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선생의 영어 학습법


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이니까 지금부터 약 34년 전 얘기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중학교에 들어가려면 지금처럼 그냥 동네학교에 자동적으로 배정 받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입시전쟁을 거쳐서 어렵게 들어가던 때였다. 물론 필자도 초등학교 6학년 내내 밤잠 못 자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전국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중학교에 운 좋게 턱걸이로 합격하여 신나게 중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는데 교과서에 나와있는 Longfellow의 영시를 다음시간까지 외워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반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 놀지 못한 것을 벌충이라도 하듯 정신 없이 놀기만 하다 그런 숙제가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덧 숙제 검사한다는 '다음시간'이 되었다.


"숙제 해 온 사람!"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이젠 죽었다." 하고 전부들 책상에 고개를 쳐박은 채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 놀라서 쳐다보니 평소에 너무 조용해서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친구 'H'였다. 학급생 전원이 숙제를 안 해와서 "이 녀석들을 전부 다 몽둥이로 때려 줄 수도 없고 어떻게 혼을 내주나?" 하며 난감해하시던 선생님이 반가운 목소리로 "그래 어디 한 번 외워봐라." 하시자 'H'는 우리는 한 줄도 못 외우던 그 긴 영시를 가끔씩 더듬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끝까지 외우는 것이 아닌가. 그가 외우기를 끝내자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선생님의 눈치를 보니 선생님도 매우 흡족하신 표정이었다. 느닷없이 박수소리에 얼떨떨해 앉아 있는 'H'에게 선생님은 한 시간 내내 칭찬과 격려를 퍼부었다. "너는 영어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관상을 봐도 너는 영어를 잘 할 관상이다. 너 같은 아이는 이담에 커서 틀림없이 국제적인 지도자가 될 거다. 영어의 힘은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눈으로만 하는 공부는 아무리 해도 벙어리 영어밖에 안 된다. 그런 식으로 계속 열심히 해라. 네 성공은 내가 보장한다.…"


졸지에 스타가 된 'H'는 그 시간 이후로 애가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소 말수도 적고 매사에 소극적이던 그는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도맡아 하고, 마치 자기가 '영어로 성공하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이렇게 영어 외우기에 재미를 붙인 'H'는 매일같이 큰 소리로 읽고 외우기를 계속하더니 그로부터 한 달도 되기 전에 중학교 2학년 영어교과서를 몽땅 암기하고, 내친김에 중3 교과서까지 몽땅 암기했다. 암기도 그냥 대충 더듬더듬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몇 Page" 하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그냥 줄줄 나올 정도였다. 그 정도니 영어시험마다 전체 수석은 도맡아 하고, 고교에 진학해서는 학교영자신문 기자가 되어 미국대사와 인터뷰를 한다, 영어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는가 하면 매년 서울대학에서 주최하는 전국영어경시대회에 참가해서 우승기를 도맡아 들고 오곤 했다.


그 후 서울대 문리대에 진학한 그는 대학 3학년 때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나중에는 국비장학생으로 미국 하버드대학에 가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돌아와 진급을 거듭하면서 지금 현재 정부 내에 막강한 자리에 앉아 있는데, 가끔씩 TV에 나와서 한 마디씩 하곤 한다.


옛날 얘기를 하다가 좀 길어졌지만 'H'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중 2 때 영어선생님의 칭찬과 격려가 'H'의 자신감과 신념에 불을 당긴 것이고,
둘째, 어학학습법 중 가장 강력한 방법인 '입으로 몽땅 외우기'를 꾸준히 실천한 것,
셋째, 영어에서의 성공과 자신감이 '성공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다른 과목에도 퍼져나가 전분야를 다 잘 하게 됐다.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중 '입으로 몽땅 외우기'는 필자도 영어에 한참 미쳐서 공부할 때 가장 효과를 많이 보았던 것으로서 외국어학습법 중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을 얼핏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일 같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결국 어휘들의 뜻과 용법을 정확히 알고, 또 그 어휘들이 문장에서 쓰이는 규칙 즉 문법을 머리 속에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입과 귀에 배어 있도록 자동화하면 저절로 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바로 '입으로 몽땅 외우기'에 전부 다 들어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지금 현재 영어가 잘 안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반성해 보시라. 과연 지금까지 학교 교과서를 한 권 아니 단 한 과라도 안보고 줄줄 나오도록 통째로 외워본 적이 있는가? 학원에서 배우는 교재 Lesson 하나라도 통째로 암송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태 그 모양 그 타령인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왜!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그런데 말이 쉬워서 '입으로 몽땅 외우기'지 막상 해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책을 보지 않고도, '그 다음이 뭐더라?' 하고 따지지 않고도, 저절로 입에서 술술 나오게 하려면 그 문장들을 최소한 50~100번 정도는 소리내어 읽어야 된다. 물론 처음에는 발음도 거칠어서 읽는데 고생 꽤나 하겠지만 횟수가 반복될수록 점점 편해지고 점점 영어의 맛을 느끼지 시작하다가 매끄럽게 넘어갈 때쯤 되면 일일이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하지 않아도 그 내용만 생각하면 저절로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그 내용을 Tape으로 들어도 우리말 듣듯이 편하게 들리고 또 웬만한 내용의 말은 단어 몇 개만 갈아 끼우면 별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게 된다.


입으로 몽땅 외우기 요령을 정리해보면

첫 째, 입으로 큰 소리로 읽는다.

둘 째, 그냥 동네 발음으로 읽지 말고, Rhythm과 Stress를 지키면서 박자 맞춰
서 읽는다. ('영어가 뻥 뚫리는 강력한 리듬훈련' 참조)

셋 째, 제대로 하려면 Story의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외우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직독직해 교재 한 권을 통째로)

넷 째,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걸어가거나 할 때에는 그 Story가 녹음되어 있는
Tape을 듣는다.

다섯째, 가끔씩 종이에 암송한 내용을 영어로 적어본다.

자, 이제 요령을 알았으니 남은 것은 당장 시작하는 것뿐이다.

출처: http://roadtou1.egloos.com/17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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