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4)
 
 
 
♣ 한영 ♣
 

김성경 (전남대학교 영문과)
 
합격자 발표가 난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제 이름을 확인한 그 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특별히 내세울 공부 방법도 없고, 합격은 했지만, 앞으로 준비 기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제 실력을 알기에 수기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를 처음 시작할때 다른 분들의 수기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었던 때를 생각하며 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전공은 영문이지만 시사영어에는 관심이 전무했고, 오히려 난해한 영시나 고대 소설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3학년을 마치고 영국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 인증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세이 쓰기를 포함한 종합적인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은 이때 제게 통대입학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학연수의 필요성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입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정확히 알고, 분명한 목표와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알고 떠나는 연수는 국내파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준비 시간과 학원 수업>
 
귀국후에야 통역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 7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이익훈 어학원의 김수연 선생님 왕기초반을 4개월 수강했고, 이때 듣기와 독해의 기본을 다졌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대 1차시험은 통과했지만, 실력이 한참 모자랐기에 당연히 2차시험의 벽은 넘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은천성 선생님의 기초반을 계속 수강했고, 부족한 부분을 단과 전담반을 통해 보충했습니다. (박은숙 선생님의 독해반 2개월, 양승진 선생님 수업 1개월, 이진호 선생님의 영어 숙달반 2개월) 모든 수업이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영어 공부, 특히 리스닝에 대한 제 목표치를 몇단계 높여주신 은 선생님 수업과 이진호 선생님의 입시 대비 체제로 운영된 영어 숙달반 수업이 주효했습니다. 특히, 이진호 선생님 수업에서는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자료를 주제별로 나눠주셨고, 표현정리까지 외워서 다음 시간까지 철저히 복습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발표할 때 태도나 손버릇까지 꼼꼼하게 지적해 주셔서, 입시를 앞두고 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종합적인 마무리가 가능했습니다.
 
<건강, 자기 최면의 중요성>
 
통대입시라는 과정은 길고도 험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따라서 영어 공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공부하는 것입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과 내 실력을 비교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사실에 한숨만 나왔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는 내 생각만큼 실력이 쑥쑥 늘지 않아서 조바심이 나고 속상할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유달리 잔병치레가 잦았기 때문에 한번씩 아플 때 마다 내 의지대로 따라주지 않는 내 몸이 너무나 원망스러웠고 마음의 조급함만 커져갔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바싹바싹 속만 타들어 갔고 때로는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컸습니다. 집안 식구들은 '네가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느냐. 통대가 애 하나 잡겠다.'며 공부를 그만둘 것을 강권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을 넘기면서 제 마음속에는 체념이 점점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욕심을 조금씩 비우니 몸도 마음도 더 편했고, 공부가 즐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통대에 붙겠다는 집념으로 괴롭게 공부하느니, 이왕 하는 공부를 즐겁고 실용적으로, 내 진짜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게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려 할 때면 '고시처럼 떨어지면 말짱 도루묵인 공부도 아닌데 떨어지면 어때? 일단 공부해두면 나중에 과외선생이라도 하면 되지' 라고 되뇌였고, 어떤 때는 반대로 '나는 된다' 라는 구절을 거울 옆에 써 붙여 두고 자기 최면을 걸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저는 안될 것 같은 일은 지레 겁 먹고 도전조차 하지 않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하나를 얻은 것' 이라고 스스로 위안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공부도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독해>
 
기본적으로는 작년 김수연 선생님의 왕기초 수업에서 해두었던 독해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름에는 박은숙 선생님의 독해 강의를 2개월 수강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독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까지는 통대 입시생 모두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코노미스트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하는 식으로 이코노미스트를 읽으며 괴로워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와 이런 표현들이 과연 내 입에서 나올까, 에세이를 쓸 때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가을부터는 과감히 이코노미스트를 버리다시피 하고 뉴스위크나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Herald Tribune등에서 상대적으로 쉽고 관심 가는 글들을 뽑아 읽었습니다.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를 찾는 일은 시간도 많이 들고 굉장히 피곤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읽고 싶은 글을 찾으면 그 기사 하나는 최소한 3번에서 5번까지 반복해서 읽으면서 입에 붙도록 노력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꼭 '이코노미스트여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힘만 들고 버겁게 독해를 하시는 분들께는 차라리 낮은 난이도의 관심 가는 글을 꼼꼼히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리스닝>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 자료를 복습 하는 것이 제 리스닝 공부의 일순위 였습니다. 워낙 내용도 어려웠고 들리지 않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복습만 해도 하루로는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해서 가을쯤 해서는 정말 발음이 알아듣기 힘들거나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부분은 표현만 정리하고 넘어갔습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영어발음도 완벽히 들리지 않았기에 정확히 말하는 영어 리스닝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는 리스닝 스페셜을 스터디를 통해서 7월부터 매일 꾸준히 했습니다. 처음 3개월은 영영 교재로, 10월부터는 영한 교재로 사용했으며, 하루에 기사 하나씩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암기하면서 복습을 했습니다. 리스닝 스페셜의 내용은 깊이 있는 기사는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에 해당하는 단어와 표현들을 두루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Daily English라는 사이트에서 매일 제공되는 PBS와 AP 단문뉴스를 틈나는 대로 들으며 혼자서 영한연습을 해봤습니다. 아쉽게도 녹음을 하고 복습까지 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TV를 통해서 영어 방송을 들을 수 없었던 사정에 있던 저로서는 최근에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아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딱딱한 영어가 싫증 날 때에는 같은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Dear Diary, Dear Annie처럼 쉽고 재미있는 자료를 가지고 혼자서 영영으로 말해보고 확인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가 너무 안되거나 하기 싫을 때에는 시트콤 프렌즈를 종일 보면서 죄책감 들지 않게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단어+표현>
 
작년에 사둔 Vocabulary 22000을 봄에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외웠습니다. 매시간 쪽지시험을 통해서 외웠는데 외워두고 써먹지를 않으니 잊어버리기를 반복, 이후에는 단어를 따로 외우지는 않았습니다. 표현외우기는 어휘집을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효과가 눈에 보이는 공부입니다. 특히 9월부터 이진호 선생님 수업자료를 꾸준히 복습했던 것과 News English Powerdic 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만 뽑아서 파트너와 외웠던 것(10월)이 시험을 앞두고 주효했던 방법이었습니다.
 
<에세이>
 
9월에 이대 특차 준비 일요스터디 팀 멤버들과 주중에 매주 3번씩 에세이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때 상당히 많은 주제를 다뤘습니다. 은 선생님 에세이 숙제도 꼭 쓰려 노력했고, 쓴 글을 다른 파트너와 비교하며 크리틱도 해보았습니다. 또한 이진호 선생님 수업시간에 토픽 별로 읽기 자료가 나가는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에세이를 써봤습니다. 즉, 그날 다룬 내용이 주 5일제였다면 표현정리를 하고 어느 정도 숙지한 후 '주 5일제로 인하여 예상되는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써라' 라는 식으로 혼자 문제를 내고 시간을 재면서 에세이를 써봤습니다. 그리고는 이진호 선생님께 부탁 드려 첨삭까지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것이 에세이 쓰기입니다. 하루에 배경지식 익히고 실제 에세이 쓰는 데에만 거의 5시간을 투자할 정도였으니까요. 비록 이대 특차에서 1차부터 떨어져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양한 주제와 그에 해당되는 자료를 접할 수 있었고, 사안별로 내 관점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풀이>
 
3월에는 문제풀이 스터디에 합류하여 토요일마다 문제풀이 연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만 푼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님을 느꼈고, 또한 외대 1차 통과는 저에게 영원히 불가능한 목표라는 체념이 들어서 한달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대 정시의 에세이 1차를 통과한 것만 믿고, 올해에도 이대를 목표로 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실질적인 외대1차 준비는 시험 전주에 스터디 파트너 언니가 풀어보라고 건내 준 텝스 모의 고사를 3권 풀어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중고등 학교 때에도 문제집을 많이 풀고 시험을 보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시험장에서는 오히려 정신을 제대로 집중하고 그다지 떨지 않는 타입이었습니다. 내년 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실력은 출중한데 현장에서는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문제 형식에 익숙하지 않아 불운하게 시험을 망쳐버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최대한 실전 분위기를 만들어 예행연습을 하는것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도 기사 하나를 읽더라도 꼼꼼하게 읽는 버릇을 들였던 것이 운이 좋게도 1차 통과라는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스터디>
 
4월에는 Voca 22000 암기스터디와 한한 요약스터디를 했습니다. 그리고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은 선생님 말씀대로 매일 아침 한한과 영영 요약스터디만 했습니다. 한한은 처음할때에는 내가 과연 한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리버리했지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느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공부 방법 입니다. 4월에 처음 한한 요약을 시작했을때에는 한 단락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10월에는 한 페이지가 넘는 글로 메모리 스팬이 확장되었습니다. 영영은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지 위하여 리스닝 스페셜과 Dear Annie, Dear Abby를 번갈아 가면서 했습니다. 9월에는 특차대비 일요스터디를 시작했고, 한명이 나가서 하면 세명이 심사위원이 되는 식으로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연습했습니다. 영한, 한영 뒤집기를 시작한 것은 10월부터였습니다. 4월부터 9월까지 영영, 한한만 연습한 셈인데, 사실 이때는 빨리 영한과 한영 뒤집기 연습을 해야 하는것은 아닌가 상당히 조바심도 나고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실력도 안되면서 섣불리 뒤집기를 시도하지 마라'고 누누히 강조하셨기에 불안감을 접어두고 선생님 말씀을 따랐습니다.
 
<외대 1차 시험>
 
올해 공통영어는 너무 쉬웠고 전공영어는 도저히 시간 내에 풀 수 없을 정도로 길어서 기존 기출 문제 형식과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 외대에 대한 기대는 거의 져버렸고 이대 시험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이대 1차를 준비하면서 이코노미스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각종 신문 사설이나 뉴스위크 기사를 선별해서 좋은 글은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꼼꼼히 봐두고 나중에 쓸 수 있게 내 것으로 만드는 공부를 했는데 이런 방식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외대 1차에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예상 밖의 문제형식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재빨리 출제 의도를 파악해가며 풀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아래 내용은 외대 1차시험 직후 제 일기장에 써놓은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온것입니다. 내년 시험을 대비해서 올해 시험 스타일을 최대한 꼼꼼히 적어두자고 써 둔 글이기 때문에 너무 자세하고 지루할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해 경향과 내년 경향이 같으라는 보장이 없으며,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
 
1.공통영어
 
올해부터 한영과와 비한영과의 공통영어가 통합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쉬워질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받아보니 너무 쉬워서 문제를 푸는 내내 끊임없이 제 눈을 의심하며 풀었습니다. 일단 듣기에서는 1초라도 허투로 보내지 않고 듣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독해는 쉬운 문제일수록 실수를 하지 말아야 겠다고 꼼꼼하게 풀었는데도 문제를 다 풀고 났더니 20분이나 남았습니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어딘가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온 정신을 집중해서 문제를 반복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tricky한 문제들을 몇개 잡아낼수 있었고, 세 문제의 답을 고쳤는데 나중에 이야기 해보니 이 세 문제 모두 고친 답이 맞았습니다. 즉 공통영어는 언뜻 보기에는 분명 쉬웠지만, 쉽다고 설렁설렁 풀어나가면 안되는 문제들이었던것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한 컴퓨터 마우스에 관한 지문이 있었습니다. 한 마우스 제조회사가 판매한 마우스로 지구를 감으면 1.6번 감을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문제는 '지금까지 팔린 모든 마우스로 지구를 감으면 몇번 감을수 있나?'였습니다. 처음에는 1.6에 해당하는 보기를 찾았지만, 검토과정에서 문제를 정확히 읽어서 답을 several times라고 바꿀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통영어는 듣기에선 집중하는 것이 그리고 독해에서는 꼼꼼하게 푸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듣기]
1-15번은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다음 나올 내용으로 알맞는 것을 고르는 문제였습니다. A-B-A까지 나오고 B의 말을 고르는 문제였는데 대화 내용이 굉장히 짧았기 때문에 한 문장이라도 놓치면 훌쩍 지나가 버려 문제를 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6번부터는 문제도 보기도 나오지 않은 텝스 듣기의 part4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한 문단을 읽어주는 것을 듣고 질문을 듣고 보기까지 듣고 풀어야 하는 문제여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문제와 보기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어떤 수험생은 문제집이 잘못 나온줄 알고 16번을 아예 못 풀기도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년 시험에 어떻게 형식이 변할지 모르지만 그때그때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독해]
빈칸넣기는 한 문장에 빈칸이 하나씩이었습니다. 저는 단어 수준이 높지 않아서 작년까지의 외대 시험에서 빈칸넣기 문제를 풀 때면 모르는 단어가 곳곳에 산적해 있었는데 올해는 뜻을 모르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점을 알아야 했습니다. 뒷부분에는 지문이 5개정도 나왔고, 보톡스, 마우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에바디 등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수준은 평이했습니다.
 
2. 전공영어
 
듣기나 독해나 문제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풀어야 했습니다. 공통영어의 느슨함에 젖어 있다가 20분을 남기고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다 푸는 것을 목표로 허겁지겁 풀었습니다. 사실 풀다가 짜증이 나면서 펜을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속으로 '최선'을 되뇌이며 끝까지 갔습니다. 전공영어는 속도전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듣기]
유형은 기존 문제와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만 불러주는 내용이 굉장히 길어서 듣고 있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습니다. 일반 지문과 연설문이 나왔고 연설문의 길이가 유난히 길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자꾸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볼을 꼬집으며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또, 보기를 읽을 시간이 3초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문을 들음과 동시에 답을 체크해야만 했습니다.
 
[독해]
독해문제는 마지막 15분 정도에 풀었습니다. 저는 기출문제를 풀때 전공 지문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번번이 답이 틀린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지문 읽기를 아예 마지막에 했습니다. 지문 2개정도는 다 읽지도 못하고 문제만 읽고 찍었습니다. 순서 맞추기는 처음 선보인 형식입니다. 4개의 문장을 주고 순서를 맞추라는 문제였고, 총 10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지문읽기를 제쳐두고 순서 맞추기를 먼저 풀어서 여기에서 점수를 딴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10개를 다 찍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저는 지문 읽기보다 순서 문제를 먼저 봐서 더 침착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독해문제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촉박한 시간 내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정답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대 2차 시험>
 
기대하지 않았던 1차 발표가 나고 한나절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모자라는 부분이 산더미 같았고 이것도 저것도 해야할 것 같았지만 너무 마음이 떨려서 무언가를 하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시험보기 며칠 전 외웠던 오늘의 금언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잘하는 것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스터디 할 때 자주 했던 실수를 메모해뒀습니다.
 
1. 한국어 시험
 
[국어]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읽는 것을 묻는 문제, 어법 고르는 문제, 빈칸에 들어갈 한자어를 묻는 문제등이 나왔습니다.
 
[한자]
사자성어를 고르는 문제와 음과 한자를 연결하는 문제등이 나왔습니다. 국내파들이라면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었고, 수업 자료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작문]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이 각각 주어졌고, 여기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파병 문제는 생각해 봤던 문제여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2. 번역 시험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 했던 문제보다 길이는 짧았지만 어려웠습니다. 수업 시간에 내주신 숙제에서는 시간 내에 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고 문제를 받자 마자 시간을 재서 푸는 식으로 연습을 했는데, 막상 문제를 받아보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따라서 바로 우리말로 옮길 수가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영한]
첫 문제는 북 리뷰의 발췌문이었습니다. 통역사 라는 직업에 관한 글이었는데 내용이 모호해서 뜬구름 잡는 기분으로 써내려갔습니다. 가장 어려운 지문이었지만 빼먹지 않고 다 쓰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도 역시 발췌문이었는데 유엔 보고서가 그 내용이었습니다. 문장이 특히 길어서 한 문장을 뚝뚝 끊어서 3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문제 모두 전체 길이는 대 여섯줄 정도로 짧았습니다.
 
[한영]
첫 문제는 쓰레기와 지역 이기주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는데 딱 맞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문과는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의미를 풀어내는 식으로 썼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국제적인 금융시장이 되기위한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첫 문제보다는 무난했습니다.
 
[에세이]
예상과 달리 찬반이나 자신의 의견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FTA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쓰시오'가 문제였습니다. 또한 열 줄 이내로 쓰시오라는 말도 없어서 15줄 정도로 길게 썼습니다. 이대 1차를 위해서 준비했던 에세이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 구술 시험
 
구술시험은 일요일 오전에 있었습니다. 작년 이대 2차 시험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작년에는 대기실에서부터 다들 잔뜩 경직된 분위기였는데 올해 외대에서는 관계자분들께서 격려의 말씀도 해주시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입실직후 자리에 앉자 마자 임향옥 교수님께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시고 영어로 무언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게 시험의 시작인가 하여 정중하게 다시 말씀해주시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영한을 먼저하고 한영을 나중에 한다라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면서 한단어 한단어 제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하시는데 표정에서 '이것도 못알아듣는 학생이 여기 왜 있나?' 하는 표정이셔서 순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뻔뻔스럽고 당당한 표현을 지었습니다.
 
[영한]
내용은‘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그제서야 환경오염에 관심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벌인다. 그 예가 도쿄이다. 도쿄는 과거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으나 도쿄시의 강력한 대책으로 최근에는 오염도가 상당히 감소하였다. 이 대책중에 하나는 도쿄외곽에서 시로 진입하는 트럭에 매연정화장치가 장착되지 않았을 때에는 이 트럭의 진입 자체를 불허한다.'였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짧았고(50초도 채 안됐던 것 같습니다.) 줄거리와 예시가 배합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뜸 들이지 않고 바로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내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에 들은 내용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언젠가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100을 들었지만 80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과 '50밖에 못 들었지만 80을 들은 것처럼 전달하는 사람'을 비교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시험장에서는 eye contact, 자신있는 표정, 그리고 두 손의 사용 이 세 가지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첫번째 eye contact는 다행이도 남자교수님들께서 호의적인 눈빛을 보내주셔서 힘을 얻고 교수님들 네 분을 한분한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표정관리는 최대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인상을 쓰거나 주저하는 표정은 금물이며, 정말 난처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살짝 웃으라던 이진호 선생님 말씀을 상기하며 시작할 때와 마칠 때에는 약간의 미소까지 지었습니다. 중간에 매연정화장치라는 표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약간의 포즈가 있었지만 '자동차가 대기에 유해한 물질을 내뿜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장치'라고 빙 돌아서 갔으며, 이때 자신없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까지 끄덕거려 가면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마지막 손의 사용은 역시 이진호 선생님께 지적받았던 내용입니다. 앞에서 발표할 때마다 늘 손으로 머리카락이나 코를 만진다는 단점을 지적 받았습니다. 이 버릇을 고치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손을 다리 밑에 깔고 앉을까, 책상 모퉁이를 꼭 부여잡고 있을까 여러 시도를 해보았으나, 모두 실패였습니다. 고민 끝에 결론은 친구를 설득할 때 두 손을 움직여가며 이야기 하는 것처럼 아예 제스쳐를 사용하자는 것이었고, 실제 시험장에서 이 방법이 의외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영]
내용은 기러기아빠에 관한 것이었고 길이는 영한보다도 더 짧았습니다. 기러기아빠에 관한 글은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수님께서 읽어주시는데 집중이 잘 안됐습니다. 아는 내용이 나오면 오히려 집중도 못하고 망치게 된다더니 제가 딱 그 꼴이었습니다. 잠시 생각이 새 나간 사이 낭독이 끝나있었고, 내용의 중간부분을 확실히 기억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겉으로는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문제의 중간부분에서는 본문에 없던 말을 한문장 뱉어버리는 우를 범했습니다. 순간 교수님들의 표정이 '이게 아닌데..'쪽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는 등골에 식은 땀이 흘렀지만 '웃는 얼굴에 침뱉으랴'는 심정으로 실수를 시인하는 웃음을 억지로 지었습니다. 그런 다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열심히 그리고 뻔뻔하게 eye contact 해가며 마쳤습니다. 인사후 퇴실하려는데 남자교수님 두분께서 '잘-했어요'라고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문자 그대로의 뜻인지 아니면 반어법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칭찬이었던것 같습니다.
 
구술시험에서는 학생들의 통역 능력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를 통해 보더라도 일리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물론 내용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겠지만, 그 외에 '어떻게 전달하는가'도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수업시간에도 앞에 나가서 씩씩하게 발표하는 학생은 아닙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학원 강의실보다 시험장에서 오히려 담담했던 것 같습니다.
 
