸는데, 필사가 문법적, 어법적 문제를 바로잡는 데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The New York Times의 비즈니스 및 건강 섹션 기사나 The Guardian의 과학 기사로 하루에 한 페이지씩 했습니다. 많이 하는 것은 힘만 들고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량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8월부터 요약을 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The Guardian의 해외특파원들이 쓰는 칼럼 (World Dispatch)나 Simon Tisdall의 칼럼 (World Briefing) 및 그 외 칼럼니스트들의 것을 요약했습니다. The Guardian은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평이하여 외우기가 쉽고, 기자들의 논조가 마음에 들어서 요약연습을 비교적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은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대로 서양인의 사고방식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고, 유용한 표현도 익힐 수 있어서 에세이 연습에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1차 시험 문제가 전 국민의 지문 날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었는데, 영국 노동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National ID Card를 비판하는 칼럼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대 기출문제들을 살펴보면, 직접적으로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이슈들을 일반화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시험
 

시험을 앞두고 건강이 안 좋아져서 힘들었습니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또 지나치게 불안하고 초조해 하지 않도록 심신을 안정시키는 단련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 경우는 1, 2차 시험 때 심하게 긴장을 해서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고, 특히 2차 시험 때는 이것이 판단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시간 배분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봤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어서 시험을 보고 발표까지 2주 가까이 우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1차 시험]
 

평소 시간을 내어 에세이를 따로 써 본 적은 없었지만 (확실히 critique 을 해 줄 사람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혼자 쓰는 것은 제겐 별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실전 에세이 시간에 봤던 에세이 테스트와 은 선생님의 critique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실전 번역시간에 했던 내용과 기사 요약했던 것을 시험 전까지 계속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실전에서, 시험 시작하기 30분 전에 본 단어와 표현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1차 문제는 "People render 10 digits for fingerprinting on registration ID Card. Do you agree or disagree to fingerprinting?" 라는 것이었는데 저는 일단 "I am against submitting fingerprints."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그 근거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이 세 가지를 적었습니다.
 
"#1. Mandatory fingerprinting encroaches on human rights and civil liberties. The government may even require an iris scan and DNA information to further monitor the public at the end of the day.
 
#2. Compulsory fingerprinting costs too much money and labour to scan, sort out and store fingerprints. The economic cost involved comes from our taxes which can otherwise be well spent on more needed areas.
 
#3. It hardly contributes to identifying criminals these days because they are not likely to leave their fingerprints on crime scenes. It can rather be exploited to oppress innocent citizens by a vicious ruler."
 
 
 

[2차 시험]
 

2차 시험 전에 이대 2차시험대비반에서 했던 주요표현 정리와 모의 시험을 복습했고, 이동희 선생님 실전영작반에서 했던 것 중에서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써봤습니다. 영한의 경우 작년처럼 난이도가 높은 단어가 많이 나올까봐 걱정을 했는데 (따로 vocabulary 책을 본 적이 없어서 단어실력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올해 문제는 단어나 문장 자체는 일견 평이해 보였지만, 막상 한국어로 옮기려니 좀처럼 매끄럽게 번역이 되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국가의 개념을 소설을 예로 들어 설명한 에세이였는데, 대충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이대 2차시험대비반에서 은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대로 직역보다는 전체적 흐름에 맞는 표현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한영은 너무나 많이 읽어 봤던 주제인 조류독감에 대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시험에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대응을 비판한 사설이었는데 예년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라 더더욱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영한으로 인해 에너지와 시간을 다 뺏기고 한영을 하려니 문득 '이제 틀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까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작년 합격자 분의 수기가 떠올라 간신히 써내려 갔습니다. 다 쓰는 것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시간이 부족했지만 일단 쓰는 것이라도 제대로 쓰려고 애를 썼고, 결국 마지막 몇 줄은 남겨 둬야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더 불안했습니다. 감독관께서도 답안지 제출할 때, '앞부분을 많이 썼으면 마지막 몇 줄은 못 써도 되니 빨리 제출하라.'라고 하셨지만요...)
 
