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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6 어휘 학습법(4) - 단어는 몇 개나 알아야?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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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6 어휘 학습법(6) - 어휘 기억은 어떻게?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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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6 어휘 학습법(8) - 숙어는 어떻게 익히나?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6 어휘 학습법(9) - 문맥으로부터 짐작하기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6 어휘 학습법(10)- 30개국 외국어 익히기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2
- 2011.11.16 (기초 영어회화) 기초 영어회화 자료 [생활영어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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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2) - 4가지 요건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3) - 동기 유발책 10가지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4) - 3배 더 유창하게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5) - 어휘 vs 문법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6) - 암기에 대한 환상&착각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7) - 왜 듣나? 두가지 목적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8) - 무엇을, 어떻게 듣나?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9) - 회화도 발전단계가 있다 (능률영어사 이찬승)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10) - 알아야 할 단어 수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11) - 최저 투자 시간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 2011.11.15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12) - 영어학습의 가속성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글
(영어공부방법)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김현지
[들어가며]
먼저 통역 대학원에 입학하게 하신 하나님께 영광을 드립니다! 저는 아주 먼 길을 돌아 힘들게 통역대학원에 진학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석사도 마치고 유학도 이미 결정된 상황에서 갑자기 통대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모든 복잡한 과정 속에 하나님께서 너무나도 세밀하게 인도해주셨고, 짧은 시간을 공부하고도(본격적으로 7월부터) 한편의 드라마와 같았던 시험에 합격하게 해주신 주님께 감사 드립니다. 저는 어릴 때 초등학교 5학년까지 외국에 6년간 살았었습니다. 때문에 외국에 살다 와서 짧은 시간에 통대를 준비하려는 분들에게 제 수기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먼저, 통대 입학을 결심한 것은 엄청난 결정이었습니다. 2006년 7월 영문학 석사 졸업 후, 이미 미국 로스쿨 진학이 결정된 상태였고, 가족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통대를 졸업한 친구마저^^)이 왜 좋은 국제 변호사 놔두고 한국에서 통역사 되겠냐고 많이 말렸죠. 저 역시 이미 보장된 학교와 미래를 포기하고 붙을지 떨어질지 모르는 통역대학원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았습니다. 그 결정을 내리기가 얼마나 힘들었는지요….! 그렇지만 지금 와서 후회는 없고 마음이 평안하다고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저는 통역이라는 기술이 "예술이다!"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그래서 통역사가 되기로 결심했죠. 통역사는 주체적인 결정을 내리는 위치에 있지 않아서 하찮게 여겨질 지도 모릅니다. 저도 이 부분 때문에 오랫동안 통역사의 길에 대해 고민했었습니다(처음 통역사라는 직업을 고려한 것은 약 6년 전 대학교 3학년 때 김수연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입니다). 실력 있는 통역사가 될 자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단어 하나하나를 어떻게 옮길지 고민하지 않고도 남부럽지 않은 멋진 커리어를 만들어나갈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통역을 하는 그 순간 오직 자신만이 느낄 수 있는, 말할 수 없는 보람과 성취감이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통역하는 사람이 정말로 빛나 보일 때가 있습니다. 저는 그것을 한 교회의 큰 집회에서 통역하신 목사님을 통해서 느꼈습니다. '내가 가진 달란트를 통해서 저런 일을 할 수 있다면 참 아름답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결국 미국 유학을 포기하고 조금 늦은 6월부터 통대 입시를 준비했습니다.
[나의 기본적인 영어 실력과 취약점]
본격적으로 입시 준비를 한 것은 늦었지만, 그 전에 영어에 노출이 많은 편이었습니다. 영문학 석사를 7월초에 마친 상태였고(특히, 영강을 많이 듣고, 영어 텍스트 정말 많이 읽고, 리포트와 논문을 영어로 썼던 게 독해와 작문의 기본기를 쌓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학교 다니면서 시장조사 회사에서 통역사로 아르바이트를 간간이 해왔었습니다. 다른 사람에 비해 영어로 글 쓰는 것은 상대적으로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그래도 제 취약점은 통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까지, 단 한번도 시사에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신문이라는 것을 반년에 한번 정도 읽을까 말까 하는 사람이었죠. 한 예로 신동표 선생님이 시험이 거의 다가온 시점에서 한-영 통역 발표를 시켰는데, 한나라당을 그냥 "Hannara Party"라고 통역해놓고 반 전체가 완전히 웃음의 도가니로 빠졌을 때, 왜 웃는지 몰랐을 정도였으니까요. 그래서 입시를 시작하면서 가장 먼저 <시사저널>과 Economist를 구독했습니다. 개인적으로 Economist는 후회가 없지만, 시사저널보다는 그냥 매일 보는 조선일보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본격적으로 통역학원을 끊다!]
영문학 석사 논문을 마무리지으면서 6월에 김수연 선생님 수업을 다시 듣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못 뵈었던 선생님이었지만 저를 기억하고 계셔서 너무 기쁘고 놀랐죠. 6월에 수업을 많이 못 갔지만, 갈 때마다 신선한 기분이었습니다. 김 선생님은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서 엄청난 애정을 가지고 있으신 분입니다. 자기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꼼꼼히 원하시는 분은 김 선생님께 얻을 게 많을 줄 생각됩니다. 그런데 김수연 선생님 반은 시간이 맞지 않아서, 7월에는 신동표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신동표 어학원의 가장 큰 장점은 공부하는 환경(특히 스터디 면에서)이 너무나 잘 조성돼있다는 것입니다. 월, 화, 목, 금에 수업이 있어서 진지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기에 좋은 것 같습니다.
[신동표 선생님의 오전 입시반과 수업 파트너 구하기]
처음 등록하면서부터 오전 입시반을 들어갈 수가 없었기 때문에 7월에는 저녁반을 들었는데, 7월은 공부 면에서 많이 어수선하게 지냈던 것 같습니다. 7월에는 스터디도 안 했고, 수업 파트너도 그냥 학원에 가면 옆자리 비는 곳에 앉았습니다. 8월이 돼서야 오전반을 등록했는데, 문제는 빠른 시일 내에 좋은 수업 파트너를 구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는 항상 새롭게 구할 수 있다 하더라도, 좋은 "수업" 파트너를 7, 8월에 구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운이 좋게도 신동표 어학원의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서 저랑 마음이 맞는 수업 파트너를 구할 수 있었습니다. 일단 우리는 우연히도 종교가 맞았는데, 힘들 때마다 서로 위로해주었던 것이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정말 피곤하고, 힘들고, 우울해질 때 "제가 오늘 현지씨 위해서 기도했잖아요…"라는 한 마디를 들으면 진짜 힘이 났습니다. 서로 진심으로 위로해줄 수 있는 마음이 깊은 수업 파트너의 위력은 1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주에 가장 크게 발휘되었습니다. 마음이 더 이상은 절박하고 절망적일 수 없는 상태에서 수업 파트너 언니가 큰 힘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수업 파트너는 실력도 맞고 마음도 맞으면 금상첨화지만, 하루에 4시간 이상씩 함께 앉아 있기 때문에, 약간의 실력 차이가 있다 하더라도 마음이 맞는 사람도 괜찮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력이 서로 맞았을 때 생기는 이점도 많지만, 저는 마음이 맞고 인격적으로 성숙한 스파를 만나서 심리적으로 큰 도움을 얻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처럼 급박하게 입시를 준비한 사람이 아니라면, 처음부터 실력이 맞는 사람과 호흡을 맞춰나가는 것을 권합니다. 처음에 수업 파트너를 못 구할 때 신 선생님 소개로 구하는 것이 가장 무난하고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그냥 인터넷으로 만나면 괜히 불안하고 서로에 대한 신뢰나 헌신도가 부족할 수 있으니까요.
신 선생님의 입시반 수업은 모든 분야를 다룬다는 점에서 정말 좋습니다. 이 수업을 들을 때 딱 한가지 유의하실 점은 배운 것을 반드시 혼자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 저는 수업 복습을 제대로 한 날이 일주일에 2번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것만 제대로 했어도 스터디 하느라 에너지 소모 안 해도 되고, 장기적으로 통역사로서 실력이 차곡차곡 쌓였을 텐데…'라는 후회를 합니다. 하루에 2시간은 혼자서 복습에 투자했어야 했습니다.
[스터디 짜기]
8월에 오전 입시반을 듣게 되면서부터 미친 듯이 스터디를 짜기 시작했습니다. 그전까지는 스터디라는 것을 해야 하는 지도 몰랐었는데, 친구가 스터디부터 빨리 구하라고 권했습니다. 급한 마음에 처음에 너무 무리하게 스터디를 짰습니다. 일주일에 10번 정도 했으니까요. 스터디를 많이 할수록 좋을 줄 알고 했는데, 정말 그건 아니었습니다. 한-한과 영-한 sight translation은 괜찮았는데, 불필요하게도 한-영 스터디를 3개나 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제가 해외파라서 한영이 강하니까 다들 한영을 하기 원했고, 저 역시 가뜩이나 스터디가 없는 상황에서 뭐든지 좋다는 심정으로 하자는 대로 다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한-영의 경우 서로 실력이 맞지 않으면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괴롭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결국 한 달 정도를 이렇게 힘들어하면서 스터디를 무리하게 하다가 결국 냉정하고 지혜롭게 정리해나갔습니다. 저와 실력과 마음이 맞는 사람과 스터디의 횟수나 종류를 늘려가고, 안 맞는 사람과는 과감히 안 하는 방향으로 바꾸었습니다. 특히, 실력과 마음이 맞는 한 분이 계셨는데(객관적으로 저보다 실력이 좋다고 평가되고 정말 존경했던 스파였는데, 안타깝게도 1차에서 떨어졌습니다), 이 분과 되도록 많은 스터디를 했습니다. 실력이 비슷하니까 필요가 비슷해서 나중에는 영어 논술, 한국어 논술, 한-영/영-한 번역까지 같이 준비했습니다.
[스터디 종류]
1) 영-한 sight translation: 오전 수업 시작하기 전에 Economist로 약 50분. 평균 주 3-4회.
2) 한-한: 메모리 스팬, 주요 시사, 한국 어휘를 늘리기 위해 아침에 15-20분. 주 4회. 메모리 스팬이 형편없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됨.
3) 한-영 통역: 2명의 스파와 함. 다 합쳐서 일주일에 3번 정도.
4) Power Dic: 단어 스터디를 미리 못한 것이 개인적으로 가장 큰 후회로 남음. 참고로 정영한의 시사 영어 단어를 한번도 못 보고 시험을 봄. Power Dic을 혼자 보기 힘들어서 막판 시험 1달 반을 앞두고 수업 파트너와 하루에 30분씩 투자해서 단어를 외웠는지 체크하고, 그 책의 짧은 한글 지문을 한-영 sight translation 해보았음. 한-영 sight translation은 아무도 안 하는 거였는데 의외로 도움이 되었음. sight translation은 메모리 스팬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단어의 1:1 대응을 늘릴 수 있음.
5) 영어 논술: 시험 한 달 반 정도부터 일주일에 1-2번 정도. 찬반을 논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서 30분내에 쓰고, 서로 돌려보며 고쳐주는 형식으로. 실제 영어 논술은 준비한 것과는 완전히 달랐지만, 미리 준비한 것이 심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음. 시간 내에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갖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글씨체와 margin 남기기 등도 중요함. 길게 쓰는 것보다 잘 쓰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을 배움.
6) 면접 실전 대비: 시험 1달 전부터 일주일에 1번 3명이 모여서 실제로 구술 면접을 보는 것 같이 영-한, 한-영을 했음. 이 때는 실전 시험 환경을 대비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용에 대한 꼼꼼하거나 지나친 critique보다는 행동이나 습관을 고쳐주는 것이 좋음. 내 경우 생각나지 않을 때 눈을 위로 굴리는 버릇을 고침. 한 사람만 바라보지 않고 여러 시험관과 눈을 맞추는 것도 연습.
[은천성 선생님 한-영 수업]
신 선생님 수업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발표 기회가 적은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9월부터 신 선생님 수업과 은 선생님의 한-영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마지막 달에는 영-한 통역도 발표 연습을 하고 싶어서 영-한도 다녔고, 2차 번역 시험 대비반도 3일정도(?) 다녔습니다. 학원을 두 군데 다니면서 학원비가 많이 들었지만, 별로 후회는 안 합니다. 발표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은 선생님의 한-영 수업을 적극 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말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항상 하는 말씀대로, 실제 구술 면접에서는 극한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기본적인 단어밖에 떠오르지 않아서 "쉽게" 가야 합니다. 저도 실제로 너무 떨려서 어려운 단어는 하나도 사용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은 선생님 수업은 말로만 듣던 것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너무 좋았습니다. 극한 상황에서 마지막 결론을 까먹는 버릇이 있었는데, 어떻게 해서든 마지막 문장을 기억하는 법도 체험적으로 배웠고, 기억한 내용을 가지고 조리 있게 풀어나가는 법도 배웠고, 필요 없는 것을 버리는 법도 배웠습니다. 게다가 은 선생님 자료를 가지고 스터디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스파를 위해 자료를 따로 구해야 하는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었습니다. 자기가 언제 걸릴 지 모르니까 읽어주시는 지문 하나하나를 집중해서 듣게 되고, 이렇게 기억에 더 오래 남는 내용을 저는 실제로 2차 국어/영어 논술에서도 예시로 인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혼자서 공부했던 것 중에, 은 선생님 한영 자료를 직접 번역해보고 원문과 비교해봤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객관식 시험]
다들 쉬웠다고 하지만, 풀면서 "아리까리해서 하다가 많이들 틀리겠구나!"하고 생각했습니다. 듣기 지문 자체는 들으면서 받아쓸 수 있을 정도로 정말로 천천히 읽어줬고 쉬웠는데, 문제가 어려웠습니다. 특히, "What would most logically rebut/refute A's argument?"같은 문제에서 답을 고르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정말 다행히도 LSAT을 친 적이 있었기 때문에, 사실 듣기 문제에서 답이 거의 정확하게 보였습니다. LSAT 공부할 때 가르쳐 주는 문제풀이 방식이 있거든요.^^ 통대 입시 공부하면서 LSAT을 따로 공부할 수 없는 노릇이지만, 이번 1차 듣기 시험 유형은 정말 LSAT의 analytical reasoning section과 비슷했습니다.
저는 독해 지문도 다행히 풀기는 다 풀었습니다. 저는 원래 시험지 나누어주면 시험 시작하기 전에 독해부터 봅니다. 시험지 나누어주고 듣기 문제 방송되기 전, 약 5-7분 동안에 마지막 독해 지문(이슬람권에 대한 교황의 발언에 대한 지문)을 이미 다 읽고 4문제 정도 풀었는데, 이게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 때, '지문만 숙지하고 문제는 나중에 다시 풀자'라고 생각하고 답을 대충이라도 표시하지 않았더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막판에 시험 종료 7분 남겨놓고는 떨려서 아무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에 시간이 있는데도 문제를 정확하게 다시 못 풀었고, 확신은 전혀 없지만 대충 표시한 그 답을 그냥 옮겨 적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에서도 다들 듣기 지문을 미리 훑어볼 때, 저는 독해 지문을 먼저 봤습니다. 이번 시험의 경우, 듣기 부분의 시험지를 미리 숙지한다 하더라도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았고, 듣기는 시간이 충분했기 때문에 저로선 잘 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답안지를 옮겨 쓰면서 그만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41번부터 45번까지 밀려 쓴 것이었습니다!!!! 으악!!!! 40번인가 41번이 왼쪽 면 하단 지문 밑에 딱 한 문제가 있었는데 그걸 빼먹고 답안을 옮겼습니다. 학원시험에서도 한번도 밀려 쓴 적이 없었고, 시간도 충분한 상태에서 그랬다는 것이 지금도 이해가 되지는 않습니다. 근데, 정말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습니다. 왜냐면 4분밖에 안 남았고, 바로 직전에 다른 사람이 답안지를 바꿔달라고 했는데 감독이 이미 거절한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그 때 어떤 정신으로 그 다섯 문제를 포기하고 시험을 마쳤는지 모릅니다. 시험 끝나고 책상에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기도하며 어쩔 줄 몰라 하며 몇 분 동안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그 날 오후에는 펑펑 울었습니다. 전 정말 떨어진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감독은 시험장마다 천차만별이래요. 어떤 교실에서는 시간이 1분밖에 안 남았는데도 바꿔주고, 어떤 교실은 저처럼 5분 남았는데도 안 바꿔주고, 어떤 교실은 사정사정하면 봐주지만, 어떤 교실은 답지 쓰고 있는데도 뺏어간대요. 마지막이 최악의 경우인데, 정말 끔찍하죠? 울며불며 붙들고 있었는데 표시도 안 한 답지를 그냥 뺏어가서 주변 사람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팠는지 나중에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러니까, OMR관련 부분은 정말 본인의 상황과 선택에 달려있는 거 같아요.)
1차 시험 발표를 기다리는 한 주가 통대 입시를 준비하면서(어쩌면 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한 주였습니다. 마음이 얼마나 가난하고 절망적이었는지 모릅니다. 시험을 다시 보는 건 둘째 치고, 이 나이에 유학도 포기하면서까지 통대를 결심했는데 1년이 더 걸린다는 생각 때문에 너무나 무서웠습니다. 금요일 발표까지 매일 학원에 가고, 그곳에서 자리를 지키는 것이 너무나 힘들고 버거운 싸움이었습니다. 새벽에 일찍 학원에 도착하면 자습실에서 일단 말씀보고 기도하며 마음을 가다듬지 않으면 하루를 버틸 수가 없었습니다. 그 주에는 자습실에서 혼자서 울었던 적도 몇 번이나 있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떨어졌다고 절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합격했을 거라는 믿음과 희망을 갖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경험했습니다. 교실에 앉아있다 보면 사람들이 웅성웅성거리면서 1차 시험 이야기를 하는데, 그 때마다 무너지는 마음과 눈물을 참아야 했습니다. 마음이 그렇게도 힘들고 괴로울 때 학원에서도 저를 진정으로 위로해주는 친구들이 있어서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참고로, 1차 시험 끝나고 1차 시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혀" 무익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차를 못 본 사람들에게는 엄청난 상처가 될 뿐 아니라, 잘 봤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사실 떨어질 수 있는 시험이기 때문에, 그냥 지나간 일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2차를 준비하세요. 꼬-옥 희망을 가지고. 1차를 본 후에 가장 중요한 것은 남을 배려하는 마음과 "mind control"입니다!
1차를 붙었을 때는, 울었습니다. 저에겐 아마 최종합격보다 1차 붙었을 때의 감격이 더 컸을 겁니다. 5개를 밀려 쓰고도 붙는 감격은 말로 설명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렸습니다.
[2차 번역/논술 시험]
번역과 논술 시험은 잘 봤습니다. 그런데 이 시험은 누구나 잘 봤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시간 맞춰서 끝까지만 했다면 서로 큰 차이가 없었을 겁니다. 저는 특별히 글씨, margin 검토에 신경을 썼습니다.
(영한 번역)
영한 번역은 1차 세계대전 발발의 배경과 전개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학부 때 외교학 수업에서 1차 세계 대전을 상세히 배운 기억이 나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중/고등학교 때 세계사 공부를 열심히 했던 사람이라면 무난히 넘겼을 것입니다. 아마 교과서에 발칸 반도는 "유럽의 화약고였다"라는 내용이 어디선가 나올걸요? 어쨌든 이런 내용이 번역 지문에 나왔었습니다. 영어 문장 하나 하나가 좀 길고 꼬여있어서 한글로 풀어내기가 난해했고(쉼표나 하이픈 사이의 삽입구가 몇 개 있었던 것으로 기억함), 대명사의 번역(가령, Crimean War는 크림 전쟁이죠)이 조금 혼란스러웠을 수도 있지만, 조급해하지 않고 찬찬히 번역했다면 대체적으로 무난했을 겁니다. 시사적이기보다 인문학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의역할 부분도 꽤 있었습니다. 가령, 전쟁의 발발을 표현하는 영어 단어 중에 "explode"라는 단어가 있었는데, 이것을 폭발이라고 직역하지 않고 의역했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 문맥이 기억나지 않아 뭐라고 의역했어야 하는 지 말씀을 드릴 수가 없네요.
(한영 번역)
내용은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 근무하는 한국인 판사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 기구는 어떠한 역할을 하는 곳인지, 그곳에서 어떠한 일을 하는지, 한국인의 위상을 어떻게 높이는지, 국제 기구에서 일하는 한국인으로서 후배들이 어떻게 준비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지 등등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은 쉬워서 시간만 충분하다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대체적으로 내용은 영한 번역이 한영 번역보다 어려웠던 반면, 한영 번역은 시간 안배가 관건이었습니다. 저는 거의 똑같이 30분씩 할애했고, 남은 시간에는 영한 번역을 다시 훑었습니다. 번역에서 중요한 건, 마지막에 5분 이상 남겨놓고, 검토하는 겁니다. 저는 화이트를 사용한 부분이 있었는데, 검토하지 않았으면 실수할 뻔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한국어 논술)
"어떤 사람들은 세계 경제 대국 10위에 반드시 들어야 한다고 하고, 또 어떤 이들은 물질적인 측면 외에도 더 중요한 게 많다고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가 문제였습니다. 저는 후자에 대해서 썼습니다. 읽었던 기사내용, 신동표 선생님 수업 시간에 통역했던 내용, 은천성 선생님 수업의 한영 자료를 꼼꼼히 번역하면서 자연스럽게 외우게 된 내용을 인용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가령, "올해 고아원과 양로원에 기부금이 수십 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란다" 혹은 "고대에 인문학부 교수들이 인문학의 위기 선언을 했다"라는 내용을 잘 엮어서 썼습니다. 한국어 논술이든 영어 논술이든 "예시"를 잘 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구체적인 예가 있으면, 칸수도 빨리 차고 글에 설득력이 있기 때문입니다.
(영어 논술)
논술이 아니라 편지였습니다. 한국에 오는 친척에게 한국의 문화에 대해, 특히 문화 충격이 있을 법한 부분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문제였습니다. 조금 의외였지만, 여기서 관건은 문제의 취지를 잘 이해하고, 글을 자연스럽게 쓰되, 유치하지 않게 쓰는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편지라도 서론 본론 결론의 형식을 취해서 썼습니다. 서론에는 인사말과 앞으로 내가 쓸 내용에 대한 간단한 소개, 본론에는 약 2-3가지 포인트, 결론에는 맺는 인사말과 내가 쓴 내용에 대한 요약을 담았습니다. 친척의 이름과 한국에 도착하는 날짜도 상상해서 창의적으로 썼습니다. 우리나라에 대한 culture shock으로는 사람들이 바빠서 공공장소에서 무례할 수 있다는 사실과 여자들끼리 손잡는 것이 사실은 레즈비언이 아니라는 사실에 대해 썼습니다.
[3차 면접/구술]
1차를 기적적으로 붙었기 때문에 2, 3차를 볼 때 오히려 감사하는 마음과 침착한 마음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면접은 5시에 봤지만 1시부터 기다렸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마음과 정신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너무 미리 지나치게 긴장해서도 안되고, 시험 전에 지쳐버려서 긴장이 풀어져서도 안됩니다. 저는 너무 오래 기다려서 막판에 긴장이 풀어져서 그게 문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지나치게 긴장하는 것보단 풀어졌던 게 나았다는 생각은 합니다. 대기실이 매우 춥기 때문에 옷을 정말 따뜻하게 입기를 권합니다. 대기실에 가니까, 학원에서 아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분들과(약 2명) 돌아가며 통역 연습을 했습니다. 각자 가지고 간 자료가 다르니까 서로 연습한 거죠. 그 때는 연습하는 것이 중요하지 크리틱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머리를 환기시키고, 긴장한 상태에서 메모리와 어휘와 문장구역을 연습하는 겁니다. 시험보기 직전까지 연습하는 것은 무리고, 자기 앞에 3-5명 정도 남은 상태에서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마음을 가다듬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을 뵈면 어떻게 인사할 건지, 실제 면접실 상황을 상상하면서 기다리는 게 좋습니다. 1시부터 5시까지 면접을 하다 보면 교수님들이 지쳐서 점수를 짜게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제가 면접보기 10분전에 커피 브레이크를 가져서 교수님들 기분이 좋으셨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면 임향옥 교수님과 외국인 교수님들은 친절하시고, 한국 남자 교수님들은 정말 딱딱하고 무섭습니다. 근데 대체적으로 정말 무섭습니다. 저는 의자에 잘못 앉아서 자빠질 뻔했습니다. 이 때 자신에게 친절한 사람들에게 집중하고 긴장을 푸는 게 좋습니다. 저한테는 "I know it must have been hard for you to wait so long."라고 말씀하셨는데, 저는 "Yes, but I'm sure you all must be even more tired with all these applicants."라고 대답했습니다. 전반적으로 구술 시험은 극한 상황에서 어느 정도의 fluency를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입니다. 너무 긴장되어서 어떻게 지나갔는지도 모르겠고, 어려운 단어도 못 썼고, 숫자도 하나도 기억 못했습니다. 내용도 완전히 파악한 것도 아니고 대략만 "이해"하고 그냥 영어로 말했을 뿐입니다. 그런데 이 극한 상황에서는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영한 통역)
임 교수님이 "Now I'm going to talk to you about something called helicopter parents."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처음 듣는 "helicopter parents"에 저는 순간 정말 긴장했습니다. 그래서 은 선생님이 모르는 내용이 있으면 용기 내서 물어보고 시작하라고 말씀하신 대로 진짜로 물어봤습니다. "Excuse me, helicopter parents???" 그랬더니 임 교수님이 "Don't worry. I'm going to read to you what helicopter parents are. It's all going to be explained in the passage."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임 교수님 발음은 또박또박하고 속도는 느린 편이었으며 목소리도 컸습니다. 지문을 읽어주실 때 아이컨텍트를 했는데, 읽어줄 때는 아이컨택트를 아예 안 하는 게 좋은 것 같습니다. 긴장되어서 전혀 머리 속에 기억되지 않거든요.
지문 내용: There are such parents in Korea who are excessively concerned about their children. They are called "helicopter parents" because constantly hover over their children, always trying to do everything for them. Of course, it is not bad for them to be looking out for their children's best interests, but the problem is that they go too far. They even take their children's resumes and hand them in to companies. The true role of a parent is to nurture their children as independent beings, rather than do everything for them.
잘한 통역은 아니었지만, 이해한대로 통역했고, 아쉬운 점은 마지막에 애써 마무리를 지으려고 군더더기를 붙였던 겁니다.
(한영 통역)
한국인 남자 교수님이 고압적으로 읽어주셨습니다.
지문 내용: 음식물 쓰레기 분리 수거를 시작한 지 몇 년이 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주부들이 참 수고스럽게 잘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음식물 쓰레기의 70%(??기억나지 않음) 정도가 제대로 처리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거면 수고스럽게 분리수거 하면 뭐합니까? 제대로 처리되지 않고 바다에 버려지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쓰레기를 물고기들이 먹고, 그 오염된 물고기가 다시 우리 밥상으로 돌아오는 결과만 낳고 있습니다.
같은 내용은 아니지만 음식물 쓰레기에 관한 통역을 스터디 파트너랑 한 적이 있어서 사실 심리적으로 안심이 되었고, 내용도 어렵지 않아서 무난하게 했습니다. 물론 숫자가 2-3 가지 나왔지만, 통역을 하나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잘한 통역은 아니었지만 그냥 쉬운 영어로 풀어나갔습니다.
[마치며]
모든 게 감사할 뿐입니다. 짧은 시간 준비했지만 최종 합격해서 통역사의 길을 가게 되어서 정말 기쁩니다. 무엇보다도 하나님의 놀라운 인도하심에 감사 드립니다. 좋은 친구들(려진, 수정, 현주언니, 은미언니, 현희씨, 대현씨, 선화언니 고마워요~^^!)과 존경하는 선생님들을 만나서 너무 큰 축복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어리버리한 저에게 좋은 친구들과 선생님들이 없었다면 합격도 없었을 것입니다. 저에게 처음 통역의 세계로 안내해주신 따뜻한 김수연 선생님께 감사 드리고, 몸을 사리지 않는 열정과 알찬 수업과 최고의 공부 환경을 주신 신 선생님께 감사 드리며, 객관적인 크리틱으로 제 통역 실력을 한층 발전시켜주신 은 선생님께 깊이 감사 드립니다. 긴 수기 읽어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리며(^^), 모두 힘내셔서 꿈꾸시는 통역사의 길을 꼭 가시기를 진심으로 축복합니다.
박서경
[1차 시험]
1. 한국어
듣기 문제와 괄호 넣기 (적절한 문장 넣어 완성하기) 간단한 한자와 표준어문제 등이 출제되었습니다. 듣기 문제는 정답을 찾는 것이 조금 까다로웠고 한자, 맞춤법 등의 문제는 평이한 편이었습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속담 문제였는데 의미가 틀리게 연결된 것을 찾는 것이었습니다. 생전 처음 보는 다음과 같은 속담이 나와서 당황했으나 유추해서 풀었고 후에 인터넷으로 검색해 보니 맞게 풀었습니다. "오뉴월 소나기는 쇠등을 두고 다툰다-->여름 소나기는 국지적으로 내린다(0) 소한 추위는 꾸어서라도 한다-->한겨울을 춥게 보내야 겨울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다(X)
(소한에 무척 춥다는 뜻이라고 합니다)"
2. 영어
듣기 지문 자체는 크게 까다롭지 않았으나 정답을 고르기가 어려웠습니다. 보기 중 두 개를 놓고 고민한 것이 많았습니다. 듣기 문제를 다 풀고 나니 시간이 20-25분 가량 남았습니다. 모든 지문을 한번 훑어보고라도 풀어야겠다는 생각에 지문 한 개 당 5분 정도로 시간을 배분하여 아주 급하게 풀었습니다. 그래서 시험을 다 보고 나니 무언가 개운하지 못한 느낌이 계속 들었고 1차 발표 날까지 전혀 결과를 예상할 수 없었습니다.
[2차 시험]
1. 번역/에세이 시험
영한 번역은 고유 명사가 주석 없이 많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사람 이름이나 전쟁명등을 상식 수준에서 한글로 표기 한 후 괄호를 하고 본래 영어 단어를 썼습니다. e.g. 크림 전쟁(Crimean war)
한영 번역은 한 문단을 남기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나 무슨 일이 있어도 누락시키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 재빨리 번역을 마무리했습니다. 따라서 꼼꼼히 검토할 시간적 여유는 없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네 문단(서론(1)-본론(2)-결론(1))으로 간단하게 썼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서신 형식이라서 최대한 진짜 편지를 쓰는 것처럼 편지 형식을 그대로 적용했고 글의 흐름도 자연스럽게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2. 구술시험
저는 토요일에 구술 시험까지 볼 힘이 없을 것 같아서 일부러 접수를 늦게 했고, 다행히 원하던 대로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게 되었습니다. 애경홀에서 1시간 정도 대기한 후 차례가 돌아왔습니다. 외국인 여 교수님께서 영한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내용은 대략 "요즈음 기업 사기 문제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그런데 MBA학생들의 부정행위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미국과 캐나다의 대학원생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MBA과정 대학원생의 부정행위가 가장 심했다. 여기서 부정행위는 컨닝이나 시험장에 금지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을 포함한다. 학교 당국은 이에 대하여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한다. 왜냐하면 부정행위는 당사자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에게도 해를 끼치기 때문이다."로 기억됩니다. 다섯 명 교수님께 돌아가면서 아이 컨택트를 했고 끝나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오케이!" 라고 해주셔서 약간 마음이 놓였습니다.
한영은 이창수 교수님이 읽어주셨고 내용은 "인류 역사상 도박이 존재하지 않았던 적은 없었다. 그러나 유독 한국에서는 도박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여기에는 크게 3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물질 만능주의이다. 사람들이 노력하여 돈을 벌기보다는 대박을 터뜨리려 하고 있다. 둘째, 도박의 중독성 때문이다. 도박은 마약보다도 중독성이 강하다고 한다. 그래서 도박을 그만두고 싶은 사람도 계속할 수밖에 없다. 셋째, 사회적 분위기 때문이다. 복권에 당첨된 사람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는 등 도박을 부추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문제다."였습니다. 익숙한 주제라서 편한 마음으로 풀어나가다가 마지막에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한다"로 문장을 끝냈습니다. 뒤에 약간 더 내용이 남은 듯한 느낌이 있었으나 머뭇거리는 느낌을 주는 것이 싫어서 "이상입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곽 교수님과 이 교수님이 "헤드라인 장식하면 그게 끝인가?" "결론이 있어야지"라고 하시면서 한 문장을 더 뱉기를 주문하셨습니다. 사실 한국어 문장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았지만 논리상으로 마지막에 나올 말이 뻔한 것 같아서 뻔뻔하게 마치 기억이 난 것처럼 결론을 뱉었습니다. 그러자 곽 교수님이 "잘했어!"라고 긍정적으로 말씀해 주셔서 재빨리 시험장을 빠져 나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당황하지 않고 위기상황(?)에 대처한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지난 2년간 두어 달을 제외하고는 은천성 선생님 수업을 종류대로(영한통역/한영통역/통역종합/시사청취 등등) 꾸준히 듣고 복습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 공부를 하면 할수록 겸손을 배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어라는 거대한 바다에 뗏목 하나 부여잡고 둥둥 떠가는 외롭고 참담한 심정이 들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그래도 감사한 마음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지혜
제 수기가 많은 분들에게 희망이 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시험을 준비한 기간도 그리 길지 않고, 해외 연수 경험도 없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나 같은 사람도 통역번역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그렇다'라는 답을 얻게 된 것이 아직도 기적 같기만 합니다. 스스로 합격할 수 있었던 원인을 꼽자면, 하나님 은혜와 영어를 사랑하는 마음을 잃지 않았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사랑하기 시작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부터였습니다. 그래서 대학도 영문과에 지원을 했구요. 통역 대학원을 가고자 처음 마음을 먹은 것은 대학 3학년 때였습니다. 진로문제로 고민하다가, 졸업 후 직장 생활을 조금 한 후에 대학원을 가고자 마음을 먹었답니다. 그리고 3-4학년 때 영어 뉴스도 듣기 시작하고 타임지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단어도 별도로 시간을 할애하여 외웠습니다. 그 때 영어 실력이 많이 향상된 듯 합니다.
그리고 졸업 후, 토플 교재를 만드는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영어를 접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지원한 곳이었습니다. 실제로 취업 후 영어를 많이 접하기도 했고, 원어민들과 대화할 기회도 많아서 해외 연수 경험이 없는 저에게는 정말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직장생활을 한 약 3년 3개월의 기간 동안 별도의 영어 공부는 거의 손을 놓은 것과 마찬가지였습니다. 2005년에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 수업을 3개월간 수강한 것 외에는 학원도 다니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이제 정말 시작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것이 올해 초였습니다. 시작할 때의 그 막막한 마음은 경험해보지 않으면 모르실 겁니다. 우선 학원부터 등록하라는 친구의 조언을 듣고, 4월부터 직장을 다니면서 저녁에 은 선생님 영한 통역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한 것은 5월부터였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또 한 가지가 '능동적인 준비'라는 생각이 듭니다. 수업이나 스터디에 너무 의존하기보다는 스스로의 실력과 시기에 맞게 수업/스터디 그리고 자습 시간 및 내용을 계속해서 조율하고 조정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의 준비 기간을 시기 별로 나누어 보았습니다.
[06. 5월-8월 기본기 다지기]
5월에서 8월까지는 기본기를 다지는 데 전념했습니다. 수업은 은 선생님 통역 종합반을 수강했습니다.
영한: 은 선생님 수업내용을 두 세 번 반복해 들으면서, 처음에는 들은 내용을 한국어로 요약하고, 두 번째는 영어로 요약하고, 세 번째는 문장 단위로 끊어서 외우는 방식으로 복습했습니다. 그 외 영한 듣기는 일주일에 세 번 스터디를 했습니다. 생각해보면 이 시기에는 결코 많은 양을 공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대신 한 가지 내용을 충분히 반복하고 숙지하는 식으로 공부를 한 것이 결과적으로는 청취력 향상에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영: 수업시간에 하는 연설문과 Radio Korea International의 사설, Newsweek 인터뷰 등 한글과 영어 자료가 같이 있는 자료를 외웠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에 외워서 발표하는 부분이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영어를 많이 말할 기회가 없어서 한영 실력에 자신 없는 분들은 무조건 외우는 게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에세이와 번역도 타 학원의 번역/에세이반 수업을 들으면서 이 시기부터 준비했는데, 그것이 도움이 많이 된 것 같습니다. 하루아침에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스터디 시간에는 영한, 영영, 한한을 했습니다.
[06. 9월-10월 실전 대비]
I. 1차 준비
9월부터는 본격적으로 1차 시험 준비에 돌입했습니다. 장홍석 선생님의 1차 모의고사 준비반을 수강하면서 적어도 1주일에 한 번씩은 실제 시험 환경을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한국 외대 기출 문제지를 구입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시간을 정해놓고 풀어보았습니다. 문제를 풀어본 후에는 틀린 문제를 확인하면서 왜 틀렸나를 진단해보고, 모르는 단어나 표현 등은 꼭 다시 외우고 넘어갔습니다.
모의고사 문제를 풀어보는 것 외에 별도의 준비는 거의 스터디 시간을 통해 해나갔습니다.
Listening: 매일 약 2시간 가량 스터디를 하면서, 이때부터는 학습량을 늘렸습니다. 그날그날 업데이트 되는 주요 뉴스들은 거의 빠트리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방식은 약 1분 30초-2분 정도 길이로 전체 내용을 끊어서 스터디 파트너와 번갈아 통역을 하는 식이었습니다. 1차 리스닝 시험이 다양한 내용을 듣고 기억해서 문제를 푸는 유형이었기 때문에 되도록 다양한 자료를 커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자료를 찾는데 매일 최소 1-2시간을 할애해야 했지만, 그렇게 연습한 것이 시험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Reading: The Economist에서 몇 개의 짧은 기사를 미리 정한 후, 각자 맡은 기사를 읽어왔습니다. 그리고 스터디 시간에는 약 4분 30초-6분 가량을 주고 한 기사를 나머지 사람들에게 읽게 한 후, 미리 읽어온 사람이 그 자리에서 True/False 문제를 내는 방식으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물어보는 내용은 한글로 하고, 답은 O/X로 했습니다. 이 스터디를 통해 짧은 시간 내에 지문을 빨리 이해하는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었습니다.
한자: 초반에 은 선생님께서 내준 연설문에 있던 한자를 외웠고, 후반 들어 한자 및 고사성어 자료들을 구해서 훑어보았습니다. 그다지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는 못했지만, 한자 역시 조금씩이라도 꾸준히 보는 것이 중요한 듯 합니다. 저도 6월부턴가 보기 시작한 듯 하니 수기 읽으시는 분들은 지금 시작하셔도 빠른 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한국어: 특별히 문제를 풀어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신문, 시사저널 등을 꾸준히 읽으면서 사설은 한한 스터디를 한 것이 다였습니다. 한국어 시험은 큰 부담을 가지실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II. 2차 준비
사실 2차 준비는 5월 은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부터 쭉~ 해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뒤집기를 한 것은 9월 들어서부터였습니다. 은 선생님 말씀대로 뒤집기 스터디는 일찍 시작할 필요가 없는 듯 합니다. 충분히 기본기를 다질 때까지는 오히려 영영과 한한 스터디를 하는 것이 낫다고 하신 선생님의 말씀이 바른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9-10월부터 은 선생님 수업시간에 2차 시험 모의고사 시간이 있었는데 그것이 저에게는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06. 11월 4일 1차 시험]
1교시: 한국어
한국어 시험은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듣고 푸는 문제의 경우 대체로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대담 프로그램에서 한 말을 그대로 옮겨 놓고 논지를 묻는 문제가 있었는데 이 얘기했다가 저 얘기했다가 하는 듯해서 다소 헷갈리는 부분이 없지 않았습니다. 읽고 푸는 문제의 경우도 지문 내용이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워서 약간 놀랐습니다. 네러티브 기법에 대한 지문이 특히 기억에 남는데 두 번 정도 읽고 보니 무슨 내용인지 흐름이 잡혔습니다. 내용을 이해하고 나니 문제 푸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던 듯 합니다. 시간이 많이 남을 줄 알았는데 거의 마칠 시간에 맞추어서 문제를 다 풀었습니다. 생각보다 난이도가 높긴 했지만 미리 부담을 갖거나 긴장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시간에 집중해서 신중히 푼다면 국내파들은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들이었으니까요.
2교시: 전공 영어
전체 50문항 중 청취능력 시험이 30문항, 독해능력 시험이 20문항이었습니다. 예년보다 듣기 문항이 5문제 늘었지요.
청취능력 시험의 경우 들려주는 내용은 결코 어렵지 않았습니다. 속도가 빠르거나, 문제를 풀 시간이 부족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문제의 답이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1번부터 5번까지는 짧은 글을 듣고 True/False문제를 푸는 유형이었습니다. 6번부터 30번까지는 남자와 여자가 주고받는 대화(exchange)를 듣고 이어지는 2-3문제를 푸는 유형이었습니다. 질문은 남/여가 주고받는 말이 어떤 논리적 관계를 갖는 지와 그 내용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결국 영어 청취능력 시험도 한국어 시험과 똑같이 이해력을 평가하는 시험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청취능력 시험이 끝난 후, 답은 미리 OMR 답안지에 옮겨 적었습니다. 나중에 마킹하면 마음이 급해서 실수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독해능력 시험의 경우 총 5개의 passage가 출제되고 각 지문 당 4문제가 출제되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문이나 문제가 특별히 어렵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다만 듣기 평가를 한 후, 남은 시간이 약 20분 정도였는데 그 안에 얼마나 빨리, 그리고 정확하게 내용을 이해하느냐가 관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마지막 한 문단은 아예 못 읽어서 답을 찍었습니다. 그것 때문에 불안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서 다소 안도감을 느꼈습니다. ^^
[06. 11월 11-12일 2차 시험]
1차 시험을 치르고 2차 시험 발표가 나기까지 한 주간은 정말 괴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시험에 합격했는지 여부조차 알 수 없는 상태에서 2차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이 컸으니까요. 하지만 은 선생님 말대로 공부할 때만은 1차 시험 결과에 대해 잊고 지낼 수 있었던 듯 합니다. 내년에 시험 보시는 분들도 1차 끝난 후에 괜히 방황 마시고 2차 준비 열심히 하는 게 가장 맘 편한 일이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1교시: 번역
영한 번역은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세계 정세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스토리가 있는 내용이 아니라, 발칸 반도 및 세계 패권을 장악하려 했던 열강들 (영국, 러시아, 오스트리아 등)의 상황을 역사적 사실(fact) 중심으로 나열해 놓았었는데, '크림 전쟁(Crimean War)', '흑해(the Black Sea)' 등의 고유명사가 많이 등장해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저는 고유명사를 모두 한글로 통일해서 번역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국제 사법 재판소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이 쓴 글이었습니다. 그분의 경력과 더불어, 사법 재판소에 대한 설명과, 보다 더 많은 한국인들이 국제 기구에 진출했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주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영한 번역에서 너무 시간을 많이 쓴 바람에, 한영은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문단을 다 번역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점검도 못해본 상황이어서 번역 시험이 끝난 후 매우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에세이에서라도 만회하자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2교시: 에세이
한국어 에세이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수준이 되어야 국가 경쟁력을 제고시킬 수 있다는 입장과, 무조건적인 경제 개발만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 중 한 가지를 선택하라'는 주제였습니다. 되도록 간결하게 쓰고, 제 입장을 최대한 명확히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외국에 있는 친척이 곧 한국을 방문하게 된다는 설정 하에, 그가 한국에 있는 동안 문화 충격을 줄일 수 있도록 몇 가지 한국 문화를 미리 설명하는 편지를 써라'가 주제였습니다. 유형이 매우 신선해서 약간 황당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했습니다. 저는 정말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고 Dear~로 시작해서 Sincerely로 마쳤습니다. 한국 문화로는 '국이나 찌개를 한 냄비에 놓고 같이 떠먹는 것'과 '평일에도 밤늦게까지 술 먹고 노는 문화가 발달한 것'을 썼습니다. 영어 에세이 역시 최대한 간결하게 쓰고 한 번 더 확인한 후 제출하였습니다.
구술
구술 시험은 일요일 오전에 보게 되었습니다. 영어 듣기의 '감'을 잃지 않으려고 집에서 나오기 전부터 학교에 도착할 때까지 계속 영어 뉴스를 들었습니다. 대기실에서는 계속 영어로 말을 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기 전에는 기도하면서 마음을 침착하게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니 두 분의 외국인 교수님과 세 분의 한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먼저 외국인 교수님께서 시작하는 질문으로 행운을 가져다줄 소지품을 혹시 가지고 왔느냐고 물으셔서 그냥 '기도했다'고만 했습니다. 대답이 끝나자마자 곧 다른 남자 외국인 교수님께서 영어를 읽어주셨습니다.
영한은 당뇨병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내용을 요약하면 대충 다음과 같습니다.
'당뇨병의 요인에는 유전적인 것도 있다. 그 경우에는 부모님으로부터 병이 유전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할 수 없다. 하지만 미리 예방할 수 있는 요인들도 많다. 첫째, 비만인 경우 당뇨병을 앓을 확률이 높다. 미국인의 약 30% 가량이 비만이다. 아동의 당뇨병도 늘고 있는 추세다. 둘째, 잘못된 식습관도 당뇨병의 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식습관을 개선하면 당뇨병을 예방할 수 있다. 셋째,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사람(couch potato)도 당뇨병 발병률이 높다. 마지막으로 임신중인 여성이 일시적인 당뇨병을 겪을 수 있는데, 그들 중 일부의 경우, 출산 이후에도 당뇨병이 발병할 수 있고, 태아 역시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내용이 길지도 않았고, 단어나 표현 등도 크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얼마나 집중해서 듣고, 빠짐없이 기억하는가가 관건인 듯 합니다. 통역을 할 때 정확한 한국어 표현을 사용하고, 포즈 없이 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한영은 독자투고 형식이었습니다.
'한국이 점차 고령화 되어가면서, 불행히도 노인 운전자들이 자동차 사고의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늘어가고 있다. 한국은 예로부터 웃어른을 공경해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깊은 나라이다. 하지만 운전을 하는 상황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노인 운전자가 천천히 운전하기라도 하면, 뒤차의 운전자들은 경적을 울리거나 심지어 욕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울 시 정부에서는 'Silver Mark' 캠페인을 추진하였다. 노인이 운전한다는 것을 알리는 마크를 자동차 뒤에 붙이는 것이 캠페인의 주된 내용이다. 서울시에서는 시민들에게 이 캠페인에 적극 동참할 것을 당부했다. 이 캠페인으로 노인 운전자들의 사고가 줄어들기를 바란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아서 돌아간 곳이 많았지만, 포즈 없이 내용을 전달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문장에서 긴장이 풀려, 그만 얼버무리고 말았습니다. 문을 나설 때 편안한 마음이기는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틀린 표현이나 더 나은 표현이 생각나서 발표가 나기 전까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릅니다. ^^;
[맺으면서]
그런 날이 있었습니다. 학원 수업시간에 영어가 잘 들리지 않아 발표도 엉망으로 하고, 스터디를 하던 중에 파트너보다 내 실력이 못한 것 같아 속상해하며, 집에 돌아 올 때쯤에는 '과연 내가 올해 붙을 수 있을까, 이것이 내 적성일까'등의 괴로운 생각들로 눈물까지 그렁그렁해서 집에 온 날이요. 그런데 그 날 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자료를 뒤적거리다가 새로운 영어기사를 읽으면서 또 다시 흥미를 느끼고 설레는 나 자신을 보면서 희망이 있다는 생각을 가졌습니다. 은 선생님 말대로 영어를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마음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자신의 꿈을 꼭 이룰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먼저, 제 기도에 응답해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너무나 감사 드립니다. 영어 공부의 정도(正道)를 알려주시고, 저의 부족한 실력을 인내하시면서 지금까지 지도해주신 은 선생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나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주고 힘이 되어주었던 어른스런 동생 경선이를 비롯해서 함께 스터디 했던 경희씨, 정인씨에게도 감사. 그리고 가능성이 무한한 동생들 잔디, 세미~ 힘내!! '마지막으로 딸의 꿈을 이해해주시고 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주신 부모님, 너무 사랑하고 감사해요.'
[참고 자료]
영한:
PBS (http://www.pbs.org/newshour/home.html)
NPR (http://www.npr.org/)
CNN (http://transcripts.cnn.com/TRANSCRIPTS/bn.html)
VOA (http://www.voanews.com/english/index.cfm)
BBC (http://news.bbc.co.uk/)
Slate Explainer Podcasts
한영:
RKI (http://rki.kbs.co.kr/)
Korea Times (http://times.hankooki.com/times.htm)
Newsweek (http://www.msnbc.msn.com/id/3032542/site/newsweek/)
연설문(노무현 대통령, Bush 대통령, Tony Blair 총리)
영영:
Chicken Soup for the Soul
Dear Abby
장지영
먼저 합격의 영광을 하나님께 돌립니다. 그리고, 저를 위해 정말 열심히 기도해주셨던 부모님(특히 제 어린 딸을 돌봐주신 어머니), 동생들(특히 유경이), 저희 집에 와주시는 집사님, 특히 바쁜 와중에도 주말에 아기와 시간을 보낸 신랑, 목사님 내외분과 교우들, 통대 선배이자 이제 목사의 길을 가는 친구 동철이, 할머니, 시부모님, 친구들, 학원 동료 수강생들, 모두 감사합니다. 그리고 단순히 영어만 가르쳐주시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통역사의 자세 그리고 평생 학생의 자세를 몸소 보여주신 은천성 선생님께도 감사와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석 주 가까이 밥도 같이 먹고 상담도 해주고 스트레스도 같이 풀었던 한인경씨, 김정씨, 장인환씨, 전제형씨, 위준성씨, 장민호씨. 복습 스터디를 같이 한 인경이, 한한 스터디를 같이 하고, 또 같이 합격의 기쁨을 공유하게 된 경선씨, 그리고 마지막으로 수험장에서 스터디를 해주신 장봉희씨, 만약 이분들 중 한 분이라도 없었더라면 제가 오늘 합격할 수 없었을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합격한 것만큼 기쁜 것은 시험 치기 마지막 한달 동안 스트레스를 여러분 특히 신랑, 목사님 내외분, 집사님, 먼저 통역사의 길을 간 친구들, 그리고 통역의 길을 걸어가고자 같이 수업을 듣는 학원 친구들과 함께 나누며 버텨나간 것입니다. 막판에 이 시험이 입시 공부인 것을 재인식하고, 기타 삶의 본질적인 문제들까지 겹쳐서 정말 힘들었을 때 같이 버텨주고 기도까지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합격 수기를 쓰기에 앞서 저보다 실력이 있으면서도 고배를 마신 분들이 생각나서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공부방법은 이분들이 더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를 것이므로 저는 제 공부방법이 합격 공부 방법이라고 수기에 올리기가 부끄럽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만 참고하시라고 제가 공부한 방법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올해에는 영어사랑학원을 7월부터 4개월 반을 다녔습니다. 몇 년 전 통역공부를 한 적이 있지만 출산 및 제 아이 건강을 원인으로 안타깝게 중도에 접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영어는 커녕, 우리말 뉴스와도 거리를 두고 몇 년을 살다가 어떤 계기로 갑자기 불현듯 올해 7월부터 학원에 나와 공부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은 선생님 통역종합반과 실전독해/영작반을 끊었는데, 처음엔 독해는 둘째치고 LC도 들리지 않더군요. 문장은 커녕, 단어도 아리송하고요.
이번 시험을 치면서 느낀 점은 주어진 상황에 최선을 다하고 주님께 의지하고 약점을 강점으로 바꾸는 의식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1차 시험 전날, 잠을 충분히 못 자고 가도, 오히려 "현재 내 실력이 부족하니 주님이 대신 찍어 주시려나보다"라고 믿고 마음을 편히 가졌습니다. 2차 시험 전날, 기쁨과 흥분으로 잠을 제대로 못 자고 갔을 때는, 통역사는 원래 힘든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역시 편한 마음으로 갔습니다.
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4개월 반 동안 시험 준비중 수업 복습, 한한 스터디 한 개를 빼고는, 그 흔한 뒤집기 스터디도 못하고 시험장에 들어갔으니까요. 학원 수업 중에 하는 뒤집기와 시험장에서 장봉희씨가 해 주신 한영 뒤집기가 뒤집기의 전부였습니다. 그러나, 이 공부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전에 비교적 편히 공부했을 때보다도 더욱 컸습니다. 수업 시간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노력했으며, 비록 공부양은 얼마 되지 않지만 욕심부리지 않고 주어진 시간 내 복습만이라도 최대한 열심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합격 여부를 떠나서 영어 공부의 기초를 닦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무엇보다 양이 적고 많고를 떠나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생긴 것을 감사했습니다. 지난 4개월 반 동안 통역종합반 4개월, 실전독해/영작반 3개월, 번역/에세이반 1개월, 1차 시험 모의고사반 2개월, 2차 시험 최종 점검반 1주일을 들은 것이 다 입니다. 솔직히 내년 정도에 합격을 생각하고 공부했습니다. 주님과 주위사람들 덕분 그리고 혹시 과거에 공부했던 게 어딘가 남아 도움이 되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통대에 합격한 만큼 이제부터는 노력을 더하고 시간을 더 내어서라도 신문도 방송도 좀 들어야겠죠.
[1차 시험 및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은 해마다 그 입시 유형이 바뀐다고 합니다. 객관식 시험이니만큼 시간 안배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유형이 바뀐다고 하여 별도로 특별한 준비는 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유형이 정해져있지 않으니 시험 준비기간이 적은 저에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기초 닦기에 신경을 썼습니다. 9월과 10월에는 장홍석 선생님 토요일 모의고사반을 수강했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 실전독해/영작반 수업시간에 1차 시험 대비용 문제를 푼 것이 도움이 됐습니다. 작년 기출문제도 풀었습니다. 더 많이 준비하면 좋았겠지만 수업시간에 배운 것을 복습하기에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모의고사를 더 구해서 풀어 볼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현재 하고 있는 것을 복습하기도 바쁜데 일만 벌이는 것 같아 더 풀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9월과 10월에는 타학원 수업 LC자료도 입수해서 혼자 추석 연휴 때 들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지를 구독하며 읽는 친구들이 부러웠지만, 수업내용을 복습할 시간도 빠듯해서 마음을 접었습니다. 대신 수업시간에 배운 것은 LC, RC, 그리고 번역순서로 우선 순위를 두면서 최대한 많이 외우려고 노력했습니다. 장 선생님 모의고사 문제지 transcript도 LC부분은 대부분 외웠습니다. 은 선생님이 다루시지 않았던 주제가 짧게 여러 개 실려 있어, 은 선생님 수업 자료 외에 딴 자료에 별로 눈을 돌릴 수 없는 저에게는 정서적으로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차 시험은 비교적 유형이 정해져 있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그 유형에 맞추어 공부를 해볼까하는 생각도 없지 않아 있었지만, 실력도 부족해서 1차 시험 합격도 확신이 서지 않는 마당에 2차 시험 유형에 맞추어 공부한다는 것이 이치에 맞지 않아서, 그냥 기본 영어 실력을 쌓고, 추후 시험이 임박했을 때 유형에 맞추어 연습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영어 기본 실력 자체가 튼튼해지면 1차든 2차든 해결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유형별 연습은 9월, 10월 은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다루어 주셨습니다. 2차 시험 모의고사 형태로 구술시험을 보는데, 이때는 이전과는 달리 "통과!"를 외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발표 기회는 줄어들었지만, 집에서 혼자 복습을 하며 기본 영어 실력을 쌓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수업시간에 한번 들어본 걸 가지고 집에서 다시 하는 것이니까 스터디를 하면서 완전히 새것을 하는 것과는 달라서 스터디를 해볼 생각도 했지만 역시 시간이 부족해서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대신 9월, 10월은 타학원의 9월, 10월 LC 자료를 복사해서 테이프 들으며 저 혼자 영한통역, 영영연습을 해보았습니다. 그런데, 혼자서 tape을 들으며 하니까 약간 걱정이 되어 육성에 익숙해지고자 이 LC부분 중 몇 꼭지를 추려 한한 스터디 파트너인 한경선씨에게 읽어달라고 했습니다.
저는 어차피 시간이 부족한터라 욕심은 버리고 대신 하나를 하더라도 그것을 가지고 듣기, 읽기, 심지어 쓰기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여러 번 우려먹겠다는 각오로 복습하고 외웠습니다. 이런 생각은 어쩌면 반드시 올해 붙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아서 더욱 가능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필기 시험]
영한번역, 한영번역, 논술은 되도록 정확하게 그리고 시간 내에 들어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멋있는 표현으로 튀어 보겠다는 생각은 접고, 눈에 띌 만한 실수는 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쉽게 그리고 최대한 단문으로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시험 내용은 동일하니 다른 합격자분 수기를 참고하세요.
[구술 시험]
저는 첫째 날인 토요일 오후에 구술 시험을 봤습니다. 긴장하지 않고 최대한 편한 마음을 갖고자 일부러 옷도 보통 때 입는 옷에 화장도 하지 않은 채 시험을 치렀습니다. 회의장에서 무려 3시간 넘게 대기하고 있었는데 회의장 건물 내에서는 식사를 하기가 어렵더군요. 때문에 아침 필기 시험 중간 휴식 시간 때 혹시 저녁을 먹지 못할까봐 외대 학생 식당에서 갈비탕을 먹어둔 것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계속 대기하고, 전날 흥분해서 잠도 자지 못한터라 점차 지치긴 하더군요. 그러나, 그때 나중에 통역을 하게 되면 이보다 더한 악조건에서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옆자리에 앉아 계신 장봉희씨가 자진해서 한영 스터디를 해주시며 시험장 분위기를 알려주셨습니다. 시험보기 직전엔 제가 시험장에 들어가면 꼭 기도해달라는 부탁까지 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니 교수님이 여섯 분 정도 계셨는데, 밖에서 소문으로 듣던 것과는 달리 매우 친절하셨습니다. 긴장을 풀어주시려고 제게 하신 질문에 대한 일문일답입니다. "긴장했나요?" "네, 약간이요." "긴장할 때는 어떤 방법으로 해소하나요? " "기도하려고 노력합니다."
이 질문 다음으로 바로 영한 임향옥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주셨습니다. 느린 속도는 아니었으나, 큰 목소리로 고저장단이 분명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이해하기 쉽게 잘 읽어주셨습니다. "보통 장난감하면 어린이가 떠오릅니다. 그러나 일본에서는 노인들 특히 퇴직자를 대상으로 하는 robotic toy가 있습니다. 일기예보를 해주고, 말을 건네주고(예: 오늘 멋져 보이십니다), 약을 챙겨주는 역할을 합니다. 이는 출산율 저하와 인구 고령화에 따라 기존 어린이 대상 장난감 판매 수입 부진을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한 기업들의 자구책입니다."
내용도 상당히 짧고 다행히 말이 꼬일 내용도 아니어서 정말 감사해하며 별로 요약할 고민도 없이 바로 통역했습니다. 수면 부족 및 심신이 지쳐있었기 때문에 집중력 저하가 우려되어서 교수님이 읽어 주실 때부터 제가 통역을 마칠 때까지 저는 읽어주시는 분을 정면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뚫어져라 쳐다보면서 통역했습니다.
교수님들의 반응이 매우 좋으셨습니다. 곽중철 교수님, 이창수 교수님, 임향옥 교수님이 통역 내내 고개를 끄덕여 주셨고, 통역이 끝나자 곽 교수님은 "음!" 하시면서 고개를 크게 끄덕여주셔서 기분도 좋았지만, 그 바람에 긴장이 다 풀렸습니다.^^; 영한 통역이 끝나자 한영 통역을 이창수 교수님이 읽어주셨는데 부담스러울 정도로^^ 열심히 감정을 이입하여 읽어주셨습니다.
"말아톤이 많은 관객을 동원했습니다. 이는 자폐아를 비롯한 장애인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전환 계기가 되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장애인 편견 및 차별은 뿌리가 깊습니다. 인근 지역에 장애인 관련 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합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수도권 역사 장애인 지하철 승강기 설치와 같은 좋은 정책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장애인을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의식의 전환입니다."
기승전결이 분명한 지문이어서 심신이 지친 수험생의 입장에서 매우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영한 통역 후 긴장이 풀어져서 아무리 교수님을 처음부터 끝까지 눈이 뚫어져라 노려봐도 한영 통역은 늘어진 감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교수님들의 영한 통역 시 보여주신 열의가 점점 식어 가는 것을 느꼈습니다. ㅜㅜ; 그리고 시험장을 나서서는 마지막 문장에 나왔던 의식의 전환을 attitude를 썼으면 더 좋았을 걸하고 후회가 되었습니다. 저는 시험장에서는 mentality 와 mindset을 쓴 걸로 기억합니다.^^; 그래도 내용은 전달됐으니까 하고 자위하며 시험장을 나섰습니다.
시험을 치르고 나오면서, 주님께, 그리고 주위 분들께 감사하였습니다. 올해 공부를 하면서 무엇보다 주님의 존재를 강하게 느끼게 됐습니다. 우리 아이는 면역이 다른 아이들보다 현저하게 낮았습니다. 감염될까봐 항상 조심하고 면역성을 키우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모유 수유도 20개월 가까이하고 음식 및 청결에 항상 초긴장이 되어 준비하는 등 저를 비롯해 주위 분들이 항상 긴장 속에서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특히 저희 어머니는 아기 입원 때마다 항상 기도와 간호를 비롯해 항상 같이 계셔주셨습니다. 제가 공부를 시작하는데 많은 걱정과 갈등도 하셨지만 이때 역시 많은 기도를 통해 도와 주셨습니다. 아기가 아플 때마다 입원할 때마다 그리고 피검사를 할 때마다 일희일비하며 마음을 졸이고 살면서 주님께 원망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통역 공부를 다시 시작하고 난 올 7월 이후부터 아이의 면역 수치가 점차 눈에 띄게 호전되더니 이제는 다니던 서울대학교 병원 의사 선생님들이 아이 면역 수준이 정상으로 회복되었으며 이제 병원에는 특별한 일이 아니고는 올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시더군요. 이런 일을 겪고 나니 훨씬 편한 마음으로 통역 공부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인력으로 어찌할 수 없을 것 같던 아이의 면역이 정상으로 되고 나니, 노력하고 정말 간절히 바라면 통역도 가능하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역은 어떻게 보면 매우 외롭습니다. booth속에서 통역하고 있는 자신을 그 누구도 도와줄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순간에도 주님이 함께 하신다는 생각이 들면, 마음이 편해지고 힘이 날 것 같습니다.
장현수
저는 대학교 졸업 후 외국계 기업에서 1년여 일하다가 9월경에 회사를 그만두었습니다. 학원에 다니면서 공부를 시작한 건 타 학원에서 2월경부터 (회사일과 공부를 병행하기 힘들어서 대부분 결석..), 그리고 영어사랑학원에서는 6월부터였습니다. 6월부터 영한통역반 수업을 들었으나 역시 회사원 티를 내느라 결석이 잦았습니다. (그렇게 바쁜 것도 아니었는데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어렵더군요..) 8월 말에 회사를 그만두고 9월부터 통역종합반을 듣고 스터디를 했는데, 구체적으로는 격일로 한한, 매일마다 뒤집기와 단어숙지(토요일은 제외)를 했습니다.
[Listening]
작년 합격 수기를 읽던 중 어느 합격자 분께서 audible.com을 언급하셨습니다. 뉴욕타임즈를 정리해서 읽어주는 파일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글이었는데, 신문을 매일 읽을 정도로 부지런하지 못하던 저에게 뉴욕타임즈를 읽어주는 듣기 파일은 리스닝과 리딩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한꺼번에 잡을 수 있는(물론 리딩을 따로 하셔야합니다..) 기회로 보였습니다. 이것저것 알아보니 ipod를 구매하면 podcasting을 통해 무!료!로 다양한 파일을 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podcasting을 아는 분이 많으시지만 제가 할 때만 해도 별로 없었습니다. 혹시 모르시는 분을 위해 설명을 드리자면, itunes라는 프로그램(ipod전용 프로그램이나 ipod를 구매하지 않고도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에서 itunes store(혹은 music store)에서 podcasting섹션을 방문하시면 각종 뉴스(abc, cnn, nyt, npr 등등)를 다운받을 수 있습니다. "Subscribe"하면 업데이트 될 때마다 자동적으로 동기화가 됩니다. 제가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 ABC Nightline: 다양한 주제를 재미있게 다룹니다. 전체 내용은 20분 정도입니다.
- NYT Front Page: 빠르게 읽어주는데다가 각종주제를 짤막하게 다루기 때문에 리스닝 훈련에 좋습니다. 5분 정도입니다.
- Grammar Girl: 문법에 관련된 주제를 재밌게 다룹니다. 예를 들면 apostrophe는 언제 쓰는가 등인데,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질문한 것을 대답하는 형식이라 어려운 내용만 다룰 것 같지만 의외로 쉬운 내용을 다루기 때문에 문법(특히 punctuation)에 도움이 됩니다. 진행하는 분 목소리도 부드럽고 발음이 명확해서 듣기 좋습니다. 5-7분 내외입니다.
- NPR Wait Wait Don't Tell Me: 퀴즈형식의 프로그램인데 시사문제를 주로 물어봅니다. 말장난도 많이 하고 진행도 재미있고 좋습니다. 40분이 넘는 프로그램이라서 저는 방을 청소하거나 뭘 만들 때 라디오 대신 듣습니다.
아이튠스 스토어를 가보시면 더 다양한 포드캐스팅이 많으니 itunes를 설치하셨거나 ipod를 갖고 계신 분이라면 한번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지하철에서 오가면서 들을만한 리스닝 자료는 무궁무진합니다.
[Reading]
Newsweek 영어판을 매주 읽었습니다. 공부를 시작하기 전에도 다양한 영어 책을 자주 접하는 편이었습니다. 주로 읽기에 재미있는 책 위주로 읽었지만 저도 모르는 사이에 읽기 연습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면서 단어실력이 많이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모르는 단어는 하이라이트 해 두었다가 나중에 찾아서 단어집에 정리했습니다. 시사저널과 Newsweek 한국어판도 매주 읽었는데 뉴스위크 한국어판과 영어판은 번역 공부를 하기에도 좋은 자료였습니다.
[1차 시험 준비]
외대 출제 문제를 95년도부터 공통/전공 모두 풀어보았습니다. 생각보다 시간이 꽤 걸리는 일인지라 하루에 한 개씩만 풀다 보니 어느새 시험 날짜가 다가오더군요! 출제 문제 뿐 아니라 구할 수 있는 모의고사는 모두 다 풀어보았습니다. 역시 모르는 단어는 하이라이트 해 두고 모의고사/출제문제에서 나온 단어만 따로 정리를 해서 시험 보기 전에 한번 훑어보았습니다. 문제를 많이 풀어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아서 속상했는데 여러 번 풀어보면서 문제 푸는 것에 익숙해지는 것이 실전에서 도움을 준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 재면서 푸는 게 스트레스가 되어서 집에서 음악 틀어놓고 편안하게 풀다가 딴 짓 하다 풀다가 하면서 풀었습니다. 그렇게 안 했다면 그 많은 모의고사를 다 못 풀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평소에도 시험 볼 때 문제를 빨리 푸는 편이라 시간 내에 푸는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저와 비슷한 스타일을 가지신 분이라면 평소에는 마음 편하게 푸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듯 합니다.
[1차 시험]
예년과 다른 형식의 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리스닝 부분이 30문제가 나왔는데 (지금까지는 25문제가 대부분이었죠..) 읽는 분이 어찌나 천천히 읽는지 자칫하다간 딴 생각하기 딱 좋은 속도였습니다. 리스닝 내용이나 본문 자체는 쉬웠으나 문제가 영 애매해서 정확한 답을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간만 충분했다면 여러 번 다시 본문을 읽어보고 싶은 그런 문제였습니다. 리스닝은 듣는 대로 답을 마크하는 것이 제일 나은 것 같습니다. 나중에 고민해봐야 들은 내용도 헷갈리고 리딩 시간이 줄어드는 격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바로 정답을 마킹했고, 고민이 되는 내용은 정답으로 보이는 2개 정도를 정해놓고 리딩이 끝난 후에 찍었습니다. (고민할 겨를이 없었어요..) 본문은 각 텍스트당 약 5분으로 배정해놓고 풀었더니 나중에 마킹할 시간이 5분 남았습니다. 촉박하게 하는 것보다 여유 있게 끝내고 싶어서 정확하게 5분씩만 배정했고 끝까지 문제를 풀었습니다.
[2차 시험]
-번역/에세이-
저는 번역과 에세이를 할 때에 무엇보다 proofreading을 할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시간을 배분하는 데에 신경을 썼습니다. 특히 어려웠던 것은 영->한 번역이었는데 지명 등 평소 접하지 못한 단어 표현이 생소했고 또한 문장의 구조도 좀 복잡해서 시간 내에 끝내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한 문장 한 문장 되짚어서 처음부터 쓰고 싶은 욕심이 생겼지만 전체적인 내용을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통역-
통역시험을 볼 때에는 본인의 수험 번호에 따라서 시험 날짜와 시간이 좌우됩니다. 제 경우는 일요일 오후에 배정을 받았는데 오후 2시에 들어가서 나왔을 때엔 다섯시 무렵이었습니다. 제가 21번째 수험생이었습니다. 10명의 수험생을 보신 후에 교수님들이 잠깐 (약 10분 정도) 휴식을 취하십니다. 저는 쉬는 시간 직후에 시험을 보게 되었는데 들어가니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습니다. 영한을 먼저 하게되었는데 대강의 내용은 '헬리콥터 부모'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사회현상용어'였지만, 바로 설명이 나오기 때문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헬리콥터 부모란 자식들 옆에서 맴돌면서 자식들의 일에 일일이 간섭하는 부모를 일컫는데, 요즈음엔 자녀들의 취업에까지도 관여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취업관련 인물이었는지 학교 관련 인물이었는지 딴 생각을 하느라 듣지 못해서 전문가라고 말했습니다^^;) 부모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젊은이들이 많은 요즘에 부모님의 말을 잘 따르는 젊은이들도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지만 자녀에 일에 너무 많이 관여하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짧고 쉬웠습니다.
한영 통역은 "음식물 쓰레기를 모으는 것은 꽤 힘든 일이다. 하지만 이렇게 모은 음식물 쓰레기가 바로 바다에 버려진다고 한다. 애당초 바다에 버릴 것이었으면 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해서 수거하였는가? 게다가 바다에 버려진 음식물 쓰레기가 오염물질이 되어 생선의 살에 축적되고, 우리가 그 생선을 먹는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마치 음식물 쓰레기를 식탁 위에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라는 요지의 내용이었습니다. 역시 어려운 내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한영인지라 영어 단어 선택에 약간 고심했습니다. 한영 영한 통역 둘 다 교수님이 불러주시는 내용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했고, 내용이 약간 불확실하다고 느낄 때에도 자신감 있게 통역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진행을 도와주었던 분들이 여러 번 강조했던 내용은 교수님들께서 학생들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고 하니 부디 큰 목소리로 통역을 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야 원래 목소리가 작지 않아서 크게 우려하지는 않았지만^^; 교수님과 학생의 거리는 목소리가 작은 분들은 의식적으로 신경 쓰지 않는다면 의사전달에 어려움이 충분히 예상될 만큼 먼 거리였습니다. (사이에 대학교 책상 1.5 개정도 들어가겠더군요..)
[Misc.]
