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  

한국인이 영어를 잘 못하는 이유

  "어떻게 해야 영어를 잘 할수 있는냐?"는 질문을 필자에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우리는 영어를 왜 못하는지, 그 이유를 우선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언어학적인 이유를 들 수 있다. 누구나 대개 다 아는 사실이지만, 한국어와 영어는 서로 전혀 다른 언어계통(language family)에 속한다.

한국어는 우랄·알타이 언어계통에 속하고 영어는 인도·유럽 계통에 속한다. 이 두 언어계통은 어순(語順)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 언어를 배우기가 매우 어렵다.

 예컨대, 한국어로는 "나는 아침에 학교에 간다"라고 하지만 영어로는 I go to school in the morning. 즉 "나는-간다-에-학교-에-아침"과 같이 전혀 다른 어순으로 말하기 때문에 한국인이 영어 배우기가, 그리고 미국인이 한국어 배우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발음은 어떤가? 한국인과 미국인은 발성구조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주장하면서 발성구조를 고친다며 사람들에게 이상한 고함을 지르게 하는 영어강사도 있다는 얘기를 들은 바 있는데, 내 생각에는 발성구조 자체가 다른 것이 아니라 발성의 습관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R과 L발음은 우리말에도 있어서 우리가 늘 쓰고 있다. 예를들면 "선수가 달린다"고 할 때 "달린다"를 알파벳으로 표기하면 dalinda가 되고, "다리미로 다린다"고 할 때 "다린다"는 darinda가 된다. 이와 같이 우리는 R과 L발음은 항상 하고있기 때문에 이 둘을 구별해서 발음하는데는 전혀 문제가 없다.

다만 우리말에는 F와 V와 Th 발음이 없어서 평소에 쓰지를 않기 때문에 우리가 이런 발음을 하기 위해서는 약간의 연습이 필요할 뿐이지 우리의발성구조 자체가 이런 발음들을 못하게 만들어져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집 아이들이 바로 그 산 증거다. 우리 아이들은 100% 순토종 한국인이다.    그런데도 미국인과 똑같이 발음한다. 큰 아이 둘은 한국에서 각각 만 다섯 살, 만 세 살때 미국에 왔는데도 불구하고 지금은 영어에 관한한 미국인과 똑같다.

미국에서 태어난 막내는 더 말할 필요도 없다. 이 사실만 보아도 우리 한국인의 입으로는 영어의 모든 발음을 다 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있다. 
  
발음 얘기가 난김에 한가지 덧붙이고 싶은 말은 영어는 혀를 굴려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상하게 혀꼬부라진 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것 같이 듣기 싫은게 없다. 특히 R 을 발음할 때 너무 혀를 굴리면 L발음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이런 웃지 못할 일이 생기는 것이다. 한국에 처음 온 미국 사람이 한국 대학생에게 What is your staple food? 즉 "당신네들이 주로 먹는 것이 뭐냐?"고 묻자 한국 대학생이 Boiled rice.(쌀을 삶은 것-밥)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그런데 그가 너무 혀를 굴려 발음했기 때문에 미국인 귀에는 rice(라이스)가 lice(을라이스)처럼 들려서 미국인이 웃음을 터뜨렸다. lice는 louse(을라우스) 즉 이(사람 몸에 기생하는 벌레)의 복수형태다. 그러니까 이 대학생은 한국인이 주로 이를 쪄서 막는다고 말해버린 꼴이 된 것이다. 
 
 
또 많은 사람들이 자기딴은 영어답게 한다고 p 발음을  f 발음 처럼 내는 걸 종종 보는데, 내가 아는 어느 교포 사회 유지 한분은 parking lot(파아킹 을랏-주차장)을 fucking lot처럼 발음해서 나를 웃기곤 한다.(fucking은 물론 성행위를 가리키는 속어이므로 fucking lot은 성행위 장소란 말이 되어버린다. 주차장을 성행위 하는 곳이라고 하다니...하기사 한국의 연예인 한명이 주차장에서 그짓하다가 재판까지 받은 일이 있긴 있었지만...)

