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제일 간단한 언어

사실 영어는 쉽지 않다. 어떤 언어든 쉽게 습득할 수 있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 수만은 언어 중에서 영어가 가장 간단한 언어인 것은 분명하다.
 생각해 보라. 그렇게 어려운 언어라면 이렇듯 세계 공통어라 불릴 정도로 확대되지는 못했을 것이다. 다른 언어에 비해 간단하기 때문에 이렇게까지 보급된 것이다.
 반면에 한국어는 세계적으로 어려운 언어 중 하나로 손꼽힌다고 알고 있다.

사고하는 순서
반복하지만 영어는 세계에서 가장 쉬운 언어의 하나이다.
또 가장 실용적이면서 사용하기에 편한 언어이기도 하다.
초보자도 영어로 문장을 쓰는 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한국어로 훌륭한 문장을 쓰기 위해서는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
한국어는 술어가 마지막에 온다는 규칙이 있는 데다가 다른 낱말도 얼마든지 순서를 섞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생각하고 나서 문장을 써야 한다. 하지만 영어는 다르다. 영어는 단순히 중요한 순서대로 나열해 나가면 되는 것이다. '누가','어떻게 했다','무었을'을 나열하고, 그 뒤에 장소라든가 시간이라든가 세밀한 설정을 생각나는대로 덧붙여 나가면 되는 것이다.
그야말로 인간의 사고 순서와 똑같기 때문에 생각나는 대로 말해도 말이 막히거나 순서가 이상해지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렇게 간단한 영어! 세계의 공통어로까지 된 영얼를 가지고, 왜 우리는 이렇게도 고통을 겪고 있는 걸까?
그것은 공부 방법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인풋과 아웃풋
 우리는 '영어'라는 하나의 언어를 '영문법', '영어회화', '히어링', '장문독해', '영문번역' 등, 다수의 분야로 나뉘서 말하는 경향이 있다. 이것은 아마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현상일 것이다.

 영어는 영어일 뿐이다. '영어회화'라는 장르도 '히어링'이라는 장르도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감히 표현한다면 영어를 배운다는것은 곧 영어를 '읽는 것'이다. 내 주변에 영어를 '잘 하는' 사람은 예외 없이 영어 문장을 많이 읽는다. 그리고 어느 정도 문법도 알고 있는 사람이다.

 나도 어린 시절에 일본에서 영어교육을 받고 미국으로 건너갔지만 당시에 영어는 거의 못했다. 하지만 매일처럼 주어지는 숙제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전을 한 손에 들고 울다시피 하면서 몇 권씩 책을 읽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어 실력이 늘어났다.

 '읽는다'라는 것은 곧 축적되는 일이다. 컴퓨터 용어로 말한다면 인풋을 해 나가는 일이다. 좋아하는 곡의 멜로디를 계속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외워지는 것처럼, 영어도 억지로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계속해서 읽다 보면 구문과 표현방식과 무수한 단어를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된다. 그것은 대부분의 경우, 기억되었다는 자각도 없이 머릿속에 새겨지는 '무의식의 기억'이다.

 이러한 '무의식의 기억'이 아니면 언어는 몸에 배일 수가 없다. 의식해서 떠올리지 않으면 안 되는 기억은 인간의 사고 속도와 말 하는 속도에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계속해서 읽고, 흡수해서'무의식의 기억'을 계속 늘리는 일 - 그것만이 최고의 영어 공부법인 것이다.

 계속해서 '읽기'만 잘 한다면 '듣는다', '쓴다', '말한다'라는 것은 자연스럽게 가능해진다. 마치 매일 들었던 곡의 멜로디가 어느 날 자연스럽게 입에서 흘러나오듯이 말이다.

 제 2언어를 마스터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 대부분이 언어는 어느날, 어느 순간, 갑자기 안개가 걷히듯이 '아,알았다!'라는 느낌으로 온다고 한다. 서서히 알게 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갑자기 지금까지 봐왔던 것, 들어 왔던 것이 전부 조합되어 전체가 보이는 것이라고 한다. 마치 조각 퍼즐 맞추기와 비슷해서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이쪽 저쪽 조각을 끼워 나가다 보면 어느 땐가 '아, 이런 그림이구나!'라고 알게 되고, 그 다음부터는 순조롭게 퍼즐이 완성되어 가는 것이다.

