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天國 ............ 金聖坤  

“ 수십년간 영어에만 매달려도 귀가 트이지 않고 입이 열리지 않지요? 여기 그 비법이 있습니다.” 한국사람이면 누구나 귀가 번쩍 뜨일 이 복음과도 같은 말은 최근 어느 영어학습교재 회사가 내게 이메일로 보내온 광고 카피다.

 수년 전부터 전국을 휩쓸고 있는 영어학습 붐에 편승해 요즘 영어 관련 광고들이 전천후로 몰려오고 있다. 신문을 펼치면 각종 영어학습 교재들의 전면광고가, 그리고 TV를 켜면 온갖 아동영어 교재 CF들이 오직 자기네 제품만이 놀라운 학습비법을 갖고 있노라며 순진한 사람들을 유혹하고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영어 열기는 단연 세계 최고급(級)이다. 그래서 요즘 옥스퍼드대 출판부를 비롯한 영국 출판사들의 영어학습서에는 한국인들이 등장인물로 나오고 김치까지 언급되어 있어 우리를 기쁘게 한다. 이제는 한국이 외국 출판사들에 큰 수익을 안겨 주는 아시아 최대 영어시장 중 하나가 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국내에서도 황금시장을 노리는 각종 영어학원들과 영어교재 출판사들이 생겨났고, ‘영어공부 이렇게 해라’, 또는 ‘절대로 하지 말라’ 식의 제목이 붙은 베스트셀러들이 나타났으며 각종 방법을 동원한 영어학습법들이 창안되었다. 예컨대 우리 식으로 발음해야 한다면서 한글로 영어발음을 적어놓고 읽는 영한혼용법, 또는 발성법을 고쳐야 한다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는 고함 학습법 등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들이 유행하더니, 드디어 중국에서 건너온 ‘미친 영어(Crazy English)’까지 생겨났다.

 교육기관의 관심도 대단해 수년 전부터는 초등학교에서도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으며, 대학들은 교양영어를 실용영어로 교체했고, 최근에는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라는 영어전문 교육기관이 생기기도 했다. 이런 전국적인 열기 때문에 영어가 모국어인 사람들에게 한국은 돈버는 천국이다. 무자격 원어민도, 또 영어를 잘 못하는 재미교포들도 한국에서는 누구나 돈 잘 버는 영어교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권 국가 어학연수나 영어캠프나 ‘홈 스테이’도 유행처럼 번지고 있으며, 아예 자녀들을 데리고 외국으로 떠나는 엄마들이 많아 미국에는 속칭 ‘한국인 생과부촌’까지 생겼다고 한다. 심지어 영어 폐지론자들조차도 자신들의 자녀만큼은 영어권 국가에 유학 보내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한국인들이 영어 사교육에 쏟아붓는 돈은 가히 천문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아직도 영어를 잘하지 못한다.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어느 박사과정 제자에 의하면, 세계 각국에서 온 풀브라이트 연구생들 40여명 가운데 가장 영어를 못하는 사람들이 바로 한국인들이었다고 한다. 못하는 것은 듣기나 말하기뿐 아니라, 읽기와 쓰기도 마찬가지다. 쉬운 수능 영어시험에 만점을 받고 대학에 들어온 학생들이 원서를 읽지 못하고 영작을 하지 못해 지금 대학들은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그들 중 상당수는 그런 영어실력으로 유학을 간다. 미국 교수들은 한국 유학생들에게 세 번 놀란다고 한다. 우선은 원서에 첨부한 TOEFL과 GRE 성적이 너무 높아서 놀라고, 다음으로 막상 만나 보니 영어를 한 마디도 못해서 놀라고, 마지막으로 학위받고 떠나는데도 여전히 영어를 못해서 놀란다는 것이다.

 오늘날 영어는 마치 휴대전화처럼 의사소통과 사교생활, 그리고 정보습득과 문화교류의 기본 도구가 되었다. 그래서 영어를 못하는 것은 마치 휴대전화가 없는 것 만큼이나 우리를 단절시키고 불편하게 만든다. 과연 외국인을 만났을 때나 우리나라를 벗어났을 때, 영어는 너무나도 절실한 생존수단이 된다.

  언어장벽 때문에 외국인들과 직접 교류하지 못하고 통역이 필요한 순간, 우리의 삶은 이미 한 단계 뒤처지고 만다. 사실 그동안 영어가 약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손해와 불이익을 당해왔던가?

 그런데도 우리는 왜 아직도 영어를 못하는 것일까? 과연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 할 수 있을까? 바로 그것이 현재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국가적 고민이자, 풀어야만 하는 어려운 숙제이다.



출처: http://www.cnnenglish.com/cgi-bin/technote/read.cgi?board=EnglishStory&y_number=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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