 
 

4. 맺음말
 

6월에 3년간의 난소암 투병 끝에 어머니께서 돌아 가셨는데,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 정신적 고통을 절대 이겨내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 때마다, 그간 속만 썩여 드리고, 제대로 간호도 해드리지 못했던 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 생전의 바램대로 공부를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견뎠습니다. 게다가 제가 진정으로 원할 때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제게 공부의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부족한 점을 깨닫도록 해 주신 은천성 선생님, 한영을 두려워하던 저로 하여금 영작에 재미를 느끼도록 해 주신 이동희 선생님, 그리고 문법과 어법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신 박영훈 선생님께 아무리 감사의 말씀을 드려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공부에 흥미를 북돋아 주셨던 선생님들이 아니었더라면, 지구력이 약한 저는 중간에 공부를 포기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얘기와 너무 많은 정보에 휩쓸리다 보면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장 영
 
 
 
*진로 결정 및 공부방법
 

저는 아주 어렸을적부터 동시통역사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유난히 영어공부만은 열심히 하고자 유학결정을 했습니다.
꽤 긴 시간을 캐나다에서 보내긴 했지만, 정작 영어공부는 시간만큼 하고 돌아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대학 전공도 불어를 하게 됐고, 영어도 마구잡이로 쓰는 버릇이 생겨 오히려 정확한 구사력이 떨어지게 되었구요.
그래서 나름 해외파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가을 처음 학원에서 공부할 때 저의 끔찍한 영어실력에 충격을 받고 당연히 이대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그냥 공부만 하면 느슨한 마음에 슬럼프에 빠지게 될 것을 우려해서 일과 병행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일을 했기 때문에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보통 분들의 삼분의 일도 안됐지만, 저는 이 방법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CNN과 스크린 청취를 가르쳤는데 가르치면서 정말 제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반복해서 가르치다 보니 자연 암기도 되구요.
그러니, 일도 어느 정도 관련된 일을 하면 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모자란다는 생각에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는 습관까지 생겨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단어를 보고 수업자료를 듣는 성실함 (?)까지 생겼으니, 저에게는 일하는 것이 곧 공부였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
 

하지만, 역시나 제가 너무나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에세이에서 다시금 실패를 해서 이대는 또 떨어지게 됐습니다.
에세이 공부하시는 분들 은선생님의 필사방법 의심하지 마시고 꼭 꾸준히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숙제로 하면서도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에세이에 도움이 되나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제대로 된 필사를 하고 조금씩 양을 늘리시다 보면 자신의 영어 작문실력에 창피해지고 제대로 된 영어식 영어로 글 쓰는 방법을 배우실 겁니다.
선생님 말대로 우리의 글을 쓰는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식의 영어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굳이 이코노미스트나 타임지 보다는 쉽게 접하는 영한 신문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저는 이 공부하면서 이코노미스트나 타임즈지는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이 공부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잡지의 화려한 문체나 아이디어가 아닌 정확하고 간결한 표현인 듯 싶습니다. 그래서 시혐 두 달 전부터는 코리아 헤럴드를 구독했고 한국어 신문을 먼저 보고 영어신문을 보면 한국어 표현의 정확한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고 시사 정보도 그 어느 책보다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한, 한영
 

나름대로 영어 청취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었지만, 아무리 청취 실력이 좋아도 단어나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래서 단어 외우기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표현도 신문이나 뉴스를 많이 접하다 보면 좀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한국말로 옮길 수 있으니 한국어 실력도 꾸준히 공부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한영은 누구에게나 제일 자신 없는 분야일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저도 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유리 할거라 생각했지만, 그냥 영어를 말하는 것과 한국어를 다시 영어를 옮기는 일이 저한텐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해외파 맞냐는 소리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ㅠ,ㅠ
한영은 공부 초기에는 아예 손을 안 댔습니다. 이것 역시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좋은 지문을 무작정 외우고 단어와 표현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생각하며 외웠습니다. 역시 한영이 입에서 안 나오는 것은 표현력 부족과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문을 암기하며( 꼭 입으로 암기하십시오) 영어문장 구조가 입에 배고 한국어로 들었을 때 정확한 영어표현만 생각난다면 조금씩 조금씩 한영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
 
