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의 계절’ 대기업 임원 되면…
연봉 2배 뛰고 3천cc 승용차 확률 0.6% ‘살아남은 자의 기쁨’
등록 : 20111212 21:10 | 수정 : 20111212 22:08

 

골프회원권·비즈니스석
퇴직 뒤까지 예우 ‘뿌듯’
엘지·삼성 가장 파격적
권한만큼 책임 커지고
‘임원=임시직원’ 불안도

» 4대 그룹 부장, 상무 승진때 달라지는 대우
나 부장은 날아갈 것만 같다. 4년 넘게 부장으로 뼈빠지게 일한 결실을 거뒀다. ‘나 상무’가 됐다. 그것도 굴지의 대기업에서. 확률 0.6%의 승부에서 이겼다. 직원 100명에 임원 1명이 나올까 말까 할 정도니까. 신입으로 들어와 부장이 되기까지 별 보고 출근해 별 세며 퇴근해온 20년 세월이 그야말로 주마등처럼 스친다. 회사에서 주는 차도 골랐다. 날렵하게 빠진 중대형 검은색 3000㏄ 신차로. 골프회원권도 받았고 이제 외국 출장 갈 땐 좁은 이코노미석에서 답답해하지 않아도 된다. 무엇보다 당장 월급 통장이 묵직해진다. 부장 때 받던 월급의 거의 두 배다. 아침마다 혼자 쓰는 집무실에 출근하면 비서가 물을 것이다. “상무님, 어떤 차로 드릴까요?”

누구보다 아내가 방긋 웃어주겠지…. 월급 때문만은 아니리라. 늦도록 술에 절어 퇴근하는 나 부장을 보며 아내는 안쓰러워하기도 했지만 때로 바가지도 긁어댔다. “여보, 가정 버리고 회사에 몸바쳤으니 승진은 할 수 있는 거지?” 그래 해냈다! 아내는 이제 남편과 함께 최고급 건강검진을 받고 별 줄줄이 단 호텔에서 임원 부인들끼리 친목 모임도 갖게 될 터다. 골프를 비롯해 각종 취미와 소양교육도 회사 쪽에서 제공받을 수 있다. 고3과 대학생인 아이들도, 엄마가 시켰겠지만, 문자메시지를 보내왔다. “아빠, 축하드려요.” 동창회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명절에 친지들이 모일 때도 큰소리칠 만할 거다.

연말 주요 그룹의 인사철, 숱한 부장들이 상무 승진을 꿈꾸는 계절이다. 4대 그룹 가운데 엘지그룹은 이미 임원인사를 마쳤고, 삼성그룹은 13일 임원인사가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달 말 인사를 앞두고 있으며, 에스케이그룹은 일정을 잡지 못했다.

국내 직원 20만명 중 1700명만이 임원인 삼성, 국내외 통틀어 20만명 직원에 임원은 700명뿐인 엘지처럼, 임원이 된다는 건 거의 ‘미션 임파서블’이다. 최근 경총 조사를 보면, 대졸 신입사원이 대기업 임원이 될 평균 확률은 0.6%으로 2005년(1%)보다 더 어려워졌고 23.6년이라는 기나긴 세월이 걸린다. 어려운 만큼 임원 대우도 파격적이다.

파격적이기론 엘지가 최고다.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면 연봉이 100% 인상되고 성과급 부여 폭도 부장일 때보다 더 커진다. 모든 임원에게 골프회원권을 주고, 상무는 3000㏄급 승용차도 받는다. 외국 출장 때 비즈니스석 항공권을 이용한다.

삼성도 엘지와 비슷하다. 다만 골프회원권은 대외업무를 맡는 상무한테만 돌아간다. 에스케이는 비슷한 혜택을 상무한테 주지만 급여 상승 폭이 다른 기업보다 낮은 편으로 임원마다 차이가 크다. 4대 그룹 중에선 현대차가 가장 짜다. 급여와 항공권은 업그레이드되지만, 자동차 기업임에도 승용차는 전무부터 지급되고 골프회원권도 임원이라고 무조건 주진 않는다. 포스코·지에스·두산 등도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대개 상무에겐 3000㏄급 승용차와 골프회원권, 외국출장 시 비즈니스석이 주어지고 연봉도 부쩍 오른다.

그러나 임원 승진의 기쁨은 짧고 부담은 긴 게 현실이다. 나 상무도 승진할 땐 좋았지만 책임이 너무나 커졌다. 또 1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들기 시작한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하는 데까지 살아남고 더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수밖에. 삼성그룹의 한 상무는 말했다. “부장 땐 임원한테 결재를 받았는데 이젠 부장한테 결재를 해준다는 게 달라졌죠. 권한이 커진 것 이상으로 책임은 훨씬 더 무거워졌습니다.” 임원은 ‘임시직원’의 줄임말이라고도 한다. 1년 계약만 보장될 뿐 언제든 ‘집으로 돌아가라’고 하면 깨끗이 책상을 비워야 한다. 현대차의 한 상무는 “특별히 퇴직 이후를 준비할 겨를은 없다. 일단 붙어 있을 때까지 최선을 다해 일하고, 안 되면 그때 가서 생각할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상무 승진 1~2년 만에 회사를 떠나는 경우도 있고, 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전무로 승진하려면 보통 6~7년 상무 시절을 보내야 한다. 이 시간을 지내고도 승진 통보가 없으면 옷을 벗어야 한다. 상무에서 더 올라가지 못하고 밀려난다 해도 통상 짧게는 1년에서 길게는 2년까지 임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70% 정도의 급여를 보장하고 사무실을 내어준다. 전무 이상에서 퇴직할 땐 기간이 길어지고 혜택은 더 많아진다.

http://hani.co.kr/arti/economy/finance/5098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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