저도 시험 보러 가기 전에 궁금했던 문제인데 대부분 옷은 정장 스타일로 입고 오셨습니다. 세미 정장이나 깔끔한 스타일이면 충분할 듯 합니다. 그리고 대기 장소가 꽤 추우니 따뜻하게 입고 가세요. 안에 예쁜 옷을 입고 두꺼운 겉옷을 입으셔도 어차피 면접 보기 전에 코트를 벗어둘 장소가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
항상 많은 도움이 됐던 은천성 선생님의 critique, 수업시간의 팽팽한 긴장감 덕분에 더 열심히 공부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많이 도와준 제 스터디 파트너에도 감사를 전합니다.
조인훈
내년도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고자 2차 시험 구술면접에 대해서만 간단히 적어보았습니다.
저는 '한번에 다 해치우고 잊어버리자'는 생각에 일찍 시험접수를 했습니다. 딱 열 번째로 면접을 들어가게 되어, 애경홀에서 한 시간 좀 넘게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예전에 합격수기를 보면 스터디를 계속 하다가 시험장에 들어가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았는데, 저는 너무 떨려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어서 그냥 표현을 적어놓은 수첩을 간간이 보면서 가만히 앉아있었습니다. 처음에 학교측에서 학생들의 긴장을 풀어주기 위해서였는지 예전 발라드를 잠깐 틀어주셨는데, 울렁거림이 더 심해졌습니다; 많이 떠시는 성격이라면 청심환 등을 마시면 심리적으로 안정이 될 것 같습니다. 멀미약 마시는 분도 봤는데, 그것도 좋은 방법인 듯 합니다.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자 생각보다 훨씬 안 떨렸고, 완전 뻔뻔하게 살포시 미소까지 머금고 발표를 했습니다. 자신감 있는 모습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서 자신이 없어도 있는 척, 반응이 별로 안 좋아 보이는 교수님께도 끝까지 평화로운 모습으로 두루 eye contact를 했습니다. 교수님은 전체 다섯 분(외국인 교수님 두 분, 임향옥, 곽중철, 이창수 교수님)이었습니다. 외국인 교수님 한 분이 오늘 행운을 빌기 위해 뭘 했냐고 물으셨는데, 대답할 말이 없어서 그냥 "I prayed."라고만 말하고 싱긋 웃었습니다. 또 다른 외국인 교수님이 이제부터 영어를 읽을 테니 한국어로 옮겨보라고 친절하게 또박또박 말씀해주셨습니다. 그 때 임 교수님과 곽 교수님이 거의 동시에 "summarize"라고 말씀하셔서, 편하게 큰 줄기 위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영한은 구직자들이 인터넷 활동에 유의해야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구직을 해본 경험이 있느냐, 인사담당자중 무려(whopping이 나와서 반가운 마음에 강조해 줬습니다) 66(?)퍼센트가 구직자들의 인터넷 활동을 눈여겨본다고 한다. 심지어는 싸이월드와 같은 사교목적의 싸이트에서 구직자의 작문 능력을 보고, 어떤 아이디를 쓰는지, 부적절한 사진을 올리지 않는지 등을 본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수미일관으로 주제문을 시작할 때 한번 끝날 때 조금 바꿔서 다시 한번 말하고 "이상입니다" 하고 끝냈습니다. 중간에 4개 정도의 나열이 있었는데, 생각난 3개만 말하고 그냥 지나갔습니다. 고개를 끄덕여 주시고 표정이나 반응이 긍정적이어서 용기를 내어 한영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한영은 항상 걱정이 많이 됐었는데, 평소에 열심히 외운 것이 저도 모르게 하나씩 튀어나와 줘서 무척 다행이었습니다. 내용은 한 운전자의 독자투고로, "출근할 때 중학교 근처를 지나게 되는데 항상 마음을 졸인다. 아이들을 데려다 주는 학부모들이 갑자기 유턴을 해서 놀란 적도 많았고, 지각한 듯 보이는 아이들이 갑자기 차도로 뛰어들어서 사고가 날 뻔했다. 해결책으로는 학교 관계자들이 나와 교통정리를 하여 학생들을 보호하고, 운전자들 스스로도 학교 근처에서는 속도를 줄이며, 경찰도 학교근처 제한속도를 철저하게 단속해야 할 것이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끝까지 다 했다고 생각하고 "끝났다!"라는 기쁜 마음에 상기된 표정으로 "이상입니다"라고 했더니 임향옥 교수님께서 "마지막 한 문장은 왜 안 해요?"하고 저를 쳐다보셨습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생각이 나서 얼른 마지막 문장을 뱉고 "감사합니다!"를 외치고 나왔습니다.
노력한 만큼, 그리고 그 이상을 발휘하고 나오기 위해서는 담력과 퍼포먼스가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발표기회를 최대한 활용하여 긴장도 해보고, 그 와중에 eye contact 연습을 해 보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습니다. 스터디를 꾸준히 하고, 표현을 많이 암기하는 것이, 공부할 때는 끝이 안 보이는 터널같이 느껴지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차곡차곡 쌓이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1차에 대해서 잠시 언급하자면, 듣기가 정말 가장 중요하고, 저의 경우 Graduate English 단어를 맘먹고 외운 것이 큰 도움이 되었으며, 문제풀이를 하면서 문제에 휘둘리지 말고 문제를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control하려고 노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2008년 수험생 여러분들, 힘내세요. 감사합니다.
최경은
[영어와의 첫만남-원서접수]
중학교 때부터 영어를 좋아해서 굿모닝 팝스 및 EBS TV/라디오 방송으로 공부하고, 좋아하는 영화는 대사를 외울 정도로 여러 번 봤습니다. 영어를 통해 외국어에 관심이 생겨 외고에 진학했는데, 영어는 기본이니 다른 언어를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에 중국어 전공을 택했고, 배우다 보니 흥미가 있어 중문과에 진학했습니다. 고교 시절 최정화 교수님의 책을 읽으며 한때 통역대학원을 꿈꾸기도 했지만, 외국에서 살다온 것도 아닌데 어떤 언어를 모국어 수준으로 구사하는 것은 불가능할 거라는 생각에 미리부터 포기했던 것 같습니다. (영어권 체류 경험은 영국을 일주일간 여행한 게 다입니다. 대학 때 중국에서 8개월 가량 지낸 적이 있습니다.)
대학 시절 타 학원의 AFKN 청취 수업을 6개월 이상 꾸준히 들었습니다. 주로 듣고 transcript 빈칸 채우기, 들은 것을 그대로 따라하기, 매일 좋은 표현 하나씩 외우기, 강세와 억양에 주의해서 transcript 외워 말하기 등을 연습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을 처음 찾은 것은 '04년 여름이었는데, 졸업 전에 영어 실력을 쌓아야겠다는 생각에 6-8월간 실전통역반을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번역/에세이반도 함께 들었는데, 계절학기도 듣고 있었고 도저히 다 따라갈 수가 없어 포기했습니다. 실전통역 수업은 내내 숨막힐 듯한 긴장의 연속이었고, 소심했던 저는 발표 신청을 차마 못하고 드문드문 critique만 했습니다. 한번 들려주면 앞으로 나와서 통역을 해야 하는데 다들 어쩌면 그렇게 잘하시는지.. 영어 실력 뿐 아니라 그분들의 용기와 프로정신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들은 내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100% 전달하는 것이 통역이라고 생각했었는데, 80%라 하더라도 전체 내용의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정확한 우리말로 전달하여 이해시키면 된다는 걸 느꼈습니다. 우리말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시는 은천성 선생님의 말씀을 들으며, '노력하면 나도 통역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희망을 품었습니다.
졸업 후 우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대학원진학(통대를 포함)은 생각하지 않았고 취업을 준비했습니다. '04년 10월부터 국제교류 관련 공공기관에서 해외 대학의 한국 관련 강좌/연구/회의 지원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작성한 영문 서신에 대해서는 원어민의 proofreading을 받아야했는데, 글의 flow 및 표현 방법에 대해 많이 배우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 3월 잠시 영한통역반을 듣고, 우연한 기회에 10월부터 친구와 함께 아침 시사청취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 일과 삶에 있어 무기력해져있던 저에게 매일 아침의 시사청취 수업은 큰 활력과 기쁨이 되었고, 오늘의 금언은 정신적인 자극을 줬습니다. 영어공부FAQ와 통대 합격수기를 하나씩 꼼꼼히 읽으며 그동안 잊고 지냈던 영어에 대한 사랑이 되살아나는 걸 느꼈습니다. 1년에 한번뿐인 시험이므로 기회가 되면 모두 응시하라는 은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용기를 내어 외대에 지원했습니다. 3개 언어 과정의 경우 둘 중 하나는 모국어 수준이어야 한다지만, 합격을 기대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 언어 모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에 한영중 전공으로 접수했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06년 기출문제를 풀었을 때는 듣기 문제에서 몇 개를 틀렸었는데, 이번에는 집중해서 들으니 무난하게 풀렸던 것 같습니다. 기억나는 듣기 지문에는 번역계의 그릇된 관행과 번역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에 관한 것이 있었는데, 바로 얼마 전 정지영 아나운서의 <마시멜로 이야기> 대리 번역이 문제가 되었던 일을 시사하는 듯 했습니다. 이후 독해, 문법, 한자 등 문제를 풀면서 시간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없었고 지문도 평이했습니다. 문단의 순서 바로잡기(b-c-a 등), 글의 종류(논문 등), 빈칸에 적합한 낱말 고르기, 한자 독음, 맞춤법, 띄어쓰기 문제 등이 나왔습니다. 한자 독음은 쉬웠고, 문맥상 추측할 수 있기 때문에 한자를 잘 모르시는 분도 크게 걱정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맞춤법 문제는 아무리 봐도 틀린 것이 없는 것 같아서 긴가민가하다 결국 '웬 일이니'를 골랐는데, 나중에 시험 끝나고 나서 읽던 잡지에 '아연실색'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보기 중 하나가 '아연질색'이었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ㅠㅜ 틀린 것이 너무 어이가 없어 그 후로 한 이틀 동안 계속 '아연실색'해 있었습니다.. >.<
(영어)
2교시는 영어였습니다. 약 30분간 L/C가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안내가 나오는 동안 첫 페이지의 보기들을 미리 읽어본 후 지문을 들었습니다. 문제간 간격은 약간 짧았지만 아주 몰아치는 느낌은 아니었고, 보기 두 개 중에서 고민하던 것은 표시를 해두고 되도록 그 간격을 다음 문제 답안을 먼저 읽어두는 데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지문은 남녀간에 한두번 주고받는 대화 형식이 많았고, 담화문 같은 독백 형식도 있었습니다. L/C가 끝나자 20분 가량 남았는데, 비교적 긴 독해 지문을 약 4-5개정도 풀어야 했습니다. 약 1분-1분 30초에 한 문제를 풀어야 했고, (개인적으로 어휘가 많이 약해서 그런지 몰라도) 보기의 단어들이 꽤 어려웠습니다. 역시 독해 속도가 느린 편이라 시간이 많이 모자랐는데, 우선 문제를 먼저 보고 풀 수 있을만한 것을 골라 먼저 답을 지문에서 찾아보는 식으로 풀었습니다. 너무 정신이 없었더니 교황에 관한 마지막 지문말고는 거의 내용이 기억이 안 납니다 ㅠ 독해에서 시간 뺏기다가는 답안지 작성할 시간도 없어 낭패를 볼 것 같아, 풀다 말고 먼저 L/C 부분의 답을 답안지에 옮겨놓고 다음 문제를 풀었습니다. 아무리 시간이 모자라도 L/C 파트가 끝나면 바로 답을 표기하고, 독해도 한 지문이 끝나면 바로 표기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중국어)
저는 한영중으로 응시해서 오후에 다른 한중 응시자들과 함께 중국어 필기시험을 봤습니다. 문제 유형은, 중국어 지문을 듣고 중국어/한국어로 답하기, 한국어 지문을 듣고 중국어로 답하기로 총 10문항 가량이었습니다. 문제당 답안 작성 시간으로 3-4분을 주는데, 이 시간 내에 다 쓰지 못하면 나중에는 시간이 거의 없기 때문에, 너무 오래 생각하기보다는 들은 후 바로 답을 적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문의 길이는 꽤 길었고, note-taking 용지가 주어집니다. 지문의 내용으로는 중국의 경제 성장과 백가쟁명 모델, 소프트웨어 산업과 지적재산권 문제, 핵폐기물의 특성, 세계 재난 방지의 날 등이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중작을 하려니 가끔 기억이 안 나는 글자도 있고, 내용도 난이도가 높아 잡은 부분은 대강 필기를 했음에도 답을 적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역시 note-taking은 이해한 것을 기억하는 보조 수단일 뿐, L/C는 듣는 순간의 기억력과 이해력에 의존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결국 시간이 모자라 두 문제 가량은 거의 쓰지 못했습니다. 답안지 걷을 때 다른 분들을 보니 한 문제 당 약 3-4줄 정도로 써냈던 것 같습니다. 군데군데 빈 엉성한 답안지를 내면서 민망했지만 앞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기회로 삼기로 했습니다.
[2차 시험]
기대하지 않았는데 2지망인 한영과로 1차 합격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1차 시험을 보고 나서는 푹 쉬고, 일요일엔 다음 1주일 공부를 계획하고, 무조건 2차에 붙었다고 생각하고 시험준비를 하라고 하셨는데, 저는 1차에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못했고 직장에 다니고 있어서 1차 발표 때까지 2차 준비는 거의 하지 못했습니다. 금요일에 발표가 났는데, 바로 다음날인 토요일에 2차 필기, 월요일에 구술 고사라는 것이 매우 부담되었지만, 그래도 원서 접수를 늦게 해서인지 일요일 하루 쉬고 구술을 볼 수 있어 다행스러웠습니다. 아침에 지하철역에서 시사저널과 영자신문을 사갔고 캔디도 준비했습니다. (가끔 TEPS 등 시험에서 이용한 방법인데, 시험 보다가 집중력이 떨어지거나 머리가 아플 때 미리 책상에 올려둔 캔디나 초콜릿을 먹으면 잠시 에너지가 생기고 기분전환도 됩니다.)
(번역)
영한 지문은 Penguin Books 세계사 서적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는데, 지문의 길이는 약 10-12줄(약 1/2 페이지) 정도로 예상외로 상당히 짧았습니다. 첫 문장이 At root로 시작하였는데, 이 표현이 어떤 뜻일까 퍼뜩 떠오르지 않아 약간 당황했지만, 그 후의 내용은 평이하게 이어졌습니다. '오토만 제국(Ottoman Empire)이 발칸 반도에서 물러난 뒤, 누가 발칸 반도의 패권을 잡을 것인가 하는 문제가 대두됐는데, 이는 이 지역의 민족적, 지리적 배경과 관련된 문제였다. 발칸 반도를 두고 러시아와 오스트리아가 다투었는데, 프랑스 등 주변국이 러시아보다는 오스트리아의 편에 섰음에도 불구하고 오스트리아는 러시아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그 이후의 내용은 좀 헷갈렸는데, '흑해 주변의 지리적 여건이 군대 주둔에 불리하다는 교훈을 얻은 러시아가 콘스탄티노플로 진격하다가 멈춤으로써 제 2차 크림전쟁이 발발하는 것을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 번역하기 전에 우선 전체 지문을 두 번 정도 읽고 전체적인 내용을 파악한 다음, 문장이 지나치게 복잡해지거나 비문(非文)이 없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어 번역했습니다. 예전 합격 수기에서 시간이 모자라는 상황에서도 끝까지 번역을 완성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들었기에, 완벽하진 않더라도 30분 안에 영한 번역을 끝내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한영 지문은 국제형사재판소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인 송상현 서울대 교수를 인터뷰한 내용을 담은 기사 형식의 글이었습니다. 내용은 역시 평이했는데, 분량은 영한 지문의 두 배정도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국제형사재판소: International Criminal Court 라고 지문에 친절히 영문 명칭이 병기되어 있었습니다. 'ICC 및 기타 국제기구에 진출한 한국인이 드문데, 많은 사람들이 언어 장벽(language barrier)을 탓하지만 실제로는 언어가 아니라 해당 분야의 전문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진출에 실패한다'는 내용으로, 앞으로 더 많은 후배들이 국제기구에 진출해 활동할 것을 독려하는 내용의 기사였습니다. 인터뷰라 인용이 많았기 때문에, '~라고 말했다', '~라며 안타까워했다' 등으로 쓰면서, 되도록 중복을 피하고 다양하게 표현하고 싶었지만, 영한 번역에 비해 분량이 많아 시간이 훨씬 모자라고 표현도 제대로 생각나지 않아 그냥 쉬운 단어를 반복 사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역시 한영 번역의 경우에도 비문(非文)을 주의했고, 대의를 전달하면서 번역문을 시간 내에 완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기사 내용이 흥미로웠고 저 자신에게도 격려가 되는 글이었습니다. 아쉬운 점은 답안지 제출 전에 제대로 검토해보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1시간 중 최소한 마지막 5분은 남겨 답안을 다시 한번 읽어보고 필요한 부분은 수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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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찾은 한영 지문 원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409867)
'외국어보다 전문 지식이 중요 한국인 국제기구 진출 늘어야' [중앙일보/2006.8.5]
네덜란드 헤이그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유일한 한국인 재판관인 서울대 법대 송상현(64) 교수. 요즘 그가 가장 아쉬워하는 것은 한국인들의 국제기구 진출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ICC에서 일하는 670여 명의 일반 직원 가운데 한국인은 고작 3명이란다. ICC 탄생에 한국이 큰 공헌을 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라는 설명이다.
최근 일시 귀국한 그는 "국제기구에 지원했다 떨어진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언어 장벽'을 이야기하더라" 면서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송 재판관은 "ICC에서는 70여 개 나라 출신들이 일한다"며 "때로는 말도 안 되는 영어, 불어로 의사소통을 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인 지원자들의 낙방 사유는 대부분 전문 분야 실력의 부족 때문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능력, 경력에 비해 다소 높은 지위에 지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했다. 준비 부족도 문제란다. 그는 "해당 국제기구 홈페이지만 잘 살펴봐도 얻을 수 있는 정보조차 모르고 지원하는 사람도 많더라"고 안타까워했다.
송 재판관은 2003년 ICC 초대 재판관(임기 3년)에 뽑힌 데 이어 올해 초 재선(임기 9년)에 성공했다. ICC의 재판관 18명은 회원국들의 투표로 뽑는다. 그는 행정고시(1962년)와 사법고시(63년)에 모두 합격한 뒤 학문의 길을 택한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이런 이력이 그가 ICC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재판관 자격에 '해당 국가 최고법원의 법관이 될 자격, 경력을 갖춘 자'라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강의했던 경험도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ICC는 1998년 채택된 '로마 협약'에 따라 2002년 만들어졌다. 국가 간 분쟁을 처리하는 국제사법재판소(ICJ)와 달리 전쟁, 집단학살 등 반인도적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심리, 처벌한다. ICC 재판관의 연봉은 18만 유로(약 2억2000만 원)이며 국제 사회에서의 발언권도 상당한 편이다. 송 재판관은 "내 임기가 끝난 뒤에 한국인 재판관이 다시 나왔으면 좋겠다"며 "관심 있는 후배들이 지금부터 철저히 준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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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한국어 에세이 주제는, '한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불 이상이 돼야 국제사회에서 영향력이 커진다는 주장과, 국민의 삶의 질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 중 택일하여 자신의 입장을 밝혀라'는 내용이었습니다. 30분 중 10분은 여백에 개요를 작성하고 글 전체의 틀을 잡는 데 할애하였습니다. 서론은 '한 국가의 경제적 성장과 분배를 설명할 때 경제학에서는 흔히 '파이'의 비유를 든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했습니다. '즉, 파이를 키운 후에 더 큰 몫을 받을 것이냐, 아니면 파이가 작을 때부터 공평하게 나누어 먹겠냐는 것인데, 당분간은 참고 열심히 파이를 반죽하고 구워내면 모두가 나중에 더 큰 파이 조각을 받게된다면 괜찮겠지만 문제는 이렇게 키워진 파이가 과연 애쓴 사람들에게 공평하게 나누어지는가에 있다. 6-70년대 한국은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했으나, 부의 재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사회적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의 부동산 열풍에서도 볼 수 있듯, 있는 사람들은 오른 집값 덕분에 더욱 부를 축적하고, 대다수 서민들은 이제 평생 일해도 내집마련 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물론, 1인당 국민소득 3만불을 달성하면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위상은 좀 더 높아질 것이고,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3만불 달성 자체가 목표가 되어서는 안되며, 양극화 해소 및 국민들의 삶의 질 제고를 더욱 우선적으로 생각해야 할 것이다'라는 요지로 글을 전개했습니다. 평소에 생각해오던 문제여서 큰 어려움 없이 평소 생각대로 답안을 작성할 수 있었고, 개요를 짠 후 쓰기 시작한 것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다만 마지막으로 '사람은 누구나 부유해지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사는 것이다'라는 문장을 쓰고 좀 더 덧붙이려고 했는데 시험시간이 끝나버려서 그냥 그대로 낸 것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오히려 사족 때문에 글의 통일성을 해치는 것 같아서, 또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어야 하는데, 결론 부분에 주관적인 감정이 약간 과하게 실린 것이 아닌지 걱정됐습니다.
영어 에세이 주제는, '한국에 대해 거의 모르는 외국인 친구가 당신의 초청으로 곧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데, 그가 받을 문화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하여 미리 보낼 편지를 작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일반적인 한국 소개가 아니라, 문화적 충격을 완화시켜줄 의도로 2-3가지 사항을 골라 설명해주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역시 한국어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간단히 글의 내용을 구상하고 쓰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도 회사에서 자주 영문 서신을 작성해서 익숙한 느낌이었고, 실제로 언젠가는 한국에 초청하고 싶은 이탈리아 친구가 있어서 그 친구에게 정말로 편지를 한다고 생각하고 써내려갔습니다. 제가 예로 든 것은, 한국 사람들이, 나이는 몇 살인지, 결혼은 했는지, 아이는 있는지 등 사적인 질문을 거리낌 없이 해올 수도 있는데, 이는 단지 관심의 표현이니 너무 민감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 서양에서는 친한 사이가 아니면 곁에 아주 가까이 다가오지는 않는데 한국에는 그런 개념이 별로 없으니 지하철 등에서 누가 invade your space (시사청취에서 배웠던 표현^^) 하는 것 같아도 너무 개의치 말라는 것, 또 한국 음식이 대부분 맵고 한국인들이 김치와 마늘을 많이 먹어 그 냄새가 고역일 수도 있겠지만 새로운 음식도 시도해보라는 것 정도였습니다. Dear부터 Truly까지 편지 형식을 갖추어 썼고, 도입 부분에는 '네 상사가 일주일간의 휴가를 허락해주었다니 참 너그러우시구나', 끝맺음에는 '네가 한국에 오는 게 무척 기다려진다. 같이 유쾌한 시간을 보내자'는 내용을 넣었습니다. 앞장을 다 채우고 끝맺음 부분은 뒷장으로 넘겨서 작성했는데, 역시 번역 때와 마찬가지로 제출 전에 글을 제대로 읽어볼 시간이 없었습니다. 글씨는 채점관이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만 쓰면 될 것 같고, 틀린 부분은 수정테이프로 지우거나, 저처럼 그냥 두 줄로 긋고 역시 알아볼 수 있게만 고치면 되는 것 같습니다.
(필기시험 후)
토요일에 2차 필기를 보고 나서 몸살 기운이 있어 일요일은 거의 내내 누워 있다가 저녁부터 학원 교재를 훑어보며 복습을 좀 했습니다. 다른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Steve Jobs의 스탠퍼드대 졸업식 축사 동영상을 다시 보게 되었는데, 그날따라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Your work is going to fill a large part of your life, and the only way to be truly satisfied is to do what you believe is great work. And the only way to do great work is to love what you do. If you haven't found it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남들에 비해 준비도 너무 부족했고, 내성적인 성격 때문에 구술고사가 너무도 두려웠기에, 아예 시험을 포기할 가능성도 심각하게 생각해보았지만,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으로, 경험 삼아 끝까지 가보자고 결심했습니다.
(구술)
까만색 바지 정장을 입고 9시 반까지 통대 건물 2층 애경홀로 갔습니다. 원서 접수 순서에 따라 면접 순서도 정해지는데, 저는 22명 중 거의 끝에서 세 번째였습니다. 넓은 애경홀 안은 꽤 추웠는데, 나중에는 라운지에 나와서 대기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셨지만 저는 계속 애경홀에 남아있었습니다. 전날 교재를 보면서 정리했던 표현들을 소리내서 읽어보고, 라디오 한국어 뉴스를 shadowing 하고, 시사청취수업 복습도 하면서 2시간 넘게 대기했습니다. 혹시나 해서 사갔던 우황청심원도 두 번에 나누어 마시고, 오래 대기할 것을 대비하여 준비해간 간식도 먹었습니다. 1. 큰소리로 말하기 2. 이해한 내용을 이야기해주는 것으로 편하게 생각하기 3. pause 없이 말하기 4. eye contact 하기 등 시험 시 제게 필요한 사항들도 적어보았습니다.
드디어 12시쯤 제 이름이 불리었고, 애경홀 밖으로 나가 고사장 밖 의자에 앉아 전 응시자가 나오길 기다렸습니다. 이때가 가장 떨렸던 것 같습니다. 진행요원이 말을 건네며, '교수님들이 씩씩하고 자신감 있게 시험에 응하는 모습을 좋아하신다'며, 혹 어떤 교수님 반응이 차가워도 개의치 말고 큰 소리로 대답하라고 격려해주었습니다. (이창수 교수님의 반응이 대체로 시큰둥하셨습니다.. ㅠ)
문이 열리고 전 응시자가 나왔습니다. 노크 없이 바로 들어가도 된다는 진행요원의 말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교수님들께서 전 응시자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계셔서, 영한보다 한영이 나은 것 같다 등.., 약간 당황했습니다. 한국어로 수험번호와 이름을 말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오늘 아침은 어땠냐고 물으셔서 괜찮았다고 짧게 답하자, 바로 임향옥 교수님께서 영한 통역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얼마 전 영국에서 흑백 쌍둥이가 탄생했는데, 타블로이드 신문들이 이들의 사진을 얻기 위해 높은 값을 불렀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소식에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흑백 쌍둥이가 태어나는 경우는 드물기는 해도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35,000개의 유전자 중에서 인종(피부색, 머리색 등)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10여개에 불과하다. 즉 머리카락이 까만 사람과 붉은 사람간에도 유전자는 99.99% 이상 일치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제 세계화, 다원화되고 다문화적인 현대 사회에서 인종의 차이는 거의 의미가 없다.'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적당한 속도로 또박또박 읽어주셨기 때문에, 내용 이해에 문제가 없었고, 고개를 끄덕이며 임 교수님과 눈을 맞추며 열심히 들었습니다. 길이는 생각보다 상당히 짧아서, 길어야 1분 가량이었을 것 같습니다. 내용을 이해했기 때문에 pause 없이 바로 시작해서 무리 없이 진행했는데, 마지막이 문제였습니다. 대략의 내용은 이해했지만 flimsy라는 단어를 몰랐기 때문에, 고민하다가 확실치 않으니 아예 그 문장을 빼버리고, '따라서 이는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를 반복하고 끝맺어버렸습니다. 마지막 한 문장이기는 하나 글의 전체 구조상 꼭 필요한 부분이었고, 그 부분을 특별히 강조해서 읽어주시기까지 했는데 제가 아예 빼버리고 끝내자, 세 분 교수님 모두 흠칫 놀라시며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셨습니다. '실수했구나'싶어 저도 좀 위축되었지만 그런 내색을 안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이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APEC 회의에 참석했다. 이번 회의의 가장 큰 두 가지 안건은 북핵 문제와 에너지 문제였는데, 에너지 문제와 관련하여 푸틴 대통령이 매우 으스대며, 현재 추진중인 자국의 대규모 에너지 개발 계획에 대해 언급했다. 이 계획이 실행되면 에너지 자원 관련 러시아의 영향력이 유럽뿐만 아니라 아시아까지 미치게 되며, 러시아를 포함한 외국에 에너지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에 이는 우려스러운 일이다'라는 요지의 기사였습니다. 영한 지문보다는 다소 길었으나, 1분 30초 가량으로 역시 생각보단 짧았습니다. 사실 한영 통역이 가장 자신이 없는 부분이라, 지문을 들으면서도 '이걸 영어로 어떻게 표현하지?'라는 생각에 제대로 집중이 안됐고 세부 디테일은 흘려보냈습니다. 'Russian President Putin attended the APEC conference held in Hanoi, Vietnam...'으로 시작을 하긴 했는데, Vietnam, Hanoi 했다가 다시 Hanoi, Vietnam으로 고치고.. 또 에너지 개발 프로젝트 관련 디테일은 잡지 못해서 '대규모 석유, 가스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로만 넘어갔습니다. 심지어 끝 부분엔 'It's a bad news for Korea....' 라고 할 정도로, 거의 중학생 수준의 단어로 기본적인 내용만 전달했습니다. 통역을 끝내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영어는 어디서 배웠냐고 물으셔서, '외국에 살다온 적은 없고, 어릴 때부터 좋아해서 혼자서 공부했습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고사장을 빠져나왔습니다. 10분도 채 안 걸린 것 같습니다. 그런 수준의 통역(특히 한영..)을 하고 나왔다는 게 민망했지만, 그래도 용기를 내어 시험은 다 치렀으니 괜찮다고, 모자란 점은 앞으로 보완하면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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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넷에서 찾은 한영 지문 원문 (http://article.joins.com/article/article.asp?Total_ID=2505439)
(전문을 읽으신 것은 아니었고, 첫째 문단과 마지막 문단 위주로 편집해서 나온 것 같아요. 아시아 수출 비중 등 구체적인 사항은 들은 기억이 없는데.. 제가 못 잡은 건지.. ㅠ)
푸틴 '에너지 제국' 야망 4700km 송유관에 꿈틀 [중앙일보/2006.11.13]
18-19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블라디미르 푸틴(사진) 러시아 대통령의 어깨에는 한층 힘이 들어가게 됐다. 이 회의에서 북핵 문제와 함께 에너지 문제를 주요 의제로 다룰 예정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베리아와 극동의 막대한 원유와 가스를 개발해 아시아로 공급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 중인 푸틴 대통령에게 APEC 정상회의는 러시아의 힘을 확인하는 선전장이나 다름없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유럽에 이어 아시아까지 러시아의 에너지 영향권이 확대된다. 이렇게 되면 과거 소련 시절 못지 않은 국제적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에너지 차르' 푸틴의 야망이 꿈틀거리는 동시베리아.극동 에너지 개발 현장을 APEC 회의를 앞두고 본지와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공동기획으로 둘러봤다.
지난달 동시베리아 바이칼 호수 인근 도시 이르쿠츠크에서 서북쪽으로 약 600km 떨어진 소도시 타이세트. 광활하게 펼쳐진 타이가(냉대 침엽수림) 한가운데로 뚫린 황톳길을 따라 지름 1m, 길이 10m짜리 강관이 줄이어 연결되고 있다. 동시베리아.극동 지역 유전에서 생산될 석유를 모아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 나홋카항 인근 코즈미노 수출터미널로 운송해 갈 길이 4700km의 대송유관을 건설하는 현장이다. 강관을 파묻고 땅을 다지는 불도저 소리가 시베리아의 차가운 냉기 사이로 퍼져간다.
'동시베리아.태평양 송유관'으로 불리는 이 '석유 고속도로'는 중국.일본.한국 등 동북아 국가와 미국으로의 원유 수출을 겨냥한 것이다. 1960-70년대 서시베리아와 우랄지역 유전을 집중 개발해 원유를 유럽으로 수출해온 러시아가 이번엔 아시아.미국으로 시장을 다각화하기 위해 추진하는 국가 전략 프로젝트다. 푸틴은 올 9월 "러시아 전체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 중 현재 3%에 불과한 아시아 지역 수출 비중을 10-15년 뒤에는 30%까지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럽에 이어 동북아까지 에너지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야심찬 계산이다.
동시베리아와 극동의 '검은 황금'을 선점하기 위한 자원 소비국들의 경쟁은 말 그대로 '총성 없는 전쟁'을 방불케 한다. 오일 달러를 바탕으로 지난해 GDP 순위 14위에서 올해 한국(지난해 11위)을 제치고 10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 러시아는 "외국의 투자가 아쉬운 시대는 지났다"며 배짱을 부리고 있다. 에너지 자원에 대한 국가의 직접통제도 강화하고 있다. 그 때문에 지리적으로 가까운 러시아 자원 도입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한국의 입지는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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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으면서]
이렇게 합격수기를 쓰고 있는 제 모습이 아직도 어색하기만 합니다. 제가 이전 합격수기에서 큰 도움과 힘을 얻었기에, 앞으로 준비하시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적어봅니다. 영어와 우리말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다른 것은 걱정하지 말고 우선 용기를 내어 도전하시기 바랍니다. Nobody knows what the future holds for us.
단순히 영어뿐만 아니라 사랑을 실천하는 삶의 자세에 있어서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해주신 은 선생님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진심으로 존경할 수 있는 스승이 계셔서 참 든든하고 행복합니다. 앞으로의 길이 더욱 고되고 험난하겠지만, 언젠가는 참실력이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날 것을 굳게 믿으며, 묵묵히 그리고 꾸준히 물주는 일을 게을리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A character is a completely fashioned will." 무엇보다도 '의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함께 고민하고 응원해준 친구들(영주, 지영, 승진), 이해해준 동료들(혜원언니, 용수오빠), 무한한 신뢰와 사랑을 보내준 MFEO 지헌, 어렵게 딸의 결정에 찬성해주신 부모님과 동생에게 한없는 고마움을 전합니다.
한경선
저는 이 공부를 하는 분 중에 흔히 찾아볼 수 있는 '영문과+해외 경험 1년'의 국내파입니다. 대학 때 통역 공부의 배경 지식으로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에 국제학을 복수 전공했고, 호주에서 1년간 교환학생으로 공부하면서 국제 정치학, 세계사 관련 수업을 영어로 공부했던 것이 간접적인 도움이 됐습니다.
[직장 생활과 공부]
졸업 후 토플교재 컨텐츠 연구직에 취업했고 2년 좀 못 되게 일했는데, 늘 영어를 접하는 일이고 외국인과 접촉이 많았기에 영어에 대한 감각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일하는 틈틈이 영어 공부를 조금씩 계속했습니다. 퇴근 후에 은천성 선생님의 新시사청취 수업을 몇 달 들었는데 처음에는 그냥 선생님이 시키시는 대로 무식하게 달달 외웠기 때문에 가만있다가도 일부 표현이 툭 튀어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러나 회사를 다니면서 공부하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그 수업을 하나 듣고 복습하는 것만으로 매우 뿌듯해 하면서 다닌 게 전부였습니다.
그러다가 회사 업무량이 많아 야근이 잦아지면서 수업마저 듣지 못하게 됐고, 10개월 이상 회사 일 이외에는 아무것도 제대로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상황 때문에 공부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하자 역으로 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졌고, 그래서 회사에서도 짬짬이 BBC를 인터넷으로 보고 AP, PBS, CNN, Radio Korea International 등을 다청(多聽)했습니다. 하지만 리딩은 따로 시간을 내야 하는 공부이기 때문에 제대로 하지 못했고, 출퇴근 시간에 The Economist를 훑어보는 정도였습니다.
2005년 12월에 처음으로 용기를 내서 실전 청취(영한 통역 수업)를 들었는데, 첫 날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저는 전체 대의도 안 잡힐 정도로 드문드문 들릴 뿐이었는데, 다른 수강생들은 내용을 이해하고, 기억하고, 공식적인 한국어를 사용해서 통역하는 것이었습니다. 리스닝은 좀 한다고 생각했던 저에게 자기 실력의 밑바닥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 날이었고, 겸손한 마음으로 다시 공부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시간이었습니다. 그 뒤로 또 몇 달간은 심한 야근 때문에 수업을 듣는 것은 꿈도 꿀 수 없었지만 석 달 정도 인터넷 수강을 했고, 야근 후 새벽 2시에 집에 가는 택시 안에서까지 mp3로 수업은 꼭 듣고 혼자서 통역해보고, 제대로 복습했습니다.
[학원 생활 시작]
올해 5월부터 파트 타임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오전에는 근무하고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통대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본격적'이라고 해 봤자 2시쯤 학원에 와서 3시-6시의 통역 종합반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저녁 시간을 주로 수업 복습과 예습에 활용하면, 따로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별로 없었습니다. 그래서 수업 준비와 복습만이라도 제대로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항상 부족했기 때문에 마음이 느슨해지거나 슬럼프에 빠지는 일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취미생활 하듯이 즐거운 마음으로 주어진 시간만은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수업과 복습]
은선생님 수업은 항상 긴장감이 흘러서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지만 그런 긴장감 자체에 익숙해질 수 있기 때문에 좋습니다. 어차피 시험 보는 상황은 엄청난 긴장감의 연속이니까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마이크를 잡고 발표를 하는 방식이 무대 공포증을 줄여주고 자신의 작지만 나쁜 버릇(filler가 많거나, 손을 움직이거나, 목소리가 작거나 등등)까지 고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해 줍니다.
영한 수업은 은선생님 수업의 백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긴장되지만 가장 재미있는 수업이고 나중에는 중독될 정도입니다. (CNN Insight 시작을 알리는 시그널 음악만 들으면 강의실로 달려가고 싶어지지요. ^^;) 그런데 처음에는 다른 분들이 너무 잘하시니까 주눅이 들고, 특히 저는 메모리 스팬이 너무 짧아서 발표하는데 두려움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꽤 자신이 있지 않으면 통과를 했는데, 나중에 많이 후회했습니다. 후반으로 갈수록 수강생 수가 많아지고 따라서 발표 기회가 줄어들거든요. 어차피 잘하나 못하나 크리틱은 당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은선생님은 "잘했어요."라고만 말씀하시는 법은 없습니다.) 그냥 먼저 발표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영한 수업 복습은 제가 발표하지 않은 부분을 다시 듣고 통역해본 뒤, 수업 분량을 출퇴근 시간에 여러 번 들어서 귀에 완전히 익숙해지게 한 다음, 한 문장씩 끊어서 입으로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나중에는 한 번 발표 분량만큼 듣고 나서 거기에 있는 표현을 최대한 사용해 다시 영영으로 요약하는 방식으로 복습했습니다.
한영 수업은 연설문과 Radio Korea International 의 시사해설을 외우는 방식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무작정 외운다는 것이 힘들기도 하고 금방 잊어버리고 나면 허무하게 느껴져서 힘들었지만, 계속 외우다 보니 외우는 것 자체도 점점 쉬워지고 주요 표현 중심으로 외우는 요령도 생겼습니다. 중간에 외우는 것이 회의가 느껴져서 한 달 정도 암기를 게을리 한 적이 있었는데, 나중에 암기의 힘을 깨닫고 후회가 많이 됐습니다. 연설문은 은선생님 말씀대로 그냥 통째로 외워버리는 것이 좋은 것 같고, RKI같은 한영 사설은 먼저 한국어 내용을 훑어봐서 무슨 내용인지 파악한 다음, 영어를 보면서 '아 이렇게 표현하는구나.'하고 깨달은 다음, 그런 표현 중심으로 익히고 외우고 나서, 다시 한국어 내용을 보면서 뒤집어 보고, 마지막에는 한국어도 안보고 쭉 스토리대로 이야기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렇게 못하고 무조건 원문대로 똑같이 외우려고 하다가 스트레스를 받았고, 나중에는 제 나름대로 이렇게 응용해서 외웠는데 그것이 좀 더 효율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본문과 똑같은 문장이 아니고 주요한 표현들이며, 결국 나중에 한영을 할 때는 이러한 표현들만 사용하는 것이고, 문장 구성은 자신을 믿고 가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초반 스터디]
이 기간 동안 한한과 영영 스터디를 일주일에 두 번 정도 했습니다. 영한 수업에서 기억력이 너무나 부족함을 느꼈기 때문에 한한 스터디가 필요했습니다. 6월부터 신문 사설, Radio Korea International 시사해설 한국어 등으로 한한을 했고, 나중에는 RKI의 한국어로 한한을 하고, 같은 내용의 영어를 외워와서 다음 시간에 재생하는 식으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영영은 Dear Abby, Chicken Soup 등을 읽어주면 듣고 영어로 다시 풀어서 설명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는 fluency도 문제지만 기억력 때문에 막히는 적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계속 연습하면서 메모리 스팬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늘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영영은 자료가 재미있기 때문에 영어로 얘기하고 놀듯이 즐겁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뉴스위크 인터뷰 암기 스터디를 했는데, 인터뷰의 한영본을 둘 다 구해서 영어를 외우고, 한국어를 보면서 영어로 뒤집는 식으로 했습니다. 나중에는 한국어를 보지 않고 실제로 인터뷰를 하듯이 질문을 하면 영어로 재생하는 식으로 했는데 역시 이야기하듯이 했기 때문에 재미있었습니다.
번역 에세이는 타 학원의 번역 에세이반을 두 달 수강하면서 기본적인 감각을 익히는 정도였습니다. 그 다음에는 일주일에 한 번 스터디 파트너와 주제를 정해서 시간 내에 영어 에세이를 써보는 정도만 했습니다. 주제를 정하면 관련 기사를 뽑아서 주요 표현을 외워 두었다가 최대한 그 표현을 활용해서 쓰는 식으로 했습니다. 그런데 늘 욕심 때문에 시간 내에 못 쓰고 검토를 잘 못했기 때문에 나중에 그 버릇을 고치는 데 애를 먹었습니다.
[마지막 두 달]
9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full-time student가 되었습니다. 그 때쯤 되자 다른 학생들은 정리와 실전 대비를 시작하는 것 같았지만 저에게는 이제야 입시 대비가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매일 하는 영한, 한영 스터디도 이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남들보다 늦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하긴 했지만 매일 정해진 수업과 스터디 분량만 소화해도 하루가 흘러갔기 때문에 그저 주어진 것을 해내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영한 스터디는 PBS, VOA 처럼 스크립트와 mp3를 구할 수 있는 자료를 선별해 와서 같이 듣고 번갈아 통역하고, 상대방이 크리틱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와 스터디를 한 지혜 언니가 리스닝이 강하고 photographic memory(!)의 소유자였기 때문에 말은 안 했지만 주눅 들고 자책이 든 적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상대방은 나에게 크리틱을 해주는데 나는 실력이 부족해서 크리틱을 못해주면 미안하기 때문에 어쨌든 집중해서 듣고 최대한 크리틱을 해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좀 더 리스닝과 메모리 스팬이 늘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영은 지난 몇 달 동안 외운 연설문과 RKI를 복습했습니다. 분명히 외운 내용인데 새롭게 느껴질 때 또 회의를 느꼈지만 마지막에 한 번 전체 복습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내 것으로 만든 표현은 제대로 머리에 남는 것 같았고 실제 시험장에서 사용할 수 있었습니다.
[2차 모의고사 스터디]
그리고 일주일에 세 번 2차 모의고사 스터디를 했습니다. 9월부터 통역 종합반 2교시에 하는 것처럼 1분 30초-2분 길이로 영한/한영 자료를 준비해 와서 실제 시험처럼 육성으로 읽어주고 통역하게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자료는 영한(CNN, BBC, New York Times, Washington Post, VOA), 한영(YTN 위성 통역실, RKI, 중앙 데일리, CNN 한글, VOA 한국어, 동아일보 영어판, 주한 미대사관)등을 활용했습니다. 시간이 없는 가운데 스터디 자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많이 들어서 스터디 파트너 둘 다 괴로워했지만, 그 과정 중에도 다양한 배경지식과 표현을 익히면서 간접적으로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특히 한영은 처음 시작한 것이라서 초반에는 엄청 버벅댔고,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인데도 듣고 나면 기억이 뒤죽박죽이 돼서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은선생님께서 영한통역을 할 때는 영영요약을 한다고 생각하고 듣고, 한영통역을 할 때도 한한요약을 한다고 생각하고, 듣는 언어에만 집중하라고 하셔서, 그렇게 연습하기 시작하니까 차차 좋아졌습니다. 특히 한국어는 모국어이기 때문에 억지로 기억하려고 애쓸 때보다 전체 이야기를 이해하려고 하면 자연스럽게 대의는 기억이 나게 됩니다. 일단 한국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나서, 자신을 믿고 입을 떼면 어떻게든 문장을 구성해서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다만 이것은 이전에 영영으로 fluency를 높이고 암기를 통해 여러 가지 표현을 많이 익힌 것이 합쳐진 결과였고, 이런 준비 과정이 없이 바로 한영을 하려고 시작하면 좌절만 늘 것 같습니다.
[한영 Fluency]
Fluency는 호주에 일년 다녀온 것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단순히 다녀온 것뿐 아니라 가기 전에 (가서 못할 까봐 너무 무서워서) 계속 회화 학원에 다니고, 회화, 토론 스터디를 하고 회화 표현과 기본 문형을 외워 둔 것이 나중에 다 쓰인 것 같습니다. 호주에서는 night life는 별로 없고 밤은 길기(!) 때문에 외국 친구들(원어민, 비원어민 모두)과 주로 수다떨며 지냈는데, 그 때가 바로 제 fluency가 가장 늘었던 시절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돌아오자 그럴 기회가 현저히 줄어서 fluency가 줄어드는 것이 아쉬웠는데 나중에 다시 사용하려고 하자 서서히 돌아오는 것을 보면서 교환학생 체류가 국내파인 저에게 약점이 될 수 있는 fluency에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되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이따금씩 영어로 혼잣말을 중얼거리거나 하루 일과를 영어로 정리하거나 주변 사물을 묘사하거나 하면서 기본적인 fluency를 유지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리딩,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
리딩 스터디는 세 명이 The Economist 지문 세 개를 정하고, 각자 하나씩 읽어 온 다음, OX 문제를 준비해 왔습니다. 그리고 정해진 시간 동안 읽은 후 담당자가 내는 OX 문제에 답해서 이해도를 측정하는 식이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니까 정해진 시간에 빠르고 정확하게 읽어내는 능력이 좀 더 길러진 것 같습니다. 물론 그 전에 기본 리딩과 어휘 실력이 있고 나서 이런 스터디를 통해 요령과 속도감을 기르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시간이 부족했을 뿐만 아니라 리딩을 싫어해서 편식을 했고, 이러한 잘못된 공부습관으로 절대적인 리딩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리딩에 별로 자신은 없었습니다.
9월부터 주말에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를 시작했습니다. 은선생님의 강력한 추천으로 시작한 것인데 네 명이 각자 정치, 경제, 사회&환경, 과학&보건으로 주제영역을 나누고, 지금까지 공부한 자료에서 주요 표현을 한-영으로 정리해서 문제로 내고 즉각 표현을 꺼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입니다. 자료를 준비할 때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었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표현을 외우게 되고, 막판에 다른 분들이 정리한 자료까지 한꺼번에 단 시간에 정리해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도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는 강력히 추천합니다.
[1차 준비]
9월에 장홍석 선생님 1차 모의고사강의를 들었는데 점수가 거의 반타작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문제를 보면서 풀려고 하니까 제대로 듣지도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문제는 일단 제쳐두고 들은 후에 시간이 부족하면 나중에 돌아와서라도 풀었더니 리스닝 점수가 훨씬 올라갔습니다. 리딩은 어휘가 부족해서 평소에 정리만 하고 외우지 않았던 단어 정리장을 바짝 외웠더니 일단 가시적인 효과가 있었습니다. 10월이 되어서야 1차가 진지하게 걱정되기 시작해서 타학원 모의고사와 지난 10년간의 기출문제를 구해서 풀었습니다. 그런데 점수가 27점에서 45점까지 왔다 갔다 했기 때문에 계속 1차가 불안했습니다. 지금까지 2차 중심으로만 공부했던 것이 후회될 정도였습니다.
한국어는 별로 준비 한 것이 없고, 10월에 KBS 한국어 능력시험 모의고사집을 사서 3회 정도 풀었습니다. 그런데 맞춤법은 틀리는 것은 계속 틀렸기 때문에 학원가에 돌아다니는 맞춤법 자료를 틈틈이 외웠더니 어느 정도 틀 안에서 나오는 문제는 맞출 수 있었습니다. 한자는 예전부터 싫어했고 약했기 때문에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계속 미루다가 결국 포기했습니다. 기본이 너무 없으니까 무작정 외우려고 해도 잘 외워지지 않았습니다.
[1차 시험]
시험 1주일 전부터 2차 준비는 접고 1차 모의고사만 계속 풀었고, 시험 전 날까지도 점수가 별로 좋지 않아서 기분이 다운된 상태였지만, 자신을 위로하고 격려하려고 애썼습니다. 1차 시험 전날은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불안하고 떨려서 한참을 깨어있었습니다. 2차 시험도 아닌데 우황청심원까지 먹고 시험에 임했는데, 효과가 있었는지 그리 떨리지는 않았습니다.
시험장 분위기는 수능 시험장 비슷합니다. 1교시 한국어는 생각보다 쉽지는 않았습니다. 듣는 것은 물론 어렵지 않았는데 '특히 강조하지 않았던 것을 고르시오'라는 질문에 답을 고르려다 보면, 다 지문에서 한번씩 언급은 되었던 내용인 식이어서 만만치 않았습니다. 또 학술 논문 같은 약간 난해한 내용의 글을 놓고 글의 적절한 순서를 끼워 맞추는 식의 문제도 있었습니다. 맞춤법은 평이했는데 외운 내용이 헷갈려서 고민을 했고, 한자는 다행히도 쉽게 나와서 한자에 까막눈인 저도 자신 있게 풀 수 있었습니다.
2교시 전공영어는 리스닝이 쉬웠습니다. 전체 50개 문항 중 30개가 리스닝, 20개가 리딩이었습니다. 리스닝은 2000년대 전반의 기출문제처럼 짧은 지문을 들려주고, True/False를 찾는 문제가 5개였고, 나머지는 남녀가 서로 대화를 주고 받는 'Exchange'문제였습니다. 토플 Part B처럼 남녀가 등장해서 한 가지 주제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는데, 대화하듯이 여러 번 주고받는 게 아니라, 한 번 한 사람이 길게 말하면, 다른 사람이 또 한 번 길게 말하는 식이었습니다. 들을 때는 쉬웠는데 문제를 고를 때 애매한 게 많았습니다. 한 Exchange 당 문제가 2-3개 있었는데 True/False를 고르는 문제와 남녀 입장의 관계를 고르는 문제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관계를 고르는 것은 예를 들어 '여자는 남자의 의견에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여자는 남자의 의견을 지지하고 있다' 이런 식인데 보기 4개 중에 대부분 2개가 둘 다 답이 될 것 같기도 하고 애매했기 때문에 수험생들 대부분 여기에서 애를 먹은 것 같습니다. 리스닝이 너무 쉬웠기 때문에 청해력보다는 논리력을 묻는 것 같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런데 리스닝 중 애매했던 것을 표시해 놓고 다시 돌아가서 고민한 다음 답을 정했더니 리딩 시간이 너무 부족했습니다. 리딩 지문이나 문제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는데 지문 4개 중 2개를 읽고 나니 10분 남았다고 해서 그 때부터 마음이 불안해 우왕좌왕 하기 시작했습니다. 제대로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그냥 문제부터 읽고 해당 부분을 거꾸로 찾아가면서 풀었고, 시간이 1분쯤 남았을 때 남은 문제 몇 개는 그냥 다 C로 찍었습니다.
[1차 결과를 기다리면서]
시험을 치고 나왔는데 처음에는 리스닝이 쉬웠던 것 때문에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분들이 대부분 리딩 지문을 3개 이상 풀었다는 말을 들으니까 불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1차 결과를 기다리는 일주일 동안 너무 괴로웠고 공부에도 집중을 별로 못했습니다. 은선생님이 수업시간에, 1차 시험이 끝난 뒤에는 1차에 합격했다고 생각하고 계속 2차 시험 준비하라고 하셨고, 저도 이성적으로는 그래야 하는 걸 알았지만 점점 부정적인 생각에 휩싸이면서 1차 발표 전날에는 스파 지혜 언니와 한강 뚝섬에 가서 찬바람 맞고 쏘다니며 방황할 정도가 되었습니다. (언니가 저 때문에 loser mentality에 빠졌어요.) 나중에 1차 결과를 보고 합격한 걸 알게 됐을 때, 학원으로 쏜살같이 달려가서 2차 준비 공부를 조금 했는데 이미 시간이 별로 없어서 그냥 일주일을 담담하게 보내지 못한 것을 후회했습니다.
1차 발표가 났던 2차 전날 금요일 오후에는 에세이 주제에 나올 만한 것들을 정리해보고 그것에 대한 저의 찬반 입장과 이유를 간단히 정했습니다. 그리고 몇 번 뒤집기 연습을 하고 집에 왔는데 이상하게도 1차 때보다도 떨리지 않았습니다. 아마 1차에 붙은 것 자체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라서, 덤으로 주어진 기회에 대한 초탈한 마음을 갖게 됐던 것 같아요. 필답은 토요일, 구술은 일요일로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2차 필답]
영한/한영 번역-->한국어 에세이-->영어 에세이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영한 번역이 세계사에 관한 백과사전 같은 책의 일부를 발췌한 것이었는데, 내용 자체가 약간 난해해서 당황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를 멋있게 하는 것은 생각도 못하고, 원문의 뜻을 틀리지 않게 시간 안에 번역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은 국제 형사 재판소에 있는 한국인 판사에 대한 기사문이었고 평이했습니다. 다만 시간이 부족해서 마지막 한 문단을 번역하지 못했는데, 나머지 문단을 번역하느니 지금까지 쓴 것의 전체 검토를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서 검토를 통해 틀리거나 빠진 부분을 잡아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일각에서는 한국이 GDP 3만불 시대에 들어가야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하고, 다른 이들은 다수를 소외시키는 물질 만능주의의 경제 성장은 국민의 삶의 질에 좋지 않다고 한다고 주장하는데 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시오'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저는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 1. 그래야 국제 사회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2. 경제가 성장해야 복지 사회가 가능하다'는 요지로 썼고, 전체 필답 고사 중에 스스로 만족스럽게 쓴 것은 한국어 에세이 밖에 없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예상과 너무 달라서 잠깐 당황했습니다. 작년 문제는 시사적인 것이었는데 올해는 '외국인 친지가 한국을 방문한다고 생각하고 그들의 문화 충격을 줄여 줄 수 있는 편지를 몇 가지 항목을 정해 쓰시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에세이인데 캐주얼하게 써도 되나 잠시 망설이다가 그냥 친구에게 쓴다는 마음으로 썼습니다. 제가 호주에 갔을 때 받았던 문화 충격을 반대로 뒤집어서, '한국은 단일 민족 국가라 사람들이 다 Asian-looking이고 너를 외국인이라고 호기심 어린 눈으로 볼 수도 있다. 그리고 몸이 좀 부딪치더라도 미안하다고 하거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쳐도 먼저 웃고 인사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들이 무례해서가 아니라 그게 우리 문화의 일부이기 때문이다'등의 내용을 썼습니다.
[2차 구술]
오후 시험 중 11번째로 시험을 봤습니다. 애경홀에서 한 시간 반 정도 대기했는데 그 때까지 안 떨리던 마음이 점점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안면만 있었던 장현수씨가 저에게 뒤집기 스터디를 해주셔서(감사합니다!!) 몇 번 뒤집기를 하고 나자 자신감이 생기면서 약간 안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시험장 안에 들어가자 저도 모르게 지나치게 흥분한 상태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 다섯 분이 앉아 계셨고 외국인 여자 교수님이 icebreaker로 '점심 먹었냐'고 하셔서 솔직히 떨려서 못 먹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 나가서 '뭘 먹고 싶으냐'고 하셔서 먹을 수 있는 건 뭐든지 다 먹을 거라고 했더니 다 웃으셨습니다. 그런데 옆에 계신 외국인 남자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줄 거라고 하시고 bird flu에 관한 내용을 바로 읽으셨는데 급히 진행하자 긴장과 흥분에 휩싸여서 정확하게 듣지를 못했고 내용도 일부밖에 기억을 못했습니다. 이미 머리 속이 복잡해졌지만 워낙 수업 때 단련이 돼서 그런지 당황한 모습을 보이진 않고 일단 아는 내용까지만 이야기하고 '이상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질문을 하셨는데 답을 정확히 알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 때 모른다고 솔직히 말해야 한다는 option 자체가 생각이 안 나서 그냥 제 생각에 들었다고 생각한 내용을 말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영을 읽어주셨는데 도박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영한을 못했다는 생각에 머리가 복잡해져서 한영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았고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이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정신을 차렸더니 한국어라서 전체 대의는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내용은 '한국 사회에 도박이 만연해 있다. 나는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분석한다. 첫째, 돈이면 뭐든 된다는 물질 만능주의가 퍼져 있어서 사람들이 대박을 터뜨리고 쉽게 부자가 되고 싶어한다. 둘째, 도박이 중독성이 있어서 한 번 시작하면 끊기도 힘들고 끊어도 다시 시작하게 된다. 셋째, 사회가 도박에 빠지기 쉬운 분위기로, 복권 당첨된 사람 등 대박을 터뜨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언론 등에서 널리 다룬다'정도로 포인트가 분명해서 기억하기 쉬웠고 어려운 표현도 별로 없었습니다. 한참 바다 이야기로 떠들썩할 때 도박에 대한 텍스트를 외웠기 때문에 그 때 외운 'hit the jackpot' 'getting rich quick'같은 표현들을 활용해서 통역했습니다. 그런데 한국어를 들을 때 중간에 잠깐 멍했기 때문에 그 내용을 그대로 통역할 수 없었고 그냥 제가 이해한 내용을 다시 재구성해서 이야기한다는 생각으로 말했습니다. 영한 때는 시큰둥하시던 교수님들이 한영 때는 다시 고개를 들어 저를 유심히 보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도 준비 기간 마지막에는 영한보다 한영에 더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그나마 한영은 괜찮았다는 느낌으로 나왔습니다.
[2차 시험 후]
그러나 국내파에게 더 중요한 영한을 잘못했다는 자책감으로 일주일동안 너무나 괴롭게 지냈습니다. 이미 결과를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내년 시험을 준비하는 계획까지 다 세웠습니다. 나름대로 제가 부족한 부분이 뭔지 시험을 통해 알게 됐기 때문에 어서 다시 공부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1차 통과한 걸로도 선전(善戰)했다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하고요. 그러던 중에 전혀 예상치 않게 합격 소식을 듣게 돼서 얼떨떨하기도 하고 전산 오류가 아닌가 한참 불안에 떨기도 했습니다.
제가 너무 부족한데도 합격한 것이 부족한 실력을 노력으로 채우라고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진 것이라고 밖에는 생각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학원에서 실력 있는 다른 분들도 많이 있는데 제가 합격한 것 자체가 황송하기까지 하고, 시험이란 것이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제가 떨어졌다고 생각했을 때나 합격 소식을 들은 후나 제 진짜 실력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는 것처럼 다른 분들도 합격과 불합격에 관계없이 자신의 실력만이 자신을 제대로 말해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어디서 공부하든 스스로 갈고 닦는 수밖에는 없는 것 같습니다.
[감사한 분들]
영어 공부뿐 아니라 공부하는 자세와 인생의 자세에 대해서까지 진정한 스승이 되어주셨던 은천성 선생님께 가장 감사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때까지 통틀어서 가장 진심으로 존경하는 선생님이 은선생님이십니다. 가끔 마음이 약해질 때 예전 '오늘의 금언'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던 생각이 납니다. 대학 선배, 직장 선배에서 스터디 파트너, 이제는 통대 동기생까지 인연이 이어지게 된 지혜 언니에게도 고맙습니다. 함께 합격하게 되어서 너무 감사합니다. 언니의 청해력, 기억력, 집중력, 지구력, 성실성은 항상 저에게 자극이 되었고, 힘든 공부를 하는 와중에 서로 감정적으로도 의지하고 북돋아줄 수 있어서 버틸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파 만나는 것도 큰복인데 저는 정말 복 받았어요. 같이 한한 스터디 하고 늘 저에게 영어 텍스트 같이 외우자고 매달려서 억지로(?) 저도 외우게 하셨던 장지영씨에게도 감사하고 같이 합격해서 기쁩니다. 브레인 스토밍 스터디 같이 했던 정인씨, 경희씨, 잔디랑 세미, 종합반 함께 들었던, 실력으로 무장하신 많은 분들, 격려와 응원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무작정 호주 갈 때부터 회사 그만둘 때까지 늘 믿고 지지해 주셨던 부모님과 늘 말 없이 지켜봐 주고 응원해주던 친구 설이에게도 감사합니다.
아직도 합격해서 기쁘다고 말하기엔 조심스럽고 두려운 마음이 앞서지만, 처음 영어의 소리에 매료돼서 바닥부터 공부를 시작했던 초심으로 돌아가서 다시 열심히 해보려고 합니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께서도 건승(健勝)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구도현
[시험]
(1차 시험-에세이)
-시험-
이대는 작년 문제 형식도 재작년과 많이 달랐기 때문에, 올해도 문제가 또 어떻게 바뀔 지 모른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가지고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문제지를 받아보니 이번에는 한글 지문이었습니다. '...봉건주의 사회에서 민주주의 사회로 바뀌면서... 인권이 중시되고...' 처음엔 잠시 당황했습니다. 내용 자체가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곧 정신을 가다듬고 문제의 요점을 파악했습니다. 멸종 위기에 처한 식물 종들이 서식하고 있는 개인 소유지의 개발(개인의 이익)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저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문제였습니다. 에세이 연습 때 다루어보지 않은 주제였기 때문에, 개요 짜기까지 넉넉히 15분을 잡았습니다. 문제가 요구하는 명확한 견해 와 근거 제시 및 글의 유기적 연결성을 중시했습니다. 또 같은 개념을 가리키는 단어는 되도록 다양화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서론에서 '개인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은 항상 일치하지는 않으므로 균형 유지가 중요한데, 이 특정 경우에는 공공의 이익을 지지한다. 민주주의, 환경문제가 근거이다.'로 시작하여 본론 1에서 민주주의, 본론 2에서 환경문제를 각각 들어 근거를 제시하며 개발을 반대했습니다. 결론에서 역시 사익, 공익의 균형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환경보전은 인류의 의무이자 인권을 지키는 길이기도 하다는 내용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준비-
1월부터 6월까지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반을 꾸준히 수강했습니다. 처음 두 달 정도는 마음에 드는 에세이가 안 써져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영어실력, 배경지식, 논리력에 근거한 명확한 의견 전개 등 필요한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과제로 주어지는 필사와 200자 에세이를 계속 병행했습니다. 필사는 계속 하다보면 자연스러운 영어를 습득하게 되고, 관사나 단복수 표현 등 습관적으로 잘못 사용하는 영어를 교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 같습니다. 200자 에세이는 시간이 많이 걸리더라도 해당 주제에 대한 글을 찾아 읽어보고, 유용한 표현은 에세이에 사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배경지식이 부족하거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기가 힘든 주제의 경우에는 전문가가 쓴 글의 논리를 흉내 내보기도 했습니다.
7월부터 시험 직전까지는 일주일에 두 번씩 4인 스터디를 했습니다. 서로 돌아가며 제시한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쓴다는 것과 시간조절을 평소에 연습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스터디 후에는 유용한 표현을 정리했고, 확실치 않은 표현은 구글 검색으로 확인해보았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에는 그 동안 써보았던 에세이를 다시 읽어보고 정리했던 표현들을 훑어봤습니다.
(2차 시험-통역)
통역과만 지원을 했기 때문에 아침에 시험을 보게 될 줄은 알았지만 막상 시간표를 보니 9시 맨 첫 순서였습니다. 시험장에 40분 정도 먼저 도착해 대기실에서 시험 직전까지 정리 노트를 훑어봤지만 도무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조용히 혼자 마음을 가라앉혔습니다. 조교 분이 호명을 한 후 수험생을 해당 교실로 안내했습니다. 세 교실로 나누어 시험을 보았는데 제가 들어갔던 교실에는 네 분이 계셨습니다. 교수님, 녹음을 하시는 조교 분, 한영, 영한을 각각 읽어주신 분이었습니다. 긴장을 했는지 시험관들의 얼굴을 쳐다볼 겨를도 없었습니다. 처음에 교수님께서 가벼운 질문을 던지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학부 때 통역수업을 들었는데 어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제 경우에는 한국어로 질문을 하셨는데, 영어로 질문을 받은 수험생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통역 시험 중에는 고정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말을 해야했는데 eye contact는 거의 하지 못하고 처음부터 끝까지 앞쪽 벽만 똑바로 바라보고 했습니다.
-한영-
'동물도 인간처럼 친구의 고통을 이해하고 감정이입을 할 수 있을까. 이를 규명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의 연구진이 원숭이 실험을 했다. 우리에 원숭이를 넣고 레버를 당기면 먹이가 나오도록 했다. 옆 우리에는 다른 원숭이를 넣었다. 그리고 레버를 당기는 원숭이가 자신이 레버를 움직일 때마다 옆 우리 원숭이가 전기 충격을 받는 것을 보도록 했다. 그 결과 원숭이는 놀랍게도 5일-12(?)일 동안 레버를 움직이지 않았다. 이는 감정이입이 오직 인간에게만 가능하다는 인류의 오랜 믿음을 뒤집고 영장류도 감정이입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결과다.'
이 정도로 기억이 됩니다. 학원 수업에서 연습하던 길이와 비슷했고, 또 논리가 명확하고 실험이 첨가되어 전체적 흐름을 기억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나 아침에 말을 많이 하지 않아서인지 막상 입을 떼자 첫 부분이 많이 느리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천천히 또박또박 말을 이었고, 실수를 했다가 다시 말하게 되는 것을 최대한 줄이려다 보니 평소보다 전체적으로 조금 더 느리게 나왔던 것 같습니다.
-영한-
'미국의 어느 지역 일간지에 따르면 어린이의 40%정도가 비만이라고 한다. 이 때문에 학교 당국에서는 교내에서 탄산음료 판매를 금지하고 학생들에게 운동을 장려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학생들이 생일 때 먹는 cupcake도 제한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런 정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일으킬 것을 우려하고 있다. 어린이들에게 단 음식을 제한하면 이를 더 먹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연1회 있는 행사 때 먹는 cupcake을 제한하는 것보다 햄버거를 비롯해 학생들이 학교 식당에서 평소에 먹는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제거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거라 충고한다'
이런 요지였습니다. 영한은 학원수업에서의 공개 발표보다는 파트너와의 스터디나 셀프 스터디로 연습을 했기 때문에 사실 걱정이 됐지만, 비교적 평이한 주제가 나와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준비-
우선 논리적인 텍스트를 듣고 정리해서 요점을 말하는 능력, 즉 논리력과 메모리가 많이 부족했기 때문에 5월부터 한한스터디를 거의 매일 하나씩 했습니다. 처음에는 쉬운 글을 읽어줘도 제대로 논리적인 요점정리를 하기가 힘들었고 속도도 무척 느렸습니다. 다행히 좋은 파트너 언니를 만나 꼼꼼한 critique 을 받으면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논리력을 기르려는 노력을 나름대로 하게 됐습니다. 9월쯤에는 한한 자료로 간단하게나마 한영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영 스터디도 8월 정도부터 주 3회 꾸준히 했습니다.
7월부터 들었던 은 선생님의 한영수업도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8월까지는 암기한 내용을 중심으로 발표를 했는데 외운 내용이 중간에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처음엔 자괴심에 빠져 7월 중반에 잠시 수업을 포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8월부턴 다시 발표하고 절망하고를 반복하며 꾸역꾸역 끝까지 수업을 들었습니다.
영한은 다양한 주제의 자료를 가지고 스터디를 하거나 혼자서 연습했습니다. 1-3분 정도로 끊어서 통역을 했고 혼자서 공부할 때는 요점만 파악하고 넘어가기보다는 독해수준으로 이해가 될 때까지 같은 자료를 여러 번 반복해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통역 공부는 하면 할 수록 점점 더 큰 어려움에 부딪치면서 겸손의 미덕을 쌓게 되는 것 같습니다. 영어사랑학원에 오기 전인 1년 전과 지금의 저를 비교해볼 때, 크게 바뀐 것은 실력보다 마음가짐입니다. 또한 자신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끊임없이 보완하면서 자신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력이 부족해 힘에 부칠 때, 잠시나마 쉬어가자 생각했던 때를 지금 돌이켜보면 어리석은 욕심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의 현재 실력을 인정하고 그저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비법 아닌 비법인 것을... 힘든 순간을 극복하고 나면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또 의구심이 들고 좌절이 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목표를 향해서 꾸준히 정진하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른 일을 하시면서 바쁜 시간을 쪼개어 공부하신 분들도 계신데, 제가 올 한 해 다른 일에 거의 신경 쓰지 않고 공부만 할 수 있었던 복을 누린 것은 많은 분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선 영어사랑학원과 인연을 맺을 수 있게 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습니다. 철저하게 원칙을 지키며 솔선수범 하시는 은 선생님을 비롯해 학원생들의 편의를 위해 어려운 일도 마다하지 않으시는 다른 모든 직원분들 덕분에 항상 안정된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만 쫓아다니는 딸을 뒷바라지하시느라 고생하신 부모님, 같이 공부하는 내내 서로 의지했고 또 많은 조언을 해준 지원언니, 함께 공부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권혜미
이 공부가 힘들 때마다 스터디 파트너와 합격하면 수기에 이 말을 적어야겠다 저 말을 적어야겠다고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웃기도 했었는데 막상 정말 합격 수기를 적으려고 하니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이 되네요. 먼저 통역사의 마음가짐과 공부의 길을 보여주신 은천성 선생님, 짝꿍처럼 매일 함께 공부하고 힘들 때마다 마음을 다 잡아준 스파 민정언니, 의기소침 해있을 때 청량하고 긍정적인 말들로 피폐한 마음에 바카스 + 비타500을 합쳐 마신 것 같은 에너지를 준 스파 동희가 아니었다면 이런 좋은 결과는 없었을 것입니다. 먼저 은 선생님과 스터디 파트너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차 시험]
'인간에게는 신성 불가침의 권리가 있는데 환경보존을 위해 정부가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야 될 때도 있다. 개인과 국가의 이익이 상충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하는 내용의 한글로 주어진 논제였습니다. 그 동안 에세이 시험을 준비하게 위해서 스터디 파트너와 GRE, TOEFL 그리고 시사 주제를 놓고 8월부터 1주일에 두 번씩 시간을 정해서 쓰는 연습을 했었습니다. 이대는 시사적인 문제보다는 인권, 민주주의 등 철학적 문제를 중요시하는 듯해서 이를 염두에 두고 준비를 해서인지 시험 당일 논제를 받고는 당황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에세이 스터디를 할 때 시간 문제나 내용을 생각해 내는 어려움 같은 문제는 적었지만 철자와 문법 실수가 특히 잦았습니다. 은 선생님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 에세이를 제출한 후 항상 밑단에 '철자 유의!!!', '검토 요망,' '검토! 또 검토!' 평가와 함께 오자마다 파란 줄이 가득 그어진 첨삭 시험지를 받아봤는데 그때마다 숨이 턱턱 막히는 것처럼 부담이 됐습니다. 스파인 민정언니로부터 지금까지 은 선생님의 에세이 첨삭에서 A를 받은 사람은 이대 1차를 대부분 통과했단 말을 들었기 때문에, 선생님의 첨삭 결과를 받아 볼 때마다 가슴이 조마조마해서 첨삭 결과를 확인했었습니다. 처음 에세이반을 수강한 9월에는 계속 '노력요망'이란 평가만 받아서 '난 1차에서 떨어지는 게 아닐까'하고 계속 불안에 떨었습니다. 의식은 하고 있었지만 털털한 성격 탓인지 오자와 문법 실수는 줄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8일 동안의 긴 추석 연휴 바로 직전, 굵은 빨간색 글씨로 된 충격적인 은 선생님의 경고, '이렇게 스펠링이 틀리다간 1차 시험이 위태로움.' 두둥 -.-;; 그래서 10월 초 추석 연휴 내내 그 동안 써 본 에세이를 다 끄집어내서 다시 써보면서 문법 오류를 다 잡고, 주의 요망 스펠링 리스트를 정리해 계속 외웠습니다. 다행이 그 이후로는 첨삭 시 지적 받는 횟수가 줄면서 A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합격 후 선생님께 그때 정말 두려웠다고 말씀 드렸더니, 일부러 추석 전에 긴장 좀 하라고 충격요법을 썼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시험 당일에는 5분간 개요를 잡고 시간 안배에 신경 쓰면서 4 문단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서론에는 주장인 '개인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제한 될 수 있다'를 부각시키고, 본론1은 '개인의 권리는 본질적으로 무한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누릴 수 있다.' 본론 2는 '신성불가침의 인권을 제외한 권리, 예를 들어 재산권과 같은 경우에는 공리에 따라 제한이 있을 수 있다'라는 주장을 '그린벨트'를 예를 들어 전개했습니다. 평소에는 연습할 때 470자 정도 썼었는데, 은 선생님이 항상 '양이 중요한 게 아니라 실수를 안 하는 게 중요하다'라고 강조하셨던 생각이 나서 밑으로 5줄 정도 남긴 상태에서 마무리하고, 20분 동안 두 번 검토했습니다. 양은 410자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1차를 보고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기간이 정말로 피 말리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제가 썼던 문장들이 텔레프롬트처럼 머리 속에 계속 지나가며 오타와, 잘못 쓴 것 같은 표현들이 계속 생각이 나는데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리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ㅜ.ㅜ
[2차 시험]
이대는 2차 통역 시험이, 그 중 특히 영한이 어렵다는 말을 많이 들어서 긴장을 많이 하고 시험장에 들어섰습니다. 저는 오후에 보는 사람 중 가장 처음으로 시험을 보게 돼서 더욱 긴장됐습니다. 자리에 앉자마자 이름과 수험번호를 말하고 바로 시작했는데 한영을 먼저 읽어 주셨습니다. '동물도 인간과 같이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는가'란 주제로 원숭이 실험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교수님 낭독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했는데, 문장 하나 하나를 통역하기보다는 요지 전달에 목표를 두고 큰 줄거리만 통역했습니다. 가운데 앉아 계시던 교수님이 따뜻한 눈빛으로 고개를 계속 끄떡여 주셔서 응원이 됐기 때문에 그 분만 바라보면서 flow에 신경 쓰면서 통역을 끝냈습니다. 내용 중 원숭이가 전기 쇼크를 받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be electrified"라고 해야 될 것을 "electrocuted"와 짬뽕 된 "be electrofied"라고 튀어 나왔습니다. 왼쪽에 계시던 교수님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는 게 목격 됐지만 모른 척하고 쓱 넘어갔는데 계속 찝찝했습니다.
