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語에 지름길은 없다 .......... 金聖坤  

 

영어공부에 지름길이나 비법은 없다. 사실 그동안 우리는 정도(正道)를 가려 하지 않고, 성급하게 쉬운 방법과 비결만 찾다가 영어를 못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과연 학원에서는 진정한 영어실력 배양보다는 시험에서 고득점을 받을 수 있는 요령만 가르쳐 왔고, 각종 영어교재 광고들은 불과 한두 달 만에 영어가 유창해지는 비법을 가르쳐 주겠다며, 영어 때문에 애태우는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그 결과 영어는 한 마디도 못하면서 문법에는 귀신이고 TOEFL과 TOEIC에는 만점을 받는 찍기 전문가들이 양산되었으며, 아무리 애써도 입과 귀가 터지지 않아 결국은 좌절하고 영어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불과 몇 달 만에 영어를 잘하려면 그 기간엔 오직 영어에만 매 달려야 하는데, 누구나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또 언어능력에는 상당한 개인차가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지름길과 결과만을 중요시한다. 요령이 통하지 않는 TEPS 같은 시험보다는 벼락치기 공부로 성적을 올릴 수 있는 시험을 선호하는 이유도 바로 거기에 있다. 어떻게 해서든지 점수만 올리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언어공부에 요령이 있을 수 없고, 과정이 생략된 결과가 있을 수 없다. 어린아이들은 오랫동안 부모의 말을 경청하고 흉내내다가 어느 날 조금씩 입을 열고 말을 시작한다.

그러나 그것도 겨우 시작일 뿐, 결코 처음부터 유창한 언어를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 스웨덴에 갔을 때 전 국민이 영어를 모국어처럼 하는 것을 보고 놀란 적이 있다. 택시 기사는 물론 식당 종업원들의 영어도 훌륭했다. 스웨덴에서는 어린이들의 텔레비전 영어 프로들을 더빙하지 않고 모국어 자막과 함께 내보내 어려서부터 아이들을 영어 환경에 ‘노출’시킨다. 문화 정체성 유지가 우려되지 않느 냐는 내 한국인다운 질문에 그들은 “왜 그렇게도 자신이 없느냐”며 씩 웃었다.

한국인의 영웅 히딩크 역시 네덜란드 운동선수 출신임에도 탄탄한 영어실력과 뛰어난 국제감각으로 동서양을 누비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영어는 어린 시절에 원어민 교사에게서 배워야 한다. 우리가 태어난 지방의 억양에서 평생 벗어나지 못하듯이, 한 번 잘못 굳어진 발음과 억양은 고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2007년까지 4000명의 원어민 교사를 초·중·고교에 배치한다는 교육부의 방침은 환영할 만하다.

그러나 학교에서 한국인 교사들에게 영어로 수업하게 하는 것은 별 효과가 없다. 최선의 방법은 문법과 독해는 한국인 교사가, 그리고 회화와 영작은 원어민이 가르치는 것이다. 물론 대학입시에 영어회화가 들어간다면 한국인들은 삽시간에 유창한 영어를 구사하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 성인들이 가장 빨리 영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은 아마도 원어민과 더불어 합숙하는 ‘이머전(immersion) 프로그램’일 것이다.

미국 브리검영대학에서는 한국에 학생 선교사들을 파견하기 위해 한국어만 사용하는 집중 합숙훈련을 시키는데, 놀라운 것은 그 단기과정을 마친 미국학생들이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는 것이다. 의정부 교도소 재소자들의 영어실력이 뛰어난 이유도 바로 그런 특별한 환경 때문일 것이다. 영어는 또 영미문화에 대한 이해를 통해 터득하고 배우는 것이 좋다. 그래야 단순한 의사소통을 넘어 심도있는 대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는 이번 여름에 ‘미국문화의 이해와 영어학습’ 강좌를 열었다. 우리 유학생들이 현지에서 오래 살아도 여전히 영어를 못한 채 돌아오는 이유 역시, 영미문화를 잘 모르고 또 별 관심이 없어서일 것이다. 서울대학교 입학관리본부장 유영제 교수는 ‘영어를 한국어처럼, 제2외국어를 영어처럼’ 해야 한다고 말한다. 작가 복거일씨의 말대로, 우리의 자녀들에게까지 ‘영어 못하는 서러움’을 물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출처: http://www.cnnenglish.com/cgi-bin/technote/read.cgi?board=EnglishStory&y_number=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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