<맺음말>
 
합격 수기를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늘 궁금했고, 수기를 쓰는것은 나와 상관없는 요원한 일인 것만 같았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 실력에 합격을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빨리 이 공부를 접고 취직준비를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심적으로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을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을수 있었던 것은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해주신 여러 좋은 말씀들과 날마다 외웠던 오늘의 금언이었습니다. 또한 제 주위에는 늘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줬던 언니들도 참 많았습니다. 정현언니, 선화언니, 향택언니, 정애언니, 우정언니, 효영언니...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일년 반동안 공부만 하고 있을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하겠다는 일 맘껏 하도록 허락해 주신 부모님, 집을 팔아서라도 저는 공부시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부모님을 설득해주신 작은댁 식구들과 고모, 고모부들께 가장 큰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류지예 (연세대 영문&중문 전공)
 
저는 운이 참 좋게도 이대 특차에 우선입학대상자로, 그리고 외대 정시에 합격했습니다. 이대의 우선입학대상자는 올해 처음 도입된 제도로 장학금 수혜를 받는 기존 특차 합격자 외에 장학금 없이 합격만 인정되는 선발방식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는 마음으로 외대에도 지원했고 결국 외대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통대 준비는 4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7월까지는 이익훈어학원의 수업을 듣고 9월과 10월은 영어사랑학원의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6년간을 홍콩에서 생활한 적이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지만 한국어로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도 미흡했고, 또한 시사적인 영어표현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바로바로 튀어나올 정도로 익숙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과 공부와 학원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특히 1학기에는 거의 항상 피곤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CNN, PBS 스크립트 외우는 숙제도 대부분 학원 오는 전철 안의 40분가량 동안 부랴부랴 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네요. 제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가능한 한 학원수업을 빠지지 않고 또 되도록이면 발표 기회를 통과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없어도 앞에 나가서 꿋꿋이 발표를 하는 연습이 곧 최고의 훈련이고, 크리틱을 받는 것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니까요.
 
<이대 특차>
 
1차 에세이 주제의 요지는 "자유무역과 같은 세계화의 추진이 지역적 문화보전과 충돌할 때, 어느 방면을 우선시하여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저는 본론을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누어 첫 단락은 문화의 중요성을, 두 번째 단락은 자유무역의 문제점을 논술했고 각 단락 내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두세 개 정도 들어 내용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개요를 쓰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논리적 틀이 정리되면 살을 붙이는 작업은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시간은 거의 딱 맞추어 써냈습니다.
 
2차 구술시험은 정말 굉장히도 떨렸습니다. 교수님은 세 분이셨고, 우선 이력을 살펴보신 후, 그에 대해 한국어와 영어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한, 영-영, 의견개진 순서로 시험을 봤는데, 한-한은 아이들이 시위에 참가하는 것의 문제점과 대책에 관한 글이었고, 영-영은 최근 캐나다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동성애와 결혼 자체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둘 다 분량이 꽤 길어 모든 내용을 잡지는 못했고, 무엇보다 한-한 요약을 할 때 지나치게 긴장을 한 탓에 말을 매끄럽게 못하고 많이 더듬거려, 시험 보고나서 틀림없이 불합격일 것이라고 매우 우울해했습니다. 막상 발표가 나고 처음엔 우선입학대상자가 뭔지 몰라서 몇 시간을 초조하게 보내기도 했죠.
 
<외대>
 
1차 시험은 작년보다 공통영어는 쉽고, 전공영어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특히 전공영어는 분량에 비해 시간이 많이 모자랐고, 듣기부분도 문제를 들으면서 풀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해, 나중에 다시 읽어보며 답안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올해엔 문제유형이 바뀌어서 문법오류를 골라내는 유형 대신 한 단락 내 문장들의 순서를 정하는 문제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 유형이 마지막 부분이었는데 시간이 모자라 다 읽어보진 못하고 거의 첫 문장 골라내는 식으로 허겁지겁 풀었습니다.
 
2차 필기시험에서 한국어는 한자어 어휘나 사자성어 모두 기출문제보다 쉬웠고, 600자 논술 주제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의견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번역시험 영한 번역이 내용이 어려워서 상당히 당황했는데 특히 첫 번째 community interpreter에 대한 글은 아직도 이해가 안가네요. 두 번째 영한은 Court giving advisory opinion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한영 문제 중 하나는 쓰레기 문제에 관한 지역이기주의, 그리고 또 하나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에세이는 분량은 제시해주지 않았고 FTA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논술하라는 주제여서 이대 특차의 내용과 비슷하게 썼습니다. 이 에세이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체적 논리성을 우선시한다고 합니다.
 
저는 2차 구술시험을 일요일 오후에 봤는데 이대 특차 때의 경험이 한 번 있었기 때문에 그때보다 훨씬 덜 떨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네 분이 계셨는데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당부하시고 편안한 분위기로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여타 질문 없이 바로 외국인 교수님이 영한 지문을 읽어주셨는데 캄보디아의 회의 연설문 형식으로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세부 항목이 여러 개 나열되어 듣는 동시에 무엇보다 내용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예상보다 지문이 길고 내용이 많아 적잖이 당황했지만, 중요하고 기억나는 내용만 또박또박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 문제는 행복한 가정의 3대 관건은 무엇을 생산하는지, 어떻게 생산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배분하는지이며 이는 노무현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소득 2만 달러에도 해당된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영한처럼 이 지문도 세부적 내용이 많아서 이해를 하면서 기억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공부방법>
 
저는 거의 학원수업과 스터디가 공부의 전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터디에서 같이 이코노미스트 독해와 한한 사설 요약, 한영, 영한 뒤집기연습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독해의 경우 한 기사마다 2, 3분의 시간을 정해놓고 같이 읽고 주제를 말해보는 연습을 한 덕에 속독능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멤버들끼리 주간지인 시사저널을 번갈아 구입해 돌려 읽으면서 좋은 한국어 표현도 익히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어와 영어로 같이 올려져있는 사설을 같이 시간을 재면서 번역하며 최대한 빠른 시간에 자연스러운 문장 만들기를 연습했습니다.
 
끝으로 이런 좋은 결과에 이르기까지 함께 했던 주위사람들과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정란언니, 상경언니 그리고 민정이를 만나 같이 스터디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행운이었습니다. 늦게 합세한데다 학교수업 때문에 바쁘기도 했던 저를 챙겨주고 이끌어주느라 고생이 많았던 언니들과 민정이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의 앞날이 오늘의 노력을 반영해주는 내일이 되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문성윤 (서울대 소비자학과)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저는 4학년 1학기부터 통대공부를 시작했고, 수험생활 첫 해는 학교와 학원을 병행하며, 올해는 학원 수업을 들으며 준비했습니다.
 
[외대 1차시험]
 
- 1차 시험 대비
 
2003년도 기출문제가 나오지 않아 2002년도 기출문제를 보면서 유형을 분석했습니다. L/C에서 headline, main idea, not true 고르는 문제는 EBS 리스닝 스페셜을 열 다섯 지문 정도 연속해서 들으면서 내용을 파악하고 각 지문당 수록된 문제를 풀며 실전처럼 연습했습니다. L/C와 R/C 모두 올 한해 이슈가 되었던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국내 뉴스와 해외 뉴스를 나누어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국내 뉴스는 이대특차 준비를 하면서 열다섯 편 정도 에세이를 써보고, brainstorming을 하며 표현을 정리했고, 해외 뉴스는 수업시간에 다룬 이코노미스트 기사 중 표현을 복습하고 뉴스위크 한글판과 영문판을 비교하며 내용과 표현을 정리했습니다. 시험보기 일주일 전부터는 오전 10시에 실전에 임한다는 느낌으로 2001년-96년까지의 기출문제를 풀고 오답정리를 했습니다.
 
- 시험장에서
 
감독관 두분이 문제지를 나누어주셨는데 페이지를 확인하면서 문제를 읽어도 전혀 제지하지 않아 듣기 지문을 훑어보며 대강의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공통영어 L/C 전반부 15문제는 대화 중 이어질 답을 고르는 문제로 수능 외국어 듣기 문제 14번-17번 유형과 동일했습니다. L/C 후반부 10문제는 보기가 없었는데 처음에 당황해서 한 문제를 놓쳤습니다. R/C는 전적으로 지문에 의존해서 풀었고 검토할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공통영어 시험이 끝났을 때 L/C에서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잠시 괴로워하다 전공영어 배점이 더 높으니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전공영어 L/C는 작년에 비해 문제간 간격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을 고를 시간적 여유가 없는 문제는 옆에 질문을 적어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L/C가 끝난 후 다시 돌아가 문제를 풀고 나자 감독관께서 20분이 남았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독해 지문을 다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순서를 연결하는 마지막 10문제를 먼저 풀었습니다. 첫 문장이 될 수 없는 것을 먼저 보기에서 제외하고 접속사와 지시어에 유의하면서 답을 골랐습니다. 남은 10분 동안 독해 지문을 읽는데 마음은 급했지만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를 먼저 읽고 나서 지문에서 발췌독하여 시간을 줄였습니다. 문제와 관련된 부분은 정확히 읽으려고 했고, 나름대로 문제에 맞는 답이라고 확신이 섰을 때 답으로 표기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했던 데 비해 문제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외대 2차시험]
 
- 2차 시험 대비
 
작년에 전혀 준비 없이 1차 합격 소식을 듣고 기쁨보다는 2차 준비를 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가 컸기 때문에 이번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흘간 은천성 선생님의 외대2차 대비반을 듣고 스터디 파트너들과 영한, 한영 뒤집기를 하면서 되도록 1차 시험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영한, 한영 번역 각각 2문제와 영어 에세이 1문제를 1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작년 2차 필기시험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 연설을 영한 번역하면서 존대말로 번역하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과 한영 번역에서 수주, 발주라는 단어 때문에 막혀서 시간을 낭비했던 것을 생각하며,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어 연습했습니다.
 
- 시험장에서
 
필기: 한국어 문제 중 한자어는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서 평소에도 꾸준히 다루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 어법이 잘못된 것을 고르는 문제가 한 문제 있었고 한자어 문제는 낭중지추, 수구초심 등을 한자로 쓰고 뜻이 잘못 연결된 것을 고르는 객관식 문제, '변별력'을 한자로 바르게 쓴 것을 고르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철옹성'을 한자로 바르게 쓴 것을 고르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한국어 논술은 600자 분량으로 이라크 파병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찬반으로 개진하는 문제였고, 각각 찬성과 반대 의견에 관한 짧은 지문이 딸려 있었습니다.
 
번역문제는 영한, 한영 모두 서너 줄 정도로 길이는 길지 않았습니다. 영한 첫 문제는 서평이었고 통역사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간에 이해가 되지 않은 문장이 있었지만 누락하지 않고 제가 이해한 대로 썼습니다. 한영은 각각 금융 분야/ 핵폐기물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지 건설과 관련한 NIMBY 현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참고로 NIMBY 현상은 작년 한국어 논술문제였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한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갖는 장단점에 대해 쓰는 것이었고 글자수 제한은 없었습니다. 앞의 번역문제의 길이는 무난했지만 아이디어 파악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여 에세이를 쓸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표현이 생각나는 대로 10줄 정도 쓰고 난 후, 전체적으로 훑어보며 철자를 점검했습니다.
 
구술: 작년에 너무 긴장한 탓에 영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시험 도중 곽중철 교수님께서 목소리가 작다고 지적하셨던 기억이 있어 이번 2차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무조건 목소리를 크게 하고 내용은 들은 것만 말하자고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임향옥 교수님께서 영한, 한영 순으로 진행된다고 영어로 말씀하시면서 영한 주제를 빠른 속도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evolution'이라고 듣고 확인 차 다시 여쭤봤습니다. 교수님께서 저를 잠시 응시하신 후에, 'air pollution'이라고 천천히 말씀해주셨습니다. 길이는 1분이 채 안 된다고 느껴졌고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Eye contact을 하시면서 읽어주셨고, key word를 약간 강조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읽어주셨습니다. 말씀이 끝나자마자 바로 통역을 시작했고 네 분 모두 eye contact을 했습니다. 내용은 여러 나라들은 개발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환경을 소홀히 하지만 어느 정도 개발을 이룬 후에는 환경이나 삶의 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예로 도쿄의 대기오염과 이를 규제하기 위해 트럭운행을 규제하는 방안을 들었고 예비조사 결과 대기상태가 다소 나아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은 기러기아빠에 대한 내용이었고 기러기 아빠가 겪는 외로움과 아이들과 함께 해외로 나간 엄마 역시 적응하느라 힘들며 공교육이 붕괴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정부가 조속히 해결해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 역시 교수님 말씀이 끝난 후 바로 통역을 시작했고, 평소 flow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생각하며 쉬운 단어로 가볍게 말하되 아이디어 전달에 집중했습니다. 영한, 한영 모두 되도록 3B(반복, 번복, 버벅)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끝까지 목소리를 크게 했습니다.
 
[공부방법]
 
- R/C : 1차 독해시험의 관건은 정확도와 속도라는 점을 유념하여 준비했습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sight-translation 스터디와 뉴스위크 영문판과 한글판을 비교해 읽었고, 이를 통해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 한 기사를 여러 번 읽으면서 내용을 철저히 숙지했습니다. 문장 구문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장/문단간의 논리적 연결고리를 찾는 훈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같은 기사를 서너 번 이상 보며 예습하고, 제가 이해한 내용을 수업시간을 통해 정정하고, 복습을 통해 내용과 표현을 정리하기를 7개월간 한 후, 10월 한 달 동안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120 여개 기사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정독과 속독을 겸할 수 있었고, 작년 1차시험 독해 지문을 풀 때 수월했습니다. 올해에는 이코노미스트 사이트에서 무료로 설정된 기사를 한 주간 많으면 20개, 적어도 5개 이상은 꾸준히 읽고 chicken soup을 하루 한 편씩 거의 빼놓지 않고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다양한 성격의 글을 읽으면서 각각 읽는 목적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와 뉴스위크와 같은 시사잡지는 배경지식을 늘리고 시사표현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고, chicken soup을 통해서는 구어체 표현을 익히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정서적으로 공감했던 것이 영어공부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QT책 '오늘의 양식'은 손바닥 정도의 분량이 되는 글로 각각 영어와 한국어로 되어 있어, 하루 한편씩 외우면서 표현도 익히고 내용을 통해 힘도 얻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L/C : 듣기는 학원수업 교재를 복습하면서 반복청취를 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7월부터는 은 선생님이 오전에 진행하시는 시사청취수강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접하면서 듣기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습니다. 잠자기 전에 10분 정도 PBS Newshour를 들으며 주제에 대한 이해와 배경지식을 쌓는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 Speaking : 영어로 말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수업 중 복습시간을 통해 외운 표현을 소리내어 말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설문을 통째로 외우는 과정에서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느껴졌고, presentation 스터디를 통해 말하기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 한국어 : KBS 라디오 월드투데이 헤드라인 뉴스부분을 하루 2-3분씩 shadowing했고 중앙일보 사설을 소리내어 읽고 녹음한 후 다시 들으며 발음을 교정했습니다. 시사저널을 꾸준히 읽으며 한국어 표현을 익히고 배경지식을 쌓았고 사자성어 책을 한 권 정리하면서 한자도 익숙해졌습니다.
 
- 메모리 스팬 : 사설을 소리내어 읽고 나서 이해한 내용을 녹음한 후 셀프크리틱을 했고, 한한 사설 스터디를 거의 날마다 했습니다.
 
- 스터디 : 올 한 해 스터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한 한 해였습니다. 신문사설로 한한, chicken soup으로 영영 스터디를 했고, 외대 1차 시험 즈음해서부터 영한, 한영으로 전환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presentation과 sight-translation 스터디를 각각 2시간 정도 했습니다.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닐까 겁이 나기도 했고, 이번에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월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수요예배와 주일예배 말씀을 통해 한 주간 공부로 지친 마음이 회복됐고, 하나님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형제, 자매들의 기도는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 줬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한 믿음의 자매들 정원언니, 소영언니, 영희언니에게 주님의 축복이 단비처럼 내릴 것을 믿습니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가르침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박소현 (동국대 경제학과)
 
저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통대에 입학하는 것이 꿈이었기에 학교 다니면서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맛보게 되었고, 통대 공부에만 전념하면, 다시 통대에 집착하고 내 자신을 옭아매게 될까봐 결국 취직을 택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기분 전환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8월이 돼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정말 공부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전의 위대한 힘]
 
저는 선생님이나 다른 분들이 사전, 특히 영영사전의 중요성을 왜 강조하시는지 정말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영사전과 영한사전을 함께 찾아보는 습관이 붙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제 영어공부의 깊이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단어끼리 정말 궁합이 있나봅니다. 그래서 저는 영영사전의 단어 용례를 보고 꼭 외우곤 했습니다. 그 용례와 똑같은 문장들이 우리가 흔히 읽는 영어 잡지에 나온다는 걸 깨닫는 순간의 그 희열이란...
 
[Reading]
 
Economist를 정기구독해서 읽었습니다. cover-to-cover는 절대 못하고..맘에 드는 기사만 골라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방식은 우선 제목을 가리고 속독을 한 후, 그 제목을 맞추고, 그 기사를 정독했습니다. 외대 1차에 제목 고르는 문제가 심심찮게 나오기에 이 방식으로 외국인들은 제목을 어떻게 정하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사 하나를 두 번 이상 읽음으로써, 한 단어 한 단어가 그 문장에서 왜 쓰였는지를 파악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기사 하나 읽는데 40분-1시간 정도 걸렸지만, 정말 도움이 많이 된 방식이라고 자부합니다. Newsweek를 간과할 수 없어서 인터넷에서 일주일에 7기사씩을 뽑아서 공부한 후 스터디 파트너와 표현을 물어보곤 했습니다.
 
[Listening]
 
저는 ABC와 PBS 듣기를 병행했습니다. ABC는 사건을 약간 빠른 속도로 들려주기에 약간 짧게 끊으면서 정확히 다 잡는 연습을 하는데 딱 좋습니다. PBS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이해력과 논리력을 키우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 듣고 그대로 따라하며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나중에는 한 사건 전체를 다 들은 후 그걸 영어로 요약해서 혼자 말해보곤 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리스닝이 비교적 빨리 향상된다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
 
<공통영어>
 
너무 쉽게 나오는 바람에 정말 황당했습니다. 게다가 긴장해서인지 리스닝 몇 문제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공통영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싱글벙글 웃는데 저는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하지만 전공영어가 한 문제에 2점씩이기에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고 맘을 다잡았습니다.
 
<전공영어>
 
문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적게 주는 바람에 처음에는 정말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들은 후 황급히 지문을 읽는 스타일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리스닝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눈감고 듣다가 왠만큼 요지가 파악됐다고 생각되면 눈을 뜨고 들으면서 지문을 읽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푸니까 다른 친구들은 많은 문제를 못 풀어 찍거나 아니면 나중에 독해 시간 쪼개서 리스닝 문제 풀었다고 하는데...저는 그 때 그 때 문제를 풀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식은... note-taking을 하지 않는 겁니다. (지문에 숫자가 나오면, 숫자 몇 개 적어 놓으면 그건 도움이 됩니다). 리스닝을 들으면서 가급적 많이 기억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좋습니다. note-taking을 하다보면 정신이 분산되어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적어놓은 것도 자신이 왜 적어놨는지 헷갈릴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2차 시험]
 
제가 할 차례가 되었는데..갑자기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10분 정도를 복도에서 떨며 기다려야 했고, 이 때 진행요원 언니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긴장을 풀었습니다. 한참이 지나도 전기가 안 들어와서 촛불 켜놓고 시험을 봐야했습니다. 저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큰 소리로 제 번호와 이름을 말했는데 교수님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영한은 'A-type personality'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 타입은 괴팍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예전에는 흔히 '저 사람은 성격 나쁘다. 어울리면 괜히 기분만 나빠져'라고 단순히 생각하곤 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성격의 소유자(특히 젊었을 때)가 나중에 고혈압과 심장병을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의 내용이었습니다. 발표할 때 eye-contact는 전혀 못했지만 정말 친구한테 말하듯이 편안하게 말했습니다.
 
한영은 반미 감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반미를 미국 국민에 대한 반감, 미국 국가에 대한 반감, 미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분류 할 수 있는데..이 중에 미국 정부의 특정 정책에 대한 반감을 과연 반미라 할 수 있을까?!의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말이 생각이 안 나서 'We can call it anti-American sentiment' 란 말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번복과 버벅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끊기지 않고 발표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학원 선생님들, 회사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던 저와 계속 짝꿍해주고 힘들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도록 격려의 말을 해준 정혜진, 단기간 동안 정말 많은 스터디를 함께 하고 좋은 자료도 많이 구해준 나인영, 그리고 마승혜 언니한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안연모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다른 합격생 여러분들께서 공부 방법에 대해서 이미 자세히 적어주셨기 때문에, 저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과 처음 시작하시는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1. Behind every success is a succession of failures.
 
작년 이맘때쯤 이대, 외대에서 연달아 미끄러지고 나서, 눈물도 많이 쏟았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습니다. 부모님께도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남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합격하는 것을 보고 입학 사정이 잘못됐다, 공정하지 못하다 별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합격생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장점을 보지 못할 정도로 제 실력이 형편없었던 것이지요. 이대나 외대의 시험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실력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해 각 학교에서 채택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제 공부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빨리 털고 일어섰습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영화도 많이 봤고, 해외 여행도 잠깐 다녀왔습니다. 올해 문 닫고 들어가느니 차라리 내년에 문 열고 들어가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일어설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 열고 들어간 건 아니지만, 1년 동안 자기 성찰과 발전의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작년에 운이 좋아서 들어갔었다 하더라도 입학해서 고생했을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제 단점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1년이 늦어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나고 보면 1년은 금새 지나갑니다.
 