한영은 작년 보다 쉬운 것 같아서 실수를 피하는데 초점을 뒀습니다. 은 선생님이 실전 종합반 수업에서 '영한 통역 시 디테일을 틀리게 말하는 것보다는 대의 파악과 flow에 신경을 쓰라'고 강조하신 게 생각나서 큰 줄거리를 막힘 없이 말하는데 유의했습니다. 내용 중 'cafeteria food'를 남들처럼 무난하게 '학생 식당'이라고 안하고 '급식'이라고 한 게 '오바'였지 않나 하고 걱정했지만 다행히 큰 문제는 아니었나 봅니다. 시험이 끝나자마자 교수님이 영어로 'What is your position on this matter?'라고 물어 보셔서 당황했습니다. 속으로는 '내가 넘 짧게 요지만 통역했나?' 혹은 '내가 합격시키기에는 간당간당해서 추가적인 테스트가 더 필요했나?' 오만 생각이 스쳤지만 빠르게 '아이들 식생활은 부모 책임이니, 따라서 학교의 cupcake ban은 필요 없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리고는 한 숨 돌렸는데 또 'then, what is your suggestion?'이란 추가 질문이 들어와 완전 당황. '먹는 것은 습관이기 때문에 부모가 아이가 좋은 식습관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는 요지로 답했습니다. 나중에 스파들에게 물어 보니 추가 질문을 받은 사람을 나밖에 없어서 '정말 내가 부족해서 추가 테스트를 했나 보다'라고 혼자 비약, 단정짓고 합격 때까지 떨었습니다.
예전에 들은 말인데 시험 준비하면서 항상 마음에 둔 구절이 있습니다. "진주의 가치는 흠집이 결정한다." 흠이 없는 진주일수록 좋은 진주란 말이지요. 시험은 모두가 긴장하고 평소 실력을 다 보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정말 유려하고 뛰어나게 잘하려고 마음먹기보다는 실수를 안 하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강조하셨습니다. 제 합격 수기가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기를 빌며 준비하시는 분들의 선전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김민정
[1차 시험]
1차 시험 문제는 꽤 큰 글씨로 A4용지 한 장 분량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개인 소유의 토지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큰 곳일 경우, 국가가 개입해서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우선이냐 아니면 개인의 권리가 우선이냐"를 묻는 문제였습니다. 서론, 결론을 합해 4단락을 썼습니다. 시험지가 2장인데 다 쓰고 나니 세 줄 정도 남았습니다. (참고로 저는 글씨가 큰 편입니다. 한 줄에 열 단어 남짓 썼습니다.) 번역에세이 반에서 1시간 안에 쓰는 연습을 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일이 많았기 때문에, 시험 치기 전에 나름대로 시간을 분배해 놓고 썼습니다. 예를 들어 개요 짜는데 몇 분 이상을 넘기지 않거나 마지막에 검토 시간을 남겨 두는 식의 계획을 세웠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한영-영한 순서였습니다. 들어가자마자 시험관께서 수험번호와 이름을 마이크에 대고 말하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한영 시험으로 이어졌습니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감정이입은 인간 고유의 특성이라고 알려져 있으나, 한 원숭이 실험에 따르면 동물도 남에게 동정심을 느낀다. 두 원숭이를 다른 우리에 가두고, 한 쪽 원숭이가 레버를 당기면 먹이가 나오는데, 이 때 다른 쪽 원숭이가 자동으로 전기 충격을 느끼게 했다. 다른 원숭이가 전기 충격으로 고통 받는 것을 본 원숭이는 배가 고픔에도 불구하고 레버를 당기지 않았다. 이것은 동물도 측은지심을 느낀다는 증거이다." 문제가 끝나자마자 시작하고, 끊기지 않고 또박또박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교수님들께서 고개를 끄덕여주셨습니다. 바로 영한 시험이 이어졌습니다. "비만문제가 심각하다. 특히 소아비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학교에 학생의 생일에 컵 케이크를 가져오지 못하도록 하는 조치를 취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들은 생일 케이크는 아이들의 감정적인 부분에도 깊은 영향을 줄 수 있는 문제라며, 비만 퇴치를 위해서 학교 식당에서 건강식을 제공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라고 반박했다." 추가적인 질문은 없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 시간에 실전모의고사 형식으로 다른 학생들 앞에서 은 선생님이 시험관이 되고 학생이 수험생이 되어 진행된 일대일 한영-영한 2차 시험 예행연습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교수님이 세 분 계셨는데, 계속 눈을 마주치며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공부방법]
1) "많은 사람들이 80%를 이해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20%도 이해 못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하신 은 선생님 말씀이 생각납니다. 못 들은 부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 놓친 부분은 일일이 표시했습니다. 한 페이지가 다 빨갛게 된 적도 많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안다고 생각하고 모르고 지나치는 것보다는 바람직한 것 같습니다.
2) 수업 시간에 발표하면 틀린 것을 지적 받습니다. '아 틀렸구나'하면서 부끄러워만 하고 지나갈 때가 많았는데, 어느 날부터 지적해 주신 것을 교재에 따로 적었습니다. 첨삭 받은 에세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전에 받은 에세이를 정리하다가 같은 실수를 여러 번 한 것을 발견한 이후로 "현재 하고 있는 실수만 줄여보자"하고 생각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3) 스스로 발표한 부분은 시간이 날 때 강의파일로 확인해서 들었습니다. 자신이 말할 때 느끼는 것보다 실제로 들어보면 훨씬 느리게 말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영 발표는 받아써서 실수를 체크했습니다. 오래 걸릴 것 같아서 저도 망설이다 하게 되었는데, 사실 제가 몇 문장밖에 못하더라고요…;; 스터디를 할 때 한영도 거의 녹음을 해서 이런 식으로 했습니다. 단, 시험이 임박했을 때는 자신감 회복(?)을 위해서 하지 않았습니다.^^
4) 은 선생님께서 말씀해 주신 공부 방법 중에서 시험을 앞두고 하기에 좋은 것은, '표현 모으기'(제가 나름대로 이름 붙여 보았습니다^^)입니다. 한영을 할 때 쉬운 표현인데도 떠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10월에는 그 때까지 중구난방으로 정리했던 단어장을 모아서 아직도 생소한 표현들은 과감히 버리고 이미 입에 익은 표현 위주로 다시 정리해 두었습니다. 에세이는 한 주제로 쓸 때마다 필사했던 것을 모아두었다가 1차 시험 전에 역시 가장 손에 익고 무난한 것으로 다시 정리했습니다. 확실히 내 것이 되었는가를 확인할 때 저는 입으로 외웠던 것은 써보고, 필사로 외웠던 것은 입으로 외우는 식으로 바꿔서 해 보았는데, 지겹지도 않고 혼자 확인할 때 괜찮은 방법 같습니다.
5) 수업 3시간 중 가장 떨리면서도 부담이 되었던 것이 연설문 외우기였습니다. 외웠는데도 앞에 나가서 잘 하지 못한 날이면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결국 '완벽히' 외우지 않아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연설문 외우기 덕에 어느 정도까지 해야 정말 '외웠다'라고 할 수 있는 지에 대한 감이 생긴 것 같습니다. 또, 외울 때에는 반복만 할 것이 아니라 미리 이해하고 해야 합니다. 저는 내용으로 문단을 나누어서 한 문단씩, 연설문을 보지 않고 한국어로 떠올려보거나, 간단하게 적어 보고 외우는 식으로 했습니다. 핵심이 되는 표현을 먼저 떠올린 후에, 그 표현을 틀로 하고 다른 내용을 덧입히는 식으로 했습니다. 저도 처음 할 때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하고 의심하기도 했지만, 공부하면서 가장 많이 배우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오예빈
저는 약 8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통역번역대학원공부를 시작하게 되어 공부초기에 사전 지식이 매우 부족했습니다. 이 때 많은 분들이 쓰신 수기를 읽고 도움을 받았기에 제 수기도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학교 결정]
이대와 외대의 장단점과 제게 적합한 학교를 단시간 내에 파악하는 것이 어려웠고, 두 학교 모두 실력과 인지도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지원학교 선택은 상당부분 입학시험방식을 고려하여 결정했습니다. 한국외대 1차 시험의 경우 국어/한문시험을 포함하여 모든 문제가 객관식으로 구성되어있으므로, 영어실력 외에도 시험을 빠르고, 효과적으로 볼 수 있는 스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영어 자체만을 공부하기에도 빠듯하다고 판단하였기에 이화여대로 결정하였습니다. 또한 이대 1차 시험은 500자 이내의 영문 에세이 작성으로 영어실력향상에 더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주요 공부 방법]
어쨌든 입학시험 합격을 위해 시험에 대비하여 공부해야 했으나, 기본방침은 영어실력을 향상시키는 것이었고, 주된 공부 방법은 많은 자료를 공부하기보다는 수업시간에 받은 자료 위주로 정리/암기/반복하고, 뉴욕타임즈를 필사하는 것이었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이코노미스트 등 시사잡지는 공부하지 못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업시간을 최대한 활용하기 위해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여 선생님의 크리틱을 최대한 흡수하고, 많은 학생들 앞에서 여러 차례 발표해봄으로써 2차 시험의 긴장을 사전에 대비하는 노력을 했습니다.
저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 그리고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종합반과 시사청취반을 주로 수강했습니다. 그 중 시사청취수업이 제게 가장 효과적이었습니다. 매일 일정량을 공부하고, 입문반 수준의 수업이었으므로 선생님께서 문법/해석을 상대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이 수업의 복습이 제일 부담스러워 가장 열심히 암기/공부했기에 에세이 및 청취효과도 가장 크게 나타났습니다. 특히 LC 공부는 시사청취수업으로 대체했습니다.
1) 스터디
초반에 주위에서 스터디를 하는 것을 보고, 무엇인지도 모르고, '나는 하고 있지 않은데'라는 생각이 들어 초조했으나, 한/영(일정분량의 우리말을 듣고 영어로 통역), 영/한(일정분량의 영어를 듣고 우리말로 통역), 영/영, 에세이 스터디는 하지 못했습니다.
스터디는 개인차가 큰 것 같으며, 제 경우는 제 자신이 스터디 파트너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점(상대방에게 정확한 크리틱을 해줄 자신이 없었음), 나도 파트너의 크리틱을 100% 신뢰하기 어려운 점, 크리틱에 자신이 없다면 아무리 간결하게 스터디를 하더라도 본인과 상대방의 시간을 많이 할애할 수밖에 없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2차 시험을 앞두고서는 입에서 영어가 너무 안 나와 영/영 스터디나 간단한 영어토론 스터디를 했었다면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한/영, 영/한 스터디를 하지 못한 대신, 수업에 최대한 참여함으로써 관련부문을 보완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신 주 3-4회 30분씩 한/한 스터디를 했는데, 주로 과학/경제분야의 내용을 다뤄 일반상식을 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학원 동생과 함께 한 스터디가 매우 유익했습니다.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의 취약점 중 하나가 서로 짝을 이루는 형용사/동사, 형용사/명사, 상황에 맞는 동사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인데 이와 같은 내용이 정리된 책의 일정량을 주 3-4회 20분씩 서로 묻고 대답하는 방식으로 반복/암기하는 것입니다.
2) 필사
초반에는 별 생각 없이 수업자료, 뉴스기사 등을 무작위로 필사했는데, 필사는 공을 들일수록 얻는 것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뉴욕타임즈를 필사했는데 특히 시험을 얼마 앞두고는 예상 에세이 주제 (예 : 성형, 미인선발대회 등)를 뽑아 뉴욕타임즈에서 검색하여 주제별로 2-3개의 기사를 선정한 후 이를 필사하였는데, 필사방법으로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한가지 주제로 2-3개의 기사를 읽다보면 반드시 반복 사용하는 표현이 나오고 이를 암기했던 것이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pro/con 관련 자료를 읽는 것보다 필사를 통해 관련분야 지식을 쌓는 것이 에세이 작성에 더 효과적이었습니다.
[1차 시험]
올해 에세이 주제는 개인의 권리와 공익의 이해관계를 묻는 것으로 멸종위기 및 희귀종 식물에 대한 사례가 함께 나왔습니다. 또한 예년과 달리 지문이 반 페이지 이상의 길이로, 그리고 한글로 작성되어있었습니다.
문제를 본 순간, 적당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고 2-3가지 다소 연관성이 떨어지는 아이디어만 떠올라 당황했습니다. 하지만 1시간 내에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를 것 같지도 않고, 작성시간도 부족할 것이 자명하여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를 다듬어 3가지 소주제로 에세이를 작성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서면 긴장감으로 인해 다들 머리회전이 빠르지 못할 것입니다. 저의 경우 한번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나면 쉽게 수정되지도 않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도 않습니다. 따라서 처음 생각한 아이디어 범주에서 주제와 논리를 최대한 맞추어 작성한다면 시간 내에 에세이를 작성하는데 도움이 될 듯합니다. 시험 종료 10분전까지 글을 마무리하고 점검을 했는데 인칭, 시제 등의 실수가 몇 개씩이나 발견된 것을 보니 마무리 점검은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에세이는 은 선생님의 번역/에세이반 과 장 선생님의 토요실전반을 통해 준비했는데 매시간 하나의 에세이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선생님들께서 많은 부문을 체크해주셨기 때문에 별도의 에세이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오전에 2차 지망한 번역과 시험도 봤는데, 영/한은 중간 한두 군데 해석하기에 모호한 표현이 나와 있어 한/영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반복되는 내용이 많이 나와 이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번역과 시험은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저를 포함한 많은 분들께서 실제 시간이 부족했다는 얘기를 많이 하셨습니다. 1차 시험의 시간안배계획은 많이들 세우시는데, 번역과를 준비하시는 분들은 2차 시험의 시간안배도 고려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오후에 통역과 시험을 쳤는데 학교 게시판에 올라와 있는 전년도 문제와 비교해 봤을 때 난이도가 다소 낮았습니다. 3명의 교수님이 자리에 앉아 계셨고, 저는 마이크가 있는 책상에 앉아 시험을 봤습니다. 가볍게 대학전공을 물으신 후, 바로 한/영, 영/한 순으로 진행했습니다.
2차 시험을 준비하면서 영어가 잘 나오지 않고 꼬임 현상이 많이 나타나, 한/영은 되도록 짧게 주제 중심으로만 통역했습니다. 영/한의 경우 내용은 어렵지 않았으나, 말하다보니 기억이 잘 나지 않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과감히 생략했어야 하는데 통역을 밀고 나간 점이 시험 후 상당히 후회됐습니다.
참고로 저는 목소리가 크다는 장점이 있으나 말하다보면 흥분하는 경향이 있는데, 시험 전날 은 선생님께서 이를 지적해주셔서 시험 당일엔 평상시보다 상당히 차분하게 통역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들께서 개인에게 해주시는 지적사항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최적의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최대의 배려를 해주신 가족, 좋은 수업을 해주신 은 선생님, 장 선생님, 그리고 서로의 고민을 함께 나눴던 금선씨와 희진씨께 감사드립니다.
이기청
아직도 너무나 많이 부족한 제가 감히 '합격수기'난에 글을 올려도 될까 많이 망설였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영어사랑'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고, 시험장에서의 제 경험이 시험 보시는 분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까 해서 이렇게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영어사랑 학원 사이트에 이미 훌륭한 수기들이 많이 있고, 저는 아직도 수기로부터 배워야 할 점이 많기에, 그저 이번 시험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중심으로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차 시험]
이대의 1차 시험은 토플이나 GRE 수준의 주제가 출제되는 것이 주요 경향인 것 같습니다. 올해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서식지이자 환경보호가 시급한 지역을 개인 소유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나서서 관리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개인의 권리와 공공의 이익이 상충될 경우의 해결방안에 대한 문제가 나왔습니다.
저는 시험 전에는 시험과 똑같은 환경 아래서 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한달 전부터 10시부터 11시10분까지 실제 시험이 실시되는 시간 동안 거의 매일 에세이를 하나씩 쓰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양도 A4용지 한 페이지 이상을 넘지 못하고 아예 논리에서 완전히 어긋난 에세이를 쓴 적도 많았지만, 무조건 "끝까지 쓴다"는 원칙 아래 20여 편의 에세이를 완성했던 것이 큰 힘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덧붙여서 저는 옮겨 쓰는 연습은 하지 않고, 그저 10분 정도를 남기는 연습만 했는데, 결국 시험장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시간에 쫓기면서 가까스로 에세이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실제 시험장에서는 긴장한데다 욕심이 생겨 초안을 쓰는데 시간이 더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런 연습까지도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습니다.
[2차 시험]
첫 번째는 한영을 시키셨는데 하버드에서 진행된 실험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인간처럼 동물도 감정이나 배려하는 마음이 있을까"라는 질문으로 시작해서 실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뒤따랐습니다. 한 원숭이가 먹이를 얻기 위해 레버를 당기면 옆 우리에 있던 원숭이가 전기충격을 당하게 하자, 그것을 보고 놀란 원숭이가 배고픔을 무릅쓰고 5-10일 정도나 레버를 당기지 않았다는 실험결과를 통해 동물도 남을 위하는 마음이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번째 영한은 어린이 비만에 의한 것이었는데 시카고에 있는 아이들의 40% 정도가 비만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단 음식을 제한하는 방법을 썼는데 이것이 오히려 먹고 싶은 마음을 부추길 뿐이라는 비판을 받았고 매일매일 식단을 조절하는 등 좀 더 적극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내용 같았습니다.
평소 한영이 훨씬 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영한이 오히려 더 힘들었던 것을 보면 역시 LC와 한국어, 그리고 연습의 양이 중요함을 알 수 있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진행하시는 한영통역 수업 중에 에세이 발표순서 때 비슷한 난이도와 조건 아래서 발표하는 것을 적어도 보고 듣고 그리고 비슷하게 해보려고 노력해 봤다는 점이 정말 크게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은 선생님께서 마이크 앞에서는 뜸을 들이지 말고 일단 어떤 말이든 시작하고, 절대 불완전한 문장으로 끝내거나 중간에 포기하지 않도록 가르쳐 주신 것이 실전에서 정말 큰 힘이 되었습니다.
[후기]
도무지 늘지 않는 것 같은 실력에 좌절하고 있을 때 "The unendurable is the beginning of the curve of joy."라는 금언을 듣고 힘을 얻었던 것이 생각납니다. 저의 자질과 실력에 회의가 들고 막막할 때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제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뿐이고, 그것마저 하지 않는 것을 진정으로 두려워해야 한다고 스스로를 다독여 왔던 것 같습니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고 임계질량에 도달하기 까지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앞으로도 이런 생각은 제가 지칠 때마다 큰 힘이 되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AFN을 틈만 나면 틀어놓고 들으려고 했던 점과 코리아 헤럴드를 꼼꼼히 다 읽으려고 노력한 점,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영어에 대한 흥미를 잃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제가 좋아하는 시트콤 프렌즈의 mp3파일을 들으면서 잠을 청하던 것 등이 알게 모르게 제게 많은 도움과 위안이 되어주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 학원을 찾았을 때 매일매일 소개해주시는 마음을 울리는 격언과 은 선생님의 명쾌한 강의도 참 좋았지만, 무엇보다 제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은 이웃돕기 소식과 학원 곳곳에 보이는 절약 정신이었습니다. 이번 11월의 新시사청취수업에서 다루는 에이즈 고아들을 보며 또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단순히 영어뿐 아니라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한 정말 많은 것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과 모든 영어사랑 식구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선희
[통대 공부 시작 계기]
작년 6월 직장동료를 통해 영어사랑을 알게 되어 장홍석 선생님의 토요통역&시사토론반을 듣기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통대준비 보다는 일주일에 하루라도 공부하는 분위기에 노출되는 것이 좋았는데 점점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커졌습니다. 9월에 직장을 그만두고 이대 시험을 봤는데 1차에서 떨어졌고, 그 이후부터 본격적인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저는 대학 3학년 때 처음 비행기를 타본 순수 국내파로 시작할 때의 제 영어실력은 대충 알아듣는 정도였습니다. 외국인과 일상적인 대화를 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깊이 있는 대화는 나누지 못했고, CNN을 들어도 무슨 말을 하는 지 몰랐고, 영자신문 기사 하나를 정독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1차 시험 준비] * 수강과목: 번역/에세이종합반 (1월-4월, 8월, 10월)
(필사)
1차 시험 준비로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것은 매일매일 필사하기입니다. 작년 10월 은천성 선생님 실전번역/에세이반을 들으면서 알게 된 방법으로 처음에는 시간도 많이 걸리고 틀리는 것도 많고, 한번 틀린 것이 계속 틀려서 '이게 소용이 있을까'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수월해지고 틀리는 것도 적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1월에 숙제로 에세이를 냈는데 처음으로 A를 받고 '나도 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과 함께 필사에 대한 믿음이 생겼습니다. 초반엔 하루에 2-3장씩 했지만 다른 공부분량이 늘면서 거르는 날이 많아져서 조금을 하더라도 매일 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공책 한바닥을 분량으로 정하고 그 날 분량을 못하게 되면 다음날이나 주말을 이용해 그 분량을 채우는 방법으로 1차 시험 전까지 했습니다. 7, 8월경에는 필사만 하는 것이 지루해서 요약과 병행했습니다. 필사자료는 뉴욕타임즈 기사를 주로 했습니다. 공부가 안될 때는 'YOUR BEST LIFE NOW(긍정의 힘)'중 제 상황에 해당하는 페이지를 찾아 필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뉴욕타임즈 사설도 논리전개에 도움이 되긴 했는데, 실제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표현보다는 멋을 부린 표현이 많아서 기사체가 더 편했습니다.
(논리전개)
필사를 꾸준히 한 덕에 8월쯤에는 한국식 발상이나 틀린 어법은 거의 쓰지 않게 되었는데, 문제는 논리전개였습니다. 그때 도움이 되었던 것이 중,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논술책이었습니다. 시중에 쉽고 재미있게 짜여진 논술책이나 논술잡지가 많이 나와 있었는데, 찬/반을 다루는 주제들을 찾아서 20분 정도 시간을 정해 놓고 개요를 짜고 영어로 서론만 써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개요가 잘 짜여있지 않으면 본론에서 쓸 얘기가 없어 중구난방 아무 얘기나 끌어다 쓰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글의 설득력도 없어지고 얘기를 만들어서 쓰느라 문법이나 어법이 깨진 영어를 쓸 확률이 높아집니다. 따라서 내 생각을 중심으로 개요를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틀리지 않는 영어에 맞춰서 개요를 짜는 연습을 했습니다.
(에세이 스터디)
시험보기 전달인 10월에는 실전번역/에세이반에서 60분 시간을 맞춰놓고 쓰는 연습을 했고, 토요일에 따로 스터디를 했습니다. 에세이 스터디를 하면서 좋았던 것은 스스로 관심이 가는 주제를 고르기 때문에 관련표현을 좀더 능동적으로 찾아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 표현에 대해서 파트너와 의견교환을 하고 Google에서 그 용례를 확인하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2차 시험 준비] * 수강과목: 입문청취반(3월), 한영통역반(5월), 통역종합반(6월-8월, 10월) 영한통역반(9월), 2차 시험 최종 점검반(11월)
8월까지 영한 스터디는 따로 하지 않았고, 수업시간에 다룬 영영요약, 영한통역내용을 복습하기만 했습니다. 한영도 수업자료인 연설문, 한영문장구역 부분을 외우고, 스터디를 하더라도 영한, 한영 뒤집기는 시도하지 않고, 외운 것을 수업 전에 확인하는 정도만 했습니다.
(연설문 외우기)
5월에 처음 한영통역반을 들었는데 수업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외워도 막상 선생님이 이름을 부르면 외운 것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통과를 외치기 일쑤였고, 발표를 해도 속도가 너무 느렸습니다. 은 선생님이 '속도가 느린 것은 번역하듯이 외우기 때문'이라고 하셨는데, 4월까지 들었던 번역/에세이종합반에서 뉴스위크 지문을 외우고, 문장구역을 하듯이 연설문을 외운 것이 문제였습니다. 번역하듯이 의미파악 위주로 외웠기 때문에 외울 당시에는 '다 안다'고 생각해도 그것이 입에 붙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외우고 잊어버리기를 반복하며 괴로워하던 중 '외워도 잊어버리는 것은 연습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구구단을 외우듯이 달달 외워야 한다'는 선생님의 말을 듣고 한동안 연설문 외우는 데 모든 시간을 투자했습니다. 처음엔 약 3분 정도 분량의 부시 대통령 주례라디오연설문을 외우는 데 8시간정도 걸렸습니다. 백악관 사이트에서 연설문 음성을 틀어놓고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한 것을 들으면서 외웠습니다.(보이스 레코더는 찍찍이보다 작고 녹음음질도 훨씬 좋아서 사용하기가 편리합니다.) 해석을 하지 않고 절단위로 끊으면서, 소리와 리듬을 외운다 생각하고, 어려운 부분은 나름대로 멜로디를 붙여 노래가사를 외우듯이 했습니다. 토니 블레어 총리 연설문은 음성소스를 받아도, 그런 식으로 외우기가 잘 되지 않아서, 의미를 파악한다고 생각하면서 대강 외웠습니다. 그렇게 소리로 외우는 연습을 한달 정도 하니 발표력도 좋아지고 내용도 빨리 들어오면서 외우는 시간도 3-4시간 정도로 단축됐습니다. 이때 외운 연설문 표현들이 에세이 쓸 때나 한영의 밑거름이 된 것 같습니다.
(영영요약/영한)
통역종합반 두 번째 시간인 영영요약은 제가 제일 좋아하던 시간이었습니다. 교재가 미리 주어지는 영한과 달리 당일 뉴스를 바로 접할 수 있었고, 선생님이 짧게 틀어준 후 질문하고 답을 하는 과정에서 무엇을 왜 못 잡았는지 확실히 알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테잎 대신 mp3 강의파일을 제공받았기 때문에, 보이스 레코더로 녹음해서 끊고 혼자 요약해보면서 복습했습니다. 영한도 수업 당시 발표 길이만큼 듣고 한국어로 말해보면서 놓친 부분을 확인했습니다.
(한한스터디)
한한 스터디는 꾸준히 했는데 초반에는 스터디의 목적을 모르고 그냥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스터디 자료도 신문 사설이나, 시사저널의 국제란 같이 어려운 내용 위주였고, 스터디를 할 때도 그럴싸한 한자표현을 쓰거나, 읽어준 것을 그대로 얘기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디테일이나, 숫자를 기억하는 것보다는 논지가 있는 쉬운 글로 논리의 흐름을 따라가는 연습을 했습니다.
(4인 스터디: brainstorming/한영/영한)
8월이 끝나갈 즈음에 시험은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는데 해놓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에 불안했습니다. 정리를 해야할 것 같기는 한데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댈지 난감했습니다. 스터디 보다는 거의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막상 스터디를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몰랐는데, 9월 영사편지에 자세한 방법이 나와 있어서, 4인을 구성해 9월부터 시작했습니다. 정치외교/경제IT/과학의학/사회기타로 나누어서 토요일마다 표현정리, 한영, 영한 스터디를 했습니다. 예상시간은 3시간이었지만, 쉬는 시간을 포함해서 5시간 반정도 걸렸습니다. 스터디 하는 시간도 그렇지만, 자료준비 하는 것, 스터디 후 복습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 스터디를 하면서 표현도 카테고리별로 정리할 수 있었고, 한영, 영한 연습도 이 때 한 것이 거의 다 입니다. 2달째는 다시 처음 차례로 돌아와 같은 카테고리를 다루었는데, 이건 좀 비효율적이었습니다. 실제, 한영에서도 정치나 경제에서 쓰이는 어려운 말은 거의 나오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표현정리를 할 때도 너무 지엽적인 것까지 넣는 경우가 많았는데, 나중으로 갈수록 그런 표현은 절대 내 입에서 안 나올 것 같아서 과감히 버렸습니다. 1차 시험 후 그동안 했던 브레인스토밍 자료가 실제 한영, 영한으로 이어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그동안 했던 한영, 영한 스터디 자료를 상세 주제별로 분류해서 다시 표현 정리를 했습니다. 약 30개 정도의 주제를 정했고 그 중 비슷한 주제들을 묶어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5일로 나누었습니다. 다시 말하면 '의학'이라는 광범위한 주제보다는 구체적으로 에이즈, 흡연, 비만, 식품위생, 식생활 등으로 나눈 것입니다. 같은 주제를 다같이 정리를 해오는 것이었는데, 자료를 정리하면서 내가 놓친 부분을 가져올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렇게 2차 시험 전까지 30개의 주제를 소화했고, 실제 2차 시험 주제도 그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최종 점검반)
2차 시험 전에 수업을 들을까 말까 고민하다 들었는데 도움이 많이 됐습니다. 일단, 공부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으니 불안한 마음이 덜했고, 리스닝을 매일매일 하고 있다는 것도 심적 위안이 되었습니다. 또, 영문자료가 없는 것으로 한영을 하니 크리틱 때 나오는 표현들을 집중해서 들을 수 있었고, 그 자료를 2차 준비 4인 스터디에 다시 사용하면서 복습할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
시험장에 일찍 도착해서 그 날 트리뷴 기사를 필사하고 스펠링, 오답노트를 훑어보면서 시험 준비를 했습니다. 시험문제가 한국어로 나왔는데, 중, 고교 논술책을 보고 영어로 서론 쓰는 연습을 해서인지 문제를 빨리 파악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사유지에 관한 개인과 국가의 권리를 묻는 문제였는데 '개인의 권리가 우선한다'라고 정하고 1. 개인권리, 민주주의 토대. 2. 국가가 권리남용, 서민 피해. 라고 적고 개요를 짰습니다. 특히 영한수업 때 토지 수용권에 관한 주제를 다뤘고, 표현정리를 해 뒀기 때문에, 두 번째 아이디어로 연결시킬 수 있었습니다. 시험 전에도 에세이 길이가 너무 짧아 걱정이 됐는데, 아이디어를 3개 잡으면 너무 시간이 부족해서, 그냥 두개로 밀고 나갔습니다. 전체 글자 수는 약 350자 정도로 썼는데, 답안지가 24줄 짜리 두 장이어서 길이가 짧은 티가 덜 났습니다. 24줄 짜리 한 장을 채우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면, 길이 자체가 당락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닌 것 같습니다. 시간은 당연히 모자랐지만, 그나마 평소에 60분으로 연습을 해서 시험 때 검토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차 시험 후 지하철을 타고 몇 정거장 정도 가는데 실수한 것이 퍼뜩 생각나고 그에 이어 '그 표현이 맞았나? 스펠링이 맞았나?'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들이 저를 괴롭히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심란한 주말을 보냈지만, 월요일부터 마음을 잡고 2차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2차 시험]
(번역)
1차 시험 결과가 나온 이후부터 걱정이 앞서고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시험전날에는 시험 시간표에 오전번역시험 이후 따로 점심시간이 없어서 '점심은 어떻게 해야하나, 옷은 뭘 입고가나'등등의 생각에 마무리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옷장을 뒤적이다 예쁘게 입는다고 평소에 잘 안 입는 옷을 입으면 불편할 것 같아서 평소 공부할 때 편하게 입는 옷을 입었고, 보온도시락에 도시락을 싸갔습니다. 번역시험 후 통역시험을 보면 힘들다고 1지망만 하는 분들도 있었는데, 제 경우엔 번역시험을 본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됐습니다. 번역은 영한에 까다로운 부분들이 있어서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들었고, 한영번역 때 이 표현 저 표현 생각하다가는 시간이 모자를 것 같아서 끝까지 번역을 하는 것을 목표로 빨리 써내려 갔습니다. 어쨌든 번역시험이 끝나고 나니 머리가 한바퀴 회전을 한 것 같았고, 마음도 편해져서 통역시험을 볼 때는 떨리거나 불안하지 않았습니다.
(통역)
대기하는 동안에 연설문 녹음했던 것을 듣고, 표현 정리해 놓은 것을 보며 기다렸습니다. 번역을 안보고 통역만 보는 사람들이 오전에 시험이 끝나기 때문에 오전 팀이 시험장에서 나간 이후에는 당분간 화장실에 못 갑니다. 순서에 따라 두 명씩 조교를 따라가서 시험장 앞에서 대기하는데 옷 핀이 달린 수험표 비닐을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 그냥 수험표만 들고 온 사람들은 시험 볼 때 책상 위에 놔두고 해도 된다지만 가슴에 다는 것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시험장(작은 강의실)에 들어가니 4인 스터디 할 때처럼 3명의 교수님이 앉아 계셨습니다. 다른 게 있다면 일렬로 앉은 게 아니라, 첫줄에 두분, 그 뒷줄에 한 분이 앉아 계셨습니다. 책상에는 마이크가 있었고 오른쪽에 녹음하는 조교가 있었는데 시야 밖이라 신경이 쓰이지 않았습니다. 시험관과 수험생 사이에는 책상 하나 정도의 간격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이름과 수험표를 마이크에 대로 말하라고 하셨습니다. 그 후 학부 때 전공은 무엇인지 물으셨고 바로 '한국어를 읽어 줄 테니 영어로 말해보세요'하고 한영문제를 읽어주셨습니다. '원숭이 두 마리로 실험을 했는데 각각 다른 우리 안에 넣고 한 원숭이가 레버를 당기면 음식을 얻을 수 있는데 동시에 다른 우리에 있는 원숭이가 전기충격을 받는다. 자기의 행동이 다른 원숭이에게 고통을 준다는 것을 알고 그 원숭이는 한동안 레버를 당기지 않다가 정말 배가 고플 때 레버를 당겼다. 이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감정, 언어 등을 유인원들도 가지고 있으며 그들은 서로를 배려한다.'는 내용으로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처음부분에 약간 주춤했는데 왼쪽의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이시는 것을 보고 용기를 내어 끝까지 밀고 나갔습니다. 그 뒤 다른 교수님이 영한을 읽어주셨는데, 청소년 비만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중간부분을 놓쳐서 약간 망설이는데, 또 그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끄덕해서 용기를 내어, 이해한 것만을 얘기한다는 심정으로 그 부분을 빼고 결론을 얘기했습니다. 한영, 영한 모두 길이가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짧았고 난이도도 낮았습니다. 영한이 끝나고 '졸업 후 뭐했냐, 이 시험 준비는 어떻게 했냐, 학원에 다녔냐, 혼자 공부했냐'등의 질문을 영어로 하셨습니다. '직장을 그만두고 학원을 다니면서 준비했다'고 대답했는데 시험장을 나오고 나서는 괜히 감점될 것 같다는 불길한 느낌도 들었지만, 학원을 다닌 게 나쁜 것도 아니고, 거짓말하는 것보다 그냥 있는 대로 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맺음말]
4년 전 타학원의 통대 입문반을 수강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영어학원 파트타임을 하고 있었는데, 남는 시간에 공부도 할 겸 통대에 대한 막연한 동경이 있어서 갔었습니다. 재미있게 영어공부를 하려고 갔는데 다른 사람들 공부하는 걸 보니 엄두도 안 나고 스터디도 뭐 하는 건지 모르겠고 이 길은 내 길이 아니다라고 확신했었습니다. 그 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다시 이 길로 오게 됐습니다. 영어사랑학원이 영어의 기본을 다지는 것부터 시작해서 실력을 쌓는 곳이 아닌 입시위주 학원이었다면 아마 또 중간에 포기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년 남짓한 제 경험이 다른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긴 글을 썼지만, 사실 다른 사람의 경험보다는 어떤 방법이든 본인에게 가장 맞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원하는 일을 이룰 수 있게 되기를 기도하겠습니다. 처음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용기를 준 정은이, 성실하게 스터디에 임해준 파트너들, 힘들 때마다 격려해준 정미언니, 물심양면으로 응원해준 부모님, 그리고 영어의 바른길을 제시해 주시고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장소영
합격수기를 써야하나 말아야 하나를 한참을 고민하다가 일단은 시험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서 쓰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통역대학원을 준비하기로 마음먹은 것이 5월, 본격적으로 수험생 모드로 돌입한 것이 6월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보도 없었고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는 상태였지요. 나름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알게 된 것이 8월 말 즈음이었습니다. 그 전에는 4년 정도 직장을 다니면서 이메일로 영어를 계속 사용하기는 했었습니다. 작년에 토플 시험 준비를 한 적도 있기는 하구요.
[에세이공부]
5월에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을 들었고, 6월부터 시험 때까지는 은천성 선생님의 실전번역/에세이반을 들었습니다. 통역 수업은 꿈도 못 꾸고 일단 올해는 1차만 통과를 하자라는 목표를 세우고 시작했습니다.
아무리 수업을 듣고 공부를 해도 공부한 표현이 에세이를 쓸 때 나오질 않아서 "도대체 뭐가 잘못된 건가, 머리가 돌인가, 내가 영어를 이렇게 못했나" 한참을 고민했었습니다. 책상 앞에 아무리 앉아서 쓰고 외우고 해도 에세이를 쓸 때는 외운 것이 전혀 생각이 나지 않고, 계속 제 영어만 나오더라구요. 그런데 공부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8월 말에야 알았습니다.
숙제로 에세이를 쓸 때, 에세이 배경자료를 외운 후, 보지말고 쓰라는 은 선생님 말씀이 이해가 안됐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외워…' '난 원래 외우는 거 못해서 그렇게는 못해' 그러고는 대충 내용만 파악해서 제 영어로 써서 내고, 계속 그랬는데, 그게 잘 못 된 것이었습니다. 텍스트를 완전히 통째로 다 외우니까 외운 표현이 나오더라구요. 대신 공부하는 텍스트는 영어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영어와 한글이 같이 있는 텍스트를 찾아서 영어와 한국말을 같이 외웠습니다. 영어와 한국말이 매치가 되니까 외우기도 더 쉽고, 에세이를 쓸 때도 내가 생각하는 것을 외운 한국말 중에 뽑아서 내 영어가 아닌 원어민의 영어로 전달할 수 있는 것 같았습니다. 텍스트 전체를 통째로, 아주 달달 외우니까, 외운 것들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시험 보기 전까지 스터디 파트너와 계속 달달 외워서 체크하기를 반복했습니다. 반복이 아주 중요한데, 하루 이틀 지나면 거의 다 잊어버리기 때문에, 두 세 번이 아니라 한 번 외운 건 시험 때까지 계속 반복했습니다. 길을 가다가도 떠올리면 쭉 기억이 나는 텍스트만 반복목록에서 제외시키고, 계속 새로운 것을 외우면서 동시에 이미 외웠던 것을 계속 반복했습니다.
그리고 시험 두 달 전부터는 매일매일 에세이를 썼습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서로의 에세이를 바꿔서 은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대로 구글을 통한 첨삭을 했는데, 에세이를 쓰는 것도 도움이 됐지만, 상대방의 에세이를 구글을 통해 첨삭하면서 실력이 더 많이 늘었던 것 같습니다.
[한한공부]
5월 중순쯤이었을 겁니다. 일단 학원게시판에서 한한 파트너를 찾는 공고를 보고 연락을 해서 한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 시작할 땐 제가 정말 정상적인 지능을 갖고 사는 사람인가 싶었습니다. 세 문장을 불러줘도 두 문장밖에 안나왔으니까요. 얼마동안을 그렇게 좌절하다가 방법을 바꿔보자 싶어서 양을 사설 한 단락 정도로 늘였습니다. 그랬더니 대충 흐름은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디테일은 잡지 못하더라도 줄기를 잡는 방향으로 계속 연습을 했습니다. 9월말 즈음엔 파트너에게 사정이 생겨서 한한은 더 하지 못했습니다.
[영한/한영공부]
영한, 한영은 정확하게는 기억이 잘 안 나지만, 대충 학원 여름방학 때부터 시작했습니다. 8월 중순경이었던 것 같네요. 첫날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파트너가 다 읽어 주었는데 전.혀. 무슨 말인지 모르겠고, 등에서 식은땀은 나고.. 그래서 두 번 듣고 간신히 띄엄띄엄, 떠듬떠듬 뱉었던 기억이 납니다. 영한, 한영은 매일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하니까 매일매일 좌절하면서도 조금씩 실력이 늘더라구요. 사실 2차는 '혹시'를 대비한 준비였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꾸준히 했습니다.
영한은 주3일은 mp3파일로, 2일은 파트너가 읽어주는 텍스트로 했습니다. 서로 크리틱하는 것이 어려워서 (크리틱도 기억력이 좋아야…-_-;;) 문법적으로 틀린 것만 지적하고는 각자 한 것을 녹음해서 자기가 한 것을 들어보고 스스로 크리틱하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말할 때는 다 맞게 말하는 것 같은데 녹음한 테잎을 듣다보면 자질구레한 실수들이 들립니다. 어색한 표현들도 들리구요. 꼭 녹음해서 자신이 한 것을 들어볼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 영한은 듣기는 되지만 메모리 스팬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보니 메모리도 문제지만(--;) 정확하게 이해가 되지 않는 게 문제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영어공부 양 자체, 특히 읽기가 부족하다는 걸 알았지만, 그 시점에서는 어떻게 할 방법이 없더군요. 그냥 계속 꾸준히 듣고 꾸준히 뱉는 연습을 했습니다. 나중에는 모르는 부분은 과감하게 버리는 요령, 대충 단어하나만 짚고 넘어가는 요령도 생긴 것 같습니다. 그리고 뭉뚱그려서 대충 줄기만을 말하는 요령도 생기는데,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합니다. (저도 들은 얘기입니다) 처음에 연습할 때는 정확하게 들은 부분을 정확한 한글로 전달하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아.. 그리고 파트너의 영한을 준비할 때 저는 한글 텍스트가 없는 것을 찾아서 먼저 조금 공부를 한 뒤에 파트너에게 크리틱 할 때는 직독직해를 하듯 했었는데, 그것이 읽기가 부족했던 저에게 도움이 되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영의 경우, 처음에는 소프트한 내용이 나오면 회화하듯 잘 할 수 있었는데, 점점 딱딱한 내용을 '달달 외우는' 공부를 하다보니 나중에는 딱딱한 내용을 하는 것도 조금 더 편해졌던 것 같습니다. (역시 사람은 훈련하기 나름입니다.) 달달 외웠던 것은 에세이뿐 아니라 한영에도 많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1차 시험]
올해 이대는 에세이 문제가 한글로 나왔습니다. 아마도 영어로 문제를 길게 낼 경우 문제에 나온 표현들을 가져다 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가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도 제가 합격한 것이 얼떨떨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어떤 것이 중점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재학생을 만나서 들은 바에 따르면, 문제가 길게 나오는데,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는 것과, 논리의 흐름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제 경우에는 그냥 수업시간에 쓰던 대로 썼는데, 본론부분에 쓸 말이 너무 생각이 안 나서 시험 시작하고 10분도 넘게 생각만 하고 있었습니다. 문제가 평이했던 만큼 구체적인 예를 들어야 교수님들이 다 읽고 나서도 기억하실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긴장해서 그런지 틀을 다 짜놓고도 쓰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보통 수업시간에는 60분 동안 에세이를 쓸 때도 시간이 좀 남는 편이었는데, 시험 때는 시간이 정말 빨리 가더군요. 그래도 무조건 10분전까지는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10분 동안 검토하면서 교수님이 걷어가기 직전까지 문법이 틀린 부분을 두 군데 발견하고 고쳤는데 정말 가슴이 철렁했습니다. 검토할 때도 보통 때보다 틀린 부분이 눈에 잘 안보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주어 하나에 동사가 여러 개 들어갈 때 인칭이나 시제를 잘못 쓰는 경향이 있어서 문장마다 주어와 동사를 매치 시켜서 보는데 꽤 조바심이 났습니다. ㅡㅡ; 반드시 10분은 검토를 해야 합니다.
[2차 시험]
1차 시험 끝난 다음날부터 2차 전날까지, 감사하게도 스터디 파트너와 1차에 같이 합격해서 함께 스터디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하루종일 하는데 정말 머리에서 단백질이 쑥쑥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더군요. 시험 날은 시험 한시간 반전에 파트너와 만나서 같이 커피 마시면서 영한, 한영을 한 번 씩 해보고 대기실로 들어갔습니다. 대기실에서는.. 스터디하시는 분들도 계시고 대부분 mp3 듣고 계신 것 같던데, 저는 어차피 지금 듣는다고 될 게 아니라고 생각해서 긴장도 풀 겸 계속 파트너와 수다를 떨었습니다. 가만히, 조용히 있는 것보다는, 전화로 하든 혹은 옆 사람과 하든 수다를 떠는 것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내가 떨고 있다'라는 생각이 들어오는 것도 막고 '아 떨려' 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막을 수 있습니다.
시험장에 들어가면 분위기 녹이는 질문 같은 걸 한다고 들었는데, 그런 것 없이 바로 시작했습니다. 수험번호 얘기하니, 한영 읽어주시는 교수님이 바로 한글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눈을 뜨고 들으면 집중도가 많이 떨어지는 편이라서 눈을 감고 들었습니다. 내용은 대충 "동물도 인간이 느끼는 것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는가, 원숭이를 가지고 실험을 해보니까 그렇더라." 그런 내용이었고 길이도 별로 길지 않았습니다. 듣자마자 바로 시작해서 다섯 문장 정도 뱉었던 것 같습니다. 서론 결론 한 문장씩, 본론 세 문장 정도…다행히 첫 문장이 잘 생각이 나서 바로 시작할 수 있었는데, 본론의 한 문장에서는 기본적인 단어도 생각이 안 나고, 주어를 잘못 잡아서 수동태로 돌리고 잠시 떠듬떠듬 했습니다. 그리고 결론으로 한 문장을 하고는, 1초 정도 망설인 뒤,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하고 마무리했습니다. 그 1초 동안, "뒤에 조금 더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무리를 제대로 못 지을 것 같아서 서둘러 끝냈습니다.
영한은 소아비만에 대한 내용이었는데 예년보다 훨씬 평이한 지문 때문에, 들으면서 잠시 '흐름+디테일로 가야하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다 듣고 나니 디테일은 하나도 생각이 안 나더군요. 그래서 줄거리를 비교적 빠른 한국말로 이어나갔습니다. 중간에 잠시 생각하거나 '어..' 이런 건 안 했던 것 같습니다. 영한을 할 때는 가운데 교수님이 고개를 끄덕거려주시고 계속 빤히 쳐다보셔서 어쩔 수 없이 한 번 눈을 맞추고 미소 지어드렸는데 그러다 까먹을 뻔했습니다. --; 일단은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차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는데 붙은 이유를 제 나름대로 추측해본 결과, 한영은 틀려도 당황하는 것 같이 보이지 않는 포커 페이스와 정확하지 않은 부분은 건드리지 않았던 것, 줄거리 위주로 간략하게 얘기했던 것이, 그리고 영한 할 때는.. 워낙 한국말을 할 때도 형용사나 부사 없이 말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디테일에는 약한 편입니다. 정확하게 기억이 안 나는 디테일은 버리되, 대신 줄거리에서는 더하거나 뺀 것이 없었던 것. 그리고 조금 빠른 속도로 큰 목소리로 말했던 것이 제가 생각할 수 있는 합격 포인트였던 것 같습니다.
[후기]
공부할 때, 그리고 시험이 가까워 질 때는 마인트 컨트롤이 많이 중요합니다. 온갖 생각이 다 들어도 일단 지금은 다른 길은 없다고 생각하고 집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성실하고 좋은, 자기에게 잘 맞는 스터디 파트너를 만나는 것도 참 중요합니다. 스터디 파트너와 마음을 잘 맞춰서 서로 다독이면서 끝까지, 1차 발표가 날 때까지,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먼저 부족한 저를 도와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처음 시작할 때 '이 길이 맞을까'라는 고민에 매번 일침을 가해준 지연이 정말 고맙고, 나보다 조금 일찍 공부 시작해서 공부하는 방법을 넉 달만에 알게 해주고, 에세이 점수 안 나올 때마다 같이 닭 먹어준 은성언니 정말 고마워요. 그리고 희망 없어 보이는 에세이를 끝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첨삭해주신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박경선
지금까지도 다소 얼떨떨한 느낌이 있고, 뛰어난 실력으로 합격한 것도 아니기에^^; 합격수기를 써도 되나 많이 망설였지만, 제 자신이 처음 공부 시작할 때 이대 번역과 합격수기가 거의 없어서 좀 아쉬웠던 기억이 나서 제 공부경험에 대해 좀 적어보려 합니다.
1. 목표 설정
은천성 선생님께서 늘 강조하시는 부분인데, 자신의 적성과 성향을 잘 생각해 보고 시험 유형 가운데 어떤 것이 가장 적합한가를 기준으로 목표를 설정해야 합니다. 저는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고, 순발력보다는 꼼꼼하고 정확한 표현을 찾아내는 쪽이 나은 스타일이라 통역보다는 번역이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듣기가 다소 약하고 글 쓰는 것에는 상대적으로 부담을 덜 느꼈기에 외대보다 이대의 1차 유형이 저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부족한 시간 내에 정신 없이 객관식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것은 자신 없지만, 에세이를 쓰는 쪽이 비교적 자신 있다.'라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이대 시험을 보시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해에 합격을 못하더라도 1, 2차를 일단 모두 경험해 본 뒤 다음 해에 다시 도전을 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2. 나는 이 공부를 해도 되는 사람인가? 혹은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이 잘한 결정인가?
아마 통역번역대학원 준비를 하시는 분이라면 누구나 위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여러 번 하실 겁니다. 공부가 안될 때, 발표를 엉망으로 했을 때, 번역이나 에세이 첨삭을 받아보니 사정없이 쫙쫙 틀린 표시가 되어 있을 때, 뭐 대략 이럴 때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또 던지고, 그리고 스터디 파트너와 함께 서로 물어봐 주고^^;; 그렇게 되지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미리 정해진 답은 없다는 겁니다. 누가 억지로 시켜서 이 공부하시는 분 없을 겁니다. 본인이 좋아서, 원하는 일이어서 시작한 거죠. 처음부터 '옳은' 선택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내가 원해서 시작한 공부니까 그 선택을 스스로 믿어 주고 그 선택이 '옳았던' 것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면 됩니다.
3. 공부는 짧고 굵게.
공부에서 중요한 것은 '양'이 아니라 '질'입니다. 저는 회사 다니면서 7개월 정도 준비했고, 그 후 6개월 가량은 회사를 그만두고 (아르바이트 약간 포함) 거의 모든 시간을 시험준비에 할애했습니다. 하루 24시간을 다 내 맘대로 쓸 수 있을 때보다도, 회사 다니면서 하루에 간신히 2시간, 3시간 공부할 수 있던 그 당시에 훨씬 더 무섭게 집중해서 공부했던 것 같아요. 시간이 10배로 주어진다고 10배로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더군요. 혹시 일을 하시면서 공부하시는 분이 계시다면, 공부하는 시간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본인에게 주어지는 시간을 최대한 짜임새 있게 활용하고, 자투리 시간 10분에도 뉴스 한 단락 읽고 듣고 하는 식으로 공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사람의 체력은 한계가 있습니다. 당연한 얘긴데 풀타임으로 공부를 하게 되니 이 사실을 자꾸 망각하고 욕심을 부리게 되더군요. 회사를 그만둔 직후에는 의욕만 앞서서 무리한 양을 계획하고 새벽 2시, 3시까지 공부하고 다음날은 9시쯤 일어나 또 피곤해 하고… 그렇게 한 달쯤 보내고 나니 심각한 두통에 시달렸어요. 결국 큰 병원까지 가보고 했는데 결과는 신경성;; 그렇게 한 동안 최악의 컨디션으로 고생하다가 고민 끝에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기'로 하루 계획을 바꿔 보았습니다. 매일매일 8시쯤 학원에 도착해서 파트너와 한한으로 공부를 시작하고 저녁 8시 이전에 무조건 가방 싸고 집에 가는 것으로요. 반드시 12시전에 취침하고요. 매일의 공부 목표량도 확 줄였습니다. 정말 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만 5가지 정도(예. 0월 0일 : 오늘 ST스터디 어휘 정리, 번역에세이 수업시간 독해자료 중 이코노미스트 기사 리뷰, 에세이 과제 제출, 수업 시간에 나왔던 carbon neutral 개념 검색해서 읽어보기, 시사청취 오늘 수업 복습) 엄선(?)하여 이것만 끝나면 과감히 집에 갔습니다. 집에 가서는 신문 읽는 것 정도하고 TV보고 쉬는 것 외엔 따로 공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두통도 없어지더군요. 각 개인마다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하루의 시간대는 다 다를 것입니다. 그걸 잘 파악해서 거기에 맞춰서 공부해야 장기적으로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4. 필사
은 선생님께서 시험 직전까지 강조하고 또 강조하셨던 게 바로 필사입니다. 중요하다는 얘기는 공부 시작할 때 즈음부터 들었는데 제대로 안 했었습니다. 귀찮아서요. ㅡ_ㅡ; 필사를 하면서 새삼 느꼈던 것인데, 무언가를 하루도 빼먹지 않고 "매일매일" 한다는 것은 정말 정말 어렵습니다. 하루에 20-30분만 내면 한 단락이라도 할 수 있는데, 희한하게도 매일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아요. 저는 사실 공부 시작하면서부터 타학원에서 다른 선생님 수업도 6개월 이상 듣고 있었습니다. 진짜 '명강의'였고 그 선생님 수업 스타일이나 자료가 참 마음에 들어서 열심히 다녔습니다. 근데 여름이 되면서 학원 들락거린 것에 비하면 제 실력이 별로 늘지 않았음을 깨닫게 되더군요. 초조했습니다. 그 즈음 수업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합격생 가운데 매일 필사하면서 실력이 많이 향상된 케이스가 있었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귀가 솔깃했습니다. 7월경이었는데, 이대로 가면 불합격이 뻔하니, 지푸라기라도 일단 잡아보자, 선례가 있다니까 일단 믿어보자, 뭐 그런 생각으로 처음엔 시작했어요. (중간에 매우 아팠던 며칠을 빼고) 하루도 빠지지 않고 시험 전날까지 필사를 했습니다. 선생님께서 필사가 좀 익숙해지면(글 전체에서 1-2개 정도만 틀린 부분이 나오는 정도가 되면) 영영요약식으로 바꾸라고 하시는데, 저는 막판까지도 그 수준이 못 되는 것 같아 요약은 하지 않고 필사만 계속 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서 간단히 말씀드리면, 필사란 원어민이 쓴 영어로 된 짤막한 글을 문장 단위로 외워 가며 옮겨 적어보는 것입니다. 해 보기 전엔 '에이~ 한 문장 정도씩 외우는 거야 쉽지!' 이렇게 생각하기 십상인데, 막상 해 보면 꽤 어렵습니다^^; 저는 스스로 fluency가 부족해서 그렇지, accuracy나 grammar는 괜찮다고 생각해 왔었는데 그 착각이 필사를 하며 와르르 무너지더군요. 필사는, 쉬운 표현을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인 동시에, 본인의 약점과 정확한 실력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공부 방법입니다. 번역과 지원하시는 분에게는 특히 더 필수적이라 생각됩니다. 필사 자료는 한 눈에 봤을 때 평이하다싶은 것을 고르시는 게 좋습니다. 저는 뉴욕타임즈, 보스턴닷컴(에디토리얼), 가디언 에서 마음에 드는 내용 골라서 했고요, 가끔 스스로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싶을 땐^^; VOA도 종종 사용했습니다. VOA는 거의 globish(=global+English) 수준이거든요.
5. 첫째도 건강, 둘째도 건강
제가 시험을 앞두고 막판에 정말 크게 후회했던 부분이 건강 관리를 잘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예전엔 10킬로씩 달리기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했었는데, 공부 시작하면서 1년여간 운동을 아예 안 했거든요. 초반엔 문제가 될 거라 생각을 못했습니다. 그런데 여름이 지나면서 시험 석 달 정도 앞두고 자꾸 몸이 아파서 굉장히 고생을 했습니다. 늘 소화불량에 근육통, 어깨 결림-_-에 찬바람이라도 좀 불면 감기는 떠나질 않고… 결정적으로 추석 연휴에는 여러 날을 독감으로 고생하며 링거까지 맞고 수업이며 스터디도 다 빠지고 공부를 한 글자도 못하고 말았습니다. 속상해서 혼자 많이 울었어요. 시험이 한 달도 안 남은 시점에 몸이 아파서 제대로 공부를 못하니, 너무 괴롭더군요. 저 말고 제 스파들도 막판에 몸이 아파서 고생한 사람이 참 많았습니다. 그런데 시험 한 두 달 남은 시점에서는 후회를 해도 소용이 없거든요. 이 공부가 최소 1년은 해야 하는 장기전이라는 것 잊지 마시고, 운동을 꾸준히 하시든지 해서 꼭 체력을 비축해 두었다가 막판에 전력질주를 할 수 있으시길 바랍니다. 특히 저처럼 나이 먹고(서른 전후^^;) 공부하시는 분은 체력 관리가 정말 필수입니다.
6. 번역과를 준비하면 청취는 안 해도 되나?
저도 공부하면서 꽤 고민했던 부분입니다. 이대 번역과는 1차-영어 에세이, 2차-한영/영한 번역, 이렇게 시험을 보기 때문에 시험 자체로만 보면 청취를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되죠. 일단, 상식 선에서 생각해 봐도 듣기, 말하기를 전혀 안하고 독해, 번역만 한다는 것은 좀 문제가 있고, 또 대학원에 들어가서도 고생한다고 하니 병행을 해야 할 듯 합니다. 번역과 커리큘럼에도 통역 수업이 있고요. 근데 이런 원론적인 이유 외에도, 청취를 함께 하면 분명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번역과 준비를 하시는 분이라도 끝까지 골고루 공부하실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귀로 반복해서 들은 단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암기가 되어 에세이를 쓰거나 번역할 때 써먹게 되는 일이 종종 있더라고요. 사실 저도 막판 6개월은 번역과 시험에 많이 초점을 맞추어 공부했습니다. 영어사랑학원과 타학원에서 번역에세이 수업을 각각 한 개씩 들으며 이 두 수업의 복습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때문에 청취는 사실 많이 소홀히 한 경향이 있었어요. 그래도 은 선생님의 시사청취 수업을 듣고 하루 20-30분씩은 그 날 수업 부분을 다시 듣고 하는 정도는 했습니다. 학원과 집을 오가는 시간에나 버스 기다리는 시간에는 늘 테이프를 들었고요. (이렇게 자투리 시간에 반복해서 듣다 보면, 번역에도 써먹게 되는, 건져지는 표현들이 쏠쏠합니다^^)번역과 준비하시는 분은 시험 막판 몇 개월은 번역과 시험에 초점을 맞추시되, 청취도 반드시 병행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7. 반복 또 반복
9월부터인가 은 선생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는 실전 모의고사가 시작됐습니다. 첫 에세이 모의고사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시간이 모자라는 것도 그랬지만, 백지 위에 에세이를 써내려 가다 보니 정말 생각나는 표현이 거의 없다는 게 충격적이더군요. 평소에 눈에 발라 놨던;;; 그 수많은 표현들 가운데 단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날 깨달은 것이,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내에 에세이를 쓰거나 번역을 할 때 긴장한 상태에서 실제로 시험지에 쓸 수 있는 표현의 범위는 생각보다 훨씬 좁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대충' 많이 봤던 표현, 단 한 번 읽어 본 표현, 단어장에 한 번 적어본 표현, 그런 건 사실상 시험장에서 절대 튀어나올 수 없다는 거죠. 지겨울 정도로 보고 또 보고, 이 글 저 글 다양한 문맥에서 자꾸 접하고 스터디 할 때도 쓰고 과제 낼 때도 쓰고 그리고 첨삭 결과를 보고 맞게 쓴 것이었나 확인해 보고 뭐 이런 식으로 지겹도록 반복해야 비로소 내 것이 되고, 시험 볼 때 실제로 쓸 수 있는 표현이 되는 겁니다.
8. 모의고사
모든 시험이 그렇겠지만, 모의고사를 보면 시험에 대한 감각을 미리 익힐 수 있어서 좋습니다. 은 선생님 번역/에세이 수업에서는 막판 두 달 여간 에세이와 번역시험을 실전처럼(시간은 실제보다 좀 더 줄여서) 볼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긴장 속에서, 짧은 시간 내에, 즉석에서 받은 주제 혹은 글을 쓰고 또 번역하는 것에 대한 '감'을 잡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시험 막판에는 수업이 없는 월수금에도 꾸준히 모의고사를 봤습니다. 1차 에세이 같은 경우 스파들과 함께 매일 아침 9시에 모여 60분 내에 에세이 쓰고 간단히 크리틱하는 식으로 했고, 2차 번역은 Korea Times의 Learning Times 코너의 영한대역 자료 가운데 괜찮은 것을 골라 혼자 시간 재서 번역시험을 보는 방식으로 했습니다. 저처럼 속도가 좀 느리신 분이라면, 이런 식으로 자꾸 연습을 해 두면 조금씩 시간을 단축하실 수 있을 겁니다.
9. 1차 시험
무엇보다도, 제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이대의 1차 에세이 시험은 '기본에 충실하라'는 것입니다. 특출한 실력을 지니신, 소수의 상위권(소위 안정권)에서 공부를 시작하신 분이라면 모르겠으나, 그 외 웬만한 분들이라면 '무난하게' 쓰시는 게 안전하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은 선생님께서는 1차는 "묻어 가라"고 표현하십니다^^;) 물론, 에세이형식으로 고정된 틀은 없지만, "한정된" 실력으로 70분 내에 낯선 주제에 대해 서론-본론-결론으로 완성된 글을 써내야 한다는 점을 감안해 본다면, 대단한 욕심을 가지고 뭔가 개성이 철철 넘치는 톡톡 튀는 글을 '창작'할 수 있는 시험이 아니란 것을 눈치채실 겁니다. 저는 2005년 9월경에 공부를 시작해서 작년에 맨 땅에 헤딩(?)하여 1차는 붙었던 사람으로, 이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는 부분입니다. 왜냐하면, 작년 시험 때 워낙 공부한 것이 없고 에세이도 안 써봤던 상황이라 정말 쉬운 단어만 사용했고(그 이상은 아는 단어도 없었으므로) 서론은 I think~로 시작하고 본론은 First, Second 대충 이렇게 시작하고, 결론은 In conclusion, ~ 이렇게 했거든요. (공부를 몇 달 하고 에세이도 써 본 분들이라면 제 수준의 표현은 굉장히 낯뜨거워 하며 기피할 만한 표현들이죠^^) 제게 좋은 방식이었다는 의미가 아니라, 적어도 기본 틀에 충실하면서 결론까지 완전히 맺는 것이, 괜히 요란하게 개요를 잡고 (능력 밖으로) 화려하게 써내려 가다가 막판에 시간이 모자라서 결론도 제대로 못 맺는 것보다는 낫다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어서요. 실제로, 작년 시험 볼 때 시험지를 걷어 가는 순간까지 정신 없이 막 적는 사람들이 꽤 보이더라고요. 이런 경우 결론이 미완성이거나, 검토를 아예 못하고 제출했다는 얘기인데, 이 두 가지가 모두 치명적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모범적인 시간 안배는 '10분 개요작성+50분 에세이 작성+10분 검토 및 수정'입니다. 올해는 갑자기 에세이 문제가 긴 지문 유형의 한국어로 나오는 바람에 좀 당황해서 10분 안에 개요 짜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만, 가능하면 글의 방향 구성 및 개요 작성은 10분 내로 끝내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올해 문제는 그 자체가 꽤 길었는데 반드시 꼼꼼하게 읽으셔야 합니다. 저 같은 경우 긴장해서 머릿속에 잘 안 들어와 읽고 또 읽고 하다가 급한 마음에 마지막 부분 "개인의 권리와 사회의 이익이 상충할 때 어느 것을 우선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만 다시 확인하고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에세이를 썼습니다만, 시험 종료 직전에 보니 이 문장 앞에 "이런 경우"라는 언급이 있더군요. 즉, 앞의 예시 사례와 연관시켜가며 설명할 것을 출제자가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합격이 되긴 했지만 출제자의 의도에 초점을 맞추지 못했다는 생각에 발표순간까지 불안에 떠느라 2차 준비에도 다소 지장이 있었어요. 문제는 반드시 한 글자도 빼놓지 말고 읽으시길! ^^
10. 2차 시험
저는 평소에 영한은 비교적 자신이 있었는데, 이번 2차 시험은 영한도 어렵게 느껴져서 평소 모의고사를 볼 때보다 영한번역에 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했습니다. 영한 번역은 '저널리즘'에 관한 글로, 사용된 단어의 수준은 평이했으나(어휘력이 그다지 좋지 못한 저도 모르는 단어와 표현이 2개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정확히 핵심내용을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말로 옮기기가 무척이나 까다로운 문장이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저널리즘은 'display'와 'demonstration'의 매개라는데 이 두 단어의 우리말 대응어로는 '뭐가 좋을까'와 같은 고민으로 시간이 많이 경과했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나 혼자 모의고사를 볼 때 100분 중 영한 35-40분, 한영 50-55분 정도 사용하고 나머지 5-10분 검토하는 식으로 시간 배분을 하였는데 실제 시험 볼 때는 검토 시간이 2분 정도 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평소 모의고사를 실전처럼 보고, 본인에게 맞는 시간 안배를 연습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가며 최대한 즐겁게 공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 W나 환경 스페셜, 대담 프로그램 같은 것들은 가볍게 볼 수 있으면서도 시사 상식을 얻기에 좋아서 자주 봤고요. 가끔 머리 식히고 싶을 땐 혼자 조조 영화도 보고 그랬습니다. 앨 고어의 '불편한 진실'같은 영화는 환경 관련 어휘도 익힐 수 있어 일석이조! 평소에 많이 읽고 많이 봐 두면 에세이 쓰거나 할 때 컨텐츠의 빈곤 문제는 조금 해결이 됩니다.
그리고, 학원 게시판의 영사 편지 매달 열심히 보세요^^ 수험생의 지친 마음에 한 가닥 위안이 되는 동시에, 그 시기에 맞는 공부 방법도 선생님께서 조언해 주시니 도움이 많이 되실 겁니다. 시험 한두 달 전쯤엔 분야별로 어휘 정리해서 스파들과 확인하는 방법 등을 알려 주셔서 그대로 활용했는데 크게 도움이 되었거든요.
저는 회사 생활을 6년 넘게 했었는데 가장 견딜 수 없는 것이 원하는 것도 목표도 없다는 것이었어요. 이 공부를 시작하게 된 중요한 동기가 된 부분이었고, 그래서 공부하면서 (매순간 힘들고 괴로웠어도) 많이 행복했습니다. 간절히 원하고 기도하고 노력하면 꼭 목적지에 도달하는 순간이 올 겁니다. 그리고 고민할 시간에(나는 이 공부가 적성에 맞을까 안 맞을까, 이걸 볼까 저걸 볼까, 얼마나 더 해야 될까, 될까 안될까 등등) 그냥 공부하세요^^ 저는 대학을 졸업한지 6년이 넘은 시점에서야 이 공부를 시작했고, 어학연수 한 번 다녀온 적 없는 순수 국내파입니다. 공부 시작할 땐 부시가 공화당인지 민주당인지 조차 모를 정도로 한심한 수준을 자랑했고요-.-v (용기가 좀 생기시죠?)
공부 시작하시는 분들, 공부하는 과정을 즐기시길 바라고, 최상의 컨디션 유지할 수 있도록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좌절에 빠져 허우적댈 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함을 일깨워 주셨던, 정신적 지주이셨던 은천성 선생님, 명강의로 늘 새로운 도전이 되셨던 이동훈 선생님, 작년 한 해 내 최고의 행운 마이 베스트 스파 혜영언니, 그리고 동고동락하며 힘이 되었던 스파들, 장영희님, 민정, 혜선, 혜진, 훈희씨, 민희씨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 전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이정인
저는 순수한 국내파입니다. 학부에서 영문과를 전공하기는 했지만, 저는 복수전공인 경영학과 부전공인 일문학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에, 전공은 필수과목 밖에 듣지 않아서, 학부과정이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1. 발표의 중요성
공부는 작년 7월에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타학원 입시반부터 들었는데, 작년 7월부터 시험까지 4개월 동안은 거의 주눅들어서 학원을 다녔던 것 같습니다. 다른 학생들이 너무 잘하니까, 괜히 내가 발표했다가 민폐를 끼칠 것 같아, 발표도 못했습니다. "더 공부해서 잘하게 되면 발표해야지, 그냥 스터디 파트너와 열심히 하면 시험장에 가서도 할 수 있겠지"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서울외대 2차 시험을 보러갔는데. 제 생각이 전혀 틀렸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교수님들이 보고 계시는 게 너무 떨려서. 정말 손을 부들부들 떨었으니까요.
당연히 떨어진 후. 정말 발표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영어사랑학원에 등록하게 됐습니다. 1월에는 자주 "통과!"를 외쳤습니다. 소심함은 하루아침에 고쳐지지 않더군요. 은천성 선생님의 날카로운 지적과 사람들의 크리틱은 정말 공포 그 자체였습니다. 정작 다 들었는데도 막상 나가면 반도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또 작년과 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싶지 않아서. 정말 이를 악물고 발표를 했습니다. 하다보니 점점 크리틱과 사람들의 눈초리에도 무뎌지게 됐고, 무대공포증 때문에 떨리던 제 목소리도 점점 안정되어 갔습니다. 올해 말쯤 되어서는 "발표할 때 차분하게 한다"는 말도 들었으니, 이것 하나만은 나름대로 성공한 것 같습니다.
