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http://www.afn.co.kr/archives/tips/tip3.htm

학습방법론
- 영어학습을 시작할 때 명심해야 할 사항들
 
영어의 왕도는 흥미를 잃지 않고 적합한 방법을 찾아 매진하는 것이라고는 이미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영어학습을 시작할 때 명심해야 할 조금 더 구체적인 사항들을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 상식있는 사람이 책벌레를 이긴다.
AFN의 프로그램을 30% 정도 알아듣는 사람과 10%미만으로 알아듣는 사람이 똑같은 드라마를 볼 때 줄거리의 전체적인 이해도를 조사해 보면 항상 30% 이해하는 사람의 결과가 우수하게 나오는 것만은 아닙니다.

어학이란 그 자체로 존재하기 보다는 훨씬 광범위한 문화적 표현도구로서 존재하는 바, 문화적 상식과 센스가 풍부한 사람의 바디 랭귀지(body language)가 도서실에 앉아 시험공부만 한 사람의 평면적인 이해나 표현보다 나은 경우도 많고 동일한 시점에서 영어학습을 시작하더라도 실력이 향상되는 속도에 큰 차이가 나게 됩니다.

대화란 말로 전달되는 부분이 50% 미만이고 나머지는 표정, 느낌등의 교류임을 고려할 때 문화적 상식과 센스가 풍부한 사람들은 외국어 학습의 초기에도 분위기등으로 대화의 흐름을 잘 읽어낼 뿐 아니라 생소한 단어가 나올 때 문맥등에 의해 추측할 수 있는 능력도 뛰어납니다.

물론 어학을 열심히 공부하다보면 교재만으로도 상식이 풍부해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선천적으로 호기심이 많고 센스가 있는 사람들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에 어학뿐 아니라 문화를 포괄적으로 -동시에 주체적으로- 습득한다는 마음으로 학습에 임해야 할 것입니다.

● 미국식이면 미국식, 영국식이면 영국식으로 일관되게 배우자.
국내에서 영어교육을 받은 대다수의 사람들은 'possible'을 '파써블' 이라 미국식으로 발음하면서도 'Lobby'는 '로비'로 발음합니다. 이렇듯 우리의 영어가 만국 발음의 전시장이 되어 버린 것은 수업시간에 그렇게 배웠고 또 대중매체 등에서도 마구 혼합해 사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물론 초보자의 경우에는 급한 마음에 발음까지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언젠가는 외국인들과 본격적으로 교류할 기회가 오게 될 것이며 이미 익숙해진 발음을 나중에 고치는 것은 시간적으로도 낭비이거니와 또 무척 어려운 작업입니다.

'뜻만 통하면 됐지 발음이 무슨 소용인가' 하고 반문할 수도 있으나 같은 우리나라 사람과 대화를 나누는 경우에도 말투와 발음에 따라 상대방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며 특히 외국인이 사투리를 쓰면 더 우습게 들린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또한 발음 뿐 아니라 사용하는 단어나 말투에 있어서도 미국과 영국영어 사이에는 차이가 있으므로 유의해야 합니다.

처음부터 일관성 있게 배워야 나중에 애 먹는 것을 줄일 수 있습니다. 어차피 고생해서 배울 바에야 제대로 배우는 편이 나을 것입니다.

● 자신에게 적당한 집단의 말투를 배우자.
우리나라 사람들이 영어로 얘기하는 것을 들어보면 어떻게 배웠는지 대략 알 수 있으며 그 유형은 교포, 유학파, 독학파, 학원파, 국제결혼파등 다양합니다. 이처럼 대충이나마 영어학습의 배경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미국에서 태어나 유아-소아-청소년-성인등 일련의 언어습득 과정을 제대로 거친 것이 아니고 이미 성장한 연후에 특정 집단으로부터 집중적으로 영어를 배웠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중 고등학생 시절에 쓰는 말투가 있고 대학교에서 쓰는 말투, 집안에서 쓰는 말투, 회사에서 쓰는 말투는 사뭇 다릅니다.