우선,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제 자신을 되돌아 봤습니다. 결국 장점은 없고 단점만 많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총체적인 공부 방법의 수정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영어사랑이 아닌 타 학원을 다녔는데, 학생들이 24시간 공부만 하는 분위기여서 저도 따라서 24시간 공부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 성격에는 머리 싸매고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이 그다지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두 시간 공부하면 30분은 쉬어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통대와는 아무 상관없이 영어가 좋아서 공부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재미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영어사랑학원의 시사청취만 수강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은 교재를 덮고 두 페이지가 그대로 줄줄 나올 수 있게 테이프를 들으며 열심히 외웠습니다. 그리고 3월에 다시 실전반 수업을 들었을 때 시사청취를 들으며 3개월간 열심히 외운 성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연설문이 한결 수월하게 외워졌고 청취력도 향상됐습니다. 그 후로는 신이 나서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막판에 지쳐서 공부를 열심히 안한 것도 많이 후회가 됐습니다. 11월에 외대 시험이 있으니 가장 중요한 기간이 10월입니다. 그런데 10월에는 이대 특차 전형이 있어서 마음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작년에 이대 특차 준비한다고 우왕좌왕했던 경험이 생각나서, 올해 이대 특차는 마음을 비우고 2차 시험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치렀습니다. 작년에는 2차 시험 후 발표까지의 기간이 거의 열흘정도 됐었는데 그 사이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올해에는 마음을 비우고 봤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막판에 지치지 않기 위해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역시 효과를 봤습니다. 운동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면, 살이 찐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머리가 맑아져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굳이 헬스클럽에 가지 않더라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됩니다.
 
작년 시험에서 실패하고 나서 이 길이 과연 내 길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은 내게 주어진 길은 없다는 것입니다. 길은 자기가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가다가 길이 막혀 있다고 해서 되돌아간다면 결국 아무 데도 가지 못합니다. 순탄한 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장애물이 있다면 치우고, 길이 끊겨 있다면 뛰어 넘어야지요. 혹시 지금 자포자기해서 턱 괴고 모니터를 응시하며 마우스를 클릭하고 계시진 않으십니까. 놀지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공부만 했던 지난 1년을 아쉬워하진 않으십니까. 그러고 보면 지난 1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셨다면, 지난 1년이 아깝진 않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가 어딘지 국제 원자력 기구의 사무총장이 누군지 1년 전만 해도 모르지 않았습니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연설문도 외웠고, 콜린 파월 미 국무 장관의 연설문도 달달 외웠습니다. 영어도 다듬었고 우리말도 다듬었습니다. 임계 질량에 다다를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다음 1년은 임계 질량의 해입니다. 지나고 보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갈 것입니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통대 시험에서 업그레이드된 여러분의 모습을 교수들에게 멋지게 보여줄 일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설레지 않으십니까.
 
2. FAQ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할 때는 궁금한 점이 참 많은데 딱히 대답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영어사랑 게시판에 질문해도 FAQ를 참고하라는 대답뿐입니다. 정말 궁금한 질문은 다들 대답을 안 하려 듭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100% 정답은 아니지만, 90% 정답이라 생각되는 답변을 생각해 봤습니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 됩니까?
 
이 질문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답변을 듣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취업 때문에, 비용 때문에 고민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 없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제 생각에 2년은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6개월만에, 1년만에 합격했다는 분들이 있는데, 잘 따져보면 그 분들도 학교 다니면서, 직장 다니면서 학원 수강을 꾸준히 한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들의 말로는 학교 다니느라, 직장 다니느라 숙제도 하나도 못하고 학원만 다녔으니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 건 6개월, 1년이라고 하지만, 실제 학교도 직장도 안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시는 분들도 공부한 양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하는 데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공부는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으로 나뉘지, '본격적으로' 하는 것과 '비(非)본격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준비 기간은 평균 2년이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출발선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정 출발선을 기점으로 통대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를 골고루 갖추기까지 2년은 소요됩니다. 해외에서 5년 이상 살다 왔거나 대학교 때 영자 신문과 영어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서 보신 분들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저는 그 그룹에 끼지 않기 때문에 출발선이 남들보다 앞쪽인 분들께는 그저 부럽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간혹 출발선이 남들보다 뒤인데도 그 해 운이 좋아서 1년만에 들어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결코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저는 올해에 영어사랑학원과 신동표어학원을 같이 다녔는데, 신동표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실력을 갖추지 않고 통대에 들어가는 것은 준비 안된 부부가 자녀를 갖는 것과 같다." 이 말은 어느 선생님이나 공감하실 겁니다.
 
-적정 출발선이 어디입니까?
 
많은 분들이 "제가 토익이 몇점이고, 토플이 몇점인데 과연 통대 갈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들을 종종 게시판에 올리십니다.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대강 제시해 보겠습니다. 우선, 토플/토익이 600/900을 넘는 분들은 적정 출발선에 계십니다. 2년 동안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외우시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토플 토익이 500/700이 안 되는 분들께서는 꼭 이 길을 가셔야 한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셔야 한다고 봅니다. 그 사이에 계신 분들은 본인의 노력에 의해 충분히 출발선의 차이를 극복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룹 스터디를 꼭 해야 합니까?
 
저는 올해 상반기에는 그룹 스터디를 하지 않았습니다. 스터디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그룹 스터디가 필요합니다. 스터디 친구들끼리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서로 의지도 되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스팬도 늘리고, 한국어를 다듬기 위해서, 그룹 스터디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메모리 스팬이 어느 정도 된다는 생각이 드시면, 그 때부터 그룹 스터디는 독이 되기 시작합니다. 정말 중요한 공부는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룹 스터디를 하느라 정말 중요한 공부를, 심지어는 '복습'까지도 소홀히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정말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에는 그룹 스터디를 하는 것보다는 복습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부입니다. 만일 그룹 스터디를 하시더라도 두 명이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스터디 파트너가 많아질수록 내가 말할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시간도 많이 뺏기게 됩니다. 따라서 스터디는 실력이 비슷한 두 명이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차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1차 시험은 객관식 시험입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토플, 탭스, Graduate English 문제를 열심히 구해 풀어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차 시험은 '청취력 & 독해력 테스트'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봤어도, 청취력과 독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1차 시험은 힘듭니다. 많이 듣고, 많이 읽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하지만 외대 1차 시험은 시간이 모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청취에서도 답을 고를 시간이 부족하고, 독해도 너무 길어서 시간 배분을 제대로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작년에는 문제를 귀로 들었는지 코로 들었는지, 눈으로 읽었는지 입으로 읽었는지조차 기억 안 날 정도로 시간이 모자라 정신을 못 차린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Economist를 cover to cover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비효율적인 공부를 했습니다. 올해에는 과학관련 기사부터 먼저 읽고 나머지 기사를 읽는 방식으로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읽은 기사는 표현과 단어를 꼼꼼히 챙겨서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독해력이 향상되다 보니 자연히 속도가 붙어서 속독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간혹 시험을 본 지 너무 오래되다보니, 문제 푸는 감을 잃어버린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신동표어학원을 1, 2개월 수강해서 문제 푸는 감을 회복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정 시간이 없으시면 기출 문제를 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풀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에 너무 비중을 두면, 2차 시험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듣기와 읽기도 중요하지만 쓰기와 말하기도 중요합니다. '올해는 1차 붙고, 내년엔 2차까지 붙자'라는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합니다. 통대 입학시험은 사법고시가 아닙니다. 올해 1차 붙는다고 해서 내년에 1차 붙는다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1차에 붙었을 때 2차까지 마무리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1차 붙고 2차 떨어지면 더 눈물납니다. 올해 2차에서 떨어졌는데, 다음해에 1차에서 떨어지면 피눈물납니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슬럼프는 사치다'라는 것입니다. 공부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슬럼프를 탓하며 게으름을 피운단 말입니까. 저는 감히 슬럼프에 빠져볼 만한 실력도 안되고 여유도 없었습니다. 공부가 안되면 '시험 범위'라고 생각하고 Economist를 읽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시험 범위에서 출제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막판에 밤샘 공부 하다가 다 못 보고 시험을 망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통대시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Economist를 시험 범위라고 생각하고 공부가 되지 않을 때에는 속독으로 읽었습니다. 간혹 여학생들 중에서 한 달에 한번씩 슬럼프에 빠진다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도 역시 사치입니다. 나중에 통역일이 들어오면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입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할 겁니까. 시험 날짜가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로 잡히면 어쩌실 겁니까. 안 좋은 몸 상태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지금이라도 해둬야 합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던가 잘 먹던가 자신의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에세이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대 시험에 대비해 에세이 연습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에세이를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합니다. 많이 읽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특정 주제가 주어졌을 때, 찬성 혹은 반대 논지를 펴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관한 글을 많이 읽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신문, 잡지를 많이 읽어두면 언제든지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세이 연습을 위해 심지어 토플 에세이 수업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써보는 것은 두세 번이면 충분합니다. 따로 토플 에세이 수업을 들을 시간에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것이 효과적인 대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시험 공부는 요령을 익히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를 닦는 것입니다. 영어사랑학원의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해주시는 부분을 완벽히 소화하고 나서, 요령을 익히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여러분들의 내년, 후년 입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유경나 (서울여대 국제학과)
 
먼저 저는 알파벳도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야 배운 순수 국내파구요 ^^ 2001년 여름부터 2002년 5월까지 캐나다로 교환 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캐나다에 있었던 약 9개월 간 작문수업을 통해 에세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대 1차 기본은 캐나다에서 다지고 돌아온 셈이지요. 통대 학원을 다니면서 입시준비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2002년 5월부터였습니다. 입시준비로 소요된 시간은 대략 일년 반 정도인데, 올해 6월까지는 학교공부랑 병행하느라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통대 입시와 학교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공부의 절대 시간 보다는 자신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 방법>
 
(이대 특차 합격에 도움이 되었던 공부 방법)
 
1. 한한 요약
 
2. 하루에 한시간 한국어 신문읽기, 뉴스 시청
 
3. 은천성 선생님의 강도 높은 듣기 훈련
 
[한한 요약의 중요성]
 
저는 다른 건 몰라도 한한 요약만은 꼭 꾸준히 하실 것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한한 요약은 한국경제신문 사설을 활용했는데, 사설 논조가 명확하고 글의 구조도 괜찮은 편이어서 이대 특차 에세이 쓸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한 요약을 하다 보면 내가 에세이를 쓸 때도 사설과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게 됩니다. 게다가 한한 요약으로 다루었던 주제는 머리에 오래 남아 있기 때문에 내용을 예로 활용하여 추상적인 글이 아닌 실감나는 예로 주장이 잘 뒷받침 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대 특차 2차시의 의견 개진 또한 우리말 뉴스를 꾸준히 시청하고, 신문을 빠짐없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리스닝의 중요성]
 
'자신의 가장 부족한 부분의 실력을 일정수준까지 끌어 올려라.'는 은 선생님의 말씀을 꼭 기억하세요. 선생님이 이 말씀을 하시면서 리스닝의 중요성을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실 때는 그냥 '중요하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실제로 시험장에 들어가니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긴장되기 때문에 평소에 쉽게 들리던 것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기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기억하고 다시 재현하는 것이 수업시간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수업 시간 맨 처음 부분을 발표했을 때, 발표를 너무 못해서 숨어버리고 싶었던 날,…이런 날의 아쉬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2차 시험을 마치고 나올 때의 기분입니다.
 
리스닝의 왕도는 일단 양보다는 질입니다. 저는 리스닝에 관해선 은 선생님 수업교재만 충실히 했습니다. 리스닝 스터디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리스닝스페셜, 월드 뉴스도 사서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한 내용의 복습만큼은 열심히 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찍찍이가 항상 제 손에 있었고, 그 찍찍이 안엔 은 선생님 교재 테잎이 있었으니까요.. 집에서는 'Friends' 라는 시트콤의 비디오 테잎을 항상 틀어 놨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나 시트콤을 반복해서 보는 것도 놀고있다는 죄책감 없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에세이 쓰는 법]
 
서론에서 추상적으로 중언부언하기보다는 핵심을 찔러야 합니다. 글을 멋있게 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글이 잘 안 써지니까 '내가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더라도 서론은 최대한 쉽게 쓰세요. 하지만 한가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주장이 일반적인 내용이라면 뒷받침하는 예는 풍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뻔한 의견에 원론적인 예… 이는 에세이 불합격의 지름길입니다. 간단한 서론과 구체적인 본론, 마지막으로 잘 정리된 결론. 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글의 구조를 서론에서 자신의 주장, 본론을 세 문단으로 나누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를 듭니다. 만약 세 개로 나누는 것이 무리라면 본론을 두 문단으로 줄여도 큰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글 전체를 요약하면서 결론을 내면 됩니다.
 
(외대 합격에 도움이 되었던 방법)
 
1. 정독과 다독을 병행
 
2. 꾸준한 리스닝
 
3. 시험 3개월 전부터 문제 감각 익히기
 
1차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시험 3개월쯤 전부터 문제 푸는 감각을 익히시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시험장 분위기를 익힐 겸 텝스 시험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문제 풀이에 들어가기 이전에 리딩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정독과 다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 선생님 수업의 경우 리스닝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리딩을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스터디는 되도록 하지 마시고 수업복습, 리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세요. 혼자 읽는 것이 지루하다면 사이트 스터디로 무료함을 달래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2차 준비를 워낙 잘해주시니, 2차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어사랑 출신이면 1차 합격 이후 2차는 거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니까요. ^---^ 그리고 뒤집기 스터디는 6월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5월까지는 기초 쌓기에 충실하세요. 한영 스터디를 연초부터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그 방법엔 회의적입니다. 일단 6월까지는 수업복습, 특히 연설문 외우기를 열심히 하며 영어의 기초를 다지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9월 부터 스터디 파트너를 구해서 뒤집기 연습을 하세요. 특히 영한의 경우 육성으로 듣고 발표해 보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대, 외대 모두 인터뷰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크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면 그 사람을 뽑습니다. 현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자질도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외대 정시 때는 교수님과 눈을 맞추기는커녕 교수님들 책상을 쳐다보며 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덕분에 문을 닫고 나오면서 교수님들 끼리 "I think… very good." 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좋은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작년에 안타깝게 떨어진 언니들과 올해 스터디를 같이 해서 언니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있었던 행운아입니다. 모자란 저를 잘 이끌어 주신 선생님, 유라 언니, 연모 언니, 선영 언니, 성이 언니, 혜진 언니, 진희 언니, 저를 믿어주시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부모님, 옆에서 격려해 준 남자친구..이 모든 분들께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이 수기에 담아 전합니다.
 
 
 
정은지 (서울대 독어독문/영어영문 복수 전공)
 
제가 기다리던 11월 중순이 되었지만, 아직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지금을 기다린 이유는 막연하게, '모든 것을 마친 상태일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와 있을 것이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대 2차 전형에서 구술시험을 보고 나온 후에도,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과정이 중요하면서도 시험 성격상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성장 과정과 공부 시작 계기, 그리고 스터디 삼총사>
 
저는 해외파/국내파의 이분법적 구분에 따르면 해외파로 분류됩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2까지 유럽에 살면서 외국인 학교(미국사립학교교과과정)를 다녔고, 내내 수업을 영어로 들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세 나라 모두(크로아티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모두 영어권이 아니어서, 학교 외의 장소에서는 거의 영어를 쓸 일이 없었지만, 합해서 4년 넘게 체류한 크로아티아와 헝가리에는 상대적으로 한국주재원 가족이나 교민이 적어서,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외국 아이들이었고, 그래서 영어도 많이 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내내 한국 중등교과과정의 공부(국어, 수학 교과서와 정석 교재 등)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덕분에 중 3 때 한국에 와서도 공부를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입학 전 4년 동안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수 차례에 걸쳐 영어경진대회에도 참가하고, 영어소설을 읽거나 집에서 "self-dialogue"를 만들어 중얼거리거나 외국에서 살다 온 다른 친구와 일부러 영어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보다도 어릴 때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한 제 동생보다도 영어 실력이 떨어지지 않고 이제까지 그 영어가 남아 있는 것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노력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에 가서도 독문학,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어문학 교재를 통해 독어, 영어를 접한 것이 감각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비록 해외파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영어권국가에서 대학공부까지 마쳐서 자유자재로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는 분들과는 매우 다른 입장입니다. 이미 유럽에서 귀국한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고, 여타 다른 학생들처럼 수능시험과 내신으로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해외파라는 구분이 아직도 남의 옷을 입은 것같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어학적 자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통역 공부에 뛰어드는 분들은 적겠지만, 저는 특히 "듣기"에 강합니다. Goethe Institut(독일 문화원)에서 독일어를 배울 때에도 듣기평가나 받아쓰기를 할 때 쏙쏙 귀에 들어와서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제가 통역 공부를 시작한 것은 꼭 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영어가 편하거나 영어에 유난히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제 자신의 "청취"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12월에 영어사랑학원의 공개강의(초대손님: 서지원 한국외대통대재학생, 양승진 코리아헤럴드신문기자)를 듣고 나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6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내내 은천성 선생님께서 강의하시는 기초반(step 2)을 수강했습니다. 6월에는 학교 기말고사 일정과 기초반 수업을 병행할 수가 없어서 둘째 주까지 기말고사를 마치고, 셋째 주부터 시사청취 한달 과정을 하루에 두시간씩 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영어사랑에 와서 통대준비 공부를 시작했고, 2월 중순이 돼서야 이 공부에 대한 확신이 들어, 본격적으로 3월부터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김혜원 언니가 영어사랑 사이트의 "공부 파트너"에 올리신 글을 보고, 김유정과 제가 전화하면서 시작된 저희 스터디 삼총사는 제게 있어 영어사랑과 함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이 지면을 통해 유정이와 혜원언니께 "Most Heartfelt Thank You!"를 전하고 싶습니다. ("언니, 유정아! 우리도 해냈어!") 올해 처음 통대에 도전해보는 것이라 저희는 스터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3월 초부터 11월초까지 꾸준히 함께 해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식구같이 생각될 정도로 의지할 수 있었던 스터디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공부를 하면서 받은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스터디 방법은 유정이의 이대 합격 수기를 참고하시면 시기별로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아마 저와 유정이, 혜원 언니 합격수기를 합쳐서 보시면 "합격수기의 결정판"을 보시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유정이와 혜원 언니가 빠뜨린 작은 디테일이 있다면 저희가 8월에 1박 2일 동안 "스터디MT"를 가졌다는 것뿐인데요, 도착해서 아침 먹고 스터디하고 낮잠 자고 저녁 먹고 스터디하고 자고 일어나 아침 먹고 스터디해서 당시 조금 밀려 있던 스터디 계획을 소화했습니다. 조금씩 지쳐가던 중 바람도 쐴 겸 가게 된 것인데, 편하게 모여 있을 장소가 확보되니까, 틈틈이 스터디도 할 수 있고, 주변사람들을 의식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MT후에는 바로 기초반 수업에 들어갔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춥다면서 간 중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녹차를 쉴 새 없이 마시다가, 뒤늦게 혜원언니 생일 케잌도 자르며 좋아했던 저희 삼총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면 통대준비 과정이 마냥 고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이대 특차>
 
[1차]
 
고사장에서 에세이를 쓰는데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구체적인 개요를 작성한다고(어리버리하게 연습지 뒷장은 표기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아주 좁은 공간에 적느라 고생했습니다 ㅠ.ㅠ) 20분을 보냈는데, 제 앞의 분은 연습지에 바로 써서 옮겨 적으셔서 적지 않게 당황했기 때문입니다. 스터디할 때 세 번 정도 에세이를 쓰고 서로 첨삭하고 크리틱을 했었는데 시간을 짧게 잡고도 시간이 부족했던 적은 없어서 더더욱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개요를 꼼꼼히 작성한 덕분에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당황한 가운데서도 내용 연결은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발전에 따라 경제와 문화간에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전통문화가 훼손되더라도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정책수립시 경제와 문화중 어느 쪽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저는 예를 제시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해외에서 외국인학교에 다닐 때 배웠습니다. 각 문단의 여러 소 주제문의 아귀가 들어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가 없으면 읽을 때 재미없는 글이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본문 세 문단에서 각각 예를 한 가지씩 들었습니다. 문화개방이 고유문화를 해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 문화를 알리는 매체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점차적으로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 한-일 문화개방 덕택에 일본에서 일게된 "보아 열풍"과 한국 영화의 선전을 예로 들었습니다. 다음 문단에서는 세계 시장의 소비자는 제품만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고 "까다롭기(discriminating)"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제품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주장을 들면서 각국의 정체성이 반영되는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는 주제문을 제시하고 반미 감정을 지닌 청년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시위할 때조차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는데 그것은 미국의 긍정적 이미지(스토리)를 담고 있는 상품 구매에는 반미감정조차 끼어 들지 못한다는 예를 들어 자국 문화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세번째 문단은 결론을 쓸 시간이 있을 지 몰라 결론틱(?)하게 썼습니다. 자국 문화의 중요성은 유대인 민족이 독특한 고유의 문화를 유지해서 결국은 홀로코스트라는 큰 시련을 겪고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세울 수 있었다는 예를 들어 한번 더 강조하면서, 고유의 문화를 뒷전에 두고 정체성을 잃으면 반대로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끝을 맺었습니다. 5분이 남아서 결론을 네 줄 정도 썼는데, 경제 활성화와 고유 문화 보존이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고유 문화 보존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국산품의 위상을 높이고 역으로 경제 활성화가 고유 문화의 보존과 전파에 기여하는 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마무리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proofreading을 제대로 못한 가운데 잠깐 본 문장의 문법이 틀려 있어서 급히 고쳐 내고는 내내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1차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날마다 제가 쓴 표현보다 더 좋은 표현 생각이 나서 잠도 설치고 결국엔 마음 속으로 포기를 했는데, 합격명단에 제 수험번호가 있어서 수험표까지 모니터에 대고 대조해보기까지 했습니다. 결과 발표 후에는 예를 들어 강한 어조로 주장을 어필한 작전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용 면에서 좀 더 욕심을 내면서 논문 혹은 주석에나 달려나올 법한 예를 든 것이 많은 에세이 가운데서 눈에 띌 수 있었던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차]
 
대기실이 좁고 수험생들로 꽉 차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다행히 약 2시간동안 2차시험 준비를 하면서 알게된 수현언니와, 시험 당일 아침에 기다리면서 만난 성연언니가 계셔서 비교적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시험장 바로 앞에서 "진행 요원"을 해주신 분과 경나와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긴장으로 유발된 복통을 가라앉히고자, 시험장으로 가는 길에 사서 마신 뜨거운 민트차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 대기실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진행 요원 분들이 동행하셔야 해서 그분들을 괴롭히는 셈이지만, 저는 기다리는 동안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시고 싶은 것도 준비해서 마시고 화장실도 여러 번 가는 것이 긴 시간동안 무작정 떨면서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한은 부안군 원전폐기물처리장관련 집회에서 아이들과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이한 편이었고, 배유정 교수님께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읽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이진 않고, 시위 주동자를 가려서 책임을 쉽게 물을 수 없는 면에서 정부가 대책 강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나올 때까지 배유정 교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덜 당황했고, 너무 길게 끌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영 내용은 근래에 캐나다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것과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와의 연관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신문 기사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용된 용어나 문장 구조가 결코 평이하지 않았습니다(International Herald Tribune 수준). 결혼이라는 제도가 종교적인 의미에서 흔들리고 있고,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동성결혼합법화를 일률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디테일이 있었습니다. 또 법적인 차원에서 부부와 같은 혜택을 주려는 것이라면 굳이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요지의 내용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읽어주신 선생님께서 또박또박 읽어주지 않으셨고, 문장이 전체적으로 만연체였음에도 거의 끊지 않고 쭉 읽어주셔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재현할 때에도 흐름을 살리려고 노력해야 했습니다.
 