2. 시험준비
2차 준비는 따로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수업시간에 절대 "통과!"를 하지 않기로 스스로와 약속을 했습니다. 저는 영영이 정말 약했기 때문에 영영 요약발표시간에는 가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기도 했지만, 나머지 시간에는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발표를 했습니다. 정확히 못 들었을 경우에는 대강 줄거리만 말하고 들어오기도 했습니다. 실제 2차 시험 때도 완벽히 듣지 못하기 때문에, 완벽하게 듣지 못했다고 해도 발표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1차는 타학원 모의고사를 보고 복습했습니다. 따로 GMAT책을 풀기도 했지만. 큰 도움이 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차라리 통역종합반 LC자료를 외우고 반복해 들은 게 더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통역종합반 수업에서는 영영 질의응답시간과 연설문을 외웠던 것이 가장 큰 도움이 됐습니다. 영영은 어렵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LC에도 도움이 되고 한영에도 도움이 되는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문장씩 끊어서 하니까 내가 어디를 못 듣고 어떤 부분을 이해를 못하는지 확연히 드러났습니다. 크리틱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미 발표를 했어도 크리틱을 하기 위해 수업 내내 집중하고 기억하려는 노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3. 올해 시험
[1차 시험]
한국어는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주관식이 절반정도 있었는데 빈칸에 들어갈 두 글자로 된 한자어를 쓰라는 문제가 약간 까다로웠습니다. 기억나는 답은 백서, 사면...입니다. 한국어 듣기는 기사를 듣고 5줄 이내로 요약해 쓰는 것이었습니다. 영어는 한국외대 시험과 거의 유사했습니다. LC는 한국외대 시험처럼, 지문은 쉬웠지만 막상 답을 고르려면 너무 고민되는 문제들이 많았습니다. RC는 쉽고 중간길이의 지문들이 나왔는데, 한 지문 당 달린 문제가 1-2개 밖에 없어서, 리딩 속도가 빠른 사람이 유리했을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번역시험은 어렵지 않았지만 시간이 많이 부족했습니다. 영한 4개, 한영4개, 에세이 한 개를 쓰는 것이었는데. 영한은 PSI관련 기사와 당뇨병과 관련된 기사가 나왔고, 한영은 반기문 장관 관련 기사와 FTA, 전시 작전권 환수기사가 나왔습니다. 에세이는 한미동맹을 강화에 대한 찬반의견을 쓰라는 것이었습니다.
통역시험은 오전반 제일 끝 번호였는데, 8시 반에 입실해서 1시 반까지 대기했습니다. 너무 기다리다보니 떨리지도 않고 오히려 짜증이 날 정도였습니다. 들어가니 교수님 3분이 계셨고, 기분이 어떠냐고 물어봐서 너무 오래 기다려서 좀 지쳤다고 대답했습니다. 저에 대해 얘기해 보라고 해서 왜 통역사가 되고 싶은 지에 대해 중점적으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이 일반 상식에 대해 물어보셨는데, ADB, NAFTA, FTA가 무엇의 약자인지와 PSI에 대해 물어보셨습니다. 그리고 바로 외국인 교수님이 글을 읽어주셨는데. 좀 빨리 읽어주시기도 했고, 생각보다 너무 짧아서 당황했습니다. 본문에 없는 말을 해서 틀리는 것이 제일 나쁘다고 하신 은 선생님 말씀이 기억나서 잘 이해하지 못한 부분은 아예 말하지 않고, 최대한 차분하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한영은 FTA 체결이 세계적 추세이며, 우리나라는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FTA 체결이 중요하다는 것이 주된 내용인 연설문이었습니다. 말하다가 중간쯤에 갑자기 기억이 안 나서, 좀 실망스러웠지만, 그래도 떨지 않고 제가 하고 싶은 대로 얘기했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위안하며 나왔습니다.
정말 쉽지 않은 공부이고, 안 들리는 날, 들어도 기억이 안 나는 날에는 정말 내가 왜 이 공부를 하고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하고 많이 울기도 했지만, 그래도 좋아하는 공부였기 때문에, 그리고 같이 공부하는 언니들과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1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만하지 않게 늘 부족한 부분을 지적해주시고 방법을 알려주신 은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완 언니, 희영 언니, 영빈언니, 사라 언니, 지혜씨, 경선씨, 내 파트너 경희. 그리고 같이 공부했던 통역종합반 사람들, 고마워요.
선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배효범
안녕하세요? 2007년도 선문대 한영과에 합격한 배효범입니다. 영어사랑학원에 오래 다니지는 않았지만, 은천성 선생님 말씀대로 내년 선문대에 지원하실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자 이렇게 수기를 남깁니다. 제 공부방식보다는 시험유형과 내용위주로 썼습니다.
A. 시험 유형 및 내용
선문대 시험은 하루 안에 다 보는데, 오전에는 한영번역, 영한번역, 청취(객관식 문제)시험, 오후에는 한영통역, 영한통역시험을 치릅니다.
[번역시험 (50분)]
1. 한영번역
한영번역은 "제주도에서 있었던 한미 FTA 2차 협상이 큰 진전을 보지 못했다. 시위대와 경찰간의 물리적인 충돌이 있었으며, 이는 정부의 정보 부재 탓이다"라는 내용으로 신문사설전문이었습니다.
2. 영한번역
영한번역은 뉴욕타임즈 사설로, "소득격차가 점점 벌어지지만, 그것은 불평등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에서는 당연한 일이며, 과거의 격차에 비하면 많이 줄어든 것이고, 부자들 또한 자산에 따른 위험부담을 안고 있기에 그들이 항상 이익만을 얻는 것은 아니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코노미스트나 타임, 신문사설에 얼마나 익숙해져있는가를 보기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트너와 연습 시 번역을 할 때 시간에 쫓겨서 예상은 했었지만, 시험이라 더 떨려 쓰는 속도가 더 느려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영이건 영한이건 조금 틀리더라도 과감하게 다 쓰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청취시험 (50분)]
총 40문항(지문 하나 당 한 문제)의 객관식 4지선다형 듣기시험입니다. 지문길이는 1분에서 2분 사이로, 뉴스, 수필, 신문 기사 등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질문 내용은 TRUE, NOT TRUE를 고르기, 제목 고르기, 어조 고르기, 바로 다음에 이어질 내용 등이었습니다. 30번 문제로 넘어갔을 때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지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취시험에서는 지문이 많은 만큼 끝까지 다 풀겠다는 마음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통역시험 및 인터뷰]
1. 한영통역
한영통역은 연설문으로, 노무현대통령이 ILO 아태 지역총회에서 했던 축사였습니다. 아래는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연설문의 일부이며, 교수님은 연설문 그대로가 아니라 요약한 지문을 불러주셨습니다.
"'제14차 ILO 아시아·태평양 지역총회'개회를 축하드립니다. 국제기구와 42개국에서 오신 참석자 여러분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ILO 아·태 총회는 지난 56년 간 노동자의 인권보호와 권익신장에 크게 기여해 왔습니다. 여러분의 공헌에 감사드리며, 이처럼 뜻깊은 회의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열리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회의를 주관한 ILO 관계자와 여러분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내외 귀빈 여러분, 세계화와 지식정보화의 진전은 개인과 국가에게 많은 혜택을 주었습니다. 개방을 통한 경쟁 촉진과 무역자유화의 가속화는 경제성장의 원천이 되고 있습니다."
2. 영한통역
영한통역의 지문은 설명문이었습니다. "전 세계 여성 중 50만 명이 임신과 출산과정에서 사망하였고, 에이즈로 인한 사망자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기에 아침에 눈을 떠서 자신이 건강하다는 사실에 감사해야할 것이며, 인류는 건강과 행복이라는 도전과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한다"라는 내용의 글이었습니다.
3. 인터뷰
인터뷰는 모두 영어로 진행됩니다. 한영과 허준 교수님과 외국인 교수님이 앉아 계셨으며, 질문내용으로는 자기소개, 왜 통역대학원에 진학하려고 하는지, 선문대에 지원한 동기는 무엇인지, 학부에서 공학을 전공했는데 어떻게 진로를 바꾸게 되었는지 등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통역시험과 인터뷰는 총 15분에 걸쳐 진행됐습니다.
B. 시험을 마치고
우선 간략하게나마 다른 분들을 위해 선문대 시험에 대해 소개하는 수기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주신 영어사랑학원에 감사드립니다. 어렵사리 습득한 영어 능력을 앞으로 좋은 일에 쓸 수 있는 도구로 삼았으면 합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공부를 하는 동안 주변에서 너무 많은 도움을 받았는데, 저는 절반도 못 갚은 것 같네요. 이 자리를 빌어 그동안 가르쳐주신 선생님들, 같이 공부했던 학생분들, 모두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다들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한동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7)
박연수
기계공학 전공한 남학생으로서, 1년간의 직장생활 후 언어 연수 다녀와서 2년 준비했습니다. 한동대 통번역 대학원에 관심 있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유익한 정보가 되었으면 합니다. 시험은 작문, 번역, 구술시험 이렇게 봤습니다.
작문 (60분)- 예상외의 형식으로 나왔습니다. 주제는 대략 정리해보면,
- 한국어 작문 주제 -
1. 본인의 삶에 가장 영향력을 준 사람.
2. 기억이 안나네여. 죄송해요.. ^^;
3. 이라크 전쟁이 타당한 것인지에 대한 본인의 견해. (선택2)
- 영어 작문 주제 -
1. 본인이 살면서 성취한 것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
2. 최근의 본인에게 영향을 끼친 책이나 영화.
3. 반기문 사무총장에게 보내는 축하 편지. (선택2)
각 작문마다 자세한 이유를 들어서 작성할 것 그리고, 최소 10문장 이상으로 작성하라는 지시사항이 있었습니다. 60분 안에 4개의 작문을 해야 하기에 시간 배분을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는 한국어, 영어 모두 1, 3번으로 선정하고, 작문 한 개당 15분씩 잡고 2-3분은 전체 구성을 생각하고 바로 썼습니다. 다행히 다 작성하고 2-3분 남아서 전체 검토 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급하게 썼던 만큼 국내파임에도 한국어 작문에서 주어, 동사 불일치(? ^^;) 같은 실수 들이 보였습니다. 작문이나 에세이에서 검토는 필수인 것 같습니다.
번역(90분) - 한영 지문 5개, 영한 지문 5개 총 10개. 한 지문 당 10문장 내외였습니다. 주제는 기독교 교육에서부터 시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무난했고, 영한 번역은 몇몇 지문이 어려웠습니다. 한 두 지문은 밑줄 친 부분만 번역하는 것이었습니다.
점심 - 재학생들이 피자 사주셨습니다. ^^ 속이 안 좋아서 먹지도 못하고... 암튼 궁금한 것 질문도 하고 그럽니다. 혹, 내년에 한동대 시험 보시게 되면 제가 두 손에 피자들고 기다리겠습니다. ^^
구술시험 및 인터뷰- 시험 전날 찜질방에서 숙박을 했는데, 부산 고유의 억양과 우렁찬 목소리를 가지신 아주머니들이 잠도 안주무시고 밤새 정답게(ㅜㅡ) 담소를 나누셔서 잠 한숨 못 잤습니다. 오전까지는 견딜 만 했는데, 점심 지나서는 너무 힘들었습니다. 어찌나 졸리고 ‘멍‘하던지, 구술시험 걱정은 되고, 잠은 오고 난감했습니다. ^^; 참고로, 학교 기숙사 1박 신청 가능합니다.
교수님 세분이서 계셨고 구술시험 전 간단히 인터뷰를 했는데, 제가 작문한 내용에서 질문을 하셨습니다. 영한은 ‘교육’ 영한은 ‘휴대폰’과 ’21세기는 문화의 시대’ 에 관한 것으로 각각 30초도 안 되는 길이로 정말 짧았습니다. 내용은 보통 학원 수업내용보다도 평이했는데, 몸 컨디션이 안 좋아서 그런지 한 귀로 들어와서는 한귀로 나가더라구여. 한 숨 나올 뻔했습니다. 다행히, 각각의 첫 문장은 확실히 기억이 나서 읽어주시는 것 끝나기가 무섭게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힘차게 시작을 했고, 최대한 기억나는 내용을 살려서 마무리했습니다. 길이가 짧은 것이 더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길이가 긴 것, 짧은 것 함께 연습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찜질방은 시험 전날 숙박 고려 장소 중에서 제외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 아차, 그리고 녹음기로 자신이 통역 내용 녹음합니다.
^^ 부족한 시험 수기이지만, 조금이나마 시험 준비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개인적으로 제 삶에서 신앙을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지난 몇 년간 신앙이 너무 나태해져서(이름하여 날라리 신자 ^^) 한동대에서 공부하면서 신앙적으로 성숙해지고 싶습니다. 한동대 통번역 대학원의 역사는 짧지만, 함께 그 역사를 장식해 나가실 분들이 앞으로 많이 계셨으면 좋겠네여. ㅋㅋ 벌써부터 학교 광고.. ^^
끝으로 귀한 가르침을 주신 은천성 선생님을 비롯해 다른 선생님들과 최상의 학업 분위기를 위해 항상 최고의 배려를 해주시는 옥 주임님을 비롯, 영어사랑 관계자 모든 분들께 다시 한번 깊은 감사의 말 전하고 싶습니다.
글
(영어학습법)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학년도)
한국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과]
배근철
1. 시작하며
저는 해외 체류 경험은 대학교 때 어학연수 9개월이 전부인 순수 국내파입니다. 다만 제가 2-3살 때부터 꾸준히 영어를 접해온 배경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해외 체류 경험을 물어보시곤 했습니다. 통대 입시 준비를 하면서 힘들 때 가장 힘이 되었던 것이 바로 합격자 수기였습니다. 그래서 제 수기도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수기를 시작해볼게요.^^
2. 통대 준비 디딤돌
저는 예전부터 통역대학원 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분들보다는 준비를 일찍 한 편이였습니다. 대학교 2학년 때부터 통대 입시 학원을 틈틈이 다니면서 학원 분위기도 익히고, 기초 실력도 쌓았습니다.
그래서 통대 시험은 올해가 처음이지만 학원은 오래 다녔습니다. 여러 선생님 수업을 골고루 들어봤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미리미리 다니면서 실력을 쌓았던 게 정말 도움이 많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통역대학원 입시 학원에 처음 오시면 그 엄청난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만도 시간이 꽤 걸립니다. 다른 분들의 발표실력에 기가 죽기도 하고, 스스로 발표를 하기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죠. 그래서 꼭 당해 년도에 통대 시험을 치지 않으시는 분이라도 학원 분위기도 익힐 겸해서 방학 때마다 틈틈이 수업을 듣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많은 분들이 통대 준비를 시작 할 때의 영어 점수, 통대 합격자들의 영어 점수를 물어보시곤 합니다. 절대적인 수치는 아니지만 토익을 예로 들어 말씀드릴게요. 제 경우는 통대 입시를 준비하기 전에는 945점이었고, 통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봤던 토익은 만점입니다.
3. 2007년-본격적 준비
[목소리 다듬기&키우기]
올해 초에 가장 먼저 한 것은 목소리 다듬기였습니다. 제 목소리 자체가 워낙 작아서 매번 "목소리 좀 크게 해서 말해달라"는 주문을 많이 받았기 때문이죠. 제 딴에는 목소리를 크게 한다고 해도 소리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목소리 톤만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한 것이 목소리 다듬기였고, 이곳 저곳을 알아보던 중에 한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개설된 "발성/발음반"이 가장 알맞을 것 같아 수강을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 아나운서 선생님께서 1:1로 지도를 해주기 때문에 소리가 작은 것도 많이 교정되었고, 복식호흡을 통해서 소리를 내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평상시는 아니더라도 필요할 때는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었죠.
또 카메라 테스트를 통해서 제 굳은 표정과 불필요한 습관도 고칠 수가 있었습니다. (처음 카메라 테스트를 받고 충격을 받아서 그 후에 손거울을 들고 다니면서 웃는 연습, 표정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특히 2차 구술 면접에서는 자신감 있는 목소리와 태도가 합격여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변수가 된다고 합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영어 실력 키우기에만 집중할 뿐 정작 목소리 다듬기나 표정 관리 등에는 소홀하기 마련입니다. 평소에 목소리가 작다거나, 한국어 발음이 불분명한 분들, 사투리가 있으신 분들은 미리미리 성우학원이나 아나운서학원을 다니면서 교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안치현 선생님]
올해 3월에는 안치현 선생님 수업을 들었습니다. 안치현 선생님은 현재 왕성하게 통번역일을 하시기 때문에, 이 수업을 통해서 통번역 현장에서 발생하는 여러 가지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고, 현장에서 자주 쓰이는 생생한 표현 등을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시는 표현 하나 하나가 주옥같아서 많이 외웠던 것이 크게 도움되었습니다.
번역도 현장에서 즉시 고쳐주시기 때문에 이해나 표현 습득에 있어서 정말 좋습니다. 특히 수업 시간 듣기자료는 2차 시험 준비하기에 내용이나 분량이 적절합니다. 수업시간에 다루는 내용들이 재미있고 아주 어렵지도 않기 때문에 기초를 탄탄히 하기에 제격이라고 생각합니다.^^
[은천성 선생님]
은천성 선생님 수업은 올해 4월부터 7월까지 다녔습니다. 은천성 선생님 수업의 가장 큰 장점은 앞에 나와서 발표를 하기 때문에 2차 준비를 확실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죠. 그리고 선생님께서 개인 발표 후에 critique을 철저하게 해 주시기 때문에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고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입니다.
은 선생님 수업의 백미는 발표이기 때문에 수업을 처음 들었을 때 웬만하면 무조건 발표를 하자는 마음가짐으로 수업에 임했습니다. 처음 제 한-영 실력을 말하자면 거의 형편없는 수준이었습니다. 일단 한국어 기억을 거의 못하는 수준이었거든요. 처음 한-영 발표를 했을 때 선생님께서 "내용이 너무 많이 빠졌다"고 하실 정도로 한국어 내용 기억에 애를 먹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환상적인 메모리 스팬으로 거침없이 발표를 할 때는 부럽기도 하고 속상하기도 해서 많이 좌절했죠.
한 번은 앞에 나갔는데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무 생각도 안 나서 한 단어밖에 말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어요. 그래도 제 이름이 호명되면 웬만해서는 발표를 다 했습니다. 이런 저런 경험을 다 해봐야 실전에 강해질 것이고, 발표를 안 해보면 절대로 실전에서 잘 할 수가 없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발표를 계속 하다 보니 실력도 점점 늘어갔고 스터디도 계속 하면서 메모리 스팬도 점차 향상됐습니다. 그래서 한번은 한-영 발표 후에 선생님께서 "실제 시험에서 이 정도 퍼포먼스만 보인다면 작년도 합격생 기준으로 봤을 때 합격은 무난하다"라는 말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제게 해 주신 critique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소중했기 때문에, 한-영, 영-한 시간에 제게 해 주신 말을 일기장에 적으면서 매번 반복해서 봤습니다.
은 선생님 수업을 듣는 분들에게 한가지 조언을 한다면 발표 기회가 왔을 때 못하더라도 꼭 앞에 나가셔서 발표를 하시라는 겁니다. 그 당시에는 두렵고, 떨리고, 창피하고 기가 죽을 수도 있지만 그런 경험들이 2차 시험에서는 정말 소중한 자산으로 활용되거든요.
[영-한 공부]
i) 내용 기억하기
영-한에서 가장 신경을 쓴 것은 내용 기억하기였습니다. 내용을 들을 때는 알 것 같아도 막상 발표를 하면 디테일이 너무 많이 빠진다든가, 혹은 내용을 통째로 빼먹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합격 수기를 읽어보면서 여러 가지 방법을 시도해 보았는데 제 경우에는 다음 2가지 방법이 가장 잘 맞았습니다.
첫 번째 방법은 일단 첫 문장은 무조건 기억을 하고, 나머지는 주요 키워드만 기억하는 겁니다. 영어를 들을 때 머리 속으로 칠판을 그려놓고, 중요 키워드를 위에서 아래로 하나씩 써 그려나가는 겁니다. 그리고 발표할 때는 기억한 키워드를 가지고 내용을 기억하는 식으로 하면 그나마 좀 나아지더라고요.
두 번째 방법도 이와 비슷하긴 합니다. 일단 첫 문장은 어떻게든 기억을 하려고 합니다. (저는 첫 문장이 기억이 안 나면 내용이 통째로 생각이 나지 않는 단점이 있거든요.ㅜㅜ) 그리고 나머지 내용은 그냥 쭉~듣는 겁니다. 키워드 중심으로 기억할 경우 해당 키워드가 생각나지 않으면 키워드에 해당하는 문단 전체는 빼먹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 방법은 오히려 기억이 더 잘 나더라구요.^^; 저는 이 두 가지를 적절하게 섞어가면서 연습했습니다.
ii) 한국어 표현
저는 국내파이면서도 상황에 맞는 적확한 한국어 표현을 잘 구사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아무리 쉬운 단어도 외우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예를 들어 change라는 단어는 보통 "변화"라고 알고 있지만 법률 문제 관련 내용일 경우에는 "개정"이라고 하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거든요. condition이란 단어도 보통 "상황, 조건"이라고 알고 있지만 의학 쪽 내용에서는 "병세"라고 하는 것이 낫죠. 저는 순발력있게 "개정", "병세"라고 말하는 재주가 없어서 그냥 그때 그때마다 "change=개정", "condition=병세" 이런 식으로 외웠습니다. 자꾸 외우다보면 한국어도 점차 나아지더라구요.^^;
[한-영 공부]
i) 한국어 기억하기
한-영을 하면서 가장 괴로웠던 것이 한글 원문 내용을 기억해내는 것이었습니다. 아무리 영어 실력이 뛰어나다고 해도 한국어 내용을 기억 못하면 제대로 된 통역이 나올 리 만무하거든요. 올 초의 제 한-영 실력을 말씀드리자면 스터디 파트너가 한국어 내용을 읽어주면 거의 1-2문장 기억하는 수준에 그쳤습니다. 다른 분들은 수업 시간에 엄청나게 긴 지문을 듣고 술술 발표하는데 저는 많아야 세 문장 정도 기억하니 정말 괴로웠어요.
그래서 한번은 스터디를 할 때 파트너가 읽어준 지문을 제가 한국어로 다시 요약하고(한-한) 그 다음에 영어로 하는 방법도 시도해 보았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한국어 내용을 기억 못하는 원인은 한국어를 영어로 옮겨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한국어를 들을 때는 거기에만 집중해야 하는데 들으면서 "이 표현은 영어로 어떻게 옮기지?"라는 걱정 때문에 내용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거죠. 그리고 메모리 스팬 자체도 짧았구요.
일단 메모리 스팬을 늘리는데 주력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메모리 스팬을 늘리려면 한-한과 영-영을 계속 해야 한다고 하셔서 한-한(주로 신문 사설이나 좋은 기사를 이용. 긴 지문 1개, 짧은 지문 1개[5문장 안쪽]. 단 짧은 지문은 디테일까지 다 잡는 연습)과 영-영(주로 코리아 헤럴드의 Annie's Mailbox로 연습)을 했습니다. 계속 이 두 가지를 하다 보니 메모리 스팬이 많이 늘었고 그러면서 한국어 기억이 놀랄 정도로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를 들을 때 영어 표현은 생각하지 않고 오로지 듣는 내용만 집중하려고 노력하니 오히려 한-영이 더 편해졌습니다.
저는 해외파는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영어를 접했기 때문에 국내파 치고는 발음이나 fluency는 괜찮은 편이였습니다. 반면에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적재적소의 표현은 너무도 부족했죠. 주로 돌아가는 표현을 많이 쓰는 버릇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정확한 영어 표현을 익히는데 주력을 했습니다. 일단 한국어 기억이 잘 되고, 영어 표현을 많이 익혀나가다 보니 한-영은 오히려 쉽게 풀리더라구요.
4. 통대 시험
i) 1차 시험-한국어
흔히들 한국어시험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이번 한국어 시험이 상당히 까다로웠습니다. 제 한자 실력은 초등학생보다도 못한 실력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역시나 실제 시험에서 나온 한자 문제는 거의 다 틀렸습니다.ㅜㅜ 1차 시험 준비기간 막판에 사자성어를 한자로 보고 독음과 뜻 파악을 하는 정도까지는 준비를 했는데, 이번에는 사자성어가 한 문제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기억나는 문제들은 "찬양고무하다"에서 "고무"를 한자로 정확히 표기한 것 고르기, "다음날"을 대체할 수 있는 단어 고르기, "내리 사랑은 있어도 O 사랑은 없다"에서 O에 들어갈 말, "가게 기둥에 입춘"이라는 속담의 뜻을 맞히는 것들입니다. 한자 독음 문제도 꽤 있었구요. 나중에 다른 분들과 답을 맞혀보니 거의 다 틀렸더라구요. 평소에 한자 공부나, 속담 공부, 어문 규정도 틈틈이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ii) 1차 시험-영어
올해는 처음으로 100문제가 출제되었습니다. 듣기 60문제, 독해 40문제로 말이죠. 시험 시간은 100분이었습니다. 시험 당시 느낌을 그대로 말하자면 지금까지 봤던 그 어떤 영어 시험보다도 어려웠다는 것입니다. 확신을 가지고 풀었던 문제가 몇 개 되지도 않았습니다. 듣기의 경우, 들려주는 내용만을 본다면 아주 어렵다고는 할 수 없으나 문제를 막상 풀려고 하면 답이 보이지 않는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들려주는 내용을 듣고 맞는 것(True)을 고르는 질문이 꽤 나왔는데 처음에는 다 듣고 풀려니 답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보기 4개가 다 답이 되는 것 같은 것도 많았고요. 그래서 재빨리 푸는 방법을 바꾸어 그런 문제의 경우는 들으면서 보기와 바로 바로 대조해가며 풀었습니다. 그랬더니 답이 그나마 좀 보이더라고요.
독해는 시간이 너무나 부족했고, 지문 내용도 너무 어려워서 나중에는 거의 한 번호로 다 찍었습니다. 10분 남았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읽은 지문은 몇 개 되질 않아서 일단 푼 문제 마킹부터 해놓고 나머지 문제는 지문도 못 읽은 채 질문과 보기만 보고 풀었습니다. 그래도 못 푼 것은 한 번호로 다 찍었고요.
누가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푸는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시간 내에 반드시 마킹을 하는 것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도 마킹이라도 제대로 한 것에 위안을 삼았습니다.)
iii)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 보고서 엄청난 충격을 받았습니다. 다른 분들도 어려웠다고 하셔서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곤 했지만 거의 100% 떨어졌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마음을 다잡고 스터디를 계속 했습니다. 그렇게라도 해야 시간이 잘 가더라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잘 한 것 같아요. 1차 시험 합격 여부는 그 누구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자신이 떨어졌다고 생각을 하더라도 2차 시험 준비는 꼭 하시기 바랍니다. 저도 1차 시험을 붙으면 기적이라고 생각할 정도였거든요.
일주일 동안 기존 스터디 파트너와 영-한, 한-영 스터디를 계속 했고, 그 전에 1차 시험 보기 한 달 전부터는 저를 포함한 4명이 하는 스터디를 추가로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했던 영-한 스터디의 경우, 테이프를 듣고 했다면, 시험 막바지에는 직접 육성으로 읽어주고 통역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실제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서죠. 4명이 한 스터디에서는 특히 발음/태도/목소리를 중점적으로 보았습니다. 눈을 마주치면서 발표를 하는가, 목소리가 크고 또렷한가, 긴장할 경우 습관적으로 나오는 행동이 있는가를 유심히 살펴보고 critique을 해 주었습니다.
한 달 동안 이런 연습을 계속 하니까 시선처리나 목소리 내기, 불필요한 습관도 많이 고쳐졌습니다. 또 감사하게도 2차 시험 경험이 있는 분이 계셔서 2차 시험에 관한 여러 가지 질문을 많이 할 수 있었습니다. 통대 시험을 처음 보는 저로서는 시험장 분위기, 교수님과의 거리 등의 내용을 들으면서 머리 속으로 미리 시험장을 그려볼 수 있었고, 실제 시험장에서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iv) 2차 시험-번역/에세이
토요일에 본 번역/에세이 시험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일단 영-한 번역은 시드니 회담에서의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의사소통의 문제에 관한 것이었는데 한 신문 사설에서 본 내용이었기에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한국어로 번역할 때 어색하지 않게 신경만 조금 썼습니다. 예를 들어 "the ROK President" 같은 것을 "한국 대통령"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노무현 대통령/노 대통령" 이런 식으로 번역을 했습니다.
한-영 번역은 신정아 학력위조 사건과 언론 보도에 관한 내용인데 수업 시간에도 많이 다루었고, 길이도 4-5문장으로 짧아서 역시 별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영-한/한-영 에세이도 주제 자체가 어렵지 않아서 무리는 없었습니다. 글자수도 정해져 있지 않아서 부담이 없었고요. 30분 시간 내에 잘 마무리만 하시면 될 듯 싶네요. 저는 은 선생님 수업 시간에 30분을 정해놓고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해서 당황하지 않았지만 평소에 연습이 없으신 분들은 시간 배분에 신경 쓰셔야 합니다. 30분이 결코 긴 시간이 아니거든요. 평소에 한 두 번 정도 시간에 맞춰서 연습하시면 어렵지 않을 겁니다.
v) 2차 시험-구술면접
저는 일부러 늦게 접수를 해서 일요일 오후에 시험을 보았습니다. 체력이 약해서 토요일에 면접까지 보기에는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서요. 옷은 정장을 입었고요. (남학생, 여학생 모두 대부분 정장을 입고 오시더라고요.) 저는 외대 서류 제출용 증명사진 찍을 때 입었던 옷을 그대로 입고 갔습니다. 그리고 당황하지 않기 위해서 미리 외대 통대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한-영과 교수님들 얼굴을 보고 익혀갔고요.
그 전날에는 너무도 긴장을 해서 저녁 먹은 것을 다 토하는 최악의 상황까지 있었는데, 시험 당일 날 막상 대기실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떨리지도 않고 오히려 침착함을 유지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후기에서 이런 글을 보고 이해가 안 갔는데 정말 그렇더라고요.^^;) 제 기억으로는 일요일 오후 25명 면접자 중 제가 19번째인가 그랬습니다. 2시간이상 기다렸고요. 따뜻한 커피, 물, 배고플 때 먹을 약간의 간식 등을 가지고 갔습니다. 오래 기다리게 되면 면접도 하기 전에 미리 지치는 수가 있거든요. 체력을 보충할 수 있는 간단한 음식을 준비해 가시면 도움이 많이 되실 거예요^^
원래는 기다리면서 볼 자료를 잔뜩 가지고 갔는데 머리에 잘 안 들어와서 그냥 혼자서 시험장 안의 상황을 그려보면서 나름대로 미리 시험장 분위기에 적응하려고 노력했습니다. 또 수시로 화장실에 가서 거울보고 웃는 연습도 하고, 속으로 "목소리라도 크게 내자"라는 암시를 계속 했습니다. 긴장하거나 떨지 않게 마음을 다스리는 게 중요할 듯 합니다.
제 차례가 되어 들어갔는데 한국인 교수님 네 분, 외국인 교수님 두 분 총 여섯 분의 교수님이 계셨습니다. 생각보다 방은 협소하고 교수님과의 거리는 상당히 가깝습니다. 들어가서 미리 연습한대로 큰 목소리로 인사하고 제 수험 번호를 말했더니 곽중철 교수님께서 "목소리가 좋습니다."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저는 "감사합니다."라고 답변을 했고요.
통역 면접 시작 전에 곽중철 교수님께서 제게 몇 가지 질문을 하셨습니다. "내년 2월에 졸업 예정이면 통대 시험은 이번이 처음인가?"라고 물으셔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또 "현재 고려대학교 영문과에 재학 중인데 이번 1차 시험에서 고대생들이 유난히 두각을 나타냈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질문하셔서 "그냥 모두들 열심히 해서 그런 결과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영-한은 한국인 여자 교수님이 읽어주셨습니다. 내용은 "선박에서 배출하는 독성 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사망하고 있다. 2002년에 이미 6만여명이 독성 연기로 인해 사망을 하였다. 그런데 이에 대한 규제가 없기 때문에 사망자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2012년경에는 사망자 수가 8만 2천여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상하이, 홍콩 등 해안 도시 주민들의 피해가 크다"라는 간단한 내용이었습니다.
문제는 읽어주시는 속도가 빨라서 당황했습니다. 합격 수기를 읽으면서 "또박또박 천천히 읽어주신다"라는 내용이 많아서 그렇게 준비를 했는데 의외로 상당히 빠른 속도로 읽어서 깜짝 놀랐습니다. 발음은 미국식 본토 발음이셨고요. 내용은 상당히 짧았습니다. 듣고도 너무 순식간에 지나가서 당황했지만 교수님이 읽어주신 후 바로 큰 목소리로 통역했습니다. 한 3-4문장 정도 말한 것 같습니다. (위에 제가 요약한 내용만 말했습니다.) 나중에 원문을 찾아보니 숫자나 연도는 8만 2천명 빼고는 다 틀리게 통역했더라구요.(--;) 제가 기억한 내용이 얼마 없고 막상 말해보니 몇 문장 되지도 않아서 당황스러웠지만 더 기억도 안 날 것 같아 바로 "이상입니다."라고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을 읽어주셨습니다. 제가 기억하는 대강의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현재 대학생들이 취업난을 겪고 있는데, 많은 대기업들은 입사하자마자 바로 능숙하게 일을 할 수 있는 구직자들을 원한다. 그래서 대기업들은 대학이 이런 역할을 담당하기를 원하지만 대학은 대기업에 취직하기 위한 학생을 길러내는 곳이 아니다. 만일 그렇다면 경제학과/경영학과라고 부를 것이 아니라 삼성학과/현대학과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대강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읽어주신 내용이 길지 않았고, 어렵지도 않았는데 문제는 제가 내용을 많이 놓쳤다는 것입니다. 처음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시작하시면서 질문조로 말씀하셨는데 그게 알고 보니 이미 시작한 것이더라고요. 저는 정신을 놓고 있다가 그때서야 듣기 시작했는데 당황해서 머리에 내용이 잘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대강 들은 내용으로만 말하고 결론도 생각이 나질 않아서 혼자 지어내듯이 말했습니다.(--;)
다만 다소 빠른 속도의 영어로 말을 했고, 문장을 번복해서 말하거나 중간에 막히는 부분이 없었기 때문에 영어의 흐름은 괜찮았던 것 같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전혀 쓰질 못했고 정말 쉬운 단어들만 말했습니다.
첫 문장은 "These days, in Korea, a lot of college students are actually having a hard time landing a job." 이렇게 말했고, [입사하자마자 능숙하게 일하는 구직자]도 돌아가는 표현으로 "students who can work effectively and efficiently right away when they get a job" 이렇게 말했습니다.
겉으로는 전혀 긴장 안 한 듯이 큰 소리로 말을 했고요. 시선은 주로 정면에 앉아 계신 교수님을 보면서 말했고 이따금씩 시선을 돌려서 6명의 교수님들을 한번씩은 보면서 말했습니다. 결론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적절할 것 같은 결론을 대충 지어서 말하고는(--;) 바로 "Thank you."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교수님께서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하셨고, 저는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나왔습니다. 통역 전 질문을 하면서는 분위기가 우호적이었는데, 영-한/한-영 통역을 하면서 정연일 교수님만 적극적으로 호응해주셨을 뿐, 다른 교수님들은 거의 무반응이어서 좌절했습니다. 나중에 영-한 원문을 찾아봤는데 제가 말한 숫자도 거의 다 틀렸을 뿐 아니라, 한-영에서는 한국어 내용 자체를 제대로 못 옮긴 것 같아 거의 합격을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아마 떨지 않고 자신감 있는 큰 목소리로 (평소에는 목소리가 작은데 그 때는 최대한 목소리를 키워서 발표했어요) 교수님들 눈을 쳐다보면서 한 것이 합격할 수 있었던 비결인 것 같네요.^^
5. 마치며
저의 부족한 실력을 가장 잘 알기에 합격의 기쁨도 잠시뿐, 걱정이 앞서네요. 소중한 기회가 주어졌으니 앞으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입니다.
항상 응원해 주신 부모님, 좌절하고 힘들 때 용기를 준 동생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가르침과 용기를 주신 선생님들과 아무것도 모르는 저를 여기까지 이끌어 준 최고의 스터디 파트너 소희, 수업 파트너였던 현경씨 모두 감사드립니다.
안현모
준비 기간이 길지도 않았고, 전략을 세워 체계적으로 공부한 편도 아니었기에 합격수기를 쓰자니 참 어색합니다. 공부방법 보다는 시험문제와 시험장 상황에 대한 정보를 드리는 데에 초점을 맞추겠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한자 문제는 몇 개 없는 데다가 문맥상에서 주어져서 괜찮았습니다. 속담 문제, 맞춤법 문제가 출제됐고, 독해도 대체로 무난히 풀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몇 가지 헷갈렸던 문제들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으로 확인해봤더니 오답이 마구 속출했는데, 그런데도 붙은 걸 보면 한국어는 과락만 아니면 된다는 말이 맞나 봅니다.
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41696.html (지문 예)
(영어)
올해는 100분에 100문제를 푸는 형식으로 바뀌었습니다. 시험시간이 늘어나 집중력이 풀어질까 우려했지만, 시험장에서의 100분은 평소의 10분만큼이나 빨리 지나갔습니다. 앞으로도 시험 직전에 유형이 변경되는 상황은 얼마든지 있을 텐데, 그럴 때마다 민감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떻게 바뀌든 실력이 있으면 유리하고, 실력이 부족하면 불리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듣기*
다행히 문제와 문제 사이에 보기를 고를 시간이 적당히 주어졌습니다. 초반에 옆줄에서 핸드폰 소리가 나고, 감독관들이 가방을 검사하며 우왕좌왕한 것이 위기였으나, 버려도 한 두 문제만 버리자는 심정으로 곧바로 다시 집중했습니다. 다 들렸어도 생각해야 풀 수 있는 문제들 (화자가 누구일까, 어떤 글의 일부일까 등)이 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슈퍼마켓 이름 같은 고유명사도 꽤 많이 나왔으니, 사전에 없는 브랜드명도 많이 들어보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어찌됐든 전반적으로 주제와 보기들이 다양하고 재미있었습니다.
*독해*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여러 번, 어려우면 뒤에 있는 것부터 풀라고 강조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저는 대체 왜 그랬는지, 앞에서부터 순서대로 붙잡고 푸느라 시간이 모자라 뒤는 급하게 보고 찍어야 했습니다. 역시나 앞의 것보다 뒤의 글들이 더 쉬워서, 시간안배를 잘못한 것을 정말 후회했습니다. 당연히 듣기 문제 중 헷갈렸던 것을 다시 보거나 고칠 시간은 없었습니다. 집에 오자마자 답을 확인하기 위해 구글에서 지문 몇 개를 찾았습니다.
http://www.paradigme.com/sources/sources-pdf/pages%20de%20sources07-3-1.pdf
'labeled', 'suggesting'이 빈칸 채우기로 나왔고, 제목 맞추기, 정보화시대에 나타난 결과가 아닌 것 고르기 등이 나왔습니다.
http://www.ourcivilisation.com/smartboard/shop/swift/examiner/chap14.htm
True/Not True 고르기, "he seems, like other great inventors, to have lost much of his reputation, by the continual improvements that have been made upon him"을 paraphrase하기, 제목 맞추기, "beyond contradiction"과 같은 말 고르기, 'not so clear'과 'although'빈칸 채우기가 나왔습니다.
http://links.jstor.org/sici?sici=0361-0160(199023)21%3A3%3C359%3ACFAMIL%3E2.0.CO%3B2-Q
여기서는 'leaves us in the lurch'와 같은 뜻 고르기, True/Not True 고르기, 어휘 문제로는 impish, ludicrous 등이 나왔습니다.
그밖에 철학 관련 지문 두 개와 여성에 관한 지문 등이 있었고, apogee, felicitous등의 어휘를 묻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2차 시험]
1차 결과를 모르는 상황에서 혼자 묵묵히 2차 대비를 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래서 저는 한 주 동안 학원에서 하는 2차 대비반을 수강했습니다.
(필기)
*번역*
일부러 한영번역을 먼저하고 영한번역을 나중에 했습니다. 영어보다 한국어가 편한 사람으로서, 심리적으로 더욱 다급해지는 후반 시간대에 한국어를 쓰고 있는 것이 더 낫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오히려 한영을 영한보다 더 잘한 것 같습니다. 외운 표현들이 시험지 위로 뭉실뭉실 떠올랐고, 어떤 부분은 강조를 위해 조금 과감하게 문장 형태를 바꾸기도 했습니다. 수업시간에 연습하던 것보다 양이 적어서 시간 안에 끝낼 수 있었습니다. 답안지는 반드시 연필이 아닌 펜으로 작성해야 하고, 화이트 사용 가능합니다.
*에세이*
답안지를 받자마자 20번째 줄이 어디까지인지 세어 표시했습니다. 금요일 수업(매주 한번씩 에세이 연습)마다 200자에 맞춰 쓰던 것에 얼마나 습관이 되었는지, 시험장에서도 서론-본론-결론 다 쓰고 나니 딱 표시한 부분까지만 쓰게 됐습니다. 걷을 때 보니 다른 응시생들은 앞면을 꽉꽉 채우고 뒷면까지 넘어가서 썼던데, 제가 쓴 글은 한 눈에 봐도 제일 짧았습니다. 평소 은 선생님께서 많이 쓰지 말고, 짧게 틀리지 않게 쓰라고 하신 말씀을 절대적으로 믿었기 때문에, 겁먹지 않고 쓴 것을 꼼꼼히 검토한 후 제출했습니다.
(구술)
누구나 그렇듯, 저도 구술시험의 기억이 가장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날 오전에 치렀는데, "귀인을 만난다"는 오늘의 운세를 믿고, 그들을 만나러 학교로 향했습니다. 옷은 평상시 학원 다니던 대로 청바지에 스웨터 입었습니다. 심사위원은 총 6명이고, 1미터 정도 앞에 학생이 앉을 큰 책상과 의자가 마련돼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고 앉았습니다. 본격적 시험에 앞서 의외로 다양한 질문을 받았습니다. 처음 응시하는 건지, 학부 전공시간에 뭘 배웠는지, 미국 어느 대학에 있었는지, 한 해 동안 무얼 하며 지냈는지, 그리고... 어느 학원을 다녔는지를 물어왔습니다. 그 부분에서 망설이며 대답을 하지 않자 곽중철 교수님께서 "*** 학원 다녔나?"라고 하셨고, 저는 놀라서 "아뇨, 은천성 선생님께 배웠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예상외의 질문에 당황하고 있는데, 이제 긴장이 풀렸다고 보았는지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갔습니다.
외국인 여자교수님께서 영한지문을 먼저 읽어주셨습니다.
http://living.oneindia.in/insync/afghanistan-women-modelling-011007.html
이 중 일부를 간추린 것이었습니다. 시작 전에 burqa 라는 단어는 알려주었습니다. 정말 기쁘게도 저의 관심 분야였고, 내용도 흥미로웠습니다. 디테일을 100% 하진 못했지만, 자연스럽게 읊을 수 있었습니다.
그 다음 곽중철 교수님께서 한영 지문을 읽어주셨습니다.
http://news.media.daum.net/editorial/column/200710/11/chosun/v18438267.html
역시 일부를 간추린 것이었습니다. 굉장히 짧았습니다. 그런데 정말 충격적이게도, 시작부분에서 두 군데를 전혀 알아듣지 못했습니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 리스닝에서 막힐 줄이야 상상도 못했는데, 중간에 "잠깐만요" 할 수도 없는 터라 그냥 넘어갔습니다. 결과적으로 두 군데 모두 내용을 다르게 갔고, IMF를 극복했다는 부분도 빠뜨렸습니다. 통역이 그래서 너무 금방 끝났습니다. 정연일 교수님께서 "한국의 고령화의 특징이 뭐라고요?"라고 한번 더 기회를 주셨습니다. 저는 바보같이 "그런 내용도 있었나요..?" 라며 되물었고, 큰일났다 싶어서 "한번 더 말씀해 주세요.."하는데 곽중철 교수님이 됐다며 대화를 중단시키셨습니다. 쫓겨나듯 인사하고 나왔습니다. 일주일 동안 잠들면서, 일어나면서, 심지어 꿈꾸면서 마저 면접 때 오간 대화가 머릿속에서 진동을 했습니다. 고령화 통역 한번 잘못 한 죄로 내가 고령화되는 걸 느꼈습니다. 스파는 형식적으로나마 잘했다는 말도 들었다는데,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합격을 했으니 그 이유는 저도 도저히 모르겠고,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합격자들과 이야기를 나눠보니 중간에 멈추지 않고 한 번에 갔다는 공통점이 있긴 했습니다. 하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한영 통역이 여전히 아쉬운 건 사실입니다.
[후기]
이 글이 공부를 시작하는 분께는 별 도움이 되지 않겠지만, 시험을 이미 치르고 발표를 기다리는 분께는 초조함을 달래주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랍니다. 저도 홈페이지의 그 많은 합격수기를 1차 시험이 끝나고서야 처음으로 몇 개 읽어봤는데, 다른 사람의 경험담을 들으니 동지가 있는 것 같은 위안이 되었습니다. 공부 요령이 궁금하신 분들은 은 선생님께서 하라는 대로만 하면 됩니다. 학원 두 개씩 다닐 필요도, 이것저것 여러 개 구독할 필요도, 매주 모의고사를 풀어볼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도 막판에 기출문제만 풀어봤습니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은 선생님의 조언을 평생 마음에 새기며 열심히 하겠습니다.
원소영
합격수기에 무엇을 쓸 것인가를 생각하다가, '수기를 읽는 사람은 무얼 원할까?' '예전에 나는 무엇을 알고 싶었었나?'라는 질문들에 대한 답을 쓰면 가장 좋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1년을 반추해 보니 시험, 특히 2차 시험이 어땠나가 가장 궁금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시험에 관해 중점적으로 쓰면 다른 분들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절반은 시험에 대해서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공부를 하는 동안 겪을 수 있는 어려움과 나름대로 이겨냈던 방법에 대해서 적어보고자 합니다.
* 시험
1. 1차 시험 듣기
올해 처음으로 60문제가 출제됐는데, LC는 집중력 유지가 관건인 것 같습니다. 함정이 많기 때문에 한 두 단어에 답이 바뀌는 경우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정답이 결정되는 경우도 꽤 있었던 것 같습니다. 대충 듣게 되면, 본인 판단으로는 시험이 쉬웠고 정답을 썼다고 느껴지지만 실제 맞춰 보면 답이 아닌 경우가 많았을 한국외대의 전형적인 문제들이었습니다. 시험 보기 전 일주일 동안 최근 5년 간 기출문제를 풀고 꼼꼼히 분석했는데, 제 경우에는 참 많이 도움이 됐습니다. 원어민의 발음도 미리 귀에 익힐 수 있었고, 정답이라고 확신하는 문제가 오히려 오답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앞부분은 지문 하나에 문제 하나, 중간은 지문 하나에 문제 둘, 뒷부분은 한 지문 당 세 문제씩 할당되었던 것 같은데, TRUE를 찾는 문제가 무척 많았습니다.
2. 1차 시험 독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정보를 파악해야 하는 순수 독해문제로 여덟 지문이 주어졌고 한 지문 당 다섯 문제가 출제됐습니다. 유형 자체는 속독을 요하는 전형적인 한국외대 스타일이었습니다. 그러므로 우선 평상시 본인의 시간과 정답 가능성의 상관 관계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제한 시간 내에 모두 푸는 속도라면 얼마나 맞는지, 푼 문제가 거의 정답일 정도로 정독을 하면 몇 문제나 시간 안에 풀 수 있는지, 부분을 포기하고 부분을 정독할 경우는 어떤지 즉 속도와 정확성의 정도를 구체적으로 수치화 시켜서 알아야 합니다. 이 정도 속도로 읽으면 이 정도 맞추겠구나 라는 것을 알면 거꾸로 얻고 싶은 점수에 맞추어 속도를 조정할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로, 난이도와 정답 가능성을 판단해야 합니다. 쉽게 읽히는 글인데도 답을 못 찾거나 틀리는 경험, 어려워도 답은 맞춘 경험이 다 있으실 겁니다. 평상시 공부 할 때는 빠트리는 것 없이 꼼꼼하게 읽어야 하지만 시험에서는 최대 점수 획득이 목적이므로, '모든 글을 독해하겠다' 보다는 '정답을 많이 맞추겠다' 쪽으로 방향을 잡는 것이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번 시험에서 두 단락은 정독을 했지만 나머지는 읽혀지지가 않았습니다. 그 때 포기하지 않고 '그래도 해보자'라고 마음을 다지고 빠른 속도로 끝까지 읽었더니, 보기만 봐도 답이 있는 것이 있었고, 문제를 보다 보니 지문이 이해되기도 하고, 본문 중 한 두 문장만 읽어도 답이 나오기도 해서 오히려 답 찾기는 쉬웠습니다. 사실 여섯 단락은 내용도 모르고 풀었는데,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풀었던 덕에 결과적으로 점수를 많이 딴 것 입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올해 독해가 어려웠고 지문 중 두 개는 현대 영어가 아니라고 하더군요. 주어진 상황에서 최고의 득점을 올릴 수 있게 시간 배분을 잘 하는 것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독해 시험에서는 중요한 것 같습니다.
3. 2차 시험 : 에세이/번역
한글 에세이는 '과학에는 국경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라는 주장의 허점에 대해 논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하버드 총장이 했던 언급의 의미에 대해 논하라는 것인데, 문장이 좀 어렵고 비유를 사용해서 기억이 나지 않지만, 대의는 대학은 단순히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인격 향상을 위한 곳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다행히 둘 다 은천성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다뤘던 내용이라 쉬웠습니다.
영한 번역은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시드니 회담에 대한 사설이었고, 한영 번역은 양식이라는 단어가 세 번이나 쓰인 것말고는 전반적으로 무난했던 것 같습니다. 별다른 준비 없이 기본 실력만으로도 충분하니 구술에 비중을 두는 것이 효과적일 것 같습니다.
4. 합격자 발표
떨어졌다고 철썩 같이 믿고 있었기 때문에 합격자 명단을 확인하고 너무 놀랐습니다. 정말 의외였고 믿기 질 않았습니다. 떨어진 그 심정을 직접 겪고 나니, 시험에 실패한 분들이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에 기쁘면서도 내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웠던 것이 사실입니다. 올해 아깝게 실패하신 분들 내년에 꼭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5. 2차 영한
떨어졌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영한 때문이었습니다. 처음에 들어가니 교수님들이 이것저것 물어 보시고, 제 대답에 웃기도 하셔서 우호적인 분위기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영어 실력이 뛰어날 거라고(?) 속단을 하셨는지, 남자 외국인 교수님이 너무나 빠르게 읽어 주셔서 따라 잡기가 힘들었습니다. 게다가 중간에 고사장 밖에서 하이힐 신은 여자 분이 지나갈 때는 구두 소리에 파묻혀 아예 소리 자체가 들리지 않은 부분도 있었습니다. '슬프거나 외로울 때 먹는 사람들은 살이 잘 찐다. 순간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 살이 빠지나 다시 살이 찐다. 비만 치료를 해도 다시 체중이 증가한다' 이 정도만 겨우 들을 수 있었으니 대략 난감 모드인지라, 뻔뻔하게 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며 교수님들 눈치를 살폈습니다. 모두들 고개를 끄덕이며 들으셔서 대의는 맞는다는 걸 알았고, 갑자기 교수님들 눈치가 약간 이상해지기에 더 나아가지 않고 앞의 말을 바꾸어 반복하면서 바로 '이상입니다' 하고 끝냈습니다. 들은 분량이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습니다. 끝내고 나니 교수님들이 '어? 벌써 끝이야?' 라는 듯 약간 황당한 표정을 지으셨던 것 같습니다. 한 분은 노골적으로 몸을 돌리더니 눈을 감고 주무시는 척 하시기까지 했습니다.
6. 2차 한영
"원산지 표시 즉 'origin of product' 에 관한 것입니다"라고 시작 하셨는데, 내용은 '김치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고유 음식이며 또한 특산품인데 설 곳을 읽고 있다. 중국산 김치가 미국 시장에서도 1위, 한국 김치는 2위이고, 우리나라에서조차 중국산이 60%를 차지하며 작년 보다 60% 증가했다. 이유는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중국이 원산지 표시를 하게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으로 평이했습니다. 교수님 말씀이 끝나자마자 바로 시작을 했는데, 수업시간에 다뤘던 내용이라 traditional, specialty, lose ground 등의 단어가 바로 튀어나왔고, 순위도 rank와 come at등으로 다양하게 상용했으며, 원산지 표시 동사도 두 개를 교대로 사용했습니다. 60% 증가했다는 문장은 못했고 한 문장은 다른 내용으로 바꾸었지만 나머지는 제 기억에 다 말했던 것 같고, 처음부터 끝까지 막히지 않게 fluency를 살려서 했습니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대략 문제없어 보이지만, 사실 전 한글을 들으면서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습니다. 키워드라서 시작부터 영어로 알려주신 'origin of product' 단어를 까먹은 것이었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나오는 데 말이죠. 큰일났다 싶었지만 일단 말을 시작하고 나니, 교수님들이 '의외로 한영은 하네' 이런 표정으로 쳐다보시기에 그냥 아는 척, origin만 해도 뜻이 통한다는 식으로 문장 속에 묻어서 처리하고 마무리를 지었습니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을 넘어가려니 교수님들 반응 보느라 열심히 eye contact을 하면서요. 외국인 교수님들의 외모가 낯설어서 주로 한국 남자 교수님들을 쳐다봤습니다.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주무시는 교수님은 깨워야 한다"고 하신 것이 생각나서 주무시는 척 하는 분을 더 쳐다보며 했더니, 나중에는 일어나서 저를 보셨던 것 같습니다.
7. 평가
어떻게 합격한 걸까? 이게 하루 동안 화두였습니다. 중국어를 할 줄 아는 학생이 필요했나, 나이가 많아서, 아니면 설마 미모를 보고? - 다들 미모는 아니라고 하더군요.
결론은 교수님들이 퍼포먼스를 평가 할 때 단순히 그 내용만을 보시는 것이 아니라 이를 통해 드러나는 자질과 그릇 크기를 본다는 것입니다. 턱없이 부족한 영한 발표 분량을 보면 불합격인 상황인데 이때에 더 당당하게 한영을 해서 그 부분에 점수를 좋게 주신 것 같습니다. 핵심 단어 'origin of product'를 쓰지 못하는 것을 교수님들도 아셨지만 그 상황에서 오히려 자신감 있게 했던 것에 대해서,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것에 대해 높게 평가하신 것 같습니다. 수업 시간에도 아무리 어려운 것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대차게 하곤 했는데 이런 모습을 발견하고 통역사의 자질이 있다고 판단 한 게 아닐까 추측합니다. 영한 고작 서너 문장밖에 못하고, 한영 키워드도 까먹은 주제에 뭘 믿고 당차게 굴었는지 모르지만 그런 부분이 교수님에게는 오히려 좋게 보였던 것 같습니다. 영한이 어려워서 다른 분들은 아예 못했거나 혹은 틀리게 말했기 때문에 적더라도 대의를 확실히 말한 제가 점수를 더 얻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혹은 시험 전 질문 응답 과정에서 "일년 동안 정말 열심히 했습니다"라는 말이 호감을 샀을 수도, 1차 성적이 뛰어나 교수님들이 우호적으로 대해 주셨을 수도 있습니다. 명확한 것은 그 순간 최선을 다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자세를 좋게 평가해 주셨다는 것입니다.
* 공부할 때 겪는 어려움
1.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다.
핸드폰 판매원 출신 폴 포츠가 투란도트를 부르는 동영상을 보신 분들이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허름한 옷차림, 비호감형 외모의 폴포츠가 아리아를 부르는 것을 보면 형언키 어려운 감동이 밀려옵니다. 우연히 그 곡은 얼마 전 타계한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마지막 공연 곡이기도 합니다. 파바로티는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테너답게 성량과 기교 또한 흠잡을 데 없이 완벽히 노래를 소화했지만, 이상하게도 심금을 울리고 눈물을 자아내는 그 무언가는 폴포츠의 노래입니다. 까칠계의 황제라는 사이먼 코웰조차 격찬하게 한 것은 노래에서 묻어나는 열정과 진실성, 진지한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
'저런 사람이 왜 실패했을까'라는 생각이 드는 분들, 나와 격차가 확연히 드러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같이 입시 경쟁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 심히 걱정스럽지요. 그러나 내가 뒤 처진다면 그 부분은 노력으로 메우면 됩니다. '완벽하지 못하고 무언가 모자라도 노력과 의지가 담긴 통역이라면 그것도 가치 있는 것이 아닐까'라고 감히 생각해 봅니다. 예쁘게 셋팅 되어있는 다이아몬드 반지보다 흙이 묻어 있고 투박한 'uncut diamond'가 때로는 더 아름답지 않을까요?
2. 통대에 꼭 합격할 수 있을까?
정해진 환경은 바꿀 수 없겠지만 나의 마음가짐이나 사고 방식은 충분히 조절 할 수 있고,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정말 많이 달라집니다. 저는 붙는다고 스스로에게 자꾸 확신시키며 생활했습니다. 확신이 안 들면 '나도 확신을 못하는데 교수님이 왜 날 뽑겠어?'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떨어질까 무서워서라도 '그래, 나, 붙어'로 바뀝니다. 붙을까 떨어질까 고민하며 불안해하는 것 보다 그냥 붙었다고 믿고 공부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통대생이 될 거라고 생각하니 '실력 없이 통대 다니면 고생하는데 학원에서 모자라는 실력 쌓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라는 마음이 들고 되고, 시간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치열한 학점 경쟁 없이 공부만 하니 참 좋다고 느끼게 되어, 학원 생활이 즐거웠습니다. 불안감이 없어 9,10월에도 여유 있게 평상시처럼 공부 할 수 있었고, 자신감 있고 안정된 자세로 1년을 보냈습니다. 붙을 것이라는 전제 하에서 생활 한 것이 여러모로 도움이 된 것입니다. 또, 입학만을 목적으로 하는 공부가 아니라 영어가 평생의 동반자인 내 인생에 도움이 되는 공부라고 조금 더 장기적인 시각으로 생각하는 것도 불확실성이 주는 불안감에서 많이 벗어날 수 있는 방법입니다.
3. 공부해도 실력이 느는 것 같지 않다.
공부하면 실력은 향상됩니다. 다만 본인이 느끼지 못할 뿐입니다. 제자리에서 진전이 없다고 느껴지면 의욕을 잃고 맥이 빠지게 되는데, 이럴 때는 예전 내가 했던 것을 보면 됩니다. 저의 경우는 모아둔 수업 파일 중 3달쯤 전의 것을 다시 들어 봅니다. 최근 수업 발표와 비교해 보면 늘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가끔 제일 못했을 때 것을 들으면 기분 좋아집니다.
4. 은 선생님, 크리틱이 견디기 힘들다.
뻔히 알지만 생각하기조차 싫을 만큼 취약한 부분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하고, 그래서 왠지 패배감이 들게 하기 때문에 은 선생님의 크리틱을 날카롭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냥 현실을 그대로 인정 하면 됩니다. 이런 저런 핑계 대보아야 본인만 더 비참해질 뿐입니다. 대부분의 경우 내가 할 수 있는데 안 한 결과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깨끗이 승복하고 다시 시작해서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이 최선입니다.
사실 위의 글은 모범 답안이고, 제 경우는 수업 중 칭찬 들었던 날 파일을 바탕 화면에 두고 자주 들었습니다. 3월과 6월에 칭찬을 크게 해 주신 적이 있어서 의기소침할 때 그 부분을 집중적으로 들었는데, 굉장히 효과적입니다.
작년에 공부를 시작 할 때만 해도 실력이 좋지 못한 터라 발표 신청조차 못했던 저는, 수업시간에 다른 사람들이 발표하고 선생님께서 크리틱을 하시면 솔직히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올해 1월에 처음 발표하고 크리틱 받았을 때 너무 좋아서 여기 저기 자랑하고 다녔던 사람인지라, 공부 과정 내내 은 선생님의 지적이 고마웠고 실제로 실력 향상에 제일 좋은 밑거름이었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들으면 상처받지 않고 영어를 향상시키는데 좋은 지침이 될 것입니다. 크리틱 내용에는 신경 쓰되, 크리틱 받는 자체에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고요. '내가 하루 이틀 못 하나 뭐' 이렇게 생각 하면 무척 마음 편합니다. 다만 지적 당하는 것은 당연하게 여기되, 내용은 적어도 두 세 번씩 듣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5. 공부하는 것 자체가 힘들다.
저는 운동을 제일 못하고 싫어합니다. 조깅을 하면 처음 십여 분간은 별별 유치한 생각이 다 들고 하기 싫고, 온갖 핑계가 떠오릅니다. 십 오분 뛰는 동안 엄청난 자기와의 싸움을 하게 되지요. 자신이 가장 싫어하고 못 하는 것을 한 번 해보십시오. 특히 운동이라면 좋을 것 같은데, 극기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 공부 절대로 힘들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뛰는 게 훨씬 힘들거든요.
6일은 공부하고 하루는 철저히 쉬었는데, 이렇게 아예 노는 날을 정하면 평상시 놀고 싶은 욕구가 별로 안 생겨서 상대적으로 공부가 수월합니다. 단, LC 감은 확실히 떨어집니다.
* 당부의 말
1. saving grace
각자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있겠지만 바로 그 점이 자산이 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비 전공자, 외국 경험 전무인 국내파라서 작년에 공부를 시작 할 때 실력이 좋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객관적으로는 큰 단점이지만 바로 그 점이 남들 보다 더 열심히 하게 만들었고 교만에 빠지지 않게 해 주었습니다. 워낙 바닥에서 출발해서 떨어 질 곳이 없으니 실력은 계속 늘고, 느는 걸 보니 재미있고 덕분에 즐겁게 공부했으니 큰 자산인 것이죠. 단점이란 것은 동전의 양면과 같아서 다시 한 번 생각 하면 가장 큰 장점입니다. 취약한 부분에 낙담하지 말고 이것을 적극적으로 바꾼다면 큰 축복이 됩니다.
2. 수업을 충실히
스터디를 안 한다고 하면 다들 약간 놀라시더군요. 한 달인가 두 달 뒤집기 점검을 잠깐 한 적이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그냥 혼자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혼자가 아니라 은 선생님과 같이 한 것입니다. 매일 수업을 시작할 때, 바로 전 시간에 배운 내용에 대해서 항상 복습 점검을 하시니까 그 때 열심히 참여하고, 시키면 가능한 통과하지 않고, 크리틱을 점검하면 충분했습니다. 저는 별다르게 수업 이외의 것을 하지도 않았고,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공부한 편입니다. 필사하라고 하셔서 계속 했고, LC 제일 중요하다고 하셔서 많이 했고, 연설문 계속 외우라고 하셔서 미국대통령주례연설을 외우고, 복습 꼭 하라고 하셔서 했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실력이 많이 쌓이는 것을 느꼈습니다. 같은 수업이라 해도 대충 듣지 않고 열심히 들으면 훨씬 좋습니다.
* 감사의 말
차려진 밥상에서 밥을 먹었을 뿐이라는 수상 소감이 정말 가슴에 와 닿습니다. 이 순간을 위해 너무나 많은 분들이 마음을 써 주고 도와 주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 공부 기간 동안 삶의 스파였던 수진 언니, 20년 지기 친구, 후배 지원이 그리고 아이팟 사용법 가르쳐준 민주와 후배 현진이, 일방적으로 한한 봉사해 준 착한 문희가 생각나네요. 이 지면을 통해 부족한 저를 질책과 칭찬과 격려로 이끌어 주신 은 선생님의 사랑에 감사 드리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유한내
[시작하며]
저는 고등학교, 대학교 모두 중국어를 전공한 국내파입니다. 영어 연수 경험은 없고, 대학교 4학년 때 휴학하고 미국에서 6개월간 인턴으로 일한 경험이 있습니다. 중국어로 통대 진학을 할까 하다가 취업을 하게 되었고, 화장품 회사에서 국제마케팅 일을 2년째 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아는 선배가 회사에 다니다가 통대에 입학한 것이 계기가 되어 합격수기를 읽으며 한영과 진학을 마음먹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왜 한중과로 하지 않았느냐' 하시는데, 그때마다 '영어를 좋아해요'라고 대답하고 있습니다. 평생 하게 될 공부라면 좋아하는 것을 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스터디]
학원 홈페이지에서 파트너를 구해3 월부터 6월까지 일주일에 한번 1시간 정도 스터디를 했습니다. 파트너와 한한, 한영, 영한, 영영을 준비해와서 서로 해보는 연습이었는데, 통대 시험 감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부족한 실력이나마 실전이라 생각하고 대의 위주로 깔끔하게 마무리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스터디 하실 때 파트너랑 편해지면 중간에 웃거나, '다시 할게요' 하거나, 컨디션 따라 대강 하는 케이스가 많은데, '연습은 실전처럼, 실전은 연습처럼'이라는 생각으로 기회가 주어졌을 때마다 최선을 다하는 태도가 시험 보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L/C]
연초에 합격수기를 읽고 Podcast를 활용해야겠다는 생각에 iPod을 구입했습니다. ABC: Nightline과 NPR: Wait Wait Don't Tell Me 두 가지를 subscribe하여 출퇴근길이나 운동할 때 틈틈이 들으며 L/C감을 잃지 않는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1차 준비-한국어]
10월부터 타 학원 1차 모의고사 반을 수강했습니다. 전공이 중문과라서 한자는 별로 어렵지 않았고, 국어 점수는 잘 나오는 편이었습니다. 회사에서 시간 날 때 한자성어 기출문제를 한번씩 훑어보았고, 모의고사 본 것 중에서 틀린 것만 확실히 잡자는 생각으로 주로 많이 틀리던 국어 맞춤법 문제만 학원에서 돌아오는 지하철에서 암기했습니다.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한 번 틀린 것은 다시는 틀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임했습니다. 종종 시험준비 하실 때 공부할 것을 쌓아놓고 몰아서 하자는 생각으로 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나중에는 시간도 없고 초조해서 손에 잡히지 않으므로 그때그때 확실히 머리 속에 넣어 두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1차 준비-영어]
시험 경향이 새로워지면서 LC 60문제와 RC 40문제로 바뀌었는데, 첫 모의고사는 충격적이었습니다. LC는 정신 없이 지나가고, RC는 모르는 단어 투성이고, 점수는 거의 반타작. 마지막에는 거의 매일 모의고사를 보는데, 끝나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잠시 보는 것 외에는 복습할 시간이 없어서, 점수도 제자리고 실력도 늘지 않는 것 같아 속이 상했습니다. 시험을 하나 더 보는 것보다 그 시간에 복습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지만, 최대한 시간 배분 등 실전 경험을 높이기 위해 될 수 있는 대로 모의고사는 참석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LC는 처음에 문제 보기를 최대한 많이 보아두려고 노력했는데, 나중에는 아예 보기를 읽지 않고 여백에 노트 테이킹을 해가며 지문 자체를 이해하고 들으려 노력했습니다. 보기 신경 쓰랴, 나오는 숫자들 신경 쓰랴 신경이 분산되면 이도 저도 안 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듣기는 '이해'가 우선이 된다는 것이 1차 LC에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RC의 경우, 지문이 길고 시간이 부족한 것도 문제였지만, 보기에 나오는 단어를 몰라 지문의 내용을 이해했는데도 풀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 수기를 읽고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은, Word Smart나 그와 비슷한 수준의 단어집을 골라 꾸준히 암기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시간이 없어서 모의고사에 나왔던 보기단어들만 정리해서 외웠습니다. 문법문제 역시 의외로 어려웠는데, 이 문제는 모의고사를 많이 풀어보고 오답을 잡아가는 부분으로 해결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1차 시험]
저는 시험을 앞두고 내가 어느 정도 할지 대강 감을 잡는 편인데, 1차 시험에서는 당락이 간당간당 하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래서 정신 바짝 차리고 한 문제라도 더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시험에 임했습니다. 한국어와 영어 LC까지는 침착하게 해나갔는데, LC 60문제를 끝내고 나니 RC 40문제의 한 지문당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게다가 첫 지문부터 어려워서 차근차근 읽었는데도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어야 하는 상황. 시간은 자꾸 가고 정신이 하나도 없는데, 옆에 앉은 남자 분은 일찌감치 풀고 엎드려 주무시기까지! 아득해지려는 정신을 자꾸 붙잡아야 했습니다. 순서 상관없이 앞으로 갔다가 뒤로 갔다가 하면서 조금이라도 쉬워 보이는 지문부터 달려들었고, 한 문제라도 더 그럴듯하게 찍느라고(?) 있는 힘을 다했습니다. 문제가 워낙 많고 어려워서 그렇게 최선을 다한 한 두 문제 정도가 당락을 결정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2차 시험 준비]
1차 시험 끝나고 나서 주말에 쉬고 나니, 여름에 학원을 조금 다닌 것 외에 10월에 모의고사 준비한 것이 전부라, 번역과 에세이 시험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역시나 회사 다니면서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어서, 기출문제 위주로 한영, 영한 번역을 몇 개 해보았습니다. 그리고 혹시 한영 번역에서 모르는 단어가 나올까 봐 한영 자료 중에서 '양심적 병역 거부', '신용 불량' 등의 단어를 추려보았습니다.
[2차 시험- 번역/에세이]
한영과 영한 번역은 각각 신정아 학력위조 파문과 북핵 관련 회담이 나왔습니다. 영한은 무난히 처리하고, 한영의 경우 issue들을 정리할 때 신정아 사건을 빼먹은 것이 아쉬웠지만, 최대한 영어 표현이 반복되지 않고 '영어다운 표현'을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한국어 에세이는 어렵지 않은 주제여서 개요 짜는 데 시간을 충분히 투자한 후, 팔이 아플 정도로 빠르게 써내려 갔습니다. 영어 에세이는 시험장에서 처음 써보는 것이었는데, 역시 한국어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개요를 짜고 나서 쓰기 시작했습니다. 확실히 어휘가 부족해 풍성한 내용을 담지 못하겠더군요. 간결하게, 요지만 드러나도록 마무리했습니다.
[2차 시험- 통역]
토요일에 번역/에세이 시험을 보고 집에 와서 시험용 정장을 준비하고, 수험표 패용용 명찰도 샀습니다. 스터디 한 지도 오래되었고, 학원에서도 모의고사 위주로 준비를 했던 터라, 영어를 입 밖으로 내는 것이 낯설게 느껴져서 합격 수기에 나온 기출문제 위주로 녹음기에 하나씩 녹음해서 실전이다 생각하고 거울을 보면서 바르게 앉아 한영/영한 연습을 몇 개씩 해보았습니다. 처음에 해보니 당황되어 내용이 기억도 안 나고 단어가 안 떠올라 pause가 많이 생기더군요. 시험 때는 최대한 간결하게, pause없이 하자고 다짐했습니다.
일요일 아침 일찍 애경 홀에 도착했습니다. 학원을 같이 다니신 분들끼리 서로 뒤집기도 하고 하시던데, 저는 아는 분이 없어서 혼자 단어 정리한 것을 읽었습니다. 오전 조 중 마지막 순서라 오래 기다릴 각오를 해서 먹을 것도 많이 싸갔는데 별로 먹히지가 않더군요. 2시간 반정도 기다리다가 드디어 호명이 되어 복도에서 대기하게 되었습니다.