 
 
*스터디
 

저는 일 때문에 스터디 할 시간도 없었고 실력이 없이는 스터디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잘못된 영어를 말하고 있는데 매번 스터디파트너와 잘못된 영어로 영한 한영 연습을 하는건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9월초에 처음 스터디파트너를 만들었고
좋은 스터디파트너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정말 다행히도 지금은 좋은 친구가 된 주연이와 영주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스파와는 1주일에 한번 돌아가며 영한 한영을 하나씩 하는 정도였고 같이 이대를 준비하던 주연이와 1주일에 한편 에세이를 교환 하는게 전부였습니다.
저희 스파들도 많은 양보다는 적은 양을 확실하게 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저희는 항상 양은 적게 했습니다.
스파는 물론 정신적으로 서로 기댈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의지가 되기도 하지만, 공부 자체만을 볼 때 저는 여전히 어느 정도 실력이 되기까지는 혼자 실력을 다지는게 낫다라고 생각하고 스터디를 하게되고 필요한 만큼만 효율적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2차시험
 

저는 운이 좋게도 1차는 특별전형으로 시험을 보지않고 2차 시험을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한문은 하나도 모르는데 너무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대신 2차에 몇 가지 관문이 더 있었습니다.
서울외대는 면접 때 특별전형을 마지막에 몰아서 더 오랜 시간동안 시험을 봅니다.
전 그 중에서도 마지막 이었구요 ㅠ,ㅠ
긴장 안하려고 하는데도 다 떠나고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앉아 있으려니 긴장이 되며 추워져서 이때 마신 차만 4잔은 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2시간 남짓동안 여러 연설문을 보았습니다.
 
일단 면접실에 들어가면 교수님 3분이 매우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이 부분에 저는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교수님들이 정말 화기애애하게 대해주시거든요 ^^
저는 임종령 교수님, 노보현 교수님, 그리고 외국이
Michael교수님 세분이 면접관으로 오셨습니다.
처음으로 영어fluency시험을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하십니다.
이거 잘 준비해 가십시요. 정말 면접실에 가면 자신의 실력이 반만 나와도 잘나온다는 말 실감했습니다.
의외로 떨림은 없었고 면접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면접을 보긴 했지만 머리 속은 새하얗습니다.
기억력도 훨씬 줄구요.
저는 질문에 이 학교는 왜 지원했느냐, 오늘 기분이 어떠냐 잠은 잘 잤냐 정도 였습니다.
제가 영어를 정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빨리 뱉는 편이라 사실 시험보고도 혹시나 문법 같은걸 실수 했을까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준비해 가신걸 물어보았고 나름대로 만족스런 대답을 했습니다.
 