의견 개진 주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NGO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3. 다이어트 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비만 인구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유는?
4. 대중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의견입니까?
5.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서 어떤 입장입니까?
 
이상 질문 내용과 순서가 완전히 일치하진 않아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3번을 영어(Atkins effect, 다이어트-운동족과 폭식족의 양극화 현상, 미국적 물질주의 확산 언급)로, 4번을 한국어 의견개진 주제(공인이라면 사생활 존중을 받아야 하지만, 사생활 면에서 공인으로의 품위를 지켜야 하며 이익 관계가 부당하게 개입될 경우, 사생활을 희생해야 한다)로 선택해서 비교적 짧게 얘기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최근 시사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평소에 스터디할 때 다룬 내용도 나와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태도 면에서는 일단 eye contact를 유지했는데, 그러다 보니 2-3분 이내에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blank 현상이나 말하다가 내용을 번복하는 상황은 거의 없었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 대기실에서, 그리고 시험장에서도 통역학과 시험은 배짱 있고 뻔뻔해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Debate 대회도 나가는 등 뻔뻔한 편이라 실전 면접에서 "공포의 2차 시험"이라는 느낌은 대기실에서만 잠깐 받았고, 시험장 문을 나설 때까지 신기할 정도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결정되는 시험인 만큼 기초반 수업시간에 여러 사람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면서 담력과 "뻔뻔함"을 키운 것이 시험장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초반에 발표하러 나가서 대책 없이 떨기도 하고, blank 현상때문에 내용을 빠뜨리고 자리에 돌아오던 것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나중에는 선생님이 호명하셨을 때 ,거의 "통과"를 외치지 않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발표하고, 크리틱을 받으면 지적을 당한 부분을 보충하려 노력했습니다. 발표를 통해 자신감이 생기면서 외대 시험 준비 기간에도 1차 시험만 통과하면 2차 시험에 승산이 있다는 생각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외대 시험>
 
[1차]
 
저는 중3때 처음 한국식의 듣기 평가를 접한 뒤 "들으면서 쓰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지문 내용이 나올 때는 핵심 내용을 가리면서 적느라 바쁘지만 일단 지나간 내용은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를 풀 때 답이 한눈에 보이고 대조 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올해 외대 1차 시험은 작년에 풀어본 기출문제보다도 문제와 지문 간 간격이 짧아서 생각하면서 답을 결정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일단 내용을 써 놓고 보면서 답을 표시할 수 있어서, 모든 걸 머릿속에 기억하고 대조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했던 분들에 비해 정확했던 것 같습니다. L/C 부분이 끝나고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서 독해 부분은 문제를 먼저 읽고 지문을 읽은 뒤 신중하게 답을 결정해서 처음 고른 답이 정답에 가까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만큼 나중에 정답을 내는 방향으로 고민할 여유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마지막 "문장 순서 맞추기" 열 문제를 매우 서둘러 풀어야 했기 때문에 다행이었습니다.
 
1차 시험 때는 응시자수가 워낙 많아 화장실이 매우 붐비기 때문에 공통 영어 시작 전과 전공 영어 시작 전에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험 자체가 빡빡해서 거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특히 전공 영어 시험 전에 감독관께서 시험지를 미리 주실 경우를 대비해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저는 공통 영어 시험을 일찍 마치고, 1교시 중에 화장실을 다녀와서 쉬는 시간 15분 동안 한숨 돌리고 음악을 듣는 등 전공 영어 시작 전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간 시험장에는 아슬아슬하게 오셔서 뒤에 계신 분의 take-out 커피를 쏟고, 공통 영어 듣기 방송 중에 구두소리를 내면서 들어오시는 바람에 내용을 아예 못 듣게 결과적으로는 "방해"하신 분들이 계셨는데, 모두에게 중요한, 1년에 한번 보는 시험인 만큼 서로 타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사소한 일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시험 결과에도 영향을 주므로, 서로 각별히 조심을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2차]
 
영어사랑에서 은 선생님이 시험직전에 개설하신 외대 준비 2차반을 들었습니다. 한자, 한국어, 쌍방향 번역 한-영, 영-한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됐는데, 시험 때 어떤 우형의 문제가 나올 것인지 철저히 대비를 해주신다는 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초조하게 같이 기다리는 가운데 거의 매일 "스파르타식"으로 스터디 파트너들과 영-한 한-영 연습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내용을 다뤘습니다. 1차 시험 후 신경성 요통이 와서 매일 집에 와서는 "핫팩"을 허리에 대고 누워서 스터디한 내용을 복습하고, 오린 기사 중에서 다음 스터디 영-한 자료를 뽑았습니다. 이때 다룬 내용은 직접적으로 2차 시험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상식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2차 시험에 대한 두려움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1차 결과 발표 후, 시험이 바로 다음 날인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허리에 "핫팩"을 대고 누워서 은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한자 "족집게" 리스트를 들고 체크하고, 외대 준비반에서 받은 번역과 한영 자료를 쭉 정독하고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이제껏 수업 듣고 스터디한 생각이 나면서 든든해졌습니다. 어떤 난이도의 지문이라도 훈련이 되어 있는 만큼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완벽하고 빈틈없는 실력을 갖췄는지를 보는 시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한자 시험은 생각했던 것보다 평이했습니다. 특히 한 문제의 답은 은 선생님께서 한자 모의고사로 내주신 수구초심의 뜻이 잘못된 것을 알아보고 고르는 문제라 확신을 갖고 표기했습니다. 한국어 문제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로 정상수업을 받은 학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있는 발음 문제가 나왔습니다. 한국어 작문에서는 "이라크 파병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600 자 제한이 생각보다 짧아서 작성한 개요의 세부 보조 문장은 다 적지 못했습니다. 서론-본론-결론의 형식도 겨우 갖춰서 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습니다. 저는 전투 병력의 파병은, 한국군의 자원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인명 피해 발생이 우려되므로, 국민 감정상 불가능하고, 미국과의 조율 후 이라크 재건에 도움이 될 비전투 병력의 파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어 작문은 "FTA가 국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긍정적 영향을 서술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는 취지의 문제가 나왔습니다. 우선 자유 무역 협정이 경쟁력 있는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시장 확대를 의미하므로, 호재이지만,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국내 시장마저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밝힌 뒤, 농업 종사자들도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 부분에서는 정부의 협상 당사자들이 한국 재계의 입장을 고려해서 협상과정에서 취약할 수 있는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는 쪽으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일차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재계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명심하고 섣불리 외적인 외교적 성과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전부 열세 줄을 썼는데, 한국어 작문과는 달리 분량 제한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마무리했습니다. 번역은 영->한 1. 통역사 지위 2. UN의 역할, 한 ->영 1. 제재 완화 2. 외국금융 기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필요성이 나왔습니다.
 
구술 시험은 일요일 3시 타임 두번째로 봤습니다. 대기실이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무엇보다 좋았고, 목소리를 크게 하라는 대기실의 학교 교직원과 시험장 앞 "진행 요원"분의 말씀에 힘입어 이대 특차 때보다 더욱 뻔뻔하게(?) 시험에 임했습니다. 심지어는 "진행 요원"분 앞에서 긴장을 푼다고 정장을 입은 채로 스트레칭하고 점프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직도 그 분께는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들어가서는 별 질문 없이 바로 영->한 한->영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 임향옥 교수님께서 “I'm going to talk about the brain.”이라고 말씀하시고는, 읽는 것이 아닌 말로 설명하는 듯한 말투로 "사람들은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바람을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마음이 아프다며 'my heart is broken'이라는 말을 하지만, 연구 결과 사실 '거절당하거나 배제되었을 때에' 뇌의 한 부분이 그것을 인지하여 반응을 하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게임 중에 세 명이 하다가 한 사람이 배제되게 예정된 컴퓨터 게임을 대상자들에게 시키고 뇌를 스캔해 본 결과, 배제되는 순간 특히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일괄적으로 감지됐다. 이는 인류학적으로 생존능력을 배가하는 메커니즘의 일환일 수 있으며, 어딘가에서 배제되거나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는 내용의 영어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어휘나 내용이 특히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재현이 비교적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체 내용을 제시하면서 디테일은 차차 가지치려고 했는데 방향을 맞게 잡았을 때, 네 분의 선생님께서 동시에 끄떡여 주시는 등 내내 격려해주셔서 내용을 거의 살릴 수 있었습니다.
 
한 -> 영은 곽중철 교수님(그것도 나중에 다른 사람이 얘기해줘서 알았습니다 ^^;)께서 읽어주셨습니다. "잘 하세요! 읽습니다"라는 멘트를 앞에 넣어 주셔서 영->한 때 했던 긴장이 다소 풀렸습니다. "한국은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프랑스에 비해 몇 배나 고령화가 가속되어 인구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신혼 부부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1.사교육비 부담 2. 사회 복지 보장이 미비하기 때문이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오늘 아침 정부는 출산 장려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절실한 조치이다." 내용이 전혀 어렵지 않고 예전에 어휘를 익혀둔 부분이라 헤매지 않고 적재적소의 표현을 사용하며 내용을 영어로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휘를 쓸 때마다 다들 고개를 끄떡여주셔서 더욱 자신감을 갖고 한국어 지문의 마지막 문장까지 재현하자, 선생님들께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책상에서 손을 떼면서 호응해주셔서 웃으면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eye contact를 유지했습니다. 문을 나선 뒤 10분도 채 안 걸렸다는 것을 알고, 그 짧은 시간동안 당락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복도에서 같이 대기하다가 제 앞 순서로 들어가서 결국 합격하신 분께도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공부시간과 시작할 때의 실력, 그리고 인사>
 
저는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방학을 제외하고는 내내 학교-학원-스터디를 병행했기 때문에,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저히 하려고 했던 것은 학원 진도 복습과 스터디 준비, 그리고 스터디 내용 복습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달리면서 잠을 줄일 수 없을 것 같아 가능한 공부를 할 수 있을 때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sight-translation연습을 한 것이 구술 시험 때 나올 수 있고, 기초반 수업 내용이 1차 시험 내용으로 나오거나, Economist에서 접한 내용이 다른 일간지나 주간지 기사의 형태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읽고 들어 봐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현재"라는 시점에서 읽거나 듣고 있는 바로 그 내용에 열의를 갖고 임할 때 통대 공부는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4월... 공부해야 하는 내용이 끝이 없는 것 같아 포기하려고까지 생각했던 과정을 일단 한 단계 마쳤다고 생각하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겹치지 않게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룬다면, 어떤 유형의 시험이라도 덜 두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공부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하는 만큼, 학원 수업이나 스터디를 틀로 잡아서 제가 학원 수업에 가급적 안 빠지려고 했던 것처럼 그 틀을 오랫동안 유지하면 슬럼프 없이 준비 과정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슬럼프를 피하려면 절대적인 공부시간을 따지기보다 영화를 보거나 운동(6월부터 재즈댄스를, 두 달간 헬스를)을 하거나 시간이 많이 빼앗기지 않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공부를 계속할 에너지를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부를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은 선생님께서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임계질량"에 반드시 도달할 것입니다.
 
1월에 영어사랑을 다니기 시작하기 전에, 시험 점수로 따져본 제 영어 점수는 TEPS 940, TOEIC 965 점이었습니다. 남들은 높다 하는 점수였지만, 기초반 수업 첫날부터 기존 수강생들의 뛰어난 실력을 보고 좌절했었습니다. 그만큼 통역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뛰어난 영어 실력+알파를 갖춰야만 가능한 전문 기술입니다.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면서 문제 풀이 연습 겸 다시 영어 시험을 봤을 때 TEPS는 948, TOEIC 985 점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휘 실력과 문어(<->구어) 독해 실력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점수면 합격이 가능하나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수기에 포함합니다. 점수로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듣기"가 강점이라면 통역의 길은 덜 울퉁불퉁하겠지만, "읽기"가 약점이라면 구술 시험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험난할 것입니다. 반면에 "읽기"가 강점이지만 "듣기"가 취약하면 그 반대의 처지에서 고생할 것입니다. 어떤 체질인지 스스로 판단해서 일찍부터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저를 지켜봐 주신 부모님과 불평 없이 제 몸부림을 받아준 동생에게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 버린 유정이와 혜원 언니께도 축하 인사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정합니다. 통역사가 되어 우리의 2003년을 추억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턱대고 합격할 것이라고 저보다 저를 믿어준 예원이의 "신빨"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매 시험 직전마다 격려해준 독문과 동생들과 영문과 친구들 - 고마워!! "미리 축하한다"는 말로 불안하고 떨렸던 하루 하루에 희망을 심어준 오빠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last but not least, 은 선생님!! 한결 같은 유머와 크리틱으로 Stuetze fuer die Seele(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제자로, 어디서든지 기도하면서 "뻔뻔함"을 무기로 삼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There are those of us who are always about to live. We are waiting until things change, until there is more time, until we are less tired, until we get a promotion, until we settle down -- until, until, until. It always seems as if there is some major event that must occur in our lives before we begin living.--George Sheehan
 
Let's start living, now!!
 

 
 
 
 
♣ 한서 ♣
 

김영주
 
아직 합격사실이 실감이 나질 않는데 수기라니 조금 어색한 기분도 듭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제 글이 앞으로 통대 입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공부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름대로 이번에 합격하게 된 키워드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갈 까 합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
 
저는 굉장히 성격이 급한 사람입니다. 욕심도 많아서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니는 편입니다. 급한 성격인 만큼 누가 한국사람 아니랄까 봐 “빨리, 빨리”가 마음속 깊이 배인 사람입니다. 이런 제 성격은 통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되었고 동시에 저라는 사람을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연수경험도 없는 제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때에 통대 이외에 다른 가능성들이 눈에 들어와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 지금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들이 다시 한번 새겨주셨으면 합니다. '통역사'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심이건, 고소득을 바래서건 어떤 이유든 간에 통대를 진학하겠다고 마음 먹으신 분이라면 우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셨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시고 그 다음에는 집중하십시오. 제가 아쉬운 점은 1학기 때부터 통대 입시에 집중을 못한 것입니다. 합격일지 불합격일지 모르는 싸움에 100% 집중은 위험하다는 가벼운 결론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조금만 더 선택과 집중에 충실!했다면 마인드 컨트롤에서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집중이란 통대 입시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할애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제 얘기로 돌아오면, 4학년 전공수업에서 마침 개설된 "한서 통번역의 이론과 실체"라는 과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1학기를 마쳤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에 방학 때는 회사에서 근무하여 사회경험도 해보면서 여름방학도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8월에 서반아어 통대 입시 전문학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서야 알았다니! '은천성 영어사랑' 홈페이지 앞에서 하루종일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8월 마지막 주 청강을 하러 갔습니다. 나 말고도 이렇게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니. 9월 개강 첫날 공교롭게도 통역파트날이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실력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제서야 나름대로 자신 있던 제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성질이 마음껏 발휘되던 한 주 였던 것 같습니다. 이거 할까. 저거 할까. 통대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공부방법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특히 한 달에도 몇 번이나 바뀌게 되고 마는 공부방식에“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하는 질문을 하루에 수십번씩 제 자신에게 던지곤 합니다. 물론 선생님이나 동료,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한 뒤 자기만의 공부방법을 세워야 할 것이고 여러 번 수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고로 그 수정과정에서 절대 회의를 품다가 흔들리지 마시라는 겁니다. ^^
 
9월 수업동안 사뭇 다른 사람들의 실력에 놀라며 때로는 감탄하며 자극도 많이 받고 스스로에게 질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인드 컨트롤에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사실 제가 공부에 투자한 시간보다 마인드 컨트롤에 더 많이 비중을 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시험이 그러하듯이 결국엔 시험당일 컨디션과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했느냐가 당락을 결정짓는데 큰 몫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객관적으로 비교되는 제 스페인어 실력을 보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과연 이렇게 해서 합격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잘하는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의도적으로라도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공부량이 많아질수록 혼란이 가중됐지만, "통대입학시험은 어디까지나 시험이고 정해진 양식은 분명히 있다."라는 원리에 최대한 맞춰 공부하였습니다. 우선 전 이번 승패는 시간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과감히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험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고 일단 거기에만 맞추면 승산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때쯤부터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고 남은 기간동안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제 이야기를 쓴 이유는 저처럼 연수경험이 없으시거나 또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행여나 자신감을 잃으시고 시작조차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입니다.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보는 시험은 공무원이나 행정고시 같은 성격의 "이론암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수기 성격상 어떤 기간 안에 얼마나, 어떤 공부를 했느냐에 대해 알려드리고 있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과거에 여러분이 어떻게, 얼마나 해당 외국어 공부에 충실했냐는 것입니다. 시험장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작문은 멋진 표현보다는 평소자기가 쓰던 - 기본 실력에 바탕을 둔 - 표현일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죠!
 

<공부방법>
 
9월은 추석연휴와 함께 참 빨리도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또 그 사이에 무척이나 많은 공부방식을 시도해봤습니다. 그전까지는(9월이전) 주로 기사와 단어위주의 공부였습니다. 스터디는 따로 하지 않았었고, 기사를 보다 보니 어휘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사서반아어(송산출판사)" 위주로 단어 공부를 했습니다. 욕심만 앞서 눈에 띄는 기사는 죄다 출력을 해놓았었는데 나중에 밀린 기사의 방대한 양에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9월부터는 두개의 스터디조를 만들어 순차통역(한-서, 서-한)연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기사는 하루에 3-4개씩은 꼭 보았고, 시간이 없으면 헤드라인이라도 읽고 넘어 갔습니다.
 
저는 사실 통대 시험을 보기 전까지도 학교공부뿐 아니라 다른 일들로 스페인어 공부에만 투자할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제외시킬 수 없었기!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강시간, 쉬는시간, 버스, 지하철 안 모두 기사를 보는데 활용했고, 기사를 보다가 지겨우면 지하철에서 sight-translation 연습도 종종 하곤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듣기연습이 부족했는데 거의 rki(http://rki.kbs.co.kr)를 통해 3-4일에 한번이라도 듣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사실 듣기부분은 제 역량 내에선 rki외에 다른 자료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엔 위성안테나나 녹음 같은 건 생각해보지도 못했습니다 ^^; 그래서 택한 방법은 보통 가정집 TV에서 많이 나오는 영어프로그램 청취였습니다. 영화보다는 아리랑TV에서 한번씩 다루는 시사프로그램등을 위주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보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다른 언어이기는 하지만 1차시험에서 측정하는 부분은 얼마나 요점을 잘 찾아내느냐이기 때문에 영어듣기를 통해서나마 그 연습을 하려고 했던 부분이 1차를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동시에 1차에서 따로 영어과목 준비를 하지 않아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또 집에서 최대한 많이 읽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억양, 톤 등을 달리해가면서 연습해보는 것은 듣기에도 도움이 되고 발음 교정뿐 아니라 소리 내서 읽음으로써 자신감도 키우는데 도움이 되 었습니다.
 