시험장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교수님들이 많이 앉아 있어서 당황했습니다. 원래는 두루 eye contact를 하려고 생각했는데, 바로 앞에 계신 분만 쳐다보자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앞에 앉은 교수님께서 통대 시험은 처음인지 물어보셨고, 그렇다고 하니 긴장하지 말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여자 교수님께서 영한을 읽어 주셨습니다. 영한 내용은 황금 돼지해 중국 출산 붐이었습니다. '황금돼지'란 단어를 듣고 내용이 짐작이 가서 비교적 침착하게 들을 수 있었고, 영한이 자신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숫자 하나하나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내용은 '황금돼지해라 중국에서 출산 붐이 일고 있다. 점술가 등에 의하면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신생아들은 복을 받고 태어난다고 한다. 중국은 1가정 1자녀 원칙을 가지고 있으므로 이와 같은 출산 붐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2007년 상해 출산율은 00%로 이는 2006년에 비해 00% 높아진 수치이다' 정도였습니다.
한영은 남자교수님께서 읽어주셨는데, 남북한의 문화차이에 관한 내용이었습니다. '남북한의 문화차이가 통일에 지장을 줄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그러나 어느 세대, 나라간에나 문화차이는 있게 마련이다. 관건은 서로의 문화차이를 인정하고,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문화 차이를 좁히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통역하면서 몇몇 단어들은 아주 수준 낮은 단어가 튀어나왔지만, 개의치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들으면서 대의를 파악하고 기억하려고 했기 때문에, 통역을 마칠 때쯤 빠뜨린 문장이 하나 생각났는데, 오히려 사족이 되겠다 싶어 과감히 포기하고 서둘러 '이상입니다' 하고 마무리 했습니다.
영한과 한영 모두 학원 수업시간에 했던 것보다 내용이 짧고 어렵지 않았습니다. 언어를 전환하는 감이나 센스를 본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떨지 않고 자신감 있게 큰소리로 시험에 임하는 연습을 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회사에 다니며 학원을 다니다 보니 나간 날보다 못나간 날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합격자 모임에 갔더니,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얼굴은 처음 본다는 분들이 많더군요^^) 그러나 은천성 선생님 말씀처럼 공부는 '의지보다는 꾸준히 조금씩 하는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스터디도 많이 하고, 자료도 많이 읽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으신 분들은, 은 선생님 수업 꾸준히 듣고 수업 내용 복습만 열심히 하셔도 내공이 많이 쌓이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꼭 합격이 아니라도, 공부한 만큼 실력이 쌓인다는 긍정적인 태도가 통대 준비라는 긴 여정에 필요할 것 같아요.
학생으로 돌아갈 가능성을 열어준 부모님, 삼재에 시달릴 때 가장 큰 힘이 되어준 오빠, 공부가 어렵다는 걸 알아주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 송이에게 감사하며 합격수기를 마칩니다.
이정희
우선 한국외대통대에 입학하기까지 저를 믿어주시고 지켜봐 주신 부모님, 가족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렵니다. 그리고 저를 가르쳐주신, 삶의 희망을 주는 격언들과 함께, 재미있고 알찬 강의를 제공하시는 은천성 선생님께 감사와 존경의 말씀 전합니다. 이번 합격소식에 환호해줬던, 그 동안 보고 싶어도 자주 못 봐온 친구들과 지인들, 소중한 T, 모두 모두 고맙습니다. 저와 함께 스터디를 했던 분들께도 감사의 말을 전합니다. 저는 학원 수강 기간이 길지 않았습니다. 수업공부에 관해서 간단히, 그리고 1, 2차의 시험 내용과 후기를 적어 보겠습니다.
[수업]
(듣기)
저는 예전에 통역대학원 준비과정 공부를 한 적이 있습니다. 올해 기회가 닿아서 한국외대통대시험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위해 6월에 영어사랑(현재 청문어학원)에 나왔고, 외대통대준비반(주3회)을 처음 들었습니다. 영어뉴스에 대한 感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라, 7월에 실전통역(주2회)으로 수업을 바꾸고, 더불어 '입문청취'(주2회)를 등록해 듣기를 집중적으로 하는 쪽으로 선회했습니다. 수업시간에 듣고 받아 적은 내용은 이미 아는 것이라 하더라도 모든 내용을 다시 한번 점검했고, 될 수 있는 한, 달달 암기했습니다. 그렇게 3주정도 집중적으로 듣기를 공부하니 모든 수업시간의 듣기가 편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은 선생님은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고 철저하게 공부하는 철학으로 양보다 질을 추구하는 강의를 진행하시는 것을 다들 아시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저도 다른 듣기를 별도로 하지 않았고, 복습을 신청하고, 교재인 LC transcript 지문을 최대한 열심히 복습했습니다. 발표수업이 부담되면 입문청취반이나 시사청취반처럼 찬찬히 공부할 수 있는 수업들을 택하는 것도 좋습니다. 저도 '듣기 공부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도 있네!'라는 즐거운 마음으로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7월에 입문청취반 내용이 익숙해지면서 인터넷으로 AP 뉴스도 잠깐이긴 하지만 조금씩 접했습니다.
(독해)
올해에는 따로 신문, 주간지를 본다거나 하지 않았습니다. 6월, 외대통대반 수강을 할 때는 독해문제를 주어진 시간동안 풀 때, 최대한 빨리 답을 찾으려고 했었고, 수업 후에는 스스로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문장을 골라 따로 외우기도 했습니다. 또 듣기를 우선으로 복습하되, 시간여유가 더 있을 때는 단락전체를 외우기도 했습니다. 9, 10월에는 번역/에세이반에서 은 선생님이 직접 출제하신 영어 독해력 평가 약식 모의고사를 매시간 10문제씩 풀었습니다. 그 때도 주어진 시간 내(10문제에 10분)에 빨리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1분 남았을 땐 더 이상 문제를 풀면 안되고 빨리 마킹을 마쳐야 한다는 점도 강조하셔서 그대로 따르려고 노력했습니다만, 실제 시험에서는 아쉽게도 그렇게 못했습니다.
(한한과 뒤집기)
6월 수업 복습 스터디에서 한한을 이틀에 한 번 정도 했으나 다시 시작하는 공부다 보니 그것으로 부족한 것 같아 한한 스터디를 하나 더 해서 7월 한 달은 한한을 매일 30분 안팎으로 했습니다. 6월에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니 갑갑한 기분에다가, 7월부터 실전통역반을 들을 때 발표신청을 해놓고도 미대통령주례연설문 통역을 한 번 하고는, 메모리 스팬이 부족해서 더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한과 부시연설문 암기 확인을 집중적으로 하다보니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불러주시는 내용에 대한 이해력과 더불어 기억력도 좋아지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7월 중순부터인가 수업시간에 제자리에서 혼자 속으로 통역을 해보았는데, 그때 비로소 내용을 제대로 기억해서 막히지 않게 말할 수 있었습니다. 7월 중순을 제외한 6월과 8월에는 일도 같이 해야했기 때문에 스터디를 많이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7월말쯤인가에 가만히 생각해 보니 시험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지 않은 것 같아서 영한과 한영 영영 한한을 한꺼번에 하나씩 하는 스터디를 고나연씨와 했습니다. 특히 영영과 영한을 할 때, 해외파인 나연씨의 유창한 영어발음 덕택에 집중이 잘 됐습니다. 그러다가 8월에 공부와 일을 병행하느라 무리해서인지 9월 중순부터는 몸살을 앓게 되는 등 건강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공부를 좀 쉬었습니다. 그러다 10월 중순부터 다시 공부하자니 외대 1차가 신경이 쓰여서 아쉽게도 2차를 위한 이 스터디는 그 이후로 못하게 됐습니다. 쉬다가 다시 공부하려니 메모리 스팬이 또 떨어져서 한한 스터디만 계속하고 덧붙여 한영, 영한은 조금씩만 했습니다.
(번역과 에세이)
9-10월에는 은 선생님의 토요일 번역/에세이 반을 들었습니다. 우선 수업이 주 1회 토요일 수업이고, 수업을 마친 뒤에 표현정리와 복습을 하면 토요일 오후를 잘 활용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은 선생님은 한국어, 영어에세이를 꼼꼼히 첨삭해 주시고 알찬 조언도 곁들어 적어주시기에, 그 다음에는 더 잘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됩니다. 받은 시험지들은 2차 번역 시험 전날에도 조금 보면서 시간배분은 어떻게 할지, 길이는 얼마나 길게 써야 하는지 그런 기본들을 다시 되새겼습니다. 결국 서론, 본론, 결론의 논지가 분명하게 드러나도록, 그리고 논리적으로 간단명료하게, 시간 안에 마치는 연습을 수업시간에 꾸준히 하면 시험장에서도 몸이 알아서 반응하게 됨을 직접 경험했습니다. 한국어 공부에 관해서는 아래 [1차 시험]에서 말씀드리겠습니다.
(건강관리)
6월과, 7월 말에서 8월말까지 오전에는 일을 하면서, 오후부터 밤이 될 때까지 공부했는데, 제대로 몸을 쉬지 않아서인지, 9월 셋째 주부터 감기와 함께 몸살을 앓게됐습니다. 그리고 머리도 아프기 시작해서 10월 초가 지날 때까지 거의 한 달간 지친 몸과 마음에 충분한 휴식을 줬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집중해서 공부를 못하는 대신, 영작을 하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공부를 하도록 했습니다. 즉, 말로는 자연스럽게 나오는데 쓸 때 실수하는 부분을 정리하면서 동시에 즐거운 일만 생각하고 부담스러운 시험 생각은 안 하면서 보냈습니다. 이 때는 쉬기로 작정한 만큼 정말 푹 쉬어 줬습니다. 너무 바쁘지 않으면 학원 근처나 집 근처에 헬스를 끊어서 간간이 몸을 움직여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이렇게 아프고 나서 10월초에 주위 분들 권유로 한약을 먹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게 이른바 '총명탕' 이었다는데요, 뇌 활동을 촉진시킬 뿐만 아니라, 체질에 맞춰 지어서 심신에 안정감도 주고 편안함을 많이 주는 것 같았습니다. 머리가 아픈 이유는 체력이 딸려서 오는 문제라고 한의사께서 진단을 하시네요. 혈류가 머리까지 원활히 못 올라가서 오는 문제라고요.^^;
[1차 시험]
(한국어)
올해부터 영어시험 문항이 100개로 예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났으나, 배점은 여전히 150점으로, 예년의 한 문항 당 3점이라는 어마어마한 부담이 많이 줄어들어서, 영어 한 문제 당 점수가 1.5점입니다. 그런데 한국어는 30문제이긴 하나 총 50점 배점이고 이번 시험의 각 문항 옆에는 1점 혹은 2점으로 정확한 점수가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한 문제에 2점이면 영어 하나 틀리는 것보다 감점이 더 큰 셈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차 시험에서 무엇보다 영어 실력이 중요하겠지만, 이제는 한국어 시험도 얕잡아 생각해서는 안 될 부분이라 생각합니다. 더불어 한영통역사에게 제일 중요한 것은 모국어인 한국어이므로 당연히 열심히 준비해야 할 의무도 있습니다. 문장에서 빈칸에 들어갈 알맞은 단어+한자 찾기, 한글 음에 맞는 한자 찾기로 산파(散播), 고무(鼓舞)등이 나왔었고, 속담에서 괄호 넣기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가게 기둥에 입춘' 속담의 의미를 물었던 질문 등은 1점이었던 것 같고, 총 5문항의 한국어 듣기(추가예산관련 연설문) 중 적어도 3문제는 '내용 중 가장 강조된 내용, 언급되지 않은 내용' 등으로 각 2점씩이었습니다. 한국어 듣기 중에는 필기를 못하게 되어 있는데, 그런 경우 지문이 나오는 동안 눈으로 선택 안을 보면서 어느 게 지금 나오는 내용이고, 또 어느 것이 어떤 내용인지 눈 도장 찍어가며 풀었습니다. 그래서 한국어 듣기 시험은 예전에 쳐본 적이 거의 없지만, 별 실수 없이 풀 수 있었습니다. 읽기 지문 중에서 접속사를 찾는 문제는 2점이었는데, 전체 글의 흐름을 읽을 수 있으면 답이 보이는 정도였습니다.
저는 한한 스터디를 좋아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한한 스터디를 꾸준히 함에 덧붙여 9월 추석 이후부터 서서히 한국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10월에 포켓 사이즈의 한자성어와 한자단어 책을 사서 중요하다는 별표가 많이 그려진 것을 위주로 선별해서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 계획했던 양만큼 충분히 보지는 못했습니다만, 주로 이동하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하면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내용들은 반복 학습했습니다. 그리고 한국어맞춤법 개정안도 보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에는 맞춤법, 두음법칙, 이번 시험에 나온 '던데 또는 던대' 또는 '오' 와 '요'의 구분처럼 우리가 많이 헷갈려 하고 틀리는 내용들이 다 수록되어 있으므로 보시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시험 한 주를 남겨두고는 그 동안 정리가 안 되거나 또 잊어버린 부분들 위주로 꼼꼼히 보고자 애썼습니다. 특히 관심 가는 부분, 정확한 한국어 구사를 위해 중요하다고 생각되고 흥미를 가지고 있는 부분 등을 열심히 파고든다면 공부하는 즐거움과 더불어 본 시험에서 더 나은 점수를 얻을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1차 듣기)
원래 한국외대 시험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이번 듣기에서는 시사 이슈가 그렇게 많이 다뤄지지는 않은 듯합니다. 속도는 원어민이 편하게 이야기하듯 읽어주는 정도였습니다. 영어는 보통속도로 읽더라도 언어 특성상 자체속도가 빠른 언어인 것 같습니다. 제가 별 지식을 갖고 있지 않은 기독교 관련 문제(다빈치 코드가 포함된 내용)가 나오면서 글에서 언급된 소재 순으로 배열하는 문제가 있었고, 그다지 깊은 관심을 갖지 않았던 '해리 포터'를 소재로 한 문제도 나왔습니다. 문제 자체를 어렵게 내지는 않으신 것 같습니다. 모두들 이야기했지만 답안 선택이 헷갈리게 문제를 내셨더군요. 뒤로 갈수록 조금 더 그랬던 것 같긴 한데, 그럴수록 더욱 듣기에만 집중하고 노트 테이킹은 거의 하지 않고, 들으면서 글 전체의 주제 및 화자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를 생각했습니다. 답이 고민되는 부분 또는 집중력이 약해져서 성급하게 들었던 부분은 듣기 지문이 끝난 뒤 조금 시간을 내어서 되도록 주의에 주의를 더해서 마킹했습니다. 듣기에 비교적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꼬인 답안을 성급하게 선택하지 않으려고 신경 썼습니다. 올해 시험에서도 60문제에 대한 지문 거의 매 꼭지마다 True 찾기 문제가 있었는데, 무엇보다도 하나하나 집중해서 듣고 대의를 잘 파악하시면 전체 글에 대해 맞는 선택 안을 고르기가 쉬울 것입니다. 영어 듣기문제에서는 주제 찾기 능력, 영어 사운드에 대한 친숙도, 글에 대한 분석력, 배경지식(예를 들어 환경에 관한 문제들) 등이 도움을 줬던 것 같습니다.
(1차 독해)
시험장에서 적응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마음이 많이 급해지므로 평소에 시간을 내서 문제를 많이 푸시고 자신만의 전략을 개발하시기 바랍니다. 저는 너무 조심하는 나머지 듣기 마킹을 못한 게 많아서 독해시험이 시작되었을 때도 한 5-6분간은 듣기로 돌아가서 마킹을 신중을 더해서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독해 시험 두 passage 정도를 풀었는데 시간이 한 15-20분 정도 밖에 안 남은 것 같았습니다. 그 때부터는 정말 자신 있게 풀 수 있는 정도의 문제들을 먼저 풀었습니다. Paraphrasing은 선택 안들이 뚜렷이 다를 정도로 쉬었습니다. 밑줄 메우기도 있었는데, 저는 지문을 다 안 읽어봐도 풀 수 있는 이런 종류의 문제를 먼저 풀고, 나머지 문제들도 그런 식으로 골라가면서 풀었습니다. 그렇게 정신 없이 풀다가 한 문항 마킹을 잘못하기도 하고요… 시간이 모자라서 종 치기 30초 전까지도 문제를 풀었습니다. 그래서 중간에 남은 지문 2개 정도는 다 같은 번호로 통일해서 종을 친 후에도 마킹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고는 다 한 걸로 알고 손을 놓은 뒤 시험지를 거둬 가시길 기다렸는데, 눈으로 쭉 보다 보니 빈칸으로 남은 게 무려 '몇 개'씩 이나 보여서 선택 안도 못 보고 느낌이 가는 대로 찍어야 했습니다. 다행히 조금 있다가 감독관들이 오셔서 문제지와 답지를 거둬 가셨습니다. 어느 여자 분은 마킹을 거의 안 하고 있다가 답지 걷기 전에서야 마킹을 시작하신 것 같은데, 걷어가려는 감독관께 배짱 두둑하게 '마킹은 해야될 거 아니에요!'라고 하셨는데요, 단호해 보이시던 그 나이든 여자 감독관님, 굉장히 기분 나빠하고 싫어하셨습니다. 그 분이 결국 답안지를 내셨는지 못 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마킹은 시간 내에 꼭 하시고요, 혹시라도 몇 개 못하셨다면, 배짱으로만 밀어 부치기보다는 감독관의 인상이나 분위기에 맞춰야겠습니다. 저도 하마터면 최후의 몇 문제를 찍기 마킹 조차 못하고 낼 뻔했습니다. --; 꼼꼼히 문제를 푼 저는 다른 분들에 비해 문제를 조금 적게 푼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1차를 붙게 된 것은 답안 선택의 정확도가 높았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많이 풀어서 확률을 높이든지, 아니면 몇 문제 적게 풀어도 제대로 푼다는 생각으로 하시든지, 이에 관해서는 본인의 실력과 판단에 맞춰서 결정 내리셔야 할 것 같습니다.
[2차 시험]
(번역과 에세이)
대부분 2차 필기 시험은 변별력이 별로 없다는 말씀들을 하십니다. 그래도 시험이니까, 무엇보다도 검토할 시간 5분씩은 꼭 남겨두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번역이나 영어 에세이를 쓸 때는 안 그랬는데, 한국어 에세이를 쓸 때는 하다 보니 길이가 길어져서 검토를 반 만하고 내야 했습니다. 번역 1시간, 에세이는 언어별 30분씩입니다. 에세이는 언어별로 따로 시간을 정확히 재면서 준비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영한번역은 한국계 미국인이자 국무부 관리로 북핵 문제를 다룬 적이 있는 Victor Cha의 글로서, 중앙일보에서는 이 글의 앞부분 한역 번역물을 8월인가에 실었고, 저는 인터넷 서핑하다가 우연히 눈으로 슬쩍 본 적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 이 분이 그런 글을 썼다고 했었지…라는 생각을 떠올리며 길이가 길어도 편안히 시험 봤습니다. 수업시간에 번역을 제 시간에 마쳐본 적이 없는 듯해서, 되도록 손으로 한 문장을 번역하고, 눈으로는 그 다음 문장을 보는 식으로 시간을 활용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한이 한영에 비해 길이가 긴 대신 난이도는 높지 않았다고 할 수 있고, 한영번역은 한국식 표현 및 그 표현의 모호함을 잘 살리는지를 보려는 시험 같았고, 길이는 짧았습니다만, 문맥과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어이없는 실수를 안 할 수 있게 나왔습니다. '신정아 사건'을 통해 본 언론, 학계 등의 대응 방식에 대한 비판 에세이였고, 예를 들어, 한자 없이 '양식'이 원문에 등장하면 이게 형태를 말하는 양식인지, 양심과 교양을 의미하는 양식인지 등을 문맥을 통해 이해하셔야 합니다. 검토할 시간은 꼭! 남겨두셔야 되고요, 시간 땡 하면 두 분의 감독관이 냉큼!! 걷어 가십니다. 한국어 에세이 주제는 "과학에는 국적이 없지만, 과학자에게는 국적이 있다"는 주장이 내포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논하라'였고, 영어 에세이는 "최근 방한한 미 하버드 대 최초의 여성 총장이 '대학은 목수를 길러내는 곳이 아니라, 목수를 인간으로 키우는 곳이다'라는 말을 했는데, 한국적 교육상황에 비춰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둘 다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은 아니었으나, 한국어 에세이에서 '논하라'라는 말이 심히 추상적이고 모호하게 들리긴 했습니다.
(인터뷰)
* 영한
번역과 에세이 시험이 총 50점 만점이라면 통역은 총 100점 만점입니다. 점수 배점이 두 배인 것이죠. 마음은 정말 편안히 가졌지만 애경홀에 있다보니 어딘가 긴장의 날이 선 느낌은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역설적이게도 '떨어질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고, '무리해서 잘하려고 하지 말자'라고 되뇌었습니다. 제 실력은 이미 정해진 것이니 괜히 불필요하게 떨 이유가 없다고 담담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냥 현재실력 점검한다는 기분으로 시험을 봤습니다.
이미 마인드 컨트롤을 해서인지 문을 열자 말자 마음이 아주 편해졌고, 들어가서는 '안녕하세요'라고 편하게 그리고 부담 없이 인사 드렸습니다. 교수님들의 반응은 호의적이었습니다. 곽중철 교수님께서 제 번호를 확인하시기에 그렇다고 말씀 드렸으며, 자리에 앉으라고 하시고는 제가 나온 학교에 제가 졸업한 과가 언제 처음 생겼었는지, 그리고 이전에 시험을 친 적이 있는지도 물으셨고, 처음이라고 하자, 시험치는 순서(영어->한국어, 한국어->영어)까지 설명해 주셨습니다. 그러자 외국인 여자 교수님께서 신사임당이 5만원 권 지폐인물로 결정됐는데, 그 소식을 들었냐고 하시기에, '그런 것 같다고'만 대답 드렸습니다. '신사임당'과 '새 지폐'정도만이 제가 알고 있던 내용이었습니다. 다시 '그런 것 같다니??'라고 질문하셨는데, 저는 그에 대한 대답은 드리지 않고 그냥 가만히 앉아만 있었습니다. 제가 급한 성격이어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었고, 평정심을 그대로 유지하고 싶었습니다. 몇 초 후 영한이 시작됐습니다.
"한국은행에서 새로운 5만원 권 지폐 도안의 인물로 신사임당을 선정했습니다. 이 새 지폐는 2009년 상반기에 발행될 예정입니다. 한국에서 여성이 화폐의 인물로 결정된 것은 이번이 역사상 처음입니다만, 여성계에서는 이 결정이 한국사회가 가진 여성에 대한 고정관념을 확인해준다는 반응입니다. 신사임당은 학자 율곡 이이의 어머니이자 서화와 서예에 능한 여성이었습니다. 한국은행 측은 성차별을 없애고 여성의 사회활동참여를 권장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만, 여성계는 여성에 대해 집에서 아기나 보고 가사 일에 전념해야 한다는 인식을 강화시킨다면서 이번 결정을 반대하고 있습니다."
시험문제는 대략 이런 내용이었던 것 같습니다. 외국인 여자 교수님의 목소리가 결코 크진 않았던 것 같고, 으레 그렇듯이, 시험장이라서 그런지 체감속도는 '조금 빠르다'하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한국 뉴스를 영문으로 바꾼 후, 그걸 다시 한국어로 바꿀 때, 문구대로 그대로 직역하듯 해석하면 어색해지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들을 때는 머릿속으로 전체 글의 구조를 분석해 봤고, 또 핵심을 파악한다는 기분으로 들었습니다. 지문이 끝나자마자 pause없이 한국어로 좀 빠르게 옮겼고 거의 빠뜨리지 않고 했습니다. 그런데 좀 빠르게 하다보니 기억에는 'confirm'이 남아있는데도, '강화'로 조금 잘못 나오기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라고 생각하면서 나머지도 그냥 편한 마음으로 했습니다. 통역이 끝날 때, 뭔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는데, 불현듯 빠뜨린 짧은 아이디어 하나가 생각이 나서 pause없이 곧 바로 덧붙이고 마쳤습니다. 그렇게 마치고 나니 왼쪽 두 번 째에 앉아 계시던 정연일 교수님께서 '마지막 문장은 나중에 생각이 났나 보죠?'라고 저를 찬찬히 바라보시면서 물으시는데 저는 그냥 '잔잔히' 웃고만 있었습니다. pause가 길다가 마지막 문장을 말했더라면 좀 민망스러울 수도 있지만, 그나마 이음새 없이 문장을 이어 말해서 점수를 조금 더 주시려나… 그런 희망을 가져보면서…^^;
* 한영
시험을 치고 돌아오는 길에 얼마 동안 못 읽었다는 생각이 들어 시사IN을 샀는데, 그 안에 그 날 오후에 친 제 시험문제가 들어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었습니다. 실은 부담스러워 제대로 읽지도 못하다가 합격자 발표가 나고 다시 찬찬히 봤습니다.^^
"나는 우리 중. 고등학교 학생들이 배우는 세계사 교과서가 참 염려스럽다. 그 교과서들이 서구중심으로 기술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알렉산더 대왕의 원정은 '확장, 진출, 팽창'으로 기록되고, 이슬람 또는 쿠르드의 전쟁은 '침략, 침입, 약탈' 등으로 묘사되고 있다. 중국의 역사기록에서도 중국 중심의 역사 기술이 눈에 띈다. 우리 교과서는 농경민은 문명인으로, 유목민을 미개한 종족으로 구분한다. 이런 교과서를 배우는 학생들이 염려되는 이유는 그들이 자라서 편향된 시각을 갖게 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런 교과서의 기술이 좀 수정해야 되지 않을까?”(11월 첫째 주 시사IN 속의 출판전문가 칼럼을 바탕으로 앞뒤로 아이디어를 덧 붙였음.)
영한에 이어 정연일 교수님께서 '고등학교 때 세계사 공부 해봤죠?'라고 질문 하셨습니다. '네'라고 대답 드렸더니 바로 그 내용이라면서 한국어를 천천히 읽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만 천천히 시작하신 것 같습니다.) 때론 '이슬람'부분엔 더욱 강조해서 정성스럽게 읽어주셨으나, 저는 갑자기 평상시 거의 써 본 적도 없는 '약탈'이라는 단어도 나오고 해서 조금 당황했는데, 그 다음부터 '시험이 왜 이렇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거지' 이런 생각도 들고, 영한을 무리 없게 하고 나서라 그런지 집중이 잘 안 되었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이해하고 뭐라고 그랬는지 기억할 수 없으리만큼(아니, 기억하고 싶지 않아서였겠죠!!^^) 그냥 이해하고 들었다고 '생각'한 부분들을 주제 위주로 이야기했습니다. 목소리는 전혀 떨지 않았고 크고 안정된 것 같았고, eye contact도 두루 자연스럽게 한 것 같습니다. '자, 제가 여기 중요하게 설명 드릴게 있습니다, 저를 보아주세요!' 이런 자세였던 것 같네요. 정확하게 못한 것 같다고 판단하지만, 마치고 나니 정연일 교수님께서는 빈말일지도 모르는데 '수고했어요. 잘했어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시험을 치고 나서]
(1) 1, 2차 시험을 모두 치고 공통적으로 드는 생각은 최대한 시험장과 유사한 분위기를 많이 경험하거나 혹은 시험장 시험 내용보다는 조금 더 까다로운 내용으로 공부하고 준비한다면 실제 시험에서는 훨씬 편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렇게까지 시험준비는 안하고 공부 자체에만 열중한 편이었는데, 대비만 좀 더 철저히 했다면 충분히 더 잘 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시험이 다가오면 기출문제를 꼭 꼼꼼히 풀어보시길 바랍니다. 답을 어떻게 꼬아서 안 보이게 문제를 내시는지도 확인이 되고 정답에 조금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길이 보일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시험대비의 요령도 생길 것 같고, 입시 문제에 익숙하게 되실 겁니다. 무엇보다도 영어든 한국어든 다른 그 어떤 문제보다 기출문제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저는 제 파트너 나연씨가 작년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으로 반드시! 꼭! 풀어봐야 한다고 말을 했는데도 정작 저는 기출문제를 조금 풀어 본 정도였습니다. 기출문제를 되도록 많이 풀어보고 분석하셔서 좋은 결과를 내시길 바랍니다.
(2) 외대 2차 시험안내문을 보면 '인터뷰(interview)' 일정이라고 나옵니다. 사소할지도 모르겠지만, 이 2차 시험은 정말 면대면의 '인터뷰'입니다. 물론 이 인터뷰에서 '뒤집기'를 잘하면 잘할수록 좋긴 하나, 정말 잘하는 통역 그 자체를 찾으려는 의도는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순전히 제 생각입니다. 통역사의 비판적인 사고, 논리적인 사고의 중요성을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도 크게 강조하시던데, 1차, 2차 시험이라는 긴장된 상황에서 이해력과 더불어 분석력, 논리력도 시험하시는 듯 합니다.
(3) 이번 시험을 치르고 나니 주변에 합격하신 분들과 안타깝게 실패하신 분들 간에 공통된 차이점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우선 1차 및 2차까지 되신 분들은 1차 시험 당일까지도 별다른 동요 없이 묵묵히 공부하신 분들인 것 같습니다. 엇비슷한 실력이라면 이런 분들이 합격 확률이 높으신 것 같습니다. 반면에 이번에 운이 안 따라주신 분 들 중에 평소 충분히 잘 하시는데도 너무 걱정을 하고, 자신감을 잃은 모습, 불안한 마음을 끝까지 시험장에까지 갖고 가신 분들을 주위에서 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올해는 꼭 되어야 해(긍정적으로만 작용하면 좋겠지만, 스트레스를 가중시킬 수도 있습니다.)... 나는 작년에 2차에서 떨어지고, 난 정말 뭔가... 난 인터뷰 통역이 안 되나봐(2차까지 갔다니, 난 정말 대단해... 라고 생각하시는 편이 훨씬 나으실 것 같습니다. 이 경우, 문제파악을 하고, 개선 노력만 하면 됩니다.)
정말 적지 않은 기간동안 정직하게 공부해서 얻고 쌓은 실력이라면, 시험이 다가올 때는 자신에게 좀 더 관대하고, 한층 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여유를 스스로 가져야겠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대로, 질적인 공부를 차근차근 잘 따라 하시고, 늘 자기 페이스대로 가고, 마지막 순간까지 어디 약한 부분은 없나 두루두루 살피면서 노력에 노력을 더한다면 이 시험은 반드시 될 시험입니다. 저는 새롭게 공부를 하기 위해 은 선생님을 처음 뵈었을 때, 6월에 선생님이 가르쳐주셨던 'Complacency is the enemy of success.'라는 오늘의 금언이 특히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외대에 들어가서도 긍정적인 태도와 적극적인 학습, 이곳에서 얻은 소중한 배움 등을 잊지 않고, 실천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장효선
이 글을 읽기 전에 여전히 실력 부족으로 고생중인 '운 좋은' 합격자의 글임을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2년 전 봄입니다. 두 번의 휴학으로 2년 늦게 대학을 졸업하고 나서 통역사가 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영어 관련 전공자는 아니지만 영어, 한국어를 비롯한 언어 전반에 관심이 있던 터라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공부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06년]
통대 준비를 하기 위해 맨 처음 등록한 수업은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반이었습니다. 그 전부터 방학 때면 꾸준히 듣던 수업이었고, 그동안 다른 언어에 잠시 미쳐 서 1년 넘게 손을 놓았던 영어의 감을 되찾기 위해 이 수업을 들었습니다. 4월부터는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 종합반을 들으며 본격적인 통대공부를 시작했습니다. 7월부터는 타 학원 수업을 듣기 시작했고 이와 동시에 전부터 알고 지내던 언니와 한한, 문장구역 스터디를 했습니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2006년 한해는 별다른 수확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면..
1) 처음 시험을 보니까 1차라도 붙으면 다행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1차 시험에서도 떨어졌습니다.
2) 수업 시간에 받은 자료를 복습할 때 유용한 단어/표현별로 정리하는데 시간을 지나치게 많이 들였습니다. 문단을 한꺼번에 외워서 입으로 술술 나오도록 하는 연습은 하지 않았습니다.
3) 남들이 다 보는 이코노미스트를 읽고, 남들이 다 하는 스터디를 하면 "언젠가는 붙겠지"라는 생각만 했지 내 수준을 파악하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2007년]
2007년 초 겨울방학에만 개설된 왕초보반(지금의 길라잡이반)을 들으면서 새로운 마음가짐을 다졌습니다. 무엇보다 기초를 강조하시는 은 선생님의 조언을 실천하겠다고 마음먹고 다음 세 가지를 실행에 옮겼습니다.
1) 필사
2) 메모리 스팬과 한국어 구사력 향상을 위한 한한연습
3) 공부자료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일 것
스터디를 시작한 것은 5월쯤입니다. 두 분의 스터디 파트너를 구했습니다. 한한연습과 수업자료 외우기만 했습니다. 두 분과 스터디를 했기 때문에 한한을 하루에 두 번 하는 셈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메모리 스팬이 빨리 늘었던 것 같습니다. 같은 자료를 2-3일의 간격을 두고 두 번 외워서 두 분에게 확인 받았습니다. 공부의 양을 줄이고 질을 높이기 위해 택한 조금은 미련한 방법이었지만 그 때 두 번씩 외운 표현들이 지금도 급할 때면 무심코 튀어나오곤 해서 이 방법이 주효했음을 깨달았습니다.
시험을 10주정도 남겨놓고 다른 친구와 한영, 영한 뒤집기를 시작했습니다. 뒤집기 할 때는 자기 목소리를 녹음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심코 지나치는 사소한 실수를 다시 들으며 잡을 수 있고, 본인은 말했다고 생각하지만 듣는 사람은 기억하지 못해서 불필요한 감정 소모가 발생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습니다. 난생 처음 하는 뒤집기 스터디를 시작하면서 초기에는 그 동안 늘렸던 메모리 스팬이 다 어디 갔나 싶을 정도로 막히기 일쑤였지만 몇 주 지나면서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 말씀이 맞았습니다. 뒤집기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뒤집기는 익숙해지는 연습일 뿐이지 결코 실력이 느는 연습이 아닙니다.
제가 가장 두려워했던 것은 번역과 에세이였습니다. 워낙 덤벙대는 성격이라 단/복수, 관사는 물론 철자까지 틀리기 일쑤였기 때문에 말할 때는 얼렁뚱땅 감춰지던 허점들이 글로 쓰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4월부터 서정아 선생님의 입문 영작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수업을 듣던 날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이제까지 뭘 배웠나 할 정도로 많이 헤맸습니다. 너무 힘이 들어서 몇 주 동안은 수업을 마치고 나면 말 그대로 녹초가 되곤 했지만, 선생님이 나누어주신 한영번역 영어원문을 필사하면서 또 입으로 외우면서 익혀나갔습니다. 문어 표현과 구어 표현을 분별하는 법도 배워나갔습니다. 3개월쯤 수업을 들으니 조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힘들었던 그 시간동안 실력이 가장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7월부터는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 번역반을 들었습니다. 선생님의 꼼꼼한 첨삭이 많은 도움이 되었기 때문에 계속 듣게 되었습니다. 이 때부터는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쓰기 시작했는데 이게 또 문제였습니다. 항상 낮은 점수를 받았고 한참동안 에세이 때문에 막막했습니다. 사실 시험 직전인 10월까지도 그 상태였습니다. 필사에 차츰 소홀해지다 보니 그게 에세이실력에 고스란히 드러난 것 같습니다. 필사로 실력이 느는 것은 더디지만 그 결과는 정말 정직합니다.
그 동안 서 선생님 수업과 은 선생님의 실전통역반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앞에 나가 발표하는 사람들을 보면 주눅이 들었고, 워낙 자신감이 없는 탓에 손에 꼽을 정도로 밖에 발표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발표는 안 해도 수업자료 복습은 반드시 했습니다.
(1차 시험)
단 한번도 토익, 토플 등 공인영어능력시험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1차 시험에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험 1주일을 남겨 놓고 TEPS 모의고사 읽기 문제 40개를 40분 동안 푸는 연습을 했습니다. 제 시간 안에 항상 35-36개밖에 풀지 못했습니다. 실전 때도 그런 상황이 벌어질 것이라 예상하고 어설프게 40문제를 다 풀기보다는 제 시간 안에 볼 수 있는 35개 문제의 정답률을 높이는 데 집중했습니다. 5일 동안 해 보니 정답률이 조금씩 높아졌습니다.
시험을 보고 나와서 분명 떨어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영어 독해부분을 워낙 엉망으로 풀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시간이 모자라서 지문은 보지도 못하고 4지 선다 답안만 읽고 찍은 문제도 부지기수였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1차에 붙었을까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듣기문제에서 점수를 만회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확인할 길이 없으니 영원한 미스터리입니다.
(2차 시험)
번역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생겼기 때문에 비교적 수월하게 답을 쓸 수 있었습니다. 영어 에세이 문제는 평소 연습하던 찬반 문제가 아니라 "대학의 목적은 사람을 목수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목수를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라는 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문제였습니다.
통역시험은 일요일 오후 끝에서 두 번째로 치렀습니다. No filler, No pause, No backtrack을 되뇌며 시험장에 들어갔습니다. 대기 중에는 많이 긴장했는데 막상 시험장에 들어가니 편안한 느낌이었습니다.
교수님께서 영한지문을 먼저 읽어주셨습니다. 미국 학부모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한국형 입시 학원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생각보다 짧았습니다. 지문을 읽으신 교수님 쪽을 바라보고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문장을 일일이 통역하진 못하고 통째로 요약하듯 통역했습니다. 스터디 파트너들이 제가 한한연습을 할 때 앞뒤로 왔다 갔다 하면서 대의를 완성하는 스타일이라고 지적해 준 적이 있는데 영한 통역 때도 그 습관이 나온 것 같습니다. 의외로 떨리지 않았고 목소리도 컸습니다. 한 교수님께서 고개를 끄덕끄덕 해 주셔서 힘이 났습니다.
문제는 한영통역이었습니다. 한국의 짝퉁 상품에 대한 내용이었습니다. 지문을 읽어주신 교수님께서 지적 재산권과 짝퉁이 영어로 무엇인지 아느냐고 물어보셨습니다. 짝퉁은 'fake'와 'knock-off'라고 대답했고, 이 두 가지 단어를 병행해가면서 통역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knock-off'를 'knockout'이라고 말해버렸나 봅니다. 기억나는 문장 몇 개만 통역하고 인사를 드리고 나오려는데 문 쪽에 앉아 계시던 외국인 여 교수님이 웃으시면서 "knockout은 보면 쓰러질 정도로 아름다운 여자를 이를 때 쓰는 말이에요. 그냥 참고하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갑작스레 당황하면 엉뚱해지는 저는 썰렁한 유머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Like me?"라고 말해버리고 말았습니다. 그 후에 '나는 그 망언 때문에라도 떨어졌을 거다.'라고 머리를 쥐어뜯으며 눈물의 1주일을 보냈습니다.
어쨌든 합격했습니다. 그토록 원하던 배움의 기회를 얻게 되어 기쁘기도 하지만 두려움이 더 큽니다. 작년 한 해는 갈피를 못 잡고 허둥댔지만 올해는 기본에 충실한 결과 그나마 이런 실력 향상을 보인 것 같습니다. 통대 준비를 하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영어사랑(현 청문어학원)에서 진짜 영어, 꼼꼼함, 겸손 그리고 인내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결코 이 가르침을 잊지 않겠습니다. 제 영어가 자라는 걸 인내하고 지켜봐 준 스터디 파트너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통역과]
권현진
[이대 통역과 선택 계기]
외대와 이대 중 한 곳을 선택하는 것은 몇 달을 두고 고민할 만큼 무척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은 시험유형을 중점에 두고 어느 곳이 더 유리할지를 보라고 하셨지만, 그 판단도 잘 서지 않았습니다. 수 만가지 장단점을 생각했지만, 결국 어느 시험이 더 의미 있는 실력향상과 연결될 것 인지와 집과 학교간 거리를 염두에 두고 이대를 선택했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쉽고 명확하면서도 정확한 영어로, 논리적으로 전개시키기 위한 훈련이 외대의 듣기, 독해 객관식 시험을 위한 공부보다 더 의미 있고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저 같은 경우 통역과 번역 사이에서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통역과 번역 모두에 매력을 느꼈고, 제 적성과 희망 등을 진지하게 고려해봐도 딱히 한 가지로 답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통역을 전공해도 번역을 함께 해야할 일이 많겠지만, 번역이 제 길이라면 학교에서 제대로 번역공부를 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고민이 몇 달간 통역수업을 들으면서 공부가 힘들다는 것을 느끼자 번역을 도피처로 삼고자 하는 불순한 마음에 일부 기인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과감히 통역을 전공하겠다는 결심을 하였습니다. 이 문제로 은 선생님께 조언을 구했을 때 선생님께선 조급할 것 없이 좀 더 공부를 하면서 나중에 결정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당시 보다 마음을 편히 가질 수 있었고, 지금은 앞으로도 원하면 얼마든지 노력해 번역을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남겨놓은 것으로 만족하고 있습니다.
[공부방법]
저는 외고 영어과 및 대학 영문과 졸업, 1년 어학연수, 2년 직장생활 시 기본적 영어 사용 정도의 경험이 있지만, 이런 이력이 공부에 결정적이랄지,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 영어의 기초가 쌓였을 정도의 교육과 경험이긴 했지만, 별다른 배경 없이 처음부터 시작해서 순수하게 본인의 열정과 노력으로 실력 있는 통/번역사가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이 공부는 새로운 공부를 시작한다는 마음, 기초실력부터 다시 쌓아 가는 방법으로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1. 수업 복습 : 제 공부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했던 것은 수업복습이었습니다. 이는 은 선생님이 크게 강조하시는 바이기도 합니다. 선생님 수업을 듣는 대부분의 학생들이, 수업내용 중 듣기 부분은 각자 반복적으로 들으며 따라하고 외우는 방법으로 복습하고, 한영통역 부분은 암기하여 각자의 스터디 파트너와 점검하는 식으로 공부합니다. 반복하고 암기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복습의 목표이자 가장 좋은 공부 방법인 것 같습니다. 물론 꼼꼼히 시간을 들여 사전을 찾아보고 중요 표현을 정리하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2월부터 수업을 듣기 시작하여, 초기 몇 달간은 지나치게 꼼꼼하게 복습을 해서 하루 수업 분량 복습에 10시간 이상이 걸렸는데, 비효율적인 부분이 많았습니다. 예컨대, 아무 때나 튀어나올 수 있을 정도의 단어가 아니다 싶으면 영영/한영사전에서 하나하나 찾아 따로 노트에 정리하고, 관련 숙어나 표현, 예문, 반대어 등을 같이 정리하는 식이었습니다. 이 방법이 이상적일 지는 몰라도 공부가 단어 중심적이며 지나치게 시간이 많이 들고, 들어간 노력과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보다는 좀 더 많이 듣고 따라하고 외우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 처음 3-4달 가량은 수업내용 복습이 영어 공부의 전부였습니다. 복습만 해도 내용이나 분량이 벅차서 다른 공부를 추가로 한다는 것은 엄두도 나지 않았습니다. 수업복습 자체가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고 느껴지기 시작할 무렵 혼자 또는 스터디 파트너와 수업 외에 별도의 공부를 시작하였습니다.
2. 스터디 : 스터디 자체가 실력 향상이나 합격을 보장하거나 또는 그를 위한 유일한 길은 아니기에, 스터디를 하지 않는다고 해서 초조해 할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수업복습과 한한/영영요약 스터디는 꼭 권하고 싶습니다. 수업복습은 아무래도 스터디를 하는 것이 동기부여가 되고, 자신이 모르는 채 틀리고 지나치는 부분이나 은연중에 나오는 나쁜 습관 등을 스파가 짚어낼 수 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미 대통령 연설문을 예습해오게 하시는데, 이 또한 스파가 있으면 거르지 않고 보다 열심히 외우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한/영영 스터디는, 저 같은 경우 5-6월경 시작하여 시험 직전인 10월 말까지 계속하였습니다. 여러 한글신문의 사설과 Dear Abby가 교재였습니다. 한한은 기본적인 메모리 스팬 확장 및 글의 논지를 파악하여 논리적으로 논지를 전개하고 한국어를 매끄럽게 다듬는 데 효과적이고, 영영은 쉽고 명확한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선생님께서도 계속 강조하신 바이지만, 특히 말로 하는 요약의 경우 Dear Abby와 같은 쉽고 일상적인 글들로 연습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영문기사나 다른 종류의 어려운 글들은 실력과 여유가 된다면 해보는 것도 좋겠지만, 꼭 필요한 건 아니고, 실력이 부족할 경우엔 아무리 해봐야 표현 등이 부정확하고 문법이 깨지기 때문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 외에 8-9월경엔 영한 스터디와 주제별 표현 정리 스터디를 하였습니다. 4명 정도의 인원이 각자 주제/분야별로 쉽고 일반적인, 꼭 알고 있어야 할 단어나 표현을 정리하여 자료를 공유하고 암기하였습니다. 전 한영 뒤집기 스터디는 하지 않았습니다. 발표에 대한 부담이 워낙 커서 수업시간에도 앞에 나가길 꺼렸고, 선생님께서도 말씀하셨듯이 뒤집기는 실력 향상과는 큰 관계가 없고 다만 다른 사람 앞에서 통역해 보는 연습에 지나지 않는다고 믿었습니다. 10월 들어 혼자 몇 번 연습해 보고 시험장에 들어갔는데, 덕분에 시험 때 심적 부담이 컸습니다. 뒤집기 스터디가 필요 없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선생님 말씀대로 9-10월 두 달간 하는 것으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3. 듣기/필사 : 듣기는 일차적으로 이대 통역반 수업시간에 들은 내용을 복습하는 것이 기본이었습니다. 이 외에 처음 몇 달간 은 선생님의 시사청취반을 수강했습니다. 이 수업의 가장 좋은 점은, 선생님께서 복습을 철저하게 시키신다는 것과 주제별로 관련 지식을 쌓음과 동시에 주요 단어 및 표현을 한 번에 정리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또한 개인적으로, 각종 리스닝 자료를 다운받아 반복하여 들었습니다. 무료로 i-Tune을 다운받아 설치하면 미국에서 TV/라디오 등으로 방송되는 각종 듣기 자료를 원하는 대로 골라 다운받아 들을 수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주로 CNN 자료를 다루시기 때문에 전 뉴스 자료는 NBC, ABC 등을, 이 외에 Grammar Girl이나 과학, 역사 등의 주제를 다루는 내용을 다운받아 MP3에 저장해 놓고 수시로 반복해 들으며 띄엄띄엄 따라하기도 하고 표현도 정리하였습니다. 각종 파일공유사이트에 올라오는 오디오 북 등으로도 재밌고 효과적인 공부를 할 수 있었습니다.
필사는 사소한 혹은 중대한 단어/문법적 오류를 바로잡고, 문장에 대한 감을 익히는 데 매우 유용한 것 같습니다. 또한 필사한 글은 그 표현이나 문장이 오래 기억에 남는 것 같습니다. 매일매일 서로 다른 주제의 다양한 글을 필사하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것 외에 여러 주제 및 내용 별 표현을 습득할 수 있었습니다. 전 주로 New York Times, Guardian, Newsweek의 짤막하고 쉬운 기사를 필사하였습니다. 필사는 이대 1차 시험인 에세이에 대비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인 것 같습니다. 위의 여러 장점 외에도, 베끼는 가운데 글을 쓰는 연습을 계속 하면서 에세이를 쓰는 것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습니다. 1차 시험은 대비는, 굳이 따로 시간을 내어 에세이 쓰는 연습을 하지 않아도 필사를 계속하고, 시험 전 몇 달간 수업 시간에 매주 한 번씩 200자, 400자를 쓰는 것으로 충분했습니다.
[시험]
1차 시험 주제는, TV 시청자들이 강제적으로 일률적인 시청료를 내야 하는데 대한 찬반의견을 묻는 것이었습니다. 방송사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강제적 징수를 정당화하지만, 시청자 입장에서는 보지도 않는, 재미도 없는 프로그램, 채널들에 대해서도 돈을 낸다는 게 부당하지 않느냐, 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은 선생님이 평소 에세이를 쓰는 데 있어 강조하신 바가 서론-결론-본론 순으로 쓰는 것입니다. 그러면 글에 보다 통일성을 부여하고, 논지의 방향이 중간에 엉뚱한 곳으로 새거나 논리가 약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전 그래도 시청료를 내야한다는 의견이었고, 질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방송 발전을 위한 재원이 필요하며, 시청료 자체가 부담이 될 정도의 액수가 결코 아니고 반대급부로 얻는 것이 그보다 크며, 다양한 프로그램은 다양한 욕구를 지닌 시청자들을 위해 각기 기여하기에 의미가 있다는 내용을 유치하다 싶을 정도의 쉬운 영어로 전개했습니다. 평소 수업시간에 60분간 400자를 쓰고 검토하는 훈련을 했으나, 막상 시험 땐 70분의 시간에도 불구, 긴장되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아 시간이 촉박하였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5분 가량은 꼼꼼히 한 번 점검하는 데 투자 할 수 있었습니다.
2차 시험은 녹음하는 분 외에 3명의 교수님들 앞에서 진행되었는데, 분위기가 딱딱하지 않았고, 긴장을 풀게 하려고 간단한 일상적인 질문들을 해주셨습니다. 한영통역은, 무엇보다 수업 시간에 배웠던 내용이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주제는, 개발도상국의 아이들에게 한 아이당 노트북 한 대를 지급하고자 하는 구상을 소개하면서, 이것이 책을 주고 읽게 하는 것보다 많은 면에서 비효율적이고 비효과적이란 내용이었습니다. 비교적 평이한 내용과 표현들이었으나, 긴장한 탓에 세세히 기억할 수가 없어 아이디어 흐름을 잡아 전개하면서 몇 가지 세부사항을 추가하는 식으로 통역하였습니다. 영한통역은, 미국 교외지역을 지나치게 개발함에 따르는 주민들의 불만(교통, 오염, 범죄 등)과 그러한 개발의 배경(정부 보조금 등 정부시책, 빠른 인구성장 등) 등이 나왔습니다. 지문이 예상보다 길어 뒷부분은 멍하게 많이 흘려보냈습니다. 속으론 무척 걱정되고 떨렸으나, 겉으로는 기억나는 부분들을 중심으로 짧게나마 차분하게 또박또박 전달하려 노력했습니다.
제 공부방법은, 선배들이 했던 것들을 참고한 것이 일부, 대부분은 은 선생님이 가르쳐주신 방법들입니다. 선생님의 가르침에 의구심을 갖지 말고 가능한 그대로 따를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좋은 공부습관을 들이고 방법을 익히는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엔 혼자 많이 막막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공부방법을 알아가고 사람들도 사귈 수 있었습니다. 좋은 스파들을 만나 학원에서 공부하는 것이 즐거워지고 효과적인 스터디도 할 수 있었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엔, 매 수업 전에 익히는 오늘의 금언들을 되새기며 힘을 얻고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생각했습니다. 끝까지 긍정적인 생각과 믿음, 선생님 말씀에 대한 신뢰, 무리하여 괜한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스스로의 마음과 생활, 공부습관을 컨트롤하는 능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방법이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지속적으로 점검하며 좋은 방법을 습관화하도록 노력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끝으로 평생 지속될 가르침을 주신 은 선생님과, 곁에서 함께 노력하며 힘을 주고 도움을 준 스파들에게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김아영
[1] 1차 에세이 시험 및 준비
1차 에세이 시험의 핵심은 "자신의 생각"을 영어로 풀어내는 데 있다기보다 어떤 주제가 주어지든 간에 이를 "검증된 영어, 즉 틀리지 않는 영어"로 풀어내는데 있습니다. 이는 은천성 선생님께서 에세이 수업 내내 "강조, 또 강조"하시는 바이지만, 안타깝게도 저를 포함하여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제대로 새겨듣지 못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작년 1차 시험에서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그 뜻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시는 '버려야할 자기 식의 영어'와 '검증된 원어민의 영어' 사이의 커다란 차이를 미처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제 생각을 풀어내는 데만 급급했었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7월부터 은 선생님 이대통역반 수업의 매주 에세이 모의고사 시간을 통해서 어떤 주제가 나오든지 '무난한' 글을 작성할 수 있는 '틀'을 만드는데 중점을 두고 연습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 주제는 항상 어떤 이슈에 대하여 자신의 찬/반 입장 및 논거를 제시하라는 식으로 주어지므로, 항상 서론에서는 찬성의 경우에는 'I agree that...' 반대의 경우에는 'I am against the argument that...' 등으로 쓰겠다고 정해두는 식입니다. 다소 도식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서두 부분에서 만이라도 이런 '틀'을 미리 정해두면, 시험 당일 다소 생소한 주제가 나오더라도 적어도 글을 어떻게 시작해야할지 몰라서 망설이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비록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영어로 '제대로' 써낼 자신이 없으면 과감히 버렸습니다.
금년 1차 에세이 주제는 '공영방송의 시청료 징수에 대한 찬반'이었습니다. 썩 잘 썼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평소 학원 모의고사 때와 비슷하게 썼던 것 같습니다. 다만 평소 학원 모의고사 시에는 은 선생님으로부터 늘 '철자, 문법 오류 검토 요망!'이라는 코멘트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결론까지 쓰고 나면 도저히 검토할 시간이 남지 않아 그냥 답안지를 내곤 했었는데, 실제 시험에서는 시간이 10분 정도 남아서 비교적 여유 있게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학원 모의고사 때는 은 선생님께서 일부러 시험시간을 실제 시험시간 보다 10분 정도 덜 주시는데, 그런 조건 하에서 연습한 것이 크게 도움이 되었습니다.
[2] 2차 구술시험 및 준비
부끄러운 고백이지만 저는 2차 구술시험과 관련해서는 기억나는 바가 거의 없습니다. 예년 합격수기를 보면 대부분의 합격자들이 시험 후 상당 기간이 지난 후에도 그 날의 시험문제를 생생하게 기억해내는 걸 보면서 감탄하곤 했었는데, 저는 그 날 교수님의 표정이 어땠었는지, 제가 아이컨택트를 하긴 했었는지, 심지어 교수님께서 읽어주신 텍스트의 내용이 정확히 무엇이었는지도 거의 기억이 안 납니다. 제가 무슨 말을 했었는지는 더더욱 기억이 안 납니다. 제 의지와는 상관없이 입에서 나오는 대로 아무렇게나 막 뱉고 시험장에서 도망치듯 나와버린 기억 밖에 나질 않아 사실 합격자 발표를 기다리는 내내 무척이나 괴로웠습니다.
극도로 긴장하거나 당황한 상황에서는, 영어가 머리를 거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본능적으로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입에 익은 표현'이 아닌, '눈으로만 봐둔 표현, 머리로만 익혀둔 표현'은 차라리 없는 것만 못하다는 사실을 2차 구술시험을 보면서 절감했습니다. 2차 시험 역시 시험장에서 된통 당해보고 나서야 은 선생님께서 평소 '쉬운 영어' '군더더기 없는 영어'를 "강조, 또 강조"하시는 이유를 알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합격을 하긴 했지만, 저 역시 앞으로 공부를 할 때 항상 명심해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3] 그 밖의 공부방법
은 선생님의 이대통역반 수강 외에 별도의 스터디를 하지는 않았습니다. 학원에 모여서 스터디를 하는 분들을 보면서 가끔 마음 한구석에 불안한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스터디를 하지 않은 덕분에 수업에 보다 충실할 수 있었던 이점도 있었습니다.
1) 저는 누군가의 크리틱을 받으며 발표할 수 있는 기회가 수업 시간 밖에 없었기 때문에, 수업 시간에 은 선생님께서 호명하실 때마다 거의 '통과'를 외치지 않고 나가서 발표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통과'를 하고 나면 다시는 앞에 나가서 발표할 용기가 생길 것 같지 않아서 저 스스로와 한 약속이기도 했습니다. 제가 발표했던 부분은 강의파일로 반드시 다시 확인했습니다. '통과'를 외치고 싶은 것을 꾹 참고 앞에 나가서 정말 형편없는 발표를 하고 들어온 날은 강의파일로 그 부분을 다시 확인하는 것 자체가 정말 고문이기도 했지만, 공부하는 동안 스스로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평가할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방법이었습니다.
2) 필사노트 자체가 시험에 임박해서는 유용한 자료가 되었습니다. 사실 저도 처음에는 필사를 매일 빠지지 않고 하는 것에만 의의를 두고, 그날그날 눈에 띄는 기사를 아무 것이나 골라서 했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언젠가 수업시간에 필사자료를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에서만 고르지 말고, 다양하게 고르라고 말씀하신 것이 계기가 되어, 정치/경제/환경/과학,기술/문화 등으로 대략적이나마 분야를 나누어 매일매일 다른 분야에서 필사자료를 골랐습니다. 시험에 임박해서 은 선생님께서 추천하시는 공부 방법 중의 하나가 분야별 관련 어휘 브레인스토밍인데, 저는 스터디 파트너가 따로 없어서 아무래도 혼자 하기에는 힘에 벅차서 며칠 하다가 그만 두었는데, 그 때 필사노트가 좋은 대안이 되었습니다. 저는 1차, 2차 시험장에 갈 때도 다른 자료는 다 집에 두고 필사 노트만 들고 가서 시험 전 대기하는 동안 봤습니다. 자신의 취약한 부분도 수시로 점검할 수 있고, 시험 준비 기간동안에 매일 매일 노력한 흔적이 묻어 있는 노트이기 때문에 심리적으로도 많은 위안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박선화
(저의 경우, 올 해 운이 좋아 이대와 서울외대를 동시에 합격하게 되었습니다. 제 수기가 두서 없지만, 통대 준비를 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저도 작년에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처럼…)
▶통대 지원동기와 준비기간
학부 때 영문학을 전공하고 호주에 1년 정도 어학연수 다녀온 순수 국내파입니다. 하지만, 다행히 저는 운이 좋게 졸업 후 외국계 대기업에서 in-house 통역사로 취직해, 6년 정도 근무한 상태였습니다. 처음에는 통역의 '통'자도 모르고 시작해서, 문화적인 차이나 표현의 뉘앙스, 엄청난 terminology로 고생을 하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요령도 생기고 통역이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실무에서 통역도 배우고 돈도 벌고 일석이조라고 생각하고 '통대 안가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을 한 적도 있지만, 일하면서 통대출신 통역사분들과도 함께 오래 일도 해보고, 나름 통역 노하우가 생기면서 더 큰 욕심도 생기고, 사실 '비통대출신'이라는 'glass ceiling'도 현업에서 경험한 저로서는, 장기적으로 전문성과 qualification을 지니고 싶어서 지원하게 됐습니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자기계발 차원에서 최근 2년 정도는 거의 매달 퇴근 후 통역학원을 다녔구요, 본격적으로 공부한 지는 작년(2007년) 5월에 퇴직 후 5개월간 본격적으로 입시모드에 들어갔습니다. 개인적으로, 직장인이라면 퇴사 후 본격적으로 준비하시는 것이 준비기간도 단축하고 effect도 더 크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저는 외대준비를 하다가 10월에 이대로 급전향한 케이스입니다. 에세이를 전에 써본 적은 없지만, 글 쓰는 것 자체를 좋아하고, 모의고사는 거의 풀어본 적이 없어서, 저에게 이대가 더 맞다는 결심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외대와 이대사이에서 학교선택을 두고 고민하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본인에게 어느 시험이 더 맞는지 신중하게 고민해보시기 바랍니다.
▶스터디 방법
1. 단어 스터디 (1-3월)
이 바닥(?)의 word의 Bible이라 할 수 있는 "Time & CNN 필수 영단어"로 공부했습니다. 단어는 시험이 가까워올수록 따로 외울 시간이 없기 때문에, 연초에 끝내놓는 것이 든든하고 좋은 것 같습니다. 전 이 기간 동안 두 번 외웠는데, Sight할 때 유용했습니다.
2. 한영 (연내 계속)
연초부터 6월까지는 수업 한영 자료를 스파와 그대로 암기해오고 확인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내 방식도 좋지만, 처음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주옥같은 자료를 그대로 외워서 내 입에서 나오도록 하는 것이 좋은 것 같습니다. 7월 이후에는 입시반으로 옮기고, 복습이 아닌 실전처럼 주 2회 정도 꾸준히 한영을 했습니다.
3. 관사 스터디 (8-10월)
Sight 자료에서 관사부분만 blank처리해서 문제풀이방식으로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틀리는 수도 줄어들고, 나중에 에세이 쓸 때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좀 익숙해지자, 한 아티클에서 관사 스터디+숙어 빈칸풀이까지 같이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정말 추천하고 싶은 스터디입니다.
4. 에세이 스터디 (9-10월)
말씀드린 것처럼 10월에 외대에서 이대로 급전향해서 가장 힘든 것이 에세이였습니다. 그래서 뉴욕타임즈 사설 필사를 하루에 두 개 정도 하고, 10월부터는 매일 에세이 한 개씩을 썼습니다. 쓴 후, 파트너와 리뷰하고, 일주일에 한번씩 친한 교포언니에게 에세이 첨삭을 부탁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10월에 타학원 이대반을 딱 한달 수강했는데, 처음 제출한 에세이를 선생님이 우수에세이로 뽑아주셔서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참고로, 총 4번 제출한 글 중 3번 우수에세이로 뽑힌 걸 보면, NY필사와 외국인 첨삭이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은 선생님께 에세이 첨삭은 실전반과 에세이반 포함 총 3개월을 제출했는데, 거의 B만 받았습니다. A 받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B를 받아도 충분히 가능성 있으니 실망하지 마시고, 필사를 꾸준히 하세요.
[시험]
▶1차 에세이
KBS 시청료 징수에 대한 찬반 질문이었는데, 솔직히 전 KBS가 시청료를 징수하고 있는 줄도 몰라서 서론을 아주 엉뚱하게 시작했습니다. 평상시 연습할 때는, 항상 시간 내에 많은 양을 써서 방심한 탓인지, 실전에서는 시간 안배와 logic을 잘못 세워서 70분 시험 중, 45분이 지나서야 다시 새로 logic을 바꿔서 바로 답지에 부랴부랴, 최대한 쉬운 영어로 읽기 편하게 썼습니다. 500자 내외로 쓰라고 했는데, 아무리 봐도 300자가 겨우 넘어 보였습니다. 결론의 두 번 째 문장을 쓰다가 시간이 다 되어서 얼른 매듭짓고 펜을 놓아야했습니다. 그래서 1차 시험 끝난 후 한참 동안 우울해서 강의실에서 나오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2지망까지 붙은 것을 보면, 교수님들께서 분량이나 fact자체 여부보다, 글 내부의 logic과 fluency를 우선시하는 것 같습니다.
▶2차 번역 (2지망)
전 통역과를 지원했지만 번역과 준비하시는 분을 위해 간단히 알려드립니다. 분량은 A4용지로 두 장이고, 한영, 영한 각 한 장입니다. 내용은 전반적으로 평이하지만, 분량이 제법 많아서, 전 한영의 마지막 단락은 다 못하고, 요약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영한에서 모르는 단어가 하나 있었는데, 괜히 엉뚱한 소리해서 감점 맞느니, 과감하게 그 부분을 빼고 문맥상 자연스럽게 연결하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갔습니다. 2지망이라서 부담이 없어서였는지, 전반적으로 무난한 시험이었습니다.
▶2차 통역
오전에 번역시험을 보고, 오후에 뒷번호여서 거의 세시간 정도를 기다리고 시험을 봐서 완전히 지친 상태였습니다. 한 선생님이 통역시험 볼 때 최대한 냉철하고 professional하게 보이라고 말씀하셔서, 깔끔한 정장에 화장도 나름 신경 쓰고 나니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읽어주시는 속도는 한영, 영한 둘 다 아주 빠릅니다. 교수님께서 읽어주실 때 저도 모르게 바보같이, '읽어주는 목소리 정말 좋다, 발음도 좋고.. 그런데 속도는 왜 이렇게 빠르지..?' 이런 생각이 절로 들어서 내용을 많이 놓쳤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평소에 시험장에서 교수님이 읽어주신 후 바로 통역을 해야한다는 점을 워낙 강조하셔서, 내용이 정리도 안된 상태에서 통역을 시작했습니다…
첫 문장을 다소 천천히 말하면서 전체 내용을 기억하려고 애썼습니다. 한영은 전체 내용을 주제위주로 50%로 정리해서 요약해서 통역했고, 영한은 다 듣고 나서 blackout이 되어서, 30%정도만 cover한 것 같습니다. 대신 기억나는 내용 위주로 logic에 맞춰하려고 노력했고, 안타깝게도 결론은 생각나지 않아서, 3초 정도 머뭇거리다가 과감하게 '여기까지 하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제 바로 앞에서 면접을 본 사람이 10분 넘게 시험을 본데다, 전 5분도 안 되어 다 끝나버려서 불안했습니다. 추가질문 없이 바로 '수고했습니다.'하고 나가라고 하셔서, 자신 있는 목소리로 '감사합니다.' 하고 나왔는데, 겉으로 당당한 척 하고 나왔지만, '내 일년 공부, 지난 몇 년의 공부가 이 5분으로 끝나는구나'라고 생각하니 씁쓸했습니다. 영한 coverage가 너무 적어서, 집에 와서 밤에 누웠는데, 선생님들 읽어준 내용이 하나 둘 계속 생각나면서, 며칠 간 마음고생을 했는데, 다행히 합격한 걸 보면 제 당당한 (척하는) 모습에 점수를 주신 것이 아닌지…^^
▶마치며..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면서, 퇴근하고 틈틈이 학원 다니던 저에게 full time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5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토록 바라던 full time 학생이 되어서, 학원도 무리해가면서 두 군데씩 다니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험 볼 때까지 자습실에서 학원 문닫을 때까지 공부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공부하실 때 정말 길고 지겹게 느껴지시겠지만, 본인이 하고싶은 공부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positive mind'인 것 같습니다.
항상 강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많은 도움 주신 은 선생님 (크리틱을 들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나고 나니 선생님 크리틱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힘든 기간 함께 준비한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감사드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고3 수험생 학부모 이상으로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남편, my better half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한인경
저는 지난 2년 간 영어사랑학원(현재 청문어학원)에서만 수학했습니다. 저만의 공부 방법이란 것도 없었을 뿐더러 은천성 선생님의 교육 철학과 수업 방식이 좋아서 그냥 선생님께서 하라는 대로 다 했습니다. 올해 이대로 전향한 후 필사가 덧붙여 진 것 외에는, 기본적으로 암기와 청취에 주력했습니다.
[암기: 닥치는 대로 외우자]
우선 제일 중요한 것은 수업자료. 선생님께서 주시는 한영, 영한은 물론, 에세이 배경자료, 영영 자료, 연설문 모두 외웠습니다. 연설문도 처음에는 한 번 외우는 데만 8시간 정도 걸렸으나 지금은 2시간 반 정도면 다음날까지도 웬만큼 기억 다 납니다. 연설문은 제 경험상 귀찮다고 반으로 나누어 외우는 것보단 통째로 다 외우는 것이 좋더군요. 글의 내용의 논리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연설문은 군더더기가 없고 내용이 반복되기 때문에 처음에만 고생하면 나중엔 오히려 외우기 쉽고 재밌어집니다.
영영 자료로는 Dear Abby나 오늘의 이야기를 사용했는데 적어도 4개월은 꾸준히 해야 어느 정도 fluency도 살아나고 메모리 스팬도 늘어나는 것을 느꼈습니다.
필사는 주로 NY Times를 애용했습니다. 어느 정도 문법 실수가 적어졌을 때 요약과 필사를 반정도 섞고 일주일에 한 번은 Dear Abby를 요약했습니다. 어쩌다 필사가 밀린 경우엔 몰아서 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이럴 경우엔 암기가 힘들어 지므로 짧더라도 매일 하는 것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뉴스위크 암기를 위해 자료를 고를 때는 우선 인터뷰를 중심으로 찾아보시면 됩니다. 한글판이 번역되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인터뷰 외에도 좋은 기사들이 많이 있으니 한 페이지 정도에 달하는 기사를 외우는 것도 좋습니다. 뉴스위크 스터디는 일주일에 한 번씩 주말에 했으며 인터뷰 같은 경우는 2개정도, 일반 기사를 외울 경우는 1개정도 외웠습니다. 스터디를 할 때는 대화 단락으로 끊어 한글을 불러 주면 영어로 하면 됩니다.
*암기의 요령*
필사, 수업자료, 뉴스위크 암기, 연설문, 뒤집기 스터디 자료까지 외운다면 종종 입에서 단내가 아닌 쇳내가 나는 경우도 있으며 더 외우다간 토하겠다 라는 생각도 들 수 있습니다. 외우는 것의 목적은 표현을 내 것으로 만들고자 함이지 암기력 테스트가 아니므로 단어의 나열을 외워선 안 될 것입니다. 우선, 내용을 충분히 숙지해서 머릿속에 완전히 입력합니다. 그리고 외우면서도 아, 이런 표현은 나중에 써먹어야겠다 하고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 기회가 왔을 때 좀 더 잘 기억납니다. 외울 때는 제 경우에는 숙어처럼 표현만 골라서 외우진 않았습니다. 반드시 글 전체를 외웠습니다. 글을 통째로 외우면 1. 비록 입으로 나올 표현은 아닐 지라도 관련 단어를 배우게 되어 독해나 청취에 도움이 되고 2. fluency 가 살아나고 3. 표현의 빈도를 알게 됩니다.
연설문이 막상 발표할 때 생각이 안 난다면 좀 더 많이 외우시면 됩니다. 오후에 한 번, 자기 전에 한 번, 아침에 일어나서 한 번 그리고 수업 시간 전에 또 보시면 생각이 많이 나실 겁니다.
[청취]
수업시간에 하는 청취교재(파란 책)만으로는 부족한 감이 들어 여기저기서 꼭 최신 자료가 아니더라도 구해서 들었습니다. CNN이나 YTN, NPR 등 스크립트가 있으면 정말 좋습니다. 들었다는데 의미를 두고 많이 손대는 것보다는 적은 자료를 꼼꼼히 하는 게 실력향상에는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파란 책을 복습할 때 이미 수업시간에 한 번 들어 내용을 아니 청취 자료로서 가치가 떨어진다고 여겨질지 모르나 집에 가서 들어보면 내용을 이미 들었다고 해서 그대로 다 할 수 있는 건 아니었습니다. 분명 여전히 못 알아듣는 부분도 있고 말하다가 빠진 것도 있습니다. 거의 다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몇 번이고 하다 보면 적어도 3번은 듣게 되고 표현도 더 오래 기억납니다. 마지막엔 영영을 해서 복습을 마칩니다.
하루에 청취 복습 및 그 외 본인이 더 하고 싶어 기본 3시간을 청취에 쏟고 나머지를 암기에 쏟아 붓는다고 해도 여간 할 게 많은 것이 아닙니다. 그래서 저는 매일 아침 그 날 할 공부를 항목별로 적었습니다. 바쁜 날엔 시간대도 적어 스케쥴을 짰습니다. 매일같이 스케쥴을 짜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공부분량과 그에 필요한 시간도 알 수 있습니다. 하루를 버리지 않고 충실히 살 수 있지요. 적어 놓은 것은 많은데 한 것은 별로 없다면 반성도 많이 되고요.
[1차 시험]
1차 시험의 문제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공영방송이 시청료를 징수하는 것에 찬성하는가 반대하는가 하는 입장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마침 KBS에서 공영방송에 관한 토론을 봐서 내용전개나 시간 분배에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찬성하는 이유로, 민간 방송처럼 시청률 제고를 위해서 시청자가 원하는 프로그램만 만든다면 정작 사회에서 중요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는 이슈들 (소수민족의 문제 등)은 아무도 만들려 하지 않을 것이므로 그들에게 자원을 제공해 주어야 한다. 또한 공영방송이 시청률의 압박에서 벗어나고, 충분한 재원이 마련된다면 더욱 큰 전 세계 다른 방송국들과 연계해서 양질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아시아의 이민의 추세라던가, 철새의 이동을 하나의 다큐멘터리로 만들 수 있지 않겠는가. 민영 방송이 만들어 내는 시청률 1위의 프로그램은 대부분 드라마 등 오락 프로그램으로, 차별화 된 좋은 프로그램, 알아야 할 가치가 있는 내용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어 내는 것이 공영 방송이 할 일이다 라고 썼습니다. 표현은 정말 이렇게 써도 될까 싶을 정도로 간단하고 단순하게 쓰되, 대신 검토를 해서 문법적 실수가 없도록 했으며 튀는 표현은 쓰지 않았습니다.
