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원서로 아이 영어 실력 확실히 키우기’
처음 응시한 토익에서 930점 받은 전한나양 엄마 김우미

 
 
전한나양(13)은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치른 토익에서 930점을 받았다.

한나양의 어머니 김우미씨(41)는 내친김에 토플도 보게 했는데 300점 만점에 260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토익은 비즈니스와 관련된 듣기·읽기 능력을 평가하는 반면 토플은 미국 대학에서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실력이 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한 것으로 토익보다 더 학문적인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 한나양은 실용 영어와 학문적 영어 양쪽 면에서 모두 실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한나양이 어린 나이에 이만한 영어 실력을 갖추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부산 고신대 의대 약리학과 부교수인 어머니 김씨는 맞벌이를 하다 보니 딸을 찬찬히 챙길 여력이 없었다. 그래서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 영어 유치원에 보냈는데 한나양이 노래와 놀이를 통해 영어를 접한 뒤 영어에 큰 흥미를 보였다고 한다. 초등학교 입학 뒤에는 학교에서 회화는 원어민 교사가, 문법과 독해는 한국인 교사가 가르쳐 따로 영어를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한나양은 지금껏 한번도 영어를 공부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한다. 그저 “영어가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가 영어를 터득한 비법은 학습지나 학원 수업이 아닌 독서에 있다. 어릴 때부터 책읽기를 유난히 좋아했던 그는 영어 유치원에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한 뒤로 영어로 된 책에 빠져들었다고. 책 욕심이 많아 읽고 싶은 책은 반드시 손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며, 일단 책을 구입하면 여러 번 반복해서 읽는다고 한다. 한나양은 “책을 많이 읽으면 단어와 문법을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된다”고 똑부러지게 말했다.

“문법이나 단어를 기계적으로 외우는 건 영어 실력에 도움이 안돼요. 책을 많이 읽으면 동사나 명사를 따로 외우지 않아도 저절로 알게 되죠.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앞뒤 문장을 연결해보면 대강 뜻을 짐작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설사 의미를 잘 몰라도 그냥 계속 읽어요. 그러다 보면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서 모르고 넘어갔던 내용도 알게 되고, 제가 추측했던 게 맞아떨어지면 기분이 정말 좋거든요(웃음).”


원서 읽다 모르는 단어 나오면 문맥을 통해 추리

그는 책을 읽다가 정 이해가 안되는 단어가 있으면 영영사전을 이용한다. 영영사전을 이용할 때는 필요한 뜻만 찾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단어가 갖고 있는 다양한 뜻과 여러 예문을 모조리 읽고, 중요하게 생각되는 건 따로 메모해둔다고.

혼자서 영어로 된 책을 보며 영어 실력을 쌓아가던 그에게 지난 2003년 미국에 건너갈 기회가 생겼다. 어머니 김씨가 미국 캘리포니아 샌디에이고에 있는 대학에 교환교수로 가게 된 것. 한나양은 그해 4월부터 1년 4개월간 샌디에이고에 있는 초등학교에 다녔는데 입학 전 받은 영어 테스트에서 또래 미국 아이들 못지않은 영어 실력을 인정받았다. 성적이 총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데 최고 수준인 ‘어드밴스드 레벨’을 받은 것이다. 한나양은 곧바로 같은 나이의 미국 학생들과 함께 4학년 수업을 들을 수 있었다.

한국에 있을 당시 ‘독서광’이었던 한나양은 도서관과 독서 프로그램이 발달한 미국에서 더 열심히 책에 빠져들었다. 학교에서 정해준 학년별 권장도서는 물론 도서관에 있는 ‘주니어 권장도서’까지 모조리 챙겨 읽었고, 헤밍웨이의 소설과 ‘해리포터’ 시리즈 등 베스트셀러도 즐겨 읽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지낸 1년여 동안 그가 읽은 책은 어림잡아 2백여 권. 재미있는 책은 앉은 자리에서 다 읽고, 좋아하는 책은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반복해서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하다 보니 읽는 속도도 빨라져 이제 웬만한 책은 하루에 한 권씩 거뜬히 소화할 수 있다고. 책을 읽은 뒤에는 독서 기록장에 영어로 줄거리를 요약하고 느낀 점을 적어둔다고 한다.

닥치는 대로 책을 읽고 그 감상을 영어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인 한나양은 5학년 때 교내 어휘력 테스트에서 1등을 했고, 학과 성적도 최상위권에 들었다고 한다.

어머니 김씨는 한나양이 미국에서 교회에 열심히 다닌 것도 영어 실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한인교회 주일학교에 캘리포니아 주립대(University of California in San Diego) 학생들이 교사로 활동하는 영어 성경공부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한나양이 여기에 참가해서 한국말이 서투른 대학생들과 갓 이민 온 아이들 사이에서 통역을 해준 것이다.

2004년 여름 가족과 함께 귀국한 뒤에도 한나양은 영어에 대한 관심을 놓지 않고 있다. 여전히 영어 원서에 파묻혀 지내고, 미국에서 발행되는 주간지 ‘타임’을 즐겨 읽는다. 미국에 가기 전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미국을 대표하는 뉴스 채널 CNN을 즐겨 본다는 것.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에는 대통령 후보들의 연설을 녹화해놓고 반복해서 보았다고 한다. 한나양은 요즘 CNN 뉴스를 보고 나면 동생에게 그 내용을 설명해준다. TV 앞에 가만히 앉아 뉴스를 보는 딸의 모습을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 김씨가, 혼자 듣고 넘길 때와 자신이 들은 내용을 다른 사람에게 조리 있게 전달해야 할 때 요구되는 이해의 정도가 다르다는 생각에서 딸에게 권한 것이다. 설명하다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김씨가 나서서 도움을 주기도 하는데, 대체로 한나양이 김씨가 놓친 부분까지도 듣고 이해한다고 한다.

김씨가 딸의 영어교육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있다면 일주일에 한 번 영화를 한 편씩 보게 하는 것이다. 한나양은 어려서부터 책을 끼고 살아 다른 아이들처럼 영어로 된 비디오테이프를 본 적이 없는데, 최근 영화에 나오는 영어를 접하면 회화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에 주말마다 DVD를 한 편씩 골라 보여주고 있다고 한다. 김씨는 한나양이 먼저 자막 없이 영화를 보게 한 다음 영어 자막이 나오게 한 상태로 다시 보게 해 자막 없이 이해한 것이 맞았는지 확인하도록 하는데 ‘슈렉’ ‘해리포터’ 시리즈 같은 어린이물을 주로 보여준다고 말했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57/200606270500057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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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동화, 영어소설 읽으며 영어 정복하는 노하우’
토익 940점 받은 오재현양 엄마 이미숙

 
 
대전관저중학교 2학년 오재현양(13)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치른 토익에서 940점을 받았다.

“재현이가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토익 교재를 사줬어요. 그때 이미 재현이의 독해 실력이 고등학교 3학년 아이들 수준과 비슷했거든요. 토익 모의고사 문제집을 사주며 풀어보게 했더니 읽기보다 듣기 점수가 훨씬 잘 나오더라고요. 토익 공부를 시켜도 되겠다 싶어 학기 중에는 매일 2시간씩, 방학 때는 3시간씩 토익 교재로 공부하게 했죠. 그러다 4학년 때 처음 시험을 치르게 하고, 1년 후에 다시 보도록 했어요. 그 다음부터는 6개월마다 한 번씩 시험을 봤고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재현양의 어머니 이미숙씨(41)는 딸이 실생활에서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웠으면 하는 바람에서 일찍부터 토익 공부를 시켰다고 한다. 영문학을 전공했는데도 생활영어에 약한 자신의 처지가 늘 한스러웠던 것.

이씨는 재현양이 네 살 무렵 한글을 깨친 뒤부터 영어 교재와 동화책 테이프를 구입해 들려주기 시작했다. 기초 수준의 짧은 문장들을 반복해 들려줬더니 금세 따라했다고 한다.

“원어민 발음이 녹음된 테이프의 효과가 좋았어요. 처음부터 정확한 발음을 익힐 수 있는 건 물론이고, 아이가 재미있어하더라고요. 테이프를 여러 번 듣고 난 뒤에는 동화책 내용을 완전히 이해하고, 혼자서 일인 다역을 하며 놀기도 했어요. ‘신데렐라’를 듣고 혼자 마녀가 됐다가 공주가 됐다가 하면서 노는데 우습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어요(웃음). 그렇게 조금씩 영어에 대한 재미를 느끼게 해준 게 주효했던 것 같아요.”

재현양은 집에서 책과 테이프만으로 영어를 공부했지만 초등학교 1학년 때 이미 중고생용 영어 독해문제집을 술술 풀 정도의 실력을 쌓았다고 한다.


네 살 때부터 원어민이 녹음한 영어 동화책 테이프 들려줘

초등학교 3학년이 돼 학교에서도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재현양은 그간 쌓아온 영어 실력을 한껏 발휘했다. 영어 말하기 대회와 영작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고, 2002년 처음 치른 토익에서 680점, 2003년엔 920점을 받았다.

“토익은 실용 영어 실력을 평가하는 시험이잖아요. 일찍 시작할수록 유리할 거라는 생각에 아이 수준에 맞기만 하면 출판사를 가리지 않고 교재를 사줬어요. 2004년 본 시험에서 듣기를 거의 다 맞은 걸 보면 회화는 어느 정도 완성된 것 같아요. 지난해부터는 독해와 작문 실력을 비중 있게 평가하는 토플 공부를 시키고 있죠.”

토플은 토익에 비해 좀 더 학문적인 영어 실력을 요구한다. 독해 지문이 훨씬 긴데다 의학, 법학, 심리학 등 여러 분야의 학구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것. 대학원이나 외국 대학에 진학할 때 토플 성적이 필요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 이씨는 재현양이 훗날 유학을 가려 할 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2004년부터 토플을 준비시켰다고 한다. 재현양은 요즘 학기 중엔 하루에 1시간 반씩, 방학 때는 3시간씩 토플을 공부를 하고 있다.

토익이나 토플을 준비하면서 학원이나 과외 수업을 받아본 적이 없는 재현양은 아직까지 해외에 나가본 경험도 없다. 어머니 이씨는 주위에서 어학연수를 보내라는 권유를 수차례 받았지만 재현양이 아직 어린데다 영어를 배우겠다는 목적 하나로 외국에 나가는 건 경제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낭비라는 생각이 들어 고려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대신 재현양은 어머니 이씨와 함께 서점이나 인터넷 도서구매 사이트에서 영어교재를 구입해 자주 읽는다. 어려서부터 과학 잡지와 영자신문을 꾸준히 본 덕분에 딱딱하고 어려운 내용도 즐겨 읽지만, ‘해리포터’ 같이 테이프가 함께 있는 영문 소설을 주로 고른다고 한다.

“원서를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밑줄을 친 다음 뜻을 알아보고 다시 읽어요. 테이프를 들을 때는 잘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일단 끝까지 다 들은 다음 번역본을 읽으면서 문맥상의 뜻을 파악하고요. 그러면 두 번째 들을 때 처음에 말이 빠르거나 톤이 높아서 못 들은 부분까지 들리게 되거든요. 한 테이프를 세 번 정도 들으면 완벽하게 알아들을 수 있고요. 밤에 잘 때도 불을 끈 채로 침대에 누워서 영어 테이프를 듣는데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불을 켜고 단어 뜻을 확인해야 잠이 와요(웃음).”

재현양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세계 명작소설을 원서로 읽기 시작했는데 ‘무기여 잘 있거라’ ‘여자의 일생’ ‘러브스토리’ 등은 번역본보다 원서로 읽을 때 더 생생한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방학 때는 이틀에 한 권 정도, 학기 중에는 한 달에 열 권 이상 원서를 읽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이미 번역서로 읽은 책은 원서로 다시 읽고, 처음 보는 책은 원서와 번역서를 함께 구입해 번갈아 읽는다고 한다.

재현양의 장점은 어머니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면 “미련스러울 정도로 아무런 의심 없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해내는 근성”이다. 혼자 힘으로 영어 실력을 쌓아온 것도 이 무던한 성격 덕분. 학교 성적도 줄곧 1등을 놓치지 않는다는 재현양은 다른 과목도 학원에 의지하지 않고 교과서와 자습서, 문제집만으로 혼자 공부한다. 하지만 그에게도 스트레스는 있을 터.


“영어로 소설 쓰고, 팝송 가사 외우다 보면 스트레스 풀려요”

“학교에서 시험을 볼 때마다 기대에 못 미치는 결과가 나올까봐 스트레스를 받죠. 그럴 때는 영어로 풀어요. 영어는 제 자신감의 원천이거든요. 영어로 일기나 편지를 쓰고, 매일 조금씩 쓰고 있는 영어 소설을 이어가기도 해요. 또 브리트니 스피어스 같은 외국 가수들의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하고요. 팝송에는 줄임말이나 연음이 많이 나오는데 그런 걸 하나씩 알아가는 게 재미있어서 가사를 통째로 외워버려요. 소설을 쓰거나 노래를 부르다 보면 ‘내일은 소설 속 주인공이나 내가 좋아하는 가수처럼 모든 문제가 해결되고 행복해지겠지’ 하는 기대감이 들면서 스트레스가 싹 사라져요(웃음).”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56/200606270500056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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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못해 놀림받다 언어 신동되기까지…’
8개 국어 능통한 뉴질랜드 교포 임지현양 엄마 진양경

 
 
뉴질랜드 교포인 임지현양(16)은 한국어를 포함해 모두 8개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언어의 달인’이다. 한국어를 비롯해 영어, 중국어, 일본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러시아어, 라틴어로 된 책들을 막힘없이 읽을 수 있고 수필이나 시 같은 글들을 쓸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지현양은 2004년 뉴질랜드 중국문화원이 주최한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서 입상하고 2005년 프랑스문화원이 주최한 프랑스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외국어 달인’으로 유명해졌고 ‘외국어 8전 무패’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임지현양 가족은 아빠 임동빈씨(48)의 학업을 위해 지현양이 네 살 되던 해 뉴질랜드로 이민을 떠났다. 지금은 8개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지현양이지만, 처음부터 외국어를 잘했던 것은 아니라고 한다. 서투른 영어 때문에 뉴질랜드 친구들의 놀림을 받는 일이 많았고 이 때문에 우울증까지 생겨 엄마 진양경씨(48)를 무척 힘들게 한 적도 있다고.

“지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 후의 일이었어요. 어느 날 밤 지현이 방에 들어갔는데, 지현이가 이불 위에 엎드려 눈물 콧물 범벅이 돼 울고 있더라고요. 영어를 못한다고 놀림받았나 싶어 달래주려고 했는데, 저를 노려보면서 막 울더라고요. 그 다음엔 갑자기 마구 웃고요. 그렇게 울다가 웃는 증세가 몇 시간 계속됐어요.”

당시 남편은 학위 논문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한국에 잠시 들어가 있는 상황이라 진씨는 혼자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고 한다. 딸을 소아정신과에 데려가려고 해도 영어 장벽 때문에 의사에게 딸의 증세를 설명할 수 없어 무척 막막했다.

“공부하는 남편을 대신해 제가 교민회 사무실에 취직해 하루 종일 직장 일을 하느라 지현이를 돌볼 틈이 없었어요. 피부색도 다르고 말도 잘 통하지 않는 나라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생각하니 가슴이 미어졌어요. 그 후 직장을 그만두고 지현이 돌보는 데만 전념했어요. 등하교도 같이 하고 하루 종일 함께 놀아주자 1년 뒤 우울증이 싹 사라지더라고요.”


담임선생님의 격려로 외국어 공부에 열정 갖게 돼

 
 ▲임지현양이 그림을 그리고 글씨를 써 만든 일본어 교재 
“난 차이니즈가 아니라 코리안”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뉴질랜드 친구들은 초등학교 1학년인 지현양을 ‘칭총 차이니즈’(아시아 사람들의 눈이 송충이처럼 길게 찢어졌다는 뜻을 지닌 비속어)라고 불렀다. 엄마 진씨는 아이들의 놀림과 따돌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현양의 담임선생님을 찾아갔다. 지현양은 지금도 담임선생님이 내놓은 해결책을 잊지 못한다. 담임선생님이 “지현이는 뉴질랜드에 산 지 얼마 안돼 영어를 못해. 하지만 한국어는 아주 잘하잖아. 조금만 지나면 지현이는 두 나라 말을 모두 유창하게 하게 될걸?”이라고 아이들에게 말한 것.

영어도 못하고 생김새도 이상하다고 놀려대던 아이들은 이내 부끄럽다는 표정을 지었고 이후 임지현양을 ‘2개 국어를 할 수 있는 친구’라며 떠받들었다. 자신감을 회복한 지현양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영어공부에 매달리기 시작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는 철자 맞추기 대회에 나가 우승하면서 ‘스펠링 마스터(Spelling Master)’라는 별명을 얻게 됐다. 수업시간에 아이들이 영어단어 철자를 선생님에게 물으면 선생님은 “지현이에게 물어봐”라고 할 정도였다고. 지현양은 점차 영어가 아닌 다른 외국어에도 흥미를 가지게 됐고 이웃집 일본인 화가 아주머니에게 과자를 얻어먹는 재미로 일본어를 습득하기 시작했다.

“차고 안에서 아빠가 공부하던 일본어 교본 책을 발견했어요. 꼬불꼬불한 글씨가 재미있어 보여서 몇 개를 외웠어요. 다음 날 옆집 일본인 아주머니에게 ‘오하요 고자이마스’ 하고 인사했더니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면서 좋아하셨어요.”

이후 지현양은 주말마다 옆집에 놀러가 일본과자를 얻어먹으며 자연스럽게 일본어를 익혔다. 지현양은 혼자 익힌 일본어를 뒤죽박죽 이야기하며 ‘외국어는 이렇게 하는 건가 보다’ 하고 감을 잡았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한 지현양은 디에고라는 스페인 소년을 짝사랑하게 됐다. ‘스페인어로 가장 멋진 이메일 쓰기 대회’에서 1등을 하면 디에고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하루 서너 시간 이상씩 스페인어를 공부한 끝에 기어코 1등을 따내기도 했다. 그해 교내 스페인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서도 1등을 거머쥐었다.

중국어는 매주 자원봉사를 하러 다니는 양로원의 중국인 할머니와 친해지기 위해 배웠다. 가족과 떨어져 혼자 지내고 있는 웬디 할머니는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인사를 해도 묵묵부답이었는데, ‘니 하오’라고 인사했더니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고. 임지현양은 9학년과 10학년(고등학교 1, 2학년에 해당) 때 교내 중국어 말하기 대회에 나가 1위를 차지했다. 프랑스어는 프랑스 문학작품을 원어로 직접 읽어보고 싶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프랑스의 멋진 패션과 맛있는 음식에 매료되면서 프랑스어 공부는 날개를 달았다. 2005년 여름에는 오클랜드에서 열린 프랑스어 말하기 대회에서 1등의 영예를 차지했다. 러시아어는 영화 ‘하트브레이커스’에 나오는 ‘다(Da·‘네’라는 뜻)’라는 러시아 단어에 매력을 느껴 공부하기 시작했다고.

지현양은 모국어와 마찬가지로 외국어를 사람과 사귀고 취미생활을 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면 쉽게 배울 수 있다고 말한다. 지현양은 외국어 공부를 시작할 때마다 이미 할 줄 아는 외국어들과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 분석하면서 문장의 구조부터 익히고 인터넷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발음 연습을 하고 영화와 노래를 통해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식으로 공부했다고 한다.

“8개 국어가 머릿속에 입력돼 있다 보니 꿈을 꿀 때 한국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 스페인어 등 다양한 언어로 꾸기도 해요. 앞으로는 독일어나 이탈리아어에 도전해볼 생각이에요. 대학에서는 정치학과 법학을 공부한 다음 국제연합(UN)에서 일하고 싶어요.”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54/200606270500054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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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계획으로 실천하는 단계별 영어교육’
딸을 듀크대 장학생 만든 ‘열성 아빠’ 김수봉

 
 
“아빠와 영어공부하는 게 가장 재미있었어요. 아빠는 강요하지 않고 늘 우리와 함께 공부해주셨거든요.”

미국 명문대 중 하나인 듀크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하고 있는 김빛나래양(20). 외고나 민족사관고가 아닌 일반 고등학교를 다닌 빛나래양이 듀크대에 입학하기까지 그 과정에는 아빠 김수봉씨(52)의 역할이 컸다. 10여 년에 걸친 아빠의 지도로 영어를 마스터하고 대학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평범한 샐러리맨 아빠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경우는 보기 드문 게 사실. 회사에서 해외영업을 담당해 영어를 사용할 일이 많았던 그는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고 한다. 아이들만큼은 반드시 영어를 완벽하게 익히게 해줘야겠다고 결심한 그는 딸 빛나래양이 초등학교 4학년, 아들 창우군이 3학년이 될 무렵부터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본격적으로 영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들과 같이 영어를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했어요. 영어 동화책 암기를 할 때는 제가 먼저 암기 시범을 보였고, 영어 테이프를 틀고 받아쓰기를 할 때 역시 함께했지요.”


SAT에서 에세이까지 모두 아빠와 함께 준비

하지만 처음부터 딸을 미국 대학에 보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빛나래양이 초등학교 때부터 곧잘 100점을 받아올 정도로 공부를 잘했지만 수재나 영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 그저 계속 공부를 잘 해서 국내 명문 대학에 입학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지난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을 TV로 보다가 IOC 위원장이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된 빛나래양은 고등학교 1학년 2학기가 지나면서 미국 대학에 가고 싶다는 소망을 내비쳤다. 며칠 동안 방안에서 SAT(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 관련 서적을 읽더니 미국 대학에 가겠다고 선언을 한 것.

“남은 2년 동안 SAT와 수능을 동시에 준비할 수 없으니 수능은 포기하겠다는 뜻인데 당시 빛나래는 SAT 책을 사전 없이는 한 줄도 못 읽는 상태였어요. 거의 불가능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걱정이 되더라고요. 한참 고민을 하다가 그해 겨울방학에 아이비리그 투어를 한 뒤 결정하라고 제안했어요. 미국에 직접 가보면 그만큼 현실적인 꿈을 꿀 수 있을 테니까요.”

미국에 간 빛나래양은 예일대에서 입학 상담을 받고, 하버드대에서 한국 유학생을 만나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미국 유학에 대한 결심을 굳히고 2년 동안 공부에 매진했다.

“빛나래의 경우 하루에 영어단어를 2백 개씩 외웠어요. 동의어, 반의어까지 합치면 거의 4백여 개의 단어를 외운 셈이지요. 버스를 타고 가면서, 밥을 먹으면서 심지어 샤워를 하면서도 단어를 중얼거릴 만큼 자투리 시간을 활용했어요. 단어 외에도 영미 문학책까지 읽어야 해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거든요.”

2년간 부단히 노력한 결과 빛나래양은 토플 290점(300점 만점), SAT 1400점(1600점 만점)을 받았다. 고등학교 3년 동안 일요일마다 인천검단공단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를 대상으로 예배통역과 한국어 강의 자원봉사를 한 경험, 영자신문반 편집장 활동, 미국 국회에서 실시하는 세계 청소년 지도자 회의 프로그램 참여 등의 활동이 더해져 지난 2004년 드디어 듀크대 국제정치학과에 입학했다.

“가장 기뻤던 건 빛나래가 듀크대에 입학한 뒤 ‘Dean’s List(학기 우등)’ 성적을 받았다는 거예요. 미국 학생들도 리포트를 쓰려면 쩔쩔 맨다는 인문학을 배우면서 우등생까지 됐다는 게 무척 자랑스럽고 신기했어요.”


빛나래 아빠가 알려줬어요~ 영어 정복을 위한 8단계 커리큘럼

일반 고교에 다니던 빛나래양을 미국 명문인 듀크대에 보낸 김수봉씨는 특별한 교육 노하우를 갖고 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커리큘럼을 직접 짜서 그에 맞춰 공부를 시킨 것. ‘빛나래 아빠’가 성공을 거둔 영어 마스터 플랜을 공개한다.

▼ 1 단계 영어와 친해지기(초등 3~4학년)

일단 알파벳을 가르친 뒤 쉬운 단어를 외우게 해서 영어와 친해지게 한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암기력이 뛰어나고 ‘원리’를 알고 적용하기를 좋아하므로 알파벳이나 단어에 익숙해지면 간단한 문장을 알려주는 것도 좋다.

▼ 2 단계 발음과 리듬 정복(초등 5학년)

발음과 리듬은 어릴 때 확실히 해두어야 한다. 아이가 어렸을 때 영어 환경에 많이 노출된 경우가 아니라면 원어민의 정확한 발음을 따라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발음이 좋지 않은 부모가 가르치는 것보다는 원어민이 발음한 테이프를 들려주거나 원어민 교사에게 지도받게 하는 것이 좋다.

▼ 3 단계 영어 동화책 외우기(초등 5~6학년)

기본적인 알파벳과 단어, 발음 공부가 됐다면 영어 동화책 외우기를 통해 수준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 빛나래의 경우 ‘켈리의 영어 만화책’을 동생 창우와 함께 하루에 3장씩 통째로 외우게 하고, 꼭 검사를 했다. 이렇게 몇 권을 외우고 나면 중학교 2~3학년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갖출 수 있다.

▼ 4 단계 독해의 핵심, 구문론 익히기(초등 6학년~중 2)

구문론은 문장을 도식(圖式)처럼 그려서 뼈와 살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 이해하게 하는 방법. 빛나래, 창우와 함께 매주 일요일 아침에 2~3시간 동안 ‘아빠표 구문론 과외’를 했다. 한 권의 책을 세 번 반복해 공부했는데, 빛나래는 중학교 1학년 말 무렵 고등학교 2학년 수준의 지문을 정확하고 빠르게 읽어냈다. 빛나래를 가르칠 때 가장 효과를 봤던 책은 ‘기초, 고급 영어 구문론’(유진 지음, 백만사)이다.

▼ 5 단계 듣기 정복, 빈칸 채우기(중 1~고 2)

빛나래가 중학교에 들어간 다음에는 본격적으로 듣기 공부를 시작했다. 학교 시험에서는 듣기 점수가 늘 만점이었지만 나중에 대학에서 영어 강의를 듣거나 해외 세미나에 참여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느꼈기 때문. 듣기를 잘하는 방법은 무척 간단하다. 무조건 많이 듣고, 들으면서 받아쓰기를 하면 된다.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고 가장 효과를 본 방법은 영어문장을 들으면서 빈 곳의 단어를 채우게 하는 것이다. 당시에는 적당한 교재를 발견하지 못해 매번 직접 대본을 만들었는데 괄호로 비워놓는 단어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면서 잘 들리지 않는 동사, 형용사, 전치사 등을 위주로 했다. 매주 토요일 저녁 1시간씩 테스트를 했으며, 문장은 최대 세 번씩 반복해서 들려줬다.

▼ 6 단계 실전 말하기 영어(초등 6학년~고 3)

말하기는 ‘환경’보다 ‘기회’가 중요하다. 영어를 많이 들을 수 있는 환경보다는 영어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되는 기회를 만들어주면 한두 마디라도 입을 열게 되고 그것이 쌓여야 말하기 실력이 점점 좋아질 수 있기 때문. 읽기와 듣기가 어느 정도 능숙해지면 영어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준다. 빛나래의 경우 영어 말하기 대회에 참가하거나 외국인 여행자를 위한 가이드, 서울 외국인 근로자 선교회에서 예배통역 봉사를 하는 식으로 영어를 말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 7 단계 라이팅 & 에세이 쓰기(중 3~고 3)

미국 명문 대학에 입학하기 위해서는 고급 표현을 많이 암기하고 에세이 쓰기 연습을 통해 작문 실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 일기나 편지로 쓰기 감각을 익힌 뒤 에세이에 도전하면 좀 더 수월하게 논리와 설득력을 갖춘 글을 쓸 수 있다.

1단계는 영어 채팅. 영어에 한창 재미를 붙인 빛나래는 야후 채팅을 통해 만난 호주인 친구와 영어로 대화를 하면서 작문 실력이 몰라보게 향상됐다. 2단계는 고급 표현이 들어있는 연설문을 암기하는 것. 빛나래는 SAT를 준비하면서 지미 카터, 마틴 루터 킹, 케네디 등 유명 인사의 연설문을 암기했다. 하루에 1~2쪽을 외우게 하고 퇴근 후 체크하니 한 달 만에 영어 연설문 3편을 완전히 외웠다. 마지막 단계는 미국 대학 입학지원 에세이 쓰기. 보통 미국 대학은 입학원서에 3~4개의 에세이를 요구한다. 처음에는 한글로 된 에세이 모음집을 읽어서 에세이에 대한 감을 익히게 했다. 그런 다음 본격적인 입학지원 에세이를 쓰게 했더니 능숙하게 해냈다.

▼ 8 단계 영어의 종합판, 프레젠테이션(고 2~고 3)

기업체에서는 입사시험을 치를 때 종종 ‘프레젠테이션’을 한다. 그만큼 프레젠테이션은 기업과 대학에서 가장 많이 쓰는 의사소통 방식이며, 논리력과 표현력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방법이다. 사람들을 모아놓고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영어공부를 하면 완벽하게 영어를 마스터할 수 있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53/200606270500053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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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 비디오 꼼꼼 활용법’
영어 동화책 쓴 ‘영어 영재’ 최윤경양 엄마 김수윤

 
 
초등학교 5학년이던 2004년 우리말도 아닌 영어로 ‘에니 제이와 마법의 향수 Enny J. and Magical Perfume’라는 동화책을 써 화제를 모은 최윤경양(13).

“주인공 에니 제이가 길에서 우연히 할머니와 부딪히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마법의 향수병을 줍게 돼요. 그런데 나쁜 무리들이 마법의 향수를 뺏으려 하죠. 이에 제이가 비밀을 아는 친구들과 함께 나쁜 무리와 맞서 싸워나가는 이야기예요.”

우리말로 동화책 쓰는 것도 어려운데 영어로 동화책을 쓴 비법은 바로 지금까지 1천 권이 넘는 영어 동화책을 읽은 데 있다고 한다.

“영어 동화책을 읽으면 그 나라만의 독특한 문화를 비롯해 언어, 문법, 표현법 등 여러 가지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어요. 무조건 단어만 외우고 그것을 잘 활용할 줄 모른다면 죽은 영어공부죠. 하지만 영어 동화책을 꾸준히 읽다 보면 그 단어의 쓰임새를 알게 되고, 주어 다음 동사가 온다는 식의 문법이 트이게 돼요. 또 굳이 문법을 배우지 않고도 3인칭 단수에는 ‘is, has’를 쓰거나 동사 원형 뒤에 ‘s’를 붙여야 한다는 정도를 책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게 되죠.”

윤경양은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한 다섯 살 무렵부터 영어 동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TV 만화 속 주인공이 등장하는 그림책부터 읽었다. 특히 파닉스(Phonics·영어의 철자와 발음의 관계를 가르치는 교수법) 위주의 영어책을 읽었다. 우리말의 ㄴ과 ㅏ가 만나면 ‘나’가 되듯이 영어에도 발음 규칙이 있다. 예를 들어 ‘sad(새드)’라는 단어를 발음할 때 ‘S(에스)’, ‘A(에이)’, ‘D(디)’로 알파벳 그대로 연결해 읽으면 ‘에세디’ 식으로 조합하기 어렵다. 하지만 ‘S(스)’, ‘A(에)’, ‘D(드)’ 식의 파닉스로 배우면 바로 ‘새드(sad)’라고 소리내어 읽을 수 있다. 알파벳을 명칭보다는 실제 발음되는 소리로 배워야 한다는 것.

“파닉스 위주 스토리 책은 미국의 미취학 아동들의 독서교육을 위해 만들어진 책이에요. 그림이 매우 창의적이고 내용도 재미있죠. 특히 파닉스 책은 리듬감이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노래 부르듯 따라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 읽는 습관이 생기거든요.”

윤경양은 한권 한권 책을 읽어나갈 때마다 수준을 높여나갔다. 시리즈물을 많이 읽었는데, 가령 ‘아서’ 이야기를 읽으면 한 시리즈를 연이어 테이프를 들으면서 읽어나갔다. 시리즈물은 작가와 주인공, 주변 인물들이 같아서 내용을 잘 이해할 수 있어 한층 쉽게 읽힌다고 한다.

윤경양의 엄마 김수윤씨(46)가 영어책 읽기에서 특히 강조하는 것은 소리내어 읽기. 열 살이 넘으면 안면 근육이 굳어져 영어 발음하기가 어렵고 또 한국어에 익숙해져 영어로 말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영어를 듣고 읽고 말하게 하다 보면 영어가 우리말처럼 자연스러워진다고.

“윤경이가 영어책을 읽기 시작할 때부터 하루 30분씩 큰 소리를 내어 읽도록 했어요. 그러다 보니 영어에 필요한 구강근육이 발달되어 발음이 원어민처럼 좋아지더라고요. 영어책을 잘 읽게 되면 자신감이 붙어서 더욱 영어를 잘하게 돼요.”

윤경양은 영어교육법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는 영어 비디오와 영어 TV 방송 보기다. 여기에도 규칙이 있다. 우리말 설명이 전혀 없이 본다는 것. 윤경양의 엄마 김씨는 아예 TV 브라운관 한글 자막이 나오는 부분에 두꺼운 테이프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외에는 TV를 보지 않게 하기 위해 TV를 안방 장롱 안에 넣어둔다.


하루 30분씩 큰 소리로 영어 동화책 읽게 해

김씨는 “어려서부터 영어로만 TV를 보게 하면 ‘apple은 사과’라는 단어로 외우지 않고 ‘apple은 빨간색의 달콤한 과일’이라고 기억하게 된다”고 말한다. ‘Thank you’를 ‘고맙습니다’라는 뜻으로 아는 것이 아니라 만화 속 장면을 떠올리며 어떤 상황에서 ‘Thank you’를 쓰는지를 배우게 된다는 것.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같이 쏙쏙 빨아들여요. 첫돌이 채 되지 않은 아기들도 내용을 알지 못하면서 TV 속 장면을 흥미로워하고 몇 번씩 반복해 봐도 질려하지 않잖아요. 마찬가지로 어릴수록 언어를 소리로 받아들이고 자주 들으면서 익숙해지죠. 우리말을 배우듯 말이에요. 특히 디즈니 만화영화를 보면서는 의성어나 의태어를 쉽게 배워요. 가령 놀라는 상황에서 ‘웁스(oops)’ 하는 반응을 나타내는 장면을 보면서 아이는 ‘아, 놀랄 때는 웁스라고 말하는구나’라며 자연스럽게 깨닫게 되는 거죠.”

윤경양은 처음에는 디즈니 만화영화에 푹 빠져지내다 지적·어휘력 수준이 높아지면서 CNN 방송을 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항상 딸 옆에 앉아 함께 시청하면서 딸이 무엇을 흥미로워하는지, 내용은 이해하는지 등을 살펴보며 적절한 도움을 주었다고 한다.

요즘 아이들에게 컴퓨터 게임은 빼놓을 수 없는 놀이다. 윤경양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윤경양은 게임을 하면서부터 영어공부에 더 빠져들었다. ‘점프 스타트 Jump Start’나 ‘리더 래빗 Reader Rabbit’s’ 같은 미국 어린이들이 갖고 노는 영어학습 프로그램을 선택해 즐긴 덕분이다. 일단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아이들의 눈길을 끌고, 게임 형식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되기 때문에 아이들이 스스로 즐기면서 영어를 배울 수 있다. 특히 영어게임은 영어를 알아듣고 단어를 읽을 줄 알아야 할 수 있기에 아이로 하여금 영어의 필요성을 느끼고 자발적으로 공부하게 한다.

요즘 김수윤씨는 많은 엄마들에게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영어를 잘 하게 만들 수 있냐”는 질문을 받는다. 그의 답은 이것이다.

“영어는 다른 나라의 언어예요. 아이가 우리말을 배울 때 어떻게 하나요?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듣고 따라하면서 하나씩 익히잖아요. 영어도 마찬가지예요. 다만 영어는 우리말을 배울 때처럼 주변 환경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많은 노력이 필요해요.”

영어를 재미있게 듣고 읽고 말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말로 자기 생각을 잘 표현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 영어를 교육시키는 곳이 미국이 아닌 한국이기에 한국적 환경에 맞추고, 아이에게 너무 강요하지 말라고. 엄마가 장기적인 목표와 규칙을 정해놓고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52/200606270500052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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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내 아이 언어 신동으로 키운 비결’
외국영화 동시 통역하는 열 살배기 이언이 엄마 권애리

 
 
변이언군(10)은 지금은 외국영화를 동시통역할 정도로 영어를 유창하게 말하지만 한때는 언어능력 때문에 부모를 걱정시켰던 적도 있었다. 유난히 말문이 늦게 트였던 것.

“말을 늦게 배운 것이 마음에 걸렸어요. 그래서 기억력이나 다른 지적 능력들은 괜찮은지 테스트해보고 싶어 한글을 가르쳤는데, 그게 이언이가 공부를 시작한 계기가 됐어요.”

이언군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엄마 권애리씨(42)가 사용한 방법은 ‘낱글자 찾기 놀이’였다. 어린아이에게 적당한 동화책 한 권을 골라 여러 차례 읽어주고 이언군이 내용을 이해할 때쯤 동화책에 나오는 글자들을 네모난 카드 모양으로 오린 달력 종이 뒤에 적었다. 그러고는 그 ‘낱글자 카드’를 벽에 붙여놓고 외우도록 했다.

이언군은 처음에는 어려워했지만 점점 재미있는 놀이 하듯 글자들을 외우기 시작했고, 동화책에서 자신이 외운 낱글자를 찾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이언군은 말을 시작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아 한글을 깨쳤다. 말이 늦은 아이의 기억력을 테스트하기 위해 시작한 ‘낱글자 찾기 놀이’가 조기 한글교육으로 이어진 셈이다.

아버지 변희용씨(42)는 세 돌이 되기 전에 한글을 깨치는 것은 누구나 가능한 일이라고 말한다.

“두 돌이 갓 지난 아이가 있는 직장 동료에게 ‘낱글자 찾기 놀이’를 하도록 권유했어요. 그 아이 역시 같은 효과를 얻었다고 하더군요. 36개월 된 꼬마아이가 신문을 보다가 ‘청와대가 뭐예요?’ 하고 묻는 광고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죠. 이언이도, 직장 동료의 아이도 36개월이 되기 전에 한글을 읽게 됐으니까요.”

그럼 이언군은 한글을 깨친 후에 어떤 학습을 통해 ‘언어 신동’이 된 것일까. 엄마 권씨는 어린아이에게 학습으로 인한 과도한 스트레스를 주고 싶지 않아 조기 영어교육을 시킬 마음이 없었다고 한다.

이언군이 영어를 공부하게 된 것은 우연히 보게 된 ‘패트와 매트’라는 애니메이션 때문이었다. 인형들의 동작만으로도 내용을 이해할 수 있는 무성 애니메이션이었는데 아이가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권씨는 그것을 기억하고 있다가 대형 서점 나들이 길에서 ‘패트와 매트’ 시리즈 중에서 5편과 6편을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아이에게 보여주려고 틀었더니 영어 자막과 더빙이 들어간 교육용 비디오였다.

“모르는 언어가 나오면 혼란스러워할 것 같아서 얼마 후에 다시 무성 애니메이션으로 ‘패트와 매트’ 시리즈 전체를 구입했어요. 그런데 아이가 5편과 6편만 보면서 영어를 했어요. 교육용 비디오를 반복해 보면서 외운 거죠. 그 모습을 보고 영어공부를 시킬 생각을 하게 됐고요.”

이언군은 한 교재를 반복해 보면서 시리즈 전체의 영어를 자연스럽게 외웠고, 그 후에도 비슷한 수준의 애니메이션을 직접 골라 반복해 보면서 영어의 기초를 확실하게 다져나갔다.


애니메이션 반복해 보면서 영어의 기초 다져

다음으로 이언군이 ‘언어 신동’이라고 할 만한 능력을 갖추게 된 결정적인 요인은 한자공부였다. 아이들은 말을 배우면서 질문이 많아진다. 특히 단어의 뜻에 대한 질문이 많아지는데 어린이에게 단어의 뜻을 하나씩 알아간다는 것은 세상을 배우는 과정 그 자체다.

우리나라 말에는 한자어가 태반이어서 한자를 이해하지 못하면 그 뜻을 알 수 없는 말들이 너무나 많다. 이언군 역시 말을 배운 후에 한자어에 대한 질문을 많이 했다고 한다. 그러던 중 권씨의 오빠가 ‘한자공부’를 시켜볼 것을 권했다.

한자는 글자마다 뜻을 가진 문자. 한자를 공부하면서 이언군은 ‘효도’라는 개념을, ‘의자’라는 물체를 알게 됐다. 새롭게 알게 된 이런 단어들은 자연스럽게 영어학습으로 연결됐다. 기존 학습을 통해 기억력이 발달해 있던 이언군은 빠른 속도로 한자를 습득했다.

또한 한자 교재에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이나 공맹사상 같은 이야기들이 예문으로 사용되는데 이는 이언군에게 또 다른 학습으로 작용했다. 독서 습관으로 단련된 이해력은 이 낯선 글 앞에서 힘을 발휘했다. 이런 예문들과 씨름하면서 이언군은 또래 어린이들보다 복잡하고 체계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됐다.

이언군의 단계별 영어학습법
 
▼ 교육용 비디오를 통한 영어 듣기
아이들이 국어를 습득할 때 듣고, 말하고, 쓰는 과정을 거치듯이 영어 또한 듣기가 선행돼야 한다. 이언군은 교육용 비디오를 통한 반복학습으로 듣기와 말하기를 깨쳤다. 어느 정도 듣기에 적응이 되면 해당 내용에 대한 영문 시나리오를 주고 보게 한다. 지금 나오는 내용이 어느 부분인지 정도만 알게 해주면 아이는 반복학습을 통해 자연스럽게 말과 글을 익히게 된다.

▼ 아이와 함께 영어회화를~
시중의 영어교재를 이용하면 아이와 영어회화를 할 수 있다. 아이와 함께하는 생활영어의 경우 표현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기초 영어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실생활에 영어를 받아들임으로써 아이가 영어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다.

▼ 연극대본을 통한 영어학습
‘흥부와 놀부’ ‘돼지 삼형제’ 등 아이가 내용을 잘 알고 있는 동화를 선정해 아이와 함께 연극을 해본다. 교재는 코네스 출판사에서 나온 ‘Role Play English’가 있다. 엄마, 아빠, 아이가 서로 역할을 바꿔가면서 연극대사를 읊다 보면 재미있게 영어를 익힐 수 있게 된다.

▼ 비디오 영화를 통한 영어학습
비디오 영화를 고를 때는 아이가 지금까지 학습한 내용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 내용이 단순하고 비교적 쉬운 단어들로 이뤄진 것이 좋다. 비디오를 보는 것만으로도 반복학습의 효과가 있고 몰랐던 문장을 학습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 영어 동화책을 통해 문법 익히기
영어책을 읽고 문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교재가 필요하다. 영어 동화책을 이용하면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영어 동화책은 이미 한글 동화책으로 읽었던 것, 영어 테이프가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을 고른다. 아이는 영어 동화책을 반복 학습함으로써 감각적으로 문법을 익히게 된다.

▼ 다양한 심화학습
‘해리포터’ ‘반지의 제왕’ 등 시중에 나와 있는 영어 교재와 인터넷에서 오디오와 텍스트를 구할 수 있는 영어 교재를 통해 심화학습을 한다. 이 단계에 이르러서는 학습 속도가 더욱 빨라진다. 영어에는 왕도가 없다. 반복학습을 통해 선택한 교재는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51/200606270500051_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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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다른 태교 & 언어교육’
영어와 중국어 말하는 열두 살 ‘언어천재’ 이채연양 엄마 유영옥

 
 
지난 2004년 조창인의 베스트셀러 ‘가시고기’를 아동용으로 만든 ‘만화로 보는 가시고기’를 직접 영어로 번역한 책을 펴내 화제를 모은 이채연양(14). 채연양의 외국어 실력은 2003년 영국문화원 주최로 열린 ‘학생영어경시대회’에서도 인정받은 바 있다. 말하기와 듣기, 독해 및 쓰기 부문에서 평균 4.3점(5점 만점)의 높은 성적을 거둔 것.

12세에 불과한 어린 소녀가 영작을 척척해서 책까지 펴냈을 정도면 그 부모의 뒷바라지가 남달랐을 듯싶다. 그런데 어머니 유영옥씨(39)는 채연양이 배 속에 있을 때부터 음악을 들려줘 소리에 대한 감각을 키워줬을 뿐 극성스럽게 아이를 교육하지는 않았다며 손사래를 친다.

“태동을 시작했을 때 태교음악을 들려줬는데 영재를 만들겠다는 거창한 욕심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채연이를 가졌을 때 유산할 우려가 있다는 진단을 받았거든요.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배가 딴딴하게 뭉쳐서 아주 조심스러웠는데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뭉친 게 풀리고 아기의 태동도 편안하게 느껴지더라고요.”

배 속의 아기가 편안해하도록 클래식이나 가스펠 음악을 자주 들었다는 유영옥씨는 음악 듣기가 습관이 돼 출산 후에도 아이에게 음악을 계속 들려주었다고 한다.


생후 18개월 때부터 영어 비디오테이프 반복 시청

배 속에서부터 다양한 소리를 접한 채연양은 또래 아이들보다 소리에 민감하고, 말을 빨리 시작했다고 한다.

혼자 뒤집기를 할 수 있게 되면서부터 고개를 들면 오디오를 가장 먼저 바라볼 정도로 소리를 좋아했던 채연양은 생후 18개월 때 아빠 이수근씨(44)가 사다준 영어학습용 비디오테이프를 통해 언어영재의 초석을 다졌다.

“너무 어렸을 때 일이라 사실 저는 기억을 잘 못하는데 엄마 말씀으로는 우리말로 하는 비디오는 재미있게 보는 반면 영어로 된 것은 낯설어했대요. 하지만 거의 하루 종일 비디오테이프를 틀어놓고 반복해서 보니까 5개월쯤 지나서 제가 옹알이하듯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따라하기 시작했고 영어를 곧잘 말했다고 해요.”

채연양은 영어 비디오테이프를 볼 때마다 엄마가 불러도 알아듣지 못할 만큼 빠져들었다고 한다. ‘사운드 오브 뮤직’이나 ‘라이언 킹’은 너무 많이 봐서 테이프가 늘어났을 정도. 채연양은 자신이 좋아하는 영상물을 보면서 비교적 긴 문장도 저절로 이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엔 영어가 잘 안 들렸지만 차츰 발음이 귀에 들어오고, 그 의미가 파악됐어요. ‘이 단어와 이 단어가 합쳐져서 이런 단어가 됐구나’ 하는 것도 알 수 있었고요. 이런 것들이 머릿속에 들어오니까 신기하고 영어가 더 재미있어지더라고요.”

채연양이 네 살 되던 해 무더운 여름날, 엄마 유영옥씨가 아빠 이수근씨에게 “더운데 수박 한쪽 드실래요?” 하고 묻는 것을 듣고 채연양이 갑자기 “Mommy, That’s a good idea!(엄마,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라고 말했다고 한다. 순간 부모는 깜짝 놀랐고, 비디오테이프를 이용한 영어교육의 효과에 확신을 갖게 됐다고. 그 뒤로 다양한 영어 비디오테이프와 책들을 사들였다고 한다.

유씨가 채연양에게 영어공부를 시킬 때 반드시 지켰던 중요한 철칙들이 있다. 완전히 이해할 때까지 비디오테이프를 하나만 반복해서 보도록 하는 것. 또한 비디오테이프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으로 선택한다.

“테이프를 구입하기 전 아이와 10분만 이야기를 해보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에 대해 알고 싶어하는지 알 수 있어요. 동물, 동화, 노래, 게임 등 아이가 좋아하는 장르를 선택해서 매일 보여주는데 처음부터 너무 욕심을 내서는 안 돼요. 부담을 주면 아이가 도망가려고 하거든요.”

아빠 이수근씨도 채연양의 교육에 열정을 쏟았다. 그는 교육방송이나 AFN을 시청하며 아이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프로그램을 녹화해 채연양이 보도록 했다.

수영이나 피아노 같은 예체능 분야를 제외하고 채연양이 학원을 다닌 것은 단 7개월에 불과하다. 그것도 5세 때 7세 아이들과 한반에서 영어공부를 했다. 영어학원에서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가장 빨리 알아듣고 대답을 하니 외국인 교사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 채연양의 뛰어난 실력을 다른 학생들이 시기하기도 했다.

“다섯 살이 될 때까지 엄마가 한글공부를 시키지 않았어요. 제 이름도 쓸 줄 몰랐는데 학원의 언니 오빠들이 ‘한글도 모르는데 영어만 잘하면 뭘 하냐’고 놀렸어요. 집에 와서 빨리 한글을 가르쳐달라고 엄마에게 졸랐더니 엄마가 언니, 오빠들이 저를 ‘왕따’ 시킨다는 걸 알고 학원을 그만 다니라고 하셨어요.”

그 뒤로 학원에서 받던 수업을 엄마 유씨가 대신했는데 원어민 발음을 익히기 위해 카세트테이프를 활용하고 스토리 북 읽기와 노래가사 보고 부르기 등을 함께했다. 채연양이 영어 말문이 트여 본격적으로 실용회화를 가르쳐야 할 때가 되자 유씨는 외국인 강사를 집으로 초빙했다. 일주일에 두 번 외국인 강사와 함께 소꿉놀이 등 주제를 정해 놀면서 채연양은 영어회화를 익혔다. 그 와중에도 유씨는 록 리듬에 맞춰 재미있게 영어단어를 읽을 수 있는 교재를 준비해 매일 한 번씩 들려주며 따라 읽게 했다.


말문이 트이면서부터 외국인 강사와 1대 1 영어수업

“엄마는 틈틈이 간단하고 재미있는 스토리 북이나 영어노래를 큰 글씨로 벽에 써놓고 반복해 읽거나 노래를 부르게 하셨어요.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여섯 살이 되니 영어책도 잘 읽을 수 있게 되더라고요.”

틈이 날 때마다 재미있는 스토리 북을 많이 읽으면서 채연양은 머릿속으로 영어문장을 만드는 속도가 빨라지고, 문법도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한다. 채연양은 팝송도 즐겨 듣는데 특히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를 좋아한다고.

채연양은 여섯 살 때부터 중국어도 배우기 시작했다.

“맹장수술을 받아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제가 심심해하자 엄마가 집에서 듣던 영어 스토리 북과 테이프들을 병실에 갖다 놓으셨어요. 혼자 흥얼거리는 것을 옆 병상에 문병 오신 분이 보고 잘한다고 칭찬하시면서 중국어도 배우면 어떻겠냐고 권하시더라고요. 그러고는 중국학교 유치부를 소개해주셨어요.”

유치원에 들어가자마자 중국어의 성음부호와 한자를 배운 채연양은 집에 와서는 매일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서 배운 것을 복습하며 중국어까지도 잘하는 아이가 됐다. 한글자막 중국어 비디오, 한글자막 영어 비디오, 영어자막 영어 비디오, 중국어자막 중국어 비디오를 수시로 보고, 책을 읽고 외우고 우리말로 옮겨 적는 과정을 거친 결과였다. 유씨는 딸을 위해 케이블 방송에서 하는 중국어 드라마를 거의 모두 녹화했다가 채연양에게 반복해서 보여줬다.

채연양은 일기도 3개 국어로 쓴다. 하루는 우리말, 다음 날은 영어, 그 다음 날은 중국어 순으로 일기를 썼는데 나중에는 중국어 일기를 영어로, 영어 일기를 중국어로 옮겨 적기도 하고 우리말 일기 옆에 영어와 중국어를 나란히 옮겨 적기도 했다. 일기뿐 아니라 책도 이런 식으로 옮겨 적었다.

국제연합(UN)에서 동시통역사로 활동하는 게 꿈이라는 채연양은 2004년 한국외국어대 통역번역대학원 최정화 교수와 함께 ‘외국어 내 아이도 잘할 수 있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그리고 통역사가 되기 위해 외국어 공부를 계속하고 있다.

“매일 꼭 해야 하는 숙제 3가지가 있어요. 엄마가 정해준 건데 영어책 한 파트를 소리 내서 읽고, 2~3 쪽을 직접 써보는 거예요. 그런 다음 그것을 한국말로 옮기죠. 1시간 정도 걸리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영어가 느는 것을 느껴요.”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50/200606270500050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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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한 번 받지 않고 영어 실력 쑥~키운 노하우’
우리말처럼 영어를 술술~ 최원양 엄마 서석영

 
 
최원양(18)은 영어방송을 우리말 방송처럼 즐겨 듣고 영어소설을 술술 읽으며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여러 나라의 친구들과 채팅할 정도의 영어실력을 갖췄다.

그런데 그의 영어실력은 학원 한 번 안 다니고, 외국에 나가본 적도 없이 순전히 엄마의 지도로 일궈낸 결과라고 한다. ‘토종’ 실력이 이 정도라면 일부에서 ‘쯧쯧, 어렸을 때부터 엄마가 얼마나 아이를 잡았을까’ 하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엄마 서석영씨는 “오히려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보다 훨씬 자유롭게 뛰어놀 시간이 많았다”고 말한다.

동화작가인 원양의 엄마 서석영씨(46)의 영어실력은 그다지 뛰어나지 않다. 그럼에도 서씨가 아이를 스스로 가르쳐야겠다고 마음먹은 건 사교육에 의존하는 기존 영어교육법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 그렇다고 그에게 불안감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른 아이들이 학원에 다니느라 바쁘게 지내는 모습을 보면 문득 불안한 마음이 들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원양이 과학고에 진학하고, 영어에 있어서만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실력을 갖추게 되자 서씨는 마음을 놓고 ‘엄마식 영어공부도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여섯 살 때부터 영어단어 카드로 워밍업

서씨의 영어교육법 중 가장 주목할 만한 건 아이가 비교적 시간이 많은 초등학교 때 집중적으로 영어공부를 시켰다는 점. 서씨는 초등학교 때가 영어교육의 최적기라고 주장한다.

“‘아이가 배속에 있을 때부터 해야 한다’ ‘말을 배우기 시작할 때부터 우리말과 영어를 동시에 가르쳐야 한다’ ‘한글을 가르치기 전에 영어부터 해야 한다’ 등 영어를 언제 시작해야 좋을지에 대해 사람마다 주장하는 내용이 달라요. 그래서 원이를 키울 때 무척 혼란스러웠죠.”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던 서씨에게 영어교육법의 방향을 잡아준 건 뜻밖에도 보건소였다. 당시 여섯 살인 원양을 데리고 DPT 예방접종을 위해 보건소를 찾았던 서씨는 한 주부가 깜빡 잊고 아이의 예방접종 시기를 놓쳤다며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을 본 것. 그는 곧 ‘그래 영어공부는 예방주사야. 입시와 취업, 승진 등에서 ‘영어병’으로 고생하지 않으려면 시기를 놓치지 않고 예방주사를 맞혀야 해’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아울러 학업의 부담이 적은 취학 전과 초등학교 때가 가장 좋은 예방접종 시기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서씨는 주변에 널린 외래어를 이용해 딸에게 영어를 직접 가르치기 시작했다. 그는 우리말을 가르칠 때처럼 길거리 간판이 좋은 학습 자료가 됐다고 말한다.

“몬스터는 괴물, 슈퍼마켓은 크다는 의미를 가진 슈퍼와 시장이라는 의미의 마켓이 합쳐져 ‘큰 시장’이라는 말이 됐다고 일러주니 원이가 신기해하더군요.”

어린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이기 전 단계로 과즙을 한두 수저 떠먹이는 것처럼 외래어로 원이의 반응을 살폈던 그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보고 영어의 밑바탕인 듣기 교육을 위한 세밀한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이 좋아하고, 특별한 준비 없이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는 TV를 이용해 영어 듣기의 기초를 다져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처음엔 EBS의 ‘도라도라 영어나라’나 ‘고고 기글스’ 같은 프로그램을 보여줬고, 그 다음엔 AFN에서 원어로 방송되는 ‘Sesame Street’를 보도록 했죠.”

그러나 주식을 전혀 모르는 할머니가 매일 뉴스를 보며 코스피지수, 코스닥지수를 듣는다고 해서 주식을 저절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듯, 아이 역시 보고 듣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억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영어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고 그는 판단했다. 그래서 알파벳만은 확실히 익히도록 만 4~5세 어린이용 영어교재를 구입해 알파벳의 철자와 이름, 간단한 단어를 소리 내어 읽게 했다. 알파벳을 익힌 다음엔 게임을 통해 단어를 떠올리게 했다.

“처음부터 원서로 가르쳐야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는 엄마들도 있지만 제 생각은 영어 기초를 닦는 데는 고전적인 책도 무방하다는 거예요. 다만 너무나 친절하게 ‘jacket(좨킷)’ ‘doctor(닥털)’ 같이 발음이 우리말로 표기가 돼 있는 것은 엄마가 걸러줘야겠죠. 발음은 가리고 철자만 보고 읽게 하는 것이 좋아요.”

아이가 철자를 보며 읽을 수 있으려면 ‘A(아) B(브) C(크)…’ 하면서 우선 알파벳 각각의 실제 발음을 일러줘야 했다. 그 다음엔 ‘I am a boy.’ ‘You are a girl.’ 같은 간단한 영어문장을 가르쳤는데 이에 앞서 ‘I, you, he, she’같이 자주 나오는 단어는 미리 카드로 만들어 연습을 시켰다고 한다. 그래야 갑자기 길어진 문장을 접해도 영어가 어렵다는 편견을 갖지 않기 때문. 서씨는 아이가 ‘난 영어를 잘해’ 하는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배려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다음엔 응용력 키우기 단계로 넘어갔어요. 큰 모조지에 ‘I am a ( ). You are a ( ). He is a ( ).’ 등 그동안 배운 문장을 써서 벽에 붙여두고 아침에 읽고 저녁에 다시 읽게 하는 식으로 ‘시간차 학습’을 시켰지요.”

원양의 생활 속으로 영어가 자연스럽게 스며들자 서씨는 주저하지 않고 딸에게 원서를 내밀었다. 비교적 쉬운 책을 구해 딸에게 건네자 “엄마, 내가 영어를 술술 읽어요” 하며 기뻐했다고.

이즈음의 서씨는 TV를 이용한 영어교육법에도 약간의 변화를 줬다. 우리나라의 영어 프로그램과 원어방송을 적절하게 배합시킨 것. 리모컨을 쥐고 우리나라의 ‘도라도라 영어나라’를 보여주다가 끊고, 원어로 방송되는 AFN의 ‘Dora, The Explorer’를 틀었다. 같은 제목이고 같은 내용이라도, 원어방송은 전체가 영어이다 보니 만만치 않은 수준이었지만 원양은 전혀 혼란스러워하지 않았다고 한다. 반쯤 번역된 내용을 보면서 이미 그 상황과 배경에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 서씨는 반대로 AFN의 원어방송을 먼저 보게 하고, 나중에 우리말로 번역된 방송을 보도록 하는 방법도 괜찮다고 말한다.

“‘Sesame Street’ 같은 어린이 영어 프로그램은 영어공부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좋은 방송이라는 생각에 원이에게 보여줬어요. 그런데 영어를 잘 못 알아들으니까 TV 앞에 오래 앉아 있지 못하더라고요. 그래서 고민한 끝에 TV 프로그램을 녹화해 20분 정도 보여준 뒤 끊고 다른 일을 하거나 놀게 했죠. 그런 다음 다시 보여주는 식으로 했더니 원이의 집중도가 훨씬 높아졌어요.”

녹화 테이프를 볼 때는 되도록이면 엄마가 곁에 앉아 간간이 질문을 던지며 주의를 환기시켜주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초등 고학년 때는 영어동화 소리 내어 읽고 원어민과 전화로 대화

원양이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자 서씨는 비로소 영어 읽기와 쓰기 단계에 들어갔다. 초등학교 1학년이 되면 우리말 읽기와 받아쓰기를 하는 것처럼 영어도 그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

“교보문고를 뒤져서 6단계로 돼 있는 ‘Start with English Readers’라는 책을 샀어요. 글이 짧으면서도 스토리가 있어 맘에 들었어요.”

딸에게 적당한 책을 골랐지만 그는 아이에게 선뜻 내놓지 않고 먼저 책에 있는 단어들을 카드에 적어 보여주며 익히도록 했다. 그런 다음 책을 건네자 앞서 익혀둔 단어들을 떠올리며 띄엄띄엄 읽어 내려갔다고.

“차츰 읽는 실력이 나아지자 기분이 좋았어요. 엄마가 사오신 나머지 책들도 어서 빨리 읽고 싶은 욕심이 생겼죠.”

원양이 카드연습 없이도 책을 바로 읽을 수 있게 되자 서씨는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도록 했다. 서씨는 동화책을 소리 내어 읽으면 영어발음이 좋아질뿐더러 듣기 실력도 향상된다고 말한다.

“영어발음을 좋게 하기 위해 혀 수술을 받는 아이들도 있다고 하는데 소리 내어 읽기 연습을 꾸준히 하면 전혀 그럴 필요가 없어요. 소리 내어 읽기는 단어와 문장은 물론 동시에 발음을 익히는 장점이 있거든요. 큰 소리로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연음이 되고 음 사이의 강약과 고저가 조절되죠. 발음이 좋아지면 듣기 능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되고요.”

그는 눈으로 이해가 안 되던 문장도 소리를 내어 읽다 보면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고 말한다. TV 프로그램과 영어 동화책으로 각각 영어 듣기와 읽기 실력을 쌓도록 한 서씨가 다음 단계로 택한 것은 말하기와 쓰기. 서씨는 롱맨 출판사의 ‘Activity Book’과 ‘Workbook’을 구입해 말하기와 쓰기를 가르쳤다.

“아이가 두 언어를 동시에 배우게 하는 이중 언어 환경을 조성한다며 우리말도 못하는 아이에게 영어부터 가르치는 엄마들도 많아요. 하지만 저는 두 가지 이유에서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첫째는 두 언어를 함께 배우는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을 것이고, 둘째는 모국어를 배우면서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생기는데 외국어부터 배우면 언어에 대한 이해력이 떨어져 우리말을 깨치고 영어를 배울 때보다 몇 배 힘겹고 시간도 더 걸리기 때문이죠.”

서씨는 ‘How are you?’ ‘Excuse me.’ 정도의 간단한 영어를 할 때는 표가 안 나지만 수준이 높아질수록 우리말에 대한 이해력이 영어실력을 좌우한다고 주장한다. 집에서 엄마가 가르치는 영어학습법의 결과를 꼭 확인해보고 싶었던 서씨의 욕구와 뚝심은 원양의 영어공부를 일관성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힘이 됐다.

원양이 초등학교 3, 4학년이 됐을 때는 ‘통독→내용 이해→소리 내어 읽기’의 3단계 학습법으로 ‘80일간의 세계일주’ ‘미녀와 야수’ 같은 세계 명작 스토리북 24권을 마스터했다. 5학년이 되면서는 중학교 참고서를 이용해 문법을 공부하도록 했다.

서씨는 딸의 영어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기 위한 방법으로 영어경시대회를 활용했다. 그는 “경시대회가 지나치게 경쟁의식을 부추기고 상업적으로 흐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학원에 다니지 않고 집에서 공부하는 아이에게는 실력을 진단하고 경쟁력을 갖추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이미 고등학교 교과과정까지 마스터하고 중학교에 들어간 원양은 ‘프리토킹’을 위해 원어민과 일주일에 세 번, 10분씩 전화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이용하기도 했다. 당시 미국인 교사가 원양의 발음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실전에서 말문이 터지자 원양은 인터넷의 영어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알게 된 미국인, 영국인, 호주인, 필리핀인 등 다양한 국적의 친구들과 이메일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외국인과 대화를 나누고, 편지를 주고받는 동안 원양의 영어 실력도 자연스럽게 향상됐다. 그러는 사이 심야에 AFN에서 내보내는 영화를 즐겨 보며 속어를 제외한 대화 내용을 대부분 알아듣는 수준에까지 이르게 됐다고 한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49/200606270500049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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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자린고비형 영어교육’
최연소 통역 봉사자로 활약한 김준영군 엄마 임영순

 
 
김준영군(13)은 지난해 경남 김해에서 열린 ‘2005 가야세계문화축전’에 최연소 영어통역 자원봉사자로 선발돼 화제를 모았다. 영어학원에 다닌 적도, 어학연수를 다녀온 적도 없지만 유창한 영어회화 실력을 자랑하는 준영군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한국어 자막이 없는 외화 비디오테이프를 반복 시청하면서 귀가 트이고 말문이 열렸다고. 이같은 준영군의 ‘자린고비형’ 영어공부법은 엄마 임영순씨(43)의 독특한 교육철학이 있기에 가능했다.

“다른 과목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영어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집 아이들이 잘하게 마련이에요. 학원이나 과외 수업, 어학연수 등 투자를 많이 해야 아이의 영어실력이 오르니까요. 하지만 저는 주제파악부터 했어요. 김해 같은 소도시에서 서울 강남의 아이들과 같은 방식으로 공부해서는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했지요. 더군다나 싱글 맘인 제겐 거액의 사교육비를 지불할 능력도 없거든요. 그래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준영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하기 시작했죠.”

임영순씨가 내린 첫 번째 결론은 영어라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것이었다. 아빠, 엄마, 할머니, 이모, 삼촌 등 우리말을 가르쳐주는 많은 선생님들 사이에서 자라는 아기도 우리말을 능숙하게 하기 위해서는 4∼5년 정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영어를 익혀 능숙하게 말하게 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자명한 이치. 임씨는 준영군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기 전까지는 자기 마음대로 좋아하는 외화 비디오테이프 서너 개를 반복해서 보도록 내버려두었다고 한다.

“준영이가 만화영화 ‘스튜어트 리틀’을 보면서 깔깔 웃기에 내용을 아냐고 물었더니 ‘모른다’고 하면서도 계속 재미있게 보더군요. 그때 전 내용을 알아듣게 하려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버려두었어요. 알아듣는 것은 나중 일이니까요. 영어 비디오를 재미있게 보며 즐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일단 성공이라고 생각했어요.”

임영순씨는 하루에 몇 시간씩 영어학원에서 시간을 때우는 것보다는 집에서 빈둥거리며 외화 비디오를 시청하면서 영어의 즐거움을 느끼는 것이 몇 배 더 효과가 좋은 영어공부법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가끔씩 아들의 손을 잡고 영화관에 가서 ‘스타워즈’나 ‘매트릭스’ 등을 관람했다고 한다.

“영화관의 대형화면을 통해 박진감 넘치는 영화장면을 보면 영어에 대한 자극을 더 줄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영화를 보고 난 뒤에는 영어란 공부할 대상이 아니라 영어문화권의 책이나 영화를 이해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설명해주었지요.”

임영순씨는 준영군이 4학년이 되고 나서야 영어 철자와 발음 사이의 관계를 가르쳤고 서점에서 영어교재를 사다가 풀게 했다. 그러면서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지 않게 하기 위해 만화비디오를 구해서 보게 했다. 엄마의 경제력을 고려해줬는지 준영군은 같은 비디오를 여러 번 되풀이해 보는 것을 지루해하지 않았다고 한다.

준영군은 특히 할리우드 영화를 좋아해 영화관에서 본 영화가 비디오로 출시되면 임씨는 이것을 구해와 여러 번 반복해 보게 했다. 뿐만 아니라 준영군이 영화음악에도 흥미를 느끼고 팝송을 자주 흥얼리자 임씨는 위성방송 수신기를 달았는데, 요즘 준영군은 영어만화 채널을 즐겨보고 있다고.

“영어방송 프로그램은 영어뿐만 아니라 그 나라 또래 아이들의 문화까지도 익힐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특정 프로를 정해놓고 시청하게 하기보다는 준영이가 좋아하는 프로그램 이것저것을 부담 없이 보도록 하고 있어요.”


길거리에서 만난 외국인과 대화하면서 영어에 대한 자신감 얻게 만들어

또한 임영순씨는 준영군이 외국인 앞에서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얻도록 적극성을 보였다. 거리에서 외국인이 보이면 무조건 차를 세우고 준영군에게 말을 건네보라며 등을 떠민 것. 처음에는 “엄마, 제발…” 하며 몸을 뒤로 빼던 준영군도 엄마의 완강한 고집에 마지못해 주저하면서 외국인에게 다가가 “어디서 왔냐” “직업이 뭐냐” “한국에 온 소감이 어떠냐”는 질문을 던졌고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것에 자신감을 갖게 됐다고 한다.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는 과외수업을 받으려면 적지않은 돈을 지불해야 하는데, 거리에서 만나는 외국인을 활용함으로써 돈도 들이지 않고 큰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고.

“제가 외국인 앞에서 쩔쩔매며 영어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그러고는 준영이에게 ‘엄마가 할 줄 아는 영어는 하이(Hi) 정도’라면서 ‘준영이가 다 크면 함께 세계여행을 떠날 건데 네가 영어를 잘해야 우리 모자가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동기를 부여했죠.”

고등학교 미술교사 출신으로 미술강사이자 색채심리 인테리어 전문가로 활동하는 임씨는 지난해 7월 준영군과 함께 파키스탄 의료자원봉사를 다녀오기도 했다. 그는 파키스탄 아이들에게 그림을 가르쳐주고 벽화를 그리는 일을 담당했고 준영군은 통역 자격으로 동행했다.

“경비가 부족해 ‘애마’인 승합차를 팔았어요. 저는 미술캠프를 열었고 준영이는 저와 떨어져 통역 자원봉사를 했어요. 파키스탄에 머문 기간은 불과 8일 남짓이었지만 그 후 준영이는 영어에 대해 더욱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준영군은 지난해 경남 김해의 가야유적지 일원에서 열린 가야세계문화축전의 통역 자원봉사를 훌륭하게 해냈다. 주최 측에서는 처음에 준영군이 너무 어리다며 난색을 표했지만, 실력 테스트를 해보더니 흔쾌히 자원봉사자로 받아주었다고 한다.

“옛날 우리 어머니들은 교육을 많이 받지 못했어도 자식들을 훌륭하게 키워냈잖아요. 엄마가 꼭 다 알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엄마가 영어를 못해도 아이는 영어를 잘하게 만들 수 있어요. 영어에 ‘무식하게’ 부딪쳐보는 것, 그것이 최상의 방법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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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고수되는 책읽기 습관’
토플 만점자 김영윤양과 엄마 이은경 조언

 
 
김영윤양(15)은 지난해 8월 치른 토플에서 300점 만점을 받아 최연소 만점자 기록을 세웠다. 미국 대학이나 대학원에 진학할 때 필요한 영어시험인 토플은 어른들이 250점만 받아도 꽤 높은 점수를 획득한 것으로 평가되는 어려운 시험인데 여중생이 만점을 받았으니 놀랄 만한 일이다. 영윤양 엄마 이은경씨(43)는 “나중에 영윤이가 유학갈 때 토플 점수가 필요할 것 같아서 한번 도전해본 건데 만점을 받아 나도 영윤이도 놀랐다”며 웃었다.

영윤양이 어린 나이에 이처럼 뛰어난 영어실력을 갖추게 된 비결은 뭘까. 엄마 이은경씨는 영윤양이 어릴 때 맞벌이를 했기 때문에 딸의 영어공부를 챙길 여력은 없었지만 딱 하나, 책 읽어주는 것만은 반드시 실천했다고 한다.

“영윤이가 만 한 살이 됐을 때부터 하루에 다섯 권 이상씩 꼭 책을 읽어줬어요. 퇴근해서 집에 돌아오면 저녁밥도 거르고 집안일도 미룬 채 영윤이에게 책을 읽어줬죠.”

이런 엄마의 정성 덕분인지 영윤양은 만 두 살이 지난 후에는 엄마가 읽어준 책들을 통째로 다 외워버릴 정도가 됐다고 한다.

영윤양은 영어 동화책을 통해 영어를 배웠다. 해외지사에서 근무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간 다섯 살 때부터 이씨는 영윤양에게 영어 동화책을 읽어주고 영어 테이프를 들려주기 시작했던 것.

“영어도 우리말처럼 가르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집 근처 도서관에서 테이프가 딸린 영어 동화책을 빌려와서 책을 읽어주고 테이프를 들려줬어요. 그렇게 3개월을 하다 보니까 영어책을 완전히 외우더라고요.”

영윤양은 3년 6개월 만에 한국으로 돌아오게 돼 미국에서 영어를 충분히 익히지는 못했다고 한다.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조기 교육이 일반화돼 있지 않아 미국 유치원에서는 고작 알파벳 쓰기 정도만 배웠기 때문이라고. 영윤양은 한국에 돌아와 영어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영어문장을 더듬더듬 읽는 정도라서 레벨이 낮은 반에 들어갔다. 이은경씨는 “오히려 한국에서 영어를 공부한 아이들 실력이 더 좋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두 달이 지나자 영윤이의 숨은 영어실력이 드러나기 시작했어요. 글자를 읽을 줄 알게 되자 영어실력에 가속도가 붙은 거예요. 월반을 거듭해서 1년 후에는 상급생 반에 들어갔어요.”

하지만 이렇게 강도 높은 영어공부를 하는 동안 영윤양은 단 한 번도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엄마가 책을 많이 읽어주어 독서의 즐거움을 잘 아는 영윤양에게 영어공부란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는 즐거운 놀이였기 때문이다.

“영윤이는 지금도 하루 두 시간씩 영어책을 읽어요. 영어 문법책이나 영어 독해책이 아니라 영어소설을 우리말 소설을 읽듯이 즐겨 읽는 거지요.”


따로 영어공부하지 않고 틈틈이 영어소설 읽어

이은경씨는 영윤양의 엄청난 독서량 때문에 영어소설을 사다 나르는 것이 주요 일과가 됐다고 한다. 해외 출장이 잦은 아빠는 출장을 다녀올 때마다 문고판 소설을 사오고 이씨는 영어 전문서점에서 신간을 부지런히 구입하고 있다고. 영윤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처음 읽기 시작한 ‘해리포터’ 시리즈는 열 번도 넘게 읽어 암기할 정도라고 한다.

“아이들이 영어에서 가장 어려워하는 게 작문이잖아요. 그런데 영윤이는 영어책을 많이 읽어서인지 영어로 글을 쓰는 것에 별다른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재미있어해요.”

영윤양은 다른 과목에서도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이은경씨는 하루 종일 소설책을 껴안고 사는 영윤양이 우등생이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집중력’이라고 말한다. 옆에서 소란스럽고 시끄럽게 떠드는 아이들이 있어도 한번 책을 잡으면 거기에 푹 빠지는 습관이 집중력을 높였고, 덕분에 다른 아이들보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이 짧아도 공부한 결과가 좋게 나타났다고 한다. 사실 영윤양이 영어를 따로 공부하는 시간은 얼마 되지 않는다. 일요일에 세 시간 정도만 공부할 뿐이다. 다만 짬나는 대로 영어소설을 반복해서 읽어 책 내용을 거의 다 암기하고 있다고 한다.

영윤양 엄마 이은경씨가 일러준 영어지도 요령
 
▼ 수준에 맞는 책을 마련해주어라
초등학생에게 유아용 영어책을 들이밀면 흥미를 잃는다. 너무 어려운 단어가 나오는 책을 줘도 마찬가지다. 아이 연령과 실력을 고려해 흥미로운 책을 골라 내밀어야 독서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법. 아이가 영어책을 재미있게 읽고 있는지 엄마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도 잊어서는 안 된다. 아이의 영어실력이 늘면 그 수준에 맞게 책도 레벨업시켜준다.

▼ 영어 만화영화를 즐겨 보게 하라
디즈니 만화영화는 영윤양에게 좋은 영어선생님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만화를 그냥 즐기도록 내버려두는 것. 만화에서 나오는 영어단어를 따라하도록 하거나 문장을 외우게 하면 영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

▼ 읽기와 쓰기를 함께하도록 하라
영어 회화나 문법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읽기와 쓰기. 영어책을 많이 읽으면 회화나 문법 실력 또한 저절로 향상된다는 것이 이은경씨의 생각이다. 영윤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짧은 영어문장을 쓰기 시작했는데, 영어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정확한 문장을 쓰고 말할 수 있었다고 한다.

▼ 빨리 읽기(reading) 단계로 접어들게 하라
유아영어에서 초등영어로 도약할 때는 서둘러 영어 읽기를 익히는 게 좋다. 유아 때 놀이를 통해 영어회화를 익히다가 초등학생이 돼 본격적으로 영어를 배우기 시작하면 영어에 거부감을 느껴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때문에 영어 읽기를 익히게 해서 문법과 쓰기를 자연스럽게 배우도록 하는 것이 좋다. 학원을 선택할 때도 놀이나 퍼포먼스로 영어를 배우는 곳보다는 읽기와 쓰기를 가르치는 학원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47/200606270500047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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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공부 늦게 시작한 아이에게 효과적인 공부법’
두 아들 3년 만에 토익 만점 우등생으로 만든 엄마 이현숙

 
 
“어유, 우리 성준이는 초등학교 5학년이 되도록 ABC도 제대로 몰랐어요. 사실 영어만 못하는 게 아니라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었죠.”

이제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동안 이현숙씨(46)는 토익 만점 형제 새벽(16)·성준(13)군을 키우면서 무척이나 속을 끓였다고 한다. 그간 가정문제로 신경 써주지 못한 두 아이를 2003년부터 다잡아 키우면서 심한 마음고생을 한 것.

새벽군은 그래도 어느 정도 학교교육을 따라가는 수준이었지만 성준군은 모든 것이 뒤떨어진 상태였다. 그중에서 성준군의 가장 큰 문제는 학습의욕 저하였다. 그저 TV나 보고 컴퓨터 게임을 하며 빈둥거리는 생활에 익숙해져 제자리에 앉아 책을 보고 공부하는 것 자체를 견디지 못한 것. 수업시간에도 계속 돌아다녀서 나중에는 선생님이 전학을 권고할 정도였다.

기본적인 학습능력이 떨어지는 성준군은 위해 가장 먼저 권한 것은 운동. 남자아이이니 운동을 통해서 기본적으로 억눌린 스트레스를 풀어주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운동과 같이 시작한 것은 바이올린 레슨이었다.

“성준이는 심한 개구쟁이였는데, 또래와는 달리 대중가요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대신 클래식을 즐겨 들었는데, 모차르트의 곡을 금방 구분해내는 재능이 있더라고요. 나중에 영어를 공부할 때도 아이가 발음을 잘 구분하는 걸 보고 ‘성준이에게 듣는 귀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학습의욕 전혀 없던 아이에게 운동과 바이올린부터 가르쳐

이씨는 성준군에게 학교 공부를 강요하지 않았다.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거나 수업시간에 돌아다녀도 그냥 내버려뒀다. 그저 테니스와 바이올린 레슨만 시키고 다른 분야에 대한 엄마의 욕심은 접었다. 성준군은 그렇게 5학년 1학기를 보낸 후, 2학기부터 영어공부를 시작했다.

“새벽이와 성준이를 공부시키기 위해 아예 영어학원을 차렸어요. 작은 학원을 시작하면서 새벽이와 성준이도 함께 수업을 받게 했죠.”

하지만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책을 보며 공부하는 것을 거부하는 두 아이를 책상 앞에 앉히기까지가 쉽지 않았던 것.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하루 두 시간씩 영어수업을 듣되, 다른 공부는 안 해도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이씨는 수업시간에 천장만 멍하니 보거나 삐딱한 자세로 앉아 있는 두 아이를 볼 때마다 매를 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매를 대는 순간 더 이상 방법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한번 매로 다스리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매를 대지 않으면 아무것도 안된다고 생각했어요. 아이들이 ‘매로 때우면 된다’는 생각을 갖게 될까봐요. 아이가 천장을 봐도 ‘그래 졸지만 않으면 하나라도 듣겠지’ 하며 참고, 삐딱하게 앉아도 ‘앉아있는 게 어디야’ 하고 생각했어요.”

이런 과정을 통해 아이들은 두 달 동안 가장 쉬운 문법책 한 권을 뗐다. 새벽군은 어느 정도 영어를 아는 상태여서 수업이 가능했지만, 성준군의 경우 ABC도 몰라 수업을 한 번 듣고 이해하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했다고. 그래서 이씨는 성준군이 두 차례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도록 시켰다.

“가장 쉬운 걸 두 번 되풀이하자 그 내용만큼은 잘 알더라고요. 이렇게 넉 달을 공부하면서 영어에 대해 자신감이 붙으니까 성준이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어요. 여전히 학교에 가면 수업시간에 돌아다녔지만 그래도 영어수업 시간만큼은 앉아서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새벽·성준 형제가 영어공부를 시작하면서 그들의 생활 태도도 서서히 변해갔다. 영어만큼은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 그러던 중 두 형제는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토익브릿지라는 시험에 도전하게 됐다.

“사실 저는 토익 같은 시험에 목숨 거는 스타일이 아니에요. 다만 성준이가 토익브릿지에서 만점을 받으면 70만원을 준다는 사실을 알고는 스스로 도전한 거죠. 근데 진짜 만점을 받은 거예요. 그때가 공부를 시작한 지 1년이 좀 지난 6학년 말 무렵이었어요.”

물론 토익브릿지에서 만점을 받았지만 성준군은 여전히 학교 수업시간에 돌아다니는 문제아였고 다른 과목은 거의 낙제 상태였다고 한다.

새벽군은 지난해 토익에서 이미 만점을 받았다. 최연소 만점자인 동생에 비해 덜 알려져서 그렇지 새벽군의 만점도 세간의 화제였다. 형이 만점을 받은 후 성준군도 토익 공부에 열을 올려 지난 1월 만점을 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현숙씨는 두 형제가 토익에서 만점을 받은 영어 수재가 된 것보다 두 아이가 자신의 길을 찾은 것이 더 반갑고 고맙다고 한다.

“성준이는 중학교 배치고사를 칠 때 수학에서 40점을 받았어요. 하지만 영어에서 두각을 나타낸 후 다른 과목 성적도 함께 오르기 시작했어요. 아이가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게 된 것이 가장 큰 소득입니다.”

형제는 지금도 다른 과목의 경우 과외를 받기는커녕 학원도 안 다닌다. 문제지나 참고서조차도 아이들이 꼭 필요하다고 졸라야만 겨우 한 권 사주는 정도다. 하지만 두 아이의 성적은 영어공부를 시작하면서 계속 오르고 있다고.

“새벽이는 2003년 당시 전교 50등 정도 했지만 영어공부를 시작한 후 성적이 급상승했어요. 결국 전교 1등으로 중학교를 졸업했어요. 그래서 광주과학고에 진학했지요.”

하지만 영어를 시작한 지 만 3년 만에 영어 수재라는 타이틀을 거머쥔 형제는 여전히 공부보다는 좋아하는 분야에 몰두하는 보통(?) 아이다.

“새벽이는 과학고에 진학한 후 수학문제를 왜 풀어야 하는지 그 이유를 모르겠다고 했어요. 제가 ‘너의 생각을 존중하겠다’고 말하자 새벽이는 ‘학교를 그만두고 검정고시를 준비하겠다’고 하더군요. 요즘 새벽이는 학교를 자퇴하고 취미인 테니스를 하루에 한 시간씩 열심히 치고 있답니다.”

성준군 역시 얼떨결에 영어 수재로 이름을 날리고 있지만, 여전히 “영어공부는 싫다”며 바이올린 연주에 몰두하고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에는 형의 뒤를 따라 학교를 중퇴했다.

이현숙씨는 앞으로 새벽·성준 형제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는 모르지만 가능하면 모든 결정을 두 아들에게 맡기고 싶다고 한다.

“지금 뒤처진다고 영원히 열등생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 거기에 집중하도록 돕는다면, 평범한 아이도 수재가 될 수 있어요. 새벽이와 성준이에게 영어는 바로 수재로 거듭나는 계기가 됐고요. 영어를 익히며 공부하는 방법과 공부의 재미를 깨닫게 된 거죠. 스스로 목표를 정하고 목표를 향해 노력해가는 과정의 재미를 알면 누가 뭐라고 하지 않아도 제 길을 가게 됩니다.”


뒤처진 아이를 우등생으로 이끈 교육 원칙

▼ 아이의 특성을 파악하라 한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분위기를 자주 바꿔가며 공부하는 아이도 있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내 아이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 성준이는 수업시간에도 제자리에 앉아있지 못할 정도로 산만했지만 이씨는 그를 나무라지 않고 아이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했다.

▼ 눈높이 교육을 실천하라 먼저 부모가 욕심을 버려야 한다. 아이는 수준이 낮은데 자꾸 어려운 교재만 내밀면 자연히 학습의욕이 떨어진다. 아무리 공부를 싫어하는 아이라도 하루에 단어 하나씩 외우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루에 단어를 하나씩만 외워도 1년이면 3백65개나 익힐 수 있는 것.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어렵지 가속도가 붙으면 하루에 1백 개의 단어를 외우는 날이 온다.

▼ 아이가 처질수록 하나만 확실히 잡는다 아이가 뒤떨어지면 부모의 마음은 자꾸 조급해진다. 그래서 이것저것 자꾸 시키게 되는데, 이럴 경우 죽도 밥도 되지 않는다. 이럴 때는 무엇이든 하나만 확실하게 밀어주는 게 좋다. 아이들은 하나만 확실하게 잘하게 되면 다른 것도 덩달아 열심히 한다.

▼ 아이의 능력을 믿고 인내하라 가장 중요하지만 가장 실천하기 힘든 게 아이의 능력을 믿는 것이다. 새벽·성준 형제에 대해 주변 사람들은 “누가 봐도 문제가 있다”고 했지만 엄마인 이씨는 두 아이에게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오늘 하나를 익히면 내일은 두 개를 알게 될 것이고, 1년 후에는 3백65개를 알게 될 거라고 믿었다. 아이의 능력을 믿으니 조급하지 않았고 아이를 다그치지도 않게 됐다.

▼ 남의 아이와 비교하지 마라 비교당하는 건 누구나 싫다. 누가 무엇을 잘하건 내 아이와는 상관없는 일이다. 특히나 내 아이의 단점과 다른 아이의 장점을 비교하는 것은 치명적이다. 비교하지 않아야 내 아이만의 장점이 보인다.

▼ 부모의 권위를 찾는다 권위적인 부모가 되라는 뜻은 아니다. 다만 부모의 말을 신뢰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따른다. 사실 새벽·성준 형제는 한창 반항하던 시절 아버지의 말을 그저 한귀로 흘려들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두 자녀와 영어공부를 늘 함께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아버지가 자신의 일에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아이들은 아버지의 조언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긴다고. 엄마 역시 아이들과 한 약속은 무엇이든 지키려고 애썼다.

▼ 학습환경을 단순하게 하라 이씨의 집에는 그 흔한 TV도 카세트도 없다. 참고서와 문제집도 별로 없다. 지나치게 많은 책과 도구가 때로는 자녀의 학습능력을 떨어뜨린다고 믿기 때문. ‘공부를 유별나게 하면 부담스러워진다’는 것이 이씨의 신조다. 그는 두 아이를 학원에 보내지 않고(현재 두 형제는 엄마의 학원에서도 강의를 듣지 않는다) 참고서나 문제집도 아이들이 여러 번 졸라야 겨우 한 권 사줄 정도다. 갖고 있는 문제집이 별로 없으니 아이들은 한 권이라도 완벽하게 풀어보려고 한다.

▼ 놀 때는 확실하게 논다 두 아들은 아직도 영화를 엄마와 함께 본다. 가족이 놀이동산에 가면, 개장 5분 전부터 줄을 섰다가 폐장시간에 나올 정도다. 신나게 놀 수 있는 능력이 곧 공부하는 에너지로 연결된다는 게 이씨의 생각이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46/200606270500046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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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듣기 실력 확실하게 키우는 노하우’
세 딸 아빠, 인기 영어강사 김재민

 
 
“제가 영어를 좋아하고, 잘하게 된 데는 태권도 사범이셨던 아버지 영향이 컸어요. 아버지께서 미군들에게 영어로 태권도를 가르치셨거든요. 그렇다고 영어를 가르쳐주시거나 ‘영어 공부하라’는 훈계를 하셨던 건 아니에요.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말씀만 하셨어요. 또 영화를 무척 좋아하셔서 토요일 밤이면 꼭 아버지와 함께 AFKN(현 AFN)에서 하는 영화를 봐야 했죠.”

김재민씨(42)는 미국 일리노이 주립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92년 귀국해 연세대 국제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밟으며 연세대, 성균관대, 한국외국어대 등에서 토익·토플을 강의하고, 현재는 온라인 중등교육 사이트 메가스터디 엠베스트에서 인기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그에게 유창한 영어 실력의 비결을 묻자 그는 조금 엉뚱하게도 어릴 적 추억을 이야기했다. 영어 대사를 거의 알아듣지 못했지만 아버지와 함께 무엇을 한다는 것 자체가 즐거워 주말마다 외화를 열심히 보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영어 실력이 쑥쑥 자랐다는 것.

“아버지가 ‘저 사람 화난 것 같니?’ 하고 물으시면 보고 느낀 대로 ‘예’ 혹은 ‘아니요’라고 대답하고, 또 ‘어떤 내용인 것 같니?’ 하고 물으시면 제 나름대로 이해한 것을 말씀드렸어요. 그러면 아버지께서 영화 내용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셨고, 배우들이 어떤 의미로 저런 말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죠.”

아버지 덕분에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하고, 흥미를 갖게된 그는 경영학을 전공하고도 결국 영어강사를 직업으로 삼게 됐다. 그 또한 선후(14), 진하(9), 준영(5) 세 딸에게 영어 공부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어릴 적 아버지께서 그랬듯 아이들에게 매일 한 권 이상의 책을 읽으라고 당부한다고.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아내가 세계명작동화, 창작동화 같은 책들을 많이 읽어줬어요. 요즘도 매일 밤 아이들을 눕혀놓고 책을 읽어주면 아이들이 참 좋아해요.”

그와 그의 아내 김미리씨(43)는 이렇듯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 주거나, 아이들 스스로 책을 읽고 나면 “어떤 내용이야?” “주인공이 어땠어?” 하는 식으로 물어 아이들이 전체 흐름을 얼마나 잘 이해했는가를 살피고, 이해한 내용을 정리해 말하는 실력을 키워준다고 한다.


부모가 아이와 함께 영어공부 즐기는 것이 영어교육의 첫걸음

영어강사인 그가 아이들 교육에 있어서 영어보다 국어에 비중을 두는 이유는 아버지의 영향 때문이기도 하지만 미국에서 생활하며 깨달은 바가 있기 때문이다.

“84년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을 갔는데 단어를 아무리 많이 알아도 문장을 못 만들겠더라고요. 처음부터 다시 배운다는 자세로 1년 정도 미국인 친구들에게 계속 물으며 공부를 했는데 제가 남들보다 적응이 빨랐던 건 모국어를 잘했기 때문이었어요.”

책을 많이 읽은 덕분에 고등학교 때까지 국어 성적이 좋았던 그는 국어 실력이 미국에서의 토론 수업에 큰 도움이 됐다고 한다. 미국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수업의 80%가 토론으로 진행됐다”며 “영어를 듣고 빠른 시간 내에 모국어로 생각을 정리한 뒤 다시 영어로 표현했기 때문에 내 생각을 조리 있게 표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2003년 말 첫째 딸 선후양을 미국 시카고에 살고 있는 그의 아버지에게 보냈다. 선후양은 미국 학교에서 한 한기를 마친 뒤 우등생 반에 들어갔을 정도로 잘 적응하고 있다고 한다. 그런데 그는 선후양을 미국에 보내기 전 평소와 다름없이 한글로 된 책을 많이 읽도록 하고 ‘How are you?’ ‘Fine, Thank you.’ ‘I’m sorry.’ ‘What’s this?’ ‘What do you like?’ 같은 간단한 회화와 기쁠 때, 슬플 때, 화났을 때 할 수 있는 감정 표현 정도만 일러줬을 뿐 별다른 영어학습을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선후가 쉽게 미국 생활에 적응한 데는 환경적인 영향이 있었을 거예요. 아내가 선후를 임신했을 때 제가 ‘AFKN 뉴스 청취’를 강의했는데 아내가 AFKN 뉴스를 녹음해 놓으면 퇴근하고 돌아와 그것을 갖고 다음 강의록을 만들었어요. 결국 선후는 뱃속에서부터 영어를 듣고 자란 셈이지요. 선후가 태어난 다음에는 TV 드라마나 영화를 영어로 옮기는 작업을 해 선후가 제 곁에서 자연스럽게 영어를 접했고요.”

그가 따로 조기 영어교육을 시킨 적은 없지만, 선후양은 집에 있는 아빠의 강의 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친숙한 목소리를 재미있어 하며 여러 번 반복해 듣고, 흥얼댔다고 한다. 그는 “다른 가정에서도 영어 비디오와 카세트 테이프를 이용해 충분히 선후가 경험했던 영어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아무리 영어를 보고 들어도 부모와 아이 모두 듣기 실력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는 발전적인 영어학습을 위해서는 영어 말하기의 특성을 잘 알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영어를 꽤 많이 했는데 왜 안 들리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아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말과 다른 영어의 특성 때문에 그렇기도 해요. 영어는 일단 말하는 속도가 빠르고, 우리말과 어순이 다르죠. 그리고 무엇보다 연음 때문에 알아듣기가 어려워요.”

우리말과 다른 이러한 영어의 특성을 인식한 뒤에는 단어 하나하나의 기본을 충실히 익히는 것이 필수라고 한다. 사전에서 발음기호를 확인한 뒤 다른 단어와 만났을 때 일어나는 연음현상까지 원어민의 발음으로 정확하게 익혀야 하는 것. 그런 다음엔 그 단어를 포함하는 다양한 구문을 공부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기본 구문을 알고 있느냐’가 영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전제조건이 되기 때문. 그는 ‘~할 예정이다’를 뜻하는 ‘be going to’ 하나로도 꽤 많은 문장을 만들 수 있다며 “구문을 아는 것에서 그치지 말고 생활 속에서 끊임없이 써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영어는 우리말과 달리 주어 다음에 바로 동사가 나오는데 자주 쓰이는 기본적인 동사는 대략 70~90개 된다”며 “make, take 같은 기본동사의 다양한 의미와 전치사가 붙은 동사구까지 꼼꼼하게 익히면 영어의 절반은 정복한 셈”이라고 말했다.

“여기서도 주의할 점이 있어요. ‘make up’ 하면 우리는 ‘화장하다’ ‘구성하다’ 2가지 정도의 뜻만 알고 있는데 사실 10개가 넘는 뜻이 있어요. 그 많은 뜻을 모두 알고 있어야 문맥상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금세 파악해낼 수 있죠.”

기본동사와 동사구, 구문까지 익혔는데도 듣기가 잘 안되는 것은 영어의 호흡법이 우리말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한다. ‘How are you?’ 하고 영어를 발음해보면 미끄러지듯 이어지는데 같은 의미를 가진 우리말 ‘안녕하세요’는 각각의 음절이 뚝뚝 끊기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렇듯 “영어는 우리말보다 호흡이 빠르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한다.

“미국인은 보통 한 문장을 10단어에서 많게는 25단어까지 한숨에 말해요. 미국인은 한번에 ‘와르르’ 얘기하는데 듣는 우리 한국인은 ‘하, 하, 하, 하’ 하며 숨을 쉬면 늦죠. 흔히 ‘처음엔 알아들었는데 뒤는 못 알아들었다’고 얘기하는 게 다 이 때문이에요.”


강하게 발음된 단어의 의미를 정확히 파악하며 듣는 습관 길러야

그는 전치사, 관사 등 단어 하나하나를 끊어서 들으려고 하지 말고, 미국인이 말하는 대로 ‘따르르르’ 통째로 듣고 이해하는 습관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영어에는 강세와 리듬이 있어요. 중요한 의미를 담은 단어는 반드시 강하게 읽게 돼 있어요. 강하게 발음된 단어의 의미를 정확하게 파악해내는 방식으로 들으면 듣기 실력이 월등히 향상됩니다. 리듬 감각은 원어민이 발음하는 것을 반복해 흉내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고요.”

그는 마지막으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문화의 차이를 연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외국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와이셔츠를 입을 때 우리와 달리 외국인들은 단추를 밑에서부터 채운다. 이런 장면이나 동작들을 하나하나 유심히 보면서 ‘저것 봐, 우리랑 참 다르지?’ 하며 아이와 대화를 나누고, 아이 스스로 ‘저 사람이 왜 저런 말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영어를 접하도록 유도하면 영어가 훨씬 재미있어진다는 것.

“한국에서 영어공부를 할 때 ‘wear’ 하면 ‘옷을 입다’라는 의미 하나만 외웠는데 미국에 가서 공부하다 보니 머리에서 발끝까지 몸에 걸치는 것에는 다 ‘wear’를 쓰더라고요. ‘옷을 걸치다’ ‘향수를 바르다’ ‘핀을 꽂다’ ‘안경을 끼다’ ‘양말을 신다’에 이르기까지요. ‘아하, 이 사람들은 어휘가 풍부하지만, 한 단어로도 상당히 많은 것을 표현하는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죠.”

그는 “단어의 변화에 민감해지면 영어를 배우는 묘미가 더욱 커진다”며 이렇게 듣기를 완성시키고 나면 자연스럽게 입에서 영어가 터져나온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45/200606270500045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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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책 부록│초·중등생 학습법 大백과]

‘자전거 타듯 영어 익히는 5단계 학습법’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저자 정찬용

 
 
서울 잠원동의 토스 잉글리시 DVD 룸. 7명의 초등학생들이 녹색의 뚱보 괴물 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에 푹 빠져 있다. ‘숏다리’ 파과드 영주와 피오나 공주의 결혼식이 한창 진행 중인 장면에서 어린이 한 명이 입술 위로 손을 가져가며 “Oh, No!” 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어린이가 “Shrek, where are you?” 하고 외친다. 마침내 화면에 슈렉이 나타나자 영화 스토리에 몰입해 있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그 순간 강사가 정지 버튼을 누르자 어린이들은 “에이” 하며 아쉬워한다.

“‘슈렉’이든 ‘해리포터’ 시리즈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DVD를 하나 구해서 반복적으로 보게 하고, 스토리가 있는 영어 테이프를 음악 테이프처럼 집안에 항시 틀어놓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DVD와 영어 테이프를 바꿔주는 것을 2년간 계속하면 아이의 영어실력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영어 테이프와 DVD 한 달 이상 반복해 들어야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영어공부의 시작을 암기라고 생각한다. 알파벳부터 시작해 발음기호와 문법, 수많은 단어까지 모두 암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 하지만 베스트셀러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저자 정찬용씨(48)는 이렇게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영어를 익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어를 암기하기 시작하면 외워야 할 것이 한도 끝도 없어요.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고요. 또 테이프에 나오는 문장을 통째로 외운다 해도 우리 삶의 순간은 너무도 다양해 그걸 전부 교재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죠. 테이프에 들어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교재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정형화된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요.”

이러한 논리로 그가 주장하는 건 영어든 일본어든 언어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습관이 돼야 한다는 것.

“영어도 자전거 타기나 수영을 배우듯 해야 합니다. 자전거 타기나 수영 동작이 체화가 되면 오랫동안 그 동작을 안 해도 다시 시작했을 때 손이나 다리가 저절로 움직입니다. 영어도 머리보다 혀가 먼저 말을 하는 상태가 돼야 하죠.”

정찬용씨는 ‘머리보다 혀가 먼저 움직이는 영어’를 위해서는 다음의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의할 점은 한 단계가 완성되기 전에는 절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

첫 번째 단계는 듣기 연습과정이다. 정찬용씨는 첫 번째 단계만 훌륭히 소화해도 영어실력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자신한다.

“우선 자기 수준에 맞는 카세트테이프를 한 개(한 질이 아님) 구해 그 테이프를 A면에서 B면까지 한 번에 이어서 수시로 들어야 해요. 6일간 계속한 뒤에 반드시 하루는 쉬어야 합니다. 하루를 쉬는 이유는 언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장되는 특수한 메커니즘 때문이죠. 6일 동안 머릿속에 입력은 됐으나 제대로 분류되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쌓여 있던 언어 정보를 뇌가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거죠. 테이프에 담긴 모든 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런 과정을 계속합니다.”

이때 절대 외운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아, 이 단어만 알면 무슨 얘긴지 좀 알아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사전을 찾아봐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만들어진 뇌의 언어 분류체계가 순식간에 뒤엉키게 된다고. 정찬용씨는 테이프를 다시 듣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테이프의 속도를 앞서 가면서 다음 내용이 그대로 연상되면 완전히 들리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가 끝나면 어법을 깨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로 들어간다. 완전히 들리는 것으로 판단된 테이프를 꺼내 받아쓰기를 하는 것. 받아쓰기를 하되, 한 문장씩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문장을 끝까지 듣고 테이프를 정지한 뒤 받아쓰는 과정을 한 문장 전체를 완성할 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단어를 정확히 모르면 소리로 짐작되는 철자를 쓴다.

“영어로 말하는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이 단계의 목표입니다. 한 문장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그 문장만 들어야 하는 이유는 잘 안 들리는 부분에 아직도 체화되지 못한 소리가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테이프의 전체 내용을 다 받아썼으면 모르는 단어의 철자가 맞는지 영영사전으로 확인을 합니다. 이때 철자가 틀려서 사전으로 정확한 단어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들은 대로 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니까요.”

테이프 내용 받아쓰기가 완성됐다면 테이프의 내용을 발음과 억양까지 그대로 따라하며 반복해서 읽는다. 마치 성대모사 훈련을 하듯 하는 것이 요령. 모든 문장이 드디어 완전히 입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끝내는데 이때도 6일 동안 계속한 후에 하루는 완전히 영어와 담을 쌓고 지내야 한다.


모르는 단어 나오면 반드시 영영사전 활용해야

세 번째 단계는 영영사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정찬용씨는 모르는 단어를 확인할 때 반드시 영영사전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테이프의 내용을 완전히 체화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영사전을 이용해 정확한 철자와 의미를 이해하고, 뜻풀이 과정에서 또다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는 것이 영영사전 활용 단계의 핵심. 해설과 예문까지 큰 소리로 낭독하며 체화해야 이 단계가 마무리된다.

네 번째 단계는 영화를 활용해 보고 듣고 말하는 단계다. 좋아하는 영화 DVD 하나를 구해 매일 반복해 본다. 영어 테이프를 활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듣기가 완벽해지면 받아쓰기와 낭독을 하고, 모르는 단어를 영영사전으로 찾아 예문까지 낭독을 하는 전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정찬용씨는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 이입되면 영어실력이 저절로 발전한다고 한다.

“비디오테이프보다 DVD를 권하는 것은 우리말 자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DVD가 없어 비디오로 봐야 한다면 한글 자막을 가리고 보아야 합니다. 시대 배경이 현재이고, 대사가 많은 영화가 좋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영자신문 최신판을 구해 사회면부터 짧은 기사를 골라 큰 소리로 20번 이상씩 낭독하는 것. 완전히 소화될 때까지 하는데 뉴스 앵커가 된 기분으로 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광고, 대담, 만화에 이르기까지 신문의 모든 활자를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 어느새 말문이 터지고, 읽으면 바로 이해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다섯 단계까지 가는 데는 여간한 인내와 각오없이는 안됩니다. 끈기와 신념이 부족하고 발상의 전환이 안되면 쉽지 않죠.”

하지만 끝까지 갔을 때의 열매는 아주 달다고 한다. 정찬용씨가 이처럼 자신만만하게 영어를 마스터하는 방법을 주창하게 된 데는 자신의 경험이 큰 몫을 했다.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84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큰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한국에서 했던 독일어 공부법이 전혀 효과가 없어 고민하던 어느날 특이한 체험을 했어요. 스모그가 심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며칠 동안 기숙사에만 있었는데 종일 뉴스에서도 스모그에 관한 얘기만 나왔어요. 처음엔 내용이 귀에 잘 안 들어왔는데 계속해서 들으니 몇 가지 표현이 귀에 꽂히더라고요.”

‘아차’ 하고 무릎을 친 그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 축구 중계를 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계속하자 어느 날인가부터 축구 중계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책 소리 내어 읽기의 효과는 자동차 회사인 벤츠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터득한 방법이다.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3백 쪽이 넘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반복해 읽었더니 그 내용이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는 것.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TV에서는 영화를 많이 틀어주는데 계속해서 봤더니 어느 날부터 영화 스토리도 이해가 됐다. 굳이 암기를 하지 않아도, 문법을 따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하늘을 날 듯 기뻤다. 같은 방법으로 영어도 마스터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동안의 잘못된 영어 공부법을 과감히 버리고,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체화하라고 주장하는 정찬용씨. 물론 그가 목표로 세운 고지에 이르기까지는 끈질긴 인내가 요구되지만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옮겨지고 있는 요즘, 문법과 암기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영화, 책, 신문을 활용해 영어에 흥미를 붙이라는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6/06/27/200606270500044/200606270500044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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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람의 주장]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 저자 정찬용씨가 일러주는 ‘우리 아이 영어공부 재미있게 하는 법’
 “문법과 암기 스트레스 버리고 알아들을 때까지 영화 보고 들으면 저절로 귀가 뚫려요”
 
99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찬용씨.
이후 문법과 암기 중심의 영어학습법으로는 절대 영어를 정복할 수 없다며 영상물을 이용한 영어학습의 효과를 강조해온 그가 최근 ‘신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를 펴냈다.
그로부터 큰돈을 들이지 않고도 영어를 정복할 수 있는 비법을 들어봤다. 
  
서울 잠원동의 토스 잉글리시 DVD 룸. 7명의 초등학생들이 녹색의 뚱보 괴물 ‘슈렉’과 피오나 공주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애니메이션 영화 ‘슈렉’에 푹 빠져 있다. ‘숏다리’ 파과드 영주와 피오나 공주의 결혼식이 한창 진행 중인 장면에서 어린이 한 명이 입술 위로 손을 가져가며 “Oh, No!” 하며 안타까워한다. 그러자 옆에 있던 다른 어린이가 “Shrek, where are you?” 하고 외친다. 마침내 화면에 슈렉이 나타나자 영화 스토리에 몰입해 있던 어린이들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좋아한다. 그 순간 강사가 정지 버튼을 누르자 어린이들은 “에이” 하며 아쉬워한다.

하루 10분, 영어공부를 시작하기 전 DVD 애니메이션을 보는 시간은 아이들에게 너무 짧게만 느껴진다. 하지만 다음 순간, 아이들은 금세 또 다른 학습 재미에 빠져든다. 어학 학습기를 이용해 방금 본 영화에 나오는 주요 문장을 따라 읽으며 마치 슈렉이나 피오나 공주, 파과드 영주가 되기라도 한 것처럼 연기를 하는 것.

“‘슈렉’이든 ‘해리포터 시리즈’든 아이들이 좋아하는 DVD를 하나 구해서 반복적으로 보게 하고, 스토리가 있는 영어 테이프를 음악 테이프처럼 집안에 항시 틀어놓으며, 한 달에 한 번 정도 DVD와 영어 테이프를 바꿔주는 것을 2년간 계속하면 아이의 영어실력이 확연히 달라집니다.”

99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정찬용씨(46)가 어린이 영어교육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아이들이 재미있어 할 만한 DVD를 활용해 자연스럽게 영어를 익히도록 하는 것. DVD를 보며 영어를 배우는 정찬용식 영어수업을 ‘토스(Training On Screen System) 잉글리시’라고 하는데 문법이나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을 배제하고, DVD를 통해 어린아이들을 자연스럽게 영어환경에 노출시킴으로써 외국인에 대한 두려움과 딱딱한 수업에 대한 거부감이 들지 않고, 영어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

정찬용씨는 “대부분의 어린이 영어교육이 주입식 방법에 의존하고 있어 영어발음과 문장, 표현력 등이 콩글리시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어릴수록 쉽고 재미있는 영어학습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일간 듣고, 하루 쉬는 방법으로 영어 테이프와 DVD 한 달 이상 계속 반복해 들어야

‘영어를 어떻게 하면 잘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는 사람들 대다수가 영어공부의 시작을 암기라고 생각한다. 알파벳부터 시작해 발음기호와 문법, 수많은 단어까지 모두 암기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 정찬용씨는 그러나 이렇게 ‘달달 외우는’ 방식으로 영어를 익히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영어를 암기하기 시작하면 외워야 할 것이 한도 끝도 없어요. 그러나 인간의 기억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아무리 암기력이 뛰어난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기억할 수 있는 양이 줄어들게 마련입니다. 또 테이프에 나오는 문장을 통째로 외운다 해도 우리 삶의 순간은 너무도 다양해 그걸 전부 교재에 담는 것은 불가능하죠. 테이프에 들어 있는 것과 같은 상황에 처한다 하더라도 모든 사람이 교재에 나오는 것처럼 그렇게 정형화된 이야기를 하지는 않고요.”

이러한 논리로 그가 주장하는 건 영어든 일본어든 언어는 학습 대상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

“영어도 자전거 타기나 수영을 배우듯 해야 합니다. 자전거 타기나 수영 동작이 체화가 되면 오랫동안 그 동작을 안 했어도 다시 시작했을 때 손이나 다리가 저절로 움직입니다. 영어도 머리보다 혀가 먼저 말을 하는 상태가 되어야 하죠.”

정찬용씨는 ‘머리보다 혀가 먼저 움직이는 영어’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의 공부방법을 과감히 버리고 다음의 다섯 단계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주의해야 할 점은 한 단계가 완성되기 전에는 절대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서는 안 된다는 것.
 
첫 번째 단계는 듣기 연습 과정이다. 정찬용씨는 첫 번째 단계만 훌륭히 소화해도 영어실력이 월등히 좋아진다고 자신한다.

“우선 자기 영어수준에 맞는 카세트테이프를 한 개(한 질이 아님) 구합니다. 그리고 그 테이프를 A면에서 B면까지 한 번에 이어서 수시로 들어야 해요. 6일간 계속한 뒤에 반드시 하루는 쉬어야 합니다. 하루를 쉬는 이유는 언어가 사람들의 머릿속에 저장되는 특수한 메커니즘 때문이죠. 6일 동안 머릿속에 입력은 됐으나 제대로 분류되지 못하고 이곳저곳에 쌓여 있던 언어 정보를 뇌가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주는 거죠. 테이프에 담긴 모든 소리가 들릴 때까지 이런 과정을 계속합니다.”

이때 절대 외운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저 테이프에 담긴 내용이 뇌리에 박힐 때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해 듣기만 해야 한다는 것. ‘아, 이 단어만 알면 무슨 얘긴지 좀 알아들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도 사전을 찾아봐서는 안 된다고 한다. 그렇게 되면 그동안 만들어진 뇌의 언어 분류체계가 순식간에 뒤엉키게 된다고. 정찬용씨는 테이프를 다시 듣는 순간,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해서 테이프의 속도를 앞서 가면서 다음 내용이 그대로 연상되면 완전히 들리는 것으로 생각해도 좋다고 설명한다.

첫 번째 단계가 끝나면 어법을 깨치기 위한 두 번째 단계로 들어간다. 완전히 들리는 것으로 판단된 테이프를 꺼내 받아쓰기를 하는 것. 받아쓰기를 하되, 한 문장씩 완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 문장을 끝까지 듣고 테이프를 정지한 뒤 받아쓰는 과정을 한 문장 전체를 완성할 때까지 계속 반복한다. 단어를 정확히 모르면 소리로 짐작되는 철자를 쓴다.

“영어로 말하는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것이 이 단계의 목표입니다. 한 문장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 그 문장만 들어야 하는 이유는 잘 안 들리는 부분에 아직도 체화되지 못한 소리가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테이프의 전체 내용을 다 받아썼으면 모르는 단어의 철자가 맞는지 영영사전으로 확인을 합니다. 이때 철자가 틀려서 사전으로 정확한 단어를 찾기 어려울 때가 많은데 크게 문제되지는 않습니다. 들은 대로 말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니까요.”

테이프 내용 받아쓰기가 완성되었다면 테이프의 내용을 발음과 억양까지 그대로 따라 하며 반복해서 읽는다. 마치 성대모사 훈련을 하듯 하는 것이 요령. 모든 문장이 드디어 완전히 입에 익숙해졌다는 느낌이 들면 끝내는데 이때도 6일 동안 계속한 후에 하루는 완전히 영어와 담을 쌓고 지내야 한다.


모르는 단어 나오면 반드시 영영사전 활용해야

세 번째 단계는 영영사전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정찬용씨는 모르는 단어를 확인할 때 반드시 영영사전을 이용해야 한다고 강조하는데 영한사전을 보면 금세 속은 시원하겠지만, 거기에 익숙해지면 영원히 ‘머리보다 혀가 먼저 말을 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테이프의 내용을 완전히 체화하는 과정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영사전을 이용해 정확한 철자와 의미를 이해하고, 뜻풀이 과정에서 또다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찾는 것이 영영사전 활용 단계의 핵심. 해설과 예문까지 큰 소리로 낭독하며 체화해야 이 단계가 마무리된다.

네 번째 단계는 영화를 활용해 보고 듣고 말하는 단계다. 좋아하는 영화 DVD 하나를 구해 매일 반복해 본다. 영어 테이프를 활용할 때와 마찬가지로 듣기가 완벽해지면 받아쓰기와 낭독을 하고, 모르는 단어를 영영사전으로 찾아 예문까지 낭독을 하는 전 단계의 과정을 거친다. 정찬용씨는 영화를 보면서 감정이 이입되면 영어실력이 저절로 발전한다고 한다.

“비디오테이프보다 DVD를 권하는 것은 우리말 자막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에요. DVD가 없어 비디오로 봐야 한다면 한글 자막을 가리고 보아야 합니다. ‘다이하드’나 ‘람보’ 같은 영화는 재미는 있지만 영어를 익히는 데는 도움이 안 돼요. ‘브레이브 하트’나 ‘여왕마고’ 같은 작품도 오래된 과거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적합하지 않고요. 시대 배경이 현재이고, 대사가 많은 영화가 좋습니다.”

마지막 단계는 영자신문 최신판을 구해 사회면부터 짧은 기사를 골라 큰 소리로 20번 이상씩 낭독하는 것. 완전히 소화될 때까지 하는데 뉴스 앵커가 된 기분으로 하면 효과적이라고 한다.

“광고, 대담, 만화에 이르기까지 신문의 모든 활자를 이런 식으로 반복하면 어느새 말문이 터지고, 읽으면 바로 이해되는 수준에 도달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다섯 단계까지 가는 데는 여간한 인내와 각오가 있지 않으면 안 됩니다. 끈기와 신념이 부족하고 발상의 전환이 안 되면 쉽지 않죠.”

하지만 끝까지 갔을 때의 열매는 아주 달다고 한다. 정찬용씨가 이처럼 자신만만하게 영어를 마스터하는 방법을 주창하게 된 데는 자신의 경험이 큰 몫을 했다.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84년 독일 유학길에 올랐던 그는 큰 혼란에 빠졌다고 한다.

“한국에서 했던 독일어 공부법이 전혀 효과가 없는 거예요. 회화가 안 되는데 어떻게 두꺼운 책을 읽고 세미나에 참석할 수 있겠어요? 외국어 공부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특이한 체험을 했어요. 스모그가 심해 밖으로 나갈 수가 없어 며칠 동안 기숙사에만 있었는데 종일 뉴스에서도 스모그에 관한 얘기만 나오는 거예요. 처음엔 내용이 귀에 잘 안 들어왔는데 계속해서 들으니 몇 가지 표현이 귀에 꽂히더라고요.”

‘아차’ 하고 무릎을 친 그는 텔레비전 채널을 돌려 축구 중계를 들었다. 그렇게 며칠을 계속하자 어느 날인가부터 축구 중계도 알아들을 수 있게 됐다. 책 소리 내어 읽기의 효과는 자동차 회사인 벤츠 공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터득한 방법이다. 기계를 작동시키면서 3백 페이지가 넘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소리 내어 반복해 읽었더니 그 내용이 조금씩 이해가 되더라는 것.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독일 TV에서는 영화를 많이 틀어주는데 계속해서 봤더니 어느 날부터 영화 스토리도 이해가 됐다. 굳이 암기를 하지 않아도, 문법을 따지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외국어를 익힐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그는 하늘을 날 듯 기뻤다. 같은 방법으로 영어도 마스터할 수 있었다고 한다. 93년 귀국해 삼성에버랜드에 근무하기 시작한 그는 이런 자신의 경험을 담아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 마라’를 펴낸 것이다.

그러나 혼자서 다섯 단계를 이어가기는 쉽지 않은 일. 정찬용씨는 최근 영어를 마스터하기 위한 다섯 단계를 일반인들이 좀더 쉽게 도전해보도록 필요한 요령과 자료를 모아 하나의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다섯 단계의 방법을 혼자서 하기는 힘들다는 독자들이 많아 CD 5장과 DVD 타이틀 3장, 영영사전, 전용 헤드셋, 영어전용학습기(대여)를 묶어 ‘영어공부 절대로 하지마라 매직박스’를 구성했어요. 첫 단계부터 다섯 단계까지 가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와 요령이 담겨있어 중학교 2학년생부터 누구나 따라할 수 있습니다.”

이를 어린이 수준에 맞게 특화해 서울과 경기 지역의 4개 캠퍼스를 중심으로 보급하고 있는 것이 토스 잉글리시다.

그동안의 잘못된 영어 공부법을 과감히 버리고, 재미있고 자연스럽게 영어를 체화하라고 주장하는 정찬용씨. 물론 그가 목표로 세운 고지에 이르기까지는 끈질긴 인내가 요구되지만 영어에 대한 스트레스가 어린아이들에게까지 옮겨지고 있는 요즘, 문법과 암기에 대한 부담을 버리고 영화, 책, 신문을 활용해 영어에 흥미를 붙이라는 그의 말에 귀 기울여볼 필요가 있는 듯하다.  


출처: http://woman.donga.com/docs/magazine/woman/2004/09/10/200409100500043/200409100500043_1.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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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작훈련이 영어회화 지름길


영어를 배우는 최종 목표는 자신이 느끼고 생각한 것을 아무 불편함 없이 영어로 자유롭게 표현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영어를 여러 해 배웠더라도 말로든 글로든 생각을 영어로 표현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느낀다. 영어회화가 되려면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영어로 표현하는 훈련을 꾸준히 해야 하며 영어환경에 최대한 노출되어야 한다.

하지만 영어를 일상적으로 쓰지 않는 우리나라와 같은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서 허공에 대고 혼자 말해볼 수는 없다. 서툴더라도 자꾸 사용해야만 하는데 아이들이 집에서든 학교에서든 수시로 영어를 사용할 기회가 거의 없다.

그런 면에서 영작훈련은 외국인 교습을 대신해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영어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 뿐 아니라 영어 말하기를 더 빨리 완성시켜 주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영작은 영어 학습의 최종 단계에 해당하는 강도 높은 학습목표이며, 영작을 터득한 아이에게 읽기나 말하기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영어를 우리말 하듯 능숙하게 표현하려면 영어식 어순감각을 키워야 한다. 영어문장을 나누어 보면 몇 개의 의미 덩어리, 또는 마디말(의미구)로 나누어지는데 이 말은 각각 고유한 기능과 의미를 갖고 있다. 영어 문장에서는 거의 대부분, 주어와 동사가 먼저 오며 동사 다음에는 동사를 보충하는 말이 온다.

이 원리를 이용하면 누구나 쉽게 영작이 가능하다. 먼저 ‘주어+동사’의미구를 표현하고, 이어서 동사가 필요로 하는 의미구를 하나씩 붙여 나가면서 글을 만들면 된다. 이 때 유용한 것은 의미구와 의미구를 연결하는 질문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런 훈련을 통해 영어식 어순감각이 어느 정도 생겼을 때, 영어 일기쓰기를 습관화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는 말하기에 비해 훨씬 어렵다. 영어로 매일 일기를 쓰는 아이들은 생각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훈련을 영어로 매일하는 셈이다. 머리 속에 들어있는 단어와 의미구를 영어식 어순으로 배열하면서 스스로 영어 일기를 쓰면 풍부한 생각과 창의력이 자란다.

그래서 영어일기 쓰기로 영작훈련을 습관화한 아이들은 외국인을 만나도 크게 어려움을 느끼지 않고 일상적인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외국인 앞에서 암기한 문장들을 5분 정도 밖에 말할 수 없던 아이들이 외국인과의 대화에서 자신감을 갖게 된다. 자신의 생각을 글로 표현하면 영작, 입으로 표현하면 회화이기 때문이다.


차호준 푸른영어 사장

출처: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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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영어완전정복’의 충격요법


급기야 ‘영어 완전정복’이란 영화까지 나왔단다. ‘영어공부 하지말라’는 학습서가 베스트 셀러가 됐다고 해 쓴웃음을 짓고, 원정출산의 도덕적 무책임성에 대한 논란을 보며 슬퍼하고, 아파트에 홀로 남아 밤늦도록 혼자 TV를 보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는 강남의 ‘기러기아빠’ 기사를 읽고 안타까웠는데….

그간 ‘한국의 영어교육’에 대해 그 많은 전문가들이 그토록 많은 담론을 펼쳤는데 상황은 더 악화되고 있는 느낌이다. 그래서 필자는 오늘 백약이 무효한 중환자에게 전기충격을 가하듯이 영어교육 및 학습에 관한 ‘충격요법’을 제시키로 했다.

=외국어 공부는 원래 어려운 것=

영어와 영어교육이 그토록 어렵고 힘든 까닭은 이 세상을 창조한 하나님이 원래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성경의 ‘바벨탑’ 이야기다. 성경은 또 각종 방언(외국어)을 하는 것은 신이 일부 인간에게만 준 ‘은사(恩賜·Gift)’라고 했다. 성경은 이어 ‘다 방언(외국어)을 말하는 자겠느냐?’고 반문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이런 은사를 받지 못한 모든 사람이 다 영어를 하려고 하고, 잘 하려고 하는 데서 발생하는지도 모른다.

필자는 한국외대 통역대학원에서 매년 1,000명이 훨씬 넘는 대학원 응시자들을 평가하고, 그 중에서 뽑힌 매년 50명 남짓한 영어전공 학생들을 가르친다. 그런 과정에서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 ‘모국어의 중요성’이다. 2년간 눈물 나는 노력 끝에 우수졸업의 영예를 안는 사람은 모두 ‘모국어가 확실한’ 학생이다. 그 모국어 역시 대부분 ‘영어’가 아닌, ‘한국어’다. 한국인이 영어를 모국어로 만들기 그만큼 어렵다는 방증이다.

모국어는 인간이 모두 모국어로 생각하고, 공부하고, 모국어와 함께 익힌 보디 랭귀지를 쓰며 성장하기 때문에 중요하다. 모국어는 인간사고의 ‘비빌 언덕’이다. 뚜렷한 주관을 갖고 자신이 추구하는 인생의 목표에 최대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자 역시 모국어가 확실한 사람이다.

반대로 가장 졸업하기 어려운 학생은 그의 모국어가 한국어도, 영어도 아닌 학생들이다. 그들은 ‘깊은 생각’과 ‘논리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 불쌍하다. 사계 전문가들의 말을 통역하려면 우선 그 말을 이해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된다. 그들은 그 이유를 어렴풋이 짐작만 하면서 “나는 왜 통역이 잘 되지 않을까?”라고 고민하며 괴로워한다.

결국 훌륭한 학생은 한국어를 확실한 모국어로 삼고, 한국어로 모든 사물을 판단하며 상대방의 전문적인 담론을 충분히 이해한 후에 그것을 정확히 옮길 수 있는 영어구사력을 키운 사람이다. 그래야 외국인 전문가의 영어담론을 이해하고 우리말로 편안히 옮길 수 있다. 물론 그런 학생이 인위적인 조기유학이 아닌, 가족의 해외생활 덕분에 본토의 영어와 문화를 어느 정도 익혔다면 금상첨화다.

우리는 이제 자나깨나 한국의 영어교육이 잘못됐다는 대안 없는 비판이나 불평을 늘어 놓을 수만은 없다. 영어를 못하는 것은 하늘이 태초부터 그렇게 만들어 놓은 까닭이다.

특히 동양은 문화와 역사가 다르고, 어순 등 언어구조가 워낙 서로 다르다. 국내 영어교육법도 계속 개선·발전되고 있고, 인터넷 시대에 국내에서도 나름대로 영어를 익힐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흥미를 가지고 꾸준히, 열심히 하면 조기유학보다 값진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또 그 많은 영어학도들의 영어실력을 토익이나 토플이라는 수입 평가제도로 가늠하는 외화낭비도 이제 지양돼야 한다.

=확실한 모국어 습득이 먼저=

우선 내가, 내 자녀가 정말 꼭 영어를 잘 해야 하는지, 배우는 근본 목적이 뭔가를 자문해보길 바란다. ‘영어라도 하나 잘 배우게 하기 위해’ 어린 것들을 바다 너머로 보내는 부모의 판단이 과연 옳은지 반추해야 한다. ‘영어란 원래 어려운 것’임을 인정하고 ‘과연 나와 내 자녀는 영어를 잘 할 수 있는 은사를 받았는가’를 돌이켜보고 그 답에 맞는 공부를 해야 한다.

필자가 만난 사업가들은 대부분 “내가 선생님처럼 영어만 잘 했다면…”이라고 말을 건넨다. 그러면 필자는 “당신이 영어를 잘했다면 영어에 빠져 선생님이나 통역사밖에 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고 답해 준다. 외국어를 잘 하면 ‘푼돈’을 벌고 우리말을 잘 하면 ‘목돈’을 번다고 했던가. 이젠 생각을 바꿀 때다.

〈곽중철/외대 통역대학원 교수〉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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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TN 통역사의 LISTENING 정복기


권선희 (단국대 영문과, 통역대학원)

내가 영어를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6학년 때, 일주일에 한 시간씩이던 영어수업은 그리 재미있지 않았지만, 중학교에 들어와서는 남들보다 조금 일찍 영어를 접한 덕분에 영어시험이 말 그대로 누워서 떡먹기였다. 그러면서 영어에 흥미를 갖기 시작했다.

중학교 때부터 FM을 듣기 시작한 나는 집에서는 항상 라디오를 켜놓았다. 좋아하는 팝송 가사를 구해 따라부르거나 아니면 소리나는 대로 우리말로 적어 불렀다. 또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뉴질랜드인과 영국인 펜팔과 편지를 주고받았다. 물론 영어편지쓰기 안내책과 한영사전을 놓고 문장을 베끼는 수준이었지만, 5년 넘도록 같은 일을 반복하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영작실력은 눈부시게 발전했다.

고등학교 때 한번은 짝사랑하던 영어 선생님께 영어로 편지를 쓴 적이 있는데, 선생님이 그 편지를 수업시간에 읽어주며 크게 칭찬하시는 바람에 그 황홀감에 밤잠을 설친 적도 있다.

나는 친구들과 달리 문법을 먼저 공부하지 못했다. 방학이면 친구들이 이런저런 문법책을 뗐다고 자랑했지만, 나는 수업시간에 배운 것 외에는 따로 공부하지 않았다. 시험볼 때도 문법적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감으로 찍으면 맞는 경우가 많았다.

내 발음이 정확해야 영어도 들린다

이렇게 재미있어서, 그리고 필요해서 꾸준히 접해오던 영어를 지금은 생업으로 삼고 있지만 아직도 영어에 좌절감이 들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일반인들보다 영어를 조금 더 많이 접한 사람 중 하나로 개인적인 경험에 비춰 몇 가지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적어 본다.

영어의 소리는 우리말과 다르다. 영어는 영어식으로 발음하자.

나는 '말하기와 듣기는 뗄 수 없는 관계'라고 믿는다. 따라서 리스닝 실력을 키우려면 자신의 발음과 말하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게 중요하다.

종종 영어를 한글로 표기하거나 한글을 영어로 표현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한글은 어떤 문자보다 다양한 발음을 표현할 수 있지만 외국어 발음에 대한 완벽한 표기는 역시 불가능하다. 박찬호의 '박'은 Park이 되지만, park을 우리말로 표기할 때는 '파크'가 되는 예를 들 수 있다. 한 언어학자는 영어의 우리말 표기법이 우리 나라 사람들의 영어실력을 한 없이 뒤쳐지게 한다고 주장했다. 영어를 우리말 식으로 발음하면 영어는 방언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내가 정확하게 발음하지 못하면 외국인의 말을 알아듣기도 어렵다. 내가 아는 것과 들리는 것이 다르기 때문이다.

어휘를 늘려야 한다

발음이 정확하고 소리는 잘 들어도 단어의 뜻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즉 소리는 들리는데, 뜻을 알 수 없는 것이다. 많이 알수록 많이 들린다. 가능하면 어려운 말보다는 쉬우면서도 자주 쓰는 단어와 관용어구를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

중고등학교 시절 머리 속에 남았던 것은 오핸 세월이 지난 후에도 또렷하게 기억할 수 있듯이, 젊을 때 왕성한 기억력으로 어휘를 익혀 두어야 할 것이다. 영영 사전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도 좋다.

많이 듣고 말하는 실전경험을 늘려야 한다

영어는 말이다. 의사소통을 위한 수단이지, 수험용이 아니다. 문법이나 어휘를 많이 안다고 해서 반드시 의사소통을 잘하는 건 아니다. 외국인과 마주치면 알고 있던 것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실력 부족을 자책하거나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니다. 용기를 내어 외국인과 직접 부딪쳐 보고, 더 나아지기 위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리스닝뿐만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방법은 영어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계속 사용하는 것이다. 영어학습은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 등 따로따로 분리해서 논할 수 없다. 따라서 리스닝만을 따로 떼서 공부하기보다는 위의 4가지를 병행해서 총체적으로 학습해야 한다.

기회가 된다면, 영어권 국가에서 생활해 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다. 하지만 상당한 기간이 아니라면 어학연수는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정도의 도움밖에 주지 못하기 때문에 어학연수를 못 간다고 해서 억울해 할 것은 없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왕도만 찾는다면, 영어는 영원히 고통스런 숙제로 남게 될 것이다. 꾸준히 즐기면서 배우자!




김현수 (이화여대 사회사업학과, 통역대학원)


아는 단어만 들린다

CNN 통역을 한 지 벌써 4년째, 아직도 영어가 잘 안 들리고 뜻을 몰라 헤매는 일을 가끔씩 겪는다. 그래서인지 리스닝 비결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이 정말 쑥스럽기 그지 없다. 사실 나는 중학시절을 영어권 국가에서 보냈기 때문에 영어를 생활 속에서 자연스레 습득한 경우에 속한다.

국내파는 어떻게 공부해야 자연스럽게 영어 청취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까? 체계적 학습법은 차치하고, 재미있게 영어를 배웠던 나의 방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영어를 잘 듣고 이해할 수 있으려면 전제조건으로 어느 정도의 어휘력이 요구된다. CNN 뉴스를 듣다 보면 가끔씩 모르는 단어나 숙어가 나온다. 물론 이럴 땐 대충 들리는 대로 철자를 유추해서 사전을 찾아보면 해결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때론 열번 백번을 들어도 안 들리는 부분이 있다. 이때는 정말 진땀이 난다. 나중에 동료의 도움을 받아서 그 단어를 알게 되었을 때야 비로서 깨닫게 된다. '이거 정말 내가 몰랐던 단어잖아!'라고. 아예 모르는 단어이니 안 들릴 수밖에.

한번은 '케셰이'라고 들리는 단어가 튀어나왔다. '케셰이? 이게 뭐지?'하면서 사전을 들었다. kasay도 찾아보고 caisei도 찾아보고 생각해 낼 수 있는 모든 철자를 유추해 사전을 뒤져봤지만 도무지 찾을 수가 없었다. 한참을 헤매다 결국 선배 통역사에게 SOS를 쳐서야 문제의 단어를 알아낼 수 있었다. '공식 인가의 표시' 내지는 '우수성'이라는 뜻을 가진 cachet였다. 마지막 t가 묵음인 불어를 영어에서 찾으려 했으니……. 그 선배는 시사잡지에서 이 단어를 봤는데 발음이 특이해서 기억에 남았다고 했다. 결국 어휘력의 차이 때문에 같은 단어를 한 사람은 알아 듣고 다른 사람은 못 알아들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휘력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단어집을 사서 무조건 외운다? 물론 그것도 도움이 되겠지만 추천하고 쉽지는 않다. 억지로 외운 단어는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겠지만 금방 잊어버리고 만다. 어디 그뿐인가? 단어 하나에 예문 하나만 달랑 외워봐야 정작 문맥 속에서 언제 어떻게 쓰는 단어인지 잘 몰라 제대로 활용할 수도 없다.

욕심은 금물, 만만한 책부터 도전하라

정말 머리 속에 오래 남고 나중에 응용할 수 있는 어휘력을 기르려면 평소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많이. 여기서 책이란 부담 없이 항상 들고 다니며 틈 날 때마다 장소를 가리지 않고 읽을 수 있는 소설류를 말한다. 어휘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책을 읽겠다고, 난생 처음 보는 어려운 단어가 빽빽한 책을 고르면 곤란하다. 사람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난해한 책은 즐거운 마음으로 보기 힘들다. 또 억지로 읽은 책은 머리 속에 잘 남지도 않는다. 따라서 쉽고 재미있어 술술 읽혀지는 책을 골라야 한다. 그것이 설령 통속 연애소설이라도 상관없다. 요즘은 환율이 높아 원서를 사서 읽기엔 부담이 많이 들 것이다.

그렇다면 과감하게 딱 한 권에 투자하라. 그 한 권이 낡고 떨어질 때까지 읽고 또 읽어 자신의 것으로 만들자. 영어책 한 권이 자신의 것이 되는 순간, 청취력에도 괄목할 만한 변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청취력을 늘리는 데 웬 독서냐구?

단, 영어책을 읽을 때 한 가지 주의해야 할 점은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에 손이 가서는 안 된다는 것! 사전을 찾아보기 전에 항상 앞뒤 문맥으로 뜻을 파악해 보려고 노력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정확한 뜻은 모르지만 문맥상 대충 이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또한 뜻을 몰라도 전체 줄거리를 파악하는 데 아무 지장을 주지 않는 단어들이 있다. 이런 단어들도 일단 표시만 해놓고 넘어가자.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정도 읽은 다음, 그 뜻을 찾아봐도 늦지 않다. 사실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사전을 찾으면 재미가 반감되고 집중도도 떨어져 다 읽고 나서 사전을 읽은 것인지 소설을 읽은 것인지 헷갈리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재미이다. 영어책 읽기, 이건 정복해야 할 산이 아니라 재미있는 놀이가 되어야 한다.

책을 다시 읽을 때는 표시해 두었던 단어들의 뜻뿐만 아니라 발음을 사전으로 꼭 확인해 두어야 한다. 실제로 나도 tout라는 단어를 불어식으로 '투트'라고 읽었다가 망신당한 적이 있다. tout의 정확한 발음은 '타우트'인데, 이 단어를 책에서 처음 접했을 때 발음을 확인하지 않고 그냥 넘어간 것이 화근이었다.

혹자는 '영어 청취력을 늘이는 데 웬 독서?'라며 의아해 할 수도 있다. 물론 청취력을 기르려면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런데도 내가 독서를 강조하는 이유는 바로 독서가 청취력의 밑거름이 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듯이 사실 단어도 알아야 들리는 것이다. 그 단어를 부담없이 효율적으로 익힐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책 읽기이다.

게다가 독서는 영어권의 문화를 이해하는 데도 큰 도움이 된다. 리스닝을 하다가 단어는 다 드리는 데 통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사람을 보면 영어권 문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경우가 많다. 기초가 부실한 것이다. 독서를 많이 해서 기초부터 튼튼히 다지자. 공부도 하고 재미도 있고. 이보다 더 좋은 리스닝 향상법은 없다고 확신한다. 한마디로, 책 속에 길이 있다!






송연석 (연세대 영문과, 통역대학원)


한국사람이 영어 못 듣는 것만큼 자연스런 것이 있으랴

우리가 '투캅스' 같은 영화를 보다가 경찰이나 범인들이 하는 말 중 못 알아듣는 것이 나오면 '뭐지?' 순간 의아해하지만 기가 죽진 않는다. TV 뉴스의 어려운 경제 얘기를 못 알아들으면 경제지식이 부족한 탓이지 우리말을 몰라서가 아니다. 뉴스 보도 중간에 TV를 켰을 때 그 기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건 처음부터 그 내용을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한 사투리를 쓰는 사람의 말도 마찬가지이다.

그런데도 영어로 똑같은 상황에 부딪혔을 때 우리는 100% 알아들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듯하다. 리스닝에서 끝장을 보겠노라고 벼르기보다 우선 이런 강박관념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리스닝을 논하기 전에 먼저 이 말부터 하고 싶다. 내 경험으로는 리스닝이라는 것이 차근차근 연습하면 거기에 정비례해서 귀가 조금씩 뚫려나가는 게 아니라, 망망대해를 헤엄치듯 하염없이 하다 보면 어느날 갑자기 귀가 뻥 뚫리게 되는 것이다.

똑똑한 리스닝이 영어실력을 살린다

소리를 듣기란 쉽다. 듣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왔을 때 순전히 소리만으로 그 단어의 철자를 추측해 사전에서 찾아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내용을 이해하는 건 또 다른 문제다. 피곤할 때 억지로 듣고 있으면 소리는 들려도 그 의미는 한 귀로 빠져 나가게 된다. 바로 hearing과 listening의 차이라고 할까? 문제는 리스닝의 질이지 양이 아니다. 하루 10분을 들어도 그걸 얼마만큼 내 것으로 소화하고 나름대로 요령을 터득하느냐에 따라 엄청난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똑똑한 소비가 경제를 살린다는 광고도 있듯이, 리스닝도 마찬가지다. 이제부턴 10분을 100분처럼 듣자!

천하가 다 아는 비법―받아쓰기

그럼 10분으로 몇 시간의 효과를 내려면 어떻게 들어야 할까?

이 땅에 태어나 나름대로 영어공부에 열심이었던 사람들은 대부분 받아쓰기를 권하고 있다. 받아쓰기는 경험적으로 모든 사람들이 공감하는 비법이다. 이것은 정말로 귀찮고 인내를 요하는 힘든 작업이지만 그만큼 효과적이다. 그런데도 좀더 쉬운 지름길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 나도 한동안 애써 받아쓰기를 하던 기억이 난다. 대충 아는 단어가 전부 알아들었다고 생각되는 문장도 막상 받아서 놓고 보면 말이 안되는 경우가 많았다. 문장을 듣는 것과 써 보는 건 그만큼 차이가 있다.

처음부터 무리해서 몇 시간 듣느라 기운빼지 말고, 매일 시간을 정해 짧게 듣는 것이 더 좋다. 집중해서 듣다 보면 쉽게 피곤해져 긴 시간 들을 수가 없다. 초보자가 몇 시간을 듣고도 정신이 말짱하다면 그가 건강체질이라기보다는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리스닝은 양보다 질, 무엇보다 매일 꾸준히 듣는 것이 관건! 매일 듣지 않으면 퇴보한다. 주말에 몇시간씩 테니스를 치는 것보다 매일 30분씩 치는 것이 실력 향상에 훨씬 더 효과적이듯.

첫 출발은 뉴스로

영어에 대한 기초공사가 웬만큼 된 사람이라면 리스닝 훈련은 뉴스로 시작하는 것이 제일 적당하다. 사실 뉴스만큼 어려우면서도 쉬운 것이 없다. 또렷한 표준 발음으로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했는지 설명해주니 흐름을 잘 잡으면 이해도 쉽다. 이 점에서 초보자 리스닝으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뉴스는 항상 새로운 소식이다 보니 흐름을 놓치면

꼼짝없이 길 일고 헤매게 된다는 점에서는 어렵기도 하다. 3년 간 밤낮으로 뉴스만 듣다 보니 생긴 요령인즉, 뉴스는 대체로 6하 원칙이 지켜지므로 이를 염두에 두면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것. 그 정도의 경지에 오르면 그만큼 듣는 데 여유가 생기게 된다. 사건이 나오면 그 배경, 원인, 또 결과, 앞으로의 전망, 의의 등이 자연히 따라 나오게 된다.

뉴스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로 모르는 단어에 얽매여 전체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한두 단어 모르는 게 나와도 내용을 이해하는 데는 별 무리가 없다. 만약 외국인이 우리 뉴스를 보다가 '…에 귀추가 주목된다', '대결 구도', '차질이 빚어지다'란 말이 나왔다고 그 때마다 '귀추가 뭐지?', '구도?', '차질이 뭔데?'라고 사전을 뒤진다면 그 리스닝은 단어공부에 그치고 만다.

뿌린대로 거둔다

물론 전체 흐름까지 파악하며 내용을 이해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좌절을 겪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어만 쓰고 살아왔으니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얼마만큼의 정성과 노력을 기울여 기초공사를 튼튼히 하고 꾸준히 리스닝을 하느냐 이다. 영어는 정말 뿌린 대로 거둔다.

열심히 하는데 왜 안 되느냐고 반문하기 이전에 과연 내가 '영어의 광야'에 얼마나 씨를 뿌렸는지 다시 생각해 보자. 영어를 전공해 영어로 '밥 벌어 먹고' 사는 지금도 나는 이따금 영어의 끝은 어딘지 회의를 느낀다. 하지만 그건 어차피 한국인으로서 겪는 당연한 고민이다. 내가 영어에 회의가 느껴질 때는 그동안 뿌린 씨가 다 떨어져 더 많은 씨를 다시 뿌려야 할 시점이 됐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짬을 내서 맘에 드는 뉴스 하나를 골라 받아 적어 보고 새로운 표현이 나오면 정리해 둔다. 자꾸 뿌려야 계속 결실을 맺을 수 있을테니까.




오성호 (외대 영어과, 통역대학원)


'리스닝, 어디 두고 보자'


영어 리스닝에 관한 글을 쓸 때면 항상 떠오르는 일이 있다. 1986년 대학 2학년 1학기였다. 기말고사를 TOEFL L/C로 대체한다는 것이었다. 남들이 '토플, 토플'해서 그 이름만 몇 번 들어 본 적이 있는 나는 별 생각 없이 시험을 봤다. 하지만 나는 처절한 패배감을 맛보아야 했다. 총 50문제 중 6문제를 맞췄다. 더 부끄러운 건 그 중 알고 적은 답은 단 2개였다는 사실.

그전에 나름대로 영어 좀 한다고 우쭐대던 내게 영어가 '아냐, 임마! 넌 아직 멀었어. 니가 무슨 영어를 한다고.'라고 말하는 듯했다. 이 시험은 내게 큰 자극제가 되었다. '매일 답만 맞추는 시험만 잘 보면 뭐하냐? 하나도 못 알아듣는데. 리스닝 어디 두고 보자.'

이렇게 해서 나와 영어 리스닝과의 전쟁은 시작됐다.

모두가 한 번씩은 해 본다는 AFKN

AFKN으로 공부를 시작하고서야 AFKN이 American Forces Korea Network의 약자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얼마나 뿌듯했던지. 그런데 일주일 정도 지나자 더 이상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인간인데 무슨 말인지도 모르면서 TV 화면만 쳐다보고 있자니, '내 자신이 기계나 다를 바 없구나'하는 비참한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일주일만 더 버텨보자고 다짐했지만, 그땐 텔레비젼을 집어 던지고 싶은 심정이었다. 왜 안될까? 생각다 못해 한 어학원을 찾아가 강사를 붙잡고 물었다. 내가 수강생인 줄로 착각한 그 선생님은 열심히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AFKN에 나오는 내용을 글이라고 생각해 보세요. 읽어서 이해가 완전히 되나요? 아니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사전 없이 대강이라도 읽을 수 있는 실력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리스닝은 리스닝만이 아닙니다. 우리 같은 외국인은 반드시 독해를 병행해야 합니다."

'그래, 바로 이거야. 읽어서 모르는 걸 들어서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

그 때부터 드라마나 영화의 대본을 구해 읽는 연습을 병행했다.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하기를 근 다섯 달. 그제서야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내가 소리내면서 공부한 단어들을 미국배우들이 직접 말하는 걸 들으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속으로 '짜식들, 니들이 하는 영어나 내가 하는 거나 비슷하네.'라고 우쭐대면서. 들리는 부분이 나오면 미친듯이 좋아했다. 하지만 사실 들리는 것보다는 안 들리는 것이 훨씬 많던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안 들리는 부분에 대해서는 '공부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뭘.'이라고 위로해가면서, 서두르지 않고, 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격려했다.

관심 있는 분야라면 꾸준히 할 수 있다

영어공부에서 가장 중요한 건 '끈기'라고 믿는다. 하지만 재미없는 걸 꾸준히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찾은 방법이 내가 좋아하는 분야 파고들기!

내 경우는 음악과 스포츠, 특히 록 음악과 미식 축구는 영어에 새 길을 열어준 은인들이다. 노래에는 가사가 있다. 영어 가사를 무작정 따라 불렀다. 그러다 보면 '이게 무슨 내용의 노래일까?' 궁금하게 되고, 또 찾아보게 된다. 록 음악을 좋아하다 보니, 관련 잡지를 사 보게 되고, 특별히 관심 있는 기사는 사전을 찾아가며 밤새워 읽곤 했다.

스포츠도 마찬가지다. 어느 정도 영어가 되는 사람도 스포츠 중계는 꺼리는 경우가 있다. 그 스포츠에 별 관심이 없거나, 룰을 제대로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스포츠가 좋은 사람은 중계를 보는 그 자체가 공부가 될 수 있다. 아나운서의 중계는 잘 안 들리더라도 자막에 나오는 점수나 수치 등은 읽을 수 있다. 화면에 보이는 점수를 아나운서들이 말해 주니 들리는 것이다. '1쿼터까지 댈러스 카우보이스는 어쩌고저쩌고……'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스포츠 중계가 차츰차츰 들리기 시작했고, 그러니 더욱 흥미로울 수밖에.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한마디!

절대로 시험을 잘 보기 위해 영어공부를 한다고 생각하지 마라. 물론 TOEIC 이나 TOEFL 등의 시험에서 고득점을 올리는 것이 목표인 사람도 있을 것이다. 미안한 말이지만, 영어시험의 고득점자는 시험을 위해 공부하는 사람이 아니다. 영어에 흥미와 애착을 가지고 공부하는 사람들이 점수도 높다. 시험만 노리고 영어를 접할 경우, 물론 어느 정도까지 점수를 올리는 것은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TOEIC 900점 이상 나올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말이란 끝이 없다. 아마 죽을 때까지 한번도 못 들어 보는 우리말도 있을 것이다. 영어도 마찬가지로 평생 해도 다할 수 없다.

그저 매일 밥을 먹듯 꼬박꼬박 조금씩 하자.







이지연 (연세대 영문과, 통역대학원)


영어는 아직도 내겐 정복해야 할 에베레스트

내가 대학을 다닐 때만 해도 어학연수는 사치에 가까웠다. 물론 선견지명이나 용기만 있었다면 교환학생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당시 내겐 두 가지 모두 부족했다. 그래서 통역대학원이란 관문을 통과하는 데 남보다 불리했지만, 소위 외국물 한번 먹어 보지 않고 영어통역과를 졸업할 수 있었다.

물론 통역대학원을 졸업했다고 해서 감히 영어도사라 자신하지 못한다. 내게 영어는 아직도 눈앞에 우뚝 선 태산이며 정복해야 할 에베레스트니까. 그래도 햇수로 20년이 다 되어가는 즐겁고도 고된 전투 끝에 영어는 고맙게도 내게로 다가왔다. 참 놀라운 경험이다.

여기서 나는 그 경험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과 나누고자 한다.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이 있겠지만, 국내에서 청취력을 늘리는 왕도는 하나뿐이라고 감히 말하겠다.

서서히 익숙해지기,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는 상당히 함축적인 의미가 담겨 있다. 체계적, 단계별 청취 없이는 10년 공부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1단계: 백지 상태, 즉 '너 자신을 알라'

영어가 중학교 이상 수준이라면 문장구성에 필요한 기본동사와 몇몇 필수단어는 아는 법. 여기에 소위 말하는 리스닝의 loophole(허점)이 도사리고 있다. 사실 그 정도만 갖춰도 말하는 데에는 문제가 없다. 영단어 50개로 필요한 모든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다고 장담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듣기에 관한 한 어림없는 얘기다. 리스닝은 의사소통의 선결조건이며, 한 차원 높은 영어세계로의 관문이다. 단어 몇 개 들린다고 정상이 가깝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제 겨우 에베레스트 밑자락에 서 있을 뿐임을 자각하는 것, 그것이 시작이다.

일례로 '어떤 병원이 여차저차에서 법정소송에 휘말리게 됐다'는 뉴스를 듣고, '마이클 잭슨이 병원에 입원했다'라고 전혀 엉뚱하게 통역한 친구를 본 적이 있다. 왜 이런 번역이 나왔을까? 바로 그의 엄청난 넘겨집기 실력 때문이다. 그 친구는 문장 중에 나온 Jacksonville Hospital을 듣고 모든 걸 유추했던 것이다. 이런 엄청난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hospital 이상의 어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는 '단어 늘리기가 급선무,' 기반 없는 공사는 부실공사이다. 단, 단어 암기는 최단 기간에 끝내는 게 좋다.

2단계: 문장 속의 숙어를 들어라

예를 들어 Chrysler trucks are as American as apple pie.라는 문장에서 apple pie만 없다면 듣기와 해석은 누워서 떡먹기다. 헌데 난데없이 apple pie라니? as American as apple pie는 관용표현으로 '지극히 미국적'이라는 뜻이다. 이런 관용구는 충분한 독해 속에서 터득된다. 다독과 속독의 바탕 없이는 세련된 뉴스 기사와 시사프로 청취는 불가능하다.

3단계: 뉴스 듣고 받아쓰기

처음에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점차 그 시간이 팍팍 줄어드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받아쓰기의 목적은 숨어 있는 관사와 복수형 단어 등을 찾아내는 것.

It was as bright as at least a billion Milky Way galaxies or 5 billion of the brightest super novae we've ever seen.

이 예문을 듣고 해석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해도 받아쓰기 과정에서 a billion에서의 관사 a, galaxies와 novae라는 복수형 단어를 찾아내게 된다. 특히 nova(초신성)의 복수형이 novae인 것은 antenna의 복수가 antennae인 것과 같다. 이렇게 숨어 있던 작은 부분을 찾아내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은 큰 즐거움이며 정확하고 세련된 영어회화 구사에도 훌륭한 밑거름이 된다. 여기가 바로 여러분의 청취력이 비약하는 단계다. 3개월만 꾸준히 하면 CNN 뉴스나 AP 뉴스가 쏙쏙 귀에 꽂히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고 있는 우리말 역시 유아시절 장시간의 학습과 노력에 의해 이뤄진 것임을 상기해 보면, 영어에 투자하는 시간은 정말 아까운게 아니다. 어린 아이 같은 마음으로 서서히 익숙해지는 과정을 거치면 영어는 다가올 것이다.

나의 경험이 여러분의 등반에 작은 힘이 되길 기원한다.

출처: 출 처: 곽중철 YTN 위성통역실의 CNN 리스닝 (주)다락원 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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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의 책읽기]“외국어 잘하려면 꼭 독서 병행을”


외대 통·번역대학원 임향옥 교수는 성장기 대부분을 외국에서 보냈다. 외교관 아버지를 따라 이탈리아로, 영국으로 다녔다. 아버지는 엄했다. 어린 자녀들이 TV 수상기 앞에 앉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임교수는 부친의 손을 잡고 한달에 한번 정도 로마 시내의 책방에 들르곤 했다. “원하는 책은 무엇이든 마음껏 골라라.” 아버지의 이 한마디에 서점안을 휘젓고 다니던 어린 소녀의 추억은 평생의 자산이 됐다.

“그 덕에 읽는 습관이 몸에 밴 것 같아요. 국제회의 통역사란 직업이 싫든 좋든 이것저것 잡다한 기초 지식을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하는데, 읽기 습관이 돼 있으니 많은 도움이 됩니다.” 그는 신문, 잡지 만큼은 아니지만 책에도 곁을 주고 산다.

그는 “외국에 오래 살았다는 이유만으로 그 나라 말을 수준높게 구사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외국어를 제대로 하려면 그 해당 언어의 책읽기도 병행돼야 한다”는 것이 지론이다.

“통역대학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까 그 차이를 알 수 있겠더라고요. 영어권 국가에서 10년 넘게 살았는데도 영어 구사 수준이 낮은 학생은 영어책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보면 됩니다. 그런 사람은 대화 중에 ‘you know…’ ‘it’s like…’ 같은 말이 과도하게 많이 들어가는 편이죠.”

번역도 마찬가지. 임교수는 한때 주간지 광고를 번역할 때 ‘촌철살인’의 단어를 뽑아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실감했다. “책 읽기는 그 나라 문화를 이해하는 수단이기도 합니다. 짧은 문구라 하더라도 그 문화의 뉘앙스가 그대로 밴 단어를 적절히 골라내는 센스가 없으면 제대로 번역하기 어렵습니다.”

그는 학생들에게 “영어 원서를 볼 때 제발 쉬운 책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영어공부 할 목적이라면 헨리 키신저의 ‘diplomacy’ 같은 책보다 존 그레셤의 법정 스릴러물이 쉽게 질리지도 않고, 훨씬 더 유용하다”고 했다.

임교수는 어린 시절 기억을 떠올리며 딸(11)과 아들(4)에게 독서 습관을 그대로 물려줄 생각이다. 차이점이라면 임교수는 당시 영어원서만 사 읽었지만 지금 자녀들에겐 우리말 책만 안겨주고 있다는 것. “딸 아이가 간혹 불평해요. 통역사 딸이 영어도 못하고 이게 뭐야라면서….”


글 조장래·사진 김영민기자〉
출처: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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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경현 (경북대 무역학과, 통역대학원)


나만의 4단계 리스닝 전략


영어의 영역을 세분화해 본다면 문법, 어휘, 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로 나눌 수 있다. 이 여섯 가지 영역 중에서 내가 가장 적은 시간을 투자한 부문이 바로 듣기이다.

한 가지 목적을 달성하는 데는 여러 길이 있듯, 듣기를 정복하는 방법도 다양할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제시하려는 4단계 전략이 왕도라고 고집할 수는 없다. 각자에게 맞는 방법이 있으므로 그저 독자들이 내 방법을 접해 보고 나름대로 수정, 보완을 거쳐 자신의 학습에 가미해 활용하기 바란다.

하나, 듣기의 기초는 발음현상을 아는 데서 시작된다.

우리말도 두음법칙이니, 자음동화니 하는 발음원칙이 있다. 영어도 마찬가지. 일단 영어의 기본적인 발음 패턴을 익히는 것이 첫걸음이다. 방학 내내 하루에 몇 시간씩 이해할 수 없는 AFKN을 보며 귀를 뚫으려 시도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는 다소 어리석은 방법이다. would have가 [우러브]로 들리는 '축약현상', butter가 [버러]로 들리는 '동화현상', prescription이 [퍼스크립션]으로 들리는 '이화현상', nice shirt가 [나이 셔트]로 들리는 '생략현상', keep on이 [키판]으로 들리는 '연음현상' 등의 기본 발음 패턴을 알아야 한다. 이를 익히는 데는 3∼4일이면 OK.

둘, 독해를 통해 청취력을 향상시킨다.

자, 이제는 발음법칙을 알았으니 리스닝이 두렵지 않다. 읽을 때엔 잘 이해되지 않으면 다시 읽을 수 있다. 그러나 말은 앞으로 되돌려 들을 수 없다. 듣기에 후퇴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우선 글을 읽을 때에도 되짚어 보지 말고 항상 앞을 향해서만 읽어나가도록 하자. 처음에는 힘들지 몰라도 직독직해 습관을 기르기 위해 노력하면 익숙해지는 날이 있다. 그러면 독해가 리스닝이 되고, 리스닝이 독해가 돼 두 부문이 서로 상승효과를 창출하게 된다.

셋, 영문을 듣고 직접 받아쓰는 것만큼 좋은 방법은 없다.

이는 시간과 에너지 소모가 크다. 대안으로 즐겁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영문대본을 보면서 듣는 것이다. 그러면서 앞서 공부한 발음법칙이 실전에 어떻게 적용되는가를 점검한다. 하루에 30분씩 열흘만 이 방법을 써도 상당한 효과를 보게 된다. 특히 단어와 단어 사이의 연음이 어떻게 들리는가에 집중하며 들어야 한다.

넷, 어휘력을 보강하라.

예를 들어 He milked two dollars out of me.에서 milk를 들었다고 해도 그 뜻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다면, milk에 '뜯어가다, 짜내다'의 뜻이 있다는 걸 몰랐기 때문이리라, 이 문장은 '그 사람이 내 돈 2달러를 뜯어갔다'는 의미.

구어나 속어표현은 관련 서적을 따로 구입해 하루에 20개씩 꾸준히 1년 이상을 익혀야 한다. 처음에는 출현 빈도수가 높은 표현부터 공부한다. 물론 문맥 속에서 표현을 익히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겠지만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어휘력 보강은 꾸준히 해야 한다. 한 단어를 암기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도 최대한 짧게 해야 한다. 한 단어를 외우는 데 10분씩 매달리기보다는 1분씩 10회에 걸쳐 보는 것이 더 효과적.

리스닝도 분야별로 다른 각도에서 접근한다.

뉴스
앵커와 기자가 명확한 발음으로 다소 빠르지만 일정한 템포로 내용을 전달한다. 일단 뉴스는 속도에 익숙해지고 해당기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다면 그다지 고난도의 청취력이 요구되지 않는다. 뉴스를 듣기 위해서는 시사 영어잡지를 되짚지 말고 앞으로만 읽어나가는 훈련을 한다. 읽는 동시에 내용 이해가 가능해진다면 바로 독해를 통해 리스닝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드라마·토크쇼·영화
드라마와 영화는 연음도 까다롭고 인물들의 대사가 간결하고 함축적이면서도 흥분, 분노, 희열 등 감정이 담겨 있어 알아듣기가 어렵다. 게다가 표준영어에서는 접해 보지 못한 엄청난 양의 구어 및 속어표현이 나오므로 우선 표현을 익히는 것이 선행 내지 병행되어야 한다. 토크쇼의 경우, 논의주제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그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해, 특정 주제와 관련된 어휘지식이 요구되므로 이들 프로그램을 정복하기 위해서는 인내가 필요하다.

내가 제시한 전략을 근거로 각자에게 가장 잘 맞는 청취법을 개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정은숙 (서울대 영어교육과, 통역대학원)


몸소 깨달은 리스닝의 중요성

나는 지방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터라, 외국인이나 외국방송을 접해볼 기회가 거의 없었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때, TV 안테나에 문제가 생겼는지 우리집에서 전혀 잡히지 않던 AFKN 뉴스가 나온 적이 있었다. 약 20 분 정도를 봤는데 알아들은 단어는 고작 eleven 하나였다. 그때까지 영어에 자신있다고 생각했던 내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로써 내가 얼마나 '영어 귀머거리'였는지를 깨닫게 되었다. 이후 난 대학에서 영어교육을 전공했는데, 교과과정에 있는 영작문이나 영어회화도 역시 형식적인 것으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실용영어는 많이 다루지 않았다.

그래서 난 영어 동아리에 들어 리스닝을 공부했다. 선배들이 시킨 건 바로 dictation. 2분짜리 뉴스를 받아쓰면 16절지로 두 장 정도됐는데, 정말 과장 없이 백 번도 더 들었다. 20분 동안 뉴스에서 eleven 하나 듣던 내가, 받아쓰기를 하려니 많이 듣는 것 말고는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덕분에 우리집 녹음기는 남아나질 않았다. 요즘처럼 구간 반복기능이 없던 시절 되감기 버튼에만 의지해야 했기에.

점점 받아쓰기 속도가 빨라지고, 문장의 정확성도 향상되자, 어느 정도 자신감에 차서 AFKN 뉴스를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엔 또다른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단어는 들리는데 문장이 들리지 않았다. 게다가 들리는 단어도 '어, 아는 단어인데 무슨 뜻이더라?'하고 생각하다 보면 수많은 단어들을 그냥 놓쳐버렸다. 리스닝을 잘하는 친구에게 물어 보니 처음엔 word가, 다음엔 phrase가, 그리고 나서 sentence, paragraph가 들린다는 것. 방법은 그냥 많이 듣는 수밖에 없다고.

그래서 이번엔 아예 방에다 TV를 두고 다른 일을 하면서도 AFKN 방송을 틀어놓거나, 우리나라 방송에서 방영하는 외화도 음성다중으로 맞춰 놓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테트리스 게임에 열중하던 중에, AFKN 드라마의 내용이 머리 속에 들어오는 게 아닌가! 무작정 그렇게 영어방송에 파묻혀 있는 동안 나도 모르는 사이에 리스닝 실력이 쌓였던 것이다. 이때 주의할 점은 들리기 시작한다고 곧바로 모든 문장이 한꺼번에 다 들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 그런데 많이 들을수록 머리 속에서 번역하는 속도가 빨라졌다. 리스닝을 계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자신이 번역을 하는지 안 하는지도 의식하지 못하게 된다.

통역대학원을 나온 친구들이 어떤 정보를 들었는데 가끔은 그게 영어였는지 우리말이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고 말하는 걸 종종 듣게 된다. 바로 특정 언어보다는 그 속에 담긴 정보만이 뇌 속에 저장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영어 학습자들도 하루 빨리 그런 경지에 이르게 되기를 바란다.

extensive listening과 intensive listening

대학 4학년 때 영어교육이론을 배우면서 내가 공부했던 방식이 언어습득에서 중요한 두 가지 방식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리스닝에는 짧은 내용을 집중적으로 듣는 intensive listening과 광범위하게 오랜 시간에 걸쳐 듣는 extensive listening이 있다. extensive listening은 영어에 노출되는 시간이나 양을 늘리는 것으로 TV 시청이 여기에 속한다. 반면 dictation은 단기간 집중해서 들으므로 intensive listening에 속한다. 이런 이론적인 방법들을 일찍 알았더라면 이 두 가지 방법을 적절하게 병행하면서 좀더 효과적으로 리스닝을 할 수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따른다.

지금가지 리스닝의 산을 넘기 위해 고전했던 내 경험에 비추어 리스닝 비결을 생각해 보았다. 특별히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삼 고개가 끄덕여지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다만 여러분들이 나처럼 시행착오를 겪지 않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현지연 (외대 스페인어과, 통역대학원)


리스닝이 먼저냐, 스피킹이 먼저냐

누구나 제일 좋아하는 것을 제일 잘하게 마련이다. 좋아하면 자연히 관심이 가게 되고 더 알고 싶어지니까.

아직도 내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건 영어를 처음 접했을 때 느꼈던 떨리는 감정이다. 중학교에 들어가기 전 처음으로 알파벳이란 것을 봤을 때 참으로 신기했고, 또 너무나 흥미로웠다. 그때 난 라디오 방송에서 어린이를 위한 영어회화 프로그램을 듣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 프로그램을 알았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재미있었다는 점만은 잊을 수가 없다. 저녁을 먹고 나면 항상 라디오 앞에 앉아 그 프로그램을 청취하면서 따라해 보라고 할 때는 크게 소리내서 발음하곤 했다. 이런 나를 보고 부모님도 참 신기해하셨다. 어쨌든 그 때부터 영어에 지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언어의 영역은 크게 읽기와 쓰기, 듣기, 말하기로 나뉜다.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이 무엇을 먼저해야 하는가를 놓고 씨름하는 것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를 논쟁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아기가 말을 배울 때는 먼저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순서로 하지만, 외국어를 배우는 사람들의 입장은 조금 다르다. 우리 나라는 영어 사용국이 아니기 때문에 영어를 가능한 한 많이 접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사실 중고등학교 때 팝송을 들으면서 영어를 배웠다는 사람도 많이 있다. 이들은 물론 팝송의 가사를 들으려고 노력한 사람들이다. 또 그 시절 좋아하는 노래를 따라부르기 위해 가사를 발음나는 대로 적은 기억도 많이 있을 것이다. 그때 적어 놓았던 것을 지금 본다면 한심한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이렇게 쉬운 단어도 몰랐다니 하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들이 쌓여 영어 청취력이 향상되는 것이다.

받아쓰기는 고된 작업

표준발음을 구사하는 뉴스의 경우는 어떻게 보면 가장 듣기 쉽고 편안한 부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1-2분짜리 단신의 경우도 처음 받아쓰기할 때는 몇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익숙하지 않은 데다 모르는 단어가 많기 때문이다.

뉴스는 정보의 보고이다. 따라서 제한된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압축해 표현 하게 되고 게다가 전문용어를 많이 사용한다. 정치나 일반 사회 뉴스는 그렇다치더라도 경제나 의학, 스포츠 관련 뉴스의 경우엔 그 부문에서 다루는 전문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뉴스와 관련된 영문기사를 읽어 본 후 받아쓰기를 하면 훨씬 수월하다.

받아쓰기는 고되고 힘든 작업이다. 관사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들으려고 하면 신경이 곤두서기 때문에 쉽게 지치게 된다. 그러나 꾸준히 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청취력이 많이 향상되어 있음을 느끼데 될 것이다. 처음에 단어 몇 개 들리는 것 가지고 다 들린다고 착각하던 자신이 부끄러워질 것이다.

또 청취력을 늘리려면 단어뿐 아니라 문장을 끊을 수 있는 능력도 길러야 한다. 어디까지가 주부고 어디까지가 술부고 수식어구는 어디에 붙는지 알아야 하는 것이다.

모르는 표현들은 즉시 익혀두자

다시 말하지만 처음엔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싫증도 나고 중도하차하기 쉽다. 하지만 관사 하나도 빠뜨리지 않고 들으려는 자세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다. 어휘수 늘리기와 많이 읽기이다. 내 경우엔 단어집에 의존하기보다는 많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여러 종류의 책과 잡지, 상품안내서 같은 것을 보면서 '이런 상황에선 이런 표현을 쓰는구나'라고 깨달으면서 가능하면 이런 문구들을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또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펼쳐놓고 그 단어가 들어 있는 여러 숙어도 함께 익히는 방법을 사용했다.

숙어와 관용어구를 많이 알아두는 것도 필수, 영화나 드라마, 토크쇼 등을 보면 지극히 미국적인 표현이 종종 나온다. 그때그때 관용구를 정리해두면 도움이 될 것이다. 큰 소리로 읽는 연습도 병행하는 것이 좋다. 읽으면 자신의 발음도 고쳐지고 머리에 더 잘 들어온다.

언어는 문화다. 따라서 영어를 잘 하기 위해선 미국이란 사회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는 아무래도 미국영어를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청취력을 하루 아침에 향상시키는 비법은 없다. 끈질기게 파고들고 귀찮다고 대충 넘어가는 일 없이 항상 진지한 자세로 듣는다면 어느 순간 자신의 영어실력이 향상된 것을 느낄 것이다.






최완규 (외대 영어과, 통역대학원)


'영어를 어떻게 공부해야 합니까?'

YTN 통역실 시절도 그랬지만, 현재 Neoquest English Plaza를 운영하면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다. 정말 영어에 한 맺힌 사람이 많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또, '스피킹은 좀 하는데 듣기가 안됩니다', '독해는 잘하는 데 작문을 못합니다'식의 하소연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이해가 안 되는 말이다. 우리말로 생각해 보라. 글은 쓰는 데 안 들리다니?! 영어는 말이다. 하나의 유기체인 셈. 듣기와 말하기, 읽기와 쓰기가 따로 있지 않다. 머리와 몸통, 팔다리가 따로 노는 유기체가 있는가?

글로 봐서 모르는 건 들어도 알 수 없다

통역대학원 입학시험을 봤을 때의 일이다. 구술시험에서 시사문제를 가지고 인터뷰를 했다. 당시는 김영삼 대통령이 '한국병(Korean Disease)'이라는 말을 유행시켰던 시절. 시험 몇 시간 전에 입을 푼답시고 '한국의 과소비' 특집기사를 커버 스토리로 실었던 Newsweek지를 사들고 달달 외웠다. 제발 '한국병'에 대해서 질문해 달라고 기도하면서. 신이 도왔던지 외국인 여자 교수가 '한국의 과소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냐'며 주제를 던졌다. 난 아주 여유있게 Newsweek를 보며 정리했던 대로 말을 풀어나갔다. 시험관도 상당히 좋은 인상을 받는 듯했다. 그런데 마지막 순간에 '과소비는 사회적인 병폐'라 한답시고 "Conspicuous consumption is a social disease."라고 내뱉고 말았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교수. "A social disease?"라고 되물으셨고, 난 자신만만하게 "It sure is."라고 대답했다. 뭔가 석연치 않아 하던 그이 떱떨한 미소에 담긴 의미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달이 지나서였다. AFKN에서 시사대담 프로그램을 보고 있는데 30분 내내 'social diseases'에 대해 얘기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사전을 들춰보고 social disease가 '사회적 병폐'가 아닌 '성병'이라는 걸 알고 그 교수를 볼 때마다 쑥스러웠다. 그 입학시험 이전에도 social disease는 뉴스나 영화 등을 통해 많이 들어 봤다. 그런데 social은 '사회', disease는 '병'이니 당연히 '사회적인 문제 또는 병폐'라고 나름대로 해석했던 것이다. '소리'는 들리지만, '의미'는 몰랐던 것. 누구나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듣기의 기본은 탄탄한 영어실력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좋은 발음이 있으면 나쁜 발음도 있다

YTN에서 통역사로 일하면서 하루의 절반은 헤드폰을 머리에 눌러쓰고 CNN을 보며 지내야 했다. CNN 기자 중에는 토종 미국인보다는 타지 사람이 많다. 그래서 발음도 제각각이다. 특히, CNN에서 각국 방송국의 현지기자 보도를 편집 없이 그대로 내보내는 World Report의 경우, 향토색 짙은 영어 발음을 해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파키스탄 기자가 '빠르띠꿀럴리'라고 말하는 게 도대체 뭘까? 몇 시간을 고민하다 particularly라는 걸 알았을 때의 배신감! 3분 짜리 기사를 다 듣고 'Reporting for CNN World Report'라는 sign-off(뉴스 리포트를 마치는 말)밖에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자기 마음대로 발음하는 폴란드 여기자에게 살기를 느꼈던 기억도 난다. 그래도 그런 기사를 통역할 수 있었던 것은 배경지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파키스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고, 폴란드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에 암호 같은 발음을 해독할 수 있었다.

듣기공부를 하면서 우리는 너무 '좋은 발음'에만 익숙해져 있다. 같은 미국인이라도 지역색이 있고 사투리가 있으며, 목소리에 따라서도 발음이 꼬이기 십상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영어 못 듣는 사람을 위해서 또박또박 '왓 두 유 원트'라고 발음해 주는 자상한 미국인들은 없다는 사실이다. 듣기연습을 할 때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각양각색의 발음과 억양을 들어 보고 전천후 청취력을 기르는 것이 장기적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또, 느려터진 오디오 테이프로 연습하는 것도 이제 없어져야 할 학습방법이다.

입과 귀는 따로 놀지 않는다

f와 p 발음을 구별해 발음하지 못하는 사람이 'fine'과 'pine'을 들었을 때 구분할 리 없다. 사람은 자기가 알고 있는 발음대로 듣는 법이다. 제대로 들으려면 먼저 제대로 된 발음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것은 듣고 익히는 수밖에 없다.

우리가 통신 대화방에서 '안냐세요', '어솨요'라고 하듯, 인터넷을 돌아다니다 보면, should have를 발음나는 그대로 should of로, could have를 could of로 써 놓은 걸 볼 수 있다. 머리속에 담겨있는 발음과 귀로 들어오는 발음이 차이가 심하면 이젠 읽기도 힘들다.

결론적으로 읽기와 쓰기, 듣기와 말하기를 병행해서 공부하는 게 전반적인 영어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 알지 못하는 건 읽을 수도, 쓸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다는 걸 깨닫는 것이 출발점이 아닐까?









'방송통역'이라는 새 장을 열며

곽중철

1995년 1월 10일, YTN 첫 전파발사를 약 50일 앞두고 대학원 후배 8명을 위성통역실 요원으로 채용한 첫날, 나는 이들을 어떻게 양성할 것인가 고민에 빠져 있었다. 80년대 중반 서울 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15명의 후배 통역사를 채용해 함께 일한 경험이 있었지만 방송통역이란 전혀 다른 분야였다. 특히 방송 뉴스란 보통 한 기사당 2분 남짓한 시간에 기자가 최대한 농축한 내용을 한꺼번에 쏟아놓는 것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이해하기가 쉽지 않는 법이다.

통역요원들 모두 대학원에서 교육받은 인재들이었지만 실제 통역경험은 많지 않았고 방송통역은 전혀 생소한 분야였다. 나도 80년대 중반 여의도의 2개 공중파 방송에서 생방송 통역을 한 경험은 많았지만, 위성으로 들어오는 뉴스를 번역하고 영상을 편집해 목소리를 더빙한 후 방송에 내보내는 작업은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또한 '위성통역실'이란 10분 남짓한 별도 프로그램을 제작, 방송하는 것은 우리 방송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두 달도 남지 않은 첫 방송을 앞두고 나는 요원들에게 몇 가지 원칙을 제시했다.

첫째, 숙달될 때까지는 원문에 충실할 것.
둘째, 우리말은 최대한 쉽고 짧게, 번역 냄새가 나지 않도록 할 것.
셋째, 뉴스 냄새가 나도록 언론에서 쓰는 말과 억양을 숙달할 것.

이 중 첫째 원칙이 청취능력과 직결된 것이었다. 방송 뉴스의 통역이란 시의성 때문에 신속하면서도 정확해야 하므로 확실한 청취력을 요하는 것이다. 이 정확한 청취력 배양을 위해 요원들에게 몇 가지 당부를 했다.

하나, 시사문제에 대한 상식이 없거나 그 내용을 모르면 그와 관련한 뉴스는 잘 들리지 않는다. 따라서 신문이나 시사잡지를 철저히 읽어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에 정통하라.
둘, 숫자 통역이 틀리면 변명의 여지가 없으므로 특히 숫자에 조심하라.
셋, 자신이 없는 내용은 임의로 번역하지 말고 꼭 데스크에 문의하라.

확실히 들려야 통역을 하지

그로부터 통역요원 8명과 정확한 리스닝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는 아침 8시경 출근해 간밤에 근무한 요원 2명이 해놓고 간 통역물을 점검한다. 직접 모든 원문기사를 다 들어 볼 수는 없다. 이때 한 가지 요령이 있다. 통역해 놓은 우리말을 보면 맞게 한 통역인지 아닌지를 대충 알 수 있다. 우리말로도 말이 되지 않는 부분은 거의 잘못 들은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해서 낮에 근무하는 요원들이 퇴근하는 저녁 8시까지 그들의 작품을 철저히 점검했다. 중요한 부분에 오역이 있을 때는 담당요원에게 그 부분을 영문 그대로 받아 써보라고 지시했다. 이 방법은 모든 이들이 권장하는 가장 확실한 청취력 향상법 중 하나다.

대부분 방송통역을 처음 해보는 요원들은 초기에는 엉뚱한 실수가 잦았다. 특히 밤 11시부터 새벽 7시까지 근무하는 야근조 2명은 졸리는 탓인지 재미있는 실수도 많았다. 그러나 나의 불호령은 예외가 없었다. 눈물이 나도록 야단치는 경우가 허다했다. 같은 실수를 절대 반복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치였다.

그런 과정에서 나 자신은 어떻게 청취력을 길렀는가를 회상하곤 했다.

1979년 통역대학원이 설립되고 1기 원생으로 입학해서 동시통역을 목표로 공부를 시작한 지 6개월 후, 과연 이 공부를 해낼 수 있을까 회의를 느낀 것은 청취력 때문이었다. 여기서 내가 세운 목표는 최대한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소리내어 말하자는 것이었다. 불어를 함께 공부한 내 경우는 어려움이 더했다. 장시간 남의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가 피로한 일인데 그것도 외국어를…….

청취가 괴로운 작업인 것은 사람의 귀가 정보를 흡수하는 데 가장 비효율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이 하는 말을 그냥 흘려버리지 않고 그것을 빠짐없이 알아들으려 하거나 통역까지 해야 하는 일이 그래서 힘이 드는 것이다. 녹음기를 갖다 놓고 돌려듣기를 계속해야 하는 것을 정말 고역이다. 그래서 녹음기와 이어폰과 친해지는 것이 청취력 향상의 첫걸음인지도 모른다.

80년 9월부터 83년 6월까지 3년 남짓한 기간 동안 파리의 통역대학원에서 유학하면서 청취력 때문에 그야말로 죽을 고생을 하면서 나름대로 일가견을 갖게 되었다. 그것은 청취력이란 '귀가 뚫린다'는 말처럼 귀속을 뚫는 고통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어느날 갑자기 귀가 뻥 뚫리는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설령 뚫렸다 해도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그 귀는 다시 조금씩 메워져나간다. 귀를 뚫린 상태로 유지하려면 계속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만 한다.


후기
3년이 넘도록 방송 통역을 하면서 우리 요원들은 각자 순간순간 느끼고 배운 것이 너무 많았는데 막상 써보려고 하니 기억나지 않는 것이 부지기수라 안타까웠다. 역시 그때그때 메모를 해 놓았어야 했다. 그래도 책의 분량은 늘어났고 그 과정에서 우리 나름대로 새로운 것을 많이 깨닫게 되었다. 특히 여러 사람의 경험을 종합해 보니 영어 청취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비결이랄까 원칙을 찾을 수 있었다.

▨ 많이 알아야 들린다.
영어 단어나 표현뿐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모든 이치, 상식이 풍부해야 영어도 잘 드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우선은 많이 읽고 많이 알아야 한다. 아는 것이 힘이요, 알아야 면장을 한다는 원칙이다.

▨ 자신이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있어야 상대방의 영어를 알아들을 수 있다.
귀 먹은 사람이 말을 잘 할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으면 남이 하는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영어공부를 할 때 정확한 발음으로 큰 소리로 많이 읽으라는 것도 여기서 비롯된 것이다.

▨ 받아쓰기를 열심히 해야 한다.
말이 들렸다고 거기에 만족하지 말고 한마디도 빠짐없이 그대로 받아 적어 보자.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드는 귀찮은 작업이자만 그 이상의 효과가 있다.

위 세 가지 방법 모두 어렵고 괴로운 일이다. 조금이라도 그 괴로움을 덜려면 자신에게 맞는 즐거운 방법을 찾아야 한다. 영화면 영화, 노래면 노래 등 분야를 찾아 파고들면서 영어를 깊이 있게 공부해 나가면 된다.

어찌 보면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도 어느 정도의 편집증이 필요하다. 귀에 들리는 문장을 한마디도 빠짐없이 정확하게 문자화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야 청취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는 노래방에 가서 음정, 박자 하나 틀리지 않고 노래 한 곡을 완벽하게 불러보려고 노력하는 마음과도 같다. 그런 집념 없이는 리스닝을 늘린다는 것은 한낮 꿈같은 애기 뿐이다.



출처: http://roadtou1.egloos.com/172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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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에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에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려고 합니다. 리스닝과 회화를 잘 하기 위해서는 물론 언어 자체도 잘 말하고 들을 수 있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이 같은 언어 커뮤니케이션(verbal communication)말고도, 의사소통에 도움이 되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nonverbal communication)에도 관심을 가지셔야 한답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는 어른이 이야기하실 때 눈을 똑바로 쳐다보는 것은 실례라고 생각되지요. 하지만 서양에서는 다릅니다. 상대방이 이야기할 때 눈을 쳐아봐주지 않으면 그 이야기에서 관심이 없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서양에서는 나이에 상관없이,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는 도중에는 eye contact를 하는 것이 오히려 예의 바른 행동이 되는 것이랍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이야기를 하는 내내 눈만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으면 그것도 좀 어색하겠지요. 그럴 때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인다든가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듣고 있다는 것을 전달해주면 좋습니다. 또 자기의 의견과 일치하는 내용의 이야기를 할 때 고개를 끄덕여주면 맞장구를 쳐주는 효과도 있지요


언어학 등 관련 학문의 연구 내용을 보면 이 같은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즉 body language가 언어 커뮤니케이션 자체보다 사실은 더 많이 이루어진다는 결과도 많이 나와 있다고 합니다. 영어는 특히 우리말보다 body language를 통해 의사 전달을 하는 경우가 더 많은 언어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얼굴 표정, 눈 맞춤, 고개 끄덕임, 팔의 제스처 등을 통해 끊임없이 메시지를 전달하게 되거든요.


평소에 이 같은 제스처들에 익숙해지시고, 또 직접 영어로 말을 하실때에도 약간의 body language를 써서 회화를 해보시면 의사소통에 더욱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 body language중에서도 위에 말씀드린 눈 맞춤과 고개 끄덕임은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 또 어느 부분에서는 동의한다는 내용이 담긴 body language이기 때문이지요.


다만 이런 제스처 들을 실제로 사용하실 때에는 의도하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일은 없도록 하셔야겠지요. 같은 의미이지만 서양에서와 동양에서 쓰는 제스처가 다른 경우가 있고, 제스처는 비슷한데 그 의미하는 바가 다른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평소에 상대방과 마주하여 영어를 말하고 듣는 기회를 많이 가지시게 되면, 긴장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body language를 체득하실 수 있답니다.


비즈니스에서 정상까지 오르는 데 도움될 만한 몇 가지 기본적인 비언어 의사소통 기법(some basic nonverbal communication skills)에 대한 세미나를 듣기 위해 비즈니스맨들이 모여들었습니다. 이 날의 강연자는 생물학 교사였다가 대학에서 바디 랭퀴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레이먼드 머그레임(Raymond C.McGraime)씨. 그의 주장에 따르면, 성공하는 사람들은 걸을 때, 악수를 할 때,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을 때 자신의 권위를 나타내는(convey their authority)바디 랭귀지를 취한다고 합니다.


* * 악수란 단순히 손을 잡는 것이 아니다!

일반적인 인사가 되어 버린 악수 속에는 사실 여러 가지 제스처의 복잡한 상호 작용(complex interaction of multiple gestures)이 숨어있다고 합니다. 기업의 대표 이사들과 그 밑의 수석 임원들에게 악수를 시켜 본 결과, 둘 중 한 사람은 지배적(dominant)인 경향을 보인 반면 다른 사람은 복종적(subordinate)인 경향을 보였다고 합니다. '잘 나가는'사람들은 악수할 때 상대의 손은 45도 정도 시계 반대방향으로 돌리면서 다른 손으로는 상대의 어깨를 살짝 감쌉니다. 어깨에 손을 올리는 것과 같은 가벼운 신체접촉은 상대에게 호감을 줄 수 있지만, 팔꿈치를 잡는 것은 강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 * 말할 때의 자세도 말하는 내용 만큼 중요하다!

골반을 어느쪽으로 향하게 하느냐에 따라 화자의 메시지가 신뢰를 얻을 수도, 잃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How you position your pelvis either supports your message or undermines it). 듣는 사람을 바라보고 서야 화자의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습니다.(Point your pelvis toward your listener. That shows your're involved in what you're saying). 다른 사람을 바라보거나 문 쪽을 향해 서 있는다면 듣는 사람은 화자가 대화의 의도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 리더가 되고 싶다면 복도 중앙으로 걸어라!

문제 아동의 행동 치료를 한 경험이 있는 머그레임 씨는 신체언어 사용의 측면에서 볼 때 어른이라고 해서 아이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합니다. 보통 벽에 붙어서 몸을 질질 끌면서 걷는 것은 '왕따'당하는 학생들에게서 발견되는 행동입니다. 어른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성공하는 사람들은 벽에 붙어 걷지 않고 복도 중앙에서 당당하게 걷습니다.(Leaders don't cling to the walls; they walk confidently down the middle of the aisle).

출처: http://www.edump3.com/plaza/column_view.htm?no=3&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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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청취와 말하기는 동시에

1960년대만 해도 청취를 할 줄 알아야 말을 잘 하게 된다는 상식적인 주장이 대세를 이뤘다. 그러나 소위 Comprehension precedes Production. (먼저 배우고 이해를 해야 말하고 쓸 줄 안다.)는 주장은 밀리고 말았다. 청취력이 상당한 수준인 사람도 '말'을 못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에 설득력을 잃은 것이다. 그 후 등장한 주장이comprehension equals Production.(청취와 말하기는 동시에 하라)는 것이었는데, 의학계와 심리학계 등의 잇단 연구 발표로 가장 설득력 있는 '학습'이 되고 있다. 즉 청취를 위해 카세트테이프를 수십 개 듣는 것보다 그 내용을 직접 말햅보고 듣는 게 효과가 높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되는 게 학습자 자신의 '체험과 선험지식'이다. Data Oriented Parsing(DOP:학습자의 선험 지식이 중요한 변수)이라는 주장은 자신의 영어는 자신의 능력과 기초 실력에 비례한다는 얘기다. 이 말은 곧 '좋은 영어를 배워야 좋은 영어를 한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어떻게 배우는 것이 잘 배우는 것일까?




(2) 구어 영어의 특징을 관찰하며

구어 영어는 '느슨하고 격식이 없는 의견 교환(loose and informal communication)'이기 때문에 당연히 문장체 영어보다 쉬운 말을 쓴다. Telephone me. 보다는, Call me(up).이 쉽고, '바람맞치다'를 fail to keep a date보다 stand me up으로 쓰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날 장소에 나타나는 것도 appear 보다는 show up이 더 쉽고 편하다. 이런 영어는 동사구 숙어(phrasal verbs)가 잘 쓰인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회화 특유의 어구들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 Excuse me.를 연발하게 되면 말하는 사람이 무안해지므로, What was that again? I'm following you, You'll have to say it again., I didn't catch you. How's that again?, Come again.등의 표현으로 다양한 표현들을 익혀두는 것이 좋다. 어떤 상황에 어떤 말을 정확히 쓰느냐 하는 것은 단순한 문법적 오류의 차원이 아니다. 공식적인 자리에서 쓰는 말, 일상어, 각각의 단어의 뉘앙스를 정확히 파악하여 사용하는 것이 자신의 영어를 '정통'으로 만들어줄 것이다. 여기서 정통 영어를 접한다는 것은 원어민이 말한 것, 원어민이 쓴 글을 집중적으로 학습하는 것을 뜻한다.



(3) 배운것은 말해야 한다. (Express yourself as you learn.)

언어학자인 J.Evans는 '학습자는 자신이 말을 해볼 때 언어 실력이 향상된다. 배우는 순간부터 표현해보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ading과 Listening을 Input할 때 Speaking과 Writing 같은 Output 연습을 즉시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리고 자연스러운 말 속에는 멈칫거림(pauses), 어조사(fillers), 잦은 말 바꿈(false starts), 실제 억양과 패턴(natural intonation and patterns)등, 문장체 영어에서는 맛볼 수 없는 특징이 있다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Can I help you?와 May I Help you?에는 차이가 있다. Let me do it.과 I will do it도 마찬가지다. How about~?(~은 어떤가요?)이 제안이라면 What about~?은 비교할 때 쓰는 말이다. 우리는 can과 be able to가 '똑같다'고 배웠지만 원어민은 이를 구별하여 사용한다. 적어도 그게 원어민 수준이고 그런 것을 구별할 줄 아는 것이 우리의 영어 공부의 목표이다.

자기 앞에 찾아온 사람에게 '도와드릴까요?'를 말할 때는 당연히 Canl I help you?를 쓴다. 그러나 스스로 다가가서 '도와드릴까요?'라고 물을 때는 May I help you?가 더 적합하다. '하던 일을 마저 마치겠다'고 할 때는 어떤가. '당신이 허락하면 내가 하던 것을 마무리 하겠다'라면 Let me finish.가 낫고 상대가 어떻게 생각하든 내 고집대로 끝내겠다면 I'll finish it. 이 좋다. 의사 표시의 방법도 내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다. 명함을 건네며 '제 명함이 여기 있습니다'라고 할 때는 Let me give you my business card.가 좋다. 상대방의 겉옷을 자발적으로 받으며 말할 때에는 Let me take your coat. 가 좋고 상대의 의중을 살피는 경우라면 May I take your coat?가 좋다. 내가 전화를 거는 게 나을 것 같을 때에는 Let me call you back. 이겠지만 자신의 의지를 강조할 경우에는 I'll call you back.이 낫다.

이런 표현보다 더 감칠 맛 나는 것은 I'm being helped. 같은 말이다. 누군가 다가와서 May I help you?라고 묻는데 이미 다른 점원의 도움을 받고 있다면 I'm being helped. 라고 하면 그만이다. 차편을 기다리는 미국인 친구에게 You need a ride home?이라고 제안했더니 그는 No, thanks. I'm being picked up, I asked David for a ride just now.라고 대답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수동태 진행형이라는 구조적 특징이 아니라 표현의 깊은 맛이다.

선물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들에게 어느 엄마는 You're being unreasonable. 이라고 한다. '넌 지금 철없이 굴고 있다. 분별없이 행동한다'는 뜻인데 No way. 같은 말보다 좋다.

Labov, Fisher, Perelman과 같은 학자들은 교육받은 중산층일수록 '일상언어 (casual speech)'보다는 '신중한 언어 (careful speech)'를 더 많이 사용한다고 말했다.

교양인이라면 You look worried.보다는 You look concerned.를 사용할 것이다. Anything happened?라는 말도 좋지만 Is something on your mind?라는 표현은 더 깊은 맛이 있다.

1950년 이후 미 연방 정부에서 불기 시작한 '정확하고 경제적인 언어 사용'의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장황하거나 튀는 영어보다는 말하기 쉽고 듣기 쉬운 표현법이 가장 안전하다는 이유에서다. 불과 몇 백 단어에만 충실해도 말하기의 깊은 맛을 얼마든지 낼 수 있다.

주제발표(presentation)를 영어로 말하고 토론해야 하는 직장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를 해결할 만한 학습 수단이 없어 직장인들이 고민이 많다. 시중 학원의 미국인 회화반은 토막 영어 수준인데다 어느 것도 체계성이 없는 실정이다. 그럼 여기서 실험을 거쳐 효과가 검증된 몇 가지 좋은 방법을 찾아보자.


(1) shadowing :
우선 실력에 맞는 구어체 지문을 구한다. 영어 신문이나 잡지 기사가 아니라 육성 발표나 뉴스, 토론, 연설문 등 입으로 말하는 내용이어야 한다. 초보자는 10줄 안팎으로 어휘는 어렵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우선 듣고 내용을 대략 파악한 다음 동시에 따라 읽는다. 이것이 shadowing 방법이다. 그림자를 따라가듯 곧바로 따라가는 방식으로, 원어민 속도와 억양을 그대로 배우고 비교할 수 있는 최선책이다. 정기적으로 다양한 예문을 통해 이 방법을 지속한다면 '빠른 속도"와 "복잡한 문장 구조'의 문제가 해결된다. Murphey 박사 (1994)는 이를 shadowing과 echoing을 합성하여 shadechoing이라 불렀는데, 원어민 영어를 배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했다.

(2) paraphrasing :
shadowing보다 적극적이고 생산적인 방법이다. 자신의 관심사나 익숙한 주제, 내용의 영문을 골라 말하기, 쓰기를 동시에 공략하는 것이다. Rochester 대학 (2000)의 연구를 보면 shadowing과 '바꿔 말하기 (paraphrasing)'가 소개된다. paraphrasing은 지문을 놓고 자기 나름의 영어로 다시 설명해보는 것이다. TOEIC, TOEFL 시험이 모두 이 방식인 것을 감안하면 영어 학습의 시작과 끝이 paraphrasing인 셈이다. 또한 이는 동시통역(simultaneous translation)이상의 집중적인 두뇌 활동이 필요하다. 단순히 독서나 청취를 하는 것은 20~30 퍼센트의 누뇌를 쓰게 하지만 소리 내어 말하는 것, 특히 자기 수준의 쉬운 말로 말하는 것은 80퍼센트 이상의 두뇌 활동을 요구한다. 토론에서 자기 시간을 벌며 얘기를 끌고 싶을 때, 쉽게 풀이하거나 이해를 시킬 때, 상대의 얘기를 되물을 때도 이 방법이 최고다.

(3) single-sentence short talk :
위의 두 방법이 원어(原語)를 정확히 익히고 이를 모방하는 방식이라면, 이제 자신만의 영어를 구축하는 output 방법이 있다. 어떤 지문이든 이해를 한 다음, 이를 단문 (single sentence)으로 말하는 방법이다. 무조건 단문이어야 하고 and, so 등도 사용해서는 안 된다. 각 문장도 10단어 이내로 제한해 아주 쉬운 말로 또박또박 영어를 말하는 것이다. 필자도 대학생이나 성인 교육에 이 방법을 사용해 본 결과 말하기 능력이 크게 향상되었다. 이런 방법을 일상생활처럼 지속하면 적어도 자신의 지식만큼은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된다.


출처: http://www.edump3.com/plaza/column_view.htm?no=34&pag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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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철 선생의 영어 학습법


필자가 중학교 2학년 때이니까 지금부터 약 34년 전 얘기다. 그 당시만 하더라도 중학교에 들어가려면 지금처럼 그냥 동네학교에 자동적으로 배정 받는 것이 아니라 치열한 입시전쟁을 거쳐서 어렵게 들어가던 때였다. 물론 필자도 초등학교 6학년 내내 밤잠 못 자고 열심히 공부한 끝에 전국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경기중학교에 운 좋게 턱걸이로 합격하여 신나게 중학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루는 영어시간에 선생님이 숙제를 내주셨는데 교과서에 나와있는 Longfellow의 영시를 다음시간까지 외워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필자를 비롯한 반 친구들은 초등학교 때 놀지 못한 것을 벌충이라도 하듯 정신 없이 놀기만 하다 그런 숙제가 있었다는 사실조차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어느덧 숙제 검사한다는 '다음시간'이 되었다.


"숙제 해 온 사람!" 하는 선생님의 말씀에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서 "이젠 죽었다." 하고 전부들 책상에 고개를 쳐박은 채 눈치만 살피고 있는데 한 학생이 손을 번쩍 들었다. 모두 놀라서 쳐다보니 평소에 너무 조용해서 별로 눈에 띄지 않던 친구 'H'였다. 학급생 전원이 숙제를 안 해와서 "이 녀석들을 전부 다 몽둥이로 때려 줄 수도 없고 어떻게 혼을 내주나?" 하며 난감해하시던 선생님이 반가운 목소리로 "그래 어디 한 번 외워봐라." 하시자 'H'는 우리는 한 줄도 못 외우던 그 긴 영시를 가끔씩 더듬거리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도 틀리지 않고 끝까지 외우는 것이 아닌가. 그가 외우기를 끝내자 우리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선생님의 눈치를 보니 선생님도 매우 흡족하신 표정이었다. 느닷없이 박수소리에 얼떨떨해 앉아 있는 'H'에게 선생님은 한 시간 내내 칭찬과 격려를 퍼부었다. "너는 영어에 천부적인 소질이 있다. 관상을 봐도 너는 영어를 잘 할 관상이다. 너 같은 아이는 이담에 커서 틀림없이 국제적인 지도자가 될 거다. 영어의 힘은 교과서를 통째로 외우는 데서 생기는 것이다. 눈으로만 하는 공부는 아무리 해도 벙어리 영어밖에 안 된다. 그런 식으로 계속 열심히 해라. 네 성공은 내가 보장한다.…"


졸지에 스타가 된 'H'는 그 시간 이후로 애가 확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소 말수도 적고 매사에 소극적이던 그는 눈에 띄게 활발해지고 수업시간에 발표도 도맡아 하고, 마치 자기가 '영어로 성공하기 위한 역사적 사명을 띠고 이 땅에 태어났다.'고 굳게 믿는 것 같았다.


이렇게 영어 외우기에 재미를 붙인 'H'는 매일같이 큰 소리로 읽고 외우기를 계속하더니 그로부터 한 달도 되기 전에 중학교 2학년 영어교과서를 몽땅 암기하고, 내친김에 중3 교과서까지 몽땅 암기했다. 암기도 그냥 대충 더듬더듬하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친구들이 "몇 Page" 하는 말이 떨어지자마자 녹음기를 틀어 놓은 것처럼 그냥 줄줄 나올 정도였다. 그 정도니 영어시험마다 전체 수석은 도맡아 하고, 고교에 진학해서는 학교영자신문 기자가 되어 미국대사와 인터뷰를 한다, 영어토론회에 참석하면서 종횡무진 활약을 하는가 하면 매년 서울대학에서 주최하는 전국영어경시대회에 참가해서 우승기를 도맡아 들고 오곤 했다.


그 후 서울대 문리대에 진학한 그는 대학 3학년 때 행정고시와 외무고시에 합격하고, 나중에는 국비장학생으로 미국 하버드대학에 가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돌아와 진급을 거듭하면서 지금 현재 정부 내에 막강한 자리에 앉아 있는데, 가끔씩 TV에 나와서 한 마디씩 하곤 한다.


옛날 얘기를 하다가 좀 길어졌지만 'H'의 성공요인을 살펴보면


첫째, 중 2 때 영어선생님의 칭찬과 격려가 'H'의 자신감과 신념에 불을 당긴 것이고,
둘째, 어학학습법 중 가장 강력한 방법인 '입으로 몽땅 외우기'를 꾸준히 실천한 것,
셋째, 영어에서의 성공과 자신감이 '성공관성의 법칙'에 의해서 다른 과목에도 퍼져나가 전분야를 다 잘 하게 됐다.


이렇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그 중 '입으로 몽땅 외우기'는 필자도 영어에 한참 미쳐서 공부할 때 가장 효과를 많이 보았던 것으로서 외국어학습법 중 가장 강력한 방법이다. '영어를 잘 한다는 것'을 얼핏 생각하면 굉장히 어려운 일 같지만, 가만히 따져보면 결국 어휘들의 뜻과 용법을 정확히 알고, 또 그 어휘들이 문장에서 쓰이는 규칙 즉 문법을 머리 속에서만 아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입과 귀에 배어 있도록 자동화하면 저절로 되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이 바로 '입으로 몽땅 외우기'에 전부 다 들어있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 지금 현재 영어가 잘 안 된다고 생각되는 사람은 가슴에 손을 얹고 한 번 반성해 보시라. 과연 지금까지 학교 교과서를 한 권 아니 단 한 과라도 안보고 줄줄 나오도록 통째로 외워본 적이 있는가? 학원에서 배우는 교재 Lesson 하나라도 통째로 암송해 본 적이 있는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까 여태 그 모양 그 타령인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죄의식을 가질 필요는 없다. 왜! 이제부터 하면 되니까.


그런데 말이 쉬워서 '입으로 몽땅 외우기'지 막상 해보면 그리 만만치가 않다. 책을 보지 않고도, '그 다음이 뭐더라?' 하고 따지지 않고도, 저절로 입에서 술술 나오게 하려면 그 문장들을 최소한 50~100번 정도는 소리내어 읽어야 된다. 물론 처음에는 발음도 거칠어서 읽는데 고생 꽤나 하겠지만 횟수가 반복될수록 점점 편해지고 점점 영어의 맛을 느끼지 시작하다가 매끄럽게 넘어갈 때쯤 되면 일일이 단어 하나하나를 생각하지 않아도 그 내용만 생각하면 저절로 입에서 술술 나오기 시작한다. 이쯤 되면 그 내용을 Tape으로 들어도 우리말 듣듯이 편하게 들리고 또 웬만한 내용의 말은 단어 몇 개만 갈아 끼우면 별 어려움 없이 말할 수 있게 된다.


입으로 몽땅 외우기 요령을 정리해보면

첫 째, 입으로 큰 소리로 읽는다.

둘 째, 그냥 동네 발음으로 읽지 말고, Rhythm과 Stress를 지키면서 박자 맞춰
서 읽는다. ('영어가 뻥 뚫리는 강력한 리듬훈련' 참조)

셋 째, 제대로 하려면 Story의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외우는 것이 좋다.
(예를 들면 직독직해 교재 한 권을 통째로)

넷 째, 운전을 하거나 길을 걸어가거나 할 때에는 그 Story가 녹음되어 있는
Tape을 듣는다.

다섯째, 가끔씩 종이에 암송한 내용을 영어로 적어본다.

자, 이제 요령을 알았으니 남은 것은 당장 시작하는 것뿐이다.

출처: http://roadtou1.egloos.com/17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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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1)
 

김유진(외대 영문)
 
외대 통번역대학원에 합격하는 것을 머릿속에 너무나도 오랫동안, 너무나도 많이 상상해왔었기 때문에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 것 같다. 외대 학부를 입학하면서부터 통대를 바라봤던 것 치곤 체계적인 공부는 매우 늦게 시작한 편이다. 기본적인 외국어 실력 외에는 별달리 준비할 방법이 없다고 생각한 나는 학교 공부에만 신경 쓰고 있었는데, 다음(daum) 통대입학 동호회 몇몇 회원들의 충고로 7월이 되어서야 학원을 찾아가게 되었다.
 
은천성 선생님은 나에게 짧은 시간 내에 정말 많은 도움을 줬던 것 같다. 중간고사, 기말고사도 시험 당일 아침부터 공부하는데 익숙한 나로서는 스스로 책상 앞에 앉아서 공부한다는것은 거의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고, 또한 외대를 다니면서도 통대 입학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공부의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었다. 우선, 나는 학원에서 현재 실력을 측정할 수 있었다. 매달마다 보는 시험 등수 외에도, 수업 시간에 다른 학생들의 실력과 비교를 하면서 나의 약점과 강점을 찾아낼 수 있었다. 수업 시간에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나의 가장 약한 부분이었던 시사와 한국어 어휘에 스스로 많은 발전을 느꼈다. 너무나도 복잡하고 많게 느껴졌던 세계 이슈들이 어느 정도의 체계성이 잡히면서 나는 공부에 대한 재미를 느꼈고, 또한 관련 어휘들이 더 쉽게 외워졌다.
 
학원 수업보다 나에게 더 많은 도움을 준 것은 일요일마다 학원에서 했던 스터디였을 것이다. 매주 스터디를 준비하기 위해 Newsweek, Times, 그리고 Economist는 기본적으로 읽어야했기 때문에, 독해와 상식, 시사에 도움이 되었고, 스터디 맴버들이 가지고 오는 다양한 주제들도 다루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접할 수 있었다. 또한, 스터디에 사용할 article 내용을 외워야했기 때문에 기억력도 키울 수 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스터디 멤버 들의 격려가 내게 가장 큰 자신감을 줬던 것 같다.
 
외대 통번역대학원 1차 시험은 11월 4일에 시행되었다. 공통영어에는 처음 보는 단어들이 너무 많이 나와 약간은 당황했다. 또한, 예문의 틀린 부분을 찾는 문제에는, 몇 개의 오타가 있었던 것 같다. 어떤 것이 오타인지, 어떤 것이 오답인지 출제자의 의도를 추론하며, 둘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전공영어가 오히려 공통영어보다 풀기 더 편한 면들이 있었다. 공통영어는 알면 알고, 모르면 전혀 모르는 반면에, 전공영어는 한번 더 읽어봄으로써 이해가 더 되는 등, 읽는 속도, 이해력을 보는 것 같았다.
 
1주일동안 나는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새로운 내용을 보기보다는 몇 달동안 다루었던 내용들을 다시 한 번 정리하고, 면접 Q&A에 나올만한 질문들을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컨디션을 조절하는데 주력했다. 평소에 늦게 일어나는 습관이 있어서 평소보다 3~4시간씩 일찍 잠자리에 들고 일찍 일어나는 연습을 했다. 금요일에 1차 결과가 발표되었고, 바로 다음날 2차 시험, 한국어와 번역을 보러 다시 학교로 갔다. 한국어 시험은 생각보다 쉬웠다. 한국어 에세이 문제도 매우 평이했다. 번역 시험은 시간이 매우 촉박했으며, 다양한 분야의 기본 지식을 보는 것 같았다. 나는 수험번호가 늦은 관계로 다음 날에 면접을 보게 되었다. 면접관과의 거리가 상당히 멀다고 들었었는데, 거리는 적당했고, 교수님들께서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목소리 톤으로 읽어주셨다. 그러나, Q&A는 없었고, 한-영, 영-한 통역 시험만 봐서 실수의 여지는 더욱 없었다.
 
마지막으로, 나는 4개월 동안 너무나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고 많은 훈련을 시켜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다. 그리고, 가장 늦게 합류한 나를 너무나도 잘 받아주고 격려해줘서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너무도 재미있게 공부 할 수 있게 해준 우리 스터디그룹 멤버들, 영훈오빠, 현영언니, 그리고 은아에게 너무나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김지연(연대 영문/사회)
 
1차 시험
 
*공통영어: 청취는 두 번 연속해서 들려줬다. 중간에 끊김이 없이 바로 반복청취로 들어갔기 때문에, 다시 시작되는 부분이 어디부터인가를 특별히 주위해서 들어야만 했다. 독해는 평이했다.
 
*전공영어: 청취의 문장 난이도나 속도에 있어서는 공통영어와 큰 차이가 없었으나 문제 자체는 좀 더 까다로웠던 것 같다. 독해는 공통에 비해 시간이 촉박한 편이었다.
 
1차 시험에서는 전반적으로 글의 요지를 빠르게 파악하는 능력과 폭넓은 어휘력 등이 요구되었던 것 같다.
 
2차 시험
 
*한국어: 논술 유형 한 문제와 한자어, 어휘 등을 묻는 문제들이 출제됐다.
 
*번역 및 영작: 영-한 번역 두 문제, 한-영 번역 두 문제, 영작문 한 문 제가 출제되었다. 시간이 부족할 것이라 생각하고 긴장했으나 오히려 시간이 5분 정도 남았다. 한-영번역과 영작문은 비교적 쉬웠다.
 
*Interview: 오후 5시쯤이 되어서야 시험을 볼 수 있었다. 영-영 의견 묻기 없이 바로 한-영, 영-한 통역으로 들어갔다. 교수님 네 분이 계셨고 그 중 두 분만이 질문을 하셨다. 한-영은 음주 운전, 영-한은 지구 온난화현상에 관한 기사를 읽어줬다. 내 순번이 거의 마지막이어서 그런지 영-한을 불러주신 분은 목소리가 많이 잠긴 상태였고, 처음에는 잘 안 들려서 당황했다. 그래도 자신감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들은 만큼은 당당하게 얘기했다.
 
통대 시험 준비는 사실 3개월밖에 하지 못했다. 처음에는 영어 공부나 할까해서 7월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었는데, 통역에 대해 점점 매력을 느끼게 됐고 시험까지 보게 되었다. 너무 준비한 기간이 짧아서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쉬움이 많이 남고 부담감도 크다. 그러나 끊임없이 노력하고 도전하는 것이 젊음이 아닌가 싶다.
 
 
 
문상미(이대 영문)
 
1차시험 :
 
공통영어는 듣기(2번씩 들려줌), 문법적 오류가 있는 부분 찾기, 동의어 찾기, 독해의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전공영어는 공통영어와 유사하며, 듣기지문을 1번씩 들려주는 것과 문법문제가 없는 것이 차이점이었다. 공통영어와 전공영어의 난이도는 거의 차이가 나지 않았다. 또한 올해는 듣기의 경우 문항사이에 문제를 풀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다.
 
2차시험 :
 
*한국어 : 단어, 한자독음, 문법에 대한 지식을 묻는 문항과 작문("동거가 이혼율을 줄일 수 있다"에 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에서 자신의 의견 서술하기)이 포함되었다.
 
*번역 및 작문 : 영한번역, 한영작문 각각 2문항씩 출제되었다. 지문의 내용은 시사, 상식이었다(심리학자 프로이드의 영향, 다임러크라이슬러사의 한국 자동차시장 진출등) 영어작문은 10줄 이내로 중, 고등학생 두발 자유화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피력하는 것이었다.
 
*구술 : 한영--'목욕탕에서 물을 아끼는 외국인'을 소재로 한 이야기체의 글로 구어체 영어문장으로 옮길 수 있는 내용. 면접관이 한국어로 쓰여진 지문을 읽는 대신 영어지문을 직독직해. 따라서 지문 중간 중간에 pause가 많았다. 그러나 분량은 긴 편이었다.
 
영한--'presentation을 효과적으로 하는 방법'에 관한 글이었다. 글의 전개가 논리적이어서 idea를 잡아 명확히 한국어로 표현할 수 있었다. 외대의 경우 자신의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공부방법
 
*듣기 : AP News(5분 분량)와 'World News'(월간영어잡지)로 공부했다. 30초 정도의 분량일 경우 정확하게 기억해서 한국어로 옮기는 연습을 했으며, 1분 이상의 분량일 경우 idea를 잡는 연습을 했다. 이대특차시험에 대비해서 2분 이상의 분량을 듣고 영어로 말하는 것도 연습했다.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연습은 study와 KBS 라디오의 bilingual news를 활용했다.
 
*독해 : 코리아헤럴드와 Newsweek를 구독해서 여름방학 전까지 무조건 많이 읽었다. 여름방학동안 시사영어단어집을 구입해서 단어를 외웠다.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단어, 의미는 알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단어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 영작과 번역은 학원수업에서 하는 것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끝으로 harsh critique으로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지난 8개월간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박윤정(연대 영문)
 
** 시험 방식 **
 
1차 시험
 
1. 공통 영어 : listening은 조금 빨리 읽어주는 대신, 문제 사이에 예문을 읽을 수 있는 시간을 넉넉히 주어서, 오히려 좋았던 듯 싶습니다. reading에서는 알맞은 단어를 고르는 문제에서 주어진 단어들이 너무 어려워, 거의 8-9 문제를 문자 그대로 찍었는데, 이것이 제일 당혹스러운 문제였던 듯 합니다.
 
2. 전공 영어 : listening은 공통영어와 비슷했고, reading의 경우 지문은 평이했지만 문제가 까다로워서 답을 고르는 데 무척 고심했습니다. 시간은 아주 독해 속도가 느린 사람이 아니라면, 생각할 시간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1. 한국어 : 듣기도 없어지고, 기본 한국어 실력이라면 신경 안 써도 될만한 시험이었습니다. 한자를 따로 공부할 필요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2. 번역 및 작문 : 수준은 특별히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시간 안배를 잘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제 경우, 다 쓰고 나니 총 60분 시험시간중에서 55분이 지나있었습니다. 나머지 5분 동안 다시 한번 읽어보니 끝이더군요. 프로이드, 반독점, 대우자동차 인수, 두발 자유화 등의 주제가 나왔습니다.
 
3. 구술 :
 
한->영 : 약 1분 30초에서 2분 정도 분량이었습니다. 조기 영어교육과 제 2 공용어 지정에 관련된 것이었는데 쉽게 갈 수 있는 주제였던 듯합니다.
 
영->한 :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글이었는데, 1분 정도의 적은 분량이었고, 미리 컴퓨터 바이러스에 대한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읽기 시작하더군요. 제가 나중에 확인해보니, 시험 전날 오전에 인터넷에 뜬 기사였는데, 일부러 최근 것을 고른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내용은 평이한 수준이었습니다.
 
** 공부 방식 **
 
저는 3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으니, 대략 8개월 정도를 공부한 셈입니다. 3월의 제 비참한 실력을 생각해보면, 정말 운이 좋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중학생을 가르치는 일을 몇 년 하다가, 그만두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해외 체류 경험이 전혀 없는 국내파인데다가,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중학생 영어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으면, 영어실력이 중 3수준으로 떨어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3월에 제 실력이 어땠는지는 짐작하실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그 중에서도 Listening과 Speaking은 정말 수준 이하였던 것 같습니다.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는 것 외에는 다른 일은 하지 않았지만, 제 수준으로는 학원 교재를 예습, 복습하는 것만으로도 일주일이 모자를 지경이었습니다. 남들이 얘기하는 것처럼 학원 수업 외에 CNN뉴스도 따로 듣고, 잡지 3개를 보고, 국내 신문기사를 외우는 것 등은 꿈도 꾸지 못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일치감치 그런 일은 포기하고, 조금이라도 정성껏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사실 8개월 내내 수업시간에 한 내용을 예습 복습하고, 매주 일요일 스터디 준비를 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다른 건 전혀 못했습니다. 하지만, 하는 부분이라도 완전히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listening이 약했기 때문에, 매일 listening 공부 시간을 반드시 지키고, 남은 시간에 다른 공부를 했습니다. speaking의 경우에는, 매달 2차 모의 시험을 봤던 것이 제 실력을 뼈저리게 느낄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수업교재로 나온 인터뷰기사를 외우는 것, 일요일 스터디가 speaking연습의 대부분이었고, 중간에 잠시 전화영어로 외국인과 대화를 했던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 수업을 소화해 내는 것과 매주 한번의 스터디가 공부의 전부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지도해주신 은천성 선생님과 스터디 파트너가 돼준 동료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입니다. 제 경험으로는 너무 많은 것을 이것저것 하려고 하기보다는(공부를 하다보면 실제로 이런 것들을 다 해야 할 필요성을 느끼기는 합니다만) 적은 분량이라도 충실히 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박정우(한국과학기술원: KAIST)
 
기업체 연구원으로 근무하면서 인도 및 러시아 과학자와 동료로서 수년간 같이 일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또 그들을 통해 다른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는 등 평소 외국인들과의 교류를 유난히 즐겼고, 또 출장으로 유럽을 다녀온 후 외국과의 교류가 빈번한 일을 하고 싶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올 봄 코리아헤럴드에 난 통대설명회 광고를 보고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통대입시에 대해서 대략적으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 다른 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는데 시간이 날 때 공부를 좀 해 둘 생각으로 8월에 은천성 선생님 강의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잘 몰랐는데 2차시험 준비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교수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특히 뉴스 clip을 듣고 학생들 앞에서 요약 발표하는 연습은 상당히 힘들고 스트레스를 주었지만, 덕분에 나중에 2차시험때 몇 분 안되는 교수님들 앞에서의 발표 때는 크게 긴장을 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월말에 통대모의입시를 학원에서 해 줬는데 2차모의는 실제 시험과 유사하여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9월부터는 하는일이 바빠져서 혼자 공부하게 됐습니다. 솔직히, 올해 통대입시에서 붙을 줄 몰라서 특별히 공부한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늘 하듯이 아침마다 코리아헤럴드를 구독해서 읽었고, 정기구독하는 비지니스위크지를 틈틈히 보았습니다. 시험보기 한달 전에는 다른 사람에 비해 아무래도 단어실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통대용 시사단어집을 구해 봤는데 알파벳 순으로 된 단어집에서 C까지 밖에 못보았으니 결국은 단어집 자체는 아무 도움이 안 되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1차 시험에서 단어 부분을 많이 틀린 것 같았지만 1차시험에서도 듣기 부분의 중요성이 커서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통대입시용으로 공부한 것은 결국 8월에 은선생님수업을 수강한 것이 전부고, 다른 공부는 특별히 하지 못했지만 평소 영자신문과 잡지를 구독한 것과 잠시 학원에서 GMAT을 가르친 것이 나름대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speakin의 경우, 평소 외국인과의 교류가 있어서 따로 준비가 없어도 합격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2차 시험의 경우 작문시험에서 긴장하지 않고 지문을 나름대로 다 메꾼 것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 너무 좋은 글을 쓰려고 하지 않고, 평이하게 충분한 양을 기술하였습니다.
 
인터뷰에 있어서는 우리말 내용을 영어로 설명하는 부분은 최대한 한글 내용을 영어로 자세히 옮기려고 노력했고(좋은 영어를 구사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영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부분은 너무 지엽적인 설명을 하다가 말이 갑자기 끊기는 위기를 맞았습니다. 이 때 수업시간에 배운대로 우선 결론 등 큰 뼈대를 먼저 말했고 세세한 부분은 생각나는 부분만 말했습니다. 내용을 거의 다 알아들었다고 생각했는데도 막상 우리말로 옮기는 도중에 많이 놓쳐서 인터뷰를 망쳤다고 생각했는데, 주된 내용만 옮기면 큰 감점이 되지는 않는 것 같았습니다.
 
 
 
백원선(서강대 영문)
 
*1차 시험*
 
공통영어는 듣기를 두 번 불러주었다. 듣기는 특별히 어렵지는 않았던 것 같다. 독해는 어휘를 묻는 문제가 많았다. 처음 접하는 어려운 어휘들이 많이 나와서 당황했다. 역시 어휘력은 평소에 길러야 한다고 뼈저리게 느꼈다. 어휘력이 나의 약점이었기 때문에, 머리가 띵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공영어는 듣기를 한 번씩만 불러줬고, 공통영어보다 어려웠던 것 같다. 대부분 시사적인 내용이 많았다. 독해 또한 시사적인 내용이 많았다.
 
*2차 시험*
 
- 한국어: 13 문항으로 마지막 13번은 논술이었다. 뜻이 나오고 단어를 맞추는 문제, 괄호안에 한자어 넣는 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나왔다. 역시 한자를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논술은 결혼 전 동거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제였는데 두가지 예를 들어서 반대의견으로 썼다.
 
- 번역, 영작: 번역 두 단락, 영작 두 단락, 그리고 짧은 에세이 하나를 모두 한 시간만에 쓰는 것이었는데 시간이 굉장히 모자랐다. 첫 번째 번역이 프로이드에 관한 것이었는데, 완벽하게 하려고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마지막 영작을 끝내고 나니, 에세이 쓸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었다. 에세이는 중고생의 두발 자유화에 관한 찬반을 묻는 문제였는데, 다행히 스터디할 때 생각해 본 문제였다. 그래서 초고속 스피드로 5분만에 에세이를 다 썼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했나 싶지만, 역시 인간은 급박한 상황에 힘이 솟는 것 같다.
 
