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청취와 말하기는 동시에

1960년대만 해도 청취를 할 줄 알아야 말을 잘 하게 된다는 상식적인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소위 Comprehension precedes Production. (먼저 배우고 이해를 해야 말하고 쓸 줄 안다.)는 주장은 밀리고 말았다. 청취력이 상당한 수준인 사람도 '말'을 못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설득력을 잃은 것이다. 그 후 등장한 주장이comprehension equals Production.(청취와 말하기는 동시에 하라)는 것이었는데, 의학계와 심리학계 등의 잇단 연구 발표로 가장 설득력 있는 '학습'이 되고 있다. 즉 청취를 위해 카세트테이프를 수십 개 듣는 것보다 그 내용을 직접 말햅보고 듣는 게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학습자 자신의 '체험과 선험지식'이다. Data Oriented Parsing(DOP:학습자의 선험 지식이 중요한 변수)이라는 주장은 자신의 영어는 자신의 능력과 기초 실력에 비례한다는 얘기다. 이 말은 곧 '좋은 영어를 배워야 좋은 영어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배우는 것이 잘 배우는 것일까?




(2) 구어 영어의 특징을 관찰하며

구어 영어는 '느슨하고 격식이 없는 의견 교환(loose and informal communication)'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장체 영어보다 쉬운 말을 쓴다. Telephone me. 보다는, Call me(up).이 쉽고, '바람맞치다'를 fail to keep a date보다 stand me up으로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날 장소에 나타나는 것도 appear 보다는 show up이 더 쉽고 편하다. 이런 영어는 동사구 숙어(phrasal verbs)가 잘 쓰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회화 특유의 어구들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Excuse me.를 연발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이 무안해지므로, What was that again? I'm following you, You'll have to say it again., I didn't catch you. How's that again?, Come again.등의 표현으로 다양한 표현들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어떤 상황에 어떤 말을 정확히 쓰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문법적 오류의 차원이 아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는 말, 일상어, 각각의 단어의 뉘앙스를 정확히 파악하여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영어를 '정통'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여기서 정통 영어를 접한다는 것은 원어민이 말한 것, 원어민이 쓴 글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뜻한다.



(3) 배운것은 말해야 한다. (Express yourself as you learn.)

언어학자인 J.Evans는 '학습자는 자신이 말을 해볼 때 언어 실력이 향상된다. 배우는 순간부터 표현해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ding과 Listening을 Input할 때 Speaking과 Writing 같은 Output 연습을 즉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말 속에는 멈칫거림(pauses), 어조사(fillers), 잦은 말 바꿈(false starts), 실제 억양과 패턴(natural intonation and patterns)등, 문장체 영어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Can I help you?와 May I Help you?에는 차이가 있다. Let me do it.과 I will do it도 마찬가지다. How about~?(~은 어떤가요?)이 제안이라면 What about~?은 비교할 때 쓰는 말이다. 우리는 can과 be able to가 '똑같다'고 배웠지만 원어민은 이를 구별하여 사용한다. 적어도 그게 원어민 수준이고 그런 것을 구별할 줄 아는 것이 우리의 영어 공부의 목표이다.

자기 앞에 찾아온 사람에게 '도와드릴까요?'를 말할 때는 당연히 Canl I help you?를 쓴다. 그러나 스스로 다가가서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을 때는 May I help you?가 더 적합하다. '하던 일을 마저 마치겠다'고 할 때는 어떤가. '당신이 허락하면 내가 하던 것을 마무리 하겠다'라면 Let me finish.가 낫고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 고집대로 끝내겠다면 I'll finish it. 이 좋다. 의사 표시의 방법도 내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명함을 건네며 '제 명함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할 때는 Let me give you my business card.가 좋다. 상대방의 겉옷을 자발적으로 받으며 말할 때에는 Let me take your coat. 가 좋고 상대의 의중을 살피는 경우라면 May I take your coat?가 좋다. 내가 전화를 거는 게 나을 것 같을 때에는 Let me call you back. 이겠지만 자신의 의지를 강조할 경우에는 I'll call you back.이 낫다.