[2차 시험]
강의실에 들어가니 오른쪽 구석에 교수님 한 분이 앉아 계셨고 마이크 뒤로 한영과 영한을 두 분이 번갈아 가면서 읽어 주셨습니다. 개인적인 질문이나 인사는 없었고 시험이 바로 진행되었습니다. 들어가기 전엔 '모양새는 어떻든 아는 대로 열심히 말하고 나오자'라고만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가 앉으니 긴장이 돼서 퍼포먼스는 집어치우고 일단 편안한 자세를 잡자 싶어 평소에 스터디하는 자세로 턱에 손가락을 대고 듣기 시작했습니다. 듣다 보니 제 고질병인 얼굴이 빨개지다 못해 거의 타버리기 직전까지 가더군요. 하지만 은 선생님께서 얼굴이 빨개지는 것은 괜찮다고 하셨기 때문에 내용전달에만 충실했습니다. 다행히 내용은 학원 수업시간에 청취로 한 번 다룬 적이 있는 내용이 나와 기억하는데 어려움은 없었습니다. 제가 발표한 한영 내용입니다.
교육에 있어서 책은 중요한 수단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로 교육의 도구로서 책의 중요성이 점점 잊혀지고 있다. 최근 MIT 공대 한 연구팀은 Laptop per child 라는 프로그램을 발족시켜 아프리카 어린이들에게 노트북을 한 대 씩 제공함으로써 교육의 기회를 늘리고자 하였다. 이들은 이 노트북이 문맹률을 낮추고 좀더 양질의 교육이 이루어 질거라 믿고 있다. 이 노트북은 한 대 당 100 달라 미만이다. 하지만 100달러라면 한 달에 한 학교가 30권의 책을 살 수 있다. 책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교육수단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책은 문맹률을 낮출 뿐 아니라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일수록, 자원봉사 등의 사회 활동에 더욱 적극적이라고 한다. 우리 사회를 더욱 좋은 사회로 만들기 위해선 그러므로 독서가 중요하다.
바로 영한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을 가다듬을 겨를도 없이 너무나 빨리 읽어 주시는 바람에 통째로 몇 문장씩 그냥 날아갔습니다. 평소, 모의고사의 속도에 맞춰 공부했었는데 웬걸, 마치 뉴스 속보를 듣는 기분이었습니다. 너무나 절망해서 이해했다고 생각한 내용만 말했습니다. 제가 '발표'한 내용입니다.
여기저기서 도심 외곽에서 난 개발이 이루어지고 있다.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결코 달가워하지는 않는다. 이런 도심 외곽지역의 난 개발을 정부가 보조금까지 들여가며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인구과잉 때문이다. 엄청난 인구증가로 그에 따른 여러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개발을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난 개발을 막기 위해선 우선 인구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말을 끝내고 나니 '앗, 벌써 끝?' 이라는 의문의 표정을 하셔서 잡은 내용이 정확한 건지도 모르겠고 제대로 망쳤다는 생각만 들었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할 만큼 했다'라고 마음을 달래며 조용히 인사드리고 나왔습니다.
[마치는 글]
작년 초만 하더라도 '발표'는 고사하고, '통과'도 용기를 내어야 말할 수 있었습니다. 암기도 그다지 열심히 하지 않았구요. 그러다가 작년 7월부터 열심히 암기를 했고 암기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조금씩 뱉는 양이 많아지자 공부가 정말 재밌어졌습니다. 노력과 완성의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이니 종종 황량한 사막을 홀로 걷는 기분이 들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성장의 기쁨이 더 큰 것 아닐까요. 수험생이라면 각자 마음에 품는 어구가 있겠지만 지치고 수렁에 빠진 기분일 때 (공부를 안 할 순 없으므로)나 결과가 보이지 않아서 악에 받쳤을 때 '지성이면 감천이다', 나태해 졌을 때 '자만은 무사의 적이다' (옛날 검도장 관장님 말씀), 발표를 망쳤을 때 '오늘 일은 없었던 일로' (수업 끝나고 저녁 먹을 동안까진 우울하지만 하룻밤 자고 나면 괜찮아짐). 내년 이맘 때쯤이면 훨씬 더 성장해 있을 우리의 모습을 기대하며 글을 마칩니다.
[한영번역과]
강선정
영문과 졸업 후 영어 쓸 일 전혀 없는 직장생활 2년에 종지부를 찍고 서정아 선생님 이대번역반 수업을 3월부터 10월까지 꾸준히 들으면서 본격적으로 공부했습니다. 10월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주말 번역/에세이 수업을 병행했습니다.
[시험]
1차 - 에세이
KBS 수신료 인상 찬반을 묻는 문제로 한글지문이 한 페이지 가득 나왔는데 주로 비판적인 내용이었습니다. 아이디어가 안 떠올라서 당황했기에 시간을 좀 잡아먹었습니다. 결국 지문에 있는 내용을 참고해서 2가지로 논거를 잡아 짧게 적었습니다. 250자도 못 적은 것 같습니다. 수업시간에 늘 하던 대로 서론-본론1,2-결론 형식으로, 애매한 표현은 쓰지 않고 확실히 아는 쉬운 표현만 썼으며, 검토하면서 실수한 부분을 고쳤습니다. 본론까지 검토하자 시간이 다 됐습니다. 자기 생각이 없고 분량이 모자라 떨어졌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2차
평소 수업시간에 한영을 더 어려워하고 시간도 많이 걸렸기에 한영부터 하고 마지막 한 문단은 남긴 채 영한을 시작했습니다. 영한을 끝낸 후 한영 나머지 문단을 하기보다는 검토를 하기로 하고 답안들을 꼼꼼히 읽으며 실수한 부분을 고쳤습니다. 매 시간 제한된 시간 내에 답안을 제출하는 실전형 수업을 꾸준히 들으면서 저 자신을 파악했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제게 맞는 시간분배를 할 수 있었고, 기본적인 실수(철자, 시제, 인칭 등)는 치명적이니 검토를 꼭 하라는 서정아 선생님 말씀을 따랐습니다.
- 영한
탈산업사회의 패러다임 변화에 대한 내용으로, 책 저자의 주장을 소개하는 글이었습니다. 어려운 단어는 많지 않았지만 마지막에 쉼표로 구가 계속 이어지는 긴 문장이 나왔습니다. 글의 유형도, 길게 이어지는 문장도 수업시간에 몇 번 다뤘기에 크게 당황하지 않고 끝까지 다 풀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한영
'social investment'에 대한 설명문이었습니다. 동 개념의 형성, 발전, 각 국 전파 과정을 서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사회복지 일반적인 내용이라 전문용어 같은 것은 없었지만 단문은 거의 없고 조금 긴 문장이 주였습니다.
[공부방법]
- 영어/국어 읽기
IHT를 일주일에 한 부를 사서 매일 원하는 만큼 읽고, 타 학원 모 선생님께서 개인 홈페이지에 격일로 올려주시던 공개자료를 출력해 주요 시사를 따라잡았습니다. 주간지 <시사인>을 매주 사서 읽고 한겨레신문, 매일경제, 매경이코노미도 가끔 봤습니다.
- 필사
3월부터 매일 (밀리면 며칠 치를 한꺼번에) 노트 한 페이지 이상 필사를 했습니다. 주로 IHT, NYT, 가끔 Boston Globe, Economist 등 그 날 읽은 기사 중에서 맘에 드는 걸로 하고 수업자료 중에 선생님께서 글이 좋다 하신 것도 이용했습니다. 오늘 것 하기 전에 어제 것을 다시 한 번 보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복습했습니다. 처음 몇 달간은 한 번에 한 문장씩 외워 쓰다 두 문장, 한 문단으로 그 양을 늘려갔습니다.
- 에세이
매 수업시간 실전연습 외에 개인적으로 따로 써보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배경자료 복습하고, 첨삭 받은 답안의 교정된 부분은 빨간색으로 고쳐서 노트에 깨끗하게 다시 써서 정리, 수시로 봤습니다. 꾸준히 필사하면서 한국식 표현이나 실수를 줄여나가야 함은 물론입니다.
- 영한
영어/국어 읽기를 꾸준히 하고 수업자료 복습과 함께 첨삭답안을 꼼꼼히 읽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께서 추천해주신 <말이 올라야 나라가 오른다>를 사서 틈틈이 읽었습니다. 무엇보다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일러주시는 요령을 내 것으로 만들고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모국어로 글을 쓸 때 발생하는 오류는 습관적으로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한은 혼자서 공부하기보다는 학원수업을 듣고 첨삭을 받으면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한영
수업자료 원문을 정독하면서 외운 다음 한글지문을 보면서 외운 대로 옮깁니다. 틀린 부분이 없을 때까지 반복했습니다. 원문 암기와 동시에 선생님께서 번역하신 한글지문도 여러 번 읽게 되니 영한공부에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 필사, 에세이, 한영 첨삭노트 반복해서 보기
따로 애써서 만든 것은 아니고 어차피 공부하면서 한 번 이상 써보게 되는 점을 이용했습니다. 늘 몇 권씩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틈 날 때마다 봤습니다. 집에서는 책상에 앉아 공부하기 힘들 때 침대에 누워 노트 보면서 쉬기도 하고 잠 안 올 때 수면제 대용으로^^; 이용하기도 했습니다. 시험 몇 주전부터는 새로운 내용을 찾아 읽기보다는 노트를 복습하니 마음도 안정되고 잊어버렸던 부분도 환기되어 좋았습니다.
- 기타
Daily English 사이트를 이용, 8월 초까지 뉴스 받아쓰기를 종종 한 페이지씩 했는데 끝까지 하지 못한 것, 독서를 많이 하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학원수업]
서정아 선생님 수업은 3월 첫 수업부터 끝까지 (분량과 난이도는 점차 조정되었지만) 매시간 실전처럼 진행되었습니다. 일정 시간 안에 학생들이 영한, 한영, 에세이를 직접 써서 제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선생님께서 총평, 크리틱을 하십니다. 제 경우, 수강 초기 서너 달 동안 영한은 엉망이나마 반 정도라도 써냈지만 한영은 대개 반도 쓰지 못했고 제출조차 못한 날도 부지기수였습니다. 에세이는 작성 형식을 알려주시고 설명이 풍부한 지문과 찬반자료까지 주시면서 거기 있는 표현을 이용해서 쓰라고 하셨지만 그때는 그것도 어찌나 어려운지 수업을 마치고 나오면 늘 울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선생님께서도 초반이라 그러셨는지^^ 항상 격려해주시고 조그만 장점이라도 칭찬해주시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하는 사항들을 반복해서 강조하시며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큰 힘이 됐습니다.
쉬는 시간도 따로 없이 빡빡하게 돌아가는 (수업 마치면 매일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느낌이었습니다) 실전형 수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실제 입시에 가장 큰 도움이 되었다고 확신합니다. 별도의 스터디 없이도 매주 두 번씩 실전연습을 할 수 있었고, 그만큼 많은 답안지를 첨삭 받을 수 있었으며, 매 시간 새로운 문제를 접하니 자습에 대한 매너리즘에 빠질 겨를 없이 항상 긴장하게 됩니다.
선생님께서 엄선하신 수업자료(=실전문제) 역시 빼놓을 수 없습니다. 이대, 특히 번역과 특성상 시사에 치중하기보다는 인문, 사회, 과학 등 여러 텍스트를 접할 필요가 있는데 혼자서는 그런 자료를 찾기도 선정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서정아 선생님 수업에서는 신문기사는 물론이고 그 외 다양한 분야/종류의 지문도 종종 다뤄서 좋았고 다른 자료를 개인적으로 추가로 찾기보다는(특히 한영) 수업자료를 한번 더 봤습니다. 실제로 2차 시험 영한지문(책 저자의 주장 소개 글)과 한영지문(사회과학분야 설명문)이 수업시간에 종종 다룬 유형이어서 난이도를 떠나, 낯설거나 당황스러운 느낌은 없었습니다.
10월에는 은천성 선생님의 번역에세이 주말반도 함께 들었습니다. 1회 수업시간이 길어서 더욱 실전과 유사하게 시험연습을 할 수 있었고 일년간의 주요 이슈 중 엄선하신 문제와 자료가 참으로 든든했습니다. 시험 직전이라 학생 수가 무척 많았음에도 꼼꼼하게 에세이 첨삭해주신 은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蛇足]
실력이 부족해 부끄러운 운 좋은 합격자이지만 그동안 이대 번역과 합격수기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이 아쉬웠기에 나름대로 열심히 적어 보았습니다. 모쪼록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서정아 선생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여기까지 오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선생님께 배웠습니다. 늘 곁에서 힘이 되어준 마로와 상경 후 자리잡기까지 물심양면으로 도와준 아정, 고맙고 사랑한다^^
김경진
저에게 합격자 수기를 쓰는 것은 부담스런 일이었음을 먼저 밝힙니다. 공부분량이 그리 많지 않았고, 또 당시 수험장 시험 문제 유형(특히 2차)이 거의 생각이 안 났기 때문에 무엇을 써야하나 정말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하지만, 저 역시 합격 수기를 읽고 많은 힘을 얻었기 때문에, 합격자로써 당연히 써야할 도리라 생각하며, 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저는 국내 대학 영문과 졸업, 직장생활 4년차입니다. 통역번역대학원준비는 대학 4학년 때 1년간 했지만, 불합격의 고배를 마신 뒤, 공부에는 적성이 없다고 생각하고 접었습니다. 그 뒤 국제협력계통의 일을 하며 직장생활을 했습니다. 그러나 직장생활에 만족할 수가 없었고. 좀 더 공부를 해서 전문직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도 있고, 합격의 확신도 없어서 계속 직장생활을 했고, 2006년, 2007년 2년간 학원을 다니며 준비를 했습니다.
[2007년-영어사랑(현 청문어학원)에서]
2006년에는 타학원 번역반을 수강했습니다. 그러나, 직장 행사가 너무 많아서 결석도 잦았고, 공부도 띄엄띄엄 해서 별 도움이 될 것이 없어 생략하겠습니다. 2006년 이대 번역과 1차 시험부터 고배를 마시고, "아! 나이도 있고 내년엔 꼭 붙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2006년 12월부터 영어사랑학원(현 청문어학원) 번역/에세이반(당시에는 평일반)을 수강하기 시작했습니다. 회사에서 강남학원까지 1시간 정도 걸려서 늘 학원 시작시간보다 30분 늦게 도착했지만, 결석은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고,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들으려고 했습니다.
[평소공부방법]
-수업시간에 집중해서 듣기-
봄에는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 번역반이 신설돼 은천성 선생님의 주말 번역/에세이반과 병행해서 들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 수업은 수업시간에 본인이 글을 써보고 번역하는 시간이 주라서 저는 이 수업을 전략적으로 활용했던 것 같습니다. 번역과 에세이 쓰기 모두 수업시간에 하는 게 전부일 정도였고,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수업시간에 배웠던 중요한 표현이나 따라가지 못했던 것은 주말에 몰아서 복습했습니다.
-필사-
선생님들 말씀대로 매일 꾸준히 하려고 했습니다. 저는 주로 가디언, 뉴욕 타임즈 헤드라인기사를 그날그날 하나씩 회사에서 출력해 가방에 챙겨 넣었습니다. 화목은 학원 수업이 있는 날이고 직장 끝나고 학원 오가고, 수업 듣다보면 따로 공부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필사는 주로 수업이 없는 월, 수, 금, 토, 일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꾸준히 하는 식을 취했습니다. 학원 수업이 없는 날은 퇴근하고 공공 도서관에 가서 1-2시간씩 출력해 놓은 기사를 찬찬히 읽어보고, 단어 뜻 찾고, 그 기사 중 1-3 문단 필사하는 방식으로 공부했습니다.
-꼼꼼히 읽어보기-
은 선생님이 강조하시던 양보다 질이라는 공부방법은 저 같은 직장인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양보다 질은 자신 있었습니다. 제가 꼼꼼히 읽어보기 공부방법을 쓴 자료는 학원 수업자료, 그리고 필사용으로 매일 출력해 놓은 기사가 전부입니다. 따로 영자잡지를 구독해서 본적은 없었지만, 학원 수업자료 및 필사용 기사는 꼼꼼히 읽어보며 공부했습니다.
-단어 정리-
꼼꼼히 공부하기, 양보다 질 위주의 공부방법으로 단어정리를 추천합니다. 수업자료 및 필사용 기사에서 나오는 단어 및 풀리지 않는 의문점등은 매일 단어장에 옮겨 적었습니다. 그러나 한번 단어장에 적어 놓고 다음 번에는 쳐다보지도 않기가 일쑤여서, 노트를 반으로 접어 왼쪽에는 한글로 뜻을 적고, 오른쪽에는 빈칸으로 남겨두는 식으로 정리했습니다. 다음날, 전날 단어 정리한 것을 퀴즈형식으로 풀다보니, 이전보다 단어암기를 재미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1차, 2차 시험]
-1차-
2007년 목표는 이대번역과 1차 시험 합격이었습니다. 그래서 2차 시험준비에 대해서는 그리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1차 에세이 준비를 위해, 제가 쓴 방법은 매일 필사하기, 하나를 읽어도 꼼꼼히 읽기, 그러기 위해 단어를 정확히 외우기(단어정리)였습니다. 에세이는 학원에서 써 본 게 전부였고, 또 그다지 A를 많이 받아본 적도 없어서 자신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험 2-3달 전 서 선생님 말씀대로 서론, 본론, 결론을 간결하게 나누는 식으로 틀 만들기에 신경을 쓰다보니, A도 가끔씩 받았고 자신이 생겼습니다. 저는 공식대로 글을 썼습니다. 시작은 I agree, disagree등으로 간단하게 시작해 주장을 전개했고, 본론도 first, second, third로 무조건 시작했습니다. 결론은 to sum up으로 시작해 간략히 본론을 요약하고, therefore로 시작해 다시 한번 주장을 마지막으로 전개했습니다. 제가 서 선생님에게 배운 이 공식대로 모든 글을 쓰다보니, 글 쓰기가 훨씬 수월했습니다.
-2차-
2차 시험은 한영번역의 경우 많이 쓰질 못해서 떨어질 것이라 생각했지만, 다행히 붙었습니다. 1차 시험위주로 공부를 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드릴 말씀은 없지만, 그래도, 학원을 다니며 꾸준히 한영번역, 영한번역을 공부했기 때문에 끝까지 해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맺는 말]
합격을 위해서는 공부분량과 노력도 필요합니다만, 끊임없는 자기암시와 정신력 관리로 자칫 슬럼프에 빠지기 쉬운 자신을 잘 달래주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저도 앞으로 이점에서는 계속 노력해나가야겠지만, 늘 최상의 컨디션으로 집중력을 가지고 공부할 수 있게 나를 긍정적인 모드로 세팅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배애리
부족한 저를 항상 가장 좋은 것으로 채워 주시는 하나님께 먼저 영광을 돌립니다. 작년 이맘때, 영자신문 읽으면서 단어 찾다가 학생들이 빼곡하게 들어찬 학교 도서관 책상 앞에 앉아서 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렇게 수기를 쓰게 되다니 꿈만 같습니다ㅎㅎ 두려운 마음으로 공부를 시작할 때 선배들의 합격 수기가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나서 쑥스럽지만 제가 했던 방법들을 정리해 보려고 합니다. 단, 저의 이야기는 어느 정도 실력과 경험을 겸비한 분들 보다 걱정에 싸여 처음 공부를 시작하시는 분들을 위한 수기가 될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작하며]
대학교 3학년 때 미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오면서 번역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처음 품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귀국 후 졸업반이 되자 친구들은 모두 취업 준비로 바쁜데 나는 연고도 없는 공부를 시작해도 될까 하는 두려움에 마음을 못 잡고 방황했습니다. 학원도 여러 군데 전전하고, 무턱대고 실전반 수강을 하다가 도중하차하고, 그 바람에 지레 겁을 먹고 또 여러 달을 허송세월하기도 했지요. 마지막으로 영어사랑 학원에 왔는데 학원 분위기가 무척 편안하게 느껴졌습니다. 3개월 가량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종합반을 수강했는데, 차분하면서도 격려하는 듯한 선생님의 수업 방식 덕분에 영어에 대한 두려움도 많이 극복했고 해볼만하다는 생각도 비로소 들더군요. 그 와중에도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수 천 번도 더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이 아니라도 언젠가는 이 길을 걷게 될 거라는 예감 같은 것이 있었고, 그렇다면 돌아가지 말고 곧장 가자는 생각이 들자 마음을 정했습니다. 그 때가 올해 1월경이었는데 그로부터 약 2개월 동안은 도서관에서 하루 종일 영자신문만 정독했습니다. 사전을 수없이 찾아가면서요. 합격 수기에서 읽은 필사 흉내도 내 보긴 했지만 주로 정독에 집중했습니다. 관련 전공자도 아닌데다 접해본 영어 텍스트라고는 교환학생 준비 때문에 봤던 토플 문제집이 전부인 상황이어서, 충분한 input이 있어야 output도 가능할 거라는 나름의 생각 때문이었는데 지금 돌아보면 참 잘한 일인 것 같습니다. 3월부터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번역반이 개설되어 시험 칠 때까지 쭉 수강했습니다. 5월까지는 아르바이트도 하면서 수업만 따라가는 식으로 하다가 6월부터 본격적으로 공부만 했습니다. 서정아 선생님은 신기할 만큼 그때그때 제가 처해있는 상황에서 가장 적절한 공부 방향을 제시해 주셨습니다. 냉철하고 명확한 크리틱은 기본이구요. 다른 분들도 서 선생님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정말 좋을 텐데 아쉽네요.
[공부방법]
내게 맞는 공부방법이 무엇인지 파악할 시간도 실력도 없었기에 저는 그저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했습니다. 제가 겪을 시행착오를 먼저 겪은 선배님의 축적된 노하우일 거라는 믿음도 있었죠. 필사하라면 필사하고, 어떤 사람 글 읽으라고 하면 읽고, 고치라는 건 무조건 안 하려고 노력하고요. 방법은 대략적으로 필사+요약, 뒤집기, 독해 그리고 수업시간 복습 이렇게 나눌 수 있겠습니다.
▶ 필사+요약- 필사의 방법 및 효력(?)에 대한 얘기는 이미 여러 분들이 강조해 주셨기에 생략하지요. 솔직히 처음 필사를 시작할 때 제 노트는 까만 글씨가 반, 틀린 부분 고친 빨간 펜 자국이 반이었죠. 도대체 이래 갖고 어느 세월에 ‘영어식 표현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익혀지나’ 싶었죠. 하지만 하루 공부의 시작은 워밍업 하는 셈치고 항상 필사로 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정기 구독하던 헤럴드 트리뷴에서 골라서 했는데, 헤럴드는 사설과 칼럼이 좀 약한 것 같아 The New York Times도 자주 봤습니다. News Week와 Guardian의 기획기사 중 마음에 드는 걸 골라서 하기도 하고, 어쩌다 ‘필사하고 싶은’ 에세이나 글을 보면 따로 갖고 있다가 하기도 하구요. 정말 공부하기 싫은 날은 필사만 하고 ‘이거 했으니까 됐다’고 마음대로 생각하고 놀았죠ㅋ 분량은 항상 노트 한 바닥이었는데, 처음엔 다 하는데 3시간이 넘게 걸렸습니다. 7월쯤 되어 빨간 펜 자국이 거의 없어질 때쯤 선생님께서 요약을 하라고 하셨습니다. 요약이라고 해도 한 문장씩 외우던 것에서 3,4문장 또는 아이디어 단위로 외우는 분량을 늘이되 방법은 똑같아요. 시험 보기 직전에는 길어도 40분이면 틀린 데 없이 한 바닥을 채울 수 있게 되더군요. 필사는 가급적 매일, 꾸준히 하시기 바랍니다.
▶ 뒤집기- 서정아 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신 방법으로 8월부터 했습니다. 뒤집기는 신문 기사 하나를 발췌해, 한 단락을 한국어로 번역한 뒤 곧바로 영어로 다시 번역해 보는 방법입니다. 그렇게 기사 하나를 본문과 내가 번역한 영어가 똑같아 질 때까지 반복하는데, 보통 3,4번 반복하면 됩니다. 기사는 일주일에 한, 두개 정도만 해도 충분합니다. 저는 뒤집기를 하면서 머릿속에 통째로 기억되는 문장의 양이 몇 배로 늘어나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일단 한국어로 번역해야 되니까 꼼꼼히 읽게 되고, 영어문장 자체도 기억에 훨씬 오래 남습니다. 뒤집기 하면서 에세이도 향상됐던 것 같습니다. 저는 독해가 약하기도 하고 덤벙거려서 오역을 종종 했는데, 뒤집기 하면서 그것도 상당히 좋아졌습니다. 그런데 제가 번역한 게 맞는지 확신이 안 가서 특히 취약했던 경제와 과학 분야는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글을 구해서 어휘와 흐름을 참고했습니다. 과학 잡지 ‘사이언스 올제’와 YBM에서 나오는 월간지에 실린 경제학자 Paul A. Samuelson의 칼럼을 주로 했습니다. 공부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 싶으면 뒤집기도 하실 것을 권합니다. 저도 필사와 뒤집기는 앞으로도 계속 해 나갈 생각입니다.
▶ 독해- 필사와 뒤집기가 끝나면 2~3시간은 나머지 신문 기사를 정독했습니다. 선생님께서 The Economist는 문장이 지나치게 복잡해 필사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하셔서 정독만 했는데, 대신 재미있는 idiom이 많이 나와서 에세이 쓸 때 종종 써먹기도 했죠. 신문이나 시사 잡지 같은 딱딱한 글 이외에 소설도 읽었습니다. 저는 하루 공부가 끝나면 30분~1시간 정도 머리도 식힐 겸 영어 소설을 읽었는데, Memoirs of a Geisha 같은 책은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었지만 이왕이면 공부에 도움되는 걸 읽자는 생각에 선생님께서 추천하신 책 목록 중 알랭 드 보통의 The Art of Travel 원서와 이대 정영목 교수님의 번역본 '여행의 기술‘을 함께 읽었습니다. 원서의 한 단락을 읽고 머릿속으로 한국어로 옮겨본 후, 한국어 책 내용과 제가 번역한 걸 비교해 보는 식으로요. 극명한 실력 차에 좌절하기도 했지만 긴 영어 문장을 적절히 끊어서 풀어내는 법과 매끄러운 한국어 표현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습니다.
[실전]
▶ 1차 에세이- 평소 에세이는 수업 시간마다 써 보는 것 이외에 따로 쓰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첨삭해 줄 사람도 없이 짧은 실력으로 반복해서 써 봐야 별 소득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수업 시간에만 써도 일주일에 두 개씩 꼬박꼬박 쓰게 되니까 그것으로도 충분했습니다. 대신 시간마다 받는 에세이 참고 자료는 꼼꼼히 복습했습니다. 이번 이대 1차 전형의 에세이 주제는 “공영방송 KBS의 시청률 징수 찬반”이었습니다. 지문도 한국어인 데다 주제도 생각보다 너무 평이해서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에세이 같은 경우 참신한 논거를 내세우는 것 보다 일반적인 아이디어를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학원 수업시간에 에세이를 쓸 때는 그날 필사하면서 봤던 표현도 응용하고 논거 면에서도 모험을 해 보곤 했는데(그러면 꼭 크리틱이 날아들었죠ㅋ) 실제 시험에서는 최대한 명확하고 간결하게 쓰는 데 온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거의 제가 제일 빨리 제출하고는 했는데 틀리지 않으려고 천천히 썼더니 실제 시험에서는 결론까지 쓰고 나자 3분 정도밖에 안 남더군요. 분량은 400자 정도로 비교적 짧게 썼고 문장 자체도 짧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원어민 수준의 화려한 영어 구사 능력의 소유자가 아닌 한 깔끔하고 명료한 글 전개가 에세이의 핵심이라고 생각됩니다.
▶ 2차 번역-영한은 Thomas Kuhn이 도입한 패러다임이라는 개념이 Handerson이라는 경제학자에 의해 사회 저변, 특히 전통 경제학에 도전하는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에 응용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모르는 단어가 한 개 밖에 없었고 꼬여있는 문장도 없어 지문 자체는 비교적 쉽다는 느낌을 받았죠. 대신 paradigm, concept 등이 뜻하는 바를 정확히 파악하고 한국어로 풀어내는 능력을 보고자 했던 것 같습니다.
한영은 유럽이 복지국가 정책에서 탈피해 새로 도입한 사회 투자 정책에 관한 것이었는데, 처음 보는 내용인 데다 분량도 상당히 길고 어려웠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가 정리한 ‘표현 노트’를 들고 가서 시험 시작까지 달달 외웠습니다. 멋진 표현을 하나라도 더 쓰려고요. 하지만 시험이 시작되자 체화되지 않은 그 표현들은 정말 하나도 생각 안 나더군요. 한 줄 한 줄 의미 전달하기에 바빴습니다. 다만 한국어를 그대로 영어로 옮겨놓으면 무슨 뜻인지 잘 이해 안 가는 일이 종종 발생하는데, 한국어 지문과 내용이 완전히 똑같지 않더라도, 영어 번역본만 읽어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도록 해야 한다는 점에 유념하면서 써 내려갔습니다. 예를 들어,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지문 내용 중 “(복지국가에서는 국민이 한 군데 평생직장에서 퇴직한 후의 복지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를 did not have to worry 등으로 그대로 번역하기보다 “the government guaranteed their well-being for the rest of their lives"와 같은 식으로 번역했습니다. 제대로 검토할 시간도 못 남겼는데 그러고도 마지막 한 단락은 끝내 못 했습니다. 긴장해서 그런지 ‘신자유주의’가 영어로 도저히 생각 안 나서 이상한 말을 썼는데, 결과에 비추어 생각해 보면 지엽적인 단어 실수보다는 한국어 지문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한 후 전체적인 의미 전달을 얼마나 잘 했느냐에 심사의 중점을 두는 것 같습니다.
[맺으며]
이상하게도 공부를 하면 할수록 제가 알고 있는 게 무엇인지 보다 스스로의 취약점을 더 분명히 알겠더군요. 그래서 공부하는 내내 제 허점을 메워 나간다는 기분으로 마인드 맵을 그리면서 공부했습니다. 아직도 메워야 할 땜통 투성이 실력이지만, 앞으로도 차근차근 해 나가다 보면 언젠가는 퀼트 작품처럼 제 실력도 멋지게 완성되겠지요 ^-^
끝으로, 저를 위해 밤낮 없이 눈물로 기도해 주시는 부모님과 가족, 항상 제 편에 서서 힘을 주는 남자친구, 자주 못 만나도 이해해 주고 자기 일처럼 기뻐해 준 친구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8개월 내내 누구보다 큰 도움을 주신 서정아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어제 모르던 걸 오늘 알아 간다는 사실 자체를 즐기면서, 나름의 체계를 세워 꾸준히 공부하다 보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모두의 행운을 빕니다 ^-^/
이미선
저도 처음 공부를 시작할 때 이 사이트의 합격 수기를 열심히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시험을 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참고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체적인 공부 방법]
직장을 다니면서 공부를 하다 보니 저에게 가장 큰 관건은 시간이었습니다. 꾸준히 앉아서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없어 늘 맥이 끊기고 마치 자동차 시동만 걸다가 끝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취한 방법은 "적은 양이라도 되도록 질 높은 공부를 하는 것"과 "수업 내용을 최대한 활용하는 것"이었습니다. 필사를 하나 하더라도 가급적 좋은 자료를 골라 하도록 노력했고 그 양이 적더라도 철저히 익히려고 노력했습니다. 또한 다양한 주제의 기사뿐만 아니라 수업에서 다룬 내용과 관련된 기사를 필사했습니다. 이 방법은 비슷한 주제에 대해 다양한 표현 방법을 익힐 수 있고 하나의 주제라도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습니다.
수업은 시험 칠 때까지 서정아 선생님의 "이대번역반" 수업을 들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 수업인데도 복습할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 자료를 모아 두는 데만 만족하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 그 주에 배운 내용을 복습했습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단 두 가지에만 중점을 두었습니다. 한국 신문 읽기와 필사였습니다. 한국 신문을 그냥 읽는 게 아니라 머리 속으로 영어로 바꿔 가면서 읽으려고 노력했고 특히 사설을 위주로 연습했습니다. 한국어식 표현을 어떻게 영어로 바꿔야 할지 막힐 경우가 많았는데 그때는 수첩에 모르는 표현을 써 두었다가 나중에 적절한 표현을 찾을 경우 영어로 써 두곤 했습니다. 영어 신문은 따로 읽지 않고 필사할 기사를 고르면서 인터넷상에서 New York Times 나 Guardian 을 훑어보는 것으로 대신했습니다.
[1차 시험 준비-에세이]
시험을 준비하면서 가장 부담이 되었던 것이 에세이 쓰기였습니다. 주어진 주제에 대해 찬반 입장을 밝힐 만큼 아는 것도 없었고 생각나는 대로 영어로 쓸 만큼의 실력도 안 되었기에 처음에는 에세이를 쓰는 것이 고역이었고 제가 쓴 글을 다시 보기도 싫을 정도였습니다. 그런 상태가 거의 8월까지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에세이 쓰기는 어떤 주제에 대한 전문적인 논증이 아니라 적절한 틀 안에서 자기 생각을 논리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가를 평가하는 것이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수업 시간에 계속 실전처럼 연습을 하다 보니 에세이를 쓰는 형식에 점점 익숙해졌고 수학 방정식을 풀어 가듯이 한 단계 한 단계 밟아 나가면 되는 것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에세이 쓰는 것이 좀 수월해졌던 것 같습니다. 에세이 쓰기는 수업 시간 외에 따로 연습하지는 않았지만 평소에 찬반 논쟁이 가능한 주제를 모아 놓고 논거 세 가지 정도를 써 보는 연습을 했습니다. 시험을 볼 때 논거를 떠올리는 데 시간을 너무 할애하지 않도록 습관화하고 싶었습니다. 또한 서정아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Guardian 지의 Simon Tisdall이 쓴 칼럼을 빼놓지 않고 읽었습니다. 그 칼럼을 통해 간결하면서도 명쾌한 표현뿐 아니라 어떤 식으로 논리를 전개해 가야 하는지 익힐 수 있었습니다. 올해 1차 시험의 에세이 주제는 "KBS의 시청료 강제 징수"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묻는 것으로 예상외로 일상적인 주제가 나와 오히려 당황했습니다. 그렇지만 평소 수업 시간에 TV에 대해 다룬 내용을 떠올리며 자주 쓰는 표현을 쓰도록 애썼습니다. 그리고 논리의 흐름에 빈틈이 없도록 짜임새 있게 쓰자는 생각으로 써 나갔습니다.
[2차 시험-영한, 한영 번역]
◆ 영한
저는 오랫동안 혼자 공부를 해 오다 보니 영어로 된 텍스트를 대충 읽고 이해한 줄 알고 넘어가는 습관이 몸에 배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업에서 직접 종이에 글로 써 보니 한국말 실력은 둘째치고 글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물론 오역도 자주 했었고요. 이런 면에서 문맥의 정확한 이해와 글의 핵심을 명확하게 짚어 주신 서정아 선생님의 강의는 정말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게다가 번역한 것을 일일이 첨삭해 주셔서 어디에서 어떤 이유로 오역을 했는지 깨달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다 보니 어떤 텍스트가 주어지면 그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는 데 더욱 공을 들이게 되었습니다.
혼자 공부할 때는 시사 잡지는 별로 읽지 않았습니다. 잡지는 New Yorker를 가끔 읽었는데 양이 많아 다 읽을 수는 없었고 그 중에 기사 서너 개만 골라 꼼꼼히 읽었습니다. 잘 읽히는 부분은 그냥 넘어가고 해석이 잘 안 되는 부분은 단 몇 줄이라도 번역을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날 때마다 영어로 된 책을 같은 방식으로 읽었습니다. 저는 소설보다는 주로 어떤 분야에 대해 얕으나마 배경 지식을 얻을 수 있는 글을 읽으려고 했습니다. 완독을 하지는 못했지만 일반 경제나 미국 역사에 대한 책을 읽거나O liver Sacks나 Richard Dawkins가 쓴 책 등을 읽었습니다. 이 두 사람의 글은 일반인이 읽기에 그렇게 어렵지 않으면서도 문장이 훌륭해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한국어 번역본이 있는 책은 번역본과 비교해 가면서도 읽었습니다. 이때 역시 일일이 대조하지는 않고 잘 안 읽히는 부분만 번역을 써 보고 비교해 보는 방법으로 공부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평소에 주로 읽은 글의 성격과 크게 다르지 않아 당황하지는 않았지만 문장이 긴 데다 복잡해 앞뒤 문맥을 일관되게 연결시키는 것이 어려웠습니다. 두 세 번 정도 읽으면서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모르는 용어에 너무 얽매이지 않고 제가 이해한 바를 최대한 쉽고 자연스럽게 전달하려고 애썼습니다.
◆한영
한영 연습을 하면서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 점은 내가 지어 낸 영어가 아니라 실제로 사용되는 영어 표현을 쓰려고 한 것입니다. 수업 시간에 번역을 할 때 영어로 써 나가면서 이 표현 어디서 본 것 맞지? 하고 스스로 물으면서 하곤 했습니다. 또한 선생님이 늘 강조하신 대로 단어 대 단어를 대입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의미를 먼저 이해한 다음에 영어로 옮기는 연습을 했습니다. 한영 연습은 따로 하지 않고 수업 시간에 한 내용을 복습하고 거의 외우다시피 반복하는 것으로 만족했습니다. 시험 보는 날 아침까지 수업 자료를 외우고 또 외운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수업 시간에 다룬 내용과 비슷한 기사를 필사하면서 같은 내용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을 익히도록 연습했습니다.
실제 시험에서는 영한을 먼저 하고 긴장이 풀어진 탓인지 잠깐 넋을 잃고(?) 연습지에 한영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중요 표현만 잠깐 메모할 생각이었는데 한참 동안 문장을 다 쓰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는 감독 선생님의 말씀에 놀라 옮겨 쓰려고 했지만 시간이 촉박하고 너무 떨려 좋은 표현을 골라 쓰는 건 엄두도 못 내고 끝까지 다 쓰는 데만 주력했습니다. 물론 퇴고도 한 단락 정도밖에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한영을 망친 것 같아서 너무 실망이 되고 걱정스러웠던 기억이 납니다. 실전에서 너무 긴장하지 않고 평상심을 잃지 않는 게 중요한 것 같습니다.
[맺는 말]
저는 6,7년 전쯤 이 시험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라서 그런지 1년 동안 공부를 하는 것 자체가 신이 나고 수업 시간이 기다려지곤 했습니다. 다른 학생들보다 공부 시간과 양이 적었던 것 같은데 합격할 수 있었던 것은 적은 양을 공부하더라도 즐거운 마음으로 집중해서 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이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께 꼭 하고 싶은 말은 언젠가 은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내 실력을 남과 비교하려고 하지말고 어제의 나와 비교하는 마음가짐입니다. 물론 당락에 초연할 수야 없지만 내 실력이 조금씩 나아지는 데 보람을 느끼고 자신을 독려하면서 공부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끝으로 제가 공부하는 데 늘 마음의 등대 같은 분이셨던 은천성 선생님, 군더더기 하나 없는 명쾌하고 깊이 있는 수업으로 흥미를 잃지 않게 하셨던 서정아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는 각별한 의미가 있는 영어사랑 학원에서 시험을 준비하시는 많은 분들께 좋은 결과가 있으시기를 바랍니다.
장성은
우선, 8개월 간의 힘든 기간 끝에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어 기쁩니다. 4학년 마지막 학기가 남아서, 학교 공부와 통번역대 입시 공부를 병행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저는 아침에 ‘에세이/ 한-영/ 영-한’ 이렇게 세 가지로 나눠서 오늘은 어떤 식으로 공부를 할 지 대충 구상을 한 후에 공부를 했습니다. 예를 들어, ‘에세이 : 주제 5가지 관련 내용 암기/ 한영: 수업시간 자료 암기/ 영한: 칼럼 일정 분량 해석’ 과 같이 나눴습니다. 에세이와 한영에서는 다양한 방면의 좋은 기사와 사설을 읽고 자기 것으로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필사와 영한->한영 번역이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기사를 읽은 후에, 제가 에세이나 한영에 쓸 만한 문장이 많이 포함되어 있는 부분을 필사했습니다. 또 좋은 기사가 있으면, 영한으로 모두 번역을 해 놓고, 한영으로 다시 해 보는 것도 기사를 암기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신문은 IHT를 정기 구독해서 봤고, economist지와 newsweek지는 필요한 기사만 프린트해서 봤습니다. 국내 신문은 한겨레나 중앙일보의 사설을 온라인으로 봤습니다.
[1차 시험]
KBS의 수신료 강제 징수에 관한 긴 한글 지문이 나왔고, 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물었습니다. 70분 내에 한글 지문을 다 읽고 에세이를 쓰려면 시간이 부족할 것 같아, 지문을 꼼꼼하게 다 읽지는 않았고, 대략 내용을 파악한 뒤 강제 징수에 반대하는 의견을 펼쳤습니다. ‘시청자들은 왜곡되고 공정치 못한 방송에 수신료 납부를 거부하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첫 번째 이유를 들었고, 두 번째 이유는 ‘수신료를 납부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빈곤층에게까지 강제적으로 납부하도록 하는 것은 부당하다.’라고 썼습니다. 내용도 중요하지만 표현이 틀리지 않도록 쓰는데 주의했습니다. 특히, 평소에 좋은 문장이 있으면 통째로 암기하곤 했는데, 에세이에서 제가 암기했던 문장들도 잘 활용해서 썼습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영한과 한영 모두 경제와 관련된 주제였습니다. 영한에서 자주 등장한 용어인 Paradigm은 쉽게 그냥 ‘패러다임’으로 번역했습니다. 그리고 시기를 나타내는 말들, post-Cartesian 과 post-industrialization 등은 문맥에 맞추어 번역했습니다. 영한 지문의 특성은 주어와 서술어가 대체적으로 길어서 자연스럽게 끊어주어야 했습니다. 저는 명사 나열형으로 돼 있으면, 동사로 풀어주었습니다. 예를 들면, ‘경기 침체와 높은 실업률로 이어진다.’ 라고 해도 되지만, 지문에서 나열된 단어가 7~8개 정도여서 쉽지 않아, ‘경기가 침체되고, 실업률이 높아진다.’ 라고 주어에 맞는 서술어를 찾아 풀어주었습니다. 한영에서는 앞 문단에서 특히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내용이 약간 생소해서 어떤 단어로 번역을 해야 할 지 고민했습니다. 2차 시험은 대체적으로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주어진 시간이 100분이지만 느긋하게 생각해서는 안될 것 같습니다. 영한 45분 한영 45분, 퇴고 10분을 정해서 시간 내에 정확하게 마무리 짓도록 연습하시기 바랍니다.
[마치며..]
은천성 선생님과 서정아 선생님 수업을 들으면서, 자기가 알고 있는 영어를 버리고 정확한 영어를 구사하라는 말씀을 듣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영어를 나름대로 잘 한다고 생각했지만, 제 영어에 생각보다 잘못된 부분이 많다는 것을 깨닫고, 필사를 하면서 고쳐나갔습니다. 제가 부족한 부분을 깨닫고 정확히 고쳐나갈 수 있도록 해 주신 서정아 선생님과, 항상 냉철한 지적을 아끼지 않으신 은천성 선생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또 짧은 시간이지만 함께 했던 스파 서영 언니와 한나 언니에게도 고맙다는 말 전해요. 입시 준비하는 분들에게 제 합격수기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열심히 해서 원하는 결과를 이루셨으면 합니다.
조현재
[전반적인 공부방법]
제 공부방법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수강하는 수업을 빠짐없이(인터넷 포함) 듣고 복습했습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시사청취를 꾸준히 듣다가, 5월부터는 주말 번역/에세이반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시사청취수업을 계기로 해서 거의 날마다 좋은 표현들을 꾸준히 암기하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고, 이런 암기활동을 통해 체화된 표현들이 후에 한영번역이나 에세이 등을 작성할 때 떠오르곤 했습니다.
[에세이준비]
에세이를 처음 쓸 때만해도 제가 쓰는 표현에 대한 확신이 부족해서 선생님이 수업시간에 나눠주신 배경자료의 표현들을 요약해서 그대로 옮겨 적고 에세이의 형식만 갖추어 제출하곤 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여러 가지 시의성 있는 주제들에 대해 고민해보면서, 제자신의 입장을 정리하고, 논거 두 세 개 정도를 끌어내는 연습을 했습니다. 아울러 주제와 관련된 적절한 표현들을 정리해 두고자 노력했습니다. 비록 실제 시험에서 공부한 주제가 나올 가능성은 적겠지만, 공부하는 과정에서 알게 된 표현들은 간접적으로 시험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시험에 임박해서는 인터넷으로 듣고 혼자 공부했기 때문에 에세이 첨삭을 받지 못해 제 실력을 가늠할 수 없어 불안했지만 나름대로 시험시간과 똑 같은 시간 제한을 두고 에세이를 써보곤 했습니다.
[번역준비]
영한의 경우 많은 분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할수록 어렵다고 느끼면서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수업시간에 선생님께서 지적해주시는 부분과 번역답안을 검토했고, 스스로 번역을 해본 후에는 한국말처럼 자연스럽게 들리는지 검토해 보고, 평소에는 TV뉴스를 들을 때 내용뿐만 아니라 한국어 표현도 새겨듣곤 했습니다.
한영의 경우 공부하면서 느낀 점은 공부초기부터 일정 분량을 일정 시간 내에 쓰는 연습을 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처음 번역 연습을 할 때 하나의 짧은 사설을 번역하는 데만도 몇 시간씩을 소모했었는데, 어느 분의 조언대로 짧은 사설 정도는 30분내에 마무리하는 연습을 하는 게 한영번역연습을 하는데 있어 스스로를 지치지 않게 하는 방법 같습니다. 이런 연습 덕에 은 선생님의 수업도 따라 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한가지 더, 제 경우는 쓰는 것 보다 입으로 외우는 경우가 많아, 여러 분들이 권장하신 필사는 많이 하진 않았지만 좋은 방법이란 생각이 듭니다. 앞으로 저도 필사를 꾸준히 해 보려고 합니다.
[1차 시험]
1차 시험인 에세이 시험을 앞두고 모아두었던 에세이 준비자료를 보고 표현을 암기하며 시험을 맞이했습니다. 시험에 예상외의 주제가 나와서 약간 당황하고 논거를 세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지났던 것 같습니다. 긴장한 탓인지, 추워서인지 글씨가 잘 써지지 않고 자꾸 틀리게 써져서 펜으로 북북 그은 글씨가 많아 답안지가 깔끔하지 못했지만 마지막까지 열심히 써내려 갔습니다. 감독관으로 들어오신 선생님께서 답안지가 다소 깔끔하지 않아도 알아볼 수만 있으면 된다고 하셔서 그 말씀에 위안을 얻었습니다.
[2차 시험]
우선 영한, 한영 모두 전체를 읽어보고 전체 맥락에 맞게 번역을 하고자 했고, 영한의 경우는 한국어가 자연스러운지를 중심으로, 한영의 경우는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는지에 중점을 두고 번역했습니다. 영한번역을 하면서 너무 시간을 많이 들인 때문인지 아니면 한영번역 분량이 많았는지 한영번역시간에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이 표현 저 표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정신 없이 번역을 해나갔습니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는 완벽하게 자신의 것이 된 표현만이 떠오른다는 점을 절감했습니다.
[맺는 말]
제가 합격수기를 쓸 만큼의 모범적인 공부방법이 없기에 이 글을 쓰자니 많은 고민이 되었습니다. 다른 분들이 이미 좋은 이야기를 많이 써주신 것 같아 저는 추가적으로 제가 느꼈던 바를 보충한다는 마음으로 글을 썼습니다. 적게 나마 도움이 되었길 바랍니다.
늘 공부하고 노력하는 자세의 삶을 일깨워주시는 존경하는 은 선생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리며 글을 마칩니다.
서울외대 통역번역대학원 합격생 수기 (2008)
[한영통역번역학과]
고나연
서울외대는 딴 학교에 비해 정보가 많이 부족한 편이어서 혹시나 내년에 시험을 보실 분들을 위해 수기를 씁니다. 사실 남들이 웃을까봐 수기를 쓰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 경우 허둥지둥 서울외대시험을 준비하는 가운데 정보가 별로 없어서 당황했기 때문에, 제 수기가 추후 저와 같은 처지의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더 솔직히 말씀을 드리면, 은천성 선생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가 없어서였지만...^^;
제 경우엔 1차 시험을 보지 않아도 되어서 달리 드릴 말씀이 없기에, 2차 시험에 대해 얘기하겠습니다. 서울외대는 2차가 일반적인 내용 or 연설문 형식이기 때문에 외대나 이대를 준비하시던 분들은 필히 연설문으로 통역연습을 하셔야 2차 때 당황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지만 올해 함께 시험을 본 수험생들의 말에 의하면 작년과는 크게 달라져서 굉장히 다양한 내용이 등장했다고 합니다. 크게 어려운 내용이 출제되는 것이 아니라, 예상할 수 있는 주제의 범위 내에서 비교적 간략하게(1분 내외) 읽어주시기 때문에 정신을 똑바로 차린다면 본인의 평소 실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방심을 해도 된다거나, '여기는 합격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으로 임할 수 있는 시험은 절대로 아니었습니다. 이번에도 예년처럼 경쟁률이 절대로 낮지 않았고, 주변에 불합격한 이들이 꽤 많았습니다.
놀랍게도 한영의 경우, 은 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다뤄주신 내용이 거의 그대로 나왔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이었는데, 지금도 또렷이 생각날 정도입니다. "2007년 7월 아프가니스탄에서 무장단체인 탈레반에 의해 20여명의 한국인들이 피랍됐다. 이들 중 단체의 인솔자인 배 목사를 포함해서 두 명이 살해되었는데, 탈레반측에서 '한국인 인질과 수감 동료의 맞교환'이라는 석방 조건을 제시하면서 계속 새롭게 협상시한을 내놓는 바람에 협상이 오랫동안 진전을 보지 못했다. 견디다 못한 한국 정부가 무장단체와의 직접교섭을 시도하여 마침내 인질들이 고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러나 국제사회에서는 한국 정부가 무장단체와의 직접교섭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강하게 비난하기도 했다." 들으면서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이 내용을 파트너 언니와 같이 달달 외웠고, 집에 와서 mp3로 들으며 연습을 했기 때문입니다. 물론 오래 전에 한 것이라 느낌은 새로웠지만, 들으면서 영어표현을 다 생각해 놓을 만큼 여유 있게 들을 수 있었고, 'direct negotiation'이 생각이 안 나 'the negotiation between the two parties was done in a direct manner'라고 쓸데없이 길게 돌아간 것 빼고는 전체를 pause없이 부드럽게 말하고 끝마쳤습니다. 인터뷰 때 호의적이었던 교수님들의 표정이 더욱 밝아졌습니다.
영한은 미국인 교수님께서 읽어주셨는데 가상공간인 세컨라이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지만 일본에서 이들을 위해 신체를 직접 움직여 온라인상의 alter ego인 아바타를 조종할 수 있게끔 하는 기술을 개발했다는 내용으로, 새로운 내용이긴 했지만 세컨라이프를 수업에 은 선생님이 다뤄주신 적이 있기 때문에(Thank you!) 이해에는 전혀 문제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USA TODAY의 기사였습니다. 한영과 영한 둘 다 짧았고(체감속도는 더욱 짧습니다), 미리 예상했기 때문에 처음부터 정신을 바짝 차리고 들었습니다. 정신 놓고 있다가 내용을 놓쳐버리면 곤란할 것 같습니다. 짧으면 디테일을 잘 살려야 한다고 은 선생님께서 늘 말씀하셨거든요.
이 외에 fluency를 보기 위해서 몇 가지 가벼운 질문을 하시는데, 당황하지만 않고 자연스럽게 답하시면 무리는 없을 것입니다. 국내파들은 여기에도 신경을 쓰셔야 합니다. 서울외대에 다니는 친한 언니가 시험 후에 저에게 말해준 것이, 시험관 중 해외파 교수님 한 분께서 수업시간에 '통역을 하러왔다는 사람들이 기본적인 영어가 저렇게 안되고 깨지다니 뭘 하겠다는 것인지 참 이해가 안되고 한심하다'고 말하셨다고 하더군요. 몇 가지 주요 기구 이름도 묻는데, 미리 대부분 외웠기 때문에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시사상식을 물으셨습니다. 제 경우에는 ubiquitous의 개념을 한국어로 길게 설명해 주신 후 이게 무엇이냐고 물으셨을 때는 옳게 대답했지만, 그 다음에는 guilty plea가 무엇인지를 물으셨습니다. 사실 이것을 전에 찾아본 적이 있었지만 흐지부지한 탓에 잊어버려서 아차 싶더군요. '기소된 사람이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하는 것입니다' 라고 하니 왼쪽에 앉아 계시던 교수님께서 웃으시면서 사실 그 반대라고 하셨습니다. ㅜㅜ
영어로 몇 가지 질문을 한 뒤 추가로 한국인 교수님들 중 한 분께서 한국어로 '왜 통역사가 되고 싶으며 예비통역사로서 본인의 강점과 약점을 설명해보고, 번역과 통역 중 어느 것에 강하고 왜 그런지 설명해 보라'고 하셨고, '한자 읽는 것은 무리가 없느냐'고 물으셨습니다. 해외체류경험이 길어서 한국어 질문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제가 2차 수험생 중 제일 끝 순서였는데, 그래서인지 정말 끈질기게 질문을 많이 하셨습니다. 그냥 솔직하게 대답했습니다. 가끔 모르는 게 나오긴 하지만 신문을 읽고 있어서 큰 문제는 없다고요. 그랬더니 처음부터 차갑게 노려보시던 한국인 교수님 중 한 분이 'It doesn't happen overnight.'이라고 하시더군요 ㅠㅠ 그래서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세 분 다 아이컨택트를 했으나 나중에는 그 중 정말 호의적이고 친절하셨던 맨 왼쪽 교수님만 계속 쳐다보며 통역했습니다. 오른쪽으로 고개를 돌리기가 겁이 나서...ㅠㅠㅠㅠ
번역과 에세이의 경우 난이도가 높다기보다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50분 안에 번역 8지문을 끝내고 에세이를 쓰느라 손목이 빠지는 줄 알았습니다. 다 끝내지 못할까봐 겁이 나서 가슴이 쿵쾅쿵쾅 뛰고 손이 떨렸습니다. 저는 말 그대로 지문을 주욱 훑듯이 읽고, 너무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집착하지 않고 통역하듯이 번역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주어진 시간 내에 빈칸을 다 채울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번역하면서 에세이에서 무엇을 쓸 것인지 생각해 놓은 다음 바로 옮겨 적어서 시간 내에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검토할 시간은 없더군요. '시간이 부족할 테니 미친 듯이 쓰라'는 말을 미리 들었기에 망정이지 제 반에 있던 사람들 중 1/3 정도는 몇 지문을 그냥 남겨두었다고 하더군요. 다듬지 않은 언어 실력을 보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실제로 서울외대는 '기본 언어 실력'을 많이 봅니다. 통역만 시켜서는 사실 잘 알 수 없죠. 그래서 fluency test와 빠른 번역을 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1지망이었던 이대 1차에서 떨어진 다음, 같이 공부했던 한국외대 파트너들과 연설문 통역을 매일 아침 했습니다. 다들 학원에 가고 싶지는 않아 했기 때문에, 강남역의 스터디룸을 빌렸습니다. 좀 비싸긴 했지만 조용하고 좋더군요. 연설문은 주로 청와대 웹사이트에서 발췌해 사용했고, 유니세프와 기타 국제기구 연설문들을 활용했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 보기 사흘 전부터 하루에 하나씩 나올 법한 연설문 (FTA, 한국 경제, 동북아 정세와 북한)을 표현 위주로 외웠습니다. 연설문은 나오는 표현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요 표현을 외워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는 이대를 준비하면서 '큰 줄기 잡는 통역' 에 익숙해져서 세부 요소를 버리는 버릇이 있었기 때문에 연설문에 익숙해지기가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외우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그렇게 했는데, 결국 2차에서 외운 것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어느 정도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전천후 준비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봅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서울외대 시험 준비를 하는 사람도 있나' 라고 코웃음을 치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작년엔 그런 사람들 중의 하나였으니까요. 저는 작년부터 통대를 준비했고 부족한 점이 매우 많은 해외파입니다. 중학교 1학년까지 마치고 영어권 국가로 이민을 가 그곳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졸업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회화 수준의 영어에만 능통했지 통역을 자유롭게 하기에는 깊이가 절대적으로 부족했고, 그때까지 이코노미스트는커녕 시사에 자체에 도통 관심이 없었습니다. 단어, 배경지식, 그 어느 하나도 만족스러운 것이 없었습니다. 그나마 LC(라고 믿기도 했으나.. 어렵고 배경지식 요하는 것은..그저 웃지요 ㅎ)와 에세이, 구어체 영어 정도.. 통역은 인지영어의 세계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더군요. 작년엔 중후반까지 일을 병행하면서 의무적으로 학원만 다녔고, 공부를 안 해서 실력이 쌓이지도 않은 상태에서 '뒤집기'스터디만 막바지 두 달 동안 들입다 했습니다. 시험 보기 직전까지도 내가 뭘 하는지도 모르면서 남들 하는 것을 따라 하고, 객관식 문제 한번 풀어보지 않은 채 털레털레 외대 1차 시험을 보고 독해는 시간분배도 제대로 못해 다 찍은 후 보기 좋게 떨어졌습니다. 당연히 예상했었기에 '이제 감 잡았으니 내년에 올인 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집에 가서 신나게 놀다 돌아왔습니다.
저는 영어를 객관식으로 평가하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에, 1차가 에세이인 이대 시험을 보기로 하고 올해 계속 이대통역반을 수강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늘 에세이 형식의 과제물에 익숙했고, 영어로 의견 개진하는 것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굉장히 안전한 길을 택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초반 두 달간은 실전통역반을 듣다가 이대통역반으로 옮겼는데, 시험 보기 직전인 11월까지 한번도 A를 받지 않은 적이 없었고, 은 선생님께서 '이렇게 쓰면 합격할 것'이라는 평을 내려 주셨을 뿐더러, 느린 속도 때문에 쪽지 상담을 했을 때 '실수만 안 하면 꼭 붙을 테니 불안해하지 말고 속도와 부족한 점을 보완하라'고 해주시자 더욱 용기 백배해서 그때부터는 불안해하거나 걱정하지 않았습니다.
전 아직도 솔직히 왜 1차에서 떨어졌는지 알지 못합니다. 그저, 이유가 있다고 믿고 싶고, '뭔가 눈밖에 날 실수를 했겠거니'라고 막연히 짐작할 뿐입니다. 문법이나 논리에서 튈 만한 짓은 하지 않았고, 10분 전에 끝내고 검토하고 또 검토했습니다. 이대는 튀거나 어렵게 쓰는 것을 혐오하리 만치 싫어한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고, 작년에 이대 통대에 붙은 아는 언니가 '중학생 수준으로 에세이를 쓰라'고 말해 주었기 때문에 무난하게 가려고 노력했습니다. 물론 '중학생 수준'으로 쓰지는 않았지만..
1차 끝나고 느낌도 너무 좋아서 의욕적으로 2차를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1차 합격자 발표 날 아무리 봐도 제 이름이 없더라구요. 제 파트너들은 다 붙었고, 이대통역반의 낯익은 이름들이 군데군데 보이는데 말입니다. 한 5분간 얼어 있다가 '잘못 본 거겠지' 라고 생각하고 아무리 쳐다봐도 기적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1차를 또 떨어지다니.. 올해도 교수님 앞에 가보질 못하는구나.. 너무 명백한 사실이었는데 그 당시에는 참 믿기가 힘들었습니다. 그 날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마 그 날은 평생 못 잊을 것 같네요. 살면서 마음이 그렇게 아파 본 적은 아직까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쉽기만 한 인생을 살아서 그런 지는 모르겠지만.. 통대 입시를 위해 보냈던 1년이 시도도 해보지 못하고 고스란히 사라지는 느낌이 참 고통스럽더라구요. 그것이 외대의 '찍기'가 아니라 자신 있었던 '에세이'였기 때문에 더 충격에서 헤어 나오기가 힘들었습니다. 2차에 가면 flying colour는 아니더라도 바보 같은 실수를 하지 않는 이상 무난히 해낼 자신도 있었고, 그래서 더 비참했습니다. 기회 자체가 날아가 버린 것이니까요. 2차 시험 날 아침 10시쯤에 일어나 또 엉엉 울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시간 시험을 볼 같은 반 사람들이 어찌나 부럽던지.. 2차에서 만약 떨어진다고 해도, 보고 떨어지는 것과 기회도 갖지 못하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마치 사랑하면서 아팠던 것이 사랑을 해보지 않은 것보다는 훨씬 나은 것처럼...
제가 별로 유쾌하지도 않은 이 이야기를 쓰는 이유는 내년에 이대 시험을 보실 분들에게 1차에서 '무리한 시도'를 하지말고 최대한 읽기 쉽고 간단 명료하게 글을 쓰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틀리지 않는 쉽고 간단한 영어'로 글을 쓰는 것이 안전합니다. 저는 '그렇게 쉬우면 유치해서 어떻게 해' '그래도 영어를 꽤 한다는 사람들이 보는 대학원 에세이인데 말도 안되지'라는 생각을 언제나 마음 한구석에 가지고 있었습니다. 학부 때 머리 터지게 쓰던 대로는 아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무거움은 있어야 한다'라는 생각을 늘 해왔는데, 수업 시간에 편한 마음으로 '갈겨 내려가던' 글보다는 시험 날 더 신경을 쓴 것이 사실입니다. 조금 더 긴장된 상태로 글을 쓰기도 했구요. 불합격을 확인하고 은 선생님께 쪽지를 보냈는데, 선생님께서 '영어의 문제가 아니라 서론-본론-결론에서 의견이 하나 이상으로 복잡해졌거나 간단명료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고, 잘하려다가 무리했을 수도 있다'라는 답장을 주셨습니다. 수업 시간에 선생님께서 '늘 A를 받다가 시험 날에 무리해서 망한 학생' 의 얘기를 들려주신 적이 있어서, 그 때 '그러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했지만 실제로 시험 날에 어떤 실수를 어떻게 했는지는 모를 일입니다. 받아서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한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평소 때의 자신을 믿되, 자만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 시험에서는 끝까지 겸손한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너무나 중요합니다. 늘 '안될 리 없다' 라는 근거 없고 꼴사나운 자만으로 밀어붙이다가 그 대가를 치른 것 같습니다.
초심을 잃지 마시고 시험 당일에는 겸손한 자세로 최선을 다하되, 늘 하던 대로 평소의 실력을 발휘하는 것이 합격에 가까이 다가가는 길일 것입니다. 그리고 긴장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겠죠.. 올해는 한국외대 1차도 많이 어려웠다고 하더군요. 워낙 그 시험이 예측할 수 없는 시험이지만.. 이 자리를 빌어 2차에서 충분히 붙을 실력인데도 1차에 아쉽게 떨어져서 맘 아프면서도 정말 열심히 저를 위로해 준 착하고 실력 있는 외대 파트너 언니들(You know who you are.), 서울외대 시험 보도록 격려해주고 이끌어준 작년 파트너 언니(Can't thank you enough), 늘 좋은 스터디 파트너와 '밥'터디 파트너가 되어 준 실력파, 노력파 이대 언니들(합격 추카추카, You deserve it^^), 위로해 주시고 용기를 주신 은 선생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저는 떨어졌지만 가장 기쁜 것은 제 이대 파트너 언니들 세 명(윤소진, 권현진, 한인경)과 제 한국외대 파트너 이정희 언니가 전부 합격했다는 것입니다. 네 명 다 하나같이 실력 있는 사람들이어서 함께 한 시간이 너무 의미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이대 가서도 사이좋게 잘들 지내고 일취월장하시길.. 이 공부를 하면서 정말 많은 것들을 얻었지만, 가장 큰 것은 아마도 그 과정에서 얻은 소중한 인연들일 것입니다. 앞으로 다들 잘됐으면 좋겠습니다.
공부 방법에 있어서 특별한 것은 없지만, 저는 한영보다는 영한이 많이 약하기 때문에 한국어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은 선생님께서 알려주신 대로 한한요약과 한한섀도잉을 했고, 신문을 읽으면서 '유치하지 않고 정확한 한국어'를 쓰려고 노력했습니다. 시작할 때의 제 한국어 수준은 너무나도 형편없었기 때문에 생각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지금도 잘 못하지만요. 어쨌든 은 선생님의 방법을 따르고 나서 한영을 할 때 이해도 좋아지고 한국어로 풀어낼 때도 어느 정도 효과를 봤습니다. 물론 제 파트너들은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지만...^^; 사실은 그게 많이 나아진 거랍니다. --; 전 언제나 그래 왔고 지금도 세련된 한국어를 순발력 있게 구사하는 사람이 제일 부럽습니다. 처음 은 선생님 실전통역반을 수강했을 때 그 당시 제 눈에 너무 위대해 보이던 국내파 분들이 생각납니다. 그 당시에는 내용이 얼마나 정확한가는 별로 듣지 않고 한국어 delivery 자체에서 충격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나는 저렇게 절대 못할텐데 하고 말이죠. 저는 늘 영한이 한영보다 훨씬 어렵다는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통대에 먼저 간 언니들이나 통역사분들도 결국 영한을 잘해야 한다는 얘기를 하는 걸 보면 영어LC와 한국어는 통역사에게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공부를 하실 때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시려면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집중공략 하는 게 옳다고 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것은 선생님의 말씀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입니다. 깨지다 보면 언젠가는 그렇게 되지만.. 일찍부터 그렇게 하는 것이 빠르게 발전하는 지름길입니다. 통역사의 눈으로 우리들을 보시고, 채찍질하시고, 이끌어 주시니까요. 영어에 있어서는 제가 약하던 어려운 영어, 즉 시사 표현을 외우고 어려운 한국어를 영어로 푸는 연습을 많이 했습니다. 은 선생님의 한영은 한국어 자체가 어렵고 길기 때문에 영어만큼이나 LC에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합니다. 수업 복습을 하고 표현들을 외우면서 시사적인 것도 기억만 난다면 어느 정도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수업 때 마음대로 나와 주지는 않았고 바보 같은 실수도 많이 했지만... 2차가 약하신 분들은 꼭 수업내용 연습과 수업시간 발표를 열심히 하시기 바랍니다. 분명히 좋아집니다. 그리고 다양성을 기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합니다.
통대 시험에서는 어려운 영어와 쉬운 영어를 둘 다 균형 있게 잘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자신이 한 쪽에 강하다면 다른 한 쪽을 공략하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한영을 할 때는 영어다운 시각으로 풀어 나가야 합니다. 한국어에 너무 얽매이면 안 됩니다. 한국어가 어렵다고 영어까지 어려워 질 필요는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런 점에서 "한영이 영한보다 그래도 만만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영한은 모국어인 한국어로 가는 것이기 때문에 부족하면 용서가 되질 않는 것 같거든요. 갈 길이 머네요.
통역사로서, 인생의 선배로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영어와 지식을 넘어 삶의 지혜까지도 가르쳐 주시고, 저희를 한 번도 그저 수강생으로만 대하지 않으시고 '예비통역사'로 대해 주신 은 선생님의 수업은 제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고 전문가의 눈으로 평가받는다는 의미에서 너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늘 정확하고 날카롭게 잘못을 크리틱해 주시지만 절대 더하거나 빼지 않은 선생님의 평가는 다른 누가 해줄 수 없는 것이었고, 또 'blunt honesty'와 더불어 간간이 해주시는 '은 선생님표 칭찬' 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정말 기분 좋은 것이라는 것을 다들 공감하실 겁니다. 절대로 이유 없이 칭찬을 해주시질 않아서 더 귀한 것 같습니다. 늘 많은 강의와 수업준비로 피곤하시면서도 수업 끝나면 강의실문 앞에서 일일이 금언 체크해 주시고, 수업시간에 특유의 썰렁한 농담(딴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우리들에겐 정말 와 닿는 농담이었죠. 지금도 가끔 자기 전에 생각나서 웃곤 합니다.)도 수업을 빠질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통대 입시라는 압박 속에서 LC와 발표와 크리틱으로 이루어지는 수업은 3시간 동안 단 1분도 긴장을 늦출 수 없기 때문에 가끔 힘들고 스트레스가 쌓이기는 했지만(우리 4명이 이 때문에 쓴 식비가 어마어마하다죠), 그만큼 보람 있고 얻는 게 많은 수업이었습니다. 시험준비를 하지 않는 상태에서 이 수업을 편하게 듣는다면 얼마나 즐거울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습니다. 아마 시사청취에 푹 빠진 골수 팬들도 그 중독성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늘 통역이 정말 어려운 것이라는 생각이 들고, 매번 자신에게 끝없이 실망을 하지만, 그래도 수업을 듣고 스터디를 하고 공부를 하면서 한 번도 지루한 적은 없었고, 수업을 들을 때마다 늘 새로이 흥분되는 것을 보면 그래도 이 길을 가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를 알 리가 없는 사람들에게서 '왜 그걸 하고 있냐'라는 말을 수없이 들었고 지금도 듣고 있지만, 이 공부에서 버릴 것은 아무것도 없고, 결국 어느 길로 가든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사실 즐기면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가치 있는 일이니까요.
지난 26년 동안 딸의 결정이라면 무조건 밀어 주시고, 멀리서 처음부터 끝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시고, 믿어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부모님, 격려해 준 친구들, 같이 웃고 울고 함께 했던 스터디 파트너들, 시험보기 한달 전부터 이대 떨어지고 서울외대 시험보고 결과 나올 때까지 부서진 레코드처럼 끝없이 같은 레퍼토리로 푸념을 늘어놓고 emotional roller coaster를 달리던 제 말을 끝까지 들어주고 위로해주고 격려해준 은동오빠, 따랑하는 명하언니, 영혜언니, 그리고 눈동자와 같이 보호해 주신 주님께 감사드립니다. 선택한 길이 결국 내 길이었다는 말을 몇 년 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어도 후회는 없을 것 같습니다. 모두 힘내시기 바랍니다.
김지영
학원을 다니면서 이 공부를 시작한 것은 작년 9월에 장홍석 선생님의 입문 종합반을 들으면서부터입니다. 이름은 '입문'이지만 수업진행 방식이 초보자를 위한 것이고, 수업 내용 자체는 '입문'이 아니었습니다^^; 일주일에 두 번이지만 장 선생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통대 준비 공부를 시작할 수 있었고, 특히 에세이를 쓰고 토론하는 시간이 다른 사람의 생각을 들어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이 때는 학부생이었기 때문에 full-time student로 한 것은 올해 초부터입니다.
은천성 선생님의 수업 첫 시간에는 '통과'를 하면서도 엄청 떨렸던 기억이 납니다. 발표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강생 수가 많아져서 기회가 줄어들고 사람이 많은 만큼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것이 더욱 더 긴장되는데 시험 치기 전에 몇 번 나가서 해보고 선생님의 크리틱을 받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약점과 그에 대해서 보완할 수 있는 공부 방법을 가르쳐주시기 때문입니다.