언어를 말하는 방법
 영어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먼저 머리 속으로 우리말로 말하고 싶은 문장을 만든 다음, 문법규칙에 맞추어 한 단어씩 영어로 바꿔 나가는 일은 결코 아니다. 영어로 말하는 사람이 그렇게 하는 경우는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뭔가 생각이 떠오르면 거기에 어울리는 표현방식과 문장을, 자신의 머릿속에 보관하고 있는 광대한 양의 영어 문장의 예에서 가장 가까운 것을 골라 필요에 따라 약간 변경도 하면서 읽는 것이다. 그 밖의 모든 언어도 마찬가지다.

 자신이 말하고 있는 제1언어라는 것은 숨을 쉬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연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의식하기는 어렵지만, 잘 생각해 보면 자신이 말하고 있을 때와 쓰고 있을 때, 결코 제로에서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라, 어딘 가에서 보고 들었던 문장에서, 자신이 마음에 들었던 표현을 골라 사용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영어도 같은 언어이기 때문에 기억 방식이 틀릴 리가 없다. 따라서 기본은 어쨌든 '넘칠 때까지 저장하는 일'이다.
 
유일한 학습법
영어는 무엇보다 먼저 '읽기'가 중요하다.
 이렇게 말하는 데도 역시 읽는 것만으로 히어링까지 된다는 건 무리가 아닐까 걱정스러울 것이다. 하지만 들을 수 없다는 것은 발음을 모르기 때문도 아니고, 상대방의 말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도 아니다.

상대방이 말하고 있는 문장을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자신이 알고 있는 문장 중에는 없기 때문이다.

알아듣기 어려운 록 가수의 노래도, 가사를 보면서 들으면 의외로 쉽게 들려오는 법이다. 그리고 일단 들을 수 있으면, 이미 그 밖의 소리는 들려오지 않게 된다. 영어를 읽을 수 있다는 것은 그와 같은 만능의 가사집을 손에 쥐게 된 것과 같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영어교육은 참으로 이해할 수가 없다. 중학교, 고등학교 6년간에 걸쳐서 영어를 공부하는 동안, 대부분의 학생을 한 권의 영어 책도 다 읽지 못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대학 4년간을 포함해서 한 권의 영문 책도 독파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참으로 이상한 일이다. 영어를 문법책만 가지고 배우려고 하는것은 야구를 규칙서만 읽고 잘 되겠지 하는 것과 같다. 아이에게 처음 야구를 가르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처음에 볼과 배트와 글러브를 건네주고, '자, 야구 해봐'라고 말하는것은 터무니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볼을 던진 적도 없는 아이에게 '인필드 플라이의 처리'라든가 '엔타이틀 투 베이스의 판단기준'등을 말하는 것도 무의미하다.

 제대로된 지도자라면 아이에게 배트를 잡는 방법과, 볼을 던지고, 잡는 방법- 그것과 '쳤으면 1루로 달린다'라는 등, 정말로 기초적인 규칙만을 먼저 가르칠 것이다. 나머지는 야구를 실제 해보면서 중간 중간에 적절한 어드바이스를 해줄 것이다.

 야구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스포츠- 아니 세상의 모든 일을 이렇게 해서 배워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영어도 예외는 아니다. 그런데도 '읽는다'라는 '실천'을 경험시키지 않고 영어를 잘하는 인간으로 만들려고 하다보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영어를 사용하는 데는 세밀한 문법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처음으로 책을 읽을 때, 아무것도 모르는 것은 문제다. 그것은 야구 도구만 주고 '자, 해봐!"라고 하는 것과 같다. 야구에서의 '배트 잡는 법'과 '볼 던지는 법'정도의 기본중의 기본 지식이 영어에서도 필요한 것이다.

 문장 어디에 주목하고, 어디가 중요하며, 어디가 부록인가, 그것을 구분할 정도의 지식이 있다면 당연히 더 빨리 실력이 늘 것이다.
그것은 문법이나 규칙이라고 하는 것보다 '포인트'라고 하는쪽이 좋겠다.

본래 영어를 배우는 데 필요한 '문법'은 읽기 시작할 때까지의 '기본의 기본'뿐이다.
사전과 같은 두께의 책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단어장은 필요 없다.
그 다음에는 그저 계속해서 읽기만 하면 된다.
그 밖의 것은 반드시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되어 있다.

 영어를 모국어로 가진 사람들은 모두 이렇게 영어를 습득하게 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도 그런 방법으로 모국어를 배운다. 이것이 유일한 것이자 최고의 언어 습득법이며, 다른 선택은 있을 수 없다고 나는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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