예를 들어 전화를 받을 때 다른 사람 좀 바꿔 달라고 하면 학생들은 십중팔구 '잠깐만 기다리세요'하지만 직장인들은 대부분 '잠시만 기다리세요'하는데 이처럼 어느 나라에서나 말투에 있어서 집단간의 미묘한 차이는 존재하고 있습니다.

미국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그들끼리의 유행어를 쓰는 이외에 'you know', 'like' 같은 말을 매우 자주 사용하는데 성인이 이런 식으로 말한다면 경박하고 유치하게 들리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요컨대 학생인 경우에는 학생층의 말투를, 사회인인 경우에는 보다 어른스런 말투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며 AFN에 등장하는 특정 집단, 혹은 인물을 자신과 동화시켜 친근감을 느끼며 보다 집중적인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것도 좋습니다.

● 처음에는 기초를 한 번 훑어보는 것도 좋다.
영어학습을 시작할 때에는 수능용 사전등으로 주요 어휘를 따로 암기해 두는 편이 좋습니다. 물론 처음부터 큰 사전으로 공부할 수도 있으나 아무래도 기본적인 핵심 단어와 주요 용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 사전을 별도로 공부해 두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모두에서 든든한 기반이 잡힐 것입니다. 수능용 사전은 AFN에 등장하는 상당 부분의 단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또한 어휘는 각종 시험에서 가장 점수 따기 쉬운 부분인데 문법이나 독해가 꼼꼼한 분석을 요하는 것과는 달리 어휘의 경우에는 알기만 하면 바로 맞출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연세가 드신 어떤 분은 버스나 전철에서 수능용 사전을 공부하기가 어색하여 '교정용 증정본-몇월 며칠까지 교정을 바랍니다'하는 스탬프를 찍은 채로 가지고 다녔다 합니다.

● 모든 것을 완벽히 이해하고 넘어갈 필요는 없다.
같은 시간이라면 한 권의 책을 10번 반복하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고 한 권에 한번씩, 10권을 읽는 사람이 있습니다. 물론 비교를 위한 극단적인 대조이나 초보시절부터 모든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는 부담에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물론 단어나 문형의 암기를 위한 반복은 필수적이지만 특히 초심자에게 있어서 책을 읽거나 뉴스를 들을 때 곰곰히 생각해 보아도 모르는 부분은 아무리 반복해도 이해가 가지 않을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밤새도록 궁리한 끝에 영감(靈感)이 떠오른다거나 강사에게 질문할 수도 있겠으나 도저히 알 수 없는 경우엔 과감히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100번 읽어도 이해가 안 갈 확률이 높으나 인간의 두뇌는 오묘하여 동일한 시간을 들여 다른 100개의 부분을 읽고 난 후 다시 그 부분으로 돌아와 보면 이해가 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AFN을 시청할 때에도 같은 프로그램을 필요 이상으로 반복하지 말고 차라리 다른 프로그램을 학습하는 편이 최종적으로 좋은 결과를 가져옵니다. 이는 반복 학습은 하되 적당한 선에서 멈추고 보다 다양한 소재에 접하라는 의미입니다.

● 강사와 문법은 과신도 무시도 금물
어학을 학습하는 과정은 평지로부터 야산을 거쳐 남산, 설악산, 백두산등 차츰 높은 고지를 향해 매진해 가는 과정이라고 앞서 말씀드린 바 있습니다.

여기서 강사는 등정에 오른 사람들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흥미를 잃거나 벅차지 않도록, 즉 학습의 횃불이 꺼지지 않도록 마라톤 코스를 관리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유능한 강사란 단편적인 지식을 가르치는 인스트럭터(instructor)라기 보다는 적합한 학습법을 스스로 깨닫게 도와주고 학습의 횃불이 꺼지지 않도록 용기를 북돋아 주는 멘터(mentor) 역할을 해야 합니다. 괜시리 카리스마를 앞세워 학습방법이나 교재등을 강요하는 경우에는 도리어 학습에 대한 흥미를 잃게 할 수 있습니다.