9월 동안 제 공부방법은 "무조건 최단시간에 최대량 소화하기"였습니다. 급한 성격이 여기에는 일조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주로 기사위주의 제 공부방법이 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제 나름대로는 표현, 어휘, 작문, 의견정리 면에서 두루두루 쓸모가 많았습니다. 기사를 읽다가 좋은 표현은 따로 메모하고 나중에 정리해서 보는 것도 작문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방법 중 하나는 "기사 외우기"입니다. 많이 하고 계시는 방법이시겠지만, 전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하루에 기사 하나" 였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고 일주일에 몇 개라도 외워서 친구에게 확인작업을 거쳤습니다. 공부 전에 워밍업하듯이 기사 외우기를 하면 나중에 구술이나 의견을 피력할 때도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논리력도 생기고 말도 거침없이 나올 수 있는 방법 같습니다. 실제로 모의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이번 한국어논술시험에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의견을 물었었는데 마침 외워둔 기사가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rki 같이 짧은 기사가 여러 개 있는 것을 출력해 하루에 하나씩 외우며 시작하는 것도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를 볼 때도 가능한 다양한 주제를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시사적인 게 시험 문제의 대부분이지만 매년 다르게 출제되므로 다양한 분야에서 배경지식을 쌓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통역연습은 모두 스터디를 통해 해결하였고 부족하다고 느낀 날은 집에서 sight-translation으로 보충하곤 하였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이 정도이구요, 좀 횡설수설 하면서 쓴 글인데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해드리고 싶은 말이 남았지만 이쯤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evileye666@hanmail.net 으로 메일 주시구요, 여러분 모두 건승을 빕니다. El que rie de ultimo rie mejor
 
 
 
남강현
 
<시작하면서>
 
자료 자체나 환경의 열악함보다는 스페인어 공부에 대한 정보공유의 열악함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합격수기를 쓰려고 합니다. 스페인어는 아직 한국에서는 희귀 언어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저는 우선 학부를 졸업한지 2년 되었고 멕시코에 2년 체류한 경험이 있습니다. 연수하면서 1년 일하면서 1년을 보냈는데, 국내파로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체류 동안은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다고 자부합니다. 늘 제 주변엔 단순한 의사소통용 회화보다는 토론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일을 하던 동안에도 공식 업무중의 하나가 멕시코 주요 정부 부처나 주요 경제 신문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보고서 양식으로 작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통대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오래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통대 준비도 6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짧은 기간동안 한꺼번에 많은 공부량을 소화하려다 보니 자연히 공부 습관도 불규칙했습니다. 그 와중에서 구심점으로 삼으려 했던 것은 오로지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언어를 공부하면서 제가 느끼는 "재미"와 "보람"이었습니다. 어떤 것이 진정한 목적인가를 늘 생각했던 것이 공부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저를 가다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듣기>
 
가장 중요함에도 가장 소홀히 했던 부분입니다. 저는 대의 파악보다는 세부사항 잡아내기에 좀 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보다 집중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공부를 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인터넷의 위성방송을 이용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늘 스페인 방송인 TVE 청취가 가능했지만, 제 집이 학교와도 상당히 멀고, 그렇다고 집에 위성방송을 설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제게는 인터넷이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덤벙대고 잘 까먹는 성격 탓에 녹음을 하여 끈덕지게 듣기 연습을 해본 적도 없고, RKI의 스페인어 뉴스조차도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껏 한 일이라고는 혼자 기사를 읽으면서 찍찍이로 녹음했다가 그걸 다시 들으면서 순차 통역 연습을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저에게는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척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분명 읽었던 걸 듣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첫번째 충격, 제 발음과 억양에 지독하게 베어있는 한국 accent의 흔적에 두번째 충격.. 그러나, 스스로에게 조금만 뻔뻔해진다면 발음 교정과 듣기 연습의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기>
 
말하기는 단순한 상대어 통역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 담긴 의견 개진이라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배경 지식의 함양과 토론이 중요합니다. 제게는 스페인어로의 의사 표현 연습은 학원의 회화 수업이, 국내 정세 파악과 배경 지식의 함양은 TV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 시청과 시사저널이 매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평소 스터디용 기사를 발췌할 때에도 늘 통역 연습 한번 하면 끝나버릴 기사보다는 배경 지식에 더 초점을 맞춰왔는데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보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쓰기>
 
번역 위주로 써보겠습니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어휘 하나하나에 집착하기 보다 필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 2. 막히는 단어에 대해서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문맥상의 의미를 이해하여 번역하는 것 3. 번역을 끝냈을 때 번역본이라는 티가 나면 안 되는 것, 즉 원본 언어의 냄새가 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3번은 다가가기 매우 힘든, 번역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많이 읽어야 하고, 무엇보다 서서 사전의 활용이 중요합니다. 서서 사전은 단순한 사전적 풀이가 아닌 그네들의 사고 방식에 입각하여 각 텍스트 상에서의 활용되는 뜻을 위주로 한 풀이이기 때문에 서한 사전보다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한 유의어, 반의어와 해당하는 영어 표현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스페인어 이해의 시각 자체가 매우 넓어지는 효과도 따라옵니다. 사전에 나오는 풍부한 예문을 외워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스페인어와 영어는 그 어떤 언어와의 궁합보다도 찰떡 궁합이라는 언어적, 정치적 상황이 뒷받침이 되고 있으니 영-서 양방향의 사전 활용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읽다보면 늘 같은 형식으로 반복되는 표현을 구(phrase)단위로 외우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명사, 동사, 전치사 등 항상 같이 다니는 표현의 덩어리를 외우는 것이지요. 제가 초기에 범했던 실수 중 하나가 서->한 번역은 종착 언어가 모국어이니 한->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통/번역에 있어서 a->b 언어든 b->a언어든 더 쉽거나 더 어려운 분야는 없는 듯 합니다. 언어만 다를 뿐 어차피 같은 수준의 난이도로 번역해 내야 하는데 오히려 모국어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완성도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고용한 통/번역사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다름 아닌 한국어입니다. 저는 이 점을 간과한 탓에 시험이 다가오면서 통역도 번역도 오히려 서->한에서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었습니다. (물론 안 들리기도 했지만 -.-) 한국어, 꼭 시험 통과용이 아니라도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됩니다. 스페인어만큼, 영어만큼, 한국어도 공부해야 합니다.
 
<읽기>
 
초기에는 욕심에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두루 읽어보려고 노력했으나 금방 저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주로 보는 사이트 두 세 개를 정해놓고, 나머지 언론 사이트는 즐겨 찾기에 신문, 연설문, 방송, 잡지의 인터넷 주소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정리했습니다.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각 언론의 성격과 시각 차에 따라 다른 기사가 나오기 때문에, 항상 다 보지는 못해도 필요할 때 참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언론은 미국 관련된 이슈에 매우 민감하고, 스페인 언론은 유럽 관련 이슈에 민감합니다. El Pais는 매우 현학적이면서도 스페인어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만 CNN espanol은 영어를 직역한 듯한 표현을 많이 쓰며 성격 또한 친미적이죠. 또 초기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관련 이슈를 알고 싶으면 아르헨티나 신문을, 멕시코 관련 이슈가 알고 싶으면 멕시코 언론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배경 지식과 어학적으로도 부족한 제게는 너무나 버거운, 욕심만 앞서는 방법일 뿐이었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매체를 접해보다가 가장 맘에 들었던 El Pais와 el Mundo 그리고 el Eonomista 세 가지를 고정적으로 봤습니다.
 
El Pais야 너무나 유명한 신문이지요. 유료화됐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중남미 이슈를 상대적으로 덜 다룬다고 하지만, 다루어야 할 만한 소식은 다 다룹니다. 무엇보다 정통 스페인어를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El mundo는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고 중남미 관련 소식을 좀 더 보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신문인데도 이라크전, 세계화, 사스, 인간 복제등 다양한 테마에 대한 심층 분석 코너가 잘 되어 있습니다. El Economista는 아마도 이코노미스트지를 흉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멕시코 경제 잡지인데, 표현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알아두면 멋지게 써먹을 수 있는 표현과 경제 용어도 자주 나오고, 왠만한 신문에서 다루는 기사는 꼭 언급합니다. 미국과 멕시코 경제 이야기를 주로 다루지만 중남미 경제 대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빼먹지 않고, 무엇보다 걸림돌 없이 명쾌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기사들이 많아서 즐겨 읽었습니다. (이는 제가 멕시코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제게 더 잘 "맞아서"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해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El Pais의 사설을 공부하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분량과 내용과 표현의 어려움에 숨이 턱턱 막히지만, 일단 스페인어의 생리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자꾸 영어와는 또 다른 감칠맛에 재미가 붙습니다. 저는 El Pais의 사설로 독해 공부를 하고 나면 왠만한 기사나 사설의 독해가 쉬워진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독해의 비법중 하나로 다른 분들도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지만 사전(특히 서한 사전)에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전에 너무 의지했다가 사전에 대한 배신감(^^)만 더 커집니다. 사전적인 풀이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단어와 표현이 참 많습니다.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혼자 힘으로 유추하고 읽는 버릇을 들이면 대의 파악 능력, 논리력, 어휘 그리고 찍기 적중률 향상(^^)까지 일거사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운 어휘는 쉽게 잊혀지지도 않습니다.
 
<한국어>
 
저는 한국어에는 나름대로 신경을 쓴 편입니다. 국어에 좀 욕심이 있어서요.(^^) 물론 공부한 만큼 서->한 통/번역 연습 때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제 현재 모국어 실력의 자각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고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한국어입니다. 모국어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방법은 영어 왕기초반 수업 방식을 모방해서 공부했습니다. 비록 두어 달 정도 하다가 그만 뒀지만 그룹 스터디 때에는 한한 사설 요약을 하면서 머리 식힐 겸 은천성 선생님 방식의 우리말 풀이를 퀴즈 형식으로 했습니다. 우리끼리는 소위 "삐리리"(-.-) 퀴즈라 불렀는데 문제가 되는 단어를 "삐리리"로 대체하여 정답 유추가 가능할 만큼의 문장이나 짧은 단락을 읽으면 상대방이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한자어, 전문용어, 고사성어는 문제는 다양했는데, 나중에는 골치 아픈 사설 요약보다 이 퀴즈의 쏠쏠한 재미에 중독(!)되는 바람에 스터디의 원래 목적이 흐려질 정도였답니다.(^^) 그러나 정작 한국어 시험은 무척 평이했기 때문에 시험보다는 제 국어 어휘면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삐리리" 문제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읽었던 시사저널이 국내외 정세 파악과 주요 현안에 대한 배경지식 함양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사 한자 용어집을 하나 선택하여 꾸준히 한자를 외웠고 시험 때가 다가오면서 동네 도서관에서 고사성어 풀이 사전(말이 사전이지 삽화가 가득 든 동화책 수준^^)을 하나 빌려 독음 읽기와 모르는 성어만 뜻풀이까지 같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모든 것이 한자 능력시험 3급 준비 책 한 권이면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시사 용어 풀이, 헷갈리거나 음이 바뀌는 한자어 모음, 고사성어 모음이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꼭 한국어 시험 대비용이 아니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 권쯤 마련해두면 좋을 듯 합니다.
 
<영어>
 
저는 영어 공부를 세 언어 중 가장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실 영어에 대해서는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시험 준비라는 생각은 없이 워낙에 기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은천성 선생님의 왕기초반(!) 수업을 들었다가 왕기초가 곧 통역의 왕기초이지 영어의 왕기초를 뜻한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시사 청취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 시사청취 수업마저도 10월이 되면서 밀려오는 스페인어의 압박으로 곧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는 시험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인 듯합니다. 이러한 불규칙적인 수험생활은 결코 참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영어 수업을 들었던 기간만큼은 시험 생각 안하고, 제 밑바닥을 인정하고, 그래서 더 흔들림 없이 영어 공부에 임했던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서 영어 듣기는 기존의 영어 수업 테이프를 복습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독해 부분은 토플 문제집과 부록 어휘집을 푸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저도 여느 한국인이 그렇듯 평균적인 영어 실력에 비해 읽기와 문제 풀기에서만 조금 앞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토플 문제집 자체는 별 어려움 없이(!) 끝냈는데 영어 어휘 외우기는 정말 안 되더군요. 그때 즈음엔 모든 것을 스페인어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어버린 뒤라 영어 공부하는 방식도 거의 스페인어처럼 해버렸습니다. 모르는 단어도 스페인어 단어를 기준으로 유추해서 맞춰버렸는데, 그러면 얼추 다 맞더라구요. 그래서 영어는 깊이 공부할 생각을 못하고 "그냥 마음만 편하게 먹고 있자."고 덮어버렸죠. 그러나 저 같은 시험용 영어 공부는 절대로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영어에 대해서는 제 수험기는 절대로 참고하지 마시라고 쓰는 겁니다.
 
<최종 복습>
 
저는 그 동안 공부했던 기사들을 모두 주제별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 중 국제적인 이슈라면 한,영,서 각 언어로 모두 해당 기사를 모아서 정리를 했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좀 더 효율적으로 복습하기 위한 것이 의도였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마다 각자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제별이 아닌 달별로 정리하는 것이 찾기 더 빠르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기사를 통째로 복습하는 것보다 표현만 외우는 것이 더 효율적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주제별 정리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너무 컴퓨터에 익숙한 탓인지 손필기나 노트, 수첩 정리 등에 매우 약합니다. 글씨도 악필이구요.(효과적인 note taking의 치명타죠 ㅡ.ㅡ) 그래서, 주요 표현을 따로 옮겨 정리한다거나 단어를 정리하는 등의 엄두는 전혀 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기사 보다가 중요한 내용이나 표현에 줄을 긋고, 종이 여백이나 뒷면에 체계 없이 갈겨서 필기한 것들을 그대로 보전해야 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기사를 통째로 간직했다가 복습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정 못 알아볼 정도면 아예 컴퓨터에서 다시 문서작업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손필기보다는 워드 작업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복습이나 생각 정리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나라 정부 조직과 각 부처의 이름, 그 동안 공부했던 각종 경제 지수와 용어, 국가별 증시 명칭, 국제기구, 국제 회의 등의 이름과 간단한 개념 등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정리했습니다. 또한 너무나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기수와 서수의 읽기와 듣기도 꼭 복습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험 내용 & 시험 때의 느낌>
 
1, 2차 시험의 공통된 점은 출제된 지문 자체는 내용도 평이하고 주제도 통대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접했을 만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1차 시험은 서(질문)->서(답), 서->한, 한->서의 형식으로 출제되었는데 사스 등 전 세계적인 전염성 질환에 대한 국제 사회의 협력, 한-칠레 FTA의 한국측 비준을 촉구, 이라크 전후 복구에 관한 최근 유엔 결의안, 제 5차 WTO 각료 회의 결렬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전반적인 대의 파악보다는 세부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이 많았고, 숫자를 묻기도 했습니다. 숫자 공부 절대로 소홀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차 시험 때 한국어는 전반적으로 매우 평이했습니다. 매우 기본적인 한자와 고사성어만 준비하고, 평소에 뉴스나 신문만 꾸준히 보면 다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전공 스페인어에서 서->한 번역은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 대해 "신대륙 발견"이란 용어는 지극히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나온 표현이므로 "두 세계의 만남" 정도로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과, 민주주의에 대한 연설문의 일부였고, 한->서 번역은 핵폐기물 등의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한 지역 이기주의는 비단 국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내용의 글과 더 많은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금융제도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자유 작문은 한-칠레 FTA 비준에 따른 국가적 득과 실을 논하라는 주제였습니다.
 
2차 시험에서는 시간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시간에 맞춰 작문 연습을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시간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그건 이미 실력이 아니라 핑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총 다섯 문제에 배당 시간은 60분입니다. 한 주제당 12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지만, 다 끝내고 강세, 성수 일치에 문법적 오류 확인까지 마치려면 사실 한 주제당 10분 남짓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시험 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으려면 평소 굵직한 주제에 대해서는 한국어, 스페인어 모두 해당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 개진 연습, 작문 연습, 통역 연습을 두루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미사여구는 외워봤자 생각도 나지 않고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저는 다행히(?) 이 사실 또한 애초에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 공부하면서 줄긋고 외웠던 부분은 오히려 평이한 표현이었습니다. 다만 그 표현의 "실용성"은 제 취사선택의 기준이었죠. 일단 외우기로 작정한 표현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억이 날만큼 외우려 애를 썼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평이하다고 우습게 보면 안 되는 표현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구술 시험에서 서->서의 형식은 순차 통역이 아닌 스페인어 텍스트를 듣고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세계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부정적으로 보는 각 시각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한->서의 형식은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통역하는 sight-translation이었습니다. 저는 그룹 스터디를 그만 둔 이후 혼자 실력을 가늠해가며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이 방법뿐인 듯 하여, 이것이sight-translation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공부해왔는데, 제가 공부했던 방식으로 출제가 되어서 운이 좋았던 편에 속했습니다. 주제는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는 직원들에 대한 단속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내용이었으며 두 가지 모두 평이한 수준의 텍스트였습니다. 그러나, 매년 구술 시험의 형식이 바뀐다고 하니 순차, 동시, 의견 묻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치면서>
 
예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이렇게 쓰는 동안 제 머리를 떠나지 않은 불변의 진리 3가지는..
 
1. 어떤 공부든 자신의 열의와 의지 그리고 실천에 달렸다.
2. 개개인마다 자신의 공부 방법과 취향은 다르다.
3. 통역과 회화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
4. 어떤 외국어든, 통/번역을 위해 공부하는 이상
한국어와 영어를 소홀히 한다면 절반의 성공밖엔 이루지 못한다.
 
…입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운동도 하루 2시간씩 열심히 하러 다니고(이틀에 한번 가서 채 2시간도 안 하던 걸 거의 매일 갔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시험이 다가왔다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꼭 보고 싶은 영화는 보러 다녔고, 단풍이 물오른 시기에는 단풍 구경도 갔습니다.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었고, 꼭 보고 싶은 드라마도 있으면 봤습니다. 남들보다 준비 기간도 짧은데 이렇게 "배째라!"식의 배짱을 불사한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만 그 다음 미련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제 성격을 알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면서 제가 고쳐야 할 부분과 잘 고쳐지지 않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여 계획을 세워 나와 공부 사이를 조율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옭아매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늘 자신감.. 자신감.. 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를 거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1, 2차 시험 때 거의 긴장을 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통대 합격이란 가장 큰 목표를 우선 순위에 두고 거기에 맞춰, 무리 없는 계획을 짰고, 그렇게 세운 계획만큼은 미루지 않고 실천했던 것이 합격의 요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제 공부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언니이자 선생님인 조일아 선생님과, 부모님과, 저보다 저를 더 철썩같이 믿어주고 응원해준 많은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채예림 (외대 한서과)
 
<시작하는 말>
 
안녕하세요. 이 글이 스페인어 공부하시는데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교재나 공부여건이 다른 외국어 공부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되니까요. 우선 여기 선생님들께서도 항상 하시는 말씀이지만 일단 시작해 보는게 정말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책임한 듯 보여도. 포부를 크게 잡고 거창한 계획을 세워도 그 당시의 실력이 안 되면 금방 '이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되면 또 역시 '뭔가 새로운 방법으로 공부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었거든요.
 
<공부방법 1단계>
 
스페인어 자료가 없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지만, 사실 찾아보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나, 좋은 자료를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우선 가장 처음 시작할 때는 RKI(rki.kbs.co.kr)를 많이 봤습니다. 어휘도 비교적 쉬운 편이고, 국내 사정을 잘 아는 상태에서 이해하기도 쉬웠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듣기를 할 수가 있다는 점. 녹음기(워크맨 류)와 컴퓨터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양방향 잭 같은 것이 있는데 그걸 이용해서 매일 녹음을 했습니다. 일단 들어보고, 스크립트 프린트한 걸로 공부하고, 다시 들어보고 하는 식이었죠. 발음이 안 좋다는 얘기, 현지인이 하는게 아니라는 얘기들이 많지만 처음 시작하는 상태에서는 저 정도 따라가는 것도 결코 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RKI가 좋은 점은 매일매일 분량이 적정량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만큼은 꼭 끝내야 하는데."하는 동기 유발도 됐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외우는 것이 좋다는 말에 하루하루 분량을 매일 외운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는데, 사실 모조리 다 외울 생각이면 rki 뉴스 하루 분량도 결코 적은 양은 아니지요. 이렇게 하다보니 어느 날부터는 좀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KI가 아무래도 주제가 한정되어 있고(올해는 거의 북한 핵문제 얘기로 도배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 스페인어 표현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공부방법 2단계>
 
그래서 다음에는 El pais - 유일한 유료 신문이지만 정통 스페인어를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그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 - 위주로 스페인어 신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국제면 기사를 많이 봤지만, 곧 의도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내용의 기사를 일부러 찾아 읽었습니다. 제목을 훑어보고 처음 접하는 주제다 싶으면 무조건 공부했죠. 국제면에서는 주로 이라크전, 대테러전 등의 한정된 주제가 다뤄지는 반면 사회면에서는 그야말로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내용의 기사가 다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어휘를 익히는 데는 사회면이 굉장히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 현지 상황을 아는데도 도움이 되었구요. 물론 경제면도 비중있게 보았구요.
 
<공부방법 3단계>
 
전 위성방송을 신청해서 스페인 TV를 집에서 시청했는데, 이렇게 안 했더라면 TV에서 기껏 뉴스 정도만 알아 들을 수 있었겠지만, 이 단어 저 단어 두루 알고 나니까 어느 프로그램이나 내용을 따라갈 정도는 되었구요, 더불어 자신감도 확보할 수 있었죠. 시험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잇점이 될 수 있습니다. TV에 대해서 좀 더 말씀을 드리면 공부 시작 초반에도 TV에 계속 마음이 가서 괜히 한 번 봐보고 그랬는데.. 이건 정말 시간만 버린 것 같습니다. ^^ 어휘도 약하고, 듣기에 익숙하지도 않아서 그냥 그림만 보이는데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쳐다만 보구 있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어휘를 좀 늘리고 나니까, 다시 TV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다시 TV를 교재 삼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공부하면서 가장 재미도 있고 가장 뿌듯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냥 맨땅에 헤딩했다고 봐야했지만요 -.- 마냥 보기만 한다고 청취와 말하기가 느는 건 아니라는 것 다 아실거구요. 처음에는 일단 발음도 비교적 또박또박 해주고, 완전히 똑같은 스크립트는 아니지만 같은 주제의 뉴스를 구할 수 있는 TV 뉴스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성TV를 신청하면 인터넷으로 방송 편성표를 볼 수 있거든요. 그것을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체크해서, 괜찮은 방송들을 골라냈습니다. 대부분 편성이 비슷비슷 하기는 한데, 가끔 환경 특집이라든지 경제에 관한 내용같은, 주옥 같은 표현과 내용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더라구요. 그걸 녹화하면서 동시에 찍찍이로 녹음하구요. 그리고 그 때부터는 찍찍이를 가지고 그냥 공부하는 것이죠 -_- 너무 미련했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던 터라..
 