- 구술시험: 한-영은 'AFKN이 우리나라에 미치는 역할'에 관한 것이었는데, 교수님이 마치 읽는 것이 아니라, 말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해주셨다. 들은 순서대로 차근차근 영어로 이야기했다. 영어로 말할 때, 쉽고 자연스럽게 하려고 노력했다. 영-한은 '효과적인 연설을 하기 위한 조건'에 대한 것이었다. 너무 짧았다. 조금 읽는가 싶더니 한국어로 하라고 해서 당황할 정도였다. 영어 내용이 쉬웠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도 쉬웠겠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5분도 채 안돼 끝난 느낌이었다.
 
 
 
성수민(서울대 불문)
 
지난 1월, 막연히 영어 공부를 해야할 것 같은 위기감에 학원을 찾았다가 듣게 된 것이 통대 수업이었다. 그러다가 통대를 가기로 결심하게 되었는데, 막상 본격적으로 준비할 생각을 하니 너무나 막막했다. 영어 speaking을 하려면 겁부터 앞섰고, 독해나 listening을 할 때에는 워낙 기본이 없는 어휘 실력 탓에 결정적인 어휘를 모르니 제대로 될 리 만무했다. '머리에 든 것이 있어야 쓸 때에 제대로 나온다' 는 은천성 선생님 말씀처럼, writing은 실력이 쌓이면 늘겠거니 싶어서 조급하게 굴기보다는 학원에서 내주는 숙제만 꾸준히 하고, 제일 취약하다고 느낀 speaking과 어휘 실력 쌓기에 집중 투자했다. 특히, 'speaking 실력 늘리는 데에 있어서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것만큼 효과적인 것은 없다' 는 선생님 말씀을 듣고, Newsweek의 인터뷰 파트와 KBS 우리말-영어 뉴스를 외웠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면서 시작한 방식이었지만, 적은 양이라도 꾸준히 5개월 정도 하고 나니, 나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이 늘었고, 예전에 외웠던 것이 스터디할 때에 나도 모르게 적재적소에 튀어나와 놀랐다.
 
어휘는 학원 교재와 Newsweekd을 읽으며 그때그때 외웠고, 특히 같이 붙어 다니는 동사와 명사, 동사와 부사 등을 눈여겨보았다. 독해와 더불어 어휘 공부를 하면서 제일 난감했던 것은, 1주일 동안 시사주간지 1권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데 대한 죄책감과, 어휘를 새로 외워도 그에 못지 않은 속도로 잊어버려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심정이 들었던 것이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많은 양을 섭렵하려 하기보다는 적은 양이라도 제대로 소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시사주간지는 그야말로 요즘 무엇이 쟁점인지, '시사'를 따라갈 정도로만 가볍게 훑어보면서, 스터디 자료용 기사 3개만 집중적으로 공부했고, 학원 교재는 그래도 선생님께서 엄선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반복해서 두세 번 읽었다. 특히 한 번 공부했던 교재는 2개월 후에 다시 펼쳐서 표현을 복습해서 한 번 외웠던 것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9월 들어서는 1차 준비를 위해 GRE 문제집과 서울대 대학원 입시 영어 문제집, 그리고 TEPS 문제집을 최대한 속도를 내서 푸는 연습을 했다.
 
사실 1차 시험에서 시간이 촉박하지는 않을까 걱정했는데 의외로 시간은 여유가 있었고, listening 문제와 문제 사이의 interval도 보기 지문을 꼼꼼히 읽을 만큼의 여유가 있었다. 공통영어는 풀면서 TOEFL 문제 같다는 느낌을 받았고, listening 지문을 두 번씩 들려줘서 예상했던 것보다는 어렵지 않았다. 전공영어도 시간은 그다지 부족하지 않았다. 시험을 보면서, '틀리는 문제가 있다면 시간이 부족해서 못 푼 것이라기보다는, 문제를 다 읽고도 답을 몰라 틀리는 것이겠다' 싶을 정도로 까다로운 문제가 많았다.
 
2차 시험의 한국어는 중고등학교를 국내에서 다녔다면 그다지 걱정할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다. 다만 조금 의외였던 것은 600자 내외의 논술 문제가 나왔다는 것이다. '혼전 동거 문화의 보편화가 이혼율을 낮출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다' 는 주장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었다. 영한 번역에서는 귀동냥으로만 들었던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당황스러웠다. 특히 적절한 한국어 표현을 몰라서 의미만 충실히 전달하려고 했다. 구술 시험은 내가 여덟번째로 봤는데, 밖에서 대기하는 동안 지금껏 해왔던 공부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긴장을 풀었다. 들어가니 한국인 남자 교수 두분, 외국인 여자 교수 한분, 교포인 듯한 남자 교수 한분이 앉아계셨다. 한영, 영한의 순서로 통역했다. 올해는 의견을 묻는 질문은 없었다.
 
한영: 최근 거론되는 우리나라 축구 국가 대표팀의 문제점과,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제시되는 '잔디구장 건설안'을 비판하는 글로, 여섯, 일곱 문장 정도였던 듯하다.
 
영한: CNN의 간판 시사 프로그램을 공동진행하는 앵커 버나드 쇼가 최근 AP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은퇴의사를 밝히고, 앞으로 개인 저술 활동에 전념할 것이라고 말했다. 버나드 쇼는 CNN 창사 이래로 아만푸어, 킹 기자와 함께 줄곧 CNN을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등의 내용이었다. 버나드 쇼를 TV에서 본 적은 있지만 크게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어서, 배경 지식이 아닌 listening에 전적으로 의존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특히 사람 이름같은 고유 명사가 나와서 기억을 못할까봐 당황했으나, 두명만 언급하고 큰 윤곽을 그리는 식으로 전달했다. 평소 순발력과 적절한 속도, 그리고 자신감을 강조하시던 은선생님 말씀을 생각하고, 연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즉시 통역했다. 특히 영어는 머리에 떠오르는 대로 쉬운 표현으로 평소보다 다소 빨리 말했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끝내고 나올 때 한국인 교수 한분이 '잘했어요'라고 해주셨다.
 
내 공부방법이 다른 사람에게는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참고는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선망의 눈으로로 바라보던 명단에서 내 이름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원하던 길로의 첫걸음을 내딛게 되었다. 그 길로 접어드는 문턱을 넘도록 도와주신 은천성 선생님과, 격려해주던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한다.
 
 
 
윤성준(외대 영어)
 
먼저 1년 동안 열성적으로 저희들을 가르쳐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여러분들께서 시험을 준비하시는 동안 선배 수험생으로써의 제 경험이 작으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적습니다.
 
1차 공통영어(오전 10-11시):
 
결코 어려운 시험은 아니었습니다만, 예상하고 있던 99년도 기출 문제와 유형이 틀려서 잠시 당황한 기억이 있습니다. 특히 듣기문제 같은 경우 문제자체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서 맞는 답을 고르라는 것인지, 틀린 답을 고르라는 것인지, 지문 하나 당 문제가 하나인지 둘 또는 그 이상인지 등은 한 번 혼동하면 많이 당황할 수 있으므로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 문제 수를 다 합쳐도 100문제밖에 되지 않으므로 공통영어에서는 최대한 실수를 줄여야겠습니다.
 
전공영어(오전 11시 20분-12시 20분):
 
속도와 정확성이 관건이라고 생각하고 가장 신경써서 대비했던 듣기 25문제는 답 풀 시간을 너무 많이 줘서 김이 빠졌습니다. 만약 2001년도 시험도 이런 식으로 출제가 된다면 듣기와 속독을 병행해야하는 무시무시한 25 듣기문제의 공포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독해문제는 같이 시험 본 사람들이 가장 의외로 생각하던 부분이었습니다. 예년에 비해서 어휘의 변별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았고, 대체로 Vocabulary 33000정도 수준의 단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수험생 모두가 공평히 찍기를 한 문제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문이 까다로운 것들도 있어서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다양한 분야의 꾸준한 독해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차 한국어:
 
한국에서 중, 고등학교를 마쳤다면 무리 없이 풀 수 있는 부분입니다. 특별히 따로 준비할 필요까지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답안지가 원고지 형태로 되어 있었기 때문에 초등학교 이후로 거의 해본 적이 없는 따옴표, 띄어쓰기의 원고지 칸 수 맞추기 때문에 잠시 긴장했습니다. 성적과는 별 상관이 없는 듯 합니다.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한 최 모양은 쉼표 뒤에도 꾸준하게 한 칸 띄어쓰기를 했다고 전해집니다.
 
번역, 작문:
 
'프로이드의 정신분석학', '미국의 독과점 방지 법'과 관련된 영문을 한국어로 옮기는 번역 두 문제,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 '대우자동차 해외매각'과 관련된 한국어 내용을 영문으로 바꾸는 문제 두 문제, '고교생의 두발자유화'에 관한 자유작문 한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항상 "시간이 관건이다. 아무리 정확하게 써도, 줄 수가 모자라면 합격은 힘들다."라고 하셨기 때문에, 문제 당 12분의 시간을 주고 최대한 빨리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다 쓰고나서 시계를 보니 너무 서두른 나머지 10분 정도가 남아 있었습니다. 물론 다시 읽어보니 오류 투성이였습니다. 시간배정을 해서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문제는 6-7줄 정도의 길이였고,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문제는 약 10줄 정도의 길이였습니다. 자유작문 역시 10줄 내외를 요구했습니다.
 
말하기:
 
가장 힘들었던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놓치면 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많이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학원 친구들과 함께 스터디를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시험보기 바로 전날, 그리고 당일 아침에도 스터디를 했던 것이 긴장을 풀고 생각을 정리하는데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받았던 질문은 단시 한창 언론의 관심사였던 '정현준 스캔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영어를 한국어로 옮기는 내용은 '미국의 유머학 강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다양한 주제의 글들이 질문으로 나오기 때문에 너무 구어적인 표현만을 혹은 너무 시사적인 내용만을 공부해서는 당황하게 마련입니다.
 
두서없이 경험담을 늘어놓아서 큰 도움이 안될 것 같습니다만, 여러분들의 건투를 바라는 제 마음이라 생각하시고 부디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다시 한번 1년 동안 저희들을 지도해주시고 격려해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영순(성균관대 가정관리)
 
은천성 선생님의 좋은 점은 첫째, 선생님이 직접 개인적으로 지도해 주기 때문에, 대충 넘어가지 않고 자세히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학원의 통대실전반은 인원이 너무 많은 탓에 틀린 부분을 강사가 지적하지 않고 대충 넘어가 무엇이 틀렸는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수강생이 많아도 은천성 선생님은 그러는 법이 없습니다. 둘째, 통역에서 가장 중요한 listening 위주로 수업내용이 편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아무리 문장구역을 잘하고, 번역을 잘해도, listening이 부족하면 통대에 합격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셋째, 통역을 하면서 간과하기 쉬운 우리말도 신경을 써 주신다는 점입니다. 외대통번역대학원 교수님들은 한국어 잘하는 학생을 좋아한다는 말이 있는데 한국어도 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통대 합격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에 하나는 파트너를 잘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충실한 파트너를 만나야지 문제있는 파트너를 만나면, 자신의 공부에 지장을 주게 되고, 안정적으로 공부를 할 수 없게 됩니다. 충실한 파트너를 만나기란 어렵지만, 끊임없이 그러한 파트너를 구한다면 반드시 찾을 수 있을 겁니다. 통대 1차 시험 준비를 위해서 항상 정해진 시간에 시중에 나와 있는 문제, 토플, 토익 가리지 않고, 파트너와 함께 푸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은 파트너를 바꿔가면서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시험처럼 항상 긴장된 상태에서 통역연습을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게 주어진 인터뷰 문제는 이렇습니다. 2001학년도 통대 인터뷰 시험에서는 의견을 묻는 문제가 빠진 점이 다른 시험과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처음에 한영통역문제를 이창수 교수님이 불러주셨고 내용은 미 대선에서 드러난 두가지 문제점(미 선거인단의 문제점과 엄청난 정치자금이 동원되었다는 점)에 대한 것으로서 논리가 정연한 글이어서 잘 듣기만 하면 쉬운 문제라는 생각이 들지만 길이가 상대적으로 길었습니다. 대략 8문장은 됐던 것 같습니다. 영한은 사람들마다 각각 문제가 다른데, 제게는 대중 앞에서의 연설에 대한 글이 출제되었는데, 내용이 비교적 쉬어서 안심하고 잘 한 것으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문제에 숫자도 나오는데 잘 기억해야 합니다.
 
통대를 지망하시는 분들께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하고 싶은 충고는 자신이 끼가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정은(이대 가정관리)
 
올 1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통대 입시를 준비했다. 처음 앞에 나가서 한마디도 못하고 들어왔을 때의 기분이 아직도 생생하다. 어떻게 따라갈 수 있을까.. 막막하기만 했지만 선생님을 믿고 어떻게든 따라가겠다고 결심했다. 공부방법을 잘 몰랐기 때문에, 내가 따른 방법은 철저하게 선생님이 내 주시는 과제, 수업, 복습을 충실히 하는 것이었다. 이 3가지를 하다보면 하루가 지났고, 따로 다른 공부 할 시간도 없었다. 2, 3월까지는 그렇게 정신없이 지나갔다. 그 후 시간이 조금씩 줄기 시작했고, 교재 내용이 다양하고 재미있어서 영어에 새로운 흥미도 느끼고 조금씩이나마 자신감도 생기게 됐다.
 
4월경부터는 스터디를 시작했다. 스터디는 자신이 얼마만큼 준비를 해 가느냐, 파트너에게 얼마나 성의를 보이느냐가 중요하다. 시간은 1시간 반에서 2시간정도가 적당하고, 장소는 학원 자습실 스터디 룸에서 했다. 2, 3명이 각기 잡지를 사서 복사해 읽었고, idea있는 글을 영-한, 한-영으로 서로 옮기고 critique하는 방법이었다. 하루 수업내용을 소화하고, 숙제하고, 스터디 하는 것이 벅찰 때도 많았다. 그럴 때는 잠깐 스터디를 쉬더라도, 수업과 과제를 우선적으로 했다.
 
그렇게 6, 7월까지 왔다. 이때부터 조금씩, 나아가는 속도가 더디어지는 것을 느꼈고, 날씨도 더워지기 시작했다. 슬럼프가 오려는 것이었다. 긴장이 풀리면서 새삼 생각이 많아지고, 하루는 바쁘고 힘들게 가는데, 실력은 전혀 나아지는 것 같지 않고, 모의고사 점수마저도 좋지 않았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시기를 겪을 것이다. 이 때를 잘 보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내 경우에는 은 선생님의 시사 청취 수업이 큰 힘이 됐다. 시험은 다가오고, 영어 자체가 부담스럽게만 느껴지고, 초조할수록, 수업시간 L/C는 더 안 들리고.. 그러다가 6월부터 이 수업을 듣게 됐고, 10월까지 계속 들었다. 내용도 친근하고 재미있을 뿐 아니라, 매일 무조건 교재 2장씩 외웠고, 선생님께서 꼼꼼히 복습체크를 해 주셨다. 멀게만 느껴지던 영어가 친근하게 느껴지고 다시 흥미가 생겼다.
 
7월경부터는 시험에 대비해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다. 평일에는 한 두시간 정도, 주말에는 조금 늘렸다. 이 시기에는 문제집 두 권 정도 정해놓고 2, 3번 반복해 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개인 스터디도 꾸준히 했고, 일요일 스터디도 큰 도움이 됐다. 9, 10월은 원서 내러 다니고 분위기가 어수선해서, 공부가 잘 되지 않는다. 10월부터는 다양한 문제를 빨리 푸는 연습을 했다. 1차 시험이 상당히 부담스럽게 느껴졌다. 5, 6명이 서로 돌려가며 TOEFL TOEIC, TEPS등에 나오는 문제들을 풀었다.
 
이 공부는 영어자체보다는 정신적으로 힘들 때가 더 많다. 그럴 땐 다른 친구들과 얘기해 보는 것도 좋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고 다들 힘들지만, 나름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특히 변함없이 열심히 가르쳐 주시는 선생님이 항상 그 자리에 계셔주셨기에 게을러지려는 내 모습을 반성하고, 떠났다가는 곧 다시 내 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은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린다. 그리고 끝까지 좋은 파트너가 되어준 현정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시험경향:
 
지금에 와서 새삼 느끼는 것은, 결국은 시험공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었구나하는 것이다. 평소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는 것들이 있다. 나도 제대로 따르지는 못했지만 그 하나 하나를 충실히 지키도록 노력하면 된다.
 
<1차 시험>
 
일단 시간이 촉박하다. 긴 지문은 다시 거슬러 올라가 읽을 시간이 없다. 전공영어는 단어와 독해 문장이 어려운 편이었지만 교재를 충실히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막판에 많은 문제 풀어본 것도 도움이 됐다.
 
<2차 시험>
 
인터뷰때는 eye contact와 자신감 있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수업시간이 결국은 매일 인터뷰 준비를 한 것이었다.
 
한-영: "직장 내에서의 남녀 성 비율만 가지고 그 사회가 여성차별 사회라고 보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다."라는 내용을 읽어 주시고 이를 "설득력 있게" 얘기해 보라고 하셨다.
 
영-한: 인간 수명에 관한 연구에 관한 기사였다. 뒷부분의 idea를 못 잡았다. 당황하지 않고 일단 잡은 데까지만이라도, 최대한 분명하고 자신감 있게 말하려 했다. 평소 선생님말씀 대로 짧게 짧게 끊어 말했다.
 
 
 
이현정(외대 영어)
 
합격소감
 
어느 새 한 해가 다 갔다. 우여곡절끝에 대학원 준비를 시작한 것이 올 1월이었으니까, 용의 해이자 나의 해, 21세기를 여는 첫 해를 난 거의 입시 준비에 바친 셈이다. 그래도 그게 헛되지 않아서 참 다행이다. 집안 사정이 너무 나빠져서 진학을 포기하려고 했을 때, 내가 계속 할 수 있도록 용기를 준 내 남자 친구에게 합격의 영광을 돌린다. 발표 기회를 많이 만
 
들어 주시고, 아이디어 중심으로 통역하는 연습을 시켜 주시고, 내 목소리가 작다는 것을 누누이 지적해 주셔서, 2차 시험 볼 때 예상외의 문제가 나왔을 때도 제법 큰 소리로 떨지 않고 말 할 수 있게 도와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리고, 시험을 앞두고 너무나 떨렸던 일주일을 같이 스터디하면서 보냈던 스터디 파트너 자영이와 은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시험내용
 
<1차 시험>
 
listening은 구체적인 내용 파악을 묻는 문제가 주를 이뤘다. 예를 들면, 테러범이 잡힌 곳이 어디였냐는 식의 문제들. reading은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어려운 단어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닌데 해석이 용이하지 않은 지문들. 평소에 긴 지문을 속독하는 훈련을 해 두는 것이 도움이 될 듯 싶다. 한 가지 특이하게 우릴 괴롭혔던 것은, 공통영어에서 나온 장장 열 개나 되는 어휘 문제였다. 혹자는 VOCA 33000에도 안 나오는 단어들이라고 했는데, 그런 단어들은 답은 아니었던 것 같다. 난 그 책 다 못 봤는데도 된 걸 보면… ^^ 단어를 적게 알더라도 깊이 있게 아는 게 중요하다. 은 선생님이 자주 강조하시는 대로!
 
<2차 시험 필기>
 
한국어는 다들 쉽다고 했다. 나도 동의한다. 문제는 13문제 정도였고, 마지막이 자기의견을 피력하는 문제로 배점이 제일 높은 24점이었는데(50점 만점), 동거를 사회적으로 용인하는 분위기를 조성하면 이혼율이 낮아질 것이라는 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는 것이었다. 평소에 생각해 보지 않았어도 충분히 쓸 수 있을 만큼 시간 여유가 있었고, 한자 문제도 걱정했던 것 보다 쉬웠다.( 참고로 나는 신문에 나오는 한자도 잘 못 읽는다.) 결론은 한국어는 우리 나라에서 고등교육까지 받은 사람이면 전혀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
 
번역 및 작문은 예전과 마찬 가지로 영한 둘, 한영 둘, essay 하나 였는데, 영한이 한영에 비해 길고 내용도 학술적이어서 꽤 까다로웠다. 한영은 하나는 대우 자동차를 매입하면 중국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는 제법 평이한 시사적인 글이었는데, 나머지 하나는 수필 같은, 아주 일상적인 그러나 우리가 영작하기는 까다로운 글이었다. essay 주제는 중고등학생 두발 자유화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라는 것이었다.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도 느낀 것이었지만, 정말이지 시간에 쫓기면서 영작을 하고 번역을 해야 했다. 시험을 한 한달 정도 남기고 부터는 시간을 재면서 번역 훈련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구술은 예년과 달리 의견을 묻는 문제가 없었다. 들어가자 마자 한영을 하고 바로 영한을 했다. 평소 스터디 할 때 항상 opinion-영한-한영의 순으로 했던 탓에 조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내 경우 한영은 일종의 수필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이었다. 꽤 길었던 걸로 기억된다. 약 1분 30초쯤. 운동회라는 단어가 네 번이나 나왔는데, 그 단어가 영어로 뭔지 몰라서 이리 저리 돌려 설명하느라 정말 진땀 뺐다. 영한은 최고를 중시 여기는 미국 사회지만 대학 순위를 종합적으로 매기는 것이 옳은 것 만은 아니라는 얘기가 중심이 되는 역시나 꽤 긴 글이었다. 얘기가 중복되는 부분이 많아서 우리 말로 옮길 때 너무 짧아진 느낌이 들었는데, 합격한 것을 보니 길이는 별 상관없었나 보다. ^^ 요는, 당황한 것을 티 안내고, 당당하게 한결 같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어설프게 얘기를 질질 끄는 것 보다는 중심 내용만 말하고 간결하게 끊는 것이 낫다는 점이다.
 
공부방법
 
그다지 체계적으로 준비한 것이 아니라서 공부 방법에 대해서는 별 달리 할 말이 없다. 다만, 지나치게 신문이나 시사잡지 위주로만 된 공부는 탈피하라는 말을 하고 싶다. 위에서 말한대로, 시사적인 내용이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다. 물론 일상적인 말 정도는 다 영어로 하는 것이 가능한 수준의 해외파들이라면, 수준 높은 시사 잡지를 보고 신문을 보는 것이 더 낫겠지만, 국내파의 경우는 일단 쉬운 단어로나마 영어다운 영어를 구사할 수 있도록 훈련하는 것이 먼저라고 본다.(구술 시험 보러 들어가서 내가 말한 가장 어려운 단어는 nuclear family 정도였다.) 그리고 양보단 질이다. 욕심 내서 이 잡지 저 잡지 사는 것 보다는 인터넷을 활용해서 원하는 기사만 얻어내는 편이 돈도 절약되고, 할 것 많은데 다 못하고 있다는 부담도 덜 수 있다. 주요 시사 잡지는 학원 교재에서 거의 다뤄지니까, 잡지를 사보고 싶다면 Readers' Digest 같은 쉽고 재미있는, 그러면서도 유용한 표현이 많은 잡지를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끝으로 지칠 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하나씩 마련해 두는 것도 좋을 듯 싶다.
 
 
 
정고니(충대 중문)
 
내 얘기를 한다는 것이 너무나 쑥스럽지만, 합격자들의 수기를 읽으면서, 작은 정보라도 소중히 여겼던 내 자신을 생각해 보면서 몇 자 적는다.
 
나는 4월부터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었다. 첫 시간 받았던 충격은 정말 대단했다. 그후로 도 몇 달 동안 자학도 하고 좌절도 하면서, 개인적으로는 매우 힘들게 수업을 들었다. 나중에는 비록 100%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수업 교재였던 PBS Newshour를 통해 얻게 되는 정보와 지식들로 가슴 뿌듯해하며, 최대한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나도 열심히 한 방법은 아니지만,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listening 복습을 꾸준히 한다면 좋을 것이다.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복습 방법은 다시 받아쓰는 것이 아니라, 한 문장씩 끊어서 듣고 그것을 입으로 해보는 것이었다. 이렇게 하면 자신이 못 잡는 단어가 무엇인지 알 수 있게 된다. 또, 은 선생님은 하루종일 건성으로 AFKN 듣는 것보다 30 분 짜리 라도 녹화해놓고 하루종일 반복해서 듣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고 하셨다. 이 방법에도 동의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뉴스를 따라가기 위해서 CNN을 들었는데, 그냥 틀어놓고 자세히 귀기울이진 않았다. listening향상에 별로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불안한 마음에 이를 게을리 할 수도 없었다.
 
독해는 정독과 다독이 다 필요한 것 같다. 관사, 전치사까지 다 자세히 살피면서 분석하듯 읽는 것도 필요하지만, 매일 매일 쏟아지는 사건들, isssue들을 다 따라가려면 다독도 필요하다. 여기에 도움이 되었던 것이 스터디 그룹이었다. 4명이 한 조가 되어서 정치, 경제, 문화, 사회 등등 12분야를 넷이 나누어서 일주일에 한번 3시간 씩 스터디를 했다. 이 준비를 하면서 여러 방면의 기사들을 찾게되고 모르는 분야가 나오면 조사도 하게 되었다. 서로 synergy 효과를 내는 데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것 같다. 특히 시험 한 달 전부터 2차 준비를 하며 실전 연습을 한 것이 좋았다. 스터디 파트너는 역시 실력보다는 성실성이 더 중요하고, 꾸준히 해야 한다는 은선생님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결석이나 지각을 막기 위한 벌금제도도 좋은 방법이었다.
 
말하기는 공부하는 기간 내내 많이 부족하다고 느꼈던 부분이다. 영어를 공부라 생각하고 하다보니 영어회화는 소홀히 하게 되어서 괴로웠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전화영어를 수강하든지 회화학원을 다니면서 구어체 영어에 대한 감을 잃지 않는 것도 중요한 것 같다. 아니면 구어체로 쓰여진 글들을 거의 매일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참고로 선생님께선 Chicken Soup의 글들이나 Newsweek의 인터뷰 기사를 외우게 하셨다. 2차 구술시험에서 나온 문제 중 이런 것이 있었다. "김포공항에 한 외국인이 도착해 이태원을 가려고 하는데 직접 가는 버스, 지하철이 없어서 고생을 하고 있었다. 안내 데스크에선 속수무책이었다. 2001년은 한국 방문의 해이고, 2002년에 우리 나라는 월드컵을 유치하는데 우리 나라의 관문인 김포공항이 이렇게 준비가 허술해서 어떻게 국제적인 행사를 치를 수 있겠는가" 등에 관한 것을 영어로 가는 것이었다. 정말 기본적인 회화 실력을 묻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영작은 학원 교재 중심으로 했는데, Newsweek 한글판을 가지고 한다든 지, 우리 나라 일간지의 영어판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실전과 마찬가지로 시간을 재고, 그 안에 적정 분량을 마치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시험 볼 때 시간이 많이 부족하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해도 해도 안 느는 것 같은 것이 영어 공부이고, 쉽게 자신감을 잃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럴 때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서로 힘이 되어 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일단 나 자신이 나를 굳게 믿어주고, 시험 준비하는 것을 최대한 즐기려고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오히려 통대 들어가고 나니, 학원 다니면서 하나 하나 배워 가던 그때의 순수한 향학열이 그리워지더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지나고 나니 얼마나 중요했던 시기였나 느끼게 되고,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도 많다. 요행으로 통대에 들어가려 하기 보다는, 시험 준비 기간을 통역사가 되기 위한 준비기간으로 생각하고, 열심히 실력을 닦으라고 하시던 은 선생님 말씀이 생각난다.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도 후회 없이 열심히 하신다면, 결과에 상관 없이, 결국 나중에 남게 되는 것은 향상된 영어 실력일 것이라고 믿는다.
 
 
 
최은아(이대 특수교육)
 
통역대학원이라는 곳을 처음 알게 된 것은 1999년 여름이었습니다. 방학 때 집에서 놀고만 있는 꼴을 봐줄 수 없다며, 엄마가 학원에서 통대 수업을 들으라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학원 다니면서 영어 공부를 한다는 것에도 관심이 별로 없었고, 통대가 뭔지도 몰랐어요. 그렇게 얼떨결에 통대준비반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그 수업을 들은 두 달 동안 통대를 가야되겠다고 마음을 굳히게 되었숩니다. 필사적으로 통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자극을 많이 받았고, 사람들 앞에서 통역을 한다는 것이 스릴이 넘쳤어요.
 
그때 저는 3학년이어서 학기 중에는 통대 준비를 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1월이 되어서야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1년 동안 학교 공부는 뒷전이었습니다. 제가 싫어하는 강의 때는 학원 숙제를 할 정도로 통대 준비가 우선이었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시키는 것 외에는 특별히 공부한 것이 없습니다. (다른 공부는 할 수가 없죠.. 아는 사람들은 공감을 하겠지만, 은선생님 숙제가 만만치 않거든요..) 보지도 않을 영자잡지를 잔뜩 사다놓고 안 읽는다고 자책을 하느니, 학원교재에 나와있는 기사를 정독하고, 주요 기사만 인터넷에서 다운 받아서 보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더라구요.
 
1.Reading
 
크게 두 가지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1) 모르는 어휘나 표현, 그리고 2) 배경지식. 단어집을 따로 보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독해를 하면서 모르는 어휘와 표현을 외웠습니다. 처음에는 모르는 단어는 무조건 다 암기하려고 노력했지만, 다 쓸데 없는 짓이더라구요. 어차피 잊어버리게 되고.... 그래서 나중에는 그 관련주제와 관련된 핵심 어휘들을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특정 문맥이나 상황에서만 쓰이는 단어, 빈도수 등을 유심히 봤습니다.
 
2. Listening
 
학원 테잎을 복습해서 듣는 것 이외에 특별히 듣기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듣기를 하면서도 memory span을 늘리고 아이디어를 조리있게 통역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3. Writing
 
학원숙제가 전부였습니다. 복습을 반드시 했고요. 많이 외우는데 주력했습니다.
 
4. Speaking
 
어려서 외국에서 살다가 오기는 했지만, 귀국하고 10년 동안 영어를 썩혔기 때문에, 영어로 말이 나오지 않아서 올 초에는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일단 남들 앞에서 영어로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합니다. 저는 4월부터 일주일에 한번씩 스터디 그룹에서 공부했는데, 짧은 시간이지만 정기적으로 영어로 말하는 시간을 가진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6개월 넘게 스터디를 하니까, 시험 치지 직전에는 말하기가 만족스러울 정도로 되더라구요.
 
5. 한국말
 
영어보다 덜 중요하다고 흔히 생각하지만,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됩니다. 저도 꾸준히 한국말 공부를 하지는 못했습니다만, 틈날 때마다 신문기사를 읽고 표현들을 외웠습니다. 신문은 매일 못 보더라도 뉴스는 꼭 보고, 때로는 녹화를 해서 반복해 보곤 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살면서 세 번의 기회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때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이라면 그 기회를 잡을 수 있는 것이죠. 어떻게 보면 통역대학원이 제게는 하나의 기회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통대를 목표로 공부하는 분들도 여러분에게 찾아온 이 기회를 꼭 잡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과정을 즐기고 앎의 기쁨을 느끼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어머니와, 영어에 대해 자신감을 갖게 한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부족한 실력이지만 제 가능성을 보시고 길을 열어주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립니다.
 
 
 
홍자영(연대 심리)
 
1. 내가 진정 통대에 가기를 원하는가?
 
많이들 어렴풋이 짐작하듯이, 통대 공부라는 게 장난은 아니었다. 힘들 때도 많고, 스트레스 받을 때도 많았다. 주변에서 이런저런 암울한 얘기를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뚝심이 필요하다. 그러려면 통대로 향한 길이 자신의 길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어야 하리라 본다. 난 통대를 잠시 생각했었다가 마음을 바꾸고, 이번 1월 다시 통대에 가기로 결심하면서 마음을 모질게 먹었다. 그때 이후론 단 한번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았고, 공부에 매진할 수 있었다. 자가 진단의 결과, 기적이 일어나야 올해 안에 붙을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고, 내가 그 기적을 일으키고야 말겠다는 다부진 결심을 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던 진부한 격언을 늘 떠올리며, 하늘이 날 보고 돕지 않고는 못 배길만큼만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지난 10개월을 보냈다. 결과에 대해선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혹시 결과가 안 좋게 나온다 하더라도, 최선을 다했다는 점에 대해선 어느 누구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그 정도로만 굳게 마음먹고, 독하게 공부하면 되는 거 아닐까?
 
2. 기본 어휘책은 마무리
 
내 경우 어휘력은 평균 수준이었던 것 같다. 나는 와 , 를 한번씩 다 봤다. 어휘책을 본 적이 없는 친구들의 경우, 어휘 공부를 따로 해야 하는가 하는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를 종종 봤다. 그 친구들이나 나나 어휘 실력이 별반 차이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난 그런 부담감을 느끼지 않았던 이유는, 나는 봐야 할 어휘 책은 다 봤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일정 분량의 책을 본 이후에는, 어차피 독해를 하며 새로운 어휘를 습득할 수밖에 없는 일이다. 그러나 기본 어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경우, 혹은 어휘에 대해 기본적인 투자를 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부담을 느끼는 경우는, 이 세 가지 어휘책을 보라고 권하고 싶다.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았다는 일종의 채무감은 공부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 필요성이나 실효성에 대해 고민하며 망설이느라 시간 보내느니 까짓 것 해 버리고, 그런 부담감을 더는 게 공부에 큰 도움이 된다.
 
3. 듣기의 자료는 다양하게
 
내 경우는 학원에서 썼던 PBS 와 ABC 외에 개인적으로 AP 뉴스 (www.dailyenglish.com)와 NBC (자막 활용)로 공부했다. 외대의 출제 경향은 매해 조금씩 스타일이 다른 것 같다. 올해 1차 시험의 전공 시험은 속도가 굉장히 빠르게 느껴졌다. 프로그램에 따라서 빠른 속도 적응에 도움이 되는 것, 아이디어 쫓아가는 데 도움이 되는 것 등이 다양하다. 다 대비해야 하리라 본다.
 
2차 시험 인터뷰 중 영-한 문제는 정말 황당함의 극치였다. opinion->영-한->한-영의 순서로 공부했으나, 실전에서는 opinion 없이 바로 한-영->영-한이었다.
 
한-영의 경우는 "새롭게 경제 위기의 조짐이 보이고, 휘발유 가격은 동결하면서 난방유 가격을 인상한다는 방침이 발표되어 빈익빈 부익빈 현상이 우려된다."라는 비교적 평이한 내용이었다.
 
영-한의 경우는 전체 글을 읽기 전에 “scavenger”에 대해 얘기해 준다고 미리 말해 줬으나, 내 평생 듣도 보도 못한 단어였다. 아이디어의 상당 부분을 놓쳤다. 들은 문장 몇 개만을 나열했더니, 교수가 추가로 묻는다. scavenger가 뭔지 몰라서 놓쳤다고 했더니 “쓰레기 회수해 가는 사람”이라며 앞부분을 다시 읽어줬다. 앞부분을 다시 말하자, 뒷부분 내용을 묻는데, 앞엘 못잡아서 뒤에도 놓쳤다고 했더니, 뒷부분도 다시 읽어 주었다. "우리 동네에 쓰레기 회수해 가는 사람이 많다. 쓰레기 가격은 그들의 경쟁, 날씨, 식물 수명과 연관이 있다. 그들도 바보가 아니기에 아무 쓰레기나 다 가져가지는 않는다는 얘기"였는데, 분명한 주제가 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시험 보고 나오면서 문제의 황당함에 기가 막히다는 생각과 참담하다는 생각, 1년 공부가 헛수고였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한-영의 경우는 부드럽게 나갔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모르는 내용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태연하게 아는 내용만을 말했던 점도 그나마 점수를 얻었던 게 아닌가 싶다. 2차 인터뷰 때는 단지 내용을 다 말하느냐만이 아니라 잠재력과 자질을 본다는 얘기를 들었다. 긴장하지 않고 침착하게 얘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통역이란 “말을 옮겨 놓는 것이 아니라”영어로 전달된 메시지를 우리 말로“설명”하는 것임을, 세부 내용에 집착하지 말고,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고민할 것을 강조한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을 5개월간 들으며 훈련한 것이 날 살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용을 완벽하게 못잡았다 해도, 핵심을 이해하려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걸, 시험장에서 “핵심이 뭐죠?”라는 교수의 질문에서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편식하지 않고 공부할 필요가 있다. 시사에 목매달지 말고, 가급적 생소한 주제를 많이 접하는 것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4. 2차 위주로, 그러나 1차도 철저히 2차에 붙을 실력이면 1차는 당연히 붙는 것이 아니냐라는 통념과 달리, 2차에 능히 붙을 실력이라고 인정받는 사람들이 1차에서 떨어지는 사례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 관건은 2차지만, 죽어라 공부하고 연습한 2차를 테스트받을 기회를 얻기 위해서는 1차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10월부터 토플 문제를 돌려가며 듣기 평가를 닥치는 대로 풀었다. 듣기를 풀 때는, 앞문제 풀고 다음 문제 풀 때까지 시간이 남더라도, 보기의 선택 내용을 미리 보지 않도록 노력했다. 그래서, 바로 듣고, 순발력있게, 보기에서 바로 답을 고르는 훈련을 했다. 문제 유형이 물론 다르지만, 듣기 문제에 흔히 만드는 함정이 눈에 보였고, 일종의 문제 푸는 skill이란 것이 생긴 것 같았다.
 
독해는 GRE 문제지와 Graduate English(독해 부분과 phrasal verbs 부분)를 풀었다. 처음엔 독해를 풀 때 좌절을 많이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독해 문제는 비단 영어 문제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난 분명히 한국어가 모국어임에도 불구하고, 수능시험 볼 때 언어 영역이 그렇게 쉽지 않았다. 영어 독해 문제를 풀 때도, 수능의 언어 영역을 푼다는 기분으로 접근하면 될 것 같다. 그런 깨달음 뒤엔 틀린 개수가 현저히 줄었다.
 
기출 문제는 철저히 푼 뒤 문제 유형을 분석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나는 기출 문제를 몇 달 전에 풀었기 때문에, 시험 1주일 전에 다시 시험 보듯 풀어 보았다. 본 기억이 오래되어서 실전 문제를 푸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다.
 
5. 스터디는 철저히
 
내 경우엔 운이 좋아서 처음 학원을 다니면서 만난 스터디 동지들과 별탈없이 스터디를 지속할 수 있었다. 스터디를 할 때면, 스터디에 가끔은 불만이 생기기도 한다. 중요한 건 스터디 시간도 귀한 시간이지만, 스터디를 위해 내가 준비하는 시간에 공부하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이다. 또한, 주제별로 분담해서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질높은 공부를 하는 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스터디를 할 때는 남들이 하니까, 해야 한다고 하니까 하는 나태한 자세는 금물이다. “어쨌든 스터디를 했다.”는 사실에 자족해선 안 된다. 스터디에서 과연 많은 것을 얻고 있는지, 끊임없이 확인하고 문제가 발견될 때 바로 지적하고 건의해야, 다함께 성장할 수 있다. “스터디하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게 아니다. “스터디를 통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대답을 스스로 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의견을 묻는 문제가 나온다고 믿고, 그부분도 많이 준비했다. 올해엔 그부분이 빠졌지만, 매해 조금씩 달라지는 외대 출제방식이 내년에는 어떻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출제방식과는 무관하게 자기 의견 개진 연습은 필요한 것 같다. 주제별로 점검하며 공부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공부 방향을 잡고, 효율적이고 질높은 공부를 하도록 도와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통번역 대학원에 뜻을 품고 치열하게 노력하는 이들에겐 그 결실이 있기를 기원한다.
 
 
 
홍지수(외대 영어교육)
 
내 경험이 통역대학원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처음 시작할 때 내가 궁금하게 여겼던 부분을 중심으로 가능한한 상세히 써보도록 하겠다.
 
2월 초에 통역대학원에 가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우선 통대에 합격한 선배언니를 찾았다. 공부방법, 스터디, 구체적인 입시준비, 주로 어떤 사람들이 공부하는지 등등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은 다음, 마음의 결정을 내리고 다니던 직장에 사표를 냈다.
 
3월부터 학원을 다니며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한가지 결심했던 것이, 올해만큼은 내 고집을 버리고, 전문가, 경험자들의 조언을 따르자는 것이었다. 다른 사람들보다 늦게 시작했다는 조급함에, 어떻게든 시행착오로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고 싶었다. 그래서 수기를 꼼꼼히 읽고, 공부방법에 대해 선생님이 하시는 말씀은 놓치지 않고 귀담아 들었다.
 
첫달 수업은 적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 listening은 절반정도만 귀에 들어왔고, 그나마 배경지식 부족으로 이해를 제대로 못하는 수준이었다. 절망스러운 순간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재미도 있었고, 내가 이것을 극복할 수 있나 한번 시험해 보자 하는 마음도 생겼다. 부족한 시사를 따라가기 위해 TV뉴스를 챙겨봤고, 우리말 신문도 매일 읽었다. 영어는 코리아헤럴드와 Time을 구독했는데, 처음에는 마음만 앞섰지 독해 속도가 느려서 많이 읽지 못했다.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학원수업에 두었고, 숙제는 아무리 시간이 많이 걸려도 반드시 해갔다. listening은 주로 학원수업시간에만 했고, 집에 오면 숙제하고 코리아헤럴드 기사 몇 개 보면 하루가 다 갔다. 그 때가 공부를 하면서 가장 혼란스럽고 힘든 시기였던 것 같다.
 
교재 뒷부분에 storytelling 파트가 있었다. 딱딱한 잡지기사가 아니라 구어체의 essay(주로 'Chicken Soup' 시리즈)나 Newsweek 인터뷰기사였는데, 선생님이 우리말로 불러주시면 앞에서 영어로 발표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speaking에 큰 도움이 되었고, 쉬운 영어로 paraphrase하는데도, 이때 외워둔 표현 덕을 많이 봤다. 또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이 상당히 긴장되고 떨렸는데, 이 수업을 통해서 그런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인터뷰기사 하나를 외우는데, 두세시간 걸렸는데, 곧 삼사십분으로 단축됐고, 가끔 선생님이 칭찬도 해주셔서 나름대로 상당히 고무됐고, 수업에도 서서히 적응되기 시작했다. 비록 외워서 하는 것이지만, 영어로 떠든다는게 재미있어서, 혼자 있을때면 가끔 외워둔 내용을 생각나는 대로 떠들어보거나, 내맘대로 상황을 설정해서 영어로 얘기해보기도 했다.
 
6월까지는 listening이나 독해에 별 진전이 보이지 않았지만, 그냥 처음의 방식대로, 미련한 곰처럼 꾸준히 해나갔다. 학원수업에 충실했고, 숙제 이외에 따로 한 것은 reading이었다. 선배언니의 충고에 따라, 1년동안 reading에 가장 중점을 두었다. Time, 코리아헤럴드, Newsweek, The Economist를 읽었는데 역시 독해 속도가 느려서 cover to cover는 못했고 중요한 기사만 뽑아 읽었다.
 
6월에 선생님이 짜주신 그룹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본격적인 입시공부에 돌입했다. 매주 일요일에 세시간씩 했는데, 분야를 나눠서 네명의 멤버가 각자 하나씩 나누어 맡는 식이었다. 이 스터디가 실력을 쌓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내가 맡은 분야의 기사를 찾고 읽고, paraphrase하고, 서로 critique하면서,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엄청난 분량의 reading을 하게 됐고, 이때부터 reading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늦여름부터는 Time이나 Newsweek지를 cover to cover로, The Economist지는 중요한 기사만 골라서 읽었다. 국내기사는 코리아헤럴드를 보면서 어떤 영어단어를 썼는가를 눈여겨 봤다. reading에 속도가 붙고 배경지식이 쌓이면서, listening과 writing이 조금씩 수월해지기 시작했다. listening은 수업시간에 하는 것 이외에 정해놓고 한 것은 없었고, 시간나면 CNN을 보고 학원 수업테이프 지난 것을 반복해서 복습했다.
 
9월 중순 경부터 1차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Graduate English 뒷부분의 모의고사 12회분, 거로 독해집 모의고사 10회분, 대학원영어문제집(어학마을, 서울대 연고대편)을 절반가량 풀었는데, 한문제당 1분씩 시간을 정해서 풀었다. L/C는 따로 나온 문제집이 없으므로, TOEFL과 TEPS 문제지를 구해서 학원사람들과 돌려가며 풀었다.
 
1차시험 일주일전부터는 시험보는 시간(오전10시)에 맞춰서 문제를 풀었고, L/C도 거르지 않고, 하루 한회분씩 풀었다. 문제집을 푸는 것은 문제푸는 연습을 하기위한 것이지, 공부가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를 많이 들어서, 그런가보다 했는데, 외대 1차시험에서 의외로 문제집에서 본 어휘들이 많이 나와 덕을 많이 봤다.
 
2차시험 준비는 공부자체보다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욕심내지 않고 공부한만큼의 결과만 바라게 해달라고 기도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 2차시험은 오전, 오후로 나누어, 오전에는 한국어, 번역시험을, 오후에는 구술시험을 치뤘다.
 
한국어 에세이 문제는 '치솟는 이혼율을 낮추는 데에 혼전동거를 허용하는 사회분위기가 도움이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였다. 번역시험은 생각보다 어려웠고, 예상대로 시간이 빠듯했다. 평소 수업시간에 10분에 맞춰 쓰는 연습을 했던 것이 크게 도움됐다. 영어 essay에는 '중고등학교 두발 자유화' 문제가 나왔다. 번역시험은 큰 실수만 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봤다.
 
점심을 먹고 구술시험을 봤는데, 앞에서 다섯 번째라 연습하고 자시고 할 시간이 없었다. 공부한만큼 발휘하게 해주시고,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해달라고 비장한 기도를 올리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험장에 들어갔다.
 
예상을 뒤엎고, 인터뷰는 없었다. 순서도 한영, 영한이었다. 한영은 달라이라마의 입국을 거부한 정부를 비판하는 문제가 나왔고, 영한은 은퇴를 선언한 CNN 앵커 얘기였다. 달라이라마는 워낙 많이 다뤘던 문제라서 당황하지 않고, 공부했던 어휘를 사용해서, 선생님 말씀대로 가능한한 쉬운 구조의 문장으로 짧게 끊어 갔다. CNN앵커 은퇴 얘기는 그날 아침 외신이라 듣도보도 못한 얘기였지만, 내용자체가 별로 어렵지 않았고 바짝 긴장을 해서 그런지, 기억해내는데 어려움은 없었다. 전에 읽었던 수기에서 자신감있고 똑똑해보이는게 중요하다고 해서, 자신감있게 보이려고 애썼고, 수업시간에 은선생님이 늘 지적하신대로 eye contact를 했고, 목소리도 크게 냈다. 시험장 들어가기까지는 무척 떨렸는데, 막상 들어가 보니까 취업면접 때보다 호의적인 분위기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안정됐고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볼수 있었다.
 
이것저것 많은 얘기를 했는데, 핵심은 학원수업과 reading과 스터디 세가지였다. 처음부터 끝까지 은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고, 모르는 것이 있으면 주저하지 않고 물어가면서, 더디긴 했지만 샛길로 빠지지 않고 무사히 합격에까지 이를 수 있었다. 통대 준비를 하면서 다행히도 좋은 사람들을 너무 많이 만났고, 분에 넘칠 정도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다시 한번 은천성 선생님과, 반년동안 함께 공부하면서 너무나도 많은 도움을 준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깊이 감사드린다.
 
 
 
 
 
이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1)
 

♣ 특차 ♣
 
문상미(이대 영문)
 
1차시험 : 영어작문 500자 정도의 분량으로 "자신에게 가장 영향을 준 책의 내용을 간단히 쓰고 어떠한 영향을 받았는지를 서술하시오"
 
2차시험 : 구술시험은 영-영(New Economy 와 dot. com에 관한 내용), 한-한(마약사용의 확산을 막기 위한 방법)의 지문을 읽어주고 가능한 들은 내용을 모두 기억하여 말할 것을 요구했다. 영어지문은 문어체의
문장으로 복잡한 구조의 문장이 많아서 idea를 잡는 것이 조금 까다로웠다. 국어지문은 첫째, 둘째로 전개된 논지가 명확한 글이었다.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질문은 5개 정도의 문항에서 2개를 골라 각각 한국어, 영어로 답하는 형식이었다. 나는 김대중대통령의 대북 정책에 관한 찬성 또는 반대의 입장에서 대답하는 질문과 한국영어교육의 문
제점에 대해 서술하는 질문을 선택했다.
 
<공부방법>
 
*듣기 :
 
AP News(5분 분량)와 'World News'(월간영어잡지)로 공부했다. 30초 정도의 분량일 경우 정확하게 기억해서 한국어로 옮기는 연습을 했으며, 1분 이상의 분량일 경우 idea를 잡는 연습을 했다. 이대
특차시험에 대비해서 2분 이상의 분량을 듣고 영어로 말하는 것도 연습했다.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연습은 study와 KBS 라디오의 bilingual news를 활용했다.
 
*독해 :
 
코리아헤럴드와 Newsweek를 구독해서 여름방학 전까지 무조건 많이 읽었다. 여름방학동안 시사영어단어집을 구입해서 단어를 외웠다. 의미를 정확히 모르는 단어, 의미는 알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단어에 익숙해 질 수 있었다. 영작과 번역은 학원수업에서 하는 것에 충실하려 노력했다.
 
끝으로 harsh critique으로 나의 부족함을 깨닫게 해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무엇보다도 지난 8개월간 나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백원선(서강대 영문)
 
*1차 시험*
 
자신의 인생에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책을 쓰고 어떤영향을 받았는지를 쓰는 문제였다. 성경책을 선택했는데 이는 흔한 소재이기 때문에, 책의 내용보다는 내가 받은 영향에 치중해서 썼다. 처음 서론을 특이하고 눈에 확 들어오는 표현을 이용해서 썼다. 또, 은천성 선생님이 말씀하셨던 것처럼, 서론, 본론, 결론을 확실하게 나누어 서론 한 단락, 본론 두 단락, 결론 한 단락으로 아이디어만 확실히 전달할 수 있도록 신경 썼다.
 
*2차 시험*
 
한국어 지문은 마약 밀매를 단절하는 방법에 관한 것이었다. 꽤 길었지만 아이디어가 매우 확실해서 기억하기가 쉬웠다. 듣고 한국어로 요약할 때, 한국어가 조금 서툴러서 조마조마하긴 했지만 아이디어는 다 이야기한 것 같다. "첫째는 . . . 둘째는 . . . " 이런 식으로 정리하면서 이야기했다. 영어지문은 신 경제에 관한 것이었는데 들으면서 3분의 2 정도 밖에 이해를 못했다. 그런데다가, 경제를 언제나 두려워하는 나였기 때문에 더욱 더 떨렸다. 그래도 이해한 만큼만 내 영어로 쉽게 이야기했다. 한국어 의견 개진은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왜 점술에 의존하는가"를 선택했다. 영어 의견 개진은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선택했다. 문제점을 이야기한 다음 바로 그에 대한 해결책을 이야기하는 식으로 두가지를 얘기했다. 어려운 어휘나 멋진 표현에 연연하지 말고,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다 합해서 15분 가량 걸렸다.
 
 
 

♣ 통역 ♣
 
김현영(전남대 일문)
 
1. 듣기 (20):
 
길고 빠른 편이었습니다. 대부분이 한 지문당 한 문제였으나, 긴 지문에 두세 문제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 답을 고를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문제가운데는 인터넷 관련 지문이 2개 (세금문제와 Net Kid 이라는 신조어에 대한 설명), 유럽의 대 아시아 교역 증가, 미 경제호황과 소득의 불균형, 리복과 나이키의 하이테크 스포츠 기어, IMF, APEC과 관련된 지문들이 있었고, 시험볼 때 note-taking이 가능합니다.
 
2. 문법 (10):
 
단순한 어휘력을 묻는 질문보다는 영어문장에 대한 감각을 묻는 질문으로 서너 단어들을 적절하게 배열할 수 있는가를 묻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따로 어휘를 외우며 준비하는 것보다는 평소에 영어문장을 많이 접하는 것이 가장 좋은 준비일 것 같습니다.
 
3. 독해 (20):
 
짧은 것도 있었지만 대체적으로 지문이 길었고, 지문전체의 주제를 파악해야 풀 수 있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미 대선 제도에 관한 지문에서부터 공산주의 몰락이후의 Nationalism, 천체사진에서 행성이나 혜성은 원래 빛깔이 없어 과학자들이 인위적으로 색을 입히는 것이라는 과학적인 분야에 이르기까지 아주 다양했습니다.
 
<이대 정시 2차>
 
1. 영어 인터뷰:
 
인터뷰라고 하기엔 간단한 질문이지만, 처음 앉자마자 영어로 질문을 던진다는 점을 준비하고 가면 도움이 될 듯 싶습니다. 질문은 왜 통역대학원을 지망했느냐에서부터 미 대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까지 다양했다고 합니다. 저는 전공이 일본어인 관계로, 왜 일본어가 아닌 영어를 공부하려고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2. 영한:
 
처음부터 'nuclear holocaust'가 나와서 무슨 얘기를 하려고 하나 잠깐 당황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직업의 중요성이나 선호도가 지금과는 반대가 될 것이다. 즉, 현재 선망의 대상인 인기 운동선수나 변호사같은 직업은 설자리를 잃고 농부, 어부와 같은 생존에 필수적인 직업들이 다시 가장 중요하고 선망 받는 직업으로 대두될 것이다. 그러나 현실 세계에서는 인류역사와 함께 한 전통적인 농업이나 어업이 아닌 새로 창출되는 신종직업들이 금전적인 측면을 포함한 모든 면에서 선호되고 있다. 그리고 전통적인 직업들은 아직도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는데, 그 예로 주부들은 아직도 실질적인 보수를 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것이 제가 들은 글의 요지였습니다. 소설 쓰지 말라는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들은 내용만을 있는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3. 한영:
 
까다로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같은 익숙한 이름들이 예로 제시되었기 때문에 예를 드는데 치중하다 주제를 놓칠 위험이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은 종이로 우유팩을 만들 수 있는 회사가 하나밖에 없다고 가정 해 보자. 그렇게 되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해 질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의 폭이 아주 제한될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결국 핵심은 두가지형태의 시장 즉, Seller's Market와 Buyer's Market이 존재하고, 현대사회에서는 Buyer's Market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순서대로 우유팩 공장 얘기부터 하려고 했으나, 핵심 아이디어를 먼저 전달하는 volume 있는 통역을 하라는 은선생님 말씀이 떠올라서, 첫 문장은 현대사회에는 두 개의 다른 시장이 존재한다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두 가지 시장의 정의를 내리고 정의를 내리는데 우유팩공장의 예를 들었습니다. 현대 사회에도 인텔,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Seller's Market을 대표할만한 기업들이 있지만, 사실 현대 시장은 소비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기업들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는, 무한 경쟁시대로 나아가는 Buyer's Market라는 이야기로 결론을 내렸습니다. 은선생님이 누누이 강조하셨던 것처럼, 2차 시험에서는 아이디어 전달, volume 있는 통역이 생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시험문제가 궁금하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공부방법은 감히 제가 언급할 부분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스스로에게 맞는 공부방법은 자신들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남들이라고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것은 아니니까 자신에게 맞는 방법으로 꾸준히 노력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저는 학원 수업과 스터디가 중심이었고, 합격하는데도 은선생님의 끊임없는 critique과 스터디 파트너들의 도움이 아주 컸습니다. 다만 통역공부를 즐기면서 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은 스스로에게 한번 쯤 던져보길 바랍니다. 스스로 재미를 느낄 수 있다면 그땐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기 바랍니다. 전 공부하는 동안 통대에 합격하려면 미국에서 한 10년쯤은 살다와야 되는 줄 알았습니다. 저처럼, 좀 더 자신감과 확신을 갖고 공부했었더라면 공부가 훨씬 더 재미있었을 것 같다는 후회를 남기지 않길 바랍니다. 좁긴 하지만 문이 있으니 누군가는 열고 들어갈 수 있지 않겠습니까?
 
끝으로 은천성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조윤진(이대 영어교육)
 
처음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을 먹게 된 건 통역사라는 직업에 대한 단순한 동경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졸업 후에도 학생의 신분으로 남아있고 싶은 욕심에서였다. 내년 2월 졸업식을 앞두고 이런 글을 쓸 수 있어 너무 다행이다.
 
초등학교 시절 잠깐 외국에서 생활한 덕분에 얻어진 발음, 청취력만 믿고 겁도 없이 3학년 여름 방학때 학원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수업 첫날 영어에 대해 가지고 있던 아주 작은 자신감마저도 와장창 무너지고 말았다. 뭔가 들리는 것 같은데, 분명 들을 때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었는데, 그 내용들을 말로 옮기는 것, 그리고 사람들에게 전달을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었다. 독해도 다를 바가 없었다. 분명히 머리 속에서는 내용이 정리되는 듯 한데, 막상 그것을 말로 표현하려 하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되곤 했었다. 통역사라는 직업이 English Proficiency만 가지고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란 것을, 그때야 비로소 깨달았다. 더 늦지 않았던 것이 감사할 뿐이다.
 
이러한 사실들을 깨닫고 내가 할 수 있었던 부분들은 전달력을 키우는 것이었다. 무조건 많이 듣고 읽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또 한가지 깨닫게 된 것은 어휘의 부족이었다. 그때까지도 난 단어를 외우는 일은 한번도 해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처음부터 시작해야함을 깨달았다. 그래서 잠시 난감해 한 적도 있었다. 전공을 살려 그냥 영어교사를 할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그때마다 나를 다시 일으키고 또 다시 공부하게 만든 것은 처음 나를 이 길로 뛰어들게 한 막연한 동경과 그에 더해진 욕심과 오기였다. 이 공부를 끝까지 해내는 데 가장 필요한 것은, 끈기와 인내 그리고 꼭 해내고야 말겠다는 오기와 의지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더 중요한 것을 들자면, 같이 공부하고 힘들 때 의지하고 서로 도와줄 수 있는 study partner를 찾는 것이다. 학교를 다니고 있던 나로서는 group study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래서 처음 사람들과 함께 study를 시작한 것이 4학년 여름방학이었다. 공부하겠다고 마음 먹은 지 정확히 1년이 지나서였다. 엄격히 말하자면, 지난 1년 동안 공부한 것의 90%는 이 시간들이었다. 서로의 결점을 보완해 줄 수 있는 partner를 찾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리고 학생들이 주로 2차 시험 준비에만 열중하는 모습들을 많이 봐왔다. 하지만 아무리 2차 구술 시험을 완벽하게 할 수 있다고 해도, 1차의 필기 시험에서 떨어지면 모든 것은 원점으로 돌아가고 만다. 문제를 시간 안에 풀 수 있는 연습과 독해지문과 듣기지문의 주요 내용을 빠르게 파악 할 수 있는 연습, 그리고 무엇보다도 빠른 시간 안에 주어진 문제를 정확히 파악 할 수 있도록 하는 연습은 꼭 필요한 작업이다. 어느 한 시험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은 버리고,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과 자신의 모자란 부분을 찾아서 채워나가는 노력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채영란(서강대 불문)
 
결과 여하를 떠나 뿌듯함 보다는 아쉬움이 큰 지난 한해였다. 하지만 합격생 수기를 읽고 동기와 자극을 받았던 때를 떠올리며 글을 적는다.
 
<공부방법>
 
독해:
 
은천성 선생님 말씀이 기억난다. "질에서 양이 창출되지만, 절대로 그 역은 성립되지 않는다." 매일 The Economist 기사 한 두개 정도는 sight-translation(직독직해)하며 정독했다. 많이 하지는 않았지만 막히는 문장은 파헤치듯이 읽었다. 1차를 대비해서는 TOEFL과 SAT문제를 풀었는데 review를 철저히 하면서 오류나 취약점을 발견하고 보완할 수 있었다.
 
듣기:
 
1,2차 모두 당락은 청취가 좌우한다. 많이 듣고 또 자꾸 듣는 수 밖에. 은 선생님 수업이 워낙 듣기위주인 데다가 양이 많아서 복습만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충분한 듯 싶다. 개인적으로는 AP를 매일 듣고, shadowing(따라 하기)을 했는데, 청취와 발음을 동시에 보완할 수 있었다. 또 TV를 적극 활용할 것을 권한다. 뭐든 많이 듣는 게 좋다.
 
말하기:
 
주로 표현을 통째 외우려했다. 도움이 정말 많이 됐다. 스터디 파트너와 읽은 잡지 기사를 단락 단위로 paraphrase(바꿔 말하기)하고, 외운 표현으로 요약했다. 꾸준히 하니 느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읽고 들을 때, 말할 것을 염두에 두고 적극적으로 했다.
 
<시험문제>
 
영한:
 
'핵폭발이 일어난다면 전통적인 직업 구조는 와해될 것이다. 직업구조의 상부를 차지하던 의사나 변호사, 회계사와 같은 사람들은 고객이 없어 직업 시장에서 사라지고, 반면, 어부와 같이 직업 구조의 하부에 있던 사람들이나, 전업주부처럼 종래 그 일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던 사람들이 빛을 보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일련의 가정은 현 직업세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예를 들자면, 사냥꾼들은 일을 할 때 당국의 허가를 받고 제한 된 지역 안에서만 사냥할 수 있는 실정이다.' 될 수 있으면 첫 문장은 놓치지 말고, 설사 못 들은 문장이 있더라도, 거짓말을 하지 않고 들은 것만 이야기하면 된다. 다시 들려달라고 떼를 썼는데, 절대 다시 안 들려준다.
 
한영:
 
'시장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데, 생산자 중심의 시장과 소비자 중심의 시장이 그것이다. 인텔이나 마이크로소프트등이 대표적으로 전자에 속하는데, 이러한 생산자 중심의 시장에선 생산자가 왕이고, 제품에 하자가 있어도 소비자가 고스란히 잘못이나 그로 인한 부담을 떠맡아야 한다. 반면 소비자 중심의 시장에서는 소비자가 우선이며, 생산자는 항상 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구미에 맞는 제품을 생산하기 위해 고심한다. 하지만 치열한 시장 내의 경쟁을 감안했을 때 소비자 중심의 시장은 현실적으로 살아남기 힘들다.' 흐름을 잡고 설명하듯 얘기했다. 표현을 고르지 않고 속도감 있게 하고 나니 반응이 좋았다.
 
 
 
한유리(외대 독문)
 
먼저 항상 최선을 다해서 저희를 지도하신 은천성 선생님, 늘 큰 힘이 된 친구들과 가족, 반 년 동안 함께 공부하며 고생한 윤정언니 고니언니를 비롯한 여러 스터디 파트너들, 그리고 구한 것을 구하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스스로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지만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올해 외대 구술시험과 이대 1, 2차 시험에 대해 되도록 상세하게 적어보겠습니다.
 
<외대정시>
 
[구술시험]
가장 신경 써서 준비했던 의견 묻기 부분이 올해 갑자기 생략되어 처음부터 매우 당황했습니다. 먼저 한->영 지문은 '정현준 게이트'에 대한 연설문이었습니다. 지문 길이는 길게 느껴졌지만, 교수님께서 천천히 읽어 주셨고 최근에 일어난 사건이었기 때문에 비교적 부담은 덜 했습니다. 영->한은 최근 미국에서 발표된 한 연구 결과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난교를 하는 원숭이의 백혈구 수치가 일부일처제를 실시하는 원숭이보다 더 높게 나타나서 결과적으로 면역체제가 더 강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글이었는데, 너무나 긴장해서 그나마 이해한 부분도 야무지게 말하지 못했습니다. 글을 읽으시기 전에 교수님께서 'Can you hear me?'라고 물으셨고, 원숭이의 면역체제에 대한 글이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평소 어렵게 생각했던 의학, 과학 문제라고 생각하니, 교수님의 말씀을 듣고 지레 겁 부터 먹었고, 입이 좀처럼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스터디 파트너 언니로부터 들은 말이지만 바로 그 시험내용이 The Economist 최신호에 있었다고 합니다. 마지막 한 달은 복습한다는 핑계로 11월부터 시사에 소흘했던 것이 무척 후회됐습니다. 시험 경향이 매년 조금씩 바뀌고, 원래 통대시험이라는 것이 어디에서 출제했는지 알 수 없기에 '어떤 잡지로 어떻게 공부해라'는 식의 말은 드릴 수 없지만, 어떤 시험 문제가 걸리더라도 태연할 수 있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분야를 망론하고 시시각각 변하는 시사흐름에 늘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은 방법이겠지요.
 
<이대정시>
 
[1차시험]
 
올해 1차 시험은 영어 객관식 시험 하나로, L/C 20문제, R/C 30문제를 70분 안에 풀어야 했습니다. 외대 1차 때보다 무려 10분이나 벌었다는 생각에 시험 보기 전에는 마음이 편했지만, 꼼꼼히 독해를 한다든지 아리송한 문제를 나중에 되돌아와서 다시 읽고 풀어 보는 등의 여유부릴 틈은 없었습니다. L/C는 한 번씩만 들려줬고, 읽어 주는 지문은 그리 길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항사이 답을 고르는 시간은 외대에 비해 많이 짧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개인적으론 이대 L/C가 외대 L/C보다 까다로웠다고 생각합니다. R/C Part 처음 몇 문제는(한 5문제) 문법인데, 정신없이 지나쳐버린 L/C를 망쳤다는 생각에 무거워진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을 만큼 평이한 수준이었습니다. 특히 우연하게도 문법 첫 문제가 전에 스터디 준비하면서 읽었던 지문이 그대로 나와서, 당시 암담했던 기분을 단번에 떨치고 남은 문제에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나머지 독해 문제들을 대강 살펴봤더니, 지문 하나에 문제 하나인 유형이 꽤 있었습니다. 당연히 외대보다 읽어야 할 지문의 수가(길이는 짧았지만) 많았습니다. 자칫 잘못하다간 시간 조절에 실패할 위험이 있었으므로, 순서대로 풀지 않고 문제가 많이 딸린(최고 한 지문에 3문제) 지문을 우선적으로 읽고 풀었습니다. 황당하리만큼 어려운 어휘는 나오지 않았고, 시간 배분을 잘해서 끝까지 차분하게 풀 수만 있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2차시험]
 
외대 때와 달리 같이 스터디하며 초조한 마음을 나눌 사람은 없었지만, 이대1차 결과 발표 후 2차 시험까지, 꼬박 이틀동안 차분히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었습니다. 외대 2차 구술에서 뼈저린 경험을 얻은 직후라, 되도록 많은 최신 외신 기사를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이대2차시험 준비를 하며 제가 할 수 있었던 전부였습니다. 이대2차는 시사 문제가 아니였기 때문에, 시험 자체에 큰 도움이 안됐지만, 적어도 심리적인 안정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시험 당일에는 비교적 여유있게 (많이 긴장한 것 같다는 외국인 교수님의 말씀에 교수님 세 분 앞에서 '감히' 몸을 푸는(!!) 파격적인 행동이 나올 정도로), 교수님들과 eye contact하려 애쓰면서 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인 구술시험에 앞서 면접이 있었는데,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가며 교수님 두 분께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면접질문은 이 길을 택하게 된 동기와 자신이 통역사의 자질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지를 묻는 것에서부터, 어린 시절, 학부 때 전공까지 다양했습니다. 전 영어질문에는 영어로, 우리말 질문에는 우리말로 간단하게 답했습니다. 단, 질문이 끝나자마자 뜸들이지 않고 꼭 필요한 말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추측입니다만, 면접에선 응시자의 영어실력이나 가치관, 자질보다는 면접에 임하는 태도를 중요시 하는 듯 합니다. 그런 질문에 답하는 대다수 응시자들의 영어실력은 사실 차이가 없을 것입니다. 다만, 그토록 긴장된 상황을 견디면서 자신 있는 모습을 큰 실수 없이 보여 주는 것이 관건이라 생각합니다.
 
*영->한:
 
만약 'nuclear holocaust'가 일어나서 생존자가 얼마 없는 상황이 된다면 현재의 직업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당초 걱정했던 것 보다는 지문이 길지 않았고(이대 구술이 외대보다 최소 30초는 더 길다고 합니다), idea와 뒷받침해주는 예문이 비교적 뚜렷하게 나뉜 글이었습니다. 먼저 큰 idea를 잡고 예문은 기억하는 만큼 이야기한 후 다시 정리해주는 기분으로 idea를 강조하며 끝냈습니다.
 
*한->영:
 
Seller's Market 과 Buyer's Market의 개념 설명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그 차이점을 서술한 글이었습니다. 우리말로 된 내용을 이해하고 영어로 옮기는 부분이었기 때문에 경제에 대한 소양이 없다고 당황하지 않았고, 표현 하나하나에 신경쓰기 보다 내가 이해한 내용을 영어로 설명한다는 기분으로 말하려고 했습니다.
 
영->한, 한->영 모두 중간에 말이 끊기지 않도록 신경 썼고(시험 도중에 침묵이 흐르면 긴장감이 더욱 압박해와서 매우 당황하게 되더군요), 그러기 위해서 약간 천천히 말했습니다. 스터디 하면서 자주 지적 받았던 부분을 떠올리며 되도록이면 짧고 간단한 문장을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제가 발표할 때 교수님께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셔서 더욱 용기를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홍세영(외대 영문)
 
<1차시험>
 
듣기문제:
 
총 20문제로 한번씩 들려준다. 독해용 지문을 읽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어려운 어휘들이 심심찮게 들렸다. 전체적 내용 파악이 주를 이뤘고, detail을 묻는 질문은 없었던 걸로 기억이 난다. 낭독하는 분의 발음이 익숙한 미국식 발음이 아니라 약간 당황했었다.
 
독해부분:
 
문법문제가 5개정도 출제되었는데, SAT작문문제와 유사했다. 독해지문은 결코 평이하지 않았다. 복잡하고 긴 문장이 많이 등장했었다. 글 요지파악, 이해력을 묻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2차시험>
 
영한구술:
 
시사적 내용과 큰 관계가 없는 평이한 지문이었다. 미래에 대규모 핵폭발사고가 발생한 상황을 가정해서 직업에 관한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추론하는 글이었다. 생존한 사람들은 사고로 인한 잔해를 제거하는 작업이 급선무일것이기 때문에, 경시되었던 육체노동의 가치가 높게 평가될 것이고, 사회인프라 붕괴로 과학자 정치인과 같은 지식인층, 스포츠맨, 연예인과 같이 미디어의 영향으로 인한 유명인사들은 유명무실하게 된다는 내용이었다.
 
한영구술:
 
경제에 관한 글이었다. Seller's Market과 Buyer's Market의 의미규정과 상관관계를 설명한 글이었다. 우유를 판매하는 회사가 단 하나밖에 없다고 하자. 소비자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고 제품의 품질이 낮더라고 있는것에 만족할 수 밖에 없다. 이렇듯 경쟁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은 현상유지에 안주하고, 소비자들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다 할 모티브를 찾지 못하게 되는데 이런 상황을 Seller's Market이라고 한다. 반면 Buyer's Market이란 한정된 자원을 놓고 그것을 획득하기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는 상황을 말한다. 마이크로 소프트사나 인텔이 셀러스 마켓이라면 셀러스 마켓의 유한한 제품이나 자원을 얻기위해 애쓰는 소비자들은 바이어스마켓이다. 무한경쟁은 바이어스마켓에서 이루어진다.
 
물론 시험당시는 이만큼 정리가 되지 않았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침착하게 시험을 치뤘던 것 같다.
 
<공부방법>
 
입시시험만 놓고 볼 때, 추천을 하자면 시사는 정보 입수하는 것으로 끝내고 평소 자신의 문장력을 키우는데 중점을 두고 스터디를 통해 시사에서 얻은 새로운 어휘를 익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럴 때 2차 시험에서 다루지 않은 문제를 접할 경우 경직되지 않은 문장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홍현정(수원대 경영)
 
안녕하세요. 이번에 이대통역대학원에 합격한 홍현정입니다. 우선, 은천성 선생님, 그리고 마지막까지 힘이 되어준 제 스터디 파트너 이정은 언니께 감사하다는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제 공부방법에 대해 말씀드리지요. 특별히 계획을 세워놓고 공부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쑥스러운데요, 저는 하루에 꼭 해야할 일 세 가지를 정해두었습니다. 영자신문 구독, 잡지 구독, 그리고 은 선생님 숙제. 영자 신문 기사는 첫 두 paragraph만 읽고 opinion부분에 신경 썼습니다. 신문을 다 읽기엔 하루 해가 짧습니다. 잡지는 스터디 파트너와 일주일에 한 권씩 사서 editorial과 서로 읽고 싶은 기사만 골라서 보았습니다. 재미있는 일은 하루에 적어도 한 단어씩 수업시간에 배운 단어가 중복되어서 나온다는 것입니다. 통대 입학을 위해 반드시 학원수강을 해야되는 것은 아니지만, 만약 학원 수강을 한다면 선생님 말씀대로 공부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전 올 1월부터 은 선생님 강의를 수강했습니다. 숙제를 하다보면 어느덧 시계바늘은 12시를 가리키고 있기 일쑤였지요. 그 참담함이란...
 
은 선생님께서 언제나 강조하시지만, L/C 실력이 정말 튼튼해야 합니다. L/C 공부할 때 CNN Headlines와 같은 시사내용은 매일 매일 따라가 주세요. 이와 더불어 내용이 있는 ABC Nightline도 들으시면 좋습니다. 공부시간을 늘려야 할 지 아님 하나를 하더라도 꼼꼼히 봐야할 지 갈등했었는데 올 상반기에는 후자를 선택하자 마음도 훨씬 가벼워졌지요. 그리고 스터디를 하더라도 시험장에 들어갔다는 심정으로 하세요. 정말 평상시에 하던 나쁜 버릇 그대로 시험장에서 나와버리더군요.
 
1차 준비는 9월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같이 공부하는 친구들과 TOEFL, TOEIC문제집을 돌려가면서 풀어봤습니다. R/C는 대학원 문제집을 풀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많이 틀려서 끝까지 다 풀지는 못했습니다.
 
외대 1차 시험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역시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L/C가 중요하다는 게 뼈저리게 느껴지더군요. 이대 1차 시험은 올해부터 국어 시험이 없어졌기에 그나마 부담 없이 임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대의 경우에는 문제와 문제 사이에 간격이 짧아서 힘들었습니다. 더군다나 스피커가 교실 뒤에 붙어 있어서 맨 앞에 앉아 있던 저로서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보자고 다짐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R/C 지문 역시 주어진 시간에 비해 길었습니다. 1차 시험 통과 후 2차 시험 준비는 스터디 파트너 언니가 외대에 먼저 합격했기 때문에 수월히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언니가 무척 고생했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2차는 영->한, 한->영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지문 길이도 예상외로 짧았고, 딱히 결론이 나와있는 게 아니어서 어리둥절했었습니다. 2차 때는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들은 대로, 쉬운 영어로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 경우엔 평상시에 외워두었던 쉬운 영어 표현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 하나에만 매달리게 되면 스스로 지쳐버리기 쉽습니다. 각자 자신이 가지고 잇는 장점을 잊지 마세요.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 번역 ♣ 
 
서정숙
 
1차 시험은 객관식으로, 듣기10문항, 문법10, 독해30, 총 50문항 70분이었습니다. 듣기는 외대와 과히 다르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문법은 틀린 부분 찾기가 아닌 두세문장중 한 부분을 비워놓고 그 부분에 맞는 문장을 찾는 문제가 나왔습니다.독해는 외대와 다르게 지문 하나에 한 문제가 나오는 등 전반적으로 지문이 길고 수가 많은 게 특징이었습니다. 마약에서 탈무드, 아프리카 부족얘기까지 내용도 다양했구요. 시간이 70분이었는데 독해수가 많아서 빡빡했습니다.
 
2차는 주관식으로 100분을 주고 영한, 한영 각 한 페이지 분량씩 번역을 했습니다. 한영은 화장의 유래와 역사에 관한 것이었고, 영한은 인구와 국력에 관한 시사적내용이었습니다. 1차에 비해 시간은 넉넉했습니다.
 
면접은 한국인 교수님 두분이 보셨는데, 번역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번역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는 무엇이냐, 어떤 분야의 번역을 하고 싶으냐는 몇가지 질문을 한국어로 하셨습니다.
 
외대에 관해선 많은 분이 알고 계실텐데,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이대번역학과의 특징은 "첫째, 영어구술시험이 없다, 둘째, 지문의 내용이 외대에 비해 시사외에도 다양한 편이다."라는 것입니다. 다음해엔 어떻게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번역의 특징상 앞으로도 이 경향이 계속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통번역을 같이 준비했습니다만, 이대 번역학과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신 분은 시작부터 이 경향에 맞춰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부기간동안 시험과는 별도로 영문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그것이 의외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시험에 시사외의 지문도 출제되는 경향으로 봐서 다양한 영문을 접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1차시험은 객관식인만큼 준비방법은 외대와 별반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저보다 훨씬 더한 노력으로 입학하신 분들도 많을 것입니다. 필요한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미 Monterey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1)
 
 
 
김정연
 
e-mail address: storge@channeli.net
 
내 경우,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 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1월이었다. 나름대로 영어를 계속 접하고는 있었지만, 그대로 원서를 내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았기 때문에, 학원을 조금이라도 다녀 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한달 정도 은천성 선생님수업을 들으면서 2월 중순 경에 EDT Written test 답안을 작성해서 보냈다. 답안 작성 시에는 사전을 참고할 수 없고, 정해진 시간 안에 써야 한다. 문제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져 있으며, 2000년도 가을학기 Written test 문제는 아래와 같다.
 
Part I:Essay (영-영, 한-한. 1시간동안 250자 정도)
 
--Is it the responsibility of the developed countries to help the developing countries?
 
--환경보존과 경제개발의 균형 유지를 위한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가?
 
Part II:Translation (영-한, 한-영. 1시간동안 200자 정도.)
 
Part III : Abstract Test (A4지 한 페이지 분량의 한글 텍스트를 영어로 요약 정리. 1시간동안 100자 정도.)
 
답안지를 보낸 후, 학교 측에서 Oral Test를 보내라는 통고를 받았다. 장학금 신청 데드라인에 맞추려고 했기 때문에 Oral은 Written에 비해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할 수는 없었다. 문제지를 받은 날부터 정확하게 일주일동안 준비했다. 녹음할 수 있는 레코더 외에 특별히 엄청난 장비는 필요 없지만, 마이크는 어느 정도 감도가 있는 것으로 사용하기를 권장한다. 녹음시 사용하는 테이프는 미니 테이프가 아닌 일반 테이프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 또한, 사전에 준비된 텍스트를 그냥 읽어 내려가는 것은 탈락요인이 된다. 간단한 note-taking을 보며 연설을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기출 문제는 아래와 같다.
 
Part I: Pronunciation Skill (영어로 된 텍스트를 그대로 읽음. 발음과 액센트, 끊어 읽기 등을 평가함.)
 
Part II: Abstract Thinking Skills/ Extemporaneous Speech
Choose a current event. In your B language, describe the facts involved and its impact on world affairs.
 
Part III: Self-Assessment/ Extemporaneous Speech
 
A. Explain in your B language why you would like to be a translator and/or interpreter. Please be specific about the factors motivating you.
 
B. Describe in your B language how you acquired your foreign language and how this process has led to your current skill level. As part of this answer, give self-assessment of your language skills by discussing your written and oral fluency.
 
C. Describe in you're A language how you think using languages as a translator and/or interpreter may differ from your current use of these languages. Topics you nay wish to briefly address include oral and written fluency, subject material and vocabulary, and any areas of weakness that you may need to improve upon when studying to become a translator and/or interpreter.
 
문제 중 시사논평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시사에 약한 편이라 당황했으나, 인터넷 업계에서 일하던 경험을 살려 당시 큰 이슈였던 "AOL"과 "Time Warner"의 합병에 대한 의견을 개진했다. 개개인의 전공이나 경력에 부합하는 이슈를 선택하는 것이 말할 때도 편하고, 교수진에게도 더 어필할 수 있는 요령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쓰기와 말하기 시험 모두에 해당되는 것이지만, 문제가 "영-한"을 요구하는지, "한-영"을 요구하는지 주의해서 봐야 한다. (문제에서 보이는 A language가 모국어, B language가 영어임.)
 
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MIIS)의 경우, 국내에서의 인지도는 아직까지 높지 않은 편이라 정보를 접하기가 쉽지 만은 않았고, 아직 까지는 국내에서는 검증되지 않았다는 생각 때문에 불안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결국 어디에서 무엇을 하던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이고, 그 과정에서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얻어내는 것일 것이다. 이곳에 지원하시고자 하는 분들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빕니다….
 
 
 
박애리
 
일단 "밑져야 본전이다 (경제적 손실을 고려하자면 6만원+ a를 버리게 되는 셈이지만)" 생각하고 바로 Monterey에 도전해 보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귀찮고 복잡하다고 중도에 포기하지 마시고 앞으로 자신에게 주어질 수 있는 기회를 생각하며 다음의 절차를 꼼꼼히 밟으셔서 꼭 좋은 소식 있으시길 바랍니다.
 
1.지금 바로 Monterey에 전화 (Tel. 831-647-4123) 를 하시던지 메일 ( admit@miis.edu ) 을 보내서 Application Form을 받으세요. 아차! 그러시기 전에 http://www.miis.edu 에서 Monterey에 대해 알아보세요. 아마 더 구미가 당기기 시작할 거에요~.
 
2.약 일주일쯤 뒤면 Application Form 과 Monterey 에 대한 책자를 받으실 텐데, 일단 다시 한번 책자를 잘 훑어 보세요. 그 다음 Application Form을 꼼꼼히 읽어 보시고 여분으로 복사해서 채워 본 후 서류를 다 구비한 뒤에 마지막으로 보내기 전에 원본을 작성하세요.
 
3.아마 요구하는 게 꽤 많긴 할텐데, 너무 걱정 마시고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세요. 사실 웬만한 MBA나 Law School 준비하는 것보다 구비해야 할 서류는 다소 간소한 편입니다. (추천서 (2), Monterey 입학 동기 (600 words), 학부~대학원 영문 성적, 이력서, TOEFL/GRE 점수 등).
 
4.학부 성적이 평균3.3~4.0인 분들은 장학금을 신청해 보시라고 권해 드리고 싶습니다. 미국이 유학생들에게는 장학금을 잘 안 준다고 하는 데 꼭 그렇진 않은 것 같습니다. 물론 저도 정확히 장학금을 탈 수 있는 기준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미국 학교의 등록금이 만만치 않은 것을 고려해 볼 때 이것 역시 "못 먹는 감 찔러나 보자"하고 시도 해보는 것이 좋겠지요? 단, 이 경우 빨리 등록을 할 수록 조금 유리하긴 한 것 같습니다. 적어도 3월 전까지 모든 서류를 구비해 보내세요. 하지만 3월이 지났다고 포기하진 마세요. 만일 학교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지 못 하셨다 하더라도 낙담하지 마시고 Fulbright나 국비 장학금을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한미재단에 전화해보시거나 인터넷을 찾으시면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 경우 6월 서류교부 날짜를 놓치지 마셔야 합니다).
 
5.Application Form 을 보내면 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 Admissions Office (425 Van Buren Street Monterey, CA 93940) 에서 검토를 하고 통과가 되면 EDT test를 보내줄 겁니다. (저 같은 경우 EDT test를 그곳에 가서 보는 줄 알고 있다가 너무 늦게서야 아니라는 것을 알고 급히 Application Form 과 EDT test 를 한꺼번에 보냈습니다. 절대 그런 착오 없이 차분히 해서 보내세요).
 
6.EDT test 는 "말하기"와 "쓰기"로 구분이 되어 있는데, 말하기에서는 여러분에게 A언어와 B언어를 정하도록 해서 문제를 주고 답변을 녹음해서 보내도록 되어 있습니다. 한 질문 당 약 5분 이내로 답변하도록 되어 있는 데 써서 읽지는 못하지만 대신 녹음을 시작하기 전에 주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는 있습니다 (녹음을 하다가 중단할 수 없도록 되어 있음을 유념해야 합니다). 질문은 약 5개 정도이고 그 중 하나는 여러분이 최근 시사문제를 가지고 질문과 답을 하도록 되어 있으니 평소에 시사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고 자신의 생각을 다듬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7.쓰기에서는 여러분의 번역, 영작, text 분석력과 쓰기 실력을 평가하게 됩니다. 시간은 질문 하나 당 1시간이 주어지는데 이 경우에도 작문을 쓰기 전에 주제에 대해 충분히 생각하시고 은천성 선생님께서 평소에 강조하시고 훈련시켜 주신대로 자신의 논지를 기승전결로 정확히 전달하시면 별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중요한 것은 무엇을 물어 보는지 잘 파악해야 한다는 것과 오타와 같은 실수로 철자를 틀리시면 절대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정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8.자, 이제 모든 것을 마치셨다면 만일을 대비해 모든 서류의 사본을 준비해 두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답변을 기다리시면서 부지런히 자신이 취약한 부분을 강화하셔서 2년 후 마무리도 멋지게 하시기 바랍니다.
 
제가 필요한 요점을 잘 전달했는지 잘 모르겠네요. 꼭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고 들어가서도 각오를 해야 한다니까 기간이 좀 넉넉하시다면 부디 열심히 준비해서 너무 힘들고 괴로운 여정이 되지 않기를 기원합니다.
 
 
 
 
 
선문대 통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1)
 
 
 
박영훈(외대통대 한서과 졸업) : 수석합격 (2001)
 
이렇게 통대 합격수기를 쓰게 되니 무척 감회가 깊다. 나는 이번에 외대통대 한서과를 통역으로 졸업함과 동시에 선문대통대 한영과에 수석으로 합격하는 영광을 안게 되었다. 응시원서를 제출할 때까지 선문대통대에 대해서 별로 아는 것이 없었지만, 이미 외대통대 한서과에서 소정의 통역과정을 마쳤기 때문에, 올해 출범한 선문대 통역대학원이라는 새로운 환경에서 1기 졸업생이 되고 싶었다. 이왕이면 졸업도 수석으로 하기위해 최선을 다할 다짐이다.
 
이제 선문대통대 1차시험에 대해 말하겠다. 국어시험은 누가 봐도 변별력이 있었고, 성의있게 출제한 흔적을 곳곳에서 엿볼 수 있었다. 문제는 듣기평가로만 구성되었고, 25개의 문제가 나왔다. 영어시험도 듣기평가로만 구성되었고 50개의 문제가 나왔다. 속도가 상당히 빨랐지만 각 문제사이의 간격은 충분했다. 내용은 전부 시사에 관한 것이었고, 단 한번만 들려줬다. 2차시험에서 구술시험은 한영통역과 영영질의응답으로 구성됐다. 한영통역은 응시자에게 똑같은 내용의 간단한 우리말 내용을 읽어주고 영어로 옮겨보라고 하는 것이었는 데, 내용은 "아직도 한국의 IMF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따라서, 각 기업은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국민들도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였다. 통역실력보다는 수험생의 자질과 기본영어실력을 평가하는 것 같았다. 영영질의응답때는 응시원서의 "자기소개서"난을 참조한 질문이 많았다.
 
지금까지 외국어공부(영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에 거의 모든 젊음을 바쳐왔던 나로서는 통역공부에 필요한 능력을 첫째, 튼튼한 기본영어실력, 둘째, 유창한 한국어, 셋째, 풍부한 배경지식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기본영어실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듣기"와 "말하기"이다. 대다수 언어학자들의 말에 따르면, 한 언어의 듣기에 필요한 시간은 3,000시간이라고 한다. 여기서 듣기란 수동적인 들림이 아니라, 이해를 수반하는 능동적인 듣기이다. 능동적 듣기를 하루에 4시간씩, 일년 365일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한다고 했을 때, 1,460시간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2년을 꼬박 해야 대략 3,000시간이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단 하루도 쉬지않고, 2년을 다 채워야 한다는 점이다. 능동적이라함은 받아쓰기를 한다든지, 들은 표현을 큰 소리로 따라 한다든지, 그 내용을 외워본다든지 하는 것을 말한다. 안타까운 현실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듣기의 임계질량에 달하기 전에 중도하차한다는 점이다. 외국어공부에는 요령도 편법도 지름길도 없다. 미련한 곰이 되어야 하는 것이다. "말하기"는 "듣기"와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귀로 들은 표현을 그대로 입의 소리로 옮기면 "말하기"가 되는 것이다. "말하기"에는 순발력이 중요하기 때문에, 머리 속에서 작문한 후 내뱉으면, 이미 늦고, 어색하거나 틀린 표현이 되는 것이다. 반사적으로 튀어 나오게 만들기 위해선, 기본패턴을 완전히 숙지한 후, 다양한 주제를 접하면서 유용한 표현을 넓혀 나가야 한다.
 
한국어는 한영통역사의 모국어이기 때문에 완벽해야 한다. 나는 외국어에만 너무 편중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한서통역 수업시간때도 교수님들로부터 스페인어 지적은 거의 받지 않았지만, 한국어 지적을 많이 받았다. 한국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기 위해, 내가 치뤄야 할 댓가는 너무나도 큰 것이었다. 나는 올해 외대통대 한영과 시험에 응시해서, 1차시험을 붙고, 2차시험의 필기 및 구술시험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지만, 한국어 시험에서 전체 응시생 평균점수인 35점(50점 만점)에 훨씬 못미치는 20점대에 그쳐, 한국어 과목 낙제점수로 외대통대 한영과 합격의 문턱에서 낙방의 고배를 마신 적이 있다. 국내파인 내가 한국어를 소홀히 한 댓가를 톡톡히 지불한 셈이다. 이 모든 자초지종은 외대통대 역사상 국내파로서 한국어 과락으로 낙방한 사람은 내가 최초라고 외대통대 교학과 직원이 귀뜸해줘서 뒤늦게 알게된 사실이다. 여러분은 제발 나같이 뼈아픈 전철을 밟지 말기를 간절히 바란다.
 
풍부한 배경지식은 많이 듣고, 많이 읽으면서 저절로 쌓이게 되어 있다. 꾸준히 뉴스방송을 듣고, 신문과 잡지를 읽는다면, 시간과 함께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다. 시사는 배경지식이 있으면 전체 내용을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된다. 다시 강조해서 말하거니와 우리말과 영어를 균형있게 듣고, 읽고, 말해야 한다. 영어로는 알아 듣고, 알아 보는 데, 그것을 우리말로 옮기지 못한다면 결국 통번역은 할 수 없는 일 아닌가. 나도 지금은 열심히 우리말 방송, 신문, 잡지를 접하고, 한자공부도 새로 시작했다.
 
외대통대 한서과를 다니면서, 한영과 수업을 청강할 기회도 많았었는 데, 대부분의 국내파학생들이 시사적인 성격의 공식적인 영어에는 강하지만, 일상의 비공식적인 영어에는 매우 약해서, 순발력이 떨어져 고생하는 것을 자주 목격했다. formal English가 brick이라면, informal English는 brick과 brick을 연결해주는 mortar역할을 한다. 그러니까,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균형잡힌 영어를 구축해 나가기를 바란다. 통대에 입학한 후에는 후회해도 이미 때는 늦으니까. 끝으로 여러분의 건투를 빌며,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스페인 격언이자, 내 좌우명인 세 소중한 단어를 여러분과 나누고자 한다.
 
"Patience (인내)!"
"Persistence (끈기)!"
"Perseverance (불굴)!"
 
 
 
김민호(울산과학대 원자력과/방송통신대 영어영문과) : 차석합격 (2001)
 
외대 통역대학원 2차 시험에서 떨어지고 난 후에, 특별한 생각 없이 호기심에서 시험삼아 선문대 통역대학원 시험을 봤다. 처음에는 여러 가지 이유로 선문대 통대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우선, 지방에 있었고 올해 새로 생긴 통역대학원이라 지명도도 낮았으며, 특정 종교재단에서 운영하는 통역대학원 이었기 때문에, 합격한다해도 다니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실제로 시험에 응시한 사람도 그리 많지 않았다. 아마도 내가 위에서 언급한 이유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학교 캠퍼스는 넓고 조용하고 깨끗해서 시험 당일날 첫인상은 좋았다.
 
통대 준비는 은천성 선생님의 통대 준비반에 다니면서 했다. 나와 같은 경우는 약 2년 정도 통대 입시를 목표로 영어 공부를 해 왔기 때문에, 통대 시험이 새로운 것은 아니었다. 나는 영어 speaking이 약하기 때문에, 그 부분을 중점적으로 연습했어야 했는데, 지난 해에 그러질 못해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1차 시험은 우리말과 영어 Listening Comprehension을 묻는 문제였다. 우리말 L/C 시험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으며, 우리말 지문을 들려주고 내용을 묻는 문제와, 해당되는 한자 고사성어 등을 묻는 문제였다. 영어 L/C 시험은 영어 지문을 들려주고 맞는 내용, 혹은 틀린 내용은 무엇인가를 묻는 문제였다. 영어 L/C는 모두 50문제였던 것으로 기억난다. 대체로 시사적인 내용이었으며, 내 생각에 대체로 난이도는 평이했으며, 그 중 일부 문제는 난이도가 높았다.
 
2차 시험은 구술과 번역/영작 시험이었다. 구술 시험을 먼저 봤다. 구술시험에서는 우선 영어로 개인적인 신상에 관한 질문을 몇 가지 물었다. 나와 같은 경우는 대학 전공에 관한 질문과 지난해 5월에 회사를 그만 두었는데 그 이유가 뭐냐는 질문이었다. 그리고 간단하게 우리말에서 영어로 가는 순차통역을 시켜 봤다. 구술 시험이 끝난 후 번역/영작 시험을 보았다. 번역 시험은 시사적인 내용의 영어 지문 하나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리고 영작 시험은 우리말 지문 두 개가 주어졌다. 하나는 시사적인 내용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문학적인 내용이었다.
 
최종 합격 통보를 받고도 처음에는 다닐 생각이 없었다. 선문대 통대를 마치고 난 뒤 통역사로 활동할 때, 낮은 지명도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이익을 보게 될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 선생님과 여러 차례 상담하고 이야기 하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중요한 것은 내 실력을 기르는 것이다. 내가 외대 통대 2차 시험에서 2번씩이나 떨어진 것도 바로 내 실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통역세계는 실력으로 먹고사는 세계다. 출신학교 이름보다는 실력이 더 중요하다등등.
 
이제 선문대 통대에 들어가서 열심히 영어 연습, 통역 연습해서 내 실력을 기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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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2) 
 

공성림(이화여대 약학과)
 
통역 대학원을 생각하고 합격하기까지 꼬박 2년이 걸렸다. 처음 1년은 좌절의 연속이었다. 수업시간에는 통과의 공포에 떨어야 했고, 나는 하나도 못 잡는 내용을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기죽어 지냈던 생각이 난다. 일요 스터디도 돌이켜 보면, 첫 1년 동안은 내 실력에 비해 버거운 과정이었다. 1년 공부 후 외대나 이대 모두 1차는 합격했지만, 2차에 가서 떨어지는 쓴 경험을 했다. 그러나, 당락 여부를 떠나 2차시험을 경험한다는 것 자체가 실력을 성장시키는 중요한 계기였다. 교수님들 앞에 가서 말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겪어보면서 비로소 통역이 무엇인지에 대한 감이 왔었다. 재수(?) 기간 동안은 조금씩이나마 실력이 늘고 있다는 것이 스스로 느껴져 오히려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다. 문제풀이보다는 인터뷰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했다. 시간이 가며 그룹 스터디는 같은 분량을 준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줄면서 부담이 훨씬 줄었다. 시험에 대한 불안감만 빼면 통대입시를 준비하는 기간이 즐거웠었노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공부방법>
 
특별한 요령이 없는 것 같다. 읽기든 듣기든 어느 정도 임계질량이 쌓이지 않으면 일정 분량의 내용을 접했을 때 끊이지 않고 흐름을 따라갈 수 없게 된다. 결국 대의 파악에 실패하게 되는데 그 임계질량이 쌓일 때까지 많이 읽고 많이 들어야 한다. 그런 다음에야 영어로 말하는 것이 수월해졌던 것 같다. 읽어서 한 번에 이해되지 않는 내용을 들어서 알 수는 없으므로 결국 듣기도 읽기에 기반을 두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로운 표현을 한번 이해하고 치우면 절대 내 것이 되지 않으므로 복습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8월까지는 시험대비라기보다는 전반적인 실력을 쌓는 데 주력했다. 부담 없이 다양한 글을 읽어 두루두루 지식을 쌓아놓는 편이 좋을 것 같다. 9월부터는 스터디를 하더라도 시험과 비슷하게 환경을 설정해 놓고 연습했다. 듣기 교재는 월드뉴스나 리스닝스페셜, 타임연구등을 이용했다. 순간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능력, 전체적인 흐름 잡는 법 등을 주로 연습했다. blank 생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들으면서 연상장치를 만들거나 그림을 그리는 방법을 이용했다.
 
<외대 1차시험>
 
첫해에는 9월부터 문제집을 풀었다. GRE 문제집을 하나 골라 단어를 외었고, 독해는 시간 내에 들어오는 것을 연습했다. 첫 해(2001년도) 1차시험은 문제집 푼 덕을 보았다. 단어는 시험 바로 전에 외었던 것이 나오기도 했다. 재수하면서는 문제를 거의 풀지 않았다. 전반적인 영어 실력을 키우면 문제풀이는 자연히 해결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대신 다양한 기사를 읽고 들으면서 대의 파악하는 연습을 했다. 올해(2002년도) 외대 1차 시험 듣기는 수업내용에 비해 속도도 느렸고 내용도 평이했다. 단 형식은 기출문제에서 파격적으로 벗어났다. 연설문이 많았고, 길이는 끝났나 싶으면 계속 나올 정도로 길었다. 끝까지 듣는 것이 중요하다. 대부분의 문제가 핵심 아이디어 혹은 제목을 고르는 거였다. 문제를 듣는 것만큼 무엇을 고르라는 것인지 direction 을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 direction 을 놓치면 정말 당황하게 된다. 독해는 결국 시간 싸움이었다. 관건은 시험 순간의 집중력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문제 자체가 어려웠다기보다는 지문이 길어서 누가 짧은 시간에 많은 내용을 보느냐가 당락을 좌우했다. 끝까지 당황하지 않고 시험 중에 정신차렸던 것이 주요했다고 생각한다.
 
<외대 2차 구술시험>
 
한영
제프리 존스 미 상공회의소 소장이 한 말 중 일부를 영어로 옮기는 것이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빈국과 부국을 나누는 기준이 세 가지가 있는데, 사람들이 점심 시간에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면 부국이요, 주말에 교외로 놀러 나가느라 차가 막히면 부국이요, 아줌마들이 살 빼느라 시간과 돈을 들이면 부국이라는 것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확실히 남한은 북한보다 선진국이요, 부국이라는 내용이었다.
 
영한
앙골라에 대한 내용이었다. 30년에 걸친 내전과 반군들의 대정부 무력항쟁으로 피폐해진 앙골라는 주민들의 기본 의식주조차 확보되지 않은 나라이다. 그러나, 지난 2세대에 걸쳐 평균수명이 25세에서 45세 정도로 급격히 늘어났다. 서방의 기준에 비하면 아직도 낮은 수준이긴 하지만 의학의 발달이 평균 수명 연장을 가능케 했다. 항생제의 개발로 전에 불치병으로 간주되었던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게 되었고 백신의 발달로 특히 어린이들의 생명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뷰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질려서 포기해 버리지 않는 것이다. 끝까지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교수님들께 잘 보이려는 생각보다는 그 자리에서 주어진 과제에 집중하고 최선을 다해서 마무리 짓는 편이 훨씬 낫지 않을까. 빨리 말하려 하기보다는 일단 이해한 것을 차근차근, 논리적으로 말하면 큰 무리는 없을 것이다. 인터뷰 내용 외에 다른 질문을 하신다는 등의 특이할 만한 점은 없었다. 말을 마치고서 먼저 "이상입니다. 수고하셨습니다."하고 나왔다.
 
 
 
김정연(이대 영어교육학과)
 
<외대 1차 시험>
 
은천성 선생님께서는 항상 1차 시험에서는 걸러지지 않을 정도만 하면 된다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수업도 2차 통역연습에 많은 비중을 두셨죠. 그런데 screening 당하지 않을 정도로 준비하는 것도 상당히 어렵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특히 이번 시험은 지난해 보다 어려울 것이라는 소문으로 시험보기 직전까지 긴장을 늦출 수가 없었습니다. 1차 필기 시험은 공통영어와 전공영어를 각각 60분간 보았는데 공통영어의 경우 비교적 짧은 길이의 듣기 문제 25문항과 문법과 빈칸에 알맞은 단어 고르기 문제 25문항으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듣기의 경우 “다음은 신문 기사 중 일부분이다. 듣고 가장 적절한 제목을 골라라” 식의 문제가 많이 있었습니다. 속도는 평소 듣기 연습하는 CNN, NBC, 라디오 뉴스에 비하면 느리다고 여겨질 정도로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단, 다 듣고 나서 정답을 고르는 것이 생각보다 까다로웠던 것 같습니다. 문법의 경우도 답이 쉽게 보이지 않아 당황했던 것 같네요. 단어는 작년과 같이 어려운 수준은 아니었는데 듣기와 문법을 풀고 시간이 촉박해 속독과 논리력을 요하는 듯 했습니다.
 
20분간의 휴식이 있은 후 전공영어 시험이 이어졌는데 작년과는 다르게 듣기와 읽기 문제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듣기와 읽기 모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듣기 속도는 적당하고 편안했고 읽기 내용도 평이했습니다. 단 듣기를 마친 후 약 30여분 남짓한 시간 안에 나머지 지문 9개를 읽고 문제를 푸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지문을 한 3개쯤 여유있게 읽고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찔했던 기억이 나네요. 나머지 지문은 문제를 먼저 읽고 scan하듯 읽었습니다. 이번 시험은 아마도 주어진 시간 내에 얼마나 빨리 지문의 내용을 이해하고 또 정답을 골라내느냐를 측정하기 위함인 듯 했습니다. 시험을 끝마친 후 너무 허탈했지만 주위에 우는 학생도 많이 눈에 띄어 나만 어려웠던 게 아니구나 하고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바로 스터디 그룹과 합께 2차 통역연습에 전념했습니다.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이 시험인 만큼 지나친 자신감도 자괴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외대 2차 시험>
 
2차 시험이야 말로 은천성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다양한 기술(?)을 발휘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한국말 시험은 막판에 나누어 주신 한자책자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식처’, ‘수의계약’ 등의 단어를 묻는 문제도 있었는데 평소 신문을 조금이라도 읽었다면 큰 어려움은 없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반대하는 글을 읽고 이를 반박하는 글을 600자 내외로 쓰는 것이 논술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번역은 대체로 평이했고 평소 많이 다루어 온 내용이 대부분이라 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은연중 행사하는 영향력(영한)’, ‘미국 다수당 원내총무가 대선 유세 연설에서 미디어가 청소년들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에 대해 비판한 글 (영한)’, ‘세계 경기 악화와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한영)’ 등의 내용이 등장했습니다. 번역은 간결하지만 정확한 용어를 적재적소에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평소 학원에서 주어지는 과제 외에는 따로 번역연습은 하지 않고 통역연습 할 때 가능한 한 문어체로 formal하게 말 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Opinion을 묻는 마지막 문제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쓰라” 였는데 항상 은선생님께서 농담하시듯 “자기 앞에 놓인 밥과 반찬을 남기지 않는 것도 좁은 의미에서 환경보호가 아니냐?”하고 말씀하신 것이 생각나 시험도중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습니다.
 
네 분의 교수님 앞에서 통역하는 것은 상상만 해도 머리가 아찔했습니다. 하지만 학원에서 100여명이 넘는 학생들과 선생님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통역했던 연습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항상 “통과” 보다는 “네!”하고 외치고 앞으로 당당히 걸어나가는 것이 많이 힘들었지만 이러한 훈련을 통해 감정을 조절하고 떨리는 순간에서도 Black out되지 않도록 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경우 듣는 와중에 머리 속에서 “가지 치기” 연습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처음 통역을 할 때 분명히 들을 때는 모두 이해했으나 막상 말하려면 두서 없이 나오다 중간에 잊어버리기 일수 였기 때문에 글의 요점만 서론-본론-결론 식으로 듣기 편하고 논리적으로 통역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2차 시험에서 제게 주어진 시험문제는 매우 평이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우리나라 예약문화”에 관한 것으로 사람들이 무작정 예약만 하고 나타나지 않아 관련 교통(항공, 기차, 버스) 업계의 피해가 막중하며 정작 교통편을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불이익을 당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한의 경우 “정보격차와 국가의 성장”에 관한 것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의 사례를 비교하며 개도국들이 정보격차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 기술 R&D와 국민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차 통역시험에서는 누구나 긴장하고 100%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기 힘들기 때문에 당당하고 자신감 있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선생님의 충고를 잊지 않고 당당해 보이려 애썼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학원에서의 harsh critique에 익숙해져 버린 나머지 생각보다 그리 떨리지는 않았습니다.
 
학원에서 다루는 학습량이 절대로 적지 않았기 때문에 무엇보다 학원에서 배운 내용만큼은 모두 흡수하려고 노력했고 통역연습 등 혼자서 하기 힘든 공부는 일요 스터디 시간을 통해 많이 보충 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준비도 많은 문제를 풀기 보다는 하나라도 틀린 것을 제대로 이해하고 넘어가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문제집은 “거로 Reading”을 풀었는데 ‘주제 고르기’, ‘알맞은 제목 고르기’ 등의 문제풀이가 듣기문제를 푸는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김호숙(이대 국문과)
 
1. 시험문제
 
<1차 시험>
 
대의를 묻고 파악하는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ap 뉴스처럼 빠른 속도나 혹은 내용을 꼼꼼하게 다 잡아내는 것이 아니라 긴 지문을 듣고 요지를 파악하는 것이 듣기 시험의 관건이었다. 문제는 제목파악, 중심 아이디어 고르기 그리고 이후에 이어질 내용으로 적절한 것 고르기였던 것 같다. reading에서는 문법문제가 15문제 나왔는데 도대체 문제를 푸는 건지 찍는 건지 구별이 안 갈 정도였다. 독해는 없었고 나머지 10문제는 단어넣기였다. 전공영어 역시 reading 문제가 모두 독해문제였고 빠른 시간 내에 긴 지문을 읽고 푸는 순발력이 중요했다.
 
<2차 시험>
 
영한은 담배에 관한 것이었고 한영은 교실 증축에 관한 것이었다. 2차 시험의 관건은 시험 안내문에도 나와 있지만 대의를 무리없이 전달하면 된다. 즉, 단어 대 단어로 옮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영한을 읽어줄 때 육성이어서 중간에 놓친 부분이 있었는데 detail이라 신경 쓰지 않고 대의만 전달했다. 한영에서도 마구잡이로 교실증축을 하다보면 건물배치가 이상해지고 서로 가려서 채광에도 문제가 생긴다는 등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는데 긴장해있는 상황에서 괜히 시도하다 망칠 것 같아 빼버리고 갔다. 나는 항상 너무 빨리 말한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에 시험장에서는 최대한 천천히 말하려고 노력했다. 덕분에 좀더 짜임새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대의를 먼저 말해주고 첫째, 둘째로 가지쳐서 나가라는 은 선생님의 말씀을 시험장에서 처음으로 실행에 옮겼다.
 
2. 공부방법
 
<1차 시험>
 
1월부터 스터디를 통해 매주 토요일마다 문제집을 한 회씩 풀었다. 일주일에 한 회씩이라 그다지 큰 부담도 되지 않았고 별 것 아니라 생각했는데, 11월이 되고 보니 40회가 훌쩍 넘어있었다. 시험장 분위기를 내려고 인원을 좀 많이 해서 6명 정도가 함께 했는데 모두 다른 학원을 다녀서 정보나 자료 얻기에도 좋았다. 문제 풀기를 통해 실력을 늘리기보다는 다양한 문제를 풀어보면서 적응력이나 속도 등을 키우려 노력했다. 이 스터디에서 번역 작문도 함께 했다. 시험시간보다 10분 줄여서 연습했는데 처음엔 항상 시간 내에 답을 채우지 못하다가 석 달 정도 지나자 시간 내에 여유 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학원 수업 외에 따로 한 것은 없다. 처음엔 진도 따라가기에도 바빠서 다른 것을 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중간에 memory span이 짧다는 생각이 들어 5월 한 달 간 월드뉴스를 듣고 다 기억해서 말해보는 연습을 몇 번 했고 막판에 ap뉴스를 스터디파트너와 함께 들었다.
 
공부하면서 가장 후회가 남는 부분이 한영이다. 많은 시간을 투자했음에도 가장 경제성이 떨어지게 공부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잡지에 나오는 많은 표현들이 멋있어서 일일이 단어장에 옮겨 쓰고 외우려 노력했는데, 사실상 크게 도움이 안 된 것 같다. 오히려 간단하면서도 자주 나오는 표현을 외워서 반복해서 써보는 것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다. 또 당시에는 화제가 되는 issue라서 당연히 알겠거니 하고 넘어갔던 것이 막상 시험 볼 때쯤 생각이 안 나 애를 먹었다. 기본부터 확실히 해야한다. 멋지고 화려한 표현보다는, 간단하지만 확실한 표현을 외워두는 것이 현명하다. 가장 많은 시간을 들여서 공부했지만 막상 시험장에서 외운 문장들이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간신히 뱉은 말이 shoddy construction정도였다.
 
 
 
김호영(서울대 영어교육과)
 
<공부 방법과 1차 시험>
 
듣기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이 가장 중요시하는 부분은 듣기입니다. 사실 이 부분은 통대준비 공부를 하기 전에는 거의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올 한해 듣기에 가장 많은 시간과 관심을 투자했습니다. 선생님의 수업을 매일 듣고 복습을 빠지지 않고 했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지만, 양적으로 부족하다고 생각해서, NBC 뉴스나 나이트 라인 등을 녹화해서 들어 봤습니다. 처음 들을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세부사항 보다는 큰 그림을 그려보려 했고, 다시 들어보면서 세부사항을 확인하는 식으로 듣기를 했습니다.
 
-1차 시험 듣기-
올해 1차 시험의 듣기는 비교적 쉬웠습니다. 전공, 공통 모두 세부사항보다는 대의를 묻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올해 시험은 듣기의 속도가 빠르지 않고 문제 사이의 간격도 길었기 때문에 듣고 이해한 후 바른 답을 골라내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듣기 시험의 경향은 항상 바뀌므로, 속도가 빠른 듣기와 천천히 이해를 필요로 하는 듣기 모두 훈련이 필요합니다. 들으면서 문제 푸는 연습을 하는 것도 1차 듣기를 위해서 필요합니다.
 
말하기
저는 주로 수업 transcript와 스터디한 자료 중 외울만한 표현을 골라서 외웠습니다. 짧은 뉴스의 경우 좋은 표현이 많으면 가끔은 통째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신대로 아이디어를 가장 쉬운 영어로 옮기려고 노력해 보니, 영어 사용에 자신감이 붙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국내파로서는 화려한 영어를 구사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욕심을 버리고 쉬운 영어로 아이디어를 정확히 전달하는데 초점을 두니 말하기가 한결 편해졌습니다.
 
읽기
시간이 많지 않고, 영어교육과다 보니 그나마 다른 분야에 비해 읽기는 나름대로 쌓은 것이 있지 않나 하는 착각이 들어서 읽기를 공부의 우선순위에서 낮게 두었습니다. 저는 수업시간 자료, 스터디 자료를 읽어보았고 뉴스위크를 구독해서 보았습니다. 많이 읽지 않는 대신, 읽는 자료만큼은 능동적으로 읽으려 노력했습니다. 뉴스위크는 분량이 많지 않고 표현이 간단하기 때문에, 스터디 자료를 찾기가 좋았고, 좋은 스터디 자료를 찾는다는 목적을 가지고 정독을 했습니다.
 
-1차 시험 읽기-
이번 1차 시험의 관건은 빠른 시간 내에 얼마나 정확하게 읽어내는가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전공, 공통시험 모두, 짧은 시간에 많은 지문을 읽고 문제를 풀어야 했습니다. 9월부터 아침 시간에는 시간을 재며 여러 종류의 TOFEL 문제집, GRADUATE ENGLISH를 풀어 보았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2차 인터뷰>
 
한-영
1차 시험이 끝나고서는 전에 공부했던 자료들을 모아놓고 paraphrase하는 연습을 계속했습니다. 이미 익숙한 스터디 자료이어서, 내용은 숙지하고 있었고, 알고 있는 내용을 끊기지 않게 영어로 전달하는 fluency에 초점을 두어 연습했습니다.
 
제가 받은 시험문제는 주 5일 근무제였습니다. 주 5일 근무제는 거의 이번 시험의 예상문제로 수업과 스터디에서 자주 다루었던 주제였습니다. 그러나, 인터뷰 문제는 주 5일 근무제에 관한 찬반을 다룬 비교적 개인적인 수필형태의 글이었기 때문에 막상 영어로 표현하기에는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뷰에서는 잘하겠다는 욕심을 최대한 버리고, 막힘이 없이 자신 있게 말하겠다는 마음가짐이 중요했습니다. 한국어 표현에 연연하지 않고 영어를 구사하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제 인터뷰 내용 중, " (제가 주 5일 근무제가 필요하다고 하니) 제 친구들이 제 말에 면박을 주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었습니다. 이 내용을 어떻게 표현할까 잠시 망설여 멈칫했지만, 얼른 " They had different opinion from me."라고 했습니다. 이 표현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빠른 차선책을 선택했다는 것을 교수님도 아셨는지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영-한
듣지 못하면 한마디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 영-한 인터뷰는 한-영 인터뷰보다 떨렸습니다. 제 인터뷰 주제는 석유 채굴의 표준분포 곡선이었습니다. 1950년대에 지질 학자들이 석유 채굴이 1970년에 정점을 이루고 나서는 감소 곡선을 그릴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그 예측이 당시에는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그 후 사실로 입증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내용도 생소한 과학 주제라 쉽지 않았지만, 주제를 부각시키면서 들은 내용을 자신 있게 전달하려 했습니다. 영-한 역시, 듣지 못한 부분이 있더라도, 전체적인 내용 전달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2001년 1월부터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통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그 때 합격자 수기를 읽으면서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고심하던 것을 기억하면 참 먼 길을 왔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앞으로 가야 할 길을 생각하면 이제까지는 아무것도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입시준비라는 것이 많은 도전을 주는 것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1학기에는 학교 공부와 통대 준비를 병행을 해야 했던 데다가, 과연 이 일을 내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와 싸우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여름이 되면서부터는 꾸준히 선생님 수업을 듣고 복습을 하면서 통역이 어떤 것인가 하는 감을 잡고 공부에도 나름대로 길을 잡았지만, 시험에 대한 부담감으로 몸이 아프거나 잠이 오지 않을 때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1월부터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듣던 은 선생님의 수업과 파트너와 하는 스터디, 일요일에 하는 그룹 스터디가 저를 지탱해 주는 힘이었습니다. 우선 제가 무슨 일을 하든 믿고 지지해 주시는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물고기를 낚아주기 보다는 낚는 법을 가르쳐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같이 공부하던 모든 스터디 파트너들, 특히 끝까지 함께 한 치현 선배와 선영이, 일요 스터디를 같이 하던 분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박수현(연세대 영어영문학과)
 
작년 외대 2차시험을 보고 나오면서 온몸에 힘이 빠져 한참동안 앉아 있었던 기억, 그리고 초조한 기다림, 그리고 찾아든 불합격 소식...
 
작년 이맘땐 내 인생에 있어 처음으로 찾아 든 시련기였다. 흔히들 말하는 부정의 단계를 거쳐 난 하나하나 내 실력을 비판적인 시각으로 재점검해 보게 되었고 다시 해봐야겠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리곤 또 다른 힘겨운 1년이 시작되었다. 작년이 다른 사람들과의 경쟁의 시기였다면 올핸 나 자신과의 싸움이 내게 제일 힘든 과제였다. 첫 해와는 다른 불안함과 불확실성, 마지막이라는 부담 ... 사실 이런 감정들을 이겨내고 평상심으로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학교를 다니던 작년과 비교해 시간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것을 커버하진 못했다.
 
작년엔 신동표 선생님께 배웠다. 다들 알겠지만 신선생님 수업과 은선생님 수업은 각기 무시 못할 장점들을 갖고 있다. 난 내게 두 분의 수업을 다 들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것에 항상 감사한다. 작년엔 영어지식들(단어 구문 표현들)을 습득하는데 치중했다면 올핸 은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한국말과 아이디어 따라가는 연습을 할 수 있어 좋았다. 사실 작년의 공부가 밑바탕이 되지 않았더라면 아이디어 연습이 힘들었을 것이고 작년의 공부에 그쳤다면 반쪽공부가 되었을 것이므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포괄적으로 공부하는 것이 최선의 정도일 듯 싶다.
 
올해 나의 목표는 정말 한국어다운 표현들을 어떻게 영어답게 돌아갈 수 있느냐 하는 것이었고, 작문보다는 말하기에 중점을 뒀다. 일주일에 3번 정도 스터디를 하면서 생활문부터 시작해서 정말 다양한 종류의 글들을 읽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자료는 가능하면 한영을 함께 구할 수 있는 것을 사용했다. 스터디는 뒤집기식이 아닌, 길게 불러주고 아이디어를 잡아 자신의 논리로 전개하는 연습을 했다. 가능한 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도록 노력했고 그 날 배운 표현을 적절히 사용해 보려고 노력했다. 모르는 단어는 그 단어에 집착하지 않고 쉽게 풀어 가는 연습을 했다. 스터디 후에는 다시 한번 정독하면서 표현을 외었다. 사실 작년엔 시사잡지를 꼬박꼬박 봤었는데 올핸 학원 수업과 방대한 스터디 자료 복습만으로도 벅차서 시간을 낼 수 없었다. 그래서 시사는 그날그날 TV뉴스로 따라잡았다. 집에선 항상 귀 기울여 듣지 않더라도 TV를 켜 놓는 편이라 짜투리 시간활용에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작년과 달리 올해 했던 공부는 우리말 뉴스를 가능한 많이 듣고 인터넷을 통해 우리말 신문을 정독하는 것이었다. 은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우리말(!)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깨닫고 나서는 우리말 향상을 꾸준히 꾀했다. 시험 1달 전부터는 신문의 독자의 소리나 의견 부분을 듣고 아이디어를 잡아서 영어로 가능한 한 빨리 옮기는 연습을 했는데 2차시험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
 
<인터뷰 문제>
 
한-영
 
노점상 단속에 관한 것이었다. 서울시가 2002월드컵을 앞두고 도시 환경미화차원에서 대대적인 노점상 단속을 벌일 것을 선언하고 나섰는데, 이것은 시민의 생계권 보장을 우선시 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제적인 이미지만을 고려해 그들의 생존권을 침해하려는 잘못된 정책이다. 근본적인 변화는 뒷전으로 미룬 채 겉모습만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동남 아시아정부들의 노점상 보호노력을 예로 들면서 그 곳에서는 길거리 문화가 도시생활의 일부분으로 뿌리를 내려 훌륭한 관광상품이 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영-한
 
앙골라 국민들의 평균수명 연장에 관한 것이었다. 30년간의 내전으로 피폐해진 앙골라에서 일고있는 놀라운 변화. 25세에서 45세로의 평균수명 연장. 서방세계의 잣대로 보면 평균수명 45세라는 것이 미미한 것이지만, 세계 빈국들 중의 하나인 앙골라에서는 커다란 변화. 이 변화를 가능케 한 것은 20세기 의학의 발전. 항생제, 예방접종 등을 통해 예방가능하고 치료가능한 질병들로부터 해방.
 
한-영, 영-한 둘 다 아이디어를 잡아서 논리적으로 내 말로 풀어내려고 노력했고 그때그때 생각나는 단어들을 사용해 멈추지 않고 한 호흡에 가듯이 끝내려고 노력했다. 하고 보니 좀 빨리 끝났나 하는 느낌도 있었다. 처음 들어가서 자리에 앉아서는 최대한 똑똑해 보이려고 노력했는데 오히려 긴장한 것처럼 보였는지 영-한을 읽어 주기 전에 외국인 교수가 걱정스러운 듯 웃으며 How are you today? 라고 묻는 바람에 다른 교수들의 웃음을 자아냈다. 내 대답은? 정신없이 I'm okay. 교수들이 한번 더 웃으셨다. 한 교수는 초시계로 통역 시간을 쟀다고 하니 가능한 한 빨리 들어오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이 자리를 빌어서 신선생님, 은선생님 두 분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고, 묵묵히 밀어주신 우리 가족들, 그리고 통대에서 선배가 될 친구같은 학교 후배 예선이, 1년동안 서로 다독이며 끝까지 함께 한 미연, 주희에게 사랑한단 말을 전하고 싶다.
 
 
 
박지영(고려대 경영학과)
 
1.고마운 분들
 
작년과 올해 공부하는 동안 믿고 지켜봐 주신 우리 부모님, 선생님들과 친구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 내가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여러 선생님들 밑에서 그때 그때 내 실력에 맞는 강의를 들으면서 오랜 정체기 없이 꾸준히 실력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모든 친구들에게도 고마운 마음 뿐이다.
 
2.공부방법
 
(1)수업 : 수업은 그렇게 열심히 듣지 않았다. 복습도 게을리 했다. 그렇지만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도움이 되었던 것은 단어 하나, 표현 하나를 더 배우기 보다는, 공부하는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있었던 점이다. 예를 들어, 통역 연습할 때 중요한 내용을 요약해서 말하기, 좋은 표현 골라서 외우기, 국어든 영어든 짧은 문장으로 간결하게 말하기, 모르는 표현은 당황하지 말고 쉽게 둘러서 가기 등이 그것이다.
 
(2)스터디 : 나에겐 그룹 스터디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친구끼리 의지도 되고, 수업시간보다 발표할 기회도 많고, 실수해도 덜 창피하고, 내 잘못을 일일이 지적해 주는 친구들의 정성도 고마웠다. 특히 실력을 쌓는데 도움이 된 것은 수진이와 종은이랑 셋이 하던 스터디였다(월드뉴스 영영요약, 청취, 잡지기사를 시간 안에 함께 읽고 영어로 요약하기). 둘이 하는 뒤집기와 7월에야 시작한 일요스터디도 좋은 방법이었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하든 복습을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3)문제풀이 : 거로 독해 뒤에 10회분 문제, Graduate English의 final test, EBS TOEFL 청취문제가 좋았다. GRE는 너무 어려웠다. 그냥 난이도가 평이한 것만 골라서 풀었다.
 
3.시험문제
 
(1)1차 공통영어 : 청취(25) + 문법(15) + 단어(10)
청취는 주로 세세한 내용을 기억하기 보다 전체적인 내용을 이해하면 풀 수 있는 문제들이어서 좋았다. 청취나 단어문제는 크게 어렵지 않았다. 문법은 15문제나 나왔는데 너무 어려워서 공통영어 시험이 끝나고 나니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가버리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시간도 촉박했다.
 
(2)1차 전공영어 : 청취(20) + 독해(9개 지문, 30문제)
전공영어 청취는 주로 연설문들이었다. 학원 수업 시간에 연설문을 다뤘던 것이 도움이 되었다. 만약 연설문을 접해본 적이 없다면 생소하게 들려서 당황했을 것 같다. 시사잡지에 나오는 글들이었다. 크게 어렵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매우 촉박했다. 청취문제가 끝나고 딱 30분이 남았는데 9개나 되는 지문을 읽고 30문제를 풀어야 했다.
 
(3)2차 국어 : 고사성어(5) + 낱말 맞추기(5) + 어법(2) + 논술(1)
2음절어로 된 낱말을 설명하고 이를 맞추는 문제가 5개 있었다. 내가 맞게 쓴 것은 ‘귀납’ 하나였다. 문법에 맞는 문장 고르기와 단어의 장단이 맞게 표시된 것을 묻는 문제가 하나씩 있었다. 이 둘도 답이 무엇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냥 배점이 높은 논술에 신경쓰기로 했다. 지문에 대한 반박을 600자로 적는 문제였다. 쓸 내용에 비해 600자는 너무 짧았다. 시험지를 더 받아서 적는 사람도 있었지만 문제가 ‘600자 이내’여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만 적었다.
 
(4)2차 번역 : 영한(2) + 한영(2) + essay(1)
번역 문제 4개는 모두 시사적인 것들이었다. 특히 나는 한영 번역에서 생활문 보다는 사설에 나오는 표현에 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기뻤다. 에세이는 환경보호를 위해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적는 문제였다. 딱 10줄만, 나열식으로 적었다.
 
(5)2차 통역 : 한영(1) +영한(1)
한영 -- 2002 월드컵을 맞아 한국을 찾는 외국 관광객이 늘어날 것이다. 현재는 일본이 한국 관광업의 가장 큰 시장이지만, 일본 외 다른 국적의 외국 손님들도 늘 것이다. 문제는 지금 이들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어, 고작해야 동대문, 남대문 시장과 몇몇 고궁이 전부다. 따라서 외국 관광객들을 위한 문화상품의 개발이 시급하다.
 
영한 -- 더 많은 사람들이 에베레스트 산을 찾고 있다. 한 주동안 에베레스트를 등반한 사람이 40명이나 되는 때도 있었을 정도다. 등산객이 늘면서 문제점도 발생한다. 예를 들어, 한번은 14명이 갑작스러운 눈사태 때문에 조난을 당한 적도 있다. 그렇지만 등반객 1인당 4만불의 관광 수익을 올리고 있는 네팔 정부는 이에 대한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
 
 
 
서지원(연세대 교육학과)
 
<시험문제>
 
*외대1차 -- 리스닝은 자세하게 내용을 잡는 것보다 전체적으로 내용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는 문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공통,전공 영어 모두 마찬가지였습니다. 공통영어의 경우 리스닝 처음 10문제는 듣기지문을 뉴스의 한 대목이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는 제목을 고르라는 것이었습니다. 다른 리스닝 문제도 '맞는'답을 고르라는 것이 아니고 '가장 적절한'답을 고르라는 것이었습니다. 리딩의 경우 공통영어에서 문법문제도 나왔고, 적절한 어휘를 고르라는 문제도 나왔습니다. 오히려 전공영어가 더 쉽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조금 촉박했지만, 문제 자체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외대2차 -- 저의 경우 한-영은 교실증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현행정부가 한 학급당 학생수를 50명에서 35명으로 줄이는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일선학교들이 교실을 증축하고 있다. 장점으로는 교사와 학생간의 관계가 친밀해지고, 학생들이 더 나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있다. 그러나 단점으로는 이 학교들이 주거지역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교실증축을 위한 부지마련이 여의치 않고, 짓더라도 운동장 공간을 차지할 것이기 때문에 학생들이 뛰어놀 수 있는 공간이 없어질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대계이므로 정책입안자들이 신중하게 생각해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한은 "흡연문제가 심각하다. 반대론자들은 공공의 보건을, 찬성론자들은 개인의 권리를 주장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그런데 부국들의 경우 추가적인 세금부과나 광고규제등을 통해 금연캠페인을 펼칠 수 있지만 빈국들의 경우 그렇지 못하다. 따라서 세계보건기구와 같은 국제기구가 나서 빈국들의 금연운동을 도와야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공부방법>
 
*듣기 -- 학원교재테입만 들었습니다. 그 대신 학원 수업시간이나 집에 와서 복습을 할 대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8월부터는 데일리 잉글리쉬라는 사이트에 들어가서 ap뉴스와 pbs summary를 들었습니다. 이것은 1차 리스닝 준비를 위한 것이었는데, 이번 외대문제 출제경향이 디테일이 아닌 아이디어의 흐름을 잡는 것이었기 때문에 그리 큰 도움이 되진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하시는 분들은 학원교재에 우선적으로 충실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말하기 -- 처음 3월부터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무조건' 교재에 나온 표현들을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학원 수업 끝나고 집에 가면 교재를 복습했는데, 처음 몇 달은 그냥 외우는 데 치중했고, 6월부터 아이디어 단락으로 끊어 영-영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특히 표현을 외우는 것은 '머리'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입'으로 외우는 것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저도 꾀를 부려 머리로 외운 표현은 나중에 입에서 나오질 않더군요. 교재 외에도 선생님이 나눠주신 연설문과 인터뷰기사도 외웠습니다. 한국어의 경우 약 4달간 방송뉴스를 shadowing했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일단 말투가 아나운서와 비슷하게 되고, 한국어 속도와 fluency 에도 정말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읽기 -- 솔직히 리딩은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일요스터디에서 서로 나눠주는 자료도 거의 읽지 못했구요. 하지만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사설자료만큼은 꼼꼼히 봤습니다.
 
*1차시험준비 -- 10월부터 Graduate English를 풀었습니다. 그 외에도 토플 문제를 대략 4회정도 풀어봤습니다. 하지만 문제푸는 것 자체가 실력향상과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문제를 풀 때에는 꼭 시간을 재서 풀었고, 특히 실제 시험시간보다 시간을 더 촉박하게 해서 풀었는데, 이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대학교 3학년 2학기때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을 내서 정말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것은 은선생님반을 듣기 시작한 올해 3월부터였습니다. 학교공부와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가능한한 공부하는 시간만큼은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학교를 다니면서 통대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최대한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시라는 거예요. 남들보다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중압감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지만, 오히려 이런 단점을 역이용해서 양질의 공부를 하신다면, 졸업 후 바로 통대에 들어가는 일이 꼭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복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것저것 대충 아는 것보다 하나라도 정확히 알고 제대로 쓸 수 있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됐습니다. 무엇보다 '평상심'으로 늘 하던대로 꾸준히 공부하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항상 옆에서 격려해 주신 부모님, harsh critique으로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게 해 주신 은천성 선생님, 그리고 힘들 때마다 함께 해준 스터디파트너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송영주(경희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아주 오랫동안 통대는 나에게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산으로 존재했다. 이제 입학을 앞두고 여러 감회에 젖는다. 그 중 '나는 참으로 행운아구나.'라는 생각에 오늘도 감사하는 마음이다. 2차 시험에서 몇번이나 고배를 마신 나에게 2차 시험위주로 수업을 진행하시는 은천성선생님을 만난 것에 대해 깊이 감사드린다.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항상 나를 동생처럼 잘 돌보며 위해준 미선언니에게도 한번도 말하지 못했지만 감사드린다. 어려울 때 내게 많은 힘을 주었다. 우리 일요스터디 팀원 모두에게도 따뜻한 말 한 마디 건네고 싶다. 시험에 붙지 못 한 나의 동료들에게도 파이팅을 외친다.
 
1.시험유형
 
(1)1차 시험
 
*공통: 듣기 25문항, 문법 15문항, 주어와 동사구 매치 10문항으로 60분간 치뤘다. 듣기는 4-5줄 길이의 영문을 청취한 뒤 주제어구 고르기, 청취한 내용을 가장 잘 대변하는 문구 고르기, 뒤를 이을 가장 적절한 내용 고르기로 구성되었다. 관건은 문법과 동사구 매치문제였다고 생각한다. 문법은 문법서에 나오는 문제형태였다기 보다는, 많은 독해를 통한 감으로 틀리거나 이상하다고 여겨지는 부분을 고르는 것이라고 봐야 더 적절할 것이다. 주어와 동사구 매치는 동사와 목적어를 같이 외우는 것처럼 글을 읽을 때 정리를 해야한다. 예를 들어, The efforts ___________. 1)didn't pay off. 2) went nowhere. .......... 중에서 적절한 동사구를 찾는 문제가 출제 되었다.
 
*전공: 듣기 25문항, 독해 25문항으로 구성되었고 60분간 치뤘다. 듣기의 경우 3단락 정도의 연설문을 듣고 틀린 내용 고르기. 옳은 내용 고르기로 구성되었다. 내용이 어렵지도 속도가 빠르지도 않았기 때문에 집중만 잘 했다면 큰 어려움은 없었다고 생각한다. 관건은 독해 문제를 풀때의 시간 조절이었다. 보통 독해지문은 5개 정도로 정확한 문맥이해를 바탕으로 푸는 문제들이 주였다. 하지만 이번 시험은 예상을 깨고 9개의 지문에 길이도 상당해 처음부터 주눅이 들 정도였다. 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엄청난 속독을 요구했다. 나의 경우 숨 쉴틈없이 풀었으나 지문 8, 9번은 읽지도 못하고 시험을 끝낼 수 밖에 없었다. 수험생으로서는 시험출제 경향이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정독과 속독을 함께 길러야 하겠다.
 
(2) 2차 시험
 
*한영: 주제는 주 5일제 근무였다. 내용- '며칠 전 오찬에 참석했다. 나는 친구들에게 한국도 이제는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할 때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친구들은 두가지 이유로 반대했다. 첫째, 한국은 수출 지향적 국가이고 둘째, 노동 생산성이 낮기 때문에 근무 시간을 줄이면 한국 경제가 타격을 입는다고 했다. 나는 미국 포드사를 예를 들며 반박했다. 이 회사가 처음으로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했고 타 회사들도 이 제도를 도입함으로써 경제 대공항을 슬기롭게 넘길 수 있었다고 했다. 여가 생활로 인해 노동 생산성이 향상되었고 레저 산업이 번창하고 교외에 대형슈퍼마켓이 들어섬에 따라 경기 진작 효과를 나았다. 이런 잇점이 있기에 한국도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야 한다.'
 
*영한:주제는 석유고갈 문제였다. 내용-'석유는 재생 가능한 에너지원이 아니다. 언젠가는 고갈 될 것이다. 그러나 그때가 언제일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한 지질학자는 56년에 70년대를 기준으로 석유 생산량이 종모양을 그리며 감소할 것이라도 예측했다. 다른 에너지원에 대한 가격 경쟁력 약화와 설비 노후로 생산량이 급감한다는 것이다. 그 당시 그의 주장은 호응을 얻지 못 했지만 이후 타당한 것으로 판명되었다.'
 
2. 시험 준비
 
* 독해: Economist지를 구독했고 주요 기사는 다 읽었으며, 나머지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부분만 발췌해서 읽었다. 모르는 단어는 노란색, 주요 동사어구는 파란색, 주요 용어는 주황색으로 칠하며 읽었다.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은 물어서 이해하려고 했다. 여러 기사들을 정확한 이해없이 읽는 것보다 단락별 논지를 짚고 넘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나의 경우 Leaders같은 경우는 정독을 했고, 몇몇 기사들은 속독을 했다. 이번 독해 시험처럼 속독을 요하는 경우에 대비해, 스터디 파트너와 3단락정도를 1분 50초에 읽고 대의를 말하는 연습도 필요하다. 8-9월 들어 거로, Graduate, SAT, TOFEL, G-TELP, 통대기출문제를 파트너들과 빈 강의실을 이용해 시간을 5분씩 줄여 풀었다.
 
*청취 : 청취가 수업의 주를 이루기 때문에 청취양은 엄청나다. 수업시간의 청취내용을 계속 반복해 들었다. 수업복습을 최우선 과제로 여겼다. 시험보기 두달여 전부터 한 단락씩 듣고 한국어로, 다음엔 영어로 요약하는 연습을 했다. 입으로 계속 뱉어 봄으로써, 안다고 생각했던 표현들을 사실은 제대로 숙지하지 못하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자신의 목소리를 녹음함으로써, 느린 말투와 어눌한 한국어 실력, 부정확한 발음등 나의 현주소를 알 수 있었다. AP뉴스를 매일 2개씩 녹음해서 들었고, 노트를 만들어 주요 단어들을 계속 외웠다. 들리지 않는 부분이 들릴 때까지 계속 듣기도 했고, 몸이 피곤할 때는 대의를 잡는데 만족했다. 무의식적으로 집에 오면 AFKN부터 켰고, 잘 때도 이어폰을 꽂고 잤다. Listening을 잘하게 되면 자신감이 충천할 것 같다 . 통대 공부때 초반에 듣기 공부에 치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말하기 : 나는 2차 시험에서 몇번의 쓰라림을 경험했다. 느리고 긴 pause, 사투리 억양등 자신있게 말을 떼기가 쑥스러웠고 두렵기도 했다. 되도록 많은 어구들을 입에 익혀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도록 하려고 애썼다. 은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연설문과 인터뷰는 꼭 외우려고 노력했다. 스터디(일요 스터디 포함)때의 내용을 녹음해서 꼭 들었다. 한-한 스터디를 초반부터 하지 못한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한국어 공부는 fluency에 영향을 주었다. 한국어 어휘 선택에 자신감이 생기고 속도가 조금씩 붙는다고 생각되니 공부가 재미있어졌다. 자신의 단점을 추상적이 아닌, 정체를 확인하고 나면 그에 대한 해결책이 보이는 것 같다. 주제별로 주요 용어 노트정리를 하는 것도 적절한 어휘 선택에 도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통대 공부는 이렇다고 생각한다. 이 공부는 말하는 것이다. 1차 시험에서는 머리로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할지 모르지만, 2차 시험은 말이다. 입으로 자연스럽게 표현이 나오기 전까진 계속 외우고 또 소리내어 외우는 것 밖엔 방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소리내어 공부하는 법을 일찍 깨달아 수험기간을 단축시키길 바란다.
 
두서없이 몇 자 적었다. 지나온 나의 이야기를 적는다는 것이 참으로 쑥스럽다. 그러나 내가 전년도 통대 합격수기를 읽고 많은 희망을 얻은 것처럼, 나도 목마름을 느끼는 친구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고 싶다. 인생은 굴렁쇠와 같다고 한다. 열심히 굴리다 보면 환히 웃는 날이 올것이라 믿는다. 같이 공부한 친구들 모두에게 앞으로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며.....
 
 
 
안치현(서울대 영어교육학과)
 
합격을 해서 기쁘고, 무슨 일을 하건 믿어주시고 성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저를 가르쳐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저와 함께 스터디를 했던 학원동료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두서는 없지만, 제가 공부했던 방법과 시험 유형을 열거식으로 적어볼까 합니다.
 
듣기: 학원 청취는 수업시간에만 들었습니다. 그 외의 시간에는 매일 CNN뉴스나 NBC뉴스를 녹화해서 오전에 한번, 오후에 한번 보았습니다. 그리고 주말에는 미리 녹화해 두었던 60Minutes나 20/20등의 시사프로그램을 보았습니다. 이런 프로는 길어서 반복해서 보진 않았습니다.
 
읽기: Time이나 Economist를 구독했습니다. 기사를 읽을 때는 2번씩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전체의 내용을 파악하는 형태로 읽었습니다. 두번째에는 좋은 표현이나 모르는 단어에 줄을 쳐가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모르는 단어를 찾아보고, 줄친 부분을 2번 정도 발음해 보았습니다. 단어장은 꾸준히 기록했는데, 영영사전에서 단어를 찾아서 단어가 포함된 문장이나 어구를 적어놓고 가끔씩 복습을 했습니다.
 
말하기, 쓰기: 처음에는 Time지 앞에 나오는 간추린 기사를 2개씩 외웠습니다. 그러다가 괜찮은 글이라고 생각되는 글이 있으면 조금씩 외웠습니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자료를 다 외우진 못했지만 좋다고 느껴지는 글은 외울려고 노력했습니다. TEPS문제지에 나오는 읽기 지문도 유용한 내용이 많아서 외우기에 괜찮을 것 같습니다. 말하기와 쓰기는 평상시에 표현을 외우면서 준비하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1차시험 대비: 9월에는 Graduate English를, 10월에는 SAT문제집을 풀었습니다. 독해부분은 답을 맞추고 나서, 다시 한번 다 읽어서 내용이해를 확실히 했습니다. 10월 정도부터 녹화해 놓은 뉴스를 볼 때는 세부사항까지 다 잡을 수 있도록 집중을 해서 들었습니다.
 
일요 스터디: 매우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하지만 얼마만큼의 결실을 거두는가는 전적으로 자신이 얼마나 철저하게 준비하느냐에 달렸습니다.
 
<1차 시험>
 
올해는 유형이 다른 해와 매우 달랐습니다. 듣기의 경우 길게 읽어주고 대의를 파악하는 형태로 출제되었고 문제사이의 간격도 충분했습니다. 전공 영어의 경우 약 3분 정도 읽어 주는 것 같았습니다. 지문이 길다고 해서 무작정 내용을 받아 적는 것보다는 집중을 해서 생각의 흐름을 따라 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저도 들으면서 적진 않고 대의를 파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읽기의 경우에는 지문이 쉬운 대신 길이가 매우 길었습니다. 빨리 읽고 대의를 파악하는 능력을 기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굉장히 긴장한 시간이었습니다. 시험을 보고 나서는 한동안 절망감 때문에 마음이 편치 않았습니다. 긴장을 안 하려고 별 짓을 다 해봤는데, 소용이 없더군요. 시험장에서 교수님이 글을 읽어주시는데 머리에는 전혀 안 들어오고, 말을 할 때도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다만, 목소리를 크게 하고, 시간을 끌지 않고 주제를 중심으로 말을 하려고 했습니다. 모두가 긴장을 할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사실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순간이었습니다.
 
한영의 경우에는 남대문 시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남대문 시장이 패션의 메카로 떠오르지만, 주변의 교통난을 해결하고, 공원을 건설하는 등 신경을 쓰지 않으면 곧 뒤쳐질 수도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한의 경우에는 아프가니스탄의 마약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9.11 테러 이전에는 탈레반 정권이 UN과 함께 마약을 근절하기 위한 노력을 벌였지만, 테러 참사가 있고 미국이 대 테러 전쟁을 수행하면서 이런 노력이 수포로 돌아갔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다른 사람들처럼 잠을 줄여가면서 공부를 하지는 못합니다. 책상 앞에 오래 앉아있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시험을 준비하는 동안은 공부의 리듬을 깰 수 있는 일들은 피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가 지겨워지고, 다 귀찮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마음속으로 되뇌인 말이 있습니다. '서두르지도 말고, 쉬지도 말고.'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방심을 하지도 않는다면 좋은 결실이 있을 것입니다.
 
 
 
은미경(외대 불어/영어 복수전공)
 
-공부방법-
 
저는 작년 5월에서 8월까지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이 은천성 선생님 학원 수업을 듣다가 제가 영원히 "완벽한" 통역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서 시험도 안 보고 통역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은 통역이라는 것을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됐고 "완벽한" 통역을 기대했던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랬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단기간이였지만 매일 학원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11월에는 시험 볼 때까지 계속 스터디를 하며 공부했습니다. 남들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작년에 학원을 몇 달 다녀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에는 확실히 내가 원하는 일이니까 해야한다는 목표의식과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재미있게 생각하자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편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 미국에서 5년 간 거주 한 경험이 있었고 영어를 잘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학원에 와서는 "그래도 쉽겠지"하는 자만심에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원 첫 수업부터 저는 제가 갈 길이 멀었고 제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제 한국어 실력도 형편없어서 한국어 공부를 나름대로 많이 했습니다. 또한 저는 잠은 충분히 자고, 너무 피곤하면 적당히 쉬며, 즐기며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듣기
 
듣기 공부는 수업 시간에 한 것 외에는 특별히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차 준비를 위해 시중에 나돌고 있던 외대 1차 대비 문제를 풀어봤습니다.
 
읽기
 
통대 준비를 하면서 필수적이라고 제가 느꼈던 것은 배경지식이었습니다. Reading은 배경지식과 1차 시험 등 전반적으로 시험 준비를 할 때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가볍게 여길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통역할 때 사전 지식의 여부는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배경지식과 올바른 영어, 한국어를 위해 매일 코리아헤럴드와 한국어 신문 사설과 국제, 정치, 경제면을 읽었으며 잡지 4개(뉴스위크 한글판, 뉴스위크 영문판, 타임, 그리고 시사저널)를 봤습니다. 물론 잡지를 다 세밀히 읽을 시간은 없었지만, 대충 무엇이 중요한 현안인지 알 수 있게 해줬습니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자료를 뽑기도 했습니다. 또한, 외대 2차 한국어 시험 대비로 고사성어 소책자를 하나 사서 읽어보기도 했습니다.
 
말하기
 
말하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올바른 단어를 알고 그것이 바로 머리 속에서 튀어나와야 하는 것 같습니다. 올바른 영어 구사를 위해서는 우선 미국인/영국인들이 가장 많이 쓰는 표현이 무엇인지를 알고 외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현재 영어를 고수하기보다는 자신의 영어를 미국인/영국인의 영어처럼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확실히 빈도수가 높은 말을 쓰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머리로 외우는 것과, (귀찮더라도) 말로 해서 외우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중요 표현은 소리내서 읽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어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확실한 용어가 정해져서 신문이나 뉴스에서 쓰이는 데, 그것을 외우지 않고 자신만의 표현을 쓴다면 그것은 좋은 통역이 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한국어가 워낙 부족하고 평소 시사에도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되도록 꼭 뉴스를 보고, 말하기를 위해 shadowing도 하루에 30분 이상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랬더니 바로 결과가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확실히 처음보다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또한 일요 스터디 이외에도 9,10월에는 거의 매일 짧은 시간이라도 한-영, 영-한 스터디를 했는데 이것이 말하기와 읽기(나중에 자료를 복습할 때)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외대 1차 시험>
 
외대 1차 시험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저는 1차 시험 준비할 때, 1995-2000년도 외대 1차 시험문제를 두 번 풀어보고 대충 경향을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통역대학원 입학 시험은 예측할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공통영어 Listening 같은 경우, 기사의 내용을 읽어주면서 "이 기사의 제목이 무엇입니까?"라는 것을 맞추는 식이 많았습니다. 듣기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영어 실력보다는 논리력이 훨씬 요구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공통영어 Reading은 문법문제와 빈칸에 가장 적절한 단어 고르기 등의 문제가 있었고 독해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Reading 역시 쉽지 않았고, 확실히 정답을 골랐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정도로 어려웠습니다. 전공영어 Listening은 연설문이었습니다. Listening문제는 그리 어렵지는 않았었지만 워낙 읽어주는 양이 많아서 note-taking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기억력이 매우 좋은 사람은 상관 없었겠지만....) 그리고, 전공영어 Reading의 문제와 지문은 그리 어렵지 않았었지만, 지문 자체의 분량이 굉장히 길어서 시간 내에 문제를 차분히 풀기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결론적으로 외대 1차 시험은 어려운 단어나 논점을 묻는 문제가 많이 나오진 않았고, 속독이 가장 중요한 관건인 듯 했습니다.
 
<외대 2차 시험>
 
한국어
 
한국어 시험은 은천성 선생님께서 10월말에 나눠주신 필수한자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저는 원래 한자와 한국어가 약해서 한국어 시험에 대해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처음 두 문제는 틀린 것을 고르라고 했는데 옳은 것을 고르는 것이라 착각을 해서, 나중에 시험이 끝난 후에 다른 수험생들 말을 듣고 바로 처음 두 개부터 틀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항상 틀린 것을 고르는 것인지, 맞는 것을 고르는 것이지 문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 때 몸소 깨달았습니다. 한자는 "백미"등을 올바른 한자로 골라라, 그리고, 고사성어등이 나왔습니다. 한자를 묻는 문제는 모두 객관식이었습니다. 또한, 한국어 단어에 대해 설명을 주면서 그 단어를 묻는 주관식 문제도 있었는데 '서식처' '수의계약' '귀납법' 등이 답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한국어 문법을 묻는 문제도 있었는데 장음, 단음을 묻는 문제와 맞춤법을 묻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잘 몰랐기 때문에 정말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술문제가 있었습니다.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공개에 반대하는 글을 읽고 이를 반박하는 글을 600자 내외로 쓰는 것이었는데, 평소 시사에 관심을 갖고, 한 번쯤 중요한 문제들에 대해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춰 논리적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번역
 
번역은 작년보다 평이했고, 시간도 그리 촉박한 편은 아니었습니다. '중국이 북한에 행사하는 영향력(영한)’, '세계 경기 악화와 이것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 (한영)'등의 내용이 나왔습니다. 번역은 직역보다는 의역을 하고 자연스럽게 읽힐 수 있도록 하는 데 치중했습니다. 마지막 영작 에세이 문제는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우리 각자가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쓰라.”였습니다. 저는 시험관의 의도대로 거창한 것보다는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최대한 평이하게, 그리고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춰서 썼습니다.
 
통역
 
저는 뒷번호라서 일요일에 시험을 봤습니다. 시험장에 일찍 도착해 스터디를 하려고 했으나 마음이 떨려서 그렇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네 분의 교수님 앞에서 통역하는 것은 상당히 긴장되는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스터디를 할 때 시험 형식으로 의자를 놓고 연습한 것과 학원 수업시간에서 여러 학생들과 선생님 앞에서 통역했던 연습이 실전에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한-영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과다한 휴대폰 사용이 문제다. 유선 전화가 훨씬 더 싸지만 사람들은 편리함 때문에 무선 전화를 쓰며, 심지어 금전적 여유가 없는 청소년들까지 무선 전화를 써서 문제가 되고 있다"등의 내용이었습니다. 유선 전화의 올바른 영어 표현이 뭔지 생각이 안 나서 애를 먹었지만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돌려서 말했습니다. 영-한은 "medicinal marijuana가 캐나다 등 몇 몇 국가에서 허용이 되지만 논란이 되고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쓰고 싶지만 사실 기억이 잘 안 납니다.^^)"에 대한 문제가 주어졌습니다.
 
영-한은 수업시간에 많이 들어본 문제라 다행이라고 생각했지만, 미국의 약용마리화나 얘기가 아니라 캐나다 얘기부터 시작돼서 처음엔 몹시 당황했습니다. 평소에 하던 만큼 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eye contact를 계속 하면서 자신감 있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했고 잘 못 말한 부분이 있었지만 번복하기보다는 그냥 자연스럽게 다른 얘기로 넘어갔습니다. 통역할 때 주제문을 먼저 말하고 모든 세부사항을 다 말하기보다는 생각나는 중요한 요지만 얘기했으며, 통역 종료시에도 결론 부분을 확실히 말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신 은천성 선생님, 같이 공부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그리고 제가 힘들 때 도와준 친구들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이주희(고대 신방과)
 
저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통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며 먼저 이 길을 거쳐간 분들의 경험담만큼 중요한 지침서가 없다고 생각하여 합격수기를 여러 번 숙독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기를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외대 1차>
 
1차를 위해서는, GRE와 거로, SAT 등을, 시간을 정해놓고 풀었습니다. 시험 1주일 전에는 이전의 기출문제들을 풀고, Economist 의 여러 가지 기사를 빨리 읽고 아이디어만 파악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올해는 출제경향이 많이 바뀌어서 지문을 듣고 전체적인 아이디어와 글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중요시하는 것 같았습니다. 공통의 경우 듣기는 답을 고를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독해는 생략되었고 문법과 빈칸 채우기가 출제되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보는 즉시 답을 골라야 했습니다. 문제를 풀면서 아리송한 것은 다시 한 번 보려 했지만, 그럴 시간이 없었습니다. 전공 듣기는 연설문을 들려주었는데, 들으면서 굉장히 길게 느껴졌습니다. 듣기가 끝난 후 남은 시간에 독해 지문 9개를 푸는데 정신이 없었습니다. 문제나 지문 자체는 별로 어렵지 않았는데 시간이 정말 촉박했습니다. 이번 1차 시험은 짧은 시간 안에 얼마나 제대로 아이디어를 파악하나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외대 2차>
 
한국어 시험은 이전의 기출문제보다 훨씬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고사성어, 한자 그리고 단어를 쓰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작문은 '성범죄자 명단 공개를 반대하는 글'에 대해 반박하는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번역은 영/한, 한/영 모두 무난했습니다. 에세이 주제는 '환경보호를 위해서 개인이 각자 할 수 있는 일'이었는데 대체로 평이했습니다.
 
저는 토요일 오후 5시가 되어서야 면접을 보았습니다. 다행히 스터디 파트너와 앞뒤로 보게 되어 점심을 먹은 후 1시간 동안 스터디를 한 후 면접을 본 것이 긴장을 푸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면접은 교수님 네 분이 계신 가운데 진행되었습니다.
 
한/영은 노점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서울시가 2002 월드컵을 앞두고 미관상의 이유로 노점상을 단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는데, 이것은 국제적인 이미지만을 생각하여 정작 보호해야 할 시민의 생계를 위협하는 잘못된 정책이다. 동남아시아 여러 국가에서는 노점상이 그 나라의 자연스런 생활의 일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 상품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한은 앙골라 국민들의 평균수명 연장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오랜 내전으로 피폐해진 앙골라의 국민 평균수명이 25세에서 45세로 연장되었다. 서방세계의 기준으로 보면 평균수명 45세는 짧은 편에 속하지만 앙골라에서는 대단한 발전이다. 이는 의학의 발전, 항생제 보급, 예방 접종 등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차 시험을 보면서 다시 한 번 느낀 것은, 은 선생님이 항상 말씀하시는 '빨리, 쉽게 가야한다'는 말이 정답이라는 것과 detail에 연연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연사보다 짧은 시간 내에 말하는 것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험장에서 한 교수님이 초시계로 시간을 재고 있었습니다. 이대 특차 때 너무 빨리 조급히 말한 것 같아서 외대 면접에서는 또박또박 하려다가 너무 천천히 하지 않았나 걱정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부방법>
 
저는 스터디 파트너 2명과 일주일에 3번 스터디를 했습니다. 스터디를 하면서 서로 좋은 자료를 공유하고 critique 하고 단점을 지적해 주는 등 정말 스터디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listening은 수업 시간에 하는 것만 했습니다. 따로 시간을 내서 다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집에 있을 때 수업 테이프를 그냥 틀어놓고 다른 일을 했습니다. Reading은 이코노미스트와 뉴스위크를 구독했는데 실제로 읽는 양이 항상 욕심을 따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사를 골라 읽었고, 주로 스터디 자료를 보도록 노력했습니다. 번역은 수업시간 외에 따로 하지는 못했습니다. Speaking은 주로 스터디를 통해서 공부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모두 좋은 표현들을 외우고 스터디하면서 사용해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영이 같이 있는 자료들을 주로 보았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진 9월부터 신문의 독자 의견 등을 스터디에서 다루면서 비록 정답은 없었지만 같이 한 번 고민해 본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험에 나왔던 노점상 문제도 이전에 스터디에서 다루었던 내용이었습니다. 어디에서 문제가 나올지 모르니 평상시 공부하는 것들을 꼼꼼히 챙겨보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또 스터디에서 했던 것은 주제 발표였습니다. 여름에 중요한 이슈들을 20개정도 함께 정한 후 세미나 하듯이 그 이슈들을 하나씩 맡아서 배경을 설명하고 관련 어휘를 정리해 나가는 것이었습니다.
 
1년을 돌이켜 보면 정말 긴 한 해였습니다. 학원 다니면서 정말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잘 모르던 시사적인 내용들도 많이 배웠던 뜻깊은 한해이기도 합니다. 1년동안 은 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한국어의 중요성과 아이디어 전달하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동안 많은 것들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항상 저를 믿고 밀어주시는 부모님과 동생, 그리고 이제는 단순한 스터디 파트너 이상으로 저에게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버린 미연이, 수현이 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진우(계명대 산업공학과)
 
글을 읽든지 영화를 보든지 뭔가 얻으려면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나는 통대 준비를 하면서 남들보다 한참 모자란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 그래서 나같이, 실력은 한참 딸리고 잠재력 또한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한번 도전해보고 싶은 늦깍이 학생들이 읽고 난후에 약간의 용기와 희망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99년 말에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꼬박 2년 동안 통대 준비를 했다. AP뉴스를 처음 들었을 때 그 황당함이란 그야말로 고스톱 용어로 ‘맨땅에 헤딩’하는 것 같았다. 첫해에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이 너무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적극적인 수업 참여를 요하는, 생소한 수업진행방식 때문에 지레 겁을 먹고 관두었다. 남 앞에 선다는 게 너무 부담스러웠고 입에 묻어나오는 경상도 사투리 때문에 더욱 더 주눅들었다. 은 선생님 지적대로 "헛점이 너무나 많았던” 시절이었다. 첫해에는 스터디는 전혀 하지 않았고 1차는 운좋게 통과했지만 2차는 면접에서 몇마디 말하지도 못한 채 면접실을 나와야 했다.
 
2000년 12월부터 ‘시사청취’수업을 들으면서 3월에 본격적으로 실전반 수업을 들었는데, 실력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했다. 그때 선생님의 지적은 듣기 실력외에도 부족한 기억력, 어눌한 말투 등이었다. 뭔가 획기적인 전환이 없다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할 것이라는 위기감이 느껴졌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주문하시는 대로 공부방법을 완전히 바꿔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기사 읽고 영문요약>, <한국어 뉴스 따라 하기>, <잡지를 이용한 기억력 향상> 등 거의 모두 시도했었는데 효과를 톡톡히 본 것 같다. 나 같은 경우, 원래 밑바닥(?)부터 출발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때까지 해오던 공부방식에 전혀 집착하지 않았다. 수업 중에 자신에 대한 크리틱(critique)이나 공부방법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적어 놓았다가, 확신이 생기면 주저말고 시도해보면 좋을 것 같다. 두세 달 정도 해도 효과가 없을 땐 다른 방법을 채택하면 된다. 어차피 누구나 공부는 열심히 하는 것이고, 국내파들에게 있어서 승부는 공부방법에서 판가름 나지 않나 생각한다.
 
5.6월 두 달은 건강문제로 시사청취 새벽반만 듣다가, 7월부터 다시 통역수업을 들었는데, 7월말쯤부터 들은 내용이 뇌에서 마냥 흘러내리지마는 않고 조금씩 잡히는 것을 느꼈다. 그때부터 통역수업시간이 긴장되고 부담스럽지마는 않고, 오히려 기다려지고 또한 다른 학생들에 대한 크리틱도 곧잘 하게 되었다(그전엔 거의 하지 않았음). 개인적인 생각으로, 인간이 긴장할 때 체내에서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에 몸이 적응하기에 따
라 엔돌핀 이상의 효과를 거둘 수도 있지 않을까 한다. 8월에서 10월까지는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수업에 임했으며 가급적 ‘통과!’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그러는 과정에서 고질적인 속도문제와 더불어 유사통역(대충 둘러대기)과 오역(거짓말)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었다.
 
영작이나 번역은 따로 공부하지 않았고, 수업시간 내용만으로 충분했던 것 같다. 1차 준비도 차일피일 미루다가 9월 중순에야 시작했다. 일요 스터디와 1:1스터디는 3월부터 계속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특히 같이 스터디 했던 분들 중에 올해 합격생들이 많아 너무 흐뭇해 하고 있다. 올해 영작 및 번역시험 내용은 이미 freechal 홈페이지에 남겼으니까 참고하시면 되겠고, 2차 시험 내용은 한영-'휴대폰'과 영한-'대마초' 였다. 영한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캐나다 연방정부에서 간질과 같은 긴급사태시 의료목적의 대마초사용에 대해 허가하는 쪽으로 정책방향을 잡았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캐나다 국민의 다수가 이에 동의하고, 유럽지역의 프랑스나 네덜란드의 경우, 각종 여가선용 목적으로도 대마초 흡연이 다반사다. 하지만 한가지 특이한 것은 캐나다 연방정부가 나서서 환자들과 의료계(?)와 연계하여 대마초 사용을 합법화하자는 것이다. 평소 스터디 할 때도 처음 시작할 때 다소 더듬거리는 경향이 있었는데 면접장에서도 여지없이 드러났다. 자신에게 문제점을 발견하면 정말 집요하고 철저하게 뜯어고쳐야 한다. 시험치기 몇 주 전부터는 비교적 짧고(10~15문장 정도) 평이한 내용의 자료로 연습하는 게 오히려 더 효과적일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실제 면접장 분위기를 가능한 한 그대로 재현해서, 불필요한 실수의 가능성을 줄이는 것이 시험준비 막판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인 것 같다.
 
통대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잡지 3개를 정기 구독했다. ‘The Economist’는 내용이 알차고 논조도 일관되고 분명하여 마음에 들었다(앵글로 색슨계의 태생적 한계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열 받지 말고 아량을 베푸시라). ‘시사저널’은 주로 어휘 및 한국어 표현에 중점을 두었고, 월간 ‘인물과 사상’은 배경지식을 위해 읽었는데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생각된다(일독을 권하는 바이다). 문법책으로는 이기동의 ‘전치사연구’, ‘관사의 활용과 실례’를 봤고, 등에서 듣기 자료를 녹음해서 활용했다. 최정화 교수의 ‘통역의 입문’도 기본 지침서로 활용했다. 나 같은 경우는 공과대 출신이라 경제.회계.과학기술 분야의 글을 접해도 생소하지 않았다. 경제나 과학, 정치분야는 기본원리만 알면 글을 읽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혹시 취약하신 분들은 한국어 개론서를 구해다가 읽어보면 결코 시간낭비가 아니었음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전윤수(성신여대 경영학과)
 
쉽지 않았습니다. 통대 공부를 시작하려니, 우선 나이가 많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결혼도 했고, 또 직장을 다니고 있어서 선뜻 공부에 매진하기가 어려웠습니다. 거의 1년간 직장생활과 학원생활을 병행하며, 이도 저도 아니게 두 가지 다 제대로 못하며 고민만 하다가, 결국 올 3월말에 직장을 그만두고 4월부터는 전업학생이 됐습니다. 처음엔 나이도 많고 또 직장생활을 포기해 가며 공부를 시작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할까라는 생각으로 오랫동안 갈등 했지만, 지금 생각하니 직장을 그만둔 것은 정말 잘한 일이었습니다. 이 공부는, 물론 극히 일부의 경우에는, 직장생활과 공부 두 가지를 다 병행할 수 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한 가지를 선택하는 것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방법일 것 같습니다. 비록 늦은 나이에 공부를 다시 한 것 이었지만 지금의 선택에 후회는 없습니다. 단지 결혼 후에 공부를 시작한 것이 다소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운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많이 들긴 했지만, 정말 영어가 좋고 결국은 언젠가라도 할 것 같아 시작했습니다. 공부를 하는 동안 가졌던 생각은 ‘괜한 스트레스 받지 말고, 즐겁게 공부하고 이 과정을 즐기겠다’는 것이었습니다. ‘내 사전엔 슬럼프도 없다’라고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올해 합격 못하면 아직 실력이 부족한 것이지’, ‘어차피 공부한 게 어디 가는 것도 아니니, 손해볼 것도 없는데, 뭐…’ 라며 마음을 다스렸습니다.
 
[1*2차 시험]
 
모든 시험이 다 그렇겠지만, 1차 시험은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빨리 문제를 정확하게 푸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또한, 얼마나 실수를 덜하는지도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공통영어 듣기의 경우는 특히 시간도 넉넉하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더욱 더 그랬습니다. 단지 들었느냐 못 들었느냐 보다는 제대로 내용을 이해했는지가 관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2차 면접을 하기 전에 너무 떨려서 문밖에서 계속 서서 서성대다가 막상 면접실로 들어가기 위해 손잡이를 잡는 순간 모든 것이 차분해지고 안정이 됐습니다. 시험 전 많이 떠시는 분들! 실전에만 강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대기실에 들어갈 때 안내장을 한 장 받았습니다. 내용은 들어가면 다른 질문이 없이 바로 한/영, 영/한을 시작한다는 것이었고, 내용을 모두 기억해서 다 통역 하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고, 들으면 다 이해되는 내용을 이해한대로 다시 영어 및 우리말로 각각 전달하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신 그대로의 tip 이었습니다. 교수님은 안내장의 내용을 한번 더 말씀해 주신 후 바로 우리말을 읽어주셨습니다. 한/영의 경우는 교실증축문제에 관한 것이었고, 내용은 안내장 내용대로 그다지 어렵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옮기기 까다롭고 어렵게 옮기더라도 잘 해야 본전일 것 같은 내용은 과감히 빼버렸습니다. 그리고 영/한은 외국인 교수님이 담배에 관한 내용을 읽어주셨습니다. 그런데 약 한 두 줄정도를 읽어주셨는데 발성이 그다지 명확치 않았습니다. 계속 듣다간 많이 놓칠 것 같아 모험을 했습니다. “Could you speak up please?” 라고 얘기했고, 그 말에 다른 세 분 교수님들이 다소 놀라신 것 같았습니다. 그래도 외국인 교수님은 별 반응 없이 다시 읽어주셨고, 다시 읽어주실 땐 좀 더 큰 소리로 명확하게 읽어주셨습니다. 최대한 교수님들이 천천히 눈을 마주치시며 읽어주셨던 것처럼 저도 천천히 아주 큰 소리도 교수님들과 차례로 eye contact을 하며 통역했습니다. 한/영 때는 중간중간 교수님들께서 무언가를 쓰시기에 ‘아! 내가 틀리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수업시간이나 뒤집기 연습을 할 때 스터디 파트너들이 크리틱을 위해 무언가를 열심히 쓰던 기억 덕분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밀고 나갈 수 있었습니다.
 
[공부방법]
 
제 생각에는 2차 인터뷰도 인터뷰이지만 관건은 1차를 통과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차피 걸러내기 위한 시험이니까, 어쨌든 1차가 안되면 기회조차 갖지 못하니까요.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모든 것이 다 중요하겠지만, 저는 독해가 가장 중요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읽어야 할 잡지도 많고 신문도 쌓여가기만 하고 마음에 부담만 늘었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와 워싱턴 포스트의 사설을 읽었습니다. 길이도 짧고 내용이 확실하고 또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논조로 쓴 글을 읽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목표는 매일 읽는 것이었지만, 결국 모아서 일부만 읽게 되었는데도,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은 선생님께서 “앞에 놓인 읽을 거리를 지금 보지 않으면 죽을 때까지도 못 볼거다”라고 하신 말씀이 늘 머리 속에서 떠나지 않더군요.) 그리고 1차 시험에서 가장 주효했다라고 생각되는 것은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나눠주신 사설과 Chicken Soup 자료였습니다. 1차 시험 보기 전 3일 동안 저는 그 자료를 다 모아서 다른 것은 안보고 그 자료만 봤습니다. 다시 보니 물론 새롭게 느껴지긴 했지만, 논리잡기와 비슷한 단어의 용법차이를 한꺼번에 총정리 할 수 있었고 또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여러분 모두 열심히 하시고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라겠습니다.
 
끝으로 감사를 드릴 분들이 참으로 많았음을 또 다시 떠올리며, 그 분들 모두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은 선생님, 모든 저의 스터디 파트너들, 이정은 언니, 성수민 양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제 대신 제 몫의 일을 다 해주며 묵묵히 도와준 저의 가장 친한 룸메이트에게 사랑을 전합니다.
 
 
 
전일형(강남대 영어영문과)
 
올 한해는 집안에도 또 개인적으로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공부와 더불어 이겨내야 할 힘든 시간들이 많았던 한해였습니다. 초여름부터 마음에 많은 갈등을 겪으며, 과연 내가 끝까지 준비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지고, 중간에 몇 번이고 '나는 틀렸다'고 포기를 해 볼까하는 생각도 수없이 했었습니다. 공부 이외에도 제게 닥친 많은 일들을 이겨낼 여력이 없어서 한동안 공부와는 거리를 두고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힘든 시간에도 은천성 선생님 수업만큼은 항상 참석했고, 그때마다 저는 수업을 통해 새로운 자극을 받고, 한결같으신 선생님 모습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너무도 긴 한해였지만, 결국 이렇게 이끌어 축복해주신 하나님과 항상 변함 없는 모습으로 지도해주셨던 은 선생님 그리고 어려운 시기에 같이 하며 끝까지 격려해주었던 친구, 후배들과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감사 드립니다.
 
[공부방법]
 
듣기 : 수업시간의 PBS교재와 AP를 이용해서 듣기 공부를 했습니다. AP는 세부사항을 빼놓지 않고 잡는다는 생각이었고 PBS는 요지를 파악한다는 목적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익숙해지다 보니 제대로 잡지도 못하면서 능구렁이처럼 슬쩍 넘기는 것이 습관(?)이 되는 것 같아 AP로 하나하나 체크해야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먼저 AP는 한 기사를 들은 후 전체내용을 한국말로 해보고 다시 영어로 요약했습니다. 그 후 다시 한 문장씩 이번에는 영어로 관사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하루에 AP 5분 분량을 했는데 처음에는 시간이 아주 많이 걸렸지만 곧 속도가 빨라졌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서는 듣기뿐 아니라 말하기 실력 그리고 기억력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똑 같아 질 때까지 계속 따라 했으니까요...
 
수업시간의 PBS는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끊어주시는 대로 똑같이 끊고 대신 영어로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한번들은 내용이라 훨씬 수월했습니다. 그리고 한번 내 입을 통해서 뱉어 보았던 내용이라, 다음날 선생님께서 복습확인을 하실 때에도 금방 떠올라 재차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읽기 : 작년 시험을 볼 때 저는 독해 시험 도중에도 딴 생각이 떠오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경험을 했습니다. 독해가 잘 되지 않으니 그 중요한 순간에도 한눈을 팔더군요.. 작년에는 떨어진 것도 창피했지만 그보다도 시험 보는 그 2시간에도 최선을 다하지 못했던 제 자신이 정말 한심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 독해훈련 방법을 바꿨습니다. 먼저 기사 하나를 읽을 때마다 초시계로 재며 실제 시험처럼 최대한 빨리 정확히 읽었습니다. 중간에 무슨 내용인지 도무지 이해를 못했을 때에도 시험이라는 생각으로 끝까지 읽으며 맥을 잡아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시간을 체크한 후 이제는 다시 처음부터 하나하나 정독을 했습니다. 매번 이렇게 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지만 기사 윗부분 마다 적어놓았던 시간들이 자신을 제어하는 방법이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 이번 시험에서는 이 연습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속독이 관건이었으니까요.
 
기사는 주로 Economist를 읽었고, 일요 스터디 파트너들이 가져온 자료들을 통해 다양한 내용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말하기 : 듣기를 하며 했던 따라하기와 수업시간에 외워갔던 연설문과 인터뷰가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항상 다른 공부에 맨 뒷전으로 밀려서 "통과!"를 모면하기 위해 간신히 외워갔지만, 틈틈이 지하철을 오가며 외웠던 내용들이 쌓여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 초기에는 개인적으로 A4분량의 연설문이나 좋은 글들을 통째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자꾸 외우다 보니 무의식중에 튀어나오는 말들이 다 외웠던 내용들이 되고, 말하기의 두려움이나 긴장감을 극복하는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시험내용]
 
<1차>
 
공통 : 듣기부분은 세부내용을 묻기보다는 알맞은 주제문이나 또는 뒤에 연결되기에 가장 적당한 내용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지문자체가 그렇게 길지는 않았지만, 역시 idea파악에 중점을 두었던 것 같습니다. reading의 25문제는 문법과 어휘 넣기였습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답이 확실하게 보이는 것이 없어서 무척 당황했던 기억이 납니다. 이걸까 저걸까 왔다갔다 하다보니 당연히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허둥지둥 1교시를 끝내고는 뒷부분의 25문제 모두가 틀린 것 같아 다 끝났구나 하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했습니다. 그동안 힘들게 버텨왔던 모든 시간이 다 허사가 된 듯했지만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이를 악물고 2교시를 시작했습니다.
 
전공 : 듣기부분은 역시 세부 사항이 아닌 전체의 요지를 묻는 내용이었습니다. 지문은 모두 ILO, WTO등 국제기구의 연설문이었으며, 내용이 평이한 대신 길이가 길었습니다. 하지만 중간중간 세부 내용을 묻기도 했는데, 연설문의 내용이 한 지문 내에서도 큰 굴곡이 없이 여러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던 지라 듣는 대로 무작정 적는 것이 아니라, 나름대로 이해하고 정리해가며 메모를 해두어야 했습니다. 독해는 모두 9개의 지문이 나왔으며 모두 내용이 아주 길었습니다. 처음에는 분량이 그렇게 많은 지도 모르고 1교시의 내용을 만회해보고자 무작정 전속력으로 온 힘을 다해 풀었습니다. 한참을 풀고 이제 조금 천천히 가도 되겠다 싶어 시계를 보니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아직도 지문은 많이 남아있었습니다. 또 한번 당황했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는 심정으로 마지막 순간까지 풀었습니다. 다행히도 내용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은 정말 부족했습니다.
 
<2차>
 
한영 : 주5일 근무제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은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으니, 아직은 시기 상조라는 의견과, 미국 포드사의 경우 주5일제를 도입하면서, 직원들에게 시간과 돈을 함께 지원해줌으로써, 레저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고, 사람들이 주로 주말에 쇼핑을 함으로써 대형 슈퍼마켓들이 교외 지역에 세워지게됐다는 논지가 뚜렷한 내용이었습니다.
 
영한 : 원유에 관한 내용으로서 미국의 한 지질학자가 예측하기를 70년대 미국의 원유생산이 종 모양을 그리며 점점 상승했다가, 시설이 노후화하고 새롭게 시추되는 원유들에 비해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기 때문에, 하락하게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긴장이 되니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단지 큰 목소리를 끊이지 말고 가야한다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정말 은 선생님 말씀대로 멋진 표현, 어휘를 생각해낼 여유는 전혀 없었고 너무나도 평범한 평소에 쓰던 어휘들로 이어나갔습니다.
 
아직도 너무 많이 부족하지만 제 글이 통대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준비하는 기간에 흔들리고 도전을 받는 경우들이 많겠지만, 은 선생님 말씀대로 일단 1년을 맘먹고 공부하기로 결심했다면, 끝까지 꾸준히 밀고 나가시기 바랍니다. 자신을 믿고 한결같은 모습으로 노력하시는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최지영(성균관대 영문학과)
 
<외대 1차>
통대 1차 시험은 정해진 유형이 없다는 사실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듣기의 경우 문제 사이 간격은 기출 문제보다 길었고 속도는 더 느렸습니다. 지엽적인 문제보다 헤드라인을 고르는 등 전체 대의를 파악하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전공 읽기의 경우도 기존 기출 문제보다 단어나 어휘 수준은 어렵지 않았지만 지문의 길이는 몇 배로 늘어서 시간이 절대적으로 모자랐습니다. 막판에 10분 남았다는 감독관의 말에 정신이 아찔해졌습니다. 속독과 이해력이 요구되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공통 읽기의 경우 단어 고르기 문제만으로 구성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리송한 문제들을 오래 붙잡고 있는 바람에 막판에 시간이 모자라서 OMR 카드를 제정신이 아닌 상태에서 허겁지겁 작성했습니다. 모르는 문제는 과감하게 넘겨서 나머지 문제도 못 보는 불상사는 없어야 할 것 같습니다.
 
<외대 2차>
 
한영
이창수 교수님이 "월드컵과 한국의 관광 산업"에 관한 글이라고 말씀하신 뒤 천천히 읽어 주셨습니다. "월드컵은 한국 관광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히 일본 관광객들이 월드컵을 맞아 한국으로 몰려들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끌어들일 만한 관광 상품이 부족하다. 기껏해야 고궁 몇 개와 동대문 의류 시장 밖에 없다. 따라서 다양한 관광 상품을 개발해야한다." 시간이 지나서 좀 가물가물하지만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비교적 논리가 명확한 글이었습니다. 유치하다 싶을 정도로 짧고 쉬운 영어로 갔고, 짧은 내용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서론, 본론, 결론이 있도록 했습니다.
 
영한
임향옥 교수님이 읽어 주셨는데 목소리가 다소 작아서 잘 들리지 않은데다, 처음 두 문장 정도 놓쳐서 매우 당황했습니다. 대강 요지는 "네팔의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등반가 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 급증하는 등반가 수와 더불어 등반 사고도 잇따르고 있다. 네팔 정부는 등반가에게 에베레스트산 입장료를 받고 있는데 수익 올리기에만 급급할 뿐 안전 대책에는 소홀하다."였습니다. 아리송하게 잡은 부분과 디테일은 과감히 버리고 짧더라도 대의만 자신 있게 말하려 노력했습니다. 자신감 있어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기에 eye-contact만은 꼭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가장 많이 끄덕여 주신다는 임향옥 교수님만 쳐다보며 큰소리로 했습니다. pause가 생기면 스스로 더 긴장할 것 같아서 단어를 고르지 않고 생각나는 대로 바로바로 말했습니다.
 
<공부방법>
 
저도 제대로 실천은 못했지만, 은천성 선생님 수업은 복습을 철저히 해야 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공부 방법을 제대로 몰라서 이것저것 뒤적이기만 많이 했지 깊이 있는 공부를 못했습니다. 역시 선생님 말씀대로 질에서 양은 창출되지만 그 역은 성립될 수 없더군요. 듣기나 읽기 모두 적은 양이라도 제대로 알고 넘어 가는 것이 많은 양을 대충하는 것보다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읽기
시사 주간지를 일주일에 하나씩 사놓고 읽어야 한다는 의무감에 시달리는 것 보다 몇 가지 주간지에서 기사를 골라 읽는 것이 제 경우는 더 나았습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스터디 파트너들과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타임 등을 하나씩 맡아서 중요한 기사를 가져와 시간을 재서 같이 통독을 한 다음 다시 정독을 했는데 장기간 하면 효과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적어도 이틀에 한번은 중앙 일보와 코리아 헤럴드를 정독하고 비슷한 기사가 있으면 비교해 가며 읽었습니다.
 
말하기
실전에서 전혀 활용은 못했지만 Chicken Soup이나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나오는 표현 중 쉽고 유용한 것들을 정리해서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대신 입에 붙어서 툭 치면 탁 나올 정도로 달달 외워야 적재적소에 써먹을 수 있을 듯 합니다. 평소에는 외웠다고 생각해도 실전에서 자연스럽게 나오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습니다.
 
듣기
학원 수업 따라가는 것도 벅차서 따로 듣기를 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가끔 데일리 잉글리쉬의 3-4분짜리 AP뉴스로 전치사 하나까지 잡는 연습을 하기도 했습니다. 짬이 날 때는 사실 나열성 뉴스보다는 패널간의 토론이 있는 CNN의 래리킹 라이브나 나이트 라인 등 시사 프로를 보았습니다.
 
한국어
매일 거르지 않고 하지는 못했지만 가끔이라도 한국말 뉴스를 shadowing했고 두 달 정도 신문 사설로 한-한 요약을 하기도 했습니다.
 
1차 준비
9월부터 스터디 파트너들과 함께 통대 기출문제, 토플, 거로 등을 시간을 재서 풀었습니다. 심적으로 너무 촉박했는데 좀 더 일찍 시작했다면 좋았을 듯 합니다. 막판에 G-MAT도 조금 풀었는데 문제 유형은 좋았지만,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 같았습니다. 시험 3일전부터 기출 문제를 다시 풀었습니다.
 
합격 수기를 쓴다는 사실 자체가 좀 민망하기도 하지만 제 경우 작년 합격수기를 읽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기 때문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두서 없이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통대 공부는 본인의 노력이 우선되어야 하지만 학원 선택과 더불어 스터디 파트너 또한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운이 좋아 마음 맞는 스터디 파트너들과 같이 공부하며 학습 면에서나 심리적인 면에서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뒤늦게 시작하긴 했지만 주말 스터디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본인 외에 3명이 엄선해오는 다양한 기사를 접할 수 있었고 실전 형태로 했기 때문에 2차 분위기에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과연 놀기 좋아하고 의지박약인 나를 스스로 다스릴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많이 들었습니다. 우선 주중에라도 생활을 최대한 단순화시켰습니다. 또한 동기 부여를 위해 통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영어 자체를 즐기고자 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잘하시는 분들이 많았기 때문에 비교의식과 자괴감에서 벗어나기 또한 어려웠습니다.
 
3월에 처음 은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했을 때, 제가 기초가 없는 상태여서 심한 좌절감에서 헤어나지 못했습니다. 쟁쟁한 실력파들을 동경하며 지낸 몇 달은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들은 그들이고 나는 나다 라는 단순한 사실을 인지하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는 진리를 망각할 때쯤이면, 다시금 각인시켜 주시며 입시 자체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셨고, 항상 노력하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신 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많던 생활에 자양분이 되어줬던, 혜영이와 재현이를 비롯한 모든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한정원(이화여대 사회생활학과 94)
 
우선은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하다는 말씀과 여름까지 저와 즐겁게 스터디해준 호영이, 스터디 내내 제게 거의 모든걸 가르쳐주셨던 이진우씨, 그리고 제가 흔들릴 때마다 절 꼬옥 붙들어 주셨던 상희언니, 정아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스터디파트너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서로간의 믿음과 아끼는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직접 가르쳐 주신 분들이셨고, 모두 제가 운이 좋아 만날 수 있었던 소중한 분들입니다. 저는 제 글이 특히 직장생활과 통대공부를 병행까지는 아니더라도, 통대공부를 하면서도 직장을 다니지 않을 수 없는 분들에게 미력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우선은 모두의 공부방법이 같을 수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저 같은 경우는 직장을 그만두는데 많은 시간이 들었어요. 봄에 그만두고 몇 달은 열심히 다른 사람들처럼 하려 하다가 몸도 마음도 약해져 도중에 포기 비슷하게 하고, 다시 회사로 돌아가기도 했었구요. 단, 저의 직장은 졸업 후 줄곧 통대공부와 연결되는 일이었습니다. 올해 초에는 직장을 마치고, 월/수 저녁CNN반을 다녔었습니다. 공부는 듣기를 중심으로 했었구요. 그렇지만 많은 학생들이 하던 따라하기는 솔직히 하지 않았어요. 시간면에서나 제가 즐기며 공부할 수 없었기 때문에, 오고 가는 지하철과 버스에서 배운 내용을 혹은 인터넷의 뉴스비디오클립을 녹음해 놓은 것을 계속 듣기만 했구요. 교재테잎과 YTN의 위성통역실 동영상의 뉴스를 녹음해 스크립트도 가끔 봐가며 듣기를 반복했습니다. 제가 듣기를 많이 한 이유는, 그 공부가 그나마 수월한 이유도 있었지만, 허리가 좋지 않은 저로서는 앉아서 하는 공부가 힘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읽기공부를 하겠다고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책이건 교재건 들고 있다가 보면 바로... 스르륵 잠이 드는 것이 다반사였구요.
 
그래서 선택한 것이 영화였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영화 보는 도중에는 절대 잠에 들지 않았거든요. 처음엔 Nightline등을 틀어놓고 반복하여 보려고도 했었지만, 그건 잘 안되더라구요. 동생에게 부탁해 제가 좋아하는 영화, 그렇지만 비속어라든가 알아듣기 힘든 영어를 쓰는 배우가 적게 나오는 비디오테이프를 구하거나 비디오 녹화기 두 대를 연결해 녹화했습니다. 그렇게 고른 영화가 아홉 편 정도 되었고, 매일 집에 돌아오면 11시가 되었든 12시가 되었든 테잎을 비디오에 넣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반복해 보다 보니 지나치게(?) 치중했던 몇몇 영화는 다음 대사가 무엇이구나 정도는 대강 맞출 수 있었습니다. 그건 아직도 하고 있답니다. 또한, 기분이 우울할 때는 극장에 가 새로 나온 영화도 거의 다 봤구요. 그래도 양심상 다섯편중 네편은 영어를 사용하는 영화를 봤답니다.
 
제가 중점을 두었던 다른 하나는 스터디 준비였습니다. 제가 원래 인터넷이나 잡지에서 흥미가 가는 기사를 스크랩하는 걸 좋아했고, 직장에서도 그 일이 제 업무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것 하나는 자신이 있었습니다. 간혹 저만 흥미를 갖는 기사를 지나치게 가져와 호영이나 진우씨에게 민폐를 끼치기도 했지만, 스터디준비를 통해서 또 파트너가 준비해오는 자료를 통해 읽기 보충과 함께 여러 다양한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집과 학원의 거리 때문이었는지, 잘하는 사람들만 보여서였는지, 스스로가 약해서 였는지, 여름이 오면서 전 지쳐갔습니다. 친한 선배는 이 길이 네 길이어야만 한다는 건 없다고, 지금이라도 돌아갈 직장이 있다면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하루는 사물함의 짐을 다 싸 가방에 넣고 집으로 돌아온 적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한 선배가 어차피 계절이 두 번만 바뀌면 뭐가 되었든 결정이 날 텐데, 아무 생각하지말고 그냥 시험은 보는 거라고 하시더라구요. 그리고 누구도 네가 이 공부에 적당한지 아닌지는 말할 수 없다고도 하셨어요. 지금 생각해보니 두 분 모두 저에겐 참 소중한 자극과 격려를 시기적절하게 주셨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여름을 나고 가을이 시작된 후로는 전 제 방법으로 다시 돌아가 남들 흉내내어 따라읽기 등을 하며 스트레스 받는 것에선 벗어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기회가 생겨 주중 반은 회사에 나가 일도 하면서 남는 시간에는 공부도 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진도가 잘 안나갈 때는, 장소를 바꿔보는 것도 방법인 것 같아요. 학원에서 다른 사람들을 보며 스스로에게 실망을 너무 하게 된다면, 수업시간에만 오고 나머지는 집이나 혹은 다른 곳을 찾아가 공부를 하는 등의 방법이요. 그쯤부터는 화목수업을 들었구요. 한 선배가 패배주의는 우리 모두에게 공동의 적이라고도 하시더군요. 모두가 다른 사람 앞에서는 특히나 크리틱 앞에서는 당연히 떨려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다행히 그것도 훈련을 통해 나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하거든요. 저한테두요.
 
그리고 많이 지나버렸지만 생각나는 대로 외대시험을 떠올리자면,
 
1차 시험은 시험보신 모든 분이 느끼신 대로 정해진 시간동안 누가 더 많은 내용을 이해하고 옳은 답을 선택할 수 있냐의 문제였습니다. 저도 전공영어에서는 시간 내에 겨우겨우 빠듯하게 들어갈 수 있었구요. 그렇지만 다행히 워드스마트나 어려운 시험대비문제에서 나오는 별로 쓰이지 않는 어려운 단어는 나오지 않았구요. 듣기의 속도도 평상시 수업에 나오는 뉴스 정도였구요.
 
그리고 2차시험은 전 수험번호가 빠른 편이라 토요일 오전에 번역과 한국어를 본 다음에 바로 봤거든요. 한국어에서 마지막 문제가 청소년대상 성범죄장의 명단공개에 대한 찬반이었는데, 시사적인 내용으로 그 전 주에 찾아 읽어봤던 중앙일보 홈페이지의 이슈 기사 모음과 YTN의 위성통역실 기사내용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글을 써가며 가끔 4자 고사성어도 두세 번 정도 써봤구요.
 
그리고 점심을 먹고 바로 통역시험에 들어갔습니다. 입도 풀고 시험장 분위기도 익힐 겸 그리고 제가 스터디를 9월부터 하지 않았기 때문에 수험번호가 나란히 있었던 정아언니와 점심시간에 하나씩 한영/영한 뒤집기를 했습니다. 그리고, 위층에 올라갔구 바로 시험이었습니다. 네 분이 쭉 앉아계시니 가뜩이나 소심한 저는 더 떨렸습니다. 그래서 선생님 말씀대로 그 중 상대적으로 호의적으로(최소한 저에겐) 보이는 곽모 교수님께 가장 많은 눈길을 보내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다행히 선생님 말씀이 짧고 명확하게 전달이 되어왔고, 전 스터디때 항상 들어왔던 것처럼, 가장 중요한 얘기를 딱 내놓고 내 마음대로 재구성한다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문제는 영화에 비해 뮤직비디오는 현재 심의/규제 기준도 딱히 없어 청소년에 끼치는 위해가 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교수가 읽어주신 영한은 개발도상국의 피임 및 산아조절정책이 선진국들이 예산을 급격히 줄이자 위기에 빠져들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다행히 이 내용도 YTN이었는지 어디에선가 정확히 똑같지는 않았지만 들어본 내용이었기에 우선 결론인 개발도상국의 피임정책실패에 선진국의 책임도 크다는 이야기를 한 후 기억나는대로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속도는 빠르지 않게, 그렇지만 선생님들의 눈과의 contact을 절대 잃지 않으려고 했습니다(스터디때 항상 지적받아왔던 것이었거든요. 땅만 보고 한다구요). 교수님들 모두가 저희에게 이미 훈련된 통역사의 유창한 통역을 바라시지는 않으시잖아요. 그냥 할 수 있는 한 가장 자연스럽게 그러나 자못 비장한 표정으로 기억나는대로 놓치지 않고 이야기하듯 하시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남들과는 조금 다르게 써버린 것 같긴 하지만, 역시나 모두에겐 각자의 방식이 있으니깐 제 글을 통해 어떤 식으로든 좋은 느낌 가지시는 분이 꼭 계셨음 해요. 그리고 장기전이니깐 지치지 마시고 남들도 다 지치고 방황한다는 생각만 하시구요. 또, 가끔 스스로에게 지나친(?) 칭찬도 해주시면서... 각자의 방식대로, 그렇지만 기본은 탄탄하게(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나요?) 그렇게 공부하셔서 좋은 결과 얻으시길 바래요.
 
 
 
 
 
이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2)
 
 
 
♣ 특차 ♣
 
은미경(외대 불어/영어 복수전공)
 
-공부방법-
 
저는 작년 5월에서 8월까지 뚜렷한 목표 의식도 없이 은천성 선생님 학원 수업을 듣다가 제가 영원히 "완벽한" 통역을 할 수 없었을 것 같아서 시험도 안 보고 통역은 내 길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들어 제가 진정 원하는 것은 통역이라는 것을 여러 시행착오 끝에 알게 됐고 "완벽한" 통역을 기대했던 제가 너무 많은 것을 바랬다는 점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래서 올해 8월부터 10월까지 단기간이였지만 매일 학원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공부를 했습니다. 11월에는 시험 볼 때까지 계속 스터디를 하며 공부했습니다. 남들보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제 나름대로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작년에 학원을 몇 달 다녀서 무엇을 해야하는 지 단시간에 파악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과 비교해서 올해에는 확실히 내가 원하는 일이니까 해야한다는 목표의식과 내가 좋아하는 일이니까 재미있게 생각하자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편한 마음으로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의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 알고 그것을 보강하는 것입니다. 저는 어릴 때 미국에서 5년 간 거주 한 경험이 있었고 영어를 잘 한다고 착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처음에 학원에 와서는 "그래도 쉽겠지"하는 자만심에 차 있었습니다. 하지만 학원 첫 수업부터 저는 제가 갈 길이 멀었고 제가 영어를 잘 하는 것이 결코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제 한국어 실력도 형편없어서 한국어 공부를 나름대로 많이 했습니다. 또한 저는 잠은 충분히 자고, 너무 피곤하면 적당히 쉬며, 즐기며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대 특차를 위해 저는 이대 특차 준비반 은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에세이 critique 시간, 영-영, 한-한 통역하는 시간과 질의응답 시간이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1차 시험을 위해 (이대 특차 1차는 영어로 에세이를 쓰는 것입니다) 시험 1주일 전부터 스터디 팀을 짜서 시험에 나올 만한 문제들을 생각하고 매일 에세이를 한 편씩 쓰며 스터디 멤버들이 상대방의 글을 critique하는 형식으로 준비를 했습니다. 남의 글을 보고 자신의 글의 약점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으며 시간 분배와 글의 분량 파악에 있어서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또한, 한-한, 영-영 그리고 질의응답 스터디를 시험이 가까워지면서 했습니다. 논리적으로 아이디어를 표현하는 데 중점을 뒀습니다. 특히 한-한 같은 경우는 연습해 보지 않으면 매우 힘들고 제 한국어가 워낙 약했기 때문에 스터디가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한, 영-영 둘 다 아이디어가 뚜렷한 글을 가지고 연습했습니다. 질의응답은 주요 현안들을 스터디 파트너들끼리 정리해와서 같이 나눠보고 준비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이대 특차 1주전부터는 일요 스터디 시간에도 한국어, 영어 질의응답과 한-한, 영-영을 연습했습니다. 어차피 이대 특차 준비가 외대 준비와 완전히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저는 처음에는 이대 특차와 외대 준비를 병행했으며 이대 특차 1주일 전부터 본격적으로 이대 특차 대비를 했습니다.
 
<이대 특차 1차>
 
저는 예년의 경우 일상적인 것들이 많이 출제되었기 때문에 일상적인 주제일 줄 알았는데 올해 주제는 "인터넷의 발전과 광범위한 보급으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예를 하나씩 들고, 부정적인 측면의 경우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였습니다. 시사적인 문제라 당황했지만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강조하신 대로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춰 쓰고, 서론을 눈에 띄게 쓰며 쉬운 영어로 쓰되 너무 평범하지는 않도록 적재적소에 알맞은 수준급 표현을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지는 않았으나 평소 때 생각해보지 않고 갑자기 쓰려면 시간 내에 논리적으로 쓰기 힘들었을 것 같았습니다. 역시 많은 배경지식을 갖고 자신이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대 특차 2차>
 
많이 떨리는 시간이었습니다. 교수님들 앞에서 말하기가 두려웠으나 똑똑하게 보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교수님들을 번갈아 보면서 자신감 있는 목소리로 말했고 너무 늘어지게 얘기하기 보다는 요지만 말하도록 노력했습니다. 놓쳐버린 아이디어나 세부사항에 대해서는 미련을 갖지 않았습니다. 질의응답 시간이외에는 5개의 문제(1. 한국의 유교 문화의 장, 단점에 대해 논하시오. 2. 한류의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3. 지능은 선척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후천적이라고 생각하십니까. 4. 한국의 장묘문화에 대해 논하시오. 5. 한국 이혼율의 상승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가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어로 3번, 영어로 2번을 답했습니다. 한국어로 답할 때 주제문을 처음에 말했으며, 그 다음 반론의 예, 그 후 나의 의견과 예를 말하고 결론으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영어도 마찬가지 방식으로 답했습니다.
 
한/한 요약은 약 2분쯤 한국인 교수님이 읽어 주셨고 논지가 비교적 확실했습니다. 내용은, "이전의 교육은 일차원적인 결승점을 향한 경주였다. 선사시대의 교육은 생존을 위한 방편이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장원급제를 위한 수단이었다. 그리고 대학은 고시를 위한 일차원적인 수단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업화의 진행으로 인해 사람들의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졌고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교육은 삼차원적인 것으로 변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교육과 직업 선택의 폭이 넓어질 것이다."였습니다. 틀리게 말한 부분도 있었지만 그냥 또박또박 말하고 주제를 처음 부분에 말하고 통역했습니다.
 
영/영 요약은 약 2분쯤 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 주셨고 아이디어가 한/한 보다는 잡기 까다로왔습니다. 내용은, "세계에는 다양한 음식 문화가 공존한다. 그리고 시간이 갈수록 여러 음식들은 다문화의 통합으로 인해 약간씩 바뀌고 있다. (예를 들어 인도는 매운 고추의 유입으로 더욱 매워지고 있다...) 또한, 세계화로 인해 맥도날드 등 패스트푸드는 세계화와 동일시되고 있다. 하지만 요즘 이탈리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슬로우 푸드 움직임이 점점 인기를 얻고 있다. 슬로우 푸드란 양질의 제철 재료를 전통적인 방법으로 느긋하게 요리해서 즐기자는 운동이다." 갑자기 요리 얘기가 나와서 당황했지만 들은 대로 주제를 먼저 말하고 세부사항은 나중에 말하며 확실한 결론을 맺으려 노력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부모님, 공부하는 방법을 알려주신 은천성 선생님, 같이 공부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그리고 제가 힘들 때 도와준 친구들에게도 감사드립니다.
 
 
 
이주희(고대 신방과)
 
저는 2월부터 본격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통대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하며 먼저 이 길을 거쳐간 분들의 경험담만큼 중요한 지침서가 없다고 생각하여 합격수기를 여러 번 숙독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수기를 보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이대 특차 1차>
 
1차 준비는 시험을 약 3주 앞두고 시작했습니다. 다양한 주제 중에서 예상 질문을 몇 개 선별하여 직접 글을 써보았습니다. 또 제가 쓴 글에 대한 객관적 평가를 받기 위해 학교에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외국인 교수에게 첨삭을 받았는데 이것이 제 약점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시험문제는 '인터넷의 발전과 광범위한 보급으로 인한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의 예를 하나씩 들고 부정적인 측면의 경우 해결방안을 제시하시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시험시간 80분 중에서 60분을 brainstorming, 개요 짜기, 연습지에 쓰고 교정하는데 보내고, 쓴 글을 답안지에 옮기는데 20분을 보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막상 시험장에서는 촉박하게 느껴졌습니다. 글을 쓸 때는 어려운 단어나 표현보다는 글의 일관적인 논리와 흐름에 신경을 썼습니다. 주제가 너무 광범위해서 저는 '정보격차'에 초점을 맞추어 글을 전개했습니다.
 
사실 시험을 본 후, 너무 쉽게, 간단하게 쓴 것 같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화려한 글보다는 논리적인 아이디어 전달이 더욱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이대 특차 2차>
 
2차 시험에서는 교수님들과의 거리가 생각보다 가까웠습니다. 여자 교수 두 분과 외국인 남자 교수 한 분이 계시는 가운데 시험을 치렀습니다. (자세한 시험문제는 은천성 선생님이 자료실에 올리셨기 때문에 생략하겠습니다.) 교수님들은 적당한 속도로 알아들을 수 있게 읽어주셨습니다. 그리고 한한, 영영 모두 아이디어가 분명했기 때문에 내용을 기억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고, 생각했던 것보다 길이도 짧았습니다.
 
우선 요약하기 전에 글의 핵심을 두 세 문장으로 언급한 뒤 detail은 생각나는 것만 이야기하면서 전체적인 아이디어를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의견 개진은 한류의 원인(영)과 유교문화의 장단점(한)에 관한 것을 했습니다. 시험 보면서 교수님들과의 eye contact은 확실히 해주었고, 똑똑하고 자신감 있어 보이려고 노력했습니다.
 
 
 
♣ 통역 ♣
 
박민주(연대 신방과)
 
<이대 정시 1차>
듣기 20문제와 읽기 30문제로 70분동안 풀었다. 외대 시험보다 시간이 넉넉했다. 읽기보다 듣기가 까다로웠다. 소리가 외대 시험보다 작게 들린데다 긴장한 상태여서 제대로 듣지 못한 문제가 꽤 있었다. 주제는 미국의 아시아 경제에 대한 비중, 네덜란드의 안락사 관련법 등의 시사적인 문제도 있었고, 성형 수술, 유리잔의 여러 가지 모양, 흑인 재즈뮤지션 이야기 등 처음 들어보는 주제들도 꽤 있었다. 한번에 두세 문제 푸는 형태도 몇 개 나왔다. 읽기는 문법과 독해 모두 비교적 쉬웠던 것 같다. 한번씩 다시 읽어보고 검토할 시간이 있었다.
 
<이대 정시 2차>
교수님 네 분 앞에서 시험을 봤다. 외국 교수님은 안 계셨고, 한영과 영한 모두 한국 교수님이 불러주셨다. 시작하기 전에 인터뷰나 긴장을 풀기 위해 몇 마디를 나누는 일 등은 없었다. 누구는 '시험장 올 때 뭐타고 왔느냐'는 등의 질문도 받는다고 해서 몇 가지 답도 준비했지만, 바로 영어를 불러주겠다고 하셔서 더욱 긴장이 되었다. 목소리도 평소에 하던 대로 잘 안 나왔다. 평소에 연습을 제대로 못해서 교수님들 얼굴은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대충 한 곳을 응시하고 또박또박 한마디라도 정확히 하자는 마음으로 했다.
 
영한
'산업혁명은 제임스와트가 발명한 증기 엔진에서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이 발명품에 감탄했다. 그러나, 이것이 사회 구조의 본격적인 변화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다시 말해 산업혁명이 실제로 본격화된 것은 60년 후 철도가 도입되고서이다. 정보혁명도 마찬가지다. 시작을 알리는 컴퓨터는 분명 획기적인 발명품이었지만, 본격적인 정보혁명은 40년이 지나서 인터넷이 도입되고서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변화는 장기간에 걸쳐 일어나는 것이며 혁명의 시작을 알린 획기적인 발명품들도 그 과정의 일부일 뿐임을 위 두 경우를 통해 알 수 있다.' 정도를 들었다. 다 알아들은 것 같지는 않았지만, 아는 것만 확실하게 말하려 했다. 은천성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설득하듯 말하기'를 염두에 두고, 직역하기보다는 설명하듯 하고, 문장은 가능한 한 짧게 했다. 중간에 못들은 부분도 있고, 증기 엔진을 영문 그대로 '스팀 엔진'이라고 하고, 60년을 6년이라고 말하는 등 세부사항을 몇 개 틀렸다.
 
한영
'지난 20세기동안 예술과 광고는 뗄레야 뗄수 없는 관계를 유지해 왔다. 따라서 광고가 예술을 활용하는 일은 놀랄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에는 반대로 예술이 광고를 활용하는 예가 많아졌다. 예를 들면, 훌륭한 미술 작품에 액자로 장식하는 것과 같은 것이다. 그것은 작품의 진정한 가치를 인정하는 행위이다.' 정도의 내용을 들었다. 요지가 분명한 문장이었다. 문장을 가능한 한 짧게 하고 문장 사이에 'so, but nowadays, for example, in this case' 등의 연결어를 사용해서 내용이 이어지도록 했다. '액자'가 영어로 뭔지 몰라서 망설이다가 'tool'을 사용해서 일반적으로 설명했다. 은천성 선생님은 '내용전달-속도-표현' 순서로 중요하다고 하셨다. 말하다가 utilize라는 동사는 세 번이나 썼는데, 다른 표현 고르다가 시간 걸리는 것보다 그냥 아는 동사로 빨리 말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다.
 
공부방법
1월부터 학원에 다니면서 준비했다. 국내파라면 그렇듯이 듣기와 말하기가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4월 정도까지는 학원 수업 외에 거의 아무것도 안 했다. CNN 헤드라인뉴스를 달달 외우고 한국말로 직접 번역해서 바꿔 말하기 연습을 했다. 독해도 영어주간지 등을 중심으로 거의 하루종일 걸려서 2-3개정도 했다. 5월부터는 스터디를 병행했는데(일요일마다) 이때 주제별로 상당히 많은 내용을 다룰 수 있었다. 뉴스위크지를 가장 많이 봤고, 거의 시사적 내용만을 다뤘다. 그 외의 것은 Speaking 연습을 위해 'Ann Landers'정도를 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7월부터는 한영뉴스를 거의 매일 들었고, 한 달 전부터 1차 대비로 대학원 문제집을 풀어봤다.
 
공부할 때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부족한 점을 찾아 그때그때 보충하는 일인 것 같다. 나는 속독 능력이 부족한 것 같아 6월에 매일 9시-11시까지 무조건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의 사설을 읽기로 했었다. 한달 그렇게 하고 나니 그 시간에 읽는 양이 훨씬 많아져서 오피니언까지 다 읽을 수 있었다. 이것저것 해보려다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지만 그 일만은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공부하는 것 자체보다 가끔 이 공부를 해도 되는 지에 대한 확신이 흔들릴 때 힘들었었다. 그때 많은 힘이 되어주신 선생님들, 스터디 파트너들, 함께 수업을 들었던 친구들 모두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다.
 
 
 
♣ 번역 ♣
 
한미선(서울여자대학교 문헌정보학과)
 
*1차시험
 
외대시험에서의 9개의 지문을 짧은 시간에 풀어야하는 중압감과는 달리 시간은 여유가 있었다. 이대 번역학과 1차 시험은 십개항의 듣기, 십개항의 문법, 삼십개항의 독해문제로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듣기시험은 외대시험후 듣기에 대한 감각이 무뎌져 있었기 때문에 1번문제부터 무척 어렵게 풀었다. 하지만, 마음을 굳게 먹고 듣기문제에 정신을 집중했다. 짧은 지문에 2개 문제가 달린 것이 2문제, 나머지는 1개지문에 1문제씩 나왔다.
 
시사문제로는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묻는 문제였고, 나머지 문제들은 순수한 청취력을 테스트하기위한 문제들이었다는 생각이든다. 예를들면 와인잔에 대한 화자의 기호, 위대한 째즈 뮤지션과 그역사, 한 정치가가 선거 유세기간에 한 실수 만회하기등 수업시간에 다루던 시사문제들과는 거리가 있었다. 열 문제이긴 하지만 상당히 비중이 있기대문에 청취는 번역전공이라하더라도 소홀하게 다루면 안될것같다.
 
문법문제는 대체적으로 평이했다. 독해문제는 지문하나에 2-3개정도를 묻는 문제들로, 단어나 접속사를 묻는 문제는 없었다. 전반적으로 길이도 짧고 평이하긴 했지만 , 간혹 답을 단정적으로 쓰기가 어려운 문제가 있긴했다. 미국주요공항 문제점, 아프리카인들의 삶의질 향상, 싱가포르의 출산율 하락으로 인한 인구구성변화가 정치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등 다양한 내용의 지문들로 길이는 외대 시험문제중 가장 긴것의 절반정도 분량이었다.
 
*2차시험
 
한글에서 영어, 영어에서 한글로 가는 번역이 각각 한문제로 분량은 A4용지로 가득.. 한영 번역이 훨씬 길었다. 번역은 두문제를 100분간 자유롭게 시간을 안배하며 쓸수 있었다. 나는 원래 글을 쓰는 속도, 읽는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두문제를 다 푼후 10분정도가 남아서, 원문과 대조 검토는 못하고, 내가 쓴 답안만을 조금 손을 본 후 답안지를 제출했다.
 
먼저, 영한번역은 "최근 일련의 사건을 비추어 보건데, 2가지 미래에 대한 가설이 가능하다. 하나는 편협한 문화, 이념, 종교로인한 부족화와 경제력에 의한 세계질서의 재편, 문화의 단일화, 즉, 세계화로 치닫을 것이다라는 가정이다. (특히, 지문에 'McWorld'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는데, 저는 '세계화'로 번역했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후자가 절반의 성공을 거둔 듯하다. 세계화는 평화와 인류의 단결을 보장하는 매력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두가지 가설 모두 바람직한 미래상은 아니다. 먼저, 부족화는 전통적인 국경선의 의미를 강조, 고립으로 이어지고 종단에는 전쟁과 피를 부른다는 것이다. 정치적으로는 원리주의나 독재정치의 모습을 띤다는 단점이 지적된다. 반면, 세계화는 국경선의 의미가 점차 약화되고, 강력한 경제력을 압세운 문화가 그렇지 못한 문화를 흡수, 세계문화가 동질화함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할 수 있는 단점을 지적할 수 있다. 정치적으로는 실용적인 면만을 지나치게 강조, 관료주의로 흐를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직역을 한다면 상당히 어색할수 있는 지문이었기 때문에, 우리말이 어색하지 않게 글을 다듬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한영번역은 '안락사'에 관한 내용으로 A4가득 분량이었다. 안락사의 어원으로 글이 시작되었다. "안락사가 행해지는 방법에 따라 '소극적 안락사'와 '적극적 안락사'로 나뉜다. 유럽등 선진국에서는 의사가 환자와 환자가족의 동의하에 환자가 자살할 수 있도록 돕는 소극적 안락사가 인정되고 있다. 다시말해, 소극적 안락사는 윤리적, 법적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가망없는 말기환자에게 무의미한 치료를 계속하는 것 자체가 환자의 기본권 유린이라고 보는 이들도 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할 권리가 있으며 "존엄사"의 권리가 그 기본권의 범주에 속한다는 의견이 세계적으로 힘을 얻고 있다. 안락사를 둘러싼 논란은 낙태문제와 마찬가지로 결론이 영원히 나지 않을 어려운 문제이다. 하지만, 안락사 논쟁은 비선진사회에서는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문제로 사회구성원들은 안락사가 내포하고 있는 인권이나 인간다운 삶의 대한 질문을 던질 여유가 없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과연 한국사회가 안락사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준비가 되어있는가?" 하는 내용이었다.
 
번역과 시험문제는 입수하기가 쉽지않다는 생각에서 조금 자세하게 적었습니다... 지루하셨죠?
 
*공부방법*
 
<독해>
Korea Herald의 Op-Ed를 꼼꼼히 읽고, Ann Landers는 영영으로 가는 연습을 했다. Economist를 가능한 한 많이 꼼꼼이 읽었고, 특히 , Economic focus는 글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읽었다. 독해자료로는 정기구독 잡지외에, 일요스타디 팀원들이 주는 기사들을 읽었다. 글은 많이 읽는 것이 배경지식을 늘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독할 것을 권한다. 글을 읽을 때 내용파악 못지않게 속도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외대1차 시험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한바 있어 글을 읽을 때 시간을 점검하며 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기사를 다 읽고 난 후 반드시 한글로 요약하는 연습을 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무조건 읽다보면 내가 얼마나 글을 이해했는지 알지 못한 채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글요약을 하다보면 이 약점을 보완할 수 있어 꼭 권하고 싶은 공부방법이다.
 
<청취>
AP 뉴스와 Nightline을 매일 녹음해서 하루에 하나씩 들었다. 통대시험은 어차피 듣기가 좌우한다고 믿어서, 거의 죽기아니면 살기식으로 달려들었다. 수업시간 교재는 수업이 끝난후 복습으로 한번 정도 듣고, 1차 시험 한달전부터 6개월간의 자료를 다시 한번 들으면서 주요용어들은 정리해서 암기했다.
 
<번역>
번역과를 처음부터 염두에 두고 시험준비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사실 번역공부를 따로 하진 못했다. Washington Post기사를 시간 정해놓고 번역하는 연습을 한 달정도 한 것 같다. 한영번역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주시는 자료외엔 연습을 거의 하지 못했다.
 
1차시험준비는 일요스타디 파트너들과 토플, 텝스, 통대기출문제들을 10월 한달간 풀었다. 청취, 독해와 같은 기본적인 공부를 꾸준히 한다면, 문제풀이는 10월부터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거로와 Graduate 실전문제를 한 이 주간 틈만 나면 푼 것으로 기억한다.
 
나는 올 봄부터 6개월간 실전반 수업을 들었다. 작년시험에서 고배를 마신 후, 어영부영 보내다, 공부를 다시 시작하려니까 공부습관들이기가 무척 힘들었다. 거기다 기존에 수업을 들어오던 친구들은 거의 달인처럼 능숙하게 통역하는 모습을 보고 무척이나 긴장했었다. 하지만, 이러한 주눅드는 기분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서 나름대로의 계획을 갖고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불안하고 확실한 것이 없는 상황이라 조급한 마음이 드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기초 공부를 튼튼하게 다지고, 기복없이 10월까지 공부하신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예요. 걱정하지만 마시고 자신을 믿고, 선생님과 선배들이 추천하는 공부방법중에서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선택해 꾸준히 하셨음 좋겠습니다.
 
끝으로, 어떻게 공부해야하는지 눈을 뜨게 해주신 은천성 선생님과 나이많은 제가 불편느끼지 않게 대해 준 스타디 파트너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저와 2년간 동고동락한 영원한 제 파트너 송영주양과, 이대 시험준비할 때 자신의 일처럼 도와준 은미경양에게 고맙다는 말 꼭 전하고 싶습니다. 또, 여러분!! 이 공부는 어차피 장기전이기 때문에 파트너들간에 끈끈한 정이라도 없다면 견디기 힘들어요. 서로 많이 도와서, 서로가 잘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소망이 깊으면 반드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여러분!! 자신을 믿고 기본에 충실한다면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을겁니다.
 

 
 

미 Monterey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2)
 

박영훈(외대통대 한서과 졸업)
 
2000년도 겨울에 선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 합격수기를 쓰고, 이번에 다시 Monterey 통번역대학원 한영서과 합격수기를 쓰니,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2001년 2월에 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서과를 통역전공으로 졸업하고, 선문대 통번역대학원 한영과에 입학을 한 후, 이번에 다시 몬테레이 통대를 간다고 하니까, 어떤사람들은 저를 의아한 눈으로 바라보기까지 합니다. 사실 통대를 나온 사람은 누구든 다시는 이 지겨운 곳을 찾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지만, 저는 오히려 또 다시 도전을 하려고 합니다. 글쎄, 어떠한 의미에서는 지나친 욕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먼저 저의 간단한 수기를 쓰고 나서 준비방법을 말씀 드리겠습니다.
 
결론부터 말씀 드리면 막연히 통대준비를 하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몬테레이를 마치 하나의 현실도피로 생각하는 분들이 상당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통대라는 것은 국내이건 국외이건 마찬가지이지요. 안에서 새는 쪽박이 나가서도 샌다는 말이 있듯이 미국에 간다고 해서 더 잘 되는 것은 아니죠. 제가 이렇게 외람된 말씀을 드리는 이유는 이미 국내통대를 다녀봤기 때문에, 대부분의 통대준비생들이 갖고 있는 환상이 제게는 없고, 현실적인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국내에서 열심히 공부해서 외대 통대나 이대 통대를 가시는 분들이 더욱 훌륭하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 피눈물나는 노력을 했고, 그만큼 노력을 했기 때문에 이 공부가 어렵다는 것을 처절히 느끼는 반면, 지금까지 몬테레이합격생 다수는 솔직히 그러질 못했습니다. 그러니까,그냥 한번 시험을 쳐 봐서 되는 경우도 적지 않았지요! 물론 합격생들이 기본실력이 있어서 그렇게 된 것은 부인할 수 있는 사실이지만, 어렵게 공부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통대가 그럽게 힘든 곳이라는 것을 모르고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한마디로 요령은 없습니다. 제가 이 지면을 빌어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본인의 현재 실력과는 무관하게 막연히 통대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나, 반드시 올해에 합격을 하겠다는 강박관념을 갖지 않는 것이 통대준비 공부의기본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도 아직까지 너무나 부족하고, 무지를 매일매일 깨닫고, 은 선생님한테 늘 critique을 당하고 (지금은 하도 같은 지적을 많이 받아서 은 선생님이 저를 거의 포기한 상태입니다.^^), 모난 부분 투성이인 것을 깨닫고 있습니다. 누구든, 아무 생각없이, 무조건 통대를 가고 싶다는 마음은 갖지 마시고, 이 공부가 정말 좋아서, 그리고 즐기면서 하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공부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선문대 통대 합격수기에 적었지만, 다시 말씀드리자면 기본실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이 공부를 하려고 한다면, 학부시절에 정말로 영어가 좋아서 거의 매일 영어공부를 해서 구축한 기본적인 영어실력이 바탕이 돼야합니다. 기본 영어란 기본적인 이해력과 구사력이지요! 많은 분들이 영어를 그냥 읽기만 하고 습득하는데에 그치지만, 그런 공부는 통역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영어이해력과 구사력을 늘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날이면 날마다 영어를 듣고 외워야합니다. 솔직히 제 개인적으로는 한국어 TV는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제외하고는 봐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본다고 나쁜 것은 아니지만 전혀 영양가 없는 오락물에 에너지를 분산시키면 안되지요! 영어를 듣고 영어로 스트레스를 풀고.. 즉 영어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면서 이 공부를 할 수는 없지요. 학부시절의 제 경우를 간략히 말씀 드리자면, 전공이 서반아어였고 , 그 외에 영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를 공부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학부때 외국어 공부(영어/불어/독어)에 혼신을 쏟아서 공부하셨듯이 저도 그랬습니다. 그렇게 공부를 했는 데도, 처음 은 선생님 수업을 들었을 때 느꼈던 그 엄청났던 충격이란! 적응하는 데만도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요즈음 주위에서 보는 많은 분들은 "한 달을 해도 늘지 않는다."라는 등의 넋두리를 하시더라구요. 집에서 혼자서 듣기공부도 하지 않고, 수업시간에 하는 듣기로만 모든 것을 때우려고 하니, L/C실력이 늘지않는 것은 당연하지요. 학원에서 많은 것을 바라지 말고, 학원은 공부할 수 있는 자극을 받는 곳이라 생각하고, 진짜공부는 각자가 스스로 알아서 하는 것입니다. 가만히 보면, 공부도 열심히 하지않고, 안 된다고 신세타령하는 분들이 많은 데, 우리 제발 그러지 맙시다.
 
다음은 시험 방식에 대해 간단히 말씀드리도록하겠습니다.
 
시험은 2000년도 방식과 같은 방식으로 나왔습니다. 문제는 구술시험에서 녹음할 때, 평상시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상당히 신경이 쓰인다는 말이죠. 저 같은 경우는 한번 녹음하고 들어 본 다음에, 마음이 들지 않으면, 몇 번씩 반복해서 녹음을 했습니다. 생각보다 원서준비를 하는데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11월말에 시작해서 12월까지 하다가, 1월에 중단하고, 다시 2월 중순에 시작해서 결국 3월 12일에 원서를 보냈습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보냈지요. 마감이 3월 15일 이었거든요.
 
 결론적으로 말씀 드리자면 몬테레이이건 외대나 이대이건 중요한 것은 열심히 해서 실력을 쌓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선생님 말씀을 잘 들으세요. 저를 포함해서 많은 학생들이 선생님 충고를 한 귀로 듣고 다른 한 귀로 다시 흘려 버리는 못된 습관이 있는 데, 우리 절대 그러지 맙시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몬테레이는 학비가 너무 부담되기 때문에, 한번 이점도 신중히 고려해 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도와주지 못하는 사정이기 때문에, 사실 합격을 해 놓고도 너무 걱정이 됐습니다. 그 많은 학비을 벌어서 그곳에 가야 하니 앞이 캄캄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입학을 2003년 9월로 학교측에 통보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막막한 생각이 들더군요.
 
열심히 공부하시는 분들은 주님께서 그 노력에 축복해 주실 겁니다. 끝으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은 선생님께 깊은 감사드리며, 저를 위해서 지금도 기도하고 있는 영주양과 어머님께 이 자리를 빌어 고마움을 표합니다.
 