문법 역시 특히 성인의 경우, 효율적으로 활용하기만 한다면 학습 과정상의 시행착오를 줄이고 어학정복에 소요되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으나 문법을 위한 문법학습이 되어서는 곤란합니다.

● 듣기 실력을 높이기 위해 독해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
- 써 주면 아는 사람과 써 줘도 모르는 사람

독해는 구기종목에 있어서의 주력(走力)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주력이 모든 구기종목에서 기초가 되는 능력인 것처럼 독해의 기초가 확실한 사람은 듣기, 말하기, 쓰기 등 다양한 부분에 걸쳐 실력 향상이 빠릅니다. 청취의 예를 들면 독해를 못하는 사람은 써 줘도 무슨 뜻인지 모르지만 독해가 받쳐 주는 사람은 써 주면 알기 때문에 발음 식별법만 익히면 크게 문제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줘도 못 먹는'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하여 어학의 전반적 능력에 있어 근간이 되는 어휘와 독해를 게을리 하지 말아야겠습니다.

● 흉내쟁이가 되자.
- 아기들의 행동을 관찰하고 참조한다.

어학, 특히 말하기의 비결은 무수한 반복과 연습에 있습니다. 최병서씨나 오재미씨 같은 개그맨들은 말을 잘 할 뿐더러 남들의 흉내도 잘 낸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바로 이러한 능력이 어학에 있어서 필수적인 요소로 부각됩니다. 아기들이 말을 배우는 과정을 보면 엄마의 말을 흉내 내며 끊임없이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데 영어를 공부하는 경우에도 끈질긴 반복 연습이 반드시 필요한 것입니다.

● 영어 발음 향상을 위한 입 운동이 필수적이다.
영어를 외국어로 학습하는 경우에는 단기간에 많은 반복훈련을 필요로 하므로 보고 읽는 것은 물론 쓰거나 큰 소리로 읽어 보면서 눈-뇌-입-귀-손 등 언어와 관련된 모든 기관을 골고루 훈련시키는 것이 필요합니다.

영어학습을 하는 경우, 가장 오래동안 문제가 되는 것이 발음입니다. 미국으로 이민 가서 30년 이상을 살면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등에 있어 미국인과 비슷한 실력이 될 수 있으나 발음만은 끝까지 애를 먹이는데 이는 이미 굳어진 발음체계가 무의식적으로 모든 영어단어를 우리말에 존재하는 발음으로 변환시키려 하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우리말을 배우는 일본사람의 예를 들면 이해가 빠릅니다. 일본어에는 불과 50개 정도의 대표 발음만이 존재하기 때문에 '합니다'라는 발음을 잘 못하고 '하무니다'라고 말하는 것을 흔히 봅니다. 즉 '합'이라는 발음이 없다보니 일본어 발음 중 가장 가까운 '하'+'무'로, 'taxi'라는 발음이 없다보니 역시 가장 가까운 '다꾸시'로 근사화시켜서 발음하는 것입니다.

이는 우리가 영어로 말하는 경우에도 적용됩니다. 'better'의 경우, 혀를 차면서 굴려야 제대로 발음을 할 수 있지만 혀를 굴리기만 하면서 대충 '베러'로 발음하는 경우가 많고 'taxi'의 경우, '택시', 혹은 '택씌'로 발음하는데 물론 일본 발음인 '베타'나 '다꾸시'보다는 훨씬 낫지만 역시 미국인들이 듣기에는 어색합니다.

이러한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본 사람들이 '합니다'라는 발음을 연습하듯, 우리에게도 오랜 시일에 걸친 의식적인 흉내와 비교, 입, 목, 혀등의 근육 훈련이 필수적입니다.