둘째로 시사용어였습니다. 나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서 외웠고 용어는 무난했습니다.
저는 NPT, IAEA등이 나왔고 교수님이 설명하시면 그게 뭔지 맞추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거 굉장히 애매합니다.
아는용어도 이렇게 풀어 들으니 헷갈렸습니다.
하나는 왠지 틀린 것 같고 하나는 블루오션 전략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영한을 불러주시는데 지문이 평소 연습한 것보다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귀로 들으면 한귀로 내용이 흘러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수기를 쓰신 분들과 선생님의 조언이
지문이 끝나면 무조건 입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하셔서
무슨 배짱인지 기억도 안 나면서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너무도 빠른 속도로 기억 나는 것만 빨리 말하고 끝냈습니다.
솔직히 나중에 내용이 조금씩 기억이 나면서 너무 너무 후회하며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불안해 했지만, 기억 안나는 내용을 머리에서 짜내기보다는 기억 나는 문구만 신속히 정확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외대 지문은 꼬이지 않고 요점이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요점을 잡고 논리만 첫쨰, 둘째, 이런식으로 잡아주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한영은 듣는 순간 전 혼란에 빠져서 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시험 직전까지 공부하고 외우던 APEC CEO회담에서 노무현대통령이 했던 연설이 그대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거 절대 좋은거 아닙니다. 듣는 순간 전 머리 속에서 이걸 그대로 하면 난 떨어진다는 생각과 함께 머리 속에 있는 이 영어지문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지문을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너무 간단한 "12% 상승할 것이다" "5년내에" 이런 디테일도 다 못 내뱉고 그냥 "한국의 경제전망은 매우 밝다 ....." 순서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약 1초 멈췄더니 교수님의 시선이 느껴져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순서를 바꿔서 "왜냐하면 OCED가 ...라고 예상하고 유가폭등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성장했고 ...."
이렇게 몇 문장으로 어설프게 끝을 맺었습니다.
정말 어찌나 못했는지 울고 싶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여전히 지문 끝나자마자 시작했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지막으로 특별전형은 한한사설 요약과 한국어 단어 시험이 있었습니다.
한한 사설은 6자회담과 관련된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는데 길이가 1분 30초 가량 되다 보니 정말 기억력에 한계가 오더군요.
그래서 여전히 요점만 간략히 정말 간략히 몇 문장으로 간추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어시험은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에서 가결된 내용을 읽어주셨습니다.
처음에 듣는 순간 이 지문으로 뭘 하라시는 건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에 듣고 있다가 갑자기" 여기서 각하하다가 뭡니까?"라고 물으시는데 순간 벙쪄지더군요.
그래서 모르겠습니다도 안하고 멍하니 있으니(절대 이러지 마세요) 그럼 위헌이 뭡니까? 하시길래 그제서야 아 단어 설명하라시는 거구나해서" 아~ 단어 설명하시라는 거셨군요, 법에 어긋난다 입니다" 라고 대답을 했더니 "네, 그럼 다시 각하하다가 뭡니까?" 하시는데 단어를 모르는데다 문맥이 기억이 안나서 그만 "승인하다입니다" 라고 꺼꾸로 대답을 했습니다.마지막으로 "헌재는 무엇입니까?" 였고 대답을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시험 때 실수도 많이 했고 아직도 이렇게 실수를 하고도 붙은게 조금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이든 실력이든 너무 감사하게도 합격을 했으니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 훌륭한 동시 통역사가 되기 위한 긴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관문을 하나 통과하긴 했지만, 앞으로 남은 관문이 지금 지나온 것보다 훨씬 크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힘들일도 더 많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지금은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합니다.
 
 
 
정신 없고 별로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운 제 수기입니다만,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격려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훌륭한 가르침으로 힘이 되어 주시는 은 선생님,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였던 친구들에게 또 항상 제 뒤에 계셔 주시던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조희빈
 
 
 
그동안 합격수기를 읽기만 했지, 막상 쓰려고 생각하니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민망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입시라는 것이 실력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모두들 비슷한 실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시험 당일을 기점으로 합격/불합격이 냉정하게 나뉜 것을 생각해보면 공부 방법도 방법이지만 시험 당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 경험을 적어본다는 생각으로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게다가 저도 서울외대를 준비하면서 작년 합격수기를 여러 번 꼼꼼하게 읽고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나올지 미리 짐작하고 시험장에 들어갔기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에 제 수기가 서울외대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은 한국외대와 비슷한 유형으로 한국어, 영어 각각 50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어 시험 중 객관식 문제는 국내파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풀 수 있도록 평이하게 나왔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단답형 주관식 문제(5개정도)와 서술형 요약 1문제가 나왔는데, 단답형 주관식 문제는 문맥을 보고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힌트로는 첫 글자 한글 자음과 단어의 뜻이 제시됐습니다. 기억나는 문제로는 (물꼬)를 틀다, (가닥)을 잡다, -가 (불거져)나오다 등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접하는 표현들을 막연하게 이해만 하고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사전을 찾아 뜻까지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술형 요약 1문제는 올해에는 신문 사설 하나를 제시하고 200자 이내로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200자 원고지에 요약하는 것이었기에 글자와 띄어쓰기까지 모두 포함해서 200자입니다. 그렇게 하니 200자가 너무 짧게만 느껴져서 압축 요약하는 것이 은근히 까다롭더군요. 내용은 당시 이슈였던 프랑스 내 이슬람계 인종차별 소요사태에 관한 한겨레 신문 사설이었습니다.
 