 
 
이동은
 
직장생활에 무기력함을 느끼며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을 즈음, 친구로부터 몬트레이 대학에 대한 얘기를 접하게 되었다. 평소 막연하게 동경해오던 유학과 전문직이라고 생각해온 통역을 공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끌리게 되었다. 하지만 몬트레이에 대한 정보는 많이 부족했고, 통역공부가 어떤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여서 우선은 작년 여름부터 회사를 다니면서 은 선생님 수업을 듣기 시작했다. 우선 여름에 있었던 당시 몬트레이 재학생이 참석한 공개강의를 시작으로 학교 홈페이지를 비롯 몬트레이에 대한 정보를 모으기 시작했고, 막연하게 생각하던 것들을 계획을 세워 하나하나 실천해 나가기 시작했다.
 
Monterey Institute of International Studies(MIIS)학교 홈페이지(www.miis.edu)를 꼼꼼히 읽은 후, 학교측에 메일(admit@miis.edu)을 보냈더니 약 2주 후 입학신청서류양식과 EDT Form이 함께 도착했다.
 
<구비서류>
 
1. Statement of Purpose (SOP)
– SOP는 일종의 입학동기 및 학업 계획서로서 미국에서 입학 사정 시 성적이나 다른 시험 점수만큼이나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 막연한 포부보다는 가능한 자신의 경력과 통역/번역을 연관시켜, 왜 이 공부를 하려고 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논리 있게 써주는 것이 좋다. 내 경우, 학원 다니면서 느낀 점과 직장생활에서의 경험 등을 연관 지어서 써 내려갔다.
 
2. 이력서
– 이력서를 한눈에 들어오게끔 정리했다. (개인적으로 이력서는 가능한 한 장을 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3. 추천서 2장
– 내 경우, 학교 교수님과 직장 상사로부터 각각 추천서를 받았다. 대부분이 그렇겠지만 재학 시 특별히 친분관계를 맺어온 교수님이 없는데다 졸업 한지도 몇 년이 흘러 꽤 난감했었지만, 일단 용기를 내서 교수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기꺼이 잘 써주셨다. 많은 사람들이 다시 학교에 연락하는 것을 꺼려하는데 과감히 교수님께 연락드릴 것을 추천한다.
 
4. 성적증명서/ 졸업증명서
– 학부 때 성적이 좋지 않아 발표 전까지 가장 마음 졸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학부 성적은 이제 와서 바꿀 수도 없는 거라 그냥 포기하고, 대신 교환학생 시절 받은 성적표를 미국에 연락해, 그 곳 학교에서 직접 몬트레이로 보내게끔 했고, 몬트레이측에 편지를 썼다. 즉, 학부 학교 성적은 안 좋지만, 교환학생 기간 1년 동안 받은 성적은 좋았고, 그러므로 미국 교육 시스템에 잘 적응할 수 있다는 등등의 내용이었다. 이러한 배짱으로 밑져야 본전이다라는 심정으로 장학금 신청까지 했고, 운 좋게 장학금도 받을 수 있게 됐다.
 
5. 토플성적
– 사실상 토플 시험의 비중은 낮다. 일정 점수만 넘으면 되지만, 여차하면 시기를 놓치기 쉽기 떄문에, 서둘러서 시험을 보고, 미리 점수를 받아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신청해서 시험보고 점수 받기까지는 약 3개월이 걸리니, 계획을 잘 세워야 하겠다.) 내 경우 9월에 신청해서 11월에 시험을 봤는데 중요한 점은 이 시기가 다른 대부분의 유학생들도 준비하는 시기라 순서도 밀리기 쉽고, 그렇게 기다리다 보면 2~3개월이 훌쩍 지나간다. 특히 새로 바뀐 컴퓨터 방식시험을 한번도 쳐보지 않았고, 한번에 시험을 보고 끝낸다는 생각에 (한번 시험 보는 비용이 약 15만원 정도이다) 한달 간은 인터넷을 통해 연습문제를 미리 풀어 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6. 재정증명서
 
* 시험문제는 크게 written test/oral test로 나뉜다.
 
1. Written test
– written test는 번역(영-한, 한-영), 에세이(한국어/영어), 요약 문제로 나뉜다. 각 파트별로 제한 시간이 있으나, 크게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다. 항상 은 선생님이 강조하시는 매끄러운 한국말과 논리적인 전개에 주의를 기울였고, 특히 글을 읽고 요약하는 문제는 대의 파악을 강조하시는 장 선생님의 수업방식과 유사해서 많은 도움을 얻었다.
 
2. Oral test
– 발음평가, 시사주제, 개인주제 등으로 나뉜다. 준비하면서 불안했던 점은 아무래도 혼자 말해서 혼자 녹음하는 것이라 다시 들어보면 너무나도 어색하고 책 읽는 것처럼 들려서 무척 걱정했다. (절대 써놓고 읽으면 안되며, 평가자가 읽었다고 간주 시에는 탈락시킨다는 문구가 매우 강조되어 있다!!!) 먼저 중요한 것은 자신이 무슨 내용을 얘기하려는 건지 아이디어를 정하는 것이다.
 
주변에서 이번에 떨어진 사람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냥 준비 없이 무턱대고 주어진 시간 내에 녹음을 했다고 한다. 미리 자신이 말하려는 흐름을 잡는 것과 읽는 것과는 엄연히 구분되는 것이다. 아무리 영어를 잘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준비 없이 회화하듯 그냥 녹음하면 당황하게 마련이고, 전달하려는 말의 요지가 흐려지니 녹음 전에 자신이 하고자 하는 말을 충분히 숙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내 경우 녹음 전에 가족 앞에서 또는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전화로 연습하면서 가능한 자연스러운 어조가 되려고 노력했다.
 
준비를 하면서 느낀 점은 유학준비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물론 여러 학교를 지원하는 MBA나 다른 유학 준비에 비하면 쉬운 일이지만, 시기를 놓쳐서는 안되고 여러모로 다리품 팔고 번거로운 일이 많으니, 일단 결심을 했으면 중도에 포기치 말고 계획에 맞춰 부지런히 실행에 옮기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먼저 내가 가려는 학교에 관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먼저 몬트레이 측에서는 2차례 한국에서 일종의 입학 설명회 및 예비 합격자 모임을 마련했다.
 
1.입학 설명회
– 지난 해 12월(?)경에는 힐튼 호텔에서 일종의 입학 설명회가 있었다. 당시 설명회는 비단 통대뿐만 아니라 몬트레이 대학원에 있는 타 학과 설명회까지 포함한 자리였지만, 참석한 졸업생들도 통대 졸업생이였으며 참석한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가 통대이다 보니 이에 대한 많은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특히 졸업생들과의 대화뿐 아니라, 원서 준비 시 궁금했던 점 등을 물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2.예비합격자 모임
– 올 5월경에 몬트레이 통대 학장을 비롯해 통역대학 한영과 주임교수, 졸업생, 재학생, 예비 입학생, 기타 관심 있는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모임을 가졌다. 이곳에서는 여러 질의응답에서부터 재학생들을 중심으로 그곳 생활에 대한 사사로운 얘기까지도 들을 수 있어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참석하신 교수님으로부터 점점 한국에서 몬트레이에 대한 관심이 커져가고 있다는 점을 방증해 주 듯 이러한 모임이 올해로 처음이며, 올해부터 입학정원이 약 20여명 정도로 늘었다는 점, 이에 맞춰 커리큘럼에도 약간의 변경이 있다는 점 등 올해부터 약간씩 변화된 사항도 접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합격통지서를 못 받으면 많이 좌절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합격통지서를 받고 나니, 국내 통대에 시험이라도 봐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욕심이 생겨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러 졸업생들 및 재학생들과의 많은 대화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확신을 얻을 수 있었고, 결국 어느 곳에서든 자신이 최선을 다하는 여부에 달려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왜 몬트레이를 애초부터 염두에 두었으며, 내가 그곳에서 얻고자 하는 바 등을 다시 고려해보았을 때 몬트레이가 나에게 보다 적합한 곳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끝으로 지원하고자 하는 모든 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바라며,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끝까지 함께 해주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가는 날까지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이들 모두에게 합격의 소식이 함께 하길 바란다.
 
<유용한 사이트>
 
1.www.netian.com/~yoonji
– 졸업생이 만든 사이트로 이곳에 몬트레이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게시판을 통해서 스터디 파트너도 구할 수 있으며, 궁금했던 여러 내용들, 다른 준비생들의 진행과정, 결과 리포팅 등도 확인 할 수 있다.
 
2.www.gohackers.com
– 토플, GRE를 비롯한 각종 유학준비 시험 사이트.
 
3.www.miis.edu
– 몬트레이 학교 홈페이지. 한번 정독은 필수. 기타 궁금한 점은 학교 쪽으로 이메일을 보내면 친절한 답을 얻을 수 있다.
 
 
 

황선영
 
1. 필요한 서류 :
 
1) Statement of Purpose (SOP) : 지원동기 및 학업계획에 대해 쓰는 것 입니다. 왜 통/번역 공부를 하려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준비했는지 그리고 관련경력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는지에 대해 쓰면 됩니다. 저는 통/번역 공부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유와 어떻게 언어 공부를 해왔는지에 대해 썼습니다. 직장 경력을 지원하게 된 동기와 관련하여 서술했습니다.
 
2) 추천서 2장 : 교수님이나 관련경력이 있다면 그 분야의 전문가에게 받으시면 됩니다. 저는 모교 교수님께 가서 받았습니다. 추천서를 부탁드릴 때 이러이러한 학교에 지원하게 되었다고 말씀 드리고, 가능하다면 그 이전에 관련 경험이나 아르바이트 또는 경력을 구체적으로 말씀 드려서, 추천서 내용에 첨가 시켜주시기를 부탁 드리면, 교수님께서도 쓰기 편하시고 좀 더 구체적이고 도움이 되는 추천서가 될 것입니다. 저의 경우 감사하게도 교수님께서 먼저 구체적으로 써주었으면 하는 내용을 말해 달라고 하셔서 재학당시 영자신문 통신원 한 경험과 관광통역 한 것 등을 적어 드렸습니다.
 
3) CFR : 재정 증명서입니다. 학비를 낼 수 있는 재정증명이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 또는 자신, 학비를 감당할 사람의 통장 잔고 증명(영문--은행에서 뽑아줍니다)이 필요합니다.
 
4) 그 외 성적 졸업증명서 및 토플성적 : 토플은 600점(paper TOEFL) 이상이어야 하구요. GRE는 필요 없습니다.
 
5) 가장 중요한 EDT TEST : Early Diagnostic Test로 written and oral version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다시 설명 드리겠습니다.
 
2. EDT TEST
 
1) Written Part
 
i) Essay : 주제를 주고 영->한(300-500 word) , 한->영(600-800자) 60분내에 써야 합니다.
 
ii) Translation : 역시 영한, 한영번역으로 60분 이내에 써야 합니다.
 
iii) Abstract in English : 영어 텍스트를 읽고 한국어로 요약하는 것입니다. 한 페이지정도의 영어본문을 읽고, 200자 이내로 60분 안에 써야 합니다.
 
2) Oral Part : 공테이프를 준비해서 스스로 녹음하는 파트입니다. 각 부분마다 시간제한이 있고 중간에 절대 멈추어서는 안됩니다.
 
i)Pronunciation : 본문에 있는 영어테스트와 한국어 텍스트를 자신의 발음으로 녹음해야 합니다.
 
ii)Speech : : 시사문제중 주제를 정해 5분간 자신의 생각을 요약 녹음합니다.
 
iii)개인적인 내용의 Speech : 왜 통번역사가 되려고 하는지, 지금까지 어떻게 영어공부를 해왔고, 어떤 부분이 부족하며 어떤 식으로 보충하려고 생각하는지, 그리고 일상생활의 언어 생활과 통번역에서의 언어사용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는 지 이 세가지 주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순서입니다. 자신의 솔직한 의견과 주장이 중요합니다.
 
* 지금까지 보시면 알겠지만 통역 대학원 준비를 하는 사람으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내용이긴 하지만 시간제한과 텍스트의 난이도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Self-test 이기는 하지만 시간을 마음대로 해서 무작정 길게 잡고 쓴다고 해서 다 잘 쓰는 것도 아닙니다. 또 각 부분마다 언제 시작해서 언제 끝났다는 시간표시를 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 일단은 시간 내에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신 주제들에 대해서 우선 배경 준비를 좀 하고, 주제들에 대해서 나름대로 검토하고 쓸 방향을 생각해보는 정도로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완벽하게 쓴다고 해서 좋은 점수를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완벽하게 쓴다면 비싼 학비 내고 공부할 필요 없는 사람일 테니, 입학을 위해서 학교 측에서 보고 싶은 것은 기본적인 자질일 것이라는 판단이었습니다. 사실 교포출신 친구가 대신 써줬는데 떨어졌다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겁도 좀 먹었습니다.^^ Oral 테스트의 경우도 주제에 대해 생각을 미리 정리하고 중요한 단어를 적어놓고, 얘기하듯이 녹음했고, 꼭 말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부분은 아예 외웠습니다. 사실 평가하시는 교수님들이야 매년하시는 일인데 도움을 받았는지 자신의 노력인지 금방 아실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더욱이 녹음하는 건데 줄줄 읽으면 금방 표가 나지 않겠어요?^^ 아무튼 저는 열심히 한 흔적을 보이면 된다고 생각하고 했습니다. 그리고 전공이나 관련경력이 있으면 Oral test때 연결시켜서 설명하고, 앞으로의 계획도 연장선상에서 말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외국회사에서 담당했던 일을 설명하고, 앞으로 관련분야에서 전문가로 일하고 싶다는 내용을 덧붙였습니다.
 
* 그리고 EDT Test를 보내면 얼마 있다가 전화 인터뷰를 한다고 합니다. 저는 안 했지만요. 하는 사람도 있고, 안 하는 사람도 있는 가 봅니다. 미국에 거주하면서 신청했던 사람들은 거의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3. 유용한 사이트 : www.miis.edu는 학교 사이트입니다. 그리고 www.netian.com/~yoonji라는 사이트에 유용한 정보가 많습니다.(졸업생이 만든 사이트입니다)
 
4. 장학금 : 빨리 보낼수록 좋습니다. 학부성적이 좋거나 관련경력이 있는 분은 기대하셔도 좋으실 것 같아요. 저는 학부성적이 3.5 미만이고 워낙 신청을 deadline 바로 전에 해서 별 기대 안 했는데 받았습니다. 액수는 개인별로 차이가 좀 있습니다. 최대 일년에 일만 불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원서접수 마감일은 12/1, 2/1, 3/1, 5/1 입니다. 5월1일이 마지막이니 저같이 4월 29일에 DHL로 보내지 마시고… 미리미리 보내세요. 장학금은 3월까지는 해야 유리한 것 같습니다.
 
5. 기타 : 입학허가를 받으면 1년은 입학을 연기할 수 있습니다. Admission fee를 내고 서면으로 연기 신청을 하면 1년이 연기됩니다. 만약 장학금을 받았는데, 연기를 시키면, 그 다음 입학 해에 가서 장학금 심사를 다시 하게 됩니다.
 
준비하시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준비하면서 다른 분들이 쓰신 글을 보고 많이 도움 받았거든요. 나도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고 떨어지면 실망이 크겠구나 생각했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입장이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그리고 꼼꼼하게 준비하셔서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랍니다.
 
 
 
 
 
선문대 통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2)
 

김도훈(경원대학교 화학과)
 
< 공부 방법 >
 
·듣기 -- 학원 교재만을 충실히 활용했습니다. 듣기는 짧은 양을 오래 들어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익히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해서 이에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학원 교재만으로도 제게는 많은 양이었습니다. 아쉬웠던 점은 제대로 잡지 못하는 부분은 셀 수 없이 반복해서 들어야 하는 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점입니다.
 
·말하기 -- 표현을 위주로 외웠습니다. 그리고, 교내 영어관련 과목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예를 들면, 영문과의 Speech나 영어회화 특별 프로그램 등을 신청해서 들었습니다. 수업의 대부분이 프레젠테이션이었기 때문에 외워서 발표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모두 학점도 인정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저로서는 일석이조였습니다. 주로 학원 수업시간에 배운 기사나 Chicken Soup을 외워가서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학기 중에는 교내에서 같은 프로그램에 참석한 학생들과 Chicken Soup을 외워서 이야기하는 스터디를 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두드러지게 부족한 점은 한글 기사 요약 발표 연습을 제대로 안 해서 memory span이 짧다는 점입니다.
 
·읽기 -- 학원 교재에 먼저 충실했고, 'The Economist'를 구독했습니다. 다 읽지는 못하고 각 부분별로 최소한 기사 하나씩 읽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경제학과의 시사 경제 같은 과목을 선택해서 수업에 시간에 다루는 다양한 영문 잡지기사--BusinessWeek, Far Eastern Economic Review, Financial Times, Forbes, Fortune, Newsweek, New York Times, Time, USA Today, Washington Post--를 읽었습니다. 워낙 모르는 것이 많아서 한 기사를 최소한 4번 이상씩 읽었습니다. 그래도 부족해서 쉬운 경제 관련 서적--네오퀘스트의 '경제영어 올라서기', 동아일보사의 '경제기사 궁금증 300문 300답' 등--을 참고해 가면서 읽었습니다.
 
< 시험 문제 >
 
·선문대 1차 -- 1교시 한국어 시험은 듣기와 읽기로 구성되어 있었고, 마치 대입 수험생들이 치르는 수학능력시험과 비슷하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총 25문제로 1∼11번은 듣기 평가, 12∼19번은 국어의 구성 능력과 의미 파악 능력 평가, 20∼25번은 문법 문제였습니다. 고사성어가 몇 개--곡학아세(曲學阿世), 교언영색(巧言令色), 권모술수(權謀術數), 탁상공론(卓上空論) 등-- 나왔으나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습니다. 일부는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나온 평이한 것이었습니다. 2교시 영어 시험은 총 50문제로 오로지 듣기였습니다.
 
·선문대 2차 -- 한글 기사를 영어로 번역하는 문제가 두 문제였습니다. 첫 번째 문제는 시사적인 것으로 한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은 모두 한자로 표현한 글이었습니다. 모르는 한자가 간혹 있었지만 문맥상 파악할 수 있어서 한자 때문에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수필형식의 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사설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평소에 'Chicken Soup'이나 'Ann Landers'와 같은 글들을 많이 읽고 외워둘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 번째 문제는 한국어로 번역하는 문제였습니다. 시험 보기 전에 운 좋게도 관련기사를 읽었었기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단 우리말 기사도 열심히 읽고 외워서 한국어로 보다 매끄럽게 옮겨 적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필기 시험 이후 한국인 교수님, 그리고 외국인 교수님 이렇게 두 분과의 구술 시험이 있었습니다. 분위기는 매우 좋았습니다. 구술시험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교수님들과 영어로 대화한다는 기분이었습니다. 끝으로 한국인 교수님이 시사적인 것을 짧게 한국어로 말씀해 주시고 영어로 말해보라고 하셨습니다.
 
< 끝으로 >
 
재밌게 공부하려고 했습니다. 워낙에 아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배운다는 것이 곧 기쁨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선문대 통번역대학원은 외대 통번역대학원 시험 볼 때와 마찬가지로 부담 없이 시험 봤습니다.
 
대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부터 통번역대학원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처음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 청취'를 수강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 현재의 '왕기초반'에 해당하는 반에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학교 수업과 병행해야 했기 때문에 현재 '실전반'보다는 '기초반' 위주로 들었고 시험기간에는 아예 수강하지 못하거나 '시사청취' 수업을 수강했었습니다. 학교에서 이수해야 할 학점이 많아서 통번역대학원만을 위해서 공부해야할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관련된 교내 프로그램이나 과목들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모든 수험생들의 부모님들이 그러하듯이 누구보다 고생하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 드리고,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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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3)
 

김미연(연세대 영문/국문 전공)
 
합격발표가 난지 며칠이 되었지만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는다. 이렇게 합격 수기를 쓰고 있다는 것도 꿈만 같다. 사실 합격수기를 쓸 만큼 변변히 내세울 공부 방법이나 경험도 없지만, 다른 사람의 합격수기를 보면서 자극도 받고 조언도 얻었던 나의 경험을 되살리며, 작은 도움이라도 되었으면 한다. 특히 직장을 다니면서 통대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힘내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공부방법>
 
내 경우는 작년과 올해의 공부가 좀 달랐다. 작년 한해는 통대입시에만 전념을 했었고, 올해는 작년의 실패후 직장을 다니면서 병행을 했기에 조금 다를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작년에는 좋다는 공부는 다 해보려고 욕심을 부렸다. 일일 스터디 (영한, 한영), 일요스터디, 한한스터디, AP뉴스 듣기 스터디등 스터디도 여러개 했고, 1차 시험에 대비해 문제집도 많이 풀어보려고 노력했다. 다들 알겠지만 이 공부는 욕심부리면 끝이 없는것 같다. 하면 할수록 부족한 것만 눈에 보이고 늘지 않는 것같은 느낌에 초조해진다. 작년 입시에 실패하고 나서 얻은 교훈은 공부를 할때 마음에 부담이 있으면 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는 것이었다. 올해에는 직장을 ful-time으로 다녔기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내가 할 수 있는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임했다. 작년에 듣기가 너무 약하다는 생각에 듣기를 AP위주로 많이 들었는데, 올해에는 독해에 보다 중점을 두었다. 독해가 쌓이지 않으면 듣기를 길게 틀어줄 때 흐름을 따라가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에는 The Economist를 구독했다. 많이 보지 못하고 넘기는 경우가 많았지만, 기사중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것과 그래도 비교적 짧고 재미있는 파란 Box안의 기사들은 많이 읽어보려고 노력했다. 작년에는 기사하나를 읽어도 공부태세를 갖추고 진지하게 읽어야 한다는 어설픈 완벽주의때문에 오히려 많은 기사 독해를 하지 못했기에, 올해에는 오고 가는 지하철이나 짬날때 그냥 죽 읽어가는 방법을 택했다. 심지어 회사에서도 (아주 가끔이지만) 잡지를 펴놓고 슬쩍슬쩍 읽기도 했다.
 
듣기는 학원에서 하는 것이 전부였다. 올해 초반에는 은천성 선생님 시사청취만 4개월정도 연달아 들었고, 8월부터는 장홍석 선생님의 실전반을 계속 들었다. 은 선생님 시사청취에서는 재미있는 내용을 많이 다루기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다양하게 듣기에 노출될수 있어 좋았고, 장홍석 선생님 실전반에서는 어려운 PBS의 토론 프로그램이나 에세이를 자주 들었다. 반복해서 복습을 하진 못했지만, 시사적인 내용뿐아니라 조금 심오한 (?)주제들은 좀 어렵긴 했지만 읽어주는 속도와 내용면에서 매우 유익했다고 생각한다.
 
영한 한영 뒤집기 스터디는 일주일에 두번 스터디 파트너와 연습했고, 일요스터디는 3월부터 참여해서 10월까지 계속했다. (물론 빠지는 경우도 많았지만^^)
 
스터디 자료는 영한은 주로 이코노미스트, 한영은 중앙일보의 기사를 영어본과 맞추어서 연습했다. 중앙일보 기사는 한국어 기사가 한국말답고 자연스러운데다가 영어 표현도 괜찮아 한국적인 내용을 영어로 옮겨보는 연습을 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영작과 번역은 8월부터 장선생님 수업시간에 시간재고 풀어본 것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기때문에, 수업시간에 내용을 모두 커버하면서 시간내에 들어오는 연습을 했던것이 정말 다행이었다.
 
작년과 달리 1차준비는 거의 하지 않았다. 작년에는 문제풀이에 참 많은 신경을 썼지만 1차 시험에서 실패했기에, 문제풀이보다는 영어에 많이 노출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1차시험에 하도 긴장을 많이하고 떨었기에, 실제시험같은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10월에 텝스를 신청해서 시험을 한번 보았다.
 
<외대1차 시험>
 
1차시험은 당일의 컨디션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하고도 너무 긴장하면 실력발휘를 못하는 것 같다. 마음의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1차는 작년과 거의 같은 유형이었다. 공통영어에서는 헤드라인 고르는 문제, not true 고르는 문제가 듣기로 나왔고 written test part에서는 문법과 빈칸 채우기가 나왔다. 작년에 문법 문제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도 잘 풀지 못했기에, 올해는 뒷부분인 빈칸 채우기를 먼저했다. 통대 공통영어 문법은 머리를 싸매고 봐도 이거다 싶은 답이 없는 문제라고 생각되어 빈칸 채우기를 먼저하고 문법은 마지막에 죽 읽어가다가 이상한것 같은 부분을 골랐다. 전공영어에서는 듣기의 지문이 길었다. 작년에는 연설문 지문을 읽어줄때 적느라고 진땀을 뺐다. 문제는 두서 없이 적은 게 너무 많아 막상 문제를 풀때 뭘 보고 답을 골라야할지 몰랐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올해는 지문을 들려줄 때 적지 않고 흐름을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흐름을 따라가다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것만 몇개 적었다. 지나고 보니, 나는 적으면 머릿속에는 남지 않지만, 적지않으면 집중력도 커지고 머릿속에 남게 되어 더 득을 본 것 같다. 전공영어 독해에서는 이코노미스트에서 본 지문들이 몇개 나와서 그나마 시간을 좀 줄일 수 있었다. 독해는 전문을 다 읽기에 시간이 부족해서 문제를 먼저보고 독해를 하는 식으로 시간을 의식해서 풀었다.
 
작년보다는 제정신을 차리고 풀었지만 경쟁률이 워낙 높기에 붙을 것이라는 확신을 전혀 할 수 없었다. 그래도 2차시험을 보기전까지는 마음을 가라앉히는것이 중요한것 같다.
 
<외대2차 시험>
 
한국어는 전혀 준비를 하지 않고 갔는데,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영작과 번역, 특히 영한 번역에서 나는 아주 어려운 지문이 나오면 전체적인 맥락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 걱정을 많이했는데, 다행히 영한 번역이 연설문이어서 지문자체의 어려움보다는 한국말로 부드럽게 나가는데 초점을 두고 시간을 의식하면서 했다. 한영 영작은 우리말 영어 뉴스에 나올 법한 내용으로 버스정보시스템과 디스플레이 출시에 관한 것이었다. 내용중에 발주, 수주 같은 다소 어려운 표현들이 있었는데, 딱맞는 영어표현이 생각나지 않고 시간도 촉박해서, 우회하는 표현을 썼다. 에세이에 나온 월드컵은 전에 스터디와 수업시간에 해본적이 있어서, 그나마 수월하게 할 수 있었고, 짧은 글이어도 서론-본론-결론이 있는게 좋다는 얘기를 들어서 나름대로 뼈대를 세우려고 노력했다.
 
인터뷰는 토요일 끝에서 두번째였는데, 무려 5시간을 넘게 기다렸다. 순번이 늦게 걸릴 경우 지치지 않게 스스로를 다잡는 것이 중요하다. 내가 들어갔을때 교수님들 역시 많이 지쳐있는것 같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영한이 시작되어 조금 당황했다. 영한은 임향옥 교수님께서 읽어주신 cloned food에 관한 것이었는데, "현재 미국 농장에는 복제동물의 수는 많지 않다, 복제비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실 시장에 끼치는 영향도 미미하다, 그러나 복제비가 기술의 발달로 좀더 싸지면, 곧 우리 곁에 복제동물에서 나온 우유나 유제품, 나아가서는 고기까지 다가올것이다."라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내용이 그나마 정리가 되지만, 그 당시에 나는 cloned food라는 용어가 너무나 생소하게들렸다. 복제동물을 음식으로 사용하는것을 한번도 들어보지 못했기에 개념이 잘 다가오지 않았다. 그냥 들은 내용을 옮기는 수밖에 없었다. 내 머리속에 개념이 잘 서지 않은상태에서 하는 통역이라 제대로 전달이 되고있는지 너무나 의심스러웠고, 내가 무슨말을 하고 있는지도 잘 몰랐다. eye contact은 평소스터디때도 하지 못했기에 역시 시험장에서도 못했다. (난 eye contact을 하면 내용을 잘 잊어버린다) 다만 목소리는 크게 하려고 했는데 영한 내용이 어려워서 이런 나의 다짐들은 하나도 생각나지 않았다. 영한이 끝나자 곽중철교수님께서 바로 한영을 읽어주셨다. 내용은 기러기 아빠에 관한 것으로 시작해서, 우리 나라사람들이 너무 영어에만 매달린다, 외국에서 살다온 연예인들도 영어, 일어는 잘하면서 한국어는 못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진정한 세계화 시대의 한국인이라면 한국어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한다, 영어는 발음보다는 말하는데 있어 논리가 있으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생소한 내용이 아닌데다가 이야기의 흐름이 한 방향이어서 기억하기 어렵지 않았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빨리빨리 말했고, 영한보다 정신을 차려서 목소리도 크게 하려고 신경을 썼다. 영한, 한영모두 끝날때 내용을 끝맺는 티가 나는 문장으로 정리를 했다.
 
인터뷰를 보고와서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영한을 너무 못했다는 생각에 거의 포기했었고, 나중에는 그 기사 지문을 워싱턴 포스트에서 우연히 찾았는데, 보면서 더 괴로워했다. 그나마 평소에 스터디를 하면서 연습했던 태도가 배어 있어서 들은 내용이 어려웠음에도 내가 생각한 것 만큼 크게 당황한 티를 내지 않았나 보다. 평소에 어렵건 쉽건 자기만의 어떤 틀에 맞추어 해낸다는 생각으로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써놓고 보니 도움이 된다기 보다 개인적인 푸념에 가까운것 같아 걱정이 된다. 다만 몇분들에게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올해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할 때 가장 큰 고민은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만 해도 시원치 않다는 생각에 이러고 있는 내가 항상 불만이었다. 그러면서도 그만두고 공부만 할 때 또 붙을 자신이 없었기에 섣불리 그만두지도 못했다. 작년에 함께 공부했던 파트너들이 한명도 빠짐없이 모두 외대에 합격했기에 나의 실패는 더욱 좌절스러웠고, 더 자신감이 없어져서 직장을 선택했다. 지금 결과적으로는 잘된 일이지만 스스로에게 맞는 방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부를 하시는 분들 모두 걱정도 고민도 부담도 많을 것이다. 그러나, "반드시 된다."라는 믿음을 갖되, 언제까지 꼭 붙어야 한다고 자신을 옭아매지 말고 (작년에 내가 그랬다.) 되도록 편하게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독해의 중요성과 아울러 공부할 시간이 별로 없던 나에게 많은 기회와 가르침을 주신 장홍석 선생님과 작년에 많은 것을 가르쳐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직장에 다니는 스터디파트너를 마다하지 않고 시간을 맞춰 함께 스터디를 해준 선영이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또 항상 함께 고민하고 의지했던 노영언니, 가연언니, 효진언니, 유미언니께 감사드린다.
 
 
 
김윤희(고대 영문과)
 
통역사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끼기는 했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었는데, 졸업 후 회사를 1년 반 가량 다니다 결심을 굳히게 되었다. 6월에는 기초반을 수강하고, 회사를 그만둔 7월부터 실전반을 듣기 시작했다. 처음 실전반에 들어갔을 때는 정말 총체적인 난국에 빠져 있었다. 잘 들리지도 않거니와 배경지식이 없어 이해도 가지 않았고, 메모리 스팬은 제로여서 그나마 들은 것조차 제대로 말하지 못했다. 처음 일주일간은 마음고생이 정말 심했지만 조금씩 적응해 나갈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는 실력 있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하며 많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외대 시험
 
1차: 전년도 시험과 같은 유형이었다. 공통영어의 Listening은 헤드라인 고르기와 틀린 내용 고르기였고, 그 외에는밑줄 친 부분 중 문법이나 용례가 틀린 것 고르기, 단어 2개 채우기 등의 문제가 나왔는데, 전공영어보다 오히려 더 어려웠다. 전공은 Listening이 연설문만 4개가 나왔고, Reading 지문은 Economist에서 발췌한 것이 많았다. 전년도와 마찬가지로 독해속도가 매우 중요했다. 1차는 왕도가 없으니 무조건 많이 듣고 많이 읽어야 할 것 같다.
 
2차: 영한번역은 연설문이 두 개 나왔는데 평이한 수준이었다. 이라크에 대한 Tony Blair의 연설등이 있었다. 한영번역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는데, 수업시간에 하던 우리말 영어뉴스에 나올 법한 내용이었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는 BIS(Bus Information System)을 발주하려 하고 솔루션 개발업체들은 수주경쟁을 벌인다는 내용, 그리고 LG전자 등이 차세대 Display를 개발하는 내용이 나왔다. 월드컵이 미친 영향에 대해 10줄 정도로 적는 영어에세이까지 다섯 문제에 60분의 시간이 주어졌다. 한국어는 대체로 평이한 수준이었고 마지막에 NIMBY 현상에 대해 논술하는 문제가 있었다.
 
구술시험은 영한의 경우 악조건에서도 잘 자랄 수 있도록 식물유전자를 변형시키는 연구에 대한 내용이었다. 한영은 실업인구를 3D업종에서 흡수할 수 있도록 3D업종의 임금조건을 개선하고 사회적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 너무 떨려서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는데, 말할 때 교수님들께서 고개를 계속 끄덕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 표현은 평소보다 잘 못한 것 같지만 교수님 네 분과 번갈아 가며 eye contact을 하면서 자신 있는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다.
 
*공부방법
 
[Listening]
 
수업시간에 하는 Listening은 예습은 하지 않고 복습만 했다. 복습의 경우 지문을 그대로 외우기보다는 약 70% 정도 외우고 나머지는 내 나름대로의 표현을 생각해서 paraphrase를 하는 연습을 했다. 그 외에도 집에서 AFN의 좋은 프로그램들을 예약녹화 해두었다가 자기 전이나 주말에 틈틈이 보았다. NBC Today, ABC Nightline, CBS 60 Minutes, CNN Headline News 등을 주로 보았다.
 
[Reading]
 
처음에는 숙제만 하기도 버거웠다. 7월부터 스터디 때 일주일에 두번 정도 sight-translation을 했고 지문은 Economist등을 활용했다. 9월부터는 독해속도 늘리기에 가장 중점을 두고 Economist, Newsweek, Time 의 주요기사를 모두 통독하고, 수업시간에 나오는 숙제만 정독했다. 신문은 사설과 국제면을 매일 꼼꼼히 읽고 나머지는 훑어보았다.
 
[단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준비한다면 독해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단어를 외우는 것이 좋다고 하지만 내경우에는 단어집을 통해 꾸준히 단어를 외워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선 Word Smart를 스터디 파트너와 매일 서로 질문하고 확인하면서 한달 반 가량에 걸쳐 외우고, 이와 함께 Time, CNN 필수영어단어의 주요표현도 외웠다. Word Power Made Easy도 틈틈이 보고, 거로 Reading Workshop이나 Economist에 나온 단어들은 단어장에 정리해두고 외웠다. 처음엔 단어가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렇게 꾸준히 외운 것이 나중에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문제풀이]
 
7월부터 매주 토요일은 4명이 번갈아 가며 토플문제를 준비해와서 함께 풀었다. 또 매주 일요일은 스터디 파트너와 둘이서 거로 Reading Workshop을 풀기 시작해서 시험 볼 때까지거의 다 풀었다. 9~10월에는 Graduate English의 실전문제만 다 풀었다. 문제를 풀 때는 시간을 정해두고 다른 사람과 함께 푸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풀면 아무래도 해이해져서 풀다 말고 잡념에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스터디]
 
나는 7월부터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마음이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서 끝까지 많은 힘이 되었다. 7월부터 10월까지 매일 빠짐없이 한 것은 단어 체크와 한한 사설요약이었다. 한한은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메모리 스팬도 짧고 한국말 표현도 어눌해서 사설 한 개 분량이너무 길게만 느껴졌는데, 단어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뒤 내 표현으로 다시 말하는 법을 배우게 되었다. 처음에는 영한과 한영을 번갈아 가며 하다가 9월부터는 상대적으로 어렵게 느껴지던 한영을 매일 했다. YTN, Korea Herald, Korea Times 등 영어와 한국어가 함께 나온 지문을 활용했으며 모두 인터넷에서 프린트해서 사용했다. 또 신문의 독자투고란은 정답은 없지만 함께 적절한 표현을 궁리해가며 한영교재로 사용했다. 외대 2차 구술시험의 한영에서 독자투고 형식의 문제가 나왔기 때문에 많은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집에서보다 학원에서 공부가 잘됐기 때문에 아침 일찍부터 학원 자습실에서 공부했다. 회사를 그만둔 후로는 공부에만 전념하려고 했으므로 수업을 빠진 적도 학원을 가지 않은 날도 없었다. 가끔은 강남역근처 정류장에 도착하는 인천행 버스를 타고 바다를 보러 훌쩍 떠나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되도록이면 공부하는 동안 흐름을 깨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끝으로, 열매 맺기위해서 가지 치는 아픔이 있음을 알게 하시는 나의 하나님, 나를 항상 믿고 지지해주는 우리 가족, 그리고 함께 QT하며 공부했던 스터디 파트너 윤진언니에게 감사드린다.
 
 
 

김은민(서울여대 국문과)
 
나는 통대에 가고 싶다는 생각에 멀쩡한 회사를 그만 둔 정말 대책 없는 무모파 중 하나였다. 그 후 지난 1년 8개월 동안 한 번의 낙방을 거치고 합격의 길로 이르는 동안 수험생으로서 겪을 수 있는 시행착오를 두루 거쳤다. 통대 준비 1년차 시절에는 정말 바닥부터 시작한 것 같다. 우선 모르는 단어 표현에 치여 살다시피 했으며, 듣기가 안 되어 AP를 무작정 받아쓰기도 했다. 하지만 차츰 언어 구사력 못지않게 바로 이해력과 정확성 그리고 생각을 논리적이고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요구된다는 것을 깨달았다(특히 합격한 국내파 친구를 보면 모두 그런 부류였다). 현실적으로 영어가 완벽할 수 없는 국내파의 경우 매끄러운 한국말 표현력, 이해력, 시사상식에 비교우위가 있음을 깨닫고, 재수기간인 올해에는 이 점을 보강하기 위해 전력을 다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1년차 시절의 단어, 표현, 받아쓰기 위주의 공부가 그대로 굳어 올해 공부에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다. 미약하나마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 졌기에,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었기에 오히려 재수기간 동안에 슬럼프 없이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다.
 
<공부방법>
 
자신에게 맞는 공부방식이 다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리딩, 리스닝, 일요스터디가 가장 도움이 되었다.
 
1) READING COMPREHENSION
 
작년 1차 시험에서 시간이 모자라 문제를 다 풀지도 못하는 쓴 맛을 본지라, 올해 재수기간 동안 가장 열심히 한 분야였다. 영어 잡지를 8개월동안 매일 여덟시간씩 읽고 일류 law school에 합격한 한 국내파의 경험담을 듣고 나도 똑같이 해야지 하고 생각했다. 8시간까지는 아니지만, 하루 4시간 이상 리딩에 시간을 할애했다. 처음에는 기사하나 읽는데도 시간이 무적 많이 걸렸으나 몇 개월이 지나면서 단어, 표현, 배경지식에 조금씩 익숙해지면서, 점점 재미와 속도가 붙는 것이 느껴졌다. Newsweek는 소프트한 기사가 평이한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주로 지하철에서 부담 없이 읽었으며, Time 지는 가끔 나는 흥미로운 한국 관련특집 기사와 칼럼이 좋았고, Economist 지는 딱딱하고 어려워서 정독용으로 썼다. 무작정 읽고 단어 찾는 식보다 목표를 가지고 읽었다. 즉 1차를 염두에 두고 시간을 재서 읽던지 아니면 가끔씩 읽은 내용을 덮어놓고 머릿 속에 가지를 치는 식으로 재생해 보기도 했다. 독해력을 향상시키는데 무엇보다 도움이 된 것은 친구 수정이와 둘이서 했던 요약 스터디였다. 우선 단어는 쉽지만 약간 난이도 있는 1페이지 분량의 기사를 준비해 10분 안에 읽고, 한 사람이 읽은 것을 기억해서 보지않고 영어로 요약을 한다. 그 후 critique을 하고 다른 사람이 sight translation을 한다. 그리고 철저히 복습해 다음 시간에 서로 몰랐던 부분을 체크한다. 3개월정도 꾸준히 하니 기억력과 배경지식이 몰라보게 향상된 것이 느껴졌다. 리딩 공부는 결과적으로 1차 시험에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었는데, Economist에서 본 지문이 3개나 출제가 되어 시간을 엄청나게 절약할 수 있었다. 물론 운이 따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열심히 읽지 않았던들 누릴 수 없었던 행운이었을 것이다.
 
2) LISTENING COMPREHENSION
 
통대준비 과정에서 가장 좌절을 많이 느낀 분야이며,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하다. 1년차 시절 빠른 뉴스를 듣는 훈련을 한 후 올해 느린 아이디어가 포함된 뉴스 위주로 이해하는 공부를 한 것이 도움이 되었다. 올해는 전적으로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제시해 주시는 범위 내에서 공부했다. 거의 1년 동안 거의 매달 시사청취 수업을 들었다. 아침에 잘 일어나지 못해서 고육지책으로 선택한 수업인데, "매일 2페이지씩 꾸준히!"라는 컨셉도 마음에 들었다. 잘 일어나지 못해서 지각도 무지 많이 했지만, 복습은 꼭 하려고 노력했다. 통대 준비반은 STEP II를 들었는데, 1년차 시절의 빠른 단문위주AP뉴스에서 좀더 느린 중 장문의 PBS, ABC뉴스로 구성되어 있었다. 복습은 수업시간 방식 그대로, 한 번 듣고 한국어로 먼저 요약하고 다음에는 영어로 요약한 후 다음에 사전을 찾아보고, 본문을 외우는 식으로 했다. 시간이 무척 많이 걸렸지만 다 못하면 따로 시간을 내어 할 정도로 복습은 철저하게 했다(사실 이런 식의 공부는 너무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기 때문에 매일하지는 못했다). 최소 6개월을 계속하니 최소한 이해한 내용은 앞에 나가서 전달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디테일은 과감히 버리고 큰 틀을 정확하게 짜 나가는 식으로 들으려고 노력했고, 수업시간에는 차라리 자신이 없으면 통과할지언정, 나가서 엉뚱한 이야기는 하지않는다는 마음가짐으로 임했다.
 
3) 일요 스터디(SPEAKING)
 
5월 때부터 만난 팀원들과 의기투합해서 열심히 했다. 처음에는 일요일 날 공부하는데 익숙하지 않아 많이 빠지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재미로, 습관적으로 나왔다. 기사를 외워 발표해야 하는 시간이 처음에는 너무 스트레스였다. 하지만 요령이 붙고 메모리 스팬이 늘어나면서 무조건 외워서 말하는 것보다, 기사 내용과 용어 등을 소화해서 내 영어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하니까 재미가 솔솔 붙었다. 5개월 정도 지난 어느날 3-4페이지 분량의 기사를 요약해서 팀원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시험>
 
1,2차 모두 엄청난 심리적 압박감과 싸워야 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결국 일종의 기 싸움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1차 시험은 시간이 무척 부족하기 때문에, 평상시 시간에 쫓기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시간 내 들어오는 훈련을 해야 한다. 외대 시험은 사실상 1차 시험에서 모든 것이 판가름 나기 때문에 50%이상 1차에 치중했다.
 
작년 올해에 걸쳐 GRADUATE, 거로와 G-MAT문제를 시간을 정해놓고 풀었다. 사실 올해는 문제집은 거의 안 풀었지만 시험에 임박해서 TOFEL, TOEIC시험을 보면서 시험장에서 느낄 긴장감을 재현하려 애썼다. 문제 유형이 수시로 바뀌기 때문에 무작정 문제를 푸는 것 보다는 reading할 때 1차를 염두에 두고 빠른 시간 내에 아이디어를 정확히 잡는데 치중했다. 공통영어의 문법, 빈칸 채우기를 위해 붙어 다니는 동사+명사+전치사구에도 신경을 썼다. 문법, 빈칸 채우기라지만 꽤 독해력이 요구되어 까다로웠다. 듣기의 경우 공통 영어는 짧은 지문을 불러주고 헤드라인을 고르는 문제가 나왔다. 고른 답에 확신이 없었지만 연연하지 않고 다음문제로 넘어갔다. 반면 긴 연설문식으로 출제된 전공 듣기의 경우 들으면서 지문의 답을 골라내는 식으로 문제를 풀 수 있어 훨씬 용이했다.
 
2차 시험 때 한국어와 번역(토요일 오전)은 무척 평이했다. 1교시 한국어는 해외파 중 전혀 한국말 감각이 없는 사람을 골라내는 일종의 까막눈 테스트로 생각되며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2교시 번역도 시간이 모자라는 감이 있지만 내용은 평이했다. 단 영한 번역은 시제가 까다로웠다. 연설문이어서 존대말로 해야 할지 반말로 해야 할지 고민하다 그냥 "습니다" 체로 갔다. 번역시험에 대비해 시험보기 두 달 전부터 4명이 같이 시간을 정해놓고 번역 스터디를 했다. 영어 에세이는 수업시간에 해 본 탓인지 부담감 없이 쓸 수 있었다. 월드컵의 성공에 대해 쓰는 것이었는데 월드컵 때 축구에 미쳐 1달 동안 축구 관련외신을 두루 섭렵한 것이 의외로 도움이 되었다.
 
구술시험에서는 엄청난 긴장 분위기가 조성되니 만큼 듣고 이해한 것을 얼마나 긴장한 티를 내지 않고 부드럽게 전달하는 지가 관건이다. 미사여구를 구사하고 디테일을 모두 잡는 것 보다는 큼직한 의미단위를 따라가면서 말이 끊기지 않고 술술 나오는 것이 중요하다. 영-한 통역 중 말이 한번 꼬였으나 죄송합니다라는 멘트와 함께 즉시 상황을 수습했다. 연신 고개를 끄덕여 주시는 교수님 한 분을 보고 오히려 마음의 평정을 찾을 수 있었다. 한-영 통역 때 긴장이 되고 발음이 굳어졌으나 번복하거나 더듬거리지 않고 또박또박 내용위주로 끌고 나갔다.
 
영-한
 
야생 동물 복제, 특히 어류나 곤충 복제는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최근 연구결과에서 사람과 가까운 복제 가축의 경우 사람의 건강이나 생태계에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요즘엔 복제 젖소에서 추출한 우유까지 생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복제젖소 추출 우유의 안전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생산 중단 조치를 내렸으나, 안전성이 확실히 입증되면 정부가 나서서 막을 법적인 근거는 전무하다.
 
한-영
 
올해 노벨 화학상과 물리학상 수상자가 일본에서 배출되었다. 사실 일본은 3년째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고 있고 이것은 기초과학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육성을 게을리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어떠한가? 이공계 지원자들마저 고시생으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이다. 월드컵에서 보았듯이 우리는 저력 있는 국민이다. 꾸준한 투자를 통해 기초과학분야를 육성한다면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이 옆에 있었기에 힘들 때 마음을 다잡고 공부할 수 있었다. 스터디 때마다 서로 신선한 자극을 주면서도 힘들 때는 좋은 친구가 돼 주었던 스터디 파트너 수정, 영은, 지훈씨 그리고 홍숙이 언니, 날카로우면서 핵심을 찌르는 크리틱을 아끼지 않으셨던 은 선생님, 언제나 격려해준 부모님과 동생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
 
 
 
김정영(고려대 산림자원환경학과)
 
이 순간에 제가 가장 하고 싶은 말은 정말 너무나 감사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부모님, 선생님, 스터디 파트너 그리고 저를 위해 항상 기도로 격려해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년만해도 스트레스로 인한 소화불량을 겪으면서 거의 병원을 집 드나들 듯이 힘들게 공부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이렇게 건강이 악화되다간 들어가서도 힘들겠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불합격 소식이 있자 더 이상 준비하지 말라는 권유도 많이 받았습니다. 저 자신도 심적으로, 육체적으로 나약해지는 제 모습을 보며 올해에는 다시 공부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접고 살 길을 모색하던 중, 2월부터 학원에서 영어강사로 일하게 됐습니다. 처음에는 흥미를 느꼈지만 왠지 제 자신을 볼 때 발전이 없었고, 공부를 해야겠다는 필요성을 점점 느꼈습니다. 하지만 통역대학원 입시를 위해 영어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어딘지 모르게 답답함을 느끼긴 했습니다. 망설이던 중 4월에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등록했습니다. 작년에 공부했던 사람들 얼굴도 보이고,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을 보면서도, 다시 시작했다간 또 병으로 고생할 생각을 하니 끔찍하기도 하여 한동안 망설였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한 달 수업을 들으면서 또 소화장애를 호소하는 제 모습을 보며 "안 되겠다. 이 길을 내 길이 아냐."라며 은 선생님을 찾아가서 조언을 구하기도 했습니다. 그때의 선생님 말씀이 입시를 목적으로 공부하지 말고, 그냥 마음 편하게 영어 공부를 하라고 하셨습니다. 내가 꼭 이 대학원을 가야지가 아니라 그냥 영어라는 언어습득을 위해 마음을 비우고 공부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시험을 볼 수도 있고, 안 볼 수도 있고, 그건 그때 가서 결정하라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보면 그때의 은 선생님 말씀이 너무나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는 제겐 가장 필요했던 조언이었던 같습니다. 그때부터 마음을 비우는 연습을 하며 통역대학원입시를 위한 공부가 아닌 그냥 영어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6월에 학원에 다시 등록을 했습니다. 겉보기엔 학원을 다니며 스터디도 하는 통대 입시생이었지만, 다른 가능성을 열어두고 무엇보다 건강관리에 신경을 썼습니다. 8월까지 학원강사 일과 학원공부를 병행하면서 힘에 부치는 것을 느끼고 9월부터는 과외만 하나 하고 학원을 그만두었습니다. 올해는 학원강사일과 월드컵 기간에는 직능인 영어 강의 등을 하면서 바쁘기도 했고, 방황의 시간도 길었고 해서 작년에 비해 물리적으로 공부한 시간은 적었습니다. 하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고, 모든 것을 맡기는 심정으로 공부했기에, 소화불량을 겪지 않고 끝까지 공부할 수 있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이 공부를 오래하면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해 몸이 망가지거나 아니면 성격이 이상해질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자신이 마음먹기에 따라 몸도 움직인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통역사가 되기 위해 갈 길이 멀고 험하며 이제야 겨우 첫발을 내딛는 것이기에 앞으로 수많은 난관 속에서 무수히 많이 쓰러지고 넘어지겠지만,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극복의 정도도 다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이번 한 해 동안 영어가 아닌 도를 닦은 기분이 드네요^^) 마음을 편히 가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래야 몸도 편해지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서두가 너무 길었습니다.
 
< 공부방법>
 
*듣 기
 
은 선생님 수업 시간에 집중을 해서 들으려고 했고, 수업 전에 1시간 가량 다시 들었습니다. 7월부터는 시중에 나오는 듣기교재 (리스닝 스페셜, 타임연구, 월드뉴스)를 그냥 혼자서 쭉 들었습니다. 나중에 깨달은 것이지만 파트너와 같이 듣기 스터디를 하면서 서로 들은 부문을 체크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읽기
 
Economist지를 구독해서 봤습니다. 처음에는 속독으로 한번 읽고 대의를 파악하려고 했고, 그 다음엔 단어와 표현을 위주로 다시 한번 봤습니다. 듣기와 읽기는 어느 정도 임계량에 도달해야 하므로, 무엇보다 많이 듣고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표현은 메모해두고 여러 번 읽고 외우려고 했습니다.
 
*말하기
 
말하기는 한영 뒤집기 스터디를 하면서 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엔 스터디를 잘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냥 한국말과 영어가 있는 텍스트를 읽어주고 단지 critique만 해주는 것이 아니라, 해주기 전에 당사자가 꼼꼼히 텍스트를 분석하고 대체표현도 생각해와서 가르쳐주고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이 공부에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제 스터디 파트너에게 다시 한번 고마움을 표합니다.
 
*쓰기
 
쓰기는 이대 특차 보기 전날 스터디 파트너와 한번 Essay를 해봤고, 외대 1차를 보고 난 뒤, 4일간 40분 영작, 번역을 2개씩 했습니다.
 
<1차 준비>
 
제게는 2차보다 1차가 더 두려운 시험이었습니다. 재작년에는 회사를 다니면서 통대에 대해 별로 개념 없이 시험을 봤다라고 하지만, 작년에 그렇게 문제를 많이 풀고도 일차를 통과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작년에는 시중에 나온 토플, 텝스는 거의 다 푼 것 같습니다. 그 외에도 고시문제 등 지금 생각해보면 참 많은 문제집을 풀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풀 시간도 없었고, 1차 보기 전에 라디오 토플 듣기만 3회 풀었습니다. 9월, 10월은 신동표 선생님 학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신 선생님이 내 주신 모의고사만이라도 열심히 보려고 노력했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지금 보면, 작년에는 "독해실력이 임계량에 도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무턱대고 문제만 많이 풀려고 하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합니다.
 
<2차 준비>
 
학원강사로 일하면서 고작 일주일에 3번 한 시간씩 한영 뒤집기를 했지만 후에는 매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대 특차 때 한국말 요약을 엉망으로 하고 나서, "한-한 스터디를 좀 꾸준히 할 걸."이라는 후회도 했습니다. 나중에 들어서야 영한 스터디도 했습니다. 영한 스터디도 매우 중요합니다. 영어를 알아들어도 한국말로 자연스럽게 통역을 못할 때가 많고, 한국어 어법이 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서로 지적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들고 통역 연습을 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됐고, 처음에는 너무나 떨렸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자신감이 붙는 것 같았습니다.
 
<1차 시험>
 
작년과 거의 비슷한 경향으로 출제가 됐습니다. 작년에는 그 전년도와 경향이 확연히 바뀌어서 당황해서 제대로 풀지도 못했는데 올해는 그런 점은 없었습니다.
 
공통영어는 듣기 앞부분은 헤드라인을 묻는 문제였고, 뒷부분은 Not True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문제사이의 간격은 다음 보기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충분했습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문법문제와 Sentence Completion문제가 나왔습니다. 문법의 경우 grammar, usage와 coherent를 묻는 문제였기에 쉽지 않았습니다. Sentence Completion의 경우도 마지막 답 2개를 놓고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전공영어는 작년과 유형이 동일했습니다. 문제는 지면상에 나와있지 않으니, Direction을 잘 듣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3문제씩 한 지문에 속하고 나머지 4문제가 마지막 지문에 속해있었고, 마지막 3개 정도는 긴 연설문이었습니다. 발음도 정확하고 천천히 읽어 주기 때문에 별로 어렵지는 않았지만 까먹을 경우가 있기 때문에 전공영어 듣기를 할 때는 노트테이킹을 했습니다. 독해는 작년에 9개의 지문이 나왔고, 올해는 8개가 나왔습니다. 지문이 많기 때문에 문제를 먼저 읽고 속독해서 풀어야 했습니다. 시험장을 나오니 올해는 작년과 달리 잘 본 것 같다는 사람이 많아서 마음을 추스르고 2차를 준비하기가 힘들었지만, 정말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스스로를 그리고 서로를 위로하며 2차 준비를 했습니다.
 
<2차 시험>
 
처음에 영한을 임향옥 교수님께서 불러주셨는데 목소리가 좀 작은데다 바깥 소음도 있고 해서 애를 먹었습니다. 내용 자체는 어렵지 않았는데 한국말로 또박또박 하지 못했고, 마지막 문장도 빼먹어서 이창수 교수님께서 한 단어를 힌트로 주셨습니다. 그래서, 한영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더 차분히 한 것 같습니다.
 
*영한
 
New Fuel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새로운 연료를 개발한다는 것은 아마도 아폴로 우주선을 타고 인간이 달 착륙을 시도한 것과 같은 도전적이 일입니다. 향후 50년간은 지난 인류가 사용한 에너지보다 더 많은 양의 에너지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그래서 인류가 필요한 에너지는 환경친화적인 것이어야 합니다. 즉 화석연료, 가솔린 등의 연소로 인해 지구온난화를 발생시키지 않는 새 연료개발이 필요합니다. 지구온난화는 이산화탄소 등이 주범으로 지구에 열을 가두어서 기온을 상승시키는 현상입니다. 앞으로 환경친화적인 새로운 연료를 개발하기 위해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그렇지 못할 경우 산업시대 이전의 상태로 회귀할 수 있습니다." 영한 내용이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네요. (숫자가 3개 정도는 나왔는데…)
 
*한영
 
아이들의 인터넷 사용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은 인터넷 보급률이 1위고, 초고속 인터넷을 구비한 가정이 많습니다. 약 천만 명이 인터넷 구독자입니다. 인터넷의 사용으로 인해 아이들의 얻는 장점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학교 공부를 수월히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자료를 손쉽게 찾을 수 있고, 컴퓨터의 프로그램이 작문하는데 있어 문법적인 오류를 잡아주는 역할을 해 줍니다. 두 번째는 친구들과의 통신이 자유롭다는 것입니다. 이메일이나 메신저를 통해 쉽게 연락을 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 인터넷이 아이들에게 주는 폐해가 있습니다. 이메일과 메신저로만 연락을 하면 손수 편지를 쓰지 않으려 하고, 컴퓨터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음으로 사회생활에 지장이 있고 더욱 집안에만 틀어박혀 있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손쉽게 정보를 찾을 수 있기에 독서를 멀리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국이 인터넷 보급률 1위라는 사실에 안위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에게는 독서를 장려하는 등의 해결책이 마련돼야 하겠습니다."
 
*번역
 
1번째 번역은 Tony Blair의 연설문이었습니다. 2번째 번역은 Global Warming에 관한 연설문이었습니다.
 
*영작
1번째 영작은 BIS system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BIS란 버스 정류장에 설치된 것으로 버스의 관한 정보 즉 도착시간 등을 알려주는 것으로 이것이 설치된 곳이 있고, 업계에서도 수주전을 벌리며 이 사업을 유치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2번째 영작은 여러 산업체들이 디스플레이산업에 힘쓴다는 것이었는데, 바로 컴퓨터나 텔레비전 그리고 핸드폰의 디스플레이(즉 스크린)의 크기를 작게, 손에 들고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서 어디서나 신문처럼 펴서 볼 수 있도록 만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에세이
에세이는 월드컵이 가져다 준 장점을 한가지 기술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NIMBY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어 빈칸 채우기에는 기선제압, 근시안적 등의 3문제가 있었고, 객관식 문제로 적절한 어휘를 고르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가령 깐느 영화제에서 우리영화가 수상을 했다는 "낭보"를 접했다. 문장에는 "낭보, 비보, 오보" 등의 예문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자 성어, 뜻풀이가 잘 된 것과 잘 못 된 것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두서 없이 적다 보니 너무 많이 적었네요. 공부를 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건강 유의하시는 거구요, 자신에게는 냉정하게 하지만 타인에게는 관대하게, 그리고 남에겐 겸손하면서도 실력을 발휘할 때는 당당하게 해야 된다는 것을 깊이 깨달은 바 있습니다.
 
 
 
김혜림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외대와 이대를 동시에 합격하다니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해외파도 아니고 어학연수 한번 가본적도 없는 터라 처음 공부 할 때는 덜컥 걱정부터 되었다. 모든 면에서 많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아직 학생이라 학교 공부하랴 학원 다니랴 정신 없이 바빴지만 끝까지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임했고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영어사랑 통역학당은 올해 3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3, 4, 5월은 은천성 선생님 기초반만 다녔는데 복습도 제대로 안 하는 불량 학생이었다.(나중에 한꺼번에 복습하느라 힘들었다.-_-;;) 1학기 때는 교생실습도 있었고 학교 과제도 많고 해서 많이 바빴다. The Economist를 구독하기 시작했지만 포장을 푼 후에는 책꽂이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했다. 대신 학원 수업은 항상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들었다. 발표를 신청해두고 대부분 통과를 외쳤지만,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앞에 나가서 자신 있게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고 기죽기도 하고 저걸 어찌하나 하고 막막했지만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공부는 여름방학서부터 시작했다. 6월에는 장홍석 선생님 왕기초반을 듣고, 7월부터 10월까지는 장 선생님 실전반과 은 선생님 기초반을 동시에 수강했다(11월은 장 선생님 실전반만). 주로 복습하는 데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강의를 2 개 들으니 수업시간에 다루는 분량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3시간 수업 분량을 복습하는데 최소한 2시간 이상을 들였다. 장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다룬 부분을 한영 자료로 바꿔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Chicken Soup을 수업 시간에 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잡지를 읽을 때는 적게 읽더라도 정독을 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한, 영영 사전을 다 동원해서 일일이 단어장에 정리했다. 물론 단어장을 다시 다 복습하지는 못했지만 지하철 등에서 틈나는 대로 읽으려고 노력했다. 처음 The Economist를 읽을 때는 시간이 엄청 걸렸다. 3장 짜리 특집기사를 읽는데 4시간!! 나중에는 물론 시간이 현저히 줄었지만, 하나를 읽더라도 꼼꼼히 읽으려고 했다. 욕심을 부려서 Newsweek도 구독했는데 거의 읽지 못했다. 학원의 한글판을 복사해서 비교해 가면서 읽었는데,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도움이 되었다. Reader's Digest도 간간이 읽었다. 평소 학교를 다닐 때 paper back 소설책이나 수필, 만화책등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듣기는 학원 교재도 많았기 때문에 학원 것만 열심히 들었다. 리스닝 스폐셜을 사보기는 했는데 미루기가 일쑤라 한달 치를 일주일만에 듣기도 했다. 딱딱한 뉴스부류를 계속 듣다보면 지겨워 지고, 뉴스 말투에만 익숙해지게 된다. Chicken Soup, Who moved my cheese?, Harry Potter등과 같은 종류의 책을 읽기를 평소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들의 audio tape을 사서 틀어 놓고 지냈다.
 
8월 중순이 넘어서면서 한영 스터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러주는 내용을 기억하기도 힘들었고, 입 떼는 것조차 거북스러웠지만 차츰차츰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한국어도 많이 모자랐기 때문에 6월부터 시사저널을 구독해서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단어장에 쓰면서 외우려고 노력했다.
 
<외대 1차>
문제 풀이를 위해 특별히 한 것은 없다. 학원에서 2002년도 기출문제를 풀어 보았는데 다행히 올해 유형이 같아서 도움이 되었다. 전공의 경우 까다롭지 않아 5분 가량 시간이 남았다. 공통은 문법 문제가 너무 어려워서 감독관이 답안지를 거둘 때 아슬아슬하게 답안지를 채울 수 있었다. 정확한 듣기, 읽기 능력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풀 때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제 기출문제를 분석해보면 여기저기 함정이 숨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외대 2차>
한국어는 아주 쉬웠다. 어려웠다면 '철옹성'에 맞는 한자를 찾는 것이었는데 몰라서 찍었다. 나중에 찾아보니 틀렸다. 영한 번역은 토니 블레어의 연설문과 환경에 관한 연설문이었는데 어려운 단어도 없고 평이했다. 한영 번역의 경우 버스정보 시스템과, 디스플레이어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내용이 까다로웠지만 돌아가는 한이 있더라도 내용을 가능한 빠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에세이의 경우 2002 월드컵의 가장 큰 성과를 쓰는 것이었는데 은 선생님 수업 시간에 다룬 대로 서론, 본론, 결론을 갖춰서 간결하게 썼다. IMF이후 우리나라 국민의 사기가 떨어졌는데 이를 진작시켜주는 활력소가 되었다는 식으로 썼다. 9월, 10월 장 선생님 시간에 한영, 영한, 에세이를 수업시간에 시간을 재서 했는데, 덕분에 시험시간에 쉽게 써내려 갈 수 있었다.
 
면접의 경우 잔뜩 긴장을 하고 들어갔는데, 의외로 쉬운 내용을 불러주었고 내용도 짧았다. 영한의 경우 외국인 여자 교수님이 eye contact를 해주시면서 또박또박 읽어주셨다. 미국의 대 이라크전에 대한 NATO의 입장이었는데 긴장을 해서인지 끝 부분을 엉뚱하게 마무리지었다. 그리고 시종일관 '나토'라고만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처음 말을 땔 때 '나토, 즉 북대서양 조약기구는...' 라고 했더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한영의 경우 핸드폰 예절에 관한 것이었다. "핸드폰 예절 캠페인 덕분에 사람들이 요즘에는 조심성 있게 핸드폰을 쓴다. 구세대의 경우 회의장에서 핸드폰을 끄는 등 조심을 하는데, 젊은이들은 길거리에서 통화를 하며, 횡단 보도를 건너면서도 통화를 하는 바람에 교통흐름을 막는 등 전혀 남을 개의치 않는다. 일본의 젊은이들은 상대적으로 핸드폰을 우리보다 적게 가지고 있고, 핸드폰 예절도 바르다. 우리도 이들처럼 해야겠다."라는 내용이었다. 핸드폰을 hand phone라고 하는 실수를 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도 너무 뻔뻔스럽게 hand phone라고 서너 번을 말하고 나서야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mobile phone으로 슬쩍 넘어 가기는 했지만..-_-;; 영한의 경우는 핵심적인 내용만 골라서 말했고, 한영은 내용을 거의 대부분 다 말했다. 평소 말이 빨랐기 때문에 천천히 이야기하듯 말하려고 노력했다.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서 아주 기초적인, 유치한 단어만 뱉고 나왔는데, pause가 있는 것보다는 나았다고 생각한다. 대신 pause 없이 eye contact를 확실하게 하고 목소리도 방이 울릴 정도로 크게 하고 거만할 정도로 자신만만하게 말을 하고 나왔다.
 
3월 첫날 학원을 나왔을 때 배운 금언은 'I love the challenge of starting everyday at zero and seeing how much I can accomplish.'였다. 어떤 날은 너무 안 들리기도 하고 말도 엉망으로 나오는 등 속 상하는 날이 많았지만 이 금언을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공부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려고 자기 전에 알람시계를 4개나 맞춰놓기도 했지만 잠이 많은 나로서는 오히려 무리였다. 잘 만큼 자면서 깨어 있는 시간에는 집중력 있게 공부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 장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린다. 스터디 파트너였던 최성렬 오빠, 나의 약점을 꼭 집어서 알려준 현경 언니 너무너무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끝까지 응원해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신승호
 
2000년에 두 번째로 고배를 마시고, 직장에 다니다 금단현상(?)을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낸 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세 번째만에 합격했다. 실력이 일취월장해서라기보다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아침저녁으로 체조도 하고, 잠자리에 들어서는 합격한 내 모습을 상상하며, 자신감을 회복하려고 노력했다. 먼저 나 자신을 믿어야 뭔가 이룰 수 있다는 교훈을 얻은 게 큰 수확이란 생각이 든다.
 
<공부 방법>
 
1차) 두 번이나 1차에서 떨어졌기 때문에 이번에는 1차와 2차를 거의 4대 6의 비율로 시간배정을 해서 준비했다. 독해 연습은 Graduate English와 거로 Reading Workshop으로 했다. 7월부터는 시간을 좀 빠듯하게 정해놓고, 실전에 임하는 마음가짐으로, 거의 매일 교재에 나오는 문제를 풀었다. 통대 객관식 문제에는 함정이 많기 때문에, 함정에 빠지지 않는 요령을 터득하는 데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빠른 판단과 세부 사항을 잡아내는 능력이 요구되는 1차 리스닝을 대비해서 AP 뉴스를 가지고 스터디 파트너와 통역 연습을 했고, 막판에는 전직 통대 입시반 강사님이 직접 만드신 리스닝 문제를 풀었다. 최근 3개년 기출문제도 풀었다. 이런 연습을 통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집중력을 잃지 않는 훈련이 됐던 것 같다. 6월부터 Word Smart로 단어 암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시간이 없어서 나중에는 흐지부지 됐다. 대신 독해집에 나오는 단어를 외웠다.
 
2차) 구술 시험을 대비해 수업시간에 쓰는 리스닝 교재에 나오는 표현을 한-영으로 바꾸는 연습과 함께 shadowing을 했다. 내가 다녔던 기초반은 3시간 내내 리스닝만으로 수업이 이뤄진다. 그래서, 독해가 부족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했지만 리스닝이 무너지면 실패한다는 은천성 선생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했기 때문에 시사주간지나 영자신문 읽는 것은 포기하고 리스닝을 통한 영어 표현 습득에 매달렸다. 쉬운 표현을 많이 외우려고 노력했다. 영작 연습은 위에서 언급한 강사님께서 만드신 한영 대역 교재를 가지고 했다. 리스닝 교재에 나오는 표현도 어느 정도 영작에 활용했다. 가장 힘들었던 부분은 학원수업이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통역을 해야했고, 제대로 못하고 자리로 돌아올 때면 수업이 배로 힘들었다. 세세한 부분까지 콕콕 집어서 해주시는 은 선생님의 critique은 유익했고, 유익한 만큼 속도 쓰렸다. (좋은 약은 역시 입에 쓰다.)
 
<시험>
 
1차) 작년 문제와 거의 흡사했다. 리스닝에서는 짧은 지문을 들려주고, 그 지문의 제목이나 중심 아이디어를 묻는 문제, 세부사항을 묻는 문제가 골고루 나왔다. 전공영어 리스닝에서는 옛날 시험에서처럼 첫 문제가 잘 들리지 않아 순간 당황했지만, 일단 빨리 답을 찍은 후 다음 문제에 집중했다. 노트테이킹은 지문이 짧을 때는 숫자만 받아 적고, 지문이 길 때는 내용 파악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되도록 많이 받아 적었다. 독해 지문은 시험 감독관이 '빨리 읽고 찍으라'고 할 정도로 길었다. 일단 문제부터 읽고 해당 내용이 있는 부분을 신속하게 찾는 데 정신을 집중했다. 너무 시간이 부족해 어떤 문제에서는 지문도 제대로 안 읽고 상식 선에서 답을 고르기도 했다.
 
2차) 한국어는 평이했고 번역에서는 시간이 촉박해 좋은 표현이 생각조차 나지 않았다. 특히 한-영 번역에서는 많이 준비했던 사설이 아닌 일반 보도성 기사(버스 정보 시스템 도입 등)가 나와 적당한 표현을 찾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구술시험에서는 cloning(영-한)과 비행기 내에서 한국인들이 저지르는 무례한 행동(한-영)이 문제로 나왔다. 영-한 통역에서는 긴장한 탓인지 초반부 내용이 거의 들리지 않았다. 눈앞이 캄캄했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고 뒤에 들은 부분만 가지고 간신히 마무리했다. 안정성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아 추가적인 연구가 진행된 후에야 복제 동물과 그 동물의 새끼가 유통될 수 있을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한-영 통역은 비교적 쉬웠다. '나는 출장 때문에 해외 여행을 자주 간다. 그런데 한국인들이 기내에서 체조를 한다며 통로 사이를 왔다갔다해서 다른 승객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항공사의 재산인 담요까지 슬쩍한다. 이런 행동들은 국가 이미지에 먹칠을 하므로 해서는 안 된다' 는 내용이었다.
 
모든 일이 그렇겠지만 개성과 장단점, 시간 여유 등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내가 문제풀이와 리스닝에 거의 전적으로 의존한 것도 그 부분이 내 약점이라고 판단했고, 그 부분을 보완하다보니 시사주간지나 영자신문을 읽을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지, 읽을 필요가 없어서가 아니다. 이번에 합격한 내 스터디 파트너는 나와는 정반대로 문제풀이는 거의 안 하고 시사주간지를 읽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고 한다. 학원 선택도 마찬가지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에서는 논리 전개와 우리말 표현 다듬기가 중심이다. 또, 학생이 직접 앞에 나가 통역을 한다. 평소에 논리가 약하고 자신감이 부족했던 나로서는 리스닝과 통역 발표만으로 이뤄지는 수업이 많은 도움이 됐다. 통대 입시를 준비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정신력인 것 같다. 수업 시간마다 수강생들이 마음을 다잡는 데 유익한 말씀과 harsh critique을 아끼지 않으셨던 선생님께 감사 드린다. 
 

 
 
윤서연(美 Carnegie Mellon University 인문예술학부)
 
막연히 1년 더 준비하겠다고 생각하고 있던 도중 뜻밖에 1차 합격 소식을 전해 듣고 정신없이 2차 시험을 본 것이 엊그제 같은데 최종합격자 중 한 명이라니 아직도 믿어지지 않습니다.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쑥스럽지만 저의 공부 방법과 이번 해 외대 시험에 대해 적어보고자 합니다.
 
*외대 1차 시험
 
전반적으로 작년 시험과 매우 흡사했습니다. 시험 이틀 전 구하게 된 작년 기출문제를 시간을 재고 풀어봤던 것이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교시 공통영어에서 L/C는 짧은 지문을 읽어주고 headline으로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는 것과 not true를 고르는 것이었는데 작년과 비슷한 유형이라 크게 당황하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그리고 답을 고를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R/C였습니다. 어법문제와 fill-in-the-blank형식의 문제였는데 시간이 매우 촉박한데다가 정확한 답이 눈에 보이지 않아서 25문제 중 100%확신을 가지고 쓴 답이 6-7개 정도 밖에 되지 않았습니다. 1교시가 끝난 후 너무 좌절한 나머지 집에 확 가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정신없이 치른 시험이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2교시 전공영어는 제겐 쥐약인 blank 채우기가 없었지만 지문의 양이 엄청났기 때문에 일단 L/C 부분을 답지에 옮겨 적은 후 R/C는 바로 바로 답지에 표기를 하면서 풀었습니다. (다른 분들은 시험 시작 전 미리 읽어두거나 아예 문제를 풀기 시작하기도 했다는데 전 그러면 더 정신이 산란해 질 것 같아 조용히 기도를 하며 마음을 안정시켰습니다. 시험 시작 전 문제지를 펼쳐봐도 시험 감독관이 전혀 통제를 하지 않더군요.) 어휘의 수준은 무난했고 문제도 지문만 읽으면 충분히 풀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주어진 지문을 얼마나 빨리 읽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L/C도 역시 작년과 흡사했는데 연설문을 읽어주고 문제를 3-4개씩 불러주었습니다. 답을 고를 시간도 충분했고 지문 자체가 특별히 어려웠던 것은 아니지만, 매우 길었기 때문에 속으로 '언제 끝나나. 지겹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외대 2차 시험
 
당연히 1차가 안 됐을 것이라 생각하고 거의 일주일을 빈둥거리면서 놀았기 때문에 합격자명단에서 제 이름을 발견했을 때 너무 당황했습니다. 당연히 된 것으로 생각하고 2차 준비를 해야 한다지만, 이대 특차 때 1차도 통과하지 못했던데서 왔던 후유증(?)과 공통영어를 망쳤다는 좌절감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발표 다음 날이 바로 번역/한국어 시험이었기 때문에 하루종일 벼락치기로 사자성어를 외웠습니다. (한국어는 과락만 하지 않으면 되니 걱정을 안해도 된다는 말이 저에겐 아주 무시무시한 협박처럼 들렸습니다.) 전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미국에서 졸업했기 때문에, 신문에 나오는 한자는 커녕 일상적인 한자도 잘 모릅니다. 대학교에서 일본어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독음이 다르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1차 시험 결과는 정말 아무도 모릅니다. '설사 안 된다 하더라도 이대가 있잖아~'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공부를 하는 것이 여러모로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어]
 
다행히 한국어 시험은 작년 기출문제보다 쉽게 출제되었고, 사자성어도 마이동풍, 경국지색등 일반적인 것으로 출제되었습니다. 모르는 것은 찍고 넘어갔으며 600자 내외로 서술하는 문제도 스터디 할 때 다루었던 주제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쓸 수 있었습니다. (NIMBY현상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600자 원고지 형식 답안지에 딱 맞게 썼습니다. 시험 감독이 되도록이면 600자 넘어가지 말라고 당부하더군요. 참고로 시간은 남아 돌 정도로 충분합니다. ^^
 
[번역]
 
영→한 문제는 둘 다 연설문이었는데 첫번째 문제는 이라크 문제에 대한 Tony Blair의 연설문이었고, 두 번째 문제는 지구온난화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한→영에서 엄청 당황했는데 제가 평소에 소홀히 했던 정보기술 관련 문제가 출제됐기 때문입니다. 하나는 버스정보시스템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 기술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전문용어를 어떻게 옮기나 고민하면서 그냥 내용만 전달하는 식으로 매우 유치하게 번역했습니다. (평소에 단어장에 적어두었던 멋진 표현은 절대 기억이 안 납니다!!!!!!!!) 마지막으로 영어 에세이 주제는 월드컵의 성과였는데, 10줄 정도로 간략하게 아주 일반적인 내용으로 서론-본론-결론 형식으로 정신없이 적었습니다. 다 하고 다니 시간이 1분 정도 남아서 수정액으로 손 좀 보고 나니 걷어가더군요. 평소에 번역연습을 소홀히 했던 것이 후회되어 집으로 가는 길 내내 찜찜했습니다.
 
[인터뷰]
 
저는 일요일 아침에 구술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다행히 제 바로 앞 번호가 아는 분이라서 같이 수다를 떨면서 긴장을 풀었습니다. 약 2시간 정도 기다렸는데 심장마비가 걸리고도 남을 정도로 떨렸습니다. (전 평소에 수업시간에도 너무 떨어서 지적을 많이 받았었거든요. ^^) 시험장에 들어가니 외국인 교수 한 분과 한국인 교수 세 분이 계셨는데 너무 긴장한 나머지 인사를 너무 크게 해서 순간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영-한은 gene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대충 '유전자 조작을 하면 너무 건조하거나 기온이 낮은 곳에서도 경작이 가능해질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는데 세부 사항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대의를 제대로 파악했는지 아직까지도 의문입니다) 한-영은 한국 젊은이들의 휴대폰문화에 대한 아주 일반적인 내용이었으나 역시 긴장한 나머지 평소의 fluency를 제대로 살리지도 못했고 국내파분들이 봐도 "살다 온 거 맞아?" 할 정도로 유치한 표현으로 갔습니다. (역시 평소에 외워뒀던 멋진 표현들은 절대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늘 지적 받던 backtrack을 안 하기 위해 틀린 부분을 굳이 다시 말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머리 속에서 사진을 찍듯이 내용을 논리적으로 기억하려 애썼으며 그래서인지 다행히 심각한 blank현상은 없었습니다. 저는 eye-contact을 안 하면 오히려 기억이 더 안 나기 때문에 교수님들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말했는데 교수님들의 호의적인 눈빛에 약간의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목소리는 문 밖에서 다 들릴 정도로 컸다고 합니다. 제가 대기할 때는 안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하나도 안 들렸었는데, 제가 다 하고 나가니 진행 요원이 제 목소리가 다 들렸다고 하면서 웃으시더군요. ^^;;
 
* 공부 방법
 
-학원: 작년 말 한국에 나와 있을 때 심심해서 우연히 등록했다가 이 공부에 빠져들게 되었습니다. 10월에 수업을 들으면서 조금씩 감을 잡기 시작했고 11월, 12월엔 본격적으로 흥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일단 통대를 가기로 확실히 마음을 정한 후 올해 6월부터 9월까지 기초반을 수강하고, 11월에는 통대2차대비반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과감히 실전반에 도전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기초반에서도 자기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기초반을 수강했습니다. 발표 기회가 있을 때는 자신이 없더라도 무작정 발표를 하고 크리틱을 받는 쪽을 택했습니다. 그리고 복습은 꼼꼼히 했습니다. 복습을 하지 않으면 내 것으로 남지 않더군요. 공책 하나를 따로 마련해서 PBS/CNN 표현 정리를 한 후 학원을 오가는 자투리 시간에 외웠습니다.
 
-스터디: 스터디는 7월부터 시작했는데 복습위주 스터디 였습니다. PBS/CNN 외우기, 한-한 사설 요약을 꾸준히 했고, memory span을 위해 숫자가 들어간 짧은 신문기사를 외워 말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초기엔 영어토론으로 스터디를 시작했는데 나중엔 그 시간에 수업외 자료를 준비해서 sight-translation을 했습니다. 그리고 KBS 우리말 뉴스를 가지고 연습을 할 때는 A가 밖에 나가있는 동안 B가 C한테 우리말 뉴스를 읽어주면 나중에 C가 A한테 영어로 말하고 A는 자신이 들은 것을 다시 C에게 한국어로 말한 후 B가 전체적으로 크리틱을 하는 방법으로 했습니다. 스터디 멤버가 3명이라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이 임박해서는 스터디 시간을 대폭 늘리고 영-영, 영-한도 가끔씩 했습니다. 가장 도움이 많이 되었던 것은 스터디 내에서의 시험이었습니다. 수업독해자료 표현 정리한 것, KBS 우리말 뉴스 표현 정리한 것, Word Smart 1, 2 시험을 봤는데, 혼자 하면 미루게 되는 것이 어휘라 아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대비: 1차 대비는 9월까지는 아예 하지 않았습니다. 기초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무작정 문제풀이를 한다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적 여유도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9월부터 문제풀이를 시작했고 김영로의 영어순해를 시간 날 때 흥미 있는 부분만 골라 공부했습니다. 나중엔 스터디 멤버들의 권유로 거로 Reading Workshop을 사서 조금 풀어보았고 시험을 1주일 앞두고 친구에게 Graduate English를 빌려서 Final Test부분만 한 회당 20분을 잡고 풀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험 이틀 전 2002년 기출문제를 꼼꼼히 풀고 분석했습니다. 문제풀이는 아예 안 해도 문제지만 문제풀이에 너무 치중하는 것도 그다지 옳은 방법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차피 통대 대비 문제집이란 것이 존재하지도 않고 유형이 또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듣기: 듣기는 철저히 수업위주로만 했습니다. 이해도 제대로 못하면서 무조건 많이 듣느니 정확히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수업시간 외엔 집에서 Oprah나 NBC News를 보고 Daily English 사이트에서 AP News를 듣기도 했지만 꾸준히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읽기: 읽기자료는 주로 The Economist에서 뽑은 것이었는데, 스터디 멤버들과 분담해서 표현정리를 한후 자료를 공유했습니다. 스터디 자료는 Reader's Digest, The Economist, Time, Newsweek, U.S. World News 등 다양한 소스를 활용했습니다. 요즈음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그런지 따로 구입하거나 정기구독 하지 않아도 자료가 넘쳐 납니다. (시험 준비 기간 내내 제가 돈 내고 구입한 영자주간지는 스무 권이 채 되지 않습니다.) 다독보다는 정독을 택했고, 혼자 집에서 읽을 때도 모르는 단어나 표현은 다 외우지 못 하더라도 꼭 공책에 따로 정리해뒀습니다. 영자신문은 스터디 멤버의 권유로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을 일주일에 세 번 사봤는데, 1300원이란 거금을 주고 사 봐도 돈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유용했습니다. IHT 역시 꼭 단어/표현 정리를 했습니다. 한국어는 스터디 멤버 중 한 명이 시사저널을 정기구독하고 있었기 때문에 빌려봤고, 가끔 뉴스위크 한국판이나 경제주간지를 사서 모르는 단어는 국어사전을 뒤져서 알고 넘어갔습니다. (참고로 Newsweek는 영어판것과 한국어판을 같이 보면 공부효과가 배가됩니다.) 그리고 매일매일 우리말 신문을 꼼꼼히 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말하기/쓰기: 말하기는 수업시간과 스터디 시간에 주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발표할 때 몸을 배배 꼬거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쓸데 없는 말을 하는 등 참담할 정도로 형편없는 수준이었지만 자꾸 연습하다 보니 점차 개선됐습니다. 저는 실력이 조금씩 늘면서 오히려 더 많이 떨게 된 케이스인데 완벽하게 하려는 생각 때문이란 것을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실력이 바닥일 때는 뻔뻔하게 했는데 실력이 조금 늘고 나니 그 뻔뻔함이 사라진 것이지요.) 앞으로도 많이 노력해야 할 부분입니다. 수업시간에 적극적으로 발표기회를 활용하고 스터디에서 수없이 연습하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번역은 수업시간에 꾸준히 숙제로 제출하다가 나중에는 게을러서 집에서 가끔 해보는 정도로 연습했는데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것을 2차 시험 때 뼈저리게 후회했습니다. 여러분은 저처럼 후회하지 마시고 적은 양이라도 시간을 재면서 매일매일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멋진 문장을 쓰려는 노력보다는 짧은 시간 내에 쉬운 표현으로 충분히 쓸 수있는 능력에 초점을 두면 더욱 좋겠지요^^)
 
-마지막으로 :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까 이것저것 적었는데 본의 아니게 길어졌습니다. 정말 우연히 시작한 공부였는데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서 기쁘고 한편으로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우선 지난 반 년 동안 지칠 때 마다 다시 힘을 낼 수 있게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또한, 5월에 졸업 한 후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취업을 하지 않고 한국에 와서 통대 준비를 하겠다고 했을 때 반대는 커녕 오히려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던 미국에 있는 가족들, 그리고 공부에만 전념할 수 있게 최적의 상황을 만들어 주신 고모, 고모부께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심리적으로 힘들 때 마다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고 급격한 건강의 악화로 아플 때마다 진심으로 걱정해 준 사랑하는 혜영언니와 보선언니, 그리고 남자친구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윤성진
 
우선 이번 시험에서 우여곡절 끝에 합격하게 되어 정말 기쁘고 얼떨떨 합니다. 경찰차를 타고 시험장에 도착하질 않나, 수험표를 무심코 버려 2차 시험 볼 때 당황하기도 했고 , 여러가지 '사건' 에도 불구하고,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니 너무 기쁜 마음뿐입니다. 솔직히 제가 이렇게 합격 수기를 쓴다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습니다. 아직도 한참 모자라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라며 몇자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시험 유형은 다른 분들께서 올리실 것이라 생각하여, 제가 지난 몇 년 동안 공부 방법에 있어서 가장 '힘들었던 부분'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지난 일년 간 '현재의 내 공부 방식이 맞는 것일까?' 하는 의심 때문에 항상 불안했고, 누군가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시행착오를 거치며 깨달은 몇 가지 방법에 대해 적어 보겠습니다.
 
@무조건 스터디 한 자료는 소리를 내서 외워 버립니다.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지난 3월부터 바로 어제 까지 거의 하루도 빼 놓지 않고 L/C를 하든지 한영 스터디를 하든지 어떤 '영문'이든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스터디 파트너와 외우기 검사를 꼬박꼬박 한 것이 2차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결국 소리내서 외운 표현은 1차에서도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눈으로 여러번 보는 것보다 소리내서 외우면 , 확실히 1, 2차에 큰 도움이 됩니다. 비록 몇 달 외워서는 발전이 보이지 않지만, 시험 볼 때쯤 되면 (즉, 약 7개월 정도 하면) 조금 나아진 본인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 영한 스터디를 결코 무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저는 지난 달, 처음 영한 스터디를 시작 했는데, 녹음되어 있는 자료와는 다른 파트너의 '육성'을 듣고, 한글로 옮기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습니다. 2차 시험에서 이 점 때문에 약간은 당황했기 때문에 , 그 때 영한 스터디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그러므로, 꼭 한영, 특히 영한 스터디를 하루에 한 번이라도 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 문장을 볼 때 '동사'를 가장 중요하게 보세요.
그렇게나 많은 세월을 영어 공부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으면서도 올 해 비로소 동사가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우선 동사가 부실하면 한영이건, 영작이건 전혀 문장이 잡히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독해를 할 때 다른 무엇보다 '동사+목적어'를 집중적으로, 의식적으로 자꾸 머리속에 집어 넣으면서 해 나가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독해는 처음에는 적은 분량으로 꼼꼼하게 보세요.
그러다가, 좀 속도가 붙는다 하면, 그 때 조금씩 양을 늘리며 해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음이 급해서 많은 양을 한꺼번에 하다 보면, 읽은 후 머리 속에 남는 표현도 거의 없을뿐더러, 마음이 더 급해지고 '훨~씬' 더 불안해 집니다. 그러니, 마음을 비우시고, 꼼꼼하게 하루하루 쌓아 가세요.
 
@기억력 향상
처음 몇 달 동안은 매일 아침 신문 사설을 반 씩 끊어서 요약하는 연습을 하다가, 시험을 앞두고 몇 달 전 부터는 아예 신문 사설 전체를 파트너가 읽어주면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 방법은 한국말 고치기에도 좋고, 기억력 늘리기에는 정말 확실한 방법 같습니다. 꼭 이용해 보시길.
 
@ 파트너
무엇보다 시간약속을 잘 지키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3월부터 매일 9시까지 나와 (외대 1차 전 날 까지) 저의 소중한 파트너와 '한-한, L/C' 스터디를 했습니다. 저의 파트너가 너무나 성실하고 약속도 잘 지켜주어 정말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영어자료' 암기에 있어 스터디 파트너가 본인에게 지대한 역할을 합니다. 상대방이 자주 '암기'를 거른다면, 자연히 본인도 암기할 의욕이 떨어지기 때문에, 반드시 지키기를 약속하고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험 당일
집중력을 최대한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자신을 잘 관리하는 것이 좋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이번에 사정상 경찰의 도움으로 경찰차를 타고 간신히 고사장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이 일 때문에 무척이나 긴장을 했던 탓인지 '극도의 긴장감'과 함께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집중력을 위해 경찰차를 이용하라는 말은 아니지만(^^), 시험 전에 약간의 긴장감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저 참고해 주세요.
 
@청취에 대해
보통 1차 청취시험의 목소리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약 한 달 전 부터 시중에 나와 있는 텝스나 토플과 같은 테잎에 녹음되어 있는 목소리나 속도에 익숙해 질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그 전까지는 미국방송을 듣는 것도 좋지만, 일차 청취 시험 직전에는 반드시 이런 목소리, 속도(특히 속도~~^^)에 귀를 길들여 놔야 훨씬 듣기시험을 수월하게 치룰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안 들려도 길게 잡아 듣는 습관을 들여야지, 완벽하게 듣겠다고 처음부터 조금씩 끊어 들으면 , 결국 길게 불러 줄 때 적응을 못 해 좌절을 하게 됩니다. 그러므로, 항상 처음에는 길게 한 번 듣고 내용을 파악하며 들으려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통대 준비하시는 분들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끝까지스터디 파트너로서 함께 해 주신 분들--수희언니, 미나, 도희 언니, 민정언니--정말 고맙고, 사랑합니다.
 

 
 
윤유경
 
<시험 준비>
저는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했기 때문에 전적으로 학원 수업에 의존했고, 제 생활도 학원 수업 시간에 맞춰 움직였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이 L/C 위주였기 때문에 L/C는 꾸준히 할 수 있었지만, 그 외의 것들은 따로 시간을 내서 많이 공부하지 못 했습니다. 직장인은 주말 시간 활용이 중요한 만큼, 의무감으로라도 공부를 하기 위해, 3월부터 일요 스터디를 시작했고, 9월부터는 일대일 스터디도 했습니다. 스터디를 통해서 제게 턱없이 부족했던 Reading, Speaking, Memory Span을 조금이나마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아이디어 있는 기사를 찾기 힘들 때, 준비를 제대로 못 했을 때, 또 스터디 시간에 어설픈 발표를 했을 때, "내가 실력도 안 되면서 왜 이런 것을 하고 있나…"하며 괴로워했던 적이 많습니다. 지겨울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이켜 보면, 꾸준히 스터디를 한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성실하고, 착하고, 열심인 스터디 파트너들과 멤버 교체 없이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겐 큰 행운이었습니다.
 
<1차 시험>
공통영어가 전공영어보다 더 어려웠습니다. 특히, 문법과 빈칸 채우기가 까다로워서 정답을 정확히 알 수 없었고, 시간도 많이 모자랐습니다. 전공영어 L/C의 경우 지문이 길고 그에 해당하는 질문이 3-4개 정도 나왔습니다. 내용이 어렵진 않았지만 길게 나오다 보니 기억이 나지 않을까 두려워 숫자 등 일부를 문제지에 적으면서 들었는데 문제 풀 때 메모해 둔 것이 유용했습니다.
 
<2차 시험>
한국어 시험 중 한자는 쉽게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선생님께서 나눠 신 프린트를 보고 지레 겁먹었었는데, 그에 비해 훨씬 쉬웠습니다. 한자보다는 오히려 한국어 어법과 발음을 묻는 문제가 더 까다로웠습니다.
 
전공 외국어 시험에서는 한-영 번역에서 시제품, 수주, 발주 등 익숙하지 않은 내용이 나와서 당황했습니다. 적절한 표현이나 어휘가 생각나지 않는 경우 비슷한 표현을 쓰거나 풀어 써야만 했습니다. 물론 시간이 조금만 더 주어졌다면 조금 더 적합한 표현이 생각났을 지도 모르겠지만, 시간이 워낙 촉박해 검토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시간 안에 번역하는 연습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달았습니다. 의견을 개진하는 문제는 시간이 너무 모자라서 글씨를 날려 가며 썼습니다. 월드컵의 성공에 관해 쓰라는 것이었는데 문제를 보는 순간, "왜 이 문제를 예상문제로 연습하지 않았을까?" 후회막급이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 내용은 자신 없었지만, 평소 수업시간에 했던 것처럼 서론, 본론, 결론을 나누어 써서 형식을 맞춘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시험을 한 과목씩 보면 볼수록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평소에 강조하셨던 것들이 하나하나 새록새록 떠올랐습니다.
 
구술 시험에서 영-한은 cloned food에 관한 내용이었고, 한-영은 노벨상과 우리의 현실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영-한을 불러 주시는데, 스터디 할 때보다 평이한 내용, 어휘, 속도임에도 불구하고, 머리 속에 들어오지를 않았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눈을 감고 집중해 보고 싶었지만,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된다는 생각에 그냥 가만히 쳐다보았습니다. 끝나자마자 바로 발표를 하고 싶었지만 떨려서인지 그게 잘 안 돼서 잠시 쉬었다가 시작했습니다. 첫 부분을 놓치고 디테일도 기억이 잘 안 나서, 큰 흐름을 파악했다는 걸 보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전체 아이디어를 한 문장으로 말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 나머지 부분들을 아이디어와 연관지어 붙이면서 얘기를 했습니다.
 
한-영은 스터디 때 다뤘던 내용과 좀 비슷해서 덜 떨렸습니다. 바로 발표를 시작할 수 있었고, 두 번째 발표라서 그런지 몇몇 교수님과 eye contact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 입에서 나오는 영어였습니다. 멋진 표현은 고사하고, 쉬운 표현도 생각이 안 나서 중학교 영어책 수준의 어휘로 일관하는 제 모습에 경악했습니다. 이것이 내 진정한 영어 실력이라는 것을 말하면서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말을 내뱉고 나서 문법적으로 틀린 것을 깨달은 때도 있었지만 그냥 넘어갔습니다. 못 들은 부분도 있고, 유치한 영어를 구사했지만, 다행히 떨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노력했고 3B(반복, 번복, 버벅)는 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구술시험을 보면서 느꼈던 점은 떨지 않고, 긴장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공동묘지에 가서 담력 테스트라도 받고 와야 하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긴장과 떨림으로 인해 뇌의 모든 활동이 정지되는 것 같았습니다. 평소에 열심히 준비했는데, 긴장해서 실력발휘를 못 하는 건 안타까운 일입니다. 나름대로의 긴장과 떨림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듯, 공부 방법이나 습관도 자기에게 맞는 것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저는 직장생활과 병행해서 절대적인 공부시간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정신적, 육체적으로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을 싫어하는 스타일이라, 잠을 줄이거나 식사를 대충 때우면서 공부하지는 못 했습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가 공부를 하지 않은 스트레스와 맞먹었기 때문입니다. 그 대신 제 컨디션 유지에 신경 쓰고, 학원 수업은 절대 빠지지 않으며, 수업 시간만큼은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복습을 다 못 해도, 취침 시간이 되면 잤습니다. 그래야 그 다음 날 학원 수업시간에 컨디션이 좋아 L/C도 잘 되고 발표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가끔 수업시간에 발표를 못 하거나, 실력이 나아지지 않는 것 같을 때 스트레스만 쌓이고 기운이 빠지곤 합니다. 그럴 때는 집에 가서 무리하게 공부하기보다는 아무 생각 없이 TV를 보거나 음악감상을 하면서 그 날 받은 스트레스를 그때그때 해소하기도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공부를 하면서 소중한 사람들을 알게 돼서 무엇보다 기쁘게 생각합니다. 은 선생님과 장홍석 선생님, 스터디 파트너들, 언니 동생들, 특히 영주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윤혜원
 
1. 자신을 믿자. 언제나 할 수 있다고 믿고, 나도 노력만 하면 누구 못지 않게 할 수 있다고 자신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먼저 학교에 들어간 친구가 나보고 하루에 열번씩 거울을 보면서 "너는 할 수 있다, 너는 할 수 있다."주문을 외우라고 했다. 그땐 피식 웃었는데 일리 있는 얘기다. 자신감에서 실력도 나온다고 생각한다. 정작 나 자신은 거울을 보다가 너무 쑥스러워서 포기했다. 자신감이 없다보니 영한, 한영 지문을 들을 때 이 단어는, 이 표현은, 한국어로, 영어로 어떻게 갈까 고민하다가 지문을 놓친 적이 많았다. 자신을 굳게 믿고 지문을 들을 때는 지문에만 집중하면서 헤어나올 수 있었다.
 
2.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얻기 위해 스트레스 해소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작정 걸어서 집에 가기도 하고, 남편하고 이런저런 신세한탄을 하면서 이겨냈다. 초조해지면 '안되면 될 때까지 하지 뭐.'라고 생각하면서 이겨냈다. 스트레스가 심하기 때문에 별 것 아니더라도 자신을 심리적으로 안정시킬 수 있는 비법이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특히, 가족의 지지와 응원은 큰 원동력이다.
 
3. 공부를 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겸손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자신의 부족한 점을 인식하고 개선하려 노력하고 다른 이의 의견을 받아들이려 애쓸 때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자신의 공부방법만이 최선이라고 믿거나, 자신의 실력을 자만해서 타인이나 강사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종종 있다. 그런 이들은 대개 1-2년이 흘러도 실력향상이 안 되거나, 편중된 실력으로 인해 자신 스스로 만든 덫에 걸리기 일쑤였다.
 
4. 자신의 체질에 혹은 자신의 실력에 맞는 공부방법은 있어도 正道는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논리력이 부족하면 토론 위주의 영한 스터디나 한한 요약을 한다든지, 작문이 부족하다면 작문을 꼼꼼히 확인해주는 수업을 듣는다든지, 표현이 부족하다면 자신만의 표현 노트를 만들어 외운다든지 하는 방법을 동원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한가지 방법이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하다고 생각치는 않는다. 학원이나 강사에 대한 생각도 마찬가지다.
 
5. 한꺼번에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자. 이 얘기 들으면 이것도 해야할 것 같고, 저 얘기 들으면 저것도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하지만 시간과 노력은 유한하다. 게다가 내가 소화해낼 수 있는 공부의 분량과 공부방법은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잡화상처럼 모든 걸 다 하려고 했다. 심지어 공부시간표에 한자까지 들어있었다. 그러나, 머리만 복잡하고 소화해내지도 못했다. 지금의 수준에 맞는 공부방법을 하다가 좀 실력이 향상되면 다른 공부방법을 시도하고, 그러다보면 다 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6. 공부계획표는 한달에 한번 정도가 적절하지 않나 생각한다. 정말 부끄럽지만 초조한 탓에 어제 세운 계획표를 오늘 찢어 버리고, 오늘 짠 계획표를 집에 갈 때 찢어버리고 한 적이 많았다. 하지만 자신을 믿고 공부계획표는 한 달에 한번만 짜고 한가지 공부방법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꾸준히 밀고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1차
 
외대 1차에 연거푸 고배를 마셨기 때문에 올해는 3월부터 1차 준비를 했다. 4명의 스터디 파트너가 번갈아 듣기와 읽기 문제를 준비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문제를 풀었다. 토플, 토익, 텝스, GRE, LSAT, SAT 등등을 풀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좀 더 자주 풀었다. 시험 일주일전부터 매일 시험시간에 문제를 풀어 시험에 익숙해지려 애썼다. 특히, 작년에는 공포에 휩싸여 부들부들 떨면서 무슨 내용을 읽는 지도 모르고 정신없이 풀었기 때문에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데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우선 1차 공부를 하기에 앞서 무조건 많이 풀기보다는 외대 1차 시험양식이 어떤지, 내 약점이 무엇인지, 어떻게 보강할 지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풀었던 문제를 확실히 이해하고 왜 틀렸는지 다음엔 어떻게 대응해야 맞을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문제를 많이 풀어도 복습을 안 하면 똑같은 문제를 매번 또 틀렸기 때문에 복습에 치중했다.
 
개인적으로 문법과 sentence completion, 접속사를 묻는 문제가 나오면 (말 그대로) 마구 틀렸다. 문법은 Graduate English의 문법 부분을 2번 풀었고, 토플 문제집의 문법 부분만 한권 풀었다. sentence completion은 Graduate English를 풀었고, 시험직전 한 달 동안 스터디 파트너와 매일 이코노미스트 기사를 하나씩 읽고 서로 빈칸을 만들어 교환했다. 서로 따로 시간을 많이 내지 않아도 되고, 매일 꼬박꼬박 기사 두개씩 읽을 수 있어서 좋았다. 계속 하다보니 문장을 읽는 깊이가 달라진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표현이나 전치사, 접속사, 동사의 용법 등을 좀 더 꼼꼼히 살피게 됐다. 공통영어의 sentence completion 문제를 직감으로 찍었기 때문에 얼마나 효과를 냈는지는 의문이지만 그것이라도 해서 마음이 편했다.
 
스터디 외에 7월부터 Graduate English와 Barron's 시리즈 중에 LSAT를 봤다. 개인적으로 Graduate English에 어지간한 국내 시험양식은 다 다루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Barron's 시리즈(SAT, LSAT, GRE 등등)는 미국교재라서 국내 교재와는 사고방식이나 문제양식에 큰 차이가 있다. LSAT는 법대 대학원 입학시험이기 때문에 논리력에 관해 까다로운 문제가 많이 나온다. GRE나 SAT는 LSAT보다 지문이 좀 더 쉽고 단어공부가 많이 된다. 어차피 여기 나온 단어가 Graduate English에 또 나오기 때문에 자연히 반복해서 보는 단어는 쉽게 익힐 수 있었다.
 
실제 시험에 가서는 마음을 편안히 하고, 보통 때처럼 스터디 파트너와 모여 시험 한번 보는데 다른 장소에서 본다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가다듬었다. 공통영어가 무척 어렵게 느껴졌다. 안 그래도 약한 부분인 문법과 sentence completion이 모여있는 데다가 무엇 하나 확실하게 답이 보이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내 자신을 믿자고 중얼거리면서 직감으로 찍었다. 그야말로 과감하게 찍었다. 왜냐하면 듣기가 끝나자마자 문제당 시간을 대충 계산해보니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었다. 망설이는 사이에 OMR카드도 채우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공통영어가 끝나고 나서는 깨끗이 공통영어에 대한 생각은 지워버렸다. 작년에 공통영어를 망쳤다는 생각에 마음을 졸이다가 훨씬 쉬운 전공영어를 망쳤던 경험 때문이었다.
 
전공영어는 문제지를 받자마자 페이지를 확인하는 시간동안 안면몰수하고 아예 펼쳐놓고 문제를 풀었다. 둘째 줄이었지만 빼앗겨도 감독관 바지가랑이잡고 바닥에 드러눕겠다는 각오로 문제를 풀었다. 다행히 그런 사태는 빚어지지 않았고, 시험 시작하기 전에 지문 두개를 풀었다. 그리고, 뒷부분에서는 다행히 읽었던 지문이 나왔기 때문에 종료 10분 전에 마칠 수 있었다. 어떤 문제를 풀더라도 한 문제당 배당된 시간이 얼마인지 계산하는 습관을 들였고, 시험 이틀 전에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이코노미스트 과학부분만 한달치를 읽었는데 큰 도움을 받았다.
 
*2차
 
영한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연료 개발에 관한 내용이었다. 단어들도 쉽고 요소는 다 잡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문장은 서너개밖에 안되는데 중문, 복문으로 길어지면서 줄거리를 놓쳐버린 탓이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고 천천히 또박또박 교수님들 얼굴을 한분씩 보면서 했다. 아무리 할말이 없더라도 절대로 틀린 내용은 말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너무나 내용이 짧아서 피할 도리가 없었다.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것같아 중도에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하는 생각으로 자세를 가다듬고 간신히 끝마쳤다. 끝나자마자 네명의 교수님이 동시에 '그게 그런 내용이었나'하는 의아한 표정으로 지문을 읽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숨 넘어가는 것 같았지만, 담담한 표정을 유지했다. 청중의 반응이 얼마나 매서운 것인지 다시 한번 실감할 수 있었다.
 
한영은 "지하철로 한강을 건널 때 창밖으로 내다보면 건물들이 무질서하게 들어서서 보기가 싫다, 잘 정리해서 외국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자."라는 내용이었다. 긴장한 탓에 속도감 있게 하기 보다는 천천히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또박또박 한분씩 쳐다보면서 얘기했다. 끝났을 때 또 네분이 동시에 고개를 끄덕이며 칭찬해 주셨기 때문에 마음이 약간 놓였다. 아마도 첫번째로 구술시험을 봤기 때문에 너그러이 봐주셔서 합격했다는 생각이 든다.
 
*듣기
 
native가 아닌 이상 가장 신경이 쓰이고 두려움이 앞서는 부분이었다. 자료는 PBS Newshour, Nightline, Listening Special, CNN, NBC Nightly News 등, 가리지 않고 들었다. 개인적으로 정확한 듣기를 위해 정청이, 다양한 발음과 표현을 접하기 위해 다청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는 집중이 잘 안 되고, 많은 양도 들을 수가 없어서 대개 스터디를 통해 듣기공부를 했다. 스터디를 꼬박꼬박 하다 보니 매일 일정한 시간에 일정한 양을 공부할 수 있어서 유용했다. 스터디 파트너와 같이 이어폰으로 테잎을 들으며 적당한 길이에서 멈추고 들은 영어 내용을 한국어로 옮기고 상대방은 크리틱하는 방식으로 했다. 그리고 혼자서는 스터디 내용을 복습했다. 수업 외에 매일 한두시간 정도 듣기 스터디를 했다. 자연히 듣기 양이 많아서 다청이 됐다.
 
비록 열심히 하지는 못했지만, 자신의 듣기의 약점을 집어내 반복연습하는 정청 역시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연음은 꼭 놓친다든지, 특정 단어를 못 알아듣는다든지, 복문이 나오면 이해를 못한다든지, 빠르기에 익숙하지 않다든지 하는 자신의 약점을 알아내 집중보강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한문장씩 듣고 끊어서 똑같이 말해보는 방식은 말하기, 발음교정, 메모리 스팬 보강에 도움이 됐다. 이 방식은 매우 힘이 들기 때문에 하루에 많은 양을 할 수는 없지만 조금이라도 꾸준히 하면 반드시 효과를 볼 수 있다.
 
Newshour같은 토론은 내용이 길기 때문에, 주요 발언의도를 잡아내 한국어로 옮기려 노력했다. 뉴스나 Listening Special은 짧게 끊어서 정확한 내용을 잡으려 노력했다. 두가지가 다 중요하지만 입시를 위해 한가지만 선택해야 한다면 짧은 내용을 정확하게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차라리 1차는 지문 제목이나 주요 내용을 묻기 때문에 긴 지문으로 연습해도 좋겠지만, 2차에서 너무나 짧은 내용을 불러주기 때문이다.
 
*말하기
 
말하기의 최고의 방법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외우기다. 외우기만이 말하기의 정확성과 순발력과 flow를 늘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처음엔 글을 통째로 외우기를 했다. 스터디 파트너와 서로 외운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게으른 탓에 흐지부지 될 때가 많았다. 그래도 한 스터디 파트너와 잘 안 되서 흐지부지되면, 또 다른 스터디 파트너와 다시 약속을 잡으면서 어쨌거나 외우기를 계속했다. 외우기를 위한 지문은 쉬운 표현을 사용한 논리적인 글을 주로 선택했다. 사설 등 시사성있는 글과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 편한 글을 반반씩 외웠다.
 
시험때가 임박해서는 나름대로 만든 표현집을 외웠다. 수첩의 한 쪽에는 한국어로 반대편에는 영어로 써서 지하철 안에서나 걸어다니면서 하루에 30개에서 90개까지 외웠다. 주로 특이한 표현보다는 일반적으로 쓰이며 아쉬운 순간에 적절히 쓸 수 있는 표현 위주로 외웠다. 단기적으로 표현을 늘릴 수 있었다.
 
여름까지만 해도 한영 스터디를 따로 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외우기에 집중하고 읽으면서도 말하기에 쓸만한 표현들을 소리내서 몇번 읽어보곤 했다. 하지만 한국신문을 보면서 사설을 읽을 때면 마음 속으로 적절한 영어단어와 표현을 생각하곤 했다. 영어로 된 글을 읽고, 영어로 다시 요약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됐다.
 
시험 두세달 전부터 한영 스터디를 했다. 짧은 시간에 집중해서 많은 양을 하려 애썼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복습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다뤄봤어도 어설프게 기억하면 다시 해봐도 크게 나아지질 않았다. 복습할 때는 중요한 표현이 입에 붙을 때까지는 소리내서 말하곤 했다. 역시 내 입으로 한번이라도 더 말해본 표현만이 내 입에서 나온다고 느꼈기 때문이었다. 시험을 대비한 한영스터디의 자료는 사설과 일상적인 주제를 반반씩 했다. 사설은 주로 중앙일보 사설을 웹사이트에서 뽑아서 했고, 독자의 편지 같은 글을 여기저기서 구해서 해봤다.
 
*읽기
 
이코노미스트, 타임, 뉴스위크, US 뉴스 & 월드 리포트, 뉴욕 타임즈, 더 내이션, 리더스 다이제스트 등등을 읽었다. 잡지와 주제와 논조면에서 다양하게 읽으려 노력했다. 올해 가장 소홀히 했기 때문에 아쉬움도 많지만 절대로 어설프게 해서는 2차는커녕 1차도 통과할 수 없다고 여러 차례 느꼈다. (물론 듣기 잘해서 손해볼 일이야 없지만, 1차의 관건은 읽기라고 생각한다.) 작년에 한 3개월 동안 읽기만 집중적으로 공부한 적이 있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아니지만 뉴스위크나 타임지 한권 정도를 일주일동안 cover-to-cover로 읽고 요약도 해보고 단어책 word power made easy를 한번 봤다. 그러느라 듣기를 못해서 출혈이 컸지만 지금에 와서 결국 열매를 거뒀다는 생각에 위안이 된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부터 빨리 읽어야 된다는 중압감에 읽기 소요시간에만 신경쓰다보니 정확도가 떨어져 결국 양이 차야만 빠르기건 정확도건 읽기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정독, 다독이 다 필요하다고는 하지만, "다독을 해도 괜찮겠구나."라고 스스로 느끼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첫번째는 속독 위주로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나 괜찮은 표현에 줄을 그었다. 두번째 읽으면서 단어도 찾아보고 좋은 표현은 말하기나 작문에 쓸 수 있도록 소리내서 읽었다. 자연히 하루에 읽을 수 있는 글이 많지는 않았다. 가끔은 뉴스위크 한국어판과 영문판을 같이 복사해서 읽어보면 여러 모로 도움이 됐다. 하지만 꾸준히 못했다는 점이 늘 아쉽다.
 
*번역
 
예전에 신문에서 번역은 표현력, 통역은 순발력이 중요하다는 글을 본 적이 있는데, 정말 옳은 말이다. 머리 속에서 무슨 뜻인지는 알겠는데, 말로 옮기기가 무척 힘들게 느껴진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영어든, 한국어든, 신문, 잡지 기타 등등의 자료를 평소에 폭넓게 꾸준히 읽어서 자신의 표현력 자산을 늘려야만 아쉬운 순간에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곡간에 쌓아놓은 곡식이 없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가는 것처럼 느낀 순간이 비일비재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는 영한번역이 훨씬 어렵게 느껴졌고, 시간도 훨씬 많이 걸렸다. "도대체 내가 한국인인가?" 라는 의구심이 수시로 들었다.
 
올해 공부하는 내내 계속 번역 부업을 했다. 그래서, 한영, 영한 번역을 꾸준히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8월부터 일주일에 두세번 스터디를 통해 시간 안에 번역하고 스터디 파트너의 것을 읽으면서 서로 수정했다. 결국 양이 쌓여야만 속도가 붙는 걸 알 수 있었다. 하루 아침에 정확하면서도 빠른 번역은 불가능하다.
 
많은 양을 하기 보다는 정확하게 번역하려 노력했다. 시간을 재면서 번역을 하고 그 후에 모범답안을 보면서 수정했다. 적은 양을 꾸준히 했다. 대신, 시험이 가까워 오면서 별도로 만든 표현집을 외워서 보충했다. 또한, 비록 꼼꼼히 하지는 못했지만, 각 분야 단어를 정리해서 외운 것이 도움이 됐다. 시험 막판에 이것저것 하느라 정신이 없지만, 아무리 잠깐이라도 분야별 단어를 살펴본다면 결코 손해보지는 않는다.
 
공부하면서 절실히 깨달은 점은 쉽게 써야만 빠르고 부담없이 번역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괜히 어려운 문자 쓰려다가 시간은 시간대로 허비하고, 결국 써놓은 내용은 엉성하게 외운 탓에 틀릴 때가 많다. 그리고 100% 맞는 표현 그러므로 쉬운 단어, 쉬운 표현으로 쓰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평소 번역연습할 때 어려운 표현을 과감하게 포기하고, 유치하지만 쉬운 표현으로만 쓰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며 일종의 습관이라고 느꼈다. 그래야만 시험장에서 긴장된 순간에, 감점요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영번역자료로는 코리아 헤럴드와 한국신문을 꾸준히 읽으면서 이 단어나 표현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를 늘 생각했다. 해결이 안 되는 표현들도 계속 마음에 담고 고민하면 언젠가는 해답이 나타난다. 꼭 1:1로 영한, 한영 번역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성격이 집요한 탓에 적절하게 어울리는 표현이 안 떠오르면 자신을 고문하면서 계속 생각하고 인터넷에서 찾아본다.
 
영한번역자료로는 뉴스위크 한국어판이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이코노미스트를 주로 읽었기 때문에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뉴스위크 한국어판의 간지는 영어와 한국어가 동시에 나와있기 때문에 편하다. 그리고 영어순해라는 책의 도움도 받았다. 영어순해의 한국어 번역은 개인적으로 잘 된 번역이라고는 생각치 않는다. 하지만 영문 내용이 독해가 어려운 경우가 있어 정확한 문장의 이해를 요하는 번역에 도움이 된다.
 
*한국어
 
개인적으로 한국어 공부를 제일 좋아하고 사랑한다. 하지만 이것저것에 치여 소홀히 할 수 밖에 없어서 너무나 아쉽고 죄책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가장 적은 노력으로 가장 큰 효과를 낼 수 있는 공부가 한국어 공부라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더 할 말이 없다.
 
영한 통역에서 한국어를 잘하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flow나 속도인지, 아니면 표현력인지에 따라 공부방법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속도감있고 매끈하게 말하기 위해서는 TV 뉴스를 shadowing하고, 공식적이고 적절한 표현을 익히기 위해서는 신문 사설을 읽으면서 영어공부하듯이 단어를 국어사전에서 찾아보고 서로 호응이 되는 표현을 익히면 도움이 됐다.
 
특히, shadowing은 사흘만 해도 수월하게 말이 나왔기 때문에 일주일하다 흐지부지되기 일쑤였다. 그리고, 다시 속도가 떨어지면 또 일주일간 shadowing을 하는 방법이 되풀이됐다. 꾸준히 3개월을 채우는 게 목표인데 아직까지 한번도 성공한 적이 없다.
 
그리고, 3개월 아니면 1개월간만이라도 국어사전을 옆에 두고 사설을 읽어보는 방법을 권하고 싶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면 내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단어가 사실은 다른 뜻이거나, 전혀 그렇게 생각치 못했는데 엉뚱하게도 한자어인 경우 혹은 우리말인 경우, 알고 보니 정반대로 써온 단어가 생각보다는 많기 때문이다.
 

이경희(서울대 미생물학과)
 

<1차 시험>
 
문제 유형은 전체적으로 작년과 비슷했습니다. 공통영어가 전공영어보다 더 어렵게 느껴졌고,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전공영어의 경우 독해 지문이 작년보다 1개가 줄어서 시간이 부족하지는 않았습니다.
 
<2차시험>
 
한국어는 대체로 평이했지만, 2교시 영-한, 한-영은 조금 까다로웠습니다. 영-한 번역의 경우 독특하게 지문 2개가 모두 연설문이었습니다. 한-영의 경우 수업과제로 시간 안에 들어오는 연습을 했지만, 평소에 많이 다루어보지 못한 주제여서 어렵게 느껴졌고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2차 필기는 과락만 면하면 된다. 끝까지 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내용을 다 번역하는 것보다는 끝까지 쓰는 데 주력했습니다.
 
구술시험이 일요일 오후 2시여서 토요일 시험 본 후에, 그리고 일요일 오전에 스터디를 하고 갔습니다. 영-한 주제는 cloning이었습니다. 처음에 내용을 제대로 못 잡아서 당황했지만, 들은 것만 논리에 맞게 이야기하려고 했습니다. 다행히 제 말이 끝나자 문제를 읽어주신 여자 교수님(임향옥 교수님)께서 "Good job!" 이라고 말씀하셔서 "완전히 틀리게 가지는 않았구나."하는 생각이 들었고, 평소에 자신 없던 한-영도 조금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한-영 내용은 노벨상에 관한 것으로, 스터디때 다뤄 본 내용이었습니다.
 
<공부방법>
 
1.듣기
은 선생님 수업을 6월부터 들으면서 수업내용 복습을 최우선으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습니다. 수업이 듣기 중심이어서 하루 수업 분량이 꽤 많았습니다. 그래서, 하루 수업분을 한꺼번에 다 복습하지 않고 반씩 나누어서 이틀에 걸쳐서 했습니다. 이렇게 할 경우 결국 매일 일정량의 듣기를 할 수 있게 되므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외에 듣기교재로 "월드뉴스"를 봤습니다. "월드뉴스"를 가지고 공부를 할 때는 혼자서 하더라도 우선 기사 하나를 다 듣고 수업시간에 하는 것처럼 발표하듯이 소리내어 내용을 정리한 후 한국어 번역부분을 보고 틀린 것을 확인하고 좋은 한국어 표현을 익혔습니다. 그리고 나서 한 문장씩 다시 듣고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듣기는 일정량을 매일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2.독해
독해 자료로는 Economist지를 구독했고, Newsweek는 매주 인터넷에서 뽑아서 봤습니다. 각각의 특색이 있어서 두 잡지를 병행해서 보는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Economist지는 기사가 워낙 많아서, 절반도 못 읽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주로 리더스 부분을 읽으면서 논지를 파악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가 영-한 할 때 이코노미스트지를 가지고 해주었기 때문에, 리더스 이외의 기사는 스터디내용을 복습하면서 읽었습니다. 뉴스위크는 주로 흥미 있는 기사를 골라서 봤습니다. 독해를 할 때는 항상 시험치는 기분으로 긴장감을 가지고자 했습니다. 몇 문단을 정해서 속독한 후 월드뉴스 공부할 때와 같은 방법으로 반드시 내용을 정리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다시 꼼꼼하게 읽으면서 정리한 내용의 틀린 부분 등을 확인하고 단어 등을 정리했습니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했지만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3.스터디
한-영, 영-한 각각 기사 2개씩 일주일에 세 번 스터디를 했습니다. 스터디 준비를 하면서 영-한 연습을 했고, 주로 중앙일보 사설과 오피니언을 가지고 했습니다. 어떤 스터디를 하든 한 후에 복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복습에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해 지난 시간에 한 것을 그 다음에 스터디할 때 중요한 단어나 표현위주로 서로 체크해 주었습니다. 파트너 언니가 제게 해주었던 내용이 그대로 전공영어 지문으로 나와서 다시 한 번 복습의 중요성을 실감했습니다.
 
2년 넘게 공부하면서 너무나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마다 주변사람들의 지지와 격려가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러한 성원이 있었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모두에게 감사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은숙(부산여대 의류학과 졸업/현 신라대)
 
1. 외대 1차 시험문제
 
(1) 공통 : 공통영어의 경우 Listening이 25문제, Reading이 25문제였습니다. 전공보다는 공통영어가 많이 까다로웠습니다. Listening의 경우 10문제는 Headline을 잡는 문제였는데, 길이가 길지는 않았지만 정확히 듣지 않으면 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문제도 있었습니다. 나머지는 듣고 본문과 다른 것을 고르는 문제였습니다. Reading의 경우 문법문제와 빈칸에 알맞은 단어, 숙어 넣기 문제였는데 시간도 모자라고 많이 어려웠습니다. 어휘의 미묘한 차이와 정확한 뜻을 평상시에 신경 써서 공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 전공 : 공통시험을 망쳤다는 생각에 많이 흔들리기는 했지만, 마음을 가라앉히고 전공시험에 임했습니다. 전공듣기의 경우 연설문이 많은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길이는 꽤 길었는데, 그렇게 어렵진 않았습니다. Reading의 경우 8개의 예문이 나왔는데, 운이 좋게도, 전에 Economist에서 읽었던 예문이 2개나 있어 좀 편하게 시간적 여유를 갖고 풀었습니다. 물론 읽었다고 해서 문제를 다 맞추는 건 아니지만요. 굉장히 다양한 주제를 다뤘던 것 같습니다. 운동 선수들 도핑검사에 관한 지문, 패션 잡지 광고, 일본의 휴대폰과 관련된 신종사기, 유럽지역 경제, 컴퓨터분야의 지문이 나왔습니다. 한 예문에 문제수는 평균 3문제였습니다.
 
2. 외대 2차 시험문제
 
(1)필답고사 : 한국어시험, 영한 2개, 한영 2개의 시험을 쳤습니다. 한국어시험은 50분만에 풀어야 하는데 올해는 전년도보다 쉽게 출제된 것 같았습니다. 1-3번까지는 빈칸에 알맞은 단어 넣기 문제였고, 한국어 용법에 관한 것 2문제, 그리고 나머지는 한자문제와 에세이였습니다. 한자의 경우는 은천성 선생님이 주신 책자로만 공부를 했는데, 정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제가 워낙 한자가 약해서 고민이었거든요. 에세이는 우리사회에 만연한 님비(NYMBY)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600자 이내로 적는 것이었습니다. 영한번역도 연설문이었습니다. 영국 블레어 총리의 이라크와 관련된 연설과 다른 하나는 지구온난화에 관한 문제였습니다. 한영 영작의 경우 평소에 다루었던 내용이 아니어서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하나는 새롭게 도입될 버스 정보시스템(BIS)에 관한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디스플레이 제품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CPU나 software와는 달리 컴퓨터 부속물처럼 취급되었던 디스플레이 제품이 새로워지고 다양해져서 소비자들 사이에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평상시에 이 분야는 거의 공부한 적이 없어서 좀 어려웠습니다.
 
(2)구술고사 : 저는 일요일 2시에 시험을 쳤습니다. 영한, 한영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영한은 복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미국의 경우 농업분야에 이미 복제된 젖소에서 우유가 생산이 되고, 유전자 변형 식품들이 상품화되고 있다. 하지만, 미정부는 연구가 더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런 상품들의 시장판매를 막고 있다. 하지만 과학적으로 이들 제품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증거가 없는 상태에서 과연 정부가 언제까지 유전자 변형 식품의 시장판매를 막을 수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스터디하면서 한 번씩 다뤘던 주제였는데도 불구하고, 적당한 한국어가 생각나지 않아서 많이 당황했었습니다. 그래도 들은 내용을 최대한 논리적으로 얘기하고 결론을 내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의 경우는 평소에 스터디하면서 많이 다뤘던 노벨상과 관련된 내용이어서 더 자신 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중앙일보에서 거의 비슷한 내용을 본적이 있어, 영한보다 오히려 쉬웠습니다. 일본은 3년 연속 노벨 과학상을 수상했다. 특히, 노벨 과학상은 받기가 어렵다. 많은 노력과 투자가 뒷받침되어야 가능한 상이라 더 가치가 있는 상이다. 우리로서는 부럽지 않을 수 없다. 한국에도 우수한 과학 영재들과 뛰어난 학생들이 있지만 이들은 과학자가 되기보다는 판사나 공무원이 되고자 공부를 한다. 이런 한국의 현실이 너무나 안타깝다. 한국은 이번 월드컵경기에서 4강 신화를 이뤄냈다. 이제 온 국민이 다시 한번 힘을 모아 노벨상의 꿈을 이루자는 내용이었습니다.
 
3. 공부방법
 
Listening은 수업교재와 EBS 리스닝스페셜, 월드뉴스위주로 공부했습니다. 듣고, 영한, 한영으로 한번씩 바꿔보고 주요표현을 문장과 함께 정리해 뒀다가 외웠습니다. 외우는 것이 가장 힘들고, 돌아가는 방법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저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독해는 주로 Economist지로 공부했습니다. 모든 기사를 다 읽을 수는 없었지만, 주요 기사 위주로 골고루 읽었습니다. 좋은 표현은 따로 노트에 정리했습니다. 스터디파트너가 Newsweek지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서로 좋은 기사로 영한 스터디를 하면서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한영은 주로 중앙일보 사설과 오피니언 영어판으로 공부를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Speaking은 주로 스터디를 통해서 연습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전 시간 스터디했던 내용중 주요 표현을 서로 물으면서 복습을 했습니다. 기초가 약하다고 생각해서, 저는 5월부터 조금씩 1차 준비를 했습니다. Graduate English를 주말마다 풀었고, 9월부터는 토플과 텝스를 꾸준히 풀었습니다. 독해는 Hackers TOEFL을 봤습니다. 특히, 글을 읽고 주제문, 제목 찾기 등 제가 평소에 약했던 부분을 보강할 수 있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몇 달 방황하다가 작년 5월에 서울로 올라와서 통대 준비를 했습니다. 많이 힘들었지만, 저의 선택에 후회는 없었기에 지금까지 계속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절 응원해주셨던 부모님, 친구들, 동생들, 그리고 무엇보다 가르쳐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자영
 
아직도 합격했다는 사실이 믿기지가 않네요. 또 막상 수기를 쓰려니까 쑥스럽고 어색하군요. 하지만 여러분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우선 공부방법을 말씀 드릴께요.
 
듣기
 
국내파답게(?) 듣기는 매우 취약한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것저것 잡다하게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우선 교재를 중심으로 공부를 했구요, 그 외에도 집에 있을 때면 AFN 이나 CNN을 계속해서 틀어놓았습니다. 비디오도 열심히 빌려다 봤습니다. 인터넷으로 AP뉴스와 PBS 방송을 듣기도 했습니다. 뭐든지 꾸준히 듣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 하루에 최소한 2시간 정도는 듣기를 하려고 했습니다.
 
읽기
 
초기엔 뉴스위크를 읽었구요, 8월부턴 이코노미스트를 같이 읽었습니다. 나름대로 정독과 속독을 병행했습니다. 중요하다 싶은 건 꼼꼼하게 읽었고, 나머지는 내용 이해 정도에 그쳤습니다. (내용 이해만으로도 background 쌓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정독의 경우 처음엔 시간을 재어 속독을 한 후 내용을 정리하고, 두 번째 읽을 때는 표현이나 문법을 체크하며 읽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읽을 때는 가능하면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지문을 소리 내어 읽는 건 Speaking 연습에도 좋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다 지루해지면 chicken soup이나 다른 원서를 소리 내어 읽었습니다.
 
1차 대비 공부
 
1차가 너무 걱정되어서 7월부터 토요일마다 reading workshop을 풀었구요, 10월부턴 매일 조금씩 토플, 텝스 등의 문제를 풀었습니다. (집중력을 높이고 시간 감각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graduate english의 경우 독해까지 풀자니 엄두가 안 나서 문법만 풀고 이를 공책에 따로 정리를 했는데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 1주일 전부터 인터넷에서 사설을 인쇄해 속독 연습을 했습니다. 하루에 7개에서 10개 정도 읽었구요, 시간을 재서 읽은 후 내용 정리를 했습니다. 이것이 1차 시험에서 상당한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부턴 2차 시험에 대해 말씀 드릴께요.
 
한국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저는 국내파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어가 무척 걱정이 되었습니다. 국어를 잘 못하거든요.^^ 근데 문제가 생각외로 쉽더군요.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거 같아요.
 
번역&작문
 
영한은 둘 다 연설이어서 진짜 연설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쓰려고 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생각보다 전문용어가 많이 나와서 (아님 제가 워낙 작문에 약해 그렇게 느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근데 작문을 하다 보니까 KBS 우리말 뉴스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더군요. 은 선생님의 말씀이 떠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한 부분을 소홀히 하는 경우 나중에 그것이 come back with a vengeance한다고 선생님이 늘 말씀하시잖아요^^) 에세이의 경우 월드컵에 관한 내용이 나왔는데 전에 스터디 파트너랑 연습해 봤던 거여서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구술
 
저는 맨 앞 그룹이었구요, 15명 중 13번째로 시험을 봤습니다. 영한의 경우 임향옥 교수님께서 fossil fuel에 대해서 읽겠다고 먼저 말씀을 하셨습니다. 요지는 현재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대기오염이 무척 심각하고, 또 화석연료도 조만간 고갈될 것이므로 앞으로 새로운 연료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고, 대기오염의 주범인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연료를 개발해야 한다는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네요. 우선 길이가 짧아서 당황했구요, 내용이 들을 땐 어렵지 않았는데 막상 한국어로 하려니까 쉽지가 않더군요. 긴장을 별로 하지 않았는데도 당황을 해서 그런지 혀가 막 꼬이더라구요. 하지만 이게 어떻게 얻은 기회인데라는 생각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려고 했습니다. 당황한 기색을 보이지 않으려고 했구요, (속은 타도 말이죠) 네 분의 교수님들과 계속 eye contact를 하려고 애썼습니다. 다행히 목소리도 평소때보다 오히려 크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나서 이창수 교수님께서 한영을 읽어주셨습니다. 인터넷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은 인터넷 사용에 있어 세계1위를 달리고 있으나 인터넷으로 인한 부작용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특히 아동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럼 아이들이 인터넷에 푹 빠져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우선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친구들에게 e-mail을 통해 언제든지 연락을 할 수 있다. 그러나 단점은 아이들이 인터넷에 빠져 친구들을 직접 만나기 싫어하고, 또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까닭에 책을 읽지 않는다. 그러나 독서는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방향으로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논리가 뚜렷했고, 예전에 한번 비슷한 내용을 파트너가 해준 적이 있어서 부담스럽진 않았습니다. 목소리도 더 크게 하고, 매우 여유 있는 척 교수님들과 눈을 마주쳤습니다. (외국인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일 때 어찌나 반갑던지…^0^)
 
공부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의지박약이라는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답니다. 집중력도 남들보다 많이 떨어지고, 열심히 외우지도 못하고, 계획을 세워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세운 전략은 영어에 익숙해지자라는 것이었습니다. (자꾸 두드리면 열리리라는 생각에요…^^) 또 한 가지는 즐기자였습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우선 AFN을 틀어서 Today show로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집에 있을 땐 계속해서 AFN등을 틀어 놓았구요, 포스트 잇에 좋은 표현을 써 놓고 집안 여기저기에 붙여 놓은 후에 지나가면서 읽어 보고, 화장실엔 Chicken Soup같은 영어책들을 가져다 놓았습니다. 열심히 외우지는 않았어도 같은 문장들을 자꾸 보니까 자연스럽게 입에 붙는 것 같더군요. 그리고 이런 방법이 제겐 딱 인 것 같아 앞으로도 고수하려구요…. 한가지 더, 건강관리를 잘 하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제가 일년 내내 병원에 거의 출근하다시피 했거든요.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아프면 공부를 못하고, 공부를 못하면 스트레스 받고, 그래서 또 아프고, 악순환이잖아요. 운동을 적극 권장해드리고 싶네요. 저 같은 경우 9월부터 간단한 체조나 걷기를 했는데, 우선 기분이 좋아지더라구요.
 
감사를 드리고 싶은 분이 너무나 많습니다. 우선 은천성 선생님, 장홍석 선생님 정말 감사하구요, 멋진 스터디 파트너들 가연언니, 선영이, 효진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또 공부한다는 핑계로 딸 노릇, 며느리 노릇 제대로 못한 저를 늘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신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항상 언니 파이팅을 외쳐준 동생에게도 고맙단 말을 하고 싶네요. 무엇보다 저를 믿어주고 격려해준 남편에게 고마움과 사랑을 전하고 싶습니다.
 
 
 
이혜림(연세대 교육학과)
 
* 1차
 
1차 준비는 올 3월부터 시작했다. 4명의 스터디 파트너와 TOEFL, GRE, GMAT, TEPS 등의 문제를 시간에 맞춰 푸는 연습을 했다. 처음 한 달 동안에는 시간에 맞춰 푸는 데만 급급해서 문제를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일이 생겼다. 이렇게 해서는 아무 도움도 안되겠다 싶어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나는 10분을 더 잡고 문제를 풀겠다고 하고, 침착하고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했다. 매주 토요일 푼 문제를 꼬박꼬박 복습하면서 문제 푸는 연습을 하니, 6월쯤부터는 점수의 등락 폭이 좁아지면서, 점수가 조금씩 올랐다. GRADUATE ENGLISH를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두 시간씩 보자는 계획을 세웠었는데, 제대로 지키지도 못했고, 나중에는 부담만 돼 시험 석 달 전에는 아예 시험 끝나고 제대로 보자고 마음을 비웠다. 문법적인 실수가 많은 편이라 걱정은 됐지만, 틀린 문제를 한번 더 보는 쪽을 택했고, 잘한 선택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터 볼 생각에 걱정이 많긴 하지만.....^^)
 
8월부터는 수요일에도 문제를 풀었다. 많은 사람들이 1차 때 집중이 안돼서 고생했다는 얘기를 듣고, 문제를 풀 때는 시험 문제가 보다 많은 문제를 오래 푸는 연습을 했다. 주로 GRE 독해와 어휘, 통역학원 강사분이 출제한 예상 문제집을 위주로 풀었다. 9월 중순부터는 일주일에 세 번, 시험 두 주전부터는 매일 문제를 풀었다. 틀린 문제만 보게 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꼭 복습을 했는데, 심리적으로나 약점을 파악하는데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됐다.
 
작년 외대 1차 때는 문제 한번 제대로 풀어보지 않고 시험장에 갔기 때문에 시간에 맞춰 문제를 푼다던가 지문과 문제를 미리 보는 것은 생각도 할 수 없었다. 청취 문제의 경우 보기를 읽고 문제를 듣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과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일부 상식 선에서 보기를 고를 수 있는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미리 봐도 감독관이 별다른 통제를 하지 않는 상황이어서 문제를 미리 읽어놨다. 문제 사이사이에 시간을 넉넉히 줘서 공통 영어에서는 별 도움이 안됐지만, 전공 영어의 경우 문제를 미리 읽어둬서 지문을 들으면서 문제를 풀 수 있었다.
 
공통영어의 경우 R/C 부분이 너무 어려웠다. 문법과 sentence completion 중 확실히 알고 푼 문제는 손에 꼽힐 정도였다. 하지만, 내가 어려우면 남들도 어렵겠거니 생각하고, 마음을 편하게 하려고 노력했다. 전공영어는 역시 시간이 문제였다. 청취에서 여유가 있다고 좋아했었는데, 독해를 보니 짧지 않은 지문 8개를 읽고 문제를 풀어야 했다. 시험지를 받자마자 청취 보기를 읽고 독해 지문을 읽었는데, 대기 시간동안 두 개의 지문을 읽을 수 있었다. 공부하는 내내 읽기를 게을리 해서 스트레스를 받곤 했었지만, The Economist 과학 기사가 시험에 잘 나온다는 말에 꼬박 꼬박 읽으려고 노력했는데, 8개의 지문 가운데 읽었던 지문이 3개가 나와서 큰 도움을 받았다.
 
*2차
 
영한은 캄보디아에 관한 것이었다. '캄보디아는 1980년대 초반까지는 동남아시아의 관광명소로 사랑 받았지만, 이후 정치적 불안과, 극심한 가난, 정치권 부패, 사법제도의 부재 등으로 인해 큰 혼란에 빠져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난이라고 할 수 있는데, 1300만의 인구 중 1/3 이상이 하루 50센트도 되지 않는 돈으로 연명하고 있다. 1990년대 후반에 평화와 안정이 찾아오기는 했지만, 이 또한 매우 취약한 상황이기 때문에 아직까지 캄보디아가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인정받기는 어렵다. 정치권에서는 이러한 문제점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캄보디아의 발전은 어렵다. 국제사회에서 하나의 국가로 인정받기까지 캄보디아가 갈 길은 멀다.'는 내용이었다. 시험 전에 속도와 정확성 가운데서 내가 선택해야 할 것은 속도라고 결정했고, 큰 실수가 아닌 다음에는 번복하지 않으려고 했다. eye contact을 하면서 큰 목소리를 내면서, 자신감있게 보이려고 노력했고, 이해한 내용만 또박또박 말했다.
 
한영은 인터넷에 관한 것이었다. '인터넷 가입자가 1000만을 넘어섰고,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와 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인터넷과 컴퓨터는 학습에 있어서도 많은 도움을 준다. 먼저 컴퓨터로 숙제를 할 경우 맞춤법 자동수정이 가능하고, 숙제를 컴퓨터에 입력하기만 하면 된다. 또 친구들과도 메신저를 통해 수시로 연락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컴퓨터에 점점 빠져들면서 대인 관계가 소홀해 지고, 고립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따라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최대한 쉬운 표현을 써서 번복하지 않고 말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시험 때는 표현을 고를 수 없다는 것이 어떤 말인지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한 문장을 하고, 다음 문장으로 넘어가면서 바로 틀렸다는 생각이 들어서 당황했지만, 일단 내뱉은 말은 주워담을 수 없다는 생각에 계속했고, 결론을 명확히 맺으려고 노력했다.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컨디션 조절이라는 것을 2차 시험을 통해 뼈저리게 경험했다. 번역 시험을 마쳤을 무렵 일년에 한번 찾아오는 몸살이 온 것이다. 아마도 목요일 밤 1차 발표로 초조해 하면 잠을 자지 못한 것과, 다음 날 무리한 것이 원인이었던 듯 싶다. 너무 아파서 구술 시험 때까지 스터디는 거의 못했고, 시험을 보러 들어가는 순간에도 아픈 것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떨리지도 않을 정도였다. 결과가 좋았기 때문에 편하게 얘기할 수 있지만, 많이 후회가 되는 부분이다. 준비하는 내내 한영-영한의 순서로 시험을 볼 것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했는데, 당일 영한을 먼저 시작해서 좀 당황스러웠다. 그래서, 원어민 강사가 '영한부터 시작합니다.'라고 했을 때 'Really?'라고 반문했다.--;; 그래도 시험과 같은 상황을 연출한다고 한영을 하고 바로 영한으로 넘어간 이후에 합쳐서 크리틱을 했던 것이 도움이 됐다.
 
*듣기
 
처음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를 했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고, 또 실질적으로 모든 시간을 투자했던 것이 듣기였다. 아침 출근 전에 시사청취를 듣고, 일주일에 두 번 기초반 수업을 들었고, 6개월 동안 수업 내용은 완벽하게 복습하려고 노력했다. 이 기간 동안에는 읽기나 쓰기는 전혀 하지 않았고, 스터디도 거의 못했다. 다만 우리말 신문은 꼬박꼬박 읽고, 사설 중에서 좋은 기사가 있으면 스크랩해 놓았다.
 
처음 기초반 수업을 들었을 때는 아예 들리지도 않았다. 대의조차 파악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수업 내용을 끊어서 반복해서 들었고, 계속 복습을 하면서 수업을 들으니 두 달 정도 지나자 무슨 얘기인지는 알아듣게 됐다. 6개월 동안 정청에 시간을 투자하고, 이후로는 다청을 하려고 노력했다. 학원에서 주는 자료로만 듣기 공부를 했다.
 
9월까지 시사청취를 꾸준히 들었는데, 듣는 양을 확보할 수 있고, 내가 정확히 듣고, 집중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 됐다. 4월에서 6월까지 시사청취 뉴스 부문 예습을 통해 정청을 했다. 먼저 한 문장을 듣고 똑같이 따라해 본 후 확인하거나, 2분 정도의 뉴스를 듣고 들은 내용을 모두 말하고 이를 녹음한 후 확인하는 식으로 공부했다.
 
아침에 일어나 준비를 하거나, 아침을 먹거나, 화장실에 갈 때 기초반의 지난 교재 테잎을 들고 다녔다. 듣고 지나치는 시간인 것 같지만, 귀를 열어두고 있다는 생각에 안심이 됐다. 마지막 한 달은 육성을 듣고도 이해하는 훈련을 위해 여러 사람들과 돌아가면서 영한 스터디를 했고, 짧은 내용을 빠지지 않고 듣고 기억하는 연습을 위해 Listening Special로 스터디를 했다.
 
* 말하기
 
말하기는 듣고, 반복적으로 외우는 과정을 통해 발전한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말이라는 것이 생각을 거쳐 나오면 상대방을 답답하게 하기 때문에, 반사적으로 튀어나올 수 있는 표현만이 내가 아는 표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다. 6월까지는 일주일에 하나에서 두 개 정도 Newsweek지 Interview를 스터디 파트너와 암기했다. 한국말로 불러주면 영어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외우는 방법을 택했는데, 처음에는 티가 나지 않았지만, 조금씩 도움이 되는 것을 느꼈다. 시사청취도 같은 방법으로 복습했다. 청취를 통해 한 문장 한 문장을 외우면, 그걸 통째로 암기해서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 말하고, 녹음하고 확인하면서 연습했다.
 
또, 수업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사람들이 놀릴 정도로 수업시간에 주어진 기회에 적극적이었다. 가장 확실히 검증 받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통과!'는 거의 외치지 않았고, 크리틱도 열심히 했다. 가끔 이렇게 껍데기만 키우고, 바닥을 다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매번 시험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자고 다짐했다. 100명 가까이 되는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이 처음에는 무척이나 떨리고, 들은 내용을 반도 말하지 못하고 내려오곤 했지만, 나중에는 스터디하는 기분으로 발표할 수 있었고, blank도 없어졌다.
 
한영은 8월 중순에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처음에는 스터디 시간을 무작정 많이 잡았지만, 역시 복습이 더 중요했던 것 같다. 다양한 주제를 다루도록 했고, 중앙일보 사설과 Ann Landers, Newsweek 기사 등을 활용했다. 시험 두 주 전부터는 독자의 소리등과 같은 실생활과 관련이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했다.
 
* 읽기
 
읽기는 9월에 이대 시험 유형이 발표되기 전까지는 거의 하지 않았다. 매일 계획을 세워 공부를 했는데, 공부를 하다보면 가장 뒷전으로 밀리는 것이 읽기였다. 그저 이해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는 지하철이나 쉬는 시간에 부담 없는 기사를 위주로 읽었다. Newsweek과 The Economist를 정기 구독했는데, 스터디 자료로 쓰기 위해 짧은 기사들만 골라 읽게 됐다.
 
* 쓰기
 
읽을 때는 먼저 내용을 파악하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문장 구조를 유의해서 읽었다. 해외파와 국내파가 가장 확연히 구분되는 점이 바로 쓰기라는 생각이었기 때문이었다. 외국인들은 어떻게 글을 시작하고, 이해하는지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번역 연습은 9월부터 시작했다. 그 전까지는 "번역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라는 생각에 게을리 했었는데, 이대 시험 유형이 바뀌면서 발등이 불 떨어진 심정으로 부랴부랴 준비했다. 일주일에 세 번씩 1시간 동안 촉박하게 영한-한영 번역을 하는 연습을 했다. 내 한계와 수준을 여실히 보여주는 시간들이었다. 결국 모험하지 않고, 아는 대로 정확하게만 쓰는 연습에 주력했다.
 
번역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것은 읽은 만큼 나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읽기는 하루아침에 쌓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꾸준히 양을 정해 놓고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게 하지 못했기 때문에 정말 후회를 많이 했다.
 
*한국어
 
지난 4월 공개 특강때 '국내파는 한국어만 잘해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공부의 중심을 한국어쪽으로 설정했다. 아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우리말 신문을 꼼꼼히 읽었고, 좋은 표현은 표시해 두었다가 따로 적어서 외웠다. 4월부터 스터디 파트너와 한한, 영영 요약을 했는데, 내용뿐 아니라 한국어 표현도 크리틱했다. 사설을 요약하는 연습을 꾸준히 했는데, 읽어준 시간 내에 들어오는 연습을 계속 했더니, 한국어를 말하는 속도도 빨라졌고, 내가 사설을 매일처럼 큰 소리로 읽어 주다보니 발음도 정확해 졌다.
 
가장 도움이 됐던 것은 평소에 말하는 습관을 바꿨던 것이었다. 올 상반기 동안 친구들이나 스터디 파트너와 편하게 얘기할 때도 적재 적소에 꼭 맞는 표현을 쓰도록 노력했다. 쉬는 시간에도 긴장을 해야하는 것이 부담스럽기는 했지만, 결국 언어는 습관인지라, 평소 말하는 수준 이상은 나오질 않았다. 2, 3개월 일상대화에서 영어표현을 한국어로 바꿔 말하려고 노력하고, 정확하게 말하려고 노력했더니 한국어가 안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기타
 
공부 계획은 하루 단위, 혹은 일주일 단위로 세워 공부했다. 일단 해야 할 일들을 나열하고, 우선 순위를 정해 계획을 세웠다. 항상 버겁게 계획을 세우고 지키지 못하기 일쑤였다.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는 벅찬 계획을 세우고, 주말은 거의 비워 두었다. 혹시 꼭 해야 하는데 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주말에 할 수도 있었고, 힘들면 쉴 수도 있도록 했다.
 
2002년을 시작하면서 또 한가지 세운 목표라면 공부를 한다고 해서 교회 일을 소홀히 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일요 스터디도 못하고, 수요일과 금요일까지 남들보다 시간을 뺏기고 뒤쳐진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작정한 대로 한번도 예배에 빠지지 않았다. 결국 공부와 사람에 치여서 지친 마음이 예배를 통해 쉴 수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치지 않고 한해를 보내고, 공부를 즐기며 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실 이 공부를 업으로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부터 즐기기가 힘들어졌다. 하지만, 가능한 스트레스를 피하기 위해 집, 동네 도서관, 커피 전문점, 샌드위치 가게 등을 돌아다니며 공부를 했고, 한 곳에서 불안해하며 공부하는 것보다는 나았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말 이 공부를 하고 싶은가?"하는 원초적인 질문인데, 공부를 시작하기 전 1년간 고민했고, 결정을 내리고 나니, 공부하면서 마음이 흔들리는 일은 없었다. 공부를 하는 동안 "내가 이 공부에 가장 잘 맞는 사람이고, 언젠가는 반드시 된다."라는 믿음을 갖고, 이 말을 끊임없이 되뇌었다.
 
한 해 동안 힘과 지혜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항상 기도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과 오빠, 날카로운 크리틱으로 나를 점검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은천성 선생님, 가장 가까이에서 의지가 되어준 수연이와 효진이, 공부의 방향을 잡아준 혜원언니와 정은언니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
 
 
 
장혜원(연세대 영문/독문 전공)
 
8월 졸업 후 학원을 다닌 9, 10월 두 달 동안의 가장 큰 걸림돌은 건강이었습니다. 원래 몸이 많이 약해서 학원에서 세 시간 수업 듣고 나면 기운이 다 빠져 버려서 따로 다른 공부를 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일주일에 한 병씩 병원에서 링거액을 맞았지만, 10월에는 몸이 더 안 좋아져서 학원을 2주 넘게 빠져야만 했습니다. 불안하고 속상했지만 남들보다 오래 공부하지 못하는 대신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효과를 얻자고 저 스스로에게 다짐했습니다.
 
<공부방법>
듣기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향상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선생님께서 단순히 듣는 법이 아닌, '무엇을 어떻게' 듣고 말해야 하는지에 중점을 두어 가르치시기 때문입니다. 수업교재의 주제도 제가 워낙 좋아하는 시사적인 것이었기 때문에,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낮 12시에 AFN에서 방송되는 "NBC Nightly News"를 녹화했다가 쉴 때 보았습니다. Nightly News는 기사의 양이 적은 대신 비교적 심층적으로 보도하기 때문에, fact를 잡기보다는 생각하면서 듣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Tom Brokaw의 논리 정연한 화법을 좋아하기도 합니다. 수업을 빠졌던 2주 동안은 못 듣는 부분을 교재 테잎으로 한 번 들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필기는 별로 많이 하지 않고 머리 속에 남기고 넘어갔습니다.
 
혼자 공부할 여력이 없었던 저에게 일대일 스터디와 일요 그룹 스터디는 매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일대일 스터디에서는 한-영, 영-한 통역연습만 했습니다. 몸이 안 좋을 때는 전화로 하기도 했습니다. 자료를 찾을 때 될 수 있으면 논리적인 글을 찾으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 자료는 신문 사설 또는 칼럼에서 찾았고, 영-한 자료는 주로 이코노미스트를 이용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첫째, 둘째, 따라서 이렇다' 식으로 전개되는 글을 좋아해서 뉴스위크보다는 이코노미스트를 선호합니다. 스터디는 파트너에게 읽어줄 자료를 찾으면서 공부가 되고, 상대방 자료를 통역하면서 연습이 되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냅니다.
 
일요 스터디 때는 실전처럼 생각하면서 연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따라서 통역은 물론이고 eye-contact와 표정, 자세까지 크리틱을 받았습니다. 매주 다른 주제를 돌아가면서 찾아왔기 때문에 혼자 놓친 부분을 보충할 수 있었고 10월에 정리한 brainstorming (해당 주제별로 우리말/영어 표현을 준비하기) 자료가 시험 직전에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일대일 스터디와 일요 스터디 때 모두 원문을 읽은 시간을 재고, 그 시간을 넘지 않게 통역하는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할 때는 잘 몰랐는데, 2차 통역 시험 때 속도 있게 말 할 수 있었던 것이 이 연습 덕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집에서 누워서 쉴 때 하루에 하나씩 엄마가 사설을 읽어 주시면 한국어로 paraphrase하는 연습도 했습니다. 이 연습은 메모리 스팬을 늘리고, 시사를 따라잡고, 머릿속으로 정리해서 논리적으로 말하고, 고급 한국어를 익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번역은 따로 공부하지는 않고, 선생님께서 주시는 숙제만 했습니다. 1차 준비는 정말 시험 보기 직전 4일밖에 하지 못했습니다. 토플 리스닝 문제집과 Graduate English의 final test를 이용해서 실전보다 문제 수를 많게 하여 모의고사 형식으로 풀었습니다. 맞고 틀리는 것에 연연하지 않고, 빠르게 푸는 연습만 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유형으로 나와도 당황하지 말고 '난 할 수 있다' 는 생각을 머리에 심었습니다.
 
<1차 시험>
유형은 작년과 거의 똑같아서 크게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이 끝나고 전공영어가 더 쉬웠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봤는데 저에게는 난이도가 비슷하게 느껴졌습니다. 알고 풀었다기보다는 거의 모든 문제를 감각으로 풀었습니다. 따라서 시험이 끝나고 난 뒤에도 잘 봤는지 못 봤는지 전혀 알 수 없었습니다. 공통영어 시간에 작년과 유형이 비슷하기에, 전공영어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해서, 30분 쉬는 시간 동안 작년 시험 문제 중 전공영어의 연설문 낭독 부분을 테잎으로 들었습니다. 전공영어 읽기 지문 중 3개가 스터디 때 다루었던 이코노미스트 기사에서 그대로 발췌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지문 하나는 읽지 않고 바로 문제를 풀어서 시간을 조금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공통, 전공영어 모두 검토할 시간은 없었고 문제 읽고 답 고르고 답안지에 표기하고 나니 종료 벨이 울렸습니다. 어차피 확신하고 푸는 사람은 거의 없기 때문에 잘 모르겠더라도 자신을 믿고 답을 신속히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한국어는 전체적으로 평이했습니다. 한자를 워낙 몰라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많이 어려운 고사성어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고사성어의 한자 표기를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확한 뜻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일부 학자들은 배아 연구를 ( )하는 조치라며 반발했다" 라는 문제에서 답은 '원천봉쇄'인데 '발본색원'을 선택해서 틀린 분을 보았습니다. 논술은 "님비(NIMBY)현상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600자 이내로 서술하시오."라는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영-한 번역 문제는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이라크에 대한 연설문과 지구 온난화의 통념에 대한 원인이 출제되었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없었지만, 약간 추상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문맥에 맞게 의역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한-영 번역은 두 문제 모두 IT 관련 글이 제시되어 의외였습니다. BIS(Bus Information System)에 대한 글과 디스플레이 제품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긴 문장은 두 문장으로 나누기도 하면서 전체적으로 깔끔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전 날 훑어본 brainstorming 자료에 있던 표현이 나와서 기뻤습니다. 은 선생님의 번역 숙제가 워낙 난이도가 높고 길이가 길어서 오히려 본 시험은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선생님께서 강조하시던 '모래주머니 철학(평소에는 모래주머니를 차고 달리는 강도 높은 훈련을 하다가, 시합 날에는 풀고 달리면서 펄펄 난다.)'의 덕을 톡톡히 본 셈입니다. 자유작문 문제는 "월드컵의 성과를 열 줄 내외로 서술하시오."였습니다. 평소에 생각해 본 주제라서 네 가지의 예를 들어 나열형태로 딱 열 줄 작문했습니다.
 
통역 시험 전에 대기실에서 2시간 반을 기다렸습니다. 공부할 마음은 들지 않아서 가지고 간 차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교수님 네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영-한은 복제 동물에 관한 글이었는데, 듣는 동시에 머리 속으로 정리를 하고, 낭독이 끝나자마자 또박또박하고 속도감 있게 통역했습니다. 들은 순서대로 차근차근 말했고, 중간에 앞에 빠뜨린 부분이 생각났지만 별로 중요하지 않은 detail이라고 판단, 내색하지 않고 계속했습니다. 한-영은 조기 영어 교육을 비판하는 글이었습니다. 역시 낭독이 끝나고 곧바로 시작했고 어려운 표현을 생각하지 않고 떠오르는 단어를 바로 사용했습니다. 겉으로는 머뭇거리거나 '어~' 같은 표현 없이 매끄럽게 이어나갔지만, 속으로는 너무나 유치한 표현을 주절주절 잘도 하고 있는 제 자신에 경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절대 티 내지 않고, 역시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속도감 있게 말했습니다. 영한, 한영 모두 마지막 문장은 '따라서' 'Therefore'로 시작해서 결론을 확실히 맺고 정리하는 느낌으로 끝냈습니다. 네 분 다 쳐다 볼 여유는 없어서 주로 가운데 두 남녀 교수님의 눈을 바라보며 했는데, 너무 적극적으로 진지하게 저를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들어 주셔서 많은 힘을 얻었습니다. 내 통역이 맞을까 틀릴까를 생각하면서 주저하기 보다는 자신감을 갖고 밀고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영어가 너무 좋아서 외고 영어과에 갔고, 싫어하는 문학을 억지로 참으면서 영문학을 전공했습니다. 이제 그 마지막을 절실히 원하던 통번역 공부로 장식할 수 있다는 사실에 비록 학원보다 병원에 간 날이 많았지만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쁩니다. 언제나 보살펴주고 격려해 주신 엄마, 아빠, 선생님들, 소라 언니, 일요 스터디 멤버들, 남자 친구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정은경(연세대 영문/심리 전공)
 
저는 올 8월부터 은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8,9월에 기초반 수업을 들으면서, 기본 용어, 표현, 배경지식을 공부하고나서 10월에 실전반을 수강했습니다. 1차, 2차 시험 공부방법, 그리고 당락을 좌우한다는 2차 구술시험에서 너무 못했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합격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을 나름대로 분석해봤습니다.
 
<<1차 공부방법>>
1차 대비를 위해서는 학원에서 시험을 앞두고 실시했던 모의고사를 보면서 기출문제의 유형을 파악했습니다. 이번 1차 시험은 작년 시험과 유형이 거의 똑같이 나왔기 때문에 모의고사를 봤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게다가 작년 모의고사에 나온 짧은 지문이 이번 1차 시험 공통영어에 또 나왔습니다. 시간배분 연습을 하기 위해서 Graduate English 뒷부분 연습문제를 풀어본 것도 전공영어 독해 문제를 풀 때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시간을 잴 때 60분안에 풀라고 되어있는 문제를 20분만에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다양한 글을 읽고 그 내용을 빨리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듣기의 경우는 시험 1주일 전부터 하루도 빠짐없이 코리아헤럴드 사설집에 딸린 테이프를 들었습니다. 난생 처음 들어보는 내용도 듣는 즉시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미 한번 이상 들어본 적이 있는 학원 교재 테이프 보다는 한 번도 들어보지 않은 테이프를 들었습니다. 저는 학교생활과 통대준비를 병행했기 때문에 따로 공부할 시간이 많지 않아서 주로 학교에 오고가는 길에 들었습니다. 듣기를 할 때는 내용을 들으면서 바로바로 그 핵심을 파악하고 머릿속으로 내용을 기억하고 요약해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1차 시험>>
유형이 작년과 거의 똑같았기 때문에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공통영어가 전공영어보다 훨 씬 어려웠습니다. 문법이 특히 어려웠고, 시간이 너무 촉박해서 검토를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전공영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듣기의 연설문은 집중하고 들으면서 해당 문제 보기를 읽어보면 답이 아주 명확하게 보였습니다. 독해 역시 지문 한 개 빼놓고는 별로 까다롭지 않았습니다.
 
<<2차 필기 공부방법>>
한국어는 따로 공부하지는 않고, 은천성 선생님께서 나눠 주신 한자/고사성어 프린트만 보았습니다. 그런데, 분량이 너무 많아서 다 보지는 못하고 주로 고사성어 위주로 봤습니다. 번역의 경우, 실전반 번역 숙제 하는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대신 자주 나오는 표현이나 용어들은 확실히 외우고 넘어갔습니다. KBS 우리말영어뉴스에 나오는 표현이나 용어, 단어를 열심히 외운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문은 기초반 수업을 들을 때 연습했던 것이 전부였습니다.
 
<<한국어>>
시험에 나온 문제 종류는 뜻 보고 한글 단어 맞추기, 적절한 한자어 넣기, 고사성어 넣기, 국어 용법 틀린것 찾기가 있었습니다. 국어용법 틀린 것 찾는 문제가 조금 까다로웠습니다. 작문의 경우는 NIMBY 현상에 대한 예가 4개 정도 나오고, 그것을 읽고 NIMBY 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었습니다.
 
<<영어 번역/작문>>
영-한 번역은 2개 모두 연설문이었습니다. 하나는 토니블레어 영국 총리가 9/11 테러사건1주년을 맞이하여 했던 연설문이었고, 나머지 하나는 환경에 대한 연설문이었습니다. 의미 전달을 위주로 번역했고, 의역이 필요한 곳에는 적절히 앞뒤문맥을 파악해 설명하듯 번역했습니다. 특히 환경에 대한 연설문의 경우는 구시대적 사고를 갖고 행동을 바꾸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을 지칭해 "dinosaur" 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dinosaur가 어떤 것을 의미하는가는 앞뒤 문맥을 통해 파악해야 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영-한 보다 까다로웠습니다. 첫번째 것은 여러 도시에서 새로운 버스시스템을 도입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발주, 수주 와 같은 단어들이 나와서 좀 당황했지만, 수주는 이미 수업시간에 다룬 적이 있는 단어여서 정확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것은 과학과 관련된 것으로 디스플레이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두 지문 모두 번역하면서 느꼈던 것은 KBS 우리말 영어뉴스를 열심히 공부하면 많은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었다는 것입니다. 내용이나 용어가 우리말 영어뉴스에서 다루는 것들과 매우 흡사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문 주제는 월드컵이 가져온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이었는지에 대해 10줄 이내로 서술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2차 구술 공부방법>>
머리로만 이해하고 생각하는 것과 직접 입밖으로 내뱉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되도록 말하는 연습을 많이 하려고 했습니다. 거의 매일 스터디를 했고, 특히 시험을 앞두고는 집에서도 혼자 연습했습니다. 일요스터디 때 여러 스터디 파트너 앞에서 연습했던 덕분에 덜 긴장했던 것 같습니다. 혼자 연습시엔 한/영이 모두 나와있고 그 내용이 테잎에 녹음되어있는 교재(코리아헤럴드 사설집, EBS 리스닝스페셜)를 활용했습니다. 녹음을 해보고 self-critique 하는 것이 저의 단점을 고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brainstorming 방법이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각 영역별로 어려운 표현보다는 자주 나오고 쉬운 표현을 정리해서 외웠습니다.
 
<<구술>>
저는 수험번호가 상대적으로 뒷쪽이어서 일요일에 시험을 봤습니다. 토요일 한국어 시험, 영어번역/작문 시험을 보고 좀 정신이 없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구술을 다음날 본다는 사실은 심적으로 크게 위안이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더 연습하자는 생각에 시험 끝나고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 스터디 하고, 집에 와서도 혼자 연습했습니다. 면접을 보기 전에 받은 안내문에는 영-한, 한-영 순서로 진행된다고 되어있어서 내심 안심했습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한-영을 먼저했는데, 못하면 영-한 할 때 영어를 아예 못 듣는것 아닌가 하고 걱정했기 때문입니다. 안내문에는 통역능력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정확한 언어로 중요한 내용을 잡아내느냐 하는 것을 본다고 되어있었습니다. 디테일보다는 중요한 내용을 설명하듯 요약하면 된다고 적혀있어서 마음의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면접하러 들어가기 전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컨트롤 같습니다. 저는 "쉬운 영어로 가자, 반복이나 번복을 하지 말자, 디테일에 연연하지 말고 핵심만 말하자, 천천히 또박또박 큰 목소리로 말하자, 절대 당황한 모습을 보이지 말자"를 끊임없이 되뇌었습니다. 2시간을 넘게 기다리면서 머리를 맑게해야한다는 생각으로 중간 중간 눈을 감고 잠을 청해보기도 했습니다.
 
<<구술 영한>>
영-한 은 NATO 에 대한 것이었는데 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스터디 할 때 NATO 에 대해 한번 다룬적이 있었는데도 내용이 매우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냥 정확하게 들은 내용만 얘기했습니다. 디테일은 거의 못잡고 그냥 핵심적인 내용 같은 것들만 골라 얘기했습니다. 길이는 꽤 길게 느껴졌습니다. NATO 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여 변화를 꾀하고, 그 힘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 주제였습니다. 한국어가 어색했던 부분도 있었지만 번복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flow 를 유지하되 큰 소리로 똑똑하게 말했습니다. 내용에 자신이 없었지만 마치 다 알아들은 것 처럼 자신있게 고개를 들고 말했으며 당황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속으로는 미칠 지경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떨려서 맞은 편 벽을 바라보고 얘기하다 가끔 교수님들과 eye-contact도 했습니다. 못 알아들어도 당황하지 않고 요지라고 생각되는 부분을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말을 많이 한다고 잘하는 것이 아니라는 은 선생님의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구술 한영>>
한-영은 쉬웠습니다. 우리나라 휴대폰 예절에 대한 내용이었고 이창수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도 이제 휴대폰 사용 예절에 대한 인식이 널리 확산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는 사람들이 휴대폰을 끄는 등 휴대폰 예절을 지키고 있다. 하지만 젊은 층은 그런 추세를 따르지 않고 있다. 길을 건널때 통화를 하느라 너무 천천히 걷기도 하고 길에서 주위 사람은 의식하지 않고 큰소리로 통화를 하기도 한다. 젊은층이야말로 휴대폰 예절을 정착시키기위해 앞장서야 하는 존재임을 자각하고 우리나라 휴대폰 예절 문화를 한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한-영을 할 때는 교수님들과 좀 더 정확히 eye-contact 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한-영도 역시 flow 를 유지하려고 하다보니 어려운 표현 같은 것은 전혀 사용할 겨를이 없었고, 좀 어색한 표현이 나와도 번복, 반복은 하지 않았습니다. 영한/한영 모두 결론은 확실하게 맺어줬습니다. 곽중철 교수님과 이창수 교수님께서는 아무것도 적지 않으셨고, 임향옥 교수님께서는 가끔 고개를 끄덕여 주시고 뭔가 적으시는 모습이었습니다. 곽중철 교수님과 이창수 교수님께서 그냥 듣고만 계시길래 떨어졌나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말을 할 때 너무 빠르게 말한거 같아서 조금 걱정이 됐습니다. 평소에 좀 더 좋은 표현을 찾는답시고 통역사가 절대 해서는 안된다는 3B(번복, 반복, 버벅)를 많이해서 은 선생님과 스터디파트너들에게 크리틱을 당했던터라 시험 볼때는 좀 표현이 이상하고 어색해도 그냥 넘어갔습니다. 구술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당황하지 않는 모습, 자신감 있는 모습, 큰소리로 똑똑하게 말하는 모습인 것 같습니다.
 
학교 생활과 통대 공부를 같이 하느라 하루에 잠을 3시간반~4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했습니다. 깨어있는 동안에 최선을 다해 공부했던 것이 이런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했기 때문에 시간활용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힘들어 할때마다 옆에서 힘을 북돋워주셨던 부모님, 응원해줬던 친구들, 스터디파트너들, 그리고 열심히 가르쳐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3)
 

 
 
♣ 특차 ♣
 
박혜순(고려대 경제학과)
 
저는 작년에 진로고민을 하다가 통대반을 몇 개월 수강했습니다. 그러다가, 통역이 재미있는 것 같아서 시험을 치기로 결심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까지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있지만,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할 수 없어서 제 약점인 어휘실력을 늘리려고 노력했습니다. 교재로는 Word Smart 1, 2권을 봤습니다. 올해부터 제대로 준비를 하려다가, 1학기에는 학과공부가 바빠서, 본격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를 할 수 있었던 것은 7월부터였습니다. 배경지식이 딸려서 잡지를 읽는데 집중을 했습니다. 잡지를 읽는데 대한 거부감 때문에 가장 쉬운 Times지를 시작으로 Newsweek지, Economist지로 단계를 높여갔습니다. 듣기는 은천성 선생님 수업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고 그 외에 따로 하지는 않았습니다.
 
제 실력만 믿고 처음에는 발표신청을 안 하다가 불안해서 9월부터는 발표신청을 했었는데, 하기를 잘했던 것 같습니다. 발표가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하면 많이 떨립니다. Blank현상을 방지하고 교수님들 앞에서 안 떨기 위해서 수업 시간에 나가서 발표를 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한 스터디 파트너는 실력이 비슷하고 성격이 잘 맞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로가 어려워하는 사이가 좋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으나, 저는 성격이 맞는 사람과 해야 편하게 할 수 있고 마음놓고 critique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또한 스터디 파트너를 경쟁상대로 인식하기보다는 같이 붙자는 마음으로 하면 시너지 효과로 더 효율적인 스터디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대학원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공부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그 방법을 밀고 나가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시간이 촉박해서 불안하기도 하고 남들과 비교할 때 배경지식이나 어휘가 딸려 걱정도 많이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 자신을 향한 믿음을 지키고자 노력했습니다. 또한 학원가면 가장 힘든 것이 옆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그만큼 하지 않는 내가 떨어지면 어떡하나."하는 불안감이었습니다. 저는 하루에 4시간 정도밖에 못했는데 그대신 하는 시간만큼만은 집중력 있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통대 시험에 붙으려면 고시처럼 8시간을 공부해야한다는 소문도 있지만, 그렇게 오래 공부하다보면 지치고 스트레스만 쌓이는 사람들이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자기 자신의 페이스대로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으로서 모두가 아는 단어를 나만 몰랐을 때 좌절을 하기보다는, 이제는 나도 그 단어를 외웠으니까 내 실력도 한 단계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긍정적인 자세로 건강한 수험생활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1차 시험--
 
"민주사회에서의 언론의 역할과 우리나라의 언론의 현실에 대하여 영어로 작문하라."는 문제였습니다. 시험을 치기 전에 꼭 한 번이라도 시간에 맞춰 써보는 것이 좋습니다. 써보면 생각보다 그리 많은 시간이 주어진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어려운 단어를 거창하게 쓰는 것보다 쉬운 영어로 가되 어색한 표현이 없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될 수 있는 한 자신감 있는 문체로 썼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썼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의 관건은 긴장을 하지 않고 떨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실력은 모두 비슷하고 떨면 아는 것도 안 나옵니다. 교수님 두 분 중 한 분은 우호적인 표정으로, 나머지 한 분은 학생을 무시하는 듯한 표정으로 끝까지 일관하셨습니다.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끝까지 똑똑하고 자신 있게 하려고 했고, 시선처리 역시 선생님을 응시했습니다. 특차에 붙으려면 강한 인상을 남겨서 자신을 뽑고 싶게끔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한-한
 
"인간은 과학적인 동물이다. 역사적으로 보더라도 과학적으로 앞선 도구를 사용한 부족이 살아남았고, 현재에도 핸드폰, 인터넷과 같은 과학의 산물이 존재함을 본다. 한나라가 강국이 되기 위해서는 과학의 역할이 중요하다. 따라서 과학을 발전시켜야 한다."
 
영-영
 
"남태평양 어떤 섬의 주민들은 선진국의 원조로 인해 산업을 팽개치는 등 오히려 나태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그들에게선 선진국에서나 볼 수 있는 당뇨와 같은 성인병이 나타나고 있다. 섬이라는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장 강한 유전자만이 남는다라는 사실을 감안해 볼 때, 이러한 성인병이 나타난다는 사실은 매우 아이러니컬하다."
 
의견개진
 
5문제 중 2개를 골라서 영어와 한국말로 각각 1개씩 하는 것인데, 제가 한 것만 기억이 납니다. 막상 시험을 치르는 동안에는 생각할 시간이 없기 때문에 할 말이 별로 없었고, 1분 정도밖에 말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길게 말하려다가 실수하는 것보다는 자신 있는 내용만 짧게 말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하여 미련을 두지 않았습니다. 또한 찬성이든 반대이든 시작할 때 자신의 입장을 확실한 밝히는 어투로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시험관들의 기억에 남도록 하기 위해서 일부러 반박하는 주장을 강력하게 폈습니다.
 
"동화를 영화화할 때 아이들을 고려하여 비극적 결말 대신 행복한 결말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현재 퇴직한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리나라의 고령화 추세를 볼 때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끝으로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사랑하는 지혜언니와 주희에게 고맙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허 정(이대 신문방송학과/연세대 일반대학원 영어영문학과)
 
저는 통역대학원 준비를 올해 4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지난 7개월 동안 제가 공부한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통대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I. 공부방법에 대해
 
1) 신문:
 
통대를 준비하면서 역시 제일 도움이 되는 것은 신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는 가장 큰 걸림돌 중 하나가 바로 배경지식일텐데 신문은 배경지식을 넓히고 한국어, 영어를 둘 다 익힐 수 있는 가장 좋은 학습 매체인 것 같습니다.
 
저는 매일 3시간 정도는 신문을 읽는데 투자했습니다. 한국어 신문은 중앙, 조선, 동아일보를 읽었습니다. 물론 제가 정기구독한 신문은 중앙일보 하나였고, 나머지 신문은 인터넷을 이용해서 사설, 칼럼만 읽었습니다. 영자 신문으로는 Korea Herald, Korea Times, Washington Post, International Herald Tribune을 인터넷으로 읽었습니다. 그리고 신문을 읽을 때 특히 사설, 칼럼은 소리내서 읽는 연습을 했고, 글의 개요를 그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왜냐하면 눈으로만 읽어서 단어와 표현을 아는 것과는 달리 입에서 그런 표현들이 직접 나올 수 있도록 연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특정 글을 읽을 때 논리를 머릿속에 그릴 수 있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떤 글을 읽든지 듣든지 간에 머릿속에서 글의 개요를 짜고 그림을 그립니다.
 
공부가 하기 싫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도 항상 신문만큼은 꼬박꼬박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이대 특차시험 몇 주전부터는 의견개진, 에세이 등을 대비해 신문에 있는 여론조사, 독자투고란까지 꼼꼼히 읽었습니다. 왜냐하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아는 것뿐만 아니라 이러한 일들에 대해 본인이 뚜렷한 의견을 가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사는지, 그리고 이 사람들의 생각에 나는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는 지등도 생각하고 정리해 봤습니다.
 
신문의 장점을 한가지만 더 언급한다면 바로 한국어 실력 배양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신문을 읽을 때 중요한 부분과 생소한 단어와 표현은 항상 밑줄을 긋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단어는 꼭 국어사전을 찾아보았고, 외국어 단어를 외우듯이 한국어 단어와 표현을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국어사전을 찾아보면서 한자를 눈여겨보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2) L/C:
 
리스닝은 역시 외국어 공부를 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입니다. 저는 다행히도 어렸을 때 해외거주를 한 경험이 몇 년 있기에 듣기가 크게 문제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듣는 것을 얼마나 기억하고 논리적으로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는 가였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도 통역은 '얼마나 잘 듣는가'에서 출발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리스닝은 절대로 방심할 수 없는 분야였습니다. 그래서 듣기를 하고 기억, 전달하는 연습을 매일 2, 3시간 정도씩 했습니다.
 
리스닝 자료로는 여러 인터넷 방송/듣기 사이트들을 이용했습니다. 제가 가장 많이 이용한 사이트는 YTN과 Daily English라는 사이트입니다. 인터넷으로 여러 뉴스 보도를 듣고 이를 기억해서 개요짜는 연습과 영한, 영영을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PBS script를 통째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3) R/C:
 
시사잡지는 Newsweek, Economist, Time, Christian Science Monitor를 읽었습니다. 정기구독은 하지 않고 인터넷을 이용했습니다. 적게는 하루에 한시간 많게는 하루에 4, 5시간씩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읽은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한 초기에는 sight-translation을 많이 연습했습니다. 워낙 한국어 표현이 빠르게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스터디 파트너들과 sight-translation 연습을 한 것이 독해내용 이해와 한국어 연습에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4) Vocabulary:
 
GRE단어와 Word Smart를 8월까지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시사잡지를 읽으면서 자주 나오는 표현과 어려운 어휘들은 제 나름대로 정리하고 외웠습니다.
 
5) Essay:
 
에세이 연습은 별도로 하지 않았습니다. 에세이는 중학교 때부터 외국에서 체계적으로 배워 수년동안 꾸준히 써왔기 때문에 그다지 부담이 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대 특차시험 몇 주전부터는 잘 쓰여진 에세이 몇 편을 구해서 읽어보고 개요짜는 연습을 했습니다. 물론 모범 에세이들은 인터넷을 검색해서 찾아냈습니다. (토플 에세이 샘플들은 수준이 그다지 높지 않은 것 같아 적절한 공부 자료는 아닌 것 같습니다.)
 
II. 학원
 
저는 이익훈어학원의 김수연 선생님 강의와 영어사랑학원의 은천성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4월부터 8월까지는 김 선생님 강의를 듣고, 9월, 10월은 은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두분 다 강의하시는 스타일이 좀 다르십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공부하는 본인이 선생님이 주시는 것을 얼마나 성실하고 효과적으로 소화해 낼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게는 두분 다 매우 훌륭하신 선생님들이시고 존경하는 분들입니다.
 
III. 스터디 그룹
 
통대 준비를 하면서 물론 중요한 부분입니다. 저는 두 사람과 일주일에 3번씩 6월부터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단어시험, sight-translation, 한영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9월 중순부터는 단어공부는 각자 하고, 한한, 영영, 한영, 영한을 연습했습니다. 독해는 시사잡지를 각자 하나씩 맡아서 읽은 뒤 중요한 아티클을 추천해서 나눠보는 형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제게 있어서 스터디는 공부뿐만이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 있어서도 엄청난 도움이 되었습니다. 지금은 제게 친언니나 다름없는 분들을 만나 서로 위로하고 격려해가며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이 공부를 준비하면서 때로는 게으름도 피우고 싶고 제 한계에 부딪쳤다는 생각에 자괴감에 빠져 괴로워했던 적도 많았습니다. 특히 8월부터가 제게는 매우 힘든 고비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때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 제일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게 있어 스터디 그룹은 머리만 키워주는 것이 아니라 마음까지 키워준 경험이었던 것 같습니다.
 
IV. 시험
 
1) 1차:
 
앞에서도 잠시 언급했듯이 저는 에세이에 별로 부담을 느끼지 않았기 때문에 에세이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시험 시간은 모두 80분이었습니다. 개요를 짜는데 30분 정도를 쓰고, 글을 쓰는데 35분, proofreading에 나머지 시간을 썼습니다. 시간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글을 쓰고 나면 항상 아쉬움이 남기는 하지만 이 에세이에는 제가 본론의 양을 균형 있게 배분하지 못한 점이 개인적으로 제일 아쉬웠습니다. 본론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눴고 본론1은 민주사회에서 언론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을 세 부분으로 나눠서 설명하고, 본론2는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에 대해 기술했습니다. 그런데 본론1에서 커뮤니케이션 이론도 언급하는 등 본론2에 비해 너무 길게 쓴 것이 좀 아쉬웠습니다. 본론2에서는 한국 언론의 현실에 대해 언급해야 하는 만큼 예를 몇 가지 들고 설명했습니다.
 
에세이를 쓸 때는 개요를 짜는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서론에 thesis statement를 확실히 제시하고 이를 머릿속에 철저히 염두 해 두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글쓴이의 머릿속에 주제문이 확실히 저장되어 있어야 글이 원래의 의도를 벗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촉박하게 글을 쓰다보면 주제문에서 글이 조금씩 벗어나고 마지막에는 일관성과 통일성이 결여되기 쉽습니다.
 
2) 2차: 시험 순서는 간단한 인터뷰, 한한, 영영, 의견개진이었습니다.
 
인터뷰는 비교적 형식적으로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주로 통역사가 되고 싶은 이유 또는 원서에 적힌 내용에 대해서 질문하시는 것 같습니다. 제 경우는 학교를 여러 군데 다녔는데 이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화여대-학부, University of California at Riverside-교환학생, 연세대-대학원)
 
한한은 비교적 쉬운 내용이었습니다. '과학은 국력이다'라는 내용이 주제문이었고, 저는 주제문을 맨 앞에 두고 재현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한번 주제문을 언급하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논리의 고리가 명확했기 때문에 거의 다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다음은 영영이었습니다. 올해 영영은 많은 분들이 힘들어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South Pacific Islander들이 다른 지역 사람들에 비해 성인병으로 고생하는 비율이 높은데 이에 대한 문화 및 유전적 이유를 설명하는 내용이었습니다. (환경에 적응하느라 유전자가 변화해서 그렇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생소하고 너무나도 예측하지 못했던 내용이 나와서 당황한 나머지 평소 실력의 절반조차 발휘하지 못해서 너무나도 속상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티를 내지 않고 들은 내용만 또박또박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가 들은 바에 의하면 들은 내용을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해서 말을 하지 않는 것 보다 없는 내용을 덧붙여서 말하는 것이 더욱 좋지 않다고 합니다. 즉, 본인이 확실히 이해한 바만 전달해야지 대충 추론해서 확실하지 않은 부분을 전달해서는 안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의견개진이었습니다. 제게는 전년도 기출문제보다 난이도가 훨씬 높게 느껴져서 좀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한 질문의 길이만도 두세줄이 돼서 그 짧은 시간에 문제의 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만도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문제지를 보고 시간을 오래 끌면 좋지 않다고 합니다. 문제를 빠르게 한번씩만 읽고 바로 선택해서 답했습니다. 저는 신용카드의 사용이 가져온 사회적 영향을 영어로 대답하고, 국제 스포츠 행사 유치가 우리나라에 끼치는 영향을 한국어로 대답했습니다. 대답은 3분 정도가 좋다고 합니다. 너무 짧아도, 길어도 좋지 않습니다. 요점만 첫째, 둘째, 셋째로 순서대로 말하고 결론을 내리는 것이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일단 면접 시험에서는 당황하지 않고, 만약 당황하더라도 내색하지 않는 것이 매우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제가 듣기에는 영영에서 실수를 해서 너무나도 당황한 나머지 의견개진도 너무 실망스럽게 하셨다는 분도 계셨습니다. 즉, 시험장 문을 나서는 순간까지 자신감을 잃지 않고 당당한 자세를 가지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V. 마지막으로
 
지난 5개월 동안 함께 공부한 스터디 멤버들, 그리고 선생님들께 정말로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해외파/국내파"에 대해서 제 생각 한마디 적겠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6학년말에 외국에 나가서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학부 시절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일년 다녀왔습니다. 그래서 저는 아마 "해외파"로 분류되는 것 같습니다. (비록 저는 제 자신을 그렇게 분류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이 "해외파"를 두고 통대 입시에서는 항상 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통대 입시에서 영어 실력이 매우 중요한 것이기에 "해외파"에게 몇 가지 유리한 점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해외파"라고 해서 "국내파"보다 통대 합격이 더 쉬운 것이 아니고, 합격이 보장된 것은 더더욱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에서 20, 30년을 살았다고 해서 일류대 합격이 보장되는 훌륭한 논술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3분짜리 한국어 뉴스 내용을 조리있게 다시 한국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신문사설과 같은 수준 높은 한국어를 일상 생활에서 자유자재로 구사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해외파"도 마찬가지입니다. 외국에서 몇 년 살았다고 해서 통대 입시에서 요구하는 모든 능력을 자동적으로 갖추게 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노력하지 않고 저절로 얻어지는 것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해외파"는 이들이 구사하는 영어를 익히기 위해 "국내파"와는 다른 시간에, 다른 장소에서, 다른 강도로 고생을 했을 것입니다. 몇몇 분들은 "해외파"에게 있어서 영어가 외국에서 생활함으로써 저절로 얻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실지도 모르나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즉, 통대 입시에서 제일 유리한 사람은 "해외파"도 아니고 "국내파"도 아니며 "노력파"라는 것이 제 견해입니다. 그러므로 남들을 평가하고 어느 한 집단에 분류할 것이 아니라 본인을 바라보고 끊임없이 채찍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계속 한다는 것이 흔히 외로운 길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마지막 순간까지 본인과의 싸움이기 때문이죠. 통대 준비를 하시는 분들도 왜 이 공부를 시작했는지 그 이유와 이 공부에 대해 본인이 가진 열의를 잊지 않고 꾸준히 공부하셨으면 합니다. 저는 어떤 길을 선택해서 가든지 제일 중요한 것은 그 길에 대한 본인의 passion이라고 생각합니다.
 
모두들 열심히 노력하셔서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스터디 파트너였던 영선언니와 은영언니 그리고 선생님들, 정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허진주(American University, Public Communications)
 
먼저 제 한계를 극복하게 하시고 통대에 가야할 분명한 목적을 알게 하신 예수님께 감사 드립니다. 제 경우엔 당락에 대한 불안감보다는 내가 통대를 왜 가려하며 또 졸업 후 뭘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언뜻 보아도 입시준비만으로도 적잖게 부담되는 과정이었기에 확실한 목적 없이 뛰어든다는 것은 제겐 무모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당시 국제대학원에 재학 중이었기에 학업과 입시를 병행하는 것이 그리 쉽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많은 기도와 고민 끝에 뛰어들며 지난 6월부터 다른 일들을 중단하고 본격적으로 공부에 매달렸습니다. 많은 분들의 편견과는 달리 해외파로서 여러 난관에 부딪치게 되었습니다. 먼저, 모국어 실력이 취약했으므로 그 부분부터 바로 잡아야 했고 영어실력 또한 완전한 원어민이 아님으로 다른 학생들에 비해 뛰어난 편은 아니었습니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그야말로 모국어를 잃은 alingual로서 수치심까지 느낄 정도로 자신감을 상실했던 시간도 있었습니다. 다만 저의 강점이라면 무대공포증이 거의 없다는 것이었기에, 발표할 때 그리고 구술시험장에서 그 부분이 잘 작용한 것 같습니다.
 
*공부방법
 
리스닝은 거의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와 대학을 미국에서 졸업했기에 듣기부분은 따로 공부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전혀 생소한 주제, 예를 들자면 정보통신, 과학관련 주제를 다룰 땐 사전지식이 있는 경우 더 유리하다고 생각했기에 독서에 비중을 두기 시작했습니다. 전 모국어와 영어에 모두 신경을 써야 했기에 같은 내용의 신문 사설이나 시사주간잡지 기사들을 두 언어로 읽으며 생소하거나 중요한 표현들은 두 언어로 외웠습니다. 암기한다는 것이 무모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저는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사람들에겐 그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소리로 외우기를 반복하다보면 어떤 특정한 표현력을 요구하는 순간에 나도 모르게 입에서 그 표현이 튀어나오는 체험을 종종 했습니다. PBS script를 외우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발음에 치중하는 것보다는 flow를 살려 자기생각을 조리 있게 말하는 법을 익히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국대학에서도 종종 외국인 교수님을 접하게 되는 데 발음은 그리 좋지 않아도 흐름이 끊기지 않고 쉬운 단어를 사용하며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가능하면 filler 없이 말하는 연습을 하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글 쓰기 연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이대 특차의 경우 일차 시험은 논술이었습니다. 그동안 대부분의 학교 과제를 영어로 서술해야했던 제겐 영어 에세이는 유리한 시험이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개요 잡는 연습을 비롯해 논리흐름을 따라 글 쓰는 법을 영어로 훈련받았기에 논리전개를 하는데, 그리고 짧은 시간에 생각을 정리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맺음말
 
이대특차에 합격한 뒤엔 외대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제 나름대로 알아본 바 이대 커리큘럼이 제게 더 적합하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대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겐 글 쓰기 연습을 많이 하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이제 겨우 하나의 관문을 통과하고 더 많은 어려움을 눈앞에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수기를 쓴다는 것이 부끄럽지만 읽는 분들에게 작지만 도움이 되었길 바라며 몇 자 적습니다. 일. 이년이면 짧지 않은 시간인데, 입시준비과정에 뛰어들기 전에 꼭 '내가 왜 동시통역사가 되려하나?' 생각해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 통역 ♣
 
김민주 (이화여대 영문과)
 
저는 어렸을떄 5년간 미국에서 생활했습니다. 해외파라고들 하더라구요... 저는 인문계가 아닌 선화 예중, 예고를 나왔습니다. 전공이 플륫이였지만, 항상 영어를 하고 싶다는 마음은 있었구요.. 작년에 직장을 다니다가 통역이 너무도 하고 싶어서, 코리아헤럴드 학원을 8월부터 다녔습니다. 하지만 외국에서 오랜기간을 살아서라는 자만심 때문에 보기좋게 떨어졌습니다.
 
기회가 닿아서 올해에는 프리랜서로 통역을 했었고, 국제대학원도 다녔습니다. 하지만 통대에 다시 한번 도전 하고 싶은 마음이 들더라고요.. 대학원에 묶여 있어 학원 시간과 겹치는 시간이 많아서, 스터디 파트너를 우선 찾았습니다.
 
외대는 1차 시험대비를 위해서 문제를 많아 풀어 봐야 했기 때문에, 이대만 보기로 했습니다. 혼자의 힘으로는 버거워서 스터디 파트너가 다니고 있던 영어사랑 통역학당을 11월부터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인터넷뉴스, 뉴스위크와 매일경제를 읽었습니다. 매일경제는 경제기사 뿐만 아니라 다른 일반기사들도 독특해서 매일 읽었습니다. 학원에서 배운것을 꼭 복습했고, 그때그때 배운 표현들은 모두 소화 하려 했습니다. 신문 사설은 주장이 뚜렷한 글들이어서 많이 읽을것을 권장합니다.
 
스터디는 거의 매일 만나서 했습니다. 정말 좋은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1차 보다는 2차가 걱정이 되었고, 저의 스터디 파트너도 적극적이여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정상 서로 못 만나는 날에는 전화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주로 긴 기사 위주로 해서 아이디어를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대시험은 길게 읽어준다고 해서, 긴 글을 서로 읽어주면서 시간을 쟀습니다. 읽어주는 글과 통역을 하는 모든 것의 시간을 재어서 통역할 때에의 불필요한말을 가지치는 연습을 했습니다. 집에서는 혼자서 글을 읽고 통역을 했습니다. 혼자서도 통역연습을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KBS 2 TV 에서 12:30쯤 하는 "세계는 지금(?)"이라는 프로를 자주 시청했습니다. 작년 이대특차 문제도 여기서 다룬 바 있지요.. 슬로우푸드에 관해서.. 유익한 정보를 짧은 시간안에 접할 수 있어서 권장하고 싶습니다. 통역은 연습의 결실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9월부터 파트너와 스터디를 시작했고, 저의 파트너도 9월부터 학원을 다니기 시작했지만, 짧은 기간에도 불구하고 나란히 외대와 이대의 문턱을 넘었습니다.
 
제가 느낀 점은 통대준비를 위해 공부한 영어 실력은 결코 헛되지 않다는 것입니다. 작년에 했던 공부가 올해에 너무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올해에 좋은 결과를 이루지 못하신 분들에게도, 올해에 했던 공부는 벌써 여러분의 피와 살이 된 것입니다.
 
끝으로 응원해 주었던 대학원 친구들, 스터디 파트너 은경이와 혜윤이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김혜림 (이화여대 영어교육과)
 
외대와 이대를 동시에 합격하다니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 해외파도 아니고 어학연수 한번 가본적도 없는 터라 처음 공부 할 때는 덜컥 걱정부터 되었다. 모든 면에서 많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아직 학생이라 학교 공부하랴 학원 다니랴 정신 없이 바빴지만 끝까지 자신감을 가지고 즐겁게 임했고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영어사랑 통역학당은 올해 3월부터 다니기 시작했다. 3, 4, 5월은 은천성 선생님 기초반만 다녔는데 복습도 제대로 안 하는 불량 학생이었다.(나중에 한꺼번에 복습하느라 힘들었다.-_-;;) 1학기 때는 교생실습도 있었고 학교 과제도 많고 해서 많이 바빴다. The Economist를 구독하기 시작했지만 포장을 푼 후에는 책꽂이에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했다. 대신 학원 수업은 항상 앞자리에 앉아서 열심히 들었다. 발표를 신청해두고 대부분 통과를 외쳤지만, 기회가 있으면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앞에 나가서 자신 있게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고 기죽기도 하고 저걸 어찌하나 하고 막막했지만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공부는 여름방학서부터 시작했다. 6월에는 장홍석 선생님 왕기초반을 듣고, 7월부터 10월까지는 장 선생님 실전반과 은 선생님 기초반을 동시에 수강했다(11월은 장 선생님 실전반만). 주로 복습하는 데 시간과 공을 많이 들였다. 강의를 2 개 들으니 수업시간에 다루는 분량도 만만치 않게 많았다. 3시간 수업 분량을 복습하는데 최소한 2시간 이상을 들였다. 장 선생님께서는 수업시간에 다룬 부분을 한영 자료로 바꿔서 수업시간에 발표를 하는데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었다. Chicken Soup을 수업 시간에 한 것도 도움이 되었다.
 
잡지를 읽을 때는 적게 읽더라도 정독을 했다.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한, 영영 사전을 다 동원해서 일일이 단어장에 정리했다. 물론 단어장을 다시 다 복습하지는 못했지만 지하철 등에서 틈나는 대로 읽으려고 노력했다. 처음 The Economist를 읽을 때는 시간이 엄청 걸렸다. 3장 짜리 특집기사를 읽는데 4시간!! 나중에는 물론 시간이 현저히 줄었지만, 하나를 읽더라도 꼼꼼히 읽으려고 했다. 욕심을 부려서 Newsweek도 구독했는데 거의 읽지 못했다. 학원의 한글판을 복사해서 비교해 가면서 읽었는데, 많이 보지는 못했지만 도움이 되었다. Reader's Digest도 간간이 읽었다. 평소 학교를 다닐 때 paper back 소설책이나 수필, 만화책등 영어로 된 책을 많이 읽었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듣기는 학원 교재도 많았기 때문에 학원 것만 열심히 들었다. 리스닝 스폐셜을 사보기는 했는데 미루기가 일쑤라 한달 치를 일주일만에 듣기도 했다. 딱딱한 뉴스부류를 계속 듣다보면 지겨워 지고, 뉴스 말투에만 익숙해지게 된다. Chicken Soup, Who moved my cheese?, Harry Potter등과 같은 종류의 책을 읽기를 평소 좋아했기 때문에 이 책들의 audio tape을 사서 틀어 놓고 지냈다.
 
8월 중순이 넘어서면서 한영 스터디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불러주는 내용을 기억하기도 힘들었고, 입 떼는 것조차 거북스러웠지만 차츰차츰 극복해 나갈 수 있었다.
 
한국어도 많이 모자랐기 때문에 6월부터 시사저널을 구독해서 읽으면서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단어장에 쓰면서 외우려고 노력했다.
 
<이대 1차>
학교를 다닐 때 주로 영어강의를 들었고 따라서 영작문도 많이 했다. 거의 일주일에 한번씩 쓴 것 같다. 많이 글을 써 본 경험이 득이 된 것 같다. 그리고 글을 읽을 때는 이런 단어나 표현을 다음에 꼭 써 봐야지 하고 읽었고 활용하려고 했다. 올해에는 정시 1차도 특차와 마찬가지로 에세이를 쓰는 것이었다. 특차는 1차에서 떨어졌지만, 그 경험이 도움이 되었다. 특차 때는 글을 좀 추상적으로 썼었기 때문에, 정시 때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가면 논리적으로 썼다. 나눠준 시험지에는 '한 인디언이 죽으면서 그 종족의 언어가 완전히 사라졌다. 언어의 다양성을 주장하며 미국의 언어, 일본의 기술이 세상을 지배하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주장은 인종 차별적인 주장이다. 언어는 의사소통이 주목적이므로 언어의 다양성은 무시될 수 있다..'라는 요지의 글에 한국어, 현재 한국의 위치들을 들어가며 찬성하는지 반대하는지 쓰는 것이었다. 먼저 필자의 주장을 간단히 paraphrase해서 요약하고(in your own words라고 되어 있으므로) 반대하는 입장의 글을 썼다. 모든 문화가 상호작용 하는 것이므로 몇몇 지배적인 문화를 위해서 다른 문화를 없애서는 안 된다. 한 문화가 모든 문화를 완전히 지배한 적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며, 필자의 주장이야말로 racism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도 고대의 경우 중국 문화의 지배적인 영향을 받았지만, 한글을 창제했고 문화를 발전시켰으며 100년 전 문호를 개방한 후 서구문화에 휩쓸렸지만 주체성을 지켜나가고 있으며 앞으로 그러할 것이다. 지금 세계화 시대에도 나름대로의 몫을 담당하고 있다...." 쓰다 보니 결론 단락을 쓰지 않았는 데 2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간단히, in conclusion으로 시작하는 단락으로 마무리지었다. 글을 쓸 때 한번 쓴 단어는 2번 이상 쓰지 않고, 쉬운 단어를 쓸지언정 paraphrase를 해서 다양한 느낌을 주려고 했다.
 
<이대 2차>
시험장에 들어가자 교수님께서 '아직 학생이네요.. 왜 통역사가 되고 싶나요?' 라고 질문을 해주셔서 긴장감이 다소 풀렸다. 이대도 외대와 마찬가지로 영한이 먼저였는데, 남자교수님이 빠른 속도로 그것도 아주 길게 읽어주셨다. 내용이 상당히 어려웠고 내가 이해하고 있는 것이 맞다는 확신도 들지 않았다. 내용은 대강 "종교도 다윈의 이론처럼 진화를 하며, 기성 종교인 기독교도 진화를 거쳐 많은 종파를 냈으며, 그 가운데는 사이비도 있다."등의 내용이었다. 영한의 경우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확실히 이해했다는 부분만 나름대로 뼈대를 갖추어 간결하게 말했다.
 
한영의 경우도 상당히 길게 읽어주셨다. "한국인의 경우 얼굴표정도 딱딱하고 잘 웃지 않는다고 외국인들이 생각하는데 사실 한국인은 웃음이 많은 민족이다. 판소리의 해학과 골계미등이 그 예이며, 특히 pun을 이용한 농담이 많다. 한국 광고는 특히 유머를 많이 이용하는데 이것은 소비자들에게 어필하기 때문이다. 특히 IMF이후 이런 광고가 늘어났는데 누구나 지친 하루 일을 끝내고 집에 오면 이런 광고를 보며 즐기고 싶기 때문이다. 광고의 주목적은 상품을 파는 것이지만 유머를 사용하는 것이 너무 지나치지 않는 한 광고에 유머를 활용하는 것도 괜찮다." 한영의 경우도 길게 말하지 않고, 핵심적인 것만 골라서 이야기했다. 앞에 내가 쓴 정도로만 말한 것 같다. 중간에 갑자기 말이 나오지 않아 5-6초간 pause가 있었는데, 그 순간 얼마나 내 자신이 원망스러운지.. 이대에서도 eye contact를 확실하게 하고, 목소리도 크고 똑똑하게 말하고 나왔다.
 
3월 첫날 학원을 나왔을 때 배운 금언은 'I love the challenge of starting everyday at zero and seeing how much I can accomplish.'였다. 어떤 날은 너무 안 들리기도 하고 말도 엉망으로 나오는 등 속 상하는 날이 많았지만 이 금언을 생각하며 열심히 했다.
 
공부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잠을 줄여가며 공부하려고 자기 전에 알람시계를 4개나 맞춰놓기도 했지만 잠이 많은 나로서는 오히려 무리였다. 잘 만큼 자면서 깨어 있는 시간에는 집중력 있게 공부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 장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린다. 스터디 파트너였던 최성렬 오빠, 나의 약점을 꼭 집어서 알려준 현경 언니 너무너무 고마워요. 마지막으로 끝까지 응원해준 가족들과 친구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김희량 (서강대 영문과)
 
내 경우는 통대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기까지 마음을 먹는데 걸린 시간이 구체적으로 공부를 한 시간보다 훨씬 더 길었다. 작년 졸업학기 9월에 2주 정도 아무런 생각 없이 타 학원의 강의를 수강하다가 취직으로 마음을 돌리고, 1월부터 9월까지 직장을 다녔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곧, 내가 막연하기만 한 통대준비가 두려워 직장을 도피처로 선택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직장과 공부를 병행해볼까도 생각했지만 아침, 저녁시간을 도저히 학원에 투자할 수 없었던 업무스케줄 때문에 결국 사표를 내고 공부를 시작했다.
 
공부를 하면서 공부자체는 정말 즐거웠지만 아무 곳에도 적을 두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소심한 성격의 나에게는 무척 신경이 쓰인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 때 그 시간,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해보고 용단을 내리지 않았다면, 아직까지도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껍데기만 일하고 마음은 영어공부에 가있었을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미련 없이 그만두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사랑 통역학당에서 7월은 왕기초, 9,10월은 기초, 11월은 외대2차반, 이대1차반을 수강했다. 그렇지만 7월은 직장생활과 병행하느라 수업만 듣고 복습만 간신히 하는 정도였을 뿐이었고, 9월에서야 적극적인 공부를 했던 것 같다.
 
<듣기>
듣기는 전적으로 학원교재를 충실히 복습하는데 주력했고, CNN헤드라인으로 시사만 따라잡았다. 하루수업에 6-7페이지 정도의 스크립트를 다루는데 분량을 이틀로 나누어 복습했다. 우선, 전체 분량을 두 번 정도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막히는 단어를 정리하고 외운 후, 한 문장씩 끊어서 따라하며 자연스럽게 입에 익을 때까지 따라읽기를 반복했다. 전체를 몽땅 외우겠다는 마음으로 하진 않았지만, 반복해서 따라하다보니 나중에 7페이지 분량을 끊임없이 틀어놓고 점검할 때 거의 같은 속도로 자연스럽게 말이 튀어나올 수 있었다. 이렇게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복습체크도 되고, 좋은 표현들을 입에 익힐 수 있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 듣기가 취약한 편이지만, 가장 매력을 느끼고 즐겁게 공부한 분야가 듣기다. 수업시간에 앞으로 나가서 하는 발표는 잘하건 못하건, 두 세 번을 제외하고, 거의 "통과!"를 외치지 않고 한 문장이라도 하고 들어오는 습관을 들였다. 하면 할수록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기면서 수업에 효과적으로 집중할 수 있었고, 발표를 하는 순간순간의 스릴과 긴장감이 좋아서, 은천성 선생님의 크리틱도 내 단점을 적극적으로 고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었다.
 
<말하기>
혼자서 KBS bilingual news를 활용했다. 11월에는 잘 하지 못했지만 9,10월 동안은 최소한 이틀에 한번 자료를 가지고 말하는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한국어를 영어로 가는 연습보다는 아나운서의 한국어나 영어 문장을 비슷한 어조로 따라하는 연습을 하며 학원교재 복습하듯이 전체분량을 틀어놓았을 때, 한국어나 영어나 자연스럽게 아나운서와 같은 속도로 말이 튀어나올 수 있도록 연습했다. 단어를 외우는 수준에서 만족하다가, 10월말이나 11월초 즈음해서 한-영으로 가는 연습을 해봤다. "한국어 요약해서 말하기 연습"을 위해 사설을 이용하기도 했다.
 
스터디는 10월 일요스터디밖에 하지 못했다. 일요스터디는 brainstorming이 유익했고, 한영, 영한 연습을 하면서 파트너들과 돌아가며 크리틱을 받을 수 있어서 좋았다. 자료출처도 파트너별로 틀렸기 때문에 다양한 주제를 접할 수 있었던 것이 효과적이었다.
 
<쓰기>
9월과 10월 수업시간에 나누어 주시는 에세이 숙제에 충실했다. 10분안에 완성하는 것이 정석이었지만, 역시나 나에겐 무리여서 20분을 정해놓고 집중해서 쓰는 연습을 했다. 에세이 쓰는 연습은 이대 일차 에세이를 쓸 때 내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것을 절감했다. 은 선생님이 나눠 주시는 찬성, 혹은 반대 입장의 실례를 들어가며 반박하는 글을 쓰는 연습이 자연스럽게 에세이 쓸 때 반영되었다. 쓰기를 할 때 오래 생각해서 천천히 페이퍼를 쓰던 학부시절 버릇이 남아있어서, 순발력있게 시간에 맞춰 쓰는데 주력했다.
 
<읽기>
읽기는 역시나 준비기간이 짧았던 관계로 아직 임계치도 도달하지 못한 상태다. 시험보기 전까지 거의 매일 newsweek의 한영판을 대조하며 '영어논지파악-독해-한영번역' 순서로 공부했다. 단어는 정치, 경제, 과학, 생활로 분류하여 정리하면서 외웠고, 독해공부도 듣기공부와 거의 마찬가지로 한국어판을 보고 영어를 자연스럽게 떠올릴 수 있도록 정독했다. 분량은 하루 1페이지 정도로 많이 하진 못했지만, 독해와 함께 표현을 외우는데도 조금씩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이대1차>
예상을 깨고 나온 에세이 문제에 조금 당황했지만, 시간이 조금 지나자 오히려 욕심이 없어지면서 아주 편안한 마음상태로 시험에 임할 수 있었다. 자세히 생각나진 않지만, 지문에서 linguistic diversity가 언급되었다. 학부시절 언어학과 international communication수업에서 간접적으로나마 언급했던 부분이라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쉬움이 남는 부분은 서론을 잘 쓰겠다는 욕심에 시간배분에 실패해서 결론을 거의 휘갈겨 써야 했던 것이다. 본문에서는 먼저 언어와 민족의 정체성의 관련성을 언급하고, 두번째로 지문에서 언급한 영어공용화의 장점을 반박하는 내용을 실었다. 시간에 쫓기는 바람에 적절한 표현을 찾을 새도 없이 써내려 갔지만, 최소한 평소 연습하던 대로 논지는 흔들리지 않도록 애썼다. 1차시험을 보면서 논리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이대2차>
2차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진 것 자체가 무척 행운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오히려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전혀 떨리거나 긴장되는 것은 없었다. 들어가자 '9개월동안의 은행업무 경력이 통대 공부를 하면서 어떻게 도움이 될 것 갔습니까?'라는 질문으로딱딱한 분위기를 깨고 영한부터 시작되었다. 영한은 매우 어려웠다. 수업시간 때 발표하던 정도만 하자고 마음을 먹었는데, 전혀 단어간 연결이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논지를 잡기가 더욱 어려워 결국 처음 몇 문단의 정확하게 들은 부분의 논지만 말하고 결론을 지었다. 짧게 끝내서 속으로 너무 불안했지만, 표정과 자세, eye contact은 당당하게 유지했다. 한영은 논지잡기가 훨씬 쉬웠고, 영한때보다 디테일 가지치기도 쉬웠다. 한국인이 잘 웃지 않는다는 편견이 존재하지만 이것은 오해일 뿐이라는 것을 판소리나 펀 등의 실례가 입증한다--광고에도 유머러스한 카피가 많다--유머가 등장하는 이유, 배경등.. 그리고 그 효과가 어떻다는 식으로 진행시켰고, 결론은 결론이라는 느낌을 주도록 또박또박 천천히 강조했다. 우려했던 블랭크 현상은 다행히도 일어나지 않았다. 버벅거림을 최소화하기 위해 말하는 속도를 차분히 약간 느리지만 끊임없이 가고, 유치한 표현이라고 생각돼도 말하면서 불안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애썼다.
 
스스로 너무나 부족함을 많이 느끼는 상태에서 운이 따라주었기에 결과에 당당함을 느낄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그러나 이번 시험은 내가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내 꿈을 이루기 위해 적극적으로 도전한 기회가 되었다는 자체만으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공부를 통해서 내자신의 위치, 열정을 확인하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또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자극을 주신 은 선생님께 너무나 감사한 마음이다. 그리고 이 공부로 선회하기까지 가장 적극적으로 나를 응원해주었던 내 동생과, 부모님께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손보경 (고려대 독어독문학과)
 
늦었지만 이렇게 합격수기를 간단하게 적는 것이 지금 열심히 공부하고 계실 분들을 위해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몇자 적어보겠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통역에 대해 동경심을 가지고 있었고, 또 자라나면서 조금씩 그 꿈이 구체화 되었기 때문에 이 공부가 진정 하고 싶은 것인지에 대한 의심은 없었습니다. 다만 힘들었던 점은 학원에 다니면서 조금씩 더 눈에 보이는 제 부족한 실력이었습니다. 특히 학원 수업을 듣다 보면 실력이 뛰어난 분들이 눈에 많이 띄기 때문에 그런 분들과 제 자신을 비교했던 것이 제 자신을 가장 힘들게 했던 것 같습니다. 사람들마다 시작하는 출발점과 상황이 다르고 실력에 차이가 있다는 것을 먼저 인정하고 공부를 시작하는 지혜가 가장 먼저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학원은 11개월 정도 다녔지만, 잔병치레가 많고 특히 토, 일에는 거의 교회에서 보내기 때문에 남들보다 상대적으로 잃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들을 평일, 특히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채우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특히 수업시간과 스터디는 저의 공부에 모든 것이었다고 할 정도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습니다. 적어도 수업시간에 했던 내용들은 다 소화하고 기억하는 데에 주력을 했고, 또 스터디 할 때 파트너와 공부했던 자료들 역시 저의 공부의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 Listening *
듣기연습은 주로 은 선생님의 교재로만 했습니다. 사실 이것 하나 하는 것만도 저에게는 꽤 벅찬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9월부터 많은 분들이 하시는 리스닝 스페셜을 시작했습니다. 리스닝 스페셜은 내용이 그다지 많지 않고 하루에 한 개씩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부담 없이 할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는 CNN이나 여러 시트콤들을 통해서도 연습을 했습니다. 듣기는 먼저 흥미를 부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영상매체를 통한 듣기 연습은 저에게는 큰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들었던 것들을 다시 되새겨보고 따라서 말을 해봤던 것이 결국 기억에도 많이 남았습니다. 잡지를 통해서는 문어체를 공부하고 이런 영상매체를 통해서는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던 특이한 표현들도 접하게 되었고 결국 2차 시험에서 순차통역 할 때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 Reading *
저는 Time지를 구독했고, The Economist도 사봤습니다. 보통 Time은 만연체와 화려한 문구를 쓰기 때문에 많이 보시지 않는 편이지만 저의 경우에는 오히려 그런 만연체와 문구들이 더 흥미로워서 보게 되었습니다. Time을 읽으면서 특이하고 독특한 표현들을 알게 되었고 The Economist를 통해서는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들을 접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균형을 맞출 수가 있었습니다. 결국 많이 읽고 또 읽은 것들을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자연히 Writing에서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특히, 이대 특차, 정시 1차 시험의 에세이를 쓸 때는 외워뒀던 표현들이나 문구를 내 것으로 만들어서 써나갔습니다. 신문 역시 공부가 많이 됩니다. 저는 중앙일보를 봤는데, 한번 다 정독하는 데에도 거의 두, 세시간이나 걸렸습니다. 신문을 통해서는 많은 배경지식과 최신의 시사상식 그리고 세련된 한국어 표현을 익히 수 있기 때문에 절대로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특히 중앙일보는 영어판과 같이 볼 수 있기 때문에 스터디 자료로도 매우 유용했습니다.
 
* Writing *
특별히 처음부터 쓰기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듣기 실력과 읽기 실력을 쌓아가다 보면 자연히 함께 이루어지는 것이 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에세이는 결국 영어로 쓰는 논술이기 때문에 어휘와 문장을 쓸 수 있는 능력이 되면 자기의 논리를 개진하면 되는 것이기에 저는 시험보기 한달 전이 되어서야 짧게나마 혼자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어휘와 배웠던 문장들을 외우는 과정이 빈약하면 결국 Writing 역시 힘들기 때문에 쓰기 연습을 하기 전까지는 위의 과정에 충실했습니다.
 
* Speaking *
말하기는 스터디 파트너와 공부를 하면서 했습니다. 일주일에 3, 4번 만나서 두시간 정도씩 서로 한/한, 영/영, 한/영, 영/한 연습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영이 어렵게 느껴졌지만 점점 하면서는 영/한이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말하기 연습을 하다 보면 느끼시겠지만 영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한국어도 공부를 많이 해야 합니다. 우리의 A언어는 영어가 아니라 한국어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어보다 더 세련되게 구사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한국어입니다. 저는 스터디 파트너와 Radio Korea International, 중앙일보 사설 한/영판이나 세계일보 사설을 주로 활용했습니다. 영/한의 경우에는 굳이 한글판이 없어도 좋은 기사를 뽑아서 미리 공부를 하고 스터디 파트너에게 해줄 수가 있습니다. 저는 평상시에 스터디를 하거나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할 때 긴장하는 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2차 시험을 볼 때 교수님들 앞에서 통역을 하면서 많이 떨었던 것 같습니다. 따라서 스터디 파트너와 시험에 임하는 자세로 공부하는 연습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습을 할 때의 자세와 마음가짐, 그리고 습관적인 말투도 무시해서는 안될 부분입니다.
 
* etc.
어휘집은 Vocabulary 22000을 일년동안 거의 세 번 봤습니다. 그 외의 어휘들은 수업 시간과 잡지를 통해서 접했던 어휘들을 가지고 공부를 했습니다. 분야별로 정리를 해 놓으면 시험 전에 brainstorming할 때 많은 도움이 됩니다.
 
쉽지 않은 일년이었지만 믿음을 잃지 않게 해주시고 열매를 맺게 해주신 하나님과 사랑하는 부모님께 감사 드리고, 은 선생님과 무엇보다 같이 스터디 했던 인영이 언니, 지영이, 주연이 언니, 보선이 언니.. 모두들 너무 고마워요! 열심히 공부하시는 여러분들에게 좋은 결과가 있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염효진 (이화여대 영어교육)
 
대학에 다니던 시절부터 관심이 있었던 통대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건 회사를 그만두고부터 입니다. 소위 국내파로 외국에서 배운 영어라고는 어학연수 10개월이 전부였던 제가 구체적인 어떤 정보도 없는 상태로 이 공부에 뛰어 들었을 때 처음에는 힘들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은선생님 수업을 들으며, 합격 수기를 보며, 조금씩 길을 찾아 갔던 제 자신의 기억이 비추어 여러분께 이 글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읽기>
 
이 부분은 그나마 국내파인 저에게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부분입니다. 하지만 막상 글을 읽다 보면 읽긴 읽었는데 남는 것이 없는 수동적인 방법을 사용했던 것 같습니다. 대개 글을 읽을 때 범하는 실수가 아무 생각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읽고 넘어가는 것입니다. 그런 경우 얻는 것은 약간의 새로운 정보밖에 없습니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한 개의 글을 여러 번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읽는 것입니다. 우선, 글을 빠른 속도로 속독한 후, 개략의 내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글쓴이의 의견이 든 사설의 경우 글쓴이의 입장이 무엇인가를 파악하는 것이겠지요. 그런 후 다시 글을 읽을 때는 표현에 주목하는 것입니다. 좋은 표현 뿐만 아니라 전치사, 문법 등을 잘 살펴보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외대 1차에 출제되는 단어, 전치사, 문법 등의 문제를 따로 문제지를 풀지 않고도 공부하는 셈이 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이 부분은 저도 시험을 얼마 남기지 않고 찾게 됐습니다. 단순한 방법이지만 효과는 큽니다.) 마지막으로 소리를 내어 천천히 감정을 실어 글을 읽는 것입니다. 이렇게 하면 단순히 수동적인 단어들이 입에 붙어 능동적인 단어가 될 수 있습니다. 무작정 많이 읽는 것에 치중하기 보다는 하나의 글을 여러 번 읽는 것이, 다소 지루하겠지만,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듣기>
 
국내파 여러분께 가장 힘든, 저에게도 가장 힘들었던 부분입니다. 저의 경우 처음 은 선생님 수업을 들을 때는 알아 듣는 것이 아주, 정말 아주 대략적인 내용 정도였습니다. 그래서, 공부 시작 후 학교 올 때까지 가장 많은 시간을 투자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계속, 꾸준히 듣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무엇인가 뾰족한 방법을 기대하셨던 분께는 죄송합니다. 꾸벅…..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이 공부를 하다 보면 항상 시간에 쫓기게 됩니다. 이거 하다 보면 저게 부족하고,,, 이런 식으로요… 제 생각에 듣기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서 할 수 있는 공부 같습니다. 왔다 갔다 하면서 항상 이어폰을 끼고 있다 보면 나중에는 습관적으로 귀에 무엇인가가 없으면 허전함 마저 느끼게 되죠. 물론 이때도 항상 들은 내용을 입으로 따라 해야겠죠. 그러다 보면 신기하게도 들은 내용들이 어느 순간에 제 입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하고 놀라는 때도 생긴답니다. 그 때 느끼는 짜릿함이란 이루 말할 수 없는 거 여러분도 아시죠?? 저 같은 경우 은 선생님의 수업 시간 자료를 주로 이용했고, EBS 라디오 듣기를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공부했습니다. 수업 외 자료로 별로 부담도 없고 내용도 다양해서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말하기>
 
빠른 시간에 늘기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멋진 표현을 아무리 외워도 순간적으로 입에서 튀어 나오지 않는다는 것은 여러분도 잘 아실 겁니다. 그래서 많이 절망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그래도 굴하지 않고 계속 표현을 외우고 또 외우고 이런 과정을 계속 되풀이 하는 과정에서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외대 2차 시험의 경우 너무 떨어서 문법적으로 틀린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이대 2차에서는 침착하게 아는 내용만 가능한 쉽게 표현하려고 했습니다. 이대 2차의 경우 한-영이 너무나 길었기 때문에 듣고 제가 이해한 내용만 입으로 전달했습니다. 멋진 표현보다는 쉽게, 짧게, 틀린 내용 없이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멋진 표현들은 듣기나 읽기에 사용하시고, 말하기에서는 쉽게 말하려고 노력하시고, 또 쉬운 표현을 입에 붙여 놓으시면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쓰기>
 
저는 한국어도 쓰기가 가장 자신이 없었던 만큼 영어는 더욱 그랬습니다. 이대 1차가 논술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래서 더욱 절망적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많은 쓰기 연습을 하지 못했던 제가 1차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읽기 덕분인 것 같습니다.
 
글을 읽고 그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전달함에 있어 중요한 것은 우선 자신이 그 글을 잘 이해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우선 첫 단락에서 읽은 글을 아주 간단히 요약했습니다. 그런 후 3가지 정도로 의견을 나누어 정리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시험 보기 얼마 전 스터디 파트너가 한-영 스터디를 하면서 ‘언어는 생각의 집이다’라는 내용의 글을 읽어 준 적이 있어 그 부분을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용이 저의 합격에 도움을 주었다는 생각을 저 혼자 해 봤습니다. 또 쓰고 싶지만 정확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 경우에는 이를 돌아갈 수 있는 융통성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저의 경우 progressive의 반대 단어인 regressive가 생각이 도통 나지 않아 고민을 하다 two steps forward, one step backward라는 어디서 본 기억이 있는 표현을 대신했습니다. 아마도 전자의 표현보다 후자의 표현이 더 제가 전하고자 한 의미를 잘 표현한 것 같았습니다. 이 역시 여러 글을 읽다 제 머리 속에 흔적이 남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언어공부의 가장 종합판이라고 할 수 있는 쓰기는 단순히 여러 번 쓴다고 나아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 자신이 표현을 만들기 보다는 많은 글을 읽고 그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글을 쓸 수 있는 필수요건 이라는 생각입니다.
 