● 나이에 너무 신경쓰지 않는다.
나이가 들면서 학습능력은 전반적으로 떨어지게 되며 특히 어학의 습득력은 초등학교 이후로 급격히 줄어든다고 하지만 너무 신경 쓸 필요는 없을 듯 합니다.

어학을 공부하다보면 단어실력이 늘고 듣기 능력이 향상되는 과정에서 한번에, 혹은 한 덩어리로 암기/이해할 수 있는 단어의 수, 혹은 문장의 길이가 증가되면서 오히려 기억력이나 이해력이 증진됨은 물론 전반적인 학습에 있어서도 가속도가 붙는 신비로운 현상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 주어진 환경을 최대한 이용하여 영어 학습장으로 활용한다.
집에 TV가 한 대밖에 없는데 할아버지가 하루종일 우리나라 방송만 크게 틀어 놓으신다거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시간이 나지 않아서 공부하고는 싶지만 여건이 안 되어 못한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우리말 방송만 켜 놔서 공부를 못하겠다면 아예 함께 시청하면서 조그만 한영사전을 갖고 영어로 통역연습을 해 보면 될 것이고 아르바이트할 때 영어로 돈을 세며 친숙함을 기른 분들도 있다고 합니다. 학습에 이상적인 여건이 주어진다면 더 말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도 창의력을 발휘해서 주어진 상황을 영어 학습에 도움이 되도록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마음이 흐트러지면 잠시 쉬고 나서 자극제가 될 수 있는 것을 찾아본다.
- 오랜 시간에 걸친 자신과의 싸움에는 슬럼프 관리도 중요

어려운 환경에서도 열심히 공부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15년 전 쯤 어떤 분은 대학에 입학한 다음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는데 한참 재미가 붙어 확실하게 영어를 보충하기 위해 휴학계를 제출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입대영장이 나오는 바람에 청운의 꿈도 접어둔 채 입영을 하게 되었고 영어공부할 시간도, 교재도 어림없던 신병교육대에서 불침번을 서는 동안 침침한 5촉 짜리 취침등 아래, 혹은 화장실 등에서, 틈나는 대로 내무반에 비치되어 있던 영한대역 신약성서를 읽으며 공부를 했고 심지어는 군가를 부를 때에도 어색하고 서투르나마 가사를 영어로 번역하여 불렀다고 합니다.

이러한 향학열은 자대 배치를 받은 후 더욱 불타 올랐고 가족들에게는 일주일이 멀도록 새 교재를 챙겨서 면회 와 줄 것을 부탁하며 열심히 공부한 결과, 제대하고 처음 본 토익 시험에서 860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또 어떤 분은 회사를 다닐 때 우연히 영어에 재미를 붙여 퇴근만 하면 밤이 새는 줄 모르고 자막 비디오를 보거나 워크맨을 들었는데 부모님이 '그렇게 무리하다가 눈이나 귀 상하겠다'고 염려하자 '귀나 눈이 조금 상하더라도 장님이나 귀머거리로 있는 것 보다는 낫잖아요?'라 반문하곤 하였는데 현재 이 여성은 미국에서 동시통역사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상기의 두 예는 다소 극단적이지만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교훈을 주는 것은 물론 좋은 자극제로 작용할 것입니다. 마음이 흐트러지거나 스트레스가 쌓이면 잠시 쉬고 나서 새로운 자극제를 찾아 마음을 추스리도록 합시다.

영어정복 역시 오랜 시간에 걸친 자신과의 투쟁입니다.

● 자신이 습득한 내용을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을 가르쳐 보자.
우리의 실력은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때 크게 향상됩니다. 남을 이해시키기 위해서는 단순히 평면적으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그 배경과 원리까지도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기회를 가지려면 영어학습 동아리의 리더를 맡아보는 것도 괜찮고 영어로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자원해서 강사가 되어 줄 수도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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