듣기 공부가 정말 힘들기는 했지만, 정말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절대로 마주칠 수 없는, 그렇지만 꼭 알아야 할 표현들이 TV에 있으니까요.. 전 연설문은 많이 공부하지 않은 편인데, TV를 가지고 공부하고 났더니 연설문은 오히려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커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들으면서 새로운 표현들은 외운 후에 수첩에 정리하고, 안 들리는 것들은 몇 번씩이고 돌려 들었죠. 정말 안 들리는 것들은 앞뒤내용 유추해서 들어갈 만한 뜻의 단어를 스페인어로 찾아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서사전은 시험 보는 내내 전혀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한서 사전보다는 서영 사전이 좀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았구요. 그래서 모르는 것은 한->영, 영->서 이런 식으로 사전 참고를 했습니다.) 그 단어도 아니면 유사어 중에 있나 찾아봤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 내용에서 핵심적인 단어들을 몇 개 넣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검색 된 내용들 중에 대충 유사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안 들렸던 단어를 써 놓은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결국 끝까지 못 알아내는 단어는 별로 많지 않더라구요. 이렇게 공부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녹화해 놓은 비디오 테잎으로 복습 겸 다시 보면서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면서도 시간낭비가 많은 것 같구 미친짓-.- 같기도 했지만, 어휘가 늘고 스페인어 나름의 연음에 익숙해 지면서 차츰 한편 한편 끝내는 속도도 점점 줄어들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뉴스는 비교적 듣기에도 수월했구요, 위에서 말씀 드린 것 처럼 같은 내용의 뉴스 기사도 참조 할 수 있기 때문에 듣기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뉴스부터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츰 15분이나 30분 짜리, 주제가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신문에서 익힐 수 없는, 그렇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단어들을 익힐 수가 있죠.
 
<공부방법 4단계>
 
듣기를 하면서도 읽기는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읽기도 계속 했는데, 이 때 신문기사는 별로 보지 않았습니다. 주로 사설을 보았죠. El pais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올라오는 사설이나 칼럼 수도 정말 많은데, 그 중에 핵심적인 사설은 하루에 한 세 개 정도 됩니다. 그걸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사설을 실어 주기 때문에 국제 정세에도 멀어지지 않고, 기사보다 표현이 어렵고 고급스러우니까 한 차원 높은 스페인어를 공부할 수도 있구요. 참고로 독해 실력은 기사보다 사설 공부하면서 정말 많이 늘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려웠지만 사설 몇 달 공부하면 웬만한 기사는 어려움 없이 독해가 되니까요.
 
<공부방법 5단계>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공부방법을 바꾸면서 두세달 정도씩을 보내고 나니까 어느덧 시험 볼 때가 가까와졌습니다., 1차시험을 보기 1주일 전부터 2차 시험 전 날 까지 (그러니까 한 2주 정도 되겠죠?) 기간 동안 중남미 각국에 관한 내용을 모두 훑어 내려갔습니다. 언어 특성상 중남미 관련 기사가 많이 출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내용들만 공부해서는 제 스페인어가 어떤 테두리 안에 갇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평소에는 그다지 중점을 많이 두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시험은 통과해야 하는고로 ^^ 마지막에 모두 훑어 줬죠. 모든 인터넷 신문 싸이트 마다 기사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l pais도 역시 그렇구요. 그래서 한 번은 ‘Brasil’을 넣고 검색해서 나온 기사 목록을 검토해서 10월 위주로 중요해 보이는 기사를 추려냈습니다. 그것을 2-3일 정도 시간을 잡고 모두 보고 그 다음에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등의 순서로 한 국가씩 공부해 나가니까 2주일간 중남미 주요 국가의 국내 상황이 파악되더라구요. 물론 그 전에 공부해 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훑어 내려가는 것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냥 제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여러분들도 공부를 일단 시작해 보시면, 그 시기의 수준에 따라 ‘지금은 내가 뭘 해야겠구나.’하는 감이 오실 걸로 생각됩니다. 일단 시기별로는 이런 식으로 공부했구요. 그 외에 것을 조금 얘기해 드릴께요.
 
<통대 1차시험>
 
일단 시험 문제가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1차에서 다뤄진 내용 자체는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많이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스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국제 공조에 관한 글 한편, 이라크 관련 글,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세계무역기구 칸쿤 각료 회의 등 입시를 염두에 두고 공부하셨다면 충분히 접할 수 있었던 글들이 지문으로 출제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대강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해도 당일에 정확히 들었는 지를 측정하는 식으로 다수 출제되었던 것 같습니다. 언급된 국가 명이나 숫자 등 다소 세세한 부분에서도 문제가 많이 출제 되었으니까요.
 
<통대 2차시험>
 
그리고 2차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유럽 중심적인 시각이므로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스페인어 지문, 그리고 민주주의와 관련된 연설문 한 편이 서한 번역으로, 한서번역은 핵폐기물 처리장 등과 관련된 '님비현상'에 관한 내용으로 이러한 현상이 한 국가 내에서의 지역 이기주의 뿐만 아니라 국가 사이에서도 일어난다는 내용의 글과, 금융제도와 관련된 글 한 편씩이 출제되었습니다. 작문은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한 득과 실에 관해 논하라는 내용이 출제되었구요.
 
구술시험은 우선 세계화에 대한 글을 원어민 선생님께서 읽어주시고 문제를 내셨고 세계화에 대한 저의 생각을 묻는 것이었는데 저는 지문에 나왔던 내용을 얘기해 버린 바람에, 결과 발표가 나기 까지 내내 초조함에 떨어야 했습니다. ^^ 한서 통역은 프린트 되어 있는 내용을 직접 읽고, 스페인어로 옮기는 문제가 나왔구요. 내용은 직장내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는 현상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예전에 직장내에 소위 '사내커플'이 많아 질 경우의 효과를 다룬 내용을 공부한 적이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서사전'의 중요성>
 
그리고 그 외에 제 공부방법을 조금 더 소개 시켜 드리면요, 저는 공부 기간 동안 '서서사전'을 많이 참조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초반부터 서서사전을 사용하면 단어 하나 찾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고, 또 단어 한 개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수 많은 단어를 또 찾아야 하는 ^^ 어려움이 있죠.. 그래서 초반에는 '서한사전'을 물론 많이 보았구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부터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서한 사전에 쓰여진 뜻으로 의미를 파악하면 해석이 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이죠. 그래서 조금씩 서서사전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한서사전보다 서서사전을 참조하는 빈도수가 계속 높아졌습니다. 일단 서서사전을 보게되면 '어떤 어떤 상황에서 사용된다'는 식으로 풀이가 되어 있기 때문에 단어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한서사전에서는 같은 뜻으로 번역된 단어들이 실제로는 같은 상황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걸 모르면 작문할 때 상당한 오류를 범하게 되죠. 결국에는 서서사전을 많이 보면 틀리지 않고 쓰고, 말할 수 있는 능력도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공부>
 
저는 입시 준비하는 동안 영어도 매일매일 조금씩은 한 편인데요. 영어는 영어사랑학원의 시사청취 수업을 꾸준히 들었습니다. 이 때 익힌 어휘나 표현들이 실제 공통영어 시험 볼 때 도움이 된 것도 분명하구요, 저는 영어 공부를 함으로 해서 하루하루 계획을 좀 더 알차게 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스페인어만 공부하기엔 아무리 스페인어가 좋다고 해도 질릴 수 있잖아요. 졸업을 한 후에 통대준비 공부를 한 관계로 아침 일찍 시간 맞춰 듣는 수업이 있다는 것이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도 좋았구요, 스페인어를 계속 하다가 질리는 경우에는 영어가 청량제 역할도 해 주었죠. 개인적으로는 영어 공부도 계속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 스페인어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시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벌여놓은 일이 많고 해야할 일이 많으면 (물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오히려 시간을 알차게 쓰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모두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 신문 읽기>
 
물론 신문도 꾸준히 보시구요. 저는 매일 일간지 하나와 경제지 하나를 보았는데, 저도 학부 때 경제학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 처음에는 경제지 보는 것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인터넷의 도움을 얻어서 읽다 보니 나중에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더라구요. 저도 아직 통역도 해 보지도 않았고, 입학도 하기 전이라 경제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경제지 아닌 일간지는 시사적 지식을 늘리고, 한국어 공부하고 그러는 효용 외에도 많이 봐두니까 시험 당일에도 연관이 많이 되던걸요? ^^ 아무래도 통대 입학시험에 시사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이 많다보니 공통영어 같은 경우에는 영어를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 평소에 신문을 통해 보아 둔 내용을 참고로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도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말 공부>
 
마지막으로 한국어 공부에 대해서 한 마디... 이것을 공부라고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_- 매일 아침 전철역에 배달되는 무료 일간지 아시죠? 메트로와 포커스.. 지금 포커스에는 없어진 것 같은데, 아무튼 이 두 일간지에 십자퍼즐이 있거든요 -_- 낱말 맞춰서 가로 세로 빈 칸 채우는 것 있잖아요. 그걸 매일 점심 먹고 배가 부른 틈을 타서 ^^; 풀었습니다. 메트로에 나오는 문제들보다 포커스에 나오는 문제들이 사자성어가 많아서 참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지면이 다른 만화로 대체되고 지금은 안 나오는 듯.. 물론 저게 직접적으로 입시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나름대로 저한테 자극이 된 건 분명하죠. 내 국어 실력이 이 정도라니.. (저한테는 생각보다 어려웠거든요 ^^) 처음에는 정말 못 채운 칸도 많았는데 저것도 한 두 달 하면서 점점 느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풀면서 다음 날 나오는 해답으로 맞춰보고 사자성어 같은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 한자도 한 번 확인해 보구요.. 그런 식으로 국어 시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었습니다.
 
<끝맺는 말>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아무리 줄줄이 많이 써 놓아도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시간을 잘 쪼개서 계획을 알차게 세우고 매일매일 실천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시간을 쪼개 놓으면 하루가 그렇게 길지 않거든요. 그래도 오전에는 반드시 뭘 하고, 점심 먹고는 뭘 하고.. 이런 식으로 계획을 잘 짜셔서 매일매일 실행해 나가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이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4)
 

 
 
♣ 특차 ♣
 
안혜진
 
저는 이번이 처음 시험 보는 것이라 경험도 쌓을 겸 해서 이대특차에 도전했다가 좋은 결과를 얻어 무척이나 신기하고도 감사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제가 해 온 공부방법을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해외파로 분류되는 사람입니다. 약3년간 외국에서 생활했고, 미국인 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해외노력파라는 분류가 있다면 거기에 들어가고 싶네요. 부족한 것이 많아서 토플 문법책을 한권 다 풀기도 했구요,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사전도 끼고 살았으니까요. 외국에 살아서 도움이 된 것도 많겠지만, 학원에서 뵙는 뛰어난 국내파분들껜 존경심을 품고 본받으려는 자세로 공부했습니다.
 
<1차시험 준비>
 
에세이 준비로는 무엇보다 다작을 해서 기본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박영훈 선생님의 영작반을 수강했었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시간 안에 들어오는 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박 선생님께서 시간을 재어 주시고 그 시간 내에 바쁘게 써야 합니다. 평소에도 시간에 쫓기면서 글을 쓰다보면 글씨를 쓰는 속도도 빨라지고 사고의 흐름도 점차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스터디 자료를 준비 하느라 오피니언 쓰기를 한 것을 빼고는 따로 준비한 것은 없고, 시험 전날 500자 이내 쓰기를 해봤습니다.
 
저는 이번 시험에서 문화유산을 보전해야 한다는 쪽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습니다. 서론-본론-결론 형식으로, 서론에서는 현재 경제위주의 발전이 가져오는 문화유산과의 충돌을 대략 설명하고, 본론에서 문화유산 보전의 중요성, 문화유산 보전이 가져오는 경제적 불이익 상황, 그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내어 놓았습니다. 결론에서 다시 한번 문화유산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 지었습니다. 무작정 종이에 써 내려가는 것 보다는 10분-15분을 할애해서 생각의 틀을 짜는게 좋습니다.
 
<2차시험 준비>
 
말하기 : 주로 신문 오피니언을 일주일에 세번 파트너와 했습니다. 또 6-7월에 2달간 다른 파트너와 사회 전반의 주제들을 정해서 그 분야의 자료를 뽑아 읽고 의견개진 연습을 했습니다. 주제는 25-30개 정도 되었는데, 말하면서 생각하는 연습이 되고 많은 내용을 읽어볼 수 있었다는 데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듣기 : 듣기는 정말 하루 아침에 느는 것이 아닙니다. 며칠만 게을리 하면 귀가 막히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넷 ap news나 시중에 나와있는 듣기자료를 이용해서 들었습니다. 이대 특차를 위해서는 헤럴드사설집의 cd를 듣고 외워서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 유형에 따라 한 번씩 연습하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한국말로 몇가지 물어보시다가 갑자기 한 분이 영어로 빠르게 "What do you think about D.A.?"라고 하셔서 놀랬습니다. 당황했지만 “I am sorry. I don't know what D.A. stands for”라고 말했습니다. 가르쳐 주시길 District Attorney라더군요. 여자 지방 검사장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의견개진 연습을 했던 부분에 나와 있던 핵폐기물처리장이 한-한 요약으로 나와서 정확한 주제를 잡는데 집중 했습니다.
 
영-영 요약은 제일 우려하던 부분이었는데 제일 잘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글의 내용이 전부 기억이 나서 다행이었는데, 이것은 Economist를 정독하다가 나온 내용과 조금 다를 뿐이었습니다.
 
의견개진의 경우 전 망친 줄 알고 속으로 울면서 했습니다. 티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제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싶은 말을 잘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강력하게 결론을 내리면서 미소까지(!!) 지었답니다. '잘 나가다 왜 이러냐' 싶은 마음에 시험장을 나오면서 마이크 줄에 걸려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어떻게 했을까를 의식하지 말고, 자기 소신껏 끝까지 힘차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제 짧은 생각에는 한 대학의 시험 유형에 치중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그 대학의 유형에 익숙해지려고 하면서 두루두루 공부하는 것이 나중에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읽은 내용이 시험장에서는 말하기로 나올수도 있고, 듣기로도 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 작은 지면을 빌어, 인생의 방향전환을 180도로 하고 직업도 안 구하면서, 약 1년동안 준비하는 저를 항상 너그럽게 대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제게 방향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 공부할 때 굴곡을 함께 견딘 스터디 파트너들, 응원한다며 따뜻한 말을 해 준 친구들, 시험장에 데려다 주고 기다려 주며 애써준 남자친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형성이
 
이렇게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특차시험에 합격하도록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먼저 감사 드립니다.
 
저는 작년 통대 시험을 보면서 1차 시험엔 거의 다 합격했는데, 2차 시험에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영어도 영어지만 한국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대시험의 경우에도 영어는 비교적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제 한국어가 정말 통역사가 피해야 할 3B(버벅, 반복, 번복)의 최악상태였습니다. 더불어 영어 L/C를 많이 안 한 것도(작년에는 거의 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패원인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어와 영어 L/C를 중점적으로 보완할 생각으로, 은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저로서는 정말 필요한 수업이었고, 합격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은 선생님의 수업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차 시험은 세분의 교수님이 평가를 하셨는데, 남자교수님은 외국인이셨습니다. 세분중 한 교수님이 제게 다 말하려고 하지말고 요약을 하라고 하셔서, 비록 한한요약에서 많은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어도, 시험 내내 마음이 놓였고,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나머지 시험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영어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TESOL을 공부했는데, 영어로 teaching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어떠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주 일반적인 질문이었는데,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충 제가 한 얘기를 요약해 보면 "처음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잘 몰랐었는데, 지금은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이 좋고,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전반적으로 교수님들의 태도는 매우 우호적이었습니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주시고, 때론 고개도 끄덕여 주시곤 했죠.
 
이대 특차시험을 보고 나서 사실 저는 전혀 합격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한요약시험을 또 망쳤거든요. 원전 폐기물은 제가 별로 자세히 읽은 기사가 아니라서 듣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내용은 원전 폐기물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여러 집회에 미성년자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검찰, 경찰에서는 이것을 단속할 법률적 근거가 없어서 제대로 단속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아이들이 집회에 나온 것이 자의인지, 타의인지를 분간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또 배후 조종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 사실을 알아 내는 것이 어렵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저는 집회라는 말을 생각하다가 결국 기억이 나지 않아서 데모라는 말을 썼는데, 이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뒤의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한한요약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한한요약시험이 끝나고 영영요약시험이 있었는데, 주제는 결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detail까지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법적 권리차원에서 원하는 것은 결혼이 일반인 모두에게 부여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동등권을 원하는 차원에서이다. 그러나, 결혼의 기반자체가 현대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 gay community 에서도 한 사람만을 사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 연애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역시 요약을 하면서 스스로 논리적인 전달력이 떨어짐을 느꼈습니다. 처음 시작은 gay marriage였지만, 중간에는 결혼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 그리고 끝 부분에서 다시 gay marriage로 얘기는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요약을 하다 보니, 두 가지 아이디어가 혼합돼서 나왔었던 것 같고, 그런 식으로 전달을 하고 나니, 혹시 핵심아이디어에서 빗나간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의견개진시험의 주제는 모두 5개였는데, 이중 본인이 2개를 선택해서 하나는 한국어로 나머지 하나는 영어로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 당신은 무신론자인가, 유신론자입니까?
2. 다이어트 산업이 호황인데 왜 비만 환자가 줄지 않습니까?
3.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4. NGO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5. 대중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의견입니까?
 
위의 다섯 개 주제 가운데 제가 고른 것은 1번, 3번이었습니다. 저는 유신론, 무신론은 한국어로, 남자, 여자는 영어로 의견개진을 했습니다. 한국어 의견개진은 대체로 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여기서 제 한국어가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만회의 기회여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영어 의견개진중에 시험장에서 학교측이 녹음하는 테이프가 다 돼서 뒷부분은 녹음을 못하게 됐는데도 그냥 계속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며, "이번에도 떨어졌나보다"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 합격원인을 곰곰 생각해 보면, 어느 한 분야에서 매우 뛰어나는 점이 없었어도, 그리고 한한요약의 경우,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핵심만 겨우 말하고 나머지 내용은 제대로 전달을 하지 못했어도(여기서는 pause도 길었습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교수님들께서 좋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비록 한한요약에서 점수를 잃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개의치 않고, 영영요약을 할 때는 자신감 있고 속도감 있게 말을 했습니다. 의견개진을 할 때도 분명히 제 생각을 전했고, 역시 속도감 있게 말을 했습니다. 중간에 전혀 pause를 두지 않고, 물 흐르듯이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떨지 않고 했습니다.
 
작년에는 정말 많이 긴장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자신이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끝까지 믿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라"는 은 선생님 말씀을 정말 마음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며, 설사 합격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 하고, 이를 좋은 경험으로 삼자고 생각하면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떨지 않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지껄이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한한요약만 빼구요..
 
저는 마지막 조였는데, 보통 한 사람 당 시험시간은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13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1분, 2분이 시험을 볼 때는 꽤 긴 시간인데, 제가 속한 조에서는, 앞 조 사람들보다는 좀 길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합격의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신 은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 우선입학 ♣
 
손보미
 
저는 올해 2월에 통대준비 공부를 처음 시작하고, 4월부터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L/C와 우리말이었습니다. 우리말이 영어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수업시간에 우리말 표현을 특히 많이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 신문을 소리내서 읽고, 사설 요약을 통해서 우리말과 친숙해지려고 노력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L/C는 처음에 잘 안 들려서 힘들었지만, 매일 꾸준히 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장 많은 시간을 L/C에 할애했습니다. L/C를 위해서 은 선생님 교재 복습을 철저히 했고, 집에 있을 때는 CNN뉴스를 많이 봤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듣기 실력 향상을 위해 시청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를 느껴 이제는 습관적으로 CNN을 틀게 됩니다. YTN, Listening Special이나 PBS NewsHour도 들었습니다. 저는 특히 영어사랑학원사이트에 링크된 CBS News에서 뉴스 동영상을 자주 봤는데, 화면도 선명하고, 내용도 2~3분 길이로 적당해서 혼자서 영한, 영영 연습을 하기에 매우 좋았습니다.
 