항상 공부를 하면서 드는 생각 중 하나가 ‘이렇게 하면 될까?’ 하는 의구심입니다. 저 자신도 그랬고 제 주위의 많은 분들이 항상 하던 고민이었습니다. 답은?? ‘된다’ 는 겁니다. 자신을 믿고 선생님을 믿고 꾸준히 하다 보면 하루 하루 나아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럼 여러분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은주 (고려대 중어중문학과)
 
내 경우에는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좋았다. 공부하는 사람들과 함께 있으면 자극도 되고 시간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자신을 채찍질하게 된다. 상당수의 합격자들이 영어영문학 전공자, 학원을 수강한 기간이 몇 개월 밖에 되지 않고, 더러는 해외파, 해외 장기 체류 경험이 있는 학생들이라는 말을 들을 때 의기소침해졌다. 하지만 공부도 안 한 것 같은데 합격했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학원 수강 기간은 짧아도 분명 어떤 방식으로든 영어공부를 계속 했던 사람들이다. 또 소위 해외파나 장기 체류 경험이 있는 사람들도 외국에서 나름대로 고생한 사람들이기에 그저 운이 좋은 사람이 아니다. 굳이 내 공부기간이 1년 6개월이라고 밝히는 것은 참고하라는 차원이다. "거의 영어 공부를 안 한 사람이 이 정도 걸렸구나." 하는 식으로. 결코 학원 수강 개월 수에 좌절하거나 반대로 우쭐할 필요는 없다.
 
*이대 정시 시험에 관해서
 
[1차 작문]
 
올해부터 실시하는 주관식시험에 예상을 뒤엎고 작문이 나왔다. 내 생각엔 특차보다 정시의 주제가 더 어려웠다. 특차는 다소 일반적인 주제였고, 정시는 언어와 관련해 몇 가지 논점이 있는 지문을 읽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되 외래 문화 유입에 따른 한국어와 한국 사회의 변화와 관련해 논술하라는 것이었다. 어떤 내용을 쓸 것인가를 떠나서, 특차 1차 시험을 통과했을 때와 정시에서 글을 작성할 때 염두에 둔 것은 보기 쉬운 글을 쓰자는 것이었다. 무엇보다 내용과 개요를 짜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영어 문장'을 만들어 내는데 급급해 생각나는 데로 연습장에 쓰다 보면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 우선 무슨 말을 할 것인가를 생각하고 거의 완성된 문장으로 1,2,3 번호를 매겨가며 개요를 짰다. 사실 문장이 일단 정리가 되면 시험지에 옮기는 것은 번역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금방 완성을 할 수 있다. 물론 적어도 번역을 하는데 곤란을 느끼지 않을 정도로 평소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이다. 내 경우 정시 70분 동안 거의 45분은 내용과 개요를 짜는데 썼고, 20분 동안 시험지에 옮겼다. 문단은 정확히 서론, 본론, 결론으로 나누었다. 본론에서는 첫째, 둘째, 셋째로 나누고 각 문단 앞에 요지를 제시한 후 그에 걸 맞는 예를 들었다. 좀 유치할 진 모르나 for example 하는 식으로. 본론에서의 요지는 3개를 넘지 않았다. 힘들면 찬성, 반대 한 쪽으로 확실히 가는 게 최소한 안전할 것 같다. 개요를 짜면서 머리 속엔 '보기 쉽게!'라는 말을 계속 되뇌었다. 작문 시험을 볼 사람이면 화제가 되는 이슈를 몇 가지 골라 놓고 시간을 정해서 써 보는 연습을 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2차 인터뷰]
 
왜 통역사가 되려고 하는지, 전공인 중국어는 잘 하는지 질문을 먼저 받았고 한국어로 답했다. 대개 원서를 보고 질문을 하는 것 같았다. 듣던 바대로 영한 한영 모두 지문이 길었다. 부담감 때문에 특차에서 너무 떨어, 최소한 정시에서는 침착하자는 것이 최대 목표였다. 영한 지문은 꽤 어려웠다. 종교와 관련된 글이었는데 교수님의 목소리가 너무 작고, eye contact을 해 주지 않으셔서 듣기는 해도 잘 잡히지 않았다. 나름대로 골격이라고 생각되는 부분들을 비교적 빠른 속도로 말했다. 문장 수를 세어 보니 그다지 많이 말한 것은 아니었다. 또 결론을 낸 후에 빠트린 본문 내용이 생각이 났는데 뺄까 고민하다 결론과 흐름에 맞도록 첨가를 해 큰 무리는 없었다고 생각했다. 문제는 한영이었다. 유머와 광고에 관한 지문이었는데 길이는 길었지만 이해는 잘 가는 글이었다. 그런데 워낙 길고 디테일이 많다 보니 막상 영어로 옮길 때는 중간에서 흐름을 이어가기가 곤란해 고생했다. 영한 한영 모두 시간을 엄격히 쟀다. 한 재학생조교가 찍찍이로 발표한 내용을 녹음하고 시간이 지나면 꺼 버려서 긴장도는 더 높아졌다.
 
*공부방법
 
1. 독해
 
다독과 정독 모두 필요하다. 많이 읽고 그 중 몇몇 글을 골라 다시 꼼꼼히 봤다. 급하게 읽다 보면 날림이 되기 싶다. 자료는 한번 쭉 읽고 나서 이해가 안가는 부분을 다시 읽고, 단어의 뜻을 추론한 후 사전을 찾았다. 다시 전체를 읽으면서 내용을 머리에 숙지하고 문장 구조나 좋은 표현들에 줄을 치고 외웠다. 작문과 문법에 도움이 많이 되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독해공부를 할 때는 주로 이코노미스트와 뉴스위크를 읽었다. 스터디 파트너였던 미연이와 일주일에 쪽 수로 36-40쪽을 읽는 것을 목표로 했다. 두 잡지의 기사는 대부분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다 읽고 나선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 보고 BBC 웹사이트를 검색했다. 글도 쉽고 엄청난 자료를 자랑하기 때문에 가장 손쉽게 찾을 수 있다. 뉴스위크가 더 쉬운 글이라 어려운 기사를 접하면 뉴스위크를 먼저 읽고 그후에 이코노미스트를 읽었다. 뉴스위크는 집에서 소리 내며 한번에 쭉 읽으며 내용 이해를 하고 있는가 살폈다. 만약 같은 문장을 다른 사람이 읽어 준다면 이해가 더 쉬울 것이다. 따라서 혼자서 하면서 이해가 되는 수준의 글은 리스닝에도 무리가 없는 것이다. 신문은 독해 자료보다는 표현 정도만 익히는데 사용하면 될 것 같다. 내가 신문에서 익힌 것은 예를 들어 '판문점'과 같은 단어를 '어떻게 표현하나'였다. 그리고 같은 내용이라도 신문 문장은 짧고 명확해서 익히면 한영 순차에 도움이 된다.
 
2. 듣기
 
아직까지 스스로 부족함을 많이 느낀다. 처음에 CNN의 짧은 뉴스를 들려주면 간간이 들릴 뿐 주제를 잡지 못했다. 발음, 단어, 숙어, 문장 구조 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감만 있을 뿐 공부를 전혀 하지 않은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 왕기초반을 4개월 수강하면서 짧은 시간 내에 듣기를 개선시킬 수 있었다. 어느 정도 듣기에 익숙해지자 이제 문제는 소리와 단어가 아니라 기본 배경 지식이었다. 아는 내용은 단어를 몰라도 잘 들린다. 반대로 단어와 숙어를 알아도 배경지식이 없으면 듣기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그래서 듣기연습을 계속하는 동시에 가능하면 영문잡지와 외신기사들을 꼼꼼히 숙지하려고 노력했다. 이젠 좀 더 길고 어려운 듣기가 필요했다. PBS 수업은 내게 정말 소중한 수업이었다. 다른 수업은 빠져도 이 수업만큼은 빠지지 않으려 노력했다. 처음엔 나도 노트 테이킹을 정말 열심히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앞에 나가 사람들 앞에서 깨지더라도, 다들 노트 테이킹을 해도 신경쓰지 말고 메모리 스팬 늘리는 것을 해 올 걸하고 후회했다. 강도 높게 연습하면 좀 쉬운 것은 수월한 것 아닐까? 수업 자료말고 가장 많이 활용한 것은 역시 PBS와 CBS, ABC, 교육 방송의 투데이스 매거진이었다. PBS의 짧은 뉴스와 뉴스 하워를 즐겨 들었다. 이것이 지겨운 날엔 대안으로 CBS와 ABC의 재미있는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 집이 먼 사람은 찍찍이나 MP3를 이용하면 좋을 것이다. 프로그램을 녹음해서 MP3로 버스에서 들었다. 무거운 프로그램보다는 거의 영어로 진행되는 교육방송 프로그램이 꽤 재밌었다.
 
3. 말하기
 
말하기는 독해와 리스닝이 되지 않고서는 안 되는 부분이라 생각한다. 나는 수업을 통해서 거의 말하기를 익혔다. PBS 수업 내용은 거의 안 빼고 다 외워갔다. 또 CNN내용도 외우려고 노력했다. 스터디 파트너와 오래는 못했지만 Dear Abby를 외웠다.
 
4.스터디
 
스터디는 혼자 할 수 없는 것만 함께 한다. 처음 단어 스터디부터 했다. 거로 22000을 한 달만에 정복했다. 책을 다 보면 홀가분하고 독해에도 자신감이 붙기 때문에 무엇보다 먼저 해야 하는 스터디라고 생각한다. 남들은 여러 단어책을 봤다고 하는데 난 다 보진 못했다. 재미가 없어서. 대신 독해를 많이 하면서 나오는 단어 숙어는 다 외우리라 생각했다. 그 다음 해야 할 것이 쉬운 영어를 익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순차 연습을 하면서 자료를 좀 더 적절한 것을 고르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된다. 사설 중심으로 하다 보니 너무 딱딱하고 어려운 영어를 익히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입시에는 사설과 같은 너무 시사적인 글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스터디를 할 때 사설과 같은 글과 에세이 같은 글 모두를 공부하되 짧은 것과 긴 것을 적절히 믹스해서 연습하면 좋을 것이다. 그리고 출제 경향이 매해 바뀌다 보니 영한 한영은 물론이고, 영영 한한을 연습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글이 많이 길어졌다. 그저 이렇게 공부한 사람도 있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해 줬으면 좋겠다.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 5월부터 '힘들다'는 소리를 입에 달고 살았다. 앉아 있고 싶어도 몸이 힘들어 그럴 수 없었다. 여학생은 체력 관리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 올 해는 학원에서 좋은 스터디 파트너들(안연모, 김미연, 노운선), 실전반 친구들, 그리고 선생님과 재밌게 공부할 수 있었다. 지난 1년 6개월은 힘들지만 좋아하는 공부를 하면서 희망을 품고 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가를 느낀 의미있는 시간이었다.
 
 
 
표연수 (외대 불어과)
 
모든 시험이 그렇듯 합격한 지금의 마음은 기쁨으로 가득하지만, 앞으로 해야 할 공부를 생각하면 오히려 걱정부터 앞선다. 그만큼 나의 부족한 영어의 현 주소를 알고 있기 때문이다.그 럼에도 불구하고 합격의 기쁨을 맛보기까지의 내 공부방법을 통대 입시 준비생들과 나누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공부 방법>
 
본격적인 통대 입시를 치르겠다고 결정한 것은 올해 9월이었다. 고등학교 이후 제대로 공부한 적이 없던 영어를 단시일 내에 보충하고자 하는 욕심에 영어사랑 통역학당에서 9월과 10월 실전반과 기초반을 동시에 수강했다. 듣기에 특히 취약하고 미국과 관련된 정보나 문화적 배경에도 무척 어두웠으므로 여러 주제들을 속도감있게 들으며 접할 수 있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이 내게 많이 유익했다. 또한 실전처럼 나가서 발표해보는 연습을 할 수 있고 크리틱을 통해 단점을 빨리 파악할 수 있는 것도 시험 보는 순간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 그러나 늘 시간이 부족해서 대부분 복습을 제대로 못하고 수업에 임한 것이 매우 안타까왔다. 얼마동안은 선생님이 틀어주는 내용이 무엇인지 전혀 감도 못 잡기가 일쑤였지만 영미인들의 독특한 발음에 조금 익숙해지면서, 나가서 발표하기로 마음먹었다. 불어 통번역 경험이 있어서 발표자체는 두렵지 않았지만 역시 영어가 많이 딸렸다. 배경지식이 많이 부족했고 그동안 다듬지 않았던 한국어도 느리고 부자연스러운 적이 너무 많아 부끄러웠지만, 내게 주어진 발표나 크리틱 기회는 최대한 실전을 위해 활용하려 노력했다.
 
<듣기>
 
은 선생님 실전반. 기초반 강의가 듣기 연습의 거의 전부였다. 번역 숙제와 에세이 숙제, 스터디 준비등을 하다 보면, 듣기 복습은 뒤로 미루기 일쑤였다. 복습을 잘 하지 못해 듣기가 늘지 않은 것 같다. 집에서는 습관적으로 BBC나 CNBC 같은 위성방송을 틀어 놓고 가능하면 셰도잉 하거나 한국어로 통역하는 연습을 한 적도 있지만 자주하지는 못했다. 뉴스를 접하면서 시사적인 배경지식을 얻을 수 있었다. 10월 부터는 EBS라디오의 Listening Special을 매일 들으려 노력했다. 한번 듣고 내 통역을 녹음해서 들어본 후 다시 한번 듣고 녹음된 통역에서 빠진 부분과 오류를 점검했다. 그 다음, 주요 표현이나 단어를 암기했고, 마지막으로 전체 내용을 외웠다.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된 영어는 시험때 자연스럽게 튀어나올 수 있었다.
 
<읽기>
 
독해를 많이 하지는 못했다. 주로 The Economist를 봤지만 한 주에 읽은 기사 분량이 너무 적었다. 그렇지만 기사 하나를 읽더라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다. 첫 번째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가 있더라도 멈추지 않고 문맥 속에서 단어의 뜻을 유추하면서 읽었고, 두 번째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를 내가 한 유추와 비교하며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영영사전을 보며 확인했다. 그냥 뜻만 확인하지 않고 예문을 통해 단어의 쓰임을 확인하고자 노력했다. 단어와 표현들을 파악하고 정리한 후 우리말로 통역을 해보거나 보지 않고 요약했다.
 
<말하기>
 
9월부터 시작한 스터디와 10월의 일요스터디를 통해서 주로 연습했다. 속도가 많이 늦었기 때문에 집에서는 주로 셰도윙 연습을 해서 속도를 키웠다. 우리말은 매일 사설을 큰 소리로 읽었는데, 발성이나 단어 사용 등에서 좀더 공식적인 통역 언어를 구사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짧은 기사나 관심이 가는 주제를 다룬 기사로 직독직해 연습을 했다. 그리고 혼자서 통역할 때는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들었다. 이 모든 것을 욕심처럼 많이 하지는 못했지만, 한 내용은 완전히 소화하려 노력했다.
 
<1차 시험>
 
은 선생님 기초반에서 10분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한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 물론 70분 에세이와는 다르지만, 시간 내에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으로 자기 주장을 피력하는 것에서는 유사하기 때문이다. 특히 준비해온 에세이를 1분 30초 안에 외워서 발표하는 기회를 두 번 가졌던 것이 시간 안배나 논리적 전개의 중요성을 내게 가르쳐 준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시험은 주어진 하나의 article을 읽고, 문제의 지시대로 논술하는 유형이었다. 소수 언어가 점차 소멸하는 반면 영어는 국제 커뮤니케이션 언어로 자리잡는 것에 대해 언어적, 문화적 빈곤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고, 영어에 대항해 자국언어 보호를 외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는 편협한 문화적 chauvinism이라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는지, 자신의 생각을 한국의 상황을 예를 들어 피력하는 에세이 시험이었다. 괄호 채우기나 틀린 부분 고치기 등 어휘력 테스트에 약했던 나로서는 오히려 더 승산이 있는 시험이라고 스스로를 안심시키며 시험에 임했다. 동시에 에세이 연습을 좀 더 많이 해 두지 못한 것이 후회 되었다. ‘세계화의 시류속에서 한국도 국제적으로 문화, 경제적 교류를 크게 확장시키고 있다 그 과정에서 영어가 우리말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언어의 오염”과 “정신적 식민지화”라며 배격하기도 하지만, 프랑스에서 한때 시행됐던 미디어 분야의 영어 사용 금지 정책이 실패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언어란 살아있는 유기물과 같아서 물 흐르듯 외부와 영향을 주고 받으며, 끈임 없이 변화, 적응하는 것이고, 그 과정에서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으며, 외부의 강압적 조치로 규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단, 외부의 영향에 휩쓸려 중심을 잃지 않도록 정체성을 확고히 한다는 전제 하에서이다.’라는 요지로 문제의 의도에 맞추어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으로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답안을 작성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번역, 에세이 숙제에서도 거의 매번 경험했듯이 나의 약점인 시간 안배 불균형으로 인한 시간 부족 문제였다. 개인적으로 서론에 많은 공을 들이는 경향이 있어서 이번에도 결론 부분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하지 못했고 가지런하던 글씨도 결론 부분에서는 거의 날아갈 듯 썼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에는 간단하게나마 완결된 문장으로 결론을 맺은 것처럼 보이도록 끝맺었다. 시험을 다 보고 나서는 초안 작성 때 맺은 결론의 반도 언급하지 못한 것 때문에 허탈했다. 다행히 결과가 좋았지만 나 처럼 시작 부분을 다듬는데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정작 자기 의견을 피력하는 부분에서 할 얘기는 많은데 시간이 모자라는 실수를 하지 않도록 에세이 연습 시 시간 안배에 유의하기를 당부한다.
 
<2차 시험>
 
시험장에 들어갈 때까지 리스닝 스페셜을 가지고 통역연습을 계속했다. 시험장 바로 앞에서 대기할 때에는 많이 긴장되어서 심호흡으로 마음을 안정시켰다. 그리고, 논지를 파악해서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고 속도감 있게 통역할 것 이라고 다짐하며, 자신감을 갖기 위해 할 수 있다고 자기 최면을 걸었다. 두 분의 한국인 교수와 한 분의 외국인 교수가 계셨고, 현재 이미 불어 통역을 하는데 왜 영어 통역도 하려는 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목소리를 크고 분명하게 해서 시원스럽게 답변하려 노력했다.
 
<영한>
 
종교에 관련된 글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다양하고 많은 종교가 존재한다. 종교들간 서로 유사점이나 교류가 없고 대립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든 종교의 근간이 되는 규범들은 서로 비슷해서 삶, 죽음, 그리고 다시 태어남과 관련되어 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도 종교는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종교도 다아윈의 진화론에서처럼, 시대와 상황에 적응하며 끊임없이 변화한다. 최근에는 첨단 정보통신 기술등을 통해 일신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요지로 기억된다. 중간에 잘 파악이 안된 부분들도 많았지만, 평소 은 선생님이 강조하신 것처럼, 확실히 이해한 내용만 담담하게 그러나 자신있는 태도로 eye contact를 해 가며 통역했고 나머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과감히 버렸다.
 
<한영>
 
그다지 어렵지 않고 논지가 분명하여 기억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몇몇 한국적 표현을 영어로 설명하는 것이 힘들었다. 예를 들어, ‘광고 카피’를 어떻게 표현해야 할 지 몰라 난감했지만, 시간을 보내지 않고 ‘광고에서 주축이 되는 텍스트’등으로 설명하여 돌아갔다. 그러나 간혹 그대로 ‘advertisement copy’라고 말하기도 했다. 통역하는 도중에 자꾸 무의식 중에 아래로 시선을 보내는 내자신을 발견하고 의도적으로 eye contact를 하려 노력했지만 마음대로 잘 안됐다. 마음처럼 영어가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아 아는 표현을 찾는데 정신이 쏠렸기 때문인 것 같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흔히 한국 사람들은 웃음에 인색하다고 하지만 실은 한국인들은 상당히 유우머를 즐기는 민족이다. 이러한 기질은 해학과 풍자가 담긴 판소리뿐만 아니라 TV광고에서도 확인된다. TV광고에서 나타난 한국인의 유우머는 1997년 경제 위기를 전후로 그 표현 방법에서 차이가 난다. 1997년 이전에는 주로 과장된 몸동작이나 중심 카피가 아닌 별로 중요하지 않은 주변 대사를 재치있게 내뱉는 데서 웃음이 유발됐지만, 1997년 이후에는 메인 카피 자체가 웃음을 유발하는 경향을 띄고있다. 광고에 유우머가 자주 이용되는 것은 하루 일과에 심신이 지친 시청자들이 TV광고를 보면서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이다. 또한, 광고는 기득권 층 보다는 서민층의 기호를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웃음에 호소하는 광고 기법은 사용되는 유우머적 요소가 상품의 컨셉과 상충되지 않는다면 구매자를 사로잡는 효과적인 전략이므로 앞으로도 많이 이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중간 중간에 문법적으로 맞지 않게 말했지만, 다시 시작하거나 번복하지 않았다. 평소 스터디 때 항상 시간을 초과하는 것이 문제였기 때문에, 잔 실수가 있더라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생각하고 막힘 없이 통역해서 결론을 맺었다. 이 영어로는 턱도 없다고 평소 절망을 많이 했던 내게 이대 2차 시험 준비반에서 은 선생님께서 ‘문법적 잔 실수가 있긴 하지만 커뮤니케이션을 하려는 자세가 되어있기 때문에 합격할 수 있다’고 격려해 주신 것에 많은 용기를 얻었다.
 
별로 할말이 없을 것 같아 걱정을 했는데 막상 쓰고 보니 너무 많이 쓴 것 같아 걱정이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나와 스터디를 했던 모든 스터디파트너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특히, 내가 공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주신 가족에게 무한한 감사를 드리고 싶다. 또한, 9월부터 11월 이대 준비반 까지 내게 정말 유익한 조언과 격려를 해주신 은 선생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린다.
 
 
 
홍보미
 
공부방법과 시험에 관한 수기를 부탁 받고 제가 무슨 조언을 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저는 공부, 특히 영어공부에 있어서는 왕도가 없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누구에게나 맞는 공부방법은 없습니다.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 흔들리지 말고 밀고 나가세요. 다만 절대로 멈추지 말고 꾸준히 하세요. 저는 올 한해동안 토익강사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부했는데, 학생들이 제게 가장 많이 물은 질문이 “영어공부 어떻게 하나요?”였습니다. 제 대답은 항상 “어떻게 하는지는 걱정하지말고 우선 시작하세요. 방법은 나중에 저절로 찾아집니다”였습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공부는 뒷전이고, 손쉬운 공부방법만 찿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통대준비를 하시는 여러분들에게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겠습니다만, 남들 말에 현혹되어 자기 중심을 못 잡고 흔들리는 모습을 종종 봤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과거의 제 모습이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들 공부방법을 완전히 무시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이것 한번 해보고 얼마 가지 않아서 저것 한번 해보고 하는 식으로 흔들리지 말고, "아, 이런 방법도 있구나."하고 참고만 하시라는 겁니다. 다음 제 글도 그냥 참고만 하세요. ^^*
 
<듣기>
 
따로 시간을 내서 하지는 못했습니다. 아르바이트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운동, 학원 수업, 스터디 등을 소화하기에도 너무도 벅찼기 때문입니다. 대신 이동하는 시간, 잠시 휴게실에서 쉴 때 등 머리를 쓰지 않는 동안에는 항상 이어폰을 귀에 꽂고 다녔습니다. 남에게 크게 폐가 되지 않는 장소라면 shadowing 을 하면서 들었습니다.
 
<말하기>
 
외우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은 누구나 동감하는 말입니다. 하지만 가끔은 저같이 외우는 것에 전혀 재능이 없는 사람도 있습니다. 저는 외우려고 하면 꼭 틀리게 외워서 주위의 비웃음을 사곤 합니다. 억지로 외우려고 노력하는 대신 듣기를 할 때 계속 따라 말하는 shadowing을 하고, 좋은 표현은 같이 일하는 외국인 강사와 잡담 할 때나 친구에게 보내는 이메일 등에서 자꾸 써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쓰기>
 
이대 입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변수가 아마도 1차 시험이었을 것입니다. 다행히 특차 준비하며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해뒀던 것이 큰 힘이 됐었습니다. 10월경 은천성 선생님이 수업 때 나눠주신 단문 작문 숙제를 500자 에세이로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우선 죽이 되던 밥이 되던 70분 내에 써 내려가고 그 다음에 시간을 들여서 흡족할 때까지 다시 썼습니다. 실제 정시 1차 때는 에세이보다는 단문 작문이나 단답식 주관식이 나오리라 생각했기 때문에, 주로 어휘와 표현을 정리했었습니다.
 
<읽기>
 
저는 독해 분량이 그리 많지 못했습니다. 딱히 정기 구독하는 잡지도 없어서 스터디 준비를 위해 인터넷 검색 등으로 찾은 기사와 스터디 파트너가 준 자료를 읽는 것이 고작이었습니다. 다독은 못했지만 정독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나치게 전문적이고 시사적인 글보다는 일반적인 시사상식과 오피니언 같은 글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어>
 
저는 특히 우리말이 약하고 기억력이 좋지 않아서 스터디 파트너와 신문 사설을 서로 읽어주고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눈에 띄는 성과가 갑자기 보이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해보니 나중에 크게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한국어 shadowing은 TV를 볼 시간이 거의 없는 저로서는 거의 할 기회가 없었지만, 우리말 실력을 늘리는데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이대 정시 1차>
 
에세이를 쓰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에 제대로 답하는 것입니다. 시험장에서 글을 쓰다 보면 자기 생각에 휩싸여서 질문을 망각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표현을 써 가며 유창하게 글을 써도 질문의 요지를 파악하지 못했다면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우선 문제지를 받으면 찬찬히 문제를 읽고 어떤 식으로 답할지 계획을 세운 후 주어진 시간의 반 동안 초안을 썼습니다. 그리고 남은 시간에 답안지에 옮겨 적으면서 글을 가다듬었습니다. 마지막 3-4분 동안은 글 쓰는 것을 멈추고 다시 한번 읽어본 후 틀린 부분을 찾아 고치고 불필요하다거나 논리의 흐름상 오히려 방해가 된다 싶은 부분은 과감하게 지워버렸습니다. 500자를 굳이 다 채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마세요. 오히려 조금 짧더라도 논리적이고 분명한 글이 좋다고 생각됩니다.
 
<이대 정시 2차>
 
영한은 무척 어려웠습니다. 솔직히 요지가 뭔지 전혀 파악이 안 됐습니다. 오히려 특차보다도 길고 어려웠습니다. 딱 세 문장 말하고 끝냈습니다. 교수님들이 어이없는 얼굴을 하시더군요. 눈앞이 깜깜했지만 그냥 씩 웃고 말았습니다. "이제 떨어졌다."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졌습니다. "이왕 떨어진 것, 이것이라도 잘 한다라는 소리는 들어야지."하면서 한영은 마음을 가다듬고 들었습니다. 문장이나 표현보다는 내용만을 생각하면서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는 내용을 상대방에게 이해시킨다는 기분으로 말을 했습니다. 교수님들 얼굴색을 살피면서 좀 떨떠름하다 싶으면 보충하면서 말을 풀어나갔습니다. 말이 막힌다 싶으면 천천히 말을 끌면서 생각하는 여유를 갖고 일단 실마리를 잡았다 싶으면 거침없이 끌지 않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한영은 논지가 분명한 글이라 확실한 결론으로 끝마무리를 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통대입시는 장기전이라는 것입니다. 너무 조급하게 마음을 가지지 마시고 건강을 유의하면서 공부하세요. 개인적으로 취미생활이나 운동을 병행하라고 권하고 싶네요. 고시생처럼 온종일 공부만 한다고 해서 능률이 오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저는 운동을 같이 하면서 심리적으로 보다 안정되게 공부에 열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신체적으로도 많이 건강해졌고 또 입시공부로 인한 스트레스도 풀 수 있어서 일석이조의 효과를 본 것 같습니다. 외대 1차에서 낙방하고 정신적인 충격도 커서 그만 마음을 접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습니다만,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것이 작은 결실이라도 맺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힘들고 괴로운 때가 많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전진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 번역 ♣
 
박인영 (서강대 화학과)
 
우선 저를 가르쳐주신 은천성 선생님과 장홍석 선생님, 박영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스터디 파트너였던 보경이, 지영이, 보선이 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번역대학원을 가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3년 전 이지만, 그동안 회사도 다니고 해서 본격적으로 준비한 것은 올 4월 영어사랑 통역학당을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하지만 그 시간들을 헛되이 보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회사에서 하던 일 중 번역 업무도 있었기 때문에 내가 정말 번역을 잘 해낼 수 있을지, 의지가 있는지를 따져 보고 결심을 굳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쳤기에 공부하는 중 흔들리지 않고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를 다니시는 분들도 결심이 선다면 용기를 내십시오. 물론 영어사랑 통역학당의 강의들은 통역대학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긴 하지만 저는 많이 들어야 자연스러운 영어로 표현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또 너무 읽고 쓰는데 치중해서 자칫 지겨워 질 수도 있었던 대학원 준비를 균형 있게 해나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파트너들과 했던 말하기 연습은 가장 즐거운 시간들 중 하나였습니다. 번역과 라고는 하지만 말하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도 아직 여러모로 부족한 저에게 공부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것을 감사드립니다. 통역이나 번역이나 항상 부족함을 느끼고 공부할 수 있는 일이라는 것, 사람들의 의사소통을 도와준다는 것, 언어를 다룬다는 것이 너무 좋았고 대학원 공부를 통해 더 발전해 나갈 수 있길 바랍니다.
 
<공부방법>
 
*Reading
 
맨 처음엔 뉴스위크지를 읽기 시작 했습니다. 일단 그림이 많아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뉴스위크도 그리 만만하지만은 않았습니다. 첫 2달 정도는 중요하게 보이는 기사만 몇 개 골라 아주 꼼꼼하게 읽었고 3개월 째 쯤 되자 읽는 속도가 붙어 어려운 기사 1-2개 빼고는 거의 다 읽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뉴스위크지에 익숙해질 무렵 너무 한 가지 논조에만 익숙해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타임지로 잡지를 바꿨습니다. 타임지도 뉴스위크 못지않게 그림이 많고 재미있는 기사들이 많았지만 타임지의 Special Report는 비판적인 시각으로 말을 엄청 꼬아 놓았기 때문에 참 읽기가 힘든 기사들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그런 기사들을 읽어야 자신의 실력을 계속 재평가하며 발전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코노미스트는 9월 중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은 선생님께서 외대 1차 시험에 이코노미스트지의 기사가 많이 출제되는 경향이 있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일단 글씨만 빽빽하고 다른 잡지보다 훨씬 두꺼워 정말 읽을 엄두가 나지 않는 잡지였습니다. 하지만 분량이 너무 많은 것 말고는 세계정세를 보는 시각이 미국적이지 않아 신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기사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다 읽을 순 없었고 주로 중요해 보이는 기사들만 골라 읽었는데 특히 뒷부분에 많이 나오는 과학관련 기사와 파란 박스 안에 있는 기사들은 내용이 일반적이고 다양해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그 외에 영어사랑 홈페이지에 링크돼 있는 세계일보 해외사설도 꾸준히 읽었는데, 그리 길지도 않고 문장 난이도도 적당해서 스스로 번역 연습하는데 아주 좋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처음 통번역 대학원 준비를 시작하면서 평소에 시사적인 상식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신다면 스스로 능력을 키울 수 있는 길은 먼저 열심히 읽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여러 기사들을 읽으면서 말하기와 쓰기, 듣기가 수월해지는 것을 느꼈으니까요.
 
*Writing
 
처음 몇 달간은 특별히 쓰기 연습은 하지 않고 우선 배경지식과 그에 따른 표현들을 익히는데 주력했습니다. 9월부터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영한, 한영 번역을 숙제로 내주셨는데 주로 그것만 꾸준히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시간 안에 들어오는 연습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유가 있으면 누구든 잘 쓸 수 있으니까요. 또 무엇보다 복습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틀린 것은 나중에 다시 체크해 다음에 그런 실수가 없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금방 까먹고 다시 틀리더라구요. 어떤 문장이나 단어를 보면 그것을 머릿속에서 영어로 혹은 한국어로 옮기는 연습을 했는 데 이 또한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확인을 위해 언제 어디서든 전자사전을 찾아봤는데 그냥 단어만 보지 말고 예시문장을 함께 본다면 휴대하기 편리한 전자사전도 참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
 
*Listening
 
은 선생님 수업에서는 듣기 비중이 크기 때문에 듣기는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아 이 시간을 듣기 복습하는데 이용했습니다. 또 집에서도 여건이 되면 잠깐이라도 테이프를 틀어놓고 복습했습니다. 그날그날의 종합뉴스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개요를 잡는데 필요하다고 생각해 주로 BBC뉴스를 시청했습니다. 국내뉴스는 MBC나 SBS중 시간이 맞는 쪽을 시청했고 그냥 흘려듣지 않고 아까 말했듯이 브레인스토밍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잘 들리지 않던 것도 배경지식이 쌓이고 나니 듣기가 수월했습니다. 듣기와 읽기를 병행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peaking
 
스터디에서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 말하기였고 수업 시간에도 듣고 나가서 발표하는 방식이었기 때문에 말하기에 익숙해 질만도 할 텐데 그래도 역시 말하기는 할 때마다 떨립니다. 은 선생님께서는 영어든 한국어든 뉴스를 들을 때 shadowing(앵커의 말을 따라하는 것)을 하라고 말씀하셨는데 실천에 잘 옮기지는 못했습니다. 브레인스토밍도 말하기에 많은 도움이 됐지만 저에게 제일 좋았던 방법은 무조건 일정 분량의 기사를 날마다 외우는 것이었습니다. 뒤늦게 EBS Listening Special이라는 월간잡지를 알게 됐는데 혼자서 듣기와 말하기 연습하기에 딱 좋다고 생각해서 3개월 정도 사서 봤습니다. 이 책을 가지고 공부하는 방식은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저는 일단 한회 분량을 한번 듣고 소리 내어 한국어로 옮기고 나서 그 기사를 외웠습니다. 한회에 약 1분 30초 밖에 되지 않아 하루에 하나씩 하기에 별 부담이 없었습니다. 외울 때는 마냥 기계적으로만 하는 대신에 여기서 쓸 수 있는 다른 표현 등을 생각하면서 능동적으로 외우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이대 1차 시험>
 
문제로 나온 지문의 내용을 요약하면 ‘전 세계적으로 소수언어가 사라지고 있는 추세다. 언어보호론자들은 언어의 다양성을 지켜야 한다고 외치고 있지만, 그러한 외침의 이면에는 국수주의적 시각이 깔려있다. 언어를 민족의 얼과 개성이 담긴 그릇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지만 언어의 목적은 의사소통이고 소수의 사람들 사이에서만 통용되는 언어는 그러한 기능을 상실한 죽은 언어다. 현재 일반화된 영어와 기술어로 많이 쓰이는 일본어도 두려워하지 말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야 한다.’였고 문제는 ‘글쓴이의 의견에 찬반을 표하고 거기에 따라 논지를 전개하며 한국의 실정에 비춘 의견을 피력하라’였습니다. 저는 반대하는 의견을 개진했고 논지를 세 가지로 나누어 첫째는 언어의 목적을 의사소통뿐이라고 말한 필자의 의견을 반대하는 글, 둘째는 언어의 효율성만 따질 경우 닥칠 폐해를 예시를 들어 설명하고, 셋째는 현재 한국어의 위상과 그로 인한 문화유산과 언어보호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나와 제대로 다시 훑어볼 여유가 없었습니다. 대신 쓰면서 계속 관사, 수일치, 자연스런 표현에 유의하며 최대한 실수를 줄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이대 2차 시험>
 
*영한
 
영한이 한영보다 어려웠습니다. 제 경우엔 주로 사설 위주로 번역연습을 했는데, 이번 문제는 성격이 조금 달라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내용은 ‘다이렉TV와 나이키가 불법 수신기 복제업자들과 반기업운동가들로 인해 최근 몇 년간 많은 고충을 겪었는데 이번에 두 회사가 적들의 공격 전략을 역이용해 이들에게 한방 먹였고 이것이 요즘 첨단 기술 기업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다이렉TV는 일련의 가짜 신호를 일부러 대량 전송해 이러한 불법복제 수신기를 한 순간에 쓸모없게 만들었고 나이키는 항상 인터넷 게시판을 도배했던 비난성 글들을 역이용해 축구화 신제품 출시에 맞춰 축구화의 품질이 너무 좋아 공정한 시합에 방해가 된다는 등의 글을 게시판에 대량 게재했다. 얼핏 보면 반기업운동가들이 한 것 같지만 실제로는 나이키가 고용한 가짜 시위대들의 작품이었다’ 였습니다. 다이렉TV의 경우에 불법복제 대처 방식이 기술적으로 정확히 이해가 가지 않아 좀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술적으로 이해가 안가는 점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채 문장 그대로 번역할 수밖에 없었고 그 외에는 자연스러우면서도 뜻은 틀리지 않게 하려고 신경 썼습니다.
 
*한영
 
‘남녀 불평등은 인류가 농경사회에 접어들면서 시작되었다. 육체적으로 힘이 센 남자가 논밭에서 일을 했고 여자는 집안일과 자녀양육을 맡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주도권은 식량을 생산하는 남자가 쥐게 됐고 그렇게 불평등이 시작된 것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도 여자들에게는 주변적인 일거리들 밖에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는 힘을 쓰는 일이 아닌 IT산업이 주를 이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성들은 사회의 생산자로서 남성들과 동등한 위치에 서지 못하고 있다. 여성들을 위한 인터넷 교육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 결실을 거두고 있긴 하지만 한 단계 발전된 소비자로서의 여성을 만들어 줄 뿐이지 동등한 생산자가 되도록 도와주지 못하고 있다.’
 
일반적인 내용이어서 최대한 실수하지 않으려고 했고 영어로 좀 어색하다 싶은 것은 과감히 버리고 그냥 쉽게 표현 했습니다. 쓰면서 운 좋게 수업시간에 배운 좋은 표현들이 생각나 공부했다는 티를 조금은 내기도 했습니다. 영한 한영 두 문제에 100분인데, 다 하고 나니 10분이 남아, 어색하다 싶은 것은 다시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내주시는 숙제가 워낙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실제 시험에서는 조금이나마 여유를 가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란영 (서강대 생물)
 
내 경우엔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약간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공부할 생각은 오래 전에 접은 채 거의 5년간 직장에 다녔다. 그러다가 장사를 시작한 것이 2000년이었다. 이런 저런 이유로 시작한 지 6개월쯤 지나니 도저히 하고 싶은 마음이 나질 않았다. 그래서 어영부영 시간 보내느니, 계약기간 끝날 때까지 영어나 공부하면서 지내려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동대문에서 장사를 했기에 새벽4-5시에 일 끝나고 아는 사람들과 새벽시장 돌고, 그리고 9시 AFKN강의를 듣는데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었다. 대학 때 부전공이 영문이었고, 학교 입학하자마자 들었던 교양영어수업이 전부 영어로 진행되는 것이어서 별 다른 공부 없이도 그냥 어느 정도는 영어를 했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처음 수업 들어간 날 충격은 시쳇말로 장난이 아니었다. 예전에 알던 단어도 뜻을 전혀 기억할 수도 없었고, 전반적인 내용이 뭔지는 감도 못 잡았다. 다행히 화면이 있어서 그나마 불났구나, 죽었구나...이 정도만 알 수 있었다. 하긴 대학졸업 후 거의 7년을 영어와 친해본 적이 없었으니. 그 때 그냥 그만 둘 수도 있었는데, 아침 일찍 나와서 수업 들으시던 백발의 할아버지와 대학생들의 열정이 마냥 부러워서 얼떨결에 나도 그들처럼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에, 듣다 보니 좀 더 전문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후, 영어를 계속 공부하면서 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이 공부가 마음에 와 닿아서 장사를 그만둔 2001년 3월쯤부터 시사영어학원 한민근 선생님 강의를 들었다. 장사로 인한 경제적인 휴유증이 만만치 않았지만, 그냥 영어공부하고 싶은 마음에, 생활비만이라도 벌 수 있는 방안만 있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공부를 계속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4월부터 학원 일을 시작했다. 마음 속으로는 학원 일은 대충하고 내 공부가 하고 싶었지만, 직장이란 데가 그런 곳도 아니고, 성격상 그렇게 하지도 못해서 6-7개월 수업 듣는 동안 반 정도밖에 못 나갔다. 어떨 땐 10분만 수업 듣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수업에 간 날 복습과 숙제는 꼭 하려고 노력했다. 작년에는 그냥 공부만 하면 되는 건 줄 알았고, 수준이 어느 정도 되는 지,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 지, 스터디는 어떻게 하는 건지 일자 무식인 채로 시험을 보게 됐다. 기출문제 한 번 풀어보지 않고 봤던 외대시험은 엄청난 좌절감만 안겨주었다. 대충 L/C문제는 어떻게 되겠는데, 시사잡지 한 권도 제대로 보지 않은 상태여서 독해는 기가 막힐 뿐이었다. 이대시험은 거의 자포자기한 채로 봤는데 다행히 일차는 붙었다. 스터디 한 번 안 해 보고 시험을 봤다. 영한을 불러 주는데, 내용은 그냥 그래서 처음부터 끝까지 들은 내용을 아무 생각 없이 다 말했고, 한영은 갑자기 불러준 내용이 생각이 나질 않아 대충 얼버무렸다. 어떻게 하고 나왔는지 지금도 생각하면 너무 어이가 없다.
 
작년 11월 이후 아무 것도 하기 싫어지는 바람에 올 6월까지는 계속 공부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민만 하게 되었다. 1월엔 은천성 선생님 시사청취를 들어봤지만, 마음이 심란하니 제대로 출석도 못하고 2월까지 마냥 놀게 되었다. 통대를 들어가든 못 들어가든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내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마음 먹고 2월말부터 스터디 파트너를 구해서 일주일에 두 번 한한, 영한, 독해 위주로 공부했다. 6월말까지 공부에 대한 회의와 몇 번의 취직 기회 등으로 인해 그만두고 싶은 때가 하루도 열두 번은 됐었다. 스터디 파트너의 권유로 4, 5월은 은 선생님 실전반 수업을 들었고, 6월엔 장홍석 선생님 기초반을 들었다. 내가 몸 담고 일을 했던 학원의 원장과의 면담을 통해, 월급삭감까지 해가며 수업을 들을 기회를 마련했지만, 마음이 안정이 안되면 아무 일도 못한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게 되는 계기가 될 뿐이었다. 은 선생님 수업도 발표 한번 하지 않고 수시로 결석하면서 듣게 됐고, 장 선생님께는 죄송한 마음뿐이지만 2번인가 밖에 수업엘 나가지 않았다.
 
이러다가 죽도 밥도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6월말에는 결단을 내렸다. 7월말로 학원을 그만두고 3개월 열심히 해서 올해 시험을 보겠다고. 일을 그만둘 수는 없는 처지여서 과외를 소개 받고 학원을 그만뒀다. 8월, 9월은 은 선생님 기초반과 시사청취 두 과목을, 10월엔 기초반만 수강하고, 저녁엔 과외하면서 공부를 해나갔다. 아침 9시나 10시 정도부터 저녁 6시-7시 정도까지 학원에 있다 보니 열심히 공부하는 다른 사람을 보면서 나 자신을 추스릴 수 있었다. 시험 정보도 얻을 수 있었고, 서로 힘든 점도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록 수업도 제대로 복습 못하고 시간에 쫓기며 공부하는 처지긴 했지만 행복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스터디 파트너는 모두가 동감하겠지만 정말 중요하다. 내가 나가던 학원이 3시에 출근해서 오후7시부터 12시 20분까지 수업이 진행되는 관계로 스터디를 하려해도 눈치를 보며 학원 밖으로 잠깐 짬을 내서 나와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실력도 출중하지 못하는 데다 여러 가지 제약 조건이 많았던 나에게 문선이라는 훌륭한 스터디 파트너는 더 없이 소중했다. 작년 시험에서 스터디의 필요성을 절감했던 터라 스터디 만큼은 빠지지 않으려는 나의 노력도 있었지만, 자신도 힘든 데 내가 공부 그만 두려고 할 때마다 때론 독려해주고 때론 “언니”라는 말 한마디로 날 제압하던 문선이가 없었더라면 올해에 시험조차 볼 수 있었을 지 상상이 되지 않는다. 좋은 스터디 파트너는 황영조의 발에 신겨진 좋은 마라톤화와 비유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듯이 이 공부도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얼마나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작년에 멋 모를 땐 올해 붙을 것을 염두에 뒀지만, 올해 이 공부에 대해 좀 알게 되면서 경제적인 문제로 도저히 일을 그만둘 수 없는 형편인 나로서는 2-3년 후를 목표로 해야 겠다는 생각으로 마음 편하게 먹기로 했다. 서론이 길어진 감이 있지만, 각자 어려운 상황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나만 어려운 처지에 있구나’라는 생각과 ‘이 공부 밖엔 없다’는 마음으로 너무 자신을 옭매고 있는 사람들에게 그런 생각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해서 솔직하게 내 얘기를 나누고 싶었다.
 
<공부방법>
 
겉으로 보기엔 학원에서 제일 튼튼해 보일지 몰라도 덩치에 맞지 않게 체력과 건강문제로 고생을 좀 했다. 또 대학 때 별명이 ‘산만’(ㅜ.ㅜ)일 정도로 이것 저것 관심이 많아 딴 생각 안 하는 것이 어려웠다. 그래서 내딴에 스트레스 푸는 방법으로 작년과 올 여름엔 신나게 여행도 다녀오고, 학원 근처 문구점 순례를 하면서 머리를 식혔다. 공부도 체력과 정신력이 바탕이 되어야 할 수 있다는 걸 실감했다.
 
1. L/C
 
작년엔 수업시간에 CNN Headline News를 다뤘는데, 한시간에 짧은 것 4꼭지정도 분량이었다. 처음엔 수업시간에 들은 것을 받아쓰는 연습을 두어달 해보다가 다음 서너 달은 한 문장씩 따라 읽어봤다. 올해는 수업 들었던 것의 내용 파악과 논지 요약하기를 위주로 했다.
 
2. R/C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된다. 나도 제대로 실천은 못했지만 한 기사 한 기사 제대로 읽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제대로 읽으면 따로 영영사전 찾아서 용례를 볼 필요도 없다. 작년과 올해 외대시험으로 인해서 속독과 다독을 강조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대로 읽는 버릇을 들이면 속도는 그냥 붙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올해 이코노미스트 세네 권 가지고 3-7월에 걸쳐 읽었다. 게으른 성격 탓이기도 했지만, 시사잡지 한 권을 사서 제대로 공부하기 시작한 게 처음이나 마찬가지여서 모르는 단어가 한 장에 거의 50단어 이상이었던 탓도 있다. 8월, 9월 두 달간은 제대로 많이 읽으려고 했다. 그러다 보니 10월 말에 스터디 파트너랑 하루에 일정 분량을 정해놓고 시간 안에 다 읽기 할 때 엄청 속도가 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물론 모르는 단어가 한 장에 수십 개씩 나와도 뜻은 대충 잡을 수 있었다. 외대 전공영어 지문길이도 정말 집중해서 읽었더니 시간 내에 읽을 수 있었다.
 
3. Speaking
 
작년과 올해 5월까지 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남들 앞에서 말하기가 너무 겁이 났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말하는 연습도 하기 싫어졌다. 하지만 은 선생님 말씀대로 들은 것 따라 해보고 많이 읽을수록 머리 속에서 생각이 나는 걸 알 수 있었다. 표면상으로는 큰 변화가 없을 지 모르지만 내 자신이 말할 때 좀 더 편해지고, 실력이 늘고 있다는 생각이 10월쯤엔 들기 시작했다. 그 때 그 때 나온 표현이나 구절을 되도록이면 소리내서 읽어보는 연습을 했다.
 
4. 번역
 
작년에 사설 한두 문단 가지고 예닐곱번 영작한 뒤로 거의 손을 놓고 있다가, 10월에 며칠 연습하고 11월 초에 이대 일차 준비하면서 일주일간 파트너랑 연습했다. 그 후 이차준비는 혼자서 삼사일 정도 열심히 했다. 개인적으로 번역이나 통역이나 본인 실력이 올라가면 이것도 자연스럽게 따라오지 않을까 하는 이상주의에 빠져있어서 -- 실은 게으른 탓이다 -- 따로 많이 연습해 보지 않았다.
 
5. 1차준비
 
나는 자칭 인프라구축에는 자신이 있다. 좋다는 책은 아마 작년에 다 산 것 같다. 근데 문제는 한 번도 제대로 못 풀어 봤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토플 한 몇 번 풀고 시험 쳤고, 올해는 Graduate English 한 10 page 풀다가 귀찮아서 그만뒀다. 막판에 볼려니 시간도 없고 해서. 대신 작년과 같은 우는 범하지 않으려고 학원에서 시행한 외대 기출문제 3개년치 풀어보기와, Reading Workshop에 있는 final test 5회분량이라도 풀어봤다. 그리고, 김장원 선생님 L/C문제를 샀는데, 이것도 한 5회분까지 풀기만 하다가 복습도 못하는 데 뭐하러 하나 싶어서 포기했다. 이대는 올해 유형이 달라진다고 해서 한영 번역을 파트너와 일주일간 하루에 2개 정도 했고 이코노미스트 읽고, 서로 이해 되지 않는 부문은 점검하고 넘어가는 정도에서 그쳤다. 괜히 이것 저것 하는 것보다는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이대 일차에서 예상외로 에세이가 나왔다. 뭐 별로 예상했던 문제도 없긴 했지만, 좀 의외였다. 게다가 특차는 보지도 않아 500자 에세이 분량이 어떻게 되는 지, 시간 안배는 어떻게 해야 하는 지 막막했다. 제시된 지문에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왔지만, 다행히 논지는 금방 파악이 되어서 연습지에 대충 쓰고 나니 30분이 약간 경과했다. 어떻게든 쓸 수 있겠지 싶어서, 시간 계산도 않고 본 시험지에 옮기기 시작했다. 옮기다 보니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도 있고, 더 좋은 표현에 욕심도 나고, 그러다가 한 3/5쯤 썼을 때 시험지를 거두기 시작했다. 그나마 수업에서 10분 에세이 쓸 때 은 선생님께서 서론, 본론, 결론을 확실하게 알아보게 쓰라고 누차 강조하셔서 본론 중간에 그냥 결론 한 줄을 첨가해서 냈다. 수업시간에 에세이 10분 쓰기 해 본 것이 많은 도움이 됐다. 다 쓰지도 못한 것을 누가 뽑아주겠나 싶어 시험 본 날부터 1차 발표 나던 날 까지 그냥 놀았다. 1차 발표 나던 날 얼마나 후회했는지 모른다. 아마도 논지가 일관성(?)이 있,고 문법적 실수를 안 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도움이 됐던 모양이다.
 
*1차문제: 세계화로 인한 인류 언어 다양성 및 민족 고유 문화의 파괴. 제시된 지문을 바탕으로 찬반을 한국의예를 구체적으로 제시하면서 논하라.
 
* 논지 전개 : 누가 나에게 콜라를 좋아하냐고 물어보면 내 대답은 물론이다. 난 매일매일 콜라를 즐긴
다. 20여 년 전에는 콜라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지만, 이제는 내 생활의 일부이다. 또한 앨리맥빌과 프렌즈 같은 TV물도 즐긴다. 그리고 지금 나는 영어를 좀 더 알아가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는 세계화와 문화 공유의 덕택이다. 언어는 그 사용자의 정서와 혼을 반영한다고 하는 데 전적으로 옳다. 현재 한국은 세계화의 중심에 서있으며 그 혜택을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당연히 한국인들의 정서도 변했다. 한국인 중 아무도 19세기 말의 쇄국정책과 그로 인한 낙후를 다시 느끼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도 다른 문화와 언어를 알 필요가 있고, 이는 우리를 변화 시킨다. 언어를 쓰는 사용자가 이렇게 변해 가는데 어떻게 언어가 그 모습 그대로 있을 수 있는가. 그렇게 되면 그 언어는 더 이상 그 언어의 사용자를 반영해 주지 못한다…….
 
6. 2차준비
 
외대와 이대 통역 2차준비는 다들 비슷할 것이다. 다만 이대 번역의 경우 그냥 A4용지 한 장 정도의 분량이라는 말 밖에는 없어서 준비할 때 맨땅에 헤딩하는 기분과 비슷했다. 한수아(수아가 매일 싸오던 과일은 나의 힘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무지 고맙다)씨가 준 어려운 영한번역 두세 개와 은 선생님 실전반 자료 영한, 한영 번역, 기타 세계일보등등에서 뽑은 자료로 연습했다. 이대 경향이 시사와 거리가 좀 있고, 영한이 통역이나 번역이 어렵다는 얘기를 들어 그런 글을 주로 보면서 논지 파악에 중점을 뒀다. 단어는 워낙 모르는 게 많아서 스터디 파트너가 내 강점이라고 말해준 이해력 위주로 가기로 했다. 몰라도 그냥 은근 슬쩍 처리해 보려고 노력했다. 사실 통번역 일을 해본 적이 없어 걱정은 많이 했는데, 이왕 나이 들어서 시작한 것 그냥 편하게 보자고 생각했다.
 
문제는 각각 여백이 좀 있는 A4 한 장 정도였다. 1차 때의 바보같은 실수는 하지 않으려고, 연습지에는 몇단어 끄적이기만 하다가 막바로 본 시험지에 쓰기 시작해서 시간적 여유는 좀 있었다.
 
* 영한문제 : 적의 전술을 이용하는 사무라이식 방법이 현대 기업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두 회사의 예 가 지금 업계의 전설이 되고 있다. 하나는 위성TV업체인 DirectTV이고 다른 하나는 나이키사이다. 전자는 자사 스마트카드를 변조해 공짜로 시청하고 있는 해커들로 인해 골머리를 앓아오다 최근 지시 위성방송 통신망을 이용 특별 프로그램을 전송했다. 이 프로그램은 변조된 스마트카드의 기능을 정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후자는 자사의 광고판이나 슬로건 등이 NGO등과 나이키사의 노동착취 행위를 비판하는 반기업 운동가들의 비웃음거리가 되는 것을 보아왔다. 최근 호주에서 나이키사 신제품이 발매되면서 온 거리에 세워졌던 광고판들이 다음날 또 이들의 소행으로 보여지는 수난을 당했다. 이런 소행을 저지른 자들은 웹사이트까지 개설하고 자신들의 주장을 펼치고 있는데, 알고 보면 사실 이들은 나이키사가 고용한 사람들이며, 이들의 주장은 나이키사 제품이 좋다는 것을 반어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나이키사는 자사 반대자들의 전략을 이용, 오히려 그들 코를 납작하게 만들었다.
 
일단 한번 읽고 논지를 머리 속에 넣은 뒤, 한영 번역 먼저 하고 다시 돌아와 읽으면서 쓰기 시작했다. 다하고 난 뒤 쓴 것만 보면서 어색한 부분을 약간씩 고쳤다. 역시나 모르는 단어가 많이 나왔지만 대충 감으로 잡고 넘어갔다. 마지막 문장도 어떻게 옮겨야 할 지 애매해서 시간이 좀 걸렸다. 예를 들면 Disarm이라는 단어가 나왔는데, 아는 것이라곤 ‘무장해제 시키다’밖에 없었다. 사실 그 문장에 나왔던 단어 두개도 잘 모르긴 해도 대충 처리할 수 있었지만, 이 단어는 그렇게 표현하면 너무나 맞지 않을 거 같아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문맥상 ‘코를 납작하게 만들다’ 라는 표현밖에 나오지 않았다. 지금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며칠 전 비디오에서 이 단어가 나오는 표현을 ‘기를 팍 죽였다’라는 표현을 쓴걸 들었다. 대충은 맞게 간 것 같다. 우리말 어휘력이 모자라 매번 고생을 했는데, 어휘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 것 같다.
 
* 한영문제 : 남녀간 성차별은 농경문화의 시작과 더불어 인류 역사에 등장했다. 힘있는 남성이 농사를 맡고 여성은 자연히 육아와 가사를 돌보게 되었다. 생산을 남성이 책임지다 보니 권력이 남성에 속하게 되고 사회에서 생산권을 지닌 남성이 대접 받게 되었다. 산업혁명이후에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힘 이외에도 얼마든지 정신과 기술로 생산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시기인 현대에도 여성의 지위는 크게 변화되지 않았다. 민관에서 주도하고 있는 ‘백만주부인터넷교육’등도 여성에게 교육을 주는 의미에선 좋지만 여전히 교육 받은 소비자 정도의 지위만 주게 되는 것이다. 적극적으로 생산의 주체로 참여하지 못할 경우 여성은 여전히 이전보다는 좀더 지식을 갖춘 소비자의 위치에서 끝나게 될 것이다.
 
한영은 틀리지 않고 제대로 의미를 전달하려고 했다. 문법은 틀리면 치명타가 될 것 같아서 어렵지 않고 쉬운 것으로만 쓰려고 했는데도, 나중에 보니 빼먹고 쓰지 않은 것도 있고, 단복수도 틀리고 동사도 틀리고 해서 막판에 급하게 고쳐 썼다.
 
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느긋하게 실력을 높인다는 마음으로 한걸음씩 준비하다 보면 좋은 결과를 거둘 수 있지 않나 생각된다. 백인백색이라고 자신마다의 방법이 있을 것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일단 마음을 먹었으면 흔들리지 않고, 가는 것이 후회를 덜 할 것 같다. 또, 시험 유형은 여러 개를 봐 두는 것이 나와 같은 당황스러운 경험을 하지 않을 수 있는 지름길일 수 있다.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시던 대로 단어 제대로 보고, 많이 읽고, 많이 들으며, 속실력을 쌓아 나가고, 또 끝이 나야 끝나는 것이니 1차 못 봤다고 2차 준비 안 하고 노는 우는 범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은 선생님과 문선이에게 특별히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학원에서 여러 시설 이용해가면서 편하게 공부할 수 있어서 학원관계자 여려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최효은
 
저는 작년에 통대 시험에서 고배를 마시고, 올해에는 다른 대학원에 진학해서 다니다가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대부분의 시간을 시험 준비에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기 때문에, 올해에는 큰 기대나 부담 없이 시험에 임했는데, 뜻밖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작년 같은 경우엔, 6월까진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병행했고, 그 후 11월까지는 통대 준비에만 열중했습니다. 일단 졸업을 하고 나니,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았다는 불안감에 올해가 아니면 안 된다는 조급함을 내내 달고 다녔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마음가짐 때문인지 항상 제자리걸음인 듯한 나의 실력에 매일 좌절하고 힘들어하고 또 더욱 좌절하게되는 것이 작년 1년 동안의 일상사였습니다.
 
작년에 외대와 이대 시험에서 모두 떨어지고, 올해 3월부터 국제대학원에서 전자상거래를 공부하면서 언젠가는 다시 통대에 도전해보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욕심이 앞서 3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었지만, 새로운 학교에의 적응기간과 맞물리면서 수업의 반도 제대로 출석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했습니다. 하지만 방학이 지나고 2학기에 들어서면서, 그나마 있지도 않은 영어 실력이 자꾸 퇴보하는 것이 두려워 9월 개강과 함께 작년에 꾸준히 들었던 은 선생님의 기초반을 수강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방법>
 
제 공부방법은 그리 내세울 만한 것이 못됩니다. 하지만, 작년과는 달리 올해 제가 터득한 한 가지는 영어를 즐기면서 공부하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이코노미스트, 타임, 뉴스위크에 영자신문까지 모든 영어 자료를 다 읽으려는 괜한 욕심을 부리며 쏟아지는 표현들에 좌절했었는데, 올해에는 영자신문의 기사 하나를 읽어도 뿌듯했고, 영어표현 하나를 봐도 귀중하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자료를 보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구독하고 있는 영자신문과 우리말 신문은 매일 미루지 않고 보려는 노력을 했고, 거기에 나오는 표현을 일일이 다 정리하지는 못했지만, 눈에 들어오는 표현들이나 좋다고 생각하는 표현들은 머릿속에 넣어두려 노력했습니다.
 
9월부터 오랜만에 다시 학원에 다니면서, 수업시간에 배우는 표현 역시 매우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또한 내가 1년 가까이 되는 기간동안 얼마나 도태되었던가를 볼 수 있어서 자극이 되었습니다. 특히 선생님께서 내주시는 에세이 숙제를 통해서, 시간에 맞춰 작문 연습을 했던 것이 1차 시험에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월부터는 작년에 준비하면서 정리했던 표현정리노트를 다시 한번 훑어 봤습니다. 시간을 따로 내어서 봤다기보다는, 쉬는 시간이나 이동하는 시간에 짬짬이 보면서, "하나라도 제대로 알자."라는 마음가짐으로 노트정리를 했습니다.
 
<시험>
 
*1차 시험:
 
"어느 인디언의 죽음으로 그 인디언 족속의 말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러한 언어 소멸에 대해 애통해 하는 부류도 있지만, 언어의 주요 기능이 의사소통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언어 소멸 현상은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사람들이 미국의 언어와 일본의 기술로 세계가 단일화되는 것에 대해서 불안감을 느낀다. 하지만, 오히려 언어의 공용화가 더욱 바람직하다고 여겨진다."라는 요지의 글을 읽고, 필자의 요지에 대해 쓰고 자신의 의견을 밝히는 것이 1차 문제였습니다. 저는 필자의 요지에 대해 약 두 단락 정도로 요약하고, 그에 대해 반박하는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화려한 표현과 복잡한 문장을 쓰기보다는 쉽고 확실한 표현의 문장을 사용했습니다.
 
*2차 시험:
 
번역학과의 2차 시험은 영한 번역과 한영 번역, 그리고 간단한 면접으로 구성돼있습니다. 오전에 번역 시험을 보는데, 영한과 한영 각각 1문제씩을 번역하게 됩니다. 지문 각각의 양은 약 A4 한 장 정도입니다. 영한 번역의 경우, 영어 문장을 직역하기보다는 최대한 우리말다운 표현을 찾아서 사용했고, 한영 번역의 경우, 어려운 단어나 표현보다는 쉽고 확실한 표현 위주로, 그리고 단순한 문장 위주로 번역했습니다. 영한, 한영 모두 우선 지문 전체를 차분히 읽어보고, 논지를 파악한 뒤, 다시 꼼꼼히 한 문장씩 읽으면서 번역하되, 글 전체의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의역하였습니다. 번역을 마친 뒤에, 원문은 접어두고, 번역한 글만 읽으면서 본문에 구애받지 않고 문맥상 어색한 부분이나 어색한 표현을 고쳐서 전체적인 번역을 다듬었습니다. 오후에 면접을 보는데, 면접은 우리말 면접이며 그저 얼굴도장 정도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받았던 질문은 "왜 번역학과에 지원했나?", "외대 시험은 봤나?", "오전에 시험이 어려웠나?"정도였습니다. 면접관 두 분 중 한 분(통번역대학원 원장님)이 학부 때 교수님이셨던 관계로, "자네 내 수업 안 들었나?"라는 질문도 받았습니다. 제가 교수님을 못 알아보자 "영문과 학생이 영문과 교수를 못 알아보다니.."라는 말까지 하셨죠. 어쨌든 면접은 당락을 좌우하는 큰 변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끝으로 기회를 주신 하나님, 그리고 영어공부의 방향을 잡아주시고 꾸준히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 작년의 스터디 파트너이자 친언니 같은 호숙 언니, 그리고 응원해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3)
 
권도희 (이화여대 영문과)
 
<나의 특수상황에 대하여>
 
저는 결혼 7년차 세살박이 아이를 둔 30대 초반의 아줌마입니다. 많은 우여곡절을 거쳤지만 결국 좋은 날이 온 것에 감사드리고 이 수기가 저와 비슷한 처지에 아직도 꿈을 간직한 아줌마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씁니다. 통역사로서의 꿈은 10여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대학시절부터 꿔왔지만 그 당시엔 그야말로 꿈만 꾸었을뿐 오르지 못할 나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대학졸업후 계속 영어관련 일 (외국인회사, 에디터, 강사)을 거치면서 영어를 쓰는 직업중에서 최고의 직업, 가장 도전적인 일이 통역사라고 생각하게 되었고 결혼 후에는 뭐든 하고보자는 아줌마다운 무모함이 이 공부를 시작하게된 동기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처음엔 그저 이학원 저학원을 기웃거리기만 했을뿐 가정을 지켜야한다는 의무감에 본격적인 공부는 하지 못하다가 아이를 낳고 첫돌을 맞던 작년 드디어 가족들에게 선전포고를 했습니다. 그러나 육아문제로 1년을 더 그저 학원수업만 겨우 들었고 올해부터 친정부모님댁으로 모든걸 옮기고 본격적인 임전태세를 갖추었습니다. 1년동안 가장 많이 떠오른 생각은 파릇파릇한 젊은 아그(?)들이 통역사로서의 꿈을 이루기위해 오로지 공부에 매진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낭비한 20대가 가장 후회스러웠고 그러면서도 그 한을 풀기위해 더욱 열심히 하게 됐던것 같습니다.
 
<나의 공부방법에 대하여>
 
가정이 있는 저로서는 하루 공부시간에 대해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하는 다른 친구들을 도저히 따라갈 수 없었습니다. 상반기에는 저녁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대신 될 수 있으면 아침 일찍 학원가서 공부하고 수업이 끝나면 집으로 왔습니다. 집에서는 전혀 공부를 하지 못하고 가끔씩 정 불안할때는 아이를 재우고 밤에 근처에 있는 독서실에서 읽기를 조금 했습니다. 8월이 지나면서부터는 눈 딱감고 저녁까지 남아서 공부했고 주말엔 시어머니께 아이를 맡기고 공부했습니다.
 
* 듣기: 상반기에는 집중적으로 듣기만 했습니다. 듣기가 엄청 약했었는데 평균수준은 되는 것 같다는 감이 온것은 10월이 다 돼서였습니다. 학원교재를 최우선으로 복습을 철저히 한다는 신념으로 반복해서 듣고 우리말로도 해보고 본문의 어휘를 외우도록 했고, 스터디 파트너와 체크했습니다. 학원교재외에 리스닝스페셜, 월드뉴스, 타임 등을 스터디 파트너들과 돌려봤는데 한달에 이 교재들을 다 볼 수는 없었고 한권 정도만 봤습니다.
 
* 읽기: 읽기는 전공도 전공이고, 쭉 영어관련 일을 하면서 다뤘던 부분이라 나름대로 많이 공부하지않아도 자신있다고 믿었다가 발등 찍힌 부분입니다. 지금에와서 깨달았는데 읽기가 가장 중요한것 같습니다. 리스닝도 빠르고 정확한 독해실력이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저는 상반기에는 읽기를 거의 하지 않았고, 그래도 모의시험을 보면 리딩은 일정 수준 이상 나오는 바람에 더욱 자만하여 9월에 들어서야 이코노미스트를 펼쳐보는 엄청난 실수를 했습니다. 사실 듣기보다 읽는 것을 더 좋아하면서도 듣기가 약하다는 두려움을 극복하고자 일부러 듣기를 더 많이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읽으면서는 대의를 빨리 파악하려고 했고, 두번째 읽으면서 사전찾기를 워낙 좋아하는 바람에 단어정리는 꼼꼼히 했습니다.
 
* 문제풀이: 1차시험을 위한 문제풀이는 3월부터 스터디파트너와 여러가지 문제집으로 공부했습니다. 문제풀이는 혼자서는 안하고 넘어가기 쉬우므로 파트너와 시간을 정해서 규칙적으로 푸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Graduate English, 거로, TOEIC, TEPS, TOEFL 등을 푸었고 TOEFL을 가장 많이 풀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생각하면 문제풀기가 중요하긴 하지만,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해서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그 시간에 많이 읽고, 듣기를 하면서 실력을 쌓고, 후반기에 문제풀이를 시작해도 문제없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말하기: 이 부분은 가장 속이 쓰린 부분입니다. 영한, 한영 스터디를 3월부터 거의 매일 했습니다. 물론 3월보다야 지금이 많이 늘었겠지만 특히 한영은 가장 두려운 대상이었습니다. 스터디를 매일 하면서도 할 때마다 떨렸습니다. 그 중요한 이유는 메모리스팬때문이었습니다. 왕년엔 그렇지 않았는데 아이를 낳고 기억럭이 많이 쇠퇴했음을 내내 느꼈습니다. 그래도 마직막 2차 시험보기 전날까지 스터디 한 것 중 하나씩은 전문을 다 외우기했고 파트너와 체크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도 큰 실수를 한 것이 너무 해외기사만 다루다보니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시사는 소홀히 했다는 것입니다. 자료는 인터넷에서 많이 찾아 썼는데, 코리아헤럴드를 꾸준히 보는 것도 중요함을 시험 치룬 후에 알았습니다.
 
*쓰기: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교재로 내주시는 영작문을 모아 두었다가 외대, 이대 1차시험이 끝나고 봤습니다. 그중 괜찮은 주제를 골라 영작을 해보고 선생님의 것과 비교하면서 좋은 표현을 외우려고 했습니다. 영작은 작접 해봐야지 눈으로 보는것에 그쳐서는 안됩니다. 할 때마다 자신감이 생겼고 덕분에 2차 시험 영작은 무난히 치렀던 것 같습니다.
 
<시험에 대하여>
 
- 1차 -
 
*국어: 듣기, 한자 객관식, 용어 주관식으로 돼있었습니다. 듣기는 북한 핵문제와 한,미,중,일 외교관계에 관한 내용을 듣고 요약하는 것이었는데 긴 내용을 듣고 짧게 요약하는 것도 요령이라는것을 알았습니다. 칸이 넘어 2줄을 더 써야했지만 답지를 바꿔 다시쓰지는 않았습니다. 한자는 시험보기 며칠전 주요한자를 공부해뒀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주관식은 한자로 된 용어정리를 봤던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영어: 듣기시험은 외대보다 문제와 보기사이의 pause를 짧게 줘서 급하게 풀었습니다. 내용은 평이한 일반상황, 직장상황에서부터 시사적인 내용까지 다양했고 길이는 길지 않았습니다. 외대 시험에서 시간이 급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듣기에서 읽기로 넘어갈 때에 불안한 듣기 문제를 다시 살펴보는 바람에 리딩 몇문제는 아예 보지도 못하고 찍은 가슴아픈 경험이 있기에 이 시험에서는 철저하게 시간을 염두에 두었습니다. 불안한 듣기문제는 다시 본다고 해서 답이 선명하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불안하면 불안한대로 바로 읽기 문제로 들어갔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독해였는데 잡지를 그대로 베낀 외대문제보다 본문은 더 어려웠습니다. 내용은 IMF 같은 시사적인 것에서부터 진화론에 이르기까지 다양했고, 어떤 것은 아는 단어가 거의 안보이는 것도 있어 풀면서 또 좌절했지만 시간안에 들어오려고 신경쓰다보니 오히려 시간이 약간 남아 '이거 완전 감으로 풀었다' 는 느낌이 들었고 그 중 가장 불안한 지문을 다시 보면서 답안지를 작성했습니다.
 
- 2차 -
 
*번역, 영작: 이것 역시 이대시험때 연습지에 잔뜩 써놓고 시간배분을 못해 못옮겨 쓴 경험이 있기에 시간에 들어오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번역2, 영작2, 작문1였는데 모두가 평이한 내용이었습니다. 직역이 아닌 의미를 전달하는데 충실하려고 했습니다. 미리미리 해둔 영작, 번역 공부가 많이 도움이 됐으며, 특히 작문은 시험시작 전에 기다리면서 이것저것 보지않고 한 기사만 골라서 외우면서 봤는데, 그 주제에 합당한 문제가 나와 생각할 필요도 없이 써내려갔고 시간이 약간 남아 번역부분을 검토했습니다.
 
*인터뷰
 
모든 수험생이 다 겪는다는 불면증 한번 안 오고 누우면 바로 꿈나라로 직행하던 저도 인터뷰 전날 잠이 안 오는 바람에 뜬눈으로 밤을 새고 갔습니다. 시험 전날부터 왜이리 떨리는지.. 시험장에 막상 들어서면 오히려 편해진다는 말만 믿고 들어갔습니다. 시험은 간단한 인터뷰, 용어설명, 한영, 영한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인터뷰는 정말 편하게 했습니다. 대학원 진학 동기는 미리 생각해뒀던 것이라 거침없이 얘기했고 대학전공과목 중 관심분야는 솔직히 너무 오래돼서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용어설명은 앞에 두개는 모르겠고 SOFA, WTO등은 대답했습니다. 한영은 본문을 눈으로 읽고 하는 것이어서 그렇게 걱정하던 메모리스팬은 필요도 없었지만 막상 글을 보면서 하다보니 정확한 표현을 찾게되고 더 어려웠습니다. 내용은 가장 최근의 이슈였던 여중생 사망사고로 불거진 반미감정, 그로 인한 헐리웃영화안보기 운동, 그예로 007시리즈는 한국을 저개발국가로 그리고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평결'이라는 단어가 도저히 생각나지 않아서 표현을 돌아가야 했고 심지어 스터디때 그렇게 많이 나왔던 '반미감정'도 뜸을 들이고야 나왔습니다. 세 문장 정도 하니까 그만하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영한은 한영에 비하면 정말 쉬웠습니다. 비즈니스회의의 연설문이었는데 한영할때의 처참함을 만회하기 위해서 최대한 빠른 속도로 큰 소리로 했습니다. 두번째 문단 들어가려고 할 때 그만하라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돌이켜보니>
 
돌이켜보면 수험생으로서 가장 못한 것은 앞에서도 얘기했던 읽기공부에 대한 아쉬움, 우리시사에 대한 소홀, 그리고 건강관리입니다. 시간이 없기도 했지만 운동을 꾸준히 했더라면 나이들었음을 느끼게하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감기몸살, 소화불량과의 싸움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가장 잘한 것은 11월을 절대 낭비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11월은 가장 잔인하면서도 이때도 실력이 느는구나를 느끼게 해준 달이었습니다. 앞서서 합격한 친구들이 휴식을 취할 때, 같이 낙방한 친구들이 괴로움에 방황하고 있었을 때에도, 내게 주어진 한해를, 이번에 떨어지면 다시는 가질 수 없는 기회를 후회 없이 누리겠다는 신념으로 끝까지 공부했던 것이 합격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고 스스로 생각해봅니다. 마지막으로 또 한가지의 성공요인은 스터디파트너들입니다. 저는 이 공부에 있어서 스터디파트너가 중요한 것을 알고 신중하게 선택하고 여러 사람과 하되 꾸준히 했습니다. 일찍 합격해놓고도 끝까지 스터디와 공부를 같이 해준 친구, 예리한 크리틱으로 가슴아프게 하면서도 항상 옆에서 같이 밥먹고 공부해준 친구, 좋은 자료 무조건 찾아주던 친구, 쟁쟁한 실력에도 낙방했지만 '최근 가장 기쁜 일이 언니가 합격한 것'이라고 축하해 주던 친구, 모두 나에게는 소중한 재산입니다. 또한 수업시간에 공평하게 발표시키시고 분발하게 하는 크리틱을 아끼지 않으신 선생님, 환갑의 해를 애기 보느라 늙으신 엄마, 주말을 바치신 시어머니, 의견차가 많았지만, 지금은 나보다 통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남편, 엄마얼굴 많이 안보고도 잘자라준 우리 아들 모두 감사합니다.
 
 
 
송유경 (충남대 영어영문학과)
 
-계기 및 시험을 보기까지-
 
대학교에서 영어를 전공하게 된 이후로 통역사는 나의 선망의 대상이자 목표였습니다. 취업을 하고도 영어를 사용하는 것은 기쁨이고 보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선뜻 좋은 직장 포기하고 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한 약 1년여를 돌아볼 때 결코 만만하거나 쉬운 여정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또 매일매일 나아지는 점 혹은 부족한 점을 발견했다는 것에 재미를 느끼며 했습니다. 아마 이런 생각 때문에 외대 1차 합격자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을 수 없었을 때, 포기하지 않고 계속 노력해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통역이라면 어디든 나에게 그 길을 터주는 곳에 가서 더욱 열심히 실력을 쌓자고 다짐했습니다. 저는 이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왜 이 공부를 하고 싶은지를 항상 생각하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마음을 다지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공부를 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힘든 상황에서 남보다 먼저 극복하고 다시 매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시험 유형 및 소감-
 
큰 틀은 외대와 유사하지만 구체적으로 보면 약간의 차이점이 있었습니다. 특히 1차에서 외대의 공통영어 대신에 한자 및 한국어 시험이 있다는 것이고, 2차 구술시험에서 문장구역 형식으로 이루어 진 점과 연설문이 주어진다는 점입니다.
 
<1차>
한자시험은 정말 어려웠습니다. 두 개씩 짝을 지어 놓은 것은 음을 읽어도 뜻을 모르거나 하나를 알아도 다른 쪽 한자를 몰랐기 때문에 대부분 과감히 찍었습니다. 한국어 문제는 아리송해서 시험 보는 내내 스스로‘교포’처럼^^ 느껴졌습니다. 괄호를 넣는 시사용어문제는 '갹출', '출범', '휴면예금'등이 출제됐습니다. 점수가 가장 큰 듣기 문제는 '북한 핵 개발과 한반도 및 세계정세'에 대한 사설이었는데 300자로 요약하려니 정말 중요한 내용만을 뽑아서 추려야 했습니다. 이것은 평소에 한-한 스터디를 꾸준히 한 것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영어시험형식은 외대 전공영어와 같았지만, 난이도는 좀 더 높았던 것 같습니다. 듣기문제간의 간격이 상당히 짧고 속도로 빨라서 듣는 즉시 바로 답을 적어야 했습니다. 독해 문제는 다양한 주제로 출제되었고, 지문이 8개였는데, 그 중 2개는 전문적인 것이었고, 나머지는 그보다는 평이하되 길이가 상당히 길었습니다. 단순히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평가하는 것보다 논리나 추리력을 평가하는 문제가 많았고, 각 문제의 형식도 다양해서 시험이 끝나고 나니 머리에 쥐가 날 지경이었습니다^^. 시험 전에 Graduate English, GRE, TOEFL, TOEIC, TEPS를 다양하게 풀어본 것이 도움이 되었고, 쉬운 것에서부터 어려운 것까지 다양하게 푸는 것이 좋았습니다. 독해 문제 유형은 GRE와 Graduate English의 모의고사 부분과 흡사합니다.
 
<2차>
일괄적으로 토요일은 번역, 일요일은 구술시험으로 진행되었습니다. 번역은 한영 2문항, 영한 2문항, 에세이 1문항에 1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표현에 얽매이기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을 중시했습니다. 특히 한영의 경우 '통역'에 관한 지문이 있었는데, '장기도 훈수는 쉽다'라던가 '통역을 해본 사람이라면 등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경험했을 것이다'등의 말이 쉽게 떠오르지 않았는데 유사하게 돌려 가는 것이 더 유효했습니다. 이것은 스터디 할 때 시사에서부터 Reader's digest나 Chicken Soup등 다양한 주제를 정해진 시간 내에 들어오는 연습을 한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전체적인 내용은 흐트러지지 않게 하면서 세부적인 것은 자연스럽게 돌아가는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번역시험은 시간 내에 들어오면서 논리성 있는 글로 바꾸는 것이 관건입니다.
 
구술은 먼저 영어인터뷰입니다. 외국인 교수가 3개 정도의 질문을 합니다. 임종령 교수님도 추가로 한 두개의 질문을 했으니 도합 5개 정도를 했습니다(왜 이 학교를 선택했나, 문학공부는 좋아했나 등등). 바로 이어 국제 기구의 약어를 한국어나 영어로 답변하는 문제(WTO, OPEC, SOFA, IAEA, OECD)가 있었고, 한영 영한 구술 시험이 있습니다. 한영은 과학관련 재단의 연례총회에 관한 연설문이었고, 영한은 AIDS에 관한 글이었습니다. 표현보다는 흐름을 중시해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교수님들이 모두 너무나 호의적이고 친근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어서 다행히 별로 긴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공부 방법-
 
수업시간에 중점을 두고 스터디를 병행했습니다. 수업시간에는 '통과!'를 외치지 않고 발표는 꼭 하자라는 것을 원칙으로 두고 했습니다. 디테일에 자신 없다고 통과를 하면 나중에 후회만 커지고 다음시간에 부담만 두 배로 늘었기 때문에 기회가 주어졌을 때 나가서 '거짓말'이라도 논리 있고^^ 당당하게 해보는 것도 결국은 배울 것이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정말 신기하게 은천성 선생님 말처럼 실전에서는 덜도 더도 아닌 발표 때처럼 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복습을 할 땐 사실위주의 글은 그대로 외우고 논리 위주의 글은 같은 논리를 내 스타일로 paraphrase해보는 방법이 좋았습니다.
 
올 초만 해도 글 하나를 읽는 것도 버겁고 단어 신경 쓰다 보면 내용을 놓치기 일쑤였지만 꾸준히 하니 나중에는 많이 개선된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Economist, Newsweek, Korea Herald, Reader's Digest를 구독해서 보았습니다. 지겨울 때 번갈아 가면서 보면 각각의 스타일 차이도 느낄 수 있고 같은 내용도 다양한 표현방법을 보고 Speaking 때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Economist는 표현을 위주로 보고, Newsweek는 한국어 번역본을 대조해 놓고 문장구역이나 Writing때 활용했습니다.
 
Speaking은 올해 상반기만 해도 많이 고전했습니다. 말이 맴돌기만 하고 글 하나를 끝마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솔직히 Speaking에 강한 스터디 파트너들의 덕을 많이 봤습니다. 그들이 하는 것을 보고 '쉽게 돌아가는 것', '흐름이 끊기지 않으면서 논리 있게 하는 법', '표현법'등 을 잘 듣고 나중에 스터디 자료를 가지고 다시 해보는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얼굴 맞대고 버벅거리는 것에 자존심 상해서^^ 하루고 이틀이고 앉아서 한영 뒤집기만 혼자 연습하고 외우고 하다 보니 여름 지나 가을이 되면서 속도도 붙고 표현력도 꽤 개선되었습니다.
 
- 끝으로-
 
이 공부를 하면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의지박약, 끈기부족이 문제라고 생각한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 지지 않을 자신감도 얻었고, 당락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는 조금은 삭막한 이 바닥(?)에서 인생의 단편도 보았고, 힘들 때 더 위로 해주고 기쁠 때 같이 기뻐해 주는 좋은 친구도 얻었습니다. 혹시나 한 두 번 입시에 실패를 했다 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그것이 끝이 아니라 더 잘되라는 신호탄일 수도 있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인생이란 '뚜껑 열어봐야 아는 것이고 길고 짧은 것은 대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또 열심히 노력한 사람은 언제든 어디든 빛을 발한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한결 같은 모습으로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같이 공부하며 많이 힘이 되어준 친구들(예리, 홍숙언니, 선영, 선영언니, 지수, 필연, 태은언니), 부모님과 누구보다 물심양면으로 힘이 되어준 남편에게 사랑한단 말을 전합니다.
 
 
 

윤문선
 
*계기
 
중고등 학교 시절 영어를 좋아했던 저는 대학을 다니면서 막연하게나마 통역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으나 실력의 부족함으로 인한 시험 불합격으로 회사에 취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에서 통역을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작년5월부터 회사를 다니며 영어사랑 학원 저녁반을 수강했으며 9월부터는 회사를 그만두고 제대로 공부를 했습니다.
 
*1차 시험-영어와 우리말
 
영어: L/C는 지문을 듣고 답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서 긴장했습니다. R/C는 지문이 어려웠습니다. 특히 마지막 지문은 너무 길어 포기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답안 표기가 OMR카드가 아니라서 끝까지 지문을 읽으며 문제를 풀었습니다. 시험을 보면서 제가 시간을 재며 문제를 푸는 훈련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듣기와 읽기를 평소에 정청과 정독을 한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때로는 제가 너무 다른 사람에 비해 적에 읽는 게 아는가 하는 불안함도 있었지만 저는 정독이 이해력과 속도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말: 사실 한자는 어려워서 거의 찍었습니다. ^^ 하지만 우리말 듣기문제(북핵문제)나 시사 단어 주관식은 늘 신문을 꼼꼼히 읽었기 때문에 별 어려움 없이 풀 수 있었습니다. 특히 평소 한한 요약스터디를 통해 우리말 표현과 메모리 스팬을 늘린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2차 시험-주관식과 인터뷰
 
주관식-영작(2개), 번역(2개), 에세이(1개)로 구성됐습니다. 번역의 경우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으나 영작의 경우 한국적인 내용이라서 직역이 아닌 돌아가야 하는 것들이 있어 좀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평소에 리더스 다이제스트 영영 요약, 스터디 시간에 지난 스터디 자료를 영영 요약으로 복습한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또, 제가 확실히 모르는 표현은 쓰지 않았으며 쉽고 유치한 표현이라도 아는 표현만 사용했습니다. 에세이는 21세기를 맞아 예상되는 변화와 그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입니다. 평소 수업시간에 에세이 숙제를 꼬박꼬박하고 호명 됐을 때 통과하지 않고 발표한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인터뷰-처음에 SOFA, NPT, ASEM등의 단어를 영어나 우리말로 대답하는 것인데 당황해서 몇 개 대답 못했습니다. 한영은 미군 여중생 치사사건으로 촉발된 반미감정과 네티즌들의 미국영화 안 보기 운동에 관한 것이며 영한은 삼성전자 회사소개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둘 다 난이도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그만큼 실수하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특히 실수했다고 생각됐던 부분은 '군의 무죄 평결' 이라는 부분에서 평소에 그렇게 쉽다고 생각되던 found him not guilty란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 received innocent verdict from the court 했습니다. 역시 하나라도 정확하게 외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공부 방법
 
수업은 초반에는 시사청취를 들으면서 나만의 공부시간을 확보했으며 이후 장홍석 선생님 기초반과 은천성 선생님 기초반을 수강했습니다. 수업교재는 꼭 복습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읽기는 Economist, Reader's Digest, Newsweek등을 읽었습니다. 읽기는 위에 쓴 것처럼 뭐든지 정독을 하려고 했기 때문에, 양적으로 많이 읽지는 못했으며 모르는 단어는 단어장을 만들어 외웠습니다. 듣기는 6월까지는 좀 욕심을 내서 NBC Nightly News, ABC Nightline, 60 Minutes등을 들었으며, 기초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는 교재 복습에만 충실했습니다.
 
*맺음말
 
한해를 뒤돌아보며 후회되는 부분도 많고 공부를 하면서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기도 하고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 않자 불안해하기도 했습니다. 특히 외대와 이대 발표가 났을 때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 길이 아닌가 하는 불안함과 나는 역시 안되나 봐 하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공부자체는 저에게 큰 즐거움을 주었습니다. 먼저, 스터디 파트너 란영언니와 짧지만 같이 공부했던 혜림이와 가연언니, 그리고 같이 도시락을 먹으며 서로를 격려했던 수아 언니와 다정에게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가르쳐주신 선생님들과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조재범 (한국외대 서반아어과/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한서과졸)
 
-계기
 
결혼 2년차, 사회 생활 3년차를 접어들던 지난해 11월. 한영과를 목표로 통대 입시반을 등록한지 꼭 1년이 지났습니다. 아내의 양해를 얻어 3년 동안 다섯 번이나 옮기며 계속했던 직장 생활을 올 4월에 그만 두고 본격적인 입시 준비에 들어갔습니다. 11월 초, 목표로 했던 한국외대 한영과 입시에서 탈락의 고배를 마시면서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탈락 직후 사실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가면서, 마음을 가다듬고, 약점, 보완점을 생각하면서, 오히려 담담해 졌습니다. 결국 결과는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일이었기에... 11월 30일 서울외대 통역대학원 입시를 닷새 앞두고, 병상에 누워 계시던 아버지께서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喪中에 시험을 볼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故人에 대한 마지막 禮를 지키자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했고, 운이 좋은 덕에 성적 우수자로 입학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 서울외대 통대 시험 후기
 
* 1차 시험 : 한국어와 전공 외국어 시험으로 구성됩니다.
 
한국어는 북한 핵개발과 한반도 주변 정세에 관한 사설을 듣고 300자 내외로 요약하라는 논술형 문제(22점) 및 한자(동음이의어, 동의이음어 구별, 객관식), 어법, 괄호 넣기(시사 상식, 주관식) 14문제 (28점)등 총 15 문항으로 구성됐습니다. 듣기 문제는 자수(300자)에 맞춰 요약하는 데 중점을 뒀고, 나머지 문제도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전공 외국어 시험은 듣기 25문항, 독해 25문항 등 총 50문항(100점)으로 구성됐습니다. 한국외대 1차 시험에 비해 지문 분야의 폭이 넓었습니다. 듣기는 상대적으로 쉽게 느껴졌지만, 독해의 경우 시사문제 외에도 의학, 과학, 심리학 등 상대적으로 덜 익숙한 분야의 문제들로 인해 시간이 약간 빠듯했습니다.
 
* 2차 시험 : 전공 필기/구술시험으로 이뤄집니다.
 
필기 :
영-한 번역 2문항(원인류 유골관련, 중국의 WTO 가입 이후 득실 관련)은 수업 및 스터디에서 다룬 내용이라 편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한-영 번역 2문항은 분량은 많지 않았지만, 한국어 관용어구의 영어번역 능력 및 시사 상식(영어 약자 풀어쓰기 등)을 점검하는 문제가 나와 정확성에 중점을 뒀습니다.
 
에세이는 21세기 예측 가능한 문화의 변화에 관해 기술하라는 문제에 대해 장례문화의 변천을 주제로 한 페이지 분량을 썼습니다.
 
구술 :
구술 시험은 순차 통역 문제가 나올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문장구역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제 경우 한-영은 벨기에 왕세자 방한 환영사(연설문), 영-한은 고객 충성도 확보를 위한 마케팅 전략 세미나(연설문) 관련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끌어주셔서 편안하게 인터뷰까지 마칠 수 있었습니다.
 
- 공부 방법
 
* L/C 및 Speaking
듣기는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했지만,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다가 대의를 놓치거나, 지나치게 대의 중심적으로 가다가 중요한 detail을 놓치는 경우가 잦았고, 자신의 논리에 빠져 옆길로 새어나가는 "멋대로 통역"으로 애를 먹었습니다. 나중에는 편하게 듣고 이해한 부분만 확실한 논리로 가자는 "나대로 방식"으로 나갔습니다. 듣기 자료는 수업 교재와 함께 ABC World News, BBC News On Line을 주로 활용했고, 예전에 근무했던 Radio Korea International 뉴스도 틈틈이 들었습니다. 말하기는 굳어진 표현 사용을 위해 한 명사에 붙는 동사를 바꿔가면서 수십 번 반복하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 R/C 및 어휘
직장을 그만 두고 시간이 많아 욕심이 많아지면서 이것저것 손을 대는 바람에 오히려 능률은 떨어지지 않았나 반성을 해 봅니다. 어휘가 약한 탓에 Word Smart, 거로 Vocabulary Workshop, Idiom Workshop 등 여러 책에 손을 댔지만, 결국 한 권도 끝까지 독파하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충분할 경우 어휘책을 독파하는 것이 심리적인 안정은 되겠지만, 문맥에서 파악했던 어휘가 진짜 어휘력으로 남지 않나 생각합니다. 특히, 약점으로 생각하면 점점 더 위축되는 경향이 있으므로, 약점이 아니라 채워나가야 할 과제 정도로,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독해용 책으로는 Graduate English, Grammar in Use, 영자 시사지는 Economist와 New York Times 사설을 주로 봤고, 우리말 대비를 위해 시사저널을 틈틈이 읽었습니다.
 
실력 향상을 위해서는 노력, 확고한 목표의식은 물론, 때론 오기도 필요할 것입니다. 체력전에서 밀리지 않으려면 일정 수준의 건강 관리도 공부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인드 컨트롤이 아닐까 합니다. 공부는 하면 할수록 할 분량이 많아지기 때문에 마음의 여유를 갖고 즐기는 공부가 절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맺음말
 
통역 경험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올 한해 입시 준비를 하면서 많은걸 느끼고 배웠습니다. 공부도, 사람살이도, 아직 갈 길이 멀고도 멀게만 느껴집니다. 여러 사람들과 부대끼면서 좋은 일도 많았고 그렇지 않을 일도 있었습니다만, 좋은 사람들과의 만남은 앞으로 큰 자산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특히 함께 공부하면서 제 강점, 약점을 정확하게 짚어준 이익훈 어학원 스터디 파트너들(이승진씨, 이신일씨, 안연모씨) 덕에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었던 것은 而立 나이에 찾아온 큰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때로는 스터디 파트너로, 때로는 인생 동료로, 기쁨과 고통을 함께 나눠주고, 힘들 때 힘이 되어준 진실한 친구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은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은천성 훈장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자상함과 엄정함으로 무장하고 수강생들의 실력 향상을 위해 불철주야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시면서, 영어에 대한 새로운 안목을 주셨습니다. 끝으로 하늘에서 미소로 저를 지켜보실 아버지, 저를 믿어준 가족들, 불안한 미래에 한없는 믿음으로 지켜준 아내, 그리고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3)
 
전일식 (외대 영어과) *수석 합격
 
합격수기를 씀에 앞서 외대, 이대, 서울외대등 너무 많은 수기들을 보셨을테니 간략하게 쓰겠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합격수기가 통대준비생들에게는 정말 중요하다고 하셔서 넘사스럽지만 쓰는겁니다. 무턱대고 통대준비에 뛰어들지 마시고, 합격자 수기, 또 불합격자들의 얘기를 들어가면서 결정하세요. (합격자들의 이야기만 들으면 분홍색 미래만 보이니까요.) 저는 외대 영어과 졸업하고, 외대통대 재수하고, 이번에도 1차에서 고배를 마셨습니다. 은 선생님의 서울외대교수진에 대한 평을 듣고, 또 학교를 직접 찾아가본 후, 서울외대는 응시하지않기로 하고, 대신 선문대통대 시험을 봤습니다. 물론 작년 스터디파트너의 권유도 있고해서요. 얼마전 통대 입시 설명회에 참석했습니다. 많은 질문이 오고 가더군요. 저는 통대수기를 기존의 수기가 아닌 제 자신이 통대준비생으로서 알고 싶어 답답했던 질문들을 지면을 통해 적어보겠습니다.기존 수기를 보면 시험은 이렇게 나오고, 또 난 이렇게 공부해서 붙었다... 라는 식이였죠. 많은 도움이 되기길 바랍니다.
 
FAQ:
 
문1: 통대와 토익, 토플 점수와의 관계는?
 
아무런 상관도 없음 (토익점수가 400-500 나오는 건 문제가 있죠. 그러나, 토익, 토플을 만점받는다고 통대시험에 합격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상당한 기본실력은 있어야 할 듯(회화 유창하게 하고, 토플 거의 다 맞고, 기억력 좋고, 무대 공포증이 없으면 좋을 듯.) 단, '나 영어좀 하는데'라는 생각으로 준비하시면 큰 고생하십니다. 통대준비반을 한번 청강해보시면 아시게 됩니다. 시험 보고 나면, 잘 하는 학생이 떨어지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학생이 붙는 것을 보실수 있을겁니다. 그때 후회하면 늦답니다.
 
문2: 통대준비와 어학연수
 
갈 수있으면 갔다 오시고, 만약 가더라도 충분한 계획과 준비를 짜서 가시길. (어학연수전에 학원 수업을 몇달 들어보신 후 통대준비에 맞게 어학연수를 떠나는게 좋을 듯) 그냥 영어를 좀 하는 것과 통대를 준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문3: 전자사전 추천해주세요
 
저도 구매시 느꼈던 것이지만 모델 결정하기 힘들죠. 저도 인터넷에서 여러분의 자문을 구한 후 구매했죠. 저는 샤프 rd-2000을 썼는데, 몇 달 쓰고나니, 자판이 잘 안눌러집니다. 저만의 문제는 아닌듯... 주위분들의 자문을 구해보시죠.
 
문4: 통대와 나이
 
통대준비하면서 잃은 것과 얻은 것을 따져보시고,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시면 나이와 상관 없이 도전하시죠 .단 통역사 자질과 충분한 영어실력과 천운이 따라 준다면. (1-2년 고생이 한순간 시험으로 결정나기때문에, 그날 몸상태와 시험운이 정말 결정적이기 때문입니다.)
 
문5: 학원선택
 
한 곳만 다니지 마시고 여러 곳을 다 다녀보시길.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지 잘 따져보세요. 각 강사들마다 장단점과 특성이 있으니 여러모도 들어보시고 필요한 것을 섭취하시길.
 
문6: 통대 후 진로
 
많은 학생들이 환상을 가지고 공부하더군요. 실제로 활동하시는 분들과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멋지니까''돈 많이 번다니까''프리랜서니까'...등등 환상으로 준비하신다면 포기하시는 것이 나을 듯..
 
문7: 준비 교재
 
작년에 통대 준비할때 그 누구도 1차는 준비시켜주지 않았습니다. 입시학원이라면 당연히 1차를 준비시켜야 할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1차를 떨어지면 2차를 볼 기회도 없는 것이 실정이였지만... 그래서 제 나름대로 1차준비책 권해드립니다. 어휘력 증진을 위해 Word Smart, Vocabulary 22000 정도는 해야할 듯. Graduate English 추천합니다. 거로 독해집은 Graduate English와 중복도 많고 해석도 부실합니다. 올해도 역시 Economist에서 문제가 그대로 많이 나왔더군요. 아르바이트로 통대교수님들 돈버는 것은 알지만 이런 식으로 성의없이 문제를 낸다면 문제죠. 추천: 스터디 파트너는 Newsweek를 구독하시고, 본인은 Economist를 구독하시죠. 더 좋은 건 4명 스터디 그룹에서 2명씩 분담해서 정기구독하는 겁니다. 어차피 Economist분량이 많아서 1주일에 1권 보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1년구독 후 반반 부담하면서 한권씩 나눠 갖는거죠.
 
다른 좋은 내용들은 통대 합격생들 수기를 보시면 잘 나와있을 겁니다. 하루에 4시간만 자면서 공부한 분도 계시고, Economist를 6시간씩 읽으신 분들도 계시답니다.
 
*선문대시험
 
1차
 
한국어듣기, 영어듣기입니다. 영어시험은 듣기만 50문제. 주제 정하는 것과 내용과 맞는 문제 고르기. 한국어 듣기는 한국판 토익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2차
 
한영번역, 영한번역과 영어인터뷰입니다. 한영번역은 정말 어렵습니다. 한영번역과 한자시험을 합쳐놓았기 때문입니다. 거의 한자로 된 연설문을 영작하는 것이였습니다. 영한번역은 미 민주당 펠로시 의원이 하원 원내총무를 맡게된 기사였습니다.
 
인터뷰는 이라크에 관한 연설문이었습니다. 처음에 한 두 문장 읽어주신 후 가만히 계시길래 잠시 쉬나보다 했더니 그게 첫 번째 통역이었습니다. 즉, 장문 순차 통역이 아니고 단문 순차 통역이었습니다. 선문대 교수님들이 너무 인상도 좋고, 좋은 분들이시더군요. 외대가서 찬밥대접받느니, 선문대에서 자신의 뜻을 펼칠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꼭 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습니다. 외대 통대 1차를 떨어지면, 2차는 당연히 기회가 없습니다. 많은 학원이 1차는 전혀 준비를 시켜주고 있지 않습니다. 어쩔 수없이 자신이 공부해야 합니다. 수업시간에 통번역공부 열심히 한다고 저절로 1차가 준비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도 작년에 1차 떨어지고 후회하고, 1차를 열심히 공부했으나 올해도 고배를 마셨습니다. 제발 1차 공부 하십시오.
 
 
 
 
 
Monterey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3)
 
 
 
정성기 (gallantjung@hotmail.com)
 
먼저 몬트레이 합격의 기쁨과 영광을 저를 인도해주시고 이끌어주신 하나님께 돌리고 싶습니다. 제 합격수기가 앞으로 몬트레이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다른 분들의 합격수기와 다소 중복되는 부분도 있겠지만, 제 나름대로 공부하면서 느꼈던 점들, 새로이 얻어낸 정보나 효과적인 공부방법 등을 적어 보겠습니다.
 
*우선, 몬트레이에 관한 몇가지 'myth'를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1) 몬트레이를 위한 특별한 공부방법/준비방법이 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몬트레이를 위한 공부'는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외대/이대/몬트레이에 관계없이 통대공부에 임하는 자세는 어떠한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진정으로 영어를 즐기고 사랑하는 마음가짐으로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몬트레이 시험을 다소 '쉽게'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기본적인 실력이 쌓여있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한다면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listening을 비롯한 reading, speaking, writing 등의 영어실력 배양은 물론이고 시사적인 배경지식을 쌓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면 몬트레이뿐 아니라 어떠한 시험이든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2) 몬트레이에 가면 국내 대학원에 비해 영어(fluency)가 자연스럽게 늘 것이다??
 
--저도 처음엔 그런 잇점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물론 아직 입학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정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제가 지난 1월 있었던 몬트레이 입시설명회에서 교수님께 직접 들은 바로는.. "실제로 다른 외국인들과 교류할 시간이 많지 않다. 국내 대학원과 마찬가지로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학과공부를 감당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벅찬과정이다.. 물론 환경적으로 fluency강화의 잇점은 분명히 있을 것이다. 하지만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닐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자기 스스로의 노력여하에 달려있다...'
 
*본격적인 통대공부는 군 제대후 시작했습니다. 약 1년간 학원을 다니며 통대입시 준비를 해왔습니다. 몬트레이 준비는 외대 시험이 끝나고 12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장학금 시한에 맞추기 위해서 준비 시작부터 2월전에 서류완료를 목표로 했습니다. 다소 촉박하긴 했지만 2개월동안 집중해서 꼼꼼히 준비한 결과 1월 29일에 서류를 모두 보낼 수 있었습니다. (약 2주후에 application received mail (서류확인메일)이 오고 한달 뒤에 합격통지를 받았습니다.) 이전부터 몬트레이 지원에 관한 구상은 하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무엇인가를 준비한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꾸준히 학원다니면서 영어실력을 쌓는데 주력해왔습니다. 저는 외대시험이 '다른 사람들과의 치열한 경쟁'이라면 몬트레이는 '자기자신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철저한 self-assessment형식의 시험이기에 다른 누구에게 보여주고, 보여지는 시험이 아닙니다.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하고 스스로 검증, 검토해 나가야 하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많은 시간과 인내심을 요구합니다. 몬트레이 시험에서 중요한 것은 '정직'입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 이상을 발휘하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스스로 무너지게 됩니다. 자신이 갖고 있는 장점은 장점대로 극대화 시키고, 단점은 보완하는데 촛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일반적인 통대준비(영어공부)에 관한 사항은 영어사랑 FAQ게시판이나 합격수기에 많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저는 몬트레이 입학서류 중 가장 중요하고 큰 비중을 차지하는 EDT(Early Diagnostic Test)와 SOP(Statement of Purpose)를 중심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EDT는 크게 1)written part 와 2)oral part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 우선, EDT에서는 writing능력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합니다. 하지만 (은천성 선생님께서도 늘 강조하듯이) writing은 전반적인 영어능력이 뒷받침 될 때 비로소 가능합니다. 결국 영어공부/능력은 개별적인 것이 아니라 종합적인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writing은 개개인의 영어능력을 보여줄 수 있는 결정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writing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naturalness'입니다. 실제 그들이 사용하는 표현을 써야합니다. 이를 위해선 "꾸준한 리스닝과" "다독(extensive reading)"이 필수적입니다. 그들이 쓰는 말과 글을 자연스럽게 글로 옮길 때 가장 좋은 글이 나올 수 있습니다. 간혹 writing을 배우고 싶다고, 무턱대고 일반학원의 작문반(또는 박영훈 선생님의 에세이반..^^)에 찾아가시는 분들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많이 듣고, 읽으십시오.
 
-->영어공부 공식 ^^/listening(background knowledge)+reading(voca+grammer)+speaking+......=writing/
 
저는 수업시간이나 평상시 익힌 어휘와 표현들을 외우고 반드시 단어장에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리고 writing을 할때 그 표현들을 적절히 사용해 봤습니다. 명심해야 할 것은 아무리 멋진 표현이라도 그 글과 상황/맥락에 어울리지 않는다면 어색한 글이 된다는 것입니다. 쉽더라도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해야 합니다. writing에서의 또 한가지 key point는 아이디어의 논리적 전개입니다. 서론과 본론 결론을 명확하게 구분짓고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전개해 나가야 합니다. 특히 본론에서는 'first,...../second,...'식으로 자신의 입장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는 영어의 문제라기 보다는 논리의 문제입니다. 국내신문의 사설/칼럼(영문판 이용) 란을 꼼꼼히 읽고 한 가지 이슈에 대한 자신의 견해와 입장을 정리해 보고 글로 표현하는 연습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i)영문 essay -- 세계공용어로서의 영어에 대한 견해
 
ii)국문 essay -- 1998년 외환위기 시절 북한의 대포동 1호 미사일 발사의 정황 속에서 '국가안보 vs 경제'에 대한 견해..--> 문제의 시점은 과거였지만, 최근의 북핵위기 등의 정세와 연관시켜 국가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iii)번역(한<->영)
 
iv)영문요약 -- 약 한페이지의 분량의 영문에세이를 우리말 200자로 요약하는 내용입니다.
 
2) oral part는 개인적으로 발음과 유창함이 쓰기능력에 비해서 부족한 저에게 가장 힘든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하는 데에 주력했습니다. 부족한 유창함보다는 '정확성'과 '논리성'을 부각시키는데 더욱 주력했습니다.
 
 
 
i)Pronunciation Skills-- 한 단락의 글을 자연스럽고 유창하게 읽어야 합니다. **평소 친분이 있었던 외국인 교수를 찾아가 녹음을 해 왔습니다. 그리고 그 녹음 내용을 들으면서 발음과 억양 엑센트를 표시하며 반복해서(매일매일 어디서나 ^^) 읽었습니다. 하지만 native와 똑같이 발음할 수 없는 부분은 무리해서 '굴려 읽기' 보다는 '정확'하게 발음하려고 노력했습니다...
 
ii)abstract thinking skills -- 시사적인 주제/관심있는 사안에 관해서 자신의 생각.견해를 5분내에 '즉석발표'하는 것입니다. 여중생 사망사고와 촛불시위로 인해 대두된 주한미군 철수에 관한 견해를 설득력있게 설명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특히 카투사로서 군 생활동안 직접 불평등을 체험해 본 사람임을 부각시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한미군이 주둔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들'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절대로 written text를 읽어서는 안됩니다. 말하고자하는 key words를 메모한 상태에서 반복반복 연습하면 됩니다. 실제로 앞에 있는 누군가에게 설명한다고 생각하면서, 너무 딱딱한 말투보다는 조금씩 구어체를 섞어가며 자연스럽게 말하려 노력했습니다. pbs 뉴스의 토론섹션을 공부하다 보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필요한 유용한 표현들을 아주 많~이 얻을 수 있습니다.
 
iii)self-assement
 
a.통/번역사가 되고 싶은 이유
b.영어공부/습득 과정
c. 통번역 언어와 일반언어의 차이점/통번역사가 되기 위해서 자신이 보완해야 할 부분..
 
*이외 필요한 서류
 
--SOP(Statement of Purpose)-->>실제로 writing능력이 가장 요구되는 부분입니다. EDT와 같이 정해진 질문에 대한 답변 형식이 아니기 때문에 초안을 잡는 것부터 큰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습니다. 저는 일단 제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를 구상한 다음, 생각나는데로 글을 쓰기 시작해서 약 2쪽 분량의 초안을 만들었습니다. 이후에 약 한달간 매일매일 아이디어를 수정, 문법 교정하면서 필요없는 부분을 줄여나갔습니다.(맞춤법/문법 주의!!) 자신이 왜 이 학교에서 공부하고 싶은지, 왜 통.번역사가 되고 싶은지를 600단어정도의 분량으로 써야 합니다. 글자수에 너무 예민해 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600단어정도면 자신의 생각을 전달하기에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글자수와 상관없이 얼마나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정확하게 표현/정리 했느냐 입니다. 자신이 특별한 경력.이력이 없다고 해서 작위적으로 글을 써서는 안됩니다. 자신의 경험중 통대공부를 선택하게 된 계기나 이유를 솔직 담백하게 쓰면 됩니다. 저는 학부(영어전공)시절 수업시간에 있었던 에피소드.특별한 영어공부방법과 카투사 복무시절 소대장의 수행통역업무를 하면서 경험한 일들을 떠올리며 앞으로 통역사로서의 포부를 밝혔습니다.
--졸업증명서/성적증명서(3.3/4.5 이상)
--토플점수(250이상)-->>통대공부를 꾸준히 하셨다면 큰 어려움 없을 겁니다.
--추천서 2장--->가능하면 자신을 잘 아는 분한테..
--재정증명서 -->통장잔고증명서
--영문이력서(cover letter 필요없음)
--application fee --> 외환은행에서 money order(50$)를 끊으셔서 서류를 보낼때 함께 동봉하면 됩니다.
 
몬트레이 준비를 위해서는 이처럼 많은 서류를 준비해야 하고 세세히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몬트레이를 준비하신다면, 그러한 기타 서류 준비와 정보수집은 잠시 미뤄 두십시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보다 차근차근 영어실력을 쌓아가는 것이 급선무 입니다. 영어실력은 나중에 한번에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거든요..^^ 나름대로 열심히 적었는데도 부족한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장학금 관련 정보를 포함한 기타 많은 정보들은 학교홈페이지/ 윤지님 사이트(www.netian.com/~yoonji)/합격수기/학원공개강의에서 얻으실 수 있습니다. 열심히 준비하셔서 모두 좋은 결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끝으로, 언제나 소중한 가르침을 주시는 은천성 선생님과 그동안 아낌없는 조언을 해 주신 박영훈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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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4)
 
 
 
♣ 한영 ♣
 

김성경 (전남대학교 영문과)
 
합격자 발표가 난지 한참 지났지만, 아직도 제 이름을 확인한 그 순간이 어제 일처럼 생생합니다. 특별히 내세울 공부 방법도 없고, 합격은 했지만, 앞으로 준비 기간보다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제 실력을 알기에 수기를 써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공부를 처음 시작할때 다른 분들의 수기를 통해 많은 도움을 얻었던 때를 생각하며 제 이야기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글을 씁니다. 전공은 영문이지만 시사영어에는 관심이 전무했고, 오히려 난해한 영시나 고대 소설에 더 많은 관심이 있었습니다. 3학년을 마치고 영국으로 연수를 떠났습니다. 캠브리지 대학교에서 실시하는 영어 인증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세이 쓰기를 포함한 종합적인 영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은 이때 제게 통대입학이라는 뚜렷한 목적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많은 분들이 어학연수의 필요성에 대해 궁금해 하시는데, 입시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를 정확히 알고, 분명한 목표와 구체적인 공부방법을 알고 떠나는 연수는 국내파에게는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준비 시간과 학원 수업>
 
귀국후에야 통역대학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2002년 7월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처음에는 이익훈 어학원의 김수연 선생님 왕기초반을 4개월 수강했고, 이때 듣기와 독해의 기본을 다졌습니다. 운이 좋게도 이대 1차시험은 통과했지만, 실력이 한참 모자랐기에 당연히 2차시험의 벽은 넘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은천성 선생님의 기초반을 계속 수강했고, 부족한 부분을 단과 전담반을 통해 보충했습니다. (박은숙 선생님의 독해반 2개월, 양승진 선생님 수업 1개월, 이진호 선생님의 영어 숙달반 2개월) 모든 수업이 제게 피가 되고 살이 되었지만, 그중에서도 영어 공부, 특히 리스닝에 대한 제 목표치를 몇단계 높여주신 은 선생님 수업과 이진호 선생님의 입시 대비 체제로 운영된 영어 숙달반 수업이 주효했습니다. 특히, 이진호 선생님 수업에서는 그때 그때 이슈가 되는 자료를 주제별로 나눠주셨고, 표현정리까지 외워서 다음 시간까지 철저히 복습하게 하셨습니다. 또한, 발표할 때 태도나 손버릇까지 꼼꼼하게 지적해 주셔서, 입시를 앞두고 제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었고 종합적인 마무리가 가능했습니다.
 
<건강, 자기 최면의 중요성>
 
통대입시라는 과정은 길고도 험한 자기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따라서 영어 공부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흔들리지 않고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공부하는 것입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했을 때에는 다른 사람들과 내 실력을 비교해서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사실에 한숨만 나왔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서는 내 생각만큼 실력이 쑥쑥 늘지 않아서 조바심이 나고 속상할 때도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유달리 잔병치레가 잦았기 때문에 한번씩 아플 때 마다 내 의지대로 따라주지 않는 내 몸이 너무나 원망스러웠고 마음의 조급함만 커져갔습니다. 빨리 일어나서 공부해야 한다는 생각만 하면 바싹바싹 속만 타들어 갔고 때로는 몸의 병보다 마음의 병이 더 컸습니다. 집안 식구들은 '네가 대체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이 고생을 하느냐. 통대가 애 하나 잡겠다.'며 공부를 그만둘 것을 강권하기도 했습니다. 여름을 넘기면서 제 마음속에는 체념이 점점 자리잡았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욕심을 조금씩 비우니 몸도 마음도 더 편했고, 공부가 즐거워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통대에 붙겠다는 집념으로 괴롭게 공부하느니, 이왕 하는 공부를 즐겁고 실용적으로, 내 진짜 영어실력을 쌓을 수 있게 하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쌓이려 할 때면 '고시처럼 떨어지면 말짱 도루묵인 공부도 아닌데 떨어지면 어때? 일단 공부해두면 나중에 과외선생이라도 하면 되지' 라고 되뇌였고, 어떤 때는 반대로 '나는 된다' 라는 구절을 거울 옆에 써 붙여 두고 자기 최면을 걸기도 했습니다. 과거에 저는 안될 것 같은 일은 지레 겁 먹고 도전조차 하지 않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내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하나를 얻은 것' 이라고 스스로 위안했습니다. 이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으니 공부도 더 즐겁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독해>
 
기본적으로는 작년 김수연 선생님의 왕기초 수업에서 해두었던 독해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름에는 박은숙 선생님의 독해 강의를 2개월 수강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독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여름까지는 통대 입시생 모두가 필수라고 생각하는 이코노미스트를 읽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때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어디 한번 해보자' 하는 식으로 이코노미스트를 읽으며 괴로워 했습니다. 왜냐하면 이 단어와 이런 표현들이 과연 내 입에서 나올까, 에세이를 쓸 때 써먹을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가을부터는 과감히 이코노미스트를 버리다시피 하고 뉴스위크나 New York Times, International Herald Tribune등에서 상대적으로 쉽고 관심 가는 글들을 뽑아 읽었습니다. 읽을 가치가 있는 기사를 찾는 일은 시간도 많이 들고 굉장히 피곤한 작업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해서 읽고 싶은 글을 찾으면 그 기사 하나는 최소한 3번에서 5번까지 반복해서 읽으면서 입에 붙도록 노력했습니다. 여러분들 중에서도 꼭 '이코노미스트여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힘만 들고 버겁게 독해를 하시는 분들께는 차라리 낮은 난이도의 관심 가는 글을 꼼꼼히 읽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리스닝>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 자료를 복습 하는 것이 제 리스닝 공부의 일순위 였습니다. 워낙 내용도 어려웠고 들리지 않는 부분도 많았기 때문에 복습만 해도 하루로는 부족할 지경이었습니다. 해서 가을쯤 해서는 정말 발음이 알아듣기 힘들거나 그다지 중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부분은 표현만 정리하고 넘어갔습니다. 또박또박 말하는 영어발음도 완벽히 들리지 않았기에 정확히 말하는 영어 리스닝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는 리스닝 스페셜을 스터디를 통해서 7월부터 매일 꾸준히 했습니다. 처음 3개월은 영영 교재로, 10월부터는 영한 교재로 사용했으며, 하루에 기사 하나씩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암기하면서 복습을 했습니다. 리스닝 스페셜의 내용은 깊이 있는 기사는 아니지만, 다양한 분야에 해당하는 단어와 표현들을 두루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Daily English라는 사이트에서 매일 제공되는 PBS와 AP 단문뉴스를 틈나는 대로 들으며 혼자서 영한연습을 해봤습니다. 아쉽게도 녹음을 하고 복습까지 해서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지는 못했지만 TV를 통해서 영어 방송을 들을 수 없었던 사정에 있던 저로서는 최근에 어떤 이슈들이 있는지 아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또한 딱딱한 영어가 싫증 날 때에는 같은 사이트에서 제공되는 Dear Diary, Dear Annie처럼 쉽고 재미있는 자료를 가지고 혼자서 영영으로 말해보고 확인하는 공부를 했습니다. 공부가 너무 안되거나 하기 싫을 때에는 시트콤 프렌즈를 종일 보면서 죄책감 들지 않게 스트레스를 해소했습니다.
 
<단어+표현>
 
작년에 사둔 Vocabulary 22000을 봄에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외웠습니다. 매시간 쪽지시험을 통해서 외웠는데 외워두고 써먹지를 않으니 잊어버리기를 반복, 이후에는 단어를 따로 외우지는 않았습니다. 표현외우기는 어휘집을 무작정 외우는 것보다 훨씬 즐겁고 효과가 눈에 보이는 공부입니다. 특히 9월부터 이진호 선생님 수업자료를 꾸준히 복습했던 것과 News English Powerdic 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만 뽑아서 파트너와 외웠던 것(10월)이 시험을 앞두고 주효했던 방법이었습니다.
 
<에세이>
 
9월에 이대 특차 준비 일요스터디 팀 멤버들과 주중에 매주 3번씩 에세이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때 상당히 많은 주제를 다뤘습니다. 은 선생님 에세이 숙제도 꼭 쓰려 노력했고, 쓴 글을 다른 파트너와 비교하며 크리틱도 해보았습니다. 또한 이진호 선생님 수업시간에 토픽 별로 읽기 자료가 나가는데, 이 자료를 바탕으로 에세이를 써봤습니다. 즉, 그날 다룬 내용이 주 5일제였다면 표현정리를 하고 어느 정도 숙지한 후 '주 5일제로 인하여 예상되는 문제점과 그 해결 방안에 대해 써라' 라는 식으로 혼자 문제를 내고 시간을 재면서 에세이를 써봤습니다. 그리고는 이진호 선생님께 부탁 드려 첨삭까지 받았습니다. 생각해보면 제가 가장 열심히 공부한 것이 에세이 쓰기입니다. 하루에 배경지식 익히고 실제 에세이 쓰는 데에만 거의 5시간을 투자할 정도였으니까요. 비록 이대 특차에서 1차부터 떨어져 가시적인 성과는 없었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니 다양한 주제와 그에 해당되는 자료를 접할 수 있었고, 사안별로 내 관점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풀이>
 
3월에는 문제풀이 스터디에 합류하여 토요일마다 문제풀이 연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만 푼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님을 느꼈고, 또한 외대 1차 통과는 저에게 영원히 불가능한 목표라는 체념이 들어서 한달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에 이대 정시의 에세이 1차를 통과한 것만 믿고, 올해에도 이대를 목표로 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실질적인 외대1차 준비는 시험 전주에 스터디 파트너 언니가 풀어보라고 건내 준 텝스 모의 고사를 3권 풀어본 것이 전부였습니다. 저는 중고등 학교 때에도 문제집을 많이 풀고 시험을 보는 스타일은 아니었고, 시험장에서는 오히려 정신을 제대로 집중하고 그다지 떨지 않는 타입이었습니다. 내년 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도 자신의 스타일을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실력은 출중한데 현장에서는 지나치게 긴장하거나 문제 형식에 익숙하지 않아 불운하게 시험을 망쳐버리는 분들도 계십니다. 이런 분들은 최대한 실전 분위기를 만들어 예행연습을 하는것이 중요하겠지요. 하지만 제 경우에는 문제를 많이 푸는 것보다도 기사 하나를 읽더라도 꼼꼼하게 읽는 버릇을 들였던 것이 운이 좋게도 1차 통과라는 결과를 낳은 것 같습니다.
 
<스터디>
 
4월에는 Voca 22000 암기스터디와 한한 요약스터디를 했습니다. 그리고 5월부터 10월 중순까지 은 선생님 말씀대로 매일 아침 한한과 영영 요약스터디만 했습니다. 한한은 처음할때에는 내가 과연 한국인이 맞나 싶을 정도로 어리버리했지만 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느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공부 방법 입니다. 4월에 처음 한한 요약을 시작했을때에는 한 단락도 제대로 하지 못했는데 10월에는 한 페이지가 넘는 글로 메모리 스팬이 확장되었습니다. 영영은 한쪽으로만 치우치는 것을 방지하지 위하여 리스닝 스페셜과 Dear Annie, Dear Abby를 번갈아 가면서 했습니다. 9월에는 특차대비 일요스터디를 시작했고, 한명이 나가서 하면 세명이 심사위원이 되는 식으로 실전과 같은 상황에서 연습했습니다. 영한, 한영 뒤집기를 시작한 것은 10월부터였습니다. 4월부터 9월까지 영영, 한한만 연습한 셈인데, 사실 이때는 빨리 영한과 한영 뒤집기 연습을 해야 하는것은 아닌가 상당히 조바심도 나고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실력도 안되면서 섣불리 뒤집기를 시도하지 마라'고 누누히 강조하셨기에 불안감을 접어두고 선생님 말씀을 따랐습니다.
 
<외대 1차 시험>
 
올해 공통영어는 너무 쉬웠고 전공영어는 도저히 시간 내에 풀 수 없을 정도로 길어서 기존 기출 문제 형식과는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뒤로 외대에 대한 기대는 거의 져버렸고 이대 시험을 목표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이대 1차를 준비하면서 이코노미스트보다는 상대적으로 난이도가 낮은 각종 신문 사설이나 뉴스위크 기사를 선별해서 좋은 글은 몇 번이고 소리 내어 읽어보면서 꼼꼼히 봐두고 나중에 쓸 수 있게 내 것으로 만드는 공부를 했는데 이런 방식이 본래 의도와는 달리 외대 1차에서 효력을 발휘하게 된 것 같습니다. 또한 예상 밖의 문제형식에 우왕좌왕하지 않고 변수가 나타날 때마다 재빨리 출제 의도를 파악해가며 풀었던 것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 것 같습니다.
 
(아래 내용은 외대 1차시험 직후 제 일기장에 써놓은 내용을 그대로 가지고 온것입니다. 내년 시험을 대비해서 올해 시험 스타일을 최대한 꼼꼼히 적어두자고 써 둔 글이기 때문에 너무 자세하고 지루할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올해 경향과 내년 경향이 같으라는 보장이 없으며,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것!)
 
1.공통영어
 
올해부터 한영과와 비한영과의 공통영어가 통합된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쉬워질 것이라고 짐작은 하고 갔습니다. 그런데 막상 문제를 받아보니 너무 쉬워서 문제를 푸는 내내 끊임없이 제 눈을 의심하며 풀었습니다. 일단 듣기에서는 1초라도 허투로 보내지 않고 듣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독해는 쉬운 문제일수록 실수를 하지 말아야 겠다고 꼼꼼하게 풀었는데도 문제를 다 풀고 났더니 20분이나 남았습니다. 마음을 놓을 수가 없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어딘가 함정이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온 정신을 집중해서 문제를 반복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이 과정에서 tricky한 문제들을 몇개 잡아낼수 있었고, 세 문제의 답을 고쳤는데 나중에 이야기 해보니 이 세 문제 모두 고친 답이 맞았습니다. 즉 공통영어는 언뜻 보기에는 분명 쉬웠지만, 쉽다고 설렁설렁 풀어나가면 안되는 문제들이었던것 같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한 컴퓨터 마우스에 관한 지문이 있었습니다. 한 마우스 제조회사가 판매한 마우스로 지구를 감으면 1.6번 감을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고, 문제는 '지금까지 팔린 모든 마우스로 지구를 감으면 몇번 감을수 있나?'였습니다. 처음에는 1.6에 해당하는 보기를 찾았지만, 검토과정에서 문제를 정확히 읽어서 답을 several times라고 바꿀수 있었습니다. 결론적으로 공통영어는 듣기에선 집중하는 것이 그리고 독해에서는 꼼꼼하게 푸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듣기]
1-15번은 두사람의 대화를 듣고 다음 나올 내용으로 알맞는 것을 고르는 문제였습니다. A-B-A까지 나오고 B의 말을 고르는 문제였는데 대화 내용이 굉장히 짧았기 때문에 한 문장이라도 놓치면 훌쩍 지나가 버려 문제를 풀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6번부터는 문제도 보기도 나오지 않은 텝스 듣기의 part4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한 문단을 읽어주는 것을 듣고 질문을 듣고 보기까지 듣고 풀어야 하는 문제여서 내용도 중요하지만 문제와 보기를 집중해서 듣는 것이 포인트였습니다. 어떤 수험생은 문제집이 잘못 나온줄 알고 16번을 아예 못 풀기도 했다고 합니다. 따라서 내년 시험에 어떻게 형식이 변할지 모르지만 그때그때 재빠르게 상황을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독해]
빈칸넣기는 한 문장에 빈칸이 하나씩이었습니다. 저는 단어 수준이 높지 않아서 작년까지의 외대 시험에서 빈칸넣기 문제를 풀 때면 모르는 단어가 곳곳에 산적해 있었는데 올해는 뜻을 모르는 단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단어들의 미묘한 차이점을 알아야 했습니다. 뒷부분에는 지문이 5개정도 나왔고, 보톡스, 마우스, 노벨평화상 수상자 에바디 등이 그 내용이었습니다. 수준은 평이했습니다.
 
2. 전공영어
 
듣기나 독해나 문제가 어렵지는 않았지만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번갯불에 콩구워 먹듯 풀어야 했습니다. 공통영어의 느슨함에 젖어 있다가 20분을 남기고서야 발등에 불이 떨어져 다 푸는 것을 목표로 허겁지겁 풀었습니다. 사실 풀다가 짜증이 나면서 펜을 놓아버리고 싶기도 했지만, 속으로 '최선'을 되뇌이며 끝까지 갔습니다. 전공영어는 속도전이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듣기]
유형은 기존 문제와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만 불러주는 내용이 굉장히 길어서 듣고 있는 것 자체가 힘이 들었습니다. 일반 지문과 연설문이 나왔고 연설문의 길이가 유난히 길어서 포기하고 싶을 정도였습니다. 자꾸 생각이 다른 곳으로 흘렀지만 볼을 꼬집으며 집중하려 노력했습니다. 또, 보기를 읽을 시간이 3초 정도밖에 되지 않아 지문을 들음과 동시에 답을 체크해야만 했습니다.
 
[독해]
독해문제는 마지막 15분 정도에 풀었습니다. 저는 기출문제를 풀때 전공 지문을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번번이 답이 틀린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는 지문 읽기를 아예 마지막에 했습니다. 지문 2개정도는 다 읽지도 못하고 문제만 읽고 찍었습니다. 순서 맞추기는 처음 선보인 형식입니다. 4개의 문장을 주고 순서를 맞추라는 문제였고, 총 10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지문읽기를 제쳐두고 순서 맞추기를 먼저 풀어서 여기에서 점수를 딴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10개를 다 찍었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저는 지문 읽기보다 순서 문제를 먼저 봐서 더 침착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또한 독해문제가 그다지 어렵지 않았기 때문에 촉박한 시간 내에 필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어도 정답을 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외대 2차 시험>
 
기대하지 않았던 1차 발표가 나고 한나절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모자라는 부분이 산더미 같았고 이것도 저것도 해야할 것 같았지만 너무 마음이 떨려서 무언가를 하기를 포기했습니다. 그리고 시험보기 며칠 전 외웠던 오늘의 금언을 떠올리며 내가 어떤 것을 잘할 수 있는지를 정리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잘하는 것에서 실수하지 않도록 스터디 할 때 자주 했던 실수를 메모해뒀습니다.
 
1. 한국어 시험
 
[국어]
우리말을 소리나는 대로 읽는 것을 묻는 문제, 어법 고르는 문제, 빈칸에 들어갈 한자어를 묻는 문제등이 나왔습니다.
 
[한자]
사자성어를 고르는 문제와 음과 한자를 연결하는 문제등이 나왔습니다. 국내파들이라면 절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문제들이었고, 수업 자료보다 훨씬 쉬웠습니다.
 
[작문]
이라크 파병에 찬성하는 주장과 반대하는 주장이 각각 주어졌고, 여기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파병 문제는 생각해 봤던 문제여서 힘들지 않았습니다.
 
2. 번역 시험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 했던 문제보다 길이는 짧았지만 어려웠습니다. 수업 시간에 내주신 숙제에서는 시간 내에 다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고 문제를 받자 마자 시간을 재서 푸는 식으로 연습을 했는데, 막상 문제를 받아보니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고 따라서 바로 우리말로 옮길 수가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영한]
첫 문제는 북 리뷰의 발췌문이었습니다. 통역사 라는 직업에 관한 글이었는데 내용이 모호해서 뜬구름 잡는 기분으로 써내려갔습니다. 가장 어려운 지문이었지만 빼먹지 않고 다 쓰기위해 노력했습니다. 두 번째 문제도 역시 발췌문이었는데 유엔 보고서가 그 내용이었습니다. 문장이 특히 길어서 한 문장을 뚝뚝 끊어서 3문장으로 만들었습니다. 두 문제 모두 전체 길이는 대 여섯줄 정도로 짧았습니다.
 
[한영]
첫 문제는 쓰레기와 지역 이기주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는데 딱 맞는 표현이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원문과는 다른 단어를 사용해서 의미를 풀어내는 식으로 썼습니다. 두 번째 문제는 국제적인 금융시장이 되기위한 방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첫 문제보다는 무난했습니다.
 
[에세이]
예상과 달리 찬반이나 자신의 의견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FTA의 긍정적 영향과 부정적 영향을 쓰시오'가 문제였습니다. 또한 열 줄 이내로 쓰시오라는 말도 없어서 15줄 정도로 길게 썼습니다. 이대 1차를 위해서 준비했던 에세이들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3. 구술 시험
 
구술시험은 일요일 오전에 있었습니다. 작년 이대 2차 시험장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습니다. 작년에는 대기실에서부터 다들 잔뜩 경직된 분위기였는데 올해 외대에서는 관계자분들께서 격려의 말씀도 해주시고 친절하게 설명도 해주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입실직후 자리에 앉자 마자 임향옥 교수님께서 눈도 마주치지 않으시고 영어로 무언가 말씀을 하셨습니다. 저는 이게 시험의 시작인가 하여 정중하게 다시 말씀해주시라고 했는데, 알고보니 영한을 먼저하고 한영을 나중에 한다라는 그런 이야기였습니다. 다시 한번 말씀해 주시면서 한단어 한단어 제 눈을 바라보며 천천히 말하시는데 표정에서 '이것도 못알아듣는 학생이 여기 왜 있나?' 하는 표정이셔서 순간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하지만 당황한 기색을 들키지 않으려고 최대한 뻔뻔스럽고 당당한 표현을 지었습니다.
 
[영한]
내용은‘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환경문제에는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러다가 삶의 질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그제서야 환경오염에 관심을 갖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벌인다. 그 예가 도쿄이다. 도쿄는 과거 대기오염으로 악명 높았으나 도쿄시의 강력한 대책으로 최근에는 오염도가 상당히 감소하였다. 이 대책중에 하나는 도쿄외곽에서 시로 진입하는 트럭에 매연정화장치가 장착되지 않았을 때에는 이 트럭의 진입 자체를 불허한다.'였습니다. 예상했던 것보다 짧았고(50초도 채 안됐던 것 같습니다.) 줄거리와 예시가 배합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았습니다. 뜸 들이지 않고 바로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내용이 충분히 이해가 되었기에 들은 내용을 최대한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언젠가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100을 들었지만 80밖에 전달하지 못하는 사람'과 '50밖에 못 들었지만 80을 들은 것처럼 전달하는 사람'을 비교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때 퍼포먼스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시험장에서는 eye contact, 자신있는 표정, 그리고 두 손의 사용 이 세 가지를 최대한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첫번째 eye contact는 다행이도 남자교수님들께서 호의적인 눈빛을 보내주셔서 힘을 얻고 교수님들 네 분을 한분한분 똑바로 쳐다보며 말할 수 있었습니다. 두번째 표정관리는 최대한 포커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입니다. 절대로 인상을 쓰거나 주저하는 표정은 금물이며, 정말 난처한 상황에서는 차라리 살짝 웃으라던 이진호 선생님 말씀을 상기하며 시작할 때와 마칠 때에는 약간의 미소까지 지었습니다. 중간에 매연정화장치라는 표현이 생각이 나지 않아 약간의 포즈가 있었지만 '자동차가 대기에 유해한 물질을 내뿜지 못하도록 통제하는 장치'라고 빙 돌아서 갔으며, 이때 자신없는 것을 들키지 않으려고 고개까지 끄덕거려 가면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마지막 손의 사용은 역시 이진호 선생님께 지적받았던 내용입니다. 앞에서 발표할 때마다 늘 손으로 머리카락이나 코를 만진다는 단점을 지적 받았습니다. 이 버릇을 고치려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손을 다리 밑에 깔고 앉을까, 책상 모퉁이를 꼭 부여잡고 있을까 여러 시도를 해보았으나, 모두 실패였습니다. 고민 끝에 결론은 친구를 설득할 때 두 손을 움직여가며 이야기 하는 것처럼 아예 제스쳐를 사용하자는 것이었고, 실제 시험장에서 이 방법이 의외로 좋은 인상을 남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영]
내용은 기러기아빠에 관한 것이었고 길이는 영한보다도 더 짧았습니다. 기러기아빠에 관한 글은 읽은 적이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교수님께서 읽어주시는데 집중이 잘 안됐습니다. 아는 내용이 나오면 오히려 집중도 못하고 망치게 된다더니 제가 딱 그 꼴이었습니다. 잠시 생각이 새 나간 사이 낭독이 끝나있었고, 내용의 중간부분을 확실히 기억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속으로는 가슴이 철렁했지만 겉으로는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 애썼습니다. 문제의 중간부분에서는 본문에 없던 말을 한문장 뱉어버리는 우를 범했습니다. 순간 교수님들의 표정이 '이게 아닌데..'쪽으로 바뀌는 것을 보고는 등골에 식은 땀이 흘렀지만 '웃는 얼굴에 침뱉으랴'는 심정으로 실수를 시인하는 웃음을 억지로 지었습니다. 그런 다음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열심히 그리고 뻔뻔하게 eye contact 해가며 마쳤습니다. 인사후 퇴실하려는데 남자교수님 두분께서 '잘-했어요'라고 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문자 그대로의 뜻인지 아니면 반어법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칭찬이었던것 같습니다.
 
구술시험에서는 학생들의 통역 능력뿐만 아니라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 경우를 통해 보더라도 일리있는 이야기 같습니다. 물론 내용의 정확한 전달을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여야 겠지만, 그 외에 '어떻게 전달하는가'도 내용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수업시간에도 앞에 나가서 씩씩하게 발표하는 학생은 아닙니다. 이상하게도 저는 학원 강의실보다 시험장에서 오히려 담담했던 것 같습니다.
 
<맺음말>
 
합격 수기를 쓰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일까 늘 궁금했고, 수기를 쓰는것은 나와 상관없는 요원한 일인 것만 같았습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내 실력에 합격을 바라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이 아닐까하는 의구심이 들었고, 빨리 이 공부를 접고 취직준비를 해야하는 것은 아닌지 심적으로 괴로웠습니다. 하지만 포기하고 싶을때마다 다시 마음을 다잡을수 있었던 것은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해주신 여러 좋은 말씀들과 날마다 외웠던 오늘의 금언이었습니다. 또한 제 주위에는 늘 격려해주고 힘이 되어줬던 언니들도 참 많았습니다. 정현언니, 선화언니, 향택언니, 정애언니, 우정언니, 효영언니... 모두에게 고맙습니다. 그리고 일년 반동안 공부만 하고 있을 형편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저 하겠다는 일 맘껏 하도록 허락해 주신 부모님, 집을 팔아서라도 저는 공부시켜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부모님을 설득해주신 작은댁 식구들과 고모, 고모부들께 가장 큰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류지예 (연세대 영문&중문 전공)
 
저는 운이 참 좋게도 이대 특차에 우선입학대상자로, 그리고 외대 정시에 합격했습니다. 이대의 우선입학대상자는 올해 처음 도입된 제도로 장학금 수혜를 받는 기존 특차 합격자 외에 장학금 없이 합격만 인정되는 선발방식입니다. 조금 더 욕심을 내자는 마음으로 외대에도 지원했고 결국 외대로 방향을 정했습니다.
 
통대 준비는 4학년에 올라가면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올해 2월부터 7월까지는 이익훈어학원의 수업을 듣고 9월과 10월은 영어사랑학원의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수강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5학년부터 6년간을 홍콩에서 생활한 적이 있지만 부족한 점이 많았습니다. 이 공부를 시작하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지만 한국어로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도 미흡했고, 또한 시사적인 영어표현도 공부를 하지 않으면 바로바로 튀어나올 정도로 익숙하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었던 이유는 꾸준히 성실하게 공부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과 공부와 학원 생활을 병행하는 것은 쉽지 않아 특히 1학기에는 거의 항상 피곤에 시달렸던 것 같습니다. CNN, PBS 스크립트 외우는 숙제도 대부분 학원 오는 전철 안의 40분가량 동안 부랴부랴 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네요. 제가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은 가능한 한 학원수업을 빠지지 않고 또 되도록이면 발표 기회를 통과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없어도 앞에 나가서 꿋꿋이 발표를 하는 연습이 곧 최고의 훈련이고, 크리틱을 받는 것은 실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니까요.
 
<이대 특차>
 
1차 에세이 주제의 요지는 "자유무역과 같은 세계화의 추진이 지역적 문화보전과 충돌할 때, 어느 방면을 우선시하여 정책을 수립해야 하는가?”였습니다. 저는 본론을 크게 두 단락으로 나누어 첫 단락은 문화의 중요성을, 두 번째 단락은 자유무역의 문제점을 논술했고 각 단락 내에서 구체적인 근거를 두세 개 정도 들어 내용을 충실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개요를 쓰는데 30분이 넘게 걸렸지만 논리적 틀이 정리되면 살을 붙이는 작업은 훨씬 수월해진다는 것이 저의 지론입니다. 시간은 거의 딱 맞추어 써냈습니다.
 
2차 구술시험은 정말 굉장히도 떨렸습니다. 교수님은 세 분이셨고, 우선 이력을 살펴보신 후, 그에 대해 한국어와 영어로 이런저런 질문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한-한, 영-영, 의견개진 순서로 시험을 봤는데, 한-한은 아이들이 시위에 참가하는 것의 문제점과 대책에 관한 글이었고, 영-영은 최근 캐나다에서 동성혼을 법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동성애와 결혼 자체가 재조명되고 있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둘 다 분량이 꽤 길어 모든 내용을 잡지는 못했고, 무엇보다 한-한 요약을 할 때 지나치게 긴장을 한 탓에 말을 매끄럽게 못하고 많이 더듬거려, 시험 보고나서 틀림없이 불합격일 것이라고 매우 우울해했습니다. 막상 발표가 나고 처음엔 우선입학대상자가 뭔지 몰라서 몇 시간을 초조하게 보내기도 했죠.
 
<외대>
 
1차 시험은 작년보다 공통영어는 쉽고, 전공영어는 어려웠다고 합니다. 특히 전공영어는 분량에 비해 시간이 많이 모자랐고, 듣기부분도 문제를 들으면서 풀기에는 너무 시간이 촉박해, 나중에 다시 읽어보며 답안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올해엔 문제유형이 바뀌어서 문법오류를 골라내는 유형 대신 한 단락 내 문장들의 순서를 정하는 문제들이 다수 있었습니다. 이 유형이 마지막 부분이었는데 시간이 모자라 다 읽어보진 못하고 거의 첫 문장 골라내는 식으로 허겁지겁 풀었습니다.
 
2차 필기시험에서 한국어는 한자어 어휘나 사자성어 모두 기출문제보다 쉬웠고, 600자 논술 주제는 이라크 파병에 대한 찬성 혹은 반대 의견 기술이었습니다. 그런데, 번역시험 영한 번역이 내용이 어려워서 상당히 당황했는데 특히 첫 번째 community interpreter에 대한 글은 아직도 이해가 안가네요. 두 번째 영한은 Court giving advisory opinion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한영 문제 중 하나는 쓰레기 문제에 관한 지역이기주의, 그리고 또 하나는 국내 시장에서 외국인투자를 활성화시키는 방법이었습니다. 에세이는 분량은 제시해주지 않았고 FTA의 역기능과 순기능을 논술하라는 주제여서 이대 특차의 내용과 비슷하게 썼습니다. 이 에세이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전체적 논리성을 우선시한다고 합니다.
 
저는 2차 구술시험을 일요일 오후에 봤는데 이대 특차 때의 경험이 한 번 있었기 때문에 그때보다 훨씬 덜 떨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은 네 분이 계셨는데 목소리를 크게 내라고 당부하시고 편안한 분위기로 시험을 시작했습니다. 여타 질문 없이 바로 외국인 교수님이 영한 지문을 읽어주셨는데 캄보디아의 회의 연설문 형식으로 빈곤퇴치를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개발이 수반되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첫째, 둘째, 셋째 식으로 세부 항목이 여러 개 나열되어 듣는 동시에 무엇보다 내용을 기억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예상보다 지문이 길고 내용이 많아 적잖이 당황했지만, 중요하고 기억나는 내용만 또박또박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 문제는 행복한 가정의 3대 관건은 무엇을 생산하는지, 어떻게 생산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배분하는지이며 이는 노무현대통령이 제시한 국민소득 2만 달러에도 해당된다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영한처럼 이 지문도 세부적 내용이 많아서 이해를 하면서 기억을 하는 것이 필수적이었습니다.
 
<공부방법>
 
저는 거의 학원수업과 스터디가 공부의 전부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스터디에서 같이 이코노미스트 독해와 한한 사설 요약, 한영, 영한 뒤집기연습을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독해의 경우 한 기사마다 2, 3분의 시간을 정해놓고 같이 읽고 주제를 말해보는 연습을 한 덕에 속독능력과 집중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멤버들끼리 주간지인 시사저널을 번갈아 구입해 돌려 읽으면서 좋은 한국어 표현도 익히려 노력했습니다. 또한 신문사 인터넷 사이트에 한국어와 영어로 같이 올려져있는 사설을 같이 시간을 재면서 번역하며 최대한 빠른 시간에 자연스러운 문장 만들기를 연습했습니다.
 
끝으로 이런 좋은 결과에 이르기까지 함께 했던 주위사람들과 선생님들께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무엇보다 정란언니, 상경언니 그리고 민정이를 만나 같이 스터디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행운이었습니다. 늦게 합세한데다 학교수업 때문에 바쁘기도 했던 저를 챙겨주고 이끌어주느라 고생이 많았던 언니들과 민정이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합니다. 우리 모두의 앞날이 오늘의 노력을 반영해주는 내일이 되리라 믿고 기도합니다.
 
 
 

문성윤 (서울대 소비자학과)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여러모로 부족하지만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쓰려 합니다. 저는 4학년 1학기부터 통대공부를 시작했고, 수험생활 첫 해는 학교와 학원을 병행하며, 올해는 학원 수업을 들으며 준비했습니다.
 
[외대 1차시험]
 
- 1차 시험 대비
 
2003년도 기출문제가 나오지 않아 2002년도 기출문제를 보면서 유형을 분석했습니다. L/C에서 headline, main idea, not true 고르는 문제는 EBS 리스닝 스페셜을 열 다섯 지문 정도 연속해서 들으면서 내용을 파악하고 각 지문당 수록된 문제를 풀며 실전처럼 연습했습니다. L/C와 R/C 모두 올 한해 이슈가 되었던 내용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해서, 국내 뉴스와 해외 뉴스를 나누어 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국내 뉴스는 이대특차 준비를 하면서 열다섯 편 정도 에세이를 써보고, brainstorming을 하며 표현을 정리했고, 해외 뉴스는 수업시간에 다룬 이코노미스트 기사 중 표현을 복습하고 뉴스위크 한글판과 영문판을 비교하며 내용과 표현을 정리했습니다. 시험보기 일주일 전부터는 오전 10시에 실전에 임한다는 느낌으로 2001년-96년까지의 기출문제를 풀고 오답정리를 했습니다.
 
- 시험장에서
 
감독관 두분이 문제지를 나누어주셨는데 페이지를 확인하면서 문제를 읽어도 전혀 제지하지 않아 듣기 지문을 훑어보며 대강의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공통영어 L/C 전반부 15문제는 대화 중 이어질 답을 고르는 문제로 수능 외국어 듣기 문제 14번-17번 유형과 동일했습니다. L/C 후반부 10문제는 보기가 없었는데 처음에 당황해서 한 문제를 놓쳤습니다. R/C는 전적으로 지문에 의존해서 풀었고 검토할 시간도 충분했습니다. 공통영어 시험이 끝났을 때 L/C에서 실수를 했다는 생각에 잠시 괴로워하다 전공영어 배점이 더 높으니 만회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전공영어 L/C는 작년에 비해 문제간 간격이 짧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답을 고를 시간적 여유가 없는 문제는 옆에 질문을 적어놓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습니다. L/C가 끝난 후 다시 돌아가 문제를 풀고 나자 감독관께서 20분이 남았다고 알려주셨습니다. 독해 지문을 다 읽을 엄두가 나지 않아 순서를 연결하는 마지막 10문제를 먼저 풀었습니다. 첫 문장이 될 수 없는 것을 먼저 보기에서 제외하고 접속사와 지시어에 유의하면서 답을 골랐습니다. 남은 10분 동안 독해 지문을 읽는데 마음은 급했지만 오히려 집중이 잘 되는 것 같았습니다. 문제를 먼저 읽고 나서 지문에서 발췌독하여 시간을 줄였습니다. 문제와 관련된 부분은 정확히 읽으려고 했고, 나름대로 문제에 맞는 답이라고 확신이 섰을 때 답으로 표기했습니다. 시간이 촉박했던 데 비해 문제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외대 2차시험]
 
- 2차 시험 대비
 
작년에 전혀 준비 없이 1차 합격 소식을 듣고 기쁨보다는 2차 준비를 하지 않은 데 대한 후회가 컸기 때문에 이번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나흘간 은천성 선생님의 외대2차 대비반을 듣고 스터디 파트너들과 영한, 한영 뒤집기를 하면서 되도록 1차 시험은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영한, 한영 번역 각각 2문제와 영어 에세이 1문제를 1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작년 2차 필기시험에서 토니 블레어 총리 연설을 영한 번역하면서 존대말로 번역하는 바람에 시간이 부족했던 것과 한영 번역에서 수주, 발주라는 단어 때문에 막혀서 시간을 낭비했던 것을 생각하며, 완벽을 기하기보다는 전체적으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어 연습했습니다.
 
- 시험장에서
 
필기: 한국어 문제 중 한자어는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서 평소에도 꾸준히 다루었기 때문에 수월하게 풀 수 있었습니다. 한국어 어법이 잘못된 것을 고르는 문제가 한 문제 있었고 한자어 문제는 낭중지추, 수구초심 등을 한자로 쓰고 뜻이 잘못 연결된 것을 고르는 객관식 문제, '변별력'을 한자로 바르게 쓴 것을 고르라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철옹성'을 한자로 바르게 쓴 것을 고르라는 문제가 나왔습니다. 한국어 논술은 600자 분량으로 이라크 파병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찬반으로 개진하는 문제였고, 각각 찬성과 반대 의견에 관한 짧은 지문이 딸려 있었습니다.
 
번역문제는 영한, 한영 모두 서너 줄 정도로 길이는 길지 않았습니다. 영한 첫 문제는 서평이었고 통역사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간에 이해가 되지 않은 문장이 있었지만 누락하지 않고 제가 이해한 대로 썼습니다. 한영은 각각 금융 분야/ 핵폐기물처리장과 쓰레기 매립지 건설과 관련한 NIMBY 현상에 대한 것이었습니다.(참고로 NIMBY 현상은 작년 한국어 논술문제였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한국의 자유무역협정 체결이 갖는 장단점에 대해 쓰는 것이었고 글자수 제한은 없었습니다. 앞의 번역문제의 길이는 무난했지만 아이디어 파악하는 데 시간을 많이 들여 에세이를 쓸 시간이 10분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표현이 생각나는 대로 10줄 정도 쓰고 난 후, 전체적으로 훑어보며 철자를 점검했습니다.
 
구술: 작년에 너무 긴장한 탓에 영한 흐름을 따라가지 못했고 시험 도중 곽중철 교수님께서 목소리가 작다고 지적하셨던 기억이 있어 이번 2차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무조건 목소리를 크게 하고 내용은 들은 것만 말하자고 생각하고 들어갔습니다. 임향옥 교수님께서 영한, 한영 순으로 진행된다고 영어로 말씀하시면서 영한 주제를 빠른 속도로 말씀하셨습니다. 저는 'evolution'이라고 듣고 확인 차 다시 여쭤봤습니다. 교수님께서 저를 잠시 응시하신 후에, 'air pollution'이라고 천천히 말씀해주셨습니다. 길이는 1분이 채 안 된다고 느껴졌고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Eye contact을 하시면서 읽어주셨고, key word를 약간 강조하시면서 자연스럽게 읽어주셨습니다. 말씀이 끝나자마자 바로 통역을 시작했고 네 분 모두 eye contact을 했습니다. 내용은 여러 나라들은 개발을 위한다는 명목하에 환경을 소홀히 하지만 어느 정도 개발을 이룬 후에는 환경이나 삶의 질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그 예로 도쿄의 대기오염과 이를 규제하기 위해 트럭운행을 규제하는 방안을 들었고 예비조사 결과 대기상태가 다소 나아졌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은 기러기아빠에 대한 내용이었고 기러기 아빠가 겪는 외로움과 아이들과 함께 해외로 나간 엄마 역시 적응하느라 힘들며 공교육이 붕괴하고 있는 현 상황을 정부가 조속히 해결해야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 역시 교수님 말씀이 끝난 후 바로 통역을 시작했고, 평소 flow가 부족하다는 지적을 생각하며 쉬운 단어로 가볍게 말하되 아이디어 전달에 집중했습니다. 영한, 한영 모두 되도록 3B(반복, 번복, 버벅)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끝까지 목소리를 크게 했습니다.
 
[공부방법]
 
- R/C : 1차 독해시험의 관건은 정확도와 속도라는 점을 유념하여 준비했습니다.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서 sight-translation 스터디와 뉴스위크 영문판과 한글판을 비교해 읽었고, 이를 통해 제가 잘못 이해한 부분을 바로잡을 수 있었습니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 한 기사를 여러 번 읽으면서 내용을 철저히 숙지했습니다. 문장 구문을 정확히 파악하고 문장/문단간의 논리적 연결고리를 찾는 훈련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작년에는 같은 기사를 서너 번 이상 보며 예습하고, 제가 이해한 내용을 수업시간을 통해 정정하고, 복습을 통해 내용과 표현을 정리하기를 7개월간 한 후, 10월 한 달 동안 수업시간에 다루었던 120 여개 기사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정독과 속독을 겸할 수 있었고, 작년 1차시험 독해 지문을 풀 때 수월했습니다. 올해에는 이코노미스트 사이트에서 무료로 설정된 기사를 한 주간 많으면 20개, 적어도 5개 이상은 꾸준히 읽고 chicken soup을 하루 한 편씩 거의 빼놓지 않고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다양한 성격의 글을 읽으면서 각각 읽는 목적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와 뉴스위크와 같은 시사잡지는 배경지식을 늘리고 시사표현을 익히는데 중점을 두고, chicken soup을 통해서는 구어체 표현을 익히고 감동적인 이야기에 정서적으로 공감했던 것이 영어공부의 재미를 더해주었습니다. QT책 '오늘의 양식'은 손바닥 정도의 분량이 되는 글로 각각 영어와 한국어로 되어 있어, 하루 한편씩 외우면서 표현도 익히고 내용을 통해 힘도 얻으며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 L/C : 듣기는 학원수업 교재를 복습하면서 반복청취를 하는데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7월부터는 은 선생님이 오전에 진행하시는 시사청취수강을 통해 다양한 주제를 접하면서 듣기에 대한 흥미도 높아졌습니다. 잠자기 전에 10분 정도 PBS Newshour를 들으며 주제에 대한 이해와 배경지식을 쌓는 기회로 활용했습니다.
 
- Speaking : 영어로 말해볼 기회가 별로 없었기 때문에 수업 중 복습시간을 통해 외운 표현을 소리내어 말해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연설문을 통째로 외우는 과정에서 실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느껴졌고, presentation 스터디를 통해 말하기 훈련을 할 수 있었습니다.
 
- 한국어 : KBS 라디오 월드투데이 헤드라인 뉴스부분을 하루 2-3분씩 shadowing했고 중앙일보 사설을 소리내어 읽고 녹음한 후 다시 들으며 발음을 교정했습니다. 시사저널을 꾸준히 읽으며 한국어 표현을 익히고 배경지식을 쌓았고 사자성어 책을 한 권 정리하면서 한자도 익숙해졌습니다.
 
- 메모리 스팬 : 사설을 소리내어 읽고 나서 이해한 내용을 녹음한 후 셀프크리틱을 했고, 한한 사설 스터디를 거의 날마다 했습니다.
 
- 스터디 : 올 한 해 스터디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함께 한 한 해였습니다. 신문사설로 한한, chicken soup으로 영영 스터디를 했고, 외대 1차 시험 즈음해서부터 영한, 한영으로 전환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번씩 presentation과 sight-translation 스터디를 각각 2시간 정도 했습니다.
 
올해 다시 한번 도전하기로 결정했을 때는 너무 높은 목표를 세운 것은 아닐까 겁이 나기도 했고, 이번에 또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두려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3월부터 교회에 다니면서 수요예배와 주일예배 말씀을 통해 한 주간 공부로 지친 마음이 회복됐고, 하나님 안에서 흔들리지 않는 비전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교회 형제, 자매들의 기도는 언제나 든든한 힘이 되어 줬습니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함께 한 믿음의 자매들 정원언니, 소영언니, 영희언니에게 주님의 축복이 단비처럼 내릴 것을 믿습니다. 늘 한결같은 모습으로 가르침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올립니다. 여러분 모두에게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기도합니다.
 

박소현 (동국대 경제학과)
 
저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통대에 입학하는 것이 꿈이었기에 학교 다니면서 꾸준히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맛보게 되었고, 통대 공부에만 전념하면, 다시 통대에 집착하고 내 자신을 옭아매게 될까봐 결국 취직을 택했습니다. 회사 다니면서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영어 공부를 하면서... 기분 전환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8월이 돼서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고, 정말 공부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전의 위대한 힘]
 
저는 선생님이나 다른 분들이 사전, 특히 영영사전의 중요성을 왜 강조하시는지 정말 이해를 못했었습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영영사전과 영한사전을 함께 찾아보는 습관이 붙기 시작했고 그 때부터 제 영어공부의 깊이가 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영어 단어끼리 정말 궁합이 있나봅니다. 그래서 저는 영영사전의 단어 용례를 보고 꼭 외우곤 했습니다. 그 용례와 똑같은 문장들이 우리가 흔히 읽는 영어 잡지에 나온다는 걸 깨닫는 순간의 그 희열이란...
 
[Reading]
 
Economist를 정기구독해서 읽었습니다. cover-to-cover는 절대 못하고..맘에 드는 기사만 골라 읽었습니다. 제가 읽은 방식은 우선 제목을 가리고 속독을 한 후, 그 제목을 맞추고, 그 기사를 정독했습니다. 외대 1차에 제목 고르는 문제가 심심찮게 나오기에 이 방식으로 외국인들은 제목을 어떻게 정하는지 대충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기사 하나를 두 번 이상 읽음으로써, 한 단어 한 단어가 그 문장에서 왜 쓰였는지를 파악하려고 애썼습니다. 그래서 기사 하나 읽는데 40분-1시간 정도 걸렸지만, 정말 도움이 많이 된 방식이라고 자부합니다. Newsweek를 간과할 수 없어서 인터넷에서 일주일에 7기사씩을 뽑아서 공부한 후 스터디 파트너와 표현을 물어보곤 했습니다.
 
[Listening]
 
저는 ABC와 PBS 듣기를 병행했습니다. ABC는 사건을 약간 빠른 속도로 들려주기에 약간 짧게 끊으면서 정확히 다 잡는 연습을 하는데 딱 좋습니다. PBS는 대담 형식으로 진행되기에 이해력과 논리력을 키우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됩니다. 처음에는 한 문장 듣고 그대로 따라하며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고, 나중에는 한 사건 전체를 다 들은 후 그걸 영어로 요약해서 혼자 말해보곤 했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면 물론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리스닝이 비교적 빨리 향상된다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
 
<공통영어>
 
너무 쉽게 나오는 바람에 정말 황당했습니다. 게다가 긴장해서인지 리스닝 몇 문제를 놓치기도 했습니다. 공통영어 끝나고 다른 사람들은 싱글벙글 웃는데 저는 정말 앞이 캄캄했습니다. 하지만 전공영어가 한 문제에 2점씩이기에 아직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고 맘을 다잡았습니다.
 
<전공영어>
 
문제 사이의 시간 간격을 적게 주는 바람에 처음에는 정말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들은 후 황급히 지문을 읽는 스타일이기에 더욱 그랬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리스닝 속도가 빠르지 않아서 눈감고 듣다가 왠만큼 요지가 파악됐다고 생각되면 눈을 뜨고 들으면서 지문을 읽었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푸니까 다른 친구들은 많은 문제를 못 풀어 찍거나 아니면 나중에 독해 시간 쪼개서 리스닝 문제 풀었다고 하는데...저는 그 때 그 때 문제를 풀 수가 있었습니다. 제가 추천하고 싶은 방식은... note-taking을 하지 않는 겁니다. (지문에 숫자가 나오면, 숫자 몇 개 적어 놓으면 그건 도움이 됩니다). 리스닝을 들으면서 가급적 많이 기억하고 문제를 푸는 것이 좋습니다. note-taking을 하다보면 정신이 분산되어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적어놓은 것도 자신이 왜 적어놨는지 헷갈릴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2차 시험]
 
제가 할 차례가 되었는데..갑자기 건물 전체가 정전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10분 정도를 복도에서 떨며 기다려야 했고, 이 때 진행요원 언니들한테 이것저것 물어보면서 긴장을 풀었습니다. 한참이 지나도 전기가 안 들어와서 촛불 켜놓고 시험을 봐야했습니다. 저는 방에 들어가자마자 큰 소리로 제 번호와 이름을 말했는데 교수님들이 굉장히 좋아하셨습니다.
 
영한은 'A-type personality'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이 타입은 괴팍한 사람을 일컫는 말로 예전에는 흔히 '저 사람은 성격 나쁘다. 어울리면 괜히 기분만 나빠져'라고 단순히 생각하곤 했는데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이런 성격의 소유자(특히 젊었을 때)가 나중에 고혈압과 심장병을 발병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의 내용이었습니다. 발표할 때 eye-contact는 전혀 못했지만 정말 친구한테 말하듯이 편안하게 말했습니다.
 
한영은 반미 감정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반미를 미국 국민에 대한 반감, 미국 국가에 대한 반감, 미국 정부에 대한 반감으로 분류 할 수 있는데..이 중에 미국 정부의 특정 정책에 대한 반감을 과연 반미라 할 수 있을까?!의 내용이었습니다. 다른 말이 생각이 안 나서 'We can call it anti-American sentiment' 란 말을 굉장히 많이 썼습니다. 하지만 번복과 버벅을 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도 끊기지 않고 발표한 것이 플러스 요인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학원 선생님들, 회사와 공부를 병행하느라 정신이 없던 저와 계속 짝꿍해주고 힘들 때마다 다시 중심을 잡도록 격려의 말을 해준 정혜진, 단기간 동안 정말 많은 스터디를 함께 하고 좋은 자료도 많이 구해준 나인영, 그리고 마승혜 언니한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안연모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다른 합격생 여러분들께서 공부 방법에 대해서 이미 자세히 적어주셨기 때문에, 저는 실패를 딛고 일어서는 방법과 처음 시작하시는 여러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몇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1. Behind every success is a succession of failures.
 
작년 이맘때쯤 이대, 외대에서 연달아 미끄러지고 나서, 눈물도 많이 쏟았고 자존심도 많이 상했습니다. 부모님께도 너무나 죄송했습니다. 제가 실력이 부족해서 떨어졌다는 생각을 하기보다는 남을 많이 원망했습니다. 나보다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학생들이 합격하는 것을 보고 입학 사정이 잘못됐다, 공정하지 못하다 별별 생각을 다 했습니다. 하지만 1년이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보니, 합격생들에게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들이 가진 장점을 보지 못할 정도로 제 실력이 형편없었던 것이지요. 이대나 외대의 시험 방식은 다르지만, 결국 실력 있는 학생을 뽑기 위해 각 학교에서 채택한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점에는 의문의 여지가 없습니다. 잘못된 것이 있었다면, 제 공부방법이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빨리 털고 일어섰습니다. 머리를 식히기 위해 영화도 많이 봤고, 해외 여행도 잠깐 다녀왔습니다. 올해 문 닫고 들어가느니 차라리 내년에 문 열고 들어가겠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빨리 일어설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문 열고 들어간 건 아니지만, 1년 동안 자기 성찰과 발전의 기회를 가졌다는 점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제가 작년에 운이 좋아서 들어갔었다 하더라도 입학해서 고생했을 것이 불 보듯 뻔합니다. 제 단점을 발견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는 점에서 1년이 늦어진 것에 대해 후회하지 않습니다. 지나고 보면 1년은 금새 지나갑니다.
 
우선, 실패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봤습니다. 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해서 장점을 부각시키고 단점을 커버하기 위해 제 자신을 되돌아 봤습니다. 결국 장점은 없고 단점만 많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총체적인 공부 방법의 수정이 필요했고, 무엇보다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작년 상반기에는 영어사랑이 아닌 타 학원을 다녔는데, 학생들이 24시간 공부만 하는 분위기여서 저도 따라서 24시간 공부만 했습니다. 그런데, 제 성격에는 머리 싸매고 앉아서 공부만 하는 것이 그다지 맞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는 두 시간 공부하면 30분은 쉬어야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애초에 통대와는 아무 상관없이 영어가 좋아서 공부했던 시절로 되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재미있는 공부를 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는 영어사랑학원의 시사청취만 수강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은 교재를 덮고 두 페이지가 그대로 줄줄 나올 수 있게 테이프를 들으며 열심히 외웠습니다. 그리고 3월에 다시 실전반 수업을 들었을 때 시사청취를 들으며 3개월간 열심히 외운 성과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연설문이 한결 수월하게 외워졌고 청취력도 향상됐습니다. 그 후로는 신이 나서 더 재미있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막판에 지쳐서 공부를 열심히 안한 것도 많이 후회가 됐습니다. 11월에 외대 시험이 있으니 가장 중요한 기간이 10월입니다. 그런데 10월에는 이대 특차 전형이 있어서 마음이 흔들리기 쉽습니다. 작년에 이대 특차 준비한다고 우왕좌왕했던 경험이 생각나서, 올해 이대 특차는 마음을 비우고 2차 시험 연습한다는 생각으로 그냥 치렀습니다. 작년에는 2차 시험 후 발표까지의 기간이 거의 열흘정도 됐었는데 그 사이에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아서 고생했는데 올해에는 마음을 비우고 봤더니 오히려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막판에 지치지 않기 위해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운동을 꾸준히 했는데 역시 효과를 봤습니다. 운동을 하다가 중간에 그만두면, 살이 찐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운동을 하면 스트레스가 해소되고 머리가 맑아져서 공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굳이 헬스클럽에 가지 않더라도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운동이 됩니다.
 
작년 시험에서 실패하고 나서 이 길이 과연 내 길인가 하는 생각을 잠깐 해봤습니다. 많은 분들이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결론은 내게 주어진 길은 없다는 것입니다. 길은 자기가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가다가 길이 막혀 있다고 해서 되돌아간다면 결국 아무 데도 가지 못합니다. 순탄한 길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장애물이 있다면 치우고, 길이 끊겨 있다면 뛰어 넘어야지요. 혹시 지금 자포자기해서 턱 괴고 모니터를 응시하며 마우스를 클릭하고 계시진 않으십니까. 놀지도 못하고, 연애도 못하고, 공부만 했던 지난 1년을 아쉬워하진 않으십니까. 그러고 보면 지난 1년은 정말 순식간에 지나갔다는 생각이 들 겁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정말 공부를 열심히 하셨다면, 지난 1년이 아깝진 않을 겁니다. 아프가니스탄의 수도가 어딘지 국제 원자력 기구의 사무총장이 누군지 1년 전만 해도 모르지 않았습니까.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연설문도 외웠고, 콜린 파월 미 국무 장관의 연설문도 달달 외웠습니다. 영어도 다듬었고 우리말도 다듬었습니다. 임계 질량에 다다를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다음 1년은 임계 질량의 해입니다. 지나고 보면 정말 순식간에 지나갈 것입니다. 이제 1년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음 통대 시험에서 업그레이드된 여러분의 모습을 교수들에게 멋지게 보여줄 일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설레지 않으십니까.
 
2. FAQ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할 때는 궁금한 점이 참 많은데 딱히 대답을 구하기가 힘듭니다. 영어사랑 게시판에 질문해도 FAQ를 참고하라는 대답뿐입니다. 정말 궁금한 질문은 다들 대답을 안 하려 듭니다. 그래서 제가 나름대로 100% 정답은 아니지만, 90% 정답이라 생각되는 답변을 생각해 봤습니다.
 
-준비 기간이 얼마나 됩니까?
 
이 질문은 '사람마다 다르다'는 답변을 듣는 질문입니다. 하지만 나이 때문에, 취업 때문에, 비용 때문에 고민을 안 하려고 해도 안 할 수 없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제 생각에 2년은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6개월만에, 1년만에 합격했다는 분들이 있는데, 잘 따져보면 그 분들도 학교 다니면서, 직장 다니면서 학원 수강을 꾸준히 한 경우가 많습니다. 본인들의 말로는 학교 다니느라, 직장 다니느라 숙제도 하나도 못하고 학원만 다녔으니 '본격적으로' 공부를 한 건 6개월, 1년이라고 하지만, 실제 학교도 직장도 안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시는 분들도 공부한 양은 비슷한 경우가 많습니다. 공부하는 데 '본격적으로' 하는 것이 어디 있습니까. 공부는 하는 것과 안 하는 것으로 나뉘지, '본격적으로' 하는 것과 '비(非)본격적으로' 하는 것으로 나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준비 기간은 평균 2년이 걸린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출발선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정 출발선을 기점으로 통대에서 기본적으로 요구하는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를 골고루 갖추기까지 2년은 소요됩니다. 해외에서 5년 이상 살다 왔거나 대학교 때 영자 신문과 영어 뉴스를 꼬박꼬박 챙겨서 보신 분들은 출발선이 다릅니다. 저는 그 그룹에 끼지 않기 때문에 출발선이 남들보다 앞쪽인 분들께는 그저 부럽다는 말 밖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간혹 출발선이 남들보다 뒤인데도 그 해 운이 좋아서 1년만에 들어가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결코 좋아할 일은 아닙니다. 저는 올해에 영어사랑학원과 신동표어학원을 같이 다녔는데, 신동표선생님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실력을 갖추지 않고 통대에 들어가는 것은 준비 안된 부부가 자녀를 갖는 것과 같다." 이 말은 어느 선생님이나 공감하실 겁니다.
 
-적정 출발선이 어디입니까?
 
많은 분들이 "제가 토익이 몇점이고, 토플이 몇점인데 과연 통대 갈 수 있을까요?" 라는 질문들을 종종 게시판에 올리십니다. 제가 정답은 아니지만 대강 제시해 보겠습니다. 우선, 토플/토익이 600/900을 넘는 분들은 적정 출발선에 계십니다. 2년 동안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외우시면 좋은 성과가 있을 겁니다. 토플 토익이 500/700이 안 되는 분들께서는 꼭 이 길을 가셔야 한다면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셔야 한다고 봅니다. 그 사이에 계신 분들은 본인의 노력에 의해 충분히 출발선의 차이를 극복하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룹 스터디를 꼭 해야 합니까?
 
저는 올해 상반기에는 그룹 스터디를 하지 않았습니다. 스터디는 약이 될 수도 있고,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공부를 시작할 때에는, 그룹 스터디가 필요합니다. 스터디 친구들끼리 정보도 공유할 수 있고, 서로 의지도 되기 때문입니다. 메모리 스팬도 늘리고, 한국어를 다듬기 위해서, 그룹 스터디는 필요합니다. 하지만 본인이 메모리 스팬이 어느 정도 된다는 생각이 드시면, 그 때부터 그룹 스터디는 독이 되기 시작합니다. 정말 중요한 공부는 많이 듣고, 많이 읽고, 많이 외우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룹 스터디를 하느라 정말 중요한 공부를, 심지어는 '복습'까지도 소홀히 하는 경우를 많이 봤습니다. 정말 시간이 부족한 학생이나 직장인의 경우에는 그룹 스터디를 하는 것보다는 복습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공부입니다. 만일 그룹 스터디를 하시더라도 두 명이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스터디 파트너가 많아질수록 내가 말할 수 있는 시간은 그만큼 줄어듭니다. 시간도 많이 뺏기게 됩니다. 따라서 스터디는 실력이 비슷한 두 명이 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1차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1차 시험은 객관식 시험입니다. 따라서 많은 분들이 토플, 탭스, Graduate English 문제를 열심히 구해 풀어보시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1차 시험은 '청취력 & 독해력 테스트'라는 것입니다. 아무리 문제를 많이 풀어봤어도, 청취력과 독해력이 따라주지 않으면, 1차 시험은 힘듭니다. 많이 듣고, 많이 읽는 것만큼 좋은 공부는 없습니다. 하지만 외대 1차 시험은 시간이 모자란 경우가 많습니다. 청취에서도 답을 고를 시간이 부족하고, 독해도 너무 길어서 시간 배분을 제대로 못해 낭패를 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도 작년에는 문제를 귀로 들었는지 코로 들었는지, 눈으로 읽었는지 입으로 읽었는지조차 기억 안 날 정도로 시간이 모자라 정신을 못 차린 기억이 있습니다. 작년에는 Economist를 cover to cover로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는 비효율적인 공부를 했습니다. 올해에는 과학관련 기사부터 먼저 읽고 나머지 기사를 읽는 방식으로 꼼꼼하게 읽었습니다. 읽은 기사는 표현과 단어를 꼼꼼히 챙겨서 외우다시피 했습니다. 독해력이 향상되다 보니 자연히 속도가 붙어서 속독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간혹 시험을 본 지 너무 오래되다보니, 문제 푸는 감을 잃어버린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은 신동표어학원을 1, 2개월 수강해서 문제 푸는 감을 회복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정 시간이 없으시면 기출 문제를 시간을 정확히 지켜서 풀어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에 너무 비중을 두면, 2차 시험에서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점을 꼭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듣기와 읽기도 중요하지만 쓰기와 말하기도 중요합니다. '올해는 1차 붙고, 내년엔 2차까지 붙자'라는 생각은 빨리 버려야 합니다. 통대 입학시험은 사법고시가 아닙니다. 올해 1차 붙는다고 해서 내년에 1차 붙는다는 보장은 절대 없습니다. 1차에 붙었을 때 2차까지 마무리를 확실하게 해야 합니다. 1차 붙고 2차 떨어지면 더 눈물납니다. 올해 2차에서 떨어졌는데, 다음해에 1차에서 떨어지면 피눈물납니다.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나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슬럼프는 사치다'라는 것입니다. 공부 할 것이 얼마나 많은데 슬럼프를 탓하며 게으름을 피운단 말입니까. 저는 감히 슬럼프에 빠져볼 만한 실력도 안되고 여유도 없었습니다. 공부가 안되면 '시험 범위'라고 생각하고 Economist를 읽었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 시험 범위에서 출제되는 것을 뻔히 알면서, 막판에 밤샘 공부 하다가 다 못 보고 시험을 망친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통대시험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했습니다. Economist를 시험 범위라고 생각하고 공부가 되지 않을 때에는 속독으로 읽었습니다. 간혹 여학생들 중에서 한 달에 한번씩 슬럼프에 빠진다는 분들이 있는데, 이것도 역시 사치입니다. 나중에 통역일이 들어오면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입니다."라고 말하며 거절할 겁니까. 시험 날짜가 '슬럼프에 빠지는 시기'로 잡히면 어쩌실 겁니까. 안 좋은 몸 상태에 익숙해지는 연습을 지금이라도 해둬야 합니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던가 잘 먹던가 자신의 몸에 맞는 방법을 찾아보십시오.
 
-에세이 연습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대 시험에 대비해 에세이 연습을 하시는 분들이 계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정답을 알고 있습니다. 에세이를 잘 쓰려면 많이 읽어야 합니다. 많이 읽는 것만이 살 길입니다. 특정 주제가 주어졌을 때, 찬성 혹은 반대 논지를 펴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관한 글을 많이 읽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 신문, 잡지를 많이 읽어두면 언제든지 어떤 주제에 관해서도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에세이 연습을 위해 심지어 토플 에세이 수업까지 생각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습니다. 써보는 것은 두세 번이면 충분합니다. 따로 토플 에세이 수업을 들을 시간에 신문이나 잡지를 읽는 것이 효과적인 대비 방법이라 생각합니다.
 
시험 공부는 요령을 익히는 것도 어느 정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기초를 닦는 것입니다. 영어사랑학원의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해주시는 부분을 완벽히 소화하고 나서, 요령을 익히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이 여러분들의 내년, 후년 입시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여러분의 건강과 행운을 빕니다.
 
 
 

유경나 (서울여대 국제학과)
 
먼저 저는 알파벳도 중학교 입학하고 나서야 배운 순수 국내파구요 ^^ 2001년 여름부터 2002년 5월까지 캐나다로 교환 학생을 다녀왔습니다. 캐나다에 있었던 약 9개월 간 작문수업을 통해 에세이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이대 1차 기본은 캐나다에서 다지고 돌아온 셈이지요. 통대 학원을 다니면서 입시준비를 본격적으로 한 것은 2002년 5월부터였습니다. 입시준비로 소요된 시간은 대략 일년 반 정도인데, 올해 6월까지는 학교공부랑 병행하느라 시간이 많은 편은 아니었습니다. 통대 입시와 학교 공부를 병행하는 것이 쉽지 만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공부의 절대 시간 보다는 자신의 여건이 허락하는 한 자신의 최선을 다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 방법>
 
(이대 특차 합격에 도움이 되었던 공부 방법)
 
1. 한한 요약
 
2. 하루에 한시간 한국어 신문읽기, 뉴스 시청
 
3. 은천성 선생님의 강도 높은 듣기 훈련
 
[한한 요약의 중요성]
 
저는 다른 건 몰라도 한한 요약만은 꼭 꾸준히 하실 것을 당부 드리고 싶습니다. 한한 요약은 한국경제신문 사설을 활용했는데, 사설 논조가 명확하고 글의 구조도 괜찮은 편이어서 이대 특차 에세이 쓸 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한한 요약을 하다 보면 내가 에세이를 쓸 때도 사설과 비슷한 방식으로 글을 전개해 나가게 됩니다. 게다가 한한 요약으로 다루었던 주제는 머리에 오래 남아 있기 때문에 내용을 예로 활용하여 추상적인 글이 아닌 실감나는 예로 주장이 잘 뒷받침 된 글을 쓸 수 있었습니다. 이대 특차 2차시의 의견 개진 또한 우리말 뉴스를 꾸준히 시청하고, 신문을 빠짐없이 읽은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리스닝의 중요성]
 
'자신의 가장 부족한 부분의 실력을 일정수준까지 끌어 올려라.'는 은 선생님의 말씀을 꼭 기억하세요. 선생님이 이 말씀을 하시면서 리스닝의 중요성을 침이 마르도록 강조하실 때는 그냥 '중요하구나..' 하고 넘어갔는데 실제로 시험장에 들어가니 선생님의 말씀이 맞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긴장되기 때문에 평소에 쉽게 들리던 것도 잘 들리지 않습니다. 들리기는 하지만 순간적으로 기억하고 다시 재현하는 것이 수업시간보다 훨씬 힘들었습니다. 수업 시간 맨 처음 부분을 발표했을 때, 발표를 너무 못해서 숨어버리고 싶었던 날,…이런 날의 아쉬운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이 2차 시험을 마치고 나올 때의 기분입니다.
 
리스닝의 왕도는 일단 양보다는 질입니다. 저는 리스닝에 관해선 은 선생님 수업교재만 충실히 했습니다. 리스닝 스터디는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고, 리스닝스페셜, 월드 뉴스도 사서 본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수업시간에 한 내용의 복습만큼은 열심히 했습니다. 어디를 가도 찍찍이가 항상 제 손에 있었고, 그 찍찍이 안엔 은 선생님 교재 테잎이 있었으니까요.. 집에서는 'Friends' 라는 시트콤의 비디오 테잎을 항상 틀어 놨습니다. 좋아하는 영화나 시트콤을 반복해서 보는 것도 놀고있다는 죄책감 없이 머리를 식힐 수 있는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에세이 쓰는 법]
 
서론에서 추상적으로 중언부언하기보다는 핵심을 찔러야 합니다. 글을 멋있게 쓰려고 노력하면 할수록 글이 잘 안 써지니까 '내가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의구심이 들더라도 서론은 최대한 쉽게 쓰세요. 하지만 한가지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주장이 일반적인 내용이라면 뒷받침하는 예는 풍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뻔한 의견에 원론적인 예… 이는 에세이 불합격의 지름길입니다. 간단한 서론과 구체적인 본론, 마지막으로 잘 정리된 결론. 이 세 가지만 기억하세요. 글의 구조를 서론에서 자신의 주장, 본론을 세 문단으로 나누고 주장을 뒷받침하는 예를 듭니다. 만약 세 개로 나누는 것이 무리라면 본론을 두 문단으로 줄여도 큰 흠이 되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글 전체를 요약하면서 결론을 내면 됩니다.
 
(외대 합격에 도움이 되었던 방법)
 
1. 정독과 다독을 병행
 
2. 꾸준한 리스닝
 
3. 시험 3개월 전부터 문제 감각 익히기
 
1차를 걱정하시는 분이 많은데, 시험 3개월쯤 전부터 문제 푸는 감각을 익히시면 큰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시험장 분위기를 익힐 겸 텝스 시험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단, 문제 풀이에 들어가기 이전에 리딩이 어느 정도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정독과 다독을 병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은 선생님 수업의 경우 리스닝 위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칫 리딩을 소홀히 할 수 있습니다. 공부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이라면 스터디는 되도록 하지 마시고 수업복습, 리딩에 많은 시간을 투자하세요. 혼자 읽는 것이 지루하다면 사이트 스터디로 무료함을 달래 보시기를 권해 드립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2차 준비를 워낙 잘해주시니, 2차는 그다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영어사랑 출신이면 1차 합격 이후 2차는 거의 보증수표나 마찬가지니까요. ^---^ 그리고 뒤집기 스터디는 6월부터 시작해도 늦지 않습니다. 5월까지는 기초 쌓기에 충실하세요. 한영 스터디를 연초부터 하시는 분들이 간혹 있는데 그 방법엔 회의적입니다. 일단 6월까지는 수업복습, 특히 연설문 외우기를 열심히 하며 영어의 기초를 다지는데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입니다. 9월 부터 스터디 파트너를 구해서 뒤집기 연습을 하세요. 특히 영한의 경우 육성으로 듣고 발표해 보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이대, 외대 모두 인터뷰는 자신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같은 내용을 말하더라도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크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면 그 사람을 뽑습니다. 현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앞으로의 자질도 평가하는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외대 정시 때는 교수님과 눈을 맞추기는커녕 교수님들 책상을 쳐다보며 했지만,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 덕분에 문을 닫고 나오면서 교수님들 끼리 "I think… very good." 이라고 말씀하시는 것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앞에 여러 가지 이야기를 했지만, 좋은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작년에 안타깝게 떨어진 언니들과 올해 스터디를 같이 해서 언니들이 겪은 시행착오를 겪지 않을 수 있었던 행운아입니다. 모자란 저를 잘 이끌어 주신 선생님, 유라 언니, 연모 언니, 선영 언니, 성이 언니, 혜진 언니, 진희 언니, 저를 믿어주시고 저를 위해 기도해주신 부모님, 옆에서 격려해 준 남자친구..이 모든 분들께 너무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이 수기에 담아 전합니다.
 
 
 
정은지 (서울대 독어독문/영어영문 복수 전공)
 
제가 기다리던 11월 중순이 되었지만, 아직 실감은 나지 않습니다. 지금을 기다린 이유는 막연하게, '모든 것을 마친 상태일 것이고, 어떤 식으로든 결과가 나와 있을 것이니 좋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외대 2차 전형에서 구술시험을 보고 나온 후에도,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게 될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만큼 과정이 중요하면서도 시험 성격상 결과를 가늠할 수 없는 면이 없지 않았습니다.
 
<성장 과정과 공부 시작 계기, 그리고 스터디 삼총사>
 
저는 해외파/국내파의 이분법적 구분에 따르면 해외파로 분류됩니다.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2까지 유럽에 살면서 외국인 학교(미국사립학교교과과정)를 다녔고, 내내 수업을 영어로 들었습니다. 제가 살았던 세 나라 모두(크로아티아, 헝가리, 오스트리아) 모두 영어권이 아니어서, 학교 외의 장소에서는 거의 영어를 쓸 일이 없었지만, 합해서 4년 넘게 체류한 크로아티아와 헝가리에는 상대적으로 한국주재원 가족이나 교민이 적어서, 제 나이 또래 친구들이 대부분 외국 아이들이었고, 그래서 영어도 많이 늘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간 내내 한국 중등교과과정의 공부(국어, 수학 교과서와 정석 교재 등)를 소홀히 하지 않았고, 덕분에 중 3 때 한국에 와서도 공부를 잘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대학교 입학 전 4년 동안 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수 차례에 걸쳐 영어경진대회에도 참가하고, 영어소설을 읽거나 집에서 "self-dialogue"를 만들어 중얼거리거나 외국에서 살다 온 다른 친구와 일부러 영어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보다도 어릴 때 유사한 환경에서 생활한 제 동생보다도 영어 실력이 떨어지지 않고 이제까지 그 영어가 남아 있는 것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노력해 온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대학에 가서도 독문학, 영문학을 전공하면서 어문학 교재를 통해 독어, 영어를 접한 것이 감각을 유지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비록 해외파로 분류된다고 하더라도 영어권국가에서 대학공부까지 마쳐서 자유자재로 수준 높은 영어를 구사하는 분들과는 매우 다른 입장입니다. 이미 유럽에서 귀국한지도 10년이 다 되어 가고, 여타 다른 학생들처럼 수능시험과 내신으로 대학에 진학했기 때문에, 해외파라는 구분이 아직도 남의 옷을 입은 것같이 어색하기만 합니다. "어학적 자질"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고 통역 공부에 뛰어드는 분들은 적겠지만, 저는 특히 "듣기"에 강합니다. Goethe Institut(독일 문화원)에서 독일어를 배울 때에도 듣기평가나 받아쓰기를 할 때 쏙쏙 귀에 들어와서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제가 통역 공부를 시작한 것은 꼭 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영어가 편하거나 영어에 유난히 애정을 가지고 있어서라기보다는 제 자신의 "청취"능력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작년 12월에 영어사랑학원의 공개강의(초대손님: 서지원 한국외대통대재학생, 양승진 코리아헤럴드신문기자)를 듣고 나서,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6월 한 달을 제외하고는 내내 은천성 선생님께서 강의하시는 기초반(step 2)을 수강했습니다. 6월에는 학교 기말고사 일정과 기초반 수업을 병행할 수가 없어서 둘째 주까지 기말고사를 마치고, 셋째 주부터 시사청취 한달 과정을 하루에 두시간씩 들었습니다.
 
저는 이렇게 영어사랑에 와서 통대준비 공부를 시작했고, 2월 중순이 돼서야 이 공부에 대한 확신이 들어, 본격적으로 3월부터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김혜원 언니가 영어사랑 사이트의 "공부 파트너"에 올리신 글을 보고, 김유정과 제가 전화하면서 시작된 저희 스터디 삼총사는 제게 있어 영어사랑과 함께 또 다른 한 축을 이루는 버팀목이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이 지면을 통해 유정이와 혜원언니께 "Most Heartfelt Thank You!"를 전하고 싶습니다. ("언니, 유정아! 우리도 해냈어!") 올해 처음 통대에 도전해보는 것이라 저희는 스터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기도 했지만, 3월 초부터 11월초까지 꾸준히 함께 해왔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한 식구같이 생각될 정도로 의지할 수 있었던 스터디 파트너를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제가 공부를 하면서 받은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스터디 방법은 유정이의 이대 합격 수기를 참고하시면 시기별로 자세하게 나와 있습니다. 아마 저와 유정이, 혜원 언니 합격수기를 합쳐서 보시면 "합격수기의 결정판"을 보시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유정이와 혜원 언니가 빠뜨린 작은 디테일이 있다면 저희가 8월에 1박 2일 동안 "스터디MT"를 가졌다는 것뿐인데요, 도착해서 아침 먹고 스터디하고 낮잠 자고 저녁 먹고 스터디하고 자고 일어나 아침 먹고 스터디해서 당시 조금 밀려 있던 스터디 계획을 소화했습니다. 조금씩 지쳐가던 중 바람도 쐴 겸 가게 된 것인데, 편하게 모여 있을 장소가 확보되니까, 틈틈이 스터디도 할 수 있고, 주변사람들을 의식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돼서 여러모로 좋았습니다. MT후에는 바로 기초반 수업에 들어갔는데, 그때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춥다면서 간 중국 식당에서 저녁을 먹으며 녹차를 쉴 새 없이 마시다가, 뒤늦게 혜원언니 생일 케잌도 자르며 좋아했던 저희 삼총사의 모습을 상상해 보시면 통대준비 과정이 마냥 고생스럽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이 드실 겁니다.
 
<이대 특차>
 
[1차]
 
고사장에서 에세이를 쓰는데 숨이 턱턱 막혔습니다. 구체적인 개요를 작성한다고(어리버리하게 연습지 뒷장은 표기하면 안 되는 줄 알고 아주 좁은 공간에 적느라 고생했습니다 ㅠ.ㅠ) 20분을 보냈는데, 제 앞의 분은 연습지에 바로 써서 옮겨 적으셔서 적지 않게 당황했기 때문입니다. 스터디할 때 세 번 정도 에세이를 쓰고 서로 첨삭하고 크리틱을 했었는데 시간을 짧게 잡고도 시간이 부족했던 적은 없어서 더더욱 당황했습니다. 다행히 개요를 꼼꼼히 작성한 덕분에 생각을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당황한 가운데서도 내용 연결은 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 "세계화와 자유무역의 발전에 따라 경제와 문화간에 충돌이 일어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전통문화가 훼손되더라도 경제를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다. 각국 정부가 정책수립시 경제와 문화중 어느 쪽에 더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지 자신의 견해를 논하시오"
 
저는 예를 제시하는 글이 좋은 글이라고 해외에서 외국인학교에 다닐 때 배웠습니다. 각 문단의 여러 소 주제문의 아귀가 들어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예가 없으면 읽을 때 재미없는 글이 된다고 배웠기 때문에 본문 세 문단에서 각각 예를 한 가지씩 들었습니다. 문화개방이 고유문화를 해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우리 문화를 알리는 매체일 수 있다는 주장에는 점차적으로 여러 단계로 진행되는 한-일 문화개방 덕택에 일본에서 일게된 "보아 열풍"과 한국 영화의 선전을 예로 들었습니다. 다음 문단에서는 세계 시장의 소비자는 제품만을 구입하는 것이 아니고 "까다롭기(discriminating)" 때문에 "스토리가 있는" 제품만이 살아 남을 수 있다는 주장을 들면서 각국의 정체성이 반영되는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는 주제문을 제시하고 반미 감정을 지닌 청년들이 아시아 각국에서 시위할 때조차 리바이스 청바지를 입고 코카콜라를 마시는데 그것은 미국의 긍정적 이미지(스토리)를 담고 있는 상품 구매에는 반미감정조차 끼어 들지 못한다는 예를 들어 자국 문화 보존의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했습니다. 세번째 문단은 결론을 쓸 시간이 있을 지 몰라 결론틱(?)하게 썼습니다. 자국 문화의 중요성은 유대인 민족이 독특한 고유의 문화를 유지해서 결국은 홀로코스트라는 큰 시련을 겪고도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세울 수 있었다는 예를 들어 한번 더 강조하면서, 고유의 문화를 뒷전에 두고 정체성을 잃으면 반대로 나라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끝을 맺었습니다. 5분이 남아서 결론을 네 줄 정도 썼는데, 경제 활성화와 고유 문화 보존이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라, 고유 문화 보존을 통해 세계 시장에서 국산품의 위상을 높이고 역으로 경제 활성화가 고유 문화의 보존과 전파에 기여하는 win-win 전략이 될 수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마무리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서 proofreading을 제대로 못한 가운데 잠깐 본 문장의 문법이 틀려 있어서 급히 고쳐 내고는 내내 기분이 찜찜했습니다. 1차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날마다 제가 쓴 표현보다 더 좋은 표현 생각이 나서 잠도 설치고 결국엔 마음 속으로 포기를 했는데, 합격명단에 제 수험번호가 있어서 수험표까지 모니터에 대고 대조해보기까지 했습니다. 결과 발표 후에는 예를 들어 강한 어조로 주장을 어필한 작전이 주효하지 않았나 생각하게 됐습니다. 내용 면에서 좀 더 욕심을 내면서 논문 혹은 주석에나 달려나올 법한 예를 든 것이 많은 에세이 가운데서 눈에 띌 수 있었던 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2차]
 
대기실이 좁고 수험생들로 꽉 차서 긴장감이 돌았습니다. 다행히 약 2시간동안 2차시험 준비를 하면서 알게된 수현언니와, 시험 당일 아침에 기다리면서 만난 성연언니가 계셔서 비교적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시험장 바로 앞에서 "진행 요원"을 해주신 분과 경나와도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아침에 긴장으로 유발된 복통을 가라앉히고자, 시험장으로 가는 길에 사서 마신 뜨거운 민트차도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 대기실에서 화장실을 가려면 "진행 요원 분들이 동행하셔야 해서 그분들을 괴롭히는 셈이지만, 저는 기다리는 동안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마시고 싶은 것도 준비해서 마시고 화장실도 여러 번 가는 것이 긴 시간동안 무작정 떨면서 기다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한한은 부안군 원전폐기물처리장관련 집회에서 아이들과 청소년이 참여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평이한 편이었고, 배유정 교수님께서 비교적 빠른 속도로 읽어주셨습니다. 아이들이 시위에 참여하는 것 자체가 불법적이진 않고, 시위 주동자를 가려서 책임을 쉽게 물을 수 없는 면에서 정부가 대책 강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사실은 나올 때까지 배유정 교수님을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덜 당황했고, 너무 길게 끌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영 내용은 근래에 캐나다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된 것과 결혼이라는 제도 자체와의 연관성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우선 신문 기사였던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용된 용어나 문장 구조가 결코 평이하지 않았습니다(International Herald Tribune 수준). 결혼이라는 제도가 종교적인 의미에서 흔들리고 있고, 동성애자들 사이에서도 동성결혼합법화를 일률적으로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디테일이 있었습니다. 또 법적인 차원에서 부부와 같은 혜택을 주려는 것이라면 굳이 동성결혼을 법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니라는 요지의 내용이 나왔습니다. 문제는 읽어주신 선생님께서 또박또박 읽어주지 않으셨고, 문장이 전체적으로 만연체였음에도 거의 끊지 않고 쭉 읽어주셔서 따라가기가 쉽지 않아 재현할 때에도 흐름을 살리려고 노력해야 했습니다.
 
의견 개진 주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1. NGO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2.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3. 다이어트 산업이 번창하고 있는 것에 비해서 비만 인구는 날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유는?
4. 대중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의견입니까?
5. 호주제 폐지와 관련해서 어떤 입장입니까?
 
이상 질문 내용과 순서가 완전히 일치하진 않아도 정리해보았습니다. 저는 3번을 영어(Atkins effect, 다이어트-운동족과 폭식족의 양극화 현상, 미국적 물질주의 확산 언급)로, 4번을 한국어 의견개진 주제(공인이라면 사생활 존중을 받아야 하지만, 사생활 면에서 공인으로의 품위를 지켜야 하며 이익 관계가 부당하게 개입될 경우, 사생활을 희생해야 한다)로 선택해서 비교적 짧게 얘기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최근 시사 문제가 압도적으로 많이 등장했습니다. 평소에 스터디할 때 다룬 내용도 나와 크게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태도 면에서는 일단 eye contact를 유지했는데, 그러다 보니 2-3분 이내에 들어왔는지에 대해서는 큰 신경을 쓰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blank 현상이나 말하다가 내용을 번복하는 상황은 거의 없었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 대기실에서, 그리고 시험장에서도 통역학과 시험은 배짱 있고 뻔뻔해야 실력을 발휘할 수 있습니다. 저는 다행히 어렸을 때부터 Debate 대회도 나가는 등 뻔뻔한 편이라 실전 면접에서 "공포의 2차 시험"이라는 느낌은 대기실에서만 잠깐 받았고, 시험장 문을 나설 때까지 신기할 정도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결정되는 시험인 만큼 기초반 수업시간에 여러 사람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하면서 담력과 "뻔뻔함"을 키운 것이 시험장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초반에 발표하러 나가서 대책 없이 떨기도 하고, blank 현상때문에 내용을 빠뜨리고 자리에 돌아오던 것도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어 나중에는 선생님이 호명하셨을 때 ,거의 "통과"를 외치지 않고 "어려운 내용이라도 일단 해보자"는 마음가짐으로 발표하고, 크리틱을 받으면 지적을 당한 부분을 보충하려 노력했습니다. 발표를 통해 자신감이 생기면서 외대 시험 준비 기간에도 1차 시험만 통과하면 2차 시험에 승산이 있다는 생각도 갖기 시작했습니다.
 
<외대 시험>
 
[1차]
 
저는 중3때 처음 한국식의 듣기 평가를 접한 뒤 "들으면서 쓰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지문 내용이 나올 때는 핵심 내용을 가리면서 적느라 바쁘지만 일단 지나간 내용은 다시 들을 수 없다는 점에서 문제를 풀 때 답이 한눈에 보이고 대조 작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올해 외대 1차 시험은 작년에 풀어본 기출문제보다도 문제와 지문 간 간격이 짧아서 생각하면서 답을 결정할 시간이 부족했는데 일단 내용을 써 놓고 보면서 답을 표시할 수 있어서, 모든 걸 머릿속에 기억하고 대조하면서 문제를 풀어야 했던 분들에 비해 정확했던 것 같습니다. L/C 부분이 끝나고는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아서 독해 부분은 문제를 먼저 읽고 지문을 읽은 뒤 신중하게 답을 결정해서 처음 고른 답이 정답에 가까울 수 있도록 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만큼 나중에 정답을 내는 방향으로 고민할 여유가 나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게 했는데 마지막 "문장 순서 맞추기" 열 문제를 매우 서둘러 풀어야 했기 때문에 다행이었습니다.
 
1차 시험 때는 응시자수가 워낙 많아 화장실이 매우 붐비기 때문에 공통 영어 시작 전과 전공 영어 시작 전에 화장실을 미리 다녀오는 것이 중요합니다. 시험 자체가 빡빡해서 거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특히 전공 영어 시험 전에 감독관께서 시험지를 미리 주실 경우를 대비해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현명합니다. 저는 공통 영어 시험을 일찍 마치고, 1교시 중에 화장실을 다녀와서 쉬는 시간 15분 동안 한숨 돌리고 음악을 듣는 등 전공 영어 시작 전에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습니다. 제가 들어간 시험장에는 아슬아슬하게 오셔서 뒤에 계신 분의 take-out 커피를 쏟고, 공통 영어 듣기 방송 중에 구두소리를 내면서 들어오시는 바람에 내용을 아예 못 듣게 결과적으로는 "방해"하신 분들이 계셨는데, 모두에게 중요한, 1년에 한번 보는 시험인 만큼 서로 타 수험생들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사소한 일로 서로 신경이 날카로워지면 시험 결과에도 영향을 주므로, 서로 각별히 조심을 하는 것이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 생각합니다.
 
[2차]
 
영어사랑에서 은 선생님이 시험직전에 개설하신 외대 준비 2차반을 들었습니다. 한자, 한국어, 쌍방향 번역 한-영, 영-한을 중심으로 강의가 진행됐는데, 시험 때 어떤 우형의 문제가 나올 것인지 철저히 대비를 해주신다는 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또한, 초조하게 같이 기다리는 가운데 거의 매일 "스파르타식"으로 스터디 파트너들과 영-한 한-영 연습을 하면서 수없이 많은 내용을 다뤘습니다. 1차 시험 후 신경성 요통이 와서 매일 집에 와서는 "핫팩"을 허리에 대고 누워서 스터디한 내용을 복습하고, 오린 기사 중에서 다음 스터디 영-한 자료를 뽑았습니다. 이때 다룬 내용은 직접적으로 2차 시험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결정적으로 상식을 넓히고 깊이를 더해 2차 시험에 대한 두려움도 줄일 수 있었습니다.
 
1차 결과 발표 후, 시험이 바로 다음 날인데도 정신을 차리지 못했습니다. 점심 시간이 지나서야 허리에 "핫팩"을 대고 누워서 은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한자 "족집게" 리스트를 들고 체크하고, 외대 준비반에서 받은 번역과 한영 자료를 쭉 정독하고 소리내어 읽었습니다. 그때야 비로소 이제껏 수업 듣고 스터디한 생각이 나면서 든든해졌습니다. 어떤 난이도의 지문이라도 훈련이 되어 있는 만큼 정면 돌파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완벽하고 빈틈없는 실력을 갖췄는지를 보는 시험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에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기 시작했습니다.
 
한자 시험은 생각했던 것보다 평이했습니다. 특히 한 문제의 답은 은 선생님께서 한자 모의고사로 내주신 수구초심의 뜻이 잘못된 것을 알아보고 고르는 문제라 확신을 갖고 표기했습니다. 한국어 문제도 고등학교 국어 교과서로 정상수업을 받은 학생이라면 쉽게 풀 수 있는 발음 문제가 나왔습니다. 한국어 작문에서는 "이라크 파병에 관한 입장을 표명하라"는 문제가 나왔는데 600 자 제한이 생각보다 짧아서 작성한 개요의 세부 보조 문장은 다 적지 못했습니다. 서론-본론-결론의 형식도 겨우 갖춰서 낼 수 있을 정도의 분량이었습니다. 저는 전투 병력의 파병은, 한국군의 자원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며 인명 피해 발생이 우려되므로, 국민 감정상 불가능하고, 미국과의 조율 후 이라크 재건에 도움이 될 비전투 병력의 파병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어 작문은 "FTA가 국내 경제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긍정적 영향을 서술하고 이에 대한 입장을 밝혀라"는 취지의 문제가 나왔습니다. 우선 자유 무역 협정이 경쟁력 있는 대기업 같은 경우에는 시장 확대를 의미하므로, 호재이지만, 기반이 취약한 중소기업 같은 경우에는 국내 시장마저 잃을 수 있어 위험하다고 밝힌 뒤, 농업 종사자들도 생계를 위협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론 부분에서는 정부의 협상 당사자들이 한국 재계의 입장을 고려해서 협상과정에서 취약할 수 있는 분야를 최대한 보호하는 쪽으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고 썼습니다. 자유무역협정 발효 후 일차적으로 타격을 입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재계이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명심하고 섣불리 외적인 외교적 성과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끝을 맺었습니다. 전부 열세 줄을 썼는데, 한국어 작문과는 달리 분량 제한이 없어서 고민하다가 그냥 마무리했습니다. 번역은 영->한 1. 통역사 지위 2. UN의 역할, 한 ->영 1. 제재 완화 2. 외국금융 기관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는 필요성이 나왔습니다.
 
구술 시험은 일요일 3시 타임 두번째로 봤습니다. 대기실이 자유로운 분위기여서 무엇보다 좋았고, 목소리를 크게 하라는 대기실의 학교 교직원과 시험장 앞 "진행 요원"분의 말씀에 힘입어 이대 특차 때보다 더욱 뻔뻔하게(?) 시험에 임했습니다. 심지어는 "진행 요원"분 앞에서 긴장을 푼다고 정장을 입은 채로 스트레칭하고 점프를 하기까지 했습니다. 아직도 그 분께는 긴장을 풀 수 있도록 이런 저런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들어가서는 별 질문 없이 바로 영->한 한->영 순서로 진행되었습니다. 처음에 임향옥 교수님께서 “I'm going to talk about the brain.”이라고 말씀하시고는, 읽는 것이 아닌 말로 설명하는 듯한 말투로 "사람들은 약속장소에 나갔다가 바람을 맞았다는 것을 알게 되고는 마음이 아프다며 'my heart is broken'이라는 말을 하지만, 연구 결과 사실 '거절당하거나 배제되었을 때에' 뇌의 한 부분이 그것을 인지하여 반응을 하게 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실제로 게임 중에 세 명이 하다가 한 사람이 배제되게 예정된 컴퓨터 게임을 대상자들에게 시키고 뇌를 스캔해 본 결과, 배제되는 순간 특히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일괄적으로 감지됐다. 이는 인류학적으로 생존능력을 배가하는 메커니즘의 일환일 수 있으며, 어딘가에서 배제되거나 누군가에게 거절당했을 때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기능을 한다"는 내용의 영어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어휘나 내용이 특히 어려운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접하는 내용이라 재현이 비교적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전체 내용을 제시하면서 디테일은 차차 가지치려고 했는데 방향을 맞게 잡았을 때, 네 분의 선생님께서 동시에 끄떡여 주시는 등 내내 격려해주셔서 내용을 거의 살릴 수 있었습니다.
 
한 -> 영은 곽중철 교수님(그것도 나중에 다른 사람이 얘기해줘서 알았습니다 ^^;)께서 읽어주셨습니다. "잘 하세요! 읽습니다"라는 멘트를 앞에 넣어 주셔서 영->한 때 했던 긴장이 다소 풀렸습니다. "한국은 출생률이 급격히 떨어지고 프랑스에 비해 몇 배나 고령화가 가속되어 인구 증가율이 떨어지고 있다. 신혼 부부의 출산율이 낮아지는 것은 1.사교육비 부담 2. 사회 복지 보장이 미비하기 때문이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되면 노동력이 부족하게 되는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오늘 아침 정부는 출산 장려정책을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절실한 조치이다." 내용이 전혀 어렵지 않고 예전에 어휘를 익혀둔 부분이라 헤매지 않고 적재적소의 표현을 사용하며 내용을 영어로 재현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나름대로 괜찮다고 생각하는 어휘를 쓸 때마다 다들 고개를 끄떡여주셔서 더욱 자신감을 갖고 한국어 지문의 마지막 문장까지 재현하자, 선생님들께서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책상에서 손을 떼면서 호응해주셔서 웃으면서 나올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eye contact를 유지했습니다. 문을 나선 뒤 10분도 채 안 걸렸다는 것을 알고, 그 짧은 시간동안 당락이 결정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마음이 공허하기도 했습니다. 복도에서 같이 대기하다가 제 앞 순서로 들어가서 결국 합격하신 분께도 축하의 인사를 전합니다.
 
<공부시간과 시작할 때의 실력, 그리고 인사>
 
저는 6월 중순부터 8월 말까지 방학을 제외하고는 내내 학교-학원-스터디를 병행했기 때문에, 혼자서 공부하는 시간이 적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철저히 하려고 했던 것은 학원 진도 복습과 스터디 준비, 그리고 스터디 내용 복습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달리면서 잠을 줄일 수 없을 것 같아 가능한 공부를 할 수 있을 때 집중해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국 sight-translation연습을 한 것이 구술 시험 때 나올 수 있고, 기초반 수업 내용이 1차 시험 내용으로 나오거나, Economist에서 접한 내용이 다른 일간지나 주간지 기사의 형태로 나올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것을 읽고 들어 봐야 한다는 부담감을 버리고 "현재"라는 시점에서 읽거나 듣고 있는 바로 그 내용에 열의를 갖고 임할 때 통대 공부는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3, 4월... 공부해야 하는 내용이 끝이 없는 것 같아 포기하려고까지 생각했던 과정을 일단 한 단계 마쳤다고 생각하니 믿어지지 않습니다. 겹치지 않게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다룬다면, 어떤 유형의 시험이라도 덜 두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더불어 공부 기간을 길게 잡아야 하는 만큼, 학원 수업이나 스터디를 틀로 잡아서 제가 학원 수업에 가급적 안 빠지려고 했던 것처럼 그 틀을 오랫동안 유지하면 슬럼프 없이 준비 과정을 마칠 수 있을 것입니다. 슬럼프를 피하려면 절대적인 공부시간을 따지기보다 영화를 보거나 운동(6월부터 재즈댄스를, 두 달간 헬스를)을 하거나 시간이 많이 빼앗기지 않는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기분전환을 하고 공부를 계속할 에너지를 얻는 것도 중요합니다. 가능한 범위 내에서 공부를 즐기면서 하는 사람은, 언젠가는 은 선생님께서 늘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는 "임계질량"에 반드시 도달할 것입니다.
 
1월에 영어사랑을 다니기 시작하기 전에, 시험 점수로 따져본 제 영어 점수는 TEPS 940, TOEIC 965 점이었습니다. 남들은 높다 하는 점수였지만, 기초반 수업 첫날부터 기존 수강생들의 뛰어난 실력을 보고 좌절했었습니다. 그만큼 통역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뛰어난 영어 실력+알파를 갖춰야만 가능한 전문 기술입니다.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면서 문제 풀이 연습 겸 다시 영어 시험을 봤을 때 TEPS는 948, TOEIC 985 점으로, 저도 모르는 사이에 어휘 실력과 문어(<->구어) 독해 실력이 향상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부터 어느 정도 점수면 합격이 가능하나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계셔서 수기에 포함합니다. 점수로 실력을 평가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나의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깨닫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듣기"가 강점이라면 통역의 길은 덜 울퉁불퉁하겠지만, "읽기"가 약점이라면 구술 시험에까지 이르는 과정이 험난할 것입니다. 반면에 "읽기"가 강점이지만 "듣기"가 취약하면 그 반대의 처지에서 고생할 것입니다. 어떤 체질인지 스스로 판단해서 일찍부터 약점을 보완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사랑과 믿음으로 저를 지켜봐 주신 부모님과 불평 없이 제 몸부림을 받아준 동생에게 사랑과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제 인생에서 소중한 사람들이 되어 버린 유정이와 혜원 언니께도 축하 인사와 함께 고맙다는 말을 정합니다. 통역사가 되어 우리의 2003년을 추억할 날이 올 것이라고 믿습니다. 무턱대고 합격할 것이라고 저보다 저를 믿어준 예원이의 "신빨"에도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습니다. 매 시험 직전마다 격려해준 독문과 동생들과 영문과 친구들 - 고마워!! "미리 축하한다"는 말로 불안하고 떨렸던 하루 하루에 희망을 심어준 오빠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last but not least, 은 선생님!! 한결 같은 유머와 크리틱으로 Stuetze fuer die Seele(정신적 지주)가 되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제자로, 어디서든지 기도하면서 "뻔뻔함"을 무기로 삼아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There are those of us who are always about to live. We are waiting until things change, until there is more time, until we are less tired, until we get a promotion, until we settle down -- until, until, until. It always seems as if there is some major event that must occur in our lives before we begin living.--George Sheehan
 
Let's start living, now!!
 

 
 
 
 
♣ 한서 ♣
 

김영주
 
아직 합격사실이 실감이 나질 않는데 수기라니 조금 어색한 기분도 듭니다. 하지만 조금이나마 제 글이 앞으로 통대 입학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공부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나름대로 이번에 합격하게 된 키워드에 대해 언급하고 지나갈 까 합니다.
 

<선택과 집중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
 
저는 굉장히 성격이 급한 사람입니다. 욕심도 많아서 여기저기 일을 벌이고 다니는 편입니다. 급한 성격인 만큼 누가 한국사람 아니랄까 봐 “빨리, 빨리”가 마음속 깊이 배인 사람입니다. 이런 제 성격은 통대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이 되었고 동시에 저라는 사람을 다시 만들어 볼 수 있는 아주 좋은 기회였습니다. 연수경험도 없는 제가 남들보다 몇 배는 더 열심히 해야 하는 때에 통대 이외에 다른 가능성들이 눈에 들어와 집중을 할 수 없었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문제. 지금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들이 다시 한번 새겨주셨으면 합니다. '통역사'라는 직업에 대한 동경심이건, 고소득을 바래서건 어떤 이유든 간에 통대를 진학하겠다고 마음 먹으신 분이라면 우선 제대로 된 선택을 하셨는지 다시 한번 되새겨 보시고 그 다음에는 집중하십시오. 제가 아쉬운 점은 1학기 때부터 통대 입시에 집중을 못한 것입니다. 합격일지 불합격일지 모르는 싸움에 100% 집중은 위험하다는 가벼운 결론 때문이었습니다. 만일 조금만 더 선택과 집중에 충실!했다면 마인드 컨트롤에서 더 큰 수확을 거둘 수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집중이란 통대 입시에 시간을 집중적으로 할애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시 제 얘기로 돌아오면, 4학년 전공수업에서 마침 개설된 "한서 통번역의 이론과 실체"라는 과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면서 1학기를 마쳤습니다. 그래도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기에 방학 때는 회사에서 근무하여 사회경험도 해보면서 여름방학도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8월에 서반아어 통대 입시 전문학원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이제서야 알았다니! '은천성 영어사랑' 홈페이지 앞에서 하루종일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 우선 8월 마지막 주 청강을 하러 갔습니다. 나 말고도 이렇게 준비하는 사람이 많다니. 9월 개강 첫날 공교롭게도 통역파트날이었습니다. 다른 학생들의 실력에 다시 한번 놀랐습니다. 그제서야 나름대로 자신 있던 제가 마음이 급해지기 시작했습니다. 급한 성질이 마음껏 발휘되던 한 주 였던 것 같습니다. 이거 할까. 저거 할까. 통대 입시를 준비하다 보면 공부방법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하게 됩니다. 특히 한 달에도 몇 번이나 바뀌게 되고 마는 공부방식에“나한테 문제가 있는 걸까? 이렇게 하면 되는 걸까?”하는 질문을 하루에 수십번씩 제 자신에게 던지곤 합니다. 물론 선생님이나 동료,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한 뒤 자기만의 공부방법을 세워야 할 것이고 여러 번 수정을 거치다 보면 자신에게 맞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고로 그 수정과정에서 절대 회의를 품다가 흔들리지 마시라는 겁니다. ^^
 
9월 수업동안 사뭇 다른 사람들의 실력에 놀라며 때로는 감탄하며 자극도 많이 받고 스스로에게 질책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마인드 컨트롤에 많은 힘을 기울였습니다. 사실 제가 공부에 투자한 시간보다 마인드 컨트롤에 더 많이 비중을 두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모든 시험이 그러하듯이 결국엔 시험당일 컨디션과 마인드 컨트롤을 어떻게 했느냐가 당락을 결정짓는데 큰 몫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면서 객관적으로 비교되는 제 스페인어 실력을 보며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과연 이렇게 해서 합격할 수 있을까? 다른 사람들은 저렇게 잘하는데…." 스스로에게 주문을 걸듯이 의도적으로라도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많이 노력했습니다. 공부량이 많아질수록 혼란이 가중됐지만, "통대입학시험은 어디까지나 시험이고 정해진 양식은 분명히 있다."라는 원리에 최대한 맞춰 공부하였습니다. 우선 전 이번 승패는 시간싸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불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과감히 버릴 수 밖에 없었습니다. 시험 출제자의 의도는 무엇일까를 생각해보고 일단 거기에만 맞추면 승산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 그때쯤부터 다시 마음의 평정을 찾고 남은 기간동안 편하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제 이야기를 쓴 이유는 저처럼 연수경험이 없으시거나 또 늦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행여나 자신감을 잃으시고 시작조차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에서입니다. 한가지 더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가 보는 시험은 공무원이나 행정고시 같은 성격의 "이론암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지금은 수기 성격상 어떤 기간 안에 얼마나, 어떤 공부를 했느냐에 대해 알려드리고 있지만, 기본적인 바탕은 과거에 여러분이 어떻게, 얼마나 해당 외국어 공부에 충실했냐는 것입니다. 시험장에서 시간에 쫓기면서 하는 작문은 멋진 표현보다는 평소자기가 쓰던 - 기본 실력에 바탕을 둔 - 표현일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죠!
 

<공부방법>
 
9월은 추석연휴와 함께 참 빨리도 지나갔던 것 같습니다. 또 그 사이에 무척이나 많은 공부방식을 시도해봤습니다. 그전까지는(9월이전) 주로 기사와 단어위주의 공부였습니다. 스터디는 따로 하지 않았었고, 기사를 보다 보니 어휘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시사서반아어(송산출판사)" 위주로 단어 공부를 했습니다. 욕심만 앞서 눈에 띄는 기사는 죄다 출력을 해놓았었는데 나중에 밀린 기사의 방대한 양에 오히려 스트레스만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9월부터는 두개의 스터디조를 만들어 순차통역(한-서, 서-한)연습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기사는 하루에 3-4개씩은 꼭 보았고, 시간이 없으면 헤드라인이라도 읽고 넘어 갔습니다.
 
저는 사실 통대 시험을 보기 전까지도 학교공부뿐 아니라 다른 일들로 스페인어 공부에만 투자할 시간이 그리 많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어느 하나도 제외시킬 수 없었기!에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공강시간, 쉬는시간, 버스, 지하철 안 모두 기사를 보는데 활용했고, 기사를 보다가 지겨우면 지하철에서 sight-translation 연습도 종종 하곤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듣기연습이 부족했는데 거의 rki(http://rki.kbs.co.kr)를 통해 3-4일에 한번이라도 듣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사실 듣기부분은 제 역량 내에선 rki외에 다른 자료가 없었습니다. 그 당시엔 위성안테나나 녹음 같은 건 생각해보지도 못했습니다 ^^; 그래서 택한 방법은 보통 가정집 TV에서 많이 나오는 영어프로그램 청취였습니다. 영화보다는 아리랑TV에서 한번씩 다루는 시사프로그램등을 위주로 자주는 아니더라도 보는 습관을 가졌습니다. 다른 언어이기는 하지만 1차시험에서 측정하는 부분은 얼마나 요점을 잘 찾아내느냐이기 때문에 영어듣기를 통해서나마 그 연습을 하려고 했던 부분이 1차를 통과할 수 있었던 비결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동시에 1차에서 따로 영어과목 준비를 하지 않아도 무사히 넘길 수 있었습니다. 또 집에서 최대한 많이 읽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억양, 톤 등을 달리해가면서 연습해보는 것은 듣기에도 도움이 되고 발음 교정뿐 아니라 소리 내서 읽음으로써 자신감도 키우는데 도움이 되 었습니다.
 
