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률영어 이찬승 대표의 영어칼럼입니다. 정말 귀담아 들어어야 할 말이 많습니다. 한국학생들이 그토록 열심히 공부하면서 영어실력에 문제가 있는지에 대한 원인은 잘못된 교육시스템과 공부방법에 있었던 것입니다.

현재 한국의 영어교육은 내용중심교육이 아니라 언어중심교육(language-based learning)이다. 그렇다보니 중고교 6년간 배우는 영어교재에 나오는 읽기 자료를 다 합쳐도 얇은 영어책  2-3권의 양에도 못 미친다. 이런 부족한 input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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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민국 영어교육, 독해가 중요하다 (이찬승 칼럼)

"전국 방방곡곡에 영어 도서관을 지으십시오. 그리고 중학교에 진학하기 전까지는 영어를 많이 읽게만 하십시오. 읽기를 통한 input의 양이 엄청나게 많으면 나중에 회화나 쓰기가 필요할 때 매우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이 제가 아시아 국가들에게 해주고 싶은 영어교육관련 제안입니다."

이 말은 3년 전 세계적인 영어교육이론가인 Krashen이 대만 영어교육학회에서 강연한 내용의 요지다. 그의 이런 주장은 지금 한국의 영어교육 방향과 매우 다르다. 한국은 국가나 교육학자들 대다수가 말하기 능력을 영어교육의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는 듯하다. 이는 교육과정에서 교육의 목적을 ‘일상생활에 필요한 영어를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는 기본적인 의사소통 능력을 기른다'라고 서술하고 있는 것과도 관련이 있을 것이다. Krashen의 강연 요지를 인용한 것은 그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다고 믿기 때문은 아니다. 그러나 그의 이런 제안에는 귀를 기울일 만한 두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이유는 우선 한국의 현재와 같은 영어교육환경 속에서는 다독(extensive reading)이 영어의 input의 양을 획기적으로 늘리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읽기 교재에 딸린 듣기 자료로 듣기훈련까지 병행한다면 Krashen의 제안은 결국 다독을 넘어 다청(extensive listening)까지 겸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그가 제안하는 다독은 내용중심교육(content-based learning)이자 자기주도학습(self-directed learning)이기도 하다. 이것은 21세기 영어교육 패러다임과도 일치한다.

현재 한국의 영어교육은 내용중심교육이 아니라 언어중심교육(language-based learning)이다. 그렇다보니 중고교 6년간 배우는 영어교재에 나오는 읽기 자료를 다 합쳐도 얇은 영어책  2-3권의 양에도 못 미친다. 이런 부족한 input으로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하기만 하다.

다독의 위력은 대단하다. 다독을 하게 되면 유창성(fluency)이 먼저 향상된다. 이어서 정확성(accuracy)까지 향상되게 된다. 그러나 한국의 영어교육은 이와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는 읽기 자료를 중고교 6년간에 걸쳐 학습한다. 수업은 교사 주도(teacher-centered)로 영어 구문의 분석을 통한 우리말 해석 그리고 문제 풀이가 주류를 이룬다. 이는 한국의 뿌리깊은 학습문화로 정착되고 말았다. 이런 구문분석과 해석 중심의 독해학습 문화는 숲은 못보고 나무만 보는 좋지 않은 독해 습관을 키운다. 영어를 지나치게 분석하다보니 분당 읽기 속도가 영미인들에 비해 지나치게 느리다. 한국 학생들의 TOEFL 독해 성적이 중국보다 많이 뒤떨어지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문장 분석을 통한 정독 중심의 영어 독해 교육은 어휘와 문법 습득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다독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동일한 어휘와 구문에 노출되는 횟수가 적게 마련이다. 이는 어휘와 문법을 암기와 의식적인 학습에 의존하게 만든다. 다독을 통해 어휘와 문법을 저절로 익힐 수 있는 기회가 원천적으로 봉쇄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다독과 속독을 필수화해서 영어를 교실 밖에서도 매일 접하게 하고, 영어 독해 양을 지금보다 20배 이상 늘려야 한다. 이럴 때 한국 영어교육의 효율성은 놀랍게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Krashen의 제안을 귀담아 들을 만한 두 번째 이유는 지금의 어린 영어학습자들이 살아갈 미래 지식기반 사회에서는 영어의 4가지 스킬, listening, speaking, reading, writing 중 reading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미래 사회에는 부가 지식과 정보에서 나온다. 이런 지식기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빨리 더 나은 지식과 정보를 접할 수 있는 능력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 영어로 된 책을 술술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정보와 지식, 그리고 창의력 경쟁에서 그렇지 못한 사람에 비해 큰 우위에 설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reading의 넓이와 깊이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어휘와 문법도 암기와 의식적 학습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또 읽기의 양이 충분하지 않을 때 듣기, 말하기도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대한민국이 향후 21세기 일류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지식노동자들이 인터넷의 지식을 마음껏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읽기 실력을 키워야 한다. 인터넷에 떠 있는 대부분의 지식과 정보는 고급수준의 영어에 속한다. 이런 고급 영어를 술술 읽을 수 있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때부터 다독을 권장하고 반영하는 영어교육이 필수적이다.

교육부는 회화 능력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아야 한다. 영어의 4 skill 중에서 회화를 가장 중요시 하는 것은 어쩌면 사회적 편견일지도 모른다. 실제 사회에 진출하게 되면 회화에 비해 사용빈도가 더 높고 중요한 영어 능력은 reading, listening, writing일 수 있다. 회화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reading, listening 역량이 뒷받침되지 않는 영어회화는 그 쓸모가 매우 제한적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reading을 많이 한 사람은 자신의 의견을 어떻게든 말로 표현할 수 있다. 비록 표현과 발음이 영미 표준영어에는 못미치더라도 깊이 있는 의사소통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서바이벌 수준의 토막말 몇 마디가 유창한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결론적으로, 21세기 지식기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나라 영어학습자들은 영어학습의 목적 중 지식의 습득을 간과하지 말았으면 한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다독, 다청을 통한 말하기, 쓰기 능력 향상을 시도해볼 것을 적극 추천한다. 또한 이번 칼럼이 Krashen이 최근 아시아 국가들의 영어교육에 있어서의 문제점 해결방안으로 제안한 '다독을 통한 영어교육'을 국가와 학자, 학습자 모두 곰곰이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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