영어 시험 시간을 60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시험 때엔 50분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더욱 촉박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한국외대 전공영어 시험보다는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OMR카드에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답안지에 연필로 마킹하는 것이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답을 고칠 수 있는 여유가 있긴 했습니다. 허나 난이도가 낮다고 해서 긴장을 풀면 그만큼 1차 시험 합격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차 합격을 해야 2차 때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쉬워도 쉬운 대로 정신을 차려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4가지 섹션(fluency, 시사상식, 영한, 한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 막연하게 "당연히 영한, 한영 통역의 비중이 높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fluency와 시사상식의 비중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fluency test는 지원서에 어떤 내용을 작성하느냐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전 대학 때 캐나다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어서 그걸 지원서에 적었는데, 캐나다에서 무엇을 했는지, 또 제 답에 대한 꼬리 질문을 하셨습니다. 같이 시험을 봤던 다른 분에게는 통역과 번역의 차이가 뭔지를 물으셨다고 합니다.
 

시사상식 문제는 총 5문제로 이 부분은 특히 작년 합격수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단 국제기구의 이니셜을 듣고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2문제였는데, 모두 합격수기에서 봤던 ADB(아시아 개발 은행), NPT(핵확산 금지 조약)이었습니다. 나머지 3문제는 한국어로 의미를 설명해주시고는 그 용어가 무엇인지 맞추는 것이었는데, 전 안타깝게도 한 문제를 틀리게 대답했습니다. 나온 용어로는 방카슈랑스, 블루오션 전략, 아웃소싱이었습니다.
 