9월 동안 제 공부방법은 "무조건 최단시간에 최대량 소화하기"였습니다. 급한 성격이 여기에는 일조를 하였던 것 같습니다. 주로 기사위주의 제 공부방법이 한 방향으로 흐를 수도 있지만, 제 나름대로는 표현, 어휘, 작문, 의견정리 면에서 두루두루 쓸모가 많았습니다. 기사를 읽다가 좋은 표현은 따로 메모하고 나중에 정리해서 보는 것도 작문할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가 추천해드리고 싶은 방법 중 하나는 "기사 외우기"입니다. 많이 하고 계시는 방법이시겠지만, 전 특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하루에 기사 하나" 였지만 그렇게 하지는 못했고 일주일에 몇 개라도 외워서 친구에게 확인작업을 거쳤습니다. 공부 전에 워밍업하듯이 기사 외우기를 하면 나중에 구술이나 의견을 피력할 때도 그냥 말하는 것보다는 논리력도 생기고 말도 거침없이 나올 수 있는 방법 같습니다. 실제로 모의인터뷰에서도 그렇고 이번 한국어논술시험에서 '이라크 파병'에 대해 의견을 물었었는데 마침 외워둔 기사가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무슨 공부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다는 분들은 rki 같이 짧은 기사가 여러 개 있는 것을 출력해 하루에 하나씩 외우며 시작하는 것도 매우 좋을 것 같습니다. 기사를 볼 때도 가능한 다양한 주제를 접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시사적인 게 시험 문제의 대부분이지만 매년 다르게 출제되므로 다양한 분야에서 배경지식을 쌓아두면 분명 도움이 될 것입니다. 통역연습은 모두 스터디를 통해 해결하였고 부족하다고 느낀 날은 집에서 sight-translation으로 보충하곤 하였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이 정도이구요, 좀 횡설수설 하면서 쓴 글인데 도움이 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더 해드리고 싶은 말이 남았지만 이쯤에서…^^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evileye666@hanmail.net 으로 메일 주시구요, 여러분 모두 건승을 빕니다. El que rie de ultimo rie mejor
 
 
 
남강현
 
<시작하면서>
 
자료 자체나 환경의 열악함보다는 스페인어 공부에 대한 정보공유의 열악함을 개선하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합격수기를 쓰려고 합니다. 스페인어는 아직 한국에서는 희귀 언어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니까요. 저는 우선 학부를 졸업한지 2년 되었고 멕시코에 2년 체류한 경험이 있습니다. 연수하면서 1년 일하면서 1년을 보냈는데, 국내파로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기간 체류 동안은 나름대로 알차게 보냈다고 자부합니다. 늘 제 주변엔 단순한 의사소통용 회화보다는 토론을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이 많았고, 일을 하던 동안에도 공식 업무중의 하나가 멕시코 주요 정부 부처나 주요 경제 신문 기사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보고서 양식으로 작성하는 것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통대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오래 체계적으로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통대 준비도 6월에야 본격적으로 시작했고, 짧은 기간동안 한꺼번에 많은 공부량을 소화하려다 보니 자연히 공부 습관도 불규칙했습니다. 그 와중에서 구심점으로 삼으려 했던 것은 오로지 스페인어, 영어, 한국어.. 언어를 공부하면서 제가 느끼는 "재미"와 "보람"이었습니다. 어떤 것이 진정한 목적인가를 늘 생각했던 것이 공부보다 정신적인 면에서 저를 가다듬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듣기>
 
가장 중요함에도 가장 소홀히 했던 부분입니다. 저는 대의 파악보다는 세부사항 잡아내기에 좀 약한 편이었기 때문에 보다 집중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공부를 했습니다. 초기에는 주로 인터넷의 위성방송을 이용했습니다. 학교에서는 늘 스페인 방송인 TVE 청취가 가능했지만, 제 집이 학교와도 상당히 멀고, 그렇다고 집에 위성방송을 설치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제게는 인터넷이 유일한 대안이었습니다. 그러나, 덤벙대고 잘 까먹는 성격 탓에 녹음을 하여 끈덕지게 듣기 연습을 해본 적도 없고, RKI의 스페인어 뉴스조차도 사실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기껏 한 일이라고는 혼자 기사를 읽으면서 찍찍이로 녹음했다가 그걸 다시 들으면서 순차 통역 연습을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것도 사실 저에게는 못할 짓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무척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분명 읽었던 걸 듣는데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에 첫번째 충격, 제 발음과 억양에 지독하게 베어있는 한국 accent의 흔적에 두번째 충격.. 그러나, 스스로에게 조금만 뻔뻔해진다면 발음 교정과 듣기 연습의 두 가지 효과를 볼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말하기>
 
말하기는 단순한 상대어 통역이 아닌 자신의 "생각"이 담긴 의견 개진이라는 데에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평소 배경 지식의 함양과 토론이 중요합니다. 제게는 스페인어로의 의사 표현 연습은 학원의 회화 수업이, 국내 정세 파악과 배경 지식의 함양은 TV의 시사 토론 프로그램 시청과 시사저널이 매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평소 스터디용 기사를 발췌할 때에도 늘 통역 연습 한번 하면 끝나버릴 기사보다는 배경 지식에 더 초점을 맞춰왔는데 그것이 장기적으로는 보다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쓰기>
 
번역 위주로 써보겠습니다. 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1. 어휘 하나하나에 집착하기 보다 필자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 2. 막히는 단어에 대해서는 사전적 의미보다는 문맥상의 의미를 이해하여 번역하는 것 3. 번역을 끝냈을 때 번역본이라는 티가 나면 안 되는 것, 즉 원본 언어의 냄새가 나면 안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3번은 다가가기 매우 힘든, 번역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많이 읽어야 하고, 무엇보다 서서 사전의 활용이 중요합니다. 서서 사전은 단순한 사전적 풀이가 아닌 그네들의 사고 방식에 입각하여 각 텍스트 상에서의 활용되는 뜻을 위주로 한 풀이이기 때문에 서한 사전보다 도움이 많이 됩니다. 또한 유의어, 반의어와 해당하는 영어 표현도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스페인어 이해의 시각 자체가 매우 넓어지는 효과도 따라옵니다. 사전에 나오는 풍부한 예문을 외워두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또한 스페인어와 영어는 그 어떤 언어와의 궁합보다도 찰떡 궁합이라는 언어적, 정치적 상황이 뒷받침이 되고 있으니 영-서 양방향의 사전 활용도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사전에는 나오지 않지만 읽다보면 늘 같은 형식으로 반복되는 표현을 구(phrase)단위로 외우는 것도 효과적입니다. 명사, 동사, 전치사 등 항상 같이 다니는 표현의 덩어리를 외우는 것이지요. 제가 초기에 범했던 실수 중 하나가 서->한 번역은 종착 언어가 모국어이니 한->서에 비해 상대적으로 쉽다고 생각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통/번역에 있어서 a->b 언어든 b->a언어든 더 쉽거나 더 어려운 분야는 없는 듯 합니다. 언어만 다를 뿐 어차피 같은 수준의 난이도로 번역해 내야 하는데 오히려 모국어에 대해서는 더 엄격한 완성도가 요구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의 입장에서 자신이 고용한 통/번역사의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다름 아닌 한국어입니다. 저는 이 점을 간과한 탓에 시험이 다가오면서 통역도 번역도 오히려 서->한에서 거의 무너지다시피 했었습니다. (물론 안 들리기도 했지만 -.-) 한국어, 꼭 시험 통과용이 아니라도 절대로 간과하면 안 됩니다. 스페인어만큼, 영어만큼, 한국어도 공부해야 합니다.
 
<읽기>
 
초기에는 욕심에 인터넷으로 접할 수 있는 모든 매체를 두루 읽어보려고 노력했으나 금방 저의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주로 보는 사이트 두 세 개를 정해놓고, 나머지 언론 사이트는 즐겨 찾기에 신문, 연설문, 방송, 잡지의 인터넷 주소를 주제별로 분류하여 정리했습니다. 같은 이슈에 대해서도 각 언론의 성격과 시각 차에 따라 다른 기사가 나오기 때문에, 항상 다 보지는 못해도 필요할 때 참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를 들어 멕시코 언론은 미국 관련된 이슈에 매우 민감하고, 스페인 언론은 유럽 관련 이슈에 민감합니다. El Pais는 매우 현학적이면서도 스페인어적인 표현을 사용하지만 CNN espanol은 영어를 직역한 듯한 표현을 많이 쓰며 성격 또한 친미적이죠. 또 초기에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관련 이슈를 알고 싶으면 아르헨티나 신문을, 멕시코 관련 이슈가 알고 싶으면 멕시코 언론을 이용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배경 지식과 어학적으로도 부족한 제게는 너무나 버거운, 욕심만 앞서는 방법일 뿐이었고 오히려 혼란만 가중되었습니다. 그래서 여러 매체를 접해보다가 가장 맘에 들었던 El Pais와 el Mundo 그리고 el Eonomista 세 가지를 고정적으로 봤습니다.
 
El Pais야 너무나 유명한 신문이지요. 유료화됐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중남미 이슈를 상대적으로 덜 다룬다고 하지만, 다루어야 할 만한 소식은 다 다룹니다. 무엇보다 정통 스페인어를 배우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El mundo는 조금 더 편하게 볼 수 있고 중남미 관련 소식을 좀 더 보편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무료 신문인데도 이라크전, 세계화, 사스, 인간 복제등 다양한 테마에 대한 심층 분석 코너가 잘 되어 있습니다. El Economista는 아마도 이코노미스트지를 흉내낸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만.^^ 멕시코 경제 잡지인데, 표현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알아두면 멋지게 써먹을 수 있는 표현과 경제 용어도 자주 나오고, 왠만한 신문에서 다루는 기사는 꼭 언급합니다. 미국과 멕시코 경제 이야기를 주로 다루지만 중남미 경제 대국인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을 빼먹지 않고, 무엇보다 걸림돌 없이 명쾌하게 읽어 내려갈 수 있는 기사들이 많아서 즐겨 읽었습니다. (이는 제가 멕시코에서 공부했기 때문에 제게 더 잘 "맞아서"였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해 실력 향상을 위해서라면 El Pais의 사설을 공부하시기를 강력히 추천합니다. 처음에는 분량과 내용과 표현의 어려움에 숨이 턱턱 막히지만, 일단 스페인어의 생리와 사고방식을 이해하고 나면 자꾸 영어와는 또 다른 감칠맛에 재미가 붙습니다. 저는 El Pais의 사설로 독해 공부를 하고 나면 왠만한 기사나 사설의 독해가 쉬워진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독해의 비법중 하나로 다른 분들도 늘 강조하시는 말씀이지만 사전(특히 서한 사전)에 너무 의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전에 너무 의지했다가 사전에 대한 배신감(^^)만 더 커집니다. 사전적인 풀이만으로 이해하기 힘든 단어와 표현이 참 많습니다. 처음에는 힘들더라도 혼자 힘으로 유추하고 읽는 버릇을 들이면 대의 파악 능력, 논리력, 어휘 그리고 찍기 적중률 향상(^^)까지 일거사득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외운 어휘는 쉽게 잊혀지지도 않습니다.
 
<한국어>
 
저는 한국어에는 나름대로 신경을 쓴 편입니다. 국어에 좀 욕심이 있어서요.(^^) 물론 공부한 만큼 서->한 통/번역 연습 때 활용하지는 못했지만(-.-) 제 현재 모국어 실력의 자각에 있어서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사실은,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고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한국어입니다. 모국어이기 때문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죠. 방법은 영어 왕기초반 수업 방식을 모방해서 공부했습니다. 비록 두어 달 정도 하다가 그만 뒀지만 그룹 스터디 때에는 한한 사설 요약을 하면서 머리 식힐 겸 은천성 선생님 방식의 우리말 풀이를 퀴즈 형식으로 했습니다. 우리끼리는 소위 "삐리리"(-.-) 퀴즈라 불렀는데 문제가 되는 단어를 "삐리리"로 대체하여 정답 유추가 가능할 만큼의 문장이나 짧은 단락을 읽으면 상대방이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한자어, 전문용어, 고사성어는 문제는 다양했는데, 나중에는 골치 아픈 사설 요약보다 이 퀴즈의 쏠쏠한 재미에 중독(!)되는 바람에 스터디의 원래 목적이 흐려질 정도였답니다.(^^) 그러나 정작 한국어 시험은 무척 평이했기 때문에 시험보다는 제 국어 어휘면에서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그 "삐리리" 문제를 제대로 준비하기 위해 읽었던 시사저널이 국내외 정세 파악과 주요 현안에 대한 배경지식 함양에도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시사 한자 용어집을 하나 선택하여 꾸준히 한자를 외웠고 시험 때가 다가오면서 동네 도서관에서 고사성어 풀이 사전(말이 사전이지 삽화가 가득 든 동화책 수준^^)을 하나 빌려 독음 읽기와 모르는 성어만 뜻풀이까지 같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이 모든 것이 한자 능력시험 3급 준비 책 한 권이면 다 해결할 수 있는 것이었습니다. 시사 용어 풀이, 헷갈리거나 음이 바뀌는 한자어 모음, 고사성어 모음이 아주 체계적으로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꼭 한국어 시험 대비용이 아니라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한 권쯤 마련해두면 좋을 듯 합니다.
 
<영어>
 
저는 영어 공부를 세 언어 중 가장 소홀히 했기 때문에 사실 영어에 대해서는 정말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시험 준비라는 생각은 없이 워낙에 기본이 부족하기 때문에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은천성 선생님의 왕기초반(!) 수업을 들었다가 왕기초가 곧 통역의 왕기초이지 영어의 왕기초를 뜻한다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고 바로 시사 청취로 옮겼습니다.(^^;;) 그러나, 이 시사청취 수업마저도 10월이 되면서 밀려오는 스페인어의 압박으로 곧 포기하고 말았는데, 이는 시험 준비기간이 짧았던 탓인 듯합니다. 이러한 불규칙적인 수험생활은 결코 참고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영어 수업을 들었던 기간만큼은 시험 생각 안하고, 제 밑바닥을 인정하고, 그래서 더 흔들림 없이 영어 공부에 임했던 것이 오히려 효과적이었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서 영어 듣기는 기존의 영어 수업 테이프를 복습하는 방식으로 대체하고, 독해 부분은 토플 문제집과 부록 어휘집을 푸는 것으로 대신했는데, 저도 여느 한국인이 그렇듯 평균적인 영어 실력에 비해 읽기와 문제 풀기에서만 조금 앞서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토플 문제집 자체는 별 어려움 없이(!) 끝냈는데 영어 어휘 외우기는 정말 안 되더군요. 그때 즈음엔 모든 것을 스페인어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어버린 뒤라 영어 공부하는 방식도 거의 스페인어처럼 해버렸습니다. 모르는 단어도 스페인어 단어를 기준으로 유추해서 맞춰버렸는데, 그러면 얼추 다 맞더라구요. 그래서 영어는 깊이 공부할 생각을 못하고 "그냥 마음만 편하게 먹고 있자."고 덮어버렸죠. 그러나 저 같은 시험용 영어 공부는 절대로 권해드리지 않습니다. 영어에 대해서는 제 수험기는 절대로 참고하지 마시라고 쓰는 겁니다.
 
<최종 복습>
 
저는 그 동안 공부했던 기사들을 모두 주제별로 폴더를 만들어 정리해 두었습니다. 그 중 국제적인 이슈라면 한,영,서 각 언어로 모두 해당 기사를 모아서 정리를 했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좀 더 효율적으로 복습하기 위한 것이 의도였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마다 각자의 방법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주제별이 아닌 달별로 정리하는 것이 찾기 더 빠르신 분들도 있을 것이고 기사를 통째로 복습하는 것보다 표현만 외우는 것이 더 효율적인 분들도 계시겠지만, 주제별 정리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적어보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너무 컴퓨터에 익숙한 탓인지 손필기나 노트, 수첩 정리 등에 매우 약합니다. 글씨도 악필이구요.(효과적인 note taking의 치명타죠 ㅡ.ㅡ) 그래서, 주요 표현을 따로 옮겨 정리한다거나 단어를 정리하는 등의 엄두는 전혀 내지 못했습니다. 그저 기사 보다가 중요한 내용이나 표현에 줄을 긋고, 종이 여백이나 뒷면에 체계 없이 갈겨서 필기한 것들을 그대로 보전해야 했기 때문에 저에게는 기사를 통째로 간직했다가 복습하는 방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도 했습니다. 저 스스로도 정 못 알아볼 정도면 아예 컴퓨터에서 다시 문서작업을 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손필기보다는 워드 작업하면서 정리하는 것이 복습이나 생각 정리에 훨씬 도움이 되기 때문에 이 방법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이와는 별도로 우리나라 정부 조직과 각 부처의 이름, 그 동안 공부했던 각종 경제 지수와 용어, 국가별 증시 명칭, 국제기구, 국제 회의 등의 이름과 간단한 개념 등을 한국어, 영어, 스페인어로 정리했습니다. 또한 너무나 중요하지만 간과하기 쉬운 기수와 서수의 읽기와 듣기도 꼭 복습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시험 내용 & 시험 때의 느낌>
 
1, 2차 시험의 공통된 점은 출제된 지문 자체는 내용도 평이하고 주제도 통대 시험을 준비한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접했을 만한 내용이라는 것입니다. 1차 시험은 서(질문)->서(답), 서->한, 한->서의 형식으로 출제되었는데 사스 등 전 세계적인 전염성 질환에 대한 국제 사회의 협력, 한-칠레 FTA의 한국측 비준을 촉구, 이라크 전후 복구에 관한 최근 유엔 결의안, 제 5차 WTO 각료 회의 결렬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전반적인 대의 파악보다는 세부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이 많았고, 숫자를 묻기도 했습니다. 숫자 공부 절대로 소홀히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차 시험 때 한국어는 전반적으로 매우 평이했습니다. 매우 기본적인 한자와 고사성어만 준비하고, 평소에 뉴스나 신문만 꾸준히 보면 다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전공 스페인어에서 서->한 번역은 아메리카 대륙 발견에 대해 "신대륙 발견"이란 용어는 지극히 유럽 중심적인 시각에서 나온 표현이므로 "두 세계의 만남" 정도로 수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글과, 민주주의에 대한 연설문의 일부였고, 한->서 번역은 핵폐기물 등의 쓰레기 처리 문제에 대한 지역 이기주의는 비단 국내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간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내용의 글과 더 많은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금융제도 개선을 위해 힘써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문제로 출제되었습니다. 자유 작문은 한-칠레 FTA 비준에 따른 국가적 득과 실을 논하라는 주제였습니다.
 
2차 시험에서는 시간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시간에 맞춰 작문 연습을 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시간 때문에 자신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면 그건 이미 실력이 아니라 핑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총 다섯 문제에 배당 시간은 60분입니다. 한 주제당 12분의 시간이 주어지는 셈이지만, 다 끝내고 강세, 성수 일치에 문법적 오류 확인까지 마치려면 사실 한 주제당 10분 남짓밖에 주어지지 않는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시험 때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대처할 수 있으려면 평소 굵직한 주제에 대해서는 한국어, 스페인어 모두 해당 이슈에 대한 자신의 의견 개진 연습, 작문 연습, 통역 연습을 두루 해둘 필요가 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미사여구는 외워봤자 생각도 나지 않고 도움도 되지 않습니다. 저는 다행히(?) 이 사실 또한 애초에 인정하고 있었기 때문에 제가 평소에 공부하면서 줄긋고 외웠던 부분은 오히려 평이한 표현이었습니다. 다만 그 표현의 "실용성"은 제 취사선택의 기준이었죠. 일단 외우기로 작정한 표현은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기억이 날만큼 외우려 애를 썼습니다. 이렇게 공부하다 보니 평이하다고 우습게 보면 안 되는 표현들이 무척이나 많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습니다.
 
구술 시험에서 서->서의 형식은 순차 통역이 아닌 스페인어 텍스트를 듣고 질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세계화를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과 부정적으로 보는 각 시각에 대한 소개였습니다. 한->서의 형식은 주어진 텍스트를 읽고 통역하는 sight-translation이었습니다. 저는 그룹 스터디를 그만 둔 이후 혼자 실력을 가늠해가며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이 이 방법뿐인 듯 하여, 이것이sight-translation인지도 모르고 그렇게 공부해왔는데, 제가 공부했던 방식으로 출제가 되어서 운이 좋았던 편에 속했습니다. 주제는 컴퓨터 게임을 많이 하는 직원들에 대한 단속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는 내용이었으며 두 가지 모두 평이한 수준의 텍스트였습니다. 그러나, 매년 구술 시험의 형식이 바뀐다고 하니 순차, 동시, 의견 묻기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하시길 권해드립니다.
 
<마치면서>
 
예상보다 글이 많이 길어졌습니다. 이렇게 쓰는 동안 제 머리를 떠나지 않은 불변의 진리 3가지는..
 
1. 어떤 공부든 자신의 열의와 의지 그리고 실천에 달렸다.
2. 개개인마다 자신의 공부 방법과 취향은 다르다.
3. 통역과 회화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
4. 어떤 외국어든, 통/번역을 위해 공부하는 이상
한국어와 영어를 소홀히 한다면 절반의 성공밖엔 이루지 못한다.
 
…입니다.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제가 공부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시험이 다가올수록 오히려 운동도 하루 2시간씩 열심히 하러 다니고(이틀에 한번 가서 채 2시간도 안 하던 걸 거의 매일 갔죠.-.-)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시험이 다가왔다고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꼭 보고 싶은 영화는 보러 다녔고, 단풍이 물오른 시기에는 단풍 구경도 갔습니다. 꼭 읽고 싶은 책이 있으면 읽었고, 꼭 보고 싶은 드라마도 있으면 봤습니다. 남들보다 준비 기간도 짧은데 이렇게 "배째라!"식의 배짱을 불사한 이유는 하고 싶은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해야만 그 다음 미련 없이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제 성격을 알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공부하면서 제가 고쳐야 할 부분과 잘 고쳐지지 않는 부분을 정확히 파악하여 계획을 세워 나와 공부 사이를 조율해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신을 옭아매지 않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늘 자신감.. 자신감.. 난 할 수 있어.. 할 수 있어.. 를 거의 주문처럼 외우고 다녔습니다. 덕분에 1, 2차 시험 때 거의 긴장을 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에서 시험을 볼 수 있었습니다. 준비 기간이 짧았지만 통대 합격이란 가장 큰 목표를 우선 순위에 두고 거기에 맞춰, 무리 없는 계획을 짰고, 그렇게 세운 계획만큼은 미루지 않고 실천했던 것이 합격의 요인인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동안 제 공부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던 언니이자 선생님인 조일아 선생님과, 부모님과, 저보다 저를 더 철썩같이 믿어주고 응원해준 많은 친구들에게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채예림 (외대 한서과)
 
<시작하는 말>
 
안녕하세요. 이 글이 스페인어 공부하시는데 정말로 필요한 정보를 드릴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래도 교재나 공부여건이 다른 외국어 공부와는 또 다르다고 생각되니까요. 우선 여기 선생님들께서도 항상 하시는 말씀이지만 일단 시작해 보는게 정말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무책임한 듯 보여도. 포부를 크게 잡고 거창한 계획을 세워도 그 당시의 실력이 안 되면 금방 '이게 아니구나'하는 생각이 정말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가 되면 또 역시 '뭔가 새로운 방법으로 공부하고 싶다.'하는 생각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들었거든요.
 
<공부방법 1단계>
 
스페인어 자료가 없다고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지만, 사실 찾아보면 굉장히 많거든요. 그러나, 좋은 자료를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고,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전 우선 가장 처음 시작할 때는 RKI(rki.kbs.co.kr)를 많이 봤습니다. 어휘도 비교적 쉬운 편이고, 국내 사정을 잘 아는 상태에서 이해하기도 쉬웠구요.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장점은 듣기를 할 수가 있다는 점. 녹음기(워크맨 류)와 컴퓨터를 바로 연결할 수 있는 양방향 잭 같은 것이 있는데 그걸 이용해서 매일 녹음을 했습니다. 일단 들어보고, 스크립트 프린트한 걸로 공부하고, 다시 들어보고 하는 식이었죠. 발음이 안 좋다는 얘기, 현지인이 하는게 아니라는 얘기들이 많지만 처음 시작하는 상태에서는 저 정도 따라가는 것도 결코 쉬운 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RKI가 좋은 점은 매일매일 분량이 적정량으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만큼은 꼭 끝내야 하는데."하는 동기 유발도 됐습니다. 처음에는 무조건 외우는 것이 좋다는 말에 하루하루 분량을 매일 외운다는 생각으로 공부했는데, 사실 모조리 다 외울 생각이면 rki 뉴스 하루 분량도 결코 적은 양은 아니지요. 이렇게 하다보니 어느 날부터는 좀 다른 걸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RKI가 아무래도 주제가 한정되어 있고(올해는 거의 북한 핵문제 얘기로 도배되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 스페인어 표현을 늘리기엔 한계가 있으니까요.
 
<공부방법 2단계>
 
그래서 다음에는 El pais - 유일한 유료 신문이지만 정통 스페인어를 공부한다는 차원에서 그 정도는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함 - 위주로 스페인어 신문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국제면 기사를 많이 봤지만, 곧 의도적으로 새롭고 다양한 내용의 기사를 일부러 찾아 읽었습니다. 제목을 훑어보고 처음 접하는 주제다 싶으면 무조건 공부했죠. 국제면에서는 주로 이라크전, 대테러전 등의 한정된 주제가 다뤄지는 반면 사회면에서는 그야말로 사회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내용의 기사가 다루어지기 때문에 새로운 어휘를 익히는 데는 사회면이 굉장히 유익했던 것 같습니다. 스페인 현지 상황을 아는데도 도움이 되었구요. 물론 경제면도 비중있게 보았구요.
 
<공부방법 3단계>
 
전 위성방송을 신청해서 스페인 TV를 집에서 시청했는데, 이렇게 안 했더라면 TV에서 기껏 뉴스 정도만 알아 들을 수 있었겠지만, 이 단어 저 단어 두루 알고 나니까 어느 프로그램이나 내용을 따라갈 정도는 되었구요, 더불어 자신감도 확보할 수 있었죠. 시험에 자신감을 가지고 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잇점이 될 수 있습니다. TV에 대해서 좀 더 말씀을 드리면 공부 시작 초반에도 TV에 계속 마음이 가서 괜히 한 번 봐보고 그랬는데.. 이건 정말 시간만 버린 것 같습니다. ^^ 어휘도 약하고, 듣기에 익숙하지도 않아서 그냥 그림만 보이는데 -.- 혹시나~ 하는 마음에 쳐다만 보구 있었던 것이니까요. 하지만 어휘를 좀 늘리고 나니까, 다시 TV에 마음이 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들께서도 청취가 가장 중요하다고 늘 강조하십니다. 그래서 다시 TV를 교재 삼아 공부하기 시작했는데, 이 때가 가장 힘들었지만, 공부하면서 가장 재미도 있고 가장 뿌듯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냥 맨땅에 헤딩했다고 봐야했지만요 -.- 마냥 보기만 한다고 청취와 말하기가 느는 건 아니라는 것 다 아실거구요. 처음에는 일단 발음도 비교적 또박또박 해주고, 완전히 똑같은 스크립트는 아니지만 같은 주제의 뉴스를 구할 수 있는 TV 뉴스부터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위성TV를 신청하면 인터넷으로 방송 편성표를 볼 수 있거든요. 그것을 매일 아침에 일어나면 체크해서, 괜찮은 방송들을 골라냈습니다. 대부분 편성이 비슷비슷 하기는 한데, 가끔 환경 특집이라든지 경제에 관한 내용같은, 주옥 같은 표현과 내용을 익힐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방영하더라구요. 그걸 녹화하면서 동시에 찍찍이로 녹음하구요. 그리고 그 때부터는 찍찍이를 가지고 그냥 공부하는 것이죠 -_- 너무 미련했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달리 방법이 없던 터라..
 
듣기 공부가 정말 힘들기는 했지만, 정말 해볼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사를 아무리 읽어도 절대로 마주칠 수 없는, 그렇지만 꼭 알아야 할 표현들이 TV에 있으니까요.. 전 연설문은 많이 공부하지 않은 편인데, TV를 가지고 공부하고 났더니 연설문은 오히려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커버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들으면서 새로운 표현들은 외운 후에 수첩에 정리하고, 안 들리는 것들은 몇 번씩이고 돌려 들었죠. 정말 안 들리는 것들은 앞뒤내용 유추해서 들어갈 만한 뜻의 단어를 스페인어로 찾아봤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서사전은 시험 보는 내내 전혀 참고하지 않았습니다. 한서 사전보다는 서영 사전이 좀 더 잘 되어 있는 것 같았구요. 그래서 모르는 것은 한->영, 영->서 이런 식으로 사전 참고를 했습니다.) 그 단어도 아니면 유사어 중에 있나 찾아봤습니다.. 그것도 아니면 그 내용에서 핵심적인 단어들을 몇 개 넣고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검색 된 내용들 중에 대충 유사한 내용들이 있기 때문에 안 들렸던 단어를 써 놓은 경우도 많이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다보면 결국 끝까지 못 알아내는 단어는 별로 많지 않더라구요. 이렇게 공부하고 난 다음에는 다시 녹화해 놓은 비디오 테잎으로 복습 겸 다시 보면서 확인했습니다. 처음에는 하면서도 시간낭비가 많은 것 같구 미친짓-.- 같기도 했지만, 어휘가 늘고 스페인어 나름의 연음에 익숙해 지면서 차츰 한편 한편 끝내는 속도도 점점 줄어들고, 재미도 있었습니다. 뉴스는 비교적 듣기에도 수월했구요, 위에서 말씀 드린 것 처럼 같은 내용의 뉴스 기사도 참조 할 수 있기 때문에 듣기를 처음 시작하시는 분들은 뉴스부터 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차츰 15분이나 30분 짜리, 주제가 있는 프로그램을 보면 신문에서 익힐 수 없는, 그렇지만 사회적 이슈가 되는 단어들을 익힐 수가 있죠.
 
<공부방법 4단계>
 
듣기를 하면서도 읽기는 계속 해야 하기 때문에 읽기도 계속 했는데, 이 때 신문기사는 별로 보지 않았습니다. 주로 사설을 보았죠. El pais 같은 경우에는 하루에 올라오는 사설이나 칼럼 수도 정말 많은데, 그 중에 핵심적인 사설은 하루에 한 세 개 정도 됩니다. 그걸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세계적인 이슈에 대해서도 사설을 실어 주기 때문에 국제 정세에도 멀어지지 않고, 기사보다 표현이 어렵고 고급스러우니까 한 차원 높은 스페인어를 공부할 수도 있구요. 참고로 독해 실력은 기사보다 사설 공부하면서 정말 많이 늘은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좀 어려웠지만 사설 몇 달 공부하면 웬만한 기사는 어려움 없이 독해가 되니까요.
 
<공부방법 5단계>
 
이렇게 한 단계 한 단계 공부방법을 바꾸면서 두세달 정도씩을 보내고 나니까 어느덧 시험 볼 때가 가까와졌습니다., 1차시험을 보기 1주일 전부터 2차 시험 전 날 까지 (그러니까 한 2주 정도 되겠죠?) 기간 동안 중남미 각국에 관한 내용을 모두 훑어 내려갔습니다. 언어 특성상 중남미 관련 기사가 많이 출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 아무래도 이런 내용들만 공부해서는 제 스페인어가 어떤 테두리 안에 갇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사실 평소에는 그다지 중점을 많이 두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시험은 통과해야 하는고로 ^^ 마지막에 모두 훑어 줬죠. 모든 인터넷 신문 싸이트 마다 기사 검색을 할 수 있도록 해 놓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El pais도 역시 그렇구요. 그래서 한 번은 ‘Brasil’을 넣고 검색해서 나온 기사 목록을 검토해서 10월 위주로 중요해 보이는 기사를 추려냈습니다. 그것을 2-3일 정도 시간을 잡고 모두 보고 그 다음에는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등의 순서로 한 국가씩 공부해 나가니까 2주일간 중남미 주요 국가의 국내 상황이 파악되더라구요. 물론 그 전에 공부해 놓은 것이 있기 때문에 이렇게 훑어 내려가는 것도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그냥 제 개인적인 경험이긴 하지만 여러분들도 공부를 일단 시작해 보시면, 그 시기의 수준에 따라 ‘지금은 내가 뭘 해야겠구나.’하는 감이 오실 걸로 생각됩니다. 일단 시기별로는 이런 식으로 공부했구요. 그 외에 것을 조금 얘기해 드릴께요.
 
<통대 1차시험>
 
일단 시험 문제가 궁금하실 것 같은데요. 1차에서 다뤄진 내용 자체는 가장 많이 접할 수 있는 내용들이라 많이 생소하지는 않았습니다. 사스를 비롯한 전염성 질환으로 인한 국제 공조에 관한 글 한편, 이라크 관련 글,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 세계무역기구 칸쿤 각료 회의 등 입시를 염두에 두고 공부하셨다면 충분히 접할 수 있었던 글들이 지문으로 출제되었으니까요. 하지만 문제는 대강의 내용은 이미 알고 있었다해도 당일에 정확히 들었는 지를 측정하는 식으로 다수 출제되었던 것 같습니다. 언급된 국가 명이나 숫자 등 다소 세세한 부분에서도 문제가 많이 출제 되었으니까요.
 
<통대 2차시험>
 
그리고 2차에서는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 유럽 중심적인 시각이므로 이를 조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스페인어 지문, 그리고 민주주의와 관련된 연설문 한 편이 서한 번역으로, 한서번역은 핵폐기물 처리장 등과 관련된 '님비현상'에 관한 내용으로 이러한 현상이 한 국가 내에서의 지역 이기주의 뿐만 아니라 국가 사이에서도 일어난다는 내용의 글과, 금융제도와 관련된 글 한 편씩이 출제되었습니다. 작문은 자유무역협정 체결로 인한 득과 실에 관해 논하라는 내용이 출제되었구요.
 
구술시험은 우선 세계화에 대한 글을 원어민 선생님께서 읽어주시고 문제를 내셨고 세계화에 대한 저의 생각을 묻는 것이었는데 저는 지문에 나왔던 내용을 얘기해 버린 바람에, 결과 발표가 나기 까지 내내 초조함에 떨어야 했습니다. ^^ 한서 통역은 프린트 되어 있는 내용을 직접 읽고, 스페인어로 옮기는 문제가 나왔구요. 내용은 직장내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는 직원들이 많아지는 현상에 대한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저는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예전에 직장내에 소위 '사내커플'이 많아 질 경우의 효과를 다룬 내용을 공부한 적이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스페인어를 구사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서사전'의 중요성>
 
그리고 그 외에 제 공부방법을 조금 더 소개 시켜 드리면요, 저는 공부 기간 동안 '서서사전'을 많이 참조한 편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초반부터 서서사전을 사용하면 단어 하나 찾는데도 시간이 한참 걸리고, 또 단어 한 개의 의미를 파악하기 위해 다른 수 많은 단어를 또 찾아야 하는 ^^ 어려움이 있죠.. 그래서 초반에는 '서한사전'을 물론 많이 보았구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부터 '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 시기가 있었습니다. 서한 사전에 쓰여진 뜻으로 의미를 파악하면 해석이 되지 않는다든가 하는 식이죠. 그래서 조금씩 서서사전을 보기 시작했는데, 그 다음부터는 한서사전보다 서서사전을 참조하는 빈도수가 계속 높아졌습니다. 일단 서서사전을 보게되면 '어떤 어떤 상황에서 사용된다'는 식으로 풀이가 되어 있기 때문에 단어의 정확한 용도를 파악할 수 있죠. 예를 들어 한서사전에서는 같은 뜻으로 번역된 단어들이 실제로는 같은 상황에서 모두 사용 가능하지 않은 경우도 있잖아요. 이런 걸 모르면 작문할 때 상당한 오류를 범하게 되죠. 결국에는 서서사전을 많이 보면 틀리지 않고 쓰고, 말할 수 있는 능력도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영어공부>
 
저는 입시 준비하는 동안 영어도 매일매일 조금씩은 한 편인데요. 영어는 영어사랑학원의 시사청취 수업을 꾸준히 들었습니다. 이 때 익힌 어휘나 표현들이 실제 공통영어 시험 볼 때 도움이 된 것도 분명하구요, 저는 영어 공부를 함으로 해서 하루하루 계획을 좀 더 알차게 짤 수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루 종일 스페인어만 공부하기엔 아무리 스페인어가 좋다고 해도 질릴 수 있잖아요. 졸업을 한 후에 통대준비 공부를 한 관계로 아침 일찍 시간 맞춰 듣는 수업이 있다는 것이 규칙적인 생활을 유지하는데도 좋았구요, 스페인어를 계속 하다가 질리는 경우에는 영어가 청량제 역할도 해 주었죠. 개인적으로는 영어 공부도 계속 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네요 ^^ 스페인어만 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고 하시겠지만 사람은 누구나 벌여놓은 일이 많고 해야할 일이 많으면 (물론 감당할 수 있는 범위안에서) 오히려 시간을 알차게 쓰는 방법을 터득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모두 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말 신문 읽기>
 
물론 신문도 꾸준히 보시구요. 저는 매일 일간지 하나와 경제지 하나를 보았는데, 저도 학부 때 경제학 공부를 하지 않은 탓에 처음에는 경제지 보는 것이 어렵고 시간도 많이 걸렸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인터넷의 도움을 얻어서 읽다 보니 나중에는 그렇게 어렵게 느껴지지도 않더라구요. 저도 아직 통역도 해 보지도 않았고, 입학도 하기 전이라 경제 지식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경제지 아닌 일간지는 시사적 지식을 늘리고, 한국어 공부하고 그러는 효용 외에도 많이 봐두니까 시험 당일에도 연관이 많이 되던걸요? ^^ 아무래도 통대 입학시험에 시사적인 내용을 묻는 질문이 많다보니 공통영어 같은 경우에는 영어를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 평소에 신문을 통해 보아 둔 내용을 참고로 해서 풀 수 있는 문제도 제법 있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말 공부>
 
마지막으로 한국어 공부에 대해서 한 마디... 이것을 공부라고 해야할지도 잘 모르겠지만 -_- 매일 아침 전철역에 배달되는 무료 일간지 아시죠? 메트로와 포커스.. 지금 포커스에는 없어진 것 같은데, 아무튼 이 두 일간지에 십자퍼즐이 있거든요 -_- 낱말 맞춰서 가로 세로 빈 칸 채우는 것 있잖아요. 그걸 매일 점심 먹고 배가 부른 틈을 타서 ^^; 풀었습니다. 메트로에 나오는 문제들보다 포커스에 나오는 문제들이 사자성어가 많아서 참 좋았는데, 언제부터인가 그 지면이 다른 만화로 대체되고 지금은 안 나오는 듯.. 물론 저게 직접적으로 입시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요, 나름대로 저한테 자극이 된 건 분명하죠. 내 국어 실력이 이 정도라니.. (저한테는 생각보다 어려웠거든요 ^^) 처음에는 정말 못 채운 칸도 많았는데 저것도 한 두 달 하면서 점점 느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풀면서 다음 날 나오는 해답으로 맞춰보고 사자성어 같은 것은 인터넷을 통해서 한자도 한 번 확인해 보구요.. 그런 식으로 국어 시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조금이나마 없앨 수 있었습니다.
 
<끝맺는 말>
 
간단하게 쓰려고 했는데 너무 길어져 버렸네요.. 아무리 줄줄이 많이 써 놓아도 가장 중요한 것은 뭐니뭐니해도 시간을 잘 쪼개서 계획을 알차게 세우고 매일매일 실천하는 일인 것 같습니다. 사실 시간을 쪼개 놓으면 하루가 그렇게 길지 않거든요. 그래도 오전에는 반드시 뭘 하고, 점심 먹고는 뭘 하고.. 이런 식으로 계획을 잘 짜셔서 매일매일 실행해 나가신다면 반드시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이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4)
 

 
 
♣ 특차 ♣
 
안혜진
 
저는 이번이 처음 시험 보는 것이라 경험도 쌓을 겸 해서 이대특차에 도전했다가 좋은 결과를 얻어 무척이나 신기하고도 감사하는 마음일 뿐입니다. 제가 해 온 공부방법을 부족하지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저는 해외파로 분류되는 사람입니다. 약3년간 외국에서 생활했고, 미국인 학교를 다녔습니다. 하지만 해외노력파라는 분류가 있다면 거기에 들어가고 싶네요. 부족한 것이 많아서 토플 문법책을 한권 다 풀기도 했구요,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사전도 끼고 살았으니까요. 외국에 살아서 도움이 된 것도 많겠지만, 학원에서 뵙는 뛰어난 국내파분들껜 존경심을 품고 본받으려는 자세로 공부했습니다.
 
<1차시험 준비>
 
에세이 준비로는 무엇보다 다작을 해서 기본을 쌓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는 박영훈 선생님의 영작반을 수강했었는데, 그곳에서 처음으로 시간 안에 들어오는 쓰기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박 선생님께서 시간을 재어 주시고 그 시간 내에 바쁘게 써야 합니다. 평소에도 시간에 쫓기면서 글을 쓰다보면 글씨를 쓰는 속도도 빨라지고 사고의 흐름도 점차 빨라지는 것 같습니다. 스터디 자료를 준비 하느라 오피니언 쓰기를 한 것을 빼고는 따로 준비한 것은 없고, 시험 전날 500자 이내 쓰기를 해봤습니다.
 
저는 이번 시험에서 문화유산을 보전해야 한다는 쪽 의견을 강하게 개진했습니다. 서론-본론-결론 형식으로, 서론에서는 현재 경제위주의 발전이 가져오는 문화유산과의 충돌을 대략 설명하고, 본론에서 문화유산 보전의 중요성, 문화유산 보전이 가져오는 경제적 불이익 상황, 그 상황을 타개할 방안을 내어 놓았습니다. 결론에서 다시 한번 문화유산 보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마무리 지었습니다. 무작정 종이에 써 내려가는 것 보다는 10분-15분을 할애해서 생각의 틀을 짜는게 좋습니다.
 
<2차시험 준비>
 
말하기 : 주로 신문 오피니언을 일주일에 세번 파트너와 했습니다. 또 6-7월에 2달간 다른 파트너와 사회 전반의 주제들을 정해서 그 분야의 자료를 뽑아 읽고 의견개진 연습을 했습니다. 주제는 25-30개 정도 되었는데, 말하면서 생각하는 연습이 되고 많은 내용을 읽어볼 수 있었다는 데에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듣기 : 듣기는 정말 하루 아침에 느는 것이 아닙니다. 며칠만 게을리 하면 귀가 막히는 것 같은 현상이 일어났습니다. 인터넷 ap news나 시중에 나와있는 듣기자료를 이용해서 들었습니다. 이대 특차를 위해서는 헤럴드사설집의 cd를 듣고 외워서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 유형에 따라 한 번씩 연습하는 것이 큰 힘이 됩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한국말로 몇가지 물어보시다가 갑자기 한 분이 영어로 빠르게 "What do you think about D.A.?"라고 하셔서 놀랬습니다. 당황했지만 “I am sorry. I don't know what D.A. stands for”라고 말했습니다. 가르쳐 주시길 District Attorney라더군요. 여자 지방 검사장이 많이 나와야 한다는 다소 엉뚱한 대답을 했습니다.
 
제가 의견개진 연습을 했던 부분에 나와 있던 핵폐기물처리장이 한-한 요약으로 나와서 정확한 주제를 잡는데 집중 했습니다.
 
영-영 요약은 제일 우려하던 부분이었는데 제일 잘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글의 내용이 전부 기억이 나서 다행이었는데, 이것은 Economist를 정독하다가 나온 내용과 조금 다를 뿐이었습니다.
 
의견개진의 경우 전 망친 줄 알고 속으로 울면서 했습니다. 티내지 않으려고 하면서 제가 생각해도 이상하다 싶은 말을 잘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강력하게 결론을 내리면서 미소까지(!!) 지었답니다. '잘 나가다 왜 이러냐' 싶은 마음에 시험장을 나오면서 마이크 줄에 걸려 비틀거리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남들이 어떻게 했을까를 의식하지 말고, 자기 소신껏 끝까지 힘차게 말하는 것 같습니다.
 
제 짧은 생각에는 한 대학의 시험 유형에 치중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그 대학의 유형에 익숙해지려고 하면서 두루두루 공부하는 것이 나중에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오늘 읽은 내용이 시험장에서는 말하기로 나올수도 있고, 듣기로도 나올 수 있으니까요.
 
이 작은 지면을 빌어, 인생의 방향전환을 180도로 하고 직업도 안 구하면서, 약 1년동안 준비하는 저를 항상 너그럽게 대해주신 부모님께 감사드립니다. 또, 제게 방향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 공부할 때 굴곡을 함께 견딘 스터디 파트너들, 응원한다며 따뜻한 말을 해 준 친구들, 시험장에 데려다 주고 기다려 주며 애써준 남자친구에게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형성이
 
이렇게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특차시험에 합격하도록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먼저 감사 드립니다.
 
저는 작년 통대 시험을 보면서 1차 시험엔 거의 다 합격했는데, 2차 시험에서 모두 실패했습니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영어도 영어지만 한국어가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대시험의 경우에도 영어는 비교적 잘 했다고 생각하는데, 제 한국어가 정말 통역사가 피해야 할 3B(버벅, 반복, 번복)의 최악상태였습니다. 더불어 영어 L/C를 많이 안 한 것도(작년에는 거의 안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실패원인중의 하나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한국어와 영어 L/C를 중점적으로 보완할 생각으로, 은 선생님의 수업을 듣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저로서는 정말 필요한 수업이었고, 합격의 영광에 이르기까지 큰 도움이 됐습니다. 은 선생님의 수업이 아니었더라면, 이런 좋은 결과는 기대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2차 시험은 세분의 교수님이 평가를 하셨는데, 남자교수님은 외국인이셨습니다. 세분중 한 교수님이 제게 다 말하려고 하지말고 요약을 하라고 하셔서, 비록 한한요약에서 많은 내용을 전달하지 못했어도, 시험 내내 마음이 놓였고, 비교적 편안한 마음으로 나머지 시험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먼저 영어로 인터뷰를 했습니다. 제가 미국에서 TESOL을 공부했는데, 영어로 teaching에 대해서 물어봤습니다. 어떠했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아주 일반적인 질문이었는데, 영어로 인터뷰를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대충 제가 한 얘기를 요약해 보면 "처음에 학생들을 가르칠 때는 잘 몰랐었는데, 지금은 학생들과 교류하는 것이 좋고, 도움을 줄 수 있어서 보람이 있다"는 내용입니다. 전반적으로 교수님들의 태도는 매우 우호적이었습니다. 제 말을 끝까지 들어 주시고, 때론 고개도 끄덕여 주시곤 했죠.
 
이대 특차시험을 보고 나서 사실 저는 전혀 합격을 기대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한한요약시험을 또 망쳤거든요. 원전 폐기물은 제가 별로 자세히 읽은 기사가 아니라서 듣는 순간,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실제 내용은 원전 폐기물자체에 관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요즘 여러 집회에 미성년자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문제가 되는 것을 알면서도 검찰, 경찰에서는 이것을 단속할 법률적 근거가 없어서 제대로 단속할 수 없다"는 내용이 골자였습니다. "아이들이 집회에 나온 것이 자의인지, 타의인지를 분간하는 것 자체가 어렵고, 또 배후 조종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역시 그 사실을 알아 내는 것이 어렵다"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저는 집회라는 말을 생각하다가 결국 기억이 나지 않아서 데모라는 말을 썼는데, 이것이 내내 마음에 걸려, 뒤의 내용을 많이 잊어버렸습니다. 한한요약은 지금 생각해도 정말 만족스럽지 않았습니다.
 
한한요약시험이 끝나고 영영요약시험이 있었는데, 주제는 결혼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지금은 detail까지 다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맥락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동성애자들이 결혼을 법적 권리차원에서 원하는 것은 결혼이 일반인 모두에게 부여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동등권을 원하는 차원에서이다. 그러나, 결혼의 기반자체가 현대 사회에서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인해 약화되고 있다. gay community 에서도 한 사람만을 사귀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결혼을 하지 않고 자유 연애를 즐기는 사람도 있다." 내용을 이해하는데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역시 요약을 하면서 스스로 논리적인 전달력이 떨어짐을 느꼈습니다. 처음 시작은 gay marriage였지만, 중간에는 결혼에 관한 일반적인 얘기, 그리고 끝 부분에서 다시 gay marriage로 얘기는 흘러갔던 것 같습니다. 제가 요약을 하다 보니, 두 가지 아이디어가 혼합돼서 나왔었던 것 같고, 그런 식으로 전달을 하고 나니, 혹시 핵심아이디어에서 빗나간 것은 아닌가하고 걱정을 했습니다.
 
의견개진시험의 주제는 모두 5개였는데, 이중 본인이 2개를 선택해서 하나는 한국어로 나머지 하나는 영어로 의견을 개진하는 식으로 진행됐습니다.
 
1. 당신은 무신론자인가, 유신론자입니까?
2. 다이어트 산업이 호황인데 왜 비만 환자가 줄지 않습니까?
3.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가 되고 싶습니까, 아니면 남자로 태어나고 싶습니까?
4. NGO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5. 대중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이에 대해서 어떤 의견입니까?
 
위의 다섯 개 주제 가운데 제가 고른 것은 1번, 3번이었습니다. 저는 유신론, 무신론은 한국어로, 남자, 여자는 영어로 의견개진을 했습니다. 한국어 의견개진은 대체로 잘 했던 것 같습니다. 그나마, 여기서 제 한국어가 그렇게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다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만회의 기회여서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영어 의견개진중에 시험장에서 학교측이 녹음하는 테이프가 다 돼서 뒷부분은 녹음을 못하게 됐는데도 그냥 계속하라고 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순간 마음이 철렁하며, "이번에도 떨어졌나보다"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제 합격원인을 곰곰 생각해 보면, 어느 한 분야에서 매우 뛰어나는 점이 없었어도, 그리고 한한요약의 경우, 한국어임에도 불구하고, 핵심만 겨우 말하고 나머지 내용은 제대로 전달을 하지 못했어도(여기서는 pause도 길었습니다), 순간 순간 최선을 다 하는 모습을 교수님들께서 좋게 봐 주신 것 같습니다. 비록 한한요약에서 점수를 잃었다고 하더라도, 이에 개의치 않고, 영영요약을 할 때는 자신감 있고 속도감 있게 말을 했습니다. 의견개진을 할 때도 분명히 제 생각을 전했고, 역시 속도감 있게 말을 했습니다. 중간에 전혀 pause를 두지 않고, 물 흐르듯이 전달하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떨지 않고 했습니다.
 
작년에는 정말 많이 긴장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왜 그리 자신이 없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신을 끝까지 믿는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라"는 은 선생님 말씀을 정말 마음 깊이 새기고 또 새기며, 설사 합격되지 않더라도 최선을 다 하고, 이를 좋은 경험으로 삼자고 생각하면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신기하게도 정말 떨지 않았고 평소 하고 싶었던 얘기를 마음껏 지껄이고 나온 기분이었습니다. 한한요약만 빼구요..
 
저는 마지막 조였는데, 보통 한 사람 당 시험시간은 10분 정도 걸렸습니다. 저는 13분 정도 했던 것 같습니다. 1분, 2분이 시험을 볼 때는 꽤 긴 시간인데, 제가 속한 조에서는, 앞 조 사람들보다는 좀 길게 했던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합격의 결실을 맺도록 도와주신 은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 우선입학 ♣
 
손보미
 
저는 올해 2월에 통대준비 공부를 처음 시작하고, 4월부터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가장 큰 도움을 받은 것은 L/C와 우리말이었습니다. 우리말이 영어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깨닫고, 수업시간에 우리말 표현을 특히 많이 메모해 두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말 신문을 소리내서 읽고, 사설 요약을 통해서 우리말과 친숙해지려고 노력한 것이 효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L/C는 처음에 잘 안 들려서 힘들었지만, 매일 꾸준히 듣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가장 많은 시간을 L/C에 할애했습니다. L/C를 위해서 은 선생님 교재 복습을 철저히 했고, 집에 있을 때는 CNN뉴스를 많이 봤습니다. 처음에는 단지 듣기 실력 향상을 위해 시청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를 느껴 이제는 습관적으로 CNN을 틀게 됩니다. YTN, Listening Special이나 PBS NewsHour도 들었습니다. 저는 특히 영어사랑학원사이트에 링크된 CBS News에서 뉴스 동영상을 자주 봤는데, 화면도 선명하고, 내용도 2~3분 길이로 적당해서 혼자서 영한, 영영 연습을 하기에 매우 좋았습니다.
 
Reading을 위해서는 주로 Economist지를 정독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많아서 따로 정리해 뒀다가 외우고, 글을 읽고 나서 아이디어가 무엇인지를 파악하는데 중점을 뒀습니다. 딱딱한 Economist지에 익숙해져서인지 다른 지문들을 접해도 대체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국내 이슈와 관련된 영어 표현들을 익히기 위해서는 Korea Herald 사설을 주로 참고했습니다.
 
<특차 1차 시험>
1차 시험에서는 평소에 생각해보지 못했던 문제(자유 무역의 발전에 따라 일어나는 경제와 문화간의 충돌에서, 정책수립시 어느 쪽을 택해야 하는가)가 나와, 질문을 이해하고 입장을 정하느라(경제를 택함) 처음 10분 동안 질문만 계속해서 여러 번 읽어보았습니다. 다행히 특차준비 하면서 이슈가 되는 주제에 관해 한번씩 써보는 연습을 했었기에, 전체적인 틀을 짜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서론-본론(2부분)-결론은 분명하게 나누었고, 불필요한 내용은 모두 빼고 확실히 아는 단어로 문장을 이끌어 나갔고, 본론에서는 쌀 시장 개방 예를 들어 주장을 뒷받침했습니다. 저는 연습장에 개요 및 본문 내용을 대부분 쓰고 나중에 시험지에 옮겨 적었는데, 마지막 단어를 쓰고 나니 바로 시험지를 걷어갈 정도로 시간이 촉박했습니다. 평소에 다양한 주제에 관해 에세이를 써보되 시험 당일에 시간이 촉박할 수 있으므로, 연습삼아 쓸 때 80분 안에 끝낼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특차2차 시험>
* 한-한 요약: 지문은 약 2분 길이였으며, 속도도 알맞고 아이디어도 꽤 분명했습니다. 부안군 원전폐기물처리장 관련 내용은 스터디 파트너와 한한 사설요약을 하면서 익숙했던 내용이라 그다지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중간에 집회 결사의 자유가 나오자 평소에 잘 쓰지 않던 용어라 기억이 나지 않았고 말해도 틀리게 말할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은 집회 결사의 자유 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빙 돌아서 가고, 그 부분을 얼른 넘겼습니다. 다행히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이셔서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결론을 정확히 제시해야 한다는 말을 들어왔던 터라 결론을 강조해서 말했습니다. 잘했다는 생각은 안 들었지만 무사히 넘겼다^^;;는 생각으로 바로 잊고 영영에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 영-영 요약: Gay Marriage에 관한 지문을 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처음 문단은 어렵지 않게 잘 따라가다가 중간 부분은 난해하고, 이해를 잘 하지 못한 부분도 있어서 조금 막혔습니다. 그래서 아는 부분만 짧게 얘기하고 여기서도 역시 결론은 정확하게 들었던 터라 부각시켜서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교수님이 읽어주신 것에 비해 제가 요약한 내용은 턱없이 짧고 부실하다고 생각했지만, 은 선생님께서 모르는 부분을 건드리느니 아는 부분만 짧게 말하라고 하신 말씀이 떠올라서 더 이상 군더더기를 붙이지 않고 끝냈습니다.
 
* 의견개진: 시험 전에 호주제, 주5일 근무제 등 다양한 주제를 가지고 시간을 재면서 연습해본 것이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연습을 할 때는 각종 주제에 관해 신문의 찬반 토론방이나 오피니언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한 후 저의 입장을 한쪽으로 분명히 정한 후 말했습니다. 5개의 질문가운데 다이어트 산업이 호황임에도 불구하고 비만인구가 늘어나는 이유에 대해서 우리말로, 그리고 다시 태어난다면 여자 아니면 남자로 태어날 것인지 묻는 질문에는 영어로 의견개진을 했습니다. 질문을 보는 순간,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당장 떠오르는 생각은 없었지만, 우선 첫 문장을 뱉고 나니 다음 문장도 자연히 생각나서 문장을 이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말을 하면서도 유치하다고 생각한 부분이 있었는데 교수님께서도 기가 막히셨는지 듣다가 살짝 웃으셨습니다^^;;
 
2차 시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감 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한 요약에서 아무리 모르는 표현이 나오고, 영-영 요약에서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어도 배짱으로 당황하지 않고 그 순간을 잘 넘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수님과 계속 eye-contact를 하면서 말한 것도 자신감을 보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첫 부분을 특히 잘 기억해뒀다가 교수님께서 지문을 다 읽자마자 뜸을 들이지 않고 첫 문장을 뱉었더니 자연스럽게 뒷 문장도 생각이 났습니다. 제게 가장 큰 힘이 됐던 것은 세 분 교수님가운데 중간에 계신 교수님께서 처음부터 끝까지 계속 고개를 끄덕여주신 것입니다. 덕분에 틀려도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저는 수업을 들으면서 앞에 나가서 발표를 한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럽고, 앞에 나가면 왠지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시험장 분위기는 덜 긴장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자신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부하는 동안 가장 큰 위로가 되어주신 하나님과, 스터디 파트너였던 예나, 민정, 효섭언니, 그리고 영어뿐 아니라 우리말 표현, 그리고 인생의 지혜까지도 가르쳐주신 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이성연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돌립니다. 가족과 친구들의 뜨거운 기도와 격려 덕분에 이렇게 좋은 성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열심히 공부하진 못했지만 궁금해 하실(?) 다른 분들께 제가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 나누려고 합니다.
 
시간 분배에 있어서 저의 우선 순위는 (1) 예배와 교회모임 → 새벽기도(많이 빠졌지만), 주일예배, 수요예배, 청년부예배, 각종 연습과 모임, (2) 회사 업무, (3) 건강, 그리고 마지막이 (4) 공부였습니다. 그래서 나름대로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것들을 다 한 후에 짜투리 시간에, 회사에서 또는 버스나 전철에서 대부분의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퇴근 후 집에 와서도 성경 말씀 몇 장씩 꼭 읽은 후에 용기를 얻고, 잠 들기 전까지 주어진 짧은 시간을 알차게 이용했습니다. 이렇게 한 게 너무나도 짧은 지난 10개월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을 들은 것은 올해 6월부터 8월 중순이었으며 제대로 복습을 못했기에 중도에 학원수업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고, 다만 제게 주어진 시간 내에 할 수 있는 몇 가지만 꾸준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제 공부의 80%는 reading이었습니다. 우선 회사에 1시간 일찍 출근해서 신문을 훑어보며 주요 시사 내용을 파악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틈틈이 인터넷으로 기사 하나씩 골라서 처음엔 속독, 두번째는 좀 더 정확히, 세번째는 단어와 표현에 주목하며 읽었습니다. 특별히 바쁘지 않을 땐 매일 하루에 한 기사씩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었습니다. 월수금엔 시사저널, 화목엔 Economist를 이렇게 읽었습니다. 퇴근길엔 대충 읽은 내용을 요약도 해보고, 좋은 paragraph를 외우기도 했습니다. 수준 높은 reading이 돼야 listening, writing, 그리고 speaking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차 1차 시험에서 보는 writing을 위해 따로 준비한 것은 시험을 앞두고 80분 내에 500자를 쓰는 연습 두 번이었습니다. Writing을 위해서도, reading을 꼼꼼하게 했습니다. 회사에서는 대부분의 비지니스가 이메일로 오고 가기 때문에 회사에서 쓴 이메일이 든든한 밑천이 되었습니다.
 
Listening은 저녁밥을 먹으면서 15분씩 BBC방송을 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회사에서 미국분들과 또 발음이 정말 까다로운 뉴질랜드 분이 계셨기에 이 분들의 발음을 알아듣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한국어를 참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필리핀에서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10년 동안 거주했었기 때문에, 저의 한국어 실력은 어떠했을지 여러분도 짐작하시리라 생각합니다. 한국에 들어온지 3년이 지났지만, 한 언어를 완벽하게 구사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저는 매일 기사 1개씩 거의 외우다시피 읽고, 또 읽었는데 아직도 저는 제 모국어인 한국어에 자신이 없습니다. 모르는 단어도 아직 너무도 많습니다.
 
한문 역시 제겐 큰 두려움의 대상입니다. 이대에선 한문 시험이 없었지만, 앞으로 통역을 하든 무슨 일을 하든 한문은 꼭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매일 혼자서 한문을 공부했습니다.
 
1차 writing 시험을 볼 땐 시간에 쫓겨서 만족스럽게 쓰지 못했습니다. Draft용 연습장을 한 장 밖에 주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당황도 했습니다. 자유 무역의 발전에 따라 일어나는 경제와 문화 간의 충돌이 있는데 정책수립시 어느 쪽을 택해야하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저는 경제를 택했습니다. Draft를 열심히 쓰는 도중에 질문의 maint point에서 약간 빗나가는 것 같았지만 새로 쓰기엔 시간이 너무 없어서 쓰던대로 계속 써 나갔습니다. 결론을 draft에 쓸 시간이 없어서 last minute에 바로 답안지에 써서 냈습니다.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리고 400자도 못 썼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에서 쓴 내용 때문에 길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았나봅니다.
 
2차 땐 시험을 앞두고 이틀 동안 너무 긴장이 돼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더군다나 시험 바로 전 날엔 회사에서 의무적으로 mountain climbing을 가야 했기 때문에 혹시나 다리를 다치지 않을까... 또는 너무 피곤해서 내일 볼 시험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하고 많이 걱정을 했습니다. 그런데 시험 당일엔 생각보다 담대했습니다. 새벽에 기도를 하는데 왠지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그리고 수험번호가 마지막에서 두번째라 지루하게 기다리는 동안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속으로는 계속 노래를 불렀죠... "눈을 들어 산을 보아라... 너의 도움 어디서 올꼬... 그가 너를 지키시리라~~~" 마침 대기실 옆엔 큰 산이 있었습니다.
 
시험장엔 여자 교수님 두분, 외국인 남자 교수님 한 분, 그리고 조교 한 분이 있었습니다. 조교의 존재는 시험이 끝나고 나올 때쯤에서야 알았습니다. 외국분이 인터뷰 때 "You've been in the Philippines for ten years. How was it?"이라고 하는데 질문이 너무 애매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내 인생의 거의 절반 동안 그 곳에 있었는데 한 마디로 어떻게 표현하나' 했습니다. 한-한 재현에서도 처음 당황했습니다. "부안군 원전폐기물처리장..."이라고 시작했는데 평소에 너무 흥미없이 지나쳤던 내용이라 역시 당황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던 "It will come back to you with a vengeance."가 생각나네요. 그런데 점점 내용은 부안군 시위에서 벗어나 시위에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동원되는 전반적인 내용이라 안심할 수 있었습니다. 영-영 재현은 gay marriage에 대한 것이었는데 마지막 1/4은 아예 못 알아들었습니다. 대신 앞 부분과 중요하다고 생각된 부분만큼은 거의 정확히 했던 것 같습니다. 한 분을 제외한 나머지 분들은 계속 고개를 끄덕이시길래 맞게 가고 있다는 안심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필리핀에 있을 때 어릴 때부터 설교 통역을 참 많이 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 와서도 회사 임원 회의 때 통역을 할 기회가 몇 번 있었습니다. 그 때 느낀 것은 통역은 20% 언어, 80% 배경지식이라는 것입니다. 설교통역은 제가 어릴 때부터 들었던 성경말씀이기에 무리 없이 잘 할 수 있었지만, 회사에서는 일단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자세히 몰랐기 때문에 큰 두려움의 대상이었으며, 심지어는 회의를 앞두고 울기도 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시험을 준비하면서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졌으며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것이 참 기뻤습니다.
 
합격 소식을 들은 후 오히려 걱정도 되고 앞길이 막막할 때도 있지만, 여기까지 인도하신 하나님께서 앞으로도 도와주시리라 확신합니다.
 
 
 
 
 
♣ 통역 ♣
 
김유정 (성균관대 영어영문학과)
 
저도 공부를 시작했을 때 합격생들의 수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고, 매우 훌륭한 guideline으로 잘 활용했기 때문에, 제가 쓰는 이 수기도 앞으로 공부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적어봅니다.
 
저는 고등학교 1, 2학년을 미국에서 보냈고, 철없던 나이에 혼자서 타지에서 공부하기로 결심한 이유는 통역사에 대한 끊임없는 동경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교 수업 따라가는 것도 힘겨웠지만, 그런 유학의 경험이 밑거름이 되어 지난 1년 동안 학원 공부도 별 어려움 없이 잘 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누구나 영어와 통역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그것이 초석이 되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열정만으로는 약간(?) 힘이 들 수 있으니 제가 했던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LISTENING)
 
항상 느끼지만 제일 중요하면서도 힘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학원 교재를 매 시간마다 구문 중심으로 철저하게 복습하고, 그 다음 복습 시간에 무의식적으로 대답할 수 있도록 노력했습니다. 학원을 오가며 배운 내용을 테이프로 들어보기도 했고, PBS, YTN, ABC 등은 스크립트를 구하기가 쉬워서 여러 가지 내용을 뽑아서 혼자서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저 외에 2명)와 함께 영영 프리젠테이션을 하며 듣기 실력과 메모리 스팬 향상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이 부분은 아래 <스터디>부분에서 자세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READING)
 
국내파들에게는 읽기가 오히려 편안한 공부일 것입니다. 학원 공부가 한창일 때는 많은 기사를 접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했지만, 나중에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속도도 빨라지고, 재미도 있게 됩니다.(다들 동의하실 것 같지는 않지만요^^) 읽기는 주로 Economist로 했습니다. 정기 구독을 하고 인터넷에서 유료가 아닌 article을 골라 표시를 한 뒤 일주일간 최소 10개의 기사를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TIME도 정기 구독을 해서 짧은 기사 중심으로 읽었습니다. Your Time이나 최신 health, science를 간략하게 소개해 놓은 기사를 통해 새로운 내용을 많이 접할 수 있어서 유용했습니다. 읽고 난 다음에는 이해했는지 꼭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스터디 파트너들과 했던 내용들은 그 다음 시간에 괄호 및 빈칸 채우기로 문제를 만들어 왔습니다. 이미 했던 내용인데도 괄호 채우기에서 막히는 경우가 허다했는데 정독과 내용 숙지의 필요성을 절감했습니다.
 
(SPEAKING)
 
말하기는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대로 충분히 구문 암기가 된 다음에나 가능해 섣불리 욕심을 내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3월부터 9월까지 영영 presentation 및 요약을 스터디 파트너와 하면서 자연스럽게 영어가 입에 붙게 했습니다. 3명이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한 명이 멍하니 있어야만 하는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녹음기를 사용해 다른 한 명은 (형평성을 위해 번갈아 가면서) 탁구대나, 학원 바로 앞 벤치에서 외운 내용을 영어로 말했습니다. 그러면 테이프를 재생시켜서 발표자가 critique을 해주는 방식입니다. 녹음했던 사람은 자신이 말한 내용을 다시 들을 수 있어서 더 좋은 것 같습니다.
 
(WRITING)
 
이대 1차 시험과 직결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전공학과의 특성상 4년 동안 영어실습이라는 원어강의를 들으면서 영어 essay의 기본틀을 익히고 꾸준히 써오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래서 더 많은 도움이 됐지만, 학원 공부 할 때는 연습은 별도로 않고, 마지막 이대 1차 준비반에서 은 선생님께서 나눠주신 구문을 충분히 익히고, 주제별로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에 대한 어휘와 내용을 접하기 위해 debate관련 싸이트에 들어가서 pros and cons 부분을 꼼꼼히 읽어 봤습니다. 시험 전날 이슈가 될 만한 주제들을 뽑아 어휘와 생각을 정리한 것이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STUDY)
 
[3-6월]
 
WORD SMART 단어를 3명이 분담해서 각자 문제를 출제해 그 다음 시간에 미니 테스트처럼 시험을 봤습니다. 워드 스마트는 예문이 잘 돼 있어서 예문을 중심으로 빈칸을 뚫어 단어를 익히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영-영 presentation을 꾸준히 했습니다. 이 방식은 각자 주제를 나눠서 그 주에 이슈가 되는 article을 뽑아 요약해서 외워, 파트너 앞에서 발표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2명이 이 발표를 들은 후 자신의 영어로 다시 요약해서 말하는 방식입니다. 이 방식은 제대로 된 영어를 익힐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다소 짧은 기사를 골라 주어진 시간 안에 읽고 영어로 요약하는 스터디도 병행했습니다. (외대 1차 시험 독해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7-9월]
 
영-영 presentation은 계속 하되 sight-translation을 추가했습니다. 빠른 시간 내에 읽고 영어로 요약해서 얘기하는 것을 하다 보니 한국말 실력이 향상되지 않는 것 같아 구문 독해 방법을 선택한 것이었는데, 이해 속도도 좋아지고 한국말도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그리고 이 시기에는 Bush 대통령의 국정 연설을 매번 일정 분량 외워와 체크해 주는 것도 병행했습니다. 그리고 한-영 순차도 시작했습니다. 주로 중앙일보 한글판과 영문판을 맞춰가며 공부했고, YTN과 세계일보도 한글 script 서비스가 제공되기 때문에 자주 이용했습니다.
 
[10월과 시험 직전]
 
영-한, 한-영을 하면서 본격적인 2차 시험 대비 모드로 들어갔습니다. 하루에 각각 2개씩 기사를 골라와 돌아가면서 빠른 속도로 스터디를 진행시켰습니다. 특히 시험 직전에는 3개씩, 또는 4개씩 욕심을 내면서 거의 쉴 틈을 두지 않고 열심히 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랑 우스개 소리로 스파르타식 교육이 따로 없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Affirmative action, nanotechnology, abortion, gay marriage, fuel cells, world trade 등등 우선 올해 이슈가 됐던 것만 리스트를 뽑아 editorial과 opinion을 뒤져서 영-한 자료로 썼고, 한-영은 주로 중앙일보의 칼럼을 했는데, 한국적이면서도 까다로운 구문이 많아 가지치는 연습과 어려운 부분을 풀어서 쉽게 돌아가는 방법을 익힐 수 있는 좋은 스터디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은 특차 때와는 달리 다소 soft한 주제가 나왔습니다. 문제는 "정신 질환자들에 의한 범죄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강제적인 치료가 법안으로 통과된다면 강력 범죄율을 낮출 수 있고, 실제적으로도 미리 치료를 받게 했을 때 가시적으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강제적 치료가 인권 침해라는 반박도 있다. 인권 침해가 아니다 라는 것에 초점을 맞춰 강제 치료가 필요하다는 필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글을 써라."였습니다. 저는 첫째 단락에서 우선 필자의 의견을 요약했습니다. 필자의 의견이 결국 제 의견과 동일시되는 문제였기 때문에 꼼꼼하게 요약했으며, 단어는 다양하게 사용했습니다. 본문에서는 the mentally disabled, the psychiatrically ill로 나왔는데, 저는 요약 부분에 이 단어도 쓰되, retarded라는 단어를 하나 더 추가해서 번갈아 가며 사용했습니다. 강제 치료도 coercive가 본문에 나와서 mandatory, required 등으로 바꿔가며 썼습니다. 가능하면 동의어를 다양하게 써주는 것이 독자를 위해서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본문에서는 왜 환자들의 인권 침해라는 반박이 말이 안 되는지에 중점을 둬서 2가지 이유를 제시했습니다. 첫째, 남겨진 가족들의 인권 또한 보호되어야 하고, 인간의 생명은 다 같이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한쪽 인권을 위해 다른 쪽 인권을 포기하는 것은 말이 안되며 둘째, 강제 치료가 이제껏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예로, 대구 지하철 방화범을 들면서 그 사람 또한 정신 지체자였지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았다면 그렇게 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질문의 초점은 infringement of criminals rights에 관한 것이었기 때문에 결론부분에는 모든 인간의 생명은 지구보다 무겁다는 신문에서 본 말을 인용하고 글을 마쳤습니다.
 
(2차 시험)
 
입이 바싹 마르고 긴장이 됐지만, 교실로 들어섰을 때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여서 다소 진정 됐습니다. 교수님 두 분이 앉아 계셨는데, 자상하고 편안하게 대해주셔서 침착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한은 flu와 vaccine에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이 생각보다 짧아서 당황했지만, 설명하듯 말하기와 전달력이 중요하다는 은 선생님의 말이 떠올라, 최대한 자연스럽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는 통념상 음주운전이 독감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앗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매년 정기적으로 독감 예방 접종을 한다면 지금과 같은 독감으로 인한 높은 사망률을 낮출 수 있으며 특히 노년층의 인구가 이에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한 생명 공학 회사가 한 새로운 백신을 개발했는데 이것 또한 독감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독감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였습니다. flu와 immunization 같은 단어는 한국말로 자연스럽게 가기 위해 머리 속으로 한번 생각하고 내뱉었습니다. 한-영도 영-한처럼 짧고 내용이 뚜렷했습니다. 내용은 "미국의 nursing home business가 전도 유망한 산업처럼 보이지만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이 양로원 산업은 정부의 보조금에 너무 많이 의존하고 있어서 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기면, 어쩔 수 없이 감원해야 하고, 감원을 하면 서비스의 질이 낮아질 것이므로 결국 노인들이 혜택을 덜 받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사업장들은 이제 더 이상 전적으로 정부에만 의존하지 말고 돌파구와 해결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였습니다. '의존하다'를 depend heavily on과 turn to를 번갈아 썼으며 보조금은 government subsidy와 money from the government를 번갈아 썼습니다. 결론 문장도 확실히 매듭짓듯 얘기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쓰려고 최대한 노력은 했는데, 미래 수험생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끝으로 우선 1년 동안 저희를 잘 이끌어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아침 시사청취 수업때 선생님께서 피곤하셔서 가끔씩 힘들어(?) 하시는 모습을 보고,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었어요. 그리고 우리 스터디 파트너들 은지, 혜원언니한테도 너무 고마워요. 고맙다는 말로는 다 표현이 안되겠지만 모두다 합격해서 그 기쁨을 같이 나눌 수 있는 것도 큰 축복인 것 같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고마움 표현할게요. 그리고 저를 믿어주신 부모님께도 너무나 감사 드린다는 말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시험 볼 때마다 자신의 일 다 제쳐두고 고사장까지 데려다 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준 남자친구에게도 고맙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공부하실 수험생 여러분들도 열심히 하셔서 원하는 목적 달성하시길 빌게요.
 
 
 

김혜원 (외대 영어과)
 
저는 대학졸업 후 2년반 정도 직장생활을 하다가 결혼과 동시에 회사를 그만두고 작년 말쯤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어렸을 때 영국에서 4년을 살았기 때문에 준해외파라고 할 수 있지만, 초등학교때였기 때문에 발음빼고,는 국내파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지난 1년 동안 너무 지치고, 아파서 입원하는 등, 정신 없는 한 해였지만, 직장생활을 이미 해봤기에, 다시 학생신분으로 돌아가서, 운동화 신고 화장 안하고 공부만 한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습니다. 마인드 콘트롤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은 "꼭 돼야 해!"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잘되고, 어떤 사람은 차선책을 마련해둬야 안심이 돼서 공부가 잘 되는 경우가 있다면 저는 후자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꼭 합격해야 한다"라는 생각보다는 "올해도 이렇게 시간이 빨리 갔으니, 내년도 금방 올꺼야"라고 최면을 걸면서, 부담감이 덜하도록 노력했습니다.
 
[Listening]
 
막상 시험을 치르고 나니 역시 듣기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대부분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타임, 그 외 일간지, 국내뉴스 등 읽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에 듣기를 소홀히 하기 쉽습니다. 저도 이코노미스트 읽는 것에 재미 들려서, 또, 단어 외우는데에 급급해서 듣기를 충분히 못한 것이 후회가 됩니다. 특히 이번 외대1차의 경우, 난이도는 높지 않은 대신, 듣기문제 사이간격이 짧았기 때문에, 듣는 동시에 지문이 눈에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듣기 훈련이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시도는 안해봤지만, 스터디 멤버들끼리 듣기스크립트와 문제를 준비해와서 듣고 빨리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일 것 같습니다.
 
[Reading]
 
이코노미스트와 타임지를 구독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타임지는 계속 쌓이고, 이코노미스트만 꼼꼼히 읽었습니다. 간혹 인터넷에서 뉴스위크나 USnews중에서 괜찮은 기사가 있으면 출력해서 스터디때 썼습니다. 기사를 읽을 때 혹시 시험에 나오지 않을까해서 다독에만 치우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인 것 같습니다. 어차피 시험볼 때쯤 되면, 수업시간이나 스터디때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이미 다 한번씩은 다루었기 때문에, 남들은 다 아는 배경지식인데 나만 몰라서 낭패를 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리고 너무나 생소한 내용이 나오면 나만 모르는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다 모르기 때문에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모든 뉴스를 섭렵하려고 스트레스 받지 말고, 가령 이번 주는 미국정치외교와 과학을 읽었다면, 다음주는 유럽정치외교와 경제, 또 다음주는 중국, 동남아 기타..이런식으로 매주 분야를 달리하면서 정독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게다가, 제 경험상, 세세한 부분까지 알고 있는 내용이 듣기로 나오면, 오히려 알고 있는 내용을 생각해내느라 최대한 집중이 안 되는 것을 느꼈습니다. 따라서, 굵직굵직한 사건을 중심으로, 무엇에 관한 내용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만 배경지식을 쌓아가면서, 뽑은 기사 정독에 더 초점을 맞출 것을 권합니다.
 
[Writing과 이대1차]
 
에세이는 이대특차시험전에 2-3번, 이대정시직전에 2-3번 써본게 다입니다. 에세이는 직접 손으로 써보는 것이 중요하긴 하지만, 충분한 reading과 풍부한 표현이 밑받침 된 상태라면 몇 번만 써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이대1차대비반 수업때 연설문을 중심으로 주요 표현들을 정리했었는데, 이때 유용한 표현을 다시 정리할 수 있어서 도움이 됐습니다. 시험은 예상외로 이슈화되지 않은 주제가 나왔습니다. 주어진 기사를 읽고 짧게 요약한 후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자의 요지는, "매년 미국에서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방화, 살해 등 갖가지 범죄가 심각하다, 과거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강제치료제도의 도입으로 범죄율이 상당히 감소되는 효과를 보였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것이 인권침해라며 반대하고 있다"였고, 문제는 "위 기사를 읽고, 강제치료제도를 반대는 하는 측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필자를 지지하는 글을 써라"였습니다.
 
먼저, 7,8줄 정도로 글을 요약하고, 서론은 "나는 필자의 견해에 찬성한다. 왜냐하면 첫째, 사람이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경우 가족이나 보호자가 그 대신 크고 작은 결정을 대신해야 하는 것이 관례이기 때문이고, 둘째, 한사람의 인권보호를 명목으로 다수의 안전을 위태롭게 해선 안 되기 때문이다."로 짧게 쓴 후 막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서 각각의 이유를 부연설명하고 예를 들었습니다. 첫째 이유의 예로는, "흔히 치매에 걸린 노인이나, 혼수상태의 환자의 경우에도, 당사자에 관한 일을 보호자(guardian)가 대신 결정한다. 정신질환자도 병에 걸린 환자이기 때문에 마땅히 보호자가 대신 의사결정을 내려줘야 한다. 두 번째 이유의 예로는, "대구지하철사고때도 정신질환자 한명 때문에 수백명이 목숨을 읽었다. 이런 사람들을 길거리에서 활보하도록 놔두는 것은 마치 시한폭탄이 터지도록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다(waiting for a time bomb to go off)"라고 썼습니다. 그리고 결론부분에선 다시 한번 의견을 강조하고, 강제수용제도의 이점이 단점을 능가한다고 쓰고 글을 마쳤습니다. 요약할 지문이 주어지면서 시간이 70분밖에 안되기 때문에, 시간이 무척 촉박했습니다. 그리고 항상 저지르는 실수지만 서론에 너무 공을 들이다가 두번째 장은 검토를 제대로 못했습니다. 하지만, 서론-본론-결론을 명확히 하고, 힘있는 논지를 펴고, 예를 많이 들려고 노력했습니다.
 
[Speaking과 이대2차]
 
개인적으로 저는 외대발표이후 보다도 이대1차발표후 이대합격자발표때까지 기간이 1년중 가장 길고 힘들었던 기간으로 느껴졌습니다. 이미 몸과 마음이 너무 지쳐있던 데다가, 2차준비 스터디를 다소 무리하게 (하루에 4,5시간씩) 해서 그런지, 2차시험을 전후해서 신경성 복통에 시달렸었습니다.
 
말하기, 즉 한영은 국내파들이 힘들어하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기대수준이 낮으므로 조금만 잘하면 득을 볼 수 있는 부분입니다. 한영은 자꾸자꾸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실력이 처음부터 같은 속도로 꾸준히 늘기보다는 9,10월달에 집중적으로 가장 많이 향상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실력향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조급해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2차는, 생각했던 것보다 편안한 분위기여서 위축되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웬일인지 영한을 읽어주기 시작하자 제 심장의 쿵쾅거리는 소리 때문에 최대한 집중을 하지 못했습니다. 게다가 예년처럼 필자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 길고 어려운 내용이 아닌, 의외로 짧은 글이 나와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미국에서는 마약이나 총기류에 의한 사망률보다 독감으로 인한 사망률이 더 높다. 특히 노년층이 독감에 약하다. 백신을 주사하면 인체에는 항체가 형성되기 때문에 독감을 예방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독감예방 백신을 맞으면 감기에 걸리지 않던 사람도 독감에 걸린다는 생각에 거부감이 상당하다. 최근 한 생명공학회사가 개발한 신종백신은 코로 주입하게 되어있고 기존의 것과는 달라 이러한 부작용이 없다". 다 들리기는 했는데, 떨려서 독감도 감기라고 말했고, 한국말도 매끄럽지 못했고, 디테일을 많이 빼먹었습니다. 순간, 쉬운 것이었는데 허술하게 했다는 생각에, 내 자신이 원망스러웠지만, 한영에서 만회하자고 마음을 굳게 먹었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 말씀 중 "못 들어서 말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디테일을 말하지 않은 것이라는 확신있는 표정을 해라"가 생각나서, 약간씩 고개를 끄덕이면서 다 알아들었다는 듯이 말했습니다
 
한영은,"미국에는 인구고령화 때문에 양로원이 각광받는 사업으로 떠오르고있고, 실제로 미국전역에 양로원의 수가 급증했다. 하지만 양로원들은 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의 보조금이 줄었기 때문이다. 양로원에서 발생하는 비용 중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임금이다. 따라서 재정적으로 어려우면 임금이 줄고 자연히 서비스의 질도 떨어지게 된다. 이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양로원이 사회복지사업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정부에만 의존해선 안된다. 양로원 스스로도 운영방식을 효율적으로 바꿔야만 하는 것이다" 시간이 약간 흘러서 그런지 한영은 별로 안 떨렸고, 기억하기 쉬운 내용이라서 호응을 이루는 단어도 생각하면서(가령, cost와 incur) 비교적 차분히 했습니다. 되도록 같은 단어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양로원은 nursing businesses, nursing industry, nursing homes을 번갈아서 표현했고, subsidy와 grant의 차이를 생각할 시간이 없어서 두 가지를 한번씩 번갈아서 사용했습니다.
 
[스터디 방법]
 
개인적으로 이번에 스터디 멤버들이었던 유정이와 은지가 모두 합격을 해서 너무나 기쁘고, 이렇게 맘이 잘 맞는 스터디그룹도 흔치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를 한 개 이상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서로 마음이 맞는 2,3명이 일주일에 두 번 만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 방식은, 단어 외우고 빈칸 만들어 풀어보기, 사설 한한요약, sight-translation, 독해(기사를 5분이내에 빨리 읽고 요약해서 말하기), 영영(스터디멤버가 암기해서 들려주는 기사를 듣고 영어로 요약해서 말하기), 연설문 외워오기 등 다양하게 했습니다. 빨리 읽고 요약하기는 독해에, 영영은 표현 외우는데 특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이 공부를 하면서 제가 느낀 것이 있습니다. 일단 결심이 서면 그 기간 동안은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 말고, 밀어부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잘하는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률을 생각하면 "내가 도대체 뭐하고 있는 거지?"란 생각만 들뿐입니다. 사실 저는 외대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그렇게 절망하지 않았습니다. 시험장에서 나오는 순간, 이미 어떤 점이 부족했는지 납득이 갔기 때문에, 내년 공부방향을 세우고, 당장 공부를 시작하고 싶어졌었습니다. 오히려, "진정한 공부는 이제부터야"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동안 쌓인 것이 있고 메모리 스팬도 늘었으니, 이제부턴 정말 깊이있는 공부를 할 수 있겠구나, 날로 실력이 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제 친구는 이런 저를 보고, "너처럼 시험떨어지고 기세등등한 애는 처음본다"할 정도였으니까요. 사실 저도 속으로는 울고싶었지만, 그런다고 제가 이 공부를 포기하지는 못할 것이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저를 지켜보는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습니다. 가족들에게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 포기하라는 말을 들을까봐 두려운 점도 있었습니다. 아마 다른 분들도 자신이 왜 떨어졌는지,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각자 다 알고 계실 겁니다. 자신이 도대체 왜 떨어졌는지 모르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은 해결된 겁니다. 그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면 다음에는 합격하는 일만 남았습니다.
 
끝으로,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저를 끝까지 믿어주신 부모님과, 1년 동안 집안일에 소홀히 했는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도와주고 격려해준 남편, 그리고 슬럼프에 빠지지 않도록 끌어준 유정, 은지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 번역 ♣
 

이은경
 
번역 공부를 하게 된 것은 대학교 3학년 휴학 때부터였습니다. 당시 코리아헤럴드 신문사에서 주최하는 번역 시험에 응시하기 위해 그 학원에서 번역 수업을 들은 것이 계기가 되어 학교 복학 후에도 계속 번역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졸업 후 회사에서도 번역 일을 했지만 대학원에 진학해 제대로 실력을 쌓고 싶어 올해 3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부 방법>
 
[듣기]
 
듣기는 그냥 학원 수업 시간에 하는 내용에 충실했고, 그 외에는 리스닝 스폐셜을 했습니다. 듣기가 약해서 항상 받아쓰기를 한 뒤에 따라 읽고 외웠습니다. 공부하다 간혹 "난 번역과를 지원하니 독해나 번역을 더 많이 해야 해" 하면서 듣기를 소홀히 하는 경우도 많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후회됩니다.
 
[독해]
 
전 박영훈 선생님 번역 에세이반을 다섯 달 동안 들었고, 그 외에 여러 학원의 독해반을 따로 신청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독해는 수업시간에 주로 하는 이코노미스트를 공부했는데, 이것은 주로 정독 위주로 공부했고, 에세이나 한영 번역을 위해서는 뉴스위크나 여러 영자 신문을 보고 쉽고 유용하게 쓸 수 있는 표현들을 골라 정리했습니다. 특히 독해를 할 때 전체적으로 중심 아이디어를 파악한 뒤에는 에세이 쓸 것을 대비해 자주 쓰이는 문장 구조를 신경 써서 봐두었는데, 나중에 다양한 구조로 문장을 쓸 수 있게 되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번역 및 에세이]
 
박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한 주에 한 가지 주제를 놓고 영영, 한영, 에세이를 정해진 시간 내에 썼습니다. 사실 "쓰기"는 가장 마지막 단계라는 선생님 말씀에도 불구하고, 전 독해, 듣기도 충분히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해서 수업을 들었습니다. 사실은 영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이 부끄러울 정도로 글도 많이 써보지 않았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한 주 한 주 새로운 주제가 나올 때마다 미리 인터넷에서 관련 주제에 관해 수 십장씩 기사를 뽑아서 읽고 외운 뒤에 수업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그 중 제가 가장 좋아했던 것은 한영 번역하는 것이었는데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수동적으로 글을 읽는 것과는 달리 자신이 쓸 만한 표현을 찾아낸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으로 글을 읽으니, 이전에는 눈에 안 보였던 표현들도 눈에 쏙쏙 들어오고 한 문장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렇게 한 뒤 우리말 기사를 읽으면 관련 영어 표현이 술술 나오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가 있었습니다. 10월부터는 수업을 안 듣고 혼자 공부했는데, 이때에는 주로 세계일보와 한국일보 사설로 시간을 재면서 한영 연습을 하고 틀린 부분을 고치고 원문을 통째로 외우는 연습을 했습니다.
 
나중에 안 것이지만 이대 에세이 시험에는 시사문제보다는 좀 더 포괄적이고 개념적인 주제가 나온다는 말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워낙 공부하기 전에는 신문도 안 읽고 시사에도 별 관심이 없었는 데다가, 이런 식의 시험에는 평소에 독서도 많이 하고 특정 주제에 관한 생각도 많이 해놓아야 할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것은 단기간에 이룰 수도 없는 것이라, 시험이 다가오자 마음만 다급해졌습니다. 어쩔 수 없이 마음을 비우고 대충 굵직굵직한 주제들만 골라서 배경 자료 찾고 관련 영어표현 외우고 그 뒤에 시간 재고 에세이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주로 중앙일보 사이트의 찬반 토론장이나 사설에서 자료를 뽑았는데 찬반이 확실하게 구분되어 있어 유용했습니다. 또 시험을 목전에 두고 시간이 없었을 때는 우리말로만 에세이 개요를 작성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
 
[1차 시험]
 
에세이는 70분 시험인데 걱정과는 달리 비교적 쉬운 주제가 나왔습니다. 내용은 "한 나라에서는 정신질환자들을 국가에서 의무적으로 치료하자는 법안이 통과되었다. 그 이유는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율이 높으며, 또 정신 질환자중 상당수는 자신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병원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허나 이 법안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루긴 했지만, 일부에서는 이 조치가 정신질환자들의 권리를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환자들의 인권 침해라는 면에 초점을 두고 이러한 생각에 대해 반박하라"였습니다.
 
일단은 은천성 선생님이 이대 1차시험 준비반 수업에서 말씀하신대로 "주어진 문제에 확실하게 답하기, 검증되고 쉬운 영어표현 쓰기, 자신만의 생각에 치우치지 말고, 간결하고 명료하게 생각 전달하기” 등을 염두에 두고 한 30분 넘게 개요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개요를 확실하게 짜는 편입니다. 대충 해놓고 글을 쓰면 영어로 쓰는 도중에 또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게 되고 그러다보면 논지에서 벗어나기가 쉽기 때문입니다. 서론에는 이러한 법안에 대한 배경 설명을 쓰고, 본론은 두 문단을 썼는데, 정신 질환자들의 의무 치료의 사회적인 이점과 개인적인 이점에 대해 각각 한 문단씩 주제문을 쓰고 예시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결론에서는 다시 한번 전체 내용을 마무리하면서 끝냈습니다. 사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걱정도 많이 됐습니다. 영어 표현도 쉽고 무난하게 썼고, 전체적으로 보면 논지로 일관되게 썼지만, 내용이 주어진 예시문과 별반 다를 게 없었고, 권리침해라는 면에서 충분히 주장을 펼치지 못해서였습니다.
 
[2차 시험]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1차 시험에 붙어, 2차 시험을 보게 됐습니다. 사실 1차 시험이 끝나고 나서부터는 마음만 뒤숭숭해서 공부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그나마 합격 소식을 듣고 나서야 부랴부랴 준비했던 것 같습니다.
 
(한영번역)
 
한영번역의 내용은 대략 "무엇이든지 최고를 추구하는 우리나라는 성형수술에서도 최고를 달리고 있다. 많은 여성들이 아름다워지기 위해 혹은 취업 등의 여러 이유로 성형 수술을 받고 있다. 이렇듯 외적인 아름다움 역시 개인의 자산이라고 한다면, 그리고 이로 인해 자신감을 얻을 수도 있다면 지나치지 않은 성형수술은 바람직한 것 일 수 있다."였습니다. 물론 내용은 어렵지 않았지만 전 시험지를 받고 막막했습니다. 사실 시장개방이니 생명공학이니 하는 시사적인 내용만 주로 공부했기 때문에, 이런 일반적이고 쉬운 내용이 더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분량도 생각보다 많았습니다. 할 수 없이 아는 한도 내에서 쉽고 무리 없는 표현들만 쓰려고 노력했고, 조금 어렵고 영어로 표현하기 어려운 문장들은 어설프게 쓰느니 아예 돌려서 쉽게 다른 말로 바꿔서 썼습니다. 대충 다 쓴 뒤에는 맞춤법과 문장간 접속사가 제대로 쓰였는지, 그리고 앞뒤 흐름이 제대로 이어졌나 검토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영한 번역을 시작했습니다.
 
(영한번역)
 
내용은 겉보기에 하찮아 보일 수도 있는 작은 물질로부터 인류의 역사를 재현해 낼 수 있다는 것으로 문장은 비교적 쉬웠으나, 제게는 좀 생소한 과학 분야의 글이었습니다. 특히 사전을 쓸 수 없으니 모르는 단어가 나올 때마다 곤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앞뒤 문맥에서 최대한 의미를 파악하려고 했고, 의미가 비슷하게 풀어썼습니다. 중간 중간 막히는 부분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논지가 일관되는지 수시로 체크하면서 우리말로 자연스럽게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말 번역만 읽고 부자연스러운 부분을 고쳤습니다.
 
(면접)
 
세 사람이 한 조로 들어가 면접을 치뤘는데, 교수님 두 분이 번역과에 지원하게 된 동기, 하고 싶은 번역 분야, 그리고 저 같은 경우엔 회사에서 했던 번역일 등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사실 공부한 기간도 얼마 되지 않았고 부족한 점도 많아 정말 제가 합격한 것인지 아직도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전 그동안 스터디도 한번 해보지 않아서 다른 분들이 모여서 스터디하는 것을 볼 때마다 늘 불안하기도 했고, 혼자 공부하다보니 쉽게 헤이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럴때 마다 전에 합격하신 분들이 쓴 수기를 읽고 마음을 다잡곤 했는데, 저도 앞으로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도 그만두고 공부하겠다고 한 저에게 쓴 소리 한번 안하시고 잘 지켜봐주신 부모님과 좋은 가르침을 주신 여러 선생님, 항상 격려해준 친구들, 그리고 시험 때마다 같이 시험장에 가서 끝까지 응원해 준 남자친구에게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정혜진 (숙대 영문과)
 
<공부방법>
 
저는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익숙한 편입니다. 4년간 직장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글을 쓰는 업무를 해왔기 때문입니다. 시험 몇 달전에는 연합뉴스 영문기자직으로 에세이 시험을 본 적이 있어, 운 좋게도 실전과 비슷한 환경을 미리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시험 후에는, 외워서 그대로 옮긴 답안을 미국인에게 보여줬다가, 구성과 논리의 오류를 지적받고 나서는 우울하기도 했습니다. 한두달 정도 에세이를 쓰고 누군가의 첨삭을 받는 연습을 했더라면 더 잘 썼을지도 모릅니다. 주어진 내용을 좋은 문장으로 옮겨야 하는 번역과 달리 자신의 생각을 빠른 시간 안에 구성해서 써내야 하는 1차 에세이는 특히 훈련을 통해 향상될 수 있는 부분이란 생각을 해봤습니다.
 
번역은 외국기업 홍보부서에서 매일 4시간씩 기사영작을 했던 것이 훌륭한 연습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한영번역만은 사전을 찾지 않고 자동적으로 번역하는 훈련이 된 셈입니다. 방법을 소개하자면, 신문사이트에서 기사를 복사해 문서에 옮겨놓고 한 단락씩 번역하면서 지우는 것입니다. 신문사에서 제공하는 영문기사와 같은 한글기사를 찾아 번역하면 결과물을 대조해 보기에 좋습니다. 사전을 띄워놓기도 하지만 (Thesaurus, 영영, 영한, 한영) 주제별 검색을 통해 외국자료에서 쓴 표현을 찾아 쓰고 파일로 정리해 두었습니다. 실전시험에서 사전을 볼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해 평소 사전 없이 번역하는 습관을 키울 것을 추천합니다.
 
번역학과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방대한 독서량이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에는 5년여간에 걸쳐 원서 백여 권을 읽었는데, Economist는 여름부터 중단했지만, 이대시험이 시사적인 내용이 아니어서, 평소 좋아하던 John Grisham 소설과 Idiot's 시리즈, Dummies 시리즈 등을 마음껏 읽었습니다. 그밖에, 강의를 안 듣는 동안에도 종종 학원 사이트에 들어와 오늘의 얘기를 열어놓고 큰소리로 읽었고, 집에 있는 동안은 항상 미국드라마나 영화, TOEIC, TEPS 강의 등을 들어서 영어가 생활에 배도록 했습니다.
 
<1차 시험>
 
정신병자에 의한 뉴욕의 살인사건과 정신병자를 강제로 치료해 범죄율이 낮아졌다는 통계가 제시되었고, 정신병자의 강제치료가 인권침해라는 주장에 대해 반박하라는 문제였습니다. 요약 답안은, 잠재적인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강제치료가 필요하다. 가족이 음주운전으로 살해되었다면 가해자가 의식이 없었다고 용서하겠는가. 정부는 인권도, 생명도 보호해야 하지만, 양자가 충돌할 때는 후자를 보호해야 한다. 전자는 회복될 수 있지만(restore), 후자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살인 통계에서의 숫자는 의미가 크다. 가족, 친구, 이웃, 당신자신이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질문은 강제치료를 해야되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할 것이냐가 되어야 한다.
 
<2차 시험>
 
[영한번역]
 
영한은 사소하고 작은 것들이 역사를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nutmeg(육두구 나무), mauve(엷은 자주색)라는 단어를 몰라 전자는 견과류로 후자는 모브색으로 썼습니다. 모브색의 등장이 그렇게 중요한 사건이었는지 미리 알았더라면, 자주색도 배경지식으로 맞출 수 있었을거란 아쉬움이 남습니다. scoff at (비웃다) 이라는 단어는 생소했지만 문맥상 맞출 수 있었습니다. 정확한 1:1 번역보다 되도록 빠른 시간안에 번역을 마치고 한글만 보면서 매끈한 표현으로 수정했습니다. 에세이 시험에서는 연습지상에서 미리 뼈대를 세우는 작업을 할 수 있었다면, 번역시험에서는 우선 원문을 빨리 읽어보고 번역을 마친후 교정하는 시간까지 앞뒤로 확보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한영번역]
 
한영은 사업가가 돈을 벌고, 학자가 연구하고, 운동선수가 훈련하는 것처럼, 성형수술도 자신의 외모를 향상시키는 노력으로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자산(asset), 성형수술(plastic surgery), 수혜자(beneficiary) 등의 중요한 단어는 정확히 썼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부분들은 쉬운 표현을 골라 썼습니다.
 
[면접]
 
면접은 3명씩 들어갔는데, 꼬박 두시간을 기다린 후에 4인 1팀으로 들어갔습니다. 교수님 두분이 번역학과 지망동기, 외대시험 응시여부와 느낌비교, 입학후 전문적으로 번역하고 싶은 분야를 물으셨습니다. 외대에 응시하지도 않았고 특이한 점이 없어, 다른 지원자보다 질문을 덜받은 것 때문에, 내심 마음이 쓰였는데, 결과는 면접이 크게 좌우하지 않는다는 조언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자 수기 (2004)
 

권순영
 
<1차시험>
 
1교시 한국어시험은 시간은 50분간이었는데 한국어 토익이라고 생각하면 됨니다. 무난하지만 헷갈리는 것도 몇개 있었습니다. 2교시는 50문제가 모두 듣기로만 되어 있습니다. 올해의 주요이슈부터 다양한 내용으로 구성되있습니다. 지문의 길이는 비교적 짧은 편이었고, 50개의 지문에 50개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집중력을 계속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2차시험>
 
(필기) 오전11시부터 한영,영한 번역시험을 쳤습니다.
 
*한영 3 문제-경제(경상수지흑자, 적자, 오르다, 내리다 등 경제 어휘실력을 보려는 듯), 예술(모딜리아니의 일화), 치킨슾같이 일상적인 지문(레이건 대통령과 부인의 사랑이야기-본인의 경우 레이건 철자가 생각나지 않아 엉뚱하게 씀. 교훈~유명한 사람이나 지명, 회사, 정당의 경우 이름을 미리미리 익혀두자)
 
조사빼고 거의 한문이었지만, 학원에서 한문사설을 읽는 연습을 한 것 때문인지, 크게 당황하지 않고 유추해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영한 1 문제-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미 대선후보들의 이미지와 국내외 현안을 다루는 능력중 어느 것에 무게를 둬야 하는 가에 관한 지문이었습니다. 여기서 클라크 전 나토 사령관후보를 예로 들면서 그가 미 주요 현안(issue)들을 잘 숙지하고 있지 않다는 미국내 비판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다라는 주장으로 맞서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술)점심을 먹고 오후에 치르게 되었습니다.컨디션이 극도로 좋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한영-처음에 한영부터 시작했습니다. 한국과 캐나다의 수교 40주년 기념 연설문이 었습니다. 지문은 연설문이 었는데, 첫부분에서 distinguished guests 라고 말할 때 뿌듯~했습니다.
 
*영한-외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셨는데 역시 연설문이었습니다. 부시대통령 연설문이었고, 내용은 미국내 실업률과 경기에 관련된 것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영어인터뷰도 여러가지 하고 궁금한것도 물어볼 수 있는 기회도 가졌다는데, 제게는 한가지 질문-"독서를 좋아하는가?"밖에 하지 않았고 교수님은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계셨습니다. 그러다 영한을 할때 점점 고개를 끄덕이는 횟수가 많아 지더니 상당히 만족해 하셨습니다 .나중에 뉴스를 카세트로 한 꼭지 틀어주고, 통역해보라 하셨습니다. 남성이 자주 걸리는 암과 예방법에 관련된 뉴스였고, 디테일까지 자신있게 통역했습니다. 하지만 언급된 암이 고환(testicles)암이었는데, 정관암이라고 말하는 실수를 했습니다. 알고 있는 것을 틀리니 더욱 어이없고 실망스러웠습니다. 그렇지만 교수님이 상기된 목소리로 정말 잘했다라고 거듭 말씀해 주셔서 안심이 되기도 했습니다.
 
<공부방법>
 
영어사랑학원의 영어공부FAQ를 참고해서 했습니다. 작년엔 계속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를 들었고, 가을에 접어들고부터 기초반을 들었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서 오랬동안 공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지 못하고 주변에서 서성거렸던 점이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올해 2월부터 꾸준히 일요스터디를 했고, 7월부터 메모리스팬 연습도 했던 것이 계속 공부할 수 있도록 저를 지탱시켜준 힘이 되었습니다. 모두들 고맙습니다.
 
 
 
 
 
부산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자 수기 (2004)
 
 
 
이재봉
 
경상도 및 지방에서 통대를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기위해서 부족하나마 합격수기를 썼습니다. 쟁쟁하신 분들의 수기만 보셔서 제 수기가 하찮게 보이시겠지만, 이런 부족한 사람도 합격할 수 있었다는 것만 기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자공학을 전공하면서 취업용으로 공부하던 토익공부가 오히려 도를 지나쳐 전공 공부보다도 영어공부를 더 좋아하게 된 계기가 됐습니다. 연수경험은 학교에서 보내주는 5주간의 미국자매대학으로의 연수가 전부였습니다. 서울에 오기 전 토익성적은 930이었는데, 올해 시험삼아 쳐본 시험에서 940을 받았습니다. 올해 초 서울에 와서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와 STEP I을 듣다가 오월부터 시월까지 STEP II를 수강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서 고시원이나 하숙집 혹은 친척집에 머물면서 공부를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데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고시원에서 8개월,하숙집에서 2개월을 살았는데 몸무게가 10㎏이나 빠지더군요. 학원게시판의 FAQ를 정독하고 프린트한 후, 밑줄 좍좍 그어서 고시원방 벽에다 도배해놓고 따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여러 가지 개인적인 제반여건을 고려한 후, 고향인 부산에 있는 부산외대 통연번역대학원시험을 치게 되었고, 운 좋게 합격을 했습니다.
 
<1차시험>
 
[번역] 한시간
 
번역시험은 A4용지 한 장 조금 못되는 분량의 우리말 지문 두 개, 영어 지문 두 개를 우리말은 영어로, 영어는 우리말로 번역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내주시던 번역숙제와 학원 게시판에 링크되어있는 WT사설을 이용하여 번역연습을 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청취 쓰기] 한시간
 
청취 쓰기시험은 듣고 번역해서 쓰면, A4지 한 장 약간 못되는 정도의 분량을 한번 들려주고, 십여분동안 번역해서 쓰는 형식이었습니다. 주제는 무역협상에 관한 내용, APEC각료회의를 부산에 유치하였다고 가정하고, 대표들을 환영하는 연설문, 휴대폰 광고 문자메시지의 남발 문제, 대기오염문제, 국내 정치문제등 다양하게 나왔습니다.
 
<2차시험>
 
한사람씩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두 분의 한국교수님과 한 분의 외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인터뷰]
 
외국인교수님께서 밥먹었냐고 인사를 건네시더니, 대뜸 한국인은 밥먹었냐고 묻는 것이 인사인데 그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었습니다. 순간 황당해서 한국전을 겪으면서 나라가 가난했기 때문에,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고, 그래서 어른들은 밥먹었냐고 묻는 것이 인사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한영통역]
 
한국인 교수님이 우리말로 된 한 꼭지정도의 경제관련기사를 하나 읽어주시고 영어로 통역해보라고 하셨습니다. 세계경제를 이끄는 미국경제가 나빠지고 있다. 그 예로 실업보험율이 높아지고 있다. 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증가하다, 감소하다등을 go up, go down과 같은 쉬운단어를 썼습니다.
 
[통역대학원장 면접]
공대를 나왔는데 왜 여기에 지원했냐는 질문과 왜 자신감이 없어 보이냐는 질문에 당황해서 답을 제대로 못하고 나와서 아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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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5)
 
 
 
 김상돈
 
 
 
1년 前, 회사를 그만두면서 수없이 많은 합격자 수기를 읽으며 '나도 이거 한번 써보자' 라고 다짐했었는데 정말로 쓰게되니 좀 쑥스럽습니다. 부족한 저에게 이런 영광을 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순수국내파이고 통대준비생중에서 소수민족인 남자입니다. 나름대로 어려운 상황에서 공부했기에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을 드리고자 이 글을 씁니다.
 
 
 
 
 
[공부시작 前]
 
프리랜서 통역사로 활동하시는 고등학교 선배님께 자문을 구해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예전에는 토익과 토플성적도 높은 편이었고, 전국대학생영어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적도 있었지만, 3년 가까이 영어에 손을 놓았다가 다시 시작하는 터라 앞길이 막막했습니다. 선배님께서는 다음사항을 지키면 합격이 가능하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1. 독해는 수업교재만 할 것: 많이 읽는 것보다 정확히 하나를 읽어도 여러 번 읽는 것이 중요함
 
 
 
2. 항목별로 단어장 만들 것: 경제, IT, 정치, 사회로 크게 분류를 한 후 다시
-경제: 경제성장, 환율, 금리, LG카드 주식, 반도체, 삼성, 미국경제
-IT: 마이크로소프트, 인터넷
-정치: 핵, 미군, 독도, 일본, 중국
-사회: 지구온난화, 비만, SARS 등등..
이런 방식으로 제목을 달아 단어장을 정리한 후 시험직전에 반복 복습할 것 (처음에는 약 40개정도의 항목이었는데 그 후 일어난 중요한 사건을 계속 정리해서 나중에 거의 100개 가까운 항목으로 된 단어장이 만들어졌습니다.)
 

3. 매일매일 연설문과 독해를 sight-translation 할 것
 

4. 단어책을 보지 말 것: word smart 같은 책에 있는 단어는 통역현장에서도 본 적이 없으므로 입학과정에서도 당연히 볼 필요가 없음
 
이런 지침들이 처음에는 사실 무슨 말인지 왜 해야하는지 몰라서 지킨 것도 있고 안 지킨 것도 있는데 나중에 이 지침들을 영어사랑사이트의 영어공부FAQ에서 다시 보고 그때야 비로소 이해가 갔습니다. 그때부터는 모두 지키려고 노력했지만, 완벽히 지키지는 못해 아쉬움도 남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前에 영어사랑홈페이지에서 영어공부FAQ를 완전 숙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본격적인 준비과정]
 
1월부터 5월까지는 다른 학원에 다녔습니다. 처음에 다른 분들 발표하는 것을 보고 기가 죽었었는데, 잘하시는 분들을 모델로 삼아 공부를 하니까 목표도 있고 조금씩 실력이 향상됨을 느꼈습니다. 당시에 스터디 파트너분과 인터넷에서 찾아낸 연설문으로 스터디를 하면서 정보도 얻고 도움이 많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스터디 파트너분과 함께 영어사랑으로 옮기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연설문 시간에 너무 어렵다고 느낀 연설문을 여유 있게 발표하시는 분들을 보고 '과연 5개월간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라고 자책하게 됐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임계질량철학'에 대해서도 그때 깨닫게 돼 완전히 뒤바뀌어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3개월간 하던 스터디도 그만두고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게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영어사랑홈페이지의 영어공부FAQ를 그대로 따라하기로 했습니다.
 
 
 
리스닝은 모든 과목의 기초라는 생각이 들어 가장 중점을 두었습니다. L/S반과 연설문 반을 중심으로 듣고 외우기를 반복하고 데일리 잉글리쉬의 AP를 하루에 30분 정도 듣고 외웠습니다. 연설문은 더욱 보강하기 위해 곽중철 교수님이 저술하신 '통역사 만들기'의 연설문과 교수님 홈페이지의 연설문을 공부했습니다. 특히 은 선생님 연설문시간의 표현은 외워서 나중에 한영통역때 사용할 때 좋은 표현들이 많습니다. 리스닝 감각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서 간단한 운동할 때는 CNN을 틀어놨고,  공부하기 싫을 때는 '앨리맥빌', '웨스트윙', ER등의 외국드라마를 구해서 봤습니다.
 
 
 
독해는 그전에도 그랬고 은 선생님 수업 때도 그랬지만, 학원수업교재를 중심으로 하나를 읽으면 빨리 읽고 내용 요약해 보기, 단어 찾기, sight-translation, 표현 외우기 과정을 거치면서 4번을 읽었습니다. 이렇게 하면 독해, 메모리 스팬, 표현을 한꺼번에 잡을 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더 읽고 싶어도 몸이 따라주질 못해 그러지 못하기도 했지만, 제가 10개월 동안 수업교재 이외에 읽은 article의 총수가 10개정도 인 것 같습니다. 10개월 동안 수업교재로 다룬 article의 수는 대략 200개 정도이고 주제별로 분류해도 100개 이상은 되므로 이 정도 분량의 독해를 완전 소화해낸다면 독해의 양이 부족할지 모른다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이카노미스트를 구독하신다는 분들의 얘기를 들으면 불안감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10월에는 은 선생님의 R/W(Reading/Writing)반에서 1차 대비를 위해 정치, 경제, 사회, IT등 全 분야의 article을 약 30-40개정도 다뤄 주셨기 때문에 특정분야에 대한 약점도 어느 정도 커버할 수 있었습니다. 정독을 하되 다양한 주제의 독해를 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영번역은 은 선생님의 브레인스토밍기법과 뉴스위크 읽고 똑같이 써보기가 너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 前에는 검증되지 않은 영어로 쓰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방법으로 하니까 재미도 있고 실력도 조금씩 향상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사설은 꼭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단어, 용어로 끝까지 번역해서 영어원문을 찾아 비교하고 때로는 외국인에게 첨삭을 받기도 하고 한영 sight-translation을 하기도 했습니다. 예전 스터디 파트너로부터 알게된 '파워딕'이라는 책의 번역부분도 2차 시험 직전에 연습했는데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에세이의 경우에는 예전에 다녔던 학원의 선생님께서 '국내파는 결국 에세이도 머리 속에 있는 한국말을 영어로 한영번역을 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고 하셨기 때문에 특별히 준비하지 않고 시험직전에 예전에 공부한 자료 중 transition word 같은 것들을 복습한 후, 11월의 은 선생님 통대준비 2차 대비반에서 선생님이 내주신 문제로 준비를 했습니다.
 
 
 
한영순차연습은 10월부터 했습니다. 그전에 치킨숩으로 최소한 2-3일에 한번은 영영을 하고 몇 달간 미국인과 1대1프리토킹을 하는 수업을 1주일에 한번씩 들으면서, 은 선생님께서 주시는 한영번역자료를 들고 가서 sight-translation을 하거나 혹은 리스닝 교재를 들고 가서 토론을 하는 준비과정을 거쳤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취미가 '이카노미스트 읽기인 미국인과 수업을 하게 돼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시사영어사에서 나온 '기본문형100개로 하는 영작'이라는 책을 10개월 동안 3번 반복해서 보며 sight-translation을 했습니다. 이 책은 기본기를 다지는데 정말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 자기가 알고있다고 생각되는데 실제로 사용을 못하는 구문을 연습하기 쉽게 정리해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10월부터 한영순차 연습을 할 때는 만들어놓은 단어장 중 쉬운 단어만 골라서 본 후에 곽중철 교수님이 쓰신 '통역사 만들기'에 있는 기출문제와 영어사랑홈페이지에 있는 합격자수기에 합격자분들이 써놓으신 기출문제를 찾아서 연습하고 은 선생님 2차 대비반의 한영순차자료로 공부했습니다. 한영순차준비는 무턱대고 5-6월부터 준비하는 것보다는 브레인스토밍을 계속반복해서 순발력을 키운 후에 9월이나 10월에 가서 준비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은 선생님 말씀대로 했습니다. 너무 일찍부터 시작하면 선생님말씀대로 아직 익지 않은 영어로 실수만 반복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저는 체력에 한계를 느껴 스터디는 초반에만 잠깐 했습니다. 그래서 개발해낸 방법이 은 선생님께서 연설문시간에 쓰시는 음성합성프로그램을 가지고 self-study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터디를 하면 이동시간, 대기시간, 쉬는 시간, 잡담 시간을 포함에 한번에 몇 시간을 할애해야하기 때문에, 저 같은 경우에는 그 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것이 더 이로울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넷을 뒤져 합성프로그램을 알아내어 한한요약, 한영순차, 연설문영한, 치킨숩 영영을 모두 해결했습니다. 처음에는 '홈소리'라는 인터넷싸이트에서 무료로 합성을 했지만, 이 사이트에 트래픽이 너무 많이 걸리는 경우가 많아서 나중에는 '매직 잉글리쉬'라는 음성합성프로그램을 큰 맘 먹고 구입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한 것은 꼭 녹음해서 셀프크리틱을 했는데 자기가 한 것을 스스로 크리틱을 하는 게 좀 이상했고, 학원에 오면 1층의 스터디 연습실에서 연습하시는 분들을 보며 '내가 과연 공부를 제대로 하고 있는 건가' 하고 걱정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저로서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기 때문에 그냥 꾸준히 했습니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스터디를 하지 않고서도 합격을 했지만 스터디는 정보수집,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얼마간은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스터디에 너무 얽매이면 스터디가 모든 것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착각을 할 수 있게 되는데 이것도 조심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개개인에 따라 스터디의 효용성은 차이가 있을 것 같습니다.
 
 
 
 
 
[1차 준비]
 
1차 준비는 10월 중순부터 이틀에 한번씩 기출문제와 영어사랑의 모의고사를 풀어보고 은 선생님의 1차 대비반으로 준비했습니다. 모의고사를 집에서 풀어보면 성적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등락의 폭이 심해서 원인을 분석해본 결과 길이가 길기 때문에 집중력이 관건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모의고사 성적이 나빠도 시험 때는 집중을 잘하리라고 다짐하고 점수에 충격 받지 않으려 했습니다.(하지만 조금 충격은 받습니다). 1차의 경우 '문제를 많이 풀어야 된다,' '아니다' 등 여러 설이 있는데, 저는 "1차도 역시 전체내용의 흐름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은 선생님의 말씀을 끝까지 믿었습니다. TEPS문제집을 풀어야한다는 소문을 듣고 상당히 걱정을 하기도 했는데, 최소한 모의고사와 기출문제 몇 개 정도는 풀어보고 1차 시험에 접하는 것은 좋지만, 각종 문제집까지 풀어보는 것은,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은 경우 다소 무리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시험 前]
 
 
 
시험을 보기 직전에는 계속 몸이 좋지 않아 학원을 너무 많이 빠져서 사실 마음을 거의 비운상태였습니다. 합격을 하지 못하면 기분은 좋지 않겠지만, 어떻게 보면 합격을 하지 못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고 시험장으로 향했습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 당시 우여곡절을 겪었습니다. 공통영어 리스닝 시간에 시험관이 핸드폰통화를 하는 바람에 페이스가 흐트러져 6문제를 제대로 듣질 못했습니다. 이후 정신 없이 문제를 풀었는데 다른 교실에서도 이런 일이 있어 어떤 분이 곽중철 교수님 홈페이지에 항의의 글을 올려놓은걸 보니 이런 돌발상황에도 대비를 해야할 것 같습니다. 화가 난 상태로 문제를 풀어 제대로 기억이 나진 않지만 공통영어는 평이했던 것 같고 전공영어의 리스닝이 새로운 유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국 독해시간에 시간이 좀 모자란 듯해서 원래는 심장이 떨려 문제 푸는데 지장을 받는 것이 정상이었겠지만 너무 화가 난 상태여서 오히려 떨지 않고 문제를 풀었습니다. 1차를 본 후에 평균점수가 올라갔다는 소문을 들어 90%이상 떨어졌다고 생각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2차 대비를 하던 중 합격을 알게 돼서 약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저도 역시 실천은 못했지만 은 선생님의 말처럼 '1차를 본 후 그 날은 쉬고, 다음날부터 당연히 붙었다고 생각하고 2차 준비를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통역사 선배에게 합격사실을 알리자 전화로 자기소개, opinion, 영한, 그리고 한영을 30분 정도 스터디를 해주셨습니다. 처음이자 마지막 2차 대비 스터디였는데 자신감을 주는 말씀과 주의할 사항(너무 긴 문장과 같은 단어 사용자제)을 지적해주셔서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2차 시험]
 
 
 
한국어 시험은 평이했지만, 영한번역은 단어의 수준에 비해 번역해놓고 보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가는 약간 심오한 내용이어서 당황해 손이 떨릴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네가 어려우면 다른 사람도 어렵다.'라는 은 선생님 말씀을 떠올리고 안정을 찾았습니다. 한영번역 중 첫 번째 것이 연설문이라 단어와 문체선택에 시간이 좀 걸렸고 두 번째 것은 '스크리쿼터제'에 대한 것으로 '파워딕'이라는 책에서 한번 다루어 보았기 때문에 그다지 어렵다고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에세이10문장까지 쓰고 나니 7분이 남아서 한번 검토를 한 후 제출했습니다. 시험을 볼 때는 글씨도 잘 써야겠다고 생각하게되고, 당황하게도 되니 생각보다 훨씬 더 오래 걸렸습니다.
 
번역 시험 후 제가 구술시험순서 3번이었던지라 점심을 과일로 때운 후 영한과 한영을 2번씩 셀프스터디를 하고 들어갔습니다. 시험신청을 빨리 하면 그 날 구술까지 보고, 좀 늦게 하면 구술은 다음날 보게 되므로 시험신청을 늦게 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질질 끄는 것을 싫어하시는 성격을 가지신 분이라면 오히려 빨리 끝내버리는 쪽을 선택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제 경우 만약 일요일에 구술을 봤더라면 훨씬 performance가 떨어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한은 여자교수님께서 읽어주셨는데 '아이슬란드에서 화산이 폭발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처음에 적응이 안돼서 못들은 단어가 있었지만 무시하고 친구한테 어떤 이야기를 해준다는 느낌으로 마치고 '이상입니다.'를 외쳤습니다. 아이콘택트를 하긴 했는데 문제를 읽어주신 여자교수님 눈만 뚫어지게 쳐다봐서 '나중에 혹시 건방지게 보이지는 않았을까' 하고 걱정을 하기도 했습니다. 나중에 나와서 생각해보니까 들은 문장도 빼 먹은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요약할 때 전체스토리상 왠지 빠져도 문제가 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 내가 '왜 그랬을까'라고 자책을 했습니다. 저는 영한통역을 할 때 디테일은 아예 잡을 생각도 안하고 무슨 얘기인지만을 말하려고 하는 버릇이 있는데, 때로는 그게 독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한영은 나중에 신문에서 정확한 원문을 찾아봤습니다. '노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됐을 때, 휴가를 갔을 때, 그리고 해외순방 때, 이 세 가지 공통점은 '그래도 나라가 조용했던 때'를 가리키는 시중의 뼈 있는 농담이다. 경제파탄과 편가르기를 국정목표로 한 듯한 지금 현실에서 '노 대통령의 부재'는 모처럼 나라가 조용해질 기회인 것은 분명하다. 되도록 오래 머무시라고 권하고 싶을 정도이다. 국내 정치는 엉망이어도 외교적으로 큰 성과를 거둔 지도자도 있었다. 하지만 결과는 대부분 좋지 못했다. 대표적인 예가 고르바초프이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內治는 말할 것도 없지만, 外治 역시 오랜 친구도 내쫓다시피 하고, 새 친구도 사귀지 못하는 '고립무원의 처지', '왕따외교'가 되고 말았다.' ("노무현대통령의 해외순방에 기대한다"--2004. 11. 12 한나라당 대변인 전여옥 논평 발췌)이었는데 한국말임에도 불구하고 못들은 단어도 있고 중간에 좀 헷갈려서 다 읽어주신 후에 약 10초 동안 무슨 말인지 이해하려고 통역을 시작하지 않고 있었는데, 갑자기 모든 교수님이 '왜 안 하지?'라는 표정으로 쳐다보셨습니다. 그래서 깜짝 놀라서 그냥 이해한대로 간다는 생각으로 했습니다. 처음에 생각을 많이 해서인지 눈에 띄는 pause는 없었던 것 같은데 중간에 문법에서 몇 가지 실수를 하고, 똑 같은 단어를 반복해서 사용하기도 했지만, 이번에도 역시 뻔뻔하게 '이상입니다.'를 외치고 끝내버렸습니다. 중간에 교수님 몇 분이 고개를 끄덕여 주시는데, 순간 합격자 수기에서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은 좋은 징조이다.'라고 한 말이 기억나 기분이 좋았습니다. 곽중철 교수님께서 '끝났어요.'라고 하시면서 '잘했어.'라고 하셨습니다. 시험시간은 10분이 채 안 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번역시험 때는 떨고 구술 시험時 별로 떨지 않았는데 예전에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부를 때 덜덜 떠는 것이 싫어서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일부러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불렀던 것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실제로 곽중철 교수님의 책의 내용 중에 '앞에 나가서 노래부르는 것'에 대한 중요성이 나와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을 보면 이것도 무시할 게 못되는 것 같습니다.
 
 
 
 
 
[시험 後]
 
 
 
집에 와서 구술시험 때의 몇 가지 실수와 영한번역시 대의를 제대로 파악했는가에 대한 의문으로 괴로워서 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제가 많은 실수를 했는데도 합격의 영광을 주신 하나님께 다시 한번 감사 드립니다. 몸 상태가 좋지 않다거나 하시는 분들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하시면 좋은 결과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다른 분들보다 실력이 뒤쳐짐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마음을 비웠기에 좋은 결과가 있었다고 생각됩니다. 저를 영어사랑 학원으로 인도해주신 하나님께 감사 드리고, 저에게 자신감을 주신 선배님께 감사 드리고, 많은 정보를 주신 예전 스터디파트너 분들께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나인영
 
 
 
뒤늦게나마 합격수기를 쓰는 것은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지난 몇 년간의 공부 경험을 합격과 동시에 잊어버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사실 영어사랑학원에 다니기 전에 타 학원을 1년반 정도 다녔었고, 그 후 1년은 두 학원을 같이 다녔습니다. 덕분에 수기가 두개가 되었습니다. (겹치는 내용도 있다는 점을 양해해 주십시오.)
 
 
 
아마 처음 공부 시작할 때 가장 힘이 되고 길잡이가 되는 것이 있다면 선생님들의 가르침과 합격수기 두 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합격수기도 운 좋은 학생들의 경험담일 뿐이지 반드시 정도를 제시하는 지침은 아닙니다. 사실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들이 매년 불운을 겪으시는 것을 보고 이 글을 쓰는 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라는 생각을 백 번도 더 했습니다만, 그래도 그간 공부하면서 깨닫게 된 것들을 잊기 전에 적어보고자 합니다.
 
 
 
 
 
[前績 및 2차시험 대비 공부방법]
 
통대 입학을 목표로 앉아서 공부만 하던 기간은 총 2년 6개월로 이중 마지막 1년은 영어사랑에서 공부했으며 전 그 흔한 삼수생입니다. (박영훈 선생님께서 삼수 입학이 가장 흔하다고 하셨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2003년 외대, 이대 1차 탈락하고 2004년 외대, 이대특차, 서울외대를 2차에서  탈락했으며, 이대 정시에서 1차 탈락했습니다. 2005년 외대 2차까지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2차시험 공포증이 생겨서 가능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문제점을 찾아내 고치고 말겠다는 각오였는데, 한 두 가지를 고쳐서 될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실력이 부족하고 훈련도 부족해서 2차시험을 통과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2차시험 공포증이 있는 분들도 이렇게 해보시길 권합니다. 전 영어사랑을 다니면서 처음으로 한국어공부(한국어뉴스 shadowing, 시사저널 정독, 한한스터디)도 시작했고, 은 선생님의 수업자료를 받으면 세계일보등을 뒤져서 동일한 주제의 한글 기사를 다섯 개씩 뽑아서 미리 읽고 외운 다음에 수업을 들었습니다.(영어기사도 읽었어야 했는데 그냥 이코노미스트에 있는 것만 찾아서 읽었습니다.) 수업 후에는 스크립트와 테입을 듣고 읽으면서 수업자료를 달달 외우는 데만 주력했고, 거의 6개월간은 수업 두 세 개씩 들으면서 받은 자료를 하나도 안 빼고 다 외웠습니다. 그나마 시간 나면 독해는 한 두시간 정도 슬슬 했습니다. 그러나 그 전 해에 독해는 엄청 많이 했습니다. 모의고사를 풀고 시간 안에 독해를 못 끝내는 분들은 절대적으로 독해를 많이 해야합니다. 전 그 전해에 과도한 양의 독해자료와 듣기자료를 수박 겉 핥기 식으로 보고 들었는데, 덕분에 매우 많은 어휘나 표현들을 불확실하게나마 외워뒀던 것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됐습니다.
 
 
 
 
 
[1차시험 준비]
 
그러나 무엇보다 1차시험을 걱정하시는 분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너무 듣고 말하는 연습만 하다보니 독해에 소홀해져서 그럴 수도 있고, 객관식에 약해서 일 수도 있겠지만 '다 풀었는데 점수도 모르고 떨어졌다' 생각하는 분들이 다수일겁니다. 저 역시 점수는 모르지만 작년에 붙었었고 올해도 그랬으니 대강 제 생각에 커트라인이라고 짐작되는 점수가 있긴 합니다. 작년에는 모의고사를 보면 평균 50점 만점에 30점 초반이었고 찍는 문제가 많아서 점수 등락폭이 컸는데 올해는 대략 40점대에 머물렀고 늘 비슷한 점수였습니다. 그러나 어느 모의고사도 외대 시험과는 다릅니다. 시험당일에는 평소보다 훨씬 긴장되고 시험 유형도 매년 다르기 때문에  평소점수보다 보통 3-4점 낮아진다고 합니다. 따라서 평소점수만큼만 받는다면 정말 운이 좋은 겁니다. 수년 전에는 30점이 커트라인일 때도 있었다고 하며, 요즘엔 대략 35점 정도면 붙는다고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3년간 커트라인이 계속 낮아졌다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확실한 정보는 아니고 여기저기서 들은 얘기일 뿐이니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는 마십시오. 저 역시 1차가 두려워 모의고사를 많이 보는 학원에 작년에 다녔었고 올해도 다녔습니다. 거기다 올해는 은 선생님 모의고사도 다 봤고, 기출문제는 10년치를 사서 풀었으며, 또 다른 학원 모의고사도 얻어다 풀었는데 이건 전부 시험 직전인 9, 10월에만 한 것입니다. 미리부터 문제를 풀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가장 확실한 1차 준비는 다양한 주제를 접하고 많이 읽고 많이 듣고 많이 외우는 수밖에 없습니다. '듣기는 하루에 서너 시간 이상씩, 독해는 다섯 시간 이상씩, 나머지는 수업을 듣고 복습하는데 투자하는 것이 최소한 공부하는 것이다.'라고 말씀하신 선생님께 수업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것이 자극이 돼서 늘 그 정도 공부분량을 기준으로 삼으려 노력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부하는 게 곧 쉬는 것이더군요. 스터디나 문제풀이는 실력이 되면 시작하고, 그전까지는 어디까지나 시간이 나는 대로 읽고 듣고 외워야합니다.
 
 
 
 
 
[공부의 양과 질]
 
통대 입학 준비를 하는데 있어 저는 양적인 공부와 질적인 공부 두 가지가 다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양적인 공부는 입시기간 내내 제가 해왔던 방식으로, 사실 깊이가 얕은 공부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가능한 많은 자료를 접하고 최대한 많이 듣고 읽으면서 어휘의 폭을 넓히고 엄청난 양의 단어, 숙어, 표현을 외우면서 영어 감각을 키우는 방식입니다. 저 같은 경우  거로 VOCABULARY와 CNN 영어단어집을 구석구석(구석에 여러 모르는 단어들이 많더군요) 열 번 이상 외웠었고 되는 대로 자료욕심을 내서 각종 웹사이트에서 생소하다 싶은 글은 무조건 인쇄해서 읽는 버릇이 있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의무적으로, 뉴스위크는 그나마 재밌어서 읽었고, 뉴욕타임즈는 1면기사와 사설, 칼럼, 과학면, 건강면을 자주 읽었습니다. 덕분에 잡다하면서도 얄팍한 지식이 늘고 독해 속도가 빨라졌으며 생소한 듣기자료도 눈치로 알아 맞추는 능력이 생겼습니다. 말로는 못해도 듣거나 읽은 것을 속으로는 빠르게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통역에 필요한 공부의 절반밖에 준비시켜주지 못하는 공부입니다. (그 절반만을 평가하는 것이 1차시험인데, 전 양으로만 밀어붙인 탓에 작년에 1차시험만 두어 번 붙고 2차시험에서 떨어지는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됐습니다.)  양적인 공부만 하면  독해와 청취의 정확도를 높이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모르는 표현이 없으면 독해와 청취가 다 될 것 같지만, 절대 아닌 경우들이 있으실 겁니다. 즉, 안다고 생각한 표현이나 어구가 사실 본인이 모르는 속뜻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고, 몰랐던 배경지식을 요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한 비로소 입을 열어 말하려 할 때 입보다 머릿속이 더 활발하게 움직이는 경우도 많을 겁니다. 즉 할 수 있는 말을 늘리는 공부가 아니라 들을 수 있는 말을 늘리는 공부만 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런 이유로 독해나 듣기에 있어 질적인 공부 즉 깊이 있는 공부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며 사실 훨씬 더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양적인 공부를 용이하게 한 인터넷탓에 매년 합격자 수준이 하향 평준화하고 있다는 은 선생님의 견해 역시 귀담아 들어야 할 듯합니다. 과거에 저는 일단 1차시험이라도 붙어보자는 심정에서 첫 2년간의 80퍼센트는 양적인 공부를 했고 20퍼센트 정도만 질적인 공부를 했습니다. 그리고 영어사랑에 다니면서 1년간 100퍼센트를 모두 질적인 공부에 쏟아 붓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질적인 공부란 적은 양을 공부하며 깊이 있게 지식을 쌓는 것으로 특정 주제에 대해 두 개 언어로 여러 가지 자료를 충분히 읽고 지식을 쌓아 필요한 표현을 확실하게 귀와 입, 눈과 손으로 습득해서 듣고 읽을 때뿐 아니라 두 언어로 자유롭게 말하고 쓸 수 있게 하는 공부입니다. 다른 자료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눈앞에 있는 자료만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든다 생각하고, 보고 또 봐서 내가 쓴 글, 내가 한 말처럼 외워버리는 것이 가장 확실한 질적 공부 방법이라고 확신합니다. 이렇게 해서 통역 준비의 나머지 반을 하는 것입니다. 다만 질적인 공부만 하루에 너덧 시간 한다면 자연 공부의 양이 적어지고 접하게되는 주제도 적어질 것입니다. 그렇다고 더 다양한 주제를 다루자니 깊이가 그만큼 없을 것입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하루에 열두시간 이상씩(특히 L/C는 하루에 세시간 이상씩 가장 정신이 맑은 시간에 해야합니다.) 질적인 공부에 매진하고 쉬는 시간을 활용해서 양적인 공부도 하는 것입니다. 1년안에 어떻게든 하겠다고 생각하지 마시고 최소 삼수는 해야겠다고 결심하신다면 많은 자료를 보지 못하는데서 오는 스트레스는 자연 줄어들 것입니다. 지금 못 보는 주제도 언젠가 한번쯤 깊이 있게 다루게 될 거라는 마음가짐으로 쉴 때 신문도 속독하고 뉴스도 맘 편히 듣고 이런저런 책도 읽어보는 것입니다. 그럼 언제 붙어, 언제 졸업하고, 언제 취직하나 하시겠지만, 그런 생각 안 해도 어차피 대부분 떨어지고 자연 재수, 삼수길에 접어들 게 될 것이니 차라리 늦게라도 좋은 성적으로 들어가자는 마음으로 공부하시라는 겁니다. 솔직히 적당 적당히 해서 통대시험을 봐 봤자 붙기도 힘들뿐더러, 어쩌다 붙어도 실력부족을 뼈저리게 느끼면서 중도하차의 유혹이 커진다고 들었습니다.(솔직히 저도 혹시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걱정입니다.) 한마디로 질적인 공부를 아주 많이 하면, 즉 공부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기간도 길어지지만 저절로 그 양이 쌓여서 양적인 공부의 효과도 보게 됩니다. 그리고 실제로 질적인 공부를 오래 꾸준히 하신 분들이 대학원을 졸업해서까지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신다고 합니다.
 
 
 
언어습득에는 正導도, 王道도 단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어릴 때 우리가 말을 배우면서 거쳤던 과정을 좀 다르더라도 다시 따라하는 것입니다. 즉 왕성한 호기심을 가지고 필요에 따라 어휘며 표현이며 맞춤법을 습득하는 것으로 모르는 말을 설명하고 모르는 어휘를 가르쳐주시던 엄마 역할을 지금은 사전이 하는 것이고,  동일 언어를 사용하는 주변 사람들 및 환경이 했던 역할을 우리의 듣기 및 읽기 자료가 대신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은 배운 것을 잊어버리고 또 배우고 여러 계기를 통해 절대 잊지 못할 표현을 간직하며 틀린 말을 써보고 맞는 말을 찾아보면서 반복 또 반복하는 것입니다. 그 가장 대표적인 방법이 "들은 것을 기억하고, 말하고, 다시 들어 외운 다음, 또 말하는 과정"입니다. 이 방법은 은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셨고, 또 다른 통대 입시학원의 선생님들도 누차 권장하는 방법입니다만 실천은 가장 어려운 방법입니다. 어릴 때 언어 습득할 때처럼 시간이 많은 것도 아니고 여유도 없기 때문에 자연히 시행착오를 줄여보고자 있지도 않은 王道를 찾는 것이 우리 모두의 습관 아닌 습관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언어습득은 시행착오 없이 이뤄질 수 없습니다. 오히려 합격수기만 이것저것 들춰보면서 가장 쉽게 할만한 것만 골라하는 것이야말로 후회하게 될 시행착오일 겁니다. 제 경우 빠르게 읽고 많이 듣기만 하다가 정작 통역 번역 수업에서 머리 속에 든 것을 꺼내 쓰지 못하게 된 것이 후회되는 시행착오였습니다. 어디까지나 통역공부의 목표는 통역이며, 머리 속에 영어지식 쌓아두고 썩히는 게 아닙니다. 쌓은 다음 얼마가 쌓였건 쌓인 것을 십분 활용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정확하면서도 순발력 있게 활용하는 체질로 개선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며 또한 어렵습니다. 그러나 어렵고 지겹더라도 잘못된 말 습관이며 발음까지 확실하게 체질개선하는데 주안점을 둬야 할 것입니다. 특히 들은 말, 읽은 글은 듣고 읽은 김에 말하고 쓸 수 있을 때까지 반복하는 것이 체질개선의 과정이며 가장 확실한 방법인 것입니다.
 
 
 
 
 
[유용한 자료]
 
 
 
제가 그 동안 활용했던 자료 중 수업자료나 잡지, 신문자료 외에 앞으로 L/C 및 스터디에 활용할 수 있을만한 자료를 소개합니다. (몇 가지는 학원 사이트에 링크되어 있습니다.)
 
 
 
L/C
 
 
 
PBS NEWSHOUR (http://www.pbs.org/newshour/newshour_index.html)
-스크립트 및 동영상파일이 100%제공되기 때문에 가장 많이 외웠던 자료입니다.
 
AP 및 PBS 단신(http://www.dailyenglish.com/)
-일주일치를 녹음해서 주말마다 스터디 파트너와 영한으로 하고 나중에 외웠습니다. 스크립트와 오디오파일이 제공됩니다.                       
CBS (http://www.cbsnews.com/sections/i_video/main500251.shtml)
NBC (http://msnbc.msn.com/id/3032619/)
-쉬는 시간에 인터넷으로 비디오 뉴스를 볼 수 있습니다. PBS보다 훨씬 재미있고, 흥미성 기사가 많습니다. 스크립트는 없고 그냥 놀기 뭐할 때 보면 좋습니다.
 
NPR (http://www.npr.org/)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으로 가장 다양한 뉴스가 모두 다 제공됩니다. 주제별로 상당히 다양한 주제의 뉴스 및 대담을 들을 수 있고 음질도 좋아서 학원을 오며가며 졸릴 때 자기 전에 재미있어 보이는 주제로 녹음해서 골라 들었는데 스크립트는 유료라서 그냥 듣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습니다. 앵커들의 발음이나 목소리가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라이오 코리아 인터내셔널(http://rki.kbs.co.kr/)
-한국 기사를 영어로 발음 좋은 남자앵커가 보도하는데  스크립트나 요약본이 간간이 있지만 그냥 듣기만 해도 다 들립니다. 녹음해서  영영으로 연습하면 한영통역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다음 (http://cafe.daum.net/afn2)
-각종 뉴스 스크립트를 모아둔 곳으로 가입하면 다 볼 수 있지만 100퍼센트 모든 뉴스가 있지는 않습니다.
 
 
 
스터디자료
 
 
 
청와대 대통령 연설문  (http://www.president.go.kr/cwd/kr/archive/archive_list.php?meta_id=speech)
-한국어 원문 연설문에 영어 번역본이 있어 한영 연설문 스터디에 많이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번역본이 약간 낯선 표현이 많아 쉽고 흔한 말로 바꿔 연습하는데도 좋습니다.
 
위성통역실 (http://www.ytn.co.kr/special/special_list.0401.php?m_cd=0401)
-CNN뉴스 영어 원본과 한국어 번역이 있어 영한, 한영 스터디에 썼습니다. 다만 뉴스체라 2차시험에 나오는 내용과는 형식이 좀 다릅니다. 오디오까지 제공되어서 녹음해 영영으로 하면서 영어식 표현을 외우는데 좋습니다.
 
UN 산하기관 연설문 (http://www.un.org/issues/statemnt/sgstatex.asp)
-UN의 각종 산하 기관 연설문과 링크되어 있어서 주로 영한 연설문 통역연습을 할 때 활용했습니다. 재미있는 연설문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1차듣기에 나올까봐 6월부터 샅샅이 뽑아놓고 슬슬 읽거나 스터디로 했는데, 한국어 표현은 스스로 생각해 내야하며 다소 지루했고 결국 시험에도 안나왔지만 연설문에 아주 약간은 익숙해졌습니다.
 
코리아헤럴드 학원 영작 자료 (http://www.englishtop.com/Write%20On/Write-On.php)
-타 학원 사이트인데 무료로 제공하기에 여기 자료는 지난 3년간 업데이트 되는 대로 하나도 안 빠지고 다 봤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짧고 아주 쉽게 하는 한영번역이 좋아서 영작 연습에 활용했고 덕분에 한영 통역에도 도움이 됐습니다.
 
CNN 한글뉴스 (http://www.joins.com/cnn/c_biz/list/cnn_c_biz_list.html)
-중앙일보와 연결되어 있는 사이트로 위성통역실과 비슷한 영어 원문에 한국어 번역본이 있어 뒤집기 연습할 때 편합니다. 오디오자료는 없습니다.
 
각종 연설문 (http://www.garyshome.net/links/)
-여기에는 한국어 영어 연설문이 있는 공공기관 및 기업체의 웹사이트와 연결되어 있으며 UN연설문보다는 재미있는 영어 연설문도 찾을 수 있습니다. 통대 다니는 친구가 알려준 곳인데 매우 자주 돌아다니면서 스터디자료로 활용했습니다. 한국어 연설문은 영어 번역본이 있는 것을 찾기 힘들어서 별로 안 봤지만 한한 연습에는 사용했습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하고 싶은 말입니다. 다 쓰고 나면 꼭 할말이 더 생겨서 며칠간 덧붙이다 길어지고 또 길어지고 하더군요. 그래도 조금이나마 건질 게 있으셨으면 해서 길게 썼습니다. 마지막으로 공부하시는 여러분께 저도 붙었으니 희망을 가지시라는 말씀을 꼭 드리고 싶습니다. 부족한 제가 그래도 합격한 것은 다 하나님의 계획이라고 믿습니다. 어쩌면 호되게 당해보고 자만심을 버리라는 계획일 수도 있겠지요. 아직까지는 입학을 안 했으니 합격이 축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들께도 축복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문정훈
 
 
 
먼저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를 붙잡아주시고 혼자서는 불가능한 비전을 보여주신 주님께 이 영광을 돌립니다. 맏딸의 결심을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신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끝까지 함께 열심히 해 준 똑 소리나는 진주 양과 미영 양에게도 고마움을 전합니다. 저는 시험 치기 전 날도, 지금도 '임계질량'에 다다르지 못했다고 생각하기에 감히 자랑스럽게 합격수기를 쓰지 못합니다. 다만 공부가 잘 되지 않을 때, 제대로 공부방향을 잡고 있는지 혼란스러울 때 제게 도움이 되었던 다른 분들의 합격수기를 생각하며 이 길을 택하신 분들에게 제 방법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하여 이 글을 씁니다.
 
 
 
 
 
[시작]
 
 
 
저는 서강대 영문과를 졸업하고 직장생활 6개월만에 소위 '고시생'이 되었습니다. 직장을 그만둘 때 다들 말렸고 저 스스로도 무모하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생활을 하면서 제 세계가 너무나 작음을 느꼈기에 더 많은 것을 알기 위해서 그 당시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자 최후의 선택은 통역대학원이었습니다. 6개월 동안 열심히 공부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 들리는 것 같았고 순차도 번역도 잘 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시험 전날까지도 '내가 안되면 누가 되냐'는 자만심으로 나를 속였고 그 결과 불합격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이듬해 3월이 될 때까지 저는 제 문제점을 알지 못했습니다. 2004년도는 유난히 시험유형과 문제간 간격에 대한 논란이 많았습니다. 그 때문에 저는 그때까지도 이전에 하던 대로 "학원수업 듣고 Economist 읽으면서 하루종일 학원에 있으면 2005년도에는 합격하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재도전하기로 결심한 후 다니던 학원도 바꾸고 거의 학원에서 살다시피 했지만 주위시선에 신경 쓰고 자기연민에 빠지다 보니 '나'는 보이지 않고 '남'만 보였습니다.
 

 
 

[학원]
 
 
 
통대준비공부를 하다보면 초기에 학원선택에 적잖은 공을 들이게 됩니다. 저는 작년과 올해 두 군데 학원을 다녔습니다. 각각 나름의 장점이 있었는데 A학원은 단신뉴스 중심의 수업방식과 다양한 자료제공으로 1차와 2차시험준비에 가시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B학원은 대담방송 중심의 한결 같은 수업방식으로 자기평가와 실력높이기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강의시간에 따른 시간관리도 못지 않게 중요합니다.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겠지만, 수업 전 후 일정시간동안 해두는 공부는 하루하루 학습량과 학습시간을 규칙적으로 만들어줍니다. 또한 스터디 시간관리가 중요한데 너무 욕심만 앞서면 실력이 쌓인 후 저절로 우러나오는 원리를 무시한 채 스터디를 위한 스터디가 되어버립니다. 자기학습시간은 압박감에 시달려 무조건 의자에 앉아있기 보다는 최상의 컨디션으로 최고의 효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관리해야합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한 두 시간 집중해서 공부한 후 잠깐 쉬어주면 기분도 가뿐해지고 능률도 올랐습니다. 여담이지만 학원근처의 Mix & Bake에서의 커피 한 잔은 공부하는데 힘이 됐습니다.
 
 
 
임계질량곡선은 영원히 오를 것 같지 않다가 어느 순간 상승선을 그립니다. 그 순간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자신의 속도와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은천성 선생님의 L/C 수업은 제 자신을 알게 하고 깊이 있게 들을 수 있게 하며 공부하는 원리를 알려주는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이해와 암기,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하시는 은 선생님의 원칙은 앞으로의 장기레이스에서도 필수적이라는 말을 꼭 하고 싶습니다.
 

 
 

[공부]
 
 
 
① 읽기
 

올해 4월부터 8월까지는 읽기 위주로 공부했습니다. 수업에서 다룰 주제를 중심으로 국내신문, 국내잡지, 영문잡지, 영자신문를 통해 대 여섯 개의 기사를 정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일부 sight-translation을 하고 자료교환을 했습니다. 막바지에 갈수록 반복되는 주제가 생겨 자신감도 생기고 생소한 주제에 대해서도 어디선가 내가 읽은 자료일 것이다라는 생각에 담대함도 생겼습니다. 하지만 자료검색이나 편집 등에 지나친 시간을 쏟지 않고 꼭 필요한 자료를 빠른 시간 안에 준비하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준비시간이 단축되니 다양한 문체의 다양한 자료를 일정량이상 정기적으로 읽어낼 수 있었습니다. 이 방법의 장점은 한 주제와 관련, 쓰일 수 있는 표현의 범주를 서툴게나마 인식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방법은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권장하시는 공부방법이기도 합니다. 3월말에 수업 중에 언급하셨는데 파트너와 궁리 끝에 완성한 이 스터디로 공부의 대부분을 할애했습니다. 지면을 빌어 그때 저와 함께 한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고마움을 표합니다.
 
 
 
② 듣기
 
읽기를 많이 하면 상대적으로 자신감이 붙습니다. 더불어 한국어, 영어의 표현력도 좋아집니다. 각 주제간의 교집합이 생겨 영어든, 한글이든 반가운 표현 혹은 단어가 들리게 됩니다. 이 때 서로 어울리는 짝을 인식하게 되면서 상호 호환되는 부사, 동사, 명사까지 가늠하고 의미의 미묘한 차이도 골라 인식하게 됩니다.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는 학원수업자료를 무작정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나눠주는 듣기자료는 오늘 다 듣고 영한순차를 했습니다. 하지만 통대준비공부는 마냥 듣는다고 실력이 느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가 국내 시사토론방송을 볼 때 토론에 나오는 참석자들의 견해, 어휘, 토론주제를 이해하고 그에 대한 배경지식이 있어야 그 프로그램을 제대로 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영어뉴스도 대담이나 토론방송에서도 이는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모든 내용을, 모든 분야를 알 수는 없겠지만, 하나씩 배경지식을, 본인이 관심 있는 분야는 전문지식과 맞먹을 정도로 쌓아나간다면 듣기가 더 이상 스트레스가 아닌 즐거움이 된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③ 말하기 & 쓰기
 
읽기와 듣기에 비해 말하기와 쓰기는 많이 신경 쓰지 못했습니다. 9월부터 한영 스터디와 수업 위주로 연습했습니다. 주로 국내외 신문 사설난을 활용했고 수업자료에 충실했습니다. 시험 막바지에는 그 동안의 자료로 파트너와 셋이서 돌아가며 연습했습니다. 시험유형에 맞춰 사설과 독자투고, 연설문 위주로 개인 당 발표횟수가 많도록 시간을 나눴습니다. 번역과 에세이는 그동안의 수업자료와 과제첨삭을 활용했으며 11월 개설된 1, 2차 시험준비반을 적극 활용했습니다. 9월부터 시작하면서 늦은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이대 시험준비로 일찍부터 쓰기를 연습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많이 읽고 많이 들었기 때문에 괜찮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마지막까지 아쉬움은 있었지만 후회는 없었습니다.
 

 
 

[1차 시험]
 
 
 
공통, 전공 문제유형과 내용, 모두 특이할 게 없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와 기출문제만 충실히 풀었다면 당황하지 않을 정도였으며 최신뉴스와 연설문 위주였습니다. 다만 전공26번부터 50번까지는 독해지문이 7-8개나 나와서 시간이 촉박했으며 저를 포함해서 주변의 여러 명이 끝 문제 네 다섯 개는 제대로 풀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1차 시험 준비는 9월 말부터 일주일에 2-3회 문제풀이 스터디를 했습니다. 기출문제와 월간텝스 청취문제를 풀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텝스는 별 효용이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틀린 학원 모의고사는 다시 풀었습니다. 틀린 원인을 파악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최고 우선순위를 두었습니다. 흡족할 만한 점수는 막바지까지 결코 나오지 않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자신을 믿는 것과 평소의 꾸준한 공부가 1차 시험 준비의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필기에서 국어는 객관식과 에세이 모두 '수감자'에 관해 출제되었습니다. 시사저널의 영화평론 한편이 나왔고 유영철의 인권이 에세이 소재였습니다. 시험 얼마 전까지도 교도소의 열악한 환경과 연쇄살인범 유영철에 관한 기사가 자주 나왔기 때문에 생소하지 않았습니다. 영한 번역에서는 기출문제에 나왔던 프로이드관련 지문이 나왔습니다. 한영번역은 스크린쿼터 등 국내주요기사거리가 나왔습니다.
 
실전에서는 누가 그랬듯이 '평소 실력만 발휘해도 된다' 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우 영한은 '9/11 사태 이후 진정되어 가는 미국의 관광업'을 주 내용으로 한 긴 뉴스보도 유형이었고 한영은 '죄의식 없이 버리는 애완견문제'를 주 내용으로 한 긴 독자투고 유형이었습니다. 내용은 평이했으나 속도를 유지하다보니 많은 내용이 더러는 빠지고, 더러는 생각이 아예 안 나서 건너뛰고 해서, 교수님이 읽어주신 시간보다 더 짧게 통역한 것 같았습니다. 이번 2차 시험은 유난히 긴 지문과 다양한 유형으로 뒷담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결국 어떠한 주제의, 어떠한 유형의 글을 갖다 줘도 해낼 수 있는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원칙이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준비는 모든 수업 내용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과 마찬가지여서 평소의 꾸준한 공부와 연습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한 비법이나 유형공략 없이도 실력이 쌓인 만큼 보여지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소감]
 
 
 
작년 1차 시험 후 하늘빛이 어떠했는지 기억이 안 납니다. 올해는 1차 시험을 치고 나온 후 날씨도 기억나고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도 기억이 납니다. 차분하면서도 약간 들뜬 듯 2차를 준비했습니다. 수험번호가 뒤에 있어서 2차 실기는 오후 5시까지 기다려야 했지만 마지막까지 제가 팽팽히 당기고 있던 끈을 놓지 않은 기분이었습니다.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10월 30일 까지도 '한 발짝만 더 디디면 임계질량에 다다를 것 같은데 아쉽다, 아깝다.' 하면서 매일 학원을 다녔습니다. 간간이 결석한 수업과 제출하지 못한 과제, 취소한 스터디, 시체 놀이한 시간들이 계속해서 떠올랐습니다.
 
 
 
저는 이번 시험을 마지막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부모님의 압박도 있었고 섣불리 그만둬 버린 직장에 대한 미련과, 동기들에 비해 뒤쳐진 듯한 내 모습을 1년 이상 더 견뎌낼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지금서 돌이켜보면 매 순간 순간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지만 나름대로 충실한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 개인적으로는 20대에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 공부할 수 있었던 시기였습니다. 물론 지금 다른 카드패를 쥐고 있다면 결국 아무런 소득 없이 제자리걸음이라고 느낄 수도 있었겠지만, "내 지식의 한계를 알고 도전을 했다."라는 사실은 영원히 남을 것입니다.
 
 
 
2005년도 합격자는 유난히 연령대가 낮다고 합니다. 점점 더 많은 학부생들이 졸업과 함께 시험준비를 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 또한 겨우 가려놓은 허점들이 저보다 더 어린 동기들 앞에 드러날까 두렵기도 하고 떨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허점이 드러나며 또 발전이 있으리라 생각하고 마음을 다잡곤 합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시는 여러분께도 후회 없이 공부할 수 있는 값진 시간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모자란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약간 먼저 이 길을 가게 된 사람으로서 이 글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승리하세요.
 
 
 
 
 
오혜진
 
 
 
합격자 발표가 난 지 몇 주가 지났지만 아직도 실감이 잘 나지 않습니다. 아마 작년 2차 시험을 보고 난 후 조마조마하게 발표를 기다리다가 결국 떨어졌던 기억이 아직 생생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작년 발표 후 공부를 계속해야 할 지 아니면 취직을 할 지 많은 고민 끝에 부모님 반대를 무릅쓰고 공부를 계속하기로 결정했었는데 다행히 좋은 결과를 보게 됐습니다. 사실 합격자 수기를 쓰기에는 아직 부족한 것도 많고 또 남들과 별다르게 한 게 없어서 쓸 말이 있을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공부를 처음 시작할 때 합격자 수기가 많은 도움이 되었던 걸 떠올리면서 부족하더라도 제 경험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적어봅니다.
 
 
 
 
 
[독해]
 
 
 
우선 올해 다시 공부를 시작하기 前에 작년 1차에서 합격한 이유와 2차에서 떨어진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효과적이었던 방법은 올해에도 계속하고 그렇기 못했던 것은 고치기 위해서였습니다. 사실 외대 1차 시험은 거의 매년 유형이 바뀌기 때문에 특정 유형에 맞춰서 공부를 하면 위험부담이 따르게 됩니다. 따라서 어떤 유형에도 먹힐 수 있는 방법은 결국 독해라도 생각하고 이코노미스트를 계속 구독했습니다. 독해자료는 다른 좋은 것도 많이 있겠지만 작년에 보던 것이기도 하고 이코노미스트의 깔끔한 문체도 마음에 들어서였습니다. 잡지를 받으면 우선 목차를 펴놓고 보고 싶은 기사 제목에 동그라미를 쳐서 표시를 해뒀는데 이렇게 해두면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꼭 읽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는 모르는 단어 뿐 아니라 좋은 표현이나 문장, 핵심 아이디어 등에도 밑줄을 그으면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단어를 찾으면서 표현까지 같이 익히는 식으로 통독하는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가끔 한 단락 읽을 때마다 덮고 영한을 하거나 기사 전체를 읽은 후 여백에 기사를 요약하기도 했는데 읽기만 해서 지루할 때마다 병행하면 의외로 효과가 좋았습니다. 독해 자료를 편식하는 편이었는데 다행히 스터디 파트너가 뉴스위크, 비즈니스 위크, 헤럴드 트리뷴, 뉴욕 타임스, 기타 신문 기사 등을 스터디 자료로 사용한 덕분에 다양한 독해자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
 
 
 
 
 
[듣기]
 
 
 
듣기는 따로 공부하지 않고 은천성 선생님 수업으로만 했습니다. 물론 다양한 자료를 구해서 많이 하면 좋겠지만 엄두가 나지 않아서 수업만 듣고 대신 복습을 철저히 했습니다. 복습할 때는 한 단락을 듣고 영영을 하기도 하고, 콜린 파월의 인터뷰처럼 좋은 문장은 한 페이지를 통째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옥상에 사람이 없을 때는 걸어 다니면서 실제로 기자들 앞에서 말하는 기분으로 복습하기도 했는데, 그렇게 하면 기분도 처지지 않고 공부가 아니라 대화를 하는 느낌이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말하기]
 
 
 
2차에서 고배를 마신 패인이 바로 말하기를 게을리 한 데 있다고 생각해서 올해는 여기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복습을 할 때는 적어도 한 번은 소리내서 읽었고 가끔씩 제가 읽는 걸 녹음해서 들어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본인이 해놓고도 매우 민망하기 때문에 자주 하진 못했지만 가끔씩 해보면 발음에 어떤 버릇이 있는지 목소리가 너무 높거나 작지는 않은지 점검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스터디 자료는 꼭 읽으면서 복습을 했는데 특히 다른 건 못해도 Dear Annie는 꼼꼼하게 읽으면서 좋은 표현들은 외워서 입에 붙이려고 노력했습니다. 작년에는 어려운 단어나 표현을 쓰고 문장을 길게 하면 좋다고 착각했었는데, 올해는 이를 버리고 무조건 짧고 쉽게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1차]
 
 
 
공통영어는 작년보다도 쉽게 출제됐지만 전공영어는 유형이 많이 바뀌어서 당황했었습니다. 감독관이 시험지를 나눠주고 파본을 확인하라고 했을 때 넘겨보다가 뒷장에 생소한 유형의 지문이 있는 것을 보고 뒷장 지문을 먼저 읽었습니다. 사실 지문을 모두 읽을 시간은 안되기 때문에 시험지를 받으면 일단 전체적으로 문제의 유형이 어떤지 파악하고 혹시 낯선 유형이 있으면 그 부분을 먼저 읽어 두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독해문제를 풀 때는 지문을 모두 읽지 않아도 풀 수 있는 문제부터 답을 체크해놓고 시계를 보면서 나머지 문제들을 풀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해서 답을 체크하던 손이 마구 떨렸지만 '다른 사람들도 다 이만큼은 시간이 없을 거야.' 라고 되새기면서 마음을 진정시켰습니다. 독해문제를 풀다 보면 정신이 없어서 막상 답안표시는 미처 다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깁니다. 제가 있던 고사장에도 한 분이 다섯 문제를 풀어놓고도 답안지에 표기를 미처 못했다고 감독관에게 사정사정했지만 결국 그대로 제출해야만 했습니다. 따라서 늦어도 종료 10분前이 되면 확실한 답만이라도 표기를 하고 나머지 문제를 푸는 게 안전합니다.
 
 
 
1차를 보고 난 후에는 떨어질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2차 준비를 했습니다. 작년에 1차를 보고 난 후 싱숭생숭한 마음에 2차를 소홀히 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될 수 있는 한 1차 시험얘기는 하지도 않고 듣지도 않았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매일 영한, 한영을 했는데 이 때 eye-contact도 같이 연습했습니다. 브레인 스토밍은 그 동안 정리해 둔 노트로 혼자서 소리내서 읽으며 연습했습니다.
 
 
 
 
 
[2차]
 
 
 
번역과 작문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고 한국어는 작년보다는 좀 어려웠지만 대체로 평이했습니다. 번역에서 모르는 단어도 있었지만 설마 이것 모른다고 떨어뜨릴까 싶어서 전체 맥락 속에서 어색하지 않게 둘러서 번역했습니다. 전체적으로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지만 은근히 까다로운 부분이 몇 있어서 시간을 잘 안배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면접은 일요일 3시 반에 봤습니다. 작년 면접 때 심장이 마구 뛰어서 정신이 멍해 결국 영한을 망친 생각이 났기에 올해는 아예 우황청심환을 준비했습니다. 학원 수업 때 시험삼아 먹어봤는데 괜찮은 것 같아 시험장에도 가져가서 3시부터 조금씩 2/3 가량 마셨습니다. 면접고사장 앞에서 대기할 때는 긴장을 풀기 위해 기지개를 펴는 등 가볍게 스트레칭을 했습니다. 영한은 '십대가 되면 아동기와는 달리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버릇이 들게 되는데 그 이유는 멜라토닌과 불면증 때문이다.'란 내용이었습니다. 긴장이 덜 풀려서인지 마지막 문장은 doctors, chronic, treated 세 단어 밖에 못 들어서 순간 아득해졌지만 내용 자체가 너무 짧아서 한 문장이라도 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 세 단어라면 나올 내용은 이거 밖에 없겠지' 하고 "의사들은 청소년기 불면증을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라고 끝을 맺었습니다. 뻔뻔스럽게 지어냈는데 다행히 교수님들이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잘했어요'라고 해주셔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영은 '운전자들이 안전운전 수칙을 알면서도 잘 지키지 않는다.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방어운전 습관을 길러야 한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비교적 평이했기에 pause없이 풀어갈 수 있었는데 조수석이나 방어운전과 같은 단어는 생각이 나지 않아 sitting next to the driver's seat, drive safely로 돌아갔습니다. 끝나고 교수님들이 '잘했어요'라고 말씀해주시고 실수한 것도 없는 것 같아서 이번엔 될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이번에 안되면 내 길이 아니라 생각하고 접겠다고 마음먹고 있었기에 오히려 담담하게 발표를 기다릴 수 있었습니다.
 
 
 
올해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에게 다짐한 것은 '스트레스를 받지 말자' 이었습니다. 이 공부가 장기전인데다 작년의 경험으로 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공부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쉬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부가 안되거나 스트레스가 쌓인다 싶으면 바로 가방 싸서 집에 와 음악을 들으면서 만화책을 보거나 집 앞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이때 영어로 된 영화를 보면 알아듣는 대사가 많은 데서 오는 뿌듯함과 더불어 영화 자체의 감동으로 스트레스가 한번에 해소되는 일석이조의 효과가 있습니다. 스터디가 잘 안 돼서 고민하는 경우를 많이 봤기에 스터디는 혼자 하기 힘든 영한, 한영, 한한만 했습니다. 다행히 스터디 파트너가 정말 성실하고 시간 약속을 잘 지켜서 간혹 해이해지는 저 자신에게 좋은 자극제가 되어 뒀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서 스터디 파트너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작년과 올해 많은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에게도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유나영
 
 
 
시험을 보기 전에 나도 합격수기 한 번 써보자 하고 농담을 했던 기억이 나는데, 직접 쓰려니까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제가 처음 이 공부를 시작할 때 합격수기를 밤새 보면서 이것저것 적어놓곤 했던 기억을 살려 제 경험이나마 작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씁니다. 저는 올해 여름에 코스모스 졸업을 했고 대학에서는 영어가 아닌 다른 언어를 전공했습니다. 그래서 이 공부를 본격적으로 했던 4학년부터는 내내 학점이 형편없었습니다. 혹시 저처럼 학교를 다니면서 공부를 하시는 분이 있다면 학교 공부도 꼭 열심히 하라는 말씀을 먼저 덧붙이고 싶네요.
 
 
 
 
 
[L/C & Speaking]
 
저는 L/C에 대한 공포가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스터디를 할 때에도 긴장을 하면 잘 들리지 않을 정도였으니까요. 역시 공포를 이기는 방법은 열심히 연습해서 자신에게 확신을 심어주는 방법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제 주된 공부방법은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듣고 복습(듣고 따라하기)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외의 L/C 공부는 하려고 해도 시간과 건강(^^;)이 따라주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잠은 항상 8시간 이상은 잤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양보다는 질이라는 말이 있듯이 L/C도 '확실히'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peaking은 듣고 따라하기로 대부분 공부했고, TV 프로그램 중에 'Sex and the City'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이런 가벼운 프로그램을 시청할 때도 많은 것을 보면서 흘려 듣지 마시고, 하나를 보더라도 반복해서 듣는 것이 참으로 많은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저절로 외워지거든요. (그런데 'Sex and the City'에 나오는 단어들이 반드시 추천할만한 것들은 아니에요.^^;;)
 
 
 
 
 
[R/C & Writing]
 
저는 이코노미스트를 구독했습니다. 물론 이코노미스트 잡지 한 권을 모두 읽진 못했지만 중요하다고 판단한 기사나 제가 읽기 힘들어 보이는 기사를 골라서 읽었습니다. 독해의 순서는 통독 후 요점 머리 속에 떠올리기, 제목 맞춰보기, 정독하며 모르는 단어 체크하기, 단어 찾기, 단어 외우기, 기사 전체를 다시 보지 않고 써보기였습니다. Writing 공부는 이렇게 하면서 저절로 된 거였고요. 이 방법으로 하다보면 시사주간지를 from cover to cover로 읽기는 불가능해집니다. 그렇지만 통독으로 가능한 많은 분량을 읽는 것보다는 한 기사라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어휘]
 
 
 
저는 시험 보기 한참 전에는 좀 불안한 생각이 들어 워드스마트를 외워보려고도 했었는데 잘 되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안해 낸 것이 기사를 읽은 후에 몰랐던 단어를 날짜별로 노트에 정리해서 날짜별로 외우는 거였죠. 제가 워낙 정리정돈이 잘 안 되는 사람이라서 시험이 다가오면서부터는 잘 되지 않았는데 제겐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더군요.
 
 
 
 
 
[스터디]
 
은 선생님께서 어느 정도 실력이 됐을 때 뒤집기(영한-한영)를 시작해야 한다고 하셔서 저는 거의 9월이 되어서야 뒤집기를 시작한 것 같습니다. 저도 확실한 실력이 바탕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뒤집기 스터디를 시작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뒤집기를 하기 전에는 영영과 한한을 주로 했습니다. 시험 가까워오면서부터는 학원에서 일요스터디를 했었는데 복습을 열심히 하실 각오가 되어 있으시면 추천하고 싶은 방법입니다. 전 복습을 철저하게 하지 못했거든요.^^
 
 
 
 
 
[1차시험]
 
 
 
1차시험을 보는 날에는 아침 일찍 일어나서 평소 안 먹던 아침을 챙겨먹은 후 커피를 large size로 사 마셨습니다. 선생님이 커피가 정신 집중하는데 어느 정도는 효과가 있다는 말씀을 기억해서였습니다. 공통영어는 꽤 평이했던 것 같습니다. 공통 영어가 끝난 후에는 학원 L/C 수업시간의 테이프를 귀에 꽂고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다른 수험생들과 시험에 관해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마음이 심란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공영어는 역시나 유형이 자주 바뀐다더니 문제를 보고 당황하는 바람에 처음 몇 문제를 놓쳤습니다. 독해 부분에서는 시간이 워낙 없어서 한 번만 읽어보고 풀었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있었던 시험장소에서는 어떤 분이 시간이 없어서 답안지도 못 바꾸시고 그냥 제출하셨던데 확실히 시간 배분을 잘 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시계 큼지막한 것 꼭 챙기시고요.^^
 
 
 
 
 
[2차시험]
 
사실 저는 1차시험에서 당연히 떨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래서인지 긴장이 풀려 심한 독감에 걸려서 2차시험도 열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상태에서 봤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평소 1차시험을 보고 난 후에는 본인의 느낌과는 관계없이 2차공부를 시작하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이 정말 맞는 것 같아요.
 
 
 
한국어시험은 평이했습니다. 한국에서 정상교육을 받으신 분이라면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짧은 논술 문제에서 유영철이 자신의 인권을 주장하고 나선 점에 대해 개진하라는 문제가 있었는데 제가 유영철 현장검증을 직접 본 터라 흥분해서 글을 써내려 갔던 기억이 나네요. (그런데 글에서 감정적으로 한쪽으로 치우친 티가 나면 안 된다고 합니다.^^)
 
 
 
번역시험은 영한은 프로이드에 관한 문제가 나왔었고 한영은 연설문과 경제 관련 문제가 하나 있었습니다. 번역 시험을 볼 때 너무 몸이 아파서 책상에 엎드리고 싶을 정도였기 때문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이 부분에선 운이 좀 따라준 것 같아요. 건강 관리 정말 잘 하셔야 합니다.
 
 
 
구술시험은 제 수험번호가 꽤 앞이어서 일찍 불려나갔습니다. 기다리는 시간이 제게는 몸도 마음도 너무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빨리 구술시험을 치는 것이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 제 앞에 몇몇 지원자 분들이 계셨는데 진행요원 한 분께서 떨면 떨어진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도 안 떨려고 노력은 했었습니다. 그래도, 매우 떨리더군요. 살면서 그렇게 떨렸던 적은 처음이에요. 그런데 이상한 것은 그렇게 떨다가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까 조금 나아졌습니다.
 
 
 
영한문제는 초콜릿에 관한 거였는데 지금 잘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어떤 실험에 관한 것이었고 뚜렷하게 어렵다 싶은 것은 없었지만 꽤 길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들으면서 '아, 길다.'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자세한 것은 놓치더라도 기억나는 것은 최선을 다해서 통역했습니다. 중간 정도 하니까 그때서야 교수님들께서 고개를 끄덕이시더군요. 저는 교수님들 모두를 쳐다보려고 노력은 했었는데 나중에 가서는 불러주신 외국인 교수님만 뚫어져라 쳐다봤었습니다. 한영은 미국언론에 관한 것이었는데 이념성향이 신문마다 뚜렷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을 하면서는 정신이 없어서 교수님들을 쳐다보지 못했는데 몇 분이 끄덕이시는 걸 '느낄 수는' 있었습니다. 끝나고 나서는 한 교수님께서 'OK, thank you!' 하셔서 저도 '감사합니다!'라고 외치면서 기분 좋게 나왔습니다. 시험이 끝났다는 해방감과 함께 교수님들의 호응도 참 기분 좋았거든요. 몸은 아팠지만 기분은 마냥 좋았었습니다.
 
 
 
 
 
[맺는 말]
 
 
 
저는 학원을 다니면서 내내 모의고사 성적이 형편없을 때가 많았습니다. 혹시 제 글을 보면서 모의고사 성적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이 계시다면 모의고사가 합격과 불합격을 절대 보장해주지는 않는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공부하는 내내 믿어야 할 사람은 나 자신이고 냉정히 평가해야 할 사람도 나 자신입니다. 주위 사람이나 학원에서의 performance 같은 것은 신경 쓰지 마시고 하루하루 실력이 향상되는 자신을 격려하면서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끝으로 이 공부를 하는 내내 부족한 저를 믿어주셨던 우리 부모님, 존경하는 은천성 선생님, 그리고 누구보다도 제가 강해지는데 큰 몫을 했던 켈리 이모에게 감사말씀 전합니다.
 
 
 
 
 
  
 
 
 김수진
 
 
 
'If you are going through the hell, keep going.' 은천성 선생님께서 일러주신 오늘의 금언 중에서, 통번역대학원 준비를 하며 가장 가슴에 와 닿았던 말이었습니다.
 
 
 
올 한해를 거의 영어사랑학원의 한서반과 함께 했지만 솔직히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한 것은 여름 들어서입니다. 그 前에는 학교생활과 병행해야했기 때문에, 통대 시험을 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고급 스페인어를 배우고 싶은 단순한 마음에 조일아 선생님의 한서통대준비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수업을 들으면서 다른 사람들의 실력에 자극을 많이 받았고, 한편으로 2가지 언어를 넘나드는 통번역의 신통방통함에 매료돼서 본격적으로 공부할 결심을 하게 됐습니다. 지금 가장 후회가 되는 것은 수업 내용 복습만 철저히 했어도 크게 도움이 됐을 텐데 진작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그 기회를 놓쳐버린 점입니다. 스페인어는 아시다시피 영어만큼 배울 수 있는 환경이 잘 조성되지 않은 까닭에 만약 통대 합격을 목표로 한다면, 학원을 통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시험대책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해외 체류 경험도 여름방학 2개월간 스페인에 다녀온 것 외에는 全無했기 때문에 제가 신문기사나 미디어를 통해 보고  들은 표현들을 검증할 수 있기 위해서는 학원 수업에 많이 의존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부방법]
 
저는 체계적인 공부를 하기보다는 하고 싶은 공부를 했습니다. 환경, 뉴 미디어, 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들을 두루 접하기 위해 다독을 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 결과 풍부한 표현을 접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호기심을 가지고 봤기 때문에 언어적 지식을 뛰어넘어 배경 지식 함양의 효과도 있었습니다. 통대 시험에서 예상 문제를 겨냥하고 공부하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지만, 그 틀에 갇혀 편향된 주제만 다루는 것은 오히려 상당한 위험을 수반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인터뷰에서는 어떤 돌발 주제가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어떤 주제든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그 표현과 단어를 정확하게 알지 못해서 제가 한 작문에는 항상 오류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조 선생님께서 권해주신 대로 뒤늦게나마 주제별 단어 정리를 하였는데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꺼내 보면서 정확성을 보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통대를 준비할 정도이면 문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처럼 차근차근 문법을 배우지 않은 경우엔 사상누각이 될 수 있으니 문법이 불안한 경우엔 꼭 문법책을 다시 한번 정독한 후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무리 화려한 말을 쓴다고 해도 결국 정확성이 결여된 문법은 감점요인일 뿐 아니라 신뢰성이 떨어져 주관적인 평가에서도 치명타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자료는 RKI(Radio Korea International), BBC, EL PAIS LA OPINION 등 4가지를 주로 봤습니다. RKI는 국내 기사를 많이 다루기 때문에 주요 한국일간지의 내용과 비교하여 공부할 수 있는 게 장점입니다. 그러나 다른 본토 신문과 비교해 무리 없이 평이하게 쓰여졌을 뿐 아니라, 주로 육하원칙에 입각한 단신에 가까워서 싫증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 RKI 기사의 표현을 직접 만들어 내려면 어마어마한 내공이 필요합니다. 게다가 RKI가 대폭 업그레이드되어서 점차 기사의 질이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습니다. 기사뿐만 아니라 RKI의 다른 알토란같은 내용도 꼭 챙겨두십시오. 한국의 주요 사회 문화적 이슈를 오디오와 함께 다루기 때문에 외워두면 요긴하게 써먹을 표현이 무궁무진합니다. 저는 이 것을 시험을 거의 한달 앞둔 때에야 뒤늦게 알고는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가끔 RKI의 인터뷰를 귀기울여 듣는 것도 외국 경험이 적은 사람에게는 가뭄의 단비와 같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BBC를 통해서는 그날그날 국제 핵심 이슈들을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빨리 이해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AUDIO NOTICIAS를 통해 본 것을 귀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EL PAIS 와 LA OPINION에서는 주로 사설을 읽었습니다. 이 사이트들은 주로 읽는데 시간이 많이 들기 때문에 가장 집중이 잘되는 시간에 서한 번역이라고 생각하고 한번에 읽어내는 게 중요합니다. 실제로 스터디에서 번역 연습을 할 때도 사설을 위주로 했습니다. 제가 쓴 글이지만 이따금씩 참 잘 썼다는 느낌이 들 때는 시험공부를 떠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었습니다. 물론 이해가 안 돼서 스트레스 받는 날이 더 많았지만 모르면 모르는 대로 하루에 하나 정도는 보려고 했습니다.
 
 
 
 
 
[영어]
 
영어는 당락에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소홀히 하다가, 시험이 임박해서는 생각 외로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오히려 시험에서 큰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제 경우가 바로 그랬습니다. 학원의 시사청취 수업을 한 달 듣고 시험을 두 달 앞두고 텝스 독해 문제집과 듣기 문제집을 푼 것이 영어 대책의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1차 1교시 시험이 그 날의 컨디션을 크게 좌우합니다. 이것보다 힘든 말은 없겠습니다만, 여유 있을 때 스페인어만 매달리지 말고 적어도 하루 1-2시간은 영어에 투자하십시오. 영어실력이 스페인어 실력에 시너지 효과가 된다는 사실을 차치하고라도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영어가 제1외국어이며, 스페인어를 한다고 하면 으레 영어실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이들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라도(^^;) 꼭 공부해야합니다. 올해 공통영어는 의외로 상당히 쉽게 출제된 편이라 통과할 수 있었지만, 매년 기출 문제의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될지 모릅니다. 공통영어의 배점은 1차 300점 만점의 100점이니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한국어]
 
 
 
의욕만 앞서서 초반에 2급 한자검정시험 대비책을 샀지만, 결국 몇 장 보지 못하고 책장 속 뒤안길로 사라졌습니다. 사자성어를 독음하고 뜻을 풀이할 수 있는 정도의 실력과 고등학교 수준의 한자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약 6, 7급만 되도 충실히 공부한다면 걱정할 것 없습니다.) 한자를 쓰지 않고 읽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릅니다. 국어 논술과 스페인어 자유주제 작문을 위한 공동과제는 주요 사회문제에 대해 노트 한 권에 기승전결의 형식을 갖춘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입니다. 신문 사설을 읽다가 솔깃한 내용이 나오면 포스트 잇에 요지를 쓰고 글을 요약하면서 제 나름대로 정리했습니다. 이것은 인터뷰時 자신의 논리를 펼 때에도 요긴합니다. 시간과 정성이 허락된다면, 좌측에 한글 논리를 쓰고 우측에 스페인어로 정리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입니다. (저는 그러지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한글로나마 논지를 가지고 있으면 無에서 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작문의 두려움이 훨씬 덜합니다)
 
 
 
 
 
[스터디]
 
7월부터 스터디를 본격적으로 시작하여 일주일에 2번, 9월부터는 주중에 2번 토요일에 1번 했습니다. 주중의 스터디는 한한(신문사설 한글 요약 및 서어 요약)-서한 (1분30초 분량 1인당 2개씩)-한서(1분 분량 1개씩)式으로 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스터디 파트너들이 책임의식을 가지고 엄선된 기사를 잘 준비해 오는 것입니다. 양질의 기사를 제공하지 않으면 스터디 구성원 전체의 의욕과 학습의 질이 저하되기 때문입니다.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을 때 원활한 정보 공유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스터디를 할 때는 프로그램마다 시간을 정해서 지켜야합니다. 저희는 모두 조 선생님처럼 체육시간에 쓰는 타이머를 가지고 다니면서 초 단위까지 시간을 쟀는데 왠지 프로의식도 생기는 것 같고 시간도 지키게 되는 등 효과가 컸습니다. 사실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 시간이 가다보면 매일 매일 표현을 5개라도 확실히 익혀두고 예문까지 익혀두면 그것이야말로 큰 재산이 됩니다. 그리고 이 기사도 봐야할 것 같고 저 기사도 봐야할 것 같을 때, 어떤 기사를 보느냐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기사든지 확실히 보고 표현 중심으로 익히는 것입니다. 본인의 공부 방법을 의심하면서 계획을 세웠다가 바꿨다 하기보다는 지금 내가 하고 있는 방법이 옳다는 확신을 가지고 매진하십시오.
 
 
 
 
 
[실전]
 
 
 
이번 시험은 1차 스페인어 듣고 답하기가 작년보다 어려웠기 때문에 실제로 2차를 준비하는 동안 심리적 불안이 컸습니다. 2차 시험 하루 전에 발표가 난다는 잔인한 사실에 분개하면서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안간힘을 쓰다가도, 불현듯 떠오르는 1차의 실수들이 밤잠을 설치게 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경향이 누구에게나 다 나타난다는 것을 인정하고 빨리 과거는 잊어버리고 미래를 준비하는 현명함을 가지시길 바랍니다. 특히, 백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은 스페인어로 대답하라고 하면 스페인어로, 한국어로 대답하라고 하면 한국어로 쓰는 것입니다. 앞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 못했다는 자괴감 때문에 연연하다가 뒤에 한국어로 쓰는 것을 스페인어로 쓸 뻔했던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합니다. 평소라면 어떻게 그런 실수를 할 수 있나하고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당황하면 그냥 앞에 쭉 써있는 스페인어로 대답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새로운 지문이 시작되기 전에 co. esp. 등으로 식별 가능한 표기를 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문제는 FTA 의 일반 정의와 목적, 중남미 유전개발과 유가 앙등의 영향, 한국과 중남미의 사회 변동과 그 원인 비교, 노무현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기조연설 등이 출제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사건보다는 상당히 개괄적이고 근본적인 문제들이 나왔으며 읽는 속도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다만 낭독하시는 교수님의 발음은 매우 명확한 편이고 목소리도 굉장히 좋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평소에 배경지식을 꾸준히 넓혀 놓고, 민주주의, 자유무역, 세계화 등 거시적인 주제들을 다룬 사설 등을 미리 공부해 놓으면 득이 될 것입니다.
 
 
 
2차의 한국어는 영화평론을 큰 지문으로 1-10번까지 한자, 어휘 문제가 모두 나왔기 때문에 새로우면서도 전보다 부담이 덜했습니다. 그리고 늘 모의고사를 보면 백발백중 틀리던 맞춤법 문제가 이번에는 비교적 평이하게 나왔습니다. 논술은 600자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서 분량 조절한 후, 시간이 비교적 넉넉하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주제는 '연쇄살인범 유영철의 인권침해 주장이 합당한가'였습니다. 번역은 올해 서울에서 열린 '세계 인권 기구 대회' 폐막 연설과 'FTA의 일반 특혜' '유럽연합내의 이민자 문제를 둘러싼 이견' '교착 상태에 빠진 기업의 주주간 협정'등이 나왔습니다. 한서는 평이했으나 서한이 짧으면서도 앞뒤 문맥 관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는 것이 특징이었습니다. 서론 등 형식이 갖추어 진 것이 아니라 그냥 사설 한 토막을 발췌해 실어놓은 것 같아 여러 번 읽어야 했습니다. 게다가 공부한 주제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깔끔하게 문장을 전개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쓸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과연 채점하시는 교수님이 과연 알아 보실까 싶게 시험지가 너저분해져서 크게 걱정됐습니다. 자유 주제는 '실업 문제와 대책'이었는데, 이 주제는 인터뷰에서도 한서 순차용으로 나온 것을 보면 올 한해 내내 문제가 되었던 실업 문제를 간과하고 제대로 공부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습니다.
 
 
 
인터뷰를 앞두고 큰 회의장에서 이름이 호명되길 기다리는 순간은 정말 긴장돼서 아무 글자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접수를 일찍 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인 것 같습니다. 오래 기다릴수록 과도한 긴장으로 지칠 뿐 아니라, 사실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ㅡㅡ; 호명되면 한서과 재학생 도우미께서 친절하게 어떤 순서로 진행될 것이고 한서 순차 통역의 주제까지 '실업'이라고 일러주시기 때문에 미리 자료를 볼 수도 있고 전략을 세울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역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실업에 관한 자료도 없어서 그냥 머릿속으로 논지만 정리하였습니다. 실제 면접 내용은 이슬람 세계의 fundamentalismo (이슬람 근본주의) 의 미래 위협 가능성에 관한 의견 개진(서어)-중남미 각국의 '死者의 날'(El dia de los muertos) 묘사 서한 통역-'취업난 속에 중소기업들은 오히려 구인난' 한서 텍스트 보며 통역-국내 사회복지에 관한 의견 개진(서어)-지원 동기와 앞으로의 계획 (한국어)의 순이었습니다. 작년에도 세계화라는 거시적 주제가 나온 데 이어 올해도 집중적인 주제공부가 필요한 문제보다는 어느 정도 스페인어 표현이 가능한 토대 위에 배경지식이 있으면 절대 유리한 문제들이었습니다. 특히 이슬람 근본주의는 교수님께서 텍스트를 읽어 주셨지만 생소한 개념이라면 크게 당황할 수 있는 문제였습니다. 저는 이슬람 근본주의는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의 무력 분쟁과 갈등을 일으키는 큰 원인이 되고 앞으로 국제사회에도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요지로 대답했습니다. 항상 모의 시험을 볼 때도 적당한 속도로 말했다고 생각하는데도 남들이 3분에 할 것을 5분씩 걸렸다는 생각 외의 평가결과를 받았는데, 이번 인터뷰에서도 그렇게 유창한 속도로 대답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기 위해 속도의 균일성은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死者의 날에 대한 통역은 실수로 서한 통역을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의견 개진인 줄 알고 노트테이킹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날짜 등 디테일을 거의 잡아 내지 못해 그냥 요약하고 제 생각을 말해버렸습니다. 불안했지만 다음에 있을 어려운 관문들을 생각하니 괴로워할 시간도 없었습니다. 혹시 착각하거나 못 듣더라도 들은 만큼만 자신감 있게 얘기하고 '그렇지 않습니까?'하는 넉넉한 표정으로 교수님들을 대하면, 그 살얼음판 같은 면접실 분위기가 자신에게 우호적이라는 기분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설혹 착각이라 하더라도.)
 
 
 
 
 
[마치며]
 
빈틈이 많은 살력으로 통대에 입학하게 되어 잘 헤쳐 나갈 수 있을까하는 두려움이 앞서지만, 뒤늦게 재미를 붙인 스페인어를 전문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어 기쁨이 더 큽니다. 수기를 쓰면서, 이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에서 여러 가지 권고를 하고 보니, 제 자신도 잘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면 수기가 아니라 스스로에게 나아갈 지침을 일러주는 다짐의 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조금씩, 꾸준히' 하는 것이 외국어와 가까워지는 첩경임은 진리입니다. 그러나 이는 세상에서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합니다.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 훌훌 인적이 드문 산 정상에 올라 스페인어에 이 한 몸 바치겠다는 굳은 결심을 외치십시오. 그리고 그때 그 참신하고 열의에 찼던 기분을 상기하며 공부하는 도중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슬럼프라는 녀석을 물리치십시오.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매일 매일 꾸준히 하기' 와 '나름대로의 스트레스 조절法' 의 두 비법을 연마해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었으면 좋겠습니다.
 
 
 
 
 
* 슬럼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도와주시고, 시험 기간 내내 정성을 아끼지 않으셨던 부모님과 조일아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5)
 
 
 
 
 
 
 
 
 
 
 
남승현 
 
제게 이렇게 합격자 수기를 쓰게 될 수 있는 기회가 오리라고는 거의 생각해 본적이 없습니다. 이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때는 다른 사람들의 수기를 읽으며 참 많이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공부를 시작한지 꽤 오래됐습니다.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오래전에 시작했지요.) 많은 사람들이 이 공부에 대해 얘기할 때 기간에 대해 많은 말을 하지만 이 공부는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시간문제가 아니라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철저히 임계질량의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각자 자기가 가진 임계질량의 양에 따라 걸리는 시간이 다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저와 같이 '적은 임계질량'으로 시작하시려는 해외파가 아닌 국내파 분들께 격려를 드리고 싶습니다.
 
 
 
금년 이대 시험에 대해서는 다른 합격자분들이 자세히 써 주셨기에 저는 제가 공부했던 방법에 대해서만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사실 너무 막막해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때 은 선생님 말씀을 무조건 따랐습니다. 아시죠.. 그냥 스크립트를 다 외워 버리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무식할 정도로 다 외웠습니다. 성격이 내성적이라 수업 중 발표는 한번도 못했지만 그렇게 외우다 보니 스스로 영어의 바닥이 다져진다는 느낌을 받게 되더군요. 외울 때는 가급적 문장 전체를 외우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하고, 이것이 곤란할 때는 반드시 동사와 목적어를 묶어서 함께 외웠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나중에 speaking 이나 writing 을 할때 정확한 영어표현을 찾거나, 이곳에 어떤 동사, 전치사를 써야할까 하는 고민은 안하게 되더군요. 적어도 제가 쓰는 영어가 소위 콩글리쉬는 아니라는 확신을 하게 되니 참 좋았습니다. 영어가 몸에 배지 않은 저 같은 국내파에게 아마도 가장 좋은 방법인 듯 싶습니다.
 
 
 
지금은 장홍석 선생님 수업을 듣고 있는데 개인적으로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장 선생님 수업에서는 그날 공부한 내용을 요약하셔서 학생들에게 불러 주시고 학생들이 앞에 나와서 시험 치듯이 한영통역 발표를 하게 됩니다. 제가 2차시험을 볼 때 내심 놀란 것은 시험관 교수님께서 한영 내용을 불러주실 때 그 길이가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이대 입시설명회에서 교수님께서 2차 구술 시험 지문이 꽤 길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걱정을 했었는데, 아마도 수업시간 발표를 통해서 많이 익숙해져 있었기 때문인가 봅니다. 마치 수업시간에 발표하듯이 편안함이 느껴졌고, 내용도 더 쉽게 다가올 정도였습니다. 더욱이 장 선생님 수업시간에는 발표기회가 많이 주어져서 연습을 하는데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한영 구술 시험이 어렵게 느껴지지는 않았지만 도중에 그만 내용을 잊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그만둘까 하다가 통대 시험을 볼 때 도중에 포기해 버리는 것은 죄 중에서도 대역죄에 해당하니 반드시 어떻게 해서라도 끝을 맺어야한다는 말이 생각나서 그냥 제 생각대로 말하고 나왔습니다.
 
 
 
스터디는 몇몇 친구들과 함께 일주일에 두 번  The Economist를 영한으로 했고 스터디보다는 제 공부에 좀 더 촛점을 맞추었습니다. 학원 공부를 복습할 때는 먼저 한번 길지 않게 끊어서 들어보고 제가 듣고 이해한 만큼만 혼자서 큰소리로 영영으로 말해봅니다. (speaking 연습은 이 요약연습으로 대체했습니다. ) 들은 분량이 거의 이해가 될 정도로 반복해서 4-5회 정도 듣고 영영 요약을 한 다음에 그래도 들리지 않고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은 찍찍이를 가지고 반복해서 듣고 받아쓰기를 해본 후에 스크립트와 대조해 보는 방법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니까 제가 듣기를 할 때 어느 부분에서 자주 실수를 하는지 알게 되더군요.
 
 
 
제 생각으로는 writing, speaking, listening, reading 중에서 listening이 가장 어렵고 시간도 가장 오래 걸리며 가장 더디게 발전하는 것 같습니다. 어렵기는 해도 listening에서의 자신감이 통역의 가장 중요한 밑바탕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시험을 칠때 처음엔 한영을 많이 걱정했었는데 오히려 문제가 된 것은 영한이었습니다. 한영은 한국어로 말해 주니 제가 완벽하게 이해하고 좀 어렵더라도 제가 아는 표현을 사용해서 어떻게 해서든지 할 수 있었는데 영한은 영어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면 한국어로 말하라고 해도 할 말이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공부를 하다가 저처럼 생각만큼 실력이 늘지않아 고민하시는 분들께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제 경우는 철저히 외우기 위주의 공부였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주 잊어버리는 것이 고민이었습니다. 그래서 통대 공부가 모래판에 물붓기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모래판에 물을 부으면 고이지 않고 그냥 스며들어 버리쟎아요.) 그런데 은 선생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것이 기억납니다. 이 공부는 마치 콩나물 시루에 물주는 것과 같다구요. 비록 물은 밑으로 빠져나가 버리지만, 그 사이에 있는 콩나물은 반드시 자라고 있다고 하셨는데 정말 맞는 말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합격하는데 큰 힘이 되어주신 저의 친정 부모님과 제 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언제나 꾸준히 노력하시고 좋은 결실을 맺으시기 바랍니다.
 
 
 
 
 
 송정화
 
 
 
합격소식을 접하고 한참 동안 얼떨떨했습니다. 실감이 나지 않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앞으로 하게 될 더 큰 고생(그토록 기다려왔던!)의 무게가 벌써부터 피부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합격 수기를 쓰기에는 제 실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로 도전하시는 분, 다시 마음을 다지시는 분들, 특히 직장과 병행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 글을 씁니다.
 
 
 
 
 
1. 어학연수
 
저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영어를 좋아했고, 대학에 들어가서도 영어수업을 계속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대학교 3학년말에 어학연수를 결심하고, 4학년 1학기를 마치고 캐나다 밴쿠버로 연수를 갔습니다.  '통대입시에서 어학연수가 꼭 필요한가'라고 물으신다면 '그렇지 않다'라고 답해 드리고 싶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밴쿠버 연수는 많은 것들을 배우고 겪었던 아주 소중한 경험이 됐습니다.  우선 어학연수를 결심하신 분들이 있다면 사전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당부하고 싶습니다. 어학연수는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가 아니라 영어 사용을 'practice'하고 영어로 말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일단 어학연수를 결심하셨다면 최소한 6개월 혹은 1년 전부터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제 경우에는 연수 전에 영어회화수업을 6개월 동안 꾸준히 들었습니다. 영어실력이 백지인 상태에서 영어연수는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입니다. 일단 연수 생활을 시작하면 항상 어학연수를 온 목적을 기억해야 합니다. 저는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의 연수생활이었기 때문에 남들 보다 효율적으로 보내야한다고 다짐하면서 효율적인 시간관리를 하려고 노력하면서 공부했습니다. 
 
 
 
 
 
2. 통대지원 계기
 
 
 
원래 제 꿈은 라디오PD이었습니다. 어학연수에서 돌아와서 소위 말하는 '언론고시'준비를 했습니다. 그 해 방송사 시험에 떨어지고 나서, 바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입사했습니다. 입사 후에 언론고시를 계속하려고 했었는데 여건상 거의 불가능해지고 그 꿈에 대한 회의도 생겨서 진로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생각하게 됐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통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은 있었지만 감히 엄두가 안 났었는데, 회사 생활을 하는 동안,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됐습니다.  나중에 실패하게 되더라도 '안될 것 같다'라는 두려움 때문에 시도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할머니가 돼서 후회할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바로 2003년 1월에 은천성 선생님 왕기초반을 등록했습니다. 그 신선한 충격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두들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자극을 받고 저도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했고 4월부터는 기초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학생들의 모습에 주눅이 들었지만, 발표신청을 하지 않으면 수동적인 공부가 될 것 같아서 다음 달부터 발표를 시작했습니다. 메모리 스팬도 짧고 디테일을 빼먹기 일쑤였고, 가끔씩은 흐름도 잘 잡지 못했습니다. 분명한 것은 열심히 하면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잘할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지금 '내가 과연 통대공부를 할 수 있을까'라고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면 꼭 도전해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작이 반이니까요!
 
 
 
 
 
3. 직장과 공부
 
 
 
2003년 1월부터 공부를 시작했으니까 저의 준비기간은 꼬박 2년이 된 셈입니다. 그 동안 내내 저는 직장과 학원을 병행했습니다.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직장을 그만두고 공부에만 전념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라는 고민을 참 많이도 했습니다. 가끔씩은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게 될까봐 초조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저를 짓누르는 것은 바로 그 고민자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쪽이든 빨리 결론을 내리면 마음은 편해지는 것이니까요. 제 경우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공부만 하게 되면 규칙적인 생활을 할 자신이 없었고, 넘쳐나는 자유시간에 온종일 공부만 하는 것도 지겨울 것 같았습니다. 그 보다는 회사에 적을 둔 상태에서 마음을 편하게 먹고 남는 시간을 공부로 채우는 편이 제게는 더 맞는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저는 영어를 쓰는 업무환경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남는 시간에 이코노미스트를 읽고 스터디 준비를 했습니다. 때로는 일이 너무 많아서 한 글자도 못 볼 때도 있었지만 그런 때는 일이 공부의 연장이다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달랬습니다. 직장이냐? 공부냐?의 고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고민을 깊고 짧게 하시고 일단 결정하시면 어느 쪽이든 내가 한 선택이 맞는 거야! 라고 생각하시면서 마음을 편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4. 공부방법 & 스터디
 
 
 
출근해서 일단 이코노미스트 웹사이트에 들어가 하루 읽을 분량 2-3개 정도의 기사를 선택해서 대의를 파악하면서 쭉 읽고 모르는 단어만 체크했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유용한 표현이 들어 있는 문장 전체를 형광펜으로 표시하고 그 표현들만 외웠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가장 힘든 점은 L/C에 할애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자리에 앉아서 리딩을 하고 다른 공부는 해도 괜찮았지만 이어폰을 꽂고 L/C를 연습한다는 것은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L/C는 학원에서 하는 것, 출퇴근길에 듣는 것, 잠자기 전에 끊어서 듣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그래도 교재를 보지 않고 최소한 3번은 반복해서 들은 후에 끊어 듣기를 하려고 노력했고, 그 과정을 마친 다음 날 회사에서 교재를 외우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지금 돌이켜 보면 공부시작 초기에는 스터디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먼저 충분히 혼자 공부한 다음, 서로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구하고 (비슷한 실력도 중요하지만, 약속을 잘 지키는 스터디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 제일 중요합니다!) sight-translation, 한한요약 정도로만 시작하셔도 충분합니다.  그리고 나서 중반에 이르러서 영영 요약까지 포함하고, 시험 前 1-2개월부터는 한영, 영한 연습을 하시면 무리가 없을 겁니다. 스터디 준비를 사전에 철저히 하는 것은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며, 또 자신에게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스터디 후에는 반드시 복습을 해야합니다. 복습이 없는 스터디는 시간낭비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5. 스트레스, 페이스 조절
 
 
 
보통 통대준비는 장기전입니다. 공부하는 동안 이런 저런 엄청난 스트레슬 받게 되지요. 나중에 느끼시게 되겠지만 스트레스 관리도 통대입시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합니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집중도 안되고 부정적인 생각에 쉽게 휩싸이고 자신감도 잃기 쉽기 때문입니다. 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일에 치이고 실력도 늘지 않는 것 같을 때는 그만두고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작년에 실패하고 오히려 저는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작년에는 제 부족한 면을 잘 알고 있었고 그 부분만 보완하면 잘 될 것이라고 마음을 먹었더니 곧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다시 떨어진다고 하더라도 세상이 끝나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마음을 편하게 먹는 것이 약입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페이스 조절입니다. 처음에 너무 욕심을 부리다가 막상 가장 중요한 시기인 후반에 지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초반에는 기본기를 닦고 중반에는 무리하지 않고 열심히 하고 막판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시험 한 달 정도 앞둔 시기부터 가장 집중이 잘되고 흡수하는 것도 많았던 것 같습니다. 막판에 최선을 다하고 시험 일주일전부터는 컨디션 조절을 잘 하십시오. 저는 스트레스를 쉽게 받는 편이라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서 좋아하는 음악을 매일 듣고 보고 싶은 영화를 자주 보고 재즈 바에도 가끔씩 갔습니다. 과하지만 않다면 좋은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은 스트레스해소에 많은 도움이 됩니다.
 
 
 
 
 
6. 1차 & 2차 시험
 
 
 
내년에도 이대와 외대 시험날짜가 겹칠지 모르겠지만, 우선 빨리 학교 선택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는 회사에서 비즈니스 레터를 계속 써왔기 때문에, 외대 1차보다는 에세이 쓰는 것이 상대적으로 조금 더 편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대로 결정하고 나서는 한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두 학교를 준비하는 것보다 한 학교를 빨리 결정해서 그 입시유형에 맞게 준비하는 것이 공부의 방향을 잡기에도 훨씬 좋습니다.  많은 분들이 영어로 에세이 쓰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공부과정에서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여러 차례 말씀하셨던 것처럼 '잘'써야겠다는 생각보다는 본인의 기준을 낮춰서 '틀리지' 않는 글을 쓰는 연습을 하면 됩니다.  영어에세이 쓰기 실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은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필사(copying)를 적극 권하고 싶습니다. 너무 어렵지 않고, 잘 된 글을 골라 한 문장씩이라고 외워서 그대로 써보는 것입니다. 필사를 하게 되면 그 자체로 리딩도 되고, 유용한 표현도 익히게 되고, 내 글 쓰기의 문제점도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컴퓨터 작업을 많이 하시는 분들은 꼭 손으로 쓰는 연습을 하십시오. 워드 작업으로 철자 자동고치기에 익숙해지신 분들은 나중에 너무나 쉬운 철자도 틀리게 되는 愚를 범할 수 있습니다.
 
 
 
1차 시험은 작년과는 다른 새로운 유형이 나와서 잠시 당황했지만, 시험 보기 전에 수업시간에 했던 실전 연습과 그대로 시간안배를 해서 무난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먼저 정확히 문제를 파악하고 연습지에 서론, 본론, 결론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하고, 본론의 세부 내용도 1, 2, 3으로 정리하고 바로 답안지에 써 내려갔습니다. 확신이 없는 표현들은 과감히 배제하고, 자신 있는 표현과 틀리지 않는 표현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서론 한 문단, 본론 세 문단, 결론 한 문단으로 구성했고, 간단하게 결론을 짓고 나서 나머지 십분 동안은 proofreading을 했습니다.
 
 
 
2차 시험을 앞두고는 많이 긴장해서 그 전날 청심환까지 먹었습니다. 시험 당일 저와 함께 기다리는 6명의 사람들 중에 제 순서가 가장 마지막이어서 긴장감이 더했습니다. 시험 시간은 약 10분정도 되는 것 같았습니다. 한참 기다리다 시험장으로 들어갔더니 앞에 세분의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외국 교수님이 "How are you?"라고 친절하게 물어 주셔서 약간 긴장을 풀 수 있었습니다. 예상외로 한영을 먼저 불러주셨습니다. 가운데 계신 교수님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잘 읽어주셨는데, 내용도 그리 어렵지 않았습니다. 길게 pause하는 것이 좋지 않다는 얘기를 들어서 듣자마자 바로 시작했습니다.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중간에 쉬거나 반복하거나 '버벅'대지는 않았습니다. 다행히 한 교수님이 계속 고개를 끄덕이면서 들어주셔서 많은 힘이 됐습니다. 영한은 무척 난해했고 예상보다 훨씬 길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pause 없이 바로 시작하고 제가 이해한대로 이야기했습니다. 이 때는 교수님들이 고개를 숙이고 계셔서 제가 잘하고 있는 지 아닌 지 감을 잡을 수 없었습니다. 끝나고 나와서 이미 시험 본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했는데 대체로 영한이 어려웠다고 해서 조금 위안을 삼을 수 있었습니다. 발표가 나기 이틀 전부터 심하게 긴장이 됐습니다. 한영에서의 문법 실수가 떠오르고, 영한을 맞게 갔는지도 확신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합격한 것을 보면 당황한 기색을 감추고, 또박또박하게 말하려고 노력하고, 어려웠던 영한에서는 디테일은 버리더라도 대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게 말한 것이 좋게 작용한 것 같습니다.
 
 
 
2년 동안의 공부가 힘들 때도 많았지만 제 부족한 점을 깨닫고 조금이나마 개선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이 됐습니다. 저와 함께 같이 공부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특히 최초의 스터디 파트너이자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energetic 예원, 뛰어난 실력으로 자극이 돼주고 큰 힘이 돼준 영관 오빠 & 혜정 언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보선언니~ 축하하고, 우리 같이 열심히 다녀요. *^^*
 
 
 
 
 
누구보다도 항상 같은 모습으로 큰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합니다!
 
 
 
 
 
 정보선
 
 
 
아직 많이 부족한 제가 합격수기를 쓴다는 것이 쑥스럽기도 하지만, 비교적 오랜 기간을 다양한 여건에서 공부했고, 실패의 아픔도 겪어봤기 때문에 통대 준비에만 전념하시는 분들뿐만 아니라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시는 분들, 또 지금 불합격으로 힘들어하시는 분들께 작은 도움이나마 될 수 있기를 바라며 제 경험을 적습니다.
 
 
 
처음 감히 통대 공부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지 몰라 막막해서 일단 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하지만 빼곡이 들어찬 학생들과 숨막히는 긴장된 분위기에 지레 겁을 먹었고, 좌절감을 느끼는 날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도 계속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다양한 지식을 얻게 되는 재미와 가끔 남들이 놓친 부분을 들었을 때의 자신감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엔 다른 학원을 다녔었는데 몇 달간을 수업시간에 오들오들 떨기만 하다가, 도저히 이런 분위기에서는 살 수 없겠다 싶어서 영어 사랑으로 학원을 옮겼습니다. 앞에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하는 방식이 충격적이긴 했지만 부담 없이 '통과'를 외칠 수 있었고 수업 분위기도 훨씬 편안했으며 무엇보다 수업시간마다 듣는 금언이 마음깊이 와 닿아서 매일 매일 깨달음을 얻는 경건한 기분으로 학원에 왔습니다. 통대 입시를 위한 여러 학원들이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분위기에서 공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조금씩 발표도 하게 되고 혹독한 critique에 입는 상처에도 익숙해지면서 차츰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여전히 통대는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제게 있어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자신감과 여유였던 것 같습니다. 작년에는 시험 직전까지 지나치게 조바심을 내고, 비관적인 생각을 하면서 너무 긴장해서 2차 시험 때 제대로 말도 못하고 나오는 쓰디쓴 경험을 했습니다. 장기적으로 해야 되는 공부인 만큼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는 은천성 선생님 말씀처럼 좀 느긋한 마음을 가지고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는 것이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정말 감사하게도 마음이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들을 만나 스터디 시간을 기다릴 만큼, 그리고 서로 안 보면 허전할 정도로 정을 쌓아가며 즐겁게 스터디 할 수 있었던 것이 제게는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지난 해 실패의 아픔을 겪고 마음을 추스른 후에는 계속해서 공부에만 전념할 엄두가 나지 않아 취직을 결심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포기하지 말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영어공부를 계속하라는 말씀이 제게는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생각날 때마다 몇 번씩 선생님 말씀을 읽고 또 읽으며 힘이 들더라도 영어공부를 놓지 말자는 다짐을 했습니다. 예상은 했지만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한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았습니다. 처음 두 달간은 적응하느라 바빴고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적응이 된 후에도 시간을 따로 내서 공부하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다행히도 업무가 영어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된 일이었고, 해외 일류 기업의 바이어들과의 미팅도 빈번하게 이뤄져서 그나마 위안을 삼을 수 있었습니다. 간신히 7월부터 다시 학원에 등록을 했지만 자주 결석을 했고, 더구나 시험 한 달 전부터 갑자기 큰 프로젝트들이 겹쳐서 거의 공부를 하지 못해 극도로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애써 여유를 찾고 꼭 붙어야 한다는 마음을 버리는 대신 즐겁게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 방법]
 
통대 준비를 위한 공부는 정해진 방법이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나름대로 방법을 계속 찾아가는 과정에서 조금씩 실력이 향상된다고 생각합니다. 통대 공부에만 전념할 때에는 시간은 비교적 많았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들을 효율적으로 보내지는 못했던 것 같습니다.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 공부하는 타입이 아니라서 오전에는 신문을 읽고 제가 좋아하는 AFN TV 프로그램을 시청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은 스터디 시간을 잡아서 꾸준히 공부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스터디도 느슨해지지 않도록, 방법도 의논해서 바꾸고 장소도 바꾸고 벌칙도 정하는 등의 시도를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공부한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엄청나게 방대한 공부 자료들이 있기 때문에 이것저것 손대며 불안해하기보다는 선생님께서 주제를 엄선해 만드신 교재를 복습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수업을 듣고, 복습하고, 선생님께서 내주시는 The Economist誌 reading 숙제를 하고, 스터디 준비하고, 스터디 하다 보면 거의 하루 일과가 끝났습니다. 이에 덧붙여서 저는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녹화해서 보곤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했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을 듣는다거나 스터디를 하는 것은 엄두도 낼 수 없었으므로 짬짬이 The Economist 무료기사를 스크랩해서 모니터 구석에 띄워놓고 읽거나 아침 시간에 10분 정도 일찍 출근한 날은 뉴스기사를 들었습니다. Listening 공부를 할 때에는 시간이 많을 때처럼 많은 양을 흘려듣지 않고 적은 양이라도 철저히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1차 시험]
 
시험보기 전에 에세이 연습을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물리적으로 그럴 만한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대신 글을 읽을 때 꼼꼼히 읽고 표현을 주의 깊게 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 전에 몇 달 간 학원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께서 글을 읽고 덮은 후 한글 번역만 보고 그대로 영문으로 옮기는 숙제를 내주셨는데 적잖은 도움이 됐습니다. 글을 쓸 때는 무작정 시작하기보다는 충분한 brainstorming 과정을 거쳐 개요를 어느 정도 잡은 후 글을 전개했으며 여러 번 듣고 보았던 표현들을 적절하게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올해 1차 시험은 한 도시를 개발하는 데 야구장을 짓는 것과 공장을 세우는 것 중 어느 것이 지역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라는 것이었는데 저는 야구장을 짓는 방법을 선택해서 세 가지 정도 근거를 제시한 후 요약해서 결론을 맺는 방식으로 글을 전개했습니다. 사전에 충분한 연습을 하지 못해 시간 배분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결론을 쓰기도 전인데 7-8분 정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아 검토를 전혀 하지 못하고 제출했습니다. 시간 내에 쓰는 연습을 통해 감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무엇보다 긴장을 푸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험관 앞에서는 많이 긴장이 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훨씬 잘 안 들리고 말도 잘 나오지 않습니다. 작년에는 시험장 안으로 들어가는 발걸음부터 얼어붙어서 영문을 읽어주는 데 잘 들리지도 않고 논조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긴장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시험시간을 잘못 아는 바람에 결시생 처리가 되어 우여곡절 끝에 겨우 시험을 치는 일을 겪어서 더욱 긴장이 되었습니다. 무릎이 딱딱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떨렸는데 내용도 난해했습니다. 하지만 이해한 부분만은 최대한으로 전달하려고 노력했고 중간중간 침묵이 흘러도 확실하게 끝맺음을 하려고 최선을 다했습니다.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인 것 같습니다. 긍정적인 자세로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고 더불어, 함께 공부하는 사람들과의 인연을 소중히 생각한다면 그리 힘들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스터디 파트너였던 보경, 인영, 서연, 혜영, 그리고 작년 한 해 웃음 참으며 스터디 하느라 고생했던, 상미, 윤희, 주영, 지훈 씨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몇 번 같이 공부하지는 못했지만 마지막 파트너 정화에게도 고마움과 함께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최정애
 
합격은 또 하나의 시작인데 합격수기를 쓰려고 하니까 왠지 쑥스러운 생각이 듭니다.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아 망설여지지만 晩學의 용기를 내본 만큼 앞으로 공부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몇 자 적어 봅니다. 올해는 개인적으로 여러모로 힘든 상황이 연이어 터져서 10월이 되어서는 시험을 못 볼지 모른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하늘은 제게 시험 前 2주의 최종준비라는 시간적 선물을 주셨고 나름대로 정돈된 마음으로 시험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올해는 시험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자."라고 마음을 비우고 담담하게 시험을 본 것이 오히려 좋은 결실을 맺은 것 같습니다.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 분들이 한 둘이 아니지만, 우선 존경하는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어공부에서뿐만 아니라 인생의 선배로서 여러 면에서 모범을 보여주시며, 때로는 쓴 소리로 때로는 따뜻한 격려로 이끌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선생님의 가르침이 이 길을 걸어가는데 정확한 방향을 제시 할 것입니다. 또, 사무장님, 실장님, 주임님을 비롯한 영어사랑직원 여러분께서 그동안 친절히 수고해 주신 점에 대해서도 고맙다는 인사를 전합니다. 영어 공부를 하면서 특히 영어사랑에서 만나 즐거움을 같이 했던 여러 친구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현명한 유리, 착한 유진이, 마음 넓은 우정이, 지금쯤 기말시험으로 고생할 성경이, 멋쟁이 민정이, 이쁜 지민이, 함께 공부하게 된 슬기, 마음씨 고운 현정이에게 특히 고맙고 수업시간에 크리틱을 해준 분들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년에 보기 좋게 미끄러지고 은 선생님의 충고에 따라 제 강점과 약점을 파악하고 그에 따라 대비책을 세우기로 하였습니다. 문제는 실패를 받아드리는 자세부터였습니다. 포기하고 그냥 아줌마로 살까 하는 마음도 굴뚝같았지만, 돌고 돌다 돌아서 되돌아온 것을 또 놓아 버리면 내내 후회보다는 미련이 남을 것 같아 다시 한번 해보기로 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통역 공부가 재미있었습니다. 모처럼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그때부터 이것이 내 길이라는 생각에서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자만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다시 하자."라는 마음과 "입시가 아니라 능력 있는 통역사가 되기 위해 일년을 더 준비한다."고 생각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공부에 임하면 이 과정이 훨씬 수월해지는 것 같습니다.
 
 
 
제 강점은 L/C, Writing, 논리력, 배경지식이라고 생각됐고, 약점은 R/C,  Speaking, 자신감 결여, 부족한 우리말 등등이었습니다. 꾀 많은 토끼가 결국은 자기 꾀에 스스로 넘어 간다고, 제가 가장 잘 한다고 생각했던 R/C가 문제였습니다. 절대적인 양이 부족하다고 생각이 되어 IHT를 구독해 사설과 business commentary는 매일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sight-translation 도 처음에는 시도해봤으나 그 보다는 내용을 소리내어 읽는 것이 flow를 늘리는데 도움이 되었고, 읽은 후 그 글에서 사용된 표현으로 최대한 다시 再演하는 것이 처음 단계에서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하루에 한 기사가 제 목표였는데 안 하는 날도 많았습니다. 공부방법을 몰라서 공부를 못하는 경우는 드문 일이고 문제는 실천을 안 하는 데 있습니다. 다만 은 선생님 말씀대로 읽기, 듣기를 우선으로 많이 하고, 쓰기, 말하기를 병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특히 이 공부를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분들께는 읽기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봐서도 모르는데 들어서 알리 만무하고 더군다나 내 것이 된다는 것은 말도 안됩니다. 또한 아는 것 같지만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니 精讀을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청취도 마찬가지로 精聽을 빼놓으면 안될 것 같습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우리로서는 역설적이지만 "쉬운 영어"도 연습해야 합니다.
 
 
 
이대를 선택한 이유는 2학년 때 동시를 배울 수 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습니다. 그리고, 四肢選擇 보다는 작문에 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1차 시험은 또 예상을 빗나갔고 시험지를 받아 든 순간 허탈감에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습니다. 그 전날까지 줄기세포 복제와 윤리성, 性賣買의 합법화, 테러리스트와의 협상여부, 국가의 개인권리 침해 등 주로 무거운 주제만 다루다가 시험이 의외로 쉬워서 당황했습니다. 서론은 주어진 passage의 요약과 공장유치를 해야 한다고 분명히 밝히고, 본론에서는 농구팀유치가 가지는 한계성과 실업문제 해소의 중요성에 대해 쓰면서 실수를 줄이게 위해 한 문장을 쓰고 다시 보고했습니다. 결론은 다시 실업이 가져다 주는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언급하면서 사소한 실수를 해 발표가 날 때까지 마음을 졸였습니다. 산업유치는 결국 여러 혜택을 가져올 수 있는 win-win game이라는 주장을 폈고, Kerry 후보가 경제간담회에서 했던 말들도 응용해서 쓰고 paraphrase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2차 시험에서는 한영을 먼저 불러 주셨는데, 평소 말이 너무 빠르다는 지적을 많이 받았기에, 실전에서는 천천히 하겠다는 각오로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긴장을 풀려고 해도 너무 긴장이 되었고, 시험에 임하기 전에 화장실도 수 없이 다녀와 힘도 하나도 없고 떨리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자신 있었던 영한에서 "poor"를 "porn"으로 자꾸 잘못 들어 내용 파악이 안되기 시작하니 더욱 더 떨리는 것은 말할 나위 없었습니다. 대의만 말한다고 했는데 지금도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안 납니다. 부끄러워 기억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아마 한영이 그리 나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번역시험도 2지망으로 얼떨결에 보았는데 영한은 한번 실전반에서 다루었던 사진과 인상파의 출현에 관한 것이었고, 한영은 한국인이 사회적 지위에 민감하나 인간이 생물학적으로 호모 사피언스 임을 간주해 볼 때 유전자의 수가 다른 종보다 적어서 사실상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Newsweek에 나왔던 수필과 내용이 비슷해 거기에 나왔던 표현을 많이 사용했습니다. 시험문제를 예측한다는 것은 요행을 바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으며, 어떤 문제가 나오든 최선을 다하고, 어떤 상황도 대비한다는 굳은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나이가 많은 것이 공부하는데 신경이 안 쓰인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참고로 전 양띠입니다.), 통역은 나이보다는 실력이라는 말을 믿고 있습니다. 그것을 증명하려면 더욱 열심히 해야겠지요. 나이 때문에 시험에서 불이익을 당한 것이 아니라는 것은 일단 입증이 되었네요 그래서 혹시 아줌마인데 영어공부하고 싶으시고 통역이나 번역에 매력을 느끼시는 분들이면 한번 도전해 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의외로 이 공부하시는 아줌마들 많습니다.
 
끝으로, 거의 강제로 학원등록을 해 저를 다시 공부하게 해주신 親庭어머니, 엄마 없이도 묵묵히 잘 지내준 나의 분신 서희, 언제나 옆에서 날 믿어주고 격려해주는 my "far" better half인 사랑하는 재웅씨의 도움 없이는 불가능했을 것입니다. 하늘나라에서 며느리의 합격을 기뻐하실 시어머님께도 늦게나마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영어사랑에서 공부하면서 즐거웠고 행복했습니다. 앞으로의 길이 지금보다 더 어렵겠지만 그곳에서 닦은 실력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줄 것입니다.
 
 
 
 
 
 현지선
 
 
 
지난 며칠동안, 저의 합격이 '임계질량 합격 철학'에 어긋난다는 부끄러움과 앞으로 펼쳐질 여정에 대한 우려로 인해 합격 수기를 쓸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제 글이 단 한 분에게라도 격려와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의무감을 가지고서라도 수기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부족한 제가 합격의 행운을 누리게 되기까지 너무나 큰 도움을 준 '영어사랑'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 경험을 나누고자 합니다.
 
 
 
 
 
[지원계기]
 
 
 
저는 6개월간의 어학연수가 해외생활의 전부인 순수 국내파입니다.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기 前까지 영어로 말문을 떼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대학 진학 이후 나름대로 노력해 오긴 했지만, 학교나 직장에서 늘 해외파 출신들의 유창함에 눌려 스스로 영어를 잘한다고 생각한 적도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통역사라는 직업은 소위 해외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라 생각했고,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통역대학원은 진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시켰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 몇 년간 직장 생활을 하다가 많은 생각 끝에 그만두고 영어 강사를 했으나, 계속 무언가 아쉬움과 무기력함을 떨쳐낼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제 고민을 알던 ('영어사랑' 출신이자, 현재 이대통역번역대학원 재학중인) 친구가 '통역사가 되고 싶지만, 절대 그럴 능력이 없다'는 거의 확신에 가까운 생각을 가지고 있던 저를 '영어사랑'으로 이끌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느낌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합격까지 시간이 얼마가 걸리든 꼭 도전해야겠다는 결심이 굳어졌습니다. '나는 안될 것이다.'라는 생각 때문에 관심이 있는데도 공부를 망설이는 분들이 계시다면 주저말고 수업을 한번 들어 보십시오. 포기는 그 후에 하셔도 늦지 않으니까요.
 
 
 
 
 
[학원수강]
 
 
 
올해 4월에 처음 영어사랑을 찾아가 두 달간 장홍석 선생님의 L/S(초급)를 수강했습니다. 6월 중순까지 낮에는 학교(TESOL)에 다니고 밤에는 파트타임 강사로 일했기 때문에 그저 수업에 빠지지 않는 것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6월 중순부터는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고, 일요일을 제외하고는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학원에 갔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R/W(이대)반과 장 선생님 L/S(중급)은 계속 꾸준히 수강했고, 중간에 은 선생님 L/S(중급)과 장 선생님 주말반도 각 두 달 씩 수강하였으니, 매달 3개나 4개의 수업을 들은 셈입니다. 저는 전적으로 수업에 의존하여 다른 공부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복습하기가 벅찰 때도 많았지만, 수업 자체도 너무 재미있었고, 혼자 규칙적으로 공부하는 습관이 없었던 저로서는 학원 수업이 저를 이끌어주는 버팀목이었습니다.
 
