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어떻게하면 잊어버리지 않을까.  

  외국주재 특파원이나 주재원 가족들이 몇년간 외국 근무 후 한국에 돌아와서 아이들의 영어실력에 대해 놀라는 점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형제 중 8세가 된 큰 아이는 영어가 잘 남아있는데 6세된 동생은 그렇게 잘하던 영어를 깡그리 잊어 먹는다는 이야기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

  미국인인 남편은 아들이 5세가 되면서부터 미국을 배워야 한다며 방학 3개월 동안 미국으로 데려갔다. 만 4세인 아들이 돌아오기만을 학수고대하다가 엄마 앞에 3개월만에 돌아온 아들은 말없이 피식 웃기만 했다. 알고 보니 '엄마'란 한국말을 잊어먹어서 그랬단다. 아들은 친구들이 와도 한국말을 잊어먹어 그들을 피했는데,일주일이 지나자 서서히 한국말이 돌아왔다.

  그렇게 2년이 지나고 만 7세가가 되던 여름방학 후 돌아온 아들은 놀랍게도 한국말을 그대로 하는 것이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어느날 잘 아는 언어학자와 만나 언어습득과 기억능력이 7세가 고비냐고 물었다. 그런데 그는 아주 중요한 말을 해주었고,다른 언어학자들에게도 같은 대답을 들었다.

  영어는 역시 공부과목이 아니라 의사소통의 언어로서,언어를 길게 기억하는 조건으로 '말하고,듣고,쓰고'의 이 3박자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즉 아들이 만7세 때는 외국인학교에 다니면서 한글 속셈학원에 등록,한글을 쓰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말은 잘 해도 한글 쓰는 법을 전혀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한글을 한동안 말하지 않으면 쉽게 잊어버린다는 것이다.

  이제부터 영어를 잊어버리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영어회화만 배울 것이 아니라 배운 것을 글로서,일기로서,메모로서 쓸 수도 있도록 가르치지 않으면 안되겠다. 쓰기가 밑받침되지 않은 영어 실력은 사상누각에 불과하다. 우리가 영어를 수십년 배워도 한번도 영어로 일기를 쓰거나 영어 메모로 의사를 소통하거나 편지를 자주 쓰지 않기 때문에 배운 영어가 내 것이 되지 않고 쉽게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신이 배운 영어 회화를 외국의 e-메일 친구들에게 전달하고 답장을 읽고,자신의 미래와 상호 관심사에 대해 토론하고,자신이 알고 싶은 상대방의 신상에 대한 것들까지 물어보면서 영어를 글로 써서 의사소통하는 방법과 동시에 말하기를 해야지만 그 영어가 그 아이의 진짜 실력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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