스터디는 신문 사설이나 칼럼으로 한한, Annie's Mailbox로 영영을 했고, 뒤집기는 시험을 두 달 앞두고 한영만 일주일에 한번씩 했습니다. 공부 시작하고 얼마 안됐을 때 뒤집기를 해봤는데, 좌절감만 느끼게 돼서 그만두었습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한번 주제를 정해서 에세이를 써보고 다양한 주제를 접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수업 복습으로 듣기는 다시 한번 더 들어보고 표현을 외우고, 문장이나 의미 단위로 끊어서 들으면서 따라 하기를 했으며, 한영 자료는 외우고 스파랑 같이 점검하기 식으로 했습니다.
혼자 하는 공부는 듣기 위주로 하려고 했는데 생각만큼 철저하게 하지는 못했습니다. 일단 듣기는 BBC에서 MP3파일을 다운받아서 1분 정도 단위로 들은 다음 생각나는 내용을 써보고, 표현을 외우고, 그 다음 문장 단위로 들으면서 따라 하는 식으로 했습니다. 필사자료로는 가디언이나 뉴욕타임스를 이용했으며 되도록 다양한 섹션에서 기사를 골라 매일 30분-1시간 정도 했습니다. 그리고 말하기는 Annie's Mailbox를 매일 30분-1시간 정도 외웠습니다.
시험 치기 일주일 전에는 날마다 브레인스토밍을 했고, 연설문으로 한영스터디를 했습니다.
[1차 시험]
한국어: 객관식 문제와 주관식 문제, 그리고 듣고 5문장 이내로 요약하는 서술형 문제로 나뉩니다. 문제 유형은 띄어쓰기, 틀린 문제 고르기, 빈칸에 들어갈 한자어를 한글로 쓰기, 설명에 해당하는 고사성어 고르기 등입니다. (한자는 대부분 무난하게 풀 정도의 수준으로 나왔습니다.) 서술형 문제는 3문제인데 양극화 해소, 미국산 소고기 등이 나왔습니다.
영어: 듣기 25문제, 독해 25문제입니다. 듣기는 긴 지문 하나를 듣고 다섯 문제씩 푸는 형태입니다. 시험이 전반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도 있는데 독해의 경우에는 시간이 없기 때문에 빨리 읽어서 문제 풀고 나중에 잘 찍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2차 시험]
2차 시험은 첫째 날 번역, 둘째 날 통역으로 나눠서 쳤습니다.
번역의 경우, 한영 4문제, 영한 4문제, 10문장 이내의 에세이 한 문제입니다. 그런데 시간이 정말 빠듯하기 때문에 문제를 읽고 바로 써내려 가야 합니다. 한번 더 보고 틀린 것 고친다는 생각보다는 일단 다 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번역 문제로는 NLL, 대기업 총수의 보복폭행 사건, FTA가 나왔고, 에세이로는 '패리스 힐튼이 21C형 유명인사라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문제로 출제됐습니다.
통역의 경우, 시험장에 들어가면 먼저 외국인 교수님과 간단한 대화를 주고받습니다.(제 경우는 이메일 주소가 특이해서 그것에 대해 물어보셨고, 학부 전공 언어가 아닌 영어 통역을 선택한 이유 등을 물으셨습니다.)
그리고, 한국인 교수님께서 ISO, ILO, IPTV, WIPO가 무엇의 약자인지를 물어보셨습니다. 시사 문제도 두 문제 나왔지만, 이건 다 모른다고 대답했습니다^^;(약자로는 시험 전날 시사 용어집 뒤에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가는 것이 유리할 것 같습니다)
한영, 영한 통역 시험은 한국의 미래를 위한 인력 관리의 중요성, 저 체중으로 태어나는 아기와 산모에 대해서 나왔습니다. 둘 다 그렇게 길지 않은 내용이었습니다.
물적, 심적 도움을 주신 부모님, 이상한(검증되지 않은) 영어와 한국어를 인내하면서 끝까지 들어 주시고 크리틱 해주신 은천성 선생님, 공부 초기에 주옥같은 표현을 가르쳐 주신 장홍석 선생님, 도시락 같이 먹었던 메인 스파 미라, 정말 중요한 자료를 준 이진 언니, 많이 격려해 준 혜성 언니, 모두 감사합니다^^
박선화
(운이 좋아서 서울외대도 합격하게 되었는데, 아무래도 9월까지 외대를 준비했던 것이 은연중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 두 가지는 추천해드리고 싶네요.)
1. 1차 시험 1주일 전 모의고사 문제풀기 - 이대시험 준비로 모의고사 대비를 전혀 못해서, 서울외대 1차보기 일 주일 전에 외대 기출문제를 구해서 스파와 하루에 stopwatch를 맞춰놓고, 2일분씩 풀었습니다. 문제 유형이 워낙 다양해서, 시험 직전 모의고사 대비 워밍업도 하고 긴장감을 푸는데 도움이 됐습니다.
2. 2차 시험 1주일 전 영자신문 국내기사 필독 - 서울외대 번역문제에 국내기사가 나온다는 말에 전 딱 하루만 사서 봤는데, 사실 이 하루 분만 봐도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번역시험에서 국내 최근 시사문제 비중이 50%가 넘기 때문에, 일주일 동안은 한글 기사와, 국내기사를 영자신문으로 다룬 것을 꼭 같이 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거예요.
▶1차 (필답고사)
1. 한국어
맞춤법이 약간 아리송합니다. 표준 맞춤법 미리 공부해 가시구요, 고사성어 다섯 문제는 어렵진 않지만, 그래도 고사성어도 한번 리뷰하고 가세요. 전 고사성어 평소에 좋아하는데, 막상 실전에서는 헷갈려서 틀렸습니다..ㅡ.ㅡ. 뒷부분 한글 요약문제 3문제를 교수님이 가장 중점적으로 보신다고 하는데, 들은 표현 그대로 쓰시는 것보다, 제 생각에는 평이한 요약보다 약간 눈에 띄고 좋은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전 다른 표현이나 고사성어를 활용해서 요약을 했습니다.)
2. 영어
참고로 LC는 지문 당 5문제로, 지문은 길지만 문제 자체가 크게 어렵진 않기 때문에 만점을 맞는다는 생각으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셔야 합니다. 간혹 읽어주는 지문 순서와 문제순서가 뒤섞여있어서, 그 순서만 놓치지 않으면 LC는 거의 다 잡으실 것 같구요, 미리 5문제씩 먼저 문제보기를 읽어두고 지문을 들어서 문제 푸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RC는 정말 양도 많고 다 풀 수 없습니다. 지문은 길고 문제는 한 두개 밖에 없으니까요. 5-6문제는 제대로 풀고, 10문제정도는 문제와 보기만 보고, 나머지 5문제는 그냥 찍었습니다. 따라서, 평소에 속독 훈련이 안되신 분들은, LC만점을 목표로 앞부분에서 절대 실수하지 마시고, RC는 시간안배 잘하시고, 나중에 시간 부족하면 보기를 보고 logic이라도 따져서 찍으세요.
▶2차 번역시험 (토요일)
한영 4개, 영한 4개, 에세이 1개, 이렇게 총 9개인데요. 크게 어렵진 않지만 시간이 아주 부족합니다. 저도 시간이 부족해서 나름 전략을 이렇게 세웠습니다.
1. 첫 번째 장은 무조건 깔끔하고 글씨는 크고 완벽하게! (교수님들께 보이는 첫인상인지라 표현도 적절한 단어와 뉘앙스를 고려해서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서 풀었습니다.)
2. 시간이 부족하면 요약이라도 해서 모든 지문 번역하기! (나중에 문제 2개와 에세이 1개가 남았는데 딱 10분밖에 안 남아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에세이 먼저 딱 10줄 쓰고 남은 5분 동안 나머지 지문 두개를 시간을 반반씩 할애해서 요약 번역했습니다. 빈칸으로 남기는 것보다 시각적인 효과도 있고, 모든 지문을 다루면서 요약하는 것이 앞 한두 문장만 하는 것보다 더 좋은 인상을 남길 것 같습니다.)
▶2차 통역시험 (일요일)
1. 시험 전
워밍업 차원에서 한시간 정도 다른 수험생과 뒤집기 스터디를 했는데, 긴장도 풀리고 편안한 상태로 시험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다들 꼭 입 풀고 들어가세요!!
2. Fluency test & 시사상식 문제
교수님들께서 워낙 편안하게 웃으면서 잘 대해주셔서 얘기하다가 긴장이 완전 풀렸고, 특히 제 통역경력과 前직장에 대해서 호감을 보여주셔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시사문제는 국제 환경단체 이름대기, 와이브로, 자본통합법 등이 나왔는데,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질문하신 것에는 모두 맞게 대답했습니다. 다 맞추니 교수님 표정이 밝아지셔서 살짝 기분도 좋고 자신감이 붙었습니다.
3. 한영 & 영한 통역시험
일단 분량은 둘 다 아주 짧았습니다. 6문장정도..? 긴 지문으로만 준비해왔던 저는 너무 짧아서 약간 당황했지만, 짧은 만큼 디테일까지 살려서 다 말했고, 실수하지 않도록 약간 천천히, 표현도 다양하게 바꿔가면서 하도록 노력했습니다. 특히 한영이 교육에 관한 것이었는데, 전에 공부하면서 암기했던 문장과 첫 문장이 거의 흡사해서, 외운 대로 시작해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교수님들께서 읽으실 때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경청하는 모습을 보였고, 통역할 때는 교수님 세분과 계속 eye contact을 하면서 큰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습니다. 이대 통역시험 볼 때는, 끝나고 오면서 길거리에 있는 돌부리를 다 걷어차고 왔는데, 서울외대 통역시험을 봤을 때는 생각보다 긴장하지 않고,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다 발휘하고 나온 것 같아서 시험장 문을 열고 나오는데 가슴이 벅차고 후련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마치며..
직장생활을 6년 정도 하면서, 퇴근하고 틈틈이 학원 다니던 저에게 full time 학생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5월에 회사를 그만두고, 그토록 바라던 full time 학생이 되어서, 학원도 무리해가면서 두 군데씩 다니고,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시험 볼 때까지 자습실에서 학원 문닫을 때까지 공부했는데,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 공부하실 때 정말 길고 지겹게 느껴지시겠지만, 본인이 하고싶은 공부를 실컷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하시고, 가장 중요한 것은 'positive mind'인 것 같습니다.
항상 강한 열정과 카리스마로 많은 도움 주신 은 선생님 (크리틱을 들을 때는 상처도 많이 받았지만, 지나고 나니 선생님 크리틱이 다 피가 되고 살이 됐습니다.), 힘든 기간 함께 준비한 스터디 파트너들 모두 감사드리고, 무엇보다도, 아직 신혼인데도 불구하고 고3 수험생 학부모 이상으로 저에게 물심양면으로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사랑하는 남편, my better half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글
(영어공부법) 영어의 대가들이 말하는 영어공부 비법
전문가 10여명이 말하는 영어공부 비법
"기적은 없어도 지름길은 있다"...
중학교에서 대학교까지 정규교육 10년, 입사시험, 직장생활.... 일반인들이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영어에 들인 땀과 시간, 돈은 엄청나다. 그래도 대부분 사람들이 '영어 콤플렉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쩌다 외국사람을 만날라치면 손에 땀부터 난다. "영어 반벙어리면 취직도, 승진도 어렵다"는 강박감에 이 학원, 이 교재 기웃거리지만 결국 달라지는 것은 별로 없다.
영어 전문가들은 죽자사자 매달리는 '올림픽 정신'만으로 영어실력이 올라가지는 않는다고 잘라 말한다. "영어에 기적은 없다.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공부하라"는 충고가 맞는 말이긴 하지만, 자신의 문제점을 잘 관찰해 보면 '왕도(王道) 즉 지름길'도 보인다는 것이다. 임향옥 교수(통역대학원 한영과, 교학과장), 하광호(뉴욕주립대 영어교육과), 조화유(재미저술가), 이보영(이화여대 언어교육원, EBS강사), 오성식(KBS굿모닝 팝스 진행자), 정철(정철 외국어학원 이사장), 민병철(민병철어학원 원장), 이익훈(이익훈어학원 원장), 김철호(김철호영어연구원 원장), 오석태(오석태영어연구원 원장)씨로부터 '영어공부의 지름길'을 들었다.
민병철 - 목표를 정확히 세우라
전문가들은 우선 "공부를 시작하기 전 목표를 정확히 세우라"고 한다. 네이티브 스피커 정도로 말하려면 현지에서 10년 이상 살라도 될까말까다. "그런 기대라면 아예 꿈도 꾸지 말라"고 이들은 말한다. 외국여행에서 큰 불편을 느끼지 않을 정도의 '서바이벌 영어'라면 두어 달만 꾸준히 노력하면 되고, 업무에 활용할 '비즈니스 영어'는 하루 2시간, 1년 정도의 장기 계획을 세우는 게 좋다. 민병철씨는 "지금 내가 왜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지를 따져보고 그것부터 시작하라"고 말한다. 여행을 앞둔 사람이라면 여행에 필요한 것, 미 대사관에서 비자 인터뷰를 할 사람은 그 부분, 외국인 바이어와 상담할 사람이라면 그 영어를 집중공략한다. "영어 전체를 잘알아야 그것도 할 수 있지"라는 생각은 버려도 된다.
조화유 - 당장 영어를 입밖에 내라
'의사소통'이 목적이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시작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고등학교때 배운 어휘 정도면 말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다"고 말한다. 말이 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체면' 때문. "어떤 언어든 실수하지 않고 배울 수는 없습니다. 우선 기회가 되는 대로 영어를 입 밖에 내십시오."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딴 나라 사람들을 보면 우리보다 훨씬 어휘가 모자라도 손짓 발짓까지 동원하며 훌륭하게 의사소통을 하고 있다고 그들은 말한다. 조화유씨는 "미국인과 만날 기회가 없다면 가족, 동료하고라도 하루에 몇마디씩 영어로 말해보라"고 권한다.
하광호 - 생활영어, 석 달만 투자하라
요즘 수많은 생활회화책이 쏟아져 나와 '현지영어'를 전하는데, 그 많은 표현을 어떻게 다 외울지 한심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보영씨는 "그러나 따지고 보면 빤하다"고 말한다. 식당 병원 학교 주유소 등 장소별, 자기소개, 사과할 때, 예약할 때, 물건 살 때, 전화할 때 등 목적별로 나눠 상황을 설정해 두고 거기서 자주 쓰이는 표현만 외워두어도 외국생활에 큰 불편은 없다는 것. 매일 꾸준히 석 달만 투자해도 웬만한 상황에는 대처할 수 있다고 이씨는 말한다. AFKN이나 위성방송으로 방영되는 미국 드라마는 현지에서 지금 쓰고 있는 생활영어를 전하는 최고의 교과서.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하나 정해 녹화해두고 반복해서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하광호교수는 "회화책을 들고 줄줄 외기보다 두세 사람이 함께 연극하둣 상황에 몰입해 영어로 이야기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이보영씨는 하루에 한 가지 주제를 정해 자신의 생각을 죽 적어두고, 대중 앞에서 말하듯이 거울을 보고 열변을 토한 게 꽤 도움이 됐다고 한다.
오석태 - 미국식 슬랭만 따라할 필요없다
"예스"대신 "얍", "노"대신 "놉"을 쓰며 미국식 영어를 구사하는 것같이 자부하는 사람이 많다. 오석태씨는 그러나 "'얍'이나 '놉'은 자칫 천해보이는 말투"하고 지적한다. 굳이 축약해서 말하는 그들의 습관을 따라할 게 아니라 또박또박 고전적으로 말하는 게 훨씬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고 그는 말한다. 말하는 표현을 늘리기 위해서는 회화교재뿐 아니라 미국잡지도 도움이 된다. '세븐틴''글래머''리더스 다이제스트''코스모폴리탄' 등 미국 여성지 청소년잡지 기사의 70-80%가 구어체, 신문 중에서는 '유 에스 에이 투데이'가 가장 읽기 편하다. 고급 회화를 구사하는 이 신문, 잡지의 어투에 익숙해지면 미국인에게 꽤 품위 있게 보일 수 있다고 오씨는 말한다.
이익훈 - 우리말을 잘하면 영어도 잘한다
"영어는 한국어 실력만큼 는다." 이익훈씨는 "Are you a sports fan?"을 우리말로 옮겨보라고 한다. "당신은 스포츠팬입니까?"로 해석을 끝낸다면 불합격. "당신은 스포츠에 미쳤습니까?" "스포츠를 무지하게 좋아합니까?" "하루라도 스포츠를 안보면 못삽니까?" 등 우리말로 갖가지 표현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면 영어에도 유창해질 수 있다. 우리말과 마찬가지로 영어 역시 표현력이 뛰어난 사람이 말을 잘한다. 이익훈씨는 "우리말을 영어로 옮길 때 직역만을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의미만 통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접근하라고 그는 권한다. 30-40대가 배운 교과서식 영어는 "처음 만났을 때, 'How are you" "Fine thank’"식으로 패턴화돼 있다. 그러나 실제 쓰는 영어의 표현은 무궁무진. "What’s new?” “What’s cooking?” “How’s it going?” “How’s your business?” 등을 때에 맞춰 쓸 수 있는데, 이런 표현력은 우리말을 쓸 때나타나는 '사고의 유연성'에서 나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정철 - 영어를 한국어로 해석하는 버릇을 버려라
"영어는 영어식으로 생각하라"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우리는 영어를 읽거나 들으며 한국어로 해석하려는 습관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해석은 아예 접어두라"고 한다. 영어를 공부하면서 한국어가 자꾸 섞이다 보니 영어식 문장구조에 익숙해지기 어렵다는 설명. 정철씨는 "듣기가 안되는 근본 원인은 따지고 보면 읽는 습관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그는 한국사람들이 암호해독식으로 영어를 읽는다고 말한다. 영어로 된글을 읽을 때는 습관적으로 우리말 어순대로 재배열한다는 것. 문장이 한눈에 들어오는 '읽기'에서는 그게 어느 가능할 지 몰라도 어순 그대로 발음되는 '듣기'에 가서 이런 방식은 딱 벽에 부딪친다. 정철씨는 "이런 사람에게는 치료적 접근법이 필요하다"고 한다. 기본문, 그리고 여기에 결합하고 변화하는 영어구조를 두어달만 집중적으로 공부하면 영어에 대한 이치가 '뻥' 트인다고 그는 장담한다. 하광호교수는 "이제까지 영한사전을 사용했다면 당장 영영사전으로 바꾸라"고 권한다. 단어 뜻뿐 아니라 정의와 활용 예를 영어 그대로 익히면서 영어식 사고방식을 익히는 좋은 방법이다.
영어식 발상을 이해하라
우리말과 영어식 발상이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말은 주어를 흔히 감추지만, 영어는 자기 주장이 강한 언어다. "몇시입니까"를 그대로 해석하면 “What time is it?”이지만 미국사람들이 더 잘 쓰는 말은 주어 "You”가 들어간 "What time do you have?”다. 같은 원리로 "Where is your home town?”보다 "Where do you come from?”. “What is this station?”보다 "Where are we?”가 더 '영어다운 영어'라는 지적이다. 말하는 방식도 단정적. 결론이 제일 뒤에 나오는 우리말과는 달리 결론부터 말한 후 토를 단다. 한국인들은 외국인과 이야기하다 별 뜻 없이 고개를 끄덕이거나 I see” “Mmm”을 연발하는데, 이것도 확실한 것을 좋아하는 영어적인 표현과는 거리가 멀다.
임향옥 - 한국식 액센트, 부끄러워 마라
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입밖에 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발음 때문. 그러나 이향옥교수는 "미국식 발음에 환상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한국식 액센트를 부끄러워 하지 마세요." 영어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아일랜드 등에서 모국어로 쓰고 있고, 수많은 나라들이 세계어로 삼고 있는 언어. 지역에 따라 발음하는 방식도 갖가지로 무엇이 '표준'이라고 딱히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미국인 비슷하게만 말하려고 열심히 굴리다보니 정작 중요한 발음들은 놓치고 있다는 것. "'국제적'을 영어로 말할 때 t발음을 빼고 '이너내셔널'이라고 해야 제대로 발음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진짜 미국에서 말하는 발음과도 일치하지 않지요. 그냥 원래 발음 그대로 또박또박 '인터내셔널'하면 다 알아듣습니다." 임향옥교수는 외국에 나가도 t 발음이 살아 있는 영어를 쓴다면서 "누가 어느 쪽 발음이냐고 물으면 '국제 발음' '중립적 발음'이라고 당당히 말한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영어를 할 때 혀를 이리저리 꼬다보니 P를 F로, L을 R로 발음하는 사람도 많다는 것. 이 때문에 "Parking place”를 "Fucking place”로 발음하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그는 한국인들이 특히 잘못하는 발음은 몇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고 한다. TH와 S가 잘 구분이 안되고, F 나 V, 머리통이 왕왕 울리게 발음하는 Z 등 암초가 곳곳에 있다. reason(이성) region(지역)같이 미묘한 발음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는 게 듣기나 말하기에서 모두 문제가 된다. 그렇다고 그게 넘지 못할 벽은 아니다. 최근 발음법에 대한 교재나 학원 강좌가 부쩍 많아지고 있는 추세.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아주 기초적인 것부터 발음법을 새로 익혀 나가면 자신의 문제점을 발견하고 오랜 습관을 떨쳐버릴 수 있다.
김철호 - 영어 듣기, 강세와 리듬을 익히면 귀가 뚫린다
영어에 많은 시간을 들인 사람이라도 듣기에서 골머리를 앓다 결국 포기해 버리는 사람이 많다. 정철씨는 "듣기가 되면 말하기는 자연히 따라간다"면서 듣기와 말하기 공부를 7대 3 비율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한다. 조화유씨는 영어가 안들리는 이유는 크게 "단어를 몰라" "숙어표현을 몰라" "발음되는 방식을 몰라"로 나눌 수 있는데, 대학을 나온 사람이라면 두번째 세번째가 문제라고 한다. 숙어표현은 동사에 붙는 전치사, 부사의 성격을 집중분석하면 웬만큼 감이 잡힌다. 그러나 미국에서 쓰는 영어는 단어와 숙어 모두 알아도 잘 안들린다. “In there”가 "인네어"로 "Tell her”가 "텔어"로 "About”가 "바우트"로 발음되고, 한 문장에서 강세가 붙은 말은 들리지만, 약하게 발음되는 것은 들리지 않는 게 보통이다. 대학 졸업자라면 웬만한 영어교재를 읽는데 어려움이 없다. 그러나 다 아는 문장을 들으면서는 이해할 수 없는게 문제. 김철호씨는 "먼저 우리말과 영어의 발음방법 차이를 파악하는게 중요하다"고 한다. 영어는 강세와 리듬의 언어. 우리에게는 없는 높낮이가 있고, 음절단위도 다르다. "strength’의 발음을 우리말로 옮겨쓰면 4음절 '스트렝스'지만, 진짜 영어는 위에서 아래로 미끄러지듯 한 음절로 발음해야 한다. V, Z 등 기름지고 우렁차게 발음하는 유성음도 우리말에는 없는 것. p,t,k,g 등 폐쇄음은 아주 작게 발음해 우리 귀에 안들리는 수가 많다. 자음과 자음이 겹칠 때 흔히 자음 하나의 발음이 생략되는 것도 우리를 괴롭힌다. 그는 "영어의 연음방식만 익히면 들을 수 있는 수준이 비약적으로 발전한다."고 말한다.
이보영 - 듣기 공부의 지름길은 받아쓰기
이익훈씨는 "처음에는 힘들겠지만, 받아쓰기 만큼 듣기실력을 높여주는 방법이 없다"고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프로그램으로 시작하는 게 가장 효과적. 처음에는 5분짜리를 받아쓰는 데 4시간이 걸린다. 영어를 좀 공부했다는 사람이 30%. 아닌 사람은 10% 밖에 맞추지 못한다고 그는 말한다. 해답지를 보면서 빨간펜으로 고쳐 넣은후 다음날 다시 똑같은 문장을 들르며 받아쓴다. 40-50%는 맞출 수 있다. 다음 날은 70-80%로 올라간다. 그는 "한 우물을 깊게 파라"고 한다. 그 문장을 완전히 달달 외울 수 있을 때까지 받아쓰기를 하는게 가장 효과적이라는 말이다. 그걸 하루 1-2시간 6개월을 계속하면 귀가 트인다. 어떤 문장이든 70-80%, 혹은 90%이상 알아듣게 된다는 것이다. 이보영씨는 "이것저것 교재를 바꾸지 말고, 귀가 트일 때까지 한사람이 말하는 교재를 사용하라"고 말한다. 미국인이라도 발음하는 방식은 제각각. 이 사람 저 사람의 발음을 쫓아가느라 전전긍긍하기보다 한사람의 억양에 먼저 익숙해지는 게 좋다. 임향옥교수는 '나이트 라인' '투엔티 투엔티' '밋 더 프레스'등 AFKN에서 방영되는 뉴스 토크쇼를 활용하는 게 재미도 효과도 크다고 권한다. 정규 뉴스는 현지인이 듣기에도 어려운 단어가 많이 나오고 딱딱하지만, 토크쇼는 화제 중심으로 쉽게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성식 - 영어를 즐기라
전문가들은 "영어를 취미 삼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다"고 한다. 오성식씨는 '2개월 완성' '3개월 특훈'등 영어를 무슨 무찔러야할 적으로 생각하는 태도를 경계한다. 스트레스를 주는 사람과 친해지기 어려운 것처럼 영어 역시 스트레스 속에서 될 리가 없다. 그는 "영어를 즐기라"고 권한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팝송을 듣고, 영화 애호가는 비디오를 보는 것으로, 시사문제에 관심 있는 사람은 매일 영어신문을 보는 등 취미로 영어를 시작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라고 그는 권한다. 요즘 영문 저널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는데, 정치든 문화든 관심분야에 따라 재미로 읽는 것부터 시작하자. "문법을 떼야지"하면서 문법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어나가는 것도 오산. 의문나는 것을 그저 사전 뒤지듯 들춰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오성식씨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며 '오늘 날씨가 참 좋다'를 영어로 어떻게 말하지"라고 스스로 물을 정도의 영어에 대한 애정과 관심만 있으면 영어에 대해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글
(영작문) "이제는 쓰는 시대" (이익훈 원장)
영어의 4가지 언어적 기능, 말하기(speaking), 듣기(listening), 쓰기(writing) 그리고 읽기(reading)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한가라는 질문을 종종 받게 된다. 1983년부터 지금까지 17년 동안 토플, 토익, 텝스를 직강해 오고 있는 입장에서, 나는 쓰기라고 주저 없이 말하겠다. 그 이유는? 1988년의 88서울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영어 회화 붐이 절정에 달한 이후로, 영어 회화에 대해서만큼은 조금 숨통을 트게 되었고 그 여파로 듣기 능력도 향상되어 왔다고 본다. 물론, 읽기의 중요성은 언제나 강조되는 것이라 새삼스럽게 생각해볼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 이들 4가지 기능 중 유독 쓰기만큼은 그 중요성이 단 한번도 심각하게 고려된 바가 없었다. 90년대 후반 들어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겨우 쓰기의 중요성이 엿보이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이 쓰기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
2000년을 맞아 영어 글쓰기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하고 싶다면 인터넷 홈페이지를 보면 간단하다. 현재 총 130여만개에 달하는 국내 홈페이지 중에서 영문으로 작성된 곳은? 심지어 주요 신문 방송의 언론사들조차 영어 홈페이지를 마련한 곳은? 또 그들 중에서 제대로 된 '것'과 '곳'은? 미국인들에게 물어보면 분명 비극적인 대답을 들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영어 실력 부족으로 인한 황당한 에피소드들이 많다. 외국에서 비싼 발전 설비를 들여 오면서, 계약서의 단어 하나를 오역하여 수백 억의 국고를 날리고 국가를 망신시키기도 했다. 이처럼 간단한 오역과 오작이 주는 피해는 상상을 초월한다. 집의 대문 격인 홈페이지 초기 화면은 화려하지만, 대문 안에 가득 쌓여있는 내용물인 컨텐츠는 온갖 오역과 졸역으로 낯뜨거울 정도라서, 외국에 대한 홍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업을 망치는 역효과를 자아내고 있다.
영어 번역 자격 검정 시험 ETAT(02-778-1577)를 시행하고 있는 코리아 헤럴드 산하 코리아헤럴드 번역센터의 박희선 사장은, 국내의 홈페이지들중 80∼90%가 전면적인 수술을 필요로 한다고 말한다. 국내 유명 쇼핑센터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영문 번역을 예로 들어보자. "패션의 흐름을 주도하는 해외 명품이 인접한 수입 잡화 층, 명품만이 가진 품격과 세련된 감각을 느낄 수 있는 매장과 대형 패스트푸드점인 A, B, C 등이 입주해 있습니다." 이 문장을 영어로 다음과 같이 옮겼다.
"The present of stores vending imported goods is expected to allow shoppers to experience the excitement of being in the vanguard of shopping for international goods at the forefront of fashion. Shoppers will be experience the 'Royal Treatment.' Additionally, Fast Food Stores will be available, such as A, B, C, etc."
이 영문은 전체적으로 한글 문장을 그대로 직역하였기에 native가 읽고 이해하기가 너무도 난해하다. 이 영문을 코리아헤럴드 번역센터(778-2028)에서 수정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The floor for the world's top brands leading the world's fashion industry is well-mated with other brand name products of world's best names, causing excitement among shoppers. And fast food restaurants, A, B and C, are conveniently located along with our store where you can find all kinds of household commodities."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북극에서도 아이스크림을 판매할 수 있는 세련되고 설득력 있는 영문 표현이라는 것이다. 시간 없고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해서 엉터리 영어 전문가에게 맡기기보다는, 차라리 한글 표기가 더 나을지도 모른다. 인터넷 영어 쓰기가 실용 영어 쓰기라면, TWE는 학습 영어 쓰기라고 볼 수 있다. TWE란 Test of Written English의 약자로, 토플 시험을 볼 때 같이 주어지는 영어 작문 시험이다. 2000년 10월부터는 기존의 paper test가 사라지고 CBT, 즉 Computer Based Test로 완전히 전환된다. 과거에는 영작문-essay라고도 부름-이 선택적이었으나, CBT제도 이후에는 essay가 필수적이 되고, 기존의 문법 파트에 배정된 점수의 절반을 essay가 차지하므로 지금 초긴장 상태에 있다. 긴장하기로는 수험생들 또는 그들을 가르치는 외국어 학원들도 마찬가지이다. 토플 시험의 경우, essay는 합격과 불합격의 갈림길로 인식되고 있다. 모두들 부들부들 떨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왜? 영작, 즉 영어 쓰기 때문이다.
쓰기를 잘하는 간단한 요령은?
첫째, 되도록 고상한 단어보다는 자기가 알고있는 쉬운 단어로 써라. 둘째, 자신의 논리를 확실히 밝혀라. 셋째 평소에 암기한 문장을 자신의 것으로 paraphrasing 하라.
쓰기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당연히 듣기이다. 들어야 yes건 no건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 면에서 볼 때, 듣기와 말하기 공부는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듣기 방법 중에 가장 어리석은 것은 무조건 듣는 것이다.
어떤 직장인은 집의 TV 채널을 무조건 AFKN에 맞춰놓고 그것만 듣고 있다. 어떤 학생은 무조건 영어 테입만 이어폰으로 듣고 있다. 문제는 '무조건'이라는 방법에 있다. 내용도 모르고 무조건 듣는 것은 한계성있는 찍기 시험과 같이 정말 무모하기 짝이 없다. 물론 전혀 안 듣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효과 면에서는 5%에 불과하다. 반면에 내용을 먼저 이해한 다음 다시 반복적으로 그 내용을 들었을 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은 95% 이상이다.
들어보기 전에 그 내용을 알아보는 방법으로는 받아쓰기를 따를 것이 없다. 발견된 자신의 취약점을 집중 훈련을 통해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집중훈련이란 큰소리로 읽기(loud reading)를 반복하는 것이다. 단, 읽을 때 네이티브 목소리로 녹음된 테입이 없이 자신의 목소리로 아무리 우렁차게 암기해보았자 자신의 엉터리 발음에 회복불능 상태로 보다 더 확실하게 자리잡을 뿐이다. 그렇다면 몇 번? 암기할 때까지이니까, 필요하면 개인에 따라 50번, 100번까지도 해야된다. 자신이 알고 있는 영어 내용을 딸딸딸 암기하여 유사시에 자기 것으로 표현하는 것을 '입에서 영어가 술술 나온다'라고들 한다. 그러나 대다수 영어 학도들은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대한의 효과를 얻으려는 도둑 심보를 갖고 있기에 못 듣고, 못 쓰고, 못 읽는 벙어리가 된다는 것이다.
우주의 섭리 하나. "영어는 자신이 노력한 양만큼만 듣고, 쓰고, 읽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여기에는 한치의 오차도 없다.
글
한국인의 비효율적인 영어학습법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영어가 외국어인 환경에서 영어를 어떻게 가르치고 배우는 것이 최선인가 하는 의문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옳은 방법과 그른 방법에 대해 세계의 권위자들이 공통으로 인정하는 부분이 있다. 그 범위 내에서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비효율성을 살펴보자.
1. 우리나라 영어교육은 문법학자 양성이 목적?
한국식 문법 교육은 학습자에게 유창성보다는 정확성을 지나치게 강조한다. 그 결과 학습자들은 정확히 알지 못하면 아예 입도 떼려 하지 않는 것이다. 모국어도 틀려가면서 배우는 법인데 심지어 외국어를 시행착오 없이 배우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이다. 문법은 독해나 청해(聽解)를 통해 간접적으로 문맥 속에서 배우는 것이 좋다는 주장이 꾸준히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국처럼 마치 문법학자를 양성하기라도 하려는 듯이 꼬치꼬치 따지고 분석하는 방식은 잘못된 것이다.
‘영문법을 직접 가르치는 것은 중급 수준이 될 때까지 늦추는 것이 좋다‘
라는 영어습득 분야의 세계적인 권위자, 로드 엘리스(Rod Ellis) 교수의 주장을 되새겨 보는 것은 어떨지. 아직도 많은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들을 문법을 위한 문법을 가르치는 학원에 보내 일찍부터 영어를 싫어하게 만들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2. 단어를 떼어내지 말자
대부분의 한국 영어학습자들은 영어 단어를 낱개로 익힌다. 이것은 크게 잘못된 방식이다. 낱개의 어휘를 머리에 입력하게 되면 구(phrase)의 상태로 입력하는 경우에 비해 효율이 너무 떨어진다. 한국인의 듣기, 읽기 속도가 매우 느린 것도 이것과 관련이 깊다. 최근에는 코퍼스 언어학(corpus linguistics)이 발달하여 영어의 특정 어휘들이 어떤 단어와 함께 어울려 쓰이는지에 대한 정보가 소상히 밝혀지고 있다. 어휘는 이해를 위해서나 회화, 작문을 위해서도 구의 형태로 입력을 해두는 것이 효율적이다.
3. 암기에 대한 맹신을 경계하자
인간이 사용하는 무수한 표현을 어떻게 다 암기로 해결할 수 있겠는가? 실제 외국인을 만나면 암기했던 표현은 어디에 숨었는지 튀어나오지를 않는다. 또 암기 역시 문법처럼 정확성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정확성은 아무리 몸부림쳐도 가장 나중 단계에 갖추어진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암기는 어느 정도는 불가피한 면이 있지만 동시에 큰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암기보다는 먼저 폭넓은 읽기, 듣기를 통해 영어의 구조에 간접적으로 익숙해지는 것이 좋다. 암기를 통해 의사소통을 하려 들지 말고 의사소통을 통해 암기가 되도록 방법을 바꾸어야 한다. 실제 의사소통을 할 때 이렇게 익힌 것만 자연스럽게 튀어나오기 때문이다.
4. 가르친다고 배워지는 것이 아니다
미국의 다이엔 라슨 프리먼(Dian Larson Freeman) 교수는 Teaching does not cause learning 라는 유명한 말을 남겨 세계적으로 신선한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지금까지 열심히 가르치면 잘 배울 것이라고 믿었던 선생님들이 들으면 무슨 망언이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는 이 분야 전문가들이라면 다 공감하는 바다.
학습은 학습자가 중심이 되어야 한다. 교사는 학습자의 동기를 유발하고 도와주는 코치 역할로 돌아가야 하며, 그렇게 될 때 한국의 영어교육이 산다. 동기유발을 잘 이끌어내는 교사, 일방적으로 설명해 주기보다는 학습자 스스로 해보고 체득하게 해주는 교사가 많아야 한국의 비효율적인 영어교육이 개선될 수 있다.
5. 절대 학습시간이 부족하다
영어로 의사소통이 되려면 최소한 10,000-15,000 시간 이상 투자를 해야 한다. 이것이 영어로 말하기 위한 임계치(臨界値)인 셈이다. 이는 하루에 두 시간씩 학습할 경우 16년이 넘는 긴 세월이다. 초중고 영어 공교육과 대학 과정의 십 수년을 다 합쳐도 약 4천 시간 내외가 될 뿐이다. 그래서 영어의 생활화가 필요한 것이다. 지금 초중고에서 영어로 수업을 하자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한국인의 영어학습이 비효율적인 이유는 이 이외에도 많다. 하지만 이중에서도 가장 먼저 해결되어야 할 과제는 정확성 위주의 학습을 유창성 위주로 바꾸는 일이다. 말을 잘 하려면 이미 알고 있는 것을 활용하여 실제 의사소통을 많이 해보는 것이 지름길이다. 상대는 꼭 원어민이 아니라도 좋다. 처음부터 틀리지 않고 정확히 말하거나 쓰려는 환상부터 버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영어가 유창해지는 것은 영원히 불가능할 지도 모른다. 자전거를 배울 때 넘어지는 것을 두려워하면 안되듯, 영어도 틀리면서 실제 의사소통을 많이 해보는 것만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237&page=5
글
영어를 보는 새로운 눈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이런 언어관(a view of the nature of language)을 지지하는 저자나 교육자는 교과서나 ESL( English as Second Language ) 교재들을 문법항목에 따라 구성한다. 한국인들도 오랫동안 이런 흐름 속에서 영어를 가르치고 배워왔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라는 주장이 일기 시작했다.
언어를 배우는 목적은 의사소통인데 문법 지식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리고 벽돌에 해당되는 어휘를 아무리 많이 암기해도 의사소통을 제대로 못하는 것을 보면 언어의 본질이 문법과 어휘는 아니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그래서 많은 교과서나 ESL 교재들이 20세기 후반 의사소통활동(communicative functions) 중심으로 구성되기 시작했다.
이들 교재의 목차 구성이 '초대하기, 초대를 거절하기, 제안하기, 요청하기, 동의나 반대를 표현하기' 등으로 된 것은 바로 언어의 본질에 대한 이러한 관점을 적용한 것이다. 지금 한국의 중고등학교 영어 교재는 이런 언어관에 따라 만들어져 있다.
그런데 21세기 초를 전후해서 Lexical Approach란 것이 본격적으로 등장한다.
의사소통의 원재료(generating power)가 되는 것은 문법(grammar)도, 언어기능(function)이나 의미(notion)도 아니란 주장이다. 언어를 구성하는 본질적 요소는 lexis(≒vocabulary)라는 것이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마치 한 단어처럼 사용되는 multi-word lexical units 혹은 chunks라고 하는 '의미토막'이 언어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라는 주장이다.
변형생성문법 이론을 주장하던 Chomsky 조차 최근 "lexicon-is-prime(어휘가 최우선)"이라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었을 정도이니까 문법과 어휘의 2분법으로 언어의 본질을 규명하던 시대는 완전히 막을 내린 셈이다.
어떻게 이런 새로운 주장들이 나오게 되었을까?
컴퓨터의 힘이다.
인간이 실제 사용한 각종 영어를 컴퓨터에 입력하여 특수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영어를 구성하고 있는 요소는 과연 무엇인가를 연구/분석해 본 것이다. 코퍼스 언어학(corpus linguistics)이 이를 담당하는데, 이것이 전통적인 언어관을 일거에 무너뜨리고 있다.
이런 흐름을 가장 빨리 받아들인 것이 영영사전들이다. 유명한 영영사전들은 예외없이 사전 조립된 의미 뭉치(prefabricated multi-word chunks)의 대표격인 연어(collocation: the regular occurrence together of words)를 경쟁적으로 다루고 있다. 말하자면 do the laundry, do my hair, go hungry, dense [heavy, thick, patchy] fog 등을 하나의 의미 토막으로 보고 학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여러분도 판단을 해야 할 시점이다.
제한된 시간에 과거처럼 문법과 낱개의 어휘를 각각 입력할 것인가 아니면 '사전 문법적으로 조립된 의미 뭉치'의 형태로 입력할 것인가?
어느 것을 따르느냐는 매우 큰 차이를 낳는다. 후자를 따르면 표현할 때 문법지식을 동원하여 낱개의 어휘들을 분주히 조립하는 부담이 대폭 줄어든다. 또 독해를 할 때도 이해의 단위가 낱개의 단어가 아니라 phrase 단위가 되므로 이해 속도도 빨라진다. 표현을 할 때 문법적 오류가 대폭 줄어드는 것도 큰 장점이다.
우리 모두 Lexical Approach를 한번 실험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20&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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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CS(일상회화)와 CALP(전문회화)의 조화로운 이중주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하나는 BICS(basic interpersonal communicative skills) 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CALP(cognitive/academic language proficiency) 이다.
전자는 대인관계를 위한 기본적인 의사소통 수단을 말하고 후자는 인지부담이 큰 학문적인 언어에 대한 유창함을 말한다. 다르게 말하면 BICS는 영어회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라 할 수 있고, CALP는 학문을 하는 입장에서 원서를 읽고 단순 이해의 차원을 넘어 읽은 내용을 분석/종합/평가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말한다.
이 두 가지 능력 중 한 가지만 잘하면 되는 사람도 있고, 두 가지를 동시에 잘해야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만일 두 가지를 동시에 다 잘하고 싶은 사람들이라면 영어 학습 시간을 어떻게 안배할 것인가? 우선 CALP가 급한 사람은 CALP에, BICS가 급한 사람은 BICS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길게 보면, 회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결국 많은 것을 읽어야 한다. 다시 말해 CALP를 갖추어야 수준 있는 BICS도 가능해 지는 것이다.
흔히들 회화를 잘하고 싶은 사람들은 회화에만 매달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중급 이상이 되면 유창한 회화를 위해서는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 EnglishCare의 회원들처럼 성인인 경우에는 외국인을 만나면 간단한 생활영어만으로는 부족하다. 생활의 폭만큼이나 깊이 있는 대화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중급 이상인 사람들은 자기 관심분야의 영어 자료를 많이 읽기를 권한다. 이런 input의 과정이 없이는 영어 회화라는 output을 잘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가령 외국인을 만나 월드컵 축구에 대해서 얘기하다 보면
"붉은 악마"
"16강에 들다"
"한국팀은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
"일본은 한국보다 한 수 위다"
등 하고 싶은 얘기들이 많을 것이다. 이런 표현들은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사전에 speaker의 대뇌 언어저장고(mental lexicon)에 이런 표현들이 영어로 저장되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영자신문을 꾸준히 읽는 것이 꼭 필요하다. 그러지 않고는 이런 표현들을 만나기 어렵다. 또, 월드컵 대회 기간 중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들에게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유창하게 설명을 해주고 싶다면 우리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영어로 설명한 책을 읽어야 한다. input을 쌓기 위해서다.
지금은 모든 부가가치와 경쟁 우위가 지식에서 나오는 시대이다. 잘 판단하자. 토막말 영어회화에 목숨을 걸 것인가, 아니면 세계적인 명저들을 영어로 술술 읽고 인터넷에 떠 있는 값진 정보들을 남보다 더 빨리 흡수할 수 있는 CALP 능력에 더 비중을 둘 것인가?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248&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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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1) - 어휘학습은 단어공부?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1. 어휘 학습은 단어 공부라는 생각부터 깨자.
단어란 무엇인가? 단어란 relief 같은 것? 그럼 to my relief/that's a relief/what a relief/a sigh of relief/disaster relief/food relief 같은 것은?
이들 예와 같이 한 단어처럼 쓰이는 것들이면 그것이 한 단어로 구성된 것이든 여러 단어로 구성된 것이든 상관없이 ‘단어’라고 생각하자. 이런 개념의 단어를 전문 용어로는 lexical unit/chunk 혹은 collocation(연어)라고 부른다. Relief처럼 정말 딱 한 단어로 된 것만 단어라 부르면 단어 공부를 잘못하게 된다. 이젠 How are you doing? 도 하나의 단어라고 생각하자!
사고를 바꾸고 행동을 바꾸려면 용어부터 바꾸어야 한다. 입력(input)의 최소 단위가 새로운 개념의 단어라고 할 수 있는 chunk 혹은 collocation이 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에 대해서는 코퍼스 언어학이란 것에 의해서 충분히 증명이 되었다.
2. 독해/청해도 단어공부라 생각하자.
독해/청해를 하면 다양한 lexical unit에 노출이 된다. 노출이 되면 독해는 각종 lexical unit의 시각인상이, 청해의 경우는 lexical unit의 청각인상이 여러분의 대뇌 세포에 회로를 만들기 시작한다. 적게는 7-8회 많게는 15회 시각/청각인상을 남겨야 지워지지 않는 회로가 만들어진다. 이것이 어휘가 내재화되는 과정이다.
문장 단위의 어휘 공부보다 discourse(대화나 글) 속에서 어휘를 만나는 것이 진짜 어휘 공부다. 결국 여러분은 어휘를 discourse 속에서 만나게 된다. TOEFL/TOEIC 등의 수험영어는 물론이고 회화나 영작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문장 단위로 단어를 만난 사람들은 discourse 단위의 말을 하지 못하고 글을 쓰지 못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점을 간과한다. discourse에도 문법이 있다. 이 문법을 모르면 긴 말을 하고, 긴 글을 쓸 수가 없다.
3. 단어장에 정리할 때는 반드시 용례 먼저 적어야 한다.
‘relief n. (고통, 곤란 등의)경감; 안심, 위안’과 같은 식은 안 된다. 이젠 다음과 같이 해 보라.
< 독해가 급한 사람 : 영어 -> 우리말 순 >
Exams are finally over. What a relief!
a medicine for pain relief
That's a relief.
시험이 드디어 끝났다. 야, 한 시름 놓았다!
진통제
그렇다니 안심이다.
< 작문/회화가 급한 사람 : 우리말 -> 영어 순 >
시험이 드디어 끝났다. 야, 한 시름 놓았다!
진통제
그렇다니 안심이다.
Exams are finally over. What a relief!
a medicine for pain relief
That's a relief.
위 방법은 전통적인 방법과 무엇이 다른가?
우선 입력의 단위가 chunk이다. 이런 단위로 입력하지 않으면 회화를 할 때 마구 틀리게 된다.
작문을 할 때는 문법적 오류 투성이가 되기 쉽다. 전통적인 단어 공부처럼 한 단어씩 암기하는 것보다 chunk 단위로 하면 암기도 휠씬 더 잘 된다.
점수 따는 영어말고 말하고 쓸 수 있는 영어를 잘 하려면 반드시 필자의 충고를 따라 보기 바란다.
그리고 순서도 중요하다. 회화나 작문을 잘 하려면 우리말을 먼저 보고 마음 속으로 스스로 영작해본 다음 용례를 보는 식으로 해야 한다.
" 이렇게 1년만 해 보라. 모든 것이 달라진다. "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29&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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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2) - 문법은 어떻게 공부할까?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이젠 word grammar다!
'Without grammar very little can be conveyed, without vocabulary nothing can be conveyed.'
(문법 없이는 의미전달이 아주 제한적으로만 가능하지만, 어휘 없이는 아무런 전달도 할 수 없다) 이는 David Wilkins라는 언어학자가 어휘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 한 유명한 말이다.
문법과 어휘 중 유용성 면에서 어휘의 손을 번쩍 들어준 예는 또 있다.
'If you spend most of your time studying grammar, your English will not improve very much. You will see most improvement if you learn more words and expressions. You can say very little with grammar, but you can say almost anything with words!'
(Innovations, LTP)
이제 전통적인 문법을 예찬하던 시대는 끝났다.
앞으로는 grammar를 학습하더라도 종전의 sentence grammar보다는 word grammar를 중심으로 학습하라. Word grammar란 개념은 문법 지식이란 결국 어휘에 대한 지식의 집합체라고 보는 시각이다.
다음 file이란 동사의 word grammar를 살펴보자.
file for divorce
The district attorney filed charges against him.
file $1 million civil damage suit against the committee
.....................................................................................................
법원에 이혼 소송을 제기하다
그 지방검사는 그의 혐의에 대해 공소장을 제출했다
그 위원회를 상대로 1억 달러의 손해배상 민사 소송을 제기하다
즉, file(제기하다, 신청하다)이란 단어는 어떤 sentence pattern을 취하고 또 어떤 다른 단어들과 함께 쓰이는가에 대한 규칙이 바로 file에 대한 word grammar인 것이다.
file이란 단어를 학습할 때는 다음과 같은 word grammar를 정리해 두는 것이 좋다.
1. file for divorce/bankruptcy,
2. file charges [a charge] against (person, organization),
3. file a claim/a complaint/a petition/a (law)suit
1. 이혼/파산을 신청하다
2. (사람, 단체에)고소/소송을 제기하다
3. 청구하다, 청구서를 제출하다/고소하다, 고발장을 제출하다/탄원서를 제출하다/소송을 제기하다
[주의] 쓰고 말하는 능력을 기르기 위해 학습하는 사람은 우리말을 먼저 제시하고 뒤에 해당 영어표현을 위치시킨다.
이런 word grammar에 대한 정보는 어디서 찾는 것이 좋을까?
영영사전, 영한사전, 한영사전을 다 참조하는 것이 좋다.
영영사전은 - 특히 Oxford Advanced Learner's Dictionary - file for, file charges against, file 바로 다음에 자주 오는 단어들의 예들을 찾는데 가장 적합한 자료다.
한편 영한사전은 이렇게 영영사전에서 찾은 표현들이 우리말로는 어떻게 해석되는지의 정보를 얻기 위해 필요하다.
그리고 한영사전을 참고하면 번역을 제대로 했는지 확인할 수 있고, 같은 뜻의 또 다른 표현을 찾을 수도 있다. (예: file(신청하다) = send in, put in, lodge)
백문이 불여일견!
(There's nothing like seeing for yourself)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38&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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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3) - 이사다니는 어휘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어휘를 배우는 과정은 새로운 지역으로 이사 가는 것과 같은 것)
어휘는 한꺼번에 익혀지지 않는다.
처음 이사를 가 한 두 번 이웃 사람을 만나게 되면 우선 그들의 겉모습을 먼저 익히게 된다. 처음에는 acquaintance(겨우 아는 사이의 사람)가 되고 차츰 자주 만나 서로의 성격과 취미도 알게 되면서 친해지면 friend의 관계로 발전한다.
둘 차이는 뭘까? acquaintance의 관계는 그 이후 계속해서 만나지 않으면 잊혀질 수 있고, friend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휘 학습도 마찬가지다. 철자나 발음을 몇 번 보거나 들어본 정도에서 출발하여 나중에는 철자나 발음뿐만 아니라 그 단어의 의미와 그 단어들이 만드는 각종 숙어 및 연어(collocation)까지 훤히 아는 단계로 발전한다.
Friend 단계의 도달 여부는 인간관계나 어휘의 학습이나 다양한 기회에 얼마나 자주 만나느냐이다.
그런데 acquaintance에는 여러 단계가 있고 friend 역시 마찬가지다. 어렴풋이 아는 사이도 있고 둘도 없는 친구의 관계도 있다. 여러분의 대뇌 언어저장고(mental lexicon)에 들어있는 어휘들은 어떨까?
아래와 같이 지금 겨우 acquaintance단계에 이른 것도 있고 아주 친한 friend 단계에 이른 것들도 있다.
apple: can understand and produce it (both in speaking and writing) without effort
bring: can understand it and produce it, though need to think about past irregular forms
sense: can understand it and produce it, but only in its main non-idiomatic senses
relief: can understand it in context only, and can produce if prompted (ex. with first letter) but not confident about correct word stress
bankrupt: can understand it in context only, and can't produce it even if prompted
hinge: probably wouldn't understand it even in context, and certainly can't produce it
여러분들은 어휘/표현 학습에서 acquaintance 단계에서 곧 바로 friend 단계로 발전하고 싶겠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acquaintance의 단계에서 많은 공을 드려야 friend의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러분들이 꼭 알아둘 것이 있다.
Acquaintance의 관계를 만드는 것은 소위 '단어장(word list)'을 가지고도 가능하지만 friend관계로 발전하려면 단어장만으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또 understand(독해, 청해)가 최종 목표라면 단어장만으로도 가능하지만 produce(회화, 영작)까지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단어장만으로 안 된다. 반드시 incidental learning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는 다양한 독해/청해를 하면서 '무의식적으로/간접적으로/부수적으로' 어휘를 습득하는 것을 말한다.
단어장을 통해 열심히 '의식적으로' 학습한 것은 '무의식적으로' 말하거나 쓰려고 할 때는 즉각 튀어나오지 않는다. 의식적인 학습만으로 쌓아 올린 실력은 시험 볼 때 효과를 발휘할 뿐이다. 그리고 자신이 말하거나 쓴 것에 대해 monitor 기능을 할 뿐이다.
필자의 말이 얼른 납득이 안 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필자도 처음엔 세계적 학자들의 이런 주장에 선뜻 공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많은 다른 학자들도 공감하고 있고 필자 역시 지금은 깊이 공감하고 있다. 이는 아마 조물주가 언어를 배우는 방식을 하나로 통일했기 때문은 아닐까?
원하는 단어가 술술 생각나게 하려면 폭넓은 독해와 청해를 생활화하자!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47&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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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4) - 단어는 몇 개나 알아야?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최근 TEPS 강사 양성 교육에 참가한 한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이야기다.
"선생님, 저는 TEPS 독해 실력이 오르지 않아 최근 몇 개월째 영어 소설을 읽고 있는데 성적은 여전히 오리무중입니다."라는 호소를 해온 수강생이 있었단다. 그래서 그 강사 선생님께서는 소설 읽기를 중단하고 TEPS 실전문제풀이를 계속하라고 충고를 해주었는데 이것이 옳은 충고였느냐고 필자에게 질문을 해왔다.
그래서 필자는 "아주 충고를 잘하셨습니다."라고 확인을 해준 일이 있다.
TEPS는 실용영어 시험이다. 독해 지문의 반은 실용문이고, 나머지 반은 학술적인 내용에 가깝다. 그러니까 영어 소설을 읽는 것이 당장 TEPS 독해 시험 성적을 올리는데 도움이 될 리가 없다. 소설을 읽을 때 만나는 단어들과 TEPS 독해 지문에 나오는 단어들과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영어 단어도 현명하게 익혀야 한다.
일상 생활영어에 자주 쓰이는 필수어휘 2,000-3,000 개(더 정확히는 word family)는 누구나 공통으로 익혀야 한다. 문제는 그 이후다.
영어 회화를 잘하는 것이 목적인 사람이라면 기본어 2-3천 개의 깊이를 더하는 것이 현명하다.
새로운 단어를 더 암기하려고 하지말고 그 시간에 다음과 같은 실용표현 연습을 통해 아는 단어를 더 깊이 알라는 뜻이다.
"나 이 닦고 올게"
"그는 빨라야 내주 월요일에나 돌아올 거야"
"택시를 타면 좀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을 거야"
"I'll go brush my teeth."
"He won't be back before next Monday at the earliest."
"You can make better time if you take a taxi."
TOEIC의 독해시 어휘가 약한 사람은 TOEIC에 나오는 실용적인 독해 지문을, TOEFL 독해시 모르는 어휘가 많은 사람은 TOEFL 독해 유형의 지문을 많이 읽으며 어휘를 익혀야 한다. 영자신문 구독이나 AFKN 뉴스를 듣는 것은 중장기적으로 도움이 될 뿐이다.
단기간에 TOEIC/TOEFL 성적을 올리려는 사람은 TOEIC/TOEFL에 나오는 그런 종류의 독해지문을 읽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하지만 독해를 통해서 어휘력을 늘이고자 할 때는 유의할 사항이 하나 있다.
아주 광범위하게 많은 양의 독해를 하지 않는 이상 TOEIC/TOEFL에 나오는 모든 단어를 만날 수는 없다는 점이다. 그래서 소위 '단어장/어휘교재'라는 것이 필요하다.
독해를 통해서는 만날 수 있다는 보장이 없는 단어도 어휘교재에서는 한꺼번에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늘 칼럼의 요점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겠다.
1. 어휘는 기본어 2-3천 개는 공통으로 익히고, 그 이후는 자신이 당장 필요로 하는 어휘를 우선적으로 익힌다.
2. 어휘는 단어장을 통한 직접학습과 폭넓은 독서를 통한 간접학습을 병행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56&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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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5) - 꼭 새겨야할 7가지 원칙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인간은 long-term memory라고 하는 일종의 대뇌 filing system을 가지고 있다. 어휘 학습이란 결국 long-term memory에 어휘를 기억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Long-term memory에 저장할 수 있는 용량(capacity)에는 한계가 있고 또, 저장했다고 해서 영원히 기억되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지워지지 않도록 어휘를 장기 저장할 수 있을까?
다음의 7가지 방법을 추천한다.
1. Repetition
하나의 어휘는 시차를 두고, 서로 다른 문맥 속에서 약 7회 이상을 반복 만나야 long-term memory에 제대로 기억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야 비로소 그 단어가 내재화되고 자동화된다는 뜻이다.
단어장에 단어와 뜻을 적어 놓고 이를 여러 번 반복 암기하는 전통적인 어휘 학습법은 최선의 방법이 아니란 점을 잊지 말자.
2. Retrieval
저장한 어휘를 회상해 보는 것을 말한다. 가만히 저장만 해두고 검색하거나 회상하지 않으면 long-term memory에 저장되었던 어휘도 사라질 수 있다. 기억해 둔 어휘를 회상해 보는 대표적인 활동은 회화나 작문을 통해 그 단어를 사용해 보는 것이다.
회상과 관련해서 한 가지 유의할 점이 있다.
단어장을 만들 때 영어 어휘와 그것의 우리말 해석을 너무 가까이 붙여놓지 말자. 영어 단어와 그것의 모국어 해석을 한 눈에 들어오도록 정리를 해두면 회상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는다. 또 그냥 묵독보다는 소리 내어 읽자. 소리 내어 읽으면 나중에 회상을 더 잘 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3. Spacing
어떤 간격으로 복습을 하거나 회상을 하는 것이 이상적일까?
한자리에서 또는 짧은 시차를 두고 여러 번 반복하는 것보다는 비교적 긴 시차를 두고 그 단어를 다시 만나거나 사용을 통해 회상하는 것이 더 잘 기억된다.
조금 전 새로 익힌 단어라면 한 시간, 세 시간 뒤에 다시 한번 복습하고 이렇게 다시 복습한 단어는 2-3일 후, 그 다음은 일주일 후처럼 시차를 두고 복습하는 것을 말한다.
4. Use
사용보다 더 좋은 복습/회상 방법은 없다. 어휘 학습과 관련된 명언이 있다. “Use it or lose it.”이 바로 그것이다. “사용하라 그렇지 않으면 잊어버린다”
5. Cognitive depth
어떤 어휘에 관해서 발음/형태/뜻/용법 등에 관해 주의(attention)의 집중 강도가 크면 클수록 잘 기억된다. 단어장에 적어놓은 철자와 뜻을 슬쩍 한 번 보는 것 정도로는 기억이 크게 강화되지 않는다.
철자를 보고 발음도 해 보자. 그리고 철자만 보고 뜻을 회상해 보자. 반대로 뜻만 보고 그 단어의 철자를 떠올리고 발음도 해 보자. 이렇게 그 단어에 대한 주목의 강도를 높이고, 생각을 깊이하면 할수록 그 단어를 오래 기억할 수 있게 된다.
뭐니뭐니해도 그 단어에 대해 주목의 강도를 높이는 방법은 그 단어를 이용하여 작문을 해보는 일임을 잊지 말자.
6. Attention
어휘를 오디오 테이프로 듣는 것은 기억에 어떤 효과가 있을까?
오디오 테이프를 틀어놓고 자면 어휘 학습에 도움이 된다는 주장은 속설인가 사실인가?
단순히 수동적으로 듣기만 하는 방식은 기억에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왜 그럴까? 이에 대해서는 위 5번 항목의 cognitive depth가 훌륭한 대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어휘든, 문법 혹은 구문이든 이것이 내재화되려면 의식적인 주목(consciousness raising or noticing)이란 과정이 필요하다. 욕설이나 성에 관한 단어를 다른 단어에 비해 더 잘 기억하고 회상하는 것은 바로 a high degree of attention을 거치기 때문이다.
그럼 어휘 학습을 위해 오디도 테입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다음과 같은 방법들을 활용해 보라. 모두 그 어휘에 attention의 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우선, 휴지(pause) 사이사이의 의미 덩어리를 따라 발음해 본다.
둘째, 휴지(pause) 사이사이의 의미 덩어리 단위로 마음 속에서 우리말로 통역을 해본다.
셋째, 휴지(pause) 사이사이의 의미 덩어리 단위나 문장 단위로 받아쓰기를 해본다.
7. Imaging
남이 만들어 놓은 이미지보다는 학습자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어 보는 것이 중요하다. 추상적인 어휘든 구체적인 어휘든 상관없다. 가령 the name of the game(가장 중요한 것; 문제의 본질)이란 숙어라면 game site에 들어가 menu를 바라보면서 어떤 ‘게임의 이름’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 그것이 가장 중요한 데...‘라는 이미지를 스스로 떠올려 보거나, 2002년 월드컵 축구에서 한국-미국 전을 떠올리면서 ’가장 중요한‘ 경기임을 생각해 보는 것도 이미지화의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61&pag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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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6) - 어휘 기억은 어떻게?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어휘는 어떻게 해야 대뇌 속에 효과적으로 저장될까?
모든 사람들은 대뇌 속에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어휘가 기록, 저장된 어휘 사전(mental lexicon)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은 한국어 사전만 가지고 있고, 또 어떤 이는 영어사전, 일어사전까지 가지고 있다. 부시 미국 대통령은 영어 mental lexicon 속에 20만이 넘는 단어를 저장하고 있을 것이고 한국의 한 초등학생은 수 백 개의 단어만을 저장하고 있을 것이다.
영어를 듣거나 읽고 이해를 하고, 영어로 말하거나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대뇌 속의 mental lexicon이 있기 때문이다. 이 lexicon에 영어 단어들이 어떤 방식으로 저장되어 있고 필요할 때는 어떻게 꺼내지는지는 정말 궁금하다.
이것을 비디오로 촬영하거나 정확히 볼 수 있는 투시경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우리는 어휘 학습을 좀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바로 이런 궁금한 점들을 밝히기 위해 많은 학자들은 이 ‘조물주의 영역’의 비밀을 벗기기 위해 끝없는 도전을 거듭하고 있다.
영어 학습자는 왜 chicken과 kitchen을 혼동할까?
발음이 비슷하기 때문에? 그렇다면 인간의 대뇌 mental lexicon에는 발음이 비슷한 것들이 ‘서로 가까이’ 저장되어 있을 것이란 짐작이 가능하다.
또, 다음 두 질문 중 어느 것을 더 빨리 답하는가는 조사해 봤더니 1번 질문을 더 빨리, 더 쉽게 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1. Name a fruit that begins with p.
(과일 이름을 하나 대시오/철자 p로 시작하는)
2. Name a word that begins with p that is a fruit.
(p로 시작하는 단어를 하나 대시오/과일 이름 중에서)
이 실험의 결과는 인간의 뇌가 단어를 검색할 때 단어의 형태를 기준으로(form-based; dictionary-like) 검색하지 않고 먼저 의미를 기준으로(meaning-based; thesaurus-like) 검색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즉, fruit이라는 카테고리로 먼저 들어가서 그 속에서 p로 시작하는 특정 과일을 검색한다는 것이다.
이는 사람의 mental lexicon은 meaning-based로 조직이 되어 있고, 동시에 form-based인 back-up 파일을 가지고 있을 것이란 짐작을 가능케 한다.
이상의 연구 결과를 적용하면 우리는 영어단어를 암기할 때 fruit에 속하는 apple, pear, pineapple, strawberry, banana 등과 같이 동일한 lexical field에 속하는 단어들을 함께 저장해 두어야 말하거나 쓸 때 재빨리 필요한 어휘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학자들은 network building 방식의 어휘학습을 장려한다. 가령 축구와 관련된 용어라면, 다음과 같이 동일한 lexical field에 속하는 어휘들을 함께 외워서 이들이 mental lexicon에 network을 이루도록 하라는 뜻이다.
16강에 진출하다 advance to the round of 16, make it to the second round
2승 1무 two wins and a draw
...를 퇴장시키다 dismiss ... from the game
결승골을 넣다 score the winning goal, score the game-deciding goal
수비수를 따돌리다 shake off one's defender
...팀과의 싸움에서 1-0으로 승리하는 이변을 낳다 pull off a 1-0 upset over ...
앞으로는 연관된 내용 어휘들을 함께 암기하여 대뇌 속에서 network를 형성하도록 하자. 그래야 암기도, 검색도 더 빨리 더 쉽게 할 수 있다. 그래서 narrow reading/narrow listening(같은 분야의 내용을 집중 읽거나 듣는 것)이 어휘학습에 효율적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젠 brain-compatible하게 어휘를 학습하자!
조물주에게 거역하여 좋을 것이 없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66&page=4
글
어휘 학습법(7) - 아이템 러닝 FIRST!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우선 다음 예문을 통해 rule learning과 item learning이란 뜻부터 알아보자.
The player has been disqualified from next match.
(그 선수는 다음 경기에 출장자격을 박탈당했다)
여기 disqualify라는 단어를 위와 같은 예문과 '자주 만남으로써' '(규칙 위반의 이유로)...의 출장자격을 박탈하다'란 뜻임을 익히는 것은 item learning이라 한다.
한편 dis-라는 접두사는 '반대'의 뜻을 갖는다는 'rule을 먼저 학습하고' 이를 이용하여 disqualify를 'dis- + qualify(자격을 주다)'로 분해한 다음, 이를 '...의 자격을 박탈하다'라는 뜻으로 이해하는 것을 rule learning이라고 한다.
어느 쪽이 어휘 학습상 더 바람직할까?
언뜻 생각하면 rule learning이 더 유리해 보인다.
이것만 알면 dishonest, disagree 등의 뜻을 쉽게 짐작할 수 있는 반면,
item learning의 경우는 disqualify, dishonest, disagree란 단어가 사용된 구나 문장을 다독/다청을 통해 많이 만나야 비로소 이들 단어들의 뜻을 충분히 익힐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Rule learning에서 Item learning으로!'를 강조하는가?
영어에서 어떤 rule도 예외가 없는 것이 없다.
초급 수준의 학습자가 rule learning에 의존도를 높이면 disappoint(실망시키다)를 dis-(부정, 반대)라는 rule을 적용하여 'appoint(임명하다)의 반대 즉 '현 지위에서 해고하다'로 엉뚱한 해석을 할 수 있고, distribute(분배하다)도 tribute(감사의 표시; 공물)의 뜻에 dis-를 적용하여 실제의 뜻 '분배하다'와는 전혀 다른 뜻으로 유추할 우려가 있다.
'그는 요리를 잘한다'에 해당하는 'He's a good cook.' 이라는 표현을, item learning 하지 않은 사람은, rule learning에 의존하여 'He's a good cooker.' 로 잘못 표현하기 쉽다.
또, in-과 non-은 '부정(否定)'의 뜻을 갖는다란 rule을 적용하여 inflammable(불붙기 쉬운, 인화성의)이 nonflammable(비 인화성의)과 비슷한 뜻일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
그래서 적어도 어원의 rule을 기계적으로 적용하지 않고 주위 문맥도 함께 고려하여 신중하고도 안전하게 활용할 단계에 이를 때까지는 item learning에 더 큰 비중을 두기를 권한다.
하지만 item learning을 하면서 특정 한 단어를 접두사, 어근, 접미사로 분석하며 학습하는 것은 적극 권한다. 그 단어의 뜻을 더 빨리 이해할 수 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rule learning은 item learning을 통해 스스로 dis-, in-, -er 등의 의미의 규칙성을 발견할 수 있을 때, 그때쯤 시작해도 늦지 않다.
'Item learning FIRST'는 문법 학습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우선 다음과 같은 대통령의 대 국민 사과 기사를 읽거나 들었다고 하자.
"I have felt responsibility keenly for failing to bring up my sons properly, and lived in shame for hurting the hearts of people who supported me"
위 문장은 다양한 문법적 요소들을 포함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문법에는 신경 쓰지 말고 다음과 같은 lexical item들에 의식적인 주목을 하고 이들을 feel, keenly와 같은 하나의 단어처럼 통째로 익히자.
벌써 이들 lexical item 속에는 문법이라는 rule이 다 적용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을 통째로 익히면 벌써 문법까지 익히는 셈이다. 이런 item들이 여러분의 대뇌 어휘 저장고(mental lexicon)에 상당한 양 쌓였을 때 문법이라는 rule을 익히기 시작하라.
책임을 통감하다 feel responsibility keenly
자식을 바르게 기르다(아들들을 양육하다) bring up my sons properly
부끄럽게 살다 live in shame
...의 마음을 아프게 하다 hurt the hearts of people ...
...를 지원하다 support ...
한국인 영어 학습자들이 특히 '말하기/쓰기'에 약한 것은 어휘든 문법이든 item learning 보다 rule learning에 지나치게 의존하기 때문이란 점을 잊지 말자.
Item Learning FIRST, Rule Learning LATER!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71&page=4
글
어휘 학습법(8) - 숙어는 어떻게 익히나?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숙어는 개별적으로 만날 때마다 익히는 것이 최고)
우선 숙어를 phrasal verb와 일반 idiom으로 나누어 살펴보자.
phrasal verb의 경우, 이해를 할 때는(for comprehension) 뜻(meaning)을 아느냐가 문제가 되고, 표현을 할 때는(for production) 관련 word grammar를 아느냐가 문제가 된다.
a. The goalkeeper has given up only one goal over the past five matches.
b. 미로슬라브 클로제 공격수는 그가 넣은 다섯 골을 모두 헤딩으로 넣었다.(head in)
다시 말해, 위 예문 a.를 이해할 때는 give up의 뜻이 무엇인가가 문제가 되고, b.를 영작할 때는 head in all of his five goals와 head all of his five goals in 중 어느 것으로 해야 맞는지가 문제가 된다.
그럼 이런 2어 동사들은 어떻게 학습하는 것이 좋을까?
get up, get back, get off, get over 등을 함께 암기하는 것은 어떨까?
숙어 책들 중에는 형태가 비슷한 것들을 함께 제시하고 있는 것들이 많다.
하지만 겨우 get up(일어나다) 정도를 알고 있는 초급 학습자들에겐 좋은 학습법이 못된다. 모양이 비슷한 이들 2어 동사 4개를 동시에 학습하면 나중에 혼동하기에 딱 좋기(a sure recipe for confusion) 때문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학습해야 하는가?
2어 동사는 독해 passage나 listening material 속에서 만날 때마다 그때그때 암기하는 것이 무난하다. 형태나 의미가 비슷한 2어 동사의 경우 하루에 2-3개 학습이 적당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미 get up, get back, get off, get over의 기본적인 의미를 알고 있는 중고급 학습자라면 이들을 한꺼번에 학습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필자가 적극 추천하는 2어 동사의 학습법은 동사 뒤에 오는 부사/전치사 별로 학습하는 방식이다.이럴 테면 down이 '(양, 질, 활동 등이) 줄어든(decreased)'이라는 뜻을 갖는 2어 동사들을 함께 학습하는 방식이다.