 
 
 
 
[공부 과정 및 시험]
 
 
 
 
 
(1차 준비)
 
 
 
학부 수업, 토플 공부를 하면서 조금씩 writing을 해왔고, 올해 상반기에 다닌 TESOL 과정에서 상당히 많은 양의 paper를 영어로 제출하였으므로 writing에 대한 거부감은 조금 덜 했습니다. 그러나, 논술형의 500자 에세이를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 나가야 할지 막막하기만 했었는데, 은 선생님 writing 수업을 들으면서 갈피를 잡아나갈 수 있었습니다. 일단 7, 8월은 교재 내의 자료들을 필사(copying)하고 요약하는 연습만 했습니다. 필사를 통해 저의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사소한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필사는 뛰어난 암기 방법으로, 눈으로 외우는 것보다 훨씬 정확하게 본문의 표현들을 암기할 수 있습니다. 요약을 통해서는 글 전체의 요지를 파악하는 능력과 문장과 문장을 논리적으로 연계하는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것은 필사와 요약을 은 선생님이 말씀하신 대로 '제대로' 하고 있는가를 계속 스스로에게 되물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냥 기계적으로 글을 옮겨 적는 방식으로는 아무리 많은 양을 필사, 요약해도 별 발전이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9, 10월에는 필사와 요약의 양을 줄이고, 한->영 뒤집기 영작 연습을 했습니다. 선생님이 주신 W/T 사설 자료는 내용이 쉽지 않으므로, 본문을 숙지하고, 1차로 영작을 한 뒤에 틀린 부분을 파악해 다시 숙지하고, 다시 2차 영작을 해 보았습니다. 사설 한 개를 하는 데 2-3시간이 걸리기도 하였지만, 적은 양이라도 완벽하게 될 때까지 했습니다. 이외에도 하루에 하나씩 한영 speaking 스터디 자료를 가지고 똑같이 한->영 영작 연습을 했습니다. 이 경우, 본문을 숙지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글을 보고 영작을 한 뒤, 영어 본문과 비교하면서 잘못된 표현을 잡아내고 더 좋은 표현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같은 자료로 speaking과 writing을 모두 공부했으므로 자동적으로 거의 암기가 됐습니다. 마지막으로 10월부터는 일주일에 2번씩 스터디 파트너와 이대 시험 문제와 유사한 방식으로 문제를 만들어와서 실전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 때 시간이 더 부족할 것을 대비하여 60분 동안 에세이를 쓰고, 서로 교환해 본 뒤 상호 critique를 했습니다. 시험 바로 前週에는 매일 실전 연습을 했습니다. 제가 그나마 비교적 단시간에 writing 실력을 끌어올려 1차 시험 합격선에 들 수 있었던 것은 초기에 은 선생님 하시는 조언을 귀담아 듣고, 실천에 옮겼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학생들의 글을 critique하시는 내용을 메모해 그런 실수는 다시는 안 하도록 주의했고, 수업 중에 특히 많이 강조하시는 '쉬운 표현'들은 따로 정리해 제 글에 바로 바로 써먹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통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제 실력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
 
 
 
너무 시사적이거나 특정 분야의 어휘를 많이 필요로 하는 주제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실력은 결국 드러나게 되어 있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주제나 문제 유형 때문에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문제 유형이 예년과 달랐다는 이야기를 많이들 하지만, '자기 주장을, 검증된 영어로, 논리적 비약 없이 전개한다'는 기본 틀은 똑같으므로 결국은 다 같은 유형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연습 때 했던 것처럼 글을 빠르게, 그러나 꼼꼼히,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쳐가며 읽고, 약 10분 동안 개요를 잡았습니다. 저는 개요와 서론에 상대적으로 시간을 많이 할애하는 편인데, 개요를 분명히 잡고 서론을 자연스럽게 쓰고 나면, 나머지는 거의 기계적으로 쭉 써내려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론의 처음 부분에 본문의 상황을 간단히 요약하고, 서론의 마지막에 제 선택과 그 이유를 분명히 적었습니다. 본론은 두 단락만 쓰는 대신 문장과 문장 사이의 논리 연결에 신경을 써서 구체적으로 썼습니다. 결론에서는 제 결정이 옳다는 것을 강조한 후, 본론의 주장을 간단히 요약하고, 이 결정을 통한 발전 전망을 가볍게 언급했습니다. 저는 어휘가 부족하여 어려운 단어는 알지도 못하고 쓸 수도 없으므로, 무조건 검증된 쉬운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대신 어떤 글에서도 써먹을 수 있는 소위 '짝'을 이루는 유용한 표현들이 바로 튀어나올 수 있도록 평소에 연습해 둔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쓰고 보니 답안지가 거의 꽉 찼고, 5분을 남겨두고 빠르게 검토하여 어이없는 실수를 두개나 잡아내었습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 '평소에 총알(검증된 쉬운 표현)을 많이 비축'해 두시고, '읽기 쉽지만, 흐름이 자연스러우며, 치명적인 논리적 혹은 문법적 오류가 없는 글로 전쟁터에서 승부'하신다면 승리할 확률이 매우 높을 것입니다. 
 
 
 
 
 
(2차 준비)
 
 
 
수업과 더불어 제 공부의 전부와 다름없었던 것은 바로 스터디였습니다. 6월 중순에 영어사랑 사이트를 통해 만난 파트너와 시험 전날까지 (일요일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스터디를 했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한한(신문사설), 영영(Dear Abby, 신문기사)을 매일 아침 8시에 만나 하나씩 했습니다. 한한의 경우 처음에는 메모리 스팬이 부족하여 사설을 1/3, 1/2씩 나누어 연습했으나, 점점 익숙해지면서 사설 전체를 단 한 번에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저는 vocabulary, reading, listening 등의 절대적 학습량이 부족한 반면, 평소에 이해력과 논리력이 유일한 제 장점이라고 自慰해 왔기 때문에 스스로를 믿는 마음으로 연습 때도 자신감을 가지려고 노력했습니다. 내용을 '기억' 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의 맥을 잡아 다시 '이해'한 것을 '내 말로 설명'하는 듯한 기분으로 하니까 점점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영영은 그 날 한 내용을 암기하여 다음 날 스터디에서 꼭 확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fluency도 늘고 speaking에 대한 두려움도 조금씩 사라졌습니다. 9, 10월에는 한영, 영한을 시작했습니다. 주로 'CNN 위성 통역실' 자료를 이용했는데, 자료를 그냥 프린트하지 않고 꼭 따로 편집하여 분량을 조절하고 논리도 정리했습니다. 실제로 스터디를 하는 순간 뿐 아니라 자료를 준비하는 과정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한영의 경우 꼭 녹음을 하여 함께 들으면서 critique를 했고, 그 다음 날 한영/영한 자료 모두를 영어로 거의 외워오다시피 하여 다시 말해보는 방식으로 복습을 하였습니다. 저희 스터디의 핵심은 "매일 꾸준히" 꼭 "복습을 거의 완벽히" 했다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섣불리 스터디를 시작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지만, 제 경우 성실한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 함께 공부하지 않았다면 절대 혼자서는 그렇게 규칙적으로 공부하지 못했을 것이므로 스터디가 정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월에는 일요 스터디에 참여해서 실전과 같이 연습을 했고, 시험을 2주 남겨 두고는 5명이 함께 스터디를 결성하여 일요 스터디와 같은 방식으로 매일 연습을 하였습니다. 매주 토요일은 아침 일찍 이코노미스트 reading 스터디를 하고, 10시부터 오전에 장홍석 선생님의 토론반에 참여했는데 free talking을 할 기회가 전혀 없던 저로서는 그 토론 시간이 매우 재미있고 유용한 시간이었습니다.
 
 
 
 
 
(2차 시험)
 
 
 
평소 웬만한 일에는 떨지 않는 '뻔뻔함(?)'이 제 무기였는데, 2차 시험을 하루 앞두게 되자 불안함과 걱정에 가슴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청심환까지 먹고, 일찍 잠을 청해 겨우 잠이 들었는데, 신랑이 늦게 들어오는 바람에 다시 잠이 홀랑 달아났습니다. 잠을 푹 자야한다는 부담감 때문인지 잠은 더 오지 않고 결국은 새벽 4시까지 잠을 못 자고 한 3시간 겨우 선잠을 잔 뒤 학교로 향했습니다. 불안감과 수면 부족으로 속이 계속 울렁거려 시험 전에 결국 구토를 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오히려 구토 이후 속이 가라앉았고 막상 시험장에 들어서자 별로 떨리지 않았습니다. '한영'에서는 교수님께서 읽어주시는 속도가 조금 빠르다고 생각됐으나, 큰 무리 없이 전체 흐름은 잡을 수 있었습니다. 매우 쉬운 내용이었던 첫 문장을 말하는 과정에서 조금 실수를 했으나, 당황하지 않고 밀고 나갔고, 중간에 매우 세부적인 예들은 기억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생략했습니다. 그리고, '글의 흐름을 지탱하는 핵심 논리를 빼놓지 않고 분명하게 이해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기분으로 말하였습니다. 교수님께서 계속 고개를 끄덕이며 호응을 해주셔서 조금 더 마음이 편했습니다. 문제는 '영한'이었는데, 솔직히 학원 수업 시간에도 그렇게까지 안 들린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 네 번째 문장부터 잘 안 들리기 시작해서 거의 논리를 잡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는 심정으로 그나마 제대로 알아들은 맨 처음 부분과 마지막 부분을 중심으로 정말 짧게, 거의 논리를 억지로 연결시키듯이 말하고 도망치듯 나왔습니다.
 
 
 
합격을 확인하고 약 30분간은 눈물나게 기뻤는데, 그 이후로는 계속 기쁨보다 훨씬 큰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저 자신에게는 이번 합격이 인생에서 가장 큰 성취인데, 조금 더 마음놓고 기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들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런 성취가 가능하기까지 주변에 도움을 주신 많은 분들을 생각하면 고민만 할 게 아니라 정말 분발해야겠다는 결심도 한층 굳어집니다. 항상 변함 없는 모습으로 '영어 이상의 것'을 가르쳐 주신 은천성 선생님, 역시나 항상 변함 없는 모습으로 영어 공부의 참 재미를 느끼게 해주신 장홍석 선생님, 5개월 동안 동고동락하며 성실한 모습으로 내게 자극이 되어 준 스터디 파트너 은경이, 나를 통역 공부의 길로 이끌어 준 사랑하는 친구 은영이, 그리고 공부를 하겠다고 결심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끝없는 지지와 격려를 아끼지 않은 너무 사랑하는 신랑. 마지막으로 이 모두에게 가슴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유수아
 
 
 
제 실력이 임계 질량에 도달했다고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합격수기도 쉽게 쓸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공부가 잘 안될 때는 합격수기를 보며 전의(?)를 다졌기 때문에 미력하나마 저도 도움이 되고자 합니다.
 
 
 
 
 
[공부방법]
 
 
 
다른 합격자들이 좋은 말을 많이 써주셔서 저는 더 보탤 것도 없지만 그래도 공부방법 중 가장 효과가 있었던 방법은 필사(copying)입니다. 시험은 점점 다가오고 자신감은 점점 없어질 무렵에 필사만큼 마음을 다잡아 주는 게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한 단락을 읽었는데도 집중이 되지 않아 뜻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을 때 한 문장씩 끊어서 머리 속에 그린 후 연습장에 그대로 옮겨 적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안정되는 걸 느꼈거든요.
 
 
 
특히 번역과 시험은 영어 에세이 시험과 번역 시험으로 이뤄져 있어 정확한 영어(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영어)를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흔히 영어식 사고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네들이 사용하는 어휘로 그네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장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하는 것이겠죠. 이런 부분을 향상시킬 수 있는 방법이 필사라고 생각합니다. 이 방법을 저는 9월에 처음 알게 됐고, 죽어라 필사만 했습니다. 올해는 안달복달하지 않고, 이미 마음을 비운 상태였거든요. 마음을 안정시키고, 시험당일에는 그 주어진 시험시간에 최대한 집중을 했습니다.
 
 
 
번역과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불안하시더라도 너무 많은 양을 한꺼번에 읽어나가려고 하지 마시고, 적은 양을 꼼꼼하게 읽어나가면서 계속 반복(복습)하는 방법이 가장 효과가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남들의 방법에 너무 현혹되지 마시고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택해서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스터디를 한번도 하지 않았고, 학원도 너무 멀어 계속 다닐 수 없었습니다. 어차피 공부는 자신이 하는 것이므로, 철저히 외로움을 즐기고 자기 자신을 자제하는 것이 관건인 것 같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여러 조언들을 취사해서 흔들림 없이 1년 동안 꾸준히 준비하는 것과 더불어 중요한 것은 각 학교들의 문제 유형에 자신을 맞추는 것입니다. 어쨌든 시험은 요령도 중요하므로, 시험 유형을 파악한 후, 잠자리에 들기 전에 눈을 감고 시험당일이라고 상상하고 시뮬레이션을 해보는 거죠. 이렇게 자꾸 상상해봐야 시험당일 시험지를 받아들었을 때 당황하지 않고 곧바로 집중하기가 쉽습니다. 항상 시간은 모자라기 마련이기 때문에 마인드 컨트롤도 중요한 것이겠죠.
 
 
 
 
 
[1차 시험]
 
 
 
예년 문제에 비해 비교적 쉽게 출제된 것 같습니다. 글을 쓸 때 비교, 대조하는 것이 가장 쓰기 쉽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개요는 오래 짜지 않고 서론-본론(근거 1,2)-결론으로 간단하게 마무리했습니다. 1차는 pass or not pass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평이하게 쓰려고 노력했죠. 예문으로 제시된 내용을 paraphrase 해서 써 내려간 것이 주효했던 것 같고, 글이 이어지는 흐름을 깨지 않기 위해 과감히 내용을 생략하기도 했습니다. 시험을 보고 난 후 걱정도 됐지만, 글 전체를 바탕으로 채점하는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영한번역에 의외로 모르는 단어들이 불쑥 불쑥 튀어나와서 당황했지만, 문맥이나 감으로 맞춰나가며 어찌어찌 결말을 지었습니다. 출제교수님들의 의도가 당황함 속에서의 문제 해결 능력을 보고자 함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니 '포기는 금물, 배짱은 환영'이 되겠습니다. 한영은 영한에서 당황할 만큼 당황해서, 정말 배짱으로 밀어 부쳤습니다. 시간도 많이 모자라서 생략할 것은 생략하면서 논리만 끊기지 않도록 노력을 했습니다. 시험 후 한영에서 틀린 단어를 쓴 것이 계속 신경 쓰여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은 2주일을 보냈습니다. 합격한 것을 보니 틀린 단어 한 두개로 합격을 좌우하지는 않는 모양입니다.
 
 
 
 
 
[끝으로]
 
 
 
처음에는 합격한 것이 믿어지지 않아 계속 인터넷으로 확인하곤 했는데, 이제는 학교 생활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하고 있네요. 또다시 바위를 언덕 위로 굴려 올려야할 때이군요. 휴~~ --;; 끝으로 영어 공부의 결정판들만 모아서 가르쳐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이 방법들로 꾸준히,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이혜원
 
 
 
합격수기를 막상 쓰려니 다른 합격자에 비해 쓸 말이 많지 않았다. 사실 내 얘기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겠단 생각에 그만둘까 생각도 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이 기본 실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혹시 도움이 될까 싶어 용기를 내어 수기를 쓰기로 했다.
 
 
 
영어공부를 시작한 건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을 본격적으로 다니기 시작한 올해 중반부터였다. 나는 사실 준비기간이 길지 않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상당기간 독일어에 빠져 있었기 때문에 올해 합격의 반 이상은 運이라고 생각한다. 번역과를 결정한 것도 10월쯤이었고 사실 우리말 공부나 2차 시험 준비는 거의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실 뭔가 착오가 있지 않았나 의구심도 든다.) 기본에 치중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올해 여름 기본이 부실하단 생각을 절실히 하던 나는 R/W외의 모든 수업을 포기하고 간단하고 쉬운 표현의 글을 찾아 공부하기 시작했다. 읽는 것, 듣는 것 모두 초등학교 수준의 것으로 통일하고 기사를 대강 외워서 비슷한 표현이 많이 나오도록 요약 연습을 많이 했다. 동시에 현재 issue에 대해서도 뒤쳐지지 않아야겠단 생각에 IHT나 VOA 뉴스의 기사도 빼놓지 않고 보았다. 동일한 기사 내용을 어떻게 다르게 표현하는지 꼭 비교 확인하고 쉬운 표현들은 외우고 넘어갔다. 넓지만 깊게 공부하려고 노력한 것이 나름대로 성공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공부방법]
 
 
 
 
 
1. 필사와 스터디
 
 
 
올 한해 영어 실력은 에세이 준비를 하면서 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은천성 선생님 에세이 수업을 들으면서 필사를 많이 하였다. 수업시간 중에 잘하는 사람들의 글을 들으면서 좋은 표현들을 많이 받아 적어 두었다. 시험이 가까워 오면서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영문기사 요약연습을 하였고, 지난 R/W교재를 복습하면서 에세이 쓰는 연습을 했다. 시간 안에 에세이를 쓰고 에세이 형식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2. Essay와 L/C는 별개가 아니다.
 
 
 
6월 학원을 다니면서 2개월 정도 중급 L/C를 들었다. 중급은 중문이 많아서 소화하기가 힘들었다. 조금 불안했지만, 이번 한 해는 1차 시험 합격을 목표로 하자란 결심에 과감히 접고 혼자서 CNN Student News를 들으면서 L/C를 하기 시작했다. Student News는 학생대상의 뉴스라 내용도 다양하고 우선 여러 가지 주제에 대한 설명이 곁들여 있다. 영어도 쉬운 편이고, 반복해서 몇 번이고 들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 에세이 준비를 하면서 꾸준히 들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번역과라고 L/C가 필요치 않은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어느 때는 귀로 듣는 것이 눈으로 보는 것보다 더 잘 외워지는 것 같았다. 공부하지 않을 때에는 Voa News의 웹캠서비스도 틈틈이 들으면서 짧은 표현, 단순한 표현들을 귀로 익혔다. 교과서처럼 외울만한 건진 잘 모르겠지만 뉴스 앵커들의 짤막짤막한 문장들을 에세이 서두에 이용하면 유용할 때가 종종 있었다.
 
 
 
 
 
3. 교재와 선생님의 말씀에 귀기울여라.
 
 
 
되돌아보면 교재와 은 선생님의 말씀에 언제나 정답이 있었다. 올해 시작한 이대반 R/W교재를 보면 다양한 주제이지만 사람들이 찬반을 주장하는 이유에는 공통점이 참 많았다. 은 선생님께서는 항상 "자기 생각을 쓰지 말고, 영어권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배워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 말씀이 무슨 뜻인지 교재를 복습하면서 깨달았다. 교재에 나온 비슷한 논거들을 추리다 보니 1차 시험에 나올 주제는 누구도 예상할 수 없겠지만 서구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을 인용하면 어느 주제든 모범 답안은 준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소감]
 
 
 
돌이켜 보면 올 한해는 고마운 사람들, 고마운 것들이 참 많았다. 우선 근본적인 공부방법을 가르쳐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리고 영어사랑이라는 따뜻한 공간에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다. 항상 옆에서 균형을 잡아주던 스터디 파트너도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그리고 좋은 사람과 환경, 과분한 기회를 주신 그분께도 감사를 드린다. 학교에 가면 부족한 점이 참 많겠지만 열심히 하면 나름의 길이 있을 거란 생각을 한다. 이 공부를 하시는 모든 분들께 자기 나름의 방법을 꼭 찾으라고 조언하고 싶다.
 
 
 
 
 
 홍정인
 
 
 
* 수기를 가능하면 짧게 쓸 까도 했지만, 번역과 준비하시는 분들이 통역에 비해 많지 않아 가능하면 많은 정보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혹시 더 궁금한 점이 있다면 12월 한 달동안 jih2004@hotmail.com
으로 문의 주시면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은 답변 드릴게요. (이 계정은 12월까지만 사용할 계획입니다.)
 
 
 
 
 
[학원 수강 경험]
 
 
 
학원에 다닌 지는 오래됐지만 자신이 없어서 올해 2월까지 계속 직장과 병행했습니다. 3월에는 이번에는 일단락을 지어보자는 생각에 직장을 그만두었습니다. 그 동안 주로 은천성 선생님 기초반 L/S 수업을 들었고, 번역과로 방향을 정한 4월부터는 이동희 선생님 수업을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이 선생님 수업은 4월부터 10월 시험 직전까지 수강했고, 10월에 은 선생님 이대 R/W 준비반을 함께 수강했습니다. 이 선생님 수업이 주말에만 있어서 평일에 다른 수업을 들어야 했는데, 저는 이대 번역과에 초점을 맞춘 수업을 원했기 때문에 중간에 6, 7, 8 3개월 동안 他 학원의 이대 준비반 수업을 병행해 수강했습니다. 연초에는 영국문화원의 writing 수업을 수강하기도 했습니다.
 
 
 
 
 
[번역학과 선택]
 
 
 
저도 그랬고 흔히들 통대 하면 통역 쪽을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직장을 그만두고 생각할 시간이 많아지니 제 자신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곰곰 생각해보니 사실은 번역 공부를 더 하고 싶었고, 실력을 갈고 닦아 장기적으로 출판번역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이동희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수업 자체를 더 즐기게 되었고 실력향상도 통역과 준비 때보다 더 빨랐던 것 같습니다.
 
 
 
 
 
[실전: 1차 시험 에세이]
 
 
 
 
 
(출제지문 설명)
 

코닝市에서 높은 실업률을 해소하고, 주변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서 입찰을 했다. 입찰 응시자는 농구 구단주와 고무 제조 회사이다. 농구 구단주는 대형 경기장을 건설해 줄 것을 요구했고 경기장 건설을 통해 단기적으로나마 경기장 건설 시 실업 해소와 그로 인한 세수 확보, 관광객 유치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둘째로 고무 제조 회사는 과거 성과를 볼 때 높은 수익이 기대되고 이로 인한 장기 고용 보장으로 지역 경제 회생을 기대할 수 있다. 단 오염물질배출이 걱정되나 기업에서 작게나마 공원조성을 약속하였다. 이 둘 중 한 쪽을 선택하여 지지하라.
 
 
 
 
 
(느낌)
 

문제가 다소 의외인 점도 있었지만 요구하는 바가 명확했으므로 개요를 잡는 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공장을 짓는 쪽으로 주장을 폈습니다. 그에 대한 논지로는 첫째, 경기가 좋지 않으면 관광사업도 활성화되기 힘들기 때문에 장기적인 실업률 해소가 더 시급한 문제이고, 둘째, 기업감시만 잘 이루어진다면 산업화가 반드시 환경오염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들었습니다. 연초에 영국문화원의 Academic Writing을 수강했는데 에세이를 쓰는 기본 형식을 익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을 마치고, 썼던 것 중에 흔한 표현을 몇 가지 틀린 것을 확인하고 다소 걱정했는데, 통과한 것을 보면 세부적인 표현보다 흐름을 더 중시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에세이 분량)
 

은천성 선생님도 자주 말씀하시듯 양은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400자 안팎으로 썼고 실제 서론-본론(주제1, 근거1,2 + 주제2 근거1,2)-결론 이런 형식으로 썼을 때 그 정도 분량이 나옵니다. 너무 길어지면 아무래도 실수도 더 많아 질 수 있고 일단 논지를 잡았으면 양을 채우는 것보다는 논지가 흘러가는 데로 자연스럽게 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70분 시간 안배)
 

제시문 A4 2장과 답안지 2장, 연습지 한 장을 받아 70분간 답안을 정리합니다. 저는 학원모의시험 때는 보통 제시문을 정독 하는데 5분, 개요 짜는데 10분, 쓰는데 45분, 검토 10분 정도로 했는데, 이번에는 시작을 어떻게 할 지 잘 떠오르지 않아 펜을 들기까지 20분 이상이 소요됐습니다.
 
 
 
 
 
[실전: 2차 시험 번역]
 
 
 
 
 
(전체 느낌)
 

이동희 선생님 수업에서 실전대비 모의시험을 봤는데, 그때보다 훨씬 어려웠습니다. 모의시험 때에는 긴장된 가운데에도 차분하게 생각하며 써 내려가고 남은 10분 정도의 시간을 검토하니 시간이 딱 맞았는데, 실전에서는 쫓기듯 풀었습니다. 영한은 처음 읽어볼 때는 무슨 내용인지 感이 잡히지 않아 당황했고, 한영은 예상보다 지문이 길었습니다.
 
 
 
 
 
(100분 시간 안배)
 

영한, 한영 문제지 A4 2장과 답안지 4장, 연습지 한 장을 받아 100분간 답안을 정리합니다. 처음 영한을 두 번 정독 해 확실히 요지를 잡는데 15분을 쓰고, 한영 지문을 정독한 뒤 바로 써 내려갔습니다. 절반을 쓰고 보니 벌써 45분이 지난 상태여서 너무 당황했고 나머지 절반은 고민을 많이 하지 않고 생각나는 데로 바로바로 써 내려갔습니다. 그렇게 하니 30분 정도가 남았고 영한의 경우 처음 파악한 요지를 중심으로 어려운 단어를 문맥에 맞게 끼워가며 빠르게 써 내려갔습니다. 그러고 나니 5분 약간 넘게 시간이 남았고 남은 시간동안 답안지만 보면서 한영 문법체크, 영한 문장흐름 검토 등을 하고 나니 1분 남짓 남았는데 이제 진이 빠져서 더는 못 보겠기에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시험 전에 시간 안배 고민을 많이 했는데 지문의 난이도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해야 할 듯합니다.
 
 
 
 
 
[영한번역]
 
 
 
 
 
(출제지문 설명)
 

기술발전이 예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주제였습니다. 긍정적인 영향으로는 예술가의 표현도구의 폭이 넓어진다는 것이었고, 그 예로 비디오아트의 경우 컴퓨터를 이용하여 분할한 화면으로 비디오 아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었고, 부정적 시각에서는 음악연주의 예를 들어 디지털화하면 미리 기계로 계산되어 나타나므로 음악가의 즉흥적으로 나타나는 독창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마지막 단락에서는 결국 기술발전이 예술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요지로 사진술의 발전과 인상주의 화풍의 등장을 연결한 내용이 서술되었습니다. 사진의 특성이 인상주의가 중시한 요소와 맞아 떨어졌고, 사진 덕에 화가들은 초상화를 그리지 않아도 되게 되어 표현 대상이 다양해졌기 때문에 추상주의도 등장하게 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느낌)
 

use로 써도 될 것을 employ를 쓴다든가, 언젠가 본 단어인데 잘 기억나지 않는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왔습니다. 다행히 그래도 단락별로 요지가 확실한 글이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가 한동안 인상주의 그림을 좋아해 이 분야에 배경지식이 있었던 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영한 시험은 빠른 시간에 어려운 글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려는 것 같습니다.
 
 
 
 
 
[한영번역]
 
 
 
 
 
(출제지문 요약)
 

한국 사람은 계급을 매우 의식한다. 한국인 전체를 한 줄로 세울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면 항상 서로의 나이와 직업을 묻고 그에 맞게 대우한다.  그렇다면 맨 앞에는 누가 서게 될까. 아마도 대통령과 같은 고위공무원이나 대기업 회장일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줄을 세우는 가운데 그 개개인은 얼마나 큰 차이가 있을까. 인간은 모두 호모 사피엔스種이고 최초 인류는 천명 정도의 집단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인류는 유전적으로 서로 크게 다르지 않다. 지금 당장 동남아의 한 미개부족만 남고 나머지가 멸망해도 오래 걸리지 않아 지금의 유전적 구성이 복원된다고 한다. 그렇다면 힘든 시기에 번영을 이끈 승자들과 패자들의 차이는 얼마나 될까. 나와 내 앞사람과의 간격은 얼마나 될까.
 
 
 
 
 
(느낌)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인의 특성에 관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내용이 크게 어렵지는 않은데 굴림체 11포인트 정도로 한 장 가득 메운 분량이라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한영 시험은 시사성이나 전문성이 없는 기본적인 내용을 무리 없게 영어로 전달하는 능력을 보는 것 같습니다. 한영에 대비하려면 평소에 쉽고 기본적인 표현을 많이 알아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아쉬운 점]
 
 
 
1. 번역과로 방향을 정한 뒤 아무래도 듣기를 소홀히 해 전보다 듣기능력이 더 떨어졌다는 점입니다. 글로 쓴 영어 못지 않게 말로 표현된 영어를 꾸준히 접하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남은 기간 이 부분을 좀 더 보강하려고 합니다. 글로 쓴 영어도 (이동희 선생님 표현을 빌면^^) 소리내어 대화하듯 읽었을 때, 글이 "씹히는" 기분이 들면 눈으로 읽을 때도 자연스럽지 않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쉬운 영어를 쓰기가 더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구어체가 섞인 쉬운 영어를 많이 접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2. 초반에는 짬짬이 독서를 꽤 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그렇게 하지 못했습니다. 남은 기간에는 국문이든 영문이든 독서를 많이 하려고 합니다.
 
 
 
 
 
[번역학과 준비에 도움이 된 공부방법]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를 모두가 고민하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답은 독해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공부하는 것이 좋은가는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다른 분들처럼 저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만, 지금 돌아봤을 때 제게 도움이 되었다 싶은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여러 번 복습)
 

수업자료를 미리 두 분량을 준비해두고 하나는 한 달 정도 묵혀두었다가 필기가 전혀 되지 않은 깨끗한 상태로 정독하면 좋습니다. 他 학원 선생님이 권하신 방법인데 이렇게 다시 읽으면 전에 보이지 않았던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9월 이후에 공부를 많이 못했는데 여건이 될 때는 주로 이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요약)
 

스스로 어느 정도 글 쓰기가 된다 싶을 때, 요약연습을 하면 빠른 시간에 글의 요지를 파악하는 능력도 키우고 paraphrasing을 하면서 내 영어로 쉽게 표현하는 연습이 됩니다. 스터디 파트너가 있다면 글을 하나로 정하고 각자 요약을 해와서 서로 봐주는 것도 좋습니다.
 
 
 
 
 
(필사: copying)
 

은천성 선생님이 많이 강조하셨는데, 저는 사실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한 문장 정도 단위로 읽고 아이디어를 기억한 뒤 바로 써서 옮겨보는 방법인데, 그냥 글 쓰기보다 에너지 소모가 더 많은 방법입니다. 제가 후반에 체력이 많이 떨어져서 못하게 되었는데, 글 쓰고 싶은 의욕은 왕성한데 글 쓰기가 잘 안 되는 단계에 있을 때 하면 좋습니다. 쓰고 난 뒤 원문과 다를 경우 왜 다르게 되었는지 원인을 꼭 파헤쳐야 합니다. 저는 하루에 일반 페이퍼백 반 페이지 분량 정도 했었는데 재미도 있었고 도움이 되었습니다.
 
 
 
 
 
[끝으로]
 
 
 
이 공부를 시작한지 햇수로 따지면 많이 되었지만, 시험에 떨어진다고 물거품이 되는 공부가 아니니 매번 언제든 되면 된다고 생각하고 학원에 와서 공부하는 시간을 즐겼기 때문에 계속 놓지 않고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제 경우 시험에 실패했을 때에도 분명 스스로가 작년보다 더 나아진 나를 느낄 수 있었기에 계속할 수 있었습니다.
 
영어 뿐 아니라 마음을 다잡는데도 많은 지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 잠깐이었지만 수업과 토론시간에 편안한 웃음으로 대해주신 장홍석 선생님, 또 누구보다도 번역공부의 즐거움을 맛보게 해주신 이동희 선생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함께 스터디 한 친구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5)
 
 
 
 김희진
 

시험이 끝나고 이제 학교를 한창 다니고 있지만,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몇 자 적습니다. 공부 방법이야 사람마다 다른 것이고, 또 이미 많은 분들이 좋은 방법을 소개해 주셨기 때문에, 저는 대신 시험에 대해서 주로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차 시험]
 

서울외대는 대학원만 따로 있기 때문에 시험을 칠 만한 공간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인근 학교에서 시험을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올해는 수도공고에서 시험을 보았는데, 토요일 오후(3시 30분에 시작)라 아침처럼 쌀쌀하진 않았지만 그날따라 날씨가 굉장히 추워서, 시험 치는 데 고생했던 기억이 납니다. 난방이 되지 않아서 더 추웠던 것 같습니다. 시험장 가실 때 옷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고 따뜻한 물도 챙겨 가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긴장한 데다가 날씨도 추우니 상상 이상으로 손발이 시리더라구요.
 
 
 
1. 한국어 (1교시)
 

작년 은천성 선생님께서 한국어 모의고사를 실시하셨는데, 신기하게도 그 문제 유형과 매우 비슷했습니다. 적절한 한국어 단어 고르는 문제, 한자 독음, 발음이 두 가지로 나는 한자(예를 들면 일십 십 자는 '참' 과 '십'으로 두 가지 발음이 납니다) 사자성어, 한국어 어법 문제, 마지막으로 한국어를 듣고 요약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특히 한국어 요약 문제가 생각보다 까다로웠는데요, 길이는 3분 정도 되는 사설인데 이것을 200자로 요약하려니(200자가 생각보다 무척 짧습니다) 그야말로 핵심 중에 핵심만을 골라 적어야 할 정도였습니다. 주제는 한류열풍을 활용하여 어떻게 한국을 동북아 중심국가로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 대충 이렇게 요약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평소에 한한 요약 스터디를 꾸준히 하셨다면 크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국어 속도도 적당하고 듣기 편했습니다.
 
 
 
2. 전공영어 (2교시)
 

한국외대 1차 전공영어와 유형은 거의 유사하지만 난이도는 약간 낮은, 그러니까 정신 차리고 풀 수 있는 ^^;; 정도라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간혹 헷갈리는 답지가 있어서, 오히려 더 집중해서 읽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리스닝의 경우 주로 연설문이 나왔고, 연설문 하나 당 두세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올해에도 연설문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평소에 순차 연습까지는 아니더라도 연설문의 흐름을 미리 파악해 두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보통 연설문은 간단한 감사의 인사로 시작하여 연사의 발언 목적, 구체적인 세부사항을 하나, 둘, 셋의 순서로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는데, 이런 흐름을 파악해 두시면 들을 때 좀더 당황하지 않고 들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리딩의 경우 지문이 좀 깁니다만,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이도가 높지는 않습니다. 문제도 무난하구요. 다만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에 지문을 읽으면서 바로바로 문제 풀고 답지에 체크하면서 넘어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1. 번역 (첫째날)
 

2차 시험 첫날에는 오전에 번역 시험을 보았고, 그 다음날 모든 응시자들이 한꺼번에 통역 시험을 보았습니다. 2차 시험은 학교에서 실시하고, 난방도 잘 되어 있습니다. ^^
 

번역은 한영 4개, 영한 4개 에세이 1문제가 출제되었는데요, 시간은 한 시간뿐이기 때문에 정말 초고속으로 하셔야 합니다. 대신 난이도는 그리 높지 않습니다. 평소에 주로 나오는 유용한 표현들을 알고 계시다면 바로 번역을 하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올 만한 주제를 몇 개 선정해 놓고 표현 브레인스토밍을 하시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에세이 주제는 한국의 쌀시장 개방에 대한 의견을 적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쌀시장 개방이 농민들에게 피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농민들도 기술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요지로 10문장 정도를 쓰고 마무리지었습니다.
 
 
 
2. 통역 (둘째날)
 

통역시험은 수험번호 1-100번, 101-203번까지 두 팀으로 나누어 치러졌습니다. 저는 수험번호가 공교롭게도 103번이어서, 아침 7시 반에 도착해서 여덟시 반에 시험을 보고 집에 오니 아홉시 반이었답니다. 일년 동안 공부한 것이 그 10분이라는 짧은 순간, 그리고 그 과정이 고작 두 시간만에 끝나다니 허무하기 그지없었지만, 그 10분간 얼마나 실력을 잘 발휘하느냐가 정말 중요합니다. 우선 긴장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저는 세 번째로 시험을 보고 바로 집으로 와서 뒤 상황을 전혀 몰랐지만, 오후에 교수님께서 제발 떨지 말라고까지 말씀하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교수님들이 매우 친절하셨고,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도 많이 해 주셨습니다.
 

시험 순서는 간단한 인터뷰 - 용어 문제 - 영한통역 - 한영통역의 순서로 진행됩니다. 외국인 강사의 간단한 질문으로 시험이 시작되었습니다. 저에게는 오늘 기분이 어떠냐, 아침에 뭐 타고 왔냐, 부모님께서 이 공부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냐... 등등을 물었고, 길게 설명하지 않고 문법 틀리지 않게 간단히 답했습니다. 유창성을 드러내야 점수를 잘 받는 건가 하는 생각도 순간 들었지만, 그러다 문법이 망가지면 첫인상을 완전 구길 것 같아서 물어본 것에 대해서만 간단히 말했습니다. 다음으로, 오른편에 앉아 계신 남자 교수님께서 주요 약어를 우리말로 설명하라고 하셨습니다. 총 다섯 문제가 나왔는데, ADB, BIS, GATT 등은 약자를 우리말로, 손익계산서의 경우는 설명을 듣고 용어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사실 이런 유형의 문제가 나올 줄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들어가서, 조금은 당황했습니다. 평소에 알던 것도 왜 그리 생각이 안 나던지요. 특히 GATT 우리말로 하면.. 정말 깁니다. ㅡ.ㅡ;; 그래도 나중에 다른 사람들 얘기 들어보니 다들 한두개 씩은 못 맞췄다고 해서, 다들 비슷하게 어려웠나보다 하고 생각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말 중요한 통역입니다. 우선 영어 연설문을 한국어로 통역했는데요, 중국의 급속한 경제 성장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소 학원 수업시간에 하던 것에 비해 길이가 너무 짧아서, 좀 당황했습니다. 내용이 길면 놓쳐도 중요 포인트만 잡아 말하면 되지만, 짧을수록 완벽하게 다 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었지만, 들은 것은 모두 말했고, 반복하지 않고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eye contact를 열심히 연습하고 갔는데 실제로 교수님들 세 분 모두 뭔가 적으시느라 바빠서, 실제로 눈 마주칠 일은 별로 없었답니다. eye contact가 잘 안된다고 느끼시는 분들 너무 부담갖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다음은 외국인 교수님께서 한국 연설문을 영어로 읽어주셨는데, 길이는 6-7문장 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주제는 지난 30년간 고도의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이 세계 경제 12위 대국으로 우뚝 섰고, 이제는 미래 한국을 위해 경제 성장뿐만 아니라 환경을 고려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영한과 마찬가지로 길이가 짧아서 되도록 모든 것을 다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후기]
 

이상의 내용은 제가 시험이 끝나고 몇 달 뒤에 작성한 것입니다. 그 때문에 아주 구체적이지 않은 부분도 있습니다. 좀더 수기를 일찍 썼더라면 더 많은 정보를 드릴 수 있었을 텐데 아쉬운 생각이 드네요. 준비하시는 모든 분들께 좋은 결과 있으시기를 기원합니다. 마지막으로 항상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은사님, 은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주성연
 
 
 
서올외대는 2003년도부터 학생을 모집했기 때문에 다른 학교에 비해선 역사가 짧고 또 정보도 거의 없는 편이어서 저 자신도 준비하기가 다소 막막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시험자체가 무난하다고나 할까, 내용은 상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며 난이도도 무리할 정도로 어렵지는 않은 시험입니다. 결코 만만한 건 아니지만...  학원 모의고사를 보거나 기출문제를 풀어보면서 느낀 것인데, 제 생각으로 한국외대 시험은 '인간이 제정신에서 볼만한 시험'이 아닌 것 같습니다. 특히 L/C 부분에서 문제 사이의 간격이 너무 짧아서 귀로는 상당한 수준의 L/C를 하는 동시에 눈으로 문제를 보면서 순간적으로 풀어야 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도대체 어쩌라는 것인지!) 한국외대는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처음부터 이대시험을 볼 생각을 했는데, 결국 이대 1차시험인 에세이 시험에서 떨어지고 서울외대를 준비하게 되었으니 나중에서야 몰아서 문제풀이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서울외대는 한국외대와 시험유형은 비슷하지만 인간이 제정신으로 풀만한 난이도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전반적으로 시험에 대해서는 만족하는(?) 분위기였습니다.
 
 
 
 
 
[1차시험]
 
 
 
 
 
(한국어시험)
 

전체 약 20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주요시사용어(다른 건 기억이 안 나고, '분식회계'가 나왔습니다), 적절한 사자성어 고르기 문제, 발음이 틀리기 쉬운 한자용어, 한글 맞춤법 등이 2-4개씩 나왔던 것 같고, 마지막에 글을 듣고 원고지에 200자 내로 요약하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 마지막 문제의 비중이 가장 컸습니다. 한류에 대한 글이었는데, 네티즌에 의해 한류의 열풍이 시작되었고, 일시적인 현상으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 민간 주도로 한류를 이용하여 동북아시아의 문화적 교류를 하자, 게다가 남북협력까지 ... 지금 생각해보니 어떻게 한류가 남북협력과 상관이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내용의 글이어서 요약하기가 매우 힘들었습니다, 답안지 뒤편에 원고지 인쇄한 선이 비치기 때문에 여기 연습을 해서 200자 내로 맞춘 다음에 답안지에 옮겨 썼습니다.
 
 
 
 
 
(영어시험)
 

L/C 25문제, R/C 25문제입니다. 지문들은 긴 편이었고, 크게 꼬인 것도 아니지만 쉬운 것도 아닌 적절한 수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2차시험]
 
 
 
 
 
(토요일 필기시험)
 

1시간 내에 한>영 4문제, 영>한 4문제, 작문 1문제를 풀어야 합니다, 시간이 정말 부족하기 때문에 깊게 생각할 시간이 없이 무조건 부지런히 풀어야 했습니다. 난이도는 무난했고, 내용도 상식적인 것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한 문제에서, 말기 환자가 치료를 중단하라고 요청함으로써 고통을 줄이고 자신의 인생을 평온하게 마무리지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는데, 'living will' 을 남김으로써 의사에서 자신의 의지를 전달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도저히 적합한 표현이 떠오르지 않아서 따옴표만 쳐두고 빈칸으로 남겨두고 말았는데, 결국 이 빈칸은 집에 오는 지하철에서야 다시 생각이 났습니다. 그만큼 검토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 작문문제는, 쌀시장 개방 협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라는 것이었는데, 나머지 문제의 배점이 10점이라면, 이 문제만 20점이었던 것 같습니다. "세계적인 추세를 볼 때 시장개방을 안 할 수는 없다. 농업분야만 생각한다면 농민들의 투쟁이나 고통도 이해는 가지만 한국경제 전반적으로 시계시장에서 소외될 것이다. 대신 시간을 두고 준비를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영양강화쌀은 비싸도 소비자에게 인기다. 이렇게 준비를 해두면 좀 더 자신 있게 시장개방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라고 썼습니다. 일단 쓰고 나자 검토할 시간이 전혀 없었습니다.
 
 
 
 
 
(일요일 인터뷰)
 

임종령 교수님이 친히 대기실까지 와서 시험설명을 해주었습니다, 학원 선생님들을 제외하고는 현직 통역사를 처음 보는 거라서, 신기하고(?) 멋있어 보이셨습니다. "외국인 교수와 이런저런 것 대화하는 와중에는 fluency를 보게 된다. 한국인 교수가 시사용어를 몇 개 물어보고, 외국인 교수가 영어로 5-6문장을 읽어주면 한국어로 옮기고, 한국인 교수가 한국어로 5-6문장을 읽어주면 영어로 옮기면 된다. 그리고 전반적인 태도 등도 볼 것이다."라는 설명이었습니다, 오전에 했던 팀의 경우, 너무 경직되어서 망친 것 같은 사람들도 많더라는 부연설명과 함께...
 
 
 
시험장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먼저 외국인 교수님이 "How are you feeling today?"라고 해서 "I'm fine."이라고 했습니다. (다음주 내내 "I'm fine.  Thank you. And you?" 라고 왜 안 했을까 자책했습니다.^^ 별게 다 고민이 됐습니다.) 그리고, 통역이나 번역해본 일이 있냐고 물어서 '아니다' 라고 한 다음에,  '사실, (他)대학원 다닐 때 교재를 번역한 적이 있다.'라고 앞뒤가 안 맞는 소리를 했습니다. (이것 역시 머리를 칠 일이지요). 그리고 캐나다에 머물렀다고 되어있는데 맞느냐라고 해서 "Yep."이라고 .. (이것도, "Yes, sir."라고 해야하지 않았나 하는 고민을 ...) 그 당시 경험에 대해서 말해달라고 해서 "교환학생으로 UBC에 가있었다. 대학원생으로서 간 거라서 백인학생들만 사는 기숙사에서 살았고, 수업도 토론식이기 때문에 100% 영어를 써야만 하는 환경이어서 매우 challenging 했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가 좋았다. (사실 한국학생들도 주변에 꽤 있어서 한국어도 가끔 썼거든요. 그런데 그냥 말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라고 말했는데, 왠지 분위기가 수상해서 급하게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밴쿠버 정말 아름답다. 가끔 꿈도 꾼다. 나중에 내가 통역사가 돼서 돈을 벌면 가장 처음 그 돈으로 하고싶은 일은 다시 밴쿠버에 가는 거다."라고 말하자, 그때야 비로소 다들 미소를.. 그러면서 외국인 선생님이 "맞다. 밴쿠버는 아름답다. 내 고향은 어디이다."하는 좋은 분위기.. 마지막 질문, "통역과 번역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 "통역과 번역의 차이라. 흠... 번역을 할 때는 시간이 많으니 제대로 말을 쓰고 있는지 점검할 수 있고, 예를 들면 사전도 볼 수 있지만, 통역을 할 때는 거의 순간적으로 언어를 바꾸어야 합니다." "그렇다, 네가 지금 하는 것처럼 하는 거다."를 마지막으로 이제는 한국인 교수님 순서가 됐습니다.
 
 
 
임 교수님: "ILO가 뭔지 아느냐. 한국어나 영어를 풀어서 말하면 된다."
 

답변: "국제노동기구, The International Labor Organization 입니다."
 
 
 
 
 
임 교수님: "Balance Sheet 가 뭐냐."
 

답변: "(생각, 또 생각 끝에) 기억이 안 납니다."
 
 

임 교수님: "LAN이 뭔지 아느냐."
 

답변: "(젠장) 모르겠습니다."
 
 

임 교수님: "NPT가 뭐냐."
 

답변: "The Nuclear Non-proliferation Treaty입니다."
 
 

임 교수님: "환경분야에 대한 국제회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그 회의이름을 아느냐."
 

답변: "모르겠습니다. (이건 문제가 정확히 기억나지 않네요.)"
 
 
 
 
 
외국인 교수님 영>한: "9/11 테러공격 이후의 동북아시아 지역의 경제상황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9/11 이후에 경제가 침체되었다고 보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이 일이 있기 전부터 경제는 전반적으로 침체되어가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9/11 전과 후의 경제상황에 대해 각각 설명을 드릴 것이며 부시행정부의 정책이 이 지역의 경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해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상이 제가 답한 내용입니다. 정확한 것인지는 확인할 길이 없네요. 그런데 경제가 '침체'되었다는 표현이 죽어도 떠오르지 않아서 처음에는 조금 멈추었다가 경제가 '불활성화'되었다고 했다가 나중에서야 경기침체라는 말을 썼습니다. 떨거나 쫄면 정말 나중에 억울할 일 많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한국인 교수님 한>영: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북한과 이라크는 다르다는 점을 여러분께 확실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이라크에 이어 북한이 미국의 공격대상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북한의 정치상황은 이라크와는 다릅니다. 이라크는 지난 10년간 두 차례에 걸쳐 다른 나라를 침공했으며, 생화학 무기를 사용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냉전이 종식된 후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기 위해 노력해왔으나 마땅한 수단이 없어 핵무기에 의존하고 있는 것입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어쩌고저쩌고 뒤집기하고 나서 "이상입니다."하고 말하자, 임 교수님께서 "통역공부한지 오래됐느냐."고 물으시기에 "영어공부는 계속 해왔지만, 통대준비를 위해 학원은 1년 정도 다녔다."고 대답을 했습니다. 이로써 시험이 끝났습니다.
 
 
 
 
 
[학원공부]
 
 
 
2월에 영어사랑학원에서 박영훈 선생님 일요일반을 듣다가, 직장을 그만두고 3월에는 이소진 선생님 일요일반을 들었고, 4월부터는 장홍석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8월부터는 은천성 선생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그렇습니다.) 각 선생님 강의는 나름대로 특징이 있고 분위기가 모두 다릅니다. 하지만 다 배울 점이 많은 강의라서 모두모두 강추!입니다. 아무래도 혼자서 통대준비를 하기는 힘든 것 같습니다. 정보를 얻는데도 한계가 있고, 혼자서는 긴장감도 유지하기 힘들고... 학원에 다니는 것이 필요하다고는 보지만, 그래도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만의 공부방식을 세워서 밀고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공부]
 
 
 
저는 학원공부 외에도 집에서 DAILY ENGLISH 사이트에서 AP, PBS 뉴스를 듣고 뒤집고, 스크립트 외우고, 날마다 korea.com이나 CNN 한글뉴스에서 한>영 뒤집기, The Economist지에서 sight-translation을, 한 번씩 하고 주요 구문을 외우고, 스터디파트너랑 일주일에 두 번씩 한>한, 영>한, 한>영 스터디 하고, 10월부터 학원에서 일요 스터디, 시험 즈음에는 날마다 스터디를 했습니다. 아무래도 귀로 듣고 눈으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들은 것을 써보고 문장을 통째로 외우고, 중요한 구문이나 단어는 다시 정리하고 또 외우고 하면서 무식하게 공부한 것이 큰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다들 나름대로 맞는 공부방식이 있을 테니 그걸 찾아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네요.
 
 
 
 
 
[소감]
 
 
 
이대 1차시험을 보고 나서, 2차시험 준비를 열심히 하는 와중에 1차 불합격 소식을 듣고 갑자기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서 심한 독감에 걸려 너무너무 아픈 상태에서 서울외대 지원을 하고 준비를 했습니다. 정말 끔찍한 11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히려 학원 다니면서 공부하던 시기에는 즐겁고 큰 고민이 없었는데 ... 그리나, 지금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게 돼서 정말 기쁩니다, 은 선생님, 장 선생님, 이 선생님, 그리고 해외에 계신 박 선생님께도 모두모두 감사를 ... 어떤 학교의 특정한 시험방식에 맞추려고 하기보다는 '내공'이 쌓여있는 사람이라면 어디에 지원을 해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합격소식과 함께 날아온 등록예치금 수납의뢰서를 보며 한숨을 쉬고 있습니다. .. 엄청나군요 .. 산 넘어 산, 이제 또 다른 시작일 뿐이니 앞으로도 계속 열심히 해야지요. 아무튼 어느 학교에 가더라도 훌륭한 통번역사가 될 수 있다는 소식을 나중에 또 전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한동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자 수기 (2005)
 
 
 
 
 
 김효진
 
 
 
[한동대학교는...]
 
한동대학교는 1995년에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세워진 학교입니다. 학생 수는 많지 않지만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발휘하는 실력과 탁월한 친화력으로 인해 소수정예의 대학이라 알려져 있습니다. 지난번 'KBS 스페셜'에서 한동대에 대해 다루었던 적이 있습니다. 한동대 홈페이지에 접속하시면 'KBS 스페셜'의 VOD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한동대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를 원하시면 시내 서점에 '갈대상자'란 책이 있습니다. '갈대상자'는 한동대 총장님 사모님께서 쓰신 책입니다. 책의 내용은 한마디로 요약한다면 '한동대 고난 극복기'입니다. 학교 설립(1995년) 당시부터 지금까지 십 년 동안 학교가 겪은 어려운 일들, 또 이를 극복해 가는 과정들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기독교 부문 베스트 셀러로 '2004 올해의 출판문화상'을 수상했다 합니다.)
 
 
 

[통번역대학원은...]
 
한동대학교 통번역대학원은 2000년에 설립되어 지금까지 3기 졸업생을 배출해 냈습니다. 졸업생들은 서울시청 통번역사, 국민연금관리공단등의 in-house  통번역사  혹은 프리랜서 통번역사로 활동하고 있다고 합니다. 대학원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개인적으로 학교에 대해 궁금한 점을 문의하시면 재학생이 친절히 답해 드립니다. 한동대 통번역대학원 커리큘럼은 타 대학원과 거의 동일합니다. 다만 차이점이 있다면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학교이기에 기독교 분야의 통, 번역 수업을 듣게되며, 본인이 원한다면 한동대 국제 채플시간에 통역할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통역, 번역의 전공 결정은 일년간 수업을 들어본 후 하게 된다고 합니다. 대학원 홈페이지 자료실에 수업 강의계획표가 올라와 있습니다. 제가 본 바로는 동시통역은 2학년 전공 필수로 되어 있습니다.
 
 
 

[오전시험은...]
 
오전에는 필기를, 오후에는 구술시험을 봤습니다. 오전 필기 시험으로는 영어와 한국어를 봤습니다. (각각 1시간씩 휴식시간까지 합쳐 2시간 이상 걸렸습니다.)
 
 
 

[난이도는...]
 
영어는 토플 형식의 객관식, 영-한, 한-영 번역의 주관식 두 가지 형태였습니다.. 객관식 난이도는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듣기, 문법, 독해 이렇게 세 부분이었는데 일년이상 열심히 공부하신 분들에겐 무난히 풀 수 있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이 학교에선 토플, 토익, 텝스 등의 점수 가운데 하나를 제출하면 구술 심사에 참고한다고 합니다. 단, 제출이 필수는 아닙니다.) 번역과 영작도 1년 이상 학원 선생님들이 말씀하시는 대로 '읽은 것 외워 써보기, 들은 것 외워 말해보기'를 꾸준히 해오신 분들이라면 당황하지 않고 풀 수 있는 문제였던 것 같습니다.
 
 
 

[시험내용은...]
 
시험을 본지 삼 주 가까이 지나 내용이 선명히 기억이 나진 않지만 생각나는 데로 적어보겠습니다. 영-한, 한-영 각각 3문제로 총 여섯 문제가 났습니다. 길이는 그다지 길지 않았습니다. 각각 약 한 문단 정도 됐던 것 같습니다.
 
 
 
영-한 번역 문제 1번은 연설문이었습니다. 내용은 한국에 부임한 외국 대사가(국적은 명기되지 않았지만 미국대사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 다시 돌아온 소감, 한국은 지난 반세기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고 이제 세계 지도자로 우뚝 섰다는 한국에 대한 치하, 이를 기반으로 세계 번영에 이바지 길 기대한다는 의견피력의 논조로 갔던 것 같습니다.
 
 
 
2번의 주제는 테러였습니다. (이것도 연설문 유형이었던 것 같습니다.) "테러로부터 안전한 곳은 이제 전 세계 어느 지역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테러범들이 위험한 이유는 이들이 어린이를 비롯해 무고한 양민을 대상으로 무차별 살상을 감행한다는데 있다. 테러는 개별 국가의 노력만으론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며 따라서 테러방지를 위해 국제 사회의 긴밀한 공조가 이루어져야 한다."라는 논조로 흘렀던 것 같습니다.
 
 
 
3번은 고난과 시련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고난과 시련은 누구에게나 오는 것이며 또한 누구에게나 어려운 것이다. 하지만 고난과 시련은 하나님이 주시는 단련이다. 고난과 시련을 겪음으로 당신은 더욱 더 성숙해 지며 발전해갈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으로 고난과 역경을 바라본다면 이들이 궁극적으론 당신을 위해  존재하는 것임을 알게 될 것이다."
 
 
 
한-영 영작의 1번 문제는 '진정한 성공'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사람들은 성공을 위해 매진한다. 하지만 성공한 삶의 실상을 들여다보면 많은 경우 성공한 사람에게 있어 여유란 것을 좀처럼 찾아볼 수 없음을 보게된다. 성공을 추구하는 많은 이들은 자신이 누릴 수 있는 여유를 뒷전에 미뤄둔 채 그런 것들은 자신이 성공을 거둔 후 돌아보겠다며 오로지 앞을 향해 달리기만 한다. 하지만 여유를 누릴 줄 모르는 삶을 어찌 진정한 성공이라 말할 수 있을까."라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2번 문제는 연설문이었습니다. "한국은 정보 통신 강국으로 떠올랐습니다. 한국은 또한  지정학적으로 동북아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한국은 이러한 이점을 충분히 활용하여 자국의 발전은 물론 동북아 경제의 번영에 크게 이바지해야 할 것입니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메모리 부족으로 인해 디테일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ㅡㅡ;)
 
 
 
3번 문제도 연설문이었습니다. 세계화시대를 맞아 국제사회 공조로 빈부격차를 없애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어는...]
 
한국어 문제는 총 다섯 개로 1. 듣기, 2. 에세이 제목 쓰기, 3. 번역비교비평, 4. 사설완성, 5. 맞춤법 및 띄어쓰기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론 영어보단 한국어 시험이 훨~씬 저를 바쁘게 했습니다. 시간도 부족했습니다.
 
 
 
 
 
1. 듣기
 

듣기는 문제를 들려주고 질문에 답하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유교 사상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유교사상이란 어떤 것이고 이것의 연유는 어디에서 나온 것이며 유교학자들은 이러이러한 말을 했고.. (유교에 대해 별로 아는 바 없어 방송이 나가는 동안 시험지에 내용을 받아 적느라 분주했습니다. 분량은 꽤 길었습니다). 다행히 시험지에 문제가 미리 나와있었기에 흘러나오는 내용 중에 무엇을 중점으로 잡아야 할지 감(?)을 잡은 후 열심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2. 에세이
 

에세이는 어느 여고생의 수기를 읽고 1) 이 글에 대한  제목 붙이기, 2) 표현이 어색한 부분, 문법 오류, 맞춤법 및 띄어쓰기 틀린 부분 10개를 골라 정정하고 틀린 이유를 간단히 설명하는 문제였습니다. 내용은 평이했지만 길이가 길어(A4용지 한 장 이상) 시간 내 못 마칠까봐 꽤 초조했습니다.
 
 
 
 
 
3. 번역비평
 

짧은 원문하나(한 문단정도)와 이를 각각 번역한 글 A, B를 보여주며 번역 A와 B중 더 잘된 번역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쓰는 문제였습니다. 번역비교비평은 4문제 정도 나왔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문제는 그리 어렵진 않았지만 처음 접해보는 유형인지라 내심 당황했었습니다.
 
 
 
 
 
4 . 사설 완성
 

사설의 본론만 나와 있고 서론과 결론부분은 텅텅^^ 비어 있었습니다. 본론부분을 읽고 서론과 결론을 유추하여 글 전체를 완성하라는 문제였습니다. 주제는 경제난을 헤쳐 나가기 위해 국회의원들은 소모적 논쟁을 중단하고 현실정치로 돌아가라는 것이었다고 기억합니다.
 
 
 
 
 
5. 맞춤법 및 띄어쓰기
 

단문, 혹 중문 여섯 개가 나왔는데 전혀 띄어쓰기 없이 (다닥다닥^^) 붙어있었습니다. 이 문장들에 대한 띄어쓰기와 맞춤법을 다시 맞게 고쳐 쓰라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오후시험은...]
 
오후 시험은 점심식사 후 진행 됐습니다. 구술시험 및 인터뷰에서 교수님들이 주로 보시는 것은 학생의 가능성과 인성이라고 들었습니다.
 
 
 
제 이름이 호명돼 시험장에 들어가니 교수님 세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참고로 한동대 입시원서에는 '자기소개서'난이 있습니다. 소개서에는 '자신의 비젼, 한동대에 들어와 어떤 공부 혹은 연구를 하고 싶은지.. 졸업 후 진로에 대한 계획은 무엇인지.. '등의 내용을 쓰게 돼 있습니다. 경력에 대해 묻지는 않지만 학부를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어느 정도 했다면 추가로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런 내용을 쓰는 난이 없어 경력에 대해 기재하지 않았는데 전 졸업한지 꽤 됐기 때문에 교수님이 경력사항에 대해 질문하셨습니다. 인터뷰는 영어로 하지만 자기소개서는 한국어로 작성해도 무방합니다.)
 
교수님들은 처음에 한동대에 지원한 이유를 물어보셨습니다.(질문은 학생들마다 달랐던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을 졸업한 후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전공 공부가 맞지 않아 휴학을 하고 미국에 갔습니다. 미국에 간 이유는 쉬는 기간동안 영어라도 배워두자는 마음으로 어학연수를 떠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 가서 처음 우연히 교회를 나가게 되었고 그 해(1996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후 (그 전에는 무신론자였습니다.) 그곳에서 더 그분에 대해 알고 싶어 유학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곳에서 교회를 다니며 응용 언어학을 대학원에서 공부했습니다. 하지만 그 주제도 제가 평생을 두고 공부를 하기엔 그리 행복해 할 것 같지 않아 공부를 하면서도 고민을 계속 했습니다. 때 마침(?) 1998년 금융대란 덕분에(?) 저는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고, 그 후에도 제가 가야할 길이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놓고 기도를 하다가 제가 (너무 어려워) 엄두도 못 냈던 통역사의 길로 인도 받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20대 때 진정으로 원하는 일을 찾아 그 일에 매진하길 바랬었고, 그 소망은 30대가 되어 통대준비학원을 접하면서 이루게 된 것 같습니다. 제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는데 하나는 전문적 통역사가 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성숙한 크리스천, 즉 a true Christian이 되는 것입니다. 한동대는 그 두 가지 목표를 이룰 수 있는 곳이라 생각했기에 지원했습니다. 사실, 학부를 다니고 싶어했지만 이미 대학을 졸업한지 오래라 아쉬워했는데 마침 대학원이 생겼다는 말을 듣고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지원했습니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 다음엔 영-한, 한-영 순으로 구술 시험을 봤습니다. 구술시험도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어렵지 않은 것과 저의 performance와는 별개입니다만...^^;;) 영-한은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글의 요지는,  "필리핀 아로요 대통령이 권좌를 차지하자 그를 지지하는 이들은 광란의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고 이에 동조하듯 필리핀 주식시장도 활황세를 보였다. 그러나 필리핀은 아직 풀어야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상태다..."로 흘렀던 것 같습니다. 길이는 1분 정도였습니다.  한-영도 교수님께서 불러주시는 내용이 어렵지는 않았는데  생각보다 길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제가 통역하기를 기다리고 계시는 동안, 그 내용을 기억해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럴 땐 한번 더 불러 달라고 하면 다시 읽어주신다고 재학생 한 분이 시험 보기 전 말해주었는데  긴장해서 그렇게 하지도 못했습니다. 그냥.. 나오는 대로.. 쉬운 영어로 갔습니다. (BJR정신, 즉 "배째라" 정신으로요..^^;;) 다행히도(?) 목소리는 씩씩했고 backtrack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메모리 부족으로 끝이 너무 썰렁(?)했던지.. 교수님이 다 들으시고 나선.. 마지막 부분을 한번 더 불러 주시고 해 보라 하시더군요^^;; (부탁도 안 했는데 다시 불러준 학생은 아마 저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한동대 재학생들....]
 
구술시험 보기 전에 점심시간을 가졌고 점심은 재학생 분들이 오셔서 피자로 대접해주셨습니다. 재학생 분들과 나눈 얘기를 (기억이 나는 대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우선 전반적인 분위기는 가족적이고 편안했습니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재학생들이 품고 있는 학교와 교수님들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이었습니다. 한 수험생이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니까 교수님들이 열분 정도 되시는 것 같던데요... 작년 선발한 학생들은 한 열두 명 정도 되는 것 같고요..거의 1:1의 비율이던데요..' 라고 말했습니다. 그랬더니 대답이 '맞습니다. 사실 저희들이 내는 등록금으로 어떻게 학교가 운영되고 있는 지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교수님들께서 참 열심히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면서도 인격적으로 대해주십니다. 통대를 다닐 때는 '나는 왜 이것 밖에 못할까..' 자신에 대해 실망하고 부끄러워하기 쉬운데 그런 것에 상처받지 않도록 인격적으로 대해주십니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어떤 점을 보강해야 하는지 학생 개개인에 맞춰서 일대 일로 상담해주시고 도와주십니다. 이곳에서 공부하는 것은 축복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한동대는 하나의 요새(?)와 같습니다. 학교에서 시내로 나가려면 차로 30분 정도 소요됩니다. 주변에 술집, 유흥가.. 전혀 없습니다. 그곳 학생들은 4년 동안 빡빡하게(?) 돌아가는 공부일정(한동대 도서관에는 밤낮 없이 불이 켜져 있다 하는데, 이는 학교 시스템을 아예 공부하지 않고는 배겨낼 수 없게 처음부터 설계한 덕분이라고 합니다.^^ 물론 통번역 대학원은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채플, 기도, 그리고 봉사활동으로 보내게 된다고 합니다. 물론 대학원생들도 원한다면 한동대의 문화를 마음껏 누릴 수 있다고 합니다. (그저 공부를 따라가기 위해 헉헉대느라 여유가 없을 뿐이지요..^^)  한동대가 위치한 포항은 공기가 정말 맑습니다. 청명한 공기 덕분에 밤이 되면 하늘 위에 선명한 별빛이 글자 그대로 '밤하늘을 수  놓습니다'. 저희 셋(서울서 시험을 보러 온 이들.. 우연의 일치로 같은 고속버스를 탔습니다.)은 처음 만났지만 곧 친해져 같이 다녔습니다. 모두 밤에 한동대에 도착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아!'하는 탄성과 함께 매우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을 마치고 서울로 출발하기 직전에 저희는 채플실에 들렀습니다. 학교 한가운데 파란하늘을 머리에 이고 짙푸른 바다를 뒤에 두고 있는 하얀 채플실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고소공포증에 떠는 와중에 친구의 옷깃을 붙잡고 가파른 전망대 계단에 올라 푸른 바다를 바라보며 엄청 좋아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합니다. '아, 시험만 아니면 여긴 정말 휴양지다.'란 말이 그냥(?) 나왔습니다^^.
 
 
 

[그간 공부는...]
 
작년에는 영어사랑학원을 10개월 꾸준히 다녔습니다만 올해에는 주로 혼자 공부했습니다. 체력이 많이 떨어져 학원 다니기가 버거웠고, 또 학원 수업이 많이 유익하긴 했지만 선생님이 부어 주시는 것만큼 흡수하지 못하는 것 같아 혼자 공부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습니다. 9월에 영어사랑을 다시 찾았습니다.
 
 
 
일주일마다 공부계획을 세웠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우선 영어성경(NIV)을 30분 봤습니다. 성경문장은 열 줄 정도 외웠습니다. NIV성경문장은 (잘 아시겠지만) 중학교 수준으로 쉽고도 유익한 표현이 많습니다. 그 후 이코노미스트를 읽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는 주제별로 분류해(리더스/과학/논설/세계/경제/금융) 기사 하나 당 3번씩 반복해 읽었습니다. 처음 읽을 땐 각 문단의 요지를 잡고, 두 번째 읽을 땐 표현, 세 번째 읽을 땐 말로 해보거나 글로 요약해 썼습니다. 보통 하루에 기사 다섯 개 정도를 읽었습니다.
 
 
 
듣기는 주로 인터넷을 이용해 들었습니다. YTN에 접속해서 위성통역실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CNN뉴스를 녹음하고 방송대본을 출력해 은천성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방법대로 듣기를 공부했습니다. 먼저 듣고, 안 들리는 것을 대본과 확인하고, 그 다음에 외우고... 시험직전에는 은 선생님 듣기와 타 학원의 듣기 자료를 같이 외웠습니다.
 
 
 
말하기는 인터넷에서 코리아 헤럴드에 있는 Annie's Mail Box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내용이 어렵지도 않고 미국인들의 생활,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어 재미있게 공부했습니다. 연설문도 틈틈이 보았습니다. 미 백악관 사이트에 들어가 부시대통령 국정 연설문, 대통령이 주기적으로 올리는 라디오 연설문을 주로 공부했습니다. 간결하고 쉬운 영어 표현이 좋았고 특히 국정연설문은 일년간 나라 국내외 살림에 대한 청사진을 미리 발표하는 것이기에 올해 미국의 주요 이슈가 무엇이 될지 가늠해 볼 수 있었고 국제 뉴스에서 다뤄지는 미국관련 주요 현안과도 주제가 자주 겹쳐 기사내용을 이해하는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쓰기는 이코노미스트의 7쪽이나 8쪽에 실리는 The World This Week가 좋은 것 같습니다. 처음엔 무턱대고 Special Report를 필사하곤 했는데 영어실력이 많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하기엔 힘에 부쳤습니다. The WTW는 문장도 간결하면서 유용한 표현이 많이 나옵니다 특히, 경제분야에 있어서~^^. 이코노미스트 파란박스 기사도 쉽고 영양가 있는 표현이 많아 영작 공부자료로 좋은 것 같습니다. 국내관련 기사는 코리아 헤럴드를 인터넷에서 출력해서 보았습니다. 주로 사설을 뽑아 메인 아이디어가 들어간 부분, 좋은 표현들을 외워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한국어는 시사저널을 정기구독하고 신문사설을 외웠습니다. 시사저널 다독과 사설 암기를 병행하니 공부에 시너지 효과가 나는 것 같았습니다. 한자는 은 선생님이 올리신 자료를 이용하기도 하고, 시사저널 기사에 사용되는 사자성어를 꼼꼼히 봤습니다.
 
 
 

[감사드릴 분은.....]
 
가족들께 감사 드립니다. 지금까지 슬럼프도 있었고 크고 작은 어려움이 있었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변치 않는 가족들의 사랑 때문입니다. 제가 부모님께 받은 것을 다 말씀드리기엔 지면이 너무 부족할 것 같습니다.
 
 
 
혜윤, 신기, 유희언니께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 전합니다. 한동대 합격을 저보다 더 기뻐해 주셨고.. 시험준비 하는 동안에도 저에게 기도로, 사랑으로, 맛있는 음식으로^^ 저를 위로하고 격려해주셨습니다.
 
 
 
은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힘들 때 영사 홈에 들어와 선생님께서 학생들에게 주시는 격려의 말씀들 읽으며 저도 덩달아^^ 힘을 얻곤 했습니다. 선생님처럼 저도 사람의 인생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성실하고 겸손한 통역사로 거듭나고 싶습니다.
 
 
 

[3C는...]
 
몇 개월 전 앞을 볼 수 없는 장애인이었음에도 성실한 노력으로 백악관 정책 차관보 자리까지 오르신 강영우 박사님의 책 '도전과 기회-3C 혁명'을 읽었습니다. 3C는 실력(Competence), 인격(Character), 그리고 헌신(Commitment)을 말합니다. 즉, "실력과 인격을 부단히 갈고 닦아 자신을 준비시킨 후 궁극적 목적인 헌신의 도구로 서라."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었습니다. 한동대생들은 "Why Not Change the World!"란 모토아래, "공부해서 남 주자(?)"란 학교 총장님, 교수님의 격려를 받으며 열심히 공부한다고 합니다. 저도 한동대에 가서 선생님들의 사랑 속에서 '남 주는 공부'로 양육(?)받고 싶습니다^^. 사랑을 받은 자만이 사랑을  할 수 있고 타인을 섬기기 위한 공부가 그분께 쓰임 받는 길이라 배웠기 때문입니다. 그간 짧으나마 걸어온 여정을 잠시 되돌아보니, 바랄 수 없는 것을 바라고, 볼 수 없는 것을 보며, 그분 손에 이끌려  여기까지 오게 된 것 같습니다. 앞으로 제 인생에 어떤 삶이 펼쳐질 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준비하는 마음으로 성실히 하루 하루를 채우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최진
 
너무나도 부족함이 많은 제가 합격수기를 쓰려니 쑥스럽습니다. 하지만 저와 비슷한 상황에서 비슷한 고민을 하고 사시는 분이 통번역공부에 관심이 있다면, 그래서 제 글이 그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좋겠다 싶어 글을 씁니다.
 
 
 
2003년 4월부터 영어사랑학원에서 공부하면서 통번역에 대해 점차 알게 됐습니다. 졸업한지는 한참 되고 직장생활도 5년 가까이 한 제가 30을 넘어 30대 중반이 다 되가는 나이에 갑자기 하던 것 다 때려치우고 서울로 올라와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데에는 이것을 해야만 나중에 내가 뭘 하더라도 (설사 통번역사가 못된다고 해도)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다소 분명치 않은 느낌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제가 그렇게 가길 원하던 학교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은 지금은 그때의 느낌이 잘못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약 10년 전에 캐나다에서 3년 정도 유학생활을 한 적이 있습니다. 토플점수가 고득점이라는 이유 하나로 캐나다에서도 손꼽히는 명문대학의 학부과정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학생들이 잘 아시다시피 외국의 학부나 대학원과정에서 공부해보면 유학생 가운데 그렇게 높은 토플점수를 받은 학생 치고 발표 한번도 못하고 공부 못 따라가서 버벅거리는 학생은 한국 학생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저는 Social Science계열을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영어의 장벽 때문에 공부를 도저히 못해 낼 거라는 주위의 만류를 뿌리치고 그것이 바로 내가 하고싶은 공부라는 이유하나로 무조건 밀어붙였습니다. 아무리 무식하면 용감하다지만 어떻게 그런 빈약하기 짝이 없는 실력으로 (간단한 회화 좀 하고 토플문제 패턴에만 익숙해있던 제가)그 힘든 학부과정을 해내려고 했는지 지금 되돌아봐도 그 용기 하나는 참 가상했다고 생각합니다. 첫해엔 우선 살아남는 게 목표였습니다. 너무 힘들어 숨쉬는 것조차 힘들다고 느꼈지만 친절하신 교수님과 조교선생님들이 자상하게 잘 가르쳐주셔서 2년째로 겨우 올라갈 수는 있었습니다. 어느 정도 요령도 생겼고 악으로 깡으로 공부를 해대니 장학생들이 받는 학점에 근접할 만큼 성적도 올렸습니다. 그런 식으로 2년 넘게 공부하다보니 제가 하는 공부에 대해서 회의가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본실력이 충분히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하는 공부는 어떤 공부라도 모래 위에 세우는 탑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그 탑을 아무리 공들여 쌓는다고 해도 그때엔 그럴싸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언제 허물어질지 모릅니다. 이런 식으로 공부하다간 졸업장 하나만 달랑 얻을 뿐 유학오기 전 제가 꿈꾸었던 '국제적인 감각을 갖춘 유능한 인재'가 되겠다던 계획은 물 건너갈 거라고 판단하고 과감히 한국행을 선택했습니다. 그때 마침 IMF가 터져서 되돌아올 구실도 생겼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는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가르치는 직업이었는데 동종의 타 직장에 비해 근무조건과 급여조건이 월등히 좋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끝내지 않고 중도하차한 공부에 대한 미련이 있었고, 지금은 제 여건상 일을 해야 하지만 언젠가는 다시 공부하겠다는 열망은 계속 맘에 지니고 있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해를 거듭하면 할수록 공부에 대한 열정은 사라지기 쉽습니다. 일단 충분한 고정수입이 생기게되면 불필요한 소비습관에 젖어들게 되고, 문화생활도 즐기고 싶고, 사람들과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런 생활을 오래 하면 공부는(특히 통번역대학원을 준비하는 것 같은 힘든 공부는) 점점 딴 세상의 일로 여겨지기 쉽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제일 힘들었습니다. 그런 생활에 너무 물들어버리면 이 바닥을(?) 벗어날 수 없다 싶어 항상 깨어 있으려 노력했습니다. 주위는 최대한 단순하게 만들면서 사람들과도 필요이상의 만남은 가지지 않으려 했습니다. 그리고 가능한 혼자 있는 시간을 많이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설사 그 시간에 공부는 하지 않는다고 해도 멀어져만 갈 것 같은 내 꿈을 지키는 일이 중요했습니다. 나중을 위해 소비도 절제해야 했습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머리가 굳어지는 게 싫어서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 편입학을 해서 경영을 전공했습니다. 이 곳에서 또 다른 세상을 경험했습니다. 전혀 몰랐던 경영에 대해 배우는 것도 좋았고 (이젠 선물과 옵션의 차이에 대해 안답니다 ^^) 공부할 시기를 놓쳤지만 학사모를 쓰겠다는 열정으로 살림하며 직장생활하며 열심히 사는 분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그것이 제겐 신선한 충격이었고 자극이 되었습니다. 혹시 통번역대학원에 관심은 있는데 학사학위가 없어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시면 방송통신대학교 영문과에 입학하거나 편입학하셔서 공부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등록금도 맘에 쏙 들게 저렴하고 커리큘럼도 아주 훌륭하게 잘 짜여져 있어 다른 일을 하면서 영어실력도 늘릴 수 있을 것입니다. 물론 시간이 다소 걸리겠지만 말입니다.
 
 
 
직장 생활중 우연히 아는 분으로부터 통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전에는 공부를 하고는 싶었지만 어떤 공부를 하고 싶은지 결정을 못했고 영어를 좋아하니 그것과 관계된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뿐이었습니다. 통번역에 대한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수집하면서 관심은 더욱 커졌고 이 공부를 본격적으로 하려면 직장생활을 접고 서울로 올라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어사랑에서 2003년 4월부터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반과 통대준비기초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공부분량이 엄청나 벅찼지만, 다시 이렇게 공부만 하고 살수 있다는 게 감사하고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이 공부가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유학시절에 맘 고생하면서 했던 것만큼은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꽤 잘 견딜 수 있었습니다. 제일 큰 수확은 듣기가 확실히 늘었다는 것입니다. 유학 때보다도 훨씬 늘었습니다. 지금은 집에서 TV볼 때 CNN을 제일 즐겨보고 내가 이런 것도 알아듣는다는 게 (물론 100%는 아닙니다만) 흐뭇하기 짝이 없습니다. 특히 공부할 때 봤던 앵커나 기자들이 나오면 '어! 저 아저씨 또 나왔네"하며 더 열심히 봐집니다. 그 해 9월부터 살인적인 두통에 시달렸습니다. 공부할 때 적절한 break를 가져야 하는데 욕심만 앞서서 짧은 시간에 너무 많은 걸 소화하려고 했던 게 문제였다고 봅니다. 한약을 입에 달고 살았지만 머리가 말끔하지 못했고 혹 내가 뇌종양에 걸린 게 아닌가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땐 시험기간이라 다 힘들어할 때였고 수업은 절대로 빠질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시사청취수업을 듣다보니 매니아가 되어버려 아무리 몸이 아파 복습을 못해도 일단 수업은 들어야겠다고 결심하고 거의 결석을 하지 않았는데 그것이 청취력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결석을 거의 하지 않았던 게 제 생활의 작은 기적이라고 믿습니다. 하지만 시사청취 수업에 너무 빠져 장홍석 선생님 수업을 한번도 듣지 못한 게 애석합니다. 주위 분들 말로는 다정하고 잘 가르쳐주시는 큰  오빠 같다고 하던데... 시험을 보러 갈 때도 아픈 몸을 억지로 이끌고 갔지만 나는 최선을 다 했으니 결과는 어떻게 나오든 상관없다고 생각했습니다.
 
 
 
2004년도는 제게 turning point의 시기입니다. 변화가 많았던 만큼 고통도 많았고, 이 해에도 공부는 계속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마음이 편하지 않아 공부에 그리 많이 집중할 수 없었습니다. 이 시기에 한 목사 사모님을 만나 전도를 받아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동대학교를 알게되었고 그곳의 통역번역대학원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알면 알수록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곳에서 제가 바라는 최상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사모님께서 설교통역을 전문적으로 공부해볼 것을 권고하셨는데 그 당시만 해도 저는 통역사로서의 기본적 자질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듣기는 어느 정도 향상됐지만 도저히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할 자신이 생기지 않았고, 설사 다 알아들었다고 해도 두려움이 생겨 말이 입에서만 맴돌 뿐 밖으로 나오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말한다고 누가 날 죽이는 것도 아닌데... 여러 가지로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에는 "한번 해보자."라고 결심하고 한동대학만을 목표로 공부하기로 했습니다.
 
 
 
한동대는 기독교 대학이니 교회나 성당 다니는 분들은 공부하기에 좋은 곳이고 타종교를 가지거나 무신론자라도 종교선택의 강요는 없으니 부담 가질 필요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학교가 소수정예의 원칙을 가지고 교수님들이 학생들을 인격적으로 대하는 정도를 벗어나 친자식처럼 알뜰하게 돌봐주신다는 점이 맘에 들었습니다. 스스로 혼자서 공부해내기를 요구하고 그게 잘 안되면 다른 잘하는 학생들에게 가려서 교수님의 기본적인 관심조차 못 받는 곳과 내가 너무 부족한 점이 많지만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정성껏 돌봐주시고 1:1로 도움을 받아가며 공부할 수 있는 곳과는 나중의 결과가 엄청날 거라고 생각했고 통역에 그다지 자신이 없는 저도 한번 해 볼만하다는 용기를 주었습니다. 게다가 제가 들은 정보에 의하면 한동대는 일반 타 대학보다 훌륭하시고 실력 있는 교수진을 갖추고 있는 곳입니다. 전 지금 설교통역을 공부하겠다고 목표는 세웠지만 그 부분에 대해 별로 아는 것도 없고 신앙심이 그리 깊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어릴 때부터 성당에 다녔지만 의무적이고 습관적이었습니다. 한 때는 삐딱하게 나가서 믿는 이들은 다 위선자라고 생각한 적도 있었습니다. 소리내어 기도할 때도 결코 유창하게 하지 못했고, 성경구절을 찾을 때도 한참을 걸려야 찾아냈습니다. 하지만 설교통역을 해야만 제가 행복할 거라는 내면의 소리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일단은 이것을 목표로 공부할 생각입니다.
 
 
 
2004년도엔 그룹스터디를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그보다 먼저 혼자 공부하며 기초를 쌓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2003년도에 그룹스터드를 하며 느낀 점은 여럿이 같이 공부하면 시너지가 발산되어 혼자서 공부할 때보다 훨씬 많이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단계는 자신의 실력을 확인할 수 있는 단계이지, 기초가 부족한 실력 즉, 임계질량에 도달하지 못하는 실력을 향상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오히려 그룹스터디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면 실력향상보단 기교향상에 그칠 수 있기 때문에, 실력은 갖추지 않은 채 기교 부리기에만 급급 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밖에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임계질량을 쌓은 뒤엔 그룹스터디가 큰 역할을 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아직 임계질량에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혼자서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라 생각했습니다. 2004년도엔 수업도 그리 많이 듣지 않았습니다. 수업내용을 다 빨아들이기엔 부족함이 많다고 판단했고 2003년도에 열심히 배웠던 것을 더 철저히 복습하면서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진도는 느리겠지만 그것이 실력향상에는 최고가 아닐까요?
 
 
 
지금 생각해보면 은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강조하시는 몇 가지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내용을 들었을 때 idea잡기, 독해력과 논리력을 길러내기입니다. 이런 식으로 하는 공부는 결코 단시일내에 이루어낼 수 없고, 그 과정이 더 힘들 수도 있지만 이왕 성인이 되어 공부를 한다면 그런 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는 것만 받아먹고 단편적인 지식만 머리에 꽉 차있는 공부는 중고등학교시절에 한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봅니다. 사실 은 선생님이 제시하시는 공부방식은 제가 캐나다에 있을 때 교수님들로부터 자주 들었던 것입니다. 그 곳은 report를 쓸 때도 짜집기는 물론, 어디서 베껴서 사실들만 나열하면 절대로 점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통찰력을 요구합니다. 즉 생각하는 힘이겠죠. Social Science계열은 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땐 이런 식의 공부가 정말 죽을 맛이었고, 사실 지금도 저는 생각하는 힘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압니다. 어떤 공부든 독해력과 논리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한다면 그 사람은 나중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설사 공부에 관계되는 게 아니더라도) 다른 이들보다 업무성취능력이 뛰어나다고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가끔씩 은 선생님 수업시간엔 제가 유학시절에 외국인 교수님으로부터 한국말로 강의를 듣는다는 착각을 할 때가 있었는데 그때가 바로 선생님이 독해력, 논리력을 강조하고, idea잡아내는 걸 말씀하실 때입니다. 대한민국에 있는 사설학원에서 얼마나 많은 강사분들이 그런 방향으로 수업을 이끌어나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이런 공부의 중요성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그 단계에는 한참 못 미칩니다. 대학원에서 공부하면 혹 향상될지 모르겠습니다.
 
 
 
한동대학교와 시험에 대한 설명은 다른 합격자분이 너무 잘 하셔서 반복은 안 해도 될 것 같습니다. 2차 시험에서 면접을 볼 때 느꼈던 점은 교수님들께서 기본적인 영어실력도 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하게 보시는 것은 지원동기와 가치관이라고 생각됩니다. 미리 제출한 자기 소개서에 대해 날카롭고 예리하게 질문하십니다. 저는 10가지 정도의 질문을 받았는데 모두가 제 경험과 판단, 그리고 평소의 생각과 관련된 것이라 담담하게 버벅거리지 않고 잘 말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습관이 된 사람말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모두가 영어로 이뤄졌는데 통역보다 회화에 더 강한 저는 이 부분이 제일 자신 있었고 마음이 편했습니다.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교수님들이 다 고개를 끄덕끄덕하시고 웃기까지도 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여서 좋았는데 한영 영한 테스트로 넘어가기 전 이미 '합격이다!'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과가 나기 전까진 절대 확신할 수 없었고 한영 영한에서는 많이 당황하고 버벅대기도 했기 때문에 발표가 날 때까지 맘이 편치 않았습니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은 하늘이 정하시는 것이고 나는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합격하고 나니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입니다.
 
 
 
지금까지 왔던 길을 되짚어 보면 제게 도움을 주신 분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한결같다는 게 뭔지 몸소 실천으로 보여주신 제가 존경하는 은 선생님께 그동안의 가르침에 대해 감사 드립니다. 제게 따끔한 충고와 격려를 아끼지 않으시며 지식보다는 지혜를 강조하셨던 저의 spiritual mentor이신 사모님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공부하니까 힘들다고 만날 때마다 맛있는 것 사주고 위로해주던 친구 수연이와 은주에게도 감사합니다. 둘 다 좋은 남자 만나 빨리 결혼했으면 좋겠습니다. 2003년도에 같이 공부하면서 많이 가르쳐주고 같이 밥 먹고 수다떨고 그리운 시간을 많이 보냈던 스터디 멤버들 현화, 연순, 정은양에게도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말은 하지 않지만 항상 절 위해 기도해주는 가족에게도 감사하다고, 사랑한다고 전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었을 때, 이 작가는 인생의 비밀에 대해 뭔가 아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거기에 보면 어떤 이가 간절히 소망하는 게 있으면 온 우주가 협력하여 그를 도와준다는 말이 나옵니다. 저는 거기에 하나를 덧붙이고 싶습니다. 만약 그 간절한 소망이 자기 혼자만 잘 먹고 잘 살고 남들보다 잘 나기 위해 가지는 소망이라면 온 우주에 있는 만물의 정기는 그 사람을 외면할 것이라고....
 
 
 
 
 
 
 
 
 
부산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자 수기 (2005)
 
 
 
 
 
 강민주
 
 
 
부산외대 통역번역대학원 시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1차 시험>
 
 
 

[번역] 1교시 (1시간)
 
 
 

한영: (1번 지문이 2번 지문(5문장 정도)보다 훨씬 길었음.)
 
 
 
1. 한 강연자가 미국의 온라인 시민운동을 예로 들어 우리나라 온라인 시민운동의 방향과 한계를 설명.
 
2. 북핵문제에 있어 한국정부가 미온적인 태도나, 북한 편을 들기보다는 문제해결을 위해 국제사회와 공조해야한다는 내용.
 
 
 

영한:
 
 
 
1. 안락사의 어원을 설명하며 처음의 의미와 달라지고 있음을 사례를 통해 제시.
 
2. 음악가들은 주로 생활이 알콜 중독이나 마약 등으로 문란하지만, 음악을 할 때의 모습만은 순수하고 열정적이 넘친다고 설명. 그런 열정을 글쓴이는 어린 시절 어머니가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에서 보았음을 자세히 묘사.
 
 
 

[청취] 2교시 (1시간)
 
 
 

영한: (1 지문 당 15분을 배당.)
 
 
 
1. 한국 국회가 통과시킨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한 법의 내용을 제시하면서 투자유치의 중요성에 대해 아시아 다른 여러 나라의 예로 들며 설명.
 
2. 한 강연자가 제조업 쇠퇴의 현상, 그 원인과 해결책을 제시하고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인들에게 함께 적극적으로 의견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지자라고 함.
 
 
 

한영:
 
 
 
1. 한국 여성기업인들에게 한국의 인터넷 및 IT 산업 발전과정을 소개. 미래IT시대에서의 여성의 장점을 강조하고 역할의 비중이 커져야 함을 호소하는 연설.
 
2. 한국 주식시장이 시급히 해결해야할 문제는 회계부정이라고 지적. SK의 회계 부정사례를 들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주장.
 
 
 

<2차 시험>
 
 
 

[인터뷰] 10분 정도
 

영어면접: 외국교수와 간단한 회화. (인사를 하고 두 가지 질문을 받음.)
 
 
 
1.통번역대 수업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어려울 것이다. 그것을 잘 통제할 능력을 갖추고 있는가.
 
2.노무현대통령이 영국을 방문중인데 당신이 만약에 영국에 간다면 어떻게 한국을 알릴 것인가.
 
 
 

영한:
 
 
 
한국의 대부분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화. 그로 인한 지역 산업 불균형. (예)제조업
 
 
 

한영:
 
 
 
유럽연합 확대로 인한 변화.
 
 
 

<한국어 면접>
 
 
 
어떻게 공부를 했고 왜 통번역 대학원에 들어오고 싶은 지와 같은 일반적인 질문을 하십니다. 비록, 시험관께서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을 하셔서 당황했지만, 얼마나 이 공부가 절실하게 하고 싶은지 전하기 위해 차분히 대답했습니다.
 
 
 

<공부방법>
 
2004년 2월부터 통대준비공부를 시작했습니다. CNN뉴스를 들으며 계속 한국어로 바꾸기 연습을 한 것과 Economist를 읽으며 독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안 돼도, 힘들어도, 앉아서 계속 연습했습니다. 그리고 영어사랑 사이트에서 글들을 읽으며 용기를 얻고 금주의 상담과 영어공부 FAQ에 있는 공부방법을 실행해 봤습니다. 그것이 전부입니다. 하지만, 부산외대에 가고 싶으신 분께서 제게(아이디: pioneer2013) 쪽지를 보내신다면 어떤 질문에도 성심 성의껏 답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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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강정화
 
 
 
제 수기가 조금이나마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씁니다. 저는 학부에서 영어를 전공하고, 해외 경험이라면 1달간의 문화교류 프로그램으로, 또 한 학기(원래는 1년이나 동점자인 선배와 절반으로 나눠서)동안 교환학생 프로그램으로 미국에 몇 개월 있은 게 전부인 소위 국내파입니다. 흔히들 통대준비를 얼마나 했냐고 물으면 본격적으로 이 특정 시험을 위해 준비한 기간만을 말하는데, 그것부터가 잘못된 방향 설정일 수 있습니다. 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똑 같은 선상에서 출발을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이 공부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기본바탕이 너무나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제가 공부했던 방법이 모든 분들께 적용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그래서 에피소드 두 개를 통해 저의 영어공부방법에 관해 알려드리고 그 다음에 구체적인 통대시험에 관한 내용을 적는 게 순서일 듯 싶네요.
 

 
 

[episode #1]
 
 
 
전 처음 배울 때부터 영어를 매우 좋아했고, 그래서 학부를 결정할 때도 서슴지 않고 영어를 선택했습니다. 1학년 때부터 영어 스터디에 들어 TIME지나 NEWSWEEK지와 같은 영자지로 독해공부를 했습니다. 당연히 모르는 단어도 너무 많고, 배경지식도 없었기에 한 페이지를 읽으려면 단어장이 몇 페이지나 될 정도로 오래 걸렸습니다. 그래도 한 번 읽기 시작하니 시사를 따라가는 재미가 쏠쏠했고, 결정적으로 2000년 미 대선 전후로 쏟아져 나오는 기사들을 이해하기 위해 일일이 인터넷을 검색하고 CNN을 봤습니다. 그래서 그 기간동안에는 미국의 선거제도는 물론이고, 미국사회의 주요 이슈들에 관해서 알게 되었고, 연설문도 실컷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때 이후로 선거라는 기간이 영어공부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수능칠 때 나오는 요약정리 노트 같은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모든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들을 다루고, 몇 년 동안의 일을 압축해서 설명해주고, 그 배경까지 알게 되니 이보다 좋은 단기숙성코스는 없다 하겠습니다. 한 번 그렇게 따라간 선거는 2004년 더 쉬워지더군요. 2000년에 봤던 미 정치인들이 저절로 복습 되고, 이름도 얼굴도 매치되고, 각종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여주는 치밀한 논리 전개력을 배우게 되고, 짧게 말하고 넘어가도 배경을, 아니 무슨 말인지 알겠고, 특히 막판의 양 후보 토론에서는 각 후보의 설왕설래를 보는 재미가 극에 달합니다. 이 얘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한 이유는 이 경험을 통해서 깊이 깨닫게 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1. 영어는 그 언어가 담겨있는 사회의 모든 내용물(정치, 경제, 사회, 문화..)을 담아내는 그릇이고, 이 둘을 따로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즉, 영어 공부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영어권의 내용물을 알려는 노력도 병행해야 합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대로 많이 아는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것입니다. 공부하는 와중에도 시사는 계속 따라가는 것이 좋습니다. 어떤 문제가 터지면, 그에 대한 심층기사나 주장이 분명한 에세이, 토론은 꼭 챙겨봅시다. 그런 의미에서 은 선생님이 수업시간동안 다루었던 PBS NewsHour 대담프로그램과 CNN PRESENTS와 같은 심층프로그램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 한 주가 지나가 버린 뉴스는 읽기도 싫고 듣기도 싫어해서, 중요한 사건도 지나가버리면 또 나올 때까지 내버려 두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면에서 한 달 정도 늦지만, 간추린 중요한 시사를 다루는 그 수업이 아주 요긴했습니다. 그리고, 국내파의 무기이자 생명인 간결하고 정확한 한국어 연습도 같이 해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거의 80:20으로 영어에, 특히 L/C에 더 치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다보니 영어단어로는 익숙하지만, 막상 그것을 한국어로 옮기는 연습을 소홀히 해서 파트너와 스터디 할 때, 그리고 수업시간에도 지적을 많이 받았습니다. 새로운 영어표현이 나올 때마다 그에 해당하는 정확한 한국어 표현을 확실히 찾아서 숙지해나가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장기적으로 볼 때 현명합니다.
 

 
 

[episode #2]
 
 
 
저는 3월에 처음으로 영어사랑학원에 등록을 했습니다. 첫 달에 청취와 실전통역을 수강했는데, 아직도 첫 통역시간의 발표를 생각하면 아찔합니다. 짧은 영어단락을 듣고 그것을 영어로 요약하고, 나머지는 한국어를 영어로 옮기는 수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속도가 결코 빠르지 않은 '영어'였는데도, 막상 내 영어로 요약을 하려니 잘 안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note-taking을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재생 시 아이디어보다는 제가 휘갈겨 놓은 그 단어 몇 개로 말을 짜깁기하는 식 밖에 안되더군요. 결국 적는 것은 그만두고 최대한 영어에서 영어로 옮기는 것은 그대로 옮기려고 하되, 안 되는 것은 아이디어만 전달하려 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문제는 제 영어로 하다 보니, 그 때까지 speaking은 게을리하고 냅다 읽기만 하고 넘어갔던 제 영어의 치부가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문장은 관계대명사로 길어지고, 그러다 보니 늘어지고, 아이디어는 흐려지는 겁니다. 한국어를 영어로 할 때 정말 희한한 영어가 튀어나오고, 한국어 표현에 얽매이거나, 아예 한국어 내용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따라서 이해하지 못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시험 직전까지 계속해서 이 실전통역수업을 들었는데, 제가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2. 영어 공부에서 반복과 암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흔히들 이 공부하는 분들은 시작할 때부터 이미 영어 잘한다 소리를 주위에서 많이 들어오셨을 겁니다. 저도 이 공부를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의 특징은 영어를 이해하면 그걸로 됐다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시사잡지를 사전하나 안 찾고 술술 읽고, NPR COMMENTARY를 무리 없이 듣고 이해하면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막상 말을 하려고 하면 절대 그 수준이 안 나옵니다. R/C와 L/C같은 input과정은 어느 수준에 오르는 것에 대해 많은 분들이 방법론을 적어주시고, 또 그렇게 하면 올릴 수 있지만, speaking과 writing과 같은 output은 좋은 글을 수 없이 반복하고, 통째로 외우고, 필사를 하는 과정이 없이는 향상되기가 힘든 것 같습니다. 통역사 혹은 번역사로서의 판가름은 결국 이 output에서 나는데 말입니다. 제가 작년 시험에서 실패한 요인은 input은 정말 많은데(부산에서 TIME, ECONOMIST를 항상 읽고, NPR, VOA, PBS, CNN를 거의 듣고 살았습니다.) 양은 많은데 질이 문제였습니다. 즉, 치명적으로 output에 대해 너무나 무방비였다는 겁니다. 1차시험에서 떨어졌기에 솔직히 입도 뻥긋할 기회가 없었지만, 설사 운이 좋아 1차, 2차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더라도 제대로 학교수업을 소화할 수 없었을 것 입니다. 기계적으로 읽고 듣는 것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들을 때에 집중을 해서 듣고(전 자기전에 틀어놓고 자면 어떻게 도움이 되겠지 하는 심정으로 그냥 '틀어만' 놓고 잔적도 많습니다), 듣고 나면 파트너에게든 혼자서든 재생을 해보고(혼자서는 정말 한번도 안 했습니다), 안 들리면 또 듣고(안 들리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 넘어가서 그 다음에 또 안 들렸습니다.), 방송대본과 확인하고(NPR은 돈 주고 사야 해서. 그냥 말았죠) 넘어가야 하는데, 보시다시피 괄호 속에서 보시듯이 청개구리처럼 안하고 넘어가기만 했으니, 저는 완전 실패의 正道를 가고 있던 것입니다. 읽기도 능동적으로 해야 합니다. 기사 하나를 소화했다라고 할 수 있으려면 적어도 주제, 핵심표현, 영어로의 요약 재생은 가능해야 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 같은 경우, 올해에는 정독을 하고, 들은 내용을 바로 output이 되게 하는 데 역점을 뒀습니다. 양에는 집착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실전통역 수업시간에 했던 한영 자료들(치킨 숩, 인터뷰, 연설문)은 수업 전 달달 암기를 하고 수업시간에 제가 발표를 하게 되면 최대한 그 표현들을 쓰려 했고, 다른 분이 하시면 좋은 표현은 노트를 하면서, 제 것과 비교를 해보기도 했습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좋은 표현을 아는 것과 쓰는 것은 다른 차원입니다. 그 사이의 격차를 줄이는 방법은 숙달훈련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수업 및 스터디 활용]
 
 
 
3월부터 실전통역은 10월까지 계속 들었고, 실전청취는 그 중 2개월인가를 빼고는 계속 들은 것 같고, 번역은 1달, 실전 모의고사는 2달 수강했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의 최고 장점은 발표 기회가 비교적 많고(시험 직전에는 아니지만), 그에 따른 critique이 철저하다는 것입니다. 물론 발표 한 번 하지 않으시고 합격하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저 같은 경우, 평상시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말할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매 수업시간이 정말 소중했습니다. Performance가 지금도 시원찮지만, 3월에 비하면 제가 봐도 발표력이 는 것이 확실합니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흐르는 긴장감이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이 실전에서 크나큰 힘이 됐습니다. 그리고 영어 대 한국어 표현에서 항상 깔끔하게 답을 내려주시는 덕분에 정말 저에겐 편했습니다. ^^: 열심히 받아 적고 외우기만 하면 됐으니깐요. 실전 청취교재는 처음에는 다 외우다시피 했지만, 시험직전에 가서는 주요 표현, 어구만 암기했습니다. 실전 통역 시간자료의 경우, 막상 수업시간 때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중압감으로 다가왔지만, 시험직전에 가서는, 반복되는 표현도 있고, 자꾸 외우다 보니 속도도 어느 정도 붙어서 연설문을 통째로 외우는 것도 힘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수업시간마다 느끼고 또 지적 받았던 것은 속도였습니다. 순서도 별로 안 바뀌고 나오기는 나오는데, 그 속도가 거의 영작을 하는 수준이거나, 글짓기를 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영어도 심각했지만, 한국어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한글뉴스 shadowing도 하고, 한글 신문 사설은 거의 소리 내서 읽어 봤습니다. 자연히 학원의 "정독실"이나 "찍찍이실"보다는 "스터디실" 소파에 앉아서 중얼거린 시간이 월등히 많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에 대한 개념을 갖기 위해 항상 stopwatch를 가지고 읽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도 속도 및 그에 따른 flow는 제게 영원한 숙제로 남아있습니다. 스터디는 4월부터 일대일로 한-한, 영-한, 영-영요약, Annie's Mailbox를 거의 매일 했습니다. 한-영은 둘 다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 늦게 시작했습니다. 파트너 언니를 올해 처음 소개로 만나서 한 것이었는데, 제가 몇 번 짼(^^:) 것을 제외하면 정말 성실한 스터디였습니다. 알고 지낸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4월에 처음 만남) 스터디 때 긴장을 하고 할 수 있었고, 과도한 수다나 학원 외 사교시간을 가지지 않은 상태여서, 흐트러지는 것이 훨씬 덜했던 것 같습니다. 주중에는 거의 매일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자료를 찾는 시간도 만만치 않게 들었지만, 그 자료를 선별하고, 또 1:30-2:00분 정도로 기사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많은 기사를 통독하고, 읽기 연습을 하기위해 정독과 음독을 했던 시간이 다 약이 되었습니다. 스터디를 하다 보면 자기 실력에 실망하고, 짜증이 날 때가 많아서 감정 컨트롤을 하기가 어려울 때도 많은 데, 우리 둘은 그 고비를 잘 넘겨서 시험 볼 때까지 서로서로 힘이 되어줄 수 있어서 행운이었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게다가 저는 외대, 언니는 이대를 준비했기 때문에, 서로 터놓고(무슨 말인지 아실 겁니다^^) critique도 할 수 있었고, 의견 교환도 할 수 있었던 점도 있습니다. 또 언니가 에세이를 준비했기 때문에, 그 점에 있어서는 좋은 표현의 구사나 필사연습의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면서 저도 같이 할 수 있게 되었던 점이 제게는 플러스로 작용했습니다. 무엇보다 시험 직전, 다른 2명의 외대-이대 팀과 합류해 4명으로 하루에 2번씩 스터디를 돌리고, 토요일마다 실전처럼 연습하며, 은 선생님 말씀대로 각 분야별 어휘 brainstorming으로 마무리를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업과 스터디에서 중요한 것은 철저한 준비, 그 시간에 100%집중을 하고, 그 이후 복습을 통해 다뤘던 내용을 자기 것으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올해는 정말 수업과 스터디로 점철된 한 해 였지만, 그것을 소화할 수 있었던 힘은 작년에 R/C, L/C에 시간투자를 하면서 최대한 영어에 노출된 것이 바탕이 된 것이라고 봅니다. 순서는 뒤바뀌어도 상관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어떻게든 양과 질이 함께 채워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1차 시험]
 
 
 
(한국어)
 

점수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서 평소 신문을 보면서 한자 독음 읽는 연습을 했고, 사자성어나 속담 같은 것을 봐두었습니다. 쓰지는 못해도 대충 부수 같은 특징들을 기억해 두면 문맥에 따라서 어느 정도 추리가 가능한 것 같았습니다. 한자 독음은 3문제였고,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말 읽기 지문과 문제풀이가 생각했던 것 보다는 만만치 않았습니다. 우리말의 조사의 뉘앙스나, 문맥파악을 하는 능력을 섬세하게 보는 시험인 것 같았습니다. 그러나 국내파라면 어쨌든 영어에 비중을 두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
 

1차 시험에 대해 특별히 준비를 한 것은 없습니다. 타 학원에서 모의고사를 매달 2번씩 봤었고, 은 선생님의 모의고사 수업을 여름에 한달, 그리고 9월(온라인으로)에 수강했습니다. 작년에 떨어진 경험으로 봤을 때 엄청 긴장은 됐지만, 모의고사 점수가 기대보다 잘 나왔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모의고사는 모의고사일 뿐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다 잡으며, 매 시험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어 실제처럼 집중하는 연습의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note-taking을 많이 해보고, 한번은 아예 기억력에만 의존을 해보고, 또 어떤 때에는 커피를 한잔, 어떨 때는 3잔을 마신 후 모의고사를 쳐보는 등 어떨 때 가장 감이 좋은 가를 테스트해보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결국 결론은 어떤 문제 유형이 나와도 집중을 해서 듣고, 빠르게 정확하게 읽는 것 밖엔 방법이 없다고 봅니다. 문제풀이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은, 시중에 나와있는 각종 영어 시험들을 시험 삼아 풀어 보시는 것도 좋지만, 절대 그 시험과는 같지 않으며, 매년 유형이 바뀌는 것 같아서, 이런 방법보다는 시간을 재면서 독해를 하고, pause를 줄여서 몇 개의 장문, 단문의 영어기사를 집중한 상태로 쭉 듣는 연습을 하는 게 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결국 시간을 고려하지 않은 읽기나 듣기, 정확성을 배제한 듣기나 읽기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입니다. 그리고 문제 지문들은 시사 성격(듣기는 평이하나, 문제 푸는 게 까다로웠죠. 특히, 논리적으로 다음에 올 문장 찾는 문제라든가... Reading Part는 6개의 지문, 예를 들면 인터넷 도메인 문제, WTO의 농업보조금문제, hybrid vehicles, 멕시코 기업의 미 시장 진출, 신문매체의 위기...)이 강하므로 특정 주제를 편식하지 않고 골고루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공부를 하면서 시사를 따라가는 것은 그다지 힘든 일이 아니라 봅니다. 특히, L/C 때 다 듣고 돌아와서 다시 보고 찍어야지 하는 생각을 하다가는 R/C 시간이 턱없이 부족합니다. 문제마다 답을 정해 놓고 넘어가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R/C의 경우 저도 끝의 2개 지문은 제대로 읽을 시간이 없어 문제만을 읽고 상식으로 풀었습니다. 언제나 모든 시험이 그렇듯 1차 시험에서는 운도 많이 작용한다고 봅니다. 그러나 비중은 확실히 L/C에 있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결국 이번 시험 같은 경우에, R/C를 다 읽고 푼 사람은 극소수 일 것이고, 결국 제대로 푸는 것은 똑 같은 시간을 주는 L/C에 달려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2차 번역 및 구술 시험)
 

저는 토요일에 필답고사를 치고 일요일 오전에 22명 중 19번째로 구술시험을 봤습니다. 필답고사의 한영, 영한 번역 지문이 너무나 평이했기에, 오히려 한국어에 자신이 없는 저는 당황했습니다. 한 번 쓱 봤더니 한영은 긴 독자투고 정도가 되는 글이었는데, 어려운 표현을 생각하려 하지 말고, 튀지 않게 써나가면 되겠다 싶어서, 전체 60분 시간에서 영한번역의 한글표현에 40분을 투자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 만연체의 문장을 잘 쓰는지라 간결하게 가려고 했습니다. 한영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점은, 평소 쉬운 회화체의 글도 많이 읽어둬야 한다는 것입니다. 난해한 글만 보다가 쉬운 영어로 쓰려고 하면 오히려 잘 써지지 않습니다. 에세이는 한글, 영어 모두 제가 평소에 생각을 했었던 주제라서 신이 나서 썼습니다. 한글 에세이는 "세계화시대의 민족주의의 유용성"을 논하라, 영어에세이는 "한미동맹이 예속적인 관계라는 주장이 있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한 노력에 대한 견해"를 물었습니다. 평소 관련된 책이나 토론에서 들었던 말들을 서두에 쓰니 한 결 시작이 쉬워졌습니다. 항상 시작이 문제니깐요.. 어떤 주제가 나오든 글의 수려함을 보는 게 아니라, 논리 전개력을 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평소 각종 이슈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생각해 놓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막상 필답고사를 치고 나니 팔도 아프고, 머리도 피곤해서, 오히려 구술을 다음 날 보는 것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집기를 하러 학원에 돌아왔지만, 사람도 별로 없고, 배도 고파서 그냥 그 동안 했던 스터디 자료들만 건성으로 훑어보고 신문만 읽다가 일찌감치 집으로 왔습니다. 입을 좀 떼봐야 한다는 생각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당일 아침에 스터디를 하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그날 저녁은 최상의 컨디션이나 만들자라고 다짐했습니다. 그동안 못 봤던 합격 수기들을 모두 읽어보면서 다음날의 면접실 상황을 그려봤습니다. 시험 직전에 영한이 상대적으로 안정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한영이 언제나 두려웠기에 스터디 때 모은 브레인스토밍 자료를 보면서 마음을 안정시켰습니다. eye contact도 그날 듣기가 우선 돼야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우선은 듣기에 집중을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올해의 제 목표가 자신의 단점을 고치는 것 외에도, 남의 말에 휩쓸리지 말자였기 때문에, 1차시험과 2차 필답을 치고도, 시험에 대해 전혀 얘기하지 않으려 했고, 제 페이스를 잃지 않으려 한 것이, 지나고 보니 결정적인 성공요인 이었다고 봅니다. 구술시험전날 약 11시 30분쯤에 잠이 들어서 일요일엔 6시30분에 일어나 뉴스를 보고, 7시30분에 집을 나왔더니, 학교엔 8시쯤 도착을 했습니다. 던킨 커피와 도너츠를 간단히 먹고, 대기실에서 기다리며 바로 앞 번호 대기자와 뒤집기를 몇 번 하고, 또 잠시 혼자서 보다가 또 뒤집기를 해서 입을 풀고 그렇게 몇 번 하니 제 차례가 왔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서는 우선 교수님들께 인사를 드리고 착석 했습니다. 생각보다 가까이 앉아계셨지만, 이상하게도 별로 떨리지 않았습니다. 수업시간에도 그리 떠는 편이 아니라 예상은 했었지만요. 앉자마자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ice breaker를 하나 하겠다 하셔서 전 그게 문제인 줄 알고(^^; 어찌 당황을 했던지 순간..) 놀라서 쳐다보니, 친절하게 또 설명을 해주시는 거에요.. 시험 끝나면 뭘 하고 싶냐고 물으셨는데, 제가 '지금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나가서 여기서 있었던 일들을 다 잊어버릴 때까지 걷고 싶다는 것입니다'라고 했더니, 교수님들께서 다 웃으셨습니다. 이 분위기를 타서 잘 해야지 하고 약간은 자신감이 생기더군요. 임향옥 교수님이 'smell'에 대해서 읽어 줄 테니 이것은 기억해야 한다라고 영어로 말씀하셨어요.. 그래서 "I'll do my best."하고는 고개를 약간 숙이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속도는 빠른 편이 아니었고, 목소리도 또랑또랑하셔서 듣는데도 무리가 없었습니다. 중간에 숫자가 나오긴 했는데, 지나고 나니 5인지 500인지 기억이 안 나서 빼버렸습니다. 내용은 "한 프랑스 회사가 딸기 향에 대한 상표권을 신청해서 상품 홍보에 쓰려고 했지만, 법원은 딸기 향이 모두 같지 않고 여러 가지가 있다는 이유로 기각을 했다. 그리고 이전에도 바닐라, 로즈베리, 레몬향기를 상표권으로 취득하려고 했던 시도가 있었지만 무산되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한 회사가 테니스 공을 홍보하기 위해 갓 자른 잔디 향기를 상표권으로 신청한 것은 인정된 바 있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긴 내용이 아니었고, 평소 속도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듣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또박또박 아이컨택트를 해가며 정말 '아이디어'만을 전달하려 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도 제가 말한 문장이 몇 개 안되었을 정도로 읽어주신 것보다 짧게 끝났고, 덧붙일 내용이 생각났지만, 입을 꾹 다물어 버렸습니다. 발표날 때까지 말 못한 게 생각나 괴로웠는데, 오히려 안 한 것이 나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말하는 도중에 교수님들을 보자 몇 분이 고개를 끄덕이셔서 힘을 얻고 계속 했습니다. 곧 바로 한영은 남자 교수님이 읽어 주셨는데, 이것도 시작하기 전에 "자동 통역기계라고 들어보셨죠?" 하시며 "그것에 관한 겁니다." 하고 읽어주셨어요. 길이는 정말 짧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용은 "기계가 조만간 상용화될 예정인데, 실시간으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통역이 가능하다. 이전 기계는 인식력이 떨어지고 분야도 한정되어 있던 것과는 달리 이번 것은 다르다. 그래서 언어장벽을 해소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주제는 생소했지만, 최대한 틀리지 않고 가자라고 맘먹고 입을 뗐습니다. "An automatic interpreting machine.."하고 시작은 했는데, 교수님이 읽어주시다가, 상용화됐다고 읽었다가, 될 예정인데... 라고 정정해서 읽어 주신 것을 그대로^^; 똑같이 상용화되었다라고 말하고 "Oh! Wait a minute."이라고 말하면서 다시 정정하자 임향옥 교수님이 고개를 들어 절 쳐다보시는 겁니다. 헉.. 내가 잘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뻔뻔하게 그대로 갔습니다. 'hit the market', 'commercialized'라는 표현을 번갈아 썼고, 순서도 나오는 대로 마음대로 재구성해서 이야기 했습니다. 좀 느리다 싶으면서도 보면서 이야기를 해서인지 몇 분이 호응을 해주셨습니다. 끝나고 나니 긴장이 확 풀렸고,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뭐라고 얘기하신 것 같은데, 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방을 나왔습니다.^^: 집에 와서 영한 기사를 찾아봤더니 10월30일자 BBC 기사였습니다. 실수가 새록새록 생각나서 괴로웠지만, 할만큼 했다는 생각에 하루하루 발표를 기다렸습니다.
 
 
 
 
 
(마치며..)
 

누가 수기를 몇 장씩 쓴다고 할 땐 무슨 말이 그리 많을까 했는데, 막상 시작을 하고 보니 공부하시는 분들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그 동안의 준비기간을 글로 정리하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모든 시험이 그렇겠지만, 얼마동안 어느 정도만 하면 확실히 된다라는 보장이 없으므로 이 공부가 힘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중요한 것은 아프지만, 실패를 할 때마다 왜 실패를 했는 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는 계속 고쳐지지 않을 것이고, 절름발이 영어를 할 수 밖엔 없습니다. 아직 너무나도 모자라기에 합격수기를 쓰는 것 자체가 부끄럽기도 하지만, 합격의 영광을 안게 되서 너무나 기쁘고, 또 이 시간이 있기까지 영어공부와 또 인생에 대해 너무나 큰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4월부터 시작해서 게으른 저를 자극해주고, 끝까지 스터디를 같이 해 준 우리 스터디 파트너 효섭이 언니, 늦게 만났지만 막바지 스터디의 활력을 더 불어 넣어준 민정이, 현정이 언니께 고맙다는 말 전합니다. 낯선 서울이란 곳에서 따듯하고 친절하게 대해주신 영어사랑학원 직원여러분, 그리고 일일이 열거는 못하지만 같이 수업하며 공부했던 영어사랑 친구들 덕분에 힘이 덜 든 한 해 였습니다. 감사합니다.
 
 
 
 
 
 
 
 김가영
 
 
 
- 시작하면서 -
 
 
 
벌써 2005년 한해도 저물고, 제가 이렇게 편한 마음으로 수기를 쓸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도 하고 기쁩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꿈이 세 가지 있었는데 그 중 통역사가 되는 게 하나의 꿈 이였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그 꿈을 막연히 동경하기만 했지 구체적으로 실천한 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학부 졸업을 하기 전에는 상당히 오랫동안 학원을 알아보고 이게 어떤 공부인지를 탐색하고 다녔고 졸업을 하고 나서 소위 '본격적으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공부를 한 햇수는 한 2년 반정도 됩니다. 하지만 그 2년 남짓한 시간도 공부를 계속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어리석게도 부모님께 딱 1년만 주면 합격을 하겠노라고 약속을 하고 시작하였기 때문에 작년에 2차에서 떨어지고 나서 아예 공부를 접으려고 했습니다. 저는 제가 영한은 괜찮게 한다는 어마어마한 착각을 하고 있었는데, 작년 2차 영한 인터뷰에서 교수님께서 평이한 글을 읽어주셨을 때 머리가 하얘져서 정말 심하게 더듬거리며 말을 했고 결국 그게 패인이 됐습니다. 불합격 사실을 안 당장은, 제가 부족해서 그렇게 된 거라고는 생각을 못하고 그저 속상하고 슬픈 마음에 공부에 대한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저처럼 잘 자는 애가 거의 한 달을 밤잠 못 이루는 믿지 못할 일도 벌어졌습니다. 그리고 나중에는 "이 길이 내 적성이나 성격에 전혀 맞지 않고 내가 너무 부족하기 때문에 더 이상 공부해선 안 된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취업을 하기로 결정하고 12월, 1월, 2월, 3월을 보냈습니다. 그런데 제가 가고 싶었던 회사는 공채가 벌써 끝난 상태였고, 또 입사를 하려면 다시 여러 가지 시험을 봐야하는 불안한 마음에 1월에 학원 수강을 해놓고도 거의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거의 4개월 남짓 계속 방황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력서를 쓰는데 왜 이렇게 이력이 없는지... 그 동안 공부한 것이 아깝기도 하고, 공부는 하기 싫고 복잡한 마음에 계속 허송 세월만 보냈습니다. 그런데 사실 그게 마냥 시간낭비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렇게 쉬면서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정말 깊이 생각하면서 내린 결론은 "정말 이 공부를 계속 하고 싶고, 내 길은 이 길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저같이 떨어진 사람은 왜 떨어졌는지, 붙은 친구들은 왜 붙었는지를, 그리고 나와의 차이점은 뭘까하고 매일매일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공책에 저의 강점과 약점을 다 적어봤는데 거의 다 부족한 점 일색이었고, 강점은 호기심이 많고 잡식이 많다는 것 정도였습니다. '연금술사'같은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를 달랬고 또 친구들이 옆에서 같이 공부하자고 많이 이끌어주고 북돋아주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봄부터 공부를 쉬엄쉬엄 시작했습니다.
 
 
 
- 작년에는 -
 
 
 
솔직히 뭔가 체계적으로 공부를 했다면 공부방법에 대해 말하기가 쉬울 텐데 저는 사실 재미를 찾아서 공부를 했기 때문에 별로 효율적인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타산지석으로 삼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_-:) 우선, 저는 영화를 정말 좋아했습니다. 할리우드 고전과 BBC 드라마를 좋아했는데, 중고등학교 때는 흥미로 보기 시작해서, 모르는 영어 단어가 하나씩 들리면 아무 메모지에나 대충 적어놓고 사전을 찾아보는 게 저의 취미 생활이었습니다. 대학 때는 공부를 위해 이것조차도 하지 않았지만, 옛날부터 버릇을 들여놓은 것이 알게 모르게 도움이 됐습니다.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같은 영화를 보면 mendacity라는 단어가 계속 나오거든요. 그러면 그런 단어를 하나씩 기억해뒀습니다. 영화 하나 당 한 단어를 외운 꼴이라 상당히 비효율적인데, 그래도 그게 재미있어서 계속 그 습관을 키웠습니다. 아무튼 그러다 보니 잡식이 좀 늘어서 청취할 때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수업 시간에 shock jock 하워드 스턴에 대한 내용이 나온 적이 있었는데, 저는 하워드 스턴의 전기 영화를 이미 본 적이 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더 쉬웠습니다. 또 SAT 문제집을 한 권 풀고 나서 <오만과 편견>같은 드라마를 보면, 정말 안 쓰일 것 같은 SAT단어들이 막 나와서 정말 신기해 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NPR 의 quiz show인 Wait Wait... Don't Tell Me!, 아리랑 TV Contenders도 보고 들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흥미거리는 공부를 하는데 재미를 더해줄 뿐 거기에서 그치는 것 같습니다. 잘 하시는 분들을 보면 다들 학원수업을 잘 듣고 복습을 잘하는 분들이셨습니다.
 

저도 작년에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열의만 앞서고 여유가 없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집은 시중에 나온 것은 거의 다 풀었던 것 같은데 독해나 번역 공부를 소홀히 했습니다. 청취를 오히려 많이 했는데 게으른 성격 탓인 것 같습니다. 60 Minutes, 20/20, Meet the Press, NBC Nightly News는 거의 다 보았고 transcript를 찾아볼 생각도 안 했습니다. 거의 다 들린다고 착각했기 때문에 모르면 모르는 대로 넘어가고 보는 데 의의를 두었는데 그 영어가 제 영어가 되진 않았습니다. 그래도 그냥 그렇게 계속 하는 게 좋았기 때문에 그만 둘 수 없었습니다. 한영, 영한 스터디도 많이 했습니다. 또 관사, 전치사는 괄호를 뚫어서 푸는 공부(일명 뻥뻥이)를 했는데 그렇게 정리한 공책만 두 권이 됐습니다. 그 외에 단어나 중요한 표현을 정리한 공책은 거의 10권도 넘는데 다시 들춰 보는 게 참 어렵습니다. 모르는 단어는 수학 공식처럼 그 때 그 때 외워야지 정리에 신경을 쓰면 허투루 배우는 게 됩니다.
 

시험 때는 컨디션 조절에 실패해서 독감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거의 한 달간 앓고 면접시험 보러 들어갈 때는 입술까지 터져서 인상이 안 좋았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상하게 제가 해외파도 아닌데, 영어가 들리는데 우리말이 안 나와 답답한 상황이 계속되었습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을 너무 늦게 깨달았습니다.
 
 
 
- 올해는 -
 
 
 
스터디를 대폭 줄여서 초반에는 거의 안 했고 특히 한영 스터디는 거의 신경을 안 썼는데 제게는 그게 약이 된 것 같습니다. 이미 수업시간에 한영을 충분히 하고 있고, 스터디를 한다고 느는 게 아니란 걸 알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독해와 복습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작년엔 문장 구역을 안 했는데 올해는 문장 구역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RRS로 New York Times 기사도 매일 훑어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다른 건 안 해도 한국어 신문을 매일 한시간 이상 읽었습니다. 큰소리로 읽고 녹음도 해보고 좋은 표현도 눈여겨봤습니다. 그리고 생활 패턴을 단순화시켰습니다. 작년에는 모든 환경에 영어가 들리도록 가능한 한 많이 영어에 제 자신을 노출시키려고 했는데 올해는 이미 작년처럼 열심히 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또 지치지 않으려고 일부로 저녁 8시, 9시 이후에 수업이 없으면 집에서 푹 쉬었습니다. 잠도 정말 많이 잤고 마음을 편하게 가지려고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하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제가 많이 초조해 했다고 말합니다. 마음 다스리는 게 쉽지 않은 것 같아요.)
 

한영에서는 꼭 좋은 표현, 멋있는 표현을 고집하는 파트너들이 있는데, 저는 통역은 그런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작년에는 저도 좋은 표현, 멋있는 표현을 많이 쓰려고 했는데, 이제 중요한 건 그 내용을 바로 전해서 쉽게 이해시키는게 먼저라는 생각입니다. 쉬운 영어를 많이 접하고 말하는 연습을 하세요. 그리고 제일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입니다. 남과 비교하면 자신의 중심을 잃어버립니다. 남이 부족한 점 보다 자신이 무엇이 부족하고 필요한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통대 교수님 중에서도 이번 1차 시험은 너무 어려워서 변별력이 떨어졌다고 하시는 분이 계실 만큼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다고 하더라도 1차 시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푸는 겁니다. 평소에 잘하는 사람들도 당황해서 중간에 포기했다고 하는데 찍을 때 찍더라도 절대로 포기하면 안됩니다. 포기한 순간 지는 겁니다. 그리고 출제자의 의도를 파악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듣기에서 레스토랑에 관한 문제가 나왔을 때 마지막 문장이 한 사람만 와인을 시키고 나머지는 물을 시켰는데 그 뒤에 이어지는 말이 뭔지를 맞춰야 했습니다. 의도가 뭐였을까 고민을 하면 답은 쉽게 나옵니다. 답은 웨이터가 우리를 인색(cheap)한 사람들로 봤을 것이었다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fill in the blank 문제는 자신이 있었는데 문장 순서나 끼워 넣기는 한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전략을 짜서 fill in the blank 는 풀고, 끼워 넣기 문제는 찍는 식으로 답안을 작성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독해를 빨리 읽는 연습을 한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일 초시계로 이코노미스트 파란박스 한 지문 당 3분 정도 잡고 읽고 요약해서 말하는 식으로 연습했는데, 빨리 읽고 한 문장으로 주제를 말하는 연습도 좋습니다. 나중에 속도가 붙으면 2분대로, 또 할 수 있으면 1분대로 줄여나가는 연습을 하세요.
 

또 중요한 건 합격발표가 날 때까지 마음을 놓지 않는 겁니다. 저는 작년에 1차에서 되고 나서 2차도 될 줄 알고 너무 흥분해서 막판에 집중을 못하고 무너졌던 기억이 사무쳐서 이번엔 절대로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을 했습니다. 그리고 세심한 것 하나하나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우황청심환도 미리 챙겨먹고 독감주사도 맞고 작년에는 옷도 그냥 대충 입었는데 이번엔 인상을 남기고 싶어서 평소보다 약간 튀는 옷을 입고 갔습니다. 또 좋은 인상을 주려고 계속 웃었는데 이게 참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웃는 게 긴장이 돼서 생각보다 정말 어렵습니다. 그래서 다들 대기실에서 공부를 하는데 저는 4시간 넘게 화장실을 들락날락하면서 웃는 연습을 했습니다. 스스로 민망했지만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제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면접 때 다들 서두에 앞으로의 계획이나 간단한 소개 등을 물어보신다고 해서 내내 대답을 생각하고 외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면접을 하러 들어간 순간 바로 영한을 시작을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당황하고 있던 찰나에 외국인 교수님이 Your number is...? 하고 서류를 넘기셨습니다. 제 번호가 444였거든요. 그래서 이때다 싶어 '444를 받고 거의 충격이었다. 서양의 666 아닌가, 하지만 드문 숫자이기에 행운의 숫자라고 생각한다'고 농담을 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들이 웃으셨고 저도 제 페이스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임향옥 교수님이 작년에 영한을 불러주셔서 이번엔 다른 분이 불러주시길 바랬는데 임 교수님께서 불러주셔서 조금 놀라긴 했습니다. 영한은 이라크 포로수용소 문제에 대해 부시 대통령께 고하는 글이었고, 한영은 카풀제도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주제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 쉬웠기 때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친구가 교수님들이 학생들의 당당한 모습을 좋게 보실 거라고 미리 이야기를 해줘서 저도 빠르게 이야기하면서도 당당하게 말하려고 했습니다. 끝날 때 곽중철 교수님께서 '잘했어요'라고 해주셔서 인사를 드리고 나왔습니다.
 
 
 
- 맺으면서 -
 
 
 
올해 정말 많은 일들이 있어서 공부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9월에는 어머니께서 다리 수술을 받으셔서 제가 병원에 계속 있어야 했습니다. 공부할 시간이 많을 때는 공부를 안 하다가 공부를 할 시간이 없으니까 속상했습니다. 그런데 학원 수업을 받으러 잠깐 간 사이에 엄마가 절 필요하다고 하셔서 전화하셨을 때는 마음이 아파서 울기도 했습니다. 또 음주운전 차량이 추돌 사고를 내고 도주를 해서 그 운전자를 잡으려고 비 오는 날 뛰어다닌 기억도 있습니다. 그래서 "올해도 내게 운이 안 따라주는 걸까"하고 불안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음 속 깊이 "이렇게 간절히 원하는 데 될 것이다"라는 믿음이 있었는지, 운 좋게 합격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이렇게 부족한데 만약 작년에 되었더라면 제 자신에게 실망도 컸을 것이고 또 공부하면서 회의를 품었을 것 같습니다. 올해는 담담하게 기쁠 수 있어서 더 좋습니다.
 

합격을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고 이제부터 고생 길이 열린 것이라고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올해 안 되신 분들 너무 낙심하지 마세요.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마음을 다져서 꼭 힘을 내시길 바랍니다. 내년엔 정말 좋은 소식이 있을 거예요. 은천성 선생님, 가르쳐 주시고 격려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의 크리틱과 알찬 강의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건강 꼭 유의하시면서 지금처럼 강의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작년 나와 함께 동고동락했던 하나, 올해 정말 큰 힘이 되어준 지연이, 문정 언니 고마워요. 언니한테 많이 배웠어요. 그리고 파트너로서 많이 도와주고 맛있는 것도 많이 사준 원희^^ 진주, 두연이 모두 모두 고맙다. Godspeed to all of you!
 
 
 
 
 
 
 
 신혜정
 
 
 
[배경]
 

공부하는 내내 합격수기를 쓰는 제 모습을 그려보긴 했었지만, 막상 도움이 될 수 있는 수기를 쓰자고 컴퓨터 앞에 앉으니 쉽지가 않네요. 먼저 저의 간단한 배경을 알려 드리자면, 전 올해가 세 번째 도전인 이른바 국내파 삼수생이었습니다. 영문도 모르고 입학해, 영문도 모르고 졸업한 영문과 출신이기에 처음 시작 당시 실력은 일반적인 영문과 졸업생 평균에 못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소 애니매이션과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서 꾸준히 영화 속 대사를 공부했고, 영어소설을 꾸준히 읽었습니다.
 

첫 해인 2003년도에는 회사를 그만두고 올인을 했습니다. 물론 미끄러졌구요. 작년과 올해는 은행에서 번역사로 일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작년 시험에서 낙방하고 난 뒤에는 "이 길이 내 길이 아니다"라고 포기했습니다. 적잖은 나이인데다, 또 힘들게 고생했던 만큼 실망감과 괴로움도 컸던 것 같습니다. 올 해 7월까지는 그냥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서 공부한다는 마음으로 가끔 학원을 나왔습니다. 그러나, 8월이 되어 시험이 가까워오니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마지막으로 도전해보자는 욕심이 들어 올 해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직장과 시험준비 병행]
 

힘들 때마다, 직장을 다니면서 합격하신 분들의 수기를 읽으며 많은 위안을 얻었기에 저도 도움이 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일단 어느 정도의 기본이 있는 상태에서는 회사를 다니면서 준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하루 종일 공부하시는 분들과 자꾸 비교하면서 불안해 지기도 합니다만, 그럴 때마다 실전에서 경험을 통해 더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제 자신을 위로했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모르게 욕심을 버리는 훈련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나름대로 편해지더군요.
 

직장인 수험생은 자투리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출퇴근 시간에 주로 독해를 했습니다. 작년에는 차로 출퇴근을 했기 때문에 예전 수업자료를 반복해서 들으며 쉐도잉을 했고, 올 해는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했기에 영어원서나 이코노미스트를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생활과 공부를 병행하시는 분들은 특히 건강에 유의하시라고 당부 드립니다. 전 경기도민 입니다. 회사는 서울 시내에 위치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루 출퇴근만으로도 4-5시간을 소비해야 했습니다. 회사가 끝나면 다시 강남의 학원으로 와서 수업을 들어야 했기 때문에 하루에 길거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게는 6시간까지 들었습니다. 출퇴근의 고통을 아시는 분들은 버스를 타고 왔다 갔다 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이해하실 겁니다. 또, 스트레스를, 먹는 것으로 푸는 아주 안 좋은 습관이 있어서 장 기능이 많이 상했구요. 설상가상으로 운동 혐오증이 있기에 올 해 몸 상태가 나빠진 것도 당연한 결과라고 봅니다. 힘드셔도 규칙적인 운동과 올바른 식습관을 유지하시기 바랍니다.
 
 
 
[임계질량]
 

수업시간마다 자주 은천성 선생님이 "서두르지 마라. 임계질량에 이르면 들어가기 싫어도 자연스레 합격할 수 있다"라고 말씀하십니다. 맞는 말씀이십니다. 제가 감히 훌륭한 통역사의 임계질량에 이르렀다고는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이 숙제는 앞으로 제가 평생동안 열심히 노력해도 이룰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통역대학원 입학자 수준의 임계질량에는 이른 것 같습니다. 수업을 많이 듣는다고, 스터디를 많이 한다고 임계질량에 빨리 도달할 수는 없습니다. 설사 운이 좋아 임계질량이 부족한데도 합격할 수 있겠지만, 이런 경우는 본인도 학교도 오히려 손해를 볼 것 같습니다. 正道는 임계질량이 쌓일 때까지 혼자 부단히 듣고 읽고 말하고 쓰는 연습을 해서 임계질량이 찼을 때 입학하는 것입니다. 학교 입학이 끝이 아니라 대학원에서, 그리고 더 나아가 시장에서 끝없이 치열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터디는 한한과 영영을 중심으로 하시고, 자기만의 흔들리지 않는 한국어와 영어가 쌓인 뒤에 뒤집기 스터디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 이전의 뒤집기는 서로의 시간 낭비일 뿐입니다. 제 경우도 올 해 뒤집기 스터디는 9월부터 시작했습니다.
 
 
 
[L/C]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열심히 한 부분이 L/C 입니다. 은 선생님께서 듣지 못하면 말하지 못한다고 항상 강조하시는데,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대학 선배가 졸업과 동시에 통대에 입학했는데, 해외 한 번 나갔다 오지 않았는데도 발음과 속도, 표현이 모두 훌륭해서 외국인 교수가 미국 어디서 공부했냐고 물어볼 정도였습니다. 그 선배에게 비법을 물으니 방학 때마다 AFKN을 하루에 5시간 이상씩 봤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Sesame Street, General Hospital 등을 열심히 본 기억이 있습니다.
 

이 공부를 시작하면서 첫 해에는 박영훈 선생님 자료와 은 선생님 자료를 모두 외웠습니다. 박 선생님이 알려 주신 방법인데 그냥 무작정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일단 제가 기억할 수 있는 길이까지만 들어보고 한국말로 서투르나마 통역을 하는 겁니다. 물론 처음에는 주어, 동사가 뭐였는지 하나도 기억이 안 납니다. 그러나 계속 하다 보면 조금씩 메모리 스팬이 늘어납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통역이 안되거나 기억이 안 날 때, 그냥 transcript를 보면 안 된다는 겁니다. 그러면 자꾸 transcript에 의존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듣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습니다. 반드시 3-4번 이상 반복해서 들어보고, 안 들리는 단어나 구문을 파악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있어야 합니다. 안 들리는 이유가 단어를 몰라서 일 수도 있고, 구문이 낯설어 일 수도 있으며, 또는 아는 표현인데 발음을 잘못 알고 있어서 일 수도 있습니다. 그 이유를 파악해서 고쳐나가는 과정이 L/C 향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뒤에는 전체 문장을 다시 쉐도잉 한 뒤, 반복해서 외웠습니다. 물론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처음에는 한 페이지 복습하는 데에만 7-8시간이 걸렸으니까요. 점점 시간이 단축됩니다. 첫 해에는 모든 수업의 복습을 위와 같은 방법으로 했습니다. 그랬기에 전체 공부시간의 70% 이상을 L/C에 쏟아 부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역으로 말하면, 다른 부분의 공부양은 많이 부족했다는 거지요. 작년과 올해는 상대적으로 L/C의 비중을 크게 두지 않았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 시간에 입으로 중요 표현을 따라 외우는 것이 복습의 전부였습니다. 감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한 마음에 잠잘 때는 항상 CNN이나 AFN을 틀어두고 잤습니다. 잠들기 직전까지, 또 눈을 뜨자마자 뉴스를 들을 수 있었는데 가끔은 잠을 자면서 그 시각 뉴스에 나오는 내용을 꿈으로 꾼 적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귀가 항상 소음(?)에 노출되어 있다 보니 청력이 점점 나빠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뉴스가 듣기 지겨울 때는 오프라 윈프리쇼, 닥터 필, 저지 주디 등을 녹화해서 보기도 했습니다.
 
 
 
[R/C]
 

시작 당시 기본적으로 약했고, 첫 해에 많이 소홀했습니다. 따라서, 작년과 올해에 중점을 둔 부분입니다. 회사 때문에 주말과 출퇴근 시간을 이용했는데, 작년에는 정독만 했습니다. 첫 해 떨어지고 자숙의 시간을 가지면서 제 자신의 SWOT(Strength, Weakness, Opportunity, Threat)분석을 한 결과, 독해가 많이 떨어지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괜히 남들이 초시계로 시간 재면서 빨리 읽기 연습을 하는 것을 보고 저도 덩달아 빨리 읽기 연습만 한 것이 패인이었습니다. 그야말로 눈으로만 휙 읽고 말기를 반복한 꼴이었습니다. 해서 시간에 연연하지 않고 하나를 읽더라도 정확히 깊이 읽는 연습을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cover to cover는 상상할 수도 없었고 욕심도 부리지 않았습니다. 주중에는 출퇴근 시간에 이코노미스트나 뉴욕타임즈의 사설 등을 정독했습니다. 주말에는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독해만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 블루박스 기사나 뒤쪽의 과학, 서평 부분을 중심으로 꼼꼼하게 분석해가며 읽었습니다. 가끔 도서관에 비치된 Time지나 Newsweek지중 재미있어 보이는 내용을 복사해서 정독하기도 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 꾸준히 정독을 하니, 독해 능력이 조금씩 향상되는 것이 느껴져 뿌듯했습니다만, 시험을 떨어지고 나니 허무하기 그지없더군요. 좌절감과 허무함에 괴로운 시기를 지나, "그냥 재미로 영어실력 향상을 위해 영어공부는 계속하자"라는 마음으로 공부의 끈은 놓지 않았습니다. 올 해 상반기에는 시험 볼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으로 평소에 보고 싶었던 원서를 출퇴근 시간이나 주말에 틈틈이 읽었습니다. 시험을 보겠다고 마음을 먹고 나서는 이코노미스트를 대의 중심으로 속독했습니다.
 
 
 
[Speaking]
 

말하기는 억지로 하려고 해서 느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일상회화 수준이 아닌 통역 수준의 말하기를 위해서는 듣기와 읽기를 꾸준히 해서 자기만의 표현이 어느 정도 쌓였을 때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첫 해와 작년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올 해는 자신감 있게 말할 수준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문법이 크게 깨지지 않는 선에서 어떤 내용이든 전달할 수는 있는 수준은 된 것 같습니다. 올 해 상반기, 시험준비를 하지는 않았지만 장홍석 선생님의 토요 시사 토론반을 들었습니다. 시사 토론반은 그 날 다룬 표현으로 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수업시간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습니다. 또한, 주제에 대한 에세이를 써서 미리 제출하면 선생님께서 첨삭해 주시며 수업 마지막 부분에는 주제에 대한 난상토론을 벌입니다. 이 수업을 함께 듣던 어린 외고생들의 쉬운 영어표현을 보며 많이 배웠습니다. 괜히 어려운 표현을 외우는데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빨리 내용을 전달할 수 있는 쉽고 명확한 표현을 확실하게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Writing]
 

쓰기는 회사에서 번역업무를 했기 때문에 별도로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이것 역시 평상시에 L/C와 R/C를 할 때 좋은 표현들을 꾸준히 외워서 많이 써보는 수 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쓰기도 말하기와 마찬가지로 깔끔한 문체 중심으로 외우고 쓰기를 반복해야 합니다. 원어민들은 대체적으로 어려운 표현을 싫어합니다. 적재적소의 표현이 중요합니다. 회사에서 번역을 할 때도 "이것이 다 공부다"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행 비서팀 소속이다 보니 행장님의 연설문이나 경제보고서를 번역할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때마다 그 동안의 외웠던 표현들을 써보며 작은 희열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회사의 번역 업무 외에 외국계 기업의 보도자료와 방송국 해외 다큐멘터리 영상번역 아르바이트도 꾸준히 했습니다. 주로 주중에 일이 들어왔기 때문에 방송국에서 밤을 세우고 다시 회사로 출근해야 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부모님은 무슨 돈벼락을 맞겠다고 그 고생을 하냐고 하셨지만, 돈이 목적이 아니라 다양한 경험이 나중에 다 피가 되고 살이 된다고 믿었기 때문에 스스로 자초한 고생이었습니다. 해외 다큐멘타리의 경우에는 그 동안 공부했던 선진국의 정치, 환경, 사회 부문에 대한 내용이 주를 이루어 다시 복습하는 기회여서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즐겁게 일했습니다. 에세이는 장 선생님의 토요 시사토론 시간에 선생님께서 꼼꼼히 첨삭을 해주시기 때문에 따로 준비하지는 않았습니다.
 
 
 
[한국어]
 

한국어는 10월에 KBS 한국어 능력시험 대비 참고서를 하나 구입해서 읽었습니다. 한자는 사자성어와 국어 문법 위주로 틈틈이 공부했지만, 다른 공부에 밀려 열심히 하지 못했습니다. 국내파는 깔끔한 한국어를 구사해야 한다는데, 이 부분은 아직도 갈 길이 멀어서 걱정입니다. 올 해 한국어 시험은 해외파를 의식해서인지 예상보다는 쉽게 출제되었습니다. 한국어도 역시 평상시에 다양한 글을 많이 접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1차 시험]
 

본격적인 1차 시험 준비는 9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은 선생님 문제 풀이반을 9/10월에 듣고, 11월에는 타 학원의 문제 풀이반도 듣고, 또 혼자 여러 문제집을 사서 시간 내에 정확하게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참고로 말씀 드리면 전 올 해 은 선생님의 문제와 타학원의 문제에서 항상 비슷한 점수가 나왔습니다. 시험 점수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어떤 유형의 문제를 풀어도 L/C가 항상 안정적인 점수대를 유지했기에 거기서 위안을 삼았습니다. 10월에는 배수진을 친다는 마음으로 회사를 그만둔 뒤, 주로 혼자서 근처 도서관이나 집에서 준비했습니다. 오전에는 매일 똑 같은 생활패턴을 유지하려 노력했는데,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9시부터 12시까지의 시간대에는 혼자서 다양한 문제를 풀었습니다. SAT, GMAT, TOEFL 등 문제집 5권을 풀었습니다.
 

1차 시험 전날에는 타 학원의 오전 문제 풀이반을 듣고, 바로 집 근처 도서관으로 가서 독해를 좀 했습니다. 집중이 잘 되지 않고 계속 불안한 마음이 들어서, 그냥 도서관 근처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산보를 하며 남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내일이 시험인데..."라며 불안한 마음이 있었지만, 오늘 몇 자 더 본다고 실력이 느는 것도 아니어서, 숙면을 취해 내일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감기기운이 있어서 감기약을 먹고, 10시경에 잠자리에 들었고, 숙면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당일 시험장 교실로 들어가니 스피커 테스트를 위해 어느 시험의 L/C 지문을 계속해서 들려주었는데, 다른 것이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집중해서 그것만 듣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을 30분 남겨두고 제가 손목시계를 차고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당황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하다가 마침 올 해 2달 수업을 들은 타 학원의 모 선생님을 아침에 만난 것이 생각나, 선생님께 손목시계를 빌려서 시험을 치렀습니다. 저와 같은 실수를 하시는 분은 없으시리라 믿습니다. 1교시 국어문제는 청취 문제지를 나눠주지 않고 시험을 시작해서 시험이 끝나고 난 뒤, 다시 청취문제를 푸는 해프닝이 있었습니다. "차분하게 풀자"라고 계속 제 자신을 달랬습니다.
 

전공시험은 시험지를 받자마자 L/C 문제와 R/C 문제를 확인했습니다. 생각보다 R/C 지문이 많지 않아 왠지 불길했습니다만, "1차는 L/C 에서 결정된다"라는 말을 들었기에 일단 L/C 지문을 읽어 두었습니다. 올해 L/C 문제는 속도도 적당했고, 내용면에서도 크게 어려운 부분은 없었습니다. 모든 문제는 '바로 다음에 이어질 문장으로 적합한 것은', 과 'True/False'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다음에 이어질 적합한 문장을 묻는 문제는 문맥의 흐름을 얼마나 잘 이해하며 들었는가를 묻는 것이었고, True/False를 묻는 문제는 얼마나 정확하게 들었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특히, True/False를 찾는 문제는 은 선생님이 내신 듣기 문제와 매우 유사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은 선생님의 듣기 문제를 풀어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은 선생님의 문제는 정말~ 꼼꼼하게 들어야 풀 수 있습니다. 올 해 전공 청취 문제도 띄엄띄엄 들어서는 함정에 빠지기 쉬운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청취를 풀고, R/C 세 번째 지문을 읽고 있는데, 감독관이 "10분 남았습니다" 라고 해서, 그 때부터 마킹을 하는 손이 덜덜 떨릴 정도로 경황이 없었습니다. 정신을 차려야겠다고 마음먹고 남은 지문들을 쭉 보니, 마지막 지문이 가장 만만해 보여서 뒤에서부터 문제를 먼저 읽고 발췌해서 풀기 시작했습니다. 녹록치 않아 보이는 지문 한 개는 시간이 없어서 모두 C로 찍어야 했습니다.
 
 
 
[2차 시험]
 

불안한 마음에 사실 제대로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학원에 나가 스터디 파트너와 뒤집기를 하면서도 집중이 잘 되지 않아서 애를 먹었습니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내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 그냥 CNN과 AFN shadowing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나긴 일주일이 지나 1차 합격을 확인했을 때,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기뻤지만, 한편으론 2차 준비를 좀 더 철저히 하지 못한 것이 후회됐습니다.
 

번역시험은 마지막에 은 선생님의 번역시간에 실전처럼 문제를 풀어본 것이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proofreading을 하면서 수업시간에 했던 실수를 똑같이 한 것을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 앉더군요. 수정하는데 은 선생님의 '거 봐라'하는 표정이 떠올랐습니다.^^ 영한번역은 다들 지문이 너무 쉬워서 공을 많이 들였다고 하는데, 저는 틀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저 평소에 하던 대로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어/영어 에세이 모두 시간에 쫓겨 마음에 들지 않는 수준으로 제출하고 나오니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해서 다음 날 구술시험에서 이를 만회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토요일 스터디 파트너와 1시간 반 정도 뒤집기 스터디를 하는 내내 한영이 잘 나오지 않았습니다. 더 잘해야 한다는 욕심 때문인 것 같아서 그 날 집에 와서는 아무 생각 없이 AFN을 보며 shadowing만 했습니다. Saturday Night Live도 보고, 영화도 보면서 "어차피 오늘 기를 쓰고 해봐야 내 실력은 지금 이 상태에서 변하지 않는다"고 제 자신을 타일렀습니다. "욕심부리지 말자, 어차피 지금 내 실력에서 크게 변할 순 없다"라고. 그렇게 생각하니 한결 마음이 편했습니다.
 

다음 날 오후반 첫 번째 순서였기에 오전 11시 30분 정도부터 스터디 파트너와 뒤집기를 세 번 정도 했습니다. 다만, 저는 스터디 파트너에게 양해를 구해 한영 대신 영영을 했습니다. "어차피 지금 있는 실력으로 할 것이면 flow 라도 살리자"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첫 번째로 불려가 시험장 앞에서 대기하는데, 진행요원이 "교수님들께서 방금 식사를 마치고 오셔서 다들 기분이 좋으세요. 잘하세요"라고 긴장을 풀어주었습니다. 시험장 앞에서 대기하면서 계속 '큰 소리로 당당하게 하자'라고 다짐했습니다. 안에 들어가니 안쪽으로 곽중철 교수님부터 시작해서 한국인교수 4분과 외국인 교수 2분이 계셨습니다. 자리에 앉으면서 "안녕하십니까?" 라고 큰 소리로 인사했습니다. 바로 정면에 임향옥 교수님이 계셔서 순간 긴장됐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ice-breaking question으로, "What would be your positive thought right at this moment?" 라고 뜬 금 없는 질문을 해서 당황했습니다. 딱히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that would be passing the exam"이라고 짧게 말하고 겸연쩍게 웃었습니다. 교수님들도 모두 웃어주셔서 마음을 편하게 가지고 시작했습니다. 시험 보는 내내 곽중철 교수님이 팔짱을 끼고 "어디 한 번 해봐라"하는 표정으로 앉아 계신데다, 임향옥 교수님의 차가운 시선과 마주쳤지만 무시하고 당당하고 큰 소리로 말했습니다.
 

영한은 외국인 여자 교수님이 "Now, I'm going to talk about dead people enjoying music" 이라고 해서 깜짝 놀랐습니다. 놀란 눈으로 "Excuse me, you mean dead people?" 이라고 물었더니, 교수님이 너무나 정확한 "f" 발음으로 "deaf people"이라고 (^^;;) 천천히 말해 주셔서 민망했습니다. 그 뒤 아마 제가 잘 못 듣는다고 판단하셔서인지 교수님이 늘어난 테이프 마냥 느리게 읽어 주셨습니다. "청각 장애인은 지금까지는 음악을 즐길 수 없었지만, 진동을 통해 소리를 전달하는 스피커가 개발됨에 따라 이제 가능해 졌다. 이 기술은 청각 장애아의 음악시간에도 쓰여질 수 있을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베토벤의 경우에도 청각 장애를 극복하고 훌륭한 음악을 만들어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귀머거리'만 생각나고 '청각 장애인'이라는 말이 생각나지 않아서 '소리를 듣지 못하는 사람들'로 계속 돌아갔습니다. 마지막 문장의 연결 구조가 기억이 나지 않아 대충 얼버무려 몹시 괴로웠습니다.
 

한영은 젊은 남자 교수님이 "얼마 전 근처 공공기관을 방문했는데, 장애인전용 주차 구역에 일반인들이 주차를 해두어 정작 장애인은 멀리 떨어진 곳에 주차를 해야 했다. 얼마 전 백화점에서도 한 가정주부가 어차피 비어있는 자리인데 좀 주차하면 어떠냐고 우기다가 벌금 부과 얘기를 듣고서야 다른 곳으로 옮기더라. 서양에서는 장애인 전용 구역에 주차하는 사람은 몰상식한 사람으로 여기며, 엄격하게 벌금과 차량견인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를 본받아야 한다." 대략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표현에서 욕심을 부릴 수도 없었고, 그럴 여유도 없었기에 장애인 전용 주차 구역은 "parking lot designated for the disabled"로, 우기는 가정주부 이야기는 "She argued that the place is always empty anyway, so why bother?"로 그냥 돌아갔습니다. 영한/한영 모두 내용 전달은 90% 정도 했습니다만, 마지막 문장을 얼버무린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보통 구술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올 때 드는 느낌이 정확하다고 하는데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가 봅니다. 전 나오면서 너무나 불안했기 때문입니다. 합격을 한 것을 보면, 떨지 않고 큰 목소리로 pause 없이 말해나간 것에 점수를 주신 것 같습니다.
 
 
 
[끝으로]
 

첫해와 작년, 그리고 올해를 비교해 볼 때 가장 큰 차이는 욕심을 버렸다는 점입니다. 욕심을 버리니 마음이 편해지고, 평상시에도 부담감 없이 꾸준히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또 시험장에서도 편안하게 시험을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끝으로 L/C와 꾸준한 영어공부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신 은천성 선생님, 장홍석 선생님, 그리고 박영훈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항상 가족처럼 도와주신 영어사랑학원의 사무장님, 실장님, 옥 주임님, 수정씨에게도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올해 뒤늦게 만나 같이 고생한 소희, 지연, 은진 언니, 그리고 매 시험 때마다 힘이 돼주고, 흔들릴 때 끝까지 시험 보라며 용기도 주고, 마음 편히 볼 수 있도록 도와준 ex-스터디 파트너 혜선이, 정화, 혜진이, 모두 정말 고맙습니다. 같이 2차 준비를 한 광섭씨에게도 정말 감사 드려요. 합격하고 난 뒤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두 명의 현정이, 선미, 예원, 은지, 영관, 혜성, 진희, 정희 모두 고마워. 무엇보다 끝까지 믿어주시고 도전할 수 있도록 용기를 주신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최지아 
 
 
 
1. 한국외대 1차, 2차 시험 분석
 

1교시인 한국어 시험은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문이 처음으로 나왔고, 대담 형식의 지문도 있었는데, 기계고장 때문에 우선 독해문제를 먼저 풀고 청해 문제는 끝나기 전에 다시 한번 들려줬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번 듣게 돼서 더 좋았습니다. 두 번 들려주지 않기 때문에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이나 숫자, 내용을 메모해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한자, 사자성어, 맞춤법, 높임말 등 문제 유형은 고루 분포해 있는 편이고, 한자 문제의 난이도는 그다지 높지 않습니다. 평소에 한자를 많이 접해보지 않았던 사람들도 시험 전에 한자관련 교재를 사서 외우면 고생하지 않고 풀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높임말 문제는 손윗사람에게 자신보다 윗배의 사람에 대해서 언급하는 상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저는 시험보기 한달 전쯤에 KBS에서 보는 한국어시험 문제집을 하나 사서 공부했는데,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그 문제집 자체에 답을 틀리게 표기한 부분이 많아서 고생했습니다. 한국어 맞춤법은 한국인이라고 해도 아리송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공부해 두기를 권합니다.
 

2교시인 전공영어 시험은 지금 생각해도 식은땀이 흐릅니다. 듣기 문제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고, 발음도 빠르지 않고 듣기 편했습니다. 전년도 시험문제와 다른 부분으로 '이 다음에 올 문장으로 적합한 것은 무엇인가'라는 새로운 유형의 문제가 여러 번 나왔는데, 이해력을 테스트하기 위한 것 같았습니다. 관건은 독해였습니다. 지문의 난이도가 높았고, 내용도 매우 길었으며, 지문을 보지 않고 풀 수 있는 문법 문제나 괄호 채우기 문제가 거의 없었습니다. 지문을 몇 번이나 보면서 풀어야 하는 주제; 제목 찾기, 순서 맞추기 등이 대부분이었는데, 문제 자체의 난이도도 높았습니다. 나중에 같이 시험 본 사람들 가운데서 "첫째 지문(하이브리드 자동차에 대한 지문)을 건드리지 않고 넘어간 것이 현명했다, 아니다"라는 의견이 있었는데 저는 풀고 넘어갔습니다. 시험 감독관이 '10분 남았습니다'라고 말씀하셨을 때는 눈앞이 아득해졌습니다. 10분 남았는데 10문제 가량 남아 있었습니다. 5분 가량은 마킹하는 시간으로 남겨둬야 하기 때문에, 30초씩 시간을 배분하면서 가능한 문제를 끝까지 풀려고 노력했습니다. 문제를 빨리 풀려고 서두르니까 지문도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손이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지막에는 아무리 봐도 2분 이상 걸릴 것 같은 2문제를 버려야 했습니다.
 

토, 일요일은 집에서 쉬고, 월요일부터는 마음을 잡으려고 노력하면서 학원에 계속 나가고, 스터디 파트너와 매일 뒤집기를 했습니다. 붙었다는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불안하고 초조했지만, 학원에서 만나는 다른 분들도 모두 같은 마음이었기 때문에 조금 위안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전에 읽지 못했던 시사잡지를 읽고, 신문 사설은 스크랩해서 혼자 뒤집기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 전날까지 뉴욕타임즈 사설을 A4 한 장 분량으로 매일 한 장씩 필사했습니다. 금요일, 12시가 다 되어서야 합격자 명단이 떴습니다.
 

2차 시험은 번역 시험, 에세이 시험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번역 시험은 작년과는 상당히 다른 느낌으로, 영한 번역은: "프랑스는 미국과 다른 정치적 성향의 선두주자처럼 인식되고 있다. 프랑스 문화는 세계 각지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예술과 식문화의 우수함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한편 프랑스에는 문제점도 많은데 외국인이 프랑스 실태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몇 가지 상징만으로 미루어 프랑스를 판단하는 경향이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한영 번역은 수필 형식으로: "미국에 처음 왔을 때 가장 힘든 것은 파티에서 사람들의 대화를 따라가는 것이었다. 뉴스보다도 드라마나 토크쇼를 이해하기가 더 힘들다. 미국에 산 지 오래 되었지만 지금도 신문에서 모르는 단어를 자주 발견한다. 새로운 뉴스가 나올 때마다 새로운 단어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최근 알고있던 대기업의 인사 담당자에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영어를 잘하겠지?'라고 물었더니, 'Oh, my God'이나 'Oops'같은 말은 유창하게 하지만 막상 실제 컨텐츠는 부족하다'라는 대답이었다. 영어를 오래 공부한 나도, 결국은 형식보다는 컨텐츠가 더 중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한국의 나아갈 방향과 민족주의에 대한 것이었고, 영어 에세이는 미국과 한국의 외교관계에서 대등한 관계의 중요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제가 덤벙대는 경향이 있어 잔 실수를 많이 하기 때문에, 영어 에세이는 길이를 짧게 하고 몇 번씩 검토를 했습니다.
 

번역 시험이 끝난 후 인문관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에세이 시험이 끝난 후 시험번호 1-131번인 수험생은 애경홀로 가서 구술시험을 쳤습니다. 2시 20분쯤 들어갔는데, 들어간 순간부터 애경홀 밖으로는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서 가도 되고, 애경홀 앞의 카페테리아에서 팔기도 합니다. 저는 시험번호가 54번으로 중간 정도였는데, 2시간 이상 기다렸습니다. 작년에도 느꼈지만, 이 기다리는 시간이 피를 말리는 시간입니다. 계속해서 방송으로 다음학생의 이름을 호명하기 때문에 공부에 집중하기도 힘듭니다. 오랫동안 기다리다 보면 진이 빠져서 지치기 때문에, 체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작년 2차 시험을 볼 때 하필이면 일요일 오전시간의 마지막 차례여서, 4시간 이상 기다리고 나서 지칠 대로 지친 상태로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교수님들도 4시간동안 면접을 하느라 지친 기색이 역력하셨고 분위기도 싸늘했습니다. 어물거리자 한 분이 매서운 눈길로 쳐다보시는 바람에 말이 막혀서 버벅거리고 마무리도 제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올해는 비교적 전반부에 들어간 때문인지 분위기도 우호적이었습니다. 작년과 다르게 들어가자마자 외국인 교수님께서 ice-breaking용으로 쉬는 때는 뭘 하는지 간단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영한은 여자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가나의 초콜릿 산업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코코아 열매 산지인 가나는 오랫동안 선진국들이 가공 과정을 독점해 중간 이익을 가져갔지만, 이제 생산 설비를 강화해서 초콜릿 산업을 일으키려고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비교적 부드럽게 잘 했는데, 제가 모르는 사이에 코코아를 계속 카카오로 바꿔서 말했나 봅니다. (사실 이 두 가지는 같은 종류입니다…ㅜ_ㅜ)한 교수님이 '계속 카카오라고 했는데, 알고 있었어요?'라고 말씀하셨을 때 놀라서 몰랐다고 대답했습니다.
 

한영은 "프랑스의 소요사태가 악화되고 있다. 프랑스 정부에서는 이민자 출신 젊은이들에게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데, 프랑스의 중소기업이 고사상태이기 때문에 교육 프로그램을 이수한다고 해도 직업을 구하기는 어렵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빠진 내용 없이 잘 말했고, 영한, 한영 모두 어렵거나 길이가 길지는 않았습니다. 끝나자 교수님 한 분께서 '잘 했어요. 혹시 영국에서 살다 왔어요?'라고 물으셔서 '어학 연수를 다녀왔습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에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장을 나올 수 있었습니다.
 

올해 시험이 전반적으로는 디테일보다는 이해력을 중시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1차 시험은 문법 문제가 거의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찍기보다는 본인의 이해도가 중요하고, 문제의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지문을 이해했다고 하더라도 풀기 힘든 문제가 많았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더라도 마지막까지 침착하게 풀 수 있는 배짱, 시간 배분이 당락을 가르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은 자기 차례가 돌아올 때까지 침착하게 체력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영한 구술에서 외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실 때와 여자 교수님이 읽어주실 때가 있는데 보통 외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시는 편이 낫다고 합니다. 그렇지만 제 경우에 여자 교수님의 발음이 듣기 어렵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디테일은 과감히 버리고 가능하면 아이 컨텍트를 하면서 똑똑해 보이는 인상을 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올해 한영과는 41명이라고 합니다. 어제 한영과 오리엔테이션에서 임향옥 교수님께서, 계속 인원을 줄여 나갈 예정이라고 하셨습니다.
 
 
 
2. 공부방법
 

저는 작년부터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작년에는 부족한 부분을 따라잡느라 정신이 없었고, 양에 치중한 공부를 했습니다. 1차에 덜컥 붙고 나서야 제가 2차 준비를 제대로 한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올해는 양보다는 질을 향상시키려고 노력했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한 것은 2004년 1월이었습니다. 저는 예전부터 책 읽기를 좋아해서, 영어를 공부하게 된 것도 좋아하는 작가의 번역이 안 된 책을 읽고 싶다는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대학교 때 출판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는데, 주로 출판사에서 책을 읽을 여유가 없는 편집자들이 신간 소설책을 여러 권 가져다 주면 제가 1-2주안에 읽고 줄거리 요약과 장단점 등을 보고서로 만들어서 제출하는 것이었습니다. 읽은 영문소설이 수십 권은 되었기 때문에 독해속도와 단어는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처음 학원에 등록하고서는 좌절감을 느껴야 했습니다. 우선 뉴스와 시사잡지에 나오는 단어들이 소설책에 나오는 단어들과는 전혀 틀렸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시사에 대한 배경지식이 거의 없었습니다.
 

우선, 단어를 쌓기 위해서 서점에서 파워딕 뉴스 잉글리쉬라는 책을 찾아서 통째로 외웠습니다. 영자신문기자가 공저한 책인데, 국내실정에 맞는 단어들, 정치와 경제, 사회 등 신문에 등장하는 단어들이 분야별로 정리되어 있는 책입니다. 이 책의 단어들과 연습 문제 등은 도움이 많이 되었고, 정리도 깔끔하게 되어 있습니다. 흠이라면 예문이 영자신문 특유의 딱딱하고 어색한 문체인 것이 많아서, 선별해가면서 공부해야 합니다. 스터디 자료로도 좋은 책입니다.
 

문제풀이를 위해서는 서점에서 토플 문법문제집을 5권 정도 사다가 전부 풀고, 그 중에서 틀린 문제를 골라 오답노트를 만들었습니다. 2004년에는 공통영어가 있었고, 제가 문법이 약했기 때문에, 약한 부분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보강하고 싶어서 였습니다. 이제는 공통영어가 없기 때문에, 이런 연습이 따로 필요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2월에 갑자기 어머니께서 쓰러지셨고, 암 판정을 받으셨습니다. 그래서, 2월과 3월은 병원과 학원을 오가는 생활을 했습니다. 공부는 공부대로 힘들고, 실력향상이 거의 없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수업시간에도 리스닝이 엉망이라 힘들었습니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이었고, 어머니께서 회복하셔서 다시 공부에 전념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영어사랑학원에 다니기 시작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전에 다니던 학원에서 다른 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영어사랑학원이 좋다고 하더라"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계기였습니다. 처음에는 통역 기초반과 시사청취를 들었습니다. 시사청취는 제게 청취의 즐거움을 알려준 수업입니다. 아침마다 소량의 텍스트를 외우고, 한두 문장씩 끊어서 공부하는 사이에, 청취가 조금씩 완만하게 나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청취는 근육 운동과 같아서, 3개월 정도 지나기 전까지는 실력향상이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게을리 하면 금새 풀어진다는 점도 근력훈련과 비슷하다고 할까요. 파워딕 뉴스 잉글리쉬를 매일 한 단원씩 외우고, 시사청취와 기초반 교재를 외우고, 문법문제를 풀고, 시사잡지를 읽다보면 하루가 금새 지나갔습니다. 시사잡지는 작년에는 그때그때, 그 주의 일정이 조금 여유가 있으면 이코노미스트를 사고, 시간이 없는 주에는 뉴스위크를 사서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읽고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벅찼습니다. 이코노미스트의 경제면은 처음에 중국말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아무리 읽어도 뜻을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경제학에 대한 배경 지식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이해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저는 특히 경제에는 까막눈이었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쌓는 데 오래 걸렸습니다. 배경 지식을 쌓기 위해서는 신문, 잡지를 꾸준히 읽는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기초반을 들으면서 가끔 독해반도 들어갔습니다. 독해반에서 얻은 것은 필사의 중요성입니다. 수업시간보다도 필사를 하면서 문법이 조금씩 교정되어간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작년 여름에 학원에서 하는 스터디에 참가했는데, 크게 효과는 보지 못했습니다. 인위적으로 묶여진 멤버라 동기부여가 확실하지 않아서 언제나 늦는 사람, 준비를 불성실하게 해오는 사람이 있었고, 무엇보다도 영한과 한영 뒤집기를 하기에는 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만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메모리 스팬과 한한, 영영은 몰라도, 한영, 영한 스터디는 확실한 실력이 갖춰진 후에 하지 않으면 시간낭비라는 은천성 선생님 말씀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첫 1년은 정신 없이 지나갔습니다. 계속해서 어휘실력을 쌓고, 리스닝 연습을 하는 데만 주력한 1년이었습니다. 단어는 단어장을 만들어서 모르는 단어가 있을 때마다 적고, 단어장이 다 차면(한 장에 20개가 들어가는 단어카드 20장 ) 하루동안 죽 훑어보며 모르는 단어를 체크했습니다. 처음에는 한 달에 단어장 두개를 채웠는데, 요즘에는 두 달에 단어장 한 개 정도를 채우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는 굳이 달달 외우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작년 1차 시험에서는 급히 마킹을 하다가 실수를 해서, 3문제 정도를 죽 밀려 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체념하고 있었는데, 합격소식을 듣고 놀랐습니다. 2차 시험을 보면서 실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여실히 깨달았고, 그래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을 때는 크게 실망하지도 않았던 것 같습니다. 11월, 12월을 한가하게 보내면서 여러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부족한 것이 무엇이었는지, 보완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생각했습니다. 그 동안 만족할 만큼 책을 읽지 못했기 때문에 독서를 하며 조용히 보냈습니다.
 

우선, 발음과 writing, speaking을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혼자 나름대로 방법을 모색했습니다. 독해에만 익숙해져 있었고,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발음이 틀려도 교정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공부하면서 수시로 원어민에게 어법을 물어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단 전화 영어나 회화 학원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경험상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제외했습니다.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연세대학교 global lounge나, 서울대학교 국제대학원 같은 곳에 (국제대학원이 있는 대학이면 어디라도 상관없습니다) 쪽지를 붙이거나 인터넷으로 영어를 지도해줄 원어민을 찾는 방법입니다. 그렇지만 나타날 학생이 어떤 사람인지 전혀 알 수 없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시사상식도 풍부하고 지적인 사람을 찾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입니다. 영국이나 미국, 호주사람이라고 해도 정확한 표준발음은 기대하기 힘듭니다. 그렇지만 비교적 저렴하게 원어민을 만날 수 있습니다.
 

고민하다가 제가 선택한 것은 학원 근처에 있는 잉글리쉬 채널이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한 시간씩으로 한 달에 30만원 좀 넘게 들어갑니다. 겨우 8시간이라고 생각하면 비싸지만, 강사의 수준은 만족할만합니다. 모두 표준 발음에 대졸 이상이고, 대학생이 아니라 full-time job인 만큼 성실하게 가르쳐주려고 노력합니다. 강사가 정기적으로 바뀌는데, 6개월간 영국인, 미국인, 호주인, 캐나다인 강사를 거쳤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발음을 경험하고, 각 발음의 틀린 점이 무엇인지 알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시간을 반으로 나누어서, 전반 30분은 미국에서 오래 거주한 한국인 강사가, 후반 30분은 원어민과 시간을 보내게 됩니다. 잉글리쉬 채널에 대한 세평은, 스스로 확실하게 원하는 것을 알고 집중한다면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준비를 하지 않고 목표 없이 다니기만 한다면 돈 낭비라는 것입니다.
 

처음 잉글리쉬 채널에 갔을 때 영국인 강사와 이야기를 했는데, 통역 공부를 한다고 하니까 전에도 그런 학생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를 가져와서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면서, "물론 이코노미스트는 좋은 잡지이고, 나도 가끔 읽는다. 그렇지만 speaking 주제로 삼기에는 좀..."하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동감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발음교정이었기 때문에, 처음 30분에는 한국인 강사와 학원 교재를 가지고 연습하면서 발음의 틀린 부분을 집어내고, 숙제로 해온 짧은 작문에서 문법적, 어법적 실수를 교정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30분에는 원어민 강사에게 궁금했던 것, 어법에 대한 질문을 하는 한편,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기로 했습니다. 영어로 된 동화책을 제가 3-4페이지 정도를 암기해 오고, 강사 앞에서 암송하면 원어민 강사가 발음이나 틀린 부분을 교정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제가 고른 것은 "Lion, witch and wardrobe"이었습니다. 해리 포터를 가지고 연습하는 사람들을 자습실에서 가끔 보는데, 해리 포터는 (특히 최근 권들은) 영국 10대들의 말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어서 가끔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습니다. "I reckon…"이나 "mum, I dunno…"같은 문장이 자주 나오는데, 알아듣기는 해야겠지만 전염되어서 직접 쓰기라도 하면 외국인에게 지적 수준을 의심 받을 수 있습니다.
 

동화책 외우기는 수업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데서 힌트를 얻은 것인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매일 한 페이지씩 직접 크게 소리내서 수십번씩 읽으면서 외우고, 지적 당한 부분은 다시 소리내서 읽으면서 발음을 조금씩 교정했습니다. 이야기가 재미있었기 때문에, 외우는 과정은 고통스럽지 않고 재미있었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진 9월에는 방식을 바꾸기로 했습니다. 잉글리쉬 채널은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원하는 내용의 맞춤식 수업을 해주기 때문에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수업료가 비싼 만큼 최대한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첫 시간에는 발음교정 대신에 한국인 강사와 뒤집기를 했습니다. 아침에 그 날 중앙일보를 들고 가서, 오피니언 페이지에서 하나를 골라서 강사가 한국말로 소리내서 읽어주고, 제가 영어로 통역하면 강사가 듣고 critique하는 방식이었습니다. 후반 30분은 제가 영어로 200단어 내외의 에세이를 하나 써 가지고 가서 원어민 강사에게 첨삭을 받고, 그 내용에 대한 의견을 토론식으로 교환했습니다. 에세이 주제는 debatabase.com에서 제가 고르고, (이 사이트도 은 선생님께서 소개해 주셨습니다) 내용을 읽어본 다음에 시간을 재면서 30분 안에 완성했습니다. 저와 제일 오래 수업을 같이 했던 스코트라는 캐나다인 대학원생은 정치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둘이 시간을 초과해서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은 계속 꾸준히 다녔습니다. 실전 청취, 실전 독해반을 주로 듣고 8, 9월에는 에세이 반도 수강했습니다. 잡지는 이코노미스트를 1년 구독신청해서 읽었는데, 주요기사와 과학면을 우선 읽고, 정치, 사회, 경제면에서 중요하거나 재미있어 보이는 기사를 골라서 읽었습니다. 그리고 기분전환을 위해 시사저널도 매주 읽었습니다.
 

제가 적극 추천하고 싶은 사이트가 있습니다. AUDIBLE.COM 이라는 사이트인데 오디오북을 파는 사이트입니다. 이 사이트에서 2004년 하반기부터 뉴욕타임즈의 오디오판을 판매하고 있는데, 구독하면 매일 오후 그 날의 뉴욕타임즈가 update됩니다. 하루 분량은 40-50분인데 각 기사는 2-3분 길이입니다. 순서대로 헤드라인 기사 3개, 국내기사 3개, 국제기사 3개, 경제기사 3개, 스포츠 기사3개, 저널 하나와 사설3개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각 섹션의 뒤에는 그 외의 뉴스를 브리핑식으로 한줄 요약으로 읽어줍니다. 말이 40분이지 CNN의 40분과는 차원이 틀립니다. 신문 1개를 40분 내에 담아야 하기 때문에 나레이터가 혀가 꼬이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달리면서 읽어 내려갑니다. TV뉴스와는 다르게 군더더기나 반복은 전혀 없고, 독자층이 미국인이라고 전제하기 때문에 미국인이라면 당연히 알 것이다라고 생각되는 내용은 언급하지 않습니다. 2-3분 동안에 2-30줄 정도의 텍스트를 읽기 때문에 뒤집기나 따라하기 연습은 전혀 불가능하고, 간신히 내용을 이해하며 따라갈 수 있는 정도만 바라면 됩니다. 발음은 완벽한 표준 발음에 다소 낮은 남자 목소리인데, 낮은 톤의 남자 목소리를 듣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처음 뉴욕 타임즈를 구독했을 때는 작년 10월이었는데,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분명히 완벽한 표준 발음인데도 전혀 알아들을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뉴스보다 하루 빠르기 때문에 내용은 처음 듣는 것이 많습니다. "원어민이라면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을 텐데, 전혀 이해할 수 없다면 통역사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이를 악물고 한 달, 두 달 듣자 약간씩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듣는 분께는 과욕을 버리고 FRONT PAGE와 OPINION섹션만 들으시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영어는 자연스럽고 겉멋이 없는 좋은 영어입니다. 부시 대통령을 싫어하신다면 뉴욕 타임즈 구독을 적극 추천합니다.
 

audible basic subscriber는 한 달에 16달러 가량 내는데 이것으로 한 권의 단행본과 한 개의 신문을 구독할 수 있습니다. 뉴욕타임즈 하나만으로도 1개월에 16달러쯤 하기 때문에, 정기구독을 신청하면 훨씬 이득입니다. 뉴욕 타임즈 외에 월 스트리트 저널이나 비즈니스 위크 등도 있고, 라디오 프로그램도 고를 수 있습니다. 단행본은 10달러 짜리 든 70달러 짜리 든 아무거나 골라도 됩니다. 환율에 따라 조금씩 다른데 보통 18000-19000원씩 매달 청구됩니다. 생각과는 다르게, 영미권의 오디오북은 청각장애인만이 아니라 일반 계층에게까지 폭넓게 보급되어 있습니다. 신간 소설에서부터 고전, 희곡, 연설문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책을 구할 수 있습니다. 로맨스 소설, 추리소설, 환타지 소설도 이름이 있는 책이라면 대개 다 구입할 수 있습니다. (미국 대선 때는 무료로 후보자 연설이나 TV공청회 등의 오디오 파일을 제공하기도 했습니다. 가끔 국무장관 취임연설 등도 올라옵니다. 무료파일도 많기 때문에 사지 않아도 가끔 들러서 뒤져보시면 좋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제게 이곳은 보물창고 같은 곳이었습니다. 소설책은 대개 5시간-10시간 정도의 길이인데, MP3 플레이어에 저장해 두고 머리가 아플 때나 지하철 안에서, 점심 먹을 때 소설책을 틀어두고 조금씩 들었습니다. 학원교재 테이프는 반복해서 오래 들으면 귀가 아픈 경우가 많았는데, audible에서 제공하는 오디오들은 MP3 이상의 음질을 자랑하기 때문에 몇 시간씩 들어도 귀가 아프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주의해야 할 점은 audible에서는 불법복제를 막기 위해 MP3가 아니라 자사 고유 포맷으로 전송해주는데, 영미권의 MP3플레이어는 대부분 이 audible포맷을 재생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의 삼성, 거원이나 레인콤의 MP3플레이어들은 이 포맷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 해결책은, 우리나라에서도 쉽게 구입할 수 있는 ipod를 구입하시면 됩니다. 돈이 아까운 경우 레인콤에서 audible측과 계약체결협상중이라는 뉴스를 들었는데, 머지 않아 iriver에서도 audible 파일을 들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혼자 간직했던 공부방법은 다 털어놓은 것 같습니다. 통대입시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노파심으로 두 가지만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는 가능하면 상황을 즐기라는 것입니다. 공자님 말씀에, "열심히 하는 사람은 즐겁게 하는 사람을 당할 수 없고, 즐겁게 하는 사람은 놀이로 하는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자습실에서 아침 일곱시부터 밤 열시까지 앉아서 내리 이코노미스트만 읽는다면 한 달도 되지 않아서 지겨워지고, 건강도 해치는 것이 당연합니다. 처음 이 공부를 시작했을 때 영어가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생각하고, 지금 하루종일 공부만 하는 상황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 생각하셨으면 합니다. 한편으로 보면 나이를 먹어 직장도 없이 공부하는 현실이 우울하게 느껴지겠지만, 다른 한편으로 보면 친구들이 다 직장에서 상사와의 관계니 회식이니 세속적인 문제로 고민하고 있을 때 하루종일 좋아하는 영어공부만 할 수 있다는 게 다행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영어가 싫은 분이시라면 그만둬야겠지만... 통역사는 평생 공부해야 하는 직업입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쓰러지신 다음부터 "최소한 저녁시간은 어머니와 함께 보내야겠다"라고 마음먹고 6시만 되면 책을 놓고 집에 가서 어머니와 산책도 가고 TV도 보고 게임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공부를 게을리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둘째는 입시 전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것입니다. 11월 초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환절기라서 감기에 걸리기 쉽습니다. 시험이 가까워지면서 정신적으로 불안해지고, 수면부족에 운동부족이 겹치면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서식하기에 가장 좋은 환경이 됩니다. 11월이 가까워지면서 갑자기 감기로 쓰러져서 몇 주씩 고생하는 분들을 많이 봤습니다.
 

10월에 우선 독감예방 주사를 맞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초체력을 만들어 놓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짧은 치마나 깊게 파인 네크라인은 한기가 들 수 있으므로 절대 금물입니다. 그리고 조금씩 운동을 하는 편이 좋습니다. 거창한 운동이 아니라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니고 계단을 이용하는 정도의 가벼운 운동이면 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묵묵히 지원해주신 부모님과 짧은 기간이었지만 같이 스터디하면서 제게 야단도 많이 맞았던^^; 의숙이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임창희 
 
 
 
부족한 것이 많은 상태에서 통대에 들어가게 되었지만 제 수기가 이 공부를 시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해서 글을 씁니다. 우선 입시준비를 하면서 통역대학원을 들어가기 위해서 공부하는 것들이 정말 어학 실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이것이 통대의 많은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통대 입시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는 것처럼 어떤 특정한 틀에 따라서 공부를 하다 보면 그것이 매우 위험한 방향설정이 될 수도 있습니다. 매년 출제 방향이 크고 작게나마 다르기 때문입니다. 입시를 준비하면서 이 부분이 제가 가장 고민했던 것들 중의 하나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통대준비를 하면서 저는 통, 번역이라는 특성상 공부 방향과 범위가 굵직한 부분들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고 여러 번의 공부 방법 수정을 통해서 저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발견하고 그것을, 저만의 페이스를 밀고 나갔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시 준비 전 실력과 경험]
 

저는 학부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했습니다. 대학에 와서 스페인어 a, b, c를 처음 공부하게 되었고 2학년을 마치고 10개월간 멕시코로 어학연수를 다녀왔습니다. 멕시코에 있는 동안에도 통, 번역에 구체적으로 도움이 되는 공부를 하지는 못했습니다. 졸업시험을 대체하기 위해서 연수 후에 DELE Basico를 보았는데 간신히(^^;) 통과했습니다. 그 때 마침 아는 분이 벤처기업을 운영하신다고 인터넷 사이트에 올릴 전자제품의 매뉴얼 번역을 저에게 맡겨주셔서 번역의 경험을 딱 한 번 갖게 되었습니다. 그 후 1년 반 정도를 스페인어와는 전혀 상관없는 생활을 했습니다.
 
 
 
[입시를 위한 공부]
 

2005년 4월부터 10월까지 영어사랑학원의 통대 한서과 준비반을 수강하였습니다. 저는 듣기에 특히 약해서 듣기평가로만 이루어져 있는 1차를 통과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에 가끔 사로잡히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4~5월에는 다른 일로 학원수업을 거의 빠지다시피 하였고 틈나는 대로 인터넷 사이트에서 기사를 읽고 모르는 단어를 암기하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이 기간에는 집중해서 공부하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면서 저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는데 주력했습니다. 6월이 되니 공부하는데 어느 정도 체계가 잡혔습니다.
 

6월부터 제가 거의(^^;) 매일 꾸준히 해왔던 것입니다.
1. 다음미디어에서 나오는 TV뉴스를 본다. 다음미디어에서 제공되는 뉴스는 국제, 사회, 정치, 경제 파트로 나누어져 있고 또한 각각 1분~2분 사이의 동영상기사가 제공되기 때문에 그때, 그때 제목만 보고 중요하다 싶은 뉴스들만 골라서 볼 수 있어서 시간도 절약되고, 동영상이 스크립트와 함께 제공되기 때문에 기사만 있는 신문보다는 보는 재미도 쏠쏠했습니다.
 

2. 각종 신문 사설을 인터넷을 통해서 검색, 주요 사설을 프린트, 배경 지식을 정리해둔다. 뉴스보다 좀 더 구체적이고 개인 의견이 들어가 있기 때문에 면접 시 의견개진 준비용, 작문용으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3. RKI Noticias del Dia를 듣는다. RKI에서는 대략 7분 동안 날마다 일정량의 주요뉴스를 오디오로 제공해 주고 또 스크립트도 100% 제공되는 장점이 있어서 이것을 들으면서 1차대비 듣기, 순차연습 등을 했습니다. 참고로 시험에서 나오는 속도는 RKI보다 느립니다.
4. BBC, Vanguardia, la Nacion, Clarin 등을 통해서 주요 국제 뉴스를 확인하고 주요 표현을 외운다. 저는 특히 Vanguardia나 la Nacion의 문체와 표현이 맘에 들어서 많이 읽었습니다. 여기서 읽고 외워둔 사설면의 표현들은 작문 시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처음 6~8월까지는 주로 input(읽기, 듣기)에 주력하였습니다. 스페인어와 한국어가 어느 정도 쌓인 다음에야 그것을 바탕으로 output(쓰기, 말하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무조건 처음부터 네 가지를 다 하려는 분들이 계신데 input을 쌓아 나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output은 나오게 됩니다. input을 쌓기 위해서 기사 외우기를 많이 하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 경우 지금까지 전체 기사를 외운 것은 다섯 개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저의 경우는 무조건 텍스트를 암기하는 것보다 주요 표현을 외우고 나중에 내가 이 표현들을 사용한다고 생각하고 정리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output을 위한 준비는 제 경우는 9~10월에 주력하였습니다. 9월 한 달 동안 주요 시사에 대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주제별로 통역, 번역, 의견개진, 작문을 해서 서로 크리틱 해 준 것이 실질적인 실력 향상에 매우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은 1교시 한국어 시험과 2교시 스페인어 듣기 평가로 이어집니다. 시험이 작년과 많이 바뀌어서 내심 걱정도 되었지만 1차 한국어는 수월했습니다. 지문을 듣고 푸는 문제와 읽고 푸는 문제, 어법, 맞춤법, 한자 음독, 사자성어 등이 골고루 나왔습니다. 지문을 듣고 푸는 문제의 지문은 총 세 개가 나왔는데 첫 번째는 노무현 대통령의 유엔 기조연설, 신화에 대한 대담, 북핵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었습니다. 신화에 대한 내용은 잘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었는데 시험문제를 나눠주지 않은 상태에서 연속으로 지문 세 개를 방송하는 바람에 다시 한 번 지문을 들려주어서 신화에 대해서 못 들은 내용을 다시 정확하게 듣고 풀 수 있었습니다.
 

서어 듣기평가의 경우 교수님들이 10월 달에 시험문제를 내신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지난 몇 년 동안의 기출문제들을 보니 9월 달에 있었던 일들이 출제 빈도수가 높았습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9월 달에 있었던 노무현대통령이 멕시코 순방했을 때 멕시코 Vicente Fox 대통령의 연설문, SICA에 관한 내용, 코스타리카 UN 연설문, 한국의 무역증진에 관한 내용이 나왔습니다. 1차 시험은 대체로 네 개의 지문으로 구성되어 있고 앞의 세 개 지문은 서어로, 마지막 지문은 한글로 되어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해야 할 것은 서어로 답을 쓰라고 했는지 한글로 쓰라고 했는지 주의해서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것에 대해서 시험 전에 연습도 많이 하고 갔는데 실수로 두 문제나 서어로 쓰는 것을 한국어로 적어서 가뜩이나 시간도 촉박한데 떨리는 손으로 답안지에 화이트를 엄청 발라대며 시간에 쫓기며 답안지를 마무리했습니다. 학원에서 모의시험을 보고 채점을 하면 틀린 문제도 너무 많고 해서 이렇게 해서 과연 1차를 통과할 수 있을까 했는데 막상 시험을 보니 그 당시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 문제들, 배경지식이 있으면 어느 정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문제들이 많이 나와서 어렵지 않게 문제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저는 바로 전날 공부했던 내용이 한국어 시험에 하나, 서어 지문에 두 개가 나왔습니다.
 
 
 
[2차 시험 - 번역, 작문]
 

(서-한) 번역 주제는 IMF의 역할에 관한 내용으로 내용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지만 지문이 예상보다 훨씬 길어서 순간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저는 지문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읽어보고 번역을 시작하는 바람에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짧은 지문일 경우에는 긴 지문일 때보다 정확도와 완성도를 요구하기 때문에 여러 번 읽는 것이 도움이 되고 시간적인 여유도 있지만 긴 지문인 경우에는 전체적인 흐름과 오역이 없는 한 무리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번역에서 중요한 것은 앞뒤 문맥 관계를 잘 살려서 번역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끝까지 마무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한 번역에 시간을 35분 할애하여서 한서번역을 25분 만에 마쳐야 했습니다. 한서 번역은 최근 유명 배우의 자살과 같은 공인의 자살이 청소년에게 미치는 영향과 대안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내용은 평이했습니다. 한서 번역은 대체로 쉬운 표현으로 간결하고 깔끔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사실 어려운 표현은 생각도 나지 않았고 시간이 허락하지도 않았습니다.
 

한국어 작문 주제는 '세계화 시대에 우리나라에 민족주의가 유용한가?'에 대한 자기 견해를 쓰는 것이었습니다. 분량이 정해지지 않았는데 너무 짧게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일단 답안지 앞장의 2/3 정도를 썼습니다. 서어 작문은 영어가 국제 언어가 되어가는 상황에서 다른 제2외국어 교육을 위한 대안에 대해서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평소에 작문을 대비해서 일정한 개요의 틀을 만들어 두었었는데 그것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논리적 틀을 만들기 위해서 주로 Vanguardia, la Nacion의 사설을 보면서 원어민들이 서론, 본론, 결론을 어떤 말로 시작하는지, 내용의 흐름을 어떻게 잡아 나아가는지를 유념해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런 형식에 맞추어 어떤 주제가 나오더라도 그 형식으로 쓰는 습관을 들였는데 그렇게 쓰고부터 학원 선생님께서도 꽤 잘 썼다, 작문 실력이 많이 늘었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시험시간에 서어 작문을 하는 데에도 개요를 짜는데 시간을 줄일 수 있었습니다.
 
 
 
[2차 시험 - 면접]
 

면접은 매년 형식이 바뀝니다. 학원에서는 10월 한 달 동안 통역 수업시간에 모의시험을 봤습니다. 주로 보는 형식은 순차, sight-translation, 의견개진 등입니다. 면접을 보러 갔더니 교수님 세 분이 계셨고 제가 다섯 번째였는데 교수님들이 약간은 지쳐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이번에는 첫 번째, 황우석 교수의 연구가 윤리적인 논란이 많다. 이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또한 난자를 제공해 준 여성들에 대해서 외국에서는 보상을 해 주는데 우리나라에서는 그것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였습니다. 텍스트는 한국인 교수님이 읽어주셨습니다. 스터디파트너가 마침 시험보기 전 마지막 스터디 시간에 저에게 의견 개진용으로 황우석교수의 연구에 대해서 질문했던 터라 논지가 어느 정도 잡혀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래도 막상 이야기를 바로 하려니까 정리가 안 되어서  교수님께 생각하기 위해서 1분만 써도 되겠냐고 여쭤보고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윤리적인 문제에 대한 논란이 많지만 줄기세포는 원하는 어떤 조직이나 기관으로 분화가 가능한 특성이 있고 이식했을 때 면역 거부반응이 없는 등 효율성 면에서 뛰어나며 알츠하이머 병이나 당뇨병 등과 같은 불치병의 치료에 획기적이기 때문에 이 연구는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난자 제공이 보상을 받기 시작하면 그것이 상업화 될 위험이 있고 난자 제공은 순전히 자발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보상을 받으면 안 된다는 요지로 말했습니다. 목소리는 크고 또박또박, 약간 빨리 말했습니다. 그리고 세 분의 교수님을 골고루 쳐다보면서 eye-contact에도 신경을 썼습니다. 말하는데 주임 교수님께서 1분 정도는 주의 깊게 들으시는 것 같았는데 그 다음부터는 고개를 끄덕이시면서 체크만 하셨습니다. 1분만 들어봐도 실력을 아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면접시간에는 사실 하나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시험 전날 교회 전도사님께서 기도해 주신 이후로 마음의 평안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어서 중간에 앉아 계신 교수님께서 이것 저것 용어에 대한 질문을 하셨습니다. 치매, 혈액형, 그 여자는 어제 차에 치일 뻔했다. 등등 이런 것들을 서어로 뭐라고 하느냐고 하셨습니다. 제가 정확하다고 생각하고 답하는데 제 대답이 틀렸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면서 그것이 답이냐고 하셨는데 옆에서 주임 교수님이 맞다고 곁눈질로 말씀하셨습니다. 돌발 상황에 대처할 줄 아는지에 대해서 보기 위해서 그러신 거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앞으로 통대에 들어와서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 물으셨습니다. 서어로 말하는 것이었는데 저는 교수님들도 좀 피곤해 보이시고 이 질문은 의례적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우선은 대학원 커리큘럼에 따라서 공부하면서 통, 번역 관련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고 짧게 말했습니다. 사실 학원에서 보다 평안한 마음으로 보았고 제 수준에서 다시 시험을 본다고 해도 면접을 지금보다 더 잘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한 주간을 맘 편하게 보냈습니다.
 
 
 
[마치며]
 

공부하면서 길고도 짧은 6개월이었습니다. 많은 가르침을 주신 선생님이자 선배님이신 조일아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한 좋은 공부환경을 마련해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저의 부족한 부분을 늘 보충해 주시고 약점을 커버하며 한 고비 한고비를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신 나의 주님, 살아계신 하나님께 감사 드립니다. 지면상으로는 한계가 있어서 많은 내용을 다 적지는 못했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도움이 필요하신 분은 www.cyworld.com/paulina0201로 연락주세요. 성심성의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곽정은
 
 
 
[공부를 시작하기까지]
 

무엇보다도 자유로워지고 싶어서 시작한 공부였습니다. 대학 졸업 후 6년 정도 영어를 매일같이 써야 하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영어로 인한 한계를 너무나 절감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기간 중 통대준비반을 두 달 수강한 적이 있는데 이때 국내에서 영어실력 향상을 하려면 이 공부가 가장 도움이 되겠다고 느꼈습니다. 직장을 그만 둔 후 잠깐씩 통대입시학원도 다녀 보고 합격자 수기도 읽어 봤는데 고시생처럼 준비하는 학생들을 보면서 나도 과연 저렇게 할 수 있을까 자신이 서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둘째 아이를 낳고 작년 봄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처음 듣게 되었는데 그때 받았던 강렬한 인상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내 영어에 문제가 많은데 누군가 잘 듣고서 조목조목 지적해주면 훨씬 나아질 것 같으나 과연 누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해왔는데 제가 이렇게 마음 속에 생각하던 바가 바로 은 선생님 강의실에서 펼쳐지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CNN등의 영어방송을 길게 틀어 주고 학생들이 앞에 나와 한국어로 혹은 영어로 발표하면 날카롭게 critique하는 수업을 보면서 너무도 긴장됐지만 꼭 해보고 싶다는 열망이 들었고, 이 공부가 제 적성에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봤습니다.
 
 
 
[이대 지원 동기]
 

평소 가장 부러웠던 것이 어떤 학위나 특정 직업보다는 자유롭게 영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이었고, 또 듣기와 말하기 뿐만 아니라 영어로 글도 잘 쓰고 싶다는 바람이 항상 있었기에 이에 입각해서 지원 학교를 선택하려 했습니다. 이대의 경우 일차가 500자 에세이 시험이어서 영어로 글 쓰는 훈련을 하기에 적합할 것 같았습니다. 이차의 경우도 특정한 시사 내용이나 기억력보다는 보편적 영어 구사력(한영)과 논지 파악이 쉽지 않은 긴 글에서 이해력과 논리력을 테스트(영한)하는 이대의 시험 유형이 훨씬 더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것 같았고 매력적으로 보여 이대 통대로 결정했습니다.
 
 
 
[공부 전략과 올해 이대 입시]
 

제 경우 나이(91학번)도 많을 뿐 아니라 두 아이 엄마로서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학습방법에 대해 많이 고민했고 전략적으로 공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결론은 시험유형에 초점을 맞추어 공부하자는 것이었습니다. 시험을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 내지는 중간 목표로 삼고 공부하는 것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이대의 경우 에세이와 한영은 일반 주제에 대해 자연스런 쓰기와 말하기 능력을, 영한은 잘 짜여진 텍스트에서 내용 파악 능력을 보는 듯 했는데 이것은 외국어로 영어를 배우는 사람에게 매우 이상적인 목표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최신 뉴스를 꼭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 없이 보편적 영어 구사력과 이해력 향상을 위해 공부했습니다. 올해 이대 일차는 주민등록時 열 손가락 지문채취에 대한 찬반을 논하는 주제였고, 이차는 어린 학생들의 안전을 위한 워킹 스쿨 시스템 (walking school system)의 도입 및 확대 실시(한영), 멀티컬츄럴리즘 (multiculturalism)에 대한 설명과 이와 상이한 주장(영한)으로 역시 예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유형이었습니다. 시험 포커스 전략은 영어의 망망대해에서 길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도달하기 위한 지름길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 시험 준비]
 

작년 여름 제 영작에 대한 은 선생님의 혹평을 들으며 엄청난 문제의식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생각을 그대로 영어로 옮겼을 때 거의 다 어법에 맞지 않는 틀린 표현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평이한 글을 필사하며 원어민이 즐겨 쓰는 검증된 표현만 쓰려고 했습니다. 스스로의 생각을 검증된 영어로 표현할 자신이 없을 경우에는 좀 만족스럽지 못하더라도 원어민이 종종 사용하는 비슷한 쉬운 표현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또, 너무 추상적이거나 복잡한 표현은 지양하면서 쉽고 두루두루 활용할 수 있는 어휘 중심으로 대신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더불어 선생님이 평소 강조하시는 전치사가 적고 짧은 문장, what 등을 이용해 절(clause)로 가기, 문두 부정 등의 표현을 가급적 많이 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읽어서 어려운 글은 필사에 적합하지 않고, 나중에는 예전 수업 자료 중 쉽고 논지가 분명한 글을 골라 다시 한번 필사한 후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형식에 있어서는 서론, 본론, 결론으로 가고, 본론에서 처음 두 문단은 제 논지를 전개하되, 마지막 문단은 제 주장과 반대되는 논지를 짧게 소개한 후 이를 반박하는 근거를 강력하게 제시해서 정반합의 구도로 설득력을 높이려 했습니다. 또 가급적 각 문단의 첫 문장은 그 문단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요약하는 주제문으로 시작해 논지가 분명히 드러나도록 했습니다. 올해는 3개월 동안 장홍석 선생님 한영순차통역반도 수강했는데 이때 배운 표현들을 통째로 외운 것이 에세이 쓰기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복습時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 (긴 영어기사를 논지 위주로 요약한 글)을 거의 다 외우려 했고 꼭 원본 기사와 같이 보며 기타 좋은 표현을 첨가하거나 각종 디테일(스펠링, 관사, 전치사, 단/복수 등)까지 꼼꼼히 살피며 외우려 했고, 디테일에서 오는 뉘앙스의 차이를 조금씩 알아갈 때 큰 재미를 느꼈습니다. 이때 외운 내용 중 상당 부분을 올해 일차 시험에서 십분 활용할 수 있었고, 따라서 작년보다 한층 다양하고 자연스런 표현을 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준비]
 

영한: 영어 듣기는 오로지 은 선생님 청취 수업으로만 준비했습니다. 복습은 작년 처음 몇 달은 거의 외워보려 했으나 나중엔 시간이 부족해 한번 정도 더 들어보는 정도밖에 못했는데 이상하게도 올해 초부터는 갑자기 훨씬 더 잘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올해도 영어 듣기는 은 선생님 수업과 복습이 제 듣기 공부의 전부였습니다. 물론 수업은 올 9월까지 거의 한번도 빠지지 않았고, 지금 듣는 것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집중해서 들었습니다. 영한은 빠른 원어민의 발음을 알아듣는 것 이상을 필요로 하는 것 같았고, 이에 따라 배경지식을 쌓기 위해 사설보다 길고 심도 있는 평론 위주의 글로 한한 스터디를 했고, 명작에세이집도 구해 어휘력 향상과 논지 파악 연습을 했습니다. 또, 대학시절부터 성경구절을 붙들고 끈질기게 생각해 보는 습관이 있는데 이 공부하면서 비유와 상징이 많이 등장하는 성경말씀과 씨름한 것이 생각을 깊고 끈기 있게 하는 힘을 길러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올해 영한 시험에서는 못 알아들은 중간 부분을 제외하고 제대로 이해했다 싶은 처음과 마지막 부분을 대략 다음과 같이 통역했습니다. "멀티컬츄럴리즘, 즉 문화다양성이란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선진사회의 문화나 미개한 원시 부족의 문화에 우열이 있지 않고 다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는 관점이다. 그러나 문화에는 이렇게 주관적인 기준만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자유, 이성, 생명, 과학 같은 '보편적 가치'를 추구하는 문화가 억압, 폭력 등을 조장하는 문화보다 더 나은 것이다." 중간에 긴 내용이 빠진 매우 짧은 요약이었고 '보편적 가치'는 지문에 없는 말이었지만 듣고 이해한 바를 설명한다는 기분으로 덧붙였는데 교수님도 호응해 주시는 것 같았습니다. 시험을 치르면서 이번 영한 지문은 부시대통령의 민주주의 증진론, 생명존중문화 등과도 일맥상통하는 논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영어로 들을 때 분명히 못 알아듣는 부분이 나온다고 예상하고 미리 마음을 준비하고 실제 그런 부분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이해해 보려고 노력하고 내가 이해한 바를 자신감을 가지고 한국말로 설명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한영: 은 선생님 청취 수업 복습時 어렵고 멋진 표현보다는 쉽고 원어민이 많이 쓰는 표현을 눈여겨보며 입에 붙이려 했고, 장 선생님 수업 복습時 논지까지 통째로 외워 보려고 했습니다. 스터디에서는 초반에는 EBS '귀가 트이는 영어'위주로 외운 것을 매일 확인해주는 식으로 공부했고, 8월경부터는 국내 신문 사설과 칼럼, 뉴스위크 한영판 등으로 한영스터디를 했습니다. 외우는 것은 가장 시간이 많이 드는데 대충 외울 때가 많았고, 이러니 역시 나중에 적절한 영어 표현이 입에서 튀어나오지 않아 후회를 많이 했습니다. 9월 말부터 정신차리고 시험보기 직전까지 열심히 외웠고 다행히 시험 볼 때 이 마지막에 외운 좋은 표현들을 써먹을 수 있었습니다. 올해 한영은 앞서 말한 주제로 평이한 기사체였고 어린 학생들 교통안전에 관한 내용이었기에 제 아이에게도 해당된다는 마음으로 최대한 감정이입을 하며 들었습니다. 또 스터디 파트너의 조언대로 외우려 하거나 영어 표현을 생각하지 않고 내용 이해에만 집중하며 들었는데 이 때문인지 결코 짧지 않았던 내용을 거의 빠짐없이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슬럼프와 마지막 스퍼트]
 

9월이 되자 슬슬 불안해지기 시작했는데 에세이도 논리전개가 잘되지 않고 한영도 나아지는 것 같지 않아 마음의 중심을 잃고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습니다. 그간 꾸준히 했으나 더 열심히 못한 것이 후회 막급이었습니다. 합격에 필요한 임계치의 실력에 절대로 도달하지 못할 것만 같았습니다. 이때 스터디 파트너 선희씨와 기도제목을 나누며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았고, 솔직하고 구체적으로 제 문제점과 바라는 바를 놓고 기도했습니다. 이즈음 제가 생각하는 주관적 임계질량과 실제 통대합격에 필요한 객관적 임계질량은 다를 수 있으며, 지금 제 실력은 2.5리터 juice통 바닥에 달라붙은 juice처럼 미미해 보이지만 마지막 한 방울까지 다 쏟아 부으면 실제 합격에 필요한 유리컵 한 컵 정도의 분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깨우쳐 주신 것이라고 믿고 다시 분발하기 시작했는데 이 마지막 한달 정도는 정말 최선을 다해 공부했습니다. 복습 위주로, 제 말과 글에서 나올 수 있을 법한 표현 위주로 열심히 외우며 "쉽게, 짧은 문장으로, 정확하게"를 수없이 되뇌며 기도하고 공부했는데 실제 시험에서 정말 쉽고 짧게 그리고 비교적 덜 틀렸던 것 같습니다. 시험에서 이 마지막 스퍼트는 굉장히 중요한데 이때가 공부 효율이 극대화되는 시기이고 또 그간 쌓였던 실력이 임계치에 도달하여 드러나는 시점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국내파에게 용기를]
 

매우 어려웠지만 또 대체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이 공부가 적성에 맞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 청취 수업은 가장 기다려지는 시간이었는데, 직장을 그만 두고 정체되어 있는 듯한 제 자신에게 신선한 자극제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을 투자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욕심이 들 때마다 이만큼의 젊음과 기회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을 감사하며 혹 통대에 못 가도 훗날 아이들 교육을 위해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비웠습니다.
 

올해 시험을 보면서 작년보다 진일보한 제 자신에게 깜짝 놀랐습니다. 나이가 많아도, 어렸을 때 해외체류경험이 없어도 충분히 발전이 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이 글을 읽는 국내파 여러분에게 용기를 가지고 적극적으로 공부하시라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과거 영어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며 직장 생활하면서도 난 국내파니까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한계 지어 버렸던 것을 떠올리며 여러분은 같은 전철을 밟지 마시기 바랍니다. 노력 여하에 따라 국내파도 천차만별의 실력을 가질 수 있고 "You can make a big difference!"
 

은 선생님을 만나지 못했더라면 이 공부를 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soul mate가 돼버린 선희씨와 함께 공부하지 않았더라면 이만큼 열심히 못했을 것입니다. 또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 줬고, 8년 전 처음 만난 날부터 저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밀어주는 신랑 종호씨가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 모든 큰 그림 위에 제 노력이라는 작은 부분이 합쳐져 오늘의 좋은 결과가 나온 것임을 고백하며 도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드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문선희
 
 
 
우선 모든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지난 한 해, 하나님 임재를 하루하루 느끼면서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6년간의 직장생활을 접고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막연히 꿈만 꾸었던 통역공부를 올해 1월 3일부터 시작했습니다. 저는 순수 국내파로서 약 10개월의 캐나다 어학연수 경험은 있지만(96-97년) 당시에는 거의 공부다운 공부를 하지 못하고, 수박 겉핥기 식으로 영어의 맛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한국에 왔습니다. 어쨌든 문화적인 면과 근거 없는 자신감 정도는 챙겨 온 것 같습니다. 외국계 회사에서 업무가 거의 영어로 이루어 졌지만, 쓰는 용어들은 한정되어 있었고, '''바른' 영어'' 구사보다는 '일을 처리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영어'에 불과했기에 영어실력이 형편없다는 인식조차도 못한 채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되돌아보면, 그렇게 영어에 노출된 것만도 꽤나 많은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인정하게 됩니다. 6년 간의 다양한 직장 경험과 외국인과의 잦은 접촉에서 오는 통밥(?)이 폭 넓은 이해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저는 국내 모 은행과 외국계 IT회사에서 근무하면서 Networking 관련 자격증(CCNA, CCNP, 2001년)을 취득하며 영어로 된 두터운 원서를 다섯 권 정독/암기해야 했고, 일상근무에서 이메일을 수시로 주고받고, 마지막 회사에서는 호주출신 Executive와 6개월 여를 밀착 근무한 것도 아주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고 나서는, 생각보다 실력이 더디게 는다는 생각에 5월과 9월쯤 약간 우울한 시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해서인지, 화장실 가는 시간도 아까울 만큼 열심히 했는데도 늘지 않는 실력에 때로 좌절하면서""이 길이 내 길이 아닌 건가", "꽤 있다고 생각했던 영어에 대한 감각이 사실은 없었던 것일까" 등등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늙은(?) 나이에 과감히 사표를 던지고 하고 싶은 공부를 택했기 때문에 ''통대합격'이 아닌, '영어실력향상'을 목표로 한다면 조금 늦어진다 한들 어떤가 생각하며 가능한 한 공부를 즐기려고 애썼습니다. 한편으로는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초조한 마음이 많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7월에는 남편이 미국 유학길에 오르면서 집 처분과 유학준비를 돕느라 한 달간 공부를 전혀 하지 못했습니다. 비교적 짧은 기간에 통대에 합격하긴 했지만, 나머지 9개월을 "뼈마디가 아프도록"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저는 체력이 너무 약해서 마음은 더 공부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아 수업과 스터디를 제외하고 나면 하루에 3~5시간 정도밖에는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을 집중해서 하기로 독하게 마음먹고, 저만의 공부시간에는 절대로 엎드려 잠을 자거나 잡담이나 딴 짓은 전혀 하지 않고 약간은 고독(?)하게 공부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을 떠올리며 그때도 잠이 많아 늘 7-8시간은 잠을 잤었고, 대신에 깨어 있는 시간을 완전히 공부에 쏟아 부었던 전략을 이번에도 택해서 그것을 실천했습니다. 공부는 주로 학원에서 했는데, 가끔씩 기분전환 겸 집에서 하거나 스타벅스 같은 곳에서 했고, 마지막 11월의 2주는 최대한 집중하기 위해 조용히 집에서 공부했습니다.
 

제가 통대합격을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인은 신앙이었고, 그 다음으로는 ""성실함"이었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에도 노력파였고, 성실하고 우직하게 공부하는 것만이 가장 빠른 길이라는 것을 믿고 경험했기 때문에, 그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생각합니다. 11월 2차 준비반에서 tutor와의 시간충돌로 딱 한 번 수업을 빠진 것을 제외하고는 1월부터 11월 마무리 수업까지 단 한 번의 수업도 빠지지 않았고(심지어 남편이 한국을 떠나는 날도 공항에 갔다가 수업하러 왔습니다), 이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공부해 보신 분들은 잘 아실 것입니다. 통대준비 공부를 한다고 해도 사람살이는 이어지기 때문에 이런 저런 일들이 일어납니다. 친구도 만나고 싶고, 날씨가 궂은 날은 수업 빠지고 싶기도 하고, 집에 일이 생기기도 하고... 이렇게 자신에게 조금씩 여유를 주다 보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1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지도 않지만 길지도 않습니다. 이 공부가 쉬운 것이 아닌 줄 안다면 쉬운 마음으로 시작해서는 안됩니다. 한 번씩 수업 빠지고 스터디 미루고 하다 보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곧 해이한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저는 혹시라도 합격했을 때 내 스스로 부끄럽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으로, 너무 힘들었지만 하루 최소한의 공부분량은 충족시키고 나서야 하루 공부를 접었습니다.
 
 
 
[스터디]
 

지난 한 해 마음과 공부철학(?)이 너무나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서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월~금부터 하루 1~1.5시간 정도 했는데, 주말에 얼굴을 못 보면 서로 보고 싶어서 월요일에는 수다 시간이 좀 길어지기도 했지만, 스트레스를 푼다는 생각으로 서로 어려운 점, 공부하다가 느낀 점등을 나누면서 행복하게 공부했습니다. 제 합격의 반은 훌륭한 스터디 파트너이자 제 정신적 기둥이 되어 주신 곽정은 언니에게서 기인한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3월부터 8월까지는 한한과 영어암기를 했습니다. 실력도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Sight Translation이나 뒤집기는 절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한한을 통해 메모리스팬의 확장과 한국어 다듬기, 상식 쌓기를 꾀했고, 영어암기는 Dear Annie나 자신이 외우고 싶은 한 페이지 정도의 아무 text나 외워 와서 확인을 받는 식으로 했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다 보면 옆에서 Sight하고 뒤집기를 초반부터 하는 분들이 있어서 아무래도 조금은 불안한데, 저는 그때마다 저와 그 분들과는 출발선이 다르다 생각하고, 기초공사를 튼튼히 한다는 생각으로 흔들림 없이 많은 시간을 한한과 영어암기에 할애했습니다(뒤집기는 8월 중순부터 시작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실전청취 교재를 외워보려 한 달 정도 시도했고, 실제로 1, 2월에는 시사청취 교재를 암기했지만, 선생님 교재를 통째로 외우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이 들어서 나중에는 좋은 문장만을 선별해서 외우고, 쉬우면서 좋은 문장을 포함한 기타 여러 가지 교재들을 제 나름대로 선별해서 외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외우기로 작정한 text는 detail을 꼼꼼하게 챙기면서 외웠고(심지어 감탄사까지 외워서 언니가 웃기까지 했습니다 ^^;), 그러면서 영어의 기초공사가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 같습니다. 외울 당시에는""이것이 어떻게 시험과 이어질까"몰랐지만, Steve Jobs가 한 졸업사의 일부처럼, 나중에 보니 그것이 점으로 이어(connecting the dots)지더군요. 외우는 것은 영어의 체질을 바꾸고, 기초공사를 하는데 가장 유용한 방법임을 확신합니다. 그런데 많은 양을 외우는 것과 하나를 여러 번 외워 입에 붙이는 것 중 어느 것이 더 효과적인가에 대해서는 뚜렷한 답을 얻지는 못했습니다. 10개월을 두고 준비한다면 초반 8개월은 다양하게 많이, 나머지 2개월은 좋은 텍스트를 여러 번 입에 붙도록 하는 것이 어떨까 생각합니다. 한한은 1차, 2차 시험 전날까지 빠짐없이 했고, 3월~8월 중순까지는 영어암기 스터디를, 8월 중순부터는 영한과 한영 뒤집기 스터디를 하루씩 번갈아 했습니다. 처음에는 한영이 더 어렵게 느껴졌지만, 신기하게도 10월 중반 이후부터는 한영이 쉽게 느껴지고 영한은 끝까지 어렵게 느껴졌습니다. 많은 합격수기에서 누차 읽었지만 10월 중반까지도 한영이 쉽게 되지 않아서 이런 수준으로 어떻게 시험을 치르나 걱정했는데, 10월 중순 이후부터는 ''어떤 text를 불러주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길 정도로 한영이 쉽게 느껴졌고, 이것은 공부의 자연스런 수순을 밟은 분이라면 누구나 느끼실 것입니다. 또한 스터디를 하면서 매우 중요한 것은, 상대방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실속있는 스터디 자료를 준비해야 한다는 점, 이렇게 고심하여 고른 스터디 자료를 자기 것으로 충분히 소화해야 남 공부, 내 공부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는 점, 스터디 자료를 최대한 시험스타일에 맞추어 편집하는 등 심혈을 기울일 때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영한을 불러주면서 거의 원어민과 비슷한 속도나 오히려 약간 빠른 속도로 읽어 주어야만 상대방에게 도움이 됩니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차를 두고 최소한 3-5번 정도를 읽고 발음기호와 stress위치까지도 완벽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서는 스터디 효과를 기대할 수 없고 오히려 혼자 공부하는 것이 나을 것입니다. 한한 역시 두 번 정도 미리 읽는 연습을 하고 스터디에 임했습니다. 저희는 한한을 준비할 때도 교수의 입장에서, 교수의 눈으로 칼럼을 읽고 선정했으며, 비록 주제와 상관없더라도 어떤 전문 용어가 나오면 인터넷에서 찾아 함께 용어의 뜻이나 역사적 배경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제 스터디 파트너도 그렇게 해 주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를 마치고 나면 반드시 복습하기를 권합니다. 의외로 쉽지 않은데, 그것은 다른 여러 가지 할 것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정 시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눈으로 쭉 읽으면서 유용한 표현이라도 메모해 두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한 배를 탄 스터디 파트너의 실력이 함께 상승하는 것을 볼 때 보람도 느끼고 자극도 되어 엄청난 힘이 되어 줍니다. 이런 스터디라면 저는 적극적으로 권하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대충 시간만 때우는 식의 스터디는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공부방법]
 

합격수기에서 거의 이구동성으로 말하는 것이, 청취력이 가장 늦게 향상된다는 것 100% 공감합니다. 청취할 때, technical하게 듣기가 안 되는 것은 3-5개월 열심히 하면 어느 정도 해결됩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안 들리는 것을 나름대로 tracking 해 보면, 연결음 같은 것들은 당연히 약하게 발음하기 때문에 잘 안 들리지만, 심각한 것은 표현을 몰라서 안 들리는 경우입니다. 이것은 청취만 죽어라 한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고, 엄청난 양의 독해와 어휘 및 배경지식이 뒷받침되어야 하기 때문에 여간해서는 해결하기 힘든 문제입니다. 저는 찍찍이를 두 개 고장내고^^; (던지거나 떨어뜨린 것은 아니구요.) 세 개째 사용하였고, 또 은 선생님 교재 테이프가 늘 월말이면 늘어져서 들을 수가 없게 되도록 듣기를 많이 하고 공을 들였는데, 아직도 청취(영한)가 가장 약해서 보완을 많이 해 나가야 할 부분입니다. 은 선생님께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국내파 통역사에게서 가장 부족한 영역이 바로 청취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그런 부류에 속하지 않도록 지독하게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입니다. 독해량도 턱없이 부족하여 사실 학기 시작 전에 어떻게 보충해야 할까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며, 올해 시험에 떨어진다면 독해량을 많이 늘려 정독과 다독을 병행할 작정이었습니다.
 

에세이는 필사와 더불어 평소 글을 읽을 때 꼼꼼하게 읽는 것, 암기를 많이 하는 것, 이 세 가지 방법으로 어느 정도 수준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대 에세이는 기본적인 영어실력과 논리력을 검증하는 시험이기 때문에 화려한 표현을 쓸 필요도 없고, 어쩌면 써서도 안 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적은 양이라도 매일 필사하시고, 글을 읽을 때 관사, 전치사, 동사 등을 꼼꼼하게 보시고, 아는 단어도 다시 사전을 찾아가며 공부하세요. 저는 워낙 단어를 많이 찾아대는(?) 바람에 10월에는 전자사전마저도 고장나는 등 기계를 부숴 가며 공부했는데, 영한으로 뜻과 대략의 용법을 확인하고 반드시 영영으로 예문을 함께 보았습니다. 영영사전의 예문에는 그 단어가 대표적으로 쓰이는 상황에 맞는 문장들이 있어서 꼼꼼하게 공부할 때 반드시 필요한 습관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하면 그 단어의 용법과 어법에 대한 감이 잡히고 원어민의 영어에 가깝게 구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공부하다 보면, 동사+부사, 형용사+명사를 사용할 때 짝을 이루어 자주 사용하는 표현들이 있는데, 이를 잘 구사한다면 원어민이 듣기에 거부감이 없는 자연스러운 영어구사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 암기를 많이 하면 ""총알(표현)"을 많이 축적할 수 있는데, 이것을 적절하게 에세이에 활용하는 것이 또한 관건입니다. 은 선생님 에세이 수업을 8월, 10월 두 달 수강하면서 8월과 10월 중반까지는 총알을 있는 대로 다 써먹으면서 내가 쓴 표현들이 과연 적절한 것인지, 선생님의 지적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문법이 맞더라도 어법이 안 맞는 경우나, 의외로 spelling에서 많은 error가 났습니다. 필사할 때에도 기계적으로 많은 양을 '해 치우는'식으로 해서는 곤란하며, 한 문장을 필사하더라도 꼼꼼히 의미와 용법을 유념해 가면서 했을 때에 효과적이었습니다.
 
 
 
[시험]
 

1차 에세이는 제가 그나마 가장 자신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시험장에서 너무 짧고 진부한(?) 주제가 나오는 바람에 개요 잡는데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은 선생님 에세이 시간에는 늘 개요가 딱딱 떠올라서 순식간에 쓰고 나와 시간이 모자라리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 상황에서 많이 당황했습니다. 개요가 잘 잡히지 않아 시간이 많이 소모되었고, 서론을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에 서론과 본론의 first 부분을 쓰고 나니 벌써 시간이 반이 흘렀습니다. second, third, 결론까지 세 덩어리를 30분만에 써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지고 그 다음부터는 생각이 정리가 잘 안 되고 그러면서 spelling이 틀린 것이 두 단어나 됐습니다. 1차도 떨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었지만 일단은 무조건 됐다고 생각하고 마음을 접고 2차 준비에 몰두했습니다. 2차에서는 한영보다 영한이 어려울 거라 생각했는데, 예상이 적중했습니다. 실제로 영한내용은 작년보다 쉬웠는데도 제대로 말하지 못해서 영한 때문에 떨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나마 잘 한 짓(?)은 제가 이해한 것만 말했고, 아무리 중요하게 느껴져도 이해하지 못한 것은 과감히 빼 버렸습니다. 그러나 한영을 그럭저럭 한 덕인지 2차까지 합격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시험과 관련해서 드리고 싶은 조언은, 시험장에서는 정말 자기가 가진 실력의 50% 정도밖에는 발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평소 실력 쌓기에 열심히 힘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 정도면...'하는 마음은 절대 금물입니다. 또 시험장에서는 너무 잘하겠다는 생각을 하면 오히려 performance가 떨어지기 때문에 1차와 2차에서도 편한 마음을 갖는 것, 마음을 비우는 것이 최대의 관건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평소에 최선을 다해 공부하고 실력을 쌓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또한 이대 시험에서는 시사적인 내용보다는 약간은 academic한 내용(영한)이나 아주 일반적인 내용(한영)이 나오기 때문에 출제경향에 맞추어 공부하는 것도 필요할 것입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저는 조금 깊이 있는 한한을 하면서 게임이론이나 지적설계론 같이 무거우면서 이슈가 되는 주제들을 찾아 공부하기도 했는데, 한영은 허탈하게도 기사체의 내용이 나왔고, 기본적인 영어실력이 있다면 특정한 어휘를 구사하지 않고도 무난히 통역할 수 있는 내용이 나온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참고로, 에세이 주제는''주민등록증 등을 위한 지문채취가 사생활 침해나 국가의 과다한 통제로 이어질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찬반을 밝히고 그 이유를 500자 내외로 기술하시오'라는 내용이었고, 영한은 다문화주의(Multiculturalism)에 대한 text, 한영은 최근 교육부와 경찰청에서 실시하게 된 Walking School System에 대한 기사체의 글이 나왔습니다.
 