영한, 한영 통역 문제는 너무나 죄송스럽게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한 문제는 한국-유럽경제인협회 연설문이었습니다. 연설자는 한국인으로(직책은 알 수 없습니다만) 유럽연합과 한국의 무역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시켜야 하며, 한국과 유럽연합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무역파트너인지를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고, 그에 따라 한국-유럽연합의 관계를 공고히 하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제 느낌으론 영한 내용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디테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중요한 아이디어 위주로 잡고, 디테일은 한 두 개 정도만 꼭 기억해서 통역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3번이나 한국어로 paraphrase하는 실수를 범해서 아쉬웠지만, 합격을 한 것을 보면 중요한 아이디어 위주로 통역을 한 것이 먹혔던 것 같습니다. 한영 문제는 제가 들으면서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며 들어서 더 더욱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한영도 영한처럼 연설문으로, 생각나는 내용은 한국이 어두운 역사를 겪었지만, 그를 딛고 일어서서 이제는 동아시아에서 어떤 분야(과학기술, 아니면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상공회의소라는 단어가 아직도 명확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제 추측으로는 국제통상에 관한 연설문이었던 듯 합니다. 시험 전 공부를 할 때는 APEC 연설문을 많이 공부해갔는데, 구체적인 행사의 연설문보다는 자유무역이 대세가 된 만큼 보편적인 국제통상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연설문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서울외대 시험을 보시는 분들은 꼭 그 해 주요 이슈를 몇 개를 정해서 그에 관련된 기관의 연설문을 뽑아서 공부하시면, 내용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시험장에 가서 처음 듣는 지문이라도 평소처럼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위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영한/한영 통역만큼 fluency test와 시사상식 문제의 비중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영한통역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내용을 잡고 통역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나, 한영통역은 거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고, 또 교수님들께서 기억하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내용을 지어서 통역하면 오히려 빠졌을 때보다 감점을 심하게 주신다고 강조하셨기 때문에, 제 한영은 엉망으로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fluency test에서 영한/한영 통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fluent하게 하고 싶은 말을 했고, 그러한 점이 한영 통역에서 미흡했던 점을 어느 정도 커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전히 100%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시험장에서야 다들 떨리기 때문에 영한/한영 통역에선 당연히 긴장해서 실수도 하게 되고 모르는 내용도 있을 수 있지만, fluency test는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하는 기본적인 영어구사 능력을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교수님들께서도 신경 써서 살펴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fluency test에서는 교수님의 질문에 짧게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대화를 주도해나간다는 느낌으로 했던 것이 좋았다는 조언도 들었고, 저도 긴장한 나머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장황하게 늘어놓다 보니 어느새 대화를 주도하는 것처럼 됐고 합격을 한 것을 보면, 오히려 틀릴까봐 소심하게 짧게 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시사상식 문제에서도, 전 당연히 다른 분들은 다 맞췄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합격하신 분들 중에서 2문제 정도 맞추신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통역도 통역이지만, 오히려 통역을 부족하다 싶게 했더라도 fluency test와 시사상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승산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주관적인 제 생각이지만,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공부하면서 항상 지키려고 했던 것은, 매일 조금씩 한한, 영한, 한영, 사이트, 번역 모두를 했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오랜 기간 동안 한 것이 아니었기에,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졌고, 그래서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매일 모든 부분을 일정량씩 해서 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할 때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너무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로 들리시겠지만, 언제나 우리가 알고 있는 상투적인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더군요. 열심히 공부하시고 합격의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한주희
 
 
 
합격을 했지만, 아직도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아 합격수기를 쓴다는 것이 쑥스럽습니다. 그렇지만, 통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몇 자 적었습니다.
 
 
 
 
 
[선문대 시험 유형]
 

올해 선문대 시험은 영어 L/C 50문제, 번역, 통역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이 시험을 하루에 다 봅니다. 영어듣기 시험의 경우 시사 내용 위주였고, 50분간 시험을 봤습니다. 50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풀면 잘 볼 수 있는 시험이었습니다. 세부사항을 물어 보는 문제도 있었지만, 전체 아이디어 파악 문제가 더 많았습니다.
 

번역은 한영번역 2문제, 영한번역 1문제가 나왔는데, 한영번역은 조사와 몇몇 단어를 제외하고 전문이 한자로 주어졌습니다. 평소에 신문에서 한자를 관심 있게 봤다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자로 된 긴 문장을 번역할 때, 문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멋진 표현을 많이 쓰면 좋겠지만, 표현에 집착하면 내용을 많이 옮기지 못할만한 분량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완성해야 했기에 표현보다는 먼저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치중해야 했습니다. 번역 주제는 해마다 다르지만, 올해 한영번역은 두 지문 다 연설문이 나왔습니다. 그 중 하나는 APEC 연설문이었으며, 또 하나는 경제/무역관련 연설문이었습니다. 영한번역은 영국 폭탄테러와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통역시험은 점심식사 후에 있었습니다.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에 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외국인 교수님과 허 준 교수님이 앉아 계셨고,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 가벼운 질문을 하셨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정도는 미리 생각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돌발 질문을 어떻게 대처하는 가를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생각이 안 나면 거짓말이라도) 쉽게 풀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fluency가 관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상쓰지 말고 웃으십시오.^^ 영한 통역은 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십니다. 해마다 내용이 다르다고 하는데, 올해는 부시대통령 연설문이었습니다. 한영 통역은 허 준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한영통역 역시 해마다 내용이 다른데,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포럼에서 한 연설문이었습니다. 영한, 한영 모두 분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내용도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설득력 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방법]
 