발음에서 중요한 것은 단어의 stress(우리는 accent라고 하지만 미국에서는 stress라고 한다. 미국에서 accent는 본토 발음이 아닌 이상한 발음을 가리키는 말로 주로 쓴다)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우리는 "정거장"을 발음할 때 세 글자를 똑같은 음정으로 평탄하게 소리내지만 미국 사람한테 해보라고 하면 "정"을 강하게 발음해서 "거장"이라고 한다. 왜냐하면 짧은 단어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영어 단어에는 스트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photograph(사진)은 pho에 스트레스가 있지만 photographer(사진사)은 to에 스트레스가 있다. 또 형용사 photographic(사진의, 사진같은)은 ra을 힘주어 발음한다. 그러나 우리는 "사진"이나 "사진사"나 "사진의"나 모두 평탄하게 발음할 뿐이다. 그러므로 영어 단어의 스트레스가 있는 곳을 잘 알아서 발음해야 미국인들이 금방 알아듣는다. 
  
단어에 스트레스가 있는 것처럼 문장에도 스트레스가 있다. 문장 중 어느 부분을
강하게 그리고 높은 음정으로 말하는 것이다. 이것을 intonation(인토네이션-억양)이라고 하는데 말의 곡조를 가리킨다. 이 인토네이션이 정확해야 원어민 말하는 것과 비슷해진다.

1998년 6월 김대중 대통령이 미국 의회에서 영어로 연설하는 것을 TV를 통해 보았는데, 멀리서 들으면 꼭 한국말 하는 것 같았다. 왜냐하면 그 인토네이션이 꼭 한국말 억양 같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유럽에 가서 연설할 때도 prepare란 단어를 발음할 때 pre를 강하게 발음해서 스트레스가 틀렸었다.

이와 같이 단어의 스트레스, 문장의 인토네이션이 정확하지 않으면 원어민 발음과 거리가 멀어 진다. 한국인 중에서도 영어 잘하는 사람들을 보면 무엇보다 스트레스와 인토네이션이 정확하다.

나는 현홍주(전 주미대사)씨와 한승주(전 외무장관, 현 주미대사)씨가 영어하는 것을 워싱턴에서 직접 본 일이있는데, 이분들은 스트레스와 인토이네이션이 원어민에 상당히 가까웠다. 누구나 노력만 하면 그렇게 할수 있다.

그렇게 하는 방법은 미국인들이 말하는 것을 보고 그대로 흉내내는 수밖에 없다. 언어학습에 있어서는 모방 이상으로 좋은 방법이 없으며 그 모방이 완벽하면 할수록 좋다. 
  
스트레스와 인토네이션보다 더 중요한 것이있는데, 그것은 문법이다. 발음이
아무리 좋아도 문법이 틀리면 broken English가 된다. 발음이 좀 이상해도 문법만 정확하면 미국인들이 대충 다 알아 듣는다.

미국의 전 국무장관이며 하버드대학 교수였던 Henry Kissinger를 보라. 독일 태생인 그의 영어 인토네이션은 아직도 독일어 인토네이션과 비슷하다. 그러나 그의 말은 문법이 정확하므로 미국인 누구나 다 잘 알아듣는다.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라는 책의 저자는 자기의 5단계 노하우를 충실히 따라하면 문법 공부 따로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지만, 천만에다. 영어가 모국어인 미국 아이들도 학교에서 grammar(그래마아-영문법)를 배운다.

그러므로 기본적인 문법책 한권 쯤은 꼭 읽기 바란다. 문법 공부하고 나면 영어 배우기가 훨씬 쉬워진다. 나는 부산고등학교 3년 동안 훌륭한 영어 선생님들로부터 문법은 철저히 배웠기 때문에 지금 영어 하는데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모른다.

우리나라 과거 영어교육이 문법 위주였다고 매도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다. 과거의 영어교육이 문법과 함께 회화 연습을 시키지 않은게, 아니, 못한게 잘못이었지, 문법 교육 그 자체는 아주 훌륭한 것이었다.   

조화유의 영어산책 중에서


출처: http://www.cnnenglish.com/cgi-bin/technote/read.cgi?board=EnglishStory&y_number=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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