 
 
[감사드릴 분들]
 

우선 참스승의 모습을 보여주시며 긴장의 원천(!)이 되어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의 인사를 올리고 싶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에서는 왠지 모르게 너무 많이 떨어서 민망한 순간도 많았고, 실력을 다 펼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그것도 제 실력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개선하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순간메모리 확장과 이대 시험장과 비슷한 분위기에서 발표능력을 향상할 수 있게 도와주신 장홍석 선생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장 선생님의 한영순차 수업에서 자신감도 얻을 수 있었고 게임을 하듯이 재미있게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었습니다. 직장 다닐 때부터 영어사랑에서 인연을 맺고 영어공부 스타일이 저와 잘 맞았던 이성연 선생님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성연 선생님은 제가 정말 엉망인 수준일 때부터 저를 늘 과대평가해 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고 사표를 던지도록 도와주셨고 나중에 선생님의 후배(외대)가 되길 원하셨지만 여러 가지 좋은 조언으로 공부의 활력이 되어 주셨습니다. 딱 한 달이었지만 6월에 청취수업을 통해 내가 청취력은 괜찮은데 발표력이 없어서 문제일 뿐이라는 점을 알게 해 주신 박영훈 선생님께도 감사인사 드립니다. 약 6개월 간 함께 기초 다지기 스터디를 했던 혜민 양에게도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나의 반쪽이자 사랑하는 상훈씨, 미국에서 혼자 고생하며 공부하게 해서 미안하고, 끝없는 지원과 사랑에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합니다. 쓸쓸함을 느낄 때나 남편이 이국 땅에서 겪는 어려움을 얘기할 때,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사랑하는 사람과 이 귀한 시간을 떨어져 지낼까 눈물짓기도 했지만, 아내의 잠재력을 믿어주고 전폭적인 지원을 해 주었던 천 점(백 점이 모자라서...)짜리 남편에게 기쁜 소식을 가지고 갈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습니다. 거짓말을 앞서 해주시며 감싸주시고 지원해주신 시댁 어른들과 주말마다 아픈 몸으로 반찬 만들어 주느라 고생하신 친정 부모님께도 진심으로 감사인사 드리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엄마를 떠나 떠돌이 생활을 잘 견뎌주고 있는 사랑하는 아들 Qoo(쿠우)에게도 그리운 마음 전합니다. 더 큰산을 넘기 위한 또 한 번의 도전을 위해 이 겨울을 알차게 보내길 제 자신에게 다짐해 봅니다.
 
 
 
 
 
 
 
 백주연
 
 
 
저는 작년에 이대 시험을 봐서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습니다. 막상 시험에 떨어졌을 때는 눈앞이 캄캄하고 "이것이 내 길이 맞나"하는 회의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우선 "내가 진정 마음속으로부터 통역을 하고 싶은지"를 결정하는 일을 먼저 했습니다. 작년에는 아무 생각 없이 '막연히 통대에 가면 좋다고 하더라'라는 마음으로 공부를 했었습니다. 그래서 작년 시험이 끝난 후에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또 이 길이 내 적성에 맞는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는 "정말 이 길로 가고 싶다"는 확신이 든 후에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작년과는 다른 자세로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저의 부족한 점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역시 저는 1차 에세이 시험에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내게 부족한 점을 집중 공략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한 단계 더 발전해 있을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임했습니다. 즉, 그렇게 하면 다른 부분에서도 실력이 향상될 것이라는 믿음으로 공부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는 스터디 파트너와 주제별로 나눠서 공부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너지, 환경, 교육, 줄기세포 등의 굵직한 주제를 선정한 후, 1-2주 동안 그 중 한 가지 주제만 가지고 공부했습니다. 이런 공부방식이 배경지식을 쌓는데 크게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양을 늘리기보다는 적게 하더라도 했던 것만큼은 확실하게 복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더 역점을 뒀습니다. 사실 전적으로 통대준비 공부만 한다는 것이 심적으로 매우 부담되는 일이지만, 저는 너무나 고맙게도 마음이 잘 맞는 친구를 만나서 함께 기쁘고 즐겁게 공부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끝까지 지치지 않았습니다. 지금 준비하시는 여러분께서도 공부하면서 지치지 않도록 마음이 잘 맞는 친구와 기쁘게 공부하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1차 에세이]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대충 꼼꼼히'가 에세이 쓰는 데 있어서 딱 들어맞는 얘기인 것 같습니다. 저는 예상하지 않았던 주제가 나오면 머리가 멍하곤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주제가 주어져도 대강의 기본적인 아이디어라도 쓸 수 있도록, 되도록 다양한 주제들로 에세이 쓰는 연습을 했습니다. 가능한 평이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쉬운 표현으로 쓰도록 노력했습니다. 공부하면서 어려운 단어들을 접하면 꼭 유의어 사전을 찾아보고 대체할 쉬운 단어들이 무엇이 있나 확인하고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에세이를 쓸 때 개요를 확실히 짜고 시작했습니다. 거의 10분에서 15분, 많게는 20분까지 개요를 짜는 데 할당했습니다. 개요를 1, 2, 3으로 확실하게 나눠서 세운 후에, 그 문단 내에서도 어떻게 논리를 전개할 것인지, 자세하게 짰습니다. 그렇게 골격을 세우고 글을 쓰니 에세이가 오히려 훨씬 빨리 써졌습니다. 또 이렇게 개요를 확실히 짜면 문단 내에서 혹은 문단끼리의 내용의 중복이나, 중간에 논리적인 오류가 생길 확률이 훨씬 적어지기 때문에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2차 한영]
 

영한, 한영 공부를 할 때는 우선적으로 요약하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글의 흐름을 잡는 연습, 논리의 흐름을 잡는 연습을 계속 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도 시험관께서 전체 내용을 요약하는 식으로 순차통역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한영 스터디를 할 때 가장 고질적으로 드러난 저의 문제는 바로 한글 텍스트를 영어로 번역하듯이 통역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듣는 도중에 자꾸 한글에 맞는 영어표현을 생각하다 보니 내용도 잊어버리고 통역도 이상해졌습니다. 그래서 한영 텍스트를 들을 때는 의식적으로 한한요약을 한다고 생각하면서 들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하니 한글 텍스트의 내용에 더 집중할 수 있었고 이해한 내용은 제가 이미 알고 있는 검증된 영어로 갈 수 있었기에 더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한영 스터디를 하고 난 후 복습을 할 때는 반드시 한글 텍스트를 영어로 다시 요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한 것을 녹음해서 나중에 꼭 다시 들어봤습니다. 이 방법이 자주 저지르는 실수와 문제점을 고치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2차 영한]
 

영한도 한영과 마찬가지로 논리 흐름 잡기, 요약을 중점적으로 공부했습니다. 주제가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대의를 잡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장에서도 디테일은 생략하고 큰 줄기만 얘기했습니다. '이러이러하다고 한다. 근데 뭐뭐뭐해서 이것이 아니다.'하는 식으로 큰 내용만 잡았습니다. 영한 스터디 후에는 꼭 다시 영어, 한국어로 한번씩 요약해서 복습했습니다.
 
 
 
[후기]
 

마지막으로 1년 동안 열심히 가르쳐 주신 은 선생님께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진득하게 앉아서 공부하지 못하는 저를 잡아주고 항상 웃게 만들어준 영주에게도 너무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이승민
 
 
 
먼저 부족한 제게 합격을 허락하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또한 이만큼 실력을 다지도록 가르쳐 주시고 부족한 점을 정확하게(with surgical accuracy!) 지적해 주신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시험이 가장 궁금하실 것 같아서 제가 기억하는 한도 내에서 시험의 유형과 함께 부끄럽고 쑥스럽지만 그 동안 공부한 방법을 말씀 드리고자 합니다.
 
 
 

[2005년도 실패원인]
 

1. 청취력/이해력 기준 미달
 
2. 연습 부족
 
3. 자신감 결여
 

저는 작년에 처음으로 통대 시험을 쳤습니다. 1차 에세이 시험은 운 좋게 통과를 했었는데, 역시 1) 실력미달 2) 연습 무 3) 자신감결여로 인해 2차 시험은 너무나 당연하게 떨어졌습니다. 그냥 학원수업도 조용히 뒷줄에 앉아서 수동적으로 들었고, 발표도 안 했고, 스터디 파트너도 없었습니다.
 

실력이 턱없이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시험을 응시한 것은 작년에 감명 깊게 들은 바락 오바마(흑인 초선 민주당 상원의원)의 연설 내용 중 "dare to defy the odds"라는 한 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이 어찌나 제 마음을 설레게 했던지 맨 마지막 날 응시를 하게 만들었습니다. 에세이는 작년에 은 선생님 수업을 꾸준히 들으면서 연습을 많이 했기 때문에 노력한 결과가 나타났는지 운 좋게 합격을 했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 보러 오라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갔던 저는 2차 시험에서 교수님이 영문 지문을 그렇게 길게 읽어주시는 줄은 꿈에도 상상을 못했습니다. 끝난 줄 알고 말을 하려고 하면 또 읽으시고, 또 읽으시고... 이런 느낌을 영한 시험 도중 세 번이나 받았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워서 못 알아들었는데, 당연히 다 잊어버리고 거의 말을 못했습니다. 한영도 어찌나 길게 느껴지던지 쉬운 내용이었는데도, 당시 기억력이 너무나 부족했던 저는 가장 중요한 핵심인 한국말 자체가 기억이 안 나서 영어로 결론을 맺지 못하고 나왔습니다.
 
 
 

[2006년도 1차 시험: 에세이]
 
 
 

1. 문제
 

"한국에서는 주민등록을 만들 때 지문 날인을 한다. 일부에서는 지문 날인을 국가권력이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서 찬/반을 논하라"
 

작년과 비슷한 유형을 예상하며 paraphrase를 생각하고 갔던 저는 문제를 받아보자 아무 생각도 안 나고 멍해져서 처음에 너무 많은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머리 속에서는 온통 '이를 어쩐다!' 와 'Your negligence now comes back with a vengeance.' '시험지에 여백의 미가 있군.'과 같은 엉뚱한 말만 맴돌았습니다.
 
 
 

2. 제가 쓴 답안
 

시험을 포기할 수는 없기에 고민 끝에 저는 찬성한다고 썼습니다.
 

서론에서 1) "합법적이고" 2) "현재로서는 대체할만한 실행 가능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를 쓰고,
 

본론에서는 (1-1) "헌법이 규정한 하에서 국가는 국민을 통제할 권리를 부여 받는다. 만약 지문날인이 법에 어긋나고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한다면 헌법재판소에서는 이를 위헌으로 결정했을 것이다." (1-2) "지문날인의 기본적인 목적은 국민의 신원을 확인하고 그들에게 마땅히 누려야 할 기회와 권리를 국가가 보호하기 위해서다. 사생활 침해로 지문 날인을 거부하는 것은 국가의 기능을 국가자경주의(state vigilantism)로만 국한하는 왜곡된 시각을 반영한다." (2-1) "대안으로 제시되는 다른 시스템 역시 같은 이유로 사생활 침해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지문만큼이나 사람마다 다른 심장박동이나 홍채인식과 같은 의학정보를 이용한 신원확인에서도 보듯이 개인의 신상정보에 관리에 대한 문제는 항상 문제를 야기 시킨다." (2-2) "게다가 현재의 시스템을 교체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막대한 자금이 요구된다. 이는 세금 낭비이며 당연히 책정 되어야할 다른 긴급하고 중요한 분야의 지출을 밀어낼 것이다."
 

결론은 "위와 같이 언급된 이유로 합법적이며, 현재의 현실적 재정적 여건이 지문 날인을 유지하는 쪽으로 기울기 때문에 찬성한다."라고 썼습니다.
 

전체 주어진 시간에서 막판 30여분을 남기고 써서 300자도 안 되는 것 같고, 검토도 못하고 내서, 전혀 합격의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합격한 것을 보니 길이가 그렇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3. 에세이 공부 방법: 필사와 암기
 

저는 이 공부를 하기 전, 영어 책을 꾸준히 읽었고 그로 인해서 문법과 구문파악은 별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단어는 분야 별로 많이 알지 못했지만(특히 경제만 나오면 "無腦兒"로 돌변합니다), 제가 알고 있는 단어들은 다 책을 통해서 익혔기 때문에 비교적 정확한 용례를 알고 쓸 수 있었습니다.
 

저는 작년에 은 선생님 에세이 반을 꾸준히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간 동안에 절감한 것은 "그냥 눈으로 보고 이해하는데 그치는 영어는 절대로 내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좋은 표현이 나오면 암기하는데 치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 한국식 논리와 표현으로 가다보니 정말 어줍지 않은 창피한 내용을 많이 썼습니다. 선생님께서 필사를 숙제로 계속 시키셨고, 철저한 검사와 함께 다음 시간에 지난 시간에 배운 내용을 복습시켜 주셔서 그냥 수업을 따라갔습니다.
 

수업 교재 이외에 제가 필사한 책이 하나 있었는데, The Purpose Driven Life(목적이 이끄는 삶)라는 책이었습니다. 제 수준에서 필사하기에 가장 적합한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내용이 너무 좋아서 필사를 해도 전혀 시간이 아깝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즐거운 마음으로 필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필사를 하면서 좋은 표현은 꼭 외웠습니다. 나중에 쓸 요량도 있었지만 외워두면 힘들 때 항상 새로운 힘을 주는 마음의 링거주사와 같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약식 에세이 시험을 실시하기도 하셨습니다. 저는 항상 무슨 주제든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거기다 찬/반을 정해서 논하라고 하니 정말 저에게는 고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어느 입장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하다가 초반에 시간을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항상 500자용 에세이에서 300자 내외로 썼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시간을 통해서 제한된 시간 내에 어떻게든 입장을 정해서 논리적으로 주장하는 것을 체득한 것 같습니다. 워낙 느긋한 성격에다 뜬 구름 잡는 책들만 읽었던지라, 느리고 논리력이 상당히 부족했던 저에게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올해에는 에세이반이 낮 시간에만 개설이 돼서 등록만 하고, 인터넷으로 강의파일을 들으며, 실제로 수업시간에는 8월에 두 번, 10월에 2번 간신히 짬을 내서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집에서 혼자 쓰려고 하니 일하고 들어와 피곤해서 잠은 쏟아지고, 자꾸 사전을 찾아보고 싶은 충동을 이길 수가 없고, 또 제한된 시간 안에 쓸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단 한번이라도 시험과 비슷한 상황에서의 연습이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주제가 "democracy"였던 날과 맨 10월 마지막 수업에 들어가서 실전연습을 했습니다.
 
 
 

[2006년도 2차 시험: 한영]
 
 
 

1. 이대 한영 시험의 특징
 

이대 한영 시험은 특정 분야의 지식과 어휘를 심사하기보다는 1) fluency 2) 영어의 기본 바탕 3) 논리적 요약 능력을 보는 것 같습니다.
 
 
 

2. 시험장 분위기
 

시험장에 들어가니 교수님 세분이 앉아 계셨는데, 한 쪽에는 제 performance를 녹음하는 조교가 앉아 있었습니다. 좌석 배치는 교수님을 마주보고 앉는 구도였는데, 자리에 앉으면 바로 앞에 책상용 마이크가 있습니다.
 
 
 

3. 한영시험
 

한영시험이 먼저 있었습니다. 교수님께서 듣고 영어로 요약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길게 느껴졌는데, 제가 영어로 요약했던 내용은 대충 아래와 같습니다.
 

"지난달부터 한 지역에서 초등학교를 중심으로 시범적으로 걸어서 등교하는 제도가 도입됐다. 훈련받은 자원봉사자들과 교사의 인솔 하에 초등학생들이 한 곳에 모여서 학교까지 걸어가는 연습을 하는 것이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어린이 사망자 수의 70%는 바로 등하교길 횡단보도나 도로를 건너다 발생하는 교통사고가 주요 원인이다. 백 마디의 말보다 한 번의 실천과 연습이 안전 사고를 예방하고 의식을 고취시키는데 더 효율적기에 이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 것이다. 북유럽의 선진국에서는 이 Walking School System을 이미 오래 전에 도입해서 실시하고 있다. 특히 네덜란드와 같은 경우 이 제도를 실시한 이후 교통사고로 인한 아동사망률이 15%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 제도가 한국에서도 성공적으로 판명될 경우 전국적으로 확대 실시할 것이다."
 

교수님 세분이 제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왼손에 거머쥐신 동그란 초시계를 누르시고 시간을 재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 항상 말하기 전에 뜸을 너무 많이 들인다고 지적을 받아왔던 터라 초시계를 보자 많이 당황했는데, 이해한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듯이 약간 빠르게 했습니다. 제가 첫 마디를 터뜨리자마자 한글을 읽어주신 교수님께서 저를 뚫어지게 쳐다보셨습니다. 시선을 어떻게 피할 수가 없어서 한영이 끝날 때까지 그 분께만 시선을 고정시켰던 것 같습니다. 요약을 끝내고 나서는 할 말을 다 했다는 것을 표시하기 위해서 "감사합니다"를 말했습니다.
 
 
 

4. 한영 공부 방법: 실전통역 수업 / 이해 / 표현 암기
 

한영은 탄탄한 문법을 바탕으로 정확하게 입력된 영어 표현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말을 해도 소용이 없기 때문에 6월까지는 시도도 안 했습니다. 그러다가 6월에 은 선생님 실전통역반을 들으면서 준비했습니다. 그 전까지는 실전 청취 시간에 배운 단어나 마음에 와 닿는 쉬운 표현 위주로 짬짬이 암기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수업시간 교재 내용 따라가기도 바빴기에 분야별로 어휘를 공부하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실전통역반은 주로 CNN 시사매거진을 영영 요약하는 것과 미리 나눠주신 한영자료를 열심히 외워 와서 그 다음 시간에 선생님께서 자료에 없던 관련주제 내용도 가미해 한국어로 불러주시면 암기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표하는 형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영영 요약도 잘 안 됐고, 열심히 외운 연설문과 Chicken Soup, 인터뷰 자료는 선생님께서 한국말로 불러주시는 동시에 제 머리 속에 저장된 영문 내용이 서서히 지워지기 시작해서 선생님께서 한국말을 마치시는 순간 완전히 삭제 완료된 느낌이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누누이 강조하신 점은 무조건 외우려고만 하지말고, 먼저 이해부터 하라고 하신 말씀이었습니다. 7월 어느 순간 그 말씀이 마음에 깊이 와 닿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영 자료를 보고 한국어 부분을 충분히 읽어서 이해를 한 다음 영문을 보기 전에 조야하나마 제 영어로 한 문장씩 말해보고, 나중에 원문영문을 외웠습니다. 특별히 외울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주로 이동하는 차안이나 걸어다니면서 외웠습니다.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오히려 제게는 집중력을 높여주는 역할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이 시간을 통해서 꾸준히 좋은 표현을 통째로 암기한 것이 정확한 표현을 구사하고 끊기지 않고 물 흐르듯 표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고, 소위 말하는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데도 도움이 됐습니다.
 

5월에는 처음으로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공부를 시작했는데, Chicken Soup을 영영 요약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Chicken Soup은 어렵고 복잡한 문어체에 익숙해져 있는 저와 같은 국내파에게 쉬운 구어체 표현을 익히게 해주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됩니다. 7월 중순부터 9월에는 서로 사정이 생겨서 잠시 쉬었다가, 10월에 다시 만나서 일주일에 두 번 Chicken Soup영영 요약과 한영 바꿔 말하기와 영한 바꿔 말하기를 시작했습니다.
 
 
 

[2006년도 2차 시험: 영한]
 
 
 

1. 이대 영한 시험의 특징
 

우선 지문이 깁니다. 게다가 논조가 중간에서 바뀌는 전환의 "묘미(?)"가 있는 내용을 약간 빠른 속도로 읽어 주십니다. 따라서 저자의 핵심을 간파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 영한 시험
 

영한 시험은 문화다원주의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들으면서 이해했다고 생각해서 좀 흥분했습니다. 잘 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로 옮길 때 중간에 egalitarian이란 단어를 표현할 적절한 한국어가 갑자기 생각이 나질 않아서 pause를 두게 되었고, 너무 당황한 나머지 블랭크 현상이 왔습니다. 그러나 "일단 말을 내뱉었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는 반드시 결론을 내야한다."는 은 선생님의 말이 각인돼서인지 저자가 왜 문화다원주의에 대해서 반대하는지에 관한 논조를 이해한 내용 안에서 설명하고 미련을 두지 않고 짧게 끝을 맺었습니다. 역시 끝났다는 것을 알려드리기 위해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시험을 보고 나서 영한을 너무 못했기 때문에 이틀 동안 매우 괴로웠습니다.
 
 
 

3. 영한 공부 방법: 청취 수업 / 이해 / 표현 암기
 

모든 부분이 다 그렇겠지만, 특히 청취는 아는 만큼만 들리고, 들은 내용 중 이해한 내용만 말할 수 있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혹시 더 붙여서 얘기한다면 그것은 대부분 "창작"한 내용이 되겠지요.
 

제게 가장 부족한 부분이 바로 영어 청취력입니다. 2003년도 3월 중순에 영어로 말도 잘하고 글도 잘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학원을 찾다가 우여곡절 끝에 등록한 영어사랑학원에서 청취를 처음 시작했습니다. 그 전에 회화 학원을 다니기도 했는데, 항상 그 말이 그 말인 표현을 하고, 실력이 느는 것이 느껴지지 않아서 오래 다니지는 못했습니다. 청취는 외국에서 연수를 받아본 적도 없었던 토종 국내파였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부족한 분야였습니다. 그러나 제일 많이 해야 하는 분야임에도 불구하고 그만큼 시간을 충분히 할애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앞으로도 가장 중점적으로 고군분투 해야할 분야이기에 공부 방법을 쓰기가 무척 부끄럽습니다.
 

2003년도와 2004년도 중반까지도 통대 입시에는 뜻이 없었기 때문인지, 그저 수업을 듣는 것 뿐 별다른 노력은 하지 않았습니다. 밀물처럼 학원에 왔다가, 썰물처럼 스르르 집에 가곤 했습니다. 다만 꾸준히 은 선생님 수업은 빠지지 않고 등록했습니다. 내용이 너무 재미있고 그 동안 제가 모르던 세상을 보게 돼서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2004년도 11월에 처음으로 이대 1차 시험을 보고 덜컥 합격하는 바람에 청취에 집중적인 관심을 쏟게 됐습니다. "하면 된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04년 12월과 2005년 1, 2월에는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고, 처음으로 발표를 시작해서 잘해보고도 싶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께서 사전에 강의 요약본을 홈페이지에 올리시면 주제와 관련된 한국어기사와 영어기사를 적어도 각각 3편씩은 읽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복습도 철저히 했었고, 이때 실력도 느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월 중순부터 갑자기 많은 일들이 몰려와서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너무 여유가 없어서 간신히 수업에만 들어와서 조용히 수업만 들었습니다. 3월부터 8월까지는 일요일도 못 쉬고 일을 했습니다. 그래서 몇 개월 동안 발표를 중단했더니, 발표능력뿐만 아니라 집중력도 현저히 떨어지는 것이 느껴져서 나중에는 통과를 외치고, 앞에 나가서 헛소리를 하더라도 발표를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는 청취 수업 자료 이외에는 다른 것은 들을 시간도 없었고 여력도 안 돼서 어떻게든 청취 수업 듣는 시간만큼은 확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수업 시간에 모르는 단어는 그때마다 외웠습니다. 복습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나중으로 미루면 절대로 안 외우고 넘어갈 것이 뻔해서 되도록 그 시간 내에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이렇게 수업 시간에 배워서 그때 외운 단어 중 state vigilantism이나 medical credential 과 같은 단어를 실제로 1차 에세이를 쓸 때 적절히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맺음말]
 

"즐겁게" 그리고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할 수 있었던 것이 실력을 다지는 데 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제게는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해소였습니다. 저녁에 청취 수업을 들은 것이 제게는 일을 하면서 또 대인 관계에서 받은 여러 가지 스트레스나 답답한 부분을 해소해 주는 맑은 샘물과도 같았습니다. 간혹 수업시간에 발표가 부족하고 엉망이거나 잘 안 들리고 이해가 안 돼서 낙담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매일 꾸준히 연습해서 익숙해지면 바로 그것이 잘 하는 길"이라는 것과 "포기하고 주저앉는 그 시점이 바로 제 실력의 무덤"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는지 곧 회복하고 즐겁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또 저는 매일 새벽이나 늦은 밤에 적어도 30분은 꼭 예배를 드렸습니다. 예배를 통해서 항상 공부할 수 있는 여건에 감사 드리게 되니, 주님께서 새 힘을 주시고 지치지 않게 돌봐주신 것 같습니다. 시편 1편에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라는 말씀처럼 때가 되면 결실을 맺을 것이란 믿음을 주셨습니다. 문제는 그 때가 언제인지는 모른다는 것이지만...
 

저를 위해서 항상 기도해준 가족과 스터디 파트너 현정이, 그리고 많은 시간을 희생하시면서 저희들을 가르쳐 주신 은 선생님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리면서 이 글을 맺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수미
 
 
 
 
 
아직 미흡한 제가 합격수기를 써도 될까 하고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지금 시작하시는 분들에게, '두드리면 문은 열린다'는 것을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저처럼 지방(저는 부산 출신입니다)에서 계획하시는 분들, 아르바이트나 직장을 다니고 계신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영어공부]
 

저는 영어권 나라에는 가본 적도 없는 순수 국내파 입니다. 대신 지난 약 5년간 회화학원을 다녔습니다. 그 당시에는 통역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에서보다는 단지 영어를 잘 하고 싶었습니다. 재미가 있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성실한 학생으로 뽑혀서 몇 달간 공짜로 수업을 듣기도 하고 월반도 해보고^^;; 대회에서 상도 받게 되었습니다. 연수 기회도 있었지만, 저에게는 회화학원을 다닌 것이 훨씬 효과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통역 자원봉사를 하다가 그것이 인연이 돼 간단한 아르바이트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아르바이트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대치가 낮기 때문에 적은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쓰는 것이지요. 하지만 거기서 배우는 것은 계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닙니다. 비교적 시간여유가 있는 분들에게,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방법은 회화학원이나 EBS의 회화프로그램을 적절히 이용하라는 것입니다. (20분 분량의 Easy English, Power English는 내용이 상당히 좋습니다.) 단, 회화학원을 다닐 경우에는 미리 주제에 대해 말할 표현을 찾아 꼭 외워 가시고, 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우는 복습을 하세요! 꾸준히 하면 큰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통대준비]
 

본격적으로 통대준비 공부를 한 기간은 정확히 1년 4개월입니다. 그 전에, 지방에서 처음 공부를 한다고 한 것이 이코노미스트 독해였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굉장히!! 후회되는 방법입니다. 수준에 맞지 않는 것을 잡고 있었으니까요. 통역학원을 다닐 수 없는 경우, 한국신문 열심히 읽으시고, 수준에 맞는(적당한 난이도의) 영어잡지나 신문을 골라서 읽으시길 바랍니다. 직독직해도 매일 일정량 하시구요.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서울로 오시거나 시간을 내어 학원에 다니시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현실적으로 힘들다고 느껴지는 상황이라도 무리를 해서라도 다니세요^^ 처음에는 다른 학원에 몇 개월을 다녔습니다. 정말 열심히 하시는 분들에게 기가 눌려서 방법도 모른 채 단순히 공부만 했습니다. 그리고 12월부터 영어사랑학원으로 옮겼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이 어렵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제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실전청취와 실전통역 수업을 들으면서 그 날 배운 부분은 열심히 외웠습니다. 3페이지 반을 암기하는데 처음에는 꼬박 16시간이 걸렸습니다. 갈수록 암기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조금씩 줄긴 했지만, 그만큼 제 자신도 나태해졌고, 이 점은 지금도 굉장히 후회가 됩니다. 여기서 외운다는 것은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닌 '인지적'수준을 말하는 것입니다. 복습이나 암기를 꼼꼼히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방법]
 

지난 1년간 이코노미스트를 스스로 찾아 읽은 적은 없습니다. 대신 좋아하는 글이나 원서책을 머리 식힐 때 읽었습니다. (애용했던 자료는 헤럴드 트리뷴입니다. www.iht.com) 듣기와 독해 모두 복습만으로도 시간이 모자랐기 때문에 따로 독해를 많이 하지는 못했습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독해는 듣고 말하기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라고 하신 말씀에 100% 동감했습니다. 따라서 양적 공부보다는 한 자료를 5번이고 10번이고 읽는 질적 공부를 했습니다. 그것이 비교적 단기간에 보다 나은 효과를 낼 수 있었던 正道라고 믿습니다. 모르는 표현은 영영사전도 함께 보시고, 수업 복습은 무조건 한다는 생각으로 하시길 바랍니다. 떨리고 자신이 없어도 발표도 하시구요. 선생님의 critique은 한 모퉁이에 적어놓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critique에 상처받지 마시고 고맙게 듣고 유용하게 쓰시길 바랍니다^^ 한영은 비교적 자신감을 얻게 되었는데, 그 바탕은 철저한 수업복습과 실전통역시간에 다룬 연설문 1년 치를 총 3번 외웠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연설문에는 경제, 역사, 문화, 최근 이슈...모든 내용이 총 망라 되어있습니다. 단 연설문을 그냥 외우는 것이 아니라 단어별로, 표현별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체내용을 순서대로 달달- 외우는 것입니다. 따로 한영준비를 한 적은 없습니다. 스터디는 한한과 직독직해를 제외하고는 8-9월경에야 암기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 영한, 한영 스터디를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 동안 혼자서 충실히 했다면 9월, 10월에 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시간절약]
 

저는 아르바이트를 계속 했습니다. 후반기 들어서는 시간상으로 비교적 안정된 과외를 하게 되었지만 그 이전에는 시간관리가 힘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거기서 오는 스트레스를 감당하기가 힘들더군요. 번역(비전문가수준)을 하다 3일 밤을 샌 후 아침에 잠이 들어 얼굴이 퉁퉁 부은 채 수업에 늦게 뛰어 들어가던 그 날의 기분은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어쩌면 그런 날들이 있었기에 지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직장에 다닌다고, 아르바이트를 해야 하니 힘들다고 변명을 대는 것은 결국 스스로에게는 플러스가 아닌 마이너스라는 것을 몸소 깨달았습니다. 실제로 학원에 종일 있어도 밥 먹는데 1시간, 쉬는데 30분, 스터디 중 잡담으로 보내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그보다 적당히 시끄러운 지하철에서 30분간 집중을 해서 하는 공부가 훨씬 낫습니다. 자신을 믿으시고! 자투리 시간 잘 이용하시길 바랍니다.
 
 
 
[이대선택동기]
 

우선 이화여대를 선택하게 된 것은 1차가 에세이라는 점과 수업 커리큘럼이 제게는 더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에세이는 펜팔을 오랫동안 해서인지 거부감은 없었습니다. (꼼꼼한 성격 때문에, 펜팔 할 때는 항상 정확하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1차 시험]
 

정말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본론부터 쓰느라 서론, 결론을 전혀 쓰지 못했는데 5분이 남았더군요. '이렇게 떨어지는구나..'하면서도 내용을 못써서 불합격을 하면 너무 억울하다는 생각에 4분 여만에 서론, 결론을 써내려 갔습니다. 물론 검토는 전혀 못했습니다. 그러나 합격이 가능했던 것은 수업시간에 "똑 같은!" 경험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은 선생님이 '이제 시험지 제출하라'고 하실 때 부랴부랴 '서론, 결론'을 썼던 경험 때문이죠. 여러분은 내년에 꼭 시간안배 잘하세요! 문법의 기초는 대학 때 교과서보다 자주 봤던 Grammar In Use 덕분에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이후의 모든 것은 은 선생님으로부터 배운 것 (특히 필사) 밖엔 없습니다. 에세이가 고민이시라면 우선 기초공사(문법, 철자, 독해)를 튼튼히 하시고 8월경부터 개설되는 선생님 에세이강의를 꼼꼼히 들으시면 충분하실 겁니다. (필사는 꼭 하세요!!)
 
 
 
[2차 시험]
 

시험을 볼 때 교수님께서 한영을 먼저 읽어 주셨습니다. 제일 자신 있는 부분이었는데, 치명적인 실수를 했습니다. 괜히 고치느라 버벅대는 것보단, 자연스레 넘어가는 게 낫다는 생각에 그냥 넘어갔습니다. 근데 그때 교수님께서 크게 감점체크를 하시는 걸 보고선 '내가 왜 그랬을까...' 정말 후회를 했지만 얼굴에 당황하는 표는 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럴 수도 있지'라는 어이없는 당당함으로 밀어 부쳤습니다^^;; 영한은 아직도 자신이 없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시험장에서 신기하게도 은 선생님이 평소에 해주신 말씀("쓸데없는 것 빼라/순서대로 할 필요 없다/볼륨있는 통역, 즉 핵심을 강조하는 통역을 해라..")이 생각났습니다. 그래서 핵심을 우선 얘기하고, 그 후에 생각나는 대로 detail을 붙였습니다. 교수님과의 eye contact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번 시험에서 교수님이 제게 한영, 영한 둘 다 '요약하시오'라고 하셨는데, 어떤 분들에게는 '통역하시오'라고 하셨답니다. 무슨 뜻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는 요약한다는 생각으로 읽어주는 내용의 절반 정도 길이로 했습니다.
 
 
 
[후기]
 

먼저, 항상 저를 지켜주시고 인도해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립니다. 이 지면을 빌어, 같이 열심히 해준 소영이, 변함 없는 노력으로 귀감이 됐던 배정화 언니, 그리고 함께 스터디했던 모든 분들, 바다 건너편에서 기도 열심히 해준 연주, 저를 믿어준 사랑하는 계팀. 친구들^^, 그리고 옆에서 물심양면으로 힘이 되어준 우리 언니와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공부 이상의 것을 가르쳐주신 은 선생님, 정말 감사 드립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부족한 제가 이렇게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선생님과 그에 따르려 했던 미약한 저의 노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도 지금은 부족할지라도 노력만은 멈추지 마시길..!!
 
 
 
 
 
 
 
 조효섭 
 
 

아직까지 많이 부족한 상황에서 합격수기를 쓰려니 쑥스럽고 망설여지지만, 저보다 먼저 합격하신 분들의 합격수기를 읽으면서 공부방향을 잡고, 힘들 때 마음을 다잡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부족하지만 제 공부방법과 시험에 대한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특히, 작년에 제가 그랬듯이, 불합격으로 힘들어 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으로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공부하면서 느낀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제대로 닦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대로 실력이 쌓이지 않은 상태에서 스터디를 많이 하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가 입 밖으로 뱉어낼 수 있는 "총알"이 갖추어져 있지 않은 상태에서는 양질의 내용이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영한스터디]
 

이대 시험이 2분 넘는 길이로 의견이 들어있는 글이 예년의 추세였기 때문에 스터디파트너와 계속 2분30초 이상의 글을 서로 읽어주면서 연습했습니다. 처음에는 내용이 길다보니 중간부분이 빠지거나 결론을 잊곤 했는데 꾸준히 연습하다 보니 거의 전체를 다 기억해낼 수 있었습니다. 디테일을 기억하려고 하기보다는 듣고 이해한 내용을 좋은 한글로 내뱉는 연습을 주로 했습니다. 스터디 자료는 단순 기사, 사설, 칼럼등 다양한 자료를 활용하려 했고, 후반기에는 시험대비로 의견이 들어있는 글들 위주로 했습니다. 스터디 때는 항상 시간을 재면서 속도체크를 했고 녹음을 해서 어떤 실수를 하는지 항상 검토했습니다. 혼자 공부할 때는 NPR을 듣고 혼자 통역을 해보거나, 집에 있을 때 CNN을 많이 틀어놓고 봤습니다.
 
 
 

[한영스터디]
 

제 경우에는 영한에 비해 한영이 쳐지는 상태여서 영어로 쉽게 내뱉을 수 있도록 초기에는 한영스터디를 하지 않고 영영스터디를 했습니다. 그리고 쉬운 영어를 위해서 Dear Abby를 매일 했습니다. Dear Abby와 같은 경우, 쉽지만 유익한 표현이 한 두개쯤은 늘 담겨 있어서 재미있으면서 쉽게 외워졌고 활용도 잘할 수 있었습니다. 5월부터 한영스터디를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속도도 매우 느리고 영한이나 한한과는 달리 내용자체가 기억이 나지 않고 제대로 뱉을 수 없어서 많이 속이 상했습니다. 다행히 스터디파트너와 제가 한영이 영한에 비해 서로 다 약하다고 판단해서 둘이 함께 무엇이 문제인지 분석하고 의논해서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었습니다. 서로 초시계로 시간 확인을 해줬고 항상 속도를 의식해서 했더니 조금씩 느린 감이 사라지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또, 한글을 들을 때 영어표현을 생각하면 그 부분은 꼭 빠뜨리게 되고 전체 줄거리를 잡기가 힘든다는 사실을 깨닫고, "내용을 들을 때는 한글로 이해만 하고 영어로 옮길 땐 나를 믿고 해보자"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식으로 접근을 하니 빠지는 내용 없이 전체 대의를 전달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한글에서 영어로 갈 때는 자신이 확실히 외워서 내 것으로 만든 영어표현이 많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시험준비로는 2분-2분30초 정도의 의견이 있는 글을 위주로 연습을 했습니다. 항상 녹음을 해서 다시 혼자 들어보고 실수한 것을 점검하고 속도와 backtracking등, 귀에 거슬리는 것은 없는 지 확인작업을 했습니다. 처음엔 녹음내용을 듣고 너무나 느린 속도에 충격도 받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제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에세이 시험 준비]
 

저는 에세이 준비를 하면서 영어실력이 많이 향상된 경우라고 생각됩니다. 어떤 자료를 접하더라도 에세이에 활용하려는 마음을 갖고 글을 읽었는데, 그래서 더 즐겁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에세이를 써야 한다고 생각했을 때는 뭘 어떻게 해야 할 지 막막했습니다. 확실히 아는 영어, 검증된 영어로 만 쓰려고 노력을 하긴 했지만 처음엔 그 확실히 아는 영어의 양이 절대 부족하다 보니 힘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L/C수업의 방송대본이든, 이코노미스트, 뉴스위크, 타임지 등 제가 독해자료로 읽는 내용이든 유용한 표현이 나오면 무조건 외우고 정리노트에 적었습니다. 작년 중반부터 시작해서 정리노트를 세 권까지 만들었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계속 새로운 내용을 외우다 보니 잊어버리는 것이 많아서 가끔씩 공부가 잘 안되거나 피곤할 때는 정리노트를 훑어보면서 소리를 내서 읽어보곤 했습니다. 그렇게 하다보니 좋은 표현들을 많이 알 수 있었고, 에세이에 활용할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에세이 준비를 통해 내 실력이 쌓이는구나 하며 즐겁게 했던 부분이었습니다. 어떤 글을 읽을 때 유용한 표현이 많이 있는 글을 보게 되면 너무 기분이 좋아서 완벽하게 외우고, 나중에 꼭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The New York Times 사설을 필사(copying)해서 자주 범하기 쉬운 실수들을 줄여나갔습니다. 사설은 의견을 담고 있는 글이기 때문에 필자가 어떤 식으로 의견개진을 해나가는지를 눈여겨봤습니다. 이코노미스트 opinion부분과 뉴스위크 칼럼도 빼놓지 않고 읽으려고 노력했습니다. 1년 넘게 에세이 준비를 하면서 느낀 것은 꾸준히 하면 분명히 실력이 향상된다는 것입니다.
 
 
 

[1차 에세이 시험]
 

올해 1차는 예년과는 달리 긴 본문 지문이 없이 세줄 정도의 간단한 주제를 준 것이 전부였습니다. 주민등록증을 발급 받을 때 열 손가락 지문을 채취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서는 사생활 침해이자, 정부에게 너무 많은 권한을 준다는 것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생활 침해에 대한 내용에 대한 것은 에세이 준비과정에서 많이 써본 경험이 있었고, 주제 또한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떠오른 두 가지 아이디어를 잡고, 그에 대해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전개할 지에 대해 간단하게 개요를 잡았습니다. 그리고 염두에 두었던 것은 작년에는 시험장에서 갑자기 긴장해서 20분간 아무것도 쓰지 못했던 아픈 기억이 있었기 때문에 개요를 좀 더 구체적으로 잡아 한번에 틀리지 않고 쓰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또 활용하고자 하는 표현을 함께 써두었습니다. 가끔씩 글을 쓰다보니 처음에 생각한 좋은 표현들을 잊고 그냥 글을 끝내게 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글을 다 쓰니 20분 조금 넘게 남아 사소한 실수라도 없게 여러 번 검토했습니다. 학원에서 에세이 진단 및 처방을 받을 때마다 사소한 실수를 못보고 넘긴 일이 여러 번 있었던지라 꼼꼼히 검토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이번 일차시험이 끝난 뒤에 느낀 것은 작년에 얼어서 글을 못쓴 것이 실력이 부족해서 그랬다는 것입니다. "더 탄탄한 실력이 있었더라면 잠시 막혔어도 어떻게든 그 상황을 잘 풀어나갈 수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처음 보는 것이라 매우 떨렸습니다. 11월의 2차 시험 준비반 수업시간에서도, 긴장하면 잘 들리지도 않고 들은 내용도 잊어버렸던 것을 생각해서 안 떨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장 앞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릴 때도, 영어로 된 글을 작은 소리를 내며 읽으면서 떨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교수님 세분과 녹음을 하는 조교 한 명이 있었습니다. 시작 전에 교수님이 제 학교와 전공에 대해 물으셨고, 한영을 먼저 시작했습니다. 내용은 평이했고, 초등학교 학생들 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 등교시 인솔자가 학생들을 데리고 학교로 가는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중간에 멈추지 않고 내용을 말했습니다. 교수님께서 내용낭독을 마치시는 순간 바로 통역을 시작했고, 끝까지 한결같은 스피드를 유지했습니다. 그리고 끝은 처지는 느낌 없이 확실하게 끝냈습니다.
 
영한의 처음 두 문장은 분명히 들었지만, 중간부분에서 제 심장소리가 교수님 목소리보다 더 커지며, 그 내용도 머리에 남지 않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머리가 띵해지며 울고 싶을 정도로 걱정이 됐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말자"며 최선을 다해 집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가장 속이 상한 것은 "어려운 내용은 아닌 것 같은데 나만 제대로 못했고 다른 사람들은 잘했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하게 들은 내용만은 서론, 본론, 결론으로 구성해서 말했습니다. 다행히 놓쳤다고 생각한 본론 부분은 머리 속의 잔상이 남은 것을 바탕으로 말을 했는데, 그것이 정확하게 맞았던 것 같습니다. 내용은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반대입장의 의견을 담은 글이었고, 길이는 예상외로 너무 짧았습니다. 2차 시험 유형이 매년 똑같지 않기 때문에, 길이는 1분-2분30초 정도로 다양하게 준비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불합격과 합격]
 

나름대로 결코 짧지 않은 시간동안 준비를 한 경험으로 비추어보아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을 탄탄하게 쌓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족한 것이 무엇이고 문제가 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하고 고쳐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준비기간 중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작년 1차 시험에 떨어졌을 때였습니다. 정말 열심히 에세이 준비를 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의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다는 사실이 불합격보다 더 마음이 아프고 속이 상했습니다. 그래서 거의 4개월 동안 지방에 있는 집에 내려가서 제대로 공부도 하지 못했습니다. 4월에 다시 상경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했는데, 나름대로 재충전도 된 상태였고, "그 동안 쉬는 기간이 너무 길었구나"하는 불안감으로 더욱 열심히 할 수 있었습니다. 올해에 공부하면서 제가 가장 절실하게 느낀 점은 작년에 불합격했던 것이 제게는 오히려 큰 행운이었다는 점입니다. 작년에 운 좋게 붙었다고 하더라도 실력이 임계질량에 도달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에 학교수업을 힘들게 간신히 따라갔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일년 전에 읽었던 것과 같은 영문잡지를 보고 작년에 들었던 것과 같은 영어방송을 들으며 공부를 했지만 그 이해 정도가 작년과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는 것을 느끼면서 일년 더 공부하는 것이 전혀 아깝지 않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두서 없이 적은 제 글이 저보다 내년도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합니다. 합격 소식에 저보다도 더 기뻐하신 부모님께 정말 감사 드립니다. 2년 넘게 귀한 가르침을 주시며 한결같은 모습을 보여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그리고 올해 거의 매일 함께 스터디를 하며 힘이 되어준 스터디 파트너 정화에게 너무 고맙고, 또 합격을 축하한다는 말을 전합니다. 그리고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함께 공부했던 민정 언니, 현정 언니께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서정아
 
 
 
제 공부방법이 체계적이었던 것도 아니고, 또 합격수기를 당당히 쓸 만큼 실력이 된다고 생각도 하지 않으므로 다소 부끄럽습니다. 하지만 제 합격수기가 조금이나마 여러분께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 번역학과를 지원하게 된 계기
 

대학 졸업하고 10년간 英美계 투자은행과 카드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영국 런던에 잠시 거주하게 됐습니다. 그때까지 매일 업무 관계로 영어를 사용했기 때문에 런던 생활이 그리 힘들 거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는데, 갖가지 일들을 겪다 보니 영어 실력이 너무나 부족하고 깊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공부에 전혀 취미가 없었는데 그 때 난생 처음 무엇인가를 제대로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제 자신도 놀랐습니다. 또한 어디서나 쉽게 다양한 종류의 책을 접할 수 있었던 탓에 이런 책이 우리말로 번역이 되고, 또 많은 우리나라 책들도 영어로 번역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번역에 대한 관심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회사생활하면서 사람 많이 만나고 쉴 새 없이 왔다 갔다 하는 생활이 힘들게 느껴졌었는데, 번역이라면 조용한 곳에 앉아서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제 적성에도 잘 맞을 것 같았습니다.
 
한국에 돌아와서 5월부터 친구가 추천해준 영어사랑학원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수강한 강좌는 은천성 선생님의 실전번역 수업이었는데, 5월 한 달 동안은 수업 따라가기도 힘들어서 갈팡질팡했던 생각이 납니다. 한영이건 영한이건 척척 문장구역을 해내는 분들을 보고 부러우면서 동시에 자신감이 없어지기도 하더군요. 제 수준에 힘이 부치는 것 같아서 후회도 했습니다. 하지만 제 수준에 비해 난이도가 높았던 만큼, 긴장감을 늦추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씩 숨을 돌릴 수 있게 되면서 6월부터 박영훈 선생님의 실전 에세이, 7월부터는 이동희 선생님의 실전 영작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2. 공부방법
 

[전반적인 공부]
 

저 같은 경우, 하루도 수업에 빠지지 않았고, 수업시간에 집중하여 열심히 들었던 것이 무엇보다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듣고 기억한 것은 따로 외우지 않아도 기억이 잘 나더군요. 복습도 수업 끝나고 바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The Economist' 같은 것은, 처음 2개월 동안엔 거의 모든 article을 읽다가, 그 이후로는 재미있고 중요해 보이는 article 몇 개 (이를테면, 과학 기술, 한국과 아시아, 또 역시 영국 잡지이니 영국에 관련된 기사들)만 뽑아서 정독을 했습니다. 사실 이코노미스트 기자들의 견해에 거부감도 느꼈고, 문체도 지나치게 가식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리 좋아하진 않았지만, 열심히 읽으면서 독해실력이 향상되는 것 같았습니다. 또 공부가 안 되고 지겨울 때마다 좋아하는 Colin Dexter나 Patricia Cornwell 같은 작가가 쓴 추리소설 및 역사적 인물의 전기와 자서전 등을 원서로 읽기도 했습니다. 특히 과거 The New York Times 기자였던 Harrison Salisbury의 자서전과 소련 여행기 같은 것은 영어 뿐 아니라 유럽과 미국의 현대사적 배경을 파악하는 데도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이대 번역학과를 지망하는 분이시라면, 흥미가 가는 원서를 몇 권 읽는 것도 좋은 공부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검증된 좋은 영어를 쓰는 작가들의 저서를 읽어야겠지요.
 
'Newsweek'는 9월부터 은 선생님께서 매주 article 두 개를 선정해주시면서 외우라고 하셨는데, 암기력이 약한 저로서는 도무지 엄두가 나질 않더군요. 통째로 외우려니 힘이 들었습니다. 몇 주간 포기하고 있다가, 안되겠다 싶어 다시 한 번 시도를 해봤습니다. article 암기를 위해 제가 쓴 방법은, 영어 기사를 한국어로 옮기고, 그것을 다시 영어로 번역하면서 원문과 맞춰 나가면서 틀린 것은 수정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이렇게 하니 번역을 하면서 영어 문장이 각인되는 탓인지 그냥 외울 때 보다 시간도 덜 걸리고, 문장도 잘 외워졌죠. 그리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기사 외우기는 한영번역에 매우 효과가 큰 방법임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영어는 너무나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원어민의 표현을 무조건 외우는 방법으로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으니까요. 시험 때까지 일주일에 적어도 두 개씩은 꼭 외우려고 했는데,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잊어버리는 것도 많았지만, 반복하다 보니 머리 속에 남아있는 문장이 조금씩 축적되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번역학과 지망이지만 L/C도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은 선생님의 입문 청취도 3개월 정도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의 말씀대로 듣는 것을 통한 이해가 더 빠른 것 같아요. 요즘 세계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청취 수업을 통해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고, 독해를 하면서 지나쳤던 표현을 복습하는 의미도 있었으며, 英美인들이 요즘 많이 사용하는 표현들을 익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독해도 그렇지만) 많은 양을 건성으로 듣는 것보다 한 가지라도 반복해서 완전히 자기 것으로 익히는 것이 효과적인 L/C 방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시간이 많지 않아서 L/C는 다소 소홀히 했습니다만, 하루에 많지 않은 양이라도 정해 놓고 반복해서 듣는다면 에세이와 영작에 분명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봅니다.
 
그런데 제가 꼭 당부 드리고 싶은 말씀은 한국어 공부를 절대 소홀히 하시지 말라는 것입니다. "국내파이니까 한국어는 문제없어"라는 나태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막판 2차시험준비 수업 때 제 한국어 실력이 얼마나 형편없는 지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결국 한영도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관건이므로 평소에 시사저널을 읽고 일간지 사설들을 요약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감각이 탁월한 한국 소설가의 단편이나 중편소설을 골라 머리도 식힐 겸 틈틈이 읽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필사와 요약]
 

필사는 5월부터 시험 때까지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했습니다. 대학교 이후로 문법이나 어법을 따로 복습할 기회가 없어서 처음에 많이 헤맸는데, 필사가 문법적, 어법적 문제를 바로잡는 데는 최고의 방법인 것 같습니다. The New York Times의 비즈니스 및 건강 섹션 기사나 The Guardian의 과학 기사로 하루에 한 페이지씩 했습니다. 많이 하는 것은 힘만 들고 효과도 떨어지기 때문에, 일정량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8월부터 요약을 하기 시작했는데, 주로 The Guardian의 해외특파원들이 쓰는 칼럼 (World Dispatch)나 Simon Tisdall의 칼럼 (World Briefing) 및 그 외 칼럼니스트들의 것을 요약했습니다. The Guardian은 문장이 간결하면서도 평이하여 외우기가 쉽고, 기자들의 논조가 마음에 들어서 요약연습을 비교적 재미있게 할 수 있었습니다. 또 은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셨던 대로 서양인의 사고방식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고, 유용한 표현도 익힐 수 있어서 에세이 연습에 효과가 있었다고 봅니다. 1차 시험 문제가 전 국민의 지문 날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것이었는데, 영국 노동당 정부가 추진하고 있다는 National ID Card를 비판하는 칼럼의 표현을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이대 기출문제들을 살펴보면, 직접적으로 시사적이고 정치적인 것은 아니지만, 중요한 이슈들을 일반화해서 물어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3. 시험
 

시험을 앞두고 건강이 안 좋아져서 힘들었습니다. 진부한 얘기 같지만 공부를 열심히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라는 말이 진리인 것 같습니다. 또 지나치게 불안하고 초조해 하지 않도록 심신을 안정시키는 단련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제 경우는 1, 2차 시험 때 심하게 긴장을 해서 손이 덜덜 떨릴 정도였고, 특히 2차 시험 때는 이것이 판단능력에까지 영향을 미쳤고, 시간 배분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차분한 마음으로 시험을 봤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어서 시험을 보고 발표까지 2주 가까이 우울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1차 시험]
 

평소 시간을 내어 에세이를 따로 써 본 적은 없었지만 (확실히 critique 을 해 줄 사람이 있지 않은 다음에야 혼자 쓰는 것은 제겐 별 의미가 없어 보였습니다), 실전 에세이 시간에 봤던 에세이 테스트와 은 선생님의 critique이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그리고 이제까지 실전 번역시간에 했던 내용과 기사 요약했던 것을 시험 전까지 계속 읽어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실전에서, 시험 시작하기 30분 전에 본 단어와 표현이 많이 떠오르더군요.
 
1차 문제는 "People render 10 digits for fingerprinting on registration ID Card. Do you agree or disagree to fingerprinting?" 라는 것이었는데 저는 일단 "I am against submitting fingerprints."로 반대의견을 표시하고, 그 근거를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대략적으로 아래와 같이 세 가지를 적었습니다.
 
"#1. Mandatory fingerprinting encroaches on human rights and civil liberties. The government may even require an iris scan and DNA information to further monitor the public at the end of the day.
 
#2. Compulsory fingerprinting costs too much money and labour to scan, sort out and store fingerprints. The economic cost involved comes from our taxes which can otherwise be well spent on more needed areas.
 
#3. It hardly contributes to identifying criminals these days because they are not likely to leave their fingerprints on crime scenes. It can rather be exploited to oppress innocent citizens by a vicious ruler."
 
 
 

[2차 시험]
 

2차 시험 전에 이대 2차시험대비반에서 했던 주요표현 정리와 모의 시험을 복습했고, 이동희 선생님 실전영작반에서 했던 것 중에서 선생님께서 강조하셨던 부분을 다시 한 번 써봤습니다. 영한의 경우 작년처럼 난이도가 높은 단어가 많이 나올까봐 걱정을 했는데 (따로 vocabulary 책을 본 적이 없어서 단어실력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올해 문제는 단어나 문장 자체는 일견 평이해 보였지만, 막상 한국어로 옮기려니 좀처럼 매끄럽게 번역이 되지 않아서 당황했습니다. 국가의 개념을 소설을 예로 들어 설명한 에세이였는데, 대충 아래와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이대 2차시험대비반에서 은 선생님으로부터 지적을 받은 대로 직역보다는 전체적 흐름에 맞는 표현으로 가려고 했습니다.
 

한영은 너무나 많이 읽어 봤던 주제인 조류독감에 대한 것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시험에 나오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에 대한 정부와 언론의 대응을 비판한 사설이었는데 예년의 문제와는 조금 다른 스타일이라 더더욱 당황했습니다. 게다가 영한으로 인해 에너지와 시간을 다 뺏기고 한영을 하려니 문득 '이제 틀린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끝까지 절대로 포기해서는 안 된다는 작년 합격자 분의 수기가 떠올라 간신히 써내려 갔습니다. 다 쓰는 것보다 어떻게 쓰는가가 더 중요하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시간이 부족했지만 일단 쓰는 것이라도 제대로 쓰려고 애를 썼고, 결국 마지막 몇 줄은 남겨 둬야 했습니다 (이것 때문에 더 불안했습니다. 감독관께서도 답안지 제출할 때, '앞부분을 많이 썼으면 마지막 몇 줄은 못 써도 되니 빨리 제출하라.'라고 하셨지만요...)
 
 
 

4. 맺음말
 

6월에 3년간의 난소암 투병 끝에 어머니께서 돌아 가셨는데, 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그 정신적 고통을 절대 이겨내지 못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힘들 때마다, 그간 속만 썩여 드리고, 제대로 간호도 해드리지 못했던 딸이 할 수 있는 것은 어머니 생전의 바램대로 공부를 하는 것뿐이라는 생각으로 견뎠습니다. 게다가 제가 진정으로 원할 때 공부를 했기 때문인지 그다지 힘들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습니다.
 
제게 공부의 방향을 제시해주시고, 부족한 점을 깨닫도록 해 주신 은천성 선생님, 한영을 두려워하던 저로 하여금 영작에 재미를 느끼도록 해 주신 이동희 선생님, 그리고 문법과 어법의 문제점을 바로잡는 데 도움을 주신 박영훈 선생님께 아무리 감사의 말씀을 드려도 모자랄 것 같습니다. 공부에 흥미를 북돋아 주셨던 선생님들이 아니었더라면, 지구력이 약한 저는 중간에 공부를 포기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맞는 공부 방법을 찾으시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른 사람의 얘기와 너무 많은 정보에 휩쓸리다 보면 자칫 이도 저도 아닌 상태가 되기 쉬울 것 같습니다. 여러분의 건투를 빕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장 영
 
 
 
*진로 결정 및 공부방법
 

저는 아주 어렸을적부터 동시통역사가 되겠다는 막연한 꿈을 가지고 있었고 그래서 유난히 영어공부만은 열심히 하고자 유학결정을 했습니다.
꽤 긴 시간을 캐나다에서 보내긴 했지만, 정작 영어공부는 시간만큼 하고 돌아오지 못한 것 같습니다.
결국은 대학 전공도 불어를 하게 됐고, 영어도 마구잡이로 쓰는 버릇이 생겨 오히려 정확한 구사력이 떨어지게 되었구요.
그래서 나름 해외파임에도 불구하고 작년 가을 처음 학원에서 공부할 때 저의 끔찍한 영어실력에 충격을 받고 당연히 이대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그리고 올해 3월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했지만, 그냥 공부만 하면 느슨한 마음에 슬럼프에 빠지게 될 것을 우려해서 일과 병행하면서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일을 했기 때문에 공부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보통 분들의 삼분의 일도 안됐지만, 저는 이 방법을 잘 선택했다고 생각합니다.
학원에서 성인을 대상으로 CNN과 스크린 청취를 가르쳤는데 가르치면서 정말 제가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반복해서 가르치다 보니 자연 암기도 되구요.
그러니, 일도 어느 정도 관련된 일을 하면 이 공부에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물론, 시간이 모자란다는 생각에
시간을 쪼개서 공부하는 습관까지 생겨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단어를 보고 수업자료를 듣는 성실함 (?)까지 생겼으니, 저에게는 일하는 것이 곧 공부였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
 

하지만, 역시나 제가 너무나 싫어하고 두려워했던 에세이에서 다시금 실패를 해서 이대는 또 떨어지게 됐습니다.
에세이 공부하시는 분들 은선생님의 필사방법 의심하지 마시고 꼭 꾸준히 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숙제로 하면서도 처음에는 도대체 이게 무슨 에세이에 도움이 되나 반신반의 했는데, 정말 제대로 된 필사를 하고 조금씩 양을 늘리시다 보면 자신의 영어 작문실력에 창피해지고 제대로 된 영어식 영어로 글 쓰는 방법을 배우실 겁니다.
선생님 말대로 우리의 글을 쓰는게 아니라 외국인들이 생각하는 식의 영어를 써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굳이 이코노미스트나 타임지 보다는 쉽게 접하는 영한 신문을 읽으시길 권합니다.
저는 이 공부하면서 이코노미스트나 타임즈지는 거의 읽지 않았습니다,
이 공부를 공부하는 사람에게 필요한 것은 잡지의 화려한 문체나 아이디어가 아닌 정확하고 간결한 표현인 듯 싶습니다. 그래서 시혐 두 달 전부터는 코리아 헤럴드를 구독했고 한국어 신문을 먼저 보고 영어신문을 보면 한국어 표현의 정확한 영어 표현도 익힐 수 있고 시사 정보도 그 어느 책보다 많이 얻을 수 있었습니다.
 
 
 
*영한, 한영
 

나름대로 영어 청취에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자신 있어 하는 부분이었지만, 아무리 청취 실력이 좋아도 단어나 그 분야에 어느 정도 지식이 없으면 이해가 안 갔습니다. 그래서 단어 외우기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표현도 신문이나 뉴스를 많이 접하다 보면 좀도 고급스럽고 세련된 한국말로 옮길 수 있으니 한국어 실력도 꾸준히 공부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한영은 누구에게나 제일 자신 없는 분야일 것 같습니다.
처음엔 저도 외국에서 살다 왔기 때문에 유리 할거라 생각했지만, 그냥 영어를 말하는 것과 한국어를 다시 영어를 옮기는 일이 저한텐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 부분에서 해외파 맞냐는 소리도 많이 들어봤습니다 ㅠ,ㅠ
한영은 공부 초기에는 아예 손을 안 댔습니다. 이것 역시 선생님이 말씀하신대로 좋은 지문을 무작정 외우고 단어와 표현을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생각하며 외웠습니다. 역시 한영이 입에서 안 나오는 것은 표현력 부족과 한국어를 영어로 번역하려는 잘못된 생각 때문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문을 암기하며( 꼭 입으로 암기하십시오) 영어문장 구조가 입에 배고 한국어로 들었을 때 정확한 영어표현만 생각난다면 조금씩 조금씩 한영실력이 느는 것 같습니다.
 
 
 
*스터디
 

저는 일 때문에 스터디 할 시간도 없었고 실력이 없이는 스터디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차피 잘못된 영어를 말하고 있는데 매번 스터디파트너와 잘못된 영어로 영한 한영 연습을 하는건 서로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9월초에 처음 스터디파트너를 만들었고
좋은 스터디파트너 만나기가 하늘의 별따기지만, 정말 다행히도 지금은 좋은 친구가 된 주연이와 영주를 만날수 있었습니다.
스파와는 1주일에 한번 돌아가며 영한 한영을 하나씩 하는 정도였고 같이 이대를 준비하던 주연이와 1주일에 한편 에세이를 교환 하는게 전부였습니다.
저희 스파들도 많은 양보다는 적은 양을 확실하게 하는게 낫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저희는 항상 양은 적게 했습니다.
스파는 물론 정신적으로 서로 기댈 수 있는 대상이기 때문에 의지가 되기도 하지만, 공부 자체만을 볼 때 저는 여전히 어느 정도 실력이 되기까지는 혼자 실력을 다지는게 낫다라고 생각하고 스터디를 하게되고 필요한 만큼만 효율적으로 하는게 좋다고 생각합니다.
 
 
 
*1,2차시험
 

저는 운이 좋게도 1차는 특별전형으로 시험을 보지않고 2차 시험을 바로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정말 한문은 하나도 모르는데 너무너무 다행이었습니다.
대신 2차에 몇 가지 관문이 더 있었습니다.
서울외대는 면접 때 특별전형을 마지막에 몰아서 더 오랜 시간동안 시험을 봅니다.
전 그 중에서도 마지막 이었구요 ㅠ,ㅠ
긴장 안하려고 하는데도 다 떠나고 아무도 없는 강의실에 앉아 있으려니 긴장이 되며 추워져서 이때 마신 차만 4잔은 되는 것 같습니다.
기다리는 2시간 남짓동안 여러 연설문을 보았습니다.
 
일단 면접실에 들어가면 교수님 3분이 매우 반갑게 맞아 주십니다, 이 부분에 저는 정말 감사를 드립니다.
교수님들이 정말 화기애애하게 대해주시거든요 ^^
저는 임종령 교수님, 노보현 교수님, 그리고 외국이
Michael교수님 세분이 면접관으로 오셨습니다.
처음으로 영어fluency시험을 위해 몇 가지 질문을 하십니다.
이거 잘 준비해 가십시요. 정말 면접실에 가면 자신의 실력이 반만 나와도 잘나온다는 말 실감했습니다.
의외로 떨림은 없었고 면접 내내 생글생글 웃으며 면접을 보긴 했지만 머리 속은 새하얗습니다.
기억력도 훨씬 줄구요.
저는 질문에 이 학교는 왜 지원했느냐, 오늘 기분이 어떠냐 잠은 잘 잤냐 정도 였습니다.
제가 영어를 정말 입에서 나오는 대로 빨리 뱉는 편이라 사실 시험보고도 혹시나 문법 같은걸 실수 했을까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제가 준비해 가신걸 물어보았고 나름대로 만족스런 대답을 했습니다.
 
둘째로 시사용어였습니다. 나름 자신이 없었기 때문에 열심히 찾아서 외웠고 용어는 무난했습니다.
저는 NPT, IAEA등이 나왔고 교수님이 설명하시면 그게 뭔지 맞추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거 굉장히 애매합니다.
아는용어도 이렇게 풀어 들으니 헷갈렸습니다.
하나는 왠지 틀린 것 같고 하나는 블루오션 전략이었습니다
 

그 다음으로 영한을 불러주시는데 지문이 평소 연습한 것보다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한귀로 들으면 한귀로 내용이 흘러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 수기를 쓰신 분들과 선생님의 조언이
지문이 끝나면 무조건 입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하셔서
무슨 배짱인지 기억도 안 나면서 시작을 했습니다.
그리고 이것 역시 너무도 빠른 속도로 기억 나는 것만 빨리 말하고 끝냈습니다.
솔직히 나중에 내용이 조금씩 기억이 나면서 너무 너무 후회하며 발표가 나오기 전까지 불안해 했지만, 기억 안나는 내용을 머리에서 짜내기보다는 기억 나는 문구만 신속히 정확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특히 서울외대 지문은 꼬이지 않고 요점이 확실히 드러나기 때문에 요점을 잡고 논리만 첫쨰, 둘째, 이런식으로 잡아주는게 좋은 것 같습니다.
 
한영은 듣는 순간 전 혼란에 빠져서 더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시험 직전까지 공부하고 외우던 APEC CEO회담에서 노무현대통령이 했던 연설이 그대로 나왔기 때문입니다.
이거 절대 좋은거 아닙니다. 듣는 순간 전 머리 속에서 이걸 그대로 하면 난 떨어진다는 생각과 함께 머리 속에 있는 이 영어지문을 어떻게 바꿔야 하나 하는 생각에 오히려 지문을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정말 너무 간단한 "12% 상승할 것이다" "5년내에" 이런 디테일도 다 못 내뱉고 그냥 "한국의 경제전망은 매우 밝다 ....." 순서가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약 1초 멈췄더니 교수님의 시선이 느껴져서 에라 모르겠다 하고 순서를 바꿔서 "왜냐하면 OCED가 ...라고 예상하고 유가폭등에도 불구하고 한국경제는 성장했고 ...."
이렇게 몇 문장으로 어설프게 끝을 맺었습니다.
정말 어찌나 못했는지 울고 싶었습니다 ㅠ,ㅠ
그래도 여전히 지문 끝나자마자 시작했고 속도감 있는 전개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마지막으로 특별전형은 한한사설 요약과 한국어 단어 시험이 있었습니다.
한한 사설은 6자회담과 관련된 그다지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는데 길이가 1분 30초 가량 되다 보니 정말 기억력에 한계가 오더군요.
그래서 여전히 요점만 간략히 정말 간략히 몇 문장으로 간추렸습니다.
마지막으로 단어시험은 행정수도 이전이 헌재에서 가결된 내용을 읽어주셨습니다.
처음에 듣는 순간 이 지문으로 뭘 하라시는 건지 몰라서 불안한 마음에 듣고 있다가 갑자기" 여기서 각하하다가 뭡니까?"라고 물으시는데 순간 벙쪄지더군요.
그래서 모르겠습니다도 안하고 멍하니 있으니(절대 이러지 마세요) 그럼 위헌이 뭡니까? 하시길래 그제서야 아 단어 설명하라시는 거구나해서" 아~ 단어 설명하시라는 거셨군요, 법에 어긋난다 입니다" 라고 대답을 했더니 "네, 그럼 다시 각하하다가 뭡니까?" 하시는데 단어를 모르는데다 문맥이 기억이 안나서 그만 "승인하다입니다" 라고 꺼꾸로 대답을 했습니다.마지막으로 "헌재는 무엇입니까?" 였고 대답을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말 시험 때 실수도 많이 했고 아직도 이렇게 실수를 하고도 붙은게 조금 신기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운이든 실력이든 너무 감사하게도 합격을 했으니 꾸준히 그리고 열심히 실력을 갈고 닦아 훌륭한 동시 통역사가 되기 위한 긴 준비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큰 관문을 하나 통과하긴 했지만, 앞으로 남은 관문이 지금 지나온 것보다 훨씬 크고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힘들일도 더 많고 고통스러울 때도 있겠지만, 지금은 정말 잘하고 싶은 마음만 가득합니다.
 
 
 
정신 없고 별로 도움이 될지 의심스러운 제 수기입니다만,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격려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언제나 훌륭한 가르침으로 힘이 되어 주시는 은 선생님,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였던 친구들에게 또 항상 제 뒤에 계셔 주시던 부모님께 감사 드립니다.
 
 
 
 
 
 조희빈
 
 
 
그동안 합격수기를 읽기만 했지, 막상 쓰려고 생각하니 아직 부족한 점이 너무 많아 민망하기만 합니다. 하지만, 입시라는 것이 실력도 물론 있어야 하겠지만, 모두들 비슷한 실력이 있다는 전제 하에 시험 당일을 기점으로 합격/불합격이 냉정하게 나뉜 것을 생각해보면 공부 방법도 방법이지만 시험 당일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시험 경험을 적어본다는 생각으로 몇 자 적어보겠습니다. 게다가 저도 서울외대를 준비하면서 작년 합격수기를 여러 번 꼼꼼하게 읽고 어떤 유형으로 문제가 나올지 미리 짐작하고 시험장에 들어갔기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들기에 제 수기가 서울외대를 준비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은 한국외대와 비슷한 유형으로 한국어, 영어 각각 50분으로 진행되었습니다. 한국어 시험 중 객관식 문제는 국내파라면 누구나 부담 없이 풀 수 있도록 평이하게 나왔습니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단답형 주관식 문제(5개정도)와 서술형 요약 1문제가 나왔는데, 단답형 주관식 문제는 문맥을 보고 빈칸에 들어갈 단어를 맞추는 것이었습니다. 힌트로는 첫 글자 한글 자음과 단어의 뜻이 제시됐습니다. 기억나는 문제로는 (물꼬)를 틀다, (가닥)을 잡다, -가 (불거져)나오다 등이 있었습니다. 평소에 접하는 표현들을 막연하게 이해만 하고 지나치지 말고 자세히 사전을 찾아 뜻까지 기억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서술형 요약 1문제는 올해에는 신문 사설 하나를 제시하고 200자 이내로 요약하는 것이었습니다. 200자 원고지에 요약하는 것이었기에 글자와 띄어쓰기까지 모두 포함해서 200자입니다. 그렇게 하니 200자가 너무 짧게만 느껴져서 압축 요약하는 것이 은근히 까다롭더군요. 내용은 당시 이슈였던 프랑스 내 이슬람계 인종차별 소요사태에 관한 한겨레 신문 사설이었습니다.
 

영어 시험 시간을 60분으로 알고 있었는데 막상 시험 때엔 50분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더욱 촉박했었습니다. 하지만 올해 한국외대 전공영어 시험보다는 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낮았고, OMR카드에 기입하는 것이 아니라 자체 답안지에 연필로 마킹하는 것이어서 마지막 순간까지 답을 고칠 수 있는 여유가 있긴 했습니다. 허나 난이도가 낮다고 해서 긴장을 풀면 그만큼 1차 시험 합격에서 멀어진다고 생각합니다. 1차 합격을 해야 2차 때 실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쉬워도 쉬운 대로 정신을 차려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4가지 섹션(fluency, 시사상식, 영한, 한영)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 막연하게 "당연히 영한, 한영 통역의 비중이 높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지나고 생각해보니 fluency와 시사상식의 비중도 무시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fluency test는 지원서에 어떤 내용을 작성하느냐에 따라 개인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전 대학 때 캐나다에 머물렀던 경험이 있어서 그걸 지원서에 적었는데, 캐나다에서 무엇을 했는지, 또 제 답에 대한 꼬리 질문을 하셨습니다. 같이 시험을 봤던 다른 분에게는 통역과 번역의 차이가 뭔지를 물으셨다고 합니다.
 

시사상식 문제는 총 5문제로 이 부분은 특히 작년 합격수기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일단 국제기구의 이니셜을 듣고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2문제였는데, 모두 합격수기에서 봤던 ADB(아시아 개발 은행), NPT(핵확산 금지 조약)이었습니다. 나머지 3문제는 한국어로 의미를 설명해주시고는 그 용어가 무엇인지 맞추는 것이었는데, 전 안타깝게도 한 문제를 틀리게 대답했습니다. 나온 용어로는 방카슈랑스, 블루오션 전략, 아웃소싱이었습니다.
 

영한, 한영 통역 문제는 너무나 죄송스럽게도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정확한 내용을 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다만 영한 문제는 한국-유럽경제인협회 연설문이었습니다. 연설자는 한국인으로(직책은 알 수 없습니다만) 유럽연합과 한국의 무역을 더욱 활발하게 진행시켜야 하며, 한국과 유럽연합이 서로에게 얼마나 중요한 무역파트너인지를 강조하는 내용도 있었고, 그에 따라 한국-유럽연합의 관계를 공고히 하자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전체적인 제 느낌으론 영한 내용의 난이도는 그렇게 높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디테일이 많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중요한 아이디어 위주로 잡고, 디테일은 한 두 개 정도만 꼭 기억해서 통역했습니다. 같은 내용을 3번이나 한국어로 paraphrase하는 실수를 범해서 아쉬웠지만, 합격을 한 것을 보면 중요한 아이디어 위주로 통역을 한 것이 먹혔던 것 같습니다. 한영 문제는 제가 들으면서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며 들어서 더 더욱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한영도 영한처럼 연설문으로, 생각나는 내용은 한국이 어두운 역사를 겪었지만, 그를 딛고 일어서서 이제는 동아시아에서 어떤 분야(과학기술, 아니면 경제)의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한국에 투자를 많이 하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제상공회의소라는 단어가 아직도 명확하게 기억나는 것을 보면 제 추측으로는 국제통상에 관한 연설문이었던 듯 합니다. 시험 전 공부를 할 때는 APEC 연설문을 많이 공부해갔는데, 구체적인 행사의 연설문보다는 자유무역이 대세가 된 만큼 보편적인 국제통상에 관한, 알려지지 않은 연설문이 나왔던 것 같습니다. 서울외대 시험을 보시는 분들은 꼭 그 해 주요 이슈를 몇 개를 정해서 그에 관련된 기관의 연설문을 뽑아서 공부하시면, 내용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시험장에 가서 처음 듣는 지문이라도 평소처럼 하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험을 보고 나서 든 생각은 위에서도 말씀 드렸지만, 영한/한영 통역만큼 fluency test와 시사상식 문제의 비중이 중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영한통역은 만족스럽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내용을 잡고 통역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허나, 한영통역은 거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고, 또 교수님들께서 기억하지 못했다고 해서 없는 내용을 지어서 통역하면 오히려 빠졌을 때보다 감점을 심하게 주신다고 강조하셨기 때문에, 제 한영은 엉망으로 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fluency test에서 영한/한영 통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fluent하게 하고 싶은 말을 했고, 그러한 점이 한영 통역에서 미흡했던 점을 어느 정도 커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순전히 100%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시험장에서야 다들 떨리기 때문에 영한/한영 통역에선 당연히 긴장해서 실수도 하게 되고 모르는 내용도 있을 수 있지만, fluency test는 자신이 원하는 말을 하는 기본적인 영어구사 능력을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교수님들께서도 신경 써서 살펴보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 fluency test에서는 교수님의 질문에 짧게 대답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대화를 주도해나간다는 느낌으로 했던 것이 좋았다는 조언도 들었고, 저도 긴장한 나머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장황하게 늘어놓다 보니 어느새 대화를 주도하는 것처럼 됐고 합격을 한 것을 보면, 오히려 틀릴까봐 소심하게 짧게 하는 것보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시사상식 문제에서도, 전 당연히 다른 분들은 다 맞췄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합격하신 분들 중에서 2문제 정도 맞추신 분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통역도 통역이지만, 오히려 통역을 부족하다 싶게 했더라도 fluency test와 시사상식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면 승산이 있지 않나 하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주관적인 제 생각이지만,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한다는 자세로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를 얻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공부하면서 항상 지키려고 했던 것은, 매일 조금씩 한한, 영한, 한영, 사이트, 번역 모두를 했다는 것입니다. 공부를 오랜 기간 동안 한 것이 아니었기에, 시험이 다가올수록 불안해졌고, 그래서 단기간에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는 건 매일 모든 부분을 일정량씩 해서 감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할 때마다 집중력이 흐트러지지 않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너무 진부하고 상투적인 말로 들리시겠지만, 언제나 우리가 알고 있는 상투적인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더군요. 열심히 공부하시고 합격의 행운이 깃들기를 기원합니다!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6)
 
 
 
 
 
 한주희
 
 
 
합격을 했지만, 아직도 너무 부족한 점이 많아 합격수기를 쓴다는 것이 쑥스럽습니다. 그렇지만, 통역대학원 입시를 준비하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몇 자 적었습니다.
 
 
 
 
 
[선문대 시험 유형]
 

올해 선문대 시험은 영어 L/C 50문제, 번역, 통역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이 시험을 하루에 다 봅니다. 영어듣기 시험의 경우 시사 내용 위주였고, 50분간 시험을 봤습니다. 50분 동안 집중력을 잃지 않고 침착하게 풀면 잘 볼 수 있는 시험이었습니다. 세부사항을 물어 보는 문제도 있었지만, 전체 아이디어 파악 문제가 더 많았습니다.
 

번역은 한영번역 2문제, 영한번역 1문제가 나왔는데, 한영번역은 조사와 몇몇 단어를 제외하고 전문이 한자로 주어졌습니다. 평소에 신문에서 한자를 관심 있게 봤다면, 무리 없이 읽을 수 있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렇지만, 한자로 된 긴 문장을 번역할 때, 문장 전체가 한 눈에 들어오지 않아 시간이 매우 촉박했습니다. 멋진 표현을 많이 쓰면 좋겠지만, 표현에 집착하면 내용을 많이 옮기지 못할만한 분량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 내에 완성해야 했기에 표현보다는 먼저 중요한 내용을 전달하는 것에 치중해야 했습니다. 번역 주제는 해마다 다르지만, 올해 한영번역은 두 지문 다 연설문이 나왔습니다. 그 중 하나는 APEC 연설문이었으며, 또 하나는 경제/무역관련 연설문이었습니다. 영한번역은 영국 폭탄테러와 관련된 글이었습니다.
 

통역시험은 점심식사 후에 있었습니다. 긴장을 풀고, 자신감을 가지고 시험에 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갔을 때, 외국인 교수님과 허 준 교수님이 앉아 계셨고,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앉았습니다. 처음에는 몇 가지 가벼운 질문을 하셨습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정도는 미리 생각해 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돌발 질문을 어떻게 대처하는 가를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따라서, 자신의 생각을 (생각이 안 나면 거짓말이라도) 쉽게 풀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fluency가 관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인상쓰지 말고 웃으십시오.^^ 영한 통역은 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십니다. 해마다 내용이 다르다고 하는데, 올해는 부시대통령 연설문이었습니다. 한영 통역은 허 준 교수님께서 읽어주셨습니다. 한영통역 역시 해마다 내용이 다른데, 올해는 노무현 대통령이 경제포럼에서 한 연설문이었습니다. 영한, 한영 모두 분량은 많지 않았습니다. 내용도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따라서 설득력 있게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공부 방법]
 

누구나 다 아시겠지만, 영어 공부에 있어, 듣기, 읽기, 말하기, 쓰기 어느 하나 소홀히 해선 안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국어 공부도 따로 열심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처음부터 욕심을 내지 않고 기초부터 다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해주시는 critique이 뼈가 되고 살이 된다고 생각하시고,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계속 고쳐나가면 됩니다. 그리고 제가 이 공부를 하면서 깨우친 것은 "남과 비교하지 말자"입니다. 물론 때론 비교도 하면서 자신을 채찍질할 필요는 있겠지만, 비교를 통해 절망하거나, 혹은 자만하는 것이 공부의 가장 큰 적이라고 생각합니다.
 
 
 
1. Listening
 

저는 처음 영어뉴스를 들었을 때 "이게 뭔 소리야.."하는 수준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처음에는 받아쓰기를 했습니다. 우선 전체를 한 번 들어보고, 내용을 대략 파악한 후 따라 읽어보고, 그 다음엔 한 문장씩 끊어가며 받아쓰기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자신이 어떤 부분을 못 듣는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중요표현을 외우면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받아쓰기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여겨질 시점이 있을 것입니다. 한 문장을 들으면 그 한 문장이 머리 속에 글로 쓴 것처럼 새겨지는 그런 느낌이죠. 그 정도가 되면 집중해서 많이 듣고 나중에 스크립트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리스닝에 있어 배경지식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배경지식을 늘리기 위한 독해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대담 프로그램은 내용이 어렵지만, 리스닝 실력을 높이는 데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일 리스닝 분량을 정해놓고, 반드시 집중해서 내용을 파악하면서 듣고, 들은 내용을 혼자 말해 보거나 shadowing을 하면, 말하기 실력도 함께 향상됩니다. 들은 내용을 한국어로 옮기는 것도 처음에는 내용을 옮기는 것에만 초점을 두고, 숙달이 되면 올바른 한국어 표현을 하는 것에도 신경을 쓰면 됩니다.
 
 
 
2. Reading
 

처음 시작할 때 영자신문을 보면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해서 막막했지만, 관심 있는 내용 또는 수업시간에 한 독해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해서 유익한 단어와 표현을 익히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지문 하나 읽는 데도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려서 불안했지만, 남들이 어느 정도의 분량을 소화하는지 상관하지 말고, 스스로가 할 수 있는 것을 확실히 소화하는 방향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렇게 꾸준히 하다보면 영자신문을 볼 때 모르는 단어가 줄어들기 시작하고, 마치 우리말 신문을 대하듯 보게 됩니다. 매일, 영자신문(뉴욕타임즈, 헤럴드 트리분을 강추!)을 보고 시사를 update하며, 중요한 내용은 자세히 알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나를 알더라도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니까요. 무엇을 읽느냐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도 이코노미스트를 구독해서 봤지만, cover to cover를 한 적이 없습니다. 그것에 대해 후회도 없구요. 의무감으로 보는 것보다는 여러 자료에서 자신이 고른 기사를 재미있게 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요? 머리를 식힐 겸 영문소설책을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구요.^^
 
 
 
3. Writing
 

은 선생님이 추천하시는 필사(copying)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스스로 직접 읽고 써보고 외운 문장이 실전에서 쉽게 튀어나왔습니다. 너무 어려운 문장을 외울 필요도 없고, 자신이 나중에 써먹을 수 있는 표현(쉬우면서도 영어다운 영어)을 많이 외우면 됩니다. 코리아 타임즈나 코리아 헤럴드를 보고 "우리나라 이슈를 이런 표현으로 썼구나"하고 참조하는 것도 좋구요. (그렇다고 우리나라 기자가 쓴 약간 어색하게 느껴지는 문장자체를 그대로 외우라는 말은 아닙니다.)
 
 
 
4. Speaking
 

은 선생님 실전 통역반에서 다뤘던 자료를 외운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물론 "더 열심히 할 것을"이라는 아쉬움이 남지만..^^;) 특히 올해 한영 번역, 통역이 연설문으로 나와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서울외대 2차 통역시험에도 연설문이 자주 나오기 때문에 연설문을 외우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영영 요약도 fluency 향상 및 바른 표현하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영어로 들은 내용을 거의 똑같이 말하는 것이 처음에는 도움이 되나.."하는 의심도 들었지만, 이해한 내용을 바탕으로 그것을 다시 말하는 것은 내가 그 표현을 완벽히 알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므로, 영영 요약을 하면서 제게 부족한 점을 많이 발견하고, 실력 향상도 가능했습니다.
 
 
 
5. 스터디
 

스터디는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고 난 후에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영영, 영한, 한한, 한영 중 자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스터디를 하면 됩니다. 저는 영한, 한영 스터디를 주로 하였고, 하루에 2시간 정도씩 일주일에 세 번 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를 아끼는 마음으로, 정성스럽게 critique를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운 좋게도 좋은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 공부도 즐겁게 하고, 힘도 많이 얻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한 해 동안 지도해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합격한 지금이 또 다른 시작이라 생각됩니다. 선생님 말씀대로 참 실력을 갖춘 통번역사가 되도록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 통역대학원 진학을 위해 공부하시는 여러분, 포기하지 마시고, 꾸준히 공부해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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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김현지
 
 
 
[들어가며]
 
먼저 통역 대학원에 입학하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저는 아주 먼 길을 돌아 힘들게 통역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석사도 마치고 유학도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갑자기 통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복잡한 과정 속에 하나님께서 너무나도 세밀하게 인도해주셨고, 짧은 시간을 공부하고도(본격적으로 7월부터)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어릴 때 초등학교 5학년까지 외국에 6년간 살았었습니다. 때문에 외국에 살다 와서 짧은 시간에 통대를 준비하려는 분들에게 제 수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통대 입학을 결심한 것은 엄청난 결정이었습니다. 2006년 7월 영문학 석사 졸업 후, 이미 미국 로스쿨 진학이 결정된 상태였고, 가족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통대를 졸업한 친구마저^^)이 왜 좋은 국제 변호사 놔두고 한국에서 통역사 되겠냐고 많이 말렸죠. 저 역시 이미 보장된 학교와 미래를 포기하고 붙을지 떨어질지 모르는 통역대학원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 결정을 내리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요….! 그렇지만 지금 와서 후회는 없고 마음이 평안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통역이라는 기술이 "예술이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통역사가 되기로 결심했죠. 통역사는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지 않아서 하찮게 여겨질 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부분 때문에 오랫동안 통역사의 길에 대해 고민했었습니다(처음 통역사라는 직업을 고려한 것은 약 6년 전 대학교 3학년 때 김수연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입니다). 실력 있는 통역사가 될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어 하나하나를 어떻게 옮길지 고민하지 않고도 남부럽지 않은 멋진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통역을 하는 그 순간 오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보람과 성취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역하는 사람이 정말로 빛나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한 교회의 큰 집회에서 통역하신 목사님을 통해서 느꼈습니다. '내가 가진 달란트를 통해서 저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아름답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조금 늦은 6월부터 통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나의 기본적인 영어 실력과 취약점]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한 것은 늦었지만, 그 전에 영어에 노출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영문학 석사를 7월초에 마친 상태였고(특히, 영강을 많이 듣고, 영어 텍스트 정말 많이 읽고, 리포트와 논문을 영어로 썼던 게 독해와 작문의 기본기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시장조사 회사에서 통역사로 아르바이트를 간간이 해왔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영어로 글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취약점은 통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시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이라는 것을 반년에 한번 정도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이었죠. 한 예로 신동표 선생님이 시험이 거의 다가온 시점에서 한-영 통역 발표를 시켰는데, 한나라당을 그냥 "Hannara Party"라고 통역해놓고 반 전체가 완전히 웃음의 도가니로 빠졌을 때, 왜 웃는지 몰랐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입시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사저널>과 Economist를 구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Economist는 후회가 없지만, 시사저널보다는 그냥 매일 보는 조선일보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통역학원을 끊다!]
 
영문학 석사 논문을 마무리지으면서 6월에 김수연 선생님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못 뵈었던 선생님이었지만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너무 기쁘고 놀랐죠. 6월에 수업을 많이 못 갔지만, 갈 때마다 신선한 기분이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으신 분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꼼꼼히 원하시는 분은 김 선생님께 얻을 게 많을 줄 생각됩니다. 그런데 김수연 선생님 반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7월에는 신동표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신동표 어학원의 가장 큰 장점은 공부하는 환경(특히 스터디 면에서)이 너무나 잘 조성돼있다는 것입니다. 월, 화, 목, 금에 수업이 있어서 진지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신동표 선생님의 오전 입시반과 수업 파트너 구하기]
 
처음 등록하면서부터 오전 입시반을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7월에는 저녁반을 들었는데, 7월은 공부 면에서 많이 어수선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7월에는 스터디도 안 했고, 수업 파트너도 그냥 학원에 가면 옆자리 비는 곳에 앉았습니다. 8월이 돼서야 오전반을 등록했는데,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수업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는 항상 새롭게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좋은 "수업" 파트너를 7, 8월에 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운이 좋게도 신동표 어학원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저랑 마음이 맞는 수업 파트너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우연히도 종교가 맞았는데, 힘들 때마다 서로 위로해주었던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피곤하고, 힘들고, 우울해질 때 "제가 오늘 현지씨 위해서 기도했잖아요…"라는 한 마디를 들으면 진짜 힘이 났습니다. 서로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마음이 깊은 수업 파트너의 위력은 1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주에 가장 크게 발휘되었습니다. 마음이 더 이상은 절박하고 절망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수업 파트너 언니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수업 파트너는 실력도 맞고 마음도 맞으면 금상첨화지만, 하루에 4시간 이상씩 함께 앉아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실력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력이 서로 맞았을 때 생기는 이점도 많지만, 저는 마음이 맞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스파를 만나서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급박하게 입시를 준비한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실력이 맞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나가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에 수업 파트너를 못 구할 때 신 선생님 소개로 구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냥 인터넷으로 만나면 괜히 불안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나 헌신도가 부족할 수 있으니까요.
 
신 선생님의 입시반 수업은 모든 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말 좋습니다. 이 수업을 들을 때 딱 한가지 유의하실 점은 배운 것을 반드시 혼자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저는 수업 복습을 제대로 한 날이 일주일에 2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것만 제대로 했어도 스터디 하느라 에너지 소모 안 해도 되고, 장기적으로 통역사로서 실력이 차곡차곡 쌓였을 텐데…'라는 후회를 합니다. 하루에 2시간은 혼자서 복습에 투자했어야 했습니다.
 

[스터디 짜기]
 
8월에 오전 입시반을 듣게 되면서부터 미친 듯이 스터디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스터디라는 것을 해야 하는 지도 몰랐었는데, 친구가 스터디부터 빨리 구하라고 권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스터디를 짰습니다. 일주일에 10번 정도 했으니까요. 스터디를 많이 할수록 좋을 줄 알고 했는데, 정말 그건 아니었습니다. 한-한과 영-한 sight translation은 괜찮았는데, 불필요하게도 한-영 스터디를 3개나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해외파라서 한영이 강하니까 다들 한영을 하기 원했고, 저 역시 가뜩이나 스터디가 없는 상황에서 뭐든지 좋다는 심정으로 하자는 대로 다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영의 경우 서로 실력이 맞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괴롭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결국 한 달 정도를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스터디를 무리하게 하다가 결국 냉정하고 지혜롭게 정리해나갔습니다. 저와 실력과 마음이 맞는 사람과 스터디의 횟수나 종류를 늘려가고, 안 맞는 사람과는 과감히 안 하는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실력과 마음이 맞는 한 분이 계셨는데(객관적으로 저보다 실력이 좋다고 평가되고 정말 존경했던 스파였는데, 안타깝게도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이 분과 되도록 많은 스터디를 했습니다. 실력이 비슷하니까 필요가 비슷해서 나중에는 영어 논술, 한국어 논술, 한-영/영-한 번역까지 같이 준비했습니다.
 

[스터디 종류]
 
1) 영-한 sight translation: 오전 수업 시작하기 전에 Economist로 약 50분. 평균 주 3-4회.
2) 한-한: 메모리 스팬, 주요 시사, 한국 어휘를 늘리기 위해 아침에 15-20분. 주 4회. 메모리 스팬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됨.
3) 한-영 통역: 2명의 스파와 함. 다 합쳐서 일주일에 3번 정도.
4) Power Dic: 단어 스터디를 미리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후회로 남음. 참고로 정영한의 시사 영어 단어를 한번도 못 보고 시험을 봄. Power Dic을 혼자 보기 힘들어서 막판 시험 1달 반을 앞두고 수업 파트너와 하루에 30분씩 투자해서 단어를 외웠는지 체크하고, 그 책의 짧은 한글 지문을 한-영 sight translation 해보았음. 한-영 sight translation은 아무도 안 하는 거였는데 의외로 도움이 되었음. sight translation은 메모리 스팬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단어의 1:1 대응을 늘릴 수 있음.
5) 영어 논술: 시험 한 달 반 정도부터 일주일에 1-2번 정도. 찬반을 논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서 30분내에 쓰고, 서로 돌려보며 고쳐주는 형식으로. 실제 영어 논술은 준비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지만, 미리 준비한 것이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음. 시간 내에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글씨체와 margin 남기기 등도 중요함. 길게 쓰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배움.
6) 면접 실전 대비: 시험 1달 전부터 일주일에 1번 3명이 모여서 실제로 구술 면접을 보는 것 같이 영-한, 한-영을 했음. 이 때는 실전 시험 환경을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꼼꼼하거나 지나친 critique보다는 행동이나 습관을 고쳐주는 것이 좋음. 내 경우 생각나지 않을 때 눈을 위로 굴리는 버릇을 고침. 한 사람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시험관과 눈을 맞추는 것도 연습.
 

[은천성 선생님 한-영 수업]
 
신 선생님 수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발표 기회가 적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9월부터 신 선생님 수업과 은 선생님의 한-영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마지막 달에는 영-한 통역도 발표 연습을 하고 싶어서 영-한도 다녔고, 2차 번역 시험 대비반도 3일정도(?) 다녔습니다. 학원을 두 군데 다니면서 학원비가 많이 들었지만, 별로 후회는 안 합니다. 발표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은 선생님의 한-영 수업을 적극 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항상 하는 말씀대로, 실제 구술 면접에서는 극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쉽게" 가야 합니다. 저도 실제로 너무 떨려서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은 선생님 수업은 말로만 듣던 것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좋았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마지막 결론을 까먹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는 법도 체험적으로 배웠고, 기억한 내용을 가지고 조리 있게 풀어나가는 법도 배웠고,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법도 배웠습니다. 게다가 은 선생님 자료를 가지고 스터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파를 위해 자료를 따로 구해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언제 걸릴 지 모르니까 읽어주시는 지문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듣게 되고, 이렇게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내용을 저는 실제로 2차 국어/영어 논술에서도 예시로 인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공부했던 것 중에, 은 선생님 한영 자료를 직접 번역해보고 원문과 비교해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객관식 시험]
 
다들 쉬웠다고 하지만, 풀면서 "아리까리해서 하다가 많이들 틀리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듣기 지문 자체는 들으면서 받아쓸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천천히 읽어줬고 쉬웠는데, 문제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What would most logically rebut/refute A's argument?"같은 문제에서 답을 고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다행히도 LSAT을 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듣기 문제에서 답이 거의 정확하게 보였습니다. LSAT 공부할 때 가르쳐 주는 문제풀이 방식이 있거든요.^^ 통대 입시 공부하면서 LSAT을 따로 공부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 1차 듣기 시험 유형은 정말 LSAT의 analytical reasoning section과 비슷했습니다.
 
저는 독해 지문도 다행히 풀기는 다 풀었습니다. 저는 원래 시험지 나누어주면 시험 시작하기 전에 독해부터 봅니다. 시험지 나누어주고 듣기 문제 방송되기 전, 약 5-7분 동안에 마지막 독해 지문(이슬람권에 대한 교황의 발언에 대한 지문)을 이미 다 읽고 4문제 정도 풀었는데,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때, '지문만 숙지하고 문제는 나중에 다시 풀자'라고 생각하고 답을 대충이라도 표시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막판에 시험 종료 7분 남겨놓고는 떨려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있는데도 문제를 정확하게 다시 못 풀었고, 확신은 전혀 없지만 대충 표시한 그 답을 그냥 옮겨 적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에서도 다들 듣기 지문을 미리 훑어볼 때, 저는 독해 지문을 먼저 봤습니다. 이번 시험의 경우, 듣기 부분의 시험지를 미리 숙지한다 하더라도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듣기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저로선 잘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답안지를 옮겨 쓰면서 그만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41번부터 45번까지 밀려 쓴 것이었습니다!!!! 으악!!!! 40번인가 41번이 왼쪽 면 하단 지문 밑에 딱 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빼먹고 답안을 옮겼습니다. 학원시험에서도 한번도 밀려 쓴 적이 없었고, 시간도 충분한 상태에서 그랬다는 것이 지금도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근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면 4분밖에 안 남았고, 바로 직전에 다른 사람이 답안지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감독이 이미 거절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 어떤 정신으로 그 다섯 문제를 포기하고 시험을 마쳤는지 모릅니다. 시험 끝나고 책상에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기도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몇 분 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에는 펑펑 울었습니다. 전 정말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은 시험장마다 천차만별이래요. 어떤 교실에서는 시간이 1분밖에 안 남았는데도 바꿔주고, 어떤 교실은 저처럼 5분 남았는데도 안 바꿔주고, 어떤 교실은 사정사정하면 봐주지만, 어떤 교실은 답지 쓰고 있는데도 뺏어간대요. 마지막이 최악의 경우인데, 정말 끔찍하죠? 울며불며 붙들고 있었는데 표시도 안 한 답지를 그냥 뺏어가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나중에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니까, OMR관련 부분은 정말 본인의 상황과 선택에 달려있는 거 같아요.)
 
1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한 주가 통대 입시를 준비하면서(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였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가난하고 절망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시험을 다시 보는 건 둘째 치고, 이 나이에 유학도 포기하면서까지 통대를 결심했는데 1년이 더 걸린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금요일 발표까지 매일 학원에 가고,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버거운 싸움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찍 학원에 도착하면 자습실에서 일단 말씀보고 기도하며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하루를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주에는 자습실에서 혼자서 울었던 적도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떨어졌다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격했을 거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경험했습니다. 교실에 앉아있다 보면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면서 1차 시험 이야기를 하는데, 그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과 눈물을 참아야 했습니다. 마음이 그렇게도 힘들고 괴로울 때 학원에서도 저를 진정으로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1차 시험 끝나고 1차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혀" 무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를 못 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잘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 떨어질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2차를 준비하세요. 꼬-옥 희망을 가지고. 1차를 본 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mind control"입니다!
 
1차를 붙었을 때는, 울었습니다. 저에겐 아마 최종합격보다 1차 붙었을 때의 감격이 더 컸을 겁니다. 5개를 밀려 쓰고도 붙는 감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습니다.
 

[2차 번역/논술 시험]
 
번역과 논술 시험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이 시험은 누구나 잘 봤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시간 맞춰서 끝까지만 했다면 서로 큰 차이가 없었을 겁니다. 저는 특별히 글씨, margin 검토에 신경을 썼습니다.
 
(영한 번역)
 
영한 번역은 1차 세계대전 발발의 배경과 전개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학부 때 외교학 수업에서 1차 세계 대전을 상세히 배운 기억이 나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면 무난히 넘겼을 것입니다. 아마 교과서에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였다"라는 내용이 어디선가 나올걸요? 어쨌든 이런 내용이 번역 지문에 나왔었습니다. 영어 문장 하나 하나가 좀 길고 꼬여있어서 한글로 풀어내기가 난해했고(쉼표나 하이픈 사이의 삽입구가 몇 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함), 대명사의 번역(가령, Crimean War는 크림 전쟁이죠)이 조금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찬찬히 번역했다면 대체적으로 무난했을 겁니다. 시사적이기보다 인문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의역할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가령, 전쟁의 발발을 표현하는 영어 단어 중에 "explode"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이것을 폭발이라고 직역하지 않고 의역했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 문맥이 기억나지 않아 뭐라고 의역했어야 하는 지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한영 번역)
 
내용은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근무하는 한국인 판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기구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 곳인지, 그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한국인의 위상을 어떻게 높이는지, 국제 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으로서 후배들이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지 등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쉬워서 시간만 충분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내용은 영한 번역이 한영 번역보다 어려웠던 반면, 한영 번역은 시간 안배가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거의 똑같이 30분씩 할애했고, 남은 시간에는 영한 번역을 다시 훑었습니다. 번역에서 중요한 건, 마지막에 5분 이상 남겨놓고, 검토하는 겁니다. 저는 화이트를 사용한 부분이 있었는데, 검토하지 않았으면 실수할 뻔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국어 논술)
 
"어떤 사람들은 세계 경제 대국 10위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물질적인 측면 외에도 더 중요한 게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후자에 대해서 썼습니다. 읽었던 기사내용, 신동표 선생님 수업 시간에 통역했던 내용, 은천성 선생님 수업의 한영 자료를 꼼꼼히 번역하면서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 내용을 인용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령, "올해 고아원과 양로원에 기부금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란다" 혹은 "고대에 인문학부 교수들이 인문학의 위기 선언을 했다"라는 내용을 잘 엮어서 썼습니다. 한국어 논술이든 영어 논술이든 "예시"를 잘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예가 있으면, 칸수도 빨리 차고 글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 논술)
 
논술이 아니라 편지였습니다. 한국에 오는 친척에게 한국의 문화에 대해, 특히 문화 충격이 있을 법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문제였습니다. 조금 의외였지만, 여기서 관건은 문제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글을 자연스럽게 쓰되, 유치하지 않게 쓰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편지라도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취해서 썼습니다. 서론에는 인사말과 앞으로 내가 쓸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 본론에는 약 2-3가지 포인트, 결론에는 맺는 인사말과 내가 쓴 내용에 대한 요약을 담았습니다. 친척의 이름과 한국에 도착하는 날짜도 상상해서 창의적으로 썼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culture shock으로는 사람들이 바빠서 공공장소에서 무례할 수 있다는 사실과 여자들끼리 손잡는 것이 사실은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썼습니다.
 

[3차 면접/구술]
 
1차를 기적적으로 붙었기 때문에 2, 3차를 볼 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과 침착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면접은 5시에 봤지만 1시부터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마음과 정신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너무 미리 지나치게 긴장해서도 안되고, 시험 전에 지쳐버려서 긴장이 풀어져서도 안됩니다. 저는 너무 오래 기다려서 막판에 긴장이 풀어져서 그게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보단 풀어졌던 게 나았다는 생각은 합니다. 대기실이 매우 춥기 때문에 옷을 정말 따뜻하게 입기를 권합니다. 대기실에 가니까, 학원에서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분들과(약 2명) 돌아가며 통역 연습을 했습니다. 각자 가지고 간 자료가 다르니까 서로 연습한 거죠. 그 때는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지 크리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머리를 환기시키고, 긴장한 상태에서 메모리와 어휘와 문장구역을 연습하는 겁니다. 시험보기 직전까지 연습하는 것은 무리고, 자기 앞에 3-5명 정도 남은 상태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을 뵈면 어떻게 인사할 건지, 실제 면접실 상황을 상상하면서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1시부터 5시까지 면접을 하다 보면 교수님들이 지쳐서 점수를 짜게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제가 면접보기 10분전에 커피 브레이크를 가져서 교수님들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면 임향옥 교수님과 외국인 교수님들은 친절하시고, 한국 남자 교수님들은 정말 딱딱하고 무섭습니다. 근데 대체적으로 정말 무섭습니다. 저는 의자에 잘못 앉아서 자빠질 뻔했습니다. 이 때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긴장을 푸는 게 좋습니다. 저한테는 "I know it must have been hard for you to wait so long."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Yes, but I'm sure you all must be even more tired with all these applicants."라고 대답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구술 시험은 극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fluency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너무 긴장되어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고, 어려운 단어도 못 썼고, 숫자도 하나도 기억 못했습니다. 내용도 완전히 파악한 것도 아니고 대략만 "이해"하고 그냥 영어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극한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한 통역)
 
임 교수님이 "Now I'm going to talk to you about something called helicopter parents."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듣는 "helicopter parents"에 저는 순간 정말 긴장했습니다. 그래서 은 선생님이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용기 내서 물어보고 시작하라고 말씀하신 대로 진짜로 물어봤습니다. "Excuse me, helicopter parents???" 그랬더니 임 교수님이 "Don't worry. I'm going to read to you what helicopter parents are. It's all going to be explained in the passage."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임 교수님 발음은 또박또박하고 속도는 느린 편이었으며 목소리도 컸습니다. 지문을 읽어주실 때 아이컨텍트를 했는데, 읽어줄 때는 아이컨택트를 아예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긴장되어서 전혀 머리 속에 기억되지 않거든요.
 
지문 내용: There are such parents in Korea who are excessively concerned about their children. They are called "helicopter parents" because constantly hover over their children, always trying to do everything for them. Of course, it is not bad for them to be looking out for their children's best interests, but the problem is that they go too far. They even take their children's resumes and hand them in to companies. The true role of a parent is to nurture their children as independent beings, rather than do everything for them.
 
잘한 통역은 아니었지만, 이해한대로 통역했고,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애써 마무리를 지으려고 군더더기를 붙였던 겁니다.
 
(한영 통역)
 
한국인 남자 교수님이 고압적으로 읽어주셨습니다.
 
지문 내용: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를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주부들이 참 수고스럽게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음식물 쓰레기의 70%(??기억나지 않음) 정도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거면 수고스럽게 분리수거 하면 뭐합니까?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바다에 버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쓰레기를 물고기들이 먹고, 그 오염된 물고기가 다시 우리 밥상으로 돌아오는 결과만 낳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통역을 스터디 파트너랑 한 적이 있어서 사실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었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무난하게 했습니다. 물론 숫자가 2-3 가지 나왔지만, 통역을 하나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잘한 통역은 아니었지만 그냥 쉬운 영어로 풀어나갔습니다.
 

[마치며]
 
모든 게 감사할 뿐입니다. 짧은 시간 준비했지만 최종 합격해서 통역사의 길을 가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에 감사 드립니다. 좋은 친구들(려진, 수정, 현주언니, 은미언니, 현희씨, 대현씨, 선화언니 고마워요~^^!)과 존경하는 선생님들을 만나서 너무 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리버리한 저에게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합격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에게 처음 통역의 세계로 안내해주신 따뜻한 김수연 선생님께 감사 드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과 알찬 수업과 최고의 공부 환경을 주신 신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객관적인 크리틱으로 제 통역 실력을 한층 발전시켜주신 은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긴 수기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모두 힘내셔서 꿈꾸시는 통역사의 길을 꼭 가시기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박서경
 
 
 
 
 
[1차 시험]
 

1. 한국어
 
듣기 문제와 괄호 넣기 (적절한 문장 넣어 완성하기) 간단한 한자와 표준어문제 등이 출제되었습니다. 듣기 문제는 정답을 찾는 것이 조금 까다로웠고 한자, 맞춤법 등의 문제는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속담 문제였는데 의미가 틀리게 연결된 것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나와서 당황했으나 유추해서 풀었고 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맞게 풀었습니다. "오뉴월 소나기는 쇠등을 두고 다툰다-->여름 소나기는 국지적으로 내린다(0) 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한겨울을 춥게 보내야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X)
(소한에 무척 춥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2. 영어
 
듣기 지문 자체는 크게 까다롭지 않았으나 정답을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보기 중 두 개를 놓고 고민한 것이 많았습니다. 듣기 문제를 다 풀고 나니 시간이 20-25분 가량 남았습니다. 모든 지문을 한번 훑어보고라도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문 한 개 당 5분 정도로 시간을 배분하여 아주 급하게 풀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다 보고 나니 무언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계속 들었고 1차 발표 날까지 전혀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2차 시험]
 

1. 번역/에세이 시험
 
영한 번역은 고유 명사가 주석 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사람 이름이나 전쟁명등을 상식 수준에서 한글로 표기 한 후 괄호를 하고 본래 영어 단어를 썼습니다. e.g. 크림 전쟁(Crimean war)
 
한영 번역은 한 문단을 남기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무슨 일이 있어도 누락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번역을 마무리했습니다. 따라서 꼼꼼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네 문단(서론(1)-본론(2)-결론(1))으로 간단하게 썼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서신 형식이라서 최대한 진짜 편지를 쓰는 것처럼 편지 형식을 그대로 적용했고 글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2. 구술시험
 
저는 토요일에 구술 시험까지 볼 힘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접수를 늦게 했고, 다행히 원하던 대로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애경홀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한 후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외국인 여 교수님께서 영한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내용은 대략 "요즈음 기업 사기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MBA학생들의 부정행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원생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BA과정 대학원생의 부정행위가 가장 심했다. 여기서 부정행위는 컨닝이나 시험장에 금지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포함한다. 학교 당국은 이에 대하여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정행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로 기억됩니다. 다섯 명 교수님께 돌아가면서 아이 컨택트를 했고 끝나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오케이!" 라고 해주셔서 약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영은 이창수 교수님이 읽어주셨고 내용은 "인류 역사상 도박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도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물질 만능주의이다. 사람들이 노력하여 돈을 벌기보다는 대박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둘째, 도박의 중독성 때문이다. 도박은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도박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셋째,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도박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다."였습니다. 익숙한 주제라서 편한 마음으로 풀어나가다가 마지막에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로 문장을 끝냈습니다. 뒤에 약간 더 내용이 남은 듯한 느낌이 있었으나 머뭇거리는 느낌을 주는 것이 싫어서 "이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곽 교수님과 이 교수님이 "헤드라인 장식하면 그게 끝인가?" "결론이 있어야지"라고 하시면서 한 문장을 더 뱉기를 주문하셨습니다. 사실 한국어 문장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논리상으로 마지막에 나올 말이 뻔한 것 같아서 뻔뻔하게 마치 기억이 난 것처럼 결론을 뱉었습니다. 그러자 곽 교수님이 "잘했어!"라고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셔서 재빨리 시험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당황하지 않고 위기상황(?)에 대처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년간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종류대로(영한통역/한영통역/통역종합/시사청취 등등) 꾸준히 듣고 복습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겸손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어라는 거대한 바다에 뗏목 하나 부여잡고 둥둥 떠가는 외롭고 참담한 심정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지혜
 
 
 
제 수기가 많은 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시험을 준비한 기간도 그리 길지 않고, 해외 연수 경험도 없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통역번역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을 얻게 된 것이 아직도 기적 같기만 합니다. 스스로 합격할 수 있었던 원인을 꼽자면, 하나님 은혜와 영어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영문과에 지원을 했구요. 통역 대학원을 가고자 처음 마음을 먹은 것은 대학 3학년 때였습니다. 진로문제로 고민하다가,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조금 한 후에 대학원을 가고자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리고 3-4학년 때 영어 뉴스도 듣기 시작하고 타임지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단어도 별도로 시간을 할애하여 외웠습니다. 그 때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된 듯 합니다.
 
 
 
그리고 졸업 후, 토플 교재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영어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한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취업 후 영어를 많이 접하기도 했고, 원어민들과 대화할 기회도 많아서 해외 연수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정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한 약 3년 3개월의 기간 동안 별도의 영어 공부는 거의 손을 놓은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2005년에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 수업을 3개월간 수강한 것 외에는 학원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정말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올해 초였습니다. 시작할 때의 그 막막한 마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실 겁니다. 우선 학원부터 등록하라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4월부터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 은 선생님 영한 통역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것은 5월부터였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또 한 가지가 '능동적인 준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이나 스터디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실력과 시기에 맞게 수업/스터디 그리고 자습 시간 및 내용을 계속해서 조율하고 조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준비 기간을 시기 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06. 5월-8월 기본기 다지기]
 
 
 
5월에서 8월까지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전념했습니다. 수업은 은 선생님 통역 종합반을 수강했습니다.
 
 
 
영한: 은 선생님 수업내용을 두 세 번 반복해 들으면서, 처음에는 들은 내용을 한국어로 요약하고, 두 번째는 영어로 요약하고, 세 번째는 문장 단위로 끊어서 외우는 방식으로 복습했습니다. 그 외 영한 듣기는 일주일에 세 번 스터디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는 결코 많은 양을 공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한 가지 내용을 충분히 반복하고 숙지하는 식으로 공부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청취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영: 수업시간에 하는 연설문과 Radio Korea International의 사설, Newsweek 인터뷰 등 한글과 영어 자료가 같이 있는 자료를 외웠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에 외워서 발표하는 부분이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많이 말할 기회가 없어서 한영 실력에 자신 없는 분들은 무조건 외우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에세이와 번역도 타 학원의 번역/에세이반 수업을 들으면서 이 시기부터 준비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스터디 시간에는 영한, 영영, 한한을 했습니다.
 
 
 
[06. 9월-10월 실전 대비]
 
 
 
I. 1차 준비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1차 시험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장홍석 선생님의 1차 모의고사 준비반을 수강하면서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은 실제 시험 환경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외대 기출 문제지를 구입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시간을 정해놓고 풀어보았습니다. 문제를 풀어본 후에는 틀린 문제를 확인하면서 왜 틀렸나를 진단해보고, 모르는 단어나 표현 등은 꼭 다시 외우고 넘어갔습니다.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는 것 외에 별도의 준비는 거의 스터디 시간을 통해 해나갔습니다.
 
 
 
Listening: 매일 약 2시간 가량 스터디를 하면서, 이때부터는 학습량을 늘렸습니다. 그날그날 업데이트 되는 주요 뉴스들은 거의 빠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방식은 약 1분 30초-2분 정도 길이로 전체 내용을 끊어서 스터디 파트너와 번갈아 통역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1차 리스닝 시험이 다양한 내용을 듣고 기억해서 문제를 푸는 유형이었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자료를 커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자료를 찾는데 매일 최소 1-2시간을 할애해야 했지만, 그렇게 연습한 것이 시험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Reading: The Economist에서 몇 개의 짧은 기사를 미리 정한 후, 각자 맡은 기사를 읽어왔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시간에는 약 4분 30초-6분 가량을 주고 한 기사를 나머지 사람들에게 읽게 한 후, 미리 읽어온 사람이 그 자리에서 True/False 문제를 내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물어보는 내용은 한글로 하고, 답은 O/X로 했습니다. 이 스터디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지문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자: 초반에 은 선생님께서 내준 연설문에 있던 한자를 외웠고, 후반 들어 한자 및 고사성어 자료들을 구해서 훑어보았습니다.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지만, 한자 역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보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 저도 6월부턴가 보기 시작한 듯 하니 수기 읽으시는 분들은 지금 시작하셔도 빠른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한국어: 특별히 문제를 풀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신문, 시사저널 등을 꾸준히 읽으면서 사설은 한한 스터디를 한 것이 다였습니다. 한국어 시험은 큰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II. 2차 준비
 
 
 
사실 2차 준비는 5월 은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 쭉~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뒤집기를 한 것은 9월 들어서부터였습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 뒤집기 스터디는 일찍 시작할 필요가 없는 듯 합니다. 충분히 기본기를 다질 때까지는 오히려 영영과 한한 스터디를 하는 것이 낫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10월부터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 2차 시험 모의고사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06. 11월 4일 1차 시험]
 
 
 
1교시: 한국어
 

한국어 시험은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듣고 푸는 문제의 경우 대체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한 말을 그대로 옮겨 놓고 논지를 묻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는 듯해서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읽고 푸는 문제의 경우도 지문 내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워서 약간 놀랐습니다. 네러티브 기법에 대한 지문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두 번 정도 읽고 보니 무슨 내용인지 흐름이 잡혔습니다. 내용을 이해하고 나니 문제 푸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듯 합니다.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거의 마칠 시간에 맞추어서 문제를 다 풀었습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긴 했지만 미리 부담을 갖거나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간에 집중해서 신중히 푼다면 국내파들은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으니까요.
 
 
 
2교시: 전공 영어
 

전체 50문항 중 청취능력 시험이 30문항, 독해능력 시험이 20문항이었습니다. 예년보다 듣기 문항이 5문제 늘었지요.
 
 
 
청취능력 시험의 경우 들려주는 내용은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속도가 빠르거나,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의 답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번부터 5번까지는 짧은 글을 듣고 True/False문제를 푸는 유형이었습니다. 6번부터 30번까지는 남자와 여자가 주고받는 대화(exchange)를 듣고 이어지는 2-3문제를 푸는 유형이었습니다. 질문은 남/여가 주고받는 말이 어떤 논리적 관계를 갖는 지와 그 내용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영어 청취능력 시험도 한국어 시험과 똑같이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취능력 시험이 끝난 후, 답은 미리 OMR 답안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나중에 마킹하면 마음이 급해서 실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독해능력 시험의 경우 총 5개의 passage가 출제되고 각 지문 당 4문제가 출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문이나 문제가 특별히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듣기 평가를 한 후, 남은 시간이 약 20분 정도였는데 그 안에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마지막 한 문단은 아예 못 읽어서 답을 찍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서 다소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
 
 
 
[06. 11월 11-12일 2차 시험]
 
 
 
1차 시험을 치르고 2차 시험 발표가 나기까지 한 주간은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시험에 합격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컸으니까요. 하지만 은 선생님 말대로 공부할 때만은 1차 시험 결과에 대해 잊고 지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내년에 시험 보시는 분들도 1차 끝난 후에 괜히 방황 마시고 2차 준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맘 편한 일이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1교시: 번역
 

영한 번역은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세계 정세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내용이 아니라, 발칸 반도 및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 했던 열강들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의 상황을 역사적 사실(fact) 중심으로 나열해 놓았었는데, '크림 전쟁(Crimean War)', '흑해(the Black Sea)' 등의 고유명사가 많이 등장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는 고유명사를 모두 한글로 통일해서 번역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국제 사법 재판소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이 쓴 글이었습니다. 그분의 경력과 더불어, 사법 재판소에 대한 설명과, 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 기구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한 번역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쓴 바람에, 한영은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문단을 다 번역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점검도 못해본 상황이어서 번역 시험이 끝난 후 매우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에세이에서라도 만회하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교시: 에세이
 

한국어 에세이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이 되어야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입장과, 무조건적인 경제 개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는 주제였습니다. 되도록 간결하게 쓰고, 제 입장을 최대한 명확히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외국에 있는 친척이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설정 하에,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문화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몇 가지 한국 문화를 미리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가 주제였습니다. 유형이 매우 신선해서 약간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말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고 Dear~로 시작해서 Sincerely로 마쳤습니다. 한국 문화로는 '국이나 찌개를 한 냄비에 놓고 같이 떠먹는 것'과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술 먹고 노는 문화가 발달한 것'을 썼습니다. 영어 에세이 역시 최대한 간결하게 쓰고 한 번 더 확인한 후 제출하였습니다.
 
 
 
구술
 

구술 시험은 일요일 오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영어 듣기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영어 뉴스를 들었습니다. 대기실에서는 계속 영어로 말을 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도하면서 마음을 침착하게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두 분의 외국인 교수님과 세 분의 한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먼저 외국인 교수님께서 시작하는 질문으로 행운을 가져다줄 소지품을 혹시 가지고 왔느냐고 물으셔서 그냥 '기도했다'고만 했습니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곧 다른 남자 외국인 교수님께서 영어를 읽어주셨습니다.
 
 
 
영한은 당뇨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당뇨병의 요인에는 유전적인 것도 있다. 그 경우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병이 유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요인들도 많다. 첫째, 비만인 경우 당뇨병을 앓을 확률이 높다. 미국인의 약 30% 가량이 비만이다. 아동의 당뇨병도 늘고 있는 추세다. 둘째, 잘못된 식습관도 당뇨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식습관을 개선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couch potato)도 당뇨병 발병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인 여성이 일시적인 당뇨병을 겪을 수 있는데, 그들 중 일부의 경우, 출산 이후에도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고, 태아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내용이 길지도 않았고, 단어나 표현 등도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집중해서 듣고, 빠짐없이 기억하는가가 관건인 듯 합니다. 통역을 할 때 정확한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고, 포즈 없이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한영은 독자투고 형식이었습니다.
'한국이 점차 고령화 되어가면서, 불행히도 노인 운전자들이 자동차 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한국은 예로부터 웃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깊은 나라이다. 하지만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노인 운전자가 천천히 운전하기라도 하면, 뒤차의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심지어 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시 정부에서는 'Silver Mark'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노인이 운전한다는 것을 알리는 마크를 자동차 뒤에 붙이는 것이 캠페인의 주된 내용이다.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에게 이 캠페인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이 캠페인으로 노인 운전자들의 사고가 줄어들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돌아간 곳이 많았지만, 포즈 없이 내용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서 긴장이 풀려, 그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문을 나설 때 편안한 마음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틀린 표현이나 더 나은 표현이 생각나서 발표가 나기 전까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
 
 
 
[맺으면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학원 수업시간에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아 발표도 엉망으로 하고, 스터디를 하던 중에 파트너보다 내 실력이 못한 것 같아 속상해하며, 집에 돌아 올 때쯤에는 '과연 내가 올해 붙을 수 있을까, 이것이 내 적성일까'등의 괴로운 생각들로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서 집에 온 날이요. 그런데 그 날 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새로운 영어기사를 읽으면서 또 다시 흥미를 느끼고 설레는 나 자신을 보면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은 선생님 말대로 영어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꿈을 꼭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먼저, 제 기도에 응답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영어 공부의 정도(正道)를 알려주시고, 저의 부족한 실력을 인내하시면서 지금까지 지도해주신 은 선생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주었던 어른스런 동생 경선이를 비롯해서 함께 스터디 했던 경희씨, 정인씨에게도 감사. 그리고 가능성이 무한한 동생들 잔디, 세미~ 힘내!! '마지막으로 딸의 꿈을 이해해주시고 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 부모님, 너무 사랑하고 감사해요.'
 
 
 
[참고 자료]
 
 
 
영한:
 

PBS (http://www.pbs.org/newshour/home.html)
NPR (http://www.npr.org/)
CNN (http://transcripts.cnn.com/TRANSCRIPTS/bn.html)
VOA (http://www.voanews.com/english/index.cfm)
BBC (http://news.bbc.co.uk/)
Slate Explainer Podcasts
 
 
 
한영:
 

RKI (http://rki.kbs.co.kr/)
Korea Times (http://times.hankooki.com/times.htm)
Newsweek (http://www.msnbc.msn.com/id/3032542/site/newsweek/)
연설문(노무현 대통령, Bush 대통령, Tony Blair 총리)
 
 
 
영영:
 

Chicken Soup for the Soul
Dear Abby
 
 
 
 
 
 
 
 
 
 
 
 장지영
 
 
 
먼저 합격의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정말 열심히 기도해주셨던 부모님(특히 제 어린 딸을 돌봐주신 어머니), 동생들(특히 유경이), 저희 집에 와주시는 집사님, 특히 바쁜 와중에도 주말에 아기와 시간을 보낸 신랑, 목사님 내외분과 교우들, 통대 선배이자 이제 목사의 길을 가는 친구 동철이, 할머니, 시부모님, 친구들, 학원 동료 수강생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영어만 가르쳐주시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통역사의 자세 그리고 평생 학생의 자세를 몸소 보여주신 은천성 선생님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 주 가까이 밥도 같이 먹고 상담도 해주고 스트레스도 같이 풀었던 한인경씨, 김정씨, 장인환씨, 전제형씨, 위준성씨, 장민호씨. 복습 스터디를 같이 한 인경이, 한한 스터디를 같이 하고, 또 같이 합격의 기쁨을 공유하게 된 경선씨,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험장에서 스터디를 해주신 장봉희씨, 만약 이분들 중 한 분이라도 없었더라면 제가 오늘 합격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합격한 것만큼 기쁜 것은 시험 치기 마지막 한달 동안 스트레스를 여러분 특히 신랑, 목사님 내외분, 집사님, 먼저 통역사의 길을 간 친구들, 그리고 통역의 길을 걸어가고자 같이 수업을 듣는 학원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버텨나간 것입니다. 막판에 이 시험이 입시 공부인 것을 재인식하고, 기타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까지 겹쳐서 정말 힘들었을 때 같이 버텨주고 기도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합격 수기를 쓰기에 앞서 저보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고배를 마신 분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공부방법은 이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므로 저는 제 공부방법이 합격 공부 방법이라고 수기에 올리기가 부끄럽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만 참고하시라고 제가 공부한 방법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올해에는 영어사랑학원을 7월부터 4개월 반을 다녔습니다. 몇 년 전 통역공부를 한 적이 있지만 출산 및 제 아이 건강을 원인으로 안타깝게 중도에 접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영어는 커녕, 우리말 뉴스와도 거리를 두고 몇 년을 살다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불현듯 올해 7월부터 학원에 나와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은 선생님 통역종합반과 실전독해/영작반을 끊었는데, 처음엔 독해는 둘째치고 LC도 들리지 않더군요. 문장은 커녕, 단어도 아리송하고요.
 

이번 시험을 치면서 느낀 점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주님께 의지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1차 시험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자고 가도, 오히려 "현재 내 실력이 부족하니 주님이 대신 찍어 주시려나보다"라고 믿고 마음을 편히 가졌습니다. 2차 시험 전날, 기쁨과 흥분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갔을 때는, 통역사는 원래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역시 편한 마음으로 갔습니다.
 

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4개월 반 동안 시험 준비중 수업 복습, 한한 스터디 한 개를 빼고는, 그 흔한 뒤집기 스터디도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으니까요. 학원 수업 중에 하는 뒤집기와 시험장에서 장봉희씨가 해 주신 한영 뒤집기가 뒤집기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 공부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전에 비교적 편히 공부했을 때보다도 더욱 컸습니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으며, 비록 공부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시간 내 복습만이라도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영어 공부의 기초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양이 적고 많고를 떠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생긴 것을 감사했습니다. 지난 4개월 반 동안 통역종합반 4개월, 실전독해/영작반 3개월, 번역/에세이반 1개월, 1차 시험 모의고사반 2개월, 2차 시험 최종 점검반 1주일을 들은 것이 다 입니다. 솔직히 내년 정도에 합격을 생각하고 공부했습니다. 주님과 주위사람들 덕분 그리고 혹시 과거에 공부했던 게 어딘가 남아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통대에 합격한 만큼 이제부터는 노력을 더하고 시간을 더 내어서라도 신문도 방송도 좀 들어야겠죠.
 
 
 
[1차 시험 및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은 해마다 그 입시 유형이 바뀐다고 합니다. 객관식 시험이니만큼 시간 안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형이 바뀐다고 하여 별도로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형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시험 준비기간이 적은 저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초 닦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장홍석 선생님 토요일 모의고사반을 수강했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 실전독해/영작반 수업시간에 1차 시험 대비용 문제를 푼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작년 기출문제도 풀었습니다. 더 많이 준비하면 좋았겠지만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모의고사를 더 구해서 풀어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현재 하고 있는 것을 복습하기도 바쁜데 일만 벌이는 것 같아 더 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9월과 10월에는 타학원 수업 LC자료도 입수해서 혼자 추석 연휴 때 들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를 구독하며 읽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수업내용을 복습할 시간도 빠듯해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대신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LC, RC, 그리고 번역순서로 우선 순위를 두면서 최대한 많이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장 선생님 모의고사 문제지 transcript도 LC부분은 대부분 외웠습니다. 은 선생님이 다루시지 않았던 주제가 짧게 여러 개 실려 있어, 은 선생님 수업 자료 외에 딴 자료에 별로 눈을 돌릴 수 없는 저에게는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차 시험은 비교적 유형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유형에 맞추어 공부를 해볼까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실력도 부족해서 1차 시험 합격도 확신이 서지 않는 마당에 2차 시험 유형에 맞추어 공부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아서, 그냥 기본 영어 실력을 쌓고, 추후 시험이 임박했을 때 유형에 맞추어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어 기본 실력 자체가 튼튼해지면 1차든 2차든 해결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유형별 연습은 9월, 10월 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다루어 주셨습니다. 2차 시험 모의고사 형태로 구술시험을 보는데, 이때는 이전과는 달리 "통과!"를 외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표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집에서 혼자 복습을 하며 기본 영어 실력을 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수업시간에 한번 들어본 걸 가지고 집에서 다시 하는 것이니까 스터디를 하면서 완전히 새것을 하는 것과는 달라서 스터디를 해볼 생각도 했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대신 9월, 10월은 타학원의 9월, 10월 LC 자료를 복사해서 테이프 들으며 저 혼자 영한통역, 영영연습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tape을 들으며 하니까 약간 걱정이 되어 육성에 익숙해지고자 이 LC부분 중 몇 꼭지를 추려 한한 스터디 파트너인 한경선씨에게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차피 시간이 부족한터라 욕심은 버리고 대신 하나를 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듣기, 읽기, 심지어 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우려먹겠다는 각오로 복습하고 외웠습니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반드시 올해 붙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더욱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기 시험]
 

영한번역, 한영번역, 논술은 되도록 정확하게 그리고 시간 내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멋있는 표현으로 튀어 보겠다는 생각은 접고, 눈에 띌 만한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쉽게 그리고 최대한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 내용은 동일하니 다른 합격자분 수기를 참고하세요.
 
 
 
[구술 시험]
 

저는 첫째 날인 토요일 오후에 구술 시험을 봤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최대한 편한 마음을 갖고자 일부러 옷도 보통 때 입는 옷에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시험을 치렀습니다. 회의장에서 무려 3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었는데 회의장 건물 내에서는 식사를 하기가 어렵더군요. 때문에 아침 필기 시험 중간 휴식 시간 때 혹시 저녁을 먹지 못할까봐 외대 학생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어둔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대기하고, 전날 흥분해서 잠도 자지 못한터라 점차 지치긴 하더군요. 그러나, 그때 나중에 통역을 하게 되면 이보다 더한 악조건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옆자리에 앉아 계신 장봉희씨가 자진해서 한영 스터디를 해주시며 시험장 분위기를 알려주셨습니다. 시험보기 직전엔 제가 시험장에 들어가면 꼭 기도해달라는 부탁까지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교수님이 여섯 분 정도 계셨는데, 밖에서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달리 매우 친절하셨습니다.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제게 하신 질문에 대한 일문일답입니다. "긴장했나요?" "네, 약간이요." "긴장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나요? " "기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질문 다음으로 바로 영한 임향옥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주셨습니다. 느린 속도는 아니었으나, 큰 목소리로 고저장단이 분명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이해하기 쉽게 잘 읽어주셨습니다. "보통 장난감하면 어린이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노인들 특히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robotic toy가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해주고, 말을 건네주고(예: 오늘 멋져 보이십니다), 약을 챙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기존 어린이 대상 장난감 판매 수입 부진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자구책입니다."
 

내용도 상당히 짧고 다행히 말이 꼬일 내용도 아니어서 정말 감사해하며 별로 요약할 고민도 없이 바로 통역했습니다. 수면 부족 및 심신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집중력 저하가 우려되어서 교수님이 읽어 주실 때부터 제가 통역을 마칠 때까지 저는 읽어주시는 분을 정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통역했습니다.
 

교수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으셨습니다. 곽중철 교수님, 이창수 교수님, 임향옥 교수님이 통역 내내 고개를 끄덕여 주셨고, 통역이 끝나자 곽 교수님은 "음!" 하시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여주셔서 기분도 좋았지만, 그 바람에 긴장이 다 풀렸습니다.^^; 영한 통역이 끝나자 한영 통역을 이창수 교수님이 읽어주셨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감정을 이입하여 읽어주셨습니다.
 

"말아톤이 많은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는 자폐아를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편견 및 차별은 뿌리가 깊습니다. 인근 지역에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도권 역사 장애인 지하철 승강기 설치와 같은 좋은 정책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전환입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지문이어서 심신이 지친 수험생의 입장에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영한 통역 후 긴장이 풀어져서 아무리 교수님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뚫어져라 노려봐도 한영 통역은 늘어진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의 영한 통역 시 보여주신 열의가 점점 식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ㅜㅜ; 그리고 시험장을 나서서는 마지막 문장에 나왔던 의식의 전환을 attitude를 썼으면 더 좋았을 걸하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시험장에서는 mentality 와 mindset을 쓴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내용은 전달됐으니까 하고 자위하며 시험장을 나섰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주님께, 그리고 주위 분들께 감사하였습니다. 올해 공부를 하면서 무엇보다 주님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는 면역이 다른 아이들보다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감염될까봐 항상 조심하고 면역성을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모유 수유도 20개월 가까이하고 음식 및 청결에 항상 초긴장이 되어 준비하는 등 저를 비롯해 주위 분들이 항상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는 아기 입원 때마다 항상 기도와 간호를 비롯해 항상 같이 계셔주셨습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하는데 많은 걱정과 갈등도 하셨지만 이때 역시 많은 기도를 통해 도와 주셨습니다. 아기가 아플 때마다 입원할 때마다 그리고 피검사를 할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마음을 졸이고 살면서 주님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통역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난 올 7월 이후부터 아이의 면역 수치가 점차 눈에 띄게 호전되더니 이제는 다니던 서울대학교 병원 의사 선생님들이 아이 면역 수준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며 이제 병원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올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일을 겪고 나니 훨씬 편한 마음으로 통역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던 아이의 면역이 정상으로 되고 나니, 노력하고 정말 간절히 바라면 통역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역은 어떻게 보면 매우 외롭습니다. booth속에서 통역하고 있는 자신을 그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편해지고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장현수
 

 
 
저는 대학교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1년여 일하다가 9월경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시작한 건 타 학원에서 2월경부터 (회사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어서 대부분 결석..), 그리고 영어사랑학원에서는 6월부터였습니다. 6월부터 영한통역반 수업을 들었으나 역시 회사원 티를 내느라 결석이 잦았습니다.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니었는데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어렵더군요..) 8월 말에 회사를 그만두고 9월부터 통역종합반을 듣고 스터디를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격일로 한한, 매일마다 뒤집기와 단어숙지(토요일은 제외)를 했습니다.
 

[Listening]
 
작년 합격 수기를 읽던 중 어느 합격자 분께서 audible.com을 언급하셨습니다. 뉴욕타임즈를 정리해서 읽어주는 파일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글이었는데, 신문을 매일 읽을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하던 저에게 뉴욕타임즈를 읽어주는 듣기 파일은 리스닝과 리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물론 리딩을 따로 하셔야합니다..) 기회로 보였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보니 ipod를 구매하면 podcasting을 통해 무!료!로 다양한 파일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podcasting을 아는 분이 많으시지만 제가 할 때만 해도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itunes라는 프로그램(ipod전용 프로그램이나 ipod를 구매하지 않고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에서 itunes store(혹은 music store)에서 podcasting섹션을 방문하시면 각종 뉴스(abc, cnn, nyt, npr 등등)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Subscribe"하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자동적으로 동기화가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 ABC Nightline: 다양한 주제를 재미있게 다룹니다. 전체 내용은 20분 정도입니다.
- NYT Front Page: 빠르게 읽어주는데다가 각종주제를 짤막하게 다루기 때문에 리스닝 훈련에 좋습니다. 5분 정도입니다.
- Grammar Girl: 문법에 관련된 주제를 재밌게 다룹니다. 예를 들면 apostrophe는 언제 쓰는가 등인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질문한 것을 대답하는 형식이라 어려운 내용만 다룰 것 같지만 의외로 쉬운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문법(특히 punctuation)에 도움이 됩니다. 진행하는 분 목소리도 부드럽고 발음이 명확해서 듣기 좋습니다. 5-7분 내외입니다.
- NPR Wait Wait Don't Tell Me: 퀴즈형식의 프로그램인데 시사문제를 주로 물어봅니다. 말장난도 많이 하고 진행도 재미있고 좋습니다. 40분이 넘는 프로그램이라서 저는 방을 청소하거나 뭘 만들 때 라디오 대신 듣습니다.
아이튠스 스토어를 가보시면 더 다양한 포드캐스팅이 많으니 itunes를 설치하셨거나 ipod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한번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오가면서 들을만한 리스닝 자료는 무궁무진합니다.
 

[Reading]
 
Newsweek 영어판을 매주 읽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도 다양한 영어 책을 자주 접하는 편이었습니다. 주로 읽기에 재미있는 책 위주로 읽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읽기 연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단어실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하이라이트 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아서 단어집에 정리했습니다. 시사저널과 Newsweek 한국어판도 매주 읽었는데 뉴스위크 한국어판과 영어판은 번역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자료였습니다.
 

[1차 시험 준비]
 
외대 출제 문제를 95년도부터 공통/전공 모두 풀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인지라 하루에 한 개씩만 풀다 보니 어느새 시험 날짜가 다가오더군요! 출제 문제 뿐 아니라 구할 수 있는 모의고사는 모두 다 풀어보았습니다. 역시 모르는 단어는 하이라이트 해 두고 모의고사/출제문제에서 나온 단어만 따로 정리를 해서 시험 보기 전에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서 속상했는데 여러 번 풀어보면서 문제 푸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실전에서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 재면서 푸는 게 스트레스가 되어서 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편안하게 풀다가 딴 짓 하다 풀다가 하면서 풀었습니다. 그렇게 안 했다면 그 많은 모의고사를 다 못 풀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시험 볼 때 문제를 빨리 푸는 편이라 시간 내에 푸는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신 분이라면 평소에는 마음 편하게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합니다.
 

[1차 시험]
 
예년과 다른 형식의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리스닝 부분이 30문제가 나왔는데 (지금까지는 25문제가 대부분이었죠..) 읽는 분이 어찌나 천천히 읽는지 자칫하다간 딴 생각하기 딱 좋은 속도였습니다. 리스닝 내용이나 본문 자체는 쉬웠으나 문제가 영 애매해서 정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여러 번 다시 본문을 읽어보고 싶은 그런 문제였습니다. 리스닝은 듣는 대로 답을 마크하는 것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고민해봐야 들은 내용도 헷갈리고 리딩 시간이 줄어드는 격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바로 정답을 마킹했고, 고민이 되는 내용은 정답으로 보이는 2개 정도를 정해놓고 리딩이 끝난 후에 찍었습니다. (고민할 겨를이 없었어요..) 본문은 각 텍스트당 약 5분으로 배정해놓고 풀었더니 나중에 마킹할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촉박하게 하는 것보다 여유 있게 끝내고 싶어서 정확하게 5분씩만 배정했고 끝까지 문제를 풀었습니다.
 

[2차 시험]
 
-번역/에세이-
 
저는 번역과 에세이를 할 때에 무엇보다 proofreading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배분하는 데에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영->한 번역이었는데 지명 등 평소 접하지 못한 단어 표현이 생소했고 또한 문장의 구조도 좀 복잡해서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되짚어서 처음부터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통역-
 
통역시험을 볼 때에는 본인의 수험 번호에 따라서 시험 날짜와 시간이 좌우됩니다. 제 경우는 일요일 오후에 배정을 받았는데 오후 2시에 들어가서 나왔을 때엔 다섯시 무렵이었습니다. 제가 21번째 수험생이었습니다. 10명의 수험생을 보신 후에 교수님들이 잠깐 (약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십니다. 저는 쉬는 시간 직후에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들어가니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영한을 먼저 하게되었는데 대강의 내용은 '헬리콥터 부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사회현상용어'였지만, 바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식들 옆에서 맴돌면서 자식들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는 부모를 일컫는데, 요즈음엔 자녀들의 취업에까지도 관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취업관련 인물이었는지 학교 관련 인물이었는지 딴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해서 전문가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에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자녀에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짧고 쉬웠습니다.
 
한영 통역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음식물 쓰레기가 바로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애당초 바다에 버릴 것이었으면 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수거하였는가? 게다가 바다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오염물질이 되어 생선의 살에 축적되고, 우리가 그 생선을 먹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식탁 위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역시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영인지라 영어 단어 선택에 약간 고심했습니다. 한영 영한 통역 둘 다 교수님이 불러주시는 내용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했고, 내용이 약간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에도 자신감 있게 통역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진행을 도와주었던 분들이 여러 번 강조했던 내용은 교수님들께서 학생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니 부디 큰 목소리로 통역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원래 목소리가 작지 않아서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지만^^; 교수님과 학생의 거리는 목소리가 작은 분들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의사전달에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될 만큼 먼 거리였습니다. (사이에 대학교 책상 1.5 개정도 들어가겠더군요..)
 

[Misc.]
 
저도 시험 보러 가기 전에 궁금했던 문제인데 대부분 옷은 정장 스타일로 입고 오셨습니다. 세미 정장이나 깔끔한 스타일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그리고 대기 장소가 꽤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안에 예쁜 옷을 입고 두꺼운 겉옷을 입으셔도 어차피 면접 보기 전에 코트를 벗어둘 장소가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
 
항상 많은 도움이 됐던 은천성 선생님의 critique, 수업시간의 팽팽한 긴장감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많이 도와준 제 스터디 파트너에도 감사를 전합니다.
 
 
 
 
 
 
 
 
 
 
 
 조인훈
 
 
 
내년도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2차 시험 구술면접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한번에 다 해치우고 잊어버리자'는 생각에 일찍 시험접수를 했습니다. 딱 열 번째로 면접을 들어가게 되어, 애경홀에서 한 시간 좀 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합격수기를 보면 스터디를 계속 하다가 시험장에 들어가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저는 너무 떨려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어서 그냥 표현을 적어놓은 수첩을 간간이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처음에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는지 예전 발라드를 잠깐 틀어주셨는데, 울렁거림이 더 심해졌습니다; 많이 떠시는 성격이라면 청심환 등을 마시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습니다. 멀미약 마시는 분도 봤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자 생각보다 훨씬 안 떨렸고, 완전 뻔뻔하게 살포시 미소까지 머금고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서 자신이 없어도 있는 척, 반응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 교수님께도 끝까지 평화로운 모습으로 두루 eye contact를 했습니다. 교수님은 전체 다섯 분(외국인 교수님 두 분, 임향옥, 곽중철, 이창수 교수님)이었습니다. 외국인 교수님 한 분이 오늘 행운을 빌기 위해 뭘 했냐고 물으셨는데, 대답할 말이 없어서 그냥 "I prayed."라고만 말하고 싱긋 웃었습니다. 또 다른 외국인 교수님이 이제부터 영어를 읽을 테니 한국어로 옮겨보라고 친절하게 또박또박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때 임 교수님과 곽 교수님이 거의 동시에 "summarize"라고 말씀하셔서, 편하게 큰 줄기 위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한은 구직자들이 인터넷 활동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직을 해본 경험이 있느냐, 인사담당자중 무려(whopping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강조해 줬습니다) 66(?)퍼센트가 구직자들의 인터넷 활동을 눈여겨본다고 한다. 심지어는 싸이월드와 같은 사교목적의 싸이트에서 구직자의 작문 능력을 보고, 어떤 아이디를 쓰는지, 부적절한 사진을 올리지 않는지 등을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미일관으로 주제문을 시작할 때 한번 끝날 때 조금 바꿔서 다시 한번 말하고 "이상입니다" 하고 끝냈습니다. 중간에 4개 정도의 나열이 있었는데, 생각난 3개만 말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주시고 표정이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용기를 내어 한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영은 항상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평소에 열심히 외운 것이 저도 모르게 하나씩 튀어나와 줘서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내용은 한 운전자의 독자투고로, "출근할 때 중학교 근처를 지나게 되는데 항상 마음을 졸인다.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학부모들이 갑자기 유턴을 해서 놀란 적도 많았고, 지각한 듯 보이는 아이들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서 사고가 날 뻔했다. 해결책으로는 학교 관계자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여 학생들을 보호하고, 운전자들 스스로도 학교 근처에서는 속도를 줄이며, 경찰도 학교근처 제한속도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끝까지 다 했다고 생각하고 "끝났다!"라는 기쁜 마음에 상기된 표정으로 "이상입니다"라고 했더니 임향옥 교수님께서 "마지막 한 문장은 왜 안 해요?"하고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생각이 나서 얼른 마지막 문장을 뱉고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나왔습니다.
 

노력한 만큼, 그리고 그 이상을 발휘하고 나오기 위해서는 담력과 퍼포먼스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긴장도 해보고, 그 와중에 eye contact 연습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터디를 꾸준히 하고, 표현을 많이 암기하는 것이, 공부할 때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같이 느껴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차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자면, 듣기가 정말 가장 중요하고, 저의 경우 Graduate English 단어를 맘먹고 외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문제풀이를 하면서 문제에 휘둘리지 말고 문제를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control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008년 수험생 여러분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최경은
 
 
 
[영어와의 첫만남-원서접수]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굿모닝 팝스 및 EBS TV/라디오 방송으로 공부하고, 좋아하는 영화는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봤습니다. 영어를 통해 외국어에 관심이 생겨 외고에 진학했는데, 영어는 기본이니 다른 언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어 전공을 택했고, 배우다 보니 흥미가 있어 중문과에 진학했습니다. 고교 시절 최정화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한때 통역대학원을 꿈꾸기도 했지만, 외국에서 살다온 것도 아닌데 어떤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에 미리부터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영어권 체류 경험은 영국을 일주일간 여행한 게 다입니다. 대학 때 중국에서 8개월 가량 지낸 적이 있습니다.)
 

대학 시절 타 학원의 AFKN 청취 수업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들었습니다. 주로 듣고 transcript 빈칸 채우기, 들은 것을 그대로 따라하기, 매일 좋은 표현 하나씩 외우기, 강세와 억양에 주의해서 transcript 외워 말하기 등을 연습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을 처음 찾은 것은 '04년 여름이었는데, 졸업 전에 영어 실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6-8월간 실전통역반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번역/에세이반도 함께 들었는데, 계절학기도 듣고 있었고 도저히 다 따라갈 수가 없어 포기했습니다. 실전통역 수업은 내내 숨막힐 듯한 긴장의 연속이었고, 소심했던 저는 발표 신청을 차마 못하고 드문드문 critique만 했습니다. 한번 들려주면 앞으로 나와서 통역을 해야 하는데 다들 어쩌면 그렇게 잘하시는지.. 영어 실력 뿐 아니라 그분들의 용기와 프로정신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들은 내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100% 전달하는 것이 통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80%라 하더라도 전체 내용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우리말로 전달하여 이해시키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시는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노력하면 나도 통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졸업 후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진학(통대를 포함)은 생각하지 않았고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04년 10월부터 국제교류 관련 공공기관에서 해외 대학의 한국 관련 강좌/연구/회의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영문 서신에 대해서는 원어민의 proofreading을 받아야했는데, 글의 flow 및 표현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 3월 잠시 영한통역반을 듣고, 우연한 기회에 10월부터 친구와 함께 아침 시사청취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일과 삶에 있어 무기력해져있던 저에게 매일 아침의 시사청취 수업은 큰 활력과 기쁨이 되었고, 오늘의 금언은 정신적인 자극을 줬습니다. 영어공부FAQ와 통대 합격수기를 하나씩 꼼꼼히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영어에 대한 사랑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습니다. 1년에 한번뿐인 시험이므로 기회가 되면 모두 응시하라는 은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용기를 내어 외대에 지원했습니다. 3개 언어 과정의 경우 둘 중 하나는 모국어 수준이어야 한다지만,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언어 모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 한영중 전공으로 접수했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06년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는 듣기 문제에서 몇 개를 틀렸었는데, 이번에는 집중해서 들으니 무난하게 풀렸던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듣기 지문에는 번역계의 그릇된 관행과 번역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얼마 전 정지영 아나운서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 번역이 문제가 되었던 일을 시사하는 듯 했습니다. 이후 독해, 문법, 한자 등 문제를 풀면서 시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없었고 지문도 평이했습니다. 문단의 순서 바로잡기(b-c-a 등), 글의 종류(논문 등), 빈칸에 적합한 낱말 고르기, 한자 독음, 맞춤법, 띄어쓰기 문제 등이 나왔습니다. 한자 독음은 쉬웠고, 문맥상 추측할 수 있기 때문에 한자를 잘 모르시는 분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맞춤법 문제는 아무리 봐도 틀린 것이 없는 것 같아서 긴가민가하다 결국 '웬 일이니'를 골랐는데, 나중에 시험 끝나고 나서 읽던 잡지에 '아연실색'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보기 중 하나가 '아연질색'이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ㅠㅜ 틀린 것이 너무 어이가 없어 그 후로 한 이틀 동안 계속 '아연실색'해 있었습니다.. >.<
 
 
 
(영어)
 

2교시는 영어였습니다. 약 30분간 L/C가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안내가 나오는 동안 첫 페이지의 보기들을 미리 읽어본 후 지문을 들었습니다. 문제간 간격은 약간 짧았지만 아주 몰아치는 느낌은 아니었고, 보기 두 개 중에서 고민하던 것은 표시를 해두고 되도록 그 간격을 다음 문제 답안을 먼저 읽어두는 데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문은 남녀간에 한두번 주고받는 대화 형식이 많았고, 담화문 같은 독백 형식도 있었습니다. L/C가 끝나자 20분 가량 남았는데, 비교적 긴 독해 지문을 약 4-5개정도 풀어야 했습니다. 약 1분-1분 30초에 한 문제를 풀어야 했고, (개인적으로 어휘가 많이 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보기의 단어들이 꽤 어려웠습니다. 역시 독해 속도가 느린 편이라 시간이 많이 모자랐는데, 우선 문제를 먼저 보고 풀 수 있을만한 것을 골라 먼저 답을 지문에서 찾아보는 식으로 풀었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었더니 교황에 관한 마지막 지문말고는 거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납니다 ㅠ 독해에서 시간 뺏기다가는 답안지 작성할 시간도 없어 낭패를 볼 것 같아, 풀다 말고 먼저 L/C 부분의 답을 답안지에 옮겨놓고 다음 문제를 풀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모자라도 L/C 파트가 끝나면 바로 답을 표기하고, 독해도 한 지문이 끝나면 바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어)
 

저는 한영중으로 응시해서 오후에 다른 한중 응시자들과 함께 중국어 필기시험을 봤습니다. 문제 유형은, 중국어 지문을 듣고 중국어/한국어로 답하기, 한국어 지문을 듣고 중국어로 답하기로 총 10문항 가량이었습니다. 문제당 답안 작성 시간으로 3-4분을 주는데, 이 시간 내에 다 쓰지 못하면 나중에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오래 생각하기보다는 들은 후 바로 답을 적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문의 길이는 꽤 길었고, note-taking 용지가 주어집니다. 지문의 내용으로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백가쟁명 모델, 소프트웨어 산업과 지적재산권 문제, 핵폐기물의 특성, 세계 재난 방지의 날 등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중작을 하려니 가끔 기억이 안 나는 글자도 있고, 내용도 난이도가 높아 잡은 부분은 대강 필기를 했음에도 답을 적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역시 note-taking은 이해한 것을 기억하는 보조 수단일 뿐, L/C는 듣는 순간의 기억력과 이해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시간이 모자라 두 문제 가량은 거의 쓰지 못했습니다. 답안지 걷을 때 다른 분들을 보니 한 문제 당 약 3-4줄 정도로 써냈던 것 같습니다. 군데군데 빈 엉성한 답안지를 내면서 민망했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2차 시험]
 
 
 
기대하지 않았는데 2지망인 한영과로 1차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1차 시험을 보고 나서는 푹 쉬고, 일요일엔 다음 1주일 공부를 계획하고, 무조건 2차에 붙었다고 생각하고 시험준비를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1차에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1차 발표 때까지 2차 준비는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금요일에 발표가 났는데,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에 2차 필기, 월요일에 구술 고사라는 것이 매우 부담되었지만, 그래도 원서 접수를 늦게 해서인지 일요일 하루 쉬고 구술을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습니다.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시사저널과 영자신문을 사갔고 캔디도 준비했습니다. (가끔 TEPS 등 시험에서 이용한 방법인데, 시험 보다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머리가 아플 때 미리 책상에 올려둔 캔디나 초콜릿을 먹으면 잠시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전환도 됩니다.)
 
 
 
(번역)
 

영한 지문은 Penguin Books 세계사 서적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는데, 지문의 길이는 약 10-12줄(약 1/2 페이지) 정도로 예상외로 상당히 짧았습니다. 첫 문장이 At root로 시작하였는데, 이 표현이 어떤 뜻일까 퍼뜩 떠오르지 않아 약간 당황했지만, 그 후의 내용은 평이하게 이어졌습니다. '오토만 제국(Ottoman Empire)이 발칸 반도에서 물러난 뒤, 누가 발칸 반도의 패권을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됐는데, 이는 이 지역의 민족적, 지리적 배경과 관련된 문제였다. 발칸 반도를 두고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다투었는데, 프랑스 등 주변국이 러시아보다는 오스트리아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이후의 내용은 좀 헷갈렸는데, '흑해 주변의 지리적 여건이 군대 주둔에 불리하다는 교훈을 얻은 러시아가 콘스탄티노플로 진격하다가 멈춤으로써 제 2차 크림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 번역하기 전에 우선 전체 지문을 두 번 정도 읽고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다음, 문장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거나 비문(非文)이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번역했습니다. 예전 합격 수기에서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번역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30분 안에 영한 번역을 끝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영 지문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인 송상현 서울대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기사 형식의 글이었습니다. 내용은 역시 평이했는데, 분량은 영한 지문의 두 배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라고 지문에 친절히 영문 명칭이 병기되어 있었습니다. 'ICC 및 기타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이 드문데, 많은 사람들이 언어 장벽(language barrier)을 탓하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출에 실패한다'는 내용으로,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이 국제기구에 진출해 활동할 것을 독려하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인터뷰라 인용이 많았기 때문에, '~라고 말했다', '~라며 안타까워했다' 등으로 쓰면서, 되도록 중복을 피하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영한 번역에 비해 분량이 많아 시간이 훨씬 모자라고 표현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아 그냥 쉬운 단어를 반복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한영 번역의 경우에도 비문(非文)을 주의했고, 대의를 전달하면서 번역문을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사 내용이 흥미로웠고 저 자신에게도 격려가 되는 글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답안지 제출 전에 제대로 검토해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시간 중 최소한 마지막 5분은 남겨 답안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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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찾은 한영 지문 원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409867)
 

'외국어보다 전문 지식이 중요 한국인 국제기구 진출 늘어야' [중앙일보/2006.8.5]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인 서울대 법대 송상현(64) 교수. 요즘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ICC에서 일하는 670여 명의 일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고작 3명이란다. ICC 탄생에 한국이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설명이다.
 

최근 일시 귀국한 그는 "국제기구에 지원했다 떨어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 장벽'을 이야기하더라" 면서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 재판관은 "ICC에서는 70여 개 나라 출신들이 일한다"며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영어, 불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지원자들의 낙방 사유는 대부분 전문 분야 실력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능력, 경력에 비해 다소 높은 지위에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준비 부족도 문제란다. 그는 "해당 국제기구 홈페이지만 잘 살펴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조차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도 많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송 재판관은 2003년 ICC 초대 재판관(임기 3년)에 뽑힌 데 이어 올해 초 재선(임기 9년)에 성공했다. ICC의 재판관 18명은 회원국들의 투표로 뽑는다. 그는 행정고시(1962년)와 사법고시(63년)에 모두 합격한 뒤 학문의 길을 택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런 이력이 그가 ICC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재판관 자격에 '해당 국가 최고법원의 법관이 될 자격, 경력을 갖춘 자'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의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ICC는 1998년 채택된 '로마 협약'에 따라 2002년 만들어졌다. 국가 간 분쟁을 처리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전쟁, 집단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심리, 처벌한다. ICC 재판관의 연봉은 18만 유로(약 2억2000만 원)이며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도 상당한 편이다. 송 재판관은 "내 임기가 끝난 뒤에 한국인 재판관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며 "관심 있는 후배들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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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국어 에세이 주제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이 돼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진다는 주장과, 국민의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 중 택일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30분 중 10분은 여백에 개요를 작성하고 글 전체의 틀을 잡는 데 할애하였습니다. 서론은 '한 국가의 경제적 성장과 분배를 설명할 때 경제학에서는 흔히 '파이'의 비유를 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즉, 파이를 키운 후에 더 큰 몫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파이가 작을 때부터 공평하게 나누어 먹겠냐는 것인데, 당분간은 참고 열심히 파이를 반죽하고 구워내면 모두가 나중에 더 큰 파이 조각을 받게된다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키워진 파이가 과연 애쓴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지는가에 있다. 6-70년대 한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열풍에서도 볼 수 있듯, 있는 사람들은 오른 집값 덕분에 더욱 부를 축적하고, 대다수 서민들은 이제 평생 일해도 내집마련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달성하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은 좀 더 높아질 것이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만불 달성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며, 양극화 해소 및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더욱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라는 요지로 글을 전개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해오던 문제여서 큰 어려움 없이 평소 생각대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고, 개요를 짠 후 쓰기 시작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사람은 누구나 부유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쓰고 좀 더 덧붙이려고 했는데 시험시간이 끝나버려서 그냥 그대로 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히려 사족 때문에 글의 통일성을 해치는 것 같아서, 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결론 부분에 주관적인 감정이 약간 과하게 실린 것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영어 에세이 주제는,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는 외국인 친구가 당신의 초청으로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가 받을 문화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미리 보낼 편지를 작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한국 소개가 아니라, 문화적 충격을 완화시켜줄 의도로 2-3가지 사항을 골라 설명해주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역시 한국어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간단히 글의 내용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자주 영문 서신을 작성해서 익숙한 느낌이었고, 실제로 언젠가는 한국에 초청하고 싶은 이탈리아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정말로 편지를 한다고 생각하고 써내려갔습니다. 제가 예로 든 것은, 한국 사람들이, 나이는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있는지 등 사적인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해올 수도 있는데, 이는 단지 관심의 표현이니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 서양에서는 친한 사이가 아니면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데 한국에는 그런 개념이 별로 없으니 지하철 등에서 누가 invade your space (시사청취에서 배웠던 표현^^) 하는 것 같아도 너무 개의치 말라는 것, 또 한국 음식이 대부분 맵고 한국인들이 김치와 마늘을 많이 먹어 그 냄새가 고역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음식도 시도해보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Dear부터 Truly까지 편지 형식을 갖추어 썼고, 도입 부분에는 '네 상사가 일주일간의 휴가를 허락해주었다니 참 너그러우시구나', 끝맺음에는 '네가 한국에 오는 게 무척 기다려진다. 같이 유쾌한 시간을 보내자'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앞장을 다 채우고 끝맺음 부분은 뒷장으로 넘겨서 작성했는데, 역시 번역 때와 마찬가지로 제출 전에 글을 제대로 읽어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글씨는 채점관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쓰면 될 것 같고, 틀린 부분은 수정테이프로 지우거나, 저처럼 그냥 두 줄로 긋고 역시 알아볼 수 있게만 고치면 되는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 후)
 

토요일에 2차 필기를 보고 나서 몸살 기운이 있어 일요일은 거의 내내 누워 있다가 저녁부터 학원 교재를 훑어보며 복습을 좀 했습니다. 다른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Steve Jobs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 동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Your work is going to fill a large part of your life, and the only way to be truly satisfied is to do what you believe is great work. And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남들에 비해 준비도 너무 부족했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구술고사가 너무도 두려웠기에, 아예 시험을 포기할 가능성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았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경험 삼아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구술)
 

까만색 바지 정장을 입고 9시 반까지 통대 건물 2층 애경홀로 갔습니다. 원서 접수 순서에 따라 면접 순서도 정해지는데, 저는 22명 중 거의 끝에서 세 번째였습니다. 넓은 애경홀 안은 꽤 추웠는데, 나중에는 라운지에 나와서 대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지만 저는 계속 애경홀에 남아있었습니다. 전날 교재를 보면서 정리했던 표현들을 소리내서 읽어보고, 라디오 한국어 뉴스를 shadowing 하고, 시사청취수업 복습도 하면서 2시간 넘게 대기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사갔던 우황청심원도 두 번에 나누어 마시고, 오래 대기할 것을 대비하여 준비해간 간식도 먹었습니다. 1. 큰소리로 말하기 2. 이해한 내용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편하게 생각하기 3. pause 없이 말하기 4. eye contact 하기 등 시험 시 제게 필요한 사항들도 적어보았습니다.
 

드디어 12시쯤 제 이름이 불리었고, 애경홀 밖으로 나가 고사장 밖 의자에 앉아 전 응시자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이때가 가장 떨렸던 것 같습니다. 진행요원이 말을 건네며, '교수님들이 씩씩하고 자신감 있게 시험에 응하는 모습을 좋아하신다'며, 혹 어떤 교수님 반응이 차가워도 개의치 말고 큰 소리로 대답하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이창수 교수님의 반응이 대체로 시큰둥하셨습니다.. ㅠ)
 

문이 열리고 전 응시자가 나왔습니다. 노크 없이 바로 들어가도 된다는 진행요원의 말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교수님들께서 전 응시자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계셔서, 영한보다 한영이 나은 것 같다 등.., 약간 당황했습니다. 한국어로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오늘 아침은 어땠냐고 물으셔서 괜찮았다고 짧게 답하자, 바로 임향옥 교수님께서 영한 통역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 흑백 쌍둥이가 탄생했는데,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이들의 사진을 얻기 위해 높은 값을 불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소식에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흑백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해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35,000개의 유전자 중에서 인종(피부색, 머리색 등)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즉 머리카락이 까만 사람과 붉은 사람간에도 유전자는 99.99% 이상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세계화, 다원화되고 다문화적인 현대 사회에서 인종의 차이는 거의 의미가 없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적당한 속도로 또박또박 읽어주셨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임 교수님과 눈을 맞추며 열심히 들었습니다. 길이는 생각보다 상당히 짧아서, 길어야 1분 가량이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에 pause 없이 바로 시작해서 무리 없이 진행했는데, 마지막이 문제였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이해했지만 flimsy라는 단어를 몰랐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확실치 않으니 아예 그 문장을 빼버리고, '따라서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를 반복하고 끝맺어버렸습니다. 마지막 한 문장이기는 하나 글의 전체 구조상 꼭 필요한 부분이었고, 그 부분을 특별히 강조해서 읽어주시기까지 했는데 제가 아예 빼버리고 끝내자, 세 분 교수님 모두 흠칫 놀라시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실수했구나'싶어 저도 좀 위축되었지만 그런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두 가지 안건은 북핵 문제와 에너지 문제였는데, 에너지 문제와 관련하여 푸틴 대통령이 매우 으스대며, 현재 추진중인 자국의 대규모 에너지 개발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에너지 자원 관련 러시아의 영향력이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까지 미치게 되며,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다'라는 요지의 기사였습니다. 영한 지문보다는 다소 길었으나, 1분 30초 가량으로 역시 생각보단 짧았습니다. 사실 한영 통역이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이라, 지문을 들으면서도 '이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생각에 제대로 집중이 안됐고 세부 디테일은 흘려보냈습니다. 'Russian President Putin attended the APEC conference held in Hanoi, Vietnam...'으로 시작을 하긴 했는데, Vietnam, Hanoi 했다가 다시 Hanoi, Vietnam으로 고치고.. 또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관련 디테일은 잡지 못해서 '대규모 석유, 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로만 넘어갔습니다. 심지어 끝 부분엔 'It's a bad news for Korea....' 라고 할 정도로, 거의 중학생 수준의 단어로 기본적인 내용만 전달했습니다. 통역을 끝내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영어는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셔서, '외국에 살다온 적은 없고,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혼자서 공부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고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10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 수준의 통역(특히 한영..)을 하고 나왔다는 게 민망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시험은 다 치렀으니 괜찮다고, 모자란 점은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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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찾은 한영 지문 원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05439)
 

(전문을 읽으신 것은 아니었고, 첫째 문단과 마지막 문단 위주로 편집해서 나온 것 같아요. 아시아 수출 비중 등 구체적인 사항은 들은 기억이 없는데.. 제가 못 잡은 건지.. ㅠ)
 

푸틴 '에너지 제국' 야망 4700km 송유관에 꿈틀 [중앙일보/2006.11.13]
 

18-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의 어깨에는 한층 힘이 들어가게 됐다. 이 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함께 에너지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베리아와 극동의 막대한 원유와 가스를 개발해 아시아로 공급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에게 APEC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힘을 확인하는 선전장이나 다름없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러시아의 에너지 영향권이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과거 소련 시절 못지 않은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너지 차르' 푸틴의 야망이 꿈틀거리는 동시베리아.극동 에너지 개발 현장을 APEC 회의를 앞두고 본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공동기획으로 둘러봤다.
 

지난달 동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인근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서북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소도시 타이세트. 광활하게 펼쳐진 타이가(냉대 침엽수림) 한가운데로 뚫린 황톳길을 따라 지름 1m, 길이 10m짜리 강관이 줄이어 연결되고 있다. 동시베리아.극동 지역 유전에서 생산될 석유를 모아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나홋카항 인근 코즈미노 수출터미널로 운송해 갈 길이 4700km의 대송유관을 건설하는 현장이다. 강관을 파묻고 땅을 다지는 불도저 소리가 시베리아의 차가운 냉기 사이로 퍼져간다.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으로 불리는 이 '석유 고속도로'는 중국.일본.한국 등 동북아 국가와 미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겨냥한 것이다. 1960-70년대 서시베리아와 우랄지역 유전을 집중 개발해 원유를 유럽으로 수출해온 러시아가 이번엔 아시아.미국으로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푸틴은 올 9월 "러시아 전체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중 현재 3%에 불과한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을 10-15년 뒤에는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 이어 동북아까지 에너지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야심찬 계산이다.
 

동시베리아와 극동의 '검은 황금'을 선점하기 위한 자원 소비국들의 경쟁은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지난해 GDP 순위 14위에서 올해 한국(지난해 11위)을 제치고 10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 러시아는 "외국의 투자가 아쉬운 시대는 지났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국가의 직접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 자원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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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면서]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제가 이전 합격수기에서 큰 도움과 힘을 얻었기에, 앞으로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적어봅니다. 영어와 우리말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다른 것은 걱정하지 말고 우선 용기를 내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Nobody knows what the future holds for us.
 

단순히 영어뿐만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자세에 있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신 은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스승이 계셔서 참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길이 더욱 고되고 험난하겠지만, 언젠가는 참실력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날 것을 굳게 믿으며,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물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A character is a completely fashioned will." 무엇보다도 '의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준 친구들(영주, 지영, 승진), 이해해준 동료들(혜원언니, 용수오빠),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준 MFEO 지헌, 어렵게 딸의 결정에 찬성해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경선
 
 
 
저는 이 공부를 하는 분 중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영문과+해외 경험 1년'의 국내파입니다. 대학 때 통역 공부의 배경 지식으로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국제학을 복수 전공했고, 호주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국제 정치학, 세계사 관련 수업을 영어로 공부했던 것이 간접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직장 생활과 공부]
 

졸업 후 토플교재 컨텐츠 연구직에 취업했고 2년 좀 못 되게 일했는데, 늘 영어를 접하는 일이고 외국인과 접촉이 많았기에 영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틈틈이 영어 공부를 조금씩 계속했습니다. 퇴근 후에 은천성 선생님의 新시사청취 수업을 몇 달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무식하게 달달 외웠기 때문에 가만있다가도 일부 표현이 툭 튀어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수업을 하나 듣고 복습하는 것만으로 매우 뿌듯해 하면서 다닌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업무량이 많아 야근이 잦아지면서 수업마저 듣지 못하게 됐고, 10개월 이상 회사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황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역으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짬짬이 BBC를 인터넷으로 보고 AP, PBS, CNN, Radio Korea International 등을 다청(多聽)했습니다. 하지만 리딩은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고, 출퇴근 시간에 The Economist를 훑어보는 정도였습니다.
 
 
 
2005년 12월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실전 청취(영한 통역 수업)를 들었는데, 첫 날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전체 대의도 안 잡힐 정도로 드문드문 들릴 뿐이었는데, 다른 수강생들은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공식적인 한국어를 사용해서 통역하는 것이었습니다. 리스닝은 좀 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자기 실력의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날이었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또 몇 달간은 심한 야근 때문에 수업을 듣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석 달 정도 인터넷 수강을 했고, 야근 후 새벽 2시에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까지 mp3로 수업은 꼭 듣고 혼자서 통역해보고, 제대로 복습했습니다.
 
 
 
[학원 생활 시작]
 

올해 5월부터 파트 타임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오전에는 근무하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통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이라고 해 봤자 2시쯤 학원에 와서 3시-6시의 통역 종합반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을 주로 수업 복습과 예습에 활용하면, 따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준비와 복습만이라도 제대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마음이 느슨해지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일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취미생활 하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만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과 복습]
 

은선생님 수업은 항상 긴장감이 흘러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런 긴장감 자체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어차피 시험 보는 상황은 엄청난 긴장감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하는 방식이 무대 공포증을 줄여주고 자신의 작지만 나쁜 버릇(filler가 많거나, 손을 움직이거나, 목소리가 작거나 등등)까지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영한 수업은 은선생님 수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긴장되지만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고 나중에는 중독될 정도입니다. (CNN Insight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만 들으면 강의실로 달려가고 싶어지지요. ^^;) 그런데 처음에는 다른 분들이 너무 잘하시니까 주눅이 들고, 특히 저는 메모리 스팬이 너무 짧아서 발표하는데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꽤 자신이 있지 않으면 통과를 했는데, 나중에 많이 후회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수강생 수가 많아지고 따라서 발표 기회가 줄어들거든요. 어차피 잘하나 못하나 크리틱은 당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은선생님은 "잘했어요."라고만 말씀하시는 법은 없습니다.) 그냥 먼저 발표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영한 수업 복습은 제가 발표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듣고 통역해본 뒤, 수업 분량을 출퇴근 시간에 여러 번 들어서 귀에 완전히 익숙해지게 한 다음, 한 문장씩 끊어서 입으로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나중에는 한 번 발표 분량만큼 듣고 나서 거기에 있는 표현을 최대한 사용해 다시 영영으로 요약하는 방식으로 복습했습니다.
 
 
 
한영 수업은 연설문과 Radio Korea International 의 시사해설을 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외운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나면 허무하게 느껴져서 힘들었지만, 계속 외우다 보니 외우는 것 자체도 점점 쉬워지고 주요 표현 중심으로 외우는 요령도 생겼습니다. 중간에 외우는 것이 회의가 느껴져서 한 달 정도 암기를 게을리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암기의 힘을 깨닫고 후회가 많이 됐습니다. 연설문은 은선생님 말씀대로 그냥 통째로 외워버리는 것이 좋은 것 같고, RKI같은 한영 사설은 먼저 한국어 내용을 훑어봐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한 다음, 영어를 보면서 '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하고 깨달은 다음, 그런 표현 중심으로 익히고 외우고 나서, 다시 한국어 내용을 보면서 뒤집어 보고, 마지막에는 한국어도 안보고 쭉 스토리대로 이야기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못하고 무조건 원문대로 똑같이 외우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중에는 제 나름대로 이렇게 응용해서 외웠는데 그것이 좀 더 효율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본문과 똑같은 문장이 아니고 주요한 표현들이며, 결국 나중에 한영을 할 때는 이러한 표현들만 사용하는 것이고, 문장 구성은 자신을 믿고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반 스터디]
 

이 기간 동안 한한과 영영 스터디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했습니다. 영한 수업에서 기억력이 너무나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한한 스터디가 필요했습니다. 6월부터 신문 사설, Radio Korea International 시사해설 한국어 등으로 한한을 했고, 나중에는 RKI의 한국어로 한한을 하고, 같은 내용의 영어를 외워와서 다음 시간에 재생하는 식으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영영은 Dear Abby, Chicken Soup 등을 읽어주면 듣고 영어로 다시 풀어서 설명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는 fluency도 문제지만 기억력 때문에 막히는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연습하면서 메모리 스팬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영영은 자료가 재미있기 때문에 영어로 얘기하고 놀듯이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스위크 인터뷰 암기 스터디를 했는데, 인터뷰의 한영본을 둘 다 구해서 영어를 외우고, 한국어를 보면서 영어로 뒤집는 식으로 했습니다. 나중에는 한국어를 보지 않고 실제로 인터뷰를 하듯이 질문을 하면 영어로 재생하는 식으로 했는데 역시 이야기하듯이 했기 때문에 재미있었습니다.
 
 
 
번역 에세이는 타 학원의 번역 에세이반을 두 달 수강하면서 기본적인 감각을 익히는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스터디 파트너와 주제를 정해서 시간 내에 영어 에세이를 써보는 정도만 했습니다. 주제를 정하면 관련 기사를 뽑아서 주요 표현을 외워 두었다가 최대한 그 표현을 활용해서 쓰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늘 욕심 때문에 시간 내에 못 쓰고 검토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그 버릇을 고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마지막 두 달]
 

9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full-time student가 되었습니다. 그 때쯤 되자 다른 학생들은 정리와 실전 대비를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저에게는 이제야 입시 대비가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매일 하는 영한, 한영 스터디도 이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긴 했지만 매일 정해진 수업과 스터디 분량만 소화해도 하루가 흘러갔기 때문에 그저 주어진 것을 해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영한 스터디는 PBS, VOA 처럼 스크립트와 mp3를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선별해 와서 같이 듣고 번갈아 통역하고, 상대방이 크리틱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와 스터디를 한 지혜 언니가 리스닝이 강하고 photographic memory(!)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말은 안 했지만 주눅 들고 자책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에게 크리틱을 해주는데 나는 실력이 부족해서 크리틱을 못해주면 미안하기 때문에 어쨌든 집중해서 듣고 최대한 크리틱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좀 더 리스닝과 메모리 스팬이 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영은 지난 몇 달 동안 외운 연설문과 RKI를 복습했습니다. 분명히 외운 내용인데 새롭게 느껴질 때 또 회의를 느꼈지만 마지막에 한 번 전체 복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내 것으로 만든 표현은 제대로 머리에 남는 것 같았고 실제 시험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차 모의고사 스터디]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2차 모의고사 스터디를 했습니다. 9월부터 통역 종합반 2교시에 하는 것처럼 1분 30초-2분 길이로 영한/한영 자료를 준비해 와서 실제 시험처럼 육성으로 읽어주고 통역하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료는 영한(CNN, BBC, New York Times, Washington Post, VOA), 한영(YTN 위성 통역실, RKI, 중앙 데일리, CNN 한글, VOA 한국어, 동아일보 영어판, 주한 미대사관)등을 활용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가운데 스터디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들어서 스터디 파트너 둘 다 괴로워했지만, 그 과정 중에도 다양한 배경지식과 표현을 익히면서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한영은 처음 시작한 것이라서 초반에는 엄청 버벅댔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인데도 듣고 나면 기억이 뒤죽박죽이 돼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은선생님께서 영한통역을 할 때는 영영요약을 한다고 생각하고 듣고, 한영통역을 할 때도 한한요약을 한다고 생각하고, 듣는 언어에만 집중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연습하기 시작하니까 차차 좋아졌습니다. 특히 한국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억지로 기억하려고 애쓸 때보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대의는 기억이 나게 됩니다. 일단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자신을 믿고 입을 떼면 어떻게든 문장을 구성해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전에 영영으로 fluency를 높이고 암기를 통해 여러 가지 표현을 많이 익힌 것이 합쳐진 결과였고, 이런 준비 과정이 없이 바로 한영을 하려고 시작하면 좌절만 늘 것 같습니다.
 
 
 
[한영 Fluency]
 

Fluency는 호주에 일년 다녀온 것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단순히 다녀온 것뿐 아니라 가기 전에 (가서 못할 까봐 너무 무서워서) 계속 회화 학원에 다니고, 회화, 토론 스터디를 하고 회화 표현과 기본 문형을 외워 둔 것이 나중에 다 쓰인 것 같습니다. 호주에서는 night life는 별로 없고 밤은 길기(!) 때문에 외국 친구들(원어민, 비원어민 모두)과 주로 수다떨며 지냈는데, 그 때가 바로 제 fluency가 가장 늘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자 그럴 기회가 현저히 줄어서 fluency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는데 나중에 다시 사용하려고 하자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교환학생 체류가 국내파인 저에게 약점이 될 수 있는 fluency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따금씩 영어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하루 일과를 영어로 정리하거나 주변 사물을 묘사하거나 하면서 기본적인 fluency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리딩,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
 

리딩 스터디는 세 명이 The Economist 지문 세 개를 정하고, 각자 하나씩 읽어 온 다음, OX 문제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읽은 후 담당자가 내는 OX 문제에 답해서 이해도를 측정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해진 시간에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좀 더 길러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기본 리딩과 어휘 실력이 있고 나서 이런 스터디를 통해 요령과 속도감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시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리딩을 싫어해서 편식을 했고, 이러한 잘못된 공부습관으로 절대적인 리딩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리딩에 별로 자신은 없었습니다.
 
 
 
9월부터 주말에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은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시작한 것인데 네 명이 각자 정치, 경제, 사회&환경, 과학&보건으로 주제영역을 나누고, 지금까지 공부한 자료에서 주요 표현을 한-영으로 정리해서 문제로 내고 즉각 표현을 꺼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자료를 준비할 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현을 외우게 되고, 막판에 다른 분들이 정리한 자료까지 한꺼번에 단 시간에 정리해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는 강력히 추천합니다.
 
 
 
[1차 준비]
 

9월에 장홍석 선생님 1차 모의고사강의를 들었는데 점수가 거의 반타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문제를 보면서 풀려고 하니까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들은 후에 시간이 부족하면 나중에 돌아와서라도 풀었더니 리스닝 점수가 훨씬 올라갔습니다. 리딩은 어휘가 부족해서 평소에 정리만 하고 외우지 않았던 단어 정리장을 바짝 외웠더니 일단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10월이 되어서야 1차가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해서 타학원 모의고사와 지난 10년간의 기출문제를 구해서 풀었습니다. 그런데 점수가 27점에서 45점까지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계속 1차가 불안했습니다. 지금까지 2차 중심으로만 공부했던 것이 후회될 정도였습니다.
 
 
 
한국어는 별로 준비 한 것이 없고, 10월에 KBS 한국어 능력시험 모의고사집을 사서 3회 정도 풀었습니다. 그런데 맞춤법은 틀리는 것은 계속 틀렸기 때문에 학원가에 돌아다니는 맞춤법 자료를 틈틈이 외웠더니 어느 정도 틀 안에서 나오는 문제는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한자는 예전부터 싫어했고 약했기 때문에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기본이 너무 없으니까 무작정 외우려고 해도 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1차 시험]
 

시험 1주일 전부터 2차 준비는 접고 1차 모의고사만 계속 풀었고, 시험 전 날까지도 점수가 별로 좋지 않아서 기분이 다운된 상태였지만,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려고 애썼습니다. 1차 시험 전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불안하고 떨려서 한참을 깨어있었습니다. 2차 시험도 아닌데 우황청심원까지 먹고 시험에 임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그리 떨리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장 분위기는 수능 시험장 비슷합니다. 1교시 한국어는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듣는 것은 물론 어렵지 않았는데 '특히 강조하지 않았던 것을 고르시오'라는 질문에 답을 고르려다 보면, 다 지문에서 한번씩 언급은 되었던 내용인 식이어서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 학술 논문 같은 약간 난해한 내용의 글을 놓고 글의 적절한 순서를 끼워 맞추는 식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맞춤법은 평이했는데 외운 내용이 헷갈려서 고민을 했고, 한자는 다행히도 쉽게 나와서 한자에 까막눈인 저도 자신 있게 풀 수 있었습니다.
 
 
 
2교시 전공영어는 리스닝이 쉬웠습니다. 전체 50개 문항 중 30개가 리스닝, 20개가 리딩이었습니다. 리스닝은 2000년대 전반의 기출문제처럼 짧은 지문을 들려주고, True/False를 찾는 문제가 5개였고, 나머지는 남녀가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Exchange'문제였습니다. 토플 Part B처럼 남녀가 등장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데, 대화하듯이 여러 번 주고받는 게 아니라, 한 번 한 사람이 길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또 한 번 길게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들을 때는 쉬웠는데 문제를 고를 때 애매한 게 많았습니다. 한 Exchange 당 문제가 2-3개 있었는데 True/False를 고르는 문제와 남녀 입장의 관계를 고르는 문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관계를 고르는 것은 예를 들어 '여자는 남자의 의견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식인데 보기 4개 중에 대부분 2개가 둘 다 답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애매했기 때문에 수험생들 대부분 여기에서 애를 먹은 것 같습니다. 리스닝이 너무 쉬웠기 때문에 청해력보다는 논리력을 묻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리스닝 중 애매했던 것을 표시해 놓고 다시 돌아가서 고민한 다음 답을 정했더니 리딩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리딩 지문이나 문제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지문 4개 중 2개를 읽고 나니 10분 남았다고 해서 그 때부터 마음이 불안해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냥 문제부터 읽고 해당 부분을 거꾸로 찾아가면서 풀었고, 시간이 1분쯤 남았을 때 남은 문제 몇 개는 그냥 다 C로 찍었습니다.
 
 
 
[1차 결과를 기다리면서]
 

시험을 치고 나왔는데 처음에는 리스닝이 쉬웠던 것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이 대부분 리딩 지문을 3개 이상 풀었다는 말을 들으니까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차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너무 괴로웠고 공부에도 집중을 별로 못했습니다. 은선생님이 수업시간에, 1차 시험이 끝난 뒤에는 1차에 합격했다고 생각하고 계속 2차 시험 준비하라고 하셨고, 저도 이성적으로는 그래야 하는 걸 알았지만 점점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면서 1차 발표 전날에는 스파 지혜 언니와 한강 뚝섬에 가서 찬바람 맞고 쏘다니며 방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언니가 저 때문에 loser mentality에 빠졌어요.) 나중에 1차 결과를 보고 합격한 걸 알게 됐을 때, 학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2차 준비 공부를 조금 했는데 이미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일주일을 담담하게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1차 발표가 났던 2차 전날 금요일 오후에는 에세이 주제에 나올 만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그것에 대한 저의 찬반 입장과 이유를 간단히 정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 뒤집기 연습을 하고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도 1차 때보다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1차에 붙은 것 자체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서, 덤으로 주어진 기회에 대한 초탈한 마음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필답은 토요일, 구술은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2차 필답]
 

영한/한영 번역-->한국어 에세이-->영어 에세이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영한 번역이 세계사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는데, 내용 자체가 약간 난해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멋있게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원문의 뜻을 틀리지 않게 시간 안에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은 국제 형사 재판소에 있는 한국인 판사에 대한 기사문이었고 평이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한 문단을 번역하지 못했는데, 나머지 문단을 번역하느니 지금까지 쓴 것의 전체 검토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검토를 통해 틀리거나 빠진 부분을 잡아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일각에서는 한국이 GDP 3만불 시대에 들어가야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다수를 소외시키는 물질 만능주의의 경제 성장은 국민의 삶의 질에 좋지 않다고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 1. 그래야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2. 경제가 성장해야 복지 사회가 가능하다'는 요지로 썼고, 전체 필답 고사 중에 스스로 만족스럽게 쓴 것은 한국어 에세이 밖에 없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예상과 너무 달라서 잠깐 당황했습니다. 작년 문제는 시사적인 것이었는데 올해는 '외국인 친지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문화 충격을 줄여 줄 수 있는 편지를 몇 가지 항목을 정해 쓰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인데 캐주얼하게 써도 되나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친구에게 쓴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제가 호주에 갔을 때 받았던 문화 충격을 반대로 뒤집어서, '한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 사람들이 다 Asian-looking이고 너를 외국인이라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몸이 좀 부딪치더라도 미안하다고 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먼저 웃고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무례해서가 아니라 그게 우리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등의 내용을 썼습니다.
 
 
 
[2차 구술]
 

오후 시험 중 11번째로 시험을 봤습니다. 애경홀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대기했는데 그 때까지 안 떨리던 마음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안면만 있었던 장현수씨가 저에게 뒤집기 스터디를 해주셔서(감사합니다!!) 몇 번 뒤집기를 하고 나자 자신감이 생기면서 약간 안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장 안에 들어가자 저도 모르게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다섯 분이 앉아 계셨고 외국인 여자 교수님이 icebreaker로 '점심 먹었냐'고 하셔서 솔직히 떨려서 못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나가서 '뭘 먹고 싶으냐'고 하셔서 먹을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먹을 거라고 했더니 다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줄 거라고 하시고 bird flu에 관한 내용을 바로 읽으셨는데 급히 진행하자 긴장과 흥분에 휩싸여서 정확하게 듣지를 못했고 내용도 일부밖에 기억을 못했습니다. 이미 머리 속이 복잡해졌지만 워낙 수업 때 단련이 돼서 그런지 당황한 모습을 보이진 않고 일단 아는 내용까지만 이야기하고 '이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셨는데 답을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는 option 자체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제 생각에 들었다고 생각한 내용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영을 읽어주셨는데 도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영한을 못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한영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더니 한국어라서 전체 대의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한국 사회에 도박이 만연해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돈이면 뭐든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가 퍼져 있어서 사람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쉽게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둘째, 도박이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시작하면 끊기도 힘들고 끊어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셋째, 사회가 도박에 빠지기 쉬운 분위기로, 복권 당첨된 사람 등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론 등에서 널리 다룬다'정도로 포인트가 분명해서 기억하기 쉬웠고 어려운 표현도 별로 없었습니다. 한참 바다 이야기로 떠들썩할 때 도박에 대한 텍스트를 외웠기 때문에 그 때 외운 'hit the jackpot' 'getting rich quick'같은 표현들을 활용해서 통역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들을 때 중간에 잠깐 멍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그대로 통역할 수 없었고 그냥 제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재구성해서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말했습니다. 영한 때는 시큰둥하시던 교수님들이 한영 때는 다시 고개를 들어 저를 유심히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준비 기간 마지막에는 영한보다 한영에 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한영은 괜찮았다는 느낌으로 나왔습니다.
 
 
 
[2차 시험 후]
 

그러나 국내파에게 더 중요한 영한을 잘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일주일동안 너무나 괴롭게 지냈습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계획까지 다 세웠습니다. 나름대로 제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시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어서 다시 공부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1차 통과한 걸로도 선전(善戰)했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요. 그러던 중에 전혀 예상치 않게 합격 소식을 듣게 돼서 얼떨떨하기도 하고 전산 오류가 아닌가 한참 불안에 떨기도 했습니다.
 
 
 
제가 너무 부족한데도 합격한 것이 부족한 실력을 노력으로 채우라고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실력 있는 다른 분들도 많이 있는데 제가 합격한 것 자체가 황송하기까지 하고, 시험이란 것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가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나 합격 소식을 들은 후나 제 진짜 실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합격과 불합격에 관계없이 자신의 실력만이 자신을 제대로 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디서 공부하든 스스로 갈고 닦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분들]
 

영어 공부뿐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와 인생의 자세에 대해서까지 진정한 스승이 되어주셨던 은천성 선생님께 가장 감사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통틀어서 가장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이 은선생님이십니다. 가끔 마음이 약해질 때 예전 '오늘의 금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던 생각이 납니다. 대학 선배, 직장 선배에서 스터디 파트너, 이제는 통대 동기생까지 인연이 이어지게 된 지혜 언니에게도 고맙습니다. 함께 합격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언니의 청해력, 기억력, 집중력, 지구력, 성실성은 항상 저에게 자극이 되었고, 힘든 공부를 하는 와중에 서로 감정적으로도 의지하고 북돋아줄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파 만나는 것도 큰복인데 저는 정말 복 받았어요. 같이 한한 스터디 하고 늘 저에게 영어 텍스트 같이 외우자고 매달려서 억지로(?) 저도 외우게 하셨던 장지영씨에게도 감사하고 같이 합격해서 기쁩니다.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 같이 했던 정인씨, 경희씨, 잔디랑 세미, 종합반 함께 들었던, 실력으로 무장하신 많은 분들,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작정 호주 갈 때부터 회사 그만둘 때까지 늘 믿고 지지해 주셨던 부모님과 늘 말 없이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던 친구 설이에게도 감사합니다.
 
 
 
아직도 합격해서 기쁘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처음 영어의 소리에 매료돼서 바닥부터 공부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서도 건승(健勝)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구도현
 
 
 
[시험]
 

(1차 시험-에세이)
 
-시험-
 
이대는 작년 문제 형식도 재작년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올해도 문제가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지를 받아보니 이번에는 한글 지문이었습니다. '...봉건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바뀌면서... 인권이 중시되고...' 처음엔 잠시 당황했습니다. 내용 자체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가다듬고 문제의 요점을 파악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 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개인 소유지의 개발(개인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저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에세이 연습 때 다루어보지 않은 주제였기 때문에, 개요 짜기까지 넉넉히 15분을 잡았습니다. 문제가 요구하는 명확한 견해 와 근거 제시 및 글의 유기적 연결성을 중시했습니다. 또 같은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는 되도록 다양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론에서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므로 균형 유지가 중요한데, 이 특정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지지한다. 민주주의, 환경문제가 근거이다.'로 시작하여 본론 1에서 민주주의, 본론 2에서 환경문제를 각각 들어 근거를 제시하며 개발을 반대했습니다. 결론에서 역시 사익, 공익의 균형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환경보전은 인류의 의무이자 인권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준비-
 
1월부터 6월까지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반을 꾸준히 수강했습니다. 처음 두 달 정도는 마음에 드는 에세이가 안 써져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영어실력, 배경지식, 논리력에 근거한 명확한 의견 전개 등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제로 주어지는 필사와 200자 에세이를 계속 병행했습니다. 필사는 계속 하다보면 자연스러운 영어를 습득하게 되고, 관사나 단복수 표현 등 습관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영어를 교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같습니다. 200자 에세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해당 주제에 대한 글을 찾아 읽어보고, 유용한 표현은 에세이에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가 힘든 주제의 경우에는 전문가가 쓴 글의 논리를 흉내 내보기도 했습니다.
 
7월부터 시험 직전까지는 일주일에 두 번씩 4인 스터디를 했습니다. 서로 돌아가며 제시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과 시간조절을 평소에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스터디 후에는 유용한 표현을 정리했고, 확실치 않은 표현은 구글 검색으로 확인해보았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에는 그 동안 써보았던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고 정리했던 표현들을 훑어봤습니다.
 
 
 
(2차 시험-통역)
 
통역과만 지원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시험을 보게 될 줄은 알았지만 막상 시간표를 보니 9시 맨 첫 순서였습니다. 시험장에 40분 정도 먼저 도착해 대기실에서 시험 직전까지 정리 노트를 훑어봤지만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혼자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조교 분이 호명을 한 후 수험생을 해당 교실로 안내했습니다. 세 교실로 나누어 시험을 보았는데 제가 들어갔던 교실에는 네 분이 계셨습니다. 교수님, 녹음을 하시는 조교 분, 한영, 영한을 각각 읽어주신 분이었습니다. 긴장을 했는지 시험관들의 얼굴을 쳐다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처음에 교수님께서 가벼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학부 때 통역수업을 들었는데 어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한국어로 질문을 하셨는데, 영어로 질문을 받은 수험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통역 시험 중에는 고정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말을 해야했는데 eye contact는 거의 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앞쪽 벽만 똑바로 바라보고 했습니다.
 

-한영-
 
'동물도 인간처럼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이 원숭이 실험을 했다. 우리에 원숭이를 넣고 레버를 당기면 먹이가 나오도록 했다. 옆 우리에는 다른 원숭이를 넣었다. 그리고 레버를 당기는 원숭이가 자신이 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옆 우리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는 것을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원숭이는 놀랍게도 5일-12(?)일 동안 레버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감정이입이 오직 인간에게만 가능하다는 인류의 오랜 믿음을 뒤집고 영장류도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다.'
 
이 정도로 기억이 됩니다. 학원 수업에서 연습하던 길이와 비슷했고, 또 논리가 명확하고 실험이 첨가되어 전체적 흐름을 기억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인지 막상 입을 떼자 첫 부분이 많이 느리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었고, 실수를 했다가 다시 말하게 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려다 보니 평소보다 전체적으로 조금 더 느리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영한-
 
'미국의 어느 지역 일간지에 따르면 어린이의 40%정도가 비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학교 당국에서는 교내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학생들에게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생일 때 먹는 cupcake도 제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단 음식을 제한하면 이를 더 먹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연1회 있는 행사 때 먹는 cupcake을 제한하는 것보다 햄버거를 비롯해 학생들이 학교 식당에서 평소에 먹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라 충고한다'
 
이런 요지였습니다. 영한은 학원수업에서의 공개 발표보다는 파트너와의 스터디나 셀프 스터디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사실 걱정이 됐지만, 비교적 평이한 주제가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
 
우선 논리적인 텍스트를 듣고 정리해서 요점을 말하는 능력, 즉 논리력과 메모리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5월부터 한한스터디를 거의 매일 하나씩 했습니다. 처음에는 쉬운 글을 읽어줘도 제대로 논리적인 요점정리를 하기가 힘들었고 속도도 무척 느렸습니다. 다행히 좋은 파트너 언니를 만나 꼼꼼한 critique 을 받으면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논리력을 기르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하게 됐습니다. 9월쯤에는 한한 자료로 간단하게나마 한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영 스터디도 8월 정도부터 주 3회 꾸준히 했습니다.
 
7월부터 들었던 은 선생님의 한영수업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8월까지는 암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를 했는데 외운 내용이 중간에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자괴심에 빠져 7월 중반에 잠시 수업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8월부턴 다시 발표하고 절망하고를 반복하며 꾸역꾸역 끝까지 수업을 들었습니다.
 
영한은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가지고 스터디를 하거나 혼자서 연습했습니다. 1-3분 정도로 끊어서 통역을 했고 혼자서 공부할 때는 요점만 파악하고 넘어가기보다는 독해수준으로 이해가 될 때까지 같은 자료를 여러 번 반복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역 공부는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겸손의 미덕을 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어사랑학원에 오기 전인 1년 전과 지금의 저를 비교해볼 때, 크게 바뀐 것은 실력보다 마음가짐입니다. 또한 자신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끊임없이 보완하면서 자신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부족해 힘에 부칠 때, 잠시나마 쉬어가자 생각했던 때를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석은 욕심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현재 실력을 인정하고 그저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비법 아닌 비법인 것을...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나면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 의구심이 들고 좌절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정진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일을 하시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신 분들도 계신데, 제가 올 한 해 다른 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었던 복을 누린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영어사랑학원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며 솔선수범 하시는 은 선생님을 비롯해 학원생들의 편의를 위해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다른 모든 직원분들 덕분에 항상 안정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만 쫓아다니는 딸을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 같이 공부하는 내내 서로 의지했고 또 많은 조언을 해준 지원언니,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권혜미
 
 
 
이 공부가 힘들 때마다 스터디 파트너와 합격하면 수기에 이 말을 적어야겠다 저 말을 적어야겠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기도 했었는데 막상 정말 합격 수기를 적으려고 하니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먼저 통역사의 마음가짐과 공부의 길을 보여주신 은천성 선생님, 짝꿍처럼 매일 함께 공부하고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아준 스파 민정언니, 의기소침 해있을 때 청량하고 긍정적인 말들로 피폐한 마음에 바카스 + 비타500을 합쳐 마신 것 같은 에너지를 준 스파 동희가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먼저 은 선생님과 스터디 파트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차 시험]
 
'인간에게는 신성 불가침의 권리가 있는데 환경보존을 위해 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야 될 때도 있다. 개인과 국가의 이익이 상충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내용의 한글로 주어진 논제였습니다. 그 동안 에세이 시험을 준비하게 위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GRE, TOEFL 그리고 시사 주제를 놓고 8월부터 1주일에 두 번씩 시간을 정해서 쓰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이대는 시사적인 문제보다는 인권, 민주주의 등 철학적 문제를 중요시하는 듯해서 이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서인지 시험 당일 논제를 받고는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에세이 스터디를 할 때 시간 문제나 내용을 생각해 내는 어려움 같은 문제는 적었지만 철자와 문법 실수가 특히 잦았습니다. 은 선생님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 에세이를 제출한 후 항상 밑단에 '철자 유의!!!', '검토 요망,' '검토! 또 검토!' 평가와 함께 오자마다 파란 줄이 가득 그어진 첨삭 시험지를 받아봤는데 그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부담이 됐습니다. 스파인 민정언니로부터 지금까지 은 선생님의 에세이 첨삭에서 A를 받은 사람은 이대 1차를 대부분 통과했단 말을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첨삭 결과를 받아 볼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첨삭 결과를 확인했었습니다. 처음 에세이반을 수강한 9월에는 계속 '노력요망'이란 평가만 받아서 '난 1차에서 떨어지는 게 아닐까'하고 계속 불안에 떨었습니다. 의식은 하고 있었지만 털털한 성격 탓인지 오자와 문법 실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8일 동안의 긴 추석 연휴 바로 직전, 굵은 빨간색 글씨로 된 충격적인 은 선생님의 경고, '이렇게 스펠링이 틀리다간 1차 시험이 위태로움.' 두둥 -.-;; 그래서 10월 초 추석 연휴 내내 그 동안 써 본 에세이를 다 끄집어내서 다시 써보면서 문법 오류를 다 잡고, 주의 요망 스펠링 리스트를 정리해 계속 외웠습니다. 다행이 그 이후로는 첨삭 시 지적 받는 횟수가 줄면서 A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합격 후 선생님께 그때 정말 두려웠다고 말씀 드렸더니, 일부러 추석 전에 긴장 좀 하라고 충격요법을 썼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험 당일에는 5분간 개요를 잡고 시간 안배에 신경 쓰면서 4 문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서론에는 주장인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제한 될 수 있다'를 부각시키고, 본론1은 '개인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무한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누릴 수 있다.' 본론 2는 '신성불가침의 인권을 제외한 권리, 예를 들어 재산권과 같은 경우에는 공리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다'라는 주장을 '그린벨트'를 예를 들어 전개했습니다. 평소에는 연습할 때 470자 정도 썼었는데, 은 선생님이 항상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하셨던 생각이 나서 밑으로 5줄 정도 남긴 상태에서 마무리하고, 20분 동안 두 번 검토했습니다. 양은 410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1차를 보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기간이 정말로 피 말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제가 썼던 문장들이 텔레프롬트처럼 머리 속에 계속 지나가며 오타와, 잘못 쓴 것 같은 표현들이 계속 생각이 나는데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ㅜ.ㅜ
 

[2차 시험]
 
이대는 2차 통역 시험이, 그 중 특히 영한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오후에 보는 사람 중 가장 처음으로 시험을 보게 돼서 더욱 긴장됐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름과 수험번호를 말하고 바로 시작했는데 한영을 먼저 읽어 주셨습니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란 주제로 원숭이 실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 낭독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했는데, 문장 하나 하나를 통역하기보다는 요지 전달에 목표를 두고 큰 줄거리만 통역했습니다. 가운데 앉아 계시던 교수님이 따뜻한 눈빛으로 고개를 계속 끄떡여 주셔서 응원이 됐기 때문에 그 분만 바라보면서 flow에 신경 쓰면서 통역을 끝냈습니다. 내용 중 원숭이가 전기 쇼크를 받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be electrified"라고 해야 될 것을 "electrocuted"와 짬뽕 된 "be electrofied"라고 튀어 나왔습니다. 왼쪽에 계시던 교수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게 목격 됐지만 모른 척하고 쓱 넘어갔는데 계속 찝찝했습니다.
 
한영은 작년 보다 쉬운 것 같아서 실수를 피하는데 초점을 뒀습니다. 은 선생님이 실전 종합반 수업에서 '영한 통역 시 디테일을 틀리게 말하는 것보다는 대의 파악과 flow에 신경을 쓰라'고 강조하신 게 생각나서 큰 줄거리를 막힘 없이 말하는데 유의했습니다. 내용 중 'cafeteria food'를 남들처럼 무난하게 '학생 식당'이라고 안하고 '급식'이라고 한 게 '오바'였지 않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나 봅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교수님이 영어로 'What is your position on this matter?'라고 물어 보셔서 당황했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넘 짧게 요지만 통역했나?' 혹은 '내가 합격시키기에는 간당간당해서 추가적인 테스트가 더 필요했나?' 오만 생각이 스쳤지만 빠르게 '아이들 식생활은 부모 책임이니, 따라서 학교의 cupcake ban은 필요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숨 돌렸는데 또 'then, what is your suggestion?'이란 추가 질문이 들어와 완전 당황. '먹는 것은 습관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가 좋은 식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요지로 답했습니다. 나중에 스파들에게 물어 보니 추가 질문을 받은 사람을 나밖에 없어서 '정말 내가 부족해서 추가 테스트를 했나 보다'라고 혼자 비약, 단정짓고 합격 때까지 떨었습니다.
 

예전에 들은 말인데 시험 준비하면서 항상 마음에 둔 구절이 있습니다. "진주의 가치는 흠집이 결정한다." 흠이 없는 진주일수록 좋은 진주란 말이지요. 시험은 모두가 긴장하고 평소 실력을 다 보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말 유려하고 뛰어나게 잘하려고 마음먹기보다는 실수를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강조하셨습니다. 제 합격 수기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빌며 준비하시는 분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민정
 
 
 
[1차 시험]
 
1차 시험 문제는 꽤 큰 글씨로 A4용지 한 장 분량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개인 소유의 토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곳일 경우, 국가가 개입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냐 아니면 개인의 권리가 우선이냐"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서론, 결론을 합해 4단락을 썼습니다. 시험지가 2장인데 다 쓰고 나니 세 줄 정도 남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글씨가 큰 편입니다. 한 줄에 열 단어 남짓 썼습니다.) 번역에세이 반에서 1시간 안에 쓰는 연습을 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시험 치기 전에 나름대로 시간을 분배해 놓고 썼습니다. 예를 들어 개요 짜는데 몇 분 이상을 넘기지 않거나 마지막에 검토 시간을 남겨 두는 식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한영-영한 순서였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시험관께서 수험번호와 이름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영 시험으로 이어졌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감정이입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한 원숭이 실험에 따르면 동물도 남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두 원숭이를 다른 우리에 가두고, 한 쪽 원숭이가 레버를 당기면 먹이가 나오는데, 이 때 다른 쪽 원숭이가 자동으로 전기 충격을 느끼게 했다.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 받는 것을 본 원숭이는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레버를 당기지 않았다. 이것은 동물도 측은지심을 느낀다는 증거이다." 문제가 끝나자마자 시작하고, 끊기지 않고 또박또박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께서 고개를 끄덕여주셨습니다. 바로 영한 시험이 이어졌습니다. "비만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소아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 학생의 생일에 컵 케이크를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생일 케이크는 아이들의 감정적인 부분에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비만 퇴치를 위해서 학교 식당에서 건강식을 제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추가적인 질문은 없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 시간에 실전모의고사 형식으로 다른 학생들 앞에서 은 선생님이 시험관이 되고 학생이 수험생이 되어 진행된 일대일 한영-영한 2차 시험 예행연습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교수님이 세 분 계셨는데, 계속 눈을 마주치며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방법]
 
1) "많은 사람들이 80%를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20%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하신 은 선생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못 들은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놓친 부분은 일일이 표시했습니다. 한 페이지가 다 빨갛게 된 적도 많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안다고 생각하고 모르고 지나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2) 수업 시간에 발표하면 틀린 것을 지적 받습니다. '아 틀렸구나'하면서 부끄러워만 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는데, 어느 날부터 지적해 주신 것을 교재에 따로 적었습니다. 첨삭 받은 에세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에 받은 에세이를 정리하다가 같은 실수를 여러 번 한 것을 발견한 이후로 "현재 하고 있는 실수만 줄여보자"하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스스로 발표한 부분은 시간이 날 때 강의파일로 확인해서 들었습니다. 자신이 말할 때 느끼는 것보다 실제로 들어보면 훨씬 느리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영 발표는 받아써서 실수를 체크했습니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저도 망설이다 하게 되었는데, 사실 제가 몇 문장밖에 못하더라고요…;; 스터디를 할 때 한영도 거의 녹음을 해서 이런 식으로 했습니다. 단, 시험이 임박했을 때는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하지 않았습니다.^^
 
4) 은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공부 방법 중에서 시험을 앞두고 하기에 좋은 것은, '표현 모으기'(제가 나름대로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입니다. 한영을 할 때 쉬운 표현인데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10월에는 그 때까지 중구난방으로 정리했던 단어장을 모아서 아직도 생소한 표현들은 과감히 버리고 이미 입에 익은 표현 위주로 다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에세이는 한 주제로 쓸 때마다 필사했던 것을 모아두었다가 1차 시험 전에 역시 가장 손에 익고 무난한 것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확실히 내 것이 되었는가를 확인할 때 저는 입으로 외웠던 것은 써보고, 필사로 외웠던 것은 입으로 외우는 식으로 바꿔서 해 보았는데, 지겹지도 않고 혼자 확인할 때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5) 수업 3시간 중 가장 떨리면서도 부담이 되었던 것이 연설문 외우기였습니다. 외웠는데도 앞에 나가서 잘 하지 못한 날이면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결국 '완벽히' 외우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연설문 외우기 덕에 어느 정도까지 해야 정말 '외웠다'라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또, 외울 때에는 반복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이해하고 해야 합니다. 저는 내용으로 문단을 나누어서 한 문단씩, 연설문을 보지 않고 한국어로 떠올려보거나, 간단하게 적어 보고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핵심이 되는 표현을 먼저 떠올린 후에, 그 표현을 틀로 하고 다른 내용을 덧입히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도 처음 할 때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오예빈
 
 
 
저는 약 8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통역번역대학원공부를 시작하게 되어 공부초기에 사전 지식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이 때 많은 분들이 쓰신 수기를 읽고 도움을 받았기에 제 수기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학교 결정]
 
이대와 외대의 장단점과 제게 적합한 학교를 단시간 내에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두 학교 모두 실력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원학교 선택은 상당부분 입학시험방식을 고려하여 결정했습니다. 한국외대 1차 시험의 경우 국어/한문시험을 포함하여 모든 문제가 객관식으로 구성되어있으므로, 영어실력 외에도 시험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영어 자체만을 공부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판단하였기에 이화여대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이대 1차 시험은 500자 이내의 영문 에세이 작성으로 영어실력향상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주요 공부 방법]
 
어쨌든 입학시험 합격을 위해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해야 했으나, 기본방침은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고, 주된 공부 방법은 많은 자료를 공부하기보다는 수업시간에 받은 자료 위주로 정리/암기/반복하고, 뉴욕타임즈를 필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이코노미스트 등 시사잡지는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업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여 선생님의 크리틱을 최대한 흡수하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여러 차례 발표해봄으로써 2차 시험의 긴장을 사전에 대비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저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 그리고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종합반과 시사청취반을 주로 수강했습니다. 그 중 시사청취수업이 제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매일 일정량을 공부하고, 입문반 수준의 수업이었으므로 선생님께서 문법/해석을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수업의 복습이 제일 부담스러워 가장 열심히 암기/공부했기에 에세이 및 청취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LC 공부는 시사청취수업으로 대체했습니다.
 
 
 
1) 스터디
 
초반에 주위에서 스터디를 하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는 하고 있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초조했으나, 한/영(일정분량의 우리말을 듣고 영어로 통역), 영/한(일정분량의 영어를 듣고 우리말로 통역), 영/영, 에세이 스터디는 하지 못했습니다.
 
스터디는 개인차가 큰 것 같으며, 제 경우는 제 자신이 스터디 파트너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상대방에게 정확한 크리틱을 해줄 자신이 없었음), 나도 파트너의 크리틱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점, 크리틱에 자신이 없다면 아무리 간결하게 스터디를 하더라도 본인과 상대방의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을 앞두고서는 입에서 영어가 너무 안 나와 영/영 스터디나 간단한 영어토론 스터디를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한/영, 영/한 스터디를 하지 못한 대신, 수업에 최대한 참여함으로써 관련부문을 보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신 주 3-4회 30분씩 한/한 스터디를 했는데, 주로 과학/경제분야의 내용을 다뤄 일반상식을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원 동생과 함께 한 스터디가 매우 유익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취약점 중 하나가 서로 짝을 이루는 형용사/동사, 형용사/명사, 상황에 맞는 동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내용이 정리된 책의 일정량을 주 3-4회 20분씩 서로 묻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반복/암기하는 것입니다.
 
 
 
2) 필사
 
초반에는 별 생각 없이 수업자료, 뉴스기사 등을 무작위로 필사했는데, 필사는 공을 들일수록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뉴욕타임즈를 필사했는데 특히 시험을 얼마 앞두고는 예상 에세이 주제 (예 : 성형, 미인선발대회 등)를 뽑아 뉴욕타임즈에서 검색하여 주제별로 2-3개의 기사를 선정한 후 이를 필사하였는데, 필사방법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가지 주제로 2-3개의 기사를 읽다보면 반드시 반복 사용하는 표현이 나오고 이를 암기했던 것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pro/con 관련 자료를 읽는 것보다 필사를 통해 관련분야 지식을 쌓는 것이 에세이 작성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1차 시험]
 
올해 에세이 주제는 개인의 권리와 공익의 이해관계를 묻는 것으로 멸종위기 및 희귀종 식물에 대한 사례가 함께 나왔습니다. 또한 예년과 달리 지문이 반 페이지 이상의 길이로, 그리고 한글로 작성되어있었습니다.
 
문제를 본 순간, 적당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고 2-3가지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만 떠올라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 내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지도 않고, 작성시간도 부족할 것이 자명하여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를 다듬어 3가지 소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면 긴장감으로 인해 다들 머리회전이 빠르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 한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나면 쉽게 수정되지도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 범주에서 주제와 논리를 최대한 맞추어 작성한다면 시간 내에 에세이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시험 종료 10분전까지 글을 마무리하고 점검을 했는데 인칭, 시제 등의 실수가 몇 개씩이나 발견된 것을 보니 마무리 점검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는 은 선생님의 번역/에세이반 과 장 선생님의 토요실전반을 통해 준비했는데 매시간 하나의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선생님들께서 많은 부문을 체크해주셨기 때문에 별도의 에세이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오전에 2차 지망한 번역과 시험도 봤는데, 영/한은 중간 한두 군데 해석하기에 모호한 표현이 나와 있어 한/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반복되는 내용이 많이 나와 이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번역과 시험은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께서 실제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1차 시험의 시간안배계획은 많이들 세우시는데, 번역과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2차 시험의 시간안배도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후에 통역과 시험을 쳤는데 학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전년도 문제와 비교해 봤을 때 난이도가 다소 낮았습니다. 3명의 교수님이 자리에 앉아 계셨고, 저는 마이크가 있는 책상에 앉아 시험을 봤습니다. 가볍게 대학전공을 물으신 후, 바로 한/영, 영/한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영어가 잘 나오지 않고 꼬임 현상이 많이 나타나, 한/영은 되도록 짧게 주제 중심으로만 통역했습니다. 영/한의 경우 내용은 어렵지 않았으나, 말하다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과감히 생략했어야 하는데 통역을 밀고 나간 점이 시험 후 상당히 후회됐습니다.
 
참고로 저는 목소리가 크다는 장점이 있으나 말하다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험 전날 은 선생님께서 이를 지적해주셔서 시험 당일엔 평상시보다 상당히 차분하게 통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개인에게 해주시는 지적사항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의 배려를 해주신 가족, 좋은 수업을 해주신 은 선생님, 장 선생님, 그리고 서로의 고민을 함께 나눴던 금선씨와 희진씨께 감사드립니다.
 
 
 
 
 
이기청
 
 
 
아직도 너무나 많이 부족한 제가 감히 '합격수기'난에 글을 올려도 될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영어사랑'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고, 시험장에서의 제 경험이 시험 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영어사랑 학원 사이트에 이미 훌륭한 수기들이 많이 있고, 저는 아직도 수기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기에, 그저 이번 시험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차 시험]
 
 
 
이대의 1차 시험은 토플이나 GRE 수준의 주제가 출제되는 것이 주요 경향인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서식지이자 환경보호가 시급한 지역을 개인 소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관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이 상충될 경우의 해결방안에 대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시험 전에는 시험과 똑같은 환경 아래서 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한달 전부터 10시부터 11시10분까지 실제 시험이 실시되는 시간 동안 거의 매일 에세이를 하나씩 쓰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양도 A4용지 한 페이지 이상을 넘지 못하고 아예 논리에서 완전히 어긋난 에세이를 쓴 적도 많았지만, 무조건 "끝까지 쓴다"는 원칙 아래 20여 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던 것이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저는 옮겨 쓰는 연습은 하지 않고, 그저 10분 정도를 남기는 연습만 했는데, 결국 시험장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시간에 쫓기면서 가까스로 에세이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는 긴장한데다 욕심이 생겨 초안을 쓰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런 연습까지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2차 시험]
 
 
 
첫 번째는 한영을 시키셨는데 하버드에서 진행된 실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처럼 동물도 감정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한 원숭이가 먹이를 얻기 위해 레버를 당기면 옆 우리에 있던 원숭이가 전기충격을 당하게 하자, 그것을 보고 놀란 원숭이가 배고픔을 무릅쓰고 5-10일 정도나 레버를 당기지 않았다는 실험결과를 통해 동물도 남을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 영한은 어린이 비만에 의한 것이었는데 시카고에 있는 아이들의 40% 정도가 비만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 음식을 제한하는 방법을 썼는데 이것이 오히려 먹고 싶은 마음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매일매일 식단을 조절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내용 같았습니다.
 
 
 
평소 한영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한이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을 보면 역시 LC와 한국어, 그리고 연습의 양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한영통역 수업 중에 에세이 발표순서 때 비슷한 난이도와 조건 아래서 발표하는 것을 적어도 보고 듣고 그리고 비슷하게 해보려고 노력해 봤다는 점이 정말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께서 마이크 앞에서는 뜸을 들이지 말고 일단 어떤 말이든 시작하고, 절대 불완전한 문장으로 끝내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가르쳐 주신 것이 실전에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후기]
 
 
 
도무지 늘지 않는 것 같은 실력에 좌절하고 있을 때 "The unendurable is the beginning of the curve of joy."라는 금언을 듣고 힘을 얻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의 자질과 실력에 회의가 들고 막막할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고, 그것마저 하지 않는 것을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왔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임계질량에 도달하기 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생각은 제가 지칠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AFN을 틈만 나면 틀어놓고 들으려고 했던 점과 코리아 헤럴드를 꼼꼼히 다 읽으려고 노력한 점,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제가 좋아하는 시트콤 프렌즈의 mp3파일을 들으면서 잠을 청하던 것 등이 알게 모르게 제게 많은 도움과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학원을 찾았을 때 매일매일 소개해주시는 마음을 울리는 격언과 은 선생님의 명쾌한 강의도 참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이웃돕기 소식과 학원 곳곳에 보이는 절약 정신이었습니다. 이번 11월의 新시사청취수업에서 다루는 에이즈 고아들을 보며 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영어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모든 영어사랑 식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선희
 
 
 
[통대 공부 시작 계기]
 
 
 
작년 6월 직장동료를 통해 영어사랑을 알게 되어 장홍석 선생님의 토요통역&시사토론반을 듣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통대준비 보다는 일주일에 하루라도 공부하는 분위기에 노출되는 것이 좋았는데 점점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9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이대 시험을 봤는데 1차에서 떨어졌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학 3학년 때 처음 비행기를 타본 순수 국내파로 시작할 때의 제 영어실력은 대충 알아듣는 정도였습니다. 외국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했고, CNN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 지 몰랐고, 영자신문 기사 하나를 정독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1차 시험 준비] * 수강과목: 번역/에세이종합반 (1월-4월, 8월, 10월)
 
 
 
(필사)
 

1차 시험 준비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매일매일 필사하기입니다. 작년 10월 은천성 선생님 실전번역/에세이반을 들으면서 알게 된 방법으로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틀리는 것도 많고, 한번 틀린 것이 계속 틀려서 '이게 소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월해지고 틀리는 것도 적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1월에 숙제로 에세이를 냈는데 처음으로 A를 받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필사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초반엔 하루에 2-3장씩 했지만 다른 공부분량이 늘면서 거르는 날이 많아져서 조금을 하더라도 매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공책 한바닥을 분량으로 정하고 그 날 분량을 못하게 되면 다음날이나 주말을 이용해 그 분량을 채우는 방법으로 1차 시험 전까지 했습니다. 7, 8월경에는 필사만 하는 것이 지루해서 요약과 병행했습니다. 필사자료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주로 했습니다. 공부가 안될 때는 'YOUR BEST LIFE NOW(긍정의 힘)'중 제 상황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아 필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즈 사설도 논리전개에 도움이 되긴 했는데, 실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표현보다는 멋을 부린 표현이 많아서 기사체가 더 편했습니다.
 
 
 
(논리전개)
 

필사를 꾸준히 한 덕에 8월쯤에는 한국식 발상이나 틀린 어법은 거의 쓰지 않게 되었는데, 문제는 논리전개였습니다. 그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책이었습니다. 시중에 쉽고 재미있게 짜여진 논술책이나 논술잡지가 많이 나와 있었는데, 찬/반을 다루는 주제들을 찾아서 20분 정도 시간을 정해 놓고 개요를 짜고 영어로 서론만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개요가 잘 짜여있지 않으면 본론에서 쓸 얘기가 없어 중구난방 아무 얘기나 끌어다 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글의 설득력도 없어지고 얘기를 만들어서 쓰느라 문법이나 어법이 깨진 영어를 쓸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내 생각을 중심으로 개요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틀리지 않는 영어에 맞춰서 개요를 짜는 연습을 했습니다.
 
 
 
(에세이 스터디)
 

시험보기 전달인 10월에는 실전번역/에세이반에서 60분 시간을 맞춰놓고 쓰는 연습을 했고, 토요일에 따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에세이 스터디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스스로 관심이 가는 주제를 고르기 때문에 관련표현을 좀더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표현에 대해서 파트너와 의견교환을 하고 Google에서 그 용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차 시험 준비] * 수강과목: 입문청취반(3월), 한영통역반(5월), 통역종합반(6월-8월, 10월) 영한통역반(9월), 2차 시험 최종 점검반(11월)
 
 
 
8월까지 영한 스터디는 따로 하지 않았고, 수업시간에 다룬 영영요약, 영한통역내용을 복습하기만 했습니다. 한영도 수업자료인 연설문, 한영문장구역 부분을 외우고, 스터디를 하더라도 영한, 한영 뒤집기는 시도하지 않고, 외운 것을 수업 전에 확인하는 정도만 했습니다.
 