Reading을 위해서는 주로 Economist지를 정독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따로 정리해 뒀다가 외우고, 글을 읽고 나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딱딱한 Economist지에 익숙해져서인지 다른 지문들을 접해도 대체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내 이슈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을 익히기 위해서는 Korea Herald 사설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특차 1차 시험>
1차 시험에서는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자유 무역의 발전에 따라 일어나는 경제와 문화간의 충돌에서, 정책수립시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가 나와, 질문을 이해하고 입장을 정하느라(경제를 택함) 처음 10분 동안 질문만 계속해서 여러 번 읽어보았습니다. 다행히 특차준비 하면서 이슈가 되는 주제에 관해 한번씩 써보는 연습을 했었기에, 전체적인 틀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론-본론(2부분)-결론은 분명하게 나누었고, 불필요한 내용은 모두 빼고 확실히 아는 단어로 문장을 이끌어 나갔고, 본론에서는 쌀 시장 개방 예를 들어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저는 연습장에 개요 및 본문 내용을 대부분 쓰고 나중에 시험지에 옮겨 적었는데, 마지막 단어를 쓰고 나니 바로 시험지를 걷어갈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평소에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에세이를 써보되 시험 당일에 시간이 촉박할 수 있으므로, 연습삼아 쓸 때 80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차2차 시험>
* 한-한 요약: 지문은 약 2분 길이였으며, 속도도 알맞고 아이디어도 꽤 분명했습니다. 부안군 원전폐기물처리장 관련 내용은 스터디 파트너와 한한 사설요약을 하면서 익숙했던 내용이라 그다지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나오자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용어라 기억이 나지 않았고 말해도 틀리게 말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은 집회 결사의 자유 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빙 돌아서 가고, 그 부분을 얼른 넘겼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셔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던 터라 결론을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으로 바로 잊고 영영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 영-영 요약: Gay Marriage에 관한 지문을 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처음 문단은 어렵지 않게 잘 따라가다가 중간 부분은 난해하고, 이해를 잘 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조금 막혔습니다. 그래서 아는 부분만 짧게 얘기하고 여기서도 역시 결론은 정확하게 들었던 터라 부각시켜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교수님이 읽어주신 것에 비해 제가 요약한 내용은 턱없이 짧고 부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은 선생님께서 모르는 부분을 건드리느니 아는 부분만 짧게 말하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더 이상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고 끝냈습니다.
 
* 의견개진: 시험 전에 호주제, 주5일 근무제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시간을 재면서 연습해본 것이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연습을 할 때는 각종 주제에 관해 신문의 찬반 토론방이나 오피니언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저의 입장을 한쪽으로 분명히 정한 후 말했습니다. 5개의 질문가운데 다이어트 산업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비만인구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말로,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 아니면 남자로 태어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영어로 의견개진을 했습니다. 질문을 보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지만, 우선 첫 문장을 뱉고 나니 다음 문장도 자연히 생각나서 문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면서도 유치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도 기가 막히셨는지 듣다가 살짝 웃으셨습니다^^;;
 
2차 시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한 요약에서 아무리 모르는 표현이 나오고, 영-영 요약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배짱으로 당황하지 않고 그 순간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수님과 계속 eye-contact를 하면서 말한 것도 자신감을 보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첫 부분을 특히 잘 기억해뒀다가 교수님께서 지문을 다 읽자마자 뜸을 들이지 않고 첫 문장을 뱉었더니 자연스럽게 뒷 문장도 생각이 났습니다. 제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세 분 교수님가운데 중간에 계신 교수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고개를 끄덕여주신 것입니다. 덕분에 틀려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수업을 들으면서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앞에 나가면 왠지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험장 분위기는 덜 긴장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동안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신 하나님과, 스터디 파트너였던 예나, 민정, 효섭언니, 그리고 영어뿐 아니라 우리말 표현, 그리고 인생의 지혜까지도 가르쳐주신 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성연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가족과 친구들의 뜨거운 기도와 격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열심히 공부하진 못했지만 궁금해 하실(?) 다른 분들께 제가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나누려고 합니다.
 
시간 분배에 있어서 저의 우선 순위는 (1) 예배와 교회모임 → 새벽기도(많이 빠졌지만), 주일예배, 수요예배, 청년부예배, 각종 연습과 모임, (2) 회사 업무, (3) 건강, 그리고 마지막이 (4) 공부였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것들을 다 한 후에 짜투리 시간에, 회사에서 또는 버스나 전철에서 대부분의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성경 말씀 몇 장씩 꼭 읽은 후에 용기를 얻고, 잠 들기 전까지 주어진 짧은 시간을 알차게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한 게 너무나도 짧은 지난 10개월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것은 올해 6월부터 8월 중순이었으며 제대로 복습을 못했기에 중도에 학원수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다만 제게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몇 가지만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공부의 80%는 reading이었습니다. 우선 회사에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신문을 훑어보며 주요 시사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틈틈이 인터넷으로 기사 하나씩 골라서 처음엔 속독, 두번째는 좀 더 정확히, 세번째는 단어와 표현에 주목하며 읽었습니다. 특별히 바쁘지 않을 땐 매일 하루에 한 기사씩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월수금엔 시사저널, 화목엔 Economist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퇴근길엔 대충 읽은 내용을 요약도 해보고, 좋은 paragraph를 외우기도 했습니다. 수준 높은 reading이 돼야 listening, writing, 그리고 speaking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차 1차 시험에서 보는 writing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시험을 앞두고 80분 내에 500자를 쓰는 연습 두 번이었습니다. Writing을 위해서도, reading을 꼼꼼하게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비지니스가 이메일로 오고 가기 때문에 회사에서 쓴 이메일이 든든한 밑천이 되었습니다.
 
Listening은 저녁밥을 먹으면서 15분씩 BBC방송을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미국분들과 또 발음이 정말 까다로운 뉴질랜드 분이 계셨기에 이 분들의 발음을 알아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한국어를 참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0년 동안 거주했었기 때문에, 저의 한국어 실력은 어떠했을지 여러분도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들어온지 3년이 지났지만, 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저는 매일 기사 1개씩 거의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었는데 아직도 저는 제 모국어인 한국어에 자신이 없습니다. 모르는 단어도 아직 너무도 많습니다.
 
한문 역시 제겐 큰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이대에선 한문 시험이 없었지만, 앞으로 통역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한문은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매일 혼자서 한문을 공부했습니다.
 
1차 writing 시험을 볼 땐 시간에 쫓겨서 만족스럽게 쓰지 못했습니다. Draft용 연습장을 한 장 밖에 주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당황도 했습니다. 자유 무역의 발전에 따라 일어나는 경제와 문화 간의 충돌이 있는데 정책수립시 어느 쪽을 택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경제를 택했습니다. Draft를 열심히 쓰는 도중에 질문의 maint point에서 약간 빗나가는 것 같았지만 새로 쓰기엔 시간이 너무 없어서 쓰던대로 계속 써 나갔습니다. 결론을 draft에 쓸 시간이 없어서 last minute에 바로 답안지에 써서 냈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400자도 못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쓴 내용 때문에 길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나봅니다.
 
2차 땐 시험을 앞두고 이틀 동안 너무 긴장이 돼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시험 바로 전 날엔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mountain climbing을 가야 했기 때문에 혹시나 다리를 다치지 않을까... 또는 너무 피곤해서 내일 볼 시험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고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험 당일엔 생각보다 담대했습니다. 새벽에 기도를 하는데 왠지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수험번호가 마지막에서 두번째라 지루하게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계속 노래를 불렀죠... "눈을 들어 산을 보아라... 너의 도움 어디서 올꼬... 그가 너를 지키시리라~~~" 마침 대기실 옆엔 큰 산이 있었습니다.
 
시험장엔 여자 교수님 두분, 외국인 남자 교수님 한 분, 그리고 조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조교의 존재는 시험이 끝나고 나올 때쯤에서야 알았습니다. 외국분이 인터뷰 때 "You've been in the Philippines for ten years. How was it?"이라고 하는데 질문이 너무 애매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내 인생의 거의 절반 동안 그 곳에 있었는데 한 마디로 어떻게 표현하나' 했습니다. 한-한 재현에서도 처음 당황했습니다. "부안군 원전폐기물처리장..."이라고 시작했는데 평소에 너무 흥미없이 지나쳤던 내용이라 역시 당황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It will come back to you with a vengeance."가 생각나네요. 그런데 점점 내용은 부안군 시위에서 벗어나 시위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동원되는 전반적인 내용이라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영-영 재현은 gay marriage에 대한 것이었는데 마지막 1/4은 아예 못 알아들었습니다. 대신 앞 부분과 중요하다고 생각된 부분만큼은 거의 정확히 했던 것 같습니다. 한 분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시길래 맞게 가고 있다는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에 있을 때 어릴 때부터 설교 통역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도 회사 임원 회의 때 통역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때 느낀 것은 통역은 20% 언어, 80% 배경지식이라는 것입니다. 설교통역은 제가 어릴 때부터 들었던 성경말씀이기에 무리 없이 잘 할 수 있었지만, 회사에서는 일단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심지어는 회의를 앞두고 울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험을 준비하면서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참 기뻤습니다.
 
합격 소식을 들은 후 오히려 걱정도 되고 앞길이 막막할 때도 있지만,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도와주시리라 확신합니다.
 
 
 
 
 
♣ 통역 ♣
 
김유정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저도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합격생들의 수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매우 훌륭한 guideline으로 잘 활용했기 때문에, 제가 쓰는 이 수기도 앞으로 공부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봅니다.
 
저는 고등학교 1, 2학년을 미국에서 보냈고, 철없던 나이에 혼자서 타지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통역사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 따라가는 것도 힘겨웠지만, 그런 유학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지난 1년 동안 학원 공부도 별 어려움 없이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영어와 통역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그것이 초석이 되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약간(?) 힘이 들 수 있으니 제가 했던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LISTENING)
 
항상 느끼지만 제일 중요하면서도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원 교재를 매 시간마다 구문 중심으로 철저하게 복습하고, 그 다음 복습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학원을 오가며 배운 내용을 테이프로 들어보기도 했고, PBS, YTN, ABC 등은 스크립트를 구하기가 쉬워서 여러 가지 내용을 뽑아서 혼자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저 외에 2명)와 함께 영영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듣기 실력과 메모리 스팬 향상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 <스터디>부분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READING)
 
국내파들에게는 읽기가 오히려 편안한 공부일 것입니다. 학원 공부가 한창일 때는 많은 기사를 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했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속도도 빨라지고, 재미도 있게 됩니다.(다들 동의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요^^) 읽기는 주로 Economist로 했습니다. 정기 구독을 하고 인터넷에서 유료가 아닌 article을 골라 표시를 한 뒤 일주일간 최소 10개의 기사를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TIME도 정기 구독을 해서 짧은 기사 중심으로 읽었습니다. Your Time이나 최신 health, science를 간략하게 소개해 놓은 기사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읽고 난 다음에는 이해했는지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터디 파트너들과 했던 내용들은 그 다음 시간에 괄호 및 빈칸 채우기로 문제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미 했던 내용인데도 괄호 채우기에서 막히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정독과 내용 숙지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SPEAKING)
 
말하기는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대로 충분히 구문 암기가 된 다음에나 가능해 섣불리 욕심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3월부터 9월까지 영영 presentation 및 요약을 스터디 파트너와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입에 붙게 했습니다. 3명이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한 명이 멍하니 있어야만 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녹음기를 사용해 다른 한 명은 (형평성을 위해 번갈아 가면서) 탁구대나, 학원 바로 앞 벤치에서 외운 내용을 영어로 말했습니다. 그러면 테이프를 재생시켜서 발표자가 critique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녹음했던 사람은 자신이 말한 내용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WRITING)
 
이대 1차 시험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공학과의 특성상 4년 동안 영어실습이라는 원어강의를 들으면서 영어 essay의 기본틀을 익히고 꾸준히 써오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도움이 됐지만, 학원 공부 할 때는 연습은 별도로 않고, 마지막 이대 1차 준비반에서 은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구문을 충분히 익히고, 주제별로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어휘와 내용을 접하기 위해 debate관련 싸이트에 들어가서 pros and cons 부분을 꼼꼼히 읽어 봤습니다. 시험 전날 이슈가 될 만한 주제들을 뽑아 어휘와 생각을 정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STUDY)
 
[3-6월]
 
WORD SMART 단어를 3명이 분담해서 각자 문제를 출제해 그 다음 시간에 미니 테스트처럼 시험을 봤습니다. 워드 스마트는 예문이 잘 돼 있어서 예문을 중심으로 빈칸을 뚫어 단어를 익히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영 presentation을 꾸준히 했습니다. 이 방식은 각자 주제를 나눠서 그 주에 이슈가 되는 article을 뽑아 요약해서 외워, 파트너 앞에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2명이 이 발표를 들은 후 자신의 영어로 다시 요약해서 말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제대로 된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소 짧은 기사를 골라 주어진 시간 안에 읽고 영어로 요약하는 스터디도 병행했습니다. (외대 1차 시험 독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7-9월]
 
영-영 presentation은 계속 하되 sight-translation을 추가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읽고 영어로 요약해서 얘기하는 것을 하다 보니 한국말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 같아 구문 독해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이해 속도도 좋아지고 한국말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Bush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매번 일정 분량 외워와 체크해 주는 것도 병행했습니다. 그리고 한-영 순차도 시작했습니다. 주로 중앙일보 한글판과 영문판을 맞춰가며 공부했고, YTN과 세계일보도 한글 script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자주 이용했습니다.
 
[10월과 시험 직전]
 
영-한, 한-영을 하면서 본격적인 2차 시험 대비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하루에 각각 2개씩 기사를 골라와 돌아가면서 빠른 속도로 스터디를 진행시켰습니다. 특히 시험 직전에는 3개씩, 또는 4개씩 욕심을 내면서 거의 쉴 틈을 두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랑 우스개 소리로 스파르타식 교육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Affirmative action, nanotechnology, abortion, gay marriage, fuel cells, world trade 등등 우선 올해 이슈가 됐던 것만 리스트를 뽑아 editorial과 opinion을 뒤져서 영-한 자료로 썼고, 한-영은 주로 중앙일보의 칼럼을 했는데, 한국적이면서도 까다로운 구문이 많아 가지치는 연습과 어려운 부분을 풀어서 쉽게 돌아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스터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은 특차 때와는 달리 다소 soft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정신 질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강제적인 치료가 법안으로 통과된다면 강력 범죄율을 낮출 수 있고, 실제적으로도 미리 치료를 받게 했을 때 가시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강제적 치료가 인권 침해라는 반박도 있다. 인권 침해가 아니다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강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글을 써라."였습니다. 저는 첫째 단락에서 우선 필자의 의견을 요약했습니다. 필자의 의견이 결국 제 의견과 동일시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꼼꼼하게 요약했으며, 단어는 다양하게 사용했습니다. 본문에서는 the mentally disabled, the psychiatrically ill로 나왔는데, 저는 요약 부분에 이 단어도 쓰되, retarded라는 단어를 하나 더 추가해서 번갈아 가며 사용했습니다. 강제 치료도 coercive가 본문에 나와서 mandatory, required 등으로 바꿔가며 썼습니다. 가능하면 동의어를 다양하게 써주는 것이 독자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는 왜 환자들의 인권 침해라는 반박이 말이 안 되는지에 중점을 둬서 2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남겨진 가족들의 인권 또한 보호되어야 하고, 인간의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한쪽 인권을 위해 다른 쪽 인권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되며 둘째, 강제 치료가 이제껏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 대구 지하철 방화범을 들면서 그 사람 또한 정신 지체자였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질문의 초점은 infringement of criminals rights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결론부분에는 모든 인간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는 신문에서 본 말을 인용하고 글을 마쳤습니다.
 
(2차 시험)
 
입이 바싹 마르고 긴장이 됐지만, 교실로 들어섰을 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다소 진정 됐습니다. 교수님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자상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침착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한은 flu와 vaccine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이 생각보다 짧아서 당황했지만, 설명하듯 말하기와 전달력이 중요하다는 은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통념상 음주운전이 독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독감 예방 접종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독감으로 인한 높은 사망률을 낮출 수 있으며 특히 노년층의 인구가 이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한 생명 공학 회사가 한 새로운 백신을 개발했는데 이것 또한 독감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독감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였습니다. flu와 immunization 같은 단어는 한국말로 자연스럽게 가기 위해 머리 속으로 한번 생각하고 내뱉었습니다. 한-영도 영-한처럼 짧고 내용이 뚜렷했습니다. 내용은 "미국의 nursing home business가 전도 유망한 산업처럼 보이지만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양로원 산업은 정부의 보조금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면, 어쩔 수 없이 감원해야 하고, 감원을 하면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므로 결국 노인들이 혜택을 덜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장들은 이제 더 이상 전적으로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돌파구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였습니다. '의존하다'를 depend heavily on과 turn to를 번갈아 썼으며 보조금은 government subsidy와 money from the government를 번갈아 썼습니다. 결론 문장도 확실히 매듭짓듯 얘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쓰려고 최대한 노력은 했는데, 미래 수험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끝으로 우선 1년 동안 저희를 잘 이끌어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침 시사청취 수업때 선생님께서 피곤하셔서 가끔씩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리고 우리 스터디 파트너들 은지, 혜원언니한테도 너무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겠지만 모두다 합격해서 그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고마움 표현할게요. 그리고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께도 너무나 감사 드린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험 볼 때마다 자신의 일 다 제쳐두고 고사장까지 데려다 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준 남자친구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공부하실 수험생 여러분들도 열심히 하셔서 원하는 목적 달성하시길 빌게요.
 
 
 

김혜원 (외대 영어과)
 
저는 대학졸업 후 2년반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고 작년 말쯤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 영국에서 4년을 살았기 때문에 준해외파라고 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때였기 때문에 발음빼고,는 국내파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너무 지치고, 아파서 입원하는 등, 정신 없는 한 해였지만, 직장생활을 이미 해봤기에, 다시 학생신분으로 돌아가서, 운동화 신고 화장 안하고 공부만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마인드 콘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꼭 돼야 해!"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잘되고, 어떤 사람은 차선책을 마련해둬야 안심이 돼서 공부가 잘 되는 경우가 있다면 저는 후자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꼭 합격해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는 "올해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으니, 내년도 금방 올꺼야"라고 최면을 걸면서, 부담감이 덜하도록 노력했습니다.
 
[Listening]
 
막상 시험을 치르고 나니 역시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대부분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타임, 그 외 일간지, 국내뉴스 등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에 듣기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저도 이코노미스트 읽는 것에 재미 들려서, 또, 단어 외우는데에 급급해서 듣기를 충분히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특히 이번 외대1차의 경우, 난이도는 높지 않은 대신, 듣기문제 사이간격이 짧았기 때문에, 듣는 동시에 지문이 눈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듣기 훈련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시도는 안해봤지만, 스터디 멤버들끼리 듣기스크립트와 문제를 준비해와서 듣고 빨리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Reading]
 
이코노미스트와 타임지를 구독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타임지는 계속 쌓이고, 이코노미스트만 꼼꼼히 읽었습니다. 간혹 인터넷에서 뉴스위크나 USnews중에서 괜찮은 기사가 있으면 출력해서 스터디때 썼습니다. 기사를 읽을 때 혹시 시험에 나오지 않을까해서 다독에만 치우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시험볼 때쯤 되면, 수업시간이나 스터디때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이미 다 한번씩은 다루었기 때문에, 남들은 다 아는 배경지식인데 나만 몰라서 낭패를 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생소한 내용이 나오면 나만 모르는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다 모르기 때문에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모든 뉴스를 섭렵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가령 이번 주는 미국정치외교와 과학을 읽었다면, 다음주는 유럽정치외교와 경제, 또 다음주는 중국, 동남아 기타..이런식으로 매주 분야를 달리하면서 정독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제 경험상,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내용이 듣기로 나오면, 오히려 알고 있는 내용을 생각해내느라 최대한 집중이 안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무엇에 관한 내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배경지식을 쌓아가면서, 뽑은 기사 정독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합니다.
 
[Writing과 이대1차]
 
에세이는 이대특차시험전에 2-3번, 이대정시직전에 2-3번 써본게 다입니다. 에세이는 직접 손으로 써보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충분한 reading과 풍부한 표현이 밑받침 된 상태라면 몇 번만 써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이대1차대비반 수업때 연설문을 중심으로 주요 표현들을 정리했었는데, 이때 유용한 표현을 다시 정리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시험은 예상외로 이슈화되지 않은 주제가 나왔습니다. 주어진 기사를 읽고 짧게 요약한 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의 요지는, "매년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방화, 살해 등 갖가지 범죄가 심각하다, 과거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치료제도의 도입으로 범죄율이 상당히 감소되는 효과를 보였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인권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였고, 문제는 "위 기사를 읽고, 강제치료제도를 반대는 하는 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필자를 지지하는 글을 써라"였습니다.
 
먼저, 7,8줄 정도로 글을 요약하고, 서론은 "나는 필자의 견해에 찬성한다. 왜냐하면 첫째, 사람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 가족이나 보호자가 그 대신 크고 작은 결정을 대신해야 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고, 둘째, 한사람의 인권보호를 명목으로 다수의 안전을 위태롭게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로 짧게 쓴 후 막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각각의 이유를 부연설명하고 예를 들었습니다. 첫째 이유의 예로는, "흔히 치매에 걸린 노인이나, 혼수상태의 환자의 경우에도, 당사자에 관한 일을 보호자(guardian)가 대신 결정한다. 정신질환자도 병에 걸린 환자이기 때문에 마땅히 보호자가 대신 의사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두 번째 이유의 예로는, "대구지하철사고때도 정신질환자 한명 때문에 수백명이 목숨을 읽었다. 이런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활보하도록 놔두는 것은 마치 시한폭탄이 터지도록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waiting for a time bomb to go off)"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결론부분에선 다시 한번 의견을 강조하고, 강제수용제도의 이점이 단점을 능가한다고 쓰고 글을 마쳤습니다. 요약할 지문이 주어지면서 시간이 70분밖에 안되기 때문에, 시간이 무척 촉박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저지르는 실수지만 서론에 너무 공을 들이다가 두번째 장은 검토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론-본론-결론을 명확히 하고, 힘있는 논지를 펴고, 예를 많이 들려고 노력했습니다.
 