이런 표현보다 더 감칠 맛 나는 것은 I'm being helped. 같은 말이다. 누군가 다가와서 May I help you?라고 묻는데 이미 다른 점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 I'm being helped. 라고 하면 그만이다. 차편을 기다리는 미국인 친구에게 You need a ride home?이라고 제안했더니 그는 No, thanks. I'm being picked up, I asked David for a ride just now.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동태 진행형이라는 구조적 특징이 아니라 표현의 깊은 맛이다.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들에게 어느 엄마는 You're being unreasonable. 이라고 한다. '넌 지금 철없이 굴고 있다. 분별없이 행동한다'는 뜻인데 No way. 같은 말보다 좋다.

Labov, Fisher, Perelman과 같은 학자들은 교육받은 중산층일수록 '일상언어 (casual speech)'보다는 '신중한 언어 (careful speech)'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교양인이라면 You look worried.보다는 You look concerned.를 사용할 것이다. Anything happened?라는 말도 좋지만 Is something on your mind?라는 표현은 더 깊은 맛이 있다.

1950년 이후 미 연방 정부에서 불기 시작한 '정확하고 경제적인 언어 사용'의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장황하거나 튀는 영어보다는 말하기 쉽고 듣기 쉬운 표현법이 가장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불과 몇 백 단어에만 충실해도 말하기의 깊은 맛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주제발표(presentation)를 영어로 말하고 토론해야 하는 직장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만한 학습 수단이 없어 직장인들이 고민이 많다. 시중 학원의 미국인 회화반은 토막 영어 수준인데다 어느 것도 체계성이 없는 실정이다. 그럼 여기서 실험을 거쳐 효과가 검증된 몇 가지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1) shadowing :
우선 실력에 맞는 구어체 지문을 구한다. 영어 신문이나 잡지 기사가 아니라 육성 발표나 뉴스, 토론, 연설문 등 입으로 말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초보자는 10줄 안팎으로 어휘는 어렵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우선 듣고 내용을 대략 파악한 다음 동시에 따라 읽는다. 이것이 shadowing 방법이다. 그림자를 따라가듯 곧바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원어민 속도와 억양을 그대로 배우고 비교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정기적으로 다양한 예문을 통해 이 방법을 지속한다면 '빠른 속도"와 "복잡한 문장 구조'의 문제가 해결된다. Murphey 박사 (1994)는 이를 shadowing과 echoing을 합성하여 shadechoing이라 불렀는데, 원어민 영어를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2) paraphrasing :
shadowing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관심사나 익숙한 주제, 내용의 영문을 골라 말하기, 쓰기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다. Rochester 대학 (2000)의 연구를 보면 shadowing과 '바꿔 말하기 (paraphrasing)'가 소개된다. paraphrasing은 지문을 놓고 자기 나름의 영어로 다시 설명해보는 것이다. TOEIC, TOEFL 시험이 모두 이 방식인 것을 감안하면 영어 학습의 시작과 끝이 paraphrasing인 셈이다. 또한 이는 동시통역(simultaneous translation)이상의 집중적인 두뇌 활동이 필요하다. 단순히 독서나 청취를 하는 것은 20~30 퍼센트의 누뇌를 쓰게 하지만 소리 내어 말하는 것, 특히 자기 수준의 쉬운 말로 말하는 것은 80퍼센트 이상의 두뇌 활동을 요구한다. 토론에서 자기 시간을 벌며 얘기를 끌고 싶을 때, 쉽게 풀이하거나 이해를 시킬 때, 상대의 얘기를 되물을 때도 이 방법이 최고다.

(3) single-sentence short talk :
위의 두 방법이 원어(原語)를 정확히 익히고 이를 모방하는 방식이라면, 이제 자신만의 영어를 구축하는 output 방법이 있다. 어떤 지문이든 이해를 한 다음, 이를 단문 (single sentence)으로 말하는 방법이다. 무조건 단문이어야 하고 and, so 등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각 문장도 10단어 이내로 제한해 아주 쉬운 말로 또박또박 영어를 말하는 것이다. 필자도 대학생이나 성인 교육에 이 방법을 사용해 본 결과 말하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런 방법을 일상생활처럼 지속하면 적어도 자신의 지식만큼은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된다.


출처: http://www.edump3.com/plaza/column_view.htm?no=34&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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