 
 
(연설문 외우기)
 

5월에 처음 한영통역반을 들었는데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외워도 막상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외운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통과를 외치기 일쑤였고, 발표를 해도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은 선생님이 '속도가 느린 것은 번역하듯이 외우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4월까지 들었던 번역/에세이종합반에서 뉴스위크 지문을 외우고, 문장구역을 하듯이 연설문을 외운 것이 문제였습니다. 번역하듯이 의미파악 위주로 외웠기 때문에 외울 당시에는 '다 안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입에 붙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외우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며 괴로워하던 중 '외워도 잊어버리는 것은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외우듯이 달달 외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동안 연설문 외우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처음엔 약 3분 정도 분량의 부시 대통령 주례라디오연설문을 외우는 데 8시간정도 걸렸습니다. 백악관 사이트에서 연설문 음성을 틀어놓고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한 것을 들으면서 외웠습니다.(보이스 레코더는 찍찍이보다 작고 녹음음질도 훨씬 좋아서 사용하기가 편리합니다.) 해석을 하지 않고 절단위로 끊으면서, 소리와 리듬을 외운다 생각하고, 어려운 부분은 나름대로 멜로디를 붙여 노래가사를 외우듯이 했습니다. 토니 블레어 총리 연설문은 음성소스를 받아도, 그런 식으로 외우기가 잘 되지 않아서, 의미를 파악한다고 생각하면서 대강 외웠습니다. 그렇게 소리로 외우는 연습을 한달 정도 하니 발표력도 좋아지고 내용도 빨리 들어오면서 외우는 시간도 3-4시간 정도로 단축됐습니다. 이때 외운 연설문 표현들이 에세이 쓸 때나 한영의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영영요약/영한)
 

통역종합반 두 번째 시간인 영영요약은 제가 제일 좋아하던 시간이었습니다. 교재가 미리 주어지는 영한과 달리 당일 뉴스를 바로 접할 수 있었고, 선생님이 짧게 틀어준 후 질문하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왜 못 잡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테잎 대신 mp3 강의파일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해서 끊고 혼자 요약해보면서 복습했습니다. 영한도 수업 당시 발표 길이만큼 듣고 한국어로 말해보면서 놓친 부분을 확인했습니다.
 
 
 
(한한스터디)
 

한한 스터디는 꾸준히 했는데 초반에는 스터디의 목적을 모르고 그냥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터디 자료도 신문 사설이나, 시사저널의 국제란 같이 어려운 내용 위주였고, 스터디를 할 때도 그럴싸한 한자표현을 쓰거나, 읽어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디테일이나, 숫자를 기억하는 것보다는 논지가 있는 쉬운 글로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4인 스터디: brainstorming/한영/영한)
 

8월이 끝나갈 즈음에 시험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해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정리를 해야할 것 같기는 한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댈지 난감했습니다. 스터디 보다는 거의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막상 스터디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는데, 9월 영사편지에 자세한 방법이 나와 있어서, 4인을 구성해 9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정치외교/경제IT/과학의학/사회기타로 나누어서 토요일마다 표현정리, 한영, 영한 스터디를 했습니다. 예상시간은 3시간이었지만,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5시간 반정도 걸렸습니다. 스터디 하는 시간도 그렇지만, 자료준비 하는 것, 스터디 후 복습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스터디를 하면서 표현도 카테고리별로 정리할 수 있었고, 한영, 영한 연습도 이 때 한 것이 거의 다 입니다. 2달째는 다시 처음 차례로 돌아와 같은 카테고리를 다루었는데, 이건 좀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실제, 한영에서도 정치나 경제에서 쓰이는 어려운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표현정리를 할 때도 너무 지엽적인 것까지 넣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그런 표현은 절대 내 입에서 안 나올 것 같아서 과감히 버렸습니다. 1차 시험 후 그동안 했던 브레인스토밍 자료가 실제 한영, 영한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했던 한영, 영한 스터디 자료를 상세 주제별로 분류해서 다시 표현 정리를 했습니다. 약 30개 정도의 주제를 정했고 그 중 비슷한 주제들을 묶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로 나누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의학'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보다는 구체적으로 에이즈, 흡연, 비만, 식품위생, 식생활 등으로 나눈 것입니다. 같은 주제를 다같이 정리를 해오는 것이었는데, 자료를 정리하면서 내가 놓친 부분을 가져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2차 시험 전까지 30개의 주제를 소화했고, 실제 2차 시험 주제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최종 점검반)
 

2차 시험 전에 수업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다 들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일단, 공부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덜했고, 리스닝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는 것도 심적 위안이 되었습니다. 또, 영문자료가 없는 것으로 한영을 하니 크리틱 때 나오는 표현들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고, 그 자료를 2차 준비 4인 스터디에 다시 사용하면서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
 
 
 
시험장에 일찍 도착해서 그 날 트리뷴 기사를 필사하고 스펠링, 오답노트를 훑어보면서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시험문제가 한국어로 나왔는데, 중, 고교 논술책을 보고 영어로 서론 쓰는 연습을 해서인지 문제를 빨리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유지에 관한 개인과 국가의 권리를 묻는 문제였는데 '개인의 권리가 우선한다'라고 정하고 1. 개인권리, 민주주의 토대. 2. 국가가 권리남용, 서민 피해. 라고 적고 개요를 짰습니다. 특히 영한수업 때 토지 수용권에 관한 주제를 다뤘고, 표현정리를 해 뒀기 때문에, 두 번째 아이디어로 연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시험 전에도 에세이 길이가 너무 짧아 걱정이 됐는데, 아이디어를 3개 잡으면 너무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두개로 밀고 나갔습니다. 전체 글자 수는 약 350자 정도로 썼는데, 답안지가 24줄 짜리 두 장이어서 길이가 짧은 티가 덜 났습니다. 24줄 짜리 한 장을 채우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면, 길이 자체가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은 당연히 모자랐지만, 그나마 평소에 60분으로 연습을 해서 시험 때 검토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차 시험 후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정도 가는데 실수한 것이 퍼뜩 생각나고 그에 이어 '그 표현이 맞았나? 스펠링이 맞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심란한 주말을 보냈지만, 월요일부터 마음을 잡고 2차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차 시험]
 
 
 
(번역)
 

1차 시험 결과가 나온 이후부터 걱정이 앞서고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전날에는 시험 시간표에 오전번역시험 이후 따로 점심시간이 없어서 '점심은 어떻게 해야하나, 옷은 뭘 입고가나'등등의 생각에 마무리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옷장을 뒤적이다 예쁘게 입는다고 평소에 잘 안 입는 옷을 입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평소 공부할 때 편하게 입는 옷을 입었고, 보온도시락에 도시락을 싸갔습니다. 번역시험 후 통역시험을 보면 힘들다고 1지망만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제 경우엔 번역시험을 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번역은 영한에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었고, 한영번역 때 이 표현 저 표현 생각하다가는 시간이 모자를 것 같아서 끝까지 번역을 하는 것을 목표로 빨리 써내려 갔습니다. 어쨌든 번역시험이 끝나고 나니 머리가 한바퀴 회전을 한 것 같았고, 마음도 편해져서 통역시험을 볼 때는 떨리거나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통역)
 

대기하는 동안에 연설문 녹음했던 것을 듣고, 표현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며 기다렸습니다. 번역을 안보고 통역만 보는 사람들이 오전에 시험이 끝나기 때문에 오전 팀이 시험장에서 나간 이후에는 당분간 화장실에 못 갑니다. 순서에 따라 두 명씩 조교를 따라가서 시험장 앞에서 대기하는데 옷 핀이 달린 수험표 비닐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수험표만 들고 온 사람들은 시험 볼 때 책상 위에 놔두고 해도 된다지만 가슴에 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시험장(작은 강의실)에 들어가니 4인 스터디 할 때처럼 3명의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일렬로 앉은 게 아니라, 첫줄에 두분, 그 뒷줄에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책상에는 마이크가 있었고 오른쪽에 녹음하는 조교가 있었는데 시야 밖이라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시험관과 수험생 사이에는 책상 하나 정도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이름과 수험표를 마이크에 대로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학부 때 전공은 무엇인지 물으셨고 바로 '한국어를 읽어 줄 테니 영어로 말해보세요'하고 한영문제를 읽어주셨습니다. '원숭이 두 마리로 실험을 했는데 각각 다른 우리 안에 넣고 한 원숭이가 레버를 당기면 음식을 얻을 수 있는데 동시에 다른 우리에 있는 원숭이가 전기충격을 받는다. 자기의 행동이 다른 원숭이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고 그 원숭이는 한동안 레버를 당기지 않다가 정말 배가 고플 때 레버를 당겼다. 이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감정, 언어 등을 유인원들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내용으로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분에 약간 주춤했는데 왼쪽의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그 뒤 다른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주셨는데, 청소년 비만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간부분을 놓쳐서 약간 망설이는데, 또 그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끄덕해서 용기를 내어, 이해한 것만을 얘기한다는 심정으로 그 부분을 빼고 결론을 얘기했습니다. 한영, 영한 모두 길이가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짧았고 난이도도 낮았습니다. 영한이 끝나고 '졸업 후 뭐했냐, 이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냐, 학원에 다녔냐, 혼자 공부했냐'등의 질문을 영어로 하셨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했다'고 대답했는데 시험장을 나오고 나서는 괜히 감점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도 들었지만, 학원을 다닌 게 나쁜 것도 아니고, 거짓말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대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맺음말]
 

4년 전 타학원의 통대 입문반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영어학원 파트타임을 하고 있었는데, 남는 시간에 공부도 할 겸 통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갔었습니다.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하려고 갔는데 다른 사람들 공부하는 걸 보니 엄두도 안 나고 스터디도 뭐 하는 건지 모르겠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확신했었습니다. 그 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시 이 길로 오게 됐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이 영어의 기본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력을 쌓는 곳이 아닌 입시위주 학원이었다면 아마 또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년 남짓한 제 경험이 다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썼지만, 사실 다른 사람의 경험보다는 어떤 방법이든 본인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용기를 준 정은이, 성실하게 스터디에 임해준 파트너들, 힘들 때마다 격려해준 정미언니,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준 부모님, 그리고 영어의 바른길을 제시해 주시고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소영
 
 
 
합격수기를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은 시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통역대학원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5월, 본격적으로 수험생 모드로 돌입한 것이 6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보도 없었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요. 나름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 8월 말 즈음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4년 정도 직장을 다니면서 이메일로 영어를 계속 사용하기는 했었습니다. 작년에 토플 시험 준비를 한 적도 있기는 하구요.
 
 
 
[에세이공부]
 

5월에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을 들었고, 6월부터 시험 때까지는 은천성 선생님의 실전번역/에세이반을 들었습니다. 통역 수업은 꿈도 못 꾸고 일단 올해는 1차만 통과를 하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도 공부한 표현이 에세이를 쓸 때 나오질 않아서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가, 머리가 돌인가, 내가 영어를 이렇게 못했나"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책상 앞에 아무리 앉아서 쓰고 외우고 해도 에세이를 쓸 때는 외운 것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계속 제 영어만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공부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8월 말에야 알았습니다.
 
 
 
숙제로 에세이를 쓸 때, 에세이 배경자료를 외운 후, 보지말고 쓰라는 은 선생님 말씀이 이해가 안됐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외워…' '난 원래 외우는 거 못해서 그렇게는 못해' 그러고는 대충 내용만 파악해서 제 영어로 써서 내고, 계속 그랬는데, 그게 잘 못 된 것이었습니다. 텍스트를 완전히 통째로 다 외우니까 외운 표현이 나오더라구요. 대신 공부하는 텍스트는 영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와 한글이 같이 있는 텍스트를 찾아서 영어와 한국말을 같이 외웠습니다. 영어와 한국말이 매치가 되니까 외우기도 더 쉽고, 에세이를 쓸 때도 내가 생각하는 것을 외운 한국말 중에 뽑아서 내 영어가 아닌 원어민의 영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텍스트 전체를 통째로, 아주 달달 외우니까, 외운 것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보기 전까지 스터디 파트너와 계속 달달 외워서 체크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반복이 아주 중요한데, 하루 이틀 지나면 거의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두 세 번이 아니라 한 번 외운 건 시험 때까지 계속 반복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떠올리면 쭉 기억이 나는 텍스트만 반복목록에서 제외시키고, 계속 새로운 것을 외우면서 동시에 이미 외웠던 것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두 달 전부터는 매일매일 에세이를 썼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서로의 에세이를 바꿔서 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구글을 통한 첨삭을 했는데, 에세이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됐지만, 상대방의 에세이를 구글을 통해 첨삭하면서 실력이 더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한한공부]
 

5월 중순쯤이었을 겁니다. 일단 학원게시판에서 한한 파트너를 찾는 공고를 보고 연락을 해서 한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제가 정말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 사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세 문장을 불러줘도 두 문장밖에 안나왔으니까요. 얼마동안을 그렇게 좌절하다가 방법을 바꿔보자 싶어서 양을 사설 한 단락 정도로 늘였습니다. 그랬더니 대충 흐름은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디테일은 잡지 못하더라도 줄기를 잡는 방향으로 계속 연습을 했습니다. 9월말 즈음엔 파트너에게 사정이 생겨서 한한은 더 하지 못했습니다.
 
 
 
[영한/한영공부]
 

영한, 한영은 정확하게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충 학원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8월 중순경이었던 것 같네요. 첫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파트너가 다 읽어 주었는데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등에서 식은땀은 나고.. 그래서 두 번 듣고 간신히 띄엄띄엄, 떠듬떠듬 뱉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한, 한영은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하니까 매일매일 좌절하면서도 조금씩 실력이 늘더라구요. 사실 2차는 '혹시'를 대비한 준비였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꾸준히 했습니다.
 
 
 
영한은 주3일은 mp3파일로, 2일은 파트너가 읽어주는 텍스트로 했습니다. 서로 크리틱하는 것이 어려워서 (크리틱도 기억력이 좋아야…-_-;;) 문법적으로 틀린 것만 지적하고는 각자 한 것을 녹음해서 자기가 한 것을 들어보고 스스로 크리틱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말할 때는 다 맞게 말하는 것 같은데 녹음한 테잎을 듣다보면 자질구레한 실수들이 들립니다. 어색한 표현들도 들리구요. 꼭 녹음해서 자신이 한 것을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영한은 듣기는 되지만 메모리 스팬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메모리도 문제지만(--;)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어공부 양 자체, 특히 읽기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군요. 그냥 계속 꾸준히 듣고 꾸준히 뱉는 연습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모르는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는 요령, 대충 단어하나만 짚고 넘어가는 요령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뭉뚱그려서 대충 줄기만을 말하는 요령도 생기는데,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도 들은 얘기입니다) 처음에 연습할 때는 정확하게 들은 부분을 정확한 한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파트너의 영한을 준비할 때 저는 한글 텍스트가 없는 것을 찾아서 먼저 조금 공부를 한 뒤에 파트너에게 크리틱 할 때는 직독직해를 하듯 했었는데, 그것이 읽기가 부족했던 저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영의 경우, 처음에는 소프트한 내용이 나오면 회화하듯 잘 할 수 있었는데, 점점 딱딱한 내용을 '달달 외우는' 공부를 하다보니 나중에는 딱딱한 내용을 하는 것도 조금 더 편해졌던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훈련하기 나름입니다.) 달달 외웠던 것은 에세이뿐 아니라 한영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올해 이대는 에세이 문제가 한글로 나왔습니다. 아마도 영어로 문제를 길게 낼 경우 문제에 나온 표현들을 가져다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합격한 것이 얼떨떨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것이 중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재학생을 만나서 들은 바에 따르면, 문제가 길게 나오는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과, 논리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 경우에는 그냥 수업시간에 쓰던 대로 썼는데, 본론부분에 쓸 말이 너무 생각이 안 나서 시험 시작하고 10분도 넘게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평이했던 만큼 구체적인 예를 들어야 교수님들이 다 읽고 나서도 기억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긴장해서 그런지 틀을 다 짜놓고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보통 수업시간에는 60분 동안 에세이를 쓸 때도 시간이 좀 남는 편이었는데, 시험 때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군요. 그래도 무조건 10분전까지는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10분 동안 검토하면서 교수님이 걷어가기 직전까지 문법이 틀린 부분을 두 군데 발견하고 고쳤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검토할 때도 보통 때보다 틀린 부분이 눈에 잘 안보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주어 하나에 동사가 여러 개 들어갈 때 인칭이나 시제를 잘못 쓰는 경향이 있어서 문장마다 주어와 동사를 매치 시켜서 보는데 꽤 조바심이 났습니다. ㅡㅡ; 반드시 10분은 검토를 해야 합니다.
 
 
 
[2차 시험]
 

1차 시험 끝난 다음날부터 2차 전날까지, 감사하게도 스터디 파트너와 1차에 같이 합격해서 함께 스터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하는데 정말 머리에서 단백질이 쑥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시험 날은 시험 한시간 반전에 파트너와 만나서 같이 커피 마시면서 영한, 한영을 한 번 씩 해보고 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 대기실에서는.. 스터디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대부분 mp3 듣고 계신 것 같던데, 저는 어차피 지금 듣는다고 될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긴장도 풀 겸 계속 파트너와 수다를 떨었습니다. 가만히,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전화로 하든 혹은 옆 사람과 하든 수다를 떠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떨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오는 것도 막고 '아 떨려'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분위기 녹이는 질문 같은 걸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없이 바로 시작했습니다. 수험번호 얘기하니, 한영 읽어주시는 교수님이 바로 한글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눈을 뜨고 들으면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눈을 감고 들었습니다. 내용은 대충 "동물도 인간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원숭이를 가지고 실험을 해보니까 그렇더라." 그런 내용이었고 길이도 별로 길지 않았습니다. 듣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다섯 문장 정도 뱉었던 것 같습니다. 서론 결론 한 문장씩, 본론 세 문장 정도…다행히 첫 문장이 잘 생각이 나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는데, 본론의 한 문장에서는 기본적인 단어도 생각이 안 나고, 주어를 잘못 잡아서 수동태로 돌리고 잠시 떠듬떠듬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으로 한 문장을 하고는, 1초 정도 망설인 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고 마무리했습니다. 그 1초 동안, "뒤에 조금 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무리를 제대로 못 지을 것 같아서 서둘러 끝냈습니다.
 
 
 
영한은 소아비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예년보다 훨씬 평이한 지문 때문에, 들으면서 잠시 '흐름+디테일로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 듣고 나니 디테일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줄거리를 비교적 빠른 한국말로 이어나갔습니다. 중간에 잠시 생각하거나 '어..' 이런 건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영한을 할 때는 가운데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거려주시고 계속 빤히 쳐다보셔서 어쩔 수 없이 한 번 눈을 맞추고 미소 지어드렸는데 그러다 까먹을 뻔했습니다. --; 일단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붙은 이유를 제 나름대로 추측해본 결과, 한영은 틀려도 당황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 포커 페이스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던 것, 줄거리 위주로 간략하게 얘기했던 것이, 그리고 영한 할 때는.. 워낙 한국말을 할 때도 형용사나 부사 없이 말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디테일에는 약한 편입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 디테일은 버리되, 대신 줄거리에서는 더하거나 뺀 것이 없었던 것. 그리고 조금 빠른 속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던 것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합격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후기]
 

공부할 때, 그리고 시험이 가까워 질 때는 마인트 컨트롤이 많이 중요합니다. 온갖 생각이 다 들어도 일단 지금은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성실하고 좋은, 자기에게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마음을 잘 맞춰서 서로 다독이면서 끝까지, 1차 발표가 날 때까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부족한 저를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시작할 때 '이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에 매번 일침을 가해준 지연이 정말 고맙고, 나보다 조금 일찍 공부 시작해서 공부하는 방법을 넉 달만에 알게 해주고, 에세이 점수 안 나올 때마다 같이 닭 먹어준 은성언니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희망 없어 보이는 에세이를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첨삭해주신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박경선
 
 
 
지금까지도 다소 얼떨떨한 느낌이 있고, 뛰어난 실력으로 합격한 것도 아니기에^^; 합격수기를 써도 되나 많이 망설였지만, 제 자신이 처음 공부 시작할 때 이대 번역과 합격수기가 거의 없어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나서 제 공부경험에 대해 좀 적어보려 합니다.
 
 
 
1. 목표 설정
 
은천성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분인데, 자신의 적성과 성향을 잘 생각해 보고 시험 유형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순발력보다는 꼼꼼하고 정확한 표현을 찾아내는 쪽이 나은 스타일이라 통역보다는 번역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듣기가 다소 약하고 글 쓰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꼈기에 외대보다 이대의 1차 유형이 저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족한 시간 내에 정신 없이 객관식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자신 없지만, 에세이를 쓰는 쪽이 비교적 자신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대 시험을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해에 합격을 못하더라도 1, 2차를 일단 모두 경험해 본 뒤 다음 해에 다시 도전을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2. 나는 이 공부를 해도 되는 사람인가? 혹은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잘한 결정인가?
 
아마 통역번역대학원 준비를 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여러 번 하실 겁니다. 공부가 안될 때, 발표를 엉망으로 했을 때, 번역이나 에세이 첨삭을 받아보니 사정없이 쫙쫙 틀린 표시가 되어 있을 때, 뭐 대략 이럴 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고,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서로 물어봐 주고^^;; 그렇게 되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리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겁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이 공부하시는 분 없을 겁니다. 본인이 좋아서, 원하는 일이어서 시작한 거죠. 처음부터 '옳은' 선택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공부니까 그 선택을 스스로 믿어 주고 그 선택이 '옳았던' 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3. 공부는 짧고 굵게.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저는 회사 다니면서 7개월 정도 준비했고, 그 후 6개월 가량은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약간 포함) 거의 모든 시간을 시험준비에 할애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다 내 맘대로 쓸 수 있을 때보다도, 회사 다니면서 하루에 간신히 2시간, 3시간 공부할 수 있던 그 당시에 훨씬 더 무섭게 집중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10배로 주어진다고 10배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혹시 일을 하시면서 공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공부하는 시간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짜임새 있게 활용하고, 자투리 시간 10분에도 뉴스 한 단락 읽고 듣고 하는 식으로 공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체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긴데 풀타임으로 공부를 하게 되니 이 사실을 자꾸 망각하고 욕심을 부리게 되더군요. 회사를 그만둔 직후에는 의욕만 앞서서 무리한 양을 계획하고 새벽 2시, 3시까지 공부하고 다음날은 9시쯤 일어나 또 피곤해 하고… 그렇게 한 달쯤 보내고 나니 심각한 두통에 시달렸어요. 결국 큰 병원까지 가보고 했는데 결과는 신경성;; 그렇게 한 동안 최악의 컨디션으로 고생하다가 고민 끝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하루 계획을 바꿔 보았습니다. 매일매일 8시쯤 학원에 도착해서 파트너와 한한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저녁 8시 이전에 무조건 가방 싸고 집에 가는 것으로요. 반드시 12시전에 취침하고요. 매일의 공부 목표량도 확 줄였습니다. 정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만 5가지 정도(예. 0월 0일 : 오늘 ST스터디 어휘 정리, 번역에세이 수업시간 독해자료 중 이코노미스트 기사 리뷰, 에세이 과제 제출, 수업 시간에 나왔던 carbon neutral 개념 검색해서 읽어보기, 시사청취 오늘 수업 복습) 엄선(?)하여 이것만 끝나면 과감히 집에 갔습니다. 집에 가서는 신문 읽는 것 정도하고 TV보고 쉬는 것 외엔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두통도 없어지더군요. 각 개인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대는 다 다를 것입니다. 그걸 잘 파악해서 거기에 맞춰서 공부해야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4. 필사
 
은 선생님께서 시험 직전까지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던 게 바로 필사입니다. 중요하다는 얘기는 공부 시작할 때 즈음부터 들었는데 제대로 안 했었습니다. 귀찮아서요. ㅡ_ㅡ; 필사를 하면서 새삼 느꼈던 것인데, 무언가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하루에 20-30분만 내면 한 단락이라도 할 수 있는데, 희한하게도 매일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저는 사실 공부 시작하면서부터 타학원에서 다른 선생님 수업도 6개월 이상 듣고 있었습니다. 진짜 '명강의'였고 그 선생님 수업 스타일이나 자료가 참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근데 여름이 되면서 학원 들락거린 것에 비하면 제 실력이 별로 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더군요. 초조했습니다. 그 즈음 수업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합격생 가운데 매일 필사하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된 케이스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귀가 솔깃했습니다. 7월경이었는데, 이대로 가면 불합격이 뻔하니, 지푸라기라도 일단 잡아보자, 선례가 있다니까 일단 믿어보자, 뭐 그런 생각으로 처음엔 시작했어요. (중간에 매우 아팠던 며칠을 빼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험 전날까지 필사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필사가 좀 익숙해지면(글 전체에서 1-2개 정도만 틀린 부분이 나오는 정도가 되면) 영영요약식으로 바꾸라고 하시는데, 저는 막판까지도 그 수준이 못 되는 것 같아 요약은 하지 않고 필사만 계속 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필사란 원어민이 쓴 영어로 된 짤막한 글을 문장 단위로 외워 가며 옮겨 적어보는 것입니다. 해 보기 전엔 '에이~ 한 문장 정도씩 외우는 거야 쉽지!' 이렇게 생각하기 십상인데, 막상 해 보면 꽤 어렵습니다^^; 저는 스스로 fluency가 부족해서 그렇지, accuracy나 grammar는 괜찮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 착각이 필사를 하며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필사는, 쉬운 표현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동시에, 본인의 약점과 정확한 실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공부 방법입니다. 번역과 지원하시는 분에게는 특히 더 필수적이라 생각됩니다. 필사 자료는 한 눈에 봤을 때 평이하다싶은 것을 고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뉴욕타임즈, 보스턴닷컴(에디토리얼), 가디언 에서 마음에 드는 내용 골라서 했고요, 가끔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을 땐^^; VOA도 종종 사용했습니다. VOA는 거의 globish(=global+English) 수준이거든요.
 
 
 
5.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제가 시험을 앞두고 막판에 정말 크게 후회했던 부분이 건강 관리를 잘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엔 10킬로씩 달리기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했었는데, 공부 시작하면서 1년여간 운동을 아예 안 했거든요. 초반엔 문제가 될 거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면서 시험 석 달 정도 앞두고 자꾸 몸이 아파서 굉장히 고생을 했습니다. 늘 소화불량에 근육통, 어깨 결림-_-에 찬바람이라도 좀 불면 감기는 떠나질 않고… 결정적으로 추석 연휴에는 여러 날을 독감으로 고생하며 링거까지 맞고 수업이며 스터디도 다 빠지고 공부를 한 글자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속상해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시험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몸이 아파서 제대로 공부를 못하니, 너무 괴롭더군요. 저 말고 제 스파들도 막판에 몸이 아파서 고생한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험 한 두 달 남은 시점에서는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거든요. 이 공부가 최소 1년은 해야 하는 장기전이라는 것 잊지 마시고, 운동을 꾸준히 하시든지 해서 꼭 체력을 비축해 두었다가 막판에 전력질주를 할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특히 저처럼 나이 먹고(서른 전후^^;) 공부하시는 분은 체력 관리가 정말 필수입니다.
 
 
 
6. 번역과를 준비하면 청취는 안 해도 되나?
 
저도 공부하면서 꽤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이대 번역과는 1차-영어 에세이, 2차-한영/영한 번역, 이렇게 시험을 보기 때문에 시험 자체로만 보면 청취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죠. 일단, 상식 선에서 생각해 봐도 듣기, 말하기를 전혀 안하고 독해, 번역만 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고, 또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고생한다고 하니 병행을 해야 할 듯 합니다. 번역과 커리큘럼에도 통역 수업이 있고요. 근데 이런 원론적인 이유 외에도, 청취를 함께 하면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번역과 준비를 하시는 분이라도 끝까지 골고루 공부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귀로 반복해서 들은 단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암기가 되어 에세이를 쓰거나 번역할 때 써먹게 되는 일이 종종 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막판 6개월은 번역과 시험에 많이 초점을 맞추어 공부했습니다. 영어사랑학원과 타학원에서 번역에세이 수업을 각각 한 개씩 들으며 이 두 수업의 복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때문에 청취는 사실 많이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도 은 선생님의 시사청취 수업을 듣고 하루 20-30분씩은 그 날 수업 부분을 다시 듣고 하는 정도는 했습니다. 학원과 집을 오가는 시간에나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는 늘 테이프를 들었고요. (이렇게 자투리 시간에 반복해서 듣다 보면, 번역에도 써먹게 되는, 건져지는 표현들이 쏠쏠합니다^^)번역과 준비하시는 분은 시험 막판 몇 개월은 번역과 시험에 초점을 맞추시되, 청취도 반드시 병행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7. 반복 또 반복
 
9월부터인가 은 선생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는 실전 모의고사가 시작됐습니다. 첫 에세이 모의고사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것도 그랬지만, 백지 위에 에세이를 써내려 가다 보니 정말 생각나는 표현이 거의 없다는 게 충격적이더군요. 평소에 눈에 발라 놨던;;; 그 수많은 표현들 가운데 단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깨달은 것이,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내에 에세이를 쓰거나 번역을 할 때 긴장한 상태에서 실제로 시험지에 쓸 수 있는 표현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충' 많이 봤던 표현, 단 한 번 읽어 본 표현, 단어장에 한 번 적어본 표현, 그런 건 사실상 시험장에서 절대 튀어나올 수 없다는 거죠. 지겨울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이 글 저 글 다양한 문맥에서 자꾸 접하고 스터디 할 때도 쓰고 과제 낼 때도 쓰고 그리고 첨삭 결과를 보고 맞게 쓴 것이었나 확인해 보고 뭐 이런 식으로 지겹도록 반복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되고, 시험 볼 때 실제로 쓸 수 있는 표현이 되는 겁니다.
 
 
 
8. 모의고사
 
모든 시험이 그렇겠지만, 모의고사를 보면 시험에 대한 감각을 미리 익힐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은 선생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는 막판 두 달 여간 에세이와 번역시험을 실전처럼(시간은 실제보다 좀 더 줄여서)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긴장 속에서, 짧은 시간 내에, 즉석에서 받은 주제 혹은 글을 쓰고 또 번역하는 것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시험 막판에는 수업이 없는 월수금에도 꾸준히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1차 에세이 같은 경우 스파들과 함께 매일 아침 9시에 모여 60분 내에 에세이 쓰고 간단히 크리틱하는 식으로 했고, 2차 번역은 Korea Times의 Learning Times 코너의 영한대역 자료 가운데 괜찮은 것을 골라 혼자 시간 재서 번역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저처럼 속도가 좀 느리신 분이라면, 이런 식으로 자꾸 연습을 해 두면 조금씩 시간을 단축하실 수 있을 겁니다.
 
 
 
9. 1차 시험
 
무엇보다도,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대의 1차 에세이 시험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특출한 실력을 지니신, 소수의 상위권(소위 안정권)에서 공부를 시작하신 분이라면 모르겠으나, 그 외 웬만한 분들이라면 '무난하게' 쓰시는 게 안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은 선생님께서는 1차는 "묻어 가라"고 표현하십니다^^;) 물론, 에세이형식으로 고정된 틀은 없지만, "한정된" 실력으로 70분 내에 낯선 주제에 대해 서론-본론-결론으로 완성된 글을 써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대단한 욕심을 가지고 뭔가 개성이 철철 넘치는 톡톡 튀는 글을 '창작'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란 것을 눈치채실 겁니다. 저는 2005년 9월경에 공부를 시작해서 작년에 맨 땅에 헤딩(?)하여 1차는 붙었던 사람으로, 이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작년 시험 때 워낙 공부한 것이 없고 에세이도 안 써봤던 상황이라 정말 쉬운 단어만 사용했고(그 이상은 아는 단어도 없었으므로) 서론은 I think~로 시작하고 본론은 First, Second 대충 이렇게 시작하고, 결론은 In conclusion, ~ 이렇게 했거든요. (공부를 몇 달 하고 에세이도 써 본 분들이라면 제 수준의 표현은 굉장히 낯뜨거워 하며 기피할 만한 표현들이죠^^) 제게 좋은 방식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기본 틀에 충실하면서 결론까지 완전히 맺는 것이, 괜히 요란하게 개요를 잡고 (능력 밖으로) 화려하게 써내려 가다가 막판에 시간이 모자라서 결론도 제대로 못 맺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요. 실제로, 작년 시험 볼 때 시험지를 걷어 가는 순간까지 정신 없이 막 적는 사람들이 꽤 보이더라고요. 이런 경우 결론이 미완성이거나, 검토를 아예 못하고 제출했다는 얘기인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범적인 시간 안배는 '10분 개요작성+50분 에세이 작성+10분 검토 및 수정'입니다. 올해는 갑자기 에세이 문제가 긴 지문 유형의 한국어로 나오는 바람에 좀 당황해서 10분 안에 개요 짜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능하면 글의 방향 구성 및 개요 작성은 10분 내로 끝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올해 문제는 그 자체가 꽤 길었는데 반드시 꼼꼼하게 읽으셔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긴장해서 머릿속에 잘 안 들어와 읽고 또 읽고 하다가 급한 마음에 마지막 부분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이익이 상충할 때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만 다시 확인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에세이를 썼습니다만, 시험 종료 직전에 보니 이 문장 앞에 "이런 경우"라는 언급이 있더군요. 즉, 앞의 예시 사례와 연관시켜가며 설명할 것을 출제자가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합격이 되긴 했지만 출제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에 발표순간까지 불안에 떠느라 2차 준비에도 다소 지장이 있었어요. 문제는 반드시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읽으시길! ^^
 
 
 
10. 2차 시험
 
저는 평소에 영한은 비교적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 2차 시험은 영한도 어렵게 느껴져서 평소 모의고사를 볼 때보다 영한번역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영한 번역은 '저널리즘'에 관한 글로, 사용된 단어의 수준은 평이했으나(어휘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저도 모르는 단어와 표현이 2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정확히 핵심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말로 옮기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문장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저널리즘은 'display'와 'demonstration'의 매개라는데 이 두 단어의 우리말 대응어로는 '뭐가 좋을까'와 같은 고민으로 시간이 많이 경과했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나 혼자 모의고사를 볼 때 100분 중 영한 35-40분, 한영 50-55분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5-10분 검토하는 식으로 시간 배분을 하였는데 실제 시험 볼 때는 검토 시간이 2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를 실전처럼 보고, 본인에게 맞는 시간 안배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최대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W나 환경 스페셜, 대담 프로그램 같은 것들은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시사 상식을 얻기에 좋아서 자주 봤고요. 가끔 머리 식히고 싶을 땐 혼자 조조 영화도 보고 그랬습니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같은 영화는 환경 관련 어휘도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 평소에 많이 읽고 많이 봐 두면 에세이 쓰거나 할 때 컨텐츠의 빈곤 문제는 조금 해결이 됩니다.
 
그리고, 학원 게시판의 영사 편지 매달 열심히 보세요^^ 수험생의 지친 마음에 한 가닥 위안이 되는 동시에, 그 시기에 맞는 공부 방법도 선생님께서 조언해 주시니 도움이 많이 되실 겁니다. 시험 한두 달 전쯤엔 분야별로 어휘 정리해서 스파들과 확인하는 방법 등을 알려 주셔서 그대로 활용했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거든요.
 
저는 회사 생활을 6년 넘게 했었는데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 원하는 것도 목표도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된 부분이었고, 그래서 공부하면서 (매순간 힘들고 괴로웠어도) 많이 행복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고 노력하면 꼭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리고 고민할 시간에(나는 이 공부가 적성에 맞을까 안 맞을까, 이걸 볼까 저걸 볼까, 얼마나 더 해야 될까, 될까 안될까 등등) 그냥 공부하세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지 6년이 넘은 시점에서야 이 공부를 시작했고,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공부 시작할 땐 부시가 공화당인지 민주당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한심한 수준을 자랑했고요-.-v (용기가 좀 생기시죠?)
 
공부 시작하시는 분들,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시길 바라고, 최상의 컨디션 유지할 수 있도록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좌절에 빠져 허우적댈 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함을 일깨워 주셨던, 정신적 지주이셨던 은천성 선생님, 명강의로 늘 새로운 도전이 되셨던 이동훈 선생님, 작년 한 해 내 최고의 행운 마이 베스트 스파 혜영언니, 그리고 동고동락하며 힘이 되었던 스파들, 장영희님, 민정, 혜선, 혜진, 훈희씨, 민희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이정인
 
 
 
저는 순수한 국내파입니다. 학부에서 영문과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저는 복수전공인 경영학과 부전공인 일문학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에, 전공은 필수과목 밖에 듣지 않아서, 학부과정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 발표의 중요성
 
공부는 작년 7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타학원 입시반부터 들었는데, 작년 7월부터 시험까지 4개월 동안은 거의 주눅들어서 학원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너무 잘하니까, 괜히 내가 발표했다가 민폐를 끼칠 것 같아, 발표도 못했습니다. "더 공부해서 잘하게 되면 발표해야지, 그냥 스터디 파트너와 열심히 하면 시험장에 가서도 할 수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서울외대 2차 시험을 보러갔는데. 제 생각이 전혀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보고 계시는 게 너무 떨려서. 정말 손을 부들부들 떨었으니까요.
 
당연히 떨어진 후. 정말 발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영어사랑학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1월에는 자주 "통과!"를 외쳤습니다. 소심함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더군요. 은천성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과 사람들의 크리틱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정작 다 들었는데도 막상 나가면 반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작년과 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싶지 않아서. 정말 이를 악물고 발표를 했습니다. 하다보니 점점 크리틱과 사람들의 눈초리에도 무뎌지게 됐고, 무대공포증 때문에 떨리던 제 목소리도 점점 안정되어 갔습니다. 올해 말쯤 되어서는 "발표할 때 차분하게 한다"는 말도 들었으니, 이것 하나만은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2. 시험준비
 
2차 준비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수업시간에 절대 "통과!"를 하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습니다. 저는 영영이 정말 약했기 때문에 영영 요약발표시간에는 가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발표를 했습니다. 정확히 못 들었을 경우에는 대강 줄거리만 말하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2차 시험 때도 완벽히 듣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듣지 못했다고 해도 발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1차는 타학원 모의고사를 보고 복습했습니다. 따로 GMAT책을 풀기도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통역종합반 LC자료를 외우고 반복해 들은 게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통역종합반 수업에서는 영영 질의응답시간과 연설문을 외웠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영영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LC에도 도움이 되고 한영에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씩 끊어서 하니까 내가 어디를 못 듣고 어떤 부분을 이해를 못하는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크리틱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발표를 했어도 크리틱을 하기 위해 수업 내내 집중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올해 시험
 
[1차 시험]
 
한국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관식이 절반정도 있었는데 빈칸에 들어갈 두 글자로 된 한자어를 쓰라는 문제가 약간 까다로웠습니다. 기억나는 답은 백서, 사면...입니다. 한국어 듣기는 기사를 듣고 5줄 이내로 요약해 쓰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는 한국외대 시험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LC는 한국외대 시험처럼, 지문은 쉬웠지만 막상 답을 고르려면 너무 고민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RC는 쉽고 중간길이의 지문들이 나왔는데, 한 지문 당 달린 문제가 1-2개 밖에 없어서, 리딩 속도가 빠른 사람이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번역시험은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영한 4개, 한영4개, 에세이 한 개를 쓰는 것이었는데. 영한은 PSI관련 기사와 당뇨병과 관련된 기사가 나왔고, 한영은 반기문 장관 관련 기사와 FTA, 전시 작전권 환수기사가 나왔습니다. 에세이는 한미동맹을 강화에 대한 찬반의견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통역시험은 오전반 제일 끝 번호였는데, 8시 반에 입실해서 1시 반까지 대기했습니다. 너무 기다리다보니 떨리지도 않고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들어가니 교수님 3분이 계셨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봐서 너무 오래 기다려서 좀 지쳤다고 대답했습니다. 저에 대해 얘기해 보라고 해서 왜 통역사가 되고 싶은 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이 일반 상식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ADB, NAFTA, FTA가 무엇의 약자인지와 PSI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외국인 교수님이 글을 읽어주셨는데. 좀 빨리 읽어주시기도 했고, 생각보다 너무 짧아서 당황했습니다. 본문에 없는 말을 해서 틀리는 것이 제일 나쁘다고 하신 은 선생님 말씀이 기억나서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아예 말하지 않고, 최대한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은 FTA 체결이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나라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FTA 체결이 중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 연설문이었습니다. 말하다가 중간쯤에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떨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얘기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안하며 나왔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공부이고, 안 들리는 날, 들어도 기억이 안 나는 날에는 정말 내가 왜 이 공부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공부였기 때문에,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언니들과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만하지 않게 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시고 방법을 알려주신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완 언니, 희영 언니, 영빈언니, 사라 언니, 지혜씨, 경선씨, 내 파트너 경희.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통역종합반 사람들, 고마워요.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배효범
 
 
 
안녕하세요? 2007년도 선문대 한영과에 합격한 배효범입니다. 영어사랑학원에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내년 선문대에 지원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수기를 남깁니다. 제 공부방식보다는 시험유형과 내용위주로 썼습니다.
 
 
 
A. 시험 유형 및 내용
 
선문대 시험은 하루 안에 다 보는데, 오전에는 한영번역, 영한번역, 청취(객관식 문제)시험, 오후에는 한영통역, 영한통역시험을 치릅니다.
 
 
 
[번역시험 (50분)]
 
 
 
1. 한영번역
 
한영번역은 "제주도에서 있었던 한미 FTA 2차 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시위대와 경찰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으며, 이는 정부의 정보 부재 탓이다"라는 내용으로 신문사설전문이었습니다.
 
 
 
2. 영한번역
 
영한번역은 뉴욕타임즈 사설로, "소득격차가 점점 벌어지지만, 그것은 불평등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과거의 격차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고, 부자들 또한 자산에 따른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에 그들이 항상 이익만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나 타임, 신문사설에 얼마나 익숙해져있는가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트너와 연습 시 번역을 할 때 시간에 쫓겨서 예상은 했었지만, 시험이라 더 떨려 쓰는 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영이건 영한이건 조금 틀리더라도 과감하게 다 쓰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청취시험 (50분)]
 
 
 
총 40문항(지문 하나 당 한 문제)의 객관식 4지선다형 듣기시험입니다. 지문길이는 1분에서 2분 사이로, 뉴스, 수필, 신문 기사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 내용은 TRUE, NOT TRUE를 고르기, 제목 고르기, 어조 고르기, 바로 다음에 이어질 내용 등이었습니다. 30번 문제로 넘어갔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취시험에서는 지문이 많은 만큼 끝까지 다 풀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통역시험 및 인터뷰]
 
 
 
1. 한영통역
 
한영통역은 연설문으로, 노무현대통령이 ILO 아태 지역총회에서 했던 축사였습니다. 아래는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연설문의 일부이며, 교수님은 연설문 그대로가 아니라 요약한 지문을 불러주셨습니다.
 
"'제14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개회를 축하드립니다. 국제기구와 42개국에서 오신 참석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ILO 아·태 총회는 지난 56년 간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권익신장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공헌에 감사드리며, 이처럼 뜻깊은 회의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ILO 관계자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진전은 개인과 국가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개방을 통한 경쟁 촉진과 무역자유화의 가속화는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2. 영한통역
 
영한통역의 지문은 설명문이었습니다. "전 세계 여성 중 50만 명이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사망하였고,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에 아침에 눈을 떠서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할 것이며, 인류는 건강과 행복이라는 도전과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3. 인터뷰
 
인터뷰는 모두 영어로 진행됩니다. 한영과 허준 교수님과 외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으며, 질문내용으로는 자기소개, 왜 통역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는지, 선문대에 지원한 동기는 무엇인지,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진로를 바꾸게 되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통역시험과 인터뷰는 총 15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B. 시험을 마치고
 
우선 간략하게나마 다른 분들을 위해 선문대 시험에 대해 소개하는 수기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영어사랑학원에 감사드립니다. 어렵사리 습득한 영어 능력을 앞으로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도구로 삼았으면 합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공부를 하는 동안 주변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저는 절반도 못 갚은 것 같네요.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같이 공부했던 학생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한동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박연수
 
 
 
기계공학 전공한 남학생으로서, 1년간의 직장생활 후 언어 연수 다녀와서 2년 준비했습니다. 한동대 통번역 대학원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험은 작문, 번역, 구술시험 이렇게 봤습니다.
 
 
 
작문 (60분)- 예상외의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주제는 대략 정리해보면,
 

- 한국어 작문 주제 -
 
 1. 본인의 삶에 가장 영향력을 준 사람.
 2. 기억이 안나네여. 죄송해요.. ^^;
 3. 이라크 전쟁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 (선택2)
 

- 영어 작문 주제 -
 
 1. 본인이 살면서 성취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2. 최근의 본인에게 영향을 끼친 책이나 영화.
 3.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축하 편지. (선택2)
 

각 작문마다 자세한 이유를 들어서 작성할 것 그리고, 최소 10문장 이상으로 작성하라는 지시사항이 있었습니다. 60분 안에 4개의 작문을 해야 하기에 시간 배분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한국어, 영어 모두 1, 3번으로 선정하고, 작문 한 개당 15분씩 잡고 2-3분은 전체 구성을 생각하고 바로 썼습니다. 다행히 다 작성하고 2-3분 남아서 전체 검토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급하게 썼던 만큼 국내파임에도 한국어 작문에서 주어, 동사 불일치(? ^^;) 같은 실수 들이 보였습니다. 작문이나 에세이에서 검토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번역(90분) - 한영 지문 5개, 영한 지문 5개 총 10개. 한 지문 당 10문장 내외였습니다. 주제는 기독교 교육에서부터 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무난했고, 영한 번역은 몇몇 지문이 어려웠습니다. 한 두 지문은 밑줄 친 부분만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점심 - 재학생들이 피자 사주셨습니다. ^^ 속이 안 좋아서 먹지도 못하고... 암튼 궁금한 것 질문도 하고 그럽니다. 혹, 내년에 한동대 시험 보시게 되면 제가 두 손에 피자들고 기다리겠습니다. ^^
 

구술시험 및 인터뷰- 시험 전날 찜질방에서 숙박을 했는데, 부산 고유의 억양과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신 아주머니들이 잠도 안주무시고 밤새 정답게(ㅜㅡ) 담소를 나누셔서 잠 한숨 못 잤습니다. 오전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점심 지나서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찌나 졸리고 ‘멍‘하던지, 구술시험 걱정은 되고, 잠은 오고 난감했습니다. ^^; 참고로, 학교 기숙사 1박 신청 가능합니다.
 

교수님 세분이서 계셨고 구술시험 전 간단히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작문한 내용에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영한은 ‘교육’ 영한은 ‘휴대폰’과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에 관한 것으로 각각 30초도 안 되는 길이로 정말 짧았습니다. 내용은 보통 학원 수업내용보다도 평이했는데,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한 귀로 들어와서는 한귀로 나가더라구여. 한 숨 나올 뻔했습니다. 다행히, 각각의 첫 문장은 확실히 기억이 나서 읽어주시는 것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시작을 했고, 최대한 기억나는 내용을 살려서 마무리했습니다. 길이가 짧은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길이가 긴 것, 짧은 것 함께 연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찜질방은 시험 전날 숙박 고려 장소 중에서 제외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 아차, 그리고 녹음기로 자신이 통역 내용 녹음합니다.
 

^^ 부족한 시험 수기이지만, 조금이나마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삶에서 신앙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지난 몇 년간 신앙이 너무 나태해져서(이름하여 날라리 신자 ^^) 한동대에서 공부하면서 신앙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습니다. 한동대 통번역 대학원의 역사는 짧지만, 함께 그 역사를 장식해 나가실 분들이 앞으로 많이 계셨으면 좋겠네여. ㅋㅋ 벌써부터 학교 광고.. ^^
 

끝으로 귀한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을 비롯해 다른 선생님들과 최상의 학업 분위기를 위해 항상 최고의 배려를 해주시는 옥 주임님을 비롯, 영어사랑 관계자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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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과]
 
 
 
 배근철
 
 
 
1. 시작하며
 
 
 
저는 해외 체류 경험은 대학교 때 어학연수 9개월이 전부인 순수 국내파입니다. 다만 제가 2-3살 때부터 꾸준히 영어를 접해온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해외 체류 경험을 물어보시곤 했습니다. 통대 입시 준비를 하면서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이 바로 합격자 수기였습니다. 그래서 제 수기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기를 시작해볼게요.^^
 
 
 
2. 통대 준비 디딤돌
 
 
 
저는 예전부터 통역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보다는 준비를 일찍 한 편이였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통대 입시 학원을 틈틈이 다니면서 학원 분위기도 익히고, 기초 실력도 쌓았습니다.
 
 
 
그래서 통대 시험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학원은 오래 다녔습니다. 여러 선생님 수업을 골고루 들어봤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미리미리 다니면서 실력을 쌓았던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통역대학원 입시 학원에 처음 오시면 그 엄청난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다른 분들의 발표실력에 기가 죽기도 하고, 스스로 발표를 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꼭 당해 년도에 통대 시험을 치지 않으시는 분이라도 학원 분위기도 익힐 겸해서 방학 때마다 틈틈이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통대 준비를 시작 할 때의 영어 점수, 통대 합격자들의 영어 점수를 물어보시곤 합니다.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토익을 예로 들어 말씀드릴게요. 제 경우는 통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에는 945점이었고, 통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봤던 토익은 만점입니다.
 
 
 
3. 2007년-본격적 준비
 
 
 
[목소리 다듬기&키우기]
 
올해 초에 가장 먼저 한 것은 목소리 다듬기였습니다. 제 목소리 자체가 워낙 작아서 매번 "목소리 좀 크게 해서 말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죠. 제 딴에는 목소리를 크게 한다고 해도 소리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 톤만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목소리 다듬기였고, 이곳 저곳을 알아보던 중에 한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개설된 "발성/발음반"이 가장 알맞을 것 같아 수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아나운서 선생님께서 1:1로 지도를 해주기 때문에 소리가 작은 것도 많이 교정되었고, 복식호흡을 통해서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평상시는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죠.
 
 
 
또 카메라 테스트를 통해서 제 굳은 표정과 불필요한 습관도 고칠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충격을 받아서 그 후에 손거울을 들고 다니면서 웃는 연습, 표정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2차 구술 면접에서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태도가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영어 실력 키우기에만 집중할 뿐 정작 목소리 다듬기나 표정 관리 등에는 소홀하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목소리가 작다거나, 한국어 발음이 불분명한 분들, 사투리가 있으신 분들은 미리미리 성우학원이나 아나운서학원을 다니면서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치현 선생님]
 
올해 3월에는 안치현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안치현 선생님은 현재 왕성하게 통번역일을 하시기 때문에, 이 수업을 통해서 통번역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고,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생생한 표현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표현 하나 하나가 주옥같아서 많이 외웠던 것이 크게 도움되었습니다.
 
 
 
번역도 현장에서 즉시 고쳐주시기 때문에 이해나 표현 습득에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특히 수업 시간 듣기자료는 2차 시험 준비하기에 내용이나 분량이 적절합니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내용들이 재미있고 아주 어렵지도 않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히 하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천성 선생님]
 
은천성 선생님 수업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다녔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기 때문에 2차 준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선생님께서 개인 발표 후에 critique을 철저하게 해 주시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은 선생님 수업의 백미는 발표이기 때문에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웬만하면 무조건 발표를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처음 제 한-영 실력을 말하자면 거의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한국어 기억을 거의 못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처음 한-영 발표를 했을 때 선생님께서 "내용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하실 정도로 한국어 내용 기억에 애를 먹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환상적인 메모리 스팬으로 거침없이 발표를 할 때는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많이 좌절했죠.
 
 
 
한 번은 앞에 나갔는데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나서 한 단어밖에 말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제 이름이 호명되면 웬만해서는 발표를 다 했습니다.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봐야 실전에 강해질 것이고, 발표를 안 해보면 절대로 실전에서 잘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표를 계속 하다 보니 실력도 점점 늘어갔고 스터디도 계속 하면서 메모리 스팬도 점차 향상됐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한-영 발표 후에 선생님께서 "실제 시험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만 보인다면 작년도 합격생 기준으로 봤을 때 합격은 무난하다"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게 해 주신 critique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한-영, 영-한 시간에 제게 해 주신 말을 일기장에 적으면서 매번 반복해서 봤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 한가지 조언을 한다면 발표 기회가 왔을 때 못하더라도 꼭 앞에 나가셔서 발표를 하시라는 겁니다. 그 당시에는 두렵고, 떨리고, 창피하고 기가 죽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2차 시험에서는 정말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되거든요.
 
 
 
[영-한 공부]
 
i) 내용 기억하기
 
 
 
영-한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내용 기억하기였습니다. 내용을 들을 때는 알 것 같아도 막상 발표를 하면 디테일이 너무 많이 빠진다든가, 혹은 내용을 통째로 빼먹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합격 수기를 읽어보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데 제 경우에는 다음 2가지 방법이 가장 잘 맞았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첫 문장은 무조건 기억을 하고, 나머지는 주요 키워드만 기억하는 겁니다. 영어를 들을 때 머리 속으로 칠판을 그려놓고, 중요 키워드를 위에서 아래로 하나씩 써 그려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발표할 때는 기억한 키워드를 가지고 내용을 기억하는 식으로 하면 그나마 좀 나아지더라고요.
 
 
 
두 번째 방법도 이와 비슷하긴 합니다. 일단 첫 문장은 어떻게든 기억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첫 문장이 기억이 안 나면 내용이 통째로 생각이 나지 않는 단점이 있거든요.ㅜㅜ) 그리고 나머지 내용은 그냥 쭉~듣는 겁니다. 키워드 중심으로 기억할 경우 해당 키워드가 생각나지 않으면 키워드에 해당하는 문단 전체는 빼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방법은 오히려 기억이 더 잘 나더라구요.^^; 저는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연습했습니다.
 
 
 
ii) 한국어 표현
 
 
 
저는 국내파이면서도 상황에 맞는 적확한 한국어 표현을 잘 구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쉬운 단어도 외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change라는 단어는 보통 "변화"라고 알고 있지만 법률 문제 관련 내용일 경우에는 "개정"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거든요. condition이란 단어도 보통 "상황, 조건"이라고 알고 있지만 의학 쪽 내용에서는 "병세"라고 하는 것이 낫죠. 저는 순발력있게 "개정", "병세"라고 말하는 재주가 없어서 그냥 그때 그때마다 "change=개정", "condition=병세" 이런 식으로 외웠습니다. 자꾸 외우다보면 한국어도 점차 나아지더라구요.^^;
 
 
 
[한-영 공부]
 
i) 한국어 기억하기
 
 
 
한-영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것이 한글 원문 내용을 기억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국어 내용을 기억 못하면 제대로 된 통역이 나올 리 만무하거든요. 올 초의 제 한-영 실력을 말씀드리자면 스터디 파트너가 한국어 내용을 읽어주면 거의 1-2문장 기억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다른 분들은 수업 시간에 엄청나게 긴 지문을 듣고 술술 발표하는데 저는 많아야 세 문장 정도 기억하니 정말 괴로웠어요.
 
 
 
그래서 한번은 스터디를 할 때 파트너가 읽어준 지문을 제가 한국어로 다시 요약하고(한-한) 그 다음에 영어로 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어 내용을 기억 못하는 원인은 한국어를 영어로 옮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들을 때는 거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들으면서 "이 표현은 영어로 어떻게 옮기지?"라는 걱정 때문에 내용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거죠. 그리고 메모리 스팬 자체도 짧았구요.
 
 
 
일단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데 주력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메모리 스팬을 늘리려면 한-한과 영-영을 계속 해야 한다고 하셔서 한-한(주로 신문 사설이나 좋은 기사를 이용. 긴 지문 1개, 짧은 지문 1개[5문장 안쪽]. 단 짧은 지문은 디테일까지 다 잡는 연습)과 영-영(주로 코리아 헤럴드의 Annie's Mailbox로 연습)을 했습니다. 계속 이 두 가지를 하다 보니 메모리 스팬이 많이 늘었고 그러면서 한국어 기억이 놀랄 정도로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들을 때 영어 표현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듣는 내용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니 오히려 한-영이 더 편해졌습니다.
 
 
 
저는 해외파는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영어를 접했기 때문에 국내파 치고는 발음이나 fluency는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반면에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적재적소의 표현은 너무도 부족했죠. 주로 돌아가는 표현을 많이 쓰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영어 표현을 익히는데 주력을 했습니다. 일단 한국어 기억이 잘 되고, 영어 표현을 많이 익혀나가다 보니 한-영은 오히려 쉽게 풀리더라구요.
 
 
 
4. 통대 시험
 
 
 
i) 1차 시험-한국어
 
 
 
흔히들 한국어시험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번 한국어 시험이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제 한자 실력은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실력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실제 시험에서 나온 한자 문제는 거의 다 틀렸습니다.ㅜㅜ 1차 시험 준비기간 막판에 사자성어를 한자로 보고 독음과 뜻 파악을 하는 정도까지는 준비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자성어가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억나는 문제들은 "찬양고무하다"에서 "고무"를 한자로 정확히 표기한 것 고르기, "다음날"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 고르기, "내리 사랑은 있어도 O 사랑은 없다"에서 O에 들어갈 말,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는 속담의 뜻을 맞히는 것들입니다. 한자 독음 문제도 꽤 있었구요. 나중에 다른 분들과 답을 맞혀보니 거의 다 틀렸더라구요. 평소에 한자 공부나, 속담 공부, 어문 규정도 틈틈이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ii) 1차 시험-영어
 
올해는 처음으로 100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듣기 60문제, 독해 40문제로 말이죠. 시험 시간은 100분이었습니다. 시험 당시 느낌을 그대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영어 시험보다도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풀었던 문제가 몇 개 되지도 않았습니다. 듣기의 경우, 들려주는 내용만을 본다면 아주 어렵다고는 할 수 없으나 문제를 막상 풀려고 하면 답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들려주는 내용을 듣고 맞는 것(True)을 고르는 질문이 꽤 나왔는데 처음에는 다 듣고 풀려니 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보기 4개가 다 답이 되는 것 같은 것도 많았고요. 그래서 재빨리 푸는 방법을 바꾸어 그런 문제의 경우는 들으면서 보기와 바로 바로 대조해가며 풀었습니다. 그랬더니 답이 그나마 좀 보이더라고요.
 
 
 
독해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고, 지문 내용도 너무 어려워서 나중에는 거의 한 번호로 다 찍었습니다. 10분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읽은 지문은 몇 개 되질 않아서 일단 푼 문제 마킹부터 해놓고 나머지 문제는 지문도 못 읽은 채 질문과 보기만 보고 풀었습니다. 그래도 못 푼 것은 한 번호로 다 찍었고요.
 
 
 
누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푸는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 내에 반드시 마킹을 하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마킹이라도 제대로 한 것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iii)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 보고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어려웠다고 하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곤 했지만 거의 100% 떨어졌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마음을 다잡고 스터디를 계속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1차 시험 합격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떨어졌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2차 시험 준비는 꼭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1차 시험을 붙으면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일주일 동안 기존 스터디 파트너와 영-한, 한-영 스터디를 계속 했고, 그 전에 1차 시험 보기 한 달 전부터는 저를 포함한 4명이 하는 스터디를 추가로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영-한 스터디의 경우, 테이프를 듣고 했다면, 시험 막바지에는 직접 육성으로 읽어주고 통역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실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4명이 한 스터디에서는 특히 발음/태도/목소리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눈을 마주치면서 발표를 하는가, 목소리가 크고 또렷한가, 긴장할 경우 습관적으로 나오는 행동이 있는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critique을 해 주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이런 연습을 계속 하니까 시선처리나 목소리 내기, 불필요한 습관도 많이 고쳐졌습니다. 또 감사하게도 2차 시험 경험이 있는 분이 계셔서 2차 시험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통대 시험을 처음 보는 저로서는 시험장 분위기, 교수님과의 거리 등의 내용을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 미리 시험장을 그려볼 수 있었고, 실제 시험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iv) 2차 시험-번역/에세이
 
토요일에 본 번역/에세이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한 번역은 시드니 회담에서의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의사소통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는데 한 신문 사설에서 본 내용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어로 번역할 때 어색하지 않게 신경만 조금 썼습니다. 예를 들어 "the ROK President" 같은 것을 "한국 대통령"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노 대통령" 이런 식으로 번역을 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과 언론 보도에 관한 내용인데 수업 시간에도 많이 다루었고, 길이도 4-5문장으로 짧아서 역시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영-한/한-영 에세이도 주제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무리는 없었습니다. 글자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고요. 30분 시간 내에 잘 마무리만 하시면 될 듯 싶네요. 저는 은 선생님 수업 시간에 30분을 정해놓고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해서 당황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연습이 없으신 분들은 시간 배분에 신경 쓰셔야 합니다. 30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거든요. 평소에 한 두 번 정도 시간에 맞춰서 연습하시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v) 2차 시험-구술면접
 
저는 일부러 늦게 접수를 해서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았습니다. 체력이 약해서 토요일에 면접까지 보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옷은 정장을 입었고요. (남학생, 여학생 모두 대부분 정장을 입고 오시더라고요.) 저는 외대 서류 제출용 증명사진 찍을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습니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외대 통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한-영과 교수님들 얼굴을 보고 익혀갔고요.
 
 
 
그 전날에는 너무도 긴장을 해서 저녁 먹은 것을 다 토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있었는데, 시험 당일 날 막상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떨리지도 않고 오히려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후기에서 이런 글을 보고 이해가 안 갔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제 기억으로는 일요일 오후 25명 면접자 중 제가 19번째인가 그랬습니다. 2시간이상 기다렸고요. 따뜻한 커피, 물, 배고플 때 먹을 약간의 간식 등을 가지고 갔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되면 면접도 하기 전에 미리 지치는 수가 있거든요.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가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원래는 기다리면서 볼 자료를 잔뜩 가지고 갔는데 머리에 잘 안 들어와서 그냥 혼자서 시험장 안의 상황을 그려보면서 나름대로 미리 시험장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수시로 화장실에 가서 거울보고 웃는 연습도 하고, 속으로 "목소리라도 크게 내자"라는 암시를 계속 했습니다. 긴장하거나 떨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할 듯 합니다.
 
 
 
제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한국인 교수님 네 분, 외국인 교수님 두 분 총 여섯 분의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생각보다 방은 협소하고 교수님과의 거리는 상당히 가깝습니다. 들어가서 미리 연습한대로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제 수험 번호를 말했더니 곽중철 교수님께서 "목소리가 좋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감사합니다."라고 답변을 했고요.
 
 
 
통역 면접 시작 전에 곽중철 교수님께서 제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년 2월에 졸업 예정이면 통대 시험은 이번이 처음인가?"라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현재 고려대학교 영문과에 재학 중인데 이번 1차 시험에서 고대생들이 유난히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질문하셔서 "그냥 모두들 열심히 해서 그런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영-한은 한국인 여자 교수님이 읽어주셨습니다. 내용은 "선박에서 배출하는 독성 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2002년에 이미 6만여명이 독성 연기로 인해 사망을 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2012년경에는 사망자 수가 8만 2천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하이, 홍콩 등 해안 도시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라는 간단한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읽어주시는 속도가 빨라서 당황했습니다. 합격 수기를 읽으면서 "또박또박 천천히 읽어주신다"라는 내용이 많아서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의외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발음은 미국식 본토 발음이셨고요. 내용은 상당히 짧았습니다. 듣고도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당황했지만 교수님이 읽어주신 후 바로 큰 목소리로 통역했습니다. 한 3-4문장 정도 말한 것 같습니다. (위에 제가 요약한 내용만 말했습니다.) 나중에 원문을 찾아보니 숫자나 연도는 8만 2천명 빼고는 다 틀리게 통역했더라구요.(--;) 제가 기억한 내용이 얼마 없고 막상 말해보니 몇 문장 되지도 않아서 당황스러웠지만 더 기억도 안 날 것 같아 바로 "이상입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을 읽어주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대학생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데, 많은 대기업들은 입사하자마자 바로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구직자들을 원한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대학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기를 원하지만 대학은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학생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경제학과/경영학과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삼성학과/현대학과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내용이 길지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제가 내용을 많이 놓쳤다는 것입니다. 처음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시작하시면서 질문조로 말씀하셨는데 그게 알고 보니 이미 시작한 것이더라고요. 저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그때서야 듣기 시작했는데 당황해서 머리에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강 들은 내용으로만 말하고 결론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혼자 지어내듯이 말했습니다.(--;)
 
 
 
다만 다소 빠른 속도의 영어로 말을 했고, 문장을 번복해서 말하거나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영어의 흐름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전혀 쓰질 못했고 정말 쉬운 단어들만 말했습니다.
 
 
 
첫 문장은 "These days, in Korea, a lot of college students are actually having a hard time landing a job." 이렇게 말했고, [입사하자마자 능숙하게 일하는 구직자]도 돌아가는 표현으로 "students who can work effectively and efficiently right away when they get a job" 이렇게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전혀 긴장 안 한 듯이 큰 소리로 말을 했고요. 시선은 주로 정면에 앉아 계신 교수님을 보면서 말했고 이따금씩 시선을 돌려서 6명의 교수님들을 한번씩은 보면서 말했습니다. 결론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할 것 같은 결론을 대충 지어서 말하고는(--;) 바로 "Thank you."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셨고, 저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나왔습니다. 통역 전 질문을 하면서는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는데, 영-한/한-영 통역을 하면서 정연일 교수님만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셨을 뿐, 다른 교수님들은 거의 무반응이어서 좌절했습니다. 나중에 영-한 원문을 찾아봤는데 제가 말한 숫자도 거의 다 틀렸을 뿐 아니라, 한-영에서는 한국어 내용 자체를 제대로 못 옮긴 것 같아 거의 합격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떨지 않고 자신감 있는 큰 목소리로 (평소에는 목소리가 작은데 그 때는 최대한 목소리를 키워서 발표했어요) 교수님들 눈을 쳐다보면서 한 것이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네요.^^
 
 
 
5. 마치며
 
 
 
저의 부족한 실력을 가장 잘 알기에 합격의 기쁨도 잠시뿐, 걱정이 앞서네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으니 앞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신 부모님, 좌절하고 힘들 때 용기를 준 동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가르침과 용기를 주신 선생님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최고의 스터디 파트너 소희, 수업 파트너였던 현경씨 모두 감사드립니다.
 

 
 
 안현모
 
 
 
준비 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전략을 세워 체계적으로 공부한 편도 아니었기에 합격수기를 쓰자니 참 어색합니다. 공부방법 보다는 시험문제와 시험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드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한자 문제는 몇 개 없는 데다가 문맥상에서 주어져서 괜찮았습니다. 속담 문제, 맞춤법 문제가 출제됐고, 독해도 대체로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몇 가지 헷갈렸던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확인해봤더니 오답이 마구 속출했는데, 그런데도 붙은 걸 보면 한국어는 과락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41696.html (지문 예)
 
 
 
(영어)
 
 
 
올해는 100분에 100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시험시간이 늘어나 집중력이 풀어질까 우려했지만, 시험장에서의 100분은 평소의 10분만큼이나 빨리 지나갔습니다. 앞으로도 시험 직전에 유형이 변경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바뀌든 실력이 있으면 유리하고, 실력이 부족하면 불리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듣기*
 
 
 
다행히 문제와 문제 사이에 보기를 고를 시간이 적당히 주어졌습니다. 초반에 옆줄에서 핸드폰 소리가 나고, 감독관들이 가방을 검사하며 우왕좌왕한 것이 위기였으나, 버려도 한 두 문제만 버리자는 심정으로 곧바로 다시 집중했습니다. 다 들렸어도 생각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 (화자가 누구일까, 어떤 글의 일부일까 등)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슈퍼마켓 이름 같은 고유명사도 꽤 많이 나왔으니, 사전에 없는 브랜드명도 많이 들어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어찌됐든 전반적으로 주제와 보기들이 다양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독해*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여러 번, 어려우면 뒤에 있는 것부터 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대체 왜 그랬는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붙잡고 푸느라 시간이 모자라 뒤는 급하게 보고 찍어야 했습니다. 역시나 앞의 것보다 뒤의 글들이 더 쉬워서, 시간안배를 잘못한 것을 정말 후회했습니다. 당연히 듣기 문제 중 헷갈렸던 것을 다시 보거나 고칠 시간은 없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답을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서 지문 몇 개를 찾았습니다.
 
 
 
http://www.paradigme.com/sources/sources-pdf/pages%20de%20sources07-3-1.pdf
'labeled', 'suggesting'이 빈칸 채우기로 나왔고, 제목 맞추기, 정보화시대에 나타난 결과가 아닌 것 고르기 등이 나왔습니다.
 
 
 
http://www.ourcivilisation.com/smartboard/shop/swift/examiner/chap14.htm
True/Not True 고르기, "he seems, like other great inventors, to have lost much of his reputation, by the continual improvements that have been made upon him"을 paraphrase하기, 제목 맞추기, "beyond contradiction"과 같은 말 고르기, 'not so clear'과 'although'빈칸 채우기가 나왔습니다.
 
 
 
http://links.jstor.org/sici?sici=0361-0160(199023)21%3A3%3C359%3ACFAMIL%3E2.0.CO%3B2-Q
여기서는 'leaves us in the lurch'와 같은 뜻 고르기, True/Not True 고르기, 어휘 문제로는 impish, ludicrous 등이 나왔습니다.
 
 
 
그밖에 철학 관련 지문 두 개와 여성에 관한 지문 등이 있었고, apogee, felicitous등의 어휘를 묻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2차 시험]
 
 
 
1차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묵묵히 2차 대비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한 주 동안 학원에서 하는 2차 대비반을 수강했습니다.
 
 
 
(필기)
 
*번역*
 
일부러 한영번역을 먼저하고 영한번역을 나중에 했습니다.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한 사람으로서, 심리적으로 더욱 다급해지는 후반 시간대에 한국어를 쓰고 있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한영을 영한보다 더 잘한 것 같습니다. 외운 표현들이 시험지 위로 뭉실뭉실 떠올랐고, 어떤 부분은 강조를 위해 조금 과감하게 문장 형태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양이 적어서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답안지는 반드시 연필이 아닌 펜으로 작성해야 하고, 화이트 사용 가능합니다.
 
 
 
*에세이*
 
 
 
답안지를 받자마자 20번째 줄이 어디까지인지 세어 표시했습니다. 금요일 수업(매주 한번씩 에세이 연습)마다 200자에 맞춰 쓰던 것에 얼마나 습관이 되었는지, 시험장에서도 서론-본론-결론 다 쓰고 나니 딱 표시한 부분까지만 쓰게 됐습니다. 걷을 때 보니 다른 응시생들은 앞면을 꽉꽉 채우고 뒷면까지 넘어가서 썼던데, 제가 쓴 글은 한 눈에 봐도 제일 짧았습니다. 평소 은 선생님께서 많이 쓰지 말고, 짧게 틀리지 않게 쓰라고 하신 말씀을 절대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겁먹지 않고 쓴 것을 꼼꼼히 검토한 후 제출했습니다.
 
 
 
(구술)
 
 
 
누구나 그렇듯, 저도 구술시험의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날 오전에 치렀는데, "귀인을 만난다"는 오늘의 운세를 믿고, 그들을 만나러 학교로 향했습니다. 옷은 평상시 학원 다니던 대로 청바지에 스웨터 입었습니다. 심사위원은 총 6명이고, 1미터 정도 앞에 학생이 앉을 큰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앉았습니다. 본격적 시험에 앞서 의외로 다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처음 응시하는 건지, 학부 전공시간에 뭘 배웠는지, 미국 어느 대학에 있었는지, 한 해 동안 무얼 하며 지냈는지, 그리고... 어느 학원을 다녔는지를 물어왔습니다. 그 부분에서 망설이며 대답을 하지 않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 학원 다녔나?"라고 하셨고, 저는 놀라서 "아뇨, 은천성 선생님께 배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예상외의 질문에 당황하고 있는데, 이제 긴장이 풀렸다고 보았는지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외국인 여자교수님께서 영한지문을 먼저 읽어주셨습니다.
 

http://living.oneindia.in/insync/afghanistan-women-modelling-011007.html
이 중 일부를 간추린 것이었습니다. 시작 전에 burqa 라는 단어는 알려주었습니다. 정말 기쁘게도 저의 관심 분야였고,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디테일을 100% 하진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읊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http://news.media.daum.net/editorial/column/200710/11/chosun/v18438267.html
역시 일부를 간추린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짧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게도, 시작부분에서 두 군데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 리스닝에서 막힐 줄이야 상상도 못했는데, 중간에 "잠깐만요" 할 수도 없는 터라 그냥 넘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군데 모두 내용을 다르게 갔고, IMF를 극복했다는 부분도 빠뜨렸습니다. 통역이 그래서 너무 금방 끝났습니다. 정연일 교수님께서 "한국의 고령화의 특징이 뭐라고요?"라고 한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그런 내용도 있었나요..?" 라며 되물었고, 큰일났다 싶어서 "한번 더 말씀해 주세요.."하는데 곽중철 교수님이 됐다며 대화를 중단시키셨습니다. 쫓겨나듯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잠들면서, 일어나면서, 심지어 꿈꾸면서 마저 면접 때 오간 대화가 머릿속에서 진동을 했습니다. 고령화 통역 한번 잘못 한 죄로 내가 고령화되는 걸 느꼈습니다. 스파는 형식적으로나마 잘했다는 말도 들었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을 했으니 그 이유는 저도 도저히 모르겠고,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합격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한 번에 갔다는 공통점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한영 통역이 여전히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후기]
 
 
이 글이 공부를 시작하는 분께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시험을 이미 치르고 발표를 기다리는 분께는 초조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도 홈페이지의 그 많은 합격수기를 1차 시험이 끝나고서야 처음으로 몇 개 읽어봤는데,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들으니 동지가 있는 것 같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공부 요령이 궁금하신 분들은 은 선생님께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학원 두 개씩 다닐 필요도, 이것저것 여러 개 구독할 필요도, 매주 모의고사를 풀어볼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막판에 기출문제만 풀어봤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 선생님의 조언을 평생 마음에 새기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소영
 
 
 
합격수기에 무엇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수기를 읽는 사람은 무얼 원할까?' '예전에 나는 무엇을 알고 싶었었나?'라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쓰면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1년을 반추해 보니 시험, 특히 2차 시험이 어땠나가 가장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험에 관해 중점적으로 쓰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절반은 시험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공부를 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나름대로 이겨냈던 방법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 시험
 
1. 1차 시험 듣기
 
올해 처음으로 60문제가 출제됐는데, LC는 집중력 유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함정이 많기 때문에 한 두 단어에 답이 바뀌는 경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정답이 결정되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충 듣게 되면, 본인 판단으로는 시험이 쉬웠고 정답을 썼다고 느껴지지만 실제 맞춰 보면 답이 아닌 경우가 많았을 한국외대의 전형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시험 보기 전 일주일 동안 최근 5년 간 기출문제를 풀고 꼼꼼히 분석했는데, 제 경우에는 참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원어민의 발음도 미리 귀에 익힐 수 있었고,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문제가 오히려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앞부분은 지문 하나에 문제 하나, 중간은 지문 하나에 문제 둘, 뒷부분은 한 지문 당 세 문제씩 할당되었던 것 같은데, TRUE를 찾는 문제가 무척 많았습니다.
 
2. 1차 시험 독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순수 독해문제로 여덟 지문이 주어졌고 한 지문 당 다섯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유형 자체는 속독을 요하는 전형적인 한국외대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평상시 본인의 시간과 정답 가능성의 상관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제한 시간 내에 모두 푸는 속도라면 얼마나 맞는지, 푼 문제가 거의 정답일 정도로 정독을 하면 몇 문제나 시간 안에 풀 수 있는지, 부분을 포기하고 부분을 정독할 경우는 어떤지 즉 속도와 정확성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수치화 시켜서 알아야 합니다. 이 정도 속도로 읽으면 이 정도 맞추겠구나 라는 것을 알면 거꾸로 얻고 싶은 점수에 맞추어 속도를 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로, 난이도와 정답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쉽게 읽히는 글인데도 답을 못 찾거나 틀리는 경험, 어려워도 답은 맞춘 경험이 다 있으실 겁니다. 평상시 공부 할 때는 빠트리는 것 없이 꼼꼼하게 읽어야 하지만 시험에서는 최대 점수 획득이 목적이므로, '모든 글을 독해하겠다' 보다는 '정답을 많이 맞추겠다'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두 단락은 정독을 했지만 나머지는 읽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 때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해보자'라고 마음을 다지고 빠른 속도로 끝까지 읽었더니, 보기만 봐도 답이 있는 것이 있었고, 문제를 보다 보니 지문이 이해되기도 하고, 본문 중 한 두 문장만 읽어도 답이 나오기도 해서 오히려 답 찾기는 쉬웠습니다. 사실 여섯 단락은 내용도 모르고 풀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풀었던 덕에 결과적으로 점수를 많이 딴 것 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올해 독해가 어려웠고 지문 중 두 개는 현대 영어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의 득점을 올릴 수 있게 시간 배분을 잘 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독해 시험에서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2차 시험 : 에세이/번역
 
한글 에세이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라는 주장의 허점에 대해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하버드 총장이 했던 언급의 의미에 대해 논하라는 것인데, 문장이 좀 어렵고 비유를 사용해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의는 대학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인격 향상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둘 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다뤘던 내용이라 쉬웠습니다.
 
영한 번역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시드니 회담에 대한 사설이었고, 한영 번역은 양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쓰인 것말고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별다른 준비 없이 기본 실력만으로도 충분하니 구술에 비중을 두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4. 합격자 발표
 
떨어졌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고 너무 놀랐습니다. 정말 의외였고 믿기 질 않았습니다. 떨어진 그 심정을 직접 겪고 나니, 시험에 실패한 분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아깝게 실패하신 분들 내년에 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 2차 영한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영한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니 교수님들이 이것저것 물어 보시고, 제 대답에 웃기도 하셔서 우호적인 분위기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어 실력이 뛰어날 거라고(?) 속단을 하셨는지, 남자 외국인 교수님이 너무나 빠르게 읽어 주셔서 따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고사장 밖에서 하이힐 신은 여자 분이 지나갈 때는 구두 소리에 파묻혀 아예 소리 자체가 들리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슬프거나 외로울 때 먹는 사람들은 살이 잘 찐다. 순간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 살이 빠지나 다시 살이 찐다. 비만 치료를 해도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 이 정도만 겨우 들을 수 있었으니 대략 난감 모드인지라, 뻔뻔하게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교수님들 눈치를 살폈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셔서 대의는 맞는다는 걸 알았고, 갑자기 교수님들 눈치가 약간 이상해지기에 더 나아가지 않고 앞의 말을 바꾸어 반복하면서 바로 '이상입니다' 하고 끝냈습니다. 들은 분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끝내고 나니 교수님들이 '어? 벌써 끝이야?' 라는 듯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습니다. 한 분은 노골적으로 몸을 돌리더니 눈을 감고 주무시는 척 하시기까지 했습니다.
 
6. 2차 한영
 
"원산지 표시 즉 'origin of product' 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시작 하셨는데, 내용은 '김치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 음식이며 또한 특산품인데 설 곳을 읽고 있다. 중국산 김치가 미국 시장에서도 1위, 한국 김치는 2위이고, 우리나라에서조차 중국산이 60%를 차지하며 작년 보다 60% 증가했다. 이유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원산지 표시를 하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평이했습니다. 교수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을 했는데, 수업시간에 다뤘던 내용이라 traditional, specialty, lose ground 등의 단어가 바로 튀어나왔고, 순위도 rank와 come at등으로 다양하게 상용했으며, 원산지 표시 동사도 두 개를 교대로 사용했습니다. 60% 증가했다는 문장은 못했고 한 문장은 다른 내용으로 바꾸었지만 나머지는 제 기억에 다 말했던 것 같고, 처음부터 끝까지 막히지 않게 fluency를 살려서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대략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 전 한글을 들으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키워드라서 시작부터 영어로 알려주신 'origin of product' 단어를 까먹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나오는 데 말이죠. 큰일났다 싶었지만 일단 말을 시작하고 나니, 교수님들이 '의외로 한영은 하네'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시기에 그냥 아는 척, origin만 해도 뜻이 통한다는 식으로 문장 속에 묻어서 처리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넘어가려니 교수님들 반응 보느라 열심히 eye contact을 하면서요. 외국인 교수님들의 외모가 낯설어서 주로 한국 남자 교수님들을 쳐다봤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주무시는 교수님은 깨워야 한다"고 하신 것이 생각나서 주무시는 척 하는 분을 더 쳐다보며 했더니, 나중에는 일어나서 저를 보셨던 것 같습니다.
 
7. 평가
 
어떻게 합격한 걸까? 이게 하루 동안 화두였습니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학생이 필요했나, 나이가 많아서, 아니면 설마 미모를 보고? - 다들 미모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결론은 교수님들이 퍼포먼스를 평가 할 때 단순히 그 내용만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드러나는 자질과 그릇 크기를 본다는 것입니다. 턱없이 부족한 영한 발표 분량을 보면 불합격인 상황인데 이때에 더 당당하게 한영을 해서 그 부분에 점수를 좋게 주신 것 같습니다. 핵심 단어 'origin of product'를 쓰지 못하는 것을 교수님들도 아셨지만 그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감 있게 했던 것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하신 것 같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아무리 어려운 것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차게 하곤 했는데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 통역사의 자질이 있다고 판단 한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영한 고작 서너 문장밖에 못하고, 한영 키워드도 까먹은 주제에 뭘 믿고 당차게 굴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부분이 교수님에게는 오히려 좋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영한이 어려워서 다른 분들은 아예 못했거나 혹은 틀리게 말했기 때문에 적더라도 대의를 확실히 말한 제가 점수를 더 얻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은 시험 전 질문 응답 과정에서 "일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말이 호감을 샀을 수도, 1차 성적이 뛰어나 교수님들이 우호적으로 대해 주셨을 수도 있습니다. 명확한 것은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좋게 평가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 공부할 때 겪는 어려움
 
1.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핸드폰 판매원 출신 폴 포츠가 투란도트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허름한 옷차림, 비호감형 외모의 폴포츠가 아리아를 부르는 것을 보면 형언키 어려운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연히 그 곡은 얼마 전 타계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마지막 공연 곡이기도 합니다. 파바로티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테너답게 성량과 기교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히 노래를 소화했지만, 이상하게도 심금을 울리고 눈물을 자아내는 그 무언가는 폴포츠의 노래입니다. 까칠계의 황제라는 사이먼 코웰조차 격찬하게 한 것은 노래에서 묻어나는 열정과 진실성, 진지한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저런 사람이 왜 실패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 나와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같이 입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심히 걱정스럽지요. 그러나 내가 뒤 처진다면 그 부분은 노력으로 메우면 됩니다. '완벽하지 못하고 무언가 모자라도 노력과 의지가 담긴 통역이라면 그것도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예쁘게 셋팅 되어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흙이 묻어 있고 투박한 'uncut diamond'가 때로는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2. 통대에 꼭 합격할 수 있을까?
 
정해진 환경은 바꿀 수 없겠지만 나의 마음가짐이나 사고 방식은 충분히 조절 할 수 있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집니다. 저는 붙는다고 스스로에게 자꾸 확신시키며 생활했습니다. 확신이 안 들면 '나도 확신을 못하는데 교수님이 왜 날 뽑겠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떨어질까 무서워서라도 '그래, 나, 붙어'로 바뀝니다. 붙을까 떨어질까 고민하며 불안해하는 것 보다 그냥 붙었다고 믿고 공부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통대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실력 없이 통대 다니면 고생하는데 학원에서 모자라는 실력 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들고 되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학점 경쟁 없이 공부만 하니 참 좋다고 느끼게 되어, 학원 생활이 즐거웠습니다. 불안감이 없어 9,10월에도 여유 있게 평상시처럼 공부 할 수 있었고, 자신감 있고 안정된 자세로 1년을 보냈습니다. 붙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생활 한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입니다. 또, 입학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영어가 평생의 동반자인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라고 조금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생각하는 것도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3. 공부해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다.
 
공부하면 실력은 향상됩니다. 다만 본인이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제자리에서 진전이 없다고 느껴지면 의욕을 잃고 맥이 빠지게 되는데, 이럴 때는 예전 내가 했던 것을 보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모아둔 수업 파일 중 3달쯤 전의 것을 다시 들어 봅니다. 최근 수업 발표와 비교해 보면 늘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끔 제일 못했을 때 것을 들으면 기분 좋아집니다.
 
4. 은 선생님, 크리틱이 견디기 힘들다.
 
뻔히 알지만 생각하기조차 싫을 만큼 취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고, 그래서 왠지 패배감이 들게 하기 때문에 은 선생님의 크리틱을 날카롭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현실을 그대로 인정 하면 됩니다. 이런 저런 핑계 대보아야 본인만 더 비참해질 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할 수 있는데 안 한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깨끗이 승복하고 다시 시작해서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사실 위의 글은 모범 답안이고, 제 경우는 수업 중 칭찬 들었던 날 파일을 바탕 화면에 두고 자주 들었습니다. 3월과 6월에 칭찬을 크게 해 주신 적이 있어서 의기소침할 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었는데,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작년에 공부를 시작 할 때만 해도 실력이 좋지 못한 터라 발표 신청조차 못했던 저는,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고 선생님께서 크리틱을 하시면 솔직히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에 처음 발표하고 크리틱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여기 저기 자랑하고 다녔던 사람인지라, 공부 과정 내내 은 선생님의 지적이 고마웠고 실제로 실력 향상에 제일 좋은 밑거름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들으면 상처받지 않고 영어를 향상시키는데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크리틱 내용에는 신경 쓰되, 크리틱 받는 자체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고요. '내가 하루 이틀 못 하나 뭐' 이렇게 생각 하면 무척 마음 편합니다. 다만 지적 당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되, 내용은 적어도 두 세 번씩 듣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5.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저는 운동을 제일 못하고 싫어합니다. 조깅을 하면 처음 십여 분간은 별별 유치한 생각이 다 들고 하기 싫고, 온갖 핑계가 떠오릅니다. 십 오분 뛰는 동안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을 하게 되지요.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못 하는 것을 한 번 해보십시오. 특히 운동이라면 좋을 것 같은데, 극기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공부 절대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뛰는 게 훨씬 힘들거든요.
 
6일은 공부하고 하루는 철저히 쉬었는데, 이렇게 아예 노는 날을 정하면 평상시 놀고 싶은 욕구가 별로 안 생겨서 상대적으로 공부가 수월합니다. 단, LC 감은 확실히 떨어집니다.
 
* 당부의 말
 
1. saving grace
 
각자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바로 그 점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비 전공자, 외국 경험 전무인 국내파라서 작년에 공부를 시작 할 때 실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객관적으로는 큰 단점이지만 바로 그 점이 남들 보다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고 교만에 빠지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워낙 바닥에서 출발해서 떨어 질 곳이 없으니 실력은 계속 늘고, 느는 걸 보니 재미있고 덕분에 즐겁게 공부했으니 큰 자산인 것이죠. 단점이란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다시 한 번 생각 하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취약한 부분에 낙담하지 말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바꾼다면 큰 축복이 됩니다.
 
2. 수업을 충실히
 
스터디를 안 한다고 하면 다들 약간 놀라시더군요. 한 달인가 두 달 뒤집기 점검을 잠깐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냥 혼자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혼자가 아니라 은 선생님과 같이 한 것입니다. 매일 수업을 시작할 때, 바로 전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서 항상 복습 점검을 하시니까 그 때 열심히 참여하고, 시키면 가능한 통과하지 않고, 크리틱을 점검하면 충분했습니다. 저는 별다르게 수업 이외의 것을 하지도 않았고,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공부한 편입니다. 필사하라고 하셔서 계속 했고, LC 제일 중요하다고 하셔서 많이 했고, 연설문 계속 외우라고 하셔서 미국대통령주례연설을 외우고, 복습 꼭 하라고 하셔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실력이 많이 쌓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같은 수업이라 해도 대충 듣지 않고 열심히 들으면 훨씬 좋습니다.
 
* 감사의 말
 
차려진 밥상에서 밥을 먹었을 뿐이라는 수상 소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너무나 많은 분들이 마음을 써 주고 도와 주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공부 기간 동안 삶의 스파였던 수진 언니, 20년 지기 친구, 후배 지원이 그리고 아이팟 사용법 가르쳐준 민주와 후배 현진이, 일방적으로 한한 봉사해 준 착한 문희가 생각나네요. 이 지면을 통해 부족한 저를 질책과 칭찬과 격려로 이끌어 주신 은 선생님의 사랑에 감사 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유한내
 
 
 
[시작하며]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중국어를 전공한 국내파입니다. 영어 연수 경험은 없고, 대학교 4학년 때 휴학하고 미국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어로 통대 진학을 할까 하다가 취업을 하게 되었고, 화장품 회사에서 국제마케팅 일을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아는 선배가 회사에 다니다가 통대에 입학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합격수기를 읽으며 한영과 진학을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한중과로 하지 않았느냐' 하시는데, 그때마다 '영어를 좋아해요'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평생 하게 될 공부라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터디]
 
 
 
학원 홈페이지에서 파트너를 구해3 월부터 6월까지 일주일에 한번 1시간 정도 스터디를 했습니다. 파트너와 한한, 한영, 영한, 영영을 준비해와서 서로 해보는 연습이었는데, 통대 시험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부족한 실력이나마 실전이라 생각하고 대의 위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하실 때 파트너랑 편해지면 중간에 웃거나, '다시 할게요' 하거나, 컨디션 따라 대강 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생각으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시험 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L/C]
 
 
 
연초에 합격수기를 읽고 Podcast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에 iPod을 구입했습니다. ABC: Nightline과 NPR: Wait Wait Don't Tell Me 두 가지를 subscribe하여 출퇴근길이나 운동할 때 틈틈이 들으며 L/C감을 잃지 않는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1차 준비-한국어]
 
 
 
10월부터 타 학원 1차 모의고사 반을 수강했습니다. 전공이 중문과라서 한자는 별로 어렵지 않았고, 국어 점수는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시간 날 때 한자성어 기출문제를 한번씩 훑어보았고, 모의고사 본 것 중에서 틀린 것만 확실히 잡자는 생각으로 주로 많이 틀리던 국어 맞춤법 문제만 학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암기했습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 틀린 것은 다시는 틀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종종 시험준비 하실 때 공부할 것을 쌓아놓고 몰아서 하자는 생각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중에는 시간도 없고 초조해서 손에 잡히지 않으므로 그때그때 확실히 머리 속에 넣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1차 준비-영어]
 
 
 
시험 경향이 새로워지면서 LC 60문제와 RC 40문제로 바뀌었는데, 첫 모의고사는 충격적이었습니다. LC는 정신 없이 지나가고, RC는 모르는 단어 투성이고, 점수는 거의 반타작. 마지막에는 거의 매일 모의고사를 보는데, 끝나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잠시 보는 것 외에는 복습할 시간이 없어서, 점수도 제자리고 실력도 늘지 않는 것 같아 속이 상했습니다. 시험을 하나 더 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복습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최대한 시간 배분 등 실전 경험을 높이기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모의고사는 참석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LC는 처음에 문제 보기를 최대한 많이 보아두려고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보기를 읽지 않고 여백에 노트 테이킹을 해가며 지문 자체를 이해하고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보기 신경 쓰랴, 나오는 숫자들 신경 쓰랴 신경이 분산되면 이도 저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듣기는 '이해'가 우선이 된다는 것이 1차 LC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RC의 경우, 지문이 길고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지만, 보기에 나오는 단어를 몰라 지문의 내용을 이해했는데도 풀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수기를 읽고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Word Smart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단어집을 골라 꾸준히 암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모의고사에 나왔던 보기단어들만 정리해서 외웠습니다. 문법문제 역시 의외로 어려웠는데, 이 문제는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보고 오답을 잡아가는 부분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1차 시험]
 
 
 
저는 시험을 앞두고 내가 어느 정도 할지 대강 감을 잡는 편인데, 1차 시험에서는 당락이 간당간당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신 바짝 차리고 한 문제라도 더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LC까지는 침착하게 해나갔는데, LC 60문제를 끝내고 나니 RC 40문제의 한 지문당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첫 지문부터 어려워서 차근차근 읽었는데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야 하는 상황. 시간은 자꾸 가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옆에 앉은 남자 분은 일찌감치 풀고 엎드려 주무시기까지!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자꾸 붙잡아야 했습니다. 순서 상관없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면서 조금이라도 쉬워 보이는 지문부터 달려들었고, 한 문제라도 더 그럴듯하게 찍느라고(?)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문제가 워낙 많고 어려워서 그렇게 최선을 다한 한 두 문제 정도가 당락을 결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 끝나고 나서 주말에 쉬고 나니, 여름에 학원을 조금 다닌 것 외에 10월에 모의고사 준비한 것이 전부라, 번역과 에세이 시험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회사 다니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기출문제 위주로 한영, 영한 번역을 몇 개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한영 번역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까 봐 한영 자료 중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신용 불량' 등의 단어를 추려보았습니다.
 
 
 
[2차 시험- 번역/에세이]
 
 
 
한영과 영한 번역은 각각 신정아 학력위조 파문과 북핵 관련 회담이 나왔습니다. 영한은 무난히 처리하고, 한영의 경우 issue들을 정리할 때 신정아 사건을 빼먹은 것이 아쉬웠지만, 최대한 영어 표현이 반복되지 않고 '영어다운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어렵지 않은 주제여서 개요 짜는 데 시간을 충분히 투자한 후, 팔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써내려 갔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시험장에서 처음 써보는 것이었는데, 역시 한국어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개요를 짜고 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어휘가 부족해 풍성한 내용을 담지 못하겠더군요. 간결하게, 요지만 드러나도록 마무리했습니다.
 
 
 
[2차 시험- 통역]
 
토요일에 번역/에세이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시험용 정장을 준비하고, 수험표 패용용 명찰도 샀습니다. 스터디 한 지도 오래되었고, 학원에서도 모의고사 위주로 준비를 했던 터라, 영어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이 낯설게 느껴져서 합격 수기에 나온 기출문제 위주로 녹음기에 하나씩 녹음해서 실전이다 생각하고 거울을 보면서 바르게 앉아 한영/영한 연습을 몇 개씩 해보았습니다. 처음에 해보니 당황되어 내용이 기억도 안 나고 단어가 안 떠올라 pause가 많이 생기더군요. 시험 때는 최대한 간결하게, pause없이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애경 홀에 도착했습니다. 학원을 같이 다니신 분들끼리 서로 뒤집기도 하고 하시던데, 저는 아는 분이 없어서 혼자 단어 정리한 것을 읽었습니다. 오전 조 중 마지막 순서라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해서 먹을 것도 많이 싸갔는데 별로 먹히지가 않더군요. 2시간 반정도 기다리다가 드디어 호명이 되어 복도에서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교수님들이 많이 앉아 있어서 당황했습니다. 원래는 두루 eye contact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바로 앞에 계신 분만 쳐다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앞에 앉은 교수님께서 통대 시험은 처음인지 물어보셨고, 그렇다고 하니 긴장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여자 교수님께서 영한을 읽어 주셨습니다. 영한 내용은 황금 돼지해 중국 출산 붐이었습니다. '황금돼지'란 단어를 듣고 내용이 짐작이 가서 비교적 침착하게 들을 수 있었고, 영한이 자신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숫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용은 '황금돼지해라 중국에서 출산 붐이 일고 있다. 점술가 등에 의하면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신생아들은 복을 받고 태어난다고 한다. 중국은 1가정 1자녀 원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출산 붐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7년 상해 출산율은 00%로 이는 2006년에 비해 00% 높아진 수치이다' 정도였습니다.
 
 
 
한영은 남자교수님께서 읽어주셨는데, 남북한의 문화차이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남북한의 문화차이가 통일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어느 세대, 나라간에나 문화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관건은 서로의 문화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문화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통역하면서 몇몇 단어들은 아주 수준 낮은 단어가 튀어나왔지만, 개의치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들으면서 대의를 파악하고 기억하려고 했기 때문에, 통역을 마칠 때쯤 빠뜨린 문장이 하나 생각났는데, 오히려 사족이 되겠다 싶어 과감히 포기하고 서둘러 '이상입니다' 하고 마무리 했습니다.
 
 
 
영한과 한영 모두 학원 수업시간에 했던 것보다 내용이 짧고 어렵지 않았습니다. 언어를 전환하는 감이나 센스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큰소리로 시험에 임하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회사에 다니며 학원을 다니다 보니 나간 날보다 못나간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합격자 모임에 갔더니,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얼굴은 처음 본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러나 은천성 선생님 말씀처럼 공부는 '의지보다는 꾸준히 조금씩 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도 많이 하고, 자료도 많이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은 선생님 수업 꾸준히 듣고 수업 내용 복습만 열심히 하셔도 내공이 많이 쌓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합격이 아니라도, 공부한 만큼 실력이 쌓인다는 긍정적인 태도가 통대 준비라는 긴 여정에 필요할 것 같아요.
 
 
 
학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열어준 부모님, 삼재에 시달릴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오빠, 공부가 어렵다는 걸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 송이에게 감사하며 합격수기를 마칩니다.
 
 
 
 
 
 이정희
 
  
우선 한국외대통대에 입학하기까지 저를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신 부모님,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렵니다. 그리고 저를 가르쳐주신, 삶의 희망을 주는 격언들과 함께, 재미있고 알찬 강의를 제공하시는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 전합니다. 이번 합격소식에 환호해줬던, 그 동안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봐온 친구들과 지인들, 소중한 T,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저와 함께 스터디를 했던 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저는 학원 수강 기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수업공부에 관해서 간단히, 그리고 1, 2차의 시험 내용과 후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수업]
 
 
 
(듣기)
 
 
 
저는 예전에 통역대학원 준비과정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기회가 닿아서 한국외대통대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6월에 영어사랑(현재 청문어학원)에 나왔고, 외대통대준비반(주3회)을 처음 들었습니다. 영어뉴스에 대한 感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 7월에 실전통역(주2회)으로 수업을 바꾸고, 더불어 '입문청취'(주2회)를 등록해 듣기를 집중적으로 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듣고 받아 적은 내용은 이미 아는 것이라 하더라도 모든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했고, 될 수 있는 한, 달달 암기했습니다. 그렇게 3주정도 집중적으로 듣기를 공부하니 모든 수업시간의 듣기가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은 선생님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고 철저하게 공부하는 철학으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강의를 진행하시는 것을 다들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다른 듣기를 별도로 하지 않았고, 복습을 신청하고, 교재인 LC transcript 지문을 최대한 열심히 복습했습니다. 발표수업이 부담되면 입문청취반이나 시사청취반처럼 찬찬히 공부할 수 있는 수업들을 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듣기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네!'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7월에 입문청취반 내용이 익숙해지면서 인터넷으로 AP 뉴스도 잠깐이긴 하지만 조금씩 접했습니다.
 
 
 
(독해)
 
올해에는 따로 신문, 주간지를 본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6월, 외대통대반 수강을 할 때는 독해문제를 주어진 시간동안 풀 때, 최대한 빨리 답을 찾으려고 했었고, 수업 후에는 스스로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골라 따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또 듣기를 우선으로 복습하되, 시간여유가 더 있을 때는 단락전체를 외우기도 했습니다. 9, 10월에는 번역/에세이반에서 은 선생님이 직접 출제하신 영어 독해력 평가 약식 모의고사를 매시간 10문제씩 풀었습니다. 그 때도 주어진 시간 내(10문제에 10분)에 빨리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1분 남았을 땐 더 이상 문제를 풀면 안되고 빨리 마킹을 마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셔서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실제 시험에서는 아쉽게도 그렇게 못했습니다.
 
 
 
(한한과 뒤집기)
 
6월 수업 복습 스터디에서 한한을 이틀에 한 번 정도 했으나 다시 시작하는 공부다 보니 그것으로 부족한 것 같아 한한 스터디를 하나 더 해서 7월 한 달은 한한을 매일 30분 안팎으로 했습니다. 6월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 갑갑한 기분에다가, 7월부터 실전통역반을 들을 때 발표신청을 해놓고도 미대통령주례연설문 통역을 한 번 하고는, 메모리 스팬이 부족해서 더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한과 부시연설문 암기 확인을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 내용에 대한 이해력과 더불어 기억력도 좋아지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7월 중순부터인가 수업시간에 제자리에서 혼자 속으로 통역을 해보았는데, 그때 비로소 내용을 제대로 기억해서 막히지 않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7월 중순을 제외한 6월과 8월에는 일도 같이 해야했기 때문에 스터디를 많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7월말쯤인가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험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영한과 한영 영영 한한을 한꺼번에 하나씩 하는 스터디를 고나연씨와 했습니다. 특히 영영과 영한을 할 때, 해외파인 나연씨의 유창한 영어발음 덕택에 집중이 잘 됐습니다. 그러다가 8월에 공부와 일을 병행하느라 무리해서인지 9월 중순부터는 몸살을 앓게 되는 등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공부를 좀 쉬었습니다. 그러다 10월 중순부터 다시 공부하자니 외대 1차가 신경이 쓰여서 아쉽게도 2차를 위한 이 스터디는 그 이후로 못하게 됐습니다. 쉬다가 다시 공부하려니 메모리 스팬이 또 떨어져서 한한 스터디만 계속하고 덧붙여 한영, 영한은 조금씩만 했습니다.
 
 
 
(번역과 에세이)
 
 
 
9-10월에는 은 선생님의 토요일 번역/에세이 반을 들었습니다. 우선 수업이 주 1회 토요일 수업이고, 수업을 마친 뒤에 표현정리와 복습을 하면 토요일 오후를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 선생님은 한국어, 영어에세이를 꼼꼼히 첨삭해 주시고 알찬 조언도 곁들어 적어주시기에, 그 다음에는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받은 시험지들은 2차 번역 시험 전날에도 조금 보면서 시간배분은 어떻게 할지, 길이는 얼마나 길게 써야 하는지 그런 기본들을 다시 되새겼습니다. 결국 서론, 본론, 결론의 논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그리고 논리적으로 간단명료하게, 시간 안에 마치는 연습을 수업시간에 꾸준히 하면 시험장에서도 몸이 알아서 반응하게 됨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한국어 공부에 관해서는 아래 [1차 시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건강관리)
 
6월과, 7월 말에서 8월말까지 오전에는 일을 하면서, 오후부터 밤이 될 때까지 공부했는데, 제대로 몸을 쉬지 않아서인지, 9월 셋째 주부터 감기와 함께 몸살을 앓게됐습니다. 그리고 머리도 아프기 시작해서 10월 초가 지날 때까지 거의 한 달간 지친 몸과 마음에 충분한 휴식을 줬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집중해서 공부를 못하는 대신, 영작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도록 했습니다. 즉, 말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쓸 때 실수하는 부분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즐거운 일만 생각하고 부담스러운 시험 생각은 안 하면서 보냈습니다. 이 때는 쉬기로 작정한 만큼 정말 푹 쉬어 줬습니다. 너무 바쁘지 않으면 학원 근처나 집 근처에 헬스를 끊어서 간간이 몸을 움직여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프고 나서 10월초에 주위 분들 권유로 한약을 먹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이른바 '총명탕' 이었다는데요, 뇌 활동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체질에 맞춰 지어서 심신에 안정감도 주고 편안함을 많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아픈 이유는 체력이 딸려서 오는 문제라고 한의사께서 진단을 하시네요. 혈류가 머리까지 원활히 못 올라가서 오는 문제라고요.^^;
 
 
 
[1차 시험]
 
 
 
(한국어)
 
 
 
올해부터 영어시험 문항이 100개로 예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으나, 배점은 여전히 150점으로, 예년의 한 문항 당 3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어서, 영어 한 문제 당 점수가 1.5점입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30문제이긴 하나 총 50점 배점이고 이번 시험의 각 문항 옆에는 1점 혹은 2점으로 정확한 점수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한 문제에 2점이면 영어 하나 틀리는 것보다 감점이 더 큰 셈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차 시험에서 무엇보다 영어 실력이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한국어 시험도 얕잡아 생각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한영통역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모국어인 한국어이므로 당연히 열심히 준비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문장에서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한자 찾기, 한글 음에 맞는 한자 찾기로 산파(散播), 고무(鼓舞)등이 나왔었고, 속담에서 괄호 넣기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가게 기둥에 입춘' 속담의 의미를 물었던 질문 등은 1점이었던 것 같고, 총 5문항의 한국어 듣기(추가예산관련 연설문) 중 적어도 3문제는 '내용 중 가장 강조된 내용, 언급되지 않은 내용' 등으로 각 2점씩이었습니다. 한국어 듣기 중에는 필기를 못하게 되어 있는데, 그런 경우 지문이 나오는 동안 눈으로 선택 안을 보면서 어느 게 지금 나오는 내용이고, 또 어느 것이 어떤 내용인지 눈 도장 찍어가며 풀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듣기 시험은 예전에 쳐본 적이 거의 없지만, 별 실수 없이 풀 수 있었습니다. 읽기 지문 중에서 접속사를 찾는 문제는 2점이었는데, 전체 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면 답이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저는 한한 스터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한한 스터디를 꾸준히 함에 덧붙여 9월 추석 이후부터 서서히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0월에 포켓 사이즈의 한자성어와 한자단어 책을 사서 중요하다는 별표가 많이 그려진 것을 위주로 선별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계획했던 양만큼 충분히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주로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은 반복 학습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맞춤법 개정안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맞춤법, 두음법칙, 이번 시험에 나온 '던데 또는 던대' 또는 '오' 와 '요'의 구분처럼 우리가 많이 헷갈려 하고 틀리는 내용들이 다 수록되어 있으므로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험 한 주를 남겨두고는 그 동안 정리가 안 되거나 또 잊어버린 부분들 위주로 꼼꼼히 보고자 애썼습니다. 특히 관심 가는 부분, 정확한 한국어 구사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 등을 열심히 파고든다면 공부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본 시험에서 더 나은 점수를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1차 듣기)
 
원래 한국외대 시험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듣기에서는 시사 이슈가 그렇게 많이 다뤄지지는 않은 듯합니다. 속도는 원어민이 편하게 이야기하듯 읽어주는 정도였습니다. 영어는 보통속도로 읽더라도 언어 특성상 자체속도가 빠른 언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별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기독교 관련 문제(다빈치 코드가 포함된 내용)가 나오면서 글에서 언급된 소재 순으로 배열하는 문제가 있었고, 그다지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해리 포터'를 소재로 한 문제도 나왔습니다. 문제 자체를 어렵게 내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이야기했지만 답안 선택이 헷갈리게 문제를 내셨더군요. 뒤로 갈수록 조금 더 그랬던 것 같긴 한데, 그럴수록 더욱 듣기에만 집중하고 노트 테이킹은 거의 하지 않고, 들으면서 글 전체의 주제 및 화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를 생각했습니다. 답이 고민되는 부분 또는 집중력이 약해져서 성급하게 들었던 부분은 듣기 지문이 끝난 뒤 조금 시간을 내어서 되도록 주의에 주의를 더해서 마킹했습니다. 듣기에 비교적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꼬인 답안을 성급하게 선택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습니다. 올해 시험에서도 60문제에 대한 지문 거의 매 꼭지마다 True 찾기 문제가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고 대의를 잘 파악하시면 전체 글에 대해 맞는 선택 안을 고르기가 쉬울 것입니다. 영어 듣기문제에서는 주제 찾기 능력, 영어 사운드에 대한 친숙도, 글에 대한 분석력, 배경지식(예를 들어 환경에 관한 문제들) 등이 도움을 줬던 것 같습니다.
 
 
 
(1차 독해)
 
 
 
시험장에서 적응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많이 급해지므로 평소에 시간을 내서 문제를 많이 푸시고 자신만의 전략을 개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너무 조심하는 나머지 듣기 마킹을 못한 게 많아서 독해시험이 시작되었을 때도 한 5-6분간은 듣기로 돌아가서 마킹을 신중을 더해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해 시험 두 passage 정도를 풀었는데 시간이 한 15-20분 정도 밖에 안 남은 것 같았습니다. 그 때부터는 정말 자신 있게 풀 수 있는 정도의 문제들을 먼저 풀었습니다. Paraphrasing은 선택 안들이 뚜렷이 다를 정도로 쉬었습니다. 밑줄 메우기도 있었는데, 저는 지문을 다 안 읽어봐도 풀 수 있는 이런 종류의 문제를 먼저 풀고, 나머지 문제들도 그런 식으로 골라가면서 풀었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풀다가 한 문항 마킹을 잘못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모자라서 종 치기 30초 전까지도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남은 지문 2개 정도는 다 같은 번호로 통일해서 종을 친 후에도 마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다 한 걸로 알고 손을 놓은 뒤 시험지를 거둬 가시길 기다렸는데, 눈으로 쭉 보다 보니 빈칸으로 남은 게 무려 '몇 개'씩 이나 보여서 선택 안도 못 보고 느낌이 가는 대로 찍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조금 있다가 감독관들이 오셔서 문제지와 답지를 거둬 가셨습니다. 어느 여자 분은 마킹을 거의 안 하고 있다가 답지 걷기 전에서야 마킹을 시작하신 것 같은데, 걷어가려는 감독관께 배짱 두둑하게 '마킹은 해야될 거 아니에요!'라고 하셨는데요, 단호해 보이시던 그 나이든 여자 감독관님, 굉장히 기분 나빠하고 싫어하셨습니다. 그 분이 결국 답안지를 내셨는지 못 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킹은 시간 내에 꼭 하시고요, 혹시라도 몇 개 못하셨다면, 배짱으로만 밀어 부치기보다는 감독관의 인상이나 분위기에 맞춰야겠습니다. 저도 하마터면 최후의 몇 문제를 찍기 마킹 조차 못하고 낼 뻔했습니다. --; 꼼꼼히 문제를 푼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문제를 조금 적게 푼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1차를 붙게 된 것은 답안 선택의 정확도가 높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많이 풀어서 확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몇 문제 적게 풀어도 제대로 푼다는 생각으로 하시든지, 이에 관해서는 본인의 실력과 판단에 맞춰서 결정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번역과 에세이)
 
대부분 2차 필기 시험은 변별력이 별로 없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래도 시험이니까, 무엇보다도 검토할 시간 5분씩은 꼭 남겨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번역이나 영어 에세이를 쓸 때는 안 그랬는데, 한국어 에세이를 쓸 때는 하다 보니 길이가 길어져서 검토를 반 만하고 내야 했습니다. 번역 1시간, 에세이는 언어별 30분씩입니다. 에세이는 언어별로 따로 시간을 정확히 재면서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한번역은 한국계 미국인이자 국무부 관리로 북핵 문제를 다룬 적이 있는 Victor Cha의 글로서, 중앙일보에서는 이 글의 앞부분 한역 번역물을 8월인가에 실었고, 저는 인터넷 서핑하다가 우연히 눈으로 슬쩍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이 분이 그런 글을 썼다고 했었지…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길이가 길어도 편안히 시험 봤습니다. 수업시간에 번역을 제 시간에 마쳐본 적이 없는 듯해서, 되도록 손으로 한 문장을 번역하고, 눈으로는 그 다음 문장을 보는 식으로 시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한이 한영에 비해 길이가 긴 대신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고 할 수 있고, 한영번역은 한국식 표현 및 그 표현의 모호함을 잘 살리는지를 보려는 시험 같았고, 길이는 짧았습니다만, 문맥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어이없는 실수를 안 할 수 있게 나왔습니다. '신정아 사건'을 통해 본 언론, 학계 등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 에세이였고, 예를 들어, 한자 없이 '양식'이 원문에 등장하면 이게 형태를 말하는 양식인지, 양심과 교양을 의미하는 양식인지 등을 문맥을 통해 이해하셔야 합니다. 검토할 시간은 꼭! 남겨두셔야 되고요, 시간 땡 하면 두 분의 감독관이 냉큼!! 걷어 가십니다. 한국어 에세이 주제는 "과학에는 국적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는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논하라'였고, 영어 에세이는 "최근 방한한 미 하버드 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 '대학은 목수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인간으로 키우는 곳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한국적 교육상황에 비춰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은 아니었으나, 한국어 에세이에서 '논하라'라는 말이 심히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들리긴 했습니다.
 
 
 
(인터뷰)
 
 
 
* 영한
 
 
 
번역과 에세이 시험이 총 50점 만점이라면 통역은 총 100점 만점입니다. 점수 배점이 두 배인 것이죠. 마음은 정말 편안히 가졌지만 애경홀에 있다보니 어딘가 긴장의 날이 선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무리해서 잘하려고 하지 말자'라고 되뇌었습니다. 제 실력은 이미 정해진 것이니 괜히 불필요하게 떨 이유가 없다고 담담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현재실력 점검한다는 기분으로 시험을 봤습니다.
 
 
 
이미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인지 문을 열자 말자 마음이 아주 편해졌고, 들어가서는 '안녕하세요'라고 편하게 그리고 부담 없이 인사 드렸습니다. 교수님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습니다. 곽중철 교수님께서 제 번호를 확인하시기에 그렇다고 말씀 드렸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하시고는 제가 나온 학교에 제가 졸업한 과가 언제 처음 생겼었는지, 그리고 이전에 시험을 친 적이 있는지도 물으셨고, 처음이라고 하자, 시험치는 순서(영어->한국어, 한국어->영어)까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외국인 여자 교수님께서 신사임당이 5만원 권 지폐인물로 결정됐는데, 그 소식을 들었냐고 하시기에, '그런 것 같다고'만 대답 드렸습니다. '신사임당'과 '새 지폐'정도만이 제가 알고 있던 내용이었습니다. 다시 '그런 것 같다니??'라고 질문하셨는데, 저는 그에 대한 대답은 드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었습니다. 제가 급한 성격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고, 평정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몇 초 후 영한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은행에서 새로운 5만원 권 지폐 도안의 인물로 신사임당을 선정했습니다. 이 새 지폐는 2009년 상반기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여성이 화폐의 인물로 결정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입니다만, 여성계에서는 이 결정이 한국사회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인해준다는 반응입니다. 신사임당은 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서화와 서예에 능한 여성이었습니다. 한국은행 측은 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사회활동참여를 권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만, 여성계는 여성에 대해 집에서 아기나 보고 가사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킨다면서 이번 결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험문제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 여자 교수님의 목소리가 결코 크진 않았던 것 같고, 으레 그렇듯이, 시험장이라서 그런지 체감속도는 '조금 빠르다'하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한국 뉴스를 영문으로 바꾼 후, 그걸 다시 한국어로 바꿀 때, 문구대로 그대로 직역하듯 해석하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들을 때는 머릿속으로 전체 글의 구조를 분석해 봤고, 또 핵심을 파악한다는 기분으로 들었습니다. 지문이 끝나자마자 pause없이 한국어로 좀 빠르게 옮겼고 거의 빠뜨리지 않고 했습니다. 그런데 좀 빠르게 하다보니 기억에는 'confirm'이 남아있는데도, '강화'로 조금 잘못 나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나머지도 그냥 편한 마음으로 했습니다. 통역이 끝날 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는데, 불현듯 빠뜨린 짧은 아이디어 하나가 생각이 나서 pause없이 곧 바로 덧붙이고 마쳤습니다. 그렇게 마치고 나니 왼쪽 두 번 째에 앉아 계시던 정연일 교수님께서 '마지막 문장은 나중에 생각이 났나 보죠?'라고 저를 찬찬히 바라보시면서 물으시는데 저는 그냥 '잔잔히' 웃고만 있었습니다. pause가 길다가 마지막 문장을 말했더라면 좀 민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나마 이음새 없이 문장을 이어 말해서 점수를 조금 더 주시려나… 그런 희망을 가져보면서…^^;
 
 
 
* 한영
 
 
 
시험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얼마 동안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 시사IN을 샀는데, 그 안에 그 날 오후에 친 제 시험문제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실은 부담스러워 제대로 읽지도 못하다가 합격자 발표가 나고 다시 찬찬히 봤습니다.^^
 
 
 
"나는 우리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세계사 교과서가 참 염려스럽다. 그 교과서들이 서구중심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은 '확장, 진출, 팽창'으로 기록되고, 이슬람 또는 쿠르드의 전쟁은 '침략, 침입, 약탈'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의 역사기록에서도 중국 중심의 역사 기술이 눈에 띈다. 우리 교과서는 농경민은 문명인으로, 유목민을 미개한 종족으로 구분한다. 이런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이 염려되는 이유는 그들이 자라서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과서의 기술이 좀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11월 첫째 주 시사IN 속의 출판전문가 칼럼을 바탕으로 앞뒤로 아이디어를 덧 붙였음.)
 
 
 
영한에 이어 정연일 교수님께서 '고등학교 때 세계사 공부 해봤죠?'라고 질문 하셨습니다. '네'라고 대답 드렸더니 바로 그 내용이라면서 한국어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만 천천히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때론 '이슬람'부분엔 더욱 강조해서 정성스럽게 읽어주셨으나, 저는 갑자기 평상시 거의 써 본 적도 없는 '약탈'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해서 조금 당황했는데, 그 다음부터 '시험이 왜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 영한을 무리 없게 하고 나서라 그런지 집중이 잘 안 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이해하고 뭐라고 그랬는지 기억할 수 없으리만큼(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였겠죠!!^^) 그냥 이해하고 들었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주제 위주로 이야기했습니다. 목소리는 전혀 떨지 않았고 크고 안정된 것 같았고, eye contact도 두루 자연스럽게 한 것 같습니다. '자, 제가 여기 중요하게 설명 드릴게 있습니다, 저를 보아주세요!' 이런 자세였던 것 같네요. 정확하게 못한 것 같다고 판단하지만, 마치고 나니 정연일 교수님께서는 빈말일지도 모르는데 '수고했어요. 잘했어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시험을 치고 나서]
 
(1) 1, 2차 시험을 모두 치고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최대한 시험장과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경험하거나 혹은 시험장 시험 내용보다는 조금 더 까다로운 내용으로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실제 시험에서는 훨씬 편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시험준비는 안하고 공부 자체에만 열중한 편이었는데, 대비만 좀 더 철저히 했다면 충분히 더 잘 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기출문제를 꼭 꼼꼼히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답을 어떻게 꼬아서 안 보이게 문제를 내시는지도 확인이 되고 정답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보일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시험대비의 요령도 생길 것 같고, 입시 문제에 익숙하게 되실 겁니다. 무엇보다도 영어든 한국어든 다른 그 어떤 문제보다 기출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제 파트너 나연씨가 작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으로 반드시! 꼭! 풀어봐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도 정작 저는 기출문제를 조금 풀어 본 정도였습니다. 기출문제를 되도록 많이 풀어보고 분석하셔서 좋은 결과를 내시길 바랍니다.
 
 
 
(2) 외대 2차 시험안내문을 보면 '인터뷰(interview)' 일정이라고 나옵니다. 사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2차 시험은 정말 면대면의 '인터뷰'입니다. 물론 이 인터뷰에서 '뒤집기'를 잘하면 잘할수록 좋긴 하나, 정말 잘하는 통역 그 자체를 찾으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통역사의 비판적인 사고, 논리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크게 강조하시던데, 1차, 2차 시험이라는 긴장된 상황에서 이해력과 더불어 분석력, 논리력도 시험하시는 듯 합니다.
 
 
 
(3) 이번 시험을 치르고 나니 주변에 합격하신 분들과 안타깝게 실패하신 분들 간에 공통된 차이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선 1차 및 2차까지 되신 분들은 1차 시험 당일까지도 별다른 동요 없이 묵묵히 공부하신 분들인 것 같습니다. 엇비슷한 실력이라면 이런 분들이 합격 확률이 높으신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이번에 운이 안 따라주신 분 들 중에 평소 충분히 잘 하시는데도 너무 걱정을 하고, 자신감을 잃은 모습, 불안한 마음을 끝까지 시험장에까지 갖고 가신 분들을 주위에서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꼭 되어야 해(긍정적으로만 작용하면 좋겠지만,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작년에 2차에서 떨어지고, 난 정말 뭔가... 난 인터뷰 통역이 안 되나봐(2차까지 갔다니, 난 정말 대단해... 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훨씬 나으실 것 같습니다. 이 경우, 문제파악을 하고, 개선 노력만 하면 됩니다.)
 
 
 
정말 적지 않은 기간동안 정직하게 공부해서 얻고 쌓은 실력이라면, 시험이 다가올 때는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고, 한층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유를 스스로 가져야겠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대로, 질적인 공부를 차근차근 잘 따라 하시고, 늘 자기 페이스대로 가고, 마지막 순간까지 어디 약한 부분은 없나 두루두루 살피면서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면 이 시험은 반드시 될 시험입니다. 저는 새롭게 공부를 하기 위해 은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6월에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던 'Complacency is the enemy of success.'라는 오늘의 금언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외대에 들어가서도 긍정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학습, 이곳에서 얻은 소중한 배움 등을 잊지 않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효선
 
  
 
이 글을 읽기 전에 여전히 실력 부족으로 고생중인 '운 좋은' 합격자의 글임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년 전 봄입니다. 두 번의 휴학으로 2년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통역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영어 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 영어, 한국어를 비롯한 언어 전반에 관심이 있던 터라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6년]
 
통대 준비를 하기 위해 맨 처음 등록한 수업은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반이었습니다. 그 전부터 방학 때면 꾸준히 듣던 수업이었고, 그동안 다른 언어에 잠시 미쳐 서 1년 넘게 손을 놓았던 영어의 감을 되찾기 위해 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4월부터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 종합반을 들으며 본격적인 통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7월부터는 타 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전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와 한한, 문장구역 스터디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06년 한해는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1) 처음 시험을 보니까 1차라도 붙으면 다행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에서도 떨어졌습니다.
2) 수업 시간에 받은 자료를 복습할 때 유용한 단어/표현별로 정리하는데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들였습니다. 문단을 한꺼번에 외워서 입으로 술술 나오도록 하는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3) 남들이 다 보는 이코노미스트를 읽고, 남들이 다 하는 스터디를 하면 "언젠가는 붙겠지"라는 생각만 했지 내 수준을 파악하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2007년]
 
2007년 초 겨울방학에만 개설된 왕초보반(지금의 길라잡이반)을 들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졌습니다. 무엇보다 기초를 강조하시는 은 선생님의 조언을 실천하겠다고 마음먹고 다음 세 가지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1) 필사
2) 메모리 스팬과 한국어 구사력 향상을 위한 한한연습
3) 공부자료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일 것
 
스터디를 시작한 것은 5월쯤입니다. 두 분의 스터디 파트너를 구했습니다. 한한연습과 수업자료 외우기만 했습니다. 두 분과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한한을 하루에 두 번 하는 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메모리 스팬이 빨리 늘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자료를 2-3일의 간격을 두고 두 번 외워서 두 분에게 확인 받았습니다. 공부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기 위해 택한 조금은 미련한 방법이었지만 그 때 두 번씩 외운 표현들이 지금도 급할 때면 무심코 튀어나오곤 해서 이 방법이 주효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시험을 10주정도 남겨놓고 다른 친구와 한영, 영한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뒤집기 할 때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실수를 다시 들으며 잡을 수 있고, 본인은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발생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난생 처음 하는 뒤집기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초기에는 그 동안 늘렸던 메모리 스팬이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막히기 일쑤였지만 몇 주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뒤집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뒤집기는 익숙해지는 연습일 뿐이지 결코 실력이 느는 연습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번역과 에세이였습니다. 워낙 덤벙대는 성격이라 단/복수, 관사는 물론 철자까지 틀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말할 때는 얼렁뚱땅 감춰지던 허점들이 글로 쓰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월부터 서정아 선생님의 입문 영작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수업을 듣던 날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이제까지 뭘 배웠나 할 정도로 많이 헤맸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몇 주 동안은 수업을 마치고 나면 말 그대로 녹초가 되곤 했지만,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한영번역 영어원문을 필사하면서 또 입으로 외우면서 익혀나갔습니다. 문어 표현과 구어 표현을 분별하는 법도 배워나갔습니다. 3개월쯤 수업을 들으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그 시간동안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7월부터는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 번역반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꼼꼼한 첨삭이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문제였습니다.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았고 한참동안 에세이 때문에 막막했습니다. 사실 시험 직전인 10월까지도 그 상태였습니다. 필사에 차츰 소홀해지다 보니 그게 에세이실력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습니다. 필사로 실력이 느는 것은 더디지만 그 결과는 정말 정직합니다.
 
그 동안 서 선생님 수업과 은 선생님의 실전통역반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앞에 나가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눅이 들었고, 워낙 자신감이 없는 탓에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발표는 안 해도 수업자료 복습은 반드시 했습니다.
 
(1차 시험)
 
단 한번도 토익, 토플 등 공인영어능력시험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1차 시험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험 1주일을 남겨 놓고 TEPS 모의고사 읽기 문제 40개를 40분 동안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제 시간 안에 항상 35-36개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실전 때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어설프게 40문제를 다 풀기보다는 제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35개 문제의 정답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5일 동안 해 보니 정답률이 조금씩 높아졌습니다.
 
시험을 보고 나와서 분명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어 독해부분을 워낙 엉망으로 풀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서 지문은 보지도 못하고 4지 선다 답안만 읽고 찍은 문제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1차에 붙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듣기문제에서 점수를 만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확인할 길이 없으니 영원한 미스터리입니다.
 
(2차 시험)
 
번역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답을 쓸 수 있었습니다. 영어 에세이 문제는 평소 연습하던 찬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목적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문제였습니다.
 
통역시험은 일요일 오후 끝에서 두 번째로 치렀습니다. No filler, No pause, No backtrack을 되뇌며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대기 중에는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영한지문을 먼저 읽어주셨습니다.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한국형 입시 학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지문을 읽으신 교수님 쪽을 바라보고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문장을 일일이 통역하진 못하고 통째로 요약하듯 통역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 제가 한한연습을 할 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대의를 완성하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해 준 적이 있는데 영한 통역 때도 그 습관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의외로 떨리지 않았고 목소리도 컸습니다. 한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끄덕 해 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문제는 한영통역이었습니다. 한국의 짝퉁 상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지문을 읽어주신 교수님께서 지적 재산권과 짝퉁이 영어로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짝퉁은 'fake'와 'knock-off'라고 대답했고, 이 두 가지 단어를 병행해가면서 통역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knock-off'를 'knockout'이라고 말해버렸나 봅니다. 기억나는 문장 몇 개만 통역하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려는데 문 쪽에 앉아 계시던 외국인 여 교수님이 웃으시면서 "knockout은 보면 쓰러질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를 이를 때 쓰는 말이에요. 그냥 참고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갑작스레 당황하면 엉뚱해지는 저는 썰렁한 유머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Like me?"라고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나는 그 망언 때문에라도 떨어졌을 거다.'라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눈물의 1주일을 보냈습니다.
 
어쨌든 합격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더 큽니다. 작년 한 해는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댔지만 올해는 기본에 충실한 결과 그나마 이런 실력 향상을 보인 것 같습니다. 통대 준비를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영어사랑(현 청문어학원)에서 진짜 영어, 꼼꼼함, 겸손 그리고 인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코 이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 영어가 자라는 걸 인내하고 지켜봐 준 스터디 파트너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통역과]
 
 
 
 권현진
 
 
 
[이대 통역과 선택 계기]
 
외대와 이대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은 몇 달을 두고 고민할 만큼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은 시험유형을 중점에 두고 어느 곳이 더 유리할지를 보라고 하셨지만, 그 판단도 잘 서지 않았습니다. 수 만가지 장단점을 생각했지만, 결국 어느 시험이 더 의미 있는 실력향상과 연결될 것 인지와 집과 학교간 거리를 염두에 두고 이대를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쉽고 명확하면서도 정확한 영어로, 논리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훈련이 외대의 듣기, 독해 객관식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 더 의미 있고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통역과 번역 사이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통역과 번역 모두에 매력을 느꼈고, 제 적성과 희망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봐도 딱히 한 가지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통역을 전공해도 번역을 함께 해야할 일이 많겠지만, 번역이 제 길이라면 학교에서 제대로 번역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몇 달간 통역수업을 들으면서 공부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자 번역을 도피처로 삼고자 하는 불순한 마음에 일부 기인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통역을 전공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 문제로 은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을 때 선생님께선 조급할 것 없이 좀 더 공부를 하면서 나중에 결정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시 보다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은 앞으로도 원하면 얼마든지 노력해 번역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공부방법]
 
저는 외고 영어과 및 대학 영문과 졸업, 1년 어학연수, 2년 직장생활 시 기본적 영어 사용 정도의 경험이 있지만, 이런 이력이 공부에 결정적이랄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영어의 기초가 쌓였을 정도의 교육과 경험이긴 했지만, 별다른 배경 없이 처음부터 시작해서 순수하게 본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실력 있는 통/번역사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공부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마음, 기초실력부터 다시 쌓아 가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1. 수업 복습 : 제 공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수업복습이었습니다. 이는 은 선생님이 크게 강조하시는 바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내용 중 듣기 부분은 각자 반복적으로 들으며 따라하고 외우는 방법으로 복습하고, 한영통역 부분은 암기하여 각자의 스터디 파트너와 점검하는 식으로 공부합니다. 반복하고 암기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복습의 목표이자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꼼꼼히 시간을 들여 사전을 찾아보고 중요 표현을 정리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2월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하여, 초기 몇 달간은 지나치게 꼼꼼하게 복습을 해서 하루 수업 분량 복습에 10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아무 때나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의 단어가 아니다 싶으면 영영/한영사전에서 하나하나 찾아 따로 노트에 정리하고, 관련 숙어나 표현, 예문, 반대어 등을 같이 정리하는 식이었습니다. 이 방법이 이상적일 지는 몰라도 공부가 단어 중심적이며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들고, 들어간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좀 더 많이 듣고 따라하고 외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처음 3-4달 가량은 수업내용 복습이 영어 공부의 전부였습니다. 복습만 해도 내용이나 분량이 벅차서 다른 공부를 추가로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수업복습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혼자 또는 스터디 파트너와 수업 외에 별도의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2. 스터디 : 스터디 자체가 실력 향상이나 합격을 보장하거나 또는 그를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기에, 스터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수업복습과 한한/영영요약 스터디는 꼭 권하고 싶습니다. 수업복습은 아무래도 스터디를 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이 모르는 채 틀리고 지나치는 부분이나 은연중에 나오는 나쁜 습관 등을 스파가 짚어낼 수 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미 대통령 연설문을 예습해오게 하시는데, 이 또한 스파가 있으면 거르지 않고 보다 열심히 외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한/영영 스터디는, 저 같은 경우 5-6월경 시작하여 시험 직전인 10월 말까지 계속하였습니다. 여러 한글신문의 사설과 Dear Abby가 교재였습니다. 한한은 기본적인 메모리 스팬 확장 및 글의 논지를 파악하여 논리적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한국어를 매끄럽게 다듬는 데 효과적이고, 영영은 쉽고 명확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께서도 계속 강조하신 바이지만, 특히 말로 하는 요약의 경우 Dear Abby와 같은 쉽고 일상적인 글들로 연습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영문기사나 다른 종류의 어려운 글들은 실력과 여유가 된다면 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고, 실력이 부족할 경우엔 아무리 해봐야 표현 등이 부정확하고 문법이 깨지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 8-9월경엔 영한 스터디와 주제별 표현 정리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4명 정도의 인원이 각자 주제/분야별로 쉽고 일반적인, 꼭 알고 있어야 할 단어나 표현을 정리하여 자료를 공유하고 암기하였습니다. 전 한영 뒤집기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발표에 대한 부담이 워낙 커서 수업시간에도 앞에 나가길 꺼렸고,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뒤집기는 실력 향상과는 큰 관계가 없고 다만 다른 사람 앞에서 통역해 보는 연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10월 들어 혼자 몇 번 연습해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덕분에 시험 때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뒤집기 스터디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9-10월 두 달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듣기/필사 : 듣기는 일차적으로 이대 통역반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이 외에 처음 몇 달간 은 선생님의 시사청취반을 수강했습니다. 이 수업의 가장 좋은 점은, 선생님께서 복습을 철저하게 시키신다는 것과 주제별로 관련 지식을 쌓음과 동시에 주요 단어 및 표현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각종 리스닝 자료를 다운받아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무료로 i-Tune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미국에서 TV/라디오 등으로 방송되는 각종 듣기 자료를 원하는 대로 골라 다운받아 들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주로 CNN 자료를 다루시기 때문에 전 뉴스 자료는 NBC, ABC 등을, 이 외에 Grammar Girl이나 과학, 역사 등의 주제를 다루는 내용을 다운받아 MP3에 저장해 놓고 수시로 반복해 들으며 띄엄띄엄 따라하기도 하고 표현도 정리하였습니다. 각종 파일공유사이트에 올라오는 오디오 북 등으로도 재밌고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필사는 사소한 혹은 중대한 단어/문법적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에 대한 감을 익히는 데 매우 유용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필사한 글은 그 표현이나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서로 다른 주제의 다양한 글을 필사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것 외에 여러 주제 및 내용 별 표현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전 주로 New York Times, Guardian, Newsweek의 짤막하고 쉬운 기사를 필사하였습니다. 필사는 이대 1차 시험인 에세이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위의 여러 장점 외에도, 베끼는 가운데 글을 쓰는 연습을 계속 하면서 에세이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은 대비는,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필사를 계속하고, 시험 전 몇 달간 수업 시간에 매주 한 번씩 200자, 400자를 쓰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시험]
 
1차 시험 주제는, TV 시청자들이 강제적으로 일률적인 시청료를 내야 하는데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강제적 징수를 정당화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지도 않는,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 채널들에 대해서도 돈을 낸다는 게 부당하지 않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평소 에세이를 쓰는 데 있어 강조하신 바가 서론-결론-본론 순으로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글에 보다 통일성을 부여하고, 논지의 방향이 중간에 엉뚱한 곳으로 새거나 논리가 약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 그래도 시청료를 내야한다는 의견이었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 발전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며, 시청료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의 액수가 결코 아니고 반대급부로 얻는 것이 그보다 크며, 다양한 프로그램은 다양한 욕구를 지닌 시청자들을 위해 각기 기여하기에 의미가 있다는 내용을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쉬운 영어로 전개했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 60분간 400자를 쓰고 검토하는 훈련을 했으나, 막상 시험 땐 70분의 시간에도 불구, 긴장되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5분 가량은 꼼꼼히 한 번 점검하는 데 투자 할 수 있었습니다.
 
2차 시험은 녹음하는 분 외에 3명의 교수님들 앞에서 진행되었는데,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았고, 긴장을 풀게 하려고 간단한 일상적인 질문들을 해주셨습니다. 한영통역은,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주제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 한 아이당 노트북 한 대를 지급하고자 하는 구상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책을 주고 읽게 하는 것보다 많은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이란 내용이었습니다. 비교적 평이한 내용과 표현들이었으나, 긴장한 탓에 세세히 기억할 수가 없어 아이디어 흐름을 잡아 전개하면서 몇 가지 세부사항을 추가하는 식으로 통역하였습니다. 영한통역은, 미국 교외지역을 지나치게 개발함에 따르는 주민들의 불만(교통, 오염, 범죄 등)과 그러한 개발의 배경(정부 보조금 등 정부시책, 빠른 인구성장 등) 등이 나왔습니다. 지문이 예상보다 길어 뒷부분은 멍하게 많이 흘려보냈습니다. 속으론 무척 걱정되고 떨렸으나, 겉으로는 기억나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짧게나마 차분하게 또박또박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선배들이 했던 것들을 참고한 것이 일부, 대부분은 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방법들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구심을 갖지 말고 가능한 그대로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은 공부습관을 들이고 방법을 익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혼자 많이 막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공부방법을 알아가고 사람들도 사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파들을 만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지고 효과적인 스터디도 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엔, 매 수업 전에 익히는 오늘의 금언들을 되새기며 힘을 얻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 선생님 말씀에 대한 신뢰, 무리하여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의 마음과 생활, 공부습관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방법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좋은 방법을 습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평생 지속될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과, 곁에서 함께 노력하며 힘을 주고 도움을 준 스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아영
 
 
 
[1] 1차 에세이 시험 및 준비
 
1차 에세이 시험의 핵심은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풀어내는 데 있다기보다 어떤 주제가 주어지든 간에 이를 "검증된 영어, 즉 틀리지 않는 영어"로 풀어내는데 있습니다. 이는 은천성 선생님께서 에세이 수업 내내 "강조, 또 강조"하시는 바이지만,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하여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대로 새겨듣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작년 1차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버려야할 자기 식의 영어'와 '검증된 원어민의 영어'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제 생각을 풀어내는 데만 급급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7월부터 은 선생님 이대통역반 수업의 매주 에세이 모의고사 시간을 통해서 어떤 주제가 나오든지 '무난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연습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 주제는 항상 어떤 이슈에 대하여 자신의 찬/반 입장 및 논거를 제시하라는 식으로 주어지므로, 항상 서론에서는 찬성의 경우에는 'I agree that...' 반대의 경우에는 'I am against the argument that...' 등으로 쓰겠다고 정해두는 식입니다.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두 부분에서 만이라도 이런 '틀'을 미리 정해두면, 시험 당일 다소 생소한 주제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비록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영어로 '제대로' 써낼 자신이 없으면 과감히 버렸습니다.
 
금년 1차 에세이 주제는 '공영방송의 시청료 징수에 대한 찬반'이었습니다. 썩 잘 썼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평소 학원 모의고사 때와 비슷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다만 평소 학원 모의고사 시에는 은 선생님으로부터 늘 '철자, 문법 오류 검토 요망!'이라는 코멘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론까지 쓰고 나면 도저히 검토할 시간이 남지 않아 그냥 답안지를 내곤 했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서 비교적 여유 있게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 때는 은 선생님께서 일부러 시험시간을 실제 시험시간 보다 10분 정도 덜 주시는데, 그런 조건 하에서 연습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2] 2차 구술시험 및 준비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2차 구술시험과 관련해서는 기억나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예년 합격수기를 보면 대부분의 합격자들이 시험 후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 날의 시험문제를 생생하게 기억해내는 걸 보면서 감탄하곤 했었는데, 저는 그 날 교수님의 표정이 어땠었는지, 제가 아이컨택트를 하긴 했었는지, 심지어 교수님께서 읽어주신 텍스트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도 거의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더더욱 기억이 안 납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막 뱉고 시험장에서 도망치듯 나와버린 기억 밖에 나질 않아 사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내내 무척이나 괴로웠습니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당황한 상황에서는, 영어가 머리를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본능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입에 익은 표현'이 아닌, '눈으로만 봐둔 표현, 머리로만 익혀둔 표현'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2차 구술시험을 보면서 절감했습니다. 2차 시험 역시 시험장에서 된통 당해보고 나서야 은 선생님께서 평소 '쉬운 영어' '군더더기 없는 영어'를 "강조, 또 강조"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합격을 하긴 했지만, 저 역시 앞으로 공부를 할 때 항상 명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 그 밖의 공부방법
 
은 선생님의 이대통역반 수강 외에 별도의 스터디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원에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분들을 보면서 가끔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스터디를 하지 않은 덕분에 수업에 보다 충실할 수 있었던 이점도 있었습니다.
 
1) 저는 누군가의 크리틱을 받으며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수업 시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호명하실 때마다 거의 '통과'를 외치지 않고 나가서 발표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통과'를 하고 나면 다시는 앞에 나가서 발표할 용기가 생길 것 같지 않아서 저 스스로와 한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발표했던 부분은 강의파일로 반드시 다시 확인했습니다. '통과'를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앞에 나가서 정말 형편없는 발표를 하고 들어온 날은 강의파일로 그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정말 고문이기도 했지만, 공부하는 동안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2) 필사노트 자체가 시험에 임박해서는 유용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필사를 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그날그날 눈에 띄는 기사를 아무 것이나 골라서 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언젠가 수업시간에 필사자료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만 고르지 말고, 다양하게 고르라고 말씀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정치/경제/환경/과학,기술/문화 등으로 대략적이나마 분야를 나누어 매일매일 다른 분야에서 필사자료를 골랐습니다. 시험에 임박해서 은 선생님께서 추천하시는 공부 방법 중의 하나가 분야별 관련 어휘 브레인스토밍인데, 저는 스터디 파트너가 따로 없어서 아무래도 혼자 하기에는 힘에 벅차서 며칠 하다가 그만 두었는데, 그 때 필사노트가 좋은 대안이 되었습니다. 저는 1차, 2차 시험장에 갈 때도 다른 자료는 다 집에 두고 필사 노트만 들고 가서 시험 전 대기하는 동안 봤습니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도 수시로 점검할 수 있고, 시험 준비 기간동안에 매일 매일 노력한 흔적이 묻어 있는 노트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많은 위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박선화
 
 
 
(저의 경우, 올 해 운이 좋아 이대와 서울외대를 동시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제 수기가 두서 없지만, 통대 준비를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작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통대 지원동기와 준비기간
 
 
 
학부 때 영문학을 전공하고 호주에 1년 정도 어학연수 다녀온 순수 국내파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운이 좋게 졸업 후 외국계 대기업에서 in-house 통역사로 취직해, 6년 정도 근무한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통역의 '통'자도 모르고 시작해서, 문화적인 차이나 표현의 뉘앙스, 엄청난 terminology로 고생을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요령도 생기고 통역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실무에서 통역도 배우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하고 '통대 안가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일하면서 통대출신 통역사분들과도 함께 오래 일도 해보고, 나름 통역 노하우가 생기면서 더 큰 욕심도 생기고, 사실 '비통대출신'이라는 'glass ceiling'도 현업에서 경험한 저로서는, 장기적으로 전문성과 qualification을 지니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기계발 차원에서 최근 2년 정도는 거의 매달 퇴근 후 통역학원을 다녔구요,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는 작년(2007년) 5월에 퇴직 후 5개월간 본격적으로 입시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장인이라면 퇴사 후 본격적으로 준비하시는 것이 준비기간도 단축하고 effect도 더 크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저는 외대준비를 하다가 10월에 이대로 급전향한 케이스입니다. 에세이를 전에 써본 적은 없지만,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모의고사는 거의 풀어본 적이 없어서, 저에게 이대가 더 맞다는 결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외대와 이대사이에서 학교선택을 두고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본인에게 어느 시험이 더 맞는지 신중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스터디 방법
 
 
 
1. 단어 스터디 (1-3월)
 
 
 
이 바닥(?)의 word의 Bible이라 할 수 있는 "Time & CNN 필수 영단어"로 공부했습니다. 단어는 시험이 가까워올수록 따로 외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연초에 끝내놓는 것이 든든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전 이 기간 동안 두 번 외웠는데, Sight할 때 유용했습니다.
 
 
 
2. 한영 (연내 계속)
 
 
 
연초부터 6월까지는 수업 한영 자료를 스파와 그대로 암기해오고 확인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내 방식도 좋지만, 처음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주옥같은 자료를 그대로 외워서 내 입에서 나오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7월 이후에는 입시반으로 옮기고, 복습이 아닌 실전처럼 주 2회 정도 꾸준히 한영을 했습니다.
 
 
 
3. 관사 스터디 (8-10월)
 
 
 
Sight 자료에서 관사부분만 blank처리해서 문제풀이방식으로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틀리는 수도 줄어들고, 나중에 에세이 쓸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좀 익숙해지자, 한 아티클에서 관사 스터디+숙어 빈칸풀이까지 같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은 스터디입니다.
 
 
 
4. 에세이 스터디 (9-10월)
 
 
 
말씀드린 것처럼 10월에 외대에서 이대로 급전향해서 가장 힘든 것이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 사설 필사를 하루에 두 개 정도 하고, 10월부터는 매일 에세이 한 개씩을 썼습니다. 쓴 후, 파트너와 리뷰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친한 교포언니에게 에세이 첨삭을 부탁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월에 타학원 이대반을 딱 한달 수강했는데, 처음 제출한 에세이를 선생님이 우수에세이로 뽑아주셔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총 4번 제출한 글 중 3번 우수에세이로 뽑힌 걸 보면, NY필사와 외국인 첨삭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께 에세이 첨삭은 실전반과 에세이반 포함 총 3개월을 제출했는데, 거의 B만 받았습니다. A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B를 받아도 충분히 가능성 있으니 실망하지 마시고, 필사를 꾸준히 하세요.
 
 
 
[시험]
 
 
 
▶1차 에세이
 
 
 
KBS 시청료 징수에 대한 찬반 질문이었는데, 솔직히 전 KBS가 시청료를 징수하고 있는 줄도 몰라서 서론을 아주 엉뚱하게 시작했습니다. 평상시 연습할 때는, 항상 시간 내에 많은 양을 써서 방심한 탓인지, 실전에서는 시간 안배와 logic을 잘못 세워서 70분 시험 중, 45분이 지나서야 다시 새로 logic을 바꿔서 바로 답지에 부랴부랴, 최대한 쉬운 영어로 읽기 편하게 썼습니다. 500자 내외로 쓰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300자가 겨우 넘어 보였습니다. 결론의 두 번 째 문장을 쓰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매듭짓고 펜을 놓아야했습니다. 그래서 1차 시험 끝난 후 한참 동안 우울해서 강의실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2지망까지 붙은 것을 보면, 교수님들께서 분량이나 fact자체 여부보다, 글 내부의 logic과 fluency를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2차 번역 (2지망)
 
 
 
전 통역과를 지원했지만 번역과 준비하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알려드립니다. 분량은 A4용지로 두 장이고, 한영, 영한 각 한 장입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평이하지만, 분량이 제법 많아서, 전 한영의 마지막 단락은 다 못하고, 요약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영한에서 모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괜히 엉뚱한 소리해서 감점 맞느니, 과감하게 그 부분을 빼고 문맥상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습니다. 2지망이라서 부담이 없어서였는지, 전반적으로 무난한 시험이었습니다.
 
 
 
▶2차 통역
 
 
 
오전에 번역시험을 보고, 오후에 뒷번호여서 거의 세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시험을 봐서 완전히 지친 상태였습니다. 한 선생님이 통역시험 볼 때 최대한 냉철하고 professional하게 보이라고 말씀하셔서, 깔끔한 정장에 화장도 나름 신경 쓰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읽어주시는 속도는 한영, 영한 둘 다 아주 빠릅니다. 교수님께서 읽어주실 때 저도 모르게 바보같이, '읽어주는 목소리 정말 좋다, 발음도 좋고.. 그런데 속도는 왜 이렇게 빠르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서 내용을 많이 놓쳤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평소에 시험장에서 교수님이 읽어주신 후 바로 통역을 해야한다는 점을 워낙 강조하셔서, 내용이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첫 문장을 다소 천천히 말하면서 전체 내용을 기억하려고 애썼습니다. 한영은 전체 내용을 주제위주로 50%로 정리해서 요약해서 통역했고, 영한은 다 듣고 나서 blackout이 되어서, 30%정도만 cover한 것 같습니다. 대신 기억나는 내용 위주로 logic에 맞춰하려고 노력했고, 안타깝게도 결론은 생각나지 않아서, 3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과감하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바로 앞에서 면접을 본 사람이 10분 넘게 시험을 본데다, 전 5분도 안 되어 다 끝나버려서 불안했습니다. 추가질문 없이 바로 '수고했습니다.'하고 나가라고 하셔서, 자신 있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는데, 겉으로 당당한 척 하고 나왔지만, '내 일년 공부, 지난 몇 년의 공부가 이 5분으로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영한 coverage가 너무 적어서, 집에 와서 밤에 누웠는데, 선생님들 읽어준 내용이 하나 둘 계속 생각나면서, 며칠 간 마음고생을 했는데, 다행히 합격한 걸 보면 제 당당한 (척하는) 모습에 점수를 주신 것이 아닌지…^^
 
 
 
▶마치며..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면서, 퇴근하고 틈틈이 학원 다니던 저에게 full time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5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토록 바라던 full time 학생이 되어서, 학원도 무리해가면서 두 군데씩 다니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험 볼 때까지 자습실에서 학원 문닫을 때까지 공부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공부하실 때 정말 길고 지겹게 느껴지시겠지만, 본인이 하고싶은 공부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positive mind'인 것 같습니다.
 
 
 
항상 강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많은 도움 주신 은 선생님 (크리틱을 들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나고 나니 선생님 크리틱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힘든 기간 함께 준비한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감사드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고3 수험생 학부모 이상으로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남편, my better half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인경
 
 
 
저는 지난 2년 간 영어사랑학원(현재 청문어학원)에서만 수학했습니다. 저만의 공부 방법이란 것도 없었을 뿐더러 은천성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수업 방식이 좋아서 그냥 선생님께서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올해 이대로 전향한 후 필사가 덧붙여 진 것 외에는, 기본적으로 암기와 청취에 주력했습니다.
 
[암기: 닥치는 대로 외우자]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수업자료. 선생님께서 주시는 한영, 영한은 물론, 에세이 배경자료, 영영 자료, 연설문 모두 외웠습니다. 연설문도 처음에는 한 번 외우는 데만 8시간 정도 걸렸으나 지금은 2시간 반 정도면 다음날까지도 웬만큼 기억 다 납니다. 연설문은 제 경험상 귀찮다고 반으로 나누어 외우는 것보단 통째로 다 외우는 것이 좋더군요. 글의 내용의 논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연설문은 군더더기가 없고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처음에만 고생하면 나중엔 오히려 외우기 쉽고 재밌어집니다.
 
영영 자료로는 Dear Abby나 오늘의 이야기를 사용했는데 적어도 4개월은 꾸준히 해야 어느 정도 fluency도 살아나고 메모리 스팬도 늘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필사는 주로 NY Times를 애용했습니다. 어느 정도 문법 실수가 적어졌을 때 요약과 필사를 반정도 섞고 일주일에 한 번은 Dear Abby를 요약했습니다. 어쩌다 필사가 밀린 경우엔 몰아서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럴 경우엔 암기가 힘들어 지므로 짧더라도 매일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뉴스위크 암기를 위해 자료를 고를 때는 우선 인터뷰를 중심으로 찾아보시면 됩니다. 한글판이 번역되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인터뷰 외에도 좋은 기사들이 많이 있으니 한 페이지 정도에 달하는 기사를 외우는 것도 좋습니다. 뉴스위크 스터디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했으며 인터뷰 같은 경우는 2개정도, 일반 기사를 외울 경우는 1개정도 외웠습니다. 스터디를 할 때는 대화 단락으로 끊어 한글을 불러 주면 영어로 하면 됩니다.
 
*암기의 요령*
 
필사, 수업자료, 뉴스위크 암기, 연설문, 뒤집기 스터디 자료까지 외운다면 종종 입에서 단내가 아닌 쇳내가 나는 경우도 있으며 더 외우다간 토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외우는 것의 목적은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지 암기력 테스트가 아니므로 단어의 나열을 외워선 안 될 것입니다. 우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서 머릿속에 완전히 입력합니다. 그리고 외우면서도 아, 이런 표현은 나중에 써먹어야겠다 하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 기회가 왔을 때 좀 더 잘 기억납니다. 외울 때는 제 경우에는 숙어처럼 표현만 골라서 외우진 않았습니다. 반드시 글 전체를 외웠습니다. 글을 통째로 외우면 1. 비록 입으로 나올 표현은 아닐 지라도 관련 단어를 배우게 되어 독해나 청취에 도움이 되고 2. fluency 가 살아나고 3. 표현의 빈도를 알게 됩니다.
 
연설문이 막상 발표할 때 생각이 안 난다면 좀 더 많이 외우시면 됩니다. 오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그리고 수업 시간 전에 또 보시면 생각이 많이 나실 겁니다.
 
[청취]
 
수업시간에 하는 청취교재(파란 책)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들어 여기저기서 꼭 최신 자료가 아니더라도 구해서 들었습니다. CNN이나 YTN, NPR 등 스크립트가 있으면 정말 좋습니다. 들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많이 손대는 것보다는 적은 자료를 꼼꼼히 하는 게 실력향상에는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파란 책을 복습할 때 이미 수업시간에 한 번 들어 내용을 아니 청취 자료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겨질지 모르나 집에 가서 들어보면 내용을 이미 들었다고 해서 그대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분명 여전히 못 알아듣는 부분도 있고 말하다가 빠진 것도 있습니다. 거의 다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하다 보면 적어도 3번은 듣게 되고 표현도 더 오래 기억납니다. 마지막엔 영영을 해서 복습을 마칩니다.
 
하루에 청취 복습 및 그 외 본인이 더 하고 싶어 기본 3시간을 청취에 쏟고 나머지를 암기에 쏟아 붓는다고 해도 여간 할 게 많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그 날 할 공부를 항목별로 적었습니다. 바쁜 날엔 시간대도 적어 스케쥴을 짰습니다. 매일같이 스케쥴을 짜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공부분량과 그에 필요한 시간도 알 수 있습니다. 하루를 버리지 않고 충실히 살 수 있지요. 적어 놓은 것은 많은데 한 것은 별로 없다면 반성도 많이 되고요.
 
[1차 시험]
 
1차 시험의 문제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영방송이 시청료를 징수하는 것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하는 입장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침 KBS에서 공영방송에 관한 토론을 봐서 내용전개나 시간 분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찬성하는 이유로, 민간 방송처럼 시청률 제고를 위해서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만 만든다면 정작 사회에서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이슈들 (소수민족의 문제 등)은 아무도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에게 자원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시청률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충분한 재원이 마련된다면 더욱 큰 전 세계 다른 방송국들과 연계해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이민의 추세라던가, 철새의 이동을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민영 방송이 만들어 내는 시청률 1위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드라마 등 오락 프로그램으로, 차별화 된 좋은 프로그램,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공영 방송이 할 일이다 라고 썼습니다. 표현은 정말 이렇게 써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하게 쓰되, 대신 검토를 해서 문법적 실수가 없도록 했으며 튀는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강의실에 들어가니 오른쪽 구석에 교수님 한 분이 앉아 계셨고 마이크 뒤로 한영과 영한을 두 분이 번갈아 가면서 읽어 주셨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이나 인사는 없었고 시험이 바로 진행되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엔 '모양새는 어떻든 아는 대로 열심히 말하고 나오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 앉으니 긴장이 돼서 퍼포먼스는 집어치우고 일단 편안한 자세를 잡자 싶어 평소에 스터디하는 자세로 턱에 손가락을 대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듣다 보니 제 고질병인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거의 타버리기 직전까지 가더군요.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괜찮다고 하셨기 때문에 내용전달에만 충실했습니다. 다행히 내용은 학원 수업시간에 청취로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내용이 나와 기억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제가 발표한 한영 내용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책은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교육의 도구로서 책의 중요성이 점점 잊혀지고 있다. 최근 MIT 공대 한 연구팀은 Laptop per child 라는 프로그램을 발족시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한 대 씩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기회를 늘리고자 하였다. 이들은 이 노트북이 문맹률을 낮추고 좀더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 질거라 믿고 있다. 이 노트북은 한 대 당 100 달라 미만이다. 하지만 100달러라면 한 달에 한 학교가 30권의 책을 살 수 있다. 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수단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책은 문맹률을 낮출 뿐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자원봉사 등의 사회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더욱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그러므로 독서가 중요하다.
 
바로 영한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이 너무나 빨리 읽어 주시는 바람에 통째로 몇 문장씩 그냥 날아갔습니다. 평소, 모의고사의 속도에 맞춰 공부했었는데 웬걸, 마치 뉴스 속보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너무나 절망해서 이해했다고 생각한 내용만 말했습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여기저기서 도심 외곽에서 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이런 도심 외곽지역의 난 개발을 정부가 보조금까지 들여가며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구과잉 때문이다. 엄청난 인구증가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발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난 개발을 막기 위해선 우선 인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말을 끝내고 나니 '앗, 벌써 끝?' 이라는 의문의 표정을 하셔서 잡은 내용이 정확한 건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망쳤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할 만큼 했다'라고 마음을 달래며 조용히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마치는 글]
 
작년 초만 하더라도 '발표'는 고사하고, '통과'도 용기를 내어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암기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구요. 그러다가 작년 7월부터 열심히 암기를 했고 암기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조금씩 뱉는 양이 많아지자 공부가 정말 재밌어졌습니다. 노력과 완성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이니 종종 황량한 사막을 홀로 걷는 기분이 들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장의 기쁨이 더 큰 것 아닐까요. 수험생이라면 각자 마음에 품는 어구가 있겠지만 지치고 수렁에 빠진 기분일 때 (공부를 안 할 순 없으므로)나 결과가 보이지 않아서 악에 받쳤을 때 '지성이면 감천이다', 나태해 졌을 때 '자만은 무사의 적이다' (옛날 검도장 관장님 말씀), 발표를 망쳤을 때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수업 끝나고 저녁 먹을 동안까진 우울하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짐). 내년 이맘 때쯤이면 훨씬 더 성장해 있을 우리의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한영번역과]
 
 
 
강선정
 
 
 
영문과 졸업 후 영어 쓸 일 전혀 없는 직장생활 2년에 종지부를 찍고 서정아 선생님 이대번역반 수업을 3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10월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주말 번역/에세이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시험]
 
 
 
1차 - 에세이
 
 
 
KBS 수신료 인상 찬반을 묻는 문제로 한글지문이 한 페이지 가득 나왔는데 주로 비판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당황했기에 시간을 좀 잡아먹었습니다. 결국 지문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서 2가지로 논거를 잡아 짧게 적었습니다. 250자도 못 적은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늘 하던 대로 서론-본론1,2-결론 형식으로, 애매한 표현은 쓰지 않고 확실히 아는 쉬운 표현만 썼으며, 검토하면서 실수한 부분을 고쳤습니다. 본론까지 검토하자 시간이 다 됐습니다. 자기 생각이 없고 분량이 모자라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2차
 
 
 
평소 수업시간에 한영을 더 어려워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기에 한영부터 하고 마지막 한 문단은 남긴 채 영한을 시작했습니다. 영한을 끝낸 후 한영 나머지 문단을 하기보다는 검토를 하기로 하고 답안들을 꼼꼼히 읽으며 실수한 부분을 고쳤습니다. 매 시간 제한된 시간 내에 답안을 제출하는 실전형 수업을 꾸준히 들으면서 저 자신을 파악했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제게 맞는 시간분배를 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실수(철자, 시제, 인칭 등)는 치명적이니 검토를 꼭 하라는 서정아 선생님 말씀을 따랐습니다.
 
 
 
- 영한
 
 
 
탈산업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내용으로, 책 저자의 주장을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많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쉼표로 구가 계속 이어지는 긴 문장이 나왔습니다. 글의 유형도, 길게 이어지는 문장도 수업시간에 몇 번 다뤘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다 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한영
 
 
 
'social investment'에 대한 설명문이었습니다. 동 개념의 형성, 발전, 각 국 전파 과정을 서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회복지 일반적인 내용이라 전문용어 같은 것은 없었지만 단문은 거의 없고 조금 긴 문장이 주였습니다.
 
 
 
[공부방법]
 
 
 
- 영어/국어 읽기
 
IHT를 일주일에 한 부를 사서 매일 원하는 만큼 읽고, 타 학원 모 선생님께서 개인 홈페이지에 격일로 올려주시던 공개자료를 출력해 주요 시사를 따라잡았습니다. 주간지 <시사인>을 매주 사서 읽고 한겨레신문, 매일경제, 매경이코노미도 가끔 봤습니다.
 
 
 
- 필사
 
3월부터 매일 (밀리면 며칠 치를 한꺼번에) 노트 한 페이지 이상 필사를 했습니다. 주로 IHT, NYT, 가끔 Boston Globe, Economist 등 그 날 읽은 기사 중에서 맘에 드는 걸로 하고 수업자료 중에 선생님께서 글이 좋다 하신 것도 이용했습니다. 오늘 것 하기 전에 어제 것을 다시 한 번 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복습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한 번에 한 문장씩 외워 쓰다 두 문장, 한 문단으로 그 양을 늘려갔습니다.
 
 
 
- 에세이
 
매 수업시간 실전연습 외에 개인적으로 따로 써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배경자료 복습하고, 첨삭 받은 답안의 교정된 부분은 빨간색으로 고쳐서 노트에 깨끗하게 다시 써서 정리, 수시로 봤습니다. 꾸준히 필사하면서 한국식 표현이나 실수를 줄여나가야 함은 물론입니다.
 
 
 
- 영한
 
영어/국어 읽기를 꾸준히 하고 수업자료 복습과 함께 첨삭답안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를 사서 틈틈이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는 요령을 내 것으로 만들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모국어로 글을 쓸 때 발생하는 오류는 습관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한은 혼자서 공부하기보다는 학원수업을 듣고 첨삭을 받으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영
 
 
 
수업자료 원문을 정독하면서 외운 다음 한글지문을 보면서 외운 대로 옮깁니다. 틀린 부분이 없을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원문 암기와 동시에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한글지문도 여러 번 읽게 되니 영한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필사, 에세이, 한영 첨삭노트 반복해서 보기
 
 
 
따로 애써서 만든 것은 아니고 어차피 공부하면서 한 번 이상 써보게 되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늘 몇 권씩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봤습니다. 집에서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힘들 때 침대에 누워 노트 보면서 쉬기도 하고 잠 안 올 때 수면제 대용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시험 몇 주전부터는 새로운 내용을 찾아 읽기보다는 노트를 복습하니 마음도 안정되고 잊어버렸던 부분도 환기되어 좋았습니다.
 
 
 
- 기타
 
 
 
Daily English 사이트를 이용, 8월 초까지 뉴스 받아쓰기를 종종 한 페이지씩 했는데 끝까지 하지 못한 것,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학원수업]
 
 
 
서정아 선생님 수업은 3월 첫 수업부터 끝까지 (분량과 난이도는 점차 조정되었지만) 매시간 실전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일정 시간 안에 학생들이 영한, 한영, 에세이를 직접 써서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생님께서 총평, 크리틱을 하십니다. 제 경우, 수강 초기 서너 달 동안 영한은 엉망이나마 반 정도라도 써냈지만 한영은 대개 반도 쓰지 못했고 제출조차 못한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에세이는 작성 형식을 알려주시고 설명이 풍부한 지문과 찬반자료까지 주시면서 거기 있는 표현을 이용해서 쓰라고 하셨지만 그때는 그것도 어찌나 어려운지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늘 울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선생님께서도 초반이라 그러셨는지^^ 항상 격려해주시고 조그만 장점이라도 칭찬해주시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반복해서 강조하시며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쉬는 시간도 따로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수업 마치면 매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전형 수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실제 입시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별도의 스터디 없이도 매주 두 번씩 실전연습을 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답안지를 첨삭 받을 수 있었으며, 매 시간 새로운 문제를 접하니 자습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겨를 없이 항상 긴장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엄선하신 수업자료(=실전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대, 특히 번역과 특성상 시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인문, 사회, 과학 등 여러 텍스트를 접할 필요가 있는데 혼자서는 그런 자료를 찾기도 선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정아 선생님 수업에서는 신문기사는 물론이고 그 외 다양한 분야/종류의 지문도 종종 다뤄서 좋았고 다른 자료를 개인적으로 추가로 찾기보다는(특히 한영) 수업자료를 한번 더 봤습니다. 실제로 2차 시험 영한지문(책 저자의 주장 소개 글)과 한영지문(사회과학분야 설명문)이 수업시간에 종종 다룬 유형이어서 난이도를 떠나, 낯설거나 당황스러운 느낌은 없었습니다.
 
 
 
10월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 주말반도 함께 들었습니다. 1회 수업시간이 길어서 더욱 실전과 유사하게 시험연습을 할 수 있었고 일년간의 주요 이슈 중 엄선하신 문제와 자료가 참으로 든든했습니다. 시험 직전이라 학생 수가 무척 많았음에도 꼼꼼하게 에세이 첨삭해주신 은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蛇足]
 
 
 
실력이 부족해 부끄러운 운 좋은 합격자이지만 그동안 이대 번역과 합격수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아쉬웠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적어 보았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서정아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기까지 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마로와 상경 후 자리잡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아정, 고맙고 사랑한다^^
 
 
 
김경진
 
 
 
저에게 합격자 수기를 쓰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공부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고, 또 당시 수험장 시험 문제 유형(특히 2차)이 거의 생각이 안 났기 때문에 무엇을 써야하나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합격 수기를 읽고 많은 힘을 얻었기 때문에, 합격자로써 당연히 써야할 도리라 생각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저는 국내 대학 영문과 졸업, 직장생활 4년차입니다. 통역번역대학원준비는 대학 4학년 때 1년간 했지만,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뒤, 공부에는 적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접었습니다. 그 뒤 국제협력계통의 일을 하며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에 만족할 수가 없었고. 좀 더 공부를 해서 전문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도 있고, 합격의 확신도 없어서 계속 직장생활을 했고, 2006년, 2007년 2년간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했습니다.
 
 
 
[2007년-영어사랑(현 청문어학원)에서]
 
 
 
2006년에는 타학원 번역반을 수강했습니다. 그러나, 직장 행사가 너무 많아서 결석도 잦았고, 공부도 띄엄띄엄 해서 별 도움이 될 것이 없어 생략하겠습니다. 2006년 이대 번역과 1차 시험부터 고배를 마시고, "아! 나이도 있고 내년엔 꼭 붙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06년 12월부터 영어사랑학원(현 청문어학원) 번역/에세이반(당시에는 평일반)을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강남학원까지 1시간 정도 걸려서 늘 학원 시작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지만, 결석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려고 했습니다.
 
 
 
[평소공부방법]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기-
 
 
 
봄에는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 번역반이 신설돼 은천성 선생님의 주말 번역/에세이반과 병행해서 들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 수업은 수업시간에 본인이 글을 써보고 번역하는 시간이 주라서 저는 이 수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번역과 에세이 쓰기 모두 수업시간에 하는 게 전부일 정도였고,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중요한 표현이나 따라가지 못했던 것은 주말에 몰아서 복습했습니다.
 
 
 
-필사-
 
 
 
선생님들 말씀대로 매일 꾸준히 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주로 가디언, 뉴욕 타임즈 헤드라인기사를 그날그날 하나씩 회사에서 출력해 가방에 챙겨 넣었습니다. 화목은 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고 직장 끝나고 학원 오가고, 수업 듣다보면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사는 주로 수업이 없는 월, 수,  금, 토, 일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꾸준히 하는 식을 취했습니다. 학원 수업이 없는 날은 퇴근하고 공공 도서관에 가서 1-2시간씩 출력해 놓은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고, 단어 뜻 찾고, 그 기사 중 1-3 문단 필사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꼼꼼히 읽어보기-
 
 
 
은 선생님이 강조하시던 양보다 질이라는 공부방법은 저 같은 직장인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양보다 질은 자신 있었습니다. 제가 꼼꼼히 읽어보기 공부방법을 쓴 자료는 학원 수업자료, 그리고 필사용으로 매일 출력해 놓은 기사가 전부입니다. 따로 영자잡지를 구독해서 본적은 없었지만, 학원 수업자료 및 필사용 기사는 꼼꼼히 읽어보며 공부했습니다.
 
 
 
-단어 정리-
 
 
 
꼼꼼히 공부하기, 양보다 질 위주의 공부방법으로 단어정리를 추천합니다. 수업자료 및 필사용 기사에서 나오는 단어 및 풀리지 않는 의문점등은 매일 단어장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단어장에 적어 놓고 다음 번에는 쳐다보지도 않기가 일쑤여서, 노트를 반으로 접어 왼쪽에는 한글로 뜻을 적고, 오른쪽에는 빈칸으로 남겨두는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다음날, 전날 단어 정리한 것을 퀴즈형식으로 풀다보니, 이전보다 단어암기를 재미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차, 2차 시험]
 
 
 
-1차-
 
2007년 목표는 이대번역과 1차 시험 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2차 시험준비에 대해서는 그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1차 에세이 준비를 위해, 제가 쓴 방법은 매일 필사하기, 하나를 읽어도 꼼꼼히 읽기, 그러기 위해 단어를 정확히 외우기(단어정리)였습니다. 에세이는 학원에서 써 본 게 전부였고, 또 그다지 A를 많이 받아본 적도 없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2-3달 전 서 선생님 말씀대로 서론, 본론, 결론을 간결하게 나누는 식으로 틀 만들기에 신경을 쓰다보니, A도 가끔씩 받았고 자신이 생겼습니다. 저는 공식대로 글을 썼습니다. 시작은 I agree, disagree등으로 간단하게 시작해 주장을 전개했고, 본론도 first, second, third로 무조건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to sum up으로 시작해 간략히 본론을 요약하고, therefore로 시작해 다시 한번 주장을 마지막으로 전개했습니다. 제가 서 선생님에게 배운 이 공식대로 모든 글을 쓰다보니, 글 쓰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2차-
 
 
 
2차 시험은 한영번역의 경우 많이 쓰질 못해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행히 붙었습니다. 1차 시험위주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은 없지만, 그래도, 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한영번역, 영한번역을 공부했기 때문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맺는 말]
 
 
 
합격을 위해서는 공부분량과 노력도 필요합니다만, 끊임없는 자기암시와 정신력 관리로 자칫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자신을 잘 달래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이점에서는 계속 노력해나가야겠지만,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나를 긍정적인 모드로 세팅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애리
 
 
 
부족한 저를 항상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는 하나님께 먼저 영광을 돌립니다. 작년 이맘때, 영자신문 읽으면서 단어 찾다가 학생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학교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서 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수기를 쓰게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ㅎㅎ 두려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할 때 선배들의 합격 수기가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나서 쑥스럽지만 제가 했던 방법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단, 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분들 보다 걱정에 싸여 처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수기가 될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며]
 
 
 
대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귀국 후 졸업반이 되자 친구들은 모두 취업 준비로 바쁜데 나는 연고도 없는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하는 두려움에 마음을 못 잡고 방황했습니다. 학원도 여러 군데 전전하고, 무턱대고 실전반 수강을 하다가 도중하차하고, 그 바람에 지레 겁을 먹고 또 여러 달을 허송세월하기도 했지요. 마지막으로 영어사랑 학원에 왔는데 학원 분위기가 무척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3개월 가량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을 수강했는데, 차분하면서도 격려하는 듯한 선생님의 수업 방식 덕분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극복했고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비로소 들더군요. 그 와중에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수 천 번도 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이 길을 걷게 될 거라는 예감 같은 것이 있었고, 그렇다면 돌아가지 말고 곧장 가자는 생각이 들자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 때가 올해 1월경이었는데 그로부터 약 2개월 동안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영자신문만 정독했습니다. 사전을 수없이 찾아가면서요. 합격 수기에서 읽은 필사 흉내도 내 보긴 했지만 주로 정독에 집중했습니다. 관련 전공자도 아닌데다 접해본 영어 텍스트라고는 교환학생 준비 때문에 봤던 토플 문제집이 전부인 상황이어서, 충분한 input이 있어야 output도 가능할 거라는 나름의 생각 때문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3월부터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번역반이 개설되어 시험 칠 때까지 쭉 수강했습니다. 5월까지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수업만 따라가는 식으로 하다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만 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은 신기할 만큼 그때그때 제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공부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냉철하고 명확한 크리틱은 기본이구요. 다른 분들도 서 선생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아쉽네요.
 
 
 
[공부방법]
 
 
 
내게 맞는 공부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할 시간도 실력도 없었기에 저는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제가 겪을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선배님의 축적된 노하우일 거라는 믿음도 있었죠. 필사하라면 필사하고, 어떤 사람 글 읽으라고 하면 읽고, 고치라는 건 무조건 안 하려고 노력하고요. 방법은 대략적으로 필사+요약, 뒤집기, 독해 그리고 수업시간 복습 이렇게 나눌 수 있겠습니다.
 
 
 
▶ 필사+요약- 필사의 방법 및 효력(?)에 대한 얘기는 이미 여러 분들이 강조해 주셨기에 생략하지요. 솔직히 처음 필사를 시작할 때 제 노트는 까만 글씨가 반, 틀린 부분 고친 빨간 펜 자국이 반이었죠. 도대체 이래 갖고 어느 세월에 ‘영어식 표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익혀지나’ 싶었죠. 하지만 하루 공부의 시작은 워밍업 하는 셈치고 항상 필사로 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정기 구독하던 헤럴드 트리뷴에서 골라서 했는데, 헤럴드는 사설과 칼럼이 좀 약한 것 같아 The New York Times도 자주 봤습니다. News Week와 Guardian의 기획기사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하기도 하고, 어쩌다 ‘필사하고 싶은’ 에세이나 글을 보면 따로 갖고 있다가 하기도 하구요. 정말 공부하기 싫은 날은 필사만 하고 ‘이거 했으니까 됐다’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놀았죠ㅋ 분량은 항상 노트 한 바닥이었는데, 처음엔 다 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7월쯤 되어 빨간 펜 자국이 거의 없어질 때쯤 선생님께서 요약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요약이라고 해도 한 문장씩 외우던 것에서 3,4문장 또는 아이디어 단위로 외우는 분량을 늘이되 방법은 똑같아요. 시험 보기 직전에는 길어도 40분이면 틀린 데 없이 한 바닥을 채울 수 있게 되더군요. 필사는 가급적 매일,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 뒤집기- 서정아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으로 8월부터 했습니다. 뒤집기는 신문 기사 하나를 발췌해, 한 단락을 한국어로 번역한 뒤 곧바로 영어로 다시 번역해 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기사 하나를 본문과 내가 번역한 영어가 똑같아 질 때까지 반복하는데, 보통 3,4번 반복하면 됩니다. 기사는 일주일에 한, 두개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저는 뒤집기를 하면서 머릿속에 통째로 기억되는 문장의 양이 몇 배로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한국어로 번역해야 되니까 꼼꼼히 읽게 되고, 영어문장 자체도 기억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뒤집기 하면서 에세이도 향상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독해가 약하기도 하고 덤벙거려서 오역을 종종 했는데, 뒤집기 하면서 그것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번역한 게 맞는지 확신이 안 가서 특히 취약했던 경제와 과학 분야는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글을 구해서 어휘와 흐름을 참고했습니다. 과학 잡지 ‘사이언스 올제’와 YBM에서 나오는 월간지에 실린 경제학자 Paul A. Samuelson의 칼럼을 주로 했습니다. 공부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싶으면 뒤집기도 하실 것을 권합니다. 저도 필사와 뒤집기는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 독해- 필사와 뒤집기가 끝나면 2~3시간은 나머지 신문 기사를 정독했습니다. 선생님께서 The Economist는 문장이 지나치게 복잡해 필사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셔서 정독만 했는데, 대신 재미있는 idiom이 많이 나와서 에세이 쓸 때 종종 써먹기도 했죠. 신문이나 시사 잡지 같은 딱딱한 글 이외에 소설도 읽었습니다. 저는 하루 공부가 끝나면 30분~1시간 정도 머리도 식힐 겸 영어 소설을 읽었는데, Memoirs of a Geisha 같은 책은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공부에 도움되는 걸 읽자는 생각에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책 목록 중 알랭 드 보통의 The Art of Travel 원서와 이대 정영목 교수님의 번역본 '여행의 기술‘을 함께 읽었습니다. 원서의 한 단락을 읽고 머릿속으로 한국어로 옮겨본 후, 한국어 책 내용과 제가 번역한 걸 비교해 보는 식으로요. 극명한 실력 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긴 영어 문장을 적절히 끊어서 풀어내는 법과 매끄러운 한국어 표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실전]
 
 
 
▶ 1차 에세이- 평소 에세이는 수업 시간마다 써 보는 것 이외에 따로 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첨삭해 줄 사람도 없이 짧은 실력으로 반복해서 써 봐야 별 소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수업 시간에만 써도 일주일에 두 개씩 꼬박꼬박 쓰게 되니까 그것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대신 시간마다 받는 에세이 참고 자료는 꼼꼼히 복습했습니다. 이번 이대 1차 전형의 에세이 주제는 “공영방송 KBS의 시청률 징수 찬반”이었습니다. 지문도 한국어인 데다 주제도 생각보다 너무 평이해서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에세이 같은 경우 참신한 논거를 내세우는 것 보다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학원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쓸 때는 그날 필사하면서 봤던 표현도 응용하고 논거 면에서도 모험을 해 보곤 했는데(그러면 꼭 크리틱이 날아들었죠ㅋ) 실제 시험에서는 최대한 명확하고 간결하게 쓰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거의 제가 제일 빨리 제출하고는 했는데 틀리지 않으려고 천천히 썼더니 실제 시험에서는 결론까지 쓰고 나자 3분 정도밖에 안 남더군요. 분량은 400자 정도로 비교적 짧게 썼고 문장 자체도 짧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원어민 수준의 화려한 영어 구사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 한 깔끔하고 명료한 글 전개가 에세이의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 2차 번역-영한은 Thomas Kuhn이 도입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이 Handerson이라는 경제학자에 의해 사회 저변, 특히 전통 경제학에 도전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 응용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한 개 밖에 없었고 꼬여있는 문장도 없어 지문 자체는 비교적 쉽다는 느낌을 받았죠. 대신 paradigm, concept 등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국어로 풀어내는 능력을 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한영은 유럽이 복지국가 정책에서 탈피해 새로 도입한 사회 투자 정책에 관한 것이었는데, 처음 보는 내용인 데다 분량도 상당히 길고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정리한 ‘표현 노트’를 들고 가서 시험 시작까지 달달 외웠습니다. 멋진 표현을 하나라도 더 쓰려고요. 하지만 시험이 시작되자 체화되지 않은 그 표현들은 정말 하나도 생각 안 나더군요. 한 줄 한 줄 의미 전달하기에 바빴습니다. 다만 한국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놓으면 무슨 뜻인지 잘 이해 안 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한국어 지문과 내용이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영어 번역본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써 내려갔습니다. 예를 들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지문 내용 중 “(복지국가에서는 국민이 한 군데 평생직장에서 퇴직한 후의 복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를 did not have to worry 등으로 그대로 번역하기보다 “the government guaranteed their well-being for the rest of their lives"와 같은 식으로 번역했습니다.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못 남겼는데 그러고도 마지막 한 단락은 끝내 못 했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신자유주의’가 영어로 도저히 생각 안 나서 이상한 말을 썼는데, 결과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지엽적인 단어 실수보다는 한국어 지문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한 후 전체적인 의미 전달을 얼마나 잘 했느냐에 심사의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맺으며]
 
 
 
이상하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다 스스로의 취약점을 더 분명히 알겠더군요. 그래서 공부하는 내내 제 허점을 메워 나간다는 기분으로 마인드 맵을 그리면서 공부했습니다. 아직도 메워야 할 땜통 투성이 실력이지만, 앞으로도 차근차근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퀼트 작품처럼 제 실력도 멋지게 완성되겠지요 ^-^
 
 
 
끝으로, 저를 위해 밤낮 없이 눈물로 기도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 항상 제 편에 서서 힘을 주는 남자친구, 자주 못 만나도 이해해 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8개월 내내 누구보다 큰 도움을 주신 서정아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모르던 걸 오늘 알아 간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면서, 나름의 체계를 세워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모두의 행운을 빕니다 ^-^/
 
 
 
 
 
 이미선
 
 
 
저도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이 사이트의 합격 수기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을 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인 공부 방법]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저에게 가장 큰 관건은 시간이었습니다. 꾸준히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늘 맥이 끊기고 마치 자동차 시동만 걸다가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취한 방법은 "적은 양이라도 되도록 질 높은 공부를 하는 것"과 "수업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사를 하나 하더라도 가급적 좋은 자료를 골라 하도록 노력했고 그 양이 적더라도 철저히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의 기사뿐만 아니라 수업에서 다룬 내용과 관련된 기사를 필사했습니다. 이 방법은 비슷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표현 방법을 익힐 수 있고 하나의 주제라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수업은 시험 칠 때까지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번역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인데도 복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자료를 모아 두는 데만 만족하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 그 주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단 두 가지에만 중점을 두었습니다. 한국 신문 읽기와 필사였습니다. 한국 신문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머리 속으로 영어로 바꿔 가면서 읽으려고 노력했고 특히 사설을 위주로 연습했습니다. 한국어식 표현을 어떻게 영어로 바꿔야 할지 막힐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는 수첩에 모르는 표현을 써 두었다가 나중에 적절한 표현을 찾을 경우 영어로 써 두곤 했습니다. 영어 신문은 따로 읽지 않고 필사할 기사를 고르면서 인터넷상에서 New York Times 나 Guardian 을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1차 시험 준비-에세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부담이 되었던 것이 에세이 쓰기였습니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힐 만큼 아는 것도 없었고 생각나는 대로 영어로 쓸 만큼의 실력도 안 되었기에 처음에는 에세이를 쓰는 것이 고역이었고 제가 쓴 글을 다시 보기도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태가 거의 8월까지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에세이 쓰기는 어떤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논증이 아니라 적절한 틀 안에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계속 실전처럼 연습을 하다 보니 에세이를 쓰는 형식에 점점 익숙해졌고 수학 방정식을 풀어 가듯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면 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에세이 쓰는 것이 좀 수월해졌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 쓰기는 수업 시간 외에 따로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찬반 논쟁이 가능한 주제를 모아 놓고 논거 세 가지 정도를 써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을 볼 때 논거를 떠올리는 데 시간을 너무 할애하지 않도록 습관화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서정아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Guardian 지의 Simon Tisdall이 쓴 칼럼을 빼놓지 않고 읽었습니다. 그 칼럼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표현뿐 아니라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가야 하는지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차 시험의 에세이 주제는 "KBS의 시청료 강제 징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예상외로 일상적인 주제가 나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 수업 시간에 TV에 대해 다룬 내용을 떠올리며 자주 쓰는 표현을 쓰도록 애썼습니다. 그리고 논리의 흐름에 빈틈이 없도록 짜임새 있게 쓰자는 생각으로 써 나갔습니다.
 
 
 
[2차 시험-영한, 한영 번역]
 
 
 
◆ 영한
 
 
 
저는 오랫동안 혼자 공부를 해 오다 보니 영어로 된 텍스트를 대충 읽고 이해한 줄 알고 넘어가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에서 직접 종이에 글로 써 보니 한국말 실력은 둘째치고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오역도 자주 했었고요. 이런 면에서 문맥의 정확한 이해와 글의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 주신 서정아 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번역한 것을 일일이 첨삭해 주셔서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오역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어떤 텍스트가 주어지면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혼자 공부할 때는 시사 잡지는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잡지는 New Yorker를 가끔 읽었는데 양이 많아 다 읽을 수는 없었고 그 중에 기사 서너 개만 골라 꼼꼼히 읽었습니다. 잘 읽히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은 단 몇 줄이라도 번역을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어로 된 책을 같은 방식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소설보다는 주로 어떤 분야에 대해 얕으나마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읽으려고 했습니다. 완독을 하지는 못했지만 일반 경제나 미국 역사에 대한 책을 읽거나O liver Sacks나 Richard Dawkins가 쓴 책 등을 읽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글은 일반인이 읽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문장이 훌륭해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책은 번역본과 비교해 가면서도 읽었습니다. 이때 역시 일일이 대조하지는 않고 잘 안 읽히는 부분만 번역을 써 보고 비교해 보는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평소에 주로 읽은 글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문장이 긴 데다 복잡해 앞뒤 문맥을 일관되게 연결시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두 세 번 정도 읽으면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모르는 용어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제가 이해한 바를 최대한 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한영
 
 
 
한영 연습을 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은 내가 지어 낸 영어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는 영어 표현을 쓰려고 한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번역을 할 때 영어로 써 나가면서 이 표현 어디서 본 것 맞지?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하곤 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늘 강조하신 대로 단어 대 단어를 대입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의미를 먼저 이해한 다음에 영어로 옮기는 연습을 했습니다. 한영 연습은 따로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한 내용을 복습하고 거의 외우다시피 반복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시험 보는 날 아침까지 수업 자료를 외우고 또 외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과 비슷한 기사를 필사하면서 같은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익히도록 연습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영한을 먼저 하고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잠깐 넋을 잃고(?) 연습지에 한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중요 표현만 잠깐 메모할 생각이었는데 한참 동안 문장을 다 쓰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감독 선생님의 말씀에 놀라 옮겨 쓰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너무 떨려 좋은 표현을 골라 쓰는 건 엄두도 못 내고 끝까지 다 쓰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물론 퇴고도 한 단락 정도밖에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한영을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실망이 되고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실전에서 너무 긴장하지 않고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맺는 말]
 
 
 
저는 6,7년 전쯤 이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라서 그런지 1년 동안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신이 나고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곤 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공부 시간과 양이 적었던 것 같은데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적은 양을 공부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해서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내 실력을 남과 비교하려고 하지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물론 당락에 초연할 수야 없지만 내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자신을 독려하면서 공부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끝으로 제가 공부하는 데 늘 마음의 등대 같은 분이셨던 은천성 선생님,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쾌하고 깊이 있는 수업으로 흥미를 잃지 않게 하셨던 서정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영어사랑 학원에서 시험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장성은
 
 
 
우선, 8개월 간의 힘든 기간 끝에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기쁩니다.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남아서, 학교 공부와 통번역대 입시 공부를 병행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에세이/ 한-영/ 영-한’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서 오늘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할 지 대충 구상을 한 후에 공부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 : 주제 5가지 관련 내용 암기/ 한영: 수업시간 자료 암기/ 영한: 칼럼 일정 분량 해석’ 과 같이 나눴습니다. 에세이와 한영에서는 다양한 방면의 좋은 기사와 사설을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필사와 영한->한영 번역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에, 제가 에세이나 한영에 쓸 만한 문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부분을 필사했습니다. 또 좋은 기사가 있으면, 영한으로 모두 번역을 해 놓고, 한영으로 다시 해 보는 것도 기사를 암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문은 IHT를 정기 구독해서 봤고, economist지와 newsweek지는 필요한 기사만 프린트해서 봤습니다. 국내 신문은 한겨레나 중앙일보의 사설을 온라인으로 봤습니다.
 
 
 
[1차 시험]
 
 
 
KBS의 수신료 강제 징수에 관한 긴 한글 지문이 나왔고,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습니다. 70분 내에 한글 지문을 다 읽고 에세이를 쓰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지문을 꼼꼼하게 다 읽지는 않았고, 대략 내용을 파악한 뒤 강제 징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펼쳤습니다. ‘시청자들은 왜곡되고 공정치 못한 방송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첫 번째 이유를 들었고, 두 번째 이유는 ‘수신료를 납부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빈곤층에게까지 강제적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썼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현이 틀리지 않도록 쓰는데 주의했습니다. 특히, 평소에 좋은 문장이 있으면 통째로 암기하곤 했는데, 에세이에서 제가 암기했던 문장들도 잘 활용해서 썼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영한과 한영 모두 경제와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영한에서 자주 등장한 용어인 Paradigm은 쉽게 그냥 ‘패러다임’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시기를 나타내는 말들, post-Cartesian 과 post-industrialization 등은 문맥에 맞추어 번역했습니다. 영한 지문의 특성은 주어와 서술어가 대체적으로 길어서 자연스럽게 끊어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명사 나열형으로 돼 있으면, 동사로 풀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이어진다.’ 라고 해도 되지만, 지문에서 나열된 단어가 7~8개 정도여서 쉽지 않아,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높아진다.’ 라고 주어에 맞는 서술어를 찾아 풀어주었습니다. 한영에서는 앞 문단에서 특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내용이 약간 생소해서 어떤 단어로 번역을 해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2차 시험은 대체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100분이지만 느긋하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영한 45분 한영 45분, 퇴고 10분을 정해서 시간 내에 정확하게 마무리 짓도록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은천성 선생님과 서정아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영어를 버리고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라는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를 나름대로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제 영어에 생각보다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필사를 하면서 고쳐나갔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정확히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 주신 서정아 선생님과, 항상 냉철한 지적을 아끼지 않으신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했던 스파 서영 언니와 한나 언니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해요. 입시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 합격수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셨으면 합니다.
 
 
 
 
 
 조현재
 
 
 
[전반적인 공부방법]
 
 
 
제 공부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수강하는 수업을 빠짐없이(인터넷 포함) 듣고 복습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를 꾸준히 듣다가, 5월부터는 주말 번역/에세이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시사청취수업을 계기로 해서 거의 날마다 좋은 표현들을 꾸준히 암기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이런 암기활동을 통해 체화된 표현들이 후에 한영번역이나 에세이 등을 작성할 때 떠오르곤 했습니다.
 
 
 
[에세이준비]
 
 
 
에세이를 처음 쓸 때만해도 제가 쓰는 표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나눠주신 배경자료의 표현들을 요약해서 그대로 옮겨 적고 에세이의 형식만 갖추어 제출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여러 가지 시의성 있는 주제들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제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논거 두 세 개 정도를 끌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울러 주제와 관련된 적절한 표현들을 정리해 두고자 노력했습니다. 비록 실제 시험에서 공부한 주제가 나올 가능성은 적겠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표현들은 간접적으로 시험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인터넷으로 듣고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에세이 첨삭을 받지 못해 제 실력을 가늠할 수 없어 불안했지만 나름대로 시험시간과 똑 같은 시간 제한을 두고 에세이를 써보곤 했습니다.
 
 
 
[번역준비]
 
 
 
영한의 경우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할수록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시는 부분과 번역답안을 검토했고, 스스로 번역을 해본 후에는 한국말처럼 자연스럽게 들리는지 검토해 보고, 평소에는 TV뉴스를 들을 때 내용뿐만 아니라 한국어 표현도 새겨듣곤 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공부초기부터 일정 분량을 일정 시간 내에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 번역 연습을 할 때 하나의 짧은 사설을 번역하는 데만도 몇 시간씩을 소모했었는데, 어느 분의 조언대로 짧은 사설 정도는 30분내에 마무리하는 연습을 하는 게 한영번역연습을 하는데 있어 스스로를 지치지 않게 하는 방법 같습니다. 이런 연습 덕에 은 선생님의 수업도 따라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더, 제 경우는 쓰는 것 보다 입으로 외우는 경우가 많아, 여러 분들이 권장하신 필사는 많이 하진 않았지만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저도 필사를 꾸준히 해 보려고 합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인 에세이 시험을 앞두고 모아두었던 에세이 준비자료를 보고 표현을 암기하며 시험을 맞이했습니다. 시험에 예상외의 주제가 나와서 약간 당황하고 논거를 세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던 것 같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추워서인지 글씨가 잘 써지지 않고 자꾸 틀리게 써져서 펜으로 북북 그은 글씨가 많아 답안지가 깔끔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써내려 갔습니다. 감독관으로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답안지가 다소 깔끔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 그 말씀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2차 시험]
 
 
 
우선 영한, 한영 모두 전체를 읽어보고 전체 맥락에 맞게 번역을 하고자 했고, 영한의 경우는 한국어가 자연스러운지를 중심으로, 한영의 경우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에 중점을 두고 번역했습니다. 영한번역을 하면서 너무 시간을 많이 들인 때문인지 아니면 한영번역 분량이 많았는지 한영번역시간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 표현 저 표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 없이 번역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는 완벽하게 자신의 것이 된 표현만이 떠오른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맺는 말]
 
 
 
제가 합격수기를 쓸 만큼의 모범적인 공부방법이 없기에 이 글을 쓰자니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이미 좋은 이야기를 많이 써주신 것 같아 저는 추가적으로 제가 느꼈던 바를 보충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적게 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늘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의 삶을 일깨워주시는 존경하는 은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통역번역학과]
 
 
 
 고나연
 
 
 
서울외대는 딴 학교에 비해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혹시나 내년에 시험을 보실 분들을 위해 수기를 씁니다. 사실 남들이 웃을까봐 수기를 쓰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허둥지둥 서울외대시험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보가 별로 없어서 당황했기 때문에, 제 수기가 추후 저와 같은 처지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은천성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였지만...^^;
 
제 경우엔 1차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달리 드릴 말씀이 없기에, 2차 시험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서울외대는 2차가 일반적인 내용 or 연설문 형식이기 때문에 외대나 이대를 준비하시던 분들은 필히 연설문으로 통역연습을 하셔야 2차 때 당황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올해 함께 시험을 본 수험생들의 말에 의하면 작년과는 크게 달라져서 굉장히 다양한 내용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크게 어려운 내용이 출제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할 수 있는 주제의 범위 내에서 비교적 간략하게(1분 내외) 읽어주시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면 본인의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심을 해도 된다거나, '여기는 합격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할 수 있는 시험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예년처럼 경쟁률이 절대로 낮지 않았고, 주변에 불합격한 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놀랍게도 한영의 경우,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다뤄주신 내용이 거의 그대로 나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었는데, 지금도 또렷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단체인 탈레반에 의해 20여명의 한국인들이 피랍됐다. 이들 중 단체의 인솔자인 배 목사를 포함해서 두 명이 살해되었는데, 탈레반측에서 '한국인 인질과 수감 동료의 맞교환'이라는 석방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속 새롭게 협상시한을 내놓는 바람에 협상이 오랫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한국 정부가 무장단체와의 직접교섭을 시도하여 마침내 인질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무장단체와의 직접교섭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들으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내용을 파트너 언니와 같이 달달 외웠고, 집에 와서 mp3로 들으며 연습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래 전에 한 것이라 느낌은 새로웠지만, 들으면서 영어표현을 다 생각해 놓을 만큼 여유 있게 들을 수 있었고, 'direct negotiation'이 생각이 안 나 'the negotiation between the two parties was done in a direct manner'라고 쓸데없이 길게 돌아간 것 빼고는 전체를 pause없이 부드럽게 말하고 끝마쳤습니다. 인터뷰 때 호의적이었던 교수님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습니다.
 
영한은 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셨는데 가상공간인 세컨라이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에서 이들을 위해 신체를 직접 움직여 온라인상의 alter ego인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내용이긴 했지만 세컨라이프를 수업에 은 선생님이 다뤄주신 적이 있기 때문에(Thank you!) 이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USA TODAY의 기사였습니다. 한영과 영한 둘 다 짧았고(체감속도는 더욱 짧습니다),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었습니다. 정신 놓고 있다가 내용을 놓쳐버리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짧으면 디테일을 잘 살려야 한다고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셨거든요.
 
이 외에 fluency를 보기 위해서 몇 가지 가벼운 질문을 하시는데, 당황하지만 않고 자연스럽게 답하시면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국내파들은 여기에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서울외대에 다니는 친한 언니가 시험 후에 저에게 말해준 것이, 시험관 중 해외파 교수님 한 분께서 수업시간에 '통역을 하러왔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영어가 저렇게 안되고 깨지다니 뭘 하겠다는 것인지 참 이해가 안되고 한심하다'고 말하셨다고 하더군요. 몇 가지 주요 기구 이름도 묻는데, 미리 대부분 외웠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시사상식을 물으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ubiquitous의 개념을 한국어로 길게 설명해 주신 후 이게 무엇이냐고 물으셨을 때는 옳게 대답했지만, 그 다음에는 guilty plea가 무엇인지를 물으셨습니다. 사실 이것을 전에 찾아본 적이 있었지만 흐지부지한 탓에 잊어버려서 아차 싶더군요. '기소된 사람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라고 하니 왼쪽에 앉아 계시던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사실 그 반대라고 하셨습니다. ㅜㅜ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추가로 한국인 교수님들 중 한 분께서 한국어로 '왜 통역사가 되고 싶으며 예비통역사로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설명해보고, 번역과 통역 중 어느 것에 강하고 왜 그런지 설명해 보라'고 하셨고, '한자 읽는 것은 무리가 없느냐'고 물으셨습니다. 해외체류경험이 길어서 한국어 질문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2차 수험생 중 제일 끝 순서였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끈질기게 질문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가끔 모르는 게 나오긴 하지만 신문을 읽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요. 그랬더니 처음부터 차갑게 노려보시던 한국인 교수님 중 한 분이 'It doesn't happen overnight.'이라고 하시더군요 ㅠㅠ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세 분 다 아이컨택트를 했으나 나중에는 그 중 정말 호의적이고 친절하셨던 맨 왼쪽 교수님만 계속 쳐다보며 통역했습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기가 겁이 나서...ㅠㅠㅠㅠ
 
번역과 에세이의 경우 난이도가 높다기보다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50분 안에 번역 8지문을 끝내고 에세이를 쓰느라 손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 끝내지 못할까봐 겁이 나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손이 떨렸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지문을 주욱 훑듯이 읽고, 너무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통역하듯이 번역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어진 시간 내에 빈칸을 다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번역하면서 에세이에서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해 놓은 다음 바로 옮겨 적어서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검토할 시간은 없더군요. '시간이 부족할 테니 미친 듯이 쓰라'는 말을 미리 들었기에 망정이지 제 반에 있던 사람들 중 1/3 정도는 몇 지문을 그냥 남겨두었다고 하더군요. 다듬지 않은 언어 실력을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울외대는 '기본 언어 실력'을 많이 봅니다. 통역만 시켜서는 사실 잘 알 수 없죠. 그래서 fluency test와 빠른 번역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1지망이었던 이대 1차에서 떨어진 다음, 같이 공부했던 한국외대 파트너들과 연설문 통역을 매일 아침 했습니다. 다들 학원에 가고 싶지는 않아 했기 때문에, 강남역의 스터디룸을 빌렸습니다. 좀 비싸긴 했지만 조용하고 좋더군요. 연설문은 주로 청와대 웹사이트에서 발췌해 사용했고, 유니세프와 기타 국제기구 연설문들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 보기 사흘 전부터 하루에 하나씩 나올 법한 연설문 (FTA, 한국 경제, 동북아 정세와 북한)을 표현 위주로 외웠습니다. 연설문은 나오는 표현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요 표현을 외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대를 준비하면서 '큰 줄기 잡는 통역' 에 익숙해져서 세부 요소를 버리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연설문에 익숙해지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는데, 결국 2차에서 외운 것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천후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서울외대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나' 라고 코웃음을 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작년엔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으니까요. 저는 작년부터 통대를 준비했고 부족한 점이 매우 많은 해외파입니다. 중학교 1학년까지 마치고 영어권 국가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 수준의 영어에만 능통했지 통역을 자유롭게 하기에는 깊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때까지 이코노미스트는커녕 시사에 자체에 도통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어, 배경지식, 그 어느 하나도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LC(라고 믿기도 했으나.. 어렵고 배경지식 요하는 것은..그저 웃지요 ㅎ)와 에세이, 구어체 영어 정도.. 통역은 인지영어의 세계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작년엔 중후반까지 일을 병행하면서 의무적으로 학원만 다녔고, 공부를 안 해서 실력이 쌓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뒤집기'스터디만 막바지 두 달 동안 들입다 했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까지도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남들 하는 것을 따라 하고, 객관식 문제 한번 풀어보지 않은 채 털레털레 외대 1차 시험을 보고 독해는 시간분배도 제대로 못해 다 찍은 후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예상했었기에 '이제 감 잡았으니 내년에 올인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집에 가서 신나게 놀다 돌아왔습니다.
 
저는 영어를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1차가 에세이인 이대 시험을 보기로 하고 올해 계속 이대통역반을 수강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늘 에세이 형식의 과제물에 익숙했고, 영어로 의견 개진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안전한 길을 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 두 달간은 실전통역반을 듣다가 이대통역반으로 옮겼는데, 시험 보기 직전인 11월까지 한번도 A를 받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은 선생님께서 '이렇게 쓰면 합격할 것'이라는 평을 내려 주셨을 뿐더러, 느린 속도 때문에 쪽지 상담을 했을 때 '실수만 안 하면 꼭 붙을 테니 불안해하지 말고 속도와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해주시자 더욱 용기 백배해서 그때부터는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전 아직도 솔직히 왜 1차에서 떨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고, '뭔가 눈밖에 날 실수를 했겠거니'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입니다. 문법이나 논리에서 튈 만한 짓은 하지 않았고, 10분 전에 끝내고 검토하고 또 검토했습니다. 이대는 튀거나 어렵게 쓰는 것을 혐오하리 만치 싫어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작년에 이대 통대에 붙은 아는 언니가 '중학생 수준으로 에세이를 쓰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중학생 수준'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1차 끝나고 느낌도 너무 좋아서 의욕적으로 2차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1차 합격자 발표 날 아무리 봐도 제 이름이 없더라구요. 제 파트너들은 다 붙었고, 이대통역반의 낯익은 이름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말입니다. 한 5분간 얼어 있다가 '잘못 본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쳐다봐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차를 또 떨어지다니.. 올해도 교수님 앞에 가보질 못하는구나.. 너무 명백한 사실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참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마 그 날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네요. 살면서 마음이 그렇게 아파 본 적은 아직까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쉽기만 한 인생을 살아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통대 입시를 위해 보냈던 1년이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사라지는 느낌이 참 고통스럽더라구요. 그것이 외대의 '찍기'가 아니라 자신 있었던 '에세이'였기 때문에 더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습니다. 2차에 가면 flying colour는 아니더라도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무난히 해낼 자신도 있었고, 그래서 더 비참했습니다. 기회 자체가 날아가 버린 것이니까요. 2차 시험 날 아침 10시쯤에 일어나 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간 시험을 볼 같은 반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2차에서 만약 떨어진다고 해도, 보고 떨어지는 것과 기회도 갖지 못하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마치 사랑하면서 아팠던 것이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처럼...
 
제가 별로 유쾌하지도 않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내년에 이대 시험을 보실 분들에게 1차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지말고 최대한 읽기 쉽고 간단 명료하게 글을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틀리지 않는 쉽고 간단한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그렇게 쉬우면 유치해서 어떻게 해' '그래도 영어를 꽤 한다는 사람들이 보는 대학원 에세이인데 말도 안되지'라는 생각을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부 때 머리 터지게 쓰던 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무거움은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수업 시간에 편한 마음으로 '갈겨 내려가던' 글보다는 시험 날 더 신경을 쓴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더 긴장된 상태로 글을 쓰기도 했구요. 불합격을 확인하고 은 선생님께 쪽지를 보냈는데, 선생님께서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론-본론-결론에서 의견이 하나 이상으로 복잡해졌거나 간단명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잘하려다가 무리했을 수도 있다'라는 답장을 주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늘 A를 받다가 시험 날에 무리해서 망한 학생' 의 얘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어서, 그 때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했지만 실제로 시험 날에 어떤 실수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받아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평소 때의 자신을 믿되, 자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시험에서는 끝까지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늘 '안될 리 없다' 라는 근거 없고 꼴사나운 자만으로 밀어붙이다가 그 대가를 치른 것 같습니다.
 
초심을 잃지 마시고 시험 당일에는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되, 늘 하던 대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합격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긴장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죠.. 올해는 한국외대 1차도 많이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워낙 그 시험이 예측할 수 없는 시험이지만.. 이 자리를 빌어 2차에서 충분히 붙을 실력인데도 1차에 아쉽게 떨어져서 맘 아프면서도 정말 열심히 저를 위로해 준 착하고 실력 있는 외대 파트너 언니들(You know who you are.), 서울외대 시험 보도록 격려해주고 이끌어준 작년 파트너 언니(Can't thank you enough), 늘 좋은 스터디 파트너와 '밥'터디 파트너가 되어 준 실력파, 노력파 이대 언니들(합격 추카추카, You deserve it^^), 위로해 주시고 용기를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떨어졌지만 가장 기쁜 것은 제 이대 파트너 언니들 세 명(윤소진, 권현진, 한인경)과 제 한국외대 파트너 이정희 언니가 전부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네 명 다 하나같이 실력 있는 사람들이어서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의미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이대 가서도 사이좋게 잘들 지내고 일취월장하시길.. 이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인연들일 것입니다. 앞으로 다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공부 방법에 있어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저는 한영보다는 영한이 많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한한요약과 한한섀도잉을 했고, 신문을 읽으면서 '유치하지 않고 정확한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작할 때의 제 한국어 수준은 너무나도 형편없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금도 잘 못하지만요. 어쨌든 은 선생님의 방법을 따르고 나서 한영을 할 때 이해도 좋아지고 한국어로 풀어낼 때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 물론 제 파트너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지만...^^; 사실은 그게 많이 나아진 거랍니다. --; 전 언제나 그래 왔고 지금도 세련된 한국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처음 은 선생님 실전통역반을 수강했을 때 그 당시 제 눈에 너무 위대해 보이던 국내파 분들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는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가는 별로 듣지 않고 한국어 delivery 자체에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저렇게 절대 못할텐데 하고 말이죠. 저는 늘 영한이 한영보다 훨씬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통대에 먼저 간 언니들이나 통역사분들도 결국 영한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영어LC와 한국어는 통역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실 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시려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집중공략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입니다. 깨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만.. 일찍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름길입니다. 통역사의 눈으로 우리들을 보시고, 채찍질하시고, 이끌어 주시니까요. 영어에 있어서는 제가 약하던 어려운 영어, 즉 시사 표현을 외우고 어려운 한국어를 영어로 푸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은 선생님의 한영은 한국어 자체가 어렵고 길기 때문에 영어만큼이나 LC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수업 복습을 하고 표현들을 외우면서 시사적인 것도 기억만 난다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수업 때 마음대로 나와 주지는 않았고 바보 같은 실수도 많이 했지만... 2차가 약하신 분들은 꼭 수업내용 연습과 수업시간 발표를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좋아집니다. 그리고 다양성을 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통대 시험에서는 어려운 영어와 쉬운 영어를 둘 다 균형 있게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자신이 한 쪽에 강하다면 다른 한 쪽을 공략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영을 할 때는 영어다운 시각으로 풀어 나가야 합니다. 한국어에 너무 얽매이면 안 됩니다. 한국어가 어렵다고 영어까지 어려워 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영이 영한보다 그래도 만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한은 모국어인 한국어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하면 용서가 되질 않는 것 같거든요. 갈 길이 머네요.
 
통역사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영어와 지식을 넘어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쳐 주시고, 저희를 한 번도 그저 수강생으로만 대하지 않으시고 '예비통역사'로 대해 주신 은 선생님의 수업은 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눈으로 평가받는다는 의미에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늘 정확하고 날카롭게 잘못을 크리틱해 주시지만 절대 더하거나 빼지 않은 선생님의 평가는 다른 누가 해줄 수 없는 것이었고, 또 'blunt honesty'와 더불어 간간이 해주시는 '은 선생님표 칭찬' 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말 기분 좋은 것이라는 것을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절대로 이유 없이 칭찬을 해주시질 않아서 더 귀한 것 같습니다. 늘 많은 강의와 수업준비로 피곤하시면서도 수업 끝나면 강의실문 앞에서 일일이 금언 체크해 주시고, 수업시간에 특유의 썰렁한 농담(딴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들에겐 정말 와 닿는 농담이었죠. 지금도 가끔 자기 전에 생각나서 웃곤 합니다.)도 수업을 빠질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통대 입시라는 압박 속에서 LC와 발표와 크리틱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3시간 동안 단 1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에 가끔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이기는 했지만(우리 4명이 이 때문에 쓴 식비가 어마어마하다죠), 그만큼 보람 있고 얻는 게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시험준비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 수업을 편하게 듣는다면 얼마나 즐거울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아마 시사청취에 푹 빠진 골수 팬들도 그 중독성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늘 통역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매번 자신에게 끝없이 실망을 하지만, 그래도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한 번도 지루한 적은 없었고, 수업을 들을 때마다 늘 새로이 흥분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이 길을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알 리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왜 그걸 하고 있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지만, 이 공부에서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결국 어느 길로 가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즐기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지난 26년 동안 딸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밀어 주시고, 멀리서 처음부터 끝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고, 믿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 격려해 준 친구들, 같이 웃고 울고 함께 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시험보기 한달 전부터 이대 떨어지고 서울외대 시험보고 결과 나올 때까지 부서진 레코드처럼 끝없이 같은 레퍼토리로 푸념을 늘어놓고 emotional roller coaster를 달리던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준 은동오빠, 따랑하는 명하언니, 영혜언니, 그리고 눈동자와 같이 보호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선택한 길이 결국 내 길이었다는 말을 몇 년 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김지영
 
 
 
학원을 다니면서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작년 9월에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 종합반을 들으면서부터입니다. 이름은 '입문'이지만 수업진행 방식이 초보자를 위한 것이고, 수업 내용 자체는 '입문'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장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통대 준비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고, 특히 에세이를 쓰고 토론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때는 학부생이었기 때문에 full-time student로 한 것은 올해 초부터입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 첫 시간에는 '통과'를 하면서도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발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강생 수가 많아져서 기회가 줄어들고 사람이 많은 만큼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이 더욱 더 긴장되는데 시험 치기 전에 몇 번 나가서 해보고 선생님의 크리틱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그에 대해서 보완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시기 때문입니다.
 
 
 
스터디는 신문 사설이나 칼럼으로 한한, Annie's Mailbox로 영영을 했고, 뒤집기는 시험을 두 달 앞두고 한영만 일주일에 한번씩 했습니다. 공부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 뒤집기를 해봤는데, 좌절감만 느끼게 돼서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주제를 정해서 에세이를 써보고 다양한 주제를 접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수업 복습으로 듣기는 다시 한번 더 들어보고 표현을 외우고, 문장이나 의미 단위로 끊어서 들으면서 따라 하기를 했으며, 한영 자료는 외우고 스파랑 같이 점검하기 식으로 했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는 듣기 위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철저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듣기는 BBC에서 MP3파일을 다운받아서 1분 정도 단위로 들은 다음 생각나는 내용을 써보고, 표현을 외우고, 그 다음 문장 단위로 들으면서 따라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필사자료로는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를 이용했으며 되도록 다양한 섹션에서 기사를 골라 매일 30분-1시간 정도 했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는 Annie's Mailbox를 매일 30분-1시간 정도 외웠습니다.
 
 
 
시험 치기 일주일 전에는 날마다 브레인스토밍을 했고, 연설문으로 한영스터디를 했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객관식 문제와 주관식 문제, 그리고 듣고 5문장 이내로 요약하는 서술형 문제로 나뉩니다. 문제 유형은 띄어쓰기, 틀린 문제 고르기, 빈칸에 들어갈 한자어를 한글로 쓰기, 설명에 해당하는 고사성어 고르기 등입니다. (한자는 대부분 무난하게 풀 정도의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서술형 문제는 3문제인데 양극화 해소, 미국산 소고기 등이 나왔습니다.
 
 
 
영어: 듣기 25문제, 독해 25문제입니다. 듣기는 긴 지문 하나를 듣고 다섯 문제씩 푸는 형태입니다. 시험이 전반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독해의 경우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빨리 읽어서 문제 풀고 나중에 잘 찍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첫째 날 번역, 둘째 날 통역으로 나눠서 쳤습니다.
 
 
 
번역의 경우, 한영 4문제, 영한 4문제, 10문장 이내의 에세이 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빠듯하기 때문에 문제를 읽고 바로 써내려 가야 합니다. 한번 더 보고 틀린 것 고친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다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번역 문제로는 NLL, 대기업 총수의 보복폭행 사건, FTA가 나왔고, 에세이로는 '패리스 힐튼이 21C형 유명인사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제로 출제됐습니다.
 
 
 
통역의 경우, 시험장에 들어가면 먼저 외국인 교수님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제 경우는 이메일 주소가 특이해서 그것에 대해 물어보셨고, 학부 전공 언어가 아닌 영어 통역을 선택한 이유 등을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께서 ISO, ILO, IPTV, WIPO가 무엇의 약자인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시사 문제도 두 문제 나왔지만, 이건 다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약자로는 시험 전날 시사 용어집 뒤에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한영, 영한 통역 시험은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인력 관리의 중요성, 저 체중으로 태어나는 아기와 산모에 대해서 나왔습니다. 둘 다 그렇게 길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물적, 심적 도움을 주신 부모님, 이상한(검증되지 않은) 영어와 한국어를 인내하면서 끝까지 들어 주시고 크리틱 해주신 은천성 선생님, 공부 초기에 주옥같은 표현을 가르쳐 주신 장홍석 선생님, 도시락 같이 먹었던 메인 스파 미라, 정말 중요한 자료를 준 이진 언니, 많이 격려해 준 혜성 언니, 모두 감사합니다^^
 
 
 
 
 
 박선화
 
 
 
(운이 좋아서 서울외대도 합격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9월까지 외대를 준비했던 것이 은연중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는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1. 1차 시험 1주일 전 모의고사 문제풀기 - 이대시험 준비로 모의고사 대비를 전혀 못해서, 서울외대 1차보기 일 주일 전에 외대 기출문제를 구해서 스파와 하루에 stopwatch를 맞춰놓고, 2일분씩 풀었습니다. 문제 유형이 워낙 다양해서, 시험 직전 모의고사 대비 워밍업도 하고 긴장감을 푸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2. 2차 시험 1주일 전 영자신문 국내기사 필독 - 서울외대 번역문제에 국내기사가 나온다는 말에 전 딱 하루만 사서 봤는데, 사실 이 하루 분만 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번역시험에서 국내 최근 시사문제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은 한글 기사와, 국내기사를 영자신문으로 다룬 것을 꼭 같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거예요.
 
 
 
▶1차 (필답고사)
 
 
 
1. 한국어
 
 
 
맞춤법이 약간 아리송합니다. 표준 맞춤법 미리 공부해 가시구요, 고사성어 다섯 문제는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고사성어도 한번 리뷰하고 가세요. 전 고사성어 평소에 좋아하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헷갈려서 틀렸습니다..ㅡ.ㅡ. 뒷부분 한글 요약문제 3문제를 교수님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신다고 하는데, 들은 표현 그대로 쓰시는 것보다, 제 생각에는 평이한 요약보다 약간 눈에 띄고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전 다른 표현이나 고사성어를 활용해서 요약을 했습니다.)
 
 
 
2. 영어
 
 
 
참고로 LC는 지문 당 5문제로, 지문은 길지만 문제 자체가 크게 어렵진 않기 때문에 만점을 맞는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간혹 읽어주는 지문 순서와 문제순서가 뒤섞여있어서, 그 순서만 놓치지 않으면 LC는 거의 다 잡으실 것 같구요, 미리 5문제씩 먼저 문제보기를 읽어두고 지문을 들어서 문제 푸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RC는 정말 양도 많고 다 풀 수 없습니다. 지문은 길고 문제는 한 두개 밖에 없으니까요. 5-6문제는 제대로 풀고, 10문제정도는 문제와 보기만 보고, 나머지 5문제는 그냥 찍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속독 훈련이 안되신 분들은, LC만점을 목표로 앞부분에서 절대 실수하지 마시고, RC는 시간안배 잘하시고, 나중에 시간 부족하면 보기를 보고 logic이라도 따져서 찍으세요.
 
 
 
▶2차 번역시험 (토요일)
 
 
 
한영 4개, 영한 4개, 에세이 1개, 이렇게 총 9개인데요. 크게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아주 부족합니다. 저도 시간이 부족해서 나름 전략을 이렇게 세웠습니다.
 
 
 
1. 첫 번째 장은 무조건 깔끔하고 글씨는 크고 완벽하게! (교수님들께 보이는 첫인상인지라 표현도 적절한 단어와 뉘앙스를 고려해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서 풀었습니다.)
 
 
 
2. 시간이 부족하면 요약이라도 해서 모든 지문 번역하기! (나중에 문제 2개와 에세이 1개가 남았는데 딱 10분밖에 안 남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에세이 먼저 딱 10줄 쓰고 남은 5분 동안 나머지 지문 두개를 시간을 반반씩 할애해서 요약 번역했습니다. 빈칸으로 남기는 것보다 시각적인 효과도 있고, 모든 지문을 다루면서 요약하는 것이 앞 한두 문장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길 것 같습니다.)
 
 
 
▶2차 통역시험 (일요일)
 
 
 
1. 시험 전
 
 
 
워밍업 차원에서 한시간 정도 다른 수험생과 뒤집기 스터디를 했는데, 긴장도 풀리고 편안한 상태로 시험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들 꼭 입 풀고 들어가세요!!
 
 
 
2. Fluency test & 시사상식 문제
 
 
 
교수님들께서 워낙 편안하게 웃으면서 잘 대해주셔서 얘기하다가 긴장이 완전 풀렸고, 특히 제 통역경력과 前직장에 대해서 호감을 보여주셔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시사문제는 국제 환경단체 이름대기, 와이브로, 자본통합법 등이 나왔는데,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질문하신 것에는 모두 맞게 대답했습니다. 다 맞추니 교수님 표정이 밝아지셔서 살짝 기분도 좋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3. 한영 & 영한 통역시험
 
 
 
일단 분량은 둘 다 아주 짧았습니다. 6문장정도..? 긴 지문으로만 준비해왔던 저는 너무 짧아서 약간 당황했지만, 짧은 만큼 디테일까지 살려서 다 말했고, 실수하지 않도록 약간 천천히, 표현도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한영이 교육에 관한 것이었는데, 전에 공부하면서 암기했던 문장과 첫 문장이 거의 흡사해서, 외운 대로 시작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읽으실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통역할 때는 교수님 세분과 계속 eye contact을 하면서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이대 통역시험 볼 때는, 끝나고 오면서 길거리에 있는 돌부리를 다 걷어차고 왔는데, 서울외대 통역시험을 봤을 때는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고,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다 발휘하고 나온 것 같아서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가슴이 벅차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면서, 퇴근하고 틈틈이 학원 다니던 저에게 full time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5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토록 바라던 full time 학생이 되어서, 학원도 무리해가면서 두 군데씩 다니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험 볼 때까지 자습실에서 학원 문닫을 때까지 공부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공부하실 때 정말 길고 지겹게 느껴지시겠지만, 본인이 하고싶은 공부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positive mind'인 것 같습니다.
 
 
 
항상 강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많은 도움 주신 은 선생님 (크리틱을 들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나고 나니 선생님 크리틱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힘든 기간 함께 준비한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감사드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고3 수험생 학부모 이상으로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남편, my better half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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