[Speaking과 이대2차]
 
개인적으로 저는 외대발표이후 보다도 이대1차발표후 이대합격자발표때까지 기간이 1년중 가장 길고 힘들었던 기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미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던 데다가, 2차준비 스터디를 다소 무리하게 (하루에 4,5시간씩) 해서 그런지, 2차시험을 전후해서 신경성 복통에 시달렸었습니다.
 
말하기, 즉 한영은 국내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기대수준이 낮으므로 조금만 잘하면 득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영은 자꾸자꾸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력이 처음부터 같은 속도로 꾸준히 늘기보다는 9,10월달에 집중적으로 가장 많이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실력향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편안한 분위기여서 위축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영한을 읽어주기 시작하자 제 심장의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최대한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예년처럼 필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길고 어려운 내용이 아닌, 의외로 짧은 글이 나와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약이나 총기류에 의한 사망률보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 특히 노년층이 독감에 약하다. 백신을 주사하면 인체에는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독감을 예방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독감예방 백신을 맞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던 사람도 독감에 걸린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상당하다. 최근 한 생명공학회사가 개발한 신종백신은 코로 주입하게 되어있고 기존의 것과는 달라 이러한 부작용이 없다". 다 들리기는 했는데, 떨려서 독감도 감기라고 말했고, 한국말도 매끄럽지 못했고, 디테일을 많이 빼먹었습니다. 순간, 쉬운 것이었는데 허술하게 했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한영에서 만회하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 말씀 중 "못 들어서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디테일을 말하지 않은 것이라는 확신있는 표정을 해라"가 생각나서, 약간씩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한영은,"미국에는 인구고령화 때문에 양로원이 각광받는 사업으로 떠오르고있고, 실제로 미국전역에 양로원의 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양로원들은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양로원에서 발생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임금이다. 따라서 재정적으로 어려우면 임금이 줄고 자연히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양로원이 사회복지사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양로원 스스로도 운영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시간이 약간 흘러서 그런지 한영은 별로 안 떨렸고, 기억하기 쉬운 내용이라서 호응을 이루는 단어도 생각하면서(가령, cost와 incur) 비교적 차분히 했습니다. 되도록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양로원은 nursing businesses, nursing industry, nursing homes을 번갈아서 표현했고, subsidy와 grant의 차이를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두 가지를 한번씩 번갈아서 사용했습니다.
 
[스터디 방법]
 
개인적으로 이번에 스터디 멤버들이었던 유정이와 은지가 모두 합격을 해서 너무나 기쁘고, 이렇게 맘이 잘 맞는 스터디그룹도 흔치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를 한 개 이상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서로 마음이 맞는 2,3명이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방식은, 단어 외우고 빈칸 만들어 풀어보기, 사설 한한요약, sight-translation, 독해(기사를 5분이내에 빨리 읽고 요약해서 말하기), 영영(스터디멤버가 암기해서 들려주는 기사를 듣고 영어로 요약해서 말하기), 연설문 외워오기 등 다양하게 했습니다. 빨리 읽고 요약하기는 독해에, 영영은 표현 외우는데 특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 공부를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일단 결심이 서면 그 기간 동안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밀어부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하는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률을 생각하면 "내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만 들뿐입니다. 사실 저는 외대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그렇게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장에서 나오는 순간, 이미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납득이 갔기 때문에, 내년 공부방향을 세우고, 당장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졌었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공부는 이제부터야"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것이 있고 메모리 스팬도 늘었으니, 이제부턴 정말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겠구나, 날로 실력이 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친구는 이런 저를 보고, "너처럼 시험떨어지고 기세등등한 애는 처음본다"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저도 속으로는 울고싶었지만, 그런다고 제가 이 공부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를 지켜보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습니다. 가족들에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포기하라는 말을 들을까봐 두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각자 다 알고 계실 겁니다. 자신이 도대체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은 해결된 겁니다.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다음에는 합격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끝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저를 끝까지 믿어주신 부모님과, 1년 동안 집안일에 소홀히 했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남편, 그리고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끌어준 유정, 은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번역 ♣
 

이은경
 
번역 공부를 하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휴학 때부터였습니다. 당시 코리아헤럴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번역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그 학원에서 번역 수업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학교 복학 후에도 계속 번역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회사에서도 번역 일을 했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제대로 실력을 쌓고 싶어 올해 3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 방법>
 
[듣기]
 
듣기는 그냥 학원 수업 시간에 하는 내용에 충실했고, 그 외에는 리스닝 스폐셜을 했습니다. 듣기가 약해서 항상 받아쓰기를 한 뒤에 따라 읽고 외웠습니다. 공부하다 간혹 "난 번역과를 지원하니 독해나 번역을 더 많이 해야 해" 하면서 듣기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후회됩니다.
 
[독해]
 
전 박영훈 선생님 번역 에세이반을 다섯 달 동안 들었고, 그 외에 여러 학원의 독해반을 따로 신청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해는 수업시간에 주로 하는 이코노미스트를 공부했는데, 이것은 주로 정독 위주로 공부했고, 에세이나 한영 번역을 위해서는 뉴스위크나 여러 영자 신문을 보고 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표현들을 골라 정리했습니다. 특히 독해를 할 때 전체적으로 중심 아이디어를 파악한 뒤에는 에세이 쓸 것을 대비해 자주 쓰이는 문장 구조를 신경 써서 봐두었는데, 나중에 다양한 구조로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번역 및 에세이]
 
박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한 주에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영영, 한영, 에세이를 정해진 시간 내에 썼습니다. 사실 "쓰기"는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선생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전 독해, 듣기도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사실은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로 글도 많이 써보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한 주 한 주 새로운 주제가 나올 때마다 미리 인터넷에서 관련 주제에 관해 수 십장씩 기사를 뽑아서 읽고 외운 뒤에 수업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한영 번역하는 것이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글을 읽는 것과는 달리 자신이 쓸 만한 표현을 찾아낸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글을 읽으니, 이전에는 눈에 안 보였던 표현들도 눈에 쏙쏙 들어오고 한 문장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뒤 우리말 기사를 읽으면 관련 영어 표현이 술술 나오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10월부터는 수업을 안 듣고 혼자 공부했는데, 이때에는 주로 세계일보와 한국일보 사설로 시간을 재면서 한영 연습을 하고 틀린 부분을 고치고 원문을 통째로 외우는 연습을 했습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대 에세이 시험에는 시사문제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주제가 나온다는 말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워낙 공부하기 전에는 신문도 안 읽고 시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는 데다가, 이런 식의 시험에는 평소에 독서도 많이 하고 특정 주제에 관한 생각도 많이 해놓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단기간에 이룰 수도 없는 것이라, 시험이 다가오자 마음만 다급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비우고 대충 굵직굵직한 주제들만 골라서 배경 자료 찾고 관련 영어표현 외우고 그 뒤에 시간 재고 에세이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주로 중앙일보 사이트의 찬반 토론장이나 사설에서 자료를 뽑았는데 찬반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유용했습니다. 또 시험을 목전에 두고 시간이 없었을 때는 우리말로만 에세이 개요를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
 
[1차 시험]
 
에세이는 70분 시험인데 걱정과는 달리 비교적 쉬운 주제가 나왔습니다. 내용은 "한 나라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을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치료하자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 이유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높으며, 또 정신 질환자중 상당수는 자신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이 법안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일부에서는 이 조치가 정신질환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환자들의 인권 침해라는 면에 초점을 두고 이러한 생각에 대해 반박하라"였습니다.
 
일단은 은천성 선생님이 이대 1차시험 준비반 수업에서 말씀하신대로 "주어진 문제에 확실하게 답하기, 검증되고 쉬운 영어표현 쓰기, 자신만의 생각에 치우치지 말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생각 전달하기” 등을 염두에 두고 한 30분 넘게 개요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개요를 확실하게 짜는 편입니다. 대충 해놓고 글을 쓰면 영어로 쓰는 도중에 또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논지에서 벗어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서론에는 이러한 법안에 대한 배경 설명을 쓰고, 본론은 두 문단을 썼는데, 정신 질환자들의 의무 치료의 사회적인 이점과 개인적인 이점에 대해 각각 한 문단씩 주제문을 쓰고 예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다시 한번 전체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끝냈습니다. 사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영어 표현도 쉽고 무난하게 썼고, 전체적으로 보면 논지로 일관되게 썼지만, 내용이 주어진 예시문과 별반 다를 게 없었고, 권리침해라는 면에서 충분히 주장을 펼치지 못해서였습니다.
 
[2차 시험]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1차 시험에 붙어, 2차 시험을 보게 됐습니다. 사실 1차 시험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마음만 뒤숭숭해서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야 부랴부랴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한영번역)
 
한영번역의 내용은 대략 "무엇이든지 최고를 추구하는 우리나라는 성형수술에서도 최고를 달리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혹은 취업 등의 여러 이유로 성형 수술을 받고 있다. 이렇듯 외적인 아름다움 역시 개인의 자산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이로 인해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면 지나치지 않은 성형수술은 바람직한 것 일 수 있다."였습니다. 물론 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전 시험지를 받고 막막했습니다. 사실 시장개방이니 생명공학이니 하는 시사적인 내용만 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이런 일반적이고 쉬운 내용이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분량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할 수 없이 아는 한도 내에서 쉽고 무리 없는 표현들만 쓰려고 노력했고, 조금 어렵고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장들은 어설프게 쓰느니 아예 돌려서 쉽게 다른 말로 바꿔서 썼습니다. 대충 다 쓴 뒤에는 맞춤법과 문장간 접속사가 제대로 쓰였는지, 그리고 앞뒤 흐름이 제대로 이어졌나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영한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영한번역)
 
내용은 겉보기에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작은 물질로부터 인류의 역사를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으로 문장은 비교적 쉬웠으나, 제게는 좀 생소한 과학 분야의 글이었습니다. 특히 사전을 쓸 수 없으니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곤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앞뒤 문맥에서 최대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했고, 의미가 비슷하게 풀어썼습니다. 중간 중간 막히는 부분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논지가 일관되는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말 번역만 읽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고쳤습니다.
 
(면접)
 
세 사람이 한 조로 들어가 면접을 치뤘는데, 교수님 두 분이 번역과에 지원하게 된 동기, 하고 싶은 번역 분야,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엔 회사에서 했던 번역일 등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사실 공부한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 부족한 점도 많아 정말 제가 합격한 것인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전 그동안 스터디도 한번 해보지 않아서 다른 분들이 모여서 스터디하는 것을 볼 때마다 늘 불안하기도 했고, 혼자 공부하다보니 쉽게 헤이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럴때 마다 전에 합격하신 분들이 쓴 수기를 읽고 마음을 다잡곤 했는데, 저도 앞으로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도 그만두고 공부하겠다고 한 저에게 쓴 소리 한번 안하시고 잘 지켜봐주신 부모님과 좋은 가르침을 주신 여러 선생님, 항상 격려해준 친구들, 그리고 시험 때마다 같이 시험장에 가서 끝까지 응원해 준 남자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정혜진 (숙대 영문과)
 
<공부방법>
 
저는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한 편입니다. 4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글을 쓰는 업무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시험 몇 달전에는 연합뉴스 영문기자직으로 에세이 시험을 본 적이 있어, 운 좋게도 실전과 비슷한 환경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후에는, 외워서 그대로 옮긴 답안을 미국인에게 보여줬다가, 구성과 논리의 오류를 지적받고 나서는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한두달 정도 에세이를 쓰고 누군가의 첨삭을 받는 연습을 했더라면 더 잘 썼을지도 모릅니다. 주어진 내용을 좋은 문장으로 옮겨야 하는 번역과 달리 자신의 생각을 빠른 시간 안에 구성해서 써내야 하는 1차 에세이는 특히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번역은 외국기업 홍보부서에서 매일 4시간씩 기사영작을 했던 것이 훌륭한 연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영번역만은 사전을 찾지 않고 자동적으로 번역하는 훈련이 된 셈입니다. 방법을 소개하자면, 신문사이트에서 기사를 복사해 문서에 옮겨놓고 한 단락씩 번역하면서 지우는 것입니다.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영문기사와 같은 한글기사를 찾아 번역하면 결과물을 대조해 보기에 좋습니다. 사전을 띄워놓기도 하지만 (Thesaurus, 영영, 영한, 한영) 주제별 검색을 통해 외국자료에서 쓴 표현을 찾아 쓰고 파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전시험에서 사전을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평소 사전 없이 번역하는 습관을 키울 것을 추천합니다.
 
번역학과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방대한 독서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5년여간에 걸쳐 원서 백여 권을 읽었는데, Economist는 여름부터 중단했지만, 이대시험이 시사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평소 좋아하던 John Grisham 소설과 Idiot's 시리즈, Dummies 시리즈 등을 마음껏 읽었습니다. 그밖에, 강의를 안 듣는 동안에도 종종 학원 사이트에 들어와 오늘의 얘기를 열어놓고 큰소리로 읽었고, 집에 있는 동안은 항상 미국드라마나 영화, TOEIC, TEPS 강의 등을 들어서 영어가 생활에 배도록 했습니다.
 
<1차 시험>
 
정신병자에 의한 뉴욕의 살인사건과 정신병자를 강제로 치료해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통계가 제시되었고, 정신병자의 강제치료가 인권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라는 문제였습니다. 요약 답안은, 잠재적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제치료가 필요하다. 가족이 음주운전으로 살해되었다면 가해자가 의식이 없었다고 용서하겠는가. 정부는 인권도, 생명도 보호해야 하지만, 양자가 충돌할 때는 후자를 보호해야 한다. 전자는 회복될 수 있지만(restore), 후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인 통계에서의 숫자는 의미가 크다. 가족, 친구, 이웃, 당신자신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강제치료를 해야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2차 시험>
 
[영한번역]
 
영한은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nutmeg(육두구 나무), mauve(엷은 자주색)라는 단어를 몰라 전자는 견과류로 후자는 모브색으로 썼습니다. 모브색의 등장이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자주색도 배경지식으로 맞출 수 있었을거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scoff at (비웃다) 이라는 단어는 생소했지만 문맥상 맞출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1:1 번역보다 되도록 빠른 시간안에 번역을 마치고 한글만 보면서 매끈한 표현으로 수정했습니다. 에세이 시험에서는 연습지상에서 미리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 번역시험에서는 우선 원문을 빨리 읽어보고 번역을 마친후 교정하는 시간까지 앞뒤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영번역]
 
한영은 사업가가 돈을 벌고, 학자가 연구하고, 운동선수가 훈련하는 것처럼, 성형수술도 자신의 외모를 향상시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산(asset),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수혜자(beneficiary) 등의 중요한 단어는 정확히 썼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은 쉬운 표현을 골라 썼습니다.
 
[면접]
 
면접은 3명씩 들어갔는데, 꼬박 두시간을 기다린 후에 4인 1팀으로 들어갔습니다. 교수님 두분이 번역학과 지망동기, 외대시험 응시여부와 느낌비교, 입학후 전문적으로 번역하고 싶은 분야를 물으셨습니다. 외대에 응시하지도 않았고 특이한 점이 없어, 다른 지원자보다 질문을 덜받은 것 때문에, 내심 마음이 쓰였는데, 결과는 면접이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는 조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자 수기 (2004)
 

권순영
 
<1차시험>
 
1교시 한국어시험은 시간은 50분간이었는데 한국어 토익이라고 생각하면 됨니다. 무난하지만 헷갈리는 것도 몇개 있었습니다. 2교시는 50문제가 모두 듣기로만 되어 있습니다. 올해의 주요이슈부터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있습니다. 지문의 길이는 비교적 짧은 편이었고, 50개의 지문에 50개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2차시험>
 
(필기) 오전11시부터 한영,영한 번역시험을 쳤습니다.
 
*한영 3 문제-경제(경상수지흑자, 적자, 오르다, 내리다 등 경제 어휘실력을 보려는 듯), 예술(모딜리아니의 일화), 치킨슾같이 일상적인 지문(레이건 대통령과 부인의 사랑이야기-본인의 경우 레이건 철자가 생각나지 않아 엉뚱하게 씀. 교훈~유명한 사람이나 지명, 회사, 정당의 경우 이름을 미리미리 익혀두자)
 
조사빼고 거의 한문이었지만, 학원에서 한문사설을 읽는 연습을 한 것 때문인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유추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영한 1 문제-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미 대선후보들의 이미지와 국내외 현안을 다루는 능력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둬야 하는 가에 관한 지문이었습니다. 여기서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후보를 예로 들면서 그가 미 주요 현안(issue)들을 잘 숙지하고 있지 않다는 미국내 비판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라는 주장으로 맞서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술)점심을 먹고 오후에 치르게 되었습니다.컨디션이 극도로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한영-처음에 한영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의 수교 40주년 기념 연설문이 었습니다. 지문은 연설문이 었는데, 첫부분에서 distinguished guests 라고 말할 때 뿌듯~했습니다.
 
*영한-외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셨는데 역시 연설문이었습니다. 부시대통령 연설문이었고, 내용은 미국내 실업률과 경기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영어인터뷰도 여러가지 하고 궁금한것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는데, 제게는 한가지 질문-"독서를 좋아하는가?"밖에 하지 않았고 교수님은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계셨습니다. 그러다 영한을 할때 점점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많아 지더니 상당히 만족해 하셨습니다 .나중에 뉴스를 카세트로 한 꼭지 틀어주고, 통역해보라 하셨습니다. 남성이 자주 걸리는 암과 예방법에 관련된 뉴스였고, 디테일까지 자신있게 통역했습니다. 하지만 언급된 암이 고환(testicles)암이었는데, 정관암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알고 있는 것을 틀리니 더욱 어이없고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이 상기된 목소리로 정말 잘했다라고 거듭 말씀해 주셔서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부방법>
 
영어사랑학원의 영어공부FAQ를 참고해서 했습니다. 작년엔 계속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를 들었고, 가을에 접어들고부터 기초반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오랬동안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주변에서 서성거렸던 점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꾸준히 일요스터디를 했고, 7월부터 메모리스팬 연습도 했던 것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저를 지탱시켜준 힘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부산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자 수기 (2004)
 
 
 
이재봉
 
경상도 및 지방에서 통대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위해서 부족하나마 합격수기를 썼습니다. 쟁쟁하신 분들의 수기만 보셔서 제 수기가 하찮게 보이시겠지만, 이런 부족한 사람도 합격할 수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취업용으로 공부하던 토익공부가 오히려 도를 지나쳐 전공 공부보다도 영어공부를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연수경험은 학교에서 보내주는 5주간의 미국자매대학으로의 연수가 전부였습니다. 서울에 오기 전 토익성적은 930이었는데, 올해 시험삼아 쳐본 시험에서 940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서울에 와서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와 STEP I을 듣다가 오월부터 시월까지 STEP II를 수강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고시원이나 하숙집 혹은 친척집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시원에서 8개월,하숙집에서 2개월을 살았는데 몸무게가 10㎏이나 빠지더군요. 학원게시판의 FAQ를 정독하고 프린트한 후, 밑줄 좍좍 그어서 고시원방 벽에다 도배해놓고 따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가지 개인적인 제반여건을 고려한 후, 고향인 부산에 있는 부산외대 통연번역대학원시험을 치게 되었고, 운 좋게 합격을 했습니다.
 
<1차시험>
 
[번역] 한시간
 
번역시험은 A4용지 한 장 조금 못되는 분량의 우리말 지문 두 개, 영어 지문 두 개를 우리말은 영어로, 영어는 우리말로 번역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내주시던 번역숙제와 학원 게시판에 링크되어있는 WT사설을 이용하여 번역연습을 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청취 쓰기] 한시간
 
청취 쓰기시험은 듣고 번역해서 쓰면, A4지 한 장 약간 못되는 정도의 분량을 한번 들려주고, 십여분동안 번역해서 쓰는 형식이었습니다. 주제는 무역협상에 관한 내용, APEC각료회의를 부산에 유치하였다고 가정하고, 대표들을 환영하는 연설문, 휴대폰 광고 문자메시지의 남발 문제, 대기오염문제, 국내 정치문제등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2차시험>
 
한사람씩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두 분의 한국교수님과 한 분의 외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인터뷰]
 
외국인교수님께서 밥먹었냐고 인사를 건네시더니, 대뜸 한국인은 밥먹었냐고 묻는 것이 인사인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순간 황당해서 한국전을 겪으면서 나라가 가난했기 때문에,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어른들은 밥먹었냐고 묻는 것이 인사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영통역]
 
한국인 교수님이 우리말로 된 한 꼭지정도의 경제관련기사를 하나 읽어주시고 영어로 통역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경제가 나빠지고 있다. 그 예로 실업보험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증가하다, 감소하다등을 go up, go down과 같은 쉬운단어를 썼습니다.
 
[통역대학원장 면접]
공대를 나왔는데 왜 여기에 지원했냐는 질문과 왜 자신감이 없어 보이냐는 질문에 당황해서 답을 제대로 못하고 나와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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