예: Could you boil that article down to 400 words?(요약하다)
Just calm down a bit!(차분해지다)
After all the recent excitement, things have begun to settle down again.(평온해지다)
The wine was watered down for the children.(물을 타 희석시키다)
The heels of these shoes are quite worn down.(신어서 닳다)
The noise was dying down.(차츰 가라앉다)
앞으로 2어 동사를 학습할 때는 동사 뒤에 오는 부사/전치사가 어떤 의미를 가질까를 생각해 보자. 그렇게 할 때만 그 2어 동사의 참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가령,
The ball bounced off the turf.
(그 볼은 잔디 바닥에서 되튀어 올랐다)
라는 문장을 만났다면 여기서 off는 무슨 뜻일까, 왜 하필이면 from을 쓰지 않고 off를 썼을까하고 생각해 보라는 것이다.
(2어 동사를 이렇게 해설한 교재에는 필자가 쓰고 조선일보가 펴낸 'TEPS Vocabulary'가 있슴)
Idiom 역시 형태나 의미가 비슷한 것들을 동시에 학습하는 것을 지양해야 한다.
가령 '신체'와 관련된 down at the heels(초라하여, 단정치 못하여), put your feet up(...에 발을 얹고 편안한 자세를 취하다), foot the bill(계산을 치르다, 지불하다), toe the line(조직의 규칙/명령을 준수하다) 등의 숙어가 모두 생소한 것일 때 한꺼번에 학습하지 말라는 뜻이다. 나중에 put your heels up, toe the bill과 같이 부시 대통령도 모르는 숙어를 만들어 사용하기 쉽기 때문이다.
단어는 달라도 theme이 같은 것끼리 학습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under the weather(기분이 나쁜), off color(평소보다 안색이 안 좋은, 기운이 없는), run down(쇠약하게 만들다), out of sorts(기운이 없는, 몸이 불편한) 같은 숙어는 모두 컨디션이 안 좋은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런 것을 한꺼번에 학습하면 이런 표현들을 혼동하기 쉽다. 위 숙어들은 각기 쓰이는 상황(context)이 다르고 뉘앙스도 다르다.
숙어는 다양한 문맥 속에서 만날 때마다 개별로 익히도록 하자!
[답] give up 허용하다/Striker Miroslave Klose has headed in all of his five goals. (headed all of his five goals in도 가능은 하나 전자가 더 자연스러움)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76&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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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9) - 문맥으로부터 짐작하기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Guess from Context
(문맥으로부터 짐작하기)
모르는 단어를 문맥을 통해 짐작하는 기술은 누구에게나 가능한 일일까?
아니다.
적어도 읽기나 듣기 자료에 나오는 단어들의 90% 이상 알 때 가능한 일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영어의 핵심 어휘 3,000-5,000 word families를 익힌 학습자에게만 유용한 기술이다.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문맥을 통해 짐작하는 기술은 새로운 것이라기보다는 이미 모국어에서 쓰고 있는 기술을 외국어 학습에 옮겨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문맥을 통해 짐작하라고 선생님들은 강조하지만 사실 학생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이유가 있다. 외국어인 경우는 주위 문맥을 모국어의 경우만큼 확실히 파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모르는 단어의 의미를 문맥을 통해 짐작하는 것은 어휘력과 독해력이 탄탄한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기술이다.
적어도 현 어휘력이 3,000-5,000이 넘는 학습자는 다음과 같은 요령으로 ‘Guessing from context’를 시도해 보자.
1단계: 모르는 단어의 품사를 생각해 본다.
2단계:모르는 단어를 포함하는 연어(collocation) 정보를 이용한다.
가령, 모르는 단어가 명사라면 앞에 관사 유무를 파악하고 - 이는 그 명사가 셀 수 있는 명사인지 아닌지의 정보를 제공한다 - 어떤 동사와 함께 쓰였는지를 본다. 만일 모르는 단어가 동사라면 어떤 명사를 목적어로 취하는지 살핀다.
3단계: 모르는 단어와 아는 단어들 사이에 but, and, however, so 등의 이정표(signposting words)가 없는지 살핀다.
다음 예를 보자.
a. We got home, tired but elated.
b. We got home, tired and downhearted.
c. It was a very cold day so I put a tribbet ( 영어에 존재하지 않는 단어 ) around my neck.
a.의 elated는 but이라는 signpost를 통해 tired와 대조적으로 긍정적인 의미임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한편 b.의 경우는 and라는 signpost를 보고, downhearted는 tired와 함께 부정적인 의미일 것이라는 판단이 가능하다.
c.의 경우, so의 앞 내용이 원인이 되고 뒷 내용이 결과라는 점을 이용할 수 있다.
4단계: 이상의 방법이 도움이 되지 않을 경우 모르는 단어를 ‘머리+몸통+꼬리’로 분해하여 뜻을 짐작해 본다.
다음 영문의 이탤릭체로 된 단어의 뜻을 위 방법을 적용하여 짐작해 보자.
The Korean team's unique dynamic play, its insatiable will of certain victory and its miraculous ascent to the world's top level have become a paragon of soccer.
우선 다음 collocation 정보를 이용하여 의미를 짐작해본다.
a. its insatiable will of certain victory(필승에 대한 한국팀의 …한 의지)
b. its miraculous ascent to the world's top level(한국팀의 세계 정상 수준으로의 …한 ~)
c. become a paragon of soccer(축구의 …가 되다)
다음으론 밑줄친 and가 signpost 역할을 해주고 있다. 위 구문을 A and B로 기호화하면 A가 긍정적인 뜻이므로 B부분도 긍정적인 뜻일 것이라고 판단한다.
마지막으로 c.의 경우는 우리의 선험지식을 동원하여 “축구의 귀감/모범이 되었다”라고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어원 지식을 동원하면 이것 역시 의미의 짐작에 도움이 된다.
insatiable = in-(=not) + sati(satisfy와 관련) + -able(할 수 있는/형용사)
miraculous = miracul(miracle과 관련) + -ous(형용사)
‘Guessing from context’의 요령은 ‘연어 정보, signposting words, 어원 정보’를 차례로 이용하는 것!
[주] insatiable 만족할 줄 모르는 miraculous ascent 놀라운 비상 paragon 모범, 전형, 귀감 elated 우쭐한, 의기양양한 downhearted 낙담한, 기운없는 tribbet -> scarf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80&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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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 학습법(10)- 30개국 외국어 익히기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Richard Burton경은 30개의 외국어를 어떻게 익혔나?
외국어 하나를 2개월 만에 배울 수 있었던 사람이 있다면 여러분은 믿을 수 있겠습니까? 19세기 실존 인물 Richard Burton 경이 바로 그 신비의 인물. 그는 생전에 30개 외국어를 익힐 수 있었다고 하는데 그 비결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직접 그의 말을 통해 알아보기로 합시다.. 먼저 원문을 소개하고 그가 택한 방식의 의미를 하나 하나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I got a simple grammar and vocabulary, marked out the forms and words which I knew were absolutely necessary, …1
(나는 쉬운 문법 항목과 어휘를 구해서 꼭 필요한 것들만 구분해 골랐다)
and learnt them by heart …2
(그리고 나는 그들을 암기했다)
by carrying them in my pocket and looking over them at spare moments during the day. …3
(주머니에 넣어 다니며 종일 틈날 때마다 이들을 반복해서 살펴보았다)
I never worked for more than a quarter of an hour at a time, for after that the brain lost its freshness. …4
(나는 한번에 15분 이상 학습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 이상 공부를 하면 뇌가 상쾌한 상태를 잃기 때문이다)
After learning some three hundred words, easily done in a week, …5
(약 300단어를 학습하고 나서 - 이는 일주일에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었다)
I stumbled through some easy book-work ( one of the Gospels is the most come-at-able ), …6
(나는 쉬운 책을 더듬거리면서도 끝까지 읽었다 - 복음서 중의 하나가 가장 쉽게 할 수 있었다)
* come-at-able (구어) 가까이하기 쉬운, 쉽게 할 수 있는; 입수할 수 있는
and underlined every word that I wished to recollect, …7
(기억해 두었다가 나중에 회상하고 싶은 단어에는 밑줄을 그었다)
in order to read over my pencillings at least once a day …8
(내가 연필로 밑줄 친 부분을 적어도 하루 한번 읽고 복습하기 위해서)
... If I came across a new sound like the Arabic Ghayn, I trained my tongue to it by repeating it so many thousand times a day. …9
(Ghayn과 같은 아랍어 단어가 나오면 하루에도 수없이 반복 발음하여 나의 혀를 훈련시켰다)
When I read, I invariably read out loud, so that the ear might aid memory …10
(읽을 때는 기억이 더 잘 되도록 항상 소리내어 읽었다)
... whenever I converse with anybody in a language I was learning, I took the trouble to repeat their words inaudibly after them, and so to learn the trick of pronunciation and emphasis. …11
(내가 배우는 언어로 누구와 대화를 나눌 때면 나는 항상 상대방이 알아듣지 못하게 반복하였다. 이는 발음과 강조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목적이기도 하였다)
버튼경은 자신이 의식을 했든 못했든 다음의 외국어 학습 전략들을 실천한 것 같다.
1. 그는 의사소통에 필요한 최소한의 핵심 어휘와 문법에 집중했다.
2. 그는 외국어 학습의 초기 단계임을 감안하여 rule learning대신 item learning 방식을 택했다.( -> 효과가 있는 어휘학습법 (7) )
3. 그는 배운 것을 끊임없이 복습했다 - 틀림없이 조금씩이라도 자주
4. 그는 짧은 시간 동안 복습함으로써 집중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실천했다.
5. 독해를 하기 전에, 필요한 최소한의 어휘( a critical mass of words )를 먼저 공부했다.
6. 어휘력 부족으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미 모국어로 읽어 잘 알고있는 내용의 읽기 자료를 선택했다 - 그는 외국어 습득에 이해 가능한 읽기 자료( comprehensible input )의 중요성을 알고 있었던 것 같다.
7. 그는 자신이 익힐 단어에 밑줄을 그어 익힐 단어의 결정에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8. 그는 목표 단어에 대해서는 쉴 새 없이 복습하였다.
9. 인지적 학습관리( cognitive control )만으로 안 되는 구어의 특징들(예: 발음, 강세 등)에 대해서는 신경생리학적인 학습관리( neuro-physiological control )를 적용했다.
10. 단어들의 발음을 직접 해봄으로써 그 단어의 기억을 더 수월하게 했다.
11. 그는 기억을 돕기 위해 소리 내지 않고 따라 말해보는 기법을 실천했다.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82&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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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 영어회화) 기초 영어회화 자료 [생활영어회화]
기초 영어회화 자료 [생활영어회화]
(1)인사하기
1. 첫 만남: 안녕, 만나서 반가워. Hi, Nice to meet you.
2. 안부 인사: 어떻게 지내세요? How are you doing?
3. 대답하기: 잘 지내요. Fine, thanks.
(2) 만남과 헤어짐
1. 기본 정보 묻기: ~이 어떻게 되세요? What is your~?
2. 예기치 못한 만남: 이게 웬일이야! What a surprise!
3. 헤어질 때: 그럼 또 보자. See you around.
(3) 대화의 시작
1. 개인적인 경험: 그래, ~ 은 어땠어? So, how was your ~?
2. 소식 꺼내기: ~라는 얘기 들었니? Did you hear that ~?
3. 호기심 자극: 내가 ~했는지 들으면 깜짝 놀랄 걸! Guess what I~!
(4) 감사. 사과하기
1. 감사 표현하기: ~(에 대해) 감사합니다. Thank you for ~
2. 감사에 대한 응답: 천만에요. You’re welcome.
3. 사과하기: ~해서 죄송해요. I’m sorry ~.
4. 사과에 응답하기: 괜찮아요. That’s all right.
(5) 기분 좋게 말하기
1. 칭찬하기: 당신 ~ 정말 멋진데요. I like your~.
2. 인사치레: 이러지 않으셔도 되는데. You didn’t have to.
(6) 권유하기
1. 사물을 권할 때: ~ 드실래요? Would you like ~?
2. 행동을 권할 때: ~ 해보지 그래? Why don’t you ~?
(7) 받아 들이기
1. 사물을 받아 들이기: 네, ~을 주세요. Yes, please. I’d like some ~.
2. 행동을 받아 들이기: 그럼요, 물론이죠! Yes, I’d love to.
(8) 사양 하기
1. 물건을 사양 하기: 아뇨, 괜찮습니다. No, thank you.
2. 행동을 사양 하기: 마음은 굴뚝같지만 안 되겠네요. I’d love to, but I can’t.
(9) 부탁 하기
1. 공손한 부탁: ~좀 해주시겠습니까? Would you please ~?
2. 일상적인 부탁: ~좀 해줄래요? Can you ~, please?
3. 다소 강압적인 부탁: ~해 주세요. I’d like you to ~.
(10) 승낙. 거절하기
1. 흔쾌한 승낙: 물론 해드리죠. Sure, I can do that.
2. 정중한 거절: 미안하지만 ~해서 안되겠는데요. I’m sorry, but~.
3. 명확한 거절: 정말 못할 것 같습니다. I really don’t think I can.
(11) 조언 하기
1. ~하라고 조언하기: ~하는 게 좋겠어요. I think you should ~.
2. ~하지 말라고 조언하기: ~하지 않는 게 좋겠어요. I don’t think you can ~.
(12) 조언 받아들이기
1. 수긍하기: 당신 말이 맞는 것 같아요. I think you’re right.
2. 완곡하게 거부하기: 말씀 하시는 뜻은 알겠지만 ~ I see your point, but~
(13) 허락 받기
1. 일반적인 요청: ~해도 될까요? May I ~?
2. 예의를 갖춰 청하기: ~해도 괜찮겠습니까? Would it be okay if I ~?
(14) 사실 확인 하기
1. 앞뒤 사정 묻기: 어떻게 해서 ~ 한 거지? How come~?
2. 정중하게 묻기: ~인지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Can you tell me ~?
3. 설명하고 요청하기: 설명 좀 해주실래요? Can you explain that, please?
4. 모른다고 하기: ~에 대해서는 전혀 몰라요. I don’t know anything about ~.
(15) 의견 교환
1. 의견 묻기: ~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 하세요? What do you think about~?
2. 의견 말하기: 제 생각에는~ In my opinion, ~.
3. 별다른 의견이 없을 때: 상관없어요. I don’t care.
(16) 긍정적인 추정
1. 막연한 추측: 아마도 ~일 겁니다. Maybe~
2. 가벼운 추측: ~라고 생각합니다. I think~.
3. 강한 확신: 반드시 ~일 겁니다. I’m sure that~.
(17) 부정적인 추정
1. 가벼운 부정: ~인 것 같지 않습니다. I don’t think ~.
2. 조심스런 부정: ~가 아닐거예요. I doubt~.
3. 확신이 부족할 때: ~는 잘 모르겠는데요. I’m not sure ~.
(18) 동의. 지지 하기
1. 찬성하기: ~라는 당신 말에 동의합니다. I agree with you ~.
2. 강력하게 수긍하기: 바로 그거예요! Exactly!
(19) 반대. 부정하기
1. 반대 의사 표시: 나는 반대합니다. I disagree.
2. 완곡한 반대: 아뇨, ~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No, I don’t think~.
3. 오해 풀기: 그런 뜻은 아니었어요. I didn’t mean that.
(20) 궁금해 하기
1. 특별한 관심: ~이 궁금해요. I’m curious about ~.
2. 보다 완곡하고 격식 차린 관심: ~일까요? I wonder ~.
(21) 계획 말하기
1. 확실한 계획: ~할 예정이에요. I’m going to ~.
2. 예상해서 말하기: ~할 것 같아요. I’m expecting ~.
3. 생각 중인 계획: ~할까 해요. I’m thinking of ~.
(22) 희망하기
1. 막연한 바람: ~라면 좋겠어요. I hope~.
2. 보다 간절한 바람:~하기를 빌어요. I wish~.
(23) 후회하기
1. 과거사에 대한 강한 후회: ~했어야 하는 건데. I should have~.
2. 보다 직접적인 후회: ~하지 않은 것이 후회됩니다. I regret that I didn’t~.
(24) 걱정하기
1. 일반적인 걱정: ~에 대해 걱정이에요. I’m worried about~.
2. 강도 높은 두려움: ~이 무서워요. I’m afraid of~.
3. 반문하듯 걱정하기: 만약 ~이면 어쩌죠? What if~?
(25) 공감하기
1. 함께 기뻐하기: 그거 정말 잘됐네요! That’s wonderful!
2. 격려하기: 괜찮을 거예요. I’m sure it’ll be okay.
3. 위로하기: 그렇다니 안됐군요. I’m sorry to hear that.
(26) 낙담. 분노하기
1. 일반적인 실망: ~에 실망했습니다. I’m disappointed that~.
2. 답답해하기: 정말 짜증나요! This is so frustrating!
3. 화내기: ~(때문)에 화가 나요! I’m angry at~!
4. 강한 분노: 도대체 어떻게 ~할 수가! How could~!
(27) 놀라기
1. 경악하기: 믿을 수가 없군요! I can’t believe it!
2. 상황을 강조하는 경우: ~이라니 정말 놀랍군요. It’s so surprising that~.
3. 반문하기: ~이라니 정말 대단하지 않아요? Isn’t it amazing that~.
글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1) - 10가지 동기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영어를 우리말처럼 유창하게 말할 수는 없을까?
아니 우리말처럼까지는 두고라도, 그냥 떠듬거리면서라도 하고 싶은 얘기를 다 할 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
이게 우리나라 대다수 영어 학습자들의 소망일 것입니다.
이번 칼럼부터는 우리는 어떻게 이런 꿈을 실현시킬 수 있는지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우선 영어로 말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어휘와 약간의 문법 지식(knowledge)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실제 의사소통에 사용(use)해 하나의 skill로 바꾸어야 합니다.
이렇게 말하면 간단한 것 같지만
어떤 자료를 사용하여,
어떤 지식을,
어떤 순서와,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 갖추어야 하는지,
또, 이렇게 쌓은 지식을
어디서,
누구와,
어떤 방법으로,
어느 정도 말해봐야 하는지,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총 몇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지,
어느 정도 하면 어느 수준의 말하기 능력에 도달할 수 있는지
궁금한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닐 것입니다.
오늘은 외국어 습득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어떤 요인이 중요한지 Jakobovits라는 학자의 연구 결과를 먼저 소개드리겠습니다.
동기: 33%
지능: 20%
소질: 33%
기타: 14%
여기서 동기(motivation)라는 요소가 가장 중요하다는 것에 주목하시기 바랍니다.
누가 필자에게 "영어 습득의 주요 성공 요인이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저는 다음과 같이 10가지를 들고 싶습니다.
1. 높은 동기(motivation)의 유지
2. 끈질김(persistence)
3. 바른 영어 학습법에 관한 지식
4. 좋은 교재/material의 선택
5. Core Vocabulary 습득
6. Core Grammar 습득
7. Listening/Reading 필요 최소량(critical mass) 확보
8. Speaking 필요 최소량(critical mass) 확보
9. 암기력
10. 영어권 문화이해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89&page=3
글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2) - 4가지 요건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저는 Reading/Listening은 좀 하는데 Speaking이 잘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말을 잘 할 수 있습니까?”
종종 이런 질문을 받으면 필자도 순간적으로 난처해집니다.
“이런 책으로 이렇게 하면 됩니다” 라고 간명히 대답해줄 수 없기 때문이지요.
질문자의 현재 어휘력과 문법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강세와 억양 등 발음은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 있는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는 선듯 해법을 제시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하여 다음과 같은 얘기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 같군요.
Fluent English Speaker가 될 수 있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능력들이 동시에 필요하다는 점부터 아셔야 합니다.
1. Grammatical Competence
발음 능력, 어휘 능력, 회화에 자주 쓰이는 영어 구문 등을 실제의 의사소통 상황 속에서(under a real operating condition) 이해하고(comprehend) 사용할(use)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많은 학습자들은 바로 이 grammatical competence가 영어학습의 전부인양 착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대화가 더 잘 안 된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아래의 세 가지 능력도 반드시 필요합니다.
2. Sociolinguistic Competence
발음, 어휘, 문법 구문만 안다고 회화가 되는 것은 아니죠.
의사소통이 일어나는 사회적 상황에 따라 사과(apologies), 칭찬(compliments), 축하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사회언어학적 능력(sociolinguistic competence)을 갖추어야 합니다. 또, 대화를 시작하고, 다양한 내용을 논리적으로 이어가며, 불확실한 것에 대해서는 확인을 하고, 화제를 바꾸거나 대화를 자연스럽게 끝내는 기법들도 알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는 다음과 같은 표현들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I can see your point, but ...
Yes, but on the other hand ...
As you may recall ...
to begin with ...
요약하자면 표현만 열심히 익힌다고 회화가 되는 것이 아니고
어떤 표현을,
어떤 상황에서,
어떤 억양을 써서
말해야 적절한지를 알아야 fluent English speaker가 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안녕/안녕하세요?”란 인사말 하나만 하더라도 다음의 각 표현의 쓰임이 조금씩 다른 것 아시죠?
Hi, How are you? How's it going?, How're you doing?, What's up?
3. Discourse Competence
담화 능력이란 대화를 함에 있어서 상대방의 말을 어디서 끊고 내가 말을 이어갈지, 언제 대화를 시작하고 종결지을지, 어떻게 대화가 잘 흘러가도록 할지, 장애가 일어나면 즉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말합니다.
대화 속에서 생각을 이어갈 때는 well, and, okay, now, all right와 같은 표현을,
대조적인 생각을 전할 때는 but, on the other hand를,
강조하고 싶을 때는 of course, obviously, you can see, as you know, you see, in fact와 같은 표현을
의외의 내용이나 상대가 예상하지 못할 내용을 꺼낼 때는 as a matter of fact 등을 구사할 수 있는 능력 같은 것을 말하지요.
다시 말해 대화를 논리적으로나 문법적으로 잘 연결시켜 나갈 수 있는 능력 즉 coherence/cohesion in speech를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합니다.
4. Strategic Competence
Drill이란 단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the machine for making holes로
insecticide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the stuff for killing insects로,
toothbrush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the thing for cleaning the teeth로
paraphrasing할 수 있는 능력,
그리고 화제를 선택하고 바꾸어 갈 수 있는 능력,
대화를 시작하고(initiate) 응답하며(respond)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 ,
때로는 몸 동작(gesture)으로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능력 등을 말합니다.
다음주부터는 조금씩 더 구체적인 해법들을 살펴보기로 하겠습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394&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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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3) - 동기 유발책 10가지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영어에 성공하기 위한 동기 유발책 10 가지
Fluent English Speaker가 되는 길(1)에서 성공적인 영어 습득의 성공 요인 중 동기가 33%라는 연구결과를 소개드렸지요? 저는 사실 33%라는 수치보다 중요성을 더 높게 주고도 싶답니다.
동기 유발/유지에 대한 제 조언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평범한 얘기로 치부하지 말고 꼭 실천에 옮겨 보시기 바랍니다.
[동기유발 1] 영어는 이제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임을 깨닫자.
제가 경영하는 회사의 실화를 말씀드려 보지요. 얼마 전 채용에서 다른 면은 적격자여서 꼭 채용하고 싶었는데 영어 성적이 미달되어 떨어뜨릴 수밖에 없었던 안타까운 일이 있었답니다. 비록 TOEIC 940점을 받은 지원자였지만 영어의 기본 바탕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았고, 벼락치기 영어공부를 한 흔적이 여기저기서 감지되었습니다.
영어의 중요성은 다른 회사도 비슷할 것입니다. 입사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서, 진급을 위해서, 해외 주재원 자격 판단 기준이 되므로 등등.
[동기유발 2] 가능하면 현지 체험을 한 번 해보자.
영어를 열심히 해야지 하는 다짐을 백 번 하는 것보다 자신이 직접 해외에 한 번 나가보기를 권합니다. 해외에서 영어를 몰랐을 때 겪는 각종 불이익과 답답함, 영어를 할 수 있을 때 누릴 수 있는 이익과 자유로움을 몸소 체험하면 영어를 배우려는 동기와 의지가 이전보다 5배는 강해집니다.
[동기유발 3] 국내에서도 정기적으로 외국인을 만나자.
외국인과 영어로 의사소통을 해야하는 상황에 놓이는 것보다 더 좋은 동기 유발은 없습니다. 동생, 자녀가 영어를 잘 하기를 바라면 독약같은 잔소리를 중단하고 원어민과 만나게 하십시오. 원어민과 한국인이 함께 멤버인 각종 클럽에 가입하거나 친구와 함께 이런 클럽을 만드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외국인과 만나는 것은 얼굴을 마주하는 것만이 아닙니다. E-mail을 통해 key pal과 서로의 관심사를 얘기하는 것도 훌륭한 만남이죠. 국내의 연수기관을 이용하는 것도 차선책이 될 수 있습니다.
[동기유발 4] 자신의 말, 자신의 글을 남 앞에 공개하는 상황을 만들자.
영어로 토론하는 클럽에 가입해, 남들 앞에서 영어로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는 상황을 만들어 보세요. 또, 자신이 쓴 글이 웹사이트 어느 코너에 실리는 상황을 만드는 것도 매우 좋은 방법입니다. 전문가들도 적극 추천하는 동기유발 방식입니다. 사람은 자신의 말이나 글과 관련해서는, 최선을 다해 열심히 준비하기 때문이지요.
[동기유발 5] 재미있고 자신과 관련이 있는 내용의 자료가 최고의 동기 유발이다.
인터넷이나 신문의 영어 기사든, 영어 교재든 꼭 재미있는 것을 선택하세요. 재미있으면서 그 내용이 자신과 관련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인터넷 서핑을 해보면 국내 신문에서는 읽을 수 없는 좋은 내용들을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필자는 삶이나 경영에 관해 조언을 해주는 해외 사이트의 mailing service에 가입하여 정기적으로 읽고 있답니다.
[동기유발 6]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는 것 그 자체가 동기 유발이다.
열심히 영어를 공부하는 것 자체가 영어를 좋아하고 더 열심히 하는 동기가 됩니다. 영어 성적이 오르고, 귀뿐만 아니라 말문까지 터지기 시작하면 영어 공부, 누가 하지 말라고 해도 열심히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가장 바람직한 동기 유발의 선순환이라고 할 수 있지요.
[동기유발 7] 영어를 잘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마음 속에 그려보자.
여러분은 왜 영어를 잘하고 싶어하죠? 유학을 가서 박사학위를 받아 자신이 전공한 분야에서 국내외 최고의 권위자가 되는 것, 아니면 MBA를 마치고 좋은 직장에서 고액의 연봉을 받는 것?
영어를 잘해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 실현되었을 때의 자신의 모습을 가끔씩 머리 속에 떠올려 보세요. 이것도 강력한 동기유발이 됩니다.
[동기유발 8] 칭찬해 주는 강사를 찾아라.
지금까지 영어 잘하는 사람들 중에는 중고교 때 영어선생님/강사가 좋아서 열심히 했다는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반대로 중학교 때 영어 선생님이 싫어서 영어 그만 뒀다는 사람도 있고 ... 영어가 서툴러도 잘한다고 계속 용기를 북돋아 주는 선생님을 찾으세요. 조금만 틀려도 자꾸 고쳐주려는 선생님과는 인연을 빨리 끊을수록 좋습니다. 이런 선생님은 계속 주눅만 들게하고 있었던 동기마저 씨를 말리는 분이기 때문입니다. 영어의 정확성은 서서히 마지막 단계에 터득되는 것이지요.
[동기유발 9] 경쟁이 동기다.
사람은 누구나 남에게 지고싶어하지 않습니다. 스스로를 경쟁의 상황에 몰아 넣는 것도 좋은 동기 유발책이죠. 학원을 나가 자신의 경쟁자들이 얼마나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가를 보는 것, 또 공인 영어시험을 봐서 자신이 상위 몇 %에 드는지를 아는 것도 동기 유발의 좋은 수단입니다. 남은 저렇게 잘하는데 나는 뭐야... 하는 생각이 바로 동기 유발이지요.
[동기유발 10] 제대로 된 어학코스를 제값을 내고 듣자.
여러분 모두 비싼 학원비나 유료 online강의를 신청하고 나면 돈 낸 것이 아까워서라도 본전을 찾을 때까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나요? 공짜가 반드시 좋은 것은 아니랍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00&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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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 Speaker(4) - 3배 더 유창하게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한국의 영어학습자들이 영어를 지금보다 세 배는 더 유창하게 말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간단합니다. 자세를 바꾸기만 하면 됩니다.
당분간 정확성(accuracy)은 뒤로 미루고 유창성(fluency)에 초점을 두십시오.
저는 한국인이 기대만큼 영어로 의사소통을 못하는 일차적인 이유를 정확성 위주의 태도나 학습 문화라고 확신을 가지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오늘 이후 영어회화를 잘하기 위해서는 다음 두 마디 조언을 깊이 이해하고 이를 거스르지 마십시오.
[조언1] There is a time and place for everything, there should be a time for accuracy and a time for fluency.
(만사에는 때와 시기가 있다. 외국어 학습에서도 정확성이 강조될 시기와 유창성이 강조될 시기가 따로 있다)
이는 정확성이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 아닙니다. 다만 정확성을 뒤로 좀 미루자는 뜻으로 이해해 주십시오. 특히 초등학교 때부터 문법 위주의 교육을 단문 중심으로 배우고 학습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조언입니다.
다음의 조언에도 주목해 주십시오.
[조언2] No one can communicate naturally and at the same time concentrate on the form rather than on the content of their speech.
(누구도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대화 '내용'보다 '형식'에 집중할 수는 없다)
이를 달리 말하면, 문법/구문/발음의 정확성에 신경을 쓰면서 동시에 자연스럽게 말할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하나에 신경을 쓰게 되면 다른 하나에는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다는 사실은 상식입니다. 하지만 영어 학습에서만큼은 우리는 이 상식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학교시험에서, 또 입학시험에서 오랫동안 정확성만 강조해왔습니다.
의사소통이 성공적으로 되었는가 안 되었는가 와는 상관없이 3인칭 단수 현재에 -s만 빠뜨려도 무조건 영어 못하는 사람이 되고 마는 환경이었습니다. 은연중에 무엇이든 틀리면 안된다라는 것이 오랫동안 한국 영어학습자들의 강박관념으로 굳어져 버렸습니다.
선진국에서는 과정만 바르면 최종 결과인 답은 틀리더라도 높은 점수를 줍니다.
우리가 결과(product) 중심 학습문화라면 선진국은 과정(process) 중심 학습문화라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무엇이든 실수를 통해서 배우게 됩니다. 그래서 실수는 꼭 필요하고 매우 귀중한 것이기도 합니다. 실수를 애당초부터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예 배우기를 포기하는 것과 같습니다. 처음부터 절대 넘어지지 말고 자전거를 타라는 것 - 이것은 불가능한 것을 요구하는 일입니다.
정확성 우선의 학습 문화는 한국인들이 말을 잘할 수 없게 만드는 큰 병입니다. 이 병에 걸리게 되면 실수를 두려워한 나머지 말을 적극적으로 하지 않으려는 증세(unwillingness to speak for fear of making a mistake)를 보입니다.
이 병을 고치지 않고는 어떤 방법으로도 영어를 잘 말할 수 없습니다.
어린이들처럼 실수를 의식하지 않아야 영어를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학습자의 오류를 방치할 경우 문제가 된다고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럴 우려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정확성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환경에서 자란 한국의 영어학습자들이라면 걱정하지 말고 유창성에 초점을 맞추십시오.
메시지 전달에 자신이 생기고 나면 정확성은 서서히 개선됩니다.
계속 양질의 input에 노출되기 때문입니다.
Mistakes are Inevitable!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16&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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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 Speaker(5) - 어휘 vs 문법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Fluent English Speaker가 되기 위해서는 어휘와 문법 중 어느 것을 먼저 공부해야 할까요?
어떤 사람은 어휘, 또 어떤 사람은 문법이라고 답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어느 대답에 손을 들어줄지는 현재 학습자의 상태에 따라 다를 수 있습니다. 현재 문법의 기초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 사람은 문법보다 어휘를 중점적으로 학습하기를 권합니다. 대부분의 경우 문법은 몰라도 어휘만 알면 의미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필자가 여기서 말하는 어휘는 낱개의 단어를 의미하는 vocabulary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쓰임이 낱개의 단어와 다르지 않는 구(phrase), 절(clause), 문장(sentence)까지 포함하는 어휘 즉, lexis를 말합니다.
즉, 아래와 같은 것들을 모두 어휘로 보는 개념입니다.
a cup of coffee, What's up?, Would you mind ...?, white paper
이런 lexis들은 비록 여러 개의 단어로 이루어진 의미 덩어리(chunk)이지만 실제 사용될 때는 book, food와 같은 낱개 단어와 하등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확장된 어휘의 개념을 도입하면 Fluent English Speaker가 되기 위해 어휘를 더 중점적으로 학습할 이유는 더 분명해 집니다. 이런 어휘들은 이미 ‘문법적으로 바르게 구성‘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grammaticalized lexis(문법규칙에 따라 이루어진 어휘)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리고 '문법'은 '정확성'(accuracy)을 전제로 합니다. 아니 영어의 정확성 자체가 문법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따라서 문법에 목숨을 건다는 것은 정확성에 목숨을 건다는 것과 같은 의미가 됩니다.
그런데 너무 초기부터 정확성 위주로 영어를 학습하면 영어회화를 절대로 잘할 수 없다고 말씀드렸지요?
소위 문장을 만들 수 있는 힘 즉, generating power면에서 lexis가 grammar보다 앞섭니다. 말의 원료는 lexis이지 sentence가 아니란 뜻이기도 합니다. 요즘 문장 몇 개 암기하면 영어가 된다는 식의 광고들이 많은데 좀 문제가 많은 주장들이지요.
그리고 lexis를 많이 암기해 두면 회화, 영작, 독해, 청취가 다 수월해 집니다. 이미 사전 조립된 큰 단위의 의미 덩어리(pre-fabricated multi-word chunks)로 문장을 조립하는 것은 낱개의 어휘들로 문장을 조립하는 것보다 훨씬 속도가 빠르기 때문입니다. 속도만 빠른 것이 아니라 문법적 오류도 대폭 줄어듭니다. Lexis 자체가 이미 문법적으로 바르게 구성되어 있고, 조립하는 데 시간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지요.
요즘에는 과거처럼 언어의 본질을 문법과 어휘로 명확히 구분하지 않습니다. 또, 어휘학습에 word grammar(단어와 관련된 문법)와 grammatical collocation(특정 한 단어가 취하는 문법적 패턴을 보여주는 연어)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이것은 이미 어휘 자체를 둘러싸고 있는 문법적 요소를 어휘와 분리하여 학습하지 않고 통합하여 학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논리입니다.
변형생성문법의 아버지인 Chomsky마저 최근 Lexis is prime.이라고 말했을 정도이니 Speaking/writing에 lexis가 얼마나 중요한지 가히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하겠습니다.
Lexis first, Grammar later!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20&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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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6) - 암기에 대한 환상&착각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1. 말하려면 우선 앞으로 말할 때 필요한 표현들을 암기해야한다.
2. 암기는 문장이나 대화를 통째로 암기하는 것이 좋다.
아마 한국 영어 학습자들의 십중팔구는 이 서술이 맞다고 대답하지 않을까 짐작됩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암기에 의존하여 외국어를 습득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저 자신 매우 공감하는 전문가의 조언을 소개합니다.
[조언1] There is little point in getting the learners to learn it(=the text dialog) by heart, either as a whole or in part. No amount of sentences learned in this way will lead to mastery of the language.
(학습자들로 하여금 대화 전체 혹은 부분을 암기하게 하는 것은 거의 의미가 없다. 이렇게 암기한 문장들은 언어의 습득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왜 그럴까요?
우선 의식적으로 암기한 것은 바로 다음날 시험볼 때까지는 생각이 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외국인과 영어로 말을 할 때 그대로 생각이 날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자연스러운 대화 때 어떤 표현이 모국어처럼 순간적으로 그리고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오려면 언어를 '암기'할 것이 아니라 '체화(體化)'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암기한 것을 그대로 흉내낼 수 있는 것은 일시적으로만 가능합니다.
상당한 기간이 지나고 나면 다시 까맣게 잊게 되지요.
그래서 영어 회화를 잘 하려면 그저 암기에만 열을 올릴 것이 아니라 먼저 폭넓은 Listening과 Reading을 통해 많은 양질의 input의 앙금을 대뇌속에 계속 쌓이게 하십시오. 학습자의 머리 속에 영어의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기다리십시오.
어휘, 표현(어휘와 같이 항상 같은 형태로 쓰이는 정형화된 표현에 한함), 문법, 기능, 대화의 구성, 발음, 강세, 억양, 리듬 등의 모든 영어 시스템에 골고루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들 중 어느 한 가지에만 먼저 익숙해진다고 회화가 되지 않습니다.
영어라는 외국어를 구성하는 제반요소에 동시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이런 외국어 학습의 바른길을 걷지 않은 사람은 토막말 밖에 하지 못합니다. 영어는 이 시스템이 제 모습을 갖추어감에 따라 어느 날부터 가속적으로 터지게 됩니다.
이젠 암기하면 회화가 될 것이란 착각에서 벗어납시다. 반드시 실제 의사소통을 통해서 몇 번씩 사용해본 것들만 체화가 됩니다.
다음 전문가의 조언에 귀기울이시기 바랍니다.
[조언2] The rate of acquisition depends upon the quantity and quality of the interaction in which the learner is involved.
(언어의 습득 정도는 학습자가 직접 개입된 상호작용의 양과 질에 달려있다)
그러나 반드시 암기해야 하는 표현들이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단어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같은 형태로 쓰이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여기에 해당됩니다.
How are you?
How long have you been in Korea?
What's up?
What's the price?
아래 대화 중 [대화1]은 표현을 통째로 암기하였다가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의 예이고,
[대화2]는 표현을 통째로 암기하지 않고 그 표현들을 구성하고 있는 소위 '사전 조립된 의미 덩어리(pre-fabricated multi-word chunks)'들을 암기해야 하는 경우입니다.
[대화1]
A: 한국에 오신지 얼마나 되었어요?
B: 며칠밖에 안 되었습니다.
A: How long have you been in Korea?
B: Only for a few days.
[대화2]
A: 다음 달 미국으로 떠나시는 것 사실인가요?
B: 예, 1년간 가 있을 거예요.
A: 가시는 목적이 뭐죠?
B: 토익 900점 이상 받는 것이요.
A: Is it true you're leaving for the U.S. next month?
B: Yes, but I'm only planning to stay for a year.
A: What's your main objective?
B: My objective is to get over 900 points on the TOEIC test.
그리고 회화를 암기에 의존하지 말아야 하는 또다른 커다란 이유가 있지요.
암기한다는 것은 100% 똑 같이 말하겠다는 것이고, 이는 틀리지 않고 말하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틀리지 않고는 말 못 배운다고 이미 말씀드렸지요
암기는 하되 암기할 것만 암기하세요. 그리고 암기한 것은 지식으로만 쌓아두지 말고 실제 사용의 기회를 만드세요. 이것만이 영어 회화의 바른길이자 지름길입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24&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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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7) - 왜 듣나? 두가지 목적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영어 회화를 잘하려면 많이 들어야 한다는데 왜 그렇죠?
어린이가 모국어를 배울 때를 생각해 보세요. 만 세 살이 되기까지 엄마나 가족이 들려주는 수많은 얘기들을 들었습니다. 하루 2-3시간 정도씩 들었다면 3년 동안 총 들은 시간은 2,000-3,000시간 정도에 달합니다. 때로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엄마, 엄마" 하면서 speaking연습도 했지요. 가끔씩 엄마가 가르쳐주는 말을 틀리게 말하면 엄마는 고쳐주기도 했습니다. 그 결과 만 세 살이 되면서 상당히 논리적이고 완전한 문장을 구사하게 된 것입니다. 많이 들었기 때문에 표현을 알게 되었고, 발음, 억양도 익힐 수 있게 된 것이지요.
그럼 한국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배우는 상황에서 듣기는 어느 정도 중요할까요?
듣기의 중요성은 모국어를 배울 때처럼 외국어를 배울 때도 똑 같이 중요합니다. 영어의 경우는 더욱 그렇습니다. 대화를 들으면 영어 대화의 구조를 알게 됩니다. 또, 영어의 어휘, 구문, 표현, 그리고 영어 특유의 발음, 강세, 억양, 리듬, 휴지(pause) 등에 익숙해지게 되지요. 이런 것이 사람의 대뇌 언어 저장고(mental lexicon)에 쌓이게 되면 말할 수 있는 기본 바탕이 마련되는 셈입니다.
이렇게 이해 기능(listening/reading)은 표현 기능(speaking/writing)의 밑거름과 같은 것이라고 할까요. 아래 도표에서 보듯, 표현력은 표현에 직접 필요한 것보다 훨씬 더 넓고 깊은 이해력의 바탕 위에서 가능합니다.
다시 말해 100이란 정도의 표현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500 - 1,000 혹은 그 이상의 이해력을 먼저 갖추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모국어의 경우를 생각해 봐도 이는 자명합니다. 인간은 이해할 수 있는 것 중의 일부를 이용하여 말하거나 쓰고 있지요.
Speaking/writing을 잘 할 수 있기 위해서 listening/reading을 많이 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듣기 훈련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상대방의 말을 알아듣기 위해서입니다. Speaking의 경우, 상대방의 말을 이해(comprehension)할 수 없으면 대화는 지속되지 못하지요. 대화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하는 이유는 speaker가 말을 못해서 이기도 하지만, speaker가 상대방의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서인 경우도 많습니다.
듣기의 목적은 학습자의 동기/수준에 따라 다릅니다. 하지만 크게 나누면 듣기의 목적은 listening for understanding(내용 이해를 위한 듣기)과 listening for language(어휘, 표현, 발음, 강세, 억양, 휴지 등의 언어 자체를 이해하고 익히기 위한 듣기)가 있습니다. 이 외에 listening for problem-solving도 자주 하게 되는데 이는 listening for understanding에 속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은 오디오 테이프의 녹음이나 라디오를 듣고, TV프로를 볼 때 항상 내가 이것을 "왜 듣지?"에 대해 반문해 보시기 바랍니다. 듣기를 할 때는 반드시 이 두 가지 듣기 목적 중 한 가지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특정 순간에 이 두 가지 목적을 동시에 달성하려고 해서 절대로 안 됩니다. 그러면 어느 한 가지 목적도 제대로 달성할 수 없게 됩니다.
초급자는 주로 영어의 발음, 강세, 억양, 리듬 구조에 익숙해지기 위해 듣습니다. 즉 듣기의 목적이 listening for language인 셈이지요. 하지만 중급 이상이 되면 이젠 내용을 알기 위해 듣게 됩니다. 즉, listening for understanding에 초점을 맞추게 됩니다. 이것이 듣기의 궁극적인 목적이기 때문입니다.
필자 역시 필요에 따라 listening for language를 하기도 하고, listening for understanding을 하기도 합니다. 가령 출퇴근 시간에 AFKN뉴스를 들을 경우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거나 관심이 없는 내용일 때는 listening for language를 합니다. 즉, 그 뉴스에 나오는 단어, 구, 표현, 발음에 익숙해지려는 노력을 합니다. 하지만 내가 꼭 알고 싶은 내용일 경우는 오직 listening for understanding 즉, 메시지 이해에만 초점을 맞추어 듣습니다.
말을 잘 할 수 있기 위해서는 많은 구어체 언어 자료에 노출(exposure)이 되어야 합니다. 즉, 많이 들어야 합니다. 그러면 언어(=어휘, 문법, 표현, 발음 등)에 대한 지식이 늘게 되고, 이 늘게 된 지식으로 실제 외국인과 의사소통을 해봄으로써 영어를 잘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말을 잘하려면 일차적으로 음성언어에 많이 노출되어야 합니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들어야 하는지는 다음 칼럼에서 한 가지씩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27&pag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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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8) - 무엇을, 어떻게 듣나?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1. 영어의 자모음 구분을 위한 듣기
영어로 말할 수 있기 위해서는 영어의 각종 자모음을 듣고 구분할 수 있고, 또 정확히 발음할 수 있어야 합니다. 영어의 자모음 듣기는 아주 초급자들이 필요한 훈련입니다. 이를테면 coffee와 copy의 발음을 반복해서 듣고, 발음해 봄으로써 [f]와 [p]의 발음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말합니다.
이런 목적으로는 듣기 교재보다 발음 교재들이 적합합니다. 실제 듣고 따라하는 훈련은 낱개의 단어만을 듣고 따라 연습하도록 된 교재보다는 다음과 같이 문장 단위로 훈련하게 되어 있는 교재를 선택하십시오.
Where's the coffee machine?
Where's the copy machine?
2. 단어 단위 듣기 및 발음
회화를 잘 하려면 단어와 그 단어들의 용법, 발음까지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기본적인 어휘도 아직 습득이 안 된 학습자는 자기 수준에 맞는 중학생용 어휘 교재로 훈련하는 것도 좋습니다. 당연히 오디오 테입이 딸린 것이어야 합니다. 어휘를 안다는 것은 뜻과 용법만 아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어휘의 발음을 듣고 식별하고 또 스스로 발음할 수도 있는 것을 의미합니다.
단어를 따라 발음하는 과정이 끝나면 바로 이어서 이 어휘들의 예문까지 듣고 따라 발음해보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예문이 구어적인 어휘 교재가 있다면 좋겠지만 구어 예문으로 된 어휘 교재가 없으면 약간 문어적인 예문으로 된 것도 상관없습니다. 단지 내용이 고리타분하지 않고 실용적인 예문이어야 하겠지요.
3. 구 단위 듣기 및 발음
실제 말은 문장 단위로 하게됩니다. 그래서 문장 단위로 듣고 이해하고 또 이를 따라 발음해보면서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초급자라면 처음부터 문장 단위로 듣고 발음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긴 문장은 먼저 구 단위로 끊어 발음 연습을 한 다음, 문장 단위 연습으로 옮겨가는 것이 좋습니다.
이럴 때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대화 대본(script)을 펴놓고 녹음을 들으며 끊어 읽어야 할 곳, 즉 휴지(pause)가 있는 곳을 /로 표시합니다. 그 다음 한 문장씩 발음 연습을 한 다음, 다시 녹음을 들으며 바르게 발음했는지 확인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훈련을 위한 교재로는 중급용 회화 교재를 권합니다. Listening 교재로도 똑 같은 훈련을 할 수 있지만 듣기 교재는 회화 교재만큼 대화를 구성하는 문장이 실용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4. 문장 단위 듣기 및 발음
문장 단위로 듣고 이를 이해할 수 있는 학습자는 구 단위 발음 연습을 생략하고 바로 문장 단위 발음 연습으로 넘어가는 것도 좋습니다. 발음하기 연습을 하기 전에 먼저 듣기 연습을 하십시오. 최소한 3회 이상 반복해서 들으십시오.
첫 번째 들을 때는 대화 전체의 topic, 대화자간의 관계, 대화의 장소 등 개괄적인 내용을 파악하고, 두 번째 들을 때는 주요 세부 내용까지 듣고 정리해 보세요. 그리고
세 번째 들을 때는 각 문장의 발음, 강세, 억양, 휴지(pause) 등의 특징에 초점을 맞춰 들으십시오. 그리고 각 문장들의 쓰임에 대해서 익숙해지십시오. 그래야 나중에 어떤 표현을 어떤 상황에 쓰는지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말하기를 위한 듣기에서는 dictation은 적극 권하지 않습니다. 받아 적는 대신에 입으로 발음하고 이를 귀로 입력하는 것이 회화에 훨씬 더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5. 대화 단위 듣기
회화를 잘할 수 있기 위해서는 대화 단위 듣기가 꼭 필요합니다. 사실 한국의 많은 영어 학습자들 중에는 문장만 많이 암기하면 회화가 된다고 착각하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문장에는 문장을 구성하는 원칙 즉 sentence grammar가 있듯이 대화에는 대화가 흘러가는 구조 즉 dialogue grammar가 있습니다. 대화 단위로 듣고 연습을 할 때 dialogue grammar에 익숙해지고 실제 본인도 그렇게 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추어지게 됩니다. 바로 이 과정이 소홀했기 때문에 한국의 영어 학습자들은 말을 길게 이어나가거나 대화를 제대로 진행시키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요즘은 문법도 낱개 문장으로 제시하지 말고, 대화나 단락 속에서 제시하라는 것이 세계적 전문가들의 주장입니다. 그래야 대화나 영작을 할 때 문법을 실제 활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지요. 필자는 이 점에 대해 매우 공감합니다.
듣기 훈련이 끝나면 중요 표현 중심으로 말하기 연습을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또 문장과 문장을 논리적으로 어떻게 이어갈 지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습득하기 위해서도 대화 단위의 듣기가 필요합니다. 이런 목적을 위한 듣기 자료로는 회화 교재나 어떤 주제에 대해 토론한 듣기 자료가 좋습니다.
6. 영어 뉴스 듣기
영어 뉴스를 듣는 것은 회화에 직접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회화를 할 때 듣기가 잘 안 되는 사람은 회화 교재로 듣기 연습을 해야지, 영어 뉴스로 듣기 연습을 하는 것은 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중급 혹은 고급 학습자라면 회화를 위해 뉴스를 들을 필요도 있습니다.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뉴스를 구성하는 문장을 그대로 회화에 쓸 수는 없지만 뉴스의 문장을 구성하는 어휘나 구 중에는 회화에 쓸 만한 것들도 많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뉴스는 회화의 좋은 소재(topic)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령 미국의 이라크 폭격에 관한 뉴스를 들었다면 원어민과 미국의 이라크 폭격에 관해 논하기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훨씬 더 수월할 것이기 때문이지요.
7. 영어 드라마/영화/팝송 듣기
회화를 위한 듣기라면 회화 교재가 가장 이상적이긴 하지만, 회화 교재란 대체로 따분한 내용들이라서 오래 훈련하기 어렵습니다. 드라마/영화/팝송은 흥미라는 면에서 매우 우수합니다. 하지만 실제 대화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아주 일상 생활에 관한 드라마/영화라면 거기 나오는 대사도 실제 나중에 회화에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이 포함되어 있어서 유익하겠지요. 하지만 가령 폭력이나 범죄를 다룬 드라마나 영화라면 거기 나오는 표현들을 평생 단 한 번이라도 사용할 기회가 있을까요?
팝송은 회화에 필요한 단어와 구를 익히는 수단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팝송에 나오는 문장을 그대로 회화나 영작에 쓸 수 있는 경우는 매우 드뭅니다. 그리고 '팝송의 가사는 멜로디와 너무 밀착되어 있어서 실제 대화를 할 때 잘 연결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 http://roadtou1.egloos.com/172256
글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9) - 회화도 발전단계가 있다 (능률영어사 이찬승)
성인이 되어 영어 회화를 배우는 경우를 봅시다.
처음에는 누구나 암기하여 흉내를 내는 것으로 시작을 합니다. 이때는 아직 감정이 실리지 않는 단계입니다. 원어민을 만나 “How have you been lately?” 라고 말하더라도 우리말로 “그 동안 어떻게 지냈어?”라고 친구에게 말할 때의 기분과는 거리가 멀지요. 의문문으로 만들어야 하고 또 현재완료형에다 뒤에 lately나 these days와 같은 부사구도 갖다 붙여야 하는 부담, 게다가 낱개의 발음을 정확히 해야 하고 억양에도 신경을 써야 하는 단계입니다. 이렇게 온갖 것에 신경을 쓰자니 우리말로 인사를 할 때만큼 자연스런 감정을 실을 여유를 갖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이런 과정은 누구나 겪게 되지요. 암기하여 흉내내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말을 할 때처럼 감정까지 실을 수 있기 위해서는 우선 최소한 7-8회 이상의 실제 사용 경험을 필요로 합니다.
암기한 것을 앵무새처럼 그대로 흉내내는 단계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영작문의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가령 “이번 추석 때 집에 있었니 아니면 어디 갔었니?”라고 말하는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영작문 단계에 이른 사람들은 우선 머리 속에서 한 마디씩 영작을 하기 시작합니다. “이번 추석 때 집에 있었니?”는 “Did you stay home during this Chusok holiday?”로, “아니면 어디 갔었니?”는 “or did you go somewhere?” 정도로 영작을 하게 됩니다. 모국어처럼 무의식적으로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의식적으로 영작을 한 단계이기 때문에 표현도 어색하고 신경도 많이 쓰이는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보니까 이 말에 대해 상대방이 "I stayed in Seoul. You know, I don't have any hometown to visit in Korea like you. Did you enjoy visiting your home town?" (나는 당신처럼 갈 고향도 없잖아요, 한국에. 고향 잘 다녀왔어요?)라고 물어 오는 날엔 잘 해야 "Yes, I did." 정도로 짧게 대답하는 것에 그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머리 속에서는 “차가 많이 막힐 줄 알았는데 의외로 차가 안 막혀서 고생을 안 했지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를 영작할 엄두는 나지 않고, 혹시 틀릴까봐 그냥 Yes, I did.로 짧게 말하고 말아버립니다. 이것은 초보자들이면 누구나 공통으로 겪는 과정이지요. 소위 토막말 단계라고 말할 수 있지요.
토막말 단계에서 조금 더 발전하면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좀 서툰 영어지만 아래와 같이 말해보려고 합니다.
“I thought I would get caught in a bad traffic jam, but against all my expectation, the traffic was light and smooth, so there was no trouble at all getting back to Seoul. ”
이는 마치 태어난 지 얼마 안된 새끼 새가 조금씩 더 멀리 날아보는 것과 흡사한 단계입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말을 영어로 직역하는 수준을 못 벗어난 수준입니다. 자연스러운 영어 자료에 좀더 많이 노출이 되면 위와 같은 교과서적인 영작 단계를 넘어, 차츰 “I expected a bad traffic jam, but it wasn't too bad.”처럼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하게 됩니다.
영작에 좀 더 자신이 붙으면 보다 더 길게 말해보고 싶은 욕구를 느끼는 단계에 이르게 됩니다. 이를테면, “야, 참 시골 가보니까 가을의 정취를 듬뿍 느낄 수 있더라구요. 황금빛 들녘, 시골에서 바라보는 보름달은 너무 멋있었어요.” 정도의 말까지 해보려고 애쓰게 되지요.
이런 것이 어느 정도 가능해지고 나면 영어다운 표현을 쓰는 데 도전해보고 싶어집니다.
“내가 거기 가야해?”를 “Should I come over there?”나 “Should I attend there?”라고 말하는 대신 “Do your plans require me there?”처럼 소위 물주 구문을 시도해보기도 합니다.
또, 이 때쯤 되면 2어 동사(phrasal verb)를 사용하여 멋을 부리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치과에 가는 것 미루지 말아.”란 말을 “You shouldn't delay going to the dentist.”처럼 delay를 써서 말하지 않고 “You shouldn't put off going to the dentist.”처럼 put off를 쓰는 것을 시도합니다. 2어 동사는 모국어적 발상과 멀어서 비교적 나중에 터득되는 특성이 있습니다.
이는 학습자의 발상이 원어민에 조금씩 가까워지는 단계라고 말할 수 있지요. 학습자의 대뇌에 영어라는 새로운 시스템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단계라고나 할까요.
지금 여러분은 어떤 단계에 와 있나요?
서두르지 마십시오.
각 단계를 갑자기 뛰어넘을 수는 없습니다. 매사에는 순서가 있습니다!
EnglishCare 수석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37&page=3
글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10) - 알아야 할 단어 수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Speaking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단어를 알아야 할까요?
2,000-3,000개, 좀더 정확히 말하면 2,000-3,000 word families 정도면 된다는 주장이 많습니다. 필자도 동의합니다.
Word family란 것은 파생어를 포함해 단어를 세는 단위를 말합니다. 이를테면 congratulate, congratulation을 하나로 센다는 뜻이지요. 그래서 2,000-3,000 word families라고 하면 실제로는 4-5천 단어(words)에 이른다고 보시면 됩니다. 대개 하나의 기본어는 1-2개의 파생어를 갖기 때문이지요.
원어민도 일상생활에서 실제 사용하는 어휘 수가 2,000-3,000 word families를 넘지 않는다고 합니다. 언뜻 생각하면 이는 그리 많지 않은 숫자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렇지 않습니다. 하나의 단어는 여러 가지 의미로 쓰이기 때문이지요. Read의 경우를 봅시다.
Can you read this Chinese character? (이 한자 읽을 수 있어요?)
Have you ever had your palm read? (손금 본적 있으세요?)
The sign reads 'Keep Left.' (그 표지에는 '좌측통행'이라고 씌어져 있다)
What does the scale read? (저울의 눈금이 얼마를 가리키지?)
For 'merry' read 'marry' (merry를 marry로 고쳐 읽으시오)
이제 2-3천 단어란 것이 결코 만만한 숫자가 아니란 생각이 들지요?
이왕 솔직하게 말씀드리는 김에 do, get, put, set, make, hold, keep, take와 같은 경우, 동사 하나가 얼마나 다양한 뜻을 갖는지 살펴보지요. 이런 동사들 하나는 수많은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Put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Did you put sugar in my tea? (내 차에 설탕을 탔니?)
The Americans put a man on the moon in 1969.
(미국인들은 1969년에 인간을 달에 착륙시켰다)
It's time to put the baby to bed.( 아기를 재울 시간이다)
We must put a new lock on the front door?(우리는 현관문에 자물쇠를 새로 달아야 해)
Put your name here.(여기 이름을 기입하세요)
How shall I put it?(그것을 어떻게 표현할까?)
Put이 참 다양한 뜻으로 쓰인다는 생각이 드시지요? 하지만 이것은 put이 갖는 뜻의 일부일 뿐입니다. 이런 동사들은 또 up, down, out, on, off, in, for, into, at, with, through, 등의 전치사/부사와 결합하여 수많은 다른 뜻을 만들어 냅니다.
Put의 경우라면 put across, put aside, put at, put away, put back, put down, put forth, put in, put in for, pur off, put on, put out, put through, put to, put together, put under, put up, put up with 등과 같이 매우 다양하고 유용한 2어 동사를 만듭니다.
이쯤 읽고 나니까 슬슬 겁나지 않으세요? 2-3천 개의 단어만 알면 회화가 될 줄 알았는데, 각 단어들이 갖는 다양한 뜻, 그리고 이들 단어들이 다른 단어와 결합하여 만드는 다양한 숙어까지 알아야 하니까 말입니다.
결국 "일상 생활영어 회화를 유창히 하는데는 2-3천 개의 단어만 알면 된다"는 말은 듣기 좋으라고 하는 말에 가깝습니다. 단어 2-3천 개의 내막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2-3천 개의 단어는 파생어까지 감안하면 실제로는 4-5천 단어에 이르고, 게다가 하나의 단어는 평균 2개 이상의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할 때, 결국 우리가 꼭 알아야 할 의미(senses) 기준, 기본 단어의 수는 5,000-10,000 개 정도로 늘어납니다.
여기에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의 뜻은 또 여러 개의 표현을 만들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표현하다'란 뜻의 put은 다음과 같은 '정형화된 표현'을 만듭니다.
How shall/can I put it?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to put it in another words (바꾸어 말하면)
as somebody puts it(...의 말처럼)
Let me put it this way.(이렇게 표현해 봅시다)
이런 점까지 감안하여 외국어 학습자가 일상 생활영어를 비교적 막힘 없이 이해하고 말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익혀야 할 표현 수는 2-3만 개로 늘어납니다.
이 수치는 우리말 단어로 추적해 봐도 비슷한 숫자가 나옵니다. 우리말 기본어 2,000 개가 만드는 비교적 정형화된 표현은 약 20,000개 정도가 됩니다. 하나의 단어가 평균 10개의 정형화된 표현을 만드는 셈이지요.
여기까지 읽고 나니까 앞길이 캄캄해진다구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한국인이 원어민처럼 회화가 유창하거나 정확할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합니다. 또 불가능한 일이기도 합니다. 그저 대충 뜻만 통할 수준이면 만족하십시오. 정확한 표현이 생각나지 않을 때는 다른 표현으로 대체하거나 돌려 말하는 방법도 많이 있으니까요.
아무튼 비교적 자유로운 speaking이 가능하려면 최종적으로 익혀야 할 대상은 약 3,000개의 단어(word families), 10,000개의 뜻(senses), 20,000개의 표현(expressions)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요즘 각종 신문 전면 광고에서 문장 약 1,000개만 암기하면 말문이 터진다는 과장 광고를 합니다. 이는 기초 회화를 위해서 필요한 표현의 '극히 일부'를 앵무새처럼 흉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서로의 다른 생각을 주고받고, 감정이 전달되는 회화라고는 결코 말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
회화는 표현 몇 개를 암기한다고 되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외국어를 배운다는 것은 새로운 언어 시스템을 대뇌속에 구축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근거없는 과장 광고에 현혹되지 말기 바랍니다.
"나는 해도 안 돼"하는 좌절과 방황만 남습니다.
EnglishCare 수석 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46&page=3
글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11) - 최저 투자 시간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투자도 않고 결과에 대한 기대 수준은 너무 높아요."
이 말은 한국 영어 학습자들에게 필자가 해주고 싶은 말입니다. 여러분 각자가 영어 공부하는 시간이 하루 평균 얼마인지 계산해 보십시오. 의외로 절대 시간이 영어가 자유롭게 되기 위해 쏟아야 할 시간에 크게 미달한다는 것을 발견할 것입니다.
다음은 우리가 생활영어에 숙달되고 나아가 인지부담이 큰 학문적인 내용까지 토론할 수 있게 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투자가 있어야 하는지를 필자가 수치로 계산해 본 것입니다. 이 칼럼을 읽고 영어가 잘 향상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향상될 만큼 투자를 안 한 것인지 잘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1. 생활영어 숙달(BICS)에 필요한 시간
① 2-3천 word families (생활영어에 사용되는 필수 기본어는 약 2-3천)
-> 약 4천 단어 (기본어의 파생어까지 포함한 수치)
-> 12,000 의미 (하나의 단어가 평균 3개의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다고 가정)
-> 4만 표현 (한 의미가 2-4개의 서로 다른 정형화된 표현을 만든다고 가정)
4만 표현 x 평균 7회 노출 (한 표현을 익히려면 평균 최소한 7회 이상의 노출이 필요) = 28만 노출 필요
28만 노출 ÷ 200노출 (1시간당 100 표현에 노출 x 1일 2시간 학습) = 1,400일 ÷ 330일/년 = 약 4년 (2,800시간)
② 실제의 사용 (말하기) : 1일 1 시간 x 3년 = 1,000 시간
=> ① + ② = 3,800 시간
[주] 여기서 말하는 '숙달'의 수준은 길을 묻고, 식사시킬 수 있는 survival 수준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모국어로 머리에 떠오르는 어떤 깊이 있는 생각도 표현해낼 수 있는 수준을 말합니다. 만일 해외 여행을 다닐 수 있을 정도의 survival수준의 영어회화라면 몇 백 시간 정도만으로도 가능할 것이며, Writing까지 고려하면 필요한 시간은 더 늘어나게 됩니다.
2. 높은 인지능력을 요하거나 학문을 위한 영어 숙달(CALP)에 필요한 시간
① 12,000 단어 (전문적인 글도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기 위해서 필요한 어휘수 15,000-20,000에서 필수 기본어 2-3천을 뺀 숫자)
-> 3만 의미 (하나의 단어가 평균 2-3개의 서로 다른 의미를 갖는 다고 가정)
-> 6만 표현 (한 의미가 평균 2개의 서로 다른 정형화된 표현을 만든다고 가정)
6만 표현 x 평균 7회 노출 =420,000 노출 필요
42만 노출 ÷ 200노출( 1시간당 100 표현 x 1일 2시간 학습) = 2,100일 ÷ 330일/년 = 약 6년(4,200시간)
② 실제의 사용(쓰기/말하기) : 1일 1시간 x 2년 = 660 시간
=> ① + ② = 4,860 시간
3. 생활영어와 학문을 위한 영어에 공히 숙달되는데 필요한 시간
BICS + CALP = 8,660 시간
[주] 위 수치는 평면적으로 계산한 것이므로 실제 상황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실제는 특정 단어에 노출될 때 이전에 노출된 단어에 동시에 노출 될 것이기 때문에 실제 외국어 습득에 걸리는 시간은 줄어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는 '노출의 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고, 어떤 단어/구/표현은 7회보다 훨씬 더 많이 노출되어야 습득되는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위와 같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판단됩니다. 노출의 질이란 언어에 노출될 때 어느 정도 의식적인 주목을 하는지, 어느 정도 절실한 의사소통의 동기를 가지고 노출되는지 등의 요소를 말합니다.
4. 실제 사례
① 중학교 2, 3학년 때 미국으로 유학간 학생이 listening/reading/speaking/writing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게 될 때까지 영어를 접하고 사용한 시간:
4년x365x7시간=10,000시간
② 어학연수 1년 동안 학습시간(home stay 기준): 365일x10시간=3,600시간
③ 외국의 경우 각 직업분야에서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에 소요되는 시간(사례): 4,300시간
(자유로운 의사소통: 2,000-2,500시간/자기 직업에 필요한 실무영어: 800-1,300시간 등)
④ 어린이의 모국어 5,000어 습득(3-6세): 4년 x 365일 x 5시간 = 7,300시간
⑤ 원어민 고교 졸업생
노출 시간: 19년 x 1일 5시간 x 365일 = 34,675 시간
사용 시간: 17년 x 1일 2시간 x 365일 = 12,410 시간
=> 총 47,000 시간
⑥ 대학 졸업할 때까지 한국인의 영어 학습 시간(공교육 기준): 약 1,200시간
5. 학습자의 전략
한국에 살면서 위와 같이 많은 시간을 들여 영어의 듣기/말하기/읽기/쓰기에 모두 유창해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그럴 필요 자체가 있을까요? 우선은, 자신이 지금 당장 회화가 급하다면 회화에, 쓰기가 급하다면 쓰기에 집중하는 방식을 권하고 싶습니다.
또, 목표수준을 좀 낮추십시오. 그리고 다음 인용구처럼 현재 알고 있는 소량의 지식을 최대한 잘 활용하는 전략을 택하시기 바랍니다.
An important aspect of language learning is the need to learn how to make the best use of the little you know.
그리고 일단 기본이 되고 나면 content-based learning 방식을 적극 활용하십시오. 이는 언어 자체를 목적으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정보/지식을 얻는 수단으로 즉 간접적으로 배우라는 것입니다. 즉, 영어의 기본을 갖춘 후 신문도 영어로, 책도 원서로 읽는 방식을 말합니다.
EnglishCare 수석 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58&page=3
글
유창한 영어 Speaker의 길(12) - 영어학습의 가속성 (능률영어사 이찬승 대표)
저의 직관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해봐도 외국어를 배울 때도 분명 가속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외국어 습득에 있어서 기초적으로 알아야 할 최소 어휘를 a critical mass of vocabulary 혹은 a threshold vocabulary 등으로 부르지요. 둘 다 '임계 어휘량' 정도로 번역할 수 있습니다. 읽기 자료에 나오는 단어의 80%를 cover한다는 기본 어휘 2-3천이 바로 어휘 임계량(critical mass)이란 뜻입니다. 이것만 봐도 가속기가 존재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어휘력이 1,500정도 밖에 안 되는 사람을 생각해 봅시다. Reading을 하려고 하든 문법을 학습하려고 하든 막히는 곳이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기본어(core vocabulary) 2-3천 개를 독해와 단어장을 통해 습득하고 나면 많은 것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학습자용 영영 사전도 이용할 수 있게 됩니다. 이런 사전에서는 단어 정의에 사용하는 어휘를 2-3천어로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어휘 습득량이 임계량을 돌파하고 나면 학습자는 자신의 reading 학습에 가속도가 붙는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게 됩니다. Reading의 경우는 topic/topic sentence를 찾을 수 있고, 단락의 전개 방식을 짐작할 수 있을 때 또 한 번 가속기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Listening과 speaking의 경우를 봅시다. 기본어 2-3천을 알고, 독해에 가속이 붙어도 듣기와 말하기는 여전히 잘 안 될 수도 있습니다. 구어체 대화의 듣기/말하기라면 대화에 나오는 기본 표현들의 뜻과 용법 그리고 발음까지 추가적으로 알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 듣기 시험에 나오는 정도의 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표현을 알아야할까요? 자기 소개하기, 길 묻기, 전화 걸기, 쇼핑하기, 예약하기, 초청하기, 거절하기 등 기본적인 주제는 20개 정도이고, 각 주제별 알아야 할 필수 표현은 300-400개 정도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다양한 상황의 대화까지 cover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기능(function)의 종류는 100개 정도로 늘어납니다. 각 기능별 필수 표현을 informal, neutral, formal 한 것 별로 각각 2개씩만 익힌다면 600 표현이 됩니다. 이에 응답에 필요한 표현 2-3가지까지 고려하면 2,000 표현 정도가 되겠지요. 바로 이 2,000 표현 정도의 용법과 발음까지 익히면 대화를 '시작하고, 진행할 수 있는 능력'이 확실히 신장될 것입니다.
바로 이때부터 듣기/말하기의 가속성 현상이 나타날 수 있겠지요. 이런 가속성은 아마도 초급에서 중급에 이를 때 한번 나타날 수 있고 중급에서 고급에 이르는 과정에서도 나타날 수 있습니다. 문법의 경우 한 연구자료에 의하면 초급에서 습득 속도가 매우 느리고, 중급에서 빨라지고 고급에서 약간 다시 느려지는 것으로 나타나 있습니다.
Writing의 경우는 어떨까요? 어학 연수를 가는 대학생들이 가령 3개월 연수를 한다면 평균 주 1편의 essay를 쓰게 될 것입니다. 3개월 동안 약 15편의 essay를 쓰고 editing하는 셈이지요. 이 정도 essay를 쓰고 나면 3 단락짜리 essay의 기본틀에 익숙해집니다. Essay의 서론, 본론, 결론을 어렵지 않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Essay의 형식에 익숙해진 셈이지요. 이 때부터는 essay의 형식에 생소하여 essay를 못쓰는 일은 없게 됩니다. 아마 학습자는 이때부터 자신감과 가속성을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이후에는 어휘량이 증가하면서, 또는 text의 논리적 구성 능력이 갖추어지면서 또 다른 가속성을 경험하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저는 가속성을 습득의 정도와 관련시켜 생각해 보고 싶군요. 즉 어떤 단어나 표현의 임계량 ( 어휘의 경우는 2-3천어)도 중요하지만 이 임계량에 해당되는 어휘/표현에 친숙해져 있는 정도(familiarity)와 연결시켜 생각해 보자는 것이지요. 어떤 한 단어/표현을 완전히 익히는 데는 시간차를 두고 서로 다른 상황에서 평균 7회 정도의 노출(exposure)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겨우 4-5회 노출된 학습자의 경우는 어떨까요? 자신은 상당량 영어 공부를 했는데도 잘 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 수 있을 것입니다. 4-5회 노출된 사람이 2-3회 노출된 사람보다 공부한 량은 더 많지만 아직 노출된 영어 단어/표현이 완전히 습득되지(acquired, internalized, automatized) 않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4-5회 노출이 된 사람의 경우 2-3회만 더 노출되면 회화나 영작을 할 때 필요한 기본 어휘/표현들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게 되겠지요. 바로 이렇게 기본적인 어휘/표현에 평균 7회 이상 노출이 되었을 때 학습자는 실력 향상의 가속성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씨를 뿌린다고 바로 그 열매를 거둘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정 기간 인고(忍苦)의 과정이 필요한 것이지요. 영어의 Listening, Speaking, Reading, Writing 각 기능의 습득에서도 각각의 Critical Mass에 이르기까지 별개의 축적 단계와 기간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학습의 가속성을 고려하면 더더욱 학습자들이나 교육자들에게 기다림의 자세가 필요합니다.
EnglishCare 수석 닥터 이찬승
출처:http://englishcare.clickq.com/Column/view.asp?column_num=1&id_num=460&page=3