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달인 - 손지애 CNN 서울지국장  

제목 : 영어달인 - 손지애 CNN 서울지국장
 
 전 세계를 24시간 커버하는 미국의 뉴스전문 채널 CNN. 인도오지에서도, 한국의 지리산 골짜기
에서도 CNN 영어뉴스는 쏟아져나온다. 세계 20억 시청자를 상대로 한 영어뉴스 방송에 수시로 등
장하는 한반도의 얼굴은 손지애(36) 서울지국장이다.

 “긴급 상황이면 원고 정리할 겨를도 없어요. 취재 수첩만 손에 쥔 채 생방송으로 미국 본사와 연
결해야 해요. 영어, 한글 섞어 가득 써놓은 메모를 보면서 말은 영어로 해야하는 거죠.”

  시청자는 한국 사람이 아니라 전 세계인이다. 영어를 모국어로하는 기자들과 똑같이 경쟁하는
뉴스 최전선에서 한국 기자라고 봐 줄 리 없다.

 “말문이 막히지 않기 위해 늘 연습을 합니다. 시사적인유행어나 신조어를 따라잡는 게 늘 큰 숙
제예요.”

  귀는 영어TV로, 눈은 습관처럼 인터넷을 보고 있다. 방송 영어책도 손에서 놓을 수 없다. 남보기
에는 쉽게 척척 잘도 하는 것 같아도, “하루 종일 공부해야 겨우 체면만 유지한다”는 말이 엄살이
아니다.

  “부모님 따라 미국에서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살았어요.덕분에 영어와 일찍 친해지기
는 했죠.”

  그러나 어렸을 때 말을 배웠다 해도 그냥 놔두면 금방 「날아가 버리는」 게 언어 감각이다.  그
래서  “부모 덕에 얻은 영어 실력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영어에 「목숨을 걸고」 공부했다”고 말
한다.

  중학교 들어가선 영어 웅변대회를 찾아다니며 참가했고, 고등학교 대학교 때는 영자 신문사에
서 일했다. 이화여대 정외과 시절에는 영자 신문 ‘EWHA VOICE’ 기자로 일하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영어회화 클럽, 영문잡지 교정과 통역, 번역 아르바이트를 뛰었다. 눈 뜨면 영어로 시작하고, 잠자
리에 들 때까지 영어로 살았다. 독서도 영어 실력을 단단하게 하는데 한 몫 했다.

  “사람도 만나고 글도 쓰고 영어 실력도 살릴 수 있는 직업이 뭐 없을까 하다가 졸업 후 곧 영어
잡지사에 들어갔습니다.”

   영어로 글을 많이 써봤다고 자부했지만 프로의 세계는 역시 달랐다. “처음부터 다시 하나씩 배
워나갔어요. 문법에 맞는 바른 글을 쓰는 것은 당연한 기초고, 어떻게 하면 정확하고, 아름다운 문
장을 쓸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많이 했어요.”

  뉴욕타임스, 뉴스위크, 타임 등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영어 뉴스 미디어는 다 구해다가 문장을
통째로 외다시피하며 읽었다.

  “93년 뉴욕타임스 현지 기자로 채용됐어요. 당시 북한 핵 위협 때문에 연일 ‘코리아’가 1면에 오
를 때라 운도 좋았지요.”

  탈춤 등 한국 문화를 다룬 기사가 주말판에 실렸고, 금융실명제 발표 때는 대문짝만한 기사가 실
리기도 했다.  CNN으로 옮긴 것은 95년. 카메라 앞에서 직접 리포트를 하는 것은 글을 쓰는 것과
는 또다른 도전이 필요한 세계였다

  한국말을 그대로 영어로 옮기는 것은 금기다. 처음부터 영어식으로 생각하고 영어 단어로 영어
문장을 써야했다. ‘조계사 사태’ 원인을‘종권 다툼’이라고 할 때 이것을 그냥 ‘POWER STRUGGLE’
이라고만 하면 앞뒤 맥락을 모르는 외국 시청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  
"불교계 지도자 자리를 둘러싼 싸움’
(A DISPUTE OVER THE LEADERSHIP OF THE BUDDHIST ORDER)
이라고 표현해야 한다. 방송할 때마다 이처럼 정확한 표현을 찾느라 혈안이 된다.

  “방송 끝나면, 그 단어 대신, 이 단어를 쓸 걸, 하고 후회하는 일이 많아요.”

  화성 씨랜드 참사를 생방송으로 보도할 때 일이다. 발화 원인으로 처음 지목됐던 ‘모기향’이 영
어로 뭔지 아무래도 생각이 나질 않았다.할 수 없이 “모기를 죽이는 도구로, 동그랗게 말린 것에
불을 붙여 ”라고길게 표현했다. 그리고는 전화를 끊자마자 “아, 모스키토 코일
(MOSQUITO COIL)"하며 무릎을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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