누구나 다 아시겠지만, 영어 공부에 있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국어 공부도 따로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고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해주시는 critique이 뼈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시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계속 고쳐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이 공부를 하면서 깨우친 것은 "남과 비교하지 말자"입니다. 물론 때론 비교도 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할 필요는 있겠지만, 비교를 통해 절망하거나, 혹은 자만하는 것이 공부의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 Listening
 

저는 처음 영어뉴스를 들었을 때 "이게 뭔 소리야.."하는 수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우선 전체를 한 번 들어보고, 내용을 대략 파악한 후 따라 읽어보고, 그 다음엔 한 문장씩 끊어가며 받아쓰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이 어떤 부분을 못 듣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표현을 외우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받아쓰기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여겨질 시점이 있을 것입니다. 한 문장을 들으면 그 한 문장이 머리 속에 글로 쓴 것처럼 새겨지는 그런 느낌이죠. 그 정도가 되면 집중해서 많이 듣고 나중에 스크립트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리스닝에 있어 배경지식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한 독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담 프로그램은 내용이 어렵지만, 리스닝 실력을 높이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일 리스닝 분량을 정해놓고, 반드시 집중해서 내용을 파악하면서 듣고, 들은 내용을 혼자 말해 보거나 shadowing을 하면, 말하기 실력도 함께 향상됩니다. 들은 내용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도 처음에는 내용을 옮기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숙달이 되면 올바른 한국어 표현을 하는 것에도 신경을 쓰면 됩니다.
 
 
 
2. Reading
 

처음 시작할 때 영자신문을 보면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해서 막막했지만, 관심 있는 내용 또는 수업시간에 한 독해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해서 유익한 단어와 표현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문 하나 읽는 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불안했지만, 남들이 어느 정도의 분량을 소화하는지 상관하지 말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소화하는 방향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영자신문을 볼 때 모르는 단어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마치 우리말 신문을 대하듯 보게 됩니다. 매일, 영자신문(뉴욕타임즈, 헤럴드 트리분을 강추!)을 보고 시사를 update하며, 중요한 내용은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무엇을 읽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코노미스트를 구독해서 봤지만, cover to cover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 후회도 없구요. 의무감으로 보는 것보다는 여러 자료에서 자신이 고른 기사를 재미있게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머리를 식힐 겸 영문소설책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구요.^^
 
 
 
3. Writing
 

은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필사(copying)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직접 읽고 써보고 외운 문장이 실전에서 쉽게 튀어나왔습니다. 너무 어려운 문장을 외울 필요도 없고, 자신이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표현(쉬우면서도 영어다운 영어)을 많이 외우면 됩니다. 코리아 타임즈나 코리아 헤럴드를 보고 "우리나라 이슈를 이런 표현으로 썼구나"하고 참조하는 것도 좋구요.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자가 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는 문장자체를 그대로 외우라는 말은 아닙니다.)
 
 
 
4. Speaking
 

은 선생님 실전 통역반에서 다뤘던 자료를 외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더 열심히 할 것을"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특히 올해 한영 번역, 통역이 연설문으로 나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서울외대 2차 통역시험에도 연설문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연설문을 외우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영영 요약도 fluency 향상 및 바른 표현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어로 들은 내용을 거의 똑같이 말하는 것이 처음에는 도움이 되나.."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것을 다시 말하는 것은 내가 그 표현을 완벽히 알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영영 요약을 하면서 제게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하고, 실력 향상도 가능했습니다.
 
 
 
5. 스터디
 

스터디는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고 난 후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영, 영한, 한한, 한영 중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터디를 하면 됩니다. 저는 영한, 한영 스터디를 주로 하였고, 하루에 2시간 정도씩 일주일에 세 번 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를 아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critique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좋은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 공부도 즐겁게 하고, 힘도 많이 얻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지도해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합격한 지금이 또 다른 시작이라 생각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참 실력을 갖춘 통번역사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통역대학원 진학을 위해 공부하시는 여러분,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공부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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