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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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는 dictation(받아쓰기)에 대한 맹신이 있는 게 사실입니다. 듣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능력이 필요한데 dictation은 여러 능력 중 발음 식별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는 한 방법일 뿐입니다. dictation을 많이 한다고 어휘실력이 늘거나 듣기실력이 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지요. dictation에 대한 두 가지 상반된 시각을 살펴보고,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1. dictation을 지지하지 않는 시각
"dictation은 텍스트의 이해와는 상관없이 개별 단어나 구의 발음 인식에 초점을 둔 활동이다."라는 것이 dictation을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의 입장입니다. 좀 지나친 주장이긴 하지만 결국 다음과 같은 것이 그들의 시각인 것 같습니다. Dictation is inefficient as an orthographical exercise. He who knows the spelling of an English word derives no benefit from writing it, and he who is not previously acquainted with it, will seldom be able to spell it from hearing. (Claude Marcel, 1853) (받아쓰기는 바른 철자 훈련으로서 듣기 훈련에 효과적이지 않다. 철자를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은 그것을 써봄으로서 얻는 이익이 전혀 없다. 그리고 사전에 철자를 모르고 있었던 학습자라면 발음을 듣고 그 단어의 철자를 적을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들의 시각은 dictation이 다음과 같은 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으로 짐작됩니다. a. 너무 수동적인 활동이다./ b. 지루하다/ c. 세부사항에 초점을 두는 방식이다/ d. 자연스러운 문장을 인위적으로 자른다/ e. 시간이 많이 걸린다.

아무튼 dictation의 최대의 숙제는 어느 정도 '이해(understanding)를 수반한 활동'이 될 수 있는가 일 것입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한국의 학습자들은 dictation을 한 후, 그 듣기자료의 내용에 대해 이해 수준이 매우 낮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에서 영어를 지도하시는 선생님들, 그리고 영어학습자들은 dictation에 대한 맹신을 버리고 dictation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바른 인식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2. dictation을 지지하는 시각
이들의 주장은 dictation 즉, 듣고 이를 받아 적는다는 것이 단순히 소리를 문자로 전환하는 것 이상이라는 것입니다. 문법적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 dictation을 할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인 셈입니다. 다음의 두 문장을 생각해 봅시다.
a. She had to cover her mouth to keep from laughing.
b. There are lots of things that I need to buy before the trip.
만일 위 두 문장처럼 7-8어가 넘는 길이의 문장을 1-2회 들려주고 전체를 받아 적게 하는 경우 구문과 내용의 이해 없이 이를 기억하고 받아 적을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아마 뛰어난 단기 기억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Penny Ur는 자신의 저서 Teaching Listening comprehension의 Repetition and dictation에 관한 설명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Longer coherent passages of discourse can be accurately repeated only if there is a high level of comprehension on the part of the repeater. Thus, in order to reproduce a sentence, learners will listen carefully not only for the sounds but also for the meaning. (논리 정연한 담화의 비교적 긴 구절을 정확히 반복 - 받아 적기와 유사 -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반복하는 사람이 상당한 수준으로 내용을 이해했을 때만 가능하다. 그래서 들은 것을 하나의 문장으로 다시 받아 적을 수 있으려면 학습자는 소리뿐만 아니라 의미까지도 주의 깊게 들어야 한다)

저는 어떤 생각이냐구요? 대부분의 한국인 학습자들처럼 읽으면 이해를 상당히 잘 하는데 이를 소리 상태로 들으면 잘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dictation은 일정 기간 반드시 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dictation을 많이 하면 영어의 각종 음운체계에 익숙해집니다. 하지만 영어의 초급자가 아닌 경우에는 단어 중심으로만 빈칸을 만들어 훈련하는 것은 지양해야 합니다. 최소한 구 단위를 빈칸으로 하여 dictation을 하고, 나아가 문장단위로 나아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저는 dictation은 영어의 음운체계와 각종 발음 변화 현상을 이해할 정도로 최소한만 하고 text 단위의 듣기자료를 많이 듣기를 권합니다. 이런 활동을 하면 dictation을 통해 얻어지는 발음 식별 능력은 부수적으로 획득될 수 있습니다. 바로 그래서 The Oxford Companion to the English Language에는 dictation에 관한 설명 중에 다음과 같은 내용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In much of the English-speaking world, dictation has in recent decades largely dropped out of use as an educational tool. (영어 사용권의 많은 지역에서는 받아쓰기를 교육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추세가 최근 들어 크게 퇴조했다.)


http